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3월 30일(목)
[데스크 칼럼] 민주당의 ‘이재명 덫’ 탈출법

창당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개인의 덫에 갇혀 있다. 지금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 때 기세등등했던 모습과는 전혀 딴 판이다. 몽골 기병처럼 기민하고 유연한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공룡 정당으로서 무기력하고 굼뜬 이미지 만 보일 뿐이다.문재인 정권 시절 민주당의 100년 집권론까지 제기됐다. 그것도 이해찬 당시 대표 입에서 나왔다. 당연히 논란의 대상이 됐다. 오만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9년 2월 문재인 정부 출범 3년차 때 상황이었다. 실제 민주당의 100년 집권이 가시화하는 듯 했다. 2020년 총선에서 실제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냈다. 행정 권력과 의회 권력을 함께 거머쥐었다. 민주당으로선 100년 집권이 단순한 꿈이나 환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었다.요즘 민주당에선 그런 호기나 자신감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위기 또는 불안감에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민주당의 최근 상황은 지난 금요일인 17일 이 대표의 대비된 행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대표는 그날 오전 9시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윤석열 정부의 저자세 외교를 강력 비판했다. 그 자리에서 ‘하수인’ ‘조공’ ‘숭일’ 등 거친 표현까지 썼다. 이 대표는 그로부터 1시간여 뒤인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섰다.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의혹 사건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한 것이다. 이 대표의 이런 모습은 그날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국민들은 앞으로도 그런 장면들을 자주 볼 것이고 그 때마다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제 앞가림이나 잘 하지, 뭐 잘 났다고 남의 탓을 하나"이지 않을까. 이 대표 개인의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에 터 잡고 있는 한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의 어떤 정치행위나 정책도 제대로 먹힐 수 없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마지막 믿는 구석은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의회 권력이다. 이마저도 내년 4.10 총선에서 이기지 못하면 앞으로 1년 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권력일 뿐이다.이 대표는 지난 3.9 제20대 대통령선거를 100일 앞둔 2021년 11월 20일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문재인당’인 민주당의 대선후보로서 높은 정권교체론에 맞선 이 대표의 승부수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 대표는 3.9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권력을 내줬다. 그런데도 그 선언으로부터 9개월여 뒤 ‘이재명의 민주당’은 현실화했다. 대선 패배 불과 84일 만인 6.1 재·보궐선거에 나가 국회의원 배지를 달더니 그로부터 88일 만인 지난해 8월 28일엔 무려 80% 가까운 득표로 당 대표에 선출됐다. 여기에 걸린 기간은 겨우 6개월도 안됐다. 당 대표가 된 데 그친 게 아니다. 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의 구성원인 최고위원 9명 중 이 대표와 7명이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다. 이 대표가 민주당을 접수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난 대선에선 이재명 간판만 내걸고 졌으니 그나마 이 대표만 책임지면 됐다. 이젠 명실 공히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거듭나 자칫 잘못하다간 동반 침몰할 수도 있다.‘이재명의 민주당’은 현재 민주당의 짐이다. 이 대표를 둘러싼 개인 비리 혐의가 한 둘이 아니다. 한 가지라도 입증되면 중형을 면치 못할 혐의들이다. 이 대표 관련 각종 혐의는 아직 유죄로 확정된 게 없다. 그러나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이미 기소됐거나 앞으로 속속 기소될 것이라고 한다. 얼마 전엔 이 대표 체포동의안까지 국회에 날아들었다. 그 체포안이 가까스로 부결돼 이 대표는 위기를 넘겼다. 이 대표 체포안이 추가로 제출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오면 그 때도 부결될 것으로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당내 일각의 분석이다. 최근엔 당내에서 이 대표 거취 결정 또는 인적 쇄신 요구도 터져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발언으로 지옥까지 다녀온 적이 있다. "친형을 강제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고 한 게 이유였다. 당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죄 혐의로 기소됐다. 나중에 대법원 판결로 살아 돌아왔다. 그 판결조차도 재판거래 결과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이제는 그 때와 전혀 다르다. 민주당의 집권시기가 아니다. 혐의의 가짓수나 내용을 보면 과거와 비교할 수 없다. 이 대표 주변 인물이 죽음으로 내몰린 게 벌써 다섯 명이다. 더 이상 정치보복 타령이나 정치탄압 피해자 코스프레만 하며 위기에서 벗어날 형편이 못 된다. 자꾸 방벽을 높이 쌓으면 공세도 그만큼 강해지는 법이다. 이 대표의 혐의는 누구보다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이 대표는 변호사 출신이 아닌가. 모른다면 측근들에 솔직히 물어봐도 된다. 민주당에도 검사·판사 출신 의원들이 많지 않는가. 민주당과 이 대표의 현 위기는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도 그를 당의 대통령 후보와 대표로 연거푸 선출했다. 이 대표도 그간 관행으로 자리잡아온 ‘대선 패배 후 정치 공식’을 깨고 곧바로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든 격이다.이 대표는 지난 대선 패배로 당과 지지자들에 적지 않은 충격과 상처를 줬다. 그 책임을 외면해 또다시 당과 지지자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로 꼽히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 중 각각 자식과 형을 감방에 넣는 아픔을 겪었다. 이 대표에 빗발치는 의혹이 가족을 겨냥한 게 아니다. 이 대표 본인, 그것도 개인비리 관련 의혹이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전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되자 이튿날 아침 "이게 검찰 수사 때문이지, 저 때문이냐"고 반문했다. 그런 이 대표는 당일 점심 때쯤 전모 씨의 유서가 발견되자 곧바로 전모 씨 빈소를 찾아 무려 7시간을 대기하다가 겨우 조문했다. 그 유서엔 이 대표를 향해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 "이제 정치 내려 놓으시라"고 한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이 대표는 그 뒤 달라지고 있다. 지난 14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어쨌든 제 곁에 있었다는 이유로 당한 일이어서 저로서야 어떤 방식이든 간에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한 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지난 16일 당 의원총회에선 "내년 총선에서 당이 패하면 당도 어려워지고 내 정치도 끝난다"면서 "총선 승리를 위해선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를 후원해온 당의 핵심 원로가 당초 입장을 바꿔 선당후사(先黨後私)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질서 있는 퇴진’ 또는 ‘인적쇄신 결단’ 요구도 있었다. 이 대표로선 억울하겠지만 뭔가 결단해야 하는 시점을 맞았다. 이 대표가 결단한다면 그 결단이 무엇이든 미봉에 그쳐선 안된다. 꼼수를 두려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다.구동본

