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4월 18일(일)
[EE칼럼] 탈원전과 탄소중립은 양립할 수 없다

[EE칼럼] 탈원전과 탄소중립은 양립할 수 없다

최근 상업 운전을 시작한 바라카 원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보인 뜨거운 관심은 다소 의외라는 느낌이 든다. 문 대통령은 우리 기술로 건설한 바라카 원전이 ‘UAE 혁신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2018년 3월의 준공식에서는 바라카 원전이 ‘신의 축복’이라고도 했었다. 5.6GW 규모의 바라카 원전 4기는 UAE 전력 수요의 25%를 충당하고, 연간 2100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주게 되는 과장된 표현이 결코 아니다. 원전 수출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도 각별하다. 체코·폴란드·루마니아·사우디의 원전 건설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말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실제로 통상·외교·안보 분야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원전수출자문위원회’를 공식적으로 출범시켰다. 미국·프랑스·러시아와 치열한 경쟁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조차 밀어내버렸던 원자력 전문가를 포함시키는 결단도 있었다. 중소 원전 부품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원전수출정보지원시스템’도 개설했다. 그런데 원전 수출에 대한 대통령의 별난 관심은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국내에서의 무차별적인 탈원전에 대한 황소고집을 꺾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로 마지못해 재개한 신고리 5·6호기의 건설공사도 지지부진하다. 월성 2호기의 계속 운전을 위한 준비도 포기해버렸다. 포화 직전인 사용후 핵연료 임시 저장시설에 대한 관심도 턱없이 부족하다. 안전하게 가동 중인 원전을 멈춰 세우기 위해서라면 정부가 물불을 가리지 않는 형편이다. 지난 연말 산업부가 졸속으로 만들어놓은 기형적인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탈원전의 기조는 분명하다. 9.5GW의 전력을 생산하는 11기의 원전이 퇴출되는 2034년에는 원전의 비중이 19.4GW로 줄어들게 된다. 발전 효율이 17.9%에 불과한 태양광·풍력으로는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서둘러 재개해야 한다는 원자력계와 지자체의 절박한 요구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원전 수출에 대한 대통령의 기대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현실은 냉혹하다. 국제 원자력계는 2017년 IAEA 총회에서 대통령 과학비서관의 어설픈 탈핵선언을 지금도 잊지 않고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애써 지어놓은 바라카 원전의 장기정비계약(LTMA)을 놓쳐버리고,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의 우선협상대상에서 탈락하게 된 것도 그 결과였다. 탈원전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원전 수출에 꼭 필요한 원전 부품산업이 무너져버렸다. 2018년 4400억 원이었던 원전 부품의 수출 실적이 2019년 2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EU와 미국에서 인증을 받아낸 한국형 원전(APR1400)에 대한 매력도 시들해지고 있다. 탈원전으로 차세대 원전 개발 노력이 중단되어버린 탓이다. 연구용 원자로에 대한 정부의 거부감으로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도 중단되어 버렸다. 국민 안전을 핑계로 탈원전을 고집하는 우리 원전의 수출은 윤리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원전이 우리에게 위험하다면 다른 나라 국민에게도 위험한 것이다. 다른 나라 국민의 안전도 걱정해주는 것이 상식이다. 대통령도 안전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원전을 다른 나라에 수출하겠다는 발상은 공정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은 것이다. 원전의 가치와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물론 원전에서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원전이 인류 건강과 환경에 더 위험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한국형 APR1400을 비롯한 3세대 원전은 모든 발전 기술 중에서 치사율이 가장 낮다는 점에서 안전성이 확인되었다는 것이 EU의 합리적 결론이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기술을 무작정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백신 접종에서는 치명적인 부작용의 가능성도 감수한다. 결국 탈원전은 시대착오적 착각이었다.전 세계가 전력투구하고 있는 탄소중립에 꼭 필요한 것이 원전이다. 전 세계가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원전 기술을 절박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했다고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이덕환 서강대 교수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에교협 공동대표

