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종 에너지산업통합포럼 부회장 “AI 시대 핵심은 컴퓨테이션 파워·에너지, 인재”

“AI 시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컴퓨테이션 파워와 에너지, 데이터, 인재입니다." 조홍종 에너지산업통합포럼 부회장(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5일 열린 에너지산업통합포럼 출범식 기념 강연에서 “앞으로 세계 경제는 AI 전환(AX)과 그린 전환(GX) 두 축을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교수는 “과거에는 자본과 노동이 경제 성장의 핵심 요소였지만 미래에는 컴퓨테이션 파워, 물리적 이동성, 에너지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이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하는 국가는 결국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AI 산업 경쟁이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총력전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AI, 컴퓨테이션 파워, 에너지 인프라는 한 기업이 혼자 구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국가가 인프라를 구축하고 산업을 밀어주는 국가 중심 산업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전략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미국은 AI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 차원의 대규모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은 전력망과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구축에 국가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컴퓨테이션 파워와 에너지를 국가가 총력으로 밀어붙이는 구조가 이미 형성되고 있다"며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국가는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현재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연간 약 500TWh 수준으로, 이는 한국의 연간 전력 소비량(약 550TWh)에 근접한 규모다. 그는 “AI는 결국 전력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산업"이라며 “얼마나 많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기업이 발전소와 함께 입지하는 '콜로케이션(Co-location)' 방식까지 등장하고 있으며, 산업용 전기요금의 130~150%를 부담하면서도 전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한국 에너지 정책의 핵심 과제로 전력망 확충과 시장 제도 개혁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은 발전소 건설보다 송전망 부족이 더 큰 문제"라며 “발전 설비는 들어올 준비가 돼 있지만 전력망 연결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력망 확충 △유연성 자원 확보 △전력시장 가격 신호 강화 △계통 운영 효율화 등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가격 변동성과 시장 신호가 있어야 사업이 가능하다"며 “가격이 움직이지 않는 구조에서는 새로운 에너지 사업이 등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I 시대 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데이터 활용도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조 교수는 “한국은 공기업 중심 에너지 시스템을 운영해온 만큼 다양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 데이터를 활용해 계통 운영과 전력 시장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코리아 에너지 데이터 스페이스(KEDS)' 구축 필요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AI 전환과 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를 활용해 에너지 시스템 효율을 높이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AX와 GX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에너지산업 현안, 담론 아닌 해법 찾겠다”…에너지산업통합포럼 출범

최근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 등 국내외 에너지 환경이 매우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산업 현안을 단순한 논의가 아닌 실질적 해법 중심으로 풀어내기 위한 민관 협력 플랫폼이 출범했다. 사단법인 에너지산업통합포럼은 5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출범식을 열고 향후 정부와 산업계, 학계를 연결하는 정책·산업 협력 플랫폼으로 역할을 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한진현 포럼 회장,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차관, 양기원 한화임팩트 대표 등 정부·산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포럼 출범을 축하했다. 포럼은 전력, 수소, 열에너지, ESS, 에너지금융 등 에너지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협력 네트워크로 운영될 예정이다. 기업과 전문가가 함께 정책 대안을 도출하는 실무형 논의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 한진현 포럼 회장은 출범사에서 기존 포럼들이 네트워킹과 담론 중심이었다면, 에너지산업통합포럼은 현장 기반 정책 해법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한 회장은 “최근 중동 정세, LNG 시설 파괴, 공급망 불안 등 에너지 환경이 매우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기업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와 전문가의 분석이 결합돼 정부 정책의 밑바탕이 되는 실질적인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포럼은 정부와 기업 간 신뢰를 회복하는 브릿지 역할**을 하고 싶다"며 “정부도 필요하다면 이 포럼을 적극 활용해 정책 의도와 방향을 산업계에 전달해 달라"고 강조했다. 