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여한구 ‘직권면직’, 홍명보가 손흥민 뺀 것 연상시켜

미국의 통상 압박이 다시 거세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대미 통상협상의 실무 사령탑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15일 0시를 기해 '직권면직'했다. 여 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정통 통상 관료 출신이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같은 자리에 다시 기용됐다는 점에서 실무 역량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특히 지난해 6월부터는 통상·산업·에너지 분야를 아우르는 대미협상 태스크포스 단장까지 겸임하면서 한미 관세협상을 실질적으로 총괄해 왔다. 미국무역대표부를 카운터파트로 하여 농산물을 비롯한 비관세 장벽 협상도 총괄했으며, 글로벌 통상 규범 대응과 공급망 안보 역시 그의 업무였다. 이재명 정부의 통상 분야에서 대체 불가한 핵심 인사이자, 심지어 산업부의 천재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왜 갑자기 여 본부장을 경질했는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다. 홍명보 감독과 비슷하다. 홍 감독은 북중미 월드컵 남아공전에서 월드스타이자 우리나라 팀의 핵심인 손흥민 선수를 선발에서 제외하여 결과적으로 패배를 자초했고 32강 진출에 실패하였는데, 손 선수를 뺀 이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대한민국 통상외교의 최전방 공격수인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같은 중요한 인사를 '직권면직'하였다면 설명이 있어야 하나, 이 대통령은 '입꾹닫'하고 있다. 급하게 '직권면직'했다면 분명히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여한구 본부장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였고, 또 청와대는 14일 관계부처 관계자들을 소집해 별도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의 안건은 대미투자 이행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미국 측 압박에 어떻게 대응할지였다고 한다. 대응 회의가 열린 바로 그 날 갑작스러운 면직 통보가 이루어졌으며, 15일 0시 면직이라는 형식이 눈에 띈다. 고위 공직자는 실질적인 해임의 경우에도 '사의 수용'의 형식을 취하는 게 일반적이다. '직권면직' 자체가 이례적이다. 13일 이후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었거나 임면권자의 신뢰를 훼손할 정도의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측 압박에 대한 대응 방침을 두고 대통령이나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을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다. 문제는 여한구 본부장 '직권면직' 미스터리가 한미 통상전쟁의 한복판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한미 통상 현안이 산적해 있는 시점이라 더욱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은 이미 지난 7월 무역법 301조를 이용해 강제노동 상품 수입 금지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한국을 12.5% 관세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고, 한국을 포함한 16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구조적 과잉생산 문제에 관한 별도의 301조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추가적인 무역조치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며, 여기에 대미 투자 문제까지 다시 불거졌다. 미국 상무부가 한국 정부에 한미 합의에 따른 200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대미 투자 사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현재 15% 수준인 관세를 다시 높일 수 있다는 취지의 압박을 가했다고 보도되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미국 측과 직접 협상해온 통상교섭본부장이 설명도 없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야당에서는 “국가의 통상 사령탑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린 '묻지마 경질'이자 전례 없는 인사 참사"라고 강력 비판하고 있다. 레버리지 ETF 도입을 주도하는 등 경질 사유가 쌓인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계속 자리에 놔두고 애먼 통상교섭본부장을 잘랐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유를 밝히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으나, 청와대는 “인사 사안이라 확인이 어렵다" 하고, 산업부는 “임면권자의 권한과 정무적 판단" 이라고 하면서 회피하고 있다. 감독에게 선수교체 권한이 있는 것이 맞는 것처럼 대통령에게 인사권이 있는 것도 맞다. 그러나 권한이 있다고 마구 잘라도 되는 것은 아니고 설명해야 할 의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계속 '입꾹닫'하면 이 대통령은 홍명보와 다를 게 없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bienns@ekn.kr

“술·담배처럼 피했는데”…LG에너지솔루션, 美 방산시장 진출하나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방산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는 와중에 군수품 수요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정부와 주요 방산업체에 드론을 비롯한 무인 무기체계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혁재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사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방산 사업과 관련해 복수의 미국 잠재적 협력사들로부터 문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관련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실제 방산시장 진출이 이뤄질 경우 LG그룹 차원에서도 상당한 전략적 변화가 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LG그룹은 그동안 방산시장 진출을 피해왔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현재 방산 분야에는 막대한 자금이 몰리고 있고 사업 기회도 크기 때문에 관련 문의를 받고 있다"며 “다만 이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LG그룹이 방산 사업을 바라보던 시각을 소비재 기업들이 술이나 담배 사업에 진출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에 비유하면서도 “이제는 방산 분야에서 분명한 성장 가능성과 사업 기회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방산시장 진출 검토는 미국의 전기차 보급이 예상보다 둔화하면서 북미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이뤄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국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전력 인프라 투자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빠르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사장은 “미국에서는 ESS가 사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전기차용 배터리가 주력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미국 미시간주 랜싱 공장을 본격 가동하며 현지 ESS 5대 생산거점을 완성했다. 