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장관 “다음주 용수 확보 계획 공식 발표…하루 100만톤 추가 확보 가능”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광주·전남 반도체 산업단지의 용수 부족 우려를 일축하며 충분한 산업용수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27일 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광주·전남 반도체 산업단지 용수 공급 우려와 관련해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며 현재 검토 상황을 설명했다. 김 장관은 영산강·섬진강 유역의 면적은 한강이나 낙동강보다 작지만, 섬진강댐과 주암댐 등 7개 댐에 약 15억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댐이 공급할 수 있는 생활·공업·농업·하천유지용수는 하루 337만톤 규모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댐의 수계 조정과 여유 용량 활용 등을 통해 추가로 하루 약 100만톤 이상의 용수를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일부 언론에서 언급한 타 지역 용수 공급이나 해수담수화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반도체 산업은 안정적인 물과 전력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한 산업"이라며 “정부도 관련 계획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기반 여건을 가장 우선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혼란을 겪지 않도록 관련 사실관계는 정확하게 설명드릴 필요가 있다"며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주 공식 발표를 통해 상세히 설명드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호남에도 영남이나 수도권만큼 물은 충분하다"며 용수 부족 우려를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수자원 관리 시스템을 정비하면 하루 100만톤 규모의 산업용수 공급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환경특집] 반복되는 낙동강 녹조, 왜 해마다 되풀이되나(상)

폭염·가뭄과 기후위기 생활하수·축산분뇨 등 오염원 실태 낙동강 녹조 발생 원인 진단 대구경북의 젖줄인 낙동강이 올해도 녹조 비상에 직면했다. 폭염과 가뭄이 반복되면서 녹조 발생 시기가 빨라지고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본지는 3회에 걸쳐 낙동강 녹조의 원인과 문제점, 식수 안전성 논란, 향후 대책을 진단한다. 글싣는 순서 상:반복되는 낙동강 녹조, 왜 해마다 되풀이되나 중:녹조 독소와 수돗물 안전성 논란…시민들은 안심해도 되나 하:수천억 투입했는데 녹조는 왜 사라지지 않나(하) ◇대구환경청 녹조 비상…기후위기·보 개방 논란 속 근본대책 시급 대구=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최근 낙동강 상류 해평지점에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되면서 대구지방환경청이 비상 대응체제에 돌입했다. 여름철마다 반복되는 녹조 현상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오면서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녹조는 하천이나 호수에 질소와 인 등 영양염류가 과도하게 유입된 상태에서 수온이 상승할 경우 남조류가 급격히 증식하는 현상이다. 특히 낙동강은 유속이 느리고 체류시간이 길어 녹조 발생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 ◇ 폭염·가뭄이 부른 녹조 대란 전문가들은 최근 녹조 발생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는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모두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적은 강수량이 이어지면서 강물의 흐름이 둔화됐다. 수온이 25도를 넘어서면 남조류 번식 속도는 급격히 증가하는데, 최근 폭염 일수가 늘어나면서 녹조 발생 조건이 더욱 쉽게 형성되고 있다. 대구환경청 관계자는 “예년보다 빠른 고수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녹조 발생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기상 여건에 따라 녹조 발생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하수·축산분뇨도 원인 녹조를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은 오염물질 유입이다. 낙동강 상류지역에는 축산농가와 농경지가 밀집해 있다. 비가 내릴 경우 축산분뇨와 비료 성분이 하천으로 유입되면서 남조류의 먹이가 되는 질소와 인 농도가 높아진다. 환경당국은 녹조 발생 원인을 줄이기 위해 가축분뇨 처리시설과 하·폐수처리장, 야적퇴비장 등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단속만으로는 녹조를 막기 어렵다"며 “유역 전체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洑)가 녹조를 키운다는 지적 낙동강 녹조 논란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4대강 사업 이후 설치된 보 문제다. 환경단체들은 보 건설 이후 강물이 정체되면서 녹조 발생이 심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오염물질 유입이 더 큰 원인이라며 단순히 보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한다. 