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은 쌓이는데 성과는 제자리…COP31 앞에 놓인 ‘실행의 벽’

오는 9일 개막하는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를 앞두고 국제사회의 기후 대응이 또다시 선언적 합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튀르키예가 의장국을 맡고 호주가 협상을 주도하는 이번 총회는 '이행의 COP(Implementation COP)'를 표방한다. 의장국은 기존 선언과 목표를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성과로 연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이번 총회에서는 과거 당사국총회에서 채택한 합의와 선언의 이행 로드맵과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의제가 유독 눈에 띈다. 가장 주목받는 쟁점은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이다. 국제사회는 2021년 COP26에서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에 합의했고, 2023년 COP28에서는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촉구하는 합의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지난해 COP30에서는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을 최종 합의문에 담지 못하면서 감축 시기와 이행 방식을 둘러싼 과제를 남겼다. COP30에서 로드맵 합의가 무산된 이후 브라질 COP30 의장단은 지난 3일 별도의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을 발표했다. 각국의 에너지 수급과 경제 여건을 고려해 전환 전략을 수립하고 2033년까지 국제 공동행동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당사국 전체가 합의한 공식 결정이 아닌 자발적 이행 지침으로, 구속력 있는 감축 목표와 퇴출 시한은 담기지 않았다. 이번 총회에서는 화석연료 수요를 줄일 구체적인 수단으로 전기화 확대가 추진된다. 의장국인 튀르키예는 2035년까지 세계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35%로 높이는 '35 by 35' 목표를 제시했다. 수송과 건물 난방, 산업 공정에서 화석연료를 직접 사용하는 대신 전력 사용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전기화 목표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에너지 소비 구조와 산업 체계의 전환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번 총회 역시 선언적 합의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회성 CF연합 회장(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의장)은 지난 4일 열린 '아시아·태평양 재생에너지포럼(AFORE)'에서 “화석연료 소비는 줄어들어야 하지만 화석연료의 퇴출을 선언하는 것과 화석연료 없이도 작동할 수 있는 경제를 구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발도상국의 기후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 조달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2024년 COP29에서 선진국 주도로 개도국에 제공하는 기후재원을 2035년까지 연간 최소 300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재원 규모의 적정성과 국가별 분담 책임, 실제 자금 집행을 놓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이견이 지속되고 있다. 배보람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올해 6월 협상에서는 선진국의 재원 제공 의무를 논의할 작업프로그램의 세부 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했다"면서 “기후위기에 책임이 가장 적은 개발도상국이 오히려 부채를 떠안으며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의 환경영향을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적 약속도 논의되고 있다. COP31 의장국인 튀르키예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 등을 담은 '안탈리아 AI 서약'을 추진한다. 다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발적 선언이라는 점에서 구체적인 이행 기준과 점검체계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기존 기후협약의 한계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선 국제선언에서도 이행 책임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드러났다. 2024년 COP29에서 채택된 '녹색 디지털 행동 선언'은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의 환경영향을 줄이고 청정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글로벌 데이터 랩(Global Data Lab)의 국제 기후협력 이니셔티브 평가에서 책임성 지수가 1점 만점에 0점을 기록했다. 결국 COP31이 내세운 '이행의 COP'가 또 하나의 구호로 남지 않으려면 선언을 넘어 각국의 책임과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명확히 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반복된 합의의 한계를 넘어 실질적인 감축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매년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연지 기자 yonzgonz@ekn.kr

