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7월 27일(토)
[데스크 칼럼] 한국가스공사 당진LNG기지와 지자체의 ‘몽니’

지난 17일 밤 9시경(한국시간), 체코 정부는 신규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기업(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움)을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팀코리아'가 총 24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에서 대형원전 4기의 건설사업을 따 낸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수원을 주축으로 한 팀 코리아가 원자력 산업에 필수적인 기술력과 국제적인 신뢰, 산업경쟁력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이번 체코원전 수주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50여 년 간의 원전사업에서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 과거 UAE 바라카원전 수주의 성공경험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이번 체코원전 수주가 '한국이 약속한 사업 예산 안에서 적기, 안정적인 건설 수행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인프라 건설사업은 예정된 기간에 완수하지 못하면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적기 시공능력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열쇠로 꼽힌다. 원전산업과 달리, 수천 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천연가스사업에서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어 씁쓸하다. 당진 액화천연가스(LNG) 저장기지 건설사업이 그것이다. 약 2400억원이 투입되는 당진LNG기지 1단계 건설사업은 현재 준공 예정일 내에 완료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그 이유로는 해당 지자체의 '몽니' 부리기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당진LNG기지 건설사업에서 준설토 658만㎥ 발생하게 되는데, 당진시는 준설토를 △당진항만친수시설 △수소·암모니아부두 △동서발전 회처리장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중앙부처로부터 인허가 획득의 책임이 있는 시는 아직까지 해양수산부와의 협의조차 완료하지 못했고, 관련 용역이 모두 중단되는 등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설토를 인근 평택에 투기하는 현실적인 방안이 있지만, 이는 '당진시에서 발생한 흙을 타 지역으로 내어줄 수 없다'는 시의 의중이 반영되면서 현실화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시의 계속되는 건축허가 반려도 기지 건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당진시에서는 당진LNG기지 건설 사업에서 '지역업체 30% 할당' 조항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인프라 건설사업에서 관련 사업 경험이 있는 지역 업체를 찾기란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국책사업에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지역에 대한 '특별지원금'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다. LNG기지 건설 사업은 수행 주체들의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LNG는 도입국과의 장기계약에 의해 정해진 시기에 도입해 와야 한다. 도입 후에는 국내 소비처에 안전하게 공급하는 게 기지 건설의 목적이자 공기업의 존재 이유이다. 당진LNG기지 건설이 적기 완료가 되어야 지역 도시가스 공급업체도 계획한 일정대로 당진시 관내에 도시가스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건설이 지연될 경우에는 관말압력 저하에 따라 가스공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 각종 권한을 갖는 지자체가 원활한 사업 추진이 방해가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결과로 돌아온다. '원전 팀코리아'의 정신이 40년 공급역사를 갖는 '가스산업'에서도 살아있길 기대한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데스크칼럼]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인가

요즘 크든 작든 웬만한 음식점을 가면 홀서빙 직원이 서너명을 넘지 않는 곳을 흔히 목도한다. 특히, 작은 음식점은 대개 주방을 제외하곤 홀서빙 일을 식당주인이나 가족 또는 외국인 직원 1명이 들러붙어 해결하는 게 흔하다. 못돼도 테이블 5~6개인 홀을 혼자서 손님 받고, 주문 받고, 음식 나르기와 치우기, 식사 끝난 손님 계산까지 감당한다. 당연히 주문음식이 나오는 시간도 늦고, 추가 서비스 주문 대응도 지체되는 등 고객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있다. 이런 자영업 식당의 홀 풍경은 흔한 현상이 돼 버렸고,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어디 음식점만 그렇겠는가. 중소 소상공인들은 업종 구분 없이 힘겨운 생업현장을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일상회복으로 전환했음에도 고금리 장기화, 그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소기업·소상공인 열에 아홉은 '5억원 미만' 금융 빚(대출)을 깔고 있을 정도로 힘들어 한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기업·소상공인 고금리 부담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91.7%가 '5억원 미만' 대출잔액을 보유하고, 평균 6%에 가까운 금리이자를 부담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국내 중소 사업자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마다 책정되는 최저임금 결정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가 현재 진행 중이다. 해마다 반복하고 있지만 노사 위원간 첨예한 대립으로 올해도 심의 법정시한(매년 6월)을 이미 넘긴 상태다. 더욱이 지난 2일 전원회의 7차 회의에서 사용자위원측이 요구한 '최저임금의 사업의 종류별 구분 여부(업종별 적용)' 표결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위원측 투표 방해행위와 부결 처리에 반발한 사용자위원측이 4일 8차 회의에 전원 불참하는 등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업종별 적용 도입을 놓고도 지난 2018년부터 전원회의서 사용자위원측의 요구로 상정됐지만, 합의하지 못하고 표결 처리 끝에 매번 부결됐다. 최저임금제는 최저생계의 사각지대에 놓인 임금근로자들을 보호하는 장치였지만, 1988년 시행때부터 노사간 대립, 역대 정권의 노동 정책을 반영한 공익위원의 정치적 결정에 따라 조정액 크기가 달라졌다.