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류진 한경협 회장 “AI·디지털·그린 산업 글로벌 규범 주도해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한국이 인공지능(AI)·디지털·그린 산업 글로벌 규범을 주도해야 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류 회장은 29일 신년사를 통해 “한국은 올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0주년을 맞는다. 이제는 아시아·태평양 경제질서의 핵심국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류 회장은 “2025년은 한국경제가 거센 외풍에 맞서며 한 걸음씩 꿋꿋이 나아간 한 해였다"며 “미국 관세정책에 정부와 경제계가 똘똘 뭉쳐 대응했다. 관세장벽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조선 등 전략산업에서 협력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따라가는 나라'를 넘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지위에 올라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류 회장은 “(우리나라는) 반도체·조선·방산 등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신뢰와 기술, 개방성을 두루 갖춘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축으로 부상했다"며 “지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도 많은 미국 기업인들이 한국의 제조 경쟁력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같은 성과에도 아직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류 회장은 “이제 막 급한 불을 끈 상황"이라며 “작년보다는 성장률이 오르겠지만 저성장의 터널은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우리를 추격하던 중국의 추월이 현실로 닥쳐왔고 내수 부진과 산업 양극화의 구조적 리스크도 여전하다"며 “세계 경제도 각자도생의 분절화(Fragmentation) 단계를 지나 합종연횡의 재구성(Reconfiguration) 시대로 진입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경의 의미가 약해지고 기술과 규범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동력으로 떠오른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들"이라며 “새해는 인류가 새로운 기술문명으로 이동하는 전환점이다. AI와 모빌리티 혁명, 공급망 재편과 기후·인구구조 변화가 국가 경제와 산업구조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있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뉴 K-인더스트리 시대'를 열어야 한다. 새로운 접근, 민첩하고 담대한 도전이 필요하다"며 “낡은 제도는 과감히 버리고 민간의 역동성을 되살려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기 좋은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화의 시대 한경협의 역할도 환기했다. 류 회장은 “(한경협은) AI 등 신성장 분야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제도 혁신과 민관이 함께해야 할 미래전략 로드맵을 제시하겠다"며 “정부와 산업계, 국내외 전문가들과 두루 소통하면서 신성장 전략의 허브, 산업체계 재설계의 플랫폼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다 함께 성장하는 대한민국' 실현에 앞장서겠다. 오늘의 벤처·스타트업이 내일의 국가대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스케일업 생태계 구축의 청사진을 만들고 실천하겠다"며 “성장의 온기가 사회 구석구석까지 전해지는 민생경제 회복의 다양한 정책과제를 발굴하겠다"고 했다. 그는 “쉬지 않고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적토마처럼 우리 경제가 힘차게 쉼 없이 달려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신년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모든 변화의 출발점은 새로운 기업가정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모든 변화의 출발점은 새로운 기업가정신"이라는 의견을 공유했다. 새해 기업가정신이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과 사회적 공감 속에서 다시 한 번 성장의 동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차원에서다. 최 회장은 29일 신년사를 통해 “오늘의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은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 온 도전들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몇 년간 우리 경제는 저성장 국면과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기술 패러다임의 빠른 전환이라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국회, 기업이 함께 노력한 결과 경제 전반에 점진적인 회복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제 중요한 과제는 이 회복의 흐름을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이라며 “단기적인 반등에 머무르지 않고 성장의 속도와 높이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종합적인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무엇보다 성장의 주체인 기업의 투자와 혁신이 위축되지 않도록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부담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이 성장할수록 오히려 규제와 부담이 증가하는 구조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며 “혁신하는 기업이 규모를 키우고 그 성과가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가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성장 친화적인 