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17조 ‘숨은 가치’ 깨운다…AI·투자회사로 인적분할

카카오가 회사를 인공지능(AI) 플랫폼과 미래사업 투자, 두 갈래로 쪼갠다. 카카오톡과 AI에 집중하는 신설법인 '카카오AI'를 떼어내고, 금융·콘텐츠·모빌리티 계열사를 거느린 존속법인 '카카오X'는 투자회사로 재편한다. 성격이 다른 두 사업을 각자 다른 의사결정 체계에 두고 실행 속도를 높여 시장에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AI(신설법인)와 카카오X(존속법인)로의 인적분할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카카오AI 0.36, 카카오X 0.64로 정해졌으며, 기존 주주는 이 비율에 따라 두 회사 주식을 모두 받는다. 정신아 현 카카오 대표이사가 카카오AI 대표를,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겸 CA협의체 그룹투자전략실장이 카카오X 대표를 맡는다. 정 대표는 “카카오AI와 카카오X가 각자의 사업 특성에 맞는 전략과 자본배분 원칙을 세우고, 더 빠르게 실행해 그 성과를 시장과 투명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AI는 카카오톡·AI·광고·커머스 사업을 담당하며 디케이테크인·케이앤웍스 등 운영자회사를 산하에 둔다. 카카오톡이 15년간 쌓아온 이용자 관계와 서비스 연결망을 '에이전틱 AI 인터페이스'로 전환하는 게 핵심 구상이다. 이용자가 메시지로 원하는 것을 전달하면 개인화된 AI 에이전트가 탐색부터 추천, 구매, 결제까지 연결해준다는 설명이다. AI 운영비용은 온디바이스 기술로 낮춘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용자 요청의 절반가량을 경량 모델 '카나나 나노'로 기기에서 처리하고, 복잡한 요청은 개발 중인 오케스트레이션 기술 'AI컨덕터'로 해결해 서버 모델 비용을 최대 90%까지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AI는 2030년까지 AI 일간 활성 이용자 2000만명 이상, 플랫폼 체류시간 50% 이상 증가, 검색 광고 시장 점유율 5%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2030년 AI 매출 1조원 이상, 전체 매출 6조원 이상, EBITDA 2조원 이상, 영업이익률 30% 이상, ROE 25% 이상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X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페이증권(테크핀), 카카오엔터테인먼트·SM엔터테인먼트·카카오픽코마(콘텐츠), 카카오모빌리티를 거느린 '미래가치 투자회사'로 재편된다. 보유 자산 유동화로 마련한 2조3000억원과 자회사가 보유한 4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 재원을 활용해 △가상자산 △피지컬 AI △글로벌 팬덤 등을 검토 분야로 제시했다. 목표는 2030년까지 주요 사업 매출 연평균 13.3% 성장, 매출 10조원 이상이다. 김도영 대표는 이날 설명회에서 “두나무를 비롯해 당근, 한국신용데이터 등 유망 스타트업 초기 투자로 거둔 성공 방정식을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겠다"며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뱅크·카카오웹툰처럼 시장에 없던 비즈니스를 키워온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이번 분할은 지난 2년여간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계열사를 대폭 줄이며 성장 사업 중심으로 거버넌스를 정비해온 연장선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사업 규모가 커지고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하나의 의사결정 체계로는 성격이 다른 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끌고 가기 어려웠다는 판단이 배경에 깔려 있다. 이달 국내외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SOTP(부분합산가치평가) 컨센서스 평균 기준 카카오그룹의 잠재가치는 34조2000억원으로, 최근 3개월 평균 시가총액 16조8000억원보다 17조4000억원 높다. 시장이 개별 사업과 자회사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이번 결정에 작용한 셈이다. 김도영 대표는 이날 질의응답에서 김범수 창업자의 향후 역할에 대해 “양 법인에서 창업자의 대주주 역할은 계속 수행해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지금과 동일하게 성장과 혁신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X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는 “전혀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존 CA협의체 조직도 해체 수순을 밟는다. 김 대표는 “분할 전엔 카카오톡 비즈 기반 사업회사와 자회사 관리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기 때문에 CA협의체가 필요했다"며 “인적분할 이후엔 양사의 사업 목적이 다른 만큼 독립적인 경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카카오톡 플랫폼과 자회사 간 협업 체계는 기존과 다르지 않게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주주가치 제고 방안도 함께 내놨다. 카카오AI는 별도 조정 잉여현금흐름(FCF)의 20~35%를, 카카오X는 자회사 배당금과 투자차익의 각 3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 최근 두나무 매각 차익을 활용한 3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카카오는 오는 12월 1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1일 분할을 완료하고, 1월 27일 카카오AI 재상장과 카카오X 변경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범수 창업자는 “모바일 시대 카카오는 가보지 않은 길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혁신을 만들고 사용자의 일상을 바꿔 왔다"며 “AI 시대는 차원이 다른 민첩함을 요구하는 만큼, 두 개의 엔진으로 성장 구조를 재설계해 그 성과가 주주와 이용자, 크루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연봉보다 센 ‘7억 성과급’…SK하이닉스, 60% 자사주로 준다

