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홀딩스, 美 텍사스서 태양광 프로젝트 착공…개발·매각 성과 지속

OCI홀딩스가 미국 시장에서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 개발과 매각 성과를 지속해서 내고 있다. OCI홀딩스는 미국 자회사 OCI에너지가 지난 1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에너지 기업 아라바 파워(Arava Power)와 미국 텍사스주에서 공동으로 추진 중인 선로퍼(Sun Roper) 태양광 발전소의 착공식을 개최했다고 3일 밝혔다. 선로퍼 프로젝트는 텍사스 워튼 카운티에 위치한 대지 693만㎡(1714에이커) 에 발전용량 260메가와트(㎿) 규모로 개발되는 태양광 발전소다. 내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OCI에너지와 아라바 파워가 지분 50%씩 투자했으며, 지난 2월 포춘 최상위권 기업과 체결한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기반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확보했다. OCI홀딩스는 오는 2030년 기준 개발 자산 15기가와트(GW)와 운영 자산 2GW 이상의 전력 용량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최근 제시한 바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 개발과 전력 공급, 에너지 인프라 제공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통해 미국 대표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사업 로드맵도 마련했다. OCI에너지는 지난 2012년부터 미국 텍사스주를 중심으로 유틸리티급 태양광 개발사업(디밸로퍼)을 벌여왔다. 지난 15여년간 약 2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개발·매각했고, 현재 텍사스를 중심으로 태양광 3.1GW와 ESS 3.2GW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 30개의 개발 자산(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선로퍼(260㎿) △페퍼(120㎿) △럭키 7(100㎿) 등 총 480㎿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개발해 매각까지 완료했다. 페퍼와 럭키 7 프로젝트는 튀르키예 에너지 기업 사반치 리뉴어블(Sabanci Renewables)에 매각됐다. 이어서 올해는 아라바 파워와 공동 개발 중인 500㎿ 규모의 라사예(La Salle) 프로젝트 지분 50%도 매각을 완료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올해 말 착공을 앞두고 있으며 2028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는 CPS에너지,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Vertech)와 알라모 시티(Alamo City) ESS 프로젝트를 건설하고 있다. 저자용량 480메가와트시(MWh) 규모로 내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는 해당 프로젝트는 OCI에너지가 직접 운영하는 형태로 추진 중이다. 이우현 OCI홀딩스 이우현 회장은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증가로 미국 에너지 시장에서 태양광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번 선로퍼 프로젝트 착공은 OCI Energy가 기존 개발·매각 중심 사업모델에서 직접 운영 기반을 확대하며 신규 수익 창출 기회를 넓혀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E칼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부지 찾기보다 먼저 할 일

집을 지을 때, 땅부터 덜컥 사는 사람은 드물다. 어떤 집을 지을지 설계도부터 그린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도 마찬가지다. 부지 찾기보다 먼저 정할 것이 있다. 무엇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를 담은 기준처분시스템(이하 '처분시스템')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영구처분은 단순히 폐기물을 땅속에 묻는 일이 아니다. 폐기물을 어떤 형태로 만들어 어떤 용기에 담을지, 어떤 완충재로 감쌀지, 어떤 암반을 천연방벽으로 삼을지, 각 방벽이 오랜 세월 어떤 안전기능을 맡을지를 하나의 체계로 설계하는 일이다. 처분시스템은 처분시설의 설계도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지질환경이 필요한지, 무엇을 연구·실증해야 하는지, 장기 안전성을 어떻게 입증할지를 결정하는 출발점이다. 따라서 처분시스템을 먼저 정립하고 그 성능을 실증하면서, 이에 적합한 지질 조건을 갖춘 부지를 찾아야 한다. 동시에 부지조사 결과를 반영해 처분시스템을 구체화해야 한다. 결국 처분시스템이 부지 선정을 이끌고, 부지가 그 시스템을 검증·보완하는 순환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 작업을 해왔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수십 년간 처분기술을 연구해 왔고, 최근에는 관리사업자로 지정된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태백에 지하연구시설 건설이 추진되고, 영구처분시설 부지 선정도 곧 시작된다. 그렇다면 이제 물어야 한다. 우리가 지금껏 연구해 온 처분시스템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은 “안전하게 처분하겠다"는 원론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채택한 처분 원칙과 개념, 공학적·천연 방벽의 구성, 그리고 장기 안전성 입증 방법이다. 이는 단순한 정보공개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향후 건설할 지하연구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의 기술적 타당성을 검증하는 출발점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이를 잘 보여준다. 두 나라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위해 'KBS-3' 개념을 오랫동안 발전시켜 왔다. 사용후핵연료를 구리와 주철로 만든 이중 용기에 넣고 벤토나이트로 감싼 뒤 안정된 암반에 묻는 다중방벽 방식이다. 