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7월 27일(토)
[EE칼럼]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우리는 가난해 진다

점점 더 강해지고 빈번해지는 폭우와 폭염, 짧아지는 봄과 가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연평균 기온. 미래에도 토종 사과와 국산 오징어를 맛볼 수 있을까? 사계절 내내 푸름을 자랑하는 소나무들을 주변에서 볼 수 있을까? 이미 기후변화는 우리 앞에 다가와 있지만 정작 우리는 외면하거나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동빙고와 서빙고는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나기위해 겨울철 꽁꽁 얼은 한강의 얼음을 저장해 두자는 선조의 지혜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지명으로만 가볍게 생각하고 정작 예전처럼 얼지 않는 한강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기후변화, 아니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전 세계가 인지하고 각 국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지 30년. “불편한 진실" 다큐멘터리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엘 고어의 경고와 미래 세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그래타 툰베리의 간절한 호소, 세계 온실가스 배출 1위, 2위 국가인 중국과 미국의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 교토의정서를 대체한 파리협정의 채택,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동참 및 2050년 탄소중립 선언. 그런데 이러한 시도와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 지구가 계속 더워지게 되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일까?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많다. 2021년 6월, 벨기에와 독일에서는 1,000년 만의 기록적 폭우로 사상자가 200명 이상 발생하였고, 영국 런던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폭염주의보를 발령하였다. 미국과 캐나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2021년 여름, 미국의 데스벨리 국립공원의 최고 기록은 56.7℃를, 캐나다 벤쿠버 지역의 최고 기온은 48.6℃를 기록했다. 극심한 폭염은 당시 미국 서부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확산되는 기폭제 역할을 해서 피해를 키우기도 했다. 아시아 대륙에서도 비슷한 이상 기후현상이 발생했는데, 2021년 7월 중국 허난성 지역에서는 그칠 줄 모르는 폭우로 인해 지하철 승객 수십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일본 시즈오카현에서는 폭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해서 30여 명이 사망 혹은 실종되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등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발생한 기상재해로 인해 194명의 인명 피해와 약 2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재산피해와 복구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무려 1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극심한 이상기후 현상은 결국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주게 되고 이로 인해 소득이 하락하면서 일부는 정든 고향을 떠나서 낮선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기후난민이 될 수도 있다. 이상기후 현상 외에도 지구온난화는 해수면 상승, 산호초의 백화현상, 생물다양성의 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는 농업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식량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전염병 발생율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점점 다양화, 대형화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선뜻 행동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어렵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러한 비용은 개인의 소득을 작게 하고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한 국가의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불안감이 크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당장은 가난한 나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게 된다. 특히 기후변화에 취약한 계층은 '빈곤의 덫'을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피해는 시간의 문제일 뿐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결국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누군가는 가난해 질 수 밖에 없고, 그게 내가 될 수 있고, 내가 사는 지역과 이웃 그리고 우리의 미래 세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넉넉하지 못한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하고 싶은 소비를 억제하고 미래를 위해 열심히 투자하는 것은 현재의 불편함을 감내하면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미래를 위해 더 늦기 전에, 다함께 신발 끈을 고쳐 매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경주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조용성

