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엔 또 줄 세울 수도”...대출총량 풀어도 은행권은 ‘빠듯’ [이슈+]

정부가 강하게 조였던 대출 총량 한도를 완화하면서 실수요자를 위주로 숨통이 트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은행권 내 늘어난 여력이 실제로 많지 않을 뿐더러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 자금난 해소에 쓰이기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과 함께, 이른 번복에 따른 정책 신뢰도 실추 우려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공급을 일부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면서 은행권의 대출공급 환경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서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1.5%에서 3%로 높이고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에 대한 총량관리도 완화하기로 했다. PF 금융지원 확대와 전세대출을 활용한 갭투자 차단, 청년·무주택자 등 실수요자 지원도 대책에 담겼다. 특히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 상향으로 금융권이 공급할 수 있는 대출 여력은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밝힌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약 1800조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3%는 약 54조원으로, 기존 목표와 비교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 여력이 약 27조원 늘어나는 셈이다. 중도금·잔금대출·이주비 등 주택공급 관련 집단대출은 총량에 포함하되 금융사별 목표 안에서 일반 가계대출과 구분해 별도로 관리한다. 이에 대출처를 찾지 못해 저축은행과 같이 비은행권 고금리 대출을 찾아다니던 대출 수요자들의 부담이 일부 완화될 전망이다. 잔금대출 '선착순 대란'이나 주담대 '오픈런' 현상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늘어난 여력을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중도금 및 잔금대출, 청년·무주택자 등 실수요에 우선 배분하고 LTV·DSR 같은 기본적인 대출 규제는 유지함에 따라 전체 실수요자의 대출 여건을 크게 개선하지 못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추가 대출분을 정책대출과 은행 자체 대출에 배분해야 하는데다, 은행별로는 추가 대출여력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당국은 은행마다 상반기 취급 실적과 대출 포트폴리오, 지난해 목표 미준수에 따른 페널티 등을 반영해 수정 목표를 차등 배정할 방침이다. 대출 증가율 목표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단순 적용하면 연간 증가 한도는 기존 4조3363억원에서 8조6726억원으로 늘어난다. 한도 자체만 보면 4조원 가량 추가되지만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지난달 말 기준 이미 지난해 말 대비 6조3821억원 증가해 기존 한도를 약 2조원 초과한 점을 감안하면 남은 대출 여력은 약 2조2905억원 수준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단지는 잔금대출만 많게는 조단위에 이르고 하반기 입주 물량도 대기 중인데 집단대출 수요까지 감안하면 여유가 많지 않아 연말로 갈수록 오픈런 현상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권이 올해 4분기 추가 한도마저 다 채울 경우 또 다시 대출모집인 채널 대출 제한, 모기지 보험 가입 중단 등 가용 수단을 들고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 한도 문제로 계약금이나 잔금을 막지 못하는 피해는 줄어들더라도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 자금난 해소 자체도 충분치 않다는 진단이다. 은행의 대출 공급 여력과 관계없이 주담대 6억원 한도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개별 차주에게 적용되는 핵심 규제는 그대로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신용대출 또한 은행이 보수적으로 관리할 가능성이 높고 대출 규제 전반이 완화되는 개념이 아니다"며 “주담대 자금 조달 조건이 그대로기에 소득이나 자기자본이 부족한 청년·무주택 실수요자는 여전히 대출 한도에 막힐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이 오피스텔·빌라 등 비아파트를 첫 집으로 마련해 주거 징검다리로 삼을 수 있도록 내놓은 '저금리 정책 모기지 세트'는 현실과 거리감이 있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청년 주거지원 3종 세트 중 하나인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은 청년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가 4억원 이하 비아파트를 살 때 LTV를 80%까지 적용해주지만, 현재 4억원대인 서울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와 13억원을 웃도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의 차이를 보면 비아파트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여기에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강경하게 밀어붙여오던 기조로 인해 결국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4월 총량 규제 목표치를 제시한 지 4개월 만에 번복했다. 