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05일(목)
[인터뷰]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활동가 “플라스틱 생산 감축 반드시 관철돼야…韓정부 역할 아쉬워”

“이번 협약이 단순한 형식적 결과물로 끝나지 않고, 알찬 내용을 담은 실질적인 협약이 되길 바랍니다." 서울환경연합에서 자원순환팀장을 맡고 있는 박정음 활동가는 지난 2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 플라스틱 협약 논의 현장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박 활동가는 이번 협약 논의에 대해 긍정적 요소와 한계점을 동시에 언급했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초안이 너무 길었던 상황을 고려해, 의장이 발표한 논페이퍼를 기반으로 협약을 협상해 나가자는 합의가 이뤄졌다"면서도 “다만 논페이퍼에서 생산 감축과 같은 중요한 핵심 내용이 빠져 있어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논페이퍼란 비공식 외교문서를 뜻하는 것으로, 이번에는 이견이 3000개 넘게 달려 있는 77쪽짜리 협약문 초안을 17쪽으로 줄인 문서를 뜻한다. 특히 박 활동가는 협상 과정에서 러시아와 인도의 태도를 지적하며 “이들 국가는 첫날 기존 초안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의사결정을 만장일치로 하자는 주장을 하며 협상을 지연시켰다"며 “첫날에도 오전 중에 끝날 예정이던 회의가 오후까지 이어졌다. 진전과 난항이 혼재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워했다. 박 활동가는 “현재 한국은 논페이퍼를 지지한 정도의 움직임만 보였고, 이번 협약에서 주최국으로서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주최국으로서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의장 공간 부족 문제로 옵저버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줄을 서서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는 한국 정부가 시민사회 참여를 확대할 전제 조건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핵심으로 그는 '생산 감축'을 꼽았다. 박 활동가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쓰레기 관리 차원에서 접근할 게 아니라 생산 감축을 포함한 플라스틱 전주기로 관리해야 한다"며 “생산 감축이라는 단어가 강하게 들릴 수 있지만 포장재를 대체하는 구체적인 방안은 이미 현실에서 논의되고 있다. 포장재 감축 필요성에 대해 산업계도 일부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약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이번 협약에서 생산 감축 목표와 구체적인 수치가 명문화되면, 이후 한국 정부가 정책을 구체적으로 설정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적 합의를 통해 명확한 목표가 설정될 경우, 이를 바탕으로 정책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의 재활용 시스템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박 활동가는 “정부가 열분해 재활용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물질 재활용보다 에너지 소비가 크다"며 “화학적 재활용이 모든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비춰지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질 재활용을 중심으로 하고, 열분해 재활용은 보조적인 수단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플라스틱 오염의 책임과 관련한 질문에 그는 “플라스틱 오염은 주로 생산국에 책임이 있다. 국제사회가 생산국 중심으로 재정적 부담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재활용 시스템 확립과 노동자 보호를 포함한 정의로운 전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활동가는 이번 협약 이후에도 활동을 이어갈 계획을 밝혔다. 그는 “시민들에게 협약의 소식을 전달하고, 한국 정부에 변화를 압박하는 활동을 지속할 것이다. 국내에서는 일회용품 규제와 재활용 확대 등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이번 협약이 형식적 결과물로 끝나지 않고, 알찬 논의와 내용을 담아내길 바란다. 생산 감축과 전주기 관리를 포함한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황희만 케이블TV방송협회장 “다양한 시도로 지역성 강화…위기 넘고 새 30년 만들 것”

“단순히 '케이블TV를 본다'는 개념을 넘어 '케이블과 함께 즐기며 생활한다'는 새로운 인사이트를 지역민들에게 제공하고자 합니다." 곧 취임 1주년을 맞이하는 황희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지역민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콘텐츠와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케이블TV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다. 내년은 케이블TV가 출범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그런 만큼 황 회장은 지역 미디어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새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그가 꼽은 케이블TV만의 무기이자 신성장동력은 지역성이다. 단순 방송콘텐츠뿐 아니라 지역 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생활 밀착형 정보와 지역 담론을 전달하는 사업자는 케이블이 유일하다는 점에서다. 황 회장은 올해 케이블 업계가 전반적으로 지역성 강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펼친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개발 정책 소외 등으로 소도시 교육환경이 열악해진 상황에서 교육DX 사업을 통해 지방대학, 사업자들과 협업하며 지역경제 활성화 및 교육 격차 해소에 힘썼다. 지역민들과의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 전국체전부터 직장인 생활체육, 어린이대회까지 세대·규모, 종목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중계 및 콘텐츠화해 지역민에게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에서 유통 판로를 개척, 지역경제를 활성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 회장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도입, 시·공간에 제약받지 않는 신속한 정보 제공 서비스를 구축하는 작업도 시도하고 있다"며 “재정적 기반이 튼튼해지면 지역 특화 프로그램을 확대해 지역사회와 연대감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미디어로서의 가치를 더욱 강화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케이블TV는 최근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낡은 규제환경 속 지원책 미비로 인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가입자 이탈이 심화함에 따라 전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중 3곳을 제외한 업체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평균 영업손실률은 5% 이상으로 집계됐다. 