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전력거래소 이사장 취임…“에너지 대전환·전력시장 혁신 추진”

김성진 신임 한국전력거래소 이사장이 안정적 전력수급과 에너지 대전환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전력시장 혁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6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에너지 대전환은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할 현실"이라며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환 성공을 위해 전력거래소의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과 함께 △안정적 전력수급체계 구축 △에너지 대전환을 위한 전력시장 혁신 △지산지소형 분산형 전력시스템 구축 △지역별 요금제 도입 △사람 중심 조직 혁신 등 5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최근 재생에너지 확대와 국제 에너지 위기 속에서 전력계통 안정성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태양과 바람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자원"이라며 “국민과 산업은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을 요구하는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전력시스템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실시간 계통 운영 능력을 강화하고 수요·공급 예측체계를 고도화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관리(DR), 전기차 등 유연성 자원이 제대로 보상받는 전력시장을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그는 “전기를 생산하는 자원뿐 아니라 저장하고 줄이고 이동시키는 자원까지 공정하게 보상받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보조서비스 시장 확대와 실시간시장 도입 추진 의지를 밝혔다. 또 중앙집중형 전력체계의 한계를 언급하며 지역 기반 분산형 전력시스템 구축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전력은 지방에서 생산되지만 소비는 수도권에 집중돼 계통 혼잡과 출력제어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전기를 보내는것이 아니라 산업이 전력을 찾아 이동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서남해안 등 재생에너지 생산지역에 데이터센터·수소·배터리 산업 등을 유치할 수 있도록 지역별 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1963년생인 김 이사장은 광주 대동고와 건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리즈대에서 동아시아학·중국경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광주미래차모빌리티진흥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슈] 김성환 장관의 ‘창원行’…AI시대 원전 재평가 신호탄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최근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공장 방문은 단순한 산업 현장 점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탈원전 기조를 강조해온 정책 책임자가 원전 핵심 설비 생산 현장을 찾아 경쟁력을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AI 시대 전력 수요 증가와 맞물린 정책 기류 변화의 단초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지난달 29일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공장을 방문했다. 창원 공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형 원전 주요 기기 제작 역량을 확보한 종합 제조 거점이다. 신한울·신월성·신고리 등에 납품된 주요 원전 주기기가 모두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이날 김 장관은 주 단조 공장과 원자력 공장을 차례로 둘러보며 초대형 단조 설비와 원전 주요 기기의 제작 공정, 품질 관리 체계를 점검했다. 고온·고압 환경을 견디는 핵심 설비가 정밀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과정을 확인하고, 주요 설비의 제작 현황과 향후 공급 일정도 살폈다. 김 장관은 현장에서 “우리나라는 원전 기기 제작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나라이다. 현장 근로자들의 헌신과 노력이 그 기반"이라며 “앞으로도 원전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장관의 발언은 통상적인 격려로 볼 수 있지만, 그간 김 장관이 보여준 정책 스탠스를 고려하면 원전 산업의 역할을 상당 부분 인정하는 메시지로 읽힌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김 장관은 서울 노원구청장과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이재명 정부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초대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맡고 있다. 김 장관은 의원 시절 주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기후와 에너지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재생에너지 3법과 원전 확대를 제한하는 고준위특별법을 대표발의하며 親재생에너지, 反원전 파로 분류됐었다. 