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헌우의 산업돋보기] 미-이란 전쟁 ‘안갯속’…국내산업 파장은 ‘온도차’

지정학적 비극은 경제적 비대칭성을 동반한다. 누군가에게 생존이 걸린 처참한 전쟁이 국경 너머에서는 '로또'가 되는 게 국제 정치·경제의 냉혹한 질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효과로 대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패전국 일본이 전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전쟁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베트남 전쟁 당시 흘린 피를 바탕으로 국가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무력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미·이스라엘의 공세가 압도적이지만, 이란의 항전 의지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전면적인 지상전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중동 상황을 우리나라 산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종별 기상도는 크게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전쟁으로 '낙뢰'가 떨어진 대표적인 분야는 석유화학 업종이다.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와중에 유가가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중국산 저가 공세가 이어지다보니 원가가 뛰어도 이를 가격에 반영하기 힘든 실정이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원재료인 나프타 대부분을 중동 지역에서 수급하고 있다. 아직 전쟁 양상을 점치기 힘들지만 일부 기업들은 벌써부터 비상등을 켰다. 여천NCC는 최근 주요 고객사에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곳은 국내 최대 나프타분해시설을 운영하는 곳이다. 항공·여행 업계도 날씨가 좋지 않다. 중동 노선이 여객·화물 비중에서 절대적인 위치는 아니지만 유럽 등 일부 노선은 우회 운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행 심리 자체가 위축돼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도 걱정할 수 있다. 제일 큰 고민거리는 유가 변동성 확대다. 국제유가가 빠르게 오르면 항공사들 유류비 지출액도 늘어난다. 유류할증료 제도를 통해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긴 하지만 이 역시 여행 심리 위축에 부채질을 한다.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면서 비행기 리스료 등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건설사들도 흐린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중동 지역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들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현장 공정 지연은 대표적으로 건설사의 수익성을 깎아먹는 요인이다. 가전·스마트폰 업계도 중동 전쟁 소식이 반갑지 않다. 고가 IT기기는 항공 물류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늘길이 막히고 비용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를 제품 가격에 전가하는 고민을 하는 와중이라 물류비 상승에 대한 압박이 더 크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국제 유가 향방을 살피고 있다. 통상 유가가 크게 오르면 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주요국 판매 전략을 다시 짜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동 수출길 확대에 공을 들여온 업체들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큰 악재다. 전반적으로 물류 비용이 증가한다는 점도 자동차 업계는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향후 중동 사태 진행 방향에 따라 날씨가 달라질 수 있는 업종도 있다. 조선 업계의 경우 고유가 기조가 고착화되면 에너지 자립을 위한 액화천연가스(LNG) 및 원유 운반선 발주가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반면 이는 동시에 철강을 비롯한 원자재 값 상승 우려도 동반하고 있어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한다. 해운사들도 계약 구조나 선종에 따라 다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원유 운반이나 장기운송계약이 많을 경우 리스크가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해운사들은 주로 컨테이너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정유 업계는 당장 재고 이익 극대화라는 화창한 날씨를 맞았다. 기존에 쌓아둔 원유 재고에 대한 가치가 높아져 단기적으로 영업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장기적으로 원자재 조달에 대한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방산 업계는 또 한 번 기회를 맞았다. 중동 전역 군비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성능이 검증된 한국산 무기 체계에 대한 발주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중거리 요격체 등 수주 경험이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추가 도입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시장에는 구름이 잔뜩 껴 있다. 큰 비가 내릴지 소나기에 그칠지는 향후 물가 변동 양상을 살펴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2.0%를 기록했다. 6개월 연속 2%대다. 다만 이는 중동 사태에 따른 휘발유·경유 상승 같은 지표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6일 경제주평 보고서를 통해 “국제 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80달러 내외 수준으로 유지돼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0.4% 포인트(p) 증가시킬 것"이라며 “국제 유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가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1%p 올라가고 150달러면 2.9%p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국제 유가 급등은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서민들의 실질구매력을 약화시켜 내수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미-이란 전쟁] 경유>휘발유 ‘가격 역전’…중동 정유설비 타격에 多소비 경유 ‘껑충’

