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2조 클럽’…메리츠금융지주, 주주환원 정책 3년 연장

메리츠금융지주가 또다시 순이익 2조원을 넘겼다. 올해는 분기마다 6000억원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3분기 만에 입성에 성공했다. 보험손익이 감소했으나, 투자 수익성이 향상된 덕분이다. 메리츠금융은 호실적이 주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주주환원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김상훈 메리츠금융 IR팀장은 지난 14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1~3분기 누적 연결 순이익(약 2조268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고 밝혔다. 총 자산(132조7000억원)은 지난해말 대비 14.8% 확대됐고, 자기자본이익률(ROE·25.9%)은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6684억원으로 1.9% 늘었다. 양호한 금융시장 흐름 속에서 이자·수수료 수익이 커진 영향이다. 메리츠금융은 총 주주환원율이 51.1%를 기록했고, 연간 기준 5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는 53.2%였다. 최근 3년간 유지했던 연결 기준 순이익 50%를 주주환원율로 하는 정책은 향후 3년간 연장한다. 주주가치를 더욱 제고하기 위함이다. 김 팀장은 9월말 기준 fwd PER은 7.5배, 자사주 매입·소각 수익률은 13.3%로 자사 요구수익률(10%) 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2023년 주주환원 정책 시행 이후 누적 TSR은 174.5%다. 또한 3월 자사주 신탁계약 체결분(5500억원) 취득을 완료했고, 8월 체결분(7000억원) 취득도 진행 중이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주주환원을 자본배치의 일환이자 경영실적이 주가에 적절히 반영되도록 하는 장치로 인식하고 있다"며 “'모든 주주의 한 주 가치는 동등하다'는 철학 하에 투명하고 일관된 환원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투자가 장기주주가치를 극단적으로 높일 경우 환원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를 상정하고 있지 않으며, 관련 이슈가 생기면 공시와 컨콜을 통해 소통한다는 계획이다.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에도 시장에서 (주가가) 소외된 원인이 무엇인가'라는 일반투자자의 질문에는 “상법 개정으로 주식시장 제도 전체가 개선되면서 저평가됐던 종목의 성장이 상대적으로 컸고, 최근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메리츠의) 펀더멘탈·이익체력·주주환원이 인정 받으면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답변했다. 메리츠화재의 1~3분기 별도 순이익은 1조4511억원으로 2.8% 하락했다. 양질의 인보험 매출이 증가하고 자산운용 성과도 개선됐으나, 예실차가 확대된 탓이다. 3분기 순이익은 4638억원으로 6% 축소됐다. 보험손익(3001억원)은 35% 줄었다. 의료파업 종료로 그간 위축됐던 진단·수술을 비롯한 의료 수요가 반등한 까닭이다.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손해율 향상을 우려하는 업계의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셈이다. 자동차보험(-89억원)은 집중호우에 따른 손해율 악화, 일반보험(-1억원)은 공장 화재 등에 따른 고액 손해로 어려움을 겪었다. 9월말 보험계약마진(CSM) 잔액은 11조4700억원으로 1조1500억원에 달하는 신계약 CSM에 힘입어 지난해말 대비 28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3분기 CSM 전환배수는 12.5배(인보험 12.6배)로 전년 동기·전분기 대비 개선됐다. 투자손익은 3250억원으로 교채매매 등을 앞세워 59% 향상됐다. 자산운용 누적 투자이익률이 4.6%에 달했던 덕분이다.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은 242.7%로 전분기말 대비 2.9%포인트(p) 상승하면서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는 “내년 인보험 시장 규모는 올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신계약 수익성 및 전체의 이익 성장 여부가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장기인보험 손해율 상승의 근본적인 이유로 과당 경쟁을 꼽았다. 2022년 하반기부터 무해지 보험 가이드라인이 수립된 올 4월까지 가격 인하와 적자 상품·담보 판매가 집중됐고, 법인보험대리점(GA) 시장 내 경쟁이 치열했다는 것이다. 당분간 이에 따른 후폭풍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적자 상품을 '과감히' 배제하고 흑자 상품군의 가치 총량을 극대화하는 방향의 프라이싱·언더라이팅을 통해 손익 하방을 방어했다며 △'메리츠 파트너스'를 비롯한 전속채널 양과 질 확대 △GA 시장 내 파트너십 강화 △매월 신상품·담보 출시 등 공세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투자손익의 경우 중장기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두면서 운용자산의 내실을 끌어올리고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박차를 가한다. 해외에서도 시장·보종별 특성과 장기수익성 등을 살펴보는 중으로, 중장기 성장잠재력 확보를 목표로 지속적인 탐색한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1~3분기 순이익은 6435억원으로 18.0%, 3분기(2000억원)는 14.1% 개선됐다. 대출금 이자수익이 줄면서 금융수지 실적이 감소하고 채권시장 변동성 영향으로 자산운용 실적도 축소됐으나, 기업금융이 힘을 냈다. 기존·신규 딜 수수료가 증가하고 투자산 상환도 이뤄진 덕분이다. 예탁 자산 증가와 펀드 운용보수 인식으로 위탁매매 및 자산관리 실적도 향상됐다. 메리츠캐피탈의 1~3분기 순이익(903억원)은 12.2%, 3분기 순이익(234억원)은 39.2% 하락했다. 