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보험업계 최대 이슈인 인수합병(M&A)이 새로운 페이즈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손해보험사들이 주인공이었던 것에서 생명보험사들이 부각되고 있다. 이 중 KDB생명은 인수가 이뤄지면 15년 넘게 머물던 한국산업은행을 떠나 '새 둥지'로 들어서게 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 매각을 위한 본입찰은 다음달 7일을 전후로 진행될 전망이다. 매각 주관사 삼일회계법인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5곳(삼성·한화·교보생명, 흥국생명, 한국투자금융지주)의 경영진과 만나고 있다. 유력 후보로 꼽히는 곳은 흥국생명과 한국투자금융이다. 대형 생보사들이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미 높은 수준의 보험료를 수취하고 있는 만큼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 입지 강화를 위해 공격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도 '걸림돌'이 있다.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인수에 따른 자본 부담을 감안해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 방어를 위한 '실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화생명의 경우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고, 배당 재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배당을 비롯한 초과 자본을 해외 보험·투자·자산운용 역량 강화에 활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반면, 흥국생명은 KDB생명을 품으면 업계 내 위상이 달라진다. 총자산은 지난 4월말 기준 약 23조5000억원에서 40조원 규모로 증가한다. 단순계산으로는 삼성·교보·한화·신한라이프·NH농협생명에 이어 6위다. 1~4월 1조6667억원이었던 수입보험료는 2조3174억원으로 늘어난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에서 5.3%로 커진다. 700~800명의 전속설계사도 합류한다. 흥국생명의 모회사 태광그룹 차원의 의지도 상대적으로 크다는 평가다. 2030년 매출 5조원과 자기자본이익률(ROE) 8% 달성을 목표로 여러 곳의 인수를 추진했고, 애경산업·동성제약 인수라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후 이지스자산운용과 케이조선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보험업에서도 흥국화재가 예별손해보험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OK금융그룹의 '강수'에 밀렸다. 롯데손해보험은 신한금융지주가 매각 협상을 벌이는 중이다. 한 번에 대량의 자산·설계사·보험계약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이번 인수전만 남은 셈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그간 보험사 M&A 분야 '태풍의 눈'으로 불렸다. 김남구 회장이 주주들에게 연내 보험사 인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고, 생명보험 관련 상표도 출원했다. 다만, 증권·자산운용 비중이 높은 그룹 특성상 손보사 보다는 생보사를 노린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손보사 인수전에 참전한 것도 시장의 '온도'를 알아보고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함이 아니었냐는 분석이 많았다. 한투금융은 BNP파리바카디프생명도 노리고 있다. 변액보험에서 강점을 나타내고 있어 주요 고객·상품군과 시너지를 내기 용이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대면 영업이 절대적인 국내 환경에서 필요한 전속설계사가 사실상 없다는 단점 때문에 KDB생명을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관건은 결국 낙찰 가격이다. 시장에서는 KDB생명의 '적정가'를 5000억 수준으로 보고 있다. 올 1분기 보험손익(95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100억원 이상 증가하며 흑자전환하고, 당기순이익도 27억원에서 278억원으로 개선됐다. 김병철 대표의 리더십 하에 외부전문가를 영입하고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매각 가격을 높이는 요소다. 채권 투자 비중이 높은 생보사로서는 운용수익 증가를 토대로 장기적인 투자손익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경과조치 전 킥스 비율이 74.5%, 내년부터 시행되는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25.2%에 머문 것이 발목을 잡는다. 산업은행이 앞서 50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단행했음에도 인수 후 대규모 자금 지출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진행된 예별손보 인수전에서 1조원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붙은 것을 활용해 산은이 공적 자금 회수 극대화를 노릴 수 있지만, 매수자 측에서는 금융당국의 손해율·사업비 가이드라인 변경을 들어 가격 인하를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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