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1호 공약은 ‘약점 공략’…‘지역 민심’ vs ‘부동산’

여야가 6·3 지방선거를 20여 일 앞두고 '1호 공약' 맞대결에 들어갔다. 12일 더불어민주당은 '균형발전'을 앞세워 지방 표심 확장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주거 안정'을 내세워 서울·수도권 민심을 정조준했다. 겉으로는 정책 경쟁이지만, 실제로는 상대의 약점을 찌르는 프레임 싸움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각 정당의 '10대 정책'에 따르면, 민주당은 '균형발전 행정·재정·제도 기반 구축'을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목표로는 '지방주도 성장을 위한 5극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체제 완성'과 '국가균형발전 기반 마련을 위한 지방재정 확충 및 지방자치권한 강화'가 담겼다. 정부의 '5극3특' 체제 완성을 전면에 내세워 국가균형발전 기조를 지방선거 전략으로 확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구체적인 이행 방법은 행정통합과 행정수도 완성이다. 통합법이 마련된 전남·광주 외에 대구·경북, 충남·대전 등 다양한 광역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대통령 임기 안에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건립한다는 방침이다. 균형발전을 위한 법률·제도 개선은 오는 7월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재정 사업은 2027년도 예산 수립부터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은 현재 선거 분위기가 좋은 편이고,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도 선전하고 있다"며 “이를 지방선거 필승 전략으로 확장하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민주당의 균형발전 공약은 전국을 타깃으로 하지만, 특히 과거 보수가 선전했던 부산·울산·경남과 강원 등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다만, 균형발전 공약이 추상적 구호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 컨설턴트는 “균형발전이라는 말은 다소 추상적"이라며 “모든 지역은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고 하지만, 결국 어떤 지역은 더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는 식으로 특정 지역 지원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주거 안정을 통한 기본권 실현'을 1순위 지방선거 정책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급 확대와 시장 정상화를 앞세워 부동산 민심을 파고드는 전략이다. 구체적인 목표로는 주거 기본권 보장과 주거 사다리 복원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서울 및 수도권에 '반값 전세'를 도입해 주변 시세의 50% 수준으로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월세 세액 공제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총급여 8000만원·공제율 17%인 월세 세액 공제 기준을 총급여 9000만원·공제율 22%로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장기 임대사업자 혜택 부활 등도 공약에 포함됐다. 공약은 관련 법안이 발의된 이후 즉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재원은 예산 재조정과 국비, 지방비, 주택기금 등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주거안정 공약은 민주당의 부동산 약점을 겨냥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엄 소장은 “국민의힘은 최근 부동산 이슈가 서울과 경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쟁점화되는 흐름을 파고들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이슈를 통해 전세를 호전시키거나 역전시켜보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공 컨설턴트는 “결국 양쪽 모두 '우리는 저들처럼 하지 않겠다'는 식의 공약을 내세운 셈"이라며 “민주당은 영남·강남 퍼주기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국민의힘은 집값 폭등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공약이 실제 선거 판세를 좌우할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있다. 공 컨설턴트는 “한국 선거에서 정책이 결과를 좌우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선거는 정책이 아니라 정서다. 이념 선거라기보다 감정 선거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김용범 “AI 과실, ‘국민배당금제’로 국민에 환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12일 반도체 초과이익을 국민에게 환원하기 위한 '국민배당금제'를 제안했다. 김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인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성과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이것이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재원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선택이 아니라 당연히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 과실은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은 기반 위에서 나온 것"이라며 “과실의 일부는 구조적으로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2021∼2022년 반도체 호황기 당시 초과세수가 사전에 설계된 원칙 없이 소진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이클의 규모는 그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클 수 있다"며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흘려보내는 것은 천재일우의 역사적 기회를 허비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참고 모델로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언급했다. 김 실장은 “노르웨이는 1990년대 석유 수익을 국부펀드에 적립한 바 있다"며 “한국의 경우에는 가칭 '국민배당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활용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청년 창업 자산,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노령연금 강화, AI 시대 전환 교육 비용 등을 예로 들며 “백가쟁명식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교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초과세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국민배당금은 허황된 얘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아무 원칙도 없이 그 초과이익의 과실을 흘려보내는 것이야말로 더 무책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AI 시대의 초과이윤을 인간의 삶으로 환원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가 먼저 고민하고 토론해 만들어내는 모델이 나중에는 하나의 표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정부가 