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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데이터센터 시대, 그리드 운영의 새로운 해법 AI

데이터센터 시대, 그리드 운영의 새로운 해법 AI

최근 유럽 송전계통운영자(ENTSO-E)가 발표한 보고서(“Data centres and the power system: expected trends, challenges and opportunities")는 우리에게 새로운 계통운영의 시사점을 던진다. 2025년부터 2030년 사이 유럽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50% 이상 폭증할 전망이며, 그 부하는 기존 SCADA 시스템이 감지조차 할 수 없는 속도와 주파수 변동을 일으길 것으로 예측된다. UPS 기반 전원 구조는 경미한 계통 외란에도 수백 메가와트를 순식간에 차단해 버릴수 있..

[김성우 시평] 환경과 안보가 끌고 경제가 밀어야 하는 이유

[김성우 시평] 환경과 안보가 끌고 경제가 밀어야 하는 이유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에너지 전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는 세가지로, 환경(탈탄소), 안보(안정성), 경제(수익성)을 꼽는다. 탄소배출을 줄여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시작된 에너지 전환은 방향 제시에는 성공했으나 기후변화를 멈추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그 속도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반복되는 전쟁이 '안보'를 위협하면서 보다 안정적 에너지로의 전환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전쟁은 과거 오일쇼크와는 차원이 다른 에너지 및 산업의 복합 위기로, 이러한 복합적 안보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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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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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삼전닉스’ 성과급 사태가 남긴 것

‘삼전닉스’ 성과급 사태가 남긴 것

이강윤 정치평론가 대통령까지 참전하는 등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갈등과 사회적 논란이 뜨거웠다(삼성전자는 노조원 찬반 투표중). 성과급 찬-반 논거는 사회적 공공성과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몇 가지 숙제를 드러냈다. 성과급 찬성론의 핵심은 정당한 보상과 경쟁력 강화다. 초과이익의 기여도 별 배분은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라는 주장이다. 성과급이 내수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선순환에 기여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반면, 반대론은 산업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한다. 반도체는 불황과 호황 주기가 뚜렷한 고변동성 산업이므로 호황기 수익..

[이슈&인사이트] 스타벅스, 정용진 사과는 불필요하다

스타벅스, 정용진 사과는 불필요하다

2024년 세월호 참사 10주년에 맞춰 출시된 스타벅스 코리아의 '사이렌 클래식 머그' 이벤트와 2026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된 '탱크데이' 마케팅을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의 과거 극우적 행보와 연결지어 일각에서 '도그 휘슬(Dog Whistle)'로 보는 모양이다. 가능한 얘기다. 한국 소비자에게 생소할지 모르지만 현대 마케팅 이론에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이란 것이 있다. 기업이 환경, 인권, 정치 등 민감한 사회적 의제에 적극적으로 특정한 입장을 밝히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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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포용금융의 진짜 과제

이재명 정부에서 금융권은 '포용금융'이란 과제에 또다시 직면했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고신용자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저신용자에게는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문제다. 다른 하나는 그동안 소외됐던 중·저신용자를 금융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먼저 첫 번째 과제는 현실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현재 금융권의 신용평가모형은 차주의 상환 능력과 부도 위험을 반영해 설계된다. 위험이 높은 차주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기본 원리에 가깝다. 이를 거꾸로 적용하면 신용사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시장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은행권도 난색을 보인다.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는 금융의 기본 속성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위험이 큰 차주에게 낮은 금리를 적용하면 좋은 신용을 유지할 유인이 사라지고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의 신용평가체제는 이같은 우려와 시행착오를 거친 뒤 구축된 결과물이다. 이를 한순간에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두 번째 과제인 중저신용자 확대에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특히 금융 이력이 부족해 금융권 밖에 머물렀던 '씬파일러(thin filer)'를 금융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은행권에서 사용한 금융 데이터에서 나아가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하는 대안신용평가모형이 주목받는다. 소비 내역, 통신비나 세금 등 각종 납부 내역, 플랫폼 활동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하면 그동안 소외됐던 계층의 상환 능력을 보다 더 세밀하게 판단할 수 있다. 첫 번째 과제를 100% 실현할 수는 없더라도 신용평가모형의 정교함을 높이면 고신용자와 저신용자의 금리 격차를 줄이는 효과도 낼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요구하는 포용금융이 신용평가체제 개편만으로 완성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포용금융은 단순히 대출 문턱을 낮추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금융 시스템 안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모든 과정이 포함돼야 한다. 최근 만난 한 은행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은 방향이 분명하지만 포용금융이야말로 더욱 어렵고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요구하고 또 금융사들이 실천해야 하는 포용금융의 의미를 되짚어봐야 할 때다. 정부와 금융권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이슈&인사이트] ‘삼전닉스’ 성과급 사태가 남긴 것