랜싱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지역 7번째 생산공장으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전기차용 삼원계(NCM) 배터리를 함께 생산하는 복합 제조 거점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랜싱 공장에서는 오는 2027년부터 테슬라의 대형 ESS 제품인 '메가팩'에 공급될 약 43억달러 규모의 LFP 배터리 셀을 생산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사업 확대는 최근 무역과 안보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 정부 사이의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한국 정부가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을 늦추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수입 드론과 관련 부품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에 의존해온 미국 드론 공급망의 탈중국화를 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방산시장 진출에도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은 드론 공급망뿐 아니라 ESS용 배터리 시장에서도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최대 경쟁국으로 꼽힌다. 이를 의식하듯 이 사장은 미시간 랜싱 공장 개소 기념식에 참석한 더그 버검 미국 내무부 장관에게 중국 기업들의 미국 ESS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우리가 더욱 독립적이고 자립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버검 장관 역시 이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미국 배터리 시장이 장기간 공급과잉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아비센에너지의 마이클 샌더스 수석고문은 미국 배터리 시장이 2035년 또는 2040년까지 공급과잉에 빠질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센터 열풍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것인가"라면서도 “ESS와 전기차 수요를 함께 고려하면 데이터센터 열풍이 다소 식더라도 공급과잉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北 김정은과 만날까…“11월 APEC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올가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아시아 순방 기간 김 위원장과 만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김 위원장과의 대면 회담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아직 정상회담을 위한 공식적인 준비 작업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장기간 중단된 북미 대화를 재개할 기회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관계자도 두 정상이 “적절한 시기에" 만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아시아 순방 당시에도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북한도 물밑에서 회담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지만 촉박한 일정 탓에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미 당국자들은 전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한 것도 김 위원장과의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하면서 자신이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 중 하나로 제시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며 “연합훈련은 김 위원장에게 회담에 진지하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WSJ은 이란 전쟁에서 뚜렷한 외교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의욕을 보이는 배경으로 짚었다.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통해 외교 분야에서 대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려 한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협상 환경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마지막으로 만난 2019년 이후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전력이 크게 강화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이 최소 60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의 제프리 루이스는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 발사대와 플루토늄·고농축우라늄 생산량 등을 고려하면 실제 핵무기 보유량이 100개를 조금 웃돌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러시아·중국 등과 관계를 강화한 것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기 위해 수천 명의 병력을 파견하면서 실전 경험을 축적했고 이란과의 미사일 협력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미 협상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비핵화 문제에서도 양측의 간극은 여전하다. 미국은 북한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은 미국이 비핵화 요구를 포기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기를 원하고 있다. 차 석좌는 “북한은 항상 미국이 비핵화를 포기하고 자신들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처음 정상회담을 가진 뒤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 번째로 만났지만 비핵화 조치와 대북제재 해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합의에 실패했다. 같은 해 판문점에서 세 번째 만남을 가졌지만 이후에도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는 이어졌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삼전닉스 아직 안 늦었다?”…‘짐반꿀’의 반도체株 강세론 [머니+]

