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광장에서 ‘국민임명장’…李 대통령 “국정 운영의 중심은 국민”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국정 운영의 모든 중심에 국민을 두겠다는 '국민주권정부' 실천을 다짐했다. 지난 6월4일 취임한 후 73일 만에 대국민 취임식을 겸한 '국민임명식' 자리에서다. 다소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느낌의 '취임식' 대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가치를 실천하겠다는 차원에서 국민 대표들이 직접 임명장을 수여한다는 형식의 행사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연단에 '모든 국민들의 마음을 담아 내겠다'는 뜻의 하얀색 넥타이를 매고 부인 김혜경 여사와 함께 입장했다. 이 대통령은 단상에서 국민 대표 80명이 각자의 이름으로 작성한 '국민임명장'을 수여받았다. 국민 대표 80명에는 아덴만의 여명 작전으로 유명한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이세돌 9단, 광주 항쟁 당시 가두 방송을 한 시민 등 국가 발전에 기여한 인사들은 물론 소버린 인공지능(AI) 개발 기업 관계자 등 과거와 현재, 미래의 한국을 이끌어 왔고 이끌어갈 사람들로 선정됐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었다. 이들의 임명장을 받은 이 대통령은 미리 준비한 감사문을 낭독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대한민국 주권자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오직 국민만 믿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향해 성큼성큼 직진하겠다"면서 “국민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임명장을 건네받아 한없이 영광스럽고, 한없이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젊음을 바쳐 국토를 지켜낸 여러분, 땀으로 근대화를 일궈낸 여러분 덕분에 세계 10위 경제 강국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며 “나라에 국난이 도래할 때마다 가장 밝은 것을 손에 쥔 채 어둠을 물리친 여러분이 있었기에 피로 일군 민주주의가 다시 숨을 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위대한 80년 현대사가 증명하듯 대한민국 국력의 원천은 언제나 국민이었다"며 “'국민주권 정부'는 국정 운영의 철학과 비전의 중심에 언제나 국력의 원천인 국민을 두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민의 역량이 곧 나라의 역량"이라며 “국민의 잠재력과 역량을 키우는 일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5천200만 국민 한 명 한 명이 행복한 만큼 국력이 커지고, 그 국력을 함께 누리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 그 모든 미래의 중심에 위대한 국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이야기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인구 감소와 관련해 “정든 학교가 없어지지 않겠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바람, 마을이 아이들로 넘쳐나면 좋겠다는 어르신들의 소망을 무겁게 받아안고 '함께 잘 사는 나라'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평화 정착, 국민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접경지역 주민과 참사 유가족을 거론하며 “평화롭고 안전한 나라로 피어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인들과 스포츠 꿈나무들의 땀과 노력을 언급하면서는 “그 꿈에 날개를 달겠다"고 다짐했다. 경제와 관련해선 “기업인이 자유롭게 성장해 세계 시장을 무대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인이 오직 혁신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역경은 전례 없이 험준하지만, 우리가 이겨낸 수많은 위기에 비하면 극복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라며 “하나 된 힘으로 위기를 이겨내고 더 영광스러운 조국을 더 빛나게 물려주자"고 당부했다. 이어 “위대한 대한국민께서 다시 세워 주신 나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임명된 것이 한없이 자랑스럽다"며 연설을 마쳤다. 이날 행사는 가수 이은미의 사전 공연에 이어 10여분간 이 대통령에게 국민임명장이 수여되고 감사 편지가 낭독되는 등 본행사가 진행됐다. 이후엔 지난 12.3 비상계엄 이후 잘 알려진 '다시 만난 세계' 등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미리 신청을 받은 3500명의 일반 국민들이 참석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 우원식 국회의장 등 여권 관계자들도 대거 자리했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과 경제6단체장 등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개혁신당 등 일부 야당들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면에 항의해 불참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등도 건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대통령실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상주 외교 사절과 국제기구 대표, 경제 단체장 등을 초청해 기념 만찬을 주최했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광복 80주년’ 엇갈린 韓中日···정부 “유력 정치인 야스쿠니 참배 유감”

광복절인 15일 한국, 중국, 일본 3국에서는 각기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우리 정부는 일본 유력 정치인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 관련 유감의 뜻을 밝혔다. 중국은 일본에 “침략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일본 언론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발언을 전하며 “한국이 일본과 관계 강화를 원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며 “이는 양국간 신뢰에 기반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한 중요한 토대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현직 각료이자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은 이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우익 성향 정치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하기우다 고이치 전 정조회장 등도 참배했다. 