방송광고 등 유입 재원은 감소한 반면 콘텐츠 대가·재송신료 등 부담은 가중되며 미디어 및 홈쇼핑 사업자와의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 올해 초 취임한 황 회장은 케이블TV가 직면한 위기를 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합리적인 콘텐츠 대가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유료방송시장이 침체기를 맞으며 협상력 기반 콘텐츠 대가 산정 방식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협상력 우위를 가진 사업자들이 일방적 인상을 요구하는 양상이다. 결론적으로 SO를 비롯한 협상력 열위 사업자들의 경우, 비용 통제가 불가능해지면서 시장 경쟁력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황 회장은 “콘텐츠 대가 산정 가이드라인 제정·홈쇼핑 송출 계약 체계 개선 등을 통해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거래 환경을 구축, 유료방송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며 “협상력 열위 사업자가 지나치게 높은 콘텐츠 비용 부담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케이블만이 공급할 수 있는 8VSB(8레벨 잔류 측파대) 가입자와 같은 디지털 소외계층이 소외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 상황을 고려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케이블TV는 지역단위 허가 사업자로서 여타 사업자에 비해 다양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납부 및 지역채널 운용 의무 이행을 위한 투자비도 지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이래 큰 틀에서의 제도 개선은 없어 의무만 과도해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 수준의 규제를 유지하는 건 기존 사업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게 황 회장의 견해다. 그는 “OTT와 유사한 수준으로 규제를 낮추더라도 유료방송 시장의 반등이 보장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업자 의무를 경감시키는 한편 상품 구성 및 방송 요금을 사업자가 자율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해 경영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발기금 징수 체계 시정도 필요하다. 케이블은 영업이익 적자 사업에 대한 감면이나 면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반면, 지상파·종편 등에 대해선 당기순손실에 따른 감경이 명시돼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그럼에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정책을 통해 케이블TV의 새로운 비상을 모색하겠다는 각오다. 그가 업계 재도약을 위해 내건 전략은 '하이퍼 로컬리티(높은 지역성)'다. 중앙과 지역 간 정보격차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케이블이 가진 지역 밀착 미디어로서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임기 동안 업계의 안정성과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책 제안과 건의에도 힘쓸 계획이다. 황 회장은 “내년에 출범 30주년 기념식이 개최된다. 앞으로 지역사회와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보다 깊이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구체적으로 모색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며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케이블TV가 독자적 입지를 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집터뷰]“무주택 실수요자, 당장 집 사려면 이렇게 해라”

“수도권 아파트값은 단기간 관망세가 이어지겠지만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다. 무주택 실수요자라면 내년에 분양될 수도권 공공택지 분양가상한제 물량을 노려 보는 것이 적절하다." 국내 대표 부동산 전문가 중 한 명인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이 최근의 부동산 시장 동향과 내년 시장 전망을 고려해 제시한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전략이다. 김 소장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의 한 사무실에서 에너지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가 현재 부동산 시장을 거래 둔화 속 가격 줄다리기가 팽팽한 관망세 상황이라고 진단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거래량이 급격히 줄었다는 점이다. 실제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305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7582건에서 8월 6427건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거래 건수는 현재 3001건에 불과해, 3000건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김 소장은 “설 전까지는 지금 같은 보합세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집주인들이 호가를 내릴 생각이 전혀 없다. 매수자들도 이 호가를 따라갈 생각도 현재는 많지 않다. 또 정부는 규제 강화로 돌아섰고 한국은행도 쉽게 금리 인하를 하지 않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재당선되면서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도 증가했다"며 “부동산 시장에서는 기대감을 선호하고 불확실성을 기피하는데 트럼프는 불확실성이 큰 인물이라 관망세를 부채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결국 내년 집값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상승세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서울은 0.2%, 수도권은 0.1% 수준의 소폭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예상되는 추가금리 인하, 입주물량 부족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입주물량 부족이 심각해 얼죽신(얼어죽어도신축) 심리가 커지고 있고 내년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되면서 장기적으로 집값은 우상향 기조를 보일 것"이라며 “서울에서는 수요가 높은 강남 3구(서초, 송파, 강남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경기에서는 과천, 수원, 분당, 남부권 핵심 입지에서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내년 입주 예정 물량(임대 포함)은 25만3494가구로 추산된다. 