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환경공단, 차기 이사장 재공모…적격자 못 찾아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차기 이사장 선임을 위한 재공모에 나섰다. 지난 6월 진행한 공개모집에서 적격 후보자를 찾지 못하면서 두 달여 만에 다시 후보자 모집 절차에 들어갔다. 24일 원자력환경공단 임원추천위원회는 이사장 재공모 공고를 내고 차기 이사장 후보자 모집에 착수했다. 앞서 공단은 지난 6월 이사장 공개모집을 진행했지만 임원추천위원회 심사 결과 적격자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후보자를 선정하지 않았다. 이에 임원추천위원회를 다시 구성하고 재공모를 통해 후보자 물색에 나섰다. 공단 이사장의 임기는 3년이다. 공모를 통해 지원자를 접수한 뒤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복수의 후보자를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추천하고, 이후 임명 절차가 진행된다. 공단은 현재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2031년까지 3단계 매립처분시설을 추가 건설해 처분 능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중·저준위 방폐물을 안정적으로 처분하는 동시에 처분시설을 차질 없이 확충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이 마련되면서 사용후핵연료를 비롯한 고준위 방폐물의 저장·처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갖춰진 만큼 향후 부지 선정과 시설 구축 과정에서 공단의 역할도 확대될 전망이다. 방사성폐기물 관리 정책 변화로 공단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으나 1차 공모에서 적격자를 찾지 못하면서 차기 이사장 선임 절차도 장기화하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환경소식] “겨울 오기 전 미리 챙기세요”…산림청, 2027 목재펠릿 보일러·난로 추가 접수

산림청이 겨울철 난방비 부담을 덜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2027년도 목재펠릿 보일러·난로 보급 지원사업' 추가 신청을 오는 31일까지 접수한다. 이번 사업은 동절기 이전에 선제적으로 설치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주택용 보일러는 설치비의 70%, 사회복지시설용은 100% 보조금을 지원한다. 목재펠릿은 1kg당 등유 0.4리터(L) 대체 및 이산화탄소 1.14kg 감축 효과가 있는 대표적인 탄소중립 연료다. 신청 자격은 5년간 의무 사용이 가능한 자 또는 국고보조 설치 후 5년이 지난 자로, 관할 시·군 산림부서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접수할 수 있다. 제은혜 산림청 목재산업과장은 “농산촌 가구의 난방비 부담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사업인 만큼 많은 관심과 신청을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국환경보전원이 초등학교 3~4학년의 환경보건교육 활성화를 위해 24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인정교과서 '환경과 건강' 1만 부의 무상 보급 신청을 받는다. '환경과 건강'은 일상 속 환경유해인자의 노출 경로와 대응 방법을 다룬 교재로, 교사용 지도서 및 수업용 PPT가 함께 지원된다. 신청은 학교 또는 학급 단위로 환경보건교육 포털 '케미스토리'를 통해 접수하며 도서·벽지 및 신규 참여 학교를 우선 선정한다. 보전원은 연말 우수 활용 학교·학급 6개 팀을 선정해 시상할 계획이다. 신진수 한국환경보전원장은 “학생들이 생활 속 유해인자 대응력을 기르고 교사들이 효과적인 교육을 운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반기문재단과 사단법인 에코나우가 '대학생 기후환경리더 양성과정 9기'에 참여할 국내 거주 한·중·일 대학(원)생 100명을 다음달 8일까지 모집한다. 이번 9기는 '플라스틱 생산·소비 감축을 위한 해결방안'을 공식 주제로 진행된다. 선발된 청년들은 다음달 22일 반기문 평화기념관 개강식을 시작으로 전문가 멘토링, 기후 아카데미, 실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우수 활동자에게는 내년 1월 해외 탐방 기회와 UN청소년환경총회 의장단 우선 선발 특전이 주어진다. 반기문 이사장은 “플라스틱 문제는 인류 생존과 직결된 과제로, 청년들의 도전과 아이디어가 열쇠"라며 “미래 세대가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드는 첫걸음을 내딛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2배 뛴 LNG 가격…유럽 재고 바닥에 올겨울 ‘가스대란’ 오나

중동 전쟁 여파로 동북아와 유럽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가격이 2배 이상 급등했다. 여기에 유럽의 가스 재고율까지 최근 5년 새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올겨울 가스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올겨울 엘니뇨 영향으로 동북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관측돼, 기온 상승에 따른 수요 완화가 가격 안정의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24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동북아(JKM) LNG 현물가격은 MMBtu당 22.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2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하기 전(11달러)과 비교해 2배 이상 오른 수치다. 같은 기간 유럽(TTF) LNG 현물가격도 MWh당 65.87달러를 기록하며 분쟁 전(31달러) 대비 2배 넘게 뛰었다. 올해 LNG 현물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던 2022년보다 지속성 측면에서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2년에는 일시적으로 유럽 현물가격이 10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분기 평균으로 보면 최고치였던 3분기가 49달러 수준이었다. 