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준 롯데 화학군 총괄 “AI·반도체·바이오 연계 미래산업 발굴할 것”

이영준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 사장이 “2030년까지 전체 매출 중 기능성 소재 비중을 60% 이상 확대한다는 목표"라며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바이오, 청정에너지 등 전방 성장산업과 연계해 미래 산업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20일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제 50기 롯데케미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개회사를 통해 “범용 석유화학 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성장성 있는 스페셜티 중심의 화학 기업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사장은 “올해는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와 원료 수급 불안정으로 어려워진 경영 환경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행 사업전환 추진을 마무리하고 범용 비중 줄이며 경쟁력이 약화된 사업은 과감히 합리화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공장 가동으로 초기 부담이 예상되지만, EBITDA 내에서 투자하는 등 현금흐름 중심 경영 구조로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사장은 “시장을 압도할 경쟁력은 결국 특별한 기술에서 나온다"며 “연구개발(R&D) 로드맵을 재구성하고 다양한 산학연 클러스터를 구축해 핵심 기술과 인재를 조기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제50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상정 안건 모두 원안대로 승인됐다. 정관 변경 안건에서는 사외이사 명칭 변경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변경, 집중투표제 배제 금지 등 상법 개정에 따른 지배구조(거버넌스)와 주주 권익을 강화하기 위한 위한 조항을 정비했다. 사내이사로는 이 사장과 성낙선 재무혁신본부장을 재선임하고, 주우현 첨단소재사업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사외이사로는 손병혁 이사와 오윤 이사를 재선임했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최원경 성현회계법인 파트너 회계사를 신규 선임했다. 오윤 이사는 감사위원으로 재선임됐다. 이사 보수한도는 전년 대비 10억원 감소한 100억원으로 책정됐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원유 위기 고조…정유업계, 러시아산 등 수입 다변화 ‘발등의 불’

국내 정유업계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이후 사실상 해상길이 막혀버린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장기화 조짐에 '대체 원유' 확보에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로 들어오는 원유의 70% 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 통로가 차단되면서 국내 민간 소비용은 물론 산업용 원유의 부족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는 원유 수입 다변화 카드의 하나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권 경제제재로 수입이 차단된 러시아산 원유 도입 추진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러시아산 원유는 대러 제재 이전에 국내로 들여온 경험이 있어 정유사들이 단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러 제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전까지 최적의 대안으로 꼽기 어렵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따라서, 아랍에미리트(UAE) 원유 사례처럼 중동 내 대체 수급처와 경로를 확보하기 위한 고심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사실상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지자 정유4사와 함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현재 선박에 선적돼 해상에서 운송 중인 러시아산 원유에 한해 지난 12일(현지 시간)부터 1달간 제재를 일시 해제한다고 발표하면서 추가로 대러 제재가 완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 타진에 나선 이유는 다른 데서 나는 원유와 비교해 중동산과 성질이 가장 비슷하고 운송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다. 한국 정유사의 설비 구조는 황 함량이 많고 밀도가 높은 중질유에 해당하는 중동산에 맞춰져 있다. 그간 정제 시설에 투입하던 기존 중동산 원유를 대체할 유종을 찾기 더 용이하다. 한국 정유사들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지난 2022년 3월 미국과 EU 등 서방 국가들이 주도한 대러 제재로 국제 금융 거래가 막히면서 중단됐다.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면 대금을 보내야 하는데, 돈줄이 막히면서 한국 정유사들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제재 이전에는 국내 정유사들도 러시아에서 원유를 조달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대러제재 이전인 2021년 기준으로 전체 원유 수입의 5.6%를 러시아산이 차지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대러 제재 이전에 정유사들은 필요한 경우 동부 시베리아-태평양(ESPO)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곤 했다"며 “ESPO 원유를 이미 정제 설비에 투입해본 경험이 있어 러시아산 수입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더 낮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원유를 조달하는지 여부로 경쟁력이 결정된다"며 “러시아산 원유 수입 추진은 원유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정유4사가 결정하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를 차지해온 중동산이 당장 이달 초부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막히면서 수급 상황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중동산 원유가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25일에서 한달가량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부터 원유 수급이 빠듯해지기 시작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머지 30%가량은 북미를 비롯한 기타 지역에서 수입하고, 청와대가 나서 UAE에서 확보한 원유 2400만톤과 기존 비축유 중 조만간 방출할 2246만톤을 고려하면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다. 관건은 원유 수급 위기를 마주하기 전까지 대러 제재라는 허들을 넘을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러 제재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데다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따른 지정학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현재 기준으로는 해상 운송 또는 선적된 물량에 한정돼 있어 한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가능하려면 추가 조치가 내려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근본적으로 대러 금융제재를 해제하거나 제재 주체인 미국과 EU의 설득을 이끌어낸 뒤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 검토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기자의 눈] 에너지 위기 극복, 국민 협조도 필요하다

