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또 ‘인명 사고’, 또 ‘SPC’

또 SPC그룹이다. 잊을만 하면 발생한 계열사 사업장의 산업재해로 논란의 도마에 올랐던 식품그룹 SPC에서 다시 인명사고가 터졌다. 과거 허영인 회장의 대국민사과와 함께 사업장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던 약속을 무색하게 만들며 다시 여론의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19일 경기 시흥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윤활유를 뿌리던 5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상반신이 끼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산재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당일 SPC삼립은 김범수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공장 가동 중단 등 뒷수습에 나섰지만 재발되는 인명 사고 탓에 SPC를 바라보는 여론은 차갑기 그지없다. 산재 발생과 인명 피해, 기업의 사과와 안전대책 약속이 반복되면서 SPC의 '안전 불감증'이 다시 도진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2022년 10월 경기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어 사망한 사고를 시작으로 최근 3년 간 SPC 계열사에서 총 3건의 사망, 5건의 부상 사고가 발생했다. 무엇보다 첫 사고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허영인 회장이 1000억 원을 투자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경영을 펼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번 인명사고로 '사실상 공염불'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SPC는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안전경영 레터'를 통해 그동안 안전설비 확충·장비 안전성 강화·고강도·위험작업 자동화·작업환경 개선 등을 수행하며, 2022년 4분기부터 지난해까지 전체 예산(1000억원)의 약 84%인 835억원을 집행했다고 홍보했다. 이같은 SPC 산재예방 노력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진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이번 시화공장 인명사고로 그 진의가 의심받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당장에 일각에선 소비자 불매 움직임이 있어 SPC그룹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사고가 난 시화공장이 최근 흥행 돌풍을 일으킨 '크보(KBO)빵'의 주요 생산공장이어서 판매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더라도 산재, 그것도 인명 피해가 반복된다면 그 기업은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SPC는 뼈를 깎는 노력에도 유사한 사고가 반복된다면 내부 안전경영 전면 재검토, 작업장 안전시설 개편, 작업현장 종사자 안전의식 개선 등 사운을 건 전사적 캠페인으로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기자의 눈]언제쯤 대선 공약집에 금융산업 발전 방안 담길까

6.3 조기 대선이 2주도 남지 않았다. 대권을 노리는 주자들은 전국을 돌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 주요 후보들의 공약집에서 금융 관련 공약이 소상공인 지원·대출 부담 완화를 비롯한 정책금융에 국한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인공지능(AI)·방위산업·에너지 등의 분야에 각종 공약이 집중된 반면 금융 분야는 별다른 고민이 없어 보인다. 요식업을 비롯한 소비업종을 중심으로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취약 차주가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해도 '기브 앤 테이크' 방식이 결여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재명 후보의 중도상환수수료 단계적 감면, 김문수 후보의 신용카드 캐시백 제공 등은 금융사의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 앞서 민주당이 주장했던 횡재세 이슈가 금융권 안팎의 비판을 받고 수그러들었으나, 상생금융을 비롯한 다른 형태로 녹아드는 셈이다. 높은 은행 의존도와 가맹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금융사들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규제 대상 은행을 확대하고 자본요건을 강화하는 '바젤3 엔드게임' 대폭 수정 또는 폐지 △인수합병(M&A) 심사 기준 완화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의 수수료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는 것과 대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시절에도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를 천명한 바 있다. 