SK하이닉스 노사가 성과급의 60%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250조 원에 이를 경우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은 25조 원 규모로 추산되며, 전체 임직원 3만5000명 기준 1인당 평균 지급액은 7억 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20일 오후 SK하이닉스 노조는 긴급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잠정합의안을 조합원들에게 공유했다. 앞서 지난해 노사는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을 폐지하고 해당 체계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하면서, PS의 80%는 당해 현금 지급,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방식을 택한 바 있다. 올해 협상에서는 이 지급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 PS 재원의 40%는 당해 연도 현금으로, 나머지 60%는 자사주로 지급하는 구조로 개편됐다. 60% 중 40%는 당해 매도가 가능한 주식, 나머지 20%는 1년 후 10%·2년 후 10%씩 나눠 매도할 수 있는 이연지급분이다. 이연지급분은 지급 당해에 '주식 수'와 '이연 금액' 중 한 가지 기준을 미리 확정해야 하며, 주식 수 산정 시에는 연간 잠정 실적 공시일·PS 현금 지급일·주식 지급일 세 시점의 종가 중 가장 낮은 값을 적용해 주가 변동성에 따른 구성원 부담을 낮췄다. 구성원에게는 선택권도 부여됐다. 희망할 경우 주식 지급 비율을 100%까지 높일 수 있고, 반대로 제도 시행 첫해에는 자금 운용 계획 등 사유가 있는 구성원에 한해 현금 지급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증권가 전망대로 SK하이닉스가 올해 연간 영업이익 250조 원을 낼 경우 PS 재원은 25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전체 임직원 약 3만5000명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1인당 평균 PS는 7억 원 수준이다. 새 지급 방식을 적용하면 평균 2억8000만 원은 현금으로, 4억2000만 원 상당은 자사주로 받게 되는 셈이다. 다만 실제 지급액은 직급과 개인별 성과평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노사는 이번 합의에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도 명시적으로 담았다. 적자가 발생하면 임금의 3% 이내에서 지급을 이연하되, 이는 고용안정 대책 등 구체적인 위기극복 방안에 노사가 합의한 뒤 시행하도록 했다. 회사가 경영을 정상화하면 이연된 임금은 즉시 회복 지급된다. 성과 배분에 한정됐던 기존 논의를 위기 상황까지 확장해, 좋을 때는 함께 나누고 어려울 때는 함께 견딘다는 원칙을 문서화한 셈이다. 이는 과거 노사가 자발적 무급휴직을 시행하거나, 2023년 다운턴 당시 임금 일부를 이연해 위기극복에 우선 투입한 뒤 흑자 전환과 동시에 지급했던 전례를 계승한 것이다. 사회공헌과 복지 분야에서도 다양한 안이 합의됐다. 구성원이 성과급 일부를 기부하면 회사가 동일한 금액을 출연하는 '1:1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 제도가 새로 도입된다. 참여 여부는 구성원의 자율적 결정에 맡긴다. 이 밖에 식단가 상향과 경조사 지원 프로그램, 사내 복지 포인트 확대 등도 합의안에 포함됐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국민 비서 ‘모두의 AI’…병원부터 쇼핑몰까지 다 이용할 수 있게 만든다

SK텔레콤과 KT, 카카오가 정부의 전 국민 인공지능(AI) 서비스 '모두의 AI'를 위해 생활서비스 기업들을 대거 끌어모았다. 금융과 의료는 물론 쇼핑, 주거, 교육 분야까지 가세했다. 단순한 무료 AI 챗봇을 넘어 예약과 신청 등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확장하기 위해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인 만큼 이용자 접점과 데이터 확보도 주요 참여 유인으로 꼽힌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업계에 따르면, '모두의 AI' 사업 공모에는 SKT, KT, 카카오, 이스트소프트, 제논, 엠케이디 등 6개 사업자가 제안서를 제출했다. 과기정통부는 서면 평가와 발표 평가를 거쳐 이달 말 사업자를 선정한다. 이후 협약 체결과 베타 서비스를 거쳐 연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모두의 AI는 국민 누구나 비용과 이용량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범용 AI 챗봇과 공공 AI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과기정통부는 국민의 AI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이고 국산 AI 모델을 실제 대국민 서비스로 연결한다는 목표다. ◇ 신한카드·무신사·서울대병원…3사 '각양각색' SKT는 자사를 포함해 총 20개 기업과 기관으로 가장 큰 컨소시엄을 꾸렸다. 월간 사용자 1000만명 규모의 '에이닷'과 자체 AI 모델 'A.X K2', 약 2250만개 이동통신 회선을 앞세웠다. 여기에 신한카드와 하나카드, 티맵모빌리티, 굿닥 등을 끌어들여 금융과 모빌리티, 의료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혔다. KT는 생활서비스와 AI 기술 기업을 폭넓게 묶었다. 다음과 무신사, 직방, EBS, BC카드가 검색과 쇼핑, 주거, 교육, 금융을 맡는다. 모델 분야에는 독파모 2차 평가를 통과한 업스테이지와 탈락한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등이 참여한다.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도 합류했다. KT는 이들 기업에 자사의 통신과 클라우드 운영 역량을 결합한다. 카카오는 LG그룹과 손잡고 카카오톡을 전면에 내세웠다. LG AI연구원의 'K-엑사원', LG유플러스의 통신 고객 접점, LG전자의 가전, LG CNS의 공공 시스템 역량을 결합한다. 