[EE칼럼] 미국의 표심, 한미 에너지 협력의 조건을 다시 묻다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지난 3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았다. 이에 더해 2010년 이후 16년 만에 주지사직도 과반을 차지했다. 생활비 부담과 이란 전쟁,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불만이 중첩되면서 미국의 정치 지형이 다시 바뀐 것이다. 내년 1월 제120대 의회가 출범하면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국 의회와 행정부 간의 갈등 상황 자체에 대한 우려보다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산업적 이익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구체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우선 이번 민주당의 승리가 곧바로 미국 에너지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으로 이어지리라 예측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의회 구성이 바뀌어도 대통령은 바뀌지 않는다. 민주당이 법률을 통해 정책을 수정하려 해도 대통령에게는 거부권이 남아 있다. 따라서 화석연료 중심의 정책이 곧바로 폐기되거나 과거의 친환경 지원 정책이 단시간 내에 복원되리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예산과 지원 조건을 둘러싼 협상이 복잡해지고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다. 텍사스주와 조지아주에서는 신규 데이터센터 개발의 일시 중단을 공약으로 내건 민주당 후보들이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했다. 공화당 소속 텍사스 주지사도 선거 전에 데이터센터 관련 허가 중단을 지시했다는 점에서, 지역의 반발은 정당을 가리지 않는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첨단 산업의 성장을 지지하는 것과, 그에 수반되는 전력·용수 수요 증가와 기반시설·환경 부담을 지역 주민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국가 경쟁력이라는 명분만으로 지역의 우려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러한 지역 내에서의 갈등은 백악관의 투자 독려만으로 풀리기 어렵다. 미국에서는 소매 전기요금 결정에 주 규제기관의 역할이 크다. 연방정부가 사업을 지원하더라도 현지의 전력 조달 조건과 비용 분담 문제가 주민들이 납득할 수준으로 해소되지 않으면 실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한국 기업 역시 대미 투자 규모를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필요한 전력과 용수, 기반시설을 어떤 조건으로 확보하고 그 비용은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 법적 분쟁의 소지는 없는지 미리 살펴야 한다. 정부의 협력 상대도 백악관을 넘어 의회와 주정부, 지역사회로 넓힐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런 리스크들이 가시화되었다고 해서 한미 간 에너지 관련 협력의 동력이 모두 약해질 것이라고 보는 것도 과한 판단일 것이다. 원자력의 경우에는 미국 정치권에서 이미 초당적 협력의 기반이 어느 정도 다져진 분야다. 미국의 원자력 개발과 규제 체계 개선을 지원하는 'ADVANCE 법'은 2024년 양당의 폭넓은 지지로 제정됐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제조업 경쟁력, 지역의 일자리를 공통분모로 삼는다면 관련 협력은 이어갈 여지가 있을 것이다. 다만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은 이유로 위로부터의 정치적 의지가 개별 사업의 실현가능성과 경제성을 모두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국의 제조·건설 역량을 활용하더라도 금융 조달과 인허가, 공사 지연에 따른 법적 및 경제적 책임을 미리 구체화하고 리스크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바라보는 기준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지난달 이 지면에서 공급망과 운송 경로 다변화의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높은 초기 투자비와 건설 지연의 리스크 등도 고려하면서 우리 기업의 참여 범위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썼다. 이 기준이 미국의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이유는 없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고 해서 사업성을 희생시켜서도 안 되겠지만,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해서 이 사업의 전략적 가치까지 사라졌다고 볼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적 환경이 변할수록 한국이 얻을 이익과 부담할 위험을 우리 스스로 명확히 정리하고, 그에 입각한 협상을 진행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필자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한미 에너지 협력을 위축시키기보다, 정치적 변화에도 지속할 수 있는 협력의 조건을 만드는 데 정부와 산업계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본다. 미국의 연방의회 선거는 2년마다 치러지지만, 에너지 협력은 수십 년을 내다봐야 한다.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드러난 미국의 표심을 면밀히 읽되, 한국의 에너지 전략까지 그때그때의 정치적 변화에 휩쓸려 좌충우돌해서는 안 될 것이다. bienns@ekn.kr

이회성 전 IPCC 의장 “COP 화석연료 퇴출 선언만으론 한계…무탄소 경제 구축해야”

