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김용현 전 국방 군형법상 군기누설·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추가 기소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해온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은 13일 김 전 장관을 군형법상 군기누설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추가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소는 특검 수사 종료를 앞두고 이뤄진 마지막 기소 사례다. 특검팀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0∼11월 문상호 당시 국군정보사령관, 김봉규 전 정보사 중앙신문단장(대령), 정성욱 전 정보사 100여단 2사업단장(대령) 등과 함께 국군정보사령부 특수임무대(HID) 요원을 포함한 정보사 소속 요원 40여 명의 인적 사항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 명단이 비상계엄 상황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할 목적으로 이른바 '제2수사단'을 구성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이 해당 계획을 공유하고 추진한 정황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는 것이다. 앞서 문 전 사령관은 지난해 9월 노 전 사령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제2수사단 구성을 위한 인원 추천을 요청받았다고 증언했다. 문 전 사령관은 또 지난해 10월 14일 김 전 장관으로부터 “노 전 사령관을 잘 도와주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해 노 전 사령관을 지난 6월 기소했으며, 해당 사건은 오는 15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문 전 사령관과 김 전 단장, 정 전 단장 역시 같은 달 중앙군사법원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후 추가 수사를 통해 김 전 장관이 정보사 요원 명단을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물증을 확보하고 이번 추가 기소에 이르렀다. 김 전 장관은 앞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 됐으며, 비상계엄 선포 이전 대통령경호처를 속여 비화폰을 지급받아 이를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한 혐의 등으로 지난 6월에도 추가로 기소된 상태다. 한편 내란 특검팀의 공식 수사 기간은 오는 14일까지이며, 조은석 특검은 15일 그동안의 수사 결과를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민주, 국힘 필버 종료 후 은행법 개정안 처리

여당이 13일 본회의를 열고 은행이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보험료와 법정 출연금 등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둘러싼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표결로 종료한 뒤, 친여 성향의 군소 야당과 함께 개정안을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하며 법안 처리 과정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개정안의 핵심은 은행이 대출금리를 정할 때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예금보험료와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등 각종 법정 부담금을 금리에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 은행이 이 같은 비용을 대출금리에 가산해 차주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법 개정 논의가 이어져 왔다. 은행법 개정안 처리 이후에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이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해당 법안은 대북 전단 살포 등 특정 행위가 발생할 경우 경찰이 현장에서 직접 제지하거나 해산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항공안전법 개정안과 함께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과거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내려졌던 '대북전단금지법'과 유사한 취지의 입법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 관련 법안들의 연내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상정되는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날에도 은행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무제한 토론에 돌입했으며, 민주당은 이를 표결로 종료시키고 법안을 처리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정청래 측, ‘명청 대결’ 표현에 “당 분열 부추기는 프레임”

더불어민주당 내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내 인사들의 발언과 이에 대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청래 대표 측은 일부 언론과 당내에서 제기되는 이른바 '명청 대결' 구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최고위원 보선을 둘러싼 보도와 발언과 관련해 정 대표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친명·친청 대전', '정청래 자기 정치', '대표 연임 노림수' 등의 표현이 근거 없이 확산되고 있다"며 “정 대표는 이러한 표현을 당의 분열을 조장하는 프레임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충정과 헌신이 의심받는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친명·친청' 구도는 모욕적인 프레임이며, 당내에서 이러한 갈라치기가 시도될 경우 해당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런 근거 없이 이런 구도를 설정하는 보도 역시 민주당 분열을 통해 이재명 정부를 흔들려는 의도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 대표의 당 운영과 관련해 “당직 인사와 개혁 과제 추진, 이른바 1인 1표제 도입 논의 등은 당 쇄신 과정의 일환"이라며 “당과 지도부가 개혁과 청산을 주도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결국 당 전체로 향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정부가 민생과 경제, 외교·안보 등 국정 운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당 안팎의 갈등과 비판을 감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민주당에는 친청이라는 계파는 존재하지 않으며, 친명만 있을 뿐"이라며 “정 대표는 이재명 정부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은 최고위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일부 친명계 인사들이 정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가운데 나왔다. 