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례적 두번째 英방문…美 빅테크, 58조원 영국 투자 발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 방문한 가운데 미 빅테크들은 영국에 대한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영국의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 2028년까지 300억달러(약 4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영국이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브래드 스미스 MS 대외 정책 총괄 사장은 “영국의 사업 환경에 항상 낙관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지난 몇 년간 영국 정부가 취한 조치들에 큰 고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스미스 사장은 2023년 MS가 690억달러 규모의 게임 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할 당시 영국 당국이 이를 저지하려 했던 것을 비판한 바 있다. 같은 해 말 영국 경쟁 당국은 MS의 인수를 승인했다. 스미스 사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당시 규제 환경 등으로 이런 수준의 투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의 경우 구체적인 투자 금액 등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영국에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위해 2026년까지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12만장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유럽에서 이루어진 엔비디아의 최대 규모다. 이 중 2만3000장 이상은 MS와 영국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엔스케일과 협력해 새로 구축하는 슈퍼컴퓨터에 탑재될 계획이다. 또 3만장 가량의 GPU는 오픈AI가 엔스케일과 협력해 진행하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UK'에 탑재될 전망이다. 오픈AI는 내년 1분기까지 최대 8000장의 GPU를 도입하고 향후 3만100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 센터 운영업체인 코어위브는 영국에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위해 15억 파운드(약 2조82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앞서 영국에 10억 파운드(약 1조8800억원) 투자를 진행한 바 있어 총 투자액은 25억 파운드(약 4조7000억원)로 불어날 전망이다. 세일즈포스는 과거에 발표했던 영국 투자계획을 확대한다. 2023년 당시 5년에 걸쳐 40억달러(약 5조52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2030년까지 20억달러(약 2조7600억원)를 추가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구글은 영국에 50억파운드(약 9조4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런던 인근에 새 데이터센터를 연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이번 투자로 영국에서 연간 8250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영국 데이터센터에 5억 파운드를 투자하겠다고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래리 핑크 블랙록 CEO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영국 방문에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과학혁신기술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MS, 엔비디아, 구글, 오픈AI 등 미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구축, 양자 컴퓨팅 개발 등에 총 310억파운드(약 58조4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 빅테크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과 영국이 협력 강화를 모색하려는 와중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은 첫 번째 임기 중이었던 2019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을 두 번째 임기에는 국빈 초청하지 않았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을 두 번 국빈 방문한 첫 미국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영국에 도착해 18일까지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관세, 원전 등과 관련해 양국 간 진행해 온 협의의 마무리를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는 “영국 정부는 자국 AI기업 육성을 통해 미국 기술력에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프랑스를 비록한 일부 유럽 국가들의 전략을 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코스피 등 아시아 증시 ‘불편한’ 신고가…“관세 여파로 한국 가장 취약”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 같은 흐름이 곧 반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대만 등이 가장 취약할 수 있다는 경고 속에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익스포저(노출 비중)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17일 인베스팅닷컴,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전날까지 8거래일 연속 상승해 222.24를 기록, 2021년 2월 종전 최고치(220.64)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 MSCI 아태 지수의 상승률은 21%로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12%)를 크게 웃돌고 있다. 블룸버그는 “풍부한 유동성, 달러 약세, 인공지능(AI) 붐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코스피의 경우 전날까지 5거래일 연속 신고가를 경신하며 사상 처음으로 3450선을 돌파했다.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날 장중 4만5000선을 넘어서며 또다시 최고치를 새로 썼고, 대만 가권지수 역시 장중 2만5664.81까지 오르면서 신고가 랠리를 이어갔다. 