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공정 내걸었지만 곳곳 ‘규제·과잉입법의 덫’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기술 패권경쟁이 '국경 없는 플랫폼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내 플랫폼업계는 각종 규제와 비판이라는 척박한 환경을 힘겹게 견뎌내는 형국이다. 지난 2024년 국내 인터넷산업의 총 매출액은 718조8000억원으로 전체 산업 매출의 약 21%를 차지하며, 단일 산업군으로서 제조업과 금융보험업 다음으로 큰 규모를 과시했다. 매출 성장률도 전년대비 9.0%를 기록해 전체 산업(금융보험업 제외)의 평균 성장률 5.2%를 넘어섰다. 이는 인터넷산업이 규모와 성장성 모두에서 이미 국내 경제의 주요 성장축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국가 경쟁력 형성에 중요한 지분을 차지하는 산업으로 전환되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산업 성장 및 중요도에 비해 법과 제도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이다. 전통적인 규제 프레임으로 여전히 디지털산업 전반을 제약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새롭게 제시된 법률안들도 법안 간 중복과 충돌, 집행주체 간 관할이 불명확한 문제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번에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진행한 인터넷산업 규제 관련 입법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입법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제 22대 국회에서 지난해까지 총 37개 안건들이 발의됐고, 이 가운데 일부는 국회 정무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정된 최종안으로 채택돼 올해 1월 20일 공포됐다. 국회를 통과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온라인 중고거래와 해외직구의 확대, 이용 후기의 영향력 증대와 같은 디지털거래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자 마련됐다. 하지만, 해외사업자의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한 조항과 관련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정안에 포함된 해외사업자의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는 사실상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해외 플랫폼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규제다. '짝퉁' 상품이나 위해(危害)제품 판매, 개인정보 유출 등 소비자의 피해가 증가했는데도 불만을 해결할 국내 소통창구가 없다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됐다.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도 국내 소비자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전자상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역외적용 규정'이다. 이같은 역외적용 규정에 대해 평가위원들은 글로벌 환경 적합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봤다. 해당 규정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사업자가 소재하는 국가와 긴밀한 협조관계가 전제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통상 분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평가에 참여한 위원은 “결국 개정안의 역외적용 조항은 사문화되거나 일관성없이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또 국내사업자의 해외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임시중지명령 제도의 완화에도 비판이 가해졌다. 임시중지명령 제도는 전자상거래 소비자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조치 수단으로, 이번 개정안에서 발동 요건이 대폭 완화됐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소관부처가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확대한 것"이라며 “이는 법안이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이유로 행정 권한을 과도하게 확장해 기본권을 제한하고 행정 자율성을 남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가운데 규제 관할을 놓고 혼란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안건도 있다.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에 따라 발의된 송언석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개정안이 대표적인 예다. 송의원 대표발의 개정안은 통신판매중개자가 판매대금을 은행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회사를 통해 별도 관리하도록 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매대금 관리 상황을 분기별로 점검하도록 한다는 게 골자이다. 그러나, 평가에 참여한 위원은 “판매대금의 관리기관이 금융기관임을 감안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금을 관리하는 것은 부서간 권한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며 “기관 간 충돌이 발생해 수범자인 인터넷기업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들은 공통적으로 세부항목 중 '자율규제 현황 반영' 부문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전자상거래 분야의 자율규제나 민간 감시체계, 업계 협의 구조보다는 정부 주도의 규제·제재 중심으로 입법이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평가위원들은 전반적으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과도한 사전 규제', '책임 전가', '법적 불명확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변화한 전자상거래 산업구조와 거래 메커니즘은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평가에 참여한 한 위원은 “시장 현실과 법 원칙 간 균형을 상실한 전형적 과잉입법"이라며 “향후 개정 시에는 자기책임 원칙, 비례성, 자율규제 체계를 중심으로 한 근본적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TV, 화질 넘어 ‘공간’으로…삼성·LG ‘이동형 스크린’ 전쟁