이건태 의원과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은 최근 출마를 선언하며 정 대표가 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 대표 측에서는 문정복·이성윤 의원이 선거에 도전할 뜻을 밝힌 상태다. 문 의원은 출마 선언 과정에서 강경한 표현을 사용했고, 이에 유 위원장이 반발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계기로 당내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 지도부와 후보 간 입장 차이가 향후 선거 과정에서 어떻게 조율될지 주목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주말에도 필리버스터…국회, 오늘 은행법 개정안 표결

은행의 대출 가산금리에 보험료, 출연금 등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13일 통과될 전망이다. 국회는 13일 본회의에서 해당 개정안 표결에 나선다. 대출 가산금리는 은행이 시장·조달금리 등을 반영한 '지표금리'에 임의로 덧붙이는 금리로, 주로 은행의 대출 수요나 이익 규모를 조절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개정안의 소관 상임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어서 법안 처리가 가로막히자 지난 4월에 이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개정안은 전날 본회의에 상정됐으며, 국민의힘 신청으로 현재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을 제출하면서, 무제한 토론 시작 이후 24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3시 34분부터 종결 표결을 실시할 수 있다. 은행법 표결 이후 경찰관이 접경지역에서 대북 전단 등의 살포를 제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 국민의힘은 이 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예고한 상황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李대통령, ‘통일교 의혹’ 전재수 사의 수용…내각 첫 낙마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 메시지에서 “이 대통령이 전 장관의 사의를 받아들이기로 했으며, 사직서는 향후 절차에 따라 처리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정부가 출범한 후로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나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 과정에서 낙마한 적은 있지만, 현직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일부 언론은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전 장관에게 시계 2개를 포함해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취재진을 만나 “황당하고 전혀 근거가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 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밝혔다. 전 장관은 또 의혹을 전부 부인한다는 것이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전혀 사실과 맞지 않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고 명명백백 밝힐 것이고 몇몇 가지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허위사실 명예훼손과 관련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가지 정보를 취합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일부 장관 후보자들이 청문 과정에서 낙마한 적은 있지만, 현직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원칙을 앞세운 정면돌파를 선언한 이 대통령이 사태를 조기에 진화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해서도 의혹 제기와 수사가 이어질 경우엔 전체 내각의 국정운영이 불안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 장관도 해당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지 않았나. 잘못된 의혹에 대해 당당히 수사받고 바로잡으면 될 일"이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그러면서 “종교재단과 부적절한 접촉이 있었다면 이를 덮고 지나가지는 않겠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라며 “이런 원칙에서 물러나지 않아야만 불법 행위와 잘못된 관행을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신율의 정치 내시경] 비상계엄 미화와 품격 상실의 길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1년 즈음에 옥중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는 자신의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해당 담화에서 “12.3 비상계엄은 국정을 마비시키고 자유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체제 전복 기도에 맞서, 국민의 자유와 주권을 지키기 위한 헌법 수호책무의 결연한 이행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라는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비상계엄 선포와 이른바 '의회 폭거'는 전혀 다른 차원의 두 가지 사안이라는 점이다.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나, 말 그대로 '비상'한 상황에서만 발동되는 예외적 조치다. 일반적으로 '비상 상황'이란 대규모 테러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거나, 외부 세력의 침입으로 국가 안보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반면, '의회 폭거'는 본질적으로 정치적 영역에 속하는 문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일부가 주장하는 '의회 폭거'는 '비상 상황'의 요건에 해당할 수 없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스스로도 이를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드론을 보낸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이는 북한의 반응을 유도함으로써 외부 위협을 인위적으로 조성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만약 이러한 시도가 사실이라면, 그는 국내 정치 상황만으로는 '비상 상황'을 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셈이 된다. 