이강윤 정치평론가 대통령까지 참전하는 등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갈등과 사회적 논란이 뜨거웠다(삼성전자는 노조원 찬반 투표중). 성과급 찬-반 논거는 사회적 공공성과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몇 가지 숙제를 드러냈다. 성과급 찬성론의 핵심은 정당한 보상과 경쟁력 강화다. 초과이익의 기여도 별 배분은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라는 주장이다. 성과급이 내수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선순환에 기여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반면, 반대론은 산업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한다. 반도체는 불황과 호황 주기가 뚜렷한 고변동성 산업이므로 호황기 수익을 성과급으로 소진하기보다 R&D-시설투자 재원으로 유보해 장기적 경쟁력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또, 대기업이 이익을 독식하면 중소협력업체들과의 격차가 심화돼 후방산업생태계가 부실해지고, 주주 가치가 훼손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찬성론은 사회적 연대 관점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극단적 심화와 사회적 위화감 조성이다. 둘째, 산업생태계의 낙수효과 차단이다. 대기업의 초과이익은 낙후된 환경을 감내한 협력업체들의 희생 위에서 가능했다. 이익을 대기업 임직원만 독식한다면 협력업체에 돌아갈 단가 인상이나 기술지원재원이 줄어들어, 결국 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을 고사시키고 국민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반면, 노조의 성과급요구를 집단이기주의나 투자방해요인으로 몰아부치는 비판론 역시 다음 두 가지 점에서 보듯 자본편향적이며 현실을 왜곡하는 한계를 가진다. 첫째, 노동가치의 정당한 대우와 소득주도성장 기여에 대한 부정이다. 비판론은 기업이익을 자본과 주주의 전유물로만 취급하며 노동생산성의 가치를 과소평가한다. 노동자가 성과를 보상받아 가계소득이 늘어나면 세수증대와 내수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둘째, 경영적 책임전가의 오류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 중소기업과의 격차나 투자재원부족의 책임을 노조의 성과급 요구 탓으로 돌리는 건 경영진과 정부의 정책적 태만을 은폐하는 논리로 사용되기 쉽다. 협력사 상생과 미래투자는 경영전략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지 노동자에개 희생을 강요할 명분이 될 수 없다. 이상에서 보듯, 성과급 논란은 분배정의와 성장잠재력의 균형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다. 국민 전체가 상생하는 경제를 위해서는 노동자의 정당한 보상권리를 인정하되, 초과이익의 일부를 '사회연대기금'이나 '상생기금'으로 출연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노사 모두 공공성이라는 열린 시야를 가질 때 비로소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물을 떠난 물고기는 없기 때문이다. 1인당 성과급이 6억원 선이 아니라 6천만원 정도였다면 아마 이렇게 뜨겁게 달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성과급 논란과 진통을 금액으로 치환하면 문제는 제 자리고 논란은 도돌이표다. 삼전닉스는 현재 세계 1류 회사들이지만, 대한민국 경제생태계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영위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 회사 직원들 노력으로만 커온 게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성과급 성격과 국민경제 순환고리 차원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음지전 양지변'은 경제활동의 오랜 경험치이자 경험칙임을 논란 참여자 모두가 인식해야 할 것이다. bienns@ekn.co.kr

