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5월 11일(화)
[데스크 칼럼] LNG 수급계획과 30년 만의 고백

[데스크 칼럼] LNG 수급계획과 30년 만의 고백

"실제 천연가스 수요는 전망치 보다 더 많았다"예정보다 4개월 여 늦게 발표된 제14차 장기 천연가스수급계획에 대해 설명하던 정부 당국자에게서 나온 말이다.이 관계자는 "정부는 2년에 한번 씩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을 산정, 발표하는데 매번 전망치보다 실제 소비량이 연간 약 300~500만 톤 이상 많았다"고 고백했다.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이 실제 상황과는 동떨어져 있었고, 이를 정부도 지속해서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장기 천연가스수급계획이 발표된 지가 올해까지 14차, 그러니까 약 30여 년 만에 나온 일종의 ‘실토’다. 정부가 예측하는 각종 수급전망치는 수많은 관련 기업들의 중장기 경영목표 설정의 지표가 된다. 한 기업에게는 존패를 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 정확성을 기해야 한다.그런데 30여 간 천연가스 수급전망을 발표하면서 ‘전망치는 정확하지 않으니 실제로는 전망치에 약 300~500만 톤을 더하라’는 조건이 붙었던 셈이다.그 나마 뒤늦게 정부가 전망치의 오류를 인정하고 이번 14차 장기 천연가스수급계획에서는 기존 방식을 따른 전망치(기준수요)와 실제 전망치(수급관리 수요) 두 가지 모두 공개했으니 다행이라 해야 할까.정부는 이번에 기존 발전설비 신·증설 및 발전계획 등을 반영한 ‘기준수요’와 수요 변동성 관리를 목적으로 GDP, 기온, 기저발전 이용률 등을 고려한 ‘수급관리 수요’로 각각 나눠 발표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 전망치 중 실제 수요는 ‘수급관리 수요’ 전망치에 더 가까우니 이를 참고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정부가 자기오류를 인정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약 30여 년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앞으로의 정책적 흐름에 또 다른 오류는 없는지, 혹은 약간의 오류가 있더라도 이를 더 빨리 인정하고 변화를 시도하도록 독려해야 하는 건 아닌지 새삼스레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됐다.그런 의미에서 중장기 천연가스 도입계약 체결을 보다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가스공사 도현우 연구원이 분석한 ‘코로나19 2차 대유행 시나리오: 세계 LNG 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예비 최종투자의사결정(Pre-FID), FID, 액화플랜트 건설, 램프업(ramp-up), 정상 가동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FID 승인부터 정상 가동까지는 평균적으로 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코로나 팬데믹까지 감안하면 기간은 더욱 늘어난다.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각국의 강력한 제한 조치가 시행되면서 건설인력 이동 제한, 설비 및 자재 공급 지연, 건설 현장서 확진자 발생 등으로 각 과정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2023~2027년 세계 LNG 공급 능력이 연평균 5760만 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후 LNG 프로젝트가 연기되면서 LNG 공급능력은 당초 예상 대비 660만 톤 감소한 연평균 5100만 톤 증가에 머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가깝게는 약 1000만 톤 규모에 달하는 한국가스공사의 기존 장기 도입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인 2020년대 중반, 장기적으로는 14차 수급계획에서 밝힌 연간 5253만 톤의 LNG가 필요한 2034년 이후 안정적인 LNG 수급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2014년 이후 현재까지 글로벌 LNG 시장은 구매자에게 유리한 바이어스마켓 구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러한 시장상황은 또 언제 뒤바뀔지 모른다.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시기가 어느 정도 남아있는 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분명한 점은 정부의 정책적 실기가 빚어내는 부담은 ‘언제나, 오롯이’ 일반 소비자 몫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30여년 지난 어느 날 "그때 구매자에게 유리했던 그 LNG 시장상황을 더 활용했어야 했다" 또 다른 누군가의 후회 섞인 고백은 듣고 싶지 않다. youns@ekn.kr

