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로·용수·감시장비’ 양수·풍력발전 인프라가 산불 대응에 기여”

능선을 따라 산지 한가운데에 진입로를 낸 풍력발전 설비와 저수 기능을 갖춘 양수발전 시설을 연계해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산불에 대응하자는 제언이 나왔다. 국민의힘 김용태 국회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국회의원, 한국산불학회, 한국수력산업협회, 한국풍력산업협회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산불∙가뭄 대응 및 재생에너지 전력 저장을 위한 다목적∙풍력발전 모델 정책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규모가 커지는 산불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지혜를 모았다. 최근 국내에서는 국토의 62%를 차지하는 산지에서 지난해 산불 피해 면적이 10만5000헥타르(ha)로 최근 10년 평균의 7.3배에 달할 정도로 산불이 대형화되고 있다. 특히 발전 설비와 송·배전망 시설의 상당 부분이 산지에 있어 산불로 인해 받는 피해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고기연 한국산불학회 회장은 먼 곳에 있는 수자원을 불이 처음 생긴 곳으로 전달하는 현재 산불 진화체계에서 대형화된 장비가 아무리 많아도 체계상의 한계로 병목현상이 생겨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전력 발전시설에 물과 진화설비 같은 자원을 배치하고, 양수 발전시설을 이용해 용수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등의 기술적 대안을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고 회장은 “발전시설에 물과 지연재를 현장 배치하면 수원과 화점이 가까워지고, 소방차와 헬기를 동원하더라도 여러 방해 요인이 있기 때문에 저수 장치까지 사전에 배치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양수 발전시설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수자원을 운반하고, 임도를 넓히는 등의 기술적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단지가 이 같은 대책을 마련할 적합한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고 회장은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에는 운용 가능한 진화 인프라가 꽤 있고, 필요한 것은 새로 만들 수 있다"며 “에너지 유관 기관과 산림당국 등이 이 같은 장점을 인식하고 평시 훈련과 협력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고 회장은 행정구역이 아니라 위험도·시설·지형 단위로 화재 감시구역을 재설계하고, 유·무인 감시 대응체계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산불 전문가의 이 같은 제언은 지난해 3월 경북 영양군에 위치한 GS영양2풍력발전단지가 산불 피해에 대응했던 사례와 맞닿아 있다. 당시 경북 의성군에서 발화한 산불이 바람을 타고 동진(東進)하면서 GS 영양2풍력발전단지 인근까지 확산했다. 이때 바람 방향이 바뀌어 해당 단지는 다행히 화마를 피했다. 다만 당시 풍력단지 능선을 따라 길게 난 진입로와 총 100톤 규모의 저수 설비, 주변 위험을 감시하는 드론 장비가 소방 당국과 협조하는 데 크게 유용했다는 것이 영양2풍력단지를 운영하는 GS풍력발전의 설명이었다. 이지형 GS풍력발전 팀장은 “풍력발전단지에는 물과 길, 장비가 있어서 소방차가 산불 구역에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 피해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GS풍력발전은 지난해 화재 위기를 계기로 진화 체계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영양소방서와 함께 주기적으로 합동훈련을 벌이고, 최근 전기 판매 계약을 맺은 네이버와 협력해 발전단지 각각의 GPS 좌표를 네이버 지도에 입력해 소방차들이 해당 정보를 보게끔 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산불 진압 체계 고도화에 유용한 풍력·양수발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복합 방재 인프라 통합설계'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황태규 한국수력산업협회 수석은 “강원과 경북 태백산맥 같은 동부 산악권은 100m 이상의 유효낙차를 이용한 양수발전 효율이 가장 우수하다"며 “이런 지역을 중심으로 양수발전소과 풍력발전소를 결합한 재난 대응 체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완화 측면에서는 “양수발전 인허가를 간소화시키고 시범 사업을 거쳐 지역 수용성 같은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며 “권역별 분산발전과 소규모 양수 발전의 필요성을 이용해 산불-가뭄 복합 재난화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두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용태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경기도 가평과 포천 같은 산악 지역은 산불·가뭄·홍수 같은 기후재난에 특히 취약하다"며 “오늘 세미나가 기후재난 대응과 재생에너지 전력저장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다목적 양수·풍력발전 정책의 실질적인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OCI홀딩스 2분기 흑자 전환…이우현 회장 “고객 주문, 감당할 방법이 없다”

