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남부발전과 美 LNG 도입 추진…‘에너지 안보’까지 사업 확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위산업을 넘어 대한민국의 '에너지 안보'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에너지는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한국남부발전과 함께 '글로벌 액화 천연 가스(LNG) 협력 강화를 위한 팀 코리아 구축'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한·미 관세 협상의 일환으로 미국산 LNG 도입의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LNG 조달과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협약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에너지는 남부발전과 △미국 LNG 공동 도입 △국내 LNG 스왑(SWAP)을 통한 수급 안정성 강화 △글로벌 LNG 시장 정보 교류 등을 추진하며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에 박차를 가한다. 특히 한화오션의 LNG 운반선를 활용해 조달부터 운송·공급까지 이어지는 'LNG 밸류 체인'을 구축해 그룹 차원의 시너지도 강화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미래 비전 설명회'에서 향후 약 11조원의 투자 계획과 함께 LNG 등 에너지 분야 투자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일부를 북미 LNG 사업 확장에 투입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계획이다. 작년에는 1803억원을 투자해 미국 LNG 개발업체 넥스트디케이드(NextDecade Corporation)의 지분 6.83%를 확보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방산 분야를 넘어 남부발전과 협력하고,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통해 국가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재규 한화에너지 대표는 “이번 협약을 통해 민간과 공기업의 역량을 결집해 변화하는 글로벌 LNG 시장에 함께 대응할 계획"이라며 “LNG 도입과 스왑을 통해 '팀 코리아'의 안정성과 유연성 강화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준동 남부발전 사장은 “최근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한미 관세 협상 타결 등 대내외적인 변화 속에서 민간과 함께 LNG 직도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이번 팀 코리아 협약이 미국산 LNG 공동 도입 등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무기 성능만으론 못 판다…K-방산, ‘정부 패키지’ 지원 급부상

글로벌 무기시장에서 순항 중이던 K-방산이 최근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유럽시장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정부 차원의 정치·외교 등 외부변수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루마니아 국방부는 약 19억유로(약 3조730억원) 규모의 단거리·초단거리 방공 시스템(V/SHORAD) 사업 입찰 결과 단거리용에 이스라엘 라파엘사의 스파이더를, 초단거리용은 유럽 다국적방산기업 MBDA의 미스트랄을 최종 선정했다. 루마니아 국방부 관계자는 “기술·상업적 평가를 포함한 완전한 절차적 검토를 거쳐 이뤄진 것"이라며 “각 무기 체계들은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상호 운용성 요건에 따라 단계적으로 인수해 장기적으로 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수주전에서 스파이더와 경쟁했던 한국 LIG넥스원의 단거리 방공 시스템과 독일 IRIS-T SLM은 탈락이 확정돼 루마니아 군수품 시장 참여의 기회를 잃었다. 방산업계에서는 수주가 유력할 것으로 알려진 루마니아 방공 무기 도입 사업에서 한국산 방산 제품이 고배를 마신 것은 정치·외교적 요인과 진영화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은 최정상급이나, 현재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는 정치적 영향력이 그보다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루마니아와 유사한 사례로 지난 2023년 4월 노르웨이 전차 도입 사업에서 현대로템의 K-2가 독일 크라우스 마파이의 레오파르트 2A8NOR에 밀려 탈락한 적이 있다. 당시 현대로템의 K-2는 △낮은 중량·높은 기동성 △가격 경쟁력 △빠른 납기 △가혹 지형 대응 서스펜션 △자동 장전·3인 승무원 △확장성·네트워크화 등이 경쟁 우위점이었다. 하지만, 기존 전력·운용 연속성과 주변국·NATO와의 상호 운용성, 독일과의 전략적·산업 협력 확대, '더 나은' 산업·후속 지원 조건 등은 현대로템이 제시한 강점을 상쇄했다. 우선 스웨덴·핀란드·덴마크 등 북유럽 이웃과 대부분의 NATO 회원국이 레오파르트 전차를 운용 중이어서 같은 플랫폼을 택하면 합동 훈련·탄약·부품 공유가 용이했다. 무엇보다 노르웨이는 212CD 잠수함 공동 사업·해저 인프라 보호와 천연 가스·에너지 동맹 등 독일과 굵직한 협력을 진행 중이었다. 독일산 주력 전차 채택은 군사·에너지 협력 시너지를 강화하는 외교적 선택의 결과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4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주곡사포 K-9A2는 최근 영국 국방부의 신형 '기동 화력 플랫폼(MFP) 사업' 입찰에서 탈락했다. 유력 경쟁 상대였던 크라우스 마파이 베그만의 RCH 155이 영국-독일 정부 간 협력 강화에 따라 일종의 수의 계약 형식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양국은 복서 차량에 장착될 RCH 155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외에도 그린 수소 수출 등 재생 에너지·생명 과학·부동산 자본·공간 투자 등 독일 기업이 영국에 80억파운드(한화 약 13조7678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고, 불법 이민 조직 범죄 소탕에도 공조하기로 하는 등 양국은 밀월 관계를 형성하는 추세다. 이같은 연장선에서 폴란드의 잠수함 도입 사업인 오르카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한화오션 역시 비슷한 길을 걷게 될 수 있다는 관점도 있다. 폴란드는 유럽연합(EU)의 SAFE(Strategic Technologies for Europe Platform) 기금에서 200억 유로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데 이 중 90%는 국내 구매, 10%는 유럽 내 구매용으로만 사용 가능하다. 