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내각 인사청문회 이틀째…‘검증’ 대신 ‘공방’, 청문회 본래 취지 흔들

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 인사청문회가 15일 이틀째 일정에 돌입한 가운데, 후보자 5명(국가보훈부·국방부·중소벤처기업부·환경부 장관 및 국세청장)을 둘러싼 여야의 검증 공방이 격화되며 청문회장이 연일 정치 전쟁터로 바뀌고 있다. 정책 능력 검증보다는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도덕성 논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인사청문 제도 본래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는 이날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 등 5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진행했다. 야당에서 도덕성·자격 검증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특히 국민의힘이 이른바 '무자격 오적'으로 지목한 권오을, 한성숙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더욱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는 과거 여러 민간기업에서 동시에 급여를 받은 '겹치기 근무' 의혹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2003~2004년 동안 전국 각지 여러 회사에서 동시 근무하며 급여를 수령한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홍길동이 아니고서야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권 후보자는 “고문으로 비상근 자문 역할을 했다"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은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에 연루됐다는 야당의 공세에 직면했다. 국민의힘은 네이버 부사장 시절 성남FC에 40억 원을 후원한 배경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과의 유착관계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한 후보자는 “해당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관련성을 부인했고, 민주당은 “타 지자체 구단들도 기업 후원을 받는 것은 일반적"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한 후보자의 농지법 위반 및 가족 간 편법 증여 의혹도 불거졌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이 정도 의혹이면 장관직은커녕 공직 자체가 부적합하다"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 허성무 의원은 “오히려 가족 책임을 지는 'K-장녀'의 미담 사례로 봐야 한다"고 반박해 청문회장이 공방전으로 얼룩졌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인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이재명 정부 임기 중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한다"고 밝혀 논란을 촉발했다. 대통령실은 즉각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전작권 전환에 대해 시한을 정한 바 없다"고 선을 그으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안 후보자가 민간인 출신이며 방위병 복무 경력만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안보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내란 시도에 연루된 군세력을 척결할 인물로 적합하다"고 평가하며 방어에 나섰다. '북한은 우리의 적이자 동포'라는 안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함께 방첩사령부 존폐 문제, 전작권 전환에 대한 실현 가능성, 주적 개념을 둘러싼 공방은 청문회 내내 뜨거운 쟁점이 됐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오가며 청문회가 두 차례 정회되는 파행도 벌어졌다. 환경부 장관 후보자인 김성환 의원에 대한 청문회는 상대적으로 정책 질의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편향' 여부를 두고 여야 간 평가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가 이재명 대통령의 기후·에너지 공약 수립을 주도한 정책통으로 “탄소중립과 환경 혁신을 이끌 적임자"라고 호평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에너지 정책에 편중돼 환경부의 본연 업무인 자연보호와 환경안전에 소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특히 노원구청장 시절 개발제한구역에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 인허가를 내줬다는 사례와 상임위에서 석탄화력 폐지 법안을 유보한 행보가 '정책과 말이 다른 위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청문회에선 대통령 아들의 결혼식과 관련된 돌발 질의도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이 축의금 여부까지 따져 묻자 민주당은 “사생활까지 청문회에서 거론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발했다. 국세청장 후보자로 지명된 임광현 전 의원에 대해선 퇴직 후 창업한 세무법인의 급성장과 관련해 전관예우 의혹이 집중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인이 21개월 만에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을 두고 “전형적인 전관영업 사례"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법인 매출은 전문가 20명이 함께 만든 결과이며, 개인 수익은 평균 수준"이라고 방어했다. 국회의원 출신으로는 최초로 국세청장에 지명된 만큼 정치적 중립성 논란도 이어졌다. 야당은 “정치 외풍에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고, 임 후보자는 “정치적 중립을 철저히 지키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재명 대통령 아들의 재산 신고·탈세 의혹과 관련해서도 국민의힘은 “국세청이 성역 없는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틀째 청문회를 마친 여야 모두 제도적 개선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생활 검증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정책 중심의 검증 체계로 개편하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이미 발의한 상태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인사청문회가 정쟁의 장으로 전락한 현 상황은 제도 개혁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역시 “청문회가 하루만 버티면 임명이 강행되는 형식적 절차로 전락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청문회를 거친 후보자 중 일부는 심각한 도덕성 논란과 자격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인사권에 따라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단독]“코스피 5000 가자는 의원들, 실제론 부동산 ‘몰빵’”

