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3월 04일(목)
[기자의 눈] "40년 집값 갚았더니재건축 분담금 내래"

[기자의 눈] "40년 집값 갚았더니재건축 분담금 내래"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결혼할 때 40년 만기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샀는데, 빚을 다 갚고나면 재건축 한다고 분담금 내라고 할거다. 그때 되면 내 나이 70대" 정부가 40년 만기의 최장기 모기지론을 도입하겠다고 하자, 인터넷에서 떠도는 우스개 소리다. 40년 동안 집 대출금을 갚고 나니 재건축 연한이 돌아왔는데, 이제는 소득이 없어 추가 분담금을 내는 게 힘든 노인이 됐다는 뜻이다. 현행 주택담보대출의 최장 만기는 주택금융공사에서 빌리면 30년, 은행에서 빌리면 35년이다. 그런데 최근 전국적으로 집값이 높아지면서 대출금 상환 부담이 커지자 정부가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40년 만기의 대출상품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만기가 길어진 만큼 매달 갚는 원금과 이자는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현실이다. 월급쟁이가 집 한 채를 사려면 빚을 40년이나 갚아야 할 정도로 소득 대비 집값 상승률이 가파르다. 특히 빚을 갚으려면 소득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직장인 정년이 65세인걸 감안하면 적어도 25살부터는 돈을 벌어야 한다. 40년간 대출을 갚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결국 중간에 집을 팔아 시세 차익으로 대출을 상환해도, 다른 집에 이사가려면 또 그만큼 빚을 내는 게 불가피하다. 집값을 빨리 갚으려면 그만큼 고소득이야 가능한데, 요즘엔 로또 1등으로 강남 아파트 한 채 사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웬만한 소득으로는 서울에서 내집 장만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출입처 미팅을 나가면 당연히 집 얘기가 빠질 수 없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소득을 받는 직원들은 전혀 다른 재정상태를 토로하며 웃픈(웃기고 슬프다) 상황을 연출한다. 부동산 상승기 이전에 서둘러 집을 마련한 사람과 집 구매를 미룬 사람의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집을 마련한 사람들은 둘째를 낳을까 고민하는 반면 집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은 "대기업 다니면 뭐하냐"면서 첫째 출산도 고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미혼인 기자는 출산은커녕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하나 싶은 고민에 빠진다. 우리나라 서울 인구가 최근 1년간 10만명이 줄어들고 출산률이 낮아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다는데 그 이유를 실감나게 느끼고 있다.윤

[기자의 눈] 공정함이 초래한 불공정

[기자의 눈] 공정함이 초래한 불공정

"포스트코로나19 시대에 국민들께 다시 희망을 드리려면 무엇보다 ‘공정’의 가치가 실현돼야 합니다. 법과 질서, 원칙이 지켜지고 기회와 과정이 공평하다는 믿음이 있어야 희망과 열정도 생겨날 수 있으니까요."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언급한 말이다. 이 지사는 그간 공정의 가치를 내세우며 시장 경제의 불공정함에 대해 꾸준히 지적해 왔다. 특히 디지털 경제 시대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을 독점하는 것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배달앱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다. 그는 배민의 과도한 수수료와 시장 독점을 비판하며 공공배달앱 ‘배달 특급’을 보급해 즉각 대응에 나섰다. 결과는 어땠을까. 1년이 지난 지금, 배달 특급 외 모든 공공플랫폼들은 음식배달시장 호황 속에도 1%도 안되는 점유율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상실했다. ‘배달특급’ 역시 지난해 말 출시했지만 현재 일부 지역(포천시·김포시·수원시·양평군·이천시) 시범 서비스에만 그치고 있어 그렇다 할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배달특급 외에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미 출시한 공공 앱들도 비슷한 상황이다.소비자들이 이들을 외면한 이유는 민간 배달 앱과 특별한 차별성이 없다는 점이다. 수수료가 낮아져 소상공인을 부담을 덜고 민간보다는 저렴한 가격을 제공해도 시스템 이용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값싼 서비스보다 질 좋은 서비스를 원한다. 민간 플랫폼 업체들을 혁신이 아닌 단순 독점 플랫폼으로 바라본 오판이 초래한 결과다. 민간 플랫폼 기업들은 디지털 시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서비스 혁신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노력을 단순 시장 독과점 행위라고만 해석해선 안되는 이유다. 플랫폼 기업은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고 이를 사려는 소비자를 연결해 수수료를 받아 그걸 다시 질 좋은 서비스로 내놓으며 수익을 창출한다. 공공 앱처럼 정치적 셈법은 깔려있지 않다.이런 상황에 이재명 도지사는 최근 공공 배달앱에 이어 구직·숙박·부동산 앱까지 내놓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플랫폼 시장성을 고려하지 않은 ‘보여주기식 행정’은 이제 그만해야 될 때다. 진정한 시장경제의 공정함을 실현하고 싶다면 기업과 국민 모두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nakyeong@ekn.kr

