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3월 30일(목)
[EE칼럼]에너지정책에서 정치거품 빼기

입춘(立春)과 경칩(驚蟄)이 지나 이제 봄이다. 곧 여름이 올 것이다. 당연한 시절흐름을 강조하는 것은 에너지걱정에 편치 않았던 겨울이 지났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스가격 급등-전기요금 추가상승- 가정 난방비용 등 에너지비용 동반 급등- 물가상승과 인플레 가중- 건전성장과 균형복지체계 붕괴라는 악순환이 에너지시장 불안정을 중심축으로 지속되었다. 그런데 세상사 걱정은 항상 끝이 있다. 유럽의 예상외 따뜻한 겨울날씨에다 각국 정부의 긴축정책 효과로 극심한 에너지 곤궁은 모면하였다. 특히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행태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 같다. 이에 선진 각국은 보다 미래지향적인 에너지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전략을 통해 세계질서 단극(單極)주도국 위치 강화를 꾀하고 있다. 에너지자립과 LNG수출시장 주도능력을 기반으로 반도체지원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확실한 세계 정치·경제 주도권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유럽(EU)도 러시아 악몽에서 벗어나 에너지·환경문제의 합리적 연계를 주도하고 있다. 이 달 채택된 유엔 ‘기후변화에관한정부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유럽의 적극적 기여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실용화능력과 막대한 희귀광물자원의 전략적 활용으로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다 러시아와 적극적 연계를 통해 미국과 양극(兩極)체재 구축을 노골화하고 있다. 일본은 시장경제원칙과 기술혁신 중시 체재 아래에서 느리지만 큰 혼란 없는 에너지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심지어 유럽 에너지위기의 원인 제공자인 러시아도 중국·중동과의 에너지연대로 경제파탄을 극복하고 광범위한 사회주의 연대체계 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걱정이다. 아직도 이념과잉 에너지정책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실패-정책실패의 폐해를 모두 국민 부담으로 전가하고 있다. 이에 관련정책의 보완은 다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백가쟁명(百家爭鳴)식 보완은 안 된다. 대부분 낡은 ‘경로 의존적(path dependant)’ 전략으로 큰 쓸모가 없다. 문제 진단과 분석, 그리고 대안 제시라는 과학적 전략 도출 원칙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에너지라는 재화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에너지는 그 자체가 가치를 가진 경우가 적다. 다른 재화·서비스의 가치를 키우는 중간투입재일 뿐이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에너지가격 하향 조정 이 외에 뚜렷한 위기해결책이 없다. 더 큰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목적에 활용된다는 점이다. 결과검증이 쉽지 않은 에너지문제를 정치이념의 합리화도구로 활용한다. 지지층 결집을 위한 ‘비(非)과학적’ 목표를 일단 제시하고, 장기 여건변동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한다. 이에 에너지시장은 시장왜곡의 상징이다. 정부-민간 간의 이기적 담합이 우려된다는 걱정이 많다. 이에 정부의 도덕적 권위를 강화하는 정책체계도입이 시급하다. 이런 맥락에서 공공 필수재인 에너지정책 체계구성에 공공선(共同善·Public Good) 개념도입이 요구되는 것이다. 공공선이란 인간 개개인의 존엄성 존중을 통해 다수의 삶의 질을 높이는 ‘윤리적인 시장경제’ 개념이다. 따라서 재화와 서비스의 단기 투입수준을 따지기보다 집단지성을 통한 중·장기적 공동체 구성 방법론과 사회적 후생 ‘거버넌스’ 조성에 치중한다. 인간은 공존적(共存的) 존재이기 때문에 공익보다 사익만을 지나치게 앞세우면 공동체 연대의식 붕괴와 함께 결국은 현존 문명체계 훼손으로 이어진다. 현실에서는 이미 바로 활용 가능한 공공선의 평가논리와 실행수단이 많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논리가 대표적이다. 기후변화 적응과 에너지 절약도 그러하다. 현행 인류문명은 지구온난화, 질병통제, 정보격차, 금융위주 구주확대에 따른 형평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모든 문제 해결에는 자본주의 한계를 극복할 투자와 규제의 복잡다기한 조화가 필요하다. 정부와 민간을 망라한 기술·조직·사회 혁신도 필요하다. 특히 느리고, 비효율적인 기존 정부정책 보완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정부의 시장개입에 따른 부정적 효과 감축 대책이 긴요하다. 투입-산출 효율검증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우리 정부가 공공선을 가치판단 기준으로 새로운 도덕적 권위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에너지정책 추진 체계도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를 통해 세계적 에너지 공급제약에 대비하여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차원의 기여와 희생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들에게 당장 ‘대가 없는’ 공익 차원 에너지 절약을 떳떳이 당부할 수 있다. 결국 도덕적 권위를 가진 정부만이 규제와 시장개입으로도 안 되는 ‘단기’ 에너지 문제,특히 요금 논란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손 쉬운 정치의 힘을 버리고 도덕적 권위를 찾는 정부를 보고 싶다. 정치화된 ‘자칭 전문가’들을 앞세운 정치개입의 합리화는 더욱 안 된다.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EE칼럼]배터리 핵심 원료 확보에 외교력 모아야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소재 확보 전쟁에 뛰어 들고 있다. 특히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의 핵심 광물인 리튬 수요가 덩달아 치솟고 있다. 에너지 전문 조사기관 블로버거 NEF에 따르면 지난해 60만t 수준이던 배터리용 리튬 수요는 2030년에 218만t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리튬은 수소, 헬륨 다음으로 가벼운 원소 기호를 갖고 있다. 밀도가 낮은 원소 중 리튬은 전기를 전달하는 전도성 좋은 금속이면서도 가벼운 게 특징이다. 리튬의 이런 성질 때문에 오늘날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탄생했고 전기차 시대를 여는 동력이 됐다. 리튬은 산업용으로는 유리와 도자기에 먼저 활용됐다. 유리에 리튬을 첨가하면 녹는점과 점도가 낮아져 가공이 수월해 진다.