미국과 이란 간 무력충돌의 여파로 국내 경유 판매가격이 휘발유보다 비싸지는 현상이 3년여 만에 재현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설비가 이란의 공격을 받으면서 중동산 원유 운송뿐 아니라 경유 생산까지 차질이 빚어진 영향이 국제 경유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유가 휘발유보다 공급이 상대적으로 빠듯한 구조라 일반적으로 더 비싸고 국제 정세의 영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유류세로 경유가 더 저렴한 가격 구조가 고착화된 만큼 이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8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Opinet)에 따르면, 이날 국내 휘발유와 경유의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각각 1893.3원과 1915.37원(오전 10시 기준)을 기록했다. 지난 6일 1871.82원과 1887.33원으로 역전 현상이 나타난 이후 사흘째다. 상승 폭도 경유가 더 가팔랐다. 이란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미국이 제거하기 전날인 지난달 27일과 이달 7일을 비교하면 휘발유는 11.6%, 경유는 19.6% 올랐다. 이 같은 경유 가격 역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2022년 5월 11~27일과 같은 해 6월 13일~2023년 2월 22일 발생한 뒤 처음이다. 해외 원유시장에선 기본적으로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비싸다. 지난해 싱가포르 석유시장 기준으로 평균 경유 가격은 배럴당 87.73달러로 휘발유보다 8.7% 높았다. 그러나 국내 휘발유와 경유 제품에 붙는 세금 때문에 결과적으로 휘발유의 판매 가격이 경유보다 더 낮아지는 구조다. 휘발유와 경유에는 관세 3%와 수입부과금 16원이 추가되고, 정유사 공급 가격에는 유류세가 붙는다. 경유에 매기는 유류세는 리터당 528.75원으로 휘발유보다 217.14원 낮다.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가 인근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중동산 원유와 석유제품 수급이 거의 막혔다. 봉쇄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석유시장 가격이 출렁였다. 두바이산 원유 가격은 6일 기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국내 석유제품 공급 가격 산정 기준 중 하나인 싱가포르 석유시장에서는 휘발유(95RON)와 경유(0.001%) 가격이 각각 배럴당 121.33달러, 155.74달러로 47.8%, 67.6% 급등했다. 국제 경유 시장이 더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경유가가 더 빠르게 오른 것이다. 이번에 경유 시장 가격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중동에서 생산하는 원유뿐 아니라 역내 정유사들의 경유 생산과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가령,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이어 원유 생산 2위 국가이자 정유제품 생산 6위 국가다. 사우디 아람코 정유시설이 타격을 입으면서 당장 정유제품 생산이 멈췄다. 정비 후 재생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해졌고, 중동 내 다른 정유설비도 공격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면서 불안이 가중되는 것이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공급 자체가 어려워졌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연구위원)은 “중동지역 정유사들이 유종과 설비 특성에 따라 경유 제품을 많이 생산, 공급하는 편"이라며 “이번에 정유 시설이 공격받은 데다 수출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 통행까지 멈추면서 세계 경유시장에서 가격이 더 크게 반응했고, 그 영향이 국내 시장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시장에서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비싼 이유는 경유 생산 과정과 쓰임새 때문이다. 휘발유는 분자 한 개당 탄소 개수가 8개 안팎, 경유는 12개 안팎으로 이뤄진다. 끓는점은 각각 30~200℃, 250~350℃로 경유가 더 높다. 같은 양의 연료를 태우면 경유가 더 많은 열 에너지를 낸다. 연료라는 용도 기준으로 보면 휘발유보다 경유가 대형 운송이나 산업용 발전에 훨씬 더 많이 쓰이므로 찾는 곳이 더 많다. 반면에 정유 과정에서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적게 나온다. 원유 열분해·증류 과정에서 끓는점에 따라 휘발유와 경유, 중유, 아스팔트 등 다양한 제품이 나온다. 정제된 원유 중 휘발유는 40~50%가량, 경유는 20% 미만이 차지한다. 그럼에도 국제 시장과 달리 한국에서 낮은 유류세로 경유 가격이 더 낮아진 구조는 20세기 후반기 산업 육성책에 따른 결과이다. 우리 정부는 석유제품 가격고시제도를 1997년까지 운영하면서 경유에 더 낮은 가격을 매겨왔다. 산업화를 시작한 1960년대 경유가 산업용, 휘발유가 사치재로 구분된 결과다. 가격 고시제 폐지로 정유제품 가격 책정이 시장 원리를 따르게 됐지만, 경유가 휘발유보다 저렴한 구조만큼은 유류세 도입으로 고착화됐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경유에 더 낮게 매기는 유류세 부과 구조로 경유가 저렴한 기름이라는 인식이 확산했지만, 세계 시장에서 경유 가격이 더 높은 이유는 생산량 대비 소비량이 큰 데 따른 시장 원리"라며 “전체 경유 소비를 줄이려면 유류세가 초래하는 시장 왜곡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정유4사를 회원사로 둔 대한석유협회는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 등 유관단체와 함께 6일 입장문을 내고 “중동 정세 악화로 급등하는 국제유가가 국내 주유소 가격에 급격하게 반영되지 않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내 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국제 휘발유·경유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며 "하지만이러한 인상 요인이 국내 가격에 일시 반영될 경우 물가상승 등 국민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어 주유소 가격에 분산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IEA “호르무즈 막히면 글로벌 에너지 대란”…초유의 공급 부족 사태 경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과 이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의 에너지 운송 장기 차질 가능성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내놨다. 