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장사’ 쏠쏠…트럼프 골드 카드, 2조 가까이 팔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부자 이민 프로그램인 '트럼프 골드 카드'가 지금까지 13억달러(약 1조9250억원)어치 팔렸다고 19일(현지시각) 밝혔다. 이달 10일 신청을 받기 시작한 트럼프 골드 카드는 1백만 달러(약 14억7000만원)를 내면 미국 영주권 혹은 체류 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전체 판매 금액을 봤을 때 지금까지 1300명 이상이 카드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표 행사에서 골드 카드와 관련해 “이제는 기업들이 카드를 구매해 인재를 미국에 데려와서 미국에 머물게 할 수 있다"며 “이 돈은 전액 미국의 부채를 줄이는 데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고용 지표가 악화한 데 대해선 연방정부 인력 감축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11월 실업률은 4.6%로 2021년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그는 실업률 지표에 대해 “우리가 전례 없는 규모로 정부 인력을 감축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지난 몇 달간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의 100%는 모두 민간 부문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 “불필요한 연방정부 일자리를 늘리기만 하면 실업률을 2%, 1%, 거의 0%까지도 낮출 수 있지만, 그런 일자리들은 사실 필요하지 않은 일자리들"이라며 “우리가 하는 방식이 국가를 위대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시리아 IS 대대적 공습…“복수 선언”

미국이 시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를 표적으로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군은 시리아 팔미라에서 지난 13일 발생한 미군 대상 공격에 직접 대응으로 ISIS(이슬람국가를 미군이 일컫는 명칭) 전투원, 인프라 및 무기 시설을 제거하기 위한 '호크아이 공습 작전'(OPERATION HAWKEYE STRIKE)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또 “이는 전쟁의 시작이 아닌 복수 선언(declaration of vengeance)"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미국은 우리 국민을 지키기 위해 결코 주저하지도, 물러서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오늘 우리는 적들을 추적해 죽였다. 다수를 죽였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계정에 “내가 약속한 대로, 미국은 (미군 살해에) 책임이 있는 살인 테러범들에게 매우 심각한 보복을 가하고 있음을 발표한다"며 “우리는 시리아내 ISIS의 거점들을 매우 강력하게 타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미국인을 공격할 만큼 사악한 모든 테러리스트들에게 경고를 보낸다"며 “당신들이 어떤 식으로든 미국을 공격하거나 위협한다면 이전에 당한 그 어떤 타격보다 더 강한 타격을 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미군의 보복 공격과 관련,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미 당국자를 인용, 미군이 전투기와 공격용 헬기, 대포 사격 등을 통해 무기 저장고 지역 및 작전 지원 건물을 포함해 시리아 중부의 IS 거점으로 추정되는 수십 곳을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미군의 공습 및 포병 공격이 시리아 현지 시간으로 20일 이른 오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군의 이번 IS 겨냥 공격은 헤그세스 장관이 밝혔듯이 지난 13일 시리아 중부 팔미라에서 야전 정찰에 나선 미군과 시리아 정부군이 갑작스러운 공격을 당해 아이오와 주방위군 소속 윌리엄 하워드 하사와 에드거 토레스-토바 하사, 미국인 통역사 아야드 만수르 사카트 등 3명이 숨진 데 대한 '보복'이다. 헤그세스 장관이 언급한 작전명은 숨진 미군 병사들의 출신지인 아이오와주의 별칭인 '호크아이주'(hawkeye state)를 따라 명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병사 등에 대한 공격의 주체를 “시리아 정부가 아니라 ISIS(미군이 '이슬람국가'를 일컫는 명칭)였다"며 강력한 보복을 예고해왔다. 헤그세스 장관 역시 “세계 어느 곳에서든 미국인을 표적으로 삼으면, 미국이 추적하고 찾아내 무자비하게 살해할 것임을 알면서 짧고 불안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시리아에서 미군 병사가 사망한 것은 지난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하고 아흐메드 알샤라 대통령이 새로 정권을 잡은 이후 처음이었다. 아직 어느 단체도 이번 사건을 저질렀다고 주장하지 않고 있으나, 미 국방부와 정보 당국자들에 따르면 IS가 가장 유력한 배후로 꼽히고 있다. NYT에 따르면 미군 당국자는 이번 공습이 지난 7월 이후 시리아 내 IS 잔당을 비롯한 테러 조직원 제거를 위해 수행된 약 80차례의 작전을 기반으로 한다고 전했다. 중동에서 미군 작전을 총괄하는 중부사령부는 이번 주 성명에서 지난 1년간 IS가 미국 내 표적을 상대로 최소 11차례의 공격 모의나 공격을 부추겼으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 6개월간 작전을 통해 반군 119명을 체포하고 14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달 미군과 시리아 보안 요원들은 시리아 남부에서 15곳 이상의 IS 무기 은닉처를 찾아 파괴하는 작전을 수행, 130개 이상의 박격포와 로켓, 다수의 소총, 기관총, 대전차 지뢰, 즉석 폭발물 제조 장치 등을 찾아냈다고 중부사령부는 덧붙였다. 