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원전 “국내 전력 10% 책임…K-원전 수출 확대”

경상북도 울진에서 현재 가동 중인 신한울 1·2호기의 국내 발전량 비중은 각각 1.5%, 총 3%를 차지한다. 2024년 기준 신한울 1호기가 연간 생산한 8800GWh(기가와트아워) 전력은 서울 전체 전력 소요량의 18%에 해당한다. 오는 2033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 신한울 3·4호기 발전량은 각 3.4%, 총 6.8%로 예상된다. 신한울 3·4호기 가동 시에는 연간 2만358GWh 생산이 가능해 서울 전력 소요량의 40%, 총 484만 가구에 안정적 전력 수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울진의 신한울 원전 4기가 국내 전체 전력의 10% 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산업 육성으로 예상되는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해 신한울 1~4호기가 주목받는 이유다. 중동전쟁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 공급망 수급 불안에 따라 전력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안정적이면서도 비용 경쟁력을 갖춘 원전이 중돌발 에너지 리스크를 줄임과 동시에 에너지 안보, 한국형 'K-원전' 수출 확대에도 기여하는 국가 에너지원으로 꼽히고 있다. 신한울 원전은 독보적 국내 기술로 지어진 1400MW(메가와트)급 신형경수로(APR1400)다. 운영 기간은 60년으로 기존 원전(40년)보다 수명이 20년 늘어났다. 지진에 대비, 내진 성능도 기존 0.2g(규모 6.5)에서 0.3g(규모 7) 수준으로 대폭 강화됐다. 특히, 제3세대 신형원자로로 꼽히는 신한울 1·2호기는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노형(원자로 또는 용광로의 형태)과 같다. UAE 바라카 원전, 이집트 수주 계약 체결 등 세계 6번째 원전 수출국이 된 우리나라가 추가로 해외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인 모델이다. APR1400 국산 원전 건설·운영 경험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이란 목표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4일 본지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운영·관리 중인 울진의 신한울 원전을 찾았다. '가급' 국가 보안시설인 원전은 출입 절차부터 까다로웠다. 사전에 출입 허가를 받았지만, 삼엄한 경계 속에 여러 번의 신분 확인을 거쳐 내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휴대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도 차량에 두고 나와야 했다. 신한울 1·2호기는 지난 2010년 착공에 들어가 2024년 4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원자로 건물높이만 76.66m, 아파트 27층 높이로 시선을 압도했다. 김종인 한수원 차장은 “돔 구조로 굵은 철근을 동그랗게 빙 둘러 묶어 강한 압력을 형성시킨 뒤 콘크리트를 타설했다"며 “내부 기압을 외부보다 낮게 유지해,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새 나가지 못하고 외부 공기가 안으로만 빨려 들어가게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울 1·2호기에 투입된 철근은 10만3000t, 63빌딩에 쓰인 양의 13배 많다. 신한울 원전의 외벽 두께는 122cm, 주증기 배관 등은 195cm에 달했다. 20~30cm 아파트 외벽과 비교해도 4~5배 이상 두껍다. 실제로 미국에서 원전 외벽과 같은 조건의 실험으로 27t의 팬텀기를 시속 800km 속도로 충돌한 결과, 비행기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지만 콘크리트 외벽은 5cm 정도 손상에 그쳤다. 발전소 내벽을 덮은 상아색의 특수 방호도장은 물과 불, 방사선으로부터 구조물을 보호하는 구조로 돼 있었다. 화재에 대비한 붉은색의 방화설비 배관들도 눈길을 끌었다. 비상 발전기 등 핵심 설비는 지상에 위치하고, 방수문까지 버티고 있어 침수 우려도 없다는 게 한수원 설명이다. 김 차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쓰나미로 지하에 있던 비상 발전기가 침수됐다"며 “당시 핵연료 냉각에 실패해 수소가 폭발했던 사고와는 전혀 다른 구조"라고 강조했다. 신한울 원전을 총괄 통제·관리하며 비행기 조종석 역할을 하는 주제어실은 '원전의 두뇌'라 불린다. 총 6개조가 3교대로 근무하는 구조다. 주제어실 근무자들은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공간에서 실시간 발전소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식사도 배달시켜 먹는다고 했다. 주제어실 제어 설비는 발전소의 안전을 위해 삼중으로 설계돼 있다. 전체 제어 설비는 디지털이지만, 아날로그 보드판도 정착돼 있다. 디지털 제어반이 고장났을 때 백업할 수 있는 설비다. '원전정지 제어실'은 근로자들의 상주가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해 발전소를 안전한 상태로 정지하고 유지하기 위한 공간이다. 일반인들 눈에 띄지 않는 은밀한 곳에 위치해 있다. 황민호 신한울 운영실장은 “근무시간 내내 긴장의 연속으로 퇴근 후에도 회사에서 전화 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며 “국가 에너지 공급이라는 임무의 무게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터빈룸은 전기가 생산되는, 발전소의 최종 단계다. 물이 핵연료 사이를 지나 데워지고, 데워진 물이 증기발생기에서 열교환한 뒤 증기가 돼 들어오는 구조다. 내부는 한겨울에도 40℃를 웃돈다. 터빈룸으로 들어온 고압, 고온의 증기는 고압터빈, 저압터빈의 날개를 분당 약 1800회 돌린다. 이어 터빈에 연결된 발전기에서 전기가 생산된다. 푸른색 물이 반짝이는 수조에는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돼 있다. 