반면 올해는 1분기 평균 50달러를 기록한 뒤 2분기 43달러로 소폭 하락했다가, 3분기 현재 66달러까지 상승해 역대 최고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LNG 현물가격의 상승과 원달러 환율의 하락으로 국내 9월 가스요금은 전월보다 소폭 상승 내지는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가스공사의 발전용 가스도매요금은 GJ당 3월 1만6048원에서 8월 2만2726원으로 약 40% 오른 상태다. 이처럼 글로벌 LNG 가격이 계속 오르는 배경에는 중동 분쟁으로 인한 공급 차질과 유럽의 겨울철 가스 재고 확보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연간 8100만톤(세계 공급량의 약 20%)의 LNG 공급 능력을 갖춘 카타르의 수출길이 막혔다. 여기에 러시아 LNG 주요 공급 시설마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아 전반적인 글로벌 공급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유럽의 재고 확보 지연도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동북아는 수입한 LNG를 기화해 즉시 소비하는 구조인 반면, 유럽은 대형 지하 소금동굴 등에 가스를 저장해 두고 겨울철에 추출해 사용하는 방식을 취한다. 따라서 유럽의 가스 저장고 충전율은 겨울철 글로벌 LNG 가격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된다. 유럽연합(EU) 가스저장기구(GIE AGSI)에 따르면 22일 기준 유럽의 가스 재고율은 61.7%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76%)는 물론 가스 가격이 폭등했던 2022년(78.3%)보다도 낮고, 최근 5년 평균(80.5%)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보통 EU는 겨울철에 대비해 10월 말까지 저장고를 최대한 채우지만, 현재 충전 속도로는 지난해 최고 재고율(83%)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된다. 낮은 재고율 상황에서 북반구에 혹한이 닥칠 경우 LNG 가격이 폭등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다만 올겨울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이라는 기상 전망은 수급 불안을 완화할 수 있는 요소다. 기상청의 올겨울(12~2월) 기후 전망에 따르면 기온이 평년(0.1~0.9℃)보다 높을 확률은 50%에 달하며, 강수량도 평년(71.2~102.9㎜)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동태평양의 해수면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로 수개월이상 지속되는 엘니뇨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했다. 엘니뇨 현상은 난방 수요를 줄게해 가스 가격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지방은 ‘사업용’, 대도시는 ‘자가용’…도시형 태양광, 맞춤형 규제 풀어야

전국 태양광 발전의 85% 이상이 대규모 '사업용'에 쏠려 있지만, 서울·대전 등 대도시는 주택·건물 중심의 '자가용'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도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용 위주로 짜인 현행 보급 정책을 개편하고, 공동주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 맞춤형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정책 싱크탱크 녹색전환연구소는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형 태양광 확대를 위한 정책 제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소가 공개한 지난 2024년 기준 '지역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태양광 누적 설비 약 3만 2000메가와트(MW) 중 사업용은 2만7000MW로 전체의 85.6%를 차지했다. 반면 특·광역시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서울은 전체 설비 295MW 중 자가용이 248MW로 사업용(46MW)을 5배 이상 앞질렀고, 대전 역시 자가용(96MW)이 사업용(63MW)보다 많았다. 대규모 토지 확보가 어려운 대도시에서는 자가용 중심의 분산형 전원이 에너지전환의 실질적 대안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도시 옥상 태양광의 기술적 잠재량은 104.7기가와트(GW)로, 정부의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인 100GW를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사업용 중심의 정책 설계와 공동주택 관련 규제가 맞물려 도심 자가용 태양광의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도심 주거 형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규제 장벽이 높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상 공용부에 태양광을 설치하려면 입주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해 절차가 까다롭고, 관리사무소도 업무 부담과 안전 민원을 우려해 소극적이다. 개별 가구의 베란다 태양광 역시 관리규약 제한과 임대차 계약상의 원상회복 의무 탓에 세입자가 자발적으로 설치하기 어려운 구조다. 연구소는 도시형 태양광 정책을 사업용과 자가용으로 분리하고, 각 유형에 맞춘 행정·제도적 해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동주택 자가용 태양광의 경우 공공이 주도하는 '표준사업모델'을 구축해 사전설명회부터 금융·유지관리·보험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설치 단지에는 우수 공동주택 평가 가점 등의 혜택을 연계할 것을 제시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가 부지 발굴부터 전력 거래, 수익 환류까지 총괄하는 행정 조정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미영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전환팀 선임연구원은 “도시형 태양광 정책은 사업용과 자가용을 하나의 보급사업으로 묶기보다 각 유형의 장벽에 맞는 맞춤형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며 “지방정부가 행정적 공백을 메우고 조정자 역할을 수행할 때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수년 기다렸는데 후순위로?”…햇빛소득마을 우선접속에 기존 사업자 ‘발칵’

