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李 대통령·여야 회동 무산 아쉽지만 대화 계속할 것”

12일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오찬 회동이 무산됐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예정됐던 여야 정당 대표 오찬 회동이 장 대표의 갑작스러운 불참 의사 전달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홍 수석은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며 “그런 점에서 취지를 살릴 기회를 놓쳤다는 것에 깊은 아쉬움을 전한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청와대는 국민 삶을 개선하기 위해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상호 존중과 책임 있는 대화를 통해 협치의 길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오찬 취소 사실에 특별한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장 대표측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재판소원법, 대법관증원법 등 이른바 '사법부 개혁법안'이 처리된 것을 이유로 든 것으로 알려졌다. 홍 수석은 이에 대해 “청와대는 장 대표가 국회 상황과 연계해 대통령과 약속된 일정을 취소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특히 국힘이 국회 상황을 대통령실과 연계해서 설명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국회 일정과 상임위 운영은 여당이 알아서 하는 일로, 그 과정에서 청와대가 어떠한 형태의 관여나 개입을 한 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향후 야당과의 만남 및 대화 일정에 대해선 “확실한 답은 어렵지만 원칙적으로 청와대는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국힘 소상공인위원회, 원내 지도부와 경동시장서 민생경제 간담회

정승연 국민의힘 소상공인위원회 위원장이 당 원내지도부와 함께 12일 서울 경동시장을 찾아 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을 청취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민생경제 악화로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는 상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을 약속했다. 이날 서울 경동시장 청년몰에서 개최된 현장 간담회에서 상인회장은 “경동시장은 11개 전통시장이 결합돼 서울에서 규모가 가장 크지만 주차장이나 화장실 등의 시설이 매우 부족하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청년몰 대표는 “시장 내 폐쇄된 극장을 스타벅스로 개조해 젊은이들이 많이 찾게 되었지만, 청년상인 지원 예산은 대폭 삭감돼 청년 상인이 자립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를 전달했다. 시장 내 한 상인은 “민생 불안으로 매출이 크게 줄었는데, 최근 정부여당이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를 푼다고 하니 상인과 자영업자들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걱정했다. 이에 대해 송 원내대표는 “청년 상인들의 자립을 돕고 상인 자영업자들을 보호, 지원할 수 있도록 입법화와 정책 등 국회 차원에서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정원오41.1% vs 오세훈30.2%…박주민28.8% vs 오세훈30.2%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차기 서울시장 적합도 조사에서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더불어민주당)이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강남권에서도 오 시장에 우세를 보인게 이채롭다. 특히 당내 경선에 필수인 본선 경쟁력을 짐작할 수 있는 가상 1대1 대결에서도 정 구청장이 2위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에 크게 앞선 것으로 분석됐다. 12일 C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장 양자대결에서 정 구청장은 41.1%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30.2%)보다 10.9%포인트(p) 앞섰다. 보수 성향이 강한 서초·강남·송파·강동 등 이른바 4권역(강남권)에서도 오 시장을 비교적 의미있는 차이로 앞선 것이 눈에 띈다. 강남 4권역에서 정 구청장은 36.4%의 지지를 받아 오 시장(29.8%)을 6.6%p 차로 우세했다. 다른 권역에서는 정 후보가 오차범위 밖의 큰 차이로 앞서나갔다. 종로·중구·용산·은평·서대문·마포 등 1권역에서는 정 구청장이 43.3%로 오 시장(34.0%)을 9.3%p 이겼다. 성동·광진·동대문·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 등 2권역에서는 44.5%를 얻어 오 시장(27.3%)을 17.2%p차로 꺾었다. 양천·강서·구로·금천·영등포·동작·관악 등 3권역에서는 40.0%의 지지율로 오 시장(31.2%)보다 8.8%p 높았다. 연령별로도 대부분 세대에서 우세했다. 18-29세(39.5% 대 30.3%), 30대(38.6% 대 33.0%), 40대(48.8% 대 24.0%), 50대(53.6% 대 23.2%)에서 모두 앞섰다. 60대에서는 32.6% 대 32.6%로 동률을 기록했다. 오 시장은 70대 이상에서만 39.0%의 지지로 정 구청장(32.1%)을 7.9%p 앞질렀다. 