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슨, 제주 어름비풍력발전소와 20년 O&M 계약

풍력터빈 전문기업 유니슨이 상업운전에 들어간 제주 어름비풍력발전소의 유지보수를 앞으로 20년간 맡는다. 유니슨은 제주 어름비풍력발전소와 20년간 풍력터빈 유지보수(O&M) 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일대에 조성된 어름비풍력발전소는 마을 운영기금을 활용해 건설한 주민참여형 풍력발전소다. 유니슨은 올해 2월 풍력터빈 기자재를 납품한 뒤 설치와 시운전을 진행했으며, 지난 7월 사용전검사를 마쳤다. 발전소는 이달 10일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유니슨은 풍력터빈 공급과 설치·시운전에 이어 향후 20년간 정기점검과 예방정비, 고장 대응 등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한다. 유니슨은 앞으로 20년간 정기점검과 예방정비, 고장 대응 등 풍력터빈 운영에 필요한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한다. 계약에는 가동률 보증 조건 포함됐다. 어름비풍력발전소에는 유니슨이 국내에서 설계·개발한 4.2MW급 풍력터빈 'U136'이 설치됐다. 국내 풍황과 기후 여건을 고려해 개발된 모델로, 유니슨은 터빈 구조와 제어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유니슨은 제조사가 직접 유지보수를 맡는 만큼 터빈의 설계·제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비 상태를 진단하고 고장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어름비풍력발전소가 추가되면서 유니슨이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국내 풍력발전단지는 총 24곳으로 늘었다. 유니슨에 따르 국내 풍력터빈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유니슨 관계자는 “직접 운영·관리하는 육상풍력발전단지에서 97%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하며 O&M 경험을 쌓아왔다"며 “풍력터빈 개발·제조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어름비풍력발전소의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친환경 산업 국내생산세액공제,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조건 [이원희의 기후兵法]

정부가 태양광과 풍력 발전, 이차전지 등 친환경 산업을 국내에서 육성하기 위해 '국내생산세액공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산업의 경쟁력은 국내 온실가스 감축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특히 태양광·풍력·배터리 등 주요 친환경 산업에서 중국이 주도권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해외 공급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으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도 흔들리게 된다. 이에 국내생산세액공제가 국회 입법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국내 친환경 산업의 생산 기반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하반기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국내 생산 기반이 취약하지만 전략적 육성이 필요한 품목을 대상으로 생산량에 따라 소득세와 법인세를 공제하는 국내생산세액공제가 신설된다. 지원 분야는 △태양광 △풍력 △이차전지 △반도체 △핵심소재 △인공지능(AI) 로봇부품 등 6개다. 국내에서 핵심 공정을 수행하고 직접 생산·판매한 제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단순 조립이나 해외 생산품 판매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제액은 생산량에 품목별 기준공제액을 곱해 산정하며 비수도권 생산시설에는 지역계수를 적용해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안도 담겼다. 적용기한은 2036년 말까지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오는 20일까지 입법예고가 진행된다. 이어 다음달 1일 국무회의를 거쳐 3일에는 정기국회에 제출될 계획이다. 이번 제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친환경 제조업의 생산 기반이 이미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태양광이다. 중국 업체들이 대규모 생산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산 제품의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국내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한국산 비중은 2017년 73.5%에서 2019년 78.4%까지 높아졌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2023년 70.9%였던 국산 모듈 점유율은 2024년 41.6%로 급락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0.7%까지 떨어졌다. 반면 중국산 모듈 비중은 2023년 29.1%에서 2024년 58.4%, 지난해 69.3%로 뛰었다. 불과 2년 만에 국내 시장의 주도권이 국산에서 중국산으로 넘어간 셈이다. 태양광 모듈의 핵심 부품인 셀은 중국 의존도가 더욱 높다. 