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대 흔드는 ‘명청 갈등’…정청래에 김민석·송영길 도전장

오는 8월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청래 대표의 연임 도전이 유력한 가운데 김민석 국무총리와 송영길 의원도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 총리를 띄우고 지방선거 결과에는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명청 갈등'도 다시 전면에 부상하는 분위기다. 10일 정치권에서는 이번 전당대회가 차기 총선과 대선 구도까지 흔들 민주당 권력 재편의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8월 17일 전당대회를 열고 차기 당대표와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한다.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전당대회 날짜는 오는 8월 17일로 합의했다. 의결은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대표 경선 구도도 점차 선명해지고 있다. 연임 도전이 예상되는 정 대표를 비롯해 김 총리, 송 의원이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된다. 여기에 김용민 의원 등 추가 주자의 출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전당대회에 특히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차기 당대표가 2028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경우에 따라 차기 대선 구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번 전당대회는 역대급으로 중요한 전당대회"라며 “차기 총선과 대선까지 이어지는, 사실상 당의 정권 재창출을 향한 분기점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현직 대표이자 권리당원 중심의 강성 지지층을 확보한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정 대표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 당시 '당심' 공략에 성공하며 당권을 거머쥔 바 있다. 실제 권리당원 투표에서 정 대표는 66.48%를 얻어 박찬대 당시 후보를 30%포인트 이상 앞섰다. 정 대표는 6·3 지방선거 국면에서도 전국 현장 행보를 통해 일찌감치 '당심 챙기기'에 나섰다. 당시 강원, 부산, 충남, 경남, 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지역 일정을 소화했다. 후보 지원 유세 이후에는 개인 일정으로 지역 내 '민생 체험'에 나서는 모습도 다수 연출했다. 이를 두고 친명계 일각에서는 선거 지원보다 '자기 정치'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과 일부 격전지를 내주면서 '정청래 책임론'이 최대 부담으로 떠올랐다. 당내 친명계를 중심으로 선거 결과에 대한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정말 심각한 패배"라고 평가했다. 김 전 부원장은 '정청래 대표가 차기 당권을 포기하는 것이 맞나'라는 질문에 “그것은 대표 본인 판단에 달린 것"이라면서도 “제 개인적으로는 그런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친명계인 이건태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 대표의 조기 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이 의원은 “유리한 정치 환경 속에서도 패배했다는 사실 자체가 당의 선거 전략과 지도력에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준다"며 “패배에 대한 책임 역시 지도부가 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다시 불거진 '명청 갈등'도 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지난 9일 이 대통령의 순방 환송 행사에 정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지도부가 불참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는 “중동 전쟁 장기화와 선관위 부실 관리 대응 등 국내 상황을 염두에 둬 청와대 및 내각 인사 등 환송 인원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이날 순방길에는 김 총리가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정청래 지도부를 에둘러 비판했다. 반면 김 총리에 대해서는 “이렇게 단기간 내에 구체적 성과를 많이 낸 내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해줬다"며 “이제는 다른 역할을 맡는 게 더 적정하다고 보이기 때문에 역할을 바꾸게 됐다"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일단 갈등 봉합에 나선 모습이다. 정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에 대한 평가와 인식에 공감한다"며 “선거 과정에서 확인된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들어 부족한 것은 채우고 가다듬을 것은 가다듬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번 전당대회를 두고 “청와대는 지금까지 당청 관계가 원활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고 싶어할 수 있다"며 “공천 문제도 걸려있기 때문에 그 부분도 놓칠 수 없지 않겠냐"고 분석했다. 이어 “대통령 순방 환송 행사에도 정청래 대표는 공항에 안 나간 게 아니라 못 나간 것"이라며 “그것은 '명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속보] 국힘 신임 원내대표에 3선 정점식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3선·경남 통영·고성)이 10일 제1야당의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정 의원은 이날 결선 투표에서 103표 중 55표를 얻어 48표에 그친 김도읍 의원(4선)을 꺾었다. 1차 투표에서 3위를 기록한 성일종 의원은 결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선출 직후 정 의원은 “당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시기에 막중한 책임을 맡겨주신 의원님들의 뜻을 받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일각의 '윤어게인·도로 친윤당' 우려에 “그 우려는 완전히 거두어달라"고 정면 돌파 의지를 내보였다. “특정 계파나 특정인을 위한 방패막이는 절대 되지 않겠다"며 “오직 민심과 의원총회의 집단지성만 바라보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책위의장 시절 '절윤선언문' 작성을 주도하고, 지난 지방선거 당시 당대표에게 직언한 전례를 근거로 들었다. 정 의원은 1965년 경남 고성 출생으로 창원 경상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제30회 사법시험(연수원 20기)에 합격한 뒤 검찰에서 대검찰청 공안기획관, 서울중앙지검 2차장, 대검 공안부장을 역임했다. 2013년에는 통합진보당 해산 TF 팀장을 맡아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결정을 이끌어냈다. 2019년 4·3 재보궐선거로 처음 국회에 입성한 뒤 21·22대 총선에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를 지냈으며,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을 거치며 당 주류의 신임을 쌓았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속보] 김도읍·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 결선행