오랜 연구개발과 현장 실험으로 각 방벽의 성능과 부지 특성을 검증하고, 이를 종합해 처분시스템의 장기 안전성을 평가해 왔다. 핀란드는 이미 올킬루오토섬에 온칼로 처분시설을 짓고 운영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2026년 8월 핀란드 안전규제기관 STUK는 이 시설이 안전요건을 충족한다고 평가했다. 스웨덴도 KBS-3를 기반으로 포르스마르크에 처분시설을 건설 중이다. 두 나라의 경험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처분시스템의 기본 개념과 안전요건을 먼저 확립하고, 그 개념을 검증할 수 있는 지질 조건을 갖춘 부지를 찾되, 부지조사 결과에 따라 처분시스템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 그동안 쌓아 온 처분시스템 연구성과를 공개해야 한다. 물론 모든 자료를 공개할 필요는 없다. 기술적·법적으로 공개가 제한돼야 할 사유가 있다면 제외하면 된다. 그러나 처분의 기본원칙과 개념, 처분시스템의 구성, 각 방벽의 안전기능, 설계의 기본방향, 장기 안전성 입증전략, 지하연구시설에서 검증할 핵심 과제만큼은 공개해야 한다. 공개는 오히려 연구의 완성도를 높인다. 외부 전문가가 검토하고 다른 연구자가 문제를 제기하며 빈 곳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은 특정 지역에 짓지만, 그 안전의 책임은 지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초장기 안전성을 전제로 하는 국가적 사업이다. 그래서 부지 선정 과정에서 지역주민에게 “이곳이 안전하다"고 설명하려면, 먼저 무엇을 어떻게 처분할지부터 제시해야 한다. 현행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5조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와 시설의 부지 선정·건설·운영 등 주요 사항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부지 선정이 처분시스템 확립보다 앞서면, 부지 특성에 맞춰 처분개념을 뒤늦게 조정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처분시스템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는다면 지역주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잘못 끼운 첫 단추를 바로잡으려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치러야 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의 첫 단추는 부지가 아니다. 우리가 선택한 처분시스템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지하연구시설의 연구 방향이 분명해지고, 부지 선정의 기술적 기준도 또렷해진다. 그간 연구한 처분시스템을 이제 국민 앞에 내놓을 때다. 문주현

‘안전·재무부담’ 사이 고심 깊어진 서부발전 노사…태안 IGCC 출구전략 절실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의 석탄가스화복합발전소(IGCC) 재가동을 두고 경영 부담과 직원 안전 사이의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서부발전은 내년 말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은 두 차례 폭발사고를 이유로 가동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IGCC에 아직 회수하지 못한 투자비 부담이 상당한 만큼 지금 폐지할 경우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재가동 여부가 국회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3일 서부발전 노조는 두 차례 폭발사고를 겪은 IGCC의 재가동에 반대하고 있다. 현장의 안전 신뢰가 크게 무너진 데다 설비 특성상 사고 위험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IGCC는 석탄을 직접 태우는 일반 석탄화력과 달리 석탄을 고온·고압에서 산소와 반응시켜 합성가스를 만든 뒤 이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한다. 태안 IGCC의 설비용량은 346메가와트(MW)로 가스발전기 한기와 비슷한 규모로 지난 2016년 상업운전을 시작했으며 총 1조3000억여원이 투입됐다. 문제는 합성가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고온·고압의 가스를 다뤄야 한다는 점이다. 합성가스에는 일산화탄소(CO)가 포함돼 있고 공정 과정에서 부식성 물질도 발생한다. 배관이 부식돼 합성가스가 누출될 경우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우려다. 실제로 IGCC에서는 2023년 1월과 지난해 12월 두 차례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사고에서는 협력업체 직원 2명이 화상을 입었다. 이후 IGCC는 현재까지 가동을 멈춘 상태다. 서부발전은 IGCC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IGCC 재가동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서부발전은 올해 IGCC의 잔여 수명과 취약 부위를 분석해 설비·안전 보강 계획을 마련하고 내년 보강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후 시운전과 안전성 검증을 거쳐 내년 말 정상화한다는 계획이다. 서부발전은 에너지경제신문에 IGCC 재가동 여부에 대해 "설비 신뢰와 안전성이 담보된다는 전제하에 내년에 가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가동에 대한 입장은 엇갈리지만 노사가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것은 IGCC를 폐지할 경우 발생할 재무 부담이다. 노조가 추산하는 IGCC의 회계상 잔존가치는 약 8000억원이다. 내용연수도 약 20년 남아 있어 지금 폐지하면 향후 발전을 통해 회수할 수 있었던 투자비를 포기하고 장부에 남은 설비 가치도 대규모 손실로 처리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재무상태뿐 아니라 공공기관 평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서부발전은 지난해 평가에서 전년보다 한 단계 낮은 C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말 151.7%였던 부채비율은 올해 6월 말 188%까지 높아졌고 같은 기간 836억원의 영업손실도 발생했다. 