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시평] 탄소규제 강화와 기업의 고민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기후대응기금 운용심의위원 지난 11일 정부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순배출량 대비 53~61%로 최종 확정했다. 이번 목표는 11월 10일부터 브라질 벨렝에서 개최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공식 발표되었고, 연내에 UN에 제출될 예정이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목표의 편차가 크다. 전력 부문은 2018년 대비 68.8~75.3%라는 고강도 감축 목표가 설정되었고, 건물 부문은 53.6~56.2%, 수송 부문은 60.2~62.8%를 감축해야 한다. 반면 산업 부문은 24.3~31.0%로 상대적으로 완화된 목표가 제시되었다. 이는 온실가스 다배출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와 감축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고려한 결과라고 한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 기업의 감축을 강제하기 때문에 NDC는 기업에 대한 탄소규제 강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마침 NDC가 확정된 날에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도 확정되었다. 향후 5년간 기업들이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총량과 이를 할당하는 방식이 법정 계획을 통해 결정되어, NDC와 연동된 기업에 대한 탄소규제의 강도가 정해진 것이다. 과거와 가장 큰 차이는 전력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현행 10%에서 2030년 5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한다는 점이다. 산업 부문의 경우,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탄소누출업종은 국제경쟁력을 고려해 100% 무상할당을 유지하지만, 나머지 산업 부문은 현행 10%에서 15%까지 유상할당 비율이 확대된다. 이러한 정책 변화가 기업에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향후 5년간 유례없는 의무감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의 배출허용 총량 대비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의 총량이 약 17% 감소하고, 그 총량 중 유상할당 비율이 확대되며, 시장안정을 위해 정부가 비축할 배출권 수량도 기업들이 할당받을 배출권 수량내에서 예비할 예정이므로 기업이 받을 무상할당량은 더욱 축소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의 전망에 따르면, 산업 부문의 경우 2030년의 무상으로 받을 할당량은 2018년 대비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 들 전망이고, 전력 부문의 경우 2018년 대비 3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오랜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내 탄소감축을 담당하는 조직의 주요 고민을 대별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회사 내 컨센서스 부족이다. 탄소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기획, 원료, 생산, 투자 등 다양한 부서의 역할이 필요한데, 아직은 탄소규제 대응은 담당 조직의 숙제로 인식되거나 단순 비용으로만 간주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경영환경 악화까지 겹치면서 전사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탄소감축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둘째, 대응수단의 모호성이다. 주요 대응 수단은 감축기술 활용, 재생에너지 사용, 배출권 확보인데, 감축 기술의 가용 시점이 언제일지, 재생에너지와 탄소배출권의 가격 및 수급은 원활할 지 등을 판단하기 어려워 미리 계획을 수립하기 힘들다는 우려다. 셋째, 정책 불확실성이다. 주기적으로 달라지는 감축목표 수준 및 주요 감축수단 등으로 정책시그널이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앞으로도 탄소규제 관련 상세 지침이 변경되지는 않을지, 감축 지원이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걱정이다. 미국의 기후정책 변화가 한국 정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이 불확실성에 포함되어 있다. 넷째, 기업의 리스크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부담이다. 감축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기업의 투자 여력은 점차 감소하고 있고, 기후정보공개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데 공개시 그린워싱으로 인한 평판 리스크가 커지는 등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국가별 각자도생에 기반한 글로벌 경제위기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된 상황에서, 점차 경쟁이 버거워지는 중국 제조업의 약진 등 대내외 여건상 우리 기업이 탄소를 대규모로 감축할 여력이 없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다만, 기업이 탄소감축을 어떤 속도로 얼마나 이행할지 판단하기 전에, 관련 규정이 복잡하고 부서별 임원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 동안 탄소감축은 담당하는 조직만의 이슈로 여겨온 것은 아닌지, 관련 부서 임원들과의 공감대는 얼마나 형성되어 있는지, 최고경영층은 (전사적 자원 배분을 위한) 탄소배출 관련 디테일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김성우

[기후신호등] 글로벌 ‘그린 보호주의’ 파도…산업 대전환으로 넘어야

