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지의 에너지 빈곤, 생산지의 소외 [이창언의 지속가능성 나침반]

전남 신안군은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의 수익 일부를 '햇빛연금' 등으로 주민에게 배분하고 있다. 개발이익을 지역사회와 나누면서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재생에너지의 경제적 편익을 지역에 남길 수 있는 모델로 주목받았다.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입지 결정과 이익 배분 과정에서 주민이 배제됐다는 갈등이 반복된다. 같은 재생에너지라도 누가 결정하고 누가 이익을 얻는가에 따라 전환의 모습은 달라진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세계은행(WB),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5개 SDG 7 주관기관이 지난 6월 공동 발간한 'Tracking SDG 7: The Energy Progress Report 2026'에 따르면 2024년 세계 전력 접근률은 92%에 도달했다. 하지만 전 세계 6억 5500만명은 여전히 전기를 이용하지 못한다. 더 주목할 사실은 전력 접근성이 없는 가구 가운데 기본 전력 서비스의 월 비용을 감당할 충분한 소득이 있는 가구가 세계적으로 22%에 그친다는 점이다. 물리적인 전력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본적인 에너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에너지 빈곤을 가르는 또 하나의 기준이다. 세계의 전력 미접속 문제와 한국의 요금 부담은 형태가 다르다. 그러나 전력망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에너지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맞닿아 있다. 한국은 사실상 모든 가구가 전력망에 연결된 국가다. 하지만 저소득 가구는 에너지 비용이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가격 상승의 충격을 더 무겁게 받는다. 정부의 에너지바우처는 당장의 요금 부담을 덜어준다. 그러나 열이 새는 집 자체를 고치지는 못한다. 단열이 취약한 주택에서는 같은 온도를 유지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바우처가 일시적으로 고지서를 낮춘다면 주택효율 개선은 다음 달과 다음 겨울의 비용까지 낮춘다. 현금 지원과 주거 개선을 함께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소비지의 이 같은 에너지 빈곤과 생산지 주민의 소외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두 현상은 에너지 비용과 이익을 불공정하게 나눈 '이중 분배 실패'의 두 얼굴이다. 소비지 취약계층은 비용 부담 때문에 적정한 냉난방을 누리기 어렵다. 일부 생산지 주민은 발전설비의 입지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수익과 결정 과정에서는 배제된다. 주민참여와 지역기금 조성이 사업비를 높이고 금융조달을 어렵게 한다는 사업자의 우려도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주민을 단순한 수용 대상으로 취급하면 입지 갈등과 인허가 지연이라는 더 큰 비용이 돌아온다. 신안군 사례는 투명한 이익공유가 지역 수용성과 사업 지속성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익공유는 발전사업에 덧붙이는 선심이 아니라 사업의 장기적 안정성을 위한 투자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에너지 복지와 분배구조를 함께 고쳐야 한다. 정부는 단기적인 바우처 지급을 넘어 저소득층 가구의 단열과 창호 개선, 고효율 기기 교체에 예산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 주민참여형 발전사업에는 금융·입찰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조례와 사업협약을 통해 주민 지분참여와 지역기금 조성을 지원해야 한다. 성과를 재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에너지 복지는 지원가구 수가 아니라 취약계층 주택의 효율 개선율과 냉난방비 부담의 변화로 평가해야 한다. 지역상생은 발전소 인허가 건수가 아니라 전체 발전수익 가운데 주민 배당과 지역기금으로 환원된 비율로 측정해야 한다. 에너지 기본권은 전력선이 연결됐는지가 아니라, 필요한 에너지를 누구나 감당하고 그 편익을 공정하게 나눌 수 있는가에서 완성된다. *이창언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창업컨설팅학과 교수 / 우석대 일반대학원 ESG·공공정책학과 교수 / 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민간 발전량 126% 오를 때 발전5사 27% 감소…통합발전사 출범으로 진검승부 예고

통합이 추진되고 있는 한국전력 산하 발전공기업 5사의 발전량이 지난해 처음으로 민간 발전사들에게 역전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공기업은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석탄발전 축소와 노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설비의 낮은 경제성 등으로 발전량이 감소한 반면, 민간은 신규 설비 확충을 통해 발전량을 꾸준히 늘린 결과다. 정부가 5개 발전공기업을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향후 국내 전력시장은 통합 발전사와 민간 발전사 간 경쟁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한국전력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남동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 등 발전공기업 5사의 발전량(원전 제외)은 19만4903기가와트시(GWh)를 기록했다. 반면 발전공기업 외 사업자의 발전량은 21만5827GWh로 발전5사를 약 2만924GWh 앞질렀다. 지난 10년간 발전5사의 발전량은 꾸준히 감소한 반면 민간 발전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발전5사의 발전량은 2015년 26만7996GWh에서 지난해 19만4903GWh로 약 27.3% 감소했다. 반면 민간 발전량은 같은 기간 9만5332GWh에서 21만5827GWh로 약 126.4% 증가했다. 