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정유산업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국가기간산업

산업통상부가 석유 최고가격을 또 동결했다. 6월 27일 이후 16주째 동결이다. 2주마다 싱가포르 국제제품가격(MOPS)을 반영하겠다던 3월의 약속은 사라지고 동결만 남았다. 이제 우리 기름값이 세계 최저 수준이다. 실제로 우리 경유값(리터당 1843원)은 유럽연합 평균(3200원)의 절반 수준이고, 치솟는 경유값 때문에 스스로 앞장섰던 대(對)러시아 제재까지 포기하는 미국(2200원)보다도 17%나 싸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최고가격제가 경제 안정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극약 처방인 최고가격제의 부담이 고스란히 정유사에게 떠넘겨지는 구조는 심각한 불공정이다. 정부가 석유사업법에 명시된 재정 지원도 미적거리고 있다. 산업부가 15년 전에 분명하게 정리했던 '원가' 논쟁을 다시 들고나온 탓이다. 정부가 가격을 멋대로 정해도 정유사가 알아서 버텨낼 것이라는 인식은 매우 위험한 착각이다. 원유를 휘발유·경유·나프타로 분리하는 정유산업은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2%를 넘지 않는 대표적인 박리다매 업종이다. 정제 마진이 조금만 흔들려도 적자로 돌아선다. 이런 산업에 원가 이하의 가격을 강제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수밖에 없다. 정유사의 입장은 절박하다. 64달러 수준이었던 두바이유가 107달러로 67%나 치솟았다. 그나마 수익을 낼 수 있는 휘발유·경유·나프타의 수출도 산업부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동안 정유사가 포기한 수익이 8조 원을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온전하게 정유사의 부담으로 운영하는 최고가격제는 지속가능할 수 없는 정책이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도 불구하고 휘발유·경유·나프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정유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절망적이다. 더욱이 국가기간산업을 보호·육성해야 하는 산업부가 오히려 정유산업 무너뜨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1980년대 '비료산업합리화조치'의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요소 가격을 원가 이하로 묶은 탓에 비료 공장이 문을 닫았다. 한때 123만 톤에 달했던 국내 요소 산업은 완전히 무너졌다. 결과적으로 산업부는 지금도 요소 확보에 골치를 앓고 있다. 어렵게 키워놓은 국가기간산업을 정부 스스로 무너뜨린 결과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정유사를 압박하고 있다. 2개 정유사가 2024년 7월부터의 유가 담합으로 무려 44조 원의 부당 수익을 챙겼다고 밝혔다. 지난 7월 검찰이 발표한 담합 규모는 14조2000억 원이었다. 기준도 밝히지 않은 채 석 달 만에 금액만 세 배로 불려버리면 수사가 아니라 여론전이 된다. 시점도 공교롭다. 중동 전쟁이 시작된 지난 3월 초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와 SNS를 통해 정유사의 폭리와 담합을 '대국민 중대범죄'로 규정했다. 넉 달 뒤인 7월 검찰이 담합 의혹을 발표했고, 다시 석 달 뒤 공정위가 담합의 규모를 키웠다.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해 담합 규모가 단계적으로 불어나는 흐름은 오비이락(烏飛梨落)의 전형이다. 공정위의 정유사 담합 의혹 제기는 낯선 일이 아니다. 2011년에는 주유소 유치 과정에서의 담합 의혹으로 4개 정유사에 43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15년 객관적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공정위의 패소를 판결했다. 결국 공정위는 정유사에 과징금 반환과 함께 국민의 세금으로 290억 원의 가산금과 소송비용까지 물어줘야 했다. 2007년에도 정유사에게 담합 의혹으로 52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법원 판결로 취소해야 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공정위 제소로 정유사에게는 '담합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렸다. 한번 찍힌 사회적 낙인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4개 기업이 시장을 나눠 가진 과점 산업은 흔히 담합을 받는다. 그런데도 법원이 공정위의 담합 의혹을 번번이 거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유사는 정부와 사회의 엄격한 감시망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고, 석유제품의 가격도 투명하게 공개되는 국제 시장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사회적 합의를 따르고 있다. 담합 의혹이 자주 제기되는 철강·건설·건설자재·식품 분야와 달리 담합의 유인도 적고, 담합을 숨길 여지도 좁다. 다만 '원유 가격'과 '석유제품(휘발유·경유) 가격'에 대한 혼란은 여전하다. 그러나 도축장의 쇠고기 가격과 소 시장의 소 가격은 반드시 연동되지 않는다. 물론 폭리와 담합은 엄벌해야 한다. 그렇다고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산업부와 공정위의 무차별적인 압박이나 의혹 제기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정유공장의 정제 설비는 요소 공장보다 짓기도 어렵고, 되살리기는 훨씬 더 어렵다. 산업부와 공정위가 본연의 책무로 되돌아가야만 한다. bienns@ekn.kr

