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조 사업’ KDDX, 또 표류 위기…방사청 입장 번복에 ‘K-방산 혼선’

감점 기간 만료를 불과 한 달 반 앞둔 시점에서 방위사업청이 내린 결정이 대한민국 방위 산업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2030년까지 6000톤급 차세대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데에 총 사업비 7조8000억원이 소요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Korea Destroyer Next Generation) 사업의 향방을 결정지을 HD현대중공업의 보안 감점 기간을 돌연 1년 이상 연장한 것이다. 방사청은 '새로운 법률 검토' 결과를 내세웠지만 HD현대중공업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 부당한 조치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단순한 행정 해석 변경으로 보기 힘든 이번 결정의 이면에는 KDDX 사업을 둘러싼 두 거대 기업의 사활을 건 대결과 복잡한 정치적 역학 관계가 얽혀있다. KDDX 사업은 대한민국 해군 미래 함대의 초석이다. 이 함정들은 1998년에서 2000년 사이에 취역 함령이 25년을 초과한 노후한 광개토대왕급(DDH-I) 구축함을 대체하기 위해 지정됐다. 광개토대왕급은 성능 개량을 거쳤으나, 선체의 수명과 플랫폼 자체의 근본적인 능력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미 최초 작전 능력 확보 목표 시점이 당초 2030년에서 최소 2032년으로 지연된 이 사업의 표류는 해군력의 공백이라는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한다. 이 같은 공백은 중국과 일본 등 주변 해양 강국들이 공격적으로 함대를 증강하는 시점에 발생해 전략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KDDX는 센서·전투 체계·무장에 이르는 거의 모든 핵심 체계를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최초의 구축함으로, 한국 해군 기술의 비약적인 도약을 상징한다. 때문에 KDDX 사업은 단순한 함정 교체를 넘어 대한민국 해군의 전략적 방향성을 바꾸는 중대한 전환점으로 꼽힌다. 국산 전투 체계와 플랫폼 설계를 통해 완전한 기술 자립을 추구하는 것은 미국 이지스 시스템에 의존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최상위 해군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국가적 목표를 반영한다. 따라서 현재의 사업 정체는 단순한 일정 지연이 아니라 이러한 국가 전략 목표에 대한 심각한 차질을 의미한다. 함정 건조 사업은 통상 개념 설계→기본 설계→상세 설계·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KDDX 사업에서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개념 설계를,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이 2023년 12월 기본 설계를 완료했다. 그러나 프로젝트는 기본설계 완료 직후부터 핵심 단계인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로 나아가지 못한 채 거의 2년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이는 해군과 방산 생태계 전반에 막대한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19차례에 걸쳐 군사 기밀 문건을 불법 취득해 사내에 공유했다. 유출된 자료에는 경쟁사인 대우조선해양이 수행하던 KDDX 개념 설계도와 잠수함 관련 문건 등 매우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경쟁사의 지적 재산과 기밀에 해당하는 해군의 요구 사항을 법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확보해 경쟁 우위를 점하려는 능동적인 범죄 행위였다. 이에 연루된 직원 9명은 군사 기밀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법적 절차는 두 단계로 나뉘어 종결됐다. 먼저 직원 8명에 대한 유죄가 2022년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나머지 1명에 대한 유죄 판결은 2023년 12월에야 확정됐다. 애초 동일한 사건 번호로 기소된 사건의 판결이 이렇게 시차를 두고 확정된 사실은 훗날 방사청이 기존 입장을 뒤집는 핵심 빌미가 됐다. 방사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기소는 9명이 같이 됐는데 8명에 대한 1심 판결만 났고, 나머지 1명에 대해선 검찰이 항소해 2심으로 넘어가 사건이 2개로 쪼개진 것으로 법무 검토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군사 기밀 유출 사건으로 인해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해 모든 경쟁 입찰에서 1.8점의 보안 감점을 부과했다. 당초 이 감점은 올해 11월까지 적용될 예정이었다. 이 페널티의 실질적인 파급력은 2023년 7월 울산급 배치-III 호위함 5·6번함 입찰에서 증명됐다. 당시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은 기술능력평가에서 더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그러나 1.8점의 보안 감점이 적용되자 최종 점수에서 한화오션이 0.1422점이라는 근소한 차이로 사업을 수주했다. 이 사건은 보안 감점이 명목상의 징벌이 아니라 수주 당락을 결정하는 치명적인 요소임을 입증했다. 이는 양사의 입장을 더욱 극단으로 몰고 갔다. 한화오션은 경쟁 입찰이 정당한 승리의 길임을 확인했고, HD현대중공업은 경쟁 입찰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규정하며 감점이 적용되지 않는 수의 계약을 더욱 강력하게 요구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울산급 호위함 수주 실패는 KDDX 분쟁의 성격을 단순한 사업 경쟁에서 '존망을 건 기업 전쟁'으로 변질시킨 촉매제였다. 이전까지 감점의 영향은 이론적인 논쟁에 머물렀지만 이 사건 이후 HD현대중공업에게 KDDX 경쟁 입찰은 승리가 불가능한 싸움이라는 현실이 됐다. 이는 수의계약이 아니면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굳히게 만들었고, 타협의 여지를 없애며 갈등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 설계 수행사로서 관례와 효율성에 따라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수의 계약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군이 원하는 '적기 전력화'를 달성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이 저지른 군사 기밀 탈취는 전례가 없는 범죄여서 수의 계약이라는 특혜를 받을 자격을 상실케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연유로 한화오션은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 입찰을 요구하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애초부터 경쟁 입찰을 염두에 둬 준비는 이미 다 해둬 사업자 재선정이 이뤄져도 충분히 빠르게 사업을 진행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두 회사 사이에서 방사청은 초기에 HD현대중공업과의 수의 계약에 무게를 두면서도 한화오션을 달래기 위해 공동 설계나 후속함 물량 분할 같은 '상생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들은 양측 모두로부터 사실상의 하청 관계라며 거부당했다. 