제도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또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 그린트랜스포메이션(GX)은 새로운 도전인 동시에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경쟁력을 좌우할 성장의 기회이기도 하다"며 “이 분야에 대한 투자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미래 산업과 일자리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와 GX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를 감내할 수 있는 실행력과 속도가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 기존의 틀과 방식을 넘어서는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역경제 활성화 역시 한국경제의 재도약과 사회문제 해결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이라는 점을 환기했다. 최 회장은 “그동안 다양한 노력이 이어져 왔지만 여러 과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제는 지역을 제도 혁신의 실험장으로 삼아 미래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구조적인 난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 나가야 할 때"라고 짚었다. 이어 “대한상의는 앞으로도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히 전달하고, 정부와 국회가 정책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균형 잡힌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뜨거운 에너지를 품고 힘차게 질주하는 말처럼 한국경제 또한 역동의 기운을 받아 '응변창신(應變創新)'의 자세로 변화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며 “성장의 토대를 더욱 단단히 다지는 도약의 원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신년사] 손경식 경총 회장 “한국 경제 대전환의 원년 되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한국 경제 대전환의 원년이 되길 기원한다"는 새해 덕담을 남겼다. 역동적인 경영환경 마련을 위해 노동시장 규제 개선 등이 시급하다는 제언도 아끼지않았다. 손 회장은 29일 신년사를 통해 “붉은 말의 힘찬 기운이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을 가져오길 기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회장은 2025년이 '다사다난'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연초부터 계속된 정국 혼란과 미국발 관세인상, 고환율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내수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성장률이 1% 수준에 그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새롭게 출범한 정부는 대미 관세 협상을 타결하며 통상 불확실성 해소라는 큰 성과를 거뒀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와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라는 기분 좋은 소식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새해 우리 경제는 지난해보다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여전히 만만치 않은 난제들이 가로막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 대미 통상환경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와 같은 변수들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첨단기술 경쟁 심화와 중국의 추격 같은 요인들도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새해 우리 경제가 위기를 넘어 대전환을 이루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의 해가 되기를 바란다"며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의 혁신과 도전 의지를 북돋아 줄 수 있는 역동적인 경영환경 마련이 필수"라고 짚었다. 손 회장은 이와 관련 “경직된 노동시장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노동시장은 산업구조 변화에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경쟁국들보다 생산성도 낮다. 다양한 생산방식을 폭넓게 인정하고 근로시간도 획일적 규제에서 벗어나 업무별 특성에 맞도록 유연하게 개선해야 한다"며 “특히 첨단산업의 연구개발은 근로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노사관계 선진화도 시급한 과제"라며 “국가 경쟁력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세계 최하위 수준의 우리 노사관계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노사가 스스로 법과 원칙을 준수하고 산업현장에서 대화와 타협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법과 제도적으로도 기업은 노조의 권한에 비해 대응 수단이 부족하고 이는 노사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며 “경쟁국들처럼 노조에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의 대항권을 보장해 노사관계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3월 시행을 앞둔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손 회장은 “많은 기업들이 (노란봉투법) 법률의 불명확성과 시행 후 파장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기업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해 산업현장의 혼란이 최소화되도록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불필요한 규제들은 과감히 걷어내고 조세도 정치와 이념적 논쟁의 대상에서 벗어나 국가 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운영돼야 한다"며 “세계적으로 과도한 법인세와 상속세 등은 경쟁국 수준으로 개선하고, 첨단기술의 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기업 지원도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신년사] 윤진식 무협 회장 “앞길 분명하지 않으면 방향 정하고 과감히 달려야”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앞길이 분명하지 않을수록 멈추기보다 방향을 정하고 과감히 달려야 한다"는 새해 메시지를 전했다. 