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내년 상반기 순차 재가동

부산 기장 고리 원자력발전소 3·4호기의 계속운전이 허가됐다. 이에 따라 고리 3·4호기는 설비 개선과 정기검사 등 후속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 순차적으로 재가동될 전망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7일 제2026-17회 회의를 열고 고리 3·4호기 계속운전을 위한 운영변경허가안을 표결 끝에 의결했다.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전의 계속운전 허가는 2008년 고리 1호기, 2015년 월성 1호기, 2025년 고리 2호기에 이어 네 번째다. 현 정부 들어서는 고리 2호기에 이어 두 번째 계속운전 허가다. 이번 결정으로 고리 3호기의 운전 기간은 2034년 9월, 고리 4호기는 2035년 8월까지 각각 10년 연장된다. 고리 3·4호기는 각각 1985년 9월과 1986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가압경수로형 원전으로, 설비용량은 각각 1025메가와트(MW)다. 40년의 운전허가 기간이 만료되면서 3호기는 2024년 9월, 4호기는 2025년 8월 가동을 멈췄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22년 9월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서를 제출하고 2023년 11월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원안위는 앞서 계속운전의 주요 관문인 사고관리계획서를 세 차례 논의한 끝에 의결한 데 이어 이날 계속운전 허가 여부를 심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부지 내 환경과 대기확산, 기술기준 적용 등을 놓고 위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최종 논의에는 7명의 위원이 참여했으며 진재용·박종운 위원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후 표결 결과 찬성 5명, 반대 2명으로 허가안이 통과됐다. 허가가 곧바로 재가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수원은 심사 과정에서 확인된 안전성 개선사항을 이행하고 설비 개선과 정비를 마친 뒤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원안위는 현장에서 후속 조치 이행 여부와 안전성을 확인한 뒤 재가동을 승인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2027년 상반기 중 고리 3·4호기를 순차적으로 재가동한다는 목표다. 김회천 한수원 사장은 “계속운전은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의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뒷받침해 국가 경제와 탄소중립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설비 개선과 정기검사 등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전력시장 개혁이 먼저다

송전망이 제대로 갖춰졌다면 전기는 하나의 가격으로 거래되어야 한다. 하지만 송전망이 부족한 전기는 어디서 생산하고 소비하느냐에 따라 공급비용이 달라진다. 그래서 송전혼잡과 손실을 가격에 반영하는 지역별 도매가격제(LMP, Locational Marginal Price)가 타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좋은 취지가 좋은 제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송전망을 독점하는 한전체제하에서 비용기반 도매시장과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소매요금, 불투명한 정산구조를 그대로 둔 채 지역만 나누면 시장개혁은 할인 재원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변질된다. 전력시장의 가격기능을 회복하고 제대로된 시장개혁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전력시장의 도매가격 차등제는 몇 가지 문제와 전제조건이 성립하지 않는다. 첫째, 소매요금을 미리 지역적으로 차등하겠다고 발표하고 도매가격을 여기에 끼워 맞추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소매를 어느 곳도 올리지 않고 지역을 전부 차등이라는 명목으로 할인해 준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지역별 발전비용과 송배전·계통운영 비용을 계산하고,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나누고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 정한 뒤 소비자 요금을 설계해야 한다. 그런데 인하 폭을 먼저 약속하면 도매가격은 실제 전력의 가치를 발견하는 가격이 아니라 그 약속을 충당하는 수단이 돼버린다. 지지난 정부에서 한번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았고, 지난 정부는 산업용만 7번이나 인상했다. 올리기는 너무나도 어려운 부담이지만 깎아주는 일은 국민들이 반대할 이유도 없고 너무나도 수월한 정치적 선택이다. 지극히 포퓰리즘의 극치이다. 가격을 안올리고 시스템이 유지될 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한전은 여전히 210조의 부채를 짊어지고 부채한도의 법적 줄타기를 하고 있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확충과 전기국가를 외치면서 송전망 건설을 위한 요금인상이 필요하다는 요구에는 전혀 반응이 없다. 