유라시아 비즈니스 뉴스는 지난 달 “폴란드 국방부가 독일·스웨덴·이탈리아 측 제안에 최고 점수를 부여했다"고 전하며 “다만 한국 등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도 계속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폴란드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24'는 “SAFE 기금을 통한 자금 조달은 한국으로부터 구매할 기회를 잃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유럽에서 온 나머지 독일·이탈리아·프랑스·스웨덴·스페인의 응찰 기업들이 경쟁에 남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방산 수출은 정부 간(G2G) 계약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방산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수출국이자 글로벌 중견국이라는 역할 사이에 일관성을 확보해 저변에서 국가간 상호신뢰를 구축해나가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협력국의 복잡한 국내외 정치·경제 관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부와 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전략이 필요한 방위 산업의 특성상 체계적인 수출 증진을 위해 외교적 지원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재외 공관을 활용한 정보 수집은 물론, 정기적인 장관급 정상회담, 안보 중심의 실무그룹, 경제 안보와 공급망에 대한 논의를 통해 잠재적 협력국에 대한 이해를 쌓아가는 외교적 노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 경제안보외교센터 관계자는 “지속적인 글로벌 방산협력 확대를 위해 한국이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는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자 첨단 제조 부문의 강력한 비교 우위를 기반으로 다른 방산 수출국과 차별되는 강점이 있음을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전략적으로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HD현대·한화, 조선·방산 공략 ‘같은 목표, 다른 방식’

국내 조선·방산 기업 HD현대와 한화가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방식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HD현대는 현지 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다져나감으로써 고정비와 정책 리스크를 줄이는 '파트너십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반면에 한화는 미국 현지 조선소 지분을 사들여 연안무역법(Jones Act) 장벽을 정면 돌파함으로써 막대한 규모의 미 해군 함정 건조·정비(MRO)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최근 인도 국영 코친 조선소(CSL)와 선박 설계·기자재 공급·기술 교육 및 훈련 체계 고도화을 포괄하는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이곳은 인도 최대 규모의 조선소로, 현지 정부 지분율이 67.91%에 달한다. 코친 조선소는 상선·항공모함 등 다양한 선종 설계·건조·수리가 가능하다. 최근 5년 새에는 소형 상선 60척과 함정 10척 등 총 70척을 인도했다. HD현대가 '한국형 조선 DNA'를 인도에 이식하겠다며 현지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가파른 성장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장 조사 업체 켄 리서치는 2022년 약 9000만 달러 규모였던 인도 선박 건조·수리 시장이 2024년 기준 11억2000만 달러로 12배 이상 성장했고, 2033년까지 연 평균 60% 넘게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HD현대는 미국 인공 지능(AI) 방산 기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와의 무인 수상정(USV) 개발에도 협력키로 했다. HD현대는 자율 운항 기술을, 안두릴은 자율 임무 수행 솔루션을 제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삼는다는 입장이다. 이 외에도 HD현대는 필리핀 수빅 조선소에 군수 지원 센터를 설치해 현지 군함 MRO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HD한국조선해양은 일부 부지를 임차해 해상 풍력 하부구조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HD현대는 수빅 조선소를 해상 풍력 제작 기지로 활용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해상 풍력 시장 공략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HD현대가 해외에서 '협력' 방식을 고수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정비와 정책‧정치 리스크를 한꺼번에 낮추면서도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각 지역에서 부족한 공정을 현지 기업과 나눠 맡아 생산 효율을 제고하면 미·중 패권 경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국 우선 조달 규정을 우회할 수 있다는 이점이 존재한다. 동시에 기술·인력 파트너를 확보함으로써 수주 물량이 몰릴 때 유연하게 대응할 '버퍼'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한편 한화그룹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화오션·한화시스템 컨소시엄은 각각 4000만달러, 6000만달러 등 총 1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를 마쳤다. 필라델피아 일대에서 연안무역법 적용 상선의 상당수를 건조해 온 이 조선소는 한화그룹의 미국 내 첫 완전 생산 거점이 됐다. 이어 올 6월에는 미국 모빌에 대규모 조선소를 보유한 호주계 기업 오스탈의 미국 법인 지분을 19.9%까지 늘리는 안이 미 외국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통과했다. 또 한화는 오스탈 미국 법인 지분을 최대 100%까지 늘릴 수 있는 옵션도 따낸 상태다. 현지 생산 설비를 직접 보유함으로써 '미국산 선박만 연안 운송과 해군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연안무역법 규제 조건을 충족했고, 동시에 해군·해안경비대의 함정 정비·신조 프로젝트 입찰 자격도 손에 넣은 셈이다.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의 레이더·전투 체계와 한화오션의 선체·추진 기술을 한데 결합해 '풀‑스택' 고부가 함정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필리 조선소로 시작된 한화그룹의 미국 진출은 투자는 오스탈 조선소로 이어지고 있고, 랫포트 장약 공장 현대화 사업 참여 등 방위 산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내 선제적 투자와 현지화 전략은 앞으로 현지에서 대규모로 발주될 차기 자주포 사업과 함정 사업 등에서 한화그룹에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효과를 제공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대로템, K-2 전차 성공모델로 글로벌 방산 공략