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 회의 분위기를 보면 올해도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노사 양측 최저임금 제시안을 절충하는 공익위원측 중재안을 놓고 노사 어느 쪽이 찬성하느냐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액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최저임금제도와 최저임금위원회 운영의 기본 취지는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임금 보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최저임금이 영세업종 사업주에 비용적 부담으로 과도하게 작용할 경우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기에 노사위원간 타결 실패 시 공익위원 중재(단일안) 표결 또는 노사안 동시표결(다수결)을 거쳐 합의를 도출하도록 돼 있다. 최근 몇년간 최저임금액은 전원회의에서 매년 10차례 이상 힘겨루기를 벌이다 대개는 공익 중재안을 노사 한쪽이 찬성하거나, 노사측 개별 최종안을 동시표결을 붙여 공익쪽 다수가 찬성하는 액수로 결정됐다. 업종별 적용 도입을 놓고도 지난 2018년부터 전원회의서 사용자위원측의 요구로 상정됐지만, 합의하지 못하고 표결 처리 끝에 매번 부결됐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상승폭이 크다는 지적이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소비자물가지수와 최저임금 상승 폭을 2020년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소비자물가 기준시점을 2020년으로 정해 발표하는데, 올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84(2020년 100)이다. 최저임금은 2020년 8590원에서 올해 9860원으로 올라 상승률 14.7%이다. 비슷한 궤적을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결국 최저임금을 바라보는 이해당사자들의 경기 체감도에 따라 서로 적다, 많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본다. 주는 입장과 받는 입장에서 극명하게 대척점에 서 있는 노사의 최저임금 결정에서 최상은 없다. 어느 한쪽이 최상이면 반대쪽은 최악일테니. 관건은 최저임금 지불 능력이 열악한 중소 소상공 사업주들의 부담을 어떻게 덜어줄 수 있느냐이다. 사실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 결정구조로는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차라리 국가 차원에서 최저임금 보전기금(가칭)을 조성해 매년 물가 상승률 등 제반 변동요소를 반영해 표준 인상액을 정한 뒤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액이 표준에 미달하면 근로자에, 초과하면 영세 소상공인에 보전해 주는 게 어떻겠는가. 내년도 최저임금액이 얼마로 결정날 지 알 수 없으나, 업종별 적용이 부결된 상황에서 '시급 1만원 돌파' 여부가 노사 물러설 수 없는 최대이슈일 것이다. 이진우 기자 jinulee6464@ekn.kr

[데스크 칼럼]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당연하다

대한민국 자본시장에서는 주식회사의 임원인 이사가 회사의 주인인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아무런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현행 상법 제382조3에서 이사의 충실의무에 대해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한다'고만 규정할 뿐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누적된 대법원 판례에서도 '이사의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자본시장에서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대표님도 주식을 많이 소유한 주주이고 계열사를 거느린 모기업도 의사결정권을 가진 주식을 다수 보유한 법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현실에서는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가 아니라 소위 '오너에 대한 충실의무' 또는 '회장님에 대한 충실의무'로 곡해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지난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삼성그룹의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이 사건에 대해 2009년 대법원은 '기존 주주들 간의 문제일 뿐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이후 누적된 판례에서도 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만 개별 주주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액주주들은 물론 학계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상법개정을 통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위무'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져왔다. 이용우 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는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정부도 이에 화답하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주식시장을 활성화 하려는 의지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목소리가 맞물리는 모양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에서 “주주의 권리 행사가 보호·촉진되고, 모든 주주가 합당한 대우를 보장받는 기업 지배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쪼개기 상장' 같이 특정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례가 여전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는 이에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사가 주주들에 이익에 충실할 경우 공격적이고 장기적인 투자 집행이 어려워져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사에 대한 불필요하거나 악의적인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에서 이 같은 논란에 '배임죄 폐지'의 당근책을 꺼냈지만. 재계에서는 이를 맞교환 할 성격은 아니라는 '불가' 입장이다. 재계의 우려에 대해 조금만 생각해보자. 재계에서는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투자 의사결정에서 비효율적이라 불필요하고, 소송 남발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는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다. 프랭크 이스터브룩 미국 연방법원 판사와 다니엘 피셀 교수가 쓴 저서 '회사법의 경제학적 구조'에서는 '회사법의 목적은 회사 가치의 극대화'이며 '기업과 주주에게 최적인 것은 사회 전체 관점에서도 최적'이라고 분석한다. 어느 곳에도 '기업의 총수나 경영자의 최적'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투자의사 결정에 무조건 반발하거나, 회사의 이사를 괴롭힐 목적으로 소송을 남발하는 것이 걱정돼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배재하는 것은 지난 산업화 시대에 고속성장을 위해 과감하고 신속한 '가부장적인 리더십'이 필요했던 지나간 시대의 논리일 뿐이다. 