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남북 요즘 진짜 원수…통일부가 바꾸는 역할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대북정책과 관련해 “인내심을 갖고 선제적·주도적으로 남북 간 적대가 완화되고 신뢰가 싹트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외교부·통일부 등을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에서 “과거엔 원수인 척을 했는데, 요즘은 진짜 원수가 돼 가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1950년대 전쟁 이후 남북이 군사분계선에서 대치를 이어왔지만, 지금처럼 3중 철책을 치고 다리를 끊는 것은 처음"이라며 “불필요하게 강대강 정책을 취하는 바람에 정말로 서로를 증오하게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 우리는 북한이 남침하려 한다고 교육받거나 선전을 당했다. 이 주장도 상당히 근거 있어 보이기도 한다"면서도 “현실을 보면 북한은 남측이 북침하지 않을지 걱정해 3중 철책을 치고, 탱크라도 넘어올까 봐 방벽을 쌓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를 하자', '우리는 남이고 철천지원수'라는 주장을 하지 않느냐"며 “현실이 그렇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현재의 남북 관계에 대해 “정략적 욕망 때문에 만들어진 상황으로 보인다"며 “이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남북 간 공존공영의 길을 가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은 바늘구멍 하나의 여지도 없다"며 “쉽지 않은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이것이 북측의 전략일 수도 있고, 일종의 업보라고도 할 수 있다"면서 “전략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바꿔내야 한다. 통일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를 향해서는 “국제질서가 급변하는 시기에 외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국제 경제 질서조차 외교에 많이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또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진짜 안보"라며 “평화 역시 외교에 의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외교부가 경제영토 확장에 큰 역할을 해달라"며 “재외공관이 경제영토 확장의 교두보이자 첨병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기후 위기 취약계층 보호 강화”…탄소중립법 개정안 상임위 통과

기후위기에 취약한 계층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보호를 국가의 기본 원칙으로 명시한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개정안은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여러 법안을 병합한 것으로,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대한 정의 규정을 새로 신설했다. 법안은 노인, 아동, 저소득층, 야외노동자 등 생물학적·사회경제적·지리적 여건으로 기후위기 취약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기후 회복력이 낮은 집단을 기후위기 취약계층으로 규정했다.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수립·이행할 때 이들 계층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책무를 명시했다. 아울러 취약계층의 실태를 파악하고 폭염·한파·재해 등 기후 관련 피해에 대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도 담겼다. 개정안에는 헌법기관과 중앙행정기관 등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녹색건축물 전환을 위한 이행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목표를 변경할 경우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절차적 통제 장치도 마련됐다.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대한 시민 참여를 제도화하는 방안도 도입됐다. 법안은 기후시민회의 설치 근거를 마련하고, 정부가 주요 기후 정책과 계획을 수립할 때 시민 숙의 결과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과학 연구와 데이터 생산·관리를 총괄하는 국립기후과학원 설치 근거를 신설하고, 연구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후정책연구협의체 구성 내용도 담겼다.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의 경우 위원 규모를 현행 50∼100명 이내에서 30∼60명 이내로 조정하고, 기후재정·금융 분야 전문가를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반영됐다. 이번 개정안은 향후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 여부가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민주당, 4개 상임위 합동 ‘쿠팡 청문회’ 추진

여당이 쿠팡을 상대로 국회 4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연석 청문회 추진에 나섰다. 쿠팡의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와 노동·안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불거진 가운데,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국회 출석을 거부할 경우 입국을 금지하는 법안까지 발의되며 여권의 대응 수위가 최고조로 높아지는 양상이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17일) 과방위 쿠팡 청문회를 본 국민들은 분노와 허탈감에 빠졌을 것"이라며 “국정조사는 준비에만 한 달 이상 걸리는 만큼,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4개 상임위가 참여하는 연석 청문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연석 청문회 구성에는 △정무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토교통위원회 등이 포함된다. 개인정보 유출·노동 문제·택배 인허가 등 쿠팡 관련 핵심 사안 전반을 한 번에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국토위의 참여가 주목된다. 