“한화 탠덤 셀, 중국 태양광 우위 넘을 기술…생산세액공제 확대해야”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 기술을 먼저 개발하면 실리콘 기반 태양광 셀 시장에서 중국이 이미 차지한 우위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 측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국내생산세액공제라는 지원책은 산업 경쟁력 강화와 국가 에너지 안보, 재생에너지 해외 의존 구조를 깰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16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유재열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한국사업부장(전무)은 전날 오후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열린 '2026 솔루션 아카데미'에서 이 같이 말했다. 한화큐셀은 지난 7일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보고회에서 2028년까지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 상용화와 양산 단계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은 기존 실리콘 셀 위에 반투명으로 만든 페로브스카이트 셀을 적층하는 방식으로 발전 효율을 끌어올리는 차세대 태양광 기술이다. 실리콘과 페로브스카이트가 각각 짧은 파장과 긴 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와 재생에너지를 위한 전력망 개편, 규제 개선 등을 내놓으며 재생에너지 보급에 힘을 주고 있다. K-GX 계획을 계기로 태양광을 주요 경제안보품목과 국내생산세액공제 품목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태양광 셀∙모듈 시장에서 중국이라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도 태양광 셀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점유율은 지난해 3.9%로 바닥을 친 반면, 중국 제품은 9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올해는 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태양광 업계에서 나온다. 태양광 모듈도 지난해 점유율이 30%대로 떨어졌다. 중국이 중앙정부, 지방정부 가릴 것 없이 태양광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생산 능력을 전 세계 수요의 2배 수준으로 키운 결과다. 유 전무는 “태양광 밸류체인에서 앞단에 있는 폴리실리콘과 잉곳, 웨이퍼가 생산능력 확보 경쟁인 반면, 셀은 가장 기술 집약적이기 때문에 밸류체인 중 부가가치가 가장 커지는 단계이기 때문에 셀만큼은 국내 제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국내생산세액공제는 산업성장 뿐만 아니라 자국 공급망 구축하고, 에너지 안보 구축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생산세액공제를 미국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수준으로 시행해야 효과가 클 것이라고 류 전무는 봤다. 이익에 대한 세금 공제를 넘어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야 이익을 못 본 태양광 기업들까지 혜택을 볼 수 있고, 공제세액(택스 크레딧)을 제 3자에 양도할 수 있게 하면 즉각적인 수혜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추진 중인 국내생산세액공제는 직접 보조금이 빠져 있고, 공제 한도를 투자금액의 50% 이내로 설정했다. 유 전무는 “테양광 산업은 초기 설비투자 비용(CAPEX)과 재료비∙인건비 등 운영비용(OPEX) 모두 많이 들기 때문에 사업 투자 후 영업이익을 실현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 긴 시간을 메울 방안인 국내생산세액공제에 직접 보조금 지급도 포함할 수 있도록 산업계가 정부에 건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화큐셀은 제조 역량과 직접구매계약(PPA)가상발전소(VPP) 사업을 연계해 태양광 가치사슬 전반에서 선순환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향후 VPP 제도가 국내에 도입되는 것을 전제로 2030년 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유 전무는 “통상 20년동안 이뤄지는 발전 사업에서 한화큐셀은 모듈 공급부터 시공, 운영 및 관리까지 할 수 있고, 한화큐셀의 중개사업을 통해 PPA나 VPP 같은 방식으로 매전 행위(전력 판매)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솔루션은 불순물 유입을 차단하는 '폐쇄된 파이프라인'을 경쟁력을 내세워 초고압 케이블과 해저케이블,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 등 고부가 전선 소재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와이어∙케이블 사업부문을 신설하고, 가교 폴리에틸렌(XLPE) 절연체와 내∙외부 반도전, 자켓 등 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전선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최소 전압 245kV의 전류를 견디고 먼 거리를 송전하는 전선은 불순물이 없고 표면이 매끄러우며 끊어지지 않는 소재를 요구한다. 불순물이 섞이거나 표면에서 툭 튀어나온 부분이 발생하면 해당 부분에 전류가 흐르면서 원래보다 더 많은 열이 발생해 손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은 특히 전압이 높을수록 빈번하게 발생하므로 소재의 품질이 매우 중요하다. 