그랬던 그가 원전 공장을 방문하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김 장관의 창원 공장 방문의 배경에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 구조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확대로 대규모·상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중심의 공급만으로 이를 단기간 내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최근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논의 과정에서 LNG 발전 축소와 수소발전 불확실성이 동시에 제기되면서, 무탄소 전원인 원전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김 장관의 이번 행보를 두고 “정책 전환의 출발점일 수 있다"는 해석과 “기존 기조 내에서의 보완적 메시지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다만 공통적으로는 에너지 정책이 더 이상 '재생에너지 vs 원전'의 단순 구도로 설명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에는 의견이 모인다.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탄소중립이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정책 선택의 난이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방문은 하나의 신호로 읽힌다. 탄소중립이라는 방향성은 유지하되, AI 시대 전력 수요와 산업 경쟁력을 고려해 원전을 포함한 전원믹스 전반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현실 인식이 정책 현장에서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12차 전기본과 데이터센터 전력 정책에서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반영될지 주목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시멘트공장, 폐플라스틱 1년간 270만톤 태워”

시멘트공장에서 최근 1년간 총 폐플라스틱 274만톤을 소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등은 폐플라스틱을 열로 소각하는 방식이 아닌 실제 재활용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멘트환경문제해결범국민대책위원회는 6일 국내 6개 시멘트사를 조사해 시멘트 공장 폐기물 전체 반입량 대비 폐합성수지(폐플라스틱) 반입량을 집계했다.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시멘트 공장의 폐기물 사용량은 총 794만톤이며, 이 중 폐플라스틱은 274만톤으로 전체 폐기물 사용량의 34.6%를 차지했다. 위원회는 폐플라스틱이 시멘트 공장의 주요 연료로 대량 사용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은 폐플라스틱 등 폐합성수지를 소각할 경우 다이옥신, 일산화탄소, 독성 화학물질 등 유해 물질을 다량 배출해 대기오염과 암·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소각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지장을 주는 만큼, 소각을 통한 에너지 회수 방식은 재활용 범주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열재활용 방식을 재활용 실적 인정 방식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위원회는 “사실상 소각시설로 전락한 시멘트공장을 계속해서 재활용시설로 인정하는 불합리한 제도가 환경문제를 키우고 탄소중립 실현에도 역행하고 있는 만큼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란 전쟁으로 플라스틱 원료인 석유와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국민들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있는데, 재생이용은커녕 시멘트 공장에서 태워 없애고 있는 현실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올여름 얼마나 더우려고…5월 최고기온 29도 전망

이달 중순 낮 최고기온이 28~29℃(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벌써부터 초여름 날씨가 예상되고 있다. 7월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60%로 분석돼 역대급 폭염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6일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오는 주말부터 전국 기온이 점차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10일 25도를 시작으로 15일 27도, 16일에는 28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평년 기온보다 2~5도가량 높은 수준이다. 수도권뿐 아니라 대구·경북 지역은 같은 기간 낮 최고기온이 29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고, 강원·충청·전라권 곳곳도 26~28도 안팎으로 전망됐다. 기상청은 7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린 뒤 기온이 다시 빠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수도권과 강원내륙·산지, 충남 북부, 충북 중·북부에는 오후부터 밤 사이 5㎜ 안팎의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대구는 7일부터 낮 최고기온이 27도까지 오르며 이른 더위가 시작될 전망이다. 5월 더위는 단기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의 3개월 전망에 따르면 5월과 6월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확률이 각각 50%로 나타났고, 7월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60%에 달했다. 