[EE칼럼] 여성의 리더십이 필요한 에너지 산업

히틀러는 “여자의 세계는 남편, 가족, 자녀, 집이다. 여자가 남자의 세계에 밀고 들어오는 일은 옳지 않다."라며 여성 근로자 80만 명을 해고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여성들의 사회 활동을 제한했다. 역설적이게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남성들이 전쟁터로 떠나는 바람에 여성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아졌다. 이들은 전후 경제 부흥을 이끄는 주역이 되었다. 여성은 우리 경제 발전에도 커다란 기여를 했다. 1966년부터 10년간 1만 명이 넘는 간호사가 독일에 파견되었다. 이들이 낯선 곳에서 힘들게 일해서 번 외화는 경제 발전을 위한 마중물로 사용되었다. 독일로부터 차관을 받을 때도 간호사들의 월급을 담보로 제공했다. 경제 개발 초기에 우리의 주력 수출상품이었던 가발은 1970년 총 수출액의 9.3%를 차지하며 수출 품목 3위에 올랐다. 가발의 원료인 머리카락은 당시 우리 어머니와 누이의 것이었다. 1970년대 봉제공장이 밀집한 동대문 평화시장의 근로자 중 85.9%가 14~24살 여성이었다. 당시 섬유·의류 산업은 경제를 일으켜 세운 효자산업이었다. 과학자의 이미지는 늘 남성적이다.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의 핵전쟁 위기를 다룬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주인공은 모두 남성이다. 합리적이고 냉철한 듯 보이지만 이성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이들로 묘사된다. 양자역학의 창시자인 막스 플랑크는 자연은 여성의 소명을 어머니와 주부로 설계해 놓았다며 한때 여성 과학자를 제자로 받지 않았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에밀 피셔는 여성의 긴 머리카락에 불이 붙어 화재가 날 수 있다는 이유로 실험실에 여성을 들어오지 못하게 한 적도 있다. 여성 과학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다. 여성은 추상적인 과학이나 엔지니어링에 적합하지 않다거나, 사물 보다는 인간관계에 관심을 둔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미국에서 수십 년간 실시한 '과학자 그리기' 연구에 따르면, 1960년대에 여성 과학자를 그린 비율이 1%였던 것이 계속 증가하여 28%에 이르렀다. 일말의 희망은 보이는 결과이다. 대표적인 과학기술 분야인 에너지 산업 역시 전통적으로 남성에게 적합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3 세계 에너지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분야에서 여성 인력은 20% 미만으로 전 부문 평균인 40%에 훨씬 못 미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석유·가스 산업의 여성 비율은 22%, 재생에너지 산업은 32%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에너지 공기업의 여성 비율을 살펴보면, 한전은 23.5%, 석유공사는 18.2%, 가스공사는 13.1%에 불과하다. 산업화 시대에는 싸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장 중요했다. 정부가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 에너지 공기업이 전력망, 가스망, 열수송관과 같은 인프라와 발전소를 건설하면 됐다.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면서 큰 변화가 생겼다. 에너지 믹스를 고효율의 저탄소형으로 바꿔나가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있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 업계는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전력 분야의 갈등의 골이 깊다.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전통적인 발전 연료인 석탄,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은 줄고, 대표적인 무탄소 에너지인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기상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변하는 재생에너지의 특성을 고려하여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한 원자력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일사분란, 빠른 속도가 성장시대의 덕목이었다면, 기후위기 시대에는 다양성, 창의성, 관계지향성이 필요하다. MIT의 집단지성센터는 여성 참여 확대와 같은 다양성이 커지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여성은 비언어적 단서를 읽어내고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데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 IEA에서도 여성이 혁신적이고 포괄적인 솔루션의 핵심 원동력이므로 성별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에너지 산업에 여성의 참여가 늘어나고 이들의 의사결정 권한이 좀 더 많아져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같은 국제기구들은 오래 전부터 각종 컨퍼런스에 여성을 포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작은 일부터 실천한다는 차원에서 필자도 위원회, 회의, 발표에 여성 전문가를 꼭 참여시키고 있다. 앞서 살펴본대로 여성들은 경제 부흥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에너지 업계도 여성들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현재 겪고 있는 갈등을 완화시키고 미래지향적인 에너지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데 여성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와 기업이 지원과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박성우