일각에선 “부동산과 연관된 금융은 국민들이 수개월 이상을 앞두고 계획을 세우는 만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자주 바뀔수록 피해가 커진다"는 지적이다. 당초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려던 '부동산과의 절연 정책' 기조에도 균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다만 정부는 이같은 지적엔 선을 그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번 대책에 따라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 원칙에서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아니다"며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고 LTV·DSR과 주택가격별 주담대 6억·4억·2억원 한도는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홈플러스 ‘회생 불씨’ 살리자...카드사, 보류했던 대금 풀었다

카드사들이 홈플러스 카드대금 지급을 재개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긴급운영자금(DIP) 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회생절차가 폐지되지 않은 영향이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관련 시한을 다음달 4일로 연장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지난 13일 전후로 대금 지급 보류를 해제했다. 카드사들은 홈플러스 영업 중단으로 결제 취소 및 환불이 대거 발생할 것을 우려해 대금 지급을 보류한 바 있다. 지난 13일 홈플러스 매출(106억2800만원)이 지난해 같은 날 보다 1.2% 늘어나고, 전국 오프라인 점포 67곳의 고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 홈플러스는 7일부터 점포들의 문을 열며 상품 공급 및 결제 시스템을 점검했고, 상품 입고율을 끌어올렸다. 카드 판매대금 유입으로 상품 매입 등에 필요한 자금도 확보할 전망이다. 다만, 일부 채권에 대해서는 가압류가 걸린 상황이다. 정산을 받지 못한 일부 납품업체가 관련 채권에 가압류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현행 가맹점 약관에는 카드사가 신용판매대금에 대해 민사집행법을 비롯한 법령에 따라 가압류·압류 명령을 송달 받으면 대금 지급 보류·공탁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금융당국은 해당 가압류 물량이 홈플러스 영업에 제한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납품업체의 규모가 크지 않아 전체 영업을 흔들 수준이 아니라는 이유다. 한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은 메리츠금융의 DIP 금융에 대해 전액 연대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금융권, PF 18조원 줄었는데…연체율은 ‘10년래 최고’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이 2년 새 18조원 넘게 감소했지만 연체율은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부실 우려 사업장에 대한 익스포저도 다시 늘면서 PF 부실 정리가 아직 진행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은 4.65%였다. 지난해 말 3.88%와 비교하면 석 달 만에 0.77%포인트 높아졌다. 2016년 3분기 말 4.95%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PF 연체율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1분기 말 4.49%에서 2분기 4.39%, 3분기 4.24%, 연말 3.88%로 떨어졌지만 올해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부실 부담이 크게 나타났다. 증권사의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28.38%에서 올해 1분기 말 30.43%로 2.05%포인트 상승했다. 2016년 말 32.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증권사 브릿지론의 연체율은 46.93%까지 올라갔으며 본PF 역시 23.18%에 달했다. 은행권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은행 PF 연체율은 지난해 말 0.82%에서 올해 1분기 말 1.32%로 0.50%포인트 상승했다. 2017년 말 1.36% 이후 최고치다. 보험업계 역시 PF 건전성 지표가 악화됐다. 보험사의 연체율은 같은 기간 1.68%에서 2.27%로 상승하며 2014년 말 2.3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상호금융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PF 연체율이 0.17%에서 5.51%로 5.34%포인트 급등하면서 2015년 말 6.54%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저축은행의 PF 연체율도 1.82%에서 3.12%로 높아졌고, 여신전문금융회사 역시 4.00%에서 4.91%로 상승했다. 연체율뿐 아니라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PF 자산 비중도 일부 업권에서 확대됐다. 보험사의 PF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지난해 말 1.59%에서 올해 1분기 말 2.24%로 뛰었다. 2024년 2분기 말 2.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 역시 같은 기간 0.98%에서 1.28%로 상승했다. 문제는 금융권이 PF 규모를 축소하는 가운데서도 부실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은 오히려 늘었다는 점이다. 금융권 전체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1분기 말 134조2000억원에서 같은 해 말 128조1000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말에는 115조5000억원까지 내려왔다. 