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E1, 민간발전협회 특별회원 가입 신청…‘발전업 드라이브’ 본격화

LPG 전문 기업 E1이 발전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E1은 최근 민간발전협회에 특별회원 가입을 신청했다. 이는 E1이 발전사업자로서의 정체성을 본격화하고, 에너지 전환 시대의 새로운 포지셔닝을 구축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E1은 지난해 평택 E&P(옛 오성복합화력발전소) 지분을 인수하며 발전사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평택 E&P는 발전용량 약 500MW 규모의 복합화력발전소로, 수도권 전력 수요 대응과 계통 안정성 측면에서 중요한 자산이다. 이번 인수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FI)가 아니라, E1이 직접 발전 자산을 운영하거나 전력사업에 참여하는 전략적 투자(SI) 성격이 강하다. 특히, E1은 평택 E&P의 운영사이자 발전소의 주주사 자격으로 민간발전협회 특별회원 가입을 추진 중이다. 이는 SK가스가 울산GPS 발전소 운영자로서 협회에 가입했던 전례와 유사한 구조다. E1은 국내 최초의 LPG 수입사이며, 안정적인 LPG 사업 외에 LNG, 수소 등 신사업 및 미래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E1은 LS그룹 계열사이며, SK가스와 함께 국내 LPG 수입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E1의 협회 가입은 단순한 명분이 아니라 E1이 발전사업자로서도 본격 행보를 시작하겠다는 상징적 선언"이라며 “전력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E1은 단순한 LNG 발전 외에도 자사의 주력 사업인 LPG 및 수소와의 연계형 복합발전 모델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있다. 특히 LPG와 LNG 혼소 발전, 향후 수소 혼소 및 100% 수소 발전까지의 전환 로드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1은 이미 수소 유통망 확대 및 충전소 사업 등을 통해 수소 인프라를 구축해 왔으며, 이를 발전 자산과 연계해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은 에너지 믹스를 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 사업 전반에서 '탈탄소-연료 다변화-전력시장 진출'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민간발전협회 관계자는 “E1의 특별회원 가입은 LPG 중심의 전통 연료기업이 전력사업으로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며 “LNG, 혼소, 수소 등 다양한 연료 전환과 민간 전력생태계의 다변화를 기대하게 한다"고 말했다. E1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지분 확보를 넘어 LPG 기반 기업의 '발전 전환'이라는 새로운 산업 흐름을 보여준다. 정유·가스 계열 기업들이 친환경과 전력사업을 교차점으로 삼아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가운데, E1의 후속 행보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도시가스고객안전협회, 예스코 고발…“배관 이설공사비 허위 정산”

도시가스고객안전협회가 민간 도시가스사인 예스코를 도시가스배관 이설공사비 허위 정산 등을 내부고발하는 기자회견을 10일 열었다. 협회는 예스코가 △서울시 광화문광장 침수해소사업구간 도시가스배관 이설공사비 허위정산 △재개발구간 배관 이설공사비 허위 청구 및 정산 △LS그룹 오너 및 전현직 임원의 배임 직무 유기 △2023년 내부정보를 이용한 LS중간 지주사 일부 임원들 주식 매매 부당 이득 △과거 예스코 서비스 예스코 부실 세무조사 △퇴직 임원의 고문·자문료 명목으로 2년간 부당 급여 복지 혜택 △고객센터 운영 관련 고객의 안전과 서비스를 무시한 갑질 등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예스코가 지난 2018년 '경영효율성과 투명성 극대화'라는 허구 속에 물적 분할을 통한 지주사로 전환하고 올해는 투자형 지주사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도시가스 고객입장에서 안전과 서비스가 실종됐다"며 “그동안 물적분할 이후 도시가스사 업무와 무관한 지주사 고임금자 35명의 급여를 도시가스사가 부담하며 도시가스 고객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시가스 소매공급업을 하는 예스코는 정부와 지방자체단체의 관리감독이 없다 보니 그동안 많은 비리와 불법을 브레이크 없이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새정부의 “핵심광물 확보 전략” 성공 조건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희토류 등 핵심 전략광물 54종의 공급 위험도가 높게 조사됐다. 특히 이 광물들의 중국 의존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 위험도는 공급 차질 가능성과 무역 의존도, 경제적 취약 등 크게 3가지 요소가 종합된 것이다. USGS는 54종의 공급 위험도 광물 중 36종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였으며 이 중 24종의 주요 생산국이 중국이다. USGS는 고위험군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66%에 이른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중국산 광물 의존도는 나타난 수치보다 더욱 심각하다. 미국은 국방의 핵심인 F-35 전투기 한 대 제작에 희토류 약 400Kg이 필요하다. 최신 이지스 구축함에는 희토류 2,400Kg과 구리·철 등 각종 광물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금속광물 수입액은 약 33조 원이다. 