현대로템이 국제 규격과 상호 운용성을 기반으로 한 수출형 무기체계 개발에 본격 나선다. 유럽의 역내 방산 물자 구매 정책과 서방 안보 동맹의 표준화 노력, 각종 신기술이 적용된 비대칭 위협 증가 등 글로벌 방산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에 맞춰 현대로템은 폴란드에 수출한 K-2 전차 모델의 성공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정의 전차'와 무인지상차량 등 차세대 무기체계를 통해 세계 방산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유럽 방위 태세 2030 공동 백서(Readiness 2030)'를 발표하고 지역방위산업 육성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EC의 방위백서 발표는 8000억유로(한화 약 1289조5600억원) 규모의 국방 자금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골자이다. 방위 관련 투자에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EU는 결속정책(Cohesion Policy)을 활용하고, 역내 유럽투자은행이나 저축투자연합 등 민간자본 동원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유럽은 동맹·지역 단위로 방산 시장을 구축하며 '바이 유러피안(Buy‑European)' 정책을 공식화했다. 미국과 캐나다도 회원국으로 있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지난해 7월까지 포탄 규격 표준화를 이룩하며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인공 지능(AI)·빅데이터·네트워크·다목적 모빌리티와 증강·가상(AR·VR) 현실 등 신기술이 빠르게 무기 체계에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다영역전장에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Manned-Unmanned Teaming)가 본격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저가 드론이 고가장비를 무력화하고, 미사일·드론 복합공격이 기존 방어망을 관통하는 등 전장의 양상이 급변해 비대칭 위협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같은 유럽과 나토의 방산 흐름에 발맞춰 현대로템은 수출지향 설계·개발 초기부터 국제 규격과 운용 개념(CONOPS)을 반영해 맞춤형 통합 패키지를 제안하며 민수 기술 스핀-인과 공동 연구·개발(R&D) 플랫폼 등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전략을 갖추고 있다. 특히, K-2 흑표 전차의 폴란드 버전인 K-2PL의 현지 생산·기술 이전·공급망 구축 모델을 확산시키겠다는 게 현대로템의 공식 입장이다. 또한 인공지능(AI)·자율 주행·소프트웨어 중심 진화차량(SDV, Software-Defined Vehicle)·전동화·수소 파워트레인 등 현대자동차의 선진기술을 방산에 적용해 20~30톤급 무인차량과 55~60톤급 전차의 전동화를 이뤄낸다. 이와 관련, 전차·장갑차에 OTA(Over‑the‑Air) 업데이트 체계를 도입,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소프트웨어 정의 전차(SDV‑T)'를 개발하고자 한다. 아울러 전기식 파워팩과 수소 연료 전지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기반 전동화는 열·소음 시그니처를 줄여 스텔스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수소연료전지는 500 km 이상 항속거리와 '배출 제로'를 동시에 충족한다. 이를 위해 현대로템은 정부·산업계·학계·연구소·군 간 협력을 강화하고, 차세대 유·무인 복합 전차 연구·개발·시험·인력도 양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장 센서-슈터 체계가 다영역으로 확장됨에 따라 현대로템의 4세대 무인 지상 차량(UGV) 'HR-셰르파'도 주목받고 있다. 6X6 인 휠 모터 기반 전기식 플랫폼은 원격사격·화물수송·환자 후송용 등 모듈을 빠르게 교체할 수 있고, 최대 1.6톤의 하중을 싣고도 시속 25㎞로 기동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앞서 가는 사람을 따라가는 종속 주행 외에도 원격 주행·경로점 자율 주행과 같은 다양한 무인 운용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올해부터는 AI 스웜 네트워크를 적용해 MUM-T 전술 시범에 들어간다. 야전 시범운용을 성공리에 완수한 HR-셰르파는 국내 첫 군용무인차량으로 우리 군에 납품됐다. 관건은 폴란드 이후 체코·루마니아 등 2·3차 파생 계약을 얼마나 빨리 성사시킬지와 SDV-T 시제차량이 오는 2027년까지 나토 합동실험을 통과해 4세대 전차 시대의 주류 표준으로 자리잡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김명근 현대로템 기동체계개발실장(상무)는 “'거북선 정신'을 계승해 차세대 전차를 비롯한 플랫폼을 세계적 표준으로 만들고, 대한민국 방산의 세계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장] 드론·UGV·eVTOL…차세대 K-무인 솔루션 총출동

