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승계지도] 한진그룹 ‘불안한 균형’…조원태 체제 안착할까

한진그룹은 지배구조 관련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회사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대상이 된 뒤 총수일가 남매지간에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해 한동안 시끄러웠다. 특정인이 지배구조 정점인 한진칼을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일들이다. 현재도 그룹 경영권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다양한 세력의 도움을 얻으며 '불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은 개인자금을 활용해 지주사인 한진칼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힘든 상태다. 일단 통합 항공사 출범 같은 선결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며 내부적으로 '조원태 체제'를 확립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이후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시나리오는 수많은 변수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가는 과정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 조원태 회장 취임 7년…한진칼 지분율은 5.78% 한진그룹은 지난 2013년 지배구조를 개편하며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를 출범시켰다. 한진칼이 지주회사로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대한항공은 사업회사로 분리되는 방식이었다. 현재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는 한진칼이 있다. 한진칼을 거느리면 한진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1분기 말 기준 한진칼의 최대주주는 조원태 회장(5.78%)이다. 조 에밀리리(조현민 (주)한진 사장, 5.73%)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57%다. 작년말과 비교해 0.01% 포인트 올라간 수치다. 정석물류학술재단이 보통주 1413주를 추가 매집한 영향이다. 특수관계인 지분에는 앞서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조승연(개명 전 조현아)씨 몫 0.01%(4339주)도 포함됐다. 조원태 회장의 우군은 한국 정부와 미국 델타항공이다. 한진칼 지분을 한국산업은행이 10.58%, 델타항공이 14.90% 각각 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을 합산한 46.05%를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이라고 분류한다. 이밖에 호반그룹이 18.78%, 국민연금공단이 5.44%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조원태 회장은 한진칼 외에 대한항공(0.01%), 정석기업(3.83%), 토파스여행정보(0.14%), 한진정보통신(0.14%) 등 주식을 소유했다. 조현민 사장은 (주)한진(0.26%), 토파스여행정보(0.14%), 대한항공(1만343주, 0.00%) 등 지분을 지녔다. 한진칼 아래로는 주요 계열사들이 포진해 있다. 대한항공(26.13%), 칼호텔네트워크(100%), 정석기업(60.49%), 토파스여행정보(94.35%), (주)한진(29.64%) 같은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주요 항공사들은 대한항공 밑에 있다. 아시아나항공(63.88%)을 비롯해 진에어(54.91%), 한진정보통신(99.35%), 아이에이티(100%), 왕산레저개발(100%), 한국공항(59.54%) 같은 사업회사들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41.89%), 에어서울(100%), 아시아나아이디티(76.22%) 등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한다고 선언한 상태다. 오는 12월17일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자산·부채·고용 등 일체를 완전히 흡수해 하나의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한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하나로 묶이고 지상조업 자회사들 역시 효율화 작업을 거치게 된다. 큰 그림으로 봤을 때 한진칼→대한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분 구도가 한진그룹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문제는 한진칼에 대한 총수 일가 지배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조원태 회장 지분율이 5.78%에 불과하고 혈연이나 자회사 등과 힘을 모은 특수관계인의 영향력도 약하다. 조원태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수행해온 한국산업은행과 델타항공의 경우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기는 힘들다. 산업은행은 한진그룹에서 '남매의 난'이 일어나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노골적으로 조원태 회장 편을 들어준 이력이 있다. 당시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도록 돕는다는 명분으로 분쟁에 개입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대한항공이 아닌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던 한진칼에 출자를 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조원태 회장을 살려주고, 조원태 회장은 위기에 처한 아시아나항공을 책임지는 모종의 '딜'이 있었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산업은행은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하고 안정 궤도에 접어들면 한진칼 지분을 매각한다고 밝힌 상태다. 이르면 내년부터 10%가 넘는 물량이 시장에 풀릴 수 있는 셈이다. 델타항공은 한진그룹의 사실상 '혈맹'에 가깝다. 두 회사는 조인트벤처를 맺고 한 회사에 가까운 형태로 협업을 전개하고 있다.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게 된 경위도 조원태 회장을 돕기 위해서였다. 행동주의 펀드 KCGI가 경영권 공격을 감행했을 때 델타항공은 구원투수로 등판해 한진칼 지분을 적극적으로 사모았다. 정황상 갑작스럽게 지분을 처분하거나 조원태 회장을 배신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호반그룹은 조용히 칼을 갈고 있다. 지난 2022년 KCGI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통째로 넘겨받았다. 이후에도 호반건설, 호반호텔앤리조트, 호반 등 계열사 자금력을 동원해 주식을 꾸준히 매수했다. 