상류 부문(Upstream) 석유 생산 시설들은 다행히 직접적인 공격을 비껴갔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운송망이 마비되면서 일부 사업자들은 이미 생산을 강제로 중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당 지역의 정제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역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8일 IEA는 전 세계 정부와 긴밀히 공조해 이란을 둘러싼 중동 지역 전쟁이 글로벌 에너지 안보에 미칠 파장을 실시간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군사적 충돌이 본격화된 이후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그야말로 솟구치고 있다. 지난 3월 5일 기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17% 급등했고 유럽 천연 가스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가격은 60% 이상 폭등했다. 특히 디젤과 항공유 등 석유 제품 시장의 충격파가 거세다. 글로벌 원유 시장은 2025년 초부터 상당한 공급 과잉 상태를 유지해 왔다. 지난 2월 28일 본격적인 군사 작전이 개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2026년 원유 공급량은 수요를 거뜬히 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IEA는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시장은 순식간에 공급 부족 상태로 뒤집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나마 시장을 방어하고 있는 것은 넉넉하게 쌓아둔 재고다. 2025년 기준 전 세계 원유 재고는 2021년 이후 최고치인 82억 배럴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 재고가 현재 공급 차질을 막아내는 환영할 만한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IEA 회원국들은 12억 배럴 이상의 공공 비상 비축유를 보유 중이며, 정부 의무에 따라 민간 업계가 비축한 6억 배럴의 추가 재고도 있어 필요시 즉각 시장에 방출할 수 있는 상태다. 천연 가스 시장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충격 이후 점진적으로 안정을 되찾아왔다. 2030년까지 쏟아질 신규 LNG 생산 설비들이 시장의 판도를 긍정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2026년 1~2월 가스 시장은 여전히 빠듯한 수급 상황을 보였으며 특히 북반구의 난방 시즌이 끝나 고갈된 가스 저장고를 다시 채워야 하므로 향후 수개월간 LNG 수요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카타르 '라스 라판(Ras Laffan)' 시설의 장기간 가동 중단은 가스 시장의 수급 불안을 극도로 악화시킬 폭관선이 됐다. 이 시설은 지난 3월 2일 피격 직후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라스라판은 2025년 한 해에만 LNG 1120억 입방미터(bcm), 액화석유가스(LPG) 일일 30만 배럴, 컨덴세이트 일일 18만 배럴을 쏟아낸 명실상부 압도적인 세계 1위의 초대형 LNG 시설이다. 여기에 걸프 지역은 디젤, 항공유 등 '중간 유분(Middle distillates)'을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는 핵심 수출처다. 전 세계적으로 중간 유분 시장은 다른 제품에 비해 수급 사정이 좋지 않았고 유럽으로의 지속적인 수출이 이를 지탱해왔다. IEA는 지속적인 공급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유사들이 단기간에 디젤과 항공유 생산 수율을 끌어올려 시장을 보완할 수 있는 유연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사태의 핵심은 아라비아반도와 이란을 가르고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아라비아해를 잇는 좁은 바닷길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곳은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카타르·이라크·바레인·이란 등 중동 맹주들이 생산하는 석유와 천연 가스가 나가는 절대적인 무역 동맥이다. 2025년 기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mb/d)의 원유 및 석유 제품이 이곳을 통과했다. 전 세계 해상 석유 무역량의 무려 25%다. 해협 통항이 장기간 차단되면 세계 경제는 끔찍한 공급 부족에 직면하게 된다. 우회로도 턱없이 부족하다. 사우디와 UAE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원유 파이프라인을 가동 중이며, 그 용량은 하루 350만~550만 배럴에 불과하다. 이란·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 등 나머지 국가들은 석유 수출을 전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고 있다. 2025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 원유·석유 제품의 약 80%는 아시아를 향했다. 그러나 운송 차질이 길어지면 폭발적인 가격 상승과 물리적 품귀 현상으로 인해 그 피해는 전 세계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우디가 대부분을 쥐고 있는 전 세계 잉여 원유 생산 능력의 절대 다수도 해협 봉쇄 시 시장으로 빠져나올 수 없어 무용지물이 된다. LNG 상황은 더 절망적이다. 2025년 한 해 1100억 bcm 이상의 LNG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났다. 카타르 수출량의 93%, UAE 수출량의 96%가 이곳을 통과하며, 이는 전 세계 LNG 무역량의 20%에 달한다. 무엇보다 이 엄청난 물량을 시장에 공급할 '대체 루트'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카타르와 UAE산 LNG 역시 2025년 수출 물량의 거의 90%가 아시아 시장으로 향했고, 10% 남짓이 유럽으로 갔다. 하지만 석유와 마찬가지로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파장은 글로벌 단위로 번진다. IEA는 UAE나 카타르와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은 국가들이 물량을 구하기 위해 비싼 '스팟(현물) 시장'으로 대거 몰려들 수밖에 없고, 이는 전 세계 천연가스 가격의 연쇄 폭등을 촉발하게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LG화학, 인터배터리 2026 참가…배터리 안전기술·첨단소재 솔루션 공개