특히 정 구청장은 당내 경선의 가장 중요한 변수인 본선 경쟁력에서 2위인 박 의원에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의 후보로 유력한 오 시장과의 1대1 가상대결에서 정 구청장은 41.1%를 얻어 30.2%인 오 시장을 10.9%p 차이로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하지만 박 의원은 같은 조사에서 28.8%를 얻어 오 시장(30.2%)에게 오차범위 내인 1.4%p 뒤져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당내 경선을 가정한 조사에서도 큰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정 구청장은 민주당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서 32.2%를 기록하며 박주민 의원(11.0%), 서영교 의원(4.5%), 김영배 의원(3.1%), 박홍근 의원(3.0%), 전현희 의원(2.2%) 등을 크게 따돌렸다. 다만 여전히 '지지 후보 없음'이 31.5%나 되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오 시장이 23.9%로 선두를 유지했지만, 나경원 의원이 19.1%를 얻어 오차범위 내에서 추격했다. 윤희숙 전 의원과 조은희 의원은 각각 4.2%, 4.0%의 지지를 받았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이 44.0%로 국민의힘(32.3%)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이어 개혁신당 2.8%, 조국혁신당 2.2%, 진보당 1.6% 순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평가는 긍정 59.6%, 부정 34.2%로 집계됐다. 오 시장 시정 운영에 대한 평가는 '잘 못하는 편' 18.3%, '매우 잘 못함' 35.6% 등 부정 평가가 53.9%에 달했다. 긍정 평가는 38.6%(매우 잘함 15.2%, 잘하는 편 23.4%)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9~10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무선 RDD ARS 방식(무선 100%)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5.0%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장동혁, 여야 오찬 회담 직전 ‘불참’ 선회…“與, 법원개혁법안 상임위 처리는 사법시스템 붕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2일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에 당초 참석 입장을 번복하고 불참하기로 했다.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오찬 회동에 불참 결정하기로 (청와대) 정무수석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당 주도로 주요 법안이 처리된 데 반발하며 당초 밝혔던 참석 의사를 번복했다는 분석이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말미에 “여러 최고위원이 제게 재고를 요청했기에 이 문제에 대해 다시 논의하고 최종 결정하겠다"고 해 재검토를 시사한 바 있다. 그러면서 장 대표는 오찬 수락 배경에 대해 “사실 오늘 오찬 회동은 어제 대구, 전남 나주 현장 방문 중 급작스럽게 연락받았고, 혹시 대통령 만날 기회가 있으면 살기 힘들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는 말씀이 제게 무겁게 남아 오찬에 응했다"며 “그런데 그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일이 또 한 번 벌어졌다"고 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은 전날 밤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해 본회의로 넘겼다.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과 대법관 수를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었다. 장 대표는 이에 대해 “대통령의 공소 취소를 위해 서명운동까지 벌이겠다며 80명 넘는 여당 의원들이 손 들고 나섰고, 어제 국회 행정안전위에선 저희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행정통합 관련 특별법이 일방적으로 통과됐고 오늘도 그 논의를 이어간다고 한다"며 “(합당과 관련한 이 대통령의) 심각한 당무 개입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제 오찬 회동 수락 후 벌어진 많은 일을 간밤에 고민 또 고민 해봤다.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협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신동욱·김민수·양향자 최고위원이 공개 발언을 통해 장 대표의 오찬 참석에 일제히 반대 입장을 밝힌 직후 나왔다. 다만 장 대표는 최고위원 발언 직전까지 오찬 참석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장사가 안돼 한숨 쉬고 계신 상인, 미래가 보이지 않는 청년 등 사연과 형편은 달라도 모두 정치의 잘못으로 힘들어하고 계신다. 대통령께 제가 만난 민심을 생생하게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관세 인상 움직임과 행정 통합 등을 의제로 언급하며 “진영 논리로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고, 잘못된 이념은 경제의 발목을 잡을 뿐이다. 