물이 방사선을 막는 가장 훌륭한 차폐체 역할을 해 수조에 보관하는 것이다. 원전은 18개월에 한 번씩 계획예방정비를 한다. 이때 사용한 연료의 1/3을 사용후핵연료저장조로 옮기고 신 연료로 교체한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현장에서는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토사를 실어 나르고, 거대 크레인이 구조물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공사장 면적은 140만 제곱미터. 월드컵 경기장 197개를 합친 규모다. 신한울 3호기는 원자로 격납건물 철판을 설치하는 공정이 진행 중이다. 4호기는 최초 콘크리트 타설을 앞두고 원자로 건물 기초 지반을 다지고 있다. 바다 쪽으로는 해안선을 건드리지 않고 해저 터널을 뚫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냉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바다 깊은 곳에서 차가운 물을 끌어오고, 데워진 물은 다시 심해로 돌려 보내는 구조다. 지난 2023년 6월 공사에 착수한 신한울 3·4호기의 종합 공정률은 올해 4월 말 기준 29.8%다. 오는 2033년 10월 준공이 목표다. 총사업비 12조3000억원이 투입된 거대 국가 프로젝트다. 문재인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에 따라 사업이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사업은 지난 2016년 1월 한수원이 건설 허가를 신청하면서 본격 시작됐다. 하지만, 2017년 10월 에너지전환 로드맵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이후, 2022년 7월 윤석열 정부 들어 새정부 에너지정책에 따라 사업이 재개됐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되면서 건설 사업은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다. 신한울 1·2호기에 3·4호기가 추가로 건설되면 울진은 한울 원전 6기 포함, 대형 원전 10기가 밀집한 최대 원전단지가 된다. 한수원에 따르면, 국내 원전은 총 26기, 이 가운데 15기가 가동 중이고, 10기는 정비가 진행되고 있다.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은 2024년 기준, 원전이 31.7%,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가 각각 28.07%를 차지한다. 원전 10기가 멈춰 서면서 원전 이용률은 현재 60%대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원전 이용률을 향후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와 한수원은 원전 수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UAE 바라카 원전,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에 이어 베트남 등에도 신규 원전 수출을 진행 중이다. 신한울 공사 현장에 붙어 있는 '최고의 안전! 신뢰의 K-원전'이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황희진 한수원 공사관리부장은 “우리가 짓는 것은 단순한 발전소가 아니다"며 “세계가 우러러보는 가장 안전한 원전, 'K-원전'이라는 책임감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가스안전공사, 홍콩·몽골에 가스안전 기술 전수

가스안전공사가 수소 등 고압가스 분야의 안전 기술과 경험을 해외에 전수해주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18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스안전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한국가스안전공사는 홍콩과 몽골에 관련 기술과 역량을 전수해주고 있다. 가스안전공사는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홍콩을 방문해 홍콩 정부 산하 전기기계서비스부(EMSD)와 가스·수소 안전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홍콩 국제 수소개발 심포지엄'에 참석하고 있다. 양 기관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가스·수소 안전관리 정책 교류 △안전기준·검사·인증체계 협력 △기술정보 및 전문가 교류 △수소 안전관리 역량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수소개발전략을 발표하고 수소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수립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수소 안전관리 체계와 기술에 관심을 보이며 가스안전공사에 협력을 요청했다. 이번 방문은 한국의 가스·수소 안전관리 경험과 기술을 공유하고 양 기관 간 협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추진됐다. 홍콩이 한국의 수소안전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수소경제종합포털에 따르면 현재 등록 수소차는 4만6168대로 세계에서 가장 많고, 수소충전소 453기, 수소 생산량 268만톤을 자랑하고 있다. 수소는 탄소 배출이 없어 궁극적 연료, 원료로 각광받고 있지만, 우주에서 가장 가벼운 물질이어서 이를 상업화하려면 안전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가스안전공사는 수십년 고압가스 안전기술을 바탕으로, 수소분야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안전 기술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가스안전공사는 최근 몽골과도 한·몽 가스안전 기술 국제 컨퍼런스 행사를 개최하고 안전 기술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국제협력단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시행기관인 공사의 사업 진행과정에서, 국내 관련 기업들에게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함과 동시에, 양국의 실질적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사업자간 정보교류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서원석 가스안전공사 안전관리이사는 “몽골의 가스 안전관리에 대한 수요에 한국의 노하우와 기술력이 만나면 큰 시너지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양 국가의 가스안전 협력에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몽골 사회가 안전한 에너지 전환에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에너지 위기 내게 맡겨라”…석탄·바이오 다 잡은 LX인터내셔널 ‘주목’