아울러 미군 병사 피격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는 시리아와 이라크의 IS 표적에 10차례 공격을 감행해 2명의 반군을 제거했으며, 더 중요하게는 이들 작전을 통해 정보를 복구함으로써 미 분석관들이 이날 공습 대상으로 선정된 표적을 찾고 정밀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미 당국자는 NYT에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U, 우크라에 156조원 ‘무이자 대출’ 합의…“러 배상금으로 상환”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우크라이나에 총 900억유로(약 156조원)에 달하는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우크라이나 지원 자금을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한 '배상금 대출' 방식으로 마련하자는 독일 등 진영의 의견과 유럽 공동 채권 발행으로 해야 한다는 벨기에 등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해 첫날 합의가 불발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심야 극적 타결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9일(현지시간) 새벽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2026∼2027년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900억유로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며 “우리가 한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합의 내용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더 언급하지는 않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EU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대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메르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900억 유로의 무이자 대출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이 자금이 향후 2년간 우크라이나가 군사 및 일반 재정 수요를 충족하는 데 충분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츠 총리는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배상금을 낼 때까지 유럽 내 러시아 자산 동결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배상받을 때만 EU로부터 받은 무이자 대출을 상환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EU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EU 내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2100억 유로(약 363조원)를 담보로 삼아 향후 2년간 우크라이나에 900억 유로(156조원) 규모 대출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러시아 동결 자산을 사실상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전쟁 자금 부족에 직면한 우크라이나를 돕자는 구상이다. 이는 러시아가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에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할 것이란 전제를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다. 다만 EU 정상들이 이번에 합의한 900억 유로 대출은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하지 않고, EU 자체 예산을 담보로 빌려주는 돈이라고 AFP 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그간 독일을 필두로 폴란드, 스웨덴, 네덜란드 등은 유럽 납세자들이 부담을 지는 대신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같은 취지로 “오늘 돈을 낼지, 내일 피를 흘릴지 선택해야 한다"며 유럽 지도자들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러시아 동결 자산 대부분을 보관하고 있는 벨기에는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EU 회원국에 묶인 러시아 자산 2100억유로 가운데 1850억유로(약 321조원)는 벨기에 중앙예탁기관 유로클리어에 묶여 있다. 벨기에는 향후 법적 분쟁과 러시아의 보복을 우려해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내어주자는 EU의 설득에도 완강한 거부 입장을 취해왔다. 러시아는 이미 유로클리어를 상대로 18조1700억루블(약 336조5천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유럽 은행들을 상대로도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당장 내년에 쓸 재정이 부족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EU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해 EU에 조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이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입지가 더 약해진다"이라며 “우리가 무기를 살 돈이 부족해질수록 푸틴이 우리를 장악하려는 유혹은 더 커질 것"이라고 EU를 압박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내란 극복하겠다”…李대통령 대선승리 연설, 美타임지 ‘100대 사진’에 선정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6월 대선승리 연설 사진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25년 올해의 100대 사진'에 포함됐다. 14일(현지시간) 타임지가 홈페이지에서 공개한 100대 사진 중 이 대통령의 사진은 지난 6월 4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서 대선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기 직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3일 치러진 제21대 대선 투표일 다음 날인 4일 새벽 여의도 국회 앞 연설에서 “여러분이 제게 맡기신 첫 번째 사명인 내란을 극복할 것"이라면서 사실상의 수락 연설을 했다. 100대 사진에는 지난 9월 3일 중국의 80주년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북·중·러 정상의 사진도 포함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베이징 톈안먼 망루에 올라 이목을 끌었다. 