최근 산업연구원(KIET)는 국민경제자문회의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이 보고서의 제목은 '대외환경 변화에 따른 기후환경·에너지 정책 분석과 산업별 대응 방안'이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인 기후·에너지 정책 환경 변화가 국내 주력 산업에 중대한 구조적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글로벌 그린 보호주의' 격랑을 소극적으로 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의존도가 심각한 한국 경제의 특성상,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글로벌 통상 질서와 기후 통상 정책 변화에 민감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정책적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선진국을 따라가는 '추격자(fast follower)'였지만, 선진국과 같은 조건에서 출발하는 저탄소 시대을 맞아 적극적인 '선도자(first mover)'로 전환한다면 추월도 가능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국민경제와 관련된 정책에 대한 대통령 자문을 수행하기 위해 헌법(제93조1항)에 근거해 설립된 기관이다. 다음은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미국, 보호무역 강화와 에너지-AI의 충돌 보고서는 주요국의 정책 변화를 자세히 다뤘다. 우선 미국의 경우 기후 정책 후퇴 및 보호무역주의 심화가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상호 관세 도입을 포함한 강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글로벌 통상 질서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우리 기업의 대미 수출뿐만 아니라 글로벌 교역 둔화 등 부정적인 간접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2기에서는 파리 기후 협정 탈퇴와 더불어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면적 축소 또는 폐지 가능성, 친환경 투자 인센티브의 대폭 축소가 예상된다. 특히,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의 제정으로 IRA에 기반한 전기자동차(EV) 세액공제는 2025년 9월까지, 충전 인프라 세액 공제는 2026년 6월까지 폐지될 예정이다. 한편, 공화당은 철강·알루미늄 등 특정 수입품의 탄소 집약도가 미국 제품보다 10% 이상 높으면 수수료를 부과하는 '해외 오염 관세법(Foreign Pollution Fee Act)' 발의를 통해 자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EU, 청정산업딜과 규제 완화 패키지 유럽연합(EU)은 기후 환경 규제를 통해 글로벌 탄소중립 주도권을 선점하는 기존 전략에서 성장과 전환을 동시에 도모하는 기조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 그린딜을 대체하는 '청정산업딜(Clean Industrial Deal)'을 통해 에너지 집약 산업 지원과 산업경쟁력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규제를 간소화하기 위해 '옴니버스 패키지'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보고 의무 간소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적용 대상의 약 80% 축소 및 보고 기한 2년 연기, 공급망 실사 지짐(CSDDD) 적용 시기 1년 연기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CBAM은 예정대로 내년 1월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독일은 탄소 가격 변동 리스크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탄소차액계약(CCfD) 입찰을 시작해 중공업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등 규제와 지원을 병행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GX(Green Transformation, 녹색 전환) 추진법을 기반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일본은 탄소세와 GX-ETS(배출권거래제, 2026년 의무화)를 결합해 탄소 가격 신호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은 GX 경제전환 채권을 통해 탈탄소 기술·인프라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다. 중국은 '2030년 이전 탄소 피크 도달과 2060년 탄소중립'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신규 설치한 발전 설비 용량 가운데 86%를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등 국가 주도로 빠른 전환을 추진 중이다. 특히 철강 분야에서는 지난해 상반기 신규 설비(710만 톤) 모두를 전기로(EAF)로 채우는 등 산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혁명: 데이터센터 증가와 전력 수요 폭증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지난해 415 TWh(테라와트시)에서 2030년 945 TWh로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AI 최적화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는 2030년까지 4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기존 데이터센터 대비 6배 수준의 전력 소모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중단 없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므로, 간헐적인 재생에너지보다 안정적인 화석연료나 원자력에 대한 의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의 탄소 집약도는 미국 평균보다 48% 높다. 이러한 전력 수요 압박에 대응하여 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은 에너지 수요를 완화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와의 직접전력구매계약(PPA)을 확대하고 있다. 구글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계약을 통해 2030년부터 50MW 전력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의 장기 PPA를 통해 원자력 발전을 확보했다. 이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결합한 혼합형 PPA의 확산 가능성을 시사하며, 에너지 믹스 논의에 새로운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 및 그린 제품 시장의 지속적 성장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의 보급 속도는 가파르게 증가해 전력 믹스의 핵심 전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3년 기준 태양광의 평균 발전단가(LCOE)는 석탄보다 낮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2024년 신규 전원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92.5%에 달했다. 민간 이니셔티브인 RE100(재생에너지 100%)은 2023~2025년 동안 회원사가 450개사로 증가하는 등 순항 중이다. 