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칼럼] 자발적 탄소시장, 본질은 투자다](http://www.ekn.kr/mnt/thum/202309/2023092401001371700066871.jpg)
지난 6월 마이런 숄즈 미국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향후 탄소배출권 시장이 큰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파생금융상품 가격의 이론적 기준을 만든 그는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탄소배출권은 탄소감축 실적을 제3자로부터 인증 받아 이를 주식처럼 거래하도록 만든 가치상품이다. 이는 저탄소 연료로의 전환, 재생에너지 생산, 삼림 보존 및 조성, 탄소 포집·저장·활용 등을 통해 회사 밖에서 탄소를 감축한 경우도 포함되기 때문에 회사 배출량을 상쇄하는데 활용되기도 한다. 숄즈 교수는 다만 탄소감축 실적을 인증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탄소배출권은 유망한 수단이지만 엄격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글로벌 탄소시장은 정부가 감축을 의무적으로 규율하는 규제적 탄소시장(Compliance Carbon Market)과 민간이 자발적으로 감축을 주도하는 자발적 탄소시장(Voluntary Carbon Market)으로 대별된다. 모건 스탤리는 자발적 탄소시장의 경우 2022년 기준 20억달러에서 2030년에는 1000억달러로 50배 가량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기술적·비용적 한계로 회사내 감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선언한 ESG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증 기준이 비교적 유연하고 비용도 저렴한 자발적 탄소배출권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규제적 탄소시장에서 인정되지 않는 신기술 개발 및 제품 혁신을 통한 탄소감축도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는 점도 감안했다. 보스톤 컨설팅이 2022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0개 글로벌 기업리더 중 응답자의 52%가 2030년까지 탄소관리 포트폴리오에서 자발적 탄소배출권의 비중이 압도적일 것이라고 응답해 이를 뒷받침 한다. 국내에서도 올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자발적 탄소시장 활성화를 위해 감축실적 인증을 시작했다. 증권사들도 경쟁적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거래를 중개하는 업무뿐만 아니라 감축사업 투자, 거래 플랫폼 운영 및 파생상품 거래까지 확장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에 ‘자발적 탄소배출권에 대한 자기매매 및 장외거래 중개업무‘를 부수업무로 신고한 증권사는 이달 현재 9곳이다.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 10곳 중 7곳은 자발적 탄소시장이 탄소감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의 문제 제기 흐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인증된 배출권의 감축실적에 대한 진위여부다. 지난 8월 캠브리지대학 과학자들은 사어언스지를 통해 자발권 탄소배출권을 발급한 세계 26개 산림전용 및 황폐화 방지 사업을 분석한 결과 실제 감축량과 인증된 감축실적간에 차이가 크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선물거래위원회도 환경사기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올 여름부터 탄소시장 사기에 대해 신고를 받고 있다.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주도적으로 구매해 왔던 델타항공, 네슬레, 케링 등 글로벌 기업들도 최근 배출권 사용을 중단하거나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탄소가격도 올 6월 기준 톤당 8.2달러로 지난해 8월 대비 약 11%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민간 주도의 자율 감독기구들은 지난 3월 자발적 탄소배출권 인증·판매 핵심원칙을, 6월에는 구매·사용 실무수칙을 각각 내놨다. 배출권 공급자에게 제3자 검증과 추적을 요구하고, 구매자에게는 회사의 기존 감축목표를 초과 달성한 부분에 배출권을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유의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발적 탄소배출권의 품질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감축실적을 인증하는 기관이 충분한 경험과 권위를 갖고 있는지 살피고, 스스로도 품질을 판단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 둘째, 자발적 탄소배출권은 회사내 감축노력에 추가되는 보조적 수단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회사내 감축노력이 우선이고, 이 노력이 배출권의 활용으로 희석되거나 가려지지 않아야 한다. 셋째, 자발적 탄소시장 참여를 통해 얻는 효용과 함께 감축책임 측면의 비용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감축투자 과정에서 수익이 수반될 수는 있지만 본질은 감축 비용의 투자다. 고품질의 배출권을 보조적 수단으로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것이 슬기로운 자발적 탄소시장의 활용법이다.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