북·중·러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냉전 후 처음이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16명 사망’ 시드니 해변 총기난사…용의자는 50세 아버지·24세 아들

호주 시드니 해변 유대인 행사장에서 총기 난사로 16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이번 사건의 용의자 2명은 부자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 경찰은 시드니 본다이 해변 총격 사건의 용의자 2명은 50세 아버지와 24세 아들로 밝혀졌으며, 현재 제3의 용의자는 찾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의 구체적인 신원과 사건을 일으킨 직접적인 범행동기가 무엇인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용의자 중 한명의 이름은 나비드 아크람으로 알려졌다. AFP 통신에 따르면 호주 ABC 방송은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 이같이 보도하고 경찰이 시드니 교외에 있는 아크람의 자택을 급습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범행 현장 근처에 주차된 차량에서 사제 폭탄을 발견해 제거 요원들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 오후 6시45분께 시드니 동부 본다이 해변에서 열린 유대인 행사에서 무장한 남성 2명이 총기를 난사했다. 현지 경찰은 이들 용의자 2명 중 1명을 사살했으며, 다른 1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는 어린이 1명을 포함, 총 16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는 40명이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번 공격을 유대인 공동체를 고의로 겨냥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자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 정부는 호주 정부가 반유대주의를 방치했다며 맹비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연설에서 “반유대주의는 지도자들이 침묵할 때 퍼지는 암"이라며 “당신들(호주 정부)은 이 병이 퍼지게 놔뒀고 그 결과가 오늘 우리가 본 끔찍한 유대인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러면서 지난 8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에게 보낸 서한 내용을 다시 언급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당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검토하던 호주 등 여러 나라 지도자에게 “반유대주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일"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엑스(X·옛 트위터)에 “역사는 앨버니지를 이스라엘을 배신하고 호주의 유대인들을 버린 허약한 정치인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호주는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프랑스·영국·포르투갈 등과 함께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같은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대한 보상이자 반유대주의를 부추기는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도 이날 엑스에 “(이번 공격은) 지난 2년 동안 호주 거리에서 벌어진 반유대주의 난동으로 인한 결과"라며 “수많은 경고 신호를 받은 호주 정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적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E칼럼] 빌 게이츠의 방향 전환과 에너지 지정학

빌 게이츠의 기후변화에 대한 입장 변화가 화제다. 그는 지난 10월 28일 '기후변화의 혹독한 3가지 진실'이라는 자신의 글에서 기후변화는 인류가 멸망할 정도가 아님에도 인류 종말론적 시각이 단기 탄소 감축에 집착하도록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4년 전 그가 출간한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에서의 종말론적 입장과 반대되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방향 전환 이전에 또 다른 구루의 피벗이 있었다. 