반면 국내 기업에게 RE100은 중요한 수출 규제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등을 기반으로 하는 '그린 철강' 시장은 2024년 약 37억5000만 달러에서 2032년 약 1290억 달러로 연평균 55.6%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BMW와 포드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그린 철강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저탄소 제품 수요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산업 '이중고': 수익성 악화와 정책적 부담 가중 국내 경제는 철강·화학 등 주요 기초 소재 산업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내수 침체, 통상 환경 불확실성으로 경영상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주요 소재 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제조업 평균(5.6%)을 하회하고 있다(예: 석유화학 2.2%, 철강 4.0%). 이러한 심각한 업황 부진은 향후 저탄소 전환을 위한 주력 산업의 투자 여력을 제한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전력비 등 생산비 인상 부담을 가격 결정력이 약한 소재 기업들이 떠안으면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산업용 전기요금은 1961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주택용을 추월했는데, 일부 전력 다소비 업종에서는 국내 생산 중단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확정된 2035 NDC 목표(2018년 대비 최대 61% 감축)로 인해 산업 부문의 실질적 감축 부담은 기존 대비 3배 이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또한, 배출권거래제(ETS)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에는 기업의 감축 의무와 비용 부담이 눈에 띄게 강화될 예정이다. 특히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이 현재 15%에서 2030년 50%로 증가하면서 전력 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수익이 축소된 상황에서 전환 투자비용과 배출권 구매 비용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기업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 '전환 역량' 강화 통한 추월 기회 확보해야 보고서는 국내 주력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저탄소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제적 산업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첫째, 탄소중립 이행을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는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체계를 혁신하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개발이 지연되거나 중단된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 목록을 새로 짜고, 철저히 이행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장기·고난도 혁신 기술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시설투자 및 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기후대응기금의 안정적 재원 기반 구축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배출권 경매 수입 증가분의 재투자를 확대하고 환경부담금 체계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이에 앞서 탄소(배출권) 가격의 정상화부터 이뤄져야 한다. 셋째, 고배출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 고배출 산업의 업종별 전환경로(decarbonisation pathways) 로드맵을 선제적으로 수립하고, 이를 근거로 과학적 기반의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투자 실행력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민간 금융기관이 전환금융 추진 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과도기적 투자의 회계 및 공시 기준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넷째, 저탄소 제품 수요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수소환원제철 등 혁신기술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 그린 철강 생산 시범사업을 실제 시장 적용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인프라 사업에 그린 철강 사용을 일정 비율 의무화하거나, 민간기업 채택 시 차액계약(CfD) 제도를 시범 도입해 초기 수요를 창출하고, 생산비용 격차를 보조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현재 전체 공공조달 규모 대비 2%에 불과한 녹색 공공조달 제도의 성과지표를 개선, 실질적인 녹색제품 수요를 견인할 필요가 있다. ◇균형 잡힌 무탄소 에너지 전환 믹스 실현 에너지 전환 정책은 에너지 안보, 탄소중립, 계통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균형감 있는 무탄소 전원 믹스(mix)를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보고서는 “에너지시스템의 탈탄소화와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해서는 특정 에너지원을 배제하는 전원믹스와 에너지정책은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양광·풍력의 간헐성 등 물리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SMR을 포함해 수소발전,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등 모든 무탄소 전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높은 발전비용(LCOE)을 낮추기 위해서는 인허가 절차를 단순화하고, 지역공유형 비즈니스모델을 도입해 주민 수용성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내수 시장 기반의 국산화 및 규모의 경제 확보를 통해 장기적으로 발전단가를 하락시키고, 에너지고속도로(HVDC, 해저케이블) 구축을 조기 달성해 수급 불균형과 송전 제약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인공지능(AI) 확산과 탄소중립 전력화에 따라 전력 수요가 크게 확대될 것에 대비해 산업 부문 에너지 효율 개선 제도 확대 및 고도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풍력산업 주역] 퍼시피코에너지, 전남 해상풍력 개발 선도