햇빛소득마을 등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전력망 접속 우선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존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력망 부족으로 수년째 계통 접속을 기다려온 사업자들이 신규 정책사업에 밀려 접속 순번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에서는 제도 시행에 앞서 기존 사업자의 접속권을 보호하고 전력망 확충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를 병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4일 태양광 발전·시공업계에 따르면 관련 협·단체들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햇빛소득마을 등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의 전력망 우선접속 제도를 두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앞서 국회는 지난 20일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의 전력망 우선접속 근거 등을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국가기간 전력망 주변지역 등에서 추진되는 1메가와트(MW) 이하 소규모 공익적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이 다른 발전사업보다 우선해 전력설비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곽영주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회장은 “이미 수년 전부터 토지를 구입하고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 계통접속을 신청한 뒤 장기간 기다리고 있는 사업자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신규 햇빛소득마을에 우선권을 주면 먼저 신청한 기존 사업자가 오히려 후순위로 밀리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정된 송전망 용량 안에서 접속 순서만 조정할 경우 주민참여형 사업과 기존 발전사업자 사이의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접속 대기 발전설비 용량은 지난해 10월 기준 3939메가와트(㎿)에 이른다. 곽 회장은 1MW 이하로 정해진 우선접속 기준을 악용한 이른바 '사업 쪼개기' 가능성도 제기했다. 하나의 사업을 여러 개의 소규모 사업으로 나누거나 형식적으로 주민참여 요건을 갖춰 우선접속권을 확보하려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향후 하위법령에서 실제 주민 참여 정도와 수익 공유 구조 등을 구체화하고 명의 대여나 사업 쪼개기를 막을 관리·감독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숙 전국태양광발전협회 사무총장도 “햇빛소득마을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발전사업의 주체가 되고 이익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모델은 충분히 확대할 가치가 있다"면서도 “새로운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 사업자와 일반 국민의 기회를 뒤로 미루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기존 계통접속 대기 사업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명확한 경과조치와 함께 우선접속 대상·기준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전사업자가 투자에 앞서 지역별 계통 여유용량과 예상 접속 시기, 향후 계통 보강계획을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법 시행을 위한 시행령과 세부 운영기준 마련 과정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햇빛소득마을에 단순히 접속 순번을 앞당겨주는 데 그치지 않고 송·배전망 확충과 계통 보강, ESS 확대 등을 병행해 전체 접속 가능 용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곽 회장은 “계통이 부족하다면 사업자 간 순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력망을 확충하고 ESS를 확대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며 “햇빛소득마을 확대와 함께 기존 발전사업자의 접속권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시행령 등에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햇빛소득마을은 주민들이 협동조합 등을 구성해 태양광 발전사업에 직접 참여하고 전력 판매 수익을 공동으로 나누는 사업이다. 정부는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동시에 농어촌에 새로운 소득원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조성 목표도 기존 500곳 이상에서 700곳 이상으로 상향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특별기고] 전력수요 급증 시대, 가스 인프라를 활용해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미래 전력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최근 수요계획 소위원회가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신규 수요를 반영해 제시한 2040년 최대전력 목표수요는 158.4~165.0GW로, 불과 몇 달 전 전망보다 약 27GW 늘어났다. 