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선거운동원’…6·3 선거 파고든 AI 기술

선거 때마다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공지능(AI)이 이제는 후보 캠프의 '선거운동원'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AI가 정책 제안부터 홍보 영상 제작, 유세 동선 관리까지 선거 실무 전반에 활용되면서 정치권의 선거 풍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과거 AI가 선거 과정에서 허위 정보 확산과 여론 왜곡 우려를 키우는 위험 요소로 인식됐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업무 효율을 높이고 유권자 접점을 확대하는 '실무형 도구'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생성형 AI 기술 대중화로 누구나 영상·이미지·문구 제작이 가능해진 데다 선거 비용 절감 효과까지 맞물리면서 정치권의 AI 도입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일부 후보 캠프는 AI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김병수 국민의힘 김포시장 후보 캠프는 최근 AI 기반 실적 홍보 영상을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기존 정치 홍보 영상이 감성적 메시지와 이미지 중심이었다면, 해당 영상은 각종 정책 성과와 지역 데이터를 시각화해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 후보 캠프는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에 'ChatGPT에게 지난 4년 동안 김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물어봤다'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유권자가 챗GPT에게 김포의 변화상을 질문하고 AI가 답변하는 형식이다. 정당 로고나 정치적 문구 없이 AI의 분석 결과만 담았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AI가 선거 홍보의 비용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전문 제작 인력과 장시간 편집 작업이 필요했던 콘텐츠를 이제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조직력과 자금력 열세에 놓인 후보들도 디지털 선거 경쟁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정당 차원의 AI 활용도 빠르게 확대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 공식 홈페이지에 AI 기반 정책 제안 시스템을 도입해 유권자 의견 수렴에 활용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내 공천 과정에서 AI 기반 '정치신용평가 모델'을 적용하며 후보 경쟁력과 리스크 분석 체계를 강화했다. 개혁신당은 유세 일정과 이동 동선을 최적화하는 'AI 사무장'을 자체 개발해 선거 전략 수립에 활용 중이다. 이처럼 AI 활용 범위도 단순 홍보를 넘어 정당 운영과 후보 관리 시스템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과거 선거가 조직 동원과 인맥 중심의 '맨파워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분석하고 전략화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거 현장 곳곳에서 등장하는 AI 기반 기술들도 눈길을 끈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 AI 선거 홍보 로봇 '로보트(RoVOTE)'가 거리 유세를 하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AI 기반 선거방송도 앞두고 있다. 최근 오픈AI 코리아는 SBS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6·3 지방선거 특집 개표방송 '2026 국민의 선택'에서 AI 실시간 협업 콘텐츠를 선보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SBS의 선거방송 제작 역량과 오픈AI의 기술력을 결합해 새로운 선거방송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선거 당일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데이터를 빠르고 직관적으로 가공해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유권자가 선거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반복적인 선거 업무를 자동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정치권 전반의 디지털 전환 속도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다만 AI 활용 확대와 함께 부작용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특히 딥페이크 영상 등을 이용한 허위 정보 확산 문제는 여전히 최대 위험 요소로 꼽힌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82조의8(딥페이크영상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누구든지 선거일 전 90일부터 AI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 영상 등의 제작·편집·유포·상영·게시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AI 기술이 선거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보 신뢰성 검증 문제를 더욱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초단편 영상과 AI 생성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하는 환경에서는 허위 정보 역시 짧은 시간 안에 대규모로 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I 활용 능력 못지 않게 허위 정보 대응 체계 구축 역시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AI 확산이 장기적으로 정치 참여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기존에는 조직·인맥·자금력이 부족한 청년 정치인이나 신인 후보들이 선거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지만, AI를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정책 홍보와 콘텐츠 제작, 유권자 분석 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김홍열 덕성여대 겸임교수는 한 언론사 기고 칼럼을 통해 “AI가 정치 참여의 비용을 낮추며 선거가 계속될수록 더 많은 정치인이 AI를 활용하게 될 것이고 이는 기존의 돈 정치와 줄서기 정치 구조를 일정 부분 흔들 가능성이 있다"며 “정치 경험이 부족한 청년과 신인들도 기술의 도움을 받아 시민과 직접 연결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하남갑 승부수’ 이광재, “선택받지 못한다면 정계 은퇴”

“3선을 거치며 쌓아온 정치력을 하남을 위해 쏟아붓겠습니다. 뼈를 묻겠습니다." 강원도지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국회사무총장을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 경기 하남시 전통시장 한복판에 섰다. 6·3 국회의원 보궐선거 하남갑에 출사표를 던진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이야기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1일, 이 후보의 하남 덕풍시장 출정식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이 후보가 출정식 장소로 덕풍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민생'이었다. “하남은 제2의 고향 같다"는 이 후보는 “과거 강원도 정선시장을 크게 살렸던 것처럼 덕풍재래시장을 확실히 살리겠다는 약속을 드리고자 이곳을 찾았다"고 밝혔다. 유세차에 오르기 전, 이 후보는 시장 골목 구석구석을 누볐다. 점포마다 일일이 문을 열고 들어가 상인들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안녕하세요, 화이팅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상인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수고가 많으십니다", “열심히 해주세요"라며 손을 맞잡았다. 차량을 멈춰 세우고 창문을 내린 시민이 “응원한다"고 외치자 이 후보는 양손 엄지를 들어 보이며 화답했다. 