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집단소송법 소급적용, 누구를 위한 법인가

지난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집단소송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집단소송제는 제조물·금융·통신·이커머스 등 소액 피해자가 다수 발생하는 사건에서 대표당사자가 가해 기업이나 국가를 상대로 승소하면 그 판결의 효력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에게도 자동으로 미치도록 하는 제도다. 현대의 대량 생산·유통·소비 사회에서 대규모 불특정 다수의 피해 구제 방안으로 필요성이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정부와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집단소송법은 그 효과에 의문이 든다. 선례가 없을 뿐 아니라 우리 법체계와 맞지 않은 파격적인 내용을 다수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표당사자가 승소하면 명시적으로 소송 불참을 표명한 피해자를 제외하고 모든 피해자가 자동으로 배상받지만, 반대로 대표당사자가 패소하면 소송 불참을 표명하지 않은 피해자는 더 이상 동일 사건에 대해 소를 제기할 수 없다. 이는 집단소송제의 '기판력(旣判力)' 때문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옵트 아웃(명시적으로 제외를 표명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포함)' 방식에 '소급 적용'이 결합되면 법의 파급효과는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집단소송법안들은 법 시행 전에 손해배상청구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법체계는 소급입법 금지 원칙을 두고 있지만 이 법안 발의자들은 2011년 처음 공론화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지난해 발생한 쿠팡 정보유출 사태 등 피해 구제가 완료되지 않은 사건은 부진정 소급입법이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이다. 그러나 집단소송의 천국 미국에서도 '옵트 아웃' 방식은 일반화돼 있지만 소급 적용은 매우 엄격히 제한된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옵트 아웃' 방식의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고 있는 증권관련집단소송법도 불소급 원칙에 따라 법 시행 이후 행위부터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손해배상액 산정도 논란거리다. 발의된 법안들은 정확한 손해액을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 '표본적·평균적·통계적 방법'으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쿠팡 사태의 경우 손해배상액은 얼마나 될까. 증권집단소송법은 거래이력 등 비교적 손해액을 산정하기 용이하지만 무단결제 등 2차 피해가 미미했던 쿠팡 정보유출 사태 피해자들의 정신적 피해는 얼마로 산정해야 할까. 만일 1~2년 후 2차 피해가 발생한다면 입증 책임 부담까지 떠안게 될 쿠팡의 배상액 규모는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경영 불확실성을 크게 높인다. 문제는 현재 발의된 법안들이 모든 분야, 모든 기업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전반에 포괄적으로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옵트 아웃 방식에 소급 적용까지 결합돼 기업은 언제 수백억~수천억원의 손해배상소송에 휘말릴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 정도 배상액이면 중견·중소기업은 하루아침에 문닫을 수밖에 없다. 기업이 존폐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큰 위협을 받는 자들은 종사자들과 소액주주, 소액채권자, 하청업체들이다. 정부와 여권은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 등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정부나 거대여당이라면 소비자, 노동자, 주주, 경영자 모든 경제 주체에게 새로 만드는 법제도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루 살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데스크칼럼] 삼성전자 노조의 근시안적 ‘가치’

“총파업으로 우리의 가치를 증명하자." 지난 23일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의 올해 임단협 투쟁 결의대회에서 나온 구호 중 하나이다. 그러면서 노조 지도부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평택사업장 파업 시 예상되는 손실 10조원이 노조의 가치를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파업을 임단협 쟁취의 무기로 삼겠다는 의도를 뚜렷하게 드러낸 발언이다. 물론 우리 헌법은 근로자 또는 노조가 파업할 수 있는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헌법 제33조 제2항에 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기본권리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노동3권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을 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노조를 향해 안팎의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유는 삼성전자 노조가 요구하고 증명해 보이겠다는 '가치'의 내용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노사간 2026년도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노사간 이견이 뚜렷한 핵심 쟁점은 초과이익성과급(OPI)이다. 