설령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폭주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치의 영역에 속하는 사안이므로, 정치적 방식으로 해결했어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윤 전 대통령이 야당과 적극적으로 소통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결국 여야는 평행선을 달리며 정치 자체가 실종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정치 실패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앞에 진솔한 사과를 했어야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사과해야 할 사안은 이뿐만 아니라 더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 대해서도 대통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했다. 영부인이었던 김건희 씨는 '방어권' 행사라는 명목으로 수차례 사실과 다른 허위 발언을 하며, 영부인으로서의 품격을 스스로 실추시켰다. 그는 마치 진실을 말하듯 화려한 수사를 동원했지만, 정작 증거나 증언이 드러나면 말을 바꾸는 모습을 되풀이했다. 이러한 태도에서는 공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품격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이 이러한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자신의 행동만을 일방적으로 미화하려 한다면, 결국 그 역시 '품격 상실'이라는 진흙탕 속으로 스스로를 끌어들이는 셈이 된다. 더 나아가, 그는 현재 진행 중인 '보수의 위기'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그가 진정으로 '자유 민주주의'를 중시한다면, 더는 보수 진영을 위기에 빠뜨리지 말고, 자신이 모든 책임을 감수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주장을 실제 행동으로 증명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역시 탄핵 경험을 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하게 된다. 두 사람 모두 탄핵당했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중요한 차이점도 존재한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여전히 법리적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국민 다수가 직접 목격한 명백한 사건들로 구성돼 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처럼 자신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미화하려 들지 않았다. 이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품격을 지키려는 태도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경우 그렇지 못했다. 바로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은 더욱 거센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라도 한때나마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품격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의 자괴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신율

[이슈&인사이트] 트럼프 3선론 해부

간을 보는 것인지 또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기 백악관 집무실 결단의 책상 위에 “TRUMP 2028" 문구가 새겨진 빨간색 모자를 올려놓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마치 내가 2028년 미 대선에 다시 출마하는 게 무슨 문제냐는 미소로 보인다. 이른바 트럼프 3선론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 대통령이 세 번씩 임기를 수행하는 것은 위헌이다. 애초 건국 당시 미국 헌법에는 대통령의 임기 제한 조항이 없었다.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은 첫 임기를 마치고 자신의 농장인 버지니아의 마운트 버논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독립전쟁을 이끄느라 지쳤는데 아무 준비가 안 된 미국의 새 정부까지 정비하느라 더 이상 수도에 남아 있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세상일은 워싱턴의 희망과 반대로 돌아갔고 그 후 미국에서 대통령의 임기는 최대 두 번으로 굳어졌다. 흑백 갈등과 사회 분열이 심했던 1800년대에는 8년은커녕 4년으로 임기를 마친 대통령이 적지 않았다. 이와 반대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세계를 이끌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무려 4번의 대선에서 연달아 승리했다.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불문율 덕이었다. 그러나 루스벨트는 전쟁 중에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건강도 상할 만큼 상했다. 결국 1945년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불과 40일 만에 사망했다. 그 후 1951년에 대통령의 임기를 두 번으로 제한하는 수정헌법이 통과되었다. 그 조항을 보면 누구도 두 번 이상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없다(No person shall be elected to the office of the President more than twice)라고 적고 있다. 두 번 연달아서이건 아니면 트럼프같이 한번 쉬고서이건 무조건 두 번 이상은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2년 이상 대통령을 승계한 경우도 한 번의 임기를 마친 것으로 간주하여 한 번만 더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If a person has served as President or acted as President for more than two years of a term to which some other person was elected President, that person cannot be elected President more than once). 