벌써 총수 일가와 지분율 차이가 2% 포인트 안팎밖에 나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한진칼 지분 매집 이유를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산업은행 보유 물량이 새 주인을 찾는 시기가 오면 호반그룹의 진짜 속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 관건은 '통합 대한항공' 안착…보수·배당 늘리며 장기전 준비할 듯 '예고된 경영권 분쟁' 앞에서 조원태 회장이 택한 카드는 '내실 다지기'다. 일단 아시아나항공을 확실하게 흡수하면서 시너지를 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9년부터 새 주인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 소유자였던 금호산업이 2019년 7월 매각 공고를 냈다. 같은해 12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지만 '코로나 19 팬데믹'이라는 변수는 극복하지 못했다. 2020년 9월 양측 계약은 깨졌다. 대한항공은 곧바로 움직였다. 2개월여만에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을 맺었다. KCGI 등 '삼자연합'과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새로운 자금을 수혈받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복안이었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주요 14국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최종 승인을 얻어내기까지는 3년 정도가 걸렸다. 2024년 12월에 이르러서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취득했다. 지난달 각사 이사회에서 최종 합병을 승인했다. 경영 측면에서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되는 셈이다. 조원태 회장은 그간 '메가캐리어'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양사 결합을 주장해왔다. 노선이 다양화되고 각 허브 공항의 환승객 유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한국 국적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업계 의견도 일치한다. 항공업은 공급과 수요를 일치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산업이다. 중동 항공사들은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환승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강력한 저가 공세를 바탕으로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동북아 권에서는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 항공사들이 우리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다. 이런 상황에 인천공항을 '동북아 환승 허브'로 키우기 위해서는 몸집이 큰 국적사 출범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양사 합병 결정 이후 대한항공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했다. 한신평은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으로 사업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라며 “대외변수 불확실성에도 외부환경 대응력, 합병 시너지 등을 기반으로 양호한 이익창출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축된 재무여력과 제고된 현금창출력 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합 대한항공의 순항을 위한 첫 번째 변수는 지정학적 리스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하늘길이 제한되면서 연료비 부담이 늘고 수요에 타격을 입었다. 중동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긴 했지만 아직 유가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안심하기는 이른 단계다. 중국과 일본은 정치적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동남아시아 권에서는 경쟁 LCC들이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외부 요인에 대한 대응책을 찾고 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화학적으로' 완전히 결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노동조합 등을 중심으로 양사 합병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돼 있는 상태다. 경영진이 임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상생에 대한 의지를 함께 공유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조원태 회장은 '메가캐리어'가 안착하고 난 뒤 그룹 지배력 강화를 고민할 전망이다. 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그간 주주 배당금을 많이 지급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등 어려움을 많이 겪었고 손바뀜도 잦았기 때문이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수천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영업이익은 2023년과 2024년 400억원대를 기록했고 작년에는 45억원 적자를 봤다. 배당성향도 10% 선을 잘 넘지 못하고 있다. 시가 배당률은 0.3~0.4% 수준에 불과하다. 그룹 캐시카우인 대한항공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대한항공은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꾸준히 3%대 배당률을 나타내고 있지만 조원태 회장은 지분을 0.01%만 들고 있다. 결국 조원태 회장은 보수를 다른 경영인들 대비 많이 받으며 실탄을 모으고 있다. 그가 지난해 한진칼, 대한항공, 진에어, 아시아나항공 등에서 받은 보수는 145억원 규모다.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대한항공에서 57억5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우기홍 대표이사 부회장(14억4700만원)이나 유종석 부사장(7억1500만원) 등 전문경영인들을 압도하는 숫자다. 일각에서는 그룹 규모와 실적을 고려할 때 조원태 회장 보수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주주총회 현장에서도 논란이 됐다. 올해 3월 열린 한진칼 제13기 정기주총에서 국민연금공단(5.44%)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들이 반대한 안건은 조원태 회장 연임과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이다. 대한항공, 한진칼 등 실적이 곤두박질쳤는데 조원태 회장 보수가 급등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문제 삼았다. 