또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며 “포럼과 함께 에너지와 산업의 지평을 넓혀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차관은 축사를 통해 “에너지 정책에서 산업 공급망 관점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최근 국제 논의에서도 에너지 안보는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산업 공급망 전체를 보는 관점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너지는 더 이상 유틸리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자체이며,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분야"라며 “에너지산업통합포럼이 정책 논의와 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기원 한화임팩트 대표는 축사에서 에너지 산업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전력 수요는 증가하고 공급망은 재편되고 있으며 탄소중립이라는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며 “이제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실행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또 “에너지 투자는 계통 제약, 인허가 문제, 정책 불확실성 등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한다"며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현실적인 해법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산업통합포럼은 기업과 전문가 중심으로 분과 연구와 정책 논의를 진행하며 에너지 정책과 산업 발전을 연결하는 협력 플랫폼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특히 수소·연료전지, 전력시장, 집단에너지, 에너지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 주도의 정책 연구와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포럼 관계자는 “에너지 산업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기반으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현실적 해법을 찾는 장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의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논의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정부, 원유·가스 자원안보 위기경보 ‘관심’ 발령...“아직 이상 없어”

정부가 중동 정세 악화에 대응해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발령했다. 아직 국내 에너지 수급에는 직접적인 차질이 없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항 리스크와 국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오후 3시를 기해 원유와 가스에 대해 자원안보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자원안보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운영되며, 중동 정세 등 외부 요인이 국내 에너지 수급과 경제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령된다. 정부는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지역 긴장이 높아지자 장·차관 주재 점검회의를 잇따라 열고 대응 상황을 점검해 왔다. 산업부는 지난달 말부터 원유·가스 수급과 물류 상황,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 영향을 점검하는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에너지 수급에는 직접적인 차질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와 업계가 법정 비축의무량을 웃도는 수준의 석유와 가스를 확보하고 있고, 원유와 LNG 도입선도 비교적 분산돼 있어 단기적인 공급 여력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중동 주요 산유국의 정세 불안이 지속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점이 위기경보 발령의 배경이 됐다. 실제로 사태 발생 이후 국제 유가는 단기간에 10% 이상 상승하는 등 시장 불안이 확대된 상황이다. 정부는 상황이 악화될 경우 비축유 방출 등 비상 대응 조치를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에 들어갔다. 비축유 방출 시기와 배정 기준, 이송 계획 등 세부 실행 방안도 사전에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석유 시장 질서 관리를 위해 가짜 석유나 정량 미달 판매 등 불법 유통 행위에 대한 특별 점검도 강화할 계획이다. 천연가스 분야에서는 카타르산 LNG 도입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대체 물량 확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 공급선을 활용한 현물 구매와 함께 국내 기업들이 직수입한 LNG 잉여 물량을 수급 안정에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필요할 경우 한국가스공사가 지분을 보유한 해외 LNG 프로젝트에서 확보한 물량을 국내에 우선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정부는 중동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관계 부처와 함께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에너지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중동 정세가 빠르게 변할 수 있는 만큼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 비축유 방출 등 대응 조치를 신속히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은 "산업통상부와 함께 기후부도 공동 대응하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실제 공급 위기보다는 시장 불안 심리를 관리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원유와 LNG 운송 비용 상승,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 확대 등 파급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현장] 처리용량 넉넉한 수도권 민간소각장…“소각열은 전기와 난방 전환”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해 생활폐기물 소각 물량을 전체의 30%까지 늘렸습니다. 