국민의힘은 10일 새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1차 투표에서 김도읍(4선·부산 강서)·정점식(3선·경남 통영고성)·성일종(3선) 세 후보 모두 과반을 넘지 못했다. 성일종 의원이 3위로 탈락하면서 김도읍·정점식 의원이 결선에 올랐다. 성 의원 지지표의 향방이 승부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김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인적 쇄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연이은 선거 패배와 정국 혼란 속에 주저앉을 수 없다"며 “말로만 변화를 외칠 게 아니라 얼굴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통 보수 정당의 자존심을 걸고 다시 일어나야 할 때"라며 “한 분도 이탈 없이 차돌처럼 대동단결해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정 의원은 '친윤 방패막이' 우려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특정 계파나 특정인을 위한 방패막이는 절대 되지 않겠다"며 “'윤어게인', '도로 친윤당' 프레임에 대한 우려는 완전히 거두어달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정책위의장 시절 '절윤선언문' 작성을 주도했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당 대표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며 “오직 민심과 의원총회 집단지성만 바라보겠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환율 1500원대 3주째 지속…당정, 외환규제 풀고 달러 공급 늘린다

원·달러 환율이 3주째 1500원대로 고환율 흐름을 보이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외환 규제를 완화해 금융기관의 달러 조달 여력을 넓히기로 했다. 투기성 외환 거래 단속을 강화하고 긴급할당관세로 생활물가를 잡는 등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중동전쟁 경제대응특별위원회는 10일 국회에서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와 6차 회의를 열고 최근 환율·물가 동향과 중소기업 지원 현황 등을 점검했다. 특위 간사인 안도걸 의원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환율 안정과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가용한 정책 수단을 전방위적으로 가동하기로 했다"며 “물가 불안으로 인한 민생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정은 우선 민간 금융기관의 달러 조달 여력 확대를 위해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기준 완화와 외환건전성 부담금 면제 조치 연장 등 외환 규제 완화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외환건전성 부담금은 외국환거래법상 금융기관이 일정 규모 이상의 외화부채 보유 시 납부하는 제도로, 면제 시 외화 차입 비용이 줄어 달러 공급 확대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는 앞서 지난 1월 이 부담금을 6개월간 면제한 바 있다. 아울러 한국은행·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불법 외환거래 조사와 단속을 강화하고,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거래 투명성을 높여 국내 시장으로 점진적으로 흡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안 의원은 “외환시장 변동성을 확대하는 투기 거래와 환율 상승에 편승한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조사·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외환시장의 최대 달러 수요처인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해외 국채 발행·해외 차입·외환스와프 확대 등 투자 재원 조달 방식 다변화를 추진한다. 달러 수요를 분산해 환율 상승 압력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하반기 긴급할당관세 조치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안 의원은 “달걀 등 주요 농축산물과 식품 원재료 수입 물량을 확대하고 수급 불안 품목에 대한 집중 관리를 강화하는 등 전방위적인 물가안정 대책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추경 집행 현황도 보고됐다. 신속집행 대상 예산 10조5000억원 중 5월 말 기준 7조4000억원(70%)이 집행돼 당초 목표치(66%)를 웃돌았으며, 고유가 피해지원 국고보조금은 99%가 집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원유 6∼7월분과 나프타 5∼6월분은 각각 전년 대비 85% 이상 확보돼 핵심 원자재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차량 2부제 완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유 위원장은 “원유 수급 상황이 90%에 육박하는 상황"이라며 “당초 심각했던 상황에서 시행했던 차량 2부제를 5부제 정도로 완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정부는 관계부처 검토 후 결과를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국민주권시민연대 “정청래, 당내 경선 의혹엔 침묵…선관위엔 국정조사·특검 요구” 이중잣대 규탄