실제 낙동강 유역에서는 보 개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 개방 확대를 주장하는 반면 농업용수 확보 문제와 수질 개선 효과 등을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주민 불안 커지는 식수원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 주민들은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녹조가 심해질 경우 남조류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우려가 제기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대구 달성군 주민 박모(61) 씨는 “뉴스에서 녹조가 심하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수돗물을 마셔도 괜찮은지 걱정된다"며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근본 처방 필요한 낙동강 전문가들은 녹조 문제를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닌 기후위기 시대의 복합적 재난으로 보고 있다. 폭염과 가뭄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오염물질 유입을 줄이고 수질 개선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과학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환경청도 위성 감시와 드론 예찰, 관계기관 합동점검 등을 강화하며 녹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낙동강 녹조 문제는 이제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식수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정부와 지자체, 주민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최근 기온 상승과 강수량 감소로 인해 낙동강 유역의 녹조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류경보제 운영과 함께 드론 및 위성영상 활용 모니터링, 오염원 특별점검 등을 강화해 녹조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녹조 문제는 기후변화와 오염원 유입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관계기관과 협력을 통해 선제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수질 감시와 취수원 관리를 더욱 철저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남동·남부 ‘A등급’… 통합발전사 주도권 싸움 유리한 고지

발전공기업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남부발전이 정부 경영평가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두며 향후 통합발전사 주도권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5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 따르면 발전5사 가운데 남동발전과 남부발전이 최고 등급인 A등급(우수)을 획득했다. 한국중부발전은 B등급(양호), 한국동서발전과 한국서부발전은 C등급(보통)을 받았다. 원자력·수력 발전을 담당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역시 A등급을 기록했다. 이번 평가는 정부가 추진 중인 발전공기업 통합 방안 발표를 앞두고 나온 사실상 마지막 독립 경영평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남부발전은 최근 수년간 발전공기업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해 온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태양광·풍력 개발은 물론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적극 나서면서 에너지 전환 정책 대응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발전공기업 가운데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기관으로 꼽히며,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기조와도 방향을 같이해 왔다. 남동발전은 발전5사 가운데 가장 많은 석탄발전 설비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량지표와 경영효율성 측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 최근 양수발전 사업 유치와 신규 사업 발굴에서도 성과를 내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경영평가 결과가 단순한 경영성과 평가를 넘어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이후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 정책에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며, 발전공기업 통합 역시 화석연료 중심 발전 체제에서 재생에너지 중심 체제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구조개편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실제로 이번 경영평가에서도 석탄·LNG 발전 비중보다는 재생에너지 확대, 미래 사업 발굴, 탄소중립 이행 노력 등이 주요 평가 요소로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A등급을 받은 남부발전과 남동발전이 향후 통합발전사 체제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전환 정책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통합발전사 출범 이후에도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경영평가 결과는 어떤 기관의 경영철학과 사업 모델이 정부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평가 결과가 향후 통합발전사 조직 구성과 경영진 인선 과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통합안이 어떤 형태로 확정되든 통합 이후 경영진과 주요 조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기존 기관의 경영성과가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경영평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합 과정에서 누가 중심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며 “남동발전과 남부발전의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본사 입지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통합발전사 본사 후보지로는 부산과 경남, 충청권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남부발전 본사가 위치한 부산은 최근 전재수 시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이 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KTX, 국제공항, 항만, 대학 등 정주여건과 생활 인프라 측면에서도 직원 선호도가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남동발전이 위치한 경남 진주 역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세라믹기술원 등 혁신도시 공공기관 집적 효과와 기존 에너지산업 기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통합발전사 본사가 단순한 지역 안배보다 경영 효율성과 인재 확보, 산업 생태계 연계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번 경영평가 결과가 단순한 연례 평가를 넘어 발전공기업 통합을 앞둔 각 사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마지막 성적표'라는 상징성을 갖는다고 평가한다. 특히 정부가 이번 주 발전공기업 통합 용역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남동발전과 남부발전이 경영성과와 사업 경쟁력을 앞세워 향후 통합발전사 체제에서 주도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석유공사 64달러 vs 해외 79달러…도대체 어떤 두바이유가 진짜인가[윤병효의 에·바·다]

아시아지역 벤치마크 유종인 두바이(Dubai)유 가격을 놓고 석유공사와 해외 사이트가 다른 가격을 표시하고 있어 소비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석유공사의 표시 가격이 실제 두바이유 가격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소비자들은 도대체 어떤 가격을 지표로 삼아야 할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26일 석유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정보사이트인 오피넷(opinet.co.kr)과 페트로넷(petronet.co.kr)에는 25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64.39달러이다. 반면 각종 상품거래 가격을 제공하는 인베스팅닷컴의 두바이유 가격은 26일 오후 4시50분 기준 79.67달러이고, 같은 시각 세계 석유정보 소식지인 오일프라이스닷컴의 두바이유 가격은 79.52달러이다. 석유공사 가격과 해외 사이트 가격 간에는 하루의 시차가 있지만, 배럴당 15달러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시차 문제는 아니다. 이러한 가격 차이는 여러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언론들은 석유공사가 제공하는 두바이유 가격을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전쟁 직전 수준보다 더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인베스팅닷컴과 오일프라이스닷컴 가격으로는 여전히 전쟁 직전보다 배럴당 10달러 이상 높은 상태이다. 도대체 누구의 가격이 맞는 걸까? 본지 취재 결과 석유공사 가격이 실제 두바이유 거래 가격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공사의 두바이유 가격은 S&P 플래츠가 제공하는 싱가포르 두바이유 현물 거래 가격이다. 반면 인베스팅닷컴과 오일프라이스닷컴의 두바이유 가격은 일종의 파생상품 가격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석유공사 가격은 실제 물량이 거래돼서 생긴 가격이고, 해외 사이트의 가격은 물량 거래가 없는 파생상품의 가격으로, 일종의 금융정산용인 셈"이라며 “이에 따라 석유공사 가격이 실제 두바이유 거래 가격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석유공사가 제공하는 두바이유 가격이 실제에 부합하지만, 해외 사이트와 큰 격차가 발생하는 만큼 소비자들의 이해를 위해 보다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석유업계 한 관계자는 “항상 석유공사 가격 정보만 봤지, 해외 사이트 가격은 보지 않았는데, 이번에 보니 가격차가 크게 나고 있어 깜짝 놀랐다"며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면 소비자로선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두바이유 가격을 벤치마크 유종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두바이유는 원래 유전이 고갈돼 거래 물량이 거의 없는 상태다. 단지 기존부터 벤치마크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오만 등 다른 여러 물량으로 구성을 채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중동 사태로 두바이유를 구성하는 유종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는 머반(Murban)유를 아시아 벤치마크 유종으로 키우려고 노력 중이다. 머반유는 저유황의 경질유(輕質油)로, 하루 160만배럴을 생산하는 아부다비 국영회사 ADNOC의 생산 유전을 기반으로 한다. 물량이 풍부해 선물거래도 가능하다. 머반유는 이번 중동 전쟁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두바이유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공급이 중단돼 가격이 3월 중순 169달러까지 치솟는 등 줄곧 100달러 이상을 보인 반면, 머반유는 146달러까지 치솟긴 했지만, 해협을 벗어난 푸자이라항에서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곧바로 1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하반기 전기·가스 요금 또 동결…미래 세대에 청구서 돌리나