이는 단순히 전력수요 전망치가 높아졌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AI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는 안정적인 전력공급 자체가 산업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이제 전력정책은 '얼마나 많은 전력을 생산할 것인가'뿐 아니라 '필요한 전력을 언제, 어디에서 공급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려면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충분한 발전설비를 확보하고 전력망도 적기에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망 건설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특히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처럼 대규모 전력수요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 발전설비의 총량 못지않게 필요한 지역에 전력을 제때 공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다. 따라서 기존의 '대규모 발전-장거리 송전-수요지 소비' 방식과 함께 수요지 인근에서 직접 전력을 생산하는 분산형 전력공급 체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분산전원의 역할을 신규 전력수요에 대한 추가 공급수단으로만 볼 필요도 없다. 기존에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망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던 산업체와 대형 수요처의 일부가 중소형 자가·분산발전으로 전환한다면 중앙계통이 담당해야 할 전력수요 자체를 줄일 수 있다. 이는 기존 발전설비와 송·변전망의 부담을 완화하고, 그렇게 확보된 계통의 여력을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새롭게 증가하는 전력수요를 수용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분산전원은 단순히 새로운 발전설비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전력 인프라에 새로운 공급여력을 만들어내는 수단이라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 가스 인프라다. 우리나라는 수십 년에 걸쳐 LNG 인수기지와 주배관망, 전국의 도시와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도시가스 배관망을 구축해 왔다. 그동안 이러한 인프라는 주로 가정과 산업체에 연료를 공급하는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그러나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시대에는 가스망을 전력망과 함께 국가 에너지시스템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에너지 수송 인프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모든 에너지를 전기의 형태로 장거리 수송할 필요는 없다. 기존 가스망을 통해 에너지를 수요지까지 운반하고, 그곳에서 열병합발전, 연료전지, 가스엔진·가스터빈 등을 활용해 필요한 전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전력망과 가스망이라는 두 개의 국가 에너지 네트워크를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는 대규모 가스발전뿐 아니라 수요지 가까이에 설치되는 중소형 가스 분산전원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중소형 발전설비는 산업단지, 데이터센터, 병원, 대형 상업시설 등 수요처의 특성에 맞춰 설치할 수 있고, 수요 증가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충하는 것도 가능하다. 열수요가 있는 곳에서는 열병합발전을 통해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함으로써 에너지 이용효율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적기 전력공급(Time to Power)'이라는 가치도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첨단산업 투자 경쟁에서는 전력가격 못지않게 필요한 전력을 언제 공급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입지 조건이 되고 있다. 반도체 공장이나 데이터센터는 준비됐는데 송전망이 수년 뒤에 완성된다면 그 시간의 차이는 투자 지연과 산업경쟁력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구축된 도시가스 배관망을 활용한 중소형 분산전원은 이러한 시간과 공간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탄소중립 시대에 천연가스 소비를 무조건 확대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천연가스 역시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인 만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가스 자체의 저탄소·무탄소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 그 가능성은 다양하게 열려 있다. 고효율 열병합발전과 연료전지의 활용을 확대하고, 바이오메탄과 청정수소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와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생산하는 e-메탄의 활용도 검토할 수 있다. 천연가스의 생산과 이용 과정에 CCUS를 결합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가스 인프라를 단순히 화석연료 시대의 유산으로 볼 필요는 없다. 