그래서 항간에는 2028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부통령으로 출마한 뒤 당선되어 대통령 자리를 승계하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미 헌법의 빈틈을 파고들겠다는 심산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임기 1년도 지나지 않아 40%대 아래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오래전에 예견되었다. 트럼프가 중국은 물론 전 세계와 관세전쟁을 벌이면 당연히 소비자 물가가 오를 것이 뻔했다. 경제가 크게 악화되면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갈 리 만무하다. 내년 중간선거까지 위태롭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대통령 임기를 늘리는 방향으로 개헌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무엇보다도 미국에서 개헌이란 하늘에서 별 따기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개헌절차는 상하 양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확보하고 또 3분의 2 이상의 주의회에서도 찬성을 얻어야 하는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200년 이상 동안 27개의 수정헌법을 추가하는 데 그친 바 있다. 현재 상하 양원에서 어느 한 당이 3분의 2정도 의석은커녕 과반수에서 조금 더 많은 의석을 겨우 확보하는 상황에서 개헌이 가능하다는 생각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 그래서 트럼프는 3선론으로 시선을 끌고 자기 맘대로 대통령 놀이를 즐기려는 거로 보인다. 이준한

[단독인터뷰] 박주민 “오세훈 이길 후보는 나…상상력으로 서울 바꿀 것”

“오세훈 서울시장을 이길 수 있는 후보는 나다. 상상력과 비전으로 서울을 다시 활력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자리에 도전하고 있는 박주민(52)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포부다. 박 의원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돕던 '거리의 변호사'로 이름을 알렸다. 이때 보고 듣고 깨달은 사회적 문제들을 입법·정책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치에 뛰어든 후 현재 3선의 당내 중진으로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 의원은 국정 경험과 의정활동을 바탕으로 내년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공식화한 상태다. 일단 최근 9차례의 각종 공표 여론조사 결과 7차례에서 여당 후보 중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8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당선될 경우 늙어가는 서울을 젊고 활력 넘치는 도시로 활성화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청년·신혼부부용 주택 15만호 3년내 공급, 테헤란로 일대 인공지능 전환(AI Transformation) 산업 적극 투자·육성 등 구체적인 공약 구상도 내놨다. 자신의 강점으론 '상상력과 비전'을 꼽았다. 박 의원은 “(자신이) 상상력으로 길과 철로를 놓는 정치인"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공수처 설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문신사법, 지역의사제법, 군사법원 개혁 등 굵직한 법안을 '상상하고 현실로 끌어낸 경험'을 서울시정으로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 서울시장 출마 결심의 계기는? ▲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3년 전에도 한 번 출마 선언을 했다가, 그때 법사위 간사를 맡으면서 2차 사법개혁·검찰개혁을 해야 해서 중간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때도 서울을 더 활력 있게 만들고, 서울시민들의 삶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고, “3년 후 다시 도전하겠다"고 약속도 드렸다. 지금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도전하는 거다. 최근 1년 동안 '새로운 서울 준비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시의원들, 동료 의원들과 함께 오세훈 시장의 시정을 팔로업하면서 분석·비판·평가를 꾸준히 해봤다. 정말 시장으로서 의미 있는 성과는 없으면서, 오히려 서울의 활력을 잃어가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시민 중심 시정이 아니라 '시장 본인을 위한 시정'이라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였다. 그래서 시정의 우선순위와 중심을 바꿔야겠다고 강하게 생각했고, 그게 출마 결심으로 이어졌다. - 여론조사에서 여러번 서울시장 여당 후보 선호도 1위를 차지했었다. ▲ 현재까지 언론에 공표된 여론조사가 9번 있었는데, 그 중 7번을 제가 1등 했다. 특히 한 조사에서는 오세훈 시장을 오차범위 밖에서 이기는 결과도 나왔다. 답답한 건 이게 전파가 잘 안 된다는 거다(웃음). 비결이라면, 아마 '준비된 대안'으로 봐주신 것 아닐까 싶다. 말씀드린 대로 1년 넘게 새로운 서울 준비 특위를 통해 기자회견, 토론회, 용역 결과 발표, 현장 방문 등을 끊임없이 해왔다. “비판만 하는 게 아니라, 서울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 놓은 사람"이라는 점을 시민들이 평가해 주신 것 같다. - 시장이 된다면 가장 먼저 내놓고 싶은 정책은. ▲ 대표적인 분야가 주거 정책이다. 작년 한 해만 해도 약 4만 명의 청년이 서울을 떠났고, 2016년부터 2025년까지 누적하면 춘천시 인구만큼의 청년이 서울을 떠났다. 서울 청년들이 머물고 꿈을 꿀 수 있어야 서울의 경쟁력이 유지·강화되는데, 지금은 '머무를 수 없는 도시'가 돼 가고 있다. 그 핵심 이유가 주거다. 오 시장은 신통기획, 모아타운 등을 내세우며 성과를 주장하지만, 착공 기준으로 보면 '0'이다. 구역 지정만 해놓은 상태다. 민간 재개발·재건축만으로는 속도도 느리고, 가격도 비싸고, 멸실이 발생한다. 30만호 공급을 약속해도 그 중 3분의 2는 멸실 후 재건이라 순증은 10만호 수준밖에 안 되는 구조다. 민간이 속도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 공급을 적극적으로 하려 한다. 구상은 이렇다. 3년 내 공공 주택 15만호 착공, 이후 매년 5만호 공급 체계로 가는 거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결혼하는 부부가 3만~4만 쌍인데, 원한다면 분양이든 임대든 접근 가능한 주택을 제공해보자는 목표다. 공공이 공급한다고 해서 '옛날 주공아파트'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공공이 토지와 시행을 맡고, 시공은 민간 건설사가 하게 해서 주변 시세보다 20~30% 싼 레미안·푸르지오·힐스테이트급 아파트를 공급하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여기에 리츠·펀드 구조를 도입해 더 많은 시민이 개발이익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청년들의 '자산 형성'까지 함께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 서울의 지속가능 전략은 무엇인가. ▲ 서울의 미래 먹거리를 AI·바이오·컬처, 이른바 'ABC'에 두고 있다. 