선박이 통과하는 좌우 폭의 실제 길이가 3㎞에 불과한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사태'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초기인 이달 초까지만 해도 2주 정도면 끝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이란의 거센 반격에 따른 전쟁 장기화 흐름과 맞물려 호르무즈 해협 봉쇄사태도 길어지면서 원유를 비롯한 주요 국제 원자재의 수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동발 원유 운반선이 다음주까지만 들어오는 상황에 급기야 우리 정부와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가 나서 아랍에미리트(UAE)산 원유 2400만톤을 긴급 확보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석유화학(석화)업계도 나프타 수급 차질에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 가능성을 고객사에 알리고 있으며, 정부는 나프타를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했다. 석화사들이 생산하는 플라스틱은 산업용 소재로 안 쓰이는 데가 없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생산원가를 자극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생각지 못한 데서도 중동발 불씨가 튀고 있다. 반도체는 생산 과정에 쓰이는 헬륨의 절반 가까이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조선사들은 선박 용접을 위해 에틸렌을 가져다 쓰고 있어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가뜩이나 1400원대 후반에 고착화된 고환율에 원유수급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물가에 상승 압력까지 가중됐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1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원유 수급 차질의 직격타를 받는 석유제품의 생산비가 6.30%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화학제품과 고무·플라스틱 제품의 생산비용 증가폭은 각각 1.59%, 0.46%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원유 수급 등 현안을 한국 혼자서 해결하기 어렵고,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 수호를 위한 군사지원을 요구하는 '다국적 해법'도 현재까지 호응이 적다는 점이다. 그만큼 원유 수급 위기가 지속될 수밖에 없고 경제와 기업에 피해를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국가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걱정을 했던 때처럼 한국도 '혹독한 쇼크'를 맞이할 지도 모른다. 주유소 휘발유·경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넘어 비축유 방출, 대체원유 물량 확보, 차량 5부제 등 정부의 비상대책 못지 않게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정승현의 소재 탐구] 같은 강도에도 더 가볍고…1200℃ 화염 10분 이상 견뎌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이 AI와 모빌리티 등 첨단 제품을 구현할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범용 플라스틱과 달리 생산 비용이 높더라도 고강도, 내열성과 경량성 구현이 용이해 금속 재질을 대체하면서 무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움직임과 구조를 모방한 휴머노이드부터 열폭주 현상을 막아야 하는 배터리까지 미래 산업을 현실 세계에서 구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석화사들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경쟁력을 강화해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해 나가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18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산업에서 요구하는 특성과 물성을 구현한 고분자 탄소화합물로 정의된다. 쉽게 보면 철 같은 금속 재료를 대체할 정도로 강도와 내구성 등이 우수하면서도 플라스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무게가 가볍고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소재라고 설명할 수 있다. 20세기 초에 개발돼 처음 선보인 플라스틱은 동식물이나 광물 등 자연에서 나오는 여러 소재를 대체해왔다. 나프타 등 원료가 풍부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일상생활부터 대형 공장에 이르기까지 쓰임새가 다양하다.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로 구성되는 원유가 고갈되지 않는 한 플라스틱으로 갖가지 소재를 뽑아낼 수 있다. 폴리프로필렌(PP)이나 폴리염화비닐(PVC), 합성고무 같이 대량으로 뽑아낼 수 있는 범용 소재가 대표적인 예다. 플라스틱이 널리 쓰인 이유는 대량 생산 뿐만 아니라 경량성과 성형성 때문이다. 탄소는 전자가 4개이기 때문에 탄소 간의 결합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거나 산소나 질소, 염소 등 다른 원소나 작용기와 결합해 다양한 물성을 만들어낸다. 탄소를 죽 연결한 선형 고분자나 고리 형태를 띠는 방향족 고분자를 등 형태도 다양하다. 이 같은 특성이 모양 변형의 제약을 최소화하고 더 가벼운 소재를 구현하는 데 기여했다. 단점은 강도다. 긴 탄화수소 고분자가 서로 얽혀 어느 정도의 강도를 구현하지만 철강재 같은 수준에는 못미친다. 내열성도 섭씨 100도(℃) 내외로, 주변에 불이 났을 때 고열을 잘 견딘다고 보긴 어렵다. 불이 나도 내부가 타면 안되는 지하철처럼 유리 섬유나 탄소 섬유를 섞어 강도와 내열성을 강화한 내열 플라스틱도 있지만 플라스틱 자체는 강하지 않다. 가벼운 무게와 가공하기 쉬운 성형성이라는 장점이 워낙 크기 때문에 널리 쓰이는 것이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불리기 위해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강도 성능은 최소 대략 50메가파스칼(MPa) 수준이다. 고강도 콘크리트가 견디는 압축 강도와 비슷하다. 탄소 배열이나 첨가 물질 등으로 철강재 수준의 수백MPa 강도를 구현하기도 한다. 탄소는 배열 구조에 따라 흑연부터 다이아몬드, 탄소섬유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최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사람의 행동을 흉내내려면 사람이 가진 뼈대 구조와 최대한 비슷한 형태를 구현해야 한다. 그런데 인간의 뼈가 튼튼하다고 해서 철강재 등 금속처럼 무겁지는 않은 데다 인간의 관절이 구조와 소재 모두 복잡해 휴머노이드 개발자들은 철강재가 아닌 다른 소재를 찾게 됐다. 금속을 안 쓰거나 최소한으로만 쓰고, 고강도·내열성과 경량성·유연성을 모두 강화한 고기능성 플라스틱으로 빈 자리를 대체하는 식이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석화기업들이 자동차와 항공·우주, 로봇 제조에 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생산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내·외장재와 뼈대, 탑재 배터리 등 곳곳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적용해 기동성과 내구성을 갖추려는 수요자들에 석화사들이 발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소재로도 주목받고 있다. LG화학은 이달 열린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와 관련한 시상식 '인터배터리 어워즈'에서 열폭주 지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SFB) 소재로 상을 받았다. 