문제는 이같은 흐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9대 대선에서도 금융 분야는 소외됐었다. 당시 안보 분야에서 진보·보수 후보간 입장이 명확히 갈라지면서 공방이 벌어졌지만, 금융 부문의 경우 금융사고 방지와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정책이 언급됐을 뿐 큰 쟁점이나 이슈가 된 정책·공약은 없었다. 20대 대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영업자 손실보상 프로그램(50조원 규모) 및 소액채무 원금 감면폭 대폭 확대, 이재명 후보는 전국민 대상 기본소득과 최대 1000만원 장기·저리 기본대출을 비롯한 공약을 내놓았다. 두 후보 모두 여의도와 전북을 중심으로 금융산업을 발전시킨다고 했으나, 기존에 있던 계획과 유사하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구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대선에도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금융당국 구조개편이 그나마 금융산업 분야 공약으로 포함될 수 있는 정도다. 지난해 IMD가 전 세계 67개국을 대상으로 금융산업 경쟁력을 평가한 결과 대한민국이 20위로 나타나는 등 민·관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중론이다. 차기 정부와 국회가 이같은 현실을 타개하고 금융사들이 '밸류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기자의 눈] ‘구별없는’ 대출 정책에…투기는 못잡고 실수요자는 발동동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7월 1일 도입을 앞두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포함한 모든 가계대출에 1.5%의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는 게 골자다. 20일 금융위원회가 밝힌 시행방안에 따르면 가장 큰 변화는 스트레스 DSR이 전 금융권에 적용되는 것이다. 대출 한도는 수도권 기준 3~5% 줄어들게 된다. 예를들어 연소득이 1억원인 대출자는 3300만원, 5000만원인 대출자는 1700만원 가량의 대출 한도가 감소하게 된다. 문제는 수도권에 '내 집 마련'을 계획 중인 차주들이다. 당국이 치솟는 집값을 안정화하겠단 의도는 알겠지만, 당장에 터져나온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당장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손발이 묶이게 되기 때문이다. 소득 규모와 관계없이 주담대 한도가 수천만원씩 감소하게 되면서 주택시장 진입이 더욱 어려워졌다. 실수요자 중에서도 무주택자나 중저소득층에 대한 보호장치가 부재한데, 현재 대출 한도 축소에서 보호받는 별도의 완충책이나 예외 규정이 뚜렷하지 않아 피해를 낳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출을 옥죈 상황에서 수요가 한꺼번에 쌓이다보면 대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진다. 오는 대선 이후 정권에 따라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튈 지 모르기에 당장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달여 후 정책을 도입해야하는 은행권도 난감하다. 대출 수요 자체를 틀어막지 못하기 때문에 대출시장 혼란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금융권엔 규제 시행 전 대출을 받으려는 차주들로 즐비한데, 당국은 대출 총량에 눈을 부릅뜨고 있다. 정책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기에 투기를 잠재우거나 집값 자체를 누르는 일도 불가능하다. 이는 결국 경기 회복이 절실한 상황에 부동산 시장을 냉각시키고 수요자들의 발목을 묶는 효과만 초래할 수 있다. 집값 상승을 막으려는 대출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찬물로 작용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의 발을 묶으면서 지방 시장을 비롯한 부동산의 위축이 가속화되고, 경기 회복 지연을 부추기는 셈이다. 당국은 지방의 정책 시행은 늦춘 상태지만 상품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일괄적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정부가 결혼과 출산을 요구하면서도 핀셋 조치 없이 서민과 청년층의 내집 마련 기회를 꺾으면 결국 집값도 주거문제도 잡지 못하는 참담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투기는 잡고 실수요는 돕는 정교한 정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기자의 눈] 분양가상한제 폐지, 내 집 마련 더 어려워진다