프리미엄TV 시장의 경쟁 축이 '화질·성능'에서 '공간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마이크로 적녹청(RGB),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등을 중심으로 한 화질 경쟁이 사실상 상향평준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TV가 단순한 시청기기를 넘어 거실·매장·전시장 같은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는 '오브제'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공간 오브제로 TV 수용성의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LG전자·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은 '고정형 TV'라는 기존 개념을 깨고, 이동성과 공간 활용성을 결합한 새로운 폼팩터(기기 외형)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이동형 스크린' 전략을 강화하며 주도권 선점을 다투고 있다. LG전자는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개인 공간 중심의 경험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LG 스탠바이미2 맥스'는 기존 제품보다 화면 크기를 40% 키워 몰입감을 높였으며, 이동형 스크린의 활용 범위를 더욱 넓혔다. LG전자 관계자는 “더 큰 화면의 스탠바이미를 원하는 고객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LG 스탠바이미'를 시작으로 이동형 스크린 시장의 포문을 연 LG전자는 '스탠바이미 Go', '스탠바이미 2' 등으로 폼팩터 혁신을 이어오며 TV 활용 방식의 변화를 이끌어왔다. 여기에 영상 기능에 조명과 스피커를 결합한 '무드메이트' 등 제품군을 선보이며 스크린을 단순 디스플레이가 아닌 '공간 연출 도구'로 확장하고 있다. 뒤질세라 삼성전자도 '무빙 스타일'을 중심으로 이동형 디스플레이 라인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기업간 거래(B2B) 영역까지 전략을 넓혀가고 있다. 기존 27형부터 55형까지였던 무빙 스타일은 최근 85형까지 라인업을 추가했다. 아울러 무선 이동형 제품 '더 무빙스타일'을 앞세워 가정용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카페·매장·전시장 등 다양한 공간에서 활용 가능한 솔루션을 강화하며 상업용 시장까지 공략 범위를 확장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무빙 스타일은 소상공인 및 B2B 시장에서 약 3분의 1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한옥 스테이 등 숙박시설에서는 여러 객실에서 TV를 순환 사용하고, 쿠킹 클래스에서는 스크린을 활용해 수업 효율과 매출이 동시에 증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장 오픈 시점이나 브랜딩용, 메뉴판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매장 콘텐츠 관리 솔루션도 지원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업계에선 TV 수용성 패러다임 전환을 제조사들이 더 이상 성능 개선만으로는 수요를 자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용 맥락 자체를 확장하는 전략 선회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TV 시장이 연간 2억대 초반 수준에서 정체되며 성장 한계에 직면한 점도 이러한 변화에 힘을 싣고 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최근 TV 신제품 출시 미디어 간담회에서 “지난 3년 간 전 세계 TV 출하량은 2억800만대에서 2억900만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교체 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콘텐츠 소비 방식은 다양해졌지만 디바이스 혁신은 정체되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해졌다는 평가다. 결국 제조사들은 단순 성능 개선을 넘어 TV의 사용 방식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동형 폼팩터는 단순한 편의성 개선을 넘어 TV의 '위치 고정성'을 깨고 시장의 정의 자체를 바꾸는 시도로 평가된다. 고정된 거실 중심 기기에서 벗어나, 필요에 따라 이동하며 다양한 공간에서 활용되는 '스크린 디바이스'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TV 시장의 경쟁이 '화질'이 아닌 '공간 장악력'으로 재편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과 LG가 각각 상업공간과 개인공간을 겨냥한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이동형 스크린을 둘러싼 '폼팩터 전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네이버,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직접 투자…국내 첫 사례