지난해 말 116조원과 비교해도 5000억원가량 줄었으며 2년 전과 견주면 18조7000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사업성 평가에서 '유의' 또는 '부실 우려'로 분류된 PF 익스포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지난해 말 14조7000억원이던 해당 익스포저는 올해 1분기 말 16조4000억원으로 1조7000억원 증가했다. 2024년 2분기 말 21조원까지 늘어난 뒤 지난해 말까지 감소하던 흐름이 올해 다시 반전된 것이다. 부실 사업장을 털어내는 속도도 둔화됐다. PF 사업장에 대한 정리·재구조화 규모는 지난해 3분기 3조8000억원에서 4분기 2조원으로 감소했고 올해 1분기에는 4000억원에 그쳤다. 금감원은 정리·재구조화 실적이 줄어든 데 대해 그동안 PF 부실 규모 자체가 감소하면서 정리 대상이 줄어든 데다 계절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PF 시장의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을 확대하고 있다. 정상 사업장에 대한 공적 보증을 늘리는 한편 부실 사업장의 정상화를 위해 캠코 PF 정상화 지원 펀드를 3조원 이상 추가 조성할 방침이다. 은행·보험권이 참여하는 신디케이트론 규모 역시 기존 1조원에서 5조원으로 확대한다. 업권별 자체 정상화 펀드는 현재 7조3000억원에서 10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박성훈 의원은 “땜질식 처방을 해서는 안된다"며 “한계 사업장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정리해 금융권으로의 연쇄 부실을 차단하는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PF 구조조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이슈&인사이트] 원화 강세는 진짜인가: SK하이닉스 착시와 재정의 그림자

8월 들어 외환시장의 공기가 바뀌었다. 7월 1일 장중 1560원 부근까지 치솟던 원/달러 환율은 한 달여 만에 1410원 안팎으로 내려앉았다. 7월 한 달 원화 절상률은 약 8.8%로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미연준과 달러스왑을 체결한 직후 환윤이 안정되기 시작했던 2009년 3월 이후 최대치 였다. 시장에서는 이미 “1300원대 진입" 전망까지 나온다. 불과 두 달 전 환율 1600원 대를 걱정하던 것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그러나 이 강세를 온전히 신뢰하기 어렵다. 아직까지 원화 강세는 상당 부분 한시적 요인이 만든 것이며, 환율을 1560원까지 밀어 올렸던 구조는 해체된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 있을 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8월 강세를 떠받친 힘의 성격을 뜯어보자. 가장 큰 공급원은 SK하이닉스의 미국 ADR 상장 대금, 약 265억 달러(40조원)의 환전이었다. 이는 반복되지 않는 일회성 유입에 불과하다. 여기에 수출업체들이 고점 인식에서 내놓은 네고 물량과 법인세 중간예납을 위한 계절적 환전 수요가 겹쳤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2.50%에서 2.75%)이 내외금리차를 좁혔으며, 미국 고용지표 부진과 미·일 외환당국 개입이 달러를 강세를 누르는 구조였다. 이들은 일회성이거나, 계절적이거나, 경기순환적이다. 어느 것도 원화약세의 구조적 원인에 해당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할 역설이 있다. 한국은 지금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다. 6월 경상수지는 497억 달러로 두 달 연속 역대 1위를 경신했고, 흑자는 38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며, 수출은 처음으로 월 1000억 달러를 넘었다. 물론 반도체 호황에 원인이 있다. 우리가 아는 상식대로라면 세계 최상위권의 대외 흑자를 내는 나라의 통화는 당연히 강세를 지속해야 한다. 그런데 원화 환율은 지속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며 불과 몇 주 전 1560원을 넘봤다. 이 퍼즐은 자본수지에서 풀 수 있다. 반도체로 벌어들인 달러가 나라 안에 머물지 않고 있는 것이다. 6월만 해도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316억 달러어치 줄여 역대 최대 순감소를 기록했고, 내국인은 해외 주식으로 돈을 계속 실어 날랐다. 경상수지가 환율의 양동이를 채우는 동안, 자본수지가 그보다 빠르게 물을 퍼내고 있다. 원화 약세는 애초에 무역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본 유출의 이야기라는 것이 이 퍼즐의 핵심이다. 환율이 강세와 약세를 줄타기하는 균형 위로 우리 정부의 재정이 한 발 딛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번 정권들어 확고한 확장재정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2026년 예산은 사상 처음 700조를 넘긴 728조 원으로 전년보다 약 8.1% 늘었고, 두 차례 추경과 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는 GDP 대비 49%대로 올라섰다. 일부 추산은 채무비율이 비기축통화국이 경계하는 60%대에 근접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재정의 그림자가 희미해 보이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가 강력한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완충재는 반도체에 집중되어있으며, AI시장의 성장을 감안하더라도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경기순환적이다. 이 사이클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아니면 지속될 수 있을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반도체 사이클이 하락으로 접어들면 경상수지 완충재가 얇아진다. 