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전남 37GW·경북 26GW”…지역별 재생에너지 청사진

광역지방자치단체별로 지역 특성에 따라 태양광·해상풍력·분산에너지 중심 거점을 나눠 구축하는 전략이 세워졌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9일 발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는 각 지역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종합해 정리했다. 전남은 전국 최대 규모 목표를 제시했다.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현재 7.5기가와트(GW)에서 2035년 최대 37.8GW까지 확대한다. 솔라시도 5.4GW 태양광 집적화지구와 총 21GW 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 4GW 영농형 태양광 단지 등이 핵심이다. 시군별 분산에너지 특구와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도 병행한다. 전북은 현재 5.9GW에서 2035년 최대 22.1GW까지 확대한다. 새만금 권역에 10GW 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태양광 5.5GW, 풍력 4.3GW, 조력발전 0.2GW 등이 포함된다. 영농형 태양광과 유휴부지 태양광 확대도 추진한다. 경북은 5.7GW에서 최대 26.1GW까지 늘린다. 포항 영일만 중심의 5GW 규모 부유식 해상풍력과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산업단지 연계 영농형 태양광이 핵심 프로젝트다. 산불 피해지역을 활용한 태양광·풍력 단지도 추진한다. 경남은 3.1GW에서 최대 11.4GW까지 확대한다. 지역 산업과 연계한 풍력단지 1.5GW와 해상풍력 전주기 클러스터 구축이 핵심이다. 국산 R&D 터빈 기반 해상풍력 실증단지도 조성한다. 충남은 현재 5.2GW에서 최대 17.8GW까지 확대한다. 간월호 수상태양광 0.5GW와 산업단지 태양광 확대, 주민참여형 발전소 등이 중심이다. 당진·서산·태안·보령을 중심으로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도 조성한다. 충북은 2.6GW에서 최대 5.1GW까지 확대한다. 충주댐 수상태양광과 산업단지 에너지 자급자족 인프라 구축, 영동양수발전 등이 포함됐다. 경기는 3.7GW에서 최대 14GW까지 확대한다. 반도체 산업단지 RE100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와 시화호 등 대규모 입지 기반 태양광 사업이 포함됐다. 수도권 신도시 재생에너지 의무화도 추진된다. 강원은 3.8GW에서 최대 11.2GW까지 확대한다. 공공주도 육상풍력 1GW와 접경지역 주민참여형 태양광 0.1GW 등이 핵심 사업이다. 제주는 현재 1.7GW에서 최대 3.5GW까지 확대한다. 5GW 규모 해상풍력과 장주기 ESS 1GW 구축, V2G 기반 분산전력망 실증이 핵심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정부, 재생에너지를 ‘제2의 반도체’로… 2030년까지 태양광 10GW·풍력 3GW 확충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을 연간 10기가와트(GW), 풍력 터빈은 3GW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재생에너지 산업을 '제2의 반도체·조선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9일 발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을 현재 연간 6GW 수준에서 2030년까지 10GW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풍력 터빈 생산능력 역시 같은 기간 0.8GW에서 3GW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재생에너지 수출 규모도 2024년 4조2000억원 수준에서 2035년 20조원까지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특히 태양광·풍력 산업 생태계 재건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공공사업과 계획입지 사업 등에 국산 태양광 모듈과 인버터 사용을 확대하고, 국내 생산 기준을 마련해 금융지원과 연계하기로 했다. 햇빛소득마을과 학교, 공공주차장 등 공공 태양광 사업에서도 국산 기자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노후 인버터 교체 시장도 국산 제품 중심으로 재편한다. 정부는 수명이 6~7년 수준인 노후 태양광 인버터를 국산 제품으로 교체할 경우 융자와 금융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인버터 통신장비에 대한 보안 검증 기준도 새롭게 마련해 공급망 안정성과 보안성을 동시에 강화한다. 계통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차세대 스마트 인버터 개발도 추진된다. 정부는 전압·주파수 제어 기능을 갖춘 스마트 인버터와 인공지능(AI) 기반 발전 예측·고장 예지 기능을 갖춘 차세대 제품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전 기술지주 출연금과 모태펀드 등을 활용한 전용 펀드 조성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태양광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제지원과 인증제도 개편에도 나선다. 저탄소 태양광 모듈 설계·제작·설치 기술을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해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국내 셀을 활용한 모듈에는 공공입찰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태양광 핵심 기자재를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 개발도 속도를 낸다. 