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50여명 총출동…올트먼과 그린 ‘AI 10년’

삼섬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 50여명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인공지능(AI) 시대이 가져올 산업 변화와 향후 10년간의 경영 전략을 논의했다. 그룹 차원의 AI 전환(AX)을 본격화한 삼성이 글로벌 AI 기업과 직접 교류하며 업무 혁신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삼성은 31일 경기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 초청 사장단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오픈AI 측도 올트먼 CEO가 삼성인력개발원을 찾아 삼성 계열사 사장단과 교류의 자리를 가졌다고 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삼성이 추진 중인 AX 전략의 일환으로 마련된 사장단 교육 프로그램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S(반도체)부문장(부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X(완제품)부문장(사장), 송용호 삼성전자 DS부문 AI센터장, 최주선 삼성SDI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전자, 금융, 바이오 분야 주요 계열사 사장단 5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올트먼 CEO와 'AI가 바꿀 다음 10년, 기업의 선택'을 주제로 AI 기술의 향후 발전 방향과 활용 가능성, 새로운 시장 형성과 사업 기회 등을 논의했다. 특히 AI 확산이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와 조직 운영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의견을 교환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갖영진이 갖춰야 할 역량도 의제로 다뤘다. 올트먼 CEO는 간담회에서 “앞으로는 단순히 AI를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경쟁 우위는 AI를 어떻게 활용해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며 경쟁사보다 앞서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기업용 챗GPT인 '챗GPT 엔터프라이즈' 도입을 실질적인 업무 변화와 경쟁력 강화로 연결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아울러 올트먼 CEO는 삼성 경영진에게 오픈AI의 코딩 에이전트 '코덱스'(Codex)를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코덱스 마이크로 키보드'를 선물했다. 삼성과 오픈AI는 지난해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하고, 오픈AI의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를 방문하는 등 양사 교류도 이뤄지고 있다. 이번 방문에는 오픈AI 주요 경영진도 동행했다. 리차드 호 하드웨어 담당 부사장, 키란 마니 아시아태평양·일본 총괄 대표, 안드레아스 하틀 아시아태평양·일본 영업 담당 부사장, 아르빈드 KC 최고인사책임자(CPO) 등이 함께했다. 오픈AI는 이번 만남을 통해 기존 인프라 협력에서 나아가 삼성 계열사 전반의 AI 도입과 활용 전략으로 논의를 확대했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삼성 사장단은 생성형 AI 실습 교육도 진행했다. 지난 6월 AI 집중교육을 진행한 후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삼성은 지난 6월부터 연구개발(R&D), 생산, 마케팅, 지원 등 전 업무 분야에서 AI를 도입하는 'AI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은 경영진이 먼저 AI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실제 경영과 업무에 적용하는 문화를 조직 전반으로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현장] 안경 썼더니 눈앞에 200인치 화면…엑스리얼 ‘아우라’, XR 일상화 도전

모두가 허공에 손짓을 하고 있었다. 손바닥을 펼쳤다 접고, 엄지와 검지를 맞붙인 채 손가락을 상하좌우로 움직였다. 확장현실(XR) 글래스를 착용한 사람들이 눈앞에 펼쳐진 가상 화면을 조작하는 모습이다. 행사장 곳곳에서 손짓 몇 번으로 화면을 띄우고 원하는 콘텐츠를 불러오는 장면이 전혀 어색하지 않아 XR 기술이 녹아든 일상을 상상하게 했다. 엑스리얼(Xreal)은 30일 서울 마포구 홍대스퀘어에서 신제품 XR 글래스 '아우라(AURA)' 출시 체험회를 열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XR 운영체제(OS)와 인공지능(AI) 제미나이, 퀄컴의 스냅드래곤 리얼리티 엘리트 플랫폼을 결합한 제품이다. 안드로이드 XR 기반 세계 최초 유선 XR 글래스로, 기존 디스플레이 중심의 AR 글래스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쉬츠 엑스리얼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아우라에 대해 “아우라는 주변 세상과 단절되지 않으면서도 공간 컴퓨팅의 힘을 누리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며 “사람들이 일하고, 시청하고, 플레이하고, 창작하는 새로운 방식을 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우라는 소니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70도의 시야각과 1200p 해상도, 120Hz 주사율을 지원한다. 눈앞에 펼쳐지는 가상 화면을 보다 넓고 선명하게 구현하기 위한 구성이다. 오디오에는 보스의 음향 기술을 적용했다. 직접 아우라를 착용하자 눈앞에 튜토리얼 화면이 펼쳐졌다. 손바닥을 접었다 펴고 엄지와 검지를 맞붙여 움직이자 화면에 포인터가 나타났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포인터도 따라왔다. 손동작을 인식해 화면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별도의 마우스 없이도 메뉴를 선택하고 콘텐츠를 탐색할 수 있었다. 음성과 키보드, 트랙패드, 게임 컨트롤러도 입력 수단으로 지원한다. 유튜브를 실행하자 눈앞에 대형 화면이 펼쳐졌다. 영상도 실제 눈앞에 있는 듯 생생하게 느껴졌다. 