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인사이트] 12.3 계엄이 바꾼 한국 에너지 방향…원전에서 재생에너지로 급선회

12·3 비상계엄과 뒤이은 대통령 탄핵, 조기 정권교체는 한국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곡점이 됐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윤석열 정부는 원전 확대·수출을 전면에 내세우며 “원전 최강국"을 선언했지만, 새로 들어선 이재명 정부는 재생에너지·탄소중립·계통인프라 확충을 전면에 내세우는 동시에 석탄·LNG 등 화석연료 퇴출 기조를 더욱 분명하게 강화하며, 기존 에너지 전략과는 뚜렷이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원전을 중심에 두는 '탈탈원전' 정책을 내세웠다. 그러는 동시에 태양광은 적폐로 몰아 감사원을 통해 태양광 정책을 집중 감시하고, 정책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도 진행했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문 정부 동안 태양광 발전용량은 2017년 5062MW에서 2021년 1만8161MW로 259% 증가한 반면, 윤 정부 동안에는 2022년 2만975MW에서 2025년 3만35MW로 43%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7월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의 두코바니 원전 수주 경쟁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윤 정부의 탈탈원전 정책은 성공한 듯 보였다. 하지만 12·3 계엄 사태로 윤 대통령의 탄핵, 그리고 정권교체로 이어지면서 윤 정부가 내세웠던 에너지 정책의 상징성과 정책적 의미는 크게 퇴색되고 말았다. 올해 6월 제21대 대선에서 승리한 이재명 정부는 전반적으로 실용주의를 표방하면서 에너지 정책에서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 RE100 산업단지 조성,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2040년 탈석탄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원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관련 정책을 보면 실용주의적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원전은 지금 지어도 최소 15년 이상이 걸리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1∼2년이면 건설할 수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가야 한다"면서 “(원전은) 안전성이 확보되고 부지가 있으면 건설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은 얼핏보면 원전에 부정적인 듯 보이지만, 반대로 실현 가능성이 있다면 얼마든지 원전을 활용하겠다는 긍정적인 신호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 11월 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수명이 만료된 고리원전 2호기를 2033년 4월까지 재가동하는 결정을 내렸다. 안전성이 확인되면 노후 원전이든, 신규 원전이든 활용하겠다는 '원전 실용주의' 정책 기조를 확실히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이 정부의 에너지정책 핵심 방향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신규 대형원전 2기·소형모듈원전(SMR) 1기 계획은 공론화 후 재검토 △기존 노후원전 계속운전은 안전성 중심으로 판단 △석탄발전 전면 폐지 목표 유지·강화 △LNG 발전도 장기적으로 대부분 퇴출 △브릿지용 LNG 역할은 인정하되 '가능한 한 빨리' 축소 △에너지저장장치(ESS)·양수·가상발전소(VPP) 등 유연성 확보 강화 등으로 볼 수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원전에 너무 치우쳤고, 이재명 정부는 재생에너지-기후 중심이다. 한국은 고밀도 산업국가라는 특수성 때문에 균형이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원전 확대를 주저하면 AI·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대응이 어렵다"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 정책을 다루는 핵심 부처는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완전히 넘어갔다. 이는 정책 기조의 중심축이 '발전·산업'에서 '기후·환경·탄소중립'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에너지위원회·전기위원회 구성에서 기후·환경·시민단체 전문가 비중 대폭 확대 △발전·원전 중심에서 벗어나 계통·수요관리·분산형 전원 중심의 정책 설계 △화석연료 감축 공격적 추진 △전기·에너지 요금도 탄소중립 방향에 맞춰 정상화·균형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향후 수립될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전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과거 전력수급계획 수립에 참여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정책이 '기후부 중심 체계'로 재편된 것은 역사적 변화다. 다만 산업·전력계통의 현실과 충돌할 수 있어 정교한 이행계획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기존 정부들보다 산업정책·기술정책과의 연계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먼저 AI 3대 강국 전략과 초고품질 전력체계 구축이다. 데이터센터·반도체·AI 모델 전력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로 모든 전력을 충당하는 RE100 기반의 고품질 전력 공급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탄소중립 또한 단순 목표 제시가 아니라 △건물·수송·산업별 구체 감축 △CCUS·수전해·그린수소 등 신기술 활성화를 중심으로 실질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에너지신산업 육성·송전망 대전환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VPP·분산자원·스마트그리드 △에너지고속도로(HVDC 초고압 송전망) △에너지저장장치(ESS)·양수발전 등을 핵심 인프라로 육성할 방침이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계엄과 정권교체라는 극단적 정치 상황으로 인해 다시 한 번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원전의 신중한 유지·조정 △재생에너지는 대폭 확대 △화석연료 축소·퇴출 가속 △계통 인프라는 초고압 송전망·분산형 전원 대전환 △요금체계 정상화 △AI·탄소중립 중심 산업정책과 같은 변화는 단기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 에너지 패러다임 자체가 재편되는 신호에 가깝다. 