노조는 초과이익성과급(OPI) 기준을 영업이익으로 변경하고 영업이익의 15%를 OPI 재원으로 편성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주장이다. 연봉의 50%로 제한한 성과급 상한선도 폐지하라는 요구도 결국 OPI와 직결된 내용이다. 노조의 요구 밑바탕에는 AI용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HBM)의 호황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에 기록한 5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 그리고 연간 영업이익을 최대 300조원 이상 올릴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이 깔려 있다. 300조원을 전제로 한다면 삼성전자 노조가 요구하는 OPI 15% 편성액은 45조원 이상이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이 약 12만 9000명이란 점을 감안해 단순 계산하더라도 1인당 3억5000만원에 가까운 '성과급 잔치'를 누릴 수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말하는 '가치'가 1인당 3억원 이상의 성과급을 말한다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그러나, 노조가 그렇게 강조하는 '가치'가 과연 삼성전자 구성원들만의 '온전한 기여'로만 이뤄진 것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반도체 호황은 AI산업 급부상에 따른 결과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더리 중심의 반도체 양산 시스템 한계로 저조한 영업실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게 그리 먼 과거의 일이 아니라, 바로 지난해 상반기 때의 일이다. 다행히 소홀히했던 HBM 개발에 진력해 AI 트렌드를 실기(失機)하지 않은 점, 엔비디아 등과 글로벌 협업체계를 구축한 점 등은 단기간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실적을 반등시키는 '가치'로 연결됐다. 삼성전자를 능가할 정도로 반도체 수익 성과를 직원들과 공유하는 경쟁사를 지켜보면서 초일류기업 자부심에 '스크래치'를 당한 점을 가치 회복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노조가 주장하는 '가치'와 파업 명분론이 제3자적 관점에서 불편하다. 직원 평균 급여(연봉) 수준이 1억원 이상 국내 최고 수준임에도 이를 웃도는 억대 성과급을 따내려는 것에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 아니다. 삼성전자 노조가 비급여 부분에서 회사에 발전적 상생협력 제안을 하고, 적대적인 글로벌 자본으로부터 회사 경영권을 지키려는 적극적인 협조를 해 왔는지, 그리고 중요 노동계 현안에 대한 입장 등을 전해들은 바가 별로 없다. 국내 1등 기업의 노조로서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지금 누리고 있는 AI 수혜도 영원하지 않을뿐더러 '억대 성과급'을 가져다준 AI 기술 발전이 조만간 노조의 존립근거인 일자리의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의 가치에 매몰되지 말고 일자리의 가치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이진우 기자 jinulee6464@ekn.kr

[데스크 칼럼] 주택시장 안정 ‘1주택자 잡기’로 해결 안 된다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를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8일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1주택자의 장특공 폐지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을 포함해 범여권에 속한 국회의원 10명이 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현 장특공 법에 따르면 1세대 1주택자가 매도하는 주택의 양도가액이 12억원 이하인 경우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12억원 초과 주택도 10년간 거주한 후 매도하면 양도 차익의 최대 80%(10년 보유 40%, 10년 거주 40%)를 공제해준다. 그러나 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되면 위와 같은 장특공 제도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이를 대체하게 되는 개정안은 3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양도하는 모든 개인의 세금 감면 한도를 평생 2억원으로 축소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서울 아파트 1주택자가 보유 주택을 팔 때 내야 하는 양도세는 급증한다. 예를 들어 1주택자가 15억원 서울 아파트를 양도할 때 현 장특공 하에서 내야 할 양도세는 1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장특공이 폐지되면 1주택자가 내야 할 양도세는 5억원 수준으로 5배나 불어난다. 결국 장특공이 폐지되면 1주택자의 주택 매매 거래는 거의 불가능해진다. 15억원 아파트를 팔 때 양도세로 5억원을 내야 한다면 주택 매도의 동기는 사라지게 된다. 이처럼 범여권에서 다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에게도 '세금폭탄법'을 발의한 이유는 명확하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은 다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가 소유한 주택을 팔고, 더 비싼 아파트를 매수하는 '상급지 갈아타기' 거래가 주도했기 때문이다. 1주택자가 장특공 혜택을 적용받아 보유하고 있는 서울 아파트를 팔아 양도세를 공제받고 그 차익으로 더 비싼 아파트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은 계단식으로 뛰어올랐다. 