실제 선진 자본시장인 미국에서도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인정한다. 그럼에도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을 꾸준히 유지하며 새롭게 배출하고 있다.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기업의 오너나 경영자의 사적이익에 대해 충돌할 뿐이지, 경영상 판단이나 모험적 투자를 원칙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짓밟히는 현장은 다수의 코스닥 상장사 주주총회에 가면 극적으로 목도할 수 있다. 지분을 10% 남짓 가지고 이사회를 장악한 경영자가 90%가 넘는 소액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의를 해도 뚜렷히 막을 방법이 없다. 경영자가 고른 의장이 회사라고 착각하는 '오너의 이익'을 위해 의사봉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를 장악한 경영자는 회사의 자산인 건물을 저가에 매각하고, 불필요한 부동산을 고가에 매입하는 등 편법으로 자산을 빼돌리기도 하다. 전환사채(CB)를 꺾기로 남발하며, 영업손실 상황에서 이사의 보수를 증액하지만 회사의 주인인 주주는 이를 저지할 뚜렷한 방법이 없다. 경영상의 판단 앞에서 막히는 것이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선진 자본시장으로 진입을 노리는 지금의 대한민국의 위상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언제까지 파이를 키운다는 목적으로 경영자나 오너의 사적이익까지 눈감아줘야 하는가. 김현우 기자 kimhw@ekn.kr

[김병헌 칼럼]이재명 당대표 연임...과연 국민을 위한 결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24일 연임을 위한 당 대표 사퇴에 대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임 이야기를 하면 웃어 넘겼는데, 지금은 웃어 넘길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된다"며 “국민의 입장에서 대한민국 정치에 더 바람직한지를 우선해서 개인적 입지보다는 전체를 생각해서 한 것"이라고 밝힌다. 앞서 일주일전인 지난 17일 민주당이 '셀프 연임'을 위해 '대선 출마 당 대표는 1년 전 대표직 사퇴해야 한다'는 당헌 규정에 예외 조항을 마련하기가 무섭게 연임 의사를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다. 이 대표의 연임과 대선 가도에 장애물을 없애고, 차기 대선 직전까지 당 장악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그런데 이 대표 본인은 '위민론' '정국 위기론' 등을 자신의 연임 불가피를 뒷받침하는 논리로 내세운다. 당대표 연임과 국민을 위하는 일이 어떤 관계인지 당혹스럽다. 22대 국회 개원이래 이번 연임 결정까지의 이 대표 행보는 정국위기 해결 의지나 민생 살리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민주당은 국민 생활 안정이나 국가 경쟁력 제고, 국가안보 강화 등 핵심 현안은 뒤로 한채 오로지 행정부 무력화,사법부에 대한 압력 행사, 공영방송사 장악 등에만 몰두해왔다는 지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주장처럼 거야의석을 개인 사법리스크 방탄에만 활용해왔다는 대목을 차치하더라도 의아할 따름이다. 이 대표가 연임하면 대선 출마를 위한 '이재명 일극 체제'의 마지막 단추를 채우게 된다. 당무와 국정을 책임 있게 이끌고 평가받겠다는 뜻일 수 있다. 하지만 '이재명 일극주의'에 대한 우려를 무겁게 직시해야 한다. 국내 언론들은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해 '이재명 일극주의'로 표현한다. 민주당 현실도 당사자들은 부인할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은 그렇게 보고 있다. '양극체제'라는 말은 국제정치학에서 두 국가가 주도하는 국제질서를 말한다. 그러면 '이재명 일극주의'는 이재명 한사람이 민주당을 주도 즉 좌지우지한다는 얘기로 귀결된다. '일극주의 우려'는 자칫 민주가 사라지면 독재체제로 가게 된다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이 대표 스스로는 이를 경계하고 있을지 모르나 연임 결정 전후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옹폐(壅蔽)'라는 말이 333회나 나온다.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지도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일을 일컫는 말이다. 왕은 이를 경계하라는 의미에서 등장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2차 세계대전이후 영국수상 처칠이 냉전시대를 '철의장막'으로 언급한 뒤에는 옹페와 같은 뜻으로 '인(人)의장막'이라는 표현이 정치권에서 사용된다. 성군(聖君) 세종도 옹폐를 피하기 위해 어전회의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신하들이 마음속에 있는 진실된 말을 다 하게 했고 자유토론을 권장했다. 또 왕 앞에서 머리를 숙이거나 땅에 엎드리지 말고 곧은 자세로 얘기하게 했다. 그래도 안되면 속말 꺼내기를 거의 강요하시피 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요즘 민주당에서는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이재명 대표 시대" “이대표와 승리의 선봉에"등 당 대표를 독재군주 떠받들 듯 하는 표현이 스스럼없이 나와 옹폐가 걱정스럽다는 얘기다. 이 대표의 의도와 무관하게 일극체제 하에서 노골적으로 이뤄지는 충성 경쟁이 과연 국민을 걱정하고 국가를 생각하고 공당을 위한 진심만을 담고 있을까? 마땅한 비명계 당권 주자가 없는 8월 전당대회 최고위원 레이스도 이미 '명심(이 대표 의중) 경쟁'으로 흐르는 양상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이 가능할까. 민주당의 지난번 총선의 압도적 승리는 민심이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엄중히 심판하고, 제1야당에 힘을 실어준 결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재명 민주당의 행태는 당과 국회에서 일방 독주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오만하다는 소릴 듣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대북 불법 송금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의 탄핵을 진행하며 이들을 국회로 소환해 조사까지 하겠다고 한다. 민주당은 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바닥을 기는 데도 민주당 지지율이 미동도 않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연임을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라고 공격하는 것에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그러면 이 대표 본인은 어떤가. 연임 도전을 과연 국민의 입장에서 결정한 건지 다시 생각해봤으면 한다. “이 대표의 발언은 신뢰가 안 간다"는 적지 않은 정치권의 지적과 같은 선상에서 묻고싶다. 대통령까지 직진하시라는 충성경쟁의 입발린 좋은 애기만 듣고 연임을 결정한 것은 아닌지. 한때 당 대표 사퇴 시한 관련 당헌·당규 개정을 사실상 유보하자했던 제안의 진심이었는지. 사법리스크를 방어하는 데 당 대표 지위가 도움이 된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은 아닌지. 특유의 사이다 화법으로 명쾌하게 조목조목 반박할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관련 제3자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되며 총 11개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이다. 대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고, 하급심에서 유죄만 선고돼도 '헌법 제84조'(대통령 재직 중 불소추특권 적용)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공당이 다양성·포용성이 사라지고 한 사람의 뜻대로, 그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대선에도 결코 도움이 안된다. 착시와 착각은 오만에서 비롯된다. 측근들이 둘러친 장막의 존재 여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병헌 기자 bienns@ekn.kr

