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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10년치 거래내역 뒤진다는 거래소...효과 있을까

한국거래소 및 금융당국은 최근 10년간 거래소를 통해 이뤄진 거래를 전수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하한가 사태’와 관련해 유사한 수법의 주가조작 사례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의도다.거래소의 태도에는 제법 날이 섰지만 여의도 증권가의 반응은 차갑다. 이번 하한가 사태가 사실상 주가조작 사건으로 확정된 상황이지만, 사건 초기에만 해도 주가조작일 리 없다는 의견이 제법 많았다. 폭락한 8개 종목은 6개월에서 2년에 걸쳐 장기간 주가 상승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건 초기 당시 8개 종목 가운데 한 회사 관계자는 ‘별다른 내부 이슈는 없지만, 주가조작 같지도 않다’며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이에 거래소의 이번 조사가 단순 ‘보여주기’에 가깝다는 우려가 나온다. 6개월 이상 장기간에 걸쳐 주가가 오르는 현상은 통정매매가 아니더라도 해당 종목이 가진 이슈, 업황 등에 따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설사 비슷한 패턴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이미 상당한 시일이 지난 이상 구체적인 거래 주체를 밝혀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증시 거래대금이 다시 바닥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이번 전수조사가 괜한 인력·비용 낭비에 그쳐 더 이상의 신뢰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불공정거래 혐의 종목 선정 기준을 기존 단기에서 반기 및 연 단위로 확대하겠다는 새로운 시장감시 기준도 마찬가지 이유로 업계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물론 거래소가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있다. 거래 계좌의 지역적 유사성과 더불어, 지역이 서로 다르더라도 계좌 간 유사한 매매 패턴을 나타내는 경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현재의 우려를 불식하고 다시 시장 신뢰를 되찾는 가장 좋은 수단은, 거래소가 전수조사 및 새 감시기준으로 성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suc@ekn.kr

[기자의 눈] 부동산 정책 2년차는 양극화 해소가 관건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1년은 집값 급락을 막기 위한 경착륙 해소라는 나름의 성과를 남겼다. 동시에 여전히 높은 집값과 깡통전세라는 주거 불안정성도 키웠다. 한 마디로 ‘초양극화’ 현상이 벌어졌다는 평가다. 지난 1년 부동산 정책을 돌아보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미국발 금리인상 기조로 인한 불완전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것에 열을 올렸다. 그 핵심은 올해 초에 있던 ‘1·3 부동산 대책’을 통한 연착륙 유도다. 이를 통해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 유예하고 취득세를 완화하며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덜게 했다. 특히 대출과 세제, 청약에 영향을 주는 규제지역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을 제외하고 모두 해제한 파격적 제도개선도 단행했다. 하루가 다르게 급락하던 아파트 가격은 하락폭이 좁혀지며 보합을 이뤘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던 서울 대단지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이나 장위자이레디언트 등은 초반 부진을 딛고 완판(완전판매)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입주권이 약 4억원의 프리미엄(웃돈·P)이 붙은 곳도 있다. 다만 무주택자 사정은 다르다. 비정상적으로 급상승한 집값이 상승분을 반납하고 하향세를 이루다가 바닥을 찍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의지가 재차 꺾이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없는 고정금리 대출상품 ‘특례보금자리론’이 역할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집값이 높다고 생각하는 무주택자들은 주택 매매를 머뭇거린다. 주변 시세 대비 70~80% 분양가인 윤석열 정부의 공공주택 ‘뉴:홈’은 여전히 부족한 공급으로 당첨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마저도 최근 공공주택의 주차장 붕괴사고로 공공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 게다가 전세사기 예방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은 이미 깡통전세 회오리 속에 들어온 임차인을 제때 보호하지 못해 사회적 재난을 키웠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연락도 없이 임대인끼리 주택을 거래하고 뒤늦게 그 사실을 안 세입자가 전세사기에 휘말리는 것이 아닐까 털이 곤두서기도 한다. 일명 ‘전세 포비아(공포증)’가 곳곳에 퍼지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2년차는 밀린 숙제를 푸는 것에 주안점을 둘 것이다. 국회에 계류된 다주택자의 세금완화나 실거주 의무 폐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해결을 다수당과 협의해야 한다. 또한 전세사기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 극단적 선택의 기로에 선 임차인을 구해야 한다. 집권 2년차에 들어서는 윤석열 정부는 다주택자와 주거취약자 사이 양극화를 해소할 준비가 돼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김준현 ㅇㅁㅇ