오늘 회동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충실하게 전달하고 우리 당의 대안과 비전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지선 앞 ‘내전’ 점입가경…“절윤·계파갈등·중도 잡아야 산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중도외연 확장'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최대 격전지인 서울을 중심으로 당내가 사실상 '내전' 상태에 빠졌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장동혁 지도부의 충돌이 격해지고, 친한계 '숙청 징계' 공방까지 불붙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지방선거 준비를 위해선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갈등 해소, 징계 공방 등 계파 충돌 봉합, 중도 확장 기반 마련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부 갈등을 수습하고 선거 모드로 전환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번 내홍의 1차 폭발점은 '절윤'을 둘러싼 갈등이다. '친윤'을 대표한 장동혁 지도부가 노선을 바꾸지 않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공개적으로 “당심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민심의 넓은 바다로 서 유권자들이 납득할 만한 당 노선을 정립해 달라"며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단절 및 12·3 비상계엄 공식 사과 등을 요구하는 등 끊임없이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요한 여론조사공정 대표는 “현재 정치 상황과 선거 현실을 고려하면 오 시장의 문제 제기는 정상적인 판단에 가깝다"며 “결국 민심으로 가라는 의미이고, 그 민심은 '윤 어게인' 세력과의 절연 요구로 읽힌다"고 말했다. 2차 불씨는 '징계 정치'다. 국힘 서울시당이 당권파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대결의 장이 되고 있다. 당은 지난 9일 한동훈 전 대표에 이어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김종혁 전 최고위원을 당 지도부와 당원을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제명했다. 윤리위는 이어 친한계 배현진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에도 착수했다. 배 의원이 반대 입장문 작성을 주도하면서 이를 서울시당 전체 의견처럼 왜곡했다는 게 이유다. 이에 맞서 서울시당은 지난 10일 장 대표의 '핵심'인 고성국 씨에게 '탈당 권유' 처분을 내리며 맞불을 놨다. 당 안팎에서는 이 같은 충돌이 최대 승부처인 서울에서 장기화될 경우 선거 전략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내부 권력 다툼이 계속될 경우 중도층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당이 메시지를 하나로 모아도 부족한 상황인데 지도부와 주자가 정면 충돌하는 모습은 최악의 시그널"이라며 “계파 갈등을 얼마나 빠르게 봉합하느냐가 선거 판세의 첫 번째 변수"라고 말했다. 한 수도권 의원도 “선거는 결국 기세 싸움인데 지금처럼 내부 갈등이 계속 중심이 되면 '정권 견제론'이 아니라 '야당 무능론'이 부각될 수 있다"며 “당이 선거판으로 빨리 돌아오지 못하면 중도 확장은 구호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 지지층과의 관계 설정도 딜레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이 절실하지만 이른바 '윤(尹) 어게인' 세력이 당 지지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아 단절도, 포용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친한(친한동훈)계 정리에 나선 뒤 지방선거 체제로 본격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지도부는 최근 “정당의 1차 목표는 선거 승리"라며 중도 확장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장 대표는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변화를 시사했고, 신동욱 최고위원 역시 “중도층에 매력적인 정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 지지층을 대변해온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선거에 이기지 못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하며 속도 조절론을 꺼냈다. 다만 여전히 장동혁 지도부는 부정선거론과 12·3 비상계엄 옹호론을 펼치는 강성 지지층과 선을 긋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김 최고위원회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에게 “형님 조금만 기다려 달라. 전략적으로 접근해 가니까"라면서 지방선거를 이기기 위해 자제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친한계에선 “윤 어게인과의 정치적 위장 이혼"(안상훈 의원),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데 진정성을 어떤 국민이 믿어주겠느냐"(박정훈 의원)는 비판이 분출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절윤'을 '사람을 버리는 문제'로 끌고 가지 말고 당헌, 공천, 공식 메시지 등을 통해 자체 기준을 설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정치평론가)은 “절윤한다고 선언해버리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지금 세력이 있는 걸 인정해야 한다"면서 “당헌, 공천 기준, 메시지 체계로 최소한의 기준을 못 박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설 연휴 직후인 19일로 예고된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 같은 변수가 닥쳐도 지도부가 그때그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병헌의 체인지] 정청래 민주당은 정말 원팀인가

