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UAE서 귀국하자마자 선영行…故 이건희 6주기 추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3일 경기 수원시 선영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6주기 추도식을 지켰다. 아랍에미리트(UAE) 현장 경영을 마치고 귀국한 날 곧바로 선영을 찾았다. 추도식 뒤에는 사장단과 오찬을 하면서, 선대회장이 재임 내내 강조했던 기술 투자가 지금도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짚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에 따르면 이날 추도식은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 가족 선영에서 열렸다. 외부에 공개하는 공식 행사는 따로 두지 않았고 헌화와 참배 위주로 치렀다. 기일은 25일이지만 올해는 일요일과 겹쳐 이틀 앞당겼다. 이 회장은 오전 8시 40분께 검은색 세단을 타고 선영에 도착했다. 검은 정장 차림으로 묘소 앞에 서서 두 번 절하고 묵례했다. 이어 술잔을 받아 묘소 주변에 뿌린 뒤 10분 남짓 참배를 마치고 8시 53분께 자리를 떴다. 사장단은 뒤이어 도착했다. 오전 9시 40분께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부문장(부회장),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완제품)부문장(사장) 등 현직 경영진 50여명이 고인을 기렸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들도 각자 일정에 맞춰 선영을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참배를 마친 이 회장과 사장단은 경기 용인 삼성인력개발원 창조관으로 옮겨 점심을 함께했다. 창조관은 삼성 신입사원 교육시설로, 이 선대회장의 흉상이 놓인 곳이다. 올해 추도식은 이 회장의 회장 취임 4주년을 나흘 앞두고 열렸다. 이 회장은 2022년 10월 27일 회장에 올랐다. 그는 추도식 뒤 별도 메시지를 거의 내지 않았다. 다만 부회장이던 2022년에는 2주기 추도식 후 사장단 오찬에서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6주기를 맞아 이 선대회장이 남긴 도전과 유산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출발점은 반도체였다. 이 선대회장은 1974년 자금난을 겪던 한국반도체에 사재를 넣으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국내 전자산업은 핵심 부품을 해외 기술에 기대고 있었다. 1차 오일쇼크로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간 때였고, 삼성 안에서도 성공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 선대회장은 자원이 부족한 나라가 선진국과 겨루려면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봤다. 삼성은 1983년 이병철 창업회장의 '도쿄 선언'을 계기로 메모리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보통 18개월 넘게 걸리던 반도체 공장을 6개월 만에 지었고, 같은 해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 1992년에는 세계 최초로 64메가비트(Mb) D램을 내놨고, 이듬해인 1993년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에 올랐다. 사업에 발을 들인 지 약 20년 만에 미국·일본이 장악하던 시장의 정상을 차지한 것이다. 비결로는 불황기의 선행투자와 과감한 기술 선택이 꼽힌다. 1984년 경쟁사들이 4인치 웨이퍼 라인을 늘릴 때 삼성은 6인치로 갈아탔다. 1987년 일본 업체들이 불황으로 투자를 줄일 때는 오히려 신규 라인을 세웠다. 1990년대에는 8인치 양산체제를 먼저 갖췄고, 닷컴버블 붕괴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차세대 기술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쌓인 기술·원가·생산능력 격차가 '초격차' 전략의 토대가 됐다.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글로벌 점유율은 D램 39.4%, 낸드 29.3%로 두 시장 모두 1위다. 미래 기술을 내다본 혜안도 재평가받고 있다. 이 선대회장은 1987년 회장 취임 무렵부터 컴퓨터 활용의 대변혁과 전자·정보기술과 제조업의 융합을 예견했다. 하드웨어만큼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점도 일찍 짚었다. 1990년대에는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면 사람에게 남는 핵심 역할은 창조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이런 전망은 생성형 AI와 AI 데이터센터,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현실이 되고 있다. 경영의 중심에는 '인재제일' 원칙이 있었다. “한 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인재론을 내세워 국적과 출신을 가리지 않고 최고 인재를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1990년에는 지역전문가 제도를 도입했다. 직원이 해외에서 오래 머물며 현지 언어와 문화, 시장을 익히도록 급여와 교육비, 체류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비서실이 처음 올린 선발안은 20여명이었지만, 이 선대회장이 규모를 키우라고 지시해 200여명을 해외로 보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선언한 신경영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바꾼 전환점이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는 말로 상징되는 이 선언은 제품 품질뿐 아니라 조직과 제도, 기업문화 전반의 혁신을 요구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오전 7시 출근·오후 4시 퇴근의 '7·4제'를 도입해 퇴근 후 어학과 자기계발에 시간을 쓰도록 했다. 생산현장에는 불량이 나면 원인을 해결할 때까지 라인을 세우는 '라인스톱제'가 들어섰다. 1995년 구미사업장에서는 기준에 못 미친 휴대전화 등 약 500억원어치 제품을 불태우는 '불량제품 화형식'을 열어 품질경영 원칙을 조직에 새겼다. 이 선대회장은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투병하다 2020년 10월 25일 향년 78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문화예술 유산은 국민의 자산이 됐다. 유족들은 2021년 4월 고인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했다. 기증품에는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추성부도' 같은 전통미술 대표작이 들어 있다. 김환기·박수근·이중섭의 근현대 작품과 모네·피카소 등 해외 거장의 작품도 포함됐다. 서울에서 출발한 기증품 전시는 광주·대구·청주·제주·경남·부산·울산 등 전국으로 이어졌다. 