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發 메모리 대란 속 韓 디스플레이, 살길은 ‘하이엔드’뿐

디스플레이 산업이 '성숙 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있다. AI발 메모리 대란이 스마트폰·TV용 패널 공급망을 흔들고, 8.6세대 RGB OLED와 잉크젯 프린팅(IJT) 등 차세대 기술을 둘러싼 한·중·대만의 신경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중이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는 말처럼, “인간에게 눈이 있는 한 디스플레이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필수 인터페이스"라는 게 업계 원로의 진단이다. 디스플레이서치(DisplaySearch) 초기 멤버 출신으로 24년 넘게 이 업계를 지켜본 인물이 있다. 히타치(Hitachi) 세일즈·엔지니어, 대만 패널사 한스타(HannStar)를 거쳐 2002년부터 시장 분석에 전념해 온 데이비드 시에 옴디아 시니어 디렉터다. 그는 현재 옴디아에서 장비·신규 공장·OEM·ODM·소재를 아우르는 디스플레이 리서치 팀을 이끌며, 특히 중대형 OLED 시장을 가장 주목하고 있다. 3개 국어를 구사하며 한·중·일 시장을 두루 꿰고 있는 그에게서 AI 시대 메모리 이슈가 뒤흔드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향방과 한국·대만의 서로 다른 생존 전략을 물었다. 다음은 데이비드 시에와의 일문일답. - AI발 메모리 공급 부족이 패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 높은 AI 서버용 HBM에 집중하면서 스마트폰·TV용 메모리가 뒷전으로 밀려나 전 세계적 숏티지가 발생했다. 애플을 포함한 세트 업체들이 중국 YMTC·CXMT 수급을 고려하게 된 배경이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절정에 달하는 2026년까지는 부족 현상이 이어지겠지만, 내년부터 중국 메모리사 참여가 본격화되면 2027년엔 완화될 것이다." - 그 여파로 OLED 침투 속도도 늦어지고 있나. “메모리 부족뿐 아니라 시장 성숙도 스마트폰 교체 주기를 2~3년에서 5년 이상으로 늦추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OLED와 LCD가 50대 50 구도다. 아이폰 프로 라인은 완전히 OLED로 전환됐지만, OLED가 LCD를 100%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 미국의 대중 첨단기술 제재 속에 한·중 패널 업체 간 주도권 싸움은 어떻게 전개될까. “디스플레이는 반도체만큼 제재가 엄격하지 않다. 군용 디스플레이는 대부분 LCD인데, 현재 글로벌 LCD 물량의 70~80%를 이미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애플이 최근 중국 메모리 수급을 타진한 것도 한국 견제보다는 단순 원가 절감 목적이다. 디스플레이에서도 유사하다. 애플은 엔트리 모델엔 BOE 패널을, 하이엔드 아이폰엔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패널을 쓴다. 한국은 하이엔드 시장을 독점하고 중국은 비(非)애플 그룹을 공략하는 분업 구도가 지속될 것이다." - 8.6세대 RGB OLED 오픈 마스크(FBM) 공정으로 생산성이 10% 오른다는데, 한·중 원가 경쟁력 판도를 바꿀까. “인건비·투자비 구조상 한국 패널사가 더 비싼 건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은 맥북 등 하이엔드를 겨냥해 8.6세대에 투자하고, 중국 BOE 등은 애플 외 브랜드를 노린다. 생산성이 높아지더라도 중국이 계속 추격해오는 만큼, 한국은 기술 장벽이 높은 하이엔드 시장으로 끊임없이 달아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 차이나스타(CSOT)의 잉크젯 프린팅(IJT) 기술은 '탠덤 구현 불가'라는 한계가 있는데, 결국 FMM/FPM 기반 탠덤으로 돌아올까. “현재 가장 하이엔드인 하이브리드·탠덤 OLED 시장은 삼성이 주도한다. CSOT의 IJT나 싱글 레이어 OLED는 삼성의 전통적 리지드 OLED 영역엔 위협이 될 수 있다. 다만 아이폰 폴더블을 시작으로 노트북도 향후 롤러블 형태로 진화할 텐데, 기술적 한계가 명확한 IJT보다 탠덤 구현이 가능한 FMM/FPM 공정이 하이엔드 폼팩터 시장을 계속 지배할 것이다." - OLED 패널사들의 조속한 흑자 전환 열쇠는. “삼성과 LG는 이미 고부가 시장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 중국 OLED 기업들은 팹 감가상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비보·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ODM의 저가 전략 탓에 단가를 올리기 어렵다. 결국 소비자가 인정하는 브랜드 가치와 기술 격차가 핵심이다. 한국 기업들은 노동비·GDP 상승에 맞춰 계속 기술 진입장벽을 높이고 하이엔드로 나아가야만 스케일을 무기로 삼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ROI를 확보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가장 큰 페인 포인트는. “'체질 개선과 전환'이다. 단순 가격이나 물량 스케일로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 대만은 OLED 라인이 아예 없어 일찍이 차세대 기술인 마이크로 LED로 전환을 선택했다. 디스플레이는 흔히 성숙 산업이라 불리지만, 인간에게 눈이 존재하는 한 절대 사라질 수 없는 클래식한 필수 인터페이스다. 24년간 이 분야에 있으면서 느낀 건, 과거 SF 영화 속 투명·롤러블 디스플레이의 꿈이 10~20년 뒤엔 반드시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 삼성·SK하이닉스와 대만 TSMC를 비교한다면. “TSMC의 성장은 대만 GDP 성장률을 9%대로 끌어올릴 만큼 국가 경제를 견인했지만, 그만큼 부의 불평등도 심해졌다는 점은 한국과 대만의 공통점이다. 차이는 조직 문화에 있다. 한국은 대기업 간, 혹은 내부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격렬하지만, 대만은 SK하이닉스 같은 거대 그룹 생태계보다 중견·중소기업 중심이라 그런 싸움이 적다. TSMC는 '스퀴즈' 문화로 유명하지만 확실한 주식 분배로 높은 보상을 제공해 직원들이 버틴다. 실제 내 아들도 미시간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반도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데, 2년 전 TSMC 제안을 받았지만 삼성보다도 고압적인 삶을 견뎌야 한다는 걸 알기에 거절했다." -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대만 기업 문화의 차이는. “대만 기업의 모토는 '그들은 당신에게 최선을 제공하지만, 당신도 최선을 다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유사해 보이지만 TSMC의 핵심 정체성은 '모든 이를 위해 서비스한다'는 파운드리 정신에 있다. 