방사청의 어설픈 중재 시도는 결단력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무능만 드러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종전까지 방사청은 1년 넘게 군사 기밀 유출 사건을 단일 사건으로 간주하며 1.8점의 보안 감점이 2022년 11월부터 3년인 2025년 11월까지 적용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랬던 방사청은 지난달 30일 돌연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새로운 법률 검토 결과 2022년과 2023년의 유죄 판결은 별개의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기존 1.8점 감점은 2025년 11월에 만료되지만 2023년 12월 판결을 근거로 한 새로운 1.2점의 감점이 2026년 12월까지 3년이 추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 결정은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이 막바지 결정 단계에 이른 시점과 기존 감점 기간 만료를 불과 1년여 앞둔 시점에 내려졌다. HD현대중공업은 이 결정의 시점에 강한 의구심을 표하며 이는 자사가 경쟁 입찰에서 승리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의도를 가진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 조치라고 맹비난했다. 또 당국의 결정에 대해 행정 소송을 포함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즉각 발표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방사청은 어떤 근거와 이유를 갖고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통지하지도 않았다"며 “아직 당국이 법적 효력이 있는 공문을 보내거나 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이고, 실제 그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이 되면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전했다. 핵심 법적 논거는 국내 행정법의 기본 원칙인 '신뢰 보호의 원칙'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주장이 인용되려면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 '감점은 2025년 11월에 종료된다'는 공적 견해를 표명했다는 점과 국가 방위 사업 총괄 기관인 방사청의 발표는 신뢰할 가치가 있었다는 점, 이 발표를 믿고 사업과 법적 전략을 수립했다는 점, 방사청의 입장 선회가 그 신뢰를 침해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법정에서의 핵심 쟁점은 방사청이 입장 번복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인 기밀 유출 처벌 강화가 HD현대중공업의 신뢰 이익 침해보다 더 큰지를 가려보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의 입장 번복은 정치적 문제를 행정적 수단으로 해결하려다 법적 위기를 자초한 전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군사 기밀 유출 전력이 있는 기업과 수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에 대한 여론과 정치적 부담이 문제였다. 방사청은 타협안 도출에 실패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감점 연장이라는 행정적 조치를 통해 HD현대중공업을 비판하는 여론을 무마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묘수'는 행정의 일관성이라는 법치주의의 대원칙을 무시함으로써 스스로를 소송의 피고가 되는 길을 면치 못하게 만들었다. 방사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과 수의 계약까지 하려 했던 것과 두 개로 나뉘어진 군사 기밀 보호법 위반 사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 않느냐"며 “신뢰 보호 원칙이라는 건 처음 들어본다"고 답변했다. KDDX 분쟁은 국회 국방위원회로까지 확산됐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의 기반인 울산과 한화오션의 기반인 거제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각자의 지역 산업을 대변하며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방위는 청문회를 열고 방사청의 우유부단함과 기존 약속 불이행을 질타했지만 최근 열린 당정 협의회에서도 수의 계약과 경쟁 입찰, 상생안 모두 법적·현실적 문제점만 확인했을 뿐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는 정치권 역시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교착 상태에 빠져 있음을 보여준다. HD현대중공업과 방사청 간 법적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사업 지연은 수년 더 길어질 수 있다. 이는 역내 불안정이 고조되는 결정적인 시기에 해군이 노후 함정의 수명을 억지로 연장하거나 축소된 구축함 함대를 운용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곧 북한과 중국의 해군력 증강에 대응하는 대한민국의 대양 작전 능력을 약화시키는 실질적인 국가 안보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사업 지연은 '기술 진부화'의 위험을 낳는다. KDDX를 위해 개발된 최첨단 기술들이 함정이 실전 배치될 때쯤에는 더 이상 최신 기술이 아니게 될 수 있다. 방사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해군의 전력 공백과 기술 진부화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KDDX 전력화를 최우선으로 여긴다"며 “현 시점에서 갈등 해결 방안이나 출구 전략이 있다면 HD현대중공업과 논의해봐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신뢰성 있고 신속하며 고품질의 첨단 무기 체계 공급 국가로서 'K-방산'이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했다. KDDX 사태는 이러한 이미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공개적인 내부 다툼과 스파이 행위 비난, 정부의 정책 혼선은 잠재적인 해외 고객들에게 혼란과 불안정의 이미지를 심어준다. 정부는 대규모 해외 수주를 위해 국내 기업들이 협력하는 '원팀' 전략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국가 핵심 사업인 KDDX를 두고 벌이는 극심한 국내 분쟁은 이 전략을 위선적이고 비효율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국내에서조차 '원팀'을 이루지 못하면서 해외에서 '원팀'을 구성하자는 주장은 △33조원 규모 캐나다 잠수함 사업 △미 해군 MRO·함정 건조 △호주 호위함 수주 실패 사례 앞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KDDX 위기는 'K-방산' 수출 모델에 대한 실전 스트레스 테스트임과 동시에 치명적인 구조적 결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 모델은 치열한 국내 경쟁이 혁신과 가격 경쟁력을 이끈다는 전제 위에 세워졌다. 그러나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승자 독식' 프로젝트에서는 그 경쟁이 상호 파괴적으로 변질돼 수출 시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사업 추가 지연은 두 거대 조선사뿐만 아니라 부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수백 개의 중소 협력사들에도 타격을 준다. 이들 기업은 수년 간의 불확실성을 견딜 자본이 부족하다. 