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통폐합, 지방이전 반대”…10월 9일 공공기관 노조 총집합

오는 10월 9일 양대노총 산하 공공기관 노조가 집단 행동에 나선다. 정부의 공공기관 통폐합 및 지방이전 추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서다. 특히 통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 노조는 정부 정책으로 발생한 부실 재무 구조부터 정상화한 뒤 통합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양대노총 산하 공공기관 노조들은 오는 10월 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양대노총은 정부의 공공기관 통폐합 및 지방이전 방침과 관련해 노동조합과의 추가 협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나친 속도전으로 추진되는 공공기관 기능개혁안은 공공기관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직결됨에도 불구하고 현장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됐다"며 “세부 방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역시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양대노총은 '공공기관 보수위원회' 설치도 촉구하고 있다. 재정경제부의 일방적인 '총인건비 지침' 통제에서 벗어나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임금 및 보수 체계를 결정할 수 있는 제도적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집회에는 통합 대상 기관으로 지정된 가스공사와 석유공사 노조도 참여한다. 정부는 두 기관의 통합한 가칭 에너지자원공사를 출범시켜 석유·천연가스 등 자원 개발 및 비축 체계를 일원화하고,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에너지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는 종합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두 공사 노조는 일단 통합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가스공사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총부채는 41조 원(부채 비율 345%), 미수금은 14조 원에 달해 재무 부실이 심각한 상태다. 석유공사 역시 상반기 기준 자산 19조 4000억 원, 부채 21조 9000억 원으로 자본잠식 규모가 2조 5000억 원에 이른다. 양 노조는 뚜렷한 수익성 개선책 없이 두 기관을 통합할 경우 부채 규모만 확대돼 시너지 효과는커녕 재무 상태만 더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재정경제부는 석유공사의 부채와 부실 자산을 별도 자회사로 분리 관리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하지만 노조 측은 연결재무제표상 부실 자산이 연계되는 만큼 정부가 직접 인수·청산해줘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아울러 석유공사의 해외 사업 부실과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정부 정책 이행 과정에서 누적된 측면이 큰 만큼, 정부 차원의 추가 출자나 요금 현실화 확답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스공사 노조 관계자는 “노조도 공공기관의 일원으로서, 정부 통합정책을 무조건 반대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발표대로라면 시너지 효과는 전혀 없고, 통합기관만 부실화될 게 뻔하기 때문에 일단 반대하는 것"이라며 “통합 당사자가 납득할만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 등 금융기관들이 소속된 금융노조도 정부의 일방적인 지방이전 계획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18일에도 '2026 금융노조 지방이전 저지 및 교섭파행 규탄 결의대회'에서 “농협은 공공기관이 아닌 협동조합이고,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정책금융과 금융시장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각 금융기관이 수행하는 역할과 금융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지방이전 추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차량 넘어 AI 전력·산업원료로…수소경제, 국가 차원 재설계 시급

수소를 수소차 등 개별 산업에 한정하지 않고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산업 원료, 에너지저장까지 아우르는 국가 에너지·산업 전략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산업계의 탈탄소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수소의 역할을 확대하는 동시에 정책과 시장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공학한림원은 21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제2회 수소경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수소연합과 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가 공동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국회와 정부,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기조강연에 나선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에너지 대전환 시대, 국가전략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에너지 위기가 국가 위기를 불러오는 상황에서 현 AI 시대는 에너지 전쟁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표류하는 에너지 정책에 대해 정권에 흔들리지 않는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소 전주기 가치사슬과 북극항로 협력, 한일 협력과 한미 전략투자 등 에너지를 산업·외교 전략과 연계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이날 논의의 핵심은 수소의 역할을 특정 용도의 연료에서 국가 에너지 시스템을 구성하는 한 축으로 넓히는 데 맞춰졌다. 