전체기사

[기자의 눈] ‘매도 리포트’ 자주 볼 수 있을까

증권사 리포트에서 ‘매도’ 의견을 찾기 어려워진 건 참 오래된 얘기다. ‘매수’가 대부분인데, ‘중립’ 의견이 나오면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받아들여야할 정도다. 실제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평균 ‘매수’ 의견 리포트는 91.0%였다. 반면, ‘매도’를 제시한 리서치보고서는 0.1%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주가조작 사태가 터진 이후 증권사 리포트에 대해 시장 탓을 하지말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불편하다는 기색이다. 증권사 리서치 연구원들은 기업정보를 얻기 어려우니, 매도의견을 내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실적 공시 발표 전 자료나 정보를 미리 제공했지만, 주가조작 등 사건사고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관행은 사라진지 오래라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자신이 담당하는 기업의 실적조차도 제대로 추정하지 못할 정도로 정보력이 부족하다는 게 대다수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특히 잠재적 IB 고객인 상장사들의 주식을 ‘매도’하라는 리포트를 내는 순간 거래처를 잃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크는 점도 문제다. 일례로 한 증권사에서 심각한 부실이 의심되는 기업의 매도 리포르를 내자마자, 해당 기업은 곧바로 증권사 펀드에 있던 돈을 모두 빼버리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반발도 애널리스트에겐 상당한 부담이다. 지난 4월 하나증권은 에코프로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했다. 리포트가 나간 다음 날 12만원 이상이 떨어지면서 주식 투자 토론방에는 해당 애널리스트에 대한 비방글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매도 리포트를 쓴 연구원에게 전화와 메일로 강력 항의할 인원을 모집하는 글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매수·매도’ 의견을 없애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질서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하루 빨리 증권사 리포트를 개선해야한고 강조하고 있다.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고 애널리스트들이 소신 있는 리포트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당국과 증권사, 상장사, 투자자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2023050301000182700008471

[기자의 눈] 물가안정, 정부 압박이 능사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나라 시장 구조에 딱 들어맞는 건 아니다." 최근 정부의 ‘일방적’ 가격인하 압박을 바라보는 한 시장 전문가가 전한 불만 섞인 항변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정부가 기업의 상품 가격에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라면·빵 등 서민 대표 먹거리를 판매하는 기업들이 사실상 과점 또는 독과점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 일부 품목의 시장 구조에선 이번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은 불가결한 조치였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시장경제체제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만큼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의 간섭이 필요했다는 해석이다. 앞서 정부는 물가안정의 첫 타깃으로 서민 대표 먹거리 ‘라면’을 선택했다. 국제 소맥(밀) 시세가 떨어진 만큼 국내 라면 제조사들도 상품 가격을 내리라는 주문이었다. 초기에 ‘검토’ 수준을 언급하면 간보기를 하던 라면업계는 정부가 밀가루를 공급하는 제분사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며 재차 압박해 오자 결국 ‘백기’를 들고 줄줄이 라면 가격을 인하했다. 불똥은 제과제빵업계로 튀어 가격 인하 도미노 현상을 빚기도 했다. 그렇다고 정부의 물가잡기가 성공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오는 8월 우유 원유 가격 인상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유업계 및 유제품 생산업체, 낙농가는 8월 1일부터 적용될 원유 가격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가격 인상으로 확정될 경우, 우유뿐 아니라 빵·과자·아이스크림 등 관련 식품 물가도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라면·과자업계 가격과 달리 낙농가 원유 가격엔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없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낙농가들이 생산비 급등으로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며 원유가격 협상 시 낙농가의 현실을 반영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가공식품은 수입 원유를 많이 쓰는 특성상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언급해 우회적으로 업계에 ‘인상 자제’ 신호를 보냈다. 문제는 이같은 관의 가격시장 개입정책이 항상 효과를 거둔 것은 아니었다. 이전 이명박 정부는 밀가루·빙과류·제빵 등 가공식품 가격의 편승 인상이나 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집중 감시하며 기업들을 가격조정 행위를 옥죄었다. 그러나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라면·빵 일부 제품의 가격 인하를 인위적으로 관철시켰다고 정부가 ‘시장 개입’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선 안될 것이다. 물가안정 정책의 우선순위는 사후처리가 아니라 사전예방이다.pr9028@ekn.kr서예온 기자 서예온 유통중기부 기자