[기자의 눈] 증권업계,코스피 3000 시대 걸맞게 혁신해야

[기자의 눈] 증권업계,코스피 3000 시대 걸맞게 혁신해야

연초부터 3000선을 뚫고 파죽지세로 달려가던 코스피가 최근 들어서는 다소 쉬어가는 분위기다. 코스피는 연일 3000선 붕괴, 3000선 회복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연일 3000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조절하기 위해 역대 최장 기간 ‘팔자’를 이어가는 사이 개인투자자는 작년 초부터 무려 국내 주식을 100조원가량 순매수하며 한국 증시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국내 증권사들도 동학개미, 서학개미의 마음을 잡기 위해 기존에 없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선보이고 있다. 증권사들은 대체로 증시 활황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올해는 토스를 필두로 빅테크 기업들이 대거 증권업 진출을 예고하면서 향후 이들이 불러일으킬 돌풍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물론 이미 기존에 증권사들이 쌓아올린 아성을 빅테크 기업들이 단숨에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 역시 판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는 없다.빅테크 기업들의 등장은 단순히 업권 간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점을 넘어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토스 등 빅테크 기업들이 내놓은 MTS는 기존 증권사의 틀을 깨고 오직 ‘투자자 편의’에만 초점을 맞췄다. 비대면 거래에 익숙한 2030 세대를 겨냥해 한층 더 간편하고 빠른 플랫폼을 내세운 점이 특징이다. 이들 기업은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다보니 고객들의 불편이나 요구사항을 적기에 반영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일각에서는 국내 증권사들이 대체로 주식 수수료 무료를 내세우는 상황에서 토스증권의 파급력이 얼마나 클 지는 미지수라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다만 새로운 사업자의 등장으로 국내 증권업 전반적으로 1순위가 고객 편의성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됐다는 점은 그 자체만으로 긍정적이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사업자의 등장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대한민국 증권업 역사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2000년 키움증권이 국내 증권업 최초로 비대면 주식 거래 서비스를 내놓을 때까지만 해도 브로커리지 시장 점유율 1위라는 기록을 달성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상 최초 코스피 3000 시대, 국내 증권업도 혁신의 끈을 이어가야할 때다. 기존 증권사와 빅테크 기업들이 선의의 경쟁을 넘어 대한민국 증권업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길 기대해본다.

