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검찰, 파월 연준 의장 강제수사…국제금값 시세 4600달러 첫 돌파

미국 연방검찰이 미국 중앙은행 수장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한 형사 기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에 응하지 않자 미국 정부가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고조되자 국제금값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4600달러를 돌파했다. 파월 의장은 11일(현지시간) 영상으로 입장문을 내고 “연준이 지난 9일 법무부로부터 형사 기소 가능성을 경고하는 대배심 소환장을 받았다"며 “이는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를 따르기보다 공공의 이익과 경제적 판단에 따라 금리를 결정해 왔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파월 의장은 또 “이번 조치는 연준 본사 리모델링과 관련해 지난해 6월 의회 증언과 관련된 사안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에 가해온 위협과 지속적인 압박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은 연준이 증거와 경제 상황에 기반해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느냐, 아니면 정치적 압력과 위협에 의해 정책이 좌우될 것이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 소식통은 “팸 본디 법무장관은 납세자 남용에 관한 사안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연준은 본사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인데, 당초 예산인 19억 달러보다 약 7억 달러 초과된 25억 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연준에 대한 법무부의 조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가 국제금값 시세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2월물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온스당 4612.40달러까지 치솟았다. 연준 의장이 재임 중 이처럼 형사 수사 압박을 받은 것은 사실상 전례가 없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3.75%로 인하했고 점도표(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통해 올해 한 차례 추가 인하를 시사했다. 1월 FOMC는 오는 27~28일 예정됐지만 시장에서는 금리가 동결 될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두고 “무능하다"고 비난하며 해임을 공언해 왔다. 최근에는 이미 후임자를 결정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연준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의 연준 의장 임기는 오는 5월 종료되지만 이사 임기는 2028년 1월까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대한 무능함'을 이유로 소송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법무부의 이 같은 조치에 즉각 반발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법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 차기 연준 의장을 포함해 어떤 연준 인준에 반대하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 후보를 지명하더라도 상원 인준을 통과할 가능성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연준 이사회에 합류한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는 상원 인준에서 찬성 48대 반대 47로 가까스로 통과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 이란 반정부 시위, ‘정권 붕괴’로 이어지나…트럼프의 선택은?

경제난으로 촉발된 이란의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시아파 성직자인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이끄는 이란의 신정일치 체제가 붕괴될 가능성에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란 정권이 실제로 무너질 경우 이는 중동 정세는 물론 글로벌 지정학 질서와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 중대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중동지역 선임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던 윌리엄 어셔는 “이번 사태는 이슬람 혁명이 일어났던 1979년 이후 가장 중대한 순간"이라며 “(시위의) 가장 큰 동력은 경제이며 이란 정권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정권이 통제력을 되찾을 시간과 수단이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 외환 위기·경제난에 촉발된 시위…사망자 급증 지난해 12월 28일 시작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2주 넘게 격화하면서 사상자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란 당국은 인터넷·통신 등을 차단한 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지상군을 투입해 진압에 나서고 있어 인명 피해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시위가 발생한 이후 사망자가 500명을 넘어섰고 1만명 이상이 체포됐다. 노르웨이에 기반한 단체 이란인권(IHR)도 사망자가 최소 192명이라고 했다. IHR은 이란 당국이 현지에서 인터넷과 통신이 60시간 넘게 차단된 점을 지적하며 “확인되지 않은 보고에 따르면 일부 소식통은 2000명 이상이 사망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고 전했다. IHR은 지난 9일과 10일 이틀간 사망자 발생이 집중됐으며,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영안실에서는 시위에 참여했던 희생자 시신 수백구가 목격됐다는 전언도 있다고 언급했다. 시위가 단기간 내 잦아들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블룸버그는 “외환 위기와 경제 붕괴로 촉발된 시위가 이제는 정권 자체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달러 대비 이란 리얄 환율은 2024년 1월 초 달러당 50만6500리얄에서 현재 150만 리얄로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란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는 해외로도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워싱턴DC와 로스앤젤레스(LA) 등지에서는 이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고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영국, 프랑스, 튀르키예 등 유럽 각국에서도 수천 명 규모의 시위가 이어졌다. 