중동 사태 장기화로 석유, 가스 수급이 어려워지자 대체자원인 석탄과 바이오연료가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유연탄 가격은 탈석탄 시대에 가격이 점차 오르고 있으며, 국내 바이오연료 정책은 상반기 내로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석탄과 바이오연료를 모두 사업군으로 두고 있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18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유연탄 가격(중국 칭다오 도착가 기준)은 올해 1월 4일 톤당 101.7달러에서 5월 19일 기준 119.6달러로 올랐다. 유연탄 가격 상승 원인은 중동 전쟁으로 카타르 등 중동산 LNG 공급이 어려워지자 각국이 LNG발전 대신 석탄발전을 가동해 석탄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봄철 미세먼지 대책으로 석탄발전 가동률을 줄여왔으나, 올해는 이를 해제하고 가동률을 높였다. 중동은 세계 LNG 공급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유연탄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의 가격예측에 따르면 호주산 유연탄 가격은 올 2분기 114달러, 내년 2분기 117달러, 2028년 2분기 120달러, 2028년 4분기 122달러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연료의 원료인 팜 오일 가격은 중동 전쟁 전인 2월 말 톤당 4000링깃(MYR)에서 전쟁 후 4월 3일에는 4776링깃까지 치솟았다가 5월 중순 현재 4420링깃을 보이고 있다. 팜 오일은 2022년 4월에는 러-우 전쟁 영향으로 7130링깃까지 치솟은 바 있다. 팜 오일은 과자류를 튀기는 식용유로도 쓰이고, 자동차용 경유나 선박 연료에 섞어 쓰는 바이오연료의 원료로도 쓰인다. 우리나라는 자동차용 경유에 4%의 바이오디젤을 의무혼합해 사용하고 있다. 바이오디젤은 폐식용유 등도 쓰이지만, 대부분은 팜 오일 기반으로 제조된다. 정부는 석유 수급난에 대처하고, 탄소 감축 차원에서 바이오연료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바이오디젤 의무혼합률을 더 높이고, 바이오선박유와 바이오항공유도 정식 도입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내로 관련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석탄과 바이오연료 사업군을 모두 영위하고 있어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회사는 인도네시아 감(지분 60%) 탄광, 중국 신전(지분 30%) 탄광을 보유 및 운영하고 있다. 생산량은 각각 연 1400만톤, 600만톤이다. 또한 회사는 인도네시아에 3개의 팜 오일 농장을 지분 100%로 운영하고 있다. 연간 생산량은 PAM 농장 9.1만톤, TBSM 농장 5.8만톤, GUM 농장 4.1만톤이다. 특히 가공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처리하면서 나오는 메탄을 포집해 바이오가스 발전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여기에서 얻은 연간 10만톤의 탄소배출권과 현지 하상 수력발전사업을 통해 얻은 연 21만톤의 탄소배출권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 4조2113억원, 영업이익 108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 증가, 6.8% 감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자원 시황 회복과 트레이딩 부문의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큰 폭의 수익성 개선 흐름을 보였다"며, “자원 및 물류 시황 변동성 확대라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핵심 자산 운영 효율화와 안정적인 현금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니켈·보크사이트·구리 등 미래 유망 광물에 대한 투자, 신시장 발굴 및 신사업 확대, 에너지인프라·전력솔루션 등 신성장 분야 진출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및 전환을 가속화하고, 가시적인 성과 창출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후에너지 단상] 5월 이른 더위에 한숨 돌리는 전력당국…태양광 시대의 아이러니