AI 시대에는 드론과 무인기, 해상 드론 등 무인 이동체가 현대전과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간에서는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이 드론을 활용해 물류 혁신을 이루고 있고, 국내에서도 물류·시설 점검 등에서 무인 이동체 활용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산업 흐름에서 9~11일 사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무인이동체산업 엑스포 2025(UWC 2025)'는 국내 무인이동체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UWC는 국방·물류·재난·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무인 이동체의 최신 기술과 산업 동향을 소개하는 행사로, 관련산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 기술을 연결하고 교류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장을 둘러보니 '드론 명가' LIG넥스원의 부스가 가장 먼저 기자를 반겼다. 이 회사는 △다목적 무인 헬리콥터(MPUH) △KCD-40 하이브리드 수송 드론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VTOL 드론 3종을 선보였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MPUH는 전방 정찰용으로 먼저 보내 상황을 영상·통신으로 전달할 수 있고, 50km까지 비행할 수 있다“며 “2017부터 2021년까지 4년 간 개발을 끝냈고, 아직 양산·배치는 계약 전 단계"라고 설명했다. 또 육중한 덩치를 자랑한 KCD-40 하이브리드 수송 드론은 휘발유와 배터리 하이브리드 추진체로, 40km 거리에 40kg을 실어나를 수 있다는 설명도 들었다. 회사 측은 “플랫폼 개발비는 12세트 기준 약 48억원이 소요됐다"며 “군 보급·산불·교통 마비 같은 상황에서 물자 투하용으로 쓰고, 민간 택배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VTOL 드론은 정찰 모드 90분, 탄두 탑재 공격 모드로는 30분 비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총 15kg 수준으로 가볍고, 날개·꼬리가 분리돼 백팩에 넣어 휴대하며 현장 조립도 가능하다는 말도 들었다. 또 탄두 장착 시 자폭용 운용도 가능하고 예상 단가는 대당 약 2억원 수준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현대로템은 다목적 무인 차량(UGV) 'HR-셰르파' 2대를 가져다놨다. 평소 다른 전시회에서는 육군에서 활용하는 모델만 봐왔는데 이날엔 무인 소방 로봇 형태를 볼 수 있었다. 다목적 UGV는 3년 넘게, 소방 로봇은 1년 조금 넘게 개발·테스트 중이라는 전언이다. 회사 관계자는 “육군 시험 평가를 마친 다목적 무인 차량 플랫폼에 소방 임무 장치만 올린 버전"이라며 “올해 말 4대를 소방청 중앙구조본부에 납품하고, 내년부터 소방대원과 실전 투입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자율 주행 플랫폼이기 때문에 국방·소방 외 공항 토잉카, 수하물 물류 차량 등 민수 물류용으로도 개발 컨셉을 잡고 있고, 방수포 외에 화학 사고 대응 장치와 대연(排煙) 팬 등 다양한 모듈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공식 입장이다. 해외 수출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가격은 나라장터 계약 체결 시 공개될 예정이어서 현장에서는 들을 수 없었다. 같은 플랫폼을 두고 경쟁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인공 지능(AI) 기반 '아리온 스멧'은 육군 부스에 배치돼있었다. 이 제품은 사람과 차량을 자동으로 식별하고 조준하고 보병 물자와 부상자 수송, 선(先)침투 감시·정찰 기능을 갖췄다. 기술 특징으로는 에어리스 타이어를 장착했고, 모터가 차체에 내장돼있으며 국산화율이 90%를 상회한다는 점이다. 또 기본 부가 장갑으로 방호 능력은 '초과 충족'한다는 게 제작사 입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육군의 시험 평가를 마쳤고, 전투형 적합성 판정을 획득했다"며 “현재 기종 결정 평가만 남아 있고 구매 사업은 착수 전"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2023년 미국 국방부 비교 성능 시험 경험치를 반영한 4세대 하이브리드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며 “같은 모델을 해외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개발 중인 5인승 전기 추진 수직 이착륙기(eVTOL) 1:4 크기의 모형을 전시했다. 조종사 1명과 승객 4명을 태울 수 있고, 완전 전동체여서 도심에서도 저소음 운항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녔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최근에는 형상을 변경해 후방 프로펠러를 2개에서 4개로 늘렸다. 현재 기본 설계는 끝났고, 초도 비행은 2027년 6월, '실증기' 완료는 2028년, 형식·감항 인증을 거친 상용 '인증기' 출시 목표는 2031년이라고도 했다. KAI 관계자는 “군 인증 절차가 더 빨라 초기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군용 버전을 먼저 개발해 군 감항 인증을 획득한 후 그 기반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민수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카본은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에 장착되는 1:1 크기의 수직 이착륙·순항 겸용 프로펠러를 선보였다. 64dB 이하 소음 기준을 맞춰 도심 운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 한국카본 관계자는 “상용화는 KAI의 기체 개발 완료 시점 이후이고, 현재는 연구·개발(R&D) 단계라 단가는 미정"이라며 “대한항공과 같은 같은 체계 업체나 조비 애비에이션 등 UAM 스타트업 등이 주 수요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국방·로봇·통신 분야에서 AI 솔루션을 제공하며 성장 중인 펀진도 현장에 부스를 차렸다. 이 회사가 현장에 내놓은 KWM-오셀롯(Ocelot)은 AI 전자기 스펙트럼 분석 시스템으로, 해당 시스템은 적 통신 신호를 효과적으로 탐지하고 실시간으로 전장의 상황을 가시화하는 기술이다. 펀진 관계자는 “600 MHz에서 6 GHz RF 탐지·스펙트럼 분석이 가능하고, AI 기반 신호 패턴 학습과 전장 지도 실시간 시각화를 해낼 수 있다"며 “최근 잠재력을 인정받아 KAI의 전략적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고 부연했다. 나성화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공급망정책관은 “드론 산업 발전 기본 계획 수립과 UAM법 제정, 실험 평가·표준화 등 드론·UAM 산업 생태계 조성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소재·부품의 자립화, 군·공공기관 수요 창출, 글로벌 공급망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028년 1400마력 무인기 엔진 독자개발 추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방과학연구소(이하 국과연)와 함께 독자 기술로 무인기 엔진의 '라인-업 확대'에 나선다. 