여기에 원유와 가스, 유연탄 등 에너지 수입액 약 226조 원을 더 하면 에너지 및 광물 총 수입액은 약 260조 원으로 국가 전체 수입액의 29.6%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액은 세계 5위 수준이고 광물 수입은 세계 10위권이다.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 때 해외 자원개발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2007년 유연탄·우라늄·철·구리·아연·니켈 등 6대 전략광물의 자주개발률이 18.5%에서 2010년 27%로 급상승했으며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리튬·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자급률도 8.5%를 달성했다. 자주개발률은 자원의 수급 구조가 유사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사용했던 용어로 전체 수입량 대비 우리 기업이 통제 권한을 갖고 있는 지분 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6대 전략광물의 경우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를 앞세워 자주개발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구리 확보를 위해 미주지역에 대규모 구리 광산을 다수 보유한 캐나다 캡스톤사와 파웨스트 마이닝사의 지분을 인수했으며 이를 통해 미주지역을 관통하는 구리 벨트(캐나다-캡스톤, 미국-로즈몬트, 멕시코-볼레오, 파나마-꼬브레파나마, 페루-마르코나, 볼리비아-꼬로꼬로, 칠레-산토도밍고) 등 생산 1곳과 개발 4곳, 조사 2곳 등 총 7개 사업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미래 산업의 필수 원료인 희소금속을 집중 확보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2009년 10월 “희소금속 산업 종합 대책"과 2010년 10월 “희소금속 안정적 확보 방안"을 통해 체계적으로 희소금속 확보에 나섰으며 그 결과 이차전지의 핵심 원료인 리튬 확보를 위해 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 등 “리튬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남미 3개국에서 국내 수요의 약 6배 규모에 달하는 물량을 확보했다. 2014년부터 칠레 엔엑스우노 광산에서 연간 4만 톤, 아르헨티나 살데비다 광산에서 연간 1만 2천 톤을 생산하여 반입키로 했다. 볼리비아는 2009년 8월부터 포스코와 광물공사가 공동으로 진출해 연구개발부터 리튬 사업화로 이어지는 구체적 실행 단계까지 이어졌었다. 한편 희토류는 중국의 수출 제한 및 무기화에 대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잔드콥스드리프트 탐사사업에 진출하여 개발 지역을 다변화하고 중국 포두영신 개발사업을 통해 희토 영구자석 1,500톤을 확보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자원개발 생태계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23년 2월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수립했다. 핵심광물 공급 리스크 및 국내 경제적 영향에 대한 분석을 통해 경제 안보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한 33종의 핵심광물을 선정했다. 이 중에서도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공급망 안정화에 필요한 10대 핵심광물(리튬·니켈·코발트·망간·흑연·네오디뮴·디스프로슘·터븀·세륨·란탄)을 우선 관리키로 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10대 핵심광물에 대해 특정국 의존도를 50%대로 낮추고 재자원화를 20%대로 확대키로 했다. 중요한 것은 산업부가 추진키로 한 "핵심광물 확보 전략“이 새 정부에서도 꾸준히 추진되어야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해외 자원개발 성장 속도와 성과는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았다. 치밀한 전략, 과감한 투자, 폭넓은 외교 등이 한국이 자원 빈국에서 자립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튼튼한 초석이었다. 새 정부는 과거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경험을 거울삼아 이미 수립된 정책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자원산업 육성 정책을 실천해 주길 바란다. 강천구

‘용인 LNG열병합발전소’ 주민 공청회 성료… 내년 착공 예상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안정적인 열을 공급할 액화천연가스(LNG) 기반 열병합발전소 건립이 주요 행정 절차를 순차적으로 마무리하며, 내년 착공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중부발전과 SK이노베이션 E&S는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용인청소년수련원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집단에너지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및 기후변화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를 열고,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했다. 약 1시간 30분간 진행된 공청회에서는 주민대표와 사업자간 LNG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현안들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안성 시민들이 공청회 무효를 주장하며 주최측과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공청회는 최종적으로 무사히 완료됐다. 