민간 발전량 증가와 발전5사의 화력발전 축소가 맞물리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역전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민간은 신규 석탄발전소와 LNG 복합발전, 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발전량을 키웠다. GS동해전력, 고성그린파워, 강릉에코파워, 삼척블루파워 등 민간 석탄발전 설비가 잇따라 상업운전에 들어가면서 발전량 확대를 뒷받침했다. 이에 따라 민간 유연탄 발전량은 2015년에는 '0'이었으나 지난해 3만2428GWh로 나타났다. LNG 발전량도 2015년 5만7514GWh에서 지난해 12만4733GWh로 약 2.2배 늘었다. 재생에너지 등을 포함한 대체에너지 발전량 역시 같은 기간 1만6693GWh에서 5만3154GWh로 약 3.2배 증가했다. 신규 발전설비 확충과 발전원 다변화가 민간 발전량 증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발전5사는 환경규제 강화와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석탄발전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유연탄 발전량은 2015년 19만6391GWh에서 지난해 14만549GWh로 약 28.4% 감소했다. LNG 발전도 감소세를 보였다. 발전5사의 LNG 발전량은 2015년 5만7717GWh에서 지난해 3만7671GWh로 약 34.7%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노후 LNG 설비 비중이 높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시장에서는 발전단가가 낮은 발전기부터 우선 가동하는 급전 원칙이 적용된다. 발전5사는 노후 LNG 발전소 비중이 높아 발전단가가 높아 급전 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반면 민간은 최신 고효율 LNG 복합발전소를 지속적으로 확충하면서 가동률을 높여왔다. 또한 태양광 시장은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민간 시장이 보급을 주도해왔다. 이같은 민간 발전의 성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발전공기업 통합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현재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5개 발전공기업을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통합 발전공기업이 출범하면 총 설비용량은 약 53GW로 국내 최대 발전사가 된다. 하지만 현재 보유한 설비 가운데 약 32GW가 석탄발전인 만큼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석탄발전이 단계적으로 폐지되면 대체 발전원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업계에서는 통합 발전공기업이 생존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해상풍력과 신규 LNG 발전사업 확대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은 대규모 사업 추진이 가능하고 기존 발전사업 운영 경험을 활용할 수 있어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민간 발전사들은 LNG 생산·도입·저장·발전을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면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는 광양·파주·여주 LNG 발전소와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최근에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한 LNG를 국내로 도입하며 공급 경쟁력도 강화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과 광양 LNG터미널, 인천 LNG복합발전소를 기반으로 LNG 생산부터 저장·발전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GS에너지와 GS EPS도 각각 보령 LNG터미널과 당진 LNG복합발전소를 통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민간 기업은 LNG 공급망과 발전을 연계한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국내 풍력 사업 참여도 검토하고 있다. 통합 발전공기업은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대체 설비 확보와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만큼 해상풍력과 신규 LNG 확보를 놓고 민간과 경쟁하게 될 전망이다. 이를 두고 발전공기업 내부와 민간 사업자들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발전공기업 측에서는 민간 사업자들이 전력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과도한 수익을 창출하는 과점 사업자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이제는 발전 5사끼리 서로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라 공공이 민간의 과도한 이익 추구와 경쟁해야 할 때"라며 “통합 발전공기업이 민간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과도 일부 맥을 같이한다. 김 장관은 간담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전력도매가격(계통한계가격·SMP)이 크게 오르면서 일부 민간 LNG업체들이 특별한 이익을 얻었다"며 “이번에는 적정한 이익은 보장하되 과도한 이익은 보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민간 사업자들은 통합 발전공기업이 한국수력원자력 이상의 거대 공기업으로 탄생하는 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통합발전사가 공공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전력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신규 발전사업을 독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민간발전업계 관계자는 “통합 발전공기업은 민간발전사 입장에서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전력시장에서 공공과 민간의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출범을 앞둔 전력감독원이 통합발전사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경유값 폭등에도 든든”…LPG 1톤 트럭, 중동발 석유위기 ‘구원투수’