정부는 탠덤셀과 페로브스카이트 등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에 대한 대규모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건물일체형태양광(BIPV) 시장 육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국내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탠덤셀 초기효율을 확보한 만큼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과 투자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해상풍력 산업 육성 전략도 포함됐다. 정부는 20메가와트(MW)급 초대형 해상풍력 터빈 개발을 지원하고,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 선점을 위해 100MW급 테스트베드 구축도 추진한다. 현재 세계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 규모가 아직 크지 않은 만큼 조선·철강·케이블 산업과 연계해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RPS 폐지법 국회 상임위 통과…재생에너지 경매제 전환 본격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폐지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 체계가 대대적인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 기존 RPS 중심 시장 구조를 정부 주도의 경매제도로 바꾸겠다는 방향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1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현행 RPS 제도를 폐지하고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물량과 목표를 정한 뒤 경매 방식으로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는 계약시장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RPS는 500메가와트(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2012년 의무비율 2%로 시작해 올해는 15%까지 확대됐다. 그동안 국내 태양광·풍력 보급 확대를 견인해왔지만 최근에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RPS 대상 발전사들은 직접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발전사들이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기보다는 REC 구매에 의존하고 있어 REC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RPS 체계 아래 운영되던 REC 현물시장은 사라지고 정부가 사전에 입찰 물량을 정한 뒤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재편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발전사업자가 신규 재생에너지 물량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대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환경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이 오히려 재생에너지 확대를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후환경단체 플랜1.5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독소조항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은 채 통과됐다"고 비판했다. 플랜1.5는 특히 재생에너지 설비를 직접 보급하지 않고 일정 금액 납부로 의무를 대체할 수 있는 '보급대체이행' 조항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에는 대체이행 상한선 규정이 없어 사실상 재생에너지 직접 보급 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현행 RPS에서 의무 대상이었던 민간발전사가 개정안에서는 '목표관리대상자'로 완화돼 실질적 규제가 약해졌다는 점도 우려 요소로 꼽았다. 플랜1.5는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OECD 최하위 수준인 약 10%에 불과하다"며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를 달성하려면 오히려 의무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사위와 본회의 과정에서 독소조항을 보완하는 수정안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수도권·충청·강원에 GW급 태양광 벨트”…기후부,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승부수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수도권과 충청·강원권을 중심으로 기가와트(GW)급 초대형 태양광 단지를 조성해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100GW 시대를 열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상대적으로 전력망 여유가 있는 수도권과 간척지, 군사접경지역, 폐쇄 석탄발전소 부지 등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성환 장관 주재로 제38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올해 3월 개정된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라 처음 수립되는 중장기 계획으로 오는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과 실행 과제를 담았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전력수요 전망과 송전망, 발전설비 구축 계획을 담는다면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은 이 중 구체적인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을 담았다. 