사업시행자 측은 이날 “공청회 이후에도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상생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해 사업 추진에 장애가 없도록 하겠다"며 “지역 사회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친환경적이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청회는 한국중부발전과 SK이노베이션 E&S가 추진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열병합발전소 건설에 앞서, 환경영향평가 절차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해당 발전소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일원 14만7926㎡ 규모의 일반산업단지 내에 조성될 예정이다. 총 1.05GW 규모로 건설되는 이 열병합발전소는, 24시간 항온·항습 유지가 필수인 반도체 공장에 안정적인 증기(스팀)를 공급하게 된다.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소는 일반 화력발전소에 비해 약 30% 높은 에너지 효율을 자랑한다. 사업시행자는 관련 법령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본안을 유관부처에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사는 이르면 내년부터 열병합발전소 착공에 돌입해, 클러스터 내 안정적인 증기 공급을 본격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인사이트] 한국경제의 재앙 같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2025년 6월,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은 중동을 넘어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6월 13일)과 미국의 추가 공격(6월 21일, 포르도·나탄즈·에스파한 타격)으로 촉발된 전쟁은 이란의 미사일 반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으로 이어졌다. 6월 22일 이란 의회는 봉쇄 안건을 승인했지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최종 결정이 미뤄지며 불확실성은 상존하고 있다. 이에 최근 휴전 소식이 전해졌지만 긴장은 여전하다. 이 혼란의 중심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 경제에 있어 단순한 지리적 통로가 아니라 생존의 동맥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폭 3396km의 좁은 수로로, 세계 원유의 25%와 액화천연가스(LNG)의 20%가 통과한다. 하루 2,100만 배럴의 원유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UAE 등에서 이곳을 거쳐 글로벌 시장으로 향하는 “세계 석유의 동맥"이다. 해협의 가장 좁은 구간(33km)은 수심이 얕아 대형 유조선이 통과할 수 있는 항로가 34km에 불과하며, 대부분 이란 영해에 속한다. 이란은 이러한 해협을 위협할 기뢰, 대함 미사일, 킬로급 잠수함, 고속 공격정으로 군사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유조선 공격과 기뢰 설치로 통항이 위협받은 전례가 있지만, 전면 봉쇄는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 이번 갈등은 미국의 직접 개입과 이란 의회의 봉쇄 승인(6월 22일)으로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이란은 봉쇄를 세계 석유의 동맥을 차단하는 보복으로 규정하며,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에스마일 코사리는 군사 훈련이나 선박 검문으로 통항을 제한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봉쇄는 이란에도 리스크가 크다. 이란의 석유 수출(하루 150~200만 배럴, 주로 중국으로)은 해협에 의존하며, 중국 등 교역국의 반발과 바레인 주둔 미해군 5함대와의 충돌 가능성이 따른다. 전문가들은 완전 봉쇄를 사실상 “경제적 자살"로 보지만, 제한적 교란(기뢰 배치, 선박 검문)만으로도 에너지 시장의 흐름을 막음으로써 혼란을 초래하기 충분하다고 경고한다. 현재까지 봉쇄는 실행되지 않았지만, 휴전 번복과 이란의 강경 발언은 위협을 현실로 만들 가능성을 높인다. 우리 경제는 호르무즈 해협에 절대적으로 취약하다. 원유 수입의 70%, LNG 수입의 40% 이상이 중동에서 오며, 99%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산업연구원은 봉쇄 시 한국 산업 생산비가 3.02%, 제조업은 5.19%, 서비스업은 1.39% 상승할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정유·석유화학·운송업이 직격탄을 맞는다. 중동에서 수입하는 나프타 등 원료 가격이 오르면 플라스틱, 합성수지 생산비가 증가해 중국 저가제품에 이미 타격을 입을대로 입은 석유화학공업 수출 경쟁력은 더욱 약화된다. 한국의 원유 비축량(정부 160일, 민간 포함 약 200일)은 단기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장기 봉쇄는 에너지 수급 불안을 초래한다. 유가 급등은 소비자 물가를 자극하며,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1.0%)을 더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석유 수출이 50% 이상 감소하며 유가가 70달러 선을 돌파했는데 봉쇄가 실현될 경우 배럴당 120~150달러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해상 운송도 큰 타격을 받는다. 봉쇄 시 선박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해야 하며, 운송 시간(12주 증가)과 비용(선박당 약 100만 달러)이 급등한다.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으로 아시아-유럽 항로가 이미 혼란을 겪고 있는데, 호르무즈마저 차단되면 글로벌 공급망은 심각한 병목 현상에 직면한다. 