더불어민주당이 '코스피 5000시대'를 실현하겠다며 출범시킨 특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정작 '부동산 부자'들로 주식 투자는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에너지경제신문이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민주당 '코스피5000시대 실현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 10명(오기형, 김남근, 민병덕, 박상혁, 이소영, 이정문, 김영환, 김현정, 박홍배, 이강일)의 자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들의 총자산은 102억 6108만원이었는데 이 중 부동산 자산은 약 절반(49.59%·50억 8000만원)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컸다. 반면 증권(주식) 관련 자산은 고작 2.55%(2억 6000만원)에 불과해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의원 별로보면 민병덕 의원의 경우 총자산 4억 8194만원이었는데, 부동산 보유액은 15억9000만원으로 무려 328.6%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11억 6000만원의 부채를 안고 15억 8000만원 상당의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소재 단독주택과 사무실 전세권을 합해 건물 자산이 15억 9378만원에 달했다. 이어 이강일 의원이 순 자산 중 부동산 비율이 가장 높았다. 총자산 15억 5538만원 중 건물, 상가 등 부동산 자산이 9억 7000만원에 달해 약 62.36%를 차지했다. 특히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소재 프로젝트500타워 내 상가 5개 호실을 보유하고 있어 상가 투자가 주요 자산 증식 수단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박홍배 의원이 총자산 15억 2562만원 중 부동산(아파트 전세권 7억5000만원)의 비율이 약 49.16%였다. 다음은 김현정 의원으로 총자산 25억 4030만원 중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텐즈힐 아파트와 평택비전에듀포레푸르지오 아파트 전세권, 평택 비전동 에이치탑5 사무실 전세권 등 건물 자산이 7억 6800만원으로 약 30.23%를 차지했다. 김남근 의원은 총자산 30억 8885만원 중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근린생활시설 전세권과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아파트 전세권 등 8억원의 건물 자산을 보유, 총자산의 약 25.90%를 차지했다. 반면 의원들의 증권 자산 비중은 미미했다. 10명 중 주식을 보유한 의원은 단 2명에 불과했다. 김남근 의원이 증권 자산은 2억 3595만원으로 위원 중 가장 많았으나,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64%에 불과했다. 박홍배 의원은 약 2545만원으로 전체 자산의 1.67%를 차지했다. 나머지 오기형, 민병덕, 박상혁, 이정문, 김영환, 김현정, 이강일, 이소영 의원 등 8명은 본인 명의의 증권 자산이 아예 없었다. 이들 10명 의원들은 현금성 자산 비율(48.2%·49억 4000만원)이 매우 높다는 특성도 보였다. 부동산과 합치면 전체 자산의 97.8%를 차지하는 등 극도로 보수적인 자산 구조였다. 정치권·금융계에서는 이같은 특위 소속 의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 부채·빈부 격차를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 위주의 자산 구조를 금융 위주로 전환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실제론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코스피5000'을 외치면서 정작 본인들은 주식 투자는 하지 않고 부동산에만 몰린 것은 모순"이라며 “국회의원들 대다수가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을 이루고 있다면, 부동산 불패 신화를 공고히 하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부 전문 투자자와 펀드 매니저가 장세를 장악하고 개미 투자는 언제나 손해를 본다는 인식 등 주식 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코로나도 이겨낸 '부동산 불패 신화' 아니냐. 국회의원들이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보편적인 한국 부자들의 자산 운영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주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건전한 발전을 위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무주택자인 박홍배 의원은 “주식 보유에 대한 제한 사항이 너무 많다"며 “이해 상충 문제 때문에 대부분의 정무위원회 의원들은 주식을 보유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에야 겨우 정기 예금에 있던 돈을 ETF 정도로 하나 돌려놓은 게 있을 뿐"이라며, 3000만원 이하 우리사주나 보유 기간에 따라 매도가 제한되는 경우 외에는 대부분의 의원들이 주식 투자를 자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저소득층 월 70만원 에너지바우처…7~8월 전기요금 누진 완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이른 더위와 역대급 폭염에 대응해 7~8월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지원도 강화된다. 또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이 상시화될 것에 대비해 '기후위기 기본법' 제정 등 장기 대책 마련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국회 산업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및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 관계자들과 당정 실무회의를 가진 뒤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폭염 속에서 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이 전기 요금 부담때문에 에어컨, 선풍기 등 냉방 기구를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달 1일부터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가구당 70만1300원의 에너지바우처를 일괄 지급 중이다. 