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터 황의용 상무 “알래스카 LNG, 아시아 에너지 안보·물류 장벽 뚫을 열쇠”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알래스카 LNG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연간 8500만톤에 이르는 LNG 수출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알래스카 LNG는 아무런 병목구간없이 빠른 시간 안에 아시아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 점을 알래스카 LNG 사업의 가장 강점으로 보고 적극적인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4일 외교부 및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제5차 알래스카 지속가능 에너지 컨퍼런스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 황의용 LNG사업실장(상무)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전략적 가치와 아시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하게 피력했다. 황 상무는 “당사는 프로젝트의 단순한 참여자가 아닌 전략적 파트너이자 동시에 프로젝트에 필요한 철강 소재 공급사이며, 향후 생산될 LNG의 구매업체(수요처)로서 삼중의 역할을 하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1단계: 알래스카주 북부 노스슬로프 가스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739마일(약 1190km)의 가스관 건설을 통해 남부까지 공급 △2단계: 68마일(약 110km) 가스관 추가 건설 및 남부 니키스키지역 LNG 수출터미널 건설을 통해 아시아로 LNG를 수출하는 사업이다. 수출은 연간 2000만톤을 계획하고 있으며, 현재 프로젝트 운영사와 한국, 일본, 대만, 태국 등의 기업들이 1300만톤을 가계약한 상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 사업에서 세 분야에 참여할 계획이다. △포스코의 42인치 구경 고압 가스관 소요 소재 공급 △연간 100만톤씩 20년 장기 LNG 수입 △프로젝트에 대한 자본 투자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총 사업비는 당초 440억달러(약 60조원)로 추정됐으나, 중동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현재는 600억달러(약 83조원)가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다르게 보고 있다. 황 상무는 “초기 파이프라인 건설에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프로젝트의 총비용을 봐야 한다"며 “북극권 노스슬로프 유전에 갇혀 있는 원료 가스(Feedgas) 가격이 매우 저렴한 데다, 아시아로의 운송 비용이 타 지역 대비 현저히 낮기 때문에 종합적인 가격 경쟁력이 매우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알래스카 LNG는 중동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아시아 시장의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게 황 상무의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 중동에서 아시아로 수출된 LNG는 약 8500만톤인데, 최근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수출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탄소중립 흐름으로 아시아의 LNG 수요는 점차 커지고 있다. 또한 미국 LNG 물량의 아시아 수출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파나마 운하의 심각한 교통 정체로 미국 멕시코만에서 출발하는 LNG 선박의 아시아 수송 기간은 70일 이상이 소요되고 있다. 황 상무는 “알래스카 LNG는 지정학적 위험도, 물류 장벽도 없는 완벽한 지역에 위치해 있다"며 “파나마 운하를 거치지 않고 아시아로 직행할 수 있는 압도적인 물류 이점이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이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결정적 계기"라고 말했다. 컨퍼러스에서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최근 세계 유수의 프로젝트 금융 은행들이 최종투자결정(FID)을 바로 내릴 수 있을 만큼의 조건을 제안했다"며 “아직 다른 기업들과 진행 중인 합의와 주의회에서 논의 중인 세금 관련 법안이 마무리 되면 FID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금 관련 법안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참여 기업들에게 향후 36년간 총 72억달러의 지방세를 감면하는 법안으로, 주의회의 반대로 올해 정기회기에서는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던리비 주지사는 이 법안의 통과를 목적으로 하는 특별회기를 소집한 상태이다. 던리비 주지사는 “계약 업체들에게 내년 1분기까지 노스슬로프 현장에 설비를 배치하기를 요청해 놓았다"며 “이로써 2027~2028년도에 건설 작업을 수행하고, 2029년도 시운전을 거쳐, 2029년도 하반기에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스를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김성환 장관 “제2의 러·우 전쟁 특수 없다…민간 LNG 발전 이윤 통제할 것”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 가스가격 상승이 한국전력 적자 확대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일부 민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업자가 가격 급등에 따른 특혜를 봤다고 보고 중동전쟁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적정 수준의 이윤을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4일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전력도매가격(계통한계가격·SMP)이 크게 오르면서 일부 민간 LNG업체들이 특별한 이익을 얻었다. 