공급되는 가스의 탄소집약도를 단계적으로 낮추고 다양한 탈탄소 기술을 결합해 나간다면 기존 가스망은 미래의 저탄소·무탄소 에너지를 수송하고 활용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에너지의 탄소집약도를 지속적으로 낮춰가는 것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탄소중립을 함께 추구하는 현실적인 전환전략이다. 이제 정책과 시장제도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야 한다. 중소형 분산전원이 생산하는 전력량만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송전망 부담을 얼마나 줄이는지, 기존 계통에 얼마나 새로운 공급여력을 만들어내는지, 필요한 지역에 얼마나 신속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지, 계통 유연성과 에너지효율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그 가치를 적절히 보상할 필요가 있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관점이 적극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는 방법은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망을 계속 확충하는 것만이 아니다. 신규 전력수요의 일부를 수요지에서 직접 충당하고, 기존 전력수요의 일부도 중소형 자가·분산발전으로 전환해 중앙계통이 감당해야 할 수요를 줄이는 것 역시 중요한 전력수급 대책이다.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시대일수록 국가가 이미 구축한 에너지 인프라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전력망과 가스망, 중앙집중형 발전과 분산형 발전은 서로 경쟁하는 인프라가 아니라 상호 보완하는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 전기화 시대에 가스 인프라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달라지고 있다.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면서 탄소중립과 산업경쟁력, 에너지안보를 함께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 에너지 인프라 전체를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새로운 발전소와 전력망을 구축하는 노력과 함께, 이미 전국에 구축된 가스 인프라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bienns@ekn.kr

안호영 의원, 발전공기업 통합 ‘한국발전공사법안’ 대표 발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새만금 산업단지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 안호영 의원이 이번에는 발전공기업의 통합 본사를 전북에 두도록 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전북 완주·진안·무주) 국회의원은 전북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한국발전공사법안을 오는 24일 공동 발의한다고 23일 밝혔다. 법안은 남동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 등 한전 자회사인 5개 발전 공기업들을 통합해 한국발전공사를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발전공사는 전력 자원의 개발과 발전사업, 재생에너지 발전의 확대·보급·공공성 강화, 관련 연구 및 기술개발, 해외사업, 투자·출연 등을 수행하도록 했다. 공사 자본금은 32조원으로 하며 정부가 51% 이상을 출자해 공공성과 책임성도 확보한다. 아울러 재생에너지전환본부를 설치하고 기능상 독립된 조직으로 운영한다. 특히 한국발전공사의 본사와 재생에너지전환본부를 전북특별자치도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 의원은 “한국발전공사 본사와 재생에너지전환본부를 전북에 설치하면 새만금 재생에너지와 전북 수소탄소산업을 연계해 새 에너지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며 “전북을 대한민국 에너지전환과 미래 전력산업의 중심지로 도약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지난 6월 18일 기후에너지부의 발전공기업 역할 재정립 연구용역 중간보고회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 방향에 동의한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에너지 전환을 어디서 실현할 것인가이다. 그 중심은 새만금이어야 한다. 통합 발전공사의 본사는 새만금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 간 통합 본사 유치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미 중부발전과 서부발전이 있는 충남도 및 태안군과 남동발전이 있는 경남 및 진주시가 유치 도전장을 냈고, 동서발전이 위치한 울산, 남부발전이 있는 부산도 유치를 원하고 있으며, 여기에 한전 본사가 위치한 나주까지 도전하고 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전력투자비 조달, 원가회수율 공개가 핵심이다

지난 20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공개된 전력수요 재전망은 충격적이다. 2040년 목표 최대전력은 지난 4월 전망한 131.8~138.2GW에서 158.4~165.0GW로 26.6~26.8GW 늘었다. 연간 전력소비량도 657.6~694.1TWh에서 847.3~885.1TWh로 약 190TWh 증가했다. 불과 몇 달 만에 최대전력 전망이 20%, 전력소비량이 28%가량 상향된 것이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가 전력수요 지형을 바꿨다. 전기를 어떻게 생산할지도 문제이지만, 전기를 필요한 곳까지 보낼 전력망은 누가, 무슨 돈으로 건설할 것인가. 한전은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서 2038년까지 72조8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는 이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10GW 이상 전력공급 설비가 반영돼 있다. 