이 국면에서 다시 등장하는 게 '통합 항공사'의 성공이다. 조원태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결정을 내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이력이 있다. 마찬가지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성공적인 통합을 이끌고 실적을 크게 끌어올린다면 수당을 더 많이 받을 명분이 생긴다. 16일 종가 기준 한진칼의 시가총액은 약 8조5500억원이다. 지분율 1%를 늘리는 데 855억원가량이 필요한 셈이다. 통합 대한항공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면 대한항공의 배당 여력도 확대될 수 있다. 이는 결국 한진칼 가치 상승과 조원태 회장의 지배력 강화 기반으로 연결된다.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영향력 강화는 경영권 분쟁에 대한 리스크를 해소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현재 조원태 회장과 동생인 조현민 사장의 한진칼 지분율 차이는 0.05% 포인트에 불과하다. 조현민 사장이 '남매의 난' 당시에는 조원태 회장 손을 잡았지만 앞으로 상황 전개가 어떻게 될지는 외부에서 예측하기 힘들다. 조현민 사장은 (주)한진 경영 참여를 확대하고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향후 독자적인 경영 기반을 다지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한진그룹 지배구조에서 가장 큰 변수는 호반그룹의 행보다. 작년 말 기준 한진칼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호반건설 11.50%, 호반호텔앤리조트 6.81%, 호반 0.15% 등이다. 조원태 회장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56%인데 호반그룹이 18.46%를 가지고 있다. 한진그룹에서 또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다면 산업은행 물량 10.58%가 블록딜로 풀리는 시점이 분수령일 것으로 예상된다. 호반그룹이 자금력을 앞세워 이를 확보하고 소액주주들과 연대할 경우 조원태 회장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올해 주총에서도 조원태 회장 연임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소액주주들의 뇌리 속에는 아직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등 총수 일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있다. 재계에서는 호반그룹이 항공·물류업 진출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과거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당시 후보군으로 거론됐고, 내부적으로도 건설업을 넘어 종합 그룹사로 도약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해졌다.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 승계는 마무리했지만, 이를 방어해야 한다는 또 다른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조원태 회장이 통합 대한항공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한진칼 지배력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에 따라 한진그룹의 미래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경영계-노동계 ‘정년 연장’ 기싸움…“소득공백 해소 vs 시장충격 초래”

경영계와 노동계가 '정년 연장' 의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년 연장의 필요성 및 시점, 임금체계, 고용방식 등을 두고 각자 목소리를 높이는 여론전을 이어가며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 정치권도 양쪽이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노사 간 의견 차이가 워낙 커 향후 노사정 협상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17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5세 정년 연장의 즉각 입법'을 촉구했다. 이날 양대 노총은 “정년 연장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미루는 순간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소득 공백이 없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고용노동부와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가 국민인권위원회의 '법정 정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상향' 권고를 받아들여 '단계적 연장 입법'을 추진하는 계획에 노동계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민주당 정년연장특위는 현행 법정 정년 60세를 오는 2037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늘리고, 재고용 의무 대상 연령도 2035년까지 65세로 상향하는 쪽으로 중재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양대 노총은 정년 연장 대상자의 임금 조정을 위한 취업규칙 특례 규정 변경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이들은 “노동자 과반의 노조 또는 노동자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바꿀 수 있게 하는 방식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임금체계 개편은 반드시 노사가 대등하게 협의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늦춰진 만큼 법정 정년도 똑같이 따라가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임금체계나 취업규칙을 바꾸지 않고 모든 노동자가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기업 부담이 커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분담한다는 의미에서 사용자가 노동자의 생계와 노후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고령자 고용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법적으로 정년을 일괄 연장하는 것에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특히 급격한 시행은 기업 부담을 키우고 노동시장 충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경영계는 취업규칙 변경을 통한 임금체계 개편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호봉제 등을 유지하면서 정년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정년연장 과정에서 임금체계 조정이 가능하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같은 경영계의 입장은 17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노동선진화 연구포럼과 미래노동법혁신연구회 공동주최 '정년연장 정책토론 학술세미나'에서 재확인됐다. 