바로 그 시점에 재정적자가 여전히 커지고 있고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계속된다면, 원화는 경상과 자본 양쪽에서 동시에 방어막을 잃는다. 이는 국제경제학에서 가장 경계하는 쌍둥이 적자 문제가 된다. 특히 우리와 같은 에너지 수입국에게는 바로 이 상품수지의 수입 쪽에도 급소가 있다. 호르무즈가 다시 조여 유가가 급등하면, 우리가 의존하는 흑자 규모도 얇아진다. 원화 강세는 한시적일 수 있다. 8월의 되돌림은 지나쳤던 약세를 교정한 것이고, 금리 인상과 달러 약세라는 원인도 작용했다. 그러나 가장 눈에 두드러진 원인은 일회성 ADR 환전과 계절적 세수였고 중장기적 구조의 전환이 아니었다. 환율를 1,560원까지 밀어 올렸던 구조는 아직 여전히 남아있다. 중장기적으로 1,400원이 지켜질지, 1,300원이 올지, 아니면 1,500원이 돌아올지는 단기적 달러 수급이 아니라 세 가지 변수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반도체 사이클 지속 여부, 자본 유출, 그리고 재정 건전성이다. 환율 숫자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경상수지와 재정수지를 함께 읽어야 한다. 1,410원은 승리의 세리머니가 아니라 일시정지일 수도 있으며, 바닥의 그림자는 아직 움직이지도 않았다. bienns@ekn.kr

청라로 향하는 하나금융지주, 인천에 ‘금융보따리’ 푼다

하나은행이 인천지역 서민·청년·소상공인 생활안정과 미래 전략산업 및 혁신기업 육성을 아우르는 동반성장에 나산다. 하나금융그룹이 청라국제도시로 이전하면서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행보에 힘을 보태기 위함이다. 하나은행은 이호성 은행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송현석 인천시 정책수석, 박주선 기술보증기금 전무와 'ABC+E 미래성장엔진 육성을 위한 금융지원 업무협약' 등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우선 주거안정과 취업 준비 등 청년층의 고충을 완화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긴급생계비지원 △성실상환 취약차주 원금 상환 △장기연체자 재기 지원 등을 통해 금융 취약계층의 재기·자립을 돕는다. 하나은행은 인천신용보증재단에 추가 특별출연을 통해 300억원 상당의 보증부 대출을 공급한다. 기존 1650억원 규모인 인천형 특별경영 안정자금은 2483억원으로 늘린다. 인천 지역에 본점·공장·사업장을 둔 인공지능(AI), 바이오, 콘텐츠·문화, 에너지 분야 우수기업을 위한 1500억원 규모의 협약 보증도 지원한다. 대상기업에게는 보증비율 최대 100% 적용과 보증료 최대 0.6% 지원을 비롯한 혜택이 주어진다. 금융부담을 덜고 연구개발(R&D)과 사업 확장에 나서 지역의 미래 산업을 이끌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인천시·하나증권은 2000억원에 달하는 인천 유니콘 펀드를 결성한다. 출자금 전액은 하나금융그룹이 제공하고, 하나증권은 펀드 결성 및 운용을 맡는다. 하나은행은 지역 유망 스타트업·기업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단순 대출 중심의 금융지원이 아닌 스케일업에 필요한 성장자본을 공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청라 이전으로 인천 지역에서 향후 10년간 3조4000억원 상당의 직·간접 경제유발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1만5000여명의 신규 고용창출 뿐 아니라 법인지방세·지방소득세를 합해 약 4200억원의 세수가 확대되고, 협력기업 유입 및 생산·부가가치 유발은 3조2000억원 규모라는 논리다. 이호성 행장은 “지역은행의 역할은 단순히 지역에 영업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시민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금융을 가장 먼저 고민하고, 지역의 미래에 함께 투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시의 정책에 발맞춰 인천의 민생경제 회복과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 실질적인 힘이 되는 향토은행으로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이 대출, 자연에 어떤 영향?”...KB금융지주, ‘자연자본’ 관리 나선다

KB금융그룹이 '2025 자연자본 공시 보고서-자연과 금융의 연결'을 발간했다. 폭염과 이상기후를 비롯한 자연의 변화가 일상을 넘어 기업의 생산활동·지역사회·금융에도 영향을 미치는 점에 착안한 셈이다. KB금융지주는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NFD)'의 권고안을 토대로 금융 포트폴리오의 자연자본 의존도 및 영향도를 분석하고, 자연 관련 위험·기회·거버넌스·대응 전략을 담았다고 17일 밝혔다. '자연자본 공시'는 기업 경영활동이 자연환경과 생물다양성에 끼치는 영향, 자연환경 변화로 기업이 받는 재무적 위험·기회를 파악해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산업의 경우 사업장 운영으로 발생하는 직접적 영향 보다 투자·대출·보험 등 금융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자연 관련 위험과 기회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KB금융은 △수처리시설 담보대출 △비금 주민 태양광발전사업 △한림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LDES) 사업 △역세권 청년주택 신축사업을 비롯한 자산에 대해 LEAP 접근법에 따른 분석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위치 파악(Locate), 영향·의존도 진단(Evaluate), 리스크·기회 평가(Assess), 대응 및 공시 준비(Prepare) 4단계로 구성된 내부 실사 평가 프로세스다. KB금융은 수자원·토지 이용을 비롯한 자연자본 의존 및 영향을 살펴보고, 물리적 위험과 오염·보호지역 등 평판 위험을 식별했다. 이를 토대로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 자연자본 위험관리 체계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위험관리를 넘어 실제 활동과 연결하는 것도 특징이다. 