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6월 27일(월)
[데스크 칼럼] 尹실용주의, 구두선(口頭禪) 그쳐선 안된다

[데스크 칼럼] 尹실용주의, 구두선(口頭禪) 그쳐선 안된다

28일이면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정부 출범 50일을 맞는다.대통령 임기 5년에 해당하는 총 1825일에서 보자면 이제 두, 세 발걸음을 뗀 것에 불과하다.그럼에도 윤 대통령과 정부의 50일이 중요한 이유는 이제 시작한 첫 걸음마가 얼마나 땅바닥(국민 지지)을 잘 딛고 튼튼하게 버티느냐, 그리고 한 데로 빠지지 않고 제대로 옳은 길(정책 방향)로 가느냐가 이 시기에 정해지기 때문이다.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운영할 대통령실과 국무위원 인사가 단행됐고, 여러 분야의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느 정부때와 마찬가지로 구설수와 잡음, 기대와 실망이 나오고 있다. 굳이 50일 동안 드러난 윤석열식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려면 여론조사를 인용할 수밖에 없다. 여러 여론조사기관들이 매주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지만 대표적으로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 결과(6월 24일)에 따르면, 윤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 하고 있다’(47%)가 ‘잘못하고 있다’(38%)보다 앞선다.긍정 평가는 취임 직후(5월 2주) 52%에서 떨어졌고, 부정 평가는 취임 직후 37%와 비슷하다.여론조사 전문가들은 20대 대통령선거 결과 실망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적극 참여하지 않은 점을 들어 윤대통령 긍정평가 하락을 중도층의 이탈로 분석하고 있다.취임 초반인데다 윤 대통령의 ‘거침없는 과단성’ 스타일로 본다면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더욱이 출범과 함께 맞닥뜨린 난제들이 한 둘이 아닌 엄중한 위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매주 오르락내리락 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좌고우면할 처지가 아니다.일상회복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하나 코로나19 팬데믹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코로나19로 야기된 글로벌 공급망과 국제 원자재 수급 문제, 코로나 대처를 위해 풀린 과잉 유동성(인플레이션) 문제, 그리고 앞의 두 요인들이 복합작용한 전세계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 공포가 국가와 국민의 경제생활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엎친데 덮친 격이랄까, 북한의 무력시위에 따른 한반도 긴장 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미국과 중국간 ‘G2 헤게모니 갈등’ 악화로 국민들 불안지수도 높아가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용산대통령실 출근길에서 경제와 정치 위기상황의 정부 대책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근본적으로 대처할 방도는 없다", "(국회가) 초당적으로 대응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얼버무렸다. 적절하지 않았고, 매우 실망스런 발언이었다.윤 대통령은 대선후보나 대통령당선인 시절에 자신의 정치(국정)철학 하나로 ‘실용주의’를 내세웠다."새 시대의 정치는 실사구시·실용주의 정치다. 국민의 삶, 공동체의 통합이라는 대의 앞에 지역과 세대, 성(性)과 정파의 차이는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지난해 12월 13일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 출범 관련 개인 페이스북 글)"정부를 출범하면서 가장 중시해야 하는 것은 실용주의, 그리고 국민의 이익이다."(올해 3월 2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워크숍 발언)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취임 이후 드러난 윤 대통령의 용인술이나 경제정책은 실용주의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비록 능력주의를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자신의 친정인 검찰측 인사, 그것도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들 10여명을 국정요직에 앉혔다.경제정책도 시장주의에 근거한 ‘규제 철폐’를 내세웠지만 이전 보수·진보 정부에서 구축해 놓은 ‘사회적 합의’를 뒤집는 퇴행 성격이 강하다.실용주의는 좋게 말하면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책을 얻기 위해 반대세력의 힘을 이용한다는 것이다.이같은 실용주의의 대표사례로 중국 사회주의를 개혁·개방으로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다.마오쩌둥(毛澤東) 사후 집권한 덩샤오핑은 수억의 중국 인민들을 미국과 같은 물질적 풍요를 안겨주기 위해 자본주의 경제정책을 도입했다. 즉, 흰 고양이(백묘·자본주의)든 검은 고양이(흑묘·사회주의)든 쥐(가난)을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논리다.덩사오핑의 실용주의는 결국 중국을 미국과 맞먹는 ‘G2‘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그 후예인 시진핑(習近平)은 ’G1의 중화몽‘을 꿈꾸고 있다.윤 대통령이 실용주의로 대한민국을 부국강병, 공정과 상식의 나라로 만들려면 반대편인 ‘검은 고양이’만 예뻐할 게 아니라 ‘흰 고양이’도 적극 포용하고 이용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식 21세기 ‘흑묘백묘’를 기대해 본다.

[데스크 칼럼] 타워팰리스와 맞먹는 임대아파트 오세훈이 세운 바벨탑될까?

[데스크 칼럼] 타워팰리스와 맞먹는 임대아파트 오세훈이 세운 바벨탑될까?