또 전기요금 감면 한도도 월 최대 2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전력은 여름철(7~8월)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를 올해도 지속 시행한다. 1단계는 기존 200킬로와트아워(kWh) 이하에서 300kWh 이하로 완하했다. 2단계는 기존 201kWh 이상 400kWh 이하에서 301kWh 이상 450kWh 이하 구간으로, 3단계는 401㎾h 이상에서 451㎾h 이상으로 각각 완화했다. 이 제도는 2019년부터 매년 여름철 상시 운영 중이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폭염 등 이상 기후가 더욱 기승을 부림에 따라 이에 대한 제도적 대응 방안 마련에도 나선다. '기후위기 기본법'을 제정해 관련 대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또 당정은 정부 각 부처가 시행 중인 폭염 대책의 실효성과 운영 실태를 종합 점검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폭염 쉼터 운영 실태를, 고용노동부는 폭염 안전 대책반 가동을, 농식품부는 농작물·가축 피해 최소화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는 등 부처별 조치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폭염으로 인한 농축산물 물가 상승에도 철저히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민주당, ‘사과·수련 환경 개선’ 투트랙으로 전공의 복귀 이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17개월간 집단 휴학했던 의대생들의 전원 복귀 선언에 이어,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에 의료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14일 열리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간의 간담회가 이재명 정부가 “가장 어려운 의제"라 지칭했던 의정갈등 해소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지 관심이 뜨겁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과 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를 초대해 간담회를 개최한다. 당초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공개로 전환된 이 자리에서 한성존 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약 20분간 전공의들을 대변하는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대전협은 이날 국회 복지위와의 간담회를 진행한 뒤 오는 19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대정부 요구안을 재확정할 방침이다. 대전협은 지난해 2월 의대 증원 2000명 백지화 등 7대 요구안을 제시한 바 있으며, 기존 요구안에서 우선순위를 추려 정부·국회 등과 협의한 뒤 전공의들의 복귀를 이끈다는 구상이다. 이번 간담회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전공의들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김윤 민주당 의원은 “의료 대란 과정에서 많은 환자분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셨으니 그 부분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향후 유사한 정책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이번처럼 응급실, 중환자실을 비우고 사직을 하거나 파업을 하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들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서영석 민주당 의원 역시 “오랫동안 의정 갈등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최소한의 국민들에 대한 미안한 표시는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정서들이 있다"며 전공의들의 사과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는 앞서 복지위 여당 간사인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대국민 사과 필요성과도 궤를 같이한다. 가장 첨예한 쟁점 중 하나였던 의대 정원 규모와 관련해서 정치권에서 명확한 원칙을 제시했다. 김윤 의원은 “수급 추계위원회라고 하는 걸 만들었으니, 그 위원회에서 논의해서 정할 사항이지 국회나 정부, 또는 의협이 어느 누구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특정 단체나 정치권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닌, 객관적인 논의와 데이터 기반의 결정을 통해 합리적인 의대 정원 규모를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공의들의 실제 수련병원 복귀 시점에 대해서는 오는 9월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김윤 의원은 “7월 말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라며, “전공의 모집에 응시하고 지원하게 되면 9월 복귀하는 것 아닌가"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을 고려했을 때 가장 현실적인 복귀 시점으로 예상된다. 전공의들이 복귀를 위해 제시한 7가지 요구사항 중 이번 간담회에서 가장 시급히 논의될 사안으로는 '수련 환경 개선'이 꼽혔다. 서영석 의원은 “특히 수련 환경 개선은 정부가 책임성 있게 들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며, “실현 가능한 것들은 수용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항의하며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이 복귀를 위한 핵심 전제 조건임을 시사한다. 의정 협의체 재가동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이나 정례화 방안 마련 논의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 나왔다. 서영석 의원은 “아직 정부가 장관이 임명된 것도 아니고 그런 상태이기 때문에 섣불리 먼저 얘기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2월, 올해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고 2025년까지 최대 1만 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에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는 집단행동에 돌입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바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李 정부 첫 인사청문회 ‘슈퍼위크’ 시작…여야 격렬 대치