OCI홀딩스가 2분기 영업이익 1080억원을 거두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태양광 원재료인 폴리실리콘부터 모듈까지 밸류체인을 구축한 회사는 이를 토대로 한국과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OCI홀딩스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08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흑자 전환했다. 매출은 1조231억원으로 31.8%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60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2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미국 정부의 행정명령 232조가 8~9월 초 발표되면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돼 신규 판매가 상당히 빨리 이뤄지고 판매 가격도 상승하지 않을까 싶다"며 늘어나는 고객사 주문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증설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 회장은 “올해 3분기가 아마 회사로서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일 것"이라며 “저희가 가진 생산 능력으로는 지금 고객들이 요청하는 물량을 도저히 감당할 방법이 없다. 증설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OCI홀딩스는 급증하는 미국 AI 인프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하반기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연 3만5000톤 규모의 생산설비 증설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오는 2029년 증설이 완료되면 생산 능력이 기존의 2배인 7만톤으로 확대된다. 베트남 웨이퍼 생산업체 네오실리콘 테크놀로지도 2029년까지 단계적 증설을 통해 총 11.5기가와트(GW)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최근 증설 규모에 주하는 장기공급계약(LTA)도 맺었다. 네오실리콘 테크놀로지는 현재 2.7GW 규모의 웨이퍼 생산능력 구축을 완료하고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고, 미국 신규 고객사에 대한 공급도 내년부터 시작된다. 이는 올해 들어 OCI그룹이 영업실적을 개선한 데 따라 성장 모멘텀을 확대하려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미국 태양광사업 지주회사인 OCI 엔터프라이즈의 자회사 OCI 에너지가 500메가와트(MW) 규모의 라사예(La Salle) 프로젝트를 매각해 신규 매출을 확보했다. 이 프로젝트는 올해 말 착공을 앞두고 있고, 추후 현지 빅테크 기업과 전력구매계약(PPA) 체결을 논의 중이다 아울러 사업회사 OCI와 도시개발사업 시행사 DCRE 등 주요 자회사들이 고르게 성장했다. OCI홀딩스는 말레이시아에서 베트남 네오실리콘 테크놀로지로 이어지는 태양광 공급망으로 미국의 금지외국기관(PFE) 지정 같은 규제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있다. OCI테라수스(TerraSus)는 지난 1분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라인을 정상 가동하며 원가를 안정화했다. 최근 미국 소재 신규 고객사와 태양광 폴리실리콘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하며 연산 3만5000톤 규모의 기존 생산 설비에 주문이 꽉 찼다. 이 회장은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증가로 미국 에너지 시장에서 태양광의 성장 모멘텀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면서 “차별화된 비(非) PFE 경쟁력을 기반으로 태양광 밸류체인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유니슨 “2030년 매출 1조원 목표…육상·해상풍력 토털 솔루션 기업 도약”

유니슨이 2030년까지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육상·해상풍력과 운영·유지보수(O&M) 사업을 확대하며 풍력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국산 해상풍력 터빈 개발과 초대형 터빈 기술 제휴, 통합 O&M 체계 구축을 통해 풍력 산업 전주기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유니슨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황진수 유니슨 사업본부장은 간담회에서 “정부의 육상풍력 활성화와 해상풍력 확대 정책에 맞춰 대한민국 풍력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유니슨은 지난 2022년 연결 기준 매출 2392억원을 기록한 뒤 2024년 257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은 403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등했지만 2022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8억원, 영업손실은 26억원을 기록하며 아직 실적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니슨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새로운 성장 기회로 보고 2030년 매출 1조원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가 2030년까지 육상풍력 보급을 6000메가와트(MW)로 확대하고 국내 생산 터빈 300기 이상을 보급하겠다는 계획에 맞춰 사업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유니슨은 2030년까지 육상풍력 780MW, 해상풍력 4490MW, O&M 2140MW 규모의 사업 기반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같은 목표는 정부의 풍력 보급 확대 정책과 국내 풍력시장 활성화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유니슨은 국산 10MW 해상풍력 터빈 개발과 15MW급 초대형 터빈 기술 제휴를 양축으로 해상풍력 시장을 공략한다. 10MW 국산 터빈은 정부와 공동으로 약 700억원을 투입해 개발했으며, 올해 실증을 마무리하고 내년 초 국제 인증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다. 