발제자로 나선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용연장의 기본 방향은 연금수급 연령과 정년 사이의 소득공백 해소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청년고용, 기업 부담을 동시에 관리하는 쪽으로 잡아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더 오래 일하게 하는 제도'가 아니라 '더 지속가능하게 일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년 상향만으로는 대기업·공공부문에 혜택이 집중된다. 정년연장, 재고용, 정년폐지, 계약연장 등 복수의 경로를 근로자 개인과 기업 상황에 맞게 선택하도록 해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청년 일자리 등과 조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년을 연장하면서 연공급 임금체계(호봉제)를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년 연장에 따른 고령자 고용증가 효과가 명확하지 않고 오히려 조기 퇴직을 증가시킨다"며 “반면 노동시장이 유연한 외국과 달리 경직된 국내에선 청년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것이 그동안의 일관된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 토론에서도 마주 앉은 경영계와 노동계의 목소리도 엇갈렸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는 “일률적인 법정 정년연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청년 신규채용을 축소해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며 “특히 높은 임금 연공성과 고용 경직성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 없이 법정 정년이 연장된다면 기업에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주된 일자리에서 고용과 소득을 유지하면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야 한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연계해 법정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며 “청년 고용 감소 우려는 세대 별로 맞는 직무나 역할이 다르므로 세대 간 갈등적 접근이 아니라 대안적 접근으로 풀어야 한다"고 맞섰다. 정년연장을 둘러싼 노사 간 대립이 산업 현장으로 확산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12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제11차 회의에서 올해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현대차 노조가 사측에 요구하는 협상안에는 △작년(2025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노동 강도 강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최장 65세로 정년 연장'도 포함돼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노사 대립을 중재하기 위해 정년연장특위를 통해 양측 의견을 수렴한 뒤 간담회 등을 거쳐 이르면 이달 말 '법정 정년 연장' 최종 중재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민주당 정년연장특위의 중재안이 정부의 법정 정년 연장 정책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경영계와 노동계는 여론전을 통해 각자 유리한 방향으로 도출하기 위해 기싸움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이석연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면담

대한상공회의소는 최태원 회장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과 만났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성장과 통합의 선순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차이를 좁혀 통합으로 나아가려면 무엇보다 경제가 받쳐줘야 대화와 타협할 여유가 생긴다"며 “성장 동력을 높이는 일이 곧 통합의 토대를 다지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도록 성장 단계에 맞는 지원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성장과 경제주체 간 조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규제와 낡은 관행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대한상의가 전달한 현장의 의견을 바탕으로 관계 부처와 제도 개선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기업의 상생과 사회공헌, 지역사회 기여 등 우수 사례가 널리 알려지도록 통합위도 관심을 갖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업호감도 60.1점 역대 최고…“국가경제 기여 인정”

국민들의 우리 기업 호감도가 지난 2003년 조사 시작 이래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7일 발표한 '2026년 기업호감지수(CFI:Corporate Favorite Index)'에서 60.1점으로 집계돼 역대 지수에서 최고치를 나타냈다. 기업호감도가 60점을 넘어선 것도 처음이며, 지난해(56.3점)와 비교해 3.9점 상승한 수치다. 기업호감지수는 국민들이 기업에 대해 호의적으로 느끼는 정도를 지수화(만점 100점)한 것이다. 평가 수치는 △생산성·기술개발 △경제성장 기여 △국제경쟁력 △기업문화 △지역사회공헌 △친환경경영 △윤리경영 등 7대 요소와 △전반적 호감도를 종합해 산출한다. 올해 기업호감도의 특징은 전반적인 호감도 및 7대 요소가 지난해보다 모두 상승했다는 점이다. 특히, '국제경쟁력'은 전년대비 6.8 포인트(p) 올라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이어 △친환경경영(4.1p) △생산성·기술개발(3.6p) △윤리경영(3.1p) 순으로 호감도가 높아졌다. 지표별 점수로는 '생산성·기술개발'이 67.1점으로 7대 지표 중 최고점을 기록했다. '윤리경영'은 47.1점으로 전년대비 개선됐음에도 유일하게 호감기준선(50점)을 밑돌았다. 기업에 호감이 가는 주된 이유로 '국가경제 기여'를 꼽은 응답이 45.8%로 가장 많았다. '일자리 창출'(20.3%)과 '제품·서비스 만족'(17.3%)에 이어 △사회공헌활동(7.3%) △친환경 경영 실천(6.0%) △준법·윤리경영 실천(3.0%) 등 답변이 뒤따랐다. 국민들이 기업에 호감이 가지 않는 이유로는 '준법·윤리경영 미흡'(22.9%)이 가장 많았다. 이밖에 '소비자 보호 미흡'(18.6%), '기업문화 개선 노력 부족'(17.1%), '사회 공헌 미흡'(17.1%)을 비호감 이유로 꼽았다. 