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서 발 빼는 美 ‘빅3’…테슬라 반사이익 보나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기조에 발맞췄던 미국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사업을 줄줄이 축소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화석연료 중심 정책과 전기차 수요 둔화가 맞물린 탓이다.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에 무게를 다시 실으면서 테슬라 등 전기차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통신·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포드는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전기차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수익성이 높은 하이브리드·내연기관 차량 중심으로 전략을 전면 수정한다고 밝혔다. 포드는 전략 전환의 일환으로 주력 'F-150 라이트닝' 순수 전기 픽업트럭을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F-150 라이트닝의 후속 모델이자 2세대 전기차 라인업의 핵심으로 꼽혔던 'T3 전기 픽업트럭' 개발 및 생산도 중단한다. T3를 생산하려던 테네시 공장에선 2029년부터 가솔린 트럭을 생산할 계획이다. 포드는 대신 저가 전기차에 집중하는 한편,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수십억달러를 계속 투입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았다"며 “우리는 이 선택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 포드의 대형 전기차 사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력 상품인 F-150 라이트닝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2만5583대 팔리는 데 그쳤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수치다. 포드의 전기차 사업부인 '포드 e'는 작년 51억달러(약 7조5000억원)의 손실을 냈고, 올해 1∼3분기에도 36억달러(약 5조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포드는 올해 손실 규모가 작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전략 변경으로 포드가 떠안을 비용은 2027년까지 세전 기준 195억달러(약 28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중 85억달러는 전기차 생산 중단과 관련된 비용, 60억달러는 SK온과 배터리 합작사업을 종료하는 비용, 50억달러는 프로그램 관련 비용이다. 합작 종결에 따라 SK온과 포드는 각각 테네시 공장과 켄터키 공장을 운영한다. 포드에 이어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도 전기차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GM은 지난 10월 전기차 축소로 약 16억달러(약 2조3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GM은 “소비자 수요에 맞춰 전기차 생산능력과 제조거점을 재조정하는 계획에 기반한다"라고 설명했다. 스텔란티스도 전기 픽업트럭 계획을 철회했다. 미국 완성차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책 변화와 맞물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 때 강화했던 미국 자동차 연비 규제를 완화하는 등 내연기관 차량에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전기차 구매 때 적용되던 7500달러(약 11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은 지난 9월 말 종료됐다.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이 조처 이후 10월 미국의 전기차 생산량은 전달 대비 약 49% 급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전년 동월대비 40% 감소했다. 이에 포드는 배터리 공장을 전기차 용도에서 ESS 용도로 전환할 계획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포드는 켄터키, 미시간 공장에서 ESS용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전력망 보강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해 1~10월 미국의 유틸리티급 배터리 저장 용량은 전년 말 대비 50% 늘어난 약 39.3기가와트(GW)로 집계됐다. 분석가들은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하이브리드·내연기관 차량으로 선회하면서 테슬라와 리비안 등 전기차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편, 이날 테슬라 주가는 전장 대비 3.56% 오른 475.31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올해 들어 최고치다. 최근 테슬라의 주가 상승에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로보(무인)택시에 관한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에 답글로 “차에 아무도 타지 않은 채 주행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라고 썼다. 이와 관련,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자율주행과 로보틱스에 대한 테슬라의 노력은 게임체인저이자 회사의 미래를 정의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600달러로 유지했다. 이어 강세 시나리오에서 테슬라 주가가 향후 12~18개월에 걸쳐 최대 8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연준의 ‘스텔스 QE’와 한국은행의 딜레마