올해 하반기 물량이 18만1948가구라는 점에서 내년 연간 입주할 물량은 올해보다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상반기 입주 물량은 14만2462가구 정도인데, 2026년 상반기에는 9만8194가구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속되는 고분양가도 집값을 밀어 올릴 주요 요인이다. 김 소장은 “신축 분양가는 주변 집값과 연동이 된다. 고분양가 아파트가 공급되면 주변 집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현재 신축 수요가 높아 고분양가 아파트들이 시장에서 소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무주택자 등 주택 실수요자는 지금이라도 내 집 마련에 나설 것을 조언했다. 그는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은 필요하지만 동시에 위험 관리책도 세워놔야 한다"며 “집값이 내려가도 5년 정도는 버틸 수 있도록 앞으로 신용대출 등은 자금 조달 계획에서 제외하고 주택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공공택지 분양가상한제 물량을 공략하라고 꼭 집어 강조했다. 김 소장은 “서울 강남권 로또 청약 물량은 하늘에 별따기"라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수도권 공공택지 아파트 중에서 입지와 브랜드가 괜찮으면 청약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집터뷰] “美 트럼프 당선, 韓 부동산시장엔 ‘먹구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등 불확실성을 높여 한국 부동산 시장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도시와경제 사무실에서 에너지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송 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당선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전문가들 중 상당수는 트럼프의 재집권이 전세계 경제는 물론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트럼프 1기 때 국내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상승했다는 점을 이유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송 대표는 이중 '부정적 영향'에 손을 들어줬다. 그는 “트럼프 2기에 관세 부과나 무역 장벽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실현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동산 시장에도 안 좋은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앞으로 달러 강세 현상,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져 우리나라도 금리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본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특히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주택 소유주들에게 부담이 커진다. 관세 인상, 반도체 등 제조업 리쇼어링(본토 회귀)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와 경제 성장 둔화, 고용 불안정 등으로 이어져 부동산 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안보 불안이나 외국인 투자 위축 등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송 대표는 최근 정부의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및 주택 5만호 공급 대책에 대해서도 “매력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교통망이 이미 확보된 지역이 선정된 것은 다행이지만 공급 규모나 위치가 서울의 주택 수요를 분산하기에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위치나 물량이 예상보다 적다. 공급 확대로 주택 가격을 낮추기에는 수요를 분산하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집값이 과열된 서울 주요 도심지역의 주택 가격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또 현재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거래 둔화 속 가격 줄다리기가 팽팽한 관망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연말까지 소폭의 하락 또는 보합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서울 부동산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급등세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거래량이 고점 대비 절반으로 줄어든 것은 매수자들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하가 소비자 심리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실수요자들의 대출 여건이 개선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즉각적인 가격 상승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전세시장은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1만2000가구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고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이 다음달 입주를 시작하지만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송 대표는 “올림픽파크포레온과 같은 대규모 단지라도 서울 전체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과 수도권 내 전반적인 전세수요를 완전히 충족시키기에는 아직 입주물량이 부족하다"며 “전셋값 상승세가 완화되는 시점은 한동안 늦춰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내 집 마련 수요자들에겐 당분간 시장 분위기를 관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송 대표는 “최근 기준금리가 인하했으나 아직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추가 금리 인하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으니 금리가 더 안정될 때까지 지켜보는 것도 한가지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인터뷰] 헬렌 클락슨 더클라이밋그룹 대표 “11차 전기본 실망스러워”