한국의 중동 수출, 특히 건설 수주(2025년 15월 전체 수주의 48.5%)는 프로젝트 지연이나 취소될 위기에 봉착한다. KOTRA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걸프 국가의 방위비 증가가 재정부담으로 이어지며 한국 기업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 및 진행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금융시장은 변동성에 휩싸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금, 달러, 국채로 이동하며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고, 최근 3,000선을 돌파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국내주식은 에너지·항공주 중심으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현재 1,350 수준을 등락하는 원·달러 환율은 봉쇄 우려가 현실화되면 재차 급등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비상대응반을 통해 에너지 수급과 공급망을 실시간 점검 중이라고 한다. 단기적으로 비축유 활용과 우회 노선 검토가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북미·호주산 원유 확대, 재생에너지 투자로 중동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중국, 오만 등 중재국과의 외교 협력도 봉쇄를 막는 데 필수적이다. 이스라엘-이란 갈등과 호르무즈 해협의 불확실성은 한국 경제에 중대한 시험대다. 유가, 물가, 수출, 금융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신속한 대응과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가 절실하다. 휴전 협상의 불안정한 흐름 속에서, 한국은 이 생존의 동맥을 지키기 위한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 김수현

LPG 수요가구 감소세 계속, 341만 무너질 판…도시가스는 계속 증가

지난해 연료가스 소비량이 전년 대비 21%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발전용, 산업용 액화천연가스(LNG) 소비량이 대폭 늘면서 전체 가스 소비량 증가를 견인했다. 29일 한국가스안전공사 '2024년도 가스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료가스 총 소비량은 총 5777만톤으로 전년 4765만6000톤 대비 21.2%(1011만4000톤) 늘었다. 지난해 LNG 총 소비량은 4620만2000톤이다. 도시가스용은 가정상업용 1253만8000톤, 산업용 996만1000톤 등 2249만9000이다. 발전용은 2370만3000톤이다. 지난해 LNG 소비량은 전년보다 24.5%(909만8000톤) 늘었다. 발전용 LNG는 전년보다 26.2%(492만7000톤) 늘었고, 산업용 LNG는 전년보다 70.5%(412만톤) 늘었다. 지난해 액화석유가스(LPG) 소비량은 총 1156만8000톤으로, 구성을 보면 가정상업용 161만6000톤, 도시가스용 16만6000톤, 운수용 242만3000톤, 산업용 111만1000톤, 공업원료용 625만2000톤이다. 지난해 LPG 소비량은 전년보다 9.6%(101만6000톤) 늘었다. 공업연료용 LPG는 전년보다 21.2%(109만4000톤) 늘었고, 산업용 LPG는 전년보다 4.1%(4만4000톤) 늘었다. LPG 수요가는 감소세가 계속돼 340만가구 수가 무너지기 직전에 놓였다. LPG 수요가는 2013년 532만5085가구에서 2015년 483만6680가구, 2020년 375만337가구, 2024년 341만7365가구 수를 기록했다. 도시가스 수요가는 2013년 1637만5328가구에서 2015년 1736만3525가구, 2020년 2012만5278가구, 2024년 2130만7644가구이다. 가스 관련 종사 업소는 줄어들었다. 지난해 가스 관련 업소는 총 139만4677개로 전년 141만5557개 대비 1.5%(2만880개) 줄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가스공사, ‘안전 최우선’ 철학으로 현장을 바꾸다

가스공사(사장 최연혜)는 최고 안전관리 에너지 공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안전시스템을 선진화하고 전사 안전문화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가스공사는 안전 최우선의 경영원칙을 바탕으로 첨단기술을 활용한 가스화재훈련센터를 리모델링하고 재해예방을 위해 안전문화 확산에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가스공사만의 특별한 안전 시설이 하나 있다. 바로 2007년부터 운영해온 국내 유일의 가스화재훈련센터다. 이곳에서는 영하 162℃인 액화천연가스(LNG)가 대기로 누출될 때 급격한 기화로 발생하는 대규모 화재 상황을 현실적으로 재현한 가스플랜트 모의화재 진압훈련이 펼쳐진다. 현실에서는 재현하기 어려운 대형 LNG 누출 화재 상황을 VR체험교육과 함께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어 초동대처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5년마다 정기적으로 받는 가스화재 체험교육 덕분에 실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라는 한 직원의 말처럼, 가스공사는 모든 직원이 5년 주기로 이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여 전사적 재난대응역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가스화재훈련센터의 실내체험관을 재난안전분야로 전면 리모델링하며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지진 발생으로 인한 화재 상황에서의 생존"을 주제로 화재대피, 완강기 탈출, 심폐소생술 등의 체험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이 교육을 국민 모두에게 개방하여 지역사회의 안전의식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난관리책임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있는 셈이다. 