타워팰리스. 강남 도곡동 노른자 땅에 위치한 한국의 부동산 ‘강남불패’의 상징이다. 타워팰리스는 대한민국의 중심은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이 핵심(core)임을 증명해주는 최고층 73층의 랜드마크 마천루이다. 타워팰리스에서 양재천을 건너 지금은 재개발이 돼 신흥부촌을 형성하고 있는 ‘래미안블레스티지(옛 개포주공2단지)’를 지나치면 구룡산 초입에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구룡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개포주공은 재개발 이전 강남에서 유일하게 전세가가 채 1억, 월세 50만원이 안되는 노후 소형 구축아파트들이 즐비했다. 개포동 재개발 이전 개포주공아파트에 거주했던 서민들과 구룡마을 원주민들은 허름한 자신의 집 창가 너머로 보이는 달빛 아래 타워팰리스가 우뚝 서있는 것을 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신세한탄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천(川)을 사이에 두고 이렇게 ‘가난’과 ‘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에 대해 말이다. 타워팰리스는 그런 강남 주류 상류층의 총아이다. 그리고 그들만의 배타성은 어른들만이 아닌 개포동 아이들 사이에서도 여실히 투영됐다. 개포동이 재개발되기 전 인근 한 초등학교에서는 타팰 아이, 우성아파트 아이, 개포주공 아이, 구룡마을 아이들이 서로를 계급짓고 다른 코호트(cohort)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타워팰리스가 만들어놓은 계급과 차별, 편견은 공고하다.이런 타워팰리스를 오세훈 서울시장이 언급했다. 6·1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서울의 임대아파트를 재건축해서 타워팰리스처럼 짓겠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유세에서 "제가 조금 과장해서 타워팰리스처럼 짓겠다고 말한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가 정말 타워팰리스 인근에 살아보고 하는 말인가 기자는 의아했다. 타워팰리스의 존재는 폐쇄적인 자신들만의 나르시스적 세상이며, 이는 이웃에게는 위화감이 들 수 밖에 없는 건축물이고, 공동체이다. 오 시장은 "부자든 돈이 없든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상생의 서울시를 만들겠다"면서 ‘소셜믹스(social mix)’를 강조하기도 했다. 참고로, 소셜믹스는 아파트 단지 내에 일반분양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를 함께 조성하는 정책이다. 그는 "왜 사는 곳을 달리 담벼락을 쌓나. 한꺼번에 분양주택 임대주택 함께 추첨해서 어느 집이 임대인지 어느 집이 자기 소유 집인지 알 수 없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실제, 소셜믹스가 시행되기 전에는 강남에서 임대동을 구분하여 짓거나, 경기도 한 단지에서는 임대주택이 위치하는 특정 동의 외벽 도색에 차이를 둬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물론 오 시장이 얘기했듯 임대인지 어느 집이 자가인지 알 수 없도록 분양주택, 임대주택을 한꺼번에 추첨하겠다는 정책은 옳은 방향이다. 국토교통부도 지난 2021년6월부터 개정된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을 통해 신규 택지 민간 분양 아파트 단지의 공공 임대는 동·호수를 구분없이 공급되도록 수정했다. 이 개정안에는 소셜믹스가 촉진될 수 있도록 임대주택을 무작위로 선정하여 매입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임대 동 따로 짓기가 원천적으로 불가하며 무작위로 추첨하기 때문에 기피시설로 인식돼 온 임대주택이라는 표시를 할 수 없게 된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주거지 분리 때문에 임대주택은 여전히 못 사는 사람들이 사는 집이라는 편견으로 펜스를 치는 등 아직도 ‘님비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공간적 분리 등을 통해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분양아파트 커뮤니티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비토는 여전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소셜믹스 집단의 물리적 통합뿐만 아니라 보이지않는 차별을 없애는 심리적인 통합도 병행돼야 한다. 오세훈 시장이 타워팰리스 못지 않은 임대주택을 통해 고품질 건축자제와 신공법, 고급 브랜드 이미지의 아파트를 지어 임대주택에 산다는 것이 숨기고 싶은 그런 것이 아니라 자부심이 느껴지는 곳이 되게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입주민들이 계층간·세대간 진정한 혼합을 통해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통합이 되는 공동체를 만들지 않으면 또 한번의 ‘사회적 낙인’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향후 건설될 타워팰리스 수준의 임대아파트에서 거주하는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과 아이들이 여전히 취약계층, 빈곤 등과 같은 편견과 차별을 받는 사회적·심리적 배제가 완전히 해소되고 이에 따른 올바른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오세훈표 타워팰리스급 임대아파트는 오세훈이 쌓아 올린 ‘바벨탑’이 될 우려가 높다.

[데스크 칼럼] 산은 이전, 정치논리 아닌 실리적 접근을

[데스크 칼럼] 산은 이전, 정치논리 아닌 실리적 접근을

윤석열 정부는 취임이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정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다. 윤 대통령이 각종 우려와 반대에도 집무실 이전을 강행한 것은, 과거 문재인 정부가 광화문 시대를 공약했다가 이를 철회한 점을 일견 염두에 뒀을 것이다. 국민들과 적극 소통하며, 공약은 반드시 지킨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취임 초기 포부다.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또한 윤 대통령의 대표적인 약속 중 하나다. 산업은행의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해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참여정부 때인 2005년부터 추진해오던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의 연장선상이다. 정부는 2005년 지방 이전 계획을 수립하고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를 시행했으며, 2019년 마무리됐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계기로 부산, 대구, 울산, 경남, 제주, 광주·전남, 강원, 충북, 전북, 경북 등 10곳에 혁신도시가 조성됐다. 10개 혁신도시에 자리잡은 공공기관은 150곳이 넘고, 이를 이전하는데만 10조원이 넘는 재정이 투입됐다. 역대 정부가 17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균형발전 정책을 펼친 것은 그만큼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 격차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하지만,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국내 총인구의 50.2%가 거주하고 있다. 비수도권, 농산어촌, 중소도시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따라 인구 감소 등 소멸 위기에 놓여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2년 ‘한국도시정책보고서’를 통해 한국 도시의 문제점으로 고령화, 다문화 정책 미비와 함께 지방 중소도시 쇠퇴를 꼽기도 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역대 정부가 추진한 국가 균형발전 정책들은 그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세종과 같은 혁신도시들이 수도권의 인구를 분산하기보다는 오히려 충남권 주요 도시의 인구와 자원을 흡수하면서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은 것이 대표적이다. 전북혁신도시로 이전 후 국민연금공단의 운용 핵심 인력이 대거 유출된 것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다른 공공기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사례들은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정책들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방법론’은 과거의 폐단을 그대로 답습한 결과다. 선거철만 되면 표심을 잡기 위해 여야 가릴 것 없이 대규모 예산과 함께 그럴듯한 청사진을 앞다퉈 내놓기 일쑤였다. 윤석열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부산을 금융 혁신도시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은 들고 나왔는데, 이 과정에서 정작 이미 지방에 자리를 잡은 공공기관들이 정말 그 도시의 균형발전에 도움이 됐는지를 살폈는지는 의문이다. 산은 부산 이전을 추진하기에 앞서 역대 정부가 추진한 정책들이 왜 효과를 보지 못했는지, 지방 이전 이후 공공기관의 경쟁력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어떠한 득실이 있는지 등도 당연히 따져봐야 한다. 역대 수많은 공공기관이 그러했던 것처럼, 산업은행 역시 단순 이번 대선과 지방선거의 희생양에 불과한 건 아닌지, 좀처럼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다.국가균형발전 못지 않게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강화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국가균형발전, 공공기관의 경쟁력 강화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고, 가능한한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는 산업은행 직원들의 부산 이전 반대를 단순히 이기적인 집단행동으로 평가절하하면 곤란하다. 산업은행은 기업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추진하고, 민간의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취임 초기 국정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는 목표에만 갇혀 산업은행이라는 기관의 본질적인 기능과 금융경쟁력 약화를 도외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산업은행 임직원들은 지금 산은의 미래 경쟁력을 걸고 부산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산은의 역할과 미래 경쟁력을 위해 무엇을 걸고 있는가. 부산 시민들의 여론을 방패막이 삼고, 정작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실패 사례들은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mediasong@ekn.kr