하나의 공간을 배경으로 여러 개의 가상 창을 동시에 띄울 수도 있었다. 구글 검색창과 유튜브 화면을 나란히 열어 놓는 식이다. 물리적인 모니터가 없어도 여러 화면을 배치해 개인 작업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아우라는 네이버 치지직의 180도·360도 영상과 150개 이상의 XR 전용 경험도 지원한다. NBA 경기 멀티뷰, 몰입형 영화와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부터 의료 영상 시각화, 산업 현장 교육과 원격 협업을 위한 애플리케이션까지 활용 영역을 넓혔다. 구글 플레이의 모바일 앱과 게임도 이용할 수 있어 콘텐츠 생태계를 확장한 점이 특징이다, AI 기능도 끊김 없이 매끄러웠다. 전용 버튼을 누른 뒤 제미나이를 부르자 곧바로 음성 인식이 실행됐고, 질문에 대한 답변이 화면에 나타났다. 손동작으로 화면을 탐색하고 음성으로 AI에 질문하는 방식이다. 엑스리얼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XR 생태계와 제미나이를 결합해 콘텐츠 감상뿐 아니라 정보 검색과 업무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아우라를 착용한 상태에서 주변 시야를 유지할 수도 있었다. 글래스 내부 화면에 집중할 때는 외부 풍경이 시야에서 멀어지지만,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면 검은 선글라스를 쓴 것처럼 외부 공간이 자연스럽게 보였다. 엑스리얼은 아우라에 광학 시스루 렌즈를 적용해 가상 콘텐츠를 보는 동안에도 현실 공간과의 연결을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밀폐형 VR 헤드셋과 구별되는 부분이다. 안경과 유선으로 연결된 스마트폰 크기의 별도 장치도 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주요 연산 장치와 배터리를 분리한 '컴퓨트 퍽'이다. 무게는 가벼워졌지만, 글래스 본체 외에도 퍽을 늘 함께 휴대해야 한다는 점은 다소 고려할 부분이다. 주요 연산과 전력 공급은 컴퓨트 퍽이 담당하고, 글래스에는 엑스리얼 자체 X1S 칩을 탑재했다. 노트북이나 호환 휴대용 게임기를 USB-C로 연결하면 해당 기기의 화면을 눈앞에 띄울 수도 있다. 다만 착용감에서는 아쉬움도 있었다. 글래스 무게는 95g 미만으로, 프레임에는 마그네슘 합금 소재를 적용했다. 경량화에 주력했지만, 착용 시간이 10분을 넘어가자 콧등에 압박감이 느껴졌다. 현장에서 안내받은 권장 사용 시간은 45분이다. 가벼운 소재와 분리형 설계를 적용했지만, 장시간 착용에 따른 피로감은 실제 사용 과정에서 살펴볼 부분이다. 아우라의 국내 판매 가격은 12GB 램·256GB 저장공간 모델이 169만원, 16GB 램·512GB 모델이 199만원이다. 두 모델 모두 12월까지 할인 가격이 적용되며 제품은 11월 하순부터 순차 출고된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AI는 사번 받고, 사람은 AI 앞에서 면접”…달라진 IT기업

인공지능(AI)이 입사 지원자를 면접하고, 기업은 AI에 사번을 부여해 직원처럼 관리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카카오는 채용 과정에 AI 면접관을 도입하기로 했고, SK텔레콤은 AI에 사번과 업무 권한을 부여하는 관리 체계를 마련했다. 사람의 업무를 돕던 AI가 채용과 조직 운영에 직접 참여하면서 기업의 일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3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개정해 AI 면접 솔루션 업체 무하유를 개인정보 처리 위탁업체로 추가했다. 위탁 업무는 '채용 AI 사전인터뷰 수행'이다. 기존에 채용 담당자가 진행하던 사전 인터뷰를 AI가 대신하는 방식으로, 신입과 경력을 포함한 본사 전 직군에 적용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그동안 필요에 따라 1차 면접에 앞서 온라인 사전 인터뷰를 진행해 왔다. 앞으로는 이 과정에 AI를 활용해 지원자의 경험과 직무 역량을 확인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원자를 보다 다각도로 이해하고 기존 채용 절차를 강화하기 위해 AI 사전인터뷰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AI가 합격 여부를 직접 결정하지는 않으며, 인터뷰 결과는 채용 담당자가 검토한다. 무하유의 AI 면접 서비스 '몬스터'는 지원자의 자기소개서와 답변을 바탕으로 질문하고, 답변 내용에 따라 추가 질문을 이어간다. 지원자가 특정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밝히면 실제 맡았던 역할과 문제 해결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묻는 식이다. 다만 카카오가 이 서비스의 어떤 기능을 활용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AI 면접을 도입하거나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응답 기업 396곳의 21.7%가 채용에 AI를 활용하고 있었다. 앞으로 AI 채용을 도입하거나 확대할 계획이 있다는 기업은 74.5%에 달했다. 도입 이유로는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 판단'(34.6%)과 '채용 시간 단축'(31.5%)이 가장 많이 꼽혔다. 실제 대규모 채용에 AI를 활용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SK그룹의 IT 서비스 계열사 SK AX는 지난 29일 AI 면접 솔루션 '지핏 스튜디오(G-Fit Studio)'를 출시했다. AI가 지원자와 약 30분간 대화하며 문제 해결력과 의사소통 능력 등을 분석하는 서비스다. SK AX는 이를 활용해 AI 인재 육성 프로그램 지원자 약 1800명의 역량을 6시간 만에 측정했다고 밝혔다. 사람이 일일이 면접하기 어려운 대규모 지원자를 AI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의 역할은 채용에만 머물지 않는다. 회사 안에서는 AI에 사번을 주고 직원처럼 관리하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6일 발간한 'AI 거버넌스 리포트'에서 AI 에이전트에 사번을 부여하고 직원처럼 관리하는 체계를 공개했다. 심사를 거쳐 일정 기준을 충족한 AI에 사번을 부여하고, 담당 업무와 관리 책임자를 지정한다. 업무 수행 기록과 성과를 관리하며 필요성이 낮아지면 운영을 종료할 수도 있다. 관리자의 직급도 AI가 맡은 업무에 따라 달라진다. 자율성이 높거나 업무에 미치는 영향이 큰 AI에는 팀장이나 임원급 관리자를 책임자로 지정한다. 