그동안 산업폐기물 물량이 많지 않았기에 생활폐기물이 더 들어와도 처리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지난 3일 방문한 수도권에 위치한 한 A업체의 민간소각장 창고는 대략 체육관 크기만 했다. 창고 안에는 사람 5~6명 높이까지 쓰레기가 쌓여있고 악취를 풍겼다. 그러나 창고 규모를 감안하면 꽉 차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트럭과 포크레인이 창고에 쌓인 쓰레기를 처리시설로 옮기고 있었다. 처리시설에서는 대형 집게형 크레인이 쓰레기를 가득 집어 소각로로 투입하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창고에는 총 300~400톤의 폐기물이 있으며 이는 이 소각장의 하루 처리용량 100여톤의 3~4일분 정도"라며 “법적으로는 총 2700톤까지 저장할 수 있게 돼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지역에 생활폐기물 매립이 금지된지 3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쓰레기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A업체는 오히려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본래 A업체는 산업폐기물을 주로 처리하던 업체로 생활폐기물은 거의 처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도권 직매립 금지에 따라 트럭 두 대 분량인 하루 약 30톤의 생활폐기물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는 해당 소각장의 처리용량의 약 30% 수준이다. 이들은 처리능력 미달보다 민간소각장이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들의 질타를 받을 가능성을 더 우려했다. 현재 서울 지역의 공공소각장이 부족한 상황에서 서울 외 경기·인천 지역 민간소각장으로 생활폐기물이 더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지역 주민들은 타지역 쓰레기를 받아들이지 말라며 민간소각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소속인 A업체는 현재 민간소각장에 여유 처리용량이 많다는 상황을 알리기 위해 현장을 공개했지만 업체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했다. 공제조합은 공공소각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간소각장이 직매립 금지에 따라 발생할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생활폐기물을 거의 받지 않았는데 수도권 직매립 금지 정책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생활폐기물도 일부 받는 공공의 역할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기석 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전무이사는 “민간소각업체가 처리용량이 꽉 차 있다면 생활폐기물을 받으면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지장이 생기겠지만 국내 경기가 좋지 않아 가동률이 떨어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공제조합은 수도권 민간소각시설의 여유 용량이 하루 3351톤으로 직매립 금지로 소각해야 하는 하루 3213톤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알려왔다. 수도권 직매립 금지에 따라 쓰레기 처리 방식은 크게 공공소각장, 민간소각장, 재활용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공공소각장은 27개 공공소각장 신·증설이 추진되고 있지만 실제 착공된 곳은 성남시와 인천 옹진군 두 곳에 불과하다. 게다가 서울시가 지난 3일 마포소각장 건설을 주민 반대와 행정소송 패소로 포기하면서 마포소각장 신설 계획도 백지화됐다. 또한, 민간소각업계는 공공소각장과 비교해도 처리 비용 차이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소각 과정에서 나온 열은 전기와 난방용 열로 전환해 도시와 산업시설에 공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활용 가운데 열적 재활용은 생활폐기물에서 플라스틱 등을 선별해 고형연료(SRF)로 만들어 시멘트 소성로에서 연료로 사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러나 공제조합은 시멘트 소성로를 통한 열적 재활용이 친환경적이지 않으며 그중에서도 종량제 봉투를 열어 폐기물을 선별하는 과정 자체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민간소각시설은 종량제봉투를 재선별 과정을 거치지 않고 태우고 있다. 특히 시멘트 공장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270ppm까지 허용되지만 소각시설은 최대 40ppm만 허용돼 규제 기준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해 왔다. 실제로 A업체도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약 20ppm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관제센터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해당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한국환경공단에 전송되고 있었다. 이에 공제조합과 A업체는 앞으로 직매립 금지가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인 만큼 공공소각장, 민간소각장, 열적 재활용 가운데 어떤 처리방식이 대안이 될지 국민이 직접 판단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李 대통령 “에너지 안보 위기를 기회로…재생에너지 전환 신속하게”

