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은 쌓이는데 성과는 제자리…COP31 앞에 놓인 ‘실행의 벽’

오는 9일 개막하는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를 앞두고 국제사회의 기후 대응이 또다시 선언적 합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튀르키예가 의장국을 맡고 호주가 협상을 주도하는 이번 총회는 '이행의 COP(Implementation COP)'를 표방한다. 의장국은 기존 선언과 목표를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성과로 연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이번 총회에서는 과거 당사국총회에서 채택한 합의와 선언의 이행 로드맵과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의제가 유독 눈에 띈다. 가장 주목받는 쟁점은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이다. 국제사회는 2021년 COP26에서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에 합의했고, 2023년 COP28에서는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촉구하는 합의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지난해 COP30에서는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을 최종 합의문에 담지 못하면서 감축 시기와 이행 방식을 둘러싼 과제를 남겼다. COP30에서 로드맵 합의가 무산된 이후 브라질 COP30 의장단은 지난 3일 별도의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을 발표했다. 각국의 에너지 수급과 경제 여건을 고려해 전환 전략을 수립하고 2033년까지 국제 공동행동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당사국 전체가 합의한 공식 결정이 아닌 자발적 이행 지침으로, 구속력 있는 감축 목표와 퇴출 시한은 담기지 않았다. 이번 총회에서는 화석연료 수요를 줄일 구체적인 수단으로 전기화 확대가 추진된다. 의장국인 튀르키예는 2035년까지 세계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35%로 높이는 '35 by 35' 목표를 제시했다. 수송과 건물 난방, 산업 공정에서 화석연료를 직접 사용하는 대신 전력 사용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전기화 목표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에너지 소비 구조와 산업 체계의 전환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번 총회 역시 선언적 합의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회성 CF연합 회장(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의장)은 지난 4일 열린 '아시아·태평양 재생에너지포럼(AFORE)'에서 “화석연료 소비는 줄어들어야 하지만 화석연료의 퇴출을 선언하는 것과 화석연료 없이도 작동할 수 있는 경제를 구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발도상국의 기후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 조달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2024년 COP29에서 선진국 주도로 개도국에 제공하는 기후재원을 2035년까지 연간 최소 300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재원 규모의 적정성과 국가별 분담 책임, 실제 자금 집행을 놓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이견이 지속되고 있다. 배보람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올해 6월 협상에서는 선진국의 재원 제공 의무를 논의할 작업프로그램의 세부 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했다"면서 “기후위기에 책임이 가장 적은 개발도상국이 오히려 부채를 떠안으며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의 환경영향을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적 약속도 논의되고 있다. COP31 의장국인 튀르키예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 등을 담은 '안탈리아 AI 서약'을 추진한다. 다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발적 선언이라는 점에서 구체적인 이행 기준과 점검체계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기존 기후협약의 한계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선 국제선언에서도 이행 책임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드러났다. 2024년 COP29에서 채택된 '녹색 디지털 행동 선언'은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의 환경영향을 줄이고 청정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글로벌 데이터 랩(Global Data Lab)의 국제 기후협력 이니셔티브 평가에서 책임성 지수가 1점 만점에 0점을 기록했다. 결국 COP31이 내세운 '이행의 COP'가 또 하나의 구호로 남지 않으려면 선언을 넘어 각국의 책임과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명확히 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반복된 합의의 한계를 넘어 실질적인 감축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매년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연지 기자 yonzgonz@ekn.kr

