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짠 새 질서…시진핑, ‘대등 관계’로 트럼프 압박 [이슈+]](http://www.ekn.kr/mnt/thum/202605/rcv.YNA.20260515.PAP20260515203801009_T1.jpg)
9년 만에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13~15일 국빈 방중은 단순한 관계 개선을 넘어 중국이 미국과 '세계 양강(G2)' 위상을 굳히려는 무대로 활용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대등한 경쟁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비교적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대만 문제를 비롯한 핵심 충돌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어 양국 관계가 실제 안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시 주석은 지난 15일 중난하이에서 진행된 차담에서 “우리는 함께 '중미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라는 새로운 지위를 확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신흥 강대국과 기존 패권국 간 충돌 가능성을 뜻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거론하며 미국의 중국 견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명실상부한 G2 국가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이번 회담에서 대규모 투자·구매 약속이 나오지 않은 것 역시 달라진 중국의 위상을 반영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 “트럼프 임기까지 안정"…중국이 노린 것 이번 회담은 중국이 미중 관계에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지난해 10월 체결된 무역 휴전 이후 확보한 성과를 공고히하는 동시에 미국의 추가 '깜짝' 대중 제재나 첨단기술 규제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측이 새롭게 규정된 미중 관계가 “최소 3년", 즉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 시점까지 유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한 점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향후 관계가 다시 악화할 경우 미국 책임론을 제기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싱가포르국립대 정치학과의 자 이안 총 교수는 블룸버그통신에 “중국이 제시한 표현은 향후 갈등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하기 위한 명분이 될 수 있다"며 “미국을 신뢰할 수 없는 상대이자 국제사회에서 불안을 야기하는 세력으로 규정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호주 로위연구소의 리처드 맥그리거 선임연구원도 “양국 정상이 이제 전략적 데탕트(긴장 완화) 가능성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양국 간 힘의 균형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중국은 이제 미국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국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 시진핑 치켜세운 트럼프…“중국이 더 여유 있어 보여"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대표단은 시 주석이 제시한 새로운 미중 관계 구상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향해 “대단한 지도자", “친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치켜세웠고,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방중 일정에 동참한 것에 대해서도 “시 주석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지정학 리스크 자문업체 시그넘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찰스 마이어스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시 주석에 비해 훨씬 더 공손했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더 안정적이고 유리한 위치를 점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 모두 관계 안정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은 지난해 '트럼프 2기' 출범 직후부터 무역 문제를 둘러싸고 강하게 충돌했지만,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 이후에는 확전을 자제하며 갈등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상태다. 관세 전쟁과 희토류 수출 통제 역시 이후 사실상 '휴전 상태'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 이란 전쟁 이후 지지율 하락 압박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관리라는 부담을 안고 있고, 시 주석 역시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 속에서 경제 안정이 필요한 상태다. 시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는 완전히 양립할 수 있으며 서로의 성취는 세계를 이롭게 할 것"이라며 양국 공존 가능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좋아질 것"이라며 “우리는 함께 환상적인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 주요 뇌관은 대만…트럼프 “무기 판매 논의했다" 다만 이러한 안정 기조가 실제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많다. 특히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시각차는 향후 가장 큰 갈등 요인으로 꼽힌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이를 잘 처리하면 양국 관계는 전반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잘못 처리하면 양국은 충돌하거나 심지어 분쟁으로 이어져 전체 중미 관계를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미국 대통령 면전에서 '충돌' 가능성까지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으로 강한 메시지라는 평가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기간 내내 공개석상에서 대만 문제 언급을 자제했다. 다만 귀국길 전용기 안에서는 “그(시 주석)가 분명히 무기 판매 문제를 이야기했다"며 “대만 무기 판매와 관련한 논의가 매우 상세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미국은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1982년 '대만 6대 보장(Six Assurances)'을 발표했으며, 여기에는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중국과 사전 협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국이 중국의 개입 없이 독자적으로 대만 방어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원칙을 담은 것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정상회담 직후 NBC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만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무기 판매 논의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자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12월에 대만에 111억 달러(16조5000억원) 규모의 무기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으며, 여기 더해 최소 140억 달러(20조9000억원) 규모의 또 다른 무기 판매 패키지를 준비 중이다. 중국이 제시한 새로운 미중 관계 개념을 미국 정부가 실제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중국이 미중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려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 주석은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 정상회담 당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신형 대국 관계'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중국을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 올려놓으려 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이런 표현 사용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 스팀슨센터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윤선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념을 해석해 관계를 주도하려 할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미국이 반드시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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