네이버가 재생에너지 발전소 직접 투자를 단행한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면서 빠르게 늘고 있는 전력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21일 네이버는 GS풍력발전과 재생에너지 직접 전력거래(PPA) 계약을 체결하고,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의 지분 3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국내에서 RE100 가입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법인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보한 첫 사례다. GS가 건설 중인 경상북도 영양군 소재 풍력발전단지는 연간 약 180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2028년 상반기 상업운전 개시 후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 각 춘천 등에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네이버 측은 “이번 투자로 2029년 기준 회사 전체 전력사용량의 약 46% 수준까지 재생에너지 전환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양사의 파트너십은 전략적이고 지속적인 협력관계로 발전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로써 네이버는 단순 전력 구매를 넘어 국내 시장에서 장기적·안정적으로 전력 공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RE100 달성의 목표에도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특히 민간 기업이 추가 투자의 제약 요인을 걷어내고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아울러 비수도권에 입지한 데이터센터에 재생에너지를 직접 사용해, 국가적 에너지 수급 안정성 강화에도 기여한다는 평가다. 임동아 네이버 대외·ESG정책 리더는 “AI와 클라우드 확대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재생에너지 확보는 필수적인 과제"라며 “발전법인 직접 투자라는 새로운 모델을 통해 에너지 수급 안정성을 강화하고, 2040 탄소 네거티브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화웨이가 쏘아올린 폴더블 ‘화면 키우기’ 경쟁…삼성·애플도 가세

중국 화웨이가 가로 폭을 대폭 확장한 '와이드 폴더블'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화면 비율을 둘러싼 차세대 폴더블 경쟁의 포문을 열었다. 삼성전자와 애플까지 유사한 형태의 제품 출시를 준비하면서, 단순한 접는 기술을 넘어 '사용 방식'을 바꾸는 사용성 혁신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이날 신형 폴더블 스마트폰 '퓨라 X 맥스'를 공개하고 기존보다 가로 비율을 크게 늘린 '와이드 폼팩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내부에는 16대 10 화면비의 7.69인치 디스플레이, 외부에는 5.5인치 커버 화면을 탑재했다. 이른바 '여권형 디자인'이다. 폴더블폰은 접었을 때는 일반 스마트폰 크기지만, 펼치면 디스플레이가 소형 태블릿 PC 수준으로 커지며 큰 화면을 선호하는 사용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화면 비율은 늘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다. 펼쳐도 세로가 가로보다 긴 형태라 영상 등 콘텐츠 소비 시 화면 활용도가 떨어지고, 일부 앱에서는 비율 최적화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번 제품은 이러한 한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가로 폭을 확대한 디자인을 통해 닫힌 상태에서도 시원한 화면비를 제공하고, 펼쳤을 때는 영상 시청과 웹서핑, 멀티태스킹에 최적화된 디스플레이 경험을 구현했다. 특히 최근 영상·멀티태스킹 중심의 콘텐츠 소비가 확대되면서 기존 세로형 비율의 한계가 더욱 부각된 점도 이번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화웨이가 '와이드 폴더블' 트렌드 선점에 나서면서 경쟁사들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7월 예정된 하반기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차세대 폴더블 라인업 '갤럭시 Z 폴드·플립 8'과 함께 가로 비율을 확장한 신제품 '갤럭시 Z 와이드 폴드(가칭)' 공개 가능성이 점쳐진다. 신제품은 기존 폴드 시리즈와 달리 세로는 줄이고 가로는 늘린 4:3 비율이 될 전망이다. 폴더블 시장을 개척해 온 삼성전자는 기술 완성도와 제품 라인업 확장을 앞세워 주도권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애플 역시 연내 폴더블 시장 진입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초기 모델부터 '와이드 디자인'을 채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이폰 폴드' 또는 '아이폰 울트라'로 불릴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은 펼치면 아이패드와 유사한 4:3 비율의 약 7.8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전망이다. 애플은 후발주자지만 사용자 경험(UX)을 재정의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기준을 바꿔온 만큼, 이번에도 하드웨어보다 '사용 방식'의 변화를 앞세워 시장에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가 잇따라 폼팩터 변화를 시도하는 배경에는 기대에 못 미친 시장 성장세가 있다. 2019년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을 처음 상용화한 이후 관심은 꾸준히 이어졌지만, 폴더블 비중은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여전히 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와이드 폴더블'은 시장 확대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접었을 때와 펼쳤을 때 모두에서 사용성을 확보할 경우, 기존 바형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는 '메인 디바이스'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화웨이가 폼팩터 실험으로 방향을 제시했다면, 삼성은 완성도와 라인업 확장으로 대응하고, 애플은 사용자 경험 재정의를 통해 시장 기준 자체를 바꾸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실제 애플의 시장 진입과 새로운 형태의 폴더블폰이 대거 출시되며, 올해 폴더블폰 시장도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폴더블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20%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클램셸(조개형) 