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분위기 좋았는데”…트럼프, 코스피 발목 잡나 [머니+]

4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7000선을 지켜낸 코스피가 추석 연휴 직후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0.90% 오른 7080.92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1.94% 오른 7153.99로 출발해 장 초반 1%대 상승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상승폭이 줄어드는 '전강후약' 장세가 펼쳐졌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선제적인 차익 실현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가 다시 문을 여는 오는 28일 코스피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가 개인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MSCI 한국 ETF'(티커명 EWY)가 주목받고 있다. 80여개 국내 우량주로 구성된 EWY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를 추종한다. 국내 증시가 명절 연휴 등으로 장기간 휴장할 경우 연휴 기간 EWY의 움직임이 이후 코스피의 향방을 가늠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활용돼왔다. 2023년부터 지난해 추석 연휴까지 총 일곱 차례의 설·추석 연휴를 살펴보면 네 차례에서 EWY와 연휴 직후 코스피의 방향성이 일치했다. 지난해 설 연휴(2025년 1월 25~30일)의 경우 코스피는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인 1월 24일 2536.8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EWY가 1월 24일부터 30일까지 1.13% 하락하자 코스피도 연휴 직후 첫 거래일인 1월 31일 0.77% 내린 2517.37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는 25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2024년 설 연휴(2월 9~12일)에는 EWY가 1.85% 상승했고 코스피 역시 연휴 직후 0.91% 오르며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2023년 추석 연휴(9월 28일~10월 3일)의 경우 EWY는 1.46% 급락했다. 코스피도 연휴 직후인 10월 4일 2.41% 떨어진 2405.69를 기록하며 반년여 만에 2400대로 밀렸다. 같은 해 설 연휴(1월 21~24일)에도 EWY와 코스피가 각각 0.74%, 1.39% 상승했다. 반면 일부 연휴에서는 EWY와 코스피의 흐름이 엇갈렸다. 올해 설 연휴(2월 14~18일) 당시 EWY는 0.78% 하락했지만 코스피는 연휴 직후인 2월 19일 3.09% 급등하며 사상 처음으로 5600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추석 연휴(2025년 10월 3~9일)에도 EWY는 10월 2일부터 9일까지 0.12% 하락했지만 코스피는 연휴 직후 첫 거래일인 10월 10일 1.73% 상승한 3610.60에 거래를 마쳤다. 2024년 추석 연휴(9월 14~18일) 역시 EWY가 연휴 기간 0.06% 하락한 반면 코스피는 9월 19일 0.21% 오른 2580.80에 마감하며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번 추석 연휴 동안에는 EWY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EWY는 지난 23일 185.65달러에서 25일 187.18달러로 0.82% 올랐다. 과거 흐름만 놓고 보면 이번 추석 연휴 직후 코스피가 상승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글로벌 증시가 인공지능(AI) 관련주 중심으로 오른 것도 낙관론에 힘을 실어준다. S&P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 종합지수는 지난 한 주간 각각 1.21%, 2.06% 올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 넘게 급등했다. 다만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이어지고 있는 매도세는 국내 증시의 상승 흐름을 제약할 수 있는 변수다. CNBC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5일 5.23%까지 치솟으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4.8%를 밑돌았지만 불과 몇 주 만에 0.4%포인트 이상 급등한 것이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미 국채시장의 평균 금리도 5.1%까지 상승해 2023년 기록한 고점인 5.12%에 바짝 다가섰다. 2006년과 2007년에 기록한 고점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이러한 흐름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 탓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된 영향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오는 10월과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각각 64%, 51%가량 반영하고 있다. 이는 연준이 이달 공개한 점도표를 통해 제시한 '연내 1회 추가 인상' 전망보다 매파적인 수준이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메시지를 두고 “인플레이션을 2%까지 낮추지 못한다면 자신은 실패한 것이라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윌밍턴트러스트의 윌 스티스 선임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 5.2% 안팎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금리가 이를 넘어설 경우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경기와 주식시장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로 꼽히는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도 CNBC 인터뷰에서 현재 5.2% 수준의 국채금리가 주식시장이나 경제를 꺾을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금리가 6%까지 오른다면 모두가 걱정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야데니 대표는 국제유가가 최근 배럴당 100달러선 위로 올라선 점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유가가 높은 수준을 장기간 유지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쉽게 떨어지지 않을 수 있고,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추가 긴축에 나설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제시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7일 계획' 평화안을 거절하면서 고유가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떠나면서 기자들과 만나 “그들이 제안을 했지만 나는 거절했다"며 “그들은 크게 지고 있기 때문에 해협을 즉각 개방하는 내용의 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합의하는 것을 좋아한다"면서도 “하지만 그 합의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25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은 카타르를 통해 미국에 구체적인 7일 계획을 전달했다"며 “필요한 조건이 충족되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재개될 수 있으며, 7일 이내에 정상적인 해상 통행이 복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측 제안을 거부하자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폭격을 재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결국 추석 연휴 기간 EWY 상승은 코스피에 긍정적인 신호지만, 미 국채금리와 국제유가라는 만만치 않은 변수가 동시에 놓여 있는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협상 추이 역시 연휴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과 코스피 방향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극진한 환대에도”…미중 정상회담, 핵심 현안선 ‘온도차’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 이후 나란히 성과를 부각했지만 희토류와 인공지능(AI), 대만 등 핵심 현안을 둘러싼 양측의 시각차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백악관은 지난 25일(현짓간) 공개한 팩트시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존중과 공정성,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전략적 안정성을 도모하는 건설적인 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도 26일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양국이 '존중·공정·대등에 기반한 중미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며 정상회담의 '8대 성과'를 발표했다. 