美 민주당 중간선거 압승…트럼프 에너지정책 제동 걸리나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 다수당을 확보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정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민주당의 압박 속에 트럼프 행정부의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정책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규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한국의 대미 에너지투자 협상에도 변수가 추가됐으며, 미국의 기후정책 역시 장기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5일 미국 중간선거 개표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야당인 민주당은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던 연방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에너지정책을 둘러싼 행정부와 의회 간 갈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직후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가스 생산 확대에 나섰다. 전임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뒤집으며 재생에너지 지원을 축소하고 화석연료 산업을 적극 육성해왔다. 이 같은 기조는 지난해 8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이재명 대통령을 앞에 두고 풍력발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재생에너지를 '세기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던 그는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참여도 압박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에너지정책 추진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재생에너지 지원 축소와 화석연료 투자 확대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태양광·풍력 업계에는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감세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을 통해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축소하고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의 지원 조건을 강화했다. 이에 국내 태양광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주택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태양광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민주당의 견제로 지원 축소 움직임이 완화된다면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한화솔루션 큐셀부문과 HD현대에너지솔루션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한화큐셀은 조지아주에 태양광 생산시설을 구축해 현지 공급망을 확대하고 있다. 풍력발전 역시 민주당의 의회 장악에 따른 정책 변화가 기대되는 분야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 연방 해역의 신규 해상풍력 임대와 인허가 절차를 중단하는 등 풍력발전 확대에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풍력발전의 경제성과 환경적 영향을 문제 삼으며 신규 사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로드아일랜드주 인근 해역에서 건설 중이던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공사 중단 명령을 내리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이미 상당한 투자가 이뤄진 사업까지 중단 대상에 포함되자 사업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연방정부와 풍력업계 간 충돌이 법정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규 투자와 사업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반면 당장 LNG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이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더라도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가스발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 당시에도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별개로 LNG 생산과 거래가 지속된 전례가 있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친환경을 강조했던 바이든 정부 때 미국 내 전기차 보급,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기조가 커지면서 화석연료의 쓰임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며 “그러나 현실론에 부딪혀 LNG 발전이나 거래가 줄지 않았던 선례가 있는 만큼, 중간선거 이후 미국 내 에너지 시장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 늘 것이라고 예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정부의 대미 에너지투자 협상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현재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확정됐으며, 2호로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원자로 6기와 한국수력원자력의 APR1400 원자로 2기를 현지에 건설하는 원전 협력 방안에 합의했다. 3호로 거론되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아직 투자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정책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개별 투자사업에 이견을 제기할 경우 한국의 협상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미국 내 정치적 갈등을 활용해 투자 조건을 조정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 나온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번 중간선거 이후에는 한국 정부가 안정적인 대미투자 협상과 한미동맹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 뿐만 아니라 입법부 우위를 차지한 민주당 진영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대미투자 협상이 더 까다로워질 것"이라며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전통적인 동맹을 중시하자는 목소리를 내거나 개별 대미투자 내용에 대한 이견을 제기하면 한국 정부가 대미 협상 과정에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국제 기후정책에 장기적인 변화 가능성도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정 재탈퇴를 선언하며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거리를 뒀다. 다만 이번 중간선거 결과가 당장 미국의 기후협상 복귀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관건은 2028년 대통령선거다. 