하지만 호남권 반도체 산단과 AI 데이터센터가 추가되고 정부가 전력망 건설 시기를 앞당기라고 요구하면서 72조8천억원 보다 크게 높아질 것이 확실시된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연간 투자비가 약 10조원, 이 가운데 송전망 투자가 약 8조원이라고 밝혔다. 지중화 확대, 주민 보상 강화, 자재비 상승까지 고려하면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한전의 영업이익은 4조9천억원이다. 흑자라고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연결 기준 부채는 210조원을 넘었고 차입금은 133조원에 달한다. 상반기 이자비용만 2조1천억원이다. 여기에 정부는 11차 전기본의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목표 78GW를 100GW로 높였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요하지만 발전설비만 세운다고 전기가 저절로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송전망과 변전소, 에너지저장장치(ESS), 계통 안정화 설비가 함께 들어가야 한다. 반도체·데이터센터처럼 대규모 수요처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전력망 비용은 더 커진다. 공짜 점심이 없듯 공짜 전력망 역시 없다. 민간투자를 끌어들인다 한들 비용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한전에 차입을 떠넘기는 방식도 한계에 이르렀다. 전기요금 조정과 재정 분담을 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한전은 과연 유의미한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할 수 있을까. 소비자는 자신이 내는 요금이 원가보다 비싼지 싼지조차 알 수 없다. 정부가 인상률만 결정해 통보하니 요금 조정 때마다 모든 소비자가 “왜 나만 올리느냐"고 반발한다. 지역별 차등요금제 역시 원가 차이를 반영하는 것인지, 지역 지원 정책인지 구분하지 않으면 또 다른 교차보조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전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왔음에도 전기요금은 여전히 경제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의 그늘을 못벗어나고 있다. 전기요금 탈정치화의 핵심은 '용도별 원가회수율 공개'다. 정부는 2012년까지 주택용·일반용·산업용·농사용 등 종별 원가회수율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자료 공개가 중단됐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3년 원가회수율은 평균 95.1%, 산업용 97.9%, 일반용 99.7%, 주택용 89.6%, 농사용은 35.1%였다. 산업용 원가회수율이 높아진 것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총 11회에 걸처 80.6%를 인상한 결과이다. 2022년 이후에도 산업용은 kWh당 80.0원, 주택용은 40.4원 인상됐다. 지금은 '전기요금'이라는 명목으로 누가 누구를 얼마나 보조하고 있는지 추정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깜깜이 상태에서 막대한 전력망 비용 마련을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한다고 하면 산업계와 일반 국민 모두 납득하기 어렵다. 정책적으로 특정 용도의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해야 한다면 그 차액은 투명하게 계산해 정부 예산으로 지원할 때가 왔다. 복지·농업·산업정책 비용을 한전 장부 속에 숨겨 다른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구닥다리 방식은 이참에 일소해야 한다. 원가를 알아야 지원이 필요한 경제 주체와 정책 목적이 분명해지고 그 지원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다. 전기요금 인상 발표보다 앞서 정부가 해결할 일은 용도별 공급원가와 원가회수율을 공개하고 앞으로의 용도별 전기요금 인상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얼마나 더 지을 것인가"를 넘어서 “누가, 어떤 원칙으로 그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에 대해 모두 고민할 때다. bienns@ekn.kr

원가에도 못 미치는 물값…반도체 용수 대란 부르나

한국수자원공사가 물을 팔아도 적정원가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물 공급에 들어간 전기료가 3300억원에 육박하면서 10년째 동결된 물도매 요금의 인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메가프로젝트 추진으로 하루 215만톤 이상의 대규모 산업용수 공급이 필요해지면서 수자원공사의 용수 공급과 인프라 투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2일 한국수자원공사 광역상수도 원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물을 공급하는 데 들어가는 전기료인 전력수도료는 총 3287억원으로 집계됐다. 광역상수도란 수자원공사가 지방자치단체나 기업 등에 대규모로 물을 공급하는 '물 도매사업'이다. 지자체는 광역상수도를 통해 공급받은 물을 지방상수도를 통해 가정 등에 소매로 판매한다. 지난해 전력수도료 3287억원은 2024년 2968억원보다 319억원, 10.7% 증가한 수치다. 전력수도료는 2020년 1689억원에서 2025년 3287억원으로 5년 만에 약 두 배로 증가했다. 한국전력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산업용 전기요금을 연속적으로 인상하면서 수자원공사의 전력수도료가 크게 증가했다. 수자원공사는 취수장에서 물을 끌어오고 정수한 뒤 각 지역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대규모 펌프 등을 가동하는 등 물을 공급할 때 전력을 사용한다. 