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회장님, AI 너무 믿지 마세요”…현대차그룹 AX, 시행착오 넘어 ‘혁신’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이 인공지능 전환(AX)을 추진을 통한 업무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임직원이 직접 AI 기반 업무 도구를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데이터 표준화와 통합, 업무 방식 변화 등은 해결 과제로 남았다. 현대차그룹은 직원 개인의 자발적인 AI 활용을 장려하는 동시에 경영진이 주도하는 전사 과제를 발굴해 AX를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 담당 본부장 겸 그룹 최고정보책임자(CIO)는 21일 열린 '소프티어 테크톡 오프데이'에서 현대차그룹의 AX 추진 과정과 전략, 시행착오를 소개했다. 성과만을 밝히기보다 디지털 전환(DX)부터 AI 활용 확산까지 겪은 어려움과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진 본부장은 “AX는 하나의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업무 전반을 변화시키며 끊임없이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라며 “반짝반짝한 성과나 아이디어를 자랑하려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가 AI와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해왔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 영업사원 수첩을 회사 자산으로…AX 기반은 '데이터' “사실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기술로 어떤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것이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이날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 담당 본부장 겸 그룹 최고정보책임자(CIO)는 AI 기술 도입 자체보다 데이터를 활용해 실질적인 사업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H Chat'과 자체 구축형 AI 모델 'HD AI' 등 API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임직원이 이를 실제 업무에 활용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DX 기반 구축부터 업무 프로세스 개선까지 여러 단계를 거쳤다. 진 본부장은 영업 현장의 고객 정보 관리 앱을 사례로 들었다. 고객의 관심 차종이나 방문 이력 등의 정보를 기록해 영업사원이 고객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진 본부장은 “영업사원의 수첩에는 회사에 필요한 정보들이 있는데 그 정보를 회사의 자산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개인에게 흩어진 정보를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에 기록해 조직 차원의 자산으로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 기술뿐 아니라 데이터를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부터 갖춰야 했다. 진 본부장은 “DX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AI를 한다는 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똑같다"며 “DX가 돼야 그 다음에 AX가 있고, DX의 처음 시작은 협업"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AI 활용을 본격화하기 전인 2022년부터 디지털 전환(DX)을 추진해 온 이유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커넥티드카 약 1200만대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모으고, 영역별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다만 국가별 데이터 표준이 달라 국가 코드에 숫자와 국가명이 혼재하거나, 코드 항목에 '유럽'이나 '내수·수출'과 같은 값이 들어가는 사례도 있었다. 글로벌 공장이 300개 이상인 만큼 설비 기준과 관리 정책이 다른 점도 통합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데이터의 출처와 변경 이력을 추적하는 데이터 리니지, 데이터 카탈로그, 현업 직원이 직접 데이터를 분석하는 환경도 주요 과제다. 진 본부장은 2022년 기준 그룹 내 시스템이 약 6000~7000개에 달했다며 시스템 간 데이터 복제와 불일치, 연계 부족 등의 문제를 설명했다. “데이터를 잘 활용하게 하려면 데이터 이해를 기반으로 각 조직이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차량 데이터를 중앙에서 수집·처리한 뒤 품질·판매·생산·고객·차량 정보별 데이터마트를 구축해 현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다만 진 본부장은 “이마저도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70~80점 수준으로, 아직 수집하지 못한 데이터가 많고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지난한 싸움도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 직원 80%가 'H Chat'으로 바이브 코딩…'관성 벗어나기'가 과제 현대차그룹은 임직원의 AI 활용을 확대하는 동시에 비개발자도 AI를 활용해 업무 도구를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른바 '바이브 코딩'이다.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대신 자연어로 원하는 기능을 설명하고 AI의 도움을 받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전문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현업에서 AI를 활용해 업무에 필요한 기능을 직접 구현할 수 있어 AX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진 본부장은 현재 전 직원의 70% 이상이 마이크로소프트(MS) 코파일럿을 일상 업무에 활용하고 있으며, 80% 이상은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인 'H Chat'을 통해 바이브 코딩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가 핵심 기술 등 보안상 이유로 외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자체 구축형 AI 모델인 'HD AI'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는 프로젝트도 300개 이상이다. 