이날 출정식은 선거유세라기보다 모두가 즐기는 '축제 분위기'에 가까웠다. 시장 입구에 웅장한 오페라 선율의 유세 팝송이 울려 퍼지자 지나가던 시민들은 “신선한데"라며 걸음을 멈추고 박자에 맞춰 손뼉을 쳤다. 지난 2024년 총선 당시 인기를 끌었던 마스코트 '팡재인형'도 다시 등장했다. 인형이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과 시민들은 환호하거나 웃음을 터뜨리며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본격적인 유세가 시작되자 덕풍시장 사거리 인도는 100여 명의 시민이 몰려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이 후보는 연설에 앞서 “일단 큰절부터 하고 시작하겠다"며 시민들을 향해 엎드려 절을 올렸다. 그는 강원도지사 시절 자신의 별명이 '예산 폭격기'였음을 강조하며 “시시하게 정치할 거면 이곳에 안 왔다. 이광재의 손을 잡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0평짜리 농사는 호미로, 1000평은 삽으로 지을 수 있지만, 10만 평이 넘으면 트랙터가 있어야 한다"며 “일이 산적한 하남시에 트랙터 같은 강력한 일꾼이 되겠다"고 호소했다. 서거 17주기를 앞둔 노무현 전 대통령도 언급했다. 이 후보는 “노 대통령의 꿈은 '사람 사는 세상'이었다"라며 “그가 못다 이룬 꿈, 즉 일자리가 넘치고 집 걱정이 없으며 아이 키우기 좋은 교육·의료·문화 도시를 이곳 하남에서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진 추미애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와의 합동 유세에서는 정무적 감각도 돋보였다. 이 후보는 “우리 추 후보님이 오셨는데 실리를 챙겨야 하지 않겠냐"며 “덕풍시장 등 5개 시장을 살리기 위한 특별조정교부금 확보, 한국예술종합학교 유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 3개 현안을 확실히 요구하겠다"고 말해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를 통해 “인생의 종착지는 하남"이라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다음은 이 후보와의 일문일답. - 강원도지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국회사무총장 등을 지낸 중진 정치인이다. 이번 하남갑 보궐선거에 출마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나보다는 우리를 위해 살겠다. 당이 부르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강원도지사 출마를 양보했고, 평택을 출마 제안도 고사했다. 대신 하남갑을 선택한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김부겸 총리는 대구에 네 번째 출마했고, 전재수·김경수 같은 후배들도 가장 어려운 지역에 몸을 던지고 있다. 당과 지지자들로부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헌신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이에 응답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 이번 보궐선거는 현 정부에 대한 평가와도 맞물려 있다. 이번 선거가 가진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두 가지 핵심 의미가 있다. 첫째는 이재명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국민이 힘을 실어주는 선거라는 점이다. 임기 4년이 남은 이재명 정부에 추진력을 실어주는 것이 민생을 살리는 가장 빠른 길이다. 둘째는 윤석열 내란 세력을 확실하게 심판하는 선거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이 단호한 심판을 내려주셔야 비로소 건강한 보수가 자리 잡고, 여의도 정치가 내전 상태를 끝내 경제를 살리는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 - 하남갑은 지난 총선에서도 격전지였고 보수세가 만만치 않은 지역이다. 다만 최근 이광재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선거 전략은. “저는 민주당 내에서도 손꼽히는 강력한 '경제성장론자'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기업이 대한민국에 10개, 20개는 더 나와야 나라가 산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국정 경험을 두루 갖춘 실용주의자이기도 하다. 유권자분들께서 이념적 편향 없이 오직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는 사람이라는 안정감을 느끼시는 것 같다. 결국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할 사람'이다. 하남의 묵은 현안들은 힘 있는 일꾼이 아니면 풀기 어렵다." - 출마 선언 직후 많은 현역 국회의원들이 하남을 찾고 있다. 중앙정부와 국회, 지방행정을 두루 움직일 수 있는 '힘 있는 후보'라는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는 이미 일을 시작했다. '당선되면 잘하겠다'가 아니다. 최근 한병도 원내대표가 직접 캠프를 찾아 '원내대표 직속 지역 숙원과제 입법지원 TF' 구성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자리에서 하남시 7대 숙원과제를 풀기 위한 21개 입법 제안서를 전달했다. 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과 국토위 의원들은 감일동 현장까지 찾아와 GTX-D 노선과 위례신사선 감일 연장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을 논의했다. 이런 자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분당 원외 위원장 시절에도 사무실 없이 카페를 전전하면서 현역 의원들과 장관들을 분당으로 모셔와 15년 묵은 성남공항 고도제한 문제와 8호선 연장 문제의 물꼬를 텄다. 사무관부터 장관에 이르는 행정 프로세스를 정확히 알아야 예산이 따라오고 법안이 통과된다. 과거 제 별명이 왜 '예산 폭격기'였는지 결과로 증명하겠다." - 하남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교통' 문제다. GTX-D 노선 조기 추진, 지하철 3·9호선 연장 등 공약을 실현할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무엇인가. “하남시청에서 위례까지 1시간이 걸리고, 시청역 5호선은 배차 간격이 14분이라 시민분들이 놓치지 않으려고 새벽부터 뛰고 계신다. 이건 도시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해법은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광역버스 증차가 시급하다. 국토부와 서울시를 설득해 증차와 배차 시간 단축을 동시에 추진하겠다. 중기 대책으로는 올 7월 결정되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 핵심이다. 이 계획에 GTX-D 노선과 위례신사선 감일 연장을 반드시 반영시키겠다. 확정 후 예산 배정이 지연되고 있는 3·9호선 연장 역시 과거 강원도 시절 철도 예산을 따냈던 경험을 적용하겠다. 4선 중진으로서 국회를 움직이고, 야당 지도부와도 소통 채널을 갖춘 제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 하남을 판교와 강남이 부러워하는 '미래형 자족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녹색 미래도시 하남'과 국가정원 구상에 대해 설명해달라. “하남을 강남보다 문화와 교육이 좋고, 판교만큼 미래 산업이 풍부하며, 강원도만큼 녹색 자연이 어우러진 자족도시로 만들겠다. 하남은 그린벨트 비율이 71%에 달하고 국공유지가 940만 평에 이르는 거대한 자산을 가졌음에도 그동안 묶어두기만 했다. 이곳에 세계적 수준의 AI 대학원을 유치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전을 추진해 문화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 국가정원 구상은 미사섬 인근 하천부지에서 출발한다. 그린벨트 역시 무조건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이미 훼손된 곳은 미래도시로 개발하고 보존할 녹지는 확실하게 지키는 '합리적 재편'이 필요하다. 이것이 진짜 환경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하남은 젊은 세대와 신혼부부 유입이 많은 도시다. 청년·육아·교육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를 꼽는다면. “신도시별 맞춤형 생활 고충을 해결해 '아이 키우기 좋은 하남'을 만들겠다. 첫째로 과밀학급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 당선되면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하남의 교육 환경 개선을 직접 챙기겠다. 둘째는 의료 공백 해소다. 