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LG엔솔·SK온 1조원 ESS 수주전 본격화… ‘안전성 경쟁’ 격돌

1조원 규모의 제2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입찰에서는 가격 경쟁력보다 화재 안전성이 핵심 평가 요소로 떠오르면서 업체별 기술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거래소는 지난달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제안서 및 사업계획서 접수를 마감하고 2월부터 본격적인 서류 평가에 착수했다. 이번 사업은 총 540MW 규모로 육지 500MW, 제주 40MW가 포함된다. 배터리 용량 기준 약 3.24GWh 수준이며 전체 사업비는 약 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준공 목표 시점은 2027년 12월이다. 특히 이번 입찰은 평가 기준 변화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격 평가 비중은 기존 60%에서 50%로 낮아졌고, 비가격 평가 비중은 40%에서 50%로 확대됐다. 이 가운데 화재 안전성 배점은 6점에서 11점으로 대폭 상향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차 입찰에서는 산업 기여도와 가격 경쟁력이 주요 변수였다면, 이번 2차 입찰은 사실상 화재 안전성이 당락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는 삼성SDI가 전체 물량의 약 76%를 확보하며 시장 주도권을 확보했다. 국내 생산 기반과 산업 기여도, 안정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결과로 분석된다. 삼성SDI는 이번 입찰에서도 안전성 중심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각형 배터리를 핵심 제품으로 내세웠다. 해당 배터리는 내구성과 열 안정성이 높아 ESS 운영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셀 이상 발생 시 열이 인접 셀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 'No TP(열전파 차단)' 기술을 적용해 화재 확산 위험을 최소화했다. 또한 배터리와 안전장치를 일체형으로 통합한 ESS 솔루션 '삼성 배터리 박스(SBB)'도 경쟁력 요소로 꼽힌다. 이 제품은 최근 화재 안전성과 비용 절감 기술을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중심으로 안전성 경쟁에 나섰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 대비 열 안정성이 높고 화재 발생 시 산소 방출이 거의 없어 폭발 위험이 낮은 장점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셀부터 모듈, 시스템까지 전 단계에 걸쳐 LFP 기반 안전 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국내 제품 최초로 UL 9540A 인증과 대형 화재 모의 시험을 통과하며 시스템 단위 안전성을 검증받았다는 점도 강점이다. 또 무보정 SOC 알고리즘을 적용해 LFP 배터리의 운용 효율성을 개선했다. 여기에 통합형 수냉식 냉각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안정성과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다. 생산 기반 확대도 진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과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를 양산 중이며, 충북 오창 공장을 중심으로 국내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SK온은 이번 입찰을 계기로 ESS 시장 진입 확대를 노리고 있다. 핵심 전략은 충남 서산 공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 LFP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기술 경쟁력으로는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 기반 배터리 진단 기술을 내세우고 있다. 해당 기술은 미세 전류 변화를 분석해 배터리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어 안전성 평가 대응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서산 공장에 구축된 대규모 안전성 평가센터 역시 경쟁력 요소로 꼽힌다. SK온은 최근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과 1GWh 규모 ESS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첫 성과를 냈다. 플랫아이언이 추진 중인 6.2GWh 규모 프로젝트 우선협상권도 확보해 향후 대형 수주 가능성도 기대되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ESS 시장이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서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ESS 입찰 규모는 전기차 배터리 대형 프로젝트 대비 절대 금액은 크지 않지만, 국내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는 상징성이 크다"며 “입찰 결과가 향후 글로벌 ESS 사업 수주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성 확보 필요성이 커지면서 ESS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입찰이 국내 배터리 3사의 ESS 시장 주도권 경쟁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후부, 노후 풍력 점검 나서…도로·건물 인근 제한 검토