그렇다고 재가동에 부담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상화를 위해 추가적인 보수·안전보강 비용이 필요한 데다 향후 사고가 재발할 경우 인명·재산 피해와 함께 평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폐지와 재가동 어느 쪽도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상태다. IGCC 문제는 발전공기업 통합 과정에서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7월 서부발전을 포함해 총 다섯개 발전공기업을 한개사로 통합하는 통합발전공기업 출범을 추진하고 있다. 그때까지 IGCC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관련 자산과 재무·안전 부담도 통합발전사가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 서부발전 노조가 소속된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도 재가동보다는 폐지 방향으로 IGCC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연맹은 “태안 IGCC에서 발생한 두 차례 사고로 안전에 대한 현장의 신뢰가 크게 무너졌고 경제성 측면에서도 높은 유지·정비 비용 때문에 경쟁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고 있다"며 “재생에너지와 무탄소 전원으로 전환하는 정부 정책 방향이 분명해진 만큼 막대한 비용을 다시 투입해 IGCC를 정상화하는 것이 타당한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열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태안 IGCC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환노위 위원인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운영 중인 IGCC의 경제성과 안전성, 환경성 등에 대해 국회에서 그간의 성과를 점검해보고 향후 방향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같은 위원회 소속인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미 투입된 비용과 경영상의 부담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안전을 담보로 감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두 차례 사고가 있었던 만큼 비용 회수나 경영평가보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확실히 보호하면서도 IGCC로 인한 경영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국회에서도 함께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단독] 서부발전 노조 “두 번의 사고, 직원들 트라우마…태안 IGCC 멈춰야”

“태안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은 한때 석탄으로 가스를 만들어 발전하는 꿈의 설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직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피 시설이 됐습니다." 김동규 한국서부발전노동조합 중앙위원장은 최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충남 태안 IGCC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인터뷰에는 IGCC에서 근무한 익명의 서부발전 관계자도 함께했다. 노조는 2023년 1월과 지난해 12월 두 차례 발생한 폭발 사고 이후 현장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졌으며 IGCC 근무를 기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IGCC는 처음 도입될 당시만 해도 가스화를 통해 단순 석탄발전보다 청정한 발전 방식으로 탈석탄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책임질 수 있는 기술로 기대를 받았다"며 “그러나 국내에 운영 경험과 기술 노하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증과 상업운전을 거치면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태안 IGCC는 석탄을 직접 연소하는 대신 고온·고압에서 산소와 반응시켜 합성가스를 만들고 이를 연료로 발전하는 설비용량 346메가와트(MW) 규모 설비다. 정부 연구개발·실증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07년 추진돼 2011년 착공했으며 총 1조3000억여원이 투입됐다. 상업운전은 지난 2016년 8월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안전 문제가 반복됐다. 2023년 1월 첫 폭발 사고가 발생했고 지난해 12월 다시 폭발 사고가 발생해 협력업체 직원 2명이 화상을 입었다. 두 번째 사고 이후 IGCC는 지금까지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두 차례의 폭발은 직원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고 김 위원장은 주장했다. 그는 “사고가 난 뒤 '그 시간에 내가 감독 업무를 했을 수도 있었다'고 이야기한 직원들이 적지 않았다"며 “사람이 언제든 오갈 수 있는 공간에서 폭발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직원들에게 큰 충격이었다"고 밝혔다. 익명의 관계자는 “특히 IGCC에서 1~5년가량 실제 근무해 설비를 경험한 직원들은 다시 IGCC에서 근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국내에서 IGCC를 운영하는 곳이 태안밖에 없어 다른 사업소에서 관련 경험자를 데려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저연차 직원들이 IGCC에 배치되는 상황을 문제로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기존 직원들이 IGCC 근무를 꺼리다 보니 신입이나 저연차 직원, 다른 사업소에서 태안으로 이동한 직원들이 배치되는 경우가 있다"며 “두 차례 사고를 겪은 설비에 경험이 부족한 직원들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폭발 사고가 대형 사고로 확대될 가능성도 우려했다. 