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6월 07일(수)

EE칼럼

[Energy&Enviro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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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현실성 없는 건물 에너지 정책

[EE칼럼] 현실성 없는 건물 에너지 정책

우리나라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사용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모든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총량과 건물의 단위면적당 에너지사용량이 전년에 비해 각각 5.9%, 2.7% 증가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준시점인 2018년의 최대치에 비해 적지만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해 에너지절감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국토부는 지적했다. 국토부는 건물 에너지 사용량 증가의 원인으로 건물 신축에 따른 연면적 증가로 인한 냉방 및 난방 수요를 의미하는 냉난방도일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늘었다는 점을..

[EE칼럼]에너지 안보,근본 해법은 다변화다

[EE칼럼]에너지 안보,근본 해법은 다변화다

[EE칼럼]에너지 안보,다변화가 해법이다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줬다. 에너지 안보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고전적 경구는 윈스터 처칠 총리의 영국 의회 연설이다. 36세에 해군 장관에 부임한 처칠은 대영제국 해군의 전투함 연료를 석탄에서 석유로 바꾸는 모험을 감행했다. 기동력과 전투력이 크게 향상됐지만 문제는 석유를 어디서 구하느냐였다. 영국에는 석탄이 풍부해서 공급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석유는 달랐다. 당시 영국은 석유를 주로 이란에서 조달했는..

이슈&인사이트

[Issue&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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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국민의힘 `강속구 좌완투수` 데려와야 산다

[이슈&인사이트] 국민의힘 '강속구 좌완투수' 데려와야 산다

[이슈&인사이트] 국민의힘,강속구 좌완투수 데려와야 산다 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지난 2020년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 중 오른손잡이가 88%, 양손잡이는 8%, 외손잡이는 4%였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왼손잡이가 15%인 것에 비해서 매우 낮다. 특히 48%는 일상생활에 ‘왼손잡이는 불리하다’고 답했고 ‘유리하다’ 응답은 8%에 불과했다. 그런데 왼손잡이가 유리한 분야가 있다. 야구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진루하기 때문에 좌타자가 유리하다. 그래서 오른손잡이지만 타석은 왼쪽에서 들어서는 우투좌타 선수가 많다. 감독들..

[이슈&인사이트]新 보호무역주의 대비해야

[이슈&인사이트]新 보호무역주의 대비해야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EU연구소 소장 최근 들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新 보호무역주의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新 보호무역주의로 인하여 통상문제가 기술, 환경, 안보 등 새로운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연결된다. 또한 국내에서의 여러 제도와 활동이 국제사회와 연결되기도 하고, 외국에서의 행위가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아졌다. 국제사회와 교류가 갈수록 더욱 확대되며 동조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보호무역주의 흐름 속에서, 국가들은 국제 문제 해결을 위해 법 집행과 관할..

데스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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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간만에 신난 증시

국내 증시에 ‘훈풍’이란 단어가 1년여만에 등장했다. 지난 달 만해도 증권가에서 보수적 접근을 권고하며,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머물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전혀 달라졌다. 일주일 새 다수의 증권사들은 줄줄이 지수 전망치를 수정했다. 이는 올해 코스피가 17% 상승, 2600선을 넘어면서다. 실제 삼성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등락 범위를 2350~2750으로 상향했다. 기존 전망치(2200~2600)를 2주 만에 끌어올린 것이다. KB증권도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2800선에서 2920선으로 수정했다. DB금융투자는 국내 증권사 전망치 중 가장 높은 수치인 3000선을 내놓았다. 2차전지(배터리)와 반도체, 자동사, 엔터테인먼트, 정보기술(IT), 바이오 섹터의 매수 권고하면서 이달 조정 없이 상승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상장 철회와 중단이 잇따르며 얼어붙어있던 기업공개(IPO) 시장까지 활기를 되찾고 있다. 두산그룹의 로봇 자회사 두산로보틱스가 오는 9일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19일에는 SGI서울보증보험과 중고차 플랫폼 업체 엔카닷컴도 코스피 상장을 위한 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1조원 이상 대어급 기업 상장은 작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처음이다. 국내 증시는 4월 발생한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다. 이때 CFD(차액결제거래) 문제가 발생하면서 줄어든 신용융자잔고는 늘지 않고 있지만, 증시 대기 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 투자자예탁금은 3주 새 5조원가까이 불어났다. 투자 세계에서 ‘부정적’ 이슈는 언제든 따라붙는 수식어다. 다만, 국내 자본시장에서 ‘뒷짐’ 제도화, ‘늑장 대응’ 등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점은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다. 간만에 증시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이 분위기에 휩쓸려 지나가지 않고, 제도 개선과 보완에도 차질 없이 진행되길 바란다.2023050301000182700008471