이재명 정부 첫 내각 구성을 위한 인사청문회가 시작됐다. 곳곳에서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두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져 파행하는 곳이 잇따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보좌관 대상 갑질', '논문 표절' 의혹 등이 제기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의 청문회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국회는 14일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 4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일제히 개최했다. 가장 격렬했던 곳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였다. 국민의힘은 강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하며 “갑질 장관은 여가부 장관이 될 수 없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달희 의원은 “후보자가 사적인 용무를 직원에게 맡긴 것은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자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도 청문회장 앞에서 '갑질 장관' '사퇴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민주당 의원들은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졌다"며 엄호했다. 특히 백승아 의원은 강 후보자의 가족 위장전입 의혹이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면서 벌어진 오해라고 두둔다. 청문회 시작 전부터 야당 의원들의 노트북에 붙은 '갑질왕 강선우 OUT' 피켓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회의가 13분 만에 정회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이후 피켓을 두고 30여 분간 설전을 벌이다 가까스로 재개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선 정 후보자의 농지법 위반과 태양광 입법 이해충돌 의혹이 쟁점이 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법으로 농지를 취득한 사람이 장관이 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의원은 농지 취득을 위한 위장 전입과 재산 미신고 문제를 지적했고, 유용원 의원은 가족이 운영하는 태양광 업체와 관련된 입법을 문제 삼았다. 정 후보자는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생계를 위한 태양광 투자였다"고 해명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부각하며 정 후보자가 남북대화 재개의 적임자라며 맞불을 놓았다. 홍기원 의원은 정 후보자의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 경력을 높이 평가하며 평화적 통일 추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전문성을 놓고 여야가 맞붙었다. 국민의힘은 '농해수위 활동 전무'와 자료 제출 미흡 등 불성실한 태도를 문제 삼았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부산시장 출마를 위한 정치적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에 민주당은 “부산 지역 해양 현안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후보자의 지역 전문성을 강조하며 방어했다. 문대림 민주당 의원은 현장 소통력과 국회 협력 능력 등 종합적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라 평가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피켓 논란으로 오전 내내 개회조차 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노트북에 부착한 '최민희 독재 OUT' 피켓에 민주당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최민희 위원장이 개의 전 산회를 선포하는 등 시작부터 여야 간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여당 의원들은 국회법상 질서 유지 조항을 근거로 팻말 제거를 요구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를 “폭력적 행위"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여야 모두 이번 청문회를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중요한 무대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전원 생존'을 목표로 내세우며 야당의 공격을 '국정 발목잡기'로 규정하고 철통 방어에 나섰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후보자들에게 진솔한 해명과 철저한 대응을 주문하며 청문회를 통한 정면 돌파 의지를 나타냈다. 국민의힘은 내각 후보자들을 향한 송곳 검증을 예고하며 '무자격 오적'으로 지목한 후보자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강선우·이진숙 후보자를 집중적으로 겨냥하며 청문회 내내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인사청문회가 시작되자마자 여야의 극심한 대립과 후보자들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이 표출되며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초기 행보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이번 인사청문회는 오는 18일까지 진행된다. 15일엔 위장취엄 의혹이 있는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한성숙 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 5명, 16일엔 이진숙 교육부·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 3명, 17일에는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 3명, 18일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 2명의 청문회가 각각 열린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李 대통령, 교육부·과기부·관세청 등 차관급 12명 인사

