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 금산분리 완화 등 과감한 규제완화 필수” [전문가 진단]

부동산에 쏠린 시중자금을 첨단산업, 혁신기업, 벤처, 소상공인 등 생산활동에 연결되는 분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생산적 금융 대전환'이 성공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상상력을 발휘해 과감하게 규제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지금처럼 시중은행이 앞장서서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식은 오히려 은행의 이자수익 증가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에 한해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면, 시중은행들이 산업의 미래를 먼저 보는 '선구안'을 키우고, 우수한 기술력과 잠재력을 가진 중소기업을 적극 발굴할 수 있어 우리나라 경제와 금융의 지형도도 대대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이란 금융이 부동산, 수도권, 예대마진 중심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첨단산업, 벤처기업, 지방,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자금의 흐름을 확장해 산업 경쟁력 제고, 국민자산 증대, 모험자본 확대로 이어지는 의미한다. 시중자금이 실물경제 성장, 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곳에 공급되는 것이 핵심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기존 담보 위주의 대출에서 벗어나 사업성, 성장 가능성에 기반을 둔 대출로의 전환을 뜻한다. KB금융지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는 2030년까지 향후 5년간 생산적 금융, 포용금융에 총 508조원을 투입한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금융지주, 은행은 물론 각 계열사들이 다양한 기관, 기업들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생산적 금융이 시중은행 주도의 '기업대출'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대표적인 생산적 금융 수단으로 '벤처대출'을 활성화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올해 3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벤처캐피탈 지분투자(VC)에서 벤처대출 비중이 2024년 1분기 기준 24.6%에 달한다. 영국은 20~25%로 추산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1%를 넘지 못하고 있다. 벤처대출은 초기 단계를 지나 스케일업을 위한 주된 자금으로 활용되는 만기 3~5년의 무담보, 무보증 대출이다. 미국, 영국은 자금 회수 경로가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세컨더리 펀드 등으로 다양하지만, 우리나라는 M&A 시장이 빈약하고,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문화가 거의 없다. 이로 인해 한국은 지분투자, 벤처대출 시장이 커지는데 한계가 있고, 은행의 생산적 금융 역시 '기업대출'에만 집중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과 금융권에서는 '생산적 금융'이 국가 대전환 프로젝트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상상력을 발휘해 규제개혁을 단행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금산분리 규제의 경우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AI), 바이오, 로봇, 방산, 콘텐츠 등 12대 첨단전략산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에 한해서만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은행이 중소기업 지분을 인수하면, 중소기업 성장에 따라 은행의 지분투자손익도 증가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은행과 중소기업이 윈윈할 수 있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이 기업에 대출을 많이 내주는 것만으로는 '생산적 금융'에 한계가 있다"라며 “은행권이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 성장성) 등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일반은행에도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한 12대 업종, 그 업종에 있는 중소기업에 지분투자를 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 규제를 열어줘야 한다"며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의 신기술금융업 제도를 개선하고, 부수업무를 완화하는 한편 금융안정성을 해칠 염려가 크지 않다면 혁신금융서비스도 과감하게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기술사업금융업이란 미래 성장 가능성은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기업에 투자하는 일종의 VC다. 벤처기업은 자금조달과 경영관리 등을 받고, 금융사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여전사들은 신기술금융업을 통해 모험자본 공급자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신기술사업자에 대한 투자는 2021년 8조3000억원에서 2022년 5조7000억원, 2023년 5조5000억원, 작년 상반기 3조원으로 매년 감소세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부분의 여전사들이 신기술금융 라이선스를 갖고 있음에도 투자하지 않는 건 조달비용이 높기 때문"이라며 “카드사들은 단기 수익을 위해 카드론 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여전사들이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레버리지 배율 규제를 완화해야만 투자여력이 생겨 중장기적인 투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혁신금융에 투자를 단행하도록 위험가중치를 과감하게 완화하고, 엔젤투자를 할 때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주요 과제로 거론된다. 예를 들어 미국은 스타트업 초기 주식을 5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차익의 최대 100%를 비과세한다. 기대수익률을 높여 투자를 유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엔젤투자 등에 대해 기대수익률을 높여 손실을 실질적으로 보전해 주는 세제 인프라가 미흡하다. 