미국 신재생에너지 개발사 퍼시피코에너지의 한국 법인인 퍼시피코에너지코리아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총 3200메가와트(MW) 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 클러스터를 추진하며 아시아·태평양 최대급 프로젝트를 가시화하고 있다. 첫 단계 사업인 '명량해상풍력'이 최근 발전사업허가를 획득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는 중이다. 23일 재생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퍼시피코에너지코리아는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도리 해상 일대를 중심으로 △명량해상풍력 420MW △만호해상풍력 990MW △진도바람해상풍력 1800MW 등 3개 단지로 구성된 총해상풍력 클러스터를 개발하고 있다. 단일 지역에서 단일 개발사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로는 아태 지역에서 손꼽히는 규모다. 이 가운데 1단계 사업인 명량해상풍력은 지난 10월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했다. 이로써 사업 부지 경계와 용량이 확정됐고, 환경영향평가·어업보상 등 후속 인허가 절차와 금융조달 준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회사 측은 “명량해상풍력이 진도 해상풍력 클러스터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2·3단계 사업인 만호·진도바람 프로젝트도 순차적으로 개발을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3200MW 클러스터의 투자 규모는 약 19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전남·진도 일대에 약 4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배후항만·공급망 구축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된다. 전남도와 진도군은 입지·송전·허가 절차 등 행정 지원과 함께 해상풍력 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퍼시피코에너지코리아는 글로벌 EPC 및 에너지 프로젝트 경험을 가진 인력을 전면에 내세워 국내 사업을 이끌고 있다. 전남풍력산업협회 부회장사로도 참여해 지역 공급망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계 개발사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국내 해상풍력 시장은 그간 유럽계 개발사가 주도해 왔는데, 퍼시피코에너지는 미국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내 해상풍력 분야에 본격 진출한 사례다. 회사는 일본·베트남 등에서 태양광·풍력 프로젝트를 쌓아온 트랙레코드를 바탕으로, 한국을 아시아 해상풍력 허브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퍼시피코에너지코리아는 단순 발전사업에 그치지 않고 산업 생태계 전체와의 동반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진도 해상풍력 클러스터를 계기로 타워·하부구조물·케이블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와 배후항만 개발, 전문 인력 양성 등 전주기 공급망을 함께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 조선·기자재 기업과의 협력과 MOU 체결을 확대하고, 전남지역 대학·연구기관과의 산학 협력도 모색 중이다. 업계에서는 퍼시피코에너지코리아의 행보가 정부의 2030년 해상풍력 보급 목표와 맞물려 국내 해상풍력 시장의 외연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명량해상풍력의 성공적인 인허가·금융구조 설계 사례가 향후 대규모 프로젝트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퍼시피코에너지코리아는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해상풍력 모델을 제시해 한국이 아시아 해상풍력 공급망의 중심지로 자리잡는 데 기여할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풍력산업 주역] CIP, 유럽 노하우로 한국 대형 프로젝트 확대

덴마크계 그린 인프라 투자사 CIP가 한국을 아시아 해상풍력 전략 거점으로 키우고 있다. 전남 신안과 충남 태안, 울산 앞바다 등지에서 총 4900메가와트(MW)규모의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유럽에서 축적한 개발·투자 경험을 국내 시장에 이식하는 중이다. 23일 재생에너지업계에 따르면 CIP가 국내에서 추진 중인 주요 프로젝트는 △전남1~3(900MW) △충남 태안 해상풍력(약 500MW) △울산 앞바다 부유식 '해울이1~3'(1500MW) △신안 해송1·3(약 1000MW) △신안 해금1·2(약 1000MW) 등으로, 고정식과 부유식 해상풍력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 사업을 합치면 4900MW를 웃도는 규모다. 태안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최근 장기 전력판매 기반을 확보하며 본격적인 개발 단계에 들어섰다. CIP와 뷔나에너지가 합작 설립한 태안풍력발전은 한국서부발전(300MW), 강릉에코파워(200MW)와 총 500MW 규모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에서 사업자로 선정된 데 이어 REC 계약까지 마무리되면서, 2026년 착공·2029년 상업운전 목표에 속도가 붙었다. 울산 앞바다에서는 1500M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해울이1~3'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해울이는 울산 연안에서 약 80km 떨어진 해상에 2030년까지 조성을 목표로 하는 대형 부유식 프로젝트로, LS전선·LS마린솔루션 등 국내 공급망 기업과 해저케이블·해상공사 협력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수심이 깊은 해역에서도 발전이 가능해 공간 제약이 적고, 울산 조선·해양플랜트 산업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전남해상풍력 1단계(99MW)는 지난 5월 상업운전을 본격화했다. CIP는 SK이노베이션 E&S와 각각 49%와 51%의 지분을 출자해 전남해상풍력을 설립했다. 지난 2017년 9월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지난해 12월 풍력발전기 10기 설치를 완료했다. CIP는 한국 법인 CIP·COP코리아를 통해 국내 개발을 전담하고 있다. 