'AI, 바이오, 그다음에 컬처콘텐츠(Culture Contents)'다. 서울은 이미 AI·바이오 인프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고, K-컬처의 중심이기도 한데, 청년들이 계속 떠나고 있고 미래의 먹거리가 도대체 뭐냐 이런 얘기들이 계속 나오지 않나. AI 시대에 산업화 시대에 조금 뒤처지는 거는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AI 시대는 하루가 뒤처지면 한 달, 두 달, 1년 이렇게 뒤처진다고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 양재에 AI 허브가 있는데, 1년 사업비가 40억원이다. 국가적으로 수조 원을 AI에 투자하겠다고 하는 시대에 서울의 간판 AI 거점이 40억으로 버티고 있는 거다. 홍릉 바이오 허브도 2025년까지 5000억원 투자 계획이 있었는데,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깎였다. 그럼 우리 서울은 뭘 먹고 사나. 테헤란로에는 산업 생산 과정을 AI로 재편하는 이른바 'AX 기업'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모여 있다. 이 기업들의 경쟁력이 곧 우리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이다. 그런데 그들과 간담회를 해보면 “지원이 없어서 경기도로 떠나고 싶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도시 전략인지 묻고 싶다. 서울링 1조 2000억원, 한강버스 2000억원을 여기에 쏟아붓는 대신, AI·바이오·컬처 분야에 매년 400억원, 600억원, 나아가 1000억원·2000억원씩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주거, 그리고 청년이 일할 수 있는 미래 산업이 함께 있어야 서울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다. - 당내 경선에서의 경쟁력은? ▲ 서울시 공무원 조직은 정말 뛰어나다. 중앙부처에서도 인정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제가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다. “상상력과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방향이 보이면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데, 지금의 서울시정에서 그 방향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재건축·재개발을 빨리 하겠다는 것은 현안 해결의 한 축일 수 있지만, 서울의 비전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다. '서울링'이나 '한강버스'는 더더욱 그렇다. 나는 정치인이란 '상상하는 직업'이라 본다. 또 '길과 철로를 놓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상법 개정으로 코스피 재평가의 길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군사법원 개혁·공수처·노동이사제·문신사법·지역의사제 등 기존 상식을 깨는 법들을 상상하고 현실화해왔다. 처음에는 동료 의원들도 “이게 무슨 의미냐", “통과가 되겠냐"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 효과가 나타나자 “일하는 방법, 상상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해줬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전환의 시기'다. 주어진 트랙을 관리하는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길과 철로를 과감하게 설계할 수 있는 상상력, 그리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실제로 그 길 위로 도시를 움직이게 할 실행력이 필요하다. 내가 그런 역할을 많이 해왔다. 효과도 많이 냈다. 그게 내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 인구 고령화로 보수화된 서울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나? ▲ 민주당이 이제 보수화됐다고 얘기하는데, 저는 사실 그거보다는 서울 시민들이 굉장히 실용적이고 실리적이신 거다. 지금 어느 누구를 만나보더라도 서울이 이대로 계속 가는 게 좋다라고 얘기하시는 분들 많지 않다. 본인들도 안다.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고 고령화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신다. 그래서 이거를 돌파하고 서울이 좀 더 활력 있어지고 그래서 이제 기회가 좀 더 많아지는 도시, 세계적인 도시가 되는 거 반대하실 분이 계실까. 실용적이고 실리적인 분들이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근데 그런 것들을 누가 그러면 잘 준비가 돼 있고 준비하고 있고 잘 보여주느냐, 그게 승부일 것 같다. - 과거 민주당 시정의 계승점과 차별점은? ▲ 과거 민주당 시정에서의 이어받을 점은 대표적인 건 시민 참여와 시민 연결이었던 것 같다. 상당히 그때는 그게 활성화돼 있었다. 시민 참여와 시민 연결이 무형적인 것이긴 하지만 굉장한 값어치가 있다. 특히 시민 연결이라는 건 창의성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항상 얘기하는 게 뭔가 창의적인 건 연결됨으로써 나타난다고 하지 않나. 오 시장은 사막화시켜버린 것 같다. 콘크리트만 세워져 있고, 이런 밑에 흐르는 시민적 연결에 대해서는 별 고민이 없는 것 같다. 시민 연결과 시민 참여를 통해서 시정을 좀 더 풍부하게 했던 부분은 나는 계승해야 된다고 본다. -이 대통령과의 호흡은 잘 맞나? ▲중앙정부와의 연계, 당정 간 소통, 그리고 대통령과 시정이 함께 갈 수 있는 구조를 잘 만들어 나갈 자신이 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과의 정책적 호흡, 당·정부 간 연결의 역할을 오래 해온 경험이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께서 은평을 찾으셨을 때도 하루 종일 지역 현장을 살피고 의견을 들은 적이 있고, 회의 과정에서도 혐오 현수막 문제나 적시 명예훼손 논란 같은 사안을 내가 국회에서 제기한 정책 방향과 맞물려 함께 논의해 온 적이 있다. 이 대통령의 1기 당대표 시절에는 원내수석으로서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고, 고위전략회의 구성원으로도 참여하며 대표님의 정책 메시지와 원내 상황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 대통령의 2기 당 대표 때는 기본사회위원회에서도 핵심 정책 방향을 함께 설계했고, 선거 때는 후보 직속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가치와 철학을 구체적 행정 언어로 구현하는 데 힘써왔다. 