[EE칼럼] 데이터센터 시대, 그리드 운영의 새로운 해법 AI

최근 유럽 송전계통운영자(ENTSO-E)가 발표한 보고서(“Data centres and the power system: expected trends, challenges and opportunities")는 우리에게 새로운 계통운영의 시사점을 던진다. 2025년부터 2030년 사이 유럽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50% 이상 폭증할 전망이며, 그 부하는 기존 SCADA 시스템이 감지조차 할 수 없는 속도와 주파수 변동을 일으길 것으로 예측된다. UPS 기반 전원 구조는 경미한 계통 외란에도 수백 메가와트를 순식간에 차단해 버릴수 있다. 한 마디로, 인공지능(AI)이 만들어 낸 전력 수요가 지금의 계통 전체의 신뢰도를 해치고 시스템의 큰 리스크로 전이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이 지점에서 AI와 전력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해결 방법은, 하나는 수요적으로 데이터센터 입지를 규제해 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급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침투 속도를 늦춰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수적 해결책은 AX(AI Transformation)와 GX(Green Transformation)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놓쳐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계통운영의 가장 큰 리스크가 재생에너지와 AI 데이터센터라면, 그 리스크의 해법도 우리는 AI에서 찾아야 한다. ENTSO-E가 지적한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관측 불가능성이다. 기존 감시·제어 시스템은 초 단위 평균값을 본다. 그러나 AI 워크로드가 만들어 내는 부하 변동은 밀리초 단위에서 일어난다. 보지 못하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 해법은 PMU(Phasor Measurement Unit, 위상측정장치)의 고해상도 데이터를 머신러닝 기반 동적 안정도 평가 모델로 실시간 해석하는 것이다. 이미 학계와 산업계에서 딥러닝이 과도 안정도·전압 안정도 평가에서 전통적 수치해석을 수십 배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 AI 부하는 AI로만 감시할 수 있다. AI는 '시간-전력 격차(Time-to-Power Gap)'를 메우는 핵심 도구다. 데이터센터의 접속 대기 기간이 길게는 10년을 넘는다는 것은, 송전 인프라 확충 속도가 전력 수요 증가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송전망을 새로 깔지 않고도 가용 용량을 늘리는 길은 있다. AI 기반 동적 송전용량 산정(Dynamic Line Rating), 조류 최적화, 혼잡 예측이 그것이다. 동일한 구리선에서 10~30%의 추가 용량을 끌어내는 이 기술들은 신규 송전선 건설에 드는 수조 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데이터센터 접속을 앞당길 수 있다. ENTSO-E 보고서의 가장 통찰력 있는 대목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전자기기·배터리·냉각 인프라·제어 가능한 IT 워크로드가 능동적 계통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구글이 이미 두 건의 전력회사 계약을 통해 자사 데이터센터의 AI 학습 부하를 수요반응(DR) 자원으로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상징적 사건이다. AI 학습은 추론과 달리 시간적 유연성이 크다. 이 유연성을 가상발전소(VPP) 플랫폼이 실시간으로 조율할 때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부하가 아니라 움직이는 발전소가 된다. AI 데이터센터 자체가 발전소이자 유연한 전력 운영 시스템 조절자가 되는 것이고 그 조율의 두뇌가 바로 AI다. 수도권 데이터센터 집중 규제와 지역 이전 등 분산자원화로 대응하는 우리의 접근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진정한 해법은 그리드 운영 그 자체를 AI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한전과 전력거래소의 운영시스템에 머신러닝 기반 안정도 평가, 동적 송전용량 산정, 데이터센터 유연성 통합 플랫폼이 내장되어야 한다. ENTSO-E는 보고서 말미에 “다음 용량의 파도가 그리드에 도달하기 전에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 제도의 핵심 엔진은 단연 AI다. AI가 만든 문제는 AI로 풀어야 하며 AI만이 AI로 인한 전력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AI 데이터센터 시대 그리드 운영의 새로운 문법이다. 조홍종

[기자의 눈] 李정부, 은행 잡지 말고 ‘복지 창의성’ 발휘하라

올해 4월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가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게 1억원을 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기안84는 서대문구청에서 폐지 줍는 어르신 가운데 소득이 적은 분,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분 등 100분을 추려 이야기를 나누고 100만원을 전달했다고 한다. 기안84에게 100만원을 전달받은 한 어르신은 “내 일생에 100만원이라는 말은 듣기 힘들다. 감사하다. 제일 먼저 갈비를 먹고 싶다"고 말했다. 기안84의 선행과, 갈비를 먹고 싶다는 어르신의 발언은, 현 정부의 핵심 과제인 '기본금융'을 떠올리게 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국 금융의 신용대출 시스템을 비롯한 금융의 구조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틈만 나면 은행권의 '이자장사'를 비판하고 있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신용등급을 두고 “금융이 설계한 보이지 않는 계급장"이라고 지적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연일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포용금융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부의 인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정부는 '금융'으로 취약계층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데 어떠한 노력을 다했나. 정책서민금융 금리를 기존 15.9%에서 한 자릿수대로 인하하는 게 진정 '사람 살리는 금융'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최대 연 19.4%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청년미래적금'은 왜 청년들의 몫이어야만 하는가.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은 왜 만들지 못하는가. 청년미래적금처럼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한 달에 1만원만 저축하면 은행별 우대금리, 정부 기여금, 비과세 혜택을 더해 목돈을 만들 수 있는 상품이 있다면, “갈비 먹고 싶다"는 어르신들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지 않을까. 금융당국이 다음달 출범시키는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은 기존에 가동 중인 포용금융과 시작부터 달라야 한다. 저금리 생계자금 대출, 소액대출은 대출 의존도를 높이고, 빚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인 서민, 취약계층이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자생할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공적인 책임은 하나은행, 우리은행과 같은 시중은행이 아닌 정부와 금융당국의 몫이다. 현 금융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은행이 아닌, 천편일률적인 상품으로 취약계층을 빚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하는 정부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이슈&인사이트] 스타벅스, 정용진 사과는 불필요하다