[기자의 눈] 로켓배송 신화 뒤엔 쿠팡맨 눈물이 있다

[기자의 눈] 로켓배송 신화 뒤엔 쿠팡맨 눈물이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로켓배송’으로 연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커머스 기업이 있다. 쿠팡이다. 쿠팡은 지난 2014년부터 빠른 배송을 내세운 로켓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후 성장세를 키워가며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등극한 데 이어 올해는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다. 현지에서는 쿠팡이 30~50조 원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상장을 준비중인 다른 국내 이커머스 기업까지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로켓배송 신화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 발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하지만 이러한 로켓배송의 신화 뒤엔 쿠팡맨들의 눈물이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으며 빠르게 몸집을 불려나갔다. 쿠팡이 이렇게 성장한 것은 쿠팡맨의 공이 컸다. 문제는 소비자가 전날 주문한 상품을 빠르게 배송하면서 고통을 겪는 쿠팡맨들도 늘어났다는 점이다. 상품을 빠른 시간에 배달하기 위해 업무압박을 느끼는 쿠팡맨이 늘면서 배송 업무에 투입되는 첫날 이탈하는 사례도 많다. 산업 재해 신청 건수도 많다. 그러나 쿠팡은 다른 기업에 비해 산업 재해 인정 비율이 낮은 기업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지난해 전체 산업재해 신청 건수(239건)의 28.5%에 달하는 68건에 대해 ‘산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냈다. 이는 전체 사업장의 평균인 8.5% 대비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쿠팡은 올해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면서 계약직 직원들에게도 주식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의 핵심 경쟁력인 로켓배송으로 기업의 가치가 커진 만큼 쿠팡맨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빠른 배송을 위해 업무 압박 속에서 고통을 겪는 쿠팡맨들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로켓배송의 신화의 일등공신은 쿠팡맨이다. 지금 쿠팡이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것은 근무환경 개선이다.pr9028@ekn.kr

[기자의 눈] 차등의결권 도입 논란, 본질은 쿠팡이 아니다

[기자의 눈] 차등의결권 도입 논란, 본질은 쿠팡이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차등의결권 도입 여부를 두고 정치권과 재계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차등의결권은 일부 주식에 특별한 의결권을 줘 특정인의 지배력을 강화해주는 장치다. 국내에서는 금지됐지만 미국·유럽 등 금융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사용해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국 가운데 17개국에 차등의결권이 있다. 국내에서 펼쳐지는 논란의 시발점은 쿠팡이다.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차등의결권 때문에 미국으로 간다"는 얘기가 돌았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보통주 대비 29배 의결권을 가지는 주식을 부여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여당과 관련 부서 장관 등도 한 마디씩 거들며 상법 개정을 암시하고 있다. 다만 논란의 포커스가 ‘쿠팡’에만 맞춰져 있다는 점은 아쉽다. 차등의결권 도입 반대 입장에 선 이들은 "쿠팡이 미국 증시로 향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 의장의 국적이나 사업구조, 증시 특성 등을 거론하며 쿠팡과 차등의결권의 순기능을 엮는 건 억측이라고 주장한다. 심도 깊게 논의해야할 사항은 차등의결권의 도입 여부다. 쿠팡의 미국행은 본질이 아니다.정치권의 시각도 ‘쿠팡’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타트업들 창업주의 경영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수준에서 사고가 발전하지 않는다. 대화를 주도하는 사람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고 국회에 발의돼 있는 법안도 ‘벤처기업법 개정안’이다. 경제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한국이지만 ‘대기업은 안된다’는 막연한 정서가 남은 영향이다. 미국 알파벳(구글), 버크셔 해서웨이와 중국 알리바바 등도 차등의결권을 활용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몸집이 큰 공룡기업들이다. 한국은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상승시키는 와중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안착시키고 있다. 공정경제3법, 노동법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재계 목소리는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 최근 화두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과 코로나19 이익공유제다. 기업하기 참 힘든 상황이다.매사 ‘균형’이란 게 필요한 법이다. 기업을 견제할 수단을 만들었으면 날개를 펼칠 수 있는 활로도 열어줘야 한다. 차등의결권 도입은 최소한의 노력이다. 유동성이 넘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경영권 보호 장치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차등의결권이라는 굵직한 의제를 쿠팡 안에 가두지는 말자.[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yes@ekn.kr

[기자의 눈]"바보야 문제는 신재생이 아니야"

[기자의 눈]"바보야 문제는 신재생이 아니야"