프로젝트의 마비는 투자를 위축시키고 일자리를 위협하고 K-방산 생태계 전반의 특화된 기술력과 역량을 잠식시킬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소송을 진행하고, 법원이 최종 판결까지 수년이 걸릴 경우 KDDX 사업은 사실상 동결될 수 있어 이는 해군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법과 정치적 압박에 직면한 방사청이 감점 연장 결정을 철회하고 기존의 2025년 11월 만료 입장으로 회귀하는 입장 재번복이 이뤄지면 이는 수의 계약 대 경쟁 입찰이라는 원래의 교착 상태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국가 안보에 미치는 심각성을 인지한 대통령실이나 국회가 개입해 해결책을 강제할 수 있다. 이는 6척의 건조 물량을 3척씩 분할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상생안'일 수 있고 정치적으로는 편리하지만 생산 효율성 측면에서는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최우선 과제는 신속하고 투명하며 법적으로 완결성 있는 사업 방식 결정이다. 현재의 불확실한 상태는 어떤 단일 결정보다 더 큰 해악을 끼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외부 법률 조달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검토위원회를 구성해 방사청과 국방부에 구속력 있는 권고안을 제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결정을 탈정치화하고 방사청이 결단력 있게 행동할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제77주년 국군의 날…한화에어로스페이스, K-방산 미래 청사진 제시

국군의 날 기념식이 성대하게 거행된 가운데 국내 대표 방산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방산의 현재와 미래를 총망라하는 첨단 무기 체계를 대거 선보이며 '스마트 정예 강군'의 비전을 현실로 증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강력한 자주 국방과 방위 산업 육성을 천명했고, 그 중심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술력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1일 이재명 대통령은 계룡대에서 제77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를 통해 “스스로 만드는 무기 하나 없어 우방국의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최첨단 전차·자주포·전투기·잠수함을 수출하는 방산 강국으로 거듭났다"고 언급했다. 이어 '강력한 자주 국방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세 가지 약속을 발표했다. 우선 인공 지능(AI)·드론·로봇 등 첨단 기술에 집중 투자해 우리 군을 미래 전장을 주도하는 '스마트 정예 강군'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또 방위 산업을 적극 육성해 국방력 강화와 경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K-방산이 세계로 더욱 뻗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군 장병들의 처우 개선과 사기 진작을 약속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A1 자주곡사포·K-10 탄약 운반 차량 모형. 사진=박규빈 기자이날 행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첨단 기술력을 집대성한 전시장과 같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대통령이 강조한 미래 국방 비전의 핵심인 항공 엔진부터 기동·화력·대공·유무인 복합 체계(MUM-T)에 이르기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군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군의 날 기념식에 등장한 대부분의 국산 헬기와 전투기 엔진을 생산하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항공 엔진 전문 기업이다. 현재 생산 중인 엔진으로는 △소형 무장 헬리콥터(LAH)용 ARRIEL 2L2 엔진 △수리온(KUH-1)·마린온(MUH-1)·상륙 공격 헬리콥터(MAH)용 T700 엔진 △F-5 전투기용 J85 엔진 △FA-50 경공격기용 F404 엔진 △F-15K 전투기용 F110 엔진 △KF-21 전투기용 F414 엔진 등이 있다. 더 나아가 미래 무인 항공기 시대를 대비한 엔진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에 최초 공개된 '저피탐 무인 편대기'에 탑재될 5500파운드급 장수명 터보팬 엔진은 내년 초 시제 1호기 탄생을 앞두고 있다. 이 외에도 차세대 중고도 무인기(MUAV)에 장착될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도 국내 최초 독자 기술로 개발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 엔진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다목적 스텔스 무인기'와 같은 대형 무인기에 탑재 가능한 1만 파운드급 엔진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지상 전력 분야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육군의 주력 보병 전투 차량인 K-21은 호주에 수출한 레드백 장갑차의 기반이 된 모델이다. 해병대 상륙 작전의 핵심인 KAAV 상륙 돌격 장갑차 역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작품이다. 화력 체계는 K-방산의 상징과도 같다.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천무'는 경쟁 제품인 하이마스(HIMARS) 대비 2배 이상의 화력을 자랑한다. 세계 최고의 명품 자주포로 평가받으며 현재까지 총 9개국에 수출된 K-9 자주포는 압도적인 성능으로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저고도 항공기 위협에 대응하는 '30mm 차륜형 대공포(천호)' 와 함께 상층에서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최첨단 시스템 'L-SAM'의 유도탄과 발사대를 개발했다. 또한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된 '천궁-II'의 다기능 레이더(MFR)와 발사대·추진기관 등 핵심 구성품을 공급하고 있다. 미래 전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MUM-T 분야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선두주자다. 지난달 약 2700억 원 규모의 양산 계약을 체결한 '폭발물 탐지 제거 로봇'은 원격으로 지뢰와 급조 폭발물(IED)을 탐지·제거하는 세계 최초의 통합형 소형 로봇이다. 또한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개발한 무인 수색 차량은 기갑 부대보다 먼저 작전 지역에 투입돼 수색·정찰·교전 임무를 수행하는 첨단 무기 체계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항공-美 안두릴, AI 드론으로 산불 잡는다