[기자의 눈] 국제사회와 따로 가는 한국의

그동안 우리나라 산업계는 화석연료를 원료·에너지원으로 활용해왔다. 화석연료는 일련의 공정을 거치면 탄소(C)와 산소(O)가 반응한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한다. 이에 석유화학·정유·철강 등 굴뚝산업 중심의 우리나라는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도 샀다.현재 우리는 2020년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이 기술 없이는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다고 밝힌 ‘CCUS’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CCUS는 산업 공정 상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 후 이를 활용·저장하는 기술이다.CCUS는 산업 공정에 적용될 시 진면목을 발휘한다.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포집된 탄소를 원료로 재활용해 ‘탄소 순환’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국제해사기구(IMO)의 EEXI/CII 등 강화되는 국제사회 환경규제의 훌륭한 대안으로도 꼽힌다.또한 전 세계 주요국들은 CCUS 기술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CCUS 기술 개발 지원 확대와 투자 대상 물색에 나서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는 탄소 지중 저장소를 찾기 위해 글로벌 회사와 공동 조사를 준비 중이다.다만 우리 정부는 CCUS가 산업계의 핵심 탄소감축 기술이 아니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정부는 올해 3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계획(NDC)을 발표하면서 ‘산업 부문(11.4%)’과 ‘CCUS 부문(11.2%)’을 따로 분리해뒀다. 이는 산업계가 CCUS 기술을 적용해 탄소를 감축하더라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CCUS에 대한 산업계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경고한다. "CCUS가 산업 부문에 포함되지 않았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구나"라는 식이다. 혹은 "CCUS 단독으로 탄소 감축을 어떻게 하지?"라는 의문도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지금이라도 정부는 CCUS에 대한 올바른 방향성을 잡아줘야 한다. CCUS가 단순히 탄소 저감 뿐 아니라 산업계 경쟁력이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미뤄볼 때, 산업계의 투자나 연구개발을 장려할 수 있는 전향적인 방법론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lsj@ekn.kr이승주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그래도 ‘리니지라이크’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모바일 게임 최고 매출 순위가 격변하고 있다. 최근 게임사들이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을 쏟아내자 익숙한 게임시스템과 비즈니스 모델(BM)로 ‘리니지라이크’(리니지와 유사한 게임)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지만 정작 이용자 지표에서는 큰 성과를 보이는 모습이다. 실제로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4일 기준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 최고 매출 게임 1위는 위메이드 신작 MMORPG ‘나이트 크로우’가 차지했다. 구글플레이만 보더라도 상위 10위권 내 MMORPG는 7개다. 4위를 기록하고 있는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는 현재 엔씨소프트와 저작권 침해 여부를 다투고 있다. 나이트 크로우와 프라시아 전기 역시 출시 초반 일부 이용자들에게 리니지 라이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흥행 보증 수표라는 리니지라이크 공식은 여전히 국내 이용자들에게 통하는 셈이다. 오히려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리니지M을 제외하고 리니지W, 리니지2M은 순위권에서 뒤로 밀려났다. 올해 1분기 넥슨을 제외한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일부 매출이 증가한 곳은 있지만 마케팅, 인건비 등이 발목을 잡았다. 여전히 게임사 매출의 큰 축을 담당하는 것은 주로 각 사의 모바일 MMO다. 학계에서 또는 게임 이용자들은 리니지 라이크로 불리는 국산 모바일 MMO의 범람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기업들이 경영 측면에서는 매출을 보장받는 장르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현실이다. 원신, 탕탕특공대 등 독특한 콘셉트와 시스템으로 무장한 글로벌 게임들이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사례도 종종 발견되지만,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하기까지 버틸 수 있는 시간과 자본력은 필수적인 요소다. 실제 국내 많은 소규모 인디 게임 개발사들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게임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경영상 어려움에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다. 게임 출시 전까지는 특별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한 개의 게임을 개발하기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모바일 MMO 일변도의 현 국내 게임시장을 막연히 비판하고 게임사들에 새로운 장르의 발굴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소규모 게임 개발사 투자 등 충분한 지원을 통해 그것이 가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비판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용자들 역시 ‘모바일 MMO는 리니지 라이크’라는 인식에만 매몰되지 않고 같은 장르 속 그 게임만의 특별함을 먼저 응원해 주길 바란다. sojin@ekn.kr증명사진 윤소진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K-술 육성에 국산 위스키