한국 코스피 지수가 6거래일 만에 하락 마감한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관련주의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이 같은 낙관론을 내놓은 인물이 과거 투자 전망과 실제 시장 흐름이 엇갈려 화제를 모았던 짐 크레이머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린다. 1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의 간판 주식 방송 '매드 머니' 진행자인 크레이머는 “내가 일찍 투자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늦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메모리 관련주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제기했다. 메모리 관련주는 올해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의 최대 수혜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샌디스크 주가는 올해 들어 무려 653% 폭등했고 씨게이트는 261%, 마이크론은 254%, 웨스턴디지털은 211% 각각 급등했다. 이처럼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 크레이머 역시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고 CNBC는 전했다. 특히 메모리 산업은 역사적으로 극심한 사이클을 반복해 온 대표적인 경기민감 업종이다. 메모리 제조업체들은 과거 수요가 급증할 때마다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했고, 결국 공급과잉이 발생하면서 메모리 가격과 기업 이익, 주가가 동시에 급락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었다. 그러나 크레이머는 이번 사이클은 과거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메모리 공급이 너무 부족해 일론 머스크조차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메모리가 데이터센터 성장의 핵심 병목으로 떠올랐다고 이야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크레이머는 메모리 제조업체들의 투자 전략 역시 과거보다 훨씬 절제된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과거처럼 수요 증가를 예상해 무작정 생산능력을 늘리는 대신 장기간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고객사와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 뒤 이에 맞춰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레이머는 이를 두고 “기업들이 사실상 고객의 주문에 맞춰서만 생산능력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기업들이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과거와 달라진 부분으로 꼽았다. 크레이머는 “기업들은 그 돈을 새로운 생산능력에 투자하는 대신 주주인 여러분에게 돌려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샌디스크는 현재 자사주 매입 한도 가운데 155억달러가 남아 있다. 씨게이트 역시 지난해 발표한 5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웨스턴디지털은 올해 초 추가로 4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다. 이 같은 강세 전망을 반영하듯, 크레이머가 참여하는 CNBC 인베스팅클럽의 '채리터블 트러스트 포트폴리오'에 최근 마이크론이 새롭게 편입됐다 그는 마이크론을 매수하는 것이 부담스로울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데이터센터 투자가 둔화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마이크론 주가는 이번 호황이 끝나기 전에 다시 두 배로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메모리 업계의 과잉 증설이 조만간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그렇다면 메모리 주식 가운데 하나를 보유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다만 크레이머는 과거 투자 전망과 실제 시장 흐름이 엇갈린 사례로 여러 차례 화제를 모은 인물이기도 하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크레이머는 '매드 머니'를 20년 넘게 진행하며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지도와 영향력을 쌓았지만, 그가 내놓은 투자 전망과 정반대로 시장이 움직인 사례 역시 적지 않게 회자돼 왔다. 이 때문에 그의 전망과 반대 방향으로 투자하는 이른바 '인버스 크레이머(Inverse Cramer)'라는 전략까지 등장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의미에서 '짐반꿀'(짐 크레이머의 반대로 하면 꿀)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기도 한다. 최근 사례로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있다. 크레이머는 지난 3월 31일 나이키의 2026회계연도 3분기(2025년 12월~2026년 2월) 실적 발표 직후 엑스에 “나이키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겠지만, 지금까지는 좋아 보인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후 나이키 주가는 급락했고 이날에는 39.09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2014년 9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투자전문매체 인사이더몽키에 따르면 크레이머는 지난달 방송에서 “채리터블 트러스트 포트폴리오에서 이 주식(나이키)를 모두 처분했다"며 “우리는 나이키 때문에 채리터블 트러스트에서 엄청난 돈을 잃었다"고 투자 실패를 인정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크레이머는 2023년 2월 8일 '매드 머니' 방송에서 SVB파이낸셜에 대해 연초 이후 주가가 40% 올랐음에도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취지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한달 뒤 SVB는 파산했다. 2022년에는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에 대한 전망이 화제가 됐다. 크레이머는 2022년 6월 메타 주가에 대해 강한 낙관론을 펼쳤지만 10월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하루 만에 약 25% 폭락하자 방송에서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이에 미국에서는 지난 2023년 크레이머가 공개적으로 내놓은 투자 의견과 반대 방향으로 투자하는 '인버스 크레이머 트래커 ETF(SJIM)'가 출시되기도 했다. 크레이머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종목에는 매도 포지션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종목에는 매수 포지션을 취하는 방식이었다. 해당 ETF는 출시 약 1년 만인 2024년 상장 폐지됐지만 크레이머를 인간지표로 활용하려는 투자전략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금융서비스업체 EBC파이낸셜그룹은 올해 1월 '인버스 크레이머 전략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분석을 내놓고 크레이머의 전망과 정반대로 투자하는 전략의 유효성과 한계를 분석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도 지난 3월 엑스에 “인버스 크레이머는 정말 대단하다"고 적기도 했다. 한편, 국내 증시는 18일 장 초반 강세를 지키지 못하고 하락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1.55% 내린 6869.83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오전 한때 7216.62까지 치솟으며 전장 대비 3.42% 상승하기도 했지만 점심 무렵 하락 전환하면서 전형적인 '전강후약' 흐름을 보였다. 