반면 7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할 확률은 30%에 그쳤다. 이례적 더위는 이미 지난달에 나타났다. 올해 4월 전국 평균기온은 13.8도로 평년보다 1.7도 높아 1973년 기상관측망 확대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더운 4월을 기록했다. 특히 4월 중순 전국 평균기온은 15.4도로 같은 기간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당시 서울은 29.4도까지 오르며 4월 중순 일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했고, 춘천은 30.3도, 홍천은 29.8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기상청은 강한 햇볕과 상층 고기압성 순환 강화가 맞물리며 고온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들어 역대 가장 더운 해 기록이 잇따라 경신되고 있어 올해도 그 기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세계기상기구(MWO)에 따르면 2024년이 관측 이래 역대 가장 더운 해였고 그 다음이 2023년, 2025년이다. 여기에 WMO가 최근 엘니뇨 발생 가능성을 높게 전망한 점도 주목된다. WMO는 최신 기후 업데이트에서 적도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5~7월 사이 엘니뇨 현상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 중·동부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전 세계 기온 상승과 이상기후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기후 요인 중 하나다. WMO는 “해수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5~7월경 엘니뇨 현상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3개월 동안 전 세계적으로 평년보다 높은 지표면 온도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슈&인사이트] 나프타 수급 위기는 도시유전 개발 절호의 기회

나프타는 '산업의 쌀'이라고 해서 일상용품의 기초가 되는 원료다. 그러나 폴리에스터, 나일론 등 합성 섬유, 페트병, 화장품 용기, 비닐봉지, 배달 용기와 같은 포장 용품, 스마트폰 케이스, 장난감, 가전제품의 플라스틱 외장재와 같은 생활용품, 타이어, 차량용 내외장재, 건축용 단열재 및 파이프 등의 플라스틱의 원료가 나프타인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최근에 호르무즈 사태로 쓰레기봉투 투매가 나서야 나프타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품귀가 났을 때, 산유국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해서 해결하려고만 하지 자국의 도시유전을 개발해서 조달할 생각은 못 한다. 최근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6회 심의 회의에서 '국가 전략기술 체계 고도화 방향'과 '제6기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을 심의·의결했다. AI 전환 선도, 통상·안보 주도권, 미래 혁신 기반이라는 3대 임무 아래 10개 분야 55개 기술을 제시하고 있는데 도시유전 개발 과제는 어느 곳에도 없다. 5년간 60조 원 이상을 투자할 동 계획은 인공지능, 첨단로봇·모빌리티, 차세대 보안·네트워크,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 바이오, 차세대 전지, 우주항공·해양, 혁신·미래 소재, 미래에너지·원자력, 양자가 포함됐다.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라고 하면서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은 2025년 세계 64개국의 기후변화 대응 성적을 비교한 '기후변화대응 지수'(CCPI)에서 한국이 산유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인 63위를 기록했다. 한국이 꼴찌인 이유로, 불확실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 탈화석 연료보다는 오히려 신규 석유·가스 사업을 늘리려는 투자 의지 등을 꼽았다. 작금의 호르무즈 사태는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하는 거대한 투자의 기회이자 도약의 기회이다. 그것이 바로 도시유전의 개발이다. 한국의 연간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약 1,100만~1,200만 톤이다. 이 중 실제로 녹여서 다시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드는 물질 재활용은 18%에 불과하고, 35%가 에너지를 회수하는 소각이다. 그리고 나머지 45%는 에너지 회수 없이 단순히 태우거나 매립(12%)한다. 도시유전은 재활용을 제외한 폐플라스틱에서 나프타를 뽑아내는 공정이다. 한국 도시유전은 연간 천만 톤의 폐플라스틱에서 7백만 톤의 나프타가 채유 될 수 있다. 한국 나프타 수요의 15%다. 15%의 자급자족 의미는 폄하할 수준은 절대 아니다. 도시유전 개발의 성공 사례로 ㈜도시유전이 개발한 RGO 기술을 소개한다. RGO 핵심 기술은 폐플라스틱을 고열만으로 분해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 세라믹 촉매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로 폐플라스틱의 탄소 고리를 끊는다. 