즉, 정부가 지난해 서울 아파트 급등세 요인을 '1주택자의 상급지 갈아타기'로 정의하고, 이로 인한 주택시장 과열을 막겠다는 취지로 나온 것이 이번 장특공 폐지 안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위헌적 소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장특공이 폐지되면 사실상 더 좋은 집에서 살기 위한 주택거래는 원천봉쇄된다. 집을 팔 때 매도가의 최소 30% 이상, 많게는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면 누가 아파트를 팔겠는가. 또한 장특공이 폐지되면 당장은 1주택자의 상급지 갈아타기로 인한 서울 아파트 계단식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장기적으로는 주택시장에서 매물이 사라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아무도 집을 팔지 않는다면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급감하고, 공급과 수요 법칙에 따라 또 다시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다. 특정 세력을 겨냥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주택 정책은 단기적으로 잠시간 가격을 누를 순 있지만, 결국 그 반작용으로 더욱 가격이 뛰어오르는 악순환만 불러올 뿐이다. 이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결국 주택시장의 안정은 좀 더디고 힘들지라도 시장의 '모수(母數)' 자체를 늘리는 공급 확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당국의 현명한 행보를 기대한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데스크 칼럼] 한은 새수장 신현송, 위기 겹친 경제 속 역할 무겁다

국회가 오는 15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연다. 이미 1800건이 넘는 자료 요구가 쏟아지면서 검증 강도는 예사롭지 않다. 가족의 국적 관련 문제와 신 후보자의 해외 자산 비중 등도 주요 쟁점으로 거론된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당연한 절차다. 다만 지금의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청문회가 본질을 벗어난 '신상 공방'으로 흐르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의 연속성과 시장 신뢰가 중요한 시점일수록, 검증의 초점 역시 정책 역량과 판단 능력에 맞춰져야 한다. 대외 환경은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다.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주요국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되는 흐름이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출렁일 때마다 물가와 성장 전망이 함께 흔들리는 취약한 경제 기반 역시 재확인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장마저 전쟁 여파가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성장 둔화를 압박할 수 있다고 경고할 정도로, 상황은 기존 경기 사이클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위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국면에서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신 후보자의 개인사가 아닌 통화정책을 운용할 실질적 역량이다. 신 후보자는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을 지낸 거시경제·국제금융 분야의 학자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사전에 경고한 이력도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네트워크와 글로벌 자금 흐름에 대한 이해 역시 강점으로 거론된다. 관건은 이러한 경력이 실제 정책 판단과 위기 대응 능력으로 얼마나 이어지느냐다. 향후 통화정책 환경은 쉽게 방향을 정하기 어려운 조건에 놓여 있다. 전쟁과 원자재 가격 상승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지만, 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기 둔화와 금융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가계부채 규모를 감안하면 금리 변화는 소비 위축과 금융 안정 문제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금리를 낮추면 성장 방어에는 도움이 되지만 물가와 환율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 자본 유출입 변동성이 커질 경우 외환시장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어느 선택도 비용을 수반하는 구조다. 이럴수록 중앙은행 수장의 '메시지 관리'는 정책 수단만큼 중요해진다. 시장은 정책 방향뿐 아니라 발언의 뉘앙스, 타이밍, 맥락까지 읽어내며 선제적으로 반응한다.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등 외환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신 후보자가 환율 수준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취지로 한 발언은 잘못된 신호로 읽힐 가능성을 키운다. 