이후 2027년부터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글로벌 기술 제휴를 통해 15MW급 초대형 터빈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인증, 설치, 유지보수까지 직접 수행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단계적인 국산화와 국내 부품사 참여 확대를 통해 공급망 경쟁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육상풍력 사업도 확대한다. 회사는 계획입지와 자체 개발, 리파워링 시장 등을 중심으로 약 780MW 규모의 사업 기회를 확보하고 있으며, 영암3호 풍력 프로젝트를 비롯해 강릉 안인풍력 등 자체 개발 사업도 추진 중이다. O&M 사업은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한다. 육상풍력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해상풍력 O&M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최근에는 해상풍력 유지보수에 필요한 승무원 이송선(CTV) 계약도 완료했다. 이를 기반으로 AI 기반 통합 관제센터를 구축해 24시간 발전단지를 모니터링하고 고장 예측과 상태 진단, 예비품 물류 관리 등을 제공하는 원스톱 O&M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재생에너지 늘렸는데 탄소배출 안 줄어… 핵심은 ‘보급’ 아닌 ‘계통’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을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 설비를 꾸준히 늘려왔지만,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바로 재생에너지로 실제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였을까 하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부산대 연구는 냉정한 답을 내놓는다. 현재의 전력 시스템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기대했던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국내 연구 “재생에너지 감축 효율성, 통계적으로 0" 부산대학교 경제학부 김영덕 교수는 '한국기후변화학회지(Journal of Climate Change Research)' 최근호에 발표한 '전력부문에서 신재생발전의 온실가스 감축 효율성에 대한 분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의 성과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했다. 연구는 2015~2024년 국내 5개 발전공기업 자료를 이용해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 발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체했는지를 계량적으로 추정했다. 발전공기업의 자료에 따르면, 10년 전체 평균으로 각 기업은 26만9000 kW의 신재생 발전 설비를 보유했고, 여기서 생산한 전력은 기업별로 연평균 106만2000 kWh 수준이었다. 이에 비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설비 용량은 업체당 평균 1028만 kW, 발전량은 평균 4771만 kWh 수준이었다. 신재생 발전 설비는 화석 연료 발전 설비의 2.6%에 그쳤고, 발전량도 2.2% 수준이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온실가스 감축 효율성 파라미터(ϕ)'​다. 이는 신재생발전이 전력 생산 과정에서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할 때,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저감했는지를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이론적으로 이 값이 0보다 커야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늘어날수록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면서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실증 분석 결과는 달랐다. 연구에서 추정한 ϕ는 통계적으로 0과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의미 이는 재생에너지가 전혀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재생에너지 설비와 발전량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했지만, 현재의 전력 시스템에서는 그 증가가 독립적으로 확인 가능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양적인 면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있었지만, 그 확대가 화석연료 발전을 실질적으로 대체하면서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는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김 교수는 그 배경으로 현재 전력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지목했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하는 간헐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력망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가스복합발전과 같은 유연성 자원을 지속적으로 가동하거나 예비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송전망 부족이나 계통 운영상의 제약으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의 출력 자체를 줄이는 발전 제약(Curtailment)​도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결국 장부상으로는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나 화석연료 설비를 일부 대체했지만, 실제 운영 단계에서는 화석연료 발전을 충분히 줄이지 못했고, 계통 제약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마저 제한되면서 기대했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됐다는 것이다. 