[데스크 칼럼] 이재용은 "목숨 걸고 한다"는데

[데스크 칼럼] 이재용은 "목숨 걸고 한다"는데

지난 1년 가까운 시간의 대한민국을 되 돌이켜 보면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갈라치기에 우리 국민들은 딱히 정의하기도 애매한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양분 되어 정치인과 그 가족의 개인비리를 놓고 소모적인 논쟁을 펼치며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위법 불법적인 일이라면 사법부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를 놓고 갖가지 논리를 내세우면서 상대방을 헐뜯는데 열을 올렸다. 코로나19가 창궐해 국가 경제가 풍전등화의 상황에 처했음에도 정치인들은 오로지 자기 진영의 이해타산으로 이를 외면하거나 부풀려 이속을 챙기기에 바빴다. 이런 와중에 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삶은 무너졌고, 국가와 가계는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그런데도 이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고 이를 해결할 생각은 않고 서로 네 탓 공방만 주고 받았다. 그런데도 일 만 할 줄 아는 일반 국민과 기업들만 묵묵하게 자기 자리를 지켰다. 특히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먹거리를 만들고 수출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며 나라 경제가 붕괴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았다. 팬데믹 상황에서 각국의 국경이 봉쇄되면서 출입도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 길을 뚫고자 동분서주했고, 온라인 등을 이용한 갖가지 아이디어로 되레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이뤄내는 성과를 거뒀다.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이뤘고, IMF사태, 외환위기 등 숱한 고난으로 단련된 기업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지난 3월 9일 대통령 선거와 6월 1일 지방 선거를 끝으로 대형 정치이벤트가 모두 막을 내렸다. 앞으로 약 2년 동안은 이렇다 할 큰 선거는 없다. 윤석열 정부가 탄생했고, 이어 치러진 지방선거 민심도 윤 정부 연착륙이라고 볼 수 있다. 출범 한 달 동안 대통령 집무실 이전,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인선에 부정적 여론도 상당했지만 윤 정부 안착은 곧 국가경제의 사활과 직결되어 있기에 당연히 이번 지방선거 민심은 국정안정론에 힘을 싣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최근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기름 값이 급등하고 팬데믹 시기에 풀어놓은 유동성으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다는 민간연구기관의 진단도 나왔다. 실제 지난 10일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는 5.4%로 근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물가 상승률을 4%대로, 경제성장률은 2%대를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또 총대를 메고 나라경제 구하기에 나섰다. 윤 정부의 민간주도 성장에 기조에 적극 화답한다는 명분이기도 하지만 벌써 10여개 기업이 1000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이는 자장면값 몇 백원 올라도 화들짝 놀라며 불안해하고 있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해외투자자에게도 우리 경제, 기업들의 펀더멘탈은 끄떡없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하지만 이런 결정을 내린 기업들은 고민이 깊은 듯 하다. 기업마다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올해와 중장기 계획을 다시 가다듬고 있다. 심지어 이재용 삼성 부회장 입에서 "목숨 걸고 한다"라는 말까지 튀어 나왔다. 그는 최근 향후 5년 동안 ‘450조원 투자’ 계획을 내놓은데 대한 기자의 질문에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신중한 스타일의 이 부회장 입에서 나오기 어려운 이례적이고도 거친 표현이었다. 의외의 발언이었지만 재계 인사들은 이에 대해 깊게 공감한다고 말한다. "수 백조원대의 투자가 이뤄져 기업의 미래가 좌지우지 되는 상황에서 고독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기업인의 복잡한 심경을 이 보다 더 어떻게 간명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이제 공은 다시 윤 대통령과 정부로 넘어왔다. 눈치 보지 말고 기업인들을 사면해 그들이 자유롭게 경영활동에 나서게 하고, 규제혁파·노동시장 개혁에 ‘목숨 걸고’ 나서라는 게 국민의 뜻이다.