[EE칼럼] 미국 대선과 불확실한 화석연료의 미래

올 11월에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현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있으며 두 번째 백악관을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에너지 부문, 특히 석탄을 포함한 산업 부문에서는 다가오는 미래 예측이 분분한 실정이다. 이는 미국을 넘어서 궁극적으로는 기후환경과 탄소중립이라는 중차대한 전세계적인 아젠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고 에너지 다소비국인 우리나라의 에너지 부문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 대통령 선거를 치루어 가면서 선거 캠페인 차원에서는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하여 전기 자동차와 풍력 발전에 대한 정치적 공격을 자제하였지만, 과거에 비하여 지난 세기 미국을 경제 강국으로 성장시킨 석탄 산업에 대한 선거 유세 중의 노출도 비중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줄여 왔다. 이번 11월 선거의 승자가 독단적으로 미국에서 급격하게 쇠퇴하고 있는 석탄의 궁극적인 운명을 결정할 수는 없지만, 차기 대통령은 기후문제로 제한을 받고 있는 전세계에서 석탄이 얼마나 오랫동안 전력 공급원으로 유지되는지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트럼프의 경우에는 그 영향이 좀 더 불확실한 쪽에 가깝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꽤 많은 사람들은 이번에 당선되면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석탄 발전소들이 더 오랫동안 가동될 수 있는 상태로 유지되도록 도움이 되는 원칙과 규정을 뒷받침함으로써 전력 수요에 대한 가변성이 적은 석탄의 사용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석탄 발전의 미래와 관련하여서 미국에서 생각하는 비장의 카드는 환경국(EPA)의 발전소 규칙들이다. 이는 기존 석탄 화력 발전소를 2032년까지 보완하고 개조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정도 저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인데, 이를 맞추지 못하게 되면 2039년까지 폐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규칙은 최소 40%를 가동하며 운용되는 새로운 천연가스 화력 발전소에 대하여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석탄의 미래와 관련된 잠재적인 생명선인 탄소 포집 기술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는 분명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초당적인 지지를 보내고는 있다. 일부 조심스러웠던 입장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대통령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으로 정부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비난해왔다. IRA가 지원하는 풍력 및 태양광 발전과 관련해서도 유사한 입장이며, 저렴한 가격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이를 통하여 재집권에 성공하면 IRA를 폐기하고 화석연료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물론 일방적으로 지금까지의 괘도를 100%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화석 연료 사용이 어느 정도 확대될 조짐은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전세계의 에너지 믹스의 방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특히 석탄 생산이 많은 국가에 뚜렷이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있다. 2022년 발효된 IRA에 따르면 석탄발전소와 같은 고정 발생원으로부터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가스/오일 회수 증진 기술(EOR/EGR) 목적으로 이용되는 경우에 US$60/톤, 단순 지층 저장의 경우에 US$85/톤을 세제 혜택으로 12년간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지원책은 한국에서의 탄소세 (Carbon Credit)가 2024년 1월 기준으로 약 9000원/톤 (US$6.5/톤)을 감안할 때에 얼마나 전폭적인 지원인가 가늠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 미국에서는 초기 단계의 프로젝트 47개와 진전된 단계의 개발 프로젝트 78개, 건설 중인 프로젝트 8개와 운영 중인 설비 16개 등 많은 수의 CCS 프로젝트들이 기획되거나 진행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세제 지원을 통한 CCS에 기초한 화석연료의 사용 가능성을 열어놓은 IRA법의 규칙도 트럼프 후보자의 공공연한 폐기 주장은 석탄화력 발전 가능성과 미래의 퇴로를 닫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급변하는 국제 정치 환경과 코로나 이후 자국 이익 우선 주의 환경에서, 미세먼지와 탄소 중립 기후 환경의 국제 공조와 연대 강화가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장기 전원 계획에 따른 에너지 믹스와 관련하여 미국발로 흔들릴 지 모르는 탄소중립 기후 환경 상황에 어떻게 우리 또한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대응 정책 시나리오를 만들어 갈 것인지 사전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본다. 박기서