이회성 CF연합 회장(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의장)이 국제사회의 화석연료 퇴출 선언만으로는 실질적인 탄소 감축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석연료 수요를 줄이는 동시에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원을 활용해 산업 경쟁력을 갖춘 경제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4일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가 제주 부영호텔에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 '아시아·태평양 재생에너지포럼(AFORE)'에서 “화석연료 수요 감소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관한 합의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9일부터 20일까지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가 열린다. 이 회장은 COP31을 앞두고 그동안 국제사회가 추진해 온 화석연료 퇴출 논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2021년 COP26에서는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에 합의했고, 2023년 COP28에서는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에 합의했다"면서도 “2024년 COP29에서는 화석연료에 관한 언급이 삭제됐고 지난해 COP30에서도 화석연료의 미래에 관한 내용을 합의문에 담는 데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매우 강하다"며 “화석연료 소비는 줄어들어야 하지만 화석연료의 퇴출을 선언하는 것과 화석연료 없이도 작동할 수 있는 경제를 구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넘어 무탄소 전력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용이 낮아졌다고 해서 전력시스템 전체의 비용까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루 24시간, 일주일 7일 동안 전력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전체 시스템 비용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태양광과 풍력은 일조량과 풍속 등 기상 여건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간헐성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전력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송배전망 확충, 예비전력 확보 등에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유럽의 정책 변화도 언급했다. 그는 “유럽은 기후 목표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산업 기반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없이는 기후 목표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원자력 발전 등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원의 역할을 강조하며 “재생에너지가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다른 모든 무탄소 기술을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올해 재생E 증가 속도 더뎌져…남의 일 아닌 ‘송·배전망 때문’ 진단

지난 3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던 재생에너지 보급이 송·배전망 구축 문제로 올해 들어 위축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국가인 중국에서 태양광을 중심으로 용량 상승폭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보급과 송전망 구축 정책 간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정부도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정책을 위한 전력망 혁신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4일 중국 국가에너지청(NEA)와 재생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중국 내 태양광 발전용량은 총 1313기가와트(GW)로 지난해 같은 달(9월 말)보다 16.5% (186GW)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말 전년 같은 시점 대비 45.7%(353GW) 늘어난 점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크게 둔화했다. 풍력의 발전용량도 지난해 9월 말 기준 582GW로 21.3%(102GW) 늘었고, 지난 9월 말에는 20.4%(118GW)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재생에너지 보급 둔화 조짐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에 속도를 내도 전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성장 둔화가 나타나면 관련 공급망에도 여파가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3년 연속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가 가팔랐다. IRENA가 지난 7월 발간한 '재생에너지 통계 2026'에 따르면, 수력·풍력·태양광·조력·지열·바이오매스 등을 포함해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용량과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023년 3876GW(14.7%) △2024년 