폴더블보다 갤럭시 폴드와 같은 북타입 제품이 시장 주류로 자리 잡는 가운데, 화웨이와 삼성전자, 애플 모두 이 영역에서 기술 혁신을 집중하며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북타입 제품 비중은 지난해 52%에서 올해 약 65%로 확대되며 전 세계 폴더블 출하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관계자는 “하드웨어 완성도와 사용성의 지속적인 개선, 고부가가치 폼팩터에 대한 제조사들의 신뢰 강화가 반영된 결과"라며 “클램셸 폴더블은 스타일 중심의 보완적 제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시장 내 비중은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화면 비율 경쟁'이 폴더블 스마트폰이 틈새 제품에 머물지, 기존 바형 스마트폰을 대체할 주력 기기로 자리 잡을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휴머노이드 로봇, 롯데월드타워 수직계단 올랐다

롯데이노베이트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로이(ROI)'가 국내 최고 높이의 수직 마라톤대회 '2026 롯데월드타워 스카이런'의 일부 구간 계단을 오르는 현장에 투입돼 피지컬 인공지능(AI)의 현장적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20일 롯데이노베이트에 따르면, 로이는 스카이런 행사 전날인 지난 18일 행사 유니폼을 입고 스카이런 계단오르기에 직접 나섰다. 롯데물산이 주관하는 스카이런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123층(555m)까지 총 2917개 계단을 올라가는 수직 마라톤대회다. 이날 스카이런 현장에서 로이는 배터리 효율과 안전 동선을 고려해 전체 구간이 아닌 일부 구간을 주행했는데, 행사에 로봇이 참가하기는 로이가 처음이다. 스카이런 행사 당일인 19일에도 로이는 주요 프로그램에 참가해 강사와 함께 스트레칭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출발 지점에서 마라톤 참가자들을 응원하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성적 우수자 시상식에서도 시상품 전달과 기념촬영에 참여해 행사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해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로이에게 실제 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강화학습 기반의 반복 시뮬레이션과 학습을 진행하고, 계단 높이와 간격 등 변수를 반영해 로봇의 안정적인 동작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이번 스카이런 실증 수행 결과를 토대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계단 보행기술을 물류·배송·보안 등 층간 이동이 필요한 산업 현장에 투입하는 동시에 향후에 다층건물에서 순찰·점검·배송 등 작업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자동화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배터리 3사, 전기차·ESS 앞세워 하반기 적자 털까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빅3'가 올해 1분기 일제히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상반기까지는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만 최근 고유가에 따른 전기차 수요 회복과 전력 사용량 증가에 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성장 기대가 맞물리며 하반기 반등 가능성도 제기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배터리 3사는 동시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 기업이 한 분기에 모두 적자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매출 6조5550억원, 영업손실 2078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5.5% 감소하며 적자 전환했다. 전 분기 대비로는 매출 1.2%, 영업이익 70.3% 감소했다. 삼성SDI와 SK온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는 1분기 242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도 3000억원 안팎의 손실이 예상된다. 업계는 배터리 3사의 동반 실적 부진 배경으로 지난해 9월 말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중단 이후 현지 판매량이 급감한 점을 꼽는다. 배터리 업계 특성상 전기차 배터리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데다 글로벌 경쟁 심화로 시장 회복 전까지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은 전기차 비중이 매우 높다"며 “전기차 한 대에는 수백 개의 배터리 셀이 들어가는 반면 로봇 등 다른 산업은 수십 개 수준에 불과해 전기차 수요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전기차의 경제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기차 판매는 8만3529대로 전년 동기(3만3482대) 대비 149.5% 증가하며 약 2.5배 성장했다. 특히 전쟁 긴장이 본격화된 지난달에는 판매량이 4만2031대로 전년 동기(1만7857대) 대비 135.4% 급증했고 전월(3만5766대) 대비로도 17.5% 증가했다. 오익환 SNE리서치 부사장은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장기화되면 내연기관차 연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전기차의 경제성이 빠르게 개선된다"며 “소비자의 차량 선택 기준이 초기 구매가격에서 운영비 안정성 중심으로 이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장기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13% 성장해 2035년에는 4210기가와트시(GWh)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북미 시장은 단기적으로 보조금 축소 영향이 있지만 향후 친환경 정책 강화 시 다시 고성장이 예상되며 유럽 역시 배출가스 규제 강화로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ESS 시장 확대도 주요 변수다. 