이번에는 적정한 이익은 보장하되 과도한 이익은 보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SMP가 급등하면서 저렴한 LNG를 확보해 둔 민간 발전사업자와 연료비 부담이 없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높은 전력 판매가격의 수혜를 입었던 상황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는 가스가격 급등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SMP가 kWh당 200원을 넘었고 그 부담이 전기요금과 한전 적자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당시와 같은 상황은 아니다"라며 “한전이 적자로 전환되는 연평균 SMP 수준은 kWh당 약 146원인데 최근 SMP는 126원 수준으로 아직 한전에 큰 부담을 주는 상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전쟁 영향으로 발전사들이 선물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확보한 LNG 물량이 향후 전력시장에 반영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가스공사 천연가스요금정보에 따르면 이번달 발전용 천연가스 도매요금은 기가줄(GJ)당 1만9379원으로 전월(1만7961원) 대비 7.9% 올랐다. 중동 전쟁이 본격화되기 전에 결정된 3월 요금(약 GJ당 1만6048원)과 비교하면 약 20.1% 상승했다. 이에 따라 SMP도 kWh당 100원대에서 120원대까지 올랐다. 김 장관은 SMP를 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SMP 상한제나 가스가격 상한제 등 어떤 세부 정책을 펼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사후정산제를 거론하며 LNG 발전에도 석탄·원전과 유사한 정산체계를 적용하는 방안도 있음을 언급했다. 그는 “가스가격이 SMP를 결정하는 구조인데 석탄과 원자력 발전은 정산을 통해 일정 부분 통제를 받는 반면 재생에너지와 LNG 발전은 당시 상당한 이익을 본 곳들이 있었다"며 “이를 통제하지 못하면서 부담이 고스란히 한전 적자로 쌓였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가스발전이 폭리를 취하지 않고 적정 이윤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상한제 혹은 사후정산제로 표현할지를 고려해 보고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경동나비엔, 무더위·장마철 겨냥 ‘여름철 통합 공기질 솔루션’ 신규 광고 공개

무더운 여름철을 앞두고 경동나비엔이 쾌적한 공기와 수면을 제공하는 솔루션을 본격 선보인다. 경동나비엔은 본격적인 무더위와 장마철을 앞두고, 여름철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관리할 수 있는 통합 공기질 솔루션을 강조한 '우리집 공기는 나비엔이니까-제습 환기청정기X나비엔 숙면매트 사계절' 신규 TV CF와 디지털 광고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TV CF에는 지난 광고에 이어 유명 셰프 에드워드 리가 모델로 등장하며, 그의 가족이 함께 출연한다. '여름에도 나비엔으로 쾌적한 우리집'이라는 메시지로, 제습 환기청정기와 숙면매트 사계절이 하나의 솔루션으로 작동하며 만들어내는 시너지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에드워드 리 셰프 가족이 제습 환기청정기를 통해 습도와 공기질이 쾌적하게 관리되는 집 안에서 여가 시간을 보내고 디저트를 즐기는 모습이 이어지며, 이후 숙면매트 사계절을 통해 각자 원하는 시원한 온도로 잠자리에 드는 장면이 펼쳐진다. 마지막에는 에드워드 리 셰프 가족이 개운한 아침을 맞이하며, 집 안에서 완성되는 쾌적한 휴식의 가치를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이번 광고는 지난 광고와 동일하게 두 제품이 하나의 솔루션으로 작동하며 만들어내는 공기의 흐름과 쾌적함을 라인 드로잉 기법으로 시각화했다. 제습 환기청정기를 통해 실내의 습한 공기가 외부로 배출되고, 6단계 청정 필터를 거친 쾌적한 외부 공기가 실내로 공급되는 과정을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여기에 더해 숙면매트 사계절을 함께 사용할 경우, 실내 습도와 공기질이 쾌적하게 관리되는 집에서 개인의 체질과 취향에 따라 좌우 분리 온도 설정이 가능해 보다 깊고 편안한 숙면 환경을 완성할 수 있음을 함께 담아냈다. 경동나비엔은 앞서 숙면매트 사계절 'Air'와 'Pro' 두 종류를 출시했다. 'COOL 모드' 설정 시 '숙면매트 사계절 Air'는 슬립허브의 팬을 통해 에어컨 등으로 냉각된 실내 공기를 유입해 이를 활용, 물의 온도를 낮춰 순환시키고, '숙면매트 사계절 Pro'는 반도체 냉각 기술인 펠티어 방식을 적용해 슬립허브를 통과하는 물의 온도를 자체적으로 낮춘 뒤 순환시키는 점에서 제품별로 차이가 있다. 'WARM 모드'에서는 두 제품 모두 슬립허브 내 히터로 가열한 온수를 순환시켜 따뜻함을 제공한다. 숙면매트 사계절 신제품은 슬립테크 기업 에이슬립과 공동 개발한 기술로(국제학술지 SCIE 게재) 나비엔 스마트 앱을 통해 AI가 매트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AI 수면모드'를 지원한다. 수면 중 호흡음을 기반으로 수면 단계를 분석하고, 이에 맞춰 매트 온도를 조절해 최적의 숙면환경을 유지한다. 'COOL 모드'에서는 깊은 수면 단계 진입 시 매트 온도를 높이고, 'WARM 모드'에서는 렘(REM)수면 단계에서 온도를 낮춰 수면 중 적절한 체온 유지를 돕는다. 경동나비엔 김용범 영업마케팅 총괄임원은 “이번 광고는 제습 환기청정기와 숙면매트를 통해 무더운 여름철에도 습도와 공기질, 숙면 환경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하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일상을 더욱 쾌적하게 만드는 '생활환경 파트너'로서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추미애 경기지사’ 출범…하남 변전소·반도체 클러스터 ‘시험대’[이슈]

