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3월 04일(목)
[데스크 칼럼] 천문학적 해상풍력 투자

[데스크 칼럼] 천문학적 해상풍력 투자 '용두사미' 걱정된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도시바. GE는 미국, 도시바는 일본 회사다. 양국 에너지 산업의 대표주자인 두 회사가 해상풍력발전 사업에서 제휴를 하려 한다. 지난달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나온 팩트다. 그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GE·도시바의 연합전선은 국내에선 일부 언론에만 짤막하게 나온 내용이지만, 사실 그것이 갖는 의미는 심장해서다.상식적으로 어떤 회사든 손을 맞잡는다는 것은 서로 이익이 맞아떨어져서다. GE·도시바가 협상 중인 해상풍력발전의 핵심설비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 아이템은 발전장치(나셀). 두 회사는 도시바의 발전 계열사인 도시바에너지 요코하마 공장에서 나셀을 공동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요코하마 공장은 도시바가 최근 화력발전사업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남게 된 곳이다. 이 공장의 기존 설비와 인력을 활용하게 될 터이니, 도시바 입장에서만 봐도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다.도시바는 세계적인 탈석탄 흐름에 맞춰 신재생에너지 쪽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는 만큼 규모가 더 큰 GE와 나셀을 함께 만들면 비용 등 여러 면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삼척동자도 가늠하는 얘기다.GE가 얻는 이익 또한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역사적으로 GE는 사실 바다보다 땅의 강자다. 다시 말해 육상 풍력발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구축한 반면 해상풍력발전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에 속한다. GE가 도시바와 손잡으려는 이유다. 일본은 거대한 해상풍력발전 건설이 예정돼 있으니, 이 나라에 말뚝을 먼저 박으면 당연히 선두권 기업들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일 수 있게 된다. 양사는 이미 원자력·화력발전에서 제휴를 맺었던 만큼 해상동맹 시너지는 더 커지면 커졌지, 작아지진 않게 된다.게다가 두 회사는 수익성이 높은 발전시설의 보수·운용 서비스로까지 제휴 범위를 넓힐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널리 알려진 ‘알짜’ 사업이다. 서로 밀어주고 당겨준다. 덩치를 키우는 ‘묘수’다.이게 다일까. 아니다. GE·도시바 움직임은 좀 더 글로벌 시각에서 해석하는 게 옳다고 본다. 세계 해상풍력발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을 살펴보면, 2019년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유럽 지멘스가메사가 39%로 1위다. 이어 덴마크 베스타스(15%), 중국 SE윈드(10%), 엔비전(9%), 골드윈드(9%) 순이다. 유럽·중국기업 5곳을 합하면 무려 82%나 된다. GE·도시바 동맹은 결국 중국·유럽에 맞서려는 것이다. 수년 전부터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해상풍력발전을 활용하려면 모든 산업의 원천기술력이 뛰어난 일본 기업을 키우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리라.일본 정부도 해상풍력발전에 눈을 떠 투자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2019년 해상풍력발전 근거법을 만들고, 현재 2만㎾에 불과한 해상풍력발전을 2030년까지 1000만㎾, 2040년까지 4500만㎾로 키울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9년 19%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50년까지 50~60%로 높일 방침이며, 2040년까지 자국산 부품 조달비율도 60%까지 늘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일본은 기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들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실현 가능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걱정은 이제 한국이다. 최근 정부가 전남 신안 앞바다에 2030년까지 세계 최대인 8.2GW 규모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선언한 게 걱정의 씨앗이다. 투자 규모는 48조5000억원. 천문학적인 돈이다. 비용만큼의 효율을 거둘 수만 있다면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세계 해상풍력 누적 설치용량이 2010년 3GW에서 2019년 28GW로 10년간 25GW 늘었다는 점에서 우리의 기술력과 비용·시간, 에너지정책을 둘러싸고 오락가락 하는 정치 등의 현실을 생각하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영국·독일·덴마크 등 수십 년 전부터 해상풍력발전을 해온 터줏대감들도 설비를 빠르게 늘리지 못했다. 건설 및 유지·보수 비용이 해상은 육지에 비할 바가 아니라서 그렇다.우리 현실에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실력 키우기’ 계획도 없이 그린 큰 그림이 ‘용두사미’에 그친 일을 한 두번 겪어본 게 아니라서 그런지 더더욱 걱정으로 다가온다.