대한항공이 미국 혁신 방산 기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즈(Anduril Industries)와 손잡고 인공 지능(AI)과 무인기를 활용해 전 세계적인 난제로 떠오른 대규모 산불에 대응하는 통합 솔루션 공동 개발에 나선다. 대한항공은 안두릴과 이 같은 내용의 기술 협력을 추진한다고 1일 밝혔다. 이번 협력은 지난 8월 양사가 체결했던 국방 무인기 분야 협력(TA)을 넘어 심각한 사회 문제 해결에 기술을 기여하는 방향으로 파트너십을 확장한 것이다. 양사가 구상하는 통합 솔루션의 핵심은 안두릴의 AI 기반 소프트웨어 '래티스(Lattice)'와 대한항공의 무인기 개발·운용 기술을 결합하는 것이다. 새로운 산불 대응 시스템의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인공 위성을 포함해 지상과 공중에 분산된 센서들이 24시간 산불 징후 데이터를 수집한다. 화재가 감지되면 AI 플랫폼이 즉시 관계 당국에 경보를 발령하는 동시에, 화재의 규모와 상태를 자율적으로 분석한다. 이후 필요에 따라 대한항공의 무인기를 현장에 보내 초기 진화를 시도해 골든 타임 내에 불길을 제압하는 구조다. 이는 기존의 산불 대응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직접 연기나 불꽃을 보고 판단해 초동 대처에 나서기까지 수십 분에서 수 시간이 걸려 대형 산불로 번지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AI와 무인기를 활용하면 신속한 상황 파악과 초동 진압이 가능해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팔머 럭키 안두릴 창업주는 “대규모 산불은 세계적 위기가 됐지만 기존 소방 시스템은 시대에 뒤떨어져 있었다"며 “대한항공의 무인기를 우리의 플랫폼에 통합하면 산불 대응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수많은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사의 독보적인 무인기 기술력을 활용해 글로벌 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모색해왔다"면서 “이번 협력을 통해 인력 중심의 기존 산불 대응 체계를 보완하고 전 세계적인 재난으로 번지는 대규모 산불을 막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비전, 美서 클라우드 기반 ‘출입 통제’ 첫선…“통합 보안 리더로 도약”

한화비전이 영상 감시 분야를 넘어 클라우드 기반의 자체 출 입통제 솔루션을 처음으로 선보이며 영상부터 출입통제, 클라우드까지 아우르는 '통합 보안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역량을 입증했다. 한화비전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규모의 보안 전시회 'GSX(Global Security Exchange) 2025'에 참가해 엔드투엔드(end-to-end) 보안 포트폴리오를 공개했다고 1일 밝혔다. 미국산업보안협회(ASIS)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5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최신 보안 기술을 겨뤘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한화비전이 자체 개발해 처음 공개한 클라우드 기반 출입 통제 솔루션(ACaaS) '온카페(OnCAFE)'다. '모두를 위한 클라우드 기반 출입 통제(Cloud Access For Everyone)'라는 의미를 담은 OnCAFE는 별도의 물리적 서버 없이 클라우드 환경에서 시설의 출입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개방형 플랫폼으로 설계되어 한화비전의 기존 영상 관제 시스템(VMS) 'WAVE'나 클라우드 영상 관제 솔루션(VSaaS) '온클라우드(OnCloud)' 등과 손쉽게 연동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웹이나 모바일 앱으로 출입 기록, 권한 설정은 물론 실시간 영상까지 통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보안 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소규모 사무실부터 대규모 빌딩까지 다양한 환경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한화비전의 이번 행보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영상 보안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북미 시장을 정조준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이 시장에서 점유율 3위를 기록 중인 한화비전은 특히 연간 20~30%씩 가파르게 성장하는 클라우드 영상 관제(VSaaS) 시장과 출입 통제 시장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화비전 관계자는 “카메라·저장 장치·클라우드 플랫폼에 이어 자체 개발한 출입 통제 솔루션까지 선보이며 '엔드투엔드' 기술 역량을 증명했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통합 보안 시장에서의 입지를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화비전은 여러 카메라에 포착된 동일 인물을 옷차림이나 주변 환경이 바뀌어도 정확하게 추적하는 AI 영상분석 기술 'Re-ID(Re-Identification)' 기능도 선보였다. 또한 자체 개발 AI 칩셋 '와이즈넷9'을 탑재한 △고성능 카메라 △엔비디아 GPU 기반 멀티 센서 카메라 △AI 기술로 특정 소리를 감지해 알람을 주는 오디오 비콘 등 혁신 제품들도 함께 전시해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한화비전 측은 “최신 AI 카메라와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이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기술 개발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통해 보안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혁신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HD현대중공업, 방사청 ‘보안 감점 1년 연장’에 강력 반발…‘법적 조치’ 예고

HD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방사청)의 보안감점 적용 기간 연장 결정에 대해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시점에 방사청이 기존 입장을 번복한 배경에 강한 의구심을 표하며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30일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자사의 보안 사고 관련 보안감점 적용 기간을 기존 2025년 11월에서 2026년 12월까지로 1년 이상 연장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HD현대중공업에 따르면 방사청은 그동안 관련 규정을 근거로 '동일 사건에 여러 명이 연루된 경우 최초 형 확정일로부터 3년간 감점을 적용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공표하고 회사 측에도 통보해왔다. HD현대중공업 직원의 보안사고는 '하나의 사건 번호'로 기소됐으며, 최초 유죄 확정 판결은 2022년 11월 19일에 내려졌다. ​하지만 방사청은 감점 종료를 약 한 달 반 앞둔 시점에서 명확한 법적 근거 설명 없이 돌연 이 사건을 동일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감점 기간을 마지막 직원의 형 확정일(2023년 12월) 기준으로 재산정해 1년 넘게 연장했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에게 의견 제출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주요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 것"이라며 "특히 '차세대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시점에 이러한 결정이 내려진 배경에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방사청에 재검토를 강력히 요청하는 한편,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획] 대한항공-LIG넥스원 컨소시엄, 2.7조원 국방사업 연전연승 비결은?