부모들에게 가장 절박한 순간은 한밤중에 아이가 아픈데 갈 병원이 없을 때다. 24시간 어린이병원 유치, 24시간 심야약국 지정, 달빛어린이병원 야간진료 확대를 강력히 추진하겠다. 마지막으로 청년·신혼부부 주거 문제다. 교산신도시 분양을 기다리는 젊은이들을 위해 공공분양 비율을 대폭 늘리는 한편, 초기 비용으로 10분의 1만 내고 살면서 지분을 늘려가는 '지분형 주택' 도입을 빠르게 추진하겠다." - 만약 국회에 재입성하신다면, 거대 여당의 중진 의원으로서 여야 협치나 국회 정상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이번 선거 이후 민주당도 '실용주의 노선'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지금 국민의 80% 이상이 먹고사는 경제 문제를 이야기한다. 당이 정치적 이슈에만 매몰되기보다 민생에 집중하도록 당내에서 목소리를 내겠다. 상생의 정치 문화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병폐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사고다. 저는 이미 강원도지사 출마를 양보한 경험이 있다. 양보하고 헌신해도 결국 더 큰 길이 열린다는 것을 이번 선거를 통해 증명해 보이고 싶다. 국민의힘 지도부와도 대화가 잘 통하는 편인 만큼, 협치가 가능한 국회를 만드는 데 중심 역할을 하겠다." - 마지막으로 하남갑 유권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은. “하남 시민 여러분, 늦게 와서 죄송하다. 늦게 온 만큼 더 치열하게, 더 겸손하게, 더 헌신적으로 일하겠다. 저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신장동에 거처를 마련했고, 천현동에 살 집을 알아보고 있다. 하남의 성공이 곧 이광재의 성공이다. 만약 선택받지 못한다면 정계 은퇴를 각오하겠다. 이번 선거는 하남의 묵은 숙제를 단숨에 풀어낼 해결사를 뽑느냐, 아니면 또다시 말잔치로 끝낼 사람을 뽑느냐의 문제다. 정부와 국회, 예산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4선 중진의 힘을 하남을 위해 써달라. 하남을 강남과 판교가 부러워하는 녹색 미래도시로 반드시 만들겠다. 하남을 제 땀으로 적시겠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이동윤 인턴기자

반도체 호황에…‘삼성·SK하이닉스’, 선거판 단골 메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광역단체 16곳 중 9곳에 출마한 후보들이 5대 핵심 공약에 반도체 산업단지·공장·팹(Fab) 유치를 내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5대 공약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선거 유세에서 반도체 유치를 내건 광역단체까지 더하면 사실상 전국이 '반도체 공약 러시'에 휩쓸린 형국이다. 반도체 초호황에 유권자 관심이 쏠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임기 내 성과를 낼 수 없는 공수표"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22일 에너지경제가 16개 광역단체장 주요 후보들의 5대 공약을 전수 분석한 결과, 경기·인천·세종·충남·전북·전남광주·대전·경북·대구 등 9개 광역단체에서 후보 1인 이상이 반도체 공장·산단·팹 유치를 5대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가장 공세적인 곳은 대구다.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팹을 유치해 대구·구미를 잇는 'TK 반도체 산업벨트'를 구축하겠다"며 “용인은 이미 포화 상태라 더 이상 반도체 공장을 증설할 수 없는 여건"이라고 했다. 임기 내 대기업 팹 유치를 추진하고 2034년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완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전남광주에서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취임 1년 내 10조원 규모 반도체 시설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민 후보에게 경선에서 밀린 이종욱 후보도 “공사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며 용인 삼성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전남광주 이전을 촉구하는 시민유치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경기에서는 추미애 민주당 후보가 수원·용인·화성·성남·안성·평택·오산·이천을 잇는 'K-반도체 클러스터 완성'을,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인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가 같은 권역을 포괄하는 '초광역 AI·반도체 클러스터 K-벨트 구축'을 각각 공약했다. 조응천 개혁신당 후보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도지사로서 꼭 지켜내겠다"고 했다. 이철우 국민의힘 경북도지사 후보는 구미 국가산업단지 기반 반도체 팹 유치를 공약하며 “K-반도체 자립생태계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에서는 국민의힘 이장우 후보가 2030년까지 3조4585억 원을 투입해 유성 교촌동에 530만㎡ 규모 나노반도체 국가산단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북에서는 이원택·양정무·백승재 후보 모두 반도체 관련 공약을 5대 핵심에 포함시켰다. 이원택 후보는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패키징 공장이 증설되면 전북에 올 수밖에 없다"며 삼성 반도체 실증 공장 유치도 약속했다. 충남에서는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가 '첨단 반도체 후공정 생산 거점·수출기지 조성'을, 인천에서는 박찬대 민주당 후보가 송도·영종·남동에 '첨단 반도체 패키징 산업클러스터 완성'을 내걸었다. 세종에서도 조상호 민주당 후보가 반도체 소부장 특화 스마트 국가산단 조성을 5대 공약에 포함했다. 5대 공약에는 반도체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선거 유세에서 반도체 유치를 언급한 광역단체도 4곳에 달했다. 김두겸 국민의힘 울산시장 후보는 “데이터센터 100조 원 투자와 반도체·이차전지 신산업 유치에 힘쏟겠다"고 밝혔다.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는 'AI 전력반도체 제조 특구' 조성을 공약했다.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는 2022년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반도체 클러스터 대기업 유치"를 선거 구호로 내세웠다. 국민의힘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는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산업을 중심으로 충북을 핵심 산업기지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공약은 선거철마다 반복되고 있다. 2022년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김진태 후보는 “삼성 반도체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어 원주를 들썩이게 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원주에 들어선 것은 삼성의 생산라인이 아닌 교육원뿐이다. 그런데도 김 지사는 이번 선거에서 다시 “원주 반도체 클러스터 완성"을 외치고 있다. 김동근 의정부시장도 2022년 캠프스탠리 부지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공장을 유치하겠다고 했으나 임기 내 이행되지 않았다. 반복되는 미이행 공약의 구조적 원인으로는 유권자의 검증 의지 부재가 지목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연구위원은 “지난 선거 때도 반도체 공약은 지자체마다 있었다"며 “그 때 공약을 걸었던 곳 중에서 실천한 곳이 있는지를 보는 게 먼저"라고 꼬집었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다른 지역에서 잘 되니까 뺏어오겠다는 발상 자체가 국가 전체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며 “이렇게 해서 다 지은 다음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 오히려 그 지역에 해를 주는 상황이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약이 산업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홍기 한남대 교수는 “이미 용인·평택에 투자를 결심하고 부지도 마련한 기업 입장에서는 황당무계한 것"이라며 “만약 실제로 이행된다면 기업에 굉장히 큰 비용을 발생시키고 불확실성을 겪게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300조원을, SK하이닉스는 같은 지역에 600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이미 확정했다. 