[EE칼럼] 현실성 없는 건물 에너지 정책

우리나라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사용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모든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총량과 건물의 단위면적당 에너지사용량이 전년에 비해 각각 5.9%, 2.7% 증가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준시점인 2018년의 최대치에 비해 적지만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해 에너지절감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국토부는 지적했다. 국토부는 건물 에너지 사용량 증가의 원인으로 건물 신축에 따른 연면적 증가로 인한 냉방 및 난방 수요를 의미하는 냉난방도일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늘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국토부가 발표한 이유는 우리나라 건물 부문 에너지정책의 숨은 이슈들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물과 도로, 자동차 등 교통 부문의 에너지정책은 국토부가 주관하며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이를 바탕으로 통합해 정책을 발표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주거용, 상업용, 산업체 공장 등 모든 건물의 에너지 등급 기준과 건설방식, 자동차, 비행기, 선박 등의 연비 기준, 연료 기준 등은 국토부가 주관한다. 21세기 들어 지난 20여 년 동안 국토부의 건물 부문 정책은 대부분 스마트시티, 유비쿼터스 도시(U-city), 혁신도시 등 첨단 ICT 기술을 접목한 도시 개발에 중점을 두어왔다.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 과제로 부산과 세종시에 추진한 스마트시티가 대표적이다. 환경친화적 도시, 에너지 자급 도시 등은 주요 과제에 들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정책인 재생에너지 조차 스마트시티 선정 과정에서 주요 변수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동안 나타난 건물 부문, 특히 주거용 에너지사용 패턴의 변화는 국토부의 정책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먼저 난방을 전기로 하는 건물이 많이 늘어나면서 건물 부문에서 천연가스 비중보다 전력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또 하나의 변화는 1인 가구의 증가다. 어느 새 20%를 훌쩍 넘어버린 1인 가구는 그야말로 냉방과 난방을 팡팡 틀어놓고 지낸다. 일반 가정과 상업용 건물 및 산업용 공장에서 온난화로 인해 냉방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은 예견된 상황이었다. 그러니 냉난방도일이 늘어난 것, 즉 지구온난화의 진행으로 인해 건물 부문의 에너지사용량이 증가했다고 에너지사용량의 증가 이유를 발표한 것은 그동안의 건물 에너지 관련 대책이 효과적이지 못했음을 실토한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최첨단 ICT 기술과 최첨단 건설기술로 지은 신축 건물들이 에너지효율 측면에서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한 것이다. 국토부의 분석은 건물 부문의 구조적인 문제도 비켜갔다. 지금 새로 짓는 건물들이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시점까지 계속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처음 건물을 지을 때부터 기후변화대응 신기술이 미래에 적용할 수 있도록 여유를 두고 건설하지 않으면 결국 2050년 근처에 가면 현재의 건물들은 온실가스 저감 대책이 충분히 있어도 설치할 수 없는, 그래서 수명이 남아 있는데도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하는 좌초자산(stranded asset)이 되고 만다. 그리고 그 부담은 모두 건물주와 국민에게 돌아간다. 많이 양보해 세계 모두의 동의 아래 2050년 기준시점을 그 이후로 늦춘다고 해도 이 문제는 그대로다. 건물의 수명이 30년 이상으로 길기 때문이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가장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우리나라의 에너지사용량과 국민총생산과의 관계가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뒤집혔다는 점이다. 20세기 후반 고도 경제성장 기간에는 에너지사용량이 늘어나면 GDP가 성장하는 구조였다. 즉, 주로 산업부문이 에너지를 사용해 생산을 늘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형태였다. 이 시기에는 따라서 저렴하게 에너지를 공급해 경제성장을 이끄는 것이 적절한 정책이었으며 에너지절약 정책은 오히려 경제성장에 해가 되니 앞세울 만하지 않았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그 인과관계가 역전됐다. 이제는 에너지사용이 늘어도 경제성장을 유인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고 오히려 경제성장 덕분에 에너지사용량이 늘어나는 인과관계가 주가 되었다. 즉, 부자가 되었기에 에너지를 더 쓰는, 자동차 하나 더 사고, 냉장고도, 에어컨도 더 설치하고…. 이런 변화가 문제라는 것이 당연히 아니다. 선진국들은 모두 이러니까.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로 선진국들은 에너지 가격을 높이고 에너지절약을 유도하는 정책을 강력히 시행한다. 이제는 에너지절약을 해도 경제성장에 큰 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통계치를 발표하면서 국가 건물 에너지사용량 자료와 분석이 탄소중립 달성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통계자료이며 에너지 정책 수립 방향의 근간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당장 건물 부문의 에너지절약을 강화하는 정책을 발표해야 할 것이다. 건물에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국민과 산업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생활방식이 변했는 데도 현실에 맞춰 정책 기조를 변경하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기 때문이다.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한국에너지법연구소 소장