최근의 장면부터 보자. 2차 특검 검사 지명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우려와 조율 요청이 있었음에도, 해당 인사의 철회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뒤늦은 사과가 있었지만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밀어붙였고, 청와대는 곤혹스러워했다는 전언이다. 봉합국면으로 들어서던 11일. 2차 특검 검사 지명 관련해 더 놀라운 일이 터졌다. 2차례 요청에도 후보를 추천한 이성윤 최고위원이 철회를 거부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주장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됐다. 후보를 추천한 이성윤 최고위원은 극구 부인하면서 진실게임 공방으로 가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당시 민주당 지도부의 사과에 대한 진정성은 물론이고 후보 선택 과정에 대한 의구심도 다시 커지는 모양새다. 당정간의 조율의 문제, 팀워크의 문제, 방향의 문제 등에 심각한 균열을 방증한다는 반응들이다. 많은 국민들도 묻기 시작했다. 정부와 여당은 정말 원팀인지를?. 민주당은 집권여당이다. 대통령은 부동산과 물가, 외교 현안 등 민생 과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정청래 대표의 최근 행보만 해도 다른 곳을 향한듯 했다. 조국당과의 통합 시도는 요란하게 출발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통합이 전략이었다면 준비가 부족했고, 명분이었다면 설득이 약했다. 결과적으로 남은 것은 갈등과 소음이었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메시지는 희미해졌다.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것만 애기하는게 아니다. 섬뜩한 부분은 반복성이다. 시간을 거슬러 보면, 청와대의 주요 발표가 있을 때마다 민주당 내부 이슈가 동시에 부각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 우연일까. 공교로웠을 뿐일까.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의심을 사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마치 일부러 갓끈을 고쳐 매는 듯한 인상을 준다. 쎄한 느낌이 반복되면, 그것은 더 이상 느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모습은 야당인 국민의힘의 장동혁 대표 행태와도 닮았다. 장 대표 역시 당 장악과 강경 지지층 결집에 몰두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물론 여야가 서로 다투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집권여당 대표가 정부의 발목을 잡는 듯한 장면은 차원이 다른 심각한 문제다. 야당은 공격이 본업이지만, 여당은 책임이 본업이기 때문이다. 세계 정치사를 보면 이런 엇박자는 반복됐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일본의 자유민주당은 파벌 간 권력 경쟁이 격화되면서 총리의 개혁 드라이브가 번번이 좌초됐다. 지도부가 차기 권력을 염두에 둔 세력 다툼에 몰두하는 사이, 정책은 힘을 잃었다. 결국 국민은 “누가 이 나라를 책임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정권은 무너졌다. 이탈리아의 기독민주당 역시 내부 권력투쟁과 대권 욕심이 얽히며 정부와 여당의 균열이 심화됐다. 정책은 표류했고, 국민 신뢰는 붕괴했다. 권력 게임은 잠시 승자를 만들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두를 패자로 만든다. 지금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중대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경제는 불안하고, 외교는 복잡하며, 안보 환경은 빠르게 변한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와 여당은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런데 당 대표가 차기 권력 구도를 의식한 듯한 행보를 보인다면, 정책 추진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문제에서조차 적극적인 후방 지원이 보이지 않는다면, 국민은 혼란을 느낀다. 대통령은 뛰는데, 당은 다른 방향을 보는 듯한 장면이 반복되면 불신은 커진다. 집권여당의 리더십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한다. 정부를 견제하되 흔들지 말아야 하고, 차기를 준비하되 현재를 희생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력 불리기가 아니라 국정 지원의 일관성이다. 인사와 정책에서 사전 조율을 제도화하고, 당·정 협의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전략적 메시지를 하나로 묶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당 대표 스스로 차기 행보와 국정 운영을 분리하겠다는 분명한 선언이 필요하다. 국민은 집권여당에 기대를 걸었다. 원팀을 기대했고, 안정적 국정 운영을 기대했다.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 여론은 냉정해진다. 표는 의무가 아니다. 선택이다. 그리고 선택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지금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청래 대표와 민주당은 과연 집권여당에 걸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가. 원팀이라는 약속은 구호에 그치지 않는가. 국민은 보고 있다. 그리고 판단할 것이다.

