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7일(금)

에너지경제

[데스크칼럼] LNG시장, 전력시장과 함께 변화 모색해야

[데스크칼럼] LNG시장, 전력시장과 함께 변화 모색해야

[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정부가 타 대규모 직수입사업자의 해외법인을 통한 ‘천연가스 대행수입(주로 산업용 천연가스)’이 시장을 혼란하게 하는 것으로 평가를 내린 듯하다. 김진 산업통상자원부 가스산업과장은 지난 20일 정책간담회에서 해외 트레이딩을 통한 천연가스 우회 직수입이 정부의 정책취지와 맞지 않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직접 소비를 목적으로 천연가스를 직수입하겠다고 나선 산업체가 정부에 직수입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많은 미비점이 발견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국내법에서는 한국가스공사를 제외하고는 천연가스 수입자와 소비자가 일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일부 소비자에게서 수입자로서의 기본을 보지 못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그렇더라도 이미 하나의 영업방식으로 자리 잡은 ‘우회 직수입’이 정부의 구두경고만으로 사라지기를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자가소비용 천연가스 직수입을 넘어 우회 직수입까지 천연가스 시장은 그야말로 요동치고 있다. 다급한 쪽은 한국가스공사다. 잘 알려진 대로 가스공사는 지난 30여 년간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에서 ‘막강 파워’를 자랑했다. 가스공사처럼 연간 총 3000만 톤이 넘는 LNG를 20년이 넘는 몇몇 장기계약으로 일괄 구매하는 ‘큰손’은 시장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엄청난 바잉파워를 앞세워 체결한 그 도입계약들이 이제 만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25년 이후 국내 LNG 직수입 규모가 최소 1000만 톤에서 1500만 톤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기간만료 계약들을 가스공사가 승계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정말 그럴까? 가스공사가 계약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개별요금제가 시행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그 효과는 미미하다. 지난달 말 지역난방공사와 천연가스 개별요금제 1호 공급·인수 합의 계약이 체결된 게 아직까지는 전부다. 앞으로 개별요금제 계약이 얼마나 더 이어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렇더라도 개별요금제가 전가의 보도가 될 수는 없다, 개별요금제 체결 시 발전사는 가스공사의 저장·공급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시설이용요금에 대한 부담이 적다. 가스공사는 민간 직수입사와 달리 천연가스 도입 원료비에 이윤을 포함하지 않고 발전사에 거의 원가로(공급비만 적용) 연료를 공급한다. 물량 및 설비용량 과부족 해소 등 수급관리에 대한 포괄적인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개별요금제는 가스공사가 개별 도입계약과 개별 발전기를 연계해 필요한 연료를 직수입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직수입 대행이다. 게다가 개별요금제 계약은 평균요금제 물량에 편입되지 않는다. 그렇게 때문에 기존 직수입제도의 대표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할 수밖에 없다. 개별요금제를 선택한 발전사는 계약물량에 대한 책임만 존재하기 때문에 유사 시 수급불균형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특히 평균요금제가 적용되는 모든 발전사의 계약 종료 이후 개별요금제와 직수입 발전사만 남을 경우 국가적 가스수급 위기가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평균요금제 적용 물량의 가격인하 기회도 박탈된다. 개별요금제를 통한 수익은 계약 발전사에게만 돌아가고, 평균요금제 물량 내 저가 LNG 물량 유입 가능성은 차단된다. 우회 직수입이 시장을 교란하니 직수입을, 직수입이 확대되면 공공성이 훼손되고 일부에게만 수익이 돌아가니 개별요금제를 선택하라는 논리를 펼 일이 아니란 말이다. 2013년 국회 입법조사처는 천연가스 직수입 확대 문제를 LNG를 연료로 하는 발전기들의 발전원가 인하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가스 수급의 안정성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로 규정한 바 있다. 이어 둘 중 어느 것을 택하더라도 전력시장이 현재처럼 CBP(CBP: Cost Based Pool) 체제로 운영되면 제도 도입의 효과는 상쇄될 것으로 진단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천연가스 직수입 확대는 전력시장 구조개편과 함께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경고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틀의 정책대안 제시가 절실하다. 가스산업만의 좁은 틀을 이제는 벗어나자.내사진-1-1

