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안전공사, AI로 재난·ESS 화재 위험 잡는다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기상특보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위험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디지털 재난·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전기안전공사는 AI 기반 재난상황관리 시스템 '케스코-사이렌(KESCO-SIREN)'을 구축해 이달부터 상황·비상근무 등에 단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케스코-사이렌은 기상특보·재난사고·대기질 등 여러 기관에 흩어진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지리정보시스템(GIS)과 연계해 전국 재난 상황을 한 화면에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상황근무자가 기관별 정보를 일일이 검색해야 했지만 시스템 도입으로 재난정보 확인부터 현장 대응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특히 기상특보가 발효된 지역과 공사 관할 사업소를 자동으로 연결하고 전기실·ESS·무정전전원장치(UPS) 등 전기 관련 사고를 별도로 식별한다. 해당 사업소가 관할 지역의 사고를 즉시 파악해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사는 앞으로 공간정보를 시·군·구 단위까지 확대하고 사고 정보 분류도 고도화할 계획이다. 전기안전공사는 현재 AI를 활용한 ESS 화재 예방 나서는 중이다. 공사는 디지털 안전관리 플랫폼 'E-On'을 통해 전국 ESS 2444개소를 실시간 관리하고 있다. 이는 국내 전체 ESS의 95.8%로, 관리 용량은 약 11기가와트시(GWh)에 달한다. E-On은 ESS 한 곳당 1분마다 75개 운영정보를 수집해 이상 징후를 분석한다. 화재 위험 등이 감지되면 사업자에게 이를 알려 선제적으로 조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남화영 전기안전공사 사장은 “재난 상황에서는 정보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현장 대응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기 관련 재난에 적극 대응해 국민 불편과 피해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에너지산업협회 “재생에너지 100GW 위해 태양광 규제 완화해야”

중소 에너지 기업들이 정부의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100기가와트(GW)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해 태양광 발전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산림의 보전 가치가 낮은 산지의 태양광 입지 규제를 완화하고, 태양광 모듈과 인버터 간 용량 규제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기후에너지산업협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생에너지 100GW 보급을 위한 태양광 입지·설비 이용효율 제고에 관한 제도 개선 건의'를 이번 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기후에너지산업협회는 중소 에너지 IT 기업들을 위주로 구성돼있으며 지난 2022년에 한국에너지중소혁신기업협회로 설립됐다. 이후 지난 1월 기후에너지산업협회로 명칭을 변경했으며 정부에 의견을 내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100GW를 조기 보급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탈탄소 산업 전환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협회는 단순히 보급 지원 규모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목표 달성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실제 태양광 사업이 가능한 입지를 넓히고 이미 확보된 계통연계 용량과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봤다. 협회는 우선 산림의 보전 가치와 재해 위험이 낮은 산지에 대해서는 태양광 설치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산지 태양광을 설치할 때 경사도와 면적 등의 기준이 적용된다. 하지만 실제 산림으로서 보전 가치가 낮거나 평탄한 지역, 농경지와 인접해 산림의 연속성이 낮은 곳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 태양광 사업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협회는 경사도 5도 미만 등 재해 위험과 산림 보전 가치가 낮은 지역에 대해서는 입지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태양광 발전시설의 산지 사용 기간도 풍력발전과 같은 최대 30년까지 확대하고, 실제 산지 훼손 정도가 적은 사업에는 복구비와 대체산림자원조성비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건의했다. 태양광 설비의 용량을 산정하는 방식도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는 태양광 모듈의 직류(DC) 용량을 인버터 교류(AC) 용량의 105%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전력망으로 보내지는 최대 전력은 인버터의 AC 용량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DC 용량을 일률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협회는 발전사업 허가와 계통연계 기준을 현재의 DC 용량 중심에서 실제 전력망에 공급되는 AC 출력용량 중심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사업자가 주어진 계통 접속 용량 안에서 발전소 여건에 맞춰 태양광 모듈을 추가 설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별도의 전력망 확충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도 인버터 이용률과 연간 발전량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이 같은 제도 개선을 통해 태양광 사업이 가능한 부지를 확대하고 기존 전력망의 이용 효율을 높여 정부의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동시에 산림 환경 보전과 전력계통 안정성,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도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발전공기업 통합, 지역 전력계획과 거래권도 넓혀야