LG화학은 오는 11~13일 사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배터리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에 참가해 배터리 열폭주를 지연·차단하는 통합 솔루션을 공개한다. LG화학의 열폭주 지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SFB)은 화염에 노출되면 표면이 단단하고 치밀한 장벽으로 변하면서 화염과 압력 전이를 동시에 늦추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 무게가 가볍고 가공성도 우수해 배터리팩 설계에 유연성을 높여준다. SFB 기술은 올해 인터배터리 어워즈에서 세계적으로 배터리 열 전이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에 맞춰 차별화된 안전 솔루션으로 평가받으며, 신뢰성·안전성 및 지속가능성 부문을 수상했다. 또한, LG화학은 에어로젤(Aerogel) 기반 열차단 소재 '넥슐라(Nexula)'도 선보인다. 열 차단 특성을 지닌 에어로젤은 셀과 셀 사이는 물론 모듈 간 또는 배터리팩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 확산까지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두 소재를 결합해 열을 지연하고 차단하는 이중안전체계를 구현했다고 회사는 강조했다. 이번 전시에서 LG화학은 배터리 안전기술과 함께 전기차, 휴머노이드, 도심항공운송(UAM) 등 미래산업 전반에 적용되는 첨단소재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 △하이니켈(High Ni) △고전압 미드니켈(HV Mid Ni) △리튬인산철(LFP) △리튬망간리치(LMR) 등 다양한 양극재와 함께 탄소나노튜브(CNT), 음극 바인더, 리사이클 소재까지 배터리 전체 밸류체인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공개한다. 김동춘 LG화학 최고경영자(CEO)는 “핵심 소재 경쟁력과 기술 기반의 통합 솔루션으로 글로벌 마켓 리더쉽을 강화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미-이란 전쟁] 7개월치 비축유 있지만…정유업계, 원유수급 다변화 ‘만지작’

미-이란 전쟁이 발발 일주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가 '전쟁 장기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 원유 수급 다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원유 비축분이 7개월치에 달하더라도 결국 정유사들이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와 정제하는 핵심역할을 수행하기에 전쟁 장기화라는 만일의 사태를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중동을 제외한 원유 수급 선택지로 미국이나 아시아가 거론되지만 정유업계는 유종 혼합비율이나 정제설비 등의 공정 변경부터 유가와 해상운임을 포함한 경제성까지 여러 변수를 고려해 전략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중동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상황을 대비해 대체 유종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혁명수비대가 이달 3일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향한 공격 의지를 보이면서 해운 경로가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208일치의 석유 비축분이 있어 단기적으로는 원유 수급 차질에 대응할 수 있지만, 미국과 이란 전쟁이 아직 수그러들 기미를 안 보이자 정유업계가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유가 불안심리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4일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배럴당 86.34달러로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암살 직전인 지난달 27일보다 15달러 넘게 급등했다. 그 영향으로 국내 평균 휘발유 가격도 지난 2일 리터(ℓ)당 1700원선을 돌파한데 이어 5일 낮 12시 현재 리터당 1800원선까지 뛰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정제마진 상승 호재가 나타나지만, 정부 방침에 발맞춰 안정적인 원유 수급을 위해 긴밀히 공조해 나가는 것이 정유사들의 대응 방향"이라고 현재의 분위기를 전했다. 주요 원유 생산지 중 중동지역에서 들여온 원유 비중은 최근 3년간 기준으로 70% 안팎 수준에 이를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중동의 석유기업들이 원유를 다른 나라로 수출하지 못하면 저장탱크에 보관해야 하고, 저장탱크가 꽉 차면 원유 감산이 불가피해진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재개되기 전까지 중동산 원유 수급에 어려질 수밖에 없다. 대한석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해외에서 들여온 원유 가운데 중동산 비중이 69.1%를 차지했고, 이 가운데 95% 넘는 물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중동 다음으로는 미주 지역이 23.1%로 많고, 아시아산은 5.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원유를 들여오는 국가별로는 1위와 3~5위가 △사우디아라비아(33.6%) △아랍에미리트공화국(UAE, 11.4%) △이라크(10.4%) △쿠웨이트(8.5%)로 중동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미국(17.0%)이 2위에 올라있다. 정유업계는 미-이란 전쟁 장기화 대비책으로 미국을 비롯한 미주산 원유 도입 확대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북미 지역은 중동 다음으로 원유 생산 규모가 크고, 국가별로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원유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MAGA) 기조 아래에서 다른 국가들의 자국 화석연료 구입을 원하고 있기도 하다. 유종 다변화 변수로는 유종별 물성, 해상 운임 등이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을 피해 공급이 안정적인 다른 유종을 확보하더라도 정유사들이 원유를 국내로 들여오고 정제 공정에 투입한 뒤 수요처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황 함유율이나 점도 등 도입 원유의 물성에 따라 정제 설비를 갖춰왔기 때문에 다른 유종을 도입했을 때 설비 개조에 돈을 쓰게 된다. 일반적으로 중동산 원유는 황 함유율이 높고 점도가 높은 중질유인 반면, 북미 지역에서 나는 원유는 황이 적게 들어있고 점도도 낮은 경질유로 분류된다. 