연구는 이를 현재 전력 시스템에서 투입된 투자와 설비 확대에 비해 탄소 감축 성과가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연구는 또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비용조정계수(θ)가 1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는 설비 규모가 커질수록 한계비용이 낮아지는 일반적인 규모의 경제가 나타나기보다 오히려 비용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구조가 형성됐음을 시사한다. 결국 현재의 전력 시스템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화석연료 발전의 실질적 축소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탄소 감축 효율도 기대만큼 높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MIT “문제는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입지와 계통"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리잉 치우, 마이클 F. 하울랜드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발표한 논문에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미래 기후 변화와 전력 수요, 송전망 구조를 함께 고려하는 '기후 정보 기반 공간 계획(Climate-informed spatial planning)'​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핵심은 발전량이 가장 많은 곳이 아니라 전력망 전체 효율이 가장 높아지는 곳에 재생에너지 설비를 배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고해상도 기후모델과 전력계통 모델을 결합해 풍속, 일사량, 미래 전력수요, 송전망 혼잡도 등을 동시에 분석했다. 연구진은 미국 텍사스 전력시장(ERCOT)을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직관적으로는 풍력이 가장 강한 해안 지역에 풍력발전단지를 집중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미래 기후를 반영한 최적화 분석에서는 송전망 병목이 적고 지역 수요가 증가하는 텍사스 서부 지역에 풍력 설비를 우선 배치하는 것이 전력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과 경제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전략을 적용하면 미래 기후 변화에 따른 전력공급 위험을 크게 줄이면서도 추가 비용은 약 0.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뉴잉글랜드에서도 수요지 인근으로 태양광과 송전망을 함께 확충하는 방식이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MIT 연구는 “발전소와 송전망은 따로 계획하는 시설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설비 중심'에서 '시스템 중심'으로 전환해야 두 연구의 내용은 다르지만 서로 연결된다. 김영덕 교수의 연구가 현재 전력 시스템의 비효율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면, MIT 연구는 그 비효율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설계 방법을 제시했다. 이런 점에서 국내에서도 이제 재생에너지 정책의 평가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단순한 보급 용량 경쟁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가 실제 화석연료 발전을 얼마나 대체하고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였는지를 정책 성과의 핵심 지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탄소 감축이라는 결과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태양광과 풍력을 설치하느냐보다, 그 설비가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전력망과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재생에너지 정책도 '보급 중심'에서 '성능 중심', '입지 중심', '계통 중심'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발전단지 조성 단계부터 기후정보와 전력수요, 송전망 여유 용량을 함께 분석하는 공간계획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발전소와 송전망,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관리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재생에너지 이격거리 규제 완화…태양광 도로 이격거리 제외

재생에너지 이격거리 규제가 당초 초안보다 완화됐다. 태양광 발전설비는 도로에 대해서는 이격거리를 두지 않도록 하고, 관광지와 자연취락지구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적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1일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재입법예고하고 다음 달 3일까지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이격거리는 태양광·풍력 발전설비와 주거지역이나 도로 등 일정 시설 사이에 일정 거리를 두도록 하는 규제로, 주민 수용성과 경관 훼손 등을 이유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운영해왔다. 재입법예고안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설비의 이격거리 상한은 주거지역으로부터 최대 200m로 제한된다. 당초 검토안에 포함됐던 도로 이격거리는 삭제돼 도로와는 별도의 이격거리를 두지 않도록 했다. 