작년 10월 이시바 내각 출범 이후 현직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시바 총리는 참배는 하지 않고 공물 대금을 봉납했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명의 영령을 추모하고 있다. 그중 90%에 가까운 약 213만3000위는 태평양전쟁과 연관돼 있다.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도 합사돼 있다. 중국도 일본에 경고장을 날렸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은 이날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 80주년을 맞아 일본이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고 저격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이날 남부 윈난성 안닝에서 열린 '란창강·메콩강 협력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80년 전 오늘 일본은 패전해 포츠담 선언을 수용하고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며 “당시 일본 군국주의가 발동한 침략 전쟁은 중국과 아시아 각국 인민에 심대한 재난을 초래했고, 일본 인민 역시 깊이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일본의 일부 세력은 여전히 침략을 미화·부인하고 역사를 왜곡·수정하며 심지어 당시 전쟁 범죄를 뒤집고 되살리려고 하고 있다"며 “이런 행위는 유엔 헌장과 전후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며 인류의 양심에 대한 도전이자 모든 승전국 인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역사를 직시해야만 존중을 얻을 수 있고, 역사를 거울로 삼아야만 미래를 열 수 있으며 앞일을 잊지 말아야 다시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을 수 있다"며 “우리는 일본이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이 대통령이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 협력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양국 관계 발전에 의욕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교도통신은 이 대통령이 '일본은 경제 발전에 있어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라고 언급한 점에 주목했다. 이에 경축사에서는 일본과 관계 강화에 다시 의욕을 드러냈다고 해설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3년 만에 혁신(진보)계 정권이 들어섰지만, 보수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대일 관계 개선 노선을 유지해 일본과 관계를 중시하는 자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연설에서 일본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일본과 경제 등의 측면에서 협력을 중시하는 자세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흡수통일 안해…日은 이웃”…李 대통령, 對北 대화 복원·韓日 관계 개선 선언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광복 80주년을 맞아 북한을 향해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 통일을 추진하지 않으며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단계적 복원하자고 제안하는 등 대화 재개의 손길을 내밀었다. 일본에 대해선 “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라는 표현하면서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자는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 축사를 통해 북한을 향해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 단절시킨 남북 협력 관계를 복원하자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 대통령은 “낡은 냉전적 사고와 대결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숱한 부침에도 이어지던 남북 대화가 지난 정부 내내 끊기고 말았다. 엉킨 실타래일수록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풀어야 한다"며 “먼 미래를 말하기에 앞서 지금 당장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라고 제안했다. 대화 복원에 대한 현 정부의 정책과 향후 방안에 대해서도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신뢰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만들어진다. 국민주권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전단살포 중단,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다"며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일관되게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합의 존중과 이행을 통해 남북 관계의 복원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남과 북은 원수가 아니다.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하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의 특수관계"라며 “남북기본합의서에 담긴 이 정신은 6·15 공동선언, 10·4 선언,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까지 남북 간 합의를 관통한다. 우리 정부는 기존 합의를 존중하며 가능한 사안은 바로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또 “특히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다"며 “광복 80주년인 올해가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갈 적기다. 신뢰를 회복하고 단절된 대화를 복원하는 길에 북측이 화답하길 인내하면서 기대하겠다"고 덧붙였다. 북한핵 문제에 대해선 강경한 언급을 삼가한 채 국제 협력을 통해 평화적으로 풀어가자는 원칙론을 제시했다. 그는 “평화로운 한반도는 '핵 없는 한반도'"라며 “비핵화는 복합적이고 어려운 과제임을 인정한다. 남북, 미북 대화와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며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대를 넓히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을 향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은 분단을 빌미 삼아 끝없이 국민을 편 가르며 분열시켰다전쟁의 참화 속으로 국민을 몰아넣으려는 무도한 시도마저 서슴지 않았다"고 꼬집으면서 “안타깝게도 우리 정치가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정치문화를 바꿔야 한다. 