전남광주=에너지경제신문 문승용 기자 국민주권사수광주전남민주시민연대(상임대표 김범태, 이하 시민연대)는 9일 성명을 발표하고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지도부를 향해 전남광주특별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부정 의혹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와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시민연대는 이날 입장문에서 “민주주의의 성지인 광주·전남에서 진행된 전남광주특별시장 경선 과정에서 권리당원 모집 논란, 불법 조직 동원 의혹, 금품 제공 의혹, 여론조사 왜곡 논란 등 각종 의혹이 선거 기간 내내 제기됐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최근 국회 선거관리위원회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서는 국민주권 훼손이라며 국정조사와 특검까지 거론하고 있다"며 “국민의 표심이 왜곡됐을 가능성에는 한없이 엄격하면서도 정작 민주당의 뿌리인 호남에서 제기된 당내 경선 부정 의혹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는 모습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시민연대는 지난 한 달여 동안 민주당 광주시당 등 도심에서 '전남광주특별시장 부정 경선 진상규명 촉구 집회'를 이어오며 중앙당 차원의 조사와 재심을 요구해 왔지만 어떠한 공식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시민연대는 “민주당 지도부가 선관위를 향해 제기하는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전남광주특별시장 경선 의혹 역시 독립적 조사기구를 통한 철저한 검증 대상이 돼야 한다"며 “국민주권을 말하면서 당원주권을 외면하는 정당은 스스로 민주주의 정당임을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전남과 광주가 역사적 통합을 통해 새로운 특별시 체제를 출범시키는 중대한 시점에 첫 특별시장부터 부정 의혹의 꼬리표를 달고 출범한다면 시정 운영의 정당성과 추진 동력은 시작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특별시장은 단순한 지방자치단체장이 아니라 통합시대를 상징하는 정치적 리더"라며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범하는 특별시는 시민 통합보다 갈등과 불신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시민연대는 민주당 중앙당을 향해 △전남광주특별시장 경선 전 과정에 대한 재조사 △제기된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위원회 구성 △조사 결과 공개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한편 시민연대는 이날 광주광역시에 '신세계 복합쇼핑몰 신축공사 중지 긴급 행정명령 청원서'도 제출했다. 시민연대는 최근 신세계그룹과 스타벅스가 진행한 이른바 '5·18 탱크데이' 마케팅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키는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 표현 활용 논란에 대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상업적 마케팅 소재로 소비한 역사 왜곡 행위"라고 규정했다. 또 “정용진 회장이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피해 당사자인 광주시민과 민주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책임 조치나 재발 방지 대책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며 “광주 정신을 훼손한 기업이 광주 도심 한복판에서 수천억 원 규모 복합쇼핑몰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시민 정서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시민연대는 “광주시는 단순히 사업 인허가만 담당하는 행정기관이 아니라 5·18 민주정신을 계승하고 시민의 자존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며 “신세계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있는 후속조치가 확인될 때까지 복합쇼핑몰 신축공사 중단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연대는 “정치 권력의 오만과 자본 권력의 역사 왜곡은 본질적으로 시민주권을 경시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며 “전남광주특별시장 경선 진상규명과 신세계 역사왜곡 논란 해결을 위해 광주는 물론 박종철 열사의 고향인 부산 시민사회와도 연대해 끝까지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민연대는 지난 4월부터 전남광주특별시장 경선 과정의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광주 도심 집회를 이어왔으며, 지난 5월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과문에 대한 별도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정치권과 대기업을 상대로 시민주권 회복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문승용 기자 symnews@ekn.kr

[단독] 22대 국회 전반기 성적표…국힘 상임위 법안 처리율·회의 개최 ‘낙제점’

제22대 국회 전반기 1년간 17개 상임위원회 중 국민의힘 소속 위원장 상임위 7곳 중 4곳, 민주당 소속 위원장 상임위 10곳 중 3곳이 법안 처리율 하위권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의 경우, 월평균 회의 개최 횟수도 전체 평균을 크게 밑돌면서 핵심 민생·경제 법안 처리가 줄줄이 지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가 너무 느려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공개 비판하고,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전면 개편 카드를 꺼내든 배경이기도 하다. 9일 본지가 국회 회의록과 의안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년(2025년 6월 4일~올해 6월 1일)간 예산결산특별위를 제외한 17개 상임위에 접수된 법안 8041건 중 1636건(20.03%)이 처리된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위원장 상임위 7곳 가운데 4곳이 처리율 하위 7위권(11~17위)에 몰렸다. 성일종 위원장의 국방위 11위, 김석기 위원장의 외교통일위 13위, 윤한홍 위원장의 정무위 15위, 신성범 위원장의 정보위 16위를 각각 기록했다. 4곳 모두 전체 평균(20.03%)을 크게 밑돌았다. 이철규 위원장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는 중위권인 7위에 머물렀다. 반면 임이자 위원장의 재정경제기획위(3위)와 이인선 위원장의 성평등가족위(2위)는 상위권을 기록해 국민의힘 위원장 상임위 중 예외적으로 선전했다. 반면 처리율 상위권은 민주당 소속 위원장 상임위가 차지했다. 기술정보방송통신위가 처리율 1위를 기록했고, 교육위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가 뒤를 이었다. 처리율 꼴찌(9.35%)인 국회운영위는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가 이끌고 있어 예외적 사례로 꼽혔다. 낮은 법안 처리율의 원인으로 상임위 가동률 저하가 꼽힌다. 소위원회를 포함한 월평균 개최 횟수를 보면, 국민의힘 소속 위원장이 이끄는 상임위가 하위권에 집중됐다. 윤한홍 위원장의 정무위, 김석기 위원장의 외통위, 성일종 위원장의 국방위, 신성범 위원장의 정보위, 이인선 위원장의 성평등가족위 등이 전체 평균(3.4회)을 밑돌았다. 같은 기간 민주당 소속 위원장이 이끄는 법사위와 과방위 등 상위권 상임위와는 최대 4배 이상 차이가 났다. 