전략·첨단산업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 뿐 아니라 청년 자립, 지역사회 발전, 중소기업 성장을 아우르는 포용금융으로 분석의 범위를 확장해 자연자본과의 연관성을 돌아봤다. 주거안정을 비롯한 사회적가치를 구현함에 있어 생물다양성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KB탄소관리시스템'과 'KB ESG 컨설팅 서비스' 등 자연자본 위험관리 지원 서비스로 중소·중견기업의 녹색전환도 돕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말 기준 환경 부문 상품·투자·대출을 포함해 20조8000억원에 달하는 ESG 금융 상품을 관리·운용 중으로, 2030년 25조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수자원 관리, 순환경제, 친환경 모빌리티,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분야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자연자본 직접 보전·복원에도 나선다. 2022년 KB국민은행이 시작한 'K-Bee 프로젝트'는 꿀벌 서식 환경을 조성하고 생태계 회복을 돕는 활동이다. 같은해 첫 사업을 시작한 'KB 바다숲 프로젝트'는 내년까지 잘피숲 조성 및 복원을 진행할 예정이다. 'KB 플로깅 데이' 등 임직원·이해관계자가 함께하는 환경보전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앞으로도 자연 관련 위험과 기회를 금융 의사결정에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생산적 금융을 통해 산업의 지속가능한 전환을 지원하는 동시에 포용금융을 통해 청년·지역사회·중소기업이 자연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금융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공공기관 지방이전 속도내는 정부…“경쟁력 약화” 강조하는 노조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 중인 가운데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노동조합이 첫 단체 집회에 나서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금융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세종 이전부터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갈등이 보다 격화되는 양상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 노조원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을 반대하는 대규모 공동 집회를 개최했다. 노조는 집회를 통해 최근 국책은행이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으로 논의되면서 원활한 정책금융 공급을 위해 본점이 서울에 남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금융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지방 이전은 정책금융 수행 역량과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특수금융과 정책금융의 최고 집행자로 반드시 서울에 있어야 국가 금융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집회 참석자들도 결의문을 통해 “지금은 반도체·AI·미래에너지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정책금융을 확대하고,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과 수출 경쟁력을 뒷받침해야 할 시기"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핵심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3사 노조가 지방이전 저지를 위해 대규모 집회를 여는 공동 행위는 이번이 처음으로 강한 대립에 나서면서 정부와의 갈등도 격화하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4000여명이 참석한 이전 저지 결의대회를 열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도 목소리를 높였다. 예금보험공사도 지난 11일 지방 이전에 대한 노조 입장을 밝히며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구상에 공개적으로 반대표를 냈다. 정부는 이전 준비를 지속하며 다소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1차 이전 당시 기관을 전국으로 분산 배치해 집중 효과가 떨어졌다"며 “기능이 유사한 기관을 권역별로 묶어 배치하는 2차 이전 구상이 있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포함한 국토대전환의 8대 과제를 확정하고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출마자들이 기업은행의 대구 이전과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전재수 부산시장이 최근 공공기관 이전 추진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개최하는 등 지자체에서의 분위기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 구상이 가시화되면서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세종 이전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여당은 연내 법 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산은·기은·수은의 본점 이전 논의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법 개정 문턱에 막혀 실제 이전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만큼 국회 입법을 진행한다면 오는 9월 정기국회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가계대출 총량 1.5%→3%…은행권 대출 숨통, ‘선별 공급’은 계속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기존 1.5%에서 3%로 높이면서 은행권의 가계대출 공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다만 늘어난 대출 여력이 모든 차주에게 동일하게 풀리는 것은 아니다. 