정부가 하반기 전기·가스요금을 사실상 동결하기로 하면서 에너지요금 체계의 구조적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을 요금에 반영하기 위해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그 차이를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이 떠안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한 자리에서 “전기·가스 요금 등 주요 공공요금을 하반기에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구 장관은 “정부는 민생경제 안정과 회복에 총력을 다하는 한편 중동전쟁 이후 경제 정상화와 재도약을 본격 준비하고 있다"며 “중동전쟁과 우리 경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비상대응 조치를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2일 한전은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 발표한 바 있다. 매월 발전용·산업용 천연가스 도매요금을 발표하는 가스공사도 동결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금 동결로 당장 소비자 부담은 줄일 수는 있지만, 에너지를 공급하는 한전과 가스공사가 국제 연료가격 상승분을 흡수하게 됨으로써 재무 부담은 다시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한전과 가스공사가 더 이상 국제 가격과 국내 요금 간의 차이분을 흡수할 재무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한전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연료비가 급등했을 때 이를 국내 요금에 전가하지 않고 흡수하면서 40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총부채도 200조원이 넘었다. 2024년부터 연료비가 안정되면서 흑자는 기록하고 있지만, 총부채는 전혀 줄지 않고 있다. 한전은 현재 하루 이자비용만 120억원이 넘게 지출되고 있다. 가스공사도 마찬가지로 2022년 국제 가격분을 요금에 반영하지 않고 흡수하면서 40조원이 넘는 부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천문학적 손실까지 안게 됐다. 재무제표상 줄곧 영업흑자는 기록했지만, 미수금이 14조원이 넘고 있다. 미수금은 국제 가격 인상분을 나중에 요금에 반영해 받기로 한 계정으로, 정부의 계속되는 동결조치로 받을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사실상 손실처리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에너지업계에서는 “적자가 아니라고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전기·가스요금이 정치적으로 통제되는 구조가 계속되면 공기업은 흑자를 내더라도 부채를 의미 있게 줄이기 어렵다. 결국 불안한 재무구조를 장기간 안고 가야 하고, 이는 송전망 투자, 발전설비 투자, 가스 수급 안정 투자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력망 확충과 에너지 안보 투자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전기화 확산 등으로 전력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동시에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 보강, 노후 송배전망 교체, LNG 수급 안정성 확보 등 공기업의 투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요금 정상화가 지연돼 재무구조가 취약한 상태가 이어지면 필요한 투자를 제때 집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정부의 요금 동결은 단기적으로 물가 부담을 낮추는 효과는 있지만, 그 부담이 공기업의 재무제표로 이전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지금 부담하지 않은 비용은 한전과 가스공사의 부채, 미수금, 금융비용 형태로 남아 미래 세대에 전가되는 것이다. 정치권의 요금통제도 반복되는 문제로 지적된다. 전기·가스요금은 국민 생활과 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부가 완전히 손을 떼기는 어렵다. 그러나 요금 결정이 지나치게 정치 일정과 여론에 좌우될 경우 에너지 가격 체계 전반의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놓고도 실제로는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조정을 유보한다면 시장과 소비자 모두 합리적인 가격 신호를 받을 수 없다. 에너지 가격 신호가 왜곡되면 소비 효율화도 어려워진다. 연료비가 올라도 전기·가스요금이 제때 오르지 않으면 소비자는 에너지 절약 필요성을 체감하기 어렵다. 반대로 국제 가격이 내려가도 요금 인하가 제한되면 연동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 이는 연료비 연동제를 둘러싼 가장 큰 딜레마다. 전문가들은 연료비 연동제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정 폭을 현실화하거나, 정치적 판단과 별도로 일정 수준의 원가 변동은 자동 반영되도록 하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취약계층과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대한 지원은 요금 자체를 왜곡하기보다 별도 재정 지원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전기·가스요금 체계는 국제 가격이 오를 때도, 내릴 때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구조"라며 “정부가 요금을 물가 관리 수단으로만 활용하면 한전과 가스공사의 부채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기업 적자가 줄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며 “천문학적 부채와 이자비용을 감안하면 요금 정상화 없이는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건전성 회복도, 전력망과 에너지 안보 투자도 모두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반기 전기·가스요금 동결은 당장은 민생 부담을 덜어주는 결정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연동제 무력화, 정치권 요금통제, 공기업 부채 누적이라는 오래된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을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 없이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구윤철 “전기·가스 등 주요 공공요금 하반기 동결”