“한국 정부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안은 10차 전기본보다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높이지 않아 실망스럽다." 헬렌 클락슨 더클라이밋그룹 대표는 지난달 30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곧 확정을 앞둔 11차 전기본에 대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더클라이밋그룹은 글로벌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캠페인을 주관하는 영국의 비영리단체다. 클락슨 대표는 지난달 29~30일 열린 '2024 충청남도 탄소중립 국제 컨퍼런스'에 참가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지난 9월 22일 미국 뉴욕에서 더클라이밋그룹이 주최하는 '클라이밋위크' 행사에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방문한 것에 화답한 셈이다. 11차 전기본 정부안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전체의 21.6%로 정했다. 이는 10차 전기본의 목표치와 동일한 수준이다. 11차 전기본은 연내 혹은 내년 초 확정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클락슨 대표는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재생에너지 보급에 뒤처져 있다. 지난 2022년 RE100 관련 통계를 보면 주요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의 최저치 평균이 13%였는데, 한국은 그보다 적은 8% 정도"라며 “게다가 여전히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에서 더 빠르게 벗어나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나라들은 태양, 바람, 바이오 등 자연 에너지를 사용하는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만 친환경에너지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기반의 수소연료전지와 석탄가스복합발전(IGCC) 등이 포함된 신에너지를 재생에너지와 묶어서 신재생에너지로 정의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클락슨 대표는 우리나라 재생에너지산업이 겪는 애로점을 잘 알고 있었다. 대표적인 게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이다. 그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3배 늘리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를 실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이라며 “한국에서는 이격거리 등 여러 규제 떄문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게 매우 까다롭다. 이는 제거해야 할 규제 장벽"이라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만 사용하자는 RE100 캠페인은 환경적으로는 환영받으나, 이 캠페인이 전기요금 상승 등 경제적 부담을 준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클락슨 대표는 “한국 경제에 미칠 가장 큰 피해는 지구온난화로 발생하는 전 세계 공급망 위기"라며 “장기적으로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선택의 여지 없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공급여력이 부족하다며 그 대안으로 원전과 수소를 포함하는 CF100 캠페인(사용전력의 100%를 무탄소에너지로 조달)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클락슨 대표는 CF100를 그리 긍정적으로 평가하진 않았다. 그는 “원자력은 가장 비싼 에너지원 중 하나다. 계속 원자력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해상풍력을 할 곳이 많다. 최대한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고 말했다. 원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지만, 해외에서는 사고보험료, 주민수용성, 방사성폐기물 저장소 구축 비용 등이 추가돼 비싼 에너지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클락슨 대표는 우리 정부가 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의 한 에너지 회사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사람들이 길거리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모두가 거절했다. 하지만 반대로 그 풍력발전기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면 어떡하겠냐는 질문에는 80%가 동의했다"며 “풍력으로 전기를 공급받으면 전기요금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이 에너지 비용 상승에도 즉시 반영되지 않아 영국과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전력시장구조를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답하면서도 전력시장에서 유연성을 높이는 건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이끌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클락슨 대표는 “RE100이 각국에 전력시장을 어떻게 구성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다만 전력시장에 유연성을 높이는 것은 시장 공급자로서 전기요금을 낮추고 투자를 이끌 방법"이라며 “예를 들어 영국은 낮과 밤의 전기요금이 다르다. 전기차 충전을 (전력소비가 많지 않은) 밤에 충전하도록 유도하면서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클락슨 대표는 끝으로 “한국은 석탄과 가스를 호주나 인도네시아 등에서 많이 수입해오지 않나.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한국에서 전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RE100은 한국 경제에 매우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집터뷰] “철도지하화 관건은 사업성과 스케쥴링”

