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명태균 의혹’ 결국 기소…서울시장 선거 먹구름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을 수사해 온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은 오 시장을 비롯해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사업가 김한정 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태균 씨로부터 여러번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김 씨에게 관련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캠프 비서실장을 맡았던 강 전 부시장은 오 시장의 지시로 명 씨와 연락하며 설문지를 주고받는 등 여론조사 진행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명 씨는 2021년 1월 22일부터 2월 28일까지 총 10회에 걸쳐 공표·비공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김 씨는 같은 해 2월 1일부터 3월 26일까지 5차례에 걸쳐 총 3300만원을 여론조사 비용 명목으로 명 씨에게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명 씨는 “오 시장과 7차례 만났고, 오 시장이 선거 때 '살려달라',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오 시장은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도, 결과를 받아본 적도 없다"고 반박하며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씨의 비용 대납 역시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과 명 씨는 지난 8일 특검팀에 함께 출석해 약 8시간 대질조사를 받았지만, 서로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은 채 진술은 평행선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 또한 “오 시장 캠프와 무관하게 비용을 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명 씨에게 오 시장을 잘 보이게 하기 위해 도왔을 뿐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비상계엄 1년] 내란 청산 ‘올인’ 민주당…협치 복원·보복 논란 ‘과제’

12·3 비상계엄 1주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와 '2차 종합 특검' 검토를 공식화하며 내란 청산에 '올인'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과의 극한 갈등을 비판하며 협치를 복원해야 민생 살리기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경한 내란 청산 기조가 자칫 정치 보복·독재로 비칠 수도 있어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다 태울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일 12·3 비상계엄 1주기를 이틀 앞두고 내란전담재판부의 연내 설치와 사법개혁 추진, '2차 종합 내란 특별검사' 검토 등을 공식화하며 '내란 청산' 드라이브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로 멈춰버린 내란청산 시계를 다시 돌릴 것"이라며 “연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대법관 증원, 조작기소를 처벌하는 법왜곡죄 등을 포함한 사법개혁법안을 처리할 것을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2차 종합 특검을 검토할 시점"이라며 “3대 특검의 미진한 부분을 한데 모아 공정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상병 특검이 지난달 종료되고 내란·김건희 특검도 이달 종료되는 만큼 추가 특검을 통해 내란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다. 민주당은 당초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했으나 위헌 논란이 커지자 내란전담재판부로 방향을 선회했다. 비상계엄 관련 인사들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오기 전에 전담재판부를 구성해 2심을 맡기려는 계산이다. 이어 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심사했다. 판사나 검사가 특정인에게 유·불리를 주기 위해 사실관계를 조작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법왜곡죄' 신설도 함께 논의됐다. 여당 간사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신속하게 통과시켜 내란을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대선 직후 단숨에 본회의를 열어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 법안을 처리했고, 내란 청산·검찰개혁·언론개혁을 전면에 내건 지도부를 선출하며 연일 강도 높은 청산 작업을 이어왔다. 이러한 기조는 2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영장심사 결과에 따라 공세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구속이 결정되면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규정짓고 법무부에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촉구할 가능성이 있다. 