정부가 하반기에 전기, 가스 등 주요 공공요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국내 가격이 안정화될 때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한 자리에서 “전기·가스 요금 등 주요 공공요금을 하반기에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구 장관은 “정부는 민생경제 안정과 회복에 총력을 다하는 한편 중동전쟁 이후 경제 정상화와 재도약을 본격 준비하고 있다"며 “중동전쟁과 우리 경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비상대응 조치를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석유 최고가격제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7차 가격을 발표할 예정이다. 구 장관은 석유최고가격과 관련해 “현행 수준에서는 인하하지만, 석유류 소비자 가격이 안정화될 때까지 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과감하게 석유 최고가격제는 더 유지하고, 최고가격도 좀 낮춰야 할 거 같다"며 ““석유류 제품 가격이 올라서 물가부담이 있다. 반도체 등 초과 세수가 예상이 되는 만큼 유류세를 좀 낮춰도 재정부담이 그렇게 크지 않다. 이게 서민의 소비 여력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는 하반기 물가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계란 가격 안정을 위해 신선란 수입 물량을 6배 이상 확대한 2억 개를 추가 수입할 계획이다. 또한 다음 달에는 노르웨이에 특사단을 파견해 노르웨이산 고등어 2000t을 직수입해 저가로 공급하고 국내산 수출 물량은 정부가 직접 수매해 소비자에게 반값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구 장관은 “고유가 소상공인 지원에 1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는 등 총동원해 하반기 소비자 물가를 3% 이내 관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중동 호르무즈 해협 위기 넘은 가스공사…에너지 전문가도 “놀라운 수준” 극찬

25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한국가스공사 주최로 열린 제9회 코가스(KOGAS) 포럼에서 한 에너지 전문가가 이례적 발언을 한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조영탁 한밭대 명예교수는 “이 자리를 빌려 가스공사와 최연혜 사장한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덕분에 이번 중동 위기가 큰 무리 없이 지나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국내 최고 에너지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015년 21대 한국경제발전학회 회장, 2018년 전력거래소 이사장을 역임했다. 대전 한밭대 교수직을 맡으며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전력분과 위원장 등 여러 국가 에너지분야 정책위원회에 참여했으며, 현재도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조 교수는 자신의 발언이 아부성이 아닌 진심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가스공사의 중동 사태 위기 대응은 놀라운 수준이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혔다. 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 LNG(액화천연가스) 물동량의 25%가 드나드는 핵심 지역이다. 아니나 다를까, 수급 차질이 빚어지면서 원유 가격은 전쟁 전 배럴당 60달러 후반대에서 3월 중순에는 160달러를 넘었고, LNG 가격도 전쟁 전 MMBtu당 10달러 수준에서 19달러까지 올랐다. 국내 기름값도 크게 올라 정부는 긴급히 석유 최고가격제를 실시했다. 반면 국내 LNG 시장은 잠잠했다.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은 연초 대비 20%가량 오르는데 그치면서 전기요금의 결정적 요인인 전력도매가격(SMP)는 kWh당 12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LNG 수입은 이번 중동 사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국내 LNG 수입 중 중동의존도는 2022년만 해도 45%에 달했지만, 올해는 18% 이하에 그쳤다. 그마저도 호르무즈 해협 바깥에 있는 오만 물량을 제외하면 9% 수준에 그친다. 가스공사가 도입선 다변화에 적극 노력을 기울인 결과이다. 또한 가스공사가 해외 자원개발을 통해 확보한 물량도 즉시 들여왔다. 호주 프릴루드 사업을 통해 확보한 연 36만톤, 2025년부터 생산에 돌입한 LNG캐나다의 연 70만톤 등 총 106만톤을 순차적으로 가져왔다. 특히 호주와 캐나다는 지정학적 위험으로부터 거의 벗어난 지역이란 점에서 앞으로도 안정적 물량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올해 5월 영국 BP로부터 연 70만톤 도입계약을 체결한 것도 컸다. 기존의 LNG 계약은 수출국과 수입국 간의 계약이 일반적인데 반해, 포트폴리오사업을 하는 BP는 세계 각지로부터 물량을 구입해 공급하기 때문에 지정학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조 교수는 앞으로도 가스공사와 천연가스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를 설치하고, 히트펌프도 2035년까지 350만대를 보급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다 설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 변수가 발생했을 때 이를 긴급히 막을 수 있는 에너지원은 천연가스밖에 없다. 