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20년 표류 상암 DMC 랜드마크…디벨로퍼 필요해](http://www.ekn.kr/mnt/thum/202607/news-p.v1.20260724.b80f8a64ac534056ac6854d0594025c7_T1.png)
“133층 짜리가 들어온다고 했죠, 20년 전부터. 이번엔 뭔가 다르지 않을까요?" 서울시가 20년간 표류한 서울 마포구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랜드마크 부지 규제를 완화하고 다시 매각에 나서자 상암 일대 주민들은 은근한 기대감을 비쳤다. 전문가들은 시의 이번 규제완화가 사업성을 개선해 현실성을 높였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랜드마크가 상암의 거점으로서 기능하려면 도시의 미래를 설계할 디벨로퍼가 받쳐줘야 한다고 진단한다. 2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시는 상암동 1645번지·1646번지 2개 필지로 구성된 DMC 랜드마크 용지에 대해 지난 10일부터 공급공고를 실시했다. 두 필지의 총 면적은 3만7262.3㎡다. 용지 공급 예정 가격은 감정평가액인 9241억원이다.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인 만큼 사업 유치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2004년부터 20년간 6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이제껏 성사되지 않았다. 2008년에는 대우건설 등 출자사 25곳이 참여해 사업비 3조7000억원 규모의 133층 '서울라이트 타워'를 짓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12년 계약이 해제됐다. 매각이 추진된 이래로 민간 시장 여건은 바뀌었다. 공사비 상승, 금융시장 변동, 사업기간 장기화 등 초기 사업구조 설계의 안정성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에 시는 용도계획과 대금납부 조건 등을 현실화했다. 지정용도 비율을 기존 50%에서 40%로 하향 조정했다. 30%로 주거비율을 제한했던 기준을 삭제했고, 국제컨벤션 의무 도입 기준도 없앴다. 용도별 최소비율 기준을 삭제함에 따라 사업자는 업무시설·숙박시설·문화 및 집회시설 등을 유연하게 제안할 수 있다. 자금조달 여건도 개선했다. 기존에는 매매대금을 5년간 6개월 단위로 균등분할 납부하도록 했지만 기준을 유연화해 계약체결일로부터 5년 이내의 범위에서 분할납부 횟수, 납부일정, 납부금액 등을 서울시와 협의해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민간 참여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중도금 반환채권 양도에 관한 특약을 신설하고, 제3자 양도제한 기간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다. 시의 규제 완화를 두고 상암 일대 시민들은 기대감을 표했지만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상암 일대 공인중개사 A씨는 “랜드마크 용지는 이 지역 주민들의 20년 숙원사업"이라면서 “이번 규제 완화로 민간 사업자들에게 최소한의 수익은 보장해주는 것이니 이번엔 뭔가 다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상암에 15년간 거주해왔다는 B씨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 우리금융센터, 누리꿈스퀘어가 다 삼성물산이 지은 것"이라며 “랜드마크 빌딩도 삼성물산이 들어와서 이 일대를 브랜드처럼 조성하면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회의감을 드러내는 주민도 있었다. 50대 C씨는 “교통이 좀 애매한데 랜드마크 수요가 있겠냐"면서 “지하철 입구라도 가까워야 유동인구도 늘고 사업성도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랜드마크 부지는 가장 가까운 수색역에서는 도보로 20분 이상, 버스를 이용해도 비슷한 시간이 소요된다. 도보로 랜드마크 부지를 가기 위해서는 수색역에서 내려 지하보도를 통해 역을 가로질러 상암동으로 넘어가야 한다. 한편 대장홍대선 상암역이 들어서면서 교통 여건은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대장홍대선 실시 계획을 확정했고 2031년 개통을 목표로 사업 추진 중이다. 시의 이번 규제완화를 두고 사업의 현실성을 제고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100층 이상의 마천루가 아니라 그것보다 낮은 높이의 빌딩 여러 동으로 설계안이 제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GBC 사업이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쳤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2014년 옛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매입하면서 105층 단일 타워를 계획했지만 지난해 말 최고 49층, 3개 동으로 변경한 계획에 대해 추가 협상을 마무리했다. 주거 비율 제한 규정을 풀어 분양을 통해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도 사업성을 제고하는 요인이다. DMC 랜드마크 부지가 반복되는 유찰을 겪은 것도 결국엔 비용 때문이다. 초고층으로 지을수록 화재·지진·바람을 견디는 건축 기준이 강화되므로 건축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시가 사업 시행자에게 DMC 산업 생태계와 연결되는 사업을 추진하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하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상암은 신촌역세권, 영등포역세권처럼 구도심 중에서도 거점을 조성해서 전략적으로 키우는 지역"이라면서 “서울시가 업무용 랜드마크를 통해 서울시 내에서도 균형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시는 이번 공급 공고를 통해 단순한 고층 건물이 아니라 DMC의 산업적 정체성과 도시의 상징성을 담아낼 수 있는 랜드마크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평가 항목에는 미디어·콘텐츠·AI·데이터 등 DMC 핵심산업과의 연계 계획, 사업성, DMC 활성화 기여도 등이 포함된다. 한편, 시가 밑그림을 그리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도시의 미래를 바라보고 설계하는 디벨로퍼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시개발전문가인 장귀용 창 대표이사는 “우리나라 디벨로퍼들은 아파트를 지어서 파는 분양 중심"이라며 “오피스를 일단 짓고 나서 누구든 들어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공급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일본의 모리빌딩 같은 디벨로퍼는 분양에 집중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자산을 관리하면서 임대업을 수행한다. 자산가치 상승을 통해 추가 사업을 벌이는 구조다. 일본에서 성공적인 도심재개발사업으로 평가받는 롯폰기힐즈 사업에서 그들은 지주들에게 지역이 어떻게 바뀌게 될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알려졌다. 장 이사는 “공무원·디벨로퍼·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모인 거버넌스가 상암 일대를 어떤 모습으로 조성할지 논의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시가 기존에 DMC가 가지고 있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인프라와 AI·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이를 구현하는 것은 디벨로퍼이기 때문이다. 앵커기업이 들어오면 그 일대 시장 지형도 바뀔 수 있다. 상암은 1999년 새서울타운 발전 구상 이후 미디어·IT 중심의 첨단 산업단지로 성장하며 1차적인 성공을 거뒀다. 이제 DMC 랜드마크 사업은 단순히 초고층 건물을 세우는 사업이 아니라, 미디어·AI 산업과 도시공간을 연결해 상암의 다음 20년을 설계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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