이재명 대통령이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세청 등 차관(급) 12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교육부 차관에는 최은옥 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이 임명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에는 구혁채 현 과기부 기획조정실장이, 과기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는 박인규 현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석좌 교수가 발탁됐다. 국가보훈부 차관에는 강윤진 현 국가보훈부 보훈단체협력관이, 국토교통부 제2차관에는 강희업 현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장이 지명됐다.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에는 노용석 현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이 임명됐다. 이어 법제처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대장동 사건 변호를 맡은 조원철 변호사가 발탁됐다. 관세청장에는 이명구 현 관세처장이, 병무청장에는 최초 여성 청장인 홍소영 병무청 대전충남지방병무청장이 임명됐다. 이밖에 국가유산청장에는 허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질병관리청장에는 임승관 현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원 설립추진단장이 발탁됐다.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는 강주엽 현 행복도시건설청 차장이 임명됐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적폐청산’ 못지 않은 3대특검…野·尹 일가 ‘쑥대밭’ 위기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속 상태에서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 해병 특검)의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야당 현역 의원들은 물론 윤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가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적폐청산'에 버금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특검 수사가 야권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국민의힘이 술렁이고 있다.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팀은 지난 8일 윤상현 의원과 김영선 전 의원 등 관련자 10여 곳에 대해 자택과 사무실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윤 의원은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공천 심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지방선거 공천을 총괄한 정진석 전 비서실장도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명태균 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의원들이 있어 당내 분위기가 긴장된 상태"라고 전했다. 김건희 특검은 또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선교 의원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해당 사업은 2023년 5월 국토부가 당초 계획된 양서면 종점을 김 여사 일가의 토지가 있는 강상면으로 변경하면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은 두 인사가 김 여사 일가에 이익을 주기 위해 노선을 바꿨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김건희 특검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넘겨받으면서 당 전체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커졌다. 김건희 특검의 수사 목록에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이 TV토론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부인한 발언이 포함돼 있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약 394억 원의 20대 대선 보전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국힘 내부에선 김건희 특검보다 내란 특검의 파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내란 특검은 추경호 의원에 대한 내란 방조 혐의 사건을 넘겨받은 데 이어, 윤 전 대통령의 국회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관련, 국민의힘 의원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7년 기무사 계엄 문건에 적시된 '국회 표결 저지 시나리오'를 근거로, 윤 전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이 사전에 이를 공모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실제로 계엄 해제안 표결에 참여한 의원이 18명에 불과해, 나머지 수십 명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지금 내란 특검이 진행 중이지 않나. 이런저런 부분에서 인적 청산 대상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해병대원 특검은 11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고, 조태용 전 국정원장과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 등 당시 관여 인사들에 대해서도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수사에 이어 입법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을 모두 가결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내란죄 유죄 인물을 배출한 정당의 국고보조금을 제한하는 '내란정당 방지법'까지 발의했다. 민주당은 특히 결국 3대 특검의 종착지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구속 상태로 3대 특검의 동시 수사를 받고 있고, 김 여사는 주가조작·공천개입·통일교 연루·양평 고속도로 특혜 등 4대 의혹에 더해 '김건희 집사' 게이트처럼 새 의혹들도 계속 불거진 상태다. 여기에 지난 3년간 정권 차원에서 진행된 각종 정책, 행정, 인사 등에 대한 재검토,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등도 본격화될 전망이어서 정부 각 부처 공무원들에 대해서도 '제2의 적폐 청산'이 진행될 전망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진행된 적폐 청산은 약간 애매해서 정치적 보복, 탄압이라는 프레임에 쉽게 걸려들 수 있어 결국 지지 부진해졌었지만, 이번엔 '내란'이라는 강력한 블랙홀이 자리잡고 있어 야당이나 윤 전 대통령 일가, 보수 세력과 일부 공무원들이 쉽게 헤어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전처럼 노골적으로 밀어부치기 보다는 3대 특검의 수사와 사법처리를 중심으로 은근히 인적·정책·행정적 청산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기획-①]‘양평고속道·우크라 포럼·부동산 통계’…떨고 있는 국토부