이제 관건은 방향이 아니라 실행력이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AI·탄소중립·에너지신산업 전략이 실제로 한국의 전력·에너지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 수 있을지, 전력·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온실가스 국외 감축…“정부, 큰 그림 제시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지난달 정부는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를 확정했다.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를 줄이는 게 목표다. 61%를 감축한다고 했을 때, 지금부터 2035년까지 줄여야 할 부문별 연간 배출량을 보면 전력부문이 1억4830만톤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수송부문이 6070만톤, 산업부문의 6030만톤, 국제감축이 3400만톤, 건물이 2080만톤, 탄소 포집저장(CCS)이 2030만톤이다. 국제감축을 통해 해결해야 할 양이 4번째로 많다. 결코 만만치 않은 양이다. 파리기후협정이 체결되던 2015년 이후 정부가 해외 감축을 추진했지만, 아직까지는 손에 잡히는 성과는 전무하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세운 국외 감축 계획은 2030년 기준으로 연간 9600만톤이나 됐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트럼프 시대 COP30 결과와 향후 전망' 토론회에서는 파리협정 이행이 본격화한 국제 기후체제 속에서 한국의 해외감축(파리협정 제6조 메커니즘)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지난달 브라질 벨렝에서 마무리된 직후 열린 이날 행사에는 국회 김영배·김건·서왕진 의원을 비롯해 서울국제법연구원, 한국법제연구원, 한국기후변화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 ◇“파리협정 10년, 약속의 시대에서 이행의 시대로" 기조강연을 맡은 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서울국제법연구원장)은 COP30을 “국제 기후체제가 중대한 변곡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준 회의"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절차가 재개된 상황을 언급하며 “글로벌 리더십 공백, 미·중 경쟁, 기후협상의 재정치화가 맞물리며 국제질서가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떠나지만 반드시 돌아온다"며 “복귀 후 재편될 질서를 선제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능동적 기후외교가 지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파리협정 6조(국제감축)를 “단순한 탄소 크레딧 제도를 넘어 외교·산업·경제·안보가 결합된 국가 전략 플랫폼"으로 규정하며, 한국이 감축 기술·산업 역량을 활용해 개도국 협력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조계연 기후환경과학외교국 심의관은 기조발제에서 “이번 회의는 파리협정 10주년, 제1차 전지구 이행점검(GST) 이후 첫 COP이라는 의미가 컸다"며 “국제사회가 '이행 중심 체제'로 완전히 전환하는 분기점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2035 NDC를 발표하며 국제사회에서 호평을 받았고, 탈석탄 동맹(PPCA) 가입 등 주요 조치를 내놨다고 설명했다. 다만 회의 전반에서는 “국제적 기대와 현실의 격차, 선진국·개도국 간 재원 논쟁, 컨센서스 체제의 구조적 한계가 뚜렷했다"고 덧붙였다. ◇해외감축 논의 집중… “이제는 실적이 필요하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파리협정 제6조 국외감축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정부·산업계·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심층 토론을 벌였다. 파리협정 6.2조에 따른 국제 감축은 여러 나라가 협력해 감축 사업을 실시하고, 그 감축 성과(ITMOs)를 다른 나라로 이전해 자국의 NDC 달성에 활용하는 메커니즘이다. 김경혜 외교부 기후변화과장은 “6.2조 국제감축은 여러 국가가 협력해 만들어낸 감축 실적을 한 나라가 이전받아 NDC에 활용하는 제도"라며, 현재 한국은 9개국과 협력협정·MOU를 체결했고 몽골과는 세부 이행규칙까지 합의해 법적 기반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 규모가 아직 작아 대형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부처별 역할, 감축실적 배분, ODA와 국제감축의 경계 등 해결할 과제가 많다"고 했다. 홍승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국제감축팀 사무관은 한국 NDC에서 해외감축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며, “2030년까지 3750만 톤의 해외감축을 확보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크레딧 실적이 거의 없다"고 현실을 짚었다. 그는 “단순 부처 공모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 차원의 수요 창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팀장은 해외 감축으로 달성할 3400만 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톤당 2만2000원을 기준으로 7480억 원의 최소 예산이 필요하며, 이는 다년간에 걸쳐 거치해야 하므로 실제 재원은 더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초원 산업부 팀장은 몽골과의 협력을 사례로 소개했다. 정 팀장은 “울란바토르의 대기오염 문제 해결과 연계한 석탄 사용 개선, 측정·보고·검증(MRV) 체계 구축 등을 포함한 마스터플랜을 수립 중"이라며 “현지 수요에 기반한 실질적 감축사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업 분야는 산림파괴 방지를 통한 감축사업(REDD+) 등 대규모 감축이 가능한 영역으로 꼽혔다. 이우섭 산림청 해외자원담당관실 사무관은 “온두라스 등은 국가 단위로 수천만 톤의 감축 잠재력을 가진 국가"라며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참고 사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진솔 해양수산부 국제환경전략팀 사무관은 맹그로브 등 블루카본(해양 흡수원)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과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참여 민간 기업의 리스크 줄여야" 이 자리에서는 국제개발협력과 해외감축의 관계도 논의됐다. 