현장 직원이 직접 업무 개선 도구를 만든 사례도 나왔다. “광명공장에서는 한 매니저가 H Chat 플랫폼을 활용해 생산라인에서 차량을 식별하고 사양을 확인하는 작업을 자동화했다" 며 “기존에 약 8000만원이 들던 비전 카메라 대신 2만5800원짜리 웹캠을 활용했다"고 했다. 이어 “풀뿌리처럼 전문 개발 인력의 도움 없이 직원들이 스스로 혁신하는 사례가 늘고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AI를 활용한 도구 개발이 실제 업무 혁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조직 내부의 관성을 넘어야 했다. 진 본부장은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현업 부서와 정보통신기술(ICT) 부서 간의 시각 차이를 꼽았다. 현업 부서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효율화하는 것 자체를 성과로 여기지만, ICT 부서는 기존 시스템에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진 본부장은 “현업 입장에서는 성과가 축소되는 것이기 때문에 저항이 강하다"며 “개발 부서도 기존에 이런 방식으로 개발해 본 적이 없어 새로운 시도가 쉽지 않았고, 오래 쌓인 관성을 깨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단순히 AI 활용을 늘리는 것을 넘어 기존 시스템과 연계해 전사 차원의 성과로 연결하고 실제 업무 절차에 정착시키기 위해 부서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기존 업무 방식과 조직문화까지 바꿔야했다는 의미다. AI 활용을 확대하려는 현업과 실효성 및 위험을 관리하려는 IT 부서 사이의 조율도 필요하다. 진 본부장은 “현업은 AI를 굉장히 많이 쓰고 싶어 하고 AI를 통해서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반면 IT 부서는 보안과 운영 위험 등 실효성이나 리스크에 대해서 집중하다보니 불가피하게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지만 굉장히 건강한 줄다리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바텀업에서 탑다운으로…전사 AX 과제 구체화하고 임원진 교육 현대차그룹은 현장 직원이 자발적으로 AI 활용 사례를 만드는 상향식(Bottom-up) 접근과 함께 경영진이 해결 과제를 정하는 하향식(Top-down)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 직원들이 AI를 활용해 각종 도구를 만들고 개념검증(PoC)을 진행하도록 지원했지만, 개별 사례가 회사 전체의 성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사업상 해결해야 할 문제를 먼저 정의하고, 이를 해결할 기술과 실행 방안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AX 과제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4월 부회장 산하의 AI 거버넌스 태스크포스(TFT)를 구성하기도 했다. 프로젝트 관리(PMO), 법무 중심의 리스크 대응, IT 인프라·플랫폼, 비즈니스 프로젝트, AI 역량 강화 등 5개 분과로 구성된 TFT는 그룹 내 각 조직이 자체적으로 AX를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TFT는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진 본부장은 “2년 후에도 TFT가 있다면 우리 그룹의 AX는 실패한 것이다. 무조건 2년 안에 끝내겠다는 목표로 시작했다"며 각 조직이 자체적으로 AX를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의 법인이 500개가 넘는만큼 TFT가 AX를 계속 주도하는 조직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각 그룹사와 해외 권역에도 동일한 기준과 방향성을 공유하는 조직과 인력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AI 활용을 확대하려면 임직원이 기술의 가능성뿐 아니라 한계와 위험도 이해해야 한다. 진 본부장은 특히 회장과 부회장, 모든 그룹사 대표를 포함한 최고경영진의 AI 이해도를 중요하게 꼽았다. 그는 “최고 경영층 리더의 AI 역량과 제대로된 이해가 없다면 산으로 가게 될 게 분명하다는 생각으로 올해 경영진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바이브 코딩 실습과 세미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실습에서는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해도 사람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현상을 직접 경험하도록 했다. 동일한 자료로 만든 결과물의 세부사항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면서 AI가 항상 같은 답을 내놓는 규칙 기반 시스템과는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게 했다. 진 본부장은 “LLM은 태생적으로 창의성을 흉내 내기 위해 무작위성을 활용한다"며 “AI를 과도하게 신뢰하지 않아야한다는 걸 경영진이 몸소 깨닫게 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임원 대상 AI 세션을 총 4회 진행하는 방식으로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AI 기술과 리스크 이해, 활용 사례와 방법론, 혁신 과제 제안에 이어 11월 마지막 세션에서는 AI 도입 이후 달라질 전사 차원의 일하는 방식을 논의한다. 진 본부장은 “직원들의 인사·승진 결정에 AI를 활용해도 되는지와 같은 윤리적 기준들에 대한 논의를 포함, 마지막 세션은 윤리위원회가 주관한다"며 “경영진들이 지속적으로 AI에 대해서 이해를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3140만원’ 신형 투싼…기본 사양 어디까지 넣었나

현대자동차가 6년 만에 완전변경 출시한 신형 투싼의 계약을 시작했다. 가솔린 모델은 3140만원, 하이브리드 모델은 3615만원부터다. 모든 트림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기본 적용하고 에어백을 9개로 늘리는 등 안전·편의 사양을 보강했다. 현대차는 21일 5세대 완전변경 모델인 '디 올 뉴 투싼'의 주요 사양과 가격을 공개하고 계약 접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파워트레인은 1.6 터보 가솔린과 1.6 터보 하이브리드 두 종류다. 트림은 H-Pick, 익스클루시브, 인스퍼레이션, XRT 등 4가지로 구성된다. 가솔린 모델 가격은 H-Pick 3140만원, 익스클루시브 3530만원, XRT 3680만원, 인스퍼레이션 3790만원, 하이브리드는 세제 혜택 적용 기준 각각 3615만원, 3990만원, 4165만원, 4270만원이다. 