[기획 시리즈] 나는 네가 전 정부 때 한 일을 알고 있다(1) - 국토교통부 편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공직사회가 '적폐'로 몰려 감사와 처벌, 심지어 사법처리가 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정권 수뇌부의 지시로 공직자들이 무리한 행정 행위나 비위 의혹에 연루되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국민의 삶의 질을 책임지는 국가 행정이 제대로 굴러 가려면 정치 바람과 관계없이 정책 행정에 관한한 공무원들의 소신 행정을 장려해야 한다. 또 권력형 비리 의혹 등에 휘말리지 않도록 부당한 명령에는 복종을 거부할 수 있도록 신변을 보장해줘야 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공직 사회에서도 스스로의 자존심과 독립성을 수호하고 출세와 안위보다는 '국민'만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전 정권 시절 저질러진 갖가지 잘못된 행정 행위나 정책들에 대한 청산 작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칫 편향적으로 진행돼 '제2의 적폐청산'이 되지 않고 공직 사회가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냉철한 평과와 처리 작업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정부 각 부처 별로 지난 3년간 벌어졌던 일들을 점검해 보고 처리 방향을 모색해 본다. '수불석권(手不釋卷)',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는 말은 본래 학문의 정진을 강조하는 고사성어다. 그러나 이 시대 국토교통부가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것은 책이 아닌, '4쪽짜리 문서'였다. 그리고 그 문서는 조용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국토부 자체 감사 결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관련된 과업수행계획서 중 '종점부 위치 변경 검토' 4쪽 분량이 고의로 누락된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다. 국토부는 처음엔 '실무자의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삭제본과 원본을 섞어 국회에 제출한 정황이 드러나며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과 경기 양평군 양서면을 잇는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17년 국토부의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포함된 사업으로, 총 연장 27.0km 구간을 4~6차로로 건설하는 프로젝트였다. 이후 윤석열 정부 시절, 기존 예비타당성조사(A안)가 통과됐으나 2023년 5월,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돌연 '강상면 종점안(B안)'을 제시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변경된 노선이 김건희 일가 소유 토지를 관통한다는 점이 알려지자,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노골적인 특혜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은 '사업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며 대응에 나섰다. 그는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감사는 실무자 7명에게만 징계·주의·경고를 권고했을 뿐, 과업수행계획서가 공식 결재 라인을 통해 검토된 과정에서 책임을 졌어야 할 고위 간부들에 대해선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원희룡 전 장관은 아예 감사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을 키웠다. 삭제된 문서는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다. 이는 국책사업의 근간을 흔든 조작이며, 국민에게 투명하게 밝혀져야 할 결정의 근거를 은폐한 것이다. 이른바 '4쪽 문서'는 행정의 정당성과 공정성을 떠받치는 기록이자, 공직윤리의 시험대였다. 정권 교체 직전, 사안의 전개는 급물살을 탔다. 올해 5월, 경찰은 국토부와 양평군청, 용역업체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6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경찰 수사가 본격화됐고, 김건희 여사 일가의 토지 소유와 연계된 특혜 의혹을 다루는 특별검사팀 수사도 병행되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과 함께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 16건을 수사 중이며, 지난 2일 원 전 장관과 김선교 의원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야당 탄압이자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며, “2022년 11월 국토위 회의에서 IC 신설을 건의한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원희룡 전 장관에 대한 수사는 시민단체의 고발에서 비롯됐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등은 2023년 7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이 김건희 일가의 부동산 가치 상승을 겨냥한 '직권남용'이라며 원 전 장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고, 해당 사건은 경찰로 이첩돼 수사가 시작됐다. 현재 원 전 장관은 출국금지 상태이며, 피의자 신분 여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경찰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경찰과 특검은 본격적인 강제 수사 국면에 접어들었다. 