[EE칼럼] 美기후정상회의 韓 리더십 확보 기회로

[EE칼럼] 美기후정상회의 韓 리더십 확보 기회로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월 출범후 공언했던 대로 오는 22일부터 이틀 동안 40개국의 정상을 초청하여 기후정상회의를 개최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기간동안 잃어버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미국의 자존심과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것임은 자명하다. 통상 미국은 유엔과 같은 보편성을 갖는 다자체제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과 함께, 좀더 영향력이 있고 미국과 협력의 가능성이 많은 국가들과의 소규모 다자체제를 통한 협력을 선호한다. 아마도 미국은 기후정상회의와 함께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8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20여개 국가간 '주요국 포럼(MEF)' 의 재개를 통해서도 글로벌 저탄소 경제발전을 위한 국제표준을 만들어 갈 것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지난 몇 년 다소 유럽에 치중된 기후변화 외교협력으로부터 미국과 유럽 사이에서 균형 잡힌 중간자 역할을 시도할 수 있는 중요한 회의이다.그렇다면 기후변화 대응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미국의 특징을 알면 기후정상회의 참여 준비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 한마디로 유럽은 규제중심적인 기후변화 대응 체제를 선호해왔다면, 미국은 시장경제원리와 기후기술 중심의 접근을 해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개별 국가 상황을 고려한 저탄소경제성장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을 하고자 하는 파리협정은 미국적인 접근방법에 좀더 친숙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기후정상 회의에서는 저탄소 기술의 확산과 시장의 확대를 통해 지구 온도 1.5도 이하 상승 목표 달성을 위한 야심찬 국제협력 논의를 이끌어 가기 위한 협력 논의가 핵심이 될 것이다.이번 기후정상회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질 어젠다의 하나는 기후금융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탄소중립을 통한 저탄소 발전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는 잘 조화된 사부문의 충분한 투자와 공공부문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너무나도 당연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다르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이 사부문에 대한 부담 증가가 아니라 이들의 투자기회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서 기회창출을 해나갈 수 있도록 관련 정책과 제도를 정비하고 중요한 문제를 대등하게 협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후금융의 국제적 차원에서의 중요성은 개도국 지원에서 잘 나타난다. 지구사회의 공정발전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국제개발은행 및 정부공적지원(ODA)을 통한 사부문의 투자 위험을 줄여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이들 간에서도 여전히 협력의 필요성이라는 당위론적 차원에서만 논의가 고려되기 때문이다. 기후정상회의에서 미국을 비롯한 핵심 국가들 간의 사부분의 투자 증진을 통한 일자리 창출 기회창출을 위해서는 공공부문에서의 리스크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면서도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우리는 요즈음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그린 ODA(공적개발원조)에 대한 사회적 관심사가 높아지고 있으니 잘만 준비하면 기후정상회의 논의에도 기여하고, 기후정상회의 논의를 우리 정책 개선에도 활용할 수 있겠다.구체적인 저탄소 기후기술의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도 중요한 어젠다로 다뤄질 것이다. 재생에너지 기술과 같이 일반적으로 중요성을 갖는 기술 이외에도 수소경제, 소규모 원자력과 같은 기술협력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수소경제, 전기자동차 및 철도와 같은 저탄소 교통, 그리고 우리의 산림녹화 경험을 파리협정의 맥락에서 소위 자연기반 해결책에 대한 국제협력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과 방법 제시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서 총론적인 기여가 아닌 세계 최고 수준의 구체적인 해결방안의 마련에 기여할 수 있다.우리는 올해 5월말 P4G 기후정상회의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이 아직 참여하고 있지 않은 회원국 30개국이 넘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의 본부를 유치하고 있다. 미국이 조속히 복귀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원하는 유엔의 대표적 기후금융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 본부 유치국이기도 하다. 이들 협력체 및 국제기구와의 협력 중요성을 강조함은 물론 제2차 기후정상회의를 한국이 유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제의하여 국제사회에서의 기후리더십을 확보해나가기 바란다.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E칼럼] 신재생 확대, 전력계통 안정이 관건

[EE칼럼] 신재생 확대, 전력계통 안정이 관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탈탄소화는 국제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정책 기조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전력분야의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석탄의존도를 철저히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타당한 수순이다. 영국의 국가 그리드 전력시스템 공급자(National Grid Electricity System Operator: ESO)는 올 부활절 월요일이었던 지난 5일이 이산화탄소 배출 기록을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깨끗한(greenest) 전기 공급이 이루어진 날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석탄화력발전은 완전히 멈춘 상태에서 풍력으로 39%,태양광으로 21%, 원자력으로 16%,가스로 10% 정도를 생산했고. 이에 따른 당연한 결과겠지만 이산화탄소 배출이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다. 영국 전력분야의 탈탄소화 노력은 꾸준히 성과를 보여, 한때 전력 생산의 40% 이상을 차지했던 석탄발전은 눈에 띄게 줄었으며, 대신 풍력과 태양광, 원자력, 가스가 그 빈자리를 메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해 10월 28일 국회에서 있었던 시정연설에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아직 너무도 갈 길이 멀다. 2019년 말 기준으로 국내 전력생산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여전히 석탄(40.4%)이었으며, 2020년 11월 기준으로 신재생 비중은 6.9%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에 지난 달 24일 우리 국회는 전기사업법 개정안과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을 동일사업자가 겸업하는 것을 금지하던 것이 신재생 발전에 한해서는 허용되었고, 기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의 의무공급비율은 기존 10%에서 2030년에는 25%까지 확대된다. 탈탄소화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을 생각할 때에도 신재생의 확대는 불가피하다. 수요자가 직접 전기를 생산하여 프로슈머(prosumer)가 되고, P2P(Peer to Peer)의 전력거래가 가능해지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부분인데, 말단 사용자까지 프로슈머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신재생 같은 분산형 에너지원이 보급되어야 한다. 요컨대 신재생의 확대는 이미 거스르기 힘든 시대적 트렌드가 되었다. 그러나 신재생 확대에 대비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중대한 문제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전력계통의 안정이다.옆 나라 일본의 사례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2014년 4월부터 FIT(고정가격계약 매입제도) 가격을 낮출 것을 결정하게 되었는데, 이에 가격 하락 이전에 전력계통에 접속하려는 사업자가 폭증하게 되었다. 특히 기후 조건 상 태양광발전에 유리한 규슈 지역에서 신청이 폭증하였다. 결국 신청자 모두를 접속시킬 경우 규슈 지역 전체 전기소비량을 초과할 수준까지 갈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계통을 담당하는 규슈전력은 같은해 9월 24일, 계통 접속에 대한 요구를 일괄적으로 보류했었다. 그리고 4년 후인 2018년 10월에는 규슈전력이 계통 안정을 위해 태양광과 풍력에 대하여 출력억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일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신재생이 전력망에 도입됨으로써 전력공급이 수요에 비해 과잉이 되면 전력망 계통의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기존의 기저부하(base-load)전원의 전력출력 규모를 줄여야 하는 경우마저 발생할 수 있다. 전력망 계통 안정성 확보에 실패하면 정전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신재생 비중이 증가하면 할수록 출력억제 요구는 일상화될 수 있다.따라서 기후 조건에 따라 출력량이 변화하는 신재생과 기존의 경직성 대규모 전원 간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 신재생의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임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속도를 내는 것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전원구성의 적절한 믹스와 전력계통의 안정적 운영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임은정 공주대 교수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E칼럼] 바라카 원전 상업운전의 의미