대니얼 예긴은 올해 2월 포린 어페어에 '문제에 직면한 에너지전환'이라는 글을 통해 전 세계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 생산량은 기록적 수준에 도달했지만 석유와 석탄 에너지 생산량 또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장기간에 걸쳐 전 세계 1차 에너지 믹스에서 탄화수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85%에서 2024년 80%로 크게 변하지 않은 상황을 두고 '에너지전환이 아닌 에너지 추가'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2022년 그는 뉴욕타임스 에즈라 클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러시아 화석연료 의존도 탈피를 위해 재생에너지가 기존 용량의 3배가 필요하다면서 재생에너지 경로 가속화는 서구 세계가 기억을 잃어버린 에너지 안보에 관한 것이라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급속한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느라 세계가 에너지 안보를 고려하지 않았고 에너지 비용과 경제성도 소홀했다고 말하면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2030년으로 앞당기려다 더 많은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 주장했다. 빌 게이츠와 대니얼 예긴의 입장 변화엔 포지션 정리라는 뚜렷한 공통점이 보인다. 빌 게이츠는 기후 문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던 게이츠 재단의 단계적 폐쇄와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기후정책 그룹 해체를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대니얼 예긴은 그의 재생에너지 관점을 통째로 바꿨다. 유럽은 더 많은 전력을 얻기 위해 천연가스보다 풍력에 의존할 것이며 재생에너지가 가장 우선순위에 있기 때문에 많은 양의 가스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지만 이후 신재생에너지가 '과도하게 설정'되면서 화석연료 투자가 줄어들어 에너지전환 목표를 낮추지 않으면 70년대 오일 쇼크보다 더한 에너지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 진단했다. 대니얼 예긴이란 이름이 없었다면 OPEC 관계자 말처럼 들릴 정도다. 빌 게이츠가 새롭게 관심을 두는 분야는 저소득 국가의 에너지와 식량 부문이다. 그는 이들 국가의 화석연료 프로젝트 자금지원 중단이 전 세계 배출량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이들 국가의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아프리카 대륙에 더 이상 에너지전환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천연가스와 석탄 프로젝트가 이들을 더 나아지게 할 것이라는 이유로 지원을 시사했다. 뉴스위크는 '다음 대형거래는 아프리카'란 장문의 기사에서 세계 핵심 광물 30%가 매장되어 있는 아프리카와 2,400억 달러의 무역 관계를 맺고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10년 전보다 투자와 대출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든 중국, 사헬지역 및 기타 아프리카 국가들에 안보 측면 지원의 한계가 뚜렷한 러시아를 제치고 미국이 아프리카의 영향력 확대와 더불어 전략 금속과 핵심 광물에 대한 접근권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빌 게이츠와 대니얼 예긴의 방향 전환은 기존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이 실패로 돌아갔으며 에너지 정책에 지정학 요소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트럼프의 '기후의제 사기'라는 표피를 걷어내면 미국의 '에너지 지배'를 통한 전 세계 영향력 확대라는 대전략을 마주할 수 있다. 유럽과 일본, 한국은 미국 LNG 수입을 확대할 것이고 아프리카의 자원을 두고 미국은 중국, 러시아와 경쟁할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는 넷제로 정책으로 영국이 미국의 가장 가난한 주보다 소득이 낮은 이유로 에너지 전환으로 2005년 이후 28%나 줄어든 에너지 소비 감소를 들었다. 세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더 많은 에너지가 경제적 번영'을 가져온다는 '에너지 추가' 내러티브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美국방 “모범동맹 한국에 특혜…자기역할 못하면 후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 등을 '모범 동맹'으로 지목하면서 동맹국들에게 방위비를 더 많이 분담하라고 촉구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6일(현지시간) 레이건 국방포럼 연설에서 이스라엘, 한국, 폴란드 등을 미국의 국방 지출 확대 요구에 부응한 '모범 동맹들'로 칭하고서 “우리로부터 특혜(special favor)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선 “국내총생산(GDP)의 3.5%를 핵심 군사 지출에 쓰고, 재래식 방위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달 13일 한미 정상이 발표한 공동 팩트시트 내용을 재확인한 발언이다. 반면 “집단 방위를 위해 자기 역할을 여전히 못 하는 동맹들은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헤그세스 장관 연설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전날 미국의 외교·안보 목표와 그 달성 방안을 큰 틀에서 제시한 국가안보전략(NSS)을 공개했다. NSS는 미국 본토와 서반구 방어, 인도태평양에서 대만 방어와 중국 억제를 우선순위로 명시하고서 이를 위해서는 동맹이 자기 지역의 방어를 주로 책임지고 집단 방위에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NSS는 미국이 유사 입장을 가진 동맹들과 '부담 공유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며 여기에 협력하는 국가들을 “상업적 현안에서 더 우호적인 대우, 기술 공유, 국방 조달"을 통해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연설에서 NSS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마땅하게 서반구와 인도태평양을 우선하는 동안에도 다른 지역에서 위협이 지속되고 있으며 우리 동맹들은 