달러 유동성이 과거보다 양호하다는 인식 역시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전달 방식에 따라 시장에는 경계심이 부족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특히 외환시장은 기대와 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영역이어서 표현 하나가 방향성을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 통화당국 수장의 한마디가 금리 경로, 환율 전망, 자금 흐름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인 만큼,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정교함은 피할 수 없는 조건이라는 의미다. 향후에는 메시지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보다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임 이창용 총재가 구조개혁 의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중앙은행의 역할을 확장해온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구조개혁은 통화정책의 효과를 높이고 금리 정책의 부담을 분산시키는 핵심 장치다. 노동·산업 구조 개선과 생산성 제고 없이는 금리 정책만으로 물가와 성장을 동시에 관리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중앙은행이 직접 정책을 집행하지 않더라도, 중장기 리스크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은 중요하다. 이번 신 후보자 청문회가 가려야 할 것은 명확하다. 물가와 성장, 환율 변수가 얽힌 여건에서 균형 잡힌 통화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시장과 신뢰를 바탕으로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지다. 검증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신상 논란에 매몰될 여유는 지금 우리 경제에 없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거래소가 ‘저녁이 없는 삶’ 만든다 [데스크 칼럼]

한국거래소가 정규장 거래시간을 9월 14일 대폭 확장한다. 넥스트레이드처럼 국내 정규 시장 앞뒤로 프리마켓(장전 시장)과 애프터마켓(장후 시장)을 둔단 거다. 코스피 5000 시대를 맞아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거래 환경을 조성하겠단다. 현재 정규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다. 이를 출근 전과 퇴근 후로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나스닥이나 뉴욕증권거래소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시장을 열어두는 것과 유사하다. 장점은 직장인 접근성이다. 출근길 지하철이나 퇴근 후 카페에서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진다. 낮 시간에 주식창을 보기 힘든 '개미 투자자'에게는 투자 기회의 확대다. 글로벌 주요국의 경제 지표 발표나 야간에 발생하는 돌발 변수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 또 다른 노림수는 글로벌 자금 유입이다. 뉴욕 증시는 일 최대 16시간 동안으로 거래시간을 확대해 글로벌 유입자금을 15~20% 가량 늘렸다. 한국도 각국 개폐장 시차를 감안해 외국의 정규장 시간에 국내 장을 열어두면, 외국인 투자가 더 확대될거라 예상한다. 그러나 뻔한 문제가 예상된다. 뇌동매매 유혹이다. 직장인이 출퇴근 시간에만 거래를 할 리 없다. 어차피 근무 시간 중에도 매매할텐데 출퇴근 시간에도 매매하게 된다. 일 8시간 근무시간 중에 눈치를 보며 하던 매매를 근무시간 외에 더 오래 할 수 있게 된 것 뿐이다. 거래액이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한정된 투자여력을 어느 시간에 하느냐에 달렸을 뿐이다. 개인은 이미 거의 모든 금융자산을 주식에 '몰빵'해뒀을 테다. 동경표준시 기준 출근 시간에 장을 여는 건 호주와 일본 뿐이다. 태평양 위에서 개장하는 증시는 없다. 퇴근 시간엔 길어봐야 홍콩이나 동남아다. 어차피 기존 정규장 시장과 겹친다. 오히려 거래 에너지가 분산돼 주가 변동성만 키울 수 있다. 다른 투자자가 거래하는 동안 포모(FOMO)에 휩싸여 주식창을 들락거리고 매도·매수 버튼만 눌러대게 될거다. 증권사에게도 부담이다. 거래수수료 몇푼 더 받자고 시장 운영 시간 연장에 맞춰 인력을 추가 배치해야 한다. 초과 근무수당이니 1.5배 이상의 비용으로 이어진다. 시스템 운용에도 연 수백억원대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 결국 이 비용은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부담은 고객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시스템 안정성 문제도 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몇 년간 차세대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전산 사고를 일으켰다. 거래 시간이 확장되면 시스템 점검과 유지보수를 위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진다. 과부하로 인한 전산 사고가 발생하면 대처하고 복구할 시간마저 부족하다. 생각할 시간이 사라진다. 뉴스를 판단하고 포지션을 정할 절대 시간이 부족해진다. 오늘 나의 딜이 어떠했고, 내일 어떻게 해야겠다라는 '성찰의 시간(Cooling-time)'이 사라진다. 그러니 생각은 줄고 손가락만 바빠지는 '주식 좀비'가 늘거다. 가장 큰 문제는 직장인의 저녁을 사라지게 만든다는 거다. 저녁 식사 중에도 뉴스창과 MTS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는다. 아이들은 부모를 거래소에 빼앗긴 채 '주식 좀비'만 보며 자라게 된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데스크 칼럼] 2006년과 2026년의 오세훈