사내 통합 관리체계인 '에이전트 OS(Agent OS)'를 통해 AI가 수행한 업무와 사용한 모델, 데이터 접근 권한 등을 관리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기록을 추적하거나 AI의 작동을 중단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AI 에이전트의 개발부터 운영, 종료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이달 AI 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인 ISO/IEC 42001 인증도 획득했다. AI가 사내 시스템에서 수행하는 업무가 늘어나면서 보안과 책임 관리도 강화한 것이다. AI의 업무 성과를 임원 평가와 보상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AI가 맡은 업무를 얼마나 완수했는지, 조직 성과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을 평가해 해당 조직을 책임지는 임원의 보상과 연계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평가 기준과 시행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기업 80%가 못 막는 ‘섀도 AI’…내년 73% 커지는 시장은

직원들이 회사 승인 없이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사용하는데도 이를 파악하고 통제하는 기업은 5곳 중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의 AI 활용이 늘면서 기업의 보안 관리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겨냥해 직원들의 AI 사용을 통제하고 정보 유출을 막는 보안 시장이 커지고 있다. 세계 AI 사용 통제 시장은 내년 73% 성장할 전망이다. 3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안기업 파수AI가 최근 기업과 기관의 IT·보안 담당자 1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원들의 개인 AI 사용 현황을 파악하고 통제하는 조직은 19.2%에 그쳤다. 반면 응답자의 88.7%는 업무 중 개인 계정으로 생성형 AI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AI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조직에서도 응답자의 77.3%가 개인 계정으로 AI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AI 사용 관리 기준도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별도 방침없이 직원 자율에 맡긴다는 응답이 29.1%로 가장 많았다. 일부 AI 서비스만 허용한다는 응답은 22.5%, 자체 AI를 구축해 운영한다는 응답은 17.9%였다. AI 사용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는 조직은 14.6%에 그쳤다. 이처럼 회사의 승인이나 관리 없이 직원들이 외부 AI 서비스를 업무에 활용하는 것을 '섀도 AI(Shadow AI)'라고 한다. 직원이 개인 계정으로 회의록이나 계약서, 고객정보 등을 외부 AI에 입력하면 회사가 정보 유출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 기업의 내부 자료가 외부 AI 서비스로 넘어가더라도 사용 기록을 확인하거나 사고 경위를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다. 미국에서는 직원이 회사 몰래 외부 AI에 고객정보를 입력했다가 중대한 보안 사고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미국 커뮤니티뱅크는 지난 5월 직원이 승인받지 않은 AI 프로그램에 고객 이름과 사회보장번호, 생년월일 등을 입력한 사실을 확인했다. 은행은 이를 중대한 사이버 보안 사고로 판단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했다. 외부 보안 전문가를 투입해 조사에 나서고 고객정보 보호 조치도 강화했다. 섀도 AI 사용이 늘면서 기업들이 부담하는 보안 사고 비용도 커지고 있다. IBM이 지난해 발표한 '데이터 침해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조직 5곳 중 1곳이 섀도 AI와 관련된 데이터 침해를 경험했다. 섀도 AI 사용 수준이 높은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데이터 침해 비용이 평균 67만달러 더 많았다. 파수AI 조사에서도 기업 내부 핵심 데이터가 외부 AI 모델 학습에 활용될 가능성(28.3%)이 가장 큰 위험으로 꼽혔다. 개인정보보호법 등 규제 위반(24.0%), 사용 이력 추적이 어려워 사고 대응이 곤란하다는 응답(23.7%)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기업들이 직원들의 AI 사용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국내 보안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AI를 사용하지 말라고 안내하더라도 이를 강제하기는 어렵다"며 “AI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책이나 가이드라인조차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곳이 많다"고 말했다. 보안업계는 이 같은 관리 사각지대를 겨냥해 AI 사용 통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직원들의 AI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대신 업무에 필요한 서비스는 허용하되 개인정보나 기업 기밀이 외부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방식이다. 기존 정보유출방지(DLP) 기술이 파일이나 자료의 외부 반출을 관리했다면, AI 사용 통제 기술은 외부 AI에 입력하는 내용까지 관리한다. 직원이 어떤 AI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파악하고, 개인정보나 기업 기밀이 포함된 내용을 입력하면 경고하거나 전송을 차단한다. 파수AI 관계자는 “기업들이 AI 사용을 통합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다"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기업들의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만으로도 기업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AI 사용 통제 시장도 급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세계 AI 사용 통제 시장 규모가 올해 4억3300만달러(약 6000억원)에서 내년 7억4900만달러(약 1조400억원)로 73%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AI 보안 시장의 예상 성장률(68.7%)보다 높다. 가트너는 기존 보안 기술만으로 AI 특유의 위협에 대응하기 어려워지면서 전문 보안 솔루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보안업계도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섰지만,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기업들의 도입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SK하이닉스, ‘HBM 개발 주역’ 안현 美 전진 배치…미주총괄 신설