최근 대한항공-LIG넥스원 컨소시엄이 총 2조 7388억원 규모에 이르는 정부의 전자전기(EWA:Electronic Warfare Aircraft)사업에서 항공기 개발(1조7775억원)과 UH-60 블랙호크 헬리콥터 성능개량 사업(9613억원) 등 2건의 핵심 국방사업을 잇따라 수주했다. 업계에서는 경쟁사를 압도하는 LIG넥스원의 성숙하고 검증된 전자전(EW) 기술력과 특정 플랫폼에 대한 대한항공의 깊이 있는 정비(MRO) 및 개조 전문성, 경쟁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전략적 판단 착오와 결정적 시기에 발생한 리더십 공백 등 복합적 요인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풀이한다. 또한, 전통적인 항공기체계 종합기업 중심의 방산 구도에서 벗어나 핵심기술을 보유한 전문기업이 대형 플랫폼사업을 주도할 수 있음을 입증한 분기점이라는 평가도 나와 한국 방산 생태계 내 근본적인 '힘의 이동(Power Shifts)'이 이뤄졌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2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LIG넥스원 컨소시엄은 최근 방위사업청의 EWA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수주는 본질적으로 두 컨소시엄 간의 핵심 임무장비 기술 격차에서 비롯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방위사업청(DAPA)의 평가가 항공기 플랫폼 자체보다 탑재되는 전자전 시스템의 성능과 신뢰성에 더 큰 비중을 뒀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갖춘 LIG넥스원의 승리는 예견된 결과였다는 것이다. 한국형 EWA 도입의 시급성은 북한의 고밀도 방공망 위협에 직접적으로 기인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조차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하는 북한의 방공망은 평양 일대에 4중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최대 사거리 300㎞급 SA-5를 비롯해 SA-2·SA-3 등 다양한 지대공 미사일이 거미줄처럼 구축돼 있다. 현대 공중전에서 이러한 위협을 뚫고 아군 전투기의 생존성을 보장하며 성공적인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EWA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EWA는 전투기 편대보다 먼저 적진에 침투해 강력한 전파 방해(Jamming)를 통해 적의 레이더와 통신 체계를 무력화시키는 '창의 끝'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국방전략자산이다. 과거 한국 공군은 F-35 스텔스 전투기 도입 과정에서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도입 기회를 놓친 이후 독자적인 전자전 능력 확보를 숙원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미군 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의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주권적 역량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방산업계는 이번 방위사업청 EWA사업의 승패를 가른 요인으로 LIG넥스원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전자전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 포트폴리오를 꼽고 있다. 경쟁사인 한화시스템이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깊이와 폭을 가지고 있었다는 평가다. LIG넥스원은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 보라의 핵심 장비인 '내장형 통합 전자전 체계(EW Suite)' 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이는 최첨단 전투기 플랫폼에 적용되는 고도로 복잡한 시스템 개발 능력을 입증한 가장 결정적인 이력이다. 이밖에 △항공기용 전자전 장비(ALQ-200) △해군 함정용 전자전 장비 '소나타(SONATA)' △지상 전술 전자전 장비 등 육·해·공 전반에 걸친 다양한 전자전 시스템을 개발하고 실전 배치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거론된다. 특히, 소나타는 2011년 우리 해군 청해부대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한국선박 선원 21명 전원을 구출한 군사작전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해적의 레이더를 무력화하며 그 성능을 실전에서 입증했다. 또한,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47년 간 전자전 핵심기술을 연구·개발(R&D)해 온 역사는 LIG넥스원에게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제도적 지식과 기술적 깊이를 제공했다. 방위사업청이 이번 사업 평가에서 기체 개조 능력보다 탑재될 전자전 장비의 기술적 성숙도와 성능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둔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LIG넥스원의 기술력이 승패를 결정지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LIG넥스원과 대한항공의 파트너십은 상대의 강점을 극대화한 전략적 결합이었다. LIG넥스원이 사업의 핵심인 '두뇌'를 제공했다면, 대한항공은 항공기라는 '신체'에 두뇌를 이식하는 정밀한 '외과 수술'을 담당할 최적의 파트너였다. 대한항공은 과거 P-3C 해상 초계기 성능개량 사업과 '백두' 정찰기 개발 사업 등을 통해 민항기를 특수임무 항공기로 개조해 본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조합은 방위사업청에 핵심임무 시스템의 기술적 우위뿐만 아니라 플랫폼 통합·감항 인증 과정에서의 리스크를 최소화한 안정적인 제안으로 평가받았다. 더욱이 이번 수주 결과는 한국 방산업계의 전통적인 위계 질서를 뒤흔드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는 점에 주목받고 있다. 과거 KAI와 같은 체계종합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던 하위 협력사(Subcontractor)의 위치에 있던 LIG넥스원이 이번 사업에서는 항공 플랫폼사업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주계약자(Prime Contractor) 수준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는 LIG넥스원이 현대 무기체계의 가치가 기체의 기동 성능과 같은 하드웨어에서 △센서 △소프트웨어 △네트워크와 같은 전자 시스템으로 현대전이 '네트워크 중심전(NCW)'으로 이동하는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낸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즉, 플랫폼의 '두뇌'와 '신경망'이 '근육'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방사청의 평가 기준이 이러한 흐름을 반영함에 따라 LIG넥스원의 전략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이는 향후 한국 방산시장에서 핵심기술을 보유한 전문기업이 대형 플랫폼 사업을 직접 주도할 수 있는 '킹 메이커'이자 스스로 왕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선례를 남겼다. 이는 한국 방산 생태계 전반의 '힘의 균형(Power Balance)'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화이며, 전통적인 체계종합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제기한다. UH-60 블랙호크 헬리콥터 성능개량 사업에서 대한항공의 승리는 신규 플랫폼 설계 능력보다 기존 플랫폼에 대한 깊이 있는 유지·보수·운영(MRO) 경험이 더욱 결정적인 경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이는 방산 시장, 특히 수명 연장과 성능 개량 분야에서 MRO 역량의 전략적 가치가 재평가되는 계기가 됐다. 9613억원에 이르는 이 사업은 육군 특수전사령부·공군 탐색구조부대가 운용하는 핵심 자산인 블랙호크 헬리콥터 36대의 성능을 대대적으로 개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업의 핵심은 기존의 아날로그식 조종 시스템을 완전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최신 디지털 조종석·통합 항전 장비·생존 장비 등을 탑재해 야간 및 악천후 침투 능력을 강화하고, 조종사의 임무 부담을 줄여 특수 작전·전투 탐색 구조(CSAR) 임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포함된다. 