베트남의 대표 지수인 VN지수, 싱가포르 ST종합지수 역시 이달에 각각 1711.49, 4375.33까지 급등하면서 신기록을 세웠다. 중국의 경우 신고가는 아니지만 올 들어 강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인 3854.07에 마감했고 홍콩 항셍지수의 올해 상승률은 35%에 육박한다. 호주 S&P/ASX200 지수는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한 후 현재 8800선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장이 미국발 관세 충격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로 MSCI 신흥국 지수 편입 기업들의 이익이 약 3%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지만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는 지난달 공식 발효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품목별 관세'의 비중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BNP파리바의 윌리엄 브래턴 아태 주식 리서치 총괄은 “관세 리스크가 향후 실적 기대감이나 밸류에이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아시아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전망치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 일본, 대만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가장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티로우 프라이스의 클라렌스 리 선임 포트폴리오 애널리스트 역시 “관세 여파가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 전망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 아시아 및 신흥시장 포트폴리오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비중을 줄였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관세 충격을 상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여기에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지표가 지금까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 관세 영향이 우려했던 것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한국의 8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 늘은 584억달러로, 8월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태국과 베트남의 경우 주문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러나 이는 관세 발효 전 수출을 앞당긴 결과라는 반론도 나온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관세마저 예고하면서 아시아 기술 섹터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애버딘 인베스트먼트의 제리 고 투자 책임자는 “아시아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관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 가장 취약한 국가로 꼽힌다"고 강조했다. 프랭클인 템플턴의 크리스티 탠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수출과 테크 섹터 기업들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수개월간 실적 부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상호관세 법원서 제동…트럼프, ‘품목별 관세’ 비중 더 늘리나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품목별 관세' 비중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영국을 방문하기 위해 백악관을 나서면서 한 기자로부터 '자동차 관세를 타협해서 25%에서 15%로 낮추면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피해 본다는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난 아무것도 타협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 관세를 처음 부과한 것이 자신이었다고 강조한 뒤 “그들은 수년간 아무 관세도 내지 않았다. 이제 그들은 15%를 내고 있으며 어떤 것들은 더 많은 관세를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는 더 낼 수 있고, 의약품도 더 낼 수 있다. 반도체와 의약품은 이익률이 (자동차보다) 더 높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반도체에 대해 “꽤 상당한 관세를 조만간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하며, 한 때 “200%, 혹은 300%"를 거론한 바 있다. 의약품에 대해서는 150∼250%를 언급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잊지 말라. 유럽연합은 관세 때문에 우리나라에 9500억달러를 내고 있다"면서 “일본은 우리한테 6500억달러를 내고 있다. 내가 오기 전까지 우리한테 아무것도 내지 않던 기업과 국가들"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에서 심리할 관세 소송에 대해 “법률 전문가 모두 우리가 그 건을 이겼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훌륭했으며 난 대법원이 매우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 임명한 대법관 3명을 포함해 6명이 보수 성향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현재 부과하고 있는 철강·알루미늄 관세(50%)와 자동차부품 관세(25%)의 부과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연방 관보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철강이나 알루미늄을 사용해서 만든 파생 제품 중 관세 부과 대상에 추가할 품목에 대해 전날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앞서 상무부는 지난 5월에 접수한 의견을 바탕으로 지난 6월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가전제품에 사용된 철강에도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번 의견 수렴은 오는 29일까지 진행되며, 상무부는 특정 품목을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요청을 접수하면 60일 내로 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제조사와 협회가 새로운 품목을 관세 대상으로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 매년 5월, 9월, 1월에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상무부는 또 자동차 부품을 25% 관세 부과 대상에 추가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절차도 관보를 통해 안내했다. 