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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환대출·청년도약계좌 흥행과 은행의 역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29 14:35

송두리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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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대출 인프라, 청년도약계좌 등의 정부의 서민금융 정책이 잇따라 흥행하고 있다. 하나의 앱에서 낮은 금리의 신용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인프라는 지난달 31일 출범한 후 지난 9일까지 열흘 동안 총 3844억원(1만1689건)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도약계좌는 지난 15일 계좌 개설 신청을 받은 후 일주일 만에 가입자가 70만명을 넘어섰다. 두 상품 모두 예상보다도 더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두 상품의 특징은 금리에 있다. 대환대출 인프라는 가지고 있는 신용대출의 금리를 더 낮게 갈아탈 수 있어 차주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최대 연 6% 금리에 정부의 기여금, 비과세 적용을 받아 시중은행 상품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수준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월 최대 70만원씩 적금을 하면 5년 동안 5000만원을 모을 수 있다.

대환대출 인프라, 청년도약계좌는 모두 출시 전 참여자인 은행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대환대출 인프라의 경우 대환대출 비교 플랫폼을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에 은행이 종속될 수 있고, 은행의 금리 줄세우기로 과도한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거셌다. 출범 당일에도 은행들은 일부 플랫폼에만 참여하며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청년도약계좌 또한 은행들은 역마진을 우려했다.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 연 6%의 고금리는 손해 보는 구조라는 논리다. 은행들은 출시 전 우대금리를 2%로 제시하고 조건도 까다롭게 해 뭇매를 맞은 뒤 우대금리를 낮추고 조건을 완화해 기본금리를 지금의 연 4.5%(지방은행 제외) 수준으로 높였다.

금융소비자들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가 출시될 때마다 은행권에서 진통을 겪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대환대출 인프라와 청년도약계좌의 흥행은 금리에서 조금이라도 혜택을 보고 싶어하는 수요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장기간의 고금리 속에 경기 상황은 좋아지지 않고 있고 금융소비자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은행들은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면서 사상 최고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물론 은행은 공공재가 아니다. 주주가 있고 이익을 벌어들여야 하는 주식회사인 것도 맞는다. 하지만 은행은 이자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으며, 우리 경제에서 자금을 중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공적인 성격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은행은 수익이 우선일 수는 있지만 수익만을 챙겨서는 안된다. 은행의 사회적 역할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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