경기도지사에 추미애 전 의원이 당선되면서 하남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최대 산업 프로젝트로 꼽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공급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추 당선인은 득표율 55.04%를 얻어 39.37%의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를 크게 누르고 지사에 당선됐다. 추 당선인은 하남시 국회의원 시절 주민들의 반발을 이유로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초고압직류송전(HVDC) 변환소 건설 계획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당시 주민들은 전자파와 안전성,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사업 철회를 요구했고, 추 의원 역시 주민 의견을 적극 대변했다. 동서울 변전소는 1979년 10월 하남시 감일동에 건립돼 지금까지 수도권 전력 공급 역할을 하고 있다. 이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 전력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동해안 지역의 화력 및 원자력 발전소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동해안~수도권 HVDC 프로젝트'가 계획됐다. 이 송전전력이 하남 동서울변전소를 통해 수요가에 전달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증설이 필요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지역주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다. 추 당선인은 지역구 의원시절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증설사업 불허 처분에 환영의 뜻을 밝히는 등 줄곧 반대 의견을 보여왔다. 반면 추 당선인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강한 찬성 입장을 밝혀왔다. 후보 시절부터 “용인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중심"이라고 강조했고, 최근 지방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반도체 산업 인프라 지원을 위한 물·전력·인재 대책을 이미 준비하고 있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추 당선인은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과 동서울변전소 문제를 별개의 사안으로 규정해왔다. 그는 과거 입장문 등을 통해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미 국가 전력계획에 반영돼 있다"며 “부족한 물량 역시 서해안 HVDC 사업, 시화호 일대 재생에너지 확대, 석탄발전 폐지 이후 송전망 활용 등을 통해 충분히 확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력업계와 전력망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현재 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동해안-수도권 HVDC 사업의 핵심 목적 가운데 하나가 동해안 원전 전력을 수도권과 경기 남부 산업단지에 공급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동서울변전소 증설 및 HVDC 변환소 건설은 사실상 필수 인프라라는 것이다. 전력망 전문가들은 “동서울변전소는 단순한 지역 변전소가 아니라 동해안 전력과 수도권 수요를 연결하는 국가 전력망의 핵심 허브"라며 “변환소 건설이 지연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 일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향후 원전 수 기에 맞먹는 수준의 전력을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데이터센터까지 가세하면서 경기 남부 전력 수요는 예상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추 지사의 주장이 정치적 현실과 산업 현실 사이에서 나온 절충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민들의 생활권과 안전권을 보호해야 하는 정치인의 역할과 국가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과제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도지사가 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지역구 국회의원 시절에는 주민 민원을 대변하는 것이 우선이었다면, 이제는 경기도 전체 산업 경쟁력과 전력 인프라 구축까지 고려해야 하는 위치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현재 관심은 추 당선인 체제에서 동서울변전소와 HVDC 변환소 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정리될지에 쏠리고 있다.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경기 남부 산업단지 전력 공급 문제와 직결되는 국가 기간전력망 사업으로 분류된다. 반면 하남 지역 주민들의 반발 역시 여전히 거센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경기도가 주민 수용성 확보와 산업 인프라 구축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수요가 본격화되는 2030년 전후를 감안하면 송전망 구축 일정이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것은 찬반 논쟁이 아니라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이라며 “추미애 지사 출범 이후 경기도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향후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4조원 美 루이지애나 ‘해양플랜트’ 따냈다…“중동 외 공급망 넓혀”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 합동으로 4조원 규모의 미국 루이지애나 해양플랜트 건설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정부는 중동 전쟁 후 호르무즈 봉쇄 등에 따른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비해 해외 인프라 확보로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운송망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해양수산부는 기업, 공공기관이 함께하는 '팀코리아'로 28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미국 루이지애나 FLNG 해양플랜트 1호기 건설사업' 수주를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FLNG는 천연가스 액화설비를 탑재한 부유식 해양플랜트를 말한다. 