이에 지난 10일부터 이어졌던 상승 행진도 6거래일 만에 멈췄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장중 각각 4.92%, 8.94% 치솟았지만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삼성전자는 결국 하락 전환해 전장 대비 2.19% 내린 26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는 1.03% 오른 166만2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한국이 가장 느린 협상국”…트럼프, 한미훈련 압박한 이유 [이슈+]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 배경에는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이 더디다는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7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한미 연합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 이란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압박에는 한국을 향한 미국 정부의 경제적 불만이 반영돼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국은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대가로 지난해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지만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한국 정부가 투자 이행을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가운데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협력에 배정됐지만 나머지 2000억달러의 구체적인 투자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투자 약속을 이행해야 하는 시한은 2029년 1월이다. 반면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일본은 이미 6개 투자 사업을 확정했다. 잠재적인 추가 투자 사업 목록도 마련해 놓은 상태다. 한 소식통은 “한국과의 협상이 트럼프 행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며 “지금까지 본 협상 상대 중 가장 느리다"고 말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한국이 대미 투자를 일반적인 투자처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은 발표하기 전에 모든 세부 사항을 완벽하게 확인하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그런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한국 정부가 쿠팡을 대하는 방식에도 불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6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과 법적 근거 없는 개인정보 수집 등을 이유로 총 62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를 두고 폴리티코는 “한 국가와의 경제·안보 문제를 서로 연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다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경제 분야에서 발생한 불만이 안보 분야에 대한 평가와 대응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렛대를 활용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지렛대는 실제로 그것을 사용할 의지가 있을 때 생기는데 트럼프는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또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지원하고 있음에도 한국이 이란전쟁 지원 요청에 즉각 호응하지 않은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불쾌하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최근 한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란 문제와 관련해 조금 도와줄 수 있나. 이란 문제에서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원한다면 조금 도와달라'고 말했는데 그는 '사양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무슨 말이냐. 우리는 당신의 이웃인 김정은으로부터 당신들을 지키기 위해 3만9000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는데 이란에서 벌어지는 아주 쉬운 군사작전에서 우리를 돕지 않겠다는 것이냐"며 “그렇다면 우리는 왜 당신들을 돕는 데 관여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3만9000명은 실제 주한미군 병력 약 2만8500명을 잘못 언급한 것이다. 한 소식통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지원 요청에 한국이 미온적으로 대응한 데 불쾌감을 느껴 한국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은 이러한 의도를 가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한국이 글로벌 금리인상 주도”…세계 덮친 ‘채권 쇼크’ [이슈+]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가운데 한국 채권시장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시장에서는 향후 1년간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와 막대한 재정지출,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따른 자금 수요가 맞물리면서 채권뿐 아니라 주식 등 금융시장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美 30년물 5.31%…주요국 장기채 금리 '고공행진'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채권시장에서 3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전장 대비 약 6bp(1bp=0.01%포인트) 급등한 5.31%까지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이는 지난 13일 미 재무부가 실시한 250억달러 규모의 30년물 국채 신규 발행 입찰에서 2001년 이후 최고 금리인 5.216%를 기록한 데 이어 매도세가 지속된 결과다. 하루 앞서 실시된 10년 만기 미 국채 입찰에서도 조달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물가지표는 예상보다 완만한 흐름을 보였고 고용지표 부진과 소매판매 감소 등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단기 금리 인상 압력도 다소 완화됐다. 그러나 장기 국채금리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AI 투자를 위한 기업들의 차입 확대로 회사채 발행이 늘어난 데다 연간 약 2조달러에 달하는 미 정부의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장기 국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약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의 브렌던 페이건 거시경제 전략가는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가 완만하게 나왔다고 해서 재정적자와 기간 프리미엄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안슐 프라단 미 금리전략 총괄은 “장기물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가지려면 재정 상황 개선, AI 관련 채권 발행 속도 둔화, 미 재무부의 발행 전략 변화, 경제 지표 완화 지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장기 국채금리 상승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캐나다 30년 만기 국채금리도 201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고 독일 장기 국채금리는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30년물 국채금리 역시 현재 4.12% 수준으로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 국고채 30년물과 50년물 금리도 현재 각각 연 4.78%, 4.71% 수준으로 발행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 한국 금리인상 전망 100bp 넘어…세계에서 가장 높아 주요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 상승 압력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경우 정책금리 역시 높은 수준에 머물거나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장기 채권을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주요국에서는 추가 긴축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전 세계 32개 스와프 시장 가운데 약 3분의 2가 향후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향후 12개월간 100bp가 넘는 금리 인상이 반영돼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국에 이어 일본(79bp), 캐나다(61bp), 유로존(55bp), 영국(50bp) 등의 순으로 금리 인상 전망이 시장 가격에 반영됐다.