로얄살루트, 산토리 등 수대에 걸쳐 명성을 유지하는 외국산 위스키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우리한테도 세계에 내놓을 만한 대표 위스키가 있는가라고. 코로나19로 홈술 열풍이 불면서 소비 주도층이 20~30대 MZ세대까지 확산되는데 힘입어 국내 위스키 시장이 다시 부활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을 대표하는 ‘K-위스키’는 찾아보기 힘들다. 윈저·임페리얼 등 이른바 ‘로컬 위스키’로 불리는 제품도 해외에서 원액을 들여와 국내에서 병입하는 수준에 그쳐 엄밀히 말하면 100% K-위스키라고 볼 수 없다. 그나마 쓰리소사이어티·김창수 위스키 등 소규모 양조장 위주로 국산 위스키를 선보이고 있으나 극소량 출시돼 시장에서 존재가 미미하다. 다행히 국산 위스키라는 희소성 타이틀에 힘입어 출시되기를 기다려 금방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는 오픈런 현상을 누리거나 중고시장에서 웃돈거래되는 ‘귀한 대접’을 맞고 있다. 지난해부터 롯데칠성음료·신세계L&B 등 대기업들이 위스키 증류소 설립에 나서면서 국내 위스키 시장에 ‘K-위스키’ 새 바람이 불 것이라는 조심스런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사업 초기에는 적극적인 투자나 제품 개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현행 주세 체계와 제조 비용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생산할 때 수지타산에 맞지 않아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오죽하면 주류업계에서 "100만원대 고급 위스키를 싸게 마시는 방법은 저비용 항공사(LCC)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가서 먹고 오는 것"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돌 정도일까. 술의 양을 기준으로 위스키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가격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를 적용해 고급 술을 만드는데 불리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행 주세 체계가 국산 위스키는 물론 전통주 등 우리술 활성화를 막는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류업계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정부 주도 아래 민관협력 K-리큐어(Liquor) 수출지원협의회가 출범한 당시 국산 위스키 ‘김창수위스키증류소‘의 김창수 대표가 "수입 위스키에 비해 높은 국산 위스키 주세 부담을 낮추거나 종량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발언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K-주류 인지도 확산을 모색하는 자리에서 국내시장에서조차 국산 주류가 빛을 발하지 못하는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과거 상류층의 술로만 여겨졌던 위스키가 소비층 확대로 더 대중화되고 주요 소비품목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물가)의 관점으로 과세 기준을 삼는 것은 시류에 맞지 않다고 본다. 서민 주류인 소주와 함께 위스키가 증류주로 묶인 탓에 종량제로 전환 시 애로사항은 있겠으나, 과도한 음주에 따른 사회적 비용 등을 관리하는 차원에서라도 주세 개편이 필요할 때다. inahohc@ekn.kr조하니 기자 조하니 유통중기부 유통팀 기자.

[취재파일] 벤처 복수의결권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의 경영권 보호를 위한 ‘복수의결권주식’ 제도가 오는 11월부터 시행된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벤처업계와 정부는 ‘부작용’보다 ‘순기능’이 클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벤처창업가 출신인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역시 "벤처기업을 창업해 성장시키며 누구보다 복수의결권의 필요성을 체감했다"며 직접 경영현장에서 느낀 제도의 필요성을 토로한 바 있다.그럼에도 복수의결권 도입을 담은 벤처기업법 개정법이 국회 통과를 거쳐 9일 정부 국무회의 의결에 이르기까지 제기돼 온 제도 시행에 따른 우려와 폐지의 목소리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정부는 제도 남용을 막기 위해 고시 의무화·과태료·형사처벌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기존 주식거래 관련 관리 규정들과 비교해 보면 복수의결권 제도를 위한 차별화된 안전장치라 하긴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제도 적용대상을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정하고,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편입되는 즉시 보통주로 전환되기 때문에 대기업이 활용할 수 없다고 정부는 설명한다.그러나, 이번에 도입되는 제도에 벤처기업 지위에서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했다면 추후 중소기업의 범위를 벗어나 벤처기업 지위를 상실하더라도 복수의결권주식이 유효하다는 특례를 허용하고 있다.향후 대기업이 해외시장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에 대처하기 위해 복수의결권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나선다면 이를 거부할 명분이 해당 특례 때문에 퇴색된다는 반대론자의 우려가 ‘기우(杞憂)’가 아닐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오는 11월 이후 탄생할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1호 벤처기업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어떤 분야이든 ‘1호’가 주목받듯이, 행여 첫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기업이 잡음을 내거나 모범 운영을 보이지 못한다면 반대 목소리는 언제든 다시 제기되고 강도가 더 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복수의결권 도입을 반대해 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자에게 "오는 16일 공포되는 벤처기업법 개정법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이 발의한 대안으로, 사실상 정부안이 통과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이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한 대로 시행되는 만큼 정부는 제도의 성공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미 1호 후보 벤처기업을 물밑에서 찾고 있을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제기하며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1호 기업’에 주목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왕에 제도가 시행되는 만큼 복수의결권 제도가 우려를 씻고 순기능을 발휘해 정착하려면 중기부 직권조사 절차나 신고절차 같은 감시기능을 구체화할 하위법령 마련에 정부의 보다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kch0054@ekn.kr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기자의 눈] "정부야 다 울었니? 그럼 이제 할 일을 하자"