손승희 한국국제협력단(KOICA) 팀장은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은 개도국 지원 목적이므로 감축실적(ITMOs)을 선진국이 가져가는 데 사용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법·제도·MRV 거버넌스 구축 등 감축사업이 가능해지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의 기여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은혜 한국법제연구원 기후변화·ESG법제팀장은 “탄소중립법의 국제감축 규정은 청정개발체제(CDM) 시대의 틀에 머물러 있어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COP30에서 확정된 이행규칙과 국제 룰을 반영한 국내법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 입장을 설명한 대한상의 김녹영 탄소감축인증센터장은 “투자 위험과 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이 선뜻 해외감축에 뛰어들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예비타당성 조사·조율 등을 국가가 일원화하고, 성과 기반의 확실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이대로 가면 2035년 NDC 달성이 어렵다"고 경고했다. 김 센터장은 민간 경제 주체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장기적 일관성과 제도적 효율성, 성과 기반의 재원 조달 방식 마련, 인센티브 제공 등을 주문했다. 해외 감축사업은 최소 3년이 걸리고 투자금 회수까지는 10년이 소요되므로, 장기간 일관된 정책과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여러 국가 기관이 특정 개도국과 각각 협상하면 개도국 입장에서는 국내 기관 중에서 입맛에 맞는 곳을 고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통합적 접근과 기관 간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이울러 자발적 탄소 시장(VCM)보다는 6조 메커니즘을 선택하도록 기업을 유도하기 위해, 배출권거래제에서 우수한 실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해외감축, '선택' 아닌 '필수'… 한국의 전략적 과제 이날 토론회 전체를 관통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한국은 이제 해외감축을 '선택지'가 아닌 '필수 수단'으로 인식하고, 국가 차원의 전략·거버넌스·법제·재원을 모두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리협정 제6조는 단순한 탄소 거래를 넘어, 외교력 확장과 개도국 협력, 한국 기술·산업의 해외 진출, 글로벌 기후경제 체제에서의 경쟁력 확보까지 연결되는 복합적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제 감축 업무를 총괄하는 주무 부처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고, 각 부처에 할당량이 정해진 것도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큰 그림의 메시지를 분명히 내놓을 필요가 있고, 우리 정부와 기업, 상대 호스트국 3자가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고, 기업의 참여를 위한 원스톱 지원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 기후질서를 설계하는 중견 리더 국가가 되어야 한다." 정서용 교수의 이 말은 한국이 맞닥뜨린 과제의 무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COP30을 지나면서 한국의 해외감축 전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재생에너지에 가려진 ‘수소경제’…묵묵히 갈길 간다

탄소중립에서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기화가 큰 역할을 하지만, 전기가 감당하지 못하는 영역도 있다. 대형 모빌리티의 동력원, 산업의 원료, 24시간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 등은 재생에너지에겐 한계의 영역이다. 이 부분은 수소로 대체할 수 있다. 그래서 수소경제는 당장 이익은 나지 않더라도 반드시 육성하고 발전시켜야 할 에너지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수소경제는 윤석열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에서도 가려져 있지만, 육성 책임을 맡고 있는 가스산업은 묵묵히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사장 최연혜)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제주도에서 1MW PEM 수전해 시스템을 활용해 그린수소 생산에 성공한 데 이어 5000시간에 이르는 실증 운전을 통해 지금까지 총 13톤의 수소를 공급했다고 2일 밝혔다. PEM(Polymer Elctrolyte Membrane)은 고분자 전해질 막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함으로써 부하 대응이 빠르고 장치 소형화가 가능한 차세대 수전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스공사는 2020년 당시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고 제주에너지공사가 주관하는 '그린수소 생산 및 저장 시스템 기술개발 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해 제주 행원풍력발전단지에 국내 최초로 1MW급 고압 PEM 수전해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이후 지난해 7월부터 실증 운전으로 생산된 수소를 제주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에 공급하며 '제주 수소연료전지버스 시범 운행 사업'을 적극 지원해 왔다. 