20년 전, '젊은 기수' 오세훈의 등장은 지금의 아이돌 인기와 다를 바 없었다. TV 광고를 통해 '깨끗함'과 '신뢰'의 상징이 됐다. 당시 '광고하는 변호사'로 대중적인 스타 반열에 올랐고, X세대와 직장인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광고 모델료를 환경 운동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기부하며 '도덕적 자산'도 쌓았다. '어느 날 갑자기 눈떠 보니 스타가 돼 있었다'는 식의 스토리는 그에게 맞지 않다. 1993년 33세의 오세훈 변호사는 인천의 한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대기업과 '일조권'소송을 벌였다. 13억원이라는 배상금을 받아내며 한국 최초로 일조권이 헌법상 환경권으로 인정되는 판례를 이끌어냈다. 환경 변호사로서 방송에서 인터뷰가 이어졌고, 이를 계기로 광고 모델까지 된 것이다. 그는 단숨에 보수 진영의 미래로 떠올랐다.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강남을' 지역구 공천을 받고 국회에 입성했다. 임기 중 이른바 '오세훈 3법'(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정당법 개정안)을 주도하며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돌연 그는 탄탄한 정치적 입지를 뒤로하고 의외의 결단을 내렸다. 제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박수칠 때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 결정은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 61%라는 기록적인 득표율로 서울시장에 당선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만 45세 '역대 최연소'에 이어, 헌정 사상 '최초의 4선' 서울시장까지 대권을 향한 거대한 정치적인 꿈을 이룬 셈이다. 그로부터 강산이 두 번 변한 2026년 '서울의 봄', 대권의 길목에 선 오세훈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최근 국민의힘 서울시장 공천 과정을 두고 당내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차기 당권을 위한 정치적 선택 때문에 '지는 선거에는 나서지 않는다'는 식으로 비춰졌다. 반면, 이를 당 혁신을 촉구하기 위한 명분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2006년의 오세훈이 가졌던 '신선함'은 이제 '중량감'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러나 그 무게가 자칫 '노련한 정치공학'으로 변질되는 순간, 국민은 차갑게 등을 돌린다. 내 집 마련의 꿈이 꺾이고,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귀가하는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권위적인 '권력자'가 아니라, 삶을 위로하는 '봉사자'이기 때문이다. 올해 관람객 1500만명을 넘어선 영화 속 '왕과 사는 남자'가 다름 아닌 백성이었듯, 오늘날의 국민이다. 600년 시간을 넘어 전해지는 감동의 실체는 결국 '민심'에 있었다. 2006년의 오세훈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2026년의 오세훈은 '정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본질적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결국 그 성공 여부는 “선거 때마다 외치는 국민은 진정 누구를 위한 국민인가"라는 물음에 답하는 진정성에 달려 있다. 권력의 화려함보다 민생의 담백함을 택할 때, 국민은 비로소 그를 믿고 의지할 정치인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 물음은 오세훈 시장에게만 던져진 것이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판에 뛰어든 모든 후보가 답해야 한다. 선거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이 '권력'인가, 아니면 '국민의 마음'인가. 오유신 기자 news@ekn.kr

[데스크 칼럼] 석유 최고가격제는 독배(毒杯)다

정부가 중동 전쟁으로 급등한 기름값을 잡기 위해 지난 13일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 열흘을 맞았다. 효과는 확실해 보인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시행 전날일 12일 리터당 1899원에서 22일 현재에는 1820원으로 내렸고, 같은 기간 경유 판매가격은 1919원에서 1817원으로 휘발유보다 더 내렸다. 유권자들은 “역시 일 잘하는 이재명 정부"라며 내려간 기름값에 환호한다. 환호는 지지율로 이어진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3월 3주차 주간 집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62.2%로 3주 연속 상승했다. 그러나 시장 가격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최고가격제는 심각한 시장 부작용을 불러 올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소비 절약 유인을 소멸시킨다는 점이다. 가격은 시장에서 수급을 조절하는 가장 강력한 신호등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가격 상승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비 감소를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가격을 누르면 소비자는 위기 상황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이전과 다름없는 소비 행태를 유지한다. 이는 실제 데이터로 확인된다. 