국내 태양광 셀 시장에서 한국산 비중은 2021년 35.1%에서 지난해 3.9%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국산 비중은 63%에서 96.1%로 상승했다. 국내 기업들의 경영 상황도 녹록지 않다. 한화솔루션은 2023년 579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024년 3002억원, 2025년 364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 3조8820억원, 영업이익 92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지만 미국 시장과 정책 변화 등에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구조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 역시 2023년 5461억원이던 매출이 2024년 4224억원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4927억원으로 반등했다. 또 다른 태양광 제조업체인 신성이엔지는 앞서 2020년 12월 국내 태양광 셀 생산을 아예 중단하기도 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국내생산세액공제를 '한국형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로 평가하며 환영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가격 경쟁 속에서 약화된 국내 태양광 제조 공급망을 보호하고 에너지 자립 기반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세제 지원만으로 국내 산업의 회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협회는 “국내에서 생산된 셀·모듈의 실질적인 수요 창출과 시장 확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해도 판매할 시장이 없다면 세액공제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 주도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국산 제품 활용을 우대하는 등 생산 지원과 수요 확대 정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풍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풍력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국산 풍력터빈 제조산업은 아직 충분한 규모의 시장을 확보하지 못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제주와 서해 등을 중심으로 약 340MW 규모의 풍력터빈 공급 실적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풍력터빈 사업이 회사 전체 실적을 좌우할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다. 해당 규모는 가스터빈으로 치면 1기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풍력터빈 전문기업 유니슨의 실적에서도 업계의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다. 유니슨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22년 2392억원에서 2024년 257억원까지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403억원으로 반등했지만 2022년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38억원, 영업손실 26억원을 기록했다. 유니슨은 국내생산세액공제 도입으로 국산 풍력터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생산·판매량에 비례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면 연구개발이나 설비 투자에 그쳤던 기존 지원보다 국내 제조기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니슨 관계자는 “생산량에 연계한 세제 지원과 인증제도 개선은 국산 풍력터빈 생산·공급 비용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며 “장기적으로 풍력발전 균등화발전비용(LCOE)을 낮추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던 국내 배터리 산업도 중국 업체에 뒤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8.4%로 전년 동기 대비 8.7%포인트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20.2%에서 16.7%, SK온은 9.8%에서 7.6%, 삼성SDI는 7.2%에서 4.1%로 각각 낮아졌다. 반면 세계 1위인 중국 CATL의 점유율은 30.0%에서 33.7%, BYD는 7.7%에서 10.6%로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 전기차가 제외된 점은 업계에서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국내 신규 등록 전기차 가운데 중국산 비중이 2022년 4.7%에서 올해 34%까지 확대된 만큼 완성차까지 지원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태양광과 풍력뿐 아니라 배터리까지 친환경 산업 전반에서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친환경 설비 보급을 확대하더라도 핵심 제품과 부품을 해외에 의존한다면 공급망 충격이나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기후위기 대응 정책 자체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국내 산업 육성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는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을 현재 연간 6기가와트(GW) 수준에서 2030년 10GW 이상으로, 풍력터빈 생산능력을 0.8GW에서 3GW 이상으로 확대하는 목표가 담겼다. 