여당 의원들은 국민의힘 위원장들이 의도적으로 회의를 기피했다고 비판했다. 정무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정무위는 지금 거의 안 연다고 봐야 한다"며 “국민의힘 소속 상임위원장들이 회의를 안 여는 건 전략적으로 그런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직격했다. 이어 “그나마 처리하는 법안도 이견이 적은 보훈법"이라며 “조문 하나로 법 6개를 바꾼 걸 실적으로 치면 처리율이 더 높아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다. 실질적 처리율은 더 낮다"고 꼬집었다. 자본시장법이나 온라인 플랫폼 관련 공정거래법 등 쟁점 법안은 손도 못 댔다고 전했다. 서민금융안정기금 법안도 처리가 미뤄진 대표 사례다. 서민금융진흥원에 상시 기금을 설치해 서민금융보증계정과 자활지원계정을 통합 관리하는 내용으로, 재원의 핵심인 금융회사 출연 의무 조항이 오는 10월 8일 일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9월 발의됐지만 8개월 넘게 정무위 소위를 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 확정 전에 처리되지 않으면 정책서민금융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며 거듭 촉구했으나, 지난달 소위에서도 야당 의원들이 “컨설팅 용역 결과를 먼저 보자"며 결론을 미뤄 계속 심사로 넘겨졌다. 산자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도 “법안소위를 월 2회 개최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는데도 하자고 해도 안 열었다"며 “RE100 산단법, 2차전지 육성법 등 핵심 경제법안이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 위원장들이 지난 정권 시절에는 정권을 방어하기 위해 회의를 안 열고, 정권이 바뀌고 나서는 견제한다고 또 안 연다"며 “다른 상임위 열 번 할 때 한 번 열까 말까 한다"고 했다. 외통위 소속 한 의원은 “국힘 위원장 영향이 확실히 있다"며 “미국은 다수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맡고 책임도 지는데, 우리는 타협으로 나눠주면서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위원장들은 일제히 반박했다. 성일종 국방위원장은 “회의는 여야 합의가 이뤄져야 여는 건데 여당이 현안에서 공격받는 입장이니 합의를 안 해줬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래도 국방위가 제일 일을 많이 했을 것"이라며 미사일 수출 확대, 캐나다 국방 협력 결의안, 초급 장교 복지 특위 구성 등의 성과를 열거했다. 이철규 산자위원장은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를 거부할 때가 많았다"며 “반도체법·송전망법·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법 등 민감한 사안을 처리한 모범적 상임위"라고 반박했다. 이인선 성평등위원장은 “겸임위원회라 다른 위원회와 일정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회의를 자주 열지 않은 것"이라며 “대신 법안 통과는 잘 됐다"고 했다. 운영위를 이끄는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운영위는 청와대와 국회를 다루는 특성상 주요 현안이 있을 때 회의를 여는 구조인데, 이번 전반기에는 그런 현안이 많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선거가 끝나고 원내대표와 운영위가 새로 구성되면 더 활발히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운영위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피감기관이 대통령실과 국회이다 보니 회의가 많다는 건 여당 쪽에 주목할 이슈가 많다는 얘기여서, 솔직히 여당이 자주 열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여당은 국민의힘 위원장 상임위 환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국방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안보 관련 상임위는 보통 여당이 맡아야 책임감 있게 운영된다"고 했고, 정무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도 “경제산업 분야는 여당이 맡아야 정부 정책을 책임 있게 뒷받침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국민의힘이 국회 운영에 비협조적이라며 하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상임위원장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당시 한병도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다른 쟁점 법안들을 핑계 삼아 시급한 민생 법안들까지 발목을 잡고 있다"며 “상임위원장 여야 배분 문제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여당 간사 중심의 단독 회의 추진과 '일하지 않는 위원장'의 권한을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상임위원장이 야당이면 아무것도 못 하느냐"며 “자본시장법 등을 개정해야 하는데 야당이 정무위원장이라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 매우 부당하다"고 직접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의 구체적 요구는 핵심 경제 상임위 환수에 맞춰져 있다. 민주당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핵심 법안을 다루는 재정경제기획위와 정무위도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사위원장은 추호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현재 17개 상임위 가운데 민주당이 10곳, 국민의힘이 7곳의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직을 확보한 대신 정무위와 산자위 등 경제 관련 상임위원회는 국민의힘이 맡았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입법 폭주에 이어 상임위도 싹쓸이하려는 것이냐"며 “관례에 따라 경제·외교·안보 부처를 중심으로 최소 7개 위원장은 자당 몫"이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도읍 의원은 “제1당이 국회의장을 가져가면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갖는 건 관례를 넘어 불문법에 가깝다"고 했다. 김하나·박서현 기자 uno@ekn.kr