서울대학교병원과 루닛은 의료 분야에, 신한은행은 금융 분야에 참여한다. 국산 AI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도 합류했다. ◇ 답만 하던 AI 넘어…예약까지 '척척' 세 컨소시엄이 금융사와 병원, 쇼핑 플랫폼까지 끌어들인 이유는 정부가 '모두의 AI'를 단순한 무료 챗봇에 그치지 않고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확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SKT가 공개한 구상이 가장 구체적이다. 초기에는 대화와 검색, 요약 등을 제공하지만 향후 공공서비스 신청과 증명서 발급은 물론 의료와 교통, 금융, 교육 분야의 예약과 신청, 결제까지 지원한다. 질문에 답하는 AI에서 사용자의 요청을 직접 처리하는 AI로 확장하는 셈이다. KT도 무신사와 직방, EBS, BC카드 등을 통해 쇼핑과 주거, 교육, 금융 서비스를 연결하고, 카카오는 서울대병원과 신한은행 등을 통해 의료와 금융 등 생활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가 제시한 방향도 같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사업 추진 당시 “모두의 AI는 단순한 서비스를 넘어 우리 국민들이 AI와 함께 일하고 배우며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시대의 계산기·컴퓨터"라고 밝혔다. ◇ 전 국민 AI에 기업들 '눈독'…핵심은 데이터 기업들이 앞다퉈 대규모 컨소시엄을 꾸린 배경에는 '전 국민 AI'가 가진 사업적 가치가 있다. 수천만 이용자와 직접 만나는 접점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서비스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가 향후 AI 경쟁력을 높이는 자산이 될 수 있어서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AI 서비스에서 가장 결정적인 것은 데이터"라며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의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것은 미래 경쟁력 측면에서 상당히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국민과 자사 서비스, 공공을 연결하면 파괴력이 굉장히 세다"며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도 상당히 유리할 수 있고 데이터는 AI 모델의 성능을 높이는 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업자가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용자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데이터 수집과 활용 범위는 향후 서비스 운영 방식과 관련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최 교수는 복수 사업자를 선정하는 구조와 관련해서도 “컨소시엄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며 “어떤 형태로 흘러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고 협약 체결과 베타 서비스를 거쳐 연내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빛’으로 데이터 이동…SK하이닉스, ‘CPO’로 AI 병목 뚫는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경쟁의 무대를 '칩'에서 '시스템'으로 넓히는 밑그림을 내놨다. HBM으로 메모리와 프로세서 사이 병목을 뚫었다면, 이번엔 수천 개의 GPU가 뭉친 랙·포드 단위 AI 클러스터의 데이터 이동 한계를 빛으로 풀겠다는 구상이다. 20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회사는 글로벌 연구진과 함께 AI·고성능컴퓨팅(HPC)을 위한 차세대 광 인터커넥트 기술 'CPO'의 발전 방향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게재했다. 논문에는 SK하이닉스 홍승훈 팀장(AI Infra)과 버지니아대 이규상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고,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난양공대, MIT, 연세대 연구진이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생성형 AI 시대를 이끈 HBM은 AI 가속기 패키지 안에서 벌어지는 메모리 병목을 풀며 성능 혁신을 이끌었다. 하지만 수천 개의 GPU와 HBM이 뒤엉킨 초대형 클러스터가 등장하면서, 이제는 시스템 사이의 데이터 이동을 가로막는 '대역폭 장벽(Bandwidth Wall)'이 새로운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로 연산 성능은 2년마다 3배가량 뛰는 반면 대역폭은 1.4배 느는 데 그치고 있고, 데이터가 패키지를 벗어나 랙 사이를 오갈 때 쓰는 기존 구리 배선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신호 감쇠와 전력 소모가 급증해 한계로 지목돼왔다. 이규상 교수는 “연산칩 성능이 향상돼도 칩 사이의 데이터 이동 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시스템 전체 성능은 올라가지 않는다"며 “물리적 한계를 안고 있는 구리 배선 대신 빛으로 데이터를 옮기는 것이 가장 유력한 확장 경로"라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이번 논문은 HBM이라는 단일 제품의 혁신을 넘어, 메모리·패키징·광 인터커넥트가 어떻게 융합해야 하는지를 종합한 기술 로드맵을 체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 빛으로 잇는 메모리와 프로세서…“관건은 공동 설계" 논문이 이 병목을 풀 해법으로 제시한 게 CPO다. 홍승훈 팀장은 CPO를 “칩과 칩이 긴 전기 배선 대신 빛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광 송수신기(TRx)를 프로세서와 한 패키지 안에 넣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짧은 거리에서는 구리 배선도 경제적이지만, 속도와 거리가 늘어날수록 신호를 보상하는 회로 탓에 전력 소비와 지연 시간이 함께 불어난다. 