분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동맹들은 러시아를 마주하고 있고,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행동으로 위축되긴 했지만 여전히 중동에서 위협이며, 그리고 물론 한반도에는 북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위협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혼자 전부 대응할 수 없으니 동맹들이 미국에만 의존하지 말고 더 나서야 한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무임승차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맹의 안보 부담 공유가 “국가 방위의 핵심 요소"라고 말하기도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이 행정부는 중국과 안정적인 평화, 공정한 무역, 존중하는 관계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 국방부도 충돌 가능성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군과 “더 폭넓은 군 대 군 소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행정부의 접근 방식은 “지배가 아니라 세력 균형(balance of power)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강할 것이지만 불필요하게 대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동맹은 인도태평양에서 날로 강해지는 중국과 균형을 맞추는 데 충분히 강력한 태세를 갖춰야 한다면서 “우리가 말하는 인도태평양에서의 억제는 중국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중국이 우리나 동맹을 지배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대로 핵전력을 현대화하겠다면서 “미국이 다른 두 개의 주요 핵무장국(러시아와 중국)과 마주하는 세상에서도 핵 협박에 취약해지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 우리는 핵무기와 핵 투발 체계를 다른 나라와 동등하게 시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이 핵무기를 시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도 핵무기 시험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헤그세스 장관은 서반구 방어 전략을 설명하면서는 그간 미국이 '마약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공격해온 중남미 지역의 마약 카르텔을 과거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치른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단체 알카에다에 비유했다. 그는 “이들 마약 테러리스트는 우리 반구의 알카에다"라면서 “그들이 화학무기에 버금갈 정도로 치명적인 마약으로 우리 국민을 독살하는 한 우리를 계속해서 그들을 죽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는 지난 9월 2일 '마약 운반선' 공습에 대해서는 “난 그 공격을 완전히 지지한다. (지휘관이) 나였어도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은 지난 9월 2일 카리브해에서 마약을 운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격침할 당시 2명이 1차 공격에서 살아남은 것을 확인하고서는 다시 공격해 그들을 살해했다. 당시 헤그세스 장관이 작전을 지휘한 사령관에게 '전원 사살'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미군이 더 이상 싸울 수 없는 전투원의 처형을 금지한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한국, 2026 월드컵서 ‘멕시코·남아공·유럽PO 승자’와 한 조…죽음의조 피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개최국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한 조에 속했다. 나머지 한 팀은 유럽 플레이오프(PO) 승자다. 한국은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 PO 패스D 승자와 A조에 편성됐다. 유럽 PO 패스D에서는 덴마크, 북마케도니아, 체코, 아일랜드가 경쟁한다. 체코-아일랜드 경기 승자가 덴마크-북마케도니아 경기(내년 3월 26일) 승자와 맞붙어(3월 31일) 본선 진출 팀을 정한다. 한국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조 추첨 결과다. 스페인, 프랑스,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브라질 등 포트1의 우승 후보들을 모두 피하게 됐다. 또 포트3에서 FIFA 랭킹이 가장 낮은 남아공을 만나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다만 한국은 랭킹 15위인 멕시코와 통산 전적에서 4승 3무 8패로 뒤진다. 특히 월드컵 무대에서 두 차례 모두 한국이 졌다. 1998년 프랑스 대회 조별리그 1차전에서 1-3으로, 2018년 러시아 대회 조별리그 2차전에서 1-2로 패했다. 최근인 지난 9월 미국에서 치른 평가전에서 우리나라와 멕시코는 2-2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남아공(61위)은 한국과 한 번도 맞붙어 본 적이 없는 '미지의 팀'이다. 남아공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건 자국에서 열린 2010년 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남아공은 지금까지 3차례 월드컵 본선에 올라 한 번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아프리카 예선 C조에서 전통의 강호 나이지리아를 제치고 조 선두로 본선 티켓을 거머쥔 터라 쉽게 봐선 안 될 상대다. 유럽 PO 패스D 팀 중에서는 덴마크(21위), 체코(44위), 아일랜드(59위), 북마케도니아(65위) 순으로 랭킹이 높다. 