"다 울었니? 그럼 이제 할 일을 하자."살다 보면 하기 싫은 무언가를 해야 할 때가 많다. 직장인이라면 하기 싫은 업무를 맡아 마무리 해야 할 때가, 학생이라면 재미없는 과목을 공부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늘 우리 눈 앞에는 방학숙제나 건강검진처럼 귀찮고 싫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이 마치 ‘인생 퀘스트’처럼 기다리고 있다. 힘들어서 울어 버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차일 피일 미룬다고 능사가 아니다. 이 유행어는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부드러운 일침을 가한다.나랏일이라고 다를 바 없다. 정부와 여당도 마찬가지다. 책임감이 무거우니 ‘왜 하필 경제위기라는 어려운 시국에 집권을 했을까’라는 억울함도 당연히 생기겠다. 그렇다고 세상 탓, 남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역시나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년차에도 남 탓 공격에 집중했다.윤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앞둔 하루 전날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전 정부의 반시장적·비정상적 정책이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또 증권합수단(증권범죄합동수사단) 해체로 금융시장 반칙행위 감시체계가 무력화되면서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 투자 사기를 활개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마약 범죄에 대해서도 과거 정부가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돼 나타난 결과라고 비판했다.남 탓 퍼레이드의 종지부는 야당을 향했다. 윤 대통령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거야(巨野)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이만큼이나 정치적으로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상황을 공유한 수준이다. 아직까지는 무책임하다고 손가락질하기 이르다.대통령의 발언이 진정으로 남 탓이 아닌 해결책을 찾기 위한 분석이라면 그 다음이 달라져야 한다. 좋으나 싫으나 야당의 의견도,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은 국민 여론도 수렴해야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1년 째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 창구인 언론과는 점점 거리를 둔다. 발표하는 정책마다 여론에 뭇매만 맞으며 원점 재논의에 들어간다. 뚜렷한 국정 성과를 찾기도 힘들다.대통령 임기 5년을 사람 수명 100살에 비유해보자.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넘어가고 있으니 이제 20살을 넘은 성인이다. 성인과 미성년자를 구분하는 큰 차이점은 책임주체다. 미성년자는 잘못을 저질러도 법적으로나 도의적인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지지 않는다. 보호자가 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성인은 자신의 언행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당사자가 짊어져야 한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들어 국정운영에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할 성인이 된 윤석열 정부에게 한 마디 하겠다. "다 탓했나? 그럼 이제 할 일을 하자."

[기자의 눈] 尹대통령 국빈 방미서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에서 태양광 발전에 ‘태’자도 꺼내기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여파는 외교에까지 미쳤다. 국제협력에서도 태양광은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윤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국내기업과 미국기업이 에너지 분야에서 총 23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중 소형모듈원전(SMR)과 수소를 중심으로 MOU를 체결했고 태양광은 단 한 건도 등장하지 않았다. SMR과 수소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지만 아직 제대로 상용화되지 않은 에너지원이다. 이들로 MOU를 체결해도 당장 의미 있는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 반면 태양광은 미국에서 실제로 대규모로 진행되는 사업으로 국내 기업의 효자 수출상품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태양광 제조기업인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수출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재생에너지 부문 매출에서 지난해 동기 대비 48.4% 증가한 1조3661억원을 기록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방문해 태양광 패널 250만개를 주문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더 높은 효율을 보이는 태양광 패널을 개발하는 경쟁도 치열하다. 윤 정부가 에너지산업 수출에 관심이 있다면 태양광은 사실 국제협력에서 빠질 이유가 없다. 태양광이 국제협력에서 빠진 건 정치적인 이유로 보인다. 태양광은 지난 문재인 정부의 육성 정책으로 성장했으나 각종 비리로 문제를 일으키며 윤 정부의 심기를 건들였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9월 예산 부실 집행 등 태양광 사업에 대한 일부 비리를 포착했다. 올해 봄에 태양광은 호남에서 대규모 정전을 일으킬 위험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 태양광 시공업자와 발전사업자가 일으키는 일부 문제점과 미국에 태양광 부품을 수출하는 제조업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태양광 발전사업과 시공업, 제조업 간의 차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로 이번 미국과 MOU에서 태양광을 제외시킨 것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 에너지 수출 전략에서 태양광을 정치적인 이유로 버리는 건 아까운 일이다. wonhee4544@ekn.kr이원희(증명사진)