그러나 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 연설에서 시위대를 겨냥해 “우리의 안보·국방기관이 단호하게 진압해야 할 것"이라고 엄단 의지를 밝혔다고 국영 프레스TV가 보도했다. ◇ 트럼프 “군사 옵션 검토"…국제유가 급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이 시위대를 살해할 경우 미국이 개입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워싱턴DC로 이동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군도 이 사안을 살펴보고 있다"며 “몇몇 강력한 선택지들을 살펴보고 있으며,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의 대응에 대해 “그들이 지도자들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들은 폭력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 시간마다 (이란 상황을) 보고받고 있고, 그에 따라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 옵션을 검토 중이며, 이스라엘은 현재 상황을 두고 유럽 각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도 미국의 군사개입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브렌트유 등 국제유가는 공급 차질 우려에 지난 9일까지 2거래일 동안 5% 넘게 급등했다. 다만 이란의 주요 산유 지역인 후제스탄주에서 석유 수출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대외 노선과도 맞물린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군에 의해 체포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에 대한 관활권도 확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강압적인 방식으로라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 소식통은 “이란 정권이 무너질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큰 타격이다"며 “그는 우방인 베네수엘라와 시리아를 이미 잃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글로벌리스크매니지먼트의 아르네 로만 라스무센 수석 분석가는 “시장의 초점이 이란으로 이동했다"며 “미국이 베네수엘라처럼 혼란을 이용해 이란 정권 붕괴를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정권 붕괴 가능성은 낮지만…“체제 변화 불가피" 다만 하메네이 체제가 당장 붕괴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중동 담당 애널리스트 디나 에스판디아리는 “현재로서는 체제 붕괴의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이란 국민들은 이웃 국가인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일어난 파괴적 결과를 지켜봤기 때문에 혼돈을 두려워하고 있고, 무엇보다 정부가 강경한 진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슬람공화국은 올해 말까지 현재의 형태 그대로 존속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체제를 대체로 유지하는 선에서 지도부 일부를 교체하는 방식이거나, IRGC에 의한 쿠데타"라고 분석했다. 어셔 전 애널리스트도 “정권 붕괴가 결코 아름답게 진행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IRGC는 정권을 지키기 위해 격렬하게 싸울 것이고 그 과정에서 대규모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한편, 이란 측은 미국의 위협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전날 미국이 먼저 행동할 경우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하겠다고 맞섰다. 모하마드 모바헤디아자드 검찰총장은 시위 참가자를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신의 적'으로 규정했다. 이란은 공격받을 경우 미군 자산과 이스라엘을 합법적 표적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빅쇼트’ 마이클 버리 “오라클 공매도 중”…‘이곳’은 긍정 평가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이자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마이클 버리가 인공지능(AI) 관련주로 꼽히는 오라클 주식을 공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버리는 9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유료 서브스택 뉴스레터 구독자들에게 오라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다며 지난 6개월간 공매도를 이어왔다고 밝혔다. 다만 풋옵션의 만기나 행사가격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버리는 지난해 11월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의 공매도 사실을 공개하며 AI 거품론에 불을 지폈다. 버리는 이번 오라클 공매도와 관련해 “오라클이 현재 취하고 있는 포지셔닝이나 투자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고 있고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자존심 때문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오라클은 전통적으로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기업이지만, 최근 AI 수요 확대를 계기로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클라우드 사업 전망을 상향 조정해 주가가 하루 만에 36% 급등했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따른 자본지출 증가, 부채 확대 우려 등이 부각되며 상승분 대부분이 반납됐다. 오라클 주가는 현재 지난해 9월 고점 대비 40% 하락한 상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오라클의 총 부채는 950억달러(약 138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블룸버그가 자체 집계하는 우량채권 중 금융업종을 제외하고 가장 큰 발행 규모다. 버리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엔비디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오픈AI가 기업가치 5000억달러(약 730조원) 수준으로 상장된다면 공매도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AI 트레이드의 약세 의견을 가장 표현할 수 있는 종목이 엔비디아"라며 “엔비디아는 가장 사랑받고 가장 의심받지 않는 종목이기 때문에 오히려 공매도가 싸고 풋옵션도 다른 종목보다 저렴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버리는 메타플랫폼,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일부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공매도를 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메타를 공매도하면 소셜미디어와 광고 지배력을 공매도하는 것이고 알파벳을 공매도하면 구글 검색과 안드로이드·웨이모까지 공매도하는 셈"이라며 “MS를 공매도하면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공매도한다. 이들 기업은 순수히 AI 공매도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버리는 또 이들 기업은 시간이 지나면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과잉 구축된 설비에 대해 손상차손을 반영하더라도 핵심 사업에서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며 “이 세 회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일본 엔화 환율 1년래 최고치로 급등…韓 원화도 덩달아 약세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이 1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원화 가치도 덩달아 하락했다. 10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7.89엔으로 이번 주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종가기준 지난해 1월 14일 이후 최고치다. 