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국제 금값이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프랑스 정치 위기, 일본 정권 교체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4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4004.1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금 선물 가격이 4000달러를 웃돌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금 현물 가격은 다음 날인 8일 장중 최대 4001.11달러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금값 시세는 올해 들어 50% 이상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잇따라 갈아치우고 있다. 이러한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연간 기준으로는 1979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할 것으로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특히 올해에만 사상 처음으로 3000달러, 4000달러선을 연달아 돌파하는 등 금값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금값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1000달러선을 처음으로 넘어섰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00달러선을 웃돌았다.
올해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금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여기에 2주째 이어지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과 이에 따른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프랑스의 정치적 불안, 일본의 재정 악화 우려 등도 금에 대한 투자매력도를 끌어올린 요인으 지목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세도 지속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앙은행들이 9월에도 금을 순매수하며 11개월 연속 매입 행진을 이어갔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달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 유입된 자금 규모는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년간 국제금값 추이(사진=네이버금융)
이런 가운데 월가에서 처음으로 금 목표가를 4000달러로 제시했던 전문가가 향후 금값 전망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귀금속 전문매체 킷코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폴 시아나 기술적 애널리스트는 “금이 목표가에 근접하면서 상승 여력의 상당 부분이 이미 소진됐고, 현재는 다소 과매수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킷코는 시아나 애널리스트에 대해 “올 연초 가장 먼저 4000달러 목표를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금값이 4000달러에 접근함에 따라 다양한 시간 프레임 기술적 신호와 조건들이 상승 추세의 소진을 경고하고 있다"며 “이럴 경우 4분기에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 (강세장에) 반대하는 트레이더들은 4~6주 풋(매도)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적 지표들도 금이 과매수 구간에 들어갔음을 보여준다. 금값은 7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과거 11차례의 유사 사례를 보면 금값이 4주 후에는 하락했다고 시아나 애널리스트는 짚었다.
그는 또 현재 금 가격이 200일 이동평균선을 21% 가량 웃돌고 있는 것과 관련해 “고점이 자주 형성되는 구간"이라며 “금은 200주 이동평균선보다 70% 높은데 이런 경우는 지금까지 단 세 차례(2011년 9월, 2008년 3월, 2006년 5월)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기적·장기적 사이클을 모두 감안할 때 현재는 가격 조정에 취약한 구간이란 지적도 나왔다. 금값은 2015년 저점 이후 2020년까지 85% 급등했으며, 이후 2022년까지 2년간 약 15% 하락했다. 그러나 그 시점부터 현재까지 다시 130% 넘게 치솟았다. 시아나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강세장은 대체로 상당한 매도세가 선행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금값이 향후 더 오르더라도 상당한 시세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그는 또 “1970~1980년 사이 금값은 중간 조정기 포함해 1725% 폭등했지만, 1980~1999년엔 59% 하락했다"며 “1999년~2011년엔 시세가 약 640% 상승했지만 2015년까지 약세장이 이어져 38%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향후 금값이 하락세로 전환할 경우 1차 지지선은 3790달러 부근으로, 조정이 심화될 경우 3525달러까지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밴티지 마켓의 헤베 첸 애널리스트도 “금값이 4000달러에 도달한 것은 안전자산 수요 급증뿐만 아니라 재정 위험과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화폐, 채권 등의 자산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처럼 끊임없는 가격 상승 뒤에는 가격이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금값 상승세가 더 이어질 여지가 있다며 내년 12월 금 가격 전망치를 기존 4300달러에서 49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