플레오스 커넥트 등 차량 내 디지털 기능은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된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17인치 또는 12.9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내비게이션과 음악 스트리밍 등 앱을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안전 사양으로는 1열 센터사이드 에어백과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이 전 트림에기본으로 들어간다. 도어 잠금장치의 전원 공급을 이중화하는 기술도 적용됐다. 차체 크기는 기존 모델보다 전장 60㎜, 전폭 40㎜, 휠베이스 30㎜씩 커졌다. 2열 도어 개방 각도는 기존 73도에서 83도로 넓어졌고, 트렁크 용량은 645ℓ다. 차체에는 초고장력 강판이 전체 강판의 58% 비율로 적용됐다. 외관은 클램셸 타입 후드와 수직형 주간주행등, 수평형 슬림 센터 램프 등을 적용했다. 실내에는 플로팅 구조의 크래시패드와 슬림 디스플레이, 더블 D컷 스티어링 휠을 배치했다. 외장 색상은 신규 색상 5종을 포함한 8종, 내장 색상은 신규 색상 3종을 포함한 4종이다. 가솔린 모델은 최고 출력 193마력, 최대 토크 27.0㎏f·m로 기존보다 출력이 13마력 높아졌다. 변속기는 기존 7단 더블 클러치 대신 8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시스템 최고 출력 245마력에 복합연비 17.4㎞/ℓ를 갖췄다. 연비는 기존보다 1.2㎞/ℓ 개선된 수치로, 17인치 휠·2륜구동 기준이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장원테크, 성형부터 도장·클린룸까지…EV 부품 ‘일관생산’ 강화

장원테크가 마그네슘·알루미늄 등 경량금속 성형부터 정밀가공, 표면처리·도장, 검사와 클린룸 포장까지 연결하는 일관생산 체계를 앞세워 자동차·전기차(EV) 부품 사업 확대에 나선다. 장원테크는 경량금속 성형 기술과 정밀가공·표면처리 역량을 결합해 자동차 내·외장재와 전장부품, EV 관련 부품으로 사업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자동차 부품은 형상과 치수뿐 아니라 표면 품질과 내구성, 청정도 등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장원테크는 개별 공정을 외부에 분산하기보다 성형부터 출하 전 검사까지 연결해 공정별 품질 편차를 줄이고 고객사의 요구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장원테크는 마그네슘 칙소몰딩을 비롯한 경량금속 성형 기술에 정밀가공과 표면처리·도장 공정을 결합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의 도장은 외관뿐 아니라 도막의 균일성과 밀착성, 내구성 등이 제품 품질을 좌우한다. 회사는 성형·가공 단계부터 후속 표면처리와 도장까지 연계해 공정 간 품질 편차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종 검사와 포장 과정에는 클린룸도 활용한다. 청정도가 요구되는 부품에 외부 이물질이나 먼지가 유입되는 것을 줄여 생산 단계에서 확보한 품질을 출하 단계까지 유지하기 위해서다. 장원테크는 이 같은 일관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자동차 내·외장 부품뿐 아니라 정밀도와 품질 안정성 요구가 높은 전장·EV 부품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힐 방침이다. 전기차는 배터리 탑재로 차량 중량이 증가하는 만큼 경량화가 주행거리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주요 과제로 꼽힌다. 장원테크는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등 경량금속 성형 기술을 자동차 부품 사업 확대의 기반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박승구 장원테크 대표는 “장원테크의 경쟁력은 성형부터 정밀가공, 표면처리·도장, 클린룸까지 전 공정을 하나로 연결하는 데 있다"며 “공정 간 시너지를 통해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자동차·EV 부품 분야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테슬라에 질 수 없다”…5000만원대 벤츠에 수입 전기차 가격 경쟁 ‘전면전’

수입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의 가격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테슬라와 BYD 등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전기차 브랜드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가격 문턱을 낮추고 대응에 나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전날 신형 전기 세단 CLA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LC를 국내 출시했다. CLA 일렉트릭은 5290만~6770만원, GLC 일렉트릭은 9000만~9480만원이다. 이중 CLA 200의 시작가는 기존 CLA 220 마일드 하이브리드(5990만원)보다 700만원 낮은 가격으로 책정됐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기차가 같은 차종의 하이브리드보다 낮은 가격에 출시된 것이다. 가격을 낮추면서도 선택지는 세분화했다. 58㎾h 용량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CLA 200 일렉트릭은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42㎞다. 85㎾h 용량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적용한 CLA 250+ 일렉트릭은 474㎞를 주행한다.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자와 주행거리를 중시하는 소비자를 각각 겨냥한 구성이다. 업계에서는 신차 공백과 주력 모델 판매 감소가 겹치면서 벤츠가 가격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벤츠는 올해 1~9월 국내에서 4만3249대를 등록해 전년 대비 10.4% 감소했다. 특히 주력 모델인 E클래스는 같은 기간 1만7505대가 등록돼 전년 동기보다 11.9% 줄었다. 반면 테슬라는 8만9148대를 등록해 전년 동기보다 104.4% 증가했다. 9월 한 달만 보더라도 테슬라의 등록 대수는 1만2372대로 벤츠(5477대)의 두 배를 웃돌았다. 테슬라가 판매를 확대하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사이 벤츠는 주요 모델의 판매 감소와 역성장을 겪은 셈이다. 테슬라가 8개월 연속 수입차 월간 판매 1위를 차지하는 등 시장 경쟁 구도가 달라지면서 벤츠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신차로 반격에 나섰다. 판매 실적에서 나타난 경쟁 구도 변화는 가격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테슬라 모델 Y 프리미엄 후륜구동(RWD)은 4999만원, 중국 BYD 씨라이언7은 4490만원부터 판매된다. 5000만원 안팎의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전기차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도 가격과 상품성을 함께 따지는 소비자를 겨냥해야 하는 상황이다. 