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 한 달] 중동 수주 관망세…미국으로 눈 돌리는 건설사들

미-이란 전쟁 발발 이후 전쟁이 끝나고 나면 인프라 재건을 위해 중동 수주가 다시 되살아날 수도 있지 않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건설사들은 잠잠했다. 요즘 건설사들의 최대 관심은 에너지 기업으로의 체질개선. 건설사의 미래먹거리는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물었을 때 그들은 미국을 주목했다. 3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 결과, 이번 중동 위기는 원유 생산과 유통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과거 러우전쟁보다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우전쟁 당시 러시아의 원유 규제로 유가가 상승했지만 유통이 문제되진 않았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중동 지역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장 큰 위협은 치솟는 유가다. 두바이유는 전쟁 이전인 2월 27일 71.2달러에서 2일 108.9달러로 50% 이상 상승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유도 40% 이상 증가하며 100달러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2월 말 1450원대 였던 환율도 2일 기준 1500원을 넘기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갱신했다.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자 물가 상승 압력이 생긴다. 세계 전반에서 물가가 상승하자 각국 금리도 상승추세다. 한국 국채(3년물) 수익률 역시 2월 27일 3.04%에서 2일 3.47%로 0.43%p 상승했다.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시중금리도 함께 오르는 경향이 있다. 건설사들은 중동 위기 장기화를 가장 우려한다. 고유가·고환율·고금리 상황에서 공사비 상승 타격을 가장 먼저 받게 되기 때문이다. 유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요인은 유류비다. 유류비는 중장비를 운용하는 데 들어가는 모든 비용의 30% 수준이다. 중동 위기 이전인 2월 27일 1597원이었던 국내 경유 가격은 2일 1907원으로 20% 가량 상승했다. 중장비 운용비용인 기계경비 외에도 석유화학제품 비용상승과 철근·시멘트 가격 상승으로 인해 공사비 상승은 불가피하다. 이자비용 상승도 건설업계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 금리 상승으로 내수시장에서 민간 프로젝트 발주가 감소할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0년 기준금리 급등 이후에 좀처럼 국내 주택시장은 계속 침체기"라며 “지식산업센터나 생활숙박시설 등 과거에 잘 팔리던 것들이 지금은 안팔리는 것이 증거"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건설기업은 공급망 관리를 고도화해 공사비 상승에 대비해야한다고 조언한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기업은 철근·시멘트·아스팔트 등 핵심 자재를 조기계약하거나 가격고정계약을 통해 원가상승리스크를 통제해야한다고 본다. 신규 사업은 원가 상승을 고려해 수익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 계약된 공사의 경우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를 반영해야 한다. 중동 상황이 좀처럼 정리되지 않자 건설사들은 당분간 관망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전쟁이 종식되고 나면 인프라 투자가 다시 활발해지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비치기도 하지만 건설사들은 당분간은 신규 투자는 없다는 입장이다. 2025년 시공능력순위 기준 상위 3개 건설사인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은 중동 지역 분쟁 사태가 향후 글로벌 거시경제와 연결회사의 사업 환경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유가·고환율·고금리 상황을 방어하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전략대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건설사들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건설사마다 에너지 신사업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공통적으로 드러났다. 삼성물산의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빌딩이 가장 주력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로 플랜트, 토목, 조경 순으로 매출액을 차지한다. 건설부문 제62기 매출은 14조1486억원으로 전년 대비 24.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5355억원으로 전년 대비 4,658억원 감소했다. 삼성물산 2024·2025년 매출액 비중 변화를 살펴보면 가장 큰 수익원인 빌딩 부문이 79.5%에서 69.9%로 9.6%p 감소했다. 대신 플랜트 부문은 15.6%에서 23.6%로 8.0%p 상승한 점이 눈에 띈다. 조경(0.8%→1.0%)과 토목(4.1%→5.4%) 부문도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삼성물산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한 주된 원인을 하이테크 대형 프로젝트 준공 및 주요 공정 종료에 따른 이익 감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건설부문은 데이터센터, 공항 등 기술 특화 상품 수주를 확대하고 에너지 솔루션 등 미래 유망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EPC 수행에서 프로젝트 개발 및 운영 단계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미래 에너지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태양광, 그린수소, 소형모듈원전(SMR) 등 친환경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2024년에는 미국 NuScale사 지분투자를 통해, 2025년에는 GVH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선진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건축/주택이 가장 주력이다. 플랜트/뉴에너지, 토목 등이 뒤이어 매출액을 차지한다. 당기말 자산은 약 27.8조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현대건설은 매출채권 등의 증가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현금성자산은 전년대비 6.2% 감소한 4.8조원을 기록했다. 부채는 전년대비 2.0% 증가했고 자본은 전년대비 4.6% 증가했다. 현대건설 매출비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플랜트/뉴에너지 부문의 성장이다. 2024년 20.6%였던 비중이 2025년 31.7%로 11.1%p 증가했다. 기존 주력 부문인 건축/주택은 66.5%에서 54.3%로 12.2%p 하락하며 현대건설은 에너지 사업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현대건설은 AI 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전력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믹스의 고도화와 안정적인 공급역량 확보가 핵심 경쟁 요소로 부각될 것으로 봤다. 대우건설의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건축이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토목, 플랜트 등이 순서대로 매출액을 구성한다. 당기말 자산 총계는 13조 3585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부채 총계는 9조 8839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18.7% 증가하였습니다. 자본 총계는 3조 4746억원을 기록했으며 이익잉여금 감소 등으로 전년 대비 19.8% 감소했다. 토목부문에서는 해외 프로젝트에서의 손실로 인해 경영 기조가 공격적 수주에서 리스크 관리로 변화했다. 수주실적을 등에 업고 건축부문은 데이터센터 등 비주거시설 수행 역량 확보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계획이다. 플랜트는 2025년에 체코원전사업이 본계약 체결로 이어지며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 국가별로 기본 도급액을 비교해보면 삼성물산은 중동·북미·아시아를 균형 있게 가져간다. 현대건설은 중동 비중이 약 80%로 제일 높다. 