불이 나면 표면이 세라믹처럼 단단해져 열과 화염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준다. 1200도가 넘는 조건에서 화염을 10분 이상 견디는 내열 성능을 확보했다. 그동안 배터리에 적용한 난연 플라스틱은 배터리 열폭주 현상을 늦춰주는 정도로 근본적인 화재 확산 차단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반면 LG화학이 개발한 SFB는 고열 속에서도 쉽게 뚫리지 않기 때문에 특정 배터리 셀이나 모듈에서 발생한 화재가 옆에 있는 셀·모듈에 붙으며 피해가 커지는 문제를 막기 쉽게 해준다는 것이 LG화학 설명이다. 무게와 크기를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이는 것이 배터리 설계의 주안점이므로 SFB의 쓰임새가 전기차 등 최신 모빌리티 중심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11일 전시 현장에 있던 LG화학 관계자는 “LG화학의 SFB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라는 특성 때문에 배터리 내·외장재의 두께를 줄이고 여러 형태에 대응이 가능하다"며 “전기차 전체의 무게를 줄이고 차체 설계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HDC그룹 창립 50주년…“라이프·AI·에너지 전문기업 전환”

HDC그룹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건설기업의 틀을 벗어나 고객에게 거대한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향후 50년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18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HDC그룹 창립 50주년기념식에서 정몽규 회장은 축사를 통해 “(HDC그룹의) 앞으로 50년은 각 사업 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기적 결합을 통해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선사하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미래 방향성을 발표했다. 이어 HDC가 “삶의 플랫폼을 설계하고 에너지를 순환시키며 AI(인공지능)로 혁신하는 '경계를 넘나드는 스페셜리스트(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며 구체적 기업 미래성장 비전을 설명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도기탁 HDC 대표,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등 그룹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 등이 참석해 창립 50주년을 자축하고 향후 비전 달성을 위한 결의를 다졌다. 아울러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몽원 HL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범현대가 인사들도 참석해 축하의 뜻을 전하는 동시에 50주년의 의미를 공유했다. HDC는 미래 비전과 함께 새로운 기업 슬로건인 'To the Great Value(더 큰 가치를 향하여)'와 신규 CI를 공개했다. 새 CI는 새 슬로건 '더 큰 가치의 기반'을 바탕으로 4대 핵심 가치를 다양한 영역의 전문성으로 연결·확장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형상화했다. 또 HDC는 그룹 미래성장 포트폴리오를 △라이프(생활) △ AI △에너지 등 3대 부문으로 재편하는 로드맵도 발표했다. 라이프 부문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구축, AI와 에너지 부문은 디지털 전환과 에너지 밸류체인 강화에 초점을 두고, 세 부문의 시너지를 통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개척한다는 성장전략이라고 HDC는 밝혔다. 정몽규 회장이 강조한 '경계를 넘나드는 스페셜리스트'는 이같은 미래성장 포트폴리오 3개 부문을 실행하는 기업의 새로운 정체성을 규정한 것이다. HDC가 스페셜리스트로서 그룹의 4대 핵심 가치인 △전문성 △통합적 사고 △추진력 △배려를 중심으로 조직 문화를 혁신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HDC는 포트폴리오 재편에 맞춰 라이프 부문 계열사의 기존 브랜드 'HDC' 대신 'IPARK(아이파크)'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브랜드도 개편한다. 이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이 'IPARK현대산업개발'로 바뀌는 것을 비롯해 라이프 부문 계열사의 브랜드도 변경된다. 다만, AI와 에너지 부문 계열사는 HDC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한다. 연합뉴스

불황 버티기 한계 왔나…석화업계 ‘인력감축’ 회오리바람

석유화학 기업들이 지난해 인력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임원과 직원 가리지 않고 사람 수를 줄이고 있다. 고부가 소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기까지 석화사들이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출 감소에 따른 석화산업 시황 부진을 버틸 체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의 석화산업 구조 재편으로 생산 설비를 대폭 감축하면 고용 유지가 더 어려워지지만 미래 성장 동력과 지역경제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좀 더 강력한 고용 유지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롯데케미칼 등이 공시한 2025년 연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석유화학 기업들은 지난해 임직원 수를 줄였다. 이달 기준 SK이노베이션의 미등기임원은 89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3%(27명) 줄었다. LG화학은 8.1%(10명) 줄은 113명으로 집계됐고, 롯데케미칼의 미등기임원은 70명으로 4명 감소했다. 전체 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SK이노베이션 2064명(4% 감소) △LG화학 1만2869명(7.1% 감소) △롯데케미칼 4349명(8.7% 감소)로 감소세를 보였다. LG화학은 다음 달 초까지 2006년 이전 입사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한다고 최근 공지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지난달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고, 배터리용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IET)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화 기업들의 임직원 감축은 시황 부진과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초 유분을 비롯한 범용 석화소재 생산이 세계적으로 과잉 상태를 보이면서 석화사들이 수익성 악화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석화제품을 수급했던 중국에서 석화기업들이 제품을 직접 생산하기 시작한 영향이다. 2022년까지만 해도 중국이 한국 석화사들의 주요 수출처였다. 그러나 중국이 석화 소재 자체 생산을 확대하며 국내 석화산업의 수출 실적이 나빠졌다. 게다가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며 기초 유분 수익성을 대표하는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판매가격에서 제조원가 등을 뺀 값)가 악화했다. 정부 주도 석화 산업 구조개편으로 생산 설비를 감축하는 데도 대비하고 있다. 정부와 석화사들은 나프타분해설비(NCC)를 감축하고 중복되거나 설치한지 너무 오래돼 경쟁력이 없는 생산설비를 통폐합하고 공정을 수직 계열화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석화사들은 에틸렌 기준으로 생산 능력을 전체의 18~25%인 연간 270만~380만톤 규모만큼 축소해야 한다. 