리튬은 도자기 강도를 높이고 유액 색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지금도 세계 리튬 수요의 약 15%가 유리와 도자기 산업에 쓰인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20여개 국에 부존 하는 리튬 매장량은 9800만t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31만t이 중남미에 매장돼 있다. 볼리비아가 2100만t으로 가장 많고, 아르헨티나(2000만t)와 칠레(1100만t)가 2,3위다. 멕시코(170만t)와 페루(88만t), 브라질(73만t)도 매장량이 적지 않다. 남미 이외 지역에서는 미국(2100만t), 호주(790만t), 중국(680만t), 유럽(592만t) 등이다. 최근 남미의 ‘리튬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와 멕시코, 브라질 등이 합세해 중남미 리튬 협의 기구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은 리튬 매장량이 많음에도 기술과 자금 부족 등으로 생산과 가공이 모두 부진해 보유한 매장량에 걸맞은 영향력을 누리지 못해 왔다. 특히 리튬 가공 분야에서는 중국이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리튬 처리 시설의 75%가 있는 중국이 사실상 글로벌 리튬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중남미 리튬 트라이앵글 지역이 세계 전체 리튬 매장량의 약 60%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염호 때문이다. 염호란 안데스 산맥의 융기로 육지에 갇힌 바닷물이 3만~4만년간 증발해 만들어진 소금 사막을 말한다. 소금 사막 아래엔 막대한 해수가 갇혀 있고, 1kg당 1.5g의 리튬을 갖고 있다. 휴대전화엔 리튬이 5g 들어가지만 전기차 배터리에는 60kg까지 들어간다. 따라서 세계 여러 국가들이 배터리 원료 쟁탈전에 뛰어 들고 있다. 미국 GM은 최근 캐나다 광산업체에 6억5000만달러(약 85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발표했다. 미국 네바다주의 태거패스 리튬 광산개발에 참여해 안정적인 배터리 원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GM은 이번 투자를 통해 중국 최대 리튬 기업인 간펑리튬을 제치고 리튬아메리카 최대 주주가 됐다. GM은 또 브라질 대형 광산업체 발레의 비철금속 부문 지분 10%를 인수할 계획이다. 발레는 브라질, 캐나다, 호주에 있는 광산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니켈, 코발트 등을 채굴하고 있다.국내 배터리 업체도 원료 확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달 LG화학은 미국 광산업체 피드몬트리튬으로부터 연간 5만t의 리튬 정광을 공급받기로 했다. 리튬 정광은 캐나다 퀘벡에 있는 NAL광산에서 채굴되고 있다. 리튬 정광은 리튬 광석을 가공해 농축한 고순도 광물로, 수산화 리튬을 추출할 수 있다. 포스코는 최근 호주 진달리리소스와 협약을 체결하고 미국에서 리튬사업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SK온은 지난해 10월 호주 광산업체 레이크리소스의 지분 10%를 확보하고, 고순도 리튬 23만t을 장기 공급받기로 했다.우리나라는 배터리용 핵심광물을 포함 첨단산업에 소요되는 광물의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중국에 편중된 공급망부터 다변화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수요 광물의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중 배터리 양극재 소재인 수산화 리튬 84%, 황산코발트 97%, 탄산망간 100%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음극재 소재인 천연흑연과 인조흑연은 각각 72%, 87%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전기차 모터의 핵심인 영구자석 네오디뮴도 86%를 중국에서 조달한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지속해서 해외 기업과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있지만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현재처럼 해외 자원 교류의 생태계가 많이 기울어진 만큼 정부가 나서 자원외교를 펼쳐 줘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자원부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교류가 성사되면 우리는 필요 광물을 얻고 상대국은 경제발전 기회를 얻게 돼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외교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E칼럼]후쿠시마에 대한 당연한 질문

지난 11일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지 12년이 된 날이다. 반핵단체는 부산 송상현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원전사고의 위험성을 부각하고자 했다. 또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에 대해서도 걱정과 우려를 짜내는 선동을 하였다.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SNS 등에 올리는 데도 열을 올렸다. 동일본대지진과 이에 따른 쓰나미 피해와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를 중첩시키는 방식의 선동이다."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2만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실은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가 2만 명이라는 말이 맞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없다. 이 둘을 합쳐놓아서 마치 원전사고 사망자가 있는 것처럼 오해하게 했던 것이다. 어떤 책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셀 수도 없다"’고 기술하기도 했다. 사망자가 없으니 그 수를 셀 수 없을 뿐이다. 그런데 원문은 사망자가 너무 많아서 셀 수 없는 뉘앙스를 준다. 그런 식의 선동적 말장난을 한다.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후쿠시마 오염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사고당시에는 그게 맞았지만 지금은 방사성 오염수를 알프스(ALPS)라는 다핵종 제거설비로 거른 처리수를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처리수의 방사성 물질 농도는 미미하다. ALPS 필터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의 농도도 대부분 음용수 기준에 부합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자 지금은 처리수 저장탱크의 바닥에 깔린 슬러지를 문제 삼는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한번 생각해봐야 할 당연한 질문이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당시에 전혀 걸러지지 않은 방사성 오염수가 매일 약 300만톤씩 해양으로 방류되면 그 영향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우리나라 100여 곳에 환경방사능 측정소를 설치해 놓고 실시간으로 환경방사능을 측정해 그 결과를 제공한다. 