가스공사도 14조원의 미수금을 여전히 회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 미래 세대의 몫이고 여전히 이자를 내고 있는 소비자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방치되고 있다. 지역적으로도 수도권의 비용 부담은 그대로 두고 다른 지역의 요금만 낮춘다면 부족한 재원의 부담 주체를 밝혀야 한다. 산업용만 할인하는 정책 역시 공급원가에 맞는 정책인지? 가정용과 일반용 등의 원가와 합치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균형발전 지원은 목적과 재원을 명확히 하고 전기요금 속에 숨겨서는 안 된다. 둘째, 도매가격 차등과 소매요금 차등의 연결고리가 약하다. 도매시장을 수도권·비수도권·제주로 구분하지만, 소매요금 논의는 별도의 권역과 지역우대 기준을 사용한다. 전기적 혼잡을 반영한 구분과 지역균형 발전정책은 엄연히 다른데 지역균형에 모든 것을 올인해 버린 실정이다. 도매가격에 망 이용비와 계통운영비를 합산해 소매요금으로 전달하는 원칙 없이 지역 차등의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 가격을 좌우하는 계통운영 기준의 투명성이 부족하다. 원칙적으로 수도권 융통한계와 발전기별 선로민감도를 활용한다는 방향이 제시돼 있다. 문제는 원칙의 부재보다 구체적 적용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송전한계량을 어떤 고장과 안전도 가정으로 산정하고, 제약발전기의 가격결정 자격과 예비력 확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지역가격은 달라진다. 중앙급전 발전기는 전기적 영향으로, 비중앙급전 발전기는 소재지로 구분하는 차이도 설명이 필요하다. 입력자료·산식·급전결과와 민감도 분석을 공개하고 독립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송전망 건설 지연의 책임까지 발전사업자의 가격 하락으로 대체해서도 안 된다. 넷째, 저렴한 연료를 확보한 발전사가 그 성과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의 비한계 발전기는 비용을 낮추면서 기대이윤을 늘림과 동시에 SMP를 낮춰서 국민 전체에 편익을 제공한다.그런데 지역의 한계가격을 정하는 발전기가 연료비를 낮출 때 판매가격도 함께 하락하거나, 절감 이익을 회수한다면 노력의 보상이 줄어든다. 반대로 비싼 연료와 비효율은 보전해 주면서 절감 성과만 거둬들이면 비용을 낮출 이유가 약해진다. 이런 왜곡이 누적되면 단기 도매가격 인하와 달리 장기 공급비용과 전기요금에는 상승 압력이 생긴다. 연료조달 경쟁과 효율투자를 보상하는 가격입찰제로 이행하는 정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다섯째, 지역가격을 적용한다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정부 정책과도 위배된다. 대부분 재생이 많은 곳이 공급이 넘치고 송전이 막힌 지역일 가능성이 높다. LMP로 낮아지는 발전단가를 적용받는 대부분은 지역 발전기는 재생에너지 발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장기 고정가격계약에서는 LMP를 적용하여 낮은 단가 계약이 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도 결이 맞지 않는다. 단가는 낮추고 공급을 늘리라는 정책은 경제원론 수준도 안되는 비상식적인 원칙이다. 영국, 호주 등 노드별 가격제(nodal Price)를 실시하려다가 실패한 사례들은 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역별 가격제는 소매 할인의 재원 마련이거나 일방적인 소수 발전사의 수익을 깎는 제도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전력공급 비용을 낮추는 제도여야 한다. 비용기반 시장의 한계를 넘어 가격입찰과 경쟁을 확대하고, 정산조정의 자의성을 줄이며, 송전망 투자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도매·소매·계통·계약을 따로 고쳐서는 정직한 가격이 나오지 않는다. 전력시장 전체를 함께 개혁할 때 지역별 가격도 산업경쟁력과 에너지 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다. 조홍종

[2026 국감] 김성환 기후장관 “한전채 한도 축소 어려워…해풍 계약기간 늘면 발전단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6일 “지금은 중동 전쟁 같은 일 때문에 한국전력공사의 이익이 줄어 한전채의 발행 한도를 공사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로 줄이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2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를 받고 “중동 전쟁이 안 일어났으면 한전채 발행 한도를 5배에서 2배로 축소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한전채는 원래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자본금과 이익금을 합친 금액의 2배까지만 발행하도록 규정됐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에너지 비용이 급등하자 한전법 개정을 통해 발행 한도를 5배로 확대했다. 경영 위기 해소 등을 위해 긴급한 경우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한도를 6배까지 늘릴 수 있다. 한전은 이 법안을 바탕으로 한전채 발행을 늘려왔고, 올해 발행 한도가 121조3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6월 말 기준 남아있는 추가 발행 여력은 49조8000억원이다. 