삼성이나 하이닉스는 자사 브랜드를 위해 메모리를 만들지만, 대만 기업들은 애플·인텔 등 모든 글로벌 고객사와 호환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TSMC 내부에는 고객사별 디비전조차 나누지 않는다." -한국과 대만의 산업 생태계, 지정학적 환경 차이는. “대만은 전통적으로 ODM·OEM 수주 생산에 강하고, 최근엔 노트북·데스크톱 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AI 서버·데이터센터 장비 제조로 빠르게 체질을 바꾸고 있다. '우리는 모두를 위해 제조한다'는 상생 마인드다. 반면 삼성·LG는 독자 브랜드를 구축해 자사를 위해 공급하는 구조다.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유사한 체제·규모의 북한과 맞서며 압도적 경제·기술력을 보유했지만, 대만은 자신보다 거대한 중국과 대치하며 수십 년간 협상과 생존의 유연성을 키워왔다. 이 때문에 TSMC의 핵심 기술을 제외하면, 재료·부품 분야에서 한·대만 기업 간 기술 공유와 협력 가능성은 매우 높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신은서 인턴기자

벤츠도, 젠슨 황도 선택했다…OLED가 ‘생존 기술’로 꼽힌 이유

“OLED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완전히 밀려날 수도 있습니다." 데이비드 시에 옴디아 시니어 리서치 디렉터는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비즈니스 포럼' 세 번째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그는 이날 'OLED 시장·기술 전반의 메가트렌드'를 주제로 발표하며 매출 기준 OLED 비중 확대, 패널사별 신규 투자, 스마트폰·IT·차량용 등 응용처별 전망을 짚었다. ◇ OLED, 매출 비중 40%→50% 육박…LCD는 정체 시에 디렉터는 “올해 기준 TFT-LCD와 OLED의 매출 비중은 대략 6대 4(LCD 60%, OLED 40%) 수준이지만, 몇 년 안에 50 대 50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LCD 패널 가격은 등락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하락 추세이며, 최선의 시나리오도 매출 유지 정도"라며 “반면 OLED는 TV·스마트폰·모바일 PC·모니터·자동차 등 적용 분야가 계속 늘고 있어 강한 성장 동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OLED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몇 년 안에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TV 시장과 관련해서는 “OLED TV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매우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 업계, 유통업체 모두 OLED TV를 최고의 TV로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LCD+미니 LED 백라이트가 물량 기준으로는 이미 OLED TV를 추월했다"고 짚었다. 그는 BOE·차이나스타 등 중국 패널 업체가 75·85인치 대형 RGBW LCD로 색재현력과 밝기 경쟁에 나서고 있으며, 최근 베이징 시연에서는 95인치 8K 120Hz OLED TV 프로토타입도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다만 “이것이 실제 양산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LCD 진영조차 OLED가 초고가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 8.6세대 RGB OLED 공장 4곳 동시 가동…“공정 다변화가 관건" 그는 “삼성디스플레이 A6 팹, BOE B16, 비전옥스, 차이나스타 등 8.6세대 RGB OLED 팹 4곳이 동시에 램프업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며 “업계가 처음으로 6세대에서 8.6세대로 전환하는 시도인 만큼 수율 관리, 소재 공정, LTPO·옥사이드·슈퍼옥사이드·고이동도 옥사이드 등 백플레인 기술 난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어 “파인메탈마스크(FMM), 오픈마스크(FPN), 잉크젯 프린팅이라는 세 가지 공정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경쟁하고 있으며, 특히 잉크젯 프린팅은 텐덤 구조를 구현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 스마트폰 OLED 두 자릿수 감소…“메모리 값만 문제 아니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시장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두 자릿수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전년 대비 15~2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 정도의 하락은 코로나19 이후인 2022년 이후 처음"이라며 “메모리 가격 급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교체 주기 둔화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 AI 시대에 적응하려면 소프트웨어나 앱을 바꾸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아, 굳이 기기를 바꿀 필요성이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가형 시장에서는 “아프리카·남미·중동 등에서는 HD 해상도로도 충분하다는 인식이 강해 비정질 실리콘 LCD가 여전히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고 했다. 폴더블폰의 경우, “저 역시 3대의 폴더블폰을 써봤지만 아직 만족스럽지 않았다. 킬러 애플리케이션 부재, 이상적이지 않은 화면비, 높은 가격, 낮은 재구매율이 성장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화웨이·아이폰폴드 등에서 화면비를 21:9에서 14:10 수준의 '와이드형'으로 바꾸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며 “AI 음성 입력이 손가락 터치를 대체해가는 흐름과 맞물려, 향후 폴더블·비폴더블을 막론하고 사람의 눈은 가로로 배열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와이드 화면비가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 “AI PC의 99%가 OLED"…“젠슨 황 효과" IT용 디스플레이 시장에 대해 그는 “올해는 D램 공급 부족으로 주춤하지만, 향후 연간 7억5000만 대 이상 규모로 회복될 것"이라며 “다만 OLED는 프리미엄 세그먼트에 집중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컴퓨텍스에서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공개한 AI PC용 RTX 스파크 칩이 탑재된 신제품 대부분이 OLED를 채택했다"며 “해상도 3K, DCI-P3 100% 색재현율, 밝기 1000~1600니트, 가변 주사율(VRR)을 갖춰 AI PC=OLED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애플은 노트북 OLED 시장에서 30~40% 비중에 그치고, 나머지는 델·HP·레노버·에이수스·MSI가 채우고 있다"며 “실제로 BOE의 첫 8.6세대 OLED 노트북 패널 고객사도 MSI, 레노버, 에이수스"라고 밝혔다. 