글로벌 리튬배터리 ESS 시장은 2035년까지 연평균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며 1.4테라와트시(TWh)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SS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전력 수급 불안 해소와 전력망 안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확대 등과 맞물리며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북미 현지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첨단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확보하는 동시에 ESS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 이후 글로벌 ESS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와 핵심 소재를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술력과 공급 안정성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는 국내 배터리 업체에 추가 수주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주력인 전기차와 대체 성장축인 ESS 사업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수익성 개선과 함께 흑자 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때이른 더위에…삼성·LG, 에어컨 생산 ‘풀가동’

4월 초부터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때 이른 더위가 이어지면서 냉방가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예년보다 냉방가전 구매 시점이 앞당겨지는 상황이 연출되자 국내 양대 가전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생산 확대와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워 '여름 장사' 선점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특히, 올해는 '초기수요 확보'가 연간 실적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에서 최근 일주일(4월 8~14일) 에어컨 매출은 직전 일주일 대비 약 9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선풍기 매출도 100% 늘었다. 최근 서울 낮 최고기온이 27~28도까지 오르는 등 초여름 날씨가 빠르게 찾아온 영향이다. 기상청이 올여름 폭염을 예고하면서 냉방가전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의 '2026 여름 기후전망'에 따르면 6월에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낮 동안 기온이 상승해 고온 현상이 나타날 때가 있겠으며, 7~8월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무더운 날씨를 보일 때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단순한 계절적 수요를 넘어 '구매 시점의 전진'이 두드러진다. 통상 5~6월에 집중되던 에어컨 구매가 4월부터 본격화되면서 초기 수요 선점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소비자들이 에어컨 설치를 미리 마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생산과 판매 전략 모두에서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광주사업장에 위치한 에어컨 생산라인을 지난 2월부터 풀가동 하며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LG전자도 창원사업장 에어컨 생산라인을 '거의 풀가동' 수준으로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에어컨 판매와 관련하여) 아직 구체적인 수치를 집계하기 전이지만 통상 날이 더워지면 판매가 늘어나는 편"이라며 “전년 및 전월 대비 판매가 증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지난 1일부터 열흘간 에어컨 판매량이 전월 대비 56% 증가했다"며 “지난해와 비교해 판매 증가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두 기업은 지난 3월 한 달간 '에어컨 사전점검'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실시하며 고객 맞이 준비도 마쳤다. 이어 경쟁적으로 인공지능(AI) 기능을 앞세운 프리미엄 제품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사용 환경과 패턴을 분석해 냉방을 자동으로 조절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기능을 전면에 내세워 고부가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프리미엄 제품 수요를 견인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전자가 지난달 선보인 '2026년형 LG 휘센 AI 오브제컬렉션 뷰I'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에 탑재된 '레이더센서'는 고객의 위치와 사용 패턴, 공간을 분석해 AI바람이 알아서 온도를 조절한다. 또 실내에 사람이 없음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외출모드'로 전환,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최대 76%까지 줄일 수 있다. 앞서 선보인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I'와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뷰I 프로' 등에는 시리즈 최초로 'AI 콜드프리' 기능이 적용됐다. AI가 냉방과 제습을 동시에 제어해 온도와 습도의 균형을 맞추는 방식이다. 기존 에어컨이 냉방 시 습도가 높아지거나, 제습 시 온도가 다시 상승하는 한계를 보였던 것과 달리 이를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출시한 '비스포크 AI 무풍콤보 갤러리 프로'에는 사용자의 생활 패턴과 공간 환경에 맞춰 기류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AI·모션 바람' 기능이 탑재됐다. 