[EE칼럼] 바라카 원전 상업운전의 의미

지난주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의 바라카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우리가 수출한 원전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축하의 뜻과 바라카 2·3·4호기의 남은 과정의 성공을 기원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한다. 바라카1호기의 상업운전에 대해 해외매체는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첫째, 기술적 기반이 없는 나라가 민간 원자력 프로그램을 통해 불과 10년 만에 상업원전을 운영하게 된 것을 높이 평가했다. 이것은 한국전력공사과 한국수력원자력의 실력과 헌신적 노력의 결과이므로 UAE에 대한 칭찬이라기보다는 우리에 대한 칭찬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둘째, "전력생산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한 올바른 방향으로의 일보(一步) (A step in the right direction for the decarbonisation of our power sector)"라 기술하고 있다. 그간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태워서 전기를 생산함에 따라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 효과가 20~30배인 천연가스의 부분적인 누설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그중 일부를 원전으로 대체하면서 지구적 온실가스 배출저감에 UAE도 합류했다는 의미이다. 이미 UN IPCC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패널), 영국의 탄소중립 정책, 바이든/해리스의 기후변화대응은 원자력을 포함하고 있다. 청정에너지는 깨끗한 에너지가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발전원에 붙이는 특별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셋째, 에너지 안보의 향상이다. 원자력이라는 매우 적은 양의 연료를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것이 에너지 안보이다. 우라늄 1그람이 석탄 3톤 또는 석유 9드럼의 에너지를 낸다. 연료의 양이 적으니 비축도 쉽고 폐기물도 적다. 그게 에너지 안보이다. 마지막으로 원자력발전사업의 가능성을 세계무대에 보여준 것이다. 세계는 바라카 원전의 운영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위축된 원전건설 생태계에 대한 부활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기후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활동의 진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초기에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시설을 자국에 두지 않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우습게도 미국의 제철공장이 중국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적으로 보면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동일하다. 다만 위치만 바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한 중국만 온난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이 방법은 실질적인 배출억제가 아니었다. 다음은 탄소 배출권 거래로 진전하였다. 한 나라가 이산화탄소를 초과 배출해야 한다면 다른 나라로부터 배출권을 구매하는 것이다. 또 다른 나라에 재생에너지 설비 등을 보급하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면 그 억제된 양만큼 기여한 국가가 배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배출권 거래에서 원자력발전소의 보급은 빠져 있다. 예컨대 어느 나라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원자력발전소를 대체한다면 범지구적으로 막대한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저감할 수 있는데 말이다. 지구온난화가 지구적인 문제이고, 이미 도래한 문제이며, 시급히 대처하지 않으면 인류를 절멸시킬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한다면 원전을 이용한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 UN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패널)이나 바이든 정부도 원자력을 이산화탄소 배출저감의 중요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만 선동가에 놀아난 결과 실적으로 입증된 원전을 불안히 여기고 낙후된 20년 전의 기후변화 대응방식에 묶여서 원전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나라에 원전을 건설하는 것은 단지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의미만 지닌게 아니다. 범지구적 기후온난화에 기여하는 것이고 우리 젊은이들의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필자는 우리가 100기 이상의 원전을 전세계에 공급하고 우리 젊은이들이 운영해주는 날을 고대한다. 탄소저감을 위한 인류의 노력에 기여하고 국부를 창출하는 캐쉬카우가 되기를 희망한다. 선동가들에 놀아나지 않고 마음만 제대로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정범진 경희대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EE칼럼] 기후위기 극복에 여야가 따로 없다