전자파로 분자 결합구조를 깨트려 분자의 특정 운동을 유도하는 방식은 전자레인지의 원리와 비슷하다. RGO 기술은 500°C 이상의 고온을 쓰는 고온 열분해 방식과 달리 250°C의 저온에서 작동한다. 저온이라 다이옥신 등 유해 물질 배출이 없고 에너지소비량도 적다. 수율은 70% 정도다. 전자파로 분자 고리를 끊기 때문에, 생성된 기름의 품질이 균질하다. 라벨 제거, 세척 등 전처리가 필요 없어 공정 비용이 절감된다. 2025년 정읍에 상업 플랜트(웨이브 정읍)를 준공하여 연간 수천 톤 규모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하고 있다. 기술 원천국인 한국보다는 영국,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에서 큰 관심을 보인다. ㈜도시유전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은 생산 원가가 수입가에 비해서 높으나, 여기에 탄소배출권 판매 수익까지 더해지면 환경성과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유류로 환원시키는 유화 환원 기술이 선진국에서 연구돼 산업현장에 적용됐으나 대부분 실패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공정 기술도 중요하지만, 폐플라스틱의 수집, 운반 등 자치단체. 시민 등의 기업 외적 제약이 성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기름에서 나온 것을 다시 기름으로“ 만드는 도시유전 기술은 국가 전략기술 중의 기술임을 지적한다. bienns@ekn.kr

[EE칼럼] 마찰의 실종

우리 사회에서 마찰(摩擦)은 대개 부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사람 간의 마찰은 불편한 요소이고 피곤한 요소이다. 기관 간의 마찰도 다르지 않다. 불편하고 피곤하다. 심지어 괴롭기도 하다. 그런데 마찰이 없다면 어떻게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까? 밀고 당김이 있어야만 균형점이 찾아진다. 예를 들어보자. 사업자와 규제자를 보자. 사업자는 어떻게 하면 값싸게 잘 만들지가 관심사이다. 반면에 규제자는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만들지, 사회에 악영향을 기치지 않을지가 관심사일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들의 관심사는 상충된다. 여기서 규제자가 일방적으로 승리한다면 가장 안전한 사업이 될 것이다. 그러나 사업자가 이기면 가장 경제적인 사업이 될 것이다. 이 둘이 마찰을 일으킨 결과 균형점이 잡힌다면 그 지점은 최적의 안전성과 최적의 경제성을 가지는 작품이 될 것이다. 바로 이 균형이 국민에게는 가장 좋은 상태가 된다. 이 균형을, 당사자간 마찰을 거치지 않고, 정치인이 잡는다면 대부분 마찰의 결과로 나타날 균형점과는 다른 지점으로 귀결될 것이다. 마찰을 일으키지 않은 상태는 사업자나 규제자에게 편안한 상태가 된다. 마찰의 결과 균형점을 찾는 과정은 사업자나 규제자 모두에게 불편하다. 그러나 그것이 국민에게는 가장 좋은 상태가 된다. 문제는 이 둘이 편안한 선택을 하는 경우이다. 규제자가 사업자가 하고자 하는 대로 내버려 둔다거나 사업자가 규제자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뿐 저항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된다. 악의적 편안함이다. 그러는 동안 국민과 국가는 희생되는 것이다. 마찰이 실종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국민에게도 국가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최근 국회는 여야가 크게 불균형하고 있다. 마찰이 있을 수 없다. 일방의 생각대로 일방적으로 진행된다. 그것이 당사자에게는 가장 좋은 상태가 되겠지만 국민에게는 그리 바람직한 상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공청회를 가봐도 별 이견이 없다. 반대의견이 없다. 발표 듣고 나면 그만이다. 반대의견이 없다면 공청회를 개최할 이유가 없다. 공청회 없이 진행해도 동일한 결과일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구성하는 여러 가지 위원회도 마찬가지이다. 반대의견을 개진할 인사를 집어넣지 않는다. 마찰이 없다. 조용하고 일방적이고 만장일치로 진행된다. 그럴거면 위원회를 왜 만들었나? 다른 생각들을 들어보고 정책의 그늘이나 이행에 문제가 생길 것을 미리 살펴보려는 것 아닌가? 회의 결과가 만장일치라는 얘기는 회의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거수기만 모였다는 것이 아닌가? 학생이 공부를 마치고 문제집을 풀어봤을 때 모든 문제를 다 맞췄다면 문제집을 푼 시간은 100% 시간낭비이다. 문제집을 푸는 이유는 공부한 것 가운데 잘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다. 틀리거나 애매한 문제가 나와야지 자신이 확실히 모르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모든 문제를 다 맞았다는 것은 모르거나 애매한 부분을 찾는데 실패했다는 뜻이 된다. 만장일치의 완벽한 회의록, 기안자에서 최종결재권자까지 한 번도 수정되지 않고 서명된 문서는 문서를 보지 않고 결재를 했거나 마지막에 문서를 다시 작성해서 그렇게 짜맞춘 것일 뿐이다. 기안자에서 결재권자까지 누가 어떤 수정을 했는지를 완벽히 은폐한 서류일 뿐이다. 위원구성의 면면을 보면 그 위원회가 어떤 결론으로 끌고갈 요량으로 구성되었는지 알 수 있다. 그것은 위원회라는 형식요건은 갖추었지만 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는 내용적 당위성은 저버린 것이다. 담당자가 일을 쉽게 풀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독재를 잘 도와줄 분들만 모신 것이다. 반대의견을 자주 내면 위원이라는 감투가 떨어진다. 그럼 전문가들은 간사의 눈치를 보고 대세를 보고 총기를 감춘다. 뻔히 문제점이 보여도 보이지 않는 척 한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그런데 그게 국민에겐 좋은 게 아니다. 이제는 위원회를 구성한 담당자가 왜 그런 성향의 위원들로만 위원회를 구성했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 같다. 물론 이 또한 기안자에서 결재권자까지 누가 어떤 위원을 추천했는지를 알아볼 수 있도록 서류를 꾸밀 수 있으니까 잡아낼 수 없을 것이다. 지식과 요령은 사람을 착하게 만들고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 모두의 도구일 뿐이다. 우리의 지식과 경험은 우리를 더 교활하게 만들고 우리에게 마찰을 피할 방법을 찾아준다. bienns@ekn.kr