대우건설은 아시아·중동·아프리카를 가장 균형있게 가져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삼성물산은 미국 Taylor FAB1 신축공사를 진행하고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미국 내 태양광 파이프라인의 개발과 매각을 확대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자 한다. 한편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2025년까지 미국의 기본 도급액은 없었지만 향후 미국 진출을 위한 포석을 다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주로 원전과 재생에너지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미국 홀텍사의 소형모듈원전(SMR)인 '팰리세이즈 SMR-300' EPC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텍사스 루시(Lucy) 태양광 프로젝트와 서남해 신안우이 해상풍력에 이은 재생에너지 분야의 추가 수주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은 과거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나온 대미투자특별법을 기회로 보고 있다. 원금 회수는 물론 미국과의 이익공유가 가능한 부문은 전력과 에너지라는 것이다. 미국의 송전망과 전력시설이 노후화됐고, AI 데이터 센터로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 만큼 원전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GH, 공사채 31조 확보…“더 많고 더 빠른 공급” 주택정책 엔진 본격 가동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공사채 발행 제도 개선을 통해 확보한 31조원 규모의 재정 여력을 바탕으로 주택 공급 확대와 사업 속도 혁신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GH는 2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기도 주거 정책의 중장기 비전을 담은 'GH Bridge 2030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정책을 뒷받침하고 주택 공급의 속도와 규모를 동시에 끌어올리기 위한 실행 전략으로 마련됐다. 특히 GH는 향후 2~3년을 주택시장 정상화의 '결정적 시기'로 판단하고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사업 추진 속도 혁신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김용진 GH 사장은 “제도 개선으로 확보된 31조 원의 재정 기반을 바탕으로 주택 공급의 속도와 규모를 동시에 확대하겠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착공과 입주 성과로 정책 실행력을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동계획의 가장 큰 기반은 재원 조달 구조의 변화다. 지난달 행정안전부의 공사채 발행 승인 제도가 개정되면서 GH는 2030년까지 약 31조원 이상의 자금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그동안 지방 공기업의 사업 추진을 제약해온 재정 한계를 크게 완화한 조치로 평가된다. GH는 이런 재정 기반을 토대로 조직 체계도 전면 개편했고 사업 추진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전사적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며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강화했다. 특히 권한과 책임을 현장에 대폭 위임하는 방식으로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는 'GH형 패스트트랙' 체계를 도입해 사업 추진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GH는 확보된 재정과 조직 혁신을 기반으로 '2030 GH형 주택공급 패스트트랙'을 본격 가동한다. 이를 통해 하남교산 등 5개 우선 사업지구 약 7000가구의 입주 일정을 평균 1년 이상 앞당길 계획이다. 보상과 지장물 철거 등 선행 공정을 병렬로 추진하고 인접 지역의 기반시설을 임시 활용하는 등 행정 절차를 혁신해 사업 기간을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공공주택 공급 규모도 대폭 확대돼 기존 5만호 계획에 북수원 테크노밸리와 화성 진안지구 등을 포함해 약 2만호 이상을 추가해 총 7만호 규모의 건설형 공공주택을 공급한다. 여기에 수요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3만호를 더해 전체 공공주택 공급 규모를 10만호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공사 기간을 약 30% 단축할 수 있는 모듈러 주택을 매년 1000호씩 공급해 기존 계획 대비 약 5배 수준으로 확대한다. 이같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국민의 주거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GH는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도시 구조 혁신에도 나선다. GH는 판교테크노밸리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일자리(직), 주거(주), 여가(락)가 결합된 '경기도형 기회타운' 모델을 확산할 계획이다. 북수원 테크노밸리와 용인 플랫폼시티, 안양 인덕원 등 주요 개발 사업에 이 모델을 적용해 자족형 미래 도시를 조성하고, 첨단 산업 기반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까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사다리 복원을 위해 '지분적립형 주택'을 확대 공급한다.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이고 적금처럼 지분을 늘려 내 집 마련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광교신도시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매년 약 1000호 수준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도시계획 단계부터 제로에너지빌딩(ZEB)을 넘어 2050 제로에너지 시티를 목표로 친환경 도시 모델을 구축하고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커뮤니티 중심 공간혁신 모델인 'AIC(Aging in Community)'도 도입한다. 김용진 GH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31조원의 재정 여력 확보는 GH가 공공주택 공급과 도시 혁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결정적 전환점"이라며 “3기 신도시 등 핵심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국민이 체감하는 주거 안정 성과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GH는 정부 정책을 실행하는 강력한 정책 엔진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경기도민과 국민에게 실질적인 주거 안정 성과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아파트 가고 원전·SMR 온다… ‘회색 콘크리트’ 벗고 ‘에너지 디벨로퍼’ 입는 건설사들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건설업계의 판을 바꾸고 있다. 국내 주택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 가운데, 중동 정세 불안으로 촉발된 에너지 안보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원전, 소형모듈원전(SMR), 태양광, 수소, 송전망 등 에너지 사업으로 빠르게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단순 시공을 넘어 설계·조달·시공(EPC), 운영, 전력 공급까지 아우르는 '에너지 디벨로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주택 의존 구조로는 불확실성을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서, 에너지 인프라가 사실상 대체 성장축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가장 눈에 띄는 곳은 GS건설이다. GS건설은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및 판매 관련 사업'을 정관상 신규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는 태양광 발전소를 시공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발전소를 운영하고 생산 전력을 판매하는 사업자로 확장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미 충남 태안 창기 태양광 발전소를 기반으로 기업 대상 직접전력구매계약(PPA) 사업에 나섰고, LG유플러스와 20년 장기 전력 공급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주택사업이 분양 성적에 따라 수익이 흔들리는 구조라면, 장기 PPA는 비교적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GS건설은 인도 파투르 태양광 발전단지에서도 개발사업자로 참여해 시공과 운영, 전력 판매 경험을 쌓아왔다. 