이재명 대통령이 이란 공습으로 닥친 에너지 안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신속하게 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송전망 부족 문제와 함께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 필요성을 직접 언급하며 전력 수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국제유가 문제나 원유 조달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 있는 일"이라며 “이 기회를 살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신속하게 대대적으로 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도 이제 화석연료 의존도를 최대한 내리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 실제로는 쉽지가 않은 상태"라며 “송전망 부족으로 서남해안 쪽에 재생에너지 생산 여력이 있는데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 등 지역에서 수도권과 산업단지로 전력을 보내기 위한 송전망 건설이 주민 반발과 인허가 지연 등으로 수년째 지체되면서 전력계통 포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송전망에 제때 연결되지 못하거나 가동중단(출력제한)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송전망 확충을 신속하게 해야 되는데 근본적인 과제는 지산지소 원칙에 따라 에너지가 생산되는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산업이 에너지가 많은 지역으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국 어디서 전기를 사용하더라도 동일한 요금을 낸다. 그러나 전력을 장거리로 송전할 경우 송전망 건설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수도권 등에서는 더 많은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현재 수도권 등 전력수요가 집중된 지역의 전기요금은 상대적으로 높이고 지역의 낮추는 지역별요금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기후부는 이를 통해 전력 다소비 산업이 전력 생산지 인근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원칙대로 송전비용을 포함해서 비싼 지역은 비싸게 제대로 가격을 책정해야겠다고 생각된다"며 “이 위기를 기회로 빨리 전환하느냐에 따라 경쟁의 판도가 바뀐다. 신속하게 에너지 전환을 해나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수원 신임 사장 이르면 다음주 확정…“한전 소송 및 공기업 통합 능력 고려”

한국수력원자력 신임 사장 선임이 이르면 다음주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선의 핵심은 한전과의 소송 중재 및 전력공기업 통합을 얼마나 원활하게 이끌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 사장 선임 절차는 다음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선임이 결정되면 18~19일경 취임이 예상된다. 현재 사장 최종 후보군에는 5인이 올라 있다. 한수원 출신 4명과 한전 출신 1명이다. 이 가운데 한전 경영부사장 출신인 김회천 전 한국남동발전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전과 한수원 간 UAE 바라카 원전 관련 분쟁이 정부 권고로 정리 국면에 들어간 상황과 향후 전력공기업 구조 개편과 해외 원전사업 체계 정비까지 고려했을 때 김 전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제29차 적극행정위원회를 통해 한수원이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영국 런던국제중재법원(LCIA) 중재를 대한상사중재원(KCAB)으로 이관하도록 권고했다. 양 기관이 정기 협의체를 구성해 합의 방안을 지속 논의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UAE 바라카 원전 사업에서는 건설 일정 지연으로 인해 추가 인건비와 역무 수행 비용 정산 문제가 발생했다. 한수원은 운영지원용역(OSS) 계약에 따라 공기 지연에 따른 비용과 추가 역무 수행 비용을 한전에 청구했으나 협의가 이뤄지지 않자 지난해 LCIA에 중재를 신청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중재기관을 국내로 이관하도록 권고한 것은 공공기관 간 국제 분쟁 장기화를 막고 원전 기술 유출 우려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한수원 사장 인선이 '원전 기술 전문가'보다 '조정·경영형 리더'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정부는 전력산업 구조 개편과 발전 공기업 통합까지 추진하고 있어 전력 공기업 간 조정 능력도 이번 인선의 핵심 사안으로 꼽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도 차기 원자로인 소형모듈원전(SMR) 실증로 건설을 확정한 만큼 기술 전문가형을 선임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2038년 준공 목표인 만큼 중점 고려사안은 아니다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UAE 원전 정산 문제를 포함해 한전과 한수원 간 이해관계를 정리해야 할 현안이 많은 상황"이라며 “원전 기술 전문가보다는 조정 능력과 경영 경험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항공 탄소중립의 함정… 정부 계획엔 CORSIA가 없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선언한 '2050 국제항공 탄소중립(LTAG)'은 항공 산업의 거대한 구조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항공 분야의 탄소 배출 비중은 전 세계 2% 내외에 불과하지만, 고도 10km 상공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수백 년간 잔존하며 강력한 온실 효과를 유발한다. 2050년 항공 수요가 현재보다 