정부가 발전 5사를 하나의 발전공기업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발전사 간 중복투자와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분산된 인력과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석탄발전 전환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에너지 전환기에 공기업의 기능과 운영체계를 재정비할 필요성은 분명하다. 그러나 발전공기업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것만으로 변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은 제조업과 농업, 건물, 교통, 금융 등 거의 모든 산업의 생산방식과 경쟁구조를 바꾸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의 전력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인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기업과 산업의 입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조건이 됐다. 이제 전기는 단순한 생산비용이 아니라 데이터와 함께 지역의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다. 하지만 현재의 중앙집중형 전력체계에서는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과 사용하는 지역, 전력망을 계획하는 주체가 서로 분리돼 있다. 농촌에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소가 늘어나지만 주민이 체감하는 소득과 일자리는 많지 않다. 마을이 공동 태양광사업을 추진해도 배전망의 여유가 없으면 계통접속을 기다려야 한다. 반면 인근 산업단지의 기업은 재생에너지가 필요해도 바로 옆에서 생산된 전기를 직접 공급받기 어렵다. 전기는 지역에서 생산되지만 지역의 생산자와 소비자, 산업과 수익은 연결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한전의 배전망을 지방정부에 넘기는 방식이 현실적인 해법은 아니다. 전국 전력망의 안정성과 보편적 공급, 지역 간 요금 형평성은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 현행 전기사업법상 배전과 전기판매도 허가사업이며, 한전이 사실상 전국의 배전망 운영과 소매판매를 담당한다. 필요한 것은 한전의 기능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한전이 수립하는 전력망 계획과 지역의 산업·에너지 계획을 연결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에 '지역 전력계획 참여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가 지역의 재생에너지 공급 전망과 산업단지·농업시설·공공건물·데이터센터의 수요를 조사하고, 이를 장기 배전망 투자계획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전과 지방정부, 지역기업과 주민이 참여하는 지역 전력계획 협의체를 구성해 어느 지역의 배전망을 먼저 보강하고 어떤 사업의 계통접속이 시급한지 함께 결정할 수 있다. 지역 전력거래의 통로도 넓혀야 한다. 현재 분산에너지특화지역에서는 일정한 조건 아래 분산에너지사업자가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전기사용자에게 직접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적 실험을 확대해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인근 기업과 공공시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전국적인 전기판매를 지방정부에 맡기자는 것이 아니라, 한전의 전력망을 이용하면서 승인된 사업과 구역 안에서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거래 기회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과 에너지데이터의 활용이 중요하다. 낮에 남는 태양광 전력을 공동 에너지저장장치에 저장하고, 인공지능으로 수요와 발전량을 예측해 필요한 시간과 시설에 공급할 수 있다. 공장과 공공건물에는 인공지능 기반 에너지관리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다. 발전·소비·저장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새로운 기술의 실증과 에너지 서비스 개발에 활용된다. 지역은 전기를 외부로 보내는 생산지를 넘어 전력과 데이터로 지식과 서비스를 만드는 산업현장이 될 수 있다. 주민 이익공유도 태양광 발전수익에만 의존해서는 지속되기 어렵다. 전력가격과 금리, 계통접속과 출력제어에 따라 수익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수익에 지역 전력거래, 에너지저장장치와 수요관리, 건물 에너지 절감, 탄소감축, 데이터 서비스의 수익을 더해야 한다. 그 성과를 지역에너지 공유기금에 적립해 주민배당과 에너지복지, 지역기업 육성과 청년 일자리에 재투자한다면 에너지 전환은 지역 기본소득과 기본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 발전공기업 통합이 중앙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개편이라면, 지역 전력계획과 거래권의 확대는 그 성과를 지역의 산업과 소득으로 연결하는 개혁이다. 발전회사를 하나로 만드는 데서 개편을 끝내서는 안 된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누가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는가뿐 아니라 누가 전력과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그 성과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는가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bienns@ekn.kr