4462GW(15.1%) △2025년 5155GW(15.5%)였다. 2022년까지는 증가율이 7~11%대에 머물렀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도 중국 내 재생에너지 보급 둔화를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프란체스코 라 카메라 IRENA 사무총장은 지난달 27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재생에너지 발전용량 증가폭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은 발전용량과 배전 및 송전 능력 간의 불일치(미스매치) 때문"이라며 전력계통 용량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재생에너지 발전을 멈춰야 하는 현상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비슷한 고민은 한국 정부도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GW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보급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는데, 발전 설비를 확충하더라도 송전망 때문에 전력 공급이 막히면 효용성이 떨어진다. 전력이 일정량 꾸준히 나오는 대신 햇볕 세기나 풍속 등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은 전력이 연결된 송배전망의 용량보다 더 많이 생산됐을 때 발전을 아예 차단해야 하는 출력제한 상황도 초래한다. 특히 태양광은 구름이 없고 입사각이 높을수록, 태양광 모듈 패널 작동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기온이 적당히 높은 경우 발전량이 급격히 많아진다. 봄~가을철에는 낮에 날씨 조건이 잘 맞으면 태양광 발전량이 20GW를 넘기고, 올해 같은 경우 최대 2만9000MW(5월 29일)에 달하기도 했다. 시간대별 전력 수요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다른 발전원의 가동율, 전력 계통용량이 얼마나 남았는지 등에 따라 태양광 발전량이 최대로 올라갈 수도 있고 내려갈 수도 있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전력망에 더 수용하려 해도 최대 발전량을 기준으로 설비 접속 여부를 결정해 보급 속도가 더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기후부는 지난 9월 말 재생에너지 보급 과정에서 전력망 혁신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태양광 발전기의 전력망 접속을 최대 수용량보다 더 많이 허용한 뒤, 출력이 수용량을 실제로 넘어섰을 때 잠깐 출력 제어를 거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낮에 발생한 초과 발전량을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해 기존 송·배전망으로도 재생에너지 접속을 최대한 수용할 여건도 마련한다. 기후부는 이 대책으로 전국 전력망 수용량을 송전 기준 119GW에서 171GW로, 배전 기준으로는 84GW에서 110GW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E칼럼] 전기요금은 묶어두고 전력망은 늘리라는 모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전력망 논의에서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누가 망을 소유해야 하는가에 앞서, 건설비를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최근 환경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송배전망을 한전에서 분리하는 방안도 이 문제를 건너뛸 수 없다. 소유구조를 바꾼다고 투자비가 사라지거나 이를 회수할 재원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독일은 원칙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개별 접속비용은 발전사업자에게, 공용망 보강·확충 비용은 망 운영사업자에게 부담하도록 한다. 그러나 투자 주체와 최종 부담 주체는 다르다. 규제기관이 비용의 적정성과 효율성을 심사해 망 요금으로 거둘 수 있는 수입의 상한을 정하면, 사업자는 망 이용 요금을 통해 이를 회수한다. 이 요금은 가정과 기업의 전기요금에 포함된다. 독일도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지만, 이는 비용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부담의 방식을 바꾸는 조치다. 핵심은 투자 의무와 비용 회수 체계의 연결이다. 한국도 적정 원가와 적정 투자보수를 포함한 총괄 원가 보상을 요금 산정의 원칙으로 한다. 다만 한전은 전기요금과 송배전설비 이용 요금을 독자적으로 바꿀 수 없고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한다. 망 건설비는 자산으로 계상되고 감가상각비의 요금 반영 등을 통해 장기간 회수된다. 따라서 차입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비용 회수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투자를 확대하면 자금조달 부담과 금융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한전도 요금 조정 지연이 망 확충과 설비 유지·보수의 재원 확보를 어렵게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한전이 투자 규모와 속도를 신중하게 판단한다고 이를 곧바로 공익에 반하는 조직의 사익 추구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재무 건전성은 조직의 존속과 관련된 이해이지만,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조직의 이해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것이 공익에 배치된다는 판단은 다르다. 비용 회수의 제약을 조직 이기주의로만 설명하면 제도의 문제를 공기업의 태도 문제로 바꾸어 놓게 된다. 