반면 광 엔진을 패키지 내부에 집적하는 CPO는 고속 전기 신호의 이동 구간을 최소화하고 나머지를 빛으로 연결해, 칩·랙·포드 단위로 통신 범위를 넓히면서도 대역폭 밀도와 에너지 효율, 전자기 간섭에 강한 신호 무결성을 함께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노드당 100Tb/s 이상의 대역폭, 1pJ/bit 미만의 에너지 소비, 10ns 미만의 칩 간 지연시간이라는 구체적 기술 목표를 제시했다. 패키징 방식도 2D에서 2.5D 인터포저, 3D 이종 집적으로 발전하는 경로와 상용화 과제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장기적으로는 광 연결을 메모리 인터페이스까지 확장하는 게 목표다. 광 인터포저로 메모리와 프로세서를 직접 연결하는 '옵틱스 중심(Optics-Centric)' 아키텍처를 구현하면, 여러 가속기가 하나의 거대한 메모리 풀을 공유할 수 있어 AI 모델 대형화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광 인터커넥트는 앞으로 AI 인프라를 구성하는 핵심 연결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실험실을 벗어나 산업화 초입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이어 “저전력 광소자 집적부터 일관성 프로토콜, 신뢰성 기술까지 과제가 많지만 결국 핵심은 메모리 소자와 컨트롤러, 광소자, 패키지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공동 설계(Co-design)'하는 것"이라며 “바로 이 지점에서 SK하이닉스와의 협력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학계의 전문성과 산업계의 현장 경험이 연결돼 AI 인프라의 미래 방향을 함께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고객과 산업 생태계에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개방형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현장] 하트 그리며 춤추는 로봇…코엑스 홀린 휴머노이드

판다 모양 로봇 두 대가 엉덩이를 맞대자 여기저기서 “귀엽다"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 바닥에 엎드려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으더니 두 발로 일어서 앞발을 까딱거리며 묘기를 부렸다. 뒤편 대형 화면에서는 수십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SUMMIT SEOUL & EXPO 2026' 화인로보틱스 부스 현장. 곧이어 성인 허리 정도 높이의 휴머노이드 로봇 'AGIBOT X2'가 뚜벅뚜벅 나타나 관람객을 이끌었다. 최대 보행속도는 초속 2m, 사람이 빠르게 걷는 정도의 속도로, 전시·안내나 고객 응대 등에 활용되는 것을 염두에 둔 모델이다. 키 131㎝, 무게 35㎏의 앙증맞은 로봇이 관람객 앞에 멈춰서서 머리 위로 양팔을 들어 하트 모양을 그리자 얼굴 화면에는 동그란 눈이 나타났다. 관람객들도 로봇의 몸짓과 음성을 따라 자연스럽게 전시 부스 앞으로 움직였다. 화인로보틱스의 X2는 시각·음성·촉각·표정 인식 등을 활용해 사람과 상호작용하도록 설계됐다. 부스 중앙 휴머노이드 시연존에 도착하자 X2는 '뱅뱅뱅'과 '빌리진'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움직일 때마다 기계가 맞물리는 듯한 덜커덕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춤 동작은 끊김 없이 이어졌다. 손목과 골반까지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춤을 선보이자 주변에선 감탄사가 이어졌다. 한 관람객은 “확실히 몸치는 아니네"라며 농담을 건넸다. X2는 20가지 이상의 동작을 미리 설정해 춤이나 군무 등 다양한 퍼모먼스를 선보일 수 있다. 얼굴 표정 애니메이션도 30개 이상 지원한다. 춤 뿐 아니라 물체를 집어 옮기거나 원격조작으로 상품을 전달하는 동작도 가능하다. ◇ 검은 가발에 사람 옷까지…173㎝ A3 X2보다 눈에 띄게 큰 휴머노이드도 있었다. 화인로보틱스의 'AGIBOT A3'다. 키 173㎝, 무게 55㎏으로 성인과 비슷한 체격이다. 검은색 옷을 입고 검은 가발까지 쓴 모습은 X2보다 한층 사람에 가까웠다. A3가 몸을 움직이자 움직임에서도 차이가 느껴졌다. 관절을 움직이는 동작이 더 부드러웠고 뒷걸음질도 가능했다. A3는 전신 제어와 다양한 관절 자유도를 기반으로 자연스럽고 유연한 움직임을 구현하도록 설계됐다. 작동시간도 X2보다 길다. 듀얼 배터리팩을 적용해 최대 10시간 작동할 수 있다. A3 앞에는 물체를 조작하고 운반·분류하는 AGIBOT G2가 작은 물건들을 집게손으로 집어 옮기고 있었다. 물건을 놓을 때 툭 소리가 나긴 했지만 움직임 자체는 끊김이 없었다. 옆에서는 사람이 고글을 쓰고 G2를 원격 조작하고 있었다. 고글에는 로봇이 바라보는 시야가 그대로 보인다. 사람이 팔을 들고 몸을 움직일 때마다 로봇의 몸과 팔도 같은 동작을 따라 했다. 마치 사람의 움직임을 비추는 거울 같았다. G2는 AMR 기반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로 VR 원격제어를 활용해 물품을 집어 옮기고 분류하거나 박스를 적재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제조·물류 자동화와 피지컬 AI 학습 등에 활용을 염두에 둔 로봇이다. 화인로보틱스 관계자는 AGIBOT이 “단일 기능에 특화된 로봇을 넘어 인지·판단·제어·행동을 통합하는 AI 기반 로봇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제조·물류·서비스·교육·연구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완제품을 앞세워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한국은 부품과 공급망에서 존재감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 한국 기업들이 2035년 글로벌 휴머노이드 생산에서 직·간접적으로 약 30%를 차지할 수 있으며, 2030년에는 한국 공급망을 통해 약 7만4000대가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 청소하고 손 내밀고…'일하는 로봇' 한자리에 사람의 움직임을 대신하거나 반복적인 일을 수행하는 로봇들도 눈에 띄었다. 정사각형 형태의 자율주행 청소로봇이 바닥에 청소솔을 부착한 채 전시장 이곳저곳을 움직였다. 푸두로보틱스의 'CC1 Pro'다. 무릎 높이의 로봇이 작동음조차 거의 내지 않으며 조용하게 움직이니, 로봇을 미처 보지 못한 사람들과 부딪히기도 했다. 