개정 한전법은 현행대로라면 내년 말 일몰되기 때문에 발행 한도 5배를 유지하기 위해 한전법을 추가 개정하거나 한전채 발행 규모를 자본금과 이익금 합계의 2배 이내로 줄여야 한다. 그러나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전력 추가 수요에 대응하려면 한전이 전력망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해상풍력 발전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고정가격계약 기간을 현행 20년에서 25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도 김 장관은 내놨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김 장관이 지난달 해상풍력발전위원회에서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기간 연장 방안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고 언급했다. 김 장관은 이 의원의 관련 질문을 받고 “계약 기간을 늘리면 기업들의 수익성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 발생한다"며 “지금 킬로와트시(kWh)당 300원대로 아직 비싼 한국 해상풍력 발전단가를 200원대 이하로 낮추기 위해서라도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수립 중인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국회 보고 시점을 묻는 김정호 위원장(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원자력 발전 공론이 12월 초·중순쯤 마무리될 것"이라며 “국회에 보고하는 시점은 12월 말이나 내년 1월 초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김소희 의원, 中 CGN 계열사 발전사업 변경허가 감사원 감사 촉구

미국에서 국가안보를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오른 중국 국유기업 중국광핵그룹(CGN) 계열사의 국내 발전사업 변경허가 과정을 두고 감사원 감사 요구가 제기됐다. 허가 당시 CGN의 미국 제재 이력과 안보 위험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제재하고 중국 군사기업으로까지 지정한 기업의 계열사에 우리 정부가 발전사업 변경허가를 내줬다"며 “오늘 기후에너지환경부 종합감사에서 여야 합의로 감사원 감사요구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씨지앤대산전력은 CGN 계열사인 CGN신에너지가 지분 100%를 간접 보유한 국내법인이다. 미국 법무부는 2016년 CGN 등을 승인 없이 중국의 핵물질 개발을 지원하기로 공모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미 상무부는 2019년 CGN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했고, 국방부도 2020년부터 중국 군사기업 명단에 포함했다. 김 의원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도 변경허가 당시 CGN의 미국 제재 이력과 안보 위험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여부를 지적했다. 그는 “국감에서 지적할 때까지 전기위원회는 CGN의 미국 제재 이력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며 심사의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직 산업부 고위공직자의 취업과 허가 경위도 감사 대상으로 제시했다.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을 지낸 이 모 씨는 2021년 6월 씨지앤대산전력 대표이사로 취업했고, 약 5개월 뒤 전기위원회는 이 회사의 LNG 복합발전사업 변경허가안을 의결했다. 김 의원은 취업 관련 규정 준수 여부와 허가 과정 관여 및 부당한 영향력 행사 여부, LNG 전환 판단 근거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전기위원회는 국감 이후 다음달 13일 회의를 열어 관련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행 전기사업법에는 국가안보 위험만을 독립적인 사유로 허가취소나 사업정지 조치를 할 명시적 규정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은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험이 있을 경우 운영 중인 발전사업에도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며 “법 개정과 별개로 과거 변경허가 과정의 적정성은 반드시 감사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2026 국감] “공무원이 보험영업사원이냐”…기후부 홍보성 행사 예산 논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환경의 날 홍보성 행사에 과도한 예산을 투입하고 '1000만 기후시민' 모집에 공무원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미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 인식이 높은 상황에서 일회성 행사보다 탄소중립 실천 지원 등에 예산을 우선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기후부의 환경의 날 행사와 기후시민 사업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올해 제31회 환경의 날 기념식은 당초 2억원 규모로 발주됐으며 환경교육주간 예산을 포함해도 4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KBS 음악방송 협찬비 7억4620만원과 기후행동 출범식 비용 5500만원 등이 추가되면서 관련 사업비는 약 12억원으로 늘었다. 