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항공의 실현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이에 대응하여 우리 정부는 지난해 말 '제1차 국제항공 탄소배출량 관리 기본계획(2026~2030)」을 발표했다. 2024년 '지속가능항공유(SAF) 확산 전략'과 2025년 'SAF 혼합 의무화제도 로드맵'에 기초하여 SAF 도입에 따른 항공사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보조금과 인센티브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정책적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계획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국제 기준과는 다소 동떨어진 '수치의 함정'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정부 계획의 핵심은 2030년까지 국제항공 탄소 배출량을 전망치(BAU, 감축 노력이 없을 시 예상 배출량) 대비 10%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SAF 확대(4%), 친환경 항공기 도입(5%), 운항 효율화(1%)를 제시했다. 문제는 이것이 ICAO가 2023년 채택한 '2030년까지 SAF 등 청정 에너지 사용을 통해 탄소 배출을 최소 5% 감축하겠다'는 글로벌 비전의 하한선에도 미달한다는 점이다. 나아가 ICAO의 강제규범인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 의무 수준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CORSIA는 기준치(2019년 배출량의 85%)를 초과한 배출량을 탄소시장에서 배출권 구매로 상쇄하는 제도다. ICAO는 이 제도를 통해 2035년까지 국제항공 탄소배출량을 일정 수준으로 동결·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SAF가 장기적인 직접 감축 수단이라면 CORSIA는 단·중기적으로 항공사의 탄소 증가분을 억제하는 현실적인 장치다. 즉, 두 제도는 대체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필수 수단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8개 항공사가 CORSIA 자발적 1단계(2024~2026)에 참여하고 있다. ICAO는 2024년 우리나라 8개 항공사의 CORSIA 적용 배출량을 약 1,732만 톤으로 집계했다. 여기에 ICAO가 발표한 2024년 부문별 성장 요인(SGF, 전체 배출량 중 기준 초과분 비율, 약 0.15948)을 적용하면, 우리 항공사들은 당해 배출량 중 약 276만 톤을 탄소시장에서 구매해 상쇄해야 한다. 이는 정부가 2030년에 달성하겠다고 내건 연간 10% 감축 목표량(287만 톤)과 맞먹는 수치다. ICAO가 제시한 탄소배출권 가격(톤당 10~40달러)을 적용하면 우리 항공업계는 2024년분 상쇄를 위해서만 약 400억~1,600억 원의 현금을 지불해야 한다. CORSIA가 모든 회원국에 강제 적용되는 2027년부터는 배출권 가격 상승이 불 보듯 뻔해, 항공사의 국제 경쟁력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의 경우, 정부 배출 전망치인 2,874만 톤을 기준으로 우리 항공 산업은 대략 기준치(약 2,014만 톤)를 초과한 약 860만 톤을 상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가 제시한 10% 직접 감축 목표(287만 톤)는 항공사가 짊어져야 할 전체 의무량의 단 1/3에 불과하다. 나머지 2/3의 숙제는 온전히 항공사가 시장에서 현금을 지불해 해결해야 할 몫으로 남겨진 셈이다. 유럽연합(EU)은 지침(Directive 2023/958)을 통해 2026년 무상 배출권 할당 전면 폐지를 앞두고 단계적 삭감 계획을 가동하여 항공사의 적응을 유도하고 있다. 동시에 2,000만 개의 예비 배출권을 SAF 사용 항공사에 배정해 가격 차액을 최대 95~100%까지 보전해 주는 정교한 '당근'을 병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러한 세밀한 정책적 안전망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문제의 본질은 정부의 관리 체계가 직접 감축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국제항공 탄소배출량 관리에 관한 법률」에 '상쇄'가 명시되어 있음에도, 실행 계획에서는 직접 감축 10%를 제외한 나머지 상쇄 의무 영역에 대한 국가적 관리 계획이 빠져있다. 반대로 해당 법률은 CORSIA 이행 절차에만 치중되어 있어, 핵심 수단인 SAF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명문 규정 또한 박약하다. 이는 ICAO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SAF와 함께 CORSIA를 이행의 필수적인 한 축(Basket of Measures)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과도 대비된다. 이제는 탄소 비용의 일부를 이용자가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탄소 부담금(Surcharge)' 도입 등 현실적인 대안을 공론화해야 할 것으로 본다. 루프트한자 등 유럽 주요 항공사들은 이미 배출권 구매 비용을 티켓 가격에 투명하게 반영하고 있다. '수혜자 부담 원칙'에 따라 환경 비용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항공사가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2050년 탄소중립은 SAF라는 한 바퀴만으로는 완주할 수 없다. 직접 감축과 시장 기반 상쇄(CORSIA)라는 두 바퀴가 균형 있게 맞물려야 한다. 정부는 SAF 지원과 CORSIA 상쇄 제도를 통합한 일원화된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아울러 ICAO 탄소시장 동향을 상시 공유해 항공사가 유리한 시기에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적 지원도 시급하다. 