수소는 태양광·풍력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장주기 에너지 저장수단인 동시에 철강·화학·반도체 등에 투입되는 산업 원료다. 수전해와 탄소포집·저장(CCS), 액화플랜트 등 생산·인프라 산업과도 연결된다. 기조강연 이후 이어진 분과토론은 △총론 △생산 △메가프로젝트·AI 데이터센터 △저장·유통 △모빌리티·활용 △지자체 등 6개 분야로 진행됐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수소의 역할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연료전지와 수소터빈 등을 활용해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직접 생산하는 '온사이트 발전'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장거리 송전망 건설에만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센터나 공장 인근에서 필요한 전력을 생산·공급하는 방식이다. 청정수소발전시장(CHPS)의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신규 전력수요가 예상되면서 기업들이 장기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시장 규모와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수소터빈과 연료전지, LNG-수소 혼소 등 다양한 발전기술의 시장 진입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소 생산에서는 높은 청정수소 생산비와 불확실한 수요가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지목됐다. 국내 생산기반 육성과 해외 도입의 역할을 나누는 한편 수소 생산 세액공제 확대를 통한 국내 생산플랜트 투자 활성화, 원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 필요성 등이 논의됐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수소를 저장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주요 과제로 꼽혔다. 제주와 호남권 등에서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이 반복되는 만큼 남는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해 저장한 뒤 필요할 때 활용하는 장주기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의 역할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계의 장기적인 탈탄소 전략과 수소 인프라 투자를 연계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수소 모빌리티는 승용차 보급 확대보다 버스·트럭·지게차 등 수소 사용량과 운행거리가 많은 상용 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이를 통해 충전소 가동률과 운영 경제성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정부의 재정 지원 역시 실제 수요 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역 단위 수소 사업에 대해서는 실증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자생적인 사업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수소도시와 각종 실증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가 참고할 정책 로드맵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지역별 산업 및 실제 수요를 결합한 사업 모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각 분야 논의를 관통한 화두는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었다.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과 시장 제도가 제때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존 투자가 좌초되고 후속 투자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생산·저장·유통·발전·모빌리티·지역사업 등의 논의를 정책제안서로 정리해 국회와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한전 사장의 역할과 자질

2023년 9월 20일, 정치인 출신 김동철 전 의원은 제22대 한전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비장한 취임사를 발표했다. 직전 해인 2022년 한전은 역대 최대인 32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23년에도 적자가 계속되고 있었다. 이런 경영상황에서 '전력 비전문가'였던 그는 글로벌 무한경쟁과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맞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며 KT와 포스코, 이탈리아 전력회사 ENEL을 소개했다. 독점 공기업에서 출발해 민영화와 시장개방, 사업구조 개편을 거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한 회사들이다. 약 100일 뒤인 2024년 1월 2일, 김 사장은 신년사에서 또 이 세 회사를 한전의 롤 모델로 들었다. “ENEL처럼 완전히 달라지겠다, 공기업 틀을 벗어나겠다"는 발언이 민영화로 해석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즉각 “한전 민영화는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 사장 역시 사업 다각화와 해외시장 진출 사례를 소개했을 뿐이라고 물러섰다. ENEL은 과거 이탈리아의 국영 전력회사로서 시장을 독점했지만, 1999년 전력시장 개방 이후 사업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세계적인 전력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한전의 변화를 말하면서 정작 변화의 핵심인 전력시장 구조와 한전의 역할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정부와 노동조합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개혁 동력도 약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기요금이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가격이 급등하면서 한전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한전은 2021년 1월 모든 용도별 전기요금을 내린 이후 같은 해 10월부터 2024년까지 모두 여덟 차례 요금을 올렸다. 