2024년 세월호 참사 10주년에 맞춰 출시된 스타벅스 코리아의 '사이렌 클래식 머그' 이벤트와 2026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된 '탱크데이' 마케팅을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의 과거 극우적 행보와 연결지어 일각에서 '도그 휘슬(Dog Whistle)'로 보는 모양이다. 가능한 얘기다. 한국 소비자에게 생소할지 모르지만 현대 마케팅 이론에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이란 것이 있다. 기업이 환경, 인권, 정치 등 민감한 사회적 의제에 적극적으로 특정한 입장을 밝히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정치적 중립하는 게 일반적이라면, 자사의 가치관을 명확히 함으로써 신념을 공유하는 소비자를 강력한 팬덤으로 확보하려는 취지다. 물건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가치 또한 팔겠다는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미식축구 선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나이키나, 환경 보호를 위해 정치적 로비도 서슴지 않는 파타고니아가 대표적이다. '브랜드 액티비즘'은 개념상 진보ㆍ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기업이 보수적 가치나 나아가 극우 성향을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삼고자 한다면 그것은 기업의 자유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보여준 방식은 '브랜드 액티비즘'보다는 '도그 휘슬'에 가까워 보인다. 대중 앞에서는 중립적인 척하면서, 뒤로는 음습한 코드를 심어 특정 비극을 냉소하고 조롱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마자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관계자를 중징계하며 고개를 숙인 것도 비굴해 보인다. 신념의 표출이 아니라 야비한 '증오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반증이다. 진정으로 우파 혹은 극우의 가치를 지향한다면 차라리 비겁한 암호 놀이를 멈추고 당당하게 극우 기업임을 표명해야 한다. 구차하게 사과할 필요도 없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자신들의 왜곡된 시각을 공식 경영철학으로 내걸고, 이에 따른 시장의 평가, 나아가 사회적 단죄를 정직하게 감내하면 될 일이다. 신념을 밝힐 용기는 없으면서 약자나 역사의 상처를 조롱거리로 소비하는 음지의 놀이문화를 기업 마케팅에 슬그머니 이식하는 행태는 가장 저질스러운 장사치에서나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라고 직격한 것은 그러므로 국가 지도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정당한 비판이었다. 5·18 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참사는 정파적 사안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합의한 헌법적 가치이자 보편적 인권의 문제다. 이것을 조롱과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반역사적 행태에 대해 국가 원수가 분노를 표하고 도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부 부처 차원에서 스타벅스 모바일 상품권 제공을 중단하는 등 불매 방침을 선언한 것은 부적절한 처사다. 정부는 시장을 규율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주체이지, 감정에 따라 불매운동을 주도하는 소비자가 아니다. 정부는 반역사적 행태를 날카롭게 비판하되, 실질적인 행정적 처벌이나 규제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공정하게 집행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행정부의 역할을 해야지 소비자로 처신하면 안 된다. 구매를 거부하고 기업을 퇴출하는 시장의 영역은 시장의 주인인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기업도 상품화 과정에서 당연히 정치적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 그러나 정직하게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 안타깝게도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번 사건은 혐오와 보편적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았기에 '브랜드 액티비즘'이라 하기도 힘들다. 결국 이 모든 사달은 정 회장의 천둥벌거숭이 행태에서 비롯한 만큼 정 회장이 물러나는 게 회사로선 최선이다. 그럴 리 없으니 차선은 소비자에서 찾아야 하나? 다행히 한국에서 발에 치이는 게 커피숍이다. bienns@ekn.co.kr