김광두 서울대 교수는 “실현성도 없고 국가 이익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잘 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괜히 혼선을 주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도 “이미 다른 지역으로 결정이 난 상황에서 초기 투자비가 상당히 낭비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무분별한 공약이 기업에는 고스란히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준석 교수는 “이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며 “미국의 경우 기업을 유치하고 싶으면 인센티브를 주거나 토지를 제공하는데, 우리나라는 정치적 억지력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 공장이 현재 위치에 있는 건 전력·냉각수·전문가 접근성 등 모든 조건을 따진 결과"라며 “4년에 한 번 하는 선거 때문에 다 옮긴다는 건 엄청난 낭비"라고 했다. 이종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소장은 “반도체 공장을 유치한다는 건 최소 생산라인 4개 규모의 대단지를 의미하며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며 “설령 가능하다 해도 공장은 생산라인 관리 인력이 대다수이고 로봇 비율이 높아 실질적으로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 공장 유치는 소재 업체도 같이 지방으로 내려와야 하는 문제"라며 “수도권은 물류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데 지방은 어떻게 물건을 옮겨오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박서현 인턴기자

선거운동 첫날…吳 “밥은 해본 사람이” 너스레, 鄭 “일 못하면 바꿔야” 일침

정원오 더불어민주당·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1일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 나란히 서울 전역으로 출격했다. 정 후보는 동서울우편집중국 새벽 배송 현장에서 출발해 왕십리 출정식·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삼성역 지하 공사 현장 점검까지 오세훈 시정 실패를 파고들었다. 오 후보는 자정 가락시장 배추 경매장을 시작으로 강북·서대문·구로·성북·동대문·종로·강남구를 회오리 형태로 훑으며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실정 심판을 외쳤다. 정 후보가 선거운동 개시 첫 행보로 택한 곳은 서울 전역으로 소포와 택배물이 오가는 동서울우편집중국이었다. 파란 점퍼와 작업용 장갑을 낀 정 후보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서 박스를 옮기고 분류하는 작업을 직접 도왔다. 작업을 마친 정 후보는 “선거 홍보물과 투표용지가 이곳을 통해 가정으로 전달된다. 미리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기 위해 이 자리를 택했다"면서 “6월 3일, 좋은 소식이 시민들에게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 앞 파란 풍선과 파란 모자로 뒤덮인 지지자들이 광장을 빼곡히 메웠다. '하나씩 착착! 정원오' 손피켓은 현장에서 1000원에 팔렸다. '착착 유세단'이 선거송 '으라착착 정원오'를 선창하면 지지자들이 박자에 맞춰 손뼉을 쳤다. '착착'은 정 후보가 내건 슬로건 “하나씩 착착"에서 따온 것으로, 공약을 하나씩 차근차근 실행하겠다는 의미다. 정 후보의 애창곡이기도 한 '무조건'이 흘러나오자 지지자들이 다시 함성을 높였다. 이해식 총괄선대본부장이 직접 개사한 곡으로, 유세본부가 이번 선거운동을 위해 준비한 로고송 8곡 중 하나다. '일 잘하는 서울시장' 문구가 내걸린 출정식 유세 단상에 선 정 후보는 “오늘 이 자리에 오신 것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오세훈 시장을 끝내고 삶을 안전하고 든든하게 바꿔보자는 것 아니냐"라고 외치자, 지지자들은 “맞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 1년, 삼성전자 파업 위기 중재와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귀환까지 이것이 바로 효능감"이라며 “이제 서울시만 바꾸면 됩니다"라고 외쳤다. 오 후보를 향한 공세는 주거·경제·교통·안전 순으로 쉼 없이 이어졌다. 그는 “2021년에 매년 8만 호씩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22년부터 24년까지 착공 기준 연 3만 9천 호밖에 안 됐다. 절반도 안 된 것"이라며 “전임 시장 탓, 현 정부 탓할 게 아니라 사과를 해야 한다"고 하자, 광장 곳곳에서 “맞아!"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또 “용산 참사, 이태원 참사, 싱크홀 인명사고, 삼성역 철근 누락까지. 오세훈 후보는 뉴스 보고 알았다고 한다"며 “그동안 안전을 얼마나 등한시했으면 직원들이 보고조차 안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중 사이에서 “왜 그러냐고!"라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이에 정 후보는 “일 잘하는 사람은 계속 뽑아주고, 일 못하는 사람은 바꾸는 것이 민주주의 아니냐"고 답했다. 출정식 직후 정 후보는 광진구 한 스튜디오에서 청년안심주택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마주 앉았다. 보증금 미반환 피해 청년 윤여진(29) 씨는 “'청년안심주택'이라는 서울시 이름을 믿고 들어갔는데 보증보험이 가입조차 안 돼 있었다"고 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이철빈(32) 공동위원장은 “소송부터 경매, 채권자 연락까지 전부 세입자에게 떠넘기고 서울시는 관망만 한다"고 했다. 이에 정 후보는 “선거 후 인수위에서 서울시의 잘못을 짚고, 피해자들이 원래 약속대로 10년간 거주할 수 있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날 오후 철근 누락사태가 발생한 강남구 영동대로 GTX-A 삼성역 공사 현장 지하 5층을 직접 찾았다. 현장 소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정 후보는 균열이 촘촘히 번진 콘크리트 벽면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현장 소장은 “철근 2500개가 누락됐다는 사실을 작년 11월에 인지했고, 보강 방법을 찾는 동안 해당 구간에 콘크리트를 타설하지 않고 공간을 비워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후보가 “보강 방법이 결정되기 전에 왜 나머지 공사는 계속 진행했느냐"고 따져 묻자, 소장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현장을 나온 정 후보는 취재진에게 “균열이 너무 많아 비전문가인 저도 놀랐다"며 “문제가 발견되면 관계 기관과 전문가가 모여 보강을 완료한 뒤 다음 공사로 넘어가는 게 상식인데, 한쪽에서는 보강 방법을 찾고 있고 한쪽에서는 공사가 계속 진행돼 이미 지하 3층까지 올라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보강 방법이 바뀐다면 지하 3층까지 다 해놓은 걸 어떻게 하겠느냐"며 “이렇게 공사를 해도 되는 건지 의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첫 일정은 이날 자정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이었다. '서울의 경제를 깨우겠습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오 후보는 양손에 목장갑을 끼고 직접 배추를 트럭에 실으며 상인들과 함께 땀을 보탰다. 그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묵묵하게 생업에 종사하시는 분들 덕분에 서울의 경제가 돌아간다는 사실을 서울 시민과 함께 공유하면서 선거운동을 시작하고 싶었다"고 했다. 유세 첫 무대는 오 후보의 유년기를 보낸 강북구 삼양동이었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입주권 확보', '신속통합 재개발' 현수막이 붙은 삼양초 뒤편 내리막 골목길에 우비 한 장에 빨간 캡모자를 눌러쓴 오 후보가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나타났다. 그는 출정 대시민 메시지에서 “이곳은 제가 초등학교를 다녔던 곳"이라며 “그 시절 삼양동은 불도 들어오지 않고 공용 우물물로 물을 길어다니는 동네였다. 