국토부가 택배운송사업자 인허가권을 쥐고 있어, 인허가 박탈 시 쿠팡에 미칠 타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전날 과방위 청문회에서는 쿠팡 영업정지 가능성을 두고 논의가 이뤄졌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공정위와의 협의를 묻는 질문에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다만 정무위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원내대변인은 “국토·과방·환노위 위원장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지만 정무위원장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라며 “야당과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무위도 김범석 의장 고발 건을 의결한 만큼 협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무위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김 의장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김 의장은 국정감사 기간이던 10월 14일과 28일 두 차례 정무위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해외 거주 및 출장'을 이유로 모두 불출석했다. 정무위는 이를 '정당한 사유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정무위는 개인정보 유출 관련 과징금을 매출의 최대 3%에서 10%로 상향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산정이 어렵다면 부과 가능한 과징금 상한도 20억원에서 50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쿠팡을 겨냥한 입법 조치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정무위 여당 간사)은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노위도 쿠팡의 노동 문제에 대해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이 한국 대표로 재직하던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숨진 고(故) 장덕준 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직접 축소·은폐를 지시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보도가 제기되면서다. 국회 출석을 반복적으로 거부한 외국 국적자에 대해 입국 금지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국회 증언감정법 개정안과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 국회가 법무부에 입국 금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사실상 김 의장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여권의 대쿠팡 압박은 연일 강도를 높이고 있다. 허영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쿠팡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이런 쿠팡에 대한민국이 줄 수 있는 것은 엄중한 처벌뿐"이라며 “정부는 제재 방안 전부를 마련해 국회에 신속하게 보고하라. 필요한 법 개정도 빠르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과방위 소속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SNS에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나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도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미 의회에 직접 출석했다"며 “김 의장의 태도는 한국 국회를 노골적으로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쿠팡에 대해 최고 수준의 규제·제재를 적용해야 한다"며 “한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는 기업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 대통령 “내년에 대전·충남 통합단체장 선출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대전·충남 지역의 행정통합 추진 구상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전·충남 지역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의 행정 통합 추진 의지를 재차 강조하며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뽑아 행정통합을 본격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과 충남의 통합은) 수도권 과밀을 억제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할 과제이니 주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하자"는 취지의 대통령 발언도 알려졌다. 이날 이 대통령은 통합 추진의 실효성을 위해 내년 2월까지 통합 특별법 통과라는 목표도 제시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위원회(가칭)' 신설과 특별법 제정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대전·충남 통합 논의는 지난해 11월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공동 선언하면서 공식화됐다. 지난 10월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민의힘 주도로 국회에 발의됐으나, 민주당 소속 지역 의원들은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행정통합이 성사될 경우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단일 광역단체장을 선출할 수 있어 지방권력 구조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여권 일각에서는 통합 광역단체장 후보군으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차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정치적 파장이 클 전망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번 통합 구상이 수도권과의 경쟁력 강화와 충청권 경제·교통·연구 인프라의 결집을 위한 전략적 조치라는 평가와 함께, 내년 선거를 앞둔 여야 간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대전시장과 충남지사는 모두 국민의힘 출신으로, 통합 추진은 향후 지역 정치 지형과 선거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정원오, 정청래 긴급 면담 “먼 길 채비”…출마 임박?