메인 스크린의 동작 버튼을 누르자 전체 공간 지도가 메인 화면에 뜨면서 청소 현황을 보여줬다. 근처로 관람객들이 몰리자 로봇은 움직임을 인식하고 곧바로 멈춰 섰다. CC1 Pro는 바닥 세척과 청소, 진공, 먼지 밀기를 한 대로 수행하며, 오염도에 따라 청소 강도를 조절하고 보행자 등 움직이는 장애물도 피한다. 청소로봇 옆에서는 사람의 팔 동작을 대신하는 로봇도 움직이고 있었다. 리얼맨로보틱스의 '단일 팔 승강 로봇'이다. 검은색 로봇 손과 팔이 위아래로 움직이자 관람객들이 다가가 직접 로봇 손을 만졌다. 악수하듯 로봇 손을 잡고 움직여보기도 했다. 팔은 90㎝ 이상 위아래로 움직인다. 높이는 1.6m, 무게는 약 100㎏으로, 최대 5㎏의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다. 물류·산업 현장부터 리테일과 연구 환경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활용하는 것을 겨냥한 모델이다. 이날 전시에는 피지컬 AI 뿐 아니라 생성형 AI와 에이전틱 AI, 산업별 AI 솔루션 등 다양한 AI 기술이 함께 소개됐다. 올해 행사에는 7개국 118개사가 307개 부스 규모로 참여했다. 행사는 21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 B홀과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SK하이닉스 노사, 밤샘 교섭 끝 임단협 잠정합의 수순

SK하이닉스 노사가 밤샘 교섭 끝에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 수순에 들어갔다. 최대 쟁점인 초과이익분배금(PS)의 주식 지급 방식을 놓고 의견 차이를 상당 부분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사는 전날 경기 이천캠퍼스에서 대표자 교섭을 열어 이날 새벽까지 협상을 진행했다. 노사는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견 접근을 이룬 뒤 잠정합의안에 담을 세부 문구를 정리하고 있다. 노조는 문구 정리와 법률·실무 검토를 마친 뒤 긴급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합의 내용을 대의원들에게 설명할 예정이다. 이후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타결 여부가 결정된다. 구체적인 잠정합의안은 이르면 오는 21일 구성원들에게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교섭의 최대 쟁점은 PS 지급 방식이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활용하고 지급 상한을 폐지하는 성과급 체계를 향후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사측은 올해 교섭 과정에서 PS 가운데 일정 부분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지급하고 매도 제한 기간을 두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주가 변동 위험을 구성원이 부담하게 된다며 반대해 왔다. 적자 발생 시 임금을 일시 조정하는 방안도 막판 쟁점으로 거론됐다. 다만 주식 지급 비율과 매도 제한 기간 등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일부에서 거론되는 'PS의 60∼70% 주식 지급'과 '2∼4년 매도 제한' 역시 협상 과정에서 제시된 방안으로, 최종 잠정합의안에 그대로 반영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잠정합의안이 마련되더라도 조합원 투표라는 마지막 절차가 남아 있다. 최근 생산직과 사무직을 아우르는 통합노조가 출범한 가운데 성과급의 주식 지급 방식에 대한 구성원 반발이 최종 가결 여부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SK하이닉스, 40조 자사주 취득·소각…국내 상장사 최대

SK하이닉스가 40조 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취득해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확보와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내재가치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전격적인 조치다. SK하이닉스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40조 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상장사 자기주식 소각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취득 예정 주식 수는 이사회 결의 전날 종가(166만 2,000원) 기준 총 2,407만 주로, 전체 발행주식(7억 3,049만 2,365주)의 3.3%에 해당한다. 회사는 오는 8월 20일부터 3개월간 자기주식을 장내 매수한 뒤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2024년 11월 발표했던 3개년(2025~2027년) 주주환원 정책을 조기에 이행한 것이다. 당시 SK하이닉스는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범위 내에서 주주환원을 실시하되, FCF가 유의미하게 증가할 경우 정책 만료 전이라도 조기 환원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회사 측은 AI 메모리 공급 확대에 힘입어 실적 호조가 지속되는 데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순현금이 약 69조 원에 달하는 등 현금창출력이 대폭 개선됨에 따라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이번 공시를 통해 주주환원 규모 기준을 기존 '누적 FCF 50% 범위 내'에서 '50% 이상'으로 대폭 격상했다. 환원 방식 역시 자사주 취득·소각에 그치지 않고 현금배당을 병행할 방침이다. 특히 기존 고정배당 외에 특별배당을 포함한 배당 확대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정책 기간 내 현금흐름과 시장 상황, 배당가능이익 등을 고려해 추가 주주환원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추가 환원 규모와 세부 방식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오는 3분기 실적 발표 시점에 상세히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AI 활용했으면 표시하라’는데…“게임에 무슨 수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저작물에 AI 활용 여부를 표시하도록 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AI기본법)이 시행된 가운데, 게임콘텐츠의 경우 AI 활용 표시 의무를 보다 유연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법조계 의견이 나왔다. 