여기에 전기요금의 정치경제학이 맞물린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반감이 정치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을 흔히 '전기세'라고 부를 만큼, 요금은 정부가 정한다는 인식이 오래 굳어 있다. 그러다 보니 요금 인상은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나 집권당 지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정부에 요금 조정을 늦출 유인을 제공한다. 전력망 투자의 편익은 중장기적으로 나타나지만, 요금 인상의 부담은 다음 달 고지서에 드러난다. 투자 필요성에 대한 경제적 판단과 요금 결정의 정치적 판단이 어긋날 수 있는 이유다. 물론 망 투자가 늘어날 때마다 요금을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구매전력비 감소나 판매 수입 증가로 일부 부담을 흡수할 수도 있다. 문제는 기존요금 수입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비용이 발생하는데도 요금 조정이나 대체 재원 마련을 유보한 채 투자만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사이의 재무적 부담은 한전에 누적될 수 있다. 부족한 재원을 차입으로 메우고 회수가 계속 지연되면 미래의 요금이나 재정지원에 대한 압력으로 남는다. 따라서 공용망 확충 요구는 비용 배분의 문제와 분리할 수 없다. 에너지 전환의 사회적 편익을 고려해 비용을 넓게 분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필요성을 주장한다면 편익뿐 아니라 소비자가 부담할 비용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 소유권 분리 역시 독립적인 해답이 아니다. 별도 송전회사라도 투자비 회수가 불확실하면 자금조달이 어렵고, 현행 소유구조에서도 회수 체계의 개선은 검토할 수 있다. 조직도를 바꾸는 것과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이는 한전의 모든 판단을 정당화하거나 비용을 무조건 소비자에게 넘기자는 뜻이 아니다. 투자의 필요성과 효율성을 검증하고, 재생에너지 보급계획과 계통 계획을 연계해야 한다. 사업자·소비자·재정 사이의 분담 원칙과 중장기 회수 체계를 마련하고 취약계층은 별도로 보호해야 한다. 요금을 억제한다면 재원 부족을 보완할 방안도 함께 결정해야 한다. 투자비 회수 방안은 미룬 채 전력망만 늘리라는 요구의 모순을 풀지 않는 한, 망의 주인을 바꾸는 것만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bienns@ekn.kr

태양광협회, 25일 세종서 지역별요금제 규탄 집회 예고

태양광 발전 및 시공업계가 전국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지역의 전력도매가격을 낮추는 지역별요금제가 태양광 사업자의 수익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4일 전국태양광발전협회에 따르면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등 태양광 관련 단체들은 오는 25일 세종 기후에너지환경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하고 세종남부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마쳤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 태양광 발전·시공업계 관계자 500~6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단체들은 세종 집회 이전에 청와대나 광화문에서도 모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집회는 정부가 연내 도입을 추진하는 지역별 한계가격제(LMP)에 따른 비수도권 발전사업자의 수익 감소 우려가 배경이다. 지역별요금제는 전력 수요와 공급, 송전망 혼잡 등을 반영해 지역별 전력도매가격을 차등 적용하는 제도다. 기후부에 따르면 지역별 전기요금 인하에 필요한 재원은 연간 약 2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한국전력이 1조3000억원을 부담하고 국가 재정 5000억원을 투입하는 한편, 비수도권 전력도매가격을 킬로와트시(kWh)당 약 10.6원 낮춰 나머지 1조원가량을 확보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특히 수도권 전기요금을 올리는 대신 비수도권 전기요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제도가 추진되면서 비수도권 발전사업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역 소비자의 전기요금 인하에 필요한 재원의 일부를 발전사업자의 전력 판매수익 감소를 통해 마련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태양광업계는 기존 발전소의 투자비와 금융비용, 장기계약 구조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전력도매가격을 낮출 경우 사업자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규 투자 위축은 물론 기존 발전소의 금융비용 상환과 사업 지속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태양광 관련 단체들은 이날 공동 정책건의문을 국회에 제출했다. 건의문에서는 제도 시행 일정 재검토와 발전원·지역·계약유형별 영향평가를 요구했다. 기존 발전소에 대한 경과조치와 손실 완충장치 마련, 송전망 확충에 따른 비용 부담의 형평성 확보를 촉구했다. 또한 도매가격 개편과 소비자 전기요금의 지역별 차등 논의를 구분하고, 직접전력구매계약(PPA)과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전원별 협회와 관련 기업이 참여하는 공식 협의체 구성도 요청했다. 김숙 전태협 사무총장은 “전력시장 제도의 변화는 특정 기업이나 발전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체 전력시장 참여자의 사업환경과 투자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시행을 서두르기보다 충분한 의견수렴과 객관적인 영향 분석, 합리적인 대안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해상풍력 입찰 상한가 소폭 낮춰…내년엔 더 떨어질까 업계 ‘촉각’