기각될 경우에는 사법부를 '내란범 방패막이'로 규정하며 사법개혁안 강행 처리의 명분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내란 재판 1심 선고도 다가오는 만큼 “집권당다운 통합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검 수사와 정부 부처의 자체 조사, 법원의 재판이 이미 궤도에 오른 상황에서 당까지 내란 청산 공세에 매달려 국민들의 정치 피로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내란 청산'만 반복하면 중도층은 미래 의제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집권여당으로서 정책·개혁 어젠다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계엄 사과론'이 제기되기 시작한 점도 민주당이 방향 전환의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에 매달리다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정권 초반 국정 동력을 활용해 해결해야 할 대형 과제도 산적해 있다. 정년연장, 산업재해 대책, 지속가능한 보건의료 체계 전환. 연금 개혁, 정치 개혁을 위한 헌법 개정 등은 여야 합의는 물론 사회전체적 조율이 필요한 미래 핵심 의제다. 예컨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 출범하고도 5개월이 지난 9월에서야 민간자문위를 꾸려 첫 전체회의를 여는 등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여야가 특위 임기를 내년까지 연장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선거 국면 속에 실질적 논의 진전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정치평론가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계엄·내란 사태에 대한 단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답답함이 강경 대응으로 나타난 것"이라면서도 “내란 청산 국면이 장기화되는 것은 국민이 바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그동안 당은 내란 청산에, 이재명 대통령은 민생에 집중하며 역할 분담이 있었지만, 1심 판결이 나오면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도 민생·경제·부동산 등 현안을 챙길 수밖에 없어 늦어도 2월이면 정국이 민생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반드시 승리하겠다” 민주당 최고위원 3명 동시 사퇴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3명이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1일 지도부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민주당 최고위원단은 일부 공백이 생겼으나, 비대위 전환 요건에는 미치지 않아 당 지도체제는 유지된다. 전현희·한준호·김병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끝으로 사퇴했다. 전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선거, 한 최고위원과 김 최고위원은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이다. 반면 이언주·황명선 최고위원은 불출마 의사를 밝히며 지도부에 잔류한다. 정청래 지도부는 정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를 비롯해 전현희·한준호·김병주·이언주·황명선 등 선출직 최고위원 7명, 서삼석 지명직 최고위원, 평당원 선출 박지원 최고위원까지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지명직을 포함한 최고위원 중 5명 이상이 사퇴할 경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지만, 이날 사퇴 인원은 3명에 그쳐 당은 이르면 다음 달 보궐선거를 통해 후임 최고위원을 선출할 계획이다. 사퇴한 3명의 최고위원은 모두 '12·3 계엄 사태' 책임을 국민의힘에 묻겠다며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1년 3개월은 민주당 최고위원으로서 최전선에서 윤석열 정권에 맞서 10만개의 '불화살'을 쏜 처절한 사투의 시간이었다"며 법원행정처 폐지 등 사법개혁 완수를 강조했다. 그는 “중앙과 지방이 하나 된 국민주권 정부를 완성하고 민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반드시 승리해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경기지사 출마를 저울질하는 한준호 최고위원은 “12·3 비상계엄을 넘어서 국민 여러분과 함께 제4기 민주 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었고, 당원 뜻이 지도부 결정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치열하게 달려왔다"며 “당분간 정치검찰조작기소대응특별위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 검찰로 인해 피해를 본 동지들을 돕고, 이재명 대통령을 죽이려 했던 이들의 무도함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역시 경기지사에 도전하는 김병주 최고위원은 “내란 청산은 끝나지 않았다. 사법개혁을 통해 윤석열과 김용현에게 법정 최고형이 내려지고, 내란 가담자 전원에게 엄격한 법의 심판이 이뤄질 때까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며 “내란정당 국민의힘을 전면 해산하겠다"고 강경히 말했다. 정청래 대표는 사퇴한 최고위원들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우리가 한 공간에 있었던 것이 우연일지 모르지만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한 필연이었음을 입증해주길 바란다.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병헌의 체인지] 12·3 계엄이 남긴 의미있는 역설