볼보자동차 코리아는 지난 7월 플래그십 전기세단 ES90을 출시하며 국내 가격 경쟁령을 앞세웠다. ES90의 국내 판매가격은 7294만원부터로, 볼보가 밝힌 글로벌 주요 시장 대비 가격 차이는 5000만원 이상이다. 국내 판매 중인 S90 T8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보다도 최대 1800만원 낮은 가격이다. 볼보는 800V 전기 시스템과 첨단 주행 보조 기능 등 플래그십에 걸맞은 사양을 갖추면서도 70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가격으로 상품 경쟁력을 높였다고 밝혔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도 당시 ES90의 출시 가격 설정 배경을 밝히며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본사에 강조해 ES90의 시작가격을 낮게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가격 인상 압력이 있었음에도 국내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했다는 취지다. 렉서스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가격 차이를 좁혔다. 지난 13일 대표 하이브리드 세단 ES에 순수전기차를 추가해 출시하면서 전기차 시작 가격을 하이브리드보다 낮게 설정했다. 8세대 신형 ES의 전기차 ES 350e 프리미엄은 7160만원으로, ES 350h 프리미엄(7290만원)보다 130만원 저렴하다. 렉서스 측은 엔트리 트림에도 주요 편의·인포테인먼트 사양을 갖춰 가격을 낮추면서도 상품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콘야마 마나부 렉서스코리아 사장은 “렉서스 최초의 세단형 전기차에 대한 고객의 구매 부담을 낮추고 전동화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말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간 가격 차이를 좁혀 기존 하이브리드 고객의 전기차 전환을 유도하고,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BMW도 지난 7월 출시한 신형 전기 SUV iX3의 저가 트림을 추가해 진입 가격을 낮췄다. iX3 50 xDrive SE의 가격은 7990만원으로, M 스포츠 트림(8690만원)보다 700만원 낮다. 기존 트림 가격을 인하한 것은 아니지만, 낮은 가격의 선택지를 추가해 진입 장벽을 낮춘 것이다. 국내 인증 기준 최대 611㎞의 주행거리도 경쟁 요소로 내세웠다. 당시 이우진 BMW코리아 상품기획팀 매니저는 “보조금 혜택을 통해 실질적인 구매 부담을 낮췄고 트림별 차별화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면서 가격을 낮춘 기본 트림과 주행 성능·편의사양을 강화한 상위 트림을 함께 운영해 다양한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낮은 시작 가격이 실제 구매 부담 완화로 이어지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터리 용량과 주행거리, 구동방식, 트림별 사양에 따라 차량 가격이 달라지는 데다 전기차 보조금 적용 여부에 따라서도 실구매가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브랜드 인지도와 고급 사양을 넘어 가격 대비 성능을 겨루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차량 가격뿐 아니라 주행거리와 편의사양, 보조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파격적인 가격이 초기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결국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따진 경쟁력이 소비자 선택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사람 대신 운전하는 대형트럭…현대차·기아, 레벨4 실증 추진

현대자동차·기아가 레벨4 자율주행 대형트럭의 상용화를 위해 실제 물류 노선에서 운행 실증을 추진한다. 차량 제어 기술과 자율주행 시스템의 연계 성능을 검증하고, 장거리 운행에 필요한 안전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마스오토, 라이드플럭스와 레벨4 자율주행 트럭 물류 운송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현대차·기아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1대와 엑시언트 1대 등 총 2대의 실증 차량을 개발해 내년 초 협력사에 제공할 예정이다. 차량에는 자율주행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도록 맞춤형 제어기와 차량 인터페이스를 적용한다. 실증은 내년 말까지 두 가지 운송 환경에서 진행된다. 고속도로와 도심이 연결된 약 100㎞ 구간과 고속도로 중심의 약 400㎞ 장거리 구간에서 자율주행 시스템과 차량 제어 기술의 연계 성능을 확인할 계획이다. 역할은 참여 기업별로 나뉜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스오토와 라이드플럭스가 각 실증 차량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한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기존 물류 노선을 활용한 실증 운영을 지원한다. 현대차·기아는 실증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량 제어 기술과 안전 이중화 기술을 개선할 방침이다. 안전 이중화는 일부 시스템에 이상이 생겼을 때 보조 시스템이 기능을 대신해 차량이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장거리·야간 운행 비중이 높은 대형트럭의 자율주행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현대차·기아는 자체 선행개발과 외부 전문기업과의 협업을 병행해 다양한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 기술도 확보할 계획이다. 박상현 현대차·기아 상용LCM담당 부사장은 이번 협력을 통해 실제 물류 환경에 필요한 차량 제어 기술과 운영 데이터를 확보하고, 레벨4 자율주행 대형트럭 양산을 위한 기술 기반을 단계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는 이달 1일 서울시와 레벨4 자율주행 시내버스 상용화 및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시내버스에 이어 대형트럭 물류 운송 실증까지 추진하며 상용차 자율주행 기술 개발 범위를 넓히고 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현장] “유모차 쉽게 실어요”…현대차·기아 ‘혁신 아이디어’ 한자리에