2025년 12월 10일, 우리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또다시 밤잠을 설쳐야 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사실상 마지막 임기 중 열린 이번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전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린 '슈퍼 위크'의 정점이었다.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는 3.75~4.00%에서 3.50~3.75%로 25bp(0.25%포인트) 인하되었다. 하지만 이날의 진짜 주인공은 금리인하가 아니었다. 3명의 위원이 반대표를 던지는 이례적인 내부분열 속에서, 연준이 조용히 꺼내든 '준비금 관리 매입(Reserve Management Purchases, RMP)'이라는 낯선 카드가 등장한 것이다. 연준은 12월 12일부터 매월 400억 달러 규모의 단기 국채(T-bills)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200억~30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양적 완화(QE)가 아니다"라고 수차례 강변했다. 과거 금융위기 당시 장기국채나 모기지담보증권(MBS)을 사들여 장기 금리를 끌어내리던 것과는 달리, 단기 자금시장의 유동성을 충분한(ample)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기술적 관리'일 뿐이라는 논지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연준이 매월 400억 달러어치의 국채를 민간에서 사들이면, 그만큼 민간의 무위험 자산(국채) 비중은 줄고 현금(지급준비금)은 늘어난다. 넘쳐나는 현금을 쥔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주식이나 회사채 등 위험 자산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포트폴리오 재조정 효과'이며, 사실상의 양적완화다. 실제로 FOMC 발표 직후 미국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시장이 이를 '유동성 파티의 재개'로 받아들였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연준의 이와 같은 '스텔스 돈 풀기'는 한국은행에 양날의 검이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은 한미 금리 역전폭의 축소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양국 간 금리차는 기존 1.50%포인트에서 1.25%포인트(미국 상단 3.75% - 한국 2.50%)로 줄어들었다. 1,400원대 중반에 고착화된 환율과 자본유출 압력에 시달리던 한국은행으로서는 숨통이 트이는 반가운 소식이다. 또한 연준이 공급한 막대한 달러 유동성이 글로벌 자산시장을 타고 일부 국내증시로 유입된다면, 환율안정과 자산가격 부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을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 현재 우리나라 유동성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25년 9월 기준 광의통화(M2)는 전년 대비 8.5%나 급증하며 사상 최대인 4,430조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12월 초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시장안정을 위해 한국은행이 '무제한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을 선언하며 단기유동성을 대거 공급하고 있다. 이미 내부에 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외부발 유동성까지 더해질 경우, 물가불안과 부동산 재과열을 자극할 위험이 크다. 이번 FOMC에서 연준은 2026년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3%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반면 한국은행이 제시한 한국의 2026년 성장률 전망은 1.8%에 그친다. 성장률 역전은 통화가치 차별화로 이어진다. 미국경제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미국 예외주의(US Exceptionalism)'가 지속되는 한 연준이 돈을 풀어도 달러약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미국 자산시장의 활황은 국내 투자자들의 '서학개미' 행렬을 가속화해, 무역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달러가 다시 금융계정을 통해 빠져나가는 구조적 환율상승 압력을 부추길 것이다. 결국 미연준의 돈풀기가 우리 경제에 '약'이 되게 하려면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수적이다. 첫째,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 연준이 내린다고 해서 섣불리 따라 내렸다간, 좁혀진 금리차가 다시 무색해지고 집값 불안만 키울 수 있다. 현재의 2.50% 금리를 당분간 유지하며, RP 매입 등 미세 조정을 통해 필요한 곳에만 유동성을 공급하는 '핀셋 지원'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둘째, 환율 방어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2026년 1월부터 도입되는 원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KRW FX Bonds)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를 구조적으로 유도하여, 단순히 달러를 팔아 환율을 막는 소극적 개입에서 벗어나 원화수요 자체를 늘리는 적극적 전략으로 선회해야 한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와 연계하여 원화자산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셋째, 과잉유동성이 부동산이 아닌 생산적 부문으로 흐르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 가계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엄격히 적용하는 한편, AI나 반도체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기업금융 지원은 확대해야 한다. 2025년의 끝자락, 파월의 임기내 마지막 실질적인 FOMC회의에서 연준은 다시 유동성의 수도꼭지를 틀었다. 이것이 우리 경제에 단비가 될지 아니면 인플레이션과 투기라는 홍수가 될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대응에 달려 있다고 본다. 돈잔치라는 환상에 취하기보다, 그 뒤에 날아들 수 있는 청구서를 대비하는 냉철한 현실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수현

엔비디아도 비트코인처럼 하루종일 매매?…“나스닥 24시간 거래 추진”