투자·프로젝트 관리 등은 CIP가, 인허가·기술개발 등 시행업무는 그룹 내 해상풍력 개발사 COP가 맡는 '투자와 디벨로퍼' 이중 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공급망 기업과의 장기 파트너십, 지역사회와의 상생 모델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정책·시장 변화에 대한 메시지도 적극 발신하고 있다. CIP는 지난 7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해상풍력 공급망 컨퍼런스'에 스폰서로 참여해 한국 해상풍력 특별법, 대규모 입찰 제도, 공급망 국산화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CIP·COP코리아는 지난 2023년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주관한 '지속가능성 어워드'에서 블루 호라이즌(Blue Horizon) 상을 수상하는 등 ESG 측면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탄소 감축과 해상풍력 공급망 구축, 지역사회 상생 노력이 인정받은 결과다. CIP는 국내 협력사와 노하우를 공유하고 견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한국을 아시아 해상풍력 공급망의 허브로 만드는데 기여할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풍력산업 주역] 민간 최대 GS풍력, 150MW 추가 증설

국내 육상풍력 시장에서는 GS그룹 계열사 GS풍력발전이 대표적인 민간 사업자로 자리 잡고 있다. 경북 영양군 일대 등에서 총 120메가와트(MW) 규모의 풍력발전단지를 운영하며 국내 최대 민간 육상풍력 사업자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고, 추가 증설을 통해 150MW 이상의 사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23일 재생에너지업계에 따르면 GS풍력은 지주격 에너지 계열사인 GS E&R과 함께 영양 Y1·Y2·Y3 등 3개 풍력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총 설비용량은 약 126MW 수준으로, 이미 상업운전을 통해 안정적인 전력 판매 실적을 쌓고 있다. 경북 산악지대를 활용한 육상풍력 모델을 구축해, 지형·기상 조건이 까다로운 국내 환경에서 사업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추가 사업으로는 GS무학풍력발전(72.8MW), 영덕제1풍력발전(77.4MW)를 개발 중에 있다. GS풍력·GS E&R은 국내 기업과의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재생에너지 수요와도 직접 연결되고 있다. 현대차와는 2027년부터 20년간 매년 130기가와트시(GWh) 이상 풍력전력을 공급하는 국내 최대 규모 직접 전력구매계약(PPA)를 체결했다. 영양 풍력단지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바탕으로 현대차의 RE100 이행을 지원하고, 장기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구조다. 운영 효율화를 위한 디지털 기술 도입도 눈에 띈다. GS E&R은 인공지능(AI)·머신러닝 기반 풍력 발전량 예측 솔루션을 개발해 예측 오차율을 10% 미만으로 낮췄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특성을 감안할 때, 정확한 예측은 계통 운영과 전력거래 전략 수립에 필수적이다. 회사는 풍력단지 운영 데이터를 축적해 예측 모델을 고도화하고, 향후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른 자원과의 통합 운영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GS풍력은 영덕 등 추가 입지를 중심으로 육상풍력 신규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고정가격계약 상한가 하락, 주민 수용성 확보 부담 등으로 신규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악화되고 있어, 정부 정책과 제도 개선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GS풍력은 국내 자본 기반의 육상풍력 모델에 대한 의지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금융·에너지 그룹이 주도하는 구조를 통해, 정책 변화와 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GS그룹이 보유한 에너지 밸류체인과의 연계를 활용해, 향후 풍력·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를 묶은 통합 포트폴리오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GS풍력이 구축해 온 육상풍력 운영 경험이, 향후 국내 대규모 풍력 보급 확대 과정에서 중요한 레퍼런스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REC 가격·상한가 제도, 계통 접속비용 부담 등 구조적 장애 요인이 해소될 경우, 이미 운영 경험과 장기 PPA를 확보한 민간 사업자가 추가 투자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RE100 수요 확대와 전력시장 제도 개편이 맞물릴 경우, 기존 육상풍력 자산의 가치도 함께 재평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GS풍력은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와 지역 상생 모델을 전제로, 국내 육상풍력의 건강한 성장을 이끌어나갈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유니슨, ‘공급망안정화 선도사업자’ 풍력분야 최초 선정

풍력발전 전문기업 유니슨이 산업통상부가 추진하는 공급망안정화 선도사업자에 국내 풍력 분야 최초로 선정됐다고 21일 밝혔다. 공급망안정화 선도사업은 이차전지,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과 리튬 등 핵심 광물, 항만, 해운 물류서비스 등 국가 경제안보 품목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풍력터빈도 주요 지원 분야에 포함된다. 지난해 5조원 규모로 출발한 공급망안정화 기금은 금년에 10조원 규모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풍력 기업이 해당 사업에 선정된 것은 유니슨이 처음이다. 이번 선정으로 유니슨은 10메가와트(MW)급 해상풍력터빈 양산 준비, 조달 안정화, 핵심 부품 국산화 확대 등 주요 추진 과제 실행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유닌슨은 선도사업자로서 공급망안정화기금 우선 지원 대상에 포함되며 대출 시 우대금리 적용과 협력기업 연계 등 각종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공급망 안정화 기본계획에 따른 재정지원, 세액공제, 금융지원, 특허조사·분석 등 정책 지원도 사업 성격에 따라 적용돼 향후 주요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유니슨은 현재 10MW급 해상풍력터빈 인증 및 양산 준비를 진행 중이고 신규 설비투자를 통해 연간 생산능력 확보를 추진 중이다. 