게임은 이미 가상 세계를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다른 콘텐츠와는 기준 자체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게임은 애당초 가상세계…AI 표시 의무, 상대적으로 낮아" 정호선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는 18일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열린 게임 대담회에서 “AI기본법은 AI 표시 의무를 'AI 개발 사업자'와 'AI 이용 사업자'에게 부과하고 있는데, 상용 AI 툴(tool)을 가져와서 게임 개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AI 이용자'에 해당한다"며 “AI 기능을 게임 이용자에게 제공하지 않는다면, AI 활용 표시 의무를 적용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AI기본법 제31조3항을 예로 들며 “게임 콘텐츠 내에 AI 활용 여부 표시는 게임에 대한 몰입과 향유를 저해할 수 있다"며 “'예술적 창의적 표현물은 전시 또는 향유를 저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표시할 수 있다'는 조문은 게임 콘텐츠에 대한 표시 의무를 보다 유연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해외에서도 게임에 대한 AI 표시 의무를 타 산업 대비 유연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도 공유했다. 정 변호사는 “유럽연합(EU)은 게임 이용자가 가상 세계의 생성적·허구적 성격을 명백히 인식하고 있는 만큼, 게임 내 AI 사용에 따른 '기만'의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월 방문자 100만명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AI 활용 표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게임 내 AI, 고도화될수록 의무 커질 듯 다만 게임 내 AI 활용이 고도화될수록 AI 표시에 대한 의무도 함께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투명성 가이드라인에서는 AI와 직접 상호작용하거나 동적으로 AI 콘텐츠를 생성하는 기능을 게임에 탑재한 경우는 'AI 이용 사업자'로 보고, AI 활용 표시 의무가 있다고 봤다. 최근 게임업계에서는 AI를 게임의 주요 구성요소로 활용하며 이용자와 함께 실시간 상호작용을 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크래프톤의 '펍지 엘라이(PUBG Ally)'다. 해당 게임은 이용자가 AI 캐릭터 '엘라'와 함께 음성으로 상호작용하며 팀플레이를 하도록 설계돼 있다. 정 변호사는 “뉴스나 광고는 정보의 진위와 현실 오인 여부가 중요하지만 게임은 이용자가 처음부터 가상의 세계에 들어간다는 전제에서 콘텐츠를 향유한다"며 “산업별 특성과 규제가 실제 콘텐츠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 계도 기간이고 향후 고시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획일적인 의무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게임 산업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LG·SKT·업스테이지 ‘독파모’ 3파전 압축…모티프 탈락

한국을 대표할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가리는 경쟁이 LG AI연구원과 SK텔레콤, 업스테이지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글로벌 성능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사용성과 활용성 평가에서 밀리며 탈락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2차 단계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 등 3개 정예팀이 다음 단계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추가 공모를 통해 합류한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최하위를 기록해 탈락했다. 이번 평가는 벤치마크 40점, 전문가 35점, 사용자 25점 등 총 100점으로 진행됐다. 3개 평가 영역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기업은 없었으며 영역별 1위도 각각 달랐다. 개별 기업의 종합 순위와 점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팀 간 격차도 크지 않았다. 벤치마크 평가에서 4개 팀 평균은 22.5점으로 1위와 4위의 격차가 4점에 그쳤다. 전문가 평가는 평균 28.8점에 1·4위 간 2.4점, 사용자 평가는 평균 17.6점에 5점 차였다. 특히 모티프는 모델 자체의 기술 성능에서는 두각을 나타냈지만, 실제 활용 가능성을 포함한 종합평가에서 경쟁사에 뒤처졌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모티프는 기술력 측면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줬으나 전체 배점의 75점에 달하는 사용성과 활용성 부문 등에서 타 기업 대비 다소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모티프의 '모티프3'는 글로벌 AI 모델 평가 플랫폼 아티피셜 어낼리시스의 지능·성능 평가 지수(AAII)에서 47점을 기록해 전 세계 기업별 AI 모델 가운데 10위에 올랐다. 미국과 중국 이외 국가의 모델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학과 코딩, 에이전트 능력을 하나의 모델에 통합한 에이전트 특화 모델로 개발됐다. 2차 평가에 참여한 나머지 모델들도 분야별 경쟁력을 나타냈다. 업스테이지의 '솔라 오픈 2'는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문맥 창을 최대 100만(1M) 토큰까지 확보해 장문 처리 능력을 끌어올렸다. 