[데스크 칼럼] 윤석열 정부에 폭탄 된 전기요금

[데스크 칼럼] 윤석열 정부에 폭탄 된 전기요금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로부터 넘겨받은 폭탄은 여러 개다. 부동산, 물가, 재정, 가계부채 등등. 전기요금도 그 중 하나일 것 같다. 부동산 등 일부는 이미 폭탄이 터져 뒷수습이 한창이다. 반면 전기요금 폭탄의 뇌관은 아직 건드리지도 않았다. 아니 폭탄의 안전 핀을 겨우 붙잡고 쩔쩔매는 형국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이 폭탄이 터지면 서민생활에 직격탄이 된다. 폭발의 시기가 늦어지면 그 파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냉방기를 많이 쓰는 여름철 전력 성수기도 다가온다. 이런 악조건들 속에 대표 공공요금인 전기요금까지 오르면 서민 주름살이 깊어지는 건 당연하다.문재인 정부는 에너지정책에서 크게 두 가지 잘못을 했다. 하나는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이념으로 정책을 밀어붙인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임기 말까지 정책 실패에 대한 후회나 반성은커녕 책임을 다음 정권에 떠넘긴 것이다.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철부지나 광신도들이 과학보다는 미신에 사로잡혀 굿판을 벌이다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그 정책의 골격은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였다. 이 정책 방향은 원전의 위험성, 재생에너지의 환경성을 고려하면 일견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위험성과 환경성에 대해 논란이 많았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외눈박이로 밀어붙였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중 탈원전에 대해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를 받은 것도 그래서 탈이 난 것 아닌가. 오죽했으면 정책 모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탈원전 궤도수정 없이 탄소중립 이슈를 던졌을까. 원전은 탄소배출 없어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는데 빠져서는 안 되는 전원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는 한마디로 탈원전하면서 탄소중립도 이루겠다고 한 것이다. 설령 방향이 옳다고 현실을 무시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둔 것도 정책실패의 원인이다. 우리나라 발전비중은 지난해 기준 석탄(34.3%), LNG(액화천연가스·29.2%), 원자력(27.4%) 등 3개 전원이 각각 30% 안팎을 차지한다. 이 3개 전원이 전체 전력 생산의 90.9%를 담당하며 크게 3등분한다. 나머지 한 자릿수를 차지하는 게 신재생에너지(7.5%) 등이다. 신재생에너지도 연료전지 등 신에너지를 빼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은 겨우 5% 안팎에 그친다.국내 최대 발전원인 석탄 발전은 이제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한 글로벌 탈석탄에 발 맞춰 불가피하게 줄일 수밖에 없다. 이런 마당에 문재인 정부는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탈원전 정책을 막무가내로 고집스럽게 추진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대안은 뭔가. 값비싼 LNG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는 비용뿐만 아니라 효율성도 매우 낮다. 재생에너지는 발전 설비 비중 대비 발전량으로 보면 원자력의 약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발전 설비의 단위당 면적을 봐도 신재생에너지는 원전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이념 편향’, ‘현실 무시’ 에너지정책의 대가는 혹독했다. 우선 멀쩡한 국내 최대 공기업 한국전력공사가 멍들었다. 한전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 해인 2017년 4조95232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 뒤 2018년 탈원전 등이 본격화하면서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영업손실을 나타냈다. 특히 영업손실 규모가 지난 한 해 5조8601억원을 보이더니 올해 들어 1분기에만 무려 7조7869억원으로 불어났다. 둘 다 한전 역대 최대치다. 한전은 코리아디스카운트를 막기 위해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 상장, 글로벌 대표 상품으로 내놓은 기업이다. 경제 한류의 대표작인 셈이다. 그런 기업을 권력이 사실상 불구로 망가뜨린 것이다. 한전 경영 부실의 책임은 국민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이 비싸진다는 뜻이다. 전기요금체계의 문제는 이미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 이미 공개적으로 지적됐다. 다른 사람도 아닌 한전 사장이 앞장섰다. 당시 김종갑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부공장의 걱정거리’란 글을 올려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자신을 ‘두부장수’에 비유해 콩(원료)값이 두부(상품)값보다 더 비싸진 상황을 빗대 표현한 것이다.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이를 애써 무시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더니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전기요금을 사실상 줄곧 동결했다.심지어 임기 말인 지난해 1월부터 스스로 도입한 연료비연동제조차 곧바로 무력화했다. 연료비가 큰 폭으로 오르는데도 정부가 잇따라 전기요금 인상에 제동을 건 것이다.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 앞에 옹색한 물가안정론까지 들이대며 전기요금 인상을 막았다. 아마도 탈원전 부작용에 대한 비판이 두려웠을 것이다.인상 요인이 없었다면 뭐가 문제였겠나.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값싼 석탄·원자력 발전기를 줄이고 비싼 LNG 발전과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이다. 이 정책에선 기본적으로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불행히도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에너지가격 급등까지 겹쳤다. 운이 좋았다면 가려졌을 수도 있는 국내 정책실패의 문제점이 도드라졌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결국 지난해 말 올해 4월과 10월 기본 전기요금을 KWh당 각각 4.9원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4월은 새 정부가 결정돼 권력을 인수하는 시점이고 10월은 새 정부가 국정을 운영하는 때다. 4월 인상 책임은 새 정부와 나눠지고 10월 인상 책임은 온전히 새 정부에 넘기는 것이다. 전형적인 책임 회피다. 야반도주 표현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말 같다. 그것도 전기요금 구성요소인 기본요금·조정요금·기후환경요금 중 기본요금과 기후환경요금 인상에 그쳤다. 정작 필요한 조정요금은 손도 안 댔다. 조정요금은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하는 요금이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 이후 연료비 급등으로 조정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엔 귀를 막았다. 전기요금만 묶어둔 게 아니다. 탈원전에서 한 발 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원전이 값 싸고 탄소중립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한낱 쇠귀에 경 읽기였다. 전기요금을 올릴 수 없다면 인상 요인을 줄이는 조치를 하는 게 정부 역할이다.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값싼 발전기를 많이 돌려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원전 폐기 또는 건설 중단 등으로 지난 5년 간 허송세월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전기요금 폭탄의 뇌관 제거에 비상이 걸렸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대못을 뽑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에너지정책을 새롭게 설계해 ‘합리적인 전원믹스’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전도 벼랑 끝 위기를 맞아 ‘고강도 비상경영’을 펼치며 군살빼기에 나섰다. 보유자산 매각, 경상경비 감축 등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6조원 규모의 재무개선 효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대책이 마땅찮다. 무엇보다도 주요 발전 연료인 석탄·LNG 가격이 올랐다. 석탄·LNG 발전의 경우 연료비 상승 외에 온실가스 감축 압박 등으로 가동이 여의치 않다. 그렇다고 값싼 원전 비중을 무작정 높일 수도 없다. 탈원전 대못이 곳곳에 박혀 당장 기존 원전을 더 많이 돌리기가 어렵고 새 원전을 세우기도 쉽지 않다. 한전의 허리 띠 졸라매기도 마른 수건 짜기요, 언 발에 오줌누기일 뿐이다.결국 윤석열 정부는 전기요금 정책 수립 때 이것저것 눈치 보지 말고 정면 돌파할 필요가 있다. 전기요금 정책을 그냥 시장 기능에 맡기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오르고 내리도록 하되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경우 독립적인 기관을 통해 조정하라는 말이다. 그 작업의 첫 걸음은 다음달 중순 예정된 3분기 전기요금 조정 때 요금 현실화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는 전기요금의 원가주의 원칙을 꺼내 들었다. 이렇게 어렵게 돌려 말할 필요 없다. 문재인 정부 때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를 제대로 운영하기만 하면 된다. 현재 물가불안 속에 전기요금 현실화를 한꺼번에 이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의 충격파를 감안해 인상 속도는 경제상황을 봐가며 속도조절할 필요가 있다. 전기요금 원가를 낮추는 노력도 불가피하다. 전원 믹스 설계 때 안전과 환경 요소의 고려가 필요하다. 다만 이런 고려가 명확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한 경제성 원칙을 우선했으면 한다. 막연한 주장과 감성적 접근으로 국민에 피해를 안겨줄 수 없기 때문이다.

