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재생에너지 확대, 유연한 발전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최근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을 100GW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은 외면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늘리기만 하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가. 답은 명백히 '아니오'다. 재생에너지는 태생적으로 '간헐성'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태양광은 해가 뜨지 않으면 한 와트도 생산하지 못하고, 풍력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거대한 철 덩어리에 불과하다. 기후변화 대응의 선봉장을 자처했던 독일에서 '둥켈플라우테'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바람이 불지 않고 구름이 가득한 날이 며칠간 지속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락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결국 독일은 프랑스의 원전과 북유럽의 수력으로 만든 전기를 비싼 값에 수입하는 처지가 됐다. 독일 경제에너지부 부국장이 방한하여 독일은 재생에너지가 충분하지만 전력망이 부족하여 5,000km를 깔아야 하고 조기 달성이 어려워서 천연가스발전소 10GW와 수소혼소 발전소 2GW를 추가로 건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우리의 3배이고 산업용은 2배를 넘어선다. 전기요금은 폭등했고, 제조업 경쟁력은 급락했다. 유럽 경제의 엔진이었던 독일이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굴욕을 겪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은 명확하다. 유연한 발전원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변할 때 즉각적으로 출력을 조절해 전력망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발전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30%를 넘어서면 전력 시스템의 유연성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ESS는 가장 응동성이 좋은 자원이어서 주파수 안정화에 기여하고 태양광과 연계하면 밤시간을 버텨줄 중요한 자원이다. 하지만 기후조건이 나쁜 날이 며칠간 지속되면 여전히 재생에너지과 ESS를 엄청난 양으로 설치한다고 해도 그 단독으로는 무용지물이다.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증가시킨 유럽이 지속적인 가격 폭등을 경험하는 것도 기후조건을 완벽하게 상쇄할 수 없기 때문이다. LNG 발전 역시 단기적으로는 중요한 유연 발전원이다. 출력 조절이 쉽고 빠르게 가동할 수 있어 첨두부하를 담당하는 데 적합하다. 탄소중립을 가는데 있어서 여전히 허점이 있지만 당분간 충분한 용량을 공급하면서 재생에너지 과다 발생일 때 출력을 낮추고 과소 공급일 때 출력을 급격히 올려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전원이다. 특히 제주도는 이미 재생에너지가 과도하여 출력제약이 일상화되고 있다. 물리적 출력제약을 입찰제도라는 재무적 출력제약으로 강제하고 있는 것도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는 엄청난 재무적 손실이다. 재생에너지를 더욱 많이 받기 위해서라도 제주도에 LNG 발전소를 계획대로 건설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는 향후 5년간 매년 12GW씩 설비를 늘려야 달성할 수 있는 도전적 목표다. 그러나 설비만 늘린다고 끝이 아니다. 전력 시스템의 유연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독일처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한국은 섬나라다. 유럽처럼 주변국과 전력망이 연결돼 있지 않아 부족한 전력을 수입할 수도, 남는 전력을 수출할 수도 없다. 정부가 정한 재생에너지 대폭 확대를 통한 탄소중립 달성은 매우 치밀한 전력시스템의 구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원전, 재생에너지, LNG, ESS 등 모든 카드를 동원한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 에너지는 산업의 혈액이다.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 공급 없이는 어떤 산업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한국은 제조업이 GDP의 30%를 차지하는 제조업 강국이다. 전기요금이 중국의 2배를 넘어선 지금, 유연성 없는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기요금이 더 오르면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이 버티기 어렵다. 2026년은 에너지 대전환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유기적인 상생 전략, ESS, LNG 수소전환 등의 유연한 전원을 결합한 통합 전략 없이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도, 산업 경쟁력 유지도 불가능하다. 재생에너지를 늘리되, 유연한 발전원을 함께 확보하는 현실적인 에너지 믹스 정책을 설계해야 할 때다. 조홍종

[EE칼럼] 재생에너지는 세계 전력의 새로운 중심축

2025년은 인류의 에너지 전환 역사에 분수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세계적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가 '2025년 올해의 혁신상(Breakthrough of the Year)'에 재생에너지의 폭발적 성장을 선정한 것은 이를 상징한다. 올해의 혁신상은 사이언스에서 매년 수여하는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전을 인정하는 상으로, 단백질 구조 해석이나 중력파 검출 같은 순수 과학적 발견이 주를 이루던 예년과 달리 산업적·사회경제적 현상을 꼽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특히 2025년 화두였던 인공지능(AI)이 아닌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선정했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이제 에너지 전환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 인류 문명의 변화, 산업 구조 재편, 전 지구적 정치 질서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았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5,200GW에 달해 화석연료 발전설비 용량 4,800GW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불과 4년 전인 2021년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량이 연 264GW에 불과했으나, 2025년에는 세 배를 넘어선 800GW에 이르렀다. 800GW는 2025년 말 기준 전 세계 가동 중인 핵발전 용량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한 영국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집계한 발전량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1월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과 가스 발전량을 모두 앞질렀다. 