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보험시장이 인구구조 변화와 저성장을 비롯한 악재로 고전하고 있으나, 상품을 공급하는 보험사의 노력과 제도개선이 맞물리면 향후에도 건전한 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헌수 보험연구원장은 1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보험시장이) 성숙된 나라일수록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와 보험산업 성장 사이에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고, 해킹을 비롯한 새로운 위험에 대한 니즈가 고조되고 있다는 이유다.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요양사업에 피지컬 인공지능(AI)가 접목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리스크도 보험상품에 대한 니즈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원장은 미국과 유럽 시장의 성장률이 국내 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보험시장이 포화상태로 접어들면서 정체됐다는 주장에 반박한 셈이다. 1인당 GDP가 1만달러 이하거나 (개인 또는 기업이) 위험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시장에서 오히려 보험가입이 저조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보험산업이 소비자 보호와 포용금융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건전성과 혁신을 함께 확보하면 지속가능한 성장 뿐 아니라 우리 경제·사회의 안정적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김 원장은 보험이 단순하게 위험 전가를 위해 보험료를 지불하고 사고 발생시 보험금을 받는 금융제도를 넘어 생산적 금융의 초석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자연재해 등으로 피해를 입은 자연인 또는 법인이 다시금 생산과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유다. 또한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던 유조선들이 통항을 멈춘 점을 들어 보험 없이 원유 수입을 하기 어렵다는 점도 거론했다. 원유도입선이 끊기면 나프타 재고 부족으로 이어지고, 쓰레기 봉투 등 일상생활 제품을 넘어 각종 산업에 쓰이는 제품 생산도 어려워진다. 김 원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제도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보험상품에 가입하고 싶어도 막히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몇 년간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설파했고 정부도 규제 혁신 의지를 밝혔으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견해차와 금융권 전반에 드리운 포지티브(허용된 사업만 할 수 있는 방식) 시스템에 막혀 네거티브(금지된 것만 하지 않으면 되는 형태) 전환이 지지부진했다고 돌아봤다. 정부와 산업의 기대에 부응해서 철저한 연구·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등 씽크탱크로서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구체적으로는 △소비자보호와 포용금융 △인공지능(AI)·디지털 등 환경 변화 △보험제도 정착 및 혁신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보험산업 특성상 소비자가 정보 비대칭으로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민원이 많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불완전판매와 부당승환을 비롯한 보험사측 문제가 없지 않으나, 보험사기와 범죄 예방을 위한 확인 작업에서 갈등이 빚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선량한 가입자를 보호하고 시장 질서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에이전틱 AI 등의 기술 발전이 효율성과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새로운 소비자보호 과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실장은 AI 에이전트의 보험금 지급 여부 판단 관련 질문에 “AI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단계가 되기 전에 규범 관련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답변했다. 한편, 김 원장은 한국보험학회장과 금융감독원 보험산업 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 위원장 등을 지냈고, 임기는 3년이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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