AI 산업 호황으로 발생한 수익을 활용해 '국민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거론하자, 코스피가 크게 흔들렸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국민배당금 정책의 범위를 두고 혼란이 커졌다"며 “실제 배당금 규모나 구체적인 시행 방식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김 실장이 기업 초과이익에 대한 새로운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AI 붐으로 발생한 초과 세수를 활용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하자, 코스피 낙폭은 다소 축소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또 “이번 논란은 AI 시대에 빈부격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세계 각국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나온 사례“라며 “특히 한국에서는 글로벌 AI 인프라 붐의 수혜를 입은 산업계가 이익을 사회와 더 많이 공유해야 한다는 요구가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야권에서는 김 실장이 제안한 '국민 배당금' 제도에 대해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대기업 기득권 노조의 성과급 요구와 파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기업 초과 이익을 전국민에게 사회주의식으로 나눠주자는 '기업 이익 배급제'를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장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2022년 초부터 시작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호황에 이재명 정부가 기여한 것은 없다"고 적었다. 이어 “기업이 구성원에게 성과를 나누고 주주에게 배당하고 국가가 법률로 정한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는 것. 그 이상의 '사회적 책임'을 정부가 강제하려는 시도, 이것이 바로 반기업 정책"이라고 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국민 172회’ 외친 정청래 vs ‘이재명 156회’ 때린 장동혁

6·3 지방선거를 22일 앞두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내란 청산'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심판'을 앞세우며 유권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정 대표는 전국을 누비며 후보 띄우기와 영남권 외연 확장에 박차를 가한 반면, 장 대표는 안보와 민생 실정을 부각하며 보수층 결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12일 본지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열흘간 양 대표의 SNS·홈페이지 발언을 전수 분석한 결과, 정 대표는 총 39건의 공개 발언에서 '국민'을 172회 언급했다. '대한민국'(147회), '이재명'(146회), '후보'(142회), '민주당'(126회)이 뒤를 이었다. 장 대표는 44건의 공개 발언에서 '이재명'을 156회 언급했다. '대한민국'(97회), '후보'(90회), '국민'(83회), '민주당'(66회)이 뒤를 따랐다. 정 대표의 메시지는 '내란 청산'을 핵심으로 삼았다. 국민의힘 공천을 “윤 어게인 공천", “내란 공천"으로 규정하며 이번 지방선거를 단순한 지역 선거가 아닌 내란 세력을 뿌리 뽑고 나라를 바로잡는 선거로 규정했다. 부산 현장 최고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부산 발전의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방선거 승리와 국정 성공을 하나로 묶었다. 선대위 출범식에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내란 세력의 준동을 뿌리 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정 대표가 '이재명'보다 '국민·대한민국'을 전면에 내세운 데 대해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여당 대표로서 국민을 위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부각하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내란 청산' 프레임을 선대위 출범 시점에 다시 전면화한 것에 대해서는 “이진숙·추경호 등 논란이 된 인물들이 공천을 받으면서 국민 입장에서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이라는 인식이 강해졌고, 중도층 표심 확보를 위한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평가했다. 지역별 언급에서 '영남'이 370회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다. 부산 현장 최고위, 부산·울산·경남 공천자대회,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 등이 주요 일정으로 채워졌다. 4월에만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을 각각 세 차례씩, 울산도 한 차례 방문한 정 대표는 이달 들어서도 '포항→부산→창원→진주→부산→포항'으로 이어지는 영남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 대통령의 TK·PK 국정 지지율 선전을 고려하면 정 대표 입장에선 경북지사 선거 정도를 제외한 모든 선거가 자신의 성적표와 직결되는 전쟁터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배경에는 여론 지형의 변화가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5월 1주차 주간 집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59.7%로 60%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했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민주당이 48.7%로 국민의힘(30.9%)을 17.8%포인트 차이로 앞서며 14주 연속 오차범위 밖 간격을 이어갔다. 특히 부산·울산·경남에서 민주당 지지율(39.8%)이 국민의힘(35.1%)을 웃돌았고, 대구·경북에서도 국민의힘(49.7%)과 민주당(30.4%)의 격차가 20%포인트 이내로 좁혀진 상태다. 후보 언급도 구체성을 띠었다. 전재수, 하정우, 추미애, 박찬대, 위성곤, 김경수 등 후보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이력과 지역성을 함께 설명했다. 정 대표는 “전재수가 필승 카드이고 전재수가 정답", “뛰어난 추진력의 추미애 후보는 교통혁신과 산업혁신 클러스터 구축으로 경기를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맏형으로 우뚝 세울 것"이라고 했다. '착!붙 공약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 전담부서 설치, HPV 백신 접종 확대, 1인 가구 정착 지원 등 생활 밀착형 공약도 발표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포화를 멈추지 않았다. 공소취소 특검을 겨냥해 “이재명 한 사람의 범죄를 지우기 위해 인력 350명을 동원하고 국민 혈세 수백억을 갖다 쓰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이재명 최고존엄법'을 만들라"고도 했고, 이 대통령을 북한 김정은에 빗대 “'최고존엄 넘버 2'라도 되고 싶은 것이냐"고 몰아붙였다. 또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사느냐, '이재명 동물농장'의 노예가 되느냐"며 유권자 선택을 촉구했다. 부동산을 두고는 “정원오 부동산 공급 대책은 부실한 이재명 정책의 복사판"이라고 했고, 청년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이재명 대통령, 증시 부양에 올인할 것이 아니라 노란봉투법 같은 악법부터 고치고 경제정책을 대전환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코스피 7000 돌파를 두고도 “대통령이 도박판 증시의 쩐주가 돼선 안 된다"고 맞받았다. 