한국도로공사 자료에 따르면 토요일 기준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부터 신갈JC까지 통행량을 보면 전쟁 전인 2월 21일 9만1242대에서 3월 7일 9만2066대, 14일 9만5669대, 21일 9만8679대로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통행량이 더 늘었다. 정유사의 손실 보전금액도 눈 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석유사업법의 최고가격제 조항에는 “정부가 사업자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최고액정산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크게 오른 국제가격 대비 국내 시장에는 제한된 가격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그만큼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싱가포르 거래기준 휘발유(옥탄가 92RON) 가격은 배럴당 12일 130달러에서 20일 151달러로, 같은 기간 경유(황함량 0.001%) 가격은 195달러에서 223달러로 크게 올랐다. 여기에 함께 고려해야 하는 원달러 환율도 같은 기간 1467원에서 1499원으로 올랐다. 손실액을 리터당 100원으로 가정하고, 소비량을 지난해 3월 기준으로 계산하면 대략적인 정유사의 한달간 손실액은 휘발유 1328억원(소비량 13억2752만리터), 경유는 2086억원(20억8579만리터)으로, 총 3414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대략적인 추정치이지만, 그만큼 정부의 손실 보전액이 상당할 것임을 가늠할 수 있다. 가짜석유 유통도 우려된다. 기본적으로 가짜석유 원료인 용제나 등유는 원가가 휘발유와 경유보다 비싸다. 그럼에도 가짜석유에 동원되는 이유는 유류세만큼 이득을 편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류세는 리터당 보통휘발유 694원, 경유 476원이다. 유류세 인하 정책은 그만큼 편취 이득이 줄어들지만, 최고가격제는 유류세가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가짜석유 업자한테는 더 좋은 기회가 된다. 6월 지방선거가 세 달도 남지 않은 지금,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들한테 인기 있는 정책을 쓰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석유 최고가격제는 석유 수급 위기, 정부 재정부담, 가짜석유 유통을 부추길 수 있는 독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중동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를 정도로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전체적으로 이익이 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1970년 석유사업법 제정때 만들어졌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는 점도 곱씹어 봐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 조사는 이달 16일부터 2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응답률 5.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p다. 정당 지지도 조사는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했다. 응답률 5.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두 조사 모두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데스크 칼럼] 과천 경마공원 이전,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1.29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불거진 경기 과천 서울경마공원 이전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달 7일 과천경마공원 이전 반대 시민궐기대회를 열었던 과천 시민들은 한 달만인 지난 7일 다시 궐기대회를 갖고 삭발식 등 더욱 격화된 정부 규탄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26일 우여곡절 끝에 취임한 한국마사회 우희종 신임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충분한 협의와 구체적인 로드맵 수립을 강조하고 경마공원 이전에 대응하기 위한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TF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마사회 노조는 우 회장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판하며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경마업계 종사자들은 경주마 생산농가부터 기수, 마주까지 유관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정부의 이전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 와중에 경기도 내 10여개 지자체는 경마공원을 유치하기 위해 앞다퉈 경쟁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장은 마사회장을 찾아와 경마공원 유치를 위한 '당근책'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경마장 이전과 유치를 추진하는 정부와 지자체들이 과연 경마산업에 대한 이해를 갖고 추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일부 경기 북부권 지자체는 수십년간 안보 희생에 대한 보상으로 경마장 유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미군 반환공여지를 활용해 경마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과천경마공원에는 1400두 가량의 경주마가 살고 있으며, 경주마들은 매일 새벽 야외에서 훈련을 한다. 