[데스크칼럼] 에너지전환의 불편한 진실

[데스크칼럼] 에너지전환의 불편한 진실

정부의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가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까지 간 것은 안타깝고 불행하다. 이 검찰 수사의 대상·범위와 방향을 아직 예단하긴 어렵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결정조차 사법 심판대에 올리는 쪽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검찰 수사 착수는 형식적으로 감사원의 관련 감사결과 참고자료 검찰 송부와 야당 국민의힘의 고발에서 비롯됐다. 이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간 갈등과 맞물리면서 파장이 커졌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문제는 당초 국회에서 여야가 죽기살기로 싸우고도 해결하지 못해 감사원에 감사 요청한 사안이다. 그러니 감사원이 이 ‘뜨거운 감자’를 처리하는데 처음부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직무에 관해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다고 해도 대통령에 소속돼 있는 감사원이 행정·사법과 함께 3권 분립기관 국회도 풀지 못하는 숙제를 풀기란 처음부터 무리였다. 실제로 감사원은 감사시한을 8개월여 지나서야 겨우 감사 결론을 냈고 그 과정에서 감사위원회를 무려 9차례나 열었다. 그런 진통을 겪고 내놓은 감사 결과는 주요 인사 고발은커녕 제대로 된 징계요구조차 없는 그야말로 ‘맹탕’ 수준이었다. 이게 국회와 감사원을 거쳐 이제 검찰 손에까지 넘어간 것이다. 그 수사 결과 또한 제대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벌써부터 수사 타당성을 놓고 극심한 논란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수사가 끝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월성1호기 폐쇄는 국민투표를 통해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과정에서 내세운 공약이었다. 그런 대선 공약의 실행을 문 대통령 재임 중 검찰이 나서서 수사까지 하게 됐다.선거공약 추진에 대해 정치적 잣대로는 얼마든지 시비할 수 있다. 검찰 수사에 성역이 없어야 하고 살아있는 권력도 검찰 수사에서 예외일 수 없다. 그렇더라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받은 검찰총장 휘하의 검찰이 해당 대통령 재임 중 공약 추진 과정에 대해 수사하는 것은 분명 자연스럽지 않다. 검찰은 대통령이 최고 의사 결정권자인 행정조직의 하나다. 조직 수장에 대해 대통령이 인사권도 행사한다. 대통령 공약사항 추진까지도 수사대상이 되면 대통령과 그 행정조직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영혼 없는 공무원’, ‘무사안일· 보신주의 관료조직’에 대해 비난하는 것과 배치된다. 어느 공무원이 일을 열심히 한 것으로 수사를 받게 된다면 소신껏,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겠는가. 그 실제 현상은 ‘변양호 신드롬’을 통해 확인됐다. 2003년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을 주도했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헐값매각 시비에 휘말려 구속됐다. 이 사건으로 공직사회의 책임회피 또는 보신주의 경향이 뚜렷해졌다.이번 검찰 수사는 정책 판단에 대해서도 법의 심판을 받는 선례를 또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된다. 설령 법의 심판을 받더라도 그 실효성이 의문이다. 20여년 전 외환위기 이후 당시 많은 공직자의 책임론이 제기됐으나 누구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우리는 불행히도 아직까지 성공한 대통령을 갖지 못했다. 문 대통령 직전 두 대통령은 모두 현재 영어(囹圄)의 몸이다. 부정과 비리, 국정농단을 저지른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적 판단까지도 단죄의 대상이 된다면 끊임없는 정치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해서는 성공한 대통령의 기대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그럼에도 정책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불법행위에 대해선 수사하는 게 마땅하다. 정책결정이 아무리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도 정책추진은 법과 규정, 절차에 따라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정책결정과 정책추진은 별개라는 뜻이다. 정책추진 과정의 위법사항까지도 대통령의 통치행위란 이유로 눈감을 수 없다.감사원의 이번 감사결과에서 공무원 개인 또는 정부의 조직적 감사 저항이나 방해, 정부 및 공공기관의 불합리한 경제성 평가 등이 지적됐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검찰수사가) 탈원전 정책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범죄 개연성이 있어 검찰에 참고자료를 보냈다"고 밝혔다. 실정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명쾌했고 처분 또한 정당하게 이뤄졌다면 검찰 수사로까지 확대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검찰이 정책추진의 절차적 위법성을 수사하면서 정무적 판단으로 이뤄질 수 있는 정책결정의 정당성까지도 수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어서다. 가뜩이나 검찰개혁으로 정부와 검찰이 대립하고 검찰 안에서까지 편이 갈려 반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에 나선 이상 수사 범위에 경계를 두기 쉽지 않다. 뚜렷한 범죄혐의에 국한해 수사할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우여곡절 끝에 수사결과가 나와도 논란이 벌어질 게 뻔하다. 이런 불행한 상황을 맞이한 책임은 대통령과 정부, 집권당에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은 국민이 듣기 좋은 친환경과 안전만 강조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비용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비용은 국민의 부담이다. 국민에 부담되는 정책은 인기가 없다. 그렇더라도 여권은 특정 정책의 효과뿐만 아니라 역효과도 설명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나 여권은 그걸 하지 않았거나 못했다. 친환경과 안전은 국민 누구나 찬성하고 지지한다. 환경문제가 심각하고 안전사고가 자주 날수록 그 찬성과 지지는 더 강해진다. 최근 치열하게 전개된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새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친환경 공약으로 표심을 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탈석탄을 하면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에너지전환정책을 가속화해왔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이행계획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현재 5~7% 수준에서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특히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를 오는 2025년까지 지난해의 3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그린뉴딜을 하겠다며 오는 2025년까지 민간 투자분까지 포함시켜 무려 73조원을 쏟아붓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 국가’로 불린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7위에 달할 정도로 많다.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수단인 재생에너지 보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래세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 우리 세대를 위해 친환경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가 이런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고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전환의 필요성과 정당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환경과 안전은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구조는 오랜 사업과정을 거쳐 경제성 위주로 짜였다. 다시 말해 싼 연료를 중심으로 우선 발전하도록 시스템이 마련됐고 그에 따라 산업의 생태계가 마련됐다는 것이다.원자력과 석탄은 발전연료로서 그 비용이 석유나 액화천연가스(LNG)보다 훨씬 싸다. 그래서 원전과 석탄발전이 우리나라의 주력 발전원으로 자리 잡았다. 신재생에너지는 경제성·효율성·안정성 등 측면에서 원전과 석탄발전에 비해 떨어진다. 아직 생태 기반이 잘 갖춰지지 않았다. 기술상 문제도 많다. 발전 효율은 원전이 90%, 풍력발전이 30%인데 발전 단가는 풍력이 원전보다 3배나 비싸다고 한다.실상이 이런데도 국민 다수가 찬성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하루아침에 전력산업 구조의 중심 원칙을 경제성에서 환경성으로 바꿀 수 없다. 정부가 국민의 삶을 한층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정책일지라도 이걸 도입하려면 적어도 그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건지,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면 그걸 동의하고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먼저 묻는 게 순서다. 동시에 피해 주민 및 산업에 대한 충분한 설득절차도 필요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이런 절차 없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서둘렀다. 월성1호기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11월 설계수명 30년을 다해 가동 중단됐으나 2015년 6월 박근혜 정부에서 2022년 11월까지 가동 승인해 운전 재개됐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첫 해 국무회의를 거쳐 이듬해 6월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최종 결정했다. 정치적 논란이 따를 수 있는 전 정권의 행정조치를 뒤바꾸고, 그것도 행정기관의 정당한 절차를 통해 승인된 가동시한을 4년 이상 남겨둔 시점에 제대로 된 국민 동의 및 설득 절차 없이 뭐가 그리 급해서 갑자기 조기 폐쇄했느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처럼 제대로 된 의견수렴 및 절차 없이 닥치고 에너지전환을 밀어붙인 것은 정권의 주축세력으로 등장한 시민단체에 포위된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이래놓고 에너지전환정책 비용조달의 핵심 수단인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차라리 가만히 있으면 그나마 낫다. 신재생에너지가 원전이나 석탄발전보다 싸다고 강변한다. 도대체 어떤 기준인지 모르겠다. 여권은 현 정부 임기인 2022년까지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에너지전환을 강화하되 그에 따른 비용발생 요인은 애써 무시하겠다는 의지로 들렸다. 비용발생 요인이 생겨도 이 정권 임기 내 전기요금 인상이 안되도록 통제한 뒤 그 부담을 다음 정권으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과실만 따 먹고 뒤처리는 나물라라는 심보다. 비겁한 폭탄 떠넘기기다. 그러면서도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전기요금의 유가연동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한다. 발전연료비의 중요 변수인 유가에 따라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하자는 것이다. 한전은 이를 ‘요금 현실화’라고 주장한다. 또 요금 조정의 필요는 유가 변동의 대응책일 뿐이라고 한다. 에너지전환 비용 발생이 원인이라는 사실은 구태여 부인한다. 지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한전이 올해 들어 저유가 덕분에 잇따라 흑자를 냈으니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면 따져보자. 한전의 주가는 왜 이 모양인가. 한전이 지난 12일 3분기 영업이익 2조3000억원으로 3년 새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그 이튿날 13일 한전의 주가는 2만1350원을 나타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일인 2017년 5월 10일 4만3150원의 반토막도 안된다. 코스피지수가 그 사이 2270.12에서 2493.87로 9.8%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주가하락이다. 한전의 주가는 이 정부 들어 줄곧 곤두박질쳤다.이런 수치가 뭘 의미하는가. 한전의 실적이 불안하다는 뜻 아닌가. 사실상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신호나 다름없다. 단지 유가변동 탓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한전의 실적은 올해 들어 저유가로 반짝 호전을 보이고 있지만 한전의 주가는 문재인 정부 들어 내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방향의 에너지전환에 박차를 가하겠다면 지금이라도 그 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전기요금체계 개편과 관련 국민에 정직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국내 유일의 공기업 한전을 통해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이 투명성·신뢰성을 평가받는 상황이라면 그 필요성은 더욱 크다. 자꾸 회피하거나 얼버무리고 둘러대선 안된다. 그러면 그건 꼼수이고 사기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구동본