익명의 관계자는 “IGCC에는 공기분리장치(ASU)와 고압 산소 관련 설비가 있는데, 당시 폭발이 이 설비 인근에서 발생하지 않은 것도 굉장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사고가 이곳까지 영향을 미쳤다면 단순한 사고를 넘어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다는 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장 직원들이 화재와 함께 우려하는 부분은 합성가스 누출 가능성이다. 합성가스에는 일산화탄소(CO)가 포함돼 있다. CO는 색깔과 냄새가 없어 사람이 누출 여부를 곧바로 인지하기 어렵다. 익명의 관계자는 “현장에는 CO 감지기가 설치돼 있고 직원들도 휴대용 감지기를 착용한다"며 “현장에서 감지기가 작동하면 작업자는 이동을 멈추고 왔던 길로 되돌아간 뒤 누출 지점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밝혔다. 이어 “고온의 가스가 흐르는 배관은 보온재로 감싸져 있어 가스가 새더라도 어느 지점에서 누출되는지 바로 알기 어려운 구조"라며 “부식으로 어딘가에서 가스가 새기 시작해도 이를 즉시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만 IGCC를 당장 폐지하기는 게 쉽지 않다는 회사 입장에 노조도 공감했다. 노조가 추산하는 IGCC의 회계상 잔존가치는 약 8000억원이다. 내용연수도 약 20년 남아 있어 지금 폐지할 경우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뷰에서 회사를 걱정하는 이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이들은 이번 사안을 서부발전의 책임으로 돌리기보다 IGCC를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가 공론화돼 합리적인 해법이 마련되기를 바랐다. 김 위원장은 “회사가 안전 문제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며 “그러나 지금 폐지하면 약 8000억원의 잔존가치를 처리해야 하고 이는 회사의 재무상태와 경영평가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부발전은 지난해 말 IGCC 폭발 사고 여파로 약 90억원을 연결 재무제표상 손상차손으로 반영했다. 이날까지 IGCC 발전량은 없는 상태다. 서부발전은 내년 말 정상화를 목표로 설비 상태진단과 건전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진단 결과에 따라 보강 작업과 시운전, 안전성 검증을 거칠 예정이다. 노조는 IGCC가 애초 정부 주도의 실증사업으로 추진된 만큼 재가동 또는 폐지 여부를 발전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회사가 단독으로 '위험하니 폐지하겠다'고 결정하면 수천억원의 손실과 경영평가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며 “누구도 쉽게 폐지를 결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직원들에게 안전하게 운영할테니 다시 현장 근무를 요구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지방정부 없는 탄소중립은 종이호랑이”…김성환 장관, 지역 재생에너지 전환 전폭 지원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전국 지방정부가 실질적인 기후행동 실행에 나섰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에 대해 “지방정부와 함께하지 않는 탄소중립 정책은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며 중앙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30 지역의 약속, 실행으로: 지역전환을 위한 기후행동 공동결의' 대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 장관을 비롯해 이재준 수원시장(기후위기대응·에너지전환지방정부협의회 회장), 전진선 양평군수, 이창훈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위원장, 전국 40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행사에 참석한 김 장관은 인공지능(AI) 혁명과 기후위기, 국가 산업 경쟁력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지역 중심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대한민국은 AI 혁명 시대를 선도하면서 동시에 탄소중립을 이루고 제조업 경쟁력도 지켜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속도로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하고, 그 핵심 열쇠는 주민과 맞닿아 있는 지역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장관은 “기초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에너지공사나 협동조합 설립을 적극 독려하고, 주민참여 비율에 따른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개선 등 더 큰 노력을 기울이는 지자체에 더 큰 보상이 돌아가도록 제도와 재정을 아낌없이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전국 40개 지자체는 과거의 상징적 선언에서 벗어나 민선 9기 임기 내 실현할 구체적 감축 목표를 담은 공동 결의문에 서명했다. 결의문에는 △지역 여건에 맞춘 재생에너지 전력 자립률 확대 및 설비 확충 △공공기관 차량 및 시내버스의 무공해차 100% 전환 △공공 다중이용시설 일회용품 사용 금지 및 자원순환센터 구축 △취약계층을 위한 기후보험 도입 등 지자체별 실천 목표가 명시됐다. 현장에는 수원·구리·오산·양평·화성·태백·부안 등 주요 단체장 및 부단체장 10명이 직접 무대에 올라 지역별 목표를 발표하고 목판 서명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앞서 개회사를 맡은 이재준 수원시장은 민선 9기 4년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의 성패를 가를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짚었다. 이 시장은 “2015년 파리협정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기후재난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민선 9기 지방정부에 주어진 4년은 말과 약속의 시대를 지나 즉각적인 실행의 시대로 전환해야 하는 때"라고 역설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확산과 대중교통 전환, 폐기물 감축 등 지역의 구체적 행동이 담보돼야만 2030 NDC와 2050 탄소중립도 달성할 수 있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완벽한 '원팀'이 되어 과감한 행정·재정 지원과 정책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공동결의는 2030년까지 40% 감축이라는 국가 목표 대비 2024년까지의 감축률이 약 12%(8900만 톤)에 그쳐, 향후 4년여간 2억200만 톤이라는 대규모 추가 감축이 시급해진 배경 속에서 추진됐다. 주최 측인 지방정부협의회와 파트너십 도약(LEAP)은 향후 지자체별 목표 이행 경과를 공동 모니터링하며 정책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까다로운 해상풍력 입지, 정부가 직접 확보…2040년 45GW 보급 목표