[이슈&인사이트] 국민의힘

[이슈&인사이트] 국민의힘,강속구 좌완투수 데려와야 산다 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지난 2020년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 중 오른손잡이가 88%, 양손잡이는 8%, 외손잡이는 4%였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왼손잡이가 15%인 것에 비해서 매우 낮다. 특히 48%는 일상생활에 ‘왼손잡이는 불리하다’고 답했고 ‘유리하다’ 응답은 8%에 불과했다. 그런데 왼손잡이가 유리한 분야가 있다. 야구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진루하기 때문에 좌타자가 유리하다. 그래서 오른손잡이지만 타석은 왼쪽에서 들어서는 우투좌타 선수가 많다. 감독들도 좌타자를 1번 타자로 배치하는 것을 선호하여 프로야구 정상급 리드오프 중에 상당수가 좌타자다. 특히 좌타자는 우완투수에 강하다. 좌타자들은 우완투수의 팔이 잘 보이는데다 우완투수들이 워낙 많아 그 공의 궤적에 익숙해 상대하기 비교적 편하다. 그런데 좌타자는 좌완투수에는 약하다. 이는 좌타자가 좌완투수를 상대할 땐 투수의 팔이 잘 보이지 않는데다 좌완투수 자체가 드문지라 그 궤적마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좌타자를 견제하기 위해서 좌완투수를 선택한다. 또 좌완투수는 1루를 바라보는 포즈로 투구하므로 도루 견제도 효율적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우완투수들에 비해 볼의 스피드가 떨어진다. 그래서 강속구 좌완투수는 마운드의 로망이다. 이에 야구계에서는 "좌완 파이어볼러(강속구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인의 습성 상 우완투수가 대세지만 좌완투수의 부재 속에서 지속적으로 팀의 승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 아군의 연습용으로도 좌완투수는 필수적이다. 이것은 정치에서 더욱 그렇다. 정치에서 진보를 왼쪽 날개(좌익)라고 하고 보수를 오른쪽 날개(우익)라고 한다. 새에게 양 날개가 필요하듯 정치에도 양 날개가 필요하다. 새는 우익으로 추진력을 얻고 좌익으로 평형을 유지한다. 마찬가지로 원활한 정치를 위해서는 우익의 ‘효율’과 좌익의 ‘평형’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런데 정치인이 일사불란만을 강조하면 추진력은 갖지만 평형감각을 잃게 되고, 반대로 평형만을 주장하면 평등사회는 이뤄지지만 추진 동력을 잃게 된다. 현 정국을 운영하는 국민의힘을 보면 추진동력은 실감하지만 평형감각을 찾기 어렵다. 대통령을 포함해 국무위원 20명 중 80% 이상이 이른바 ‘SKY’대 출신이다. 윤석열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은 80% 이상이 검사출신이다.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공약하고 당대표에 당선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연포탕에는 낙지가 없다. 윤핵관만 있는 ‘영남탕’이다. 좌완투수를 완전히 배제하고 원팀만을 강조하는 우완투수진으로는 좌타자들의 공격에 역부족이다.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과 한일정상회담 결과를 둘러싼 후폭풍이 대학가로 번지고 있다. 서울대, 고려대, 경희대, 전남대, 동아대 등에 이어 부산대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했다. 이 보다 앞서 함세웅 신부를 비롯한 천주교의 정의구현사제단, 감리교회 목회자들 그리고 지역기독교교회전국협의회가 시국선언을 했다. 원 팀을 강조하는 일사불란성이 빚어낸 난국이다. ‘윤석열만 제외하고 모두 바꾸라’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이 핵폭탄을 맞았던 2020년 4월 총선의 악몽이 2024년의 총선에서 재연될 기미가 보인다. 그래도 당시는 국민의힘에 이준석(35세), 김재섭(33세), 박진호(30세), 천 아람(34세) 등 30대의 젊은이들이 있었다. "내부 총질", "어린놈들이 남 탓만"이라며 좌파로 몰렸던 이들이 있어 20대의 불모지에서 2년 뒤 2022년 보수 정당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런데 지금 남 탓만 하는 ‘어린놈’들도 없고 ‘내부총질’을 하는 좌파도 없다. 여기에 경제는 최악이다. 