[데스크 칼럼] 윤석열 정부 결국 이럴려고 부동산시장에 개입하나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시장 개입에 대한 결과는 민망하다 못해 참담한 수준이다. 연초부터 1·3 대책 등 잇따른 구제책을 쏟아내면서 떨어지는 칼날이 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키려하고 있지만, 결국 시장에 역행하는 해법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걸 또한번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고분양가의 종말은 결국 미분양이 될 수 밖에 없는데도 정부가 나서서 미분양을 해소하려는 시도가 정말 옳은건지, 취임 이후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왔던 ‘시장원리’ 회복에 들어맞는 건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국토교통부 등 당국의 노골적인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구하기, 서울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고가 매입 논란 등 미분양을 해결하려는 일련의 정부 조치는 또다른 부동산시장 아노미 사태를 낳을 수 있다. 미분양 문제의 핵심은 고분양가에 있다. 그리고 최근의 급락장 이전의 대세상승기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 따른 저금리 기조에 의한 유동성 장세였기 때문에 당시 급등했던 가격의 조정은 경제 사이클상 필수불가결하다. 결국 시장 법칙이 제대로 작동해야 현 부동산 시장의 미분양 급증, 거래절벽 등의 우려는 완화될 수 있다. 시장의 원칙인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형성 기능이 왜곡된다면 전례없는 상황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반시장적 조치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예를들면 미분양 주택에 대한 정부의 매입임대가 그렇다. LH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약 36가구를 총 79억5000만원이란 거액을 투입해 매입임대 목적으로 사들였다. 칸타빌 수유팰리스의 전용면적 ㎡당 매입가격은 920만원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공공주택인 세곡 2-1단지 ㎡당 건설원가 436만원의 배를 웃돌았다. 미분양 민간주택을 매입임대를 위해 바싸게 사들인 것은 건설사 이익을 챙겨줄뿐만 아니라 가격거품을 떠받치는 행위라는 질타가 잇따랐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양도세 등 세제 완화로 정부가 다시 갭투자(전세끼고 매매)를 통한 부동산시장 부양을 묵인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크다. 다주택자가 갭투자 등의 방식으로 매물을 대량 매집하는 투기를 허용해 집값을 인위적으로 떠받치고자하는 정부의 불순한 의도라는 시각이다. 집값이 장기약세에 빠졌던 2014년 박근혜 정부는 갭투자를 양산하는 유사한 규제 및 금융완화 정책을 펼쳤고, 이 여파로 강남 3구 지역 집값은 폭등세를 연출했다. 특히, 다주택자 투기 조장 등으로 폐기수준에 들어갔던 민간등록임대제도 부활은 시장 안정화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 열풍을 또 부채질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이같은 전방위적 규제 완화에 대해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윤 정부가 주창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그 시점에 의구심이 든다.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도 4개 지역만 남겨두고 규제지역을 푼 지 54일 만에 전격적으로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의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를 발표했고, 이는 올해 분양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둔촌주공의 청약 경쟁률이 지난해 12월 예상보다 낮은 한 자릿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정부의 이같은 노골적인 둔촌주공 구하기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민간 분양의 저조한 결과는 고금리에 의한 실수요자들의 부담도 컸지만 집값이 당분간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국민들의 비관적 전망이 크다. 이는 시장에 가격으로 매겨져야 하지만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했고, 이에 불구하고도 시장 내 미분양은 청약불패였던 서울에서 마저도 위험수준으로 커졌다. 당분간 기준금리 추가 인상, 고금리, 거래절벽은 어쩔수 없으며 정부 부양책으로 일부 급매물이 올들어 소진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오락 가락하며 횡보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아무리 부동산냉각기 경착륙이 두렵더라도 이제 ‘인위적인 손’으로 완화하려고 하면 안된다. 이는 결국 또 다른 비이성적 과열로인한 거품이나 그 이후 더 골 깊은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명심했으면 한다.