[데스크 칼럼] 文 정권, 더 이상 애먼 희생양 만들지 말라

[데스크 칼럼] 文 정권, 더 이상 애먼 희생양 만들지 말라

문재인 대통령은 어지간해선 주요 갈등 현안에 끼어들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인상적인 언급이나 행보를 찾기 어렵다. 이게 코로나19로 한숨 짓고 고통받는 국민의 최근 심중을 고려한 것이라면 다행이다. 대통령까지 정쟁 한 가운데 서 있다면 가뜩이나 심란한 국민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주요 갈등 현안을 조정하거나 정리·수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팔짱 끼고 있다거나 직무유기하고 있다면 너무 나간 것인가. 문 대통령은 여러 갈등을 풀지 못한 것에 대해 수차례 사과했다. 사과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거나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것에 대한 반성이다. 다시는 같은 일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과 그 자체로 끝이었다. 나중에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간 갈등이 대표적이다. 검찰개혁을 명분 삼은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의 진두지휘자로 법무장관이 추미애에서 박범계로 선수 교체됐지만 그저 ‘시즌2’일 뿐이다. 신현수 대통령 민정수석의 사의파동이 그 반증이다. 검찰개혁 타령하며 사상 초유 검찰총장 징계 등으로 윤석열과 1년 내내 대립했던 추미애는 판사 출신 정치인이다. 문 대통령은 추미애에 이어 추미애와 같은 길을 걸은 박범계를 법무장관에 기용했다. 동시에 청와대 민정수석에 검찰 출신이자 문 대통령과 사실상 동지관계로 알려진 신현수를 발탁했다. 이에 대해 여권의 검찰개혁이 정상화의 길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나였다. 이번 파동을 놓고 보면 신현수 스스로도 당초 자신의 기대가 오판이었고 착각이었던 듯 싶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문 대통령이 참모조차도 자신의 의중을 제대로 읽을 수 없는 처신과 행보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검찰개혁 관련 여권의 입장도 중구난방이다. 정권에 미운 털 단단히 박힌 윤석열 개인을 겨냥, 대선 등 공직 출마를 제한하는 입법 추진론까지 나왔다. 이게 현행 법과 사리에 맞지 않은 것에 더해 다분히 감정적인 발상으로 비춰진다.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드는 입법 추진도 마찬가지다. 검찰·경찰 수사권 분리, 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자마자 갑자기 들고 나온 것이다. 중대범죄를 검찰이 수사하도록 한 게 얼마나 됐나. 뒤늦게 보니 검찰엔 중대범죄 수사도 맡기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입법을 마치 붕어빵 찍어내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런 입법을 비위혐의로 기소된 집권당 의원들의 주도로 추진돼 방패입법이란 비판도 나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관련 입장이 없다. 문 대통령은 1년여의 추미애-윤석열 갈등에 대해 사과까지 하면서 "윤 총장은 문재인정부 검찰총장"이라고 껴안았다. 그런데 신현수 파동을 보니 그게 아니었던 듯 싶다. 어쨌든 문 대통령이 주요 현안에 대해 메시지를 내는 데 너무 신중하다. 어쩌다 내놓은 메시지는 여권에서 잘 먹히지 않는다. 일각에선 임기 말 대통령 권력 누수현상이 현 정권에서 만큼 나타나지 않은 적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통령 메시지는 표현과 속내가 다르다는 뜻 아닌가. 문 대통령의 현안 정리가 제대로 안되거나 메시지가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정권 인사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 추미애·박범계·윤석열·신현수는 물론 최재형 감사원장,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그렇다. 특히 검찰 조직은 추매애·윤석열 라인으로 갈려 치고박고 할퀸다. 이들의 출세욕·권력욕만 탓할 게 아니다. 그 자리에 가면 줄을 서지 않을 수 없다. 직을 거는 소신도 소용없다. 수많은 검사들이 개혁이든 반개혁이든 각각의 공범자·부역자라기보다 크게 보면 모두 불쌍한 희생양들이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또한 다를 게 없다. 지금까지 나왔거나 진행되는 관련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조기 폐쇄 강행의 절차상 허점과 뒤 이은 자료폐기 등 불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말 한 마디는 대선 주요 공약인 월성 1호기 가동 중단과 관련 취임 2년차인 2018년 4월 참모들에게 "언제 결정하느냐"고 물어봤다는 것이다. 이 사안으로 비록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산업부 국장 등 실무자 3명은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됐다. 또 당시 대통령 참모들이 대거 수사선상에 올랐거나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에 대한 법적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문 대통령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의 한 마디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탈원전’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였다. 산업부 관료든 청와대 참모든 탈원전이 국정과제가 아니었다면 이런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감사원 감사 전날 증거인멸한 혐의를 받는 산업부 공무원이 감사원 감사 및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신내림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을 보면 자신도 어처구니 일로 생각한 것 같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감사원 감사에 이어 검찰 수사로 확대되자 여권은 대통령 공약이행의 경우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공약을 내걸고 선거에서 이겼으니 국민의 추인받은 것이고 통치권 행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니 신성불가침이라는 뜻이다. 그 주장 자체의 타당성을 따지기 전에 이런 여권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대통령이 "내 탓이요"를 먼저 얘기해야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다. 그러니 자꾸 ‘꼬리 자르기’란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의 일환으로 중단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 여부가 오리무중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사업은 전 정권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2월 27일 사업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현 정부가 들어선 뒤인 그 해 10월 국무회의에서 에너지전환 로드맵이 의결돼 공사 중단됐고 12월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됐다. 그 이후 4년간 현 정부는 공사 재개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 사업허가 기한이 오는 26일 종료돼 한국수력원자력은 주무부처인 산업부에 이 기한을 앞으로 2년간 연장 요청했다. 산업부는 22일 이 기한 연장을 승인했다. 다만 공사재개 여부 결정은 차기 정부로 넘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그게 현재로선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을 공약하고도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상황에서 월성1호기 사건에 데기까지 했는데 어떤 관료가 앞장서서 깃발 들겠는가. 신한울 3·4호기 공사 중단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규모만 779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 중심의 에너지전환 추진을 말하기 전에 우선 명확히 할 게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피해에 대한 책임문제다. 이를 건너뛰고 공직기강을 강조하며 탈원전을 위해 관료를 다그치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겁하다. 더 많은 피해자들을 만들 뿐이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 보유국’, ‘우주미남’ 등 찬사에 취할 때가 아니다. 대통령 안색이나 안위만 살피는 정권수호 돌격대, 대통령 호위무사들만 믿고 섣불리 개혁을 추진했다간 역풍과 반동을 부른다. 문 대통령은 갈등 현안 뒤로 숨지 말고 전면에 나서서 조정하고 해결해야 한다. 그게 문 대통령이 그토록 염원했던 개혁의 성과를 내고 애먼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길이다.