위원회 활동 과정에서도 관련된 상황이나 진행 현황을 대통령께 직접 보고드리고 의견을 나눈 적이 많은데, 때로는 “잘했다", “애썼다"는 격려를 듣기도 했다. - 기후·에너지 문제에 대한 비전은? ▲ 서울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도시이지만, 직접 생산은 쉽지 않은 구조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분산형 에너지, 재생에너지 확대 등 서울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생산을 시도하고, 가정·교통·도시 전반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구체적인 정책들을 차근차근 실행하겠다. 예컨대 전기차가 낮에는 에너지를 충전하고 밤에는 건물의 전력 공급을 돕는 'B2G' 같은 기술도 적극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작더라도 서울이 할 수 있는 변화들을 모아가는 과정이 결국 기후대응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길이라고 믿는다. 앞으로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로 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니, 시민 여러분과 함께 현실적인 대안과 미래 세대를 위한 해법을 만들어 가겠다. - '왜 박주민인가'를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 서울은 굉장히 밀집돼 있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도시다. 그래서 뭔가를 하려면 굉장히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면서 비전도 제시해야 되는데 그동안의 성과를 내왔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젊다. 8살짜리 아이의 아빠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분들의 고민을 몸소 체감하고 있는 세대다. 가장 시민들에 가깝고 다시 한 번 활력 있는 서울을 느끼게끔 만들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생각을 하고 있다. 1973년 서울 출생으로, 대원외국어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공군 학사장교 복무 후 4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변호사 시절 민변 사무차장과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용산 참사·국정원 대선 개입·세월호 등 공익 사건을 변론해 '거리의 변호사', '세월호 변호사'로 알려졌다. 2016년 문재인 당시 당대표의 영입인사로 정치에 입문했다. 서울 은평갑에서 20대 국회의원에 당선한 후 3선에 성공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를 지냈고 여성가족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현재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주당 세월호특위 간사, 정책위 부의장, 최고위원,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등을 역임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윤종오 “정년 65세 연장, 올해 안 처리해야…민주당안은 말장난”

정년 연장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범여권 내에서 빠른 합의와 조기 시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년을 뒤로 미루면 노동자는 소득 공백이 더 길어진다는 비판이다. 원내 4석을 보유한 진보당의 윤종오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만나 “국회의원이 안 됐으면 나도 지금 소득이 전혀 없었을 것이다. 더 어린 사람들은 소득공백 상태가 4~5년씩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1963년생인 윤 원내대표는 2023년 말 퇴직한 뒤 내년 8월에서야 국민연금을 받는다. 최소 2~3년의 '무소득 공백'이 불가피한 구조다. 따라서 정년 연장은 연금개혁과 함께 다뤄야 한다는 것도 그의 주장이다. 윤 원내대표는 “정년 연장 문제는 국민연금 개혁 시기에 함께 발의되고 통과됐어야 한다"며 “연금만 먼저 손대고 정년을 나중에 추진하니 마치 특정 세대에게만 마치 '특혜'를 주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제시한 '정년 연장+재고용 혼합 모델'에 대해서도 “지금 민주당 안은 정년을 늘린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소득 공백은 그대로 두겠다는 의미"라며 “결국 당사자들이 감당해야 할 문제만 더 커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특히 민주당이 이번달 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청년 문제 대응 TF를 새로 띄우는 데 대해 “올해 안에 처리하겠다던 민주당이 12월에 청년 TF를 만든다는 건 시간 끄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윤 원내대표는 또 정년연장특위 여당 간사인 김주영 의원과도 수시로 통화하고 있다며 “나도 압박할 곳이 민주당밖에 없다. '약속 지켜라, 하기로 했으면 해야 한다'고 계속 말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그동안 주력했던 입법 활동은? ▲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핵심이다. 진보당은 일하는 사람의 정당 아니겠나. 가장 중요한 게 노조법 23조 개선이었다. 윤석열 정부 때 두 차례나 거부당했던 법이 정권이 바뀌고 통과됐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 20년 넘게 노동자들의 핵심 과제였지 않나. IMF 이후 구조조정으로 비정규직이 대량 양산됐다. 저임금에 고용 불안까지 겪는 비정규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진짜사장 교섭법(2조), 손배가압류 폭탄 금지법(3조)이 통과됐다. - 국토교통위원으로서 생활물류 관련 법안도 발의했던데? ▲ 우리 생활 속에서 가장 밀접한 게 택배와 라이더 배달이다. 많이 이용하면서도 그 노동자들이 어떤 조건에서 일하는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저녁에 주문하면 아침에 와 있지 않나.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고생하는지 모른다. 로켓배송, 새벽배송 등 경쟁이 심해지면서 주7일 배송, 심야 배송이 늘고 과로사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단가는 떨어지고 표준계약서도 지켜지지 않는다. 최소한 표준계약서를 지키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라이더의 경우 유상운송 보험 가입이 의무화돼 있지 않다. 급하게 사람을 모집하려고 '보험 없어도 된다'며 광고까지 한다. 택시는 운전하려면 기본 교육이 필요한데 라이더는 교육조차 없다. 이런 것들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만들어 지난 정기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건설 현장의 불법 다단계 하도급 문제도 심각하다. 부실공사가 많고 안전한 일터가 되지 못한다.