이런 특성에 맞춰 유종별 혼합 비율부터 탈황(황 성분 제거)이나 증유(원유 가열) 공정까지 섬세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지역별로 운송 시간과 비용이 다른 점도 변수이다. 4일 발간된 해양진흥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서 원유를 가득 싣고 한국으로 오기까지 25일가량 운송시일이 걸린다. 서아프리카나 미국 멕시코만 연안 지역에서 운반할 때 35~60일 소요되는 점과 비교하면 시간과 운송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 다만, 중동 원유 해상운임이 전쟁 이전보다 크게 오르고 있다. 영국 해운업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하는 초대형 유조선(VLCC) 운임지수는 지난 3일 465를 기록해 3주 만에 3배 넘게 급등했다. 정유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수급 안정성과 경제성이라는 원칙을 기준으로 여러 국가의 다양한 유종을 도입하고 적절히 배합해 석유 제품을 생산한다"며 “원유 가격이 상승하는 기조에 더해 다른 국가들도 원유 수급 다변화에 나설 것이므로 어떤 유종으로 중동산을 안정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준비해야 대응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정승현의 소재 탐구] 전동화 열관리 솔루션으로 부상…정유4사 ‘실적 효자’

윤활기유(Base oil)·윤활유(Lubricants)가 정유업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정제마진 악화에도 실적 방어를 해준 데다 인공지능(AI)과 전동화에 필요한 열관리 솔루션의 핵심 재료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엔진 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용 기계에 광범위하게 쓰일 정도로 물성이 우수한 윤활기유·윤활유가 산업 트렌드 변화에 대응할 잠재력이 크다. 이에 앞으로도 정유사들의 고부가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4사는 윤활유 사업으로 정유와 석유화학 사업의 실적 부진을 상쇄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정유4사의 윤활유 사업은 매출 비중이 10%도 안되지만 매출 대비 수익성이 높다. 정유4사는 지난해 윤활유 사업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SK이노베이션 6076억원(15.8%) △GS칼텍스 4912억원(26.2%) △HD현대오일뱅크 1943억원(18.2%) △에쓰오일 5821억원(19.4%)를 기록했다. 정유4사의 윤활유 사업은 실적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정유 부문과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부진을 상쇄했다. 정유 부문은 상반기 정제마진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대폭 줄거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석화 부문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중국과 중동의 석화산업 진출로 수출 부진과 영업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윤활유 부문만큼은 영업흑자를 유지했다. 그간 정유사들은 자동차와 산업용 기계에 들어가는 실린더나 관절 같은 곳에 넣는 윤활유를 만들어왔다. 정유사별로 △SK엔무브의 지크(ZIC) △GS칼텍스의 킥스(Kixx) △HD현대오일뱅크의 엑스티어(XTeer) △에쓰오일의 에쓰오일 세븐(S-Oil 7) 같은 브랜드를 내세워 고품질 경쟁력 강화에 열중하고 있다. 윤활유는 자동차와 산업용 기계의 부품 간 마찰을 줄여 작동을 원활하게 하는 물질이다. 윤활기유는 윤활유 원재료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성분이다. 윤활기유에 첨가제를 넣어 용도에 맞는 물성을 구현하면 윤활유가 된다. 윤활기유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끓는점이 비교적 낮은 액화천연가스(LPG)나 휘발유, 경유 등을 먼저 고압에서 증류한 뒤 끓는점이 높아 남게 된 무거운 기름(중유 또는 잔사유)을 저압에서 증류해 만든다. 이후 수첨과 탈황 공정을 거쳐 다양한 물성의 윤활기유를 얻어낸다. 윤활기유는 황 함유량, 포화도, 점도지수 등 물성에 따라 그룹 I부터 그룹 V까지로 나뉜다. 황은 정유 제품의 대표적인 불순물로, 정제 과정에서 많이 제거할수록 순도가 높다는 뜻이다. 점도지수는 액체의 끈끈한 정도를 나타내는데, 용도에 따라 적정 수준이 다양하다. 그룹 I은 황 함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점도지수가 높아 산업용 기계를 충격과 부하로부터 보호하는 데 쓰인다. 그룹II는 수소 촉매 반응으로 다중결합을 깨 불포화 탄화수소를 줄이고 황 함유율도 낮춰 순도와 산화안정성을 강화한 것이다. 이보다 순도를 더 강화해 산화 안정성과 점도지수를 높인 그룹 III는 맑은 색상을 띠며 고온에도 점도 변화가 적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룹 IV는 원유 증류와 수첨 등 정제 과정만으로 만드는 그룹 I~III와 달리 인공적으로 합성해서 제조한다. 그룹 I~IV를 제외한 나머지 윤활기유는 그룹 V로 분류한다. 윤활기유와 윤활유가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된다는 특성은 정유사들의 윤활기유 사업 확장 가능성을 키운다. 새로운 제조업 분야가 성장하면 이에 걸맞는 기계가 필요하고, 기계의 원활한 작동과 수명 연장을 위해서는 정유사들이 품질이 좋은 윤활유 제품을 기업들 수요에 맞게 선보여야 하는 구조다. AI가 발전하고 전동화(electrification)가 두드러지면서 필요성이 높아지는 데이터센터와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데이터센터와 배터리는 전력 소비로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적절히 방출하는 체계로 작동 효율과 안정성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데이터센터와 배터리 냉각 시스템용 윤활기유로는 그룹 III가 가장 적합하다. 불순물이 적고 열 교환 효율이 가장 높으면서 마찰도 작은 수준의 점도를 가지기 때문이다. 기름이라는 특성 때문에 데이터센터나 배터리의 전자부품을 훼손할 가능성도 물 같은 액체보다 낮다. 원유 정제 기술을 토대로 윤활기유 경쟁력을 확보해온 정유4사는 이미 윤활기유를 이용한 열관리 솔루션에서 가능성을 찾아 AI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GS칼텍스는 기존 데이터센터 액침냉각용 유체에 이어 지난해 10월 데이터센터용 직접액체냉각 유체를 출시했다. 중앙처리장치(CPU) 같은 데이터센터의 발열체에 냉각판을 불여 유체를 순환시키는 방식이다. 액체냉각 유체는 그룹III 윤활기유에 부식 방지를 위한 유기산(OAT) 첨가제를 더해 만들어진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11월 SK온과 SK엔무브를 합병한 것도 배터리와 윤활유 간 시너지가 의도로 꼽힌다. SK는 이전에 데이터센터 액침냉각용 윤활유 솔루션과 전기자동차 배터리 액침냉각 솔루션을 공개한 적이 있다. 