중국은 특히 지난 5월 정상회담 당시 사용했던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라는 표현에 '존중·공정·대등'이라는 문구가 추가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가시적인 결과물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과시한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항에 직접 나가 시 주석을 영접했고, 백악관에서는 전투기를 동원한 공식 환영식을 여는 등 방미 기간 내내 이례적인 수준의 예우를 했다. 무역 분야에서도 일정 부분 진전이 있었다. 양측은 300억달러 규모의 비민감 품목에 대해 낮은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과 양국 무역위원회·투자위원회 가동을 성과로 제시했다.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마련된 협의 틀을 토대로 후속 논의를 이어간 결과다. 다만 구체적인 현안으로 들어가면 양측의 발표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나타났다. 백악관은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과 관련해 중국 측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으며 적정 수준의 공급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이 발표한 성과에는 희토류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은 중국이 무역 갈등 과정에서 희토류 수출 통제를 활용해온 만큼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주요 과제로 보고 있다. 백악관이 공개한 관세 인하 대상 품목과 중국의 미국산 석탄 구매 계획 역시 중국 측 발표에서는 빠졌다. AI 분야에서도 양국은 대화를 지속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협력 방안까지 합의하지는 못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AI 대신 '슈퍼지능'(SI)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으며 11월까지 후속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도 AI의 위험과 혜택을 논의하고 관련 사건에 대한 소통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지만 'SI'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AI 규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규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현 상태 그대로 두고 싶다"고 밝힌 반면 시 주석은 AI가 “인간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며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회담에서 “중국과 미국 모두 AI 대국으로 경쟁이 존재하지만 협력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중국보다 AI 분야에서 앞서 있다며 “선두를 달릴 때는 서로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 법"이라고 했다. 대만 문제도 정상회담에서 논의됐지만 양국의 공식 성과 발표에서는 제외됐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해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문제를 논의했다고 확인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전달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란 문제에서는 두 정상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에 반대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다만 중국의 대이란 군사·경제 지원 중단 등 구체적인 조치는 합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러시아와 북한, 이란 등 국제 현안도 논의됐다고 밝혔지만 중국 측 발표에서는 러시아와 북한 관련 내용이 빠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오는 11월과 12월 다시 만날 예정이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11월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초청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11월 중국에서 다시 만나고, 이후 12월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또 만날 것"이라며 중국 방문 계획을 공식 확인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투자는 1.2조달러, 수익은 아직”…AI 거품론 다시 고개 [이슈+]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내년 1조2000억달러까지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천문학적인 투자비를 실제 수익으로 회수할 수 있을지를 둘러싼 시장의 경계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라이언 해먼드가 이끄는 전략가들은 보고서에서 아마존,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메타플랫폼 등 미국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AI 설비투자가 내년 1조2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월가 컨센서스인 1조1000억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이들 5개 기업은 AI 역량 확대를 위해 올해 약 800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에는 여기서 다시 50%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골드만삭스는 “시장 컨센서스를 기준으로 하면 2027년 설비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00년대 후반 철도 건설 붐 이후 어떤 기술 투자 사이클보다도 커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수익성이 불어나는 설비투자 규모를 뒷받침할 수 있느냐다. 골드만삭스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올해 약 100%에서 내년 54%로 낮아지고 2028년에는 12%까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절대적인 투자 규모는 2028년 1조40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관련 매출 자체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지만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골드만삭스는 지적했다. 올해 2분기 아마존, 알파벳, MS, 오라클의 클라우드 매출 증가율은 48%로 지난해 25% 대비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아마존과 알파벳, MS가 공개한 클라우드 사업 수주잔고도 합산 1조7000억달러에 달한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인프라 투자비를 회수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앞으로 수년간 연간 약 3000억달러의 AI 관련 매출을 올려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충분한 투자 수익을 거두고 AI 제공 업체들도 컴퓨팅 비용을 부담하면서 높은 이익률을 확보하려면 최종 이용자들이 연간 약 1조달러를 지출해야 한다는 계산도 내놨다. 이는 올해 전 세계에서 지출된 소프트웨어 관련 비용인 약 1조5000억달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규모다. 