즉 재입법예고안이 시행되면 태양광은 도로 위치와 상관 없이 설치할 수 있게 된다. 풍력 발전설비는 주거지역으로부터 최대 1500m, 도로로부터 최대 500m 범위 내에서만 지자체가 조례로 이격거리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관광지·관광단지와 자연취락지구의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이격거리를 적용하지 않고, 지역 여건을 고려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율적으로 적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은 기후부가 앞서 제시했던 초안보다 규제를 일부 완화한 것이다. 앞서 기후부는 지난 5월 제1차 재생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하며 태양광의 경우 주거지역 200m, 도로 100m 이내에서 이격거리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육상풍력은 주거지와 도로 인근에서 설비 높이의 2배 이상, 최대 1000m 범위 내 기준을 적용하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은 정부 방안이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와 상충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도로변 태양광은 계통 접근성과 국토 활용 측면에서 유리한 입지인데도 도로 100m, 주거지 200m 기준을 두는 것은 개발 가능 면적을 크게 줄여 법 개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자가소비 태양광도 RE100 인증서 거래…8월부터 REGO 시범사업

다음 달부터 기업과 개인이 직접 사용하는 자가소비용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증명하는 인증서(REGO)를 발급받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전기요금 절감에 그쳤던 자가소비용 태양광이 인증서 판매를 통한 추가 수익 창출이 가능해짐에 따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기업들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이행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다음 달부터 오는 11월까지 '자가소비용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인증서 발급·거래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REGO는 산업단지나 주택 등에 설치된 태양광 등 자가소비용 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이 100% 재생에너지임을 보증하는 인증서다. 정부 보급 지원사업을 통해 설치된 설비의 발전량과 가동 상태를 실시간 수집·관리하는 '재생에너지 통합 감시시스템(REMS)'을 통해 발급되며, 발급된 인증서는 RE100 인증서 거래 플랫폼을 통해 RE100 참여 기업 등에 판매할 수 있다. 기존 자가소비용 태양광은 전력을 직접 소비해 전기요금을 아끼는 수준에 그쳤으나, REGO 제도가 도입되면 인증서 판매를 통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시범 사업을 거쳐 오는 2027년 본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시범 사업은 △한국에너지공단 공모를 통해 등록 사업자(법인·개인사업자)를 직접 선정하는 방식 △지자체 등이 중개사업자로 참여해 개인 소유 발전설비를 모집하는 방식 등으로 진행된다. 공모는 이달 20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진행된다. 한편 기후부와 경기도, 한국에너지공단은 오는 22일 한국에너지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에 따라 경기도 주택 태양광(3kW) 보급 지원사업으로 설치된 자가소비 설비 370개가 이번 시범사업에 우선 참여할 예정이다. 심진수 기후부 재생에너지정책관은 “자가소비용 REGO 제도 도입을 통해 설비 보급을 확대하고 기업의 RE100 달성을 다각도로 지원할 것"이라며 “시범 사업 과정에서 다양한 현장 의견을 수렴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한화솔루션, 유증으로 1조1713억원 조달 확정…추가 재원 마련 과제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등 미래 성장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로 조달할 자금 규모가 1조1713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한화솔루션은 유상증자로 발행할 신주의 가격이 주당 2만2100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고 20일 공시했다. 지난 3월 당초 계획으로는 유상증자로 신주를 7200만주 발행해 자금 2조3976억원을 조달하는 것으로 잡았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두 차례의 정정신고 요구를 받아 지난달 신주 발행 규모를 5300만주로 줄이고, 예정 발행가를 3만2250원으로 잡아 조달 자금이 1조7092억5000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발행 가액을 확정하기로 돼있었는데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떨어진 영향을 받아 최종 발행가액도 줄었다. 이에 따라 전체 조달 자금 중 채무상환에 쓸 부분이 2636억으로 2차 정정 신고 때에 비해 절반 넘게 줄었다. 차세대 태양광 발전 설비로 꼽히는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모듈 양산 준비와 탑콘 모듈 생산 확대 등 시설 자금으로 쓸 금액은 9077억원으로 그대로다. 한화솔루션은 3조원 넘는 투자금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 '솔라 허브'를 지난 6월 완공했다. 한화솔루션은 줄어든 조달 자금을 비핵심 자산 유동화 등으로 추가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큐셀부문 미국 설계·조달·시공(EPC) 법인을 통해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3000억원의 대금을 확보한 바 있다. 이달에는 미국 혁신 기업 발굴을 목적으로 투자한 벤처투자펀드를 8430만달러(한화 약 1255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그리드코드 전문위 출범…재생에너지 시대 전력계통 기준 논의