[EE칼럼] 기후위기 극복에 여야가 따로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벚꽃이 봄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그런데 올해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벚꽃이 예년보다 여러 날 일찍 핀 것이 눈에 띈다. 겨울에도 한강이 꽁꽁 얼어 붙은 광경을 보는게 흔치 않은 일이 된지 제법 됐고, 40℃가 넘는 관측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고생한 지도 3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코로나로 고생하던 지난 여름에는 2개월 가까운 최장의 장마에 시달렸다. 이제는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라고 부르는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지난해말 문재인대통령은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면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얼마전 국내 대표적인 에너지기업들이 탄소중립 정책에 동참하고 합리적인 에너지전환을 추구하기 위하여 ‘에너지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는 정부와 지자체, 산업체의 ’탄소중립‘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바야흐로 ’탄소중립 시대‘가 도래한 듯 하다. ‘탄소중립’은 연료 연소 등으로 배출한 온실가스를 ‘숲 조성’과 탄소포집저장(CCS) 등으로 제거하여,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이 같게 되는 것을 말하며,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0)’ 또는 ‘넷 제로’라고도 한다. ‘탄소중립’은 파리협정에 따라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지난해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에 따른 국가별 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이다. 우리나라만 선언한 것이 아니고, 이미 EU, 미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가 70여 국가가 선언에 참여했다. 우리나라만 해도 매년 7억 톤이 넘는 온실가스를 대기 중으로 배출하고 있는데, ‘탄소중립’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철강, 발전, 석유화학 등 산업체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소화하여야 한다. 또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로 화석연료를 대체하여야 한다.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 이후 포스코가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을 도입하여 탄소 배출을 제로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포스코’가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의 10%를 배출하고 있는 최대 배출원임을 생각하면 그 선언 자체로 의미가 적지 않다. 온실가스 배출 2~6위를 차지하고 있는 화력발전 공기업들도 앞다투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현재 4% 정도인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50년 64%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탄소중립’선언은 관련 연구개발(R&D) 생태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너지기술연구원과 화학연구원 등이 잇따라 세계 최고의 에너지전환 효율을 가진 태양전지 개발에 성공하였다고 발표했다. 한수원은 국내 최대 해상 태양광발전 실험에 성공하였으며, 국내 기업들은 해상풍력발전용 부유체 개발을 시작했다. 최근 발간된 저서에서 빌 게이츠 는 기후재앙을 피하기 위해서, 첫째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해야 하고, 둘째 재생에너지 기술을 더 빨리 더 현명하게 사용해야 하며, 셋째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상업화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하는 ‘탄소중립’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산업계뿐 아니라 지자체의 적극적인 동참과 함께 국민의 참여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재생에너지 사업과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확대는 지자체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도시에서는 에너지의 ⅔가 건물에서 사용되고 있으므로 국민들 참여와 적극적인 실천이 없이는 ‘탄소중립’을 엄두도 낼 수 없다. 이와 함께, 30년간 추진될 장기 정책을 위한 법적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고, 추진 실적에 대한 평가와 피드백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시끌벅적했던 재보선이 끝났다. 선거과정에서는 여·야가 첨예하게 맞섰지만 기후위기는 보수 진보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기후재앙을 피하는 데 여야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지방선거가 막 끝난 시점이지만, 누가 시장이 되고 내년 대선에서 어느 당에서 대통령이 나오더라도 ‘탄소중립’은 흔들림 없이 지켜져야 한다.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지키고, 기후위기에서 우리 미래세대를 보호하기 위해서다.전의찬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교수