이는 전력의 중심이 완전히 이동했음을, 오랜 기간 '미래 에너지'나 '대안 에너지'로 불리던 재생에너지가 이제 명실상부한 '주류 전력원'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2026년 글로벌 에너지 정책의 화두는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재생에너지 전환의 지역별 분열, AI·데이터센터 폭증 수요 대응으로 요약된다. 미국의 대규모 보조금 축소, 중국의 재생에너지 정책 조정, 유럽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본격 시행이 맞물리면서 이전처럼 일방적인 '그린 러시'가 아니라 현실적 균형과 경쟁이 지배하는 해가 될 전망이다. AI와 데이터센터 확대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은 또 다른 과제를 던져준다. 이제 각국은 '속도의 경쟁'보다는 에너지 안보·산업 경쟁력·지속가능성의 균형점을 찾는 데 집중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 전환이 단순한 기후·환경정책이 아니라 경제·산업·기술의 종합적 전략임을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한국의 현주소는 냉혹하기만 하다. 지난 12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25년 1~3분기 통계에서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1.2%로, 조사 대상 53개국 중 최하위다. OECD 평균(36.9%)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전력의 90% 가까이 여전히 석탄·가스·핵에 의존하는 구조가 2026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탈석탄'을 외치는 선진국들이 석탄 비중을 15% 이하로 낮춘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OECD 대부분 국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연평균 1.5~5%씩 끌어올린 데 비해 한국은 연평균 0.4~0.8% 수준의 미미한 증가에 그쳤다. 수치로만 봐도 격차는 더 빠르게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기후 변화 대응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심각한 리스크다. 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 100GW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려면 현재 3~4GW 수준의 설치 속도를 매년 10GW로 세 배 이상 끌어 올려야 한다. 공공주차장, 공동체·영농형 태양광, 산업단지, 육상·해상풍력 등 다양한 접근이 시도되고 있지만, 정책·시장·인허가 구조의 병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는 한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 특히 현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의 적정성 논의도 부족해 보인다. 전력시장 구조 개편과 계통(그리드) 인프라 확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설비 확대가 곧바로 전력 생산 확대로 이어지지 못한다. 이제 2025년이 세계의 전환점이었다면, 2026년은 한국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세 축은 서로 대립하지 않으며, 오히려 재생에너지 확대는 이 세 축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해법이다. 11.2%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자, 더 늦기 전에 방향을 바꾸라는 경고음이며, 부끄러운 성적표다. 세계가 이미 전환의 궤도에 올라탄 지금, 한국은 과거의 에너지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에너지의 중심축은 이미 바뀌었다. 문제는 우리가 아직 그것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기후 신호등] ‘에너지믹스’ 고민하는 한국…해외 상황은 어떨까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30일과 지난 7일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 여부 등을 주제로 '바람직한 에너지 믹스 정책 토론회'를 두 차례 열었다. 에너지 믹스(energy mix)란 전력을 생산할 때 사용되는 석탄·석유·천연가스·원자력·수력·태양·풍력 등 여러 에너지원의 비율을 말한다. 에너지 믹스를 놓고 고민하는 것은 다양한 연료를 조합해 경제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공급 안정성을 높이고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전략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2월 확정된 11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정부는 2030년 원자력 31.8 %, 석탄 17.2 %, LNG 25.1 %, 재생 21.7 %로 계획한 바 있다. 또 2038년에는 원전 35.6%, 신재생 32.9%, 수소암모니아 5.5%, 석탄 10.3%로 무탄소 비중을 70 %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도 했다. 이번 두 차례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후부의 '계획'에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했고, 의견이 쉽게 모아지지는 않았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 경제성 확보라는 세 가지 과제, 즉 '에너지 트릴레마(energy trilemma)'를 해결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외국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도 전례 없는 에너지 시스템의 대전환을 겪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는 각국에 에너지 자립의 절실함을 일깨웠고, 이는 재생 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인류 역사상 석탄과 석유 시대를 지나 이제 청정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전기의 시대(age of electricity)'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이 이러한 거대한 변화 속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외국의 에너지 정책을 살펴보고 그들이 겪은 시행착오에서 교훈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 ◇영국: 법적 프레임워크와 공공 주도의 재생에너지 가속화 영국은 세계 최초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탄소 감축 목표를 설정한 '기후변화법(Climate Change Act)'을 통해 에너지 정책의 안정성을 확보해 왔다. 