SK하이닉스가 미국 현지에 사장급 조직인 '미주총괄'을 신설하고, 개발총괄을 맡아 온 안현 사장을 수장으로 앉혔다. 회사는 30일 이 같은 내용의 사장급 인사를 단행했으며, 인사는 11월 1일자로 시행된다. 안 사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소캠(SOCAMM) 등 AI 메모리 개발을 진두지휘해 온 기술통으로, 사업·전략 경험과 글로벌 역량(Globality)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앞으로 현지 빅테크 고객 중심의 체계를 구축하고 기술 리더십과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이끌 예정이다.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가 몰려 있는 미국에 개발 출신 사장을 직접 보내 AI 메모리 수요 대응의 최전선을 맡긴 셈이다. 안 사장이 비운 개발총괄 자리는 차선용 미래기술연구원장 사장이 이어받는다. 차 사장은 미래기술연구원장도 겸임하는데, 선행 기술 연구와 제품 개발을 한 사람이 함께 이끄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SK하이닉스 선행 기술 분야의 대표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미래 기술이 실제 제품으로 이어지도록 두 영역 간 연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경영 지원 조직인 코퍼레이트 센터(Corporate Center) 총괄에는 윤풍영 사장이 선임됐다. 윤 사장은 SK SUPEX추구협의회 담당과 SK하이닉스 Global성장TF 담당을 겸해 왔다. SK그룹에서 전략·투자·사업개발과 AX 분야 경력을 쌓았고, 올해 7월부터는 Global성장TF를 맡아 회사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실행을 주도했다. 그룹 차원의 전략 라인이 회사 살림을 총괄하게 된 만큼, 글로벌 사업 확장과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하나의 칩인사이드] 서버 넘어 ‘CXL’ 메모리 공유 시대로…삼전닉스 본격 경쟁

인공지능(AI) 추론 수요가 커지면서 연산장치가 서버 밖 메모리를 끌어다 쓰는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기술이 본격적인 상용화 국면에 들어설 전망이다. 서버마다 정해진 슬롯에 D램을 꽂아 용량을 채우던 방식이, 여러 서버가 메모리를 공용 자원으로 묶어 필요한 만큼 나눠 쓰는 방식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메모리 업체들의 경쟁 범위도 개별 칩의 속도와 용량에서 시스템 전체의 데이터 흐름을 최적화하는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메모리 계층 구조도 다시 짜이고 있다. 연산장치 가까이에서는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zHBM'처럼 메모리를 AI 칩 위에 직접 쌓아 데이터 이동 거리를 줄인다. 바깥에서는 CXL로 외부 메모리를 끌어와 용량을 넓히는 식이다. AI가 처리하는 데이터가 급증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이를 오가는 데이터 이동 자체가 새로운 병목으로 떠올랐다. 이에 속도와 용량이 다른 메모리를 특성에 맞게 배치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는 것이다. ◇ CXL, AI '기억 공간' 넓힌다 CXL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 저장장치가 하나의 통일된 규격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도록 만든 개방형 연결 표준이다. 기존 연결 기술인 PCIe를 바탕으로 장치마다 달랐던 통신 방식을 하나로 맞춰, 서버 바깥에 붙인 메모리에도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다. 서버용 CPU 하나에 꽂을 수 있는 D램 모듈은 최대 16개 안팎이어서 그간 용량을 늘리려면 서버 자체를 증설해야 했다. CXL을 쓰면 SSD를 꽂던 자리에 CXL 메모리 모듈을 끼워 용량을 늘릴 수 있다. 2019년 관련 컨소시엄이 꾸려진 뒤 표준은 개별 칩과 메모리를 잇는 수준(1.1)에서 여러 칩이 메모리 풀을 공유하는 단계(2.0)를 거쳐, 다수의 프로세서와 메모리 풀을 다중 연결하는 단계(3.0)로 진화해 왔다. CXL이 다시 주목받는 건 AI의 무게중심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옮겨가면서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은 답을 만들 때 앞서 처리한 토큰 정보를 매번 새로 계산하지 않도록 중간 결과를 'KV캐시'라는 형태로 저장해 둔다. AI가 작업 중에 적어두는 일종의 임시 '메모'다. 긴 문서를 분석하거나 여러 도구를 오가며 작업을 이어가는 AI 에이전트가 늘수록 이 메모가 차지하는 공간도 커진다. 하지만 GPU 바로 옆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HBM은 AI 모델의 가중치(학습으로 얻은 정보)까지 담아야 해 여유 공간이 넉넉지 않다. 연산장치가 아무리 빨라도 필요한 데이터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제 성능을 내기 어렵고, 값비싼 HBM 탑재량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다. 