기업의 사회문제 해결 참여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도 꾸준히 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이) 사회구성원으로서 각종 사회적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는 응답률이 85.6%로, 2024년 58.6%, 2025년 74.0%에 이어 증가세를 나타냈다. 반면에 '기업 본연의 경제적 역할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응답은 14.4%에 그쳤다. 대한상의는 기업을 사회문제 해결의 중요한 주체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지난 24년간 기업호감도가 꾸준히 상승한 것은 저성장 위기 속에서도 우리 경제의 글로벌 위상 제고에 기여한 우리 기업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친환경 경영, 기업문화 개선 등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지표들도 동반 상승했다는 점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들이 국민들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올해 기업호감지수는 대한상의가 지난 4월 27일부터 5월 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한 결과이며, 응답률 17.0%(총 통화 5870명 중 1000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이다. 역대 기업호감지수는 첫 조사연도인 2003년 38.2점에서 출발해 2004~2005년 40점대로 올라선 뒤 2006년 처음으로 과반인 50.2점을 기록했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는 40점대와 50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2014년 44.7점으로 하락했다. 2015~2022년 8년간은 조사가 이뤄지지 않다가 2023년 조사 재개와 함께 55.9점을 받아 당시 최고점을 기록했다. 2024년 53.7점, 지난해 56.3점에 이어 올해 60.1점으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행복얼라이언스, 깨끗한나라와 장난감 새활용 자원봉사 진행

SK그룹의 사회공헌 네트워크 행복얼라이언스는 새로운 멤버사 깨끗한나라와 함께 최근 '장난감 새활용 자원봉사'를 진행했다고 17일 밝혔다. 사용이 끝난 장난감에서 플라스틱 자원을 분리·선별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이를 결식우려아동에게 전달했다. 봉사활동에는 깨끗한나라 임직원 20여명과 서울시자원봉사센터가 운영하는 서울청년기획봉사단 '프로젝트 환생' 팀원들이 참여했다. 조민영 행복얼라이언스 본부장은 “이번 활동은 결식우려아동 지원에 자원순환 봉사를 더해 아동 지원과 환경 보호를 함께 실천한 사례"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신동빈 롯데 회장 “AX 없이는 기업 생존 어렵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인공지능 전환'(AX)은 선택이 아닌 그룹의 생존이 걸린 최우선 과제가 됐다"며 “일하는 방식의 혁신적 변화를 위해 전 임직원이 AI 에이전트 개발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열린 '최고경영자(CEO) AI 아카데미'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해당 교육은 'AI 혁신 드라이브를 위한 CEO의 인식 변화'를 주제로 지난 1일부터 매주 주말 열렸다. 계열사 CEO 50여명이 현장에 참석했다. 신 회장은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자연어로 요구 사항을 입력하면 AI가 코드를 구현하는 방식)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제작하고 에이전트도 직접 개발했다. 롯데그룹은 임직원의 AI 활용을 독려하기 위해 다음달 외부 생성형 AI를 도입할 방침이다. 임직원 대상 AI 에이전트 생성 역량을 종합적으로 겨루는 '롯데 AI 해커톤' 및 계열사별 핵심 AI 과제의 진행 과정을 평가하는 'AI 챌린지' 등도 개최할 계획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경제계 “레미콘 노조 운송 거부 우려상생 위한 지혜 모아야”

경제계가 수도권 레미콘 운송노조의 집단 운송 거부에 대해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11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고물가와 건설경기 침체로 관련 산업이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운송 거부에 나서기보다는 위기 극복과 상생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며 “운송 단가를 비롯한 당면 현안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6단체는 “레미콘 업계는 물량 감축 등으로 가동률이 14%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유가 등 원가 상승으로 어려운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경제를 고려해 노동조합과 합의를 했다"며 “이번 운송 거부는 어렵게 이루어진 노사 합의를 파기하고 시작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레미콘은 건설 산업의 핵심 자재로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주요 기간 시설의 공정 중단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수도권은 반도체 공장, 주택·인프라 등 국가 경제와 민생에 직결된 공사 현장이 집중돼 있어 사태 장기화 시 국민경제 전체로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크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협상이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서는 한편 레미콘 공급 안정화와 현장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에 힘써주기를 당부한다"며 “경제계도 건설 현장의 안정과 첨단산업 적기 투자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최태원 “日서 AI 팩토리 가동 목표…현지 기업들과 협의 중”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에서 '인공지능(AI) 팩토리'를 가동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르면 2028년 기가와트(GW)급 공장 문을 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현지 기업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11일(현지시각)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 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AI 팩토리를 한국 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일본에 구축할 계획이라고 발언했다. AI 팩토리는 SK의 메모리 반도체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조합해 대량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연산하는 시설이다. 