김 의원은 “국민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은 이미 충분히 높다"며 “문화행사에 기존에 없던 예산 7억원 이상을 더해 쓰는 것은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장관 임기 내 '1000만 기후시민'을 확보한다는 목표도 도마에 올랐다. 기후부는 각 실·국이 참여하는 10개 분과를 구성해 기후시민 가입 확대에 나섰지만 현재 등록자는 약 12만3000명으로 목표의 1.2% 수준이다. 김 의원은 “공무원들이 무슨 보험 영업사원인 줄 알았다"며 “좋은 정책으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도록 하는 것이 기후부의 역할이지 홍보와 성과 쌓기에 공무원들을 동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예산의 우선순위도 문제 삼았다. 탄소중립포인트제 녹색생활 실천 분야 가입자는 올해 6월 기준 약 226만명에 달하지만 관련 예산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조기 소진됐다. 김 의원은 환경의 날 관련 사업비 12억원이면 텀블러 이용 400만회분의 탄소중립포인트를 지급할 수 있다며 관련 예산 확대와 기후적응 사업에 재원을 우선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느끼는 국민은 많지만 이를 본인의 행동으로 연결하는 것은 여전히 취약한 측면이 있다"며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첫해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내년에는 가급적 예산을 절감하되 기후시민들이 함께 행동하고 모범 사례를 공유할 수 있도록 잘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2026 국감] 김성환 장관 “석탄발전 최소출력 하향·ESS 충전비용 감액 검토”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석탄발전의 최소출력 기준을 낮추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 시 부과되는 전기요금을 감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기존 대형 발전원에 유리하게 설계된 전력시장 운영·비용 체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김 장관은 2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석탄발전 최소출력 기준 하향 필요성을 묻는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최소출력 기준을 하향 조정하는 문제는 적극 검토해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현재 전력시장 운영 규칙이 원전과 석탄 등 대형 전원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재생에너지 가동중단(출력제어)를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석탄발전량은 전년 대비 15% 증가했고 전환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도 약 10% 늘었다. 지난 5월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역시 전년 동월 대비 55% 증가했다. 김 장관은 올해 석탄발전량이 늘어난 데 대해서는 중동 전쟁에 따른 가스 수급 및 가격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한시적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만큼은 특수하게 가스 수요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원전과 석탄발전을 추가로 가동하는 정책을 쓰는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검토가 조금 부족했을 수 있다"며 “중동 전쟁의 여파가 마무리되면 석탄의 최소출력 기준을 하향 조정하는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SS 충전 비용 체계도 손질할 방침이다. 박 의원은 현재 양수발전은 물을 끌어올리는 데 사용하는 전력에 별도의 전기요금을 부담하지 않는 반면 ESS는 전력을 저장하기 위한 충전 과정에서 전기요금을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양수는 비용 부담을 하지 않는데 왜 ESS는 부담하느냐는 부분에 대해 정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ESS를 늘리면 송·배전망 추가 설치를 회피할 수 있는 비용이 있는 만큼 전액 감액할지, 일정액만 부과할지 등을 검토해 취지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공용접속 비용 부담 문제도 제도 개선 대상에 올랐다. 