민주당이 정권까지 되찾는다면 2029년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서 미국의 국제 기후협상 복귀가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패배 직후 민주당의 탄핵 추진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장 탄핵 추진에 선을 긋고 있지만 향후 의회 차원의 조사와 정책 견제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미국의 표심, 한미 에너지 협력의 조건을 다시 묻다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지난 3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았다. 이에 더해 2010년 이후 16년 만에 주지사직도 과반을 차지했다. 생활비 부담과 이란 전쟁,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불만이 중첩되면서 미국의 정치 지형이 다시 바뀐 것이다. 내년 1월 제120대 의회가 출범하면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국 의회와 행정부 간의 갈등 상황 자체에 대한 우려보다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산업적 이익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구체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우선 이번 민주당의 승리가 곧바로 미국 에너지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으로 이어지리라 예측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의회 구성이 바뀌어도 대통령은 바뀌지 않는다. 민주당이 법률을 통해 정책을 수정하려 해도 대통령에게는 거부권이 남아 있다. 따라서 화석연료 중심의 정책이 곧바로 폐기되거나 과거의 친환경 지원 정책이 단시간 내에 복원되리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예산과 지원 조건을 둘러싼 협상이 복잡해지고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다. 텍사스주와 조지아주에서는 신규 데이터센터 개발의 일시 중단을 공약으로 내건 민주당 후보들이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했다. 공화당 소속 텍사스 주지사도 선거 전에 데이터센터 관련 허가 중단을 지시했다는 점에서, 지역의 반발은 정당을 가리지 않는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첨단 산업의 성장을 지지하는 것과, 그에 수반되는 전력·용수 수요 증가와 기반시설·환경 부담을 지역 주민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국가 경쟁력이라는 명분만으로 지역의 우려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러한 지역 내에서의 갈등은 백악관의 투자 독려만으로 풀리기 어렵다. 미국에서는 소매 전기요금 결정에 주 규제기관의 역할이 크다. 연방정부가 사업을 지원하더라도 현지의 전력 조달 조건과 비용 분담 문제가 주민들이 납득할 수준으로 해소되지 않으면 실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한국 기업 역시 대미 투자 규모를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필요한 전력과 용수, 기반시설을 어떤 조건으로 확보하고 그 비용은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 법적 분쟁의 소지는 없는지 미리 살펴야 한다. 정부의 협력 상대도 백악관을 넘어 의회와 주정부, 지역사회로 넓힐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런 리스크들이 가시화되었다고 해서 한미 간 에너지 관련 협력의 동력이 모두 약해질 것이라고 보는 것도 과한 판단일 것이다. 원자력의 경우에는 미국 정치권에서 이미 초당적 협력의 기반이 어느 정도 다져진 분야다. 미국의 원자력 개발과 규제 체계 개선을 지원하는 'ADVANCE 법'은 2024년 양당의 폭넓은 지지로 제정됐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제조업 경쟁력, 지역의 일자리를 공통분모로 삼는다면 관련 협력은 이어갈 여지가 있을 것이다. 다만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은 이유로 위로부터의 정치적 의지가 개별 사업의 실현가능성과 경제성을 모두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국의 제조·건설 역량을 활용하더라도 금융 조달과 인허가, 공사 지연에 따른 법적 및 경제적 책임을 미리 구체화하고 리스크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바라보는 기준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지난달 이 지면에서 공급망과 운송 경로 다변화의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높은 초기 투자비와 건설 지연의 리스크 등도 고려하면서 우리 기업의 참여 범위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썼다. 이 기준이 미국의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이유는 없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고 해서 사업성을 희생시켜서도 안 되겠지만,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해서 이 사업의 전략적 가치까지 사라졌다고 볼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적 환경이 변할수록 한국이 얻을 이익과 부담할 위험을 우리 스스로 명확히 정리하고, 그에 입각한 협상을 진행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필자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한미 에너지 협력을 위축시키기보다, 정치적 변화에도 지속할 수 있는 협력의 조건을 만드는 데 정부와 산업계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본다. 미국의 연방의회 선거는 2년마다 치러지지만, 에너지 협력은 수십 년을 내다봐야 한다.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드러난 미국의 표심을 면밀히 읽되, 한국의 에너지 전략까지 그때그때의 정치적 변화에 휩쓸려 좌충우돌해서는 안 될 것이다. bienns@ekn.kr