LPG 트럭이 중동발 에너지 위기를 잘 넘기는데 한몫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동산 원유 수출 중단으로 경유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우리나라는 2024년부터 LPG 1톤 트럭을 연간 8만~9만대씩 판매하면서 화물시장이 그나마 큰 고비 없이 넘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LPG업계는 LPG 트럭의 효능을 더욱 알려 판매를 장려하고 있다. 6일 국토교통통계누리 자료에 따르면 LPG 트럭은 2024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대략 19만대가 판매됐다. 이는 같은 기간 LPG 승용차가 19만6000여대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당시 환경부)는 2024년부터 어린이 통학차량과 택배차량에 대해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전격적으로 2023년 말부터 경유 1톤 트럭 생산을 중단했다. 경유 1톤 트럭의 연간 판매량은 10만~15만대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종이었다. 대신에 현대기아차는 2024년부터 1톤 트럭을 LPG와 전기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초기에는 전기 트럭 판매도 많았으나, 충전시설 부족 문제가 불거진 이후로는 LPG 트럭 판매가 크게 앞서고 있다. LPG 트럭은 이번 중동 전쟁으로 인한 경유 수급 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서 큰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동산 원유는 특성상 경유 생산에 유리하다. 이로 인해 중동산 원유 공급이 제한되면서 경유 가격이 크게 올랐다. 하지만 한국은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와 함께 LPG 1톤 트럭 보급이 확대되면서 화물시장에서 큰 어려움 없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LPG 공급업체들도 LPG 트럭 증가 덕분에 판매량이 늘고 있어 LPG 트럭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1~6월 도로용 LPG 판매량은 1352만3000배럴로, 전년 동월보다 4.9% 증가했다. LPG 수입사들의 이익단체인 대한LPG협회는 LPG 트럭 확산을 위해 'LPG 1톤 트럭 서포터즈 4기'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신형 포터2, 봉고3 LPG 운전자이다. 선발 인원은 총 20명으로, △총 60만원의 활동비 △15만원 상당 LPG 충전권 △우수 서포터즈 특별 포상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이달 6일부터 19일까지 LPG 트럭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한다. 선발된 서포터즈는 소형 화물 시장에서 대세가 된 LPG 트럭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 실사용자의 생생한 운행 경험을 공유하는 역할을 맡는다. 활동 기간은 9월부터 11월까지 총 3개월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또는 개인 SNS 등을 통해 월 1건 이상 운행 후기와 노하우를 공유하면 된다. 신형 LPG 1톤 트럭은 2023년 12월 출시 이후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1톤 트럭시장 점유율은 84.6%에 달하며 소형 화물차 시장의 대표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2.5리터 터보 LPG 직분사(LPDi)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59마력의 성능을 발휘하며 저렴한 유지비로 경제성까지 갖춰 화물 운송업자와 소상공인의 매력적인 선택지로 자리잡았다. 또한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배출량을 대폭 줄여 친환경성을 더욱 강화했다. 환경부 배출가스 시험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 배출량은 0.08mg/km로 북미 배출가스 규제인 SULEV30(Super Ultra Low Emission Vehicle) 기준치(2.0mg/km)의 4% 수준에 불과하다. 이동진 대한LPG협회장은 “차량을 직접 운행한 사용자의 경험은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에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라며, “서포터즈 분들이 전하는 성능과 경제성에 대한 진솔한 후기가 LPG 트럭을 선택하는데 좋은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전력 공급원의 세대교체

지난 6월 유럽을 강타한 폭염은 단순한 '더운 여름'이 아니었다. WHO와 주요 언론에 따르면 6월 22~28일 27개국에서 열사병 등 온열질환과 관련된 초과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 독일 5,753명, 프랑스 2,025명, 영국은 5~6월 두 달간 2,700명, 스페인은 6월 한 달에만 1,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독일은 41.7℃, 폴란드는 40.5℃까지 치솟으며 6월 기록을 갈아치웠고, 학교 폐쇄와 철도 운행 중단, 도로 파손, 산불, 원전 가동 제한까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노인과 어린이, 야외 노동자 등 취약계층의 피해가 특히 컸다. 