“권력은 책임의 무게로 존재하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순간 권력은 위험이 된다." 정치학에선 오랜기간 전해져온 문구이지만, 대한민국은 최근 짧은 시간에 이 문장의 가장 구체적인 형태를 목격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은 특정 시점부터 균형을 잃었다. 흔들림은 조용히 시작됐고, 이후 국정 전체로 확산되었다. 국정은 일관성이 부족했다. 정책 결정 과정은 넓은 논의보다 좁은 회로에 의존했다. 전문가 조언보다 사적 인연이 우선했고, 공적 권위보다 비선의 존재가 더 큰 영향력을 가졌다는 의혹이 이어졌다. 행정부와 사법부의 경계는 점차 흐려졌고, 검찰 출신 인사들의 과도한 집중은 권력의 균형을 더 약하게 만들었다. 국정의 무게추는 한쪽으로 기울었고, 시스템은 그 흔들림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 중심에 김건희씨가 있었다.그녀를 둘러싼 논란으로 더 흔들렸다. 주가 의혹, 협찬 논란, 의전 개입, 공천 개입 의혹 등은 사소한 해프닝이 아니라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시험하는 사안들이었다. 이런 사안들이 수사·감찰 시스템의 독립성을 흔드는지 여부는 국가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국민이 “권력의 사적 영향력은 어디까지인가"라고 묻게 된 지점도 여기서부터였다. 특검이 시작되면서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료 확보 실패, 수사 지연 논란, 측근 인사의 조력 정황 등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제기됐던 문제들이 현실적 검증 대상으로 넘어가고 있고 있다. 정권 내부의 작동 방식을 묻는 질문은 점차 구조문제로 확대됐고, 국정 운영의 중심부가 어디에서 흔들리고 있는지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의 시작이 수면위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3일의 비상계엄 시도와 연관이 있다. 계엄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조치다. 그렇기에 더 신중해야 하고,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하다. 그런데 계엄 시도 당시 논의된 문건과 실행 계획, 그리고 논의 참여자 구성은 이 조치가 왜 그 시점에 거론됐는지 의문을 남겼다. 언론을 통제하고 국회의 기능을 제약하며 시민 활동을 관리하는 계획들도 포함돼 있었다. 국가 전체의 비상이 아니라 정권 내부의 '그들만의 비상'이 아니었느냐는 질문을 남겼다. 정치권과 학계의 분석은 계엄직전 여당 내 8표만 이탈해도 김건희 특검이 통과되는 구조라는 한 지점을 가리킨다. 도이치모터스 판결의 파장, 명태균 게이트의 확산, 공수처 수사, 검찰 조직 내 균열 등은 정권 핵심부가 체감할 수밖에 없는 압력이었다. 김건희씨에 대한 수사 가능성은 대통령의 통치력 약화로 이어졌고, 대통령의 방어적 대응은 다시 김건희 논란을 키우는 구조적 순환을 만들었다. 두 사람의 사적·정치적 리스크가 상호 증폭되면서 국정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결국 당시 비상계엄 시도는 단일 사건이 아니라 두사람의 복합적 위기에서 비롯된 산물이었던 셈이다. 정권 내부에서 기인한 사적 리스크와 정치적 불안, 국가 시스템의 흔들림이 한 지점에서 모두 만났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계엄이 논의된 시점의 배경에는 정권이 직면한 사법·정치적 압박이 있었다는 분석도 바로 이 구조적 맥락에서 나온다. 이 상황을 설명하는 역설적인 이야기들이 정치권과 여론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만약 이 정권의 작동 방식이 드러나지 않은 채 2년을 더 갔다면 더 큰 위험이 있었을 것" “계엄 시도로 정권 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조기에 드러났고, 국가 시스템이 작동할 여지를 되찾았다" “역설적으로, 윤석열이 가장 잘한 일은 12.3 계엄이었다". 계엄을 긍정하고자하는 말은 아니다. 계엄 시도가 드러낸 정보와 구조적 문제가 한국 사회에 중요한 경고와 교훈을 남겼다는 의미다. 통치 구조의 취약성과 권력 운영 방식의 한계가 조기에 노출된 덕분에 더 큰 시스템 붕괴를 막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권력의 무게를 견디는 능력은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다. 그 무게가 흔들리면 국가의 축은 흔들린다. 권력이 사적 영향력과 혼합되기 시작하면 시스템은 쉽게 무너지고, 혼란의 대가는 국민이 치르게 된다. 2025년 12월3일의 계엄 논란이 벌써 1년을 맞는다.지금 필요한 건 정쟁이 아니다. 시스템 재정비로 감시와 견제의 회복, 수사·감찰의 독립성 강화, 비선 영향력 차단, 제도적 균형의 복원부터 함께 서둘러야 한다. 대한민국이 어떤 국가로 나아갈 것인지 되묻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슈&인사이트] 급격히 확산하는 국제사회 반이민·반난민 정서

올해 영국의 현충일은 11월 9일이었다. 이날은 약 300만 명 이상의 영국군 사상자가 발생한 제1차세계대전 종전을 기념하는 엄숙한 날이다. 이날 행사에는 100세 이상의 제2차세계대전 참전용사들이 참석해 더 의미가 컸다. 이날 한 참전 노병이 영국 인기 아침 방송에 출연해서 한 말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현재 영국의 모습이 자신과 전우들이 전쟁에서 싸워 지켜낸 나라가 아니라고 했다. 이 100세 노병의 주장은 많은 영국인을 불편하게 했다. 이들은 늘어나기만 하는 이민자와 난민들 때문에 이제 영국은 과거와는 다른 나라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열린사회를 지향하며 이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특히 인도, 아프리카 등 과거 식민지에서 부족한 노동 인력을 조달하는 이민 정책을 시행했고, 이들은 제1, 2차세계대전 이후 동력을 상실한 영국 경제를 정상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줄지 않는 이민과 난민으로 정부 재정과 사회 복지가 위협받자 이에 반대하는 정서가 급격히 확대되었다. 