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츠화재가 전속 채널에 힘을 싣고 있다.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에서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자체 판매망 강화로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12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6월말 기준 메리츠화재의 전속설계사 수는 4만9760명으로 전년 대비 14.8% 많아졌다. 손해보험업계 총합(15만5738명) 중 32.0%가 한 기업에 집중된 것이다. 2023년에는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DB손해보험의 설계사 수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2024년부터 1만명 이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2만명에 달하는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화재도 'N잡크루'를 운영하고 있으나, '메리츠 파트너스'가 1만명이 넘는 조직을 보유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메리츠화재는 손보업계를 넘어 5만명의 전속설계사가 활동하는 첫번째 보험사로 기록될 공산이 매우 크다. 영업력 확대는 경영 지표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월납 환산 장기 인보험 신계약 보험료는 7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9% 성장했다.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8942억원으로, 같은 기간 22.5% 증가하며 대형 손보사 중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CSM 잔액(약 12조1200억원)이 지난해말 대비 1조원 가량 불어난 것도 신계약의 뒷받침이 있었다는 평가다. 아직 업계 1위에 도전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CSM은 보험사가 보험업에서 창출할 수 있는 미래이익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들이 양질의 신계약 확보를 통해 CSM을 늘리려는 이유다. 메리츠화재는 건전성 지표도 양호하게 유지하고 있다.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은 230.5%로 전분기 대비 10.2%포인트(p) 하락했으나,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대폭 상회하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기본자본 킥스 비율도 지난해말 기준 80% 수준으로, 당국의 권고치를 30%p 가량 웃돈다. 메리츠화재는 업계에서 장기손해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축에 속한다. CSM을 중시하는 IFRS17 환경에서 유리한 사업구조를 가졌다는 의미다. 메리츠화재 원수보험료 6조3127억원 가운데 장기 상품군은 5조3127억원(84.2%)으로 집계됐다. 이는 산업 평균(65.5%)을 18.7%p 웃도는 수치다. 대형 손보사 5곳(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에서 70%를 넘는 곳은 메리츠화재가 유일하다. 자동차보험 비중이 20%를 넘는 다른 4곳과 달리 6.1% 수준으로 적기 때문이다. 자보 상품군이 과거에는 수익을 냈으나, 올 상반기 업계 전체적으로 입은 손실이 1890억원에 달하는 등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자보 의존도가 낮을수록 보험손익을 끌어올리기 용이한 셈이다. 장기 상품군의 선전은 메리츠화재가 업계 최고 수준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유지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ROE는 32.7%로 산업평균(8.6%)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정현 나이스신용평가 금융SF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메리츠화재의 이익전환력이 분석 대상 기업 중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반·VFA모형 보험손익을 CSM 및 RA 상각액으로 나눈 것으로, 경상 이익이 실제 보험손익으로 얼마나 전환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해당 수치가 100%를 상회한 것은 메리츠화재 뿐이었다. CSM 상각액도 6258억원으로 8.9% 늘어났다. 갑상선 전이암 소급 지급과 질병의료비 증가를 비롯한 이유로 예실차(당초 예상한 보험금 규모와 실제 지급액의 차이)가 적자전환했음에도 보험손익 감소폭을 3.7%로 방어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면 영업의 중요성이 절대적인 국내 보험 시장에서 다수의 설계사를 보유한 것은 건강보험을 비롯한 고수익 상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며 “당국의 계리가정 변경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도 호재"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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