정부가 영덕 육상풍력발전기 타워 전도 사고를 계기로 도로와 건물 인근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번 사고가 차량을 덮칠 뻔하면서 자칫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5일부터 오는 27일까지 노후 풍력발전기에 대한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점검 계획과 함께 풍력발전설비 안전 강화를 위한 추가 조치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기후부는 관련 조치로 풍력발전설비 전도 시 영향을 받는 반경 내에 도로·건물 등이 있는 경우 설치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육상풍력발전기가 관광지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안전관리가 더 강화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특별 안전점검 대상은 유사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는 노후 발전기(가동 20년 이상)와 동일 제조사·동일 용량 발전기 등 총 80기다. 점검은 발전사가 자체 안전점검을 실시한 뒤 한국전기안전공사가 현장 점검을 통해 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후부는 이번 특별 안전점검을 통해 풍력발전설비의 구조적 안전성과 관리 실태를 집중 점검하고, 부적합하거나 미흡한 사항이 확인된 시설에 대해서는 조속히 보완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박덕열 기후부 수소열산업정책관은 “풍력발전설비는 핵심 재생에너지 발전원"이라며 “철저한 원인파악과 안전관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태양광 대표 주자’ 한화솔루션·HD현대에너지, 실적은 희비 갈렸다

국내 대표적인 태양광 기업인 한화솔루션과 HD현대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매출은 모두 늘렸지만 영업이익에서는 상반된 성적표를 받았다. 다만 올해는 중국산 태양광 모듈 가격 상승이 예상되면서 두 기업 모두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솔루션은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손실이 3533억원으로 전년(3002억원)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5일 공시했다. 매출은 13조3544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매출 6조8594억원, 영업손실 852억원을 기록했다. 태양광 모듈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미국 주택용 에너지 사업 확대에 힘입어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하며 적자 폭을 줄였다. 케미칼 부문은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의 공급 과잉이 장기화되며 수익성이 악화돼 매출 4조6241억원, 영업손실 2491억원을 기록했다. 첨단소재 부문은 매출 1조1109억원, 영업이익 62억원을 냈다. 미국 태양광 소재 신공장을 본격 가동하며 2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넘겼지만 고정비 부담에 따른 원가 상승이 반영됐다. 지난해 4분기 한화솔루션의 매출은 3조7783억원, 영업손실은 4783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미국 통관 지연에 따른 공장 저율가동 및 판매량 감소 영향으로 적자전환했다. 케미칼 부문은 정기보수 및 주요 제품가 하락에 따른 스프레드 축소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정원영 한화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미국 모듈 공장의 정상 가동과 판매량 증가가 예상되고, 판매가격 상승 역시 기대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흑자 전환을 전망한다"며 “케미칼 부문은 정기보수 등의 기저효과로 적자 폭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12억2289만원으로 전년 대비 1076.9% 증가했다고 지난달 21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926억5987만원으로 16.6% 늘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태양광 모듈과 인버터 판매 확대에 따라 매출이 증가하고 손익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모듈과 인버터에 집중하고 있어 셀 등 기초 부품 사업까지 영위하는 한화솔루션과 달리 매출 증가와 영업이익 개선이 함께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두 기업 모두 미국 태양광 수요 확대와 중국산 태양광 모듈 가격 상승에 힘입어 실적이 추가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이달 9일 자국 태양광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부가세 환급 정책을 오는 4월부터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저가 출혈 경쟁이 완화되고 모듈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산 모듈 가격이 오를 경우 국내산 모듈의 가격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尹 정부서 기소된 태양광 시공업자들, 李 정부에 선처 호소

윤석열 정부 시절 태양광 발전사업과 관련한 융자대출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태양광 시공업자들이 이재명 정부에 선처를 호소하고 나섰다. 이들은 제도적 미비와 관행에서 비롯된 사안임에도 이를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며 정치적 수사의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20일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현재 형사 수사 및 재판을 받고 있는 태양광 시공업자와 발전사업자들은 국회 전자청원, 청원24,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동일한 취지의 탄원을 제기했다. 청원에는 현재 약 20명의 시공업자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에 따르면 약 300개 시공업체가 기소됐다. 신재생에너지산업통계에 따르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건설업 사업체는 총 2174개로 약 7분의 1에 달하는 업체가 적발된 셈이다. 