또한 노트북 OLED가 리지드·하이브리드·플렉시블·텐덤 등으로 세분화하며 리지드 대비 최대 2배 이상 가격 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자동차 OLED, “초기 채택기 지나 확산기 진입" 자동차용 디스플레이에 대해서는 “초기 채택기를 지나 이제는 대중화·가치 확산 단계에 진입했으며, 5년 뒤에는 본격적인 규모의 전환기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콘티넨탈, 현대모비스, LG전자, 중국 티어1 업체들이 슬라이더블 스크린 등으로 전기차 콕핏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며 최근 베이징모터쇼에서 본 메르세데스벤츠 대형 RV 차량의 55인치 후석 엔터테인먼트 OLED 디스플레이를 인상적인 사례로 꼽았다. 시에 디렉터는 “AI 시대가 요구하는 얇고, 밝고, 색이 좋은 디스플레이라는 방향성에 OLED가 정확히 부합한다"면서도 “모바일 PC용 OLED의 높은 원가와 수율 문제, 컬러필터 온 인캡슐레이션·언더디스플레이 카메라·지문인식 등 통합 기술에 따른 투자 부담, 그리고 업체 간 특허 분쟁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마무리했다. 그는 “OLED가 미래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실제로 모바일 OLED에서 이익을 내는 업체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신은서 인턴기자

美, 키미 K3 쇼크에 ‘中 AI 차단’ 검토…한국형 모델 승산은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문샷AI가 초거대 모델 '키미(Kimi) K3'를 내놓으며 글로벌 AI 시장에 또 한 번 충격을 줬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에도 중국 기업이 세계 최대급 오픈웨이트 모델을 선보이면서 지난해 '딥시크 쇼크'에 이은 두 번째 중국발 AI 충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AI 기술의 대중국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은 모델을 공개해 비용과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성능 중심의 미국과 개방성을 앞세운 중국의 경쟁이 본격적인 'AI 신냉전'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한국 정부도 해외 모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독파모(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과 국가 AI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을 따라가기보다 제조·금융 등 강점 산업에 특화된 한국형 AI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2조8000억개 매개 변수…'제2의 딥시크' 부상 21일 AI 업계에 따르면, 문샷AI가 최근 공개한 키미 K3는 총 2조8000억개의 매개변수를 갖춘 멀티모달 AI 모델이다. 한 번에 최대 100만 토큰의 문맥을 처리할 수 있으며 장시간에 걸친 코딩과 지식 업무, 심층 추론 등에 초점을 맞췄다. 문샷AI는 K3를 세계 최대 규모의 오픈웨이트 AI 시스템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특히 모델 가중치를 공개하는 오픈웨이트 방식을 채택해 기업과 개발자가 자체 환경에 맞게 모델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픈AI·앤트로픽 등 미국 기업들이 폐쇄형 모델 중심 전략을 유지하는 것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시장 반응도 거세다. 문샷AI는 K3 출시 이후 이용자가 급증해 컴퓨팅 공급 능력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자 신규 유료 구독을 일시 중단했다. 기존 유료 이용자를 우선 지원하면서 서비스 체계와 컴퓨팅 자원 배분도 재조정하고 있다. 키미 K3가 특히 코딩과 AI 에이전트 업무에서 경쟁력을 보이면서 미국의 최상위 폐쇄형 모델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레나의 창립자인 이온 스토이카 미국 UC버클리 교수는 블룸버그 통신에 “중국 AI 모델은 과거 미국의 최상위 모델 대비 6∼9개월 뒤처져있다고 봤으나, 현재 격차는 2∼3개월 정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 美 '기술 봉쇄' vs 中 '오픈웨이트' 키미 K3를 비롯한 중국산 AI 모델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미국도 대중국 AI 규제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기업의 중국산 AI 모델 사용을 사실상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조달 시장에서 중국산 모델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중국 AI 기업과 모델을 거래제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악시오스는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 정부가 중국 AI 모델의 잠재적인 보안 취약성과 중국 기업의 지배구조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거래제한 조치가 시행되면 미국 기업은 정부 허가 없이 중국산 AI 모델을 활용하거나 관련 기업과 거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중국 측은 키미 K3를 계기로 미국의 AI 독점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저비용·오픈 모델을 앞세운 중국의 기술 추격을 막기 어렵다는 논리다.