윤 회장은 29일 신년사를 통해 “한국 무역은 언제나 위기 한복판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회장은 “2026년 병오년은 열정과 추진력을 상징하는 붉은 말의 해"라며 “붉은 말의 열정과 추진력으로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과감한 실행으로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회장은 지난해 우리 무역이 전례 없는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수출 7000억달러 돌파 등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돌아봤다. 그는 “반도체와 선박이 우리 수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고 K-콘텐츠의 세계적 확산에 힘입어 화장품과 식품 수출도 크게 늘어나며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였다"고 회상했다. 윤 회장은 “이 같은 결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며 “위기의 파고 속에서도 무한한 열정과 쉼 없는 노력으로 현장을 지켜주신 무역인 여러분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해에도 세계경제의 시계(視界)가 여전히 불투명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 회장은 “각국은 경제안보를 명분으로 보호무역 장벽을 한층 높이고 있으며 지역 분쟁과 전략 경쟁이 맞물리며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환경 속에서 우리 무역은 또 한 번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처럼 변화무쌍한 대외 무역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무협은 신통상·신산업·신시장을 핵심 키워드로 삼아 우리 무역업계 해외 진출을 더욱 입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무협의 구체적인 새해 지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글로벌 통상질서 재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주요국 통상 네트워크를 더욱 촘촘히 구축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핵심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고 급변하는 통상 정책과 규제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현장에 꼭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기반 수출지원 인프라를 고도화해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외연 확대를 적극 뒷받침하겠다"며 “바이오, 에너지, 방산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연구와 지원을 강화하고 선진시장과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시장으로의 진출 기회를 넓히겠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하는 '성장 사다리' 구축에 힘쓰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윤 회장은 “테스트베드 운영과 글로벌 밋업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과 성장을 단계별로 지원하고 급변하는 무역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실무형 무역 인재 양성에도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에 한숨돌린 재계…“불확실성 여전” 지적도

원청에 대한 하청 노동자의 권리를 확대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법)에 대한 해석 지침이 나오면서 재계가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사용자 범위의 기준으로 명시한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구조적 통제'에 빈틈이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고용노동부와 재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지난 26일 내놓은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은 하청 노동자의 실질적인 사용자와 단체 교섭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을 제시했다. 노란봉투법은 원청 기업인 사용자의 범위에 하청 노동자를 포함하고, 노동자의 쟁의행위 대상을 기업의 경영상 결정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 법안이다.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 조건을 '구조적으로 통제'하는지 여부로 사용자 개념을 규정했다. 이와 관련해 △인력운용 △근로시간 △작업방식 △노동안전 △임금·수당 등 최근 판례로 인정된 경우도 예시로 들었다. 사업경영상 결정과 관련한 단체 교섭 범위에 대해서는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이 동반될 경우로 명시했다. 