앞서 2023년 7월 윤석열 정부는 1,2차 조사를 통해 약 8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비리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시공비에 대한 정부의 저리 대출 지원 프로그램을 악용해 공사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 조사단은 376명 1265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 정책 기조가 원전 중심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산업이 강도 높은 점검과 전수조사의 대상이 됐다"며 “이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이 중점 조사 대상이 됐고 이전 정부 5년간 집행된 사업 가운데 약 3000여건, 4900억원 규모의 대출이 문제로 지적돼 현재까지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일부 태양광 시공업계 종사자들과 발전사업자들이 규정상 허용 비율을 초과한 대출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며 “대다수는 고의적·악의적 의도가 없었고, 업계 전반에 만연했던 관행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따랐던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실제 부실채권이나 중대한 실질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형사재판 과정에서 대출금 전액이 범죄금액으로 산정돼 금고 이상의 중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느끼고 있다"며 “행위의 성격과 규모를 감안할 때 행정제재나 환수 중심의 처분이 더 합리적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대다수 의견"이라고 밝혔다. 시공업자와 발전사업자들은 대출이 5년 거치, 10년 분할 등의 상환 구조로 저금리 정책자금으로 집행됐으며 실질적 피해는 이자 손실이나 기회비용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도상 위반이 확인됐다면 원금 환수나 참여 제한과 민사 조치로도 충분했음에도 형법상 사기죄를 적용한 것은 과도한 압박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청원인들은 “지난 3년간의 수사와 재판으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충분한 성찰을 바탕으로 사회에 조속히 복귀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에너지 전환에 다시 기여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구제 방안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들의 청원에 대해 “구제 방안 마련을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답하며 법무부로 청원을 이송했다. 법무부는 이송된 청원에 대해 “태양광 관련 부처에서 다룰 사안"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이들 사업자가 구제를 받기 위해서는 국회나 기후에너지환경부 차원에서 태양광 사업 대출의 부실 집행을 구제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특별법 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내일의 재생에너지, 오늘의 버팀목

에너지 정책과 실무자로 지난 30여년간 전력분야에 종사하면서 고민해온 질문은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 전력망을 능동적이고 효울적으로 발전시길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국민 부담을 최소화 하며 동시에 국가 경제에 보탬이되는 전력 시스템의 구축을 항상 고민해왔다. 이러한 시스템의 구축은 전원(원전·재생·가스)을 우선하여 선택하기 보다, 국민 부담과 탄소 감축, 그리고 무엇보다 '끊기지 않는 전기'라는 물리적 목표를 동시에 만족하는 조합을 상정하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전원 믹스 논의는 '가치'의 논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약조건'의 문제에 가깝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긴 신규 원전 2기와 SMR 1기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하자, 환경단체는 공론화·폐기물·입지 갈등을 이유로 강하게 우려를 표했다. 물론 우려는 존중돼야 한다. 다만 정책 당국이 이번 결정을 '이념의 승부'가 아니라 AI 시대 수요 급증과 계통 안정이라는 현실 앞에서 다시 계산하기 시작한 조정으로 읽는 시각도 성급히 배제할 일은 아니다. 바다 건너 미국 동부 지역전력망인 PJM 의 최근 사정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최근 이 지역 전력비상시에 전기를 공급할 자원을 미리 확보하는 용량시장에서 낙찰가가 통상의 30달러 수준에서 상한선인 333.44달러/MW-day까지 올라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더 주목할 대목은 이 높은 가격이 '안심'이 아니라 '경고'와 함께 왔다는 점이다. 시장이 필요하다고 본 예비 물량 목표에 못 미치는 조달 결과가 함께 거론됐고, AI 데이터센터발 수요 증가와 공급 확충 지연이 가격을 계속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이 현상은 하루아침에 생긴 일이 아니다. PJM 용량가격은 2024년 경매에서 전년 대비 '거의 10배' 뛴 뒤, 몇 해 연속 높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국의 논의는 점점 단순해졌다. “무엇이든, 제때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으면 된다"는 식의 현실론이 힘을 얻고, 실제로 시장에서 가스·석탄·원자력 등 '가용한 전원'이 대거 반영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최근에는 더 직접적인 처방까지 등장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PJM에 '긴급 조달' 성격의 경매를 압박하고, 데이터센터가 신규 전원 건설을 15년 장기계약으로 뒷받침하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제시했다. 