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 3구 등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하이엔드 아파트 선호가 이어지고 있지만, 브랜드 난립으로 초고급 단지에서도 차별성이 약화되고 있다. 반면 입지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애매한 사업장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 적용을 둘러싼 부담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에는 기존 하이엔드 브랜드 대신, 지역 정체성과 입지 상징성을 강조한 '제3의 브랜드'를 적용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과거에는 대규모 도시정비 사업에서 여러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할 경우, 특정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기 어려워 별도의 단지명을 사용하는 사례가 일반적이었다. 삼성물산·현대건설·HD현대산업개발이 참여한 송파구 '헬리오시티'가 대표적이다. 브랜드 병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중립적인 단지명을 택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한 대안이 아닌, 초고급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제3의 브랜드'가 적극 활용되는 분위기다. 특정 건설사 브랜드에 종속되기보다 해당 지역에서 유일한 이름을 확보해 '이 이름은 곧 이 아파트'라는 인식을 심고, 입지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서울 성동구 성수4지구 재개발 사업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대우건설은 단지명으로 'THE SEONGSU(더성수) 520'을 제안하며, 길이 520m에 달하는 한강 조망 라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강을 가장 길고 넓게 조망할 수 있는 입지를 상징적으로 담았다는 설명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한강의 물결을 가장 긴 호흡으로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은 성수4지구만의 절대적 경쟁력"이라며 “이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이름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 포레온' 역시 '올림픽파크'라는 입지 상징성과 '포레온(Foreon)'이라는 독자 브랜드를 결합해 단지의 규모와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부각한 사례로 꼽힌다. 기존 브랜드보다 입지와 공간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네이밍이 단지 입지 굳히기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3의 브랜드는 차별화 수단인 동시에 갈등 완화 장치로도 활용되고 있다. 상급지 도시정비 사업을 중심으로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이 사실상 기준처럼 자리 잡으면서, 일반 브랜드 적용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간 마찰이 잦아지고 있어서다. 최근 상대원2구역 재개발 조합이 DL이앤씨와의 시공 계약을 해지하고 재입찰에 나선 것도, 조합이 요구한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적용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과거에는 브랜드 선택지가 제한적이었고 하이엔드 개념도 뚜렷하지 않아 분쟁 소지가 크지 않았지만, 하이엔드 브랜드가 빠르게 늘면서 수요자의 기대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브랜드 가치 유지를 위해 내부 심의 절차를 거쳐 선별적으로 적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조합의 요구와 현실적 한계 사이에서 타협안으로 제3의 브랜드가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는 별도의 브랜드 심의위원회를 통해 선별 적용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확산은 브랜드 가치 희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합과의 갈등 부담에도 불구하고 일정 기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이 부담스럽고, 일반 브랜드를 쓰기에도 애매한 사업장에 맞춤형 제3의 브랜드 활용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입지와 사업성, 조합의 요구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차별화와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전략"이라며 “향후 서울 및 수도권 정비사업지를 중심으로 제3의 브랜드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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