초등학교를 4곳 전전하며 가장 힘겹게 버텨냈던 그 시절을 잊지 않고 이곳을 첫 출정식 장소로 선택했다"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 삼양사거리에는 '드넓은 서울을 살릴 사람 오세훈~' 질풍가도 개사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지역 주민들이 사거리 한쪽을 가득 메웠다. 오 후보는 주먹을 꽉 쥐고 “집 생각만 하면 골치가 지끈지끈 아프시죠. 대통령도 정원오 후보도 단 한 마디 설명도 사과도 없다. 이 사람들 이번에 정신이 번쩍 나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외치자 곳곳에서 “네!"라는 함성이 터졌다. 유승민 전 의원도 나란히 “네~"라고 호응했다. 정원오 후보를 향해서는 “5년 동안 사력을 다해 온 저 오세훈에게 전월세난 책임이 있다고 적반하장으로 뒤집어씌우는 정원오 후보를 반드시 심판해 달라"며 “그런 비양심적인 후보를 민주당 후보로 만든 게 이재명 대통령 아니냐. 이번 선거는 전형적인 관권 선거"라고 쏘아붙였다. 단상에 오른 유 전 의원은 “1번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이 아무리 잘못해도 그대로 따라 할 사람"이라며 “선거는 절박한 사람이 이기는 것. 오세훈 후보는 삼양초를 네 번 전학하며 어려운 분들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오 후보는 작심한 듯 부동산 관련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오전 11시 서대문구 인왕시장에 흰 반팔 티에 빨간 조끼 차림으로 등장한 오 후보는 “만에 하나 제가 안 되고 다른 당 후보가 되면 서울 주택시장은 완전히 재앙 수준으로 힘들어질 것"이라며 “집이 있으면 있어도 고민, 없으면 없어도 고민, 갖고 있으면 보유세, 팔려고 하면 양도세. 이재명 대통령 부동산 정책은 '빵점'"이라고 외쳤다. 주민들을 향해 “맞습니까?"라고 묻자 여기저기서 “맞아요!"가 터져 나왔다. 이어 “내년에는 선거가 없다. 집값이 계속 올라도 청와대에 하소연할 데가 없다"며 “제가 다시 시장이 돼서 이재명 대통령과 맞장 떠서 부동산 시장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다 돌연 웃음기를 띠며 말투를 낮췄다. “4번 했는데 5번 한다니까 지겨우시죠? 홍제천 폭포, 안산, 인왕시장, 유진상가 싹 바꾸는 계획 누가 세웠습니까. 일은 해본 사람이 잘하는 법입니다. 밥도 해본 사람이 진밥 안 만들지 않습니까. 이제 한 번밖에 더 못 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구로구 베다니교회 앞 유세에서는 “제가 돌아오기 전 구로의 재개발·재건축은 모두 올스톱이었다. 지금은 44곳에서 정비사업이 시작됐다"고 운을 뗀 뒤, “이재명 정부 들어 6·27 대책, 10·15 대책으로 집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모두 힘들어졌다. 전셋값 뛰고 월세 오르면 학원비도 반찬값도 병원비도 다 쪼그라든다. 주식시장엔 돈이 넘친다는데 구로구 서민 주머니는 텅 비어간다"고 외쳤다. 유세 막바지 마이크가 30초가량 꺼지자 오 후보는 육성으로 “여러분 도와주십시오"를 크게 외쳤다. 그는 곧바로 “마이크 꺼지니까 답답하시죠? 오세훈을 다시 안 만들면 서울시도 엔진이 꺼진다"며 “정원오 후보는 대통령 도움 없으면 한 걸음도 못 뛰는 알맹이 없는 후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박서현 인턴기자

6·3 선거 공식 개막…정청래 ‘초조’ vs 장동혁 ‘여유’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21일 시작되면서 여야가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각 정당과 후보들은 이날 전국 곳곳에서 유세차를 동원한 거리 유세와 민생 행보에 나서며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번 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16명과 기초단체장 227명, 광역의원 933명, 기초의원 3035명, 교육감 16명, 국회의원 14명 등 모두 4241명을 선출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 7829명이 후보 등록을 마쳐 평균 경쟁률은 1.8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야 모두 이번 결과가 2년 뒤 총선은 물론 향후 정국 주도권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 초반 판세는 당초 전망과 달리 서울 등 주요 승부처에서 접전 구도가 형성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일부 지역에서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며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상승 흐름을 기대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7시 정 대표는 서울 동작구 장승배기역에서 류삼영 동작구청장 후보 유세에 동참했다. 앞서 0시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광진구를 거친 뒤, 빗속 거리 유세까지 이어진 일정인 만큼 다소 힘이 빠진 모습이었다. 정 대표는 오전 10시 추미애 경기도지사 후보 응원하기 위해 경기 성남시 서현역을 찾았다. 선거 운동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등장한 그는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경기도정을 이끌 승리 확률 높은 경기도지사 후보는 누구냐"며 시민들의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 오전 시간을 수도권 접전지 위주로 할애한 데 대해 표심이 엇갈리는 텃밭을 지키기 위함이라 풀이한다. 동작구·광진구는 부동산 정책에 따라 판세가 갈리는 '한강벨트' 지역구들로, 서울 표심의 승부처로 꼽힌다. 성남시를 포함한 경기 남부의 경우, 원도심·신도시에 따라 진보·보수세가 혼재돼 표심이 요동치는 경합지로 불린다. 정 대표는 “이번 국민의힘 공천에서 보았듯 '윤 어게인'을 외치며 아직도 내란을 옹호하는 세력들이 반성과 성찰을 모르고 있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확실하게 내란을 심판해달라"고 했다. 이처럼 정 대표가 야당 견제에 날을 세우는 배경으로 정치권에선 여당 강세론이 압도적이던 판세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 풀이한다. 공소취소 특검법·국민배당금제 등 여당발 논란들이 민심에 변화를 일으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울과 부산·울산·경남 중 특히 경남에서 접전을 보이고 있다"며 “오차범위 내 경쟁 중인 곳들 가운데 어느 쪽으로 유권자들이 더 많이 이동할지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대전역 서광장에서 열린 '6·3 대전시민의 승리 출정식'에서 이재명 정권 견제를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 대표는 “오늘 저는 '대전의 승리'를 선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5개 재판을 멈춰 세웠다. 또 대법관 수를 늘리고 자기 범죄를 없애기 위해 4심제를 만들더니 재판 취소를 위해 특검까지 만들겠다고 한다"며 “자기 죄를 없애겠다고 이러한 일을 하는 것이 인간의 탈을 쓰고 할 수 있는 일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재판을 재개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겠다. 국민의 행복 지수를 높이겠다"며 유세차 아래 빗물로 젖은 아스팔트 바닥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장 대표가 연일 여당과 대통령을 향해 공격 수위를 높이는 배경에는 최근 판세 변화에 대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선거 초반 다소 수세적이던 당내 기류와 달리 최근에는 “해볼 만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보다 공격적으로 선거 전략에 나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가 당초 전망과 달리 여야 초접전 구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정권 출범 직후 선거에서는 통상 '허니문 효과'가 작동한다. 올 초만 해도 경북지사를 제외하면 민주당이 대체로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최근 판세 변화는 민주당과 일부 후보들의 강점이 충분히 부각되지 못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AI 수도 만들겠다”…6·3 지방선거 뒤덮은 ‘AI 공약’