해외 기술 도입이 제한되는 무인기 엔진 기술을 국산화해서 자주 국방과 수출을 위한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과연 주관 '프로펠러 추진 항공 엔진 시제 개발 및 엔진 인증 실증기술' 개발 과제를 계약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과제는 2028년까지 차세대 중고도 무인기(MUAV) 탑재를 목표로 1400마력 터보프 롭 엔진 시제를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향후 무인기의 감항 인증을 대비해 초도 비행 허가(IFR) 수준의 엔진 품질 인증과 실증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무인기 엔진은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MTCR)과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수출통제(EL) 등 국제 규제로 인해 국가 간 거래나 기술 이전이 제한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에 계약한 1400마력 터보프롭 엔진 외에도 정부계획에 따라 국과연 주관 5500파운드(lbf) 터보팬 엔진, 1만 파운드 터보팬 엔진 등 다양한 크기의 국내 독자 무인기 엔진 개발 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무인기 엔진의 독자 기술을 확보하면 유인 전투기와 민항기 엔진 개발에 활용하고, 국제 사회의 제재 없이 성능 개량이나 유지·보수는 물론 수출도 가능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부의 중장기 계획에 따라 대한민국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탑재를 목표로 1만6000파운드(후기 연소기 작동시 2만4000파운드)의 첨단 항공 엔진 국내 독자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설계-제작-인증-유지∙보수∙정비(MRO)'까지 항공 엔진 전(全)주기 역량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유한 기술력과 경험으로 다양한 무인기 엔진을 독자 개발해 자주국방과 방산 수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AI·한화에어로, KF-21 양산 ‘공군 전력화 퍼즐’ 완성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최초 양산 계약이 마무리되면서 오는 2028년까지 예정된 전력화 계획이 본궤도에 올랐다. 이로써 노후전투기 대체는 물론 국내 항공산업 생태계 안정과 향후 수출 경쟁력 확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에 따르면, KAI는 방위사업청과 2조 3900억원 규모의 '최초 양산 잔여물량' 계약을 체결해 20대를 추가로 확보했다. 같은 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F414 엔진 80여 기를 6232억 원에 공급하는 추가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로써 지난해 6월 체결된 1차 물량인 20대와 엔진 40기를 포함, 기체 40대와 엔진 80기의 주문이 완료됨에 따라 2028년까지 공군 전력화가 확정됐다. 이같이 안정된 물량이 전력화하면 오는 2032년까지 총 120대 체계를 갖추는 로드맵도 현실성을 갖게 된다는 게 방위사업청의 설명이다. 미래 전장 운용 개념에 적합한 4.5세대 전투기 KF-21 개발은 국가 핵심 방위 사업이다. 내년 개발 종료와 동시에 첫 양산기가 공군의 작전운용 시험 평가에 투입되고, 내년 말부터 단계적 인도가 시작돼 2028년 말까지 우선 40대가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이처럼 전력화가 완료되면 공군은 수명 한계에 다다른 1세대 전투기 전력의 절반 이상을 대체해 '포스트 F-4·F-5'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 배열(AESA, 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적외선 탐색 추적 장비(IRST, Infrared Search and Track)·국산 데이터 링크를 포함한 항공 전자 계통과 공대공 무장 분리와 기총 발사 시험 통합 시험이 진척되면서 실전 적합성도 이미 상당 부분 검증됐다. 방위산업에서 파급 효과는 더욱 크다. 경남 사천·진주 생산 라인을 중심으로 600여 협력사가 참여하는 KF-21 기체 조립 네트워크가 최소 3년 이상 끊김 없이 가동돼 약 1만 명 규모의 직·간접 고용 유지가 가능해진다. 아울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스마트 엔진 공장이 F414를 면허 생산하며 고내열·경량 부품 기술을 축적, 향후 완전 자립형 '첨단 항공 엔진' 개발로 이어갈 준비를 마쳤다. 방산수출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필리핀·폴란드에서 입증된 FA-50의 '가성비' 성공 사례에 블록Ⅱ 단계에서 내부 무장창·스텔스 성능 강화가 예정된 점 등 KF-21의 성능이 더해지면 전력 공백을 메우려는 폴란드·아랍에미리트·필리핀·사우디아라비아·태국·말레이시아 등이 K-방산의 잠재적 고객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KAI는 이미 올 초 사우디 측에 정식 제안을 전달했고, 내부 무장창·고성능 레이더 흡수재(RAM, Radar Absorbing Material)·기체 매립형 컨포멀 안테나·저피탐 배기 노즐 등을 적용해 완전한 스텔스 기능을 갖춘 파생 모델 'KF-21EX' 개발까지도 공식 발표했다. KF-21EX는 2030년대 후반에서 2040년대 초반 등장할 전망이다. 남은 과제는 △엔진 국산화 △지속적 성능 개량 △안정적 양산 체계 구축 △수출 경쟁력 확보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엔진 국산화는 미국의 기술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수출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기술이 적용된 무기 체계는 수출 시 미국의 승인이 필요할 수 있어 독자 엔진 개발에 의한 기술 종속 탈피는 수출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우리 군에서 무기 체계를 운용하다보면 주변국으로의 수출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며 “공군이 KF-21을 잘 활용해 외국 군 당국의 관심을 끄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는 블록 1 후속 버전에 맞춰 온전히 국산 기술로 개발한 엔진이 탄생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하겠다"고 덧붙여 말했다. KAI 관계자도“KF-21 개발과 양산은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의 항공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의 상징"이라며 “많은 어려움에도 관계 기관들의 유기적 협력 덕에 최초 양산 계약을 마무리한 만큼 우리 공군의 전력 강화와 업계 발전에 기여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중동전 쇼크] 석화·항공 “피해 우려”, 방산 “기대감” 엇갈린 표정