5월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자 전력당국이 오히려 한숨을 돌리고 있다. 통상 더위는 전력수급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의 순간 발전비중이 급격히 커진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일정 수준 이상의 냉방수요가 전력망 안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단순히 발전설비를 늘리는 문제를 넘어 전력수급 시스템 자체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면이다. 특히 봄철처럼 날씨가 맑고 전력수요가 낮은 시기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오히려 정전 위기를 키우는 등 전력망 운영 부담이 커진다. 전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남아도는 전력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시대다. 18일 전력거래소 전력수급현황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12~13시 총 전력수요는 6만1000~6만3000메가와트(MW)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 태양광 발전 비중은 45~46%대였다. 전력당국은 이번 16~17일 주말을 전력수급의 최대 고비로 봤다. 전국이 맑을 것으로 예보되면서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공장이 쉬다보니 전력수요가 평일에 비해 낮게 나타난다. 이에 태양광 비중도 더 높아진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더위가 변수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구 낮 최고기온이 33도, 김천은 34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이 31도 안팎의 초여름 날씨를 보였다. 냉방수요가 늘면서 전체 전력수요가 지난 1일과 비교하면 약 4000MW가량 증가했고 덕분에 태양광 비중도 5%포인트(p) 정도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처음으로 태양광 발전량 비중이 순간 50% 넘었던 노동절 휴일이던 지난 1일을 봐보자 . 당시 오후 12~13시 총 전력수요는 5만7000~5만9000MW 수준에 머물렀고 태양광 발전 비중은 순간적으로 49~50%까지 치솟았다. 사실상 국내 전력의 절반 가까이를 태양광이 공급한 셈이다. 이어 10일에는 총 전력수요는 5만5900~6만1000MW 수준으로 올랐고 태양광 비중은 48~49%대를 기록했다. 한 해 전체 발전량으로 보면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남짓이다. 그러나 해가 쨍쨍한 낮시간대에는 발전량 비중이 50%까지 올라간다. 겉으로 보면 친환경 전력이 늘어난 긍정적 장면처럼 보이지만, 전력망 운영 측면에서는 오히려 긴장감이 커졌다. 전력망은 공급과 수요가 실시간으로 정확히 맞아야 유지된다. 그런데 태양광은 구름 양과 일사량에 따라 발전량이 급변한다. 봄철처럼 전력수요는 낮고 햇볕은 강한 날에는 공급이 수요를 지나치게 압박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태양광 발전의 가동을 제한하는 출력제어까지 시행된다. 결국 전력망 운영에서 남는 전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가 추가되고 있다. 실제 정부가 최근 산업용 계시별 요금제를 개편하고, 봄·가을 주말 낮 시간 전기차 충전요금을 할인한 것도 같은 이유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은 지난달부터 산업용 계시별 요금제를 개편해 낮에는 비싸고 밤에는 싼 구조를 일부 뒤집었다.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오전 11시~오후 3시 구간 요금을 낮추고 저녁 피크 시간대 요금을 높이는 방식이다. 전기차 충전요금은 봄·가을 주말과 공휴일 오전 11시~오후 2시에는 공공 급속충전기와 자가용 충전기의 전력요금을 최대 50% 할인해준다. 이는 전체 충전 요금 기준 약 12~15%가 할인되는 효과다. 그렇다고 여름 폭염도 전력수급에 우호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7~8월 폭염은 높은 습도와 열대야로 냉방수요가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수요 자체가 지나치게 높게 오래 유지되기 때문에 공급 부담은 여전히 크다. 반면 지금의 5월 더위는 건조해서 그늘에 있으면 비교적 시원하다. 또한, 해가 지면 온도가 급속도록 하락한다. 5월 더위는 낮 시간 수요만 적당히 늘리는 수준에 그친다는 차이가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이제 단순히 발전소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소비 패턴과 전기요금 체계까지 바꾸는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폭염과 한파가 전력당국의 최대 걱정이었다. 이제는 봄철 맑은 하늘이 더 무서운 시대가 되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태양광은 전력 공급자원보다 수요자원에 가깝다

마트나 커피숍에서는 현금 대신 포인트를 지급한다. 소비자는 뭔가 보상받는 기분이 들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 증가에 더 유리하다. 현금을 돌려주면 소비가 끝나지만, 포인트로 지급하면 고객은 다시 매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사람들은 포인트를 아끼기보다 그 매장을 더 자주 이용하게 된다. “포인트도 있는데 하나 더 사자"라는 심리도 작동한다. 최근 자가용 태양광 상계거래 구조를 보며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현재 상당수 자가용 태양광 사용자는 낮 시간 남는 전력을 계통으로 보내지만 이를 즉시 현금화하기보다 이후 전기요금 차감 형태로 상계받는다. 전기를 생산해 판매했지만 결국 다시 미래 전력 소비 안에서만 사용하도록 유도되는 구조다. 더 흥미로운 점은 여기서 부가가치세 문제까지 등장한다는 점이다. 상계거래 구조에서도 사용자가 생산한 전력을 판매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부가세는 부과된다. 즉 거래는 '판매'로 계산되지만 정작 수익은 현금처럼 자유롭게 활용하기보다 미래 전기요금 차감 안에 머무는 구조다. 포인트는 현금처럼 자유롭게 사용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판매 거래로 간주돼 별도 세금이 부과되지는 않는다. 