석화사들 가운데 가장 먼저 사업 재편안을 확정한 충남 대산 석화산단의 롯데케미칼-HD현대오일뱅크의 경우 롯데케미칼이 연간 110만톤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보유한 대산공장을 HD현대케미칼에 통합시키고, 대산공장 NCC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두 공장 간 중복 설비도 통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인력을 HD현대케미칼이 승계할 예정이다. 석화 산업을 재편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고용 문제를 최소화하자는 정부와 업계의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NCC 감축과 중복 설비 통합이 사업 재편의 핵심 내용인 만큼 다른 석화사들에게도 구조개편 이후 효율적인 인력 운영이 과제다. 전남 여수산단의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간 사업 재편 논의에서도 에틸렌 연산 45만톤 규모의 여천NCC 3공장 감축에 더해 추가로 생산 설비를 셧다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채권단 요구에 부응해 생산설비 감축 결단을 내릴수록 고용 지원을 포함한 '당근'이 더 커진다. 이에 생산 감축과 고용 유지 사이에서 최적의 안을 내기 위한 셈법이 복잡하다. 아울러 인력 감축으로 운영을 효율화해 미래 투자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있다. 석화사들이 범용 소재 비중을 줄이고 스페셜티 소재의 판매 비중을 확대하는 고부가화 사업 모델을 따라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비슷한 위기를 마주했던 글로벌 석화사들처럼 첨단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수요를 충족할 첨단 소재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철강 소재보다 가벼우면서 강도 같은 물성이 뛰어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나 특수 합성고무 소재 등이 대표적이다. 모빌리티 전동화 추세에 맞춰 석화사들이 뛰어든 배터리 사업이나 양극재·동박 등의 첨단 소재 사업도 수익성이 아직 크지 않지만 미래 산업구조 전환을 대비하려면 계속 투자해야 하는 분야로 꼽힌다. 이에 현재로서는 인력 구조를 효율화해 수익성 악화를 최소화하며 최대한 긴 시간을 버틸 체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석화산업 구조 재편 이후 고부가 소재 중심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고용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석화 산업이 지역경제 고용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도 석화사들의 고용 유지를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석화 기업 뿐만 아니라 이들을 뒷받침하는 플랜트 건설과 운송 같은 업종, 지역 상권까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여수와 대산, 울산 등 주요 석화산단 3곳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석화사들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위기 극복과 경쟁력 고도화 방안을 모색해야만 한다"며 “사업 재편안 마련에 따른 지원책을 넘어 세제 혜택이나 전기료 감면, 고용 지원 같은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재벌승계지도] 신동빈 ‘뉴롯데’ 꿈, 지배구조 정리가 첫걸음

롯데그룹은 지난 10여년간 지배구조 투명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뉴롯데' 비전을 내걸고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들을 과감히 해소했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롯데지주를 출범시키며 승계를 위한 중장기 밑그림도 그렸다. 아직 갈 길은 멀다. 한국과 일본 롯데 사이 '소유권 분리'가 급선무다.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지분 관계를 재정비하는 작업이 첫걸음이다. 본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일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소유와 경영을 아우르는 '신동빈 체제'가 완성된 이후에는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에게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소유권에 대한 승계 고민은 지배구조가 정리된 이후 시작될 전망이다. 경영권 측면에서는 신유열 부사장이 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을 성공적으로 발굴할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 韓日 넘나드는 롯데그룹 지배구조…형제간 분쟁 발단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지난 2015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베일에 싸여 있었다. 신동빈 회장이 2017년 '뉴롯데' 비전을 선포하며 투명화 작업에 돌입했지만 아직 정리가 끝나지는 않은 상태다. 한국 롯데그룹의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롯데지주다. 2017년 10월 공식 출범하며 지주회사 전환 신고를 마쳤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도 매각했다. 롯데지주는 현재 실질적으로 그룹의 인사, 전략, 미래 먹거리를 결정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지주 최대주주는 신동빈 회장(13.04%)이다(이하 11일 기준, 비상장사 지난해 기업집단현황공시 기준). 호텔롯데가 11.1%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있다. 특수관계인을 합산하면 총수 일가 지분율이 43.44%가 된다. 국민연금공단 지분(6.02%)과 자사주(27.51%)도 있다. 자사주 비중이 높은 것은 롯데지주가 출범 당시 계열사들 물량을 대부분 떠안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4개사를 각각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쪼개는 인적분할을 단행한 뒤 투자회사를 합치는 식으로 지주사를 만들었다. 해당 물량들은 상법 개정 기조와 맞물려 대부분 없어질 예정이다. 롯데지주는 전체 자사주 2885만8476주 중 5% 가량인 520여만주를 이달 31일 소각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문제는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에서 호텔롯데가 '옥상옥' 구조에 자리했다는 점이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외에도 롯데면세점제주(100%), 롯데건설(43.3%), 롯데알미늄(38.23%), 롯데물산(32.83%), 롯데상사(32.57%), 롯데캐피탈(32.59%), 대홍기획(20.02%), 롯데GRS(18.77%), 롯데글로벌로지스(15.05%), 롯데자산개발(10.62%), 롯데쇼핑(8.86%), 한국후지필름(8%), 롯데웰푸드(0.01%) 등 주식을 보유 중이다. 매각을 추진 중인 롯데렌탈(38.14%)과 금융 계열사 롯데벤처스(39.97%) 등에서는 최대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다. 호텔롯데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이어주는 일종의 다리 역할도 한다. 호텔롯데 지분 대부분을 일본 롯데홀딩스 및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어서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 19.07%를 들고 있다. 호텔롯데 주요 주주는 이밖에 L제1투자회사(8.60%), L제2투자회사(3.32%), L제4투자회사(15.63%), L제5투자회사(3.60%), L제6투자회사(3.97%), L제7투자회사(9.40%), L제8투자회사(5.76%), L제9투자회사(10.41%), L제10투자회사(4.44%), L제11투자회사(3.32%), L제12투자회사(4.20%) 등이 있다. 이 중 제1·7·8·9·10·11·12 회사는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의 100% 자회사다. 롯데홀딩스는 제2투자회사를 100% 거느리고, 제2투자회사는 또 제3·4·5·6투자회사 지분을 전량 들고 있다. 