영국이 경제적 타격을 감수하고 2020년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브렉시트(Brexit)를 단행한 이유도 이민 문제를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지지도 폭락에 시달리는 노동당 정부는 난민 관련 정책을 대폭 수정해 무조건적인 난민 지원을 중단하겠다며 화난 민심을 달랬다. 전형적 좌파 세력인 영국 노동당이 신념에 가까운 이민·난민 정책을 전면 개편하고 핸들을 틀어 급우회전했지만, 분노한 영국인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전 세계적인 반이민·반난민 정서 확산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격화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미국은 10월 29일 기준 불법체류자 52만 명을 추방했고. 지금까지 200만 명이 미국을 떠났다고 확인했다. 너무 과격하다고 비판받는 현재의 반이민·반난민 정책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보수적인 우파 미국민이 열정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유럽 최대 강국인 독일에서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2대 정당으로 부상했다. 반유럽, 친러시아, 반이민·반난민 등의 정책을 채택한 AfD는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으며 과거 나치즘의 망령을 연상시키는 극단적인 정치사상을 전파하고 있다. 헝가리, 이탈리아는 물론 전통적으로 가장 이민과 난민에 관대했던 스페인마저도 반이민 정책을 고려할 만큼 유럽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특히 2050년이면 아프리카와 무슬림 인구가 50억 명이 넘고 이들 중 많은 사람이 유럽으로 향할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하며 유럽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웃인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엔저 현상과 함께 일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관광지로 부상하며 2024년에만 3,687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을 방문했다. 이에 일본의 외국인에 대한 피로도가 급격하게 상승했고 동시에 반이민 정서도 확산했다. 신임 다카이치 총리가 최근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등 급발진하는 이유도 보기에는 중국을 견제하는 행동일 수 있지만, 깊게는 일본의 외국인과 외국을 기피하는 고립주의적인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반이민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조선족 70만 명을 포함해 110만 명 이상이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매우 높다. 최근 중국인 무비자 관광이 허용되면서 반중국인 정서가 급증하고 있다. 2025년 기준 한국에는 273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한국 체류 외국인은 계속 늘어날 것이며 이에 따라 한국인의 반이민 여론도 함께 확대될 것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경제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불법 이민과 난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세계 여러 나라는 이미 반이민·반난민 투쟁을 시작했다. 이를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극단적 국가주의, 전쟁, 환경, 자원 등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파괴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인식을 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 이상호

계엄 1년 앞두고 당·정·대 고위급 만찬

당·정·대 고위급 인사들이 30일 '12·3 비상계엄 선포 1년'을 앞두고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날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열린 비공개 만찬에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다음 달 3일 계엄 선포 1년을 맞는 만큼 참석자들은 탄핵과 계엄을 거쳐 출범한 새 정부의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을 다짐하며 관련 행사와 메시지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날 만찬에서는 12월 임시국회 일정에 대해서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비롯한 개혁입법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가능성을 거론하며 맞서고 있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여전히 핵심 쟁점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참석자들이 관련 현안을 공유하고 대응 전략을 조율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에너지경제 여론조사] 李 대통령 지지율 54.8%, 1.1%p↓…“정쟁·환율 때문”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54.8%로 오차범위 내 소폭 하락하면서 한달째 보합세를 유지했다. 3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실시한 11월 4주차 주간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54.8%로 집계됐다. 