[EE칼럼] 전력의 고속도로

인류 문명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이야기하는 책 중에 1998년에 출간된 재래드 다이어먼드의 '총 균 쇠'가 있다. 풀리처 상을 받기도 했는데 벌써 2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명저로 꼽히고 있다. 다만 너무 분량이 많아서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지만 하는데 저자도 처음에 볼 때 정말 매우 힘들게 보았다. 헌데 우연히 도서관에 갔다가 10대 들이 쉽게 읽도록 하기 위하여 만든 김정진의 '10대를 위한 총 균 쇠' 책을 다시 읽었다. 저자가 나름 대로 최신의 연구 조사와 분석을 추가하면서 쉽게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본다. 특히 인간인 호모사피엔스가 이제는 창조주가 되어 AI를 만들었으며 그 결과 어찌될지 보아야 하는 것으로 마친다. '총 균 쇠'의 핵심은 '무기 세균 도구(기술)'로 대변 되는 제목에서 보듯이 인류의 발전을 위 세가지로 집약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민족의 차이는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라 환경적 차이라는 것이며 어디에 태어 났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럽이 지정학적으로 다른 날 보다 더 유리해서 일찍 발전이 먼저 되었다는 것도 저자의 주장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농업이 발달하고 무역이 발달하면서 물건들을 수송하는 도로가 발달했다. 실크로드가 대표적이다. 유럽의 경우 역대 강대국들은 영국, 스페인, 포르투칼, 프랑스, 독일, 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대 해양의 시대부터 선박을 이용하여 발전 시켰다 하지만 독일은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발전 시켰다고 본다. 1932년 8월 6일 최초의 고속도로가 본-퀼른 사이에 결정된후 잠시 중단되다가 다시 활성화 되어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 한국도 경부고속도로를 산업의 동맥이라고 부른다. 전력도 마찬가지다. 전력망이 고속도로 역할을 하는 것은 자명하다. 헌데 요즘에 보면 동맥경화 현상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우선 5월에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2038년까지 탄소 중립·녹색 성장 기본법과 연계하여 원전은 35.6%(249.7TWh) 신재생에너지 32.9%(230.8TWh), 수소·암모니아 5.5%(38.5 TWh) 등 무탄소 전원 발전 비중이 70.2%로 되고 원전도 신규로 3기 정도를 건설한다. 석탄과 LNG는 감소하여 각각 10.3%, 11.1% 수준이 된다. 미래로 갈수록 전기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건물, 산업 자동화, 자동차, 전력 등 모든 것이 전기화로 가기 때문이다. RE100에 대한 무형의 규제도 이미 일어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한전의 경영 적자 수준도 나쁘다. 이런 와중에 이미 전력의 동맥경화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예컨대 정부가 반도체와 2차 전기, 디스플레이의 미래 산업화를 위하여 7곳을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하고 61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용인을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로 지정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42년까지 56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문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필요한 전력은 10 GW는 넘을 것으로 본다. 발전소 짓기도 어렵고, 가져 오기도 어렵다. 실로 산너머 산이다. 정부와 국회는 하루 속히 지난 국회에서 처리 못한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법'을 처리해야 한다. 남부지역의 재생 에너지와 동해안 지역 원전 전기의 수도권 첨단 산업 공급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합리적인 전력 요금의 개선도 마련해야 하며, 미래에 부응한 전력 시장의 개편도 해야 한다. 정말 전력부분에서는 할일이 태산이다. "가자니 태산이요 돌아 서자니 숭산이다“ 그래도 "태산을 넘으면 평지를 본다“는 말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넘어야 한다. 김정인

[기고] 다 쓴 것도 다시 보는 ‘사용후 배터리’ 재사용에 관심을

장마철 찜통더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배출하면 2100년 무렵 1년 절반인 여름으로 봄이나 가을이 사라질 거라는 충격적인 뉴스가 현실처럼 와닿는다. 진정한 탄소중립을 위해 궁극적으로 내연기관차를 퇴출하고, 주행 중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의 보급을 적극 장려해야 하며, 사용기한이 만료된 사용후 배터리 처리 역시 챙겨야 할 사안이다. 왜냐하면 사용후 배터리를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지 않으면 폐기물은 계속 증가되어 이는 또다른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중요한 사용후 배터리 시장은 크게 둘로 나눠지는데, 배터리의 잔존수명을 이용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재사용과 더 이상 사용 가치가 없으면 가루형태로 분쇄한 뒤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재활용 분야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연간 사용후 배터리 발생량은 2020년 275개에서 2030년이면 연간 무려 10만팩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는 국내 폐기물관리법에 지정된 사업장 일반폐기물이 아닌 순환자원으로 지위로 변경된 바 있고,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배터리 재사용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을 하고 있다. 배터리 재사용 소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굿바이카 주축으로 무선충전 기술 기반 전력 제어 시스템 및 배터리 시험장비 제조기업 그린파워, 그린퍼즐, 피앤아이비가 진행하고 있는 '3세대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소용량 에너지저장장치· 다채널배터리 모듈 검사장비 개발' 과제는 그 일환으로 보면 되겠다. 즉 국내외로 급격히 보급이 증가하고 있는 3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재사용하여 연결 확장이 가능한 소용량 에너지저장장치를 개발하며, 이를 위해 그린파워는 사용후 배터리 모듈의 다채널 검사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다. 쉽게 말해 사용후 배터리를 재사용하기 위해 국가기술표준원 등 유관기관에서 배터리의 잔존수명과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에 적용할 만한 검사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검사 항목 중에 용량, 내부저항검사의 경우 직접 충방전을 통해 가능하므로 제조사, 차종별 배터리 외형과 사양에 따라 적합한 규격의 충방전기가 있어야 한다. 또한, 교류내부저항(ACIR), 개방회로전압(OCV), 절연저항(IR) 등 배터리 특성 검사를 위한 측정기도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장비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전체 검사 프로세스가 자동적으로 진행되며, 검사 결과는 규격에서 요청하는 형태로 정리되도록 구현된다. 앞으로 점차 다양한 전기차에서 여러 가지 형태와 사양으로 제조된 사용 후 배터리가 나올 것이고, 각각의 배터리 유형들을 검사하기 위해서는 여러 차종에 대응할 수 있는 충전장치와 방법들이 요구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과제를 통해 사용후 배터리 재사용을 위한 전수검사를 통한 잔존용량과 내구성에 대해 시험평가를 가능하도록 기준안을 마련하는데 기여할 수 있겠다. 추후 사용후 배터리의 재사용이 본격화된다면, 재사용 배터리 경험이 부족한 해외 시장 공략에도 충분히 나설 수 있고 더 나아가 2030년 온실가스(2018년 대비) 40% 감축과 2050년 탄소중립 달성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본다. 성공은 준비와 기회가 만나는 곳이란 말이 있다. '사용후 배터리'란 기회에 K배터리 성장저력으로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의 시간을 보내며 탄소중립 사회를 좀 더 앞당길 수 있도록 이를 극복과 성공의 디딤돌로 삼아보면 어떨까. 지난 10일 정부는 '사용 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인프라 구축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사용후 배터리에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전력시장 전기요금체계 개편도 중요하다