[데스크 칼럼] 은성수 가상화폐 발언, 왜 뭇매를 맞나

[데스크 칼럼] 은성수 가상화폐 발언, 왜 뭇매를 맞나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솔직한 심정’이 2030 세대에서 주목을 받았다. 은 위원장은 지난달 말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가상화폐를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고 규정하며 "이건 가상자산이고 (이 시장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은 위원장은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소위 ‘어른’을 자처하며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강조한 발언이지만, 2030 세대에게는 적잖은 상처로 돌아온 모습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은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와 불과 일주일도 안돼 14만8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30대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청원인은 은 위원장을 향해 "투자자를 보호해 줄 근거가 없다며 보호에는 발을 빼고, 돈은 벌었으니 세금을 내라는거냐"고 했다. 청원인은 은 위원장의 발언처럼 ‘어른들’이 만든 잘못된 세상을 본인들 손으로 고칠 기회를 드리니 자진 사퇴하라고 일갈했다.안타까운 것은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2017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변한 게 없다는 것이다. 2017년 1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인 열풍이 불었을 때였다. A증권사와 B증권사는 비트코인 선물의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상장을 앞두고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한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었지만 불과 일주일 앞두고 이를 취소했다. 금융위원회가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는 화폐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비트코인 선물거래도 불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린 것이 원인이었다. 증권사들이 투자설명회를 여는 것 조차 눈치를 볼 정도로 정부는 가상화폐라면 무조건 "NO"를 외치고 있다.가상화폐 투기열풍을 향해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든 이들을 보면 코인의 메카니즘은 무엇인지, 어떻게 쓰이는지, 향후 전망은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특히 최근 코인에 투자한 2030 세대의 대다수는 2017년 말~2018년 초에 불어온 코인 광풍을 놓친 것에 따른 후회도 있는 듯 하다. 당시에는 코인에 투자할 기회를 놓쳤지만, 올해는 기필코 코인에 투자해 자산을 축적하겠다는 울분이 담긴 것이다. 문제는 가상화폐 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의 태도다. 현재 2030 세대가 가장 분노하는 지점 중 하나는 가상화폐를 무조건 화폐로 인정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정부 역시 가상화폐 정의와 활용방안, 해외사례 등에 대해 충분한 이해도가 없는 상황에서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철없는 아이로 규정하는 그 ‘어른의 오만함’에 치를 떠는 것이다.돌이켜보면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수많은 사고와 제도 개선, 성찰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건전한 자본시장과 투자자 보호는 어느 한 순간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최근의 코스닥지수만 봐도 그렇다. 코스닥지수는 2000년 닷컴버블 당시 3000선에 육박했지만, 거품이 꺼지면서 그 다음해인 2001년 500선까지 폭락했다. 이후 당국의 체질 개선 노력과 투자자의 인식 개선 등에 힘입어 무려 10년이 지난 2021년 4월에서야 비로소 1000선을 회복했다. 만일 2000년 닷컴버블 당시 코스닥시장을 투기라고 규정하고, 제도 개선을 도외시했다면 코스닥시장의 발전은 머나먼 일이었을 것이다.2021년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 전환이 시급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리다"는 안일한 인식은 블록체인 등 신기술의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미국의 경우 가상자산 발행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연방법 차원에서 규제하고, 유통시장은 개별주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뉴욕주는 2015년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 특화 법률인 비트 라이선스를 제정해 이용자 보호, 공시의무 등을 규제하고 있다. 일본은 가상자산을 지불수단으로 인정함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규제도 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을 두고 국무조정실, 금융위, 기재부, 한국은행과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범정부적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처럼 우리나라 역시 가상화폐 관련 제도 정비와 불법행위 처단 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위험성을 알리는 것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들이 건전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기틀을 닦는 것도 바로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mediasong@ekn.kr

[데스크 칼럼] 석탄발전소를 컴퓨터칩으로 보는 愚

[데스크 칼럼] 석탄발전소를 컴퓨터칩으로 보는 愚

반도체 업계에선 꽤 유명한 ‘무어의 법칙’이란 게 있다. 1965년 당시 한 반도체 회사의 연구소장이던 고든 무어(Gordon Moore)는 잡지 기고를 준비하다가 ‘반도체 칩 하나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수가 매년 두 배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그로부터 3년 후 그는 인텔을 창업했고, 1975년 국제전기전자공학회에서 기존 주장을 수정해서 12개월마다가 아니라 18개월마다 트랜지스터의 수가 두 배로 늘 것이라는 이른바 ‘무어의 법칙’을 발표한다. 최근 들어선 집적 증가 속도가 다소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긴 해도, 지금까지 40년 이상을 잘 지켜왔다. 오늘날 개발된 컴퓨터 칩에 1970년대 만들어진 것보다 약 100만배 더 많은 트랜지스터가 들어가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기업들이 트랜지스터를 더 작게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계속 개발한 덕분이다. 세계 최대 산업 중 하나인 에너지도 트랜지스터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탄소중립 같은 글로벌 이슈도 없었으리라. 하지만 현실은 단연코 ‘노’라고 말할 수 있다.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자동차를 예로 들면 명확해 보인다. 트랜지스터처럼 백만 배나 더 적은 휘발유를 사용해도 굴러가는 자동차기술은 당장 없어서다. 앞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포드 차량의 주행거리는 1908년 첫 출시 때 리터 당 9㎞. 지금은 25㎞ 안팎이니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고작(?) 3배 가량 늘었을 뿐이다. 태양열을 전기로 전환하는 효율도 지난 40년 간 두 배 정도 발전했다. 에너지 기술 개발이 트랜지스터 개발과는 차원이 다른 게임, 즉 훨씬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에너지 전환’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경고에는 아예 귀를 닫고 있다.화제를 석탄발전소로 돌려보자. 강원도에 있는 삼척블루파워와 강릉에코파워. 이 곳에서 2기씩 짓고 있는 두 화력발전소는 2013년 정부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 공사를 진행해왔다. 공정률은 올해 3월 기준 삼척 38%, 강릉 67%이며, 지금까지 8년 동안 투입된 돈은 2조7000억원, 3조9000억원. 설비 용량은 신형 원전 3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여당과 정부는 전력수급계획에 포함된 민간 발전사업을 중도에 무산시키려 한다는 시각이 업계에 팽배하다. 기업 재산권을 침해하고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깨는 크나 큰 심각성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정부는 국내 발전량의 70% 가까이 차지하는 원전·석탄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진행마저도 순조롭지 않다. 2024년 문 닫는 삼천포 화력발전소 3·4호기를 대체하기 위해 2017년부터 추진해온 대구 LNG발전소 건설은 지역사회와 환경단체가 반발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경남 함안, 충북 음성, 경기 남양주시, 경북 구미 등에서 진행하는 LNG발전소 사업 역시 표류 상태다. 신재생에너지는 늘어난 설비만큼 전력 공급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설비 용량이 약 30% 늘었지만 발전량은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날씨에 좌우되는 신재생에너지의 약점 때문이다.현 정권은 출범 직후 기존 에너지 계획의 틀을 뒤엎으면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도,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도 않았다. 내년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없을 거라는 심산을 하고 있는 듯하다. 석탄 발전이 문제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일관성 없는 변화는 민간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진다. 2050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큰 돌파구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3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 기술혁신 방안을 논의하는 민·관협의체(R&D 라운드테이블) 첫 회의에서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현재나 미래나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 시스템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지속하고, 우리가 싫어하는 것은 멈추는’ 것이다. 조변석개식 정치가 아니다.