채권 시장에서는 이미 AI 투자 확대에 따른 자금 조달 부담을 경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회사채 투자자들은 최근 AI 관련 기업들이 발행하는 채권에 과거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우려한는 것이 아닌,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차입의 막대한 규모와 예측 불가능성을 부담스럽게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사상 최대인 4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추정치보다 약 60% 증가한 규모다. 하지만 AI 관련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 일반 회사채보다 크게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AI 관련 회사채의 스프레드는 약 115bp(1bp=0.01%포인트)로, 전체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의 약 78bp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는 AI 관련 자본지출이 급증하면서 차입자들이 계속해서 시장에 돌아와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결국 투자자들이 AI 기업의 채권을 사들이는 대가로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증시는 AI 낙관론이 번지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S&P500 지수는 이번 한 주간 1.21% 오르면서 7743.41을 기록, 역대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메타와 MS가 각각 AI 에이전트 뮤즈, 코파일럿을 새로 공개한 것이 AI 관련주를 이끌었다. 메타 주가는 이번 주 13% 가까이 급등했고 MS 주가는 4% 올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역시 6.27% 상승했다. 그러나 인베스팅닷컴은 최근 기사에서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그리고 이에 따른 미 국채금리 상승 등 거시경제적 역풍은 사라지지 않았다"며 “가장 큰 리스크는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AI의 생산성 향상이 가시화되기 전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글로벌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한 5.233%까지 오르면서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AI 관련주들의 밸류에이션은 낮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집계한 AI 인프라 관련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중간값은 22배 수준으로, 지난 4월 32배에서 크게 하락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밸류에이션 역시 1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들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역시 S&P500 지수 구성 종목의 중간값과 비교했을 때 사상 최저 수준까지 축소됐다고 골드만삭스는 전했다. 엔비디아의 경우 12개월 선행 PER은 최근 17배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10여년 만의 가장 낮은 수준에 근접한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해 엔비디아가 받았던 밸류에이션의 절반 수준이며, 불과 지난 5월만 해도 25배를 웃돌았다. 이를 두고 TCW의 일라이 호턴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엔비디아의 현재 이익 창출력이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 시장에 상당한 회의론이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시장에서는 현재 컨센서스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낮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中 때리던 트럼프 어디갔나”…시진핑 앞에서 극진 환대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가졌다고 자평했지만,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시 주석과의 회담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 매우 생산적이었다"며 “엄청난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1·2위 경제대국이자 군사 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은 글로벌 경제와 안보 질서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주요 외교 이벤트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양국의 치열한 패권 경쟁에서 비롯된 각종 마찰과 갈등을 일거에 해소할 만한 '세기의 담판'은 나오지 않았다. 2015년 이후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은 오히려 미국 측이 마련한 성대한 의전으로 더욱 주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 정상을 위해 레드카펫을 깔고 군악대를 동원했으며 호화로운 국빈 만찬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 같은 파격적인 환대와 달리 양국 관계의 핵심 갈등 현안을 해결할 만한 실질적인 성과는 현재까지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올린 게시물에서도 양국이 갈등을 빚어온 주요 현안에 대한 주목할 만한 돌파구는 언급되지 않았다. 무역과 수출 통제, 대만 문제는 물론 인공지능(AI) 분야의 패권 경쟁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AI를 언급했지만, 양국 간 AI 경쟁이나 관련 규제 문제보다는 '인공지능'이라는 명칭을 '슈퍼 지능'(Super Intelligence·SI)으로 바꾸자는 자신의 주장에 초점을 맞췄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명칭 변경 시도가 조롱과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AI가 일자리와 환경, 나아가 인류 자체에 미칠 수 있는 위협과 이에 따른 과제를 다루기보다는 명칭을 바꾸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 역시 이러한 명칭 변경에 호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거의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시 주석) 역시 형편없고 부정확하게 이름 붙여진 '인공지능'을 훨씬 더 정확하고 중요한 명칭인 '슈퍼 지능'이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며 “'슈퍼'가 맞을 것이다. 어젯밤 모두가 이에 동의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는 과거 강경한 대중(對中) 기조와도 대비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중국의 지식재산권(IP) 탈취 의혹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현재의 무역 휴전보다 훨씬 광범위한 현안을 포괄하는 무역 합의를 추진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당시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며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기도 했다.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이 같은 접근법이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웠던 대중 강경 노선과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은 반중 정책을 내세워 선거운동을 했다"며 “MAGA 집회에서 그가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환호했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까지 공개된 가장 큰 성과는 시 주석이 미국에 도착한 지난 23일 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발표한 미중 무역 휴전 연장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베선트 장관은 당시 미국과 중국이 오는 11월 종료될 예정이던 무역 휴전을 내년 1월 10일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아직 무역 휴전 연장을 공식 확인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CNBC 방송에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며 “중국과 지난 몇 주 동안 협상하며 이룬 성과에 관한 훨씬 더 자세한 내용을 월요일(28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정상회담 이후 “양측 경제·무역팀이 새로운 공동 합의에 도달했다"며 “이는 양국 산업계와 국민, 나아가 세계 경제에도 희소식"이라고 보도한 것과도 맞닿아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李 대통령, 멕시코 국빈방문 ‘경제 성과’…투자·공급망·첨단산업 협력 확대