박지환 한화솔루션 와이어∙케이블 사업부문 프로는 “범용 소재와 달리 케이블 소재 시장은 케이블 설치 과정이 까다로운 데다 25~40년동안 유지돼야 하기 때문에 보수적이다"라며 “소재를 개발한 이후에는 생산부터 성능 테스트, 제3자 인증 획득 이후 고객사의 레퍼런스 확인과 최종 채택까지 거치므로 상업화 적용까지 최소 1~2년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화솔루션은 원료 공급 단계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모든 과정에서 외부 접촉이 막힌 파이프라인 통해 공급하는 '폐쇄형 체계'를 갖춰 이물질 유입 가능성을 차단했고, 생산 과정에서 24시간동안 온라인으로 품질 검사를 수행한다"며 “전선 제조사들이 절연체와 반도전, 자켓 소재를 따로 조달하면 품질 문제 원인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케이블 사양이 초고압으로 높을수록 패키지 공급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글로벌 초고압케이블(SEHV)용 XLPE 판매량이 전년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325kV급 SEHV XLPE 등을 포함한 초고압 소재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3배가량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에는 중국 초고압 케이블 제조사인 칭다오 한허(Qingdao Hanhe), 터비엔전공(TBEA)과 각각 협력해 500킬로볼트(kV)급 초고압교류송전(HVAC) 케이블용 XLPE 절연 및 반도전 소재 패키지에 대한 기술 검증(Type Test)을 완료했다. 검증은 중국 SECRI 계열 인증기관인 TICW가 초고압 송전 환경에서 요구되는 절연 성능과 장기 신뢰성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해당 제품은 국제 공인 기관인 KEMA의 인증 확보도 추진 중이다. 아울러 한화솔루션은 최근 도체 운전온도(전선 내부 전류 흘렸을 때 온도) 섭씨 90도 수준까지 개발해 고객사 테스트 인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 아울러 PCR을 50% 함유한 친환경 rPE 자켓을 개발해 상업화 단계로 나아갔고, XLPE∙반도전 폐기물을 케이블 소재로 재활용하는 탈가교 기술을 개발해 이를 적용한 자켓 소재(8450DX)를 내년까지 개발한다는 목표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전력망 정보 공개하라”…태양광협회, 기후부에 헌법소원심판 청구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정부가 전력망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전력망 연결 가능 여부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하다 접속이 불가능해질 경우 이미 투입한 토지·인허가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5일 기후솔루션과 전국태양광발전협회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전기사업법에 따른 계통정보 공개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기사업법 제20조의2는 송·배전사업자가 다른 전기사업자의 설비 이용을 위해 전기설비 용량과 이용 현황 등의 정보를 부령에 따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 측은 해당 조항은 2019년 10월 시행됐지만 약 7년이 지나도록 공개 범위와 방식 등을 구체화한 부령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행정입법부작위'가 영업의 자유와 알 권리,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태양광 발전사업은 전력망 접속이 지연되면 사업 개시와 전력 판매 시점도 함께 늦어지는 만큼 계통정보가 투자 판단의 핵심 요소라는 설명이다. 실제 이번 헌법소원 청구인은 지난 4월 태양광 발전소 2곳을 설치하기 위해 한국전력을 통해 계통 여유용량을 확인한 뒤 발전사업 허가를 신청했지만, 이후 주변압기 용량 부족을 이유로 불허 처분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는 사업자가 수억 원을 들여 인허가를 마치고 정식 접속 신청을 한 뒤에야 상세한 계통 검토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허가에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사이 여유용량이 소진돼도 이를 미리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한전ON 등을 통해 변전소별·연도별 여유용량과 전력망 보강계획 등 일부 정보가 공개되고 있다. 다만 사업자가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접속 가능 용량과 대기 현황, 예상 접속 시기 등 구체적인 정보는 부족하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양 단체는 모든 발전사업자의 계통 접속이나 수익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업자가 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접속 가능성과 위험을 판단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다. 이들은 정부에 정보공개 기준을 부령으로 제정하는 한편 접속 가능 용량과 대기 현황, 예상 접속 시기, 전력망 보강 진행 상황, 접속지점별 출력제어 기록·전망 등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지역별 접속 여건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지도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고, 실시간 공개가 어렵다면 최소 월 단위로 갱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하정민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이번 헌법소원은 전기사업법 제20조의2에 따라 기후부가 마련해야 할 정보공개 기준을 제정하지 않은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묻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파키스탄이 K-GX에 던지는 질문