“공사비는 치솟는데 분양가는 묶여 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재개발·재건축 조합 26곳이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원자재·인건비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해 사업성이 떨어지고, 주택 품질까지 낮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합 측은 이 제도를 공급자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 규제로 보고 있지만, 분양가상한제는 단순한 공급 제한 장치가 아니다.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지켜주는 안전장치이자 주택 시장 과열을 억제하는 완충장치다. 이 제도가 없으면 분양가는 시장 흐름에 따라 끝없이 치솟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돌아간다. 실제로 분양가가 높아지면 청약 경쟁은 치열해지고 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청약을 포기하거나 전세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 이는 전세난 심화로 이어진다. 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가 오히려 주거 불안을 키우는 역설이 발생하는 셈이다. 공사비 급등과 함께 분양가 규제가 일부 해제된 이후 실제 시장에서 벌어진 일도 이를 방증한다. 정부는 2023년 1·3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강남 3구·용산 제외)을 제했다. 그러나 그 결과 서울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6년여 만에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2023년 7월 서울 평균 분양가는 3.3㎡당 4401만7000원으로, 2018년 2월(2192만1000원)보다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이 같은 분양가 급등은 청약통장 무용론으로 이어졌고, 실제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물론 공급자 입장에서도 현실과 맞지 않는 점은 있다. 공사비는 급등했고, 층간소음 규제와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화 등 새로운 시공 기준도 잇따르고 있다. 대한건축학회에 따르면 제로에너지 기준 충족 시 공사비는 최대 35%까지 증가한다. 그러나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곧바로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연결돼선 안 된다. 이미 해제된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규제를 풀면 공급은 더디게 늘고, 분양가만 먼저 오르며 수요자 부담을 키운다. 정책은 공급자와 수요자 양쪽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논의는 품질 개선과 공급 확대라는 기대도 있지만 실수요자의 비용 부담과 주거 불안이라는 대가도 따른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히 '폐지냐 유지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가격 안정과 공급 활성화가 함께 갈 수 있는 정교한 정책 설계다.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공급자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이 절실하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기자의 눈] 또 등장한 ‘코스피 5000’…주가지수가 공약의 도구인가?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내건 경제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주주환원 확대, 자사주 소각 의무화, 저PBR 기업 정리까지 내세우며 '저평가 탈출'의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민주당은 아예 '코스피5000시대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생각보다 차갑다. 익숙해서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 때도 같은 이야기를 했고, 그보다 앞서 2007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도 비슷한 공약을 꺼낸 바 있다. 매 대선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지수 공약. 시간이 흘렀지만, 코스피는 아직도 2500 언저리를 맴돈다. 이 후보는 “한국 시장은 저평가 상태이며, 투명성만 확보돼도 5000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방향성은 공감된다. 주가조작 의혹, 물적분할 논란, 대주주 중심 지배구조 등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는 고질병은 분명 존재한다. 상법 개정 등으로 주주 권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긍정적이다. 문제는 '가능성'이다. 주식시장은 정책만으로 오르지 않는다. 구조개혁이 중요한 건 맞지만, 글로벌 금리, 환율, 지정학 리스크, 외국인 수급 같은 외생 변수 없이는 시장이 움직이지 않는다. 현재 시장은 오히려 '정책 기대감'보다 '정치 테마주'에 더 민감하다. 특정 정치인과 연결된 종목이 수백 퍼센트씩 오르고, 실적이 바닥인 기업이 주가 상승률 1위를 찍는 상황도 발생했다. 실적도, 수급도, 펀더멘털도 무시한 '천하제일 단타 대회'가 펼쳐지고 있다. 이런 장에서 '5000'을 논하는 건 무색하다. 더 큰 문제는 포퓰리즘의 그림자다. 기업 성장은 제쳐두고, 주주 친화 정책만 몰아붙일 경우 자칫 기업 투자 위축이나 소송 남발, 단기 투기자본 유입 등 부작용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실제로 상법 개정과 관련해 기업들의 우려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주식시장 개혁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하지만 그 목표가 '선거용 지수'에 맞춰진다면 정작 시장은 더 멀어진다. '코스피 5000'은 수치가 아니다. 