이는 만일의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상자료 등을 활용해 대피할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사고대응체제의 하나다. 그런데 이를 실시간으로 스마트폰 앱으로도 제공하고 있다. ‘실시간 환경방사능’으로 검색하면 찾을 수 있는 무료 앱이다. 이를 통해 관심 있는 지역의 실시간 환경방사능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환경방사능 측정장치는 제주도와 독도, 심지어 이어도에도 설치돼 주변국에서 방사성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측정된다. 또한 KINS 홈페이지에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해양표층수의 방사선량, 포획된 어류 등의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있으며 그 보고서를 인터넷에 제공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대량으로 방류된 방사성 오염수의 영향은 우리나라 해역에서 관측되었을까? 물론 측정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배출하겠다는 후쿠시마 처리수의 영향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혹자는 일본이 후쿠시마 저장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 말을 믿기보다는 의문을 가지는 것이 좋다. 일본 경제산업성과 동경전력의 홈페이지에는 상세한 정보가 이미 공개되고 있다. 그것도 한국어로 말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불행한 일이다. 재산상의 손실이 많았다. 사고당시 유출된 방사성물질을 처리하는데도 많은 비용이 들었고 지금도 원전해체에 많은 비용을 수반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그토록 전세계 언론을 도배하고 국민적 우려의 대상이었던 것에 비하면 사망자는 없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도리어 원전이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해 준 셈이다. 원전사고를 경험한 미국, 일본, 러시아는 원전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주종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후쿠시마는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완전히 파괴됐고 2만 명이 사망했다. 인근 오나가와시도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러나 오나가와 원전은 오나가와 시민의 대피소가 됐다. 우리는 2만여 명이 사망한 쓰나미는 두려워하지 않고 사망자가 없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더 두려워한다. 우리는 과연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몇 명이 사망했는 지, 2011년 사고당시 방류한 오염수의 영향이 우리나라에 나타났는지, 후쿠시마에서 방류하겠다는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의 양이 매년 빗물에 포함된 삼중수소의 양보다 많은지,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김성우 칼럼]기후변화 대응,답은 빅데이터에 있다

최근 들어 기후기술 분야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기후기술 관련 스타트업이 조달한 자금은 약 200억 달러로 2년 전인 2020년의 70억 달러에 비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글로벌 기후기술 투자도 2021년 370억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701억 달러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기후기술은 클린에너지, 탄소배출 감축, 자원순환 등 기후변화 대응 기술을 총망라하는 개념이다. 예상치 못한 우크라이나전쟁이 일어났고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기후 기술 투자가 이렇게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강한 시그널이다. 벤처캐피털 업계가 ‘기후기술은 경기침체에도 회복력이 크고 전망도 밝은 소수의 산업 분야 중 하나’라고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투자 기업 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작년 5월 국제 로펌인 White & Case가 세계 29개국 투자회사 및 에너지 기업 최고경영자 584명을 대상으로 향후 18개월 내에 어느 분야에 투자할 것인지 물었더니 42%가 ‘탈탄소·저탄소 기술에 투자하겠다’고 응답했을 정도로 기후기술에 대한 단기 투자 전망도 밝다. 기후기술 분야의 높은 성장성과 밝은 투자전망은 이 분야글로벌 싱크탱크인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이 뒷받침한다. 2050년 글로벌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술 중 50%는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거나 시장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기술이라는 분석이다. 즉, 재생에너지, 전기화, 에너지효율, 수소, 탄소제거 등의 기후 기술 중에서 절반은 아직 상용화 되지 않았으므로, 시장 선점 기회가 여전히 활짝 열려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선점하기 위한 국가간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미국은 작년 9월 산업 탈탄소를 기술개발과 연계하는 로드맵을 발표했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기술 가격을 낮추기 위한 보조금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생산단가가 kg당 5달러인 녹색수소의 경우 3달러를 IRA를 통해 지원받음으로서 실제로 2달러에 생산하는 셈이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의 약 80% 생산, 태양광 패널 소재의 97%를 공급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술 통제력을 갖춰 가고 있다. 