[기자의 눈] ‘아마존 고’는 망하지 않았다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최근 취재 차 미국 시애틀에 다녀왔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정보기술(IT) 분야를 담당하는 경제지 기자에게 인상적인 시애틀의 공간은 아마존(Amazon) 본사 옆에 위치한 아마존 고(Amazon Go)였다. 아마존 고는 따로 계산하지 않아도 물건을 집어서 나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계산이 되는 혁신 서비스다. 이용자는 아마존 고 입장 때 아마존쇼핑 앱에 나타나는 QR코드를 찍기만 하면 된다. QR 대신 자신이 등록한 손바닥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입장할 수도 있다. 아마존이 처음 ‘아마존 고’를 만들 때만 해도 이 매장은 오프라인 유통을 혁신할 것이란 기대를 받았으나, 사실 아마존은 이 매장을 철수하는 상황이다. 당초 계획은 2021년까지 미국에 총 3000개의 매장을 오픈하는 것이었지만, 지난 3월 기준 미국 내 아마존 고 매장 수는 31곳이다. 심지어 본진인 시애틀에서 마저도 철수 수순을 밟아 현재는 도심 내 4곳 밖에 운영을 안 한다. 우리나라는 아마존 고가 등장한 후 3년 뒤인 지난 2021년에 비슷한 형식의 무인점포들이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더현대서울의 언커먼스토어, 이마트24의 스마트무인점포가 대표적이다. 아마존 고에 적용된 손바닥 인식 기술도 마찬가지다. 아마존은 아마존 원(amazon one)을 지난 2020년 처음 공개했는데, 우리나라에선 최근 공항 면세점을 중심으로 서비스 적용이 속도를 내고 있다. 아마존 고가 망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의 분석은 여러 가지다. 혹자는 여기서 판매하는 제품의 경쟁력이 없다는 점을 꼽기도 하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유동인구가 줄면서 사업성이 급격하게 악화됐다는 점을 꼽기도 한다. 물론 유통의 관점에서 보면 아마존 고는 망한 사업일 수 있다. 그러나 IT의 관점에서는 조금 다를 것 같다. 아마존이 이끌어낸 무인점포, 손바닥 인식 기술 등은 조금씩 진화하며 사람들의 삶 속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hsjung@ekn.krㅎㅎㅎ 정희순 산업부 기자. hsjung@ekn.kr

[기자의 눈]

상장일 가격제한폭 확대 제도가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새 제도 도입으로 ‘공모주=따상’이라는 공식 아닌 공식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지만 ‘따따블’이라는 새로운 복병이 IPO 시장에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시장에 만연했던 관행을 개선하고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취지에서 제도를 개선했지만 투자자들은 더 혼란스러워하는 형국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론적으로 따상이 불가능하게끔 ‘공모주 상장일 가격제한폭 확대’ 제도가 시행됐다. 기존에는 공모주 기준 63~260%였던 제한폭이 60~400%로 늘어났다. 주가가 두배를 넘어서 4배까지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위원회는 제도 도입 발표 당시 "투기를 야기했던 따상을 막기 위해 가격 상한선을 높였고 향후 시장 논리에 따라 균형가격을 자연스럽게 맞춰갈 수 있을 것"이라는 추가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취지는 좋다. 다만 투자자들의 혼란과 불안은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지난주 제도 시행 이후 알멕, 시큐센, 오픈놀 등의 기업이 상장했다. 시큐센은 상장 당일 주가가 장중 최고 293%까지 오르기도 했다. IPO 시장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293%라는 숫자에 투자자들은 혼돈에 빠졌다. 각종 종목 투자방에는 "주가 움직이는 게 너무 무섭다", "도박판이 따로 없다", "기관 좋은 일 시키는 것일 뿐"이라며 비난이 쏟아졌다. 상승폭과 함께 하락폭도 커졌다. 변동폭이 확대됐다는 건 주가가 널뛰기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주식 가격제한폭(상한가)이 15%에서 30%로 확대됐을 때 비슷한 논란이 불거졌던 바 있다. 가격 변동폭을 확대하면 상한가를 기록하는 기업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주가가 30%까지 오르는 종목들이 나타났다. 물론 지금은 30% 상한가에 투자자들도 적응했고 상장일 가격제한폭을 최대 400%까지 확대한 이번 제도 역시 과도기일 뿐 안정기에 접어들 수 있다. 중국, 대만 등은 가격제한폭을 미적용하고 있고 전문가들도 "이론적으로는 400%까지 오를 수 있지만 현실에선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올해 IPO 대어들이 시장에 쏟아진다는 전망에 따따블을 노리는 전문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개미 투자자들의 걱정도 덩달아 늘어나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따상을 없앴다고 박수치지만 말고 투자자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증명사진