[데스크 칼럼]인구감소 시대, 생쥐 실험의 교훈

어쩌다 이렇게 됐나. 반만년 동안 온갖 외적의 침입에도 굴하지 않았던 한민족이다. 그런데 이제 '사라져가는 나라'가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명대에 그쳤다. 두 집 건너 한 집이 아이를 낳을까 말까 하는 시대다. 우리나라 인구는 100년 후인 2122년 쯤엔 지금의 절반도 못 되는 2000만명대를 밑돌 전망이다. 1968년 미국 정신건강연구소 존 칼훈 교수가 실시한 '생쥐 실험'은 그 원인을 직관적으로 제공해준다. 가로-세로 약 210cm의 상자에 생쥐 한 쌍을 넣어 두고 충분한 음식과 물을 계속 제공했다. 어떤 천적도 없고 스트레스가 사라지자 개체 수가 무섭게 불어났다. 그런데 600일 후 2200마리까지 늘어나면서 서식 환경이 악화되자 갑자기 증가세가 멈췄다. 최대 3800마리까지 살 수 있어 아직 여유가 있었음에도, 생쥐들이 생식을 멈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답은 '과밀'과 '경쟁'이었다. 개체수가 늘어나고 서식 공간이 비좁아지면서 짝짓기 경쟁이 치열해지자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다쳐서 죽는 쥐들이 늘어났다. 알파 수컷, 즉 힘이 세 여러 마리 암컷을 거느린 쥐들마저 다른 쥐들의 공격에 대비하느라 생식을 멈췄다. 특히 암컷들이 양육을 포기하고 자신만 돌보는 등 모성애가 사라졌다. 더 놀라운 것은 서서히 개체수가 줄어들어 다시 여유가 생겼는데도 같은 행동 양태가 지속됐다는 것이다. 무기력해진 젊은 생쥐들은 더 이상 짝짓기를 하려하지 않았다. 과밀과 경쟁에 적응한 쥐들이 본능적으로 번식을 중단한 것이다. 이 땅의 2030 세대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실험 결과다. 실로 끔찍한 일이다. 지난 10여 년간 정부가 수백조원의 돈을 쏟아 부어 출산율을 늘리려 해도 도무지 통하지 않았던 이유가 단숨에 설명된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숨막힐 듯한 과밀과 경쟁에 지쳐 아이를 낳아도 제대로 키우기는커녕 생존이 위협받게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일부에선 현재의 저출산·고령화를 걱정할 필요 없다는 주장도 있다. 개인의 선택이므로, 사회를 개조하고 과학기술을 활용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그러나 괜히 해외 석학들이 한국의 인구 감소를 보고 “망했다"고 한탄하는 게 아니다. 국방 분야만 보자. 동원 가능한 현역 군인 숫자가 10만명대로 줄어들면 휴전선 방어 조차 힘들어진다. 당장 고령자들의 노후도 큰 문제다. 엄청난 복지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다. 젊은이 10명이 벌어 들이는 돈으로 100명의 고령자들을 먹여 살리는 사회가 도래한다. 더 이상의 자본 축적이나 사회 발전은 불가능하다. 이대로라면 한국의 잠재적 경제성장률은 2040년 이후 마이너스가 된다. 주택 제공이나 수당 지급 등 경제적 인센티브도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다.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될 뿐 추가 출산 유인책이 될 지는 의문이다. 구조적이고 원천적인 치유책이 필요하다. 생쥐 실험에서 봤듯, 과밀 해소와 지나친 경쟁의 완화가 핵심이다. 무엇보다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해야 한다. 반도체 등 주요 산업단지·교육 기관들을 과감하게 지역으로 이전해 네트워크화함으로써 '비좁은 공간'을 넓혀 줘야 한다. 2030세대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워라벨을 보장해주고 비정규직·임시직 위주가 아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엄마들이 경력단절을 걱정하지 말아야 하며, '몰빵 육아'도 지양해야 한다. 지나친 사교육을 없애고 효율·평등의 두 마리 토끼를 잡도록 교육 체계를 전면 개편하자.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제도를 만들고 초고령화에 맞도록 복지 제도를 개편해 인구 감소·초고령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다들 '뻔한' 얘기인 것 같다구? 그렇게라도 해야 '생쥐 꼴'을 면할 수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데스크 칼럼] 기싸움 놀이만 있는 정치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달 초 취임 2주년 간담회에서 취임 이후 기억에 남는 일화 중 하나로 새마을금고 뱅크런 위기를 꼽았다. 남양주동부 새마을금고가 수백억원대 대출채권 부실로 흡수합병이 결정되자 불안감에 예적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몰리며 '뱅크런' 사태가 벌어진 게 불과 1년 전이다. '2023년 6월 16일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가 화도새마을금고로 새롭게 출발합니다'라는 문장은 그동안 가려져 있던 새마을금고의 문제점에 대한 새 출발이었다. 새마을금고의 소관부처가 행정안전부이기 때문에 금융위원회가 관할하는 다른 상호금융기관과 달리 감독, 관리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이때쯤 제기됐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우려는 사라질지언정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무엇보다 21대 국회에서 새마을금고법 개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된 점은 패착이다. 개정안들은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적정한 운영을 위해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을 단임제로 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이 부실금고 또는 부실우려금고를 지정하는 한편,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전무이사 및 지도이사를 경영대표이사로 통합하는 내용들이 담겼다. 결국 해당 개정안들이 폐기되면서 제2의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를 방지하고,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새마을금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들은 미완성 상태로 남았다. 새마을금고법안 외에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등 각종 금융 법안들도 여야의 정쟁 속에 빛을 보지 못했다. 가히 역대 최악이라는 딱지가 붙은 21대 국회다운 모습이다. 이 중 예금자보호 한도를 현행 5천만원에서 1억으로 상향 조정하는 예보법 개정은 금융소비자 보호, 금융시장 안정성 제고 측면에서 중요한 법안이다. 