안전한 일터는 근로자 한 사람 한사람이 안전의식을 갖추고 안전문화가 조직에서 잘 정착될 때 만들어진다. 이에, 가스공사는 안전 최우선의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CEO를 포함한 최고경영진이 전국의 생산기지와 관리소를 방문해 현장 안전 실태와 현황을 점검하고, 중대재해 예방교육을 시행하는 등 솔선수범하여 안전경영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가스공사는 전국 사업소별 주요 작업에 대한 위험요소를 발굴하여 개선하는 '위험성평가 경진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 안전역량을 향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한, 가스공사는 협력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현장 안전교육과 위험성평가 중심 안전관리시스템을 지원함으로써 안전 최우선 문화를 협력사까지 전파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재난관리책임기관으로써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기관과 시민이 참여하는 안전한국훈련을 매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천연가스 생산기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합재난에 대비하여 자체 소화설비 실방사, 초동조치, 피해확산 예방활동 등의 재난대응 역량을 점검하는 훈련을 다년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상에 대비하고자 가스공사는 해빙기, 여름철, 동절기 등 계절별 위험요소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특별안전점검을 전개하고 있으며, 정부와 외부전문가와 함께 국가핵심기반시설인 생산기지에 대한 집중안전점검을 시행하는 등 설비 건전성 확보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공사의 모든 직원이 안전관리의 주체로서, 안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며, "'인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신념으로, 앞으로도 가스공사는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철저히 예방하고 근로자 안전대응역량을 향상시켜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기]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불가피…전력·가스 요금 비상

중동 정세가 또 한 번 격랑에 휘말렸다. 미국의 공격을 받은 이란이 세계 원유 공급의 약 30%가 통과되는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엄포를 놓음에 따라 국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는 등 에너지 시장 전반의 변동성 확대가 우려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 알래스카 LNG 등 수입선 다변화, 에너지 가격 안정 정책, 산업계 대응력이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23일 외신 및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자국 핵시설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다만 에스마일 쿠사리 의회 국가안보위원장은 “최종 결정권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있다"며 정부에 책임을 떠넘겼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물류에서 가장 핵심적인 초크포인트(전략적 요충지)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의 산유국이 생산한 원유와 LNG가 이 지역을 통과해 세계 시장으로 수출되는 등 세계 원유 공급의 30%, LNG 공급의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호르무즈해협은 그 중요성 때문에 그동안 한번도 봉쇄된 적이 없다. 미국은 물론 유럽과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국들까지 에너지 공급선을 지키기위해 해협에 함대를 파견하기 때문이다. 이란이 실제로 해협 봉쇄에 나선다면 대규모 전투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선박 운항이 힘들어져 결국엔 봉쇄 효과가 발생하고 만다. 에너지 선박 운항이 어렵게 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현재 70달러 후반대에서 100달러는 물론 130달러 이상도 오를 수 있다. LNG 현물가격도 현재 MMBtu당 13달러대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처럼 80달러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 한국은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더 치명적이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 LNG 수입의 16%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해협이 봉쇄된다면 국내 기름값은 물론이고, 도시가스, 전력, 열 등 모든 에너지 요금이 폭등할 수 있다. 