[기자의 눈]

하루가 멀다 하고 ‘음주운전’ 사고가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최근 경기도 광주시에선 면허 취소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190% 상태의 운전자가 택시를 들이 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50대 택시 운전기사는 숨졌고, 조수석에 탑승했던 승객의 양측 팔이 골절되는 등 중상을 입었다. 지난달 8일 대전에서도 60대 남성이 술에 취한 채 차를 몰다가 맞은편 인도로 돌진, 배모양을 비롯해 인도를 걷던 어린이 3명을 치는 ‘대낮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배양은 목숨을 잃었으며, 현장에 있던 어린이들도 크게 다쳤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남성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108%였다. 게다가 상습범이었다. 지금도 어디선가 음주운전은 계속되고 있고, 그로 인한 사고 역시 진행 중이다. 사회는 물론,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 정도로 치부하는 현행법을 뜯어 고쳐야 한다고 강하게 목소리 내고 있다. 음주운전 단속 기준 등 제도가 강화되고 있으나,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그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호주에선 혈중알코올농도 0.15%를 넘은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면 초범은 최소 1년, 재범은 최소 2년에서 최대 영구 박탈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독일과 미국에선 경우에 따라 영구 박탈하기도 한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 발생 시에도 형량이 높다. 영국만 봐도 최소 1년 6개월∼최고 14년 형의 엄벌을 내리고 있으며, 미국 워싱턴주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시 최고 무기징역형을 선고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행법 상 음주운전에 대해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을 내리는 게 일반적이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다고 해도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지만, 대개 징역 8년을 넘은 경우가 거의 없다. 얼마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음주운전 처벌자를 대상으로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부착해야만 하는 ‘조건부 운전면허’를 발급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부착 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여전히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 발의는 눈에 띄지 않는다.음주운전은 엄연한 범죄다.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일으킨 자는 ‘살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이라도 국회에선 처벌 하한선을 높이는 법안 마련에 힘 써야 하며, 법원과 검찰은 선고와 구형을 강화해야 한다.김아름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작전세력의 피해자 코스프레

"연예인, 그룹 회장, 국회의원, 병원장, 프로골퍼…"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發)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많은 인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 가수 임창정 등 이미 알려진 인물들만 여러 명이다.참 아이러니 한 것은 ‘남 탓’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라 대표도 자신은 손해를 본 피해자이며, 시세 조종은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주가 폭락의 배후로 김 회장을 지목한 상태다. 김 회장은 강력하게 반격하고 있다. 키움증권과 김 회장은 2일 서울경찰청에 라덕연 H투자자문업체 대표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라 대표의 발언은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교묘하게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심각하게 실추시켰다고 비판했다.임창정도 60억 피해를 주장하고 있지만, 주가 조작 의혹 모임에 참석한 영상 등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의혹을 더하는 중이다. 특히 임창정은 라 대표를 ‘종교’라 칭하며 청중 앞으로 나가 마이크를 잡고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적극 권유하기도 했다. 또 그는 주가조작세력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골프장 계약 자리에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언급되는 사람마다 "나는 죄가 없다. 돈을 잃은 피해자다"라고만 외치고 있다.주가조작의 정황들은 넘쳐나는데 피해자만 가득하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짜고 치는 ‘통정거래’는 불법이다. ‘운용자금 1조원 돌파’ 파티까지 열며 돈 버는 재미를 느끼던 그들의 모습은 이제 그 어디에도 없다. 서로 피해를 주장하며 법적 공방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관련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검사 시절 ‘경제수사통’으로 불리던 이복현 금감원장은 "재산의 유무 또는 사회적 위치 고려 없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빠른 시일 내에 피해자 뿐만 아니라, 가해자도 있는 조사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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