여기에 AI 음성비서 '빅스비'도 고도화돼 적용됐다. 사용자는 “에어컨 바람이 너무 세"와 같은 자연어 발화는 물론 “습도 60% 이상이면 에어컨을 켜고 제습 모드로 전환해줘"와 같은 복합 명령으로도 제품을 제어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AI 음성 기반 사용자 제어 경험을 강화한 반면, LG전자는 레이더 센서를 활용한 공간·행동 인식 기술에 무게를 두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에어컨은 가전업계의 대표적인 계절 성수기 매출 견인 제품으로 꼽힌다. TV 등 주요 가전 제품군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여름철 에어컨 판매는 실적을 떠받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올해는 '여름 장사' 성과가 연간 실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폭염 가능성과 함께 구매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초기 시장 선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초반 수요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연간 실적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SK하이닉스, 1분기 ‘꿈의 영업이익률’ 70% 전망…연간 실적도 이어질까

SK하이닉스가 1분기 '꿈의 영업이익률' 70%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 분야를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SK하이닉스가 연간으로도 영업이익률이 76%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에너지경제신문이 4월 이후 SK하이닉스 관련 리포트를 발행한 7개 증권사의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SK하이닉스의 1분기 매출은 51조7521억원, 영업이익은 37조432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대비 매출은 193.4%, 영업이익은 403.1%가 늘어난 것이다. 영업이익률도 72.3%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30.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이번 호실적은 인공지능(AI) 서버 확산에 따른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폭증이 견인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DRAM 부문에서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 가치 제품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했고, 서버용 DDR5 판매 확대가 실적 개선의 핵심 동력이 됐다. 아울러 그간 회복세가 더뎠던 NAND 부문 역시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기업용 SSD(eSSD) 수요가 급증했다. 구조적인 공급부족이 심화하면서 앞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TSMC도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1분기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8.1%, 영업이익은 755.0%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43%에 달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도 대만시간으로 지난 16일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1조1341억 대만달러(약 52조8000억원), 영업이익 6589억6600만 대만달러(약 30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5.1%, 영업이익은 61.9% 늘었다. 하나증권은 “기존에는 B2C 고객사들이 원가 부담으로 인해 가격 저항 및 일부 주문 감소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원가 부담에도 가격 인상을 일정 부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들 7개 증권사는 SK하이닉스가 연간으로도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개 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 연간 매출은 290조9781억원, 영업이익은 221조1596억원으로 전망된다. 전년대비 매출은 199.5%, 영업이익은 368.5% 증가한 것이다. 영업이익률도 전년 대비 27.4%포인트 상승한 76.0%로 전망된다. IBK투자증권은 “올해도 AI 중심으로 메모리 시장은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SK하이닉스는 DRAM, NAND에서 차별화된 실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러한 추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은 오는 23일 발표된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삼성전자 ‘노조 주도권 변화’…임단협 리스크 더 커졌다

삼성전자 노조에서 세력 변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특정 단체가 급격히 세를 불리며 주도권을 가져가는 모습이다. 노조가 교섭 명분은 잊은 채 '묻지마 투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조성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는 17일 서초사옥 앞에서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연다. 자신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과반노조 및 근로자대표 지위를 인정받았다는 점을 알리는 자리다. 초기업노조는 과반노조 조직화 경과를 발표하고 향후 계획 등을 공유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노사 관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번 기자회견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 3개 노조 공동교섭서 개별협상 전환 '노노 갈등' 양상 삼성전자는 그간 '공동투쟁본부'와 임단협 의견을 조율해왔다. 