정부가 간헐성을 띠고 분산형 전원에 주로 쓰이는 재생에너지 발전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전력 계통 규정과 기술을 본격 논의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기위원회가 오는 21일 서울 종로구 석탄회관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로 요구되는 전력계통 안정성 확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제1차 그리드코드 전문위원회'를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그리드코드는 기후부의 '전력계통 시뢰도 및 전기품질 유지기준'과 전력거래소의 '전력시장운영규칙', 한국전력의 '송·배전 전기설비 이용규정' 등 전력계통에 관한 주요 법제를 의미한다. 정부는 기존 전력계통 및 신뢰도 전문위원회를 개편해 그리드코드 전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앞으로 그리드코드 전문위원회는 △인버터 기반 전원(IBR)에 적합한 국내 그리드코드 현황과 개선방향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안전성과 계통 연계기준 △대규모 정전 예방 및 계통 복원체계 △미래 전력계통 운영기준의 중장기 개선방향 등 4개의 핵심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같은 논의에 나선 이유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100기가와트(GW)까지 확충한다는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전력 계통을 중앙 집중형 구조에서 분산형·양방향 구조로 개편해야 하기 때문이다. 날씨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간헐성'도 보완해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특정 시설이나 지역에 전력을 공급할 발전원으로 쓰이고, 날씨 조건이 맞을 때 대규모로 전력을 생산한 뒤 BESS에 저장해 날씨가 안맞을 때를 대비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아울러 태양광과 풍력,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등 인버터 기반 전원을 확대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대형 기업부터 개인·협동조합까지 이르는 다양한 전력시장 참여자와 계약 형태도 등장하고 있다. 김창섭 전기위원회 위원장은 “그리드코드 전문위원회가 다양한 기술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전력계통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E칼럼] MMR 시대, 민간이 주역이어야 한다

휴대전화는 본래 전화하는 기계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카메라가 되고, 지갑이 되고, 길 안내자가 되었다. 통신사가 한 일이 아니다. 민간기업들이 저마다의 쓸모를 찾아낸 결과다. 특정 용도로 개발된 기술도 민간에 개방되면 그 쓰임새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원자력에도 그런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초소형원자로(MMR) 얘기다. 지난 6월 2일 대통령께서 국무회의에서 MMR의 군사·장비 활용 가능성을 짚고 개발 상황과 관리체계를 챙겼다. MMR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한 것이다. MMR은 트럭이나 비행기에 싣고 어디든 옮길 수 있는 초소형원자로다. 데이터센터, 산업단지, 오지, 군사기지, 나아가 우주까지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다. 쓰임새도 다양하다. 전기는 물론 열을 공급하고, 산업 공정에도 투입할 수 있다. 전력 소비지 가까이 둘 수 있어, 갈수록 심해지는 송전망 포화 문제도 비켜 갈 수 있다. 전기만 만드는 기존 대형 원전과는 본질이 다르다. 미국은 일찌감치 민간에 문을 열었다. MMR 개발의 주역이 민간기업이다. 오클로, 안타레스, 래디언트, 웨스팅하우스 등이 저마다 다른 노형으로 경쟁한다. 이들은 원자로를 공장에서 모듈로 찍어내듯 만들어 빠르게 개량한다. 민간의 속도가 곧 경쟁력이다. 미 국방부는 군사기지용 선진원자로 프로그램에 8개 기업을 적격사업자로 선정했고, 육군은 9개 기지를 배치 후보지로 골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 공군은 알래스카 아일슨 기지에 MMR을 도입하면서 민간기업이 원자로를 설계·건설·소유·운영하고 군은 전력구매계약으로 전기를 사들이기로 했다. 이처럼 정부가 시장을 열어주고 민간이 그 안에서 기술과 쓸모를 다지는 구조에서, 국방 수요가 민간 생태계를 키우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제도가 이를 수용할 준비가 안 됐다는 점이다. 미국과는 거꾸로다. 민간기업이 원자로를 개발하거나 운영하려 해도 길이 막혀 있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은 공기업이 운영하는 전기 생산용 대형 원전을 전제하여 짜여 있다. 그러다 보니 대형 원전과 설계 특성이 크게 다른 MMR은 인허가받기조차 어렵다. 전기 생산이 아닌 다른 용도로 원자로를 쓰는 길도 사실상 열려 있지 않다. 원자력손해배상법 역시 공기업 사업자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민간기업이 손해배상 책임을 감당할 구조가 마땅치 않다. 빗장이 겹겹이 걸려 있는 셈이다. 이대로 가면 결과는 뻔하다. 기술도 있고 최고 통수권자의 의지도 있는데, 정작 뛰어야 할 민간은 출발선에 묶여 있게 된다. 그사이 미국 시장은 빠르게 무르익어 갈 것이다. 한발 늦으면 따라잡기 어려운 게 첨단 기술 경쟁이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 다른 나라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고 기술 표준까지 거머쥘 것이다. 