주택공급과 청년·실수요자 지원에 우선 배분하고 신용대출은 자율 관리하도록 하면서 은행권의 '선별적 금융'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3% 수준으로 상향했다. 지난 4월 1.5%로 설정한 이후 넉 달여 만에 목표치를 두 배로 높인 것이다. 금융당국이 목표치를 올린 것은 주택공급을 뒷받침하고 청년과 실수요자의 대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사전 브리핑에서 “실거주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권이 적정 수준의 주담대를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신용대출은 상대적으로 관리 강도를 유지한다. 신 사무처장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차주에게 큰 불편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 늘어난 30조, 주택·실수요자에 우선 배분 이번 조정으로 금융권 전체의 가계대출 공급 여력은 당초보다 약 30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당국은 올해 증가율 목표가 1.5%였을 경우 대출 여력이 30조원 내외였지만 3%로 높아지면서 약 60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늘어난 여력이 곧바로 모든 가계대출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주택공급을 위한 자금과 청년 주거안정 지원, 실수요자의 대출 애로 해소 등에 대출 여력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대출 한도를 축소하면서 나타났던 이른바 '대출 오픈런' 현상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정책 방향이 은행권과 제2금융권에 전달되면 과도한 대출 제한 현상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기존의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서 일부 방향을 조정한 배경에는 최근 부동산과 주식시장 상황 변화도 있다.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1.5%로 설정했던 지난 4월과 비교해 주택 거래량과 주식시장 상황 등이 달라졌다는 판단이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가 예고되면서 4~5월 주택 거래량이 크게 늘었고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실수요자들의 대출 불편 호소도 이어졌다. 당국으로서는 기존 목표치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주택공급과 실수요자 지원 과정에서 대출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 셈이다. ◇ '30조 확대'에도 은행별 대출 여력은 제각각 문제는 총량 목표가 두 배로 늘었다고 해서 모든 은행의 대출 공급 여력이 동일하게 커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은행별로 지난해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얼마나 초과했는지, 올해 상반기까지 대출을 얼마나 늘렸는지에 따라 남은 공급 여력이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목표치를 크게 초과해 페널티를 받은 금융회사나 상반기에 이미 가계대출을 많이 늘린 은행은 총량 목표 상향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금융권 전체로는 약 30조원의 추가 여력이 생기지만 개별 은행이 실제로 공급할 수 있는 대출 규모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하반기 대출 경쟁도 단순한 공급 확대보다는 남은 총량과 차주별 수요를 고려한 선별적 공급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서민금융은 기존 확대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5대 금융지주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총 70조7672억원 규모의 포용금융을 공급할 계획이며 올해 상반기에만 11조2912억원을 집행했다. 우리은행도 상반기 새희망홀씨·사잇돌·햇살론 등을 통해 4218억원을 공급했고 IBK기업은행은 저소득·저신용 급여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비대면 'i-ONE 햇살론 특례보증'을 출시했다. 일반 가계대출의 총량 관리가 일부 완화되더라도 은행권이 모든 대출을 동일하게 늘리기보다는 주택 실수요자와 청년, 취약차주 등 정책적 필요성이 높은 영역에 자금을 배분하는 방식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서민금융 확대에 따른 은행의 자본 부담은 여전히 변수다. 특히 새희망홀씨처럼 은행이 신용위험을 직접 부담하는 무보증 신용대출은 보증부 대출과 비교해 위험가중자산(RWA) 부담이 커질 수 있다. RWA 증가는 다른 조건이 같다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금융당국 역시 포용금융 확대에 따른 은행권의 부담을 고려해 관련 위험가중치와 자산건전성 분류, 충당금 기준 등을 합리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목표가 상향되면서 금융권 전반의 대출 공급 여력은 이전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늘어난 대출 여력도 주택 실수요자나 청년, 정책금융 등 필요한 곳에 우선 배분될 가능성이 높아 은행권의 선별적인 대출 관리 기조 자체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은행권 대출사기 잇따라…금융사고 490억원 육박, 내부통제 ‘도마’