기후부는 이를 통해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100GW, 2035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 이상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기후부는 우선 수도권·충청권·강원권을 중심으로 10개 이상의 GW급 초대형 태양광 사업을 발굴해 총 12GW 규모의 신규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시화·화옹지구 등 간척지, 석탄발전소 폐지 부지, 군사접경지역을 활용한 '평화 태양광 벨트' 등이 주요 부지다. 기후부는 범정부 차원의 '초대형 계획입지 발굴 추진단'을 구성해 사업을 집중 관리하고, 인허가 절차도 대폭 단축하기로 했다. 유휴부지 활용 확대도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기후부는 공장 지붕, 영농형·수상형 태양광, 도로·철도·농수로 등 이른바 '4대 정책입지'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총 44.2GW 규모 태양광을 추가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일정 규모 이상 신축 공장에는 태양광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고,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법제화해 입지 갈등을 줄이기로 했다. 계획입지 제도 도입과 인허가 병목 해소도 병행한다. 해상풍력 확대 전략도 함께 추진된다. 2030년까지는 태양광 위주로 보급하고 2030부터는 본격적으로 해상풍력을 전력시장에 투입한다. 기후부는 해상풍력 장기 입찰 로드맵과 계획입지 제도를 도입해 사업 불확실성을 줄이고 비용 절감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초대형 해상풍력 터빈 개발과 부유식 해상풍력 실증단지 구축도 추진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국내 풍력 산업 생태계를 복원하고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산업을 '제2의 조선·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기후부는 그동안 재생에너지 확대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돼온 계통 문제 해결을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은 날씨에 따라 급변하는 만큼 저장장치와 유연한 전력망 구축 없이는 대규모 확대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기후부는 배전망에 ESS를 설치해 지역 내 생산·저장·소비를 최적화하는 분산형 전력망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와 ESS, 히트펌프 등을 패키지 형태로 지원해 주택과 마을 단위 에너지 자립 모델도 확대할 계획이다. 기후부는 이 같은 보급 계획을 통해 kWh당 목표 단가를 △태양광 2026년 150원→ 2030년 100원→ 2035년 80원 이하 △육상풍력 각각 180원 → 150원 → 120원 이하 △해상풍력 각각 330원 → 250원 → 150원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기후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단순한 발전 설비 보급이 아니라 국민 소득과 연결되는 산업 구조 전환으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주민 참여형 태양광·풍력 사업을 확대하고, '햇빛·바람·계통소득'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해 주민 수익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자가용 태양광 인증서(REGO) 제도를 도입해 추가 수익을 제공하고, 베란다 태양광 보급 확대 등 생활밀착형 정책도 병행한다. 심진수 기후부 재생에너지정책관은 “재생에너지 100GW 달성을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과 계통 안정 대책을 함께 제시한 것이 이번 계획의 핵심"이라며 “ESS 확대와 분산형 전력망 전환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주력 전원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친환경 철강 전환의 나침반, ‘페로 패리티’ 시장을 설계하자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란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발전 원가가 LNG나 석탄 등 기존 화석연료 발전 비용과 같아지는 시점을 의미한다. 이를 측정하는 핵심 지표가 바로 균등화발전단가(LCOE)다. LCOE는 발전원의 건설부터 운영, 유지보수, 폐기까지 생애주기 동안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뒤 예상 발전량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 투자자들이 예측 가능한 재무 구조를 설계할 수 있게 해준다. 변동성과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투자 조건이 마련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그리드 패리티 메커니즘을 철강 산업에도 적극적으로 차용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친환경 철강'의 가격이 전통적인 '고탄소 철강'보다 낮아지거나 같아지는 변곡점을 의미하는 '페로 패리티(Ferro Parity)' 개념의 도입이다. 이를 위해서는 친환경 철강에 필요한 설비 투자, 에너지 비용, 원료 비용 등을 철강의 최종 생산량으로 나눠 '균등화철강원가(LCOS, Levelized Cost of Steel)'를 계산하면 된다. 페로 패리티는 단순히 친환경 철강이 기존 고로 제품보다 저렴해지는 순간을 막연히 기다리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저탄소 철강이 시장에서 실질적인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탄소 비용, 조달 제도, 녹색 인증, 선구매 계약, 공공 수요 의무화 등을 유기적으로 도입해 친환경 철강의 시장 내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담보하라는 의미에 가깝다. 