서지용 교수는 “엔젤투자를 할 때 엑시트(투자금 회수) 플랜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상장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선진국보다 투자를 기피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사 대출 담당자들에게 면책을 허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한재준 인하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신파일러(금융거래 이력 부족자) 대출을 늘렸다가, 연체가 발생하면 건전성 저하, 충당금 적립 부담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출 담당자에게 면책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금산분리 완화가 '만능'은 아니라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이 지분투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진영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증권사들이 조 단위의 순이익을 낼 정도로 시중의 유동성은 풍부하다"며 “그간 금융사들이 생산적 금융에 미온적이었던 건 부동산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금융의 관점이 아닌) 기업들이 창업하거나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겪는 제약들을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의 시각에서만 생산적 금융을 바라보지 말고, 산업 현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게 수반돼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달 12일 AI반도체 기업인 퓨리오사 AI를 방문해 “이제는 금융정책과 산업정책이 따로 갈 수 없는 시대"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 금융은 재무제표와 담보 중심의 관점에서 기술과 데이터, 인재와 생태계의 가능성을 읽어내는 '산업을 이해하는 금융'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보험주 투자자들 속 탄다”…배당 여력 갈수록 증발

보험사들이 주주환원 확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배당 여력은 갈수록 쪼그라드는 모습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도입 이후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이 급증한 데다 금리·손해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배당가능이익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삼성화재는 배당 확대가 점쳐진다. 중기 배당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특별배당금이 주주환원 재원에 더해지는 덕분이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도 언급된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서 금융 계열사가 보유할 수 있는 비금융 계열사 지분은 최대 10%다. 양사가 약 730만주(0.13%)를 매각한 까닭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2조원에 달한다는 평가다. 행동주의 펀드와 공방전을 벌였던 DB손해보험은 앞서 2025년도 현금배당을 전년 대비 11.8% 늘린 데 이어 8월 밸류업 재공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특화보험사 포테그라 인수가 마무리되는 것도 주주가치 향상에 일조하는 요소다. 그러나 KB손해보험·신한라이프·한화생명·현대해상을 필두로 배당을 실시하지 못하는 곳이 더 많은 상황이다. DB손보도 금융당국의 할인율 제도 변경 등으로 배당가능이익이 2년간 1조7000억원 감소했고, 2035년까지 악재가 있다고 밝혔다. 배당을 어렵게 만드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항목은 해약환급금준비금이다. 이병건 DB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기준 손해보험사 빅5(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보·KB손보·현대해상)의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액이 1조4300억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높은 킥스 비율에 힘입어 적립 비율이 80%였음에도 별도 순이익(1조7500억원)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삼성생명이 적립을 시작하는 등 생명보험 업권에서도 더욱 무거운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시장금리 변화로 보험부채 평가액이 축소되면서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해약환급금과 차이가 벌어졌고, 이 간극을 메울 준비금 적립액이 많아졌다는 이유다. 이 연구원은 배당을 하고 있는 기업들도 2~3년이 지나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이 배당 가능성을 상당히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유관기관과 기업들이 적립비율을 낮추는 기준선을 현행 170% 보다 더욱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중이지만, 좀처럼 당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업계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는 자성도 나온다. 생명·장기손해보험 신계약비 지급액은 2022년 19조원에서 지난해 34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건강보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영업조직을 키우고 높은 수준의 시책을 제시했던 것이 해약환급금준비금 확대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제한된 배당 여력은 보험계약마진(CSM)을 늘릴 수 있는 고마진 상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대체투자 확대를 필두로 투자역량을 끌어올리는 등 펀더멘탈 향상에 나섰음에도 증시 훈풍에 동승하지 못한 원인으로도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보험지수는 전일 기준 3955.87로 지난해 5월23일(1917.67) 대비 10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2502.09에서 7847.71로 200% 넘게 급증한 것의 절반에 그쳤다.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2배로, 코스피(2.40)의 3분의 1 수준이다. KRX 300 금융(0.93배)과 비교해도 낮았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치명타'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지금도 부족한 배당가능이익을 더욱 옥죄는 탓이다. 금융지주를 포함한 주주들에게 배당을 실시하면 기본자본이 줄어든다. 해당 수치가 50%를 밑도는 기업은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지만,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동원해서 끌어올릴 수도 없다. 중소형사 뿐 아니라 일부 대형사도 배당 재개가 힘들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예실차·자동차보험 적자를 줄여 영업실적을 개선하면 배당가능이익 증대로 이어질 수 있으나, 고령화와 경상환자 과잉진료 때문에 손해율 안정화가 쉽지 않다"면서도 “보험 업황이 부진하고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고조된 때에 보완자본의 뒷받침까지 사라지면서 배당 가능성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40조 생산적 금융’ 나서는 보험업계...‘고수익’ 뒤 리스크 경계론 [창간기획]