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는 21일 키미 K3에 대해 “'키미 K3 모멘트'는 공공선을 위한 AI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의 중국 AI 규제 움직임을 두고는 “미국이 더는 첨단 AI를 독점하지 못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라고 주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미국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라이언 페다슈크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중국 최상위 AI 모델이 미국보다 6~8개월 뒤처져 있다는 기존 통념이 깨지고 있다"며 “기술 격차가 수주 수준까지 좁혀졌다"고 전했다. ◇ 정부, '독파모'로 제3의 길 모색하나 한국 정부는 해외 거대 AI 모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AI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독자 모델 확보에 나섰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도 프런티어 AI 모델을 확보하지 못하면 언젠가는 미·중 AI에 종속될 수 있다"며 “독자적인 AI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8월부터 '독파모(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이 자체 기술로 범용 AI 모델을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개발된 모델을 국내 산업과 공공 분야에서 활용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독파모는 단순히 한국어 성능을 높인 언어모델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해외 모델의 가중치와 핵심 구조에 의존하지 않고 모델 설계와 데이터 구축, 학습, 추론 최적화 등 전 과정을 국내 기술로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개발된 모델은 오픈소스 방식으로 국내 생태계에 공급해 스타트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이를 기반으로 특화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 지원으로 개발된 모델을 소수 기업이 독점하기보다 국내 산업 전반의 공통 기반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독자 모델 개발과 함께 AI 서비스 확산에도 나서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쓰는 나라'를 국정과제로 내걸고 AI 민생 프로젝트와 국내 AI 기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 등을 병행하고 있다. 관건은 한국형 AI 모델이 미국의 최첨단 폐쇄형 모델과 중국의 저가 오픈웨이트 모델 사이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미국은 막대한 자본과 최첨단 GPU를 앞세워 최고 성능의 범용 AI를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환경에서도 모델을 가볍고 저렴하게 만들고, 오픈 생태계를 확대하며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한국은 자본과 GPU 규모에서 미국·중국을 따라가기 어렵다. 정부가 독자 AI 모델 개발에 나서더라도 단기간에 글로벌 최상위 모델과 정면 승부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안은 한국이 잘하는 산업에 AI를 결합하는 것이다. 제조와 금융 등 강점 산업에 특화된 AI를 만들고,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해 비용을 낮춰 기업용 AI와 스마트폰·자동차 등에 탑재되는 AI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한국도 중국과 비슷한 방식으로 AI 모델을 최적화하고 있으며 기술력도 상당한 수준"이라면서도 “중국은 자본과 인프라가 압도적이어서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용 AI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을 정면으로 따라가기보다 한국어 기반 지식과 제조·금융 등 산업별 도메인 데이터를 결합한 '버티컬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한국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이재용이 찍은 ‘다음 먹거리’…삼성, 로봇 전담조직 띄웠다

삼성전자가 21일 로봇 사업을 전담할 대표이사 직속 통합 조직을 출범하며 글로벌 피지컬 인공지능(AI)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에 본격 뛰어든다. 국내외 인프라와 리더십을 갖춘 통합 조직 신설을 계기로 추가 인수·합병(M&A)과 투자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날 노태문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속으로 'RX(로봇경험·Robotics eXperience) 사업추진실'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그간 흩어져 있던 연구개발 역량을 하나로 결집해 중장기 전략 수립부터 핵심기술 개발, 사업화까지 아우르는 통합 추진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RX사업추진실은 서울 서초구 우면동 서울R&D캠퍼스를 메인 거점으로 삼아 로봇 관련 인력의 근무지를 통합하고, 오피스·실험실 등 업무 인프라 투자를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로봇 지능화·제어 고도화의 핵심인 데이터 활용 강화를 위해 스마트폰 생산 거점인 경북 구미사업장에는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한다. 제조 현장 데이터를 빠르게 수집·학습해 로봇의 실전 투입 기반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정부의 3대 메가클러스터 프로젝트와 관련해 영남 지역에 약 60조원을 투자해 해당 지역을 피지컬 AI 혁신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달 29일 휴머노이드 로봇 투자와 관련해 “로봇 수요는 공장 등 산업 현장뿐 아니라 가정과 식당, 병원, 요양시설 등 사회 곳곳에서 많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로봇 관련 투자는 경북 구미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연구 네트워크도 넓힌다. 로봇 기술 발전이 빠른 미국·중국·일본에 각각 연구거점을 두고 현지 특화 기술과 생태계를 활용해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중장기 로봇사업 로드맵은 이동건 삼성전자 기획팀 부사장이 맡는다. 이 부사장은 현대자동차그룹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운영·사업전략을 주도했던 인물로, 이번 조직 개편에서 로보틱스전략팀장으로 선임됐다. 