[데스크 칼럼]

[데스크 칼럼] '공기업 자율' 어퍼컷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시 공기업이 ‘민영화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집권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또는 대통령 참모진과 새 행정부 인선 과정에서 공기업 개혁, 특히 ‘민영화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인수위에서 감사원을 동원해 공기업 전반의 운영 실태를 살펴보겠다거나 대통령비서실장이 국회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을 한국전력공사(한전)처럼 민간에 매각하길 원한다는 발언들이다.물론 추경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나서 "민영화를 검토한 적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며 때이른 민영화 군불때기를 진화하기도 했다.공기업 민영화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이슈가 아니다.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새 정부 출현에 따른 새 국정 운영 기조를 맞춘다는 명분 아래 ‘공공 부문 개혁’의 단골메뉴가 됐다.공기업 민영화의 출발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에 따른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통제를 받은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됐다. 특히, 철도·발전·가스 같은 국가기간 공공서비스 관련 공기업의 민영화는 김대중 정부뿐 아니라, 이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끊임없이 시도됐다.이번에 대통령비서실장이 언급한 인천국제공항공사 민영화도 노무현 정부때 지분매각(주식상장) 형태로 민영화가 추진됐던 내용이었다.야당으로 전락한 더불어민주당이 과거에 자신들이 추진하려던 인천국제공항공사 민영화를 윤석열 정부가 다시 꺼내든 것을 두고 비난공세를 퍼붓는 것은 여권의 저의와 상관없이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어찌 보면 역대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는 진보정권이 기초를 다지는 역할을, 보수정권이 구조를 완성하려는 역할을 반복하는 연속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문재인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에 앞장서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민영화 기조를 바꾸는 시도를 한 것도 아니다. 일자리창출, 탄소중립 등 문 정부가 우선가치로 삼았던 사회적 가치를 공기업 경영에 요구하는 공공성 강화 수준에 그쳤다.윤석열 정부도 당장 ‘민영화 추진’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전 정권처럼 어떤 형태든 ‘공기업 수술’의 메스를 들이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문제는 우리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움직임이 국제 흐름과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먼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류재난에 민간 차원의 대응 한계를 깨닫고 다시 공공 재화와 서비스의 운영관리를 공공에 맡기는 ‘재공영화 붐’이 일어나고 있다.국내의 언론과 민간 연구기관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사회공공연구원(PPIP)·초국적연구소(TNI) 등 국내외 연구기관에 따르면 미국·독일·프랑스 등 세계 무수한 나라에서 현재 민영화됐던 공공 용역과 서비스 부문들이 다시 공기업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미국에서 2000년대 들어 재공영화와 신규 공영화를 포함한 ‘공영화’ 사례가 230건, 대규모 구조조정과 공공요금 인상의 희생을 치렀음에도 ‘민영화 성공’의 유령신화로 받들어지는 영국도 재공영화 96건, 공영화 14건 등 총 110건이 이뤄졌다.한국이 전세계로부터 ‘코로나19 우수방역국’이라는 칭송을 받는 배경에 전 국민과 민간의료진의 참여 못지 않게 공공의료 운영관리 시스템의 효율적 작동이 깔려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윤석열 정부는 국정운영 키워드로 ‘자율과 책임’을 강조한다. 공기업에 과감한 자율과 책임에 부여하는 윤 대통령 특유의 과감한 ‘어퍼컷’식 공기업 개혁이 이뤄지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윤정부의 공기업 개혁도 여느 정권처럼 기관장 교체를 노린 ‘논공행상’ 눈가림수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이진우 성장산업부장.

[데스크 칼럼] GTX사업 원희룡의 요술 램프될까

[데스크 칼럼] GTX사업 원희룡의 요술 램프될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이 윤석열 정부들어 호기를 맞고 있다. 윤 대통령의 복심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출·퇴근 30분대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기 때문이다. 이에 GTX 노선에 따라 요동쳤던 수도권 부동산 시장도 GTX 노선의 향후 확충 및 연장 여부에 따라 하방경직성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GTX 사업에 대한 새 정부의 기조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10~20여년에 걸친 중장기 국가 프로젝트인 GTX사업이 뚝딱하면 만들어지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새 정부에서 GTX사업을 주택공급 정책과 연계시키고 있지만 김현미 전 장관이 비유했듯 아파트가 빵은 아닐뿐더러 GTX 정책도 주택 정책과 마찬가지이다. 원 장관 입각 후 국토부 철도정책 고위 관계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정치인 출신 각료들이 GTX 사업을 수도권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위험한 줄타기로 활용할 수록 매번 선거철을 앞두고 일선 고위 관료들은 뭔가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해질 수 밖에 없어서다. 반면, 수요자들은 GTX 공사 진행과 정차역 인근 주택공급 확정과 분양, 착공, 준공을 기다리면서 희망고문을 당할 수 밖에 없다. GTX 사업지 인근이 또다시 출렁거리면서 부동산 폭등의 불쏘시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GTX 사업이 순항해 당초 기대처럼 완공되더라도 GTX 정차역 인근을 잇는 지선 및 간선 교통망이 사각지대로 남을 수 있어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의 의견을 수렴하는 통합적인 계획 수립이 절실한 상황이다.참고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1기 GTX인 A·B·C 3개 노선의 연장과 서부권 GTX-D 노선의 서울 통과, GTX E·F 노선의 신설을 약속했다.현재 GTX A·B·C 노선은 건설 중이다. GTX가 개통되면 파주 운정에서 서울 삼성까지(A노선) 기존 80분에서 26분으로 단축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인천 송도∼서울역(B노선)은 79분에서 30분, 양주 덕정에서 삼성(C노선)은 82분에서 27분으로 각각 단축될 전망이다.이로인해 국토부 GTX사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국토부는 GTX-B노선 중 용산∼상봉 구간에 대한 기본계획을 지난 3월23일자로 확정·고시했다. 총사업비 2조3511억원을 투입하여 용산~상봉 간 19.95km 및 중앙선 연결구간 4.27km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정거장은 총 4개소를 신설한다. 한편, 정부는 GTX-C 노선에 왕십리·인덕원·의왕·상록수역 등 4개 역을 추가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는 GTX-B 노선에도 역을 최대 3개까지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원희룡 장관은 GTX 개발의 당위성을 펼치기도 했다. 원 장관은 최근 "GTX가 지나가는 노선만 개발돼선 안 되기 때문에 (건설)남발이 아니라 수도권 뼈대·골격을 만들기 위해 필수 라인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며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올라서 세금이 어마어마하게 걷히는 것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주민들께 돌려준다는 차원에서 보면 (GTX 건설에)예산이 설사 몇십조가 들어가도 비싼 게 아니다"고 공언했다.이 가운데 GTX 호재 지역은 강한 하방경직성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인천과 경기도는 GTX 호재 등으로 작년 내내 집값이 크게 올랐다. 인천아파트 값은 평균 24.51% 급등했고, GTX-B노선이 연결되는 송도신도시가 있는 연수구의 아파트값은 40% 가까운 38.46%나 뛰는 등 강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부동산원 기준으로 작년 경기도 아파트값은 22.54% 올라 전년(12.62%)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했는데 이 역시 GTX 영향이 컸다. GTX 호재는 경기 남부로까지 이어졌으며 시흥과 평택 등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국토부는 올 상반기 GTX 확충기획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내년까지 확충 및 연장에 대해 결론을 낼 계획이다. 원 장관은 집값을 잡기 위해 입지의 희소성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원 장관은 장관 후보자 시절 "정부의 실패로 집값 장벽이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현대판 신분 계급이 됐다"고 비판했는데, GTX 사업이 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바로잡고 윤석열 정부의 상상을 현실화시키는 ‘요술 램프’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데스크 칼럼] 경제 위기 속 5년 임기 시작하는 尹정부