[성철환 칼럼] 재계에 부는 반가운 ‘ESG’ 바람

[성철환 칼럼] 재계에 부는 반가운 ‘ESG’ 바람

재계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적극성을 보이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현상은 눈길을 줄만하다. 가장 돋보이는 곳은 SK그룹이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기회 있을 때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힘주어 밝히고 있다. 열흘전쯤 경북 안동에서 열린 한 행사에 초청연사로 참석한 자리에서도 "기업인으로서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있으며, 큰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들이 덩치를 키우고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시선도 있지만 부정적 인식 역시 컸던 것이 사실"이라는 자성의 말도 했다. 최회장의 이런 행보는 국내 기업으로서는 최초인 SK그룹 8개 계열사의 ‘RE100’가입으로 이어졌다. ‘RE100’은 오는 2050년까지 사용 전력량 100%를 기업이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것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과 닿아 있다.SK만이 아니다. 삼성물산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석탄 관련 투자, 시공 및 트레이딩 신규 사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한화는 민간인 피해를 키우는 비인도적 무기로 국제 사회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분산탄 사업을 떼어내겠다고 했다.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용어다. ESG경영은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겠다는 기업의 다짐을 담아 비재무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고 ESG경영이 매출, 이익, 외형 성장률 같은 재무적 성과를 도외시하고 무조건 ‘착한 기업’을 지향하는 것처럼 여긴다면 잘못이다. 양호한 재무적 성과를 장기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합리적인 전략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 재무적 성과와 비재무적 성과는 서로 대립적이기보다는 보완적인 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최근 연구결과에서도 이런 관계가 드러난다. 2018년 흑자 기업 1694곳의 실적을 분석했더니 환경비용을 제대로 반영하면 이들중 252곳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마땅히 써야 할 환경비용을 지출하지 않음으로써 적자기업이 흑자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결국 재무적 성과가 그만큼 부풀려진 셈이고 이런 기업이 아낀 환경비용은 결국 사회로 전가돼 누군가 대신 메워주기 마련이다. 소비자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이런 기업의 제품을 계속 구매함으로써 유지될 수 있도록 돕고 결과적으로 사회에 끝없이 피해를 주도록 내버려둘리 만무하다.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세상을 온통 떠들썩하게 했던 ‘디젤게이트’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폭스바겐은 당시 디젤 엔진의 배출가스 데이타를 조작했다가 수백억달러의 배상금과 벌금을 부과받고 회사가 뿌리채 흔들리는 위기를 겪었다.먼 외국만이 아니다. 툭하면 근로자의 사망사고를 낳는 ’안전불감증’ 사업장이 우리 주변에는 널려 있다. 이런 기업이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성금 몇푼 내놓는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양 여긴다면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땅콩 회황 사건’ 등 오너의 전횡과 갑질로 위기를 겪었던 기업들을 떠올리면 지배구조의 문제가 기업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경영자가 재판정과 교도소를 들락거리느라 시간을 낭비하는데 기업이 온전하게 굴러 간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무엇보다 큰 댓가는 시장 신뢰 추락임을 뼈아프게 생각해야 한다. 재계의 극구 만류에도 ‘공정경제 3법’의 국회 입법이 추진되는데는 반기업 정서가 한몫하고 있다. 이런 반기업 정서에는 최태원 회장이 자성했듯이 재계의 책임도 상당함을 외면해선 안된다. ESG 경영이 재계에 일찍부터 뿌리내리고 확산됐더라면 이런 입법의 명분을 찾기 어려웠으리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은 기술력과 재무적 성과에서는 글로벌 무대에서 위상이 부쩍 높아졌다. 하지만 국제적 평판은 아직 그런 성과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재계에 부는 ESG경영 바람이 보여주기식 겉멋내기에 그치지 않고 새롭고 건강한 기업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기업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동력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데스크 칼럼] 24번째 부동산 대책엔 현장 소리 담길