'KH컬렉션' 국내 순회전 누적 관람객은 350만명을 넘어, 단일 컬렉션 전시로는 국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해외 순회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시작해 올해 3월 시카고미술관을 거쳤고, 지난 1일부터는 영국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영국박물관이 대규모 한국 미술 특별전을 여는 것은 1984년 이후 42년 만이다. 고려청자와 조선 서화, 근현대미술 등을 통해 2000년에 걸친 한국 예술의 흐름을 소개한다. 삼성은 오는 28일 경기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6주기 추모 음악회를 열고 올해 추모 일정을 마무리한다. 고인이 생전 각별히 아꼈던 문화예술로 그 뜻을 기리는 자리다. 이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와 주요 계열사 사장, 임직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음악회에 앞서 인재개발원에서 신임 임원과 우수 직원들을 격려하고, 이후 신임 임원·주요 경영진과 만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현장] “비싸도 살 건 사야죠”…329만원 아이폰에 17시간 밤샘

23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애플 명동 매장. 직원들이 카운트다운을 외치자 매장 앞에 줄을 선 고객들이 박수를 치며 입장했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를 받으려는 사람들이다. 329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에도 개점 직전 대기 인원은 100명을 넘어섰다. 가장 먼저 줄을 선 고객은 전날 오후부터 17시간을 기다렸다.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매장 앞에는 사전예약한 제품을 받으려는 고객들이 모여들었다. 개점 시간이 가까워지자 줄은 매장 입구에서 건물 끝까지 이어졌다. 고객들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거나 일행과 대화를 나누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가장 먼저 줄을 선 사람은 인천에서 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성건(34)씨였다. 박씨는 전날 오후 3시부터 매장 앞을 지켰다. 휴대전화 액세서리 관련 업무에 신제품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는 촬영할 때 아이폰 듀오를 카메라 모니터 대신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씨는 “절대적인 가격 자체는 높지만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따로 샀을 때 가격과 비교하면 합리적이긴 하다"며 “감독 일을 하지 않았다면 고민했겠지만 업무에 필요하니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줄을 선 영상 PD 구태영(34)씨도 전날 오후 3시부터 기다렸다. 구씨 역시 휴대전화 케이스 관련 업무를 위해 사전예약한 제품을 받으러 왔다. 오전 8시 매장 문이 열리자 직원들이 박수를 치며 고객들을 맞았다. 고객들은 약 30명씩 나눠 입장했다. 제품을 수령한 뒤 곧바로 매장을 떠나기보다 전시대로 향하는 사람이 많았다. 고객들은 아이폰 듀오를 여러 차례 접었다 펼치며 화면 가운데 주름을 살폈다. 기존 휴대전화와 양손에 하나씩 들고 무게를 비교하거나 펼친 화면에서 두 개의 앱을 동시에 실행해 보기도 했다. 화면을 반쯤 접어 영상을 재생하는 기능에도 관심을 보였다. 제품을 펼치자 작은 태블릿PC와 비슷한 크기의 화면이 나타났다. 접고 펴는 동작은 부드러웠지만 한 손으로 오래 들기에는 무게가 느껴졌다. 접히는 부분의 주름은 정면보다 비스듬히 볼 때 더 눈에 띄었다. 개점 직후 전시대 주변으로 고객들이 몰렸지만 별도의 체험 대기줄은 생기지 않았다. 오전 9시가 지나자 매장 밖 대기줄도 대부분 사라졌다. ◇ “첫인상 만족, 가격 빼고"…최고가 구매자도 이날 매장에서 만난 공공기관 직원 정우덕(46)씨는 아이폰 듀오 최고가 모델을 구매했다. 스타 화이트 색상의 2테라바이트(TB) 모델로 가격은 509만원이다. 정씨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하자마자 주문해 이날 오전 8시 제품을 받았다. 매년 새 아이폰이 나오면 구매한다는 정씨는 제품을 직접 펼쳐 보이며 화면 가운데 접히는 부분을 가리켰다. 그는 “자세히 보면 굴곡이 있기는 한데 굉장히 잘 숨겼다"며 “첫인상은 만족스럽다. 가격 빼고"라고 말했다. 기존에 아이폰17 프로 맥스를 사용하던 정씨는 넓어진 화면에서 사진 편집과 영상 확인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무게는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지만, 액션 버튼과 얼굴인식 기능인 페이스ID가 빠진 점은 아쉽다고 했다. 서울 왕십리에서 온 직장인 박덕영(31)씨는 삼성전자 폴더블폰 대신 아이폰 듀오를 선택했다. 사진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그는 갤럭시 Z 폴드의 화면 필름 질감과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구매를 미뤄왔다고 했다. 박씨는 “예전부터 폴더블폰을 사고 싶었는데 삼성 제품은 플라스틱 필름 질감이 싫어 계속 머뭇거렸다"며 “이번에는 제가 원하는 형태에 사용하던 애플 생태계의 제품이 나와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 현장 구매 못 해…배송은 내년 1월 출시 첫날 매장에 고객들이 몰렸지만 사전예약 없이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는 없었다. 애플 명동 매장 직원에 따르면 이날은 사전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 수령이 이뤄졌다. 매장에서 새로 주문할 수는 있지만 당일 가져갈 수 있는 물량은 없었다. 지금 주문하면 내년 1월에 제품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도 나왔다.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직후부터 초기 물량이 빠르게 소진됐다. 이동통신 3사의 1차 사전예약 물량은 1분 만에 동났고, 애플 공식 온라인스토어에서도 예약 시작 약 30분 만에 전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밀렸다. 구매자는 30~40대에 집중됐다. SK텔레콤이 공개한 사전예약 현황에 따르면 30대가 36%, 40대가 35%를 차지했다. 두 연령대를 합치면 전체의 71%다. 아이폰 듀오는 애플이 처음 내놓은 폴더블 스마트폰이다. 책처럼 안쪽으로 접는 형태로, 접으면 5.4인치 외부 화면을 사용하고 펼치면 7.6인치 내부 화면을 쓸 수 있다. 무게는 254g, 펼쳤을 때 두께는 5.2㎜다. 국내 출고가는 256기가바이트(GB) 모델 329만원, 512GB 359만원, 1TB 419만원, 2TB 509만원이다. 기본 모델 가격은 삼성전자 갤럭시 Z 폴드8보다 101만원 비싸다. 애플은 국내 초기 공급 물량과 전체 사전예약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이수진 인턴기자, 유재호 인턴기자