올해 5월 1일 자로 삼성전자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 전문가 영입도 병행한다. 서울대 자율로봇연구실을 이끌어온 김현진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와 정밀 촉각센서·휴머노이드 손 기술 분야를 선도해 온 김의겸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RX사업추진실에 합류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분야별 최고 전문가를 추가로 영입해 중장기 관점에서 로봇 사업화 역량을 축적한다는 방침이다. 사업화 로드맵도 구체적이다. 제조 현장에서 기술을 검증한 뒤 서비스·가전 등으로 시장을 단계적으로 확장한다. 제조용 휴머노이드를 생산 라인에 투입해 데이터를 쌓은 뒤 '고지능 다목적 휴머노이드'로 발전시키고 역량이 무르익으면 B2C 시장까지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전기·삼성중공업 등 계열사 제조 현장도 로봇 학습에 활용할 계획이다.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로봇 손 개발은 기술 협력과 역량 내재화를 병행한다. 로봇 손은 휴머노이드 부품 원가의 약 30%를 차지할 만큼 기술 장벽과 비용 부담이 큰 영역이다. 휴머노이드의 두뇌 역할을 하는 파운데이션 모델(RFM)과 보행·전신 제어 기술을 보유한 해외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M&A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AI 시대 돈 되는 건 따로 있다”…BOE가 찍은 다음 시장

“디지털 경제를 통해 우리는 디스플레이로 전 세계의 디지털화를 가속하고 있다." 필립 위안 BOE 그룹 부사장 겸 BOE센서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비즈니스 포럼' 두 번째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위안 부사장은 '혁신에 힘을 더해, 함께 밝은 미래를 만들다(Empower Innovation, Shaping a Bright Future Together)'라는 주제 발표에서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 지역에서도 모바일 기기를 통해 세계와 연결되고 경제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디스플레이 기술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고 짚었다. ◇ 건물 전체가 디스플레이…중국 도시는 이미 달라졌다 위안 부사장은 LCD를 넘어선 투명 디스플레이, 종이 같은 질감의 디스플레이, 폴더블 등 폼팩터 혁신 사례를 소개하며 “청두시의 트윈타워처럼 건물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밝히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건물이 이제 청두시를 상징하는 명소가 됐다며 “혁신을 통해 디스플레이가 삶과 미적 경험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했다. AI 접목 계획도 제시됐다. 위안 부사장은 “BOE는 제조 공정에 AI를 적용해 생산 효율과 품질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고 있다"며 “AI는 제품의 기능 통합과 형태 다양화, 활용 시나리오 확장까지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그는 100년 전 사진을 AI로 복원·채색한 사례를 예로 들며 AI가 운영 효율화와 의사결정 지원에도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포럼 주제인 '디스플레이의 재정의(Rethinking of Display)'와 관련해 위안 부사장은 “빛을 통과시키는 기존 LCD 원리를 반대로, 빛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응용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고 했다. 그는 허페이시의 한 건물 사례를 들며 “유리 사이에 액정을 넣어 회전시키면 빛을 차단해 어둡게 만들 수 있다"며 이 기술이 적용된 허페이의 한 카페에는 이를 촬영하려는 방문객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베이징의 한 도서관에도 같은 기술이 적용돼 “빛이 강할 때 조도를 낮춰 쾌적한 독서 환경을 만든다"고 덧붙였다. 같은 기술은 차량용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위안 부사장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 보야(Voyah)의 '패션(즈인) 800'과 니오(NIO)의 'ET9'를 예로 들며 “측면 유리창을 1초 만에 어둡게 만들어 사생활 보호, 눈부심 방지, 자외선 차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 내 전기차 10여 개 차종에 이미 양산 적용됐다"며 “이 기술이 유리와 디스플레이를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 “30% 효율" 태양광 유리…BOE의 다음 승부는 AI칩 에너지 효율 측면의 진화도 소개됐다. 위안 부사장은 “디밍·글레이징 기능을 구현하려면 1제곱미터(㎡)당 2와트(W)의 별도 전력이 필요한데, 이를 없앨 수는 없을지 고민했다"며 태양광 기술을 결합한 '제로 카본 빌딩 글레이징' 제품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이미 베이징의 한 건물에 약 3년째 설치돼 있다고 그는 전했다. 이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효율이 최대 30~33%에 달하고 저조도 환경에서도 발전이 가능하다"며 “곧 지난시(濟南) 지하철역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료 분야 응용 사례로는 엑스레이 검출 기술이 제시됐다. 위안 부사장은 “기존에는 필름 방식으로 엑스레이 촬영 후 결과를 받기까지 1시간이 걸렸지만, TFT 백플레인 기반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며 의사가 촬영 직후 컴퓨터로 골격 이미지를 바로 확인하고 환자와 상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엑스레이 노출량도 줄어 환자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바텍, 레이, DR텍, 뷰웍스 등 한국 기업들과 협력해 병원은 물론 차량 탑재형 이동식 검사 장비까지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AI 반도체 시대에 맞춘 신사업도 언급됐다. 