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18일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면담하면서 사실상 '출마 준비'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 구청장은 이날 약 30분간의 비공개 면담 후 취재진과 만나 “제가 먼저 뵙자고 요청했다. 여러 상의를 드리기 위해 찾았다"며 “먼 길을 가기 위한 채비로 보시면 된다"고 말했다. 출마 여부를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구체적 준비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는 정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포지티브(positive) 경선을 통해 후보들끼리 시너지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정 대표는 원래부터 엄정 중립 입장을 밝혀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시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현역 오세훈 서울시장과 접전 양상이 나타난 데 대해 정 구청장은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하겠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면서도 “여론을 매우 무겁게 느끼고 있고, 그런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대통령실, 7대 기업과 환율 간담회…기업 애로 청취

원/달러 환율이 연일 상승하며 1500원 선을 위협하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주요 대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환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18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한화, HD현대 등 7개 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김 실장은 환율 고공행진으로 시장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과 관련, 기업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어려움을 청취했다. 기업 측은 환율 변동성 확대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안정적 대응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환율 대응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나라 경제 주체들이 외환 변동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며 달러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한 대책을 이날 중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환율 불안이 실물경제와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정청래 지도부’ 시험대…與최고 보선 ‘친청 2명 vs 비당권파 3명’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3명을 선출하는 보궐선거 대진표가 17일 확정되면서 당내 비당권파와 친청(친정청래)계 간 대결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6시까지 후보 등록을 받은 결과 총 5명이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후보자는 비당권파로 분류되는 이건태·강득구 의원과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 친청계로 분류되는 문정복·이성윤 의원 등 5명이다. 비당권파에서는 이건태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인 출신인 점, 강득구 의원이 이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수석사무부총장을 지낸 이력, 유동철 위원장이 당내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공동 상임대표라는 점에서 모두 친명 성향 인사로 분류된다. 반면 당권파로 꼽히는 친청계에서는 이성윤 의원이 정청래 지도부에서 법률위원장을 맡았고, 문정복 의원은 정 대표 측근으로 알려지며 조직사무부총장을 지낸 바 있다. 당 지도부는 이른바 '명청(친명 vs 친청)' 대결 프레임과 선을 긋고 있지만, 양측 간 설전은 오히려 선거 구도를 더욱 부각시키는 모습이다. 앞서 유동철 위원장은 부산시당 위원장 경선 컷오프 사태와 관련해 문정복 의원을 핵심 인물로 지목하며 사과를 요구해 왔다. 이에 문 의원이 유 위원장을 향해 “천둥벌거숭이", “버르장머리 고쳐야 한다"고 직격했고, 유 위원장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공방이 이어졌다. 정청래 대표의 향후 리더십과도 맞물린 이번 보선은 내년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실상 '재신임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정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던 '1인1표제'가 당내 표결에서 부결돼 지도력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어느 진영이 최고위원 3명 중 몇 자리를 차지하느냐가 향후 당내 권력 구도와 정책 방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후보자가 7명 미만이어서 예비경선은 생략되고 본경선만 치러진다. 본경선은 오는 26일 토론 설명회를 시작으로 30일 1차 토론회, 내년 1월 5일과 7일 2·3차 토론회가 순차적으로 열린다. 