최 회장은 “일본 내 AI 팩토리 규모로 대도시 소비 전력에 해당하는 GW급 데이터센터를 상정하고 있다"며 “넓은 토지와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후보지를 조사 중"이라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투자액은 밝히지 않았다. 최 회장은 일본의 '반도체 역량'이 뛰어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일본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에 대해 “경쟁 관계이기도 하고 협업에는 제약이 있지만 인재나 연구 개발, 반도체 생태계에 대해 다양한 협력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SK는 키옥시아 지분을 들고 있는 동시에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전략적 투자를 단행 중인 라피더스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도쿄 일렉트론 등 일본의 반도체 소재·장비 제조사와 상시로 연대하고 있다"며 “한일 반도체 생태계를 연결하는 것은 단순한 기업 제휴에 그치지 않고 양국의 경제 안보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한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최근 수년간 '한일 경제 공동체' 추진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AI 시장 판도가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 힘을 모아 '경제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 회장은 또 인터뷰에서 “SK가 미국에서 AI 투자 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일본 파트너 기업도 함께 하고 있다"며 “AI를 활용한 신규 사업에서 한일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일본 기업과의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현재 많은 산업이 반도체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고 짚으면서 생산 능력을 한층 더 늘릴 경우 한국 이외 지역에서의 공장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도 훌륭한 후보지"라고 했다. 최 회장은 2045년까지 반도체 공장 4기를 완공할 목표였던 용인 클러스터와 관련 “완성을 수년 이상 앞당기겠다"고 했다. 반도체 판매로 얻은 이익의 투자처에 대해서는 “현재는 반도체 수요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대부분을 반도체 공장 건설에 투입하고 있다"며 “공장의 'AI화'도 필요하고 엔지니어 채용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 9일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닛케이포럼 '한일특별세션' 대담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용인클러스터 반도체 공장 4기 완공 뒤 차기 공장입지에 관한 질문에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어딘가로 가지 않을 수는 없고 준비가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SK하이닉스 공장의 해외 진출 가능성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안 되면 해외라도 줘야 하는 상황 아니냐"며 “무조건 한국에만 짓겠다는 것도 아닐 수 있다. 시장이 그다음에 전혀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고 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재계 빅4 ‘AX 속도전’…생산·사무 모두 AI로 대전환

재계 주요 기업들이 '인공지능 전환'(AX, AI Transformation)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확 바꾸고 있다. 전 계열사에 외부 AI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거나 경영진이 총출동해 AX 방안을 모색하는 등 '속도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총수들도 직접 나서 AX의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어 앞으로 내부 분위기는 더욱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모든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AI 대전환'에 나선다고 전날 선언했다. 이를 통해 이달 중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를 전 계열사에 도입할 계획이다. 제미나이, 챗GPT, 클로드 등이 대상이다. 임직원 인식도 바꾼다. 우선 이달 중 전체 사장단을 대상으로 AI 집중교육인 'AX Boot Camp'를 실시한다. 삼성그룹 모든 관계사 사장단 50여명이 한 곳에 모여 AI 교육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임원 2300여명은 8월까지 차수별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2박3일간 역량을 키운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올해 안에 완료할 계획이다. 이밖에 다양한 직무와 조직 특성을 고려해 추가적인 AX 운영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IT 서비스 기업 삼성SDS는 이와 별도로 지난달 29일 'AX 서밋'을 개최했다. AX 혁신 기술 로드맵과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현장 체험까지 진행한 자리였다. 현장에는 고객사 포함 320여개사에서 600여명이 참석해 현실적인 AX 실행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SK그룹도 'AX 삼매경'에 빠졌다. 오는 11~13일 경기도 이천 SKMS 연구소에서 열리는 '2026 이천포럼'의 주제를 'AI가 가져올 파괴적 혁신, AX 중심 경영으로의 대전환'으로 잡았다. 