[데스크 칼럼] 착한금융 나쁜금융

[데스크 칼럼] 착한금융 나쁜금융

벌써 4년 전의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을 개최했다. 당시 미팅에 참석한 여러 기업 중 화제를 모은 기업은 단연 오뚜기였다. 오뚜기는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과의 대화에서 삼성, 현대, 기아차 등 내로라하는 그룹 외에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오뚜기는 일명 ‘갓뚜기’로 불릴 정도로 상생 협력, 일자리 창출 등 여러 방면에서 모범을 보인 만큼 호프미팅에 초청해 적극 격려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취지였다.청와대 간담회의 힘은 굉장했다. 간담회가 끝난 직후 오뚜기 라면 등 주요 제품은 불티나게 팔렸고 주가도 상승세를 탔다. 그간 기업들은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고자 부던히 애썼는데, 오뚜기 사례는 ‘착한 기업’의 이미지가 실제 기업의 수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여기에 최근 기업 활동에 비재무적인 요소로 분류되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경영이 글로벌 투자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착한 기업’이 돼야 한다는 기업들의 사명에 불을 지폈다.그리고 4년이 지난 올해 2월, 거대 여당 사이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산업이 있다. 바로 금융업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 상황에서 가장 이익을 크게 보고 있는 업종은 이자를 꼬박꼬박 받아 가는 금융업"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사들은 코로나 여파에도 ‘이자를 꼬박꼬박 받아’가며 많은 이익을 낸 만큼 여당이 추진 중인 ‘이익공유제’에 적극 동참하라는 취지였다. 이와 동시에 금융당국의 칼날도 금융사,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금융지주사를 향했다. 금융위는 코로나로 인한 손실 흡수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배당성향을 기존보다 6~7%포인트 낮춘 20%로 제한하라고 권고했다.물론 KB, 신한, 하나금융지주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금융그룹들이 지난해 코로나 상황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역대급 실적을 낸 것은 ‘이자를 꼬박꼬박 받아’갔기 때문이라는 일각의 주장에는 다소 동의하기 어렵다. 금융그룹 내 계열사들 실적을 보면 증권사들은 동학개미운동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반면 주력 계열사인 은행들은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와 큰 폭의 대손충당금 적립 등 비우호적인 경영 환경 등으로 대체로 순이익이 전년보다 뒷걸음질쳤다. 코로나가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건 금융사들도 일부 동의하는 부분이다. 다만 단순히 금융사들의 이익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반강제적으로 돈을 출연해 피해를 입은 이들을 지원한다는 여당의 논리는 금융사 주주들 입장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익공유제와 같은 정책은 금융사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다수의 기업들에게도 이익을 많이 낼 경우 언제든지 이를 다른 계층에 지원할 수 있다는 정치권의 시그널로 비춰질 수 있다.금융사들이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고 현 정부의 한국판 뉴딜에 수십조원의 금융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착한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정부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든 나쁜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린 것이다.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둔 이 때, 정치권의 요구를 순순히 따르면 착한 기업이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나쁜 기업인가. 모두가 힘들 때 돈을 벌면 나쁜 기업이고, 같이 돈을 벌지 못하면 착한 기업인가. 정치권의 요구를 순순히 따르면서도 소비자 보호를 도외시하는 금융사는 착한 금융인가 나쁜 금융인가.앞서 오뚜기 사례를 다시 떠올려보면 문 대통령은 당시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월마트같은 기라성 같은 기업과 경쟁해 생존할 정도로 우리 기업은 뛰어나다. 기업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주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2021년 2월, 정치권은 코로나19라는 어려움을 딛고 오뚝이처럼 일어선 금융권을 향해 어떤 시선을 보내고 있는가. 돈을 벌어도 서러운 금융업이다.mediasong@ekn.kr

[데스크 칼럼]2·4대책

[데스크 칼럼]2·4대책 '플랜B'도 마련해야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등판한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역대급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놓았다. 변 장관은 4일 서울 32만가구를 포함해 수도권에 61만6000가구, 지방에 22만가구 등 총 83만6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시장의 대책을 뛰어넘는 특단의 대책을 만들겠다"면서 "공급이 부족하다는 국민 불안을 일거에 해소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라고 했는데, 변 장관이 이를 구체적인 숫자로 명확히 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변 장관이 주택공급 확대라는 과제를 안고 장관으로 임명됐기에 이번 대책에 많은 물량이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80만가구가 넘는 ‘물량 폭탄’이 나오자 놀라는 분위기다. 변 장관의 계획에 이미 나온 3기 신도시 물량까지 합치면 노태우 정부의 200만가구를 뛰어넘는 역대급 물량 공세이기 때문이다. 서울 32만가구 역시 강남3구 아파트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더 놀라운 것은 변 장관이 이번 대책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의 입주 시기와 관련 신도시처럼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자신했다는 점이다. 그는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한 날 저녁 한 방송사의 뉴스 프로그램에 나와 "아주 작으면 1년 내에도 가능하고 유형에 따라 3~4년 걸리는 주택도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변 장관의 말처럼 늦어도 3~4년 안에 많은 물량의 새 집에 입주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공급대책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이번 대책을 통해 마련되는 주택의 70~80%를 임대주택이 아닌 분양주택으로 값싸게 공급한다니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공급된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계획대로라면 3040 무주택자들은 조만간 지긋지긋한 ‘패닉바잉’과 ‘영끌’의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에 충분하다.하지만 정부의 청사진이 계획에 그치고 실현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정부 발표만 믿고 3~5년을 기다렸는데 새 집은 나오지 않고, 그 사이 집값마저 계속 오른다면 무주택자들은 ‘정부 말을 믿은 내가 바보지’라며 실망과 분노를 느낄 것이다.정부의 공급 확대 방안에는 어디에 얼마나 공급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내부적으로 어디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은 있겠지만 개발에 따른 변수가 많아서인지 발표 자료에는 들어있지 않다. 이 때문에 이번 공급대책의 실현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예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공공이 시행하는 정비사업은 땅과 주택 소유자 3분의 2 이상이 희망할 때에만 그 절차가 시작된다. 용적률을 올려 수익성을 높여 주고 재건축 조합원 거주 의무와 초과이익부담금 부과도 면해 주겠다는 당근책을 내 놨지만 자신의 땅과 집을 내놓지 않는다면 주택 공급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이번 공급대책이 차질을 빚게 될 경우를 대비한 대안을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를 제안한다. 하나는 민간 재개발·재건축 허용이다. 서울시가 2012부터 2018년까지 취소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지는 모두 393곳이다. 이들 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아파트는 총 24만8889가구에 달한다. 이번 공급대책에 포함된 사업들이 차질을 빚을 경우 민간 재개발·재건축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다주택자들의 양도소득세 한시적 인하다.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경우 새로 주택을 짓지 않아도 시장에는 공급효과가 나타난다. 공평과세와 다주택자의 시세차익 환수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집값을 잡는 게 우선이다.