반면 자가용 태양광은 판매 거래로 계산돼 세금은 발생하면서도 경제적 활용은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물론 전력망 안정성과 정산 효율 측면에서 일정한 이유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구조에서는 수요자가 중앙 전력망 의존도를 실제로 줄이는 방향보다 다시 계통 안에서 소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유도될 가능성이 크다. 이 구조는 현재 재생에너지 정책이 여전히 태양광을 중앙집중형 발전소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최근 봄철 한낮 전력시장에서 태양광 발전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숫자를 기존 화력발전소와 같은 관점으로만 바라보기 시작하는 순간, 오히려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치게 된다. 실제 전력망 관점에서 태양광은 기존 중앙집중형 발전소와는 다른 계통 효과를 가진다. 특히 산업단지, 공장, 건물, 데이터센터처럼 수요지 인근에 설치된 태양광은 장거리 송전을 위한 발전소라기보다 전력망이 감당해야 할 부하 자체를 줄이는 자원에 가깝다. 예를 들어 공장이 낮 시간 10MW의 전력을 사용할 예정인데 자체 태양광으로 4MW를 충당한다면, 계통 입장에서는 4MW 발전소가 새로 생긴 것이라기보다 4MW의 수요가 사라진 것에 더 가깝다. 송전 부담도 줄고 지역 계통 부하도 감소한다. 반면 산을 깎아 계통 말단에 대규모로 설치된 태양광은 자연 훼손 문제뿐 아니라 송전망 부담과 출력제어 문제까지 함께 증가시킬 수 있다. 낮 시간 발전량이 급증하면 계통은 과잉 공급을 감당해야 하고, 해가 지면 다시 대규모 전력을 빠르게 투입해야 한다. 이른바 덕커브(Duck Curve) 현상이다. 결국 송전망 증설, 예비력 확보, 출력제어 비용은 공공 계통이 부담하게 된다. 문제는 현재 정책 구조가 이런 계통 부담을 충분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전기요금은 단순 발전원가뿐 아니라 송전망 유지와 계통 안정화 비용까지 얼마나 반영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이것은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확대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 중앙 전력망 의존 비용이 현실적으로 반영될수록 산업단지와 기업들은 자체 소비를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어떤 기업은 ESS를 설치할 것이고, 어떤 공장은 열병합 발전을 선택할 수 있다. 어떤 사업장은 전력 사용 시간 자체를 조정하는 수요관리 방식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또 어떤 곳은 공정 효율 개선이 가장 저렴한 탄소감축 수단이 될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정책이 특정 기술의 승패를 미리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가장 낮은 비용으로 전력망 부담과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가를 경쟁하게 만드는 구조에 있을 것이다. 재생에너지 시대의 핵심은 단순 발전량 경쟁이 아니라 중앙 전력망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에 가까워지고 있다. 태양광 역시 기존 발전소의 대체재보다 분산형 수요자원으로 재정의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bienns@ekn.kr

한전 건설 UAE원전 드론 공격에 화재…“방사능 이상 없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단지가 17일(현지시간) 드론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다. 아부다비 정부 공보청에 따르면 알다프라 지역 바라카 원전 내부 경계 외곽에 위치한 발전기가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불이 났으며, 긴급 대응이 이뤄졌다. 원전 내부 경계는 원자로 격납건물과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 주제어실 등 핵심 설비가 위치한 구역이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방사능 안전 수준에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UAE 연방원자력규제청(FANR) 역시 원전 핵심 시스템이 정상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UAE 당국은 이번 공격의 배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UAE 국방부는 서쪽 국경 방향에서 접근한 드론 3대 가운데 2대는 요격했지만, 1대가 원전 인근 발전기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발사 원점과 공격 경위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추가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UAE 측으로부터 바라카 원전의 방사능 수치가 정상 범위이며 부상자도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원전 3호기에는 현재 비상 디젤 발전기를 통해 전력이 공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원전 안전을 위협하는 군사 활동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바라카 원전은 한전이 수주해 건설한 첫 해외 원전이다. 한전이 자체 개발한 APR1400 노형이 적용된 중동 최초의 상업용 원전으로 2009년 수주 이후 2024년 4개 호기(총 5600㎿)가 모두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현재 UAE 전체 전력 수요의 약 25%를 공급하고 있다. 4개 호기로 구성된 바라카 원전은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약 280㎞ 떨어진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서쪽 국경과의 직선거리는 약 60~70㎞다. 여기에는 한전과 한수원 등 한국 인력 약 380명이 상시 근무하고 있다. 외교부와 한전은 한국인 직원들의 피해보고는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이란 매체들은 이미 UAE의 원전이 이란군의 공습 표적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방사능 물질을 담고 있는 원전은 전쟁에서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개전 초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진영에 있던 자포아지 원전을 공격했다. 이후 이 원전은 러시아로 넘어가게 됐다. 그러자 최근 우크라이나는 이 원전에 드론 공습을 가하고 있다. 이처럼 원전이 주요 공격 대상이 됨에 따라 방어체계가 핵심 부대시설로 부각되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가장 저렴해진 두바이 유가…글로벌 석유시장 무슨 일?