이 법은 5년 단위의 '탄소 예산(carbon budgets)'을 설정해 정부가 단기적인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2050년 넷제로를 향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도록 강제한다. 영국 노동당 정부는 최근 '그레이트 브리티시 에너지(Great British Energy)'라는 공공 에너지 기업을 설립해 해상 풍력 등 국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가계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려는 목적을 가진다. 특히 영국은 2024년에 마지막 석탄 화력 발전소를 폐쇄하며 화석 연료 시대의 종료를 선언했다. 기후변화 분석 전문 매체인 카본 브리프(Carbon Brief)는 지난달 발표한 '2025년 영국 전력 부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은 재생에너지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스(LNG) 발전량은 오히려 전년 대비 5%(5TWh) 증가한 91TWh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가스는 영국 전력 믹스의 약 28%를 차지하게 됐다. 2025년 영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전체 전력 공급의 47%를 차지했고, LNG가 28%, 원자력이 11%, 순수입 10% 순이었다. LNG 발전이 증가한 원인으로는 ▶석탄 발전의 완전한 종료 ▶원자력 발전의 급감 ▶전기화에 따른 전력 수요의 반등 ▶수출 증가와 수입 감소 등이 꼽혔다. 전기 수요가 늘어난 것은 신규 전기차와 히트펌프 보급확대 보급, 데이터 센터 확충 등이 지목됐다. 이처럼 가스 발전이 늘어나면서 영국 전력의 탄소 집약도는 오히려 전년 대비 2% 상승한 126gCO2/kWh를 기록했다. 2024년 기록했던 역대 최저치(124g)에서 소폭 후퇴했다. ◇독일: 산업 경쟁력 보호와 전력망 확충의 과제 독일은 원자력 발전을 완전히 폐쇄(Atomausstieg)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80%로 끌어올리려는 야심 찬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59%에 달했으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기요금을 기록하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이에 독일 정부는 에너지 집약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 상한제 도입을 검토해 왔다. 로베르트 하베크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지난 2023년 5월 재생에너지 용량이 충분히 확보되어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산업계를 보호할 '교량(bridge)' 역할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에너지원별 발전량(2024년 잠정치)을 보면 풍력이 140.9TWh로 가장 많고, 태양광 74.0TWh, 바이오매스 43.4TWh, 수력 21.1TWh 순이다. 또한 독일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가스 발전소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실용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때를 대비한 백업 전원으로서, 향후 청정 수소로 전환 가능한 구조를 갖추도록 설계됐다. 독일의 사례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반드시 전력망 확충 및 유연한 백업 전원 확보와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웃 스위스는 폴리제로(POLIZERO) 프로젝트를 통해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한 최적의 경로를 탐색하고 있다. 지난해 공개된 폴 쉐러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스위스는 점진적인 원전 폐쇄에 따라 발생하는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35년까지 태양광 발전 용량을 현재의 3배로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주택과 교통 부문의 대대적인 전기화가 필요하고, 특히 지능형 제어가 가능한 히트펌프와 전기차를 전력망의 유연성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연구소의 견해다. ◇EU: 에너지 안보와 기후 목표의 일치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을 완전히 끊기 위한 '리파워(REPower) EU'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027년까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수입선 다변화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지난 2023년 9월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기존 32%에서 42.5%(법적 구속력이 있는 목표. 추가적인 지향적 목표는 45%)로 높이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제 에너지 싱크탱크인 엠버(Ember)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EU 전체 전력 생산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47.4%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태양광 발전 비중(11.1%)이 처음으로 석탄(9.8%)을 앞질렀고, 원자력(23.7%)을 포함한 무탄소 전력 비중은 71.1%에 달했다. 코넬 대학교의 아푸르브 랄 교수 등이 지난해 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풍력과 태양광의 대대적인 확장과 그린 수소의 도입은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전략이다. 