국내외에서 태양광 발전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밸류체인을 직접 쥐겠다는 구상이다. 직접 PPA는 이미 제도화돼 있으며, GS건설 사례는 발전사업자가 기업과 장기 계약을 맺는 민간 조달 모델이 실제 사업화 단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민간 주도의 자율적인 에너지 거래 시장이 열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특히 삼성전자 등 RE100 대응이 필요한 대기업들은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재생에너지 전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GS건설이 태양광 중심으로전기를 공급하면, 기업들은 보다 안정적인 가격에 RE100 대응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다가오는 글로벌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태양광을 비롯한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권 확보와 수요처 발굴에 주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원전과 에너지 인프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한우 대표는 지난해 3월 '에너지 전환 리더'를 내세우며 2030년까지 에너지 분야 매출 비중을 21%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달 이탈리아 로마에서 글로벌 건설사 위빌드와 대형 인프라 및 양수발전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핀란드 헬싱키에서는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신규 원전 건설 심포지엄을 열며 북유럽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대형 원전뿐 아니라 SMR, 수소, 태양광, 해상풍력 등으로 사업 축을 넓히며 주택 중심 수주 구조를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중심으로 바꾸려는 흐름이 뚜렷하다. 현대건설이 제시한 'H-로드(H-Road)' 전략은 단순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넘어선다. 2030년까지 에너지 매출 비중을 21%로 끌어올리겠다는 선언은 주택 경기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독립적인 성장 엔진을 확보하겠다는 뜻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과거 건설업 매출이 분양 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주택·건축 부문에 집중돼 있었던 만큼, 에너지 비중을 20% 이상으로 확대할 경우 원전과 해상풍력 등 국가 단위 장기 프로젝트가 실적의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건설 역시 대형 원전과 SMR, 원전 해체 등 전 주기 밸류체인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에너지 사업은 원전과 해상풍력, 수소 등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며, 특히 원전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실제 수주나 매출은 계약 체결 여부에 따라 가시화되는 만큼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규모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잠재적 사업 기회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DL이앤씨는 한 단계 더 들어가 기술 축적형 사업에 승부를 걸고 있다. DL이앤씨는 미국 엑스에너지와 약 1000만달러 규모의 'SMR 표준화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건설사가 SMR의 표준화 설계를 직접 수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표준화 설계는 발전소 내 각 설비의 연계 구조를 정형화해 공장에서 미리 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방식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작업이다. 같은 설계를 반복 적용해 공기와 비용을 낮출 수 있어 향후 후속 프로젝트 확장성도 높다. 단순 시공을 넘어 설계 역량과 기술 내재화를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DL이앤씨가 추진하는 SMR 표준화 설계의 핵심은 모듈러다. 이는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방식을 기존의 현장 중심 토목공사에서 공장 제작과 현장 조립 중심의 '제품 조립형' 모델로 바꾸는 시도다. 기존 대형 원전이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며 수년간 건설되는 구조라면, SMR 모듈러 방식은 주요 부품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레고처럼 조립하는 개념에 가깝다. 이 경우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고, 금융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 번 표준화된 설계를 완성하면 동일한 품질의 발전소를 여러 프로젝트에 반복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4세대 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프로젝트 참여 및 수주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이번 사업은 단순 설계를 넘어 표준화·모듈화 기반의 SMR 개발·설계 모델을 구축하는 단계로, 글로벌 SMR 시장에서 신뢰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카타르 태양광 프로젝트와 탄소 압축·이송 설비(CCS 인프라), 호주 HVDC(초고압직류송전) 등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동시에 SMR 분야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바탕으로 루마니아 등 동유럽 SMR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AI 산업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글로벌 신재생 에너지 수요 확대에 대응해 관련 기술과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왔다"며 “SMR과 수소, 재생에너지 등 분야를 향후 전략 사업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와 에너지업계에서는 최근 대형 건설사들의 사업 재편을 두고 “단순한 신사업 추가가 아니라 생존 방식 자체를 바꾸는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로 원자재 가격과 공급망 불안이 겹치면서 주택 사업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며 “금리와 PF 부담, 분양 심리 위축까지 동시에 작용하면서 사실상 주택만으로는 실적을 방어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안보 이슈가 부각되면서 국가 단위 발주가 이어지는 원전과 전력 인프라 쪽으로 사업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것은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국내 주택 시장은 사이클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데다, 중동 변수까지 겹치면서 건설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한꺼번에 터진 상황"이라며 “이제는 공사를 따내고 끝나는 구조로는 수익을 유지하기 어렵고, 발전소를 짓고 운영하고 전력을 공급하는 단계까지 들어가야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EPC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운영·유지보수(O&M)나 전력 판매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확보하지 못하면 향후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중동발 에너지 안보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건설사들의 전략 전환을 앞당긴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전력의 '안정적 확보' 자체가 기업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특히 AI 데이터센터처럼 24시간 대규모 전력을 끊김 없이 써야 하는 산업이 늘어나면서 단순히 건물을 짓는 수준을 넘어 전기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가 핵심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원전, 재생에너지, 송전망 같은 전력 인프라의 전략적 가치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BS한양 ‘풍무역세권 수자인 그라센트 2차’ 4월 공급

