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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끊이지 않는 반도체 기술 유출, 솜방망이 처벌이 키운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26 10:40

여이레 산업부 기자

여이레_기자수첩

▲여이레 산업부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여이레 기자] 최근 우리 반도체 기업에 대한 기술 유출 시도가 연이어 적발되면서 업계가 몸살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기술 유출에 대한 우리나라의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검찰청의 ‘기술 유출 범죄 양형기준에 관한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년간 해당 범죄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496명 중 20%(73명)만 실형을 살았고 80%(292명)는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형사 사건의 무죄 비율이 3%인 것과 비교하면 기술 유출 범죄의 무죄 비율은 높은 수준이다.

2019년 9월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이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 범죄는 징역 3년 이상 및 벌금 15억원 이하, 산업기술 국내 유출은 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10억원 이하로 법정형을 대폭 상향했으나 정작 법정에서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예로 지난 4월 미국의 경쟁 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최신 반도체 초미세 공정과 관련한 국가핵심기술 및 영업비밀 수십 건의 파일을 유출한 A씨에 대한 선고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에 불과했다.

반면 전세계는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 TSMC를 보유한 대만은 지난해 국가안전법 개정을 통해 군사·정치 영역이 아닌 경제·산업 분야의 기술 유출도 ‘간첩 행위’에 포함시키며 처벌 수위를 높였다.

미국의 경우 기술 유출은 6등급 범죄에 해당돼 0~18개월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피해액에 따라 최고 36등급까지 상향 조정이 가능하다. 이 경우 최대 405개월(33년9개월)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양형 기준 미비 속 우리 기업이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연구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이 중국 등으로 유출되는 행태는 계속되고 있다. 이달에는 전 삼성전자 임원 출신에 의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 자료가 통째로 중국에 넘어갈 뻔한 아찔한 일이 발생했다. 삼성전자에 수조원대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사건이었다.

‘기술 유출’에 엄중한 책임을 묻고 이에 걸맞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한 시점이다.
gore@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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