[데스크 칼럼] 경제 위기 속 5년 임기 시작하는 尹정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세에 경기 펀더멘털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 경제도 코스피가 올해 들어 12% 가량 하락하는 등 급격한 경기 위축을 반영하는 모습이다.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가 동시에 겹치는 ‘쌍둥이 적자’ 가능성이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작년 동월 대비 12.6% 증가했지만, 무역수지는 3월(1억1500만 달러 적자)에 이어 또 다시 적자(26억6000만 달러)를 이어갔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18.6%) 증가한 영향이다. 심지어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전월에 비해 증가 폭이 확대됐다. 이미 재정수지가 확장재정 기조로 인해 4년 연속 적자를 볼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 후보자는 이달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가부채 급증과 국제신용등급 악화 등 경제 분야 관련에 대한 질의에 "굉장한 위기에 있고, 퍼펙트 스톰에 있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플랜을 세워야 하며 망설이거나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고물가에 이어 금리와, 환율의 가파른 상승은 경기하방 리스크에 속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최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상하며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에 최대폭 인상을 단행했고, 추가적인 빅스텝을 시사하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한미간 정책 금리역전 가능성에 원 달러 환율은 이달 6일 달러당 1272.7원에 마감하며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를 선반영하는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1800조원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성은 더욱 높아진 모습이다.오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심상치 않은, 어쩌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경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거시경제 위기가 장기화되면 이제 막 위드코로나로 기지개를 켜고 있는 서민경제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어쩌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보다도 더 길고 지루한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 1980년대 초 대규모 쌍둥이 적자를 경험한 미국은 이후 80년대 후반까지 경기불황기를 맞이한 바 있다.그러나 정작 우리 정치권은 이러한 전조를 ‘남일’로 치부하는 듯하다. 여야의 모든 에너지가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과 인사청문회에 집중돼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거시 경제 위기 해법과 서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들을 찾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지방선거, 내각 인선 등 정치적인 이슈들이 정국을 집어삼키는 꼴이다.여야 간 대립이 더욱 불편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타개할 만한 뚜렷한 해답들이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내수적인 측면에서, 예컨대 작년 6월에는 코로나19로 짓눌린 소비를 늘리기 위해 전 국민 재난지원 패키지 같은 단기적 또는 종합적인 대책들을 가동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물가안정이 최우선인 상황에서 각종 ‘돈풀기 수단’을 가동할 경우 위기의 골은 깊어질 수 있다. 경제 위기를 타개할 만한 정답이 없는 것과, 정답을 찾지 않으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우선 여야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국정목표로 삼고 협치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새 정부의 국가경제 체질 및 구조 변화의 노력들이 절실하다.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및 고용 유지 지원 등은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는데 중요한 해답이 될 수 있다. 리쇼어링(생산기지 국내 이전), 더 나아가 트러스트(Trust) 쇼어링(신뢰하는 쇼어링)과 같은 외국 기업 투자 유치 노력에도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이제 막 5년의 임기를 시작하는 윤석열 정부는 무거운 마음으로, 중심(中心)을 잃지 말아야 한다. 한국 경제의 위기와 기회, 그 어디쯤에 놓여있는 5월이다.mediasong@ekn.kr

[데스크 칼럼]

