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격화로 호르무즈 해협이 재봉쇄되면서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시장도 다시 요동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동 물량을 대신해 미국, 호주 물량을 더 많이 들여오고 있지만, 미국과 호주는 자국 가격 안정을 위해 수출을 제한한 경험이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LNG 수입 포트폴리오를 더 다변화하고, 타 발전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중동 전쟁이 다시 심화하면서 아시아 LNG 시장 가격이 전쟁 발발 직후인 3월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지난 17일 LNG JKM(일본·한국시장 지표) 선물 가격은 MMBtu(100만 영국 열량 단위)당 20.985달러로 중동 위기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를 찍은 3월 19일 이후 가장 높게 형성됐다. 유럽 시장 기준인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도 메가와트시(MWh)당 57.395유로로 3월 최고 가격 수준에 가까이 다가갔다. LNG 가격 상승은 주 수요처인 북반구 주요 나라들이 혹서기로 접어들면서 LNG 수요 성수기가 본격화되고 있는데다, 글로벌 LNG 공급량의 25%를 차지하는 카타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수출이 중단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중동 전쟁 이후 중동산 LNG 수입이 끊겼다. 한국무역협회 통계(K-stat)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카타르산 LNG 수입량은 696만6610톤으로 수입국 중 3위(14.9%)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수입량은 160만5286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57.9% 감소하면서 순위가 5위(7.2%)로 떨어졌고, 4~6월 수입량은 아예 없었다. 중동 전쟁 전까지 한국의 주요 LNG 수입국은 호주, 말레이시아, 카타르, 미국, 러시아 순이었고 올해 1분기에도 상위 3개국 순위는 그대로였다. 그러나 2분기 들어서 카타르 대신 미국이 5위에서 3위로, 캐나다가 6위에서 4위로 진입하며 판도가 바뀌었다. 이처럼 '호주 1위, 미국 3위' 수입 구조는 전쟁 재개로 하반기에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미국산과 호주산 LNG 수입을 무조건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세계 1위 LNG 수출국인 미국은 2024년 1월 LNG 수출을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LNG 수출이 기후 위기와 경제·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동안 신규 LNG 수출 허가를 중단한다는 조치를 내렸다가 주(州) 정부들의 반발을 샀다. 세계 2위 LNG 수출국인 호주는 2022년 러-우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LNG 가격 급등을 계기로 정부에서 자국 가격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수출물량을 통제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많은 물량을 수출하지만, 전쟁 등 수급 차질로 국내 가격이 오를 시 수출량을 통제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호주 에너지 당국은 내년 7월부터 LNG 수출 물량의 20%를 동해안 지역에 비축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 같은 미국과 호주의 LNG 수출 통제는 자국 정치와 무관치 않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에너지 비용 급등으로 지지율에 악영향이 미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현재 미국은 세계 1위 LNG 수출국이지만, 10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국 에너지 가격이 계속 높게 형성된다면 트럼프 정부라도 바이든 정부가 실시한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동북아는 세계 LNG 수요의 60%를 차지하는 최대 수요지역이다. 동북아 지역의 혹서기는 7월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동북아 지역에 태양광 발전이 크게 늘긴 했지만, 간헐성 보완을 위해 기동력이 좋은 가스발전 가동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태양광 발전 가동이 중단되는 오후 6시 이후부터는 대부분이 냉방 전력 공급을 가스발전이 담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스 수급 차질로 가격이 급등한다면 한전, 가스공사 재무부담이 커져 결국 국민경제로 전이될 수 있다. LNG 수급 차질 및 가격 급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동남아, 캐나다, 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수입처 포트폴리오를 더 다변화하고, 원전과 석탄발전 등 기저전원 가동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최근 700MW 월성 3호기와 1GW 한울 4호기의 재가동을 허용했다. 또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석탄발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안'을 통과시켜 현재 법사위에서 논의 중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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