전력비 상승은 광역상수도의 전체 적정원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자원공사의 광역상수도 적정원가는 지난 2022년부터 물 판매로 벌어들인 총수입을 웃돌기 시작했으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이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2022년 적정원가는 1조4944억원으로 물판매 총수입 1조4178억원보다 766억원 많았다. 2023년에는 적정원가 1조5341억원, 총수입 1조4243억원으로 격차가 1098억원으로 확대됐고 2024년에는 각각 1조5591억원, 1조4386억원으로 1205억원의 차이가 났다. 지난해에는 적정원가가 1조6099억원까지 증가한 반면 총수입은 1조4607억원에 그쳤다. 물을 판매해 벌어들인 수입이 적정원가보다 1492억원 부족한 셈이다. 전년보다 부족액도 287억원 늘었다. 적정투자보수까지 포함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지난해 적정투자보수는 2610억원으로, 적정원가와 이를 합친 총괄원가는 1조8709억원에 달했다. 반면 총수입은 1조4607억원으로 총괄원가보다 4102억원 적었다. 지난해 총 물판매량은 44억100만㎥로 평균 판매단가는 1㎥당 331.9원이다. 반면 총괄원가를 판매량으로 나눈 평균 원가는 약 425.1원으로, 물 1㎥를 판매할 때 총괄원가 기준 약 93.2원을 회수하지 못한 셈이다. 요금현실화율도 2022년 79.9%, 2023년 77.5%, 2024년 78.4%, 지난해 78.1%로 80%를 밑돌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수자원공사가 공급해야 할 산업용수가 대폭 늘어난다는 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가운데 반도체 산업 등에 필요한 용수 공급량은 하루 215만톤 이상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하루 150만톤, 서남권 반도체 산업 등에 하루 65만톤 이상의 공급이 필요하다. 1인당 하루 물 사용량 305.9리터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703만명이 하루 동안 사용하는 양과 맞먹는다. AI 데이터센터까지 고려하면 물 수요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산업시설에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취·정수시설과 관로 등 추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만큼 수자원공사의 투자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25년 글로벌 워터 인텔리전스(GWI) 통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수도요금은 톤(㎥)당 3043원인 반면 한국은 829원에 불과하다. 이는 OECD 평균의 27.2% 수준으로, 주요국과 비교해도 노르웨이(7.0배), 영국(6.1배), 미국(4.2배), 일본(1.6배) 등 해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에 수자원공사는 반도체 기업과 일반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현행 요금체계를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한민국 반도체 미래지도와 인프라 전략 토론회'에서 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반도체 기업 등에 요금 부담을 달리하는 방안이 언급됐다. 강부식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용수는 동일한 양의 원수를 사용하더라도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국가 전략 용수"라며 “모든 인프라 구축을 정부 재정과 수자원공사에만 의존하기보다,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자도 인프라 투자 비용을 일정 부분 분담하는 방향으로 요금 체계를 개편해야 정부와 기업이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는 2016년 광역상수도 요금을 4.8% 인상한 이후 10년째 요금을 동결하고 있다. 특히 윤석대 수자원공사 사장은 지난 2023년 10월 광역상수도 요금을 향후 2년간 동결하겠다고 밝혔고 해당 기간은 지난해 10월 끝났다. 수자원공사 노조에서도 최근 요금과 물가 연동을 요구했다. 수자원공사 노조는 지난 5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환경 분야 공공기관 노조 연대협의체 간담회에서 “현재 물값은 생산원가의 76~77% 수준에 불과해 물을 공급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라며 “10년 가까운 요금 동결이 재무 악화와 복지 축소, 경영평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료 등 생산 원가는 가파르게 오르는데 물값이 한계비용보다 낮게 유지되면 물 과소비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노후관 교체나 산업용수 확충 등 필수 인프라 투자의 경제성 평가까지 왜곡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수자원공사는 수도 부문의 적자를 수력발전이나 택지개발 수익으로 메우는 '교차보조' 구조에 의존하고 있어, 억눌린 수도요금 압력이 결국 분양가나 발전비용 상승 등으로 전가돼 간접적인 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며 “공공요금을 억지로 묶어둔다고 물가가 안정되는 것이 아닌 만큼, 각 사업 부문이 한계생산비용에 맞게 제값을 받도록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K-에너지방패] 독일의 1/4 수준 전기요금…국민은 폭염 버텼지만, 한전은 ‘누더기’