책상(HBM)이 비좁아지자 옆방에 함께 쓰는 서랍장(CXL 메모리)을 들여놓는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 서밋에서 공개된 양사의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한 서버에서 여러 LLM을 돌릴 때 CXL 메모리를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배분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회사 측은 용량을 미리 쪼개 나눠주는 방식보다 첫 토큰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TTFT)을 최대 38% 단축하고 유효 처리량은 최대 3.3배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미국 사업장의 AI 코딩 에이전트에 CXL 메모리 모듈로 꾸린 'AI 메모리 노드'를 적용해 KV캐시 활용도를 5~7배 높인 사례도 소개했다. SK하이닉스는 개발 중인 차세대 AI 서버 시스템 'MARS'를 공개하며 메모리 공유 범위를 서버 한 대에서 여러 서버가 모인 랙 단위로 넓혔다. 서버들이 메모리를 필요한 만큼 나눠 쓰는 메모리 풀링에 더해, 데이터를 복사하지 않고도 함께 쓰는 '동적 제로카피 데이터 공유'를 구현했다. 대용량 SSD에 KV캐시를 통째로 보관하되 곧 쓸 데이터를 미리 예측해 빠른 D램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저장 공간과 처리 속도를 함께 잡으려는 기술도 내놨다. 메모리 업체에는 HBM에 이은 새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욜은 글로벌 CXL 시장이 2023년 1400만 달러(약 196억원)에서 2028년 160억 달러(약 22조원) 규모로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2021년 업계 최초로 CXL 기반 D램 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2023년 CXL 2.0을 지원하는 128GB D램을 내놓는 등 일찍부터 시장 선점에 공을 들여왔다. 메모리 업체로는 유일하게 CXL 컨소시엄 이사회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CXL 2.0 기반 96GB DDR5 제품의 고객 인증을 마쳤다. 회사 측은 이 제품이 기존 DDR5 모듈보다 용량을 50%, 대역폭을 30% 늘린다고 밝혔다. 서버용 CPU 시장을 이끄는 인텔이 CXL 2.0을 지원하는 '제온6'를 내놓으면서 생태계 기반도 갖춰지고 있다. 앞서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사장)은 지난 14일 반도체대전(SEDEX) 2026 기조강연에서 “AI 시대에는 기존 메모리 사이를 채우는 새로운 계층이 필요하다"고 했다. ◇ 속도 한계·수요 잠식은 과제 다만 CXL이 HBM의 자리를 대신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GPU 바로 옆에 붙은 HBM과 달리, CXL로 연결한 외부 메모리는 데이터가 오가는 거리가 길고 여러 장치를 거쳐야 해 지연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러 서버가 한꺼번에 접근하면 데이터 통로(대역폭)를 나눠 쓰면서 새로운 병목이 생길 수 있다. 어떤 데이터를 어디에 둘지 판단하는 소프트웨어가 정교하지 않으면 자주 쓰는 데이터까지 바깥으로 밀려나 오히려 성능이 떨어질 수도 있다.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라라에서 열린 'AI 인프라 서밋'에서도 회의론이 나왔다. 오픈AI에서 AI 가속기 설계를 맡고 있는 대니얼 모리스 연구원은 “AI 모델을 실제 구동하는 입장에서 CXL의 쓰임새를 찾지 못하겠다"며 “굳이 역할을 찾자면 자주 쓰지 않는 비활성 데이터를 따로 모아두는 용도 정도"라고 말했다. 메모리 수요에 미칠 영향도 변수다. 여러 서버가 메모리를 효율적으로 나눠 쓸수록 그간 놀던 용량이 줄어드는 만큼, 전체 메모리 수요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메모리 업체들이 CXL과 함께 HBM 고도화를 병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같은 행사에서 AI 가속기 위에 HBM을 수직으로 쌓는 'zHBM'으로 HBM5 대비 최대 8배 성능과 3배 전력 효율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CXL이 HBM을 대체하기보다 메모리 계층의 빈틈을 메우는 보완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AI 성능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중복 계산과 자원 낭비를 얼마나 덜어내느냐가 CXL 메모리 공유의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CXL은 용량 경쟁이 아니라 효율 경쟁"이라며 “AI 성능은 그대로 두면서 반복되는 계산과 놀고 있는 자원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시장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고객이 체감하는 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입증해야 한다"며 “결국 데이터를 어느 계층에 얼마나 똑똑하게 배치하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LS, 협력사 80여곳과 ‘공급망 경쟁력’ 강화…“AI·지정학 리스크 함께 대응”

LS그룹이 협력사 80여곳과 인공지능(AI) 전환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공동 대응하고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한다. LS그룹은 최근 그룹 연수원인 LS미래원에서 '2026 LS 협력사 CEO 포럼'을 개최했다고 30일 밝혔다. 올해로 5회째인 이번 행사에는 명노현 ㈜LS 부회장을 비롯해 LS전선, LS일렉트릭, LS MnM, LS엠트론 등 주요 계열사 최고구매책임자(CPO) 30여명과 씨앤에스에너지, 한국컴퓨터, 한미전선 등 협력사 대표 80여명이 참석했다. 명 부회장은 "지난 시간 LS그룹이 일궈온 견고한 성장세는 협력사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실질적인 협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AI 기술 혁신은 위기이자 새로운 도전의 기회인 만큼 협력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 AI·글로벌 불확실성 대응 역량 높인다 이번 포럼은 협력사 경영진의 글로벌 경제와 AI·데이터 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종훈 지식경제연구소 소장은 '글로벌 정세 및 경제 트렌드'를, 임장원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리더의 데이터 문해력 및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주제로 강연했다. 