이재명 대통령의 멕시코 국빈 방문의 '경제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멕시코가 7년간 이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마무리했다. 양국은 인공지능(AI)과 광물자원, 국방·우주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고 원유·핵심자원 공급망을 논의할 정부 간 대화채널도 가동하기로 했다. ◇ '투자 증진 및 상호보호를 위한 협정' 개정 협상 문안 합의 25일(이하 현지시각)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과 멕시코 정부는 지난 23일 '투자 증진 및 상호보호를 위한 협정' 개정 협상 문안에 합의했다. 2019년 협상을 시작한 지 7년 만이다. 투자보장협정은 투자유치국에서 외국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범을 담은 조약이다. 양국은 2002년 발효한 기존 협정을 변화한 국제 투자환경에 맞춰 개정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개정 협정에는 투자유치국의 정당한 규제 권한을 명확히 하면서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와 손실보상 등 권리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페이퍼컴퍼니의 무분별한 소송을 방지하도록 분쟁 해결 절차를 개선하고 외환위기 때도 투자자금 이전을 보장하도록 했다. 과도한 조세 조치에 대한 구제 절차도 신설했다. 멕시코는 한국의 중남미 최대 교역·투자국으로 국내 기업 다수가 현지에 진출해 있다. 외교부는 이번 개정 협상 타결로 양국 간 투자 보호를 위한 법적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대통령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경제·산업과 공급망,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은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해각서(MOU) 등을 포함해 모두 17건의 협력문건을 채택했다. 경제·산업 분야에서는 '경제 및 산업·자원 협력 이니셔티브'를 마련했다. 양국은 국장급 공동위원회와 실무그룹을 구성해 광물자원 분야의 협력을 강화한다. 공급망 협력도 구체화한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원유와 핵심자원을 논의할 양국 부처 간 대화채널을 출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통화 이후 셰인바움 대통령은 우리 기업에 추가 원유 물량이 공급되도록 큰 도움을 줬다"며 “양국은 안정적인 원유 수입을 위한 협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AI 분야에서는 별도의 공동선언을 내놨다. 양국은 지난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APEC AI 이니셔티브'를 바탕으로 AI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밖에 국방·방산과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장학금·학술교류, 관광 등으로 협력 분야를 넓혔다. ◇ 李 “무역협정 체결 긴요"…韓기업 “멕시코, 북미 진출 핵심 교두보" 이 대통령은 양국 경제협력을 한 단계 더 확대하기 위해 무역협정 체결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양국의 교역과 투자가 확대되도록 협력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며 “양국 간 교역·투자를 확대하고 안정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무역협정 체결이 긴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셰인바움 대통령과 공동 주재한 한·멕시코 기업인 간담회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양국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간담회에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한국 기업인 9명을 포함해 양국 인사 30여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멕시코를 서로에게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규정하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공급망 변화에 대응해 경제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셰인바움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경쟁력 강화·인프라 확충 정책인 '플랜 멕시코'에도 한국이 동반자로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 기업인들은 양국의 산업 협력이 기존 자동차·가전에서 전력·에너지와 모빌리티, 첨단소재, 식품·뷰티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가 북미와 중남미 시장으로 진출하는 주요 거점인 만큼 양국 경제협정을 조속히 체결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에 따른 현지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여달라고 멕시코 정부에 요청했다. 기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세관·금융 분야 협력도 확대한다. 한국 관세청과 멕시코 국가관세청은 정보교환과 상호지원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양국은 마약과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위조상품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우범화물 선별과 세관검사 등에 활용한다. 우범화물 선별을 위한 위험정보 교환과 항만 세관검사 사례 공유, AI 기반 검사장비·디지털 기술 활용 경험 공유, 교육·훈련 등 인적교류도 추진한다. 원산지 세탁과 우회수출 등 불법·부정무역 대응도 강화한다. 금융 분야에서는 한국수출입은행과 멕시코 대외무역개발은행이 1억달러 규모 전대금융 지원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수은이 멕시코에서 전대금융을 재개하는 것은 8년 만이다. ◇ 멕시코 상원 찾아 “정상회담 성과 실질 협력으로"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멕시코 의회를 찾아 후속조치에 대한 지원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24일 이히니오 마르티네스 미란다 멕시코 상원의장과 6개 원내교섭단체 대표 등 상원 지도부를 만나 한·멕시코 정상회담 후속조치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한 의회 차원의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AI·디지털과 항공·우주, 첨단기술·방산 등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미래산업 협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멕시코가 지리적으로는 매우 멀지만 매운 음식을 즐기고 음악을 사랑하는 비슷한 정서를 가져 양국 국민은 이미 매우 가까운 사이"라며 “멕시코 상원이 양국 교류 협력에 기여해달라"고 말했다. 마르티네스 의장은 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실질적인 협력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화답했다. 양국은 경제·산업뿐 아니라 문화와 관광 분야에서도 교류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멕시코 문화부는 문화협력 MOU를 체결하고 후속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문화예술과 문화산업 분야의 교류, 공동 창작·제작, 인재 양성 등을 논의한다. 양국 관광당국도 관광협력 MOU를 맺고 관광정책과 통계·시장정보 공유, 인적교류 확대 등에 협력한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K팝을 비롯한 한국 문화의 멕시코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센터 건설에 합의했다고 공개했다. 한국에서도 멕시코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글로벌 금융시장·국제유가 ‘요동’…추석 연휴 뒤 코스피 어디로? [이슈+]