의견 수렴은 오는 10월 1일부터 2주간 진행되며 철강과 마찬가지로 의견 접수 후 60일 내로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자동차부품은 지난 5월 3일부터 25%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데 당시 지정한 품목 외에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관세 장벽으로 보호할 품목이 더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절차다. 자동차나 자동차부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제조사나 그런 제조사를 대표하는 협회가 의견을 제출할 수 있으며 상무부는 매년 1월, 4월, 7월, 10월에 의견을 접수할 계획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페이팔 마피아의 경고…“AI 거품 곧 터질 수도”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 열기가 역사상 가장 큰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에게서 나왔다. AI 거품이 터질 경우 관련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이자 미국 벤처캐피탈 AZ-VC의 창업자인 잭 셀비는 16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은 실제 비용의 몇 푼에 불과한 가격으로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서비스가) 언제가는 원가에 맞춰 가격이 책정돼야 하고, 일정 수준의 마진도 붙을 수 밖에 없다"며 “아직은 그 시기가 아니지만 곧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처럼 저렴한 비용으로는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기업들이 향후 가격을 올릴 경우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셀비는 또 “혁신적인 차세대 AI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기업들에 수십억 달러의 벤처 자금이 쏟아지고 있지만,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AI 기업들이 넘쳐나는 모습은 25년 전 닷컴 버블과 유사하다"며 “거품이 꺼질 경우 수많은 기업들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수백억, 혹은 수천억 달러의 투자 자금이 말 그대로 증발할 수 있다"며 “AI 나무들이 하늘까지 뻗을 것이란 숨 막히는 내러티브가 넘쳐난다. 일찍 뛰어들었다면 환상적이겠지만 지금 투잔하다면 확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기업들의 수익화 전략력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밸류에이션이 급등함에 따라 AI 투자자들에게 고통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한 테크 업계의 대열에 셀비도 합류했다"고 전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15초의 발언 중 거품이라는 단어를 세 차례 언급하면서 “투자자들이 AI에 과도하게 흥분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생성형 AI에 투자한 기업의 95%가 수익을 내지 못했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페이팔 마피아는 1990년대 후반 설립된 온라인 결제(전자지갑) 업체 페이팔을 이끌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공동 창업자 피터 틸, 리드 호프먼 전 페이팔 부사장,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가리킨다. 이들은 스타트업 창업과 투자를 주도하는 등 실리콘밸리 생태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충성파’ 마이런, 美연준 이사회 입성…‘빅컷 의견’으로 연준 흔들까 [이슈+]

'트럼프 충성파'인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로 취임하게 됐다. 이로써 그동안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미 상원은 본회의에서 마이런 이사의 인준안을 찬성 48표 대 반대 47표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고, 공화당에선 리사 머카우스키(알래스카) 의원만이 반대표를 던졌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표결에 앞서 “마이런은 독립성이 전혀 없으며, 연준에서 트럼프의 대변자 역할만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런 이사는 내년 1월까지 앞서 사임한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이사의 잔여 임기를 채우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런 이사를 연임할 경우, 그의 임기는 내년 2월부터 14년 동안 연장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후보자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마이런 이사는 무기한으로 남을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 상원이 인준안을 통과함에 따라 마이런 이사는 오는 16~17일 열리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마이런 이사는 첫 현직 행정부 인사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FOMC에서 제기할지가 주요 관심사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투 레이트'(금리인하 결정이 늦는 사람)는 염두에 둔 것보다 더 크게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압박했다. 