“지상 철도지하화 사업의 관건은 시간과 사업성이다. 제때 추진되면서 상부개발이익으로 막대한 지하화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 연구위원은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 인근 카페에서 에너지경제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대표 건설·부동산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그는 경영과 건축, 국제관계와 문화를 전공한 후 건정연에선 건설·부동산·도시재생을 연구하고 있다. 서울시, 경기도 등 다수 지자체에서 정책 결정을 돕는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부동산계의 '핫이슈'인 철도지하화 사업에 대해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내다봤다. 철도지하화 서업은 전국 주요 도심을 가로지르는 철도를 지하로 옮긴 뒤 지상부 공간를 복합 개발하는 사업을 말한다. 최근 마감한 국토교통부의 사업 제안 신청에 5개 광역지자체가 뛰어들었다. 5개 지자체의 제안 노선은 서울 경부선(연계노선 포함 34.7㎞)과 경원선(연계노선 포함 32.9㎞), 부산 경부선(11.7㎞), 인천·경기 합동 경인선(22.6㎞), 경기 경부선(12.4㎞)과 안산선(5.1㎞), 대전 대전조차장 및 대전역이다. 국토부는 12월 1차 대상 사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건설업계에선 수십조원의 일감을 기대하고 있고, 해당 부지 인근 주민들은 단절된 도로가 이어지고 지역 전체가 활성화되는 '제2의 연트럴파크' 효과를 기대하는 등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나 “지상 철도 지하화는 장기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도 긍정적"이라면서도 “현실화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넘어야만 한다는 점에서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우선 어마마한 예산이 요구되는데 상부개발이익으로 모두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추후 공사비가 오르거나 공사 기간이 길어질 경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투자자, 수요자 입장에선 변수가 아직은 너무 많아 단기적인 '호재'로 여길 수는 없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오히려 공공재원을 경전철 조기 완공 등 다른 곳에 먼저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철도나 도로의 지하화도 좋지만 현재 서울에서도 대중교통 접근성이 취약한 지역이 아직도 있다"며 “지지부진한 경전철을 지원해 서울 외곽이나 소외지역 교통망 확충도 우선순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택 시장에 대해선 서울 등을 중심으로 장기간 우상향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손을 들어줬다. 최근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일시적인 가격 조정과 수요-매매간 줄다리기가 진행 중이지만 추세적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인구가 감소할수록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주요 도시·지역으로 인구 편중이 심화한다"고 “지난 정부 때 고공행진했던 수도권 집값은 윤석열 정부 들어 한 차례 크게 하락했고, 현재는 금리가 안정화하면서 매수세가 다시 살아난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전세불안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만2000가구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고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이 다음달 입주를 시작하지만 전세 시장을 안정화시키기엔 '언 발에 오줌누기' 정도라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전면 폐지 같은 공급 확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공급난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더 크다"고 설명했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에게는 선호입지 위주로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는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만 집값이 오르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같은 지역 안에서도 학군지·역세권, 직주근접성 등에 따라 선호도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고려해서 집을 장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집터뷰]“서울 집값 계속↑…시기보다 ‘어떻게’를 고민해야”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최근 주택시장이 얼어붙었다. 하지만 공급부족이 심각한 상황이고 최근 금리도 인하하면서 장기적으로 집값은 우상향 기조를 보일 것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의 전망이다. 최근 하반기 부동산 시장을 두고 '장기적 우상향' 주장과 '경색 및 대세 하락' 진단이 맞서고 있다. 국내 손꼽히는 부동산 전문가인 서 교수는 이 가운데 '장기적 우상향' 진단에 손을 들어 줬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거래 둔화 속 가격 줄다리기가 팽팽한 관망세 상황인데, 결국 길게 볼 때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24일 기준 2843건이 신고돼 전월(6940건) 대비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서 교수는 결국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매매 시장은 계속해서 우상향 기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공급부족이 심각해 얼죽신(얼어죽어도신축) 심리가 커지고 있고 최근 금리도 인하하면서 장기적으로 집값은 우상향 기조를 보일 것"이라며 “수요가 높은 강남 3구(서초, 송파, 강남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서울 핵심 입지에서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급등도 주택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그는 “원자잿값과 인건비 급등에 따른 높은 공사비도 집값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제로에너지건축, 층간소음 등의 규제 강화로 공사비는 계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세시장도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1만2000가구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고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이 다음달 입주를 시작하지만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 교수는 “일반적으로 지역별 대규모 전세물량이 공급되면 지역 전세가격을 안정시키거나 하락시키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현재 전세시장은 2+2 전세계약이 끝나는 시점이기 때문에 4년 치 임대료가 한 번에 올라가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전세 불안 대책에 대해선 “주택자들의 임대 주택 공급을 유도해야 한다. 보유세 완화, 양도세 감면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또 양극화 해소를 위해 지방 부동산 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의 기업구조조정(CR) 리츠 등의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지므로 한시적인 양도세 면제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들에 대해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서두르라"고 조언했다. 언제가 가장 싸게 살 수 있는지 기다리지 말고 청약이나 급매 등 조건에 맞는 주택을 어떻게 살지에 대해 연구하라는 것이다. 서 교수는 “부동산을 바닥에서 매입하면 좋겠지만 일반 실수요자들이 이를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부동산은 결국 우상향하기 때문에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상태라면 내 집 마련은 빠르면 빠를수록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인터뷰] 임종혁 SIC이노베이션 대표 “미래화학 초석 다지는 스마트 프로바이더 도약”