보험업계가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맞춰 자금 운용 전략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공채 중심의 안정적 자산 운용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재생에너지·인프라·벤처투자 등 장기 성장 산업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는 흐름이다. 보험 본업의 수익성이 경쟁 심화와 손해율 상승 등으로 둔화하는 가운데 투자이익의 중요성이 커진 데다, 최근 자본규제 완화로 운용 여력까지 확대되면서 보험사들의 움직임도 한층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생산적 금융 확대가 곧바로 보험사의 투자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고위험 자산 비중이 높아질 경우 자산 건전성과 지급여력(K-ICS·킥스)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특히 재생에너지와 벤처투자 등은 회수 기간이 길고 사업 변동성이 큰 만큼 투자 손실 발생 시 자본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생산적 금융 확대와 보험사의 안정성 유지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작업이 향후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향후 5년간 4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생산적 금융에 투입한다. 이는 기존 로드맵 보다 3조2000억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8조원은 국민성장펀드에 투자된다. 해당 펀드가 만드는 하위 펀드에 유동성 공급자로서 참여, 벤처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KDB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을 인수하거나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사업에 대해 대출 또는 지분 투자를 단행하는 역할도 수행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 전환(AX) 등에 힘입어 2024년 국내에서만 6조원을 돌파했다. 향후에도 상업용을 중심으로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된다. 또한 장기 임차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가 꾸준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평가다. 항공우주·바이오·재생에너지·소형모듈원자로(SMR)를 비롯해 국가 전략산업으로 꼽히는 분야도 투자 대상이다. 지난 4월 정부가 내놓은 보험사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은 드라이브적인 성격이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위험계수를 높이고 주식·신용위험계수는 낮춰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자금을 투자로 돌리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책프로그램 위험계수를 49%에서 20% 이하로 낮추고, 10년 이상 장기보유특혜 적용 대상에 비상장주식과 펀드도 포함시켰다. 블라인드펀드 미집행 약정 위험액 산출도 합리화한다. 이를 통해 보험사가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은 24조2000억원 가까이 많아진다.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의 '분자'에 해당하는 요구자본이 줄어들면서 투자 부담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100억원 투자시 49억원이 요구자본으로 책정되는 기존 방식 대신 20억원만 반영되면 추가 투자를 단행해도 킥스 비율을 유사한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다. 채권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장기 국채 수요가 기업·인프라 장기성 대출 또는 정책펀드로 유입되는 형태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 효과가 나타나면 채권 보다 주식·대출채권 중심으로 자산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생산적 금융이 '여명기' 단계인 까닭에 지난 1년간 생·손보사 채권잔고 감소에는 영향을 줬다고 보기 어렵지만, 중장기 채권 수요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출채권의 경우 인프라 대출이 성장의 한 축을 맡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고채를 비롯한 시장금리가 상승한 데 이어 기준금리 인상이 점쳐지는 국면인 것도 자금 이동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채권 비중을 낮추고, 다른 자산을 활용해 수익을 올릴 필요성이 커졌다는 논리다. 국채는 금리 변동성을 줄이는 등의 효과가 있지만, 저수익 자산으로 분류되는 문제가 있다. 국채 의존도가 높을수록 투자수익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김 연구원은 지난달말 기준 보험사 채권 듀레이션이 11.4년으로 축소된 원인으로 채권 평가손실 확대에 직면한 기업들이 초장기 국채를 덜어낸 것을 지목했다.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 듀레이션 보다 길어지면서 초장기 국채 수요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금리 상승이 자산가치 하락을 야기, 킥스 비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쉽사리 공격적으로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이 맞선다. 우선 내년부터 시행되는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발목을 잡는다. 이는 보험사 자본의 질 향상이 목적으로, 기존 킥스와 달리 보완자본으로 높일 수 있는 지표가 아니다. 보험사들이 전체 운용자산 1292조원 중 42.6%를 채권으로 구성한 이유도 자본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함이었으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에 투자했다가 회수에 차질이 생기면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수 있다. 다수의 해상풍력 단지가 투자 철회·사업 지연 등의 어려움을 겪었고,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서 손을 떼는 일이 벌어진 것도 고려사항이다. 경제성이 부족한 곳에 금융사의 자금이 투입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치 50%를 밑도는 보험사가 다수인 것도 문제다. 업계에서는 자본 여력이 큰 대형사 위주로 진행되는 사업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적 금융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보험업계 양극화라는 '부메랑'을 맞게되는 셈이다. 스타트업을 포함한 국내 벤처기업의 생존율도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창업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미 3분의 1 이상이 문을 닫고, 5년 후에는 60% 이상이 사라지는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면 장기투자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의 폐업 혹은 인프라 자산의 가치 하락시 손상차손을 입고, 결국 이익잉여금 감소에 따른 가용자본 하락으로 귀결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매각 작업에 돌입하면 '정상가'를 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충분한' 지급여력 확보를 위해 감독역량을 쏟아붓고, 자본구조가 취약한 기업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늘어난 세금 부담도 실적에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유도하려면 종합적인 관점에서 '당근'과 '채찍'을 재점검해야할 것"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부동산→AI·재생에너지로…은행 돈줄, 방향 틀었다 [창간기획]