[김성우 시평] 글로벌 ESS 성장과 우리의 전략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이온 배터리 출하량이 461GWh로 집계되며 전년 동기(270GWh) 대비 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이 609GWh로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한 수치와 비교해 봐도 ESS의 괄목할 만한 도약이다. 속도와 안정성이 중요한 AI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수요와 간헐성 보완이 필요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가 도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ESS는 347GWh로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전력시스템 안정화는 단기간내 멈추지 않을 대세적 흐름이므로 앞으로 ESS 성장의 동인도 견조해 보인다. 연간 출하량 기준으로 올해 984GWh에서 내년에는 1150GWh로 증가하고, 2035년에는 올해의 2배 수준인 1870GWh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잇는 ESS시장도 중국이 선점하고 있다. 글로벌 1위부터 4위까지 전부 중국 회사인데, 이들의 시장 점유율만 합쳐도 55%에 육박한다. 한국도 전년 대비 높은 성장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중국과 절대량에서 격차가 너무 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의 유의미한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도 다양한 정책으로 국내 ESS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우선, 기술 측면에서는 산업통상부가 지난 9월 22일 '배터리 산업기술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와 배터리 업계가 나트륨·전고체 배터리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우기 위해 정부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2500억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하고, 국내 셀제조 3사는 비경쟁 영역에서 공동 연구와 표준화에 나서며, 산업 전체가 제조공정 혁신과 소재 국산화 등에 2030년까지 약 8조원을 투입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기존 국내 업체들이 고성능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기술 중심으로 경쟁력을 쌓아온 만큼, 나트륨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보급형 배터리와 고성능 차세대 배터리를 동시에 확보해 중국과의 격차를 좁힘으로서 K-배터리가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탈환하겠다는 전략이다. 둘째, 생산 측면에서는 세제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8월 3일 재정경제부가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녹색전환 및 경제안보 차원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산업의 국내 생산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국내생산세액공제를 신설했는데, 대상 품목에 이차전지를 포함시켰다. 기존 통합투자세액공제는 시설투자(CapEx)에 대한 지원에 집중되어 있어 생산운영비(OpEx)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산업에 대해 생산량에 기초하여 세액공제를 지원함으로서 국내 생산기반 확충 및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셋째, 보급 측면에서는 중앙계약시장 입찰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9월 23일 제3차 ESS 중앙계약시장을 개설하고 총 1180㎿ 규모의 ESS 발전사업자를 선정한다고 전해졌다. 중앙계약시장은 전력거래소가 계통 안정화에 필요한 ESS 용량을 경쟁입찰로 선정하고 낙찰자와 15년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시장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한 차례 공고 물량이 앞선 두 차례 누적 낙찰량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정부가 ESS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주춤한 시장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배경은 고무적이다. 결국 상술한 정부의 지원들이 더욱 빛을 발하려면, 기술개발에 성공하고 국내생산 및 보급을 확대하는 우선 목표 달성에 추가로, 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글로벌 ESS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기 지원정책들을 구체화할 때 글로벌 경쟁구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술 경쟁을 예로 들면, 나트륨 배터리의 경우 중국은 이미 400GWh 규모의 기가팩토리를 운영 및 계획하고 있는 반면, 중국 외 전 세계를 합친 수치는 11GWh에 그쳐, 우리의 기술개발 성공이 곧 글로벌 경쟁력 확보로 연결될 수 있는 전략이 지금부터 고려되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배터리는 전기차용에서 ESS용으로 이미 빠르게 확대·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로봇, 드론, 위성 등 새로운 시장 축이 계속 더해질 가능성이 높다. 올 상반기 글로벌 ESS 시장 성장을 예지적으로 해석하고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우리의 전략이 더 없이 중요한 이유이다. bienns@ekn.kr

“태양광 화재 막으려면…인버터 긴급차단·불씨 사전 감지해야”