그는 전날에도 “빅컷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지금은 금리를 인하하기에 완벽한 시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이런 이사의 인준안 통과에 대해 “그는 연준을 개편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의 최전선에 있다"며 월가는 마이런 이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빅컷 압박에 동조할지 주목하고 있다고 짚었다. CNBC도 이번 FOMC에서 “마이런의 투표는 결정적인 표가 되지 않겠지만 0.25%포인트 금리인하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마이런 이사가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보여주는 점도표에서도 어떤 의견을 낼지도 주목을 받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보다 최소 1.5%포인트 낮춰야 한다며 이달엔 빅컷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마크 크랜필드 블룸버그 마켓츠라이브 전략가는 “트레이더들은 마이런이 점도표에서 매우 낮은 전망치를 제시할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는 시장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이런 이사는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지난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선 안 된다고 여러 차례 발언했다. 하지만 그는 올해 6월 CNBC와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당시 금리를 1%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마이런 이사는 “대통령이 통화 정책에 대해 줄곧 옳은 판단을 내려왔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마이런 이사가 FOMC 회의에서 빅컷을 주장할 경우 다른 친(親)트럼프 인사들도 이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7명으로 구성된 연준 이사회 중 미셸 보먼 연준 감독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연준의 7월 금리 동결 결정에 반대하며 금리 인하를 선호하고 있다. 한편,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한 리사 쿡 연준 이사가 당분간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항소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에 쿡 이사도 기준금리를 결정할 FOMC 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된 쿡 이사에게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제기하며 해임을 통보했다. 그러나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 사유로 밝힌 사기 혐의가 쿡 이사가 연준 이사를 맡기 전에 발생한 일이기에 충분한 해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행정부 법무부는 즉각 항소했지만, 이날 워싱턴DC 연방 항소법원은 다시 쿡 이사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쿡 이사에게 제기된 혐의에 정식으로 대응할 기회를 주지 않아 정당한 절차적 권리를 침해했다고 2대 1로 판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상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포커스] 車부품사가 생리컵 제조사?…생존 위해 기존 정체성 버리는 日 기업들

일본 주요 제조업체들이 과거 정체성을 확립해준 주력 제품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확립시켜준 제품에서 벗어나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 제품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워지자, 소비자들이 예상치 못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1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나고야에 본사를 둔 고무 제조업체 고무노이나키는 2023년에 론칭한 생리컵 브랜드 '페미낙'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생리컵은 인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낼 수 있도록 만든 의료용 실리콘 재질의 여성용품이다. 재질 특성상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근들어 일회용 생리대나 탐폰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1919년에 설립된 고무노이나키는 내연기관차용 오일실·오링 등을 생산해 도요타자동차와 덴소를 비롯한 자동차 업계에 납품하는 것을 핵심 사업 모델로 삼아왔다. 연 매출은 415억엔에 달하지만 이 중 90%가 자동차 산업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내연기관차 부품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자 일반 소비자 용품에 눈을 들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전기차 시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과 유럽에서는 2033년 전후로 전기차 판매 비중이 전체 대비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고무노이나키의 상품기획부장 코야마 슌이치는 “자동차 산업이 변화함에 따라 우리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페미낙 브랜드 사업의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일본 경제는 장기적인 내수 부진을 겪고 있지만 지난달 페미낙 판매량은 전년 동월대비 70% 급증했다. 생리컵 시장 자체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생리컵 시장 규모가 16억달러에 달하며 2032년까지 매년 6.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고무노이나키는 올 연말까지 싱가포르와 베트남에 페미낙 출시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한국 시장에도 진출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흐름은 일본 제조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1934년 필름 생산을 위해 설립된 후지필름의 경우 2001년 글로벌 필름 1위 기업에 올랐지만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아스타리프트, 내시경 및 초음파 장비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고무노이나키 역시 후지필름의 사례에서 영감을 받아 여성용품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제품 개발을 담당한 콘도 에미는 “아스타리프트가 우리의 벤치마크"라며 “소비재 제품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만 판매가 안정적으로 이어지면 투자 대비 수익률이 크게 개선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일본 조미료 기업인 아지노모토도 반도체 산업에 핵심적인 절연 필름 '아지노모토 빌드업 필름(ABF)'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일본 세이렌의 경우 본래 자동차 시트용 섬유를 주력으로 했지만 현재는 패션, 주거용 냊장재, 의료용 인공혈관, 전자 부품 소재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일본 車관세 15%로 인하…한국차가 일본차보다 비싸진다