[데스크 칼럼] '위기'의 삼성…'오너십' 돌려주자

"메모리반도체 선두업체로서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수요도 견조하다." 지난달 28일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발표 후 두 시간 가량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이처럼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1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이 삼성전자의 향후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을 놓지 않고 있어서다.실제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을 실적을 발표한 당일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6만4800원으로 마감해 6만5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왜 글로벌 톱 티어 기업인 삼성전자가 이처럼 날개 없는 새처럼 추락할까. 진짜 경쟁력이 없어진 것은 아닐까.삼성이 진짜 위기인지 하나하나 따져보자. 먼저 실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실적에서 보듯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프리미엄 효과 등에 힘입어 역대 최고 분기 매출을 올렸다. 매출 77조7815억원, 영업이익 14조1214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9%, 영업이익은 50.5%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이런 실적에도 삼성의 경쟁력이 후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고, 기술·설비 투자 규모도 확연한 차이로 뒤쳐져 있어서다. 하이엔드 시장에서는 TSMC가 독주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인텔마저 삼성을 위협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이 인텔 등 자국 반도체 기업에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순위 바뀜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도 나온다. 금투업계는 견조한 실적과 대비되는 부진한 주가 때문에 (삼성의) 미래에 대한 의심이 싹 트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삼성은 실적은 좋지만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기업이라는 컨센서스가 모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삼성의 위기를 삼성 내부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내부 직원들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른바 ‘파란 피’로 상징되는 ‘삼성맨의 DNA’도 약발이 떨어졌다는 목소리다. 삼성전자는 그 동안 경쟁 업체보다 1.5배 정도 높은 연봉을 유지하며 핵심 인재의 이탈을 방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IT업계는 물론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경쟁사마저 삼성전자의 연봉 인상률을 추월하거나 동급으로 맞추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앞서의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삼성은 시스템으로 아직까지는 잘 버티며 실적 또한 꾸준히 유지하고 있지만 지금 당장 미래준비를 위한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초격차 기술 유지에 실패할 경우 성장이 지체되면서 위기에 빠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때문에 이를 타개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누구보다 자신들을 잘 파악하고 시장흐름을 읽을 줄 아는 삼성이 이를 모르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이를 진두지휘 해야 할 총수가 경영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결단의 시점 또한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제계에선 최근 삼성전자 위기 원인을 ‘리더의 부재’에서 찾으며 오는 5월 8일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복권을 건의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은 오는 7월 가석방 형기가 만료되지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향후 5년간 취업이 제한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거나 해외현장 경영을 위한 출장 때도 일반인보다 절차가 복잡하다. 국정농단 사건은 분명 우리 현대사의 수치스러운 한 대목이지만 정치권의 강압에 의해 벌어진 뇌물사건을 기업(인)에게 덮어 씌우는 것은 자승자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농단(촛불정국)으로 집권한 5년 간의 임기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있다.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그의 용기 있는 마지막 ‘사면 결단’을 기대한다.