합당 무산 후폭풍…정청래호 앞 ‘세 가지 과제’

더불어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의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를 전격 중단하면서 정청래 대표 체제가 중대 시험대에 올랐다. '마이웨이'식 추진으로 촉발된 당내 갈등이 봉합 국면에 들어갔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전략 실패를 넘어 향후 당권 구도와 국정 동력까지 좌우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대표 앞에는 당내 균열 봉합과 범여권 연대 재정립, 당청 신뢰 회복이라는 세 가지 과제가 동시에 놓였다는 것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청래 대표가 역점 추진해온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사실상 좌초되면서 리더십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 당내에서는 그동안 정 대표가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을 염두에 두고 '자기 정치'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 합당 논란을 거치며 비당권파를 중심으로 이러한 의구심이 한층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만약 선거 이후에도 합당을 다시 밀어붙인다면 지방선거 승리는 명분에 불과했고, 실제 목적은 8월 전당대회 연임이었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여권 내 균열이 표면화된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지방선거 이전 합당은 당내 반발로 무산됐지만, 선거 이후 통합 논의를 재추진하기로 하면서 범여권 통합의 여지는 남겼다. 그러나 지난 10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합당 찬반 의견을 밝힌 18명 가운데 16명이 반대했고, 일부 의원은 지방선거 이후 통합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과거 민주당을 탈당했던 비명(비이재명)계가 합당을 계기로 복귀할 가능성이 핵심 우려로 지목된다. 의총에서는 2024년 총선 공천에서 컷오프된 홍영표 전 의원과 함께 탈당했던 시·구의원 5명이 최근 혁신당에 입당을 신청한 사례가 거론되며 “합당할 경우 반명 세력까지 유입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홍은 차기 당권 경쟁과 맞물리며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친청(친정청래) 대 반청(반정청래) 구도가 선명해질수록 친명(친이재명)계가 김민석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결집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 합당 과정에서 정 대표와 각을 세웠던 이언주·강득구·황명선 최고위원 등을 포함한 친명계 의원 약 70명은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 출범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와 경쟁했던 박찬대 전 원내대표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내에서는 “반청계가 세를 모아 본격적으로 공동 보조를 취하려는 신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혁신당이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와 통합 추진준비위원회' 구성을 수용하면서 선거 공조 역시 정청래 대표 앞에 놓인 또 하나의 시험대다. 다만 연대가 구호에 그칠지, 실제 후보 단일화나 지역별 협력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조국 대표 역시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준비위에서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며 구체적 방식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선언적으로 추진할 사안은 아니지만 전략적으로 연대가 필요한 지역은 열려 있다"는 신중론이 제기되는 등 속도 조절 기류가 감지된다. 변수는 결국 '지분 문제'다. 합당이 아닌 연대 방식으로 방향이 틀어지면서 지역별 후보 조정과 전략공천 과정에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혁신당이 호남에서는 경쟁하고 수도권·영남 등 격전지에서는 연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혀온 만큼, 실제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이 일부 지역을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당내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합당이 이뤄졌다면 경선을 통해 내부 조정이 가능했겠지만, 지금은 그 장치가 사라져 협상 난도가 오히려 높아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통합 이슈를 혁신당과의 선거 공조를 견인하는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거둘 경우 통합 논의를 자신의 정치 어젠다로 주도할 기반을 확보할 수 있고, 이는 곧 당내 세력 확대와도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당대회가 통합 전대로 진행되면 정청래 대표에게 당연히 유리하다"며 “정 대표가 친명계가 아닌 만큼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면 자체 세력 확장이 필요한데, 합당은 그 명분을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이어 “양당 통합이 곧 세력 확대의 의미를 갖기 때문에 친명계 최고위원들이 강하게 반대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당청 엇박자 논란도 핵심 과제다. 청와대는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당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합당 논의는 당에서 하는 것"이라며 거리를 뒀다. 