위안 부사장은 “AI 칩 크기가 커지면서 기존 PCB 기판은 대면적화에 따른 휘어짐(warping) 문제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유리가 차세대 패키징 기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BOE는 수년간 TGV(유리관통전극), 딥홀 인터커넥트, RDL, 범프 기술을 연구해왔으며 현재 시험 라인을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산업용 센서·모션 제어 부품, 컬러·레이저 감지 센서, 서보모터 등 산업 자동화 영역과, 브라질 상파울루의 옥외 디스플레이에 비상 신고 기능을 결합해 2만 건 이상의 신고와 300건 이상의 긴급 구조를 지원한 사례도 소개됐다. 위안 부사장은 “고기술 제품을 만들되 사람을 더 배려하는 것이 BOE의 비전"이라며 “사람의 건강과 편안함, 지구 환경, 고객의 가치를 함께 고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이 함께 혁신에 나서 상생의 미래를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한국 기업 대비 중국 기업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는 “에너지나 기술력 측면에서는 양국 기업이 비슷한 수준"이라면서도 “중국은 시장 규모가 큰 만큼 이를 기반으로 양국 간 협력을 통해 다채로운 사용자 시나리오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상황에 맞춘 다양한 혁신이 이뤄져야만 기술과 혁신의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신은서 인턴기자

AI 시대 승부처는 전력…LGD 기술 수장 “탠덤 OLED가 해답”

“미래 디스플레이의 표준은 결국 탠덤(Tandem)이 될 것입니다." 최영석 LG디스플레이(LGD)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1일 열린 '디스플레이 비즈니스 포럼'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사를 되짚으며, 탠덤 올레드(Tandem OLED) 구조가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CTO는 먼저 과거 디스플레이 기술의 진화를 되짚었다. 그는 “디스플레이의 모든 도약은 새로운 아키텍처의 등장에서 시작됐다"며 브라운관(CRT) 시대 소니의 트리니트론 애퍼처 그릴 구조, LCD 시대 TN 방식의 한계를 넘어선 IPS 기술을 예로 들었다. 특히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4에서 IPS LCD를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소개한 순간을 회상하며 “당시 생산 현장에 있던 나로서는 반가움보다 걱정이 컸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어 OLED의 발전사도 짚었다. 최 CTO는 “2007년 교세라 미디어스킨을 시작으로 스마트폰 OLED 채택률은 2010년 10%에서 2015년 34%, 2020년 95%, 지난해 92%까지 늘었다"며 “이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싱글스택 구조를 TV·차량용·IT 기기 등 중대형 제품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웠다"며 장시간 고휘도 정지영상 노출에 따른 소재 열화와 번인 문제를 한계로 지목했다. ◇'탠덤 구조'가 연 올레드 대형화의 길 이 한계를 돌파한 기술이 탠덤 구조라고 최 CTO는 설명했다. 그는 “두 개 이상의 발광 유닛을 전하생성층(CGL)으로 연결해 쌓는 탠덤 구조는 동일한 휘도를 더 낮은 구동 전류로 구현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수명은 2배 이상 늘리고 소비전력은 3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3년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대형 화이트 OLED TV를 시작으로 EX테크놀로지, 메타테크놀로지 등 세대를 거듭한 탠덤 기술 진화 과정도 소개하며 “10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이미 출하량 기준 33%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하 40도에서 85도에 이르는 가혹한 환경을 요구하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진입에도 탠덤 구조가 핵심이었다"고 했다. ◇“온디바이스 AI 시대, 전력이 곧 경쟁력" 최 CTO는 발표 후반부에서 AI 시대와 탠덤 기술의 접점을 집중적으로 짚었다. 그는 “AI 연산의 무게중심이 클라우드에서 온디바이스, 나아가 앰비언트 AI로 이동하고 있다"며 “생성형 AI 서비스 한 번의 질의는 일반 검색보다 수십 배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폰·노트북 등 개인 기기에서는 디스플레이가 전체 전력의 40%를 차지하는 만큼, 디스플레이의 전력 효율이 온디바이스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측 데이터도 공개했다. 최 CTO는 “6.7인치 패널을 1000니트로 구동했을 때 탠덤 구조는 기존 싱글스택 대비 소비전력을 최대 39%까지 줄였다"며 “이렇게 절감한 전력을 재배치하면 온디바이스 AI 연속 사용 시간이 2.6시간에서 3.9시간으로 약 50%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탠덤, 웨어러블까지 확장할 것" 삼성디스플레이의 5스택 37인치 탠덤 패널(4500달러), TCL CSOT의 80인치 폴더블 노트북용 패널, BOE의 6.5인치 모바일 패널 등 최근 업계에서 잇따라 공개된 탠덤 기반 제품들을 사례로 들며 “탠덤 아키텍처가 이미 산업 전반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BOE 등 주요 패널사들이 IT용 8.6세대 생산라인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는 점도 언급했다. 최 CTO는 “LG디스플레이는 TV·차량용·IT에서 검증된 탠덤 기술을 웨어러블을 포함한 모바일 전 제품군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저전력·고효율의 AI 시대를 열어갈 기반이 바로 탠덤"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미래 디스플레이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력을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LG디스플레이는 이 여정에 함께해 달라"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신은서 인턴기자

삼성SDS, 국산 NPU 기반 AI 클라우드 서비스 출시…퓨리오사AI 칩 탑재