미국은 38bp 수준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미국보다 주요국의 금리 인상 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최근 수년간 연준이 주도했던 글로벌 금리 사이클과는 다른 모습이다. 과거에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세계 각국의 금리 향방을 좌우했다면 이번에는 각국 중앙은행이 동시에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특히 한국과 일본이 다음 글로벌 긴축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AI 투자 붐이 맞물리면서 반도체와 전력,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과 일본 채권시장은 상당한 매도 압력을 받고 있다. 한국 국채는 올해 들어 원화 기준으로 약 9%의 손실을 기록해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전 세계 44개 채권시장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을 냈다. 일본 채권 역시 약 4% 하락하며 낙폭이 가장 큰 시장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한 데다 각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이 이어지고 AI 투자 붐이 반도체와 전력, 노동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인플레이션은 최근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 국채 금리 상승, 증시 폭락 뇌관 될까 문제는 주요국의 동시다발적인 금리 상승이 채권시장에만 충격을 주는 데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시장이 예상하는 금리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미래에 발생할 기업 이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져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는 주식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금융여건이 긴축되고 외환시장 거래에도 충격을 줄 수 있어 금리 상승의 여파가 채권시장을 넘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식과 채권을 나눠 담아 위험을 줄이는 전통적인 분산투자 전략 또한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나 증시 급락이 발생하면 안전자산인 국채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금리는 하락한다. 주식에서 발생한 손실을 채권이 일부 상쇄하면서 투자 포트폴리오의 충격을 완화하는 구조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동시에 긴축에 나서는 상황에서는 주가가 하락할 때 채권 가격까지 함께 떨어질 수 있다.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의 조지 에프스타토풀로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채권에 대해 “분산투자 관점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컬럼비아 스레드니들의 에드 알후세이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리가 상승하면 투자자들이 현금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기업들이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나쁜 뉴스’의 역설, 그리고 시장 금리의 현실

2주 전 미국 8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는 신규 고용이 14만 2천 명 증가에 그치며 시장 예상치(약16만 명)를 23,000명 하회했다. 실업률도 4.3%에서 4.4%로 상승하면서 고용 시장의 냉각이 뚜렷해졌다. 그러나 월가는 이 '나쁜 뉴스'를 반기는 중이다. 약한 고용이 연준의 추가 긴축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식 시장은 오히려 상승했다. 이른바 '나쁜 뉴스=좋은 뉴스' 공식이 다시 작동한 것이다. 시장의 논리는 고용 둔화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물가 압력을 낮춰 연준이 금리 동결에 더 쉽게 동의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지난 주 인플레이션 지표도 시장의 기대를 확인해 주었다. 8월 CPI는 전월 대비 0.1% 상승에 그쳐 예상치(0.2%)를 밑돌았고, PPI 역시 전월 대비 0.0%로 예상치(0.2%)를 크게 하회하며 물가 상승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둔화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여기에 어제 발표된 8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로 예상치(+0.1%)를 훌쩍 벗어난 부진을 기록했다.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라는 미국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까지 흔들리는 신호였지만, 시장은 또다시 '나쁜 뉴스'를 반기며 금리 동결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기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아이러니가 있다. 같은 날 발표된 미시간대 9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67.2로 전월(70.3)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런데 이 지표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향후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율'이다. 소비 심리는 나빠졌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거다. 시장은 '경기가 나쁘니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논리에 열광하는 반면, 실제 소비자들은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지갑을 닫고 있으며 여전히 K자 성장으로 소비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장의 금리 동결 낙관론이 시중 장기 금리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6% 중반대를 유지하며 좀처럼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단기 금리 선물 시장이 9월과 11월 금리 동결을 확실시하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장기 금리는 시장의 기대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일본의 사례와 매우 흡사하다. 