[EE칼럼] 전기요금은 묶어두고 전력망은 늘리라는 모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전력망 논의에서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누가 망을 소유해야 하는가에 앞서, 건설비를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최근 환경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송배전망을 한전에서 분리하는 방안도 이 문제를 건너뛸 수 없다. 소유구조를 바꾼다고 투자비가 사라지거나 이를 회수할 재원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독일은 원칙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개별 접속비용은 발전사업자에게, 공용망 보강·확충 비용은 망 운영사업자에게 부담하도록 한다. 그러나 투자 주체와 최종 부담 주체는 다르다. 규제기관이 비용의 적정성과 효율성을 심사해 망 요금으로 거둘 수 있는 수입의 상한을 정하면, 사업자는 망 이용 요금을 통해 이를 회수한다. 이 요금은 가정과 기업의 전기요금에 포함된다. 독일도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지만, 이는 비용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부담의 방식을 바꾸는 조치다. 핵심은 투자 의무와 비용 회수 체계의 연결이다. 한국도 적정 원가와 적정 투자보수를 포함한 총괄 원가 보상을 요금 산정의 원칙으로 한다. 다만 한전은 전기요금과 송배전설비 이용 요금을 독자적으로 바꿀 수 없고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한다. 망 건설비는 자산으로 계상되고 감가상각비의 요금 반영 등을 통해 장기간 회수된다. 따라서 차입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비용 회수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투자를 확대하면 자금조달 부담과 금융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한전도 요금 조정 지연이 망 확충과 설비 유지·보수의 재원 확보를 어렵게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한전이 투자 규모와 속도를 신중하게 판단한다고 이를 곧바로 공익에 반하는 조직의 사익 추구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재무 건전성은 조직의 존속과 관련된 이해이지만,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조직의 이해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것이 공익에 배치된다는 판단은 다르다. 비용 회수의 제약을 조직 이기주의로만 설명하면 제도의 문제를 공기업의 태도 문제로 바꾸어 놓게 된다. 여기에 전기요금의 정치경제학이 맞물린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반감이 정치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을 흔히 '전기세'라고 부를 만큼, 요금은 정부가 정한다는 인식이 오래 굳어 있다. 그러다 보니 요금 인상은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나 집권당 지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정부에 요금 조정을 늦출 유인을 제공한다. 전력망 투자의 편익은 중장기적으로 나타나지만, 요금 인상의 부담은 다음 달 고지서에 드러난다. 투자 필요성에 대한 경제적 판단과 요금 결정의 정치적 판단이 어긋날 수 있는 이유다. 물론 망 투자가 늘어날 때마다 요금을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구매전력비 감소나 판매 수입 증가로 일부 부담을 흡수할 수도 있다. 문제는 기존요금 수입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비용이 발생하는데도 요금 조정이나 대체 재원 마련을 유보한 채 투자만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사이의 재무적 부담은 한전에 누적될 수 있다. 부족한 재원을 차입으로 메우고 회수가 계속 지연되면 미래의 요금이나 재정지원에 대한 압력으로 남는다. 따라서 공용망 확충 요구는 비용 배분의 문제와 분리할 수 없다. 에너지 전환의 사회적 편익을 고려해 비용을 넓게 분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필요성을 주장한다면 편익뿐 아니라 소비자가 부담할 비용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 소유권 분리 역시 독립적인 해답이 아니다. 별도 송전회사라도 투자비 회수가 불확실하면 자금조달이 어렵고, 현행 소유구조에서도 회수 체계의 개선은 검토할 수 있다. 조직도를 바꾸는 것과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이는 한전의 모든 판단을 정당화하거나 비용을 무조건 소비자에게 넘기자는 뜻이 아니다. 투자의 필요성과 효율성을 검증하고, 재생에너지 보급계획과 계통 계획을 연계해야 한다. 사업자·소비자·재정 사이의 분담 원칙과 중장기 회수 체계를 마련하고 취약계층은 별도로 보호해야 한다. 요금을 억제한다면 재원 부족을 보완할 방안도 함께 결정해야 한다. 투자비 회수 방안은 미룬 채 전력망만 늘리라는 요구의 모순을 풀지 않는 한, 망의 주인을 바꾸는 것만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bienns@ekn.kr

남북 탄소중립 협력, 국제제재 넘어 사업화 가능성 모색

국제제재와 법적 제약 속에서 남북 간 기후·에너지 협력을 실제 탄소중립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된다. 태양광·히트펌프 등 기후테크를 활용해 남북 주민의 에너지 이용 여건을 개선하고, 지방정부와 민간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번영시민재단과 사단법인 지역경제녹색얼라이언스는 오는 11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낭만에서 현실로, 한반도 탄소중립 협력 사업'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남북 탄소중립 협력에 적용할 수 있는 국제 규범과 법적 조건을 살펴본다. 민병웅 국민대학교 탄소중립녹색성장연구센터장은 '그린 데탕트와 파리협정 제6조'를 주제로 발제할 예정이다. 파리협정 제6조는 국가 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의 이전과 활용 등 국제협력 방식을 규정한 조항으로, 남북 협력사업에 적용하기 위한 법적 요건을 검토할 예정이다. 과거 남북교류 경험을 토대로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현장 여건도 논의된다. 조민성 지역경제녹색얼라이언스 이사는 10년간의 방북 사업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을 공유한다. 이어 최광석 포천 탄소중립지원센터장, 전영선 건국대학교 교수, 박찬숙 시도지사협의회 남북교류지원부장이 지방정부와 민간의 참여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남북 탄소중립 협력사업에 활용할 기후테크로써 태양광과 히트펌프, 냉난방·급탕·환기 통합 에너지 시스템, 인공지능(AI) 기반 조명 제어, 고효율 창호 등을 살펴본다. 더불어 바이오매스 난방과 액화천연가스(LNG) 냉열·해수열 활용 기술도 포함해 지역별 에너지 공급 여건과 주민 수용성을 고려한 사업 모델을 모색한다. 행사에 앞서 참석자들은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5등급을 취득한 향린교회 시설을 둘러보고 실제 적용된 에너지 기술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후 기후테크 기업들이 자사의 기술과 사업 사례를 소개하는 쇼케이스도 진행된다. 태양광·히트펌프 등 탄소중립 기술을 보유한 기업 5~8곳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이 지역 탄소중립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살펴보고 실제 사업으로 연계할 가능성을 모색할 예정이다. 김연지 기자 yonzgonz@ekn.kr