도입선 다변화도 소용없다…중동 이어 유럽도 위험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석유 관련 인프라를 집중 공격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크게 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지역의 대표 유종인 브렌트유 가격이 중동 전쟁의 영향을 받는 두바이유 가격보다 더 높게 형성되고 있다. 중동에 이어 유럽지역까지 에너지 수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의 도입선 다변화 대책도 소용 없게 될 우려가 크다. 5일 글로벌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현재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13.1달러로, 다른 지역의 대표 유종보다 가장 높게 형성되고 있다. 아메리카 지역의 대표 유종인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104달러, 아시아 지역 대표 유종인 중동 두바이유 가격은 105달러이다. 특히 브렌트유 가격이 두바이유보다 더 높게 형성됐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두바이유는 지난 2월 말 발생한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이후로 지금까지 가장 높게 형성됐었다. 브렌트유 가격은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석유 수출인프라에 대한 집중 공격 이후 크게 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인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3일 텔레그램을 통해 이날 러시아 북서부 레닌그라드주의 프리모르스크항을 드론으로 공습해 석유 인프라에 피해를 줬다고 밝혔다. 이 공격으로 석유제품을 운반하는 유조선 1척과 러시아 해군 카라쿠르트급 미사일함 1척, 순찰정 1척이 파손됐다. 프리모르스크항은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 및 석유제품을 수출입하는 러시아 서부지역 최대 에너지 항이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부터 무려 1140km나 떨어져 있지만, 드론 기술의 발달로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군은 흑해 연안의 노보로시스크 항구에 정박해 있던 유조선 2척도 공격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의 자체 집계 결과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4월 한 달간 러시아의 석유 시설을 최소 21회 타격했다. 주 공격 대상은 정유시설, 석유 수출터미널, 석유 파이프라인 등이다. ◇러시아까지 막히면 도입선 다변화 대책도 소용없어 러시아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수출길이 막힌 중동산 석유를 대체할 거의 유일한 지역이다. 경제 제재 전 러시아는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3위 석유 생산국이다. 현재 러시아 석유는 대체로 제3 지대인 튀르키예, 인도, 이집트, 중국 등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유럽으로도 수출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이사회는 지난 4월 23일 제20차 이사회에서 광범위한 대러 제재를 최종 채택하면서도, 러시아산 원유의 해상운송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만큼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이 유럽에게도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주러 대사관에 따르면 러시아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량은 올해 1월 하루 730만배럴에서 2월 660만배럴로 감소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잇따른 석유 인프라 공격으로 수출량은 크게 줄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러시아 석유 공급까지 감소할 경우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급이 매우 어려워지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정부의 중동 사태 대책인 에너지 도입선 다변화도 소용없게 만들 수 있다. 정부의 석유 및 가스 도입선 다변화는 중동산 대신 대체로 북미산 도입을 늘리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러시아 에너지 공급이 감소하면 북미산 에너지는 주로 가까운 유럽으로 향하게 된다. 2022년 러-우 전쟁으로 글로벌 LNG 대란이 일어났을 때 70~80%의 미국산 LNG가 유럽으로 향한 바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중동산 에너지 대체선으로 북미산에 집중할 경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캐나다 서부, 알래스카, 러시아 극동지역 에너지 공급 확보 필요 에너지 업계는 지정학 리스크가 글로벌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정부 대책이 단순 도입선 다변화에 그치지 말고, 새로운 도입선을 적극 발굴하는데까지 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장 확실한 수입 대책으로는 동북아로만 수입이 가능한 캐나다 서부지역, 미국 알래스카, 러시아 극동지역의 수출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다. 