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진국 뿐 아니라 국내 보험시장에서도 인공지능(AI)를 쓰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고객 상담 품질·정확성과 임직원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등 유용한 도구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영향이다. 그러나 단순 작업을 넘어 비즈니스에 본격적으로 녹아들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AI를 보험금 지급심사, 고객관리, 언더라이팅 등에 활용 중이거나 쓸 예정인 보험사는 32곳으로 집계됐다. DB손해보험은 금융권 최초로 외국인 전용 '다국어 통역 AI 에이전트' 완전판매 모니터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체류 등록외국인이 160만명을 돌파하는 등 다양한 언어를 쓰는 고객군이 확대되는 점에 착안한 셈이다. DB손보는 언어 차이로 인한 정보 오인 및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해당 서비스를 도입했고, 영어·중국어·일본어·러시아어 뿐 아니라 다른 언어로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신한라이프는 상품정보관리 시스템을 자동화했다. 담당자가 산출대상 상품리스트를 업로드하면 생성형 AI 기반 에이전트가 기초서류관리시스템에서 문서를 선별하고, 텍스트·표를 구조화해 상품속성 정보를 추출한 뒤 상품코드를 매핑해 시스템에 자동 반영하는 방식이다. 한화생명은 보험 모집인의 영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능형 상담 훈련 시스템 'AI 세일즈 트레이닝 솔루션(STS)', 상담에 필요한 보장정보를 찾아주는 'FP 상품 상담 AI'를 도입한 바 있다. ◇“AI, 능동형 영업지원 툴로 거듭나야" 업계에서는 보험영업 과정에서 AI를 활용해 수익 창출을 늘리는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업무 효율화 또는 설계사의 질문에 대답하는 코파일럿 단계에 머무르면 보험소비자 경험 제고에 직접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이유다. 생성형 AI를 토대로 건강·종신보험 등 복잡한 상품에 대한 설명력을 높이고, 상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비자의 반응을 모니터링해 자료발송을 비롯한 후속조치를 능동적으로 수행하는 형태로 도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은 악사(AXA)·프루덴셜·레모네이드 등 해외 보험사들이 AI를 수익 창출의 축으로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AI 상담센터(AICC)로 실시간 고객 응대를 진행 중인 기업이 있으나, 다수의 AI 에이전트가 표준화된 포맷 안에서 호출·협업하는 '에이전트 투 에이전트(A2A)' 방식이 주목되는 까닭이다. 이는 하나의 에이전트가 고객 정보를 찾고, 다른 에이전트가 계약 조건을 분석해 가입이 이뤄진 이후 고객이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면 또다른 에이전트가 언더라이팅을 진행하는 등의 구조로, 단일 챗봇 보다 고도화된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규제 강화 따른 '문화지체' 현상 우려 다만 이같은 흐름은 아직 규제에 막히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AI 확산에 따른 리스크가 소비자에게 전이되지 않도록 막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산업에 녹아드는 속도를 느리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일정 기간 마다 승인을 받아야 하는 탓에 에이전틱 AI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이 대표 사례다. 지난해 9월 공개된 '인공지능 기본법 하위법령(안)'의 경우 △AI 안전성 확보 절차 △고영향 AI 해당 여부 △투명성 고시 및 표시 범위 △사업자 책무 등을 구체화할 것을 요구한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고영향 AI'를 어떻게 정의하는지가 초기 시장에 큰 파장을 줄 수 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관련 규제에 AI 확산에 따른 리스크가 소비자에게 전이되지 않도록 막는 취지가 있는 만큼 규제 장벽을 낮추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안전한 활용을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AI 리스크 발생 지점과 피해 대상·영향 정도 및 통제수단 등에 대한 책임 주체를 명확하게 하고, AI 예측 오류를 비롯한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화생명은 지난해말 보험업계 최초로 AI 보안 거버넌스 국제표준 'ISO 42001'을 취득하면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번역 어시스턴트 서비스 등의 보안성을 제고하고, 알고리즘 편향성·데이터 품질 저하를 비롯한 위험을 식별·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일명 '포지티브' 형태의 규제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시장에서 통용 가능한 것도 위반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며 “인구구조 변화 등 업황 둔화를 극복하고 글로벌 진출을 이끄는 동력을 창출할 수 있도록 AI 활용도 향상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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