[데스크 칼럼] 24번째 부동산 대책엔 현장 소리 담길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품귀가 심화되면서 올가을 전세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까지 70주 연속 상승했고,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도 5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세 공급부족 수준을 보여주는 ‘전세수급지수’도 서울과 지방을 막론하고 지난달 2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하루가 다르게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신고가를 갱신하는 아파트 단지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전세난이 계속된다면 앞으로는 전세 보증금 마련을 마련하는데도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기)을 해야 할 판이다. 현장에서는 전세계약을 놓고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웃돈까지 오간다는 서글픈 소식도 들려온다.정부와 여당은 얼마전 전세시장이 불안해지자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돌연 ‘조금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유는 홍남기 부총리의 발언을 통해 확인된다. 홍기 부총리는 지난달 말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전셋값 상승은 "임대차 3법 등 새 제도가 정착돼 가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다양한 정책 이외 요인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저금리 기조 등 정책 요인과 가을 이사철 계절요인, 코로나로 연기됐던 신규 입주 수요(혼인) 등 불안 요인이 합쳐졌다"라고 부연했다. 그리고는 "정부는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분석하고 고민할 예정"이라고 했다. 무리하게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등으로 전세시장은 요동을 치고 있는데도 정부는 ‘저금리’, ‘가을 이사철’, ‘신규 입주 수요 증가’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대책 발표를 미룬 것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전세 대책으로 내놓을만한 뾰족한 방안이 없어 가을 이사철과 결혼시즌이 끝나기까지 기다려보겠다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섣불리 대책을 내놨다 효과도 없다는 비판을 받기 보다는 발표를 연기하는 쪽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당초 정부는 전세 대책으로 월세 세액공제 확대와 임대주택 공급을 앞당기는 것을 검토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무(無)효과’를 우려했다. 월세 세액공제는 일부 월세로 사는 일부 임차인들에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전세 물량을 늘리거나 전셋값을 낮추는 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공공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최대한 앞당긴다고 하더라도 실제 공급까지 최소 2년 이상 걸린다. 이런 가운데 문제인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전세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면서 "임대차법 안착과 질 좋은 공공 임대아파트 공급하겠다"라고 했다. 임대차법이 안착되면 전세시장이 안정될까? 시장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2+2년)이 시행되면 전세 매물이 줄고, 임대료 인상을 5%로 제한하면 집주인들이 4년 뒤의 시세를 감안해 보증금을 올려 단기간에 전셋값이 급등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말들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1989년 임대차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났을 때 전셋값이 4~5개월 오르다 안정된 사례가 있어 이번에도 일시적인 혼란이 왔다 곧 사라질 것으로 확신했다.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정부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따라서 정부가 24번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면 이번에는 반드시 시장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지금의 전세대란은 각종 세제·대출 규제, 실거주 요건 강화 등으로 인해 전세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져서 빚어진 영향이 크다. 전세 물량의 즉각적인 증가를 위해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낮춰 다주택자가 보유한 매물이 시장에 나오게 하거나, 취득세를 낮춰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 특히 표준임대료제 도입, 신규 주택에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시장개입형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그동안의 부동산 대책은 집값은 못 잡고 부작용만 양산했다. 24번째 부동산 대책에는 시장과 현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담기길 기대해 본다.송경남 건설부동산부장