세 지역은 유럽까지 수출길이 너무 멀어 사실상 불가능하고, 오로지 동북아로만 수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수출인프라가 구축되 있지 않거나, 서방권의 제재를 받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참에 한국, 일본, 대만이 공동으로 세 지역의 인프라 구축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로 미국으로만 에너지를 수출하던 캐나다는 수출선 다변화를 위해 서부의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키티맷에 LNG 수출터미널을 구축했으며, 2호 터미널까지 준비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KOGAS)가 이 프로젝트에 지분 참여 및 물량을 수입하고 있다. 캐나다는 이 지역에서 석유제품 수출까지 계획하고 있다. 미국 알래스카주의 알래스카 LNG프로젝트는 연간 2000만톤 LNG 수출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주 북부지역 가스를 남부까지 끌어오는 1300km의 가스관 건설이 가장 핵심이다. 이로 인해 총 사업비가 460억달러로 책정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지분 참여 및 물량 수입을 계획하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과 사할린 등 극동지역은 동북아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중요 지역이었으나, 전쟁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의 제재를 받아 교역이 상당히 중단된 상태다. 중동산 에너지 공급이 막힌 상황인 만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러시아의 극동지역 에너지 수출 재개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와 관련해 미국 재무부는 국제유가를 내리기 위해 4월 17일 이전에 유조선에 선적된 러시아산 석유 및 석유제품에 한해 5월 16일까지 한시적으로 거래를 허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4월 11~17일 동안 선적된 물량과 그전에 선적됐으나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물량 등 총 4000만~5000만배럴에 제재 유예가 적용될 것으로 추정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장관은 4월 22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에너지 위기에 놓인 10여개 국가가 30일간의 제재 유예를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며서 제재 유예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중동산 석유 수출 재개, 배럴당 70달러 미만으로 유가 하락 요건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미국의 러시아 제재 유예가 재연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드리트리 페스코프 대통령실 대변인은 미국의 대러 제재 유예기간 연장 발표 이후 “러시아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책임있고 중요한 공급국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만큼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능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김성진 전력거래소 이사장 취임…중동발 에너지 위기 속 전력수급 안정 과제

김성진 신임 한국전력거래소 이사장이 4일 공식 취임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속에도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임기를 시작했다. 김 이사장은 행정고시 33회 출신으로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광주미래차모빌리티진흥원 원장 등을 역임한 정책·산업 분야 전문가다. 임기는 취임일로부터 3년이다. 그는 1963년생으로 광주 대동고와 건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영국 리즈대학교에서 동아시아학·중국경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 이사장이 취임한 시점은 에너지 시장 불확실성이 빠르게 확대되는 국면이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 가스가격이 상승하면서 국내 발전용 천연가스 도매요금은 이달 기준 GJ당 1만7961원으로 전월(1만6706원) 대비 7.5% 인상되며 연료비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연료비 상승은 전력시장에도 점차 반영되는 흐름이다. 