이번 건설 사업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연안 74㎞ 해역에서 연간 440만t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는 48억 달러(7조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이 설계·조달·시공(EPC)를 맡아 28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수행한다. 세계 최대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주도하는 펀드에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녹색펀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투자자로 참여했다. KIND는 7000만 달러, 녹색펀드는 3000만 달러, 해양진흥공사는 5000만 달러를 각각 투자한다. 정부는 이번 수주로 미국 에너지 인프라 시장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조선소에서 설비를 건조하는 만큼 중소·중견 협력업체들의 추가 수주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금융, 시공, 운영 전 과정을 포함하는 투자개발형 사업"이라며 “해외건설이 전통적인 수주 산업에서 고부가가치형 복합 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호르무즈 봉쇄 등으로 공급망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해외 인프라 확보에 따른 수입처 다변화, 공급망 안정성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의 동반자가 돼 하나의 팀으로 뛸 것"이라며 “해외건설 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국민 55% “양수발전에 전기요금 더 낼 수 있다”…사회적 가치 인정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늘어날수록 전기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공급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우리 국민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양수발전 확대를 위해 가구당 월평균 2615원을 추가 부담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양수발전을 단순한 발전 설비를 넘어 전력망 안정과 탄소중립을 위한 사회적 기반시설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연구는 서울과학기술대학 유승훈 교수 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인 '지속가능한 에너지 기술과 평가 (Sustainable Energy Technologies and Assessments)'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4월부터 5월까지 전문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전국 1000가구를 대상으로 대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가계 재정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20~65세 가구주 또는 배우자였다. ◇양수발전, 재생에너지 확대의 열쇠 양수발전은 전기가 남을 때 이를 이용해 물을 높은 곳의 저수지로 끌어올렸다가 전력이 부족할 때 다시 떨어뜨려 발전하는 방식이다. 흔히 '거대한 물 배터리'라고 불린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진다. 햇빛이 강하거나 바람이 많이 불 때는 전기가 남아돌고, 반대로 발전량이 급감하면 전력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 양수발전은 이러한 변동성을 완화하는 대표적인 장주기 에너지 저장장치(ESS)다. 양수발전은 8시간 이상 대규모 전력을 저장할 수 있으며, 왕복 효율도 80~90%에 달한다. 또한 주파수 조정, 예비력 제공, 블랙스타트(대규모 정전 이후 전력망 복구), 피크 전력 관리 등 전력망 안정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연구진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45.5% 수준으로 확대하려면 양수발전 설비를 현재보다 크게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계획상 양수발전 설비는 2038년까지 10.4GW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매달 2615원은 낼 수 있다" 연구진은 조건부 가치측정법(CV)을 활용해 국민이 양수발전 확대를 위해 얼마를 부담할 의사가 있는지 조사했다. 연구진은 조사에서 응답자들에게 향후 10년 동안 전기요금에 추가 부담금을 부과해 5.7GW 규모의 양수발전 확충에 사용하는 상황을 제시했다. 그 결과 가구당 평균 지불의사액(WTP)은 월 2615원으로 나타났다. 통계적 신뢰구간은 2388원에서 2876원 사이였다. 