가스공사는 그간 지속적으로 설비 가동률을 높여 총 5000시간에 이르는 운전 시간을 확보하고 현재까지 누적 수소 생산량 13톤(수소연료전지버스 약 700대 충전 가능)을 달성하는 등 이번 실증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가스공사는 제주도 내 유일한 수소 생산시설인 이 시스템의 사용 권리를 제주에너지공사에 제공해 경제성 높은 그린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제주도가 추진하는 '카본 프리 아일랜드' 사업에 기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가스공사는 향후 시스템 운영 과정에서 생성되는 각종 현장 데이터를 제주에너지공사로부터 제공 받아 후속 연구과제 등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확보한 MW급 PEM 수전해 시스템 운영 기술을 한층 고도화해 정부 에너지 정책에 부합하는 국내 청정수소 생태계 활성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사장 박경국)는 2일 충북 음성군 금왕테크노밸리 산단에서 액화수소 특정설비 시험 및 인증을 위한 '액화수소검사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센터는 사무동, 저장탱크‧용기시험동, 시험가스설비실, 제품시험동, 기초재료시험동으로 구성돼 있다. △저장탱크‧용기시험동에서는 저장탱크 및 탱크로리에 대한 단열성능검사 △시험가스설비실에서는 시험에 사용하기 위한 액화수소를 저장 ‧ 공급하기 위해 4톤의 액화수소 저장탱크 2기 설치 △제품시험동에서는 안전밸브 및 긴급차단장치에 대한 극저온 작동성능검사 △기초재료시험동에서는 극저온 실증시험 환경에서의 R&D 실증 지원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특히 저장탱크‧용기시험동에 국내 최초로 4톤 이하 액화수소 저장탱크 및 3.5톤 이하 탱크로리에 대한 단열성능검사장비, 진공성능검사장비, 유지시간검사장비 등 6종을 구축해 시험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단열성능검사는 –253℃의 액화수소를 저장탱크 및 탱크로리에 주입해 정치상태가 최소 24시간 ~ 최대 120시간 유지되는 동안 증발되는 수소가스의 양을 측정한다. 이번 센터 개소를 통해 그간 기존 가스설비의 시험 기준만으로는 검증하기 어려웠던 극저온 액화수소 제품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고 국내 액화수소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경국 가스안전공사 사장은 “국내 최초 시행되는 액화수소 시험 및 인증을 통해 액화수소 생태계 조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공사는 수소안전관리 전담기관으로서 액화수소 저장탱크, 탱크로리, 안전밸브 등 특정설비의 안전성 확보를 통해 대한민국의 수소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수소생태계 조성을 책임지고 있는 가스공사와 가스안전공사는 협업을 통해 도시가스에 수소 혼입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5월 평택 LNG 생산기지 내 수소 혼입 시험시설을 국내 최초 및 세계 세 번째로 구축하고, 수소 혼입 20%를 목표로 도시가스 배관에 대한 안전성 검증을 시작했다. 전국에는 5200km의 천연가스 주배관과 5만5000km의 도시가스 배관이 깔려 있다. 이 배관망에 청정수소를 혼입해 사용하면 송전망 구축, 재생에너지 계통 차단 없이도 탄소 감축을 달성할 수 있다. 가스배관망이 제2의 에너지 고속도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양 사는 MOU를 통해 △도시가스 배관 내 수소 혼입 실증사업 추진단 운영에 관한 규정 신설·준수 △실증 관련 안전관리 등 여러 분야에서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마련 중이다. 이를 통해 고압(가스공사)과 중·저압(가스안전공사) 분야에서 수소 안전성과 호환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산업의 혈관’ 구리, 연일 사상 최고價…2028년 생산피크 온다는데

전선 소재인 구리는 산업의 혈관으로 불린다. 최근 전력 수요 확대로 인한 수요 증가와 광산 사고로 공급 부족 현상이 겹치면서 구리 가격이 연일 역대 최고를 경신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구리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생산은 2028년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타이트한 수급상황이 발생하면 가격 폭등을 넘어 공급망 단절이 발생하기 때문에 해외광산 확보 등 정부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한국광해광업공단 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일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구리 가격은 전일보다 2.68% 오른 톤당 1만1299달러를 기록했다. 전월 평균 대비로는 4.6%, 전년 평균 대비로는 23.5%나 올랐다. 스위스 금융기관 UBS는 내년 구리 공급 부족이 전망된다며 내년 예상가격으로 톤당 1분기 1만1500달러, 2분기 1만2000달러, 3분기 1만2500달러, 4분기 1만3500달러로 예측했다. UBS는 “인도네시아의 그래스버그(Grasberg)광산 매몰사고, 칠레의 생산량 회복 부진, 페루 시위 등 구조적 공급 제약으로 인해 내년 구리 공급 부족량은 기존 8만7000톤에서 40만7000톤으로 4배가량 확대될 것"이라며 “반면 구리 수요는 데이터센터 증가 및 전기화로 인해 올해와 내년에 각 2.8%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의 정부 기관인 구리위원회(Cochilco)는 구리 가격이 올해 파운드당 4.45달러에서 내년 4.55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지속적인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로 인해 가격 상승세가 203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구리 가격 상승세는 지속적인 수요 증가 속에 세계 최대 구리광산인 인도네시아 그래스버그 광산의 사고로 인한 공급 부족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래스버그 광산은 지난 9월 블록캐이브 광구의 갱내에서 80만톤의 토사가 유입되는 매몰 사고가 발생해 인부 7명이 사망했다. 이 광구는 전체 생산량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운영사인 프리포트사는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하고 복구작업을 진행 중으로, 조업 재개는 내년 2분기로 보고 있다. 세계 금속 통계국(WBMS)에 따르면 글로벌 구리 수요는 2023년 2373만톤, 2024년 2461만톤이며, 정련 공급은 2023년 2585만톤, 2024년 2688만톤이다. 중국은 글로벌 구리 소비의 53%를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소비가 많은 곳은 미국 6.4%, 독일 3.9%, 일본 3.4% 등이다. 중국은 정련 공급에서도 43.7%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는 민주콩고 9%, 칠레 7.2% 일본 5.9% 등이다. 구리 제품은 채광-정광-제련-정련의 가공 단계를 거친다. 