특히 전기를 직접 쓰기 어려운 중공업 분야에서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가 천연가스를 대체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녹색 전환(GX)과 원자력의 재조명 일본은 2023년 'GX(Green Transformation, 녹색전환) 추진법'을 제정해 향후 10년간 민관 합동으로 150조 엔 이상의 투자를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신슈(信州)대학교의 코바야시 히로시 교수는 지난해 논문(미국 오리건대학 논문집)을 통해 일본이 화석 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성장 지향적 탄소 가격제(growth-oriented carbon pricing)'를 도입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가능한 한 저감'하려 했던 원자력 발전에 대한 기조를 바꿔,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를 위해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운전 기간을 연장하면서 차세대 원자로를 신설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40년 에너지 믹스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40~50%로 높이면서도 원자력을 주요 기저 전원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또한 일본은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시 발생하는 지역 주민과의 갈등(경관 훼손, 소음 등)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 사회와의 공생'을 법적 요건으로 강화했다.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과 소송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이다. '재생에너지 특별조치법'을 개정, 주민 설명회 개최를 의무화했다. 주민 설명회를 열지 않거나 소통 노력이 부족할 경우 사업 인증 자체를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사업자가 인증받은 계획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관리 감독 체계도 강화했다. ◇미국: 정치적 변동성과 '기후 연방주의'를 통한 대응 미국의 에너지 정책은 연방 정부의 집권 세력에 따라 급격한 정책 변화를 겪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러한 가변성 속에서 주(State) 정부 주도의 기후 행동과 기술적 혁신이 어떻게 에너지 전환을 지탱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기후 변화에 민감한 23개 주와 워싱턴 D.C.가 연방 정부의 포괄적인 정책 부재 상황에서도 독자적인 넷제로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서부 지역의 경우, 태양광과 풍력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대규모 송전망 확충이 필수적이다. 태평양 연안 북서부 국립연구소(PNNL)가 2024년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이거나 허가 단계에 있는 12개의 고전압 송전 프로젝트가 2030년까지 완공될 경우 서부 16개 주 전역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73%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전력망의 안정성을 위해 장기 에너지 저장 장치(LDES)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해결하기 위해 10~100시간 동안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LDES는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이다. 캘리포니아와 같은 지역에서는 태양광 발전이 급감하는 저녁 시간대의 전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30GW 규모의 용량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PNNL은 분석했다. 로듐 그룹(Rhodium Group)이 최근 발표한 '2025년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 예비 추정치'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이는 추운 겨울로 인한 건물 부문 난방 수요 증가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석탄 발전의 일시적 회귀(13% 증가)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원 빅 뷰티풀 빌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세액 공제 혜택이 2027년 이후 중단될 우려가 커지면서, 청정에너지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 미국의 태양광 발전은 34% 증가해 역대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고, 무탄소 전원의 비중은 42%까지 상승했다. ◇한국 에너지 믹스에 주는 시사점: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조화 이상의 국가별 사례를 종합할 때,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로운 공존이다. 원자력은 저탄소 기저 전원으로서 경제성이 뛰어나지만 출력 조절이 어려운 경직성을 가진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이 큰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처럼 원전을 기저 전력으로 활용하되, 영국과 스위스가 강조하듯 대규모 에너지 저장 장치(ESS)와 양수 발전, 그리고 전력 수요를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수요 반응(DR)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둘째, 에너지 안보를 위한 기술 주권 확보다. 에스토니아 등 유럽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부품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에너지 안보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국 역시 재생에너지 설비의 핵심 부품과 배터리 소재 등에 대한 국내 산업 생태계를 보호하고 기술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한 정책 설계다. 에너지 전환은 필연적으로 이해관계자의 갈등을 유발한다. 정책 초기 단계부터 지역 주민과의 공생 방안을 마련하고, 에너지 빈곤층을 보호하기 위한 섬세한 지원책이 병행되어야만 정책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된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각국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법적 토대를 공고히 하고(영국) ▶산업 경쟁력을 배려하며(독일) ▶지역 간 전력망과 저장 시설을 확충하고(미국/유럽)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전략적으로 배분하는(일본/스위스) 등 입체적인 에너지 믹스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단독] 광주·전남 통합 특별법에 한전 발전사업 허용 끼워넣기…전기사업법 우회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를 통합해 광주·전남특별시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광주·전남특별시 행정통합 특별법' 초안에 한국전력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광주·전남특별시에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에 발전사업을 허가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이 번번이 무산되자 지역 통합 특별법을 통해 우회적으로 길을 열어보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다만 민간 발전사업자들이 송·배전망 정보를 독점한 한전의 발전사업 참여를 시장 경쟁 왜곡 우려를 이유로 강하게 반대해 온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광주광역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특별법 제106조 제6항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및 보급 확대를 위해 '전기사업법' 제7조 제3항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공사에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허용 대상은 재생에너지 가운데 태양광과 풍력 발전사업으로 한정됐다. 