운용자산 증가로 수수료수익과 이자수익이 늘어났지만, 충당금 적립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메리츠증권의 연결 순자본비율(NCR)은 1534%로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4.1%로 지난 1분기 이후 안정화되고 있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최고경영자(CEO)는 “2027년 이후 성장을 위해서는 빠르게 확대되는 리테일 디지털 고객 기반 유지 및 확장이 중요하다"며 “수수료 경쟁력을 상품·서비스 경쟁력으로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 중"이라고 발언했다. 특히 내년 1분기 출시를 목표로 신규 트레이딩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커뮤니티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개인별 포지션에 따른 맞춤형 어드바이스도 제공한다는 목표다. 김종민 메리츠증권 대표는 전통 IB 관점 딜의 수익성이 낮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인식이 일반적이지만, 적시에 기업고객이 필요로 하는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하는 분야의 수익성은 낮지 않다"며 “전통 IB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도 우수한 ROE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날 컨콜에서는 홈플러스 매각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메리츠금융은 7월15일 신내점 매각 대금이 자사의 채권 상환에 사용됐다며, 보유 익스포저가 1조1000억원 수준으로 515억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메리츠금융은 인수의향서를 제안한 두 곳이 이달 말까지 자금조달 계획이 담긴 최종 인수제안서를 제출하면 매각과 관련한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충분한 부동산 담보를 확보한 채권이라는 점을 들어 매각과 관계 없이 원리금 회수가 가능하며 추가적인 재무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부연했다. 김 부회장은 유상증자 관련 질문에 대해 “기업이 내재가치 보다 고평가 되면 유증을 하고, 저평가되면 자사주를 소각하는게 올바른 방식"이라며 “메리츠는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상황으로, 유증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한화생명, 보장성보험이 실적 견인…킥스 하향엔 “건전성 관리 지속”

한화생명이 3분기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늘어난 7689억원을 기록했다. 자회사 성장과 투자손익 확대가 주효했다. 다만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를 시도 중인 가운데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한 다각적 대응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화생명 공시에 따르면 3분기 연결 당기순이익은 307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14.9% 늘었다.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1361억원을 기록했다. 연결 순익의 성장은 손해보험사, 운용사 등 국내 주요 자회사가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낸 영향이다. 인도네시아 노부은행과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등 지역사업 영역 확장성 효과가 힘을 보탰다. 해외법인을 통한 연결 순이익만 491억원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 순익은 3분기에 지급보험금 증가에 따라 보험금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견고한 이자수익과 전략적자산운용 등 투자수익이 작년보다 23.8% 상승하는 등 손익 악화를 방어해 전분기대비 회복세를 나타냈다는 평가다. 3분기 운용자산이익률은 우호적 글로벌증시 평가익 증대와 손익개선으로 전분기 대비 26bp 상승한 3.43%를 기록했다. 반면 보험손익은 건강보험 판매와 의료이용률이 증가하면서 발생한 보험금 예실차 등으로 인해 감소했다. 백재민 경영관리팀장은 실적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 콜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상품 확대 영향으로 수술, 진단, 통원 등 급부중심 보험금 증가 추세에 따라 예실차가 확대됐다"며 “다만 보험사 전반이 건강보험 신계약 판매를 확대한 영향을 받고 있고 3분기는 전분기와 다르게 영업일수가 크게 늘어 상대적으로 보험금 증가가 확대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3분기는 보장성 중심의 신계약 확대와 상품 수익성 개선 노력에 힘입어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성장을 이뤄냈다. 3분기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는 약 1조60억원을 기록했다. 보장성 APE는 작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8790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신계약 CSM은 4.1% 증가해 5643억원을 기록했다. 3년 연속 연간 2조원 이상의 신계약 CSM을 달성할 것으로 한화생명은 예상하고 있다. 3분기 보유계약 CSM은 전 분기 대비 약 2263억원 증가한 9조594억원이다. 건강보험 수익성 배율은 16.4배로 전 분기 14.6배 대비 개선됐다. 종신보험 또한 수익성 배율이 4배 수준으로 늘었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 킥스) 비율은 157%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했다. 신계약 CSM 유입 및 자회사 인수 효과를 반영해 예상한 결과다. 