말뿐인 ‘사과·쇄신’…선관위 개혁 왜 번번이 무산됐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또다시 선거 관리 부실 논란의 중심에 섰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당정이 진상 규명과 제도 개선을 예고하면서, '선관위 개혁론'은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9일 정치권 안팎에선 반복된 사과와 쇄신 약속에도 유사한 문제가 되풀이돼 온 만큼, 이번에도 '말뿐인 쇄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선관위 개혁 요구는 우선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으로 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 8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각각 국회에 제출했다. 사태 발생 경위와 중앙선관위·지역 선관위 간 보고·대응 체계, 현장 조치의 적절성 등이 핵심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의 조직 운영과 인사·감사 체계 전반까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검경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지시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주문했다. 이어 8일에는 4부 요인과 긴급 회동을 갖고, 진상 파악과 재발 방지책 마련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선관위의 선거 관리 부실 논란은 전국 단위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반복돼 왔다.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의 사전투표 용지가 간이 용기와 택배 상자, 쇼핑백 등에 담겨 관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이는 이후 사전투표를 향한 불신과 부정선거론의 불씨가 됐다. 2025년 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과정에서는 '투표용지 외부 반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서울 신촌의 한 투표소에서 선거인에게 배부된 투표용지가 투표소 밖으로 반출되는 일이 발생했다. 기표를 기다리는 유권자들의 줄이 길어져 투표소 밖까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현장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일부 유권자가 대기줄에서 이탈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왔다는 주장까지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파장은 커졌다. 선관위는 결국 대국민 사과문을 냈다. 선관위는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면서 “사과는 있었지만 쇄신은 없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일부 유권자의 참정권 침해 논란으로 번지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로까지 이어졌다. 국회에서도 그동안 선관위 개혁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다. 사무총장 인사청문회 도입, 선관위 특별감사관 임명, 외부 감사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상당수 법안은 상임위에 계류되거나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선거 직후에는 여야가 앞다퉈 선관위 개혁을 외치지만, 시간이 지나면 후속 논의가 중단되는 일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선관위 역시 외부 통제 확대에는 부정적 입장을 유지해 왔다. 헌법기관으로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감사기구 신설이나 특별감사관 도입 등 외부 견제 장치에 대해서는 독립성 훼손과 위헌 소지를 우려해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선관위가 정치권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이 개혁을 어렵게 만드는 근본적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를 관리하는 선관위의 판단이 정당과 후보자의 선거운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치권이 선관위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공희준 정치컨설턴트는 “정치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선거인데, 정당 입장에서는 선관위의 판단이 선거운동과 정치적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그만큼 정치권이 선관위를 쉽게 건드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관위는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외부에서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들여다보기 어려운 조직이 됐다"며 “중앙선관위와 지역 선관위 간 대응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잇단 부정선거 의혹 제기와 외부 압박이 선관위 조직을 위축시켰고, 그 결과 소극적·회피적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 선관위 상임위원은 “지방직 경력채용과 관련해 2023년부터 권익위, 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압박과 검찰과 경찰의 수사로 직원들이 위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이 비판과 공격을 이겨낼 힘을 키우기보다 이를 피하려는 쪽으로 기울면서, 공정선거의 수호자라는 사명감과 민주주의 관문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잃어버린 것 같다"며 “조직이 '월급쟁이'처럼 변해버린 측면이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선관위가 이번 사태에 대해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헌법기관으로서 다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세우는 일도 필요하다"며 “정쟁의 방식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공정선거를 지키는 기관으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회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李대통령 “그냥 못 넘길 상황”…선관위 사태에 ‘4부 요인’ 회동