이는 다시 국내 물가 상승 압력, 에너지 공기업 재무부담, 에너지 산업 경쟁력 약화 등 2차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위기는 2022년 러-우 전쟁 때의 '에너지 위기 데자뷔'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한국은 국제 LNG 가격이 치솟으며 전력도매가격(SMP)이 200원/kWh를 넘나드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현재는 125원대이다. 200원도 정부가 전력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SMP 상한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상한제가 아니었다면 300원도 넘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SMP 상한제를 1년 가까이 유지하면서 국내 요금을 어느 정도 안정시킬 수 있었지만, 이로 인해 한전은 40조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200조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게 됐다. 수익성이 깎이게 된 민간 발전사들은 “시장원리를 훼손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번 호르무즈 사태로 SMP 상한제가 다시 도입될까 불안해 하고 있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국제 연료가격이 급등하면 한전의 적자 확대와 요금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며 “정부가 다시 SMP 상한제와 같은 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기가 단기적 가격 충격을 넘어 공급망 리스크 프리미엄을 유가에 상시 반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산 원유 수출 자체는 이미 제재로 제한돼 있지만, 이번엔 전체 중동 수송망 자체가 마비된다는 점에서 영향의 깊이와 범위가 전과는 다르다. 사우디·UAE 등의 원유 선적 차질은 실제 공급 부족 가능성으로 직결될 수 있다. 또한 중동 전면전 우려 확산으로 투자심리 위축과 투기적 매수세 확대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이번 위기는 한국 정부와 에너지 기업 모두에게 에너지 안보 대응 전략의 현주소를 점검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력·가스요금 조정 논의,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정건전성 관리,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국내 전력 생산 비중 확대 전략이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면 단기적 유가 상승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지정학의 판을 흔드는 사건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수입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안보 전략의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유가·요금 불안정 대응, 산업 피해 최소화와 함께 중장기적으론 공급선 다변화, 에너지전환 가속화, 비상대응 체계 고도화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스라엘의 강력한 힘…배경에는 가스전이 있다

이스라엘이 이슬람 시아파의 종주국 이란과 전쟁을 벌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압도적인 첨단무기도 있지만, 에너지안보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가스전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스전 덕분에 에너지를 수입하지 않아도 돼 피격 불안 없이 장기간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10년간의 탐사 끝에 대규모 매장량을 가진 가스전을 발견했다. 에너지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영토 내에서 석유가스 매장량을 찾는 동해심해 가스전 사업을 계속 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석유시장 정보제공 사이트인 페트로넷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가스전에 주목했다. 석유공사는 '이스라엘, 가스로 중동의 판을 바꾸다'라는 리포트를 통해 이스라엘의 진정한 힘은 바로 영토 내에 있는 가스전으로부터 나온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은 인근 중동국에서 석유를 수입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 있는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멕시코에서 주로 수입했다. 그도 그럴것이 유대교인 이스라엘은 1948년부터 1973년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인근 이슬람교 국가들과 전쟁을 벌였다. 또한 2023년에는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전쟁을 벌여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올해 또 이란과 전쟁을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석유와 가스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중동 지역에 있지만, 사방이 모두 잠재적 적국으로 둘러싸이게 되면서 인근에서 에너지를 수입하지 못하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수입하게 된 것이다. 에너지 수입은 이스라엘의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했다. 전쟁에서는 앞섰지만, 에너지 수입선이 계속 피격 위험에 놓이게 되면서 전쟁을 오래 끌고 갈 수 없었다. 