항공사·이용자·국가가 책임을 합리적으로 나누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우리 항공 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유럽 가스가격, 왜 동북아보다 더 오를까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 동북아 시장은 50%가량 오른 반면, 유럽 시장은 70%가량 올라 유럽의 오름폭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는 장기계약 비중이 높은 반면, 유럽은 단기계약 비중이 높아 유럽이 변동성에 더 취약한 탓으로 분석된다. 4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LNG 현물가격(JKM)은 미국-이란 전쟁 전 MMBtu당 10.5달러에서 전쟁 후인 3일 기준 15.8달러로 50%가량 올랐다. 2023년 12월 중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럽의 천연가스 현물가격(TTF)은 MWh당 전쟁 전 32달러에서 전쟁 후인 3일 기준 54.3달러로 70%가량 올랐다. TTF 현물가격이 50달러를 넘기는 지난해 2월 이후 거의 1년만이다. 미-이란 사태로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오르긴 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의 폭등 수준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당시 JKM은 80달러, TTF 가격은 100달러까지 올랐었다. 저장에 취약한 가스 가격은 지정학 리스크가 있을 때마다 큰 변동성을 보이는데, 유럽은 아시아보다 더 큰 변동성을 보이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 배경에는 계약 방식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북아 국가들은 천연가스를 주 발전 및 난방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양의 확보가 필요해 수입처로부터 대부분 장기계약으로 물량을 들여오고 있다. 한국은 전체 LNG 수입양의 70~80%, 일본은 80%를 장기계약으로 수입한다. 반면 유럽은 재생에너지를 주 발전원으로 사용하고, 천연가스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보조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어 단기계약 비중이 높다. 단기계약은 필요할 때마다 시장에서 구매해 사용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번 미국-이란 전쟁처럼 지정학 리스크 상황에서는 가격변동성에 매우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동북아와 유럽의 가격 상승율 차이만 보더라도 여지없이 단기계약 위주 방식의 리스크가 그대로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장기계약은 지정학 리스크 상황에서는 유리하지만, 리스크가 없는 평온한 상황에서는 취약성이 드러난다. 평온한 상황에서는 에너지 전환이 더욱 가속화돼 미래 천연가스 수요가 점차 줄어들게 되는데, 20년 장기계약 물량은 그대로 수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처분이 곤란해지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국내 천연가스 수급 안정 임무를 맡고 있는 한국가스공사는 항상 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 가스공사는 2025년 국내 총 LNG 수입량 4672만톤 중 74%인 3428만톤을 들여왔다. 이 가운데 장기계약 비중은 70~80%이다. 20~30%가 단기 내지는 현물 수입이기 때문에 유럽보다 가격변동성은 덜하지만, 국내 에너지 시장에 충격을 주기엔 충분한 양이다. 전력시장의 경우 가장 비싼 발전단가가 전력도매가격(SMP)을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20%의 비싼 단기물량으로 발전을 한 발전사가 도매가격을 올려 결국 소매가격까지 올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이 장기계약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트레이딩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자국 수요보다 1.5배 많은 LNG 물량을 장기계약으로 저렴하게 확보해 남는 물량은 동남아 등에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부가가치와 에너지안보를 동시에 취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칸막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가스업계는 지적한다. 가스공사는 가스 수입 및 판매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이를 발전 등 관련 사업까지 확장하고 경영자율권을 보장해 부가가치를 더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민간 사업자는 현재 자가 사용분에 한해서만 수입이 허용되고 있는데, 이를 동종업계 등으로 확장하고 배관망 이용도 중립적 접근을 허용해 거래를 더욱 활발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에너지안보 점검] 석탄발전 조기 폐지 논란 재점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정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에너지 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국내 전체 발전 비중의 4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석탄발전 감축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에너지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 40기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40기 폐쇄 시 약 20GW 규모의 전력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는 이를 LNG(액화천연가스) 전환 및 재생에너지 확대로 메울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 이란 전쟁과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가 흔들릴 때마다 에너지 가격과 전력시장 안정성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에너지 안보 관점의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LNG 가격 폭등은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로 이어졌고 전기요금 인상 논란을 촉발한 바 있다. 