장중 한때 158.2엔까지 치솟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이달 예정된 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 결과 전망에 반응한 것을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은행이 오는 22~23일 예정된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2026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현재 0.7%에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은행은 2024년 3월 17년 만에 금리를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고, 4개월 뒤인 7월엔 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했다. 작년 1월에는 0.5%로 인상한 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을 고려해 10월까지 6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일본은행은 같은 해 12월 금리를 0.75%로 인상했다. 일본은행이 이달 금리를 동결하지만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것은 엔 캐리 트레이드를 지속하는 요인이라고 트레이딩뷰는 전했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차입하거나 매도해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엔화 약세가 지속되거나 주요국 간 금리차가 확대될 때 매력이 커진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엔화를 빌린 투자자들이 환손실을 피하기 위해 자금을 본국으로 환수할 가능성도 커진다. 여기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엔화 환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조기 총선거를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의 영향으로 엔화 약세가 가속화됐다"고 전했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은 높은 지지율을 배경으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1월 23일 소집될 예정인 정기국회 초기에 중의원을 해산해 2월 중 조기 총선거를 실시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구상이 실현돼 자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다카이치 총리가 내세우는 적극 재정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엔 매도, 달러 매수 흐름을 촉진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이날 엔화 약세에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상승했다. 이날 새벽 2시 달러-원 환율은 전장 서울환시 종가 대비 8.40원 오른 145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장 주간 거래(9시~오후 3시 반) 종가 1457.60원 대비로는 1.40원 상승했다. 이날 전체로 달러-원 환율 장중 고점은 1461.70원, 저점은 1452.10원으로, 변동 폭은 9.60원을 기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상호관세 대법원 판결, 이르면 14일 나올 수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상호관세 정책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예측됐던 9일(현지시간)에 나오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형사 사건 1건에 대해 판결했고 관세 판결은 이날 중 나오지 않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대법원이 오는 14일 주요 사건의 결정을 발표할 수 있다고 이날 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일정을 공지하면서 이르면 14일 관세 사건 선고가 이뤄질 수 있다. 어떤 사건에 대해 판결할지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대법원의 관례다. 대법원은 '미국의 무역 적자가 비상사태이고, 이에 따라 각국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처럼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심리 중이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재임중인 12개 주와 중소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앞서 1·2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비상 권한을 활용해 전 세계에 관세를 부과한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연방대법원은 6대 3의 보수 우위 구도로, 그동안 주요 사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결정을 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5일 관세 소송의 첫 구두변론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 일부가 광범위한 관세 정책이 의회 권한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는 등 적법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행정부가 승소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해 미국의 국가 이익과 안보가 확보된다며 대법원에서 패소 시 미국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대법원이 행정부의 관세 부과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관세 환급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이 관세 부과 권한을 제한하더라도 무역확장법 232조 등 다른 법을 동원해 관세 정책을 유지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존처럼 제한 없는 수준의 관세 정책을 펼치기에는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CNBC방송 인터뷰에서 대법원이 제동을 걸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법률에 입각해 관세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싯 위원장은 전날 밤 핵심 인사들이 모두 참여한 전화 회의가 있었다면서 이 자리에서 대법원이 IEEPA에 근거한 관세에 대해 불리한 판결을 할 경우 다음 단계로 어떻게 할지 논의가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가 다른 나라들과 맺은 합의들을 다시 만들어낼 다른 법적 권한이 많이 있고, 그것을 즉시 실행할 수도 있다"면서 “우리는 승소를 예상하지만, 만약 패소하더라도 같은 결과에 도달할 다른 수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철강 등 품목별로 관세를 매길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염두에 둔 언급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 같은 비상 계획 수립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글렌코어·리오틴토 합병 논의 재점화…‘291조 원자재 공룡’ 탄생하나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광산 기업 리오틴토 그룹과 스위스 광산 기업 글렌코어의 합병 가능성이 1년 만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시가총액이 2000억달러(약 291조 3400억원)를 웃도는 거대한 광산 공룡이 탄생할 전망이다. 