은행권의 자금 흐름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은행권은 부동산과 담보대출 중심의 자금 공급에 집중했지만, 정부의 '생산적 금융' 강화 기조를 기점으로 미래·전략 산업 투자로 방향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재생에너지 산업은 새로운 핵심 투자처로 부상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투자금융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은행권의 부동산 대출 중심의 영업 행태를 비판하고 첨단·미래 산업 투자를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자금 공급 전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국민성장펀드는 변화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총 150조원을 지원하며, 정부보증채권 75조원과 민간자금 75조원으로 구성된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산업은행이 앵커를 맡고 시중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구조다.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연간 10조원, 5년간 50조원의 공급 목표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첨단전략산업과 중소·기술기업 전반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AI,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수소, 로봇 등 국가 전략 산업 육성이 목표다. AI와 재생에너지는 대표적인 투자 분야다. AI는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기술로 부상했으며, AI 발전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며 재생에너지를 통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1차 메가 프로젝트에는 K-엔비디아 육성, 국가 AI컴퓨팅 센터,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등이 포함됐다. 지난달 발표된 2차 메가프로젝트에도 소버린 AI, 지방 태양광·풍력 발전사업 등이 담기며 AI와 에너지 분야의 투자 확대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은행권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승인된 국민성장펀드 1호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산업은행과 KB국민은행이 대표 주간사를 맡고, 5대 금융지주와 IBK기업은행, BNK부산은행 등 18개 금융기관이 선순위 대출과 간접투자에 참여한다. 이중 농협은행은 구체적인 공급 규모를 공개했다. 선순위 대출 1200억원, 미래에너지펀드 간접투자 870억원 등 총 2070억원을 투자한다. 장기·저리의 대출 자금을 공급해 자금 확보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은 전남 신안군 일대에 총 3조40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개발되며, 산은이 조성한 첨단전략산업기금이 7500억원을 투입한다. 390MW의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소를 건설해 향후 전남 지역에 구축할 예정인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청정에너지를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PF 중 최대 규모로, 오는 2029년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 투자 프로젝트도 가동됐다. 지난 2월 삼성전자 평택 5라인 AI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프로젝트에 대한 국민성장펀드 참여가 승인됐다. 총 2조5000억원의 대출 중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은행별로 1000억원씩 총 5000억원을 연 3%대 저리로 공급한다. 이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 8조8000억원 규모로 추진된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AI 반도체 생산 설비 구축을 지원해 첨단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개별 금융그룹 차원의 투자 확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금융그룹들의 대규모 인프라펀드 조성에 나섰는데, AI와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골자다. KB금융그룹은 1조원 규모의 'KB국민성장인프라펀드'를 결성했다. KB자산운용이 설립과 운용을 맡고, 은행과 보험 계열사 등이 참여한다. 국민은행은 전체 1조원 중 5000억원을 출자한다. 이 펀드는 디지털·에너지 인프라, 재생에너지 대전환, 지역균형성장 사회기반시설(SOC) 등을 대상으로 하며, 먼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집단에너지 사업' 투자를 검토한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은행 4000억원, 하나증권 500억원, 기타 관계사 500억원 등 총 5000억원 규모의 '하나모두성장인프라펀드'를 조성했다. 신재생에너지와 AI·디지털 인프라 투자를 핵심 축으로 삼고, '완도금일 해상풍력 발전사업', '부천 삼정동 AI허브센터', '인천 구월동 AI허브센터'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우리금융그룹도 5000억원 규모의 '우리 지역발전 인프라펀드'를 조성하고, 전체 자산의 70% 이상을 지역균형성장 인프라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요 대상은 '해남 태양광·고창 해상풍력 발전사업'으로, 친환경 에너지 전력 사업에 자금을 투입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지방금융그룹 중 BNK금융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부울경 지역에 추진하는 주요 에너지사업을 지원한다. BNK금융 계열사 인프라를 활용해 두산에너빌리티의 사업 자금 조달과 금융 구조화, 운용 자금 등 금융서비스를 뒷받침한다. BNK금융이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 지원 프로그램의 첫 번째 협약으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통해 지역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겠다는 목표다. 은행권의 이 같은 자금 흐름 변화는 기존의 이자이익 중심 성장 구조를 바꾸고 투자금융 영역을 강화해 수익 기반을 다양화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특히 최근에는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며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확대에 제동을 걸고 있다. 부동산 금융 확대를 억제하려는 정부의 명확한 기조 속에 투자금융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권도 이자 중심의 성장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나 안정성이 보장된 부동산과 담보 중심의 영업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며 “정부가 생산적 금융과 자금 흐름 변화를 주문하고 있는 만큼 은행권이 투자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금융, ‘전환 엔진’ 가동...150兆 성장펀드로 산업 돈길 만든다 [창간기획]