[기자의 눈] 소유와 경영

"기업의 주인은 주주다."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말이다. 경제학 원론에서 그렇게 배웠다. 주식을 가진 투자자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주주총회장으로 향한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목소리를 키우는 것도 이 같은 명제가 성립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주주이익 극대화’가 기업을 발전시키는 유일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깨달았다. 오히려 그 폐단이 너무 많이 드러나고 있다. 주식을 가지지 않은 직원, 기업과 동행하는 협력사,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도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다. 세계 각국에서 호주 자산운용사 맥쿼리인프라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 수자원 업체 사우스이스트워터 부실화 사태가 발단이다. 주주이익만 극대화하다 보니 관리와 재투자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장기적으로 회사가 발전할 리 없다. ESG경영 일반화는 ‘주주 만능주의’ 종말의 서막이다. 주주 입장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보다는 배당을 받는 게 낫다. 이쯤 되면 기업은 누군가 소유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까지 든다. 주인이라는 단어에 ‘임금 주’(主) 자가 들어간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궁금해진다. 이런 시대에 ‘일부 지분을 가진 주주’가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게 올바른 일일까? 재벌이라는 독특한 경제 체제 아래 성장한 한국 얘기다. 현재도 논란거리가 많다. 일부 대기업이 아직도 증여·상속세 절약을 위해 편법을 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총수는 전혀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기업 ‘소유와 경영’의 균형을 생각해 볼 시기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며 회사를 ‘소유하는’ 권리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 기업을 발전시키고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경영’은 또 다른 문제다. 복잡한 지배구조, 총수 지배력 유지를 위한 ‘꼼수 물적분할’ 등을 견제할 수단이 필요하다. ‘세상 물정 모르는’ 재벌 3·4세 탓에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배임죄라는 다소 특이한 법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이런 상황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행동은 큰 울림을 준다. 그는 앞서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기업’ 삼성이 더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주는 대목이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가 아니다. ‘일부 지분을 소유한’ 주주는 더욱 그렇다.여헌우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요금정상화·개혁’ 한전 신임 사장에 거는 기대

한국전력공사 신임 사장 공모가 마감됐다. 정승일 전 사장이 재무 악화 책임과 함께 떠밀리듯 사퇴한 만큼 선뜻 지원할 인사가 없을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복수의 인사가 지원하면서 예정대로 선임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신임 사장은 누적된 한전 적자를 해소하고, 내부 조직·제도 개혁 등 여러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관료 출신보다는 유력 정치권 인사가 선임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신임 사장이 누가되든 임명 직후 ‘전기요금 정상화’ 과제에 맞닥뜨릴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당시부터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에너지 시장’을 주창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지난 정부가 ‘에너지전환(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며 5년간 요금 인상을 막았다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사장에게 적자의 책임을 씌워 임기가 남았음에도 쫓아낸 만큼 현 정부에서 임명한 신임 사장은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현재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등 연료비가 떨어지고 전기요금도 소폭 오른데다 통상적으로 가장 실적이 좋은 3분기가 됐지만 한전 직원들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다. 시장에서는 한전이 오는 3,4분기 흑자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연간 7조원대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누적된 적자를 감안하면 50조원에 달해 연말에는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여전히 남은 3,4분기에도 최소 각각 킬로와트시(kWh)당 10원 이상 인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3분기는 전력사용량이 가장 많고, 4분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당정이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신임 사장이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한전은 적자와 요금문제 외에도 2050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시장제도 개혁, 에너지신산업 육성, 에너지규제거버넌스 혁신 등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한전은 신임 사장 자격으로 △경영·경제, 전력산업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이해력을 소유하신 분 △경영혁신 주도할 수 있는 개혁 지향적 의지와 추진력 가지신 분 △공공성과 기업성을 조화시켜 나갈 수 있는 소양이 있으신 분 △대규모 조직 이끌 수 있는 리더십과 비전제시 능력을 내걸었다. 부디 한전을 잘 이끌어 줄 신임 사장이 선임되길 기대한다. jjs@ekn.krclip20230427101231 전지성 정치경제부 기자.