BS한양이 경기도 김포시 풍무역세권 도시개발사업 B1블록에 조성되는 '풍무역세권 수자인 그라센트 2차'를 오는 4월 분양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풍무역세권 수자인 그라센트 2차'는 경기도 김포시 사우동 167-1번지 일원(풍무역세권 도시개발사업 B1블록)에 지하 2층~지상 28층, 7개동, 총 639세대(▲84㎡ 509세대 ▲105㎡ 130세대)로 조성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일대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될 전망이다. 풍무역세권은 최근 김포 내에서도 청약 성적이 우수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B2블록 풍무역세권 수자인 그라센트 1차를 포함해 지난해 공급한 3개 단지가 평균 약 10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조기 완판에 성공한 바 있다. 풍무역세권 수자인 그라센트 2차는 김포골드라인 풍무역과 사우역을 모두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더블역세권 입지를 갖췄다. 단지 인근에 사우초와 사우고가 위치해 도보 통학이 가능하다. 서울 접근성도 강점이다. 풍무역을 중심으로 지하철 5호선 연장 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5호선 연장 시 마곡지구를 비롯해 여의도, 광화문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로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용 59㎡, 84㎡ 타입이 공급된 1차와 달리, 2차는 전용 84㎡와 105㎡ 타입으로 공급돼 중대형 수요층을 겨냥했다. 특히 전용 105㎡는 일반 아파트(주상복합 제외)로서는 풍무역세권 내 마지막 대형 타입으로 분양된다. 단지는 전 세대 4베이 판상형 설계를 적용해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했고, 실거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다자녀 가구를 대상으로 공간 확장이 가능한 옵션도 제공한다. BS한양 관계자는 “서울 공급 감소와 가격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풍무역세권은 비규제·분상제·서울 접근성이라는 조건을 동시에 갖춘 계획도시로서 주목받고 있다"며 “앞서 공급한 1차가 흥행에 성공한 만큼 풍무역세권 수자인 그라센트 2차 역시 분양 전부터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풍무역세권 수자인 그라센트 2차'의 견본주택은 경기도 김포시 사우동 571-8 일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전국 임대차 월세 비중 66.8%…서울도 ‘전세→월세’ 구조 전환

서울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며 전세 중심 구조가 약화되고 있다. 전세 매물 감소와 계약 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가 뚜렷해지는 흐름이다. 과거 주거 안정의 축으로 기능해온 전세 제도가 흔들리면서 시장 전반의 작동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주택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보증부 월세 포함) 비중은 66.8%로 나타났다. 월세 거래량은 16만9305건으로 전월 대비 1.4%, 전년 동월 대비 42.5% 증가했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현장에서는 전세 매물 부족 체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를 찾는 수요는 꾸준하지만 매물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라며 “실제 계약은 반전세나 월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세를 구할 수는 있지만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임차인들이 월세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월세 시장 역시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매물 분석 결과 서울 아파트 월세 매물은 1년 전보다 14.5% 감소했다. 자치구별로는 성북구(-78.3%), 강북구(-58.2%), 동대문구(-54.3%), 노원구(-52.1%) 등에서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났다. 중저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일수록 매물 감소가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실수요자의 체감 부담은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관악구 원룸촌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전용 10평 기준 신축은 월세가 100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고, 구축이라도 최소 70만~80만원 수준은 형성돼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은 코로나19 시기 이후 더욱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신축 물건은 시장에 나오면 바로 계약이 이뤄질 정도로 수요가 빠르게 붙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매물 부족 현상이 확인된다. 수천 세대 규모 단지에서도 전세와 월세 물건이 각각 한 자릿수 수준에 그치는 사례가 이어지며, 임차 수요 대비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매물 부족 현상이 확인된다. 27일 기준 부동산 플랫폼 집계에 따르면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3830세대)는 전세 3건, 월세 1건 수준에 그쳤다. 동대문구 '래미안위브'(2652세대)와 도봉구 '북한산아이파크'(2061세대) 역시 전세와 월세 물건이 각각 한 자릿수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수천 세대 단지에서도 임대 물건이 손에 꼽힐 정도로 줄어든 사례가 확인된 것이다. 이 같은 공급 감소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과 고용노동부 자료를 국회 이종욱 의원실이 분석한 결과,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1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근로자 월평균 임금(420만5000원)의 36.1%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소득의 3분의 1 이상이 주거비로 지출되는 구조다. 주거비 부담이 가계 소비 여력 전반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 송파구의 한 다세대 원룸 임대사업자는 “대출 규제 등 정책 영향이 임대차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장기적으로 왜곡을 낳을 수 있다"며 “결국 그 부담은 임대사업자와 세입자가 함께 지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 감소의 배경으로 제도 변화와 시장 환경을 동시에 지목한다. 전세사기 등으로 인한 보증금 회수 불안이 커지면서 전세에 대한 신뢰가 약화됐고, 매매가격 상승에 따라 전세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일부 집주인이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전환하는 흐름이 확산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증가와 실거주 의무 강화 등으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량 자체가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가운데, 임대차 시장 내부 구조 변화에 대한 해석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주거비를 일정 수준 부담하더라도 자산을 금융시장에 투자하려는 인식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전체 시장으로 확산된 구조적 변화인지, 아니면 제한적인 현상에 그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전세보증금 약 3억 원을 회수해 미국 주식, 특히 S&P500 지수에 투자하고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사례가 공유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주거 안정성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자산의 수익률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소식을 알린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집은 마지막 보루'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주거비를 줄이고 전세를 유지하는 것이 대표적인 자산 방어 전략이었다"며 “그러나 글로벌 자산 시장에 익숙한 젊은 층에게 전세보증금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정체 자산'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최근 시장에서는 지역별 가격 흐름이 과거보다 분절되는 양상도 감지된다. 