물론 한 마리의 제비가 봄의 증후는 아니다. 그러나 위기의 전초임에는 틀림없다. 한국갤럽의 최근 내년 총선 전망(5월30∼6월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 여론조사 결과 37%가 ‘여당 다수당선’, 49%는 ‘야당 다수당선’을 꼽았다. 이대로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실패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식물 정부’를 면하기 어렵다. 그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국민의힘이 중도를 포용하는 좌향좌, 강속구의 좌완투수를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힘을 받는 이유이다.윤덕균 교수 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상속증여세 확 바꿀 때 됐다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요약> 한국 최고 갑부인 삼성가(家) 사람들이 대출을 받고, 정부가 게임사 대주주로 올라섰다. 상속세 때문이다. 상속·증여세의 틀은 23년째 요지부동이다. 손볼 때가 됐다. 일본은 경기 진작 차원에서 생전증여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가 갈 길을 찾아보자. 세상 쓸데없는 일이 재벌 걱정이라지만, 그래도 약간 걱정이 된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유족이 세금 낼 돈이 없어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유족이 내야 할 상속세가 모두 12조원에 이른다. 아무리 재벌이라도 작은 돈이 아니다.게임 대기업 넥슨의 유족은 아예 주식으로 세금을 냈다. 이를 물납(物納)이라 한다. 넥슨 유족이 낼 세금은 6조원 규모다. 그 바람에 기획재정부가 덜컥 넥슨 모기업인 NXC의 2대 주주(지분율 29.3%)에 등극했다. 한국 최고 갑부인 삼성가(家) 사람들이 대출을 받고, 기재부가 게임사 대주주로 올라섰다. 누가 봐도 자연스럽지 않다. 오너 대기업들은 벌벌 떨게 생겼다. 이러다 본사를 해외로 옮긴다는 말이 나올까 걱정이다. 재벌은 그렇다 치고, 아파트 한 채에 약간의 여윳돈을 가진 장삼이사들은 상속세, 증여세를 잘 내고 있을까? 고민의 크기만 다를 뿐 중산층에게도 이들 세금은 골칫거리다. 국세청은 요 몇 년 새 상속·증여세 납부 대상 건수가 급격히 늘어나자 지난 4월 웹사이트에 ‘상속·증여 세금 상식’ 안내문을 올렸다. 20~30대 MZ세대는 부모세대보다 못사는 첫 세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은 뒤늦게 장롱에 잠긴 천문학적인 금융자산을 밖으로 끌어내려 안간힘을 쓴다. 고령화 시대에 원활한 부의 대물림을 진지하게 고려할 때가 됐다.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가 갈 길을 찾아보자.◇ 삼성, 넥슨의 경우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최근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재벌도 조 단위 세금을 내려면 어쩔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전에도 대출을 받은 적이 있다. 세 사람이 지금껏 받은 대출을 합하면 4조원을 약간 웃돈다. 이건희 전 회장은 2020년 10월에 별세했다. 유족은 상속세 총 12조원을 2021년부터 5년 간 연부연납(年賦延納) 방식으로 납부하는 중이다.넥슨 김정주 창업주는 2022년 2월에 별세했다. 넥슨의 모기업인 NXC는 비상장사로 창업주와 아내, 두 딸이 소유했다. NXC는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된 계열사 넥슨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창업주의 지분은 고스란히 가족에게 유산으로 넘어왔다. 거기에 상속세 6조원 딱지가 붙었다. NXC는 비상장사인데다 가족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주식으로 물납을 해도, 곧 일부 지분을 내놔도 경영권에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 23년째 같은 세율 한국 상속·증여세는 구간과 세율이 2000년 개편 이후 23년째 변동이 없다.