올해 하반기 고정식과 부유식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상한 가격이 각각 킬로와트시(kWh)당 168.937원, 174.003원으로 지난 상반기보다 1.34%, 0.63% 낮아졌다. 국내 해상풍력 공급망 경쟁력을 키우려면 입찰 상한가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해상풍력 업계는 앞으로 나올 고정가격 입찰 상한가도 갈수록 낮아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31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 결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26년도 하반기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공고를 한국에너지공단 누리집을 통해 게시했다. 입찰 물량은 고정식 약 1.7기가와트(GW), 부유식 약 0.5GW으로, 마감일은 오는 12월 10일이다. 고정식 해상풍력은 일반 입찰물량으로 1.4GW, 공공기관이 일정 지분 이상 참여하는 공공주도형 입찰물량으로는 0.3GW로 나뉜다. 부유식은 일반 입찰만 접수한다. 이번 입찰은 지난 6월 기후부가 '해상풍력 중장기 입찰 로드맵'을 발표하며 올해 입찰 물량 목표로 총 4GW를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8월 한국풍력산업협회와 한국에너지공단이 실시한 사전 수요 조사를 토대로 유효 경쟁률을 확보하는 범위에서 입찰 물량을 결정했다. 입찰 상한가는 국내·외 해상풍력 균등화발전비용(LCOE) 변동률 전망치와 환율 같은 대외 시장 여건 변화 등을 고려해 일부 조정했다고 기후부는 설명했다. 예년과 비교해 입찰 물량을 확대해 규모의 경제를 제고하고, 국내 해상풍력 사업 발전단가를 향후 단계적으로 인하해야 하는 데도 주안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해상풍력 공동접속설비 확대 △항만·선박 등 인프라 확충 △인·허가 및 금융 지원 △계획 입지 도입 같은 지원책을 추진해 해상풍력 보급 활성화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차기 경쟁입찰에서는 고정가격계약 기간을 20년에서 25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지원 의지에도 해상풍력 업계는 이번에 입찰 상한가가 낮아진 점을 우려하고 있다. 내년에 나올 해상풍력 고정가격 입찰부터는 사업자들이 써내거나 낙찰될 가격이 점점 하락할 것이고, 그러면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국내 중심으로 공급망을 짜려는 노력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해상풍력 업계는 입찰 상한가를 최소한 kWh당 200원대 또는 300원대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실제로 세계 해상풍력 시장에서 한국 해상풍력의 발전 단가와 설치 투자 비용은 이미 규모의 경제를 확립한 데다 바람 부는 조건이 유리한 유럽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지난 7월 발간한 '2025년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해상풍력의 LCOE는 메가와트시(MWh)당 179달러(한화로 kWh당 239.126원)로 집계됐다. 특히 LCOE는 미국(141달러/MWh), 프랑스(142달러), 영국(94달러), 독일(75달러)보다도 높았다. 가중평균 총설치비용(TIC)은 kW당 4637달러(한화 약 620만원)이어서 프랑스(5721달러), 미국(5625달러)보다 낮았지만 영국(3922달러), 독일(3476달러)보다 높았다. 반면 중국은 LCOE와 TIC가 각각 MWh당 49달러와 kW당 1542달러로 한국의 27%, 33% 수준이었다. 중국은 정부가 보조금 등으로 풍력산업을 직접 지원하는 데다 터빈을 비롯한 해상풍력 발전 기자재의 제조 가격이 낮기 때문에 풍력발전기 설치부터 운영까지 높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세계 시장에 풍력 기자재를 저가로 공급하며 점유율을 높인 결과로 이어졌다.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FKI)회관에서 열린 '한국 해상풍력 정말 비싼가' 세미나에서 “풍력업계는 올해 하반기 해상풍력 고정가격 경쟁입찰 상한가를 상반기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kWh당 1원만 낮춰달라고 노골척으로 요청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최 실장은 “해상풍력 입찰 가격이 시장 신호와 무관하게 내려가면 개발사들이 공급망에 지불할 가격이 내려갈 것이고, 적정 수익을 못 거두는 개발사는 사업을 접거나 값싼 외국산 제품·서비스로 눈을 돌리게 된다"며 “그러면 공급망에 대한 투자가 끊기며 공급망이 먼저 무너질 것이므로 에너지 안보와 산업 육성, 탄소중립 목표 모두 위협받는다"고 지적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도시유전, ‘폐플라스틱 재생원료’ 해외수출 이어 설비 공급시장 진출

폐비닐·플라스틱을 온실가스·대기오염물질 배출없이 나프타급 재생원료(RGO)로 전환하는 세계 유일의 신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이 이 기술로 생산한 재생원료 수출을 시작한데 이어 재생설비 공급계약까지 성사시켰다. 친환경 재생에너지·자원순환 기술기업 도시유전(대표 정영훈)은 29일 플라스틱엑스(대표 정병석)와 폐플라스틱 재생원료 생산설비인 RGO 설비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계약 규모는 총 250억원, RGO 설비는 총 50톤 규모다. 