이스라엘은 가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다가 1990년대에 전력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가스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면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결국 이스라엘은 1999년 이집트와 가스 협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2000년 팔레스타인의 대규모 반이스라엘 민중 봉기인 2차 인티파다가 발생하면서 가스 협상은 중단됐다. 이후 2005년 가스 공급 협상이 재개됐고, 양국은 그해에 15년간의 장기 가스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이스라엘 남부도시 아슈켈론 (Ashkelon)에서 이집트 시나이 반도의 엘아리쉬(El Arish)를 잇는 동지중해 가스관이 완공되면서 2008년부터 가스 공급이 개시했다. 하지만 가스 공급 기간은 5년을 넘기지 못했다.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으로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이 대규모 반정부 봉기에 의해 붕괴되고, 이슬람 근본주의를 추종하는 무슬림 형제단 출신의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이 들어서면서 2012년 일방적으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이스라엘은 충격은 받았지만, 큰 혼란에 빠지진 않았다. 이런 상황이 올 것을 미리 예상하고 준비한 프로젝트가 있었다. 이스라엘은 1994년부터 북부 하이파지역에서 서쪽으로 약 80km 떨어진 수심 1700m 심해에서 석유가스 매장량 찾기에 나섰다. 그리고 9곳의 탐사 시추 끝에 드디어 2009년 타마르 가스전과 2010년 레비아탄 가스전을 잇따라 발견했다. 매장량은 타마르 가스전 97Tcf, 레비아탄 가스전 21.9Tcf로, 이는 이스라엘이 향후 50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이스라엘은 타마르 가스전 발견 이후 경제성장률이 더 높아졌다. 발견 이전인 10년(2000~2009년) 평균 성장률은 3.5%이고 발견 이후 10년(2010~2019년) 성장률은 4.2%로 0.7%p 높았다. 2010년 이후 세계 경제성장률이 둔화된 것을 감안하면 괜찮은 성장을 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가스전 발견은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 지정학적 안보 효과까지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과거 전쟁을 벌였던 요르단과 이집트에 가스를 수출하고 있다. 요르단은 발전량의 약 절반을 이스라엘 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이집트는 2018년 이스라엘에 가스 공급을 요청해 과거 일방적으로 가스공급을 중단한 것에 대한 배상금으로 약 5억달러를 지불하고 가스를 수입해 쓰고 있다. 리포트는 “이스라엘은 가스 자산을 바탕으로 과거 적국이었던 인구 1억의 아랍 대국 이집트를 핵심적인 비즈니스 파트너로 품었고, 과거 중동전쟁에서 서안지구를 빼앗았던 요르단도 자국 가스 공급에 의존하게 했다"며 “어떤 면에서는 싸우지 않고 주변 아랍국을 포섭한 오늘의 이스라엘이 과거 중동전쟁의 이스라엘보다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현재 가스 생산량 확대를 추진 중이다. 파이프라인 증설과 플랫폼 개선 등의 증산 작업이 끝나면 타마르는 약 90%, 레비아탄은 약 30%의 증산이 예상된다. 이스라엘의 가스전 확보 사례는 우리나라에 많은 의미를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스라엘의 가스전 확보 이전처럼 거의 100%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달리 에너지 자급력을 높이기 위한 석유가스 탐사 노력은 게을리하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포항 앞바다에서 석유 및 가스 매장량을 찾는 동해 심해가스전 사업의 예산을 전액 삭감한 예산 제안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한번의 시추에는 대략 1000억원이 소요되는데, 내년에는 시추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렸던 동해 심해가스전 사업은 동해 8광구와 6-1광구에서 탐사 결과 35억~140억배럴의 석유가스 자원량이 발견돼 탐사시추 단계에 있다. 지난해 12월 첫 번째 유망구조인 대왕고래 구조에서 탐사시추를 했지만, 경제성 있는 매장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안덕근 산업부장관은 TV 뉴스에 나와 “가스가 여기(대왕고래)에는 없지만, 매장됐던 가스가 여기를 지나간 경우에는 옆에 있는 6개 유망구조 부근에 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추가 시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시추를 쓸데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지난 2월 “국가가 AI 연구에 필요한 최고급 사양의 GPU(그래픽처리장치) 3000장을 살 수 있는 돈을 '대왕 사기 시추' 한번 하는데 다 털어 넣었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자원개발 전문가는 이재명 정부에서도 매장량을 찾는 노력을 축소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전량을 수입하는 나라로서, 동해심해 가스전 사업은 반드시 계속해 나가야 한다"며 “7~8월에 1차 탐사시추 최종결과가 나온다고 하니 주관사인 석유공사는 이를 정밀 분석해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며 탐사시추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정부가 내년 시추 예산을 신청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시추결과에 대한 정밀분석 기간이 필요해 꼭 내년에 시추를 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SK이노베이션 E&S, 탄소를 땅 속에 묻는 ‘CCS사업’ 다시 속도낸다