한국광해광업공단 자료에 따르면 구리 생산은 기준 시나리오상 2028년 2600만톤 정점에 도달한 후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자원 고갈, 광석 품위 하락, 환경 인허가 지연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정련동 수요는 2025년 2700만톤에서 2050년 3900만톤으로 연평균 1.4%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및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전력망 구축 등 탈탄소화와 에너지 전환으로 수요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적으로는 중국 외 아시아, 인도, 아프리카 등이 장기 수요 성장의 중심축이 될 전망이며, 특히 인도와 베트남 등은 제조업 이전과 도시화에 따라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2024년 77만4000톤의 구리를 수입하고, 해외 확보량은 5만3000톤으로, 자원개발률은 6.8%에 머물고 있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진행 중인 구리 프로젝트는 탐사 4개, 개발 2개, 생산 6개, 휴광 1개 등 총 13개이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전 광물자원공사 본부장)는 구리 가격 상승에 대비해 “단기적으로는 현재 8%의 수입관세를 5%로 낮춰 국내 반영을 최소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 광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후부·서울·인천·경기도, 내년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위한 업무협약

정부가 내년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따라 나타날 혼란에 대비한다.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기후에너지환경부, 서울특별시·인천광역시·경기도 4개 기관이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제도 시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당초 2015년 4자 간 협의한 대로 수도권의 생활폐기물 직매립금지 제도를 시행하면서 제도 시행 초기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국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됐다. 이번 협약을 통해 기후부 등 4개 기관은 직매립 금지 예외 적용기준의 연내 법제화 추진, 제도 시행 준비 강화, 공공소각시설 확충을 위한 행정·재정적 지원, 예외적 직매립량의 단계적 감축 등을 이행한다. 김 총리는 "정부는 중앙-지방정부 간 협력체계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 폐기물 처리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독일,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00GW 보급…국토 2% 육상풍력

독일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00GW를 보급하고 전 국토의 2%를 육상풍력에 할당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가 2030년까지 100GW의 재생에너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점을 고려하면 세 배에 달하는 규모다. 독일은 발전량이 제각각인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만큼 전계통에 부담을 주는 비용도 고려하고 있다. 마리우스 스트롯요한 독일연방경제에너지부 에너지파트너십·정책담당관은 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7차 한-독 에너지데이 컨퍼런스'에서 독일의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과 정책 방향을 소개했다. 행사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독일 연방경제에너지부가 공동 주최하고 주한독일상공회의소가 주관했다.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5년 빠른 2045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전체 전력소비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독일은 지난해 기준 전체 전력소비의 약 절반을 이미 재생에너지로 충당했다. 스트롯요한 담당관은 “독일은 2030년까지 풍력 100GW, 태양광 200GW 보급 목표를 세웠다"며 “이를 위해 상업용 건물이라면 어떤 곳이든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도록 태양광 촉진 패키지를 통해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육상풍력의 경우 법으로 2030년까지 독일 국토의 2%를 풍력 설치 용도로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며 “독일은 해상풍력 잠재량이 큰 편이 아니어서 태양광과 육상풍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민 수용성 확보 전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역 주민이나 시민단체가 재생에너지 사업에 직접 참여하거나 지역사회 활동에 관여할 경우 인허가 편의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며 “독일은 탄소에 비용을 부과해 화석연료 가격을 높이고 있으며, 태양광과 풍력은 배터리를 포함하더라도 화석연료 대비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계통비용 증가 문제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역시 우리나라처럼 전력 생산지와 수요지가 불일치하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어 송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문제점도 언급됐다. 스트롯요한 담당관은 “전력수요가 높은 지역은 남부와 서부인데, 풍력자원이 풍부한 북부에서 남부로 전력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송전 제약이 발생한다"며 “송전망 확대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LCOE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재생에너지를 늘릴 수 없다"며 “전력계통 비용과 전체 시스템 비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최고 효율’ 집단에너지, 재생에너지의 희생양 되나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집단에너지는 다른 에너지 시스템보다 효율이 20~30% 높아 현존 최고의 에너지 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한국을 비롯해 아이슬란드, 스위스, 일본, 미국, 이탈리아 등 선진국 중심으로 보급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살리려 집단에너지 죽이기에 나섰다. 발전 및 계통시장에서 집단에너지 비중을 줄이고 그만큼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발전업계 및 전문가들은 집단에너지를 제약하면 발전 및 열 공급 시장의 안정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며 특정 에너지원 밀어주기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가 추진 중인 '모든 발전기의 자기제약 입찰 최소화' 규칙개정안이 최근 규칙개정 실무협의회를 통과했다. 