정부가 민간사업자에 의존하던 해상풍력 개발 방식을 전편 개편한다. 정부가 직접 입지를 발굴하고 인허가와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는 '계획입지 제도'를 도입해 오는 2031년까지 25기가와트(GW) 규모의 예비지구를 지정하고, 2040년까지 누적 45GW를 보급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제1회 해상풍력발전위원회(이하 해풍위)' 첫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해상풍력 주요 추진성과 및 계획입지 도입 방안'과 '해상풍력발전위원회 운영세칙'을 심의·의결했다. 해풍위는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해상풍력법)'에 따라 국무총리 소속으로 신설된 법정 기구다.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관계 부처 장관 12명과 민간 위촉위원 12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됐다. 초대 민간위원장에는 김범석 제주대학교 대학원 풍력공학부 교수가 임명됐다. 그동안 국내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발전 허가 물량이 약 33GW에 달했으나,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주민 갈등, 계통·인프라 부족 등으로 실제 보급된 물량은 0.37GW에 그쳤다. 이에 정부는 301개 해양공간정보와 규제 빅데이터를 종합한 '해상풍력 입지정보망'을 가동해 최적 입지를 선제 발굴하기로 했다. 풍황·환경·어업·해상교통·군사작전 등을 종합 분석해 예비지구를 지정한 뒤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민관협의회를 통해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고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연내 2~3GW 규모의 첫 예비지구 지정을 시작으로 2031년까지 총 25GW의 예비지구를 순차적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3년 주기의 경쟁입찰을 거쳐 이르면 2033년부터 계획입지를 통한 보급이 본격화된다. 선정된 발전사업자는 설계·시공·운영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해상풍력법에 따라 28개 법률, 42개 인허가 사항이 집중 의제 처리되면서 사업 기간과 행정 불확실성이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절감된 비용을 반영해 경쟁입찰 상한가를 기존 대비 대폭 인하하고, 기존 사업자가 원할 경우 요건 심사를 거쳐 계획입지 체계로 편입시키는 방안도 병행한다. 김범석 민간위원장은 “범부처 해상풍력발전위원회가 해상풍력 보급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논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위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제언을 바란다"고 밝혔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해상풍력은 에너지 대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 청정전원이자 반도체·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피지컬 인공지능(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의 전력 공급원"이라며 “관계부처와 지자체는 주민·어업인과의 상생을 바탕으로 2030년 10.5GW 준·착공, 2035년 25GW 보급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두산퓨얼셀, 미국 데이터센터에 연료전지 5014억원 규모 공급

두산퓨얼셀이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연료전지를 공급한다. 두산퓨얼셀은 ㈜두산의 미국 자회사 하이엑시엄과 5014억원 규모의 인산형 연료전지(PAFC)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제품은 올해 하반기부터 오는 2028년 상반기까지 하이엑시엄에 순차 납품되며, 하이엑시엄은 이를 미국 AI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예정이다. 두산퓨얼셀 연료전지는 높은 발전 효율과 24시간 연속 운전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전력 신뢰성과 유지보수 편의성, 부하 대응성을 충족한다고 두산퓨얼셀은 설명했다. 계약 체결 후 약 1년 안에 설치를 완료할 수 있고 전력 수요 증가에 맞춰 증설할 수 있는 확장성도 갖췄다고 강조했다. 두산퓨얼셀 관계자는 “AI 시대 데이터센터 전력 병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가전력(BTM) 솔루션의 경쟁력을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확인한 것"이라며 “신속한 공급과 단계적 확장성을 앞세워 북미 시장에서 추가 수주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두산퓨얼셀은 전북 익산공장에서 연료전지를 생생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능력은 약 275메가와트(MW)다. AI 데이터센터용 연료전지 수요 확대에 맞춰 증설도 검토 중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VPP·ESS 업계 “전력시장 개편 더는 못 미뤄”…정부에 도입 촉구