유럽은 이미 지구 평균의 두 배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고,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법한 폭염이 이제 매년 반복되는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폭염 속에서 태양광이 유럽 전력 시스템의 영웅으로 떠올랐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mber에 따르면 올해(2026년) 6월 EU 전력 생산에서 태양광은 25.0%(52.2TWh)를 차지하며 사상 처음으로 단일 발전원 1위에 올랐다. 원자력(21%), 가스(15%), 풍력(14%), 수력(12%), 석탄(8%)을 모두 앞선 결과다. 룩셈부르크(58.3%), 독일(35.5%), 스페인(34.3%) 등 14개국은 6월 한 달간 태양광 비중이 30%를 넘었고,, 덴마크·프랑스·독일·그리스 등은 태양광 발전량 월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독일·스페인·네덜란드·헝가리 등 13개국에서는 태양광이 이미 최대 발전원 자리를 차지했다. 이는 단순한 월간 통계가 아니라 EU 에너지 전환의 역사적 전환점을 상징하는 사례다. Energy Institute(EI)의 최근 보고서도 같은 흐름을 확인해 준다. 기록적인 전력 수요 증가와 태양광 및 재생에너지의 눈부신 성장, 그리고 지역별로 극명하게 엇갈리는 발전 경로가 잘 드러난다.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지만, 전 세계 배출량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으며 에너지 안보에 대한 압박도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효율성 향상, 전력화, 그리고 재생에너지 기술 투자 가속화가 전 세계적으로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2025년 태양광 발전량은 2,811TWh로 2024년 2,167TWh보다 644TWh 늘어,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분의 75.2%를 태양광 홀로 감당했다. 2024년의 35.6%에서 두 배 이상 뛰어오른 수치다. 발전설비 용량 측면에서는 더 극적이다. 2025년 태양광은 2,391GW를 기록하며 오랜 기간 세계 1위를 지켜온 석탄(2,242GW)과 가스(2,088GW)를 제치고 사상 처음 전 세계 최대 발전원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태양광은 2019년 신규 설치 발전원 1위에 오른 이후 2025년까지 그 자리를 놓치지 않았으며, 2025년 한 해에만 511GW가 새로 추가되어 다른 모든 발전원을 합친 신규 설치량의 두 배에 달했다. 2025년 기준 독일·일본·스페인·호주 등 24개국에서 태양광이 발전 용량 기준 1위 전력 공급원이 됐다. 주목할 점은 이 흐름의 무게중심이 이제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2025년 정부 지원 없이 기업과 일반 가정의 옥상 태양광만으로 '조용한 태양광 혁명'을 일으킨 대표 사례가 파키스탄이었다면, 2026년에는 필리핀이 그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파키스탄은 여전히 태양광 혁명이 진행 중이며, 2026년 1분기 태양광 발전 비중이 32.3%로, 전년 동기 25.6%에서 크게 뛰어올라 태양광이 최대 발전원인 아시아 국가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 3월 전력난으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던 필리핀은 올해 5월까지 4.7GW 규모의 중국산 태양광 패널을 수입했다. 중계무역 국가인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사실상 세계 1위 수입국으로 올라섰다.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수입 규모로, 같은 기간 파키스탄(4.6GW), 태국(2.9GW)은 물론 일본(2.5GW)과 한국(2.1GW)보다 많았다. 이처럼 세계가 태양광을 중심으로 전력 공급원의 세대교체를 빠르게 이행하는 사이, 한국의 상황은 초라하기만 하다. 태양광 발전량은 2024년 37.4TWh에서 2025년 37.9TWh로 늘었을 뿐이다. 증가율로는 고작 1.37%로, EU를 포함한 82개국 가운데 72위에 불과하며, 세계 평균 증가율 30.08%의 약 1/22 수준이다. 특히 2025년 태양광과 풍력을 합친 발전 비중은 6.6%에 불과해 아시아 평균(17.5%)의 약 1/3 수준이며, 심지어 아프리카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5년 기준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2.9%에 달해 매년 약 200조 원의 에너지를 해외에서 사들이면서도, 정작 잉여 재생에너지는 계통 제약으로 버려지는 모순을 겪고 있다. 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최하위라는 불명예와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태양광이 여러 국가에서 이미 단일 발전원 1위로 올라선 지금, 태양광은 더 이상 보조 에너지가 아니라 전력 공급원의 세대교체를 이끄는 핵심 에너지원이 되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유럽이 폭염 속에서 증명했듯, 아시아 신흥국들이 시장의 힘으로 이미 증명하고 있듯, 우리도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로의 전력 공급원 세대교체에 전력을 다해야 할 때다.

전력망 ‘속도’ 강조한 이재명 정부…주민 저항에 답보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에 따른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망 확충에 속도를 내면서 주민 반발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5일 전력기반센터에서 김성환 기후부 장관 주재로 전력망 건설 반대 지역 주민대표들과 제3차 간담회를 개최한다. 기후부는 이날 '전력망 건설 주민수용성 제고 방안'을 공개하고 정부·한국전력·주민대표 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방안에는 △신설 철탑 최소화 및 지중화 확대 △입지 선정 절차의 민주성·투명성 강화 △주민 지원 확대 등이 담겼다. 