재생에너지 수출 규모도 2024년 4조2000억원에서 2035년 20조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탄소중립산업법'은 탄소중립 산업과 기업의 탈탄소 전환에 재정·금융·세제 지원과 규제 개선 등을 집중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연합(EU) 탄소중립산업법(NZIA), 일본 GX 추진법처럼 기후위기 대응을 산업정책과 결합하자는 취지다. 향후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관련 법안이 추가로 발의될 경우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생산세액공제 역시 정부 발표만으로 완성되는 제도가 아니다. 세법 개정을 위한 국회 논의가 남아 있는 만큼 정부가 국회와 협력해 제도의 지원 대상과 공제 수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생산에 대한 세제 혜택뿐 아니라 국산 제품의 수요 확대, 연구개발, 금융 지원까지 연결해야 정책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분석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美, 수입 폴리실리콘에 15% 관세…OCI홀딩스·한화솔루션 수혜 전망

미국 정부가 반도체와 태양광 셀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과 파생상품에 대해 오는 12월부터 수입 관세 15%를 추가로 적용하고, 수입 최저가격제도 적용한다. 한국, 일본 등 일부 국가는 합산 관세가 15%를 넘지 않는 혜택이 주어진다. 이에 따라 미국내 공급망과 비중국 공급망을 갖춘 OCI홀딩스, 한화솔루션 등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폴리실리콘 파생상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최저 수입가격도 폴리실리콘은 kg당 21달러, 잉곳과 웨이퍼는 100달러로 정했다. 포고령 효력은 120일 뒤인 오는 12월 4일 미 동부시간 오전 0시 1분부터 발생한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7월 폴리실리콘에 대해 개시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를 토대로 나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되면 특정 제품의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포고령을 통해 “폴리실리콘은 미국의 반도체 및 태양광 발전 공급망 안보를 뒷받침하는 핵심 소재이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미국은 외국이 폴리실리콘 분야에서 미국 생산업체를 약화시키도록 방치해 왔으며, 이는 우리의 경제 및 국가 안보를 위협해 왔다"며 “이러한 관행을 중단하고 미국의 폴리실리콘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고 추가 관세 취지를 설명했다. 폴리실리콘은 반도체 및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이다. 이를 가공해 잉곳과 웨이퍼를 만들어 반도체나 태양전지 셀을 만든다. 기본적으로 이번 추가 관세는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산을 견제하고, 미국내 생산시설 구축을 장려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한국, 일본, 대만,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유럽연합의 제품은 합산 관세가 15% 이내로 제한되고, 영국 제품 관세율은 10%가 적용된다. 현재 비중국 기업 가운데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기업은 한국 OCI홀딩스, 독일 바커, 미국 헴록 정도다. 태양광 업계는 이번 조치에 셀과 모듈 제조 원가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계산기 두드리기'에 나섰다. 미국 내 폴리실리콘 생산량이 연간 약 4만톤 규모로 작아 증가하는 태양광 발전 수요에 대응하기 쉽지 않아서다. 결국 태양광 시장 전반의 제조 원가를 높이는 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미국 현지에 생산 설비를 구축한 기업들에게는 관세 조치가 유리하게 작용한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232조 조사 개시 직후 한화솔루션과 OCI홀딩스의 대미투자를 근거로 무역 조치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조지아주에 잉곳부터 셀, 모듈에 이르는 생산 설비를 구축했다. OCI홀딩스는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에 각각 폴리실리콘, 웨이퍼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텍사스주에 태양광 패널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조혜빈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번 포고령은) 비중국산을 명시적으로 면제하는 대신 모든 원산지에 시장가를 상회하는 가격 하한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나왔다. 따라서 중국산의 가격 경쟁력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비중국 공급망의 판가를 최저수입가격(MIP)까지 올릴 수 있게 됐다"며 “포고령 발표로 하반기 최대 정책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 비중국 업스트림 공급망을 보유한 OCI홀딩스가 수혜의 중심, 미국 내 셀과 모듈을 내재화한 한화솔루션 또한 일부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조치라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정승현의 소재 탐구] ‘태양광 핵심’ 폴리실리콘…美·中 경쟁 속 K태양광 실익 모색