[기자의 눈] 대환대출·청년도약계좌 흥행과 은행의 역할

대환대출 인프라, 청년도약계좌 등의 정부의 서민금융 정책이 잇따라 흥행하고 있다. 하나의 앱에서 낮은 금리의 신용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인프라는 지난달 31일 출범한 후 지난 9일까지 열흘 동안 총 3844억원(1만1689건)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도약계좌는 지난 15일 계좌 개설 신청을 받은 후 일주일 만에 가입자가 70만명을 넘어섰다. 두 상품 모두 예상보다도 더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두 상품의 특징은 금리에 있다. 대환대출 인프라는 가지고 있는 신용대출의 금리를 더 낮게 갈아탈 수 있어 차주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최대 연 6% 금리에 정부의 기여금, 비과세 적용을 받아 시중은행 상품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수준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월 최대 70만원씩 적금을 하면 5년 동안 5000만원을 모을 수 있다. 대환대출 인프라, 청년도약계좌는 모두 출시 전 참여자인 은행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대환대출 인프라의 경우 대환대출 비교 플랫폼을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에 은행이 종속될 수 있고, 은행의 금리 줄세우기로 과도한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거셌다. 출범 당일에도 은행들은 일부 플랫폼에만 참여하며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청년도약계좌 또한 은행들은 역마진을 우려했다.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 연 6%의 고금리는 손해 보는 구조라는 논리다. 은행들은 출시 전 우대금리를 2%로 제시하고 조건도 까다롭게 해 뭇매를 맞은 뒤 우대금리를 낮추고 조건을 완화해 기본금리를 지금의 연 4.5%(지방은행 제외) 수준으로 높였다. 금융소비자들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가 출시될 때마다 은행권에서 진통을 겪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대환대출 인프라와 청년도약계좌의 흥행은 금리에서 조금이라도 혜택을 보고 싶어하는 수요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장기간의 고금리 속에 경기 상황은 좋아지지 않고 있고 금융소비자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은행들은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면서 사상 최고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물론 은행은 공공재가 아니다. 주주가 있고 이익을 벌어들여야 하는 주식회사인 것도 맞는다. 하지만 은행은 이자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으며, 우리 경제에서 자금을 중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공적인 성격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은행은 수익이 우선일 수는 있지만 수익만을 챙겨서는 안된다. 은행의 사회적 역할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 지도 모를 일이다.

[기자의 눈] ‘가격 인하 압박’은 처음인 식품업계...익숙한 시중은행들

최근 농심이 7월 1일부로 신라면, 새우깡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한다는 소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신라면 가격 인하는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었고, 새우깡 가격 인하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가격 인하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 추 부총리는 이달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지난해 9~10월 (기업들이 라면값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정부가 하나하나 원가를 조사하고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 문제는 소비자 단체가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상 라면업체들을 향해 가격 인하를 권고한 셈이다. 사기업의 가격 결정권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일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서민이 자주 찾고 먹거리 물가에도 즉각 영향을 미치는 식품기업들이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는 즉각적으로 가격을 올리다가 원재료가가 하락할 때는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적은 듯하다.정부의 가격 인하 권고가 당황스러운 라면업계와 달리 은행권은 이러한 상황이 너무나도 익숙하다. 특히나 식품업계는 원재료가 인하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은행권은 한국은행이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10차례에 걸쳐 인상했음에도 금융당국으로부터 금리 인하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금리 상승기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것을 근절하고, 예대금리차 확대로 인한 지나친 이익 추구를 근절하라는 게 당국 발언의 요지다. 금리 인하뿐만 아니다. 당국이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선임은 물론 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은행, 금융사의 세세한 내부 살림에도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최근 은행들이 청년도약계좌를 내놓은 것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공약에서 청년들에게 자산 형성 기회를 만들어주겠다며 도입을 약속한 영향이 컸다.그간 시중은행들은 주인 없는 회사라는 이유로 다른 업종에 비해 유독 당국의 간섭에 휘둘리는 경향이 있었다. 당국이 적절한 수준의 메시지를 내놔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때로는 당국의 시각들에 지나침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식품업계의 사례에서 보듯이 민생 경제를 위해서는 업권 간에 차별적인 시선, 편파적인 시각을 어느 정도 절제할 필요가 있다. 정작 서민 물가에 영향을 주는 기업들의 꼼수에는 눈을 감은 채 주인 없는 회사니까, 은행이니까, 금융지주사니까 당국의 말에 따라야 하고, 은행권은 이자 장사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당국이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편파적인 시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또 한 가지, 은행을 넘어 다른 업권으로 확대된 정부의 권고 발언과 이로 인한 기업들의 가격 인하 행보가 부디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식품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정답을 정해두지 않고, 가격 인상의 적정선은 무엇인지, 그 근거가 타당한지, 인상 요인과 인하 요인은 무엇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다.ys106@ekn.kr