특히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두 기업 간 합병 논의가 재점화됐지만, 걸림돌도 적지 않아 결과를 예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합병은 리오틴토가 글렌코어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양사는 이날 각각 성명을 내고 전액 주식교환 방식을 포함해 일부 또는 전 사업부를 대상으로 하는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이 나오자 리오틴토 주가는 9일 호주증시에서 6% 넘게 급락한 반면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방식으로 상장된 글렌코어 주가는 8.8% 급등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이는 광산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현재 광산업계는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핵심 광물인 구리 확보 경쟁 속에서 대형 업체들이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인수합병(M&A) 열풍에 휩싸여 있다. 글렌코어와 리오틴토 모두 대규모 구리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양사가 결합할 경우 세계 최대 광산기업으로 군림해온 BHP그룹을 넘어서는 초대형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이번 논의는 구리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지난 6일 국제 구리 현물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톤당 1만3269.50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만3000달러선을 돌파했다. 세계 곳곳에 위치한 구리 광산에 사고가 잇따르면서 생산 차질이 발생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리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관측이 구리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장, 청정에너지 보급 확대, 각국 정부의 국방비 지출 증가 등은 구리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리오틴토 입장에서는 글렌코어를 인수할 경우 칠레에 위치한 초대형 콜라우아시 구리 광산의 지분을 확보해 구리 생산량을 대폭 늘릴 수 있다. 콜라우아시 광산은 리오틴토가 오랫동안 눈독을 들여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리오틴토는 또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철광석 비중이 여전히 높은데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로 철광석 수요 전망이 불확실해진 점도 전략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협상은 업계 전반의 M&A 흐름 속에서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최근 앵글로아메리칸은 BHP그룹의 적대적 인수 시도를 방어한 뒤 테크리소시스와 합병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걸림돌도 적지 않다. 양사는 2024년에도 인수 논의를 진행했지만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글렌코어는 또 세계 최대 석탄 생산업체 중 하나지만 리오틴토는 이미 석탄사업에서 철수했다. 두 기업간 문화가 크게 다른 점도 또다른 난관으로 지목된다. 리오틴토가 글렌코어의 모든 사업부를 인수할지도 불확실하다. 글렌코어는 석탄뿐만 아니라 니켈, 아연 등 다양한 광물을 채굴하고 대규모 트레이딩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석탄 가격 하락세와 사업 전략 불확실성으로 글렌코어 주가가 지난해 하락하자 투자자들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알론 올샤 등 분석가들은 “조건과 구조에 대한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리오틴토는 글렌코어의 구리 사업 포트폴리오를 원하지만 석탄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해당 자산은 분리 매각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인수합병 규정에 따라 리오틴토는 2월 5일까지 공식 인수 제안을 할지 여부를 확정해야 한다. 이를 철회할 경우 향후 6개월간 재협상이 제한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머니+] 코스피 고점은 없다?…‘바이 코리아’ 확산되는 이유는

지난해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한 한국 코스피 지수가 새해 들어서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자 증시가 과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일축하는 분위기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인공지능(AI) 붐으로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개선되는 가운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부의 증시 부양책과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등이 한꺼번에 맞물리면서다. 8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0.03% 오른 4552.37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에는 4622.32까지 오르며 전날 기록한 전고점(4611.72)을 넘어섰다. 코스피는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이 한국 증시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데다 정부가 추진하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기업 지배구조 개혁 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속도로라면 코스피가 이달 중 5000선을 돌파할 수도 있다"며 “실적 기대치가 급격히 상향 조정되고 있어 과열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코스피 목표 상단을 4800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표적 반도체 기업들은 AI 붐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두 기업은 올해 국내 기업 전체 이익 증가율(74% 전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20조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08.2% 증가해, 7년여만에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19조6457억원)도 웃도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신 세대 범용 메모리인 DDR5 가격이 올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40% 상승하고, 2분기에도 추가로 20%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산지브 라나 CLSA증권 리서치 총괄은 “하이퍼스케일러와 클라우드 제공 업체들은 대규모로 D램을 구매하고 있으며, 가격에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분기 D램 평균 가격은 전 분기 대비 30% 이상 급등했고, 낸드 가격도 약 20% 상승했다"며 “이 같은 가격 상승세는 올해 내내, 길게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에도 수요가 워낙 강하고 공급이 빠듯해 (메모리) 가격에 큰 조정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주들의 주가가 급등했지만 추가 매수 여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프 김 KB증권 리서치 총괄은 “수요 정점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투자자들은 반도체 관련주들을 매수하고 보유해야 하고, 주가 하락은 매수 기회다"라고 밝혔다. KB증권 피터 킴 전략가도 “현 시점에서 반도체가 가장 안전한 투자처"라고 블룸버그TV에 말했다. 