1989년 설립된 종합화공약품 기업 SIC이노베이션이 '미래화학의 초석을 다지는 스마트 프로바이더'로 도약하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최근 그 변화의 중심에 선 임종혁 신임 대표를 만났다. 임 대표는 “신뢰를 강조하셨던 회장님(임창규 전 대표)의 철학과 회사를 성장시킨 도전정신을 이어받아 고객사·임직원의 신뢰를 받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2세 경영에 대한 질문에는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자신있냐'는 회장님의 말씀에 '네'라고 답했고, 많은 분들이 기대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힘이 된다"고 답변했다. SIC이노베이션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소재 에스아이씨이노베이션과 충북 음성에 자리잡은 서울아이씨로 구성됐고, 총 8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매출은 최근 몇 년간 400억원, 영업이익은 16억원 전후로 형성되고 있다. 기초화학 부문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 △반도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인쇄회로기판(PCB) △수처리 등에 쓰이는 약품 OEM(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40% 가량이다. 나머지 20%는 식품·화장품 등의 첨가물 수출입 사업으로 이뤄져 있다.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위험물관리법을 포함한 법적 규제를 충족하는 시설을 갖췄고, 매입부터 엔드유저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과정이 원스톱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자체 설비와 차량을 비롯한 장비로 제조 및 물류 등을 수행하는 것도 강점이다. 임 대표는 반도체 분야에 적용되는 약품의 개발·생산을 위한 클린룸 구축 등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길어지는것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OEM의 경우 규제와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국내외 기업들의 니즈를 발굴하고 생산 확대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토대로 올해부터 본격적인 매출 성장에 나선다는 목표로, 독일과 중국을 비롯한 지역을 다니며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해외 전시회에서 얻은 영감을 실험실 인테리어에 적용하고, 워크숍 때 노를 저으며 조정을 하는 등 새로운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구성원들이 '일단 해보자'라는 마인드를 지닌 것도 이같은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임 대표는 안전하고 깨끗한 제조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생산직 종사자들도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엄격한 관리 기준에 의한 공정안전보고서(PSM)도 작성하고 있다. 황산을 비롯한 물질이 부식을 야기하기 때문에 쉽지 않으나, 설비 자동화를 향해 나아가는 것도 근로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에스아이씨이노베이션은 자동화 소포장기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아이씨는 내년부터 팔레타이징을 비롯한 분야에 새 기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그는 “회사와 동갑이고, 어렸을적부터 알고 지낸 분들이 아직도 함께하는 만큼 여러가지 부분에 마음을 쓰고 있다"며 “지금까지 그랬던것처럼 앞으로도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대와 60대를 아우르는 임직원들과의 소통 및 복리후생 정책 마련에는 미국에서 전공한 심리학 및 영업팀 등 현장에서 직접 동료들과 느낀점 등을 녹여내고 있다. 최근 셋째아이의 아빠가 된 것도 육아 문제로 고심하는 직장인들의 고충을 체감하는 이벤트가 됐다. 임 대표는 내부 의견이 엇갈렸음에도 대외 홍보에 나서기로 결정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30여년의 업력과 10개 이상의 특허를 등록하면서 축적한 기술력에 맞는 인지도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대답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인터뷰] “조선호텔 간편식 성공비결은 호텔 셰프 레시피·합리적 가격”

“호텔 리테일 식품은 일상에서 즐겨야 하는 음식이니 가격대가 호텔에서 식사하는 정도로 높으면 고객 니즈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제품을 어디서 판매해 어떤 고객이 구매할 것인가에 맞춰 품질을 어느 정도로 구현할지 선택한 것이 조선호텔이 지난 2020년부터 매년 약 140%씩 성장하며 호텔업계 리테일 상품 선두주자로 앞서나간 비결입니다." 호텔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웠던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음식부터 숙박까지 호텔 리테일 상품이 온라인으로 확장돼 현재는 마켓컬리, 지마켓,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이커머스에서 호텔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선호텔은 지난 2022년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호텔업계 최초로 입점하는 등 리테일 상품 판매에 앞장선 선두주자로, 호텔업계가 신규 사업에 연이어 뛰어드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기자가 만난 정지혜 조선호텔앤리조트 리테일팀 식품MD(상품운영·기획)파트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중식 제품군 위주로 소소하게 판매하던 리테일 식품을 육개장, 삼계탕 등 한식부터 베이커리까지 60여개 제품으로 확대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다. 