일본은 최근 몇 달간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라는 신호를 던지며 엔화 약세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시장은 말뿐인 일본의 행동에 쉽게 납득하지 않았다. 결국 미·일 재무당국이 공동 환율 개입이라는 강수를 두며 엔화 가치를 방어했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고, 시장은 일본은행이 실제 금리 인상이라는 행동으로 나서기 전까지는 다시 엔화 약세와 금리 상승 압력이 재현될 것이라고 경계하고 있다. 미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시장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것처럼 공포 마케팅을 하지만, 막상 행동으로 나서지 않는 '워시'의 모호한 커뮤니케이션에 점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워시 의장이 이번 달 말 잭슨홀 미팅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전임 파월 의장이 '데이터 의존적'이라는 원론적 발언에 그쳤던 것과 달리, 워시 의장은 시장의 기대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그의 행보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결국 시장이 진정한 안심을 얻기 위해서는 연준의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 금리 동결이라는 기대가 현실로 확인되기 전까지, 그리고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기 전까지, 장기 금리의 높은 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달 말 잭슨홀에서 위시의 발언이 중요하고 궁금한 이유다. bienns@ekn.kr

“이란전쟁 거부, 대미투자 늦어”…트럼프, 한미훈련 축소로 압박?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미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와 훈련 비용 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한국이 이란 전쟁 지원과 대미 투자 이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점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이더 트루스소셜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내가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이 오래전에 한국과의 연합 군사훈련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어 “이 훈련은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늘 그렇듯이)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며 “또한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위협적이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온 국가에 완전히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이제 취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점을 감안해 헤그세스 장관에게 연합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한미 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앞두고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한미 연합훈련에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시 김 위원장과 직접 비핵화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처럼 훈련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축소 지시를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직접 언급한 만큼 이번 발언은 북한에 유화적인 신호를 보내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 연합훈련을 강하게 비판해왔으며 지난 6일과 12일에는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현재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애덤 패러 애널리스트는 “이번에는 축소의 이유가 덜 명확하다"며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은 김정은 위원장은 이전보다 강한 위치에 있으며 지금까지 미국과의 대화에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북한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최대 220억달러(약 31조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한 이후인 2018~2021년 벌어들인 자금의 약 4배에 달하는 규모다.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와 병력 파견 등으로 막강한 자금력을 확보한 북한이 비핵화를 조건으로 비핵화 협상에 나설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이번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가 북한을 의식한 조치라기보다 한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패러 애널리스트는 “이번 막판 입장 변경은 오히려 한국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며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 이행에 진전이 없다는 점이나 미국의 이란 전쟁을 지원하지 않으려는 한국의 태도 등이 배경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미국의 여러 동맹국과 마찬가지로 이란 전쟁에 개입하는 것을 거부해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군함 파견에 동맹국들이 응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지속적으로 나타낸 바 있다. 이를 반영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게시물에 “다소 관련이 없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최근 한국 대통령에게 이란 비핵화에 우리와 함께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지만 그들은 '사양하겠다(No thanks!)'고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요청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한국에 이란 비핵화에 동참하라고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는 식으로 관련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키웠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3500억달러 가운데 1500억달러는 조선 협력에 배정됐으며 나머지 2000억달러의 구체적인 투자 방안을 놓고 양국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미국이 대미 투자 이행을 서두르지 않을 경우 관세를 인상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성장률 1.1% 날아간다”…유럽 경제 덮친 폭염의 ‘5대 충격’ [이슈+]