태양광 발전소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모듈과 인버터 사이에 남아 있는 전압을 낮추는 긴급차단과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작은 불꽃을 사전에 감지하는 아크차단 장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태양광 운영관리 전문기업 커널로그는 23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발전사업자가 확인해야 할 태양광 발전설비 화재 위험과 대응 방안을 소개했다. 태양광 발전소는 인버터를 정지하더라도 설비 전체의 전기가 즉시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태양광 모듈은 햇빛이 비치는 동안 계속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모듈에서 접속함까지 이어지는 직류 배선에는 전압이 남을 수 있다. 특히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 인력이 불이 붙은 모듈이나 배선 주변에 접근해야 하는 만큼 잔류 전압은 감전과 진화 작업 지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긴급차단(RSD)'이다. 화재 등 비상 상황에서 태양광 모듈과 인버터 사이 전압을 일정 시간 안에 안전한 수준으로 낮춰 진압 인력의 접근 위험을 줄이는 방식이다. 화재가 발생하기 전 '불씨'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태양광 모듈을 연결하는 커넥터가 노후화되거나 배선 피복이 손상되고 접촉 불량이 발생하면 작은 전기 불꽃인 아크가 발생할 수 있다. 일부 모듈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핫스팟 역시 화재 위험 요인이다. 문제는 수백장의 모듈 가운데 일부에서 발생한 이상은 발전소 전체 발전량 변화만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출력 감소 폭이 크지 않으면 날씨나 계절에 따른 발전량 변화와 구별하기도 쉽지 않다. 아크차단은 전기적 이상으로 발생하는 아크를 감지해 화재로 번지기 전 전류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긴급차단이 화재 등 비상 상황에서 잔류 전압을 낮추는 장치라면 아크차단은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상황을 조기에 찾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화재 예방과 사고 발생 이후 대응이라는 두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커널로그는 모듈 후면에 전력전자장치(MLPE)를 설치해 개별 모듈의 전압·전류·온도 등을 확인하고 비상 상황에서는 해당 구간의 전압을 낮추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전체 발전량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모듈 이상을 사전에 발견하고 화재 발생 시 잔류 전압에 따른 위험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화큐셀·포스코, 영농형태양광 보급 손잡았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과 포스코가 농촌 태양광 발전에 쓰이는 영농형태양광 모듈과 하부 구조물을 함께 개발해 정부의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에 힘을 보탠다. 한화큐셀과 포스코는 지난 17일 국내 영농형태양광 활성화와 국내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영농형태양광은 농지에서 영농과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솔루션으로, 태양광 모듈의 배치, 각도 등을 최적화해 작물 재배에 필요한 일조량을 공급하면서도 남는 태양빛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양사는 이번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영농형태양광 모듈과 하부 구조물 패키지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향후에는 관련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힘을 모으기 위한 협력체 '신토불이 얼라이언스(Alliance)'를 구성하고, 국내 기업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금융·기자재·시공·전력 판매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한화큐셀은 고효율 영농형태양광 전용 모듈을 충북 진천공장에서 제조해 보급하고, 안정적인 시공과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연계할 계획이다. 발전소 완공 후 재생에너지 전력 수요기업과 전력구매계약(PPA)를 중개하거나, 실시간 입찰 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등 전력 판매 솔루션도 제공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토지 부식에 강하고 국내 영농 환경에 특화된 하부 구조물 자재를 공급한다. 나아가 농작물과 농지를 보호하고 영농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구조물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 영농형태양광 구조물의 표준을 확립할 계획이다. 한화큐셀과 포스코가 영농형태양광 시장을 함께 공략한 이유는 각자의 제조 역량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농업인들이 영농형태양광 설치를 주저하게 한 걸림돌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국내는 경사진 산지 비중이 높아 일반 태양광보다 농지를 활용하는 영농형 태양광이 좀 더 적합한 솔루션으로 평가받는다. 이전에는 기존 농지법에 따라 영농형태양광 설비도 설치 8년 만에 철거해야 해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영농형태양광 사업을 허가받을 수 있는 최대 기간이 기존 8년에서 23년으로 늘어 수익성 확보 기반이 마련됐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영농형태양광사업법)'이 지난 6월 제정·공포됐기 때문이다. 일반 농업인이나 협동조합이 영농형태양광 사업에 참여할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경작 중인 농지를 활용한 태양광 설비 설치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100기가와트(GW)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유휴부지를 활용해 44.2GW를 보급하기 위한 4대 정책입지 중 하나로 영농형태양광을 포함했다.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은 “한화큐셀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맞춰 포스코와 함께 건전한 영농형태양광 시장 조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홍삼수 포스코 냉연도금마케팅실장은 “포스코는 오랜 소재 기술력과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영농 환경에 적합한 구조물 솔루션을 개발하고, 관련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화큐셀과 적극 협력하겠다"라고 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중국의 수소 굴기…“대규모 그린수소 프로젝트, 실증 넘어 산업화 단계 진입”