이재명 정부의 공정임금 정책도 “소상공인들에게는 가게 문을 닫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몰아붙였다. 주제별 분석에서도 안보·외교 159회, 심판 110회 등 대여 공세 성격의 언급이 '민생'(149회)이나 '공약'(61회)보다 비중이 높았다. 장 대표는 “이재명 정권이 헌법질서를 무너뜨리고 자유민주주의를 짓밟으려 하는 상황"이라며 안보·헌정 질서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안보·외교 편중에 대해 최진봉 교수는 “코스피를 비롯한 경제 지표가 계속 상승 중이라 시비를 걸 게 없는 상황에서 안보 이슈를 빌미로 딴지를 거는 것"이라며 “안보 문제는 보수층에 민감한 만큼 결집을 위한 포석"이라고 봤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안보든 민생이든 자기 보수표를 결집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것이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지역별 언급에서는 '영남'이 92회로 가장 많았지만, 정 대표(370회)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충청·세종(47회), 경기·인천(36회), 서울(20회) 순이었으며 호남(4회)과 강원(3회)은 미미했고 제주는 언급이 없었다. 박형준, 추경호, 김태흠, 박민식 등 후보를 직접 언급했지만, 지역 정책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칸쿤 정원오'와 일 잘하는 오세훈, '까르띠에 전재수'와 검증받은 박형준,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는 식으로 상대 후보 검증과 자당 후보 대비를 묶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두 대표의 당내 입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봤다. 장 대표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이 TK·PK를 안 뺏기면 장 대표 체제로 이어가겠지만, 한 곳이라도 뺏겼다면 흔드는 세력이 엄청 클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의 경우에는 부산 북구갑 재보궐 선거를 핵심 변수로 꼽았다. 그는 “TK·PK에서 승리하더라도 그건 대통령 후광 효과와 후보 경쟁력의 결과"라며 “부산 북구갑에서 이기면 잘했다고 볼 수 있고, 거기서 지면 비난의 화살이 정 대표에게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영남에서 크게 질 경우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지지율이 착시효과였을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힐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격차다. 영남을 아슬하게 내주는 정도라면 '졌지만 잘 싸웠다'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예림 인턴기자

[신연수 칼럼] 남북한, 남남으로 살자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미국-이란 전쟁이 남북한 관계에 주는 교훈이 있다. 자유민주사회의 관점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체제라도 외부의 힘으로 변화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쟁 직전 이란은 종교 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가진 신정(神政) 독재와 심한 경제난으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지난해 말 이란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자 이란 정부는 유혈진압으로 수천 명의 국민을 학살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빌미로 전쟁을 일으키고 “이란 국민이여, 일어나라"고 선동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시민혁명이 아니라 신정체제의 강화다. 트럼프의 잘못된 판단으로 애꿎은 주변 국가들과 전 세계가 고통을 받고 있다. 북한도 이란과 비슷하다. 21세기에 있을 법하지 않은 폐쇄적인 1인 독재를 유지하고 있다. 분단 초기에는 소련의 지원과 사회주의적 인력 동원으로 남한보다 더 잘산 적도 있지만, 지금은 경제 규모가 남한의 60분의 1 수준이다. 남북이 분단된 지 80여년이 흘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것이 이질적으로 변했다. 그럼에도 우리 헌법은 아직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명시하고 있다. 그동안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대북 정책을 내놨지만, 남북한의 현실과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 많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통일은 대박"이라며 범정부적인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통일 준비를 했던 일이 대표적이다. 북한과 최소한의 교류 협력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통일정책은 북한의 빈축만 샀고 정권이 바뀐 뒤 통준위는 해체됐다. 지난주 북한이 한반도에 '두 개의 국가'를 명시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헌법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한다'는 조항을 지우고, 북한의 영토를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는 영토'라고 못 박았다. 2022년 김여정이 “제발 서로 의식하지 말고 살자"며 남한과의 절연을 선언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 “통일은 애국이고 분열은 매국"이라며 남북통일을 강조하던 분위기에 비하면 북한의 대남 정책이 크게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다. 북한은 2023년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했고, 이번 개헌에서는 김정은 1인 권력을 더욱 강화했다. 한국이나 국제사회가 희망하는 것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사실 북한이 '두 국가'임을 명시하거나 “서로 의식하지 말자"고 하기 전부터 남북한은 남남처럼 살아왔다. 남한에서도 남북통일은 교과서나 정치적 구호로만 존재해 왔지,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한국의 법과 제도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지금도 북한을 미수복 영토, 반(反)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어 수시로 정치적 '북풍(北風)'에 이용된다. 최근에도 윤석열 정부는 평양으로 드론을 보내 북한의 도발을 유발하고, 이를 기회로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는 음모를 꾸몄었다. 남북한은 1953년 정전협정으로 잠시 전쟁이 멈춘 상태다.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한 '두 개의 국가'지만, 정부 간에 정식 연락망조차 없어 작은 충돌이 자칫 전쟁으로 번질 위험이 상존한다. 현실과 제도가 맞지 않아 생기는 문제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때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제재 완화를 대가로 북한의 비핵화와 개혁 개방을 유도하려 했다. 지금은 그것도 어렵다. 국제정세 변화로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대북 제재의 뒷문이 활짝 열리고 북한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은 2024년 3.7% 성장에 이어 작년에도 3%대의 경제성장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김정은에게 손짓을 해도 북한의 반응이 싸늘한 이유다. 이제 북한이 곧 붕괴한다거나, 북한에 '당근'을 제시해 개혁 개방으로 이끌겠다는 환상은 버리자. 북한 체제가 이른 미래에 변화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북한을 별개의 체제로 인정하고 남북한이 서로 위협을 느끼지 않을 법과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정말 실용을 추구한다면 '이북5도위원회'부터 폐지하기 바란다. 북한 땅을 밟지도 못하면서 이북 5도 지사를 임명해 매년 수백억 원의 세금을 낭비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그만하자. 같은 민족이라면서 원수처럼 지내기보다는 차라리 평화로운 이웃으로 지내는 편이 낫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남북통일을 앞당기는 길이기도 하다. 한국전쟁의 종전을 공식 선언하고 남북간에 평화협정과 외교관계를 맺어 한반도에 안정된 평화를 구축하는 일부터 하면 좋겠다. 신연수 주필 ysshin@ekn.kr