전력거래소는 오는 4일 규칙개정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을 포함한 총 12건의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업계는 “전력시장 정산원칙에 위배된 처사이자 열공급 특성을 무시한 제도 개편"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전력당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열병합발전기는 지역난방·산업단지 등에 24시간 안정적으로 열을 공급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전력거래소의 기동 요청 여부와 무관하게 스스로 발전량을 제출할 수 있는 자기제약(Self-constraint) 입찰이 허용돼 왔다. 이는 단순한 특혜가 아니라 열공급의 필수성, 기온 및 외부수열 변동성, 시간대별 열수요 예측의 어려움을 반영한 제도적 장치다. 또 자기제약 입찰은 결과적으로 발전비용이 0원(kWh)으로 간주돼 전력도매가격(SMP)을 낮추는 효과도 있어, 계통 및 소비자 측면에서도 순기능으로 평가돼 왔다. 그런데 전력당국은 이 제도가 계통 운영에 예측 불확실성을 준다는 이유로, 모든 발전기의 자기제약 입찰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전력시장 운영의 근간인 단일가격정산(SMP)원칙을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라고 비판한다. 현재 하루전 시장에서는 계통제약, 자기제약 등 모든 조건을 반영해 SMP가 산정된다. 즉 이미 가격에 반영된 자기제약을 사후에 '과다 기동'처럼 간주해 정산금을 또 감액하는 것은 중복규제이자 SMP보상 원칙과 충돌한다는 것이다. 한 전력전문가는 “해외 어느 국가에서도 시장가격 이하로 정산하는 구조는 없다. 전력 계통 사정이 엄중하다고 해도 시장원칙 위배는 명백하며, 법적 분쟁 위험도 있다" 고 지적했다. 사실상 변동비 이하만 보상하고 SMP 보상은 제한하는 '상한제 유사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우려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전력거래소는 자기제약 축소뿐 아니라 열공급 제약 발전기에 대한 입찰 정확도 패널티 부과 규칙 개정도 함께 제출해, 집단에너지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 집단에너지 관계자는 “열수요는 기온 외에도 외부수열 공급량 등 변수가 많아 예측 난도가 전력보다 훨씬 크다. 안정적 열공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기제약을 하는 것이 현실인데, 초기입찰부터 이를 '최소화하라'는 건 시스템을 모르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미 집단에너지사는 봄·가을 경부하 기간에 전력거래소 요청에 따라 오전 11시~오후 3시 자기제약 최소화 등 계통안정화 조치에 적극 협조해왔다. 해외 주요국은 분산전원·열병합(CHP)의 계통 기여도를 인정해 분산편익 보상, 계통지원 인센티브 등을 지급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계통 유연성 확보를 명분으로 규제만 강화하는 '채찍 위주 정책'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열병합발전은 계통 혼잡 완화, 송전손실 절감, 전력·열 통합공급 등 분산편익이 큰데 우리나라는 이런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규칙으로만 압박하는 상황"이라며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면 사업자들이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보상·인센티브'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거래소는 오는 4일 규칙개정위원회에서 자기제약 축소안, 입찰 정확도 패널티 안을 포함한 12건의 개정안을 상정한다. 발전업계는 이번 안건이 통과될 경우 열공급 안정성 저해, 전력시장 왜곡, 집단에너지사의 경영위험 증가, 정산체계 혼선 등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한다. 전력당국이 계통 유연성 확보와 시장원칙 준수, 열공급 안정성 보장이라는 세 축을 어떻게 조율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단독] 석탄 대체 LNG발전 용량, 원래대로 유지된다

정부와 여당이 탈화석연료 기조의 일환으로 노후 석탄발전소를 LNG발전으로 대체할 때 기존 100% 용량을 50%로 축소하는 방안이 최근 발전업계 일각에서 거론됐으나, 정부는 “공식화된 내용은 없다"며 현행 계획대로 전환 작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기후부는 “(용량 축소는) 내부적으로 의견을 청취한 것일 뿐, 정책화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1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최근 발전공기업 및 민간 LNG 업계에서는 기존 1000MW 석탄 → LNG 전환 시 500MW만 허가하는 '절반 룰'이 도입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방안은 석탄발전 대체를 최소화해 전체 발전용량(총량)을 줄이는 방식이어서 '탈석탄 가속' 취지로도 해석됐다. 그러나 기후부 핵심 관계자는 본지에 “일부 검토 라인에서 아이디어 차원의 의견 청취가 있었던 건 사실이나, 공식 정책 검토도 아니며 장관이 발언한 적도 없다"고 확인했다. 따라서 현행 석탄→LNG 1:1 전환 체계는 그대로 유지된다. 발전업계는 그동안 '절반 허용설'에 대해 강하게 우려해왔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당장 봄·가을 계절전력과 피크 대응 여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며 “AI·데이터센터 전력수요 폭증이 예고된 상황에서 절반 허용은 사실상 전력공백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한 2040년까지 석탄발전 전면 폐지를 선언한 만큼, 이를 보완할 중간 전원으로 LNG의 역할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2040 탈석탄' 목표 자체가 과도하게 빠르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재생에너지·원전·LNG 믹스만으로는 △산업 전력수요 증가 △ 전기차·히트펌프 전환 △데이터센터 부하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발족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작업에서도 이번 '절반 전환' 논의는 반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후부 관계자는 “전력수급 안정이 최우선"이라며 “당분간 원안대로 전환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 최대 관심사였던 LNG 용량시장 공고는 일정이 다소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및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시장제도개편과 연계된 논의가 많아 실무 검토가 길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형 LNG 용량시장은 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주연료로 사용하는 신규 발전설비, 특히 집단에너지 사업의 열병합발전기를 대상으로 경쟁 입찰 방식을 도입하여 전력 시장 진입을 추진하는 제도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LNG 발전소의 과잉 설비를 방지하고, 전체 무탄소 전원 대비 LNG 발전의 비중을 적정 규모로 통제하려는 취지에서 지난해 도입됐다. 2024년 시범 입찰 물량은 1.1 GW였으며, 2025년 입찰 물량은 1.6 GW로 예정되어 있다. 