시장이 자생력으로 회복했을 때 따라오는 결과일 뿐이다. 이번에도 또 지수는 공약의 도구가 됐다. 다만 그 공약이 유권자 향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 시장에 신뢰를 회복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난 20년간 수없이 반복된 '지수 공약'의 역사 속에서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기대해본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기자의 눈] 작지만 강하다, 삼성 생활가전의 반격

삼성전자 안에서도 생활가전(DA) 사업부는 상대적으로 '작은 부문'이다. 반도체나 스마트폰에 비해 매출 규모는 작고, 언론의 주목도도 덜하다. 같은 완제품 사업이라 해도 TV를 맡은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가 '글로벌 1위' 타이틀을 19년째 지켜온 데 비하면 생활가전은 존재감이 옅은 편이다. 내부에서도 “우리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받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때는 '삼성 가전'이라는 말만으로도 경쟁력을 인정받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브랜드들이 '가성비'를 무기로 치고 올라오고, 프리미엄 시장에는 강력한 글로벌 경쟁자들이 속속 진입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판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생활가전 사업은 흔히 VD 사업과 함께 'VD·DA 부문'으로 묶이지만, 실적 온도차는 뚜렷하다. TV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동안 가전은 늘 '반전'을 꿈꿔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럼에도 생활가전 사업부는 최근 눈에 띄게 분주하다. '스크린 에브리웨어', 'AI 홈' 같은 혁신 전략을 통해 새로운 가전 생태계를 구상하고 있다. 오디오 전문 브랜드 인수에 이어, 최근에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까지 품에 안으며 글로벌 공조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겉으로 보기엔 작은 변화일 수 있지만, 가전 사업 체질 개선을 위한 중요한 밑그림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팔릴 제품만 고민해선 미래가 없다. 5년, 10년 후를 내다보며 기술력과 포트폴리오를 다듬어야 진짜 반전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가전 사업부 직원들도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갖고 신기술과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는 게 내부 전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무대행으로 노태문 사장을 선임했다. 노 사장은 삼성 스마트폰 사업을 일군 주역으로, '갤럭시 신화'를 이끈 인물이다. 한종희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리더십 공백을 메우기 위한 포석이지만, 동시에 완제품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적 인사로도 해석된다. 특히 노 사장이 최근 생활가전 부문에 큰 관심을 보이며 현장 스터디를 반복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조직 내부에서는 “갤럭시의 혁신 DNA가 가전에도 이식되길 기대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작고 조용해 보일지 몰라도, 삼성 생활가전은 분명히 움직이고 있다. 상반기 신제품 출시를 시작으로, 연내에는 '볼리' 등 신개념 가전도 선보일 예정이다. 덩치가 작다고 열정까지 작은 건 아니다. 삼성 생활가전의 조용한 반격이 시작됐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기자의 눈] 면세점 위기 짓누르는 ‘인천공항 임대료’

국내 면세점업계가 불황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면세점 4사는 외견상 모두 영업흑자로 전환하거나 전분기(2024년 4분기)보다 영업손실을 대폭 줄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순수 영업활동에 따른 개선이라기보다는 대부분 희망퇴직, 매장 폐점·축소 같은 '고강도 비용절감'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고환율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 백화점·쇼핑몰·균일가할인점 등 경쟁업태로 고객 이탈이 이어진 탓에 어려움을 겪는 면세점업계가 특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은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부담'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지난 2023년 공항면세점 임대료를 기존 '고정 임대료제'에서 '객당 임대료제'(출국여객 1인당 임대료 산정)로 전환했다. 