아이를 태우고 운전하다 잠깐 뒤를 돌아보는 순간에도 안전할 수 없을까. 시각장애인이 차에서 내린 뒤 목적지까지 혼자 걸어갈 수 있도록 안내할 수는 없을까. 트렁크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아이가 클 때마다 카시트를 새로 사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는 없을까. 차량에 탄 승객의 멀미를 줄이고, 상용차 운전자의 하루를 가족에게 보여줄 수는 없을까. 자동차를 개발하는 연구원들이 일상에서 마주한 불편과 질문이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의 출발점이 됐다. 현대자동차·기아는 19일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2026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 경연을 열고,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들을 직접 선보였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현대차·기아가 2010년부터 매년 개최해 온 사내 경연대회다. 임직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물로 제작해 발표하는 방식으로, 수상 아이디어가 실제 양산차에 적용되기도 한다. 2025년 최우수상 수상작인 트레일러 견인 성능 향상 소프트웨어는 5세대 투싼에 적용됐다. 이번 대회는 남양연구소 준공 30주년을 맞아 '혁신의 기원(Origin of the next)'을 주제로 진행됐다. 본선에 오른 6개 팀은 제작비와 작업 공간을 지원받아 4개월 동안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차량 공간 활용부터 탑승객 편의, 교통약자 이동 지원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실물로 구현해 발표했다. 대상은 SUV 트렁크 공간을 활용하는 '트라이폴드 러기지보드' 기술이었다. 이날 기술 시연에서는 유모차를 트렁크에 넣을 때 수납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연출됐다. 러기지보드를 세 부분으로 접어 고정하자 바닥 아래 공간까지 활용할 수 있었다. 보드를 차량 뒤쪽으로 당겨 무거운 짐을 싣거나, 확장한 보드를 테이블처럼 사용하는 모습도 공개했다. '트라이폴드 러기지보드'를 개발한 M.S.V.2팀은 SUV 이용자가 늘었지만 트렁크 하부 공간은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보드를 들어내거나 별도로 보관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 수납 편의성을 높였다. MSV내장설계2팀 조광래 파트장은 “고객들은 10%, 20% 불편하면 10%, 20% 덜 쓰는 게 아니라 완전히 덜 쓰게 된다"고 말했다. 설계에서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구조의 단순함이었다. 조 파트장은 “복잡하고 불필요한 메커니즘이나 전자장치를 넣는 것보다 심플한 것이 베스트라고 생각했다"면서 “내구성과 재질을 추가로 검토한다면 투싼·스포티지급 차량 양산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육아 과정에서 겪는 불편과 어려움에서 출발한 기술들도 발표됐다. '늘봄'은 차량과 유모차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영유아 모니터링 허브다. 차량에서는 아이가 잠들었는지, 자세가 위험하지 않은지 살피고 유모차에서는 자전거와 킥보드 등 주변 위험 요소나 차도 진입 가능성을 감지한다. 위험 상황이 감지되면 차량 디스플레이나 부모의 휴대전화로 알림을 보낸다. '늘봄'을 개발한 자율주행판단개발1팀 최수영 책임연구원은 “아이를 태우고 운전하다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잠시 뒤를 돌아보는 순간이 오히려 전방 미주시로 인한 안전 공백을 만들곤 한다"며 “아이의 안전을 살피는 일이 오롯이 부모의 몫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고 했다. 이에 자율주행 기술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인지·판단 기술을 영유아 안전 모니터링 시스템에 적용했다. 차량 개발 기술 뿐만 아니라 로보틱스 개발 분야에서도 아이디어는 이어졌다. 시작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스마트글라스 '아이브리지(Eye-Bridge)'를 개발한 T4B팀은 “시각장애인이 차에서 내린 뒤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마지막 구간까지 로보틱스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할 수 없을까 하는 질문에서 개발을 시작했다"고 했다. 아이브리지는 안경에 장착된 센서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장애물과 보행 경로를 파악해 음성으로 안내했다. “전방에 장애물이 있습니다", “왼쪽 턱을 주의하세요"와 같은 안내가 골전도 이어폰을 통해 전달된다. 센서로 수집한 정보는 스마트폰에서 연산하고, 거리 센서로 장애물의 깊이와 높이를 파악해 이를 종합하도록 설계됐다. 이 밖에도 차량이 회전하거나 속도를 줄일 때 실내 조명과 화면으로 움직임을 알려 탑승객의 멀미를 줄이는 '멀미 Zero'는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상용차 운전자의 하루를 1분 영상으로 기록하는 AI 서비스 '히어로 레코더'와 아이의 성장에 맞춰 형태가 바뀌는 가변형 시트 '핀프린트시트' 기술이 각각 우수상을 받았다. 심사를 맡은 차량개발1담당 이재규 전무는 “지난주 파리 모터쇼에서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을 보며 현대차그룹도 중국 업체들에 밀릴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들었다"면서 “하지만 오늘 여섯 가지 아이디어를 보고 하나씩 설명을 듣고 나니 우리에게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어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당당하게 소개하는 모습을 보면서 현대차그룹의 미래가 밝다고 느꼈다. 17회째 아이디어 페스티벌을 이어오는 것 자체가 우리 회사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언제나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 혁신을 이어갈 수 있는 출발점이었다. 앞으로도 연구개발 분야의 혁신을 더해가겠다"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차 어때] “하루 종일도 운전하겠다”…2.7톤에 숨겨진 극강의 편안함 ‘볼보 EX90’