이재명 대통령은 8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4부 요인들과 대책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회동에서 “그 숫자가 얼마이든, 결과에 영향이 있든 투표권 행사와 충분한 국민주권 행사 실현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날 회동에는 이 대통령을 비롯해 조정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조희대 대법원장이 참석했다. 기존 5부 요인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제외됐다. 이 대통령은 “공무에 다들 바쁘실 텐데 이렇게 급작스럽게 모임을 갖자고 연락드렸다"며 “지금 상황이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이 정한 독립기관이어서 그 누구도 공식적으로 그 업무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심지어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감사조차 할 수 없다는 게 현 헌법의 해석이기도 해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해서 이걸 방임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선거는 기본적 헌정 질서의 핵심을 이루는 국민주권 실현 과정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독립된 헌법기관의 책임자들이 다 모인 만큼 우선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공식적인 논의를 했으면 한다"며 “뚜렷한 방법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일단 진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어떤 형태로든 국민 시각에서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며 “가능한 대안과 대책이 있는지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4부 요인들도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진상규명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의장은 “견제받지 않는 독립성이 초래한 사태에 대한 자성과 철저하고 근본적인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며 “헌법적 독립성이라는 그늘 아래 국민의 참정권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안일해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의장은 “지체 없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추진해 진상규명에 나서고 선관위 개혁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번에 확실한 처방과 근본적 개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도 “투표용지 부족으로 소중한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한 국민이 계셔 안타깝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민주 국가에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진상을 소상히 밝히고, 문제의 원인을 면밀히 파악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도 개선에도 힘써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사법부 역시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본연의 역할을 통해 선거의 공정성과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헌재소장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선거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자부심에 상처를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우리는 언제나 이를 교훈 삼아 더욱 성숙하고 안정된 민주주의를 만들어왔다"며 “이번 사태를 뼈아픈 성찰의 계기로 삼아 사안의 진상을 엄밀하게 파악하고 그에 대한 법적 평가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국가와 정부, 헌법기관을 책임지고 있는 분들이 먼저 국민에게 이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공동 선언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방향을 잡았고, 저는 어제 정부가 주관하고 여야, 국민이 함께할 수 있는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법률을 고치고 필요하다면 헌법을 고쳐서라도 국민들이 제기한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결의를 함께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이날 선관위 등을 상대로 '국정조사 요구서'를 각각 제출하며 진상규명 절차에 착수했다. 민주당은 소속 의원 161명 전원 명의로 투표용지 인쇄 수량 산정과 현장 대응의 적정성, 선거관리 지침·시스템 개선 방안 등을 조사 범위에 포함했다. 앞서 국민의힘도 소속 의원 110명 전원 명의로 요구서를 내고 투표용지 부족 원인과 참정권 침해 규모, 투·개표 동시 진행 및 개표 중단 거부 결정, 투표함 반출 과정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정조사 세부 사항을 두고는 이견이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을 여야 동수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의석 비율에 따른 위원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특검 도입과 재선거 문제를 놓고도 양측의 온도 차는 뚜렷하다. 국민의힘은 특검과 전면 재선거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특검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재선거 여부는 소청과 법원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김병헌의 체인지] 민주당, 지방선거 이후가 위험한 이유

1997년 영국 노동당은 역사적 압승을 거뒀다. 영국 사회는 새로운 시대를 기대했다. 그러나 토니 블레어 정부를 가장 먼저 흔든 것은 내부 권력투쟁이었다. 재무장관 고든 브라운과의 갈등은 집권 초기부터 폭발했고, 당내 권력 이중구조는 장기 집권의 동력을 갉아먹었다. 블레어는 높은 지지율 속에서도 끊임없이 당내 눈치를 봐야 했고, 후반기로 갈수록 국정 장악력은 급격히 약화됐다. 일본 민주당 정권도 비슷했다. 2009년 자민당을 무너뜨리며 등장했지만, 내부 계파 갈등과 정책 혼선 속에 불과 3년 만에 붕괴했다. 권력은 승리의 순간 가장 강해 보인다. 그러나 그때부터 균열이 시작된다. 역사적으로 정권을 무너뜨린 것은 강한 야당보다 내부 권력 충돌과 민심 이반이었다. 지금 이재명 정부 앞에 놓인 장면이 그렇다.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을 놓쳤지만 무난한 승리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오히려 “선거 후가 더 위험하다"는 말이 나온다. 선거 승리는 끝이 아니라 권력 재편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그 중심에 민주당 전당대회가 있다. 겉으로 보면 민주당은 친명 일색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내부는 이미 여러 층위의 권력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친이재명계와 정청래 대표를 중심으로 한 강성 당원 조직 사이의 긴장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수준이다. 