에너지 전환은 정부의 목표 발표가 아니라 개인의 계산기에서 시작된다. 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나라가 파키스탄이다. 최근 국제 학술지에 실린 와지드 이슬람(Wajid Islam) 등의 연구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태양광 발전량은 2019년 2.6TWh에서 2025년 36.6TWh로 14배 늘어 전체 발전량의 22.5%에 이르렀다. 2026년 1분기에는 12.1TWh로 전체의 32.3%를 차지해 석탄·가스·원자력·수력을 제치고 단일 최대 발전원이 됐다. 이 변화를 이끈 것은 국가 태양광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수백만 가구와 기업이 저마다 패널을 사들인 개별 결정이 쌓여 만든 결과다. 동력은 경제성이었다. 파키스탄의 평균 전기요금은 2022 회계연도 약 16.9루피/kWh에서 2025 회계연도 35.5루피/kWh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 올랐다. 여기에 전력 부족으로 지역과 시기에 따라 하루 8~10시간, 길게는 12~15시간 이상 정전이 이어졌다. 모듈 가격이 급락하면서 옥상 태양광은 2~4년 안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투자가 됐다. 물론 한국이 요금 폭등과 정전을 겪을 우려는 없다. 그러나 설치자가 스스로 움직이는 조건이 '확실한 경제성'이라는 점은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시장은 정부보다 빨랐다. 2020년 이후 2026년 8월까지 파키스탄이 수입한 중국산 모듈은 56GW가 넘지만, 엠버(Ember)·EI(Energy Institute) 등이 집계한 2025년 말 누적 설치 용량은 3.7GW에 그쳤다. 수입 규모가 통계상 용량의 약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상당 부분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채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와 전력 회사는 이런 속도에 대비하지 못했다. 자금력이 있는 가구와 기업이 태양광을 도입해 전력망을 이탈하자 전력 회사는 수익 감소와 고정비 부담 가중, 이른바 '유틸리티 데스 스파이럴(Utility Death Spiral)'에 직면했다. 잉여 전력을 소매 요금으로 보상하는 순계량(Net Metering)이 태양광을 설치하니 않은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문제로 불거졌고, 파키스탄 당국은 2025년 12월 신규 연결부터 순청구(Net Billing)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산하 PVPS의 2026년 보고서는 소규모 분산형 태양광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2025년 신규 설치 상위 10개국 중 6개국에서 분산형이 절반을 넘었다. 파키스탄 98.6%, 프랑스 67.6%, 브라질 65.8%, 이탈리아 59.7%, 일본 59.3%, 독일 52.3%다. 한국은 신규 설치 13위에 머물렀고 분산형 비중은 23.3%, 중앙집중형이 76.7%다. 국토가 좁은 데다 산지·농지 규제와 주민·계통 수용성 문제가 겹친 한국에서 대규모 태양광 모델은 입지 갈등과 인허가 지연에 부딪힌다. 실제로 한국의 태양광 신규 설치량은 2025년 8월까지 2.47GW에서 2026년 8월까지 2.38GW로 약 3.6% 줄었다. 새 정부 출범 후 보급 확대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현장의 수치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정책 선언이 시장을 움직이지 못했다는 증거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출범 16개월 만에 설계를 끝내고 집행 단계에 들어섰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53~61%, 배출권 4기 할당과 이를 뒷받침할 법률 대부분이 9월까지 확정됐고, 이를 묶는 총괄 전략인 K-GX(10년 1,000조 원)를 10월 7일 발표했다. 아쉬운 점은 태양광 정책의 무게가 상당 부분 대규모 사업, 특히 공기업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에 실려 있다는 점이다. 경쟁입찰은 규모의 경제를 가진 대형 사업자에게 유리하고, 소규모 사업자는 입찰 부담과 계통 접속 비용 등을 떠안는다. 투자 회수 기간이 불투명한 사업에 소규모 사업자가 나설 유인은 줄어든다. 파키스탄에서 시장을 연 것이 개인의 경제성이었다면, 한국에서는 반대로 소규모 사업자의 경제성이 제도 안에서 약해지고 있다. 해법은 소규모 사업자의 경제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하 설비에는 경쟁입찰 대신 장기 고정가격 계약 같은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를 제공하고, 소비지와 가까운 분산형 설비는 계통 접속 순서와 비용에서 우대해야 한다. 시간대별 보상과 자가소비, 저장 장치 연계를 처음부터 제도 설계에 넣어야 한다. 소규모 시민참여 전용 물량을 확보하고 입찰 부담을 덜어야 하며, 공급 의무자의 보급 의무 이행 인정 범위도 직접 건설과 지분투자에 한정하지 말고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와의 PPA까지 넓혀야 한다. 공기업은 마중물에 그치고, 소규모 주택, 시민참여 협동조합 등이 공공 지붕과 유휴 공간을 활용하고 수익이 지역에 돌아가게 해야 한다. K-GX의 재생에너지 목표는 경제성과 함께 비용 분담의 설계가 갖춰져야 달성할 수 있다. 시장이 커진 뒤에는 고치기 어렵다. 파키스탄은 K-GX에 묻는다. 소규모 태양광의 경제성을 확보했는가? 분산형 비중이 23.3%에서 일본이나 독일 수준으로 올라설 때 K-GX는 구호에서 현실이 될 것이다.