박 의원은 2024년 11월부터 배전망에 접속하는 40메가와트(MW) 이하 발전원의 공용접속 설비 비용을 발전사가 부담하게 되면서 대형 전원과 소규모 태양광 간 비용 부담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전력망 개편 과정에서 공용접속 비용을 보다 균등하게 나눠 부담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에 따른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가 전력 소비를 오히려 늘릴 수 있다는 지적에는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이 중국 등 경쟁국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국가 균형발전 요소까지 고려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부분적으로 인하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경쟁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불필요한 전기 수요를 추가로 늘릴 정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김성우 시평] 에너지전환의 공급망 리스크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필자는 지금 10월 26일부터 27일까지 파리에서 열리는 'Europe-Asia Clean Policy Workshop'에 참석 중이다. 이 행사는 올해 4년차로 유럽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몽테뉴연구소(Institut Montaigne) 주관하에 유럽이 한국과 일본을 초대해 에너지전환 관련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국가별 관련 정부, 기업, 전문가가 머리를 맞댄 현장의 핵심 화두는 단연 '에너지전환 기술의 공급망 리스크'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을 겪으며 화석연료 의존의 취약성을 뼈저리게 체감한 세계는 자국 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화석연료 공급망 리스크에서 벗어나려다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핵심 공급망의 특정국 의존이라는 새로운 리스크를 마주하고 있다. 이에 3자 모두 에너지전환의 기술 수요가 지속 성장하고 있는 시점에 어떤 수요측 수단(Demand-Side Measures)을 도입하고 함께 협력해 공급망 리스크를 줄여야 할지에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에너지전환 기술의 대중국 공급망 의존도가 매우 높다. 태양광의 경우, 중국산 모듈 비중은 2023년 29%에서 2024년 58%, 지난해 69%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불과 2년 만에 국내 시장의 주도권이 국산에서 중국산으로 넘어간 셈이다. 심지어 모듈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인 셀의 한국산 비중은 2021년 35%에서 지난해 4%까지 떨어졌다. 이는 국내 태양광 발전소의 80% 이상이 100kW 미만의 소규모 설비로 영세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격에 민감하고, 그나마 국내에서 생산되는 셀 제품들도 미국을 향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에 활용되는 배터리 역시 사정이 크게 나은 것은 아니다. 8월 한달간 국내에서 판매된 중국산 배터리 탑재 국산 전기차가 40%를 넘어 1년 사이에 16% 포인트 올랐다. 공급망 의존도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기준 배터리에 필수인 음극재의 핵심 소재인 흑연의 약 98%를 중국에 의존했고, 양극재 핵심 소재인 전구체 의존도도 94%에 달해 상류 소재에 대한 통제가 있을 경우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뿐만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전력망 안전화 요구로 폭발적 성장을 시작한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에너지전환 기술의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 경쟁만으로 승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에 우리 정부는 최근 보조금과 세제, 공공시장 제도를 아우르는 다양한 비가격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재생에너지 공급의무 달성을 위한 경쟁입찰에서 탄소배출량 검증 모듈 사용 여부에 따라 차등 배점(630kg·CO₂/kW 이하 모듈에 20점 배점 등)을 부여하고, 기후부의 탄소중립설비 지원사업에도 저탄소 인증 가점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탄소배출량 655kg 이하 저탄소 모듈을 통합투자세액공제 대상에 포함시켰고, 내년부터는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이차전지 분야의 품목에 대해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할 방침이다. 단순 기술투자를 넘어 발전시설 설치와 품목 생산에 세제 혜택까지 연계한 것은 모든 에너지원을 통틀어 진일보한 시도다. 그러나 에너지전환 기술의 공급망 리스크는 글로벌 차원으로, 자국 중심의 분절된 정책만으로는 리스크 대응에 한계가 있다. 파리 워크숍에서 유럽과 한∙일 참가자들이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는 해법 중 하나가 환경성과 신뢰성을 담보하는 '상호인정'과 '신뢰 기반 파트너십'인 이유다. 지원정책, 공공구매, ESG규정 등 서로의 기준을 연계하고 상호 인정함으로써 공동으로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자는 취지다. 예컨대, 탄소국경세 부과나 전기차 보조금 지급에 기준이 되는 제품별 탄소배출량 검증을 상호 인정하는 것이다. 