[데스크 칼럼] 대주주 3억 논란과 코스피 3000

[데스크 칼럼] 대주주 3억 논란과 코스피 3000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강화하는 방침은 정부가 지금 결정한 것이 아니라 2017년 하반기에 결정된 사안이다."(10월 7일 국정감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내년부터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주식 보유액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고수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야가 이례적으로 한 마음으로 뭉쳐 해당 안에 대해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음에도 이같은 방침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홍 부총리는 국감 내내 대주주 요건에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등이 보유한 물량을 모두 합한 금액을 적용하겠다는 가족 합산 규정은 개인별로 바꾸는 안을 검토하겠다는 수정안만 제시할 뿐, 주식 보유액에 대해서는 한치의 물러섬도 없었다.이에 따라 올해 연말 기준으로 대주주는 내년 4월 이후 해당 종목을 팔아 수익을 낼 경우 22~33%의 양도세(지방세 포함)를 내야 한다.개인투자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청원글은 이달 25일 기준 17만6324명의 동의를 얻었고,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이제는 폐기되어야 할 악법입니다’는 글은 21만6844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공식답변 요건인 20만명을 충족했다. 더 나아가 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개인들은 이달 들어서만 1조200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우며 올해 들어 처음으로 코스피에서 월 단위 순매도를 눈앞에 두고 있다. 통상 연말에는 양도세를 피하기 위한 매도세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대주주 기준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되는데다 이미 개인들이 올해 들어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인 만큼 매도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개인들이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유는, 정부의 정책이 국민들의 합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홍 부총리는 이번 양도세 강화를 두고 정책의 일관성 측면과 과세 형평성을 강조했는데, 이것만으로 개인들을 설득시키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정부의 방침이 개인들에게 전혀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2017년 하반기와 2020년 하반기의 시장 상황이 너무도 달라졌다는데 있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은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부동산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개인들이 큰손이 되어 증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한 점이 특징이다. 과거 국내 증시에서 매일매일 손실을 입고 외국인의 수급에 끌려가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개인들은 국내를 넘어 미국 등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며 ‘서학개미’로도 입지를 다지고 있다. 다시 말해 갈 곳 없는 개인들의 자금이 증시로 흘러들었고, 이는 국내 증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받쳐주는 상황에서 코스피가 상승하는 것은 거시적인 관점에서도 전혀 나쁠 게 없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뚫고 코스피 3000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건 개인이나 기업이나 정부나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직 ‘정책의 일관성’과 ‘과세 형평성’을 이유로 시장의 중요한 버팀목인 개인들을 겨냥한 과도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미 외국인과 기관은 정부가 대주주 범위를 기존 25억원에서 15억원, 10억원으로 순차적으로 완화했을 때부터 주식양도소득세를 내고 있었다. 즉 정부의 이번 대주주 기준 강화로 유일하게 피해를 볼 주체는 개인투자자라는 것이다.현 정부는 시장의 상황과 관계없이 연일 부동산 관련 대책들을 쏟아냈다. 시중에 갈 곳 없는 자금들은 당연히 주식시장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시장마저 과거의 악법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개인투자자들은 또 다시 다른 자산시장을 찾아서 떠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코스피 3000 시대는 그야말로 아주 먼 미래가 될 수 밖에 없다. 정책의 일관성만큼이나 정책의 유연성을 갖는 것도 정부가 새겨야할 덕목 중 하나다. 국민 정서와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오히려 국민에게 의무와 부담을 지우면서 그에 따른 설득 논리도 부족하다면 "증세 목적이 아니다"는 정부의 항변 역시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정부가 3년 뒤에 상황을 미리 예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3년 전에 나온 정책들을 시장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바꾸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 정부의 정책 하나에 국내 주식시장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mediasong@ekn.kr

[데스크 시각]

[데스크 시각] '꼬리자르기' 결론에 반성·사과는 없이 책임회피만

문재인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감사원 감사의 결과는 실망스럽다. 간단히 말하면 정치적 판단에 ‘꼬리 자르기’ 처분이다. 감사원은 감사결과 발표를 통해 월성1호기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저평가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폐쇄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감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관련자 처분을 보면 ‘솜방망이’에 그쳤다. 이 조차 힘 있는 기관과 현직 인사는 대부분 빠져나갔다. 그나마 전직 인사와 실무 공무원 만 책임지게 됐다.산업통상자원부의 공무원은 감사원의 관련 감사가 시작되자 관련 문서 444건을 삭제한 것도 확인됐다. 명백한 ‘감사 방해’이자 ‘공문서 폐기’다. 형사법적 책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이번 감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국회 국정감사장에 나와 "이렇게 심한 감사 저항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감사 결과를 아무리 보수적으로 봐도 감사원의 이런 조치는 납득하기 어렵다. 한수원이 월성 1호기 폐쇄의 근거로 경제성 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뚜렷한 근거 없이 생산 전력 가격, 발전 이용률 등을 낮춘 것으로 드러났다. 월성1호기 조기폐기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성을 의도적으로 낮게 평가했다는 것이다. 변수 조작을 통한 수치 왜곡 혐의다. 감사원은 그걸 ‘불합리한 저평가’로 본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과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게만 지웠다. 백 당시 장관의 경우 공직 진출을 제한할 수 있는 인사자료 활용 통보로 책임을 물었다. 정 사장엔 주의 조치를 요구하는 것으로 끝났다. 백 당시 장관은 이미 공직에서 물러나 대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정 사장은 내년 4월이면 임기를 마친다. 백 당시 장관과 정 사장이 문책을 요구받은 것은 월성 1호기 경제성 저평가 과정에 직·간접으로 개입했다는 감사원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따져보자. 이 두 사람은 왜 그리 했는가. 감사 결과에 따르면 백 전 장관의 당시 관련 움직임은 청와대로부터 "월성 1호기 언제 영구 정지되냐?"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 마디가 단초가 됐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의문은 청와대 참모와 산업부에 조기 영구 정지 왜 늦어지느냐는 대통령의 질책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채희봉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청와대 행정관에게 지시한 내용으로 뒷받침된다. 채 당시 비서관은 해당 행정관에게 "산업부로부터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확정 보고서를 받아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산업부 과장은 백 당시 장관에게 보고한 뒤 즉시 가동 중단으로 보고서를 수정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그런 기류라면 산업부, 한수원으로선 월성1 호기 조기 폐쇄의 근거를 만들어야 하는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백 당시 장관조차 대통령 의문 한 마디를 전달받고 행동에 나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채 당시 비서관을 포함 청와대가 월성 1호기 경제성 분석에 직접적으로 간여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언제 영구 정지되냐"는 대통령의 말 한 마디는 채 당시 비서관, 산업부, 백 당시 장관, 정재훈 사장으로 이어지며 눈덩이 굴리기가 돼 경제성 저평가의 나비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감사 결과에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책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또 월성 1호기 폐쇄는 경제성 외에 안전성, 주민 수용성 등을 종합 고려해 결정했다는 정부측 주장을 인용해 폐쇄의 타당성 여부 판단을 유보했다.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기 폐쇄 당시 경제성을 폐쇄 결정의 핵심근거로 삼은 것과 달랐다. 특히 문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 산업부 그 어느 곳도 반성이나 사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청와대는 "따로 언급할 게 없다"고 했다. 산업부도 감사발표 당일 발표한 5쪽 분량의 관련 입장문 및 참고자료 어디에도 ‘사과’나 ‘반성’의 말은 없었다. 오히려 감사과정에서 적극행정 면책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감사 재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유감" 표현은 단지 문서 삭제 관련 뿐이다. 산업부는 이 입장문 및 참고자료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공약과 국정과제로 채택된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산업부가 한수원 등의 요청으로 경제성 분석 과정에 참여 또는 의견교환한 게 전부라고 밝혔다.이번 감사는 감사원이 스스로 나선 직권 감사가 아니다. 국회가 감사를 요청해 이뤄진 것이다. 그것도 무려 1년 넘게 질질 끌었다. 감사시한도 무려 8개월 가량 넘겼다. 감사 결론을 내기 위해 무려 9차례 감사위원회를 열었다. 이런 진통 끝에 나온 감사 결과 치고는 너무 미흡하고 아쉽다. 감사 보고서 곳곳에서 정권의 개입 흔적이 엿보이는데도 변명만 무성하고 반성이나 사과 관련해선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다. 경제성 저평가, 문서 삭제 등의 책임은 결코 작지 않다. 특히 문서 삭제는 조직적 감사방해 혐의가 짙다. 정권의 대응이 ‘눈가리고 아웅’, ‘희생양 삼기’로 가는 모양새다. 정권이 진정 원내 절대 다수 의석을 믿고 오만과 독재로 가는 것인가.