고준위 방폐물 관리에 72.85兆 추산…유치지역 최소 3천억 지원

정부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에 필요한 총비용을 72조8500억원으로 추산하고, 향후 5년간 최소 2조4953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관리시설 유치지역에는 최소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을 지급하고 사용후핵연료 반입량에 따른 추가 지원도 추진한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3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공개하고 국민 의견수렴에 나선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산한 72조8500억원은 관리시설 부지선정부터 건설·운영, 폐쇄 및 장기 모니터링까지 사업 전 과정에 필요한 총비용이다. 2024년 말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으로, 2060년부터 약 100년간 진행될 영구처분시설 운영과 이후 사후관리까지 고려한 장기 사업비다. 총사업비에 할인율 0.42%를 적용한 현재가치는 54조3700억원이다. 재원은 원전사업자 등 폐기물 발생자가 납부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부담금을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이하 기금)에 적립해 조달한다. 올해 1월 고시된 부담금은 1다발당 경수로 6억1552만원, 중수로 1441만원이며 기금 적립 잔액은 13조7291억원이다. 총사업비와 부담금은 2년마다 재검토한다.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상용원전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총 55만2478다발이다. 위원회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원전 35기를 기준으로 약 21만다발이 추가 발생해 누적량이 약 76만2000다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우선 2027년부터 2031년까지 향후 5년간 최소 2조4953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기금 1조373억원 이상을 투입해 관리시설 부지조사와 강원 태백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 구축을 중점 추진한다. 태백 연구용 URL은 지하 약 500m에서 한국형 영구처분 기술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시설로, 2029년부터 건설에 착수하고 2030년부터 연구·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나머지 1조4580억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확보에 투자한다. 원전별 투자 규모는 한빛 7124억원, 고리 4253억원, 한울 3203억원이다. 기존 저장시설의 포화에 대비해 건식저장시설을 확충하는 것으로, 국가 중간저장시설이 운영되기 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에 한시적으로 보관하기 위한 조치다. 기존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은 한빛이 2030년, 한울 2031년, 고리 2032년, 월성 2037년 순으로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을 한시적으로 확충하는 한편, 2027년 국가 관리시설 부지공모에 착수할 예정이다. 2033년까지 기본조사, 2037년까지 심층조사를 거쳐 2038년 이전에는 최종 부지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관리시설 유치지역과 주변지역에는 최소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과 사용후핵연료 반입량에 연동한 수수료를 지급할 예정이다. 특별지원금은 주민투표 전에 규모를 확정하고, 반입수수료는 폐기물이 시설에 반입되는 시점부터 분기별로 정산한다. 지원금은 지자체 특별회계를 통해 주민에게 지역화폐·상품권을 지급하거나 의료비·장학금, 전기·냉난방비 등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별도로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주변 5km 이내 지역에도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관할 지자체는 매년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구역별 지원금의 최대 50%를 주민 직접지원사업에 사용할 수 있다. 위원회는 국민 의견수렴을 위해 △오는 16일 대구경북디자인센터 △17일 부산 교원 챌린지홀 △1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지역별 설명회를 개최한다. 설명회에서는 제3차 기본계획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질의응답과 자유토론을 통해 지역주민과 전문가 등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오는 23일까지 국민 의견수렴을 진행하며 제출된 의견을 토대로 연내 기본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김연지 기자 yonzgonz@ekn.kr

[EE칼럼] 남북관계 경색, 지역 단위 기후협력으로 길을 찾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이란 전쟁과 사우디아라비아·후티 간 무력충돌이 국제사회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지역 분쟁이 주변국과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얽히며 확전 위험을 높이는 상황이다. 에너지 시설과 수송로에 대한 공격은 주민의 생존을 위협하고 세계경제에도 충격을 전한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낮추기 위한 노력은 더욱 절실하다. 남북과 북미 관계가 국제적 대립에 휩쓸리지 않도록 협력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같은 민족으로서 한반도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고 함께 살아갈 조건을 마련하는 것은 남과 북의 책임이다. 외부 여건의 변화만 기다리기보다 당사자가 먼저 가능성을 찾고 제안하는 주도성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협력 방식도 돌아볼 때다.