한국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스피는 2025년 한 해에만 76% 급등했지만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0배 수준으로 글로벌 주요 지수보다 낮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한국 증시는 구조적인 디스카운트 상태에 있었지만 올해는 완전히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코스피가 연말까지 6000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또 정부가 추진 중인 150조원 펀드와 관련해 “지난 5년간 유지돼 온 보수적인 재정 기조를 사실상 마무리하는 수준의 경기 부양책으로,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의 밸류업 정책, 코스닥 활성화 정책 등도 상승 동력으로 지목된다. 제임스 리 머스트자산운용 글로벌 사업 총괄은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선 '한국이 다음 일본'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스피 상승세가 지속되려면 반도체 분야를 넘어 다양한 업종의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반도체를 제외한 종목 선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삼양식품, 효성중공업, 에이피알(APR)을 유망 종목으로 선정했다. 식품·전력설비·화장품 등의 업종이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학개미들의 국내 복귀 가능성도 주목된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미국 주식에 324억달러(약 46조9600억원)를 순매수한 반면, 코스피는 26조4000억원을 순매도했다. 그러나 정부의 국내 투자 장려 정책이 본격화되면 이 흐름이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심종민 CLSA증권코리아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움직이는 곳에는 개인투자자들이 대체로 참여한다"며 “한국 개인투자자들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금융시장 개방 나서는 사우디…“2월부터 모든 외국인투자자 진입 가능”

사우디아라비아가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내달부터 금융시장을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 자본시장감독청(CMA)는 2월 1일부터 비거주 외국인이 직접 자국내 시장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에는 적격 외국인 투자자(QFI) 자격을 부여받은 해외 투자자들만 사우디 금융시장에 투자할 수 있었다. 운영 자산이 5억달러를 넘어서는 것이 QFI 자격 요건 중 하나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CMA는 “개정안에 따라 QFI 개념이 제거되어 모든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격 요건을 충족할 필요 없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해외 자금의 유입을 지원해 시장 유동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는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일본, 홍콩 파트너들과 상장지수펀드(ETF)를 설립하는 등 외국인 투자 유치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 타다울 종합주가지수(TASI)는 지난해 13% 가까이 폭락해 주요 신흥국 주가지수 중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경제·사회 개혁 계획인 '비전 2030'을 실현시키기 위해 지출이 늘어나는 동시에 국제유가 하락으로 정부 예산 적자가 심화하자 해외 자본 유입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외 투자자들의 지분 소유 한도가 완화돼야 사우디 시장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우디 증시는 지난해 9월 감독청이 상장사에 대한 외국인 소유 한도를 완화할 수 있다는 보도에 급등한 바 있다. 그러나 당국이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언급하자 상승세가 반납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JP모건은 “이미 거의 모든 기관 투자자들이 사우디 시장에 투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날 발표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핵심 규제 변화는 외국인 지분 제한 변경이고 이는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규제는 올 하반기 직전에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프리스의 나레시 빌란다니 이사는 “외국인 지분 제한율이 현재 49%에서 60~100%로 상승될 경우 MSCI와 FTSE로부터 34억~102억달러의 패시브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AI가 키운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삼성전자 “제품 가격 인상 나설 수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들의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원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은 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 현장에서 진행된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반도체 공급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이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가격은 지금 이 순간에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싶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제품 가격 조정을 실제로 고려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조차도 스마트폰, 노트북, 스마트 가전, 자율주행차 등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부품 가격 급등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에 대한 경고는 예전부터 제기돼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개최된 'SK AI Summit(서밋) 2025' 기조연설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공급이 병목이 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많은 기업들로부터 메모리 반도체 공급 요청을 받고 있어서 이걸 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이에 대응하는 분위기다. 미국 PC·서버 제조업체 델, 샤오미 등 주요 IT 기업들은 이미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을 경고했고 HP의 엔리케 로레스 최고경영자(CEO)는 올 하반기부터 필요시 가격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 PC 제조사 레노보는 지난해부터 메모리 반도체를 미리 확보해 비축하기 시작했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의 주요 원인으로는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목되고 있다.