이 자리에 모인 경영진 50여명은 AX에 대한 의견을 취합해 향후 경영에 적용할 방법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들이 우선 AI 관련 논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집중토론을 펼친 뒤, 구성원들이 AX에 대해 제시한 목소리를 듣고 이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생산 거점에서 AX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SK에너지는 울산 미포산단을 'AI 기반 석유화학 기지'로 전환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SK텔레콤은 기존 콜센터를 에이전틱 AI 고객센터로 진화시켰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본업과 연계해 AI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AX 전진 기지로 삼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곳에서 전기차 등을 만들면서 기존 컨베이어 벨트 방식을 탈피한 'AI 기반 지능형 셀 생산 시스템'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신차 개발 과정에서도 AX를 활용한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차량 디자인을 구상하거나 가상 세계에서 충돌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비용절감과 효율화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사내 업무 프로세스 또한 AI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LG그룹은 자체 AI 구동모델을 개발하는 동시에 외부 시스템까지 적극 수용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그룹 차원에서 멀티모달 AI 모델 '엑사원(EXAONE) 4.5'까지 개발한 상태다. 하나의 구조로 통합된 비전언어모델(VLM, Vision Language Model)인 엑사원 4.5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동시에 이해하고 추론할 수 있다. LG그룹은 엑사원을 가상 환경을 넘어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피지컬 인텔리전스'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실현될 경우 제조부터 서비스까지 전사 영업 활동에 해당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G그룹은 외부 기술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LG CNS는 최근 앤트로픽과 '클로드 엔터프라이즈'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LG그룹 전 계열사에 적용 가능한 통합 계약 형태다. 기업용 AI 모델 클로드는 내부 시스템과 연계한 AI 에이전트 구축 및 코딩, 협업 등 업무 효율 향상에 초점을 맞춘 기능들을 주로 제공한다. LG CNS는 이를 앞세워 그룹 차원의 AX 가속화를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재계가 AX에 주목하는 것은 AI의 발전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면 본업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기술의 변화 주기가 극단적으로 짧아지고 있는 만큼 경영 방식 자체를 바꿔야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요 기업 총수들도 이와 관련해 선명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일하는 방식과 조직 DNA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며 “연구개발(R&D)부터 생산·마케팅·지원 등 모든 업무 밸류체인에 AI를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신년사를 통해 “성공적인 AI 전환을 위해 기존 사업에서의 단단한 기본기가 필수다. SK가 잘해왔던 사업의 본질을 더욱 단단히 다지고 그 위에 AI라는 혁신을 입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밖에 다양한 공식석상에서 AX에 속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국내외 사업장에서 현장 경영을 펼치면서 제조업에 AI를 효과적으로 접목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정 회장은 특히 “AI 내재화에 그룹 미래가 달려있다"는 말을 임직원들에게 수차례 전하며 AX에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AI는 단순히 효율성과 생산성을 개선시키는 도구가 아닐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 변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구 회장은 또 “(AX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손경식 경총 회장 “AI시대 노동시장 전환, 법·제도 개선 뒤따라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인공지능(AI) 기술혁신에 따른 노동시장 전환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총에 따르면 손 회장은 10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14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한국 경영계 대표로 연설에 나서 “기업과 근로자가 새로운 AI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인프라 지원, 직업훈련 확대와 같은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손 회장은 “최근 세계 경제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유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같은 요인으로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급속한 기술혁신과 AI의 진보가 인류의 삶과 사회·경제 구조에 큰 변혁을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AI는 기존의 거의 모든 산업과 융합해 새롭고 폭넓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겠지만, 기업이 혁신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일하는 방식의 변화 등을 둘러싼 우려도 존재한다"고 짚었다. 손 회장은 “인류의 삶의 질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AI 혁신을 위한 강력한 기업가 정신을 확산시키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모든 국가는 시대적 패러다임에 맞지 않는 낡은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강력한 정규직 보호, 획일적 근로시간제도 같은 지나치게 경직적인 노동시장 규제를 유연하게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AI 발전 혜택을 충분히 활용하고 도전과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력적 노사관계가 필요하다는 점도 환기했다. 그는 “높은 성과급 같이 무리한 요구는 노사관계 악화뿐 아니라 기업의 장기성장동력을 저해하고 임금 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며 “노사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협력적 노사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달 1일 시작된 제114차 ILO 총회는 12일까지 진행된다. 187개국 회원국 노사정 대표가 모여 회원국의 협약 및 권고 이행현황, 플랫폼 경제 관련 국제노동기준 마련, 사회적 대화와 양성평등 등을 논의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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