한전이 전남 나주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특별법 초안에 한전의 이해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전은 그동안 재생에너지 확대 국면에서 직접 발전사업 참여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고 이를 위해 전기사업법 개정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전기사업법 제7조 제3항은 동일인에게는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배전사업과 전기판매사업)을 허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송·배전 사업과 발전·판매 사업을 분리한 이유는 송배전망 정보를 독점한 사업자가 발전사업까지 수행할 경우 공정한 경쟁이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송·배전 사업을 맡는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발전공기업을 자회사 형태로 분리한 것도 이러한 경쟁 원칙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민간 발전사들은 한전이 직접 발전사업에 나설 경우 계통 접속, 정보 접근 등에서 보이지 않는 우대가 발생할 수 있다며 거세게 반대해 왔고 이로 인해 전기사업법 개정 논의는 수차례 무산됐다. 해당 특별법은 아직 초안 단계로, 향후 입법 과정에서 내용이 변경될 수 있다. 전기사업법의 핵심 규제를 특정 지역에 한해 특별법으로 완화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민간 발전업계와 시장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 초안은 한전 특례 외에도 광주·전남특별시를 '에너지 미래도시'로 조성하기 위한 권한 이양과 규제 완화 방안도 담고 있다. 태양광·풍력 발전 인허가 권한을 특별시장에게 이양하되 일정 규모 이상 사업은 관계 부처와 협의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해상풍력 예비지구 역시 관계 부처와 특별시가 공동으로 지정하는 구상도 포함됐다. 영농형 태양광과 관련해서는 특별시장이 지구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농업시설로 인정해 농지 규제를 완화하는 특례가 담겼다. 농업진흥지역 내 해제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 역시 초안에 포함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햇빛소득마을 설계자’ 최재관 에너지공단 이사장 취임…시장은 기대반, 우려반

한국에너지공단에 처음으로 정치인 출신 최재관 이사장이 취임했다. 최 이사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주민참여형 태양광사업인 햇빛소득마을 정책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분명 태양광 보급은 확대될 수 있겠지만 시장에서 정책사업 비중이 높아질 수록 순수 민간사업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공단이 어떤 조율을 보여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16일 울산 본사 대강당에서 제18대 최재관 신임 이사장 취임식을 개최했다. 최 이사장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관련 산업 육성, 에너지복지 사업 강화, 에너지효율·분산에너지·기후대응 업무의 지속적인 발전을 에너지공단의 주요 업무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국산 제품 사용을 늘리면서 국민 부담을 완화해야 하는 도전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인력·예산 확보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취임식에 앞서 지난 14일 선임 발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구양리 햇빛소득마을을 통해 지역소멸, 농촌소멸의 위기를 재생에너지를 통한 지역 회생의 기회로 만들고자 한다"며 “100개, 1000개의 구양리를 넘어 전국 3만8000개의 농산어촌 마을이 살아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부위원장과 햇빛배당전국네트워크 등에서 활동해 에너지공단 이사장 가운데 첫 정치인 출신이다. 그는 경기 여주 구양리 햇빛소득마을 사업을 설계하며 햇빛배당전국네트워크를 설립했다. 최 이사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햇빛소득마을 조성에 앞장서 온만큼 정부가 햇빛소득마을 육성에 힘을 싣기 위한 최 이사장을 임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햇빛소득마을은 1메가와트(MW)급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고 발전 수익을 주민들과 공유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매년 500곳씩 늘려 2030년까지 햇빛소득마을 2500곳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 정책 설계와 일부 인허가 권한을 가진 에너지공단이 햇빛소득마을을 위해 어떤 추가 정책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햇빛소득마을이 주민 참여를 전제로 하는 건 아니지만 비슷한 사업으로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설비가 있다.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해서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최대 0.2까지 추가로 부여하고 있다. 기본 가중치 1.0에 0.2가 더해지면 REC 발전 수익은 약 20%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지원 조건은 발전소 반경 1km 이내 읍·면·동에 1년 이상 주민등록이 된 주민 5인 이상이 자기자본의 20% 이상이면서 총 사업비의 4% 이상을 지분으로 참여하는 경우다. 해당 제도는 재생에너지 발전소 주변 주민 반발을 완화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2023년부터 도입됐다. 