합동연설회와 투표는 내년 1월 11일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성윤 의원과 문정복 의원이 선거 출마로 비우게 된 당직에는 각각 이용우 의원이 법률위원장으로, 권향엽 의원이 조직사무부총장으로 임명됐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 대통령 “웨스팅하우스, 25년 지난 기술로 횡포…납득 안 돼”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지식재산권 분쟁과 관련해 “어떻게 20~25년이 지났는데 계속 자기 것이라고 한국 기업에 횡포를 부리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식재산처 업무보고에서 “얼마 전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원자력 기술 때문에 이상한 협약을 맺었느니 마느니 하지 않았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은 또 “우리가 원천 기술을 가져와 개량해서 썼고, 그 원천 기술을 개발한 지 25년이 지났다면 지식재산권 시효가 끝난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해당 사안은 영업비밀로 분류돼 보호 기간에 한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도 “기술을 보호하는 방법에는 특허와 영업비밀이 있는데, 특허에는 기간 제한이 있어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코카콜라 제조 비법처럼 관리만 제대로 하면 영업비밀은 무한정 보호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은 “말은 그럴듯하지만 정확히 납득은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한수원과 한전은 원전 기술과 관련해 웨스팅하우스와 2022년부터 2년 넘게 지식재산권 분쟁을 벌였으며, 올해 1월 협상을 통해 분쟁을 타결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등에서는 윤석열 정부 시절 체코 원전 수출 계약 성사를 위해 한수원·한전이 불리한 조건으로 합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부처별 업무보고 일정 4일차로 산업통상부·지식재산처·중소벤처기업부, 기후에너지환경부·기상청·원자력안전위원회, 행정안전부·경찰청·소방청·인사혁신처 및 산하 공공기관들의 업무보고를 받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인공지능(AI) 및 에너지 전환과 연관성이 있는 유관 부처로 분류돼 보고 내용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李 대통령 “천하의 도둑놈 심보”…이학재 또 작심 질타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부처 합동 업무보고 자리에서 일부 공직자들의 태도를 강하게 질타하며 “자리가 주는 온갖 명예와 혜택은 다 누리면서도 책임은 다하지 않겠다는 그런 태도는 천하의 도둑놈 심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겨냥해서도 “업무보고는 정치적 논쟁의 자리가 아니라 행정을 하는 자리인데 왜 그걸 악용하는가"라고 지적하며 조직 기강 확립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지식재산처·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관세청과 인천공항공사가 지난해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언급했다. 그는 “1만 달러 이상 외화 반출 문제는 공항공사가 검색을 위탁받아 하게 돼 있더라"며 최근 외화 밀반출 전수조사 지시를 둘러싸고 이 사장이 SNS로 반박한 데 대해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이 자리에서 이렇게 얘기해놓고 뒤에 가서 다른 얘기를 하면 되나"라며 “제가 정치적 색깔을 이유로 누구를 비난하거나 불이익을 줬나. 유능하면 어느 쪽에서 왔든 상관없이 쓰고 있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행정과 정치는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며 “여기는 지휘하고 명령하고 따르는 행정 영역"이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수없이 강조해도 가끔 정치에 물이 너무 많이 들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도 말했다. 이 대통령 발언 직후 이 사장은 SNS에 “단속의 법적 책임은 관세청에 있고 공항은 업무 협조를 하는 것"이라는 해명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의 질타는 한국석유공사에도 이어졌다. 경제성이 확인되지 않은 '대왕고래' 유망구조 시추탐사를 둘러싸고 그는 해외 주요 유전의 생산 원가가 배럴당 40∼50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대왕고래에서 석유나 가스가 나온다고 했을 때 생산 원가는 얼마로 추산했었냐"고 물었다. 석유공사 측이 “변수가 많아서 추정치가 없었을 것"이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계산을 안 해봤다는 것인가. 변수가 많으면 개발을 안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아무 데나 막 파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대책과 관련해서도 강한 어조를 이어갔다. 그는 “기술탈취는 많이 가져오면 성공한다는 점에서 국가 간 전쟁으로 느껴진다"며 “대응을 잘해야 할 것 같은데 과징금 최대 20억원은 너무 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처벌로는 별로 실효성이 없다. 수사하는 데도 엄청난 역량이 들고 처벌해도 집행유예 나와서 실질적인 제재가 안 된다"며 “만약 탈취한 기술로 1000억원 벌었는데 과징금 20억원만 내면 된다면 (나라면) 막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징금을 기업 매출 대비 얼마, 아니면 기술탈취로 얻은 이득의 몇 배로 규정해야 실제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온누리상품권 정책에 대해서도 구조적 충돌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중기부의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사용처 확대 방침을 언급하며 “온누리상품권은 사용 지역 제한 없이 사용처만 제한돼 있다"며 “이걸 계속 늘리면 결국 지역화폐와 사용처가 겹치게 될 텐데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화폐의 취지는 소상공인 매출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를 특정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데 있다"며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소비자가 일정한 불편함을 감수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해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날 원전 지식재산권 분쟁과 관련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협상 논란을 거론하며 “어떻게 20∼25년이 지났는데 계속 자기 것이라고 한국 기업에 횡포를 부리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얼마 전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원자력 기술 때문에 이상한 협약을 맺었느니 마느니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체코 원전 수출 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수원·한전이 지나치게 양보한 채 분쟁을 정리한 것 아니냐는 정치권의 문제 제기를 에둘러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 대통령 칭찬한 ‘일잘러’ 정원오…모교 후배들에 비결 공개하다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라는 칭찬을 받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지난 15일 모교인 서울시립대 후배들에게 비결을 공개했다. 