메가프로젝트 등 대규모 전력수요 산업의 지역분산을 통해 지산지소형 전력망 체계로 전환해나갈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기후부 업무보고에서 김동철 한전 사장에게 전력망 확충 현황을 점검하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전력 수급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규모 투자에 따른 한전의 재무 부담을 고려해 과거 논의됐던 국민펀드 활용 방안을 언급했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내년부터 중앙재정과 한전 자체 재원, 국민성장펀드를 활용하는 '3원화 재원 조달 구조'를 기후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속도전과 달리 현장에서는 주민 수용성 문제가 여전히 잘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년째 추진이 지연된 동서울변전소 증설사업이다. 동서울변전소는 동해안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과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등으로 보내기 위한 초고압직류송전(HVDC)망의 핵심 시설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대규모 주거단지와 학교 인근에 초고압 시설이 들어서는 데 대해 전자파와 소음, 안전 문제 등을 우려하며 사업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주민공청회에서도 정부와 한전, 주민들이 입지 타당성과 주민 수용성을 놓고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다. 공청회에서는 기후부와 한전, 주민대표, 지역구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3+1 협의체' 구성 제안도 나왔다. 정부와 주민 모두 협의체 구성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실제 협의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 장관도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동서울변전소 문제와 관련해 “두 달 동안 최선을 다해 주민들과 합의를 도출하겠다"면서도 “두 달 안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계속 사업을 지연시킬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역 시민단체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반대 전국행동'으로 구성된 시민단체들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과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전국 순회 행진에 나섰고, 이달 말에는 청와대 앞 집회 등을 예고한 상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사우디의 선택, 원자력 지도를 바꾼다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지난 7월 22일,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민수 원자력 협력 협정인 이른바 '123 협정'에 서명하면서 세계 원자력계의 관심이 쏠렸다. 특히 이번 협정에는 자국 내 농축과 재처리를 포기한 2009년 미·UAE 협정의 '골드 스탠더드'와 같은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 큰 주목을 받았다. 사우디와의 협정을 계기로 중동의 비확산 규범뿐 아니라 신규 원전 시장의 판도가 영향을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런데 협정의 정치적 앞날은 아직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직후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해야만 협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우디는 공식적인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어, 123 협정과 아브라함 협정이 어떤 방식으로 정리될지는 아직 선명하게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사우디 원전 사업의 향방은 세계 원자력 지도를 다시 그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에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사우디는 전력 생산을 거의 전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으며, 산업화와 담수화, 인공지능 및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라 전력수요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사우디는 첫 대형 원전 사업으로 UAE와 카타르 국경 인근인 코르 두와이힌(Khor Duwaiheen)에 약 1.4GW급 원자로 2기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다시금 상기해야 할 것은 123 협정 체결이 곧 미국 원자로 수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123 협정은 미국의 핵물질과 기술을 이전할 수 있도록 법적 문을 여는 장치일 뿐, 원자로 구매계약을 보장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인도는 핵확산금지조약(NPT) 비가입국임에도 미국과 2008년 123 협정을 맺었지만, 그 이후에도 쿠단쿨람(Kudankulam) 원전 후속 사업을 위해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해 왔다. 국제정치적 관계와 원전 공급자의 선택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원전을 처음 도입하는 국가는 원자로의 성능만 놓고 비교하지 않는다. 건설비와 금융 조건, 정해진 공기를 지킬 능력, 연료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공급, 현지 산업 및 인력 참여, 운영과 정비, 사용후핵연료 관리까지 모두 검토할 수밖에 없다. 원전은 건설에서부터 수십 년간의 가동, 폐쇄 후에도 해체와 폐기물 관리까지 포함하면 한 세기에 걸친 국가사업이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판단은 크지만 절대적이지도 않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튀르키예는 첫 원전인 아쿠유(Akkuyu)에 러시아 원자로 4기를 도입해 건설 중이다. 