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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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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대신 산업 투자...‘생산적 금융’ 보험사 새 활로 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0.08 15:02

포화된 시장에 갇힌 보험사, 새 돌파구 모색
당국, 생산적 금융 촉진 위한 자본규제 완화 추진

‘국채 편중’ 운용 구조 벗고 산업 투자 확대 기대감
보험·산업 동반성장 위한 정책 실험 본격화

생산적 금융

▲보험사가 AI·배터리·에너지 등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투자하는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사진=챗GPT]

국내 보험시장 포화와 그에 따른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는 보험사들에게 새로운 수익모델이 더해진다. 인공지능(AI)·반도체·2차전지·바이오·재생에너지·사회간접자본(SOC)·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역량 강화를 위한 '실탄'을 확보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맞물리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제1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금융사들의 자본규제 합리화로 '생산적 금융' 진출 확대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계 관계자들도 참석해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의견을 표명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도입 이후 중복되거나 경직된 규제가 적극적 자산운용을 저해해온 점을 주목하고 있다. 검사·감독 및 면책과 핵심성과지표(KPI) 개선 등 금융사의 과도한 리스크 회피 방지를 추구하면서도 요구자본(향후 발생가능한 손실액) 항목 개편에 나선 까닭이다.



금융당국, 위험계수 등 요구자본 항목 개편

비상장 주식의 경우 49%의 위험계수가 적용되고 있지만, 정책프로그램을 통해 지분을 투자하는 경우 위험액을 경감한다는 계획이다. 펀드 투자의 경우 약관상 실제 레버리지 비율이 적용되는 방향으로 위험계수 산출 기준·대상을 변경한다.


특히 정부 인프라 펀드 투자시 자산·부채 현금 흐름이 유사하다면 자산 스프레드를 부채 평가 할인율에 가산하는 솔루션이 화두다. 보험사로서는 부채 감소로 인한 킥스 비율 상승 및 자산부채관리(ALM) 역량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은 은행·보험 자본규제 합리화를 추진해 생산적 분야로 자금 공급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생산적 금융 투자에 대한 자본부담을 덜게되면 국채 등 안전성은 높지만 수익성은 낮은 자산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보험사들은 그간 자본건전성 확보를 위해 투자자산의 대부분을 국채로 채웠다. 순매수한 채권 15조2166억원 중 국채가 12조2867억원(80.7%) 수준이다.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에 달한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채의 수익성이 악영향을 받고 있다. 보험사들의 운용수익률이 3% 수준으로 형성된 것도 높은 국채 비중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보험연구원은 장기투자물이 다양하지 않은 국내 자산시장 특성상 보험사의 장기국채 투자 쏠림 현상이 나타났으나, 오히려 부채 가치를 늘리고 자본을 압박하는 딜레마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부채 시가평가 할인율의 기준이 되는 국채 수익률곡선이 평탄해졌다는 이유다.


이같은 상황에서 실물경제의 생산성 향상을 촉진하고, 보험사에게도 수익성 있는 국내 장기자산이 될 수 있는 생산적 금융은 금융과 산업 모두 '윈윈'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부실자산 2조원 돌파…새 투자처 필요

생산적 금융에서 성과를 거두면 대체투자·부동산 등 리스크가 높은 자산을 줄여 포트폴리오 개선도 이뤄질 수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생명·손해보험사 38곳의 가중부실자산은 2조14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급증했다. 이는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자산으로, 전체 자산의 0.19%가 가중부실자산으로 분류됐다. 수익성 반등을 위한 몸부림이 '부메랑'을 맞은 셈이다.


부동산·항공기를 비롯한 대체투자 자산을 대규모 보유했던 롯데손해보험(0.84%)과 '홈플러스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메리츠화재(0.55%), 부동산 노출이 큰 흥국화재(0.68%)·하나생명(0.66%) 등의 비율이 높았다. 대형 생보사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향후에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등 저금리 기조 지속으로 투자손익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을 들어 빠른 규제 개선을 촉구하는 모양새다. 정책펀드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제공하지 못하면 부채 평가 할인이 이뤄지지 못하고, 결국 킥스 부담을 떨쳐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가평가 환경에서 보험산업은 수익성 있는 장기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만기가 없고 환매가 불가능한 지분형 펀드는 만기가 있는 부채에 대응할 ALM 장기투자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보험사가 킥스 자본경감을 통해 생산적 금융에 참여하는 수익성 있는 장기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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