그러나 각 법안에 대한 실효성, 미비점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제쳐둔 채 여야가 오로지 당리당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제는 금융산업이 아니라 나라의 앞날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게다가 22대 국회에서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법안이 또다시 발의된 것은 대화를 할 필요성조차 잃게 만든다. 금융산업을 자신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도구로 전락시킨 것은, 야속하게도 국민들이 뽑은 국회의원이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이슈가 생기면 정치탄압이라며 본질을 호도하고, 국민들을 방패로 이용하며, 정치가 아닌 치(治)에만 급급한 이들은 다른 나라에 있지 않다. 이런 와중에 에너지경제신문이 전 국민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 여론조사 결과는 우리 정치권에 묵직한 메시지를 남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9주 연속 30% 초반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34.5%, 민주당은 35.6%였다.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1%포인트 안팎에 불과했다. 이를 본 누군가는 또 의기양양할 것이다. 총선 승리에 이어 여전히 국민들이 자신들의 모든 행보를 쌍수를 들고 지지해주고 있다고 낯뜨거운 자화자찬을 할지도 모른다. 가히 초연결 시대임에도 국회와 국민은 연결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들조차 살기 위해서라면 경쟁사와의 협력도 마다하지 않는 게 요즘 시국이다. 자국 기업들과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하루가 다르게 주판알을 튕기고, 국가 간 지켜야 할 불문율을 깨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게 이웃나라들이다. 가뜩이나 나라 안팎의 경호가 삼엄한데 똘똘 뭉쳐 경제위기 극복과 민생정책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자칭 우리나라의 최고 엘리트라고 자부하는 나랏님들은 여전히 정치적 공방과 의미 없는 소모전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동물국회, 식물국회는 있는데 일하는 국회는 없다. 이상한 놈, 나쁜 놈은 있는데 좋은 놈은 없다. 지금 국회의 현 주소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데스크칼럼]전공의 사직으로 살펴본 개인 자유의 한계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수련병원을 떠난지 100일이 지났다. 현재 전국 211개 모든 수련병원에서 근무중인 전공의는 973명으로 전체 1만3766명의 7.1%에 불과하다.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떠나자 대한민국 종합병원 의료체계 실태의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났다. 그동안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해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와 장시간 근무에 내몰린 전공의에 의존해 병원을 운영해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의료계와 정책적 협의 없이 내년 의대정원을 올해보다 1497명 늘어난 4610명으로 확정하고 수도권(1326명)보다 비수도권(3284명)에 2.5배 많게 배정했다. 앞으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국면은 장기전 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역의료 붕괴를 막고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부문의 인력충원을 위해서 의대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해왔다. 그리고 내년 의대 입시 전형에 반영했다. 이 가운데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과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두고 전개되는 법적 논쟁을 살펴볼 이유가 충분해졌다. 이번 사태로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명령 사이에서 가치판단을 통한 보다 성숙한 자유시민으로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한민국 헌법 15조에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적시되어 있다. 이는 직업을 그만둘 자유도 포함돼 있다고 할수 있다. 전공의들의 사직서는 현재 피교육자 신분으로 다니던 수련병원을 그만 두겠다는 의사표시다. 집단 휴업이나 휴진, 파업과는 결이 다른 행위이다. 반면 의료법 제59조 2항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제59조 3항에는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없이 제2항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고 적시되어 있다. 정부는 의료법 59조에 근거해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을 내렸고, 수련병원에는 '사직서수리금지명령'을 내렸다. 이를 두고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대상자가 아닌 '자유인'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은 초법적 행위라는 비판과 정부의 정당한 행정조치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현재 의료법상 보건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의 과중한 형사처벌을 받을수 있고, 면허정지나 면허취소까지 가능하다. 이와 관련,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907명은 지난달 초 의료기관에 '사직서 수리금지명령'을 내린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 심판 및 행정소송,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또 전공의 1050명은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에 대해서도 행정소송 및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이와함께 전공의 수련병원들도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지고 있다. 병원들은 보건복지부의 명령에 따라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아 전공의들은 취업규칙상 무단결근으로 처리되고 있고, 향후 징계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병원들은 의료체계 정상화에 대비해 지금이라도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해서 재계약을 준비하고, 정부를 상대로 오히려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 방해죄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물론 이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의료인에 대한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을 거둬들이고 전문가라는 특수성을 인정, 지역의료 붕괴를 막고 필수의료 체계 강화에 필요한 의료개혁의 '최대 공약수'를 뽑아 내는 것이다. 송영택 기자 ytsong77@ekn.kr