미국 및 서방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이집트도 엘다바(El Dabaa) 원전 4기 건설을 러시아에 맡겼으나, 한국수력원자력도 터빈 아일랜드(Turbine Island, 2차측)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례들은 원전 수출 경쟁력이 단순히 정치적 영향력에서만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신규 도입국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금융·연료·운영·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를 하나의 국가 패키지로 묶어 제공한다는 것이 러시아 경쟁력의 핵심이다. 역으로 위 나라들이 러시아와 협력하고 있다 해서 러시아 진영에 완전히 편입되는 것도 아니다. 사우디의 선택은 한 국가의 신규 원전 사업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는 걸프 지역 최대 경제권 중 하나이며, 국부펀드와 개발금융을 통해 중동과 아프리카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우디가 어떤 원자로와 금융·연료주기 모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중동은 물론 아프리카 신규 원전국들의 선택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원자력계도 사우디 사업의 향방을 면밀히 주시하며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미·사우디 123 협정이 체결됐다고 해서 미국이 사업을 가져가는 게 보장되지 않듯이, 반대로 아브라함 협정과의 연계가 꼬인다고 해서 미국의 수주 가능성이 약해졌다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필요한 것은 낙관이나 비관이 아니라 구체적인 전략이다. UAE 바라카(Barakah) 원전에서 입증한 건설 능력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바라카 원자로 4기를 성공적으로 건설·상업 운전한 경험을 객관적인 수치와 함께 제시하되, 현지 인력과 산업을 얼마나 육성할 수 있는지도 제안해야 한다. 또한 국제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연료 조달 방안과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해서도 발주국의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프랑스 등 우방국 기업과 경쟁하면서도 필요할 경우 공급망 차원의 협력 모델을 만드는 유연성도 요구된다. 사우디의 선택은 중동 나아가 글로벌 사우스의 원자력 지도를 바꿀 수 있다. 한국도 사우디 원전 사업을 향후 세계 원전 시장의 주도권을 좌우할 전략사업으로 보고 구체적인 계획들을 마련해야 한다. bienns@ekn.kr

李 대통령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 불가피…태양광 농사로 지역소멸 막아야”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가 인공지능(AI) 혁명과 기후위기에 동시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를 조기 달성하고, 석탄발전 중심의 발전공기업 5곳을 재생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통폐합한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4일 청와대에서 열린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광주 공항 부지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 산업단지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를 적기에 공급하기 위한 구체적 이행 방안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기후부는 광주 반도체 팹에 필요한 전력 6.5GW와 일일 65만 톤 규모의 용수를 2029년까지 차질 없이 공급하기 위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대폭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태양광 발전단가를 낮추는 한편, 주택용 태양광 정산 방식을 기존 상계 처리에서 현금 정산 형태의 '가족햇빛연금'으로 전환해 민간 참여를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풍력 발전 역시 올해 입찰 물량을 4GW로 확대해 2035년까지 25GW 규모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에너지 전환에 따른 구조조정안도 가시화됐다. 석탄발전을 담당해 온 5개 발전공기업을 재생에너지 주력 기업으로 통폐합하고, 석탄발전 폐쇄 지역에는 특별법 제정과 '정의로운 전환'을 적용해 지역경제 위축과 고용 불안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차세대 전력망 구축과 수자원 관리 체계 개편도 함께 추진된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직류(DC) 전원 수요 급증에 맞춰 전남 나주를 중심으로 직류 실증 사업을 본격화하고 관련 기자재를 주요 수출 산업으로 육성한다. 아울러 섬진강유역청을 신설해 기존 4대강 체계를 5대강 체계로 개편하며, 물관리 주기를 기존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해 산업용수 공급 및 가뭄·홍수 대응력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를 받고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갈 수밖에 없으며, 재생에너지는 주로 태양광과 풍력이 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서남부 지방은 인구가 줄고 활용되지 않는 농지가 많아 토지 이용 측면에서 농업보다 태양광 사업의 효율이 훨씬 높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송배전망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면 고향에서 태양광 농사를 지으며 도시 노동자보다 높은 소득을 올릴 수도 있다"며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역소멸 방지, 일자리 창출, 수도권 집중 완화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라며 신속한 정책 추진을 당부했다. 