포털 다음 서비스 환경에서의 실증과 퓨리오사AI의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활용한 국산 소프트웨어(SW)·하드웨어(HW) 결합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SK텔레콤의 'A.X K2'는 2026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문제 평가에서 금메달 기준 점수를 기록했다. 미국수학경시대회(AIME) 기반 벤치마크에서는 97.1%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대규모 상용 서비스 탑재와 국방·제조·법무·세무 등 산업 특화 에이전트 적용 가능성도 강점으로 평가됐다. LG AI연구원의 'K-엑사원 2.0'은 국내 최대 수준인 7500억개 파라미터 규모로 구축됐다. AI 모델의 환각 최소화 지표에서 글로벌 9위에 올랐으며 국제기구와의 협업 전략과 에이전틱 AI 차별성, 모델 위험요인 관리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4개 팀 모델은 AAII에서 모두 31점 이상을 기록했다.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이를 토대로 한국 모델의 성능이 유럽과 캐나다 등 주요 국가 모델을 앞섰으며, 국가별 프론티어 AI 모델 성능에서도 미국과 중국에 이어 한국이 3위권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다음 단계에 진출한 3개 팀에 대한 컴퓨팅 인프라 지원도 확대한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B200 지원 규모를 올해 상반기 768장에서 하반기 1000장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최동원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인프라정책관은 “6개월간 1000장을 임차할 경우 팀당 약 400억원이 소요되며 3개 팀 지원 규모는 총 120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부터 단계평가를 거쳐 참여팀을 압축하면서 살아남은 정예팀에 GPU 지원을 확대하는 경쟁형 방식을 설계했다. 2025년 사업 공고 당시에도 팀당 GPU 500장 수준에서 시작해 단계평가를 거쳐 1000장 이상으로 지원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최종 관문에서는 LG AI연구원과 SK텔레콤, 업스테이지 가운데 2개 팀이 선정된다. 최종 선정 시점은 내년 초로 예정돼 있다. 정부는 3차 평가를 예정대로 진행하되 기존 경쟁형 지원체계와 별도로 글로벌 프론티어 AI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을 육성하기 위한 새로운 지원방안도 관계부처와 논의하고 있다. 류 차관은 “소수 승자만을 뽑는 방식을 탈피해 프론티어 기업에 버금가는 모델 경쟁이 가능하도록 지원 방식을 전면 재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정부 예산이 확정되는 대로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현장] 500만 홀린 ‘스마트링 1위’ 오우라 상륙…삼성 안방서 ‘정면 승부’

핀란드에서 출발한 스마트링 기업 오우라가 더 얇고 가벼워진 5세대 제품 '오우라링 5'를 앞세워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한다. 삼성전자 갤럭시링이 먼저 자리 잡은 국내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오우라는 12년 이상 축적한 스마트링 기술과 건강 데이터, 장시간 착용에 초점을 맞춘 제품 설계를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오우라는 18일 한국 공식 론칭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우라링 5의 주요 기능과 국내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브라이언 린치 오우라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은 “오우라는 스마트링이라는 제품군을 개척해 왔다"며 “초기에는 얼리어답터를 위한 틈새 제품이었지만 이제는 수백만명의 건강관리 동반자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오우라에 따르면, 현재 제품은 전 세계 4000개 이상의 소매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150개국 이상에서 이용되고 있다. 유료 회원은 500만명에 달한다. ◇ 40% 작아졌다…얇고 가벼워진 착용감 오우라가 신제품에서 가장 강조한 변화는 크기와 착용감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오우라링 5는 이전 세대보다 크기가 40% 줄었고 더 얇고 가벼워졌다. 린치 수석부사장은 “오우라링 5는 이전 제품보다 더 얇고 가볍고 편안하다"며 “단순히 부품의 크기를 줄인 것이 아니라 기계적, 전기적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 현장에서도 전작과 신제품의 차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오우라 관계자는 한쪽 손에 이전 세대인 오우라링 4를, 다른 손에는 오우라링 5를 착용해 두 제품의 크기와 두께를 비교해 보였다. 나란히 놓고 보면 신제품의 두께와 부피가 줄어든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직접 오우라링 5를 사용해 본 관계자가 가장 크게 체감한 차이 역시 착용감이었다. 반지를 끼고 있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편했으며, 잠을 잘 때도 착용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수면과 회복을 주요 기능으로 내세우는 오우라에 중요한 요소다. 오우라에 따르면, 회원들은 하루 평균 23시간 제품을 착용한다. 장시간 생체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 제품 특성상 무게와 두께를 줄여 착용 부담을 낮추는 것이 데이터의 연속성과도 연결된다. 조지 애벗 오우라 유럽·중동·아프리카 및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다른 스마트 디바이스와 비교했을 때 우리의 목표는 그냥 사라지는 것"이라며 “생활 속에 녹아들어 착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제품을 작게 만들면서 센싱 성능을 유지하는 것은 기술적 과제였다. 