가상발전소(VPP)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운영하는 에너지 IT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맞춰 전력시장 제도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제주에서 시범 운영 중인 실시간·예비력 시장의 육지 확대가 지연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일 기후솔루션과 해줌,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에이치에너지, 브이피피랩 등 4개 에너지 IT 기업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전력시장 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공동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정부가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100기가와트(GW) 보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력시장 개편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양광과 풍력은 기상 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력이 남는 시간에는 저장하고 수요가 증가할 때 공급하거나, 여러 분산자원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묶어 수급을 조절하는 유연성 자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이를 VPP라고 한다. 문제는 현행 전력시장에서 이들이 전력망 안정에 기여한 만큼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력시장 운영 역시 하루 전 발전계획을 세우는 하루전시장 중심이다. 당일 태양광·풍력 발전량이나 전력수요가 예상과 달라져도 이를 실시간 가격에 반영해 시장 참여자가 대응하도록 하는 구조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24년 6월 제주에서 재생에너지 입찰제와 함께 실시간시장·예비력시장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해 입찰하도록 하고 실시간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다만 육지 확대 시점은 내년 이후로 미뤄진 상태로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에 대해 “아직 시행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시장 개편이 늦어지면서 VPP·ESS 기업들의 사업 확대에도 제약이 생기고 있다. 관련 기술과 설비를 확보하더라도 실제 전력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제도가 갖춰지지 않으면 민간 투자를 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유연성 자원의 전력시장 참여 범위를 넓히는 추세다. 호주는 배터리와 VPP가 전력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고, 미국도 분산에너지 자원을 전력시장에 참여시키기 위한 제도 개편을 추진해왔다. 사업자들은 국내에서도 △실시간시장 확대 △보조서비스 보상체계 개편 △ESS·VPP의 시장 참여 자격 마련 △전력시장 개편 로드맵 제시 등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별도의 대규모 재정 투입보다 시장 규칙을 바꿔 민간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선규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는 발전소를 더 짓는 것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며 “정부는 대규모 경직성 발전기를 중심으로 설계된 전력시장 규칙을 재생에너지에 맞게 다시 설계해 유연성 자원이 기여한 만큼 보상받는 시장을 조속히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원자력 르네상스, 사람을 준비해야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최근 세계 곳곳에서 “원자력 르네상스"가 회자된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저탄소 전력원으로서의 가치, 전쟁과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경각심에 더해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확산에 따른 가파른 전력수요 증가가 원자력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끌어올렸다.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거나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국가가 늘고 있으며,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비롯한 차세대 원자로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나 이러한 원자력 르네상스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과 자본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원전을 설계하고 건설하며, 운영하고 규제할 사람이 필요하다. 주요 원전 운영국들은 이미 이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의 조사에 따르면 원자력발전 관련 제조업체의 63%가 인력 채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 결정한 「7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의 최대 활용을 기조로 정한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 관련 전공자가 감소하면서 인력의 고령화와 기술 전승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조금 더 복잡하다. 국내 원자력 산업 인력은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지만, 원자력 전공 입학생은 2024년 709명에서 지난해 654명으로 감소하는 등 대학의 인력 공급 기반은 오히려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과 신규 원전, 혁신형 SMR 개발, 원전 해체와 사용후핵연료 관리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인력 수요가 늘고 있다. 