SK이노베이션 E&S가 한동안 주춤했던 탄소포집저장(CCS) 사업에 다시 속도를 낸다. 이재명 정부는 탄소 감축을 위해 CCS사업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E&S는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인도네시아 석유∙가스 사업 특별관리감독기관(SKK Migas)과 '한-인도네시아 국경통과 CCS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MOU)' 기념식을 개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MOU를 통해 SK이노베이션 E&S와 SKK Migas는 한국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CO2)를 인도네시아로 운송∙저장하는 국경통과 CCS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공동으로 탐색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기존의 국경통과 CCS 협정 사례를 분석하고, 유럽 등에서 선행된 사후 최종투자결정(FID) 이후 국경통과 CCS 프로젝트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던 요인들을 조사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제법 및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국내 CCS 관련 규제들을 면밀히 검토해 양국 간 포괄적 협정 체결을 위한 주요 과제를 살펴볼 계획이다. 이 같은 단계별 공동연구를 거쳐 잠재적 사업 개발 기회를 평가한다는 구상이다. 양 기관은 공동으로 실무그룹(워킹그룹)과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공동연구를 수행 중으로, 향후 CCS 프로젝트 협력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CO2를 포집해 고갈 유전∙가스전, 대염수층 등에 주입 후 영구 저장하는 CCS 기술은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현실적인 CO2 감축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대규모 CO2 저장에 적합한 지층이 부족해, 포집한 CO2를 다른 국가로 수출하는 국경통과 CCS 프로젝트 추진이 필수적이다. 김일영 SK이노베이션 E&S 업스트림개발∙운영실장은 “국경통과 CCS는 국가 및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및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필수적"이라며 “이번 공동연구를 통해 인도네시아와 CCS 분야의 전략적 협력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E&S는 동티모르 해역 바유운단(Bayu-Undan) 가스전에서 CC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호주 바로사-칼디타(Barossa Caldita) 가스전 개발 및 블루수소 생산에서 발생하는 CO₂를 동티모르 해역 바유운단 고갈 가스전에 저장하는 프로젝트다. 호주는 2023년 11월 CO₂의 국가간 이송을 가능하게 하는 런던의정서 개정안 비준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CO₂ 저장 가능성을 가진 호주가 CO₂의 수출입을 허용하며, 국내 CCS 산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호주는 우리나라와 지리적 인접성까지 더해져 이산화탄소 운송에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갖춘 국가로 꼽힌다. 이번 탐사권 확보를 바탕으로 SK어스온이 호주 정부 및 산업계와 협력 기회를 확대할 뿐 아니라, 국내저장소 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다. SK이노베이션 E&S와 가족사인 SK어스온도 지난해 8월 호주 북부해상 카나르본 분지에 위치한 G-15-AP광구에서 이산화탄소(CO₂) 저장소 탐사권을 획득했다. 이를 기반으로 SK어스온은 핵심 성장동력인 자원개발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추가 성장동력으로 추진중인 CCS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분율은 SK어스온 20%, 인캡쳐 75%, 카본CQ 5%이다. SK어스온은 약 6년간 해당 광구의 저장 용량 및 사업성 평가를 진행, CO₂ 저장소 개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후 사업성이 검증되면 추가 입찰 없이 호주 정부로부터 개발∙주입권을 확보해 2030년부터 본격적인 CO₂ 주입 사업을 이어갈 전망이다. SK어스온은 지난 2022년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등과 한국-말레이시아 간 탄소 포집∙저장을 위한 셰퍼트 CCS 프로젝트 참여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에서는 고성능 해양 CO₂ 저장 모니터링 국책과제 및 대규모 CCS 기반 조성 사업에 참여하는 등 CCS 기술역량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 200만t, 2040년 500만t, 2050년 1600만t 이상의 CO₂ 저장소를 단계적으로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재명 정부의 임기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할 국정과제를 기획하는 국정기획위원회는 '대한민국 진짜성장을 위한 전략'을 통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신기술 발굴 과제로 탄소포집·활용·저장(CCUS)을 포함했다. 향후 CCS 사업에 대해서도 세제 인센티브 등 관련 전략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SK이노베이션 E&S의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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