[성철환 칼럼] ‘재정 퍼주기’ 경쟁, 뒷감당은 누가 하나

[성철환 칼럼] ‘재정 퍼주기’ 경쟁, 뒷감당은 누가 하나

여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를 내세워 대규모 재정 퍼주기에 나설 태세다.이미 3차례 지급된 재난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하고 코로나 확산에 따른 거리두기로 영업이 제한된 자영업자를 돕는 손실보상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로 인해 되레 큰 이득을 본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을 기여해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돕는 이익공유제도 거론되고 있다.여권에서는 4차 재난지원금부터 먼저 지급하고, 손실보상은 제도를 마련해 시차를 두고 시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4월 재보선 전에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난지원금은 20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규모로 편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소급적용 불가’로 가닥을 잡았지만 손실보상제는 소요재원으로 한때 100조원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익공유제도 이득을 본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하겠다고 하지만 재정지원·세액공제 등 인센티브 등을 활용하겠다고 하니 어떤 식으로든 국가재정에 부담을 지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설을 앞두고 모든 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며 재정 투입을 행동에 옮겼다.여당을 견제해야할 야당도 선거가 다가오니 내심 거드는 모습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소상공인 코로나19 피해보상과 관련, "세금으로 안 되면 빚을 내서라도 극복하는 방법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이 코로나라는 사상초유의 사태로 극심한 어려움에 처한 국민의 삶에 눈을 돌리는 것은 탓할게 없다. 문제는 국민을 돕겠다며 무분별하게 ‘재정 퍼주기’에 나섰다간 뒷감당하지 못할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익공유제까지 거론하는 마당에 코로나로 아무런 피해를 겪지 않거나 되레 이득을 본 계층까지 재난지원금 지원대상에 마구잡이로 포함시키려는 발상은 도무지 납득이 안된다. 과거에는 가계는 ‘수입에 지출을 맞춘다’는 양입제출(量入制出), 재정은 ‘쓸 곳에 수입을 맞춘다’는 양출제입(量出制入)에서 차이를 찾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재정이 화수분처럼 마냥 돈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양 생각한다면 시대착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우리나라의 국가재정 형편이 외국보다 나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지난해 4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할때 절반정도로 여유가 있다. 하지만 국가채무가 지난 9년 사이 3배가 불어날 정도로 증가 속도가 가팔라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악의 저출산국이라는 사실도 잊어선 안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는 사상 처음으로 30만명을 밑돌면서 출생아수가 사망자 수에 뒤졌다. 이런 상황에서 고령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지금은 생산가능인구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수준이지만 40년뒤에는 생산인구 1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명실공히 ‘노인공화국’이 펼쳐지게 되는 셈이다. 이런 판국에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마저 적립기금이 2042년이면 적자로 돌아선 뒤 2057년에는 완전히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하니 앞이 더 깜깜하다. 인구구조가 하루 아침에 젊은층 위주로 확 바뀐다면야 걱정이 훨씬 가벼워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적을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정치인들이야 나라 곳간을 마구 헐어서라도 한자리 차지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뒷감당은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자리를 채우는 이번 재보선도 이런 행태를 보이는데 내년 3월 치뤄질 대선을 앞두고는 어떤 포퓰리즘이 판치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재정을 아낄 줄 모르면 미래 세대일수록 더 큰 부담을 지우게 된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게 하지는 못할망정 태어나자마자 평생 갚아도 다 갚지 못할 빚더미에 오르게 한데서야 말이 안된다. 정치꾼들의 달콤한 꼬임에 빠져 후세대에 감당못할 부담을 지우는 우(愚)를 범하지 않도록 눈을 부릅뜨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편집위원>