이 계약에 따라 도시유전은 플라스틱엑스를 통해 내년부터 국내 재활용업체에 해당 설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앞서 도시유전은 지난해 11월 전북 정읍에 RGO 설비를 갖춘 국내 첫 플랜트 '웨이브 정읍'을 준공한데 이어 지난 8월 이 곳에서 생산한 재생원료를 해외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번 계약은 생산제품인 재생원료 수출에 이어 설비공급 시장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도시유전의 RGO 기술은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을 직접 연소하지 않고 전기 간접가열과 특수 세라믹 소재를 활용해 약 300℃의 저온에서 분해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폐플라스틱을 석유화학 산업에서 활용 가능한 고부가가치의 재생원료(RGO)로 전환한다. 도시유전은 산업통상자원부 신기술(NET) 인증과 국제 지속가능성 인증(ISCC PLUS) 등을 통해 기술력과 사업화 기반을 확보해 왔고 국내외적으로 기술을 검증받았다. 지난해 11월 도시유전이 우리기술과 함께 준공한 '웨이브 정읍' 플랜트는 영농폐비닐 등 하루 약 24톤의 폐비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다. 연간 6500톤의 폐비닐·플라스틱을 처리해 최대 4550톤(약 540만 리터)의 재생원료유를 생산할 수 있어 약 70%의 높은 수율을 보인다. 지난 8월부터는 재생원료 해외 수출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진출의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도시유전은 국내 설비 공급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베트남,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업체와 해외 플랜트 구축 및 기술협력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정영훈 도시유전 대표는 “웨이브 정읍이 독자 기술의 상업화 가능성을 입증한 출발점이었다면, 이번 계약은 기술과 설비를 국내외 시장으로 확산하는 새로운 성장의 전환점"이라며 “앞으로 설비 공급사업과 재생원료 생산사업을 양대 성장축으로 육성해 글로벌 친환경 자원순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정병석 플라스틱엑스 대표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국내 재활용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선도하고, 양사의 기술력과 사업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자원순환 시장에도 공동 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금요일 저녁에 수소입찰 공고…업계 “수소발전 홀대 상징”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수소발전 입찰시장 공고를 금요일 저녁 늦게 내면서 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입찰시장 개설 여부를 두고 불확실성이 이어진 데다 공고마저 주말을 앞두고 나오는 점을 두고 수소산업이 그만큼 뒷전으로 밀려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수소업계에 따르면 기후부는 이날 오후 7시 수소나 수소화합물을 연료로 생산한 전기를 구매·공급하는 수소발전 입찰시장 공고를 냈다. 입찰 물량은 지난 6월 행정예고대로 청정수소발전 500기가와트시(GWh), 일반수소발전 930GWh다. 청정수소 시장은 수소 1㎏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4㎏CO2e(이산화탄소 환산량) 이하인 연료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공고 시점을 두고 “금요일 저녁 7시에 입찰 공고를 내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입찰 참여를 준비하는 업체들은 공고가 나오면 세부 조건과 평가 기준, 제출 서류 등을 검토하고 사업성을 따져야 한다. 특히 올해는 수소발전 입찰시장 규모와 제도 개편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컸던 만큼 공고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부서 직원들이 금요일 저녁부터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소발전 입찰시장 공고가 금요일에 집중된 점에서 업계의 불만을 더욱 키우고 있다. 지난 2023년 수소발전 입찰시장이 개설된 이후 재공고를 포함해 총 6차례 공고가 이뤄졌는데, 이날을 포함해 4차례가 금요일에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입찰을 준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공고가 나오자마자 내용을 분석하고 대응 방향을 정해야 한다"며 “금요일 저녁에 공고가 나오면 결국 직원들이 야근하고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기후부는 입찰시장 공고에 앞서 필요한 회의가 이날 열리면서 공고 시점이 늦어졌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공고 시점이 단순한 행정 일정의 문제를 넘어 현 정부의 수소발전 시장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업계에서는 올해 일반수소 발전 입찰시장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반수소 발전에는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생산한 수소가 사용되는 만큼 정부의 탈탄소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3000기가와트시(GWh) 규모로 추진됐던 청정수소 발전 입찰 역시 석탄발전소의 암모니아 혼소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입찰 절차가 취소됐다. 정부는 업계 반발과 수소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시장을 유지하는 대신 규모를 대폭 줄이는 방향을 택했다. 이날 공개된 일반수소 입찰 물량은 지난해 1300GWh보다 약 28% 줄었고, 청정수소도 지난해 추진됐던 3000GWh와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이다. 한편, 청정수소발전은 사업 준비기간(3년)을 거쳐 2030년까지 실제 발전을 개시해야 하고, 거래기간은 15년이다. 다만 실제 수소 혼·전소 발전설비의 건설기간 등을 고려해 사업지연 제재 유예기간을 최대 3년 부여한다. 우선협상대상자는 내년 6월경 선정할 계획이다. 석탄-암모 니아 혼소발전은 이번에도 청정수소발전 입찰 지원 대상에서 빠지고, 비가격 지표만을 보는 1차 평가를 신설해 비가격 평가 비중을 기존 40%에서 50%로 확대한다. 일반수소발전은 사업 준비기간(2년)을 거쳐 2029년까지 실제 발전을 개시해야 하고, 거래기간은 20년이다. 올해 입찰 시장에서는 이산화탄소(CO2) 포집·활용·저장계획 평가지표 신설 등 환경성 평가기준을 강화했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오는 12월경 선정할 계획이다. 이원희 정승현 기자 wonhee4544@ekn.kr