가뜩이나 열악한 국내 경마 인프라 속에서 경기 북부지역의 겨울 추위는 경주마 훈련과 경기력 향상에 치명적이라는게 경마업계의 평가다.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가 주도한 1.29 부동산대책은 2030년 이전에 과천경마공원을 폐쇄할 것을 예정하고 있다. 이전 부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5년 내에 옮기라는 것으로, 과연 정부가 2만여 민간 종사자의 생계 터전인 과천경마공원의 이전을 골프장이나 공공기관 이전과 같은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경마업계에 따르면 경마장 이전에는 부지 공모와 선정, 예비타당성 조사와 정부승인, 기본계획 설계와 각종 인허가, 시공업체 선정과 건설 등 필요한 절차만 10년 이상 걸린다. 경마공원 이전이 경주마 경기력, 경마 고객 증감, 승마 등 말산업 전체에 미칠 파급효과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재경부나 국토부는 물론 마사회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이번 경마공원 이전과 관련해 실무 기관인 마사회측에 의견을 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정부와 일부 지자체가 경마산업을 1~3차산업이 결합된 하나의 산업으로 바라보기보다 단순 사행산업으로만 바라본다면 경마·승마산업의 레저화·선진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만일 과천 경마공원 폐쇄 후 신규 경마공원 개장까지 공백기간이 생긴다면 과천경마공원 의존도가 높은 국내 말산업·승마산업은 산업기반 붕괴에 직면하고, 합법 경마의 위축은 불법 경마의 성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때였던 지난 2020~2021년 실제 현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제라도 정부는 과천경마공원 이전 계획이 경마산업에 대한 몰이해 속에서 졸속으로 이뤄진 결정임을 인정하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데스크칼럼] 기름값 정상화, ‘도플갱어 정책’ 안돼야

석유는 우리나라의 최종 에너지 소비 비중에서 47%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평균 30%보다 높다. 국민 1인당 석유 소비량도 세계 4위이며, 일일 석유 소비량 순위도 8위로 독일, 캐나다보다 더 많이 쓰고 있다. 따라서 석유 공급망을 뒤흔드는 해외 지정학적 충돌, 원유 감산 등이 발생해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산업계와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그만큼 정부뿐 아니라 기업, 국민 모두 석유와 관련된 국제 지정학적 충돌, 원유 생산 및 공급 변동 소식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미-이란 전쟁 따른 국제유가 상승 국면에 편승해 크게 치솟고 있는 국내 주유소 기름값 문제를 '집중타격'했다. 지난 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동 사태로 야기된 경제위기 속에 하룻새 리터(ℓ)당 200원 가까이 급등한 주유소의 행태를 질타하고 시정과 함께 강력한 제재를 주문했다. 또한, 해결책으로 주유소 기름값의 '최고가격'(가격상한제)을 신속하게 지정할 것도 지시했다. 다음날 6일에는 기름값 급등 문제에 기업 책임론을 거론하며 '더 센' 경고를 내놓았다. 본인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가격상한제 지정과 정부의 기름값 시장점검 방침에 대한 기업들의 대책 마련 움직임을 겨냥해 '담합 가격조작은 대국민 중대범죄', '불법을 자행하며 국민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악덕기업'으로 규정했다. 합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경제영역의 비정상화를 반드시 정상화하겠다는 강한 의지까지 피력했다. 이같은 이 대통령의 기름값 문제 인식은 중동 사태에도 불구하고 국내 석유 수급 상황에 이상이 없는 상황에서 주유소 기름값이 과도하게 올라 국민 생활과 물가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대통령의 비판처럼 기름값 급등이 공급자인 정유사 또는 중간유통상, 최종 판매자인 주유소의 가격담합 같은 불법유통행위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정부의 시장 점검 과정에서 밝혀질 일이다. 아마 일반국민 대부분은 대통령의 기름값 정상화 의지를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부가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지 반신반의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급변 상황과 그에 따른 국내 기름값 급등 현상은 이번이 처음 아니고, 과거에도 수없이 비슷한 양상을 연출해 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당시 정부도 불법유통 및 담합 긴급점검에 나섰고, 대책을 발표하는 등 '정책 도플갱어' 놀이를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주유소 기름값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점은 매번 중동 사태가 발생하면 하루 뒤 어김없이 휘발유·경유 등 기름값이 '신속하고 가파르게' 오르면서 정작 사태가 진정되면 왜 '느리고 완만하게' 내리는가 하는 것이었다. 즉, 오늘 주유소에서 오른 가격으로 넣은 기름이 최근 미-이란 전쟁으로 국제가격이 상승한 원유가 아닐 것이라는 상식적인 판단에서다. 물론 정유사와 주유소업계는 석유의 가격산정 구조를 이유로 대며 국제 가격을 국내 가격에 실시간 반영할 수밖에 없음을 호소할 것이다. 주유소 기름값 과도한 상승을 잡기 위해 관련 업계의 부당·부정행위를 발본색원하려는 노력은 중요하지만 이참에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만큼 석유 유통 및 가격 산정의 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국내 석유 유통 구조의 복잡성 때문에 지역별 가격차와 전국 단일가격 시행의 어려움, 기름값의 45~60% 차지하는 과도한 세금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 기름값의 정상화는 '땜질 한계'를 가질 것이라는 석유 유통 기관이나 전문가들의 지적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이진우 기자 jinulee6464@ekn.kr