최태원·이재용 빠진 국감…호남 반도체 투자계획 검증 ‘미완’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기업들의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확인하지 못한 채 주요 검증 과제를 남겼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증인 채택이 무산된 가운데 정부의 기반시설 구축비용은 처음 공개됐지만, 정작 생산시설을 건설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착공 일정과 단계별 투자 집행계획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양사도 여전히 구체적인 일정에 관한 답변은 밝히지 않고 있다. 23일 국회와 재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부 종합국정감사에서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기반시설 비용과 재정지원 체계, 군공항 이전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산업부는 전력·용수·폐수 등 1단계 기반시설 구축에 5조4000억원이 소요된다는 추계를 처음 제출했다. 그러나 군공항 이전과 도로망, 정주여건 조성 등을 포함한 전체 사업비는 공개되지 않았다. 국회가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재정 부담과 사업 관리체계에 대한 질의는 이어졌지만 기업들이 실제 어느 시점에 얼마를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 투자 의지는 확인…실행 일정은 여전히 미공개 정부는 지난 6월 호남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메모리 반도체 팹 2기씩 총 4기를 구축하는 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30년 첫 양산을 목표로 관련 기반시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도 사업 추진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9일 광주 군공항 부지를 방문해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용인과 호남의 생산시설을 병행 건설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력·용수 공급이 늦어지더라도 여건이 허락하면 공사를 먼저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삼성전자 역시 경영진의 현장 방문 등을 통해 투자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양사 모두 호남 신규 팹의 구체적인 착공 시점과 연도별 투자 집행계획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본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호남 신규 팹의 착공 일정과 단계별 투자 집행계획, 공개 시점 등을 확인했으나 양사 모두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이는 기업들이 투자를 철회하거나 사업 추진을 중단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도체 생산시설은 시장 수요와 기술 변화, 장비 조달 및 기반시설 구축 상황에 따라 투자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양산 목표를 판단할 수 있는 기업별 실행 일정이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은 남는다. ◇ 용인과 호남 병행 투자…자금·인력 배분도 과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규모 생산시설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호남 신규 팹 건설까지 병행할 경우 기업들은 투자 재원뿐 아니라 첨단 생산장비와 전문인력 확보 일정도 함께 조정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팹 건설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장비 도입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제 투자 집행 시점이 달라질 수 있어 정부의 산업단지 조성 일정과 기업의 설비투자 일정이 일치하는지가 중요하다. 호남 클러스터의 경우 군공항 이전과 전력·용수 공급 등 선행 과제도 남아 있다. 이번 국감에서는 기반시설 비용과 재정지원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지만 기업별 투자 일정과 이를 연계한 구체적인 공정표까지 확인되지는 않았다. ◇ 총수 출석 무산…기업 투자계획 직접 확인 못 해 이번 국감에서 야당은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호남 반도체 투자계획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두 총수의 출석은 무산됐다. 국감에서는 산업부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정부의 준비 상황과 기반시설 구축계획을 검증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구체적인 투자 집행계획을 기업 측으로부터 직접 확인할 기회는 마련되지 않았다. 물론 기업 총수의 출석이 투자계획 검증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사업 책임 임원의 설명이나 기업의 공식 자료 제출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번 국감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직접 검증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 산자위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양산 목표를 실제 투자 일정으로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착공 계획과 단계별 투자 집행 일정이 보다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현장] 22만원 바람막이도 품절…한남동에 줄 선 ‘팔란티어 팬들’