빅테크 7개인 '매그니피센트7'(M7, 애플·아마존·알파벳(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테슬라·메타)를 포함해 주요 기술주들이 상당된 미국 나스닥 거래소가 주식 거래시장을 24시간 체제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실화될 경우 서학개미들의 미국 증시 접근성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나스닥은 주 5일 24시간 주식 거래 도입을 위한 서류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할 계획이다. 로이터는 “나스닥의 서류 제출은 주 5일 하루 24시간 거래 체제를 도입하기 위한 첫 번째 공식적인 행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3월 탈 코헨 나스닥 대표는 규제 당국과 논의를 시작했다면서 내년 하반기에 주 5일 24시간 거래를 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도 최근 24시간 거래 확대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나스닥이 24시간 주식 거래를 추진하는 배경엔 미국 주식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는 전 서계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며, 외국인의 미국 주식 보유 규모는 지난해 17조달러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우 미국 주식에 대한 급증한 수요에 맞춰 로빈후드,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등은 투자자들이 대체거래소(ATS)를 통해 미국 주식을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척 맥 나스닥 북미시장 수석부사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은 신뢰 훼손 없이 자신들이 처한 조건이나 시대에 따라 미국 증시에 접근하기 원한다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24시간 거래 체제가 성공적으로 도입되려면 주식 거래의 청산을 담당하는 미국 증권예탁결제기관(DTCC), 주가 시세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증권정보처리시스템(SIP) 운영위원회의 운영 시간이 연장돼야 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두 기관은 이미 관련 계획을 제출했으며, DTCC는 2026년 2분기까지 주식 거래 청산을 주 5일 24시간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나스닥 거래시간은 미 동부시간 기준, 월~금 △오전 4시~9시30분 개장전 거래(프리마켓) △오전 9시30분~오후 4시 정규장 △오후 4시~8시 시간외 거래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나스닥이 주 5일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되면 주간 거래(오전 4시~오후 8시)와 야간 거래(오후 9시~다음날 오전 4시)로 구분돼 운영된다. 주간 거래의 경우 기존처럼 개장전 거래, 정규장, 시간외 거래가 포함되며 오전 9시30분 개장 종과 오후 4시 폐장 종은 그대로 유지된다. 야간 거래에서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체결되는 거래는 다음날 거래일로 간주된다. 아울러 거래 기간은 일요일 오후 9시부터 금요일 오후 8시까지 이어진다. 24시간 거래를 지지하는 측은 해외 투자자들이 정규장 외 시간에 발생하는 이벤트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월가 주요 은행들은 유동성 저하, 변동성 확대, 투자 대비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상시 거래 전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재생에너지 옥죄기 접을 수도”…청정에너지 관련주 어디까지 오를까

기후변화가 사기극이라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암울할 것으로 예상됐던 글로벌 청정에너지 관련주들이 오히려 고공행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드릴 베이비 드릴' 구호를 앞세워 화석연료 산업을 장려하고 있지만 정작 석유 관련주들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P 글로벌 청정에너지전환 지수(S&P Global Clean Energy Transition Index)는 올해 들어 44% 급등해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S&P500 지수의 연 상승률(16%)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 지수는 재생에너지를 포함해 저탄소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들로 구성됐으며 미국 상장사들의 비중이 가장 높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미국 수소연료전지 기업 블룸에너지 주가가 328% 급등했고 세계 최대 태양광 인버터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업체 중 하나로 꼽히는 중국 양광전력은 137% 상승했다. 유럽에서는 지멘스에너지 주가가 두 배 이상 뛰었다. 국내 증시에서도 재생에너지 관련주들이 크게 올랐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연 상승률은 200%에 육박하고 OCI홀딩스, 한화솔루션, SNT에너지 등도 각각 80%, 74%, 74% 가량 올랐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으로 수혜가 예상됐던 S&P 글로벌 오일 지수는 올해 1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 주가도 올 들어 30% 가량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초 취임 후 화석연료 산업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산업을 공격해왔다. 그는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기후변화를 “세상에서 일어난 가장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달에는 미 에너지부가 산하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서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국립로키연구소(National Laboratory of the Rockies)'로 명칭을 바꾸는 등 이른바 '재생에너지 지우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AI 데이터센터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재생에너지의 역할은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시장 참가자들은 전력 수요가 너무 커 '빅오일'(거대 석유기업)만으로 충족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NEF(BNEF)는 AI 학습과 서비스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가 향후 10년 내 4배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가장 빠르게 전력 사용이 늘어나는 분야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재생에너지와의 