최 이사장의 취임으로 햇빛소득마을 사업에 대한 추가 지원책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국회에는 햇빛소득마을과 같은 주민이익공유형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해 전력망 연결을 우선 허용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 3건이 발의돼 있다. 송전망 연결은 한국전력이 담당하는 만큼 에너지공단 차원에서는 입지 개발, 전용시장 개설, 설비 확인 및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에너지공단의 햇빛소득마을 사업 지원은 태양광 보급에 많은 기여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정책사업인 햇빛소득마을 사업이 확대된다면 상대적으로 순수 민간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발전사업은 민간이 자율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임에도 주민이익공유형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햇빛소득마을 사업의 수익은 결국 전기요금 내 기후환경요금 등으로 충당되는 만큼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햇빛소득마을 사업은 결국 주변 주민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라는 것"이라며 “전기요금을 재원으로 특정 사업에 과도한 혜택을 줄 경우 여러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중부발전, 오만 태양광·BESS 사업 금융조달 계약

한국중부발전이 해외에서 태양광 발전소 및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건설 사업에 나선다. 중부발전은 15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오만 이브리 3 태양광·BESS 발전사업' 수행을 위한 금융종결을 달성하고 본격적인 건설 단계에 진입했다. 금융종결은 사업 수행에 필요한 모든 자금조달 계약 체결과 선행조건 이행을 완료해 실제 자금 집행이 가능한 단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사업은 총사업비 약 3억1100만달러(약 4578억원) 규모로 자금은 비소구 방식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조달된다. 프랑스계 글로벌 금융기관인 나틱시스(NATIXIS)와 UAE 은행인 퍼스트 아부다비 은행(First Abu Dhabi Bank)이 대주단으로 참여한다. 오만 수도 무스캇에서 서쪽으로 약 310km 떨어진 이브리 지역에 건설되는 이번 발전소는 여의도 면적의 약 3배에 달하는 부지에 설비용량 500메가와트(MW)의 태양광 발전설비와 100메가와트시(MWh)의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를 연계해 구축된다. 이는 오만에서 발주된 최초의 BESS 연계형 태양광 사업으로 오는 12월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부발전이 마스다르(UAE 국영 에너지기업), 오큐에이이(오만 국영 에너지기업), 알 카드라(오만 에너지개발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동 지역으로 거점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개발사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해상풍력 발전지구 사업자로 선정되면 착공까지 3년이면 가능”

해상풍력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정부 계획 입지인 발전지구의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착공까지 약 3년이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해상풍력 사업 기간이 통상 10년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인허가 절차가 대폭 단축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풍력산업협회는 14일 서울 여성가족재단에서 '해상풍력 특별법 시행령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서는 시행령이 시행될 경우 해상풍력 사업 기간이 얼마나 단축될 수 있는지를 두고 질의가 이어졌다. 조진화 기후부 해상풍력발전추진단 인프라지원팀장은 “기존에는 사업 기간을 약 10년으로 봤다면, 발전지구에서 사업자가 선정된 이후 착공까지는 빠르면 3년 정도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상풍력 특별법 시행령은 정부가 주도로 입지를 선정하고 환경영향평가, 군 작전성 평가 등 각종 인허가와 주민 수용성 확보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해상풍력 사업자는 민간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지역별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시행령에 따라 정부의 체계적인 인허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기후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해상풍력발전추진단을 출범했다. 공청회에서는 정부의 계획 입지 선정을 두고 기존에 사업을 추진하던 사업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해상풍력 사업자들은 법 제정 이전부터 추진해 온 사업이 신규 제도 도입 과정에서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존 사업자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질의에서는 “추진단의 기존 사업자 지원 범위가 해상풍력 고정가격 계약 경쟁입찰에 낙찰된 14개 사업으로 한정되는지, 아니면 이미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모든 해상풍력 사업자의 애로 사항을 해소하려는 것인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조 팀장은 “추진단의 업무 범위는 보급 확산, 산업 공급망 관리, 산업 육성 및 고도화를 위한 기술 개발 등 산업 지원 전반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낙찰 사업자에 대한 밀착 지원과 기존 발전사업자에 대한 지원이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또 정부 계획 입지 방식이 도입되면 민간 입지 발굴 형태의 사업이 모두 사라지는 것인지 이미 진행 중인 민간 사업은 어떻게 되는지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조 팀장은 “해상풍력 특별법은 지난해 3월 25일 공포됐다"며 “공포와 함께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목적으로 한 풍향계측기 설치를 위한 공유수면 점유가 금지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포일 이전에 이미 허가를 받아 계측 중인 사업자는 3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져 2028년 3월 25일까지 전기사업법에 따라 발전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화, ‘조선·방산·에너지’-‘기계·서비스’로 쪼갠다…4562억 자사주 소각 ‘통 큰 결단’