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문을 연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팔란티어의 팝업스토어. 22만5000원짜리 검은색 바람막이는 오후 1시 30분쯤 이미 품절돼 있었다. 한국 한정판으로 나온 흰색 바람막이에도 방문객들의 관심이 쏠렸다. 가격이 부담스러운 일부 방문객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티커를 살펴보며 구매를 망설였다. 정부기관과 기업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미국 AI 기업의 굿즈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이날 낮 12시 55분쯤 행사장 앞에는 사전 예약을 마친 방문객 50여명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디제이(DJ)가 틀어놓은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오후 1시부터 입장이 시작됐다. 1층에는 팔란티어 로고 모양의 금속 벤치가 놓였고, 연기를 활용한 전시 공간이 마련됐다. 2층에는 바람막이와 후드티 등 굿즈를 판매하는 매장이 들어섰다. 팔란티어가 지난해 성수동에 이어 올해 한남동에서 두 번째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22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가을·겨울(FW) 신상품을 한국에 먼저 공개했다. 팔란티어는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 등에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며 성장한 기업이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는 팬층이 형성돼 있다. ◇ 후드티 3장 사고, 엔지니어 만나러 오고 이날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들의 목적은 제각각이었다. 굿즈를 사려는 사람뿐 아니라 팔란티어 직원들을 직접 만나거나 회사의 기술을 알아보려는 사람도 있었다. AI 전환(AX) 컨설팅 프리랜서인 신유진(20대)씨는 이날 후드티 3장을 구매했다. 지난해 성수동 팝업을 찾았다가 긴 대기 줄 때문에 입장을 포기했던 그는 올해 사전 예약에 성공했다. 신씨는 대학원 졸업 후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했으며, 평소 제조기업 컨설팅에 활용할 수 있는 팔란티어의 기술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했다. 신씨는 “IT 업계에서는 콘퍼런스 등에 갈 때 기업 굿즈를 입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팔란티어 채용에도 지원했다는 그는 이날 구매한 후드티를 입고 지원 영상을 촬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이동민(24)씨는 굿즈를 구매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지난 9~10월 팔란티어 엔지니어들과 채용 면접을 진행했다는 이씨는 “면접 과정에서 회사에 더 관심이 생겼다"며 “회사 사람들과 네트워킹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팔란티어 주식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는 “그냥 회사 자체에만 관심이 있다"며 “국내에서는 AI를 실제로 만드는 기업이 많지 않아 해외 기업에 더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굿즈를 구매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돈 없는 대학생이라서"라며 “가격이 많이 비싸더라"고 했다. 전직 방송계 종사자인 안상혁(29)씨는 동생의 주식 투자를 계기로 팔란티어를 알게 됐다. 방송계에서 AI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안씨는 “팔란티어는 정보를 많이 공개하지 않는 기업으로 알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팝업을 연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일 싼 게 스티커더라. 스티커라도 하나 사 갈까 생각 중"이라며 구매를 망설였다. ◇ '소버린 AI' 내걸었지만 기술 시연은 없어 올해 팝업의 주제는 '소버린 AI(주권 AI)'다. 기업이 자체 데이터와 AI 시스템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AI를 활용한다는 개념이다. 행사장 화면과 굿즈에는 '소버린'이라는 문구가 등장했지만, 관련 기술을 직접 체험하거나 작동 원리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전시보다는 의류와 기념품 판매에 무게를 둔 행사였다. 팔란티어는 굿즈를 통해 소버린 AI에 대한 관심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 만난 채드 월퀴스트 팔란티어 AI 아키텍처 총괄은 “굿즈 자체보다는 소버린 AI라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티셔츠에 관련 문구를 넣으면 사람들이 그 의미를 궁금해하고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데이터와 지식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모른 채 AI를 사용한다"며 “굿즈를 소버린 AI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팔란티어가 한국에서 2년 연속 팝업을 연 배경에는 높은 굿즈 구매 수요와 국내 사업 확대가 있다. 월퀴스트 총괄은 “한국은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라며 “조선과 인프라 등 중요한 산업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팔란티어의 사업과 접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작은 나라임에도 팔란티어 굿즈 구매 규모가 세계 2~3위 수준"이라며 “유럽 등 다른 지역보다 많이 구매한다"고 했다. 팔란티어가 올해 팝업 주제로 소버린 AI를 내세운 것도 한국 제조업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월퀴스트 총괄은 “소버린 AI는 기업과 기관이 보유한 지식이 외부 AI 모델 회사로 넘어가지 않도록 스스로 지키는 것"이라며 “한국은 특히 조선 등 제조업에서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가 중요한 만큼 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말하는 주권 보호란 모든 기업과 기관이 자체 지식과 기술에 대한 소유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팔란티어는 국내 기업과의 협력도 넓히고 있다. 지난 1월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만나 AI 협력을 그룹 전반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조선과 정유, 건설기계에 이어 로봇과 전력기기 분야에도 팔란티어의 AI 플랫폼을 적용할 계획이다. 지난 7월에는 KT와 함께 네트워크 보안 관제와 에너지 운영을 최적화하는 AI 에이전트 개발에도 나섰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김윤정 인턴기자, 유재호 인턴기자

PHP 보안 취약점에 사이버위기 ‘주의’ 격상…정부 긴급 대응