전쟁'에서 물러설 수 있다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헬렌 주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해 모든 형태의 에너지를 포용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며 “2026년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이는 새로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선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BNEF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3860억달러(약 570조원)로 집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우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가 지난해 하반기 대비 36% 감소한 반면, 유럽연합(EU)은 육상·해상 풍력을 중심으로 60% 이상 급증했다. 재생에너지 사업과 관련해 기업들간 합의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덴마크 우스테드가 운영하는 영국 해상풍력 단지에 6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지난달 합의했다. 포르투갈 국영전력회사 EDP는 2030년까지 아시아에서 재생에너니 및 매터리 프로젝트에 최대 2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26년부터 미국과 유럽에 10.5기가와트(GW) 이상의 에너지 설비 용량을 제공받는 계약을 지난해 브룩필드 리뉴어블 파트너스와 체결하기도 했다. 이 계약은 발표 당시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 간 전력구매계약(PPA)으로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선 AI 거품론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관련주들의 상승세가 과열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P 글로벌 청정에너지전환 지수는 2007년 고점 대비 여전히 약 73% 낮고 12개월 선행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0배로 5년 평균 23배를 밑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2회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산업이 자본집약적이고 부채 의존도가 높은 만큼, 금리 하락은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이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블랙록의 에비 햄브로 섹터 투자 총괄은 청정에너지 산업과 관련해 “매그니피센트7(M7)에 밀려 너무 오랫동안 외면받아 왔다"며 “내년에는 우리에게 있어 최우선으로 집중할 영역"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북미 관세 도미노] 멕시코도 트럼프 흉내내기?…정부·기업 “영향 제한적” 평가 이유는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멕시코까지 자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제품에 최대 50%의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우리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장 반도체, 자동차, 가전 등 주요 품목 수출에 타격을 받을 상황은 아니지만 북미 지역에서 각종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악재라는 분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멕시코는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을 대상으로 '전략 품목' 수입품 관세를 인상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한국·중국 등에 현재 0∼35%대로 책정된 품목별 관세율이 최대 50%까지 높아지는 게 골자다. 멕시코 상원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본회의에서 일반수출입세법(LIGIE) 정부 개정안을 찬성 76표, 반대 5표, 기권 35표로 가결 처리했다. 정부가 주도한 법안이라 내년 1월부터 바로 시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구체적인 관세 품목과 관세율은 관보 공개 이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부품, 철강 및 알루미늄, 플라스틱, 가전, 섬유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멕시코 정부는 앞서 지난 9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치 관세를 차등해 부과하는 안을 발표했다. 당시 17개 전략 분야 1463개 품목을 선정했는데 해당 품목들이 포함됐었다. 멕시코 중앙은행과 경제부 자료 등을 보면 한국은 관련 자료가 발표된 1993년 이후 내내 멕시코를 상대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3분기까지 120억9800만 달러(약 17조8000억원) 가량 흑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계는 멕시코의 이같은 조치에 당장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멕시코가 이번에 관세 인상안을 통과시키면서 수입 중간재에 대해서는 관세감면제도를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멕시코가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국이긴 하지만 이들이 '전략품목'으로 지정할 만한 제품이 넘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자동차·가전 업체들은 멕시코를 미국 수출을 위한 생산기지로 활용되고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케레타로, 티후아나 등에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TV 등을 만들고 있다. 멕시코를 북미지역에 판매되는 가전·TV의 생산 허브로 삼고 있다. LG전자 역시 몬테레이, 레이노사, 멕시칼리 등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마련해둔 상태다. 가전, TV·디스플레이 등을 만들어 주로 미국으로 수출한다. 기아는 몬테레이에 연산 40만대 규모 공장을 건설해 운영 중이다. K3, K5 등 승용 모델을 주로 만든다. 한국 정부 역시 멕시코의 이번 조치가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멕시코는 완제품이 아니라 삼성·LG전자와 기아 등 공장에서 쓰일 중간재가 넘어가는 곳이라는 이유에서다. 