㈜한화가 회사를 둘로 쪼개는 인적 분할을 단행한다. 방산과 에너지 등 중후장대형 사업과 기계·서비스 등 라이프스타일 사업을 분리해 '복합 기업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보유 중인 4562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고 배당금을 대폭 늘리는 등 파격적인 주주 환원 정책도 함께 내놨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인적 분할 안건을 결의했다. 이번 분할은 ㈜한화가 존속 법인과 신설 법인으로 나뉘는 형태로 진행되며, 오는 6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7월 중 완료될 예정이다. 존속 법인인 ㈜한화에는 △방산·우주항공 △조선·해양, 에너지/케미컬 △금융 부문이 남는다. 핵심 계열사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시스템·한화솔루션·한화생명 등이 포함된다. 반면 신설 법인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는 테크(Tech)와 라이프(Life) 솔루션 부문을 맡게 된다. 여기에는 한화비전·한화모멘텀·한화세미텍·한화로보틱스 등 테크 분야 계열사와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아워홈 등 라이프 분야 계열사가 속한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존속법인 약 76.3%, 신설법인 약 23.7%로 산정됐다. 기존 주주들은 이 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배정받게 된다. 이번 인적 분할의 핵심 명분은 '기업 가치 제고'다. 그동안 ㈜한화는 성격이 전혀 다른 사업군들이 하나로 묶여 있어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복합 기업 디스카운트'에 시달려왔다.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방산·에너지 분야와 민첩한 시장 대응이 필수적인 기계·서비스 분야가 혼재돼 있어 전략 수립과 자본 배분에 비효율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화 측은 “이번 분할을 통해 각 회사가 독자적인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라며 “존속 법인과 신설 법인 모두 시장에서 재평가받으면 지주사 가치도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지난 2024년 비방산 부문을 인적 분할한 뒤 3개월 만에 시가총액이 35% 상승한 바 있어 이번 분할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시장의 이목을 끈 것은 인적 분할 그 자체보다 파격적인 주주 환원 정책이다. ㈜한화는 이날 '주주가치 제고 방안 패키지'를 통해 보유 중인 자사주 보통주 445만 주(발행 주식 총수의 5.9%)를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1월 13일 종가 기준 약 4562억 원 규모로, 현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자사주 소각 중 최대 규모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인적 분할 과정에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해 대주주 지배력을 강화하는 편법인 '자사주의 마법' 논란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난해 상장 폐지된 구형 우선주 19만 9033주도 장외 매수 방식으로 전량 취득해 소각하기로 했다. 배당 정책도 강화했다. ㈜한화는 올해 보통주 기준 최소 주당 배당금(DPS)을 전년 800원 대비 25% 인상한 1000원으로 책정했다. 배당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주주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분할 이후 청사진도 명확히 했다. 신설되는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는 '피지컬(Physical) AI' 솔루션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 구체적으로는 AI·로봇을 활용한 '스마트 F&B',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호스피탈리티', 지능형 물류 체계인 '스마트 로지스틱스' 등 3대 핵심 영역을 선정해 육성할 계획이다. 계열사별로는 한화비전이 AI 기반 영상 보안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한화세미텍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 장비 기술 개발에 매진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갤러리아, 아워홈 등 유통·레저 계열사들도 각각 프리미엄 브랜드 강화와 밸류체인 솔루션 개발에 집중한다. 존속 법인인 ㈜한화는 방산·조선·에너지 등 주력 사업의 전문성을 극대화해 글로벌 탑 티어 도약을 목표로 한다. 정책 민감도가 높은 사업 특성을 고려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장기적인 투자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한편 ㈜한화는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독립적 감사지원부서를 설치하고 CEO 승계 정책을 마련하는 등 투명 경영 강화 방안도 함께 내놨다. ㈜한화 관계자는 “매출 성장과 주주 환원 확대를 핵심 관리 지표로 삼아 주주·투자자들과의 신뢰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해상풍력법 하위 법령 공개…‘환경영향평가 특례’ 조항 우려 목소리

오는 3월 26일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해상풍력법)'의 시행을 앞두고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4일 공청회를 열고 하위 법령안(시행령안·시행규칙안)을 공개했다. 하위법령안에는 해상풍력법(지난해 제정)에서 위임한 구체적인 절차와 기준이 담겼다. 해상풍력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입지 발굴부터 인허가까지 직접 챙기는 이 법이 시행되면 실제로 어떤 순서로 사업이 진행될 것인지를 법률과 이날 공개된 하위 법령안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1. 거버넌스 구축: 총리 소속 '해상풍력위원회' 컨트롤타워 사업의 모든 중요 결정은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해상풍력발전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다. 이 위원회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 장관을 포함해 25명 이내의 부처 장관 및 민간 전문가로 구성되고, 예비·발전지구 지정 및 사업자 선정 등 핵심 사안을 다룬다. 실무적인 사항이나 경미한 설계 변경 등은 기후부 차관이 주재하는 '실무위원회'에 위임해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높일 방침이다. 해상풍력위원회 등이 원활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후부 내에 해상풍력 발전 추진단 등의 전담기관도 설치·운영된다. 2. 