미-이란 전쟁으로 한때 배럴당 170달러에 육박하던 중동산 두바이 유가가 지금은 오히려 가장 싼 유종이 됐다. 아메리카 대표 유종인 WTI와 유럽 대표 유종인 브렌트 유가가 오히려 더 비싸졌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아시아 시장은 리스크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이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석유 수출인프라 공격과 멕시코 정유소의 화재 등으로 유럽과 북미권은 변수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18일 글로벌 석유시장에 따르면 현재 중동 두바이 유가는 배럴당 102.6달러인 반면,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107.3달러, 유럽 브렌트 유가는 110.4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 대표 유종인 두바이유 가격이 다른 유종보다 내려가기는 미-이란 전쟁이 발발한 2월 말 이후 처음이다. 원래 두바이유는 성상이 가장 무거워 다른 유종보다 가격이 가장 저렴했다. 성상이 무거우면 고가 제품인 휘발유, 제트유 등이 덜 생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2월 말 미-이란 전쟁 발발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두바이 유가는 이전 70달러 초반에서 3월 23일에는 169.8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의 우회 수출로 원유 수급에 다소 숨통이 트이면서 점차 내려가기 시작해 4월 21일에는 전쟁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 아래인 94달러를 기록했다. 전쟁 장기화 속에 최근 열린 미-중 정상회담이 중동 사태에 별 효과없이 끝나자 다시 100달러 위로 오른 상태다. 브렌트 유가 상승은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석유 수출인프라 공격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달 초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북서부 레닌그라드주의 프리모르스크항의 석유 인프라를 공격했다. 프리모르스크항은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 및 석유제품을 수출입하는 러시아 서부지역 최대 에너지 항이다. 또한 흑해 연안의 노보로시스크 항구에 정박해 있던 유조선 2척도 공격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4월에만 러시아 석유 시설을 최소 21회 타격했다. 주 공격 대상은 정유시설, 석유 수출터미널, 석유 파이프라인 등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월간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4월 원유 생산은 전년 동월보다 하루 46만배럴 감소한 880만배럴, 수출량은 전월보다 하루 9만배럴 줄어든 703만배럴을 기록했다. 하지만 유가 상승으로 러시아의 4월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액은 191억8000만달러로, 전월의 190억달러보다 소폭 증가했으며, 전년 동월보다는 62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WTI 가격 상승은 북미 대륙의 본격적인 드라이빙 시즌으로 제품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 16일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의 정유공장에서 정비 작업 중에 화재가 발생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작업자들이 증기 배출 및 환기 작업을 진행하던 중 잔류물 저장탱크 외부에서 불이 시작됐다. 불은 재빨리 진화됐으며, 인명피해는 없었다. 페멕스는 정유시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유지 보수 작업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메리카 대륙은 미국, 캐나다, 가이아나, 베네수엘라 등에서 원유가 가장 안정적이고,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작은 화재 소식에 가격이 반응하는 것은 그만큼 현재 글로벌 수급 상황이 팽팽한 긴장 상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최고가격제의 연착륙을 준비해야