[데스크 칼럼] 무거운 첫걸음 딛는 임종룡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에는 항상 '합리적', '엘리트 관료'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는다. 이력은 말할 것도 없다.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 실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국무총리실 실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이른바 공무원이 꿈꾸는 주요 요직은 거의 경험한 셈이다.어떤 자리에 가던 존재감이 확실한 것도 임 내정자가 가진 무기이자 장점이다. 위기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자임하고, 정면돌파를 택하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원칙에 기반한 최적의 선택을 한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KB금융을 제치고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 것은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로 대표적인 일화다. 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에 1조원을 베팅하며 본입찰 참가기관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내면서도 우리투자증권, 생명보험, 저축은행을 묶은 패키지 전체 가격에는 1조700억원을 써내며 고르게 베팅했다. 우리투자증권에 1조2000억원을 제시하고, 다른 계열사에는 마이너스를 써낸 KB금융과는 반대되는 전략을 가동한 것이다. 정부는 당시 우리금융 민영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계열사를 ‘패키지’로 매각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는데, 임 회장은 정부의 이러한 원칙을 정확히 꿰뚫고 현명한 베팅을 했다는 평가다. 금융위원장 재임 중에는 '거친 개혁'도 마다하지 않는 임 내정자 특유의 추진력이 더욱 빛을 발했다. 임 내정자는 재임 기간 초대형 투자은행(IB)을 비롯해 자본시장 5대 개혁과제를 힘있게 추진했다. 이 중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초대형 IB에 발행어음 업무를 허용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의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을 통해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을 공급하는데 중요한 토대가 됐다. 그랬던 임 내정자가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됐을 때, 금융권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임 후보자는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현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군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그런 임 후보자가 굳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어수선하고 굴지의 과제들이 산적한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올 이유가 있냐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임 내정자는 이때도 정면돌파를 택했다. 회장직에 도전하겠다고 천명하고, 자신을 관치라고 규정짓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서는 "왜 관치냐"고 반문하며 자신이 관치가 아닌 이유를 조목조목 짚었다. 임 내정자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을 보유한 자신만이 우리금융지주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통상 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에 오른 인물들이 향후 혹시라도 낙마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말을 아끼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임 내정자의 실력과 능력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간의 성공이 앞으로의 성공을 답보하지 않는다는 것은 임 내정자가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큰 과제다. 우리금융을 둘러싼 상황은 10년 전 임 내정자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맡았을 당시와 비교해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금융권은 현재 매일매일 보이지 않는 치(治)와 씨름 중이며, 우리금융이 거칠게 베팅할 만한 증권사, 보험사 매물도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경영 외적으로는 재임 기간 '관치 인사', '낙하산 인사'라는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조직내 파벌 갈등 봉합, 당국과의 관계 개선 등도 해결해야 한다. 임 내정자는 우리금융 노조와 만나 우리금융의 일원이 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임 내정자가 진정한 '우리금융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이전 회장과 우리금융 임직원들이 쌓아올린 역사들을 모두 '개혁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3년 뒤 오늘, 임 내정자가 NH농협금융 회장, 금융위원장을 넘어 누구보다 우리금융 직원들을 사랑했던 회장으로 기억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mediasong@ekn.kr

[데스크 칼럼] 자유시장경제의 위기…윤정부 관치경제 유혹 벗어나야

고금리·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국민들의 삶이 팍팍해지자 윤석열 정부가 민간 기업의 자율성과 책임성에 무게를 두던 자유시장경제 원칙에서 벗어나는 발언과 정책 추진으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대출금리가 두 배 이상 오르고, 겨울철 난방비 폭탄, 통신비를 포함한 물가 인상, 국민연금·건강보험료 인상 등으로 자영업자와 직장인들의 불만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이런 가운데 국민 ·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의 작년 순이익이 16조원에 달하고, 농협은행을 포함한 5대 은행 직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이 전년보다 35.6% 증가한 1조3823억원에 달했다는 소식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의 작년 영업이익이 4조3800원을 넘었지만 기존 요금제보다 저렴한 5G 중간 요금제를 선뜻 내놓지 않고, 통신품질 개선을 위한 투자에는 인색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또한 고유가에 정제마진이 좋아 사상최대 영업이익을 내고 1000% 성과급 지급 소식을 전한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도 ‘횡재세’ 논란에 휩쌓여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대통령이 나서서 공공재의 성격과 과점체제 등을 거론하면서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강화하라고 특단의 주문을 하는 모양새는 뭔가 어색해 보인다. 이전까지 윤 정부는 전 정부와 차별화에 나서며 민간 기업의 자율경영을 지지해 왔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발전과 반기업 정서 탈피에 노력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었다.모든 기업은 장사를 잘해서 구성원들의 고용안정과 고용창출, 넉넉한 임금(후생복지) 지급,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자금 확보, 기술개발과 인재육성 등으로 지속발전가능한 체제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서 임금 인상과 성과급을 지급함으로써 구성원들의 사기진작과 자긍심 고취, 충성도 향상 등을 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경영활동이고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를 비난하는 것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전근대적 사고에 머물러 있는 것과 같다. 일을 잘해서 성과가 좋은 사람과, 기업에게는 박수를 쳐주는 것이 훌륭한 태도이지, ‘너와 같은 여건이라면 나도 잘 할 수 있다’며 시기와 질투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열등의식 에서 나오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윤 정부는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에 방점을 찍고 모든 역량을 집중 시켜 나가고 있다. 3대 개혁에 성공하려면 여소야대의 국회를 반전시켜 입법을 지원받아야 하고, 국민적 여론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좌와 우를 모두 품으려는 태도까지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윤 정부가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도록 표를 던진 유권자들의 심정, 바람 등을 헤아리고 그들이 외면하지 않도록 하는 기본 국정운영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가운데 반대 진영에 있는 국민과와도 끊임없는 소통과 설득으로 지지세력을 넓혀 나가야 한다. 개인의 발전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바라는 국민들이라는 전제가 있다면 그 과정에 이르는 방법과 전략이 다를 뿐이라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앞서 이명박 정부시절, 집권 초기에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530만 표의 차이로 당선시켜 준 유권자의 바람대로 국정운영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얼마 후 총선을 앞두고 부쩍 ‘서민 경제’ ‘동반성장’ ‘상생’이란 용어를 쓰면서 관련 정책을 펼치다가 기존 지지세력마저 이탈시키는 우를 범했다. 복합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민간·기업·시장주도 경제’를 내세우고 ‘규제개혁’을 다짐했던 윤 정부가 초심을 잃지 않기를 기대한다.