전 세계 웹사이트에서 널리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 'PHP'에서 치명적인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자 정부가 민간 분야 사이버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높였다. 별도의 로그인 없이도 해커가 서버를 장악할 수 있는 결함으로, 정부는 국내 기업과 기관에 긴급 보안 업데이트를 당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22일 낮 12시부터 민간 분야 사이버위기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PHP에서 발견된 보안 취약점 2건을 악용한 대규모 해킹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PHP는 홈페이지와 온라인 쇼핑몰, 게시판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다. 국내에서 많이 사용하는 워드프레스와 그누보드 등도 PHP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번에 발견된 취약점은 공격자가 아이디나 비밀번호 없이 인터넷을 통해 조작된 요청을 보내 서버에서 임의의 명령을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공격에 성공하면 서버에 원격조종 파일인 '웹셸(Webshell)'을 설치하거나 고객 정보를 빼내고 홈페이지를 변조할 수 있다. 특히 개별 홈페이지가 아닌 PHP 자체에서 발견된 결함이어서 웹사이트를 안전하게 개발했더라도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 이번 취약점의 위험도는 국제 보안 취약점 평가 기준(CVSS)으로 10점 만점에 9.2점이다. 유럽연합(EU)과 영국, 네덜란드, 독일 등의 사이버보안 당국도 이번 취약점을 '치명적' 등급으로 평가하고 긴급 업데이트를 권고했다. 즉각적인 조치가 어려운 시스템은 인터넷 연결을 차단하거나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도록 했다. PHP 개발팀은 21일(현지시간) 취약점을 해결한 보안 업데이트를 배포했다. 영향을 받는 버전은 PHP 8.2부터 8.5까지로, 각각 8.2.35, 8.3.36, 8.4.27, 8.5.12 이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공식 보안 지원이 종료된 PHP 8.1 이하 버전은 상위 버전으로 전환해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업데이트 이후에도 서버 접속 기록과 웹셸 설치 여부 등을 점검하도록 했다. 취약점 정보가 보안 업데이트 배포 전에 유출됐고, 해외에서는 이를 이용한 공격 시도도 보고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신고기업 약 2만8000곳과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 111곳,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기업 1068곳 등에 관련 내용을 긴급 전파했다. 사이버위기 경보 격상에 따라 침해대응 인력을 늘리고 비상출동조를 상시 대기시키는 등 비상대응 체계도 가동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PHP 취약점은 국내 수많은 홈페이지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공격코드까지 이미 공개된 만큼 매우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수동 점검 후 수일 내 패치하는 통상적인 취약점 관리 방식으로는 공격을 방어할 수 없다"며 “인터넷 접점 자산에 대한 즉각적인 차단과 웹방화벽 차단 규칙의 선제 적용 등 자동화된 대응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LG디스플레이, 3분기 영업익 2506억…OLED 성수기 효과로 흑자전환

LG디스플레이가 올 3분기 영업이익 2506억원을 거두며 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대형·모바일 OLED가 계절적 성수기에 들어서며 출하가 늘어난 덕분이다. 다만 원·달러 환율 하락과 칩플레이션(반도체 부품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개선폭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LG디스플레이는 연결 기준 3분기 매출이 6조2770억원, 영업이익이 250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2일 발표했다. 매출은 전분기(5조6121억원)보다 12% 늘었다. 영업이익은 2분기 1077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며 3583억원 개선됐다. 매출 반등은 OLED가 이끌었다. 계절적 성수기를 맞아 대형 및 모바일용 OLED 제품의 출하가 확대됐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1조2144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9% 늘었다. EBITDA 이익률은 19%다. 수익성 개선에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체질 개선이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환율 하락과 부품 원가 상승이라는 이중 부담 속에서도 OLED 비중 확대와 운영 효율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간 결과로 풀이된다. 당기순이익은 7556억원으로 영업이익의 3배를 웃돌았다. 기말 환율이 떨어지면서 외화 환산 손익이 크게 개선된 영향이다. 반면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성적표는 여전히 아쉽다. 매출은 지난해 3분기(6조9570억원)보다 10% 줄었다. 영업이익도 4310억원에서 42% 감소했고, EBITDA 역시 1조4239억원에서 15% 줄었다. 수익성 위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면서 중형 LCD 출하를 줄인 데 따른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중심 사업구조를 한층 고도화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중소형 사업은 기술 리더십과 개발·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하이엔드 제품 경쟁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모바일 부문은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앞세워 시장 입지를 굳힌다. IT 부문은 고부가 제품 위주로 운영하고 원가 경쟁력을 높여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대형 사업은 독자 OLED 기술로 프리미엄 시장 주도권을 이어간다. TV용 OLED는 프리미엄 제품군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도 내놓는다. 고객별로 다른 수요에 폭넓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모니터용 OLED는 독자 기술을 적용한 게이밍 제품 라인업을 늘려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나아가 LG디스플레이는 경쟁사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일등 기술'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차세대 OLED 패터닝 기술 'FLIPP(플립)' 개발에 성공했다. 