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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부가 석유 최고가격을 또 동결했다. 6월 27일 이후 16주째 동결이다. 2주마다 싱가포르 국제제품가격(MOPS)을 반영하겠다던 3월의 약속은 사라지고 동결만 남았다. 이제 우리 기름값이 세계 최저 수준이다. 실제로 우리 경유값(리터당 1843원)은 유럽연합 평균(3200원)의 절반 수준이고, 치솟는 경유값 때문에 스스로 앞장섰던 대(對)러시아 제재까지 포기하는 미국(2200원)보다도 17%나 싸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최고가격제가 경제 안정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극약 처방인 최고가격제의 부담이 고스란히 정유사에게 떠넘겨지는 구조는 심각한 불공정이다. 정부가 석유사업법에 명시된 재정 지원도 미적거리고 있다. 산업부가 15년 전에 분명하게 정리했던 '원가' 논쟁을 다시 들고나온 탓이다. 정부가 가격을 멋대로 정해도 정유사가 알아서 버텨낼 것이라는 인식은 매우 위험한 착각이다. 원유를 휘발유·경유·나프타로 분리하는 정유산업은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2%를 넘지 않는 대표적인 박리다매 업종이다. 정제 마진이 조금만 흔들려도 적자로 돌아선다. 이런 산업에 원가 이하의 가격을 강제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수밖에 없다. 정유사의 입장은 절박하다. 64달러 수준이었던 두바이유가 107달러로 67%나 치솟았다. 그나마 수익을 낼 수 있는 휘발유·경유·나프타의 수출도 산업부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동안 정유사가 포기한 수익이 8조 원을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온전하게 정유사의 부담으로 운영하는 최고가격제는 지속가능할 수 없는 정책이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도 불구하고 휘발유·경유·나프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정유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절망적이다. 더욱이 국가기간산업을 보호·육성해야 하는 산업부가 오히려 정유산업 무너뜨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1980년대 '비료산업합리화조치'의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요소 가격을 원가 이하로 묶은 탓에 비료 공장이 문을 닫았다. 한때 123만 톤에 달했던 국내 요소 산업은 완전히 무너졌다. 결과적으로 산업부는 지금도 요소 확보에 골치를 앓고 있다. 어렵게 키워놓은 국가기간산업을 정부 스스로 무너뜨린 결과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정유사를 압박하고 있다. 2개 정유사가 2024년 7월부터의 유가 담합으로 무려 44조 원의 부당 수익을 챙겼다고 밝혔다. 지난 7월 검찰이 발표한 담합 규모는 14조2000억 원이었다. 기준도 밝히지 않은 채 석 달 만에 금액만 세 배로 불려버리면 수사가 아니라 여론전이 된다. 시점도 공교롭다. 중동 전쟁이 시작된 지난 3월 초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와 SNS를 통해 정유사의 폭리와 담합을 '대국민 중대범죄'로 규정했다. 넉 달 뒤인 7월 검찰이 담합 의혹을 발표했고, 다시 석 달 뒤 공정위가 담합의 규모를 키웠다.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해 담합 규모가 단계적으로 불어나는 흐름은 오비이락(烏飛梨落)의 전형이다. 공정위의 정유사 담합 의혹 제기는 낯선 일이 아니다. 2011년에는 주유소 유치 과정에서의 담합 의혹으로 4개 정유사에 43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15년 객관적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공정위의 패소를 판결했다. 결국 공정위는 정유사에 과징금 반환과 함께 국민의 세금으로 290억 원의 가산금과 소송비용까지 물어줘야 했다. 2007년에도 정유사에게 담합 의혹으로 52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법원 판결로 취소해야 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공정위 제소로 정유사에게는 '담합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렸다. 한번 찍힌 사회적 낙인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4개 기업이 시장을 나눠 가진 과점 산업은 흔히 담합을 받는다. 그런데도 법원이 공정위의 담합 의혹을 번번이 거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유사는 정부와 사회의 엄격한 감시망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고, 석유제품의 가격도 투명하게 공개되는 국제 시장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사회적 합의를 따르고 있다. 담합 의혹이 자주 제기되는 철강·건설·건설자재·식품 분야와 달리 담합의 유인도 적고, 담합을 숨길 여지도 좁다. 다만 '원유 가격'과 '석유제품(휘발유·경유) 가격'에 대한 혼란은 여전하다. 그러나 도축장의 쇠고기 가격과 소 시장의 소 가격은 반드시 연동되지 않는다. 물론 폭리와 담합은 엄벌해야 한다. 그렇다고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산업부와 공정위의 무차별적인 압박이나 의혹 제기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정유공장의 정제 설비는 요소 공장보다 짓기도 어렵고, 되살리기는 훨씬 더 어렵다. 산업부와 공정위가 본연의 책무로 되돌아가야만 한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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