낡은 이념과 진영에 기초한 분열에서 탈피해 대화와 양보에 기초한 연대와 상생의 정치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한일 관계에 대한 현 정부의 원칙과 외교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서)양국은 오랫동안 굴곡진 역사를 공유했기에 관계 정립 문제는 늘 중요한 과제로,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며 “우리 곁에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분이 있고, 입장을 달리하는 갈등도 존재한다.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자 경제 발전의 중요한 동반자"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독립지사들의 꿈도 기억한다. 가혹한 식민 지배에 맞서면서도 언젠가 양국이 진정한 이웃이 될 것이란 희망을 놓지 않았던 선열들의 염원을 이어가야 한다"면서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원칙으로, 셔틀외교를 통해 자주 만나고 솔직히 대화하면서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상생협력의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를 향해선 “신뢰가 두터울수록 협력의 질도 높아지기 마련"이라며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의 신뢰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독립유공자들에 대한 보훈과 예우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지난 80년간 눈부신 성취를 이뤘다"며 “이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닌, 스스로를 불사른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일궈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실 때 그 물의 기원을 생각한다는 말처럼 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것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응당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랑스러운 항일투쟁의 역사를 기리고 독립유공자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며 “독립투쟁의 역사를 부정하고 독립운동가들을 모욕하는 행위는 더는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 말미에 120년 만에 또 다시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한반도의 정세를 강조하면서 국민들의 경각심을 고조시켰다. 또 12.3 비상계엄 사태를 극복해 낸 '빛의 혁명'을 거론하면서 국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통한 극복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한미 관세협상은 하나의 파도에 불과하다"며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치이다 마침내 국권을 빼앗겼던 120년전 을사년의 과오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2025년 을사년은 그때와 달라야 한다. 난파하느냐 도약하느냐는 우리에게 달렸다"며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평화와 번영이 가득한 국민주권의 빛이 꺼지지 않는 나라로 함께 가자"고 당부했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李대통령 “北체제 존중하고 흡수통일도 추구 안해…日과 상생협력 모색”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 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낡은 냉전적 사고와 대결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숱한 부침에도 이어지던 남북 대화가 지난 정부 내내 끊기고 말았다. 엉킨 실타래일수록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풀어야 한다"며 “먼 미래를 말하기에 앞서 지금 당장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신뢰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만들어진다. 국민주권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전단살포 중단,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다"며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일관되게 취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남과 북은 원수가 아니다.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하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의 특수관계"라며 “남북기본합의서에 담긴 이 정신은 6·15 공동선언, 10·4 선언,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까지 남북 간 합의를 관통한다. 우리 정부는 기존 합의를 존중하며 가능한 사안은 바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다"며 “광복 80주년인 올해가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갈 적기다. 신뢰를 회복하고 단절된 대화를 복원하는 길에 북측이 화답하길 인내하면서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 대통령은 “평화로운 한반도는 '핵 없는 한반도'"라며 “비핵화는 복합적이고 어려운 과제임을 인정한다. 남북, 미북 대화와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며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대를 넓히겠다"고 했다. 정치권에도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은 분단을 빌미 삼아 끝없이 국민을 편 가르며 분열시켰다"며 “전쟁의 참화 속으로 국민을 몰아넣으려는 무도한 시도마저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우리 정치가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정치문화를 바꿔야 한다. 낡은 이념과 진영에 기초한 분열에서 탈피해 대화와 양보에 기초한 연대와 상생의 정치를 함께 만들어갈 것을 거듭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관계에 대해서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원칙으로 미래지향적인 상생협력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은 오랫동안 굴곡진 역사를 공유했기에 관계 정립 문제는 늘 중요한 과제"라며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 곁에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분이 있고, 입장을 달리하는 갈등도 존재한다"면서도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자 경제 발전의 중요한 동반자"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독립지사들의 꿈도 기억한다. 