그러나, 엔데믹 일상회복 이후 고환율·쇼핑패턴 변화로 해외여행객은 늘었음에도 1인당 면세점 구매액은 감소하는 바람에 면세점업계에 '큰 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인천공항 출국여객수는 3531만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3556만명) 수준을 거의 회복했지만, 지난해 면세업계 매출액은 14조2249억원으로 같은 기간보다 42.8%나 줄었다. 이는 여행객의 쇼핑패턴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거나 낙찰받기 위해 높은 입찰가격을 제시하는 등 면세점업체 귀책사유가 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인천공항공사의 비항공수익(면세점 임대료 등)이 전체 수익의 65%로 해외 주요 공항(40~45%)에 비해 높다는 점, 한국공항공사가 김포공항 면세점 등에서 '영업요율 임대료제'(면세점 매출에 연동해 임대료 부과)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제도 개선을 바라는 면세점업계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정부 특허사업인 면세사업은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유통업종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시장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일전에 유통 전공 한 대학교수가 기자에게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면세점 중 현재 소비침체 위기에서 가장 돌파구를 찾기 힘든 업종은 면세점"이라고 말한 이유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면세점의 위기 돌파는 면세점사업자의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아울러 인천공항공사도 면세점과 공항공사 간 지속적인 '공생관계'를 위해 면세점의 경영애로 개선에 손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기자의 눈] 탄소비용 없이는 ‘허상’, 기후경제가 갖춰야할 조건

기후경제는 기후위기 대응 산업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자는 표현이다. 태양광, 풍력, 에너지저장장치(ESS), 가상발전소(VPP)를 통해 수백조원 규모로 키우자는 것이다. 하지만 기후경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후경제는 사람들에게 탄소비용을 강제로 부과하지 않으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전력은 실시간으로 소비돼야 하는 상품이다. 수요와 상관없이 날씨에 따라 전력을 생산하는 재생에너지는 시장 교란자다. 라면가게 주인이 저녁 손님이 먹을 라면까지 점심에 한꺼번에 끓이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점심에 끓인 라면을 저녁까지 불지 않게 보관하는 라면저장고 개발에 돈을 쓰고 있는 가게 주인을 황당하게 여기지 경제성장에 기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돈으로 신메뉴 개발이나 가게 확장을 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정부가 라면가게 주인이 점심에 만든 라면을 계속 먹지 않으면 세금을 왕창 부과한다고 하면 우리 생각은 달라진다. 저녁에도 불지 않는 라면을 제공해주는 라면저장고가 절실해질 것이다. 재생에너지도 비슷하다. 화력, 원자력으로 전력을 잘 쓰고 있는데 인공지능(AI) 개발 등 다른 곳에 쓸 수 있었던 돈을 재생에너지를 갖추기 위해 써야 한다. 탄소비용 없이 정치적 구호만 있는 기후경제는 허상일 뿐이다. 기후위기로 우리 사회가 붕괴된다는 비용을 무한대로 가정하고 이에 맞춰 탄소에 가격을 매겨야 기후경제는 실현될 수 있다. 부동산과 주민 설득에 많은 돈을 써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탄소비용 없이는 당장 그리드패리트(재생에너지발전 비용과 화력발전 비용이 동일해지는 상황) 달성이 불가능하다. 기후경제를 주장하고 싶다면 탄소비용을 어떻게 부과할지 고민해야 한다. 탄소비용은 탄소세나 탄소배출권 제도로 실현 가능하다. 현재 배출권 제도는 흉내만 내고 있다. 국내 배출권 가격은 톤당 1만원 정도로 유럽의 10분의 1 수준이다. 기후경제가 힘을 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조기 대선에서 기후경제를 강조하는 대선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이 후보는 10대 공약 중 기후위기 대응 공약에 배출권 유상할당 비중 확대를 포함했다. 탄소세 혹은 배출권에 대해 더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국가 경제에 부담을 주지만, 모든 산업이 온실가스 감축을 하도록 탄소세를 도입하거나 배출권 할당량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자의눈] 전세사기특별법, 피해자 ‘0’ 될 때까지