다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LNG발전소 건설, 수도권·충청권 일부 노후 석탄 대체 사업 등은 기존 로드맵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업계는 “전력수급 공백 우려가 해소된 만큼, 불필요한 혼란은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12차 전기본에서 LNG의 위치를 어떻게 정의할지가 향후 핵심 쟁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김성환 “올해 안에 신규 원전 공론화 방식 결정”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올해 안에 신규 원전 공론화 방식, 분산에너지특구 보류지역 재심사, 탈플라스틱 로드맵 등 에너지·환경 정책의 주요 사안에 대해 큰 방향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발전공기업 통폐합 문제도 내년 상반기에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김 장관은 지난 1일 기후부 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에너지·환경 정책의 주요 사안에 대해) 가급적 올해를 넘기지 않고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대표적 사안으로는 신규 원전에 대한 공론화 방식이 있다. 앞서 김 장관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이 확정된 신규 원전 2기의 건설 여부에 대해 공론화를 거쳐 12차 전기본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그 공론화 방식을 연내에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12차 전기본은 발족하기로 결정했고 위원 구성 후 별도 킥오프를 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신규 원전 2기를 어떤 공론화 절차로 결정할지 조만간 정하겠다"며 “한국수력원자력이 올해 중에 부지 결정을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 문제를 염두에 두고 올해를 넘기지 않도록 내부 의견수렴 후 방식과 절차를 곧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도 신규 원전에 대한 공론화가 진행됐었다. 당시 문 정부는 탈원전을 선언하고 건설이 확정됐던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도 건설 여부를 재결정하기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공론화위원회는 약 3개월 간의 활동 끝에 건설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김 장관은 분산에너지특구 판단 보류지역인 경북 포항, 울산 미포산단, 충남 서산에 대해서도 연내에 재심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생에너지가 지산지소형(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인데 간헐성이 있어 전면적 실험이 어렵다"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완화하기 위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지역으로 분산에너지특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산특구에서는 재생에너지 외에 화석에너지도 실험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이번에 보류된 지역이 법을 위반해 특구 신청을 한 것은 아니었다"며 “법 위반은 아니지만 원론적 의미와 다르다는 지적이 있어 표결하지 않고 보류하고 조금 더 보완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번 보류 결정과 관련해 울산 지역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울산시는 미포산단을 분산에너지특구로 지정해 열병합발전기를 활용한 기업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기대해왔다. 그러나 지정이 보류되면서 지역 산업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장관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포함한 보완안을 제출했다는 긍정적 메세지를 전했다. 그는 “포항은 그린암모니아 기반으로 하겠다고 하고, 울산도 재생에너지를 대폭 보완하겠다고 하는 등 보완안을 제출했다"며 “위원회 의결 사항이라 결론을 미리 말하기 어렵지만 원만하게 되면 올해 안에 의사결정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탈플라스틱 대책 등 주요 환경 정책들도 올해 중 초안을 공개하고 내년 초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올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시안을 갖고 관계기관·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확정안은 아니지만 주요 협의가 마무리되면 시안을 넘어선 안 형태로 국민께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플라스틱의 생산·수출·재활용·소각 등 전 과정을 확인했고 분야별 대책을 다 살펴봤다"며 “한꺼번에 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종합적인 안을 보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40년 석탄발전소 폐지 계획에 따른 발전공기업 통폐합 문제도 12차 전기본 발표 전에 공개할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에 집중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복잡한 요소가 많아 단기 용역을 통해 전문가 의견을 듣고 논의할 것"이라며 “2040년에는 석탄발전소 전체를 폐지한다는 정부 약속이 있기 때문에 2040년 모습을 역산해 발전공기업 구조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에 집중 논의하고 12차 전기본 발표 전에 방향을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녹조 대책은 농림축산식품부와의 협의가 진전 중임을 알렸다. 