이번 이란 사태 역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등이 거론되면서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 변동성 확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한국처럼 연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지정학 리스크가 곧바로 전력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국제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국내 전력시장까지 흔들리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안정적인 발전원 구성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번 사태의 최대 충격은 원유보다 가스 시장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원유보다 천연가스 시장이 더 큰 가격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스는 원유에 비해 추가 생산 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가격 상승 폭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는 해협이 한 달간 폐쇄될 경우 유럽 가스 가격이 130% 이상 급등해 MWh당 74유로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으며, 두 달 이상 수송이 중단될 경우 가격이 100유로에 근접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LNG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가스 가격 급등 시 전력시장과 전기요금 부담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석탄발전의 역할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석탄발전은 탄소 배출이 많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연료 저장이 상온에서 장기간 가능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생산이 가능할 정도로 전세계 곳곳에 매장돼 있어 수급에서 타 에너지원보다 훨씬 유리하다. 특히 LNG 발전은 국제 가격 변동 영향을 크게 받는 반면, 석탄은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낮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석탄발전 감축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될 경우 전력 공급 안정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아시아 두 번째로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신규 석탄발전 건설 중단, 2040년까지 기존 석탄발전소 40기 폐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석탄발전 폐지 목표에 대한 현실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건설이 동시에 추진되는 과도기 국면에서 석탄발전까지 급격히 축소할 경우 전력 공급 안정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석탄발전을 폐지하고 재생에너지나 LNG발전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인데, 재생에너지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같은 보조수단이 반드시 필요해 단가 상승이 발생하고, LNG는 이번 사태와 같이 지정학 리스크에 취약하다. 또한 원전은 주민수용성 문제 등으로 준공기간이 평균 14년이 소요돼 단기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최승신 C2S컨설팅 대표는 “탄소중립도 좋지만 계통 안정성과 에너지 안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석탄발전을 단기간에 줄이는 방식이 반드시 최적의 해법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국가들은 기저 발전역할을 하는 석탄발전 비중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석탄발전은 국제 정세 변수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발전원으로 평가된다. LNG 발전의 경우 도입 물량 상당 부분이 중동 및 글로벌 현물 시장과 연동돼 있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지정학적 충돌 발생 시 가격과 수급 모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석탄은 주요 수입선이 호주·인도네시아 등으로 분산돼 있고, 장기 계약 비중이 높아 단기 가격 급등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발전소 인근에 일정 기간 연료를 저장할 수 있어 물류 차질이 발생하더라도 즉각적인 발전 중단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차이로 꼽힌다. 최 대표는 “에너지 믹스는 탄소 감축 목표뿐 아니라 가격 변동성과 지정학 리스크까지 함께 관리하는 개념"이라며 “위기 대응 수단을 동시에 줄이는 방식의 정책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왜 우리는 ‘되는 기술’을 스스로 금지했나: 수소 내연기관의 실종

자율주행과 전기화가 수송부문의 대세가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럼에도 하나의 선택지가 암묵적으로 지워진 현실 자체는 글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한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는 환경친화적 자동차를 전기자동차, 태양광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 수소전기자동차로 한정하고 있다. 이 정의 속에는 휘발유나 경유 대신, 수소를 직접 연소시키는 수소 내연기관 차량이 애초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기차 일변도의 전환 경로 속에서 수소는 연료전지라는 극히 제한된 형태로만 허용되었고, 그 결과 수소가 지닌 또 다른 기술적·산업적 가능성은 충분한 논의조차 거치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로는 Tesla의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라고 본다. 그는 수년간 공개 석상과 인터뷰를 통해 수소차에 대해 매우 공격적인 발언을 반복해 왔다. 