정부와 산업계가 친환경 철강 시장을 새롭게 설계하는 지점에서 일종의 '마켓 디자인(Market Design)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페로 패리티 기반의 정책 수립은 세 가지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첫째,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까지 패리티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일정을 가시화할 수 있다. 단순히 친환경 철강을 언제까지 '생산'하겠다는 공급자 중심의 계획을 넘어, 언제까지 '시장'을 형성하겠다는 수요 중심의 로드맵이 가능해진다. 둘째, 이처럼 가시적이고 명확한 일정을 제시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고, 이를 통해 대규모 민간 투자를 유인할 수 있다. 셋째, 현재 정부가 시행 중이거나 준비 중인 친환경 철강을 위한 각종 제도와 긴밀하게 연계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특히 패리티 달성을 위해 배출권거래제를 매개로 하는 탄소차액계약(CCfD)과 기후대응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올해 6월 시행을 앞둔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에는 저탄소 철강 기술 등에 관한 지원(제11조), 저탄소 철강의 인증(제17조), 저탄소 철강 제품의 수요 창출(제22조), 재생철자원의 공급망 강화(제26조) 등 LCOS에 직접 반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K-GX 금융 체계 역시 이러한 제도적 기반 위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다만 철강 산업의 특성상 LCOS 산정과 페로 패리티 로드맵은 현실 여건을 감안해 두 단계로 나누어 접근해야 한다. 철강 탈탄소의 궁극적 지향점인 수소환원제철은 자체 기술력보다 경제성이 담보된 수소 가격이 성패를 가른다. 재생에너지만으로 그린수소를 대량 조달하는 것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에 현 시점에서는 원자력 기반의 핑크수소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핑크수소 분야 역시 또한 전력 시장의 경직된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따라서 수소환원제철을 고려할 때에는 이러한 인프라적 제약 요인을 냉정하게 반영하여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페로 패리티 일정을 수립해야 한다. 반면, 현재의 기술과 원료로 즉시 실행 가능한 브릿지(Bridge) 기술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에 따라 조기에 페로 패리티 일정을 구체화할 수 있다. 신전기로(ESF) 도입 확대, 고로 저탄소화 공정 개선, 전로 내 철스크랩(고철) 투입 비율 확대 등이 이에 해당한다. 궁극의 기술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인 브릿지 기술부터 페로 패리티를 적용해 시장을 다지고, 이를 바탕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이행하는 2단계 전략이 필요하다. 제조업의 쌀로도 불리는 철강 부문의 탄소중립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제는 단순히 기술 개발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페로 패리티'와 LCOS라는 정교한 경제적 틀을 통해 친환경 철강이 시장에서 스스로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설계해야 할 때다. bienns@ekn.kr

[기후에너지 단상] 5월 이른 더위에 한숨 돌리는 전력당국…태양광 시대의 아이러니

5월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자 전력당국이 오히려 한숨을 돌리고 있다. 통상 더위는 전력수급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의 순간 발전비중이 급격히 커진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일정 수준 이상의 냉방수요가 전력망 안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단순히 발전설비를 늘리는 문제를 넘어 전력수급 시스템 자체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면이다. 특히 봄철처럼 날씨가 맑고 전력수요가 낮은 시기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오히려 정전 위기를 키우는 등 전력망 운영 부담이 커진다. 전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남아도는 전력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시대다. 18일 전력거래소 전력수급현황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12~13시 총 전력수요는 6만1000~6만3000메가와트(MW)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 태양광 발전 비중은 45~46%대였다. 전력당국은 이번 16~17일 주말을 전력수급의 최대 고비로 봤다. 전국이 맑을 것으로 예보되면서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공장이 쉬다보니 전력수요가 평일에 비해 낮게 나타난다. 이에 태양광 비중도 더 높아진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더위가 변수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구 낮 최고기온이 33도, 김천은 34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이 31도 안팎의 초여름 날씨를 보였다. 