미국이 16일(현지시간)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대해 한국보다 10%포인트 낮은 관세를 적용한다.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가 난항에 빠진 와중에 이같은 관세차로 한국 자동차 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일 전망이다. 미 세관국경보호청(CBP) 이날 오전 0시 1분부터(한국시간 16일 오후 1시 1분) 미국으로 수입되는 일본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15% 관세를 적용한다고 전날 연방 관보를 통해 밝혔다. 반면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는 25% 관세가 계속 적용된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가 일본산에 비해 비싸지는 가격 역전 상황이 벌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한국산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으로 기본 관세(2.5%)가 적용된 일본·유럽산 자동차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자랑한 바 있다.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미국 내 판매 시작 가격이 2만5450달러(3500만원)으로, 경쟁차종인 도요타의 코롤라 하이브리드(2만8190달러·3900만원)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일본에 부과되는 자동차 관세가 한국(25%)보다 10%포인트 낮아질 경우 코롤라 하이브리드 가격은 2만4700달러(3400만원)까지 내려가 아반떼 하이브리드보다 싸지게 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지난 4월 3일부터 자동차에 25%를, 지난 5월 3일부터 자동차 부품에 25% 관세를 기존 관세에 추가로 부과했다. 이후 한국과 일본은 모두 미국과 큰 틀에서 무역 협상을 타결해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그러나 협상 세부 내용을 두고 이견을 빚으면서 미국은 자동차 관세를 바로 낮추지 않았다. 이에 일본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미일 무역 합의를 공식적으로 이행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한국도 일본처럼 미국이 약속한 자동차 관세 인하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한미는 지난 7월 30일 타결한 무역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 등을 낮추는 대신 한국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등을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일본과 같은 사실상의 '백지수표'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은 지분 투자를 최소화하고 대부분을 보증으로 하려고 하고 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는데 대미 투자처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정하고, 투자 이익은 투자 원리금 변제 전에는 미국과 일본이 절반씩 나눠 갖고 변제 후에는 미국이 90%를 갖는다는 조건이다. 투자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이뤄져야 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처를 지정하면 일본은 45일 이내에 자금을 대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미국이 관세를 올릴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정부에서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근 미국을 다녀간 데 이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상을 위해 미국을 찾아 국익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미국과 합의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날 워싱턴DC에 도착한 여 본부장은 취재진에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디테일을 갖고 치열하게 협상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익에 최대한 부합하게 합리적인 협상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 3500억달러 대미 투자 방식에 대해서는 “어떤 게 우리한테 가장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일본이 먼저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춘 것에 대해 “우리도 최대한 빨리 (15%로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협상의 과정이니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르면 이날 자신의 대화 상대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를 만날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식어버린 라부부 열풍…JP모건 쓴소리에 팝마트 주가 또 휘청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중국 완구업체 팝마트의 간판 캐릭터 '라부부' 열풍이 식어가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가 팝마트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면서 주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15일 블룸버그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JP모건의 케빈 인 애널리스트는 전날 보고서를 내고 팝마트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비중확대'(overweight)에서 '중립'(neutral)으로 낮췄다. 2026년 12월 목표주가도 25% 낮춘 300홍콩달러를 제시했다. JP모건은 주가 상승에 대한 촉매제가 없는 상황에서 팝마트의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인 애널리스트는 “현재 밸류에이션은 완벽한 펀더멘털을 가정한 수준"이라며 “조금이라도 어긋나거나 부정적인 뉴스가 나온다면 언더퍼폼(시장 수익률 하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팝마트가 크리스마스 시즌 전에 애니메이션과 신규 라부부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지만, 투자 촉매로 작용할지는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보고서 발표 이후 이날 홍콩증시에서 팝마트 주가는 장중 최대 9% 폭락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이날 오후엔 낙폭을 줄였으나 지난달 26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와 비교하면 여전히 20% 이상 폭락한 수준이다. 