전기를 생산해 수소로 전환한 뒤 다시 이를 전기로 바꾸는 연료전지 방식은 변환 손실이 크고, 승용차 기준에서 전기차 대비 효율이 낮다는 것이다. 문제는 머스크의 비판이 연료전지를 넘어 수소 전체, 특히 수소 내연기관까지 동일하게 포괄해버렸다는 점이다. 그의 “에너지 변환 단계가 많다", “시스템이 복잡하다"는 비판은 전기→수소→전기로 다시 변환하는 연료전지에는 상당 부분 타당하지만, 수소를 직접 태워서 기계적 동력을 얻는 수소 내연기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다른 핵심 비판인 “시스템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주장 역시 마찬가지다. 연료전지 시스템의 복잡성과 달리 수소 내연기관은 기존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한다. 그럼에도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수소를 하나의 비효율적 선택지로 단순화한 이유는, 의도적인 전략이었다. 수소 내연기관을 인정하는 순간 전기차 중심의 정책·투자 집중도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머스크의 단순화된 비판은 글로벌 담론과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수소 내연기관이라는 대안을 완전히 논외로 밀어냈다. 한국의 환경친화적 자동차 법상에서도 이를 명시적으로 배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과 EU의 무공해 수송수단 (ZEV: Zero Emission Vehicle) 기준도 이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CO₂ 배출이 없음에도 고온 연소로 인해 미세먼지 NOx가 완전히 0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엔진을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제로배출 차량 배제 사유가 된다. 경유차에서 요소수 넣어 미세먼지 원인인 NOx 저감하듯 똑같이 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영국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 2024년 보고서도 현행 규제가 수소 내연기관을 넷제로 기여 기술로 인정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분류 체계 개편을 제안했다. 수소 내연기관 인정이 신속한 탈탄소화 옵션 제공, 공기질 개선, 경제 기여, 일자리 보호 등의 부가 효과가 있음을 강조한다. 실제로 수소 내연기관의 핵심 기술은 이미 성숙 단계에 있으며, 한국에서도 2020년 이전부터 실증 사례가 존재했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도 2022년 칼럼에서 수소엔진이 기존 내연기관 생태계를 활용하면서 탄소 감축을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임을 지적한 바 있다. 자동차 제조업 강국으로서 비용과 생산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이 있으며, 무엇보다 내연기관 중심으로 형성된 산업 생태계와 인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또한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짚어야 할 점은, 한국이 산업 구조적으로 수소 생산 자립 국가라는 점이다. 정유·석유화학·철강 공정 전반에서 이미 대량의 개질수소와 부생수소가 발생하고 있으나, 현재 이 수소의 상당 부분은 공정 내부 연료로 소모되거나 저부가가치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수소 생산 인프라를 처음부터 구축해야 하는 유럽이나 미국과 한국을 구분 짓는 중요한 차이점이다. 이처럼 부가적으로 생산한 수소를 활용해 화석연료를 대체할 경우, 그레이·블루 수소 자체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논란과는 별개로 총 배출은 무조건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미 업계에서는 CCS (Carbon Capture & Storage)등으로 자체 배출을 제거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고 말이다. 반면 전기차를 위한 전력 생산은 여전히 수입 연료에 의존하고, 배터리 핵심 원자재도 대부분 해외 조달에 의존하며, 전기차 확산은 전력망 부담을 키운다. 온실가스 배출을 개별 차량에서 발전소로 몰아준것에 불과하니,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크지 않음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그래서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차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수소 내연기관이라는 선택지를 본격적으로 검토하지 못한 채 전기차 중심 전환 경로에 편입된 것이 너무 아쉬울 뿐이다. 결국 2015~2020년 사이 형성된 '수송부문 기후 대응=전기차, 산업 전환=배터리' 이라는 글로벌 컨센서스가 결정적이었다. 이로 인해 수소 내연기관이나 혼합 전략을 제시할 정책적 공간은 사라졌다. 보조금, 규제 인정, 국제 협력, 수출 인증 모두 연료전지 중심으로 설계되었고, 기업 입장에서는 수소 내연기관을 추진하는 것이 시장도 없고 리스크만 큰 계륵(鷄肋)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수송에 대한 국내 시장 방어 혹은 자원 안보라는 현실적인 과제를 감안하면, 지금 이 문제를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최고의 수소 생산 및 수소차량 기술 보유 국가에서, 단지 정책 분류와 국제 분위기에 밀려 잠재력을 낭비하기에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이 글은 전기차와 한국의 배터리 산업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다만 한국이 가진 산업 구조와 자원 현실을 기준으로 할 때, 수소 내연기관이라는 선택지가 처음부터 배제되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는 점, 그리고 이제라도 다시 검토할 가치가 있다는 문제 제기일 뿐이다.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최소한 선택지를 스스로 줄이는 전략은 굳이 할 필요 없지 않을까.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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