삼성SDS가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이며 기업들의 AI 인프라 선택지를 확대한다. 삼성SDS는 퓨리오사AI의 2세대 NPU(신경망처리장치) '레니게이드(RGND)'를 탑재한 NPUaaS(NPU as a Service)를 삼성 클라우드 플랫폼(SCP)을 통해 상용화했다고 밝혔다. NPUaaS는 기업이 AI 연산용 서버를 직접 구축하거나 NPU를 구매하지 않고도 클라우드에서 필요한 만큼 NPU 자원을 구독 형태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퓨리오사AI의 레니게이드는 AI 추론(Inference)에 특화된 국산 NPU다. 이미 학습된 AI 모델을 활용해 답변 생성, 문서 분석, 이미지 판별 등 실제 서비스 단계에서 연산을 수행하며, GPU 대비 전력 효율과 비용 경쟁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고객은 서비스 규모에 맞춰 NPU를 1장부터 2장, 4장, 8장 등 필요한 만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AI 서비스 규모에 맞춰 유연하게 인프라를 구성할 수 있으며, SCP의 고성능 스토리지와 컴퓨트, 고속 네트워크 서비스와도 연동된다. 삼성SDS는 이번 서비스를 소버린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제공해 공공기관과 보안 규제가 엄격한 기업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회사는 기존 GPU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GPUaaS)에 이어 NPU 기반 AI 연산 서비스까지 확대함으로써 고객의 AI 인프라 선택권을 넓히고, 국산 AI 반도체 생태계 확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호준 삼성SDS 클라우드서비스사업부장(부사장)은 “이번 NPUaaS 출시는 새로운 클라우드 상품을 추가한 것을 넘어 고객들이 고성능 AI 기술을 보다 유연하고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SCP 기반 AI 서비스를 지속 확대해 국내 클라우드 AI 생태계 발전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것도 AI가?”…LG전자가 상 휩쓴 이유

LG전자가 에어컨의 온습도를 동시에 잡고, 식기 오염도를 스스로 판단해 세척하는 등 가전 곳곳에 AI를 심어 '올해의 에너지위너상'을 10년 연속 업계 최다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LG전자는 24일 소비자시민모임 주최 제29회 올해의 에너지위너상에서 최고상인 대상 3개를 포함해 총 12개 본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에너지위너상은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고 절약 효과가 우수한 기술과 제품에 수여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에어컨에 탑재된 AI 기능이다. 대상과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상을 함께 받은 'LG 휘센 AI 오브제컬렉션(타워I)' 에어컨은 온도와 습도를 한 번에 제어하는 'AI콜드프리' 기능을 업계 최초로 탑재했다. 단순히 온도만 낮추는 게 아니라 습도까지 함께 관리해 체감 쾌적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여기에 고효율 실내기·실외기 기술을 더해 동급 제품 대비 냉방효율을 최대 13% 높이고 전기요금은 최대 11.5% 절감한다. 식기세척기에도 AI가 들어갔다. 출시를 앞둔 'LG 디오스 AI 오브제컬렉션' 식기세척기 신제품은 식기 오염 정도와 세척 상황을 정밀하게 감지하는 'AI 자동세척' 기능으로 물과 에너지 사용을 상황에 맞게 조절한다. 여기에 새 건조기술을 적용해 건조 성능은 높이면서 전기 사용량은 기존 대비 약 10% 줄였고, 내부 구조 최적화로 물 사용량도 약 18% 아꼈다. 세척 시간도 기존보다 약 24분 단축됐다. 이 제품은 에너지위너상이 시작된 1997년 이후 식기세척기로는 처음 대상을 받았다. 다른 제품에서도 '똑똑한 절전'은 이어졌다. 대상과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상을 받은 'LG 이페이퍼(E-paper) 디스플레이'는 전력 공급 없이도 화면을 유지하는 상업용 디스플레이로, 초저전력 시스템 제어와 고효율 배터리 관리 기술을 통해 기존 디지털 사이니지 대비 소비전력을 99% 이상 줄였다. 에너지기술상은 냉매 열교환 구조와 얼음 저장고 제어기술을 최적화해 월 소비전력을 약 24% 절감한 'LG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얼음정수기'와, 단열·냉기순환 설계와 압축기 최적 제어로 지난해 출시된 핏 앤 맥스 냉장고 대비 에너지를 22% 이상 줄인 'LG 디오스 AI 오브제컬렉션 스템(STEM) 베이직 냉장고 핏 앤 맥스 컨버터블 드로어'가 받았다. 이 외에 △써마브이 R290 모노블럭 히트펌프 △LG 휘센 AI 오브제컬렉션 듀얼쿨 벽걸이 에어컨 △가정용 시스템 에어컨 △LG 퓨리케어 바스에어시스템 △LG 트롬 AI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 △LG 스타일러 오브제컬렉션(3벌) △LG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정수기(슬림 스탠드)가 에너지위너상을 받으며 LG전자의 이번 수상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LG전자 고객가치혁신부문장 정재웅 전무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차별화된 기술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에 기여할 수 있는 제품과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전기료 아끼려면 이 에어컨?…삼성이 8년 연속 에너지대상 받은 이유

삼성전자가 사용자의 부재 여부를 감지해 냉방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등 AI와 센서로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한 에어컨으로 '올해의 에너지위너상' 에너지대상을 8년 연속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삼성전자는 24일 이 제품이 에너지 절감이 뛰어난 고효율 제품에 수여되는 '에너지대상'과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상'을 함께 받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시상식에서 이 제품 외에도 총 10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고효율 가전 경쟁력을 재입증했다. 전기료를 줄여주는 비결은 '부재 절전' 기능에 있다. 제품에 탑재된 '모션 레이더'가 사용자의 활동량이나 부재 여부를 감지해,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으면 냉방을 약하게 유지하거나 아예 전원을 꺼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42%까지 줄인다. 외출 후 깜빡 잊고 에어컨을 켜둔 채 나가도 자동으로 절전 모드에 들어가는 셈이다. 지난해 선보인 '쾌적제습' 기능도 습도 센서로 냉매를 정교하게 제어해 기존 제습 기능 대비 최대 30%의 에너지를 아낀다. 에어컨 외에 주방에서도 전기 절감 기술이 인정받았다. 