김 사장 취임 이후 두 번의 인상은 산업용에만 집중됐다. 2023년 11월과 2024년 10월이다. 한전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계속 올라가면서 일부 대형 우량 수요자들은 한전을 떠나 전력거래소에서 직접 전기를 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고객 이탈'은 점점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한전에게 유리한 고객은 떠나고 나머지 고객의 부담은 더 커지는 구조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비수도권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도 마찬가지다. 비수도권 요금을 낮추면서 그만큼 수도권 요금을 올리지 못하면 한전의 요금수입은 크게 줄어든다. 산업정책과 지역정책의 비용을 한전 전기요금에 얹는 방식이다. 전기요금의 정치요금화가 더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전기요금만이 아니다. 재생에너지와 디지털 메가트렌드로 세계 전력산업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전력시장은 한 발짝도 제대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 중심에 한전이 있다. 재생에너지는 지역 편재성과 간헐성, 변동성을 갖는다. 이를 늘리려면 발전량이 넘칠 때는 싸게 쓰고 부족할 때는 비싸게 쓰는 시간대별 가격신호가 필요하다. 저장장치와 수요반응, 분산자원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유연한 시장도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고 한전이 판매를 독점하는 틀에 묶여 있다. AI, IoT와 빅데이터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은 전력산업의 큰 틀을 바꿀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 예측하고 수많은 분산자원을 연결하며 소비자가 가격에 반응하도록 만들 수 있다. 재생에너지의 약점을 보완하는 핵심 수단이다. 그러나 시장이 경직돼 있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도 수용되기 어렵다. 김동철 사장은 한전이나 전력업계에서 일한 경험이 없다. 전기에 관한 한 순백(純白)한 상태에서 사장에 취임했다. 그래서 오히려 기존 전력산업의 고정관념을 깰 수도 있었다. 실제로 그는 두 번이나 ENEL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민영화'라는 프레임이 씌워졌을 때 물러설 것이 아니라 왜 ENEL이 변했는지, 세계 전력산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정면으로 설명했어야 했다. 전기요금도 마찬가지다. 산업용만 반복해서 올릴 것이 아니라 주택용, 일반용, 농사용을 포함해 용도별 원가와 원가회수율을 공개하고 국민을 설득했어야 했다. 정치인 출신 한전 사장이 오히려 전기요금의 정치화를 끊어냈어야 했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이렇게 된 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김 사장이 전력산업 비전문가였고, 이슈가 발생했을 때 한전과 전력산업의 발전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자의 반응에 민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차기 한전 사장 공모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새로운 사장에게 필요한 것은 정무 감각이나 정치권과의 관계가 아니다. 재생에너지와 디지털 전환, 전력시장 개혁을 이해하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사람, 한전을 ENEL처럼 세계적인 회사로 키우면서도 대한민국 전력산업의 장기적 목표를 설계하고 추진할 사람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정책과 실무에 정통한 전력 전문가가 한전 사장이 되어야 한다. bienns@ekn.kr

[특별기고] 국가의 존재 이유

네팔 대홍수가 발생한 지 한 달이 가까워 오지만 한국인 실종자 구조에는 별다른 소식이 없다. 현재 한국인 9명은 네팔 라수와지역의 어퍼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실종됐으며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이다. 정부는 지난 2일 44명 규모의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를 파견했고, 6일 조현 외교부 장관도 네팔 정부에 철저한 수색을 직접 요청했다. 이어 11일 KDRT 2진도 파견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인 실종자 수색 과정은 대한민국 해외긴급구조대 1진은 현장에 들어가 네팔 당국과 합동 수색을 했지만 실종자를 찾는 직접적인 단서는 확보하지 못했다. 2진은 수색 인력을 8명으로 16일 헬기와 차량으로 해발 2000미터의 람체 지역에 이동해 발전소 주변 산비탈을 드론으로 살폈지만 성과는 없었다. 문제는 험준한 지형, 드론 운용 한계 그리고 네팔군의 통제하에 있는 안전 통제 및 신원 확인 지연 등이다. 네팔 당국은 지난 8일을 기점으로 이번 사태의 대응 방식을 수색 구조에서 재건과 복구로 전환하겠다고 각국에 통보했다. 수색에 투입된 상당수 군 병력과 헬기 등도 철수했다. 다만 실종자들이 소속된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의 자체 수색 활동은 계속되며 이와 관련해 정부와의 소통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해외긴급구조대 2진 철수 뒤에도 정부 합동 대응팀을 남겨 실종자 9명의 소재 확인과 가족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 정부 대응의 핵심은 하나다. “한국인 9명을 찾을 때까지 국가가 책임진다"이다. 최근에도 터널 안에서 생존자가 발견되고 있어 시간이 지나 생존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이유로 수색 강도를 낮춰서는 안 된다. 기업 대응팀에 따르면 남동발전은 육상 수색 8개팀, 총 91명을 투입해 사고 현장 주변 산악지대 등을 수색하고 있으며 현지에서 확보한 세르파를 중심으로 육상 수색팀을 더 늘려 계속 수색 활동을 하고 있다. 