[EE칼럼]수열에너지 잠재력 제대로 살리려면

[EE칼럼]수열에너지 잠재력 제대로 살리려면

미래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정적인 자원들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기존에 별개의 자원으로 생산하고 소비해왔던 물·에너지·식량 간 상호 연계성을 활용한 지속적인 자원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열에너지는 여름철 수온이 대기보다 낮고, 겨울철에는 대기보다 높아 재생에너지를 생산하여 냉난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원으로 국내에서는 2019년 10월 1일이후 신재생에너지로 지정되었다. 수열에너지는 해수·하수·하천수 등 다양한 형태의 물을 포함한다. 국내 수열에너지의 잠재량은 하천의 경우 갈수량을 기준으로 연간 15만 9693 테라줄(TJ), 댐 호소수의 경우 월 1%를 활용할 때 연간 1만 9486 TJ, 그리고 취수장에서 정수장으로 관로를 통해 이송되는 원수의 경우 이를 절반만 활용할 때라도 연간 7만53 TJ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갈수기 기준 하천만 활용하더라도 표준원전 약 5기를 대체하는 효과를 가지는 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하천수 수열에너지는 접근성이 용이하고 재생성이 매우 우수하며, 히트펌프를 사용해 변환시켜 얻어지는 에너지로 대도시 건물에 냉·난방을 공급할 수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13개의 정수장과 제 2롯데월드의 건물공조에 수열원 히트펌프 시스템이 활용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캐나다, 미국, 일본,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호소수와 하천수를 이용한 수열원 히트펌프 시스템이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수열에너지를 활용함으로써 기존 건물 사용에너지 대비 연간 4.4 ~ 13.7%,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8.3 ~ 17.1%까지 감축이 가능하다. 특히 환경 측면에서 전세계적으로 2060년까지 건물 냉난방에 20% 이상 히트펌프가 보급될 예정이고, 수열원 히트펌프를 활용하는 시스템의 경우 설계, 장치개발 및 생산, 시공, 운전, 관리의 업무가 일련의 산업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수열 연관기업은 200여개 정도라고 할 수 있으나 장치개발 분야가 절반이상을 차지 할 정도로 편중되어있다. 이들 수열기업들은 "시장 규모를 확대시키는 데 필요한 자금이나 인력 등의 인프라를 우선적으로 구축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수열산업의 경우 1원 투자 시 1.95원의 생산유발효과와 0.82원의 부가가치 유발함으로써 10억원 투자시 9.6명의 고용을 창출 할 수 있는 타 산업과 비교 시 산업 및 경제적 기대효과가 우수하다. 최근 환경부는 그린뉴딜의 대표사업으로 수열에너지를 육성하기 위해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 맞춤형 제도개선과 시범사업 추진, 핵심기술개발 등 중장기 실행 계획을 담고있는 ‘친환경 수열에너지 활성화 방안’을 공개하였다. 산업부도 수열을 이용한 대용량 히트펌프 개발 및 실증을 위한 다양한 기술개발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의 대표적인 사업으로 강원도 소양강을 이용한 사례를 들 수 있는데 소양강댐의 심층냉수를 이용한 데이터센터, 스마트팜, 스마트 빌리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부산 EDC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는 서낙동강 하천수를 활용해 주택단지, 공공건축물 등에 냉난방 공급으로 쾌적한 도시가 조성되고 있는데 연 내 완공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1000제곱미터 이상 공공건물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의무화를 시작으로 2030년에는 500제곱미터 이상 민간건축물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에 수열에너지는 이미 제로에너지 건축물평가에 포함된 지열에너지와 같이 액티브한 건축요소와 신재생에너지의 생산요소로서 제로에너지 건축물에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건축물 평가도구로서의 ECO2 프로그램 내 수열원 히트펌프시스템 등록을 추진해야 할 것이고, 수열시스템의 시공·설치·운영을 위한 표준의 고도화와 수열에너지 시스템의 지속적 기술개발도 중요한 과제다. 끝으로 수열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계별, 전략적 수열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초기라고 할 수 있는 2025년까지는 공공주도, 제도정비, 기술개발 등 시장기반을 마련하고, 2030년까지는 산업화 촉진, 시장확대 및 해외진출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관협력, 시장확대, 제도정비, 기술개발이라는 네 분야에 전략을 세워 각각 공공주도의 시범사업 활성화, 정책적 보급지원 및 해외진출, 법제도의 정비와 규제완화, 그리고 핵심기술개발과 수열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해야 할 것이다.윤린 한밭대 기계공학과 교수 윤린 한밭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EE칼럼] 에너지정책 백년대계 세워야