[데스크 칼럼] 정용진 회장, 조직 DNA ‘재 각인’이 필요하다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스타벅스 불매 인증과 구매 인증이 경쟁적으로 올라오고, 오프라인에서는 시민단체의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이 사태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태 발생 당일인 18일 '저질 장사치'라고 표현한데 이어 23일에는 2년 전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사이렌 머그잔'을 출시한 것을 거론하며 '악질 장사치'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에 동조해 행정안전부 장관은 각종 국민참여 설문조사와 공모전 등에 스타벅스 상품권을 활용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국방부는 스타벅스와 체결한 격오지 부대 방문 음료 지원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법무부는 검찰청에 스타벅스 구매 내역을 점검하도록 했고, 국가보훈부는 당분간 스타벅스 상품권을 사용하지 말라는 내부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정당들과 후보들이 이번 이슈를 선거에 이용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앙정부부처들이 특정 기업 불매에 나선 것은 공공행정에서 형평성, 일관성, 예측가능성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과도해 보인다. 앞으로 민주주의 역사와 사회적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사건, 국가적 비극을 폄훼하는 사건이 또 발생하면, 그때마다 해당 기업을 모두 불매할 것인가. 불매의 판단 기준은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 행정부가 갈등의 중재자가 아닌 갈등의 증폭자가 돼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이 모든 사태의 발단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에서 비롯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경영학에서는 기업이나 조직의 '관성적 행동'을 설명할 때 '임프린팅(각인효과)'이라는 개념을 쓴다. 초기 창업기나 CEO 교체기와 같은 '민감한 시기'에 창업주나 교체된 CEO의 개인적 성향이 조직의 문화, 전략, 관행에 마치 '도장'처럼 새겨져 이후 시간이 지나고 외부 환경이 변화돼도 초기에 새겨진 창업주(CEO)의 DNA가 사라지지 않고 지속된다는 개념이다. 정용진 회장은 신세계그룹 부회장 시절이던 2021~2022년 사이에 수차례에 걸쳐 자신의 SNS에 '멸공' 등 자신의 개인적 성향을 드러내는 게시물을 수 차례 올렸다. 이후 2024년 신세계그룹 회장에 오른 이후에는 SNS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과거 게시물을 삭제하기까지 했지만, 이미 80만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인 정 회장의 성향은 널리 알려진 상태다. 문제는 정 회장이 외부로 드러낸 개인적 성향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은 외부 팬들이나 소비자, 투자자보다 내부 조직 구성원이라는 점이다. 그룹 오너의 의중을 다른 직원보다 더 빠르게 간파해 더 충실하게 이행하고자 직원들간 경쟁을 벌이는 상황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정 회장이 자신의 SNS 활동을 두고 개인적인 일상이라거나 팬들과의 소통이라고만 여겼다면 이를 조직 내부 구성원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간과한 경솔한 행동이었다고밖에 할 수 없다. 지난 18일 최측근 중 한 명이던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해임하고 당시 사태에 대해 격노했다는 정 회장은 26일 신세계그룹 차원에서 진행한 진상조사 결과와 함께 직접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다. 정 회장이 이번 사태를 온전히 수습하고자 한다면 그룹 내에 어떤 과거의 각인이 남아있는지 파악하고 '재각인(Re-imprinting)'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김성우 시평] 환경과 안보가 끌고 경제가 밀어야 하는 이유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에너지 전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는 세가지로, 환경(탈탄소), 안보(안정성), 경제(수익성)을 꼽는다. 탄소배출을 줄여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시작된 에너지 전환은 방향 제시에는 성공했으나 기후변화를 멈추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그 속도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반복되는 전쟁이 '안보'를 위협하면서 보다 안정적 에너지로의 전환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전쟁은 과거 오일쇼크와는 차원이 다른 에너지 및 산업의 복합 위기로, 이러한 복합적 안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로의 전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태양광발전소와 배터리를 결합해 에너지를 자국내에서 생산하면, LNG·석유 등 연료 가격 변동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 안보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필요성을 과거 여느 때 보다 부각시킴과 동시에, 화석연료 발전소처럼 전력 공급 안정성이 뛰어난 자산들의 필요성도 부각시키고 있다. 여기서 수익성 중심의 '경제'라는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기고문에서 필자가 지속가능한 전환을 위해서는 기술가격과 금리의 조건이 필수라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무리 친환경/국내산 에너지라도 너무 비싸면 전환에 한계가 있고, 반대의 경우라면 정책과 별개로 시장에서 알아서 확산되기 마련이다. 청정에너지가 정부 정책 방향과 달리 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는 미국을 예로 들어 보자. 작년 한 해 동안 청정에너지 축소와 화석연료 확대 정책에 집중해 온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들어서는 자동차나 발전소 그리고 공장의 탄소 배출 제한의 근거로 삼아 왔던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 조차도 폐기하고 환경보호청(EPA) 내년 예산을 52% 삭감해 제안하는 등 반기후 정책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발전소 투자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이 발표한 공식 전망에 따르면, 2026년 새롭게 설치되는 발전소 계획용량은 총 86GW인데, 그 중 93%가 태양광(51%), 풍력(14%), 에너지저장장치(24%)이다. 이는 저렴하고 빠르게 공급 가능한 에너지를 시장에서 요구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의 경우는 정책 방향까지 에너지 전환을 거들다 보니 수출 확대로 연결되는 모양새다. 10년 전부터 에너지자급률 제고를 목표로 원자력 및 재생에너지 등 자국내 자원과 역량을 결집하고 전기차 보급 등 수송부문의 에너지 전환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 금번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가격 상승에 영향을 덜 받는다. 뿐만 아니라 국내시장 실적을 바탕으로 에너지전환 기술의(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 재생너지설비 등) 수출도 늘고 있다. 2025년 중국은, 전기차의 경우 전세계 생산량의 3/4에 육박하고, 리튬 이온 배터리는 전세계 제조용량의 80%, 태양광 패널은 88%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사태 이후 주유소 제품가격이 올라가자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에너지 국산화를 위해 에너지저장장치와 재생에너지가 확산되는 등 글로벌 에너지전환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도 에너지전환 기술의 가격 경쟁력, 즉 경제성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에너지수입 의존도가 84%를 넘어 에너지자립 기반이 취약한 한국은, 역으로 말하자면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내시장 잠재력이 크다. 이와 더불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간 제품 포트폴리오가 갖추어져 있고 고밀도 기술력을 장착한 배터리 제조기업들을 포함해 원자력/재생에너지/전력기기 등 에너지전환 산업생태계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이에 국내 시장과 산업을 활용해 (가격경쟁력 포함) 수출경쟁력 확보로 연계해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 육성되지 않은 기술을 수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에너지자급률 제고를 위한 국내 에너지전환 시장 확대 정책을,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출 정책과도 연결하는 종합적 장기 산업 정책이 절실하다. 가장 극심한 기상이변의 예보와 중동사태의 복합 여파의 예고 속에서 올 여름을 초조하게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초조함은 앞으로도 반복될 확률이 높기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은 지속가능해야 한다. 환경과 안보라는 요소가 끌고 경제라는 요소가 밀어야 하는 이유다. ekn@ekn.kr