공장 증설이나 이전, 해외 투자, 기업 인수합병이나 분할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노동자의 단체 교섭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노사 문제에 관한 불확실성을 줄였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경영 시계를 흐리는 요인으로 지적된 하청의 사용자 범위와 노조의 쟁의행위 대상에 관해 기준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다만, 고용부의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으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하청에 대한 원청의 구조적 통제를 판단 기준으로 두면, 계약 해지와 노동안전 관련 사례에서 사용자 판단이 모호해진다는 설명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랑봉투법 가이드라인이 나온 직후 “해석 지침에서 명시하고 있는 사용자·노동쟁의 대상에 대한 판단기준에 맞게 예시와 관련 내용을 명확히 정리해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초기 산업현장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용자 범위에 관해 경총은 “구조적 통제의 예시로 '계약 미준수 시 도급·위수탁 계약의 해지 가능 여부'를 들고 있다"며 “이는 도급계약에서 일반적인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계약 해지도 구조적 통제 대상이 된다고 오해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동안전 분야의 사용자 판단의 예시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적시해 산업안전보건법상 원청의 하청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 의무이행까지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해석될까 우려된다"고 짚었다. 노조의 단체 교섭과 쟁의 범위가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상 판단에 따른 고용 문제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단체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 내용이 노란봉투법과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경총은 “노란봉투법에는 합병과 분할, 양도, 매각 등 기업조직 변동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경영상 결정 자체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며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는 불분명한 개념으로서 합병 분할 등의 사업경영상 결정 그 자체가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기준이 형해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국내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내린 경영상 결정이 노란봉투법 변수로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석화 기업들이 내놓은 사업 재편안의 핵심이 나프타분해설비(NCC) 중심의 설비 통폐합이기 때문이다. 설비 감축으로 불가피한 인력 구조조정과 재배치가 단체 교섭 대상이 되면 구조조정 폭이 계획보다 작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韓 기업 성장·안정성 돋보여···美 기업은 수익성 ‘최고’”

한국·미국·일본 주요 업종 대표기업 중 우리나라 업체들은 성장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미국 기업들의 성과가 단연 돋보였다. 업종별 매출액 증가율은 반도체가 가장 높았다.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3국 모두 제약·바이오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8일 '한·미·일 업종별 대표기업 경영실적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일 주요 업종 대표기업의 올해 1~3분기 경영실적을 국가별로 비교한 결과 성장성·안정성은 한국 대표기업이, 수익성은 미국 대표기업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주요 업종 대표기업(14개사)의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14.0%로 미국(14개사, 7.8%)의 1.8배, 일본(10개사, 1.4%)의 10.0배 수준이었다. 국가별 영업이익률 평균은 미국(17.9%), 한국(14.7%), 일본(5.5%) 순이었다. 이 순서가 분석기간(2023~2025년) 중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 평균은 한국(86.8%), 일본(146.7%), 미국(202.5%) 순이다. 영업이익률과 같이 분석기간(2023~2025년) 중 동일한 순서가 유지됐다. 매출액 증가율을 보면 한국은 방산(42.3%), 반도체(22.5%)의 성장세가 가팔랐다. 철강(-3.4%), 정유(0.6%)의 성장세가 저조했다. 미국은 반도체(31.5%), 인터넷서비스(17.7%)가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정유(-5.8%), 철강(0.5%)이 낮은 성장세를 보였다. 일본은 방산(10.5%), 자동차(3.1%)가 양호하게 성장하고, 정유(-3.3%), 철강(-3.3%)은 역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업이익률 측면에서 한국은 제약·바이오(32.1%), 반도체(26.7%)의 수익성이 높았다. 정유(0.4%), 철강(2.2%)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미국은 제약·바이오(38.0%), 인터넷서비스(36.9%)가 높은 수익성을, 철강(-0.2%), 자동차(3.2%)가 낮은 수익성을 보였다. 일본은 제약·바이오(13.9%), 방산(6.9%) 수익성이 양호했으며 정유(0.4%), 철강(0.6%)은 기대 이하였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미국 관세 충격에도 불구하고 올해 우리 대표기업들이 반도체, 방산, 제약·바이오 중심으로 선전했지만 일부 업종의 어려움은 여전했다"며 “내년에는 미국 관세 인상으로 인한 영향이 본격화되고 글로벌 경기 둔화로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세제 개선, 규제 완화 같은 정책적 지원이 더욱 과감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엇갈린 새해 기업 경기전망···반도체·화장품 웃고 식음료·철강 울고”