민주당 ‘외연 확장’ vs 국힘 ‘영남 사수’…정청래는 강원, 장동혁은 울산으로

6·3 지방선거를 23일 앞두고 여야 지도부의 발걸음이 엇갈렸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강원으로 향해 접전지 공략에 나섰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울산을 찾아 영남권 보수 결집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외연 확장에, 국민의힘은 텃밭 사수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11일 강원 춘천에서 첫 중앙선대위 회의를 열었다. 전날 중앙선대위를 공식 출범한 뒤 첫 현장 일정으로 강원을 선택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회의에서 강원 발전을 약속하며 우상호 강원지사 후보가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선대위 발족 후 첫 회의 장소로 강원도를 선택한 이유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강원도민들께서 '눈이 번쩍 뜨일 만큼' 강원도를 발전시키겠다고 약속드리기 위한 것"이라며 “민주당 1호 공천자인 우 후보에 대한 당의 신뢰와 기대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6·3 지방선거 제1호 공천 우상호 후보, 선대위 제1차 회의 강원도 개최"라며 “이번 선거에서도 우상호 후보가 1등을 했으면 좋겠다. 일 잘하는 이재명 대통령처럼 일 잘하는 우상호 후보가 손을 번쩍 드는 기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원도에 '파란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대표는 “오늘 만난 춘천의 한 카페 사장님께 '그간 좋지 않았던 강릉 쪽 민심이 민주당 쪽으로 좋아진 것 같다'는 얘기를 드렸더니 동의하셨다"며 “강원도에 부는 '파란 바람'이 전국적으로 상당히 좋은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 후보는 '이재명 프리미엄'을 앞세워 강원 발전의 적임자임을 자처했다. 그는 “지난 4년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거뒀던 강원도, 인구 유출로 소멸 위기에 직면한 강원도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며 “리더십 교체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강원 전 지역에서 들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보낸 사람인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할 설계도를 가지고 왔다. 자신 있다"고 했다. 강원은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이재명 당시 후보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게 패한 곳이다. 특히 화천·철원 등 휴전선과 맞닿은 접경 지역은 보수세가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이전과 다른 흐름도 감지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우 후보가 오차범위 밖 선두를 달리고 있는 데다, 일부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선전하는 모습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7~8일 전국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강원의 민주당 지지도는 36%로 전주보다 3.0%포인트 상승했다(100% 무선ARS). 해당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KBS춘천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4월 30일부터 5월 2일까지 강원도 내 만 18세 이상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강원도지사 적합도 조사에서는 우 후보가 41%,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가 33.8%를 기록했다(100% 무선전화면접). 응답률은 22.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8%포인트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강원 행보를 두고 본격적인 외연 확장 전략에 돌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첫 선대위 회의를 전통적 보수 지역인 강원에서 연 것은 '조금만 더 힘을 보태면 강원도도 가져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성과를 내려면 원래 어렵다고 평가받던 지역에서 이겨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강원 방문은 상징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영남 사수 전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오후 울산시당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과 공천장 수여식에 참석해 지역 후보 지원에 나섰다. 장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는 울산을 지키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전쟁“이라며 "더 절박하게, 더 치열하게, 더 확실하게 싸워서 반드시 이겨야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장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최근 영남을 중심으로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공천된 박민식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과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진숙 후보 행사에 연달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장 대표는 '이재명 정부 심판론'을 앞세워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캠프 개소식과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도 참석하며 당내 단결을 강조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주말에 영남을 방문했고 오늘도 울산에 간다. 동남쪽부터 올라오면서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특히 부산·울산을 중심으로 야당의 분위기가 올라가고 있는데, 그 기세를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어게인' 논란과 공천 파열음 등으로 '영남도 위험하다'는 위기론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대구에서의 공천 내홍이 일단락되고, 여당의 이른바 조작 기소 특검법안 이슈가 불거지면서 대구·경북(TK)에 이어 부산·울산·경남(PK)에서도 보수 결집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7~8일 전국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대구·경북의 민주당 지지도는 30.4%로 전주보다 3.2%포인트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은 49.7%로 4.9%포인트 상승했다(100% 무선ARS). 