중국의 수소 전략이 수소전기차(FCEV) 중심의 실증 단계를 넘어, 산업 현장의 '탈탄소 연·원료 대체'와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대규모 에너지 저장(ESS)' 양대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 전동화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산업 공정의 탄소 배출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한계를 수소로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17일 한국수소연합이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개최한 '2026 한-중 수소 정책 포럼'에서는 중국 내 수소의 전략적 위상 변화와 실증 성과가 집중 조명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양푸위엔 칭화대 교수는 “중국은 재생에너지와 전동화를 빠르게 확대해 왔지만, 전기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원료·연료 대체'와 '전력 계통 연계형 대규모 에너지 저장' 등 수소가 가장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양 교수는 첫 번째 시나리오와 관련해 “중국은 현재 매년 3700만 톤 규모의 수소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거대한 시장"이라며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기존 화석연료 기반 수소를 3000만 톤 이상의 그린수소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것 자체가 거대한 초기 수요이자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산업 현장의 막대한 수요를 그린수소로 대체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전체 산업 체인의 원가를 낮추는 것이 중국에서 가장 활발히 진행되는 핵심 경로라는 분석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로는 전력 시스템과 연계된 '장기·대규모 에너지 저장'을 꼽았다. 양 교수는 “중국의 그린 전력 생산량은 이미 200GW(기가와트)를 넘어설 정도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출력 변동성과 계통 불안정 문제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양수발전 등으로 단기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으나, 수급 불일치와 계통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장주기·계절 간 대규모 저장이 가능한 수소, 나아가 암모니아와 메탄올 형태로의 에너지 저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중국 산업계는 이 같은 청사진을 바탕으로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류젠궈 화북전력대 교수는 “중국은 대규모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확대하며 실증을 넘어 본격적인 산업화 단계로 진입했다"며 “알칼라인 수전해 설비의 대형화·표준화와 고분자전해질막(PEM) 기술 발전, 부품 국산화로 제조 경쟁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그린수소의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설비 증설과 더불어 정유·화학·제철 등 안정적인 대규모 산업 수요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모빌리티 분야 역시 단품 보급에서 벗어나 생태계 전반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팡하이펑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CATARC) 수석전문가는 “지난 6월까지 집계된 글로벌 수소연료전지차 누적 보급 대수는 12만 대를 넘어섰으며 한국, 중국, 미국이 3대 핵심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별로는 한국이 약 4만5000대로 가장 많고, 중국도 최근 누적 4만 대를 돌파했다. 글로벌 수소차 시장 흐름에 대해 팡 수석전문가는 “지난 2022년 연간 2만 대를 넘어서며 정점을 찍은 후 2023년부터 2024년까지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40% 이상 판매가 급감하며 2년 연속 침체를 겪었다"면서도 “지난해부터 한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의 활약에 힘입어 글로벌 판매량이 다시 반등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다만 시장이 본격적으로 안착하기에는 높은 수소 공급 가격이 걸림돌로 지적됐다. 팡 수석전문가는 “중국의 수소 공급단가는 kg당 35위안(약 7000원대) 수준으로 1만 원을 웃도는 한국이나 그보다 비싼 미국·유럽에 비해서는 낮지만, 여전히 시장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시범도시군 정책을 통해 장거리·고가동률 중·대형 상용차 위주로 강점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2030년 최종 소비단계 수소 가격을 kg당 25위안(약 4700원대) 이하로 낮추기 위해 충전 인프라와 공급망을 아우르는 전주기 육성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석진 한국수소연합 사무총장은 “글로벌 수소 산업은 기술적 실증을 넘어 청정수소를 낮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산업·에너지의 실질 수요를 어떻게 충족할지 고민하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며 “중국이 수송 중심을 넘어 청정·저탄소 수소 생산과 산업 수요 연계를 모색하고 있는 만큼, 양국이 수전해·청정수소·수소차 등 각자의 강점을 결합해 동북아 수소 공동 밸류체인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EE칼럼] 최고가격제의 부담 떠안은 정유사도 명분이 필요하다