신제품에는 기존보다 네 배 강력한 LED와 12개의 신호 경로가 적용됐다. 이전 세대보다 신호 경로는 줄었지만 제품 두께를 줄여 센서를 피부에 더 가깝게 배치하고 새로운 알고리즘으로 신호 처리 효율을 높였다. 오우라링 5의 국내 가격은 기본 마감(블랙, 실버) 63만원, 프리미엄 마감(골드, 스텔스, 딥 로즈) 78만원으로 책정됐다. ◇ 수면 넘어 건강관리…50개 이상 인사이트 오우라는 장기간 축적한 건강 데이터와 이를 해석하는 소프트웨어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오우라링은 심박수와 심박변이도, 피부온도, 움직임, 수면 단계, 혈중산소 수준 등 다양한 생체신호를 측정해 50개가 넘는 건강 관련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앱에서는 매일 수면, 준비도, 활동 등 세 가지 주요 점수를 제시한다. 준비도 점수는 20개가 넘는 신체 신호를 종합해 당일 몸 상태를 보여준다. 스트레스 분석 기능은 낮 동안 15분마다 생체신호를 측정해 스트레스와 회복 상태를 파악한다. 심혈관 나이와 심폐체력, 몸이 아프기 시작할 가능성을 감지하는 '증상 레이더' 등도 제공한다. 여성 건강 기능도 강화했다. 생리주기와 호르몬 피임, 임신, 폐경 등에 따른 신체 변화를 분석한다. 오우라는 오우라링으로 추적한 1만건 이상의 임신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애벗 총괄은 “다른 웨어러블 기기들이 걸음 수와 칼로리를 계산하는 데 집중할 때 오우라는 수면과 회복에 집중했다"며 “단순히 숫자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정상적인 상태인지, 그 수치를 바탕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 본격 공략…“속도보다 완성도" 오우라는 오우라링 5 출시를 계기로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제품과 서비스 전반의 현지화 작업을 마친 뒤 최신 제품과 함께 한국에 진출하는 전략을 택했다. 애벗 총괄은 “빠르게 진출하는 것보다 올바른 방식으로 진출하는 것을 우선했다"며 “제품과 마케팅, 고객 경험이 한국어로 완전히 현지화된 뒤 시장에 들어오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우라링 5를 출시하는 지금이 한국시장에 진출하기에 매우 좋은 시점이라고 봤다"며 “오우라는 이 분야의 마켓 리더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 카테고리 자체를 우리가 만들었다"고 했다. 오우라링 5는 오는 25일부터 국내에서 공식 판매된다. 롯데와 출시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네이버와 오우라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판매한다. 같은 날 서울 롯데월드몰에 단독 팝업스토어를 열어 다음달 7일까지 운영한다. 앱과 웹사이트는 한국어를 지원한다. ◇ 월 9400원 멤버십…1년 유지율 80%↑ 오우라는 한국에서도 기존 멤버십 모델을 유지한다. 국내 멤버십 가격은 월 9400원으로, 가입자는 오우라링이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건강 분석과 인사이트, 새롭게 추가되는 기능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오우라는 멤버십을 통해 축적된 건강 데이터를 개인화된 정보로 전환하는 것을 핵심 경쟁력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건강 관련 기능이 추가될 경우, 기존 제품 이용자도 별도의 하드웨어 교체 없이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애벗 총괄은 “현재 멤버십 모델을 바꿀 계획은 없다"며 “오우라의 가치는 하드웨어를 구매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건강 분석과 새로운 인사이트까지 포함한다"고 말했다. 실제 멤버십 이용자의 충성도도 높은 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오우라에 따르면 멤버십을 1년간 이용한 뒤에도 회원 자격을 유지하는 비율은 80% 이상이다. 회원의 51%는 가족이나 친구의 추천을 계기로 오우라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국내 플랫폼·유통사와 연계한 결합상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애벗 총괄은 “로컬 파트너들로부터 많은 제안을 받고 있으며 계속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갤럭시링과 맞대결…“12년 데이터 자신"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갤럭시 링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오우라는 12년 이상 스마트링을 개발하며 쌓아온 건강 데이터와 센싱 기술, 운영체제 범용성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애벗 총괄은 “오우라는 12년 넘게 이 분야를 개발해 왔고 다양한 생체신호를 통해 건강 정보를 전달하는 데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며 “데이터와 인사이트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운영체제 범용성도 강조했다. 특정 운영체제에 종속된 일부 웨어러블과 달리 오우라링은 iOS와 안드로이드를 모두 지원한다.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기존 하드웨어에서도 새롭게 추가되는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한국에서도 핵심 기능과 앱 이용 경험은 동일하지만 일부 서비스에는 차이가 있다.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연동하는 혈당 관련 기능은 국내 파트너십이 마련되지 않아 출시 시점에는 이용할 수 없다. 국내 고객지원은 현지 서비스망을 활용한다. 한국 법인이나 별도 사무실 설립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오우라는 전국 34개 서비스 거점과 현지 파트너를 통해 사후지원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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