협력사가 활용할 수 있는 정부 지원사업도 소개됐다. LS 계열사 CPO와 협력사 CEO들이 직접 만나는 자리도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동반성장 계획과 협력 방향을 논의하고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공유했다. LS전선 협력사인 한미전선의 이승현 대표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AI 전환 등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현안에 대해 경영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며 "LS그룹 경영진과 현장의 고민을 나누며 위기를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 ◇ 상생기금·펀드부터 스마트공장까지 지원 LS 주요 계열사는 안전과 기술, 금융 분야에서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LS전선은 협력사와 합동 안전점검을 실시해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개선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누적 200억원의 상생협력기금을 출연해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 등을 지원하고 있다. 8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 공동근로복지기금'을 통해 협력사 임직원 복지도 지원한다. 우수 협력사를 육성하는 '에이스(ACE) 클럽'도 운영하고 있다. LS MnM은 1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해 협력사의 대출이자를 지원하고 일부 납품대금은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LS그룹은 협력사와 현장 소통을 확대하고 계열사별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공급망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90℃ 고온수로 찌든 때 ‘싹’…‘로봇청소기 1위’ 로보락, 물걸레 청소기 야심작 꺼냈다

로봇청소기 강자 로보락이 진공 물걸레 청소기 '로보락 F25 시리즈'로 라인업을 넓히며 국내 바닥 청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스팀과 고온수, 거품 등 세정 방식별로 제품군을 세분화하고 오프라인 체험으로 모델 간 차이를 직접 보여줘, 오염 유형과 사용 환경에 맞는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30일 로보락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 홈 청소가전 브랜드 로보락은 지난 12일 진공 물걸레 청소기 신제품 '로보락 F25 울트라 스팀 젠2'를 국내 출시했다. 기존 로보락 F25 시리즈의 스팀·고온수 청소 기술을 고도화하고 스팀 분사량과 가장자리 청소, 작동 시간 등 성능과 편의성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린 제품이다. 핵심은 'VaporFlow 2.0 터보 스팀 청소' 기술이다. 터보 스팀 모드에서 분당 최대 5000㎎의 스팀을 뿜어내는데, 이전 세대보다 분사량이 2.5배 늘었다. 바닥에 눌어붙은 찌든 때와 굳은 오염물을 스팀으로 불려 제거하는 방식이다. 기름때처럼 끈적이는 오염에는 롤러 전체에 최대 90℃의 고온수를 공급하는 'WaveFlow' 기능을 쓸 수 있다. 청소 범위도 넓혔다. 'SensEdge 스마트 로보틱 암'이 3면 가장자리에 밀착해 벽면과 모서리까지 닦아내고, 본체를 180도로 눕히는 'FlatReach 2.0'으로 낮은 가구 밑까지 청소할 수 있다. 자동 모드 기준 최대 100분간 작동하며, 청소가 끝나면 롤러 자동 세척과 고온 건조로 기기 위생을 관리한다. ◇ 찌든 때엔 스팀, 끈적한 때엔 고온수 로보락 F25 시리즈는 흡입과 물걸레 청소, 물걸레 자동 세척을 한 기기에 담은 '3-in-1' 진공 물걸레 청소기다. 로보락은 이 틀 위에서 세정 방식에 따라 제품군을 세분화했다. '로보락 F25 스팀'은 스팀으로 찌든 때를 없애는 데 초점을 맞췄다. '로보락 F25 울트라'는 로보락 제품 가운데 처음으로 스팀 청소와 고온 세정을 함께 지원한다. '로보락 F25 에이스 프로'는 초고밀도 거품을 활용한 제트포밍 클리닝 기술을 갖췄다. 같은 시리즈 안에서도 어떤 오염을 주로 닦느냐에 따라 고를 모델이 달라지는 셈이다. 그래서 로보락이 공을 들인 것은 체험이다. 로보락은 9월 3일부터 13일까지 11일간 스타필드 수원 1층 그랜드 아트리움에서 팝업스토어 'F25 플레이그라운드'를 운영했다. '모두와 함께하는 청소놀이'를 콘셉트로 로보락 F25 울트라와 로보락 F25 에이스 프로 등 주요 제품을 전시했다. 국내 출시 전이던 로보락 F25 울트라 스팀 젠2도 이 자리에서 처음 공개했다. 방문객들은 게임형 프로그램으로 시리즈 공통의 진공 흡입과 건·습식 청소 성능, 로보락 F25 울트라의 스팀·온수 세척, 로보락 F25 에이스 프로의 제트포밍 기능을 차례로 체험했다. 제품별 특징을 비교하고 자신에게 맞는 모델을 상담받는 공간도 따로 마련했다. 체험 미션으로 얻은 코인으로 굿즈 이벤트에 참여하게 하는 등 재미 요소도 더했다. 사양표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모델 간 차이를 매장에서 직접 비교하게 해 구매 판단을 돕겠다는 계산이다. 로보락 관계자는 “주거 환경과 오염 유형이 다양한 만큼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청소 방식도 세분화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로보락 F25 시리즈를 비롯한 청소가전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분기 영업익 100조’ 삼성전자, 주주환원 보따리 푼다…“우선주 매입 적극 고민”

글로벌 테크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연 삼성전자가 올해 최대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재확인했다. 남은 재원 최대 75조원 가운데 상당 규모를 자사주 매입·소각에 쓸 예정이어서, 시장에서 요구가 커진 우선주 매입 비중을 얼마나 늘릴지 관심이 모인다. 29일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95조3000억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20%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86조1000억원, 영업이익 12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약 2.3배, 영업이익은 약 8.8배로 불었다. 4분기 연속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동시에 갈아치웠고, 주당순이익(보통주 1만1462원)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적을 끌어올린 건 반도체다.