다만 한화생명이 올 연말 킥스비율 목표치를 또 다시 내리면서 재무건전성 유지 전략과 예상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생명은 2월 진행한 2024년 결산 IR에서 170% 이상을 제시했다가 2분기 160% 중반으로, 3분기에는 155%까지 매분기 눈높이를 낮췄다.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올 연말 킥스비율 예상치 하향 질문에 대해 박수원 리스크관리팀장은 “예실차 리스크 확대에 따라 요구자본 부담이 커진 것이 주효"하다며 “하반기에는 예실차 축소 노력을 지속해 내년에는 킥스비율 내 예실차 영향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화생명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를 타진하고 있어 건전성 지표 유지 여부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한화생명은 킥스비율이나 기본자본비율이 규제 변화에 따라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 팀장은 “당국에서 부채할인율 현실화 로드맵을 재조정해 킥스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며,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규제 도입과 관련해 아직 도입시기나 규제수준이 확정된 게 없어 다양한 플랜을 가지고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자본 여력과 킥스 비율이 낮아지는 상황에 대한 자구적인 노력이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당사는 요구자본축소를 중점으로 추진하는데 있어 공동재보험 출재를 지속하는 한편 부채부담 경감, 장기채 적정 유지로 듀레이션 갭을 유지할 것"이라며 “당국에서 내부모형 승인 제도를 곧 마련하는데 이를 적극 활용해 요구자본축소를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주담대 금리 2년 만에 6%대…가계대출 길 좁아졌다

시장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약 2년 만에 다시 6% 선을 밟았다. 부동산 관련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영하면서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연 3.93~6.06%로 집계됐다. 6%대 금리가 시중은행에서 다시 나타난 것은 2023년 12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8월 말(3.46~5.546%)과 비교하면 상·하단 모두 약 0.47~0.51%포인트 상승했다. 은행채 5년물이 같은 기간 2.836%에서 3.399%로 0.563%포인트 뛰어오른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신용대출(1등급·1년 만기)도 예외가 아니다. 3.520~4.990%였던 금리는 최근 3.790~5.250%로 높아졌다. 지표 금리인 은행채 1년물이 0.338%포인트 오른 것과 궤를 같이한다. 변동형 주담대(신규 코픽스 기준·3.770~5.768%) 역시 금리 상단이 같은 기간 0.26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코픽스가 실제로는 0.01%포인트만 움직였음에도 은행들이 규제 압력과 리스크 관리 부담을 고려해 상승 폭을 더 크게 가져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수개월간 시장 금리가 들썩인 배경에는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미 연준(Fed)이 얼마나 금리를 내릴지 예측이 엇갈리면서 은행채 등 장단기 금리가 일제히 상승한 것이다. 특히 지난 12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외신 인터뷰에서“금리 인하의 폭·시기·전환 여부는 향후 데이터에 달렸다"고 언급한 뒤,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가 대부분 구간에서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금리 인하 속도 조절 또는 동결·인상 가능성 신호로 받아들였다. 여기에 집값 변동성, 원·달러 환율 상승 등 부담이 더해지면서 이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약해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결국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가 뒤따라 상승하고, 이로 인해 가계대출 한도까지 줄어드는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로 인해 산정에 쓰이는 금리가 높아질수록 상환능력 평가액이 커지고 차주가 받을 수 있는 최대 대출액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KB국민은행은 17일부터 주담대 주기·혼합형 금리를 은행채 5년물 상승 폭(0.09%포인트)을 반영해 추가로 올린다. 이에 따라 해당 상품 금리는 4.11~5.51% 구간으로 조정된다. 시장금리를 주 단위 또는 일 단위로 반영하는 다른 시중은행들도 최근의 금리 상승 흐름을 대출 상품에 순차적으로 옮겨 담을 예정이어서 대출 금리 부담은 당분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부실기업 퇴출 지연, 韓경제 성장 막았다”...GDP 0.5% 손실 [이슈+]