복수의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부 고위 간부들에 대한 '줄소환'이 예고되어 있으며, 과업 변경 보고·결재 체계에 관여한 실·국장급 인사들이 주요 조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원 전 장관이 기소될 경우, 그와 함께 책임 구조 상단에 있던 고위 간부들 역시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는 단순히 실무자 책임을 넘어서 고위직의 정책 결정 및 문서 은폐 지시 여부에 대한 수사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외에도 국토교통부는 최근 몇 년 사이 신뢰를 훼손한 또 다른 사례들에 연루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2023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포럼의 경우, 국토부가 특정 민간업체와의 교류를 공공성과 명확한 기준 없이 추진했다는 지적이 국회와 시민단체에서 제기됐으며, 사업 추진 배경과 업체 선정 과정의 투명성 문제가 불거졌다. 2024년에는 국토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이 일부 지자체 및 중앙부처의 요구에 따라 부동산 통계 수치를 의도적으로 조정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다. 이 같은 통계 조작은 정책 판단과 시장 신뢰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운영의 기본 원칙을 훼손한 중대한 사안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일련의 행정 왜곡 사례들은 단지 과거의 실수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신뢰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공무원 사회 내부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 결정들이 적폐로 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 중이다. 실무자뿐 아니라 당시 고위 정책 결정권자들 역시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제2의 적폐청산 시즌"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행정의 기본은 신뢰이고, 그 신뢰는 책임으로부터 비롯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문서 삭제의 정황이 분명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책임 있는 윗선의 이름은 감사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왜, 어떤 근거로 노선을 바꿨는가"라는 핵심 질문은 여전히 답변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단지 하나의 사업 변경을 넘어, 정치적 압력 속에서 행정이 얼마나 쉽게 기조를 바꾸고, 기록을 지우며, 책임을 회피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삭제된 4쪽'이 상징하는 것은 무너진 기록 윤리, 그리고 정치 권력 앞에 취약한 공직 시스템이다. 근묵자흑(近墨者黑).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진다. 공직사회가 정권의 그림자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눈치 행정'에 길들여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지워진 4쪽은 누군가의 지시이든, 묵인이든, 분명한 행정 판단의 결과였다. 이는 단순한 실무의 실수가 아니라 시스템의 타락이며, 권력과 거리를 유지하지 못한 공직사회의 자기파괴다. 지금이라도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삭제된 4쪽에 담긴 진실을 밝히고, 책임 소재를 끝까지 규명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4쪽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불신은 행정을 지탱하는 마지막 줄기마저 끊어버릴 것이다. “나는 네가 전 정부 때 한 일을 알고 있다." 이 문장은 정치적 보복이 아니라, 기록과 책임, 그리고 민주행정의 윤리에 대한 질문이어야 한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상법 추가 개정 본격화…국회 법사위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 선출’ 공청회

이재명 대통령이 자본 시장 활성화를 위해 예고한 상법 추가 개정 작업이 본격화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11일 공청회를 열고 최근 상법 개정안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중요한 쟁점인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문제에 대한 전문가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 날 공청회에는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 명예교수, 윤태준 주주행동플랫폼 액트 연구소장이 참석해 두가지 제도 도입에 따른 문제점 지적 및 장단점 비교 등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공청회에서 정우용 부회장은 “기본적으로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려는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과도한 규제는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아 그 결과는 결국 주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우려했다. 그는 “최대 주주가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도 기관투자자 등 소수 주주가 결합해 과반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면 자본 다수결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면서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가 결합돼 동시 적용된다면 부작용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집중투표제 배제를 금지하는 것은 자본 다수결 원칙에 대한 위반이라 생각한다"며 “현재도 집중투표 배제를 위해 주주 동의를 충분히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포기하고 기업이 자유롭게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영권 방어수단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위 두가지 제도 시행 시 최대주주는 많은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경영권을 갖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특히 중견, 중소기업의 경우 대주주의 지분이 더 높아 타격이 있을 수 있어 제도 도입에 심사숙고해 주실 것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 도입 시 오히려 기업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주식회사에서 이사회를 두는 것은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며, 같은 목적에서 집중투표제와 같은 제도를 두고 