양사가 배터리 셀을 모듈 없이 바로 팩 형태로 연결한 셀투팩(CTP) 기술과 액침냉각 윤활유 기술을 통합한 패키지 솔루션의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전기차부터 에너지 저장장치(ESS), 데이터센터, 선박 등 다양한 산업을 겨냥한다는 의도다. HD현대오일뱅크는 글로벌 석유 기업 쉘사(社)와 세운 합작법인 HD현대쉘베이스오일를 통해 그룹 III 윤활기유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대산 공장에 증설 투자를 단행해 이르면 내년부터 전기차와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같은 고성능을 요구하는 윤활유 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2000년대 초부터 그룹 III 윤활기유 대량생산 체계를 구축했고, 2년여 전에는 고인화점(섭씨 250도 이상) 액침냉각유 'e-쿨링 솔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스마트그리드 기업 지투파워와는 액침냉각형 ESS 상용화와 공동 사업화를 준비 중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정승현의 소재 탐구] 고부가화로 전기차·로봇산업 ‘성장판’ 자리매김

합성고무 원료인 부타디엔의 가격이 요동치고, 전방산업의 수요가 불확실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합성고무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부가 합성고무 제품이 석화기업들의 수익성을 방어하는 효자 노릇을 맡고 있기에 시장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와 의료기기 같은 산업이 발전할수록 더 고도화된 합성고무 제품이 필요해지기 때문에 범용 제품의 수익성 부진에도 전방 산업의 수요에 따라 견조한 실적을 낼 수 있다. 합성고무가 첫 발명 당시 인류의 난제를 풀어줬던 것처럼 앞으로 첨단산업의 발전을 견인할 핵심 소재가 될지 주목된다. 9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중국 원자재 정보업체 선서스는 지난 7일 중국 시장에서 부타디엔의 톤(t)당 가격이 1만33.33위안(RMB/t)으로 석 달 전(11월 10월)과 비교해 45.4% 상승한 것으로 집계발표했다. 스티렌 부타디엔 고무(SBR)는 22.5% 상승한 1만3125위안으로 집계됐다. ◇NCC 폐쇄하려다 부타디엔도 공급 줄까 '주시' 부타디엔은 탄소 4개와 수소 6개로 이뤄지며, 탄소들 간 결합 중 양쪽 두 개가 이중결합(양쪽 원자가 전자 두 개씩 공유)으로 이뤄진 형태를 띤다. 부타디엔을 기본 원료로 다양한 반응을 거쳐 SBR이나 니트릴 부타디엔 고무(NBR) 등 여러 종류의 합성고무를 만든다. SBR은 스티렌과 부타디엔을 유화중합해 만든다. 물에 잘 안 녹는 두 물질을 계면활성제(비누 역할)과 함께 물에 넣으면 개별 분자 형태로 흩어지면서 서로 반응하는 식으로 폴리머(고분자) 형태가 된다. NBR은 아크릴로니트릴과 부타디엔을 유화중합하면 생성된다. 아크릴로니트릴의 질소 원자와 탄소 원자 간 강력한 '삼중 결합'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나프타분해설비(NCC)에서 나오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부타디엔 같은 기초 유분과 SBR을 비롯한 범용 석화소재가 글로벌 석화시장에서 과잉공급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NCC 감축 기조가 나타나면서 부타디엔 공급이 덩달아 줄어들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10월 기준 부타디엔 수입량이 전년 동기보다 39% 증가했다. 동시에 유럽에서는 남부와 북서부 지역에서 NCC 4곳이 문을 닫았고, 내년 말까지 다우의 뵐렌 NCC와 토탈의 엔트워프 NCC를 폐쇄한다. 미국은 최대 수요처인 중국을 향해 관세 10%를 부과하고 있어 수출 여건이 녹록지 않다. 중국 내에서도 석화 생산설비 증설이 이어지지만 글로벌 공급 둔화 조짐에 시장 상황이 흔들리는 것이다. ◇EV 타이어부터 고성능 장갑까지…'고부가' 합성고무 그럼에도 합성고무가 첨단산업의 핵심소재 중 하나라는 점에서 석화기업들의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금호석유화학은 고부가가치 합성고무 소재로 성장해 왔다. 지난해 매출 6조9151억 중 38.6%(2조6712억원)을 합성고무에서 냈고, 영업이익도 전체 2718억원 중 37.3%를 합성고무가 냈다. 범용 합성고무인 SBR과 니트릴-부타디엔 고무(NBR)는 각각 연간 26만3000톤, 9만2000톤을 생산할 수 있다. 고부가가치 품목인 용액 스티렌-부타디엔 고무(SSBR)과 니트릴-부타디엔(NB) 라텍스는 15만8000톤, 94만6000톤의 생산 능력을 보유했다. NCC를 기반으로 범용 소재부터 고부가 석화소재까지 생산하는 LG화학도 △부타디엔 고무(BR) 22만톤 △SSBR 8만톤 △NB라텍스 27만톤 규모의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에는 충남 대산 SBR 생산 설비를 멈추며 고부가 중심의 합성고무 사업 재편에 나섰다. 범용 소재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 소재 중심으로 석화산업 구조를 재편하면서 SSBR와 NB라텍스에 대한 주목도가 더 높아졌다. SSBR은 전기자동차(EV) 타이어에 적합하고,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도 연비 효율을 높여주는 등 고성능 타이어 제조용으로 쓰인다. 스티렌과 부타디엔을 유화중합 대신 리튬계 촉매를 이용한 용액중합 방식으로 반응시켜 만들기 때문에 최종 완성된 소재에 불순물이 별로 남아있지 않고 성분 조절이 더 쉽다. NB라텍스는 얇으면서도 내구성과 내화학성, 내유성이 뛰어나다는 특성 때문에 의료용·산업용 장갑의 핵심 원료로 쓰인다. ◇20c 천연고무 대체제…21c 휴머노이드 필수재 '주목' 합성고무는 첨단산업 발전이라는 흐름과 같은 궤적을 밟아왔다. 합성고무가 호스 등 일상용 제품뿐만 아니라 차량 타이어, 의료용 장갑 같은 산업용 제품의 기초 재료로 쓰였기 때문이다. 원래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대량으로 전쟁물자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고무나무 껍질에서 나오는 천연고무가 부족해지면서 개발됐다. 당시 자동차 타이어 같은 제품은 내열성과 고탄성 확보를 목적으로 유황을 섞은 천연고무로 만들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독일과 미국이 석유를 이용한 고무 개발에 나서면서 SBR과 NBR이 탄생했다. 그랬던 합성고무가 최근 들어서는 SSBR로 EV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6년 전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할 때 의료용 장갑의 필수 소재인 NB라텍스 형태로 의료 체계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았다. 합성고무의 성분을 조절하거나 새로운 제조 방식을 발견한다면 물성이 더 우수한 것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합성고무의 역할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휴머노이드 로봇 중심의 생산 체계인 '피지컬 AI'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외장재나 부품 연결 소재를 비롯해 로봇의 정교한 움직임과 전자부품 기밀성을 구현하는데 첨단 합성고무가 필요해졌다. 화학 반응과 외부 압력을 잘 견디면서 두께를 얇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합성고무가 최적의 소재로 꼽히는 것이다.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리포트를 통해 “현재 자동차 연관 수요가 60~65%에 달하는 합성고무 산업에 로봇이라는 새로운 수요 시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 합성 고무 생산 업체들의 미래에 긍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에쓰오일, 순직소방관 유족에 위로금 3천만원 전달