냉방수요가 늘면서 전체 전력수요가 지난 1일과 비교하면 약 4000MW가량 증가했고 덕분에 태양광 비중도 5%포인트(p) 정도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처음으로 태양광 발전량 비중이 순간 50% 넘었던 노동절 휴일이던 지난 1일을 봐보자 . 당시 오후 12~13시 총 전력수요는 5만7000~5만9000MW 수준에 머물렀고 태양광 발전 비중은 순간적으로 49~50%까지 치솟았다. 사실상 국내 전력의 절반 가까이를 태양광이 공급한 셈이다. 이어 10일에는 총 전력수요는 5만5900~6만1000MW 수준으로 올랐고 태양광 비중은 48~49%대를 기록했다. 한 해 전체 발전량으로 보면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남짓이다. 그러나 해가 쨍쨍한 낮시간대에는 발전량 비중이 50%까지 올라간다. 겉으로 보면 친환경 전력이 늘어난 긍정적 장면처럼 보이지만, 전력망 운영 측면에서는 오히려 긴장감이 커졌다. 전력망은 공급과 수요가 실시간으로 정확히 맞아야 유지된다. 그런데 태양광은 구름 양과 일사량에 따라 발전량이 급변한다. 봄철처럼 전력수요는 낮고 햇볕은 강한 날에는 공급이 수요를 지나치게 압박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태양광 발전의 가동을 제한하는 출력제어까지 시행된다. 결국 전력망 운영에서 남는 전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가 추가되고 있다. 실제 정부가 최근 산업용 계시별 요금제를 개편하고, 봄·가을 주말 낮 시간 전기차 충전요금을 할인한 것도 같은 이유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은 지난달부터 산업용 계시별 요금제를 개편해 낮에는 비싸고 밤에는 싼 구조를 일부 뒤집었다.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오전 11시~오후 3시 구간 요금을 낮추고 저녁 피크 시간대 요금을 높이는 방식이다. 전기차 충전요금은 봄·가을 주말과 공휴일 오전 11시~오후 2시에는 공공 급속충전기와 자가용 충전기의 전력요금을 최대 50% 할인해준다. 이는 전체 충전 요금 기준 약 12~15%가 할인되는 효과다. 그렇다고 여름 폭염도 전력수급에 우호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7~8월 폭염은 높은 습도와 열대야로 냉방수요가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수요 자체가 지나치게 높게 오래 유지되기 때문에 공급 부담은 여전히 크다. 반면 지금의 5월 더위는 건조해서 그늘에 있으면 비교적 시원하다. 또한, 해가 지면 온도가 급속도록 하락한다. 5월 더위는 낮 시간 수요만 적당히 늘리는 수준에 그친다는 차이가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이제 단순히 발전소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소비 패턴과 전기요금 체계까지 바꾸는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폭염과 한파가 전력당국의 최대 걱정이었다. 이제는 봄철 맑은 하늘이 더 무서운 시대가 되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태양광은 전력 공급자원보다 수요자원에 가깝다

마트나 커피숍에서는 현금 대신 포인트를 지급한다. 소비자는 뭔가 보상받는 기분이 들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 증가에 더 유리하다. 현금을 돌려주면 소비가 끝나지만, 포인트로 지급하면 고객은 다시 매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사람들은 포인트를 아끼기보다 그 매장을 더 자주 이용하게 된다. “포인트도 있는데 하나 더 사자"라는 심리도 작동한다. 최근 자가용 태양광 상계거래 구조를 보며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현재 상당수 자가용 태양광 사용자는 낮 시간 남는 전력을 계통으로 보내지만 이를 즉시 현금화하기보다 이후 전기요금 차감 형태로 상계받는다. 전기를 생산해 판매했지만 결국 다시 미래 전력 소비 안에서만 사용하도록 유도되는 구조다. 더 흥미로운 점은 여기서 부가가치세 문제까지 등장한다는 점이다. 상계거래 구조에서도 사용자가 생산한 전력을 판매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부가세는 부과된다. 즉 거래는 '판매'로 계산되지만 정작 수익은 현금처럼 자유롭게 활용하기보다 미래 전기요금 차감 안에 머무는 구조다. 포인트는 현금처럼 자유롭게 사용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판매 거래로 간주돼 별도 세금이 부과되지는 않는다. 반면 자가용 태양광은 판매 거래로 계산돼 세금은 발생하면서도 경제적 활용은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물론 전력망 안정성과 정산 효율 측면에서 일정한 이유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구조에서는 수요자가 중앙 전력망 의존도를 실제로 줄이는 방향보다 다시 계통 안에서 소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유도될 가능성이 크다. 이 구조는 현재 재생에너지 정책이 여전히 태양광을 중앙집중형 발전소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최근 봄철 한낮 전력시장에서 태양광 발전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숫자를 기존 화력발전소와 같은 관점으로만 바라보기 시작하는 순간, 오히려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치게 된다. 실제 전력망 관점에서 태양광은 기존 중앙집중형 발전소와는 다른 계통 효과를 가진다. 특히 산업단지, 공장, 건물, 데이터센터처럼 수요지 인근에 설치된 태양광은 장거리 송전을 위한 발전소라기보다 전력망이 감당해야 할 부하 자체를 줄이는 자원에 가깝다. 예를 들어 공장이 낮 시간 10MW의 전력을 사용할 예정인데 자체 태양광으로 4MW를 충당한다면, 계통 입장에서는 4MW 발전소가 새로 생긴 것이라기보다 4MW의 수요가 사라진 것에 더 가깝다. 송전 부담도 줄고 지역 계통 부하도 감소한다. 반면 산을 깎아 계통 말단에 대규모로 설치된 태양광은 자연 훼손 문제뿐 아니라 송전망 부담과 출력제어 문제까지 함께 증가시킬 수 있다. 