가혹한 식민 지배에 맞서면서도 언젠가 양국이 진정한 이웃이 될 것이란 희망을 놓지 않았던 선열들의 염원을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원칙으로, 셔틀외교를 통해 자주 만나고 솔직히 대화하면서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상생협력의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를 향해서도 “신뢰가 두터울수록 협력의 질도 높아지기 마련"이라며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의 신뢰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촉구성 메시지를 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3일 방일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이 대통령은 과거 독립운동가를 기리고 유공자를 예우하는 등 보훈의 중요성도 부각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지난 80년간 눈부신 성취를 이뤘다"며 “이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닌, 스스로를 불사른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일궈낸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실 때 그 물의 기원을 생각한다는 말처럼 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것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응당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랑스러운 항일투쟁의 역사를 기리고 독립유공자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며 “독립투쟁의 역사를 부정하고 독립운동가들을 모욕하는 행위는 더는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를 마치며 “우리는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한미 관세협상은 하나의 파도에 불과하다"며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치이다 마침내 국권을 빼앗겼던 120년전 을사년의 과오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025년 을사년은 그때와 달라야 한다. 난파하느냐 도약하느냐는 우리에게 달렸다"며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평화와 번영이 가득한 국민주권의 빛이 꺼지지 않는 나라로 함께 가자"고 당부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조국 등 특별사면에…李 지지율 50%대로 추락[한국갤럽]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50%대로 추락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15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를 묻자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59%로 나왔다. 이는 직전 조사(7월 3주차)보다 5%포인트 하락한 수치이자 취임 후 최저치다. 긍정 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15%), '전반적으로 잘한다'(9%), '소통'(8%), '민생회복지원금'·'열심히 한다/노력한다'(6%), '직무 능력/유능함'·'전 정부 극복'·'외교'(5%) 등 순으로 나타났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7%포인트 상승한 30%로 집계, 취임 후 처음으로 30%대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특별사면'(22%), '과도한 복지/민생지원금'(11%), '외교'(10%), '도덕성 문제/자격 미달'·'경제/민생'(7%), '인사(人事)'·'전반적으로 잘못한다'(5%) 등을 이유로 들었다. 부정 평가 이유 1순위가 4주 전 '과도한 복지'에서 '특별사면'으로 바뀌었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41%로 지난 조사 때보다 3%포인트 하락했고 국민의힘 지지도는 3%포인트 상승한 22%로 나타났다. 이에 양당 간 지지율 격차는 19%포인트로 좁혀졌다.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은 각각 3%, 진보당은 1%로 집계됐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28%였다. 이와 함께 오는 22일 열리는 국민의힘 정당대회와 관련, 예비경선을 통과한 후보 4인 중 누가 당대표가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 조경태 22%, 김문수 21%, 안철수 18%, 장동혁 9%로 나타났고, 30%는 의견을 유보했다. 국민의힘 지지층 중에서는 절반가량(46%)이 김문수, 그다음으로 장동혁(21%)을 지목했다. 이번 국민의힘 지도부 선거에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를 80%, 일반 여론조사를 20% 비율로 반영한다. 일반 여론조사는 전체 유권자가 아닌 국민의힘 지지층과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 기준이다. 해당 기준으로 보면 김문수 31%, 안철수·장동혁 14%, 조경태 8%로 나타났다. 33%는 의견을 유보했다. 지난해 12월 징역 2년 형을 확정받고 구속 수감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과 관련, 찬성 43%, 반대 48%로 찬반 격차가 크지 않았다. 9%는 의견을 유보했다. 연령별로 보면 40·50대는 찬성이 60%에 육박하고, 이외 연령대에서는 반대가 50% 이상이다. 특히 30대는 반대가 62%로 나타났다. 중도층에서는 반대가 50%로, 나타났고 무당층에서도 반대(63%)가 우세했다. 아울러 일본에 대한 호감을 묻는 질문엔 38%가 '호감 간다', 45%가 '호감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17%는 의견을 유보했다. 1989년 이후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냉온탕을 오갔다. 일명 '고노 담화' 발표 후인 1993·1994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 이듬해인 2003년 30%대 중반까지 올랐다가 2005년 일본 시마네현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 후 20%로 급락하기도 했다. 일본 호감도 최고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 41%, 최저치는 아베 내각 출범 후 양국 갈등 장기화, 무역 분쟁으로 한국 내 일본 불매 운동이 확산하던 2019년 12%다. 일본 사람에게는 한국인 중 56%가 '호감 간다' 26%가 '호감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18%는 의견을 유보했다. 또 광복 80주년을 맞아 '항일 독립운동가' 하면 생각나는 인물을 묻는 질문에 '안중근'(47%), '유관순'(45%), '김구'(43%)가 가장 많았고, '윤봉길'(23%), '안창호'(19%), '홍범도'(8%), '김좌진'(5%), '이승만'(3%), '이봉창'·'윤동주'(1.6%)가 뒤이었다. 