한 국가가 계산한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다른 국가에서도 인정해 주면,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우대 혜택을 부여하는 공급망 리스크 완화 정책의 효과도 커진다. 제품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전기의 탄소배출량의 경우 중국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한국은 유럽과 이미 건축기자재 등 일부 제품에 대해 환경성적표지 상호인정협정을 체결하고 있는데, 필자는 이 선례를 다양한 제품과 제도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의 태양광 및 ESS 시장규모는 한국의 10배가 넘는다. 에너지전환이 단순한 발전설비의 변경 및 확충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진화가 병행되어야 하는 만큼, 금번 워크숍이 에너지전환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기업의 수출시장 확대에도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 bienns@ekn.kr

[EE칼럼] 잠기는 섬, 솟아나는 섬

한쪽에서는 섬이 잠기고, 다른 쪽에서는 섬이 솟아난다. 남태평양 투발루와 카스피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새 섬은 땅이 융기한 게 아니라 호수의 물이 빠져 바닥이 드러나며 생겼다. 물이 넘쳐도, 모자라도 삶의 터전은 사라진다. 지구 역사에 늘 있었던 일이지만, 문제는 너무 빨리 진행되고, 원인이 인간이라는 점이다. 투발루의 평균 해발고도는 불과 2m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이곳 해수면은 2023년까지 30년 새 약 15㎝ 상승했다. 이 낮은 나라에서 몇㎝의 차이는 침수의 빈도와 피해 정도를 크게 바꾼다. 투발루는 석호에서 모래를 퍼 올려 바다를 메우고 방어시설을 세우고 있다. 일련의 매립 사업이 마무리되면 주섬에 약 0.21㎢의 땅이 추가된다. 국토가 약 26㎢인 나라가 고향을 지키려고 벌이는 사투다. 이들에게 기후위기는 금세기 말의 전망치보다 오늘 발을 디딜 땅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세계 최대 내륙 수역인 카스피해에서는 거꾸로 물이 줄었다. 카자흐스탄 관할 수역의 수위는 1996~2025년 약 2.45m 낮아졌다. 바다로 나가는 물길이 없는 이곳에서는 기온 상승에 따른 증발 증가에 댐과 취수로 인한 유입량 변화까지 겹친다. 수심이 대체로 3~6m인 북부 연안에서는 조금만 물이 줄어도 해안선이 멀리 후퇴한다. 항만과 어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습지가 줄어든다. 바닷물의 열팽창과 육상 얼음의 융해로 해수면이 오르는 대양과는 조건이 다르다. 같은 온난화가 지형과 물의 순환에 따라 정반대의 풍경을 만든다. 카스피물범의 사정은 땅이 늘어난다고 살 곳이 늘어나는 게 아님을 보여준다. 2021년 수천 마리가 모였던 섬은 이후 육지와 연결됐다. 섬을 둘러싸고 사람의 접근을 막아주던 물의 울타리가 사라진 것이다. 쉴 곳을 잃은 물범은 더 많은 어업과 선박, 석유·가스 사업에 노출된다. 새끼를 낳을 겨울 얼음마저 불안정해진다. 인간이 지도 위에서 새 땅을 발견하는 동안 물범은 제 집을 잃는다. 근본적인 해법은 온실가스 감축이다. 그러나 배출을 줄인다고 내일 당장 수면이 제자리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바다에 축적된 열과 빙상의 느린 반응 때문에 해수면 상승은 오래 이어진다. 감축의 효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살아야 하므로 적응을 함께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 투발루의 해안 방어와 안전한 거주지 확보, 카스피해 유역의 물 사용 조정과 물범 피난처 보호가 모두 시급하다. 다만 방조제와 매립으로 커지는 위험을 감당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적응은 감축을 미루는 구실이 될 수 없고, 감축 약속도 당장의 생존을 대신할 수 없다. 이 생존에는 돈과 권력이 필요하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앞칸 승객들이 호사를 누리는 동안 꼬리칸 사람들은 추위와 굶주림을 견딘다. 같은 열차에 탔다고 같은 재난을 사는 것은 아니다. 기후위기를 일으킨 책임이 없는 물범, 배출에 기여한 몫이 작은 태평양 빈국이 먼저 삶의 자리를 빼앗기는 현실은 그 장면을 닮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을 지킬 자원과 결정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한 사회가 감축의 속도를 흥정하는 사이, 협상력이 약한 이들은 살아남을 비용부터 치른다. 그러므로 적응을 각자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주문으로 남겨두면 안 된다. 많은 탄소를 배출하며 부를 축적한 나라들이 감축을 서두르고 취약국의 적응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적응 지원금을 내고 화석연료 사업을 계속 늘린다면, 한 손으로 방조제를 쌓으며 다른 손으로 물을 밀어 넣는 셈이다. 기후협상에 대표를 보낼 수조차 없는 생물들의 서식지도 정책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방조제의 높이만큼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누가 보호받느냐다. 투발루와 물범에게 함께 버티자고 하면서 앞칸의 생활을 고집한다면, 지키려는 것은 지구인가, 특권인가. bienns@ekn.kr

첫 ‘재생에너지의 날’ 태양광 사업자들 정부 ‘규탄’ 시위