[데스크칼럼] 문승욱 산업부 장관 내정 관전 포인트

[데스크칼럼] 문승욱 산업부 장관 내정 관전 포인트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국가 권력 구도와 정책 방향은 인사로 나타난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4.16 개각이 눈길을 끈다. 이번 개각은 사실상 민심수습 쇄신방안으로 나왔다.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선 참패 이후 9일만이다. 문 대통령이 임기를 1년 하고 13일 남겨 둔 시점이다.당연히 이번 국무총리와 5개 부처 내각 선수교체에 담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도 많을 것이다. 특히 실물 경제정책 사령탑을 바꾼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 문승욱 국무조정실 2차장(차관급)이 내정된 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문 후보자 발탁의 특징은 크게 3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현 정부 실세들과 가까운 인사의 기용이다. 두 번째, 본부 차관을 지내지 않은 차관급을 장관 후보자 자리에 앉힌 점이다, 셋째, 차관과 함께 에너지정책의 경험이 적은 장관 후보자 인선이다. 이게 무슨 대수냐 할 수 있지만 여기에 담긴 의미는 작지 않다.문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때 문 대통령의 민정수석 시절 김경수 경남지사와 함께 국정상황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그게 계기가 돼 2018년 김경수 지사가 차관급 경남 도백으로 당선되자 문 후보자는 경남 경제부지사(1급)로 내려갔다. 문 후보자는 당시 중앙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혁신성장실장(1급) 현직을 그만두고 지방정부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관가 관행상 특별한 결단이 아니고선 하기 어려운 일로 받아졌다. 내년 대권 도전이 유력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도 인연이 있다. 산업부 장관 출신 정 전 총리가 총리직에 오른 뒤엔 경제사회분야 정책조정 실무를 총괄하는 국무조정실 2차장으로 영전했다. 문 후보자가 권력 실세들과 친분이 두텁다는 건 장점이자 단점이다. 정책 추진에 실세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자신의 소신을 관철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문 후보자는 또 방위사업청 한국형헬기개발사업단 민군협력부장에 이어 방사청 차장(1급)도 지냈다. 방위산업이 산업부 소관이지만 방사청이 국방부 소속기관이란 점에서 보면 다소 이례적인 경력이다. 다른 중앙부처 소속 기관과 지방정부에서 일했고 부처 간 이해 조정 업무를 담당하면서 능력까지 인정받아온 셈이다. 이해관계 조정 현안이 많은 산업부의 정책 추진을 원만하게 이끌 적임자란 얘기다. 이게 그에 대해 기대를 갖는 이유다. 문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차관급에서 곧바로 산업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된 두 번째 케이스다. 현 성윤모 장관도 차관급 특허청장을 역임한 뒤 장관이 됐다. 산업부 장관이 차관 또는 차관급 출신이냐는 부처의 위상과도 관련 있다. 부처 위상은 개인 능력보다 조직이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산업부는 외교부에서 통상교섭 업무를 이관받았지만 현행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행정 각부 18개 중 11번째다. 우리나라가 최근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뒷북 대응 논란을 빚은 것도 산업부의 이런 현주소와 무관치 않아보인다.문 후보자는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친정 기획재정부에서 한 우물만 판 게 아니라는 점에서 닮았다. 홍 부총리는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과 국무조정실장 등을 거쳐 부총리에 오른 뒤 총 7번의 사퇴설과 교체설에 휘말렸다. 그런데도 최장수 경제부총리 기록을 세웠고 이젠 국무총리 대행까지 맡고 있다. 하지만 문 후보자가 홍 부총리의 복사판이 돼선 곤란하다. 집권당에 끌려 다니며 수시로 소신을 꺾었다는 평가에 ‘홍백기’, ‘홍두사미’ 등 불명예도 얻었다. 문 후보자는 이런 홍 부총리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임명권자나 거대여당의 눈치를 살피고 사사로이 실세와의 의리만 챙기는 자세라면 차라리 중도 포기하는 게 낫다.구동본