이스라엘-이란 간 충돌이 미국의 개입으로 더욱 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와 항공사들은 예상되는 손실을 방어하기 위해 다각적 대안으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방산업계는 지정학적 이슈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어 산업간 엇갈리는 모습이다. 23일 주요 외신들은 전날 미국의 이란의 핵 시설 3개소 타격과 이에 반발한 이란 의회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령 의결이 급박하게 이어지면서 사실상 중동전 확산이라는 중대 국면을 우려하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원유 소비량의 약 25%와 액화 천연 가스(LNG) 소비량의 약 20%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JP 모건은 사실상 이란의 해협 통제권 아래에 있는 이곳이 실제 봉쇄됐기 때문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수준까지 뛰어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 같은 상황에 석유를 원재료로 쓰는 석유화학 업계와 수요자인 항공 업계는 위기 대응 차원에서 다양한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는 △합성 수지 △합성 고무 △합성 섬유 △염료 △의약품 등 광범위한 분야의 제품을 만드는 데에 쓰인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통상 나프타 가격도 동반 상승해 제품 가격도 따라가기 마련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나프타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해둬 당장 위기 상황에 직면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국면이 장기화 될 경우 어려움이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 역시 국제 유가 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업종이다. 대한항공의 올해 예상 유류 소모량은 3050만 배럴에 달한다. 유가가 1달러 오르면 3050만 달러 가량 손실을 본다는 게 대한항공 측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사는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의 최대 50% 내에서 헷지를 시행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과 유가 수준을 고려해 적합한 파생 상품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특수를 누리던 방산업계는 중동 지역 정세 불안정에 겹호재를 맞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조사 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동·아프리카 방산 시장은 2029년 1774억 달러(한화 약 245조4329억 원)으로 2024년 1384억달러(191조4764억 원) 대비 28.18%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연 평균 성장률이 5%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상호 간 1786km나 떨어진 이스라엘-이란 간 전쟁에서 중·장거리 유도 무기 체계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은 K-방산의 실적 개선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는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 '천궁-II(M-SAM2)'를 도입한 바 있고, 3개국 수출 규모는 총 6조2000억원에 이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따른 전 세계 각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안보 환경 변화와 국가별 국방 예산 확대로 인해 중장기 방산 시장 규모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U 패스트트랙 도입…K-방산 ‘유럽수출 큰 장’ 기대감

K-방산 기업들이 유럽 무기시장으로 '수출 르네상스 2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조된 안보 위기 타개를 위해 방위산업 규제 완화와 허가 패스트트랙 도입 등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자 '신속한 납품'과 '실전 경험'을 갖춘 K-방산 기업들이 '준비된 경쟁력'으로 국산 무기의 유럽 수출 확대를 노릴 수 있다는 판단과 전망에서다. 2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6일 회원국와 산업계의 집단안보 역량 및 인프라 확충을 목적으로 △신규 방위산업 허가 패스트 트랙 도입 △유럽방위기금(EDF) 활성화 △방위물자 조달 절차 개선 △인베스트 EU 접근성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방위 분야 규제 완화 패키지'를 제안했다. EU 집행위의 방위 규제완화 패키지에 대해 한국무역협회 브뤼셀 지부 관계자는 “각 회원국의 방위산업 지원을 위한 전용 소통창구를 지정하고, 신규사업 허가 절차 60일 이내 완료와 EDF 지급 규정의 심사절차 간소화·운영 유연성 제고를 통해 우크라이나 기관과 기업의 EDF 참여 촉진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방산물자 공동구매를 장려하고 계약 한도를 상향하며, 방위 제품 라이선스의 회원국 간 이전절차 간소화를 명시한 것"이라며 “방위산업 투자에 법적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 지속가능 금융 프레임워크 내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는 금지 무기에 대한 명확한 분류 기준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번 EU 방위 분야 규제완화 패키지는 지난 3월 21일 발표된 EU 방위백서에서 제시된 비전을 기반으로 한다. 해당 백서는 규제 간소화와 표준화를 EU의 방위 대비 태세 강화를 위한 핵심 동력으로 제시한 바 있다. EU 의회와 이사회는 입법 절차에 따라 추후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EU 집행위는 2023년 3월 'EU와 우크라이나의 방위기술 및 방위산업 육성을 골자로 한 EU 방위산업 전략(EDIS)에 대한 통신문'을 발표한데 이어 올해 3월 최소 8000억 유로(약 1267조 3570억원)를 투입하는 '유럽 재무장계획(REARM Europe Plan)'을 선언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종전까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를 강조하면서 무기 생산을 사회적으로 백해무익 산업이라며 배척해 온 EU 입장과는 정반대다. 