새해 우리 기업들의 경기전망이 업종별로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기업의 경기전망 반등에도 불구하고 고환율·고비용 여파로 기업 체감경기는 기준치를 하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2208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2026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77'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직전 분기(74)보다 3 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2021년 3분기 이후 18분기 연속 기준치(100)를 밑돈 성적이기도 하다. BSI는 100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100이하면 그 반대다. 관세충격으로 급락했던 수출기업의 전망지수가 '90'으로 16p 상승했지만 내수기업의 전망지수는 '74'에 그치며 전체 체감경기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 전망지수가 '75'로 대기업(88)과 중견기업(88)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대기업들의 경우 수출비중이 높아 관세 불확실성 해소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반면 내수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은 고환율에 따른 원자재 조달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체감경기가 정체된 것으로 분석된다. 14개 조사대상 업종 중 '반도체'와 '화장품'의 2개 업종만이 기준치 100을 상회하며 업황 상승세를 보였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대와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세가 맞물려 전 분기 대비 22p 상승한 '120'을 기록했다. 화장품은 북미, 일본, 중국 등 글로벌 시장 에서 K-뷰티 위상 강화로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며 가장 큰 상승폭(+52p)을 보였다. '조선'은 대형 조선사 중심으로 3년 치의 수주잔량 확보와 고부가 선박의 수주 확대가 기대되며 전 분기 대비 19p 상승해 기준치에 근접한 '96'을 기록했다. '자동차'의 경우도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 완화와 국내 전기차 신공장 가동에 따른 공급능력 확대 등이 호재로 작용해 전망지수가 17p 상승했지만 글로벌 시장의 둔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77'에 머물렀다. 고환율 지속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 업종들은 새해 전망지수가 부진했다.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은 '식음료'는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 증대로 전 분기보다 14p 하락한 '84'를 나타냈다. '전기' 업종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구리값 상승 여파로 전기장비 업체들의 채산성 악화가 예상되며 전분기보다 21p 하락한 '72'에 그쳤다. '비금속광물'도 건설경기 침체 속에 고환율 부담이 겹치며 가장 낮은 전망지수를 기록했다. 대미 관세율이 50%로 유지 중인 '철강'은 중국발 공급과잉에 더해, 고환율 부담까지 커지면서 5분기 연속 전망지수가 70선 이하에 머물렀다. 고환율이 기업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 응답보다 '부정적'이라는 답이 4배 이상 많았다. 최근 지속된 고환율로 인해 '기업실적이 악화됐다'고 있다는 한 기업은 총 38.1%였다. 이 중에 '원부자재 수입이 많은 내수기업'이 23.8%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수출비중이 높음에도 수입원가 상승이 더 크다'는 기업도 14.3%였다. '고환율 효과로 수출실적이 개선됐다'고 답한 기업은 8.3%에 그쳤다. 올해 기업들의 경영성과는 목표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응답이 많았다. 매출실적의 경우 전체기업의 65.1%가 연초 목표 대비 미달했다고 했다. '10%이상 미달'이라는 응답이 32.5%, '10%이내 미달'이란 응답은 32.6%로 유사하게 나왔다. '연간 매출 목표를 달성했다'고 한 기업은 26.4%였다. 전체기업 중 8.5%의 기업만이 '매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했다. 올해 비용측면의 상승요인들이 많았던 만큼 영업이익의 목표 달성률이 매출목표 달성률보다 더 낮았다. '영업이익 실적이 연초 목표치에 미달했다'고 응답한 기업이 68.0%로 매출실적 미달 기업보다 2.9% 많았다. '영업이익 목표를 달성했다'는 기업은 25.4%였다. '초과 달성했다'는 답은 6.6% 나왔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통상 불확실성 완화와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으나 고환율 지속과 내수 회복 지연에 기업들의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정부는 성장지향형 제도 도입과 규제 완화, 고비용 구조 개혁 등 근본적 경제체질 개선을 중점과제로 삼고 위기산업의 재편과 AI 등 미래산업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를 통해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을 뒷받침해야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2025 재계 말말말] 구광모 LG그룹 회장 “미래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 만드는 게 혁신”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매년 '고객'과 관련된 메시지를 내고 이를 계속해서 고도화하며 구성원들과 호흡을 맞춰 나가고 있다. 사업 측면에서는 비주력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에 적극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며 그룹 내실을 다져나가겠다는 경영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한 것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올해 초에 글로벌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구성원들에게 '변화'를 촉구했다. 지난 3월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구 회장은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러기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 '진입장벽 구축'에 사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자본의 투입과 실행의 우선순위를 일치시켜야 한다"면서 “이는 미래 경쟁의 원천인 연구개발(R&D)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룹 창립 70주년을 맞이했던 지난 2017년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이 했던 발언도 최고경영진들과 공유했다. 