지난 3월 13일부터 시헹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사회 안정에 절대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최고가격제가 아니었다면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여당에게도 최고의 선거 전략이 된 셈이다. 그런데 최고가격제는 공짜도 아니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이제는 최고가격제의 연착륙을 걱정할 때다. 언제, 어떻게 종료할 것이고, 정유사에 무작정 떠넘겼던 최고가격제의 사회적 비용을 공정하게 정리할 묘책을 찾아내야 한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기 국제 원유 공급망을 강타했다. 휘발유·경유·항공유와 같은 석유제품의 가격이 치솟고, 공급이 불안해졌다. 우리나라 기름값의 기준인 싱가포르 석유 시장에서 휘발유는 배럴당 79.64달러에서 134.28달러로 68.6%나 올랐고, 경유는 배럴당 92.90달러에서 178.67달러로 92.3%나 뛰어버렸다. 미국의 기름값도 예외가 아니다. 휘발유는 35.6%가 올랐고, 경유는 47.1%나 뛰었다. 원유 공급의 70%를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가 받은 충격이 가장 심각하다. 지난 4월의 원유 도입량은 평소의 57%까지 떨어졌다. 그런데도 우리의 기름값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2월 말 리터당 1616원이었던 휘발유가 4월 말에는 1929원으로 19.3% 올랐고, 리터당 1545원이었던 경유가 1918원으로 24.1% 올랐을 뿐이다. 최고가격제가 아니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이 아니라 3000원을 넘어설 것을 걱정하고 있었을 것이다. 석유사업법 제23조에 명시된 최고가격제는 1997년 '유가 자유화'의 과정에서 등장한 제도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시행하지 않았던 낯선 비상조치다. 정부가 시장의 가격 결정 기능을 강제로 정지시키고,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공장도 가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극약 처방이다.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는 정부의 준비가 턱없이 어설펐다. 최고가격을 결정하는 원칙도 없었고, 비상조치의 종료에 대한 고민도 없었다. 역시 석유사업법 23조에 명시된 최고가격제의 '손실 보전 규정'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 지난 2달 동안 정유사가 주장하는 '손실'의 규모는 무려 3조1557억 원이나 된다. 등심·갈비와 똑같이 연상품(連商品)인 휘발유·경유의 회계학적 특성을 무시한 '원가'를 들먹일 때가 아니다. 휘발유의 '원가' 논란은 회계사 출신이라고 목청을 높였던 15년 전 최중경 산업부 장관에 의해 확실하게 정리된 일이다. 어설프게 '정제 마진'을 들먹일 때가 아니다. 정유사의 손실 보전은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MOPS)을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다. 애꿎은 '정제 마진'을 들먹일 일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물가 안정을 위해 엄청난 재정적 불확실성을 기꺼이 감수한 정유사에게 감사해야 하는 형편이다. 최고가격제의 부작용도 심각했다. 소비자가 원유 공급망 붕괴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휘발유·경유보다 종량제 봉투의 수급을 더 심각하게 걱정하는 현실은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휘발유·경유의 적극적인 소비 억제에는 실패했다. 정부가 시늉이라도 내고 싶었던 자동차 5부제·2부제도 어정쩡하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국제 석유시장에서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크게 치솟은 것도 걱정이다. 싱가포르 국제 석유시장에서 경유는 휘발유보다 33%나 더 비싸게 거래된다. 미국에서도 경유는 갤런당 5.46달러로 휘발유 4.18달러보다 31%나 더 비싸다. 지난 4월 6일에는 싱가포르 시장에서 경유가 국내보다 1000원 이상의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경유가 싸구려 기름이라는 우리의 낡은 인식은 서둘러 바로잡아야 한다. 이제 유류세로 시장을 왜곡하는 일은 포기해야 한다. 정유사가 부당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도 조심스러운 것이다. 석유사업법에 따른 60일 치의 원유 재고에서 발생하는 단기적 수익은 치솟은 원유 도입비를 충당하는 용도에 꼭 필요한 것이다. 정부가 원유 2억7300만 배럴과 나프타 210만 톤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추가 수익 덕분이었다. 더욱이 국제 원유가가 떨어질 때는 정유사가 재고에 따른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이제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촉발된 정유산업에 대한 맹목적인 거부감은 청산해야 한다. 최고가격제의 연착륙을 위한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길은 하나뿐이다. 휘발유와 경유의 최고가격을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MOPS)에 점진적으로 근접시키는 것이다. 물론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고공 행진을 계속하는 상황에서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꼼수가 있는 것이 아니다. bienns@ekn.kr