반도체와 태양광 모듈의 핵심 재료인 폴리실리콘이 미국의 무역조치 검토로 AI와 에너지 분야 공급망에서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태양광 모듈 품질을 높이려면 고순도 폴리실리콘이 필수다. 미국과 중국 간 경제 패권 경쟁 과정에서 폴리실리콘이 공급망 핵심 소재로 떠오르면서 국내 태양광 업계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최근 미국 공략 속도를 높이고 있는 국내 태양광 기업들로서는 관세 부담에도 비(非)중국 태양광 공급망 구축으로 얻는 실익이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패널에서 빛에너지를 전자의 움직임(전류)로 바꾸고, 반도체에서 전자 신호를 조절하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실리콘 이외의 불순물이 적을수록 더 효율적으로 전력을 만들거나 전달하기 때문에 고순도의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기술력이 소재 경쟁력을 좌우한다. 대개 순도가 99.999999%면 태양광 패널 제조에 쓸 수 있고, 99.999999999%의 순도를 확보한 폴리실리콘은 반도체 웨이퍼에 쓸 수 있다. 한 치의 불순물도 허용하지 않는 반도체 뿐만 아니라 발전 집적도 향상이 품질의 관건인 태양광 발전에도 고순도 폴리실리콘이 필요하다. 폴리실리콘은 규소로 생산된다. 석영 덩어리나 모래에서 채취한 규소(SiO2)를 석탄과 함께 용광로에서 가열해 탄소로 산소를 제거하는 환원 반응으로 실리콘메탈을 얻어낸다. 이 실리콘메탈을 가루 형태로 부숴 염화수소와 함께 가열하면 순도가 99.99%를 넘는 폴리실리콘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의 전력을 소비하게 된다. 폴리실리콘을 식혀 둥근 막대 모양으로 된 단결정 '잉곳'을 만들고, 이 잉곳을 얇은 판 형태로 자르면 웨이퍼가 나온다. 실리콘 원자 방향을 고려해 웨이퍼를 배열하면 태양광을 전기로 변환하는 반도체 소자 '셀'이 탄생하고, 셀 여러 개를 묶으면 하나의 태양광 모듈이 생산된다. 세계 시장에서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기업 가운데 중국 국적이 아닌 곳은 독일 바커와 미국 헴록, 한국 OCI 정도로 몇 안 된다. 바커는 독일 뮌헨 인근 부르크하우젠과 뷴크리츠, 미국 테네시주에서 폴리실리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코닝과 일본 신에쓰 한다이가 합작사인 헴록은 미국 미시간주에 공장이 있다. OCI는 한국 군산과 말레이시아에 폴리실리콘 생산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이 같은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공급망에는 한국 기업들도 얽혀 있다. OCI홀딩스는 OCI의 폴리실리콘 생산 기술을 토대로 태양광 모듈 제작과 태양광 발전 단지 개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에 세운 태양광 사업 지주회사가 중심이 돼 북미 태양광 시장을 공략해왔다. OCI테라수스(TerraSus)를 통해 운영하는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은 최근 미국 소재 신규 고객사와 태양광 폴리실리콘 장기공급계약(LTA)을 맺으며 연산 3만5000톤 규모의 생산 설비에 주문이 꽉 차기도 했다. 한화솔루션은 폴리실리콘을 공급받아 잉곳부터 태양광 셀, 모듈까지 생산 능력을 충북 진천과 미국 조지아주에 확보했다. OCI와 지난 2022년부터 10년 동안 폴리실리콘을 공급받는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등 안정적 폴리실리콘 공급망 확보에 신경쓰고 있다. 한화솔루션으로서는 한화그룹 우주 사업의 일환으로 우주태양광 개발을 본격화했기 때문에 발전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릴 초고순도 폴리실리콘이 필요하다. 폴리실리콘의 중요도가 높아 무역 조치에 따른 공급망 영향에도 세계 태양광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비중국 반도체·태양광 공급망 구축의 일환으로 폴리실리콘에 무역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대두되면서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산 폴리실리콘과 연관 제품에 일정 비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시장에서 폴리실리콘 가격의 최저 하한선을 고시하는 식의 무역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출범 이후인 지난해 7월 상무부는 앞서 미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태양광 전지, 태양광 모듈 등을 수입했을 때 국가안보가 받을 영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태양광 업계는 무역 조치 대상 품목과 조건, 관세율 같은 구체적인 발표가 나오면 원가와 공급망 등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불확실성 줄이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 실리콘 생산 기업들의 생산 능력이 전체 태양광 셀용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미국 내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은 연간 약 4만톤 정도로 작기 때문이다. 미국 반도체 산업협회(SIA)에 따르면, 2029년까지 태양광·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수요는 192만톤으로 지난해에 비해 약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반도체용은 2.5% 내외를 차지한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바커와 헴록이 전체의 약 75%를 생산하는데, 미국 내 생산능력을 고려하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국내 최대 육상풍력 ‘의성황학산’ 상업운전 개시