아울러 호남 지역의 전력 계통 포화 및 출력 제어 문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전력이 남는다고 발전을 억제할 것이 아니라 ESS(에너지저장장치)를 확충해 여유 전력을 저장해야 한다"며 “전력 남는 시간에는 전기차 충전 요금을 낮추는 등 수요를 유도하고, 가상발전소(VPP) 체계를 확대해 효율성을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최근 발생한 기후부 사무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날 업무보고 자리에서 별도의 언급은 나오지 않았으나, 김 장관은 진상 규명 및 근무 환경 개선 등을 촉구해 온 노조 측의 요구 사항을 전격 수용하며 내부 달래기에 나선 상황이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李 대통령, 전력망 확충 점검…“AI 전력 폭증에 송전망 지연 우려”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 산업 발전 등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송전망 확충 현황을 점검하고 차질 없는 이행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4일 업무보고에서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에게 “전력망 확충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가"라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전력 수급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통상 예측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전력망 건설도 과거 차질이 있었는데, 최근 AI 관련 산업이 초고속으로 발전하며 전력 수요가 폭증했다. 향후 송전망 확충이 더더욱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동철 한전 사장은 “2024년까지가 전력망 확충이 가장 지연됐던 시기"라며 “2025년부터 전력망특별법이 제정되고 한전 내 전력망 전담 조직이 신설된 데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더해져 사업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연간 20건 수준이던 입지 선정 건수도 50건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원 조달 가능성을 묻자, 김 사장은 “1년에 약 10조 원의 투자비가 들어가며 이 중 송전망 투자에만 약 8조 원이 투입된다"면서 “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재원 조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재무적으로도 현재까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대규모 투자로 자체 부채가 늘어나면 한전의 기업 평가나 신용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과거 논의됐던 국민펀드 활용 방안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전 자체 자금으로만 추진할 경우 5년에서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며 “내년 예산에 중앙 재정과 한전 자체 자금, 그리고 국민성장펀드가 함께 역할을 분담하는 3원화 구조를 만들기 위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지역별 전기요금제 이달 윤곽…산업용 요금체계 ‘4단계’ 검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역별 전기요금제를 산업용 요금체계에서 4단계로 구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송전선로 이용 비용, 전력 자립도, 국가균형발전 등을 반영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후부는 이달 셋째 주 공청회를 열고 구체적인 적용 방향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지역 전기요금제와 관련해 이달 셋째 주 정도에 공청회를 할 예정으로 있다"며 “그때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은 용도별 요금체계였기 때문에 전국 어디에 살든 주택·교육·일반·산업 등 용도별로만 요금이 적용됐다"며 “산업용 전기요금은 송전선로 이용 비용, 전력 자립도,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세 가지 변수를 적절하게 반영해 잠정적으로 4단계로 구분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구분 방식과 요금 수준은 공청회에서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중국 수준으로 요금을 낮추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고스란히 한국전력의 적자 요인이 쌓일 수 있기 때문에 한전이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폭을 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철강이나 석유화학처럼 중국과 거의 1대 1로 경쟁하는 분야는 현재 전기요금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호소를 하고 있다"며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산업들의 경쟁력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는 수준에서 요금을 차등 인하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큰 틀에서 4단계 분류체계를 마련하되, 향후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지역 분류 체계와 연계해 세부 기준을 추가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추진하는 배경 중에는 지역균형발전과 함께 제조업 경쟁력 확보가 있다. AI와 전기차 확산으로 산업 전반의 전기화가 빨라지면서 전기요금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우리는 중국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산업 경쟁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전기화 