[데스크칼럼] 막바지 LNG 구매자 시장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데스크칼럼] 막바지 LNG 구매자 시장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2021년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은 구매자 중심시장(Buyer‘s Market)일까, 판매자 중심시장(Seller’s Market)일까? 과거 LNG 시장에서는 물량이 타이트할 경우 유가상승, LNG 현물가격 급등을 보이며 장기 LNG계약의 유가연동비율도 높아졌는데 이를 판매자 중심시장으로 구분했다. 반대로 물량이 여유로운 시장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유가, LNG 현물가격 하락과 함께 장기 LNG계약의 유가연동비율도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러한 시장을 구매자 중심시장으로 분류한다. 구매자 중심시장과 판매자 중심시장은 일정한 사이클을 보인다. 고유가 시기인 2011~2013년까지는 LNG 현물가격 급등과 함께 판매자 중심시장으로, 이후 저유가시기로 접어들기 시작한 2014년부터 현재까지를 구매자 중심시장으로 구분하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유가와 LNG 현물가격은 2014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고 코로나19 이전부터 LNG 시장은 구매자 중심시장으로 초과 공급 상태를 보였다. 호주에서 많은 LNG 프로젝트 개발 및 액화플랜트 건설이 완공되면서 LNG 수출량이 증가했고, 미국에서는 셰일가스 혁명에 따른 천연가스 생산량이 증가해 LNG 물량 넘쳐나기 시작했다. 특히 2016년부터는 미국 본토에서 LNG 수출이 시작되고, 많은 미국 프로젝트 개발이 계획되면서 시장에서 초과 공급이 심화돼 왔다. 유가는 2014년 중반까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후(2014년 8월 평균 101.94달러/Bbl) 하락하기 시작해 2015년 1월 평균 45.77달러까지 내려갔다. 불과 6개월 사이에 유가가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이러한 저유가 기조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일 등 아시아 지역 LNG 거래가격을 나타내는 JKM지수도 움직임을 같이 한다. 2013년까지 MMbtu(천연가스 열량 단위)당 약 14~19달러 수준(2013년 1월 평균 18.26달러)을 보이던 JKM 1월 평균가격은 2014년 1월 19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구매자 중심시장에서 안정세를 이어오고 있다. 2015년부터 JKM 1월 평균가격은 MMbtu당 8.80달러, 5.79달러, 8.71달러, 10.85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다. 공급 초과 상황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LNG 가격은 더 크게 폭락했다. 지난해 5월 말 JKM지수는 MMBtu당 2달러(5월 26일 기준 1.887달러/MMBtu) 수준까지 내려갔으며, 지역 천연가스 선물가격(NBP)도 MMBtu당 최저 1.059달러를 기록하는 등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2014년부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구매자 중심시장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전문가들은 2023~2024년경에는 LNG가 고가로 전환되는 판매자 중심시장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올 1월 JKM지수는 일시적으로 MMBtu당 32.494달러까지 치솟았다. 아시아 지역에 몰아친 한파에 따른 LNG 수요 폭증 탓이다. 2014년 이후 5~10달러 수준으로 안정세를 보이던 1월 JKM지수가 올해 최소 3~6배 수준 폭등했다. 기온변화에 따른 영향이 국지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의 날씨 변화는 아시아 지역 국가에서 비슷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 LNG 수급 비상 상황 시 인접국가와 빈번하게 추진해 온 LNG 물량 스왑이 올해는 불가능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더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세계 가스 수요가 2.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러시아 노바텍은 LNG 수출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투자결정(FID)이 계속해서 지연될 경우 2030년경 LNG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국내 LNG 수요도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수소 사용을 확대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 수소는 대부분 LNG를 연료로 생산한다. 제9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석탄발전 30기 중 24기를 LNG 발전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한파, 그에 따른 LNG 수요 또한 쉽게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변화무쌍하다. 막바지 구매자 중심시장에서 ‘구매자’로서의 우리의 선택이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구매자 시장에서조차도 단 한 번도 완벽히 구매자가 중심이었던 시장은 없다"라고 일갈하는 한 전문가의 말을 곱씹어 볼 때다.내사진-1-1

[데스크칼럼] 오버하는 이낙연, 결국 자충수되나?