이를 전체 가구 수로 환산하면 국민이 인정한 양수발전의 사회적 가치는 현재가치 기준 약 5조96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양수발전 확대에 필요한 총 투자비의 약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양수발전이 단순히 기술적으로 필요한 설비일 뿐 아니라 국민이 실제로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적 자산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누가 더 많이 지불하겠다고 응답했나 흥미로운 점은 모든 계층이 양수발전의 가치를 동일하게 평가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54세 이상 고령층일수록, 그리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거주자일수록 양수발전 확대를 위한 추가 비용을 부담할 의사가 높았다. 특히 양수발전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지불 의사는 크게 높아졌다. 또한 자신의 거주지 인근에 양수발전소 건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비용 부담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반면 조사 대상의 9%만이 양수발전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양수발전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가 매우 낮다는 의미다. ◇절반 가까이는 “돈 안 내겠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추가 부담에 찬성한 것은 아니다. 전체 응답자의 44.5%는 지불하지 않겠다는 의사(0원의 지불의사)를 밝혔다. 연구진이 이유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는 “관련 비용은 이미 내고 있는 전기요금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답했다. 해당 응답은 전체 지불 거부자의 42.7%를 차지했다. 그 밖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응답, 양수발전이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 정책에 대한 불신, 환경 훼손 우려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경제적 부담 때문에 추가 비용을 낼 수 없다고 응답한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는 양수발전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는 비용 부담 방식과 정책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더 큰 문제임을 보여준다. ◇양수발전 인식 개선이 사회적 수용성의 핵심 연구진은 향후 양수발전 확대를 위해서는 기술적 필요성 못지않게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수발전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사람일수록 지불 의사가 높게 나타난 만큼, 국민들에게 양수발전의 역할을 쉽게 설명하는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태양광과 풍력의 잉여 전력을 저장해 버려지는 전기를 줄이고, 정전 위험을 낮추며, 탄소중립 달성을 지원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추가 전기요금이 실제로 어디에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저소득층 부담을 완화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 주민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입지 갈등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전환의 숨은 기반시설" 이번 연구는 양수발전의 경제성이나 기술성뿐 아니라 국민이 체감하는 사회적 가치까지 계량적으로 측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속화될수록 전기를 저장하는 기술은 더욱 중요해진다.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이 에너지 전환의 '얼굴'이라면, 양수발전은 그 뒤에서 전력망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안전판'에 가깝다. 유승훈 교수팀의 분석은 우리 사회가 이미 그 가치를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과 신뢰 구축이 양수발전 확대의 성패를 좌우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한전·두산·수은 ‘K-원팀’, 사우디 2.1조 열병합발전 추가 수주

한전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자푸라 열병합 발전사업을 1단계에 이어 2단계까지 추가 수주했다. 터빈 등 플랜트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자금은 수은이 공급하는 방식이어서 한국 기업들의 부가가치가 크게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3일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와 자푸라 2단계 열병합 발전소 건설·운영 사업에 대한 전력 및 증기 판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자푸라 2단계 프로젝트의 발전 설비용량은 331㎿이며, 시간당 증기 생산량 약 465톤이다. 2029년 6월 준공 후 17년간 사우디 최대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에 전력과 증기를 공급한다. 이번 사업의 총매출은 약 2조1000억원(약 14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앞서 한전은 2022년 자푸라 1단계(317㎿) 열병합 사업을 수주해 이달 말 준공 예정이다. 1·2단계를 모두 한전이 수주하게 됐다. 2단계 사업은 한전과 아람코가 합작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 경영한다. 건설에는 두산에너빌리티, 금융에는 한국수출입은행, 운영에는 한전이 참여한다. 이번 자푸라 2단계 열병합발전소에는 두산에너빌리티 터빈이 공급된다. 이와 관련해 두산에너빌리티는 한전과 8370억원 규모의 플랜트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한전의 사우디 전력시장 진출은 앞으로 더 확대될 예정이다. 