국내 최대 규모 육상풍력발전단지인 의성황학산풍력발전소가 상업운전에 돌입했다. 6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경북 의성군 옥산면 오류리 일원에 조성된 의성황학산풍력이 전력시장에 진입했다. 의성황학산풍력은 총 사업규모 99메가와트(MW)로, SK이터닉스가 6.6MW급 풍력발전기 15기를 설치했다. 단일 육상풍력단지 기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며, 전체 풍력발전소 가운데서는 100MW 규모의 제주 한림해상풍력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해당 사업은 연면적 약 24만㎡ 부지에 총 260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이번 준공으로 국내 가동 중인 풍력 설비의 총 용량은 2470MW에서 2569MW로 늘어났다. SK이터닉스는 제주 가시리 풍력(30MW), 울진 현종산 풍력(53MW), 풍백 풍력(75MW), 의성 황학산 풍력(99MW) 등 운영 중인 육상풍력 규모를 257MW로 확대했다. 또한 개발 중인 포항 죽장 풍력(68MW)까지 포함하면 육상풍력 누적 개발 사업은 325MW 규모가 된다. 여기에 신안 우이 해상풍력(390MW), 인천 굴업도 해상풍력(255MW) 등을 포함하면 전체 풍력 개발 사업은 총 1600MW 규모로 추진 중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국내 최대 400MW 해남 태양광단지 착공…2028년 준공 목표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단지가 전남 해남에서 첫 삽을 뜬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는 물론 국내 태양광 산업 육성, 지역 상생까지 동시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7일 전남 해남군에서 '해남 재생복합단지 태양광 발전사업' 착공식을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착공식에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비롯해 박지원 국회의원, 고광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부시장, 명현관 해남군수, 조영혁 한국남동발전 사장직무대행, 지역주민 등 약 250명이 참석한다. 이번 사업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제시한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공급 확대 정책의 첫 대규모 사업이다. 염해간척지 등 유휴부지 약 '479만㎡'를 활용해 400메가와트(MW) 규모의 태양광 발전단지를 2028년까지 조성한다. 단일 부지 기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10MW는 영농형 태양광으로 조성해 농업과 재생에너지가 공존하는 모델도 함께 실증한다. 정부는 사업에 사용되는 모듈·셀·인버터 등 주요 기자재를 국산 제품으로 적용해 국내 태양광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활용도가 낮았던 대규모 유휴부지를 이용해 발전단가 절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지역 상생도 핵심이다. 발전사업자는 주민참여와 이익공유 체계를 구축해 사업 기간 동안 총 1500억원 규모의 발전 수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다. 설계·조달·시공·유지관리 과정에서도 지역 기업과 주민 참여를 확대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한다. 발전단지가 준공되면 연간 529기가와트시(GWh)의 무탄소 전력을 생산해 약 13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생산된 전력은 RE100 기업과 산업단지 등에 공급돼 기업의 탄소경쟁력을 높이고, 전남도가 추진 중인 솔라시도 AI 에너지신도시와 국가 AI 인프라 구축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해남 태양광 발전사업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역 성장, 국내 태양광 산업 육성을 함께 실현하는 의미 있는 출발"이라며 “유휴부지를 활용한 대규모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해 발전단가를 낮추고, 지역과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재생에너지 전환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전력 공급원의 세대교체