남동발전은 더 늦기전에 많은 인력을 집중 투입해 최대한 수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색 작업을 최대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 대응팀이 계속 수색할 수 있도록 외교력을 발휘해 네팔 정부를 설득해 줘야 한다. 네팔 대홍수는 단순한 기업의 산업 재해 대응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 국가의 지원 아래 추진하는 대형 인프라 사업에 참여한 우리 국민이 대규모 자연재해로 실종된 사건이다. 실종자 가족들이 가장 힘든 것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 정부가 정기 브리핑을 통해 오늘 수색한 지역, 투입된 인력, 사용한 장비, 생존 신호 탐지 여부, 터널 내부 상황과 네팔 정부와 협의 사항 등을 자세히 공개해야 한다. 물론 생존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작전 정보는 공개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는 일반적인 홍수에 따른 실종 사건과 다르다. 터널이라는 공간에 갇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존 가능성을 전제로 구조 작전을 마지막까지 유지해야 한다. 네팔 사태에서 정부가 보여줘야 할 것은 “지원했다"는 기록이 아니라 “끝까지 구조했다"는 결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긴급구조대 임무 교대 과정에서 수색과 구조가 중단되지 않도록 네팔 정부, 기업, 현지 관계자와 긴밀히 협력하라고 지시하면서 특히 추가 인력이 필요하면 현지에서 직접 교대하는 방안도 검토 하도록 했고, 가족의 뜻을 충분히 듣고 반영할 수 있게 조치하라는 당부도 했다.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기다려야 하는 가족들의 마음은 그 어떤 말로도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차츰 잊혀 가는 네팔 대홍수 사태를 보면서 정부의 대응이 중요하다. 네팔 사태는 9명의 한국인을 구하는 문제를 넘어 앞으로 한국 기업이 해외 사업에 진출할 때 해외 재난으로부터 국민과 근로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국가적 선례가 될 것이다. 부디 실종자들이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미국 원전 1기당 20조원 꼴… 신한울 3·4호기 사업비의 3.4배”

정부가 대미 전략투자 사업으로 검토 중인 미국 내 대형 원전 건설 사업비를 단순 환산하면 원전 1기당 20조원을 넘어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신한울 3·4호기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대규모 자금이 장기간 투입되는 원전 사업인 만큼 실제 한국 측 부담액과 투자수익률, 자금 회수 구조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국내 원전과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비 등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논의되는 대형 원전 8기의 사업비는 총 1200억달러 수준이다. 환율을 달러당 1380원으로 적용하면 약 165조6000억원으로, 1기당 약 20조7000억원이다. 이는 국내에서 건설 중인 신한울 3·4호기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APR1400 2기를 건설하는 신한울 3·4호기의 총사업비는 약 12조원으로 1기당 6조원 수준이다. 미국 원전의 단순 환산 사업비가 약 3.45배 많다.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과 비교해도 차이가 난다. 두코바니 사업은 APR1000 2기를 짓는 사업으로 설계·구매·건설·시운전과 핵연료 공급 등을 포함해 총사업비가 약 26조원으로 알려졌다. 1기당 약 13조원으로 계산하면 미국 원전은 이보다 약 70% 높은 수준이다. 다만 1200억달러를 국내외 원전 건설비와 단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재 한미 간 협상에서 거론되는 1200억달러가 원전 8기의 EPC 비용 전체를 의미하는지, 웨스팅하우스 지분투자 및 금융지원 등을 포함한 사업비인지 등 구체적인 투자 구조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미국 원전의 규모와 노형, 투자 방식 등 세부 사항은 아직 협상 중이라는 입장이다. 구 의원은 이에 따라 정부가 한국의 실제 부담 규모와 예상 수익률, 투자금 회수 방식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전략투자특별법은 상업적 합리성이 확보되지 않은 대미투자를 추진할 경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원전 8기의 노형 구성도 국내 원전업계의 실익을 좌우할 변수다. 현재 미국 측 웨스팅하우스의 AP1000과 한국형 APR1400을 함께 건설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AP1000 비중이 커질 경우 국내 기업의 참여 범위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구 의원 측 주장이다. 정부는 웨스팅하우스 소수 지분을 확보해 미국과 제3국 원전 사업에서 국내 기업의 참여 기회를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구 의원은 “미국 측이 제안한 1200억달러가 실제 원전 8기의 EPC 건설비 전액인지, 한국의 지분투자와 금융지원 등을 포함한 포괄적 투자한도인지에 따라 경제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정부가 그동안의 협의 과정과 투자 조건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를 놓고 막판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전체 투자액 2000억달러와 연간 투자한도 200억달러를 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4분기 전기요금 또 동결…연료비 올라도 ‘+5원 상한’에 묶였다