[데스크 칼럼]

[데스크 칼럼] '수소안전' 뒤로 미룰 사안이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국내 도심 대기질 개선을 위해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보급이 본격화 했다.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CNG 버스 보급이 한창이던 2005년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CNG 충전장에서 용기 폭발사고가 발생한다. 자동차에 CNG 용기를 충전한 후 최종 출하를 위해 가스 주입 후 충전호스를 분리하는 마지막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다.당시 조사에 따르면 사고원인으로 CNG 용기에 대한 시험성적서 리뷰(UT) 과정에서 결함을 제대로 발견해 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즉, 용기결함에 의한 사고라는 판단이다.이 사고는 다행히 특별한 인명피해를 동반하지 않아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급성장하던 CNG 버스 보급사업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물론, 동일사고 발생 우려가 크게 확대됐던 점은 분명하다.그 우려가 현실화하기 까지는 5년이 걸렸다.2010년 8월 9일 오후 4시 57분경 서울시 성동구 행당2동 서울 지하철 5호선 행당역 인근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대원여객 소속 CNG 버스의 연료탱크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일명 ‘행당동 CNG 버스 폭발사고’다. 이 사고로 인해 탑승자 17명이 부상을 입었고, 1명은 발목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당시 이 사고는 차량 노후화에 따른 CNG 용기 손상으로 인한 밸브 오작동으로 인해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이 사고로 인해 CNG 버스는 달리는 시한폭탄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고 친환경 천연가스버스라는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환경 친화적이면서도 편리한 수송연료 전환은 이 시대의 사명과도 같다. 하지만 제대로 된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치워야 할 대가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그렇기 때문에 최근의 수소자동차 보급 사업에 우려의 목소리가 대두되는 것도 이해할 만한 일이다.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석준 의원에 따르면 국내 수소차량 등록대수는 2018년 말 893대에서 올해 8월 기준 8911대로 10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압용기 전용 검사장이 전무해 심각한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된다.수소전기차 내압용기는 기존에 보급된 CNG 버스(207bar)차량에 비해 3.5배나 높은 초고압 용기(700bar)가 사용된다. 파열사고 발생 시 대형 인명피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수소는 무색·무취·무미 가스로 누출 시 탐지가 어려울 뿐 아니라 소량의 누출만으로도 화재 발생 가능성이 크다. 정기적인 내압용기 검사가 사고 예방에 필수적이다.이러한 상황에서 전용검사장이 전혀 없다는 점은 수소차 안전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와도 같다.우리는 이미 수소폭발사고를 경험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강릉시 대전동 과학산업단지 내 강원테크노파크에서 수소탱크 폭발사고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 5명이 경상을 입었다.사상자 8명은 젊은 경영인 모임 회원들과 인솔자로 이날 세미나를 마친 후 견학 차 현장을 방문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폭발음이 폭발 지점에서 수 ㎞ 떨어진 곳까지 들릴 정도로 컸으며 인근에 있던 신소재 사업단 건물의 유리창도 폭발 충격으로 대부분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노르웨이 오슬로에서도 지난해 수소충전소가 폭발해 인근 차량 에어백이 터지면서 2명이 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고압가스 폭발은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없던 일도 아니다.지난해 국회는 수소산업 관련 법안 처리 과정에서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별도 제정하지 않고 일명 ‘수소법’으로 단일화해 일괄 처리했다. 당시 수소산업 육성에 큰 정책적 의지를 두고 있으면서도 안전부문은 소홀했다는 비난을 산 바 있다.산업 육성이 절실하다 하더라도 안전문제는 결코 뒤로 미룰 수 없는 사안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바로 안전이다.