이는 미군의 최신 개량형인 UH-60V와 동등한 수준의 작전 능력을 확보해 한미 연합작전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대한항공이 이번 사업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제치고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십 년간 축적해온 독보적인 플랫폼 특화 경험이 자리잡고 있다. 대한항공은 1991년부터 1999년까지 130여 대의 UH-60 헬리콥터를 생산해 우리 공군에 납품했다. 이는 단순히 정비하는 것을 넘어 헬리콥터의 조립부터 최종 검사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며 기체 구조와 시스템에 대한 '설계도 수준'의 이해를 갖추게 했음을 의미한다. 이후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한항공은 블랙호크 헬리콥터에 대한 창정비(Depot Maintenance)와 지속적인 부분 성능 개량을 거의 독점적으로 수행해 왔다. 이러한 장기간의 실질적인 운용·유지 경험은 기체의 노후화 특성과 부품별 수명 주기,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등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게 했고, 이는 가장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성능 개량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핵심자산이 됐다. 블랙호크에 대한 전문성은 F-4, F-15, C-130 등 다양한 군용 항공기의 정비 및 성능 개량 사업을 수행하며 다져진 대한항공의 세계적 수준의 MRO 인프라의 일부다. 1972년부터 시작된 항공기 엔진 정비 사업은 그 깊이를 더한다. 블랙호크 헬리콥터 성능개량 사업을 놓고 벌인 이번 경쟁은 '기존 플랫폼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개량하는 능력'과 '새로운 플랫폼을 창조하는 능력' 간의 대결로 요약될 수 있다. KAI는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을 독자 개발하며 쌓은 뛰어난 설계·제작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는 분명 훌륭한 역량이지만 노후화된 기존 기체를 분해하고 구조를 보강하며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통합하는 성능개량 사업의 특수성 앞에서는 대한항공의 '유지·보수' 경험에 밀린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일각에서 KAI가 원제작사와 협력을 내세워 기술적으로 앞선다고 자신했기에 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대한항공의 승리는 MRO사업을 방산 수주경쟁의 핵심 전략무기로 격상시켰다. 전 세계적으로 군용 플랫폼의 수명 주기가 길어지고 신규 도입 예산 확보가 어려워짐에 따라 기존 자산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개량사업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에서 가장 신뢰성 높은 제안을 할 수 있는 기업은 플랫폼의 이력과 상태를 가장 잘 알고 깊이 있는 MRO 경험을 가진 기업이다. 대한항공의 수주 성공은 MRO 역량이 단순한 사후지원 활동을 넘어 수조 원대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임을 증명했다. 나아가 이번 수주는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가 안정적인 MRO·부품 공급업체에서 벗어나 복잡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대형 국방사업을 주도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도약했음을 의미해 위상이 재정립된 전환점이 됐다. 최근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수주 잔고 증가, 해외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등을 보여주고 있고, 이는 방산업계 최상위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려는 확고한 의지로 해석된다. 또한, 변동성이 큰 여객운송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방산 부문을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려는 한진그룹의 장기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번 승리는 계약 금액 이상의 '장기적인 이익'을 보장한다. 수십 년 간 지속될 고부가가치 MRO 및 후속 성능 개량 사업을 확보했으며, 독자적인 전자전기라는 전략 자산은 'K-방산'의 핵심 수출 품목으로 부상할 잠재력을 지닌다. 또 대한항공의 방산 부문 성장 전략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검증됐음을 뜻한다. 반대로 KAI의 연이은 패배는 단순히 경쟁자의 우수성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을 잡은 내부적 취약성, 특히 심각한 '리더십 공백'이 사업 수주 실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안팎의 분석이다. KAI는 전임 강구영 사장이 임기를 남기고 사임한 뒤 3개월 이상 CEO 공석인 상태로 이번 대형사업 입찰을 치렀다. 이러한 리더십 위기는 KAI의 구조적 문제와 깊이 연관돼 있다.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지배구조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CEO가 교체되는 이른바 '사장 잔혹사'를 반복하게 만들었다. KAI의 리더십 부재는 이번 입찰 과정에서 실질적인 불이익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부재는 사업 전략의 구심점을 잃게 하고, 컨소시엄 파트너와 협상력을 약화시켜 발주자인 정부와 군에 불안정한 인상을 줬을 가능성이 컸다는 설명이다. KAI 노동조합조차 “사장 부재로 인해 협상력이 떨어졌다"고 주장하며 리더십 공백이 수주 실패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다가오는 국내 최대 방산전시회 'ADEX 2025'에 주요 방산기업 중 유일하게 CEO 대행체제로 참가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KAI의 위상 하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자전기(EWA)사업에서 KAI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체계종합 개발사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이는 파트너인 한화시스템이 LIG넥스원에 비해 항공 전자전 공격 시스템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상쇄하지 못했다. 사업의 핵심기술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정하는 데 실패한 전략적 판단 착오가 패배의 또 다른 원인이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공군 조종사 출신이었던 강 전 KAI 사장이 윤석열 캠프에도 몸 담았었고, 파트너인 한화시스템의 모기업인 한화그룹이 직전 정부의 수혜를 받아 크게 성장했다는 이미지까지 겹쳐 탈락에 이른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2건의 대형사업 실패는 KAI에 재정적 부담을 안기는 동시에 '대한민국 항공우주 대표 기업'이라는 정체성마저 흔들고 있다. 현재 KAI 내외부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전문성과 비전을 갖춘 CEO의 조속한 선임을 꼽고 있다. KAI는 안정된 리더십을 바탕으로 미래 항공기체(AAV)·우주·무인기 등 장기성장 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KAI의 사례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예시다. 정치적 외풍에 취약한 지배구조는 예측 가능한 경영 공백을 낳고, 이는 경쟁자들에게 KAI의 취약성을 공략할 기회를 허용하는 모양새가 됐다. 2조7000억원이 넘는 수주 실패는 이러한 '거버넌스 리스크'가 초래한 값비싼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패배는 KAI에게 기존의 독점적 지위에 안주하지 않고, 기술 중심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경영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KAI는 리더십을 조속히 안정시키고, 미래 무인 및 유·무인 복합 체계(MUM-T)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임무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거나 이를 보유한 파트너와 강력한 연대를 구축하는 전략적 선택이 시급한 상황이다. 