일본은 자동차,에너지,화학 등 일본 기업들이 보유한 기후 기술 특허의 가치 상승으로 일본 기업 주식의 시가총액이 40%이상 오를 것을 탄소중립 선언 시점부터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법적 근거 및 체계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2021년 4월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촉진법’을 제정했고 올해 1월에는 향후 10년간 관련 부처의 R&D 정책 및 사업 추진방향을 제시하는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기본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부존 에너지가 없으면서 에너지 다소비 산업국가로 빠르게 성장한 아이러니 속에서, 그 성공의 결과물인 에너지 다소비 산업시설을 빠르게 탄소중립화 해야 하는 목표는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기업에게 대놓고 탄소중립을 강요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기업은 (탄소 감축을 강제하는 정책시그널 보다는) 투자자나 고객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탄소중립 이행 요구를 먼저 마주한다. 감축노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주주총회에서 이사선임을 부결시키는 주주가 등장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이 충분하지 않으면 납품계약을 하지 않는 고객사가 늘고 있다. 탄소중립을 이행해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1조30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녹색산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기후기술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단기 규제 시그널이 선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해관계자의 통일되지 않은 요구에 무작정 투자여부를 결정하기는 어렵다. 이럴 때 특허 빅데이터 분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체 기술 정보의 80%의 설명력을 갖고 있는 특허 데이터(현재 기후기술 특허 210만건)를 기반으로 논문이나 전문가 인터뷰 등으로 보완하는 특허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것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유망분야 선정, 핵심기술 파악, 접목기술 색인, 기술 벤치마킹, M&A Targeting, 기술 valuation 등에 활용하면 기후 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 수립과 및 투자의사 결정시 불확실성을 덜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특별기고] 포천 6군단 부지 첨단산단 유치 견인차

첨단 산단은 소위 ‘대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의 전방위적인 지원은 물론이며, 유치(誘致)만 하면 해당 지역은 수조~수십조 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5일 국토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국가의 미래 먹거리가 될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이하 첨단 산단) 후보지를 발표했다.현 정부 들어 첫 산단 유치이자 최대 규모로서 전국의 지자체들은 앞다퉈 ‘우리 지역’으로 모시기 위한 유치전을 뜨겁게 펼쳤다. 그 결실로 경기도에서는 용인시와 비수도권 14개 지역이 후보지로 선정됐다. 특히, 용인시와 같은 경우 2042년까지 국가로부터 약 300조 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비수도권 14개 지역 역시 각 지역의 미래 성장을 책임질 첨단 산단이 들어서게 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뜨거운 감자’에 포천시가 보이지 않는다. 유치전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물론, 첨단 산단 유치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도, 무조건 성공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성패 여부를 떠나 우리 시도 적극적으로 유치전에 뛰어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포천시에 과연 유치가 가능할까"라는 의견도 있다. 일견 틀린 말은 아니다. 첨단 산업이라는 것은 집적(集積)이라는 개념이 중요하고, 지금까지 경기북부는 이러한 첨단 산업에 있어 사실상 불모지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과연 정확한 데이터 분석에 따른 상황 인식인지 아니면 "경기북부는 어렵다", "포천은 안된다"는 식의 과거부터 내려온 막연한 패배주의적 인식에 기반한 것인지는 한 번 되짚어 봐야 한다.국가가 주도하는 대규모 첨단 산단 유치. 결코 어느 지역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그 어느 곳도 100% 확신을 갖고 도전하지 않는다. 그저 첨단 산단을 유치해야 하는 당위(當爲)와 치밀한 계획을 수립하여 유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뿐이다. 성패(成敗)는 그 이후에 일이다. 유치에 성공한 용인시를 비롯하여 고양, 남양주, 화성, 이천, 평택, 안성시가 모두 그런 마음가짐이었을 것이다.물론, 결과적으로 용인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실패했으나 필자는 이 지역들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한다. 지난(至難)한 유치 도전을 통해 경험을 쌓았고, 실패에 따른 값진 교훈을 얻었을 것이기 때문이다.향후 이 지역들은 이번 도전을 발판 삼아 또다시 첨단 산단 유치에 도전할 것이고, 경험이 없는 타 지역보다 분명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즉, 우리 시의 첨단 산단 유치가 더욱 요원(遙遠)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그렇기에 우리 시는 지금이라도 첨단 산단 유치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아니. 명운을 걸어야 한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포천은 반세기 동안 우리 시민들의 희생의 상징인 6군단 부지가 있기 때문이다.1950년대부터 6군단은 우리 시 중심부를 차지하며 도시를 두 동강 냈고, 우리 시민에게 군부대 주둔에 따른 각종 규제를 강요했다. 반세기 동안 이러한 희생을 감내한 우리 시민에게 이제는 ‘특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희생의 상징’ 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 6군단 부지를 이제는 ‘희망의 상징’으로 변모(變貌)시켜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아리스토텔레스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은 불확실한 가능성보다 항상 더 낫다"고 했다. 이제 우리 시도 실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한 걸음 한 걸음 첨단 산단 유치를 위해 묵묵히 나가야 한다. 그 중심에 6군단 부지가 있다.서과석 포천시의회 의장서과석 포천시의회 의장. 사진제공=포천시의회