한전은 사우디에서 자푸라 열병합 1,2단계 사업 외에 2024년 11월 총사업비 약 40억 달러(약 5조6000억원) 규모의 루마1 및 나이리야1 가스복합 발전사업에 낙찰자로 선정돼 전력판매계약을 체결했으며, 2028년 2분기 종합준공 및 상업운전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전은 2009년 라빅 중유화력 사업(1200㎿)을 시작으로 2022년 자푸라 열병합 1단계 사업, 2024년 사다위 태양광 사업(2천㎿), 루마1 및 나이리야1 가스복합 사업(3천780㎿), 2025년 다와드미 풍력사업(1천500㎿) 등을 연이어 수주하며 사우디 전력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해 왔다. 한편 한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개국에서 37.3GW 규모의 30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화력발전은 23.1GW(10개국 16개 사업), 원자력발전은 5.6GW(UAE 원전), 신재생에너지발전은 8.6GW(7개국 10개 사업)이다. 한전은 해외사업 진출에서 국내 건설사, 기자재 제작업체, 발전소 정비 및 운영서비스 수행업체, 국내 금융기관 등과 동반진출함으로써 1995년부터 2024년까지 약 35조원의 수출효과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이란 전쟁과 에너지 실용주의

최근 영국 집권 노동당은 제3국에서 정제한 러시아 석유 수입을 허가하는 '일시적' 제재 면제 정책을 발표하면서 북해 신규 석유와 가스채굴을 반대해 파문이 일고 있다. 케미 바데노크 당대표를 비롯한 보수당은 자국 탄화수소 채굴 대신 러시아산 수입을 위해 제재를 해제한 노동당의 행동을 미친 짓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보수당 집권 당시 에너지부 장관이었던 클레어 큐티뉴는 이 조치가 탄소배출을 오히려 증가시키며 외국 에너지 의존도를 더 심화시키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란 전쟁은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석유와 가스 차단이 전 세계에 어떤 충격을 주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상황을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기회로 삼자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은 프로젝트를 오히려 포기하고 있다. 토탈에너지는 5월 초 무려 80억 유로를 제시하며 낙찰받은 독일 해상풍력 프로젝트에서 철수할 뜻을 내비쳤다. 7.5기가와트 규모의 이 프로젝트가 무산되면 독일 에너지 전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진다. BP 역시 JERA와 조인트벤처로 참여한 프로젝트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올해 초만 해도 JERA는 규모의 경제로 풍력기업과 협상력을 향상시켜 일본에서도 해상풍력을 정착시킬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일본 내 해상풍력은 이미 정부 주관공모 입찰 1호였던 미쓰비시부터 철수한 상황이다. 이번 전쟁은 단순한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 차질을 넘어서 IEA 파티 비롤 사무총장 말처럼 '역사상 최대 에너지 위기'로 진행 중이다. 중동 위기는 디젤과 제트유의 위기이자 비료 부족으로 인한 식량 위기, 헬륨과 나프타 부족으로 인한 주요 산업과 일상생활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이제 여름이 오면 태양과 바람이 없는 시기 전력공급이 타이트해지면서 본격적인 에너지 부족 여파가 전 세계를 강타할 것이다. 세계 각국은 이를 극복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이란 전쟁 이전 에너지 위기를 겪었던 세계는 지금은 희미해진 넷제로와 ESG 대신 '실용주의'란 단어를 꺼냈었다. 에너지 수요급증에 따른 현실적 접근을 뜻하는 이 개념은 탈석탄과 ESG 기치를 내걸었던 블랙록이 화석연료 투자를 재개하면서 사용하기도 했다. 이란 전쟁 이후 에너지와 분자 부족을 우려하는 세계 각국은 자신들의 에너지 정책이 어떤 것이건 간에 에너지 실용주의 노선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은 물론이고 중국, 인도, 일본까지 석탄발전 전력 생산이 급증하고 있으며 넷제로를 공약으로 정권을 차지했던 영국 노동당 역시 현실적인 에너지 부족을 러시아 탄화수소로 메꾸기 위한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탈원전과 탈석탄 공약으로 정권을 잡은 이재명 정부 역시 탈원전 노선을 버렸고 이란 전쟁 이후 일부 석탄발전을 '안보 전원'으로 지정해 계속 가동 의지를 천명했다. 또한 한일 정상회담에서 원유, LNG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점도 에너지 실용주의 면모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란 전쟁 이후 세계 각국의 에너지 안보정책 마지막 열쇠는 국내 에너지 생산이 될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쟁자금을 지원하는 러시아 화석연료 수입 대신 북해 석유와 가스채굴이 배출량 감소를 4배 줄이고 40%에 해당하는 영국 내 석유와 가스 생산을 늘려 에너지 자립을 강화하며, 20만 명에 달하는 북해 유전 일자리를 더 늘릴 수 있다고 역설했다. 1960년대 이후 4천억 파운드의 생산세를 납부한 이곳의 160억 파운드로 예상되는 추가 세수는 노동당의 청정에너지 전환 투자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한국 역시 이란 전쟁 이후 중동 의존도를 줄이고 배출량 감소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내 석유와 가스 생산의 실용적 접근을 모색할 시기가 왔다. ADNOC CEO는 올해는 물론이고 2027년 1분기까지 호르무즈의 정상적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공급부족에 에너지 다변화만으론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영국은 러시아 제재를 일시적이라 말했지만, 법적 면제조치는 무기한이다. G7의 탈석탄 선언은 자국 에너지 안보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지 조치를 철회할 수 있다. 서구의 실용주의는 이미 작동하고 있다.