지난 6월 유럽을 강타한 폭염은 단순한 '더운 여름'이 아니었다. WHO와 주요 언론에 따르면 6월 22~28일 27개국에서 열사병 등 온열질환과 관련된 초과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 독일 5,753명, 프랑스 2,025명, 영국은 5~6월 두 달간 2,700명, 스페인은 6월 한 달에만 1,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독일은 41.7℃, 폴란드는 40.5℃까지 치솟으며 6월 기록을 갈아치웠고, 학교 폐쇄와 철도 운행 중단, 도로 파손, 산불, 원전 가동 제한까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노인과 어린이, 야외 노동자 등 취약계층의 피해가 특히 컸다. 유럽은 이미 지구 평균의 두 배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고,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법한 폭염이 이제 매년 반복되는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폭염 속에서 태양광이 유럽 전력 시스템의 영웅으로 떠올랐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mber에 따르면 올해(2026년) 6월 EU 전력 생산에서 태양광은 25.0%(52.2TWh)를 차지하며 사상 처음으로 단일 발전원 1위에 올랐다. 원자력(21%), 가스(15%), 풍력(14%), 수력(12%), 석탄(8%)을 모두 앞선 결과다. 룩셈부르크(58.3%), 독일(35.5%), 스페인(34.3%) 등 14개국은 6월 한 달간 태양광 비중이 30%를 넘었고,, 덴마크·프랑스·독일·그리스 등은 태양광 발전량 월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독일·스페인·네덜란드·헝가리 등 13개국에서는 태양광이 이미 최대 발전원 자리를 차지했다. 이는 단순한 월간 통계가 아니라 EU 에너지 전환의 역사적 전환점을 상징하는 사례다. Energy Institute(EI)의 최근 보고서도 같은 흐름을 확인해 준다. 기록적인 전력 수요 증가와 태양광 및 재생에너지의 눈부신 성장, 그리고 지역별로 극명하게 엇갈리는 발전 경로가 잘 드러난다.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지만, 전 세계 배출량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으며 에너지 안보에 대한 압박도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효율성 향상, 전력화, 그리고 재생에너지 기술 투자 가속화가 전 세계적으로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2025년 태양광 발전량은 2,811TWh로 2024년 2,167TWh보다 644TWh 늘어,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분의 75.2%를 태양광 홀로 감당했다. 2024년의 35.6%에서 두 배 이상 뛰어오른 수치다. 발전설비 용량 측면에서는 더 극적이다. 2025년 태양광은 2,391GW를 기록하며 오랜 기간 세계 1위를 지켜온 석탄(2,242GW)과 가스(2,088GW)를 제치고 사상 처음 전 세계 최대 발전원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태양광은 2019년 신규 설치 발전원 1위에 오른 이후 2025년까지 그 자리를 놓치지 않았으며, 2025년 한 해에만 511GW가 새로 추가되어 다른 모든 발전원을 합친 신규 설치량의 두 배에 달했다. 2025년 기준 독일·일본·스페인·호주 등 24개국에서 태양광이 발전 용량 기준 1위 전력 공급원이 됐다. 주목할 점은 이 흐름의 무게중심이 이제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2025년 정부 지원 없이 기업과 일반 가정의 옥상 태양광만으로 '조용한 태양광 혁명'을 일으킨 대표 사례가 파키스탄이었다면, 2026년에는 필리핀이 그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파키스탄은 여전히 태양광 혁명이 진행 중이며, 2026년 1분기 태양광 발전 비중이 32.3%로, 전년 동기 25.6%에서 크게 뛰어올라 태양광이 최대 발전원인 아시아 국가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 3월 전력난으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던 필리핀은 올해 5월까지 4.7GW 규모의 중국산 태양광 패널을 수입했다. 중계무역 국가인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사실상 세계 1위 수입국으로 올라섰다.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수입 규모로, 같은 기간 파키스탄(4.6GW), 태국(2.9GW)은 물론 일본(2.5GW)과 한국(2.1GW)보다 많았다. 이처럼 세계가 태양광을 중심으로 전력 공급원의 세대교체를 빠르게 이행하는 사이, 한국의 상황은 초라하기만 하다. 태양광 발전량은 2024년 37.4TWh에서 2025년 37.9TWh로 늘었을 뿐이다. 증가율로는 고작 1.37%로, EU를 포함한 82개국 가운데 72위에 불과하며, 세계 평균 증가율 30.08%의 약 1/22 수준이다. 특히 2025년 태양광과 풍력을 합친 발전 비중은 6.6%에 불과해 아시아 평균(17.5%)의 약 1/3 수준이며, 심지어 아프리카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5년 기준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2.9%에 달해 매년 약 200조 원의 에너지를 해외에서 사들이면서도, 정작 잉여 재생에너지는 계통 제약으로 버려지는 모순을 겪고 있다. 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최하위라는 불명예와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태양광이 여러 국가에서 이미 단일 발전원 1위로 올라선 지금, 태양광은 더 이상 보조 에너지가 아니라 전력 공급원의 세대교체를 이끄는 핵심 에너지원이 되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유럽이 폭염 속에서 증명했듯, 아시아 신흥국들이 시장의 힘으로 이미 증명하고 있듯, 우리도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로의 전력 공급원 세대교체에 전력을 다해야 할 때다.