유니슨은 주요 자재 초기 물량 확보와 수입선 다변화를 병행해 조달 안정성을 강화하고 부품 국산화율은 오는 2027년까지 약 80%로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인증과 수출형 모델 개발 등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도 모색하고 있다. 유니슨 관계자는 “10MW 해상풍력터빈 상용화, 최대 20MW급 해상풍력터빈 R&D, 5MW·6MW급 육상풍력터빈 개발 등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RE100 안해도 된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영국의 비정부기구(NGO)인 The Climate Group(더클라이밋그룹)에서 최초에 시작한 활동이다. 기업이 제품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이 있었다: 수소를 연소하는 것도 인정하지 않고 원자력발전도 인정하지 않는다. 오로지 재생에너지만을 인정한다. 이건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저감하자는 활동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자는 활동일 뿐이다. RE100이라는 말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수년 전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RE100을 아는지 물었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조금 관심이 있는 분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국정감사장에서 “원전은 RE100에 포함되지 않아요"라고 말했던 것도 기억할 것이다. The Climate Group의 RE100 운동에는 많은 유명한 기업들이 동참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선 동참하기로 선언만 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동참한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참여기업의 숫자를 늘리기가 딱 좋은 방식이었다. 우리가 알만한 구글(Google) 등의 기업이 동참했고 그런 식으로 대세를 만들어 갔다. 그러자 RE100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은 수출길이 막힐 것이라는 주장도 따라 나왔다. RE100의 참여기업이 미참여기업의 물건을 사주지 않을 것이므로 무역의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서 우리 기업들도 이 활동에 참여했다. 2024년 2월에는 네덜란드 반도체장비업체 ASML이 RE100을 선언했다는 가짜뉴스가 나왔다. 물론 ASML은 RE100을 선언한 바 없다. 이에 따라서 노광장비를 공급받아야 하는 삼성전자에 타격이 있을 것 같다는 사설도 나왔다. 그런 식으로 우리 기업을 을러댔다. 상식적으로 그럴 턱이 없다. 이산화탄소만 줄이면 되지 그것이 재생에너지든 원자력이든 저 먼 나라에서 무슨 상관이겠는가? RE100은 NGO의 활동에 불과했지만 탈원전 정부의 입맛에는 딱 맞는 운동이었다. 이산화탄소는 줄여야 하는데 재생에너지는 인정하고 원자력발전은 인정하지 않기로 했던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딱 맞는 것이었다. 그래서 원자력발전이 가장 값싸고 효과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얘기를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킬로와트시(kWh)의 전기를 생산하려면 석탄발전은 약1000g(그램)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700g, 원자력은 10g, 재생에너지는 50g이다. 이에 필요한 비용은 원자력은 55원, 재생에너지는 270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국정감사장에서 산업부 장관은 '그건 RE100이 아니잖아요' 그 한 마디로 모든 합리적 주장을 받아쳤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빅테크 기업이 원자력과 SMR(소형모듈형원자로)에 관심이 있고 투자를 한다는 기사가 잇따른다: 구글(Google)은 테라파워(TerraPower)에 투자하기로 하였다. 아마존(Amazon)은 엑스에너지(X-energy)에 투자하기로 하였다. 이퀴녹스(Equinox)는 오클로(Oklo)의 SMR에 관심이 있다. 이들 기업은 RE100을 한다던 기업이다. 그런데 지금 원자력과 SMR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RE100이 무역의 장벽이 되겠는가?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다. The Climate Group의 홈페지에 들어가 보면 24/7 CFE (Carbon Free Energy)(주7일 24시간 공급되는 무탄소에너지)를 받아들였다. 즉 원자력을 사용한 이산화탄소 절감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박하게 줄여야 하는지, 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53~61%로 상향조정해야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 한다면 가격도 싸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고 발전소건설이나 운영과정에서 수입해올 것이 거의 없는 원자력발전이라는 방법을 택해야 할 것은 자명하다. 정작 RE100을 시작한 NGO는 원자력을 인정하는 것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지금 우리가 RE100을 하자고 우긴다면 그것은 마치 망한 명나라를 섬겼던 헬조선을 연상케한다. 정범진

국내 연구진, 태양전지 감춰진 손실 문제 첫 발견

국내 연구진이 태양광 발전의 효율을 떨어뜨리던 문제점을 발견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태양광연구단 송희은 박사와 충북대학교 물리학과 김가현 교수 공동 연구팀이 실리콘 이종접합(SHJ) 태양전지 효율 저하의 요인인 결함의 형태를 최초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결함을 억제하는 패시베이션 기술과 연계해 태양전지 효율 향상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전지 내에 발생하는 결함은 손실을 일으키고 변환 효율과 전력 발생량을 감소시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표면 코팅 등의 처리를 통해 결함을 제어하는 '패시베이션' 기술이 사용되며, 알맞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태양전지에 발생하는 결함의 형태와 특성을 완벽히 이해해야 한다. 심층준위과도분광(DLTS)이라 부르는 기존의 결함 분석법은 태양전지에 순간적으로 전압을 가해 일시적으로 성질이 변한 상태로 만들고, 소자가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의 반응(과도응답)을 측정해 분석한다. 