정부가 '돈의 방향이 바뀌는 시대'로의 대전환을 시작하면서 금융권의 자금 흐름이 기존 부동산에서 인공지능(AI)·반도체·에너지·첨단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150조원 규모의 성장자금을 풀어 새로운 산업으로의 전환 육성에 나서자 금융의 역할도 다시 짜이는 모양새다. 정책금융기관부터 은행·보험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산업자금 공급망에 편입되며 한국형 '산업금융 체계'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이 과거 자산시장을 팽창시키는 엔진이었다면 이제는 산업 부스터이자 인프라로 재정의되고 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하락과 부동산·가계대출 중심 성장의 둔화 및 PF 부실 부작용, AI·반도체 패권 경쟁 본격화 등 여러 환경 변화에 따라 정부는 금융권의 국가성장 동원 의지를 피력해왔다. 특히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출범 직후부터 민간 금융의 산업정책 동원 필요성이 확대됐음을 시사하며 '금융 대전환'을 국정 과제로 내세웠다. 전환금융과 혁신금융이라는 두개의 축으로 철강·석유화학·발전 산업의 '저탄소 전환'과 AI·첨단 제조를 중심으로 하는 '산업 체질 전환'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50조원 규모 성장펀드를 통해 전환금융과 혁신금융의 그림에 시동을 걸었다. 첨단산업, 벤처·혁신기업, 지역경제, 재생에너지 등 생산성이 높은 영역으로 자금을 전환하고 혁신하기 위해 밸류체인 전반에 민간 금융사들이 투자하고 공급에 참여하는 민관 합작 펀드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는 위험가중자산(RWA) 규제 완화, 벤처캐피탈(CVC) 투자 규제 완화 등에 나서는 등 작년 하반기 본격적으로 투자 전환에 대비하는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성장펀드 출범을 앞두고 메가프로젝트 발굴과 범부처 토털솔루션 제공을 추진하는 등 자본규제 개선을 통해 은행·보험업권의 투자 여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2030년까지 508조원의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으로 즉각 화답했다. 정부는 금융권 자본에 더해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의 626조원 지원까지 총 1240조원의 대규모 자금을 첨단 산업에 투입하는 체계를 올해 초 확립했다. 핵심 전략 사업을 키우기 위해 초과세수를 활용한 국부펀드 투자를 논의하는 등 적극적인 금융 동원 의지를 실현하는 단계에도 이르렀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기관과 모태펀드의 자금이 민간인 은행·보험사와 연기금, VC, PE로 연결되는 초대형 밸류체인을 구축한 것이다. 150조 성장금융 프로젝트에 시동이 걸리면서 금융의 역할은 급변하고 있다. 정책금융이 공급 기반을 마련해 민간자금을 끌어당기는 구조를 기획함에 따라 정책금융기관은 대규모 마중물로, 은행은 산업자금 공급 창구로, 보험사는 장기 모험자본 투자자 역할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한국산업은행,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정책 금융기관은 초기 대규모 자금 공급처이자 민간으로 향하는 리스크를 완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고위험 산업이나 보증.후순위 투자에 집중함으로써 민간이 들어오기 어려운 초기 위험을 흡수하고 투자의 물꼬를 트는 것이다. 은행권은 산업자금 공급 채널이자 자금이 산업에 전달되는 통로 역할에 나섰다. △대출 공급 △프로젝트 파이낸싱 △산업 생태계 금융 △협력사·벤더 금융을 맡는 것이다. 기존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집중된 자금은 산업과 기업금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은행권의 기업대출 중심 재편 움직임이 커지면서 성장산업 생태계 전반에 유동성을 투입하는 모습이 확대되고 있다. 보험과 연기금은 장기 투자자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장기 인프라 투자나 사모펀드·인프라펀드 출자, 재생에너지·데이터센터 투자 등 은행 자본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AI·전력망·에너지 전환 투자 등에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업권이 초장기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 안정적 현금 흐름을 선호하기에 인프라 투자에 적합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흘러 온 자본은 벤처캐피탈(VC)·사모펀드(PE)·자산운용사 등을 통해 산업 모험자본으로 최종 수혈되고 있다. 모험자본은 성장 잠재력은 높으나 위험도가 높은 창업·벤처·중소기업에 투자되는 자금이다. 정부는 리스크는 줄이고 규모는 키워 위험이 높지만 성공 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과 산업에 투자함으로써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완성하는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자금 흐름의 변화가 본격화되면서 부동산·가계대출 중심이던 국내 금융이 산업으로 돈길을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은 단순한 정책펀드 확대를 넘어 한국 금융의 방향 자체를 바꾸는 대형 실험과도 같은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에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 위주 자금이 AI·에너지·첨단산업으로의 이동을 완수하고 민간 자본까지 끌어들이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자리 잡을지 성패에 이목이 모인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은행도 아닌데 4200억 굴린다”...스타벅스는 왜 금융규제 비켜가나

고객 돈 4200억원을 미리 받아 운용하면서도 금융당국 규제는 받지 않는 스타벅스 코리아의 사업 구조를 두고 제도 공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선불충전금을 기반으로 사실상 금융업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전국 직영 매장이 하나의 사업장으로 묶이는 '단일 가맹점' 구조로 분류되면서 전자금융업 규제 대상에서는 제외돼 있어서다.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선불업 규제가 강화됐음에도, 스타벅스 같은 대형 직영 플랫폼은 제도 밖에 남겨지면서 금융당국 감독 체계가 현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25일 스타벅스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선불충전금 잔액은 4275억6311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950억8377만원)보다 325억원(8.22%) 늘어난 규모다. 선불충전금은 고객이 스타벅스 앱이나 카드에 미리 넣어두는 금액이다. 지난해 한 해 새로 충전된 1조7497억원에서 사용·환불액 1조7172억원을 뺀 325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2020년 이후 이 선불충전금을 은행 예치금과 신탁 등 현금성 자산으로 운용해 최근까지 약 408억원의 이자수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직접 규제는 받지 않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은 발행처와 사용처가 다른 경우에만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규정해 금융당국의 등록·감독 대상으로 분류한다. 스타벅스는 발행처와 사용처가 모두 스타벅스코리아로, 전국 매장을 직영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 법적으로 하나의 사업장으로 취급된다. 이 때문에 스타벅스 코리아의 선불충전금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같은 등록 선불전자지급수단이 아니라, 선결제를 받는 '동네 식당'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환불 규정 역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 기준을 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스타벅스 선불카드 잔액을 돌려받으려면 잔액의 60% 이상을 먼저 사용해야 한다. 대기업이지만 골목상권 수준의 규제를 받는 상황이다 보니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꾸준이 제기됐다. 