그리고 가스공사가 그런 상황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재생에너지 보급량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해 탄소중립 시대로도 갈 것이다. 가스공사는 장기적으로 발전시장 진출 등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럼에서는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미국-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 패러다임 전환', 이서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의 '지정학적 불확실성 시대, LNG 수급 안정의 조건',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안보정책실장의 '천연가스 에너지 안보, 복원력 중심으로의 전환' 발표가 있었다. 최연혜 사장은 “앞으로도 가스공사는 안정적인 천연가스 공급이라는 경영의 역할에 충실하며,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에너지 파수꾼이 되겠다"며 “오늘 포럼이 에너지 안보 강화와 지속 가능한 가스 산업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韓 수소경제, 유럽·중국·일본과 경쟁서 시장 선점해야”

유럽과 중국, 일본이 수소산업 육성을 위해 장기적인 지원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산업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일반수소 발전 입찰물량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고 있는데 업계는 청정수소 시대로 연착륙을 위해 최소 3~4년간의 정책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수소경제포럼과 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 수소경제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주요국의 수소산업 육성 정책과 국내 수소산업 경쟁력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한승훈 베이징 진웬 로펌 ESG·탄소중립연구소 부주임은 주제발표에서 중국이 이미 수소경제 분야에서 추격자가 아닌 선도국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이 2060년까지 수소 수요를 최대 1억3000만톤으로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생산부터 저장·운송·활용까지 밸류체인 전반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그린수소 생산 확대와 장거리 수소 파이프라인 구축, 데이터센터와 발전 분야를 중심으로 연료전지 활용을 확대하며 시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부주임은 “기술 우위만으로는 중국을 방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 초기 수요시장을 확보하고 핵심 부품과 표준,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대외 협력 전략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유럽이 수소경제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맞춰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이 당초 목표는 현실적으로 조정했지만 수소은행(Hydrogen Bank)과 H2Global 등을 통해 생산과 수입을 동시에 지원하며 산업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철강·화학·해운 등 전기화가 어려운 산업을 중심으로 수소 활용을 확대하고 수소 전용 배관망 구축에도 투자하고 있다며 “에너지 전환에서 중요한 것은 목표보다 정책의 일관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이 자주 바뀌면 기업들의 투자 의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안정적인 정책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이 수소를 차세대 에너지원이자 에너지 안보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보고 일관된 지원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제7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수소와 암모니아를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제시하고 생산과 공급망, 수요 창출을 동시에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일본은 국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면서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를 함께 강화하고 있다"며 “우리도 수소를 탄소중립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와 업계에서도 일반수소 발전시장 축소 움직임이 국내 산업 생태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흥원 수소연료전지협회 부회장은 “아직 수소시장이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정책적 지원이 줄어들면 정부와 업계가 함께 키워온 국내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일반수소 발전시장은 현실에 안주하기 위한 시장이 아니라 청정수소와 미래 수소산업으로 넘어가기 위한 가교이자 미래 도약을 위한 중요한 마중물"이라고 말했다. 국회수소경제포럼 공동대표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국의 수소경제 발전 속도를 보며 큰 위기감을 느낀다"며 “해외 선진국 사례를 면밀히 연구해 우리 수소경제의 비전을 다시 정립하고 분야별 발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한 기업들이 산업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일반수소 입찰시장을 3년만 더 유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실가스 감축도 중요하지만 산업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입찰시장 고시 확정 전 산업계 의견을 다시 한번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0일 '수소발전 입찰시장 연도별 구매량 산정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올해 일반수소 발전 입찰물량을 930기가와트시(GWh)로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1300GWh보다 약 28% 줄어든 규모다. 현재 개정안은 오는 30일까지 행정예고를 통해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500년 ‘장마’의 퇴장, 이제 장마를 장마라 부를 수 없다