주요 시중은행에서 외부인에 의한 대출사기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은행권 금융사고 규모가 490억원에 육박했다. 기존에 공시한 사고 금액을 수차례 정정해 피해 규모가 크게 늘어난 사례도 잇따르면서 은행권의 대출 심사와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외부인에 의한 사기로 35억779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발생 기간은 2023년 9월 26일부터 2024년 12월 11일까지다. 영업점으로부터 주요 정보사항을 보고받는 과정에서 사고 사실을 발견했으며 현재 수사기관에서 관련 사안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손실 예상 금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의 이번 사고는 시행사와 허위 분양자가 공모해 금융기관을 상대로 대출을 받아낸 사건으로 파악되고 있다. 은행은 사고 사실을 확인한 뒤 관련 내용을 수사기관에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범행 방식과 대출 실행 과정에서 은행 내부의 심사 절차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수사를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IBK기업은행도 기존에 공시했던 금융사고 금액을 상향 정정했다. 신한은행은 외부인에 의한 사기 관련 금융사고 금액을 173억4355만원으로 정정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사고 금액을 29억6440만원으로 처음 공시한 이후 지난 6월 69억6890만원으로 한 차례 정정했지만 추가로 사고 규모가 확인되면서 이날 다시 금액을 높였다. 우리은행 역시 기존 40억800만원 규모였던 금융사고 금액을 98억7100만원으로 상향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해당 사고를 공시한 뒤 추가 피해 규모가 확인되면서 정정 공시를 냈다. IBK기업은행의 사고 규모는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지난 6월 외부인에 의한 사기로 47억85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지만, 이날 사고 금액을 182억2100만원으로 대폭 높였다. 기존 공시액보다 134억3600만원 늘어난 규모다. 4개 은행의 공시 기준 금융사고 금액을 합하면 약 490억원에 달한다. 특히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IBK기업은행은 기존에 파악한 피해 규모보다 실제 사고 금액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금융사고가 발생한 이후 수사기관의 조사나 은행 자체 확인 과정에서 추가 피해가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에서는 대출사기가 단순히 개별 금융회사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여신 심사 과정의 허점을 파고드는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출 실행 전 차주의 신용정보와 담보, 거래 구조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서류상 문제가 없더라도 실제 거래 관계가 허위인지까지 걸러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이나 분양 관련 대출의 경우 시행사와 차주 등이 사전에 공모해 정상적인 거래처럼 서류를 꾸밀 경우 금융회사가 이를 단기간에 적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가 발생한 이후 피해 규모가 뒤늦게 확대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은행권의 사후 대응뿐 아니라 대출 실행 전 단계에서의 검증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들의 공통점은 외부인이 연루된 대출사기라는 점이다. 은행들은 금융사고가 확인된 이후 수사기관에 관련 내용을 넘기고 정확한 피해 규모와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추가 피해나 공모 관계 등이 확인될 경우 사고 금액이 다시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대출 과정에서 허위 서류나 차주 정보 등을 제대로 확인했는지 여부를 비롯해 여신 심사와 내부통제 절차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역시 반복되는 금융사고와 관련해 은행권의 내부통제 실태를 점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금융권 풍향계] 수출입은행, 빌 게이츠와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 금융 협력 논의 外

◇ 수출입은행, 빌 게이츠와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 금융 협력 논의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차세대 원전기업 테라파워를 설립한 빌 게이츠 회장과 만나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금융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14일 밝혔다. 테라파워는 2008년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 차세대 SMR 선도기업으로, 나트륨을 냉각재로 활용해 안전성을 높인 노형 '나트륨(Natrium)'을 개발해 미 와이오밍주에 실증 플랜트를 건설 중이다. 이번 면담은 인공지능(AI) 시대 전력 난제의 해법으로 SMR이 부상함에 따라, 글로벌 SMR 생태계 확산과 한미 차세대 원전 협력 강화를 위해 마련됐다. 