단순한 계파 경쟁이 아니다. 차기 총선 공천권과 이후 대권 지형까지 연결된 권력 전쟁이다. 특히 정청래 대표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민주당은 대통령 중심 정당에서 당대표 중심 정당으로 일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 민주당 구조에서 강성 권리당원의 영향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문제는 대통령 권력과 강성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국정 운영을 위해 중도층 확장이 필요하지만, 강성 지지층은 더욱 선명한 노선을 요구한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한 지점도 대개 여기였다. 권력이 강성 지지층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시작하면 외연 확장은 멈춘다. 이재명 정부의 두 번째 위험요인은 이른바 '공소 취소 특검' 문제다. 지방선거 이후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것은 “정치권력이 대통령의 사법 문제를 직접 정리한다"는 인상으로 바뀐다. 물론 지지층은 환호할 수 있다. 검찰개혁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도층은 다르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지지층 결집을 민심 확장으로 착각하는 때다. 핵심 지지층은 웬만하면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중도층은 한번 등을 돌리면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총선과 대선 승패를 결정하는 것도 이들이다. 세 번째 변수는 부동산 세제다. 역대 한국 정부 대부분은 부동산 문제 앞에서 무너졌다. 문재인 정부 역시 집값 자체보다 “정부가 시장을 이기려 한다"는 불신이 치명타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집값 안정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방식이다. 특히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나 1주택자 세 부담 확대 가능성은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수도권 중산층의 민감한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 세금은 경제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다. 국민이 “내가 벌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민심은 급격히 돌아선다. 정권은 흔히 야당 때문에 무너지거나 넘어간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권력의 몰락은 대부분 내부 균열과 민심 피로에서 시작된다. 블레어 정부도, 일본 민주당 정권도, 프랑스 사회당 정권도 그랬다. 강한 권력은 외부 공격에는 버티지만 내부 충돌에는 의외로 취약하다. 지금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의 높은 지지율과 거대 의석이라는 강력한 기반 위에 서 있다. 하지만 권력이 강할수록 위험한 것은 내부 과속이다. 전당대회 권력투쟁, 공소 취소 논란, 부동산 세제 개편은 각각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같다. 모두 “누구를 위한 권력이냐"는 질문으로 연결된다. 승리한 권력이 오래가는 것은 쉽지 않다. 더 어려운 것은 승리 이후 스스로를 절제하는 일이다. 지금 민주당이 진짜 경계해야 할 대상은 어쩌면 야당이 아니라 지방선거 이후의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

李대통령 “부동산稅 7월 개편…투기 목적 세부담 갖게”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7월 부동산 세제 개편을 예고하며 투기성 부동산 보유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했다.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국민이 저와 이 정권에 주는 경고"라며 고개를 낮췄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조작기소 특검 문제에 대해서도 직접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세제, 금융, 규제, 공급을 정리해 조만간 한꺼번에 발표하려고 한다"며 “세제 문제는 7월이 돼야 가능할 것이고, 공급 확대 방안은 속도를 내서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 많이 사모아도 부담이 별로 없다"며 “거주 용도로 주택을 가지고 있는 것은 보호해야 하지만, 그것이 사치품이 돼 있다면 서구 선진국이 하는 것만큼의 보유 부담을 갖게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시기 주택 공급 감소를 직접 거론하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공급이 확 줄었다. 신축이든 택지 개발이든, 재건축·재개발이든 속도를 내서 빨리 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전세를 두고 “대한민국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로 일종의 사금융인데 사라져가는 추세"라며 “이 제도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세대출을 많이 해준 것이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며 “정상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세 물량 감소로 전셋값이 올랐다는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전세 물량이 준 것은 당연하다"며 “그런 상황을 원하는 사람이 만든 논리"라고 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이 6·3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그는 “나쁜 영향보다는 좋은 영향이 차라리 더 많지 않았나 싶다"며 “제가 1월부터 이른바 구두 개입을 통해 눌러놓지 않았으면 엄청난 폭등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등 개혁 성향 정부가 출범하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부동산은 묘하게 개혁 정부가 들어서면 올라가고, 보수 정부가 집권하면 부동산값을 올리려고 고사를 지내는 데도 안 오른다"며 “담보도 풀어주고 이자율도 낮추고 빚내서 집 사라고 해도 안 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안 오르고 있다가 몇 년 동안 쌓이고 쌓여 개혁 정부가 들어서면 그때 팍 올라간다"며 “몇 번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상하게 그런 선입관이 생겼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 호황 등으로 발생한 초과 세수의 활용 방향에 대해서는 잠재성장률 회복을 위한 장기 투자에 무게를 뒀다. 