지난 7월 국내 휘발유 소비량이 886만 배럴로 역대 7월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4월과 비교하면 소비가 28%나 늘어난 것이다. 가격 신호를 인위적으로 눌러놓은 최고가격제가 만들어낸 황당한 일이다. 휘발유 소비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국제선 여객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전년보다 8.1% 늘었고, 8월에는 다시 9.6% 증가해서 월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더욱이 정부는 지난 7월 1일 공공기관 차량 5부제를 전면 해제했고, 자원 안보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주의로 낮췄다. 대통령까지 나섰다. 지난 12일 엑스(X)에 “유가에 관한 한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휘발유·경유 등 정제유 가격은 계속 안정된다"고 썼다. 최고가격제 등으로 국내 가격을 확실하게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세계는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우리는 요란한 잔치판을 즐기는 것이다. 국제 상황은 더욱 꼬여가고 있다. 중동 전쟁의 전선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내륙 횡단 송유관도 전쟁에 휩쓸렸고, 홍해의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도 불안해지고 있다. UAE의 후자이라 항구까지 마비되면 세계 원유 공급량의 20%에 차질이 생긴다. 호르무즈와 홍해의 '이중 봉쇄' 위기 속에 브렌트유 가격이 다시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배럴당 105달러를 넘어섰고, 전 세계 비축유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정유사의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동 전쟁이 시작되고 2주일 만인 지난 3월 13일 전격적으로 시행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에 의한 사회적 피로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누적되고 있다. 물론 최고가격제가 서민 경제의 안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 것은 분명한 팩트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나드는 데도 국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00원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버텨 냈다. 최고가격제 덕분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증폭되고 있다. 위기감을 체감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주유소로 몰려드는데도, 정부는 대통령의 트윗만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 최고가격제의 부담은 온전하게 정유사의 몫으로 돌아간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 탓에 휘발유·경유·나프타의 수출도 자유롭지 않다. 지금까지 정유사가 떠안은 기회손실 비용이 5조 원을 훌쩍 넘어선 상황이다. 이제 정부가 정유사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할 때다. 최고가격제로 인한 정유사의 손실 보전은 정부의 선택에 맡겨진 일이 절대 아니다. 석유사업법 제23조에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는 의무사항이다. 정부가 절대 외면할 수 없는 강제 사항이라는 뜻이다. 정산위원회를 구성해서 휘발유와 경유의 '원가'와 '정제 마진'을 따져보겠다는 산업부의 꼼수는 부끄러운 궤변이고 억지다. 휘발유와 경유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함께 생산되는 연산품(連産品)이다. 등심과 갈비가 소 한 마리에서 함께 나오듯, 휘발유 따로 경유 따로 '원가'를 계산한다는 발상 자체가 회계학의 가장 기본적인 상식을 무시한 것이다. 더욱이 원가 논란은 15년 전 회계사 경력을 자랑하던 최중경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 말끔하게 정리해 놓은 사안이다. 그런 원가 논란을 반복하는 산업부의 모습은 절망적이다. 싱가포르 국제 석유시장에서 경유는 휘발유보다 33%나 비싸게 거래된다.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국내에서는 더 비싼 경유가 오히려 더 싸게 팔리는 역전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원가 개념도 모르는 산업부가 가격 체계까지 뒤틀어놓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정유사에 대한 정산은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 정유사의 손실 보전은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MOPS)을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다른 꼼수는 없다. 오히려 물가 안정을 위해 막대한 재정적 불확실성을 떠안아준 정유사에 정부가 감사해야 한다. 물론 손실 보전에 따른 정부의 재정 부담은 걱정이다. 어쨌든 최고가격제를 지속가능한 정책이 아니다. 최고가격을 싱가포르 가격에 단계적으로 근접시키면서 연착륙을 시도해야 한다. 정유사가 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통로도 열어줘야 한다. 원유와 석유제품을 비축하고, 나프타 공급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사회 공헌이다. 정유사를 무작정 몰아세우는 정부의 낡은 습관을 버려야 그 명분도 살아난다. 정유산업은 국가 경제와 서민 경제를 안정시켜주는 가장 중요한 동반자다. 정유사는 규제와 압박의 대상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산업 안보의 파트너로 정부와 우리 사회가 끌어안아야 하는 상대다. bienns@ekn.kr

“낼 세금도 없는데 세액공제?”…태양광 업계, ‘미국식 현금 환급’ 촉구