해당 법안은 지난 9월 처음 발의됐을 때와 비교해 조건히 상당히 완화됐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산업통상부는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박정성 통상차관보 주재로 멕시코 관세 인상 관련 민관 합동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간담회 참석한 기업들도 정부의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줬다고 전해진다. 현장에는 삼성전자, 현대차·기아, LG전자, 포스코 등이 참석했다. 한국무역협회, 한국철강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 기관도 함께했다. 일각에서는 멕시코의 이같은 행보가 오히려 우리 기업들 이익 개선에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멕시코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면 현지에 생산기반을 마련한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관세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멕시코의 관세 인상안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관련 논의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협상하기 위한 카드 중 하나라고 해석한다. 삼성·LG전자 등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주요 제품 라인을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 등을 조율해왔다. 다만 미국, 캐나다에 이어 북미 지역에서 계속해서 '관세 장벽'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악재다. 개별 기업을 제외하고 한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현지로 수출하는 업종들에는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와 멕시코는 2006년께부터 FTA 관련 협의를 이어왔으나 현재 동력을 상실한 채 교착 상태에 있다. 산업통상부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업계 및 현지 공관 등과 협력해 이번 관세 인상 조치에 따른 영향 최소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전 세계서 흥행하는 ‘주토피아 2’…글로벌 영화 시장 판도 바뀌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가 개봉 17일 만에 전 세계 티켓 매출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돌파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의 영화흥행수입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개봉한 '주토피아 2'는 이달 11일까지 전 세계 영화관에서 9억8607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북미 지역에서, 북미 외 지역에서 매출이 각각 2억3267만달러, 7억5340만달러로 집계됐다. 할리우드 매체 버라이어티는 '주토피아 2'가 12일 북미에서만 620만달러를 추가로 벌어들였다고 전했다. 여기에 북미 외 지역까지 포함하면 흥행 수입이 총 10억달러를 넘어섰다는 설명이다. 디즈니는 '주토피아 2'가 자사의 다른 애니메이션 작품 '릴로 & 스티치'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미국영화협회(MPA) 기준 10억달러 흥행작으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또 MPA에 등록된 애니메이션과 모든 PG(부모의 지도 필요) 등급 영화 중 역대 최단기간에 이런 흥행 기록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2013년 이래 '겨울왕국', '겨울왕국 2', '모아나 2', '주토피아', '주토피아 2'까지 총 5편의 10억달러 흥행작을 보유하게 됐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주토피아 2'는 특히 중국에서 두드러진 흥행 기록을 쓰고 있다. 디즈니는 현재 이 영화가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이어 중국에서 개봉한 역대 미국 영화(MPA 기준) 중 흥행 2위(약 4억4700만달러)를 기록 중이라고 전했다. 중국 박스오피스 1위는 중국 고전소설 봉신연의를 각색한 판타지 애니메이션 '나타2-마동요해'가 차지하고 있다. 컴스코어에 따르면 나타2는 지난 1월 개봉 이후 22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주토피아 2'의 흥행을 두고 CNBC는 미국 영화 시장의 판도가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컴스코어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PG 등급 영화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다른 어떤 등급 영화보다 더 많은 수익을 거뒀다. 그전까지는 13세 미만 청소년의 시청이 권장되지 않는 'PG-13' 등급이 수십년 동안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영화관에서 자녀들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가족 영화'가 주요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셈이다. 올해도 이 같은 추이가 이어질 전망이다. CNBC에 따르면 올해 들어 PG 등급 영화가 미국에서 거둔 수익이 27억달러로, PG-13 등급(25억달러)와 R 등급(24억달러)를 모두 웃돌고 있다. R등급 영화는 만 17세 미만 청소년이 부모나 성인 보호자 동반 없이 관람할 수 없는 영화다. 컴스코어의 폴 데가라베디안 시장 트렌드 총괄은 “PG 등급 영화의 경우 멀티플렉스 개봉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어린이"라며 “수치를 통해서도 그 영향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AI 트레이드’ 흔들리자 글로벌 증시 급락…골드만은 “이곳 주목해야”