[데스크칼럼] 수소경제·탄소중립과

[데스크칼럼] 수소경제·탄소중립과 '士林의 禍'

조선 중기 신진사류들이 훈신·척신들로부터 받은 정치적 탄압인 ‘사화(士林의 禍)’. 무오사화, 갑자사화, 기묘사화, 을사사화 등 당시 나라를 뒤흔든 일련의 사건은 계속됐다.사화는 경제상황이 급변하는 가운데 사회질서 문제를 놓고 일어난 정치적인 마찰로 규정된다. 집권 훈신·척신 계열의 권력을 이용한 사적 치부 현상이 심화되고, 이를 비리로 규정한 사림 측이 신랄한 비판을 가하면서 오히려 정치적 보복을 받게 된 사건들이다. 당대 수많은 인재들이 희생되면서 사화는 역사의 비극 가운데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이러한 사화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부 호사가들에 의해 제기됐던 적이 있다. 이른바 ‘수소사화’다.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수소경제로의 전환’에 대한 강력한 정책적 드라이브가 이어지자 우려 반, 걱정 반 부정적인 시각이 더해지면서 생긴 말이다. 언감생심 수소정책에 ‘사적 치부’가 개입됐을 리 만무하지만, ‘경제적 현실성이 담보되지 않은 무모한 정책’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뒤집어질 허울뿐인 정책’ 등 온갖 비판에 시달려 온 게 사실이다.2019년 정부의 구체적인 수소경제 로드맵이 발표되고, 기후변화를 우려한 탄소배출 저감 필요성이 날로 높아지면서 이제 이러한 비판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오히려 정부의 정책적 의지나 노력에 비해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에너지 산업구조 등은 여전히 뒤쳐져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부의 강력한 재정적, 제도적 지원 없이는 수소경제의 자립 또한 장담할 수 없다.해외에서도 한국은 에너지 혁신을 위한 정부 정책의 뒷받침은 높은 수준인 반면, 탄소배출과 산업구조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WEF(세계경제포럼) 등에 따르면 한국의 탄소집약도(0.29)는 G7(주요 7개국) 평균(0.19) 대비 높은 수준이다. 프랑스(0.11), 영국(0.12), 이탈리아(0.14), 독일(0.17) 등 유럽 국가는 물론 일본(0.21), 미국(0.25) 보다도 높다. 탄소집약도가 높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탄소함유량이 높은 에너지 사용 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특히 탄소배출을 일으키는 산업구조 지수는 G7 국가 중 꼴찌다. 탄소배출에 대한 한국(26.3)의 산업구조는 G7 평균(13.6) 대비 두 배 가량 높다.탄소중립(넷제로) 목표 실현을 위한 준비기간은 턱없이 부족하다.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분석한 ‘주요국 탄소배출 감축전략’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유럽 등 EU(유럽연합) 국가는 1990년, 미국·캐나다는 2005년을 기준연도로 하지만 한국의 기준연도는 2017년이다.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국민 등 각계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산업구조 및 에너지믹스를 고려해 볼 때 탄소중립 실현은 어려운 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탄소중립 시대, 수소경제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직접적인 수단이 현재 지나치게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재고해 봐야 한다.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표한 휘발유차와 수소차의 탄소배출량 분석 결과에 따르면 천연가스 추출수소를 연료로 쓴 수소차의 경우 비슷한 급의 휘발유차에 비해 연간 탄소배출량 감소율이 1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내는 과정에서 추출된 수소 양의 8배가 넘는 이산화탄소가 나오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 수소 대부분이 천연가스를 이용한 추출수소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소경제로의 전환과 탄소중립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다. ‘사림의 화’를 무릎 쓸 용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실성과 일관성 있는 정책적 의지는 분명히 필요한 때다.