올해 4분기(10~12월) 전기요금이 동결됐다. 발전 연료비가 다시 오르면서 한국전력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물가 부담 등을 고려해 전기요금은 현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한전은 21일 4분기에 적용할 연료비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킬로와트시(kW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도 별도 조정이 없어 4분기 전기요금은 현재 수준이 유지된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연료비조정요금은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벙커유(BC)유 등 발전 연료 가격 변동을 요금에 반영하는 항목이다. 사용전력량에 연료비조정단가를 곱해 산정하며, 조정단가는 kWh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된다. 현재는 상한선인 +5원이 적용되고 있다. 한전 자료에 따르면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 산정에 적용된 6~8월 평균 실적연료비는 kg당 549.64원으로 집계됐다. 유연탄은 211.73원, LNG는 1059.08원, BC유는 1046.78원이다. 이는 기준연료비 688.64원보다 낮지만, 기준연료비 분할·지연조정에 따른 차감분을 반영한 적용 기준연료비 494.63원과 비교하면 kg당 55.01원 높다. 여기에 전력 1kWh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연료투입량을 뜻하는 변환계수를 적용하면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는 kWh당 7.3원이 된다. 그러나 연료비조정단가 상한이 ±5원으로 제한돼 실제 적용 단가는 +5원으로 결정됐다. 연료비조정단가는 2022년 3분기 이후 지금까지 13개 분기 연속으로 상한선인 +5원이 계속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발전 연료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가스공사 천연가스요금정보에 따르면 9월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은 기가줄(GJ)당 2만4806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지난 1월 1만6323원과 비교하면 8483원(52%)이나 오른 것이다.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이 국내 발전 연료비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4분기 동안 연료비 인상분은 내년 1분기 연료비조정단가 산정에 반영된다. LNG는 국내 전력시장에서 전력도매가격(계통한계가격·SMP)을 결정하는 주요 발전원인 만큼 발전용 가스 가격 상승은 한전의 전력구입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연료비가 상승하더라도 연료비조정단가는 kWh당 +5원 이상 올릴 수 없어 원가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즉각 반영하기 어렵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과정에서 대규모 적자가 누적된 상태다. 이후 전기요금 인상과 에너지 가격 안정으로 수익성이 일부 개선됐지만, 중동 전쟁 여파로 발전 연료 가격이 다시 상승할 경우 재무 부담이 재차 커질 수 있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4조91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보다 16.6% 감소했다. 특히 상반기 말 기준 부채는 210조7000억원, 차입금은 133조3000억원에 달하며 하루 이자비용만 약 115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러우 전쟁 이후 연료비 급등으로 쌓인 누적 적자가 아직 해소되지 않으면서 최근 발전용 LNG 등 연료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어 재무 정상화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데스크칼럼] 에너지 난(難)을 부추기는 정치 개입

정부와 정치권의 에너지 가격 개입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0시를 기해 10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또다시 동결 조치했다. 지난 6월 말 조정된 7차 이후 네 번째 동결이다. 이로써 향후 4주간 정유사의 판매 가격 상한선은 리터(ℓ)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묶인다. 그러나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동결 조치를 두고 “최고가격제를 당장 중단하거나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고가격제가 기름값을 국제 시세보다 낮게 억제해 당장의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치솟는 국제 유가와 반대로 기름값을 억지로 누르는 정책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는다. 가격이 싸니 소비가 늘고, 결국 더 비싼 석유를 대량으로 수입해 와야 하는 악순환의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실제로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5~7월 국내 휘발유 출하량(소비량)은 2443만 4000배럴로, 전년 동기(2405만 7000배럴) 대비 1.6% 증가했다. 브렌트유 기준 국제 유가가 지난해 5~7월 배럴당 평균 67.8달러에서 올해 평균 90.7달러로 무려 33.8%나 폭등했으나, 오히려 소비량이 늘어난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전기 요금에 대한 정치적 개입은 더욱 심각한 지경이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국제 가스 가격이 10배 가까이 폭등했을 때, 유럽 전기요금도 폭등하면서 당시 유럽 서민들은 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나무 땔감으로 난방을 하는 비극을 겪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전기 요금 인상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국내 전력 판매량은 2021년 533.4TWh에서 2022년 547.9TWh로 증가했다. 요금 인상 억제가 전력 소비를 더욱 부추긴 셈이다. 높은 연료가격의 부담을 떠안은 한전의 현재 총부채는 210조 원에 달하며, 연간 이자 비용만 약 4조 20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송배전망 사업자 한전은 전력망을 확충해야 하는데 현금이 부족하자 반도체 기업에 자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하는 굴욕까지 겪어야 했다. 한국가스공사도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을 수개월째 동결한 여파로 미수금만 14조 원을 넘어섰다. 