그러나 전압이 가해진 후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의 시간이 밀리초(1천분의 1초) 수준으로 매우 짧아, 전체 과도응답을 측정하지 않고 전압이 가해진 직후와 정상 복귀 시 각 1번씩만 측정하는 방식을 활용해 왔다. 이는 단순한 구조를 지닌 소자의 분석에 적합하지만, 전체 과도응답을 관찰하지 않아 실리콘 이종접합 태양전지처럼 복합적인 결함을 가지는 소자의 분석에는 걸맞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근까지도 실리콘 이종접합 태양전지의 결함과 특성은 간접적으로 유추할 뿐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기존의 분석 방식을 고도화하고 태양전지의 과도응답 전체를 분석하는 새로운 해석 기법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최근까지 한 종류일 것으로 가정했던 이종접합 태양전지의 핵심 결함은 사실 두 가지의 결함이 중첩된 형태라는 것을 알아냈다. 즉, 실리콘 이종접합 태양전지의 결함이 두 가지의 복합적인 형태로 존재함을 최초로 규명한 것이다. 송희연 에너지연 태양광연구단 박사는 “본 연구를 통해 고효율 실리콘 이종접합 태양전지 개발을 가속화하고, 나아가 에너지연의 독자 기술을 이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적층형 태양전지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본 연구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본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세계적인 재료과학 학술지 '어드밴스트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IF 19/JCR상위 4.5 %) 올해 10월호에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연 1조원 규모로 크는 태양광 인버터시장, 중국 독점을 막아라

이재명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누적 보급량을 100기가와트(GW)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태양광 인버터시장 규모도 연간 최대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인버터 시장은 값싼 중국산이 90% 이상을 점령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중국 업체만 배불려 주는 꼴이 되고 만다. 특히 인버터는 단순히 전력변환 기능을 넘어 전력 측정, 계통 제어까지 가능해 에너지 안보로도 직결되고 있다. 국내 인버터업체들은 정부의 K-GX(녹색전환) 정책에서 공공부문에 국산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국산부품 장려 내용이 담기길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OCI파워, 금비전자, 다쓰테크, 동양이엔피, 디아이케이, 에코스, 이노일렉트릭, 한양정공 등 7개 국내 인버터 제조기업들은 지난 18일 충북 청주 OSCO에 모여 회의를 열고 '한국 태양광 인버터 산업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협의체 의장사는 OCI파워가 맡기로 했다. 태양광 인버터란 태양광 모듈에서 생산한 전력 송전망에 전송할 수 있도록 직류(DC)를 교류(AC)로 전환하는 장치를 말한다. 협의체 목적은 중국산의 시장독점을 막는 것이다. 임성택 OCI파워 연구소장은 이날 회의에서 “현재 인터버 시장은 연 2000억~3000억원 규모이지만, 태양광이 연간 10GW 보급된다면, 최대 1조원까지 갈 수 있는 시장"이라며 “그러나 현재 인버터 상태에서는 제조자개발생산(ODM)까지 포함하면 90% 이상이 중국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태양광 설치비용의 10%를 인버터 구매비용으로 잡는다. 태양광 10GW면 대략 설치비용을 10조원으로 볼때 인버터가 1조원가량 된다는 것이다. 국내 태양광 모듈 제조 대기업들은 중국산 인버터 태양광을 중국산 인버터를 ODM 방식으로 들여와 일명 '택갈이' 방식을 활용하곤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GW 늘리겠다는 정책 방향을 세웠다. 기후부 계획대로라면 향후 5년간 매년 10GW 이상의 태양광을 설치해야 한다. 또한 2035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녹색산업 육성 세부 추진계획인 K-GX(녹색전환)를 수립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정부의 K-GX에 인버터의 국산부품 장려 대책을 포함하고 산업단지나 공공주차장 등 공공태양광 사업에는 국산 인버터를 의무 설치할 수 있도록 의견을 개진할 계획이다. 현재 태양광 산업 논의가 모듈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어 인버터 업체들이 따로 뭉쳐 목소리를 낼 필요하다고 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의에서 “인버터도 금융지원사업으로 지원한다고 하면 태양광 시공사들이 국산을 자율적으로 찾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가 에너지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2021년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 조치로 요소수가 품귀했던 것처럼, 태양광 인버터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요소수 역시 당시 중국으로부터 90% 이상을 수입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중국산 인버터 해킹으로 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태양광 인버터 현황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임 소장은 “인버터는 단순한 전력변환기가 아니다. 태양광 인버터로 전력 측정, 발전소 상태 모니터링, 계통 제어까지 한다"며 “에너지 안보의 핵심 기자재인데 이 부분이 도외시되고 있고, 저렴한 가격 위주의 인버터 공급 위주로 가고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에너지 당국은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 해킹으로 대규모 정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안보 문제를 제기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는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지원 제도가 부족하다. 산업단지 태양광 등 공공사업에서는 국내산 기자재를 사용하려고 하고 있어 어느 정도 해결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회의에서는 정부의 지원정책 요구뿐 아니라 국내산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논의됐다. 