앞서 국회는 2021년 발생한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선불업 규제를 강화한 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에도 스타벅스 등 대형 직영 기업을 규제망에 포함할지 논의했으나 최종적으로 제외됐다. 제3자 선불금 사용 가능성이 작다는 점, 멤버십·포인트 등 제도 전반에 규제가 과도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유였다. 또 스타벅스 선불충전금은 전자상거래법상 선수금 규제를 적용받는다. 해당 법령은 선수금의 최소 10% 이상에 대해 상환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서울보증보험(SGI)을 통해 선불금의 94.1%인 4024억5997만원을 보증보험에 가입한 상태로, 법적 의무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전체 잔액 중 약 251억원은 보증보험에 반영되지 않았고, 선불금 운용 현황 등 세부 내역은 공시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자금 규모가 커진 만큼 전금법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에 미사용 스타벅스 코리아 카드 잔액 반환 지급명령을 신청한 법무법인 이공 양홍석 변호사는 스타벅스 선불충전금의 전금법 적용 가능성에 대해 “개인적으로 적용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전자금융거래법상 조치를 취할 것이냐, 소비자 보호 관련 규정을 적용할 것이냐는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규모를 이유로 한 규제 강화에는 신중론도 내놨다. 양 변호사는 “액수가 크다고 해서 새로운 법률 이슈가 생기는 건 아니다"며 “1억이든 400억이든 동일한 상태라면 동일한 규제를 하는 게 맞고, 사업을 열심히 할수록 규제를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는 결제 가능한 곳이 많아 통화 대체 효과가 크지만, 스타벅스는 스타벅스에서만 쓸 수 있어 동일한 방식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며 “다른 지류형·선불형 상품권 사업자들과의 균형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 이후 정부 압박도 가속화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스타벅스 카드 약관에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공정 약관이 포함돼 있는지를 점검 중이다. 탈퇴 시 잔액 유무와 관계없이 등록된 스타벅스 카드를 모두 해지하도록 한 약관 등이 검토 대상에 올랐다. 공정위는 아울러 60% 이상 사용 시에만 잔액 환불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의 개정 여부도 살피고 있다. 스타벅스 불매운동은 금융권으로도 번졌다. NH농협은행은 논란 직후 올원뱅크 앱에서 NC다이노스 경기 승패 적중 시 지급하던 스타벅스 쿠폰을 다른 업체 사은품으로 교체했다. 광주은행은 본점 각 부서와 영업점에서 진행하던 스타벅스 관련 행사를 중단했고, 신한카드는 '스타벅스 신한카드' 출시 시점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현행 전금법상 스타벅스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 요인은 없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업권 전반의 선불충전금 리스크를 점검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행정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농협회장 한 번 뽑는데 400억”...직선제 선거비 ‘딜레마’

농협중앙회가 회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로 바꾸기로 결정하면서 선거 진행 방식과 법 개정 등 각종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광역단체장급 규모로 유권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부터 회당 선거 비용이 4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막대한 비용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 마련이 과제로 대두된 가운데 정부의 자금 지원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 등에 따르면 조합원 직선제 도입 시 현행 중앙회장 선거(선거인단 1110명)의 유권자 수가 약 187만명으로 늘어난다. 농협중앙회 조합원 약 204만명 중 단위 농협에 중복으로 가입한 조합원을 제외한 숫자다. 이는 약 177만5000명에 이르는 전라남도 인구보다 많은 수준으로 광역 행정 체계 내에서도 상위권인 수치다.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광역단체장에 준하는 규모와 대표성 등을 띄게 되는 것이다. 중앙회장 선거는 기존 약 1100명의 조합장이 선거를 치르는 간선제 방식이었으나 정부와 여당의 농협 개혁안 요구를 농협 측이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조합원 직선제로 변경하게 됐다. 2028년 치러지는 차기 선거부터 본격 도입될 예정이다. 농협은 1961년 8월 15일 출범 이후 대통령 임명제와 조합장 직선제, 대의원회 간선제 등 여러 방식을 거쳐오다 완전 직선제로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선거의 민주성 강화와 부패 방지를 위해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방식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선거 비용이 난제 중 하나로 떠오른 상태다. 지난 14대~21대 회장 선거에 걸쳐 활용된 조합장 직선제 당시에도 과도한 비용 지출이 문제로 지목되며 22대 회장 선거부터 대의원 간선제를 도입했던 만큼 농협은 선거 비용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껴왔다. 이번 직선제로의 변경에 따라 △투표 안내 및 투표소 설치 △투·개표 관리 인력 운영 △홍보물 제작·배포 △시스템 구축 등 선거 전반에 드는 비용이 급증할 전망이다. 중앙회 추산 406억2000만원(위탁선거비 318억8000만원·선거운동비 51억5000만원)이다. 현행 조합장 방식의 중앙회장 선거 비용은 약 4800만원으로 비용 부담이 향후 최대 800배 넘게 불어나는 셈이다. 당정이 추진 중인 농협법 개정안에는 선거 공영제 방식의 비용 부담 주체를 중앙회로 명시하고 있어 막대한 비용의 출처를 두고 제도적 장치 마련이 과제로 대두된 상태다. 농협은 대표성 강화와 민주적 통제라는 측면에서 직선제를 수용했지만, 선거 비용 부담 및 금권·정치화 우려가 커진 만큼 이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선거 공영제 도입이나 일정 부분 지원 방안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지원이 없이는 농협 본연의 역할인 농업인 지원 사업도 축소될 것이란 우려도 표명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21일 조합원 직선제를 수용하는 대국민 입장 발표에서 “과도한 선거비용 부담은 조합원 지원 재원 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선거 공영제 도입 등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 공영제의 비용 보전 제도의 경우 공직 선거에만 활용되고 있어 농협중앙회장의 선거 비용 분담을 위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한 상태다. 정부와 국회가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와 동시에 치르는 방안을 꺼내기도 했지만 추후 농협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선거 공영제의 도입이나 국가 예산 지원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한편, 직선제 도입에 따라올 각종 부작용도 우려된다. 선거 과열이나 공약 남발 가능성, 자율성 및 정치적 중립성 훼손으로 경영 부실 등이 유발될 수 있어서다. 협동조합 조합원의 회장 직선제는 해외를 포함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제도인 만큼 현장의 다양성과 협동조합의 운영 원리를 균형있게 조율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협은 앞서 중앙회가 조합원→조합→중앙회로 이어지는 '2차 연합회' 조직으로, 중앙회 회원인 조합이 투표권을 갖는 것이 조직 원리에 부합하다는 주장을 이어왔다. 직선제가 참여 확대라는 의미를 갖게되는 만큼 기존 연합회 체계와 조합원의 직접 참여 원리를 조화롭게 설계하는데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87만명의 지지에 따라 선출된 중앙회장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농협중앙회장은 자산 800조원 규모의 농협경제지주·금융지주와 중앙회 산하 33개 계열사 인사권을 사실상 행사할 수 있는 위치다. 농식품부는 6·3 지방선거 이후 조합원 직선제를 비롯한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 및 여론 수렴을 지속한 뒤 국회와 법 수정·보완 검토에 나설 방침이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누가 잘 갚나” 선별 관건...은행 ‘대안신용평가’ 중요성 커진다