[데스크 칼럼] 분기배당, 증시 퀀텀점프 기회

[데스크 칼럼] 분기배당, 증시 퀀텀점프 기회

올해 3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함께 주요 상장사의 정기주주총회에서도 많은 이슈가 있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금호석유화학 등은 경영권 분쟁을 두고 당사자는 물론 주요 주주들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렸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사명을 바꾸거나 정관변경을 통해 신규 사업을 추가하는 상장사도 있었다.서로의 이익을 위해 또는 각자의 미래를 위해 때로는 핏대까지 세우던 3월 주주총회에서 유독 조용했던 기업이 있다. 바로 한진그룹이다. 한진칼, 대한항공은 2018년 11월 KCGI가 한진칼 주식을 매입한 이후 경영권 분쟁을 벌이며 오너와 주요 주주 간에 날 선 신경전이 벌어졌지만 올해는 달랐다. 지난해 12월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 10.66%를 확보한 데 이어 KCGI와 반도건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결성한 ‘3자연합’마저 해체되면서 한진가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KCGI는 한진가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지만, 그 과정을 보면 결코 완전한 패배는 아니었다. 그간 한국 상장사를 공격한 해외 헤지펀드들은 투기자본, 먹튀 라는 비난을 받으며 주요 주주들에게 신임을 얻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이와 달리 KCGI는 끊임없이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등을 요구하며 주주로서 견제, 감시의 역할을 하는데 주력했다. KCGI 입장에서는 산은 등장으로 경영권 분쟁을 계속할 명분은 사라졌지만 결코 쉽게 지지 않았고 쉽게 패배하지도 않은 셈이다. 행동주의 펀드, 오너일가, 개인투자자를 막론하고 자신이 투자한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기를 바라는 것은 주주라면 당연한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실적이 좋아도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면 주가를 끌어올리는데도 한계가 있다. 반대로 당장의 실적은 좋지 못해도 미래 성장성이나 해당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우호적이라면 주가는 상승세를 탄다. 실적도 좋고 경영 환경도 우호적인데 주주들에게 외면받는 상장사도 물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대체로 실적 호조에도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장사들의 낮은 배당성향은 다른 나라에 비해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진다.이 가운데 최근 SK텔레콤, 신한금융지주를 비롯한 국내 주요 상장사들이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분기배당을 확정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상장사들 사이에서 분기배당이 확산될 경우 국내 증시가 또 한 번 퀀텀 점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주요 상장사들이 분기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애플은 물론 미국 최대 통신사 AT&T, 엑손모빌 등 수많은 기업들이 1년에 4번 배당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월 배당을 하는 기업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국내 증시에서는 중간배당을 일명 ‘여름 보너스’라고 부를 정도로 분기배당을 하는 상장사가 많지 않다.초저금리 시대에 상장사들이 배당 횟수를 늘리는 등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을 펼칠 경우 이는 개인투자자는 물론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사고팔지 않아도 분기 혹은 월마다 정기적으로 배당금을 지급하는 상장사를 어떤 투자자가 마다하겠는가. 배당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면 큰 자금을 굴리는 펀드들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이들 투자자들의 자금이 국내 증시로 더 많이 유입될 수 있다.주가가 오르는 데는 배당 말고도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분기배당정책은 분명 국내 증시에 장기투자 DNA를 심는데 있어서 호재임은 분명하다. 우량 상장사가 투자자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는 ‘배당’ 등의 주주환원정책으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된 분기배당책이 더욱 확산돼 국내 증시도 장기투자가 적합한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mediasong@ekn.kr