한화그룹, 주요 상장사 이사회 의장에 독립이사…주주 이해 상충 검토 기구도 도입

한화그룹이 주요 상장사의 이사회 의장을 독립이사(사외이사)에게 맡기는 체제를 확대한다. 주주 간 이해가 충돌하는 사안을 독립이사들이 사전 검토할 수 있도록 특별위원회 운영 근거를 마련하고 이사회 직속 지원 조직도 신설한다. 한화그룹은 14일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이 같은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화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권익환 독립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한화솔루션이 2024년 독립이사 의장 체제를 도입한 데 이어 ㈜한화도 같은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권 의장은 사법연수원 22기로 법무부 기획조정실장과 대전지검장, 서울남부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2022년 ㈜한화 이사회에 합류했으며, 내부거래위원장과 감사위원회·ESG위원회 위원 등을 맡아왔다. 다른 주요 상장사도 순차적으로 독립이사 의장을 선임한다. 한화시스템은 이달, 한화오션은 다음 달까지 이사회 결의 등 관련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엔진은 2027년 상반기 선임을 목표로 한다. 두 회사는 상법 개정안 시행 등 이사회 운영 환경 변화에 맞춰 이사회 구성을 일부 정비한 뒤 선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의장 선임 방식과 함께 주요 안건의 검토 체계도 바꾼다. 한화그룹은 주주 간 이해상충 우려가 있거나 사회적 관심이 높은 주요 사안을 검토하는 '특별위원회'의 운영 근거를 이사회 규정에 명시하기로 했다. 특별위원회는 독립이사로만 구성하는 비상설 자문기구다. 주요 사안이 발생하면 이사회 의사결정에 앞서 내용을 검토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화그룹은 이를 통해 주주 권익 보호와 의사결정 과정의 공정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각 사에는 이사회 직속 전담 조직인 '이사회 사무국'도 설치한다. 사무국은 회의 운영을 지원하고 주요 안건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해 이사들의 검토와 판단을 뒷받침한다. ㈜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주요 상장사는 독립이사 의장 선임 시기와 별도로 관련 제도를 먼저 정비한다. 이사회 결의와 규정 개정을 거쳐 오는 11월까지 특별위원회 운영 근거 마련과 사무국 신설을 마칠 계획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이사회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나아가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며 “지배 구조 선진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싱가포르 에너지기업, 현대차증권과 합작법인 설립…자동차 공급망 RE100 지원

싱가포르 에너지기업인 피크에너지가 현대차증권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국내 자동차 공급망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부품 협력사의 탄소 배출까지 줄여야 하는 '스코프3(Scope 3)' 감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중소·중견 협력사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14일 피크에너지는 현대차증권의 벤코어 루프탑 에쿼티 펀드와 국내 자동차그룹 공급망 전반에 재생에너지 솔루션을 공급하기 위한 합작법인(JV)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합작법인은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를 중심으로 산업용 옥상 태양광과 전력구매계약(PPA)을 확대할 계획이다. 출범 단계에서 현대차 주요 1차 협력사에 공급할 5개 태양광 사업을 확보했다. 피크에너지는 향후 2년간 산업용 옥상 태양광 발전설비를 100MW 규모까지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협력사에 100MW 규모가 구축될 경우 연간 약 5만5000톤, 설비 운영기간(20년) 전체로는 100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업은 자동차 산업의 탄소 감축 범위가 완성차 생산 공정을 넘어 공급망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스코프3는 기업이 직접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시설에서 발생하지 않지만 원재료 조달과 부품 생산, 물류 등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간접 온실가스 배출을 의미한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한 대를 생산하기까지 수많은 부품업체가 공급망에 참여하는 만큼 완성차 업체 자체의 재생에너지 전환만으로는 공급망 전체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1·2차 협력사의 감축이 함께 이뤄져야 하지만 개별 중소·중견 협력사가 직접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하거나 장기 PPA를 체결하기에는 사업 개발과 금융 조달 등에 부담이 따른다. 이번 합작법인은 이처럼 개별 협력사가 각각 재생에너지 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대신 여러 사업장을 묶어 장기 전력공급 구조를 만드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현대차증권 인프라투자부문 관계자는 “피크에너지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금융 구조와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결합해 국내 협력사들이 태양광 PPA를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공급망 전반의 탄소 배출량 감축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피크에너지는 지난 13일 국내 재생에너지 플랫폼 기업 에이치에너지와 'RE100 이행을 위한 소규모 지붕태양광 공동개발사업' 업무협약을 맺고 전국 공장과 창고 등의 유휴지붕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사업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에이치에너지가 유휴지붕 발굴과 임대계약, 인허가, 발전소 구축 및 운영을 담당하고 피크에너지는 사업 자금을 투자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발전소를 소유하는 구조다. 대규모 발전부지뿐 아니라 전국에 흩어진 소규모 지붕까지 발전자산으로 묶어 기업의 RE100 이행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피크에너지는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300MW 이상의 재생에너지 자산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00MW 이상이 국내에서 운영 중이거나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하반기 해풍 입찰 2GW 나올 듯…인재양성·선박보안 배점 강화