지금 논의의 핵심은 “원전이 좋아서"가 아니라,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해질 때에도 전압과 주파수를 안정적으로 붙잡아 줄 '24시간 버팀목'이 시스템 차원에서 절실하다는 인식이다. 미국의 용량요금 급등은, 그 버팀목이 부족해질 때 시장이 어떤 비용을 청구하는지 보여주는 전력시장의 교과서에 가깝다. 재생에너지는 우리가 가야 할 미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미래로 가는 동안, 오늘 당장 산업과 일상을 떠받칠 '안정적인 기반'이 부족해지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자체가 사회적 반발과 비용 폭탄에 부딪히기 쉽다. 재생 확대와 전력망 보강, 수요관리, 저장과 유연성 자원 확충이 같이 가야 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이유다. 그리고 그 패키지 안에서 원전과 SMR을 '적'으로만 놓는 프레임은, 적어도 계통 운영의 언어로는 설명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기후부의 결정을 지지한다. 정확히 말하면, 원전 찬반의 진영 논리가 아니라 전력망 붕괴를 막는 실행 가능성의 관점에서, 김성환 장관이 '불편한 현실'을 관리하는 선택지로 원전·SMR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둔 것을 지지한다. 물론 조건이 뒤따라야 한다. 안전과 폐기물, 입지 갈등, 비용의 투명성, 재생 확대와의 조화, 그리고 전력망 투자라는 숙제를 같이 끌고 가지 못하면 이 선택은 곧바로 정치적 논쟁으로 다시 빨려 들어갈 것이다. 다만 에너지는 정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미국처럼 시장이 333달러/MW-day라는 가격표를 붙이며 “버팀목이 부족하다"고 외치는 순간, 우리도 결국 같은 결론 앞에 서게 된다.

[단독] 설계수명 20년 넘긴 노후 풍력 81기…도로 인접 많아 ‘안전 비상’

경북 영덕에서 발생한 육상 풍력발전기 전도 사고를 계기로 노후 풍력발전기의 안전관리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보통 설계수명이 20년인데, 올해 운영기간이 20년이 된 풍력발전기는 전국에 81기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국 노후 풍력발전기에 대한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4일 한국에너지공단의 '풍력기 위치정보'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운영기간이 20년이 된 육상 풍력발전기는 총 81기로 집계됐다. 이번에 사고가 난 영덕 풍력발전기 24기를 제외하고도 57기의 노후 풍력발전기가 더 있다. 이 발전기들은 모두 2006년에 구축된 우리나라 1세대 상업용 풍력발전기들로, 설비 노후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보통 풍력발전기의 설계수명은 20년이다. 설계수명이 지나도 안전 점검을 거쳐 몇 년 더 운영할 수는 있다. 이번에 사고 난 영덕 풍력발전기도 정기검사 및 지난해 미국의 전문기관을 통한 별도의 종합 안전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결국 사고가 발생해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제주도에는 영덕 풍력단지처럼 도로 인근에 위치한 노후 풍력발전기가 포함돼 있다. 제주 신창풍력 0.85MW급 2기와 제주 한경풍력 1.5MW급 4기와 3MW급 5기도 도로 인근에 설치돼 있다. 한경풍력 3MW급 5기는 지난 2007년에 설치돼 운영기간이 내년에 20년에 이른다. 그외 강원 지역에는 2006년에 건설된 양양 육상풍력 1.5MW급 2기가 양양 양수발전소 댐 인근에 위치해 있다. 강원풍력 2MW급 49기는 대관령 삼양목장 인근의 산 중턱에 설치돼 있다. 전북 군산 비응도에 위치한 군산풍력발전단지도 설비가 노후화 단계에 들어섰다. 이 단지는 총 0.79MW급 10기로 구성돼 있으며 지난 2007년에 설치돼 군산시 군장산단 내 방파제에 자리잡고 있다. 노후 풍력발전기의 안전성 문제는 지난 2일 경북 영덕풍력발전기의 사고로 불거졌다. 영덕읍 창포리에 2005년 1.65MW급 풍력발전기 24기가 완공돼 2006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가운데 1기가 블레이드 파손으로 상부 구조물이 균형을 잃고 도로로 전도됐다. 일반적으로 육상 풍력발전기 크기는 타워 60~100m, 블레이드 약 40~60m이고, 철제 구조물로 만들어져 파손으로 도로 차량을 덮칠 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사고 당시 순간 풍속은 초속 12.4m로 발전기가 가동되는 적정 풍속 수준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발전기의 정지 기준 풍속인 초속 20m에는 미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풍력발전기는 초속 3m에서 시동해 초속 13m에서 정격출력에 도달하고 초속 20m 이상에서는 자동으로 운전을 멈춘다. 영덕군은 사고와 관련해 발전사인 영덕풍력이 오는 13일까지 사고 발전기에 대한 자체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국 노후 풍력발전기에 대한 점검 계획을 마련 중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다른 노후 풍력발전기에 대해서도 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현재 계획 수립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화큐셀·LG에너지솔루션, 미국서 5GWh급 대규모 ESS 공급계약 체결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 LG에너지솔루션과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에 나선다. 한화큐셀과 LG에너지솔루션은 대형 ESS 파트너십을 4일 체결했다. 한화큐셀은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제조한 최대 5GWh 용량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공급받아 미국 전역의 ESS 프로젝트에 조달한다. 