[데스크 칼럼] 빈 수레 정권으로 가는 에너지전환

[데스크 칼럼] 빈 수레 정권으로 가는 에너지전환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 공방은 이제 신물 난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올해 국회 국정감사 이슈에서도 빠지지 않은 단골메뉴다. 벌써 4년째다. 아무리 건전한 토론 또는 논쟁이라도 이쯤 되면 지겹다. 답답하다. 그 사이 여야의 관련 주장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아니 오히려 양측 입장 차이는 벌어졌다. 논점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국회가 새로 출범해 멤버가 바뀌었는데도 소용없다. 가요계에서 인기 절정의 가수도 새 레퍼토리, 히트송이 없으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이러다간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내내 이 문제를 놓고 서로 싸우다가 말 것 같다. 공방의 단초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취임한 뒤 본격화한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이다. 에너지전환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그 정책의 명분은 기후·해양 환경보전과 안전이다. 방향은 원자력·석탄 발전의 비중을 줄여나가고 그 자리를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 점차 대체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성장보다는 환경·분배에 중점을 두고 사람중심 경제를 추구하는 현 정부로선 자연스럽고 예측 가능했던 정책 방향이다. 이걸 야권이라고 시비 걸며 결사 반대할 사안이 아니다. 현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의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속도와 절차다. 우리나라의 발전원별 발전기 수는 현재 원자력 24기, 석탄 61기, 액화천연가스(LNG) 254기 등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 발전원별 발전량 비중을 보면 석탄 40.4%, 원자력 25.9%, LNG 25.6%, 신재생 5.2%, 기타 2.9% 등이다. 현 정부는 이를 2034년까지 석탄 28.6%, 원자력 23.6%, LNG 19.7%, 신재생 26.3%, 기타 1.8%로 바꾸기로 했다. 석탄과 원자력 발전량은 66.3%에서 52.2%로 14.1%포인트 낮추는 대신 신재생은 5.2%에서 19.7%로 무려 세 배 가까운 14.5% 포인트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런 수치로 보면 에너지 전환이 오래도록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던 게 실감 나지 않는다.하지만 현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추진 과정을 보면 다르다. 원전만 보더라도 현 정부 출범 때 당시 짓고 있던 울산 신고리 5·6호기, 울진 신한울 1·2호기 등 5개 호기 모두 준공하기로 했다. 다만 신한울 3·4호기, 영덕 천지 1·2호기, 삼척 또는 영덕 신규 원전 2기 등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6기 신설계획은 백지화했다. 설계 수명이 찬 원전도 곧바로 폐쇄키로 했다.실제로 2017년 6월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를 완공 40년만에 영구 가동 중지했다. 특히 오는 2022년까지 가동 연장된 경주 월성 1호기도 조기 폐쇄했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설계수명 30년 도래로 가동 중단됐으나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5년 어렵사리 가동 연장한 것이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수명 연장하면서 들인 비용 7000억원을 허공에 날리는 희생도 감수했다.현 정부는 이런 정책을 추진하면서 뚜렷한 공론화나 야권소통 과정도 없었다. 이러니 야권으로선 전 정권 정책 ‘갈아엎기’ 또는 ‘적폐몰이’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건설 백지화 또는 가동 정지 대상 원전의 입지는 대체로 야당지지 텃밭인 영남권이다. 야당이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탈원전’ 프레임을 씌워 죽기살기로 반대하는 이유다. 현 정권의 도덕성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야당의 공세 수단이다. 현 정권에서 권력형 비리가 나온다면 그 분야를 사모펀드와 함께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 정권과 가까운 인사들이 태양광 사업 관련 비리 혐의 등으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다. 비리의 독버섯은 권력 주변에서 피어난다.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정책이나 사업이 취약하다.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을 돌아보면 얻은 게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갈등을 무릅쓰고 추진해온 우리나라의 지난해 신재생 에너지 발전비중이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라고 한다. 신재생 에너지 확대는 분명 가야 할 길이지만 생각 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현 정권 시각에선 ‘마피아’들의 운동장쯤으로 치부됐던 원전산업의 생태계도 사실상 무너졌다는 평가다. 한국 원전의 버팀목으로 불리는 두산중공업조차 눈치 빠르게 대응한다. 정부의 그린뉴딜에 발맞춰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중 3년 6개월이 벌써 지났다. 앞으로 남은 임기는 겨우 1년 6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요란했던 에너지 전환에 대못박기는커녕 빈 수레 정권으로 끝날까 걱정이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서 정권이 상처받지 않고 후유증을 남기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정책 추진의 투명성 확보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성철환 칼럼] 취준생의 눈물 닦아주려면