처음 마주하면 확실히 크다. 전장 5040㎜, 전폭 1965㎜, 휠베이스 2985㎜에 공차중량은 2.7톤. 5m가 넘는 차를 운전하다 보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주차장에서는 차폭을 가늠하고, 좁은 길에서는 벽과의 거리를 한 번 더 확인하게 된다. 속도를 낼 때도 괜히 가속 페달을 한번 더 꾹 세게 밟게 되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도 한박자 더 빠르게 발이 움직이기 마련이다. 볼보가 올여름 처음 선보인 순수 전기 플래그십 SUV EX90은 이런 선입견과 다른 주행감을 보여준다. 차체 크기를 설명하는 숫자보다 기억에 남는 건 '이렇게 큰 차가 맞나' 싶을 만큼 매끄러운 움직임과 편안함이다. 지난 9월, 볼보 EX90과 함께 서울과 강릉을 오갔다. ◇ 680마력 치고 나가도...완벽한 2.7톤 차체 제어 운전석에 앉으면 넓고 높은 시야 너머로 길게 뻗은 보닛과 앞쪽 오버행이 눈에 들어온다. 차체 길이에 비해 앞뒤 바퀴 사이 거리가 짧아 앞부분이 길게 이어지는 비례가 묵직하고 든든한 인상을 준다. 그에 비해 실내는 간결하고 미니멀하다.14.5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물리 버튼을 최소화했다. 별도의 시동 버튼도 없다. 운전석에 앉아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를 선택하면 곧바로 주행을 시작할 수 있다. 여기에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을 띄웠을 때 특히 편리하다. 경로가 한눈에 들어오니 화면을 확인하려고 시선을 크게 옮기거나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된다. 고속도로에서 내비게이션을 확인할 때도 시선 이동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안정적이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면서부터 편했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경사로에서 잠시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자 차가 뒤로 밀리지 않고 앞으로 부드럽게 움직였다. 볼보는 EX90에 '크립 모드'를 적용했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가 서서히 움직이는 기능이다. 내연기관차에서 브레이크를 놓았을 때 차가 자연스럽게 굴러가는 것과 비슷한 감각 덕분에 경사로에서도 이질감 없이 차를 다룰 수 있었다. 서스펜션은 가장 단단한 설정과 가장 부드러운 설정 사이의 중간 단계로 맞췄다. EX90 울트라에는 두 개의 공기실을 갖춘 에어 서스펜션과 4C 액티브 섀시가 적용됐다. 주행 속도와 차체 움직임에 따라 네 바퀴의 댐퍼 감쇠력을 조절해 급가속 때 차체 앞부분이 들리거나 코너링 때 차체가 바깥쪽으로 기우는 움직임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실제 주행에서도 가속페달을 밟자 차체가 매끄럽게 속도를 높였다. 가속하는 동안 차체가 불안정하게 흔들리거나 노면에서 들뜨는 듯한 느낌 없이 그저 경쾌했다. EX90은 최고출력 680마력, 최대토크 81.1㎏·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2초다. 넉넉한 가속 성능에 안정적인 서스펜션이 함께 어우러지니 2.7톤이 넘는 차체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 가속·감속 알아서…페달조작 없는 장거리 주행 장거리 주행에서 체감되는 편안함은 주행보조 기능에서 나온다. EX90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파일럿 어시스트를 비롯해 차선 유지 보조, 충돌 방지·완화, 사각지대 경보 및 조향 어시스트 등이 적용된다. 실제로 고속도로를 오가는 동안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직접 조작한 시간은 채 30분이 되지 않았다. 불안함에 파일럿 어시스트를 끄고 직접 운전하는 일이 한번도 없었을만큼 안정적이었다. 감속과 가속이 부드러우면서도 반응은 굉장히 민감하다. 여러 주행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지만, 움직임이 거칠거나 급작스럽지 않다. 시속 120㎞로 최고 속도를 설정하고 달리던 중 앞차와 가까워지자 차가 스스로 속도를 줄였다. 이후 차선을 변경해 앞차와의 거리가 벌어지자 곧바로 다시 설정 속도까지 빠르게 가속했다. 마치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았다 떼는 것처럼 앞차와의 거리에 따라 감속과 가속이 효율적으로 이뤄졌다. 운전자 감시 기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주행 중 눈이 건조해 여러 차례 눈을 깜빡였더니 졸림 신호가 감지됐다는 경고가 나타났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완전히 떼자 경고음과 함께 계기판에도 알림이 떴다. 손가락이 스티어링 휠에 닿아 있을 때와 완전히 손을 뗐을 때의 반응 차이도 분명했다. 볼보는 EX90에 5개의 카메라와 5개의 레이더, 12개의 초음파 센서로 구성된 센서 세트를 적용했다.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은 눈과 머리의 움직임 등을 감지해 운전자의 상태를 파악한다. 운전자의 반응이 없을 경우 경고를 강화하고 차량을 차선 안에 안전하게 정차시키는 기능도 갖췄다. ◇ 3열 접으니 라운지로…25개 스피커의 재발견 패밀리카로서의 진가는 차크닉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강릉에 다다라 바닷가에 차를 세우고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EX90의 트렁크 공간은 3열을 모두 사용할 경우 324ℓ지만, 2·3열을 접으면 6인승 기준 최대 2082ℓ, 7인승 기준 2135ℓ까지 늘어난다. 실제로 2열은 그대로 두고 3열만 접었는데도 평균 키의 성인 여성 한 명이 누울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나왔다. 문을 모두 닫아도 머리 위로 넓게 펼쳐진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를 통해 푸른 하늘이 보이니 답답함이 없다. 넉넉한 실내 공간에 개방감까지 더해져 마치 작은 라운지 같았다. 여기 분위기를 완성하는 건 보워스앤윌킨스(Bowers & Wilkins) 오디오 시스템이다. EX90의 울트라 트림에는 25개 스피커와 1610W 출력의 오디오 시스템이 들어간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며 애비로드 스튜디오와 협업해 개발한 사운드 모드도 갖췄다. 정차 중에만 체험할 수 있는 보워스앤윌킨스 익스피리언스 앱의 익스피리언스 메뉴 역시 인상적이다. 1분 동안 고음질 음악을 들려주며 오디오 시스템의 성능을 체험하도록 구성된 콘텐츠로, 음악에 맞춘 영상이 함께 재생되며 시청각적인 몰입감도 더한다. 화면에 영상이 펼쳐지는 동안 음악이 재생되자 실내 곳곳에 배치된 스피커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소리를 전달했다. 서로 다른 악기가 서로 다른 수십개의 위치에서 들리며 어우러지니 마치 오케스트라 공연같은 입체감이 느껴졌다. 주행 중 애플 뮤직의 돌비 애트모스로 음악을 들었을 때도 인상적이었던 사운드가 정차 중에는 주변 소음에 방해받지 않고 더욱 온전히 다가왔다. 강릉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 총 254km를 달린 뒤 측정된 전비는 100㎞당 17.7㎾h로, 고속도로 정체 구간과 여러 경유지를 거쳤음에도 공인 전비를 웃돌았다. 