특정 지역의 가격 움직임이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는 전통적인 패턴이 약화되면서, 지역별로 수급과 가격이 다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 역시 단기적인 현상인지 구조적 전환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서울 주택시장의 변화에 대해 “그동안 시장을 설명하던 '공간적 전이(Spatial Diffusion)'가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위원은 “과거에는 강남 등 특정 지역에서 형성된 가격 상승 흐름이 인접 지역으로 확산되는 패턴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지역별로 서로 다른 방향을 보이는 '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하다"며 “시장 전체가 하나의 물결로 움직이기보다 각 지역이 개별적으로 반응하는 '분절 시장'으로 전환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이 가격 흐름을 선도하던 '안테나 역할'도 예전보다 약해졌다"며 “강남권과 용산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은 약세를 보이는 반면, 노원·구로·성북 등 비강남 중저가 지역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내는 등 서울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는 수요 구조의 변화를 지목했다. 박 위원은 “현재 주택시장은 고가 주택을 보유한 고령층과, 중저가 주택을 매수하려는 MZ세대라는 두 축으로 나뉘고 있다"며 “고령층은 보유세 부담과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자산을 줄이거나 주거를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젊은 세대는 가격 메리트가 있는 비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르포] 양도세+보유세 직격… “연금 200에 세금 80” 1주택자 ‘비틀’

“이미 버스는 떠났습니다. 지금은 막판에 한두 건 나오는 수준이에요."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인근 공인중개업소.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매물 폭탄'이 쏟아진다는 외부 인식과 달리, 현장의 공기는 오히려 정반대였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급매는 2월 말부터 3월 초중반 사이에 대부분 정리됐다"며 “지난주까지 팔릴 만한 물건은 다 나갔고, 지금은 집주인들이 호가를 1억 이상 다시 올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일대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현지 중개사는 “4월 초가 사실상 마지막 바겐세일"이라며 “4월 중순을 넘기면 절차상 매도가 어려워져 '안 팔리면 그냥 가져간다'는 분위기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팔 사람은 다 팔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현장은 가격이 아니라 '현금흐름'이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다. 호가 5억 하락이라는 말이 파다하지만, 현장은 '급매 소진' 이후 다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송파·강동권 매물은 2월 말 정점을 찍은 뒤 3월 셋째 주(16일~20일) 기준 약 12% 감소했다. 양도세 중과 유예라는 '탈출구'를 활용할 수 있는 물량은 사실상 3월 15일 이전에 정리됐다는 의미다. 송파 헬리오시티 전용 84㎡가 27억 원대에 거래됐다는 사례 역시 전체 9510세대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나머지 다수 집주인은 여전히 29억~30억 원 선의 호가를 유지하며 정책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가격 하락 역시 체감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단지에서 전용 84㎡ 기준 최고가 대비 4억~6억 원 낮은 거래가 등장했지만, 이는 제한적인 초급매 사례다. 헬리오시티 소망부동산 박영호 대표 공인중개사는 “언론에서는 5억씩 떨어졌다고 하지만 실제 거래는 한두 건뿐"이라며 “대부분 매도자는 여전히 28억~30억 선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사는 “온라인에 올라온 저가 매물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하락폭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시세 대비 수억 원 낮은 특급 매물을 내걸고 영업 중인 한 업소에 들어가 실시간 거래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돌아온 답변은 “이미 나갔다"는 판에 박힌 말뿐이었다. 기자가 신분을 밝히고 구체적인 거래 시점 등을 묻자 중개인은 즉각 취재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대화를 끊었다. 현장 곳곳에서 제기되는 '미끼성 허수 매물' 의구심이 취재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 대목이다. 이처럼 단기 급락 이후 시장은 빠르게 관망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더 크게 언급되는 변수는 가격이 아니라 '세금'이다. 양도세 국면이 종료되면서 시장의 중심축은 보유세로 이동했다.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18.67% 상승했다. 반면 보유세는 최대 40~50%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6년 세수 추계 보고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 대상 1주택자는 31만7000가구에서 48만7000가구로 1년 새 53.5% 급증하며 과세 대상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가격보다 세금이 훨씬 빠르게 상승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특히 충격은 고령층과 1주택 실수요자에게 집중되는 양상이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은퇴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 소득은 약 250만~300만 원 수준이다. 반면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를 월 단위로 환산하면 약 70만~100만 원에 달해 소득의 30~40%를 세금으로 지출하는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연금 200만 원을 받아 80만 원을 세금으로 내는 상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현금흐름'이다. 복수 공인중개사의 정보를 종합하면 올림픽파크포레온 등 신축 대단지에서 별도 소득이 없는 60대 이상 고령층 비중은 약 20~25%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들에게 올해 보유세는 단순한 세금이 아니라 생존 문제에 가깝다. 실제로 헬리오시티 보유자의 보유세는 650만 원에서 약 980만 원으로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 환산 시 약 81만 원 수준으로, 소득의 상당 부분이 주거비로 전환되는 구조다. 올림픽파크포레온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70~80대 고령 조합원이 전체의 약 20%를 차지하는데, 이분들은 소득이 없어 보유세가 그대로 생활비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결국 버티지 못하고 집을 내놓는 비자발적 매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헬리오시티도 마찬가지다. 그는 “강남에 집 한 채 있다고 모두 부자가 아니다"라며 “보유세가 월 100만 원 수준으로 늘어나면 사실상 생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젊은 세대 역시 예외는 아니다. DSR 40% 규제 속에 '영끌'로 주택을 매입한 2030 세대는 원리금 상환에 더해 월 50만~60만 원 수준의 보유세 부담이 추가될 경우 실질 가용 소득이 마이너스 구간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한 중개사는 “월급 받는 직장인도 세금이 늘어나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식비"라며 “세금이 주거 안정성을 넘어서 삶의 질 자체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망은 엇갈리지만 흐름은 분명하다. 5월 9일 이후에는 매물 감소에 따른 '공급 절벽' 가능성이 제기된다. 