태양광 업계는 적자를 보고 있는데, 정부가 국내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세액공제 혜택을 추진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현장의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업계는 생산 실적과 연계한 현금성 지원 수단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 중인 '국내생산세액공제' 제도가 국내 제조사 현장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국발 저가 공세로 적자가 쌓인 결손 기업은 낼 세금이 없어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설비 투자비 기준의 공제 한도 역시 실질적인 운영비 지원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다. 박정·안호영·김주영·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접경지역내일포럼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K-GX 시대 에너지 산업 국가전략' 연속토론회 3차 행사를 개최했다. '재생에너지 설비 국가경쟁력 강화 전략'을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 한신혜 한화큐셀 파트장은 정부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국내생산세액공제안)을 두고 “현행 설계대로라면 산업 현장에서 정책 효과를 전혀 체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내 태양광 공급망은 붕괴 직전에 놓였다고 분석됐다. 이날 발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이 글로벌 태양광 공급망의 90% 안팎을 점유한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 국산 모듈 점유율은 2021년 66.0%에서 2025년 30.7%로 줄었다. 같은 기간 핵심 부품인 셀(태양전지)의 국산 점유율도 35.1%에서 3.9%로 급락했다. 특히 국산 셀의 경우 수요처를 찾지 못해 지난 2년간 내수용 생산 실적이 사실상 전무했다. 한화큐셀 역시 충북 음성 공장 가동을 멈추고 진천 공장 1곳만 유지하고 있다. 2030년 국가 태양광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해 신규 57기가와트(GW)를 설치할 경우, 현 점유율 구조가 유지된다면 약 8조 원의 수입 대금이 해외로 유출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는 생산 단계에서 직접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환영하면서도 현행안의 세 가지 한계를 꼽았다. 우선 '결손 기업 배제' 문제다. 세액공제는 납부할 법인세가 있어야 차감되므로, 적자 상태인 기업은 흑자 전까지 혜택이 이월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통해 현금 환급이나 공제권의 제3자 양도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안에는 이 같은 유동화 장치가 담기지 않았다. 한 파트장은 “지원이 가장 절실한 위기 국면에 정작 혜택이 차단된다"며 “생산 실적과 연동된 보조금 등 현금성 수단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Advanced Manufacturing Production Credit)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미국 내에서 배터리, 태양광, 풍력 발전 부품, 핵심 광물 등 첨단 제조품을 실제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에게 세액공제(혜택) 또는 현금성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생산량 비례 지원은 단순 설비 투자액 기준이 아니라, 미국 현지에서 얼마나 많은 제품을 생산·판매했는가(생산량)에 비례하여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유동성(현금화) 지원은 적자가 발생해 낼 세금이 없는 기업(결손 기업)이라도 공제 혜택을 현금으로 직접 환급받거나 제3자에게 공제권을 양도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공제 한도 산정 방식의 괴리도 문제로 지목됐다. 정부안은 10년간 총 공제 한도를 '유형자산 투자누계액의 50% 이내'로 제한했다. 그러나 미국 에너지부(DOE) 분석에 따르면 태양광 제조 원가에서 설비투자비 비중은 8~10% 수준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전기료·원자재비·인건비 등 운영비가 차지한다. 공제 상한선을 설비 투자액 기준으로 제한하면 초기 몇 년 만에 한도가 소진돼 장기적인 생산 유인이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현금성 보완책이 도입되더라도 발생하는 2년간의 정책 시차도 줄여야 한다고 짚었다. 2027년 생산 실적을 바탕으로 2028년 예산을 수립하면 실제 지급은 2029년에 이뤄져 자금 공백이 생긴다. 당장 공장을 돌리기 위한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황에서 2년의 공백은 치명적인 만큼, 예상 생산량을 기반으로 2028년부터 선제 집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망과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향후 법안과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날 제기된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입법과 예산 지원에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현장] 보조금 쏟아지는 유럽 에너지·방산…진입 전략은 ‘현지화’

지정학적 안보 환경의 급변과 탄소 중립 정책의 가속화에 따라 유럽 역내 방위산업·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관련 기술·제조 역량을 보유한 한국 기업의 시장 진입 기회가 예년에 비해 증가하고 있으나 유럽 역내의 복잡한 법적 규제와 자국 산업 보호 기조가 실질적인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15일 법무법인 율촌은 유럽 주요 5개국 대형 로펌과 공동으로 '한국 기업을 위한 유럽 에너지 & 방위산업 전략적 기회' 세미나를 열고 현지 법률 동향과 실무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유종권 율촌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본 행사에는 이탈리아 GOP·네덜란드 AKD·폴란드 DZP·스페인 PLL·독일 글라이스 루츠 소속 실무 파트너 변호사들이 발제자로 참석해 각국의 법적 규제 현황과 진출 로드맵을 공유했다. ◇ 송전망 확보 리스크·소수 지분권자 법적 보호 한계 제1부 에너지 세션에서는 각국의 신재생 에너지 지원 제도 현황과 더불어 외부 자본 진입 시 수반되는 물리적 인프라 및 회사법적 쟁점이 다뤄졌다. GOP는 이탈리아 정부의 에너지 인프라 지원 제도를 설명했다. 