속도가 높아지면서 산업 경쟁의 핵심이 안정적인 전기 공급과 저렴한 가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킬로와트시(㎾h)당 120원 정도의 전기를 쓰고 있고 우리는 180원대 전기를 쓰고 있어 현재도 중국과 산업 경쟁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기요금을 높이지 않으면서 기후위기 시대와 AI 시대까지 대응해야 하는 세 가지 함수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수도권과 지방의 경쟁력, 한전의 재무 부담을 함께 고려해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와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이 예상되면서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장관은 “2035년 목표를 세울 당시에는 AI로 인한 추가 전력 수요를 지금처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이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느냐가 숙제인데 그 해법은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빨리 늘리고 석탄발전을 예정대로 폐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존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보다 속도를 높인 '조기 100GW' 달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결국 변수는 2030년까지 태양광을 얼마나 빨리 늘릴 수 있느냐"며 “2030년 이후 2035년까지 육상·해상풍력을 추가로 25~30GW 정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꼬 밝혔다. 기후부는 현재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마련하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확대 등에 따른 전력 수요를 반영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 같은 수요와 재생에너지 확대, 석탄발전 폐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산업 경쟁력과 전기요금 안정, 탄소감축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김성환 기후부 장관, 사무관 사망사고에 “철저 규명…근본적 변화로 재발 막겠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최근 부처 소속 직원 사망 사고와 관련해 “비통함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조직 문화·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을 약속했다. 김 장관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후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최근 안타깝게 돌아가신 우리 기후부 직원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직원들과 함께 일해 온 장관으로서 더할 수 없는 비통함과 책임감,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우리 부의 문화와 시스템도 근본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조직 쇄신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는 “노조에서 제안해 준 여러 가지 내용도 잘 귀담아듣고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책임 있는 변화를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가공무원노동조합과 공무원노조 기후부지부, 기후부 산하 기관 노조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부 직원 사망 사고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업무시간 외 지시 근절 △신규 직원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시스템 구축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 근절 등을 요구했다. 김 장관은 브리핑에서 상반기 정책 이행 결과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그는 “상반기에는 에너지 대전환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며 “에너지 대전환 로드맵을 마련하고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해 이륙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기차 보급이 상대적으로 늦었던 상황에서 상반기 누적 보급 대수가 100만 대를 돌파했다"며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상반기 1GW 규모 입찰을 실시해 전년 동기 대비 약 17배 확대되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물 관리 분야에 대해서는 “댐과 저수지 운영 방식을 개선해 신규 댐 건설 없이도 약 10억4000만톤의 추가 물 확보 여력을 마련했다"며 “홍수 대응에도 철저를 기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개정해 이를 사회적 참사로 규정하고 국가 책임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생활환경에서의 사례로는 수도권 '러브버그' 대응을 언급했다. 그는 “유충 단계부터 친환경 방제를 선제적으로 실시해 지난해와 확연히 다른 상황을 만들었고 수도권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는 주요 정책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 장관은 “대한민국 대체불가를 위한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력과 용수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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