호텔롯데에는 광윤사(5.45%)와 패밀리(2.11%) 몫도 있다. 일본 자본이 호텔롯데 지분 99%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롯데홀딩스와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는 순환출자 구조로 서로 지분을 나눠가졌다. 롯데홀딩스가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지분을 30.98% 들었고,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는 롯데홀딩스 주식 10.65%를 보유했다. 이 위에는 광윤사라는 회사가 있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 지분 28.14%,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주식 1.70%를 소유했다. 광윤사 주식은 총수일가 특수관계인들이 99.83%를 가졌다. 거칠게 요약하면 총수일가→광윤사→롯데홀딩스 및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호텔롯데→롯데지주→한국 내 주요 계열사 순으로 체계가 형성된 것이다. 양국을 넘나드는 복잡한 지배구조는 2015년 '형제의 난'이 일어난 발단이 됐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지만, 지분 측면에서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신동주 회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광윤사의 최대주주(50.28%)다. 신동빈 회장 지분율은 37.85%다.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두 번째 부인이자 신동빈 회장의 친어머니인 시게미츠 하츠코씨도 지분 10%를 가졌다. 최근 별세한 故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의 지분 0.28%는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포함한 1남3녀에게 상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주 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각각 1.77%, 2.69% 가지고 있다. 오히려 故 신영자 의장 지분율이 3.15%에 달한다.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신동주 회장이 5.12%, 신동빈 회장이 4.61%를 보유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롯데홀딩스 지분 구도다. 롯데홀딩스 주주 구성을 보면 총수 일가 지분율이 낮은 편이다. 미도리상사(5.23%), 패밀리(4.61%), 롯데그린서비스(4.10%), KYUNG YU PTE LTD(3.21%) 등 일본 내 다른 회사들이 주식을 나눠 가졌다. 이 회사들은 롯데홀딩스의 자회사이자 주주라 또 다른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한다. KYUNG YU PTE LTD의 경우 'CHINA RISE ENTERPRISE LIMITED'가 지분 100%를 들고 있다. 이 상단에는 故 신격호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였던 서미경씨(50%)와 그 딸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50%)이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지분들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광윤사(28.14%)를 지배한다 해도 쉽게 과반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롯데홀딩스 주주 명단에는 여기에 임원지주회(5.96%)와 기타(28.81%)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종업원지주회가 들어있다. 종업원지주회는 단일 법인이 아니라 이 회사 직원들의 결사체다. 의결권 행사 시 이사장이 한 번에 표를 던지는 특징이 있다. 광윤사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 조직·단체들은 신동빈 회장을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겸 회장으로 인정하고 있다. 경영 능력이 입증됐다는 이유에서다. ◇ 신동빈 '뉴롯데' 韓-日 고리 끊기는 선택 아닌 필수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창립 50주년에 '뉴롯데' 비전을 선포하면서 지배구조 투명화를 전면에 내세웠던 배경이다.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한국과 일본 간 고리를 확실히 끊어내 정돈된 지배 체계를 완성할 경우 경영권 분쟁 발생 여지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각 계열사 간 시너지나 영업 활동 개선 측면에서도 구조 개편을 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야심차게 롯데지주를 출범했지만 호텔롯데 위치를 재조정하는 '숙제'를 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초 롯데그룹이 추진한 방법은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것이다. 신주를 대거 발행하는 방식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및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지배력을 확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측 지분율을 과반 이하로 낮추면 한국 계열사들이 경영권 분쟁 여지가 사라진다. 롯데지주가 호텔롯데 지분을 취득해 지주사 체제를 깔끔하게 완성하는 안도 한때 시장에서 거론됐다. 이른 시일 내 상장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면세점 사업이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의 해당 사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이후 좀처럼 회복국면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 시장 환경이 변하며 이익도 예전처럼 창출하기 힘들어졌다. 호텔롯데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2년 6조4950억원, 2023년 4조7540억원, 2024년 5조691억원 등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2년과 2024년에는 각각 799억3858만원, 455억9123만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상장 자체가 힘들 뿐 아니라 제값을 받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뜻이다. 신동주 회장과의 끊임없는 갈등 역시 상장 심사 시 '질적 요건'을 감점시키는 요인이다. 롯데홀딩스와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또한 호텔롯데의 상장 추진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는 자본 흐름 면에서도 비상등을 켠 처지다. 롯데렌탈 매각 불발, 롯데건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등이 맞물린 결과다. 호텔롯데는 보유하고 있던 롯데렌탈 지분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 팔아 약 1조원의 현금을 확보하려고 했다. 공정위가 최근 이를 불허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부동산 침체 등 여파로 어려움을 겪은 롯데건설에는 2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붓거나 지원하기로 약정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상장이 미뤄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17년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작년 4월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롯데 측이 지분을 다시 사준다는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그룹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유가증권시장 문을 두드렸지만 수요예측 부진으로 잠정 중단 상태다. 투자자들의 물량은 일단 호텔롯데가 떠안았다. 