강동구 한 중개사는 “다주택자가 빠지고 나면 남는 것은 1주택자뿐인데, 이들이 급하게 매도할 이유는 없다"며 “일정 기간 거래 공백 이후 가격 회복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시장은 매수와 매도가 팽팽히 맞서는 '심리 교착' 상태다. 매수자는 추가 하락을 기대하고, 매도자는 반등을 기대하며 버티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거래 절벽, 중기적으로는 가격 반등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 국면이다. 복수 공인중개사는 “지금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강해 호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매도자들은 조금만 버티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격을 쉽게 내리지 않고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결국 이번 시장 변화는 가격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공시가격 상승(약 18%)과 과표 확대가 맞물리며세금이 40~50% 급증하는 구조가 형성됐고, 그 부담은 다주택자가 아닌 1주택 고령층과 실수요자에게 전이되고 있다. “결국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집 한 채 가진 서민"이라며 “세금이 시장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압박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주택자의 투기를 잡겠다던 조세의 칼날이, 평생 집 한 채를 지켜온 은퇴 세대의 밥상머리와 청년 세대의 미래를 먼저 베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 역시 시장의 중심 변수가 세금으로 이동했다고 진단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양도세 국면은 사실상 마무리됐고, 지금은 보유세 부담이 시장을 움직이는 시기"라며 “특히 소득이 없는 고령층일수록 세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고령층은 일정한 소득이 없기 때문에 보유세가 곧 생활비 부담으로 직결된다"며 “이들은 주택 규모를 줄이거나 일부를 처분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시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포스코이앤씨 ‘오티에르 반포’ 입주·분양 ‘급물살’…관처 변경 가결

포스코이앤씨가 서울 서초구 신반포21차를 재건축하는 '오티에르 반포'가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가결하면서 이달로 예정된 일반분양과 오는 7월 입주가 순항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포스코이앤씨 등에 따르면 신반포21차 재건축 조합은 지난 18일 총회를 열고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을 약 93%의 찬성률로 의결했다. 특히 이번 가결로 입주에 있어 주요 장애물로 거론되던 공사비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돼 향후 일정도 안정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우선 이번 가결을 통해 후분양을 진행하면서 조합원 부담을 낮췄다. 후분양 방식은 준공 시점의 시장 여건을 반영해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 단지가 위치한 반포 지역의 높은 지가 상승률에 따라 분양가를 책정하면서 수익성을 높인 것이다. 이번 후분양을 통해 일반분양 수입은 약 497억원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조합원 분담금도 기존 예상 대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오티에르 반포 조합원 평균 1인당 분담금이 6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던 상황에서 이번 후분양을 통해 40평형 조합원이 신축 40평형을 선택할 경우 분담급이 약 1억8000만원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또 '오티에르 반포'는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의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인 '오티에르'가 반포 일대에서 처음 적용되는 단지다. 아파트 내엔 3800㎡ 규모의 커뮤니티와 스카이카페, 프라이빗 시네마 등 차별화된 주거 공간이 조성된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후분양 전략을 통해 조합원 체감 이익을 높인 대표 사례"라며 “반포 지역을 중심으로 오티에르 브랜드 경쟁력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공사비 급등 파고에 대우건설, 미국서 선별수주 전략 ‘주목’

미국 주택시장에서 대우건설이 부지 매입부터 사업 기획, 운영까지 책임지는 디벨로퍼가 되기 위한 밑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9월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프로스퍼 지역 복합개발사업 참여에 이어 올해는 뉴욕과 뉴저지로 사업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주택사업을 시작으로 미국내 에너지·인프라 기업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중장기적 목표 속에서 확실한 수익성을 얻을 수 있는 부촌 위주의 선별수주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미국에서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총 20건의 부동산 개발사업을 수행하며 5400세대 주택을 개발하고 1억7000만 달러(약 2300억 원) 투자 경험을 쌓았다. 뉴욕 맨해튼 트럼프 월드 타워 프로젝트 투자가 대표적인 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대우그룹 분할이 있으면서 신규사업이 없었다가 다시금 미국 주택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왜 하필 다시 미국일까. 북미 중에서도 텍사스, 뉴욕, 뉴저지는 부동산 개발사업이 활성화된 지역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에너지 분야에도 진출하기 위한 장기포석이라고 설명한다. 유입 인구가 많은 부동산 선진시장에 뛰어들어 디벨로퍼로 성장하고 그것을 기반 삼아 입지와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설명이다. 텍사스와 같은 신흥 성장 거점과 뉴욕·뉴저지 같은 전통적인 성장 거점을 순차적으로 공략했다. 텍사스는 석유, 가스 기업들이 모여 있는 전통 에너지 산업의 중심이다. 텍사스는 미국에서 인구와 경제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주이지만 꾸준히 새로운 인구가 유입돼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서 발전이 두드러진다. 2020년 이후 텍사스 인구는 5년 만에 약 200만 명 증가했다. 이는 미국 모든 주 중 가장 큰 수치로 현재 인구는 약 3200만 명이다. 테슬라, 쉐브론, 오라클 등 주요 대기업들이 본사를 텍사스로 옮기면서 2024년 기준 연간 28만 건의 일자리가 신규 창출됐다. 대규모 산업 투자, 인재 공급 등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텍사스는 반도체·에너지·우주산업의 거점으로 성장했다. 텍사스가 신흥 성장 거점이라면 뉴욕·뉴저지는 전통적인 성장 거점이다. 뉴욕의 월스트리트는 금융 심장부로서 미국 경제를 주도해왔다. 뉴욕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로 일시적 침체를 겪었으나 작년 8월 기준 뉴욕 평균 주택 가격은 약 81만8000달러(약 11억3600만 원)이다. 맨해튼과 브루클린 주요 지역은 가격이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고가 주택 중심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대우건설이 접촉한 미국 주요 디벨로퍼인 쿠슈너 컴퍼니(Kushner Companies), 톨 브러더스 시티 리빙(Toll Brothers City Living), 이제이엠이(EJME)는 고가 주택을 주로 건설하는 디벨로퍼들이다. 쿠슈너 컴퍼니는 2010년대에 투자이민 비자를 광범위하게 활용하여 고급 미국 주거 부흥을 촉진했다. 톨 브라더스는 2020년 기준 주택 건설 수익 기준으로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주택 건설사다. 이제이엠이는 월드 파이낸셜센터를 건립한 세계적인 개발 실적을 보유한 디벨로퍼다. 