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식업계 "3천조원 황금알 할랄시장 잡아라"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국내 외식업체들이 올해 2500조 원으로 추산되는 전세계 무슬림(이슬람교인) 음식인 할랄(halal) 시장을 잡기 위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27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해외 할랄 시장은 원재료부터 제조 과정, 소비에 이르기까지 이슬람교 율법이 정한 까다로운 금기사항 때문에 해외공략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이 같은 높은 진입 장벽에도 할랄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1조 1700억달러(약 1400조원)에서 올해 2조 1000만달러(약 2500조원), 내년 3조달러(약 3600조원) 수준으로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식품업계는 전망한다.글로벌 할랄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한 국내 외식업체들은 동남아와 중동 등지에서 K-팝,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에 관심이 높아지고 대외 환경을 적극 활용해 할랄 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맘스터치는 올 하반기 태국 MF1호점을 시작으로 연내 태국 시장에서만 6개 매장을 출점한다는 계획이다. 닭고기를 활용한 제품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만큼 통닭다리살을 넣은 ‘싸이버거’와 ‘치킨 메뉴’로 현지 식문화에 최적화한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다. 돼지고기를 금지하는 이슬람교 특성상 닭요리를 더욱 많이 소비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태국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상에서 확산되는 K-콘텐츠의 영향력도 시장 공략에 징검다리가 되고 있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최근 태국 SNS에서 한식당에 방문해 메뉴를 먹고 후기를 남기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며 "이 같은 인기에 태국 내 한식 수요가 높은 것으로 판단돼 진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위험 부담이 적은 현지 상황에 고무된 맘스터치는 태국을 아세안(ASEAN) 시장 진출의 테스트베드로 삼는 한편, 연내 최소 5개 국가에 추가 진출한다는 방침이다.굽네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굽네도 내년까지 코타키나발루를 비롯한 동말레이시아 지역에 진출해 총 15개의 매장 개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교육·상업 인프라가 밀집된 세랑고르 프탈링자야 시타몰 지역에 5호 매장을 선보이는 등 소비자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대표 메뉴로 내놓은 ‘굽네 고추 바사삭’과 ‘굽네 볼케이노 철판 치즈떡볶이’도 소비자 호평을 얻고 있다. 각각 청양고추 가루를 묻혀 매콤한 맛을 살린 고추 바사삭과 고추장을 기반으로 특제 소스를 더해 감칠맛을 낸 치즈떡볶이가 매운 음식을 즐겨먹는 말레이시아 식문화에 잘 먹혀들었다는 설명이다.올 들어 말레이시아 전체 매장의 상반기 매출도 전년 하반기 대비 92% 늘어나는 등 호조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올 초 제작 지원한 SBS드라마 ‘사내맞선’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매출 증가로 연결된 이유에서다. 넷플릭스에 동시 공개된 ‘사내맞선’은 지난 3월 22일 기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국가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한 바 있다.SPC그룹은 계열사 파리크라상의 대표 브랜드 ‘파리바게뜨’를 내세워 미국과 중국에 이은 제3의 글로벌 성장축으로 동남아 시장 확대에 힘 쏟고 있다. 최근에는 동남아 사업 총괄 법인인 ‘파리바게뜨 싱가포르 유한회사’를 통해 말레이시아 유통부문 유력 기업과 ‘버자야 파리바게뜨’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올해 말 현지 수도 쿠알라룸프르에 1호점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SPC관계자는 "직접 진출 방식으로 인지도를 높여온 미국·중국 사업 전략과 달리 조인트벤처·마스터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방안으로 동남아시장 공략에 승부수를 던지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파리바게뜨는 앞서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400억 규모 할랄인증 제빵공장 건립에 나서면서 생산력 기반을 다지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내년 6월 준공 예정인 조호르바루 할랄 공장은 빵과 케이크, 소스류 등 약 100여 품목을 만들 수 있는 생산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로써 오는 2030년까지 동남아 시장에만 600개 이상의 점포를 열어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는 데 이어, 향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시장에도 문을 두드리겠다는 계획이다.inahohc@ekn.kr내년 6월 준공 예정인 파리바게뜨의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공장 조감도. 사진=SPC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