낮 시간 발전량이 급증하면 계통은 과잉 공급을 감당해야 하고, 해가 지면 다시 대규모 전력을 빠르게 투입해야 한다. 이른바 덕커브(Duck Curve) 현상이다. 결국 송전망 증설, 예비력 확보, 출력제어 비용은 공공 계통이 부담하게 된다. 문제는 현재 정책 구조가 이런 계통 부담을 충분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전기요금은 단순 발전원가뿐 아니라 송전망 유지와 계통 안정화 비용까지 얼마나 반영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이것은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확대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 중앙 전력망 의존 비용이 현실적으로 반영될수록 산업단지와 기업들은 자체 소비를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어떤 기업은 ESS를 설치할 것이고, 어떤 공장은 열병합 발전을 선택할 수 있다. 어떤 사업장은 전력 사용 시간 자체를 조정하는 수요관리 방식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또 어떤 곳은 공정 효율 개선이 가장 저렴한 탄소감축 수단이 될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정책이 특정 기술의 승패를 미리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가장 낮은 비용으로 전력망 부담과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가를 경쟁하게 만드는 구조에 있을 것이다. 재생에너지 시대의 핵심은 단순 발전량 경쟁이 아니라 중앙 전력망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에 가까워지고 있다. 태양광 역시 기존 발전소의 대체재보다 분산형 수요자원으로 재정의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bienns@ekn.kr

“바이오 선박유 없인 수출길 막혀”…선·화주 상생과 벙커링 거점 확보, 해운 탈탄소 ‘열쇠’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EU)의 온실가스 감축 압박이 국가 수출을 좌우하는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실적인 탈탄소 대안으로 '선박용 바이오 연료'가 주목받고 있지만 복잡한 배출 계수 산정과 폭등하는 연료비 부담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와 관련해 선주와 화주의 실질적인 비용 분담 논리와 함께 다가올 친환경 연료 수요 폭발에 대비해 아시아 벙커링 거점을 선점하려는 인프라 확충 전략을 심도있게 다루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소재 서울 가든 호텔에서는 '2026 선박용 바이오 연료 상용화 간담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해양수산부가 주최하고 한국해사협력센터(KMC)와 울산항만공사(UPA)가 공동 주관했다. 현장에서는 선박용 바이오연료를 둘러싼 규제 대응책과 현실적인 공급망 확보 전략이 화두에 올랐다. ◇패러다임 바뀐 IMO 규제…선·화주 비용 분담으로 돌파구 찾는다 국제해사기구(IMO) 차원의 온실가스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IMO의 환경 규제 방식은 과거 선박 안정성 중심의 특정 기술 요건 충족 여부를 따지던 규칙 기반(Rule-based)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국가 간 공정한 전환을 포괄하는 전략 기반(Strategy-based) 규제로 완전히 바뀌고 있다. 단기 조치인 탄소 집약도 지수(CII) 역시 개별 선박과 선종별 운항 특성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가 드러나며 전면 개편 작업이 진행 중이다. 또한 혼합 바이오 연료의 배출 계수 산정 방식이 기존 에너지 기준에서 실제 벙커링 단위와 일치하는 '질량 가중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는 발열량이 낮은 바이오 연료의 특성 때문에 화석 연료 비중이 과대 계산되던 통계적 왜곡을 바로잡은 조치다. 아울러 지속 가능성이 인증되지 않은 바이오 성분은 명확히 화석 연료로 분류해 배출량 산정의 일관성과 규제 신뢰성을 높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첫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황대중 한국해사협력센터 해양환경팀장은 “단순히 규정 이행 여부만 확인하던 1차원적인 규제 시대는 끝났다"며 “이제는 2028년 도입될 중기 조치를 앞두고 경제적 요소 협상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선박용 바이오 연료가 온실 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전과정 배출 계수 요건과 지속 가능성 인증의 한계를 둘러싼 입장 차이도 첨예하다. 산업 현장에서는 화석 연료와 섞어 쓰는 혼합 연료가 주로 쓰이는데, 가중 평균된 온실 가스 집약도 수치만으로는 IMO의 넷제로 보상 기준을 통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산업계는 바이오 혼합 연료 전체가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일정 기준 이하의 배출 계수를 충족하는 순수 바이오 성분 자체의 감축분만큼은 친환경 연료(ZNZ·Zero and Near Zero Emission Fuel)로 인정해 별도의 보상 실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유럽과 환경 단체는 ZNZ 보상을 장기 유망 연료에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팽팽한 의견 차를 드러냈다. 물리적 이동 없이 인증서만 거래하는 '북앤클레임' 방식 역시 이중 계산이나 특정 지역 혜택 집중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정교한 규칙 설계가 숙제로 남아 있다. 