최근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2038년에는 재생에너지, 수소, 원전, ESS 등 무탄소 발전원을 통해 생산한 전력이 전체 발전량의 70%를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국내 전력시장은 화력발전에 최적화되어 이러한 무탄소 전원이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를 지니고 있다. 즉 지금과 같은 도매시장 체제가 지속될 경우 무탄소 전원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투자비를 모두 회수할 수 없는 리스크가 존재하며, 무탄소 전원의 낮은 변동비가 소비자 가격에 모두 반영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한편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이 증가함에 따라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시장제도가 필요하며, 유연성 자원의 가치를 반영한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CBP 기반의 하루 전 시장만을 통해 전력거래가 이루어지는 현행 체제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전력산업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기에, 우리 정부는 미래지향적으로 전력시장 개편을 추진 중이다. 실시간 시장과 예비력 시장을 개설하여 실시간 수급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며,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된 비용평가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단계적으로 가격입찰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대규모 신규 발전설비가 전력시장에 진입할 충분할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 저탄소 중앙계약시장을 개설하고, 시장원칙에 따른 발전설비 진입을 유도할 목적으로 신규 LNG 발전을 대상으로 용량시장 개설방안을 논의 중이다. 고도화 및 선진화로 알려진 이러한 개편방향은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다소 경직적인 체제로 운영 중이던 우리 전력시장에 큰 변화를 주게 될 것이며, 성공적으로 제도가 도입 및 운영된다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도매시장에서 이처럼 큰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소매부문의 전기요금은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기요금 체계의 변화 없이 도매시장의 개편만으로는 효율적인 전력사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도매시장의 가격 변동이 소매요금에 반영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전력사용을 조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며, 이는 전력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전기요금 개편은 단순히 요금수준을 올리거나, 요금체계를 바꾸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전력 사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과정이다. 전력시장 개편방향은 신규 무탄소 발전원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그리고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생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력망 보강 및 신설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활발하나, 역시 비용 부담 방안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분산형 전원, 에너지효율 향상,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소비자의 전력소비 패턴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합리적 요금체계 수립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은 같은 비중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해외의 경우 이미 수년 전부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변화를 시도 중이다. 총괄원가 규제방식에서 벗어나 성과기반 규제를 도입한 성공적 사례들을 여러 나라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ICT 기술과 접목한 수요관리형 요금제의 확대 적용을 통해 변동성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영향을 완화시키려 노력 중이다. 또한 전력산업 환경변화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정책비용의 합리적 회수방안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전기요금과 관련한 논의는, 과연 몇 원이나 올리는 것이 적당하냐에 대한 것이 전부일 뿐이다. 이제는 도매시장뿐만 아니라, 소매부문에서도 선진화된 논의를 할 시점이다. 전력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요금체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정연제

[백영현 칼럼] 포천은 교육발전특구 지정, 절실하다!