6·3 지방선거가 '인공지능(AI) 선거'로 변하고 있다. 과거 지방선거에서 도로·철도·산업단지 같은 SOC 공약이 중심이었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AI와 데이터센터, AX(AI 전환), 피지컬AI 등이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특히 정부에서 국가 AI 전략을 설계했던 핵심 인사들까지 직접 선거에 뛰어들며 지역별 'AI 도시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록 공약과 후보 발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선거구 모두에서 최소 1명 이상의 후보가 AI·AX·AI 데이터센터·AI 허브 등 AI 관련 공약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AI 행정', 부산·울산은 '제조업 기반 AI 산업', 전북은 '피지컬AI', 광주·전남은 '재생에너지 기반 AI'를 내세우며 지역별 차별화 경쟁도 뚜렷해졌다. 지방선거에서 'AI 공약'이 가장 활발한 지역 중 하나는 하정우 전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이 출마한 부산 북구갑이다.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북구를 '대한민국 AI 1번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교육·돌봄·지역경제를 아우르는 3대 공약을 발표했다. 중장기적인 비전으로는 '서부산 AI 테마 밸리 조성'을 내세웠다. 서부산 AI 테마밸리는 경부선 구포역 주변 구간 철도시설 지하화 이후 상부공간에 AI 기업·연구소·청년 창업 센터를 모아 AI 산업의 거점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하정우 캠프 관계자는 “단순한 AI 기업 유치가 아니라 서부산 제조업 산업의 AI 전환을 지원하는 '지역형 AI 거점'이 차별점"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지방균형발전 기조와도 연결되는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AI는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전재수 민주당 후보는 하 후보와 발맞춰 부산을 AI 핵심도시'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대규모 AI DC를 구축해 부산 동·서를 AI 특화벨트로 연결하고,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플랫폼 기업 유치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맞서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는 항만·해양·조선·제조 산업에 AI를 접목한 '부산형 AI'를 제시하며 데이터 허브와 피지컬AI 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AI G2 서울'을 내걸고 AI 민원 시스템, '15분 AI', 구로·가산 디지털단지 기반 피지컬AI 실증경제 등을 공약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유엔(UN) AI 허브'를 서울 용산에 유치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울산은 제조업 기반 AI에 방점을 찍었다. 김두겸 국민의힘 울산시장 후보는 SK·아마존(AWS)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제조업 AI 전환을 내세우며 'AI 수도 울산'을 공약했고, 김상욱 민주당 후보는 핵심 공약 1호로 '노동 중심 산업AX 대전환'을 제시했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재생에너지와 AI를 결합한 전략이 부각됐다. 민형배 민주당 후보는 재생에너지와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메가특구 조성을 주장하며 “전남광주를 AI 인프라 완결형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 역시 AI·데이터센터·청정에너지 수도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북에서는 이원택 민주당 후보가 상용차·농업로봇·건설기계 산업을 기반으로 한 '피지컬AI 규제자유특구'와 한국 피지컬AI 연구원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충남은 생활밀착형 AI에 방점을 찍었다. 박수현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는 '대한민국 AI 수도 충남'을 내걸고 농어업 AI 현장코치, AI 돌봄체계, AI 사회 인프라 구축 등을 발표했다. 제주에서는 위성곤 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가 'AI 기본권'과 공공형 AI 바우처를 제시하며 “AI를 도민 모두의 권리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지방선거 AI 공약 경쟁이 단순 유행이 아니라 지역 산업 구조 변화와 맞물린 흐름이라고 분석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AI가 모든 산업 분야에 도입되면서 생산성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며 “지역별 특화 산업과 결합한 AI 전략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AI를 도입하고 활용하느냐 여부가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재식 카이스트 AI대학원 교수는 “이미 지역별로 AI 관련 산업을 만들자는 수요가 많은 상황"이라며 “AI는 특화 분야가 많기 때문에 지역 특성에 맞춰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AI 공약 과열' 우려도 제기된다. AI가 선거에서 유행처럼 번지면서 실현 가능성보다 상징성에 치우친 공약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실제로 관심을 가지고 AI 3강을 만들기 위해 매진하는 후보도 있지만, 관련해서 쌓아온 게 없는데 갑자기 관련 공약을 펼치는 건 '과잉공약'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이예림 인턴기자

‘젊은층·외지인’에 달렸다…요동치는 강원 민심  [6·3 격전지 분석]

6·3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 중 하나로 꼽히는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며 이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접근성이 높은 원주를 중심으로 영서 남부의 젊은 층과 외부 유입 인구의 표심 향방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다만 강한 보수 결집력이 살아 있는 지역인 만큼, 선거 막판 뒤집기 가능성도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이 험지 강원에 투입한 4선 중진 우 후보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최근 ㈜한국리서치가 KBS춘천방송총국의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상호 후보는 44.8%, 김진태 후보는 32.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격차는 12.1%p로 오차범위 밖이다. 이는 지난 4일 공개된 같은 기관의 조사보다 차이가 더 벌어진 수치다. 당시 우 후보는 41%, 김 후보는 33.8%를 기록해 7.2%p 차였다. 해당 조사는 지난 11~14일,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 각각 강원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8%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우 후보의 우세 흐름을 놓고 높은 인지도와 중앙 정치 경험을 꼽는다. 4선 국회의원과 민주당 원내대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우 후보는 민주당 내 대표적 전략통이다. 민주당이 역시 전통적 험지인 강원에 중량급 인사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우 후보는 '대통령이 보낸 사람'을 전면에 내세우며 중앙정부와의 협력론을 강조하고 있다. 정권 교체 이후 집권당 프리미엄이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주를 중심으로 한 영서 남부의 표심 변화도 변수다. 수도권 접근성이 높은 원주 지역에 젊은 층과 외부 유입 인구가 늘면서 과거보다 민심 지형이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반면 김 후보는 지난 4년간의 도정 성과를 앞세워 반격에 나서고 있다. 김 후보 측은 강원도 사상 처음으로 국비 10조원 시대를 연 점과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추진 성과를 핵심 실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강원도는 올해 정부 예산에서 10조 2600억원 규모의 국비를 확보했다. 