롯데지주는 주가수익스와프(PRS) 같은 복잡한 금융 기법을 동원해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올해 상장에 성공할 경우 그룹 뿐 아니라 호텔롯데의 자금난도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롯데그룹이 한국-일본간 지배구조 고리를 끊어내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진단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최근 10여년간 유독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지난 2015년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다. 2017년에는 '사드 보복' 직격탄을 맞아 휘청였고, 2019년에는 '노 재팬'(No Japan) 불똥까지 맞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주력인 유통·면세 사업의 숨통을 조였다. 이후에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재무 리스크라는 악재를 만났다. 이 중 경영권 분쟁과 노 재팬에 따른 타격은 그 궤를 같이한다.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인식이 번지며 이미지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두 시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롯데그룹 계열사 전반을 아우르는 가짜뉴스들이 공통적으로 번졌다. 롯데칠성(당시 롯데주류)은 억울한 심정을 호소하며 '처음처럼은 한국 소주입니다'라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이 지배구조를 성공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롯데그룹 승계지도를 그리는 첫걸음이라는 평가가 재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 韓사업 정상궤도 올려야…신유열 행보에도 관심 롯데그룹 개인·법인들은 지배구조 정리 과정에서 롯데지주 지분도 소폭 팔거나 양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소소하게 엮여있는 계열사 간 출자도 손볼 가능성이 높다. 현재 롯데지주 주주에는 신동빈 회장(13.04%)과 호텔롯데(11.10%) 외에 롯데알미늄(5.06%), 롯데물산(5.00%), 롯데장학재단(3.24%), 부산롯데호텔(0.94%)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본 측에서도 롯데홀딩스(2.49%), L제2투자회사(1.48%), L제12투자회사(0.79%) 등이 엮여있다. 신유열 부사장은 0.03% 가량만 지분을 확보했다.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25.31%), 롯데쇼핑(40.00%), 롯데웰푸드(48.13%), 롯데칠성(45.00%), 롯데이노베이트(66.10%), 롯데바이오로직스(80%), 롯데글로벌로지스(46.04%), 코리아세븐(92.47%), 롯데GRS(54.44%) 등 지분을 보유 중이다. 주요 갈래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46.94%)와 롯데정밀화학(43.50%) 등 화학 계열사의 최대주주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을 그룹의 핵심 축으로 세워 지배구조 복잡함을 해소하려는 시도도 한 적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구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갔지만 롯데건설에 대한 지원과 업황 부진에 이같은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롯데케미칼 주식을 가진 주주는 롯데지주 외에도 롯데물산(20.00%), 일본 롯데홀딩스(9.19%) 등이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지주 외에도 신동빈 회장(10.00%)과 호텔롯데(8.86%) 등을 위에 두고 있다. 아래로는 롯데하이마트(65.25%)가 있다. 롯데알미늄과 롯데물산이 계열사 주식을 많이 소유했다는 사실도 포인트다. 롯데알미늄은 롯데지주(5.06%), 롯데칠성(7.64%), 롯데웰푸드(6.91%), 롯데건설(9.51%) 등 주요 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다. 롯데물산은 롯데지주(5.00%)와 롯데케미칼(20.00%) 지분율이 높다. 롯데물산에는 다시 일본계 자본이 들어온다. 일본 롯데홀딩스(60.10%)와 L제3투자회사(5.25%)가 롯데물산 상단에 있다. 이밖에 호텔롯데(32.83%)와 신동빈 회장(1.82%) 지분도 있다. 롯데알미늄도 마찬가지다. 호텔롯데(38.23%)가 최대주주로 있고 L제2투자회사(34.91%)와 광윤사(22.84%)가 주요 주주다. 롯데그룹은 결국 일본 자본과 연결 고리를 끊어내는 투명화 작업을 통해 '신동빈 체제'를 굳히는 방법을 고민할 것으로 관측된다. 호텔롯데 상장이 최우선 과제지만 실현이 어려워질 경우 롯데지주와 호텔롯데의 합병 등 방법도 거론된다. 호텔롯데 주주는 사실상 일본 롯데홀딩스 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론적으로는 반대쪽인 롯데지주 주주들의 마음을 잡으면 된다는 얘기다.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이 큰 '도박'이다. 면세점 사업 부진 등 여파로 기업 가치가 낮게 측정된 상황에서 어설프게 합병을 추진할 경우 롯데홀딩스에서 신동빈 회장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도 있어서다. 재계가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호텔롯데를 성공적으로 상장해 일본 지분을 희석한 뒤 △호텔롯데를 투자·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다음 △주력사 지분을 보유한 투자부문을 롯데지주와 합병하는 방법이다. 그룹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 업종이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 몸값이 낮게 책정돼 그룹 체계 개편 작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소유와 경영의 균형점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속 또는 증여를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뉴롯데' 비전 실현에 짧게는 수년 많게는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에서 경영권은 완전히 인정받았지만 소유는 불완전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한 전망이다. 이런 상황이 전개될 경우 신유열 부사장은 소유보다 경영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지분을 완전히 장악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신동빈 회장과 마찬가지로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 등과 동행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게 현명하다는 분석이다. 신유열 부사장은 2020년을 기점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일본 롯데홀딩스에 부장으로 입사하면서다. 2022년 롯데케미칼 상무보로 한국 땅을 밟았다. 이듬해에는 전무로 초고속승진을 하며 그룹 미래성장실장 역할을 맡았다. 바이오, 헬스케어, 인공지능(AI), 에너지 등 미래 신사업 발굴과 개발을 총괄하는 게 임무다. 2024년 부사장 직함을 달았고 작년부터는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신유열 부사장이 상무보에서 부사장으로 올라서는 데 걸린 시간은 2년6개월에 불과하다. 여기에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 역할도 맡고 있어 '신유열 체제' 준비 작업에는 속도가 나는 중이다. 업계 이목은 바이오에 쏠린다. 신유열 부사장이 처음으로 국내 계열사 대표를 맡으며 실질적인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기 때문이다. 그룹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 이밖에 다른 새 먹거리를 확보하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소유 측면에서 신유열 부사장은 일본 롯데그룹 쪽에서 주로 자금을 수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경우 롯데지주에서는 아직 미등기임원이라 보수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 등기이사로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기업이 아니다. 롯데지주 지분은 2024년부터 조금씩 매집하고 있다. 아직 지분율은 0.03%에 불과하다. 증권가에서는 신유열 부사장이 롯데지주 주식을 모은다는 사실은 롯데그룹이 이 회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 요소라고 해석한다. 신동빈 회장의 '뉴롯데' 실현은 3세 지분·경영권 승계 관점에서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주야 차등’ 전기료 개편…철강·석화, ‘경제성 셈법찾기’ 골몰