배터리는 오는 2028년부터 2030년까지 3년간 한화큐셀이 EPC(설계∙조달∙건설)를 추진할 ESS 사업에 설치될 예정이다. 용량 5GWh는 설비용량 1GW 원전 1기가 다섯시간 동안 생산한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양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전력망 인프라 부족과 발전 설비의 유연성 한계로 신규 발전원 확충이 지연되면서 전력 수급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망의 부담을 줄이고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전력 부하 변동을 완충할 수 있는 ESS가 에너지 시장의 핵심 설비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우드맥킨지는 향후 5년간 미국에 총 317.9GWh 용량의 ESS가 신규 설치될 것으로 전망했다. 크리스 호드릭 한화큐셀 EPC사업부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이번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화큐셀은 미국 전력 시장이 요구하는 대규모 ESS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향후 한화큐셀은 태양광부터 ESS까지 통합된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차별적인 지위를 확보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 법인장은 “프로젝트 전 과정에 대한 지원을 통해 한화큐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차별적 가치를 기반으로 장기적 파트너십을 이어가겠다"며 “양사가 함께 추진하는 프로젝트들이 고객 사업의 장기적 성공과 미국 전력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현대건설, 태양광 협·단체와 분산형 재생에너지 PPA 활성화 협력

현대건설과 민간 태양광 협·단체들이 분산형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구매계약(PPA)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PPA는 기업이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을 달성하기 위해 활용하는 대표적인 계약 수단이다. 3일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전국태양광발전협회, 한국태양광공사협회, 태양광발전사업자모임(태사모), 스마트그린빌리지(SGV)는 2일 서울 종로구에서 현대건설, 식스티헤르츠(60Hz)와 함께 '분산형 재생에너지 기반 PPA 체계 선진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체계의 핵심은 '분산된 재생에너지 자원의 집단화'다. 소규모로 흩어져 있던 태양광 발전 자원을 하나의 공급망으로 묶어 RE100 이행이 필요한 기업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건설은 중간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로서 관련 법령에 따라 발전사업자와 PPA를 체결하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전력 판매 구조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발전사업자가 예측 가능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RE100 이행 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를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식스티헤르츠는 IT 기술을 기반으로 통합 플랫폼 또는 운영 창구 구축을 지원해 분산형 재생에너지의 관리·거래 효율성을 높일 예정이다. 참여 협회와 단체들은 전국 단위 회원사를 바탕으로 중소·분산형 태양광 자원을 모아 발전사업자의 PPA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주력한다. 아울러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제도 개선 과제를 공동으로 도출해 민간 PPA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스마트그린빌리지는 대규모 태양광 개발사로, 이번 현대건설의 에너지 플랫폼 구축 과정에서 직접 발전사업자로 참여하고 여러 발전사업자의 자원을 모집·연계하는 역할까지 진행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김성환 장관 “1100억 규모 공공기관 K-RE100 펀드 조성”

정부가 1100억원 규모의 공공기관 대상 RE100(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펀드를 조성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K-RE100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 보고에 따르면 기후부는 녹색프리미엄 재원을 활용해 1분기 내 1100억원 규모의 '공공기관 K-RE100 펀드'를 조성하고 공공기관들이 유휴 부지에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오는 11일에는 공공기관 K-RE100 출범식도 열 예정이다. 김 장관은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위해 공공기관이 선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받는 기관이 총 88곳에 달하지만 그동안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유인책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 재정당국 심의를 거쳐) 공공기관 경영평가 안에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편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 'K-RE100(재생에너지 100%) 가입 및 이행 실적'을 반영하기로 했다. 배점은 에너지 공기업의 경우 2.5점, 그 외 공공기관은 2점이다. 