[데스크 칼럼] 에너지 정책은 ‘미스트롯’이 아니다

[데스크 칼럼] 에너지 정책은 ‘미스트롯’이 아니다

양지은 씨. TV조선 ‘미스트롯2’에서 1등(진)을 먹은 주인공이다. 미스트롯2만큼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나는 첫방송부터 그녀를 주목했다. 목소리가 시원한 사이다처럼 터져 나왔고, 고음을 내도 소위 악을 쓰지 않고 자유자재로 꺾어대는 것 자체가 신비로움까지 느껴졌다. ‘내 마음 속의 진’으로 양지은을 찍었고, 강력한 라이벌로 홍지윤, 별사랑, 윤태화까지 해서 모두 4명을 우승감으로 점쳤다. 그런데 나의 귀를 ‘포로’로 만든 4명 중 유일하게 양지은만 중도 탈락했다. 나중에 그녀의 팬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임을 고백하건데, 양지은은 실력파 국악인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판소리를 배웠고, 제주 출신 중 유일한 무형문화재 ‘판소리흥보가’의 이수자이기도 하고, 전국국악대전에서 ‘심청가’로 대상을 받았다고 한다. 미스트롯2의 매 경연에서 실수한 것도 전혀 없어 보였는데,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녀는 기적적으로 부활했다. 준결승 진출자가 14명이었는데, 학교폭력 사고에 연루돼 더 이상 방송 출연이 불가능하게 된 1명의 ‘대타’로 선정된 것. 뜻밖에 생긴 공석을 채울 ‘패자부활자’로 낙점돼 최종 1등이 됐으니 양지은은 그야말로 ‘신데렐라’다. 당시 양지은에게 주어진 결승전 준비 시간은 약 20시간. 다른 경쟁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최종 1위가 되기까지의 필름을 모두 되돌려보면, 중도 탈락이라는 결과는 결국 ‘아이러니하다’는 점도 말해준다. 음악전문가가 아닌 내가 ‘TV’로 봐도 웬만큼 알아차린 양지은의 실력을 음악전문가 중심의 평가단이 ‘현장’에서 듣고도 몰라봤다는 이야기도 되니까 말이다. 제작진이 어떠한 방식으로 양지은의 탈락을 결정했는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관심사가 아니다. 왜냐 하면 미스트롯2는 ‘국가 공인시험’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 민간기업이 수익사업의 하나로 재미있는 요소를 가미해 만드는 것일 뿐이란 의미다. 백운규 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다.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의 ‘윗선’으로 지목된 장본인이다. 그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으나, 그와 함께 일했던 실무진(산업부 공무원 2명)은 구속된 상태다. 월성 1호기를 조기에 폐쇄하기 위해 "경제성이 없다"는 조작을 했다는 건 최재형 감사원장이 먼저 밝혀낸 가운데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9일 대전지법에선 첫 재판이 열린 만큼 머지 않아 판결도 나올 것이므로 대중의 관심은 여전하다. 원래 월성 1호기는 30년 수명으로 설계됐다. 1983년 가동을 시작했으니 2013년까지다. 그런데 2009년 한전연구원이 "경제성이 있다"는 판정 하에 7000억원을 들여 개보수해 가동을 연장했다. 미국의 경우 원전 98기 중 88기가 수명 40년을 넘어 60년으로 연장된 걸 보면 흔한 조치임이 자명하다. 2014년 국회예산처는 "안전성, 경제성에 문제가 없다"고 해 월성 1호기는 2022년까지 수명 연장이 결정됐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19일 취임한 지 꼭 40일 만에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이제 탈핵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신규 원전건설은 백지화하고 월성 1호기는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사달이 난 정황이 짙다. 그런데 현실은 2019년부터 원전 가동률을 다시 높이는 정책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한국전력이 구매한 전체 전력량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23.7%까지 떨어졌다가 2019년 26.2%로 높아진 뒤 지난해 29.5%까지 뛰었다. 현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16년 30.8%에 근접한 것.이는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2년 만에 한전이 발전회사들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며 준 전력구입비가 9조원 가까이 폭증한 탓이다. 발전 단가가 싼 원전과 석탄발전 대신 단가가 비싼 LNG발전과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기 구매를 늘린 결과다. 이는 원전이 경제성 측면에서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에너지든 국가의 정책은 미스트롯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여야 한다. 국가 신뢰를 만드는 길이다.