글로벌 금융시장과 국제유가가 크게 출렁이면서 추석 연휴 이후 우리나라 증시의 방향성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5.2%를 돌파하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30년물 금리도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중동 정세 불안에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년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뉴욕증시의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한국 증시는 추석 연휴로 문을 닫은 상태다. 문제는 국내 시장이 쉬는 사이 미국 국채금리와 국제유가 등 주요 대외 변수가 급격하게 움직였다는 점이다. 연휴 동안 누적된 변동이 오는 28일 재개장과 동시에 주가와 환율, 채권금리에 한꺼번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재개장 직후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국내 증시의 추세적인 하락을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과거 추석 연휴 이후 코스피가 오히려 강세를 보인 경우가 많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업 실적도 지수 하단을 지지할 수 있어서다. ◇ 美 10년물 5.2% 돌파…다시 고개 든 '고금리 공포' 가장 먼저 경고음을 낸 곳은 미국 채권시장이다. 24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장보다 10.5bp(1bp=0.01%포인트) 오른 5.22% 수준까지 치솟았다. 2년물 금리도 4.94%로 상승했다. 30년물은 장중 5.5%까지 올라 2004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장기금리는 이달 들어 가파르게 뛰고 있다. 지난 21일만 해도 10년물 금리가 5% 아래로 떨어지며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었지만 사흘 만에 상황이 뒤집혔다. 배경에는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있다. 미국 연준은 지난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 높은 연 3.75∼4.00%로 올렸다. 2023년 7월 이후 3년2개월 만의 첫 금리 인상이다. 올해 다섯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던 연준이 다시 긴축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결정도 만장일치였다. 연준이 함께 내놓은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은 4.1%로 올라갔다. 연준 위원 18명 가운데 16명이 현재보다 높은 금리를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연내 최소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실제 시장의 눈높이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24일 기준 금리선물시장에서는 다음달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70% 이상 반영했다. 일주일 전보다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이번 FOMC를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하나증권은 만장일치 인상과 점도표 상향 등을 근거로 시장이 이번 조치를 일회성이 아닌 금리 인상 사이클의 시작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미국의 양호한 소비와 서비스물가를 근거로 추가 긴축 가능성을 거론했다. 키움증권은 본격적인 인상 사이클 재개보다는 제한적이고 단계적인 긴축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연준의 긴축 강도를 놓고 시각은 엇갈리지만 고금리 환경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가능성에는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채권시장의 충격은 주식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24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61.61포인트(0.31%) 내린 5만1349.98로 마감해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02% 떨어진 7704.13, 나스닥종합지수는 0.01% 오른 2만6939.37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종가만 보면 충격이 크지 않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방향이다. 불과 사흘 전인 21일에는 분위기가 정반대였다. 당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 아래로 내려가고 국제유가도 하락하면서 나스닥은 2.26% 급등해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S&P500도 1.49% 올랐다. 최근 뉴욕증시가 '금리와 유가가 떨어지면 오르고, 다시 뛰면 흔들리는 장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높은 장기금리는 주식시장 가운데서도 성장주에 부담이 크다.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이 높아져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종목의 주가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산업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 등 대규모 투자를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도 높아진다. 최근 AI 관련주가 뉴욕증시 상승을 주도한 만큼 장기금리 상승이 이어질 경우 기술주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브렌트유 다시 107달러…금리·유가 '동반 상승' 금융시장 밖에서는 국제유가가 다시 불안해졌다. 24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5달러 안팎까지 올라 전날보다 3% 넘게 뛰었다. 브렌트유는 4% 이상 상승해 107달러대로 치솟았다. 불과 이틀 전만 해도 브렌트유는 100달러 안팎까지 내려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 재가동과 미국·이란 협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공급 불안이 다소 완화된 영향이었다.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해지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후티 반군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는 소식 등이 전해지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다시 커졌다. 문제는 국제유가 상승이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운송비와 생산비용 등을 통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물가가 쉽게 내려오지 않으면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올리거나 높은 수준을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높아진 금리는 다시 주식 등 위험자산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린다. 실제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올린 배경에도 에너지발 물가 압력이 자리 잡고 있다. 연준은 올해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7%로 높였고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근 시장에서 '유가→물가→금리→증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는 이유다. 한국 증시는 24일부터 추석 연휴에 들어가 28일 거래를 재개한다. 국내 증시가 쉬는 동안에도 미국 주식·채권시장과 국제 원자재시장, 외환시장은 계속 움직이고 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도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의 핵심 변수로 금리와 유가, 환율을 꼽고 있다. 