[포천시장 특별기고] 포천, 인문도시로 가는 길

1970년대 이후 대한민국은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온 국민이 팔 걷어붙이고 산업화 일꾼으로 나섰다. 그 결과 세계가 놀란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고,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물질적 풍요를 이루게 됐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는 우리 것보다 서구의 선진 문물이 좋다는 인식을 만들어냈고, 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지는 원인으로도 작용하게 됐다. 특히, 서구 문화를 모방하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우리 전통문화와 가치관은 마치 부정적인 것처럼 인식되는 분위기까지 생겨났다. 급격한 산업화로 가치관과 사회 규범마저 혼란해졌고, 인간 소외현상은 가속화됐다. 이로 인하여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진정한 행복을 찾기 어려운 세상이 됐던 것이다.그런 가운데서도 아무런 대가 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을 돕는 의인들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에 우리는 모두 열광한다. 한편으로는 갑질과 테러 등을 당하는 사회적 약자를 보며 공분하기도 한다. 모두가 팍팍하기만 할 것 같은 세태 속에서 이런 정서적 공감대는 어떤 이유에서 만들어지는 것일까?과거와 단절된 것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내면 속에 우리 고유의 보편적 정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서로 소통하고 신뢰와 배려로 함께 사는 삶을 중시했던 인문학적 통찰, 사람다움이 넘치는 인문 공동체에 대한 기억이다. 따라서 현대사회의 인간소외 문제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거와의 단절을 회복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문 가치 중요성이 강조되는 과거의 좋은 전통을 되살려 ‘인간과 삶의 가치’를 회복하고, 이를 통해 현재 문제들을 극복하고 미래 우리 아이들에게도 아름다운 자산으로 남겨주어야 한다.소통과 신뢰를 기반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시민이 중심이 되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고, 모두 함께 행복하게 어울려 살기 위하여 사람과 사람을 잇는 품격 있는 인문도시 포천을 구현해야 할 것이다.‘인문’이라는 용어가 막연하고 시민 관심 밖일 수도 있지만, 우리 포천은 예부터 철학과 문학, 예술 등 지역에 많은 유-무형 인문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다. 시민과 함께 잠들어 있는 포천의 인문 향기를 되살리려 노력한다면, ‘품격 있는 인문도시 포천’ 구현은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다. 인문학은 모든 학문 기초가 되며, 사람에 관한 학문으로 결코 어려운 학문이 아니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기 위해서는 폭넓은 독서와 학습, 그리고 깊은 사색이 무엇보다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꼭 이 방식을 특정 지을 필요는 없다. 봉사활동을 통한 깊은 사색만으로도 인문학적 통찰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타 지자체의 시민인식 조사를 보면 다수 시민은 인문학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인문도시 조성 정책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나와 상관없는 학문이나 정책으로 여기는 사람이 더 많을 뿐이다. 충담사의 안민가 중 ‘군다이, 신다이, 민다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논어의 ‘君君臣臣 父父子子’ 구절을 원용한 것으로, 제각기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된다는 의미다. 틀린 게 아니고 다름을 인정하며 모두 각자 정해진 위치와 여건에 맞추어 인문학에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길을 가다 보면 인문지기도 하나씩 늘어날 것이고, 포천의 인문자산들은 ‘포천학’이라는 인문 향기를 내뿜게 될 수 있을 것이다. ‘품격 있는 인문도시 포천’ 구현은 결과를 정해놓고 시작하기보다 ‘시민이 과연 행복할까?’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한다. 또한, 눈앞의 가시적인 성과에만 치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소통과 신뢰를 중심으로 인문학적 통찰을 가진 시민 중심으로 스스로 만들어가는 ‘인간과 그 삶의 가치’ 회복을 중요시해야 한다. 또한 시민이 인문정책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나와 관련 있는 정책으로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시민이 원하는 참여형 인문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위해서도 자신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생활 밀착형 인문 프로그램을 보다 많이 개발하고 접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나아가서는 시민 개개인의 자발적인 인문 활동 참여와 소통, 그리고 자기표현의 장을 마련해 줌으로써 지역단위 인문 공동체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시민 스스로 조성하여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인문생태계를 구현해내는 것이 우선 목표인 셈이다.‘품격 있는 인문도시 포천’ 구현 사업은 이제 막 시작됐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없을지라도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듯 인내가 필요하다. 그리고 긴 여정의 어디쯤에선가 인문의 향기는 포천시민 삶 속에 스며들게 될 것이며, 비로소 인간성이 회복된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10년 후, 또는 20년 후. 인문학적 소통능력을 갖추고 서로 소통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포천시민들 모습을 상상해본다. 시민 누구나 인문으로 행복의 문을 여는 도시, 포천 미래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포천시장 백영현백영현 포천시장. 사진제공=포천시

[EE칼럼]값싼 에너지 잔치는 끝났다