강원도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강원보다 인구가 2배 이상 많은 부산·인천보다 많은 수준으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5위를 기록했다. 김 후보는 이를 토대로 '지역 일꾼론'을 내세우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지원 유세에서 “지역 문제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지역 발전을 이끈다"며 김 후보를 치켜세웠다. 양측은 민생과 지역 개발 공약을 앞다퉈 내놓으며 정책 경쟁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우 후보는 청정에너지 고속도로 구축과 평화경제특구 조성, K푸드·산림·목재 6차 산업 확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또 원주시·횡성군 물 문제 해결을 위한 '광역 물관리 통합협의체' 구성도 약속했다. 특히 “5대 기업과 최소 20조~70조원 규모의 강릉 데이터센터 투자 협의를 마쳤다"며 자신이 강원 발전을 이끌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반도체·이모빌리티 산업 고도화와 '강원형 4대 도민연금', 반값 육아용품 지원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농자재 지원을 어업·임업 분야까지 확대하는 '4대 반값 시리즈'도 발표했다. 원강수 원주시장 후보와 함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기업도시 24시간 어린이전문병원 설립도 공동 공약으로 제시했다. 정치권에서는 판세를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강원은 여전히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이어서 선거 막판 보수층 결집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춘천·원주 등 상대적 우세 지역에서 격차를 더 벌리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영동권과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결국 막판 투표율이 승부를 가를 최대 변수라는 전망이 나온다. 네거티브 공방 역시 막판 판세를 흔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4050 세대에서는 우상호 후보가 우세하고, 60대 이상에서는 김진태 후보 지지세가 강한 흐름이 나타난다"며 “선거 막판 양측이 상대 후보의 약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파고드느냐도 승부를 좌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한 표라도…‘돈 풀기’ 경쟁 끝이 없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민생복지라는 명분 아래 돈 풀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지역화폐 발행부터 출산지원금, 교통비, 취약계층 생활비 지원 등 현금성·준현금성 처방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겠다는 것이다. 21일 정치권에서는 불확실한 재원 조달 방안과 재정 건전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 선거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에서는 '생활비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공약들이 돋보였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10% 할인가로 2조5000억원 가량의 지역화폐(서울사랑상품권)를 확대 발행한다고 약속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은 기존 취약계층 대상의 디딤돌소득 사업 지원 범위를 넓히고, 월 최대 110만원을 지원하는 등 수혜를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 인천 시장 자리를 놓고 여야 후보 간 현금성 공약 싸움도 두드러진다. 시중 유동성 확보를 골자로 한 포괄형 공약부터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폭넓은 지원 체계로 맞붙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역 화폐(인천e음) 캐시백을 20%로 유지하되, 결제한도를 100만원까지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산후조리비·청년 월세·아동급식비 등의 지원금 지급 대상·규모도 보다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은 5~7월 3개월 간 인천e음 캐시백 비율을 10%→20%로, 결제 한도는 50만원으로 상향시켰다. 여기에 월 3만원 수준의 천원패스(교통카드) 도입부터 기존 취약계층에서 일반 가정까지 기저귀·분유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정책까지 신설하겠다는 구상이다. 경기도에서는 핀셋형 공약이 눈길을 끌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공공 예식장을 이용하는 신혼부부 연 300쌍에게 결혼지원금 100만원을,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는 70세 이상 버스비 전액 무료 정책을 내걸었다. 수도권 이외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는 1인당 20만원의 대전형 고유가 피해지원금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장우 국민의힘 후보는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을 확대하고, 연간 대학입시생 약 1만명을 대상으로 1인당 50만원의 지원금도 약속했다. 이 밖에 양정무 국민의힘 전북도지사 후보는 1호 공약으로 전 도민 1인당 200만원을 지급하는 파격적 공약으로 승부수를 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선거 직전 대규모 현금성 지원 공약을 두고 '포퓰리즘 매표 행위'라고 지적한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 속 실업 상태인 청년·어르신 등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고, 소비 활성화 등 승수효과를 노려 무리한 공약을 내걸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금 조달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중앙정부 재원에 의존하거나, 아직 확보되지 않은 추가경정예산을 미리 설계해 선심성 현금 공약을 남발하면서 결과적으로 재정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의 경우 재정 여력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지방재정365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재정자립도는 42.37%로 전년(43.18%) 대비 1.8% 감소했다. 이 지표는 지자체가 재정 수입으로 살림을 꾸리는 능력을 뜻한다. 해당 지표가 50%를 밑돈다는 것은 전체 재원의 절반 이상을 자체 세입으로 충당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서울·경기·인천·세종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가 평균 수치를 밑돌았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현금성 공약 자체만으로 나쁘다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무분별하게 돈을 퍼줄 것이라는 우려"라며 “후보마다 공약에 타당한 명분이 있고, 현실성 있는 계획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언론과 시민단체도 공약 검증을 철저히 해야하고, 최종 평가자인 유권자들도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서울 초접전 속 ‘관훈토론’…吳는 부동산, 鄭은 안전 때렸다