전력도매가격(SMP)은 이날 기준 평균 킬로와트시(kWh)당 123.0원으로, 전월 110원대 수준과 비교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전력수요가 낮은 봄철인 5월에는 SMP가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는데 이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LNG 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중동 전쟁 발생 약 3개월 이후인 6월부터는 상승 압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여름철 전력수요 증가까지 겹칠 경우 고가 LNG 발전기 가동이 늘어나며 SMP 상승폭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전력시장 운영을 총괄하는 전력거래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전력 수급 안정은 물론 시장 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한 운영 역량이 동시에 요구되기 때문이다.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처럼 SMP 급등과 전기요금 동결이 맞물릴 경우 한국전력의 적자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이에 따라 SMP 상한제 재도입 등 시장 안정 장치가 다시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이사장의 취임식은 오는 6일 전력거래소 나주 본사에서 열릴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향후 전력시장 운영 방향에 대한 구상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단기 대안 LNG뿐인데, LNG는 쓰지마”…반도체·DC의 전력 딜레마

주요 제조 대기업들이 폭증하는 글로벌 수요를 충당하고 경쟁에 앞서 나가기 위해 현실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활용한 열병합발전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작 정책 환경은 LNG 사용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산업계의 '전력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대규모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단기간 내 안정적으로 공급할 현실적인 대안이 사실상 LNG뿐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 조율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LNG 기반 발전 설비에 대한 탄소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자가발전이나 구역전기 형태의 LNG 발전소에 대해서도 전력수급기본계획 편입과 함께 탄소 감축 방안을 강하게 요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나 데이터센터 같은 대규모 전력 공급이 필요한 산업계 입장에서는 시급한 전력 확보를 위해 LNG를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규제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구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의 경우 2050년까지 최소 10GW의 신규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4GW 이상이 수소 혼소 또는 전소를 전제로한 LNG발전으로 공급한다.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5년 8.2TWh에서 2038년 30TWh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기술·입지·시간을 모두 고려할 때 대규모 전력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전원은 LNG 발전이 유일한 선택지에 가깝다. 대형 원전은 건설 기간이 길고 부지 확보와 주민 수용성 문제로 단기간 내 대응이 어렵다. 석탄발전 역시 환경 규제로 사실상 신규 건설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태양광은 도심에 설치는 가능하지만, 산업에 필요할 정도의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기가 힘들고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결합해야해 비용문제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LNG가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전원이라는 점이다.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공급하는 RE100이나, 이보다 청정전력 범위를 원전 등으로 확대한 CF100 등 글로벌 기업들의 탄소 규범이 강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한국 정부 정책뿐 아니라 글로벌 바이어들의 기준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수요를 맞추려면 전력을 LNG발전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탄소 규제는 더 강해지는 이중 압박 구조"라고 설명했다. 중장기 대안으로 거론되는 소형모듈원전(SMR) 역시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당장 대안으로 활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역시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이 요구하는 24시간 고품질 전력을 단기간 내 대체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정책과 산업 현실 간 괴리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로 평가한다.