지난 5~6일 JTBC 의뢰로 메타보이스·리서치랩이 대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대구시장 가상대결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 41%, 김부겸 민주당 후보 40%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였다(100% 무선전화면접). 신율 명지대 교수는 “장동혁 대표의 울산 방문은 국민의힘이 우위를 기대할 수 있는 지역부터 다지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장 대표 본인이 현장에 가는 것이 실제로 후보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또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전략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은 강세 지역이 많은 만큼 약세·경합 지역을 공략하는 흐름이고, 국민의힘은 약세 지역이 많다 보니 우선 버틸 수 있는 강세 지역부터 지키고 보자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인터뷰] “세금 폭탄? 착시”…최혁진 의원이 직접 푸는 ‘장특공’ 오해 5가지

“세금 폭탄이다." “집값 폭락 온다." “서민도 피해 본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9일 종료된 데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부동산 세제 개편을 예고하면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오는 7월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시장은 술렁이고, 곳곳에서 '세금 폭탄론'이 나오고 있다. 불을 먼저 당긴 건 최혁진(비례·무소속) 의원이다. 지난달 비거주 기간 공제를 없애고 3년 이상 보유·2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에 한해 거주 기간에 따라 16∼80%의 공제율을 적용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재명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두 차례 민생경제 공약 설계에 관여했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그는 스스로를 “이재명 대통령의 개혁 방향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라고 소개한다.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은 없었다. 불이 번지면 정부가 고를 수 있도록, 먼저 돌을 맞겠다는 계산이다. “왜 앞에서 돌 맞냐"는 보좌관들의 만류에도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누군가는 돌을 맞아야 한다. 돌이 날아오는 걸 보다 보면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 보이잖나"라고 했다. 정부 대신 돌을 먼저 맞았으니, 이제 정부가 어느 수위에서 어떤 보완책을 고를지 찬찬히 볼 차례라는 얘기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최 의원을 만나 장특공 개현에 대한 오해를 하나씩 풀었다. 세금이 어떻게 매겨지는지부터 짚어야 한다. 최 의원이 만나는 사람마다 같은 질문을 받는다고 했다. “'야, 내가 12억 투자해서 16억 됐는데 16억에 세금 때려가지고 40% 내면 투자한 돈까지 다 뺏기는 거야?' 이런 얘기하는 사람들까지 있어요. 아니잖아요." 과세 대상은 시세 차익, 즉 양도 차익에 한정된다. 12억에 집을 사서 16억이 됐다면 4억에 대해서만 세금이 붙는다. 12억 이하는 비과세다. 현행 장특공은 1세대 1주택자에게 보유기간 공제 최대 40%, 거주기간 공제 최대 40%를 합산해 최대 80%를 공제한다. 최 의원의 개정안은 보유기간 공제를 없애고, 그 40%를 거주기간 쪽에 얹었다. 2년 이상 거주 시 16%부터 시작해 10년 이상 거주하면 80%까지다. 최대치는 그대로다. “10년간 실거주한 사람은 지금이랑 똑같이 80% 공제받아요. 아무 불이익이 없어요. 불이익이 생긴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은 주거용이 아니라 투자용 목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에요." 최 의원 본인 재산공개 내역에는 강원 원주 단구동 현진에버빌6차 아파트 한 채(공시가 2억5000만원)가 있다. 장애 자녀의 층간소음 문제로 아래층에서 민원이 계속되자 1층으로 옮겨온 집이다. 7~8년째 살고 있다. “우리 원주에 12억짜리 아파트가 어딨겠어요. 저는 장특공 해당이 아예 안 돼요." 고향에서도 비슷한 오해를 받는다고 했다. “제 고향에서도 '그렇게 하면 어떡해, 우리 집 2억 올랐는데'라는 얘기 들어요. 그래서 비과세야, 해당 안 돼라고 보여주면 깜짝 놀라요. 12억 이상의 고가 주택에만, 거기서도 양도 차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거잖아요. 해당되는 사람은 얼마 없어요." 12억이 넘는 고가 주택은 수도권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다. 지방에서 '폭탄'이라는 반응이 쏟아지는 건, 자신에게 해당도 안 되는 얘기를 해당하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탓이라는 설명이다. 물가 인상분을 반영해야 하니 과세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 의원은 “퍼센티지(%)가 착시 효과를 일으키기 쉽다"고 잘라 말했다. “100억짜리 집이 10년 동안 20% 올라서 120억이 됐다 치면, 20억을 번 거예요. 10년 동안 20억을 월급으로 벌려면 연봉 2억씩 한 푼도 안 써야 해요. 근데 이걸 물가 인상이 20%니까 과세하면 안 된다고 하면 말이 됩니까." 재산 규모별로 같은 퍼센트가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점도 짚었다. 재산 100억짜리가 4% 오르면 4억이고, 연 2000만원 버는 사람이 20% 오르면 400만원이다. 격차는 더 벌어진다. 퍼센트가 같다고 형평성이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부동산 투자는 이미 물가 인상분 이상의 기대 수익률을 보고 들어가는 거잖아요. 고구마 장사도 마찬가지예요. 500만원 투자해서 500만원 건졌다고 그 500만원에 소득세 안 낸다고 하면, 대한민국에 누가 세금을 내겠어요." 가만히 앉아서 번 돈에 공제까지 달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단호했다. 15억짜리 집이 10년 뒤 25억이 됐다면, 세금 40%를 내고도 6억은 손에 쥔다. 거기에 보유기간 공제 40%까지 챙기겠다는 건 다른 얘기다.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번 돈에 세금 내는 건 당연한 거예요. 근데 거기서 또 공제를 가져가겠다는 건, 저는 도둑놈 심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장기 출장처럼 불가피하게 거주 못 하는 경우를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부득이하게 몇 년 집을 비우면, 대부분 전월세를 놓아요. 임대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데 거기에 시세 차익까지 공제해줘야 하는 이유가 뭐예요. 예외적인 사례를 다 들어가기 시작하면 이 법은 갈 수가 없어요." 원점에서 시작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실거주자에게는 최대 80%까지 공제를 확실하게 보장하고, 보유만으로 시세 차익을 노리는 행위에는 혜택을 주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실거주자에 대한 주거권 보장은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맞닿아 있어요. 장기 거주를 장려하는 건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거기에 공제의 명분이 나오는 거죠. 보유만으로는 명분이 없어요." 이 법안으로 피해를 볼 사람은 전체 국민의 1~2%라는 게 최 의원의 계산이다. 90% 이상은 아예 적용 대상이 아니고, 12억 이상 고가 주택을 실거주로 오래 보유한 7~8%는 오히려 이득이다. “근데 그 1~2%가 대한민국에서 굉장히 강한 스피커들이에요. 국회의원 중에도 있을 거고, 고위 공직자 중에도 있을 거고, 언론사 사주 분들 중에도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담론에서 강도가 차이가 있는 거죠. 덕분에 저는 언론에 많이 나오고 있고요." “서민 아들들이 군대 가서 나라 지키는데, 한국은행에 지킬 돈도 없는 사람들이에요. 부자들도 낼 거 내고 돈 버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게 국민 통합의 시작 아닙니까." 김하나 기자 uno@ekn.kr, 박서현 인턴기자