[이슈&인사이트] AI 투자 랠리, 채권시장 불안 넘을 수 있나

지난 15일 세계 주식시장이 일제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의 코스피도 6%가 넘는 하락을 기록했다. 그 중심에 금리 인상이라는 이슈가 부상했다. 채권 시장의 소리 없는 외침을 주식 투자자들이 이제야 듣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채권 시장의 약세(금리 상승)에도 주식과 채권은 디커플링이 유지되었다. 금리 시장은 미국-이란의 충돌로 유가가 상승하자 인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해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전쟁 중에도 주식 시장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식 시장의 강세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AI 산업의 핑크 빛 전망과 전쟁 이후 재건을 기대하는 주식들을 중심으로 전쟁 이후 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가 된다고 해도 이 주식들이 인플레이션 헤지를 할 거라는 인식으로 강세를 이어왔다.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AI를 위해 빅테크 기업들이 엄청난 설비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감한 설비 투자는 성장을 지지하면서 주가를 끌어 올리고 금리나 물가가 높더라도 그런 우려를 상쇄할 수 있고도 남을 정도의 기세가 있었기에 전쟁 이슈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의 강세를 이끌어 가는 동인이었다. 채권 시장에서는 이런 요인들이 모두 반대로 작용하고 있다. 전쟁 이후에도 인플레가 꺾이지 않을 거라 두려워하고 있다. 새로 임기를 시작한 캐빈 워시의 어설픈 통화 완화에 대한 두려움, 즉 인플레이션이 통제가 되지 않는 환경에서 금리가 낮아지는 게 장기 채권을 중심으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출이다. 성장을 방어하기 위해 채권 발행의 증가하고 있다. 채권 공급의 증가와 함께 금리가 뛰는 문제를 만들게 된다. AI의 설비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회사들이 유보된 현금을 통해 설비 투자를 늘려왔지만 이제는 돈을 빌려서 투자를 하는 순간이 도래했다. 재정 지출이 늘어나면서 국채 공급의 증가로 채권 시장에 부담을 주는데 빅테크마저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국가와 빅테크가 시중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형국이 되고 있다. 게다가 역설적이지만 설비 투자로 강한 성장이 나오게 되면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물가도 높고 성장도 강하다. 그럼 채권 금리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써 지는 거다. 전쟁 이후에도 AI 산업에 대한 빅테크들의 투자와 AI가 인픞레이션을 만회하는 성장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주식 시장은 미국과 이란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큰 폭으로 상승하였지만 채권 금리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평가에 상위에 올려 놓으면서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은 물가 상승 압력 때문에 금리를 올리고 재정 지출을 늘린다고 한다. 호주와 노르웨이는 이미 금리를 인상했고 ECB도 6월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영국은 규모 없이 쓴 재정이 문제가 되어 스타머 정권이 불안한 상태다. 길트 금리도 상승 중이다. 미국 국채 10년 금리는 마지노 선인 4.5%를 넘어 4.6%까지 뛰어올랐다, 경기 둔화 우려로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까지 모으면서 1년 전에 2.6%까지 낮춰졌던 한국 국고채 10년 금리는 지금 4.2%를 넘어섰다. 한은도 7월에는 25bp 금리를 인상할 거라는 게 다수의 생각이고 연말에는 3%까지 올라갈 거라 예상하고 있다. 그럼 주식 시장은 좋은데 채권 시장은 나쁘니 채권 시장에서 돈이 빠져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일을 상상할 수 있을 거다. 그럼 채권 시장의 약세(금리 상승)가 더 심해지고 결국은 높아진 채권 금리가 주식 시장의 상승에 발을 걸 것이다. 그러한 징조가 나왔기에 주식 시장이 서서히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채권 시장의 추이를 봐야 할 시점이다. bienns@ekn.kr