[기자의 눈] 자본시장 조사국 분리가 필요한 때

[에너지경제신문 양성모 기자] "금융감독원 내 자본시장 조사국을 따로 분리해 독립적인 기구로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최근 불공정거래 수법이 나날이 발전중인 것과 관련해 전직 금융감독원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최근 주식 시장을 표현하자면 질서가 없는 상태를 뜻하는 ‘난장판’으로 정리가 가능하다. 카카오톡, 트위터, 텔레그램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 발전하면서 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가 확산중인 가운데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와 증권사 임원의 리딩방 운영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사고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와 반대로 불공정 거래 적발 건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금감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와 관련한 적발 실적은 2018년 151건을 기록한 뒤 2019년 129건, 2020년 94건, 2021년 80건 등 매년 감소세다. 그만큼 불공정 거래 세력들의 수법이 지능화·고도화 되면서 빈틈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 5월 금감원은 조사 3개 부서의 인력을 70명에서 95명으로 늘리고, 특별조사팀과 디지털조사대응반도 신설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을 촘촘히 감시하기엔 역부족이란 의견이 나온다. 또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대체거래소)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불공정거래를 적발하기가 어렵다. 대체거래소 자체적으로 시장감시 시스템을 운영하기란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거래소 내 인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ATS의 운영 시간이 오후 12시까지임을 감안하면 한국거래소측이 이를 달가워 할리 없다. 거래소와 경쟁하는 기업을 돕는 것이고, 업무까지 늘어나는데 누가 이를 반갑게 맞이하느냐는 거다. 이외에도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간 자본시장 조사 업무를 두고 마찰을 빚는 것 또한 문제다. 조사국을 분리, 한국거래소 시장감시 인력과 통합해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면 이 같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조직의 규모를 키워 미국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같은 역할을 맡길 수 있다. 새로운 기구가 만들어지는 만큼 인력을 더 충원하기도 용이하며 분산된 업무를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또한 ATS와 같은 새로운 시스템들이 나올 때마다 반복될 각 기관 간 마찰 또한 해결이 가능하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조사업무 다툼도 말끔히 사라진다. 앞으로 얼마나 자본시장 내에서 ‘밥그릇 싸움’, ‘땜질 처방’이라는 말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현상유지는 퇴보를 의미한다.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을 기대한다.

[기자의 눈] 끊이지 않는 반도체 기술 유출, 솜방망이 처벌이 키운다

[에너지경제신문 여이레 기자] 최근 우리 반도체 기업에 대한 기술 유출 시도가 연이어 적발되면서 업계가 몸살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기술 유출에 대한 우리나라의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검찰청의 ‘기술 유출 범죄 양형기준에 관한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년간 해당 범죄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496명 중 20%(73명)만 실형을 살았고 80%(292명)는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형사 사건의 무죄 비율이 3%인 것과 비교하면 기술 유출 범죄의 무죄 비율은 높은 수준이다.2019년 9월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이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 범죄는 징역 3년 이상 및 벌금 15억원 이하, 산업기술 국내 유출은 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10억원 이하로 법정형을 대폭 상향했으나 정작 법정에서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한 예로 지난 4월 미국의 경쟁 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최신 반도체 초미세 공정과 관련한 국가핵심기술 및 영업비밀 수십 건의 파일을 유출한 A씨에 대한 선고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에 불과했다.반면 전세계는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 TSMC를 보유한 대만은 지난해 국가안전법 개정을 통해 군사·정치 영역이 아닌 경제·산업 분야의 기술 유출도 ‘간첩 행위’에 포함시키며 처벌 수위를 높였다. 미국의 경우 기술 유출은 6등급 범죄에 해당돼 0~18개월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피해액에 따라 최고 36등급까지 상향 조정이 가능하다. 이 경우 최대 405개월(33년9개월)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양형 기준 미비 속 우리 기업이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연구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이 중국 등으로 유출되는 행태는 계속되고 있다. 이달에는 전 삼성전자 임원 출신에 의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 자료가 통째로 중국에 넘어갈 뻔한 아찔한 일이 발생했다. 삼성전자에 수조원대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사건이었다. ‘기술 유출’에 엄중한 책임을 묻고 이에 걸맞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한 시점이다. gore@ekn.kr▲여이레 산업부 기자.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