매우 잘함 44.1%, 잘하는 편 10.6%였다. 전주 대비 1.1%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반면, 부정 평가는 40.7%로 0.2%p 상승했다. 매우 잘못함 32.4%, 잘못하는 편 8.3%였다. 긍·부정 평가 격차는 전 주 15.4%p에서 14.1%p로 좁혀졌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4.5%였다. 일간 지표로는 지지율이 21일 55.1%(부정 39.9%)로 마감한 뒤 25일에는 57.5%(부정 38.3%)까지 올랐다. 이후 하락세가 이어져 26일에는 56.4%(부정 39.0%), 27일 55.6%(부정 39.9%)을 기록했다. 28일에도 지지율이 소폭 하락한 52.5%(부정 42.7%)로 마무리했다. 리얼미터는 주 초 G20 순방 외교 성과로 일시적 지지율 상승 효과를 봤지만, 주 중반 한덕수 전 총리 15년 구형과 추경호 의원 체포동 의안 가결이 정치보복·야당탄압 프레임으로 확산되며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원·달러 환율 최고치와 4연속 금리 동결로 고환율·고금리 등도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긍정 평가는 △부산·울산·경남(8.0%p↓) △농림어업(7.5%p↓) △학생(6.8%p↓) △진보층(5.2%p↓) △자영업(4.2%p↓) 등에서 많이 하락했다. 반면 중도층(3.3%p↑), 50대(1.4%p↑), 인천·경기(1.2%p↑) 등에서는 소폭 상승했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45.6%(1.9%p↓)를 기록하며 5주 만에 지지율이 하락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37.4%(2.6%p↑)으로 지지율이 2주 연속 상승했다. 양당 간 격차는 전 주 12.7%p에서 이번 주 8.2%p로 좁혀졌다. 민주당은 부산·울산·경남(7.2%p↓), 대구·경북(4.3%p↓), 광주·전라(4.2%p↓), 서울(2.6%p↓), 인천·경기(2.3%p↓)에서 하락했다. 성별로는 남성(3.7%p↓), 연령대 별로는 30대(11.7%p↓), 40대(10.0%p↓), 이념 성향 별로는 보수층(8.2%p↓)에서 떨어졌다. 직업 별로는 자영업(16.2%p↓), 농림어업(3.9%p↓), 판매·생산·노무·서비스직(3.8%p↓)에서 내려갔다. 반면 대전·세종·충청(5.2%p↑), 20대(3.4%p↑), 60대(4.9%p↑), 중도층(2.4%p↑), 무직·은퇴·기타(4.2%p↑), 학생(7.4%p↑)에서는 상승했다. 국민의힘은 서울(7.2%p↑), 대구·경북(6.8%p↑), 부산·울산·경남(2.6%p↑), 광주·전라(2.1%p↑), 여성(4.2%p↑), 40대(10.1%p↑), 30대(9.5%p↑), 보수층(3.6%p↑), 진보층(3.5%p↑) 자영업(10.6%p↑), 판매·생산·노무·서비스직(2.7%p↑), 가정주부(2.4%·↑)에서 올랐다. 민주당은 최근 당내에서 '당원 1인 1표제' 추진을 둘러싼 논란에 친명계의 반발이 지속되는 등 당내 혼란이 확산되면서 지지율 상승세가 하락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순직해병특검팀의 윤석열 전 대통령 기소와 추경호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 등이 전통적 텃밭인 대구·경북과 일부 보수층에서 결집 계기로 작용하며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개혁신당 3.5%(0.3%p↓) △조국혁신당 3.1%(0.2%p↑) △진보당 1.4%(0.3%p↑) △기타 정당 1.6%(0.2%p↓) △무당층 7.3%(0.7%p↓) 순이었다. 대통령 지지율 조사는 지난 24~2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38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응답률 5.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p다. 정당 지지도는 27~28일 유권자 1012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응답률 4.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두 조사 모두 무선(100%) 자동응답(ARS) RDD 방식이다. 자세한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늘어난 정부지출은 빚으로 감당”…민주당 ‘감세’ 딜레마

이재명 정부가 내수·경제성장률 회복을 위해 향후 5년간 210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며 '확장 재정'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세수 기반 확충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겉으로는 증세를 주장하고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 표심을 의식해 실제론 감세 행보에 나서거나 민감한 현안은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재정 부실 심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세제 개편안을 둘러 싼 국회 논의가 최근 정부안보다 후퇴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정부는 법인세율 1%포인트(p) 일괄 인상, 금융·보험업 교육세율 상향, 고소득층 배당소득 세율 조정 등 세입 기반 확충에 중점을 둔 안을 제출했다. 