저출생과 초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지방소멸 위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이를 해결할 첫 번째 열쇠로 '교육 발전'을 떠올렸다.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인구성장국을 신설하고 교육정책과를 배치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사회 미래를 이끌 인재를 키워야 지속가능한 포천 발전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 기초해 포천시는 긴축재정 속에서도 교육 분야 예산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교육지원보조금 152억원을 지원했다. 이를 학생 1인당으로 계산하면 1278만원으로,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서 가장 많은 금액이다. 교육 때문에 포천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교육하기 좋은 환경 조성하기 위해서다.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교육발전특구 지정 역시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교육발전특구 시험지역에 선정되면 3년간 최소 30억원에서 최대 100억원까지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포천시는 포천형 교육발전특구 모델을 구상했다. 'Edu-In-포천, 행복한 미래를 여는 더 큰 포천 교육!'을 비전으로 모두가 정주하고 싶은 행복한 인문교육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나의 꿈은 포천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포천에서 자라고, 교육받고, 양질의 일자리를 구해 포천에서 행복하게 정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포천시는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가 도내 7위, 경기북부 10개 시-군 중 2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도시다. 포천에는 8100여개 중소기업이 조업한다. 종사자는 인근 의정부, 양주, 남양주 등에서 출퇴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포천에 좋은 교육여건과 정주여건만 갖춰져 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방증이다. 포천시는 그래서 다양한 교육 시책과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드론 산업 육성이 그 예다. 포천시는 특기적성진로체험, 방과후 교육을 받은 초-중등 학생이 영북고와 경복대, 대진대 등 관내 학교의 드론 관련 학과에 진학해 관련 기업에 취업하거나 5군단, 드론작전사령부 등 지역 군부대에 드론 부사관으로 임관하는 등 진로를 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2025년 정부의 유보통합정책 추진에 맞춰 다양한 교육자원을 활용한 교육 돌봄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북부권 일동청소년문화의집, 중부권 포천동 통합 육아지원센터, 남부권 소흘읍 태봉공원 복합커뮤니티센터 등 신축 공간에 거점형 돌봄 서비스 시설을 만들어 지역주민과 함께 아이 키우기 좋은 늘봄 환경을 조성한다. 교육에 대한 시민의 높은 열망에 맞춰 다양하고 차별화된 포천형 교육시책 발굴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민선8기 특수시책으로 예체능 분야 특기교육을 지원하는 1인 1특기 사업도 진행 중이다. 지역교육 격차 해소와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부터 중-고교생 대상 인터넷 수능방송 온라인 수강권을 전액 지원하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는 영어독서, 화상영어, 수학학습 등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학교별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교육재단을 설립해 6000여명 포천 학생에게 총 60억원 장학금을 지급했다. 마지막으로 포천시는 교육발전특구 지정을 통해 지역과 교육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7월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2차 지정 발표를 앞두고 그동안 시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교육시책을 모색하고, 포천시 실정에 맞는 교육발전특구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또한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온라인 설문조사와 토론회 등을 진행하는 등 철저한 준비에 나섰다. 아이부터 학생, 어른 모두 행복한 포천, 꿈을 실현하고 함께 성장하는 '더 큰 포천'을 만들겠다. 교육발전특구 지정이 그 시작을 열 것이다. 백영현 포천시장 kkjoo0912@ekn.kr