에쓰오일은 자동차공업사 화재를 진압하던 중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아오다 순직한 경기도 고양소방서(행신안전센터) 소속 고(故) 성치인 소방경의 유족에게 위로금 3000만원을 전달한다고 4일 밝혔다. 성치인 소방경은 지난해 11월 24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소재 자동차공업사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 출동해 진화에 나섰다. 화재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뒤 병원으로 이송돼 입원 치료를 받아왔지만 지난 3일 끝내 순직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소방관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에쓰-오일의 위로금이 유족들이 슬픔을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생활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지난 2006년부터 소방청과 함께 '소방영웅지킴이' 협약을 맺고 후원 활동을 이어왔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미-이란 전쟁] 장기화땐 고유가 타격…석화업계, 생산 다변화 ‘고심’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나프타 등 정유제품을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므로 향후 원가 부담 가중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프타 대신 에탄을 이용한 기초유분 생산도 대비책으로 거론되지만, 석화 산업 구조개편 국면과 천연가스 가격 상승 같은 변수까지 함께 고려해야 해 당분간 유가 상승 부담을 피하기 쉽지 않다. 3일 산업통상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던 지난달 평균 나프타 가격은 톤당 605.39달러로 직전 달보다 8.62% 올랐다. 올해 들어 1월 5일 523달러로 저점을 찍은 뒤 전반적인 상승세를 타며 지난달 25일 619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석유화학 기업들은 주요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시차를 두고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두바이유 가격은 2일 기준 배럴당 80.79달러로 직전 거래일인 2월 27일보다 13.4% 올랐다. 천연가스 가격은 네덜란드 TTF 거래소 기준 메가와트시(MWh)당 44.506유로로 39.26% 급등했다.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를 비롯한 핵심 인물들을 타격하고, 이란 정부가 인근 중동 국가와 미군 기지를 대상으로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정세 불안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란이 선박 공격까지 운운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예고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중동산 원유와 LNG 운반 경로가 사실상 막혔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중동 의존도는 각각 70%, 20%가량이다. 한국 석화산업은 전체 석화 소재 생산 설비의 90% 넘는 비중이 나프타를 원료로 투입하는 나프타분해설비(NCC)로 구성돼 원유 가격과 수급에 따른 영향을 받는 구조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정유사들이 생산하는 나프타 가격의 상승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내 원유 비축분이 200일치를 넘어 수급이 유지되지만, 원유 가격은 정유사의 원유 정제와 공급 기간 등 일정 시차를 두고 석화사들이 사들이는 나프타 가격에 반영된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원유 증산 결정과 세계적인 정유·석화 제품 공급 과잉 현상이 원가 부담 완화 요인이지만, 세계 최대 석화시장인 중국에서 설비 감축 기조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가능성이 변수로 꼽힌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 급등 현상이 세계 공급 과잉 현상과 중국 정부의 정유·석화산업 지원 중단 같은 복합적인 변수 속에서 나타난 상황"이라며 “향후 중국 정유·석화 기업이 생산 설비 감축 움직임을 실행하면 세계 시장에서 나프타 공급 가격이 오르고 수급이 불안정해질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석화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이 몇 달 이후 나프타 공급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향후 에틸렌 스프레드 추가 하락 여부와 세계 최대인 중국 석화시장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에틸렌 등 기초유분의 생산 원료이자 원유 대비 수급처를 다변화할 여지가 큰 에탄의 경우 아직 국내 석화사들의 활용 여지가 크지 않다. 에탄 기반 ECC는 일반적으로 NCC보다 가격 변동성이 낮고 생산 효율이 높은 방법으로 꼽힌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에틸렌 생산 설비 중 90% 넘는 비중이 NCC로 이뤄진다. 롯데케미칼 등 일부 석화사들이 액화석유가스(LPG)나 LNG로 에탄을 생산하고 석화 소재를 생산할 기반을 갖췄거나 기반 구축을 추진 중이다. 