그 여파로 EU 및 글로벌 금융권은 방위산업에 대출과 투자를 기피했다. 실례로 독일 시중은행들은 티센크루프 그룹의 총 매출 중 10% 이상이 방산에서 나올 경우 자금 대여를 해주지 않겠다고 위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30여년 간 EU 회원국 정부와 방산업체 간 신뢰관계를 무너뜨려 라인메탈·헨솔트·레오나르도·탈레스·다쏘·BAE시스템즈 등 방산기업들이 러-우크라 전쟁 이후 각국 정부의 긴박한 발주에 대응하지 못한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뒤늦게 이를 의식한 듯 EU는 금융 기관의 방위 관련 기업 투자 및 대출 거래가 ESG와 택소노미 규정을 위배하지 않음을 명시해 민간 투자자의 우려 해소에 나섰다. 이 같은 EU의 집단안보 강화 및 개별 회원국의 자위권 확대 움직임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산업(KAI)·LIG넥스원·현대로템 등 K-방산 기업들은 기존 수출 실적에 이어 유럽시장 추가수출의 기회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K-방산 기업들의 준비된 경쟁력으로 북한과 대치 상황에서 국가적 수요에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적시 공급이 가능하고, 숱한 국지 도발사태에서 무기 실전 경험도 쌓아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국내 방산기업들은 폴란드·루마니아 등에 현지법인을 속속 설립해 EU 수출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더욱이 K-2 흑표전차·K-9 자주곡사포·FA-50 경전투기 등 K-방산 제품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EU 회원국 간 공동구매·라이선스 이전 간소화로 다국간 대량발주 가능성도 존재한다. 동시에 EU방산기업과 조인트벤처(JV)나 연구·개발(R&D) 컨소시엄을 구축해 넓어진 EU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U가 현재 20%인 역내무기구입 비중을 오는 2035년까지 65%로 대폭 상향하는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 정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원준 전북대학교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우방국과 탄약류·미사일·주요 무기체계 공동개발 등 공급망 리스크 대응 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며 “정부는 수출 절충 교역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HD현대 vs. 한화오션, 한국형 차기 구축함 ‘자강두천’

대한민국 해군력의 미래를 좌우할 약 8조원 수준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Korea Destroyer neXt generation)' 사업자 선정이 2년 가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 국내 조선업계 양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자의 기술력과 사업 적합성을 내세우며 “우리가 적임자"라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방위산업계는 물론 정치권, 해군 내부에서까지 'K-방산'의 미래와 국가 전략 산업의 명운이 걸린 대형 국책 사업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2031년 우리 영해 수호 최일선에 투입될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은 지연을 거듭해 본 궤도에도 오르지 못한 채 1년 반 가량 표류하고 있다. 이는 6000톤급 미니 이지스 구축함 6척을 순수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만 7조8000억원에 달한다. KDDX는 기존 노후함을 대체하고 스텔스·전기 추진·스마트 함교 등 첨단 기술을 집대성해 해군의 중추 전력으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또한, KDDX 단순 함정 건조를 넘어 △전투 체계 △레이더 △각종 무장까지 모두 국산화하는 '진짜 한국형 구축함'이어서 향후 수십 년간 해군의 작전 환경과 방위 산업 경쟁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 세계 해군 함정 시장은 최근 전기·하이브리드 추진과 스텔스 설계, 무인화, 사이버 보안 등 첨단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다수의 군사 전문가들은 “시대의 변화에 맞도록 인구 감소에 대비한 스마트 함교나 전투 지휘실에 대한 검토는 KDDX의 전력화만큼이나 중요한 검토 대상"이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차세대 대표 수상함에 걸맞은 최신 기술의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미국 줌왈트급(DDG-1000), 영국 타입-45 구축함은 전기 추진·통합 전력 시스템·첨단 센서·네트워크를 앞세워 해상 전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KDDX에 25메가와트(㎿)급 대용량·고출력 추진 전동기를 탑재할 계획이다. 이로써 함에 탑재되는 무기 체계와 추진 체계를 포함한 모든 장비의 동력을 전기로 대체해 운용성과 확장성을 향상시킬 전망이다. 이 같은 글로벌 트렌드에 본격적으로 합류해 미국·영국 등과 어깨를 견줄 기술적 도약을 노린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KDDX는 스텔스 기술·한국형 전투 체계(KCMS, Korean Combat Management System)·인공 지능(AI) 기반 의사 결정 시스템·함대공 미사일 등 최첨단 무장을 탑재할 예정으로, 한국 해군의 미래 전력의 핵심이자 K-방산 수출의 교두보로 평가된다.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 분야 국내 최강자'임을 내세운다. 1976년 울산함을 시작으로 총 106척에 이르는 함정을 건조한 경험이 있는 HD현대중공업은 KDX-II(4400톤급)·KDX-III(7000톤급 이지스함)·정조대왕함급 등 대한민국 최신예 구축함의 기본 설계와 건조를 모두 주도했다. KDDX의 기본 설계 역시 2020년부터 36개월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29개 최신 함정 기술을 적용해 국내 함정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HD현대중공업 측은 기본 설계를 맡은 업체가 상세 설계·선도함 건조까지 연속적으로 수행해야 사업의 안정성과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며, 방위사업법령과 업계 관행에 따라 수의 계약이 원칙임을 강조한다. 실제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 이래 18건의 함정 사업 모두 기본 설계 업체가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수의 계약으로 수행해왔다. 