역시 현금이 부족해 수소경제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야 2025년 12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한국에 쓴 소리를 날렸다. IEA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전력시장 구조는 왜곡과 비효율을 초래하며, 전기요금은 IEA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 이는 시장 기반의 가격 신호를 제한하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 때문"이라고 매섭게 꼬집었다. 인기영합주의적 에너지 가격 통제는 단기적으로는 달콤한 약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끝은 국가 에너지 안보 해체와 공기업의 부실, 그리고 결국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거대한 막대 부채뿐이다. 이제라도 에너지 가격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거두고, 시장 원리에 기반한 가격 기능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작년 온실가스 0.9% 감소했지만…석탄발전 증가로 전력 부문은 ‘역행’

지난해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0.9% 줄어들었지만, 주요 배출원인 전력 부문에서 석탄 발전이 늘어 배출량이 0.2% 증가했다.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1% 감소했지만 철강·석유화학·시멘트 생산 감소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지난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잠정 추계한 결과 6억8571만톤으로 나타나 전년 대비 0.9% 줄었다고 20일 밝혔다. 파리협정에 따라 국제 통계 산정 기준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2006년 지침으로 변경되면서 센터는 새 통계기준을 적용한 국가 온실가스 통계를 지난해 유엔에 제출했다. 전력 부문은 예방정비로 가동을 잠시 멈춘 원자력 발전소를 대체하기 위해 석탄발전을 더 많이 하면서 배출량이 전년보다 0.2% 증가한 2억2043만톤으로 나타났다. 총 발전량은 595.6테라와트시(TWh)로 지난해보다 0.01%만 증가했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8.5% 늘어난 58.2TWh를 기록했다. 원자력 발전이 184.7TWh로 2.2% 감소했고, 석탄발전이 170.8TWh로 2.2% 증가했다. 가스 발전량은 발전용량 감소 영향으로 2.4% 줄어든 163.1TWh를 기록했다. 산업 부문은 조강과 석화 기초유분 6종(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벤젠·톨루엔·자일렌), 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품목의 생산·출하량이 줄면서 전년 대비 2.1% 감소한 2억4293만톤의 배출량을 기록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는 생산활동 증가했지만 불소계 온실가스를 스크러버에서 고온으로 분해 처리하는 식으로 공정 내 탄소저감 효율을 개선하는 등 여러 노력에 힘입어 배출량 증가율을 1.3%로 억제한 것으로 분석됐다. 수송 부문도 배출량이 9459만톤으로 2.9% 감소했다. 2024년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2.5%포인트(p) 확대됐다. 전기·수소차 같은 무공해차와 하이브리드차의 보급이 늘어 경유 사용량이 6.1% 감소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같은 기간 휘발유 사용량은 하이브리드차 증가로 인해 1.7% 늘었지만, 대당 휘발유 소비는 6.37배럴(bbl)로 1.6% 줄었다. 건물과 냉매 부문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각각 4500만톤과 3628만톤으로 전년 대비 3.3%, 3.9% 증가했다. 건물 부문에서는 배출량은 난방도일(일평균기온과 난방 기준온도의 차이를 누적한 값) 증가로 인한 도시가스 소비가 늘었고, 난방 전기화 추세에 따라 건물 전력 소비량도 전년 대비 1.6% 증가한 2331만TOE(석유환산톤)를 기록했다. 냉장·냉방기기에 주입되는 불소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고온 이상기후와 콜드체인 산업 성장의 영향을 받았다. 농축수산 부문은 벼 재배면적이 줄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3.1% 줄어든 2525만톤으로 집계됐다. 폐기물 부문은 전년 대비 1.8% 감소한 1805만톤을 기록했다. 산림·토지 분야에서 온실가스가 흡수·저장된 양은 경북 산불 피해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2.8% 줄어든 3103만톤을 기록했다. 이 흡수량을 총배출량에 반영해 계산한 온실가스 순배출량은 6억5470만톤으로 0.5% 증가했다. 2018년을 기준으로 배출 증감 변화를 따져보면, 지난해 감축량이 8400만톤(11.4%)으로 나타났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를 달성하려면 1억4900만톤을 추가로 감축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35년 NDC 이행을 위해서는 2031년부터 5년 동안 약 1억2700만~1억8200만톤(2018년 대비 53∼61%)을 추가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도 정부가 국가 탈탄소 전환 성과를 내기 위해 관련 계획 수립과 제도·법령 개선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와 4차 배출권 할당계획을 수립한 데 이어 올해는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과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세웠다.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은 순차적으로 개정을 마쳤고,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및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은 제정이 완료돼 내년 시행될 예정이다. 아울러 2024년 8월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개정하고, 2040년과 204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하한을 포함한 범위형으로 수립했다. 