전임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을 되돌려 재정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문제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러한 방향성이 충분히 유지되지 못한 채 주요 항목이 축소·조정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법인세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전 구간 세율을 1%p씩 높여 2026~2030년 18조원 이상 세수를 확보하려 했지만, 여야는 “대기업 상위 구간만 제한적으로 인상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경우 늘어나는 세수는 약 10조5000억원으로, 정부안 대비 8조원 가까이 줄어든다. 확장 재정을 위한 '첫 단추'가 느슨해지는 셈이다. 상속세 공제 체계 개편도 논란의 지점이다. 일괄·배우자 공제 기준(5억원)은 30년째 동결돼 현실 반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컸고, 이재명 대통령도 “상속세 때문에 집을 파는 것은 잔인하다"고 공제 확대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치적인 민감성, 즉 부자 감세 논란과 세수 감소(공제 8억원 상향 시 연 6000억원 감소 예상)를 부담스러워하며 논의를 사실상 뒤로 미뤘다.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 공약 달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편도 감세 규모가 정부안보다 더 커졌다. 정부는 최고세율을 45%에서 35%로 낮추는 안을 냈지만, 민주당은 이보다 더 낮은 25%에 무게를 실었다. 증시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민주당 안대로라면 연 2000억~4600억원 수준의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시행 시기를 1년 앞당기는 방안까지 검토되며 감세 효과는 더 커질 전망됐다. 다만, 여야는 지난 28일 논의 끝에 '초고액 배당자' 구간을 새로 만들고 최고세율을 30%까지 부과하는 절충안에 합의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2000만원 이하 14% △2000만원 초과~3억원 미만 20% △3억원 초과~50억원 미만 25%에 이어 5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30%를 적용하는 누진 구조로 배당소득세 체계를 재편했다. 분리과세 대상도 배당 성향 40% 이상 또는 배당 성향 25%이면서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기업으로 한정했다. 적용 시기는 내년 배당부터다. 박수영 소위원장은 “50억원 초과 구간은 약 100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정부안 최고세율 35%에서 실질적으로는 25%로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태호 민주당 간사 역시 “초고배당 수익에 대해서는 과세 형평 차원에서 별도의 30% 구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입 확충 대신 감세 또는 증세 축소 기류가 이어지면서 범여권 내부에서도 “확장 재정을 말하면서 언제까지 빚으로 버틸 것이냐", “세입은 손대지 않은 채 지출만 늘리는 건 위험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세금은 줄이면서 복지·국방·투자를 모두 확대하겠다는 현재의 정책 흐름 자체가 모순"이라며 “상속·배당 등 불로소득 과세를 축소하는 개편에는 반대한다"고 했다. 정치 일정도 변수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율 인상·공제 축소 등의 조세 논의가 민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부담이 당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증세 얘기는 선거철 최대 금기어"라며 “감세 프레임이 씌워지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증세 논쟁을 정면 돌파할 정치적 여력도 많지 않다"고 털어놨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국힘, ‘계엄 사과’ 놓고 갈등 격화…장동혁 “하나로 뭉쳐야”

국민의힘 내부에서 12·3 비상계엄 사과 문제를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계엄을 사과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주장과, 이를 반대하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대전과 충북 청주에서 각각 열린 '민생 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갈라지고 흩어져서 계엄도, 탄핵도 막지 못했고 이재명 정권의 탄생도 막지 못했다"며 “2024년 12월 3일, 우리는 흩어져 있었다. 2025년 12월 3일에는 우리 모두 하나로 뭉쳐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재명 정권을 퇴장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의힘이 바로 서야 한다. 우리가 하나가 돼야만 국민과 함께 싸울 수 있다"며 당내 단합을 강조했다. 장 대표의 이런 메시지는 최근 당내에서 커지고 있는 계엄 사과 요구와 맞물려 있다. 그는 전날에도 계엄 사태에 대해 “책임 통감"을 언급하면서도 “민주당의 의회 폭거와 국정 방해가 계엄을 불러왔다"며 민주당 책임론을 부각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상반된 의견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대전 국민대회에서 “계엄은 불법"이라며 “그 불법을 방치한 게 바로 우리 국민의힘이다.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일부 지지자들이 고성을 지르고 항의하는 상황에서도 양 최고위원은 “이런 모습에 국민들이 국민의힘에 신뢰를 안 주는 것"이라며 “제 말이 틀리다면 여러분의 돌팔매를 당당히 맞겠다. 