대우건설은 부촌 위주의 선별수주를 염두에 두고 이들과 공동 투자와 개발 협력을 논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이란 전쟁 여파로 인한 고유가·고금리 압박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공사비 상승과 부동산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에서 건설사들은 리스크가 적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서울 핵심 지역 재개발·재건축에만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 주택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난해 대우건설이 시행사로 참여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프로스퍼 지역 복합개발사업은 신흥 부촌 수요를 겨냥한 행보다. 프로스퍼시는 미국 내에서도 성장 가능성을 인정 받아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제리 존스 댈러스 카우보이스 구단주 등 억만장자들이 토지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프로스퍼는 중위가구 연평균 소득수준은 약 19만 달러(약 2억8000만 원), 평균 주택가격은 85만 달러(12억7300만 원)다. 전문가는 해외 진출 전략의 종착점은 '현지화(Localization)'라고 설명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도시 중심으로 시장 진출을 조금씩 타진하고 장기적으로 해외에 안정적인 사업모델을 안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한국계 기업들과 만나 복합개발 사업과 공동 투자기회를 협의한 것은 현지화 추진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 정 회장은 지난 18일 에이치마트(H-Mart), 인코코(Incoco) 등과 만나 그들이 보유한 핵심 상권과 개발부지에 주거와 상업시설을 결합한 복합개발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에이치마트의 경우는 마트 사업의 특성상 부지에 대한 이해가 높기때문에 현지화에 적합한 파트너라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업의 성패는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개발사업은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어도 분양이나 임대가 안되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디벨로퍼가 리스크가 크다고 말하는 이유다. 자금조달·사업계획·분양·운영 전 과정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리스크가 있음에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이은형 위원은 “해외 건설의 경우 중동이나 아시아에서 플랜트 사업을 하는 것이 주류이고 고부가가치 산업이나 선진 건설사업은 파이는 커지고 있지만 아직은 약세"라면서 “사업다각화를 통해 사업성을 개선 시키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단독] 1년 넘게 묶였던 ‘민·군 하늘길’ 활짝 열린다

정부가 발표만 해놓고 1년 넘게 '서류상 확대'에 그쳤던 인천국제공항의 시간당 슬롯(Slot·항공기 이착륙 횟수) 80회 운용이 오는 29일부터 마침내 현장에 적용된다. 민·군 공역 조정이 실제 항로 설계와 관제 체계에 반영되면서, 그동안 지적돼 온 '하늘길 병목'이 해소될 전망이다. 25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 결과, 국토교통부와 공군은 2024년 말 합의한 '서남해 군 공역 조정안'을 29일부터 항공 운항 스케줄에 반영하기로 했다. 국토부와 인천공항 측은 “시간당 슬롯 80회 확대 조치가 29일부터 본격 시행된다"고 본지에 밝혔다. 그동안 항공업계에서는 “슬롯을 80회로 늘렸다는 발표와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70대 중후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공역 조정이 실제 항로와 관제 체계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서류상 확대'에 그쳤다는 것이다. 실제 본지가 지난 21일 인천공항 인근 오송산 전망대에서 확인한 결과, 항공기 이착륙은 10분당 10~12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시간당으로 환산하면 60~70대 초반에 머무는 운용이 이어지고 있었다. 공항 인프라는 이미 확장됐지만, 공역이라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병목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이날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역시 출·입국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는 등, 수요 증가와 처리 용량 간 괴리가 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시절부터 해외 출장을 위해 이곳을 이용해 왔다는 한 이용객은 “주말이 되니 제2터미널도 포화 상태에 이른 것 같다"며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린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번 조정의 핵심은 인천공항 남측 및 서남해 군 공역 일부를 재배치해 민간 항공기의 직선 접근 경로를 확보하는 데 있다. 군 훈련 공역을 시간·공간 단위로 재편하고 고도를 상향 조정함으로써 민간 항로와의 충돌을 최소화한 구조다. 이 조정이 적용되면 인천공항의 시간당 처리 능력은 기존 약 75대에서 80대 이상으로 확대된다. 단순히 항공편이 늘어나는 수준을 넘어 항로 직선화에 따른 대기 시간 감소와 연료비 절감 등 운항 효율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단순 계산으로도 하루 최대 1400편 이상의 항공기 운항이 가능한 기반이 마련되는 셈으로, 이는 2023년 일평균 운항량(924편) 대비 크게 늘어난 규모다. 결국 인천공항이 4단계 확장을 통해 목표로 삼은 '연간 여객 1억 명 시대'를 뒷받침할 공역 체계가 비로소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항공업계는 이번 슬롯 확대를 단순한 '숫자 2' 증가로 보지 않는다.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한 공역의 '임계점'을 넘어서는 조치라는 평가다. 인천공항은 2001년 일평균 312편에서 2023년 924편으로 약 200% 가까이 운항량이 증가하며 사실상 공역 한계에 근접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슬롯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것은 기존 항로의 여유를 활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공중 공간 자체를 재설계해야 가능한 변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번 공역 조정은 서남해 군 공역을 남쪽으로 이동시키고 일부 구역의 상한 고도를 기존 4만 피트에서 5만 피트로 상향하는 등 입체적 재편을 통해 이뤄졌다. 평면 확장이 아닌 시간과 고도를 나누는 '다층 구조'가 적용된 셈이다. 이번 조치는 인천공항 4단계 확장과도 맞물린다. 활주로와 터미널 등 '하드웨어'는 연간 1억 명 수용이 가능하도록 확장됐지만, 공역이라는 '소프트웨어'가 뒤따르지 못하면서 실제 운용은 제한적이었다. 슬롯 80회 적용은 그동안 '서류상 확대'에 머물렀던 수용 능력이 실제 운영 체계로 전환되는 분기점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경제적 효과도 기대된다. 직선 항로 확보로 공중 대기 시간이 줄어들면 연료비 절감과 운항 효율 개선이 가능하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시간당 2대 증가가 하루 수십 편의 추가 운항으로 이어질 수 있어, 수익성 개선 효과도 예상된다. 다만 시행 지연의 배경에는 공역뿐 아니라 세관(CIQ), 보안 검색, 계류장, 유도로 등 공항 전체 시스템이 맞물리는 복합적 제약이 있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 검증과 운영 체계 조정에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역 확대는 군의 작전 환경 조정과 맞물린 결과라는 점에서 단순한 인프라 개선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공군은 훈련 공역의 고도를 상향하고 일부 구역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민간 수요를 수용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슬롯 80회는 민·군이 수년간 협의를 거쳐 도출한 안보와 산업 간 타협의 결과"라고 평가한다. 공군 관계자는 “이번 공역 조정은 국가안보와 민간 항공 안전, 항공 산업 활성화를 동시에 고려해 이뤄진 민·군 협력의 결과"라며 “공군은 공역을 단순히 축소한 것이 아니라, 서해 군 공역을 광역화하고 고도를 상향하는 방식으로 작전 효율성을 유지·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첨단 항공기와 무인 전력 확대 등 변화하는 작전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군 공역의 재편이 필요했던 상황"이라며 “이번 조정을 통해 연합 공중훈련과 전술 운용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도 함께 확보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공역의 구조적 특수성도 지적한다. 