퇴출 고위험기업을 제때 퇴출하고, 산업 내 정상기업으로 대체했다면 국내 투자가 약 3% 늘고 국내총생산(GDP)도 0.5% 증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화 메커니즘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 둔화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성장 추세를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의 원활한 진입과 퇴출을 통해 경제 혁신성과 역동성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한국은행은 15일 'BOK이슈노트, 경제위기 이후 우리 성장은 왜 구조적으로 낮아졌는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행은 1990년대 이후 우리 경제가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이전 수준의 성장 추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구조적으로 둔화된 배경으로 민간소비와 민간투자의 둔화를 꼽았다. 이 중 민간소비 둔화는 우리 경제가 성숙화 단계에 진입하는 가운데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가계부채 누증 등이 가세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반면 민간투자는 경제위기 시 한계기업의 퇴출이 지연되는 등 정화효과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기업의 역동성을 회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과 미국 모두 신규기업의 창업률은 급격히 감소했지만, 기존 기업의 퇴출률(폐업률)은 두 나라에서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미국은 경제위기 시 폐업률이 예상대로 증가한 반면 우리나라는 늘어나지 않았고, 팬데믹 위기에는 국내 기업 퇴출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한국은행 연구진은 “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미국 등과 달리 한계기업이 퇴출되는 정화 메커니즘이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다"며 “한계기업의 존속은 시장 경쟁을 왜곡하고, 자본·인력 등 자원이 저생산성 기업에 고착되는 문제를 초래한다"고 진단했다. 이는 생산성이 높은 신규기업의 진입과 성장을 어렵게 해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둔화시킬 수 있다. 한국은행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실제 퇴출기업의 재무특성을 바탕으로 개별 기업의 1년 내 퇴출확률을 추정한 결과 퇴출 고위험기업의 비중은 약 4%였다. 그러나 이 기간 실제 퇴출된 기업 비중은 2%에 불과했다. 수익성 및 재무상태가 부실해 퇴출위험이 높음에도 시장에 잔존하는 잠재적 한계기업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뜻이다. 한은 연구진은 “만일 퇴출 고위험기업이 산업 내 정상 기업으로 대체됐다면, 2014~2019년 중 국내 투자가 약 3%, GDP는 0.5%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진입과 퇴출이 활발했다면 투자 증대 효과도 상당하다. 이러한 투자 증대는 고용 증가, 가계소득 증가, 소비 진작 등 이차 파급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나아가 한계기업의 퇴출은 시장 내 과당경쟁을 통한 가격 왜곡 등 이들이 일으키는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완화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개선한다. 한은 연구진은 “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 둔화는 기업 수익성 악화에 따른 투자 부진에서 비롯됐다"며 “그러나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경제의 정화 메커니즘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으면서 성장추세의 둔화가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 경제의 구조적 성장추세 둔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원을 하더라도 기업의 원활한 시장 진입·퇴출을 통해 경제의 혁신성과 역동성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규제 완화를 통해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 수요를 창출해 우리 경제의 미래 동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증시 빠져나가는 돈 잡아라”…은행권, 요구불예금 잡기 각축전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4000선을 돌파하는 등 한 달 새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자 은행권의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 가능 예금)이 빠져나가 증시로 향하고 있다. 은행권은 일제히 예금 금리를 인상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쏟아내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 머니무브 방어에 나서는 모양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이달 11일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14조9221억원으로 9월 말 648조3154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33조3933억원 감소했다. 10월 말 627조4757억원 대비해서도 12조5536억원이 줄었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하루 평균 1조1412억원가량 빠져나가고 있다. 증시가 지난달 들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는 투자처로 부상하자 시중 자금이 예금에서 증시로 이동하는 흐름이 급격하게 나타난 것이다. 코스피지수(종가 기준)는 지난 9월 30일 3424.60포인트였지만 이달 3일 기준 4221.86포인트로 한 달 만에 23.3% 급등했다. 이에 5대 시중은행에서 이달 들어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2.70~2.75%대로 인상하는 등 수신 금리를 조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월 이후 동결하고 있음에도 일제히 예금 금리 인상을 택한 것이다. 지난 10일 이후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의 12개월 만기 금리는 2.65%에서 2.70%로 0.05%p 올라갔다. 지난 3일 2.60%에서 연 2.65%로 인상한데 이어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같은 날 하나은행은 '하나의 정기예금' 12개월 만기 금리를 2.65%에서 2.70%로 올렸다. 