[데스크 칼럼] 文 정부 임기 말 알박기 公기관장 좀비되게 놔둘텐가

[데스크 칼럼] 文 정부 임기 말 알박기 公기관장 좀비되게 놔둘텐가

세상에 꼴불견이 많다. 부동산 투기 수법 ‘알박기’도 그 중 하나다. 알박기는 개발 예정지의 땅 일부를 사들인 뒤 사업자의 매각 요청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땅값을 올려 막대한 시세 차익을 올리는 것이다. 땅에 알을 박아놓고 그것이 황금알로 변하기를 기다리는 행위라는 뜻에서 그 표현이 등장했다고 한다. 이는 건전한 사회를 좀먹게 하는 해악이다. 개발 정보를 악용한다는 점, 개인의 이익을 위해 개발 저지 등 방식으로 다수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알박기와 다소 개념이 다른 사안으로 요즘 사회가 연일 시끄럽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태다. 신도시 개발은 일반의 투기를 막기 위해 소수의 정책 당국자 등 관계자들이 비밀리에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이들이 자신의 손으로 만든 개발정보로 땅 투기했다는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다. 촛불운동의 힘으로 공정과 정의를 부르짓으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다. ‘LH사태’가 최근 엄청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바로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강조했던 공정·정의의 허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탓이다. 내로남불의 민낯이 여지없이 까발려진 점도 원인이다.낯 뜨거운 알박기는 최근 공공기관장 교체작업에도 엿보인다. 올해 전체 공공기관 340곳 중 170여곳 가까운 기관의 수장이 공석 또는 임기만료로 물갈이 대상이다. 에너지분야 공공기관장도 대부분 올해 임기가 끝난다. 현재 후임자 공모절차를 계획 또는 진행 중이거나 이미 마쳤다. 한국전력의 경우 정부가 다음달 12일 임기 종료인 김종갑 사장을 교체키로 하고 지난 19일 공고를 통해 차기 사장 공모절차에 착수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정재훈 사장만 연임이 결정됐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관련 검찰 수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발전 공기업 5사의 새 사장 윤곽도 이미 나왔다. 정치인, 관료, 한전 임원 출신들이 사실상 나눠먹기 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모양이다. 올해 유독 공공기관장 인사의 큰 시장이 열린 데는 이유가 있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대거 임명된 공공기관장 3년 임기 만료가 몰려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1년을 앞두고 최근 공공기관장을 줄줄이 교체하는 것을 두고 시비하거나 탓할 게 아니다. 임기가 끝난 기관장을 연임시키거나 바꾸는 것은 정상적인 절차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 기관장 임명 절차가 공정한지, 뽑힌 기관장이 적임자인지, 이 기관장이 새 정부에서도 임기를 보장받아야 하는지 등이다. 우선 현행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장 임명 절차가 명확히 규정돼 있다.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 후보를 복수 추천받은 뒤 감독부처 장관이 직접 임명하거나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감독부처 장관이, 또는 이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토록 했다. 그러나 이게 허울이고 형식이라는 점은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안다. 낙하산을 내려 보내기 위해 그럴싸하게 포장한 겉치레라는 뜻이다. 대부분 공모 등 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미리 특정 인사를 정해놓는다. 공공기관장이 전리품이자 논공행상 자리로 전락했다는 평가는 이래서 나온다. 실제로 정권 창출과 운영 등에 기여한 정치인·관료 등이 역대 정권을 불문하고 이 자리를 차지했다. 전 정권의 국정농단과 이에 따른 촛불운동으로 탄생해 공정과 정의를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권이라고 다르지 않다. 더 했으면 더 했지 결코 덜하다고 볼 수 없다. 공공기관 운영 법은 ‘공공기관장 추천 후보자로 기업 경영과 그 공기업ㆍ준정부기관의 업무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명시했다. 이런 느슨한 법 규정으로는 논공행상 낙하산을 막거나 적임자 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이런 한계로 그간 오히려 대통령의 공공기관장 임명권 존중 현실론으로 낙하산 인사를 묵인해온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들을 공공기관장으로 발탁, 전면 포진시킴으로써 현장에서 국정과제를 강도 높게 추진하고 정책성과를 제대로 내는 게 국민의 이익에 더 가까울 수 있다.문제의 심각성은 함량 미달 낙하산 공공기관장이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의 퇴임에도 염치 없이 자리보전하는 알박기에 있다. 공공기관장은 국민투표 방식으로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임명권자가 바뀐 만큼 물러나는 게 상식이고 이치다. 정권 재창출이든 교체든 새 정부는 국정 철학·이념·과제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선거를 통해 지지받고 확인한 정책을 힘 있게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게 민주주의 근본원리다. 그 원리를 구현하는 수단 중 하나가 자신과 함께 일할 공공기관장 임명권이다. 공공기관장이 이를 무시하고 새 정권이 출범했는데도 임기를 남겨뒀다는 이유로 계속 눌러앉아 있겠다는 것은 개인의 이기일 뿐이다. 예컨대 탈원전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였지만 차기 정부에선 아닐 수 있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추진 공공기관장이 차기 정부에서도 버티고 앉아 있다면 어찌 되는가. 새 정부 정책을 반대하며 발목 잡기를 하는 좀비로 남을 것인가, 달라진 새 정부 정책을 지지·추진하며 전 정권에 배신하는 변절자로 기생할 것인가를 선택할 뿐이다. 영혼이 없다는 지적을 받지만 정치적 중립이 보장된 직업 공무원과 다르다. 공공기관장이 임명권자 대통령의 임기와 함께 하지 않으면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다. 요즘 여권에서는 임기 1년 밖에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사 막차를 타기 위해 분주하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도 정책 대못박기를 할 수 있는 공공기관장 알박기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 "지금 임명돼도 3년 임기가 보장된다", "지금 임명되면 내년 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져도 임기 중간에 내쫓겨날 수 없다"는 말도 들린다.그런 얘기가 빈말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서울지방법원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임기가 보장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제출하게 한 혐의였다. 이 법원 판결로 과거 정권 시절 뒷조사를 통해 조용히 사표를 종용하거나 협박을 통해 물러나게 했던 시대는 간 것이다.최근 이뤄지는 공공기관장 교체가 알박기로 이뤄진다면 차기 정부가 국민에 공약한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할 임기 초반에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3년 임기 공공기관장과 2년간 불편한 동거를 할 수밖에 없다. 이제 이런 관행과 제도는 시대에 맞게 바뀔 필요가 있다. 지금 임명되는 공공기관장이 차기 정부 출범과 동시에 잔여 임기에 상관 없이 새 정부로부터 신임을 받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일은 지금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다. 공정과 정의를 앞세운 정권이자 원내 절대 다수의석을 가진 힘 있는 정권이지 않는가. 문재인 정부가 이 작은 것조차 못한다면 그간의 실정을 조금이나 만회할 기회를 영영 갖지 못한다. ‘검수완박’등 개혁 구호도 표리부동 또는 꼼수로밖에 평가받지 못할 것이다.