[데스크 칼럼] 與 당권 경쟁 두더지잡기 결말은

"차라리 추대하거나 옹립하라."집권 국민의힘의 최근 당 대표 선거전에 대한 이같은 감상은 필자 만의 생각일까. 본 경선에 돌입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의 전초전 모습은 한 마디로 가관이다.두더지 잡기를 보는 듯 하다.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두더지들을 망치로 때려 제한된 시간에 얼마나 빨리, 많이 구멍 안으로 밀어 넣느냐로 승부를 가리는 게임 말이다.국민의힘의 차기 당권 유력 주자 중 벌써 3명이 중도 낙마했다. 권성동 의원과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 등이 그들이다. 여전히 당권 레이스 중인 안철수 의원까지 포함하면 여권 주류가 두드린 ‘두더지’는 4명이다. 이전으로 멀리 거슬러 가 이준석 전 대표도 그 범주에 넣으면 ‘두더지’는 5명으로 늘어난다. 윤석열 대통령과 처음부터 각을 세운 유 전 의원이야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맏형으로 윤 대통령과 친구였다는 권 의원도, 윤 대통령과 함께 고시 공부하며 오빠·동생할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는 나 전 의원도 가차 없이 찍혀 나갔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더니 딱 그 짝이다. 윤 대통령과 사적인 인간관계에 있는 인사 뿐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의 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안 의원, 이 전 대표도 표적이 됐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 1주일 전 후보 단일화로 윤 대통령 당선에 힘을 보태고 인수위서 5년 국정운영의 밑그림까지 그리지 않았나. 이 전 대표는 정치경험이 전혀 없는 윤석열을 국민의힘에 영입해 대통령까지 만든 인사 아닌가.이들이 ‘두더지’ 신세에 놓인 가장 큰 죄라면 당권을 장악했거나 차기 당권을 넘봐 인기를 얻은 것이다.권 의원은 윤핵관 등의 집중 공격을 받은 나 전 의원이나 안 의원, 이 전 대표와는 다소 다른 케이스로 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조용한 교통정리였다. 권 의원은 사실 이 전 대표를 몰아내는 데 전면에 서지 않았나. 이 전 대표의 중도 퇴진을 이끌어낸 그의 역할이 없었더라면 이번 조기 전당대회 자체가 치러질 수 없었다. 그런 그조차도 당권 도전을 못하고 밀려났다. 당 대표 선거 출마회견 예정일 하루 전날 스스로 전격 불출마 선언한 것이다. 이를 두고 토사구팽이라면 과한 해석인가. 그는 불출마 이유로 느닷없이 대통령 국정운영과 선당후사(先黨後私)를 꼽았다. ‘윤심’(윤 대통령 마음) 작용의 오해를 피하고 당의 화합과 단결을 우선으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권 의원의 불출마 이후 과연 그의 뜻대로 윤심 논란이 사라지고 당의 화합이 이뤄졌는가.찍어낸 그 과정을 돌아보면 사전 각본 없이 이뤄질 수 없는 한 편의 막장극이었다. 시작은 지난해 7월 이 전 대표 개인 부정 의혹 관련 징계였다. 윤 대통령 취임 두 달 만이었다. 권성동 의원 등 친윤(親윤석열) 그룹은 정치의 사법화까지 부르며 이 전 대표측과 3개월 간 힘겨루기 끝에 지난해 10월 이 전 대표를 대표직에서 몰아냈다. 결국 올해 6월까지였던 이 전 대표의 임기가 단축되면서 조기 전대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전대의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유력주자들이 차례로 나가떨어졌다. 누가 봐도 특정 주자 배제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친윤 주도의 룰 변경, 국민의힘 소속 전체 의원의 절반에 가까운 초선의원 50여의 연판장 돌리기 등 집단 조리돌림 등이 원인이었다. 심지어 대통령실은 왕조시대도 아닌데 윤심에 대해 마치 전매특허를 낸 것처럼 상표권 내세웠다. 실제로 친윤 중심의 당이 전대 선거 룰을 ‘당원투표 100%, 결선투표’로 바꾸자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유 전 의원으로선 닭 쫓다가 지붕 쳐다볼 수밖에 없게 됐다. 이어서 나 전 의원이 당심과 민심을 함께 업고 당권 레이스 1위 주자로 떠올랐지만 그 역시 친윤과 대통령실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나 전 의원은 친윤그룹에 ‘반윤(反윤석열)의 우두머리’, ‘친윤 호소인’ 등으로 낙인찍혀 주저앉혀졌다. 여우를 피했더니 호랑이를 만난 것인가. 안 의원이 나 전 의원의 뒤를 이어 부상하자 이번엔 친윤과 대통령실은 안 의원 두들기기에 나섰다. 안 의원을 겨냥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해꾼이자 적’이란 발언까지 공개됐다.반면 김기현 의원은 당초 후순위에서 산 넘고 물 건너 이젠 유력주자에 올랐다. 극적인 연출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이었다. 배경에 친윤그룹과 대통령실의 유력 경쟁자 내치기가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는 처음부터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윤핵관 장제원 의원과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를 꾸렸다. 김기현 의원은 누구인가. 그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 희생자라고 주장해왔다. 2018년 지방선거 때 울산시장 재선 도전을 앞두고 자신에 대해 이뤄진 경찰수사가 문 대통령 친구 송철호 전 울산시장 당선을 위한 청와대의 선거개입 결과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 그가 이제는 친윤 그룹과 대통령실로부터 윤심 논란 속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차기 당권에 가까이 가 있다. 친윤과 대통령실이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왜 이리 무리수를 두는지 모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대선 이전 국민의힘 입당을 고민한 적 있다. ‘차떼기 정당’, ‘국정농단 온실’ 등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민의힘이 자신의 철학과 가치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같다. 결국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둥지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자신에게 국민의힘은 한낱 강을 건너는데 필요한 뗏목에 불과했다. 윤 대통령으로선 현재 무엇보다도 정국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아 성공적인 국정을 이끌고 싶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적어도 국민의힘 재건축이 필요하다. 지금은 헤쳐 모여 식의 정계개편을 통해 정치판을 흔들 수 있는 국면이 아니다. 그렇다고 얼굴 등 일부 만 성형하는 리모델링 수준에 그칠 수도 없는 형편이다.차기 당권을 쥐는 건 국민의힘을 재건축하는데 급선무다. 차기 당권은 내년 총선 물갈이 공천을 통해 국민의힘을 재건축하고 의회권력을 차지할 수 있는 바탕이다. 그러나 필요하다고 해서 순리를 따르지 않으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 당장 당 선관위가 김기현 의원에 대한 지지운동 자제를 경고하고 나섰다. 제 앞가림하기도 바쁜 야당도 남의 당 선거에 숟가락을 얹었다. 대통령의 국민의힘 선거 개입이 헌법상 공무원의 정치중립 의무 등 위반이라며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있다.이런 경고나 형사고발 검토는 대수롭지 않을 수 있다. 당 선관위 경고의 경우 앞으로 같은 잘못을 하지 않으면 되고 야당의 형사고발 검토도 다분히 정치공세 성격이 짙어 보이기 때문이다.문제는 정당 민주주의의 훼손이다. 대통령의 집권당 총재직 겸임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이후 사라졌다. 행정권력은 물론 의회권력까지 장악하는 제왕적 대통령을 막겠다는 것으로 읽혔다. 당정 일체로 국정을 원만하게 이끈다는 명분은 그 부작용에 빛이 바랬다. 그 이전 대통령은 권력을 창출한 집권당을 허수아비 또는 거수기 정당쯤으로 취급했다. 친윤과 대통령실을 앞세운 윤 대통령의 전대 개입 모습은 역사의 시계바늘을 20년 전으로 돌리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우여곡절 끝에 집무실을 옮긴 것과도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과 관련 제왕적 대통령 직을 내려놓는 상징적인 조치라고 강조하지 않았나. 윤 대통령은 이렇게 해선 안된다. 국민 마음은커녕 당원 마음조차 얻기 어렵다. 지금 상황이라면 진짜 윤심 후보가 당권을 쥔 뒤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심상치 않은 그 위기 조짐이 최근 국민의힘 예비경선 결과로 드러났다. 윤심과 반대편에 선 이 전 대표측 후보들이 모두 본경선에 오른 반면 윤심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던 일부 후보들은 줄줄이 컷오프됐다.윤 대통령에게 당권이 절실할 수 있다. 하지만 당권 차지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절차와 과정을 공정하게 이끌지 못하면 당심과 민심이 모두 떠난다. 솔직히 윤 대통령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그를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윤핵관들도 국민 밉상으로 찍혔다. 국정도 원내 절대 다수 의석인 야당에 포위돼 꼼짝 달싹하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은 이런 때 자꾸 싸움의 전선을 넓히고 뺄셈정치로 시간을 보낸다. 경거망동하다간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수 있다는 교훈을 명심했으면 한다.구동본