우리은행은 그보다 앞선 8일부터 개인 고객 대상 'WON플러스예금 금리'를 기존 2.65%에서 연 2.75%로 0.1%p 인상했다.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 행렬은 지난 9월 말경 시작됐다. 9월 3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2개월 만기 금리는 연 2.50%, 농협은행은 2.55% 수준을 보였지만 지난달 28일 5개 은행의 12개월 만기 예금금리는 일제히 연 2.60%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선 추가 인상을 이어오며 12개월 예금 금리가 2.70%를 넘어섰다. SC제일은행의 경우 최근 'e-그린세이브예금'의 12개월 만기 최고 금리를 기존 연 2.85%에서 연 3%로 0.15%p 올려 3%대 금리 상품까지 나타났다. 카카오뱅크는 정기예금과 자유적금 상품의 금리도 최대 0.15%p 인상했다. 12개월 만기 기준 정기예금의 금리는 2.70%에서 2.85%로, 자유적금의 금리는 2.90%에서 3.05%까지 상승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타 업권과 결합한 상품과 서비스도 속속 쏟아내며 고객 잡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하나은행은 증권과의 금융 서비스를 통합한 '모두 다 하나통장'을 선보였다. 하나은행 입출금 계좌에 증권계좌를 결합함으로써 증권계좌로 자금을 별도 이체할 필요 없이 하나은행 계좌 잔액으로 바로 주식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이 통장은 국내·해외 주식 거래를 모두 지원한다. 파킹통장형 입출금상품으로 구성해 200만원 이하 예치금엔 최고 연 2.5%금리(세전)를 제공하며, 우대금리의 우대항목 중 1가지 이상을 충족하면 다음 달부터 거래하는 모든 이체 및 출금수수료를 횟수 제한 없이 면제한다. 인터넷전문은행에선 타 증권사와의 협업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0일 적금을 납입하면 증권 거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26주적금with키움증권'을 출시했다. 개좌 개설 후 매주 연속 자동이체 납입하면 9회에 걸쳐 주식거래지원금, 펀·채권 쿠폰, 해외 소수점 주식 혜택 등을 제공한다. 당분간 은행권은 증시로 흘러가는 자금의 유출을 막기 위해 각종 특판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고객이 자금을 증시로 옮기기 전 하루라도 파킹통장에 보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연 3%~4%대에 달하는 금리를 내세운 파킹통장도 선보인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금이 증시로 옮겨가는 현상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기 때문에 잠시라도 은행을 거쳐가게 하는 상품을 출시하거나 파킹통장 예금 금리를 강화하는 방식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한국씨티은행, 3분기 누적 순이익 2486억원...전년比 7% 감소

한국씨티은행이 이자수익 감소로 1~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대비 7% 줄었다. 한국씨티은행은 3분기 총수익 2466억원, 당기순이익 654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1년 전보다 총수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19.2%, 29.4% 감소했다. 1~3분기 누적 총수익은 8060억원, 당기순이익 2486억원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총수익은 11%, 당기순이익은 7% 감소했다. 외환/파생상품/유가증권 관련 수익 등 기업금융 중심의 비이자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4255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소비자금융의 지속적인 자산 감소 및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의 감소 영향으로 이자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한 3805억원에 그쳤다. 3분기 누적 비용은 민생금융지원을 비롯한 전년도 일회성 영업외비용 영향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줄어든 4475억원을 기록했다. 대손비용은 3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했다. 중견기업부문의 충당금적립액이 줄었고, 소비자금융의 자산마저 감소하면서 대손비용이 줄었다. 9월 말 현재 총대출금은 11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 감소했다. 소비자금융 부문의 단계적 폐지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기업금융 부문의 예수금이 늘면서 9월 말 예수금은 20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3% 증가한 수치다. 3분기 누적 총자산순이익률과 자기자본순이익률은 각각 0.66%, 6%였다. 작년 3분기 대비 각각 0.19%포인트(p), 0.03%포인트 줄었다. 9월말 현재 BIS 자기자본비율은 34.40%, 보통주자본비율은 33.52%였다. 1년 전보다 각각 0.18%포인트, 0.32%포인트 상승했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수익 감소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시장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당행은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 수익 구조 다변화, 그리고 미래 성장 기반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국제금융 분야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제고하고,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적시에 제공함으로써 고객 가치 극대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교보생명, 투자 성과 힘입어 수익성 개선...3분기 누적순익 8844억