김 장관은 “현재 공공기관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비율은 14% 수준인데, 대부분이 한국수자원공사에 집중돼 있다"며 “수자원공사를 제외하면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는 대규모 수력발전을 보유해 이미 RE100을 달성한 상태다. 그는 2030년까지 공공기관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비율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김 장관은 “코레일 철도 부지, 한국도로공사 도로 부지, 농어촌공사 저수지, 수자원공사 댐 등을 활용해 공공기관이 노력만 한다면 태양광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2026년 다보스 포럼이 보여준 에너지 의제의 이동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은 국제사회의 문제 인식이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이벤트 중 하나다. 지난달 19일부터 23일까지 '대화의 정신(A Spirit of Dialogue)'이라는 주제로 각국 정상과 기업·국제기구 관계자 등 약 3,000명이 참석한 2026년 다보스 포럼에서 확인된 가장 분명한 변화는 에너지와 기후를 둘러싼 논의의 중심축이 더 이상 '이상적인 전환'이 아니라 '안보와 회복력'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다보스의 에너지 논의는 탄소중립 목표, ESG 금융, 재생에너지 확대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2026년 포럼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키워드는 공급 안정성, 지정학 리스크, 자국 중심의 에너지 전략이었다. 이는 기후 의제가 후퇴했다기보다는, 에너지 전환이 더 이상 안보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는 인식이 국제사회 전반에 확산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변화는 기후 의제가 밀려났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2026년 다보스 포럼은 '기후 vs 에너지 안보'라는 이분법 자체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다수의 정부 관계자와 글로벌 기업들은 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방향이 국가 안보, 산업 경쟁력, 사회적 안정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력망의 안정성, 연료 공급의 다변화, 핵심 광물과 원자재 공급망 관리가 기후 목표만큼이나 중요한 전략적 의제로 다뤄진 것이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에너지 전환이 시장 논리가 아니라 안보 전략의 일부로 재정의되고 있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이는 에너지 정책이 더 이상 환경 부처나 산업 부처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외교·안보 정책과 긴밀히 결합되고 있는 경향을 보여준다. 공급 안정성과 지정학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면서, 에너지 분야에서는 '전략적 자율성' 담론이 또 하나의 핵심 변화로 떠올랐다. 2026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공급망의 글로벌화가 언제든 지정학적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인식이 공유되었고, 이에 따라 에너지와 자원 분야에서의 자국 생산 확대, 우호국 중심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주요 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역시 국제 협력의 붕괴를 의미한다고까지 생각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2026년 다보스 포럼에서 나타난 흐름은, 보편적 규범 중심의 협력에서 '선별적이고 전략적인 협력'으로의 이동에 가깝다고 판단된다. 에너지 전환과 공급망 안정은 여전히 국제 공조 없이는 달성될 수 없지만, 그 방식은 훨씬 더 정치적이고 선택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에너지 섬'인 한국에 특히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은 에너지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산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2026년 다보스 포럼이 보여준 국제 의제 변화는, 한국의 에너지 정책 역시 '전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에너지 전환은 기후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자, 동시에 지정학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국가 전략이어야 한다. 에너지 믹스, 전력망 투자, 해외 자원 협력, 그리고 동맹과의 에너지 협력이 하나의 전략적 패키지로 재정렬될 필요가 있다. 2026년 다보스 포럼은 에너지 전환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기후 위기와 지정학적 불안정이 동시에 심화되는 이 시대에, 에너지 정책은 이미 국가 생존 전략의 중요한 축이 되었다. 이제 질문은 “에너지 안보 전략 위에서 어떻게 에너지 전환을 설계할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속도가 조정될 수도 있고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안보를 외면한 전환은 지속될 수 없고, 전환을 외면한 안보 역시 장기적으로는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이다. 2026년 다보스 포럼은 바로 그 현실을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고 하겠다. bienns@e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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