2기가와트(GW) 이상 규모로 이달 말쯤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해상풍력 고정가격 입찰에서 국내 해상풍력 공급망과 연관된 평가가 강화된다. 1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은 전날 오후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2026년 하반기 해상풍력 고정가격 경쟁입찰 종합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입찰 공고는 이르면 이달 말 나오며, 입찰 용량은 2GW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부가 지난 6월 '해상풍력 중장기 입찰 이행안'을 통해 올해 경쟁입찰 물량을 4GW로 잡았고, 이 중 지난 상반기 입찰에서 약 1.8GW의 물량에 대해 사업자가 결정됐다. 이번 입찰에서는 RPS 규칙에 지표에 거점유지보수를 위한 투자와 인재 양성·고용창출 항목과 선박·인력 정보 보안 항목에 가점이 추가된다. 계통 수용성 면에서는 배점 4점인 재생에너지 연계 여유 항목에 1점의 가점을 추가했다. 반면 사업 진행도 항목은 해상풍력 입찰에서 실효성이 없어 배점을 없앴다. 인재양성·고용창출 노력 및 계획 항목은 국내 대학·연구소·공공기관과 협력해 과정을 개설하거나 공공연구을 수행한다는 계획을 제출했는지와 그 내용을 평가한다.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R&D 센터 운영 계획을 자세히 제출해도 평가에 반영한다. 선박·인력 정보보안 항목에서는 해양 조사부터 발전소 건설·운영·유지보수까지 주요 사업 과정에서 이용하는 선박 항목을 세분화한다. 기존의 △해양탐사조사선 △풍력설치선 △해저케이블 설치선 △운영유지선 등 4개 항목에 △하부구조물설치선을 추가하고, 운영유지선을 인력운송선(CTV)과 서비스운영지원선(SOV)으로 세분화한다. 재생에너지 연계 여유 가점은 폐지된 발전소의 계통을 활용하거나 공동접속설비에 연계하는 등 사업자 차원에서 가능한 노력을 평가에 반영하기 위해 신설됐다.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공급의무화제도(RPS)처 관계자는 이날 설명회에서 “계통 수용성 8점 중 4점에 해당하는 계통설비 항목은 사업자가 성능이 우수한 것을 도입하는 노력을 평가한다"며 “그러나 계통연계 효율성은 지역 계통과 관련된 보강이 필요하거나 대용량 설비가 들어오면서 전반적으로 설비 효율성이 저하되는 문제로, 사업자 노력만으로 해결이 쉽지 않은 부분이지만 노력이 있으면 가점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은 하부구조물 부분의 산업·경제효과와 기자재·소재 공급망 구축 기여를 평가할 때 부유체도 평가 대상에 포함한다. 입찰에 희망하는 사업자는 부유체 관련 내용도 서류로 제출해야 한다. 기후부 해상풍력발전추진단 관계자는 “지난해 해상풍력 입찰에서는 하부구조물을 국내 것으로 쓰겠다는 사업자가 100% 낙찰됐다"며 “국내 해상풍력 공급망 부분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도 노력 중인 만큼 업계에서도 공급망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기술이전 내용에 관해서는 △기술이전생산 △라이선스 생산 △주문·위탁 생산(OEM)으로 구분해 기재하고 증빙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특허와 노하우, 제조공정, 기술 등을 국내 사업자가 이용할 수 있는 수준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기술 이전 계획이나 라이선스 계약, OEM 계약상 국내 제조·품질관리 계획 등을 제출하면 된다. 에공단 RPS처 관계자는 “과거 평가에서는 생산 국가와 제조사만 따졌지만, 앞으로는 가령 로터·나셀을 국내에서 생산하더라도 기술이전과 생산을 어떻게 할지까지 보겠다는 것"이라며 “입찰 공고 후 사업내역서를 제출할 참여자를 대상으로 서류의 구체적 작성법 등을 안내하는 간담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입찰 용량과 상한가격, 기준 계통한계가격(SMP), 우대가격 등 구체적인 내용은 입찰 공고를 통해 공개된다. 선정은 빠르면 오는 12월 말 이뤄질 예정이다. 기후부는 올해부터 2035년까지 매년 4GW 이상, 총 55GW 규모의 물량을 내놓고, 이 중 28GW는 2030년까지 입찰 공고를 낸다는 계획이다. 기존 고정가격 경쟁입찰은 2033년까지 31GW 규모로 운영하고, '해상풍력 보급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발전지구 경쟁입찰은 2029년 하반기 2GW를 시작으로 2035년까지 총 24GW 규모로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부터 RPS 제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폐지하고 장기고정가격 계약 시장을 도입하는 만큼 내년부터 나오는 신규 재생에너지 사업은 모두 정부가 주도해 용량 단위로 입찰하는 계약시장제도로만 진입이 가능하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영광 해상풍력, 발전소 넘어 지역산업으로…프랑스서 상생 해법 찾는다

497㎿ 페캉 해상풍력 현장 방문…어업인과 10년 소통 사례 주목 블레이드 제조·유지보수·관광 연계 확인…지역 일자리 창출 가능성 모색 해마해상풍력 개발 앞두고 주민 참여·이익 공유 모델 구체화 과제 영광=에너지경제신문 문남석기자 해상풍력발전소가 들어서면 지역에는 무엇이 남을까. 전력 생산시설만 들어서는 것과 제조업·일자리·관광산업까지 함께 성장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전남 영광군이 프랑스 해상풍력 산업 현장을 찾은 것도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영광군은 지난 9월 27일부터 10월 4일까지 장세일 군수와 군의원, 관계 공무원 등 12명으로 구성된 방문단이 프랑스 페캉과 르아브르 등을 방문해 재생에너지 산업의 지역 상생 모델을 살펴봤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에서 주목한 곳은 프랑스 북부 해안의 페캉 해상풍력 발전단지다. 해안에서 13~22㎞ 떨어진 해역에 7㎿급 발전기 71기를 설치한 총 497㎿ 규모의 시설로, 2024년 5월 준공됐다. 영광군이 눈여겨본 것은 발전 규모보다 사업 추진 과정이었다. 페캉에서는 해상풍력 개발을 둘러싸고 약 10년 동안 어업인과 지역사회가 소통하며 공존 방안을 모색해 왔다. 방문단은 현지 어업인 대표와 관광청 관계자를 만나 발전단지 조성 과정의 협의 방식과 어업 활동과의 조정, 관광산업 연계 사례를 청취했다. 발전시설 운영·유지보수센터도 방문해 해상풍력이 지역 산업과 연결되는 구조를 확인했다. 이는 영광 앞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추진 중인 해마해상풍력 사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규모 발전사업은 지역경제 활성화 가능성을 갖지만 어업권과 해양공간 이용,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상풍력은 발전사업자가 얻는 수익과 지역 주민이 체감하는 편익 사이에 간극이 발생할 수 있다. 주민 참여와 개발이익 공유가 사업 초기부터 구체적으로 설계돼야 하는 이유다. 영광군은 프랑스 국영 전력회사 EDF 그룹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담당하는 EDF 파워솔루션스 본사에서 세미나를 열고 지역 재생에너지·수소 정책을 소개했다. 해마해상풍력 사업과 관련해서는 지역사회와 발전 이익을 공유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해상풍력이 지역 제조업으로 확장되는 현장도 확인했다. 