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웹사이트의 약 70%가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 PHP에서 치명적인 보안 결함이 발견된 데 이어 새로운 취약점까지 확인됐다. 긴급 보안 패치를 적용한 서버에서도 특정 조건에선 해킹 위험이 남아 있는 것이다. 북한 해킹조직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세력이 한국 정부기관과 금융권을 공격 대상으로 검토한 정황도 포착됐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PHP 개발팀은 지난 23일 기존 보안 패치로 해결되지 않는 추가 취약점(CVE-2026-115560)을 공개했다. 지난 21일 치명적인 취약점 2건을 수정한 새 버전을 배포한 지 이틀 만이다. 새 취약점은 PHP의 파일 업로드 진행 상황을 추적하는 기능과 관련돼 있다. 특정 서버 설정과 프로그램 코드가 결합하면 외부 공격자가 악성 코드를 실행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배포된 최신 보안 패치를 설치한 서버도 해당 조건에선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모든 PHP 서버가 새 취약점에 노출되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도중 세션 데이터 처리 방식을 변경하는 등 일부 조건이 충족돼야 공격이 가능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정식 수정판이 나올 때까지 파일 업로드 진행 상황을 추적하는 기능을 비활성화하도록 권고했다. 설정을 변경한 뒤에는 PHP 작업 프로세스를 재시작해야 한다. PHP 개발팀은 해당 문제를 다음 정기 업데이트에서 수정할 예정이다. ◇2년 전부터 결함 징후…늑장 대응 도마 이번 사태는 지난 21일 PHP에서 치명적인 취약점 2건이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해커가 이를 악용하면 관리자 비밀번호 없이도 서버에서 악성 코드를 실행하거나 정보를 빼낼 수 있다. PHP 개발팀은 보안 수정판을 긴급 배포했지만, 사전에 취약점 관련 정보가 유출되면서 공격 시도가 잇따랐다. 글로벌 인터넷 보안업체 클라우드플레어에 따르면 취약점 공개 이후 이를 악용하려는 공격 시도가 급증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공식 발표 나흘 전인 지난 17일부터 관련 공격 시도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격 시도가 실제 서버 침투나 정보 유출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안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매슈 프린스 클라우드플레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악의 시기는 아직 지나가지 않았다"며 “앞으로 2년간 거의 매주 중대한 버그가 발견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과거에는 찾아내기 어려웠던 취약점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PHP 개발팀의 대응이 늦어진 사실도 드러났다. PHP 재단에 따르면 이번 취약점의 원인이 된 문제는 2024년 외부 보안 감사에서 처음 지적됐다. 그러나 당시 구체적인 공격 가능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수정 방법을 둘러싼 이견도 이어지면서 조치가 지연됐다. 올해 8월 외부 보안 연구진이 해당 결함을 이용해 서버에서 악성 코드를 실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수정 작업이 본격화됐다. PHP 재단은 보안팀의 의사 결정 과정과 인력 부족 등이 대응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문제는 PHP가 전 세계 웹사이트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는 점이다. 기업 홈페이지와 온라인 쇼핑몰, 정부기관 웹사이트 등에서 로그인과 검색, 결제 기능을 처리하는 데 쓰인다. 자체 보안 인력이 부족하거나 오래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기관은 업데이트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北 해커 연계 의혹…한국도 공격 대상 PHP 취약점을 이용해 한국을 공격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싱가포르 보안업체 사이퍼마는 지난 23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어를 사용하는 해커들이 익명 네트워크에서 PHP 취약점을 활용한 공격 계획을 논의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공격 대상으로 거론한 곳에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정부기관과 은행, 금융회사 등이 포함됐다. 제조업체와 물류회사, 항공 관련 시설 등도 공격 대상으로 검토된 것으로 분석됐다. 사이퍼마는 해당 세력이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와 연계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라자루스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중간 수준의 확신을 보였다. 공격을 준비한 정황과 실제 공격 성공 여부도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이퍼마는 지난 23일 8시간 동안 관련 공격 행위가 의심되는 인터넷주소(IP) 17개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IP가 모두 북한 해킹조직에 속한다거나 실제 침투에 성공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보안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민간 분야 사이버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고 주요 기업과 기관에 보안 점검을 요청했다. 보안업계에서는 기존 패치를 적용했더라도 추가 취약점과 관련된 서버 설정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보안 지원이 끝난 구형 PHP를 사용하는 기관은 최신 버전으로 교체하고, 침입 시도가 있었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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