작년 에너지 시장은 대혼돈 그 자체였다. 불과 3년 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폭락했던 에너지 가격이 2021년 하반기부터 급반전하더니 지난 겨울 지구촌 곳곳에서 난방비 폭탄이 터지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전전긍긍했다. 다행히 유럽에서 예상 밖의 따뜻한 겨울로 에너지 재고가 평년 수준을 웃돌며 최근 에너지 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 특히 중국 경제의 향방 등 불안 요소가 도사리고 있어 올해도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에너지비용의 증가는 곧바로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며 세계 경제를 옥죄고 있다. 실제로 최근 유럽중앙은행은 지난해 유럽 인플레이션의 약 50%는 에너지가격 폭등에 기인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비용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1970년대 오일쇼크로 경험했던 것처럼, 실업증가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 증가로 발생하는 수요견인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고약하다. 더 큰 문제는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이 만성화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금세기 인류 공통 의제가 된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탄소중립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는 구조적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첫째, 식량 가격 인상 발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다. 미국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1880년 이후 지구의 평균 기온은 10년마다 평균 0.08도씩 상승했고 1981년 이후에는 10년마다 0.18도 높아져, 지표면 온도는 이미 18세기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약 1.2도 높아졌다. 기후변화는 홍수, 가뭄, 혹한, 폭우 등 기상이변을 초래하며 식량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식량 가격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이유다. 둘째, 화석에너지 발 인플레이션(fossilflation)이다. 현재 전 세계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85%가 화석에너지다. 현대 문명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하루아침에 폐기할 수 없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등 서구를 중심으로 화석에너지 시대의 종말을 예고한 상태다. 그것도 2050년까지 화석에너지를 몰아내려고 한다. 탄소제로 즉,탄소중립 정책을 통해서다. 이 계획대로라면 화석에너지의 완전퇴출은 30년도 남지 않았다. 화석에너지 개발 투자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어 공급능력은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현실은 목표와 달리 화석에너지 수요를 극적으로 줄이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수급불균형이 만성화되어 화석에너지 가격은 수요의 지속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 지난해 전 세계가 경험한 에너지 위기가 그 예고편이다.셋째, 친환경 발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다. 전 세계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에너지의 전기화와 전기 생산의 무탄소화로 특징지워지는 그린화에 이미 돌입했다. 전기차와 재생에너지는 그린화를 이끄는 대표적 녹색기술이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약 6배 많은 광물이, 해상 풍력발전은 가스 복합발전에 비해 7배 많은 구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주요 광물 가격 인상 발 인플레이션이 예상하는 이유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리튬 가격이 과거 5년 평균 대비 5배 이상 폭등한 현상이 그린플레이션의 전주곡이다. 화석에너지에 의해 지탱되던 저비용 에너지 시대가 저물고, 고비용 에너지를 감내해야 할 탄소중립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국가별로 정도의 차이만 있을 탄소중립의 흐름을 피할 도리는 없다. 특히 주요 광물 자원은 물론이고 재생에너지 자원 마저 빈약한 우리나라는 화석에너지 시대에 이어 탄소중립 시대에서도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에너지 비용을 부담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시대에 대응하는 방법은 고비용 에너지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길 밖에 없다.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의 적자로 지탱되는 에너지가격 인상 억제와 같은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으로는 고비용 에너지 시대를 넘을 수 없다. 이제 값싼 에너지 잔치는 끝났다고 선언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비용 에너지에 적응할 수 있는 경제체질 개선에 나설 때다.박주헌 동덕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한일 셔틀외교 복원, 에너지협력으로 이어지길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 간 한일정상회담이 양자 단독 회담으로는 12년 만에 열려 국내외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양자 정상회담의 성과를 두고서 국내에서는 여러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무엇보다 양국 정상이 셔틀외교 복원에 합의한 만큼 앞으로 두 이웃 국가 간에 여러 의제들이 차근차근 논의되면서 미래지향적인 협력체제가 구축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앞으로 한국과 일본이 협력의 의제를 논의하는 데 있어서 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 분야의 협력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를 주문한다. 한국과 일본은 이 분야에서 서로 고민과 과제가 매우 비슷하여 함께 힘을 합친다면 공통의 이익을 증진할 수 있으리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첫째, 한국과 일본은 부존자원이 전무하다시피해 제조업을 기본으로하여 수출을 통해 국부를 키워왔기에 에너지 수급의 구조가 매우 흡사하다. 둘째, 두 나라 모두 지리적으로 섬 구조이다 보니 자원의 조달을 모두 해상 수송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셋째, 두 나라 모두 초고령사회, 낮은 출생률, 인구 감소, 1인 가구 증가, 지방 소멸과 같은 인구 및 사회 구조적인 측면에서의 공통된 과제를 공유한다. 