24시간 생산설비를 돌리는 철강 및 석유화학 산업이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놓고 '셈법 계산'에 들어갔다. 공정 스케줄을 야간 전기료 부담이 덜하다는 특성에 맞춰왔는데 이번 전기료 개편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철강·석화 두 업종이 지난해 국내외 공급 과잉에 따른 시황 부진과 미국발 관세 전쟁 등 통상여건 악화의 영향 등 겹악재를 겪고 있는 탓에 올해 원가 효율화 전략과 철저한 수익성 계산이 더 절실한 입장에 놓여 있다. 16일 철강·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철강사들과 석유화학사들은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전기요금 개편안의 내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낮 시간대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고, 밤 시간대는 키우는 내용의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을 공개했다. 최고요금 적용 시간대를 오전 11시~오후 12시, 오후 1~6시 사이에서 오후 3~9시로 늦추고, 오전 9시~오후 3시는 중간 요금을 매긴다. 아울러 계약전력 300kW 이상의 산업용(을) 전기료의 최고 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13.2~16.9원(평균 15.4원) 내리고, 최저 요금을 5.1원 인상할 예정이다. 산업용(을) 전기요금 개편은 오는 4월 16일부터 적용하되 적용유예를 신청하면 최대 6개월까지 미룰 수 있다. 최고 요금 인하 폭이 예상보다 커 산업용(을)으로 가입한 기업들 중 97%가 요금 절감 혜택을 볼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이에 따라, 공정을 24시간 돌려야 하는 철강사들과 석유화학사들은 공정 가동 스케줄 조정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49년 만의 전기요금 체계 개편 추진으로 오른 야간 전기요금이 전체 생산원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철강업계의 경우 산업용 전기요금이 kWh당 1원 오르면 제조원가 부담이 연간 약 200억원 더해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철강사들은 쇳물을 붓는 제선 단계부터 제강, 압연까지 온도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지 않으면 재가동에 몇 달의 시간을 써야 하기 때문에 전기료를 감수하고 공장을 하루 종일 가동한다. 석화업계도 나프타 같은 원료를 크래킹하는 설비(NCC)가 일정 온도와 압력을 유지하지 않고 상온·상압에 놓이면 한두 달에 걸쳐 전기를 투입해야 원상태로 되돌려놓을 수 있다. 이런 공정 특성 때문에 철강사들이 부담하는 전기료는 전체 원가의 10~15%가량을, 석화사들은 5~10%을 차지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공정 예열이나 제품 운반 같은 작업을 야간에 하고 전기 사용이 적은 정비 작업을 주간에 하면 전기요금을 줄이는데 그나마 도움이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철소의 전기 수요는 하루 종일 일정 수준 이상 발생하지만 심야 전기 활용하도록 유도했던 기존 요금 체계에 맞춰 기능을 조절하고 전기요금 부담을 줄여왔다"며 “전기료 개편으로 다가오는 부담이 작지 않아 (수익성 영향에 대해) 세밀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황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원가 절감에 나선 점도 철강사들과 석화사들에게 부담이다. 중국이 다른 나라보다 싸게 만드는 경쟁력으로 범용 철강재와 석화 소재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면서 국내와 글로벌 시장의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했다. 이에 국내 철강·석화사들이 내수 뿐만 아니라 수출도 부진한 성적을 냈다. 석화산업은 범용 제품 생산 감축을 비롯해 정부 주도의 구조 재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동시에 수직 계열화 등으로 제조원가 효율을 강화하는 데 나섰다. 철강산업은 주요 철강사들이 원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작업에 나섰고, 올해 초에는 철근을 시작으로 범용재 생산량을 줄인다는 철강산업 고도화 대책이 나왔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조원가 절감 기조를 강조할 정도로 산업 내 위기감이 크기 때문에 낮-밤 전기료 개편에 따른 영향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전기를 더 소비하는 공정을 야간에 집중하고, 전기가 덜 필요한 작업이나 정비 시간을 주간에 두는 식의 체계를 다르게 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공급 잡겠다는 기름값 최고가격제, 수요 부작용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역대 최대인 4억 배럴의 석유 비축물량을 풀겠다고 나섰지만 미국-이란 전쟁 지속에 따른 공급 불안심리가 꺾이지 않으면서 석유 장기수급 대책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국내에선 싱가포르 석유시장 가격에 기반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을 앞두고 있어 정유사들의 손실 부담은 물론 석유 수요관리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중동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원유 공급 안정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여 최고가격제 시행 과정에서 부작용을 수시로 점검하는 동시에 유가뿐만 아니라 수급에도 대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12일 정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회원국 32곳이 총 4억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했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두 차례에 걸쳐 방출했던 비축유 1억 8000만 배럴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한국도 전체의 5.6%에 해당하는 2246만 배럴을 방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제 석유시장의 불안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같은 날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어 오후 1시 기준 100.5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공급가격 산정 기준으로 삼는 싱가포르 시장에서는 휘발유(95RON)와 경유(0.001%) 가격이 지난 10일 배럴당 127.40달러와 161.37달러로 직전일보다 15.8%, 13% 하락했다가 11일 2~3달러 내외로 소폭 상승했다. 이처럼 비축유 방출에 따른 안정보다 장기수급 차질 우려에 힘이 실리면서 우리 정부가 이번주 중 시행하겠다고 밝힌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의 세밀한 운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는 정유사의 공급가를 싱가포르시장 가격에 일정 수준 이익을 붙인 만큼을 최대치로 정하고, 최고가격을 2주마다 매기는 방식이 유력하다. 