회사는 축적된 노하우와 독자 기술을 실제 사업 성과로 연결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에도 환율과 부품 가격 변동 등 대외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업 경쟁력 강화와 운영 효율화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과 원가 혁신을 지속 추진해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안정적인 수익 창출 기반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2026 국감] 산업부, 광주 반도체 인프라 ‘5.4조’ 첫 제출…“컨트롤타워 맞나” 국감 질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22일 산업통상부 종합감사에서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의 총사업비와 예산 편성 방식을 두고 여야 의원들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날 선 공방을 벌였다. 김 장관이 스스로를 메가 프로젝트의 '실무 컨트롤타워'로 규정해 왔지만, 정작 사업 리스크와 예산 세부 내역에 대해서는 “못 봤다", “지방정부가 판단한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으면서 산업부의 역할 부재를 질타하는 장면이 이어진 것이다. 국민의힘은 광주 군공항 내 미군 시설 공사와 1조5000억 원 규모 통합재정지원 사업을 거론하며 “컨트롤타워가 아무것도 모르는 게 가장 큰 리스크"라고 비판했고, 조국혁신당은 반도체 공장 용수를 외부에서 끌어오기 전에 공장 내 재이용률부터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미군 시설 문제에 대해 “국방부가 차질 없이 진행한다고 들었다"고 했고, 예산 편성에 대해서는 “5조 원 중 어디에 쓸지는 전남광주시가 판단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 野 “컨트롤타워가 몰랐나" vs 金 “국방부가 협의 중" 이날 산업통상부가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용수·폐수 인프라 구축에 5조4000억 원이 든다는 비용 추계를 처음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자료 제출은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의 요구에서 비롯됐다. 서 의원은 앞선 국감에서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에 투입되는 국가 예산 총액을 추계했느냐고 물었고, 김 장관은 당시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위원장을 통해 국회 보고를 공식 요청했고, 산업부는 종합감사를 앞둔 전날 밤 자정을 넘겨서야 인프라 구축 비용을 한 장짜리 자료로 서 의원실에 보냈다. 자료에 따르면 전력·용수·폐수 인프라 총비용 5조4000억 원은 국비 1조7000억 원, 지방비 6000억 원, 공공기관 2조 원, 기업 1조2000억 원으로 구성됐다. 분야별로는 전력 1조4000억 원, 용수 3조7000억 원이다. 서 의원은 “용수 가운데 수자원공사 몫이 1조7000억 원이면 한전 부담은 2000억~3000억 원으로 추정된다"며 “김동철 한전 사장이 언급했다가 부인한 기업과 한전의 부담 비율 8대 2를 산업부 자료가 사실상 입증한 셈"이라고 짚었다. 서 의원은 이어 “이 자료는 1단계 구축사업의 전력·용수·폐수에 한정된 것"이라며 “군공항 이전, 근린시설, 도로망, 기업 복지 인프라까지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전체 비용을 반드시 위원회에 보고해 달라. 그것은 부탁이 아니라 의무"라고 요구했다. 김 장관이 “전력·용수·폐수는 산업부 예산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하려 하자 서 의원은 “이 프로젝트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 실무 컨트롤타워는 장관이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사업은 임기 내에 다 완공하겠다고 하면서 예산은 차일피일 미루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위원장도 “내년도 예산 심의 전까지는 무조건 제출해 달라"고 산업부에 주문했다. 공방은 광주 군공항 내 미군 시설 공사로 번졌다. 서 의원이 “미군이 광주 공항에 580억 원 규모의 시설 공사를 하고 있다는 보도를 알고 있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그 내용은 못 봤다", “챙기지 못했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항공유 급유시설과 철제 물탱크 보수 사업이 진행 중이고 2027회계연도 건설사업 목록에 추가 투자 계획도 있다"며 “2028년 9월 전 임시 이전을 추진한다면서 지금 짓는 시설은 몇 달 뒤 다 때려 부술 것이냐"고 따졌다. 이어 “한국 측이 현물 부담을 하는데 실무 컨트롤타워라는 장관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 이 사업의 가장 큰 리스크"라고 비판했다. 김 장관은 “미군 이전 관련해서는 국방부가 책임을 지고 주한미군과 협의하고 있고, 차질 없이 진행된다고 듣고 있다"며 “사업을 신뢰하는 국민은 많다고 생각한다. 내용을 한번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위원장은 서 의원이 요구한 총사업비 자료를 “내년도 예산 심의 전까지는 무조건 제출해 달라"고 산업부에 주문했다. 같은 당 조지연 의원도 “뜯어볼수록 산업부의 역할이 부재하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조 의원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통합재정지원 사업은 매년 1조5000억 원씩 4년간 총 6조 원이 전액 국비로 반도체 특별회계에서 집행되는데, 산출 근거 하단에는 '활용 예시'로 향후 타당성을 검토해 확정하겠다고 적혀 있다"며 “1조5000억 원을 교부하는 사업을 구멍가게도 이렇게 편성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조 의원은 특히 중복 지원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1조5000억 원 중 1조 원이 부지·전력·용수·폐수 등 산업기반시설에 쓰이는데, 정부는 한전 사장의 '민간 80% 부담' 발언 이후 반도체특별법을 적용해 국가가 50~100%를 지원하겠다고 해명했다"며 “그럼 통합재정지원과 특별법 지원이 겹치는데 이 중복은 누가 조정하느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산업부가 모아 오면 협의하겠다고 한다. PM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고소득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예외 특례를 두고 정무위 법안과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 법안이 엇갈린 데 대해서도 “속도전이 아니라 소모전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5조 원 중 어디에 쓸지는 전남광주시가 판단한 것이고, 지방정부가 1조5000억 원을 특별히 여기에 쓰겠다고 한 것을 반영한 것"이라며 “법을 전제로 통으로 편성하는 사례는 많다"고 반박했다. 