일방적인 국내산 살리기 정책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저렴하면서도 성능 좋은 인버터를 공급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인버터 기술이 상당히 평준화돼 있어 중국과 기술적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회의에서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인 요소는 상당히 평준화 돼 있다"며 “대기업들이 중국산을 쓰는 건 기술 차이보다는 가격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내 기업들이 인버터를 중국산 대신 충분한 물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도 논의됐다. 협의체는 앞으로 기업들의 생산 능력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에 의견을 꾸준히 낼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기후변화협약의 정치와 과학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11월 10일부터 21일까지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를 이번 총회에서 공표하고 연내에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다.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어 확정된 2035 NDC는 온실가스를 2018년 7억4230만톤에서 53∼61% 감축하는 안이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2억8950만∼3억4890만톤이 된다. 지난 9월 유엔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사상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에너지 장관인 크리스 라이트가 COP30이 “근본적으로 사기"라고 말했다. 미 연방정부의 이번 회의 불참과는 별개로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뉴섬은 100명 이상의 대표단을 이끌며, 주정부가 여전히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섬은 미국 기후동맹에 속한 24명의 주지사 중 한 명이다. 미국 기후동맹은 미국 인구의 절반 이상을 대표하는 주들의 모임이다. 뉴섬은 이번 회의에서 아이돌급 인기를 모으며 유력한 2028년 대선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회의에 미국이 불참한 것에 대해 학교 일진이 병가를 낸 것과 비슷한 안도감을 느낀다는 참석자들도 있다. 파리협정을 이끈 전 사무총장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는 미국의 불참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올해 회의는 트럼프 행정부의 영향과 중국, 인도 등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의 정상들도 불참함으로써 큰 진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회의 결과와는 별개로 전세계 연구논문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후위기의 영향과 대책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기구가 있다. 기후 회의의 논의를 과학적인 측면에서 지원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그것이다. IPCC가 1990년 발간한 제1차 평가보고서는 1992년 기후변화협약 채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제2차 보고서는 교토의정서 채택에 영향을 미쳤고, 2014년의 제5차 보고서는 2015년 파리협정을 이끌어냈다. 국제사회는 IPCC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감축목표, 적응전략, 재정투자 방향을 조정한다. 우리나라도 제5차 및 제6차 보고서를 반영하여 2050 탄소중립 선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 재생에너지 확대 및 에너지효율화 정책 등을 수립했다. IPCC 보고서에서 강조한 에너지부문의 핵심 권고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전력부문의 탈탄소화, 산업․건물․수송 전반의 에너지효율화, 전기차․히트펌프 등을 통한 전기화 등이다. 한국은 전력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 태양광, 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IPCC 제6차 보고서는 태양광, 풍력의 비용은 크게 줄고 보급은 크게 늘었음을 보여준다. 이에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는 탈탄소 전환을 추진하여 34GW 규모인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2030년까지 당초 목표인 78GW에서 100GW로 늘릴 계획이다. 에너지효율화 측면에서는 최근 발표한 제7차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본계획에 주요 내용이 담겨있다. 산업부문은 에너지 절약시설에 대한 투자 확대, 자발적 에너지효율 협약 확대, EERS 본격 시행을 통해 최종에너지 소비를 감축할 예정이다. 건물부문은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데이터센터 효율화, 기기․설비 효율관리제 개편, 수송부문은 친환경차 보급 가속화, 내연기관차 연비기준 강화 등을 추진한다. 히트펌프를 중심으로 한 열산업의 전기화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하였다. IPCC는 현재 제7차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27년에 단기체류 기후변화 원인물질(SLCF) 방법론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SLCF는 대기중에 짧은 기간(몇 시간에서 약 20년) 존재하면서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물질로서 질소산화물(NOx), 일산화탄소(CO), 비메테인휘발성유기화합물(NMVOCs), 이산화황(SO2), 암모니아(NH3), 검댕(BC) 및 유기 탄소(OC), 먼지(PM) 등 7종이 있다. SLCF는 기본적으로 대기오염물질로서 온실가스와 배출원이 동일한 경우가 많다. 질소산화물, 이산화황, 암모니아 등은 냉각효과를, 일산화탄소, 검댕, 유기 탄소 등은 온난화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의 모든 당사국은 IPCC 방법론 보고서를 따라 국가 인벤토리를 작성해야 한다. 2027년 SLCF 방법론 보고서가 승인되면 각국 정부는 이 기준에 따라 SLCF 배출량을 산정해야 하므로, 관련 연구와 IPCC 회의 참석 지원, 제도적 기반 마련, 배출원 파악, 데이터 확보 및 검증 절차 등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박성우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