이 대통령은 초과 세수 활용 방안에 대해 “일반적인 세수로 취급해 재정 지출을 하는 방법도 있다"며 “많이 들어오면 많이 쓰고 적게 들어오면 적게 쓰는 것은 재정의 역할을 포기한 행태다. 바보 같은 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음으로 쉬운 방법은 국채 비율을 줄이는 것"이라며 “빚이 없는 것이 절대 진리는 아니다. 그것도 바보 같은 짓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5년마다 국가의 잠재성장률이 1%씩 떨어지고 있다"며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정말 중요한 과제다. 빚을 갚는다고 성장률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세 번째가 잠재성장률 등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면 반도체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거나 미래를 위해 투자하면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반도체 기업의 초과이윤 배분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삼성전자 영업이익 성과급 지급 문제와 관련해 “이것이 과연 타당한 주장인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금은 겨우 일어서는 첨단 산업의 새싹이 자라나고 있는 중"이라며 “초과이윤 처리 문제는 논의 자체를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자칫 잘못된 국내 과속 규제로 새싹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6·3 지방선거 사전투표와 본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첨단 대한민국, 모범적 민주국가를 한순간에 깡그리 망가뜨린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투표권 행사를 정부가 이렇게 대책 없이, 속된 말로 어영부영 대충해서 주권 행사를 못 하게 했다면 이는 표의 숫자나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규정했다. 특히 해당 문제를 제기한 청년들에 대해 “참으로 귀하고 존경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사실 나도 그 생각을 못 했다"며 “'열 몇 명이 투표를 못 했다는데 결과에 영향도 없지 않나'라고 생각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일종의 주권 감수성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며 “몇 표와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에 관한 문제다. 청년들이 대한민국 주권 행사에 관한 근본의 문제라고 제기한 것에 대해 저도 많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부정선거론에는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부정선거론과 뒤섞여 있지만 다르다"며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명백히 사실이 아닌 것을 계속 선동과 세뇌를 통해 세력화의 수단으로 삼는 것과,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투표를 못 할 수 있나'라는 문제 제기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향후 조치와 관련해서는 “합수본을 꾸려 수사를 빨리 하자고 했다"며 “독립기관의 문제이니 정부 주요 요인들을 만나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맞는지 의견도 들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이 저 또는 이 정권에 주는 경고다. 더 낮은 자세로 더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겼느냐 졌느냐는 기준에 따라 다르다"면서도 “이길 것을 지고,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면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선거 과정에서의 심경도 솔직하게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중립 의무를 지키려고 정말 노력했지만, 표정은 중립이 잘 안 되더라"고 했다. 이어 “선거는 하늘에 제사 지내는 것과 같다"며 “박지원 의원이 가끔 '골프와 선거는 고개 들면 진다'고 한다. 겸손한 자세로 죽을 힘을 다하는 것과 다른 마음을 먹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너무 쉽게 생각한 측면이 있다"며 “열심히 했고 내가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최소한 버리기야 하겠냐는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 마음을 다 버리고 마지막까지 죽을힘을 다해 설득하겠다는 마음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저부터 들었다"고 했다. 여권에서 추진 중인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에 대해서는 “잘못된 것이 있으면 시정하고, 잘못한 것이 없으면 놔두면 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조작기소 특검 및 공소취소 문제에 대한 질문에 “법과 상식대로 하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객관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들이 꽤 많다"며 “최소한 진상 규명은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진상 규명에 있어 내가 지휘하는 검찰이나 경찰이 합수본을 대규모로 구성해 할 수도 있다. 원래는 그게 정상"이라며 “아니면 국회가 임명하는 특검이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또 “제 입장에서는 내가 지휘하는 수사본부가 낫겠지만, 국민이나 야당 입장에서는 중립적인 특검이 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며 “쓸데없이 오해가 나올 수 있으니 국회가 정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방식이 바람직한지는 국회에서 고려해 판단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은 사전에 질문과 답변을 조율하지 않고, 기자들이 자유롭게 질문하면 대통령이 직접 답하는 '즉문즉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기념사를 낭독한 후 민생경제, 정치·외교·안보, 사회문화 등 세 분야에 걸쳐 100분간 질문을 받았다. 부동산 대책과 초과 세수 활용, 6·3 지방선거 평가, 투표지 부족 사태, 조작기소 특검 등 현안 전반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혔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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