르아브르의 지멘스 가메사 블레이드 제조공장에서는 풍력발전기 핵심 부품의 생산 과정과 대형화된 발전설비에 대응하는 제조시설 운영 방식을 살펴봤다. 해상풍력의 경제적 효과를 발전소 건설 단계에만 한정하지 않고 부품 제조와 유지보수, 관련 서비스 산업으로 넓혀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이러한 산업이 실제 영광에 자리 잡으려면 기업 투자와 전문인력 양성, 항만·물류 기반 등 구체적인 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방문단은 샤테네말라브리 수소 생산시설과 모레루앙에오르반 영농형 태양광 발전단지, 샤투의 EDF 연구개발센터도 찾았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의 활용 범위를 수소와 농업, 기술개발 분야로 넓힐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본 것이다. 이번 방문은 해외 선진사례를 확인했다는 점보다 이를 영광의 정책으로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 프랑스의 주민 협의 방식과 산업구조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어업 환경과 제도, 발전사업의 규모와 추진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지 사례를 토대로 영광의 어업인과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협의체계, 이익 공유 방식, 지역기업 참여 방안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민에게 돌아갈 혜택이 무엇인지, 발전시설 운영 과정에서 지역 인력이 얼마나 참여할 수 있는지, 장기적으로 어떤 산업이 남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요구된다. 영광군은 이번 방문 결과를 해상풍력 주민 참여와 개발이익 공유, 영농형 태양광 및 수소 산업 육성 정책에 반영하고 페캉시와의 교류도 이어갈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페캉시는 10년 동안 어업인과 주민이 소통하며 공존 방안을 만들어 온 사례"라며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상생 모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영광의 에너지 전환은 풍력발전기를 얼마나 설치하느냐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생산한 전력의 가치가 지역 일자리와 산업, 주민 소득으로 얼마나 돌아오느냐가 핵심이다. 프랑스에서 확인한 상생 경험을 영광의 현실에 맞는 제도로 바꾸는 일이 이제 남았다. 문남석 기자 ans7200@ekn.kr

[EE칼럼] 자원공급망 완성을 위한 국제협력 전략과 지속적인 실행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중동에서의 전쟁으로 세계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의 높은 휘발유 가격은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분야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석유 가스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중동의 석유 수입 의존도가 70%,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는 20%를 차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액화 상태로 수입하는 천연가스 (LNG)의 수입선은 다변화된 상태이다. 한국과 일본은 대부분의 석유 가스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지만 일본은 꾸준히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해서 확보한 석유 가스의 자원개발율이 40% 이상이고 한국은 1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이 훨씬 더 에너지자원 공급망에 취약하다.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어 버린 에너지자원 공급망 위기에 대처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비상시를 대비한 단기 대응책인 국내 비축량을 늘리는 방안이 있다. 중장기적으로 에너지자원 도입선을 다변화하여 공급망을 튼튼히 하는 것이다. 좀 더 공급망 위기에 적극적이고 장기적이며 경제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해외자원개발을 통한 자원개발율을 높이는 방법과 국내에서 에너지자원을 개발하는 것이다.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의 에너지 소비자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 도입선 다변화와 성공적인 해외자원개발을 통한 공급망 확대를 위해서는 다양한 국가와의 튼튼한 국제협력 구축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4차 산업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에너지와 광물자원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국가산업과 경제에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다.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산업의 뿌리는 소부장(소재, 부품, 장치)이지만 소부장의 근본은 광물자원이다. 광물자원은 쓰임과 종류가 다양하여 공급망 확보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광물은 소수의 국가에 집중되어 있어 중국과 같이 자원무기화와 자원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이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고 국가 에너지자원의 공급망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국가와의 자원 공급망 협력이 중요하고 필요하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특정 자원이 풍부한 국가와의 공동 자원개발과 도입 연계를 통한 도입선 다변화, 안정적 도입 물량 확보를 위한 평상시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 국가의 산업구조와 필요한 부분을 사전에 파악하고 서로 상생협력이 가능한 분야를 선정하여 에너지자원 공급망을 꾸준히 구축해야 한다. 중국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아프리카 대륙에서 에너지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국가의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고 그 대가로 자원을 확보하는 “패키지 딜“ 전략을 추진해 왔다. 한국도 과거에 자원외교를 통한 패키지 딜을 추진한 바 있으나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중국은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실행했고 한국은 실속 없는 겉보기 자원외교와 정권의 호불호에 따라 지속적인 추진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위기가 닥쳐서 시작하면 성과가 미미하다. 