이번 조사의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접촉률은 42.1%, 응답률은 13.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광복절 특사’로 돌아온 조국…합당·출마·대권 ‘3대 변수’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15일 0시 서울 남부교도소에서 석방됐다. 정치권에서는 조 전 대표의 행보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태풍의 눈'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민주당과의 합당 여부, 서울시장·부산시장 등 출마 가능성에 향후 대권 주자로 뛰어들 지 여부 등에 따라 정치 지형이 크게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혁신당은 지난 11일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 발표 직후부터 조 전 대표의 당 대표직 복귀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임시 최고위와 당무위를 잇따라 열어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을 포함한 현 지도부 임기 단축과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의결했다. 이어 14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차규근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확정했다. 선관위는 내주 중 전 당원 투표를 통해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에 대한 동의를 거친 뒤 본격적인 전당대회 준비에 착수할 예정이다. 조 전 대표의 복당도 같은 시기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재관 수석대변인은 '조 전 대표 복귀를 염두에 둔 결정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혁신당의 이 같은 속도전 배경에는 조 전 대표의 당대표 복귀에 대한 당내 암묵적 공감대가 자리하고 있다. 당원들의 복귀 요구가 높고, 지도부를 비롯한 다수 당 구성원이 이를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어 절차를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정치권이 주목하는 첫 변수는 여권 합당 여부다. 166석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이 향후 정치 지형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내란 종식'을 명분으로 합당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 11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생각이 같고 이념이 같고 목표도 같다면 저는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이 합당해서 지방선거, 총선, 다음 정권 재창출까지 해야 우리나라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합당이 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합당론이 힘을 받는 배경에는 현실적인 선거 계산이 깔려 있다. 민주당으로선 당세가 분산될 경우 호남 일부 지역에서 패배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혁신당의 호남 내 위력은 이미 입증됐다. 지난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혁신당은 호남에서 45.74%를 득표해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37.92%)을 제쳤다. 올해 4월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였던 민주당을 꺾고 첫 지방자치단체장을 배출하기도 했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텃밭인 호남에서 패배하면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내년 지방선거 성적표를 연임 명분으로 삼아야 하는 정청래 대표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양당 지도부는 합당론에 대해 일단 거리를 두고 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시대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당내에서 진지하게 검토한 적 없다"며 “민주당이 놓치고 있는 진보 개혁 의제를 과감히 제시하고 건강한 경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 변수는 출마다. 범여권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정치적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 등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특히 조 전 대표 고향인 부산시장 출마설이 피어오르고 있다. 반면 차기 대선까지 5년이 남은 만큼, 지방선거보다 당을 직접 이끌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임명으로 각각 공석이 된 인천 계양을이나 충남 아산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여의도로 복귀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은 행정 업무에 매여 당 운영에 제약이 불가피해서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 전 대표의 선거 출마와 관련한 물음에 “아직 사면도 결정이 안 됐는데 너무 (논의가) 빠르지 않느냐"면서도 “(지방선거든 보궐선거든) 어느 쪽이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조 전 대표의 출마 얘기는 너무 앞서 나간 얘기"라며 선을 그었다. 세 번째 변수는 차기 대권이다. 조 전 대표가 향후 여론 흐름에 힘입어 '대선주자급'으로 위상을 높일 경우, 조국혁신당의 정치적 입지 강화는 물론 범여권 내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최근 SNS에서 조 전 대표의 저서 '조국의 공부'를 추천하며 “처해 있는 상황은 안타깝지만 그 시간을 그렇게 활용해 줘서 고맙다"고 밝혔다. 조 전 대표는 복당 절차를 마치는 대로 전국 순회에 나설 계획이며, 이 과정에서 경남 양산 평산마을의 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닮은 꼴’ 한일 정상 첫 회담…北·美·中 맞설 협력 관계 맺을까?