인공지능(AI) 트레이드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의 연말 '산타 랠리'가 여전히 가능하다는 낙관론을 펼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지역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51% 밀린 4만8458.05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1.07% 떨어진 6827.41,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지수는 1.69% 급락한 2만3195.17에 장을 마쳤다. 이날 뉴욕증시 하락은 AI 관련주로 지목됐던 브로드컴과 오라클이 주도했다. 브로드컴의 호크 탄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실적 발표 후 가진 설명회에서 “1분기 비(非) AI 매출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변동이 없다"면서도 “빠르게 성장하는 AI 매출이 비 AI 매출보다 총마진이 더 작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브로드컴은 시장 상황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2026회계연도 AI 매출 전망치 발표도 보류했다. 향후 6분기에 걸쳐 출하될 AI 제품의 수주 잔고는 최소 730억달러라고 전망했으나 이 또한 기대에 못 미치면서 AI 거품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재점화했다. AI 산업이 인류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에 오픈AI를 비롯한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막대한 규모의 자본을 들여 인프라 확장에 투자를 이어왔다. 그러나 브로드컴의 이같은 입장은 AI가 기대만큼 '돈이 되는 산업'이 아니라는 우려로 이어지면서 AI 테마에서 투매가 촉발됐다. 브로드컴은 이날 11.43% 급락하면서 시총 2조달러 문턱에서 크게 미끄러졌다. 브로드컴은 지난 10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총이 1조9500억달러까지 불어났었으나 이날 마감 기준 1조700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오라클은 전날 10.83% 폭락한 데 이어 이날도 4.47% 떨어졌다. 오라클이 일부 데이터 센터의 완공을 1년 미루게 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졌다. 이에 AI 및 반도체 종목 위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5.10% 폭락했다. AI 대장주로 꼽히는 엔비디아 주가는 3.23% 하락했다. 나벨리어 앤 어소시에이츠의 루이스 나벨리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AI거품이 터지지는 않지만 꺼지고 있다"며 “오픈AI와의 합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AI 관련주들의) 추가 상승 여력이 어려울 것 같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이렇듯 빅테크들의 밸류에이션 부담과 막대한 자본 지출 우려가 커지자 분산투자가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마크 윌슨은 “현재 시장 환경을 감안할 때 주식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선 분산투자가 감수해야 할 비용"이라며 한국, 일본, 중국과 기타 신흥시장에서 매력적인 투자 내러티브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증시에 대해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 지수 전망과 관련해 블룸버그가 집계한 17명의 전략가 중 큰 폭의 하락을 예상한 전략가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UBS와 도이체방크를 포함한 4명의 전략가는 약 13%의 상승 가능성을 제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올 연말에 이어 내년에도 오를 수 있다는 낙관론을 피력하고 있다. 에드워즈자산운용의 로버트 에드워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S&P500 지수가 연말까지 7000선에 도달한 뒤 2026년까지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우리 고객들은 더 큰 수익을 쫓기보다 이미 얻은 수익을 잃을까 걱정하고 있다"며 “이는 과열 국면이 아니라 전형적인 '걱정의 벽' 현상"이라고 말했다. 걱정의 벽은 불안과 우려가 커질수록 오히려 증시가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골드만스의 벤 스나이더 전략가는 이날 투자노트를 내고 S&P500 지수가 내년에 7600선에 도달할 것이란 기존 전망을 재확인했다. 모건스탠리, 도이체방크, RBC캐피털마켓 등의 전략가들도 미국 증시가 내년에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차기 연준 의장에 “케빈 두 명 모두 훌륭”…2파전으로 압축되나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유력 후보에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2파전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난 두 명의 케빈이 모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의 뒤를 이을 새 의장으로 해싯 위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은 워시 전 이사가 여전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WSJ는 전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백악관에 4명으로 압축된 차기 연준 의장 후보 명단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명단 중 2명은 워시 전 이사와 해싯 위원장이 포함됐다. 이 명단은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미셸 보먼 연준 이사(은행 감독 부의장 겸임),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등도 포함해 당초 11명이었던 후보군을 좁혀 만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백악관에서 워시 전 이사를 면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전 이사가 연준 의장이 될 경우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할 것으로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워시 전 이사를 압박했다고 면접 내용을 아는 소식통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워시)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대화한 다른 모든 사람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인터뷰에서 첫 임기 때 스티븐 므누신 당시 재무부 장관의 조언대로 파월을 의장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난 후보들을 전부 좋아하지만 (파월을 선택할 때) 나쁜 추천을 받았기 때문에 조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에 연준 의장을 고를 때 워시 전 이사도 면접했지만 최종적으로 파월을 선택했다. 