[EE칼럼] 우수 인력이 산업경쟁력이다

1956년, 원자력의 잠재력에 주목한 이승만 대통령은 1인당 6,000달러의 거금을 들여 과학 인재를 유학 보냈다. 4년간 8차례에 걸쳐 150명을 보냈다. 당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60달러에 불과했다. 1986년 12월 14일,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원자로 계통설계 요원 44명을 미국 컴버스천 엔지니어링사의 설계센터가 있는 윈저(Windsor)로 파송하는 기념식이 개최됐다. 이후 3년간 200명의 기술자를 보냈다. 당시 만해도 훈련이나 연수 목적의 장기 해외여행은 규제받던 때였다. 2024년 6월 26일, 올해 1학기 한국과학기술원과 울산과학기술원의 원자력공학과 입학생이 각각 3명과 2명에 불과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 원인을 정권이 바뀌면 탈원전이 재개돼 학생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있다고 해석했다. 앞의 사건들은 시대를 달리하지만, '원자력 인력'이라는 공통의 키워드를 갖고 있다. 우수 인력은 오늘날의 우리 원자력을 만든 핵심 요소이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원자력 1세대들은 원자력 이용에 필수적인 기틀을 다졌다. 원자로 계통설계 기술을 습득해 온 기술자들은 UAE에 수출한 APR 1400 개발의 핵심 주역이 되었다. 지금 원자력 인적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갈수록 원자력계로 우수 인력의 유입은 줄고 유출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앞의 보도처럼 원자력계는 정치적 상황 때문에 신진 인력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겹쳐 그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다. 고경력 전문인력의 대규모 퇴직도 앞두고 있다. '2022년도 원자력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구·공공기관의 재직 인력 3,542명 중 50대 이상 비율은 31.8%(1,128명)였다. 지금의 원자력 인력 문제는 단순 처방으로 해결이 어렵다. 신진 인력 유치, 대학(원)생의 전공 이탈 방지, 재직 인력 역량 강화, 고경력 전문인력의 대규모 퇴직에 따른 공백 최소화 등의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들은 우리 원전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원전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종합적인 원자력 인력수급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어떤 문제 하나만 따로 떼 내 해결한다고 원자력 인력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자력 문제 전체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앞장서고 모든 원자력 기관과 대학이 참여해야 한다. 정치권도 원자력을 더 이상 정치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 원자력 인력수급 대책에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과감한 대책도 포함돼야 한다. 지금은 규정과 관행의 틀에 얽매인 인력수급 대책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원자력을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핵심 에너지원으로 계속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다음을 포함해 과감하고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취업 보장형 계약학과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원자력 전공의 선택을 꺼리는 우수 학생들에게는 그 불확실성을 해소해 줘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가 반도체 분야처럼 취업 보장형 계약학과를 원자력 분야에도 개설하는 것이다. 원자력 공기업은 규정상 계약학과 개설이 어렵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한가하게 규정 타령을 할 형편이 아니다. 정부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원자력 공기업이나 연구기관은 소재 지역의 거점대학들과 계약학과 개설을 적극 타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고경력 퇴직 인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수십 년 근무 경력의 원자력 인력은 풍부한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그대로 사장하기에는 아까운 지적 자산이다. 우리나라는 소형모듈원전 등 다양한 차세대 원자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원자로 개발과 안전 규제에 대규모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고경력 퇴직 인력은 이들 업무에 즉시 투입할 수 있다. 따라서 정년 연장 등 고경력 퇴직 인력 활용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문주현

[EE칼럼] 인공지능 산업 변화와 장기 정책 마련 필요성

최근 엔비디아가 미국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올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어렸을 적 고사양 컴퓨터 게임을 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그래픽 카드를 사던 시절에는 엔비디아가 이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인공지능이 바꿀 세상에서 이런 소식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현재 인공지능 관련 산업에서는 대부분 투자만 이루어지고 수익이 발생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 인공지능 관련 산업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기업은 엔비디아처럼 하드웨어와 시스템을 공급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과거 개인용 컴퓨터 산업 초기 주로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수익을 내다가 점차 소프트웨어 기업들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컴퓨터 기반 업무 처리가 일반화된 것과 유사하게 전개될 것 같다. 인공지능 산업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인공지능 시스템 구축에 필수적인 반도체 산업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반도체 수출 증대의 기회로 이용하려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세계 반도체 공급망 재구축이란 시대적 흐름에 편승해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하드웨어인 반도체 산업 발전에 국한해 접근하는 것은 더 큰 시대적 흐름을 놓치는 것이기도 하다.엔비디아는 이미 장기적 성장을 위해 자사의 GPU에서만 구동되는 CUDA라는 AI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로 자신의 생태계를 형성해 왔다. 엔비디아는 애플이 스마트폰 앱 개발에서 구축했던 생태계를 AI 프로그램 개발 영역에 구축해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챗GPT로 전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던 오픈 AI에서도 자사 모델에 기반한 개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 산업에서도 시간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술력의 상향 평준화로 수익성이 떨어지게 되는 하드웨어 산업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하드웨어인 반도체가 '산업의 쌀'로 불린 것처럼,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인공지능 개발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 특히 양질의 정제된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금융, 의료, 법률 등 국내 전문 서비스 영역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 활용은 아직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국내에서 신용정보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의 신용정보를 가명 정보화해 금융접근성을 높이고, 더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한다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여전히 국내에는 세계에 내세울 만한 투자은행이나, 데이터에 기반한 퀀트 투자 기업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제도를 바탕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회보장정보원, 질병관리청 등에 막대한 공공의료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시스템에 입력하는 진단과 처방 내용이 일치하지 않아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공공 의료데이터의 품질을 장담하기 어렵다. 법률 분야에서도 법률 인공지능 개발과 활용의 가장 기초가 되는 데이터인 판결문조차 전면 공개되어 있지 않다. 변호사법은 인공지능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에 제정되어 인공지능에 기반한 법률사무 처리에 어떻게 적용될지 아직 불분명하다. 변화된 시대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논의되었던 이른바 '인공지능 기본법'은 본회의에 부의되지 못하고 회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이번 국회 개원 후 발의된 유사 법안은 기본적으로 EU의 인공지능법을 참고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산업 경쟁에서 뒤처지며 시장 장벽을 위해 규제만 수출하고 있다고 회자되는 EU의 위 법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현재는 더 넓고 긴 안목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양희철