[데스크 칼럼] 추락하는 수출, 해결고리는 중국

대한민국 국부(國富)의 중심축인 무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새해 1월 수출액은 462억 7000만달러로 잠정집계돼 지난해 1월(554억6000만달러)보다 16.6%(91억9000만달러) 크게 감소했다. 1년새 수출규모가 약 100억달러 빠진 것이다.수출 비중 1,2위를 차지하는 중국(-31.4%), 아세안(-19.8%)을 위시해 베트남(-28.5%), 중남미(-25.0%), 러시아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 -17.6%) 등에서 두 자릿수 마이너스(전년동월 대비)가 뼈아팠다.물론, 베트남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부진에 따른 현지진출 삼성전자의 글로벌 수출 감소, CIS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수출 감소의 타격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1월 수출에서 눈에 띄는 부분으로 정부는 중동지역(+4.0%)을 꼽았지만, 오히려 미국과 일본이 눈에 들어왔다.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제 외교관계에서 가장 주력했던 나라가 미·일 두 나라였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미, 대일 수출은 하락곡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미국과 일본과 외교 및 통상 관계에서 야당으로부터 ‘저자세’ 또는 ‘굴욕적’이라는 비난을 받아가면서 관계 강화 또는 정상화를 시도해 왔다는 점에서 두 나라로 수출 감소세는 일반국민 입장에서도 언뜻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즉, 미국 바이든 정부의 ‘중국 때리기’ 외교정책이 군사·외교의 외양을 취하고 있지만 본질은 경제에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자유경제시장 질서를 무시해 가면서 칩4를 통한 반도체, IRA(인플레이션감축법)를 동원한 전기차 등 글로벌 공급망을 일방적으로 재편하려는 목적이 다름아닌 ‘중국 제압’에 있음이다.윤 정부가 출범과 함께 북한의 핵 위협 고조에 대응한 억지력 수단으로 한미동맹을 군사 부문에서 강화하는 것은 타당하다. 하지만, 미 군사력에 의존하는 대가로 바이든 정부의 ‘중국 배제’ 노선에 편승하면서 중국의 외교·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잃을 위기에 빠져 있다.더욱이 미국·일본과 우방관계를 강화하면서 우리나라가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치명적이다.수출 통계(잠정)만 봐도 미국은 중국·아세안에 이어 수출 비중 3위 국가이지만, 1월 수출 80억 5100만달러로 직전 지난해 12월(93억7300만달러)보다 -14.1%, 지난해 1월(85억7000만달러)와 비교해 -6.1%로 저조했다.일본은 미국보다 더 심했다. 지난해 10월 -13.1%에 이어 △11월 -17.8% △12월 -10.3%를 보이더니 올해 1월 대일수출액 22억8600만달러로 전년동월 대비 -12.7%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두자릿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경제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와 그에 따라 눈덩이 수준으로 불어나는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의 하나로 중국과 교역 위축을 들고 있다.따라서, 고전하고 있는 대한민국 수출전선에서 승기를 마련할 수 있는 현명하고 현실적인 해결고리는 결국 ‘중국’이다.일각에선 美·EU·日 진영과 中·러 진영의 신냉전 도래로 한국이 서방쪽에 ‘확실한 줄대기’를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 석유 메이저들이 최대호황을 구가하고 있고, 서구·일본 글로벌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시장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경제이익 앞에선 이념은 단지 ‘정치적 노리개’에 불과하다는 냉엄한 국제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튼튼한 안보 못지 않게 하루하루 걱정없는 경제적 삶도 원한다.