올 여름 유럽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으로 막대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일부 지역의 기온이 섭씨 45도를 넘어서는 극심한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대형 산불이 잇따르고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동시에 농작물 수확량이 급감하고 저수지와 강이 바짝 마르면서다. 15일 네덜란드 트리오도스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폭염으로 유럽연합(EU)의 국내총생산(GDP)이 약 1%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EU 집행위원회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1%라는 점을 감안하면 폭염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예상 성장분의 대부분을 상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올여름 유럽에서 나타난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일시적인 이상기후와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올여름과 같은 극단적인 폭염이 일시적인 이상기후가 아니라 구조적인 현상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엘니뇨 여파로 내년 상황은 올해보다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대책과 탄소 배출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향후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크게 다섯 가지 경로를 통해 유럽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라인강 수위 사상 최저…유럽 물류대동맥 마른다 유럽 내륙 물류의 대동맥으로 불리는 라인강은 최근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화물선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분주한 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독일 내륙까지 이어지는 라인강 주변에는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 자동차업체 다임러, 석유기업 셸, 철강기업 티센크루프 등의 주요 생산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라인강의 대표적인 병목 구간인 독일 카우프의 항행 가능 수심은 전날 7cm까지 떨어져 1880년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선박들은 좌초를 피하기 위해 화물 적재량을 줄이거나 아예 운항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철도와 도로 운송만으로 이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워 일부 공장들은 생산량까지 줄였다. 운임도 급등했다. 로테르담에서 독일 카를스루에까지 디젤을 운송하는 비용은 블룸버그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라인강 수위는 통상 여름철 낮아지지만 일반적으로 계절적 최저점은 이보다 더 늦게 나타난다. 코메르츠방크는 라인강 수위가 9월 중순까지 심각하게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독일의 3분기 GDP 성장률을 약 0.35%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 폭염에 곡물 생산도 직격탄…佛 옥수수 46년 만에 최악 고온과 가뭄은 농작물과 가축에도 상당한 피해를 안겼다. 특히 농민들은 이란 전쟁으로 비료와 연료 가격까지 상승한 상황에서 폭염 피해까지 떠안게 됐다. 영국 싱크탱크 ECIU는 지난 6월 발생한 폭염만으로 유럽 곡물 농가들이 약 20억유로(약 3조 2700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유럽 농민협회는 올해 EU의 전체 곡물 생산량이 전년 대비 9%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EU의 과거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20여년 만에 가장 큰 연간 감소 폭이다. EU 최대 농업 생산국인 프랑스의 경우 정부 추산에 따르면 올해 옥수수 수확량이 1980년 이후 가장 부진할 전망이다. 세계 각국의 곡물 공급망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유럽의 생산 차질까지 겹치면서 곡물 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과 호주에서도 가뭄으로 농작물 생산이 압박받고 있으며 엘니뇨 여파로 세계 다른 지역의 농작물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공격이 격화하면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다시 커지고 있다. ◇ 저수지까지 말랐다…수력발전 감소에 겨울 전기료 비상 올여름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유럽의 수력발전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수력발전은 유럽 전체 전력 공급의 약 6%를 담당했다. 유럽의 수력발전용 저수지는 지난겨울 적설량 부족으로 이미 수위가 낮아진 상태였다. 여기에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유럽의 강수량은 최근 10년 평균보다 3분의 1 이상 적었다. 영국과 유럽 대륙에 수력발전 전력을 공급하는 노르웨이 남부의 저수량은 1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알프스 지역에서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위스의 저수량이 이맘때의 역사적 평균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 수력발전 업체들은 발전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유럽송전망운영자협회(ENTSO-E)에 따르면 지난달 이탈리아의 유수식 수력발전소 발전량은 최근 최소 10년 동안 같은 달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폭염과 가뭄이 장기화할 경우 수력발전 감소분을 메우기 위해 올겨울 상대적으로 비싼 천연가스 발전을 확대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가뜩이나 이란 전쟁 여파로 가스 가격이 상승한 상황에서 유럽의 전력 가격이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 강물 뜨거워지자 원전도 멈췄다…해파리까지 덮친 프랑스 폭염과 가뭄은 원자력발전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강물이 지나치게 뜨거워지거나 수위가 낮아지면서 원자로 냉각에 필요한 물을 충분히 끌어오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수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원전에서 사용한 뜨거운 냉각수를 강으로 다시 방류하는 것을 제한하는 환경 규제도 원전 가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데이터업체 ICIS에 따르면 프랑스는 지난 6~7월 폭염으로 인한 사상 최대 규모의 원전 발전 손실을 기록했다. 프랑스 원전은 서유럽 전력망의 핵심 역할을 하며 주변 국가에도 상당한 규모의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해안가에 위치한 프랑스 원전들은 해파리 개체 수 급증이라는 악재에도 직면하고 있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해파리 개체 수가 급증할 수 있는데, 해안 원전이 냉각을 위해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해파리가 냉각시스템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실제로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최근 대량의 해파리가 유입되면서 북부 그라블린 원전의 원자로 가동이 중단되거나 출력이 제한돼 약 3.2기가와트(GW)의 발전용량 가동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동유럽에서도 다뉴브강의 기록적인 수위 하락으로 전력망이 차질을 빚는 사태가 잇따랐다. 