평범한 일에도 정성을 다해야 하며, “민원은 정책의 보물 창고"라는 신념으로 시민들의 수많은 문자·전화를 일일이 차분하게 응대했다. 이는 스마트쉼터 등 수많은 정책·행정 아이디어로 이어졌고 “성동에 살아요"라는 말이 자랑이 되는 시민들의 '효능감'으로 돌아왔다. 불법점포·하천 정비·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 등 이해관계나 의견이 엇갈리는 현안을 풀 때는 끝까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했다.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합의로 해결하면서 수십년간 풀리지 않던 숙제들을 해결해냈다. 정 구청장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서울시립대 법학관 대강의실에서 후배·동문·일반시민 등 400여명이 좌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특강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 구청장은 우선 '유능한 지방정부'에 대해 “주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지방 정부"라며 “감동은 입소문으로 퍼지는 데 그냥 잘하는 정도로는 안 되고 마음을 얻어야 입소문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평범한 일도 정성을 다하면 명품이 된다"면서 자신의 행정 사례를 소개했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때 생활지원 물품의 경우 다른 지자체들은 종류가 몇가지 안 되고 배송도 갈수록 늦어져 주민들을 실망시켰다. 하지만 성동구는 선택형 5종 세트를 세심하게 골라 보냈고, 민간 협업을 통해 신청 다음날 곧바로 배송했다. 이는 주민들의 자발적 후기와 소셜미디어(SNS) 공유 등 '입소문'으로 퍼져나갔다. 정 구청장의 전매 특허인 '24시간 휴대폰 문자 민원 접수'도 대표적 사례다. 그는 “민원은 정책의 출발점이고 정책의 보물창고"라면서 “직접 문자를 받고 응답하면서 '전례가 없다, 예산이 없다'는 말을 금지시켰다. 대상포진 무료 접종 제안 등 민원이 들어오면 연구하고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따내서 정책화시키는 데 총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낙후된 준공업지역이었던 성수동을 세계적인 '핫플레이스'로 변신하게 만든 것도 '정성을 다해 명품을 만든' 사례다. 정 구청장은 “기업이 있는 곳에 사람이 가는 게 아니라, 사람이 있는 곳에 기업이 온다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면서 “붉은 벽돌 건물들을 보존하고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중심에 세웠으며, 행정은 조연에 그치고 시민과 지역이 주연을 맡게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국내외 관광객이 급증해 지난해에만 약 3000만명(외국인 300만명)이 성수동을 찾았고, 올해는 그 두 배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역 민원이나 숙원 사업의 경우 '현장 행정·민주적 합의'를 원칙으로 삼았다. 수십년째 풀리지 않았던 도로 확장, 악취 천 정비, 불법 점포 정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정차역 유치 등을 해결했다. 그는 “끝까지 설득해서 이해관계자들이 합의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밀어붙이지 않고 합의로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성동구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생활밀착 행정 혁신 사례들도 소개했다. 주민들의 민원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한 결과 ▲스마트 횡단보도 ▲스마트 쉼터 ▲공공시설 무료 셔틀버스(성공버스) ▲음압기술 적용 흡연부스 ▲어린이 등하교 동행 서비스 ▲방문 진료 주치의 제도 등을 전국 최초로 시행했다. 이것들은 전국적인 모범사례가 됐고, 유엔(UN) 공공행정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사회적 약자·노동자들을 배려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필수노동자 처우 개선 조례나 반지하 주거 환경 전수 개선에 나서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경력단절 여성을 '경력보유 여성'으로 개념 전환해 아예 법제화하는데 토대를 제공했다. 정 구청장은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아니라 합의가 원칙, 다수결은 최후의 수단으로 반대자도 끝까지 설득하고 이해까지 이끌어내야 지속 가능하다"면서 “권력은 저울추처럼 균형을 잡는 것으로 가장 불편한 곳, 외면받는 곳을 개선하면 삶의 질이 크게 상승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능한 지방정부는 정성과 성과, 시민 신뢰, 합의와 균형, 생활 속 문제 해결로 만들어진다"면서 “감동이 쌓이면 입소문이 되고, 입소문은 행정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구청장은 최근 주민 지지율이 92.9%에 이를 정도로 높은 효능감을 준 행정가로 주목받았다. 이 대통령이 지난 4일 SNS에 “저도 명함을 못 내밀겠다"며 일을 잘한다고 극찬했다. 이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군 중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5일엔 현직인 오세훈 서울시장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햇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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