구 회장은 “(2017년) 당시에도 올해와 같이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경제질서의 재편이 본격화되는 시기였다"며 “(구 선대회장은) 경쟁 우위 지속성, 성과 창출이 가능한 곳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고 이를 위해 사업 구조와 사업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고 돌아봤다. 이어 “하지만 그동안 변화를 돌아보면 경영환경 변화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일어난 반면 우리의 사업 구조 변화는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구 회장은 “절박감을 갖고 과거의 관성, 전략과 실행의 불일치를 떨쳐내자"며 사장단이 주도적으로 변화를 이끌어 줄 것을 주문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폭탄' 등 각종 불확실성이 많았던 시기 그룹 분위기를 다잡는 차원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멕시코에 생산 기반을 다수 두고 있는 LG전자는 당시 미국으로 일부 라인을 돌리는 방안 등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구 회장은 올해 글로벌 '현장 경영'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 2월 인도에 이어 6월 인도네시아, 8월과 10월 미국을 찾으며 업계 동향을 살폈다. 특히, 인도네시아 출장길에서는 'HLI그린파워(Hyundai LG Indonesia Green Power)'를 찾아 전기차 캐즘 돌파를 위한 파트너와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HLI그린파워에서 생산된 배터리셀에 '미래 모빌리티의 심장이 되길 기원합니다'라고 적어 넣기도 했다. 임직원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준비 자세를 요구했다. 구 회장은 자카르타에 위치한 LG전자 판매법인에서 현지 경영진 및 구성원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격화되고 있는 경쟁 상황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5년 뒤에는 어떤 준비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해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전략 마련에 힘써 달라"고 역설했다. 9월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는 중국의 추격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구 회장은 “중국 경쟁사들은 우리보다 자본·인력에서 3·4배 이상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그동안 구조적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인식을 같이하며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와 수익성 강화를 위한 '사업의 선택과 집중', 차별적 경쟁력의 핵심인 '위닝 R&D', '구조적 수익체질 개선' 등 크게 3가지를 논의해 왔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구광모 회장은 내년 신년사를 미리 임직원들에게 전달했다. LG그룹은 지난 2022년부터 연초가 아닌 연말에 신년사를 내놓고 있다. 구성원들이 한 해를 차분히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차원이다. 이달 22일 임직원 27만여명에 보낸 이메일에서 구 회장은 “LG의 시작은 고객에게 꼭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남이 미처 하지 못하는 것을 선택한다'는 LG의 '데이(Day) 1' 정신에는 고객을 위한 도전과 변화의 DNA가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성공 방식을 넘어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하자"는 구 회장은 제안은 LG그룹 창업 초기부터 이어 온 도전과 변화의 DNA를 강조한 것이다. 구 회장은 내년 신년사에서 “우리는 LG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꿈꾸고 이를 현실로 만들며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우리의 노력 못지않게 세상의 변화도 더 빨라지고 있다"며 “기술의 패러다임과 경쟁의 룰은 바뀌고 고객의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성공방식을 넘어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은 오늘의 고객 삶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미래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도 변해야 하며 '선택과 집중'이 그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구 회장은 또 “먼저 고객의 마음에 닿을 하나의 핵심가치를 선택해야 한다"며 “하나의 핵심가치를 명확히 할 때 비로소 혁신의 방향성을 세우고 힘을 모을 수 있다"고 했다. 구 회장은 취임 이듬해인 2019년 '고객'을 LG가 나아갈 핵심 방향임을 강조한 후, 해마다 신년사를 통해 고객가치 경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진화·발전시키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2025 재계 말말말] 정의선 “위기에 위축될 필요 없다”…현대차 도전과 리더십 역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올해 구성원들에게 '도전 의식'과 '강한 리더십'의 필요성을 수차례 당부했다. 관세 전쟁 등 각종 불확실성 탓에 글로벌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았지만 '미래차'나 '로봇' 같은 변화를 위해 계속 움직여야 한다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올해 벽두부터 '이순신 장군'을 언급했다. 그는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그룹 신년회에서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 굉장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순신 장군의 정신과 행동이다. 