삼해이앤씨, 유니슨 주식 매입…“최대주주 책임경영 의지”

유니슨은 최대주주 명운산업개발의 관계사인 삼해이앤씨가 유니슨 주식을 장내 매수했다고 5일 밝혔다. 삼해이앤씨는 앞으로도 유니슨 주식을 계속 장내 매수한다는 계획이다. 해상풍력 설계·조달·시공(EPC) 업체인 삼해이앤씨는 낙월해상풍력단지 해상공사를 담당하고 있다. 명운산업개발 측은 유니슨의 풍력터빈 제조 기술력과 사업 경험, 향후 성장 가능성에 삼해이앤씨의 해상풍력 EPC 경험을 더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분 매입에 관해 유니슨은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최대주주 측이 책임경영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추진됐다"며 “최대주주 측은 단순한 지분 참여를 넘어 유니슨 사업 경쟁력 강화와 안정적인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한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명운산업개발은 유니슨 최대주주로 참여한 이후 제17회 사모 전환사채(CB) 인수와 전략적 파트너사 비그림(B.Grimm)의 제18회 CB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한빛해상풍력 단지에 유니슨 풍력터빈 공급을 추진하기도 했다. 유니슨은 육상풍력터빈 제조와 발전단지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해상풍력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형 해상풍력터빈 개발과 생산 기반 구축을 추진하고, 운영·유지보수(O&M) 역량도 강화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향후에도 명운산업개발 내 관계사간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시너지 창출 기회를 탐색할 예정이다. 유니슨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입은 최대주주 관계회사의 단순한 지분 확대를 넘어 유니슨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신뢰와 책임경영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는 것"이라며 “현재 추진 중인 육상·해상풍력 사업을 차질 없이 실행하고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해 기업가치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태양광 올해 3GW도 못했는데…연간 10GW 목표 달성될까

정부가 2030년까지 태양광 발전설비를 약 54기가와트(GW) 추가 확충한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올해 보급 속도로는 달성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양광 발전이 재생에너지 발전원 가운데 설치 속도가 가장 빠르고 비용이 낮다 하더라도 부지 마련과 사업성 확보라는 과제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밤과 날씨가 흐린 날에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도록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충 속도도 더뎌 지금보다 더 큰 정책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이다. 5일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까지 국내 태양광 누적 보급량은 33GW로 지난해 말보다 2.3GW 늘었다. 지난해까지 5년간 국내에 추가된 재생에너지 설비는 △2021년 3.6GW △2022년 2.8GW △2023년 3GW △2024년 3.2GW △2025년 3.7GW다. 이 같은 추세를 고려하면 보급 속도가 빨라지지 않아 연말까지 태양광 설비를 5GW 확충하기도 쉽지 않다는 의미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5월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태양광 설비를 총 87GW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는 풍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다. 기본계획에는 수도권과 충청·강원권에 GW급 태양광 프로젝트 10개를 신규로 발굴하고, 유휴부지를 활용해 태양광을 집중 보급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처럼 태양광 비중이 큰 이유는 설치 속도 면에서 다른 재생에너지 발전원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육상풍력은 7~8년, 해상풍력은 개발 기간을 10년 넘게 잡아야 하지만, 태양광은 몇 달에서 1~2년 사이면 된다. 3~5년으로 잡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보다도 빠르다. 이에 부지 확보가 쉽고 일조량이 풍부한 북미 지역에서는 빅테크들이 태양광 발전도 데이터센터용 분산 발전원으로 채택하고 있다. 다만 부지, 계통 포화, 사업성 확보 같은 걸림돌이 여전해 보급 속도가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산지가 많은 국내 특성을 고려하면 수요에 맞는 부지 확보가 어렵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된다. 작물을 기르던 기존 농경지를 덮거나 산지를 깎아 태양광 패널을 까는 방식이 환경 파괴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는 전력망이 포화상태로 계통 연결이 지연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산업단지나 공장 부지, 농지, 저수지, 도로·철도변, 시장·주차장, 환경시설 등 유휴부지를 통해 태양광 발전 설비 44GW를 확충한다는 구상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여러 유휴부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12GW 규모의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를 이제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업성 측면에서는 높은 발전단가가 단점으로 지목된다. 기후부는 국내 태양광 발전단가가 지난해 기준 세계 시장의 2.2배 수준으로 높다고 분석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도 상승 추세다. 현재 태양광은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기준으로 발전 단가가 1킬로와트시(kWh)당 147.6원으로 150원선 아래로 내려갔다. 태양광 발전 전기요금을 낮추겠다는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kWh당 70~80원인 원전과 120원 수준인 LNG 발전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다. 연료비가 들지 않고 안전성이 높은 데 따른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으나 당장의 발전단가만 놓고 보면 사업성이 높지 않은 것이다. ESS처럼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할 장치가 더 마련돼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지난해 5월과 11월 두 차례 563메가와트(MW), 540MW 규모의 배전망 ESS 입찰 공고를 냈고 이르면 다음 달 3차 공고를 낼 예정이다. 