[EE칼럼] AI 발 전력수요 폭증, 전력산업은 준비되었나?

지난 7월 초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전력산업연구회는 “AI발(發) 전력수요 폭증의 시대, 전력산업 준비되었나?"란 제목의 정책세미나를 개최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흘에 하나꼴로 새 데이터센터를 개설하고 있다. 웰스파고 은행은 2030년까지 AI에 따른 추가 전력수요가 뉴욕시가 7개 새로 생긴 것과 같다고 전망한다. 이처럼 엄청난 전력수요 폭증 추세에 우리 전력산업은 준비되어있는지를 살펴보자는 것이 본 세미나의 취지였다. 발제를 맡은 전남대학교의 전우영 교수는 전기화와 AI의 영향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2038년 목표수요 대비 약 31%의 전력수요가 추가로 증가할 수 있다고 추정하였다. 전교수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포함한 무탄소 전원의 90% 이상이 비수도권에 위치해 있어서 상당부분 수도권에 편중된 수요를 고려할 때 앞으로 수요-공급의 지리적 불일치가 클 것으로 지적하였으며 이와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향후 계통보강에 100조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지난 60여년간 우리 전력산업의 3대 주역이었던 정부, 한전 및 전기사업자들의 역할이 향후 모두 불확실하다고 우려를 표명하였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와 태양광 등 인버터 발전원의 증가로 전력망과 전력계통 운영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첨단 반도체 단지와 데이터센터 등이 수도권 중심으로 전개되어 지역별 불균형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도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지효 박사는 AI 데이터센터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전기집약적 산업의 성장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수집과 분석모형의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류성원 한국경제인협회 산업혁신팀장은 산업계가 무탄소에너지 활용비용의 인상과 전력설비 일정지연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손용호 강릉에코파워 부사장은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송전제약 지역에서 PPA가 가능해졌지만 정부는 직접 판매를 허용하는데에 소극적이며 한전은 송전망 공급도 책임지지 못하면서 독점사업자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는 것 같아 전향적인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현보 전력거래소 본부장은 지금처럼 다기화된 전력산업 구조하에서는 전력계통 규정의 제·개정, 신뢰도 유지여부 감시 및 발전과 송전망을 아우르는 중장기 전력공급 안정성 평가 등을 담당하는 기술적 상설 규제기구를 전기위원회 산하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조헌혁 LG CNS 단장은 현재 우리나라처럼 전력공급 상황이 열악하다면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에게 AI 및 데이터센터 등의 주도권을 넘겨주게 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였다. 본 정책세미나에서는 우리 전력산업이 이러한 전력수요 폭증에 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여러 참석자들이 지적하였다. 무엇보다도 지금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송전망 확충이 전력수요가 폭증하게 될 시점에는 더 큰 어려움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였다. 이와 함께 최근 시행령이 마련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제대로 시행되고 정착되어 과연 지역별 차등요금이 제대로 나타날 수 있을지, 분산에너지 특구에서의 분산에너지 사업자에 의한 전력공급에 장애가 없을지 등에 대한 걱정도 적지 않았다. 송전망 확충을 위한 '국가기간전력망 특별법' 및 원전의 정상적인 가동을 위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의 제정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아울러 현재 한전과 발전회사들이 겪고 있는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전기요금의 문제점을 극복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이 필수적이라는 점이 지적되었다. 별개로 현재 공급의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전력산업 구조에 대한 문제도 논의되면서 전력산업의 경쟁체제가 가속화될 필요성이 제기되어 전력수요 폭증에 대한 꼼꼼한 대비가 시급해 보인다. 조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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