[데스크칼럼] 오버하는 이낙연, 결국 자충수되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요즘 달라졌다. 자꾸 나서지 말아야 할 것에 나선다. 나서더라도 그냥 차분하면 그나마 낫다. 표현까지 과하고 거칠다. 사실을 부풀리는 모습도 보인다. 집권당의 대표로서, 강력한 대권주자로서 불가피할 수도 있겠다. 메시지를 분명하게 하려면 자극적인 표현이라야 호소력을 갖는다는 정치 세계의 인식 때문이다. 그의 최근 말투와 행보를 보면 뭔가 쫓기는 것 같다. 이건 "신중하다"는 세간의 평을 듣는 그 답지 않다. 그러니 자꾸 구설에 오른다. 그는 지난 11일 경북 경주 월성원전 지하수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과 관련 ‘충격적’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를 정지할 때도 같은 표현을 썼다. 세상이 어수선하니 놀랄 일도 많다. 하지만 정말 놀랄 일이 있어도 정치 지도자라면 차분해야 한다. 국민을 걱정하지 않게 하고 안심시키는 게 정치 지도자의 본분이자 도리이기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사유를 놓고 충격적이라고 한 윤석열 총장 징계청구 및 직무정지 처분은 나중에 어찌 됐는가.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직무정지 부적정" 의결에도 윤 총장 징계가 강행됐다. 징계수위는 고작 2개월 정직이었다. 법무부가 징계사유로 제시한 비위혐의 8건에 비하면 초라했다. 법원은 이 조차도 집행정지 결정을 했고 당사자인 추 장관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두 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했다. 윤 총장 사유 8건에는 검찰의 판사 사찰 의혹, 정치적 중립 관련 부적절한 언행 의혹까지 포함됐다. 판사 사찰 의혹 사유는 징계청구 때 난데없이 튀어나왔다. 그래서 법조 안팎에서는 징계 관련 법정 다툼 때 검찰, 특히 윤 총장에 대한 법관의 부정적 인식을 불어넣을 묘수(?)란 관측이 제기됐다. 피해 당사자인 법관의 전국 대표 협의체 법관회의에서 공식 대응안건으로조차 오르지 못했다. 정치적 중립 관련 부적절 언행 의혹도 윤 총장이 자가 발전한 게 아니다.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퇴임 뒤 사회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답변한 게 빌미였다. 이 답변을 여권이 ‘퇴임 후 대권 출마’로 해석, 올가미를 씌운 것이다. 윤 총장이 대권주자 지지율 고공행진을 보인 것도 따지고 보면 여권 이른바 ‘윤석열 죽이기’ 프로젝트의 결과 아닌가. 이 대표는 이런 여권의 마녀사냥식 ‘윤석열 찍어내기’에 유력 대권주자로서 견제는커녕 부화뇌동, 아니 주도했던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엔 월성 원전 방사능 검출문제다. 이 대표의 ‘충격적’이란 한 마디가 주는 기시감(旣視感)은 불길함을 예고한다. 여권에 "무슨 꿍꿍이가 있겠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주변으로부터 아무 감각이 없이 태평하게 산다는 핀잔만 들을 게 뻔하다. 그도 그럴 게 다수 전문가들에 따르면 검출 방사능 수치나 영향 등이 우려할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어이없다", "뜬금없다", "허무맹랑하다", "괴담수준이다" "가짜뉴스" 등의 반응들이다. 오죽했으면 집권당 눈치를 봐야 할 한국수력원자력이 "제발 사실과 과학으로 말하라"고 호소하겠는가. 이런 한수원과 전문가들의 주장에 여권에선 이 대표가 표현한 ‘원전 마피아’들의 상투적인 소리라고 걷어찰 수도 있다. 그러나 여권의 그 꿍꿍이가 청와대로 향할 조짐을 보이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관련 검찰 수사의 물타기로 보는 시중 여론이 우세한 편이다. 아무리 대립과 반목이 큰 정치판이라도 공방할 소재가 따로 있다. 집권당 대표가 국민의 안전을 볼모로 가짜뉴스를 만들어 터무니없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부채질한다면 얼마나 끔찍한가. 또 그 나라 국민은 얼마나 불쌍한가. 이 대표는 본래 꼼꼼하고 꼿꼿한 성격이다. 매사 대충 대충은 없다. 돌려서 말하거나 돌아가지 않는다. 지금은 그래도 양반이다. 시곗 추를 20년 전으로 돌려보자.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출신인 그는 2000년 4.13총선을 통해 16대 국회에서 처음 금배지를 단다. 초선으로 당시 집권 민주당·새천년민주당 대변인을 맡는다.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 때 대변인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만드는데 기여한다. 특히 당시 당이 대선 후보로 노무현을 공식 선출해놓고도 내부에서 흔들어댔다. 그러나 이낙연은 노무현을 끝까지 지켜냈다. 그 때 이미 이낙연의 스타일은 기자들의 눈에 띄었다. 논평 한 줄을 써도 허투로 하지 않았다. 매사 돌다리도 두들겨 가는 식이었다. 표현에 가식이나 군더더기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직선적이었다. 사실을 쫓는 기자 습성이 몸에 배에서 그랬을 수 있다. 당시 당 부대변인으로 당찼던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그런 이낙연 앞에선 주뼛주뼛하거나 그를 피했다. 국회의원 5선에 도지사, 총리까지 하면서 그의 이런 스타일은 바뀌지 않았다. 얼마 전 주변에서 그에게 "이젠 좀 부드러우면서도 대범한 이미지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그러면 내가 아니다"고 손사래쳤다는 전언이 있을 정도다. 총리 시절 국회 답변 때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게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지금 유력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고 당 대표까지 거머쥔 것 아닌가. 그런 이 대표는 사면 소동으로 홍역을 치렀다. 갑작스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들고나왔다가 하룻만에 접었다. 친(親)문재인 세력의 반대에 뒤로 물러섰다는 평가였다. 그의 전문 분야는 월성원전 방사능이 아니라 사면이다. 그는 김대중(DJ) 당시 대통령의 추천 덕분에 정치에 입문했다. DJ는 자신과 동교동계를 가까이서 취재하던 이낙연의 모습을 눈여겨보며 그의 정치적 자질을 높이 샀다고 한다. 그의 스승 김대중의 트레이드 마크는 ‘통합’과 ‘화해’다. 사면은 통합과 화해 차원에서 유효한 카드다. 사면이 대통령 고유권한인 것은 맞다. 사면론을 거론하기엔 아직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 대표이자 차기 유망 대권주자인 그가 건의형식으로 이 사안을 얼마든지 이슈로 꺼내들 수 있다. 설령 애드벌룬이라도 상관 없다. 그런데 일명 문파들이 들고 나서자 하루도 못 버텼다. 그를 친문 적자(嫡子)로 볼 수 없다. 그게 대권가도의 콤플렉스일 수 있다. 당 대선 후보가 되려면 당 주류인 친문세력의 환심을 얻어야 한다. 사면론에서 스텝이 꼬인 것은 바로 그런 친문 눈치보기나 표 계산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겠다면 화두를 꺼낼 땐 신중하되 기왕 던진 카드라면 끝을 봐야 한다. 던져놓는 이슈에 문제가 제기되니 곧바로 슬그머니 주워담아 뒤가 무르다는 이미지로는 결코 대권을 얻을 수 없고 얻어서도 안된다. 전공 아닌 엉뚱한데 관심을 보이고 선을 그어야 할 때 긋지 않는 것은 분명 그 답지 않다. 이 대표는 최근 자신의 지지율이 정체하거나 떨어지는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제 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 양복 입고 갓을 쓸 순 없지 않은가.