[데스크 칼럼] 계묘년 부동산 시장에서 희망하는 것은 좋은 가격

"적게 버는 것도 아닌데 이런 저런 비용 제하고 나면 매월 마이너스 되는 달도 많습니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고 있는 40대 맞벌이 생활자 A씨의 자조스런 말이다. 그를 가장 우울하게 만드는 건 매월 급등하고 있는 전세자금대출 이자다. 그는 전세대출이 7억원에 매월 추가로 월세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청약통장에 2000만원을 넣어놓고 올해에도 분양을 노려볼 예정이다. 어차피 월급받아도 대출로 다나가는 마당인데 집 한채 없는 것이 더 참담하다면서, 올해는 어떻게든 전세를 최대한 갚고 다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해서 수도권 똘똘한 한 채 아파트에 도전해 볼 계획이다. 그는 특히 강남권의 집값이 더 조정되길 원하고 있다.성남에 사는 70대 B씨는 올해 11월 서울 개포동 한 재건축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다. 30억원을 호가하는 대형 평수에 입주하는 B씨는 말 그대로 하우스푸어다. 젊은 시절 사업으로 종잣돈을 마련해 개포동에 아파트를 마련했지만 이제는 은퇴자이기 때문에 취득세, 보유세, 매도시 양도소득세를 우려하고 있다. 그는 자식들에게도 말했다. 이 아파트는 자신의 노후라고. 욕심내지 말라고 했다. B씨는 지난 3일 정부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및 용산구를 제외하고 해제한 규제지역에 강남구도 포함시켜주길 고대하고 있다. 그는 아파트를 최대한 높은 가격에 팔아 그 돈으로 수도권 인근 빌라로 이사가 임대사업을 하고 싶어한다.계묘년 새해에도 부동산 시장 내 매도자와 매수자가 간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서로 희망하는 것은 ‘합리적인 가격’(reasonable price)이다. 하지만 한쪽은 가격이 더 떨어지길 바래고 있고, 다른 한쪽은 또 한번의 부동산시장 호황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올해 가장 원하는 건 규제해제뿐만이 아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완화 등 대출의 빗장이 풀리고 무엇보다 통화 당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염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금리가 꺾이면서 작년 말 고점을 찍었고 기준금리는 조금더 올라갈 수 있겠지만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이자까지 하락 반전돼 지금이 부동산시장 바닥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에 비해 0.31% 하락했다. 지난해 5월 마지막주부터 35주 연속 하락세가 지속됐지만 낙폭은 지난해 말(-0.74%) 이후 4주 연속 둔화된 것이다.하지만 올해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어두운 터널을 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2년 12월 기준 미분양이 2018년 수준인 약 6만가구에 달하는 등 분양시장도 붕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미분양 주택 위험선으로 판단하는 6만2000가구에 가까운 수치이다. 특히 2023년 미분양은 8만2000가구로 전망되고 있다.물론 정부는 올해도 부동산 경기의 연착륙을 위한 더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반전의 열쇠는 금리 인하다. 역사적으로 금리 인하 후에 미분양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2009년, 2013~16년, 2019년에 금리 인하가 나타났고, 미분양이 감소했다. 결국 정부의 1·3 대책은 미분양 감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주택도, 1주택도, 다주택자도 규제지역을 제외한 곳에서 청약하라는 의미다. 이로인해 이번 정책이 올해 청약시장 바로미터가 될 ‘둔촌 주공아파트’ 구하기라는 지적도 많았다.문제는 이러한 규제완화에 더 높은 가격을 희망하는 매도자는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고, 매수자는 여전히 가격 하락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매수자 매도자 둘 다 고금리에 고통받고 있다. 결국 해답은 시장의 원리 회복에 있다. 이전 정부는 총 26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급등하는 집값을 잡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마찬가지로 또 인위적인 손으로 시장에 개입한다면 집값 왜곡, 거래절벽, 미분양, 고금리 기조 등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를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데스크 칼럼] 예고된 경기침체, 불가피한 고통분담