해법은 분명하다. 첫째, 민간이 원자로를 개발·소유·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법에 새로 마련해야 한다. 둘째, 원자력안전법을 개정해야 한다. 다양한 용도의 여러 원자로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마침 원자력안전위원회가 SMR 기준을 만들고 있다. 이 작업에 MMR도 함께 담을 필요가 있다. 안전기준은 생각만으로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과 조직을 갖출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셋째, 원자력손해배상법을 손봐야 한다. MMR을 다양한 용도로 쓰는 사업자가 나타날 것이다. 원자력손해배상법 제2조제1항제3호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나는 사업자들이다. 이들에 걸맞은 책임과 배상 체계를 갖춰야 한다. 넷째,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도 손봐야 한다. MMR은 출력이 매우 낮고, 사고가 나도 스스로 식어 멈춘다. 이런 피동 안전 특성을 반영해, 비상계획구역을 원자로 설치 지역으로 줄일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 그래야 MMR을 전력 소비지 가까이 배치할 수 있다. 다만 물리적 방호는 더 촘촘해야 한다. MMR은 운반 중 위협이나 테러에 노출되기 쉽고, 외딴곳에서는 방호 인력 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간에 개방한다고 안전을 양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반대다. 문을 여는 만큼 책임의 소재를 더 분명히 해야 한다. 누가 어떤 책임을 지고 어떤 기준을 지켜야 하는지를 법에 명확히 못 박아야 한다. 명확한 규칙이야말로 민간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든든한 기반이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직접 노를 젓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항해할 바닷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지금이 그 길을 열 때다. 문주현

RPS 마지막 입찰 되나…태양광 고정가격계약 입찰 개시

올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태양광 발전 전력 판매용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이 시작됐다. 정부는 올해 입찰 상한가격을 지난해보다 5% 낮추며 태양광 발전단가 인하 기조를 본격화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6일 한국에너지공단을 통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을 공고했다. 총 공고 용량은 1000메가와트(MW) 내외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상한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147.6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5% 낮아졌다. 정부는 국내 태양광 균등화발전비용(LCOE) 하락과 시장 여건을 반영해 가격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탄소검증모듈 사용에 대한 우대는 유지했다. 탄소검증 1등급 모듈은 kWh당 16원, 2등급은 kWh당 7원의 추가 가격을 인정받는다. 국내 공급망과 저탄소 제품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기후부는 지난 5월 발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서 태양광 계약단가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장기적으로 발전원가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RPS 제도를 폐지하고 장기고정가격 계약시장으로 일원화하는 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법안이 올해 하반기 통과되면 내년부터 신규 사업자는 현행 RPS 체계 대신 새로운 시장으로 편입되고, 기존 현물시장은 3년 유예기간을 거쳐 폐지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이 사실상 RPS 체계에서 진행되는 마지막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사업자들은 고정가격계약보다 현물시장을 선호해 왔다. 현물가격이 고정가격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굳이 장기계약을 선택할 유인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낙찰용량은 46MW에 그쳐 모집물량 1000MW의 5%에도 미치지 못했다. 2022년 이후 경쟁입찰은 계속 미달이 이어지고 있다. 사업자들은 이번 고정가격계약에 참여하는 대신 현물시장에 남았다가 향후 전환계약시장으로 이동하거나,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을 추진하는 기업과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기업과 가격을 자율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민간 PPA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고정가격계약의 매력이 더욱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고정가격계약도 상한가가 더 낮아진 만큼 사업자들의 관심을 끌지는 불확실하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번 입찰이 마지막 RPS 고정가격계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상한가격이 더 낮아진데다 앞으로 전환시장과 민간 PPA 시장도 선택할 수 있어 예전처럼 고정가격계약으로 사업자가 몰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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