이 밖에도 전기차 100만대 보급 달성과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 가격이 지난해 평균 1만원 수준에서 지난달 20일 기준 3만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앞으로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 목표 달성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이행안 마련 △산업계 녹색전환 전략 발표와 지원 자금 공급 확대 △내년 전기차 보급 예산 확대 편성 △건물 난방 탈탄소화 같은 데 주안점을 두고 온실가스 감축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민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탈탄소 가속화의 기반이 다져졌다"며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분야·연도별 목표를 담은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2차 국가 기본계획'을 추진하는 한편, 연도별 이행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E칼럼] 기후관련 법안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낮에는 여전히 덥기는 하지만 그래도 맑은 가을하늘이 유난히도 반갑다. 천고마비(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 우리에는 가을을 대표하는 말 중의 하나지만 옛날 중국인들에게는 풍요로운 계절에 생산한 농산물이 북방 초원에 사는 흉노적들에게 약탈 당할수 있는 계절이라 항상 근심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기업들에게는 천고법비(하늘은 높고, 법은 살찐다)라고 할 수 있는 계절이다. 우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안과 「기후위기 적응 및 회복력 강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탄소중립 기본법 개정안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순 배출량 대비 53~61% 감축 범위로 명시하고, 2040년은 69% 이상 ~ 80% 수준, 2045년은 84% 이상 ~ 90%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중장기 감축목표를 설정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기후적응법에는 기후영향·취약성·위험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공간정보로 제공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향후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기후적응 대책과 사업이 해당 정보체계를 중심으로 연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번째는 에너지 5법이라고 할수 있는 전기사업법·분산 에너지법·재생에너지법·전원개발촉진법·국가기간 전력망법 등의 개정안이 확정되었다. 국가기간전력망법에서는 주변의 1MW 이하 공익적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에 우선적으로 계통에 접속하는 권한을 주고 재생에너지법에서는 RPS(의무할당제)를 발전원별 정부 경쟁입찰과 장기 고정가격 전력구매계약 중심의 계약시장으로 전환한다. 2027년 1월 1일부터 신규 설비에는 REC를 발급하지 않되 기존 사업자에게는 REC를 계속 발급하지만 REC 현물시장은 2029년 12월 31일까지 운영한 다. 세 번째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 법 (소위 K-스틸법)이 마련되었다. 이법은 저탄소 철강 인증제와 특구 지정, 재생 철자원 공급망 정비 등을 포함 하고 있으며, 가장 특이한 것은 제38조항의 '공동행위 특례'다. 이 조항은 과잉 공급 상황에서 기업 간 설비 가동률 조정·감산 협의 등을 공정거래법상 담합에서 제외하는 근거를 담고 있다. 다만 수소환원제철이나 전기로 확대에 필요한 투자비를 직접 보전하는 법안은 아니다. 아마도 향후에 탄소차액 계약제를 통하여 보전할지도 모른다. 네번째는 제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 계획'에서는 배출허용 총량이 17% 감소되는데 이는 총 25억 3,730만 톤 정도다.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50%까지 확대된다. 연관해서 '한국형 탄소중립 인증제도'를 추진하여 대기업이 중소·중견 협력사의 에너지 효율 개선과 탈탄소 전환에 투자하면, 그 감축 실적을 대기업의 탄소중립 이행으로 인정해 주는 상생형 인증 모델을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다섯번째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다. 2035년까지 경수형 SMR 상용화를 추진하고 2030년대에는 비경수형 SMR 건설에 착수할 예정이다. 개발 초기부터 민·관이 공동 출자하는 특수목적법인(SPC) 등 사업화 전문기업을 육성하여 국제진출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과기부는 5년마다 'SMR 시스템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정책목표, 추진 전략, 이행 방안과 함께 공급망 관련 기술 개발과 SMR 시스템 연구개발특구 지정·운영 등이 포함된다. 'SMR 시스템 개발 촉진위원회'도 구성된다. 여섯번째는 산업 그린전환 (K-GX) 촉진법과 탄소차액 계약제도(CCfD), 자발적 탄소시장 등 법·금융·시장 정책을 추진려고 한다. 탄소 다배출 산업의 기술개발과 실증을 지원하는 '산업 GX 플러스'는 2027년 산업 연구개발 신규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중복성이다. 탄소중립 산업법안(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 GX 촉진법(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 탄소중립 촉진 법안(중소벤처기업부), 기후테크 법안(기후에너지환경부)등의 법들간에 상호 중복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에너지, 기후변화 관련 법의 홍수다. 법에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적용 된다. 너무 많은 법이 난립하면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가 어려울 수 있다. 두가지만 명심 하면 된다고 본다. 균형잡힌 규제를 해야 한다. 충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법은 제대로 실행될 때 빛난다.