[EE칼럼] 여름의 변심: 낭만의 계절에서 생존의 계절로

오랫동안 여름은 우리에게 활력과 풍요를 상징하는 계절이었다. 긴 낮과 쏟아지는 햇살, 휴가와 방학, 산과 바다에서의 추억은 여름을 견디는 시간인 동시에 즐기는 시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의 여름은 더 이상 단순히 더운 계절이 아니다. 폭염과 집중호우가 앞서서 지배하는 위험한 계절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물론 산업과 에너지, 도시 기능 전반을 시험하는 시기가 되었다. 이 변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기후변화의 결과다. 우리나라 폭염일수는 1910년대 연평균 7.7일에서 2020년대 16.9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18년에는 역대 가장 강렬한 폭염이 기록되었고, 이후 폭염은 사망자를 동반하는 자연재난의 요소로 공식 편입되었다. 강수 패턴도 크게 달라졌다. 연간 강수일수는 줄었지만, 강수량과 강수 강도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여름철 강수량은 10년마다 11.31mm씩 늘어나고 있다. 비 오는 날은 줄었지만, 한 번 내리는 비는 더 폭우처럼 쏟아진다는 의미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피부로 체감하는 여름의 새로운 얼굴이다. 기후변화는 대기와 해양 에너지의 균형을 뒤흔들며, 폭염과 집중호우 등 복수의 위험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재난을 초래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폭염이 가뭄, 산불, 대기오염, 강수 현상과 상호작용하며 사람과 자연에 중첩된 피해를 준다고 경고한다. 뜨거운 공기가 도심을 달구는 동시에, 갑작스러운 극한 강우가 하천과 지하 공간을 위협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문제는 이 위험이 자연 현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 전력계통에 큰 부담이 가해진다. 2024년 8월 최대 전력 수요는 97.1GW에 달했으며, 2025년에는 97.8GW를 상회하고 매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냉방은 이제 삶의 윤택함과는 다른 차원인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필수 조건이 되었고, 에너지 문제는 단순한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유지와 생명 보호의 문제로 변모했다. 집중호우 피해 역시 마찬가지다. 그 규모는 단순한 강수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도시 배수시설의 용량, 지하 공간 관리 수준, 취약 지역에 대한 통제, 그리고 경보와 대피 체계의 준비 상태가 피해 크기를 좌우한다. 자연재난의 결과는 결국 사회적 준비 수준이 결정한다는 냉정한 사실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위험이 모두에게 동등하지 않다는 점이다. 노인, 어린이, 만성질환자,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은 같은 폭염에도 훨씬 더 큰 피해에 노출된다. 특히 농촌의 어르신들은 폭염 속에서도 농사일을 멈추지 못해 치명적인 위험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기상청은 폭염특보 운영 시기를 6~9월에서 2015년부터는 5월로 앞당겨 사실상 연중 운영 체계로 전환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난 5월 16일, 서울의 한 어르신이 폭염특보 기준에 미치지 못한 최고기온 31.3℃에서 안타깝게 희생되었다. 이 사건은 새로운 상향 특보 기준을 신설하는 것이 건강 상태나 상대적 온도 변화에 민감한 취약계층을 보호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폭염 위험 기준에 대한 정보도 절대적 온도 수치를 넘어 상대적 기온 변화와 개인 취약도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보완 할 필요가 있다. 같은 더위와 비에도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경험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위협이 된다. 재난은 가장 약한 고리를 겨냥한다는 엄중한 사실을 정책에 깊이 새겨야 한다. 오늘날의 여름은 기상 현상인 동시에 사회 시스템의 문제다. 예보와 경보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도시 배수체계는 미래 극한 강우 수준에 맞춰 재설계되어야 하고, 도심 열환경 완화를 위한 녹지 확충과 건축물 단열 강화, 냉방복지와 취약계층 보호도 병행되어야 한다. 에너지 정책 역시 공급 확대라는 단편적 처방을 넘어, 효율 향상과 수요 관리, 분산형 대응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기후 위기의 기상·재난·복지·보건·에너지를 아우르는 통합적 대응 전략이 절실하다.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은 더 이상 분리할 수 없는 과제다. 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이 이루어져야 하고 시나리오라고 부르는 미래 기후예측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중·단기적으로는 재난 예보의 정밀도를 개선하며 반복되는 폭염과 호우 앞에서 사회가 버티고 적응하는 회복력을 키워야 한다. 여름은 원래 생명과 풍요의 계절이다. 기후변화가 바꾼 그 여름을 되찾기 위해, 우리 사회가 선택해야 할 길은 위험한 현실을 직시하고, 크고 작은 모든 가능한 대응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과학적 자세이며, 정책의 책임이고, 우리 사회가 반드시 선택해야 할 현실적인 길이다.