그러나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를 따르지 않는 파월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해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의장이 기준금리 결정을 자기와 협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반적으로는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전에는 일상적으로 그렇게 해왔다. 그렇게 해야 한다"며 “우리가 말하는 대로 정확히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우리는, 나는 똑똑한 목소리이며 나를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매우 성공적이었기에 적어도 내 역할은 (금리 결정을) 추천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연준)은 내가 말한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연준의 독립성 침해 논란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WSJ에 미 기준금리와 관련해 “1%, 혹은 이보다 낮게"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가 3.50∼3.75%임을 감안할 때 대폭적인 인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관련주 다시 시작?…“ESS가 리튬 수요 견인”

에코프로를 비롯한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향후 주가 전망 등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에코프로 주가는 11만1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9월말 4만7000원대였던 에코프로 주가는 10월에만 85% 폭등했고 이달에도 30% 넘게 오른 상태다. 지난 10월부터 이날까지 에코프로의 누적 상승률은 13$에 달한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55%), 엘앤에프(73%), 삼성SDI(50%), LG에너지솔루션(28%), 포스코홀딩스(16%), SK이노베이션(13%) 등 다른 이차전지 관련주들도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리튬 수요의 초점이 전기차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전환되면서 투자 심리가 회복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ESS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하며 리튬 시장의 과잉공급 국면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컨설팅업체 아다마스 인텔리전스의 크리스 윌리엄스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보급이 상대적으로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내년 배터리 셀 생산에서 ESS 성장세가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씨티그룹, UBS, 번스타인 등은 ESS 수요 확대가 내년 글로벌 리튬 시장을 공급 부족 국면으로 돌려세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ESS가 주목받는 시작한 배경엔 유틸리티급 배터리 구축 비용이 최근 몇 년간 크게 하락해 경제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국의 청정에너지 확대 정책,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등이 ESS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싱크탱크 엠버가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유틸리티급 배터리 구축 비용은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낮아졌고, 2024년 한 해에만 40%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엠버는 가격의 추가 하락 여지도 남아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는 올해 ESS용 배터리 비용이 전년 대비 45% 하락한 킬로와트시(kWh)당 70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ESS용 배터리 비용은 2021년 kWh당 184달러에서 2022년 191달러로 반등했지만, 이후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BNEF는 지난 10월 글로벌 ESS 시장이 2035년까지 매년 성장해 누적 용량이 2테라와트(TW)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에 중국은 2027년까지 누적 ESS 설비용량 180기가와트(GW)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시장에서는 이를 초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UBS는 미국에서도 ESS가 전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UBS에 따르면 내년 ESS 부문 리튬 수요는 55% 증가하는 반면 전기차 부문에서는 증가율이 19%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번스타인은 올해가 리튬 가격의 바닥이라며 내년과 내후년엔 리튬 시장 공급이 빠듯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리튬 생산업체들도 낙관론을 잇따라 피력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톈치리튬의 쟝 안치 회장은 ESS 수요를 근거로 내년 리튬 시장의 수요공급이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언급했고 간펑리튬의 허 지아얀 부사장은 “ESS 붐이 예상보다 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신중론도 제기된다. 컨설팅업체 CRU의 마틴 잭슨 배터리 소재 시장 총괄은 “내년에도 공급이 수요 증가를 앞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낙관론 일부는 위험할 정도로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ESS용 배터리 제조량이 실제 설치 속도와 비교해 “엄청나게 괴리돼 있다"고 주장했다.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의 이올라 휴즈 리서치 총괄은 내권식(內卷式·제살깎아먹기) 출혈 경쟁을 단속하는 중국 정부를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은 배터리 산업의 과도한 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 가속을 예고했다. 휴즈 총괄은 중국 정부의 단속과 배터리 셀 과잉생산이 맞물릴 경우 2026~2027년 리튬 수요 증가세가 기대만큼 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머니+] 은값 고공행진, 내년도 ‘형보다 아우’?…“금값 시세보다 크게 오른다”