나무호, 외부 타격 결론…조현 외교장관 “신중하게 파악할 게 남아”

조현 외교부 장관은 11일 호르무즈 해협 한국 선박 피격 사건과 관련해 “신중하게 조금 더 파악할 게 남아 있다"며 “조금 더 들여다봐야 할 게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정박 중이던 HMM 나무호 화재 사건의 원인을 '미상 비행체에 의한 외부 타격'으로 1차 결론 내렸다. 다만 비행체의 발사 주체와 정확한 기종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란 등 특정 국가를 지목하는 데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3시 30분(현지 시간) 미상 비행체 2기가 나무호 선미 좌현 평형수 탱크 외판을 1분 간격으로 타격했다. CCTV 영상에 해당 비행체가 포착됐지만, 발사 주체나 정확한 기종, 물리적 크기를 확인하기에는 제약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차 타격 직후 화염과 연기가 발생했고, 2차 타격으로 화재 규모가 급격히 확산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화재 원인이 선박 내부 결함과는 무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선체 외판에는 폭 5m, 깊이 7m의 파손 흔적이 확인됐다. 파손 부위는 해수면보다 1~1.5m 높은 지점이다. 폭발 압력에 따른 손상 패턴과 반구형 관통 형상 등을 고려할 때 기뢰나 어뢰 피격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현장에서 수거된 비행체 엔진 잔해 등은 추가 분석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사고 초기에는 인명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선원 1명이 경미한 부상을 입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현재 통증이나 거동에 문제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아직 발사 주체와 정확한 기종에 대해서는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현재 이 공격의 주체는 예단하지 않고자 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지난 10일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를 청사로 불러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쿠제치 대사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고와 관련해 일반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구체적인 답변은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미국 측에도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자력 운항이 불가능한 나무호를 두바이항으로 예인한 뒤,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안전심판원 조사관과 소방청 감식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파견해 화재 원인을 조사해왔다. 군사 전문가도 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국제적 파장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피격 직후부터 이란 공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해왔다. 또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선박을 구출하는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에 한국도 동참해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반면 주한이란대사관은 이란 공격설을 부인한 바 있다. 정부는 원인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 박 대변인은 “사고의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비롯한 가능한 모든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우리 국민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해양자유구상(MFC)을 비롯한 미측 구상 참여 문제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이슈&인사이트] 그들이 전쟁광이 된 이유

그들은 왜 끊임없이 적을 만들고, 위기를 확대하며, 전쟁의 언어를 반복하는가. 정말로 세계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해서일까. 아니면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서일까. 오늘날의 국제정치는 점점 더 불길한 역설을 드러낸다. 전쟁이 국가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지도자 개인의 권력을 연장하는 장치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베냐민 네탄야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라는 세 인물을 보면, 전쟁은 더 이상 '예외적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정치적 존속 조건에 가까워 보인다. 트럼프에게 위기는 언제나 정치적 연료였다. 그는 미국 사회 내부의 분열을 치유하기보다 끊임없이 증폭시켰다. 이민자, 중국, 이란, 팔레스타인 시위대, 언론, 대학, 국제기구. 언제나 새로운 적이 필요했다. 평화로운 사회는 트럼프식 정치에 불리하다. 사회가 안정될수록 그의 과장된 위기 담론은 힘을 잃는다. 트럼프가 지배하는 오늘의 미국은 더 이상 규범을 제공하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은 규칙을 설계하는 척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그 규칙을 파괴하는 국가가 되었다. 자유를 말하면서 감시를 확대하고,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경제적·군사적 위계를 강요한다. 트럼프의 정치적 생존은 법적·도덕적 위기와 깊이 얽혀 있다. 성추문, 기업 회계 문제, 선거 개입 의혹, 의회 폭동 책임 논란, 그리고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앱스타인과의 관계 의혹까지, 이 모든 것은 트럼프에게 “정치적 패배 = 법적 책임"이라는 등식을 만든다. 권력을 잃는 순간, 그는 단지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수많은 조사와 재판 앞에 놓인다. 그래서 트럼프의 정치에는 늘 비상상태가 필요하다. 전쟁은 그 비상상태를 가장 강력하게 유지하는 수단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은 점점 더 쇠락의 징후를 드러낸다. 한때 미국은 세계 질서를 조직하는 국가였지만, 이제는 자신이 만든 질서를 스스로 불신한다. 국제법은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제재는 보편 원칙이 아니라 지정학적 무기로 사용된다. 동맹은 협력 관계가 아니라 공급망과 군사체계 안의 종속적 위치로 재배치된다. 네타냐후의 경우는 더욱 노골적이다. 그는 이미 오랫동안 부패 혐의와 사법 리스크에 시달려 왔다. 뇌물 수수, 언론 거래, 권력 남용 의혹은 단순한 정치 공세 수준을 넘어 이스라엘 사회 내부에서도 심각한 균열을 만들었다. 