이는 1990년대 KDX-II 사업에서 기본 설계와 상세 설계·선도함 건조를 서로 다른 조선소에 맡겼다가 수중 방사 소음과 같은 기술 결함이 발생했던 실패 사례에 기인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후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본 설계 업체가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책임지는 구조가 정착됐다. 방위사업법 시행령 제61조 3항과 방위 사업 관리 규정 89조 등에도 이같은 관례가 반영돼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KDDX 상세 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은 원칙대로 방위사업법령의 규정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HD현대중공업은 KDDX에 적용되는 전기 추진 체계·스마트 브릿지·스텔스 설계·무인 전력 운용 등 미래 함정의 핵심 기술을 이미 확보했고, 실질적인 운용 인력을 100명 수준까지 낮추는 자동화·체계 통합 기술도 강점으로 내세운다. 한화오션 역시 KDDX 건조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모두 확보했다며 강한 자신감을 피력한다. 회사는 2012년 개념 설계부터 전 전기 함정(All Electric Ship, 全電氣艦艇) 시대를 이끌 독보적 전기 추진 기술·AI 기반 스마트 함교·전투 지휘실·통합 네트워크·사이버 보안 관제 체계 등 첨단 함정 기술 연구를 지속해와 미래 해전의 핵심 역량을 갖췄다고 강조한다. 스마트 함교 적용을 위해 한화오션은 강화도함에 통합형 콘솔과 전시기를 배치한 개념을 최초로 적용했다. 또한 군수 지원함(AOE-Ⅱ)·울산급 배치-Ⅳ에도 통합 전시기·조정석(칵핏)형 콘솔·첨단 기술 등이 포함된 스마트 함교 적용을 적극 검토 중이다. 아울러 장보고-III 잠수함과 울산급 배치-II 등에서 이미 전기 추진 체계 실적을 쌓았다는 점을 적극 내세운다. 특히 국내 최초로 장보고-Ⅲ 잠수함의 전기 추진 체계를 사전에 육상 시험 평가 시설(LBTS, Land Based Test Site)을 활용해 통합 성능을 검증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KDDX에도 이를 적용해 함정 통합 과정에서의 제한 사항을 육상에서 검증·해소할 수 있는 운용 능력이 확보된 상태다. 이 외에도 레이더 반사 단면적(RCS, Radar Cross. Section) 감소와 승조원 편의성 강화, 자동화 등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기술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공동 설계·분할 건조를 통해 기술 경쟁력과 시공 기간 단축, 해외 시장 진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화오션 측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최적의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고, HD현대중공업에는 군사 기밀 유출 의혹에 따른 1.8점 보안 감점 등 도덕성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며 “일방적 수의 계약이 아닌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정보 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었음에도 무리하게 수사 기록을 공개했으며, 이마저도 의도적인 짜깁기로 수석부장을 임원으로 둔갑시켜 사실 관계를 왜곡했다"며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이 우선돼야 한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또 “한화오션 측의 무리한 억지 주장은 2년 6개월 가까이 진행된 국군방첩사령부와 울산지방검찰청의 수사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방위사업청은 한화오션의 개념 설계 보고서 활용 문제에 대해 부정당업체 지정 등 행정 처분을 검토 중이지만, 군사 기밀 보호법상 공소 시효 만료로 실질적 제재는 어려운 상황이다. 방산업계에서는 수상함 분야에서 양사의 기술 경쟁력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평가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KDDX 사업이 전력화 시기를 단축하는 한편 해외 유수의 함정들에 앞서는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추진하기 위해 두 업체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담론도 제기된다. KDDX 사업은 업체 간 기술 경쟁을 넘어 정치권·해군·방사청의 이해 관계 역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방사청 등 정부 기관은 안정적 사업 추진을 위해 HD현대중공업 단독 수의 계약에 무게를 둠과 동시에 한화오션의 기술력과 해외 시장 진출 효과를 감안해 공동 설계·분할 건조 등 '원팀 전략'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양측의 자존심 강한 양측의 싸움과 정치권의 압박, 방산 게이트 논란 등으로 사업자 선정은 1년 6개월 가까이 늘어지는 형국이다. 해군 내부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주변국 해군력 증강 등 안보 환경 변화에 따라 KDDX의 조기 전력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업체 간 과열 경쟁과 정치적 변수로 인해 관련 일정이 1년 이상 늦어질 위기에 처해 전력 공백도 우려된다. 이처럼 KDDX 사업자 선정은 정치적 변수와 산업 논리, 해군의 요구,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최종 결정은 이재명 정부의 방산 정책과 해군 현대화 의지, 그리고 '공정한 경쟁'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KDDX 상세 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은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에서 안건을 심의한 후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상신하면 최종 결정이 이뤄진다. KDDX 상세 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은 우리 해군의 미래와 K-방산의 글로벌 위상, 그리고 조선 빅2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때문에 어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두 조선사 중 어느 회사가 경쟁에서 승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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