20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여야 후보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또 한 번 맞붙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부동산·특검법'을 고리로 공세를 폈고,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시정 안전 책임론'으로 반격했다. 다만 이날 토론회는 정 후보 측의 거절로 양자 대면 없이 '순차 정견발표' 형식으로 진행됐다. 정치권에서는 정 후보의 잇따른 토론 회피 논란을 두고 “유권자의 알 권리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토론회에 먼저 나선 오 후보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명픽(이재명 대통령 픽)' 정 후보를 압박했다. 그는 “실거주를 강조하면서 각종 물건을 내놓도록 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전월세가 급등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 트리플(매매·전세·월세) 강세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이쯤에는 고집을 꺾어야 하고, 민주당 정원오 후보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후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의 부동산 공약에 대해서도 “서울시 부동산 정책을 계속 벤치마킹해 싱크로율이 80~90%에 이르는 주택 정책"이라며 “말로만 오세훈보다 더 빨리하겠다고 하지 말고 후보 시절에 해결해보라고 여러 차례 촉구했지만 요지부동이다.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을 향해서는 “이 대통령의 죄를 자신이 임명한 특검으로 없애려는 '셀프 지우기'"라며 “권력에 움츠러들지 않고 상식과 법치의 편에 서는 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토론회에 참석한 정 후보는 이번 선거를 “오세훈 시장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행정에 대한 심판 선거"로 규정했다. 그는 오 후보 시정 10년 동안 벌어진 서울시 안전사고를 집중 거론했다. 정 후보는 GTX-A 삼성역 구간 철근 누락 미보고 논란을 비롯해 이태원 참사, 강남역 침수 사태, 명일동 싱크홀 사고, 한강버스 사고 등을 언급하며 “오세훈 실정 10년 동안 서울시는 너무나 무사안일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책임한 행정은 이제 뿌리 뽑아야 한다"며 “유일한 방법은 바로 시장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발표한 '무소득 1주택자 재산세 감면' 공약에 대해서는 “고통을 덜어드리는 차원"이라며 “사업과 소득이 없는 경우, 60세 이상 은퇴자는 대상으로 확정했고, 선거 후 액수에 대한 문제를 의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 월 20만 원 월세 지원 확대 등 주거 부담 완화 방안도 함께 내세웠다. 서울시장 선거는 초접전 흐름이다. 조선일보가 여론조사기관 메트릭스에 의뢰해 16~17일 서울·대구·부산·경남 지역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무선 전화 면접 100%)에서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는 정원오 후보 40%, 오세훈 후보 37%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당초 제기됐던 '정원오 압승론'과 달리 선거가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흐르면서 오 후보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오 후보는 지난 19일 지지율 추세 변화와 관련해 “과대 포장됐던 질소 포장지가 뜯겨 나가면서 정원오 후보의 실체가 드러난 결과"라며 “그동안의 제 업적의 진가가 이제 좀 알려지기 시작하는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정 후보의 '토론 최소화 전략'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는 오 후보 측이 양자 토론을 제안했으나 정 후보 측이 거절하면서 '순차 토론'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 후보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주택 문제만이라도 양자 토론을 하자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는데 아직도 묵묵부답"이라며 “무능과 준비되지 않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정 후보는 전날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토론 회피' 비판에 대해 “오 후보가 5개월간 질 낮은 네거티브 선거로 일관해 왔다"며 “그러면서 한편으로 토론을 요구하는 건 정직하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는 정 후보의 토론 최소화 전략을 두고 유권자의 알 권리 침해라는 비판과 함께 지지율 흐름을 의식한 방어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서울시장은 도시를 투명하게 운영할 역량을 검증받아야 하는 자리인데, 토론을 회피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상대 후보가 치고 올라오는 흐름이 보이자 더 노출을 꺼리는 '은둔 전략'을 쓰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원오 후보가 의도적으로 토론을 피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큰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오세훈 후보에 비해 적기 때문에 토론이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李 “한일, LNG·원유 협력 강화…공급망 공조 확대”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일 간 에너지·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원유 수급과 비축 관련 정보 공유 및 소통 채널도 심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북 안동의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한일 정상은 최근 중동 상황에서 비롯된 공급망과 에너지 시장 불안정성으로 양국의 긴밀한 협력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저와 다카이치 총리는 그동안 셔틀외교를 통해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허심탄회한 논의를 했다"며 “양국은 지난 3월 체결된 '한일 공급망 파트너십'의 성과를 평가하고, 공급망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 “다카이치 총리는 한일 양국이 긴밀히 공조해 공급망 위기를 겪는 여타 아시아 국가들과 공급망 협력을 심화하자고 제안했고 저도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와 관련해서는 “양국은 핵심 에너지원인 LNG 및 원유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지난 3월 체결된 'LNG 수급협력 협약서'를 바탕으로 LNG 협력을 확대하고, 원유 수급 및 비축과 관련한 정보 공유와 소통 채널도 심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보 분야에서는 한일·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일·한미일 협력의 중요성도 재확인했다"며 최근 한일 안보정책협의회가 처음으로 차관급으로 격상된 데 대해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는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함께 성장하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의 한반도'를 구축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1월 한일 정상회담 당시 발표문에 포함됐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표현은 이번 발표문에는 담기지 않았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 조세이 탄광 유해 발굴 문제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 조세이 탄광에서 발굴된 유해의 DNA 감정이 곧 시작된다"며 “양국이 과거사 문제에 있어 인도주의적 사안부터 협력해 나가는 작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회담을 포함해 저와 다카이치 총리는 7개월 동안 네 차례나 마주 앉았다"며 “양국 정상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한 때 만나 소통하는 셔틀외교가 완전히 정착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일 양국이 공유하는 우정과 유대가 그만큼 두텁고 단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머지않은 시기에 일본의 또 다른 아름다운 지역에서 총리님을 뵙고 진솔한 소통을 이어가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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