실제로 전쟁 이전 이스라엘에서는 네타냐후의 사법 개혁 강행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고, 군 내부와 정보기관 출신 인사들까지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전쟁은 모든 것을 바꾸었다. 가자지구 전쟁 이후 네타냐후는 다시 '국가 안보의 지도자'로 자신을 재포장할 수 있었다. 내부 비판은 “전시 상황에서의 분열 조장"으로 취급되기 시작했고, 사법 위기는 국가 생존 담론 뒤로 밀려났다. 그는 끊임없이 “이스라엘은 포위되어 있다"는 공포를 강조하며 장기 전쟁 상태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점은, 전쟁이 더 이상 군사적 목적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 지도자의 생존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젤렌스키 역시 완전히 예외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우크라이나는 실제 침략을 당한 피해 국가이며, 러시아의 군사행동은 국제법적으로 중대한 문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젤렌스키 체제 역시 전쟁을 통해 정치적 정당성을 유지하는 구조 속으로 들어갔다. 전시 체제는 비판 세력을 약화시키고, 선거를 연기하며, 국가 권력을 대통령 중심으로 집중시킨다. 야당 활동 제한, 언론 통제 강화, 강한 국가주의 동원은 “국가 생존"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된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평화는 오히려 권력에 위험한 요소가 된다. 왜냐하면 전쟁이 끝나는 순간, 경제 붕괴와 부패 문제, 징집 피로감, 서방 의존 구조, 재건 과정의 이해관계 충돌 같은 현실이 한꺼번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결국 세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딜레마에 갇혀 있다. 트럼프는 권력을 잃으면 법적·정치적 붕괴 위험에 직면한다. 네타냐후는 전쟁이 멈추면 사법 위기와 책임 추궁이 다시 시작된다. 젤렌스키는 평화 이후의 정치적 현실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전쟁은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시간을 연장하는 장치가 된다. 과거의 전쟁은 국가 간 충돌이었다면, 지금의 전쟁은 점점 지도자 개인의 생존과 결합되고 있다. 권력은 위기를 먹고 자라며, 위기가 사라지는 순간 권력도 흔들린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미국이라는 근원적 모순덩어리가 놓여있다.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자유를 외치면서 감시를 확대하며,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군사주의를 세계 경제의 핵심 엔진으로 삼아온 체제가 미국인 것이다. 선거철이다. 아직도 미국과 이스라엘을 짝사랑하며, 특히 '미국적인 것'에 환장하는 정치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바보야, 이제 정신차려!" ekn@ekn.kr

‘보수 결집’ PK 민심 어디로…장동혁 업은 박민식 vs 코앞 사무실 연 한동훈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보수 진영 내부의 정면 승부로 번지고 있다.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와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불과 600여m 떨어진 곳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각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면서다. 10일 정치권에서는 하정우 민주당 후보가 우위를 점한 가운데 보수 표심을 누가 흡수하느냐가 선거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2시 부산 북구 대향빌딩에서, 한 후보는 인근 한진빌딩에서 각각 개소식을 열었다. 두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도보로 10분 거리다. 박 후보 개소식에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거 참석해 힘을 실었다.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해 안철수, 권영세, 원희룡, 나경원 등 당내 중진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개소식 시작부터 큰절을 하며 “국민의힘은 낮은 자세로 민심에, 북갑 주민들께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호소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는 “지금 이 나라에 왕이 되려는 사람이 있다"며 “이재명 정권에 단호한 심판을 내려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박 후보를 “북구가 낳고 북구가 키워낸 진짜 일꾼이다. 민주당의 오만함을 심판해야 한다"고 치켜세웠다. 하정우 민주당 후보를 향해서도 “정치를 할 줄도 모르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될 사람"이라며 “대한민국을 통째로 망가뜨리고 있는 이재명이 찍어서 내려보낸 후보"라고 직격했다. 반면 한 후보는 주민 중심의 개소식을 앞세워 박 후보와 차별화를 꾀했다. 그는 “이분을 만나 뵙고 개소식을 전적으로 주민과의 축제로 바꾸게 됐다"며 인근에서 채소 장사를 하며 자신에게 찰밥 도시락을 건넸다는 한 할머니를 소개했다. 이날 한 후보 개소식에 친한계 현역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당초 진종오·한지아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참석 의사를 밝혔지만, 한 후보가 “마음만 전해달라"며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자당 의원의 한 후보 지원에 대해 징계 가능성을 시사하자, 한 후보가 일단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 사무소에는 개소식 한 시간 전부터 지지자들이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로 인해 한 후보의 입장이 늦춰져 개소식이 다소 지연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최근 선거 지원 행보를 부쩍 늘리고 있다. 윤어게인 논란과 방미 역풍 등으로 '후보의 짐'이라는 비판까지 받으며 소극적 움직임을 보였던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보수 텃밭인 영남권 민심이 다시 결집 조짐을 보이자 장 대표가 자신감을 회복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영남권을 중심으로 보수 결집 분위기가 일부 확인된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7~8일 전국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대구·경북의 민주당 지지도는 30.4%로 전주보다 3.2%p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은 49.7%로 4.9%p 상승했다. 지난 5~6일 JTBC 의뢰로 메타보이스·리서치랩이 대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대구시장 가상대결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 41%, 김부겸 민주당 후보 40%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였다. 부산 북갑 판세는 현재 하정우 민주당 후보가 오차 범위 밖으로 앞서고 있다. 다만 보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메타보이스가 JTBC 의뢰로 이달 4~5일 부산 북갑 지역 성인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 후보 지지율은 37%로 집계됐다. 박 후보는 26%, 한 후보는 25%였다. 그러나 양자 대결을 가정하면 하 후보와 박 후보는 44% 대 39%, 하 후보와 한 후보는 42% 대 36%로 집계됐다. 모두 오차범위 내다. 결국 부산 북갑 선거는 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 여부가 최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박 후보와 한 후보가 끝까지 완주할 경우 보수 표심 분산은 불가피하지만, 두 후보 모두 현재까지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윤석열 38회’ 때리고, ‘이재명 84회’ 받아쳤다…서울시장 후보들 네거티브 공방