이날까지 주가 하락으로 팝마트의 시가총액 또한 130억달러(약 18조원)가 증발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팝마트에 대한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결과 팝마트 주식 매수를 권장하는 비율은 91%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월가의 투자의견 하향은 라부부 인형 열기가 식어가는 시점과 맞물려 나왔다"고 짚었다. 실제 FT에 따르면 중국 최대 재판매 플렛폼인 더우(Dewu)에서 솜사탕 색상의 라부부 인형 가격은 최근 두 달 새 30% 하락, 160위안(약 3만1100원)까지 떨어졌다. 라부부 요가 시리즈의 가격 역시 지난 3월 첫 출시 이후 37% 급락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 조사에 따르면 다른 중고거래 앱에서도 라부부 인형 가격은 7월 200~300위안(약 3만8900원~5만8400원)에서 최근 140~160위안(약 2만7200원~3만1100원)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라부부 인형의 수요를 가늠하기 위해 재판매 가격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모닝스타의 제프 장 애널리스트는 팝마트 주가 하락과 관련 “일부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더 우려스러운 것은 수요 냉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라부부에 대한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팝마트코리아 공식 사이트에서는 총 30개의 라부부 제품 중 '더 몬스터즈 하이라이트 시리즈-캔들 기프트 박스', '메가 라부부 토니토니 쵸파 400%' 등을 제외하고 모두 매진된 상태다. 지난 12일 서울 성동구에서 문을 연 라부부 팝업스토어 사전 예약도 시작한 지 10분 만에 모든 시간대의 예약이 다 찼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중국 8월 생산·소비·투자지표 모두 부진…하반기 성장률 적신호

지난달 중국의 주요 실물 경제 지표가 크게 꺾이자 하반기 성장률에 대해 적신호가 켜졌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소매판매는 작년 동월대비 3.4% 증가해 작년 11월(3.0%) 이후 가장 작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는 로이터통신 전망치 3.9%와 블룸버그통신 전망치 3.8%를 하회한 것은 물론, 7월(3.7%) 수치보다 둔화된 수치다. 소매 판매는 백화점, 편의점 등 다양한 유형의 소매점 판매 수치로 내수 경기 가늠자다. 8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작년 동월 대비 5.2% 증가해 로이터 전망치 5.7%와 블룸버그 전망치 5.6%를 모두 밑돌았다. 8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11월(3.0%) 이후 가장 낮다. 농촌을 뺀 공장, 도로, 전력망, 부동산 등에 대한 자본 투자 변화를 보여주는 1∼8월 고정자산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로이터 예상치 1.4%를 크게 하회한 것이며, 1~7월 증가율인 1.6%에서 대폭 둔화된 수치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였던 2020년을 제외하면 역사상 최악의 수치라고 전했다. 특히 부동산 관련 지표가 가장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월 부동산 개발 투자는 작년 동기 대비 12.9% 감소해 1∼7월 수치(-12.0%)보다 악화했다. 8월 전국 도시 실업률 평균은 5.3%로 전달(5.2%)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1∼8월 기준 도시 실업률 평균은 5.2%였다. 국가통계국은 전반적으로 8월 경제 상황이 안정적이었다면서도 “외부 환경이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요소가 많아 우리나라 경제 운영이 여전히 많은 위험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올 상반기 경제 성장률은 5.3%를 기록하면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수출 열기가 식으면서 중국 경제가 하반기에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지난 8일 발표된 중국의 8월 수출액은 작년 동월 대비 4.4% 증가해 시장 전망치(로이터 5.0%)와 7월 수출 증가율(7.2%)을 모두 하회했다. 중국은 또한 부진한 내수를 진작시키면서 동시에 과잉생산을 억제해야 하는 등 국내적으로도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다. 미즈호 증권의 세레나 주 선임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성장률이 눈에 띄게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작년 높은 기저로 올 4분기 성장률은 더 크게 꺾일 가능성이 있어 주요 부양책이 나오지 않으면 정부가 제시한 5% 성장 목표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네덜란드 은행 ING의 린 쑹 이코노미스트는 “연초의 강한 출발 덕에 올해 성장목표는 여전히 달성 가능 범위에 있지만 올해를 강력히 마무리하려면 추가 경기부양책이 필요할 수 있다"며 “9월 시행될 대출보조금의 영향을 가늠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전반적으로 (경제가) 둔화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더 많은 정책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몇 주 안에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와 지급준비율(RRR)가 각각 10bp(1bp=0.01%포인트), 50bp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다만 중국 증시에 거품이 더 커질수 있다는 우려로 당국이 금리 인하 등을 미룰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상해종합지수는 올들어 18% 가량 급등하면서 연중 최고 수준에 있다. 