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매출 147조1000억원, 영업이익 106조5000억원으로 전사 영업이익의 99%를 책임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4와 서버용 SSD 판매가 크게 늘면서다. 반면 스마트폰·가전 등 DX(디바이스경험)부문은 메모리를 비롯한 부품 원가 상승 여파로 0.8조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고, 원화 강세에 따른 환율 영향으로 전사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약 10조원 깎이기도 했다. 곳간이 두둑해지자 주주환원 보따리도 커졌다.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현금배당 총액이 30조원이라고 공시했다.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주당 4601원이며, 이 가운데 우선주 배당금은 약 3조6917억원이다. 시가배당률은 보통주 1.7%, 우선주 2.2%다. 같은 금액을 배당하는데도 우선주 배당률이 높게 나온 건 그만큼 우선주 주가가 보통주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상반기 배당액(4조9000억원)을 더하면 올해 현금배당으로만 약 35조원이 주주에게 돌아간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이사회에서 90조~110조원 규모의 2026년 주주환원 방안을 의결했는데, 이미 집행·확정된 35조원을 빼면 잔여 재원은 55조~75조원이다. 회사는 이 재원을 현금배당과 함께 상당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에 쓰겠다고 밝혔다. 컨퍼런스콜에서는 우선주 문제가 언급됐다. 삼성전자는 “보통주와 우선주 간 가격 차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때 시장 상황을 반영해 우선주 매입 비중을 적극적으로 고민해 조정해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적 성장과 주주 가치 제고를 함께 달성할 수 있도록 내년 이후 신규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곳간 채울 반도체, 내년에도 버틸까 주주환원 확대의 지속 여부는 결국 반도체 실적에 달려 있다. 삼성전자는 일단 자신감을 내비쳤다. 회사는 “내년 HBM 공급 물량은 목표 수준의 가격으로 협상이 완료돼 이미 솔드아웃(완판)된 상태"라며 “주요 고객들의 추가적인 HBM 증량 요청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3분기 HBM4 매출은 전 분기 대비 세 배 이상 늘었고, 전체 HBM 매출에서 HBM4가 차지하는 비중도 60%까지 올라왔다. 하반기 중 D램 점유율과 같은 수준까지 HBM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3분기에 이미 달성한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샘플을 출하한 차세대 HBM4E도 고객사 초기 평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요의 '질'도 달라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현재 주요 고객사 10곳과 다년 공급 계약을 맺었고, 다른 10곳과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장기 계약을 원하는 고객이 하이퍼스케일러와 서버 업체를 넘어 모바일·자동차·네트워크 분야로 넓어지면서, 중장기 생산능력의 60~70%를 다년 계약으로 채우겠다는 목표에도 가시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공급 측면에선 신규 팹 건설에서 실제 웨이퍼 생산까지 시차가 길고 HBM 세대가 올라갈수록 칩 크기가 커지는 만큼, 내년 설비투자가 늘더라도 2028년까지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파운드리도 8나노 이하 선단 공정 수요가 생산능력을 크게 웃돌아 가동률이 10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2나노 연간 수주 과제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7년 반도체 부문에서 올해를 뛰어넘는 실적 달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변수도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반도체엔 호재지만 메모리를 사다 쓰는 스마트폰·TV 사업에는 그대로 비용 부담으로 돌아온다. 삼성전자는 높은 원자재 가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플래그십 중심의 제품 믹스 개선으로 수익성을 방어하겠다는 계획이다. 투자 수요도 만만치 않다. 올해 연간 시설투자는 84조4000억원으로 이 중 DS부문에만 76조8000억원이 들어간다. 회사는 미국 테일러 팹 외에 한국과 미국에서 신규 팹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주주환원과 투자 사이의 배분이 내년 정책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3분기 배당금은 다음 달 27일 지급된다. 삼성전자는 4분기 2나노 2세대 모바일 칩(엑시노스 2700) 양산과 4나노 대형 고객 신경망처리장치(NPU) 양산을 시작하고, 테일러 1공장 가동으로 공급 역량을 키울 예정이다. 내년 1월 말 이사회에서는 차기 주주환원 정책과 올해 잔여 재원의 최종 환원 규모,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확정해 발표한다. 시장의 관심이 쏠린 우선주 매입 비중과 내년 이후 환원 정책의 윤곽도 이 자리에서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방화벽 뚫고 美 정부 서버까지”…PHP 취약점에 전 세계 보안 비상