[EE칼럼] 에너지정책 백년대계 세워야

"2000년 이후 고교 졸업생의 격감은 우리의 고등교육체계에 큰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일부 경쟁력 없는 대학 혹은 전문대학의 경우 도산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최근에 발표된 글이 아니다. 1994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보고서에서 경고한 메시지다. 인구추계를 바탕으로 한 학령인구와 대학정원을 비교해보면 명약관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1995년부터 대학 설립 기준을 완화하면서 수많은 사립대학과 전문대학이 설립되었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올 대학입시에서 보다시피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백년대계의 교육 정책이 졸속으로 시행되면 그 피해는 미래 세대가 떠안게 되는 것이다. 미래의 위기는 이미 과거에 시작된 것이다.혹자는 올해의 대학정원 미달이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영향이라고 평가절하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취업경쟁력 제고에 기여하지 못하는 고등교육기관의 존재와 이로 인한 대졸자의 취업한파 문제는 코로나19 예전부터 존재했다. 그동안 애써 감추어왔거나 무시해왔던 문제점이 코로나19로 인해 여실히 노출되었을 뿐이다. 지금의 전력산업 정책이 세밀하게 수립되어야 하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 시스템이 돌아가는 데 있어서 동맥의 역할을 하는 발전부문의 체질 변화는 미래 세대가 직면하게 될 경제적 조건과 기후환경 여건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 강의시간에 학부생들에게 ‘탄소중립’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탄소중립의 개념을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른 바, 넷제로가 의미하는 것처럼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든다는 강한 조건에서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학생들은 많지 않았다. 이들 학생들이 필자의 지금 연령 정도에 도달하는 2050년에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즉, 작금의 탄소중립 정책의 결과는 이들 젊은 세대가 미래에 감당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정책이 성공한다면 미래 세대 후생이 증진될 것이며, 실패한다면 미래 세대의 희생이 따르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의 탄소중립 정책에 대해 여러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할 책임이 우리 기성세대에게 있다고 본다.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어떠한 성장 정책을 포함하고 있는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집중하는 것만큼이나 국가적 규모의 자본축적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가. 글로벌 사회의 노력 부족으로 1.5도 상승 제한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후재난에 정부가 충분히 대응할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가. 코로나19와 유사한 규모의 기후위기가 발생할 경우 과연 국가가 회복탄력성을 가질 수 있을까. 온실가스 배출 넷제로를 실질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탄소포집활용저장(CCUS)이나 수소기술, 지오엔지니어링과 같은 분야에 대규모 자본이 투자될 수 있는가. 원자력 발전 옵션을 제외하고 재생에너지의 확대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을까. 아직은 대부분 수입산에 의존하는 태양광과 풍력의 국내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갖추어 나갈 계획인가.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대체하기 위해 확대되어야 하는 재생에너지에서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가.탄소중립 정책은 긴 안목으로 차분히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탄소중립을 선언한 미국, 일본 역시 장기비전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구속력있는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만일 올해 2021년에 수립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위에서 예로 든 질문 리스트에 대한 고민도 담겨야 할 것이다. 마지막 질문만 해도 그렇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2034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77.8GW 들어설 전망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발전 설비가 약 500에서 700GW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2035년부터 매년 약 40GW만큼 신규 설비가 들어와야 하는데, 이는 현재 설비규모인 20GW의 두 배에 해당한다. 수명이 약 20년인 재생에너지 특성 상 매년 막대한 폐기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인구감소로 재정난에 처하는 대학 위기를 충분히 예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수를 무리하게 확장한 사회적 손실을 우리는 경험하였다. 이와 유사한 시행착오를 미래세대의 후생이 달린 탄소중립 정책에서 반복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장

[EE칼럼] 석탄발전, 예비자원의 역할 활용해야

[EE칼럼] 석탄발전, 예비자원의 역할 활용해야

작년 말에 정부가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34)에 따르면, 현재 60기의 석탄 발전소 중 30기(15.3GW)가 2034년까지 폐지된다. 이 중에서 24기(12.7GW)는 천연가스 발전소로 대체되고 6기는 아예 사라지게 된다. 현재 7기(7.3GW)의 석탄 발전소가 새로 건설 중이긴 하지만,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석탄 발전소의 조기 폐지가 불가피하므로 상당수 석탄 발전소는 앞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작년 여름에 있었던 미국 캘리포니아 순환정전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70년만에 발생한 최악의 폭염이지만, 지난 10년간 11.3GW의 천연가스 발전소 상당수를 폐지하여 공급 예비력이 부족해진 것도 중요한 원인이었다. 원래 캘리포니아는 다른 주로부터 전력을 구매했는데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한 다른 주가 캘리포니아에 전력을 공급하지 못했다. 올해 겨울에 있었던 미국 텍사스 순환정전의 주된 원인은 평년 대비 30℃ 이상 떨어진 한파였지만, 공급 예비력 부족도 한 가지 중요한 원인이었다. 그간 석탄 발전소가 퇴출되고 이것을 천연가스 발전소 및 풍력발전기가 대체했는데 절반 가량이 한파로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또한 똑같이 한파를 겪은 인근 지역(루이지애나, 아칸소, 미시시피 등)은 다른 주와 계통이 연결되어 전력을 공급받았지만 텍사스는 계통이 고립망이라 그렇지 못했다. 미국의 두 순환정전 사태로부터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외부에서 전기를 가져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 및 혹한에 대비하여 충분한 전력 공급 예비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 전력수급계획 및 에너지전환 일정에 맞게 석탄발전의 퇴장을 추진하되, 설비를 무조건 폐쇄하기보다는 비상시를 대비해 예비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 첫째, 콜드 리저브(cold reserve) 방식으로, 평상시에는 기본적인 성능을 유지하는 선에서 관리만 하다가 겨울철 또는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 기간 동안만 한시적으로 가동하는 것이다. 둘째, 휴지보존 방식으로, 평상시에는 아예 가동을 하지 않다가 공급 예비력이 부족해지는 비상상황에서 바로 가동이 가능하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선진국들이 석탄 발전소를 50년에서 60년까지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석탄 발전소는 30년만 혹은 그보다 짧은 기간만 사용되고 버려지기에는 자원이 부족한 우리에게 소중한 자산일 수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전력계통과 관련해서는 섬나라와 다름없기 때문에 공급 예비력의 확보는 절대절명의 과제이다. 독일 및 미국도 에너지전환의 과정에서 일부 석탄발전소를 예비력 자원으로 활용하다가 영구 폐쇄하고 있다. 독일은 유럽의 다른 국가에서 전력을 수입하고 미국도 캐나다에서 전력을 수입하고 있기에 영구 폐쇄가 가능했다. 따라서 우리도 폐지대상 석탄발전기 중에서 어느 것을 폐쇄하고 어느 것을 예비자원으로 활용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아울러 예비자원 활용시 어느 방식을 적용할 것이며 적용기간을 어떻게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석탄발전의 예비자원 활용은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을 방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거나 수급이 불안한 시기에 비교적 가격 및 공급이 안정적인 석탄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석탄발전 관련 일자리를 어느 정도 유지함으로써 고용을 안정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천연가스 발전소의 직간접 고용인력이 석탄 발전소의 절반에 불과하여, 석탄 발전소의 폐쇄 및 연료전환으로 대략 3,500개 정도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설비를 다 폐쇄한 후 혹한 및 폭염 발생시 예비력 부족에 직면하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력 공급에 있어서는 섬나라다. 유사시 다른 나라에서 전력을 수입할 수 있는 다른 나라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리의 소중한 자산을 버리기보다는 비상시를 대비해 최소한의 관리를 하면서 일정 기간 보존하는 것이 지혜로운 접근일 것이다. 물론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정당하게 보상하고 국민들도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EE칼럼] 수소, ‘친환경’ 이름값 하려면