“조금 저렴하다는 이유로 전셋집을 고르지 말고, 문제가 생긴다면 내가 경매 등으로 이 집을 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드는 집일 때 계약해야 한다. 그런 집이 전세 문의도 줄을 이어서 보증금 반환 지연 등 문제가 생기지 않고, 만약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해결이 수월하다." 최근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 소속 관계자를 만났을 때 들은 조언이다. 부모님 품을 떠나 집을 구하려는 20~30세대에게 전세사기 피해는 남의 일이 아니다. 주위의 누구에게 물어봐도 피해 사례 한두 건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흔하다. 이러한 공포는 주거 선택의 기준마저 바꾸고 있다. 전세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젊은 세대들은 훨씬 더 부담이 큰 월세를 찾고 있다. 초기 보증금 부담이 없는 대신 매달 상당한 액수의 현금을 지출해야 하지만 전세 사기를 당할 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최근엔 언론이나 대중들의 관심에서 사라진 듯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올해 들어서도 1월 957명, 2월 1258명, 3월 873명 등 매달 피해자가 1000명 안팎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정치권과 정부의 대응이 안일하다는 것이다. 최근 개정된 전세사기 특별법은 오는 31일까지 최초 계약을 체결한 세입자만 보호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정부는 전세사기 특별법의 원래 취지가 '일시적 구제'에 있었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지금 추세로는 6월부터도 매달 1000여 명씩 발생할 피해자는 공식적으로 전세사기 특별법에 따른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들에게도 구조적인 방지책이 마련될 때까지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 솜방망이 처벌조차 개선되지 않았다. 미추홀구 일대에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을 일으켰던 남모 씨는 세입자 수백 명을 상대로 수백억 원대 보증금을 편취했음에도 고작 징역 15년만을 받았다. 심지어 공범들은 무죄나 집행유예 판결이 나왔을 정도이다. 처벌이 약할 경우 전세사기는 범죄의 리스크보다 수익이 크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전셋집에 거주하려던 이들 가운데는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초년생들도 많다. 그런 만큼 그들이 들고 나온 보증금은 사실상 전 재산에 가깝다. 사회에서 뗀 첫걸음이 빚과 주거 불안정의 구렁텅이로 변하지 않도록, 피해 인정 기간이 확대돼 전세사기 피해자가 '0'이 되는 그날까지 정부 지원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기자의 눈] 중소기업 ‘미스매치’를 해소하려면

“지역에서 부품 등을 제조하는 3차 협력사는 사람이 없어서 망합니다. 기업은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전문인재를 원하는데, 청년들은 사업장의 열악한 환경을 보고 실망해 '미스 매치(mismatch·불일치)'가 발생하는 겁니다. 사업장의 디지털 전환으로 중소기업 인프라를 개선하고, 학교에서부터 전문인력을 양성해 고용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금형 소프트웨어 1위 기업 오토폼의 한국법인 조영빈 대표는 국내 제조업의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 문제를 이같이 진단했다. 오토폼은 현대·기아차, LG전자 등 굵직한 제조사를 파트너로 두고 있는 기업으로, 최근 경북과 경남 지역의 전문계고 및 대학을 중심으로 현장 맞춤형 기술인재 육성 전략을 펴고 있다. 아울러 2·3차 부품 제조사들의 사업장 환경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에도 힘쏟고 있다. 조영빈 대표는 “꽃을 피우려면 벌과 나비가 있어야하듯, 한국 제조업의 부흥이 있으려면 상생에 기반한 생태계 조성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의 인력난과 청년들의 구직난은 풀기 어려운 숙제로 꼽힌다. 기업들은 “요즘 청년들이 눈만 높다"고 탓하고, 구직청년들은 “그런 곳에서 일하느니 차라리 알바(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외면한다. 결국 지역 중소기업의 일자리는 외국인력으로 채워지고 있지만, 서툰 한국어 소통과 작업 숙련도 부족에 따른 낮은 생산성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북에서 26년째 자동차 부품 제조업을 운영하는 강동한 한국단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12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차기정부 중소기업 정책방향 대토론회'에서 “해외 선진국들은 인공지능(AI)과 자동화를 통해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이고 있는 반면, 우리 중소기업들은 인력과 자본, 기술 측면에서 디지털화와 AI 도입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가적 차원의 지원책 마련을 강조했다. 오는 6월 3일 제 21대 대선을 뛰는 여야 후보들의 선거 운동이 막올랐다. 중소기업계의 바람대로 대선 후보들이 기업 현장의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담아주기 고대한다. 제조업 강국과 디지털 전환에 중소기업을 적극 참여시켜 식어가는 대한민국의 성장엔진을 재점화시키는 게 차기 정부의 역할인 동시에 능력이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