그러나 수십 GW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뒷받침하려면 이보다 더 많은 배전망 ESS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12차 전기본에서 재생에너지를 주력 전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ESS와 양수발전 확충 계획까지 포함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하면 비싼 것이 사실이므로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적절히 섞지 않으면 전기요금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E칼럼] 사우디의 선택, 원자력 지도를 바꾼다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지난 7월 22일,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민수 원자력 협력 협정인 이른바 '123 협정'에 서명하면서 세계 원자력계의 관심이 쏠렸다. 특히 이번 협정에는 자국 내 농축과 재처리를 포기한 2009년 미·UAE 협정의 '골드 스탠더드'와 같은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 큰 주목을 받았다. 사우디와의 협정을 계기로 중동의 비확산 규범뿐 아니라 신규 원전 시장의 판도가 영향을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런데 협정의 정치적 앞날은 아직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직후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해야만 협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우디는 공식적인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어, 123 협정과 아브라함 협정이 어떤 방식으로 정리될지는 아직 선명하게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사우디 원전 사업의 향방은 세계 원자력 지도를 다시 그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에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사우디는 전력 생산을 거의 전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으며, 산업화와 담수화, 인공지능 및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라 전력수요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사우디는 첫 대형 원전 사업으로 UAE와 카타르 국경 인근인 코르 두와이힌(Khor Duwaiheen)에 약 1.4GW급 원자로 2기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다시금 상기해야 할 것은 123 협정 체결이 곧 미국 원자로 수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123 협정은 미국의 핵물질과 기술을 이전할 수 있도록 법적 문을 여는 장치일 뿐, 원자로 구매계약을 보장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인도는 핵확산금지조약(NPT) 비가입국임에도 미국과 2008년 123 협정을 맺었지만, 그 이후에도 쿠단쿨람(Kudankulam) 원전 후속 사업을 위해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해 왔다. 국제정치적 관계와 원전 공급자의 선택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원전을 처음 도입하는 국가는 원자로의 성능만 놓고 비교하지 않는다. 건설비와 금융 조건, 정해진 공기를 지킬 능력, 연료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공급, 현지 산업 및 인력 참여, 운영과 정비, 사용후핵연료 관리까지 모두 검토할 수밖에 없다. 원전은 건설에서부터 수십 년간의 가동, 폐쇄 후에도 해체와 폐기물 관리까지 포함하면 한 세기에 걸친 국가사업이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판단은 크지만 절대적이지도 않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튀르키예는 첫 원전인 아쿠유(Akkuyu)에 러시아 원자로 4기를 도입해 건설 중이다. 미국 및 서방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이집트도 엘다바(El Dabaa) 원전 4기 건설을 러시아에 맡겼으나, 한국수력원자력도 터빈 아일랜드(Turbine Island, 2차측)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례들은 원전 수출 경쟁력이 단순히 정치적 영향력에서만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신규 도입국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금융·연료·운영·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를 하나의 국가 패키지로 묶어 제공한다는 것이 러시아 경쟁력의 핵심이다. 역으로 위 나라들이 러시아와 협력하고 있다 해서 러시아 진영에 완전히 편입되는 것도 아니다. 사우디의 선택은 한 국가의 신규 원전 사업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는 걸프 지역 최대 경제권 중 하나이며, 국부펀드와 개발금융을 통해 중동과 아프리카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우디가 어떤 원자로와 금융·연료주기 모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중동은 물론 아프리카 신규 원전국들의 선택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원자력계도 사우디 사업의 향방을 면밀히 주시하며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미·사우디 123 협정이 체결됐다고 해서 미국이 사업을 가져가는 게 보장되지 않듯이, 반대로 아브라함 협정과의 연계가 꼬인다고 해서 미국의 수주 가능성이 약해졌다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필요한 것은 낙관이나 비관이 아니라 구체적인 전략이다. UAE 바라카(Barakah) 원전에서 입증한 건설 능력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바라카 원자로 4기를 성공적으로 건설·상업 운전한 경험을 객관적인 수치와 함께 제시하되, 현지 인력과 산업을 얼마나 육성할 수 있는지도 제안해야 한다. 또한 국제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연료 조달 방안과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해서도 발주국의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프랑스 등 우방국 기업과 경쟁하면서도 필요할 경우 공급망 차원의 협력 모델을 만드는 유연성도 요구된다. 사우디의 선택은 중동 나아가 글로벌 사우스의 원자력 지도를 바꿀 수 있다. 한국도 사우디 원전 사업을 향후 세계 원전 시장의 주도권을 좌우할 전략사업으로 보고 구체적인 계획들을 마련해야 한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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