[EE칼럼] 수소, ‘친환경’ 이름값 하려면

백범 김구 선생은 진영 간 갈등이 심한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도 다양한 구성원으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가 좌우명으로 삼았던 ‘음수사원’은 어떤 일을 하는 데 근원의 중요함을 일깨워 주는 말이다. 너무 목이 말라 물을 마시는 데만 신경 쓰면 물을 준 사람의 고마움을 잊거나 오염된 물에 탈이 나기에 십상이다. 최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수소가 주목받는 근원이 탈탄소이므로 이를 우선으로 고려한 수소생산 방법이 필요하다. 수소생산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수증기 개질로 알려진 수증기와 메탄의 고온 반응이다. 매년 전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의 6%와 석탄 생산량의 2%가 사용되어 약 70 메가톤의 수소가 생산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830 메가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있다. 탈탄소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지양해야 하는 방법이다. 이산화탄소포집(CCS) 기술을 결합하는 방법도 있지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증기 개질법에서의 이산화탄소포집률은 최대 70% 수준이며 포집된 이산화탄소의 처리도 쉽지 않다. 결국 CCS와 결합된 수증기 개질법도 올바른 수소생산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수소생산 하면 쉽게 떠오르는 물의 전기분해에서는 어떤 전기를 쓰느냐에 따라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이 달라진다. 그러나 우리가 소비하는 전기는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따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에너지원별 발전량은 2019년도 기준으로 화력 66.6%, 원자력 25.9%, 신재생 6.5%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수전해에 일반 전력계통을 이용하면 수소 1 kg을 생산하는데 26.6 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따라서 화력발전을 제외한 전기로 수소를 생산하여야 이상적인 방안이 될 수 있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태양광이나 풍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발전단가가 높은 재생에너지를 변환과정의 손실까지 감수하면서 수소생산에 이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다만 최근 문제로 떠오른 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을 활용하면 이산화탄소 발생 없이 경제적인 수소생산이 가능할 수 있다. 202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이 16.2%로 전국 최고인 제주도에서는 역설적으로 총 77번의 풍력발전 출력제약이 발생하였다. 전력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이 커지면 문제가 발생하므로, 날씨가 좋아 발전량이 급증하면 전력 품질을 지키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막아야 한다. 이러한 발전출력제약은 제주도에서 급증하고 있으며, 최근 태양광발전소가 대거 설치된 전남 신안에서도 발동되기 시작했다. 수소를 에너지저장 수단으로 보면 재생에너지의 골칫거리인 발전출력제약을 해결할 수 있고, 이를 실증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수전해 반응기에서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수소를 생산하려면 연속적인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발전출력제약의 비예측성을 고려하면 잉여전력만으로 수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이다. 전기를 이용한 열을 가하여 메탄을 수소와 탄소로 분해하는 메탄 열분해도 탈탄소에 부합하는 수소생산 방식이다. 메탄 열분해를 통해 1몰의 수소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최소 에너지는 38 kJ로 수증기 개질의 252 MJ이나 수전해의 285 MJ 보다 낮으며, 부산물인 탄소는 배터리 전극, 타이어 등의 재료로 활용될 수 있어서 다양한 메탄 열분해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문제는 수전해와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이용하면서 경제성과 효율성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는 것이다. 소비 관점에서 친환경인 수소를 음수사원 관점에서 바라보면 친환경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는 진정한 친환경 수소생산은 위에 언급한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활용하거나,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원전의 열이나 수요를 초과할 때의 전기를 활용하는 방안 등으로 연구개발 수준이다. 또한, 2019년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약 1000 GWh 였고, 출력제약된 발전량은 23 GWh로 두 값을 비교하여 친환경 수소 생산량을 합리적으로 계획할 수 있다. 친환경을 지향하며 다양한 에너지원 구성을 가지는 것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하다. 중요한 점은 통계와 기술개발의 속도를 고려한 합리적인 에너지원 구성의 포트폴리오를 가지는 것이다.최수석 수정 최수석 제주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EE칼럼]