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계관리법 등을 발의해 놓았고, 국토부도 동의한 법안이라 잘 통과될 것으로 본다.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쿠팡 새벽배송 금지'를 비판했는데? ▲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는 엘리트 의식이 가득한 발언이다. 직접 심야 노동을 오랜 기간 해봤다. 심야노동은 제2의 발암물질이라 할 정도로 인체에 폐해가 많다. 우리가 주장하는 게 새벽배송을 무조건 없애자는 게 아니다. 필요한 사람이 시키되, 배달료를 1000원 정도 더 부담하면 된다. 그러면 필요 없는 사람은 안 할 것 아닌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지, 무조건 편리한 걸 왜 막느냐고 접근하는 건 잘못된 사고다. - 최근 민주당이 '정년+재고용 혼합 모델'을 제안했는데? ▲ 정년 연장은 국민적 합의가 매우 높은 상황인데, 그렇게 밀려서 후퇴한 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정년 연장 문제는 국민연금을 개혁할 때 수급 시기와 맞춰서 함께 법안이 발의되고 통과됐어야 했다. 연금만 먼저 하고 이제서야 정년 연장하려니까 마치 엄청나게 정년을 늘리는 사람들한테 특별한 혜택이 가는 것처럼 보인다. 저는 1963년생이라 2023년 말에 퇴직했다. 국회의원이 안 됐으면 지금 소득 공백 기간이다. 내년 8월에 연금을 수급하는데, 최소한 2년에서 3년 사이가 펑크가 나는 것이다.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은 현행 법이 계속 존재한다면 4년 공백, 5년 공백까지 되는 것 아닌가. 프랑스 노동자들은 정년 연장을 결사 반대하고 있다. 왜 반대하겠나. 정년을 늘리면 연금도 늦게 받을 것 아닌가. 우리는 정년연장과 국민연금 수급 시기가 안 맞기 때문에 지금 빨리 정년 연장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것만 맞으면 이렇게 강하게 요구할 필요가 없다. - 현실절충안이라는데? ▲ 현 민주당 안은 재계의 의견을 많이 받은 안이라고 본다. 재계의 요구가 뭔가. 정년 일괄 연장은 안되고 필요한 사람만 선별해 임금을 적게 주면서 쓰겠다는 것이다. 이건 사실 지금도 오히려 일부 대기업에서 아주 숙달된, 숙련된 고급 인력을 재고용에서 많이 쓰고 있다. 근데 안정성은 없다. 이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우리가 지금 정년을 법적으로 연장하자고 하는 것 아닌가. (현재 민주당 안은) 그동안 경영계가 주장하는 부분들을 대폭 수용한, 실제적으로 정년 연장 효과가 없는 안이다. - 경영계는 현재 임금 체계 유지 상태에서 정년만 올라가는 결과를 우려하는데. ▲ 정년이 2033년까지 65세로 단계별로 가면 임금은 어떻게 할 것인가가 남는다. 임금 부분은 노사 자율에 맡기면 된다. 이걸 꼭 무 자르듯이 몇 퍼센트를 어떻게 해야 된다 이렇게 단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2016년 60세 정년될 때도 첫해 임금 동결하고 10% 깎았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이유가 청년 취업을 늘리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과연 그만큼 청년을 재고용했나. 거의 안 했다.(웃음) 개인 소신은 삭감 없는 65세 정년이 이뤄져야 하고, 청년 문제는 별도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청년 고용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 대기업이 퇴직하는 만큼 청년들을 뽑으면 정년 연장 요구 안 할 것이다.(웃음) 현대차는 올해도 2000명 이상 퇴직하고, 기아차도 수천, 수백명 퇴직한다. 그런데 정년연장의 경우 겨우 2년에 걸쳐서 700명, 500명 이렇게 뽑는다. 나머지는 시니어촉탁, 주니어촉탁, 비정규직으로 1년, 6개월, 2년 이내로 소모품처럼 쓰고 버린다. 좀 좋은 일자리로 안정되게 일할 수 있는 체계로 가지 않은 상태에서 자꾸 청년 일자리만 이야기해서도 안 맞다. 청년들이 하는 일하고 중장년층이 일하는 거하고 직무가 조금 다르다. 물론 같은 시스템 안에서 일하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이 훨씬 많다. 기업들이나 공기업에서 특히 청년들 의무 고용 약속을 제대로 지켜야 된다. 이런 변동 시기에는 정부가 더 노력해서 청년들을 적극적으로 고용하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새로운 제도가 들어서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때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서 같이 가야 한다. - 노사 간에 명시적 합의를 하지 않고 있는데, 왜 그렇다고 보나? ▲ 민주당이 12월 초에 청년 문제 대비 TF를 다시 출범한다고 한다. 12월 초에 시작하면 구성하고 의제 만들고 연구해야 하는데, 이건 올해 안에 안 하겠다는 이야기다. 그것도 아주 유감스럽다. 지난번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손 치더라도 올해 안에 처리하겠다는 것이 그런 명분으로 미뤄지는 것에 대해서 아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청년 문제는 옛날부터 있었다. 2016년 정년 연장할 때도 제기됐다. 지금 정년 연장 문제 논의될 때 가장 첫 번째 이야기가 늘 청년 문제 이야기였다. 지금 청년 문제 논의한다 해서 아주 특별한 안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지금 시간 끄는 것밖에 안 된다고 본다. 청년 문제를 별도로 봐야 되는 것이다. - 정년 연장 특위 여당 간사인 김주영 의원은 연내 입법이 가능한 것처럼 열어놨는데. ▲ 김주영 의원과 최근에도 통화했다. 내가 자주 통화하는 이유는 나도 정년 연장 법안을 발의했고, 내 주변에 정년을 지금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어떻게 됩니까? 올 한 해도 됩니까?" 특히 65년생 분들이 원래 현대차 등에서 임단협을 하는 과정에 아주 큰 쟁점 중 하나였다. (민주당에선) 결론적으로는 정부의 입법 과정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올해 안에 입법이 되면 정년 연장 문제가 지금 한 달 남은 사람들도 회생될 길이 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기대를 하고 나를 압박한다. 나도 압박할 데가 어디 있나. 민주당을 압박해야지. “너희 약속 지켜라. 하기로 했으니까 해야 된다" 이렇게 했다. - 김주영 의원은 어떤 입장이었나? ▲ 최근 다시 김주영 의원 말씀을 들으니 “대기업이 좀 선도적으로 치고 나가야 되지 않느냐"고 했다. 이제 와서 그 이야기를 하니까 “의원님 너무 좀 늦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진작 언질을 주시고 같이 양측을 더 압박을 했으면 입법이 좀 더 나았겠죠" 이런 얘기를 했다. 임단협에서 상당 부분 정년 연장과 관련된 기본 합의가 어느 정도 됐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여기서 언질을 주고 먼저 시행하고 정부는 입법하는 데 부담이 좀 줄어들었을 것 아닌가. 지금 민주당은 김주영 의원이 간사하고, 소병훈 의원이 위원장이다. 현재로는 연내 입법 부분이 조금 불투명하게 보이는데, 나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 고리 2호기 수명 연장과 관련해 이재명 정부 에너지 정책을 비판했는데. ▲ 불만이 많다. 