특히 미국 금리 상승이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를 거쳐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지가 관건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한미 금리차는 한때 0.75%포인트까지 좁혀졌지만 연준이 이달 금리를 인상하면서 다시 1.00%포인트로 벌어졌다. 미국의 추가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금리차는 더 확대될 수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또 다른 부담이다. 원화 약세와 고유가가 동시에 나타나면 원화로 환산한 에너지 수입가격이 올라 기업 비용과 물가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연휴 뒤 국내 증시에는 금리와 유가, 환율이라는 세 변수가 동시에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 코스피 7000선까지 달렸다…높아진 눈높이도 '부담' 국내 증시 자체의 위치도 변수다. 최근 코스피는 빠른 속도로 상승해 7000선을 넘어섰다. 연휴 직전까지 반도체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시장에서는 단기간 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해외 악재가 겹칠 경우 재개장 직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파생시장에서는 연휴를 앞두고 외국인의 적극적인 방향성 베팅이 줄었다. 외국인은 연휴 전주 코스피200 선물을 668계약 순매도해 3주 연속 이어졌던 순매수를 멈췄다. 옵션시장에서도 콜옵션과 풋옵션을 모두 순매도했다. 위험회피 움직임이 급격하게 커진 것은 아니다. 변동성지수인 VKOSPI가 40포인트 부근까지 낮아졌고 주 후반 외국인이 선물 순매수로 돌아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연휴 이후 급락에 일방적으로 베팅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사례를 보면 장기 연휴 뒤 국내 증시가 반드시 약세를 보였던 것도 아니다. 2004년부터 2025년까지 22차례 추석 연휴 전후 코스피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연휴 전 5거래일 평균 수익률은 -0.05%였다. 연휴 이후에는 오히려 평균 수익률이 높아졌다. 추석 뒤 5거래일 코스피는 평균 1.34% 올랐고 22차례 가운데 15차례 상승했다. 상승 비율은 약 68%다. 연휴 전 증시가 약세였던 해에는 연휴 뒤 5거래일 평균 수익률이 1.65%를 기록했다. 연휴 직후 충격이 컸던 사례도 있다. 지난 2016년 설 연휴 당시 국내 증시가 쉬는 동안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까지 겹쳤다. 연휴 직후인 2월11일 코스피는 2.93%, 코스닥은 4.93% 각각 급락했다. 당시에도 첫 거래일 충격이 중기적인 방향을 결정하지는 않았다. 코스피는 이후 한 달 동안 낙폭을 만회하며 반등했다. 증권가가 재개장 이후 주목하는 또 하나의 변수는 외국인과 반도체다. 최근 외국인 매수는 시장 전체보다 반도체와 대형주에 집중됐다. 연휴 기간 해외 변수를 소화한 뒤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존 주도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는지가 코스피 방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연휴가 끝난 뒤 확인해야 할 재료도 많다. 오는 30일 미국 8월 PCE 물가지수가 발표되고 같은 날 마이크론 실적 발표도 예정돼 있다. 미국 물가는 연준의 추가 인상 속도를, 마이크론 실적은 AI 투자 확대가 실제 메모리 수요와 가격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가늠할 소식이다. 결국 재개장 첫날 지수의 등락폭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대에서 추가 상승하는지, 국제유가가 다시 110달러를 향하는지, 이 과정에서 원화와 외국인 수급이 얼마나 버텨내는지 등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美 국채금리 또 폭등…10년물 5.22%·30년물 5.5%

미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24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뉴욕시장 마감 이후 5.501%까지 상승했다. 이는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장기금리의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5.22%까지 올라 2007년 6월 이후 약 19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 역시 4.94%까지 상승했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 국채시장의 매도세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이어졌다. 특히 전날 10년물 국채금리는 시장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제지표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 국제유가 상승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4월 7일 이후 하루 기준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마이크 샌더스 매디슨 인베스트먼츠 채권 부문 대표는 “재정과 경제, 지정학, 인플레이션 압력이 동시에 겹치면서 채권시장이 익숙하지 않은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다"며 “최근 금리 상승을 단순히 재정적자 우려만으로 설명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시장의 가장 큰 우려는 연준의 추가 긴축이다. 연준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오는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을 약 70% 반영하고 있다. 일주일 전 약 49%에서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연준 고위 당국자들도 추가 긴축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는 전날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추가적인 정책 조정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런던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내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장기금리 급등에 따른 충격은 이미 미국 실물경제로 번지고 있다. 미국의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7%를 돌파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시작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올해 초 6% 안팎의 금리로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와 현재 금리를 적용받는 경우를 비교하면 전체 원리금 상환액 차이가 수만 달러에 이를 수 있어 미국 가계의 주거비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 국채시장에서 시작된 매도세는 다른 주요국 채권시장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3.1% 부근까지 올라 1996년 8월 이후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도 3.6% 수준까지 상승해 2009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시진핑 “미중 새 무역합의 도달”…대만엔 “美 신중히 처리해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경제·무역팀이 새로운 합의에 도달했다며 미중 간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핵심 이익 중 핵심'으로 규정하는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으며,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주요 국제 현안도 논의했다. 2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측 경제·무역팀이 새로운 공동 합의에 도달했다"며 “이는 양국 산업계와 국민, 나아가 세계 경제에도 희소식"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협력은 양방향"이라며 “중미 경제·무역 관계의 안정을 위해서는 협력 목록을 늘리는 동시에 문제 목록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측이 서로 양보하고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중미 경제·무역 관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이며 긍정적인 발전을 도모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그동안 '침해할 수 없는 레드라인'으로 규정해온 대만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시 주석은 “미국 측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히 처리해 중미 간 전략적 협력과 양국 관계 발전에 튼튼한 기초를 다지기를 바란다"며 “국가 통일과 영토 완전성을 지키려는 중국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대만을 '핵심 이익 중 핵심'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와 공식 교류 등에 지속해서 반발해왔다. 