수주 성패와는 별개로 이번 2건의 사업 결과는 단순한 기업 간 승패를 넘어 한국 방위 산업이 더욱 성숙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이는 향후에 더욱 치열해질 국내 경쟁과 변화하는 기업들의 정체성 속에서 새로운 방산 시대의 서막을 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민관 협력 결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K-방산 핵심’ 한국형 수직 발사 체계-II 개발 완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ADD)·국방기술품질원(DTaQ) 등과 함께 '한국형 수직 발사 체계(KVLS)-II' 개발을 5년 만에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이는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되어 다양한 유도무기를 단일 플랫폼에서 운용할 수 있는 K-방산의 핵심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민관 협력 연구·개발(R&D)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경남 창원시 창원2사업장에서 전날 KVLS-II 체계 개발 종결식을 개최했다고 26일 밝혔다. 행사에는 방극철 방위사업청 기반전력사업본부장을 비롯, 해군본부·국과연·기품원·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해 개발 성공을 축하했다. 이번 KVLS-II 개발은 민간기업이 개발을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민관 협력' 모델의 첫 성공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방사청은 2020년 개발 사업의 주관을 정부에서 민간으로 전환하며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정립했다. 이후 방사청은 사업 과정의 위험 요소를 사전에 분석하고 관리했으며 국과연은 기술 지원과 함께 민간이 확보하기 어려운 시험 시설을 제공했다. 기품원은 개발 전담 인력을 배치해 발생 가능한 품질 문제에 신속히 대응했다. 이러한 유기적인 협력 체계 덕분에 사업은 개발 기간 연장이나 추가 비용 발생 없이 당초 계획대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KVLS-II는 기존 수직 발사 체계보다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 갈수록 대형화되는 신형 유도 무기를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발사 시 발생하는 강력한 화염에도 견딜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가장 큰 강점은 '하나의 발사관에서 어떤 미사일도 발사(Any Cell, Any Missile)' 개념이 적용된 점이다. 유도 무기 연동 표준화 설계를 통해 하나의 발사관(셀)에서 함대지·함대함·함대공 미사일 등 다양한 무장을 작전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탑재·운용할 수 있다. 또한 특정 셀에 문제가 발생해도 다른 셀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이중화 설계'를 적용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전투 지속성을 보장한다. 개발이 완료된 KVLS-II는 올해 말 전력화를 앞둔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KDX-III 배치-II)'에 우선 탑재된다. 이후 건조될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등 해군의 최신예 함정에도 순차적으로 장착될 예정이다. 김동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S사업부장은 “정부 기관의 전폭적인 지원과 유기적인 협력이 있었기에 첫 업체 주관 개발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R&D 역량을 더욱 강화해 대한민국 자주 국방에 기여하겠다"고 언급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AI 노조 상경 집회…“사장 부재 탓 사업 전반 제자리 걸음 넘어 흔들려 경영 위기”

“경영 정체 책임져라! 사업 차질 각성하라! 내부 혼란 끝장내자! 신뢰 하락 방치 말라!" 24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소재 한국수출입은행(KEXIM) 본점 앞에서 사장 인선 촉구를 위한 상경 결의 대회를 열었다. 김승구 KAI 노조 위원장은 “지난 7월 1일 강구영 전임 사장이 퇴임한지 100일이 다 돼가지만 사장 인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이는 단순 인사 지연을 넘어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미래를 뒤흔드는 중차대한 문제"라고 운을 뗐다. 김 위원장은 “KF-21 개발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초도 양산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폴란드 사업이 흔들리고 전자전기 사업과 미 해군 사업 수주 건 역시 표류하며 회사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KAI는 최근 대한항공-LIG넥스원 컨소시엄과의 대결에서 9613억원 규모의 블랙 호크 성능 개량 사업과 1조7775억원 수준의 한국형 전자전기 사업 등 총 2조7388억원 어치를 놓쳤다. 노조는 사장 공백에 따른 결과물이라며 회사가 무너지는 모습을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완제기 수출 등 KAI의 사업 전반에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지급 보증이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남병서 KAI 노조 조직쟁의실장은 “사장 자리가 비어있는 탓에 주요 사업 추진과 대외 신뢰 확보가 지연되며 국가 전략 사업과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아덱스(ADEX) 2025가 불과 1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사장 공백 상태로 전시회를 맞이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우리는 대한민국 항공우주 산업계와 도약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며 “이는 곧 국제적 신뢰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노조 역시 회사가 문제 없이 수주할 경우 책임있는 자세로 항공기 생산 작업에 임할 것"이라며 “세계 만방에 회사 상태가 이렇다는 것을 적극 알릴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2027년까지 글로벌 방산 4대 강국으로의 진입을 천명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노조 측은 이 대통령이 이와 같은 약속을 지킬 의지가 있다면 즉시 업무를 수행하고 사업 수주에 앞장서며, 현장을 존중하고 산업 생태계를 꿰뚫어 보는 전문가를 새 사장 자리에 앉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KAI 노조는 새 사장이 선임될 경우 △실패한 사업부제 철폐 후 본부제로의 전환 △퇴직 임원 복귀 시도 전면 차단 △정치 줄 세우기·기밀 유출 세력에 대한 철저한 응징 등에 화답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편 KAI 노조는 최대 주주인 수은이 결단을 내리지 못할 경우 이번 집회를 시작으로 투쟁을 전면 확대하고 대 정부 압박 수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기벤처위원회·국방위원회·세종 정부 청사까지 직접 찾아가 시위를 전개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전면 투쟁에도 나서겠다"고 투지를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보잉코리아 “한국 세계4대 방산수출에 참여하겠다”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수준의 제조 역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자 한다. 한국의 혁신 정신에 입각해 한국 산업계와 함께 계속해서 성장을 이끌어 나가겠다." 24일 윌 셰이퍼 보잉 코리아 사장은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롯데호텔에서 열린 '보잉-대한민국 파트너십 75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어 “혁신적 성장과 첨단 제조업, 세계적 수준의 기술 인력을 갖춘 한국은 미래 항공우주 산업을 위한 당사의 주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보잉 측은 지난 75년간 한국과 맺어온 협력의 역사를 조명하고, 한국 산업·기술 역량과 결합해 미래 항공우주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보잉과 한국의 인연은 1950년에 시작됐다. 