정 파트장은 대학원에서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간편식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연구를 수행한 경험을 토대로 홈플러스에서 온·오프라인몰 인기 상품을 출시·유통(소싱)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조선호텔에서는 이때의 경험을 살려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과 레스토랑 상품(RM) 등 2개 카테고리의 상품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정 파트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리테일 상품을 개발할 때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상품만 구현한다는 방침이었으나 현재는 호텔 레시피를 활용한 레스토랑 상품뿐 아니라 셰프가 제안하는 가정간편식 상품까지 확장했다"며 “가정에서 프리미엄 식사를 하려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셰프들과 논의를 거쳐 원재료 풍미를 살리기 위한 레시피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레스토랑 상품의 경우 조선호텔의 중식 레스토랑인 '홍연'에서 탕수육을 먹어본 사람이 리테일 상품을 먹었을 때 비슷한 맛이 난다고 느끼게 하는 게 목표다. 음식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공정을 간소화하기 위해 공장과도 다양한 논의를 거쳤다고 정 파트장은 덧붙였다. 반면, 가정간편식은 호텔에서 현재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호텔 셰프의 레시피와 노하우를 적용했을 때 시장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제품에 초점을 맞췄다. 첫 가정간편식 제품은 기력회복을 위한 음식인 만큼 프리미엄급 품질에 대한 수요가 높은 보양식인 삼계탕으로 출시했다. 실제로 이 삼계탕 제품은 출시 당시 마련했던 물량 6000개가 완판된 데 이어 지난 5~8월에는 3개월 사이에 19만개가 판매됐다. 정 파트장은 “이마트 자체 브랜드 삼계탕이 1만원이면 저희는 1만1900원 수준"이라며 “집에서도 호텔 음식 경험을 느끼고 싶다는 고객의 수요가 있으나 호텔에 와서 상품을 구매할 용의가 있는 가격 선과 마트나 온라인몰에서 구입할 때의 기준은 다르다"고 말해 호텔 셰프의 레시피와 노하우가 담긴 음식이면서 마트 제품과 차이가 크지 않게 가격을 책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조선호텔은 마트·온라인몰 등 시장 상품 대비 20~30% 정도 높은 금액을 상한선으로 정해놓고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전략은 조선호텔이 2020년 식품 리테일 사업에 본격 뛰어들어 매년 연평균 약 140%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동기 대비 85%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다. 정 파트장은 “조선호텔의 성공에 힘입어 많은 호텔이 새로운 비지니스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호텔 관점에서만 보고 사업을 해 나가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 쉽지 않다"며 “결국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마트나 온라인몰인 만큼 호텔과 다른 색을 가진 유통시장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파트장이 프리미엄 간편식 출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도 호텔 관계자들한테 이 점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다만 정 파트장은 호텔 영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조선호텔 셰프가 조리한 레스토랑 음식과 가정간편식 등을 구분하지 않고 한 제품에 만족하면 다른 제품도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결이 같은 제품을 출시한다는 내부 방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조선호텔 개관 110주년에 맞춰 선보인 애플파이 제품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국내 최초 양식당이자 조선호텔 양식 레스토랑의 전신인 '나인스 게이트'에서 판매했던 음식 레시피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호텔 스토리텔링을 담아 식품 리테일 상품을 만들기도 한다고 정 파트장은 귀띔했다. 정지혜 파트장은 “조선호텔앤리조트의 비전은 고객이 눈 뜨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조선호텔과 함께 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을 저희의 최종 목표로 삼고 고객의 일상을 조선호텔 상품으로 채우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인터뷰] 기후소송 위헌 이끌어 낸 기후영웅들…“청소년이 주체, 더 강력한 요구할 것 ”

지난 8월 29일 헌법재판소에서 깜짝 놀랄 판결이 내려졌다. 청소년 기후행동 등이 제기한 여러 건의 기후소송에서 일부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온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에서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처럼 2031년부터 2049년까지도 감축 목표를 설정해 탄소중립기본법에 명문화 해야 한다. 유럽에서 기후 위헌소송이 불합치 판결이 내려진 사례는 있었지만 아시아에서는 처음이다. 그만큼 값진 결과이다. 헌법 불합치 판결을 얻기 까지 많은 기후 활동가들의 참여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빛나는 활동을 한 이들이 있다. 바로 청소년기후행동이다. ◇“일부만 불합치 판결 아쉽지만, 사회 변화 촉발 계기될 것" 2020년 3월 당시 중·고교생이거나 갓 성인이 된 19명으로 구성된 청소년 기후행동은 원고가 되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너무 낮아 국민 기본권을 지키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들은 이제 대부분이 성인이 됐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헌재 판결이 나고 2주가 지난 9일 청소년 기후행동의 김보림, 윤현정 활동가를 직접 만나 소송을 제기한 배경과 불합치 판결에 대한 소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윤 활동가는 “사실 모든 기후소송이 위헌 판결이 나길 기대했지만, 일부만 인정된 것이 아쉽다"면서도 “법원이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 책임을 일부 인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판결이 기후위기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기후위기에 맞서 싸우는 최후의 저항선이 제시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 판결은 단순한 법적 승리를 넘어 사회적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이번 판결이 기후위기 대응의 최후 저항선을 만들었고, 이제부터 우리는 그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2026년까지 실질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단순히 감축 목표 설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전환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감축 수치에만 의존하는 대응이 아닌, 장기적인 사회적 전환과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헌법소원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 소송은 단순히 법정에서의 승리나 패배를 떠나, 기후위기에 맞서 싸우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이제는 더 이상 외면될 수 없음을 사회에 각인시켰다. 