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이틀째 폭락하면서 정부와 여권의 증시 대응을 둘러싼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주가가 오를 때마다 정책 성과를 강조했는데 급락 이후에는 글로벌 악재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코스피는 장중 5300선을 내주다가 전날 대비 5.99% 내린 5663.08에 마감했다. 전날에 이어 2거래일 연속 서킷브레이커(주식 매매 일시 정지)가 발동됐는데, 이는 제도 도입 이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코스피 7월 월간 낙폭은 35.74%로 집계됐다. 이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1997년 10월·-27.24%)보다도 큰 사실상의 역대 최대 월간 낙폭이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이달 초부터 급격히 빠져 이날 5000조원마저 내줬다. 앞서 증시 시총은 선거철인 지난 5월 11일에 7000조원을 돌파했다. 기업 실적이 악화돼 주가가 떨어진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잠정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보다 56.21%, 전년 동기보다 1810.26% 증가했다. SK하이닉스 역시 HBM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됐다. 미국 반도체주 약세와 중국 메모리 업체 CXMT의 생산능력 확대 등 대외 악재가 있었다. 하지만 일본·대만 증시보다 코스피 낙폭이 컸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의 정책·수급 환경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월 지방선거 전 상승장에서 여당은 코스피 상승을 현 정부의 성과로 내세웠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월 21일 첫 선거운동에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 당시 코스피 지수가 3000도 미치지 못했는데,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가 끝난 지난달 8일 기자회견 당시 주가 급등과 관련 “비정상적인 증시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너무 과도하게 눌려 있었다"며 “주가조작, 중복상장, 물적분할 등만 하지 못하게 돼도 지수가 5000 이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작 폭락 이후에는 주가 상승을 강조했던 여권 정치인의 성찰 메시지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폭락장의 원인으로 'AI 확신 부족'과 '중국 반도체 쇼크'를 지목했다. 김 실장은 28일(현지시간) 상파울루에서 “인공지능(AI) 혁명은 진짜이며, 폭락 장세는 투자자들이 AI 혁명 진행 상황에 대한 확신이 아직 덜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국 4위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 상장과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자체 개발을 거론하며 “과거 '딥시크 쇼크'처럼 보인다. 중국이 장기 시계로 약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높인 결정도 선거 전후 증시 상승기와 맞물리면서 시장에 논란을 낳았다. 야권에서는 시장에 형성된 기대를 정책 성과로 활용했다면 급락에 따른 시장 불안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충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외부적 충격이 있었다고는 하나, 유독 우리나라 증시만 극심한 널뛰기를 반복하며 붕괴 직전까지 내몰린 것은 정부와 여당의 무모하고 무책임한 정책이 초래한 명백한 '인재'“라며 “졸속으로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을 출시해 투기 열풍을 부추겼고, 정치적 목적과 정권 성과를 위해 주가 띄우기에만 골몰하며 국민들을 그야말로 '도박판'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권이 유리할 때는 주가 상승을 자신들의 치적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하더니, 정작 시장이 참사를 맞이하자 나 몰라라 식의 태도를 취하는 것은 국민의 가슴에 또 한 번 못을 박는 행태"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회피용 변명이나 일시적인 땜질 처방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폐지'를 촉구하는 근조화환이 대량 설치됐다. 주식시장정상화를위한모임 관계자들이 설치한 이 화환들에는 '투자자 보호 말로만?' '투표권으로 되갚아준다' 등의 글귀가 담겼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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