있다"면서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회사의 경우 집중투표제 의무화하고, 그 미만 기업의 경우 집중투표제 도입 배제를 위한 정관 개정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도록 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감사위원 전원에 대한 분리선임도 필요하다"면서 “만약 기업에서 2명의 감사위원만 분리 선임 제도를 적용할 경우 대주주의 뜻대로 다른 3명 이상의 감사위원을 두게 되고, 이 경우 기업 및 소액주주의 독립성이 쉽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도 도입에 의한 부작용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제도가 실제 도입된 회사에서 적용사례가 많지 않다"면서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10년에 걸쳐 3건, 회사당 연평균 4.3%에 불과한 경우도 있고, 한명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를 시행해도 5년간 33건, 33%에 불과하다"면서 “기업에서 두 가지 제도 도입으로 실제 지배권이 이전 및 상실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 예외적이며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집중투표제 도입 의무,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주주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위험을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 명예교수는 “대주주의 경영권은 경영을 주도하고 기업의 실질적 주도권을 갖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주주평등, 의결권 비례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제도 도입 시 엄격한 검증절차 없이 소액주주 등에 의한 감사위원 추천 및 선출이 이뤄지게 되면 오히려 대주주에 대한 역차별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자본 다수결이 원칙이 지배하는 대그룹에서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최 교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 또한 매우 위험한 제도"라며 “감사위원은 감사 이전에 회사 이사회 이사인데, 이사 구성권을 침해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자회사 감사권까지 갖는 지주회사에서 더 큰 문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이라며 “많은 기업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 회사 크기를 줄여 자산총액 2조원 미만 회사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 교수는 “대상 기업을 자본 규모 2조원 기업으로 제한을 두는 것도 시대착오적"이라며 “하나의 제도를 시행해보지도 않고 연속적으로 또다른 제도를 개정하는 것은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상법 개정안에서는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민주당이 추진하던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조항은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여야는 해당 조항에 대해 추후 논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이사를 선임할 때 보유 주식 수에 선임 이사 수를 곱한 만큼 주당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소액주주가 이사회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대주주 중심의 경영 구조를 견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특히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가 이사회에 더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대주주 중심의 경영 구조를 견제하고, 소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소액주주가 자신의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 집중시켜 이사로 선출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재계에서는 집중투표제가 외국 투기자본에 의해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동시에 이 제도가 의무화될 경우 이사회 내부의 갈등이 심화되어 경영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 등 외부 투기자본이 경영권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 기업들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집중투표제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부 기업은 자사주를 활용해 경영권을 방어해왔는데,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인해 이러한 전략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는 대규모 상장회사에서 감사위원을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규정하는 것으로, 역시 대주주에 대한 견제 강화하목적을 갖는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가 경영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가 실제로 기업 지배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국토장관 김윤덕·문체장관 최휘영 후보자 지명…내각 인선 마무리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는 최휘영 놀 유니버스 대표를 내정했다. 이로써 이재명 정부 첫 내각을 구성할 19개 정부 부처 장관 인선이 모두 마무리됐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인사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국토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 의원은 3선 중진으로, 현재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입법과 정책 역량을 쌓아온 인물이다. 문체부 장관 후보자인 최 대표는 방송기자 출신으로, 네이버와 인터파크 등 주요 IT기업의 대표를 역임한 민간 전문가다. 현재는 콘텐츠 플랫폼 기업 '놀 유니버스'를 이끌고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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