[EE칼럼] '재생에너지 꿈' 실현할 시장개혁

우리 인류는 편안하게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위 이지에너지(easy energy)를 끊임없이 찾고 개발해 가며 발전을 거듭해 왔다. 최초의 인류는 장구한 세월 동안 인력과 축력 그리고 수차, 풍차 등을 이용하는 자연에너지에 의존해오다 비로소 18세기 산업혁명기 즈음에 에너지역사의 대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지에너지가 자연에너지에서 화석에너지로 바뀌는 대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산업혁명기 초기에는 주로 석탄에 의존했으나 20세기 전후로 석유, 천연가스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화석에너지는 사용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매장량도 무궁무진해서 완전한 이지에너지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을 넘어서자, 공해문제가 대두되고, 1970년 대 두 차례의 석유위기를 거치면서 화석에너지 특히 석유의 이지에너지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 때 화석에너지의 환경적 약점과 고갈 위험성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원자력이 개발되어 한 때 제3의 불이라는 별칭을 들을 정도로 새로운 이지에너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원자력은 세 차례의 대형사고로, 화석에너지는 기후변화 이슈의 부각으로 이지에너지로서의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여기에 태양광, 풍력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가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현재의 에너지 상황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잠재력만 확인된 미완의 투수와 같다. 완전히 믿고 게임을 맡길 수 있는 선발투수가 되기에는 한참 멀었다. 위기 상황에서 원포인트 릴리프의 역할을 맡겨도 아직은 불안하다. 그래도 경험이 쌓이면 분명 대형 투수가 될 수 있는 재목임에는 틀림없다. 태양광, 풍력은 바로 그런 에너지다. 태양광, 풍력 등이 그 잠재력이 만개하여 완전한 이지에너지가 되는 날 우리 인류는 에너지고갈, 방사능, 지구온난화의 공포에서 해방되는 꿈이 이루어 질 것이다. 꿈은 언젠가는 이뤄지겠지만, 현실을 무시하고 꿈만 쫓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지에너지로서의 가치를 점차 상실해가고 있는 전통 에너지를 고집스럽게 붙들고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파리협약으로 상징되고 있듯이 전 세계는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저탄소경제로 진입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불완전성을 무시한 채 무작정 달려갈 수도 없다. 결국 기술발전 속도에 맞춰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서서히 증가시킬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마치 미완의 신인투수의 발전 속도에 맞춰, 베테랑투수의 투구 수를 줄여나가는 구단이 안정적으로 좋은 결과를 꾸준히 낼 수 있는 것과 같다. 신재생에너지가 완전한 이지에너지가 되는 날까지는, 마치 신인투수를 보살피듯이, 신재생에너지의 불완전성을 보완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른 수급불안정성을 보완할 수 있는 시장제도를 모색해야 한다. 지금까지 전기 수급의 불안정성은 수 천만 전기 수용가들이 수시로 전기스위치를 올리고 내릴 때마다 출렁거릴 수밖에 없는 수요 측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공급관리가 중요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지면 태양과 바람에 따라 공급이 출렁되는 불안정성이 가세한다. 수요관리 또한 중요해진다는 말이다. 수 백 개의 발전설비를 상대하는 공급관리보다 수 천만 수용가를 상대해야 하는 수요관리가 훨씬 까다롭다는 것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수많은 소비자와 생산자로 이루어진 시장의 수급 안정은 규제가 아니라 경쟁을 통해 꾀할 때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은 이론뿐만 아니라 오랜 경험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현재 한전은 도매시장에서는 수요독점, 소매시장에서는 공급독점자의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유통망까지 장악하고 있다. 만약 방송국이 KBS 하나만 있다면, 미스터트롯, 무한도전, 태양의 후예 등과 같은 프로그램이 제공될 수 있었을까? 여러 방송국이 시청자의 다양한 취향에 맞추는 경쟁 과정에서 가능했을 것이다. 전기시장도 마찬가지다. 수천만 수용가의 정교한 수요 관리는 다양한 전기공급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할 때 가능해진다. 정교한 수요관리가 안 되면 재생에너지 확대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독점체제에서 탈피해 경쟁을 도입하는 시장개편 없이는 재생에너지 확대도 저탄소경제도 모두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박주헌교수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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