교보생명이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른 업황 부진 속에서도 보장성 상품과 경상이익에 힘입어 안정적 실적 흐름을 유지했다. 교보생명은 올 1~3분기 누적 연결 순이익이 8844억원(지배기업 소유주 지분)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고 14일 밝혔다. 보험손익은 4215억원을 기록했다. 건강보험을 비롯한 상품 판매 확대가 이뤄지면서 보험계약마진(CSM)도 개선됐다. 9월말 CSM 잔액은 6조3885억원으로 7.9% 가량 확대됐다. 3분기 신계약 CSM은 3983억원으로 집계됐다. 누적 투자손익은 6706억원으로 4.1% 상승했다.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원칙에 따라 장기채권 비중을 확대하고 금리 변동성 축소에 집중하는 등 수익기반을 강화한 덕분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우량채권·대출 선제 편입,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적극적인 리밸런싱을 통해 경상이익 비중을 높여왔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신보, 전북은행과 비대면·디지털 금융지원 활성화 위해 맞손

신용보증기금이 지난 13일 전북은행과 '비대면·디지털 금융지원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양 기관의 플랫폼을 연계하고 비대면 금융상품을 공동 개발해 지방 중소기업에 혁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 협약에 따라 양 기관은 비대면 보증·대출 금융상품 개발, 기업 데이터 공유 및 네트워크 구축 등 디지털 기반 통합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신보는 전북은행과 함께 내년 상반기 중 '은행 연계 Easy-One 보증'을 출시할 예정이다. 전북은행의 모바일 앱 등 비대면 플랫폼에서 보증 및 대출 신청부터 서류 제출, 전자 약정, 실행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어 지방 중소기업의 금융 접근성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채병호 신용보증기금 이사는 “이번 협약은 지방 중소기업을 위한 비대면, 디지털 기반 혁신 금융이 더욱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신보는 쉽고 편리한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지방으로 적극 확대해 정부의 포용적 금융 정책에 부응하고 지역경제 균형 발전에 기여하겠다"라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SC제일은행, 3분기 누적 순이익 3040억원...13.6% 증가

SC제일은행이 이자이익 감소에도 비이자이익 증가에 힘입어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1년 전보다 13.6% 늘었다. SC제일은행은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3040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전년동기(2677억원)보다 13.6%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이자이익은 90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고객여신 규모 증가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 하락으로 순이자마진(NIM)이 1년새 0.20%포인트(p) 하락했기 때문이다. 1~3분기 비이자이익은 2714억원으로 1년새 13% 증가했다. 외환/파생상품 관련 이익이 증가한 영향이다. 판매비와 관리비는 선별적 비용 집행과 철저한 관리 노력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에 따른 인건비 및 운영비용 증가로 1년 전보다 12.3% 오른 7134억원을 기록했다. 충당금전입액은 전년동기(870억원)보다 4.9% 증가한 913억원 수준으로 관리됐다. 9월 말 기준 자산 규모는 94조7158억원으로 작년 말(85조8409억원)보다 10.3% 증가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44%로 전년 동기 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0.70%포인트 오른 7.32%였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4%로 전년 동기 대비 0.11%포인트 상승했다. 9월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CAR)과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각각 20.29%, 17.27%였다. 작년 말보다 각각 0.56%포인트, 1.20%포인트 개선됐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코리안리, 인도 지점 설립…세계 10위 보험시장 진출

코리안리재보험이 인도 북서부에 IFSC 지점을 설립한다. 세계 10위 규모의 보험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인도 보험시장은 타 금융권 성장세와 함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코리안리는 최근 인도 국제금융서비스센터당국(IFSCA)로부터 IIO로서의 재보험 지점 영업 인가를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영업 개시 목표는 내년 4월이다. 인도 지점이 위치한 구자라트주 기프트 시티는 현지 정부가 해외 금융거래 경제특구로 지정한 곳으로, 규제 완화와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등 글로벌 투자자 유치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은 “인도 지점 설립을 통해 신흥시장의 발전에 적시에 발맞춰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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