[에너지 지정학] “트럼프 이후 세계질서 대전환”…한일 전문가들 “한미일 협력 더 중요해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흔들리면서 동북아 안보·경제 지형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한일 양국 전문가들은 미중 전략경쟁과 북핵 위협,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미일 협력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와세다대학교 일미연구소는 최근 일본 도쿄 와세다캠퍼스에서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을 비롯해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 손인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부원장, 김병연 서울대학교 석좌교수, 김형진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객원연구원(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전 EU대사) 아라키 후미히로 안전보장간담회 연구위원, 쿠보유이치TBS TV「報道1930」PD 등 한일 양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개회사를 맡은 겜마 마사히코 와세다대 국제부문 총괄이사 겸 일미연구소장은 “영토주권 존중, 자유무역, 민주주의라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핵심 가치는 여전히 국제사회 다수 국가들이 공유하고 있지만 미국·중국·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행보가 기존 질서를 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과의 협력을 외교·안보의 축으로 삼아온 한국과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속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며 “에너지와 광물자원을 중동, 중국, 러시아에 의존하는 양국은 미국과의 공조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복합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북아의 지속가능한 안정과 발전을 위해서는 미래 세대 간 교류와 상호 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회사에 이어 윤영관 전 장관의 기조강연과 1부 주제발표 및 김병연 서울대학교 석좌교수가 사회를 맡은 토론이 진행됐다. 윤영관 전 장관은 현재 국제질서를 “대격변과 혼돈의 시대"로 규정했다. 윤 전 장관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은 80년 동안 유지해온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리더십을 사실상 포기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며 “영토주권과 자유무역, 민주주의라는 전후 국제질서의 핵심 가치들이 동시에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향후 국제질서가 △트럼프 이전 체제로의 회귀 △미중 신냉전 체제 △강대국 중심의 세력권 질서 등 여러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어느 경우든 국제사회의 불확실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분야에서는 미국 중심 통상질서의 변화가 주요 화두로 제기됐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는 미국이 더 이상 세계 경제의 안정성을 제공하는 '공공재 제공자'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공급망 재편, 경제안보 강화가 기존 통상질서를 흔들고 있으며 동아시아 국가들이 이에 대응할 새로운 협력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북러 협력 심화,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가 동북아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아라키 후미히로 연구위원은 “중국과 북한, 러시아를 둘러싼 위협 인식은 한일 양국이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일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최근 중동 정세와 우크라이나 전쟁, 북핵 문제를 별개의 사안으로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김형진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객원연구원은 외교 무대를 '바둑판'에 비유하며 “중동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경쟁, 북핵 문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중동 정세 변화가 북한의 핵전략과 북미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래 안보 환경 변화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손인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부원장은 AI 기반 다영역 전투(Multi-Domain Warfare)와 첨단 군사기술의 발전이 향후 국제안보 환경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탈석유와 경제의 전력화, 글로벌 에너지·물류 경로 재편이 향후 지정학 질서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부 라운드테이블 토론에서는 미국 외교안보 정책 변화가 동북아에 미칠 영향과 한일 협력의 필요성이 집중 논의됐다. 쿠보 유이치 TBS 해설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며 미국 사회 내부의 정치·경제적 변화가 현재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으며, 미중 관계 역시 전면 충돌보다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경쟁하는 '관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비핵화 목표가 핵관리 체제로 대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상황에서 향후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한국이나 일본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쿠보 해설위원은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확장억제 혜택을 받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 정책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라며 “양국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동북아의 안정축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방향으로 미국 정책이 변질되지 않도록 한일 양국이 공동의 레드라인을 워싱턴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들은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가 동맹국들에 새로운 부담을 안기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 중심 외교와 미중 