정창욱 광운대 미사일우주안보전략센터 교수(예비역 공군 소령)는 “수도권은 휴전선과 인접해 작전 종심이 매우 짧은 구조"라며 “군 공역은 단순 공간이 아니라 즉각 대응을 위한 안보 인프라"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 항공이 증가해 공역이 과밀화될수록 저고도 침투 위협이나 무인기 식별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감시 사각지대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역 조정으로 군 작전 환경이 제한되면 대응 시간이 일부 줄어들 수 있다"며 “이는 유사시 대응뿐 아니라 한미 연합작전에서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북한의 GPS 전파 교란과 드론 등 저고도 위협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공역 확대는 새로운 과제를 낳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간 항공 증가와 군 감시 체계 간 충돌이 구조적으로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역 확대의 전제 조건으로 '통제 역량 강화'가 강조된다. 정 교수는 “항공교통 수요 증가에 맞춰 민간 관제 체계를 고도화하고, 동시에 지대공 전력과 감시 자산을 보강해야 한다"며 “산업과 안보 사이 균형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9일 시행 이후 공역 운영 데이터를 축적해 추가 조정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북한 공역 차단과 수도권 군 공역 중첩이라는 구조적 제약이 유지되는 한, 슬롯 확대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인천공항 슬롯 80회 체제는 단순한 공항 운영 개선을 넘어, 제한된 공역을 어떻게 나눠 쓸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선택의 결과라는 평가다. 항공업계는 향후 공역 정책의 핵심이 면적 확대가 아니라 시간과 고도를 나누는 '다층화 전략'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국 공역 문제의 본질은 절대 면적이 작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실제 민간이 활용할 수 있는 공역이 구조적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공역은 사실상 활용이 어렵고, 군 작전 공역과 수도권 혼잡 공역까지 중첩되면서 민간 항로를 설계할 수 있는 여유가 크게 줄어든 상태"라며 “결국 한국은 공역 자체가 좁다기보다, 여러 제약이 한꺼번에 겹쳐 있는 '이중 제약 공역 구조'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공역 정책의 방향은 단순히 공간을 더 넓히는 방식이 아니라, 같은 공간 안에서도 시간과 고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분할해 쓰느냐에 맞춰져야 한다"며 “공역을 여러 층으로 나눠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다층화 전략이 사실상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이런 방향에서 공역 운영 체계를 손질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역을 일괄적으로 넓히는 방식보다 '탄력적 공역 사용(AFUA·Flexible Use of Airspace)'을 확대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군 훈련이 없는 시간대에는 민간 항공기가 군 공역을 직선 경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고도와 시간대에 따라 공역을 세분화해 전체 활용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국토교통부도 국가항행계획 2.0을 바탕으로 공역 관리 자동화와 실시간 데이터 공유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UAM(도심항공교통)도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당초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했던 UAM 도입 시점을 2028년으로 조정했지만, 올해부터는 인천공항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실증 노선 시험 운영이 예정돼 있다. 이 경우 저고도 공역 사용이 본격화되면서 국방부의 드론 작전 공역과 민간 항로 사이 조정 문제가 새로운 협의 과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힙지로’ 일대 재개발 사업 밑그림 나왔다

'힙지로'라 불리는 충무로, 을지로, 퇴계로, 삼일대로로 둘러싸인 충무로 1·2·3·4·5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의 밑그림이 나왔다. 23일 정비사업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제4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중구 충무로 43번지 일대 「충무로 1·2·3·4·5 도시정비형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 정비계획 결정 및 경관심의(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번 도시정비형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정비계획 결정은 충무로 일대 재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시가 토지 등 소유자들이 어떤 토지를 어떻게 규합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마스터플랜을 제시한 것이다. 과거 인쇄와 영화산업의 본거지였던 충무로 일대 재개발구역은 산업구조 변화와 도심 공동화로 부침을 겪었다. 최근 레트로 열풍이 불자 낡고 허름한 건물 2, 3층이나 인쇄소 바로 옆 골목에 감각적인 카페, 와인바,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청년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구시가지로 변모했다. 2010년대 초반 을지로 일대는 퇴근 시간 이후 인적이 드물었지만 2019년 말 기준 일평균 유동 인구는 6만2000명이다. 기존 주민공람안에서 수정된 주요 내용은 용적률 체계 변화와 지구 경계 변경, 대규모 복합용도 건물 계획 시 고도 상향 방안이다. 백병원 부지의 택지 분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과거 서울 사대문 안 일반상업지역 용적률은 600%가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다. 최근 시는 도심 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용적률 인센티브 시스템인 '600-880체계'를 도입했다. 이번 수정가결안에는 600-880체계가 반영됐다. 이 체계는 개방형 녹지를 조성하거나 공공지원시설(응급의료, 문화시설 등) 공공기여를 하면 기본 600% 용적률을 최대 880%까지 상향시켜주겠다는 것이다. 각 구역 안에 포함된 지구의 경계도 변경됐다. 또 시행 면적 3000㎡이상 복합용도 건물을 계획하면 높이를 20m 추가로 높일 수 있게 했다. 시는 백병원 부지에 택지 분할 가능성을 열어둬 별도로 개발할 수 있게 했다. 백병원 부지는 소유주가 명확하고 규모도 크기 때문에 단독으로 시행 계획을 세워 바로 인허가 신청이 가능하다. 시는 도심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응급의료시설(지상 1층 포함 3000㎡이상) 도입을 의무화하는 등 세부적인 계획을 마련했다. 시는 충무로 일대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정비계획안을 추진했다. 충무로․퇴계로 일대는 기존에 인쇄업과 영화산업이 주를 이뤘다. 시는 인쇄제조·영상산업을 도입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해 기존 산업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설명이다. 특히 서울영화센터가 위치한 충무로 일대에 공연장, 영화상영관 등을 계획하면 용적률 인센티브 계수를 완화해준다는 계획이다. 을지로변은 업무시설이 50% 이상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해 도심 업무기능을 강화하겠다는게 시의 설명이다. 정비계획의 주요 내용은 충무로 1·2·3·4·5 구역별 정비 방향에 따라 일반정비, 소단위정비 등으로 정비 수법을 설정하고 건폐율과 용적률을 설정했다. 일반정비지구(노란색 영역)는 가장 범위가 넓고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여러 필지를 하나로 묶어 대형 빌딩을 짓는 방식이다. 업무시설·근린생활시설·숙박시설·주거시설·지식산업센터 등이 들어올 수 있다. 높이는 기본 70m다. 3000㎡ 이상 복합개발할 경우 높이 20m가 추가로 상향될 수 있다. 소단위정비지구(파란색 영역)는 좁은 골목이나 필지를 유지하면서 개발한다. 노후한 건물을 새롭게 정비하는 방식이다. 높이는 일반정비지구 수준과 비슷하지만 대규모 통합 개발 보다 개별 필지의 특성을 더 고려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단위관리지구(하늘색 영역)는 기존 건물을 수선하는 정도로 정비가 제한된다. 높이도 일반정비지구의 절반 수준인 35m 이하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