국내 인증 기준 전비는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 기준 3.8㎞/㎾h(26.3㎾h/100㎞),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48㎞다. EX90의 가격은 트윈 모터 플러스 7인승 1억620만원부터 시작한다. 트윈 모터 울트라는 7인승 1억1620만원, 6인승 1억1820만원이며,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는 7인승 1억2120만원, 6인승 1억2320만원이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유럽차 안방까지 넘본다”…파리 모터쇼 뒤덮은 중국차 공세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안방 시장에서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입지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전기차에 이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까지 공략 범위를 넓히면서 중국과 유럽 완성차 업체들 간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1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파리 모터쇼에 참가한 중국 자동차 브랜드는 20곳으로 집계됐다. 2024년 행사 당시 9곳에서 크게 늘어난 규모다. BYD와 체리 등 기존 진출 업체에 아이토와 아바타 등 신규 브랜드까지 합류했다. 중국 업체들은 이번 모터쇼에서 유럽 시장을 겨냥한 신차와 다양한 차종을 선보이며 현지 완성차 업체들과 경쟁에 나섰다. 중국 브랜드의 유럽 시장점유율도 상승세다. 로이터통신은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슈미트 오토모티브 리서치의 자료를 인용해 유럽 18개국 신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이 2025년 2분기 5.7%에서 2026년 2분기 10.7%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업체들이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면서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특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 상승이 두드러진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서유럽 PHEV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2024년 2분기 2.2%에서 2026년 2분기 26% 이상으로 높아졌다. EU가 2024년 중국산 순수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 이후 중국 업체들은 내연기관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PHEV는 외부 충전과 내연기관을 함께 활용할 수 있어 충전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유럽 일부 지역에서도 선택지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BYD는 이번 파리 모터쇼에서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라인업을 나눠 선보였다. 순수전기차는 돌핀 서프(DOLPHIN SURF), 아토 3 에보(ATTO 3 EVO), 씰(SEAL), 씰리언 7(SEALION 7) 등으로 구성하고, PHEV는 아토 2 DM-i(ATTO 2 DM-i), 씰리언 5 DM-i(SEALION 5 DM-i), 씰 U DM-i(SEAL U DM-i) 등을 전시했다. 유럽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돌핀 G DM-i(DOLPHIN G DM-i)도 함께 내보이며 PHEV 라인업을 강조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유럽 진출 확대는 자국 시장의 수요 둔화와 치열한 가격 경쟁에 대응하려는 움직임과도 맞물려 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국 내 승용차 판매는 163만대로 전년 동월보다 28.1% 감소했다. 반면 같은 달 자동차 수출은 92만3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73.2% 증가했다. 내수 판매가 12개월 연속 감소한 반면 수출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로이터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자국 시장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유럽 등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유럽 완성차 업체들도 신차 출시와 전기차 생산 확대를 통해 대응에 나섰다. 유럽 내 점유율 1위인 폭스바겐은 이번 파리 모터쇼에서 순수전기 SUV 신형 ID. 티구안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ID. 폴로, ID. 크로스, ID.3 네오 등 전기차를 함께 선보였다. 2만5000유로부터 시작하는 전기차를 내세워 가격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스텔란티스도 이번 파리 모터쇼에서 유럽 브랜드를 중심으로 신차 6종을 선보이고 콘셉트카 9종을 공개했다. 르노그룹 역시 프랑스 내 전기차 생산량을 향후 12개월 동안 최소 50% 늘릴 수 있다며 생산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동시에 중국 업체들의 유럽 진출은 현지 생산기지 확보로도 확대되고 있다. BYD는 헝가리 세게드에 유럽 첫 승용차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6년 4분기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창안자동차는 2027년 유럽에서 첫 차량 생산을 시작하고, 현지 생산 규모를 2028년 연간 18만대, 2030년 35만대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샤오펑도 오스트리아에서 현지 업체 마그나와 위탁생산을 진행 중이며, 유럽 내 추가 생산 거점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완성차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과 공급망 구축에 나서면서 EU의 관세와 역내 생산·조달 요건도 중국 업체들의 사업 전략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유럽 공략이 단순한 판매 확대를 넘어 현지 생산과 제품군 다변화를 통한 시장 안착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 가격 경쟁력에 더해 하이브리드 등으로 선택지를 넓히고 현지 생산기지를 확보하면 유럽 소비자와 규제 환경에 대응할 여지도 커진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 역시 신차 출시와 전기차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어, 유럽 시장의 경쟁은 가격과 제품뿐 아니라 생산 거점과 공급망 확보를 둘러싼 경쟁으로 확대될 전망"이라며 “중국 업체들의 유럽 내 판매 확대가 현지 생산과 고용, 부품 조달 등으로 이어질 경우 유럽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날아오른 테슬라 ‘로드스터’…9년 기다린 양산차는 2028년에