[성철환 칼럼] 취준생의 눈물 닦아주려면

대기업들의 하반기 공채가 한창이다. 이맘때 계절이 바뀔 무렵이면 매년 되풀이 되는 모습이지만 특히 올해는 활기 넘치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기업의 어려움이 채용시장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탓이다.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국내 500대 기업의 하반기 신규채용계획을 조사했더니 4곳중 3곳은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1명도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채용 계획이 있는 곳도 작년보다 줄이거나 비슷하다는 기업이 대부분(77.4%)이었다.상황이 이러니 취준생들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바늘구멍이 아니라 나노구멍이라는 푸념이 과장되게 들리지 않는다.취업문을 두드리며 실패만 거듭하다 자포자기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8월 구직 단념자는 68만2000명으로 지난 6년사이 가장 많았는데 절반이 넘는 숫자가 20~30대였다. 30대만 헤아려도 11만명에 달했다. 한 취업정보업체가 신입 구직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5명중 4명이 "취업을 영영 못하는거 아닌가"하는 불안감을 드러냈다고 했다. 취업문을 숱하게 두드리다 지쳐 아예 취업 의지를 꺾는 젊은이가 허다하다는 뜻이니 가슴이 먹먹하다. 공황이 닥쳐도 일자리만 있으면 두려울게 없다고 했다. 일자리는 생계를 유지하기위한 소득 창출의 원천이라는 의미만 갖는게 아니다. 자아 실현과 자긍심,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확인시켜주는 것에서 더 큰 의미를 찾는 사람도 많다. 신선한 사고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꿈을 펼쳐볼 변변한 기회조차 갖지 못한채 계절을 넘긴 꽃처럼 시들어 버리지 않게 하는 일이야말로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최우선적으로 풀어내야할 중요하고 시급한 국가적 과제다.문재인 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통해 5년동안 19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의욕을 보이는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기존 사업을 재포장한 ‘올드딜’이라고 무조건 폄하할 일이 아니다. 겉치레 단기 일자리만 늘려 성과를 부풀리고 허황된 사업에 아까운 국민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국민경제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중추는 다름 아닌 기업이다. 정부가 없는 일자리도 만들겠다며 한국판 뉴딜사업까지 벌이는 판에 정작 일자리의 보고를 무력화시킨다면 말이 안된다.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마음 놓고 활개치며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기업하기 좋은 경영환경을 만드는 일에 지혜를 짜내야 한다. 얼마전 국회로 넘어간 ‘공정경제 3법’ 개정안을 놓고 독소조항이 가득하다며 걱정하는 기업인이 많다.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입법과정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신중하고 진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마땅하다.채용시장에서 대기업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지만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기업수에서 99%를 차지하며 일자리의 88%를 감당하고 있다. 특히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벤처기업의 역할이 더욱 주목되고 있다. 그렇다고 창업만 늘리는게 능사가 아니다. 새로 탄생한 기업이 중견 및 대기업으로 건실하게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지 못한다면 아무리 창업이 늘어난들 헛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건강한 산업생태계 조성을 통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활력이 넘친다면 대기업과 공공부문 일자리에 대한 과도한 쏠림도 달라질게 분명하다.어려운 경제여건을 딛고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들의 노력은 가상하다. 명망 있는 기업일수록 채용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게 마련이다. 이런 지위를 남용하여 전형과정에서 과도한 서류와 과제물을 요구하는 행태는 야비한 갑질과 다를 바 없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한번의 공채 전형이지만 취준생들은 숱하게 많은 지원서를 내고 쓰라림을 맛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더불어 초조하게 전형결과를 기다리며 기약없이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는 지원자들의 입장을 헤아려 불합격 사실도 통보해주는 작은 친절도 당부하고 싶다.취준생들의 눈물을 닦아줄 사회적 관심과 따뜻한 배려가 절실한 때다.편집위원

[데스크 칼럼] 재개발과 도시재생의 차이

[데스크 칼럼] 재개발과 도시재생의 차이

재개발과 도시재생은 노후화된 도시를 부흥시킨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서로 다른 것이다. 재개발은 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불량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을 전면 철거하는 방식으로 주거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도시재생은 변화된 산업구조와 신도시 중심의 도시 확장으로 상대적으로 낙후된 기존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해 경제·사회·물리적으로 부흥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에 도시재생이 등장한 것은 민간 주도 재개발의 부작용이 컸기 때문이다. 민간 주도 재개발은 투기수요를 끌어들여 주변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사업 추진과정에서 높은 부담금을 견디지 못한 원주민들이 떠나면서 주민공동체가 파괴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재개발 중심의 뉴타운 사업을 폐기하고 지역의 특색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도시재생을 대안으로 삼았다.도시재생의 본격적인 출발은 도시재생특별법 시행 이듬해인 2014년 정부가 서울 종로·부산 동구 등 13곳의 선도지역을 선정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정부는 2016년 33곳의 후보지를 추가 선정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는 도시재생뉴딜로 명칭을 바꾸고 사업도 확대했다. 당시 문 정부는 향후 5년간 낙후된 지역 500곳의 재생사업에 총 50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최근에도 서울 성북 등 23곳의 2000년 도시재생뉴딜 1차 사업지가 발표딜 정도로 도시재생은 전국 곳곳서 이뤄지고 있다. 정부와 별도로 서울시도 자체 예산으로 도시재생을 진행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정부가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공공’이라는 이름을 앞에 단 재개발을 끄집어냈다. 공공재개발은 LH나 SH 등 공공기관이 시행사로 참여하는 정비사업이다. 조합은 용도지역 및 용적률 상향, 기부채납 완화, 분양가상한제 제외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받는 대신 기존 조합원 물량을 제외하고 늘어난 물량의 최대 50%를 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 해야 한다.정부는 공공재개발을 통해 도심내 4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시범사업 후보지를 공모하고 있다. 신속한 인허가로 빠른 사업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흑석2, 한남1, 양평14, 성북1구역 알짜 사업지를 비롯한 수십개 조합이 참여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사업 후보지는 12월 선정될 예정이다.공모가 시작되자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지구도 공공재개발 참여를 원하고 있다. 이 지역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된 곳이다. 5년 동안 국비와 시비 200억원이 투입돼 공원과 전망대, 놀이터, 기념관 등이 조성됐다. 하지만 주민들에 따르면 창신동은 여전히 살기 불편한 동네로 남아 있다. 좁은 골목과 수많은 계단으로 마을버스가 다니기도 어렵다. 도시재생에도 불구하고 주거환경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창신동의 공공재개발 참여와 관련해 서울시는 반대 입장이다. 도시재생이 국가 선도사업으로 시행되고 있어서 그 외의 사업은 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아마도 5년 동안 공들여 놓은 도시재생의 결과물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공공재개발 참여가 ‘도시재생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서울시의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앞서 말했듯 도시재생과 재개발은 다른 것이다. 일본에서는 도시재생은 ‘빈 가게가 많은 죽은 상권을 활성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거환경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창신동의 공공재개발 참여를 주거환경 개선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대다수 주민이 원한다면 공공재개발 참여 기회를 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

배너

실시간 종합Top

경제
머니
비즈니스
전기차&에너지
부동산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