이탈리아는 37.15GW 규모의 대형 태양광·풍력 발전을 지원하는 'FER-X' 기금을 운용 중이고 에너지 저장 장치(ESS) 운영 사업자에게 15년 단위의 장기 차액 정산 계약(CfD)을 보장하는 'MACSE' 제도를 신설해 초기 투자 수익의 예측성을 제고했다. 또한 과거 탈원전 정책을 고수했던 이탈리아가 최근 전력 생산 비용 급등·2050년 탈탄소 목표 달성을 위해 소형 모듈 원전(SMR)을 중심으로 한 8GW 규모의 원자력 발전 재도입을 국가 계획에 명문으로 반영한 점이 조명됐다. PLL 로펌의 파블로 혼토리아 변호사 역시 스페인 정부가 '넥스트 제너레이션 EU' 기금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장비 제조 설비에 15억 유로 규모의 보조금을 배정하고 있음을 부연했다. 그러나 현지 법률 전문가들은 정책적 인센티브 이면에 존재하는 물리적 인프라의 한계를 위협 요인으로 지적했다. AKD의 에르빈 라데마커스 파트너 변호사는 '전력망 혼잡' 현상을 프로젝트의 재무적 타당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요소로 평가했다. 발전 시설이 완공되더라도 기존 송전망 용량 부족으로 계통 연결이 지연될 경우 전력 판매를 통한 현금 창출이 불가능해진다. 이는 상업 은행·기금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심사 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금융 조달 적격성' 상실로 직결된다. 라데마커스 변호사는 법률 실사 단계에서 관할 전력망 운영 기관의 고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접속 대기 순번과 인허가 예상 시점을 교차 검증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재무적 투자자(FI)로서 현지 합작 법인의 소수 지분(통상 10~20%)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회사법적 쟁점도 논의됐다. 인프라 프로젝트는 통상 25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 사업이어서 투자 실행 전 주주 간 계약서(SHA) 상에 △핵심 자산 처분 등에 대한 이사회 거부권 △추가 자금 조달 시 지분 희석 방지 조항 △동반 매각 참여권·풋 옵션 등의 방어적 권리를 명시적으로 규정해 법적 구속력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에너지 인프라는 국가 핵심 안보 시설로 분류돼 취득 지분율이 10~25% 수준에 불과하더라도 각국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 심사 대상에 예외 없이 포함된다는 점이 강조됐다. 심사 기간 중에는 거래 종결이 법적으로 유예되므로 전체 투자 일정 수립 시 이를 반영해야 한다. ◇ '브라운필드' 투자로 규제 우회 전략 제2부 방위산업 세션에서는 지정학적 위기를 기점으로 국방 예산을 급격히 증액하고 있는 폴란드와 독일 시장의 조달 시스템 특수성과 우회 진입 전략이 논의됐다. 방위산업 시장은 무기 체계 생산 허가·이중 용도 품목의 수출입 통제 및 기밀 유지 등 엄격한 다중 규제가 적용되는 산업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총생산(GDP) 대비 5% 규모의 대규모 방위비를 지출하고 있는 폴란드의 특수성과 관련, DZP 로펌의 토마슈 다브로스키 방산팀장은 조달 절차의 예외적 구조를 설명했다. 국가 안보상 긴급한 전력화가 요구되는 주요 무기 체계 사업의 경우 폴란드 정부는 'EU 기능조약 제346조(안보를 위한 공공조달 예외 조항)'를 원용해 일반적인 입찰 절차를 생략하고 정부 간(G2G) 신속한 수의 계약 형태로 조달을 진행하는 기조가 관찰된다. 다브로스키 팀장은 폴란드 조달 시장 내 안정적인 공급망 진입을 위해 산하 50여 개 계열사를 보유한 국영 방산 지주사 'PGZ 그룹'과 전자전 분야 등에 특화된 주요 민간 업체인 'WB 그룹'과의 하도급·파트너십 구축이 실무적 전제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대규모 자본 소요 특성을 고려해 폴란드 당국은 계약 초기 10~30% 규모의 선수금을 지급하는 관행이 확립돼 있고 한국 공적 수출 신용 기관의 금융 보증을 결합한 자금 구조에 익숙하다는 점이 시장 진입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1000억 유로 규모의 특별 국방 기금을 편성한 독일 시장에 대해서는 독일 글라이스 루츠의 안셀름 크리스티안센 파트너 변호사가 실무적인 우회 투자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유럽 내 자체 생산 역량이 증액된 국방 예산을 집행하기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고 독일 군 당국이 납기 역량을 입증한 한국 기업을 북대서양 조약 기구(나토, NATO) 우방국 수준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티안센 변호사는 관련 소재·부품 부문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브라운필드(Brownfield) 투자'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내연 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산업 전환 여파로 폐업 위기에 직면했지만 금속 정밀 주조·단조 기술 등을 보유한 독일 내 자동차 부품 공장을 한국 기업이 인수해 드론·정밀 타격 무기·탄약 부품 등의 방산 제조 시설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이같은 투자는 기존 현지 근로자의 고용을 승계하고 지역 경제 기반을 보전한다는 정치적 명분을 제공해 통상적으로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는 독일 정부의 FDI 안보 심사를 원활하게 우회 통과할 수 있는 실효적 방안으로 평가받았다. ◇ '유럽 퍼스트' 기조 대응…'능동적 현지화' 이날 논의된 주요국 사례들은 유럽 연합 내 '역내 생산 우대(Europe First)' 기조가 제도적·실무적으로 고착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독일과 같이 명시적인 절충 교역 의무를 입찰 조건에 법제화하지 않은 국가여도 실무 조달 계약 협상 과정에서는 수주 기업에게 기한 내 부품 공급망을 역내로 이전할 것을 요구하는 암묵적인 할당 압력이 광범위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때문에 현지 파트너와의 합작 법인(JV) 설립·기존 현지 기업 인수·합병(M&A)·브라운필드 투자 등을 적극 추진해 물리적·법률적으로 현지 기업과 완벽히 동일한 '유럽 법인'의 지위를 확보하는 고강도 현지화 전략 수립이 필수 불가결할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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