이 중에서 북마케도니아가 살아남아 본선에 진출한다면 한국과 멕시코, 남아공 3개 팀이 모두 반길 만한 결과다. 한국의 경기 장소도 정해졌다. 한국시간 기준 내년 6월 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유럽 PO 패스D 승자와 1차전을 치르고, 19일 같은 곳에서 멕시코를 상대한다. 이어 25일 몬테레이의 BBVA 스타디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3차전을 벌인다. A조 팀들은 다른 나라를 오가지 않고 멕시코에서만 각각 3경기를 치른다. 경기 시간 등 세부 일정은 하루 뒤인 7일 오전 2시에 발표된다. 23번째 월드컵인 2026년 대회는 내년 6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16개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2002 한국·일본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로 복수의 국가에서 열리며 역대 가장 넓은 대륙을 아우르는 이번 대회는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돼 치러지는 첫 월드컵이다. 4개 팀씩 1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고 각 조 1~2위, 그리고 3위 중 성적이 좋은 8개 팀이 32강 토너먼트를 치러 챔피언을 가린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에서 6승 4무 무패로 승점 22를 쌓아 B조 6개 팀 중 1위를 차지하며 북중미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11회 연속이자 통산 12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르는 한국은 원정 대회 역대 최고 성적인 8강 진출에 도전한다. ◇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 결과(괄호는 FIFA 랭킹) ▲ A조 = 멕시코(15위) 남아프리카공화국(61위) 한국(22위) 유럽PO 패스D ▲ B조 = 캐나다(27위) 유럽PO 패스A 카타르(51위) 스위스(17위) ▲ C조 = 브라질(5위) 모로코(11위) 아이티(84위) 스코틀랜드(36위) ▲ D조 = 미국(14위) 파라과이(39위) 호주(26위) 유럽PO 패스C ▲ E조 = 독일(9위) 퀴라소(82위) 코트디부아르(42위) 에콰도르(23위) ▲ F조 = 네덜란드(7위) 일본(18위) 유럽PO 패스B 튀니지(40위) ▲ G조 = 벨기에(8위) 이집트(34위) 이란(20위) 뉴질랜드(86위) ▲ H조 = 스페인(1위) 카보베르데(68위) 사우디아라비아(60위) 우루과이(16위) ▲ I조 = 프랑스(3위) 세네갈(19위) 대륙간 PO 패스2 노르웨이(29위) ▲ J조 = 아르헨티나(2위) 알제리(35위) 오스트리아(24위) 요르단(66위) ▲ K조 = 포르투갈(6위) 대륙간 PO 패스1 우즈베키스탄(50위) 콜롬비아(13위) ▲ L조 = 잉글랜드(4위) 크로아티아(10위) 가나(72위) 파나마(30위)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미·러, 우크라 종전안 마라톤 협상 종료…“푸틴, 일부만 동의”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을 놓고 심야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제안한 종전안 중 일부만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AP,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러시아 대통령 집무실인 크렘린궁에서 시작된 양측의 협의는 5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이날 회동에는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등 미국 대표단이 참석했다. 러시아 측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외교정책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와 키릴 드미트리예프 특사가 배석했다. 양측은 회담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회담 종료 후 곧바로 모스크바를 떠났다. 우샤코프는 회동이 끝난 후 “푸틴 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의 대화는 유용하고 건설적이며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회담에서 미국이 제안한 종전안의 구체적인 문구보다는 그 틀에 대해서 논의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이번 회담 이후 평화에 더 가까워졌는지 묻자 우샤코프 보좌관이 “확실한 것은 더 멀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우샤코프는 “러시아와 미국 모두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합의된 사항은 그것"이라면서 “접촉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추가 논의를 이어갈 뜻을 강조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종전안에 대한 양측간 이견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어떤 부분은 합의할 수 있었고 푸틴 대통령은 이를 상대방 측에 확인했다"면서도 “다른 부분은 비판을 유발했고 대통령 또한 여러 제안에 대한 비판과 부정적인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샤코프 보좌관은 양측이 종전논의의 핵심 쟁점 중의 하나인 영토 문제도 논의했으나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면서, 이 문제에 관한 타협 없이는 해결책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8개 조항으로 구성된 종전안 초안을 만든 뒤 우크라이나 측의 의견을 취합해 20개 항목으로 축소된 수정안을 다시 작성해 이를 놓고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애초 종전안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돈바스 포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비가입 헌법 명기, 우크라이나 군 축소, 러시아 침공에 대한 책임 면제 등이 들어있었다. 사실상 러시아의 희망 사항을 모두 담아놓은 것이었으나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반발한 사안들은 삭제되거나 전쟁 당사국 정상 간 회담에서 논의할 사안으로 보류된 바 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번 회담에서 여러 버전이 논의됐다며 “처음에는 하나의 버전이 있었고 이 버전이 수정돼 하나의 문서가 아니라 조금 더 많은 문서가 생겼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급격히 확산하는 국제사회 반이민·반난민 정서