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3~24일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미중 패권 전쟁 속에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비슷한 '중도 진보' 성향의 양국 정상이 만나게 돼 두 나라가 과거사 문제를 해소하고 '미래 지향적' 협력 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지 주목된다. 1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일본을 들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23∼24일 실무 방문 형식으로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 및 만찬 일정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도 이날 회담 일정을 확인하며 “한·일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현재의 전략 환경에서 한·일관계와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 6월 17일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이후 두 번째다. 당시 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14일 만에 성사됐으며, 윤석열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각각 취임 후 약 4개월, 2개월 만에 한·일 정상회담을 가진 것과 비교해 이른 시점이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일본을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규정하며, 차이를 넘어 협력 관계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셔틀외교' 재개에도 합의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시바 총리 '닮은 꼴' 두 정상은 정치 이력상 '비주류' 출신에서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는 유사점을 갖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1981년 정계 입문 후 '비주류 외길'을 걸었다. 파벌에 속하지 않으면 정치를 계속하기 힘들다는 자민당에서 보기 드문 무파벌을 고집했다. 주류였던 아베 신조, 아소 다로 전 총리와 사사건건 대립해 별명이 '미스터(Mr.) 쓴소리'였다. 이 대통령도 성남시장 시절부터 '아웃사이더' '비주류' 정치인임을 자청해왔다. 정치적으로 '중도 보수'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강력한 진보주의자로 개혁 전도사를 자임해 오던 이 대통령은 지난 6.3 조기 대선 들어 '중도 보수'를 자임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도 자민당 내에서 여성 천황을 인정하고 부부의 별도성을 허용하자고 주장해 온 개혁파다. 특히 일본에선 보기 드문 기독교 신자다. 일본 제국주의 시절의 학살과 전쟁 범죄 등을 부인해 온 아베 전 수상 등 우익 세력과 달리 강제징용·위안부 동원 등에 대해 일본이 먼저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정치 스타일도 비슷하다. 이 대통령은 달변과 뛰어난 행정력을 자랑하며 소탈하고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는 직설적인 언행으로 유명하다. 이시바 총리도 솔직하고 호소력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 한일간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 미·중·북 위협에 맞설 핵심 키워드 이번 회담에서는 한·일 협력 강화와 관계 개선 필요성을 재확인하고, 북한 문제를 포함한 지정학적 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등 통상 압박, 주한미군·주일미군 역할 확대,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외교·안보 현안도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회담 초점이 관계 개선에 맞춰진 만큼, 과거사 문제는 깊이 논의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통한 한일간 경제 협력 관계 재설정이 논의될 지 주목하고 있다. 이 협정은 현재 일본과 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말레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영국 등 12개국이 가입돼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통합을 목표로 모든 관세를 철폐하고 비관세 장벽도 없애자는 취지다. 여기에 가입되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사실상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는 셈이 돼 경제 협력이 대폭 확대된다. 수출시장의 안정적 확보, 역내 공급망 강화의 긍정적인 효과가 엄청나다. 미국의 관세 위협협, 중국의 희토류 등 공급망 훼손 행위 등에 좀더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무역에서의 높은 중국 의존도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가입을 검토해왔으며, 이재명 정부들어 좀 더 적극적인 태도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한일 정상회담 성공 가능성은?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상당한 양국간 관계 진전을 이뤄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동안 일본에 대해 “과거사 사죄가 먼저"라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 왔지만 대통령 당선이 유력시된 후에는 역사 문제를 입밖에 내지 않고 있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영토·주권 문제, 경제·사회 교류를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 교류에선 일본과 협력하되 강제징용 등 역사 문제를 놓고는 일본의 양보를 전제로 대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은 물론 외교가 안팎에선 북핵의 위협, 중국의 공급망 훼손·지나친 무역 의존도, 미국의 패권·고립 주의 전환 등은 물론 초고령화·탄소중립·인공지능(AI) 본격화 등 양국이 처한 공통적인 도전적 상황에 갈등 보다는 협력이 유리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태다. 외교가에선 이시바 총리가 어느 정도의 과거사 관련 언급을 내놓느냐에 따라 정상회담의 성과가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15일 전후 80주년을 맞아 내놓을 담화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8월 15일 태평양 전쟁 패전(敗戰) 80주년을 맞아 담화를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베 전 총리가 2015년 “더 이상 정부 차원의 사죄는 없다"고 선언한 것을 넘어서 주변국 침략 및 식민 지배에 대해 어느 정도의 반성과 사죄를 담아낼 지 여부가 주목된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일본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곧바로 미국으로 이동해 24~26일 방미 일정을 소화한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25일 열리며, 회담 직후 업무오찬도 진행될 예정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속보] 석방된 조국 “李정부는 투쟁·저항 산물…‘尹 비호’ 국힘 