다만 이 대통령이 최근 민생 입법 속도전을 주문한 후에는 여당 내부 상황으로 입법이 지연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김 총리는 지난 8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지금은 국정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해야 할 시간"이라고 언급했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국회가 입법 속도를 높여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정 대표의 '마이웨이' 행보를 저격한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이 나온다. 집권 여당이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 대표가 정치적 문제인 합당으로 이슈몰이하며 중도층 민심과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2차 종합특검 후보 추천을 둘러싼 당청 간 이상 기류까지 겹치면서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는 평가다. 민주당이 특검 후보자로 '불법 대북 송금 사건' 관련 재판에서 쌍방울 회장 변호를 맡았던 전준철 변호사를 추천한 것에 대해 이 대통령이 질타성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명계에서 강한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수세에 몰린 정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거듭 죄송하다며 몸을 낮췄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당권은 대통령과 운명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갈등이 잠복하더라도 지방선거 이후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며 “정 대표가 리더십 논란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국정 수행 지원과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집권 여당 대표의 숙명은 국정 지원과 차기 권력 준비를 조화시키는 것인데, 이를 위해 끊임없는 소통이 필요하다"며 “선거에서 크게 이기면 대권 도전에도 청신호가 켜지겠지만, 서울·부산 등 핵심 지역을 놓칠 경우 '찜찜한 승리'가 될 수 있고 당권 행보 역시 안개 속에 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혁신당 “연대·통합 준비위 제안 수용”…범여권 통합 논의 계속된다

조국혁신당이 11일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연대 및 통합 추진 준비위원회 구성을 수용하면서 범여권 통합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젯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로부터 연대와 통합에 대한 민주당의 최종 입장을 전달 받았다"며 “혁신당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 및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 구성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주 안으로 당무위원회를 열어 오늘의 결정을 추인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향후 양당의 연대와 통합을 위한 준비는 내란 세력의 완전한 심판과 지방 정치 혁신 등 정치 개혁, 국민 주권 정부의 성공이라는 확고한 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단지 숫자의 결합이 아니라 비전과 가치의 결합과 확대가 되어야만 국민의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조 대표는 “혁신당은 합당 논의 국면 이전까지 일관되게 국민의힘 제로, 부패 제로를 위한 지방선거 연대를 주장해왔다"며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 준비위에서 지방선거 선거 연대의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며 “지방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과정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의 관점에서 사안에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또 “결과를 보지 못하고 논쟁만 하다가는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를 중단하며 혁신당에 사과한 데 대해서는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향후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가 온 후 땅이 굳듯 연대가 강화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대통령, 설 앞두고 ‘물가 총력전’…현장·담합·공급 동시 압박

이재명 대통령이 설 명절을 앞두고 '체감 물가' 잡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의 담합 수사, 업계 가격 인하, 범정부 물가관리 TF 검토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서며 생활물가 안정에 사실상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는 모습이다. 거시경제 지표와 국민 체감경기 간 괴리를 좁혀 설 민심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0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오는 15일부터 18일까지 설 연휴 기간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는 명절 이동에 따른 국민 교통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표적인 민생 대책으로, 정부는 그간 명절마다 이를 시행해왔다. 