김 장관은 “낙동강 취수장 보완 방안이 거의 완성돼 올해를 넘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문제는 국무총리실이 총괄하게 됐다고 설명하며 “국방부·교육부·복지부와 3차 회의를 진행 중이고, 특별법을 정부 책임이 포함된 법으로 바꿔야 한다"며 “보상체계 규모 추계가 될 수 있어 조만간 국민께 보고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다자외교의 장에서 재부상한 원자력과 한국의 역할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올가을 한국 외교는 '중견국 외교'라는 표현이 공허한 수사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우선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는 한국이 단순한 개최국을 넘어 지역 질서의 의제를 설정하는 국가로 부상했음을 상징했다. 이어서 이재명 대통령이 남아프리가공화국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 참석하고, 이를 계기로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튀르키예까지 중동·아프리카 지역을 순방한 것은 한국 외교가 다자외교의 주변부가 아니라 구조를 설계하려는 행위자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장기화하는 전쟁과 서방 대 러시아 간 대결,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 미국의 일방주의 등으로 인해 국제정세가 매우 혼란스러운 가운데, 양 진영 어느 쪽과도 대립하지 않고, 나아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도 역사적 부채 없이 협력할 수 있는 한국의 외교적 공간은 오히려 넓어지고 있다. 또한 잇따른 다자 외교의 중심에 에너지가 주요 의제로 거론되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와 유럽과 중동에서의 전쟁, 제재와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시대에 에너지는 산업정책적인 측면에 더해 경제안보, 나아가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사안으로 여겨지며 국제질서 재편의 국면에서 핵심적인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의제 설정의 변화가 아니라, 국제질서를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가 재정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G20 요하네스버그 선언은 개발도상국의 부채 문제와 기후 재난, 에너지 전환을 더 이상 주변 의제가 아닌 글로벌 거버넌스의 중심 과제로 격상시켰다. 앞서 경주 APEC 선언 역시 '연결·혁신·번영'이라는 주제 아래 공급망 재편과 기술 주권, 디지털 전환을 지역 협력의 핵심 언어로 공식화했다. 서로 다른 무대에서 채택되었지만, 두 선언은 모두 공통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국제질서의 재편에 있어 핵심적인 기제가 되는 것은, AI로 대변되는 미래 기술과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원자력이 있다. 이 맥락에서 이번 대통령 순방이 이집트와 튀르키예를 포함했다는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두 국가는 모두 러시아와 깊이 얽힌 원자력 협력 구조를 형성해 온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튀르키예는 러시아 국영기업 로사톰이 주도한 아쿠유 원전 프로젝트를 통해 운영·연료·유지보수까지 러시아에 구조적으로 의존하는 상태에 놓여 있다. 이집트 역시 엘다바 원전 사업을 통해 러시아 중심의 원자력 공급망과 금융 구조에 편입돼 있다. 원자력은 건설, 운영, 폐로까지 전 주기를 고려하면 수십 년 단위의 장기 관계를 전제로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세대(世代)에 걸친 협력 구조를 형성한다. 수출 통제는 물론 연료 공급과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문제는 핵 비확산과 직결되는 문제이니만큼, 어느 나라와 원자력 협력을 맺느냐는 지정학적 판단에 근거하는 경우가 많다. 고무적인 것은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순방에서 튀르키예나 이집트가 모두 한국과의 원자력 협력에 관심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협력을 넘어, 장기적인 전략적 판단에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튀르키예 방문에서는 구체적인 성과도 있었다. 한국과 튀르키예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원자력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규제·부지 평가·사업모델·기술 협력 등을 포괄하는 공동 작업 구조를 구축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단순한 경제협력을 넘어, 튀르키예가 한국을 러시아에 의존적인 구조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지했음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이집트와의 정상외교에서는 원자력 협력이 주요 의제 중 하나로 거론되었으나, 사업 계약이나 협약 체결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집트 역시 원자력 분야에서의 러시아의 대안을 탐색하고 있으며, 한국을 현실적인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이 가진 강점은 분명하다. 군사적 패권국도 아니고, 과거 식민 지배와 같은 역사적 부채도 없다. 기술 표준과 안전 문화를 국제 규범에 맞게 축적해 왔고, 원전 운영과 건설 경험을 동시에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다. 경주 APEC이 강조한 '연결·혁신·번영'은 원자력 분야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원자력을 단순한 수출 산업으로만 다룰 것이 아니라, 외교·안보·기후 전략을 연결하는 전략 자산으로 스스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준비가 되어 있는 거의 유일한 중견국이다. 더 늦기 전에 이 역량을 전략으로 전환하고, 실행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임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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