재생에너지의 날 첫 법정기념일 행사에 정작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은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에 나섰다. 정부가 연내 지역별 전력도매가격제(LMP) 도입을 추진하면서 비수도권 발전사업자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계에서는 가격 하락 자체보다 송전망 부족에 따른 책임을 발전사업자에게 전가하는 제도 설계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23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서울 코엑스에서 '2026 재생에너지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재생에너지의 날의 법정기념일 지정을 맞아 정부가 주최하는 첫 기념식이다. 재생에너지의 날은 지난 2019년 10월 23일 서울에서 개막한 세계재생에너지총회를 계기로 그동안 민간 주도로 기념해왔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녹색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 지난 20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매년 10월 23일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하지만 첫 법정기념일을 맞은 재생에너지 업계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와 전국태양광발전협회 등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은 이날 정부가 추진하는 LMP에 반대하며 제도 도입 유예와 재검토를 요구하며 김성환 기후부 장관 사퇴까지 요구하는 규탄 시위에 나섰다. LMP는 송전망 상황에 따라 지역별로 전력도매가격(계통한계가격·SMP)을 달리 적용하는 제도다. 송전망이 부족해 지방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충분히 보내지 못하면 전력이 남는 비수도권의 SMP가 수도권보다 낮아질 수 있다. 발전사업자들은 송전망 부족을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데도 이에 따른 손실은 발전사가 떠안게 된다고 주장한다.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는 “송전제약의 책임은 송전망 건설을 게을리한 역대 정부와 한전 등이 분담해야 할 몫"이라며 “결코 발전사업자가 분담할 몫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지역별 요금제의 방향에도 반발하고 있다. 전력 생산이 많은 지역의 산업용 소매요금은 낮추면서 수도권 요금 인상은 배제하고, 비수도권 발전사의 도매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제도를 추진할 경우 결국 부담이 발전사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역에서 발전소를 운영하는 LNG와 석탄 등 민간 발전업계도 LMP 도입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제도 설계의 불확실성을 문제 삼고 있다. 발전원은 서로 다르지만 송전망 부족이라는 발전사업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을 도매가격에 반영하는 방식에는 공통적으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전력거래소가 22일부터 이날까지 전남 나주에서 사업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LMP 사업자 설명회에서도 규탄 시위가 이어졌다. 재생에너지 업계는 LMP가 장기적으로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충돌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협회는 “민간자본인 기업과 상인은 20여년간의 상업적 합리성을 나름대로 계산해 재생에너지 시장에 진입한다"며 “정부가 오히려 잘못된 가격신호를 보내게 되면 모두 이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력망 확충과 전력시장 구조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둔 채 힘없는 영세 태양광발전사업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제도 개편을 유예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획] “제주도는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환 최전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가 국정감사 기간 중 제주도를 찾았다. 제주가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이 가장 빠르게 이뤄진 지역 중 하나인 만큼 에너지전환 성과를 살펴보고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력계통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현장의 과제를 직접 점검하기 위해서다. 26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도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1283.1MW로 전체 발전설비의 55.9%를 차지한다. 실제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25.6%에 달한다. 전기차는 5만718대로 도내 실제 운행차량의 12.2%를 차지하고 있다. 제주는 국가 탄소중립 목표인 2050년보다 15년 빠른 '2035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선도 지역이다. 