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정치·군사적 갈등이 경제협력과 대화의 통로를 함께 닫아버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다양한 민간 교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협력의 기대는 큰 합의와 상징적인 사업에 집중됐다. 큰 합의를 추구하면서도 주민 생활에서 편익을 확인하고 관계를 이어갈 기반을 두텁게 만들어야 한다. 기후·에너지 문제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남북 관계 개선과 탄소중립은 모두 당위와 높은 목표만으로 국민 지지를 지속하기는 어렵다. 겨울철 난방과 연료 부담, 식수와 주거환경처럼 주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과제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유엔의 과거 북한 지원 자료에도 농촌의 에너지 자립을 위한 태양광과 바이오가스, 태양열 온수 등의 활용 경험이 제시돼 있다. 난방 개선은 효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분야다. 남쪽에서는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단열·창호·바닥공사와 보일러 교체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북쪽의 주택과 연료 사정에 맞게 발전시킬 수 있다. 성과도 설치 대수에 그치지 않고 주민이 얼마나 따뜻하게 지내는지, 연료 부담이 줄었는지, 고장에 대응할 수 있는지로 확인해야 한다. 바이오매스 난방은 남북이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협력 분야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청정개발체제에서도 재생 가능한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난방의 온실가스 감축 방법론을 마련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목재 연료와 고효율 보일러를 결합하는 방식뿐 아니라 히트펌프와 태양광, 에너지자립형 분산 전원 시스템도 지역의 기후와 전력 공급 여건에 맞춰 활용할 수 있다. 기술 도입과 함께 연료·설비 관리, 공동시설의 운영과 비용 분담 등 주민 수용성 과제도 풀어야 한다. 이는 남쪽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남과 북의 경제 구조와 발전 수준 차이는 사업의 어려움을 높이지만 서로 다른 필요와 역량을 연결할 여지도 제공한다. 현지에서 쉽게 수리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기술을 조정하고 운영 경험을 나눈다면 양쪽 주민의 생활을 개선할 수 있다. 기업에도 제품과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기회가 된다. 그 과정에서 얻은 해법은 남쪽의 에너지 취약가구와 농산어촌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의 관심 있는 기초지자체가 참여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자체의 주거복지·에너지 사업 경험에 기업의 기술과 시민사회의 관계망을 연결할 수 있다. 이를 구체화하려면 남북 지자체 간 직접 교류 채널도 단계적으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지역별 수요를 확인하고 사업을 함께 설계하며 운영 경험을 나누는 창구다. 이러한 관계가 축적돼야 일회성 지원을 넘어 지속적인 협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제재와 법규 검토는 실행을 위한 준비에 포함돼야 한다. 기후협력이라고 자동 허용되지는 않지만 인도적 사업의 개별 제재 면제 통로는 존재한다. 경기도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추진한 북한 개풍양묘장 복구·개선사업에서는 산림 복원과 주민 식량안보를 위한 태양광·배터리 등의 반입에 유엔 제재 면제가 승인됐다. 제재 아래에서도 협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이다. 기후협력이 안보 갈등을 단번에 풀 수는 없다. 그러나 주민의 필요를 함께 확인하고 해결 방법을 협의하는 과정은 대화의 접점이 될 수 있다. 지방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실행 가능한 사업과 교류 방식을 함께 찾아볼 때다. 주민이 체감하는 효과를 지속하는 경험에서 신뢰를 쌓고, 한반도의 미래를 열어갈 길을 지역의 협력에서부터 찾아보자. bienns@ekn.kr

철새 몰려오자 가축전염병 비상…화성시, AI·ASF·구제역 통합 방역체계 가동

고병원성 AI 위기경보 '심각' 대응…10월 26일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 5개 실무반 편성·거점 소독시설 가동…철새도래지·축산농가 방역 강화 지역 내 발생 사례 없어 1단계 유지…인접 지역 발생 시 즉각 대응 격상 화성=에너지경제신문 이성재 기자 겨울철 철새 이동이 본격화하면서 가축전염병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야생조류를 통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유입 위험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구제역(FMD) 발생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선제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다. 화성특례시는 겨울철 가축전염병 확산에 대비해 지난달 26일부터 가축질병 통합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조기 가동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만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되고, 20일 위기경보가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올해는 해외 야생조류의 AI 검출 사례와 국내 주요 철새도래지의 철새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가금농장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될 위험이 커진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경기 북부지역에서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다시 발생하면서 방역 대상도 확대했다. 화성시는 AI뿐 아니라 ASF와 구제역까지 함께 관리하는 통합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시는 지난달 23일 상황판단회의를 열어 방역 여건을 점검한 뒤 26일부터 대책본부 운영에 들어갔다. 대책본부는 정명근 시장을 본부장, 제1부시장을 차장으로 구성했다. 상황총괄반과 방역대책반, 인체감염대책반, 환경정비반, 재난자원지원반 등 5개 실무반이 상황 종료 시까지 운영된다. 