이렇게 두 나라가 구조적으로 유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 고민도 비슷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두 나라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는 생산을 위해 사용하는 화석연료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2021년 기준으로 발전량의 34.3%를 석탄에, 29.2%를 가스에 의존했다. 일본도 발전량의 80% 가까이를 석탄과 가스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두 나라 모두 국제적으로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이것을 국내적으로도 법제화하고 있다. 그런 만큼 발전 부문의 탈탄소화는 두 나라에게 매우 시급한 과제다. 이는 결국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같은 저탄소전력원을 늘려가는 길 밖에 없다. 이런 도전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력계통이나 저장장치 기술의 혁신과 발전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석탄 보다는 유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천연가스 의존도가 당분간은 쉽게 줄어들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하고 연료가격의 변동 폭이 커지면서 가스의 안정적인 공급에 대한 우려도 계속해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은 소위 ‘아시아 프리미엄’을 지불하며 다른 지역들 보다 높은 가격으로 가스를 매입해 왔고, 동맹국인 미국산 LNG도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들이다. 그런데 전쟁 상황으로 인해 탈 러시아산 가스를 추구하는 유럽 국가들마저 미국산 LNG 수입을 크게 늘리면서 가스를 둘러싼 쟁탈전이 점점 치열해 지고 있다. 따라서 사정이 비슷한 한국과 일본은 앞으로 가스 도입의 다변화를 위해서 서로 협력을 도모하며 공급국에 레버리지를 키울 방안을 모색하는 데 머리를 맛댈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인도네시아 세노로 가스전 사업에서의 한국가스공사와 일본 미쓰비시상사 간에 발생한 마찰은 매우 유감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관련 논의가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협력 방안에 관한 논의를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그리드나 미래형 도시, 그린수소와 암모니아 공급망 구축과 같은 분야에서도 공동 의제를 함께 발굴하고, 협업으로 활로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협력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양국 간에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나라의 관계가 역사적인 이유로 매우 특수한데다 양국의 에너지 시장 구조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협력에 속도를 내기가 쉽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두 나라가 가진 공통의 고민들에 대한 정책적 아이디어들을 담담히 공유하면서 실질적인 시너지가 나올 만한 정책들을 발굴해 간다면 과거 프랑스와 독일이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통해 유럽의 평화와 경제적 번영을 이끌어 냈듯이 한일관계도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E칼럼] 한국형 터빈 수출을 기대하며

2023년 3월 4일은 국내 에너지산업에서 역사적인 날이다. 김포열병합발전소에서 국산 표준 가스터빈의 최초 점화가 성공한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수년의 개발과정을 통해 270MW급 한국형 표준 가스터빈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성한 데 이어 실증적으로 주기기로 발전소에 설치되어 시운전이 시작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다섯 번째로 가스터빈 자국화에 성공한 나라가 되었다. 가스터빈은 과학기술의 최고 정점에 있는 소수의 몇 나라만이 생산이 가능하다. 항공기 제트엔진을 만들어 본 나라들만 이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스터빈의 내부온도는 철의 용융점보다도 높게 올라간다. 이 때문에 단순 철제형 터빈만으로 구성할 수 없어 초고온에 견디는 합금 소재 개발 기술 과 내열형 실리콘 도포기술, 에어코팅 기술을 동시에 확보해야 가능한 매우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다. 그래서 미국의 GE,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파워 등 3사가 전 세계 가스터빈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서 우리 기술로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였다. 이번 한국서부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의 합작품인 김포열병합발전소가 약 1년의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면 우리도 천연가스 발전소에 가장 핵심적인 기기인 터빈 국산화가 완성돼 향후 탄소중립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된다. 천연가스 발전은 석탄 발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4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석탄 발전을 줄여가는 과정에서 ‘브릿지 전원’으로 필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탄소중립을 위해서 친 환경 청정재생에너지를 증가시키다 보면 부하패턴이 일정하지 않아 백업전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가장 현실적인 부하추종이 가능한 발전소가 천연가스 발전소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28기의 석탄 발전소를 대체하여 신규 건설하도록 돼 있다. 향후 이러한 발전소 대체 과정에서 우리 자체 기술이 없다면 해외 주요 3개 업체에게 완전히 종속되고 대규모 자본을 해외 업체에 넘겨줄 수 밖에 없게된다. 더구나 그들은 과점체제이기 때문에 파는 입장인데도 데이터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으면서 ‘협상불문’식으로 과도한 서비스 비용을 청구한다. 