경기 회복 신호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느끼는 생활비 부담이 여전히 큰 만큼, 체감 가능한 정책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현장 행보에도 직접 나서며 체감 경기 점검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9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내 '서촌 인왕식당'을 찾아 상인들과 소머리국밥을 먹었다. 이 자리에서 “수출이 회복되고 주가도 오르고 있지만 막상 식당에 와서 밥 한 끼 먹어보면 국민들이 왜 힘들다고 하는지 느껴진다"며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한다면 아직 경제가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식사를 마친 뒤 이 대통령은 인근 카페로 자리를 옮겨 유자차를 마시며 “정책은 책상 위가 아니라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률이나 수출 등 거시지표가 회복세를 보여도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국민에게 전달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정치권 관계자는 “명절 물가는 국민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표적인 생활 지표"라며 “이 시기 거시지표가 좋아도 국민이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고 느끼지 못하면 정부가 아무리 긍정적인 경제지표를 내놔도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지난 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물가 관리 TF(태스크포스)' 구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며 물가 대응의 고삐를 죄었다. 그는 “과일도, 농수산물도 유통 구조가 이상하고, 축산물도 소값은 폭락하는데 고깃값은 안 떨어진다"며 “특정 기간 집중적으로 물가 문제를 관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이때까지 담합해서 가격을 올렸으면 가격을 내려야 하는데 내렸는지 잘 모르겠다"며 “잠깐 사과하고, 할인 행사하고, 모른 척 또 넘어가는데 그런 일이 없게 끝까지 철저히 관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독과점 구조를 활용한 가격 인상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독과점 상황을 악용해 국민에게 고물가를 강요하는 문제는 국가 공권력을 총동원해 반드시 시정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검찰이 밀가루와 설탕 업체들의 담합 행위를 적발한 사실을 재차 언급하며 독과점 기업들을 향해 “국가 구성원 모두에게 피해를 주며 혼자 잘살면 좋겠느냐"고 일갈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물가 안정을 위한 구체적 대응책도 잇달아 제시했다. 그는 “특정 기간 집중적으로 물가 문제를 관리할 TF를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며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대응 체계를 검토하라고 했다. 또 “단기적으로 뭔가 지금까지 안 쓰는 새로운 방법을 발굴해내야 할 것 같다"며 “가격조정명령제도가 있다던데 그것도 잘 활용하든 해야겠다"고 말했다. 가격조정명령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도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독과점 기업에 가격조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지 질의한 바 있다. 가격조정명령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사업자에 정부가 내릴 수 있는 '비상조치'로, 가장 최근 사례는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교육부의 초·중고 교과서 가격 인하 명령이다. 다만 이후 12년간 발동 사례가 없고, 대법원이 2019년 정부의 교과서 가격 인하 명령을 위법으로 판단한 전례가 있어 실제 적용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정책 집행력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이려면 '적당히 하다가 넘어가는구나'라는 생각을 갖지 못하게 해야 한다"면서 “'빈말은 하지 않는구나', '한번 정한 정책은 반드시 집행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담합에 대한 현행 규정은 매출의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이를 30%로 상향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물가 원상 복구를 위해 공정위가 가격 재결정 명령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시정조치 운영지침도 개정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정책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아, 적당히 하다 넘어가는구나' 이런 생각을 절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정책 신뢰성의 제일 큰 토대는 법률이다. 법을 만들었으면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의 고강도 메시지는 즉각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일 대한제분·사조동아원·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한탑 등 제분사 6곳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20명을 5조9913억원 규모의 밀가루 가격 담합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11월에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등 제당사들도 3조2715억원 규모의 설탕 가격 담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제분·제당업계는 같은 날 소비자용 설탕 및 밀가루 품목 출고가를 최대 6% 인하했다. 