[데스크 칼럼] 최저임금 ‘1만원 벽’ 넘어서야 할때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21일 첫 전원회의 개최를 시작으로 '2025년도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최저임금 1만원 돌파'일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 시간당(시급) 9860원에서 최저임금위가 140원(상승률 1.42%) 이상을 인상하면 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어서게 된다.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대체로 '최저임금 1만원 돌파'를 전망한다. 근거는 먼저 2020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 추이에서 찾고 있다. 해당 기간에 가장 최저임금 인상액이 낮았던 때가 2021년도로 1.5%(130원) 오른 8720원이었다. 그러나 이때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장 극성을 부렸던 시기였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5년 기간인 지난 2017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모두 5년차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직전인 박근혜 정부에서 정한 2017년 최저임금 6470원을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마지막으로 정한 2022년도 최저임금 9160원을 비교하면 5차례에 걸쳐 총 2250원(상승률 41.6%)이 올랐다. 이같은 높은 상승률에도 문재인 정부가 공약했던 '최저임금 1만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3년에 걸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따른 중소기업 및 소상공업자의 경영 피해를 덜어주기 위한 고려가 작용했다. 또한, 팬데믹 직전인 문정부 초기 2018~2019년 2년의 최저임금 인상액이 1880원(상승률 29%) 올라 기업들의 저항감이 컸던 요인도 있었다. '최저임금 1만원 돌파' 전망론의 두 번째 근거는 고금리·고물가다. 금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전세계적인 방역재정 투입 흐름에 따라 한국은행도 2차례 0.75%포인트 내려 기준금리 0,50%를 기록했다. 그러나 재정 확장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수습하기 위해 미국을 필두로 재정 긴축을 위한 금리인상으로 전환하면서 우리나라도 2021년 8월부터 10차례에 걸쳐 총 3.0%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해 1월 이후 기준금리 3.5%를 계속 고수하고 있다. 특히, 전세대출금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에 처해 있다. 여기에 국제정세 악화와 이상기후에 따른 전세계적 곡물자원의 공급망 불안과 가격 급등으로 국내 물가마저 고공행진하면서 필수비용 증가에 따른 소득저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노동계는 당연히 이같은 실질소득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최저임금 1만원 이상 대폭 인상을 주장한다. 정부 역시 이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특히, 지난 4월 총선에서 참패한 여권은 민심 돌리기를 위한 경제난 해법을 찾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문제는 기업들의 선택지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소상공인이든 경영주들은 비용 증가를 가져오는 최저임금 인상에 거부감을 가진다. 지난 2010년 이후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에 참석한 사용자측이 최저임금 최초안에 인상을 제시했던 적은 2018년도 심의때로 당시 2.4% 인상안이 유일했다. 물론 노동계는 줄곧 1만원 이상을 요구하며 두 자릿수 인상률을 제시해 노사간 현격한 최저임금 시각을 전해 좁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결을 원하는 사용자위원과 최대치를 요구하는 근로자위원 간 평행선은 결국 심의 시한에 쫓겨 대부분 공익위원의 조정안으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공익위원안이 어느 쪽에 유리하느냐에 따라 사용자와 근로자 위원들은 표결에 불참하는 파행을 반복해 왔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1만원 돌파'냐 '1만원 저지'냐의 명분 다툼이 아니라 지난 1년간 임금노동자들의 실질소득이 얼마나 떨어졌느냐이다. 노동자측은 기업의 지속성장을 담보해야 하는 사용자측 입장을, 사용자측은 노동자들의 가처분소득 증가가 있어야 기업제품 구매(매출) 확대로 이어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진우 기자 jinulee6464@ekn.kr

[데스크 칼럼] 금투세 갈등과 개미의 심리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유예기간 종료 시점이 올해 말로 다가오며 또다시 폐지냐 강행이냐를 놓고 격론이 불붙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물론이고 정치권까지 참여한 논쟁은 “폐지해야 한다"는 여당·용산의 목소리와 “시행을 미룰 수 없다"는 야당을 중심으로 팽팽히 대립 중이다. 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에서 얻은 소득에 과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주식으로, 연간 5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개미투자자에게 수익금의 22〜27.5%의 세금을 원천징수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2020년 여야가 합의로 통과시킨 법안으로 지난해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025년 1월로 시행이 2년 유예된 상태다. 금투세를 둘러싼 찬반 주장은 유예기간을 거치고도 타협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갈등의 한가운데는 '소득이 있는 곳에는 과세가 있다'는 주장과 '금융시장의 붕괴'라는 공포가 충돌하고 있다. 금투세는 법인세를 내는 기관과, 현지에 세금을 내는 외국인을 제외한 개인투자자(개미)에게 세금을 집행한다는 점에서 '1400만 개미들' 다수의 분노를 불러왔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점은 지난 2019~2021년 사이에 주식투자로 5000만원 이상 수익을 올린 투자자는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지점에서 찬성론자들은 금투세가 시장의 폭락을 부르지도 않고, 과세의 공포 역시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 원칙적인 과세에는 동의하지만 금투세 시행으로 국내 시장에서 이탈할 자금 역시 고려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서 제기된 지적에 따르면 금투세로 인해 이탈할 자금을 대략 15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주장의 근저에는 대만의 사례가 있다. 