[데스크 칼럼] 제대로된 공급대책 내놓아야

[데스크 칼럼] 제대로된 공급대책 내놓아야

새해에도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백신이 곧 온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정부 발표 등을 따르면 이르면 2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시작으로 5월에는 모더나의 백신의 접종이 이뤄진다. 정부는 가을이 되기 전에 전체 국민의 60~70%까지 접종해 집단면역을 완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는 희망이 코로나19감염에 대한 불안감,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생활의 불편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지난해는 코로나19와 함께 집값 급등도 국민들을 힘들게 했다. 분양가 통제 등 규제 일변도의 정책 추진과 누적된 공급 부족, 질 좋은 아파트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가 커지면서 전국 집값은 9년 만에 가장 높은 5.3%의 상승률(평균)을 기록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해가 바뀌어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첫 주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6% 올랐다. 특히 수도권은 0.26% 올라 지난해 6월 22일 0.28% 상승한 이래 가장 많이 올랐다. 서울의 강남·서초·송파구 등에서는 지금도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겨울철 비수기임에도 집값이 오르는 것은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 정부는 출범 당시 서울 집값이 급등하자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을 폈다. 강남 재건축에 단지로 몰리는 투기 수요를 차단하면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세가 진정되고, 이렇게 되면 강남권 아파트값을 시작으로 서울 전역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멈출 것이라고 믿었다. 이 같은 믿음은 25번이라는 유례없는 부동산 대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부 의도와 달리 집값은 계속 올랐다. 한곳을 누르면 인근이 들썩였고, 튀어 오르는 곳을 모두 누르니 수요는 다시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보이는 서울로 몰리는 악순환을 만들었다.시장에서는 공급물량이 많으면 집값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정부가 이를 간과하고 수요 억제에만 치중해 화를 불렀다고 지적한다. 물론 정부도 지난 2018년 말부터 3기 신도시 건설을 포함한 공급대책을 잇따라 내놨지만 집값 안정화 효과는 없었다. 정부의 공급대책은 시기상으로 늦은 감이 있고 공급 지역도 수요가 있는 곳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현미 전 장관을 대신해 변창흠 장관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변 장관은 기존 정책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자신만이 갖고 있는 공급대책 방안을 마련해 설 명절 전에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의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빌라 밀집 지역의 공공개발을 통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또 변 장관은 공공자가 주택 도입 필요성도 언급했다. 분양주택은 높은 가격 때문에 사기 어렵고, 임대주택은 엄격한 입주요건 때문에 입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세금 정도만 갖고 내 집 마련을 하려 하거나 대출 규제 등으로 주택 매입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계층을 위해 다양한 유형의 공공자가 주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아직 구체적인 공급 확대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변 장관의 구상이 공급대책에 얼마나 반영될지 알 수 없다. 그가 강조했던 공공자가 주택이 얼마나 도입될지, 주거단지로 개발할 서울 도심 준공업지역이 어디인지,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은 또 어디에 어떤 비중으로 공급되는지 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변 장관의 발언 하나하나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어 집값 좀 잡아 달라는 염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변 장관은 전임자가 이루지 못한 집값 안정화를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국토부 장관에 올랐다. 때문에 굳이 전임자의 정책을 따라갈 필요가 없다. 전임자가 내놓은 25번에 걸친 정책은 3년 반 동안 집값만 올려놓으며 정책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 현 정부의 임기는 1년 반도 채 남지 않았다. 변 장관이 짧은 기간 동안 집값 안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책을 과감하게 버릴 필요가 있다.주택 공급이나 거래, 개발 등 부동산 시장은 시장경제의 원칙에서 따라야 부작용이 없다. 집값 안정화를 위해 구원 등판한 만큼 정부의 눈치를 보지 말고 제대로 된 공급대책을 만들길 기대해 본다.