[데스크 칼럼] 부동산 개혁, ‘다주택자 잡기’만으로 해결 안 돼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개혁 방향이 다주택자와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말 다주택자 대상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오는 5월 9일로 확실하게 종료될 것이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서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다주택자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집을 팔 수 있는 '데드라인'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으니 그 전까지 실거주 외 투기 목적의 주택을 처분하라는 경고였다. 토지거래허가 규제 등으로 주택 매입 후 실거주가 의무화 된 상황에서 다주택자가 소유한 집의 처분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앞으로 2년간 한시적으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매하는 '갭투자' 거래를 무주택자에 한해서만 허용할 정도로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 문제 해결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다주택자의 투기용 주택이 시장에서 매물로 소화되면 주거 수급 불균형 현상이 해소돼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다주택자가 높은 세금을 감수하고서라도 정부의 규제를 버틴다면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는 큰 효용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이 지적하는 다주택자의 비중은 2024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 중 14.9% 정도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0년에 다주택자 비중은 17%를 웃돌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다주택자 규제에 나서면서 점차 하락해 2017년부터 15%대로 떨어졌다.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다주택자 규제로 결국 최근 들어선 15% 선도 깨졌다. 이는 다주택 규제가 시작된 지난 10년간 이미 세금을 못 버틴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내놓고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탔다는 의미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급등 현상도 이 같은 '똘한채' 트렌드가 주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서울 아파트 다주택자 상당수는 고수입 자산가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정부가 아무리 높은 세금을 물려도 이를 감당할 만한 능력이 있다. 정 세금을 못 버티겠다면 차라리 자녀에게 미리미리 증여를 하는 방법으로 최대한 정부의 그물망을 피할 수 있다. 정부 당국의 다주택자 규제가 의외로 주택시장에서 큰 효용을 보지 못할 리스크가 존재하는 셈이다. 더군다나 지난 설 연휴 기간 이 대통령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착한 다주택자 vs 나쁜 다주택자' 논쟁을 벌이면서 다주택자 규제가 불필요한 여야 간 정쟁(政爭)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다주택자에게 높은 세금을 물려 이들이 가지고 있는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결국 다주택자의 행보에 따라 달린 일이다. 설사 다주택자가 집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다고 해도 '서울 아파트'에 모든 수요가 몰리면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부동산 불안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정부의 고강도 세금·대출 규제를 견딜 수 있는 능력이 되는 다주택자는 서울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 커진다. 다주택자들이 쥐고 있는 서울 아파트는 대부분 고가 아파트다. 당국이 무주택자에게 갭투 거래를 허용하고, 대출까지 일정 부분 풀어준 상황에서 이런 비싼 아파트를 사들이는 무주택자는 평범한 무주택자는 아니다. 아파트를 '못 산' 무주택자가 아닌 '안 산' 무주택자에 가까울 것이다. 다주택자가 시장에 내놓은 '급매'를 금수저 무주택자가 소화한다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국민 주거 안정을 이룩 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부동산 망국병을 고치는 길은 '다주택자 소멸'이 아니다. 신속한 주택공급 및 국토 균형발전과 같은 주택시장 불안의 근본을 해소하는 일이 진정한 부동산 개혁의 시작이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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