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탄소중립은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이지만, 당장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력 공급 해법도 동시에 제시돼야 한다"며 “발전원을 과도하게 제약할 경우 전력 수급 불안과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문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속도의 문제라는 분석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AI와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과도기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러한 딜레마를 해소할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국내 제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현장] 중동발 위기에도 흔들림 없다…인천 LNG 기지 가보니

인천 센트럴파크에서 버스로 20여분, 인천신항을 지나 바다 쪽으로 더 들어가자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생산기지인 한국가스공사 인천 LNG 기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지 안으로 들어서자 아파트 15층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저장탱크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망대에 오르면 지상식과 지중식 저장탱크 23기, 기화설비, 배관망, 부두 설비가 바다 위 인공섬에 촘촘히 들어선 모습이 한눈에 펼쳐졌다. 지난달 30일 한국가스연맹 현장답사로 방문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선갑도 해상에 조성된 인천 LNG 기지는 총면적 약 45만평으로 여의도 면적의 1.8배에 달한다. 이곳은 오직 수도권에 안정적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바다를 매립해 만든 천연가스 생산기지다. 1996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후 국내 천연가스 수요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수도권 공급의 핵심 거점 역할을 맡고 있다. 인천기지의 LNG 저장능력은 총 348만㎘로, 국내에서 약 18일간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글로벌 LNG 수급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했다. 우리나라는 과거 중동 LNG 의존도가 약 70%에 달했지만 도입선 다변화를 통해 현재는 약 15% 수준까지 낮아져 있을 때 전쟁이 터졌다. 지금도 비상 상황이긴 하나 카타르·오만 등 중동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러시아 사할린 등 여러 수입처에서 LNG를 들여오고 있어 충격이 일정 부분 완화됐다. 현장 관계자들도 기지 운영에 큰 변화는 없다고 전했다. 지금은 봄철로 가스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수기다. 천연가스는 냉방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과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에 사용량이 크게 증가한다. 당장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에너지 수급 자체보다 공공부문 차량 홀짝제에 따른 출퇴근이 불편해졌다고 한다. 인천 LNG 기지는 자가용 없이는 접근이 쉽지 않아 직원들은 외부에서 통근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하고 있다. LNG는 해외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 안팎으로 냉각해 액체 상태로 만든 것이다. 23개의 거대한 저장탱크 내부 역시 영하 162도로 유지된다. 탱크 내부에는 극저온을 견디도록 설계됐고 외벽은 두꺼운 특수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있다. LNG는 기체 상태보다 부피가 약 600분의 1로 줄어들어 대량 저장과 장거리 해상 운송이 가능하다. 이렇게 들여온 LNG는 인천기지 저장탱크에 보관된 뒤 다시 기체 상태로 바뀐다. 이후 지하 배관망을 통해 가정, 산업체, 발전소 등에 공급된다. 버스는 다시 부두 쪽으로 향했다. 부두까지 이어지는 길은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긴 방파제처럼 뻗어 있었다. 양쪽 아래로는 LNG 수송선에서 저장탱크까지 연결되는 배관들이 나란히 이어졌다. 바닷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길 끝에는 거대한 설비들이 솟아 있었다. LNG 선박이 들어오면 이 설비를 통해 액체 상태의 LNG가 저장탱크로 이송된다. 인천기지는 7만5000t급과 12만7000t급 초대형 LNG 선박이 동시에 들어올 수 있는 2개 부두를 운영한다. LNG 수송선은 안전을 위해 입항 1km 전부터 엔진을 끄고 예인선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부두로 들어온다. 현장에서는 LNG 선박의 입항을 돕는 예인선 계류장도 볼 수 있었다. 기지에는 총 4척의 예인선이 있다. LNG 선박 한 척이 싣고 오는 물량은 적게는 저장탱크 1기 이상, 많게는 2기 가까이를 채울 수 있는 규모다. 하역에는 통상 10~12시간이 걸리며, 선박은 약 24시간가량 기지에 머문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여름철에는 월 10~12척, 겨울철에는 월 20~25척가량이 입항한다"며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에는 사실상 매일 LNG 선박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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