국제 금값이 안전자산 수요와 중앙은행들의 꾸준한 매입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또 다른 귀금속인 은 가격이 금보다 더 큰 폭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돼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내년 2월물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2.09% 오른 온스당 431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금값은 올 한 해에만 63% 가량 급등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전날 기준금리를 3.50~3.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연준은 또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한 차례씩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시장에서는 내년에만 두 차례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은 이자 수익이 없는 자산이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질 수록 금의 투자매력도가 커진다. 여기에 연준이 12일부터 약 40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는 점도 금값을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연준의 국채 매입은 장기 금리의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금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귀금속 매체 킷코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내년 금 가격이 온스당 49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기존 전망을 최근 재확인했다. 골드만삭스는 “여러 투자자들이 금 비중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골드만삭스의 댄 스트류벤 원유 리서치 총괄은 지난달 26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과 연준 금리 인하가 내년에도 금값 상승을 이끄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면서 금 가격이 내년말까지 4900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앞으로 14% 가량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투자은행인 웰스파고 역시 금 시세가 내년에 4500~4700달러 범위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글로벌 금융사 ING의 이와 맨티 원자재 전략가는 최근 발표한 '2026년 금값 전망' 보고서에서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금 매입,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 지속, 고조된 지정학적 위험, ETF 보유량 증가,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을 지목하면서 “금 강세장이 더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2026년에는 금 평균 가격이 온스당 4325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금값 강세 전망이 잇따르고 있지만 또 다른 안전자산이자 산업용 성격을 지니고 있는 은 가격 상승세가 더욱 눈에 띈다. 이날 내년 3월물 은 선물 가격은 온스당 64.59달러로 마감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은값은 지난 9일 사상 처음으로 60달러선을 돌파한 뒤 고점을 연이어 높이고 잇다. 이날 종가 기준 은값은 올 들어 120% 급등하며 금보다 두 배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공급 부족, 안전자산 수요 증가, 산업용 금속으로서의 중요성 등이 맞물리면서 올해 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은은 전자 스위치, 태양광 패널, 스마트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핵심 소재로 사용되며, AI(인공지능) 붐을 뒷받침하는 하드웨어 및 인프라의 필수 원자재로 꼽힌다. 은 협회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은의 우수한 전기·열 전도성은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기술 혁신에 점점 더 필수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CNBC에 따르면 영국 귀금속 유통사 솔로몬 글로벌의 폴 윌리엄스 이사, BNP 파리바의 필리프 지셀스 수석 전략 책임자 등은 내년 은값이 온스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는 이날 종가 대비 55% 높은 수준이다. 윌리엄스 이사는 “은 가격이 지난 한 달 동안 25% 가량 오르면서 현재 60달러선을 넘어섰고, 이러한 상승세는 매우 견고히 유지되고 있다"며 “향후 단기 조정이 오더라도 구조적 공급 부족을 고려하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내년 은값 전망은 매우 밝다"고 강조했다. 금값 대비 은값의 비율을 나타내는 '금은비'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CNBC에 따르면 현재 금은비는 약 68 수준으로 2021년 이후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금 1온스를 은 68온스로 교환할 수 있다는 뜻으로, 금은비가 높을 수록 은값이 금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됐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AJ벨의 러스 몰드 투자 총괄은 “여전히 은은 금에 비해 저렴해 보인다"며 “1971년 이후 금은비 평균은 약 66 수준이었고, 과거 은 강세장이 나타났을 때 금은비는 40 아래로 떨어진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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