올해 4월 출시된 '인피니트 라인 후드일체형 인덕션'은 전체 화구를 동시에 사용해도 최대 7400W의 강력한 화력을 내면서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을 구현해 '에너지기술상'을 받았다. 인덕션 중앙에 내장된 후드는 공기질 센서로 조리 중 발생하는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을 감지해 흡입력을 자동 조절하는 '스마트 모드'를 지원하며, 원격 전원 차단과 끓음 감지 기능도 갖췄다. 이 밖에 삼성전자는 히트펌프와 AI 절감 기술을 적용한 생활가전 7개 제품으로 '에너지위너상'을 받았다. 국내 첫 출시된 'EHS 히트펌프 보일러'는 계절성능계수(SCOP) 4.9를 기록해 소비 전력 대비 약 5배의 난방 에너지를 만든다. '비스포크 AI 콤보' 세탁건조기는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최저 기준보다 최대 25% 적은 전기를 쓰면서도 '쾌속 코스' 기준 69분 만에 세탁·건조를 마친다. 국내 최초로 컴프레서와 펠티어 반도체 소자를 결합한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 냉장고는 강력 냉각 시 컴프레서와 펠티어 소자가 함께 작동해 최대 35%의 에너지를 절감한다. 이 외에 'AI 무풍콤보 프로 벽걸이' 에어컨, '인피니트 AI 인덕션', '비스포크 AI 제트 라이트' 무선 스틱 청소기, '갤럭시 북6 프로'가 수상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스마트싱스 앱에서 'AI 절약모드'를 켜면 냉장고는 최대 15%, 세탁기는 최대 70%, 에어컨은 최대 30%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추가로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 DA사업부 문종승 부사장은 “2019년부터 8년 연속 에너지대상을 수상하며 고효율 생활가전 기술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에너지 기술을 지속 발전시켜 혁신적인 에너지 솔루션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네이버 별점 부활…‘별점 테러’ 걱정에 속타는 사장님들

네이버가 5년 만에 음식점이나 미용실, 숙박업소 등에 대한 별점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무분별한 악성 별점 테러도 문제지만, 별점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리뷰 이벤트를 진행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업계 전반에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최근 음식점과 미용실, 숙박업소 등 네이버에 등록된 플레이스의 별점 정보를 공개하는 제도를 부활시켰다. 지난 2021년 중소상공인(SME)들의 고충을 반영하고 긍정적인 리뷰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별점 리뷰 대신 키워드 리뷰를 도입한 지 약 5년 만이다. 네이버는 “키워드·사진영상·텍스트 기반의 정성적 리뷰에 더해 수치형 보조 지표를 추가했다"며 “사용자의 탐색 경험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리뷰 어뷰징을 방지하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도 병행한다"고 강조했다. 평균 별점은 신규 정보 수집이 중단된 지난 2021년 10월 25일 이전의 기존 누적 정보와 올해부터 새롭게 수집된 내역을 전부 합산해 산출된다. 네이버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사업주가 직접 별점 데이터의 노출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리뷰를 남기는 사용자의 평균 별점 정보를 다른 사용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의 이번 별점 제도 부활에 자영업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오프라인 상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네이버의 파급력을 고려하면, 배달앱 등의 별점 리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혼란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국내 최대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불만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배달앱을 넘어 이제는 네이버까지 별점에 리뷰 관리를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며 “마케팅 대행사를 써서 리뷰 작업을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별점 하나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매장은 다음날부터 주문이 떨어지는 게 바로 체감된다"며 “평점을 다시 올리려면 수많은 좋은 리뷰를 받아야 하고, 낮은 별점 하나는 오랫동안 남아 매출과 생계에 계속 영향을 준다"고 성토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의 생존보다 트래픽 장사에 혈안이 돼 또다시 소상공인을 줄세우기 하겠다는 네이버의 갑질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소상공인들을 힘들게 했던 과거 약탈적 행태의 부활이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업계에서는 지난정부 말 논의됐던 '소상공인 생업 피해 저감 대책'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정부는 악성 리뷰와 댓글을 포함해 노쇼, 불법 광고, 불합리한 일회용품 과태료 부과 우려 등 소상공인들이 겪는 4대 생업피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범부처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지만, 계엄 사태로 흐지부지됐다. 소공연 관계자는 “당시 TF에 기대를 많이 걸고 있었는데 소상공인 생업 피해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는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소상공인 생업 피해 저감 대책을 다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별점 테러나 악성 리뷰라 하더라도 이를 법으로 제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법으로 강제하기보다는 플랫폼의 공정한 시스템 구축과 소비자 인식 개선 캠페인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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