해커들이 PHP 보안 취약점을 이용해 방화벽 24대의 최고 관리자 권한을 빼앗고 미국 정부 관련 기관의 내부 서버까지 침투한 정황이 나왔다. 이스라엘 보안업체 드림 리서치는 공격자들이 인터넷에 노출된 방화벽을 통해 내부망에 접근한 것으로 분석했다. 공격 대상에는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의 보안 장비가 포함됐다. 29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 사이버보안 기업 드림(Dream)의 연구조직 드림 리서치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PHP 취약점을 악용한 공격으로 방화벽 24대와 내부 관리 서버 1대 등 총 25대의 최고 관리자 권한이 탈취된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공격자가 사용한 프로그램과 접속 기록 등을 확보해 지난 23~24일 이뤄진 침투 과정을 추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격자는 인터넷에 노출된 방화벽 약 1만9000대를 탐색한 뒤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에 있는 장비 240대를 공격 대상으로 추렸다. 이 가운데 24대에서 최고 관리자 권한을 탈취한 기록이 발견됐다. 공격에는 지난 21일 공개된 PHP의 원격 코드 실행 취약점 2건과 리눅스 운영체제의 권한 상승 취약점이 함께 이용된 것으로 드림 리서치는 보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 관련 기관으로 추정되는 조직에서는 방화벽 2대에 이어 내부 관리 서버 1대까지 공격받은 흔적이 발견됐다. 드림 리서치는 공격자가 방화벽을 통해 내부 네트워크에 접근한 뒤 중앙 관리 서버의 최고 관리자 권한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서버는 조직 내 여러 방화벽의 설정과 접근 권한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연구진이 확보한 기록에는 내부 사용자와 그룹 목록을 수집하고 계정 인증정보를 복호화한 흔적도 담겼다. 공격자는 확보한 정보를 이용해 다른 계정의 비밀번호를 알아내거나 새로운 계정을 생성하려는 시도까지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드림 리서치는 보고서에서 “외부에 노출된 관리 인터페이스가 조직의 인증 체계로 침입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화벽 관리 시스템의 취약점이 내부 계정과 네트워크 전체를 위협하는 공격 경로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 공개 나흘 전부터 공격…美 정부 긴급 대응 이번 PHP 취약점은 공식 발표 이전부터 공격에 악용되고 있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위협정보팀은 지난 17일 관련 취약점을 이용한 공격 시도를 처음 포착했다. PHP 개발진이 보안 패치를 공개한 21일보다 나흘 앞선 시점이다. 취약점 공개 당일에는 공격에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인터넷에 등장했고, 이후 여러 공격자의 시도가 잇따랐다. CJ 모지스 아마존 위협정보 책임자는 지난 21일 “인터넷에 노출된 시스템의 치명적인 취약점은 대응 시간을 며칠이 아닌 몇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취약점 분석이 확산하면서 보안 패치 공개부터 실제 공격 도구가 등장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미국 사이버안보·인프라보안국(CISA)은 지난 26일 PHP 취약점 2건을 실제 공격에 악용된 취약점 목록에 추가하고, 연방 민간기관에 29일까지 보안 조치를 완료하도록 요구했다. 통상적인 업데이트 일정 대신 사흘의 대응 기간을 부여한 것이다. PHP는 웹사이트의 로그인과 게시판, 데이터 처리 등에 널리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다. 이번에 발견된 취약점은 별도의 인증 없이 서버에서 명령을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특히 PHP가 설치된 네트워크 장비의 관리 시스템까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어 일반 웹사이트를 넘어 기업과 기관의 내부망 보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도 지난 22일 관련 보안 업데이트를 권고했다. PHP 개발진은 취약점을 수정한 버전을 배포했으며, AWS는 보안 장비의 차단 규칙만으로는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며 업데이트 적용을 강조했다. ◇ AI 동원한 방화벽 공격 확산…한국도 표적 생성형 AI를 활용한 방화벽 해킹은 최근 더욱 조직화되는 추세다. AWS는 지난 2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해킹 세력이 생성형 AI 서비스를 활용해 세계 55개국 이상에서 포티넷의 방화벽 장비 600대 이상을 침해한 사례를 공개했다. 당시 공격자는 AI를 이용해 장비의 취약한 설정을 찾아내고 침투 과정을 자동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PHP 공격에서도 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발견됐다. 드림 리서치가 확보한 공격 환경에는 앤트로픽의 AI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가 설치돼 있었고, 중국 AI 모델 '딥시크'와 '키미' 관련 설정도 남아 있었다. 연구진은 약 40개의 공격용 스크립트에서 나타난 코드 작성 방식 등을 근거로 AI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공격 배후로는 중국과 연계된 해킹 세력이 거론된다. 드림 리서치는 공격 대상이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에 집중됐고 중국의 인터넷 자산 검색 엔진 '포파(FOFA)'가 사용된 점에 주목했다. 공격 환경에서는 중국어 명령문과 중국 표준시 사용 흔적도 발견됐다. 다만 특정 해킹 조직의 소행이나 실제 AI 활용 여부를 입증하는 자료는 제시되지 않았다. 한국도 공격자가 선정한 방화벽 240대에 포함됐다. 실제 침해된 것으로 분류된 방화벽 24대 가운데 국내 장비가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드림 리서치는 미국 정부 관련 기관의 방화벽 2대를 제외한 나머지 22대에서 웹셸 설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웹셸은 공격자가 외부에서 서버에 다시 접속해 명령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연구진은 해당 장비에서 추가 공격 활동은 발견하지 못했으나, 웹셸이 남아 있다면 공격자가 다시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WS는 이번 PHP 취약점과 관련해 보안 업데이트만이 두 취약점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드림 리서치 역시 공격 대상이 된 방화벽 제조사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고 보안 조치를 권고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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