윤 활동가는 “기후위기에 맞서 행동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이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며 “우리는 이번 헌법소원이 한국 사회에 큰 메시지를 남겼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우리는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청소년 기후행동은 이번 헌법소원을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널리 알렸으며, 그들은 청소년들이 기후위기 대응의 중심에 서서 더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계속해서 활동할 계획이다. ◇2018년 폭염 겪으며 기휘위기 실감, 목소리 내자 결심 청소년 기후행동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절실히 깨닫게 된 계기는 2018년의 폭염이었다고 한다. 김 활동가는 에어컨도 없이 노후된 집에서 폭염을 견뎌야 했던 상황에서 기후위기의 실체를 피부로 느끼게 됐다고 떠올렸다. 그는 “그 당시 폭염으로 집 안의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아 밤에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선풍기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며 “폭염 속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소식을 들었을 때 이것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심각한 위기라는 걸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이 경험은 청소년 기후행동이 기후위기를 단순한 환경 문제나 미래의 일이 아니라,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생존과 직결된 현실적인 문제로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다. 청소년 기후행동은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며 청소년들이 어떻게 모여 목소리를 내게 됐는지를 이야기했다. 김 활동가는 “사실 처음부터 계획된 모임은 아니었다. 2018년 폭염을 겪고 나서 비슷한 고민을 하던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적 현실 속에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기후위기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윤 활동가는 “기후위기는 전 세계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다. 개인 실천도 중요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그래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우리가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헌법소원을 진행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나중에 큰 경험이 됐다고 한다. 윤 활동가는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우리 같은 청소년들이 실제로 법적 소송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법적 지식이나 도움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며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변호사들과 협력해 법리적인 부분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법적 대리인의 도움을 받아 소송의 모든 과정을 배우며 차근차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입증하기 위해 기후 과학 자료와 정책 실패 사례를 모아 소송 논거를 세웠다. 특히, 헌법소원을 진행하며 5000명 이상의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제3자 의견서로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경험도 중요했다. 윤 활동가는 “우리는 기후위기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5000명 이상의 목소리를 헌재에 전달했다"며 “이 의견서는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기후위기가 우리 삶에 얼마나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왜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였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헌법소원은 시작일 뿐, 입법과 정책에 목소리 반영시킬 것 청소년기후행동은 헌법소원을 진행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기존 방식을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윤 활동가는 “국가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정책을 수립할 때, 모든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며 “지금까지 기후위기 정책은 특정 산업계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우리는 기후위기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는 기업 부담을 줄이면 오히려 온실가스 감축이 더 느려져 기후위기 대응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분명히 지적했다"며 “이 부분이 헌재 판결에서 매우 의미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그들은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김 활동가는 “우리는 이제부터 더 강력한 대응을 요구할 것이고,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기후위기 대응을 이끌어갈 것"이라며 “헌법소원이 단순한 법적 소송이 아닌 한국 사회에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더 나아가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헌법소원이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라며 “입법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활동할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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