다만 “컨트롤타워로서 분명히 해달라는 말씀은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노동 특례에 대해서는 “산업부는 예외 조항이 반드시 포함되기를 바란다"면서도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에너지 분리엔 “산업과 같이 가야"…용수 재이용 주문도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에너지 정책을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한 정부 조직개편을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데이터센터는 1~3년이면 짓지만 전력망은 10~15년이 걸린다"며 “한전과 한수원 주무부처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원전 수출은 산업부로 나뉘다 보니 협업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9월 조직개편안에 반대 의견을 냈던 입장이 지금도 같으냐는 질의에 김 장관은 “변함은 없지만 조직이 이렇게 돼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잘 운영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장기적으로 산업과 에너지는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원전 분야도 국내와 해외가 나뉘다 보니 비효율도 나타나고 있다"고 인정했다. 박 의원이 미국·일본 사례를 들며 에너지 전담 독립 부처 신설을 건의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수소·원전 등은 일자리를 만들고 수출할 수 있는 중요한 산업"이라며 “에너지는 산업과 같이 가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 계획이 '어디서 더 끌어올 것인가'에만 묶여 있다고 비판했다. 차 의원은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인용해 “싱가포르는 2024년부터 신·증설 웨이퍼 공장에 최소 50% 물 재이용을, 대만은 하루 2만t 이상 쓰는 사업장에 공업용수 50% 이상 재생수 사용을 법으로 요구한다"며 “TSMC는 대만 공장 재이용률이 86~90%이고 애리조나 사막 공장도 2028년까지 9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47%, 삼성전자는 미공시로 보고서 수치로 계산하면 두 회사 모두 41~42% 수준"이라며 “TSMC가 사막에서 하는 일을 삼성과 SK가 광주에서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차 의원은 현행 물재이용법상 공장 내 재이용 의무가 사용량의 10%에 불과하고, 하수 재이용수를 10% 이상 공급받으면 면제된다는 점도 짚었다. 호남 클러스터의 경우 하수 재이용수 30만t이 전체 용수 수요 65만t의 46%에 달해 공장 내 재이용 의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차 의원은 연말 확정되는 반도체 기본계획과 호남 클러스터 투자협약에 재이용률 목표와 시설 설치를 담고, 대규모 산업 수요자에 물 재이용 관리 의무를 지우는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 장관은 “기업들도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연말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주무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대규모 산업단지 물 재사용 방안을 같이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중동 불안 속 UAE 찾은 이재용…발전소·AI데이터센터 직접 챙겼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아 알 다프라(Al Dhafra) 가스화력발전소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중동 지역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지난 16일 중동 9개국 파견 임직원과 가족들에게 격려 선물과 감사 편지를 보낸 지 닷새 만에 직접 현장을 찾은 것이다. 전쟁과 지정학적 갈등으로 불안정한 중동에서 임직원을 직접 챙기는 동시에, 원전·가스복합에 이어 AI데이터센터·에너지 인프라까지 미래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22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21일(현지시간) UAE 아부다비의 알 다프라 가스화력발전소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이 회장은 현장 직원들과 주요 시설을 둘러보며 공사 진행 일정과 안전관리 현황을 점검했다. 알 다프라 가스화력발전소는 삼성물산이 현지 건설사 트로잔 제너럴 컨트랙팅과 컨소시엄을 꾸려 짓고 있는 대형 전력 인프라 시설이다. UAE의 지속적인 산업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에 대비하는 사업이다. 앞으로 AI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에 필요한 전력 공급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 이 회장은 삼성물산·삼성E&A 경영진과 중동 시장의 변화와 향후 사업 방향을 논의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 전략과 신규 사업 진출 방안 등이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UAE 바라카 원전 건설사업으로 세계적 수준의 시공 기술력을 입증했다. 삼성E&A도 UAE를 중동·아프리카 사업의 주요 거점으로 삼아 정유·가스·석유화학 등 다양한 플랜트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현장 점검을 마친 이 회장은 직원들이 평소 이용하는 현장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하며 현지 생활과 근무 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더위 속에서도 건설현장을 지키는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현장의 어려움과 건의사항을 경청했다. 이후 삼성물산·삼성E&A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해외 사업 수행 과정의 애로사항과 현지 사업 현안을 논의했다. UAE는 한국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중동의 핵심 협력국이다. 양국은 원자력발전과 에너지·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삼성은 UAE의 경제 성장과 산업 발전에 맞춰 기존 원전·가스복합 분야의 협력을 넓히는 한편, AI데이터센터·에너지 인프라 등 미래 신사업 참여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16일 사우디아라비아·UAE·이란 등 중동 9개국에 파견된 관계사 임직원 730명과 현지 및 국내 거주 가족들에게 격려 선물과 감사 편지를 전달했다. 파견 임직원에게는 현지에서 쓸 수 있는 300만~5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국내 거주 가족에게는 전통시장과 지역 소상공인 매장에서 쓸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 200만~300만원을 지급했다. 이 회장은 편지에서 “각자 자리에서 보여주시는 책임감과 노력에 깊이 감사한다"며 “회사는 언제나 여러분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3월에도 UAE·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3개국에 체류하는 임직원 500여명과 가족들에게 격려 선물과 편지를 보낸 바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LG전자, 세계 최대 ‘시화호 AI 조력발전소’로 만든다