다른 변수로 정유사가 입은 손실은 시행 근거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라 국가가 보전해줄 수 있다. 하지만 공급 불안이 길어지는데다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유가가 요동을 치기 때문에 정유사들의 불안감과 비용 부담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가격에 붙이는 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 유가 급등 상황에서 정유사가 손실을 떠안게 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국내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국민의 석유제품 물가 체감을 고려해 정부가 최고가격제 도입을 서둘렀을 것"이라면서도 “국제유가가 급등해 실제 시장상황과 괴리가 커지면 정유사들의 부담이 커지므로 제도 시행 이후에도 가격산정 기간과 정유사 손실 보전 대책을 계속 보완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유 수급 대책의 '마지막 카드'인 비축유를 방출할 정도로 수급 위기가 큰 상황에서 최고가격제가 수요 관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름값이 높으면 물가 부담과 별개로 불필요한 석유제품 수요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수요관리 어려움이 커져 수급 차질 시점을 앞당길 것이라는 주장이다. 더욱이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수급 위기 관리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이란전을 조기 종식하겠다고 말하면서 유가가 하락했지만, 이후 미군이 다시 대규모 공습에 나서면서 양측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특히, 이란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어뢰 설치에 나서는 등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 해운 선사들이 중동산 원유와 석유제품을 배로 운송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유 수급선 다변화가 가능하면 한, 두 달 최고가격제를 유지해도 공급 위기 같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아직은 중장기적 수급 위기가 큰 비상상황"이라며 “지금 최고가격제로 공급가격을 낮추면 나중에 가격이 급등해 물가 충격 완화가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 교수는 “공급가 상한선 결정 주기를 최소한 2주보다는 짧게 두고 최고가격제 운영에 대한 검토와 주유소 판매가격도 수시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중동산 석유 공급이 언제 재개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지금은 석유제품 수요를 줄이는 정책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중동사태 불안…SK이노베이션, ‘전기화 전환’ 사활 건다

중동발(發) 석유 수급 불안으로 에너지원 다변화 전략이 절실해지면서 SK이노베이션이 전기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부터 벌여온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으로 전력 부문의 사업을 강화하는 작업의 시급성이 최근 미-이란 충돌에 따른 석유 공급망 불안으로 크게 부각된 것이다. 인공지능(AI) 고도화로 급증한 에너지 수요를 겨냥한 사업 재편과 투자를 빠르게 실행해 예기치 못한 에너지 안보 불안을 헤쳐 나갈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정유·화학 사업의 시너지 제고와 함께 전력 분야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부터 향후 4년에 걸쳐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에 캐피털 콜 방식으로 3억3800만달러(약 5600억 원)를 출자하고 보통주를 취득하기로 했다. 4년 동안 솔리다임의 자금 수요 요청에 맞춰 해당 금액을 나눠 투자한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을 개편해 미국 현지에 AI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AI 컴퍼니'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북미 AI 전력 인프라 사업을 비롯한 투자·사업 기회와 SK하이닉스와 AI 인프라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한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 2026'에서 “SK는 AI 데이터센터와 발전소를 함께 짓는 새로운 설루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결정은 SK이노베이션 전기화(Electrification)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24년 11월 SK그룹의 발전 계열사 SK E&S와 합병하며 기존 석유 중심 자원 확보 능력과 배터리 사업에 LNG 밸류체인(가치 사슬)과 전력 발전 사업을 더했다. 배터리 사업은 재무 구조 개선을 염두에 둔 계열사 합병 작업에 뒤이어 저장장치·데이터 센터 냉각 솔루션 사업 기회를 강화하려고 SK엔무브 합병 결정을 내렸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추형욱 대표이사는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는 새로운 운영 개선(OI)을 추진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자"며 전기화 사업을 미래 사업을 견인할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미래 전략은 AI 인프라의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는 것을 넘어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다양한 수급처와 발전 방법을 확보해야 한다는 최근 상황과 궤를 같이 한다. SK이노베이션이 정유사업과 석유 탐사개발로 성장해온 만큼 지정학적 영향을 크게 받는 석유 중심 사업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SK이노베이션의 매출 80조 2961억 원 가운데 정유사업이 58.8%(47조 1903억 원)를 차지했다. 기타 사업부문의 매출 비중은 △화학 11.1% △윤활유 4.8% △석유탐사 1.7% △배터리 8.7% △E&S 14.8%이다. 석유 수급 불안이 나타나면 정유사들은 원유 도입선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나서야 하고, 유가 상승이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국내 정유업계가 원유 수급의 70%가량을 중동에 의존해온 구조도 쉽사리 바꾸기 어렵다. 저탄소 전력 발전의 브릿지 연료로 불리는 LNG 밸류체인 확보는 당장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꼽힌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전세계에 연간 600만톤 규모의 LNG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 2012년 첫 투자한 이후 개발 성과로 올해부터 20년 동안 국내로 들여올 연 130만톤의 LNG를 확보했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국영·민간기업과 꾸린 컨소시엄이 응에안성 뀐랍 LNG 발전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더 나아가 AI 인프라의 필수요소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의 참여 공간도 열어놓았다. SK이노베이션은 SK 주식회사와 함께 지난 2022년 나트륨 기반 차세대 SMR 기업인 미국 테라파워에 지분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고, 올해 원전 인프라 조성과 운영 역량을 보유한 한국수력원자력을 합류시켰다. 이를 기반으로 테라파워는 이달 4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 건설 승인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