양측은 테라파워의 혁신적인 기술력과 독보적 제작·시공 역량을 갖춘 K-원전 공급망이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수은은 테라파워와 한국 기업이 추진하는 글로벌 원전 프로젝트에 대출·보증 등 맞춤형 금융 패키지를 선제적으로 설계해 프로젝트의 금융 완결성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특히 SMR 대량 보급 단계에서는 미국 수출입은행(US EXIM) 등 글로벌 금융기관과의 전략적 공조를 강화해 효과적인 공동 금융지원 구조를 모색할 계획이다. 빌 게이츠 회장은 “한국 기업의 뛰어난 원전 제조·시공 역량과 수은의 맞춤형 금융 지원은 테라파워의 SMR 상용화를 앞당길 핵심 동력"이라며 “양측의 협력이 글로벌 청정에너지 전환과 제3국 시장 진출의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황 행장은 “차세대 SMR은 AI 시대 전력 난제 해결과 한미 원전 전략적 파트너십의 핵심 축"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K-원전 공급망과 수은의 금융 지원 역량을 결합해 우리 기업의 글로벌 SMR 시장 선점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 “모바일 악성 링크 자동 탐지"…KB스타뱅킹, '안티스미싱' 서비스 출시 KB국민은행은 스미싱 피해를 방지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KB스타뱅킹 내 '안티스미싱'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서비스는 택배 조회, 청첩장, 정부기관 사칭 등을 가장한 모바일 악성 링크를 탐지하고 위험 여부를 안내해 금융사고 피해를 예방하도록 지원하는 금융보안 서비스로, KB스타뱅킹에서 별도의 앱 설치 없이 바로 서비스 신청이 가능하다.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에서는 문자나 메신저 앱에서 수신된 악성 링크를 실시간으로 탐지해 고객에게 경고 알림을 발송한다. 고객은 탐지 기능을 적용할 카카오톡, 라인,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X 등 다양한 메신저 앱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iOS를 사용하는 아이폰에서는 악성 웹사이트 접속 시 경고 알림을 발송해 고객이 해당 사이트에서 즉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스미싱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면서 고객 스스로 위험을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이 안심하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금융사고 예방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SGI서울보증, 광화문금융센터 개소…“강북권 대형 영업 거점 구축" SGI서울보증은 지난 13일 광화문금융센터 개소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고 14일 밝혔다. 광화문금융센터는 서울 강북 도심지역 소재 4개 지점을 통합해 신설한 대형 영업 거점으로, 영업본부와 지점의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점포다. SGI서울보증은 점포 간 역량을 결집해 영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보다 전문화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광화문금융센터를 신설했다. 광화문금융센터에서는 산업별 영업 및 심사체계를 구축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지원 업무를 전담하는 관리부를 신설해 다른 직원들이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를 수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고객 서비스 표준화, 유연한 인력 운영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시장 변화에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 하나은행, 한국세무사회와 '유언대용신탁 및 후견인 제도 활성화' 위해 맞손 하나은행은 지난 13일 을지로 본점에서 한국세무사회와 '유언대용신탁 및 후견인 제도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자산승계 및 후견인 제도 수요 증가에 대응해 하나은행의 차별화된 신탁 전문성과 한국세무사회의 높은 세무 전문성을 결합한 맞춤형 자산관리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체결식에서 양 기관 관계자들은 한국세무사회 회원의 고객관리 직무 효율화는 물론, 세무사 후견인 제도 등 세무사회의 주요 추진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하나은행은 한국세무사회 회원을 대상으로 유언대용신탁을 비롯한 신탁 관련 금융업무 전문 교육과 맞춤형 컨설팅 및 상담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며, 한국세무사회는 회원들이 고객 자산관리 과정에서 유언대용신탁과 세무사 후견인 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양 기관은 체계적인 업무 활성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해 나간다. 이는 한국세무사회 회원들이 고객에게 자산관리 및 후견 업무 수행 시 신탁 제도를 통한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직무 영역 확장과 더불어 회원 자산관리 서비스의 완성도를 크게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오랜 기간 축적해 온 하나은행만의 신탁 분야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무사의 전문적인 자산관리와 고객 지원 업무를 적극 도울 것"이라며, “한국세무사회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하여 손님들에게 더욱 정교하고 신뢰할 수 있는 종합 자산관리 컨설팅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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