새해 벽두부터 대한민국 경제는 위기와 우려로 첫소식을 전했다. 우리나라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급감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TSMC에 세계 반도체 매출액 1위 자리를 또 다시 내주게 됐다. TSMC는 반도체 업황 둔화에도 작년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세계 반도체 매출액 1위 자리를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TSMC의 작년 4분기 매출액이 6255억 대만달러(약 25조6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6360억 대만달러)를 하회했다고는 하나, 기술력과 규모만으로 반도체 1위 자리라는 성과를 달성한 것은 그들(대만)에겐 자랑이자 우리에겐 뼈아픈 현실이다. 실적 부진은 결코 삼성전자만의 아픔은 아니다. LG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6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1% 급감했다. 21조8597억원의 분기 최대 매출액을 달성하고도 원자재값, 물류비 인상 등으로 겨우 영업적자를 면하는데 머물렀다. 기업들의 상황이 이러하니 수출지표도 좋을리 없다.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반도체 등 수출이 급감하면서 3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1월 1~1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은 138억6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했다. 이 기간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9.5% 급감했다. 매년 기업들 CEO 신년사에서 반복돼왔던 ‘경제위기’라는 단어가 올해처럼, 연초부터, 즉각적으로 기업들 피부에 와닿았던 적이 있었는지 새삼 돌이켜보게 된다. 경제 불안정과 실물경제 위축이 외부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한숨을 더욱 깊어지게 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주요국의 금리 인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가격 상승 등 대내외 요인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국내 기업들과 경제를 옴싹달싹 못하게 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 기업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수출증가세 둔화와 수요부진에 따른 위기가 닥쳐올 것으로 보고 사업 확장보다는 비용 절감, 투자계획 보류 등에 초점을 맞추며 극도로 몸을 사렸다. 주요 기업들이 예년보다 대표이사 및 사장단 인사 시기를 앞당긴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하루라도 빨리 조직 완성도를 높여 대내외적인 경제 현안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행보로 보여진다.설상가상으로 기업들의 자금사정 또한 녹록치 않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 자회사인 SK온은 미국의 완성차 업체 포드, 튀르키예 제조기업 코치와 함께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인근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키로 했지만, 최근에는 사업 계획을 전면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 도는 설대로 사업이 중단될 경우 연초 경기 침체 본격화, 고금리 기조로 글로벌 자금 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업들이 실제 투자를 철회한 주요 사례로 남을 것이다.지금 우리나라 기업들은 위기가 위기라고 토로할 만한 여유조차 갖기 어렵다. 이 순간에도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촌각을 다투고 있다. 1분 1초라도 허비할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기업과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거듭 곱씹게 된다. 기업들만 잘해서는 위기를 극복하기 요원한 것처럼, 반대로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모든 상황을 일사천리로 해결할 수 없다. 올해도 물가 상승, 금리인상의 영향은 경제주체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 제한적이나마 완충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 추가 인하를 검토한다면 기업들은 더욱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기 발표된 기업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집행되고 있는지를 꼼꼼히 살피는 것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 중 하나다. 복합위기로 시작한 2023년이다. 우리 경제가 그간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기업과 정부 등 개별경제주체가 고통을 분담하며 본연의 역할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mediasong@ekn.kr

[데스크 칼럼] 최대 무역적자 개선위해 발상의 전환 절실

지난해 한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만에 무역적자 472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수출이 전년보다 6.1% 증가한 6839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전제 수입액의 26.1%를 차지하는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가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3대 에너지 수입액은 전년보다 784억달러 증가한 1908억달러를 기록했다. 단순하게 3대 에너지를 2021년 기준으로 수입했다면 312억달러 흑자를 낼 수도 있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하지만 국제 에너지가격 급증에 따른 큰 폭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은 우리 경제에 커다란 부담 아닐 수 없다. 이에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따른 국제 에너지가격 안정만을 기다리는 자세는 곤란하다. 특히 작년 10월부터 글로벌 경기침체 따른 우리의 수출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수출과 수입의 양측면에서 무역수지 개선 전략을 찾아야 한다.우선 수입측면에서는 국내 에너지정책의 점검이 필요하다. 급격한 탄소중립 추진정책은 수출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 특히 원자력발전소를 축소하고 LNG발전소 확대는 직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작년 LNG 수입액은 전년보다 260억달러 증가한 568억달러를 기록했다. 물론 원유 수입액은 같은 기간 388억달러 증가한 1058억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작년 석유화학과 석육제품 수출액은 각각 543억달러, 630억달러를 기록했다.원유 쓰임새는 LNG와 완전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LNG발전의 확대는 전기요금 인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쳐 수출생산품 가격경쟁력 약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수출측면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과 수출활력 회복에 직결되는 제도적·법률적 제약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기존 수출 주력상품에 대한 경쟁력 강화, 원전·방산·플랜트 등의 수출 지원, 수출 대상국가 확대 등의 전략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하다.올해 역시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전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보호무역 강화 등 수출환경이 녹록지 않다. 특히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와 인접국가로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당하다. 여기에 북한은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며 직접적인 안보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한·미·일 동맹 강화 기반위해 중국과 러시아와 협력적 관계 설정을 잘 유지해야 나갈 필요가 있다.수출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3대 수출 애로 분야인 무역금융·마케팅·인증 분야에서 정부가 문제점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기업들이 공동으로 느끼는 주 52시간 근로시간제의 탄력적 운용, 화물연대 파업 같은 노조의 불법노동행위 척결, 애매모호한 환경규제와 중대재해처벌법 해소 등이 필요하다.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접 국가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K-방산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민관 협력으로 수출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 이미 K9 자주포, K2 전자, KF50 경공격기 등 한국 무기들이 성능과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입증되고 있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 확대 일변도의 에너지정책에서 원전을 비롯해 기존 발전에 대한 호감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잘 나가던 독일이 진짜로 휘청거리고 있다. 독일은 러시아에 천연가스를 절반 가량 의존했다. 유럽에서 원전에 대한 재해석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현재 체코와 폴란드에 원전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민관의 ‘실사구시’의 자세가 절실하다. 그래야 복합적경제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찾을 수있다.