시 주석은 이란 전쟁과 관련해서도 미국과 이란에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그는 “중국은 각국의 주권과 안보가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고 계속 생각해왔으며 국면 완화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미국과 이란이 지난 6월 종전안 등을 담아 체결했던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MOU)'로 복귀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이 조속히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의 궤도로 복귀해 최종적으로 핵 문제를 포함한 전면적인 합의를 이루고 조속히 평화를 실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중 간 첨예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경쟁과 동시에 협력 가능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 모두 AI 대국으로 양측 사이에는 경쟁이 존재하지만 협력 또한 가능하다"며 “서로를 경계하고 방어하기보다는 각자의 강점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측은 AI 대화를 지속해 위험과 이점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오용과 악용을 공동으로 방지해야 한다"며 “AI 기술에 대한 인간의 통제를 유지하고 인간 중심적이고 선의적인 접근 방식을 고수해 AI가 인류 발전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 관계를 한층 안정적인 단계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는 미중 관계의 현실을 반영하며 미래에 대한 기대를 구현했다"며 “양국이 올바로 공존하는 길로 나아가는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양국이 이러한 비전을 행동으로 옮겨 더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미중 관계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은 “양국 정상이 반년도 안 되는 시간에 상호 방문을 실현했다. 이는 미중 관계 역사상 전례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방식으로 소통을 유지하며 함께 미중 관계라는 큰 배의 항로를 이끌고 키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양국 정상이 한반도 문제와 중동 정세, 우크라이나 위기 등 주요 국제·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다만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환대에 감동받았나”…미중 무역휴전 2개월 연장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문을 맞아 파격적인 환대를 선보인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무역 휴전을 2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공항에 나가 시 주석 부부를 영접하는 등 이례적인 예우를 제공한 직후 양국이 관세 갈등의 확전을 피하기로 하면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긴장 완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미국과 중국이 양국 간 무역 휴전을 2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 따라 지난해 체결된 미중 무역 합의의 시한은 내년 1월 10일까지 연장된다. 양국은 지난해 세계 1·2위 경제대국 간 관세 수준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무역 휴전에 합의한 바 있다. 베선트 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더 큰 규모의 합의가 성사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무역 휴전 연장 발표는 시 주석이 미국 땅을 밟은 것과 거의 동시에 나왔다.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는 이날 오후 6시 직전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직접 앤드루스 기지로 나가 시 주석 부부와 악수하며 영접했다. 교황을 제외하고 미국 대통령이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외국 정상을 직접 맞은 사례는 1962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과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함께 싸운 오랜 동맹국인 영국의 해럴드 맥밀런 총리를 앤드루스 기지에서 직접 영접했다. 다만 이번 시 주석에 대한 환대와 보다 비슷한 역사적 사례로는 냉전이 한창이던 1959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 공산당 서기장을 영접했던 사례가 꼽힌다. 이날 미중 정상 모두 환한 미소를 띠며 악수했다. 시 주석 부부가 남녀 화동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공항에 나온 양국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레드카펫을 함께 걸어 나올 때까지 두 정상은 계속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레드카펫 위에서 미 공군 군악대가 양국 국가를 연주하는 동안 잠시 멈춰 섰고, 연주가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스킨십으로 친분을 과시했다. 양국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예포가 발사됐고 미 B-1 폭격기 2대가 상공을 비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시 주석을 예우한 것은 지난 5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성대한 환영을 받은 데 대한 답례 성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이 열렸던 5월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공식 환영식에서 시 주석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은 바 있다. 다만 그 전날 그가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할 당시 나온 중국 측 대표는 한정 국가부주석이었다. 아메리칸대학교의 중국 전문가인 조세프 토리지언은 “이번 장면은 백악관이 기존 관례를 깨면서까지 정상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시진핑에게 강력한 존중의 메시지를 보내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 명확한 사례로 보인다"며 “국제정치의 상당 부분이 개인적 관계에 달려 있다고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념과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너선 친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최대 지정학적 경쟁국에 이처럼 존중을 표시하기 위해 전례 없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은 놀랍다"고 밝혔다. 통상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공식 환영 행사를 열어 외국 정상을 맞는다. 