김소희 의원, 석탄발전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 통합대안 발의…“노동자 보호·지역 지원 우선”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에 따른 지역경제 충격과 노동자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특별법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은 15일 국회에 계류 중인 17개 석탄발전 폐지지역 지원 법안을 통합한 대안 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은 탈석탄 정책의 방향성과 별개로, 발전소 폐지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과 노동자 지원 체계를 우선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석탄발전 폐지지역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이재명 정부의 '2040년 석탄발전 전면 폐지' 로드맵과 지원 대책이 한 법안에 혼재되면서 논의가 지연돼 왔다. 김 의원은 탈석탄 로드맵은 별도 입법으로 분리하고, 시급한 노동자·지역 지원 법안부터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관련 법안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로 회송된 이후에도 논의가 지연되자 충남도청과 보령시청 등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번 통합 법안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폐지 예정 석탄화력발전소의 기반시설을 활용해 무탄소 발전 등 대체 에너지 산업을 우선 육성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전력수급과 계통 안정성 확보가 필요할 경우 일부 발전기를 '안보전원발전기'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도 포함됐다. 특히 노동자 보호 조항이 강화된 점이 눈에 띈다. 정부와 발전사업자, 협력업체가 노동자의 고용 유지와 재취업 촉진을 위한 조치를 단순 권고가 아닌 법적 의무로 이행하도록 명시했다. 폐지지역 지원 계획 수립 과정에는 노동자 대표와 지역 주민 등이 참여하는 '지역전환 협의체'를 설치하도록 해 노동계 참여도 제도화했다. 김 의원은 법안 심사 과정에서 노동계 의견 수렴에도 나섰다. 지난 4월 한국노총과 전력연맹, 공공노련 등이 참여한 긴급 간담회를 열어 현장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고, 이후 정부가 관계 부처와 노동계 의견을 반영해 여야 17개 법안을 통합한 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소희 의원은 “태안 등 석탄발전 폐지지역은 일자리와 성장 기회를 잃은 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원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와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발표 한 달 남은 공공기관 경평…‘계엄 연관’ 전수조사 변수 부상

오는 6월 발표 예정인 2025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앞두고, 최근 불거진 한국중부발전의 '계엄 대응 문건' 논란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계엄 관련 지침·협조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면서 공기업 내부 긴장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16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한 발전공기업의 '계엄령 선포 시 비상대응 조치계획' 문건 논란 이후 산하 공공기관 전반에 대해 계엄 관련 대응 문건이나 협조 정황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앞서 중부발전은 지난해 12월 '계엄령 선포 시 비상대응 조치계획'이라는 제목의 내부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문건에는 비상대책 조직 구성, 출입통제 강화, 계엄사령부 및 정부 지침에 따른 대응 등의 내용이 담겼다. 중부발전 측은 “비상상황 대응을 위한 내부 절차서일 뿐 계엄 동조와는 무관하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기후부는 현재 감사와 포렌식 조사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번 논란이 중부발전에만 그치지 않고 전체 공공기관 경영평가 분위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지금 공기업 내부에서는 혹시라도 과거 비상근무 지침이나 대응 문건 중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 있는지 상당히 민감하게 보는 분위기"라며 “사소한 연관성이라도 발견되면 경영평가나 기관장 거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이 기관 평가뿐 아니라 향후 기관장 교체, 조직 개편 논의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전직 공공기관장은 “경영평가 발표를 한 달 정도 앞둔 시점에서 이런 논란이 터진 것 자체가 조직에는 상당한 부담"이라며 “직원 사기나 내부 분위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이번 논란을 지난해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기본적으로 전년도 경영 실적과 경영관리 성과를 평가하는 제도인데, 계엄 문건 논란은 올해 들어 정치적으로 불거진 사안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공기업계 관계자는 “경영평가는 원칙적으로 지난해 실적과 운영 성과를 보는 것인데 올해 발생한 정치·사회적 논란까지 반영하는 것은 기준이 모호해질 수 있다"며 “감사 결과 문제가 확인되면 별개 책임은 따져야겠지만 경평과 직접 연결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 안팎에서는 공공기관의 윤리·책임 경영도 경영평가의 중요한 요소인 만큼, 감사 결과에 따라 일부 영향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새 정부 출범 가능성과 공공기관 개혁 논의가 맞물리는 상황에서, 이번 전수조사가 향후 공공기관 인사와 조직 개편 논의의 명분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실제 불법성이나 조직적 개입 여부가 확인된 단계는 아니지만, 공공기관들이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결국 감사 결과와 정부 판단에 따라 파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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