입지 발굴: '입지정보망' 가동과 '예비지구' 지정 정부는 가장 먼저 풍황(바람의 상황), 어업 활동, 해양 환경, 해상 교통, 군사 작전 정보 등이 집약된 '해상풍력 입지 정보망'을 공동으로 구축한다.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조사한 자료(해저 지반 조사 자료, 국가유산 영향 진단 조사 자료 등)도 국가에 귀속돼 입지 정보로 활용된다. 기후부나 해양수산부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요건을 충족하는 지역을 '해상풍력발전 예비지구'로 지정한다. 이 때 해상풍력위원회의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발굴한 지역도 지정 신청이 가능하도록 관련 절차를 시행령안에 반영했다. 법과 시행령에서 규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지역'은 풍황이 적합하고, 어업활동이나 해상교통 안전, 군사작전, 해양환경과 생태계 등에 영향이 적은 지역을 말한다. 3. 설계 및 수용성: '기본설계' 수립과 '민관협의회'의 역할 예비지구가 지정되면 기후부는 단지 배치, 용량, 전력 계통 연계 방안을 담은 '기본설계안'을 수립하게 된다. 이때 기후부는 해양·환경적 영향 조사를 선제적으로 실시하게 되며, 해수부와 협의를 거쳐 설계를 확정한다. 주민 수용성을 위해 지자체장은 어업인과 주민이 50% 이상, 공익 위원이 20% 이상 참여하는 지역민 중심의 '민관협의회'를 구성·운영해야 한다. 10~25명으로 구성되는 협의회는 기본설계안과 이익 공유 방안을 논의하게 되는데, 신속한 진행을 위해 협의 기간을 최대 1년 6개월로 설정했다. 4. 지구 확정 및 입찰: '발전지구' 지정과 '풍력사업자' 선정 민관협의회에서 수용성이 확보되면 위원회 심의를 통해 '발전지구'가 최종 지정된다. 특히 1기가와트(GW)를 초과하는 대규모 발전지구는 송전사업자가 접속 설비를 우선 건설해 계통 연결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도록 규정했다. 해당 비용은 발전사업자로부터 회수하게 된다. 발전사업자는 경쟁 입찰 방식으로 선정된다. 하위 법령안에 따르면 입찰 시 발전 단가뿐만 아니라 재무 건전성, 자금조달 능력, 주민 수용성 확보 계획, 산업 기여도, 사업비 적정성 등을 종합 평가한다. 선정된 사업자는 정부가 사전에 투자한 비용(기본설계, 민관협의회 지원 등)을 납부해야 한다. 5. 최종 승인과 공사: '실시계획' 승인 및 '인허가 의제' 선정된 사업자는 상세한 '실시계획'을 만들어 환경성 평가서 등을 기후부에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실시계획에는 발전구역의 위치와 면적, 사업기간, 자금조달 계획, 민관협의회 결과 이행, 손실 보상 등이 포함된다. 이 과정의 핵심은 '환경영향평가 특례' 조항이다. 사업자는 기후부가 기본설계 당시 실시한 해양·환경 영향조사를 적용하게 되는데, 정부의 사전 조사와 달라진 사항이나 정부 조사에서 누락된 부분에 대해서만 환경성 평가를 실시하면 된다. 시행령안에서는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의 신속한 투자가 필요한 경우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실시계획이 승인되면 전기사업 허가, 공유수면 허가 등 28개의 인허가를 한 번에 받은 것으로 간주(의제 처리)된다. 이후 착공 신고를 거쳐 공사를 시작하고, 준공 후에는 기후부의 준공 인가를 받음으로써 모든 절차가 완료된다. 6. 하위 법령안에 제기되는 문제점 이처럼 체계적인 절차에도 불구하고 하위 법령안의 특정 대목은 환경단체 등에서 우려를 제기한다. 우선 환경 검증의 부실화 우려다. 실시계획 단계에서 '누락이나 변경된 사항만' 평가하도록 한 특례는 실제 터빈 위치나 시공 방식이 결정된 후의 정밀한 환경 영향을 놓칠 위험이 있다. '누락'이나 '변경'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논란이 벌어진다면 오히려 사업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자기 면제' 논란도 있다. 기후부가 입지를 정하고 기본설계를 하며 스스로 환경 조사를 주관하는 구조는 정책 추진자가 규제자 역할, 즉 선수가 심판까지 겸하는 꼴이 돼 환경성 검토가 형식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개발 업무와 규제 업무가 한 부처에 있어 각기 다른 부처에 있을 때보다는 소통이 잘 될 수 있지만, 기후부 장관이 개발과 규제 가운데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독일 등 해외 주요국에서도 정부 주도 계획입지를 결정하지만, 사업 단계의 환경영향평가 수준 자체를 제도적으로 경감하는 사례는 드물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환경연구원(KEI) 조공장 박사는 “일반적인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사업 입지가 결정된 다음에 진행되는 데 비해 해상풍력법에서는 발전단지 입지를 최종 결정하기 전에 두 차례 환경 조사를 미리 진행하는 것"이라며 “특례가 있더라도 환경영향평가가 실질적인 기능을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신성이엔지, 반도체 공장 시공 혁신 장비 ‘HPL’ 전 현장 확대

클린룸 및 공조 솔루션 전문기업인 신성이엔지가 자체 개발한 시공 장비인 'HPL'을 현장에 확대해 반도체 기업들의 팹(공장) 증설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신성이엔지가 개발한 HPL은 기존 고소 작업 위주의 클린룸 시공을 지상 모듈화 방식으로 전환토록 한 장비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와 SK하이닉스 청주 현장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거점에 총 35대가 도입돼 운용 중이다. HPL은 최대 8m 높이에서 9.5톤의 고중량 자재를 설치할 수 있으며 다수 장비를 연동한 동시 시공이 가능하다. 신성이엔지는 이를 통해 클린룸 천장 설치 시 작업자의 위험 노출 빈도를 획기적으로 낮췄을 뿐 아니라, 인원 효율 25% 향상 및 공사 기간 20% 단축이라는 독보적인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성이엔지의 핵심 제조 거점인 증평사업장은 최근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주문 폭주로 풀가동 체제에 돌입했다. 클린룸의 핵심인 장비인 팬필터유닛(FFU) 생산 라인을 포함해 현장 맞춤형 장비 제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회사는 최근 발표된 SK하이닉스의 청주 추가 투자 및 향후 본격화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비해 HPL 및 공조 장비 공급망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팹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현재 미국 삼성전자 테일러 팹 프로젝트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보폭도 넓히고 있다. 신성이엔지는 HPL 외에도 자재 운반 자동화 솔루션인 스마트모바일로봇(SMR)과 스마트모바일리프트(SML)을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이 장비들은 무거운 자재를 작업자 대신 운반해 근골격계 질환 및 안전사고 위험을 원천 차단한다. 공정 간 데이터를 연계한 무인 이송 시스템으로 건설 현장의 '스마트 팩토리화'를 조성하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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