전략경쟁 심화, 북한 핵위협 지속이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안보뿐 아니라 경제안보, 공급망, 첨단기술, 에너지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참석자는 “국제질서가 흔들릴수록 중견국들의 연대와 협력이 더욱 중요해진다"며 “한미일 협력은 특정 정권의 선택이 아니라 동북아 안정과 번영을 위한 구조적 과제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행사를 총괄 기획한 이애리아 와세다대 교수는 “이번 심포지엄은 국제질서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미래를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 에너지, 기술 경쟁의 관점까지 아우르며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한일 양국 전문가들이 공동의 도전과제를 확인하고 협력의 필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도 와세다대 일미연구소를 중심으로 한미일 협력과 동북아 안정에 관한 학술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송재호 도시가스협회장 “지금 방식으론 생존 불가”…업계 과감한 혁신 촉구

최근 정부의 탄소중립 및 에너지전환 정책이 본격화되고 전기화 추세가 빨라지면서 도시가스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시가스협회가 '미래혁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장기적인 생존 전략 마련에 나섰다. 올해 세번째 연임을 하게 된 송재호 한국도시가스협회장(경동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은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도시가스 산업이 직면한 한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 방향, LNG 직도입 및 기후부의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송 회장은 도시가스 산업이 처한 환경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음을 인정했다. 그는 “도시가스 산업은 요금 결정권도, 원료 선택권도 없는 강한 규제 속에 묶여 있어 사업 영역을 확대하거나 환경 변화에 자유롭게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털어놨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출범한 조직이 바로 외부 전문가 중심의 '미래혁신위원회'다. 현재 미래비전, 미래경쟁력, 미래시스템, 사회공헌 등 4개 전문위원회로 개편되어 운영 중이다. 송 회장은 “당장 실행하기는 어렵더라도 도시가스 산업 구조 변화나 연료조달 방식 변화 등 민감한 미래 시나리오를 미리 검토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방식만 고수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업계가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를 미리 준비해 두는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동안 미래혁신위의 연구 결과가 외부에 잘 공유되지 않아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며, “내년 중에는 그동안의 성과를 공유하고 정부, 국회, 언론, 회원사가 참여하는 포럼을 개최해 도시가스의 미래 지향적 역할에 대한 정책 토론의 장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LNG 직도입 확대, “공정한 게임의 룰 지켜져야" 최근 산업용 LNG 직도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해외법인을 활용한 도입 사례가 늘어나는 등 도시가스 공급체계 왜곡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송 회장은 “국가 수급체계 보완이나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LNG 직도입의 순기능과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하며 민간기업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법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거나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행위가 없는지 '공정한 게임의 룰'이 엄격하게 지켜지는가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특히 석유화학 업종 등에서 신설 수요를 위한 직도입이 기존 도시가스 수요를 잠식하는 사례가 제기되고 있으나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지적하며, “시장 교란 행위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또 다른 규제가 될 수 있어 정부도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안다.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산업부와 지속 협의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가스산업 구조개편 관점에서 도시가스사 역시 재판매가 아닌 자사 고객 공급 용도로 해외에서 직접 원료를 조달하는 '원료조달 선택권' 등 다양한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히트펌프 공세엔 '가스 하이브리드'로 상호보완 기후부 등에서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에 따른 타격 우려에 대해서는 '대립'이 아닌 '상호보완' 전략을 제시했다. 송 회장은 연소 중심 난방에서 전기화로 가는 세계적 추세를 인정하면서도, “전기화는 계통 안정화와 국민 편익, 사회적 비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히트펌프는 혹한기에 성적계수(COP)가 1 이하로 떨어져 추가적인 가스 난방이 필요하다"며 “일반 계절에는 히트펌프를 쓰고, 한파나 전력피크 시에는 가스 열원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탄소 감축과 전력계통 안정을 동시에 확보하는 현실적 대안이며 유럽에서도 추진 중인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안전관리와 세제 개선 등 업계 내실을 다지기 위한 구체적인 구상도 밝혔다. 협회는 미래시스템위원회를 통해 34개 회원사의 상이한 안전관리 역량을 상향 평준화하기 위한 '빅데이터 기반 안전관리시스템 표준 모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송 회장은 “사물인터넷(IoT) 기법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과학적인 안전관리 체계가 확립된다면, 안전 수준에 따라 정밀안전진단 주기(현재 5년 획일화)를 등급별(A등급 7년, D등급 3년 등)로 차등화하는 합리적인 규제 개선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LNG에 가해지는 과도한 세제 혜택 불균형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송 회장은 “LPG는 서민연료라는 명목으로 개별소비세 인하 및 수입부과금 면제 혜택을 받고 있으나, 현재 LPG의 60%는 산업용으로 소비되고 있다"며 “반면 LNG는 LPG 대비 3배 높은 개별소비세를 부담하고 있어, 이러한 세제의 역진성은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