[데스크 칼럼] 신축년, 금융소비자보호의 해가 되길

[데스크 칼럼] 신축년, 금융소비자보호의 해가 되길

2020년은 참으로 많은 금융소비자들이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지난해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 각종 사모펀드에 환매 중단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눈물을 흘렸다. 라임펀드만 해도 1조6000억원 상당의 금융피해가 발생했으며, 환매가 중단된 5000억 규모의 옵티머스 펀드는 예상 손실률이 90%로 확정되면서 4600억이 넘는 돈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작년 한해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자산운용사, 판매사 등 곳곳을 오가며 시위를 벌였다.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금융사들도 마찬가지다. 금융사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또 다른 펀드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펀드 사고에 연루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소송을 택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펀드 사고와 관련해 금융사 CEO에 내부통제의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린 것이 전례가 없었던 만큼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취지였다. 이와 별개로 금융사들은 투자자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금의 일부를 가지급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판매사들의 책임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각에서는 금융사들의 선지급 방안을 놓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사들을 믿고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입은 금전적 손실과 심적인 고통을 생각하면 이런 비아냥도 기꺼이 감수해야할 노릇이다. 물론 2020년이 모두에게 안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코스피가 개인투자자들의 저력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개인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우려로 코스피가 1400선까지 급락할 당시에도 이를 저점 매수 기회로 보고 소처럼 우직하게 주식을 사들였다. 과거에는 개인들이 테마주 등 단기 변동성을 추구하는 종목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작년에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형주나 비대면 등 코로나19 산업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집중됐다. 개인들의 꾸준한 믿음 덕에 삼성전자 주가는 작년 말 사상 처음으로 8만원대 고지를 뚫었다.참으로 다사다난한 2020년이 지나고 드디어 2021년 신축년의 해가 밝았다. 2021년 신축년은 '흰 소의 해'라고 한다. 금융권에서 ‘소’의 의미는 참으로 남다르다. 증권가에서 소는 강세장을 상징한다. 황소(bull)가 싸울 때 뿔을 아래에서 위로 치켜들면서 공격하는 모습이 마치 주가가 우상향하다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뜻에서 유래됐다. 실제 다수의 증권사들은 2021년 코스피가 3000선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강세장 만큼이나 금융사들이 잊지 말아야 할 단어가 있다. 바로 소비자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았던 지난해에도 은행과 증권사를 포함한 금융사들은 그 어느 산업군보다 탁월한 리스크관리 능력을 보이며 사상 최대의 이익을 기록 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 경영환경 속에서의 호실적은 마땅히 칭찬받아야 할 사안이다. 다만 수치로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 리스크관리 능력, 즉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그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부분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적자를 기록했다.소(丑)는 성실과 신뢰, 우직함과 정직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금융사들은 펀드 사고를 계기로 더욱 우직하게 소비자 보호에 힘써야 한다. 소비자 보호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사상최대 실적, 코스피 3000시대의 의미는 퇴색될 수 밖에 없다. 2021년 새해는 모든 금융사들이 소처럼 우직하게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었던 한 해로 기록되길 바란다.mediasong@ekn.kr

[성철환 칼럼] 국민에게 희망 키울 국정운영을

[성철환 칼럼] 국민에게 희망 키울 국정운영을

새해의 막이 올랐다. 예년 이맘때면 저마다의 소망을 담아 한해를 그려보고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덕담을 나누기 바빴을 게다. 하지만 올해는 사뭇 다르다. ‘희망찬 새해’라는 상투적인 표현조차 생경하게 느껴질 정도다. 온 세계를 휩쓴 코로나 사태가 지난해 내내 국민을 괴롭히더니 세모(歲暮)를 앞두고 더욱 강화된 거리두기로 가라 앉은 사회 분위기가 해를 넘기고도 이어지는 탓이다.코로나는 가히 모든 이슈를 집어 삼킨 블랙홀 같은 존재였다. 우리의 일상에도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사람이 모이는 곳을 기피하다보니 이른바 ‘언택트(비대면)’ 접촉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일부 기업문화가 개방적인 기업들만 시행하던 재택근무가 보편적인 근무행태로 확산됐다. 주거공간으로서 집의 역할 변화는 주택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대형 아파트의 인기를 되살렸다는 분석까지 나온다.사실 이런 변화야말로 강력한 감염력보다 코로나 사태가 국민에게 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4차산업혁명의 격랑을 관념이 아닌 일상에서 매일 체감하고 있으니 국민들로서는 당장의 삶뿐 아니라 미래의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미래 쇼크’라고 할만하다. 언택트와 디지털로 요약되는 이런 변화는 없던 현상이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던 변화의 흐름이 빨라지고 동력이 급속히 강화된 것으로 보는게 옳다. 백신과 치료제 등장으로 언젠가는 코로나 없는 세상이 오겠지만 결코 코로나 이전 삶의 방식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기술변화와 이로 인한 파장은 갈수록 깊이 우리의 삶속으로 파고 들고 국가와 기업, 개인이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코로나속에서 우리는 이미 그런 세상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디지털과 전통산업,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대면 서비스와 대면 서비스간 승자와 패자가 뚜렷이 갈리는 모습 말이다. 변화가 두렵다고 19세기 영국에서 시행된 적기조례(赤旗條例)같은 시대착오적인 법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 이후 세계를 주도할 국가로서 입지를 단단히 하고 국민 모두가 낙오자없이 경제적 성과의 열매를 고루 나눌 수 있는 국가비전과 선도적인 전략 마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문재인 정부가 이런 시대적 요구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느냐는 회의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요즘들어 현 정부 출범이후 최저치를 맴돌고 레임덕으로 평가받는 35%선까지 위협 받는 상황이 무엇 때문이겠는가. K-방역에 대한 자랑은 무성했지만 국민에게 희망을 키울 청사진이나 그것을 성취할 현실적인 해법 제시에 쏟는 노력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국민의 눈에는 한푼 두푼 성실하게 모아서는 도저히 구입할 엄두를 못 내게 치솟은 집값,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날선 갈등만 잔뜩 부각됐을 뿐이다.필자는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에 즈음한 칼럼에서 임기를 마친뒤 어떤 모습으로 국민에게 기억될 것인지 문 대통령에게 자문해보도록 주문한 바 있다. 기세 좋게 출발했지만 이제 종착점까지 1년 4개월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문 대통령 스스로 어떻게 평가할 지 궁금하다.더구나 올해는 4월에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뽑는 큰 선거를 앞두고 있다. 대선정국으로 이어지면서 정치 과잉에 휩쓸려 온 나라가 자칫 방향을 잃고 표류할 수도 있다. 그렇게 세월을 허송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엄혹하다. 아무쪼록 새해는 지친 국민에게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비상한 각오로 국정운영에 심기일전해주길 기대한다. 사물을 보는 눈은 호랑이처럼 예리하되 소처럼 신중하고 묵직하게 걸음을 옮기라는 ‘호시우보(虎視牛步)’가 새삼 떠오르는 신축년(辛丑年) 첫날 아침이다.<편집위원>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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