"편식하면 안돼. 다음부터 밥 없을 줄 알아!" 어릴 때 누구나 들어봤던 말이다. 엄마가 손수 차려준 밥상이지만 이상하게도 피망이나 당근을 피하기 위해 젓가락을 있는 힘껏 뒤적거렸던 나쁜 습관이 있었다. 골고루 영양소를 섭취해야 건강에 좋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왜 그때는 모르고 무조건 ‘고기는 좋고 야채는 나쁘다’고 생각했는지…최근 30년 만에 미국 텍사스 주를 덮친 기록적인 한파에 세상이 떠들썩하다. 단순히 ‘대규모 블랙아웃’을 넘어서 신재생에너지의 효율까지 공격받고 있다. 미국을 ‘멘붕’에 빠지게 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재생에너지 때문이라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전력망 재설계’ 논쟁까지 이어졌다.미국 공화당과 보수 언론은 재생에너지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극한 기후 상황에서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화석 연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비판하며 ‘좌파 기후 아젠다의 역설’이라는 표현으로 프레임 싸움에 시동을 걸었다.이 사태는 우리나라까지 들썩이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일부 매체에서도 바이든 정부와 결을 같이 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재생에너지 계획을 언급하며 미국 공화당과 보수언론의 반대 논리를 적용하고 나섰다. 국내 전력 수급 안정성을 위협한다면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자체를 앞다퉈 비판했다.‘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했나. 미국 내 정전 사태에 우리나라 전문가들이 며칠 사이 분석한 결과 원전 및 가스 발전기의 가동이 중지된 게 원인이라는 내용도 나왔다. 텍사스 주 내 일부 풍력 발전기가 얼어붙으며 정상 가동이 불가능했던 건 맞지만 이런 현상은 모든 형태의 발전기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거다.에너지 업계 관계자들도 ‘재생에너지가 문제’라는 논란보다 ‘전원 믹스’에 초점을 맞췄다. 원자력이든 화력이든 신재생이든 발전 형태가 다양하게 마련돼야 극한 기후에 대응할 수 있다는 현답을 내놓았다. 그렇다. 에너지는 편식이 아니라 골고루 발전돼야 한다. 일부 정권에서 추진한다는 이유로 프레임을 씌워 흑백논리로 조장할 일이 아니다.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화력에너지냐 재생에너지냐로 나눌 일이 아니다. 기술은 발전이다. 혁명이 아니다. 지금 편식 돼 있는 전원 상태를 골고루 향상시켜야 한다. 고품질의 석탄을 쓰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발전 과정을 개발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도 공급량을 늘리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양자택일이 아닌 상향 평준화라는 걸 명심하자.