생리대 제조회사들도 앞다투어 가격 인하에 나섰다. 쿠팡 PB 자회사 씨피엘비(CPLB)는 생리대 전문 브랜드 '루나미'를 통해 중형 크기 제품을 개당 99원에 선보였고, 유한킴벌리·LG유니참·깨끗한나라 등도 중저가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금리 정책을 적극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는 담합 제한과 함께 공급 확대 카드도 병행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신선란 224만개를 수입하겠다고 밝힌 뒤 이달 초까지 전량이 국내 시장에 공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경기와 고물가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 특히 먹거리 물가 부담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이 비싸다고 느끼지 않도록 물가 관리 TF를 구성하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구조상 과점 형태가 많은 만큼 정부가 담합 여부를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조사하는 것만으로도 업계가 가격 인상에 신중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매물 나오게 하겠다”…양도세 중과 종료 앞두고 거래 족쇄 푼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거래 인정 기간을 확대하고 세입자가 있는 주택에 대해서는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기로 했다.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실제 거래 과정에서 의무 이행이 어렵다는 비판을 반영한 보완책으로 풀이된다. 임대차 계약이 남아 있어 즉시 매각이나 입주가 어려운 경우에는 최장 2년 범위에서 실거주 의무를 미뤄 거래를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등록 매입임대주택은 임대 의무기간인 8년이 지난 뒤 일정 기간 내에 매각해야만 양도세 중과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으로부터 이 같은 방안을 보고받았다. 구 부총리에 따르면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는 다주택자는 반드시 5월 9일까지 매매 계약을 완료해야 한다. 다만 강남 3구와 용산 등 기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종료일 이후에도 최대 4개월 내 잔금 지급이나 등기를 마치면 중과가 유예된다. 그 외 지역에는 최대 6개월의 유예 기간이 적용된다. 또 세입자가 있는 주택의 경우 정부 정책 발표일로부터 2년 안에 무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로 한정해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기존 조정대상지역에 대해 5월 9일까지 계약을 체결하고 3개월 내 잔금 지급 또는 등기를 마치면 유예를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실제 거래를 마무리하기에 기간이 짧다는 시장 의견이 제기되면서 이를 반영해 유예 기간을 확대했다. 실거주 의무 유예 역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입자 낀 주택' 거래가 어렵다는 시장 현실을 고려한 보완책이다. 토허구역에서 주택을 매입하면 통상 2년간 실거주해야 하지만, 기존 임차인의 계약을 승계할 경우 의무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매도자가 보증금과 이사비용을 부담해 세입자를 내보내야 하는 사례가 발생해 왔다. 특히 등록 매입임대 제도에 대해서도 손질이 예고됐다. 임대사업자 등록 주택이 의무 임대기간 종료 이후에도 무제한으로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받는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매각 허용 기간을 새로 설정하기로 했다. 임대주택 등록 제도는 통상 8년간 의무 임대를 조건으로 임대료 인상률을 연 5%로 제한하는 대신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감면과 함께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의무 임대기간이 끝난 뒤에도 해당 혜택이 유지되면서 일부 임대사업자가 주택을 장기간 보유하다 매각하는 사례가 나타나 제도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대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일정 기간 제한 없이 양도세 중과가 배제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구 부총리는 “임대 종료 이후 일정 기간 내에 매각해야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매각 기한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임대 의무기간 종료 후 정해진 기간 안에 주택을 처분해야만 중과 배제 혜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편될 전망이다. 매입임대 제도에 대한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도 “서울 시내 아파트 4만2500세대가 적은 물량은 결코 아니다"라며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다주택 양도세 중과가 일정 수준의 시장 안정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8일에는 “임대사업자 등록만 하면 집을 얼마든지 사 모을 수 있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9일에는 등록임대사업자의 다주택 양도세 중과 배제 특혜와 관련해 “각종 세제도 일반 임대주택과 동일해야 공평해야겠지요?"라며 제도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