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설비가 빠르게 확대됐고, ESS와 가상발전소(VPP), 그린수소, 전기차의 전력을 전력망에 공급하는 'V2G' 등 에너지 신산업과 실증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빠르게 진행된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다른 지역보다 먼저 나타나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만큼 발전설비 확대만으로 실제 전력 공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남는 전력을 저장할 ESS와 전력을 안정적으로 수송할 계통, 분산된 발전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시스템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성과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제주를 국회 기후위가 직접 찾았다. 기후위는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간 국정감사 현장시찰의 일환으로 제주지역 주요 기후·에너지 시설을 둘러봤다. 김정호 기후위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과 기후에너지환경부, 제주도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방문단은 제주 북촌 배터리저장장치(BESS) 발전소를 비롯해 두산윈드파워센터, 브이피피랩 VPP 관제센터, 한림해상풍력발전단지, 고산지구대기감시소 등 기후·에너지 관련 시설 8곳을 찾았다. 북촌 BESS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에 남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증가할 때 공급하는 전력저장장치의 역할과 운영 현황을 점검했다. 해당 발전소는 140메가와트시(MWh) 규모의 배터리를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배터리 ESS로 지난 1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VPP 관제센터에서는 태양광과 풍력, ESS 등 곳곳에 분산된 에너지 자원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 관리하는 운영 체계를 살펴봤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변동성이 큰 제주에서 발전량 예측과 전력시장 입찰, 분산자원 통합 관리 등을 통해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제주도는 이번 현장시찰을 계기로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지역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제도적 과제도 국회에 전달했다. 구체적으로 △추자 해상풍력 사업의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반영 및 국가 전력계통 연계 △배전망 ESS 망 이용료 면제 △산업용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에 따른 제주지역 부담 완화 △전기차 전환 촉진을 위한 재정지원 확대 등을 건의했다. 특히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가 조성되더라도 생산한 전력을 수요처까지 보내지 못하면 사업 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전력망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추자 해상풍력에서 생산한 청정에너지를 국가 전력계통과 연결해 호남지역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제주는 국가 목표보다 15년 앞선 2035년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어난 만큼 현장에서 마주하는 새로운 과제들도 있다"며 “제주가 앞서 걸어온 에너지 전환의 길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기회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과 제도에 담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정호 국회 기후위 위원장은 제주를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환의 최전선으로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 목표보다 15년 앞선 2035 탄소중립을 추진 중인 제주는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환의 최전선"이라며 “이미 발전설비의 절반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채운 제주가 현장에서 겪고 있는 성과와 진통은 곧 대한민국 전체가 마주할 미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의 기술을 뒷받침할 전력계통 연계와 제도 개선 현안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며 “제주에서 확인한 기술적 성과와 제도적 과제들을 남은 국정감사와 입법·예산 과정에 충실히 반영해 국민이 체감하는 에너지 정책으로 구현되도록 끝까지 살피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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