조선 중기인 16세기부터 기록이 전해지는 '장마'는 최소 500년 넘게 우리 민족의 여름철 삶을 규정해 온 공식이었다. 6월 말 무렵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한 달 남짓 지루하게 비를 뿌리던 전통적인 장마. 성질이 다른 두 거대한 공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팽팽하게 힘겨루기하며 만들어낸 정체전선은, 비록 수해를 발생시키고 생활의 불편을 주었을지언정 우리가 어느 정도는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익숙한 불청객'이었다. 전통적인 장마의 핵심은 '대우(大雨)', 즉 일정 기간 지속해서 비가 내리며 누적 강수량이 늘어나는 형태였다. 정체전선의 위치에 따라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며 전국이 영향을 받았다. 이에 따라 우리 삶도 장마 전과 중, 후로 나뉘어 움직였다. 방재 당국은 장마 정보를 나침반 삼아 대책을 세웠고, 도시의 배수 관리와 농사일의 순서도 이에 따랐다. 전력 수급 계획은 물론 가정의 살림, 아이들의 방학, 직장인의 휴가 일정까지 장마가 기준이었다. 장마는 단지 비가 오는 기간이 아니라, 한국인의 여름 생활을 조직해 온 하나의 거대한 질서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맞이하는 여름은 어떤가. 냉정하게 말해 우리가 알던 500년 역사의 '장마'는 이미 수명을 다했다. 기후변화는 여름의 공식을 완전히 파괴해 버렸다. 기상학적으로 이제 한반도 장마의 대표적 상징인 정체전선은 뚜렷한 형태를 찾기조차 어렵다. 장마의 시작과 끝을 특정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이다. 약 10년 전부터 이러한 징후는 뚜렷해졌다. 가까스로 전선이 형성되더라도 과거처럼 넓은 지역에 길게 비를 뿌리지 않는다. 대신 좁은 구역에서 대기가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며 마치 팝콘이 튀어 오르듯 동시다발적으로 강한 비구름대가 발달했다가 순식간에 소멸한다. 극도의 불확실성을 갖는 국지성 폭우, 즉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새로운 주류가 된 것이다. 심지어 기상청이 공식적으로 장마 종료를 선언한 이후에 오히려 더 치명적인 호우가 빈번하게 출현하는 기현상이 이제는 새로운 표준(뉴노멀)이 되었다. 이 급격한 변화는 단순히 기상학적 용어의 수정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뿌리째 바꿔야 한다는 경고등이다. 우리는 먼저 과거의 장마 패러다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올해 장마는 언제 끝나나요?"라는 질문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장마 기간의 시종(始終)에 매달리기보다, 여름철 내내 언제든 재난급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는 상시적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당장 국가의 방재 시스템부터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장마를 비중있게 고려하여 만들어진 과거의 강수량 통계와 배수 용량 기준은 이미 무용지물이 되었다. 단 몇 시간 만에 한 달 치 비가 쏟아지는 기습 폭우에 견딜 수 있도록 도시의 빗물 수용 능력을 재설계해야 하고, 산사태와 하천 범람 경보 시스템도 실시간 국지성 예측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 산업과 일상도 달라져야 한다. 전력 수요 예측이 생명인 에너지 수급 계획은 장마의 변화로 인해 불확실성이 더 커진 여름철 하늘상태, 기온과 습도에 맞춰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의 물류망 관리, 농가의 재배 타이밍은 물론이고, 일반 가정의 여름휴가 계획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영역에서 과거의 장마와는 완전히 다른 현실에 입각한 준비가 필요하다. 7월 말에서 8월 초에 집중되던 일률적인 휴가 문화도 분산되어야 안전과 휴식의 질을 모두 담보할 수 있다. 다행히 기상청과 기상학계는 이러한 위기를 엄중히 인식하고 발 빠르게 움직여 왔다. 지난 2023년부터 학계와 현장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후변화로 다변화된 장마의 개념을 재정립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최근 그 일차적인 청사진이 도출되었다. 아마도 내년 여름부터는 이렇게 새롭게 정립된 강수 개념과 예보 체계를 바탕으로, 국가 방재부터 국민 일상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의 구체적인 대응 방향이 현장에서 실천될 것이라 기대한다. 기후위기는 500년 이상 이어져 온 우리 민족의 계절 감각과 삶의 방식을 강제로 바꾸어 놓았다. 거대한 자연의 변화 앞에 인간은 무력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역사적 전환기마다 닥쳐온 숱한 위기를 늘 지혜롭게 극복하고,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바꾸어 낸 저력이 있다. 비록 익숙했던 장마의 모습이 사라지고 더 이상 장마를 장마로 부를 수 없는 당황스러운 현실을 마주했지만, 우리가 바뀐 기후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고 사회적 지혜를 모은다면, 이 변화된 여름 역시 가장 안전하고 생산적으로 다스려 낼 것이라 확신한다.