포용금융 확대가 은행권 핵심 화두로 떠오르며 대안신용평가모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 정보 중심의 신용평가 체계를 벗어나 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그동안 소외됐던 차주까지 1금융권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은행권은 현재 신용평가 과정에서 비금융 정보를 활용하고 있으나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비금융 데이터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안신용평가모형의 정교함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금융 소외 문제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히며 은행권 포용금융 구조 변화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기존의 신용평가 체계 변화다. 금융위원회는 기존 신용평가가 과거 연체와 금융거래 이력 중심으로 운영되며 금융 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나 연체 채무 성실상환자를 제대로 평가하고 있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신용성장계좌, 대안정보센터 구축 등 신용평가 체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비금융 데이터 활용은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주문한 내용이기도 하다. 김 실장은 이달 초 페이스북에 은행권의 신용평가 체계를 '낡았다'고 비판하며 소비, 납부, 플랫폼 활용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소득, 대출, 카드, 연체 정보 등 금융 정보 중심으로 차주 신용을 평가했다. 반면 대안신용평가는 금융 이력 외에 소비 내역, 통신비 등 각종 요금 납부 내역, 소액 결제, 플랫폼 활용 등 비금융 데이터를 반영해 차주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학생, 주부, 사회초년생, 프리랜서 등 금융 이력이 부족한 경우 신용평가가 불리하지만 다양한 비금융 정보를 활용하면 신용도를 다각도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은행들은 대안신용평가를 활용해 신파일러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방향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들은 개인 신용대출을 평가할 때 대안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대안신용평가를 적용한 신파일러를 위한 금융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신한·하나·우리은행 등도 대안신용평가를 활용해 소액대출 등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 금융 데이터와 함께 활용하고 있고 중저신용대출 상품 등 일부 상품에 한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한계가 지목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현재 비금융 데이터를 적용하고 있지만 금융 데이터와 함께 사용해 비중이 적다"며 “모든 상품에 비금융 데이터를 적용하기에도 한계가 있어 당국이 요구하는 수준만큼 활용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고도화된 특화 신용평가모형(SCB)은 준비 중이다. 앞서 금융위는 재무제표 중심의 기존 신용평가 방식에서 나아가 매출, 업종, 상권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소상공인의 미래 성장성을 평가하는 인공지능(AI) 기반 SCB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제주은행 등 7개 은행은 하반기부터 SCB를 시범 운영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포용금융 구조 변화에 칼을 빼들면서 향후 은행권의 대안신용평가 확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비금융 데이터만으로 구성된 대안신용평가를 활용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강화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롯데멤버스, 교보문고 등 비금융 데이터로만 이뤄진 대안신용평가모형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활용해 기존 모형으로 거절됐던 중저신용자를 선별했고 1조1000억원의 대출을 추가 공급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설립 단계부터 중저신용자 포용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대안신용평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며 “기존 은행은 설립 취지가 달라 비금융 데이터 활용 필요성이 인터넷은행만큼 크지 않았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은행들이 비금융 데이터 활용을 확대할 경우 이를 얼마나 정교하고 변별력 있는 대안신용평가모형으로 구현하는지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활용되는 데이터 규모 자체는 은행 간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제 상환 능력을 가려낼 수 있는 분석 역량과 건전성 관리 노하우 확보가 포용금융 성과를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포용금융을 확대하면서 부실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유의미한 데이터를 선별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단순하지 않다"며 “특히 리스크가 높은 차주에 금리를 낮춰야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시뮬레이션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이 방대한 정보를 활용해 신용평가모형을 만드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활용을 하면서 어떤 데이터 선별과 활용이 정확도를 높이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단시간 내 완성도 높은 모형을 구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못 산 사람이 더 많아”...국민성장펀드, 대기수요 커진다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가 출시 초기부터 투자자 쏠림 현상을 보이면서 금융당국의 추가 공급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고액 자산가보다 일반 투자자와 서민층 자금이 예상보다 대거 유입되면서 당초 시장 예상과 다른 흐름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정부가 손실 일부를 우선 부담하는 구조와 소득공제 혜택이 맞물리며, 예·적금에 머물던 개인 자금까지 자본시장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판매가 시작된 국민참여성장펀드는 은행과 증권사를 합쳐 총 6000억원 규모 가운데 약 5224억원이 첫날 소진됐다. 