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을 어떻게 풀어갈지가 산업계 노사 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요 대기업 노조가 예년과 다르게 '성과급 투쟁'을 속속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합의 내용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각 기업 노조의 단체행동 방향성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재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부터 12일까지 올해 임금협상 최종안을 두고 사후조정 절차 담판을 벌인다. 오는 21일로 예정된 총파업을 앞두고 정부 중재로 '최종 대화'에 나서는 것이다. 양측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고 올해 영업이익의 15%를 배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특별 포상으로 경쟁사를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보상을 준다고 약속했다. 삼성전자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사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하기 전 “영업이익 15%의 성과급 지급 및 상한 폐지 제도화를 계속 말하고 있다"며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이 없으면 조정이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업계는 이번 사후조정이 최종 결렬될 경우 삼성전자에서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초기업노조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 10일까지 3만6804명이 파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총파업 조합원 참여율은 58.6%에 이른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사 협상 결과가 다른 기업 올해 임단협에도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의 행동을 보고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투쟁 방식을 따라하는 사례가 속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이 회사 노조는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지급, 평균 14% 임금 인상,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 공정한 인사 기준 수립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는 부분·전면 파업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5일 진행된 파업에는 조합원 2800여명이 참여했다. 이 기간 회사가 입은 손실액은 15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삼성바이오는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와는 환경이 전혀 다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초호황으로 이익률이 치솟자 이를 구성원들과 나누는 방안을 두고 잡음이 나오는 중이다. 반면 삼성바이오는 대표적인 성장 기업으로 아직 이익을 내기보다 외형 성장에 집중하고 있는 형국이다. 시설투자 등에 집행할 금액이 많아 주주 배당도 하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안을 들고 나섰다. 기존에는 만 65세 정년 연장 등을 핵심 쟁점으로 삼았지만 삼성전자 등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려는 것을 보고 작전을 바꾼 것이다. 미국 관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와중이라 사측이 이같은 노조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카오에서도 비슷한 국면이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현재 사측과 교섭 결렬 선언 이후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이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따라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LG유플러스 노조도 마찬가지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우리사주 200주씩 분배, 임금 총액 8% 인상 등을 원하고 있다. 통신업 역시 대표적인 장치 산업으로 설비 투자 및 고정비 부담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작년에는 경쟁사 해킹 사태 등으로 반사이익을 거두긴 했지만 영업이익률이 5%대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72% 수준이다. 본격적인 임단협 시즌을 앞두고 다른 대기업 노조도 비슷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기존에도 노사 관계에 긴장감이 흘렀던 기업들은 더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철수설과 미래 투자 등으로 갈등을 겪었던 한국지엠의 경우 노조가 성과급 3000만원 지급 등을 제안했다. 기아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정식 요청할 방침이라고 알려졌다. HD현대, 한화오션, 포스코, 현대제철 등 중후장대 업종에서는 하청 업체들이 원청과 비슷한 규모의 성과급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종 특성상 2·3차 협력업체들과 교류가 많은 곳들이다.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과 맞물려 성과급 투쟁 강도도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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