올 여름 북반구에 섭씨 40도가 넘는 살인적인 폭염이 발생하면서 유럽에서는 무려 2만44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너무 비싼 전기요금 탓에 에어컨을 충분히 가동할 수 없었던 영향이 컸다. 반면 한국에도 사상 최악의 폭염이 발생했지만, 인명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저렴한 요금 덕분에 충분한 냉방을 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력시장 도소매 사업자인 한전이 중동발 에너지 위기로 발전단가가 크게 올랐음에도 물가안정을 위해 요금을 동결한 덕분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한전의 재무상태는 심각한 상태이다. 특히 한전은 국가 핵심 인프라인 전력망 보급의 책임을 지고 있는 공공기관이란 점에서 전력망 확충사업까지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에너지 가격을 반영한 요금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주택용 요금 kWh당 188원, 독일 660원의 1/4 수준 20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중동 분쟁 장기화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올랐음에도 국내 전기요금을 3분기까지 동결 조치했다. 이로 인해 주택용과 일반용 요금은 12개 분기 연속으로 동결됐으며, 산업용 요금도 6개 분기 연속 동결됐다. 한전이 정부의 물가안정 우선 정책에 부응하고자 요금을 동결했지만, 사실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발전 연료로 사용되는 한국가스공사의 발전용 가스요금은 올해 3월 대비 8월에 GJ당 1만6048원에서 2만2726원으로 무려 40%나 올랐다. 이로 인해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구매단가(SMP)도 같은 기간 kWh당 110원대에서 150원대로 껑충 뛰었다. 이는 한전의 손익분기점인 146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SMP가 150원대로 높아지면 한전은 적자를 보면서 전력을 팔게 되는 것이다. 다만 한전은 국내 발전 비중의 66%를 차지하는 발전 공기업들을 자회사로 두고 있어 전력구매비가 너무 증가하지 않도록 조정을 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시장 단가는 크게 오른 상황이다. 국민들은 한전이 요금을 동결한 탓에 섭씨 40도가 넘는 올 여름 폭염에도 충분히 냉방을 가동해 버틸 수 있었다. 이와 반대로 유럽에도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이 닥쳤지만, 비싼 전기요금 탓에 냉방을 충분히 가동하지 못해 무려 2만4400여 명의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국은 이달 초까지 온열질환 누적 사망자는 28명이다. 한국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주요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유럽연합의 평균 주택용 전기요금은 kWh당 410원에 달하며, 에너지 가격이 가장 비싼 독일은 무려 660원까지 치솟아 민생 경제를 강타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kWh당 188원으로 독일 요금의 1/4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 전기요금은 유럽은 물론이고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인 미국보다도 싸며, 옆나라 일본보다도 싼 편이다. 한국보다 저렴한 나라는 중국, 러시아, 인도 등 몇 나라에 불과하다. ◇한전 연간 이자비용 2.5조원, 사채 발행으로 투자비 조달 문제는 한전이 지속적으로 요금을 낮게 유지하면서 심각한 재무 부실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2분기 말 별도기준으로 한전의 총부채는 118조원이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을 때 국내 반영분을 최대한 흡수하고 요금 인상을 자제하면서 쌓인 금액이다. 천문학적인 부채로 인해 올해 상반기에만 이자비용으로 1조2000억원을 지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2조1228억원인데, 거의 절반가량을 이자비용으로 지출한 것이다. 한전은 국내 유일한 송배전망 운영사업자로서, 앞으로 반도체 및 AI데이터센터 공급을 위한 전력망 확충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기존 송배전망 확충 계획에만 100조원의 투자비가 책정됐으며,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한 추가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해선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전은 필요한 자금을 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8조원을 발행해 누적 발행액은 71조5000억원이다. 한전법에 의한 한전의 사채 발행한도는 121조3000억원이다. 앞으로 발행 가능한 금액은 49조8000억원이다. 이마저도 2027년이면 발행한도가 다시 자본금+적립금의 현 5배에서 2배로 줄어든다. 한도는 국회가 다시 법을 개정해 늘리면 된다. 문제는 부채가 계속 증가하면서 이자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채권금리 인상에 기준금리까지 인상이 예고되고 있어 내년 이자비용은 3조원가량으로 늘어날 수 있다. 특히 내년에는 한전의 실질적 수익원이었던 발전 자회사들이 통합돼 한전으로부터 독립할 가능성도 있다. ◇“요금 현실화, 한전 적자 해소 도움주고 소비절감에도 효과" 전문가들은 전기요금의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요금 현실화는 한전 재무구조의 정상화에도 효과적이지만, 전력 소비 절감 및 효율화 향상도 이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최봉석·이유수 연구위원의 '전력요금 변화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분석' 연구(2013년)에 따르면 산업용 전력요금 인상이 단기적으로는 설비투자 하락을 가져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실질 GDP를 크게 떨어뜨리지 않으며, 효율화 투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택용 전력요금과 일반용 전력요금이 5%만큼 계속 인상될 경우에도 물가, 투자, 실질 GDP 등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전기요금 현실화는 한전의 적자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만, 시장성 변동을 통해 소비 절감 및 효율화를 유도한다"며 요금 현실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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