온라인 판매 물량은 대부분 동났고, 오프라인 창구에서도 다수 판매사가 조기 마감됐다. 특히 금융당국이 전체 공급 물량의 20% 수준으로 예상했던 서민형 상품 수요가 실제로는 이를 크게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근로소득 5000만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 3800만원 이하 가입 대상자들의 청약이 대거 몰리면서 은행권 판매분 가운데 서민형 비중이 40%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약 1000억원 수준이 서민형 가입 자금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고액 자산가 중심으로 자금이 몰릴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일반 투자자 참여가 훨씬 활발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부가 손실 일부를 우선 부담하는 구조와 소득공제 혜택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입 후 5년간 중도 환매가 제한되는 부담에도 절세 효과와 기대수익 측면에서 퇴직연금보다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판매 과정에서는 투자자 불만도 제기됐다. 증권사별로 판매 개시 시간이 달랐고 일부 회사만 사전 계좌 개설을 지원하면서 접근성 차이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일부 판매사는 가입자 쏠림을 우려해 적극적인 안내를 자제했고, 이 때문에 상품 정보를 제때 확인하지 못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실제로 가입 대상 조건을 오해해 신청 자체를 포기했던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 열기가 예상치를 웃돌자 금융당국은 추가 물량 공급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국민참여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매년 6000억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인데, 내년 공급분 일부를 앞당기거나 별도 추가 물량을 편성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추가 공급에는 재정 지원과 세제 혜택이 수반되는 만큼 관계 부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당국 내부에서는 올해 안에 추가 가입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추가 판매가 이뤄질 경우 올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시점을 조율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판매 방식 변경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에는 선착순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추가 공급 시에는 보다 많은 가입자에게 기회를 배분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손질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과거 안심전환대출 추가 공급 당시 정부가 주택가격 기준 우선 승인 방식을 도입했던 사례처럼, 국민참여성장펀드 역시 가입 금액이 적은 투자자를 우선 배정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정부 재정이 손실 일부를 우선 부담한다는 점이 '원금 보장'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재정은 국민 투자금의 최대 20% 범위 안에서 손실을 먼저 흡수하는 구조일 뿐, 투자자 손실을 직접 보전하는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특히 해당 상품은 원금 보장형이 아닌 고위험 등급 펀드로 분류돼 투자자 성향 진단에서 위험 감수 성향이 적합한 경우에만 가입할 수 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1~4월 車보험 손해율 85.8%…흑자전환과 ‘거리두기’

자동차보험(자보) 손해율이 지난해 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다. 해당 상품군에서 지난해 7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본 손해보험사들은 올해도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을 것으로 걱정하는 모양새다. 23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1~4월 보험료 기준 상위 4곳(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손해율은 85.8%로 전년 동기 대비 2.5%포인트(p) 상승했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화재는 83.3%에서 85.7%, DB손보는 82.8%에서 85.6%로 올랐다. 현대해상은 83.8%에서 85.6%, KB손보는 83.3%에서 86.2%로 높아졌다. 사업비 등을 고려한 자보의 손익분기점(BEP)은 83% 수준으로, 1%p 악화시 연간 기준 2000억원 가량 손실을 입는다. 이미 지난해 보다 커진 부담이 1600억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DB손보의 올 1분기 자보 손익은 88억원으로, 발생손해액이 불어나면서 전년 동기 대비 80.8% 급감했다. KB손보는 37억원에서 -24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삼성화재(-96억원)와 현대해상(-140억원)으로 부진했다. 4년간 보험료 인하 효과가 누적됐고, 보상원가가 상승한 여파다. 자보 실적은 향후에도 개선이 어렵다는 평가다. 손해율은 봄철에 상대적으로 낮고, △여름휴가 시즌 △추석 연휴 △동절기에 높다. 앞으로 올라갈 일만 남은 셈이다. 지난해 월별 데이터를 보면 7·9·11·12월 평균이 90%를 넘었고, 이 중 12월은 96.0%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빙판길 사고를 비롯한 악재가 산적한 시즌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수치의 기저에는 경상환자 과잉진료와 수리비 인상 등이 깔려있다. 업계가 '8주룰' 도입을 바라보는 까닭이다. 이는 경상환자가 8주 이상 치료를 받으려면 필요성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토록 하는 것으로, 한의학계의 반발에 부딪혀 몇달째 시행이 늦어지고 있다. 업계 차원에서 자체적인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손해보험협회가 경찰청·한국교통안전공단과 손잡고 고령운전자에게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를 보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고령운전자가 많아진 점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업은 전국 주요 도시에서 시행되는 것으로, 다중추돌사고 등 일명 '급발진'으로 생기는 인명·차량 피해를 막아 길거리 안전을 향상시킨다는 목표다. 사고가 줄어들면 보험금 지급도 감소하면서 손해율 안정화에 기여하고, 보험료 상승 요인을 억제해 다른 가입자들에게 피해가 전이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보험료가 1.3~1.4% 인상됐으나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수준은 아니고, 차량 5부제 특약이 겹치며 사실상 효과가 없어졌다"며 “자보가 고객 확보를 위한 주요 채널로서 손보사의 대표 상품군으로 불리지만, 수익 창출은 요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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