초기업노조 외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동행노조 등 3개 노조가 모여 만든 곳이다. 다만 일부 단체가 교섭 중단 선언 이후에도 별도로 협상을 이어가는 등 '노노갈등' 조짐도 계속해서 보였다. 2년여 전 창사 이래 첫 파업을 주도한 곳은 전삼노였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내부 갈등 등 여파로 조합원이 빠르게 이탈하며 무게추가 옮겨갔다. 이날 기준 조합원 수는 초기업노조가 7만5015명, 전삼노가 2만77명이다. 현재는 교섭이 중단된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오는 23일 평택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열 때까지는 (사측과) 대화를 나누지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성과급 상한 폐지 등 핵심 쟁점을 두고 노사간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쟁본부 측은 연봉 50%로 정해진 성과급 상한을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영업이익의 15%를 자신들에게 나눠주라고 사측을 압박 중이다. 업계에서는 다음달 총파업이 벌어질 수도 있는 와중에 초기업노조가 '세력 과시'에 나섰다는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 조합원 과반 초기업노조 '반도체 최대수익' 성과급 요구…“밥그릇 챙기기" 비난 이들이 과반노조 지위를 확보했다 해도 사측은 올해 임단협 협상을 공동투쟁본부와 하게 된다. 일찍부터 조합원 수 5만명을 넘기며 '사실상 과반 노조'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협상 상황에 변수가 생길 여지도 없다. 이 때문에 이번 기자회견이 '강경 투쟁'으로 가기 전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작업의 출발점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임단협이 난항을 겪는 것은 노조가 명분 대신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사측이 이미 '업계 최고 수준' 보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계속해서 더 많은 성과급을 달라고 말을 바꾸고 있다. 교섭 명분이 실종되며 내부 갈등 양상도 나타난다. 초기업노조 조합원 대부분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소속이라는 게 논란의 시작점이다. 이들은 사측의 시설 투자금액이나 다른 사업부 영업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영업이익 15%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럴 경우 디바이스경험(DX) 내 이익 규모가 크지 않은 일부 사업부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부별로 투자와 이익 규모가 다른데 삼성전자는 가전·휴대폰을 팔아 번 돈도 반도체 시설투자에 사용하고 있다"며 “함께 노력해 투자를 늘린 덕분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늘어난 셈이다. 이를 이용해 주주도 아닌 해당 부문 직원들이 '돈잔치'를 벌이겠다는 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짚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이 회사 직원 수는 총 12만8881명이다. DS 소속이 7만8064명으로 더 많다. ◇ 성과급 15% 관철 시 '1인당 5억 이상'…파업 강행 시 '피해액 최소 10조원'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올해 영업이익이 30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만일 각자 번 돈을 사업부 내에서만 공유한다고 가정하면 DS 직원들은 1인당 5억7600만원 정도씩 받아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 성과급 지급액이 20~30배 넘게 차이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사측은 교섭 과정에서 이같은 부작용과 업종별 특수성 등을 노조에 수차례 설명했다고 전해진다. 일부 강경파 노조원들이 삼성전자 내부에서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최근 누군가가 다른 임직원들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노조 가입 여부가 담긴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사측은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지난달 한 유튜브 방송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회사를 위해 일하는 자들을 명단으로 관리하겠다"며 “추후 노사 협의가 필요한 강제 전환 배치나 해고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들을 우선적인 대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삼노는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쟁의행위 돌입 선포 기자회견을 열려다 취소하기도 했다. 당시 노조는 '경영진 배만 불리는 철저한 양극화를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정작 이 회장은 보수를 전혀 받지 않는 '무보수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공동투쟁본부는 이달 23일 평택캠퍼스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사측과 대화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후 접점을 찾지 못하면 다음달 21일부터 총파업을 강행하기로 했다.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가 입는 피해 규모는 10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AI는 TV 동반자”…삼성, TCL·소니 협공에 ‘왕좌 수성’ 의지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기술을 대거 적용한 TV 신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주도권 강화에 나섰다. '화질 경쟁'을 넘어 'AI 경험 경쟁'으로 글로벌 TV시장 수요 패러다임을 전환해 매섭게 추격하는 중국 TV 브랜드들을 따돌리고 21년 연속 '글로벌 TV 왕좌 지키기'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삼성전자는 15일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에서 신제품 출시 행사 '더 퍼스트룩 서울 2026'을 열고 새로운 TV 라인업을 공개했다. 