루마니아 전체 전력 수요의 약 20%를 담당하는 체르나보다 원전은 가뭄으로 인한 냉각수 부족으로 최근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헝가리의 경우 전체 전력의 약 40%를 공급하는 팍스 원전에서도 원자로 4기 중 3기가 가동을 멈췄다. ◇ '불쏘시개'로 변한 유럽…산불 피해도 눈덩이 폭염과 가뭄으로 산불이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면서 이에 따른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EU에서 산불로 불탄 면적은 5500㎢를 넘어섰다. 영국 런던 면적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신용평가사 모닝스타DBRS는 프랑스에서 발생한 산불만으로도 100억~150억유로(약 16조~ 24조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특히 산불로 인한 피해 가운데 상당 부분은 보험으로도 보상받지 못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프랑스 정부가 지원하는 자연재해 보상제도에는 가뭄과 홍수는 포함돼 있지만 산불은 포함돼 있지 않다. 보험중개업체 마시의 타이슨 비커리 유럽지역 총괄은 지난해 스페인에서 산불로 발생한 약 50억유로의 경제적 손실 가운데 보험으로 보상된 규모는 5분의 1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유럽이 다른 대륙보다 빠른 속도로 온난화하고 기후변화로 폭염이 더 길고 빈번하며 강력해지면서 보험업계도 보험료 상승과 보험 손실 확대라는 새로운 재해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순식간에 25% 폭등”…코스피 7000 찍자 나온 경고 [머니+]

코스피 지수가 5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하면서 한국 증시의 상승세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2.42% 오른 6977.94로 거래를 종료했다. 지수는 2.68% 오른 6995.67로 출발, 한때 7010.86(2.90%)까지 오르며 70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코스피는 이번 주 5거래일 내내 상승해 11.49% 올랐다. 이에 따라 지난주까지 이어진 7주 연속 하락세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주간 상승 폭은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돌파했던 지난 5월 첫째 주(13.63%) 이후 가장 크다. 종가 기준으로 보면 이번 주 상승으로 코스피는 다시 기술적 강세장에 진입했다. 지난달 30일 기록한 저점 5593.56과 비교하면 현재 코스피는 25% 가까이 오른 상태다. 통상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하면 기술적 강세장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 최근 코스피 상승은 국내 반도체 '투톱'이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5거래일 동안 모두 15% 넘게 치솟았다. 지난달 저점과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32.6%, SK하이닉스는 24.4% 급등했다. 지난달 낙폭이 지나치게 컸다는 인식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데다 인공지능(AI) 랠리를 뒷받침하는 펀더멘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관측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에셋매니지먼트원의 아사오카 히토시 수석 전략가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막대한 자금이 하드웨어 분야로 흘러가고 있고, 이는 하드웨어 기업들의 매우 강력한 매출과 이익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다시 '기업의 실적 자체를 들여다보자'는 관점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CNBC에 따르면 KB증권의 피터 김 글로벌 투자전략 총괄은 “AI 랠리와 지속적인 실적 호조는 증시 매도세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변하지 않았다"며 “시장이 펀더멘털을 되찾으면서 정상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반도체주 급락은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나 실적에 대한 의문 때문이 아니라 기술적 요인과 자금 흐름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발표 이후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점도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3일(현지시간) 7798.99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67.4%의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1주일(55.6%), 1달전(41.9%)보다 높은 수치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증시 반등을 이끈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 완화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데다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라는 변수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쿼트의 이펙 오즈카르데스카야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번 주 시장의 낙관론은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시장 랠리의 이유가 미국의 7월 물가 상승세 둔화라면 낙관론은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삭소의 차루 차나나 수석 투자전략가도 “이번 랠리는 명확한 위험자산 선호 국면이라기보다 여전히 뉴스 헤드라인에 따라 움직이는 랠리"라며 “중동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과 연준에 대한 우려를 빠르게 되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가 저점 대비 20% 이상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강세장이 시작됐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정인 피보나치 자산운용 대표는 “이번 상황을 완전히 새로운 강세장이라고 표현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강제 매도 이후 나타난 기술적 반등과 함께 실질적인 시장 안정성의 회복이 동시에 반영됐다"고 CNBC에 말했다. 이어 “이처럼 가파른 반등 이후에는 일정 기간의 조정이 오히려 건전하다"며 “투자자들은 앞으로도 시장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코스피가 여전히 소수 반도체 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주요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반도체주가 지수 반등을 이끌었지만 반대로 AI 투자에 대한 기대가 흔들릴 경우 코스피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레이리언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필립 울 리서치 총괄은 “현시점에서 한국 주식시장은 사실상 'AI 하드웨어 트레이드'와 동의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 전망 하향이나 연준의 긴축 우려 등 현재의 AI 내러티브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요인이 나타나면 증시는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며 “AI 하드웨어 투자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높은 변동성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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