[데스크 칼럼] 尹정부 황태자 떠오른 한동훈 처신

[데스크 칼럼] 尹정부 황태자 떠오른 한동훈 처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상민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과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새 정부 국정운영의 양 날개를 폈다. 윤석열 당선인은 새 정부 초대 내각 인선에서 이 전 부위원장을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한 부원장을 법무장관 후보로 각각 발탁했다. 이 후보자는 판사출신, 한 후보자는 검사출신으로 각각 경찰청과 검찰청을 외청으로 둔 정부부처 수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이다.행정부 내 주요 권력기관인 경찰청과 검찰청은 국가 최고 권력자 대통령의 권력행사를 돕는 손과 발이고 눈과 귀다. 두 기관의 힘은 그만큼 세다. 이른바‘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란으로 나라 전체가 온통 시끄러웠던 것도 검찰의 과도한 권력에서 비롯됐다.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당시 추미애 법무장관에 "총장은 장관 부하가 아니다"라고까지 한 것만 봐도 검찰의 힘을 알 수 있다. 검·경 두 청장은 모두 외청 기관장이지만 장관급이다.두 기관을 지휘·감독하는 부처 장관의 힘은 더 말할 게 없다. 윤 당선인이 그런 두 부처 장관 후보자로 가장 믿을 만한 사람들을 낙점했다. 윤 당선인이 새 정부에서 두 사람을 통해 보여줄 국정 장악력을 예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당선인이 당선 직후 자신 있게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사정기능을 없애겠다고 한 것도 바로 이처럼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윤 당선인과의 두 사람 인연으로 보면 이 후보자는 동지자, 한 후보자는 동업자 관계이다. 윤 당선인이 사적인 자리에서 "상민아" "동훈아"라고 부른다고 한다. 아주 가깝고 편하다는 뜻이다.이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충암고 4년 후배로 오래 전부터 윤 당선인으로부터 각별한 인간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이 이 후보자에 신세를 졌거나 앞으로 진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장관에 했던 그 ‘마음의 빚’ 표현을 떠올릴 법한 관계다.이에 비해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과 일로 인연을 맺었다. 그냥 사무적인 관계란 뜻이다. 비록 서울대 법대 13년, 사법연수원 기수 4기 후배지만 나이 차이 등을 고려하면 막 터놓고 지낼 사이는 아닐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는 후보자 지명을 받고 인사하는 자리에서 윤 당선인과 ‘맹종관계’가 아니라고 얘기했다. 당당하고 거침없는 태도다.그러나 사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과 남다른 동업자 관계다. 한 때 ‘재계 저승사자’란 별명을 얻었던 그는 윤 당선인과 여러 차례 ‘거사’를 함께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비리 수사를 통해 두 전직 대통령 구속을 이끌어냈다. 문재인 정부의 유력 차기주자였던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비리 수사에서도 손발을 맞췄다. 당시 조 전 장관은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현직 법무장관이었다.그러나 한 후보자는 이에 개의치 않고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서 수사를 밀어붙였다. 이를 놓고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 댄 정의로운 검사’, ‘권력욕에 사로잡힌 정치검사이자 검찰 쿠데타 주역’ 등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그런 한 후보자 기용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철통보안 속에서 사실상 유일한 깜짝 발탁일 뿐만 아니라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의외성에 있다. 윤 당선인이 후보시절 그를 두고 "정권의 피해를 보고 거의 독립운동처럼 (수사)해온 사람"이라고 했다. 또 "(그가) 서울중앙지검장이 되면 안 된다는 얘기는 일제 독립운동가가 정부 중요 직책을 가면 일본이 싫어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라고까지 했다.많은 사람들이 새 정부에서 그의 중용을 예견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사실 서울중앙지검장 시키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우세했다. 정치보복 프레임 속에서 ‘조선 제일의 칼잡이’라는 그를 주요 사건 수사의 사령탑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탓이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결국 한 후보자를 법무행정 최고 지휘·감독자 후보 자리에 앉혔다. 그야말로 파격이었다.우선 검찰 출신 법무장관 발탁의 관례를 깼다. 검사는 통상 지검장-고검장-검찰총장 등 승진코스를 거쳐 법무장관에 오른다. 그러나 지검장급이었던 한 후보자는 고검장-총장 등 두 단계나 건너뛰어 지명됐다. 직급 파괴다. 지검장과 고검장이 모두 차관급 예우를 받지만 지검장 출신 법무장관은 그간 사례를 찾기 어렵다.한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에서 발탁 인사로 이종섭 국방장관 후보자와 함께 주목받은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 후보자도 18년 만의 3성 장군(중장) 출신 국방장관 지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국방장관엔 그간 대체로 예비역 4성 장군(대장)이 기용됐다.직급 파괴 못지않게 기수파괴도 관심사였다. 사법연수원 기수는 검찰 내 서열화의 오랜 기준이었다. 이 기수로 따지면 아직 검찰 내에 선배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지난 22일 검찰총장과 고검장급 8명 등 검찰 지휘부가 줄줄이 직을 던져 총사퇴했다. 연수원 기수 기준 그의 선배들이 국회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때 맞춰 물러나겠다고 한 것이다. 검수완박 입법 추진 파동이 배경이다. 한 후보자로선 청문회를 통과해 장관에 공식 임명될 경우 검찰 지휘·감독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한 후보자 발탁과정은 검찰에서 기수·직급 파괴를 거듭해온 윤 당선인의 승진 코스를 닮았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불과 열흘 만에 검찰 핵심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문 대통령은 당초 고검장급이었던 서울중앙지검을 지검장급 기관으로 격을 낮추고 윤 당선인을 검사장으로 승진시켜 그 자리에 파격 기용한 것이다. 당시 검찰 내 직급과 기수가 낮았던 윤 당선인을 고위직으로 앉히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에 올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첫 검찰총장이었다.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능력·실력 중시 인사원칙에 부합한다. 줄곧 엘리트 검사 코스를 밟아왔다. 청와대(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법무부(법무실·검찰국 검사), 대검(정책기획과장·부패범죄특별수사단 팀장), 서울중앙지검(공정거래조사부장·제3차장)에서 두루 근무한 뒤 윤석열 검찰총장 때 최연소 검사장으로 승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을 맡았다.한 후보자는 머리가 명석한 것 같다. 한 눈에 문장 다섯 줄 씩을 읽는 천재적 능력을 가졌다고 한다. 보통 사람 같으면 한 눈에 한 문장 읽는 것도 쉽지 않은 것에 비하면 비범하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 소년 등과했다.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컬럼비아대 로스쿨 유학을 통해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도 땄다.한 후보자에 대한 세간의 ‘윤석열 정부 황태자’ 평은 그냥 나온 얘기가 아니다. 인사 청문회 등 전쟁의 시작 종이 아직 울리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에 대해 여기저기서 총을 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한 후보자를 윤 당선인의 ‘호위무사’라며 그에 대한 청문회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거나 그를 최우선 데스노트(낙마 리스트)에 올려놓았다고 한다.한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윤 당선인과 운명 공동체의 길을 걸었다. 전 정권 수사 땐 인기를 얻는 듯 했지만 조국 전 장관 수사를 계기로 핍박이 거듭됐다. 좌천 만 4차례나 겪었다.조 전 장관 ‘먼지털이 수사’ 외 그의 좌천 사유를 딱히 찾을 수 없다. 그런 수사는 검찰 시스템의 문제이고 그 책임은 그간 검찰을 이용해 분탕질한 권력이나 검찰 지휘자들에 물어야 한다. 한 후보자는 먼지털이 수사가 가능하도록 시스템화한 검찰 조직에서 유능한 능력을 보여줬을 뿐이다. 살아있는 권력 눈치 보며 정치적 고려로 수사했다면 반대편에서 정치 검사로 낙인 찍혔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미운털이 박혀 괘씸죄로 조리돌림 당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적어도 민주당은 더 이상 정치보복이란 말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한 후보자로선 억울할 수 있다. 벼락출세가 보상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안타깝고 아쉽다. 그의 언사를 들으면 한이 맺혀 있는 것 같다. 절대 다수 국회 의석을 차지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추진에 ‘야반도주’라고 비판한 게 대표적이다. 사이다 발언은 응어리진 한을 다소나마 풀 수 있다.하지만 다가오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협조를 얻어야 하는 장관 후보자의 말로는 부적절하다. 아무리 본인이 깨끗하고 당당하게 살아왔더라도 바람직하지 못한 표현이다. 새 정부 출범에 부담만 안겨줄 뿐이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 청문회를 넘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까지 막을 수 있다고 공공연히 밝히지 않는가. 국회 권력의 힘은 결코 작지 않다. 이미 검수완박 정국에서 확인됐다.자신을 위해서도 불행이다. 한을 가지고 살면 말과 행동이 거칠어진다. 그 대가가 어떤 지는 그간 우리가 많이 보아왔다. 진보 정권의 실세였고 그의 수사로 피해를 봤던 누구처럼 한을 품고 살면 갈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다. 파멸의 길을 갈 뿐이다.정치영역은 검찰사회와 다르다. 검사는 피해자와 범죄자를 가려 범죄자를 벌주면 된다. 단죄도 칼로 베듯이 하는 것이다. 정의 실현이 소명인 검사에겐 법과 원칙이 최우선이다. 경직되고 고지식할 수 있다.반면 정치는 여러 이해관계자를 아우르고 설득·타협·조정의 마술을 펼치는 세계다. 그래서 정치인의 중요 덕목은 포용성과 유연성이다. 정치와 검찰은 기본적으로 다른 세상이다. 한 후보자는 정무직 내각에 들어가면 정치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다. 검찰 때와 언행·태도·자세를 달리해야 한다. 정치를 하면서 칼잡이 마인드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도 용기 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 적대적인 사람도 끌어안을 수 있는 따뜻함이 그에게 필요한 것이다.한 후보는 선배이자 임명권자인 윤 당선인을 본 받으면 된다. 윤 당선인은 먼저 정치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정치를 사실상 우습게 봤다. 처음엔 검사생활 경험만으로 마치 세상 이치 다 아는 듯이 말했다. 그런 윤 당선인도 이제 달라지고 있다. 스스로 "많이 배웠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런 인사권자의 뜻도 존중했으면 한다. 한 후보자 지명 발표 직후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칼을 거두고 펜을 쥐어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게 진짜 지명 배경이라면 한 후보자는 당장 청문회 이전부터 그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 한 후보자의 앞길엔 걸려 넘어질 돌부리들이 많을 것이다. 그 때마다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탄탄대로는 아닐지언정 비교적 안전한 길을 가는데 겸손 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검사스럽다"는 검사 출신 인사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다. "검사만 유능하고 잘났다"는 착각과 오만, "검사만 정의 실현에 앞장선다"는 독선에서 벗어나야 한다.한 후보자와 악연으로 천적관계에 있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정치 데뷔 때 "옳은 말을 싸가지 없이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요즘 한 후보자에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후보자는 왜 그런지 스스로를 잘 되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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