이렇듯 가스터빈 국산화는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고 국산기술로 대체함으로써 수입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기술로 국내 경제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아가 가스터빈은 향후 수소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가스터빈을 주기기로 공급하게 되면 주기기 업체는 노즐교체만으로 수소혼소 또는 수소전소 발전소로 진화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김포열병합발전소의 실증이 성공하여야만 탄소중립의 다음 단계 연료대체원인 수소터빈개발로 진일보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천연가스 발전소의 완전한 탄소중립을 위하여 수소를 혼소하는 것부터 전소가능 터빈까지 성공적으로 개발이 이뤄져 새로운 탄소중립의 시대에 한국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전 세계 발전시장에서도 한국 기업이 우뚝 서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태양광의 밸류체인을 거의 중국이 독점하고 있고 풍력의 밸류체인의 가장 고부가 부품인 터빈이나 블레이드에 대한 기술력이 없어서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탄소중립을 재생에너지만으로 달성하는 것이 한국 경제에 어떠한 기여를 하는 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한국형 표준 가스복합 터빈의 국산화 성공은 혁신적인 일로 국가의 경제력 증대에 크게 기여 한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형 표준 가스복합 터빈 기술이 1년 후에 실증적으로 성공해서 국내 전력시장 발전에 기여한다는 뉴스와 전 세계 탄소중립을 달성하고자 하는 가스발전소와 수소발전소에 수출되어 한국 경제가 진일보하게 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수소발전 입찰 시장 세분화해야

지난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와 함께 국내에 수소경제가 도입된 지 올해로 5년째로 접어들었다. 그 동안의 괄목할 만한 추진성과에도 윤석열 정부 이후 수소경제 추진이 일정 정도 조정에 들어간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수소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수소차의 2030년 보급목표가 당초 88만대에서 절반 수준인 40만대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수소차 보급 확대를 감안해 설계된 수소충전소나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도 속도조절이 불가피해졌다. 수소발전 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2021년 발표된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은 발전기술별 구분 없이 2030년 수소발전 목표량을 48TWh로 제시했지만 올해 초 확정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발전용 연료전지 16TWh와 수소·암모니아 발전 13TWh를 합해 수소발전 목표량이 29TWh로 축소됐다. 이런 와중에 지난 13일 정부가 구체적인 연도별 수소발전 전기 구매계획 등을 담은 수소발전 입찰시장(이하 입찰시장) 관련 고시가 나오며 침울한 분위기를 조금 일소하는데 기여한 듯하다. 고시에 따르면 개정된 수소법의 청정수소 발전의무화제도(CHPS)를 구체화시킨 입찰시장은 한국전력거래소의 관리 아래 올해 상반기 개설해 2025년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또 부생·추출수소를 허용한 일반수소발전 시장과 청정수소 인증 수소만을 인정하는 청정수소발전 시장으로 구분해 전자는 올해부터, 후자는 내년부터 개설된다. 특히 올해 개설될 일반수소 발전시장은 선도계약방식으로 신규설비에 한해 2025년 연간 1.3TWh 발전분, 설비용량 환산 200MW까지 입찰이 이뤄진다. 사실 그 동안 입찰시장의 구체적인 내용 마련이 지연되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가중, 연료전지 등 수소발전 보급·확산을 저해했다. 지난해 말 발전용 연료전지 누적 보급규모는 859㎿로 전년 대비 110㎿ 확대됐지만 직전 3년에 비해 성장세는 주춤해졌다. 특히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발전용 연료전지 규모가 대략 6GW 이상이라는 점에서, 이는 기존 RPS 시장보다 여건이 좋은 수소발전 입찰시장으로 진입을 기대하며 사업자들이 사업개시를 유보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입찰시장 개설로 유보물량이 일부 해소되면 수소발전 보급·확산에 힘이 실릴 것이다. 그러나 우려도 있다. 입찰시장을 한발 더 들어가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낙찰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 결국 kWh당 고정비용과 연료비용을 합산한 발전단가임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발전단가는 발전용량이 커지면 규모의 경제로 인해 낮아진다. 쉽게 말해 발전소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유리하다. 또한 땅값의 영향도 있어 도심, 특히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저렴해진다. 수익을 위해서라도 사업자들은 자연스럽게 수요지에서 떨어진 곳에 대규모 발전시설을 선호하게 된다. 이것이 당초 분산 에너지라던 태양광 발전이 수도권보다 호남지역에 집중돼 2034년 기준 5315개의 송전철탑을 추가로 건설할 수밖에 없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정부는 발전단가 이외의 비 가격적 요소, 가령 송전망 연계나 건설공기 등을 활용, 분산전원으로 적합하지 않은 100MW 이상 대규모 발전사업자는 배제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사업자들의 경향성을 감안할 때 이는 수요지와 적당히 떨어진 도심 외곽 또는 그 너머 인접지역에 100MW 언저리의 연료전지 난립을 부추기고, 실 수요지인 도심지 내에서 진정한 의미의 분산전원 역할을 하는 소규모 동네 연료전지 발전소마저 도태시킬 수 있다. 수소발전은 연료전지의 경우 작게는 kW급 보일러 정도 소규모에서 수십MW급 발전기까지, 나아가 수소·암모니아 혼소·전소 터빈발전까지 포괄하면 대형발전소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 이러한 범용성으로 인해 체급이 다양할 수 밖에 없는 데도 단일한 시장에서 공정 경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이다. 특히 수소발전에 분산전원의 역할을 부여하고자 한다면, 설비용량별로 세분화된 시장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령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 대규모와 소규모 연료전지를 구분하는 기준인 1㎿나 국내 분산전원의 기준인 40MW 등을 기준으로 시장을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려 부작용이 표면화되기 전에 수소발전 입찰시장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와 보완 대책이 요구된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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