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의 매설 지뢰로 우리 장병들이 중상을 입은 지 열흘이 넘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을 상대로 '응징'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과거 강경한 대북 발언을 쏟아냈던 이 대통령의 침묵에는 미북 정상회담 등 복잡한 셈법이 얽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北 비판하면서도 전쟁보다 평화 입장 고수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6년 10월 19일 과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인터뷰에서 '혹시 북한을 추종하느냐'는 질문에 “저는 비인간적, 비민주적인 북한을 경멸한다"며 “자기들끼리 상속하고, 3대 세습하고, 이런 불합리한 체제를 추종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저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그런 말도 안 되는 체제를 추종하는 정신병자 아니다. 종북은 치료받아야 할 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제대로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는데, 저 진짜 북한 안 좋아한다. 혐오한단 말이에요"라며 “북한이 뭔가.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제1 주적 아닌가. 주적을 제가 추종한다면 국가 반역자 아닌가. 저를 종북이라고 하는 사람은 제가 아주 결딴낸다"고도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 당시에도 전쟁보다는 평화가 낫다는 입장은 고수했다. 이 대통령은 '진보는 북한에 퍼주기만 하자는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상대방을 압박하고 때리기만 하면 기분은 좋다. 그러다 극단적인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기분 나쁘고 자존심 상하더라도 전쟁보다는 평화가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불의의 사고" 표현 두고두고 논란 이처럼 과거 북한을 향해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이 대통령이지만, 이번 북한의 지뢰 도발 국면에서는 비판이나 대북 응징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열린 제78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얼마 전 비무장지대에서 불의의 사고로 부상을 당하신 우리의 장병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며 북한의 지뢰 도발을 '불의의 사고'로 표현해 논란을 키웠다. 이에 청와대는 이튿날 “부상 장병을 위로하는 맥락에서 나온 표현"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 수위 조절 배경으로 미북 정상회담 변수를 꼽는다. 한반도를 둘러싼 중대 외교 국면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치솟거나 강경 대응 카드를 꺼내들 경우, 어렵게 마련된 대화의 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고도의 정무적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거듭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며 미북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대북 강경론을 고수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미국이 미북 대화 모멘텀을 살리려는 판에 우리 정부 홀로 군사적 응징이나 강경 대응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 자칫 한국이 '평화의 걸림돌'로 비칠 수 있다는 외교적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 납득할 만한 안보 원칙 입증해야 그러나 야당은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대북 발언 함구에는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사건이 배경에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재임 당시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스마트팜 사업비와 방북 비용을 대신 지급하게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 사건의 1심 재판은 이 대통령의 취임 이후인 지난해 7월 무기한 연기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공개 사과를 요구한 것을 두고 “지뢰 심어 우리 국군 발목 날린 북한보다 중대한 문제인가"라며 “단순한 선택적 분노가 아니다.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북한이 '불법 대북송금' 영수증을 갖고 있기 때문에?"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지난 1일 페이스북에 “북한 김정은 정권에게 대북송금 약점 잡힌 것은 이재명 개인이지 대한민국이 아니다"라며 “왜 자기 약점 때문에 대한민국을 저당잡히고 부끄럽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캄강북약(캄보디아에 강하고, 북한에 약한) 대통령"이라면서 이 대통령이 지난 1월 캄보디아 범죄 조직이 우리 국민을 납치했을 때 “한국인 건들면 패가망신"이라고 한 점을 언급하며 북한에는 “입을 꾹 닫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야당은 북한의 명백한 도발 앞에서도 굳게 닫힌 대통령의 입을 두고 외교적 계산을 넘어선 사법적 약점의 발현이라며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 대통령의 침묵은 외교적 고심의 결과물일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 장병을 다치게 한 북한의 도발에는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거센 역풍을 자초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안보 원칙을 어떻게 증명해 낼지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된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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