[기자의 눈] 은행의 배당자제와 이익공유제 사이

[기자의 눈] 은행의 배당자제와 이익공유제 사이

은행주 배당성향이 20%로 굳혀졌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자사주 매입과 배당 자제 등을 권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자본을 쌓아둬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권고라고 했지만 사실상 통보였다. 규제 산업이란 이유로 은행들은 금융당국 입을 주시하며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당국이 배당 자제를 요청했을 때 은행들은 배당까지 개입하다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당국 의지대로 분위기가 바뀔 것 같다는 예상이 팽배했다. 예상은 현실이 됐고, 당국 바람에 따라 실제 은행들 배당성향은 20% 수준으로 낮아졌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5%포인트 이상 낮아진 수치다. 역대 최대 순이익을 내고서도 배당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배당 자제 권고가 무색하게, 정치권에서는 ‘이익공유제’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은행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이자를 꼬박꼬박 받아가며 이익을 크게 벌어들인 만큼 수익을 토해내라는 것이다. 자본확충을 요청하면서 배당을 줄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쌓아둔 자본을 내놓으라는 요구가 거론되자 은행권에서는 종잡을 수 없는 압박 세례에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은행이 당국과 정치권의 동네 북으로 전락한 것은 은행이 정부 보호를 받으며 큰 규제 산업인 데다, 이자 수익으로 성장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깔려있는 탓일 것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정부는 은행들에 자금을 투입하고 통폐합을 강행하며 기사회생시켰다. 정부의 보호 속에서 자란 만큼 은행들이 대출 이자를 받고 수익을 낼 때마다 비판은 여전히 쏟아진다. 은행은 민간회사이면서 공공회사 수준의 기능이 요구되고, 주인이 없기에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도 자유롭지 못하다.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배당을 예고할 때, 은행은 여러 제약과 눈치 속에서 배당을 줄이면서 주주들 불만도 떠안게 됐다. 사모펀드 사태 등 은행권이 초래한 잘못과 맞물려 은행을 향한 인식이 더욱 곱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당국과 정치권이 은행을 과거의 시선으로만 바라본다면 은행산업 발전은 요원할 것이란 점이다. 당국자들부터 은행업은 통제하고 규제하기 쉬운 산업이란 인식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은행의 글로벌화와 지속 성장을 위한 고민이 필요한 지금 이에 맞는 정책과 규제 완화가 실현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기자의 눈] 사모펀드 사태, ‘CEO 제재’가 답인가

[기자의 눈] 사모펀드 사태, ‘CEO 제재’가 답인가

사모펀드 사태를 두고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작년에는 사모펀드 사태와 그로 인한 금융사의 사후 조치, 소비자 보호 개선 등이 주요 쟁점이었다. 올해는 연초부터 사모펀드 판매사에 대한 금융사들 제재 건으로 금융권이 연일 시끌시끌하다. 흡사 작년 초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그리고 하반기 라임펀드 제재심 논란과 흡사하다.제재심 논란의 핵심은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를 이유로 해당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중징계를 내리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다. 금감원은 DLF 사태에 이어 라임 사태, 옵티머스 사태 등 대부분의 사모펀드 사태를 두고 판매사 CEO에게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내리고 있다. 중징계를 받은 CEO는 향후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다시 말해 제재심으로 인해 CEO의 연임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금융사들의 경영 안정성 등에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금감원의 제재심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금융권 내부의 일부 일탈 행위를 CEO의 책임으로 확대 해석했기 때문이다. 판매사들이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기에 불완전판매로 이어졌고, 이에 대한 책임을 CEO가 져야 한다는 논리다. 문제는 당국이 내부통제를 근거로 CEO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약하다는데 있다. 또 펀드 사고라고 해도 사안마다 판매사의 위법행위 가담 여부 등은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이를 감안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대부분의 판매사 CEO에게 중징계를 내렸다는 것이다. 가령 옵티머스 사태의 경우 검찰 수사가 시작될 수 있었던 건 해당 펀드 최다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작년 6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임직원 등을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기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NH투자증권의 정영채 사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이렇듯 제재심을 두고 1년 넘게 논란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최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은 금융권에서 뜨거운 이슈가 됐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융당국의 책임도 있는데 이를 CEO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교통신호를 위반했다고 그걸 교통경찰이 다 책임질수는 없지 않느냐. 우리도 어려움이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금감원의 책임도 일부 있기는 하지만 책임이 가장 크다고는 볼 수 없고, 펀드를 잘못 판매한 판매사들의 잘못이 더욱 크다는 발언도 있었다.물론 윤 원장의 발언처럼 교통사고 위반 건에 대해 모든 교통경찰이 다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통신호를 위반했다고 해서 운전자 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교통사고 통제에 대한 책임을 지는 타인까지 제재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사모펀드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금융사들이 보다 엄격하게 소비자 보호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를 갖는 것이 우선이다. 모든 CEO가 해당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만 사모펀드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가. 교통신호 위반 관점에서 다시 돌이켜봐야 할 때다.