하승만 한국선급 수석은 “연료 전주기 정보 라벨 검증 과정에서 선사의 민감한 영업 데이터가 노출될 우려가 있는 만큼, 집계 데이터를 엄격히 보호하고 분리하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변화에 맞춰 선사들도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바이오 디젤은 기존 내연기관 엔진의 개조 없이 즉각적인 탄소 감축을 이끌어내는 인센티브가 명확한 수단이다. 하지만 화석 연료 대비 2~3배에 달하는 높은 가격과 향후 육상·항공 산업과의 원료 쟁탈전에 따른 공급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상용화를 가로막는 최대 약점이다. 연간 3억 톤 이상에 달하는 막대한 글로벌 선박 연료 수요를 단일 바이오 연료만으로 감당하며 대응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극심한 연료 공급 불확실성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장기 공급 계약은 물론, 메탄올·에탄올·바이오 액화 천연 가스(LNG) 등 다양한 연료를 유연하게 소화할 수 있는 다중 연료 선대 포트폴리오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서대식 HMM 기술혁신연구소 책임은 “특정 친환경 연료 하나에만 목을 매는 시대는 완전히 저물었다"며 “다변화된 선대 믹스 전략만이 해운사의 유일한 생존 조건"이라고 설파했다. 선사의 탈탄소 압박은 화물을 맡기는 화주에게도 직접적인 비관세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의 녹색산업 규제 강화에 따른 프랑스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는 자동차의 전과정 평가에 해상 운송 배출량을 포함시켜 아시아산 차량의 보조금 획득을 사실상 차단했다. 특히 빈 배로 운항하는 공선항차 비율이 높은 자동차 운반선은 탄소 집약도가 구조적으로 불리하게 산출된다. 탄소 운송 배출량이 보조금 지급을 판가름하는 핵심 단계로 부상하면서 탄소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도 커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선사 협의체는 운항 특성을 반영한 독자적인 해상 운송 배출계수 개발과 국제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나아가 막대한 친환경 연료 전환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감축 실적을 원하는 화주에게만 이를 떼어 배분하는 '스플릿 리포팅' 방식이 새로운 밸류체인 상생 모델로 추진되고 있다. 변재남 현대글로비스 환경경영팀장 “친환경 벙커링은 선사만의 과제가 아니고 화주와 선사가 비용과 실적을 투명하게 나누는 연대가 정착돼야만 수출길을 지켜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무탄소 시대…벙커링 거점 선점 나선 항만과 산업계 바이오 연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공급망 확대가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다가올 친환경 선박 연료 수요 폭발에 대비해 항만 인프라도 빠르게 재편 중이다.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행위를 뜻하는 벙커링 활성화를 위해, 454만 KL 규모의 압도적인 상업용 탱크터미널 클러스터를 보유한 울산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 허브로 도약할 채비를 마쳤다. 이미 바이오 연료·LNG·메탄올·암모니아 등 다품종 친환경 연료의 벙커링 실적을 모두 확보한 상태다.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자동차 운반선이 바이오 혼합연료를 급유할 경우 척당 최대 1000만 원의 현금을 지원하고, 친환경 선박의 항만 사용료를 대폭 감면하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가동하고 있다. 배상희 울산항만공사 물류전략실 차장은 “2027년까지 벙커링 통합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용 항만시설을 대폭 확대해 동남권 친환경 벙커링 생태계의 중심축을 완성하겠다"고 언급했다. 친환경 연료 전환 과정에서 공급 안정성과 경제성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대체 연료인 메탄올과 에탄올을 선박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적 장벽은 사실상 사라져 관련 추진선의 운항·발주 물량은 이미 450여 척을 넘어섰다. 하지만 화석 연료 대비 3배 이상 비싼 저탄소 연료 가격과 상류에서의 안정적 원료 공급망 확보가 여전히 보급의 최대 장벽으로 남아 있다. 천문학적인 자본이 투입되는 저탄소 연료의 대규모 생산을 이끌어내려면 투자 불확실성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 환경 규제가 확고한 잣대로 작용해 시장에 지속적인 수요 신호를 보내야만 에너지 기업들의 대규모 공급망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다. 임재훈 DNV 수석은 “전 세계적으로 계획된 저탄소 연료 생산 프로젝트를 실제 해운 시장의 공급 물량으로 잠금 해제하는 것은 결국 해운업계의 확실한 구매 의지와 규제 동력에 달려 있다"고 했다. 현재 전 세계 친환경 추진선 발주량의 80%를 차지하며 시장을 선점한 LNG는 과도기적 브릿지 연료를 넘어 장기적인 생존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여러 기준들을 고려할 때 LNG가 확실한 경쟁력이 있으며, 기존 LNG 벙커링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력한 무기다. 기존 LNG 추진선은 물리적인 엔진 개조 없이 바이오가스 기반의 Bio-LNG를 그대로 섞어 쓸 수 있어 2039년 이후의 중장기 탈탄소 규제까지 대처할 수 있는 효과적인 해법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SK가스는 울산 코리아에너지터미널에 국내 최대인 1만 DWT급 벙커링 전용 부두를 선제적으로 구축했다. 2027년부터는 자사의 1만8000 CBM급 벙커링 전용 선박을 투입해 화물 하역과 연료 급유를 동시에 진행하는 동시 작업 서비스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정미홍 SK가스 팀장은 “부산항의 컨테이너선과 울산항의 자동차선 수요가 밀집된 지정학적 강점을 극대화해 싱가포르나 중국 등 경쟁 국가와의 벙커링 인프라 격차를 벌리겠다"고 공언했다. 취재 지원=김수미 인턴 기자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삼해이앤씨, 인도 취약계층 교육환경 조성에 기부금 전달