여기에 체코 두코바니 사업을 시작으로 해외 원전 수출이 확대된다면 필요한 인력의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문제는 숫자 너머에도 있다. 원자력은 사람을 뽑는다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원전의 설계와 제작, 건설, 시운전, 운영, 정비에서부터 규제와 핵안보, 안전조치, 방사선 방호, 핵연료와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오랜 교육과 경험을 쌓은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특히 원전 건설이 오랫동안 중단됐던 국가에서는 숙련된 기술과 경험을 다음 세대로 어떻게 이전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된다. 따라서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인력 문제 역시 한 국가의 문제로만 접근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 원자력 공급망을 공유하고 높은 수준의 안전·비확산 기준을 함께 유지하는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 사이에서 인력 수급에 관한 정보를 보다 체계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 어느 국가에서 어떤 분야의 인력이 언제 얼마나 필요한지, 어느 분야에서 부족이 예상되는지를 미리 파악한다면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의 교육 프로그램을 보다 장기적으로 설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특정 프로젝트에서 전문인력이 일시적으로 부족할 경우 국가 간 교육과 파견, 공동훈련 등을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협력은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원전을 직접 설계하고 건설하며 장기간 운영해 온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여기에 해외 원전 건설 경험까지 가지고 있으며 원자력 안전규제와 비확산 분야에서도 상당한 경험을 축적해 왔다. 앞으로 원전 수출 경쟁에서도 이러한 경험과 인적 자산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처음으로 원전을 도입하는 신규 진입국의 경우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원전 건설을 결정하는 것만으로 원전 운영이 자동으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할 기술자뿐 아니라 독립적으로 이를 감독할 규제기관과 전문인력, 비상대응 체계, 핵안보와 비확산 역량, 그리고 다음 세대의 인력을 길러낼 대학과 교육기관까지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와 인력은 원자로처럼 완제품으로 수입할 수도, 단기간에 만들어 낼 수도 없다. 따라서 운영자 교육, 규제 역량 강화, 대학과 연구기관의 인력 양성, 정비와 안전문화 교육까지 포함하는 장기적인 인적 역량 구축 프로그램이 한국 원전 수출 패키지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이는 수입국의 원자력 안전을 높이는 동시에 공급국과 수입국 사이에 수십 년간 지속되는 신뢰와 협력 관계를 만드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원자력 르네상스가 현실이 될수록 가장 희소한 자원은 연료보다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원자로는 수출할 수 있지만 경험은 하루아침에 수출할 수 없다. 지금부터 국내 인력의 양성과 기술 전승을 준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과 인력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신규 진입국의 인적 역량 구축까지 원전 수출 전략에 포함해야 하는 이유다. 다가오는 원전 르네상스에서 한국이 원자로뿐 아니라 상대국의 원자력 인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bienns@ekn.kr

VPP랩, 제주 최초 PPA 공급 맡는다…PPA 확대 본격화

VPP랩이 제주 지역 최초로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방식의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을 맡았다. VPP랩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에너지공사가 추진하는 '풍력발전-수소 생산시설 직접PPA'의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로 참여해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을 본격 시작한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3메가와트(MW) 규모의 행원 연안풍력발전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인근 행원 그린수소 생산시설에 직접 공급해 수소 생산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제주도와 제주에너지공사도 함께 참여해 제주에서 추진되는 최초의 직접PPA 사례라고 VPP랩은 설명했다. 아울러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 성격을 띤다. VPP랩은 기업의 재생에너지 100%(RE100) 이행을 지원하며 재생에너지 조달·공급 사업을 수행해 왔다. 카카오 제주 본사의 RE100 이행을 최근 3년 연속 지원했다. 또한 제주 지역 발전소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다수의 글로벌 기업에 공급하는 등 현재까지 누적 13기가와트시(GWh) 이상의 조달·공급 실적을 확보하고 있다. 차병학 브이피피랩 대표는 “재생에너지 전환의 다음 과제는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을 넘어, 생산된 전력을 필요한 곳에 가장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라며 “VPP기술을 바탕으로, 수요처의 특성과 전력 사용 환경에 맞는 다양한 PPA 모델을 통해 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소비를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보다 유연한 전력거래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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