[데스크 칼럼] 걱정을 가불하지 않는 새해

희망을 노래해도 모자랄 새해에 걱정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상살이가 힘들고 고단해 걱정거리가 늘어서일 것이다. ‘비상’, ‘위기’ 등 단어가 최근 부쩍 많이 크게 들린다. 그래서 일까. 새해를 맞았어도 사람들의 마음은 얼음처럼 꽁꽁 얼어 있는 것 같다.새해 사방에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경제와 안보가 위기국면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여기저기 온통 빨간불이다. 특히 경제에 거센 찬바람이 분다. 국내외 대다수 경제기관들이 새해 우리 경제의 1%대 성장을 전망했다. 통상 낙관해야 할 정부가 더 비관적이다. 그간 우리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해왔던 수출이 갈수록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주력 반도체산업이 깊은 겨울잠에 들었다. 나라 경제가 급격히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 드는 양상이다.거시경제 지표 전망 만 어두운 게 아니다. 실물경제도 비상이다. 한국경제의 간판기업 삼성그룹의 모든 계열사 사장들이 지난 연말 한 자리에 모였다고 한다. 긴급회의를 갖고 위기상황을 공유하며 대책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전 계열사 사장단 회의는 지난 2017년 미래전략실 폐지 후 6년 만이다.사정이 이러니 곳곳에서 구조조정 칼 바람 얘기가 들린다. 명예퇴직이 금융권 중심으로 늘고 있다. 철밥통이라는 공공기관이라고 무풍지대에 있지 않다. 2025년까지 전체정원(44만 9000명)의 2.8% 수준인 1만 2442명을 줄이기로 했다. 14년만의 공공기관 인력 감축이라고 한다. 그 파장은 장년·노인 일자리가 줄어드는데 그치지 않는다. 청년들도 고용 빙하기를 견뎌내야 할 수밖에 없다.민생은 숨 넘어가는 상황이나 다름없다. 서민들을 짓눌렀던 고물가·고금리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 물건 값 안 오른 것을 찾기 힘들다. 새해 벽두부터 전기 등 공공요금마저 줄줄이 인상됐다. 가뜩이나 팍팍한 살림살이를 더욱 어렵게 한다.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간다.영혼까지 끌어 모아 갭 투자로 막차 타고 집 장만한 청년들이 천장을 모르고 오르는 금리에, 떨어지는 집값에 신세 한탄하며 눈물짓고 있다. 참 가슴 아프다. 얇은 주머니 사정에 생활이 쪼들리고 팍팍한데도 장 바구니 물가는 무정하게 올라가기만 한다. 내핍은 분명 고통스럽다. 하지만 걱정할 게 없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고 하지 않나. 눈을 들어 높이 멀리 보면 모든 게 그저 작은 일상일 뿐이다. "걱정을 사서 한다"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풀면 걱정을 돈 줘가면서까지 한다는 뜻이다. 쓸데없이 미리 걱정하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늘 걱정을 한 가득 안고 산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가불까지 해서 걱정한다.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오죽했으면 성경에 "걱정하지 말라"가 무려 365번이나 나올까. 사람들은 누누이 "걱정하지 말라"는 절대자의 말조차도 믿지 못하고 걱정을 많이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아직 일어나지 않는 일에 지레 겁부터 먹고 근심할 필요는 없다. 걱정하는 일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걱정과 고민을 통해 대처방안을 찾을 순 있다. 그렇더라도 그 대처방안이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다. 걱정을 한다고 안 될 일이 되고 걱정을 안 한다고 될 일이 안 되지 않는다. 사서 하는 걱정은 부질없는 것일 뿐이다.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 걱정하는 게 사치다. 우리는 과소비와 거품을 얘기하며 그 어느 때보다 풍요 속에 살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 먹고 입는데 정말로 어려움을 겪고 살 집이 없어서 고통 받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적어도 삶의 기초인 의식주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해도 크게 틀렸다고 할 수 없다. 빈부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눈높이의 차이가 커지고 있는 점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이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잃은 것, 가지지 못한 것, 이루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지 말고 이미 얻은 것, 가진 것, 이룬 것에 만족한다면 걱정할 게 뭐가 있을까. 부족하지만 얻거나 가진 것, 이룬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보람을 갖고 감사했으면 한다.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감량하면 건강을 되찾지 않는가. 집값이 떨어지면 세금 덜 내고 집 살 기회가 온다. 모든 게 생각하기 나름이다.우리에게 위기는 곧 기회다. 우리는 식민지 질곡을 견뎌냈고 참혹한 전쟁도 겪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고통스러웠던 외환위기·금융위기도 이겨냈다. 외환위기의 조기 극복에는 세계인들도 놀랐다. 그 이후 오히려 국운이 더 상승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섰고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한류는 이미 글로벌 문화의 대세다. 한국어의 매력은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영화나 스포츠도 국제무대에서 잇달아 낭보를 전해준다.코로나로 인한 3년간의 어두운 터널에서도 빠져나오고 있다. 출구의 끝에 섰다. 그 사이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일상을 바꿔가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새해엔 모두가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위기에 강한 우리 스스로를 믿고 위로하며 여유와 즐거움을 찾고 파이팅하기 바란다. 물질 만능시대를 살면서 소홀히 해온 정신문화를 채우는 일도 새해 다짐 목록에 올려놓으면 어떨까. 새해 업무를 시작하는 날 노래 한 곡 추천한다. 가수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중략)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구동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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