[기자의 눈] 포모가 만든 빛나는 강세장, 그늘에 숨은 ‘빚’

시장에 환호성이 가득하다. 인공지능(AI)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반도체 대형주의 질주와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이 맞물리며 코스피는 가파르게 우상향했다. 하지만 화려한 상승세의 이면에는 위태로운 기류가 감돈다.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포모(FOMO·소외공포증) 증후군이 달군 열기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치솟은 '빚투'로 이어지고 있다. 증시 활황 이면에 도사린 경고음을 시장은 외면하고 있다. 경고음이 가장 선명하게 들리는 곳은 20·30대 젊은 층이다. 최근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2030 세대의 대출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이는 흐름은 우연이 아니다. 2030의 발걸음은 은행에서 멈추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이자를 내야 하는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창구로도 향한다. 기성세대에 비해 축적된 자산이 적고 소득 기반이 약하다 보니 남의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이다. 신용거래는 본질적으로 대출을 통한 외상 거래다.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이들은 금리 부담과 생활비 부족을 견디지 못하고 가장 먼저 충격을 받게 된다. 증권사가 요구하는 담보비율을 채우지 못하면 보유하고 있는 주식마저 반대매매로 강제 청산될 수 있다. 이는 증시 전체를 끌어내리는 압력의 기폭제와도 같다. 이처럼 위험 수위가 차오르고 있지만, 리스크 관리는 미흡하다. 증권사는 신용거래 한도가 차오르면 신용공여를 중단했다가, 잔고가 조금 감소하면 다시 재개하는 방식의 대응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기계적 대응이 건전한 투자를 지켜낼 수 있는 체계인지 의문이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리스크 관리의 패러다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시장의 원칙대로, 투자에 따른 이익과 손실은 오롯이 투자자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시장이 급변해 반대매매 폭탄이 터지고 증시 전체가 흔들린다면, 더 이상 단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비용과 파급을 시장 전체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국의 증시 활성화 정책은 분명한 효과를 가져왔다. 다만 성과에만 집중하느라 리스크를 놓쳐서는 안된다. 부양책의 효과가 지속되려면 이를 뒷받침할 건전성이 필요하다. 부채 위에 쌓아올린 성과는 사소한 충격에도 흔들릴 수 있다. 증시 활황이 자칫 '빚내서 투자해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로 작용하지 않았는지 점검할 때다. 김태환 기자 kt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