가전·전장 공장에서 다듬어 온 LG전자의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발전소로 향한다. 첫 무대는 발전용량 기준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인 시화조력발전소다. 발전소 전체를 가상공간에 그대로 옮기고, AI가 발전량 손실 원인을 찾고, 로봇이 현장을 순찰한다. 제조업에서 검증한 역량을 에너지·공공 인프라로 넓혀 스마트팩토리 사업의 다음 성장판을 열겠다는 포석이다. LG전자는 22일 경기 안산시 시화조력문화관에서 한국수자원공사(K-water)와 '시화호 AI 조력발전소 추진을 위한 기술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식에는 오봉근 한국수자원공사 재생에너지본부장, 이승기 LG전자 스마트팩토리솔루션센터장 등 양측 경영진이 참석했다. 양측은 △AI 조력발전소 및 등대공장 구현 △AI·디지털트윈·로봇 등 첨단기술 적용·실증 △재생에너지·AI 전환 관련 연구개발(R&D)과 정책사업 공동 대응 △해외사업 공동 발굴 및 시장 진출 등에 협력한다. 한국수자원공사의 발전소 운영 경험과 데이터, LG전자의 스마트팩토리 구축 경험을 결합해 시화조력발전소의 AI 적용 가능성을 함께 검토한다. 중심에는 디지털트윈이 있다. LG전자는 조력발전소 전체를 가상으로 구현하고 발전설비와 CCTV 등 실시간 데이터를 연계한 통합 운영체계를 적용·실증한다. 발전소 현황을 한눈에 관리하면서 발전량 예측, 운영 시나리오 검증, 설비 상태 진단까지 할 수 있다. LG AI연구원의 엑사원(EXAONE)을 활용한 조력발전소 특화 AI 에이전트 도입도 검토한다. AI 에이전트는 운영 현황 대시보드를 기반으로 발전량 손실 원인 분석, 설비 이상 징후 탐지, 예지보전, 위험성 평가, 점검 일정 최적화 등을 지원한다. 기상·해수면 변화와 설비 상태, 발전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최적의 운영 방안을 제안하고, 축적된 운영 데이터와 기술 문서를 학습해 의사결정을 돕는다. 보고서 작성 같은 반복 업무도 줄여준다. 현장 자동화에는 피지컬 AI가 투입된다. 다기능 패트롤 로봇과 AI CCTV가 시설 순찰, 설비 점검, 위험구역 모니터링 등 안전관리를 맡는다. 산업용 로봇으로 예비부품 보관·관리·공급과 자재 운반 업무도 자동화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은 LG전자 스마트팩토리 사업이 제조·물류를 넘어 에너지·인프라 분야로 처음 발을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LG전자는 초기 전자·전장·배터리 등 제조업 고객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쳤고, 최근에는 물류까지 고객층을 넓혀 왔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은 출범 2년 만인 올 상반기 누적 수주액 1조원을 훌쩍 넘겼다. 수주 확대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공공 분야로 사업이 다각화되면서 성장에 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LG전자는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에서의 실증을 레퍼런스 삼아 국내외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로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승기 LG전자 스마트팩토리솔루션센터장은 “제조 현장에서 축적한 스마트팩토리 역량을 공공 인프라 분야에 적용하게 돼 의미가 크다"며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시화호 조력발전소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운영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엔비디아 손잡은 LG이노텍…로봇 눈으로 휴머노이드 시장 정조준

LG이노텍이 엔비디아의 센서 데이터 전송 기술을 활용해 로봇용 센싱 제품군을 확대한다. 카메라 모듈과 복합 센서 시스템을 선보인 데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각 인식과 로봇 핸즈 분야로 공동 개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LG이노텍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엔비디아 기술 행사 'GTC 베를린'에서 300만 화소 카메라 모듈과 멀티모달 비전 시스템(MVS)을 공개했다고 22일 밝혔다. 공개 제품에는 엔비디아의 홀로스캔 센서 브리지(HSB) 기술이 적용됐다. HSB는 센서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AI 컴퓨터로 전송하는 기술이다. 기존처럼 중앙처리장치(CPU)를 거쳐 데이터를 전달하는 대신 AI 컴퓨터로 직접 보낼 수 있어 정보 전달 과정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로봇이나 자율주행 시스템이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판단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처리한다. 멀티모달 비전 시스템은 카메라와 라이다(LiDAR), 레이더(Radar) 등 여러 센서의 정보를 결합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장치다. LG이노텍은 카메라를 비롯한 광학 기술과 복합 센싱 역량을 바탕으로 엔비디아 기술을 적용한 제품의 공급 기회를 모색한다. 양사는 휴머노이드 로봇용 비전 센싱과 로봇 핸즈 등으로 공동 개발 분야를 확대할 예정이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과 연동할 수 있는 센싱 솔루션을 개발하고, 내년 소비자가전쇼(CES)와 GTC에서 후속 제품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LG이노텍은 로봇과 자율주행 분야에서 외부 기업과의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 라이다 기업 아에바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올해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어플라이드 인튜이션 및 카카오모빌리티와 관련 솔루션 공동 개발에 나섰다. 로봇 분야에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로봇용 부품을 개발하고 있다. 문혁수 LG이노텍 사장은 “이번 협력은 LG이노텍의 차별화된 복합 센싱 솔루션을 글로벌 시장에 확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센싱은 물론 통신 모듈, 반도체 기판 등을 아우르는 '피지컬 AI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피지컬 AI 솔루션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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