올여름 최대전력 98.8GW ‘역대 최고’…SMP 상승에 한전 적자 압박 커진다

올여름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전력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냉방 수요 증가로 전력도매가격(SMP) 상승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원가 부담이 한전에 집중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5일 서울 마포구 한국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에서 김성환 장관 주재로 전력수급 대책회의를 열고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발표했다. 전력 당국은 올여름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고 흐린 날씨가 겹칠 경우 최대전력수요가 98.8기가와트(GW)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2024년 97GW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특히 수도권에 습하고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경우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태양광 발전 비중이 높은 남부지방에 비가 내려 발전량이 감소하면 전력수요를 상쇄하는 효과가 줄어 최대전력수요가 더욱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부는 전력 공급능력을 지난해보다 2GW 늘어난 107GW까지 확보했다. 최대전력수요가 98.8GW에 달하더라도 예비력은 8.2GW 수준을 유지해 전력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부는 오는 29일부터 9월 18일까지를 전력수급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전력 유관기관과 함께 비상대응 태세를 유지할 계획이다. 폭우나 태풍으로 인한 전력설비 불시고장, 역대급 폭염에 따른 비상 상황에 대비해 약 8.8GW의 예비자원을 추가로 준비했다. 다만 전력 수급은 안정적으로 관리될 전망이지만 비용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여름철 냉방 수요가 늘어나면 LNG 발전 비중이 확대되고, 이는 SMP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상승하면서 발전용 천연가스 도매요금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6월 발전용 천연가스 도매요금은 기가줄(GJ)당 1만9379원으로, 중동 리스크가 본격 반영되기 전인 3월보다 약 20% 상승했다. LNG 발전은 국내 전력시장에서 SMP를 결정하는 기준 발전원 역할을 하는 만큼 연료비 상승은 전력 구매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중동 전쟁 여파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7~8월에도 발전용 천연가스 도매요금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전력 구입비 상승 요인이 커지는 반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소매요금은 완화된다는 점이다. 기후부는 지난해처럼 7~8월 전기요금 누진제를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시 완화하기로 했다. 1단계 구간은 기존 0~200킬로와트시(kWh)에서 0~300kWh로, 2단계는 200~400kWh에서 300~450kWh로 확대된다. 한전은 발전사로부터 SMP를 기준으로 전력을 구매하지만, 전기요금은 정부 정책에 따라 인상 폭이 제한된다. 결국 도매가격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한전의 수익성 악화와 적자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다만 기후부는 아직까지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SMP는 kWh당 120원대 수준으로, 한전이 적자로 전환되는 기준인 연평균 약 146원에는 미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전의 총부채가 206조원에 이르고, 하루평균 이자비용만 120억원가량이 지출되고 있어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SMP가 현재보다 높아지면 한전한테는 상당히 불리해진다. 또한 엘니뇨 현상으로 북반구 폭염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가 5년래 가장 낮은 점, 세계 2위 LNG 공급국인 카타르의 공급력이 중동 전쟁으로 17% 손실된 점 등으로 인해 올 여름 SMP가 140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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