해상풍력 설계·조달·시공(ECP) 전문기업인 삼해이앤씨가 인도 취약계층 아동에게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을 실현한다. 삼해이앤씨는 나눔과미래와 함께 지난 13일 '인도 달리트 아동 기숙학교 지원'을 위한 기부 협약식을 진행했다. 협약은 나눔과미래가 운영 지원하고 있는 기숙학교 교실 증축과 운영 지원을 위해 마련됐고 6000만원의 기부금이 전달됐다. 박성용 삼해이앤씨 대표는 “바다의 거센 바람을 사람을 위한 따뜻한 에너지로 바꾸는 해상풍력 사업처럼, 우리의 나눔이 열악한 환경에 놓인 인도 아이들의 앞날을 밝히는 희망의 에너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다시 산유국이 된다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닫혀버린 호르무즈 해협으로 인해 3개월 가까이 석유가스 공급망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제품을 넘어 소부장산업에 까지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전체 에너지원의 30%를 석유가 24%를 천연가스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라별로 에너지원 독립의 수준에 따라 그 충격이 다를 것이다. 많은 국가들이 이번의 중동사태를 겪으면서 자국의 에너지자원 독립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나라마다 에너지자원 보유 현황과 처한 상황이 다르다 보니 그 처방도 각각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장에는 비축유를 활용, 대체 도입선 확보 등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에너지전환을 통해 석유가스의 소비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지만 에너지 소비관성에 의해 현실적으로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 자국의 에너지원 개발과 에너지전환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확장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말 신재생에너지만 확대하면 에너지자원 공급망이 해결될까? 한국은 현재 하루 28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원유를 정제하여 석유제품을 50% 이상 해외에 수출하고 있는 효자 수출산업이다. 수출액은 원유수입액의 60% 수준에 달하고 있다. 최근의 국제에너지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이 되어서야 석유의 소비가 정점이 도달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만약에 2050 탄소중립까지 향후 25년 동안 지금과 유사한 양의 석유를 쓴다고 가정하면 에너지자원빈국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국내 비축과 도입선 다변화로 공급망을 제한적으로 안정화시키는 정책을 넘어 좀 더 적극적인 장기적인 공급망 안정화 대책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해외 자원개발과 국내 대륙붕 개발이 필수적이다. 그냥 묻지마 투자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철저한 경제성에 기반한 올바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10%인 자원개발률을 같은 자원 빈국인 일본과 유사한 수준인 40% 수준 이상으로 높여야 유사시에 에너지 공급망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해외에 소유한 광구는 20년 이상 생산할 수 있는 보관료가 공짜인 천연 비축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 어쩌면 궁극적인 에너지자원 독립과 안정적 공급망 완성은 국내 대륙붕 개발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은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산유국이었다. 최근까지만 해도 꾸준히 국내 대륙붕 탐사를 이어왔다. 아쉽게도 대왕고래가 정치적으로 이슈화 되면서 국내에서는 대륙붕 또는 시추라는 말도 꺼내지 못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옳고 그름을 떠나 대왕고래가 국내 대륙붕 탐사계획인 광개토 프로젝트를 삼켜버렸다. 불확실성이 큰 자원개발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큰 자원개발분야를 과학적 기술적으로 접근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일어난 불행한 일이다. 이 일로 공기업은 신뢰를 잃고 국내 대륙붕 개발은 동력을 상실하고 주져 앉아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이 다시 산유국이 되면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고 국내 도입 문제도 해결되고 국내 비축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국내 연관 산업들도 동반성장할 수 있다. 더욱이 공급망 문제를 넘어 값싼 석유가스를 공급하여 국민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1석 5조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대륙붕 개발은 장기적 계획에 따라 뚜벅뚜벅 쉬지 않고 꾸준히 그리고 제대로 진행되어야 성패를 알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 마라. 두려워하면 시도하지 못하고 시도하지 않으면 배우는 것도 얻는 것도 없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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