올해 영국의 현충일은 11월 9일이었다. 이날은 약 300만 명 이상의 영국군 사상자가 발생한 제1차세계대전 종전을 기념하는 엄숙한 날이다. 9일 행사에는 100세 이상의 제2차세계대전 참전용사들이 참석해 더 의미가 컸다. 이날 한 참전 노병이 영국 인기 아침 방송에 출연해서 한 말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현재 영국의 모습이 자신과 전우들이 전쟁에서 싸워 지켜낸 나라가 아니라고 했다. 이 100세 노병의 주장은 많은 영국인을 불편하게 했다. 이들은 늘어나기만 하는 이민자와 난민들 때문에 이제 영국은 과거와는 다른 나라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열린사회를 지향하며 이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특히 인도, 아프리카 등 과거 식민지에서 부족한 노동 인력을 조달하는 이민 정책을 시행했고, 이들은 제1, 2차세계대전 이후 동력을 상실한 영국 경제를 정상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줄지 않는 이민과 난민으로 정부 재정과 사회 복지가 위협받자 이에 반대하는 정서가 급격히 확대되었다. 영국이 경제적 타격을 감수하고 2020년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브렉시트(Brexit)를 단행한 이유도 이민 문제를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지지도 폭락에 시달리는 노동당 정부는 난민 관련 정책을 대폭 수정해 무조건적인 난민 지원을 중단하겠다며 화난 민심을 달랬다. 전형적 좌파 세력인 영국 노동당이 신념에 가까운 이민·난민 정책을 전면 개편하고 핸들을 틀어 급우회전했지만, 분노한 영국인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전 세계적인 반이민·반난민 정서 확산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격화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미국은 10월 29일 기준 불법체류자 52만 명을 추방했고. 지금까지 200만 명이 미국을 떠났다고 확인했다. 너무 과격하다고 비판받는 현재의 반이민·반난민 정책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보수적인 우파 미국민이 열정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유럽 최대 강국인 독일에서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2대 정당으로 부상했다. 반유럽, 친러시아, 반이민·반난민 등의 정책을 채택한 AfD는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으며 과거 나치즘의 망령을 연상시키는 극단적인 정치사상을 전파하고 있다. 헝가리, 이탈리아는 물론 전통적으로 가장 이민과 난민에 관대했던 스페인마저도 반이민 정책을 고려할 만큼 유럽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특히 2050년이면 아프리카와 무슬림 인구가 50억 명이 넘고 이들 중 많은 사람이 유럽으로 향할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하며 유럽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웃인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엔저 현상과 함께 일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관광지로 부상하며 2024년에만 3,687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을 방문했다. 이에 일본의 외국인에 대한 피로도가 급격하게 상승했고 동시에 반이민 정서도 확산했다. 신임 다카이치 총리가 최근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등 급발진하는 이유도 보기에는 중국을 견제하는 행동일 수 있지만, 깊게는 일본의 외국인과 외국을 기피하는 고립주의적인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반이민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조선족 70만 명을 포함해 110만 명 이상이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매우 높다. 최근 중국인 무비자 관광이 허용되면서 반중국인 정서가 급증하고 있다. 2025년 기준 한국에는 273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한국 체류 외국인은 계속 늘어날 것이며 이에 따라 한국인의 반이민 여론도 함께 확대될 것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경제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불법 이민과 난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세계 여러 나라는 이미 반이민·반난민 투쟁을 시작했다. 이를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극단적 국가주의, 전쟁, 환경, 자원 등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파괴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인식을 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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