우리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충북도당위원장 엄태영 의원 역시 청주 국민대회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고 우리 보수당이 재창당 수준으로 혁신적인 변화를 해야만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민수 최고위원은 “(계엄 사태에 대해) 이미 사과하지 않았나"며 “국민의힘에 사과를 요구하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민주당 이재명에게 사과를 촉구한 적 있느냐"며 강하게 맞섰다. 배현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정 끊어야 할 윤석열 시대와는 절연하지 못하고 윤어게인, 신천지 비위 맞추는 정당이 돼서는 절대로 절대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눈길조차 얻을 수 없다"고 적었다. 그는 “왕이 되고 싶어 감히 어좌에 올라앉았던 천박한 김건희와 그 김건희를 보호하느라 국민도 정권도 안중에 없었던 한 남편의 처참한 계엄 역사와 우리는 결별해야 한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서울 주택 공급 부족 ‘민주당 책임론’ 제기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주택 공급 절벽의 책임을 다시 한 번 '박원순 시정 10년' 탓으로 돌렸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실정을 부각시켰다. 오 시장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주거사다리정상화특위(주사위) 토론회에 참석해 “서울이 지난 10여 년간 주택 공급의 공백기를 겪었다"며 “2012~2020년 389개의 정비구역이 일괄 해제돼 서울의 주택 공급 시계가 멈췄다. 지금의 공급 절벽은 그때 만들어진 결과"라고 직격했다. 그가 지목한 시기는 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기였다. 현장에서 발언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역시 민주당 책임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김 의원은 “서울 주택 공급 절벽의 원인은 더불어민주당이고, 서울 주택 공급 절벽의 해법은 국민의 힘"이라며 “민주당 시정 10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다 기억하실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박원순 시장이 이야기했던 도시재생에서 발생했던 여러 주민 피해와 부작용이 여전히 회자된다"며 당시의 상징적 사례들을 나열했다. 오 시장은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도 공세를 이어갔다. 오 시장은 “서울 외곽 지역은 지난 3년 주택가격 상승률 평균이 하향 안정화된 지역이 더 많았다"며 “구분 없이 서울시내 전체와 경기 남부까지 포함해 3종세트 규제가 시행된 것은 과도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특히 10·15 대책이 가져온 부작용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은행 대출 규제 등이 집은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만들고 전·월세 가격을 올리며 거래량을 급감시키고 있다"며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려면 이런 규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국토부가 더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재건축·재개발 지정권을 자치구로 확대해달라고 건의한 민주당 소속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향해서도 견제구를 날렸다. 오 시장은 “서울시 심의가 병목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정면 반박했다. 그는 “정비구역 지정 심의의 최근 3년 평균 처리 기간은 84일, 석 달도 걸리지 않고 심의 가결률은 90%를 넘는다"며 “사업시행 전 통합심의도 평균 32일 만에 끝난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국민이 모른다는 점을 악용하는 정치 행태는 반드시 추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연일 민주당 책임론을 확대해왔다. 그는 지난 20일 시정질문에서도 “서울 전역의 준공 물량 감소는 제 임기 이전 10년, 즉 당시 있었던 정비구역 해제의 영향"이라며 “시장으로서는 전임 시장을 잘 만나야 주택 공급이 원활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층수 제한 같은 황당한 규제로 인해 주택 공급 측면에서 제초제를 뿌린 수준이었다"며 “꽃이 피는 단계까지도 가지 못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또한 “박원순 시절 정비사업을 틀어막을 때 강북 지역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반대하지 않고 수수방관했다"며 “지금의 강남·강북 불균형도 거기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오세훈의 '서울시장 12년'에 대한 평가에서 부동산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서울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치솟던 시기, 서울시장으로서 주택 공급에 손을 놓고 있었던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오 시장이 부동산 문제를 비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4선 12년 동안 도시재개발이나 신도시를 통해 주택을 공급한 게 거의 없었다"며 “한마디로 주택 문제에 대한 오 시장의 성적은 '빵점'"이라고 직격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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