심판받아야”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이재명 정부는 국민 투쟁과 저항의 산물"이라며 “윤석열을 비호하는 국민의힘은 반드시 심판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15일 새벽 0시쯤 서울구치소 앞에서 출소 직후 “헌법적 결단을 내려주신 이재명 대통령님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저의 사면·복권·석방은 검찰권을 오남용해 온 '검찰 독재'가 종식되는 상징적 장면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면에 비판적인 분들의 말씀도 존경의 마음으로 경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석열 일당은 내란이라는 반헌법적 폭거를 일으켰지만 국민에 의해 격퇴됐다"며 “이재명 정부는 국민 주권 행사의 결과물이며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저 역시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또 “윤석열과 단절하지 못하고 비호하는 극우정당 국민의힘은 다시 심판받아야 하며, 민주·진보 진영은 더 단결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8개월간의 수감 생활에 대해 “깊은 성찰과 넓은 구상을 했다"며 “복당이 이뤄지면 더욱 겸허하게 국민 속으로 들어가 말씀을 듣고, 비판·반대·비방 모두 안고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김선민 권한대행, 서광진 원내대표 등 조국혁신당 지도부와 당원, 지지자들이 심야에도 모여 석방을 환영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2차 내수활성화 필요”…李대통령, 전방위 경기 부양 예고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급변하는 통상 질서 속에 안정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려면 소비 회복과 내수시장 육성 전략이 필수적"이라며 “2차 내수활성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소비 회복의 움직임이 멈추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7월 소비자심리지수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소상공인 중 55.8%가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며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유사한 내수 활성화 정책이 재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도 “지금 씨를 한 됫박 뿌려서 가을에 한 가마를 수확할 수 있다면 당연히 빌려다 씨를 뿌려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국채 발행 등을 통한 재원 마련으로 적극재정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도 “올해 10월 긴 추석 연휴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을 활용한 내수 활성화 방안을 선제적으로 강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특히 범정부 차원의 지방살리기 대책에 더 많은 국민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올해 하반기 지방을 중심으로 한 파격적인 소비 촉진 대책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우리 핵심산업 중 하나인 석유·화학 산업이 글로벌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상당히 큰 위기"라며 “주요 기업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산업 성장동력 창출과 동시에 우리가 강점을 가진 전통산업도 포기하지 말고 경쟁력 회복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관계부처는 석유화학 재편 종합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도록 해 달라. 관련 기업도 책임감을 갖고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전 “지난달부터 석유화학 분야 사업 재편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왔다"며 “8월 중 석유화학산업 구조 개편에 대한 정부 방침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北 김여정 “확성기 철거한 적 없다…南 개꿈 불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4일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단행한 대북 긴장완화 조치를 깎아내리며 적대적 태도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서울의 희망은 어리석은 꿈에 불과하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항시적인 안전 위협을 가해오는 위태롭고 저렬한 국가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더욱 선명해져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가장 적대적인 위협 세력으로 규정돼 영구 고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북측도 일부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무근거한 일방적 억측이자 여론조작"이라며 “우리는 국경선에 배치한 확성기를 철거한 적도, 철거할 의향도 없다"고 일축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앞서 9일, 우리 측 확성기 철거에 북한도 일부 호응했다고 밝혔으나 실제 철거된 곳은 40여 곳 중 극히 일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가 오는 18일 시작하는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 일정을 일부 조정한 데 대해서도 “평가할 일은 아니며 헛수고로 끝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 때 취한 조치를 없애고 큰일을 한 것처럼 포장해 호응을 유도하려는 잔꾀는 허망한 '개꿈'에 불과하다"며 “확성기 철거, 방송 중단, 훈련 연기·축소 모두 우리의 관심 밖"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의 충성스러운 하수인인 한국과 관계 개선 의지가 전혀 없으며, 이러한 결론적 입장은 앞으로 헌법에 고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5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도 “우리가 미국에 무슨 이유로 메시지를 전달하겠는가"라며 “미국과 마주앉을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수뇌들 간 개인적 친분이 정책에 반영될 일은 없으며, 미국이 낡은 사고방식에 집착한다면 만남은 미국 측 희망에 그칠 것"이라며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집착하는 회담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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