대만은 지난 1989년 양도소득세 도입을 추진했지만 'TWSE 지수'가 한 달 만에 8700선에서 5600선까지 36% 가량 급락하는 충격을 겪었다. 당시 양도소득세 부과는 철회 됐지만 2013년 재추진했고, 이 역시 개인투자자의 반발로 2016년 철회된 사례가 있다. 야당 등 일각에서는 대만의 사례는 당시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았고, 정답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실제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일본 등 다른 선진자본시장에서 금투세의 일종인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문제는 우리나라도 이들처럼 금투세 시행으로 선진자본시장을 담보할 수 있냐는 점이다. 아직까지 현장의 목소리는 단 1%의 큰손 개인투자자에 세금을 물리는 세수 효과 보다는, 그렇지 못한 다수의 개인투자자의 심리적인 이탈을 우려한다. 일종의 '부자과세'라는 비판이다. 금투세 갈등을 지켜보면, 지난 정부의 종합부동산세가 오버랩 된다. 과세의 근거나 방식, 징벌적 세금 논란 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당시 종부세가 불러온 갈등이야기다. 당시 종부세가 부과되는 공시지가 12억원이 넘는 가구는 전체의 3% 남짓이었만, 해당도 안되는 대출 낀 자가 보유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지금 5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리지 못하는 수많은 개미들이 민감한 것 처럼. 금투세 갈등을 풀어가는데 더 중요한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환경에서 고전투구하는 개미들의 심리가 아닐까 싶다. 한번도 없었지만 혹시라도 생길지 모를 5000만원이 넘는 '개미의 달콤한 꿈'을 위해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노력 말이다. 이미 양도소득세 최고 22%(공제금액 250만원)를 내고도 서학개미들은 미국 주식에 올해 4조원을 투자했다. 이들은 금투세가 있는 선진자본시장 때문이 아니라 수익이 가능한 투자환경을 찾아 이동한 것이다. 김현우 기자 kimhw@ekn.kr

[데스크칼럼] 대통령 탄핵 ‘그림자’

생일 잔칫날에 재 뿌리는 것 같지만 짚고 갈 게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2주년을 맞았다. 그런 때 윤 대통령을 둘러싸고 불길한 기운이 드리우고 있다. 탄핵의 그림자가 그에게 어른거린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투표로 선출됐다. 그런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다. 이 시점에 탄핵이라니 무슨 소리냐 할 거다. 하지만 탄핵의 먹구름이 윤 대통령에 몰려오고 있다.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대통령 탄핵 경고가 잇달았다. 민주당의 원내 사령탑까지 공공연히 대통령 탄핵 엄포에 가세했다. 윤 대통령 취임 2주년 하루 전날이자 1년 9개월만의 기자회견 당일인 지난 9일 일이다. 강성 친이재명계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제까지 대통령실의 눈치만 볼 것이라고 생각하나"라며 “2016년 당시에는 야권 4당을 합쳐 170석 밖에 의석이 없었지만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의결을 할 때는 234표나 찬성이 나왔다"고 상기시켰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지금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지지율보다 낮다는 말이 나온다"며 “대통령실이 정신 바짝 차리고 국정 기조를 바꿔야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국정을 똑바로 하지 않으면 대통령 탄핵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사실상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10일 “채 해병 특검(특별검사)을 통해 해병대원 사망 사건에 윤석열 대통령의 관여가 확인되면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 으름장을 놨다. 단순히 말만 그런 게 아니다. 민주당 등 야권은 곳곳에 탄핵의 지뢰를 놨다. 해병대원 채 상병 사망 수사 특검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야권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게 대표적이다. 이 사건의 당초 수사 및 대응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격노설이 제기됐다. 수사 및 책임자 범위 축소 의혹에 윤 대통령도 직접 개입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관련 특검 추진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이 이런 지뢰들을 잘못 밟으면 언제든 탄핵 폭탄을 맞을 수 있는 위기에 놓였다. 야권이 바람을 잡고 불을 지피면 수사기관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는 채 상병 사건 수사를, 검찰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관련 수사를 각각 본격화했다. 현재 이들 수사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결과를 예단키도 어렵다. 윤 대통령에겐 검찰조차 믿을 수 없는 형편이다. 검찰은 자신의 친정이자 실질적으로 그가 수뇌부 인사권을 휘두르는 곳이 아닌가. 내 편이라 생각했던 검찰이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 권력 풍향에 민감했던 검찰 역사를 되돌아보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수사방향이나 타겟을 바꿔 윤 대통령을 겨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전해지는 검찰 내 여러 이상기류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오는 30일 임기를 시작하는 새 국회 상황도 녹녹지 않다. 민주당이 어떤 당인가.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원내 과반의석을 훌쩍 넘은 당이다. 사실 현재 민주당은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별로 없다. 새 국회 전체 의석 300석 중 민주당 의석만 171석이다. 조국혁신당 12석 등 야권이 개헌선(200석)에 불과 8석 부족한 무려 총 192석을 차지했다. 반면 집권 국민의힘 의석은 겨우 108석에 그쳤다. 개헌·대통령 탄핵 등 저지선(101석)을 가까스로 확보했다. 국민의힘 8석만 이탈해도 대통령 탄핵이 현실화할 수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쓰던 대통령의 법안 재의요구권(거부권)도 무력화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법안 거부권을 벌써 9차례나 행사하며 야당의 '입법 독주'에 맞서왔다. 그러나 야권이 원내 전체의석의 3분의 2인 200석을 넘기면 대통령 거부권도 단번에 무용지물이 된다. 국민의힘에선 대통령 탄핵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채 상병 특검법에 조경태·안철수 의원과 김재섭·한지아 당선인 등 4명이 이미 공개 찬성 의견을 밝혔다. 추가로 의원 4명만 더 찬성하면 채 상병 특검 도입도 가능하다. 대통령 탄핵을 실질적으로 몰아갈 수 있는 직접적인 단초가 마련되는 것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외부 공격을 막기 위한 방벽 쌓기와 함께 집안단속도 단단히 해야 할 판이다. 