현재 화성지역에서는 가축질병이 발생하지 않아 1단계 비상근무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시는 상급기관과 비상연락체계를 유지하면서 거점 소독시설을 운영하고 가축시장과 하천변 등 방역 취약지역에 대한 집중소독을 추진한다. 야생조류 예찰도 강화한다. 철새 이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바이러스 유입을 조기에 파악하고 가금농장으로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가축 방역과 함께 인체감염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조치도 병행한다. 가축질병 발생 시 농장과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한 대응이다. 인접 시·군이나 화성시 관내에서 가축질병이 발생하면 비상근무 체계를 즉시 2~3단계로 격상하고 방역 조치를 강화할 방침이다. 겨울철 가축전염병은 발생 이후 이동 제한과 살처분 등으로 축산농가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초기 차단이 중요하다. 특히 여러 질병에 동시에 대응하는 만큼 농가의 방역수칙 준수와 신속한 신고체계 확보가 관건이다.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은 “철새 유입 증가 등으로 가축질병 발생 위험이 높은 상황"이라며 “선제적인 차단방역으로 지역 유입을 막고 축산농가 피해를 예방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시는 통합대책본부를 중심으로 겨울철 방역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가축전염병 발생 여부에 따라 대응 수위를 조정할 계획이다. 이성재 기자 gado444@ekn.kr

[단독] 한전 “한전MCS 공공기관 해제 필요”…고용불안 우려에 노조 반발

한국전력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자회사 한전MCS의 기타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해 사업·인력 구조 재편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한다. 원격검침 확대로 주력인 방문 검침 업무가 줄어들자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각종 제약을 풀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한전MCS 노동조합은 고용 불안 가능성을 우려하며 공공기관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어 향후 지정 해제를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서면답변서에 따르면 한전은 박해철·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전MCS의 향후 운영 방안을 묻자 “보다 효과적인 한전MCS 경영 정상화 지원을 위해 기타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전MCS는 전력량계 검침과 전기요금 청구서 송달, 체납관리·단전 등 한전의 대국민 현장서비스 업무를 수행하는 한전 자회사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한전의 검침·송달 등 위탁업무 종사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 2019년 설립됐다. 설립 이후 전기검침과 요금청구서 송달, 체납관리·단전 등 대국민 현장서비스를 맡아왔으며, 대규모 인력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2021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다. 한전이 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공기관 규제가 오히려 사업·인력 재편을 어렵게 한다는 판단에서다. 한전에 따르면 한전MCS는 기타공공기관 지정 이후 경영평가와 공시, 계약·예산 등에 필요한 행정업무가 늘었다. 이에 현장직은 지난 2023년 3508명에서 올해 6월 2897명으로 17% 감소한 반면 관리직은 같은 기간 563명에서 683명으로 21% 증가했다. 한전은 공공기관 채용 절차에 따라 신규 인력 채용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또한, 현장 결원이 발생해도 적기에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대국민 서비스는 물론 도서지역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전은 한전MCS의 기타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해 한전FMS·한전CSC와 같은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세 회사는 모두 2019년 한전이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다. 한전MCS가 검침·송달 등 고객 현장서비스를 담당한다면 한전FMS는 사옥·변전소 등의 시설관리·경비를, 한전CSC는 고객센터 상담 업무를 맡고 있다. 다만 한전MCS가 2021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것과 달리 FMS와 CSC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은 채 한전 자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한전MCS의 경영 악화는 주력인 방문 검침 업무 축소에서 비롯됐다. 지능형전력계량인프라(AMI) 보급이 2021년 1097만호에서 올해 8월 2082만호로 늘면서 직접 검침 인력은 같은 기간 3834명에서 2285명으로 줄었다. 매출도 2022년 3636억원에서 지난해 2804억원으로 감소했고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198.5%에서 781.4%를 급증했다. 이에 한전MCS는 2023년부터 3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전은 줄어든 검침 물량을 대신해 2023년부터 신규 업무를 한전MCS에 위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배전공사 안전감시와 도서 발전설비 운영이다. 특히 한전은 2024년 8월부터 기존 민간업체가 수행하던 섬 지역 발전소 운영을 한전MCS에 맡겼다. 두 사업의 매출은 2022년 42억원에서 지난해 598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신규 사업 역시 대부분 한전이 넘겨준 일감이라는 한계가 있다. 한전MCS의 한전 매출 의존도는 지난해 99.7%, 올해 상반기 99.6%에 달해 사업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국감에서 제기됐다. 한전은 한전MCS를 기타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하면 법령상·경영상 제약과 행정부담을 줄이고 한전 주도의 경영진단과 컨설팅을 통해 사업구조와 인력 운영을 보다 빠르게 재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한전MCS를 기존 검침·송달 중심 회사에서 고객 접점을 활용한 에너지서비스 전문회사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한전은 답변에서 “한전MCS의 현장 전문성에 적합한 업무를 계속 발굴·위탁하고 모·자회사 경영진과 실무진이 참여하는 경영개선 협의체를 지속 운영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전은 공공기관 지정 해제의 선례로 인천항보안공사와 부산항보안공사를 제시했다. 