시 주석이 2015년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당시에도 공항에는 당시 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나와 시 주석의 항공기를 맞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환대는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대등한 강대국이라는 이미지를 자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장면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특히 이번 방문이 외교 의전상 최고 수준인 '국빈 방문'으로 성사된 데는 시 주석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 주석 측은 이번 방미를 국빈 방문으로 규정할 것을 미국에 요구했고, 양측은 이를 놓고 수주간 협상을 벌인 끝에 미국 측이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자신이 중국에서 받았던 것과 같은 '레드카펫' 대접을 제공함으로써 깊은 인상을 남기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중국 측 역시 국빈 방문이라는 형식을 중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정책 자문가들은 시 주석이 이번 방문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대등한 대우를 받는 중국 지도자의 이미지를 자국민에게 각인시키려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중 간 근본적인 갈등을 해소할 만한 중대한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히 낮다. 무역과 대만 문제부터 AI 패권 경쟁 등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두 정상이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 주석은 당초 예상과 달리 중국 기업인들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을 대동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대규모 기업 투자나 구매 계약과 같은 상징적인 경제 성과가 발표될 가능성도 낮아졌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애덤 패러는 “두 정상회담의 목표 차이는 극명하다"며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냉전의 흐름 자체를 바꿔보겠다는 희망을 갖고 흐루쇼프를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긴장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정상회담을 위해 시 주석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두 정상은 24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을 함께한다. 시 주석은 25일까지 2박 3일의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미국을 떠날 예정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시진핑 대접은 역대급인데”…미중 정상회담 ‘빈손’으로 끝나나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이번 회담에서 세계 양대 경제대국 사이에 장기간 이어져 온 갈등을 해소할 만한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23일(현지시간) 저녁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맞이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공항에 나가 외국 정상을 맞이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평소 공개석상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영부인'으로 불리는 멜라니아 여사도 시 주석 부부를 환대한다. 시 주석이 미국 땅을 밟는 순간부터 최고 수준의 예우에 나서는 셈이다. 24일에는 백악관에서 공식 환영식이 열린다. 미군 의장대가 도열한 가운데 육군 트럼펫 연주단이 환영 팡파르를 울린 뒤 해병대 군악대가 중국과 미국의 국가를 차례로 연주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환영사와 시 주석의 답사도 예정돼 있다.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는 육군과 해병대 군악대 등이 참여하는 사열식이 진행된다. B-2 스피릿 전략폭격기 1대와 F-22 랩터 전투기 4대가 참여하는 축하 비행도 예정돼 있다. 미군의 최정예 공중자산까지 동원해 시 주석을 환영하는 것이다. 정상회담은 환영식 이후 열린다. 양국 정상은 핵심 각료들과 함께 무역과 대만 문제를 비롯한 민감한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모두 이번 정상회담에서 극적인 합의나 심각한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 20일부터 정상회담 의제 조율에 나선 미중은 사전 협상이 건설적으로 진행됐다고 평가했지만 오는 11월 10일 만료되는 관세 휴전을 연장하는 데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당장 연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며 “양측 모두 연장을 원하기 때문에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뚜렷한 합의가 나오지 않더라도 시 주석의 이번 국빈 방문 자체가 유의미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에드가드 케이건은 “방문 자체가 메시지"라며 “이번 방문의 주요 목표와 관련해 백악관이나 중국 어느 쪽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명확한 신호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이 이번 방문을 바라보는 방식은 관계를 관리하는 데 매우 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이 구체적인 성과보다 관계 관리에 무게를 두는 배경에는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희토류와 인공지능(AI), 대만 문제, 반도체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언제든 충돌로 번질 수 있는 현안을 관리하면서 현재 불안하게 유지되고 있는 무역 휴전을 얼마나 연장할 수 있느냐가 이번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양국 간 이견이 표면화하거나 충돌이 불거질 경우 무역 휴전이 무산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관세 전쟁이 다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한 '과잉생산 관세' 발표를 정상회담 이후로 미룬 점과 중국 기업들이 미국산 대두 구매에 나선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번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에게 민감한 시기에 열린다는 점도 양측이 충돌을 피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80세인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임기 후반 정치적 영향력이 크게 약화하는 이른바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73세인 시 주석 역시 역사적인 4연임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부진한 경제 성장과 높은 청년 실업률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다. 아시아 그룹의 브렛 퍼털리는 “현재와 같은 정치적·기술적 상황에서 대화를 통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어느 쪽도 모르는 점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중국의 이번 정상회담 목표로 미국이 중국의 AI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는 인식을 완화하는 동시에 대만 문제에서 중국의 핵심 원칙을 지키는 것을 꼽았다. 그는 “미국의 무기 제조가 자국 내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속도를 늦추고 판매 물량을 줄이는 것은 달성 가능한 목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지나치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개인적 관계를 반복해서 강조해왔다. 두 정상이 마지막으로 베이징에서 만났을 당시 촬영된 사진도 백악관 웨스트윙 벽에 눈에 띄게 걸려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CSIS의 중국 전문가인 스콧 케네디는 “미국은 사실상 시진핑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미국은 실제로 어떤 의미 있는 방식으로도 중국을 제약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 상원 군사위원장인 공화당 소속 로저 위커 의원도 22일 상원 연설에서 “백악관이 나에게 조언을 구했다면 대통령에게 시진핑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이처럼 호화로운 환영 행사를 하지 말라고 제안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