영광 40조 해상풍력, 군사구역 벽 넘을까…국방부에 협의 요청

영광=에너지경제신문 문남석기자 영광군이 약 40조 원 규모의 해상풍력발전사업을 가로막고 있는 군사구역 중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부에 관계기관 간 범정부 협의를 요청했다. 국가안보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조화롭게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조정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다. 장세일 영광군수는 지난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두희 국방부 차관을 만나 영광 해상풍력발전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군사구역 중첩 문제 해소와 관계기관 협력 방안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영광 해역에서는 풍부한 풍황 자원을 기반으로 발전용량 약 4GW, 사업비 약 40조 원 규모의 해상풍력발전사업이 추진되거나 계획되고 있다. 사업이 본격화하면 국가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와 에너지 안보 강화는 물론 RE100 산업단지 조성과 지역 미래산업 육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부 발전사업 예정지가 군사작전 및 훈련 구역과 겹치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상풍력 발전시설의 설치와 운영을 위해서는 군사작전의 안전성과 보안성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관계기관 간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군사시설과 작전 관련 사안은 국방부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검토가 수반돼야 해 지방자치단체나 개별 사업자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영광군의 설명이다. 협의가 장기화할 경우 사업 일정과 투자 결정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장 군수는 이날 면담에서 국가안보를 위한 군사작전과 훈련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보장하면서도 국가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해상풍력 개발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조정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국방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군사작전의 안전성과 보안성을 전제로 발전시설의 위치와 배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관계기관 합동 검토와 실무협의를 통해 군사작전과 해상풍력이 공존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번 건의는 정부의 해상풍력 보급 확대 정책과도 연계된다. 지난 3월 시행된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은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 제도를 도입하고 국무총리 소속 해상풍력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간 정책조정이 이뤄지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영광군은 이러한 국가 차원의 협력체계를 활용해 군사구역 중첩 문제를 해소하고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군사구역과 발전사업 간 합리적인 조정이 이뤄지면 해상풍력 개발에 대한 투자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기업 참여와 일자리 창출, RE100 기반 산업 유치 등 지역경제에도 새로운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세일 군수는 “국가안보와 에너지 안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함께 지켜야 할 중요한 국가적 책무"라며 “국방의 중요성을 충분히 존중하면서도 해상풍력 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면밀한 검토와 협력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두희 국방부 차관은 영광군의 건의사항을 관계기관과 함께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영광군은 앞으로 국방부를 비롯한 관계기관과 협의를 이어가면서 군사작전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해상풍력발전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조정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문남석 기자 ans720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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