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D램 가격은 작년 크게 올랐는데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올해 2분기까지 40%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미 경제매체 CNBC는 이날 보도했다. 이같은 공급 부족 상황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주가 상승에 긍정적 요인으로 해석된다고 CNBC는 전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해 각각 125%, 275% 가량 급등했고 올해 들어서도 16%, 13%씩 올랐다. 퀼터 체비엇의 벤 배링거 테크 리서치 책임자는“최근 반도체 업계 전반의 상승세는 메모리 부문이 크게 주도하고 있다"며 “AI 수요는 매우 강하지만 공급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하고 실행하는 데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에도 이를 자체 생산하지 못하는 경쟁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시장 전반보다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실장은 “작년보다 올해에 대한 전망이 훨씬 더 낙관적"이라며 “모바일 기기의 경우 AI의 부상으로 소비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업그레이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전기차 겨울” 다가온다…올해 글로벌 판매 성장률 절반으로 ‘뚝’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 지원책을 축소하고 유럽이 내연기관차 퇴출 정책에서 한발 물러선 데다, 기후변화가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에서도 기업과 정치권 모두 전기차에서 후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 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가 2430만 대로, 전년 대비 12%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23% 성장률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겨울"(EV winter)에 직면해 2027~2028년께 수요 회복이 예상되기 전까지 고전을 이어갈 것으로 분석됐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네이선 니스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글로벌 총괄은 “배터리 전기차의 장기적 성장 경로는 여전히 긍정적이지만 올해는 전기차 전망에 낙관할 만한 특별한 스토리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략을 잇달아 수정하고 있다.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이브이스에 따르면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지난해 4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43% 급감했다. 순수 전기 SUV인 캐딜락 리릭은 45% 감소했고, 쉐보레 블레이저 EV는 80% 가까이 줄었다. 인사이드이브이스는 “전기차가 부족해서 판매가 둔화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다"며 “판매 둔화가 이렇게 빠르게 나타날 줄 몰랐다"고 평가했다. 이에 GM은 지난해 10월 주주 서한에서 “전기차 과잉 생산 문제를 해소함으로써 2026년 이후 전기차 부문의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내연기관차 판매 비중이 상당 기간 더 높게 유지될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포드 역시 지난달 성명을 통해 전기차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수익성이 높은 하이브리드·내연기관 차량 중심으로 전략을 전면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포드는 주력 'F-150 라이트닝' 순수 전기 픽업트럭을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번 전략 변경으로 포드가 떠안을 비용은 2027년까지 세전 기준 195억달러(약 28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 이후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전기차 세액공제 인센티브를 폐지하고 자동차 연비규제를 완화하는 등 내연차에 더 유리한 만들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미국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41% 급감했다. BNEF는 이같은 추이가 이어져 올해 미국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1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에서도 정부 지원 축소로 성장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차 구매 시 취득세를 최대 3만 위안까지 면제해 왔지만 올해부터는 50%만 감면하기로 했고, 노후차 교체 지원 프로그램에도 새로운 제한을 추가했다. 당국은 업체 간 출혈 경쟁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자동차 컨설팅업체 던 인사이트의 마이클 던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정부는 확실히 가격 전쟁을 진정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중국의 전기차 판매가 지난해 1560만대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했고, 올해 성장률은 13%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에서도 정책 기조가 후퇴하고 있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5년 신차 탄소 배출 감축량을 당초 목표인 100%가 아닌 90%로 낮추도록 완화하는 법 개정안을 지난달 공개한 바 있다. 이는 일부 내연차 판매도 가능함을 의미한다. 여기에 전기차 판매는 현재 둔화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다만 전기차의 경제성 측면에서는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차 가격은 그동안 미국에서 전기차 대중화를 가로막는 중대 요인으로 지목됐는데 가장 비싼 부품인 배터리 가격은 지난해 8% 하락한 것으로 BNEF는 예측했다. 다만 전기차 경제성 측면에서는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가격은 미국 내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로 꼽혔는데 가장 비싼 부품인 배터리 가격이 작년 8% 하락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또 미국에서 내연차 평균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전기차 모델들이 다수 출시될 예정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핵심 모델은 3만5000달러 미만의 중형 SUV다. 연간 약 250만대의 중형 SUV가 판매되는데 이중 40%가 이 가격대에 해당한다. 올해 토요타 C-HR BEV, 스바루 언차티드, 기아 EV3 등 최소 5개 이상의 전기차 모델이 이 가격대에 등장할 전망이다. BNEF의 저우후이링 애널리스트는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차량 부문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합리적인 가격대를 제시할 수 있는 업체들이 지속적인 판매 성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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