이와 관련, 장지웨이 핀포인트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0월 3분기 GDP 지표가 발표된 후 당국이 정책들을 미세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5% 성장률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판단이 나오지 않는 한 대규모 부양책이 발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페드워치] 대망의 9월 FOMC…美 금리인하보다 ‘이것’ 확인해야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이벤트 중 하나인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임박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 속에 미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유력시되지만, 인하 폭과 향후 추가 인하 여부 등에 대해 불확실성이 이어지자 이번 회의 결과과 더욱 주목받는 상황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16일(현지시간)부터 17일까지 이틀간 9월 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시간 기준으로 회의 결과는 18일 오전 3시에 공개되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은 오전 3시 30분께 예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빅컷'(0.5%포인트 금리인하)을 단행할 것을 요구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취재진에 “빅컷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지금은 금리를 인하하기에 완벽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을 향해 '금리를 1%포인트 수준으로 낮추라'고 거듭 압박해왔다. 그러나 시장은 25bp(1bp=0.01%포인트) 인하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 미 기준금리가 이달 4.00~4.25%로 25bp 인하될 가능성이 96.4%로 반영되고 있다. 이럴 경우 연준은 9개월 만에 금리를 내리게 되며, 한국(2.50%)과 미국 금리차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로 축소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빅컷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2%)를 여전히 상회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희박한 시나리오로 분류된다. 시장에서는 9월 빅컷 가능성을 4% 미만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에 연준이 향후 금리 인하 전망에 대해 어떤 신호를 보낼지가 이번 FOMC에서 최대 관전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노동시장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연준이 '이중 책무'(완전 고용·물가 안정)를 달성하는 데 난처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패트릭 하커 전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통상 9월에 예상되는 첫 인하는 금리인하 사이클의 시작을 의미하지만 이번에는 향후 적극적인 인하가 이어질지 분명하지 않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경기침체 지표인 '삼의 법칙'을 고안한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인 클라우디아 삼은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연준은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며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는 이유는 물가가 좋아서가 아니라 고용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마크 지아오니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도 “무역 충격과 이민 충격이 연준의 이중 책무 달성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통화정책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고용시장을 감안할 때 연준이 올 연말까지 금리를 세 차례 내린 후 내년 3월과 6월에 한 차례씩 추가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연준이 금리를 이보다 더 빠르거나 큰 폭의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도이치뱅크는 올 연말 미 기준금리가 3.5~3.75%로 이달부터 3회 인하될 것을 예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또 내년 4월과 6월에 금리가 추가 인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CME 페드워치툴에서도 올해 세 번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73.8%로 반영하고 있다. 내년의 경우 금리가 최소 2회 인하될 가능성이 79%에 달한다. 이에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dot plot)가 이같은 기대감을 충족시키는지가 관건이다. IUR 캐피탈의 가레스 라이언 이사는 “점도표에서 내년 금리인하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을 경우 시장이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고용과 인플레이션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더 두는지도 관심사다. 이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가늠할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내놓을 경제전망요약(SEP)에서 실업률 전망치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누빈의 토니 로드리구에즈 채권 전략 총괄은 “SEP의 실업률 변화가 수요일(17일) 금융시장에 가장 큰 신호가 될 것"이라며 “내년과 내후년 실업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다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마켓워치에 말했다. 연준은 지난 6월 SEP에서 내년과 내후년 실업률을 각각 4.5%, 4.4%로 전망한 바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4.3%로, 7월(4.2%)보다 소폭 상승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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