테슬라가 전기차 성능의 한계를 시험하는 차세대 스포츠카를 공개했다. 테슬라는 1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맥그리거의 스페이스X 시험 시설에서 차세대 로드스터를 선보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이번 공개에서 눈길을 끈 것은 자동차의 통상적인 주행 범위를 벗어난 시연이다. 차량은 특수 제작된 곡선형 구조물을 거꾸로 통과하는가하면, 공중에서 회전한 뒤 착지하기도 했다. 다른 테슬라 차량 5대를 넘어가는 동작도 선보였다. 이 같은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차량에는 차체 하부의 흡착 시스템과 압축가스 추진기가 적용됐다. 흡착 시스템은 차체를 구조물에 밀착시키는 역할을 하며, 추진기는 공중에서 차량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데 활용된다. 테슬라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 기술을 넘어 우주항공 분야의 기술을 차량에 접목하려는 시도다. 머스크 CEO는 로드스터의 성능 수치에 대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약 97㎞)까지 도달하는 데 1초 미만이 걸린다고 밝혔다. 최고속도는 시속 230마일(약 370㎞)을 웃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양산차에 해당 사양이 적용될지와 최종 성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로드스터는 테슬라가 고성능 전기차 기술을 과시하기 위해 내세운 상징적인 모델이다. 테슬라는 2017년 차세대 로드스터 시제품을 공개하면서 2020년 고객 인도를 예고했다. 당시에는 1회 충전 주행거리 1000㎞를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생산 일정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출시 시점이 거듭 연기되면서 차량을 예약한 고객들의 대기 기간도 길어졌다. 이번 행사에서도 머스크 CEO는 2028년 생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구체적인 판매 가격과 양산 사양은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는 로드스터의 연간 판매량이 약 2000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테슬라의 연간 전체 판매량과 비교하면 비중이 크지 않은 수준이다. 대량 판매를 통한 실적 기여보다는 기술력과 브랜드 이미지를 부각하는 역할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사업 방향이 자율주행과 로보택시, 휴머노이드 로봇 등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로드스터의 등장은 이례적"이라며 “다만 화려한 시연만으로 상품성을 입증하려면 가격과 양산 사양을 구체화하고 생산 일정을 지켜 실제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차 가지러 가지 마세요”…기아, 판교서 PV5 ‘무인 카셰어링’ 시범 운영

기아가 'PV5'에 원격 운전 기술을 적용해 차량을 원하는 장소에서 전달받을 수 있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판교에서 시범 운영한다. 기아는 지난 15일부터 경기도 판교에서 목적기반차량(PBV) PV5 패신저 모델을 활용한 원격 운전 카셰어링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16일 밝혔다. 서비스는 연말까지 약 3개월간 운영되며, 제2판교 테크노밸리 입주기업 임직원이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는 전용 앱으로 차량을 예약하면 된다. 원격 운전 담당자가 차량을 요청 장소까지 이동시키면 이용자가 직접 운전해 목적지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이용을 마친 뒤에는 원하는 장소에 차량을 주차해 반납할 수 있으며, 이후 원격 운전 담당자가 차량을 차고지로 옮긴다. 기아는 에스유엠·모비옵스·한국도로교통공단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번 사업을 추진한다. 기아는 차량 제공과 사업 총괄을 맡고, 에스유엠은 원격 운전 솔루션 개발, 모비옵스는 서비스 운영을 담당한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은 관련 법규 검토 등을 지원한다. 경기도와 KT, 유모스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경기도자동차대여사업조합도 협력 기관으로 참여한다. 원격 운전은 외부 관제센터에서 통신망을 이용해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은 차량을 운행·제어하는 기술이다. 기아는 통신 품질 저하나 단절에 대비해 삼중 통신망을 구축했으며, 원격 운전 담당자 교육과 긴급 출동 체계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범 서비스는 실제 이용 환경에서 원격 운전 기술의 안정성과 운영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사업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업무용 차량을 직접 보유하고 관리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이용자는 별도의 대여·반납 장소를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기아는 앞서 원격 운전 기술의 실증과 사업화를 추진해 왔다. 지난해 4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원격 운전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취득했으며, 같은 해 11월 쏘카·KT·자율주행 스타트업 에스유엠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주와 화성 등에서 실증 사업을 진행했다. 올해 7월에는 KT·에스유엠과 원격 운전 기술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기아는 이번 시범 운영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기술을 개선하고, 2027년에는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카셰어링 외에도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이동 지원과 생활 편의 서비스 등으로 원격 운전 기술의 활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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