이날 선보인 삼성전자 TV 신제품은 마이크로 적·녹·청(RGB),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네오 퀀텀닷디스플레이(QLED) 등 프리미엄 제품군부터 미니 발광다이오드(LED)와 초고화질(UHD) 등 보급형까지 폭넓게 구성됐다. 핵심은 더 강력해진 삼성 TV 통합 AI 플랫폼 '비전 AI 컴패니언'이다. 시청 중인 사용자에게 AI 기술 기반으로 최적화된 답변과 정보를 제공하며, 빅스비·퍼플렉시티·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등 업계 최다 수준의 AI 서비스를 지원한다. 사용자는 TV 시청 중 음성명령만으로 콘텐츠 관련 정보를 탐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 보고 있는 영화 촬영지가 어디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경기 전적 알려줘" 등을 질문하면 '비전 AI 컴패니언'의 답변이 즉시 제공된다. 아울러 △'AI 축구 모드 프로' △'AI 사운드 컨트롤 프로'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대폭 강화됐다. 'AI 축구 모드 프로'는 실시간 경기 장면을 분석해 공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정밀하게 표현하고, 관중 함성과 해설을 최적화해 몰입감을 높인다. 'AI 사운드 컨트롤 프로'는 대사·배경음·효과음을 구분해 자동으로 최적화하며, 음원을 분리해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저해상도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디테일과 명암비를 개선하는 'AI 업스케일링 프로'도 지원한다. 이 같은 AI 기능은 프리미엄뿐 아니라 보급형 라인업까지 확대 적용된다. 단순한 화질 개선을 넘어 콘텐츠 탐색과 정보 제공까지 아우르는 '사용자 경험형 AI'라는 점에서 중국 업체들과 차별화된다는 평가다. 하드웨어 중심 경쟁에서 소프트웨어·AI 생태계 경쟁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장(사장)은 “2026년을 AI TV 대중화 시대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한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며 “올해 국내에 출시하는 삼성 TV 신제품의 99%에 AI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순한 디스플레이를 넘어 사용자의 일상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AI 일상 동반자'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인업 확대를 통한 선택지 강화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선보인 115형 마이크로 RGB TV를 130형에 이어 65·75·85·100형까지 확장했다. 마이크로 RGB TV는 100마이크로미터(㎛) 이하 크기의 RGB LED를 독립적으로 제어해 뛰어난 색감과 밝기를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중저가 시장 대응을 위해 미니 LED 기반 제품도 새롭게 선보였다. OLED와 크리스털 UHD 사이에 준프리미엄 라인업을 배치해 가성비 수요까지 흡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AI 기능 강화와 제품군 다변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중국 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한 승부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점유율 15%를 기록하며 2006년 이후 20년 연속 1위를 유지했다. 다만 중국 업체들의 추격은 거세다. TCL과 하이센스는 각각 점유율 13%, 12%를 기록하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특히 TCL은 소니 TV 사업과의 협력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사는 합작법인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내년 4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소니의 '브라비아' 브랜드 경쟁력과 TCL의 제조·공급망 역량이 결합되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트렌드포스는 브라비아의 TV 출하량 점유율이 내년 20%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은 프리미엄에서 보급형까지 AI 기능을 전면 확산해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린다는 방침이다. 용 사장은 “중국 업체들과 비교해 삼성의 AI는 소비자에게 더 다양한 스크린 경험을 제공한다"며 “보안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과 가성비를 동시에 겨냥한 제품 전략도 병행한다.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며 중국의 가격 공세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TCL과 소니의 협공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용 사장은 “소니 TV 출하량은 약 400만대로 삼성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단순한 결합만으로는 격차를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대중화와 제품 다변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삼성전자가 중국의 가격 공세와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의 반격 속에서도 글로벌 TV 시장 지배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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