윤 대통령 탄핵은 야권을 유혹하는 요소다. 우선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로선 본인들의 정치 생명을 쥔 '사법 리스크'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현재 7가지 사건 10가지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입장이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받은 뒤 현재 항소심 선고를 앞뒀다. 윤 대통령 탄핵으로 차기 대선 일정이 앞당겨지면 이 두 사람에겐 대권 도전의 길이 더 넓어지거나 열릴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엔 국민의힘처럼 탄핵 역풍의 트라우마도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실패했다. 국회에서 다수 의석의 힘으로 밀어붙여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으나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기각 당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한 뒤 그 후폭풍으로 '한나라당' 간판을 뗐다. 당사도 허허벌판에 천막을 치고 그 자리로 옮겼다. 그 덕분에 정권을 교체하고 연장까지 했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오래 갔다. 전임 문재인 정권 때 많은 실정과 과오가 지적됐어도 탄핵의 '탄'자도 꺼내기 어려웠다. 반면 민주당은 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성공했다. '차떼기 정당'의 오명을 뒤집어쓴 보수정당을 천막 당사에서 건져낸 뒤 대를 이어 대통령에 오른 박 전 대통령을 대통령 자리에서 쫒아냈다. 민주당은 그 직후 정권 교체를 했고 그 기세로 '적폐청산 몰이'를 해 보수정권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탄핵 소추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은 세상을 뜬 지 15년이나 됐지만 지금 민주당에서 추앙받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그의 후광으로 자신의 사위까지 금배지를 달았다. 윤 대통령도 최근 돌아가는 사정이 심상찮다고 느낀 것일까. 무엇보다 최근 민정수석실 부활이 이를 반증한다. 민정수석실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고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의기양양하게 폐지했던 참모 조직이다. 당시 폐지 이유로 이 조직이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 등 사정기관을 장악하고 막강 권력을 행사하는 폐단을 보였다는 점을 내세웠다. 윤 대통령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겠다는 다짐이었다. 윤 대통령은 그런 민정수석실을 갑자기 복원시키면서 부활의 명분으로 민심 청취 기능 강화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자신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있다면 내가 풀어야지 민정수석이 할 일이 아니다"고 차단막을 쳤다. 윤 대통령의 이런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시기와 인선 결과를 보면 그렇다. 야권의 대통령 탄핵 거론과 특검 도입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데다 부활 민정수석을 본인과 인연이 있고 사정의 최일선 조직인 검찰 출신을 임명했다. 진짜 민심청취 만의 목적이라면 다른 방법도 있다. 예컨대 비서실장 산하에 민정비서관을 신설하든지, 기존 시민사회수석실을 확대 개편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구태여 민정수석실을 만들었다. 그 의도는 윤 대통령이 더 이상 말을 안 해도 일반 상식으로 보면 뻔한 것 아닌가. 앞으로 있을 수 있는 특검이나 탄핵 등 시도에 정면 대응하고 방어하기 위한 목적 말이다. 윤 대통령이 모처럼 가진 기자회견에서 보인 자세도 집권당의 총선 참패 이후 전개된 정국 상황을 반영한 것 같다. 취임 이후 처음 '사과' 표현까지 했고 소통·협치를 강조하며 몸을 낮췄다. 그러나 이런 방어적인 자세와 일상적이고 상투적인 대응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그간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입증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지난 2년 간 대부분 30%대에 머물렀다. 지난 대선 때 특표율 48.56%는커녕 40%도 넘기 힘들었다. 취임 2주년 지지율은 30% 안팎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었던 유권자의 절반이 돌아섰다. 윤 대통령은 삐끗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벼랑 끝 비상상황에 놓여 있다. 이럴 땐 반전을 이룰 수 있는 충격요법, 국면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은 답답한 선비처럼 한가하게 선문답이나 할 때가 아니다. 대통령은 있는 의혹, 없는 의혹으로 공격받는 자리다. 그런 자리에서 야권이 예리한 창으로 찌르는데 허술한 방패 만으로 당해낼 수 없다. 똑같이 날카로운 창으로 맞서야 진검 승부를 펼칠 적수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그렇다고 사정 권력을 남용해 상대를 제압하라는 건 아니다. 윤 대통령이 대범한 성격·스타일과 달리 결정적일 때 정치적 고비 극복과 난국 돌파의 승부수를 던지는 사례를 보지 못했다. 아마도 승부수로 성장하는 정치세계의 경험이 부족한 대신 논리와 이성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법조계에 오래 몸담은 탓일 것이다. 하지만 정치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다.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뭔가 대담한 결단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말하자면 특검 수용 카드 등을 고민해볼 수 있다. 그토록 떳떳하고 당당하다면 뭐가 문제인가. 국민 다수가 관련 의혹들을 궁금해 하고 이들에 대한 특검 수사를 원하지 않는가. 자꾸 '내로남불'을 얘기한다. 듣기 지긋지긋한 해명을 되풀이 하고 변명을 늘어놓는다. 선례가 없다거나 제도 도입 취지에 맞지 않다며 꾸물거린다. 그러면 국민들은 “그건 됐고. 그래서 어쩌겠다는 건데"라고 되묻는다. 의혹을 풀기는커녕 오해만 사고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눈덩이처럼 커질 뿐이다. 국민을 납득이나 이해하게 하는 대신 자꾸 화를 돋우고 분노하게 한다. 윤 대통령을 지켜줄 사람은 이제 국민뿐이다. 권성동·장제원·이철규 등 친윤석열 친위세력의 권력조차 눈에 띄게 줄지 않았나. 그들의 행보는 '윤핵관'으로 지목됐어도 '개국공신'이란 자부심으로 윤 대통령을 굳건히 지켜줬던 정권 초와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국민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존재다. 자식이 어떤 잘못을 했어도 배 아파 난 자식을 내칠 수 없다. 4.10 총선 결과는 국민이 잠시 윤 대통령에 사랑의 회초리를 든 것이다. 국민은 자신을 진심으로 모시고 섬기는 대통령을 푸근하게 안아줄 것이다. 윤 대통령의 중대 결단, 승부수를 보고 싶다. 구동본 기자 dbko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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