[기자의 눈] 재난지원금보다 전기·수도료 지원 시급

[기자의 눈] 재난지원금보다 전기·수도료 지원 시급

‘선별이냐 보편이냐.’ 얼마 전까지 4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국회에서 한창 설전이 이어졌다. 결국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범위는 선별적 지급으로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사태가 몇 차례 재확산 되자 국내 경기까지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고자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전염병의 공격에 정부가 나서서 대안을 마련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지급 대상 범위를 지정하기 전에 짚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재난지원금은 입을 거리나 먹거리를 살 때 쓸 수 있다. 그러나 전기나 수도, 가스 등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비용을 낼 수는 없다. 전기료와 수도요금 등 공과금은 선별적으로 내는 비용이 아닌 모든 국민이 내는 보편적인 비용이다. 최근 실업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취업자 수가 대폭 줄어들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온 국민이 느끼는 공과금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취약계층이 느끼는 공과금 부담감은 더 무섭다. 정부는 취약계층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며 빅데이터를 이용한 관리망을 도입했다. 문제는 최신 시스템을 적용하고도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들이 많다는 점이다. 방배동 모자사건과 송파구 세 모녀 사건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사는 60대 노모와 아들은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는다는 이유로 취약계층 복지혜택을 받지 못했다. 방배동 모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세상에 드러나기 약 6년 전에는 서울 송파구 반 지하에서 살던 세 모녀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기료와 수도요금 몇 푼이나 한다고’라며 외면할 일이 아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의·식·주를 충족해야 한다. 의·식·주를 안정적으로 누리려면 전기나 수도, 가스 등 에너지원이 밑받침 돼야 된다. 에너지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사용하는 기본 동력이다. 그러나 이를 외면한 채 소비활성화를 위해서만 지원한다는 건 진정한 ‘보편적’ 지급이 아니다. 코로나로 침체된 소비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다만 최소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기나 수도요금, 가스요금 등에 대한 정부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적어도 국민들이 기본 동력을 사용할 수 없어 삶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오세영 기자

[기자의 눈] 재생에너지 ‘보물찾기’서 보물지도 독차지한 한전

[기자의 눈] 재생에너지 ‘보물찾기’서 보물지도 독차지한 한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지난 10일 한국전력이 재생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발전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 달성을 위해 발전사업을 직접 할 수 없는 한전에 재생에너지 발전을 허용할 모양새다. 내년 대선의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이 대표의 발언이 우려스러운 건 한전이 전력계통망을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전력계통망을 독점한다는 건 재생에너지라는 ‘보물’을 찾는데 보물지도를 혼자만 가진 것과 같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변동성이 높아 전력계통망에 불안을 준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전력계통 상황에 맞게 건설돼야 한다. 전력계통망을 독점한다는 건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어디에 있어야 할지 훤히 꿰게 만든다. 전력계통망이라는 보물지도가 있으니 재생에너지라는 보물을 다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전력계통망 정보가 없는 민간업체는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서 한전에 밀릴 수밖에 없다. 누구는 보물지도로 보물 위치를 다 알고 있지만 누군가는 맨땅에서 정보도 없이 보물을 찾아다녀야 하니 경쟁이 될 리가 만무하다.한전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여러 전문가와 민간업체들이 반대하는 이유다. 그들은 한전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진출하면 공정한 시장 질서가 파괴된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한전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민주당의 강령하고 전혀 맞아 보이지 않는데도 말이다.한전은 발전사업에 참여하면 선심 쓰듯이 전력계통망을 공유하겠다고 하지만 업계는 한전을 신뢰하지 못한다. 업계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형 발전소에 일어났던 일을 기억하고 있다. 정부는 ESS 연계형 발전소가 재생에너지 전력계통망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높게 주는 방식으로 전폭 지원 했었다. 하지만 ESS가 전력계통망에 이점이 없고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가중치 지급을 올해부터 중단했다. 그 결과 사업에 진출했거나 준비한 ESS 민간업계는 큰 피해를 봤다. 대신 전력계통망을 독점한 한전이 민간업계를 대신해 대규모 ESS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이원희 에너지환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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