야당 때 했던 이야기와 집권 후 하는 이야기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설계 수명 30년으로 만든 원전을 10년씩 연장할 때 드는 비용, 기간, 얻는 이익, 안전 우려를 다 감안해야 한다. 신규 원전은 이미 많이 계획돼 있고 용량도 크다. 과거엔 30만 킬로와트(㎾)였지만 지금은 120만 킬로와트(㎾)다. 옛날 4개가 지금 1개와 같다. 문재인 정부 때는 500명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결정했다. 계획된 원전은 짓고, 수명 다한 것은 연장 안 하고, 신재생에너지는 늘리는 방향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아무런 논의 없이 신재생에너지를 확 줄이고 원전 중심으로 갔다. 이번에 거꾸로 돌아가려면 최소한 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냥 답습하는 건 맞지 않다. 12차 전기본 수립할 때는 원전 추가 건설이 안 되도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 이재명 정부가 친(親)원전에 가깝다고 보나? ▲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정권 바뀌고 나니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안전성을 강화한다 해도 원전 자체가 안전하지 않다. AI 때문에 전력 수급이 중요하다지만, 핵발전소 안전 문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집중적으로 하면서 원자력을 보완 수단으로 가면 괜찮다. 주 전력 수단으로 계속 자리매김해서는 안 된다. -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 에너지경제신문 독자들은 산업 전환, 에너지 부분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지금 AI를 비롯해 산업이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생산성 극대화, 경제성에만 집중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에너지 전환, 산업 전환이 실제로 국민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생각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지 않고, 기술 발달로 일자리를 잃지 않고, 국민 전체 삶이 상향 평준화되는 세상을 함께 꿈꿔야 한다. 효율만 극대화해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쪽으로만 나아가서는 안 된다. 그런 정책이 잘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에너지경제신문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함께해 주길 바란다. 1963년 경남 합천 출생으로, 부산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석사를 마쳤다. 울산 현장 노동자 출신으로 노조 활동과 지역 정치에 헌신해왔으며, 울산 북구의회 의원과 울산시의원, 울산 북구청장을 거쳤다. 2016년 울산 북구에서 무소속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했고, 21대 총선에서 진보당 후보로 다시 당선되며 진보당 최초 지역구 의원이 됐다. 현재 22대 국회 재선 의원이자 진보당 원내대표로,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노조법 개정·생활물류법·건설산업기본법 등 노동 현장 입법과 월성·고리 인접 지역구 특성을 반영한 에너지 안전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오세훈, 정원오에 “남다른 식견”…이례적 공개 칭찬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잠재적 경쟁자로 거론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더불어민주당)을 두고 “식견을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정 구청장이 최근 여권 유력 주자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오 시장이 공개적으로 우호적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오 시장은 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현지 식당에서 동행 취재진과 간담회를 갖고 “일찌감치 일하는 능력에 대해 높이 평가했던 것처럼 (정 구청장이) 조금은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정 구청장을 두고 “일이 훌륭하다"고 밝히면서도 “혹시 적군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 이상 후하게 (평가)해야 하느냐"고 언급한 바 있다. 오 시장은 특히 최근 여권과 민주당 사이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한강버스' 논란과 관련해 정 구청장의 태도 차이를 지적했다. 그는 “(정 구청장은) '한강버스 사업은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성공할 사업으로 보인다, 지나치게 초기 시행착오에 초점을 맞춘 비판을 하기보다는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언급을 한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구청장을 제외한 다른) 민주당 후보들은 서울의 도시 브랜드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을 전혀 이해 못 하고 시행착오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식견을 보면서 한계를 느낀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향후 공천 과정에서 당원투표 반영 비율을 현행 50%에서 70%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데 대해선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했다. 오 시장은 “이른바 정치 논평을 하는 패널들이 더 걱정을 해 주고 있다"며 “당심 70%, 민심 30%가 잘못된 길이고 '지방선거 필패의 길'이라는 칼럼이나 논평을 자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은) 플레이어로서 참여해야 할 입장에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정 구청장은 앞서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일을 잘하기는 잘하나 보다"라는 격려를 받은 뒤 여당 내 경쟁 구도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SNS에서 성동구 구정 만족도 조사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정원오 구청장이 일을 잘하기는 잘하나 보다, 저의 성남시장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저는 명함도 못 내밀듯"이라고 밝히며 정 구청장을 치켜세웠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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