[데스크 칼럼]잘못된 관행이 우리 사회를 할퀴고 있다

[데스크 칼럼]잘못된 관행이 우리 사회를 할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로부터 촉발된 땅 투기 의혹이 정부 산하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 관계자들로까지 확산되면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투기 의심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도 모자라 기상천외한 방법까지 동원한 사실이 마치 생방송처럼 전달되는 것을 보고 있자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런 가운데 LH의 간부 직원 2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고,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변창흠 장관은 ‘시한부 장관’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본색원 주문에 맞춰 특수본이 수사 대상을 확대하고 있어 앞으로 더 충격적인 범법 행위들이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됐을 때 ‘블라인드’에는 LH의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서 물 흐르듯이 지나갈 거라고 다들 생각하는 중"이라고 했다. 또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거냐"라는 말도 덧붙였다. 글쓴이가 LH 직원이 맞는다면 오래전부터 LH 내부에서는 차명을 활용한 직원들의 땅 투기가 비일비재했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투기 의혹이 불거진 LH 직원들이 2급(부장급)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투기 의심자 대부분 은퇴를 앞두고 있어 노후자금이 필요하던 차에 신도시 개발 정보를 알게 돼 땅을 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명으로 땅을 사면 나중에 본인 명으로 변경할 때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아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고는 "이들은 ‘남들도 다 해 먹었는데 재수 없게, 하필 나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어느 사회나 조직에는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들어진 잘못된 관행이 있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습관처럼 굳어져 행위 당사자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거나가 불법·편법인 줄 알면서도 남들이 다해 본인도 따라 하는 경우도 있다. 땅 투기처럼 잘못된 관행인 줄 알면서도 막대한 이득을 위해 양심을 저버리는 사람도 있다. 우리 사회가 정직하게 사는 사람을 ‘꽉 막혀 있는 사람’, ‘융통성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문화도 잘못된 관행을 조장했을지도 모른다. 4월 재보궐 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형 악재를 만난 정부와 여당은 연일 철저한 조사와 투기 수익 환수,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외치고 있다. 그러면서 2·4 공급대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공급대책 차질로 야기될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국민들의 신뢰감은 이미 바닥까지 떨어졌다. 실제 정부 의지와 달리 시장에서는 차질 불가피론이 대세다. 땅 투기 사태 수습에 걸리는 시간을 예단하기 어렵고 2·4 대책 후속 입법도 차질을 빚고 있다. 여기에 신도시를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토지보상 작업도 난항이 예상된다. 토지보상이 늦어지면 지구단위 계획 수립 등 신도시 개발을 위한 절차도 미뤄져 오는 7월 사전청약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LH 땅 투기 사태가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희망도 빼앗아 간 것이다.1기 신도시 개발할 때도 공직자들의 땅 투기가 있었는데 지금도 이 같은 관행이 횡행하고 있다. 우리가 뿌리 뽑지 못한 잘못된 관행이 30년이 지난 지금 거대한 괴물이 되어 우리 사회를 할퀴고 있다.

[데스크 칼럼] 美 국채금리 상승에 불안한 투자자들

[데스크 칼럼] 美 국채금리 상승에 불안한 투자자들

코스피가 예상보다 봄을 너무 빨리 맞이한 탓일까. 국내 증시가 3000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코스피가 사상 최초 3000선을 돌파하며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던 올해 1월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동학개미운동의 승리를 단언하던 개인투자자들의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다. 연기금이 국내 주식 비중 조절을 위해 사상 최장 기간 순매도를 기록하는 사이 개인들은 연일 손절과 버티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코스피 뿐만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 모두 최근 들어서는 약세장으로 돌아섰다. 이처럼 글로벌 증시가 패색이 짙어진데는 미국 국채수익률(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소위 시장금리로 불리는 미국국채 10년물 금리가 최근 가파른 속도로 상승해 1.5%를 상회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감이 높아졌다.미국채 수익률이 1.5%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 S&P500지수의 속한 기업들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1.5%다. 쉽게 말해 S&P500에 편입된 기업의 주식에 투자한다면 1년 배당수익률로 1.5%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곧 투자자들이 주식에 투자할 것인지, 채권에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바로미터가 된다. 안전한 미국 국채로 1.5%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면 굳이 주식투자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같은 수익률을 추구할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주식시장의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발생할 수 있는 위치가 조성된 것이 최근 증시의 조정장세를 유발했다.커지는 인플레이션 압력도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코로나 백신 보급으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이는 지난 1년여간 코로나 극복을 위해 가동된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와 막대한 유동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졌다. 실제 지난달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1% 오르며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그간 유동성이 밀어올린 증시 상승세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그렇다면 앞으로 코스피는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한 해답 역시 ‘금리’에서 찾아보는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해 8월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을 선언하며 기준금리 변동의 기준을 인플레이션보다는 고용에 무게를 싣겠다고 시사했다. 즉, 실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해도 단기간의 물가 상승만으로는 기준금리를 올릴 생각이 없음을 투자자들에게 분명히 전달한 것이다.현재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 시장금리 상승세에 대해서도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연준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장기 채권은 매입하면서 동시에 단기 채권은 파는 식으로 장기 채권 수익률은 낮추고 단기금리는 높여 국채 수익률을 조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기준금리를 조절하지 않으면서도 인플레이션 유발에 대한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주식시장이 하락구간에 진입하면 투자자들은 하락하는 이유에 더 많은 표를 던진다. 하락하면 하락하는 이유만을 찾고, 상승을 하게 되면 상승을 하는 이유를 찾는다.현재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낮고 각국 중앙은행장들은 이른바 ‘출구전략’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시장 불안감을 키운 시장금리에 대해 연준은 아직 개입도 하지 않은 상태다. 적당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이미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예견된 일이다.장기간 상승장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유난히 높아진 3월이다. 시장의 소음에 흔들리기보다는 차분하게 자산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며 수익률 회복을 기다려야 할 때다.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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