두 회사는 각각 항만공사의 보안업무를 수행하는 자회사로 2019년 기타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다만 해제 이후 직원 사기 저하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두 회사가 공공기관 재지정을 요구했고, 해양수산부도 2020년 기획재정부에 재지정 의견을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제로 한전MCS 노동조합도 기타공공기관 지정 해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공기관 지위가 해제될 경우 과거 용역회사 시절처럼 경쟁입찰과 계약 변경에 따라 고용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전MCS 노조는 에너지경제신문에 전달한 내부 입장문을 통해 “조합원의 고용안정과 노동조건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타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특히 공공기관 지정 이전의 불안정한 고용 구조로 되돌아갈 가능성을 우려했다. 노조는 “과거 용역회사 시기에는 경쟁입찰과 계약 변경에 따라 고용과 회사의 존속을 걱정해야 했던 불안정한 구조가 존재했다"며 “조합원들이 다시 그러한 불안과 경쟁의 구조 속에서 자신의 일자리와 회사의 존립을 걱정하는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향후 대응 원칙으로 고용안정을 최우선에 두는 한편 한전MCS의 기타공공기관 지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조는 “고용보장 없는 일방적인 계약·운영구조 변경에 동의하지 않겠다"며 “조합원의 안정된 일터와 한전MCS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지키기 위해 흔들림 없이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가스값 급등했는데 한파까지…겨울철 에너지 비용 ‘비상’

한파가 찾아오면서 겨울철 에너지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동 지역 전쟁 장기화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발전용 가스요금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다. 난방과 전력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는 겨울철에 접어들 경우 전력도매가격(계통한계가격·SMP)에 상승 압력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2일 한국가스공사 천연가스요금정보에 따르면 다음달 일반발전사업자에 적용되는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은 기가줄(GJ)당 2만5724원으로 책정됐다. 지난달 2만5088원보다 636원(2.5%) 오른 수준이다. 집단에너지사업자 요금도 같은 기간 GJ당 2만5055원에서 2만5691원으로 2.5% 상승한다. 발전용 가스요금은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 영향이 반영되면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반발전사업자 기준 지난 4월 GJ당 1만6707원이었던 요금은 7월 2만523원, 9월 2만4807원, 10월 2만5088원에 이어 다음달 2만5700원대까지 올라선다. 4월과 비교하면 7개월 만에 약 54% 상승한 셈이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동북아 LNG 가격 지표인 JKM은 지난달 MMBtu(100만BTU)당 30달러를 넘어 2022년 말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TTF 역시 지난달 28일 장중 메가와트시(MWh)당 100유로를 돌파한 데 이어 최근 100유로 안팎의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공급 불확실성에 겨울철 수요 증가 우려까지 겹치면서 국제 가스시장의 가격 불안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본격적인 추위가 이제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9~10월 가을철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난방 수요로 에너지 가격 급등의 충격이 제한적이었지만 겨울철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3일 전국 아침 최저기온은 0~9도로 전날보다 5~8도가량 떨어질 전망이다. 이후 7일에는 다시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6일 7도에서 7일 영하 1도까지 내려가고, 경기 일부 지역은 영하 2도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7~8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도 8~9도에 그치는 등 평년보다 낮은 기온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난방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와 높은 국제 가스가격이 맞물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발전용 가스가격 상승은 전력시장에도 부담이다. 국내 전력시장에서 LNG 발전기가 한계발전기로 SMP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연료비 상승은 발전사의 변동비를 높이고 SMP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SMP가 오르면 발전사에서 전력을 구매하는 한국전력의 전력구입비 부담도 커진다. 가스를 이용해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집단에너지 사업자 역시 연료비 상승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이날 SMP는 킬로와트시(kWh)당 128원으로 지난달 100~110원대에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최승신 C2S 대표는 “유럽 TTF 가격이 과거 에너지 위기 초입에서 나타났던 90유로를 넘어 100유로 안팎까지 올라왔고, JKM도 에너지 전문가들이 경고해 온 30달러 선을 넘어섰다"며 “한국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공급 불안과 국제 가격 상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겨울철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인한 충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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