이소영 청문회가 던진 질문…환경단체 ‘해외재단 후원’ 논란 [기후에너지환경 단상]

“이렇게 무관심한 청문회를 진행할 수 있다는 건 후보자께서 나름대로 우수한 후보자로 평가받는 게 아닌가 싶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이 한 말이다. 여러 지적이 오갔지만 지난 15일 청문회는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 후보자를 낙마시킬 만한 결정적인 쟁점은 나타지 않았다. 그러나 에너지업계가 바라보는 풍경은 조금 달랐다.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공동 설립한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의 해외재단 후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기후솔루션은 이 후보자가 지난 2016년 공동 설립한 단체다. 2017년 연간 기부금 180만원, 인건비 지급 인원 2명에 불과했던 조직은 지난해 기부금 178억6839만원, 고용인원 112명 규모로 커졌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해외재단이 공개한 자료에서 확인되는 지원금만 2020년 이후 11건, 약 46억9000만원이다. 대표적으로 덴마크 케이알재단은 2020~2024년 약 10억원을 지원했다. 논란은 단순히 해외에서 돈을 받았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후원의 목적과 국내 활동 사이의 관계가 쟁점이다. 해외재단의 지원 사업에는 석탄금융 중단이나 바이오매스 확대 억제 등 목표가 제시됐고, 기후솔루션은 이와 같은 방향의 정책 활동과 캠페인을 펼쳤다. 이 후보자 역시 국회의원이 된 뒤 해외 석탄발전 금융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기후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다뤄지는 의제일 뿐 이를 기후솔루션의 활동과 연결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이 후보자가 2020년 1월 기후솔루션에서 사직한 이후 단체 운영이나 재무 상황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설명도 내놨다. 기후솔루션은 기존 환경단체와는 꽤 다르다. 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 등 전통적인 환경단체가 생태계와 환경오염 등 폭넓은 영역에서 시민 참여와 후원을 기반으로 환경운동을 펼쳐왔다. 반면 신생 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은 탄소 감축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목표에 집중해 법률 수단을 적극 활용해왔다. 이 과정에서 해외재단의 지원 비중이 크다는 점이 차이다. 이에 활동의 초점도 다소 다르다. 원전이나 재생에너지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보다는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바이오매스 등 화석연료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무게를 둬왔다. 그만큼 기존 에너지산업과 부딪히는 일이 잦았다. 전력거래소 이사회 구성을 문제 삼았고 청정수소발전 의무화제도(CHPS)와 청정수소 인증제도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바이오매스 발전 지원제도와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 한국가스공사의 해외 가스전 투자 등을 둘러싸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승소 목적보다는 소송을 통해 정책의 문제점을 공론화하는 캠페인 성격이 강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적들을 만들었다. 화력발전 등 기존 에너지업계에서는 기후솔루션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해외재단의 지원을 받는 단체가 국내 에너지 정책 변화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문제 제기의 기원이 여기에서 나온다. 반대로 기후단체에서는 국내에서 기후위기 대응 활동에 장기간 자금을 지원할 민간 재원이 충분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국내보다 해외에 기후위기 대응을 지원하는 재단과 자금이 많은 만큼 해외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해외재단의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만으로 활동의 독립성이나 정당성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이 후보자가 국회에 입성한 2020년과 지금은 기후솔루션의 규모도, 한국 에너지 정책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크게 달라졌다.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선언적 구호를 넘어 실제 국내 산업을 바꾸는 단계로 접어들면서 기후단체를 바라보는 질문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조용했던 이소영 후보자 청문회가 던진 질문은 이번 장관 후보자 개인에 대한 검증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거대한 전환 과정에서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는 시민단체의 자금과 활동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기후정책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커질수록 이 질문 역시 더욱 자주 등장할 것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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