자원 안보는 유비무환 정신으로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한편으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자원 부족 국가 간의 국제협력도 중요하다. 국제 무역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에너지자원 공급망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또한 공급망 위기 발생 시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구축이 절실한 국가들 간의 국제 연합체 구성이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국가 차원의 안정적 자원 공급망 구축과 확대를 위해 많은 나라와의 정상회담을 비롯한 정부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의 단순한 회담에서 끝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정부의 국제협력 합의가 향후 자원 도입과 공급망 협력으로 이어지도록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정책과 사업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치지 않는 관심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bienns@ekn.kr

[단독] 대통령은 묵힌 농지 전용해 태양광 주문…햇빛소득마을선 “농사 병행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묵힌 농지를 전용해 태양광 발전에 적극 활용하자고 주문했지만, 정작 정부의 햇빛소득마을 사업에서는 특별법 통과에 따라 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농사를 병행하는 '영농형 태양광'으로 추진하도록 공고했다. 대통령의 농지 태양광 발언 이후 농지 훼손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실제 사업에서는 농지 보전에 무게를 둔 기준을 적용하는 모습이다. 12일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햇빛소득마을 추진단은 지난달 17일부터 진행한 3차 선정 과정에서 농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경우 영농형 태양광 방식으로 추진하도록 안내했다. 기존에는 영농형 태양광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었지만 3차 선정부터 이 같은 내용이 추가됐다. 일부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농지를 활용해 햇빛소득마을 사업에 참여하려면 사실상 영농형 태양광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다만 추진단 관계자는 “농지를 전용한 일반 태양광까지 제한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농지 상태를 유지하면서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경우 영농형 태양광으로 추진해야 하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쳐 농지를 전용하면 일반 부지와 마찬가지로 일반 태양광으로 햇빛소득마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진단은 오는 12월 영농형 태양광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관련 내용을 안내했다고 밝혔다. 햇빛소득마을은 마을이 직접 태양광 발전사업을 운영하고 그 수익을 마을 사업으로 사용하는 현 정부의 주요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이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농촌 소득 증대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 중소규모 태양광 보급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정부는 올해 700개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전국에 3000개 이상의 햇빛소득마을을 조성한다는 목표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작물 재배를 지속하면서 농지 상부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일반 태양광보다 구조물을 높게 설치하고 패널 사이 간격도 확보해야 해 동일한 발전용량을 설치하는 데 상대적으로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 다만 영농형 태양광은 아직 관련 법 시행을 앞둔 초기 단계다. 지난 6월 제정된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오는 12월 17일부터 시행된다. 현재 시행령 등 하위법령 마련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실증사업 위주로 운영돼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사업성이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 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영농형태양광협회는 100킬로와트(kW) 규모 영농형 태양광 발전에 따른 농가의 연간 예상 순수익을 624만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추정치인 999만원보다 375만원(37%) 줄어든 수준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농지 태양광 확대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농지를 전용해 태양광 사업을 하면 수익이 꽤 높은 것 같더라"며 일반 농사보다 높은 소득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특히 농업진흥지역의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에도 “그게 아닌 나머지 묵어가는 농지들은 태양광 시설에서 전기를 팔면 농사짓는 것보다 몇 배 낫다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 영농을 반드시 병행해야 하는 태양광과 별개로 방치된 소규모 농지를 발전사업에 활용하는 방안을 주문한 것이다. 대통령의 발언 직후 농지 훼손 우려가 정치권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농민 몰아내서 결국 태양광이냐'는 피켓을 내걸며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와 대통령의 태양광 발언을 문제 삼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농지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한 조사를 태양광과 연결하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맞섰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영농형 태양광은 아직 일반 태양광에 비해 사업성과 보급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농지를 활용한 사업을 영농형으로 제한한다면 농민 반발은 피해도 태양광 보급 확대에는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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