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에너지 분야 학계 인사들은 24일로 취임 나흘째를 맞은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신임 사장의 경영 과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에너지경제신문은 이날 에너지 분야 주요 학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김동철 사장이 자신의 책상에 놓인 한전 누적 적자와 전기요금 문제, 구조조정, 에너지시장 개혁 등 현안들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물었다. 학계 인사들은 정치인 출신 김 사장이 정치화된 전기요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요금 정상화를 전제로 성급한 구조조정보다는 송전망 확충, 시장구조 개편, 사업 다각화 등으로 위기를 타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탄소중립도 결국 한전이 정상화 돼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동철 사장은 한전의 눈덩이 눈덩이 적자 상황에서 취임 이틀 만인 지난 22일 전남 나주 한전 본사 집무실에 야전침대를 폈다. 위기극복의 실마리가 보일 때까지 퇴근하지 않고 일하는 24시간 근무를 선언했다. 김 사장은 매일 저녁식사 후에 현안에 대해 실무자들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 출범 당시 에너지분야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인 출신 사장님이 오셨기 때문에 오히려 정치화된 전기요금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사장님이 취임부터 24시간 근무하시겠다고 하는 것도 정치적인 해결방식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한전이 위기에 빠지면 결국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며 "이런 어려운 시기에 에너지분야 전문가나 공직자 출신이 아닌 한전 본사를 연고로 하는 정치인 출신 사장님이 오신만큼 기존 사장님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여러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금 한전이나 가스공사의 상황은 수백억, 수천억대의 문제가 아닌 만큼 구조조정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시장 구조, 가격 정상화 등 더 큰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요금은 미루면 미룰수록 미래세대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정의롭지 않다. 하루 빨리 정상화해야 하고 결국 정치권을 설득해야 한다. 사장님이 잘 하시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한전의 전력구매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은 "지금 전력시장은 태양광발전과 원자력발전소가 동시에 가동될 때, 한전이 값싼 원자력발전 전기가 아니라 태양광발전의 전기를 우선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연료비가 싼 전원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 때문"이라며 "그 결과 5배가 비싼 전기를 우선 구매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부담은 한전의 적자로 쌓이고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연료비가 아니라 전력생산단가가 싼 전력 우선으로 구매하도록 구매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안보 강화를 위한 전력망 확충이 시급하다는 요청도 나왔다. 정 회장은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한전이 적자에 빠지면 전력망에 대한 투자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태양광발전에 투자하다가 정전사태를 맞았고, 텍사스는 풍력에 투자하다가 대정전을 불러왔다"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로 전력망의 안정성이 떨어지며 결국 정전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단순히 전력요금 이상의 문제가 발생한다. 김 사장께서 이점을 살펴보시길 희망한다"고 말했다.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도 "요금이나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이는 한전이 결정하는 일은 아니다"면서 "그보다는 한전의 기본 업무인 송전망 확충을 가장 서둘러야 한다. 장기적인 손실을 막는 일이다. 스스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민간이나 다른 주체에 맡겨야 한다. 이미 송전망 부족으로 재생에너지, 석탄화력 등 여러 발전사들의 발전제약이 발생해 손실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에너지 산업은 시장원리보다 정부의 계획, 가격규제 그리고 공기업을 통한 명령과 통제로 운영된다. 가격신호가 작동하지 않아 한전은 50조원의 적자와 200조원의 빚을 안고 있다"며 "어렵게 들여온 1차 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지만 송전선을 제때 건설하지 못해 수도권으로의 전력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전이 에너지의 생산 및 배달 인프라를 제때 건설하고, 필요한 소비자와 사업자에게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건강한 에너지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 에너지 안보를 위한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요금은 내년 4월 총선 이슈로 대폭 인상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자산매각이나 자회사 통폐합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완전히 자유로운 시장원칙에 맡기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한전이 새로운 수익 창출 방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구조조정이나 전기요금 인상은 한계가 있다. 다른 방법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며 "KT처럼 요지에 있는 지역본부 등 건물을 재건축 해 임대업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KT가 보유하고 있는 토지 및 건물·구축물은 장부가 기준 약 4조원 규모다. KT는 통신기술 고도화로 용도 폐기되는 전화국을 호텔, 사무실, 임대형 주택 등으로 리모델링하고 있다. 호텔에 기가지니 등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해 KT가 보유한 기술을 상용화하는 테스트베드로도 활용하고 있다. KT그룹 부동산 전문회사인 KT에스테이트는 기존 영동·을지·신사·송파지사 부지에서 호텔 개발·공급을 진행해왔다. 명동지사 부지는 ‘르메르디앙’과 ‘목시 서울 명동’으로 변모했다.유 학장은 "한전도 명동, 여의도, 강남 등 서울 핵심 요지에 지사들을 확보하고 있다"며 "재건축을 통해 변전소, 사무시설을 유지하면서 주상복합 등 상업시설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정관을 바꿔야 하고 KT처럼 본업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 같은 위기에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jjs@ekn.kr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신임 사장이 지난 20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전 본사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정범진 원자력학회 회장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