대한항공의 전신인 대한국민항공이 보잉이 제작한 DC-3 항공기를 도입한 것이 그 시작이었고, 같은 해 한국 공군이 F-51D 머스탱 전투기로 첫 임무를 수행하며 방위 분야의 협력도 막을 올렸다. 이후 양측의 파트너십은 상용기와 방산 부문을 아우르며 꾸준히 발전했다. 현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및 여러 저비용 항공사(LCC)를 포함, 총 270여대의 보잉 상용기가 한국에서 운용되고 있고, 시장 점유율은 60%를 상회한다. 특히 대한항공은 올해 777-9, 787 등 차세대 보잉 항공기 103대 구매 의사를 밝혔다. 이는 대한항공 역사상 최대 주문이자 보잉이 아시아 항공사로부터 수주한 최대 규모의 광동체 주문이 될 전망이다. 방산 부문에서도 △F-15K △아파치(AH-64) 헬기 △치누크(CH-47) 헬기 등 150여 대의 보잉 플랫폼이 대한민국 국군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하고 있다. 과거 단순 구매에서 나아가 F-15K 프로그램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그룹·LIG넥스원 등이 부품 공동 개발에 참여했고, 아파치 헬기는 KAI가 동체를 직접 제작하는 등 공동 생산·기술 협력 관계로 발전했다. 셰이퍼 사장은 한국이 단순한 고객을 넘어 핵심적인 공급망 파트너임을 분명히 했다. 보잉은 2024년 기준 약 3억2500만달러(약 4500억원) 규모의 부품을 한국 협력사로부터 구매했다. 이는 보잉의 전 세계 공급망에서 5~6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셰이퍼 사장은 “737과 787 생산량이 늘고 있고, 2026년부터는 777-9의 생산도 본격화될 것"이라며 “향후 한국 공급사로부터의 구매액이 단기적으로 50%가량 증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보잉 측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인도량은 8월까지 누적 385대로 전년 동기 258대 대비 49.2% 증가하며 가파른 생산량 증대를 뒷받침했다. 보잉은 한국의 R&D 역량에도 주목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에 입주한 보잉코리아기술연구센터(BKETC)에는 현재 100명 이상의 엔지니어가 근무하며 차세대 기술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셰이퍼 사장은 “내년까지 BKETC 인력을 약 20% 증원할 계획"이라며 “소프트웨어·인공 지능(AI)·시스템 엔지니어링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과 함께 항공우주 혁신을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출입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내용. -2024년 3억2500만달러 투자의 의미와 향후 계획은. “투자 개념보다는 한국 내 공급사로부터의 '구매액'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737·787, 내년부터 생산이 늘어날 777-9 등 상용기 프로그램의 생산량 증대에 따라 이 구매액은 향후 50%까지도 증가할 수 있다." -대한항공의 대규모 주문이 영향을 미쳤는가. “직접적인 투자 증대 결정으로 이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와 오랜 기간 중요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왔고, 이러한 긴밀한 관계가 향후 추가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쟁사인 에어버스가 LIG넥스원과 협력하는 등 한국 방산업계와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잉의 계획은. “앞으로는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을 목표로 하는 한국의 성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하고 싶다. 단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공동 개발을 통해 한국과 함께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한다. 요컨대 아파치 헬기에서 드론을 발사하는 '런치 이펙트' 같은 기술을 한국과 공동 개발한다면 현재 폴란드·호주·인도 등에서 수요가 높은 아파치 시장에 한국 기업과 함께 진출할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민항기 시장에서 에어버스와의 경쟁 전략과 향후 개발 로드맵, 코로나19 시기 해고했던 숙련공 충원 계획은. “판매 목표는 고객사의 수요에 따라 결정되는데 향후 20년간 전 세계적으로 약 4만3000대의 신규 항공기 수요가 예상된다. 이 중 절반은 동남아·인도 등 신흥 시장의 성장에 따른 것이고, 차세대 기종 개발보다는 현재 주문이 2030년대까지 밀려있는 기존 제품군의 생산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의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고, 엔진 등 차세대 기술의 발전도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기에 인력을 대규모로 감축하지는 않았고, 일부 조정과 은퇴 인력이 있었을 뿐이다. 이후 적극적으로 엔지니어를 신규 채용해 현재 엔지니어 인력의 약 50%가 새로 합류한 인원이다." -지난 3월 취임 후 포부와 보잉코리아기술연구센터(BKETC) 인력 증원 계획은. “사장으로서 고객 지원·인재 개발·한국 정부 및 산업계와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BKETC의 인력은 내년까지 약 20% 증원할 계획이며, 주로 AI 엔지니어링·시스템 및 생산 엔지니어링·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분야에 집중해 핵심 프로젝트를 수행할 것이다. 또 스마트 팩토리·AI 등 한국이 선도하는 첨단 제조 기술을 보잉의 생산 시스템에 적용하는 방안을 배우고 싶다. 향후 기술 개발·인재 양성·공급망 고도화 등 다방면에서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한 단계 격상시킬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HD현대중공업,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다산정약용함’ 진수

17일 HD현대중공업은 (수) 울산 본사에서 8,200톤급 최첨단 이지스구축함 '다산정약용함'의 진수식을 거행했다고 밝혔다. 이 함정은 향상된 탐지 및 요격 능력으로 우리 해군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할 예정이며, 최근 주목받는 한미 조선업 협력의 상징으로도 평가받는다. '다산정약용함'은 정조대왕급 구축함(KDX-III Batch-II) 2번함으로, 길이 170m, 폭 21m, 경하톤수 8,200톤에 최대 30노트(약 55km/h)로 항해할 수 있다. 기존 세종대왕급 이지스함보다 기능이 대폭 향상된 최신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해 탄도미사일 탐지 및 추적 능력이 2배 이상 강화됐다. 또한, 잠수함 탐지 거리를 3배 이상 늘린 통합소나체계를 적용해 수중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특히,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해상 기반 3축 체계'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다산정약용함은 시운전과 마무리 작업을 거쳐 2026년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 진수식은 미국의 조선업 부활을 목표로 하는 'MASGA(Maintaining and Strengthening the Shipbuilding-supply-chain and Growing industrial Advantages) 프로젝트'가 논의되는 가운데 열려 더욱 주목받았다. 다산정약용함은 미국의 이지스 전투체계를 HD현대중공업이 개발한 함정에 성공적으로 통합한 한미 조선 협력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이날 진수식에는 안규백 국방부장관, 강동길 해군참모총장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안규백 장관은 축사를 통해 “다산정약용함은 K-조선 기술력과 우리 해군의 의지가 결합된 결정체"라며 “방산 4대 강국을 견인할 국방력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 주원호 특수선사업대표는 “미국도 인정하는 최첨단 이지스함 건조 기술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함정 수출 세계화와 MASGA 프로젝트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2008년 '세종대왕함' 건조를 시작으로, 성능이 향상된 1번함 '정조대왕함'을 2024년 11월 해군에 인도했으며 현재 3번함 건조도 순조롭게 진행하며 이지스함 명가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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