언제 어느 때보다 이같은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순신 장군은) 자신의 일에 매우 몰두했고, 주변을 챙겼고, 공학적 정신이 있었고, 문과적 식견도 탁월했다"며 “또 작은 것과 큰 것을 모두 잘 챙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모두 리더이기 때문에 이러한 리더십이 우리에게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현대차그룹이 '퍼펙트 스톰'에 직면했다는 위기 의식에서 나왔다. 국내에서는 계엄 사태로 정국이 불안했고 미국 새 정부 수립 및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위기감도 고조된 상태였다. 그는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불확실성 때문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위기가 없으면 낙관에 사로잡혀 안이해지고, 그것은 그 어떤 외부의 위기보다 우리를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지난 1월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방문해 “우리가 함께 이뤄가고 있는 혁신과 불가능한 도전들을 돌파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감명을 받았다"며 “우리의 여정은 지금까지도 훌륭했지만 진정한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정 회장은 직면한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발로 뛰었다. 올해 3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국내기업으로 처음으로 210억달러(당시 약 31조원) 규모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은 국내 경제인으로는 처음으로 두 번째 임기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백악관으로 초청받아 주요 정계 인사들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정 회장은 이와 관련 “관세에 대비해 공장을 짓고 제철소를 만든다기보다는 앞으로 미국에서 생산할 차량을 저탄소강으로 만들어 팔아야 하는 시기기 오기 때문에 그 일환으로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 로보틱스나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신기술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한국과 미국간 동맹을 강화하는 '민간 외교관' 역할도 수행했다. 지난 8월 미국 이민당국이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을 긴급 체포·구금할 당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고 전해진다. 정 회장은 9월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와 인터뷰에서도 한국인 근로자들이 풀려나 귀국하는 것과 관련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는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함께 더 나은 (비자) 제도를 만들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또 지난 10월 미국 마러라고 리조트 인근에서 글로벌 정재계 인사들과 '골프 회동'을 가졌다. 당시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한국 방문에 대해 모두의 기대가 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달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면담하며 “(한국-사우디간) 신재생에너지, 수소, 소형모듈원전(SMR), 원전 등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 다각적인 사업 협력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회사 상황에 대한 냉철한 분석도 내놨다. 정 회장은 이달 초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 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좀 늦은 편이고, 중국 업체나 테슬라가 잘하고 있어 격차는 조금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 격차보다 더 중요한 건 안전이기 때문에 안전 쪽에 좀 더 포커스를 두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자리에서 “앞으로 갈 길이 더 멀기에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며 “많은 도전이 있어서 과거에 저희가 잘했던 부분, 또 실수했던 부분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모친 김문희 용문학원 명예이사장 별세…향년 97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모친인 김문희 용문학원 명예이사장이 지난 24일 오후 11시께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7세. 26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1928년 경북 포항시에서 고(故) 김용주 전남방직 창업주의 딸로 태어났다. 1966년 재단법인 겸산학원과 강문고등학교를 인수해 1970년 용문학원 및 용문고로 명칭을 변경했다.1970∼1980년대 사단법인 전문직여성 한국연맹(BPW코리아) 및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회장, 한국걸스카우트연맹 총재,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청소년 교육사업과 여성의 권익 신장을 위해 헌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인은 1995년 용문학원 원장을 거쳐 1998년부터 2017년까지 용문학원 이사장을 지냈다. 용문학원을 명문 사학으로 키워내는 데 누적 1000억원 이상 사재를 출연했다. 2005년에는 자신의 호를 딴 임당장학문화재단을 세우고 초대 이사장으로 12년간 재직했다. 2012년에는 학생 상담·인성 훈련 관련 연구 활동 지원을 위해 고려대에 1억원을 기부했다. 재단은 현재 김 이사장의 손녀이자 현정은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가 이사장을 맡아 후학 양성을 이어가고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7일 오전 7시20분이다.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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