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예온 유통중기부 기자 |
최근 정부의 ‘일방적’ 가격인하 압박을 바라보는 한 시장 전문가가 전한 불만 섞인 항변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정부가 기업의 상품 가격에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라면·빵 등 서민 대표 먹거리를 판매하는 기업들이 사실상 과점 또는 독과점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 일부 품목의 시장 구조에선 이번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은 불가결한 조치였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시장경제체제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만큼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의 간섭이 필요했다는 해석이다.
앞서 정부는 물가안정의 첫 타깃으로 서민 대표 먹거리 ‘라면’을 선택했다. 국제 소맥(밀) 시세가 떨어진 만큼 국내 라면 제조사들도 상품 가격을 내리라는 주문이었다. 초기에 ‘검토’ 수준을 언급하면 간보기를 하던 라면업계는 정부가 밀가루를 공급하는 제분사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며 재차 압박해 오자 결국 ‘백기’를 들고 줄줄이 라면 가격을 인하했다. 불똥은 제과제빵업계로 튀어 가격 인하 도미노 현상을 빚기도 했다.
그렇다고 정부의 물가잡기가 성공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오는 8월 우유 원유 가격 인상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유업계 및 유제품 생산업체, 낙농가는 8월 1일부터 적용될 원유 가격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가격 인상으로 확정될 경우, 우유뿐 아니라 빵·과자·아이스크림 등 관련 식품 물가도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라면·과자업계 가격과 달리 낙농가 원유 가격엔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없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낙농가들이 생산비 급등으로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며 원유가격 협상 시 낙농가의 현실을 반영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가공식품은 수입 원유를 많이 쓰는 특성상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언급해 우회적으로 업계에 ‘인상 자제’ 신호를 보냈다.
문제는 이같은 관의 가격시장 개입정책이 항상 효과를 거둔 것은 아니었다. 이전 이명박 정부는 밀가루·빙과류·제빵 등 가공식품 가격의 편승 인상이나 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집중 감시하며 기업들을 가격조정 행위를 옥죄었다. 그러나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라면·빵 일부 제품의 가격 인하를 인위적으로 관철시켰다고 정부가 ‘시장 개입’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선 안될 것이다. 물가안정 정책의 우선순위는 사후처리가 아니라 사전예방이다.
pr902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