다만, NCC 중심으로 생산 체계를 마련한 대부분의 석화사들은 ECC 전환을 위해 시간과 재원을 추가로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생산 가격이 낮은 셰일가스 도입이 쉬워 전체 설비의 80% 가까이를 ECC가 차지하는 반면, 한국으로 도입하기에는 거리가 멀어 원가 경쟁력 강화가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에틸렌 스프레드(판매가애서 원료 가격을 뺀 값)가 톤당 100달러를 하회하는 시황에도 석화사들은 공장을 24시간 가동해야 한다"며 “석화사들이 투자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현재로서는 ECC라는 선택지를 고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미-이란 전쟁] 호르무즈 봉쇄 ‘해상물류 올스톱’…정유·해운·항공 ‘초비상’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분쟁이 사흘째로 접어들었다.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의해 전면 봉쇄되면서 글로벌 해상 물류망에는 '심정지' 사태가 발생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국내 산업계는 운임 폭등과 원가 상승이라는 미증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2일 해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초단파(VHF) 무선 방송을 통해 “현재 해역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 어떠한 선박도 해협을 통과할 수 없다"고 공포하며 실력 행사에 나섰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에 따른 보복 조치로 ,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30%가 지나는 핵심 수로가 물리적으로 차단된 것이다. 유가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지난달 28일 장외 선물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75.33달러까지 치솟으며 작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 기업의 원가가 평균 0.38%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유가와 정제 마진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정유업계는 이번 유가 상승이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유 수급이 불안정해질 가능성 때문이라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은 원유의 70%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운반선 우회나 지연에 따른 수급 차질과 선박 안전 피해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모니터링 중"이라며 “당장은 원유선 해상 운임과 보험료 인상에 따른 부담 가중이 예상되지만, 지정학적 갈등이 조기에 안정되면 정유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이란 정부가 군사력을 내세워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현실화할지 여부가 관건으로 꼽힌다. 당장은 정부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축해 놓은 원유 수개월분을 이용해 수급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민간 정유사들도 원유 재고를 보유한 데다 북미나 유럽 북해 등으로 수급 경로를 다변화해왔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연구위원)은 “호르무즈 해협을 최소한 수 주 이상 물리적 봉쇄를 하기 전까지는 정부와 정유사들의 비축 물량으로 수급 대응이 가능하다"며 “현재로선 실제 해협 봉쇄 단계까지 나아갈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정부와 정유사들이 지정학적 역학 관계 변화를 면밀히 살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 대란은 바다를 넘어 하늘길로도 번졌다. 중동 일대 영공이 폐쇄되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 등 주요 공항이 문을 닫으면서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지난달 28일에는 오후 인천에서 두바이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KE951편)가 미얀마 공역에서 긴급 회항했으며, 복편인 KE952편은 결항됐다. 운송 기간 연장도 연장될 전망이다. 머스크를 비롯해 CMA CGM, 하팍-로이드 등 글로벌 주요 선사들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전면 중단과 항로 변경을 선언했다. 특히, 올해 중반으로 예정됐던 수에즈 운하 복귀 계획은 이번 사태로 사실상 폐기됐다. 이로 인해 아시아-유럽 노선의 운송 기간이 편도 기준 3~5일가량 늘어나며 선복 부족과 운임 상승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과거 분쟁 사례를 볼 때 해당 지역의 보험료는 최대 7배까지 할증될 수 있다. 화주들에게는 TEU당 최소 50달러 이상의 전쟁 위험 할증료(War Risk Surcharge)가 부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적 선사인 HMM은 현재 해협 인근에 위치한 컨테이너 1척·벌크 6척 등 총 7척의 안전 확보에 주력하며 우회 경로 투입 등 비상 계획을 검토 중이다. 운임 폭증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전날 윤진식 회장 주재로 '긴급 수출입 물류 점검 회의'를 열고 해협 봉쇄 시 국내 해상 운임이 기존 대비 최대 80%까지 폭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지에 사업장을 둔 국내 주요 기업들도 비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주재원과 직원들의 안전을 확인하며 비상 연락망을 가동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직접 “중동 임직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으며 , 현대차 역시 최근 준공한 사우디 생산법인 공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김성범 장관 직무대행 주재로 긴급 점검 회의를 소집하고, 위험 해역 내 우리 선박 37척에 대해 운항 자제 및 인근 해역 대기를 강력히 권고했다. 정부는 비상 대응반을 구성해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하며 청해 부대 대조영함과의 핫라인을 통해 선원과 선박 안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중소 수출 화주를 위해서는 물류비 바우처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오만의 살랄라 및 두쿰 항만을 활용한 환적과 육로 우회 수송 정보 제공에 착수했다. 박규빈·정승현 기자 kevinpark@ekn.kr jrn72bene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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