6·3 지방선거를 20여 일 앞두고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맞붙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서로를 향한 네거티브전으로 치닫고 있다. 정 후보 캠프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오세훈 시정 10년에 대한 '무능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오 후보는 서울 부동산 문제의 원인으로 이재명 정부와 박원순 전 시장을 지목하며 '부동산 지옥론'으로 맞불을 놨다. 10일 본지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일주일간 양 후보 캠프 공개 논평과 후보 발언을 전수 분석한 결과, 정 후보 캠프는 총 69건의 논평을 내놓았다. 캠프 논평(59건)이 압도적이었고 SNS(7건), 현장 발언(3건) 순이었다. '윤석열'이 38회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무능' 16회, '전시행정' 12회, '한강버스' 12회, '기만' 8회 순으로 오 후보의 현직 시장 시절 실정과 캠프 진용의 친윤 색채를 공략하는 데 메시지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 후보 측은 한 주 동안 77건의 논평·발언을 쏟아냈다. 현장 유세 발언(26건), 캠프 논평(39건), SNS(11건), 라디오(1건) 순이었다. 이 가운데 상대 후보나 이재명 정부를 직접 비판한 논평이 전체의 70%를 웃돌았다. 키워드 빈도를 보면 '이재명'이 84회로 최다였다. '박원순' 71회, '공소취소' 70회, '특검' 46회, '민주당' 24회, '문재인' 21회 순으로 뒤를 이었다. '부동산지옥'은 현장 유세와 SNS를 합쳐 30회 이상 쓰였고, '독재'·'면죄' 등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표현도 빈번하게 등장했다. 두 캠프의 공방이 가장 치열한 전선은 부동산이었다. 서울의 경우 부동산 이슈가 선거 판세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두 후보 모두 관련 이슈를 선점해 표를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정원오 후보 캠프는 '오세훈 시정 5년'을 공격했다. 수석대변인 이정헌 의원은 “매년 8만 호 공급을 약속했지만 5년 동안 절반도 못 채웠다"며 책임론을 폈다. 고민정 오세훈10년심판본부 공동본부장도 올해 1분기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이 62.4% 급감한 수치를 제시하며 “인허가 권한은 서울시장에게 있다"고 맞섰다. 정 후보는 당원 결의대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했느냐. 본인이 5년 동안 주택 공급 못 하고 전월세 관리 못해서 이렇게 된 건데 정부 탓이냐"고 정면 반박했다. 지난 5일 캠프 착착개발·도시발전위원회 김남근 위원장은 “공급 감소 수치야말로 윤석열-오세훈 조합이 '환장의 조합'이었음을 보여준다"고 직격했다. 또 정 후보는 지난달 29일 오 후보가 다녀간 성북구 정릉공영차고지를 직접 찾아 “그동안 못 한 것을 새로운 에너지로 해내겠다"며 현장 경쟁에 뛰어들었고, 장위14주택재개발구역도 연이어 방문하며 재개발 행보를 이어갔다. 민주당이 재건축·재개발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오 후보는 지난 2일 서울 신림동 상경 청년 자취방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재명-정원오 조는 문재인-박원순 복식조보다도 훨씬 더 부동산 지옥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직격했다. 7일에는 영등포 대림1구역 재개발 현장을 찾아 인허가 절차를 줄여 2031년까지 31만 호 착공을 이뤄내겠다는 주택 공급 공약을 발표했다. 직무 정지 전 마지막 일정으로 성북구 시니어주택을 찾아 '서울형 시니어주택' 확대 공급을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 후보는 국민의힘 중구·성동구을 결의대회에서 “박원순 시장 시절 42만 가구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해제한 것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장특공 폐지 이슈도 적극 활용했다. 오 후보는 SNS를 통해 “장특공 폐지의 최대 피해자가 서울시민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집 한 채가 전부인 서울 중산층의 주거 사다리와 노후를 망가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오 후보 캠프는 범여권이 장특공 보유공제만 폐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자 “1주택자를 거주와 비거주로 갈라치기 한다"며 선대위 안에 장특공폐지반대 특별위원회까지 꾸렸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정 후보는 오 후보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점을, 오 후보는 진보 정당의 부동산 정책이 무능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오 후보의 모아타운 정책은 순항하지 못하고 있고 지역마다 잡음도 많아, 부동산 대 부동산으로 붙었을 때는 오세훈 후보가 살짝 불리하다"고 봤다. 정 후보 캠프는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 쇼' 프레임으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캠프 측은 오세훈 캠프 핵심 관계자들을 조목조목 짚으며 “윤석열 탄핵소추안 1차 표결에 불참한 김재섭 의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윤석열에게 국민의힘 입당을 권유한 윤희숙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이라고 공세를 폈다. “내란 세력과 거리를 두려 했던 절윤쇼의 끝이 팀 윤석열"이라는 것이 정 후보 캠프의 논리였다. 정원오 후보도 당원 결의대회에서 “윤석열이 나라를 망치고 있을 때 눈치 보느라 아무 말도 못하더니 왜 지금 와서 일 잘하는 대통령께 맞짱 뜨겠다고 하느냐"고 했다. 오 후보 캠프에서는 이 대통령을 84회 언급하며 '대리전' 구도를 만들어냈다. 오 후보는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정부가 “노골적으로 독재 권력을 향해 폭주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일 은평을 결의대회에서는 공소취소 시도를 “아프리카 우간다의 독재보다도 못한 본격적인 독재의 시작"이라고 표현했다. 오세훈 후보는 지난 4일 범야권 수도권 단체장 후보들과 긴급면담을 갖고 공소취소 특검법 저지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보신각에서 열었다. 정 후보에 대해서는 정 후보가 '명픽'(이재명 대통령 픽)이라는 점을 연일 강조하며 “이 대통령 워딩에 한 치의 다름도 없이 쫓아가는 맹종형·충성형 시장이 될 것"이라며 장특공 폐지 이슈를 고리로 정 후보에게 입장 표명을 압박했다. '반(反)이재명' 정서를 자극하는 동시에 지방선거 이후 보수 재편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평론가는 “오 후보는 대권 주자 중 한 명인 만큼, 서울시장이 되든 안 되든 포스트 장동혁 체제에서 당내 입지를 키우기 위해 보수의 리더라는 이미지를 선점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완전히 거리두기하는 것"이라며 “'윤어게인' 세력이 강성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에 선을 긋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동윤 인턴기자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