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등이 시대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바뀐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상속·증여세제 개선방안’(권성오 부연구위원·2022년 6월)에 따르면 "상속·증여세의 국세 대비 비중은 2010년 1.7%에서 2020년 3.7%로 증가"했다.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50%(과세표준 30억원 초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그러나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최대주주 할증과세를 적용하면 최대 60%의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사실상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한다(‘현행 기업승계 상속세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2023년 5월).과세표준 30억원 이하는 구간별로 10∼40% 세율을 적용한다. 대도시 아파트를 유산으로 물려받으면 당장 세금 걱정이 앞선다. 한경연은 가업상속 공제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한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를 위해 이런저런 공제 혜택을 부여한다. 그러나 요건이 까다롭고 공제 금액도 크지 않아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한국은 가업상속공제 적용 건수가 독일의 100분의 1수준"이라고 말했다. ◇ 윤석열 정부는 다를까기재부는 지난해 10월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를 용역 의뢰했다. 당초 올 5월 말 종료 예정이었으나 지금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상속세는 과세 방식에 따라 유산세와 유산취득세로 나뉜다. 유산세는 몇 명이 상속을 받든 상속재산 전체에 대해 세금을 물린다. 자연 세율이 높아질 공산이 크다. 지금 우리가 채택한 방식이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각자 상속한 재산을 놓고 따로 세금을 매긴다. 상속인(상속을 받은 사람) 입장에선 세율이 낮은 유산취득세가 한결 유리하다. 기재부는 "상속세를 운영 중인 OECD 23개국 중 유산세 방식은 4개국(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에 불과하고, 나머지 19개국(일본, 독일, 프랑스 등)은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뀌면 1950년 상속세법 제정 이후 73년만의 대수술이 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무상 증여 한도도 손을 볼 가능성이 있다. 현재 증여세 인적공제는 배우자 6억원, 아들·딸·손자는 5000만원까지 허용된다. 배우자 6억원은 2008년, 아들·딸·손자 5000만원은 2016년에 상향조정됐으니 한번 더 손을 볼 때가 됐다. 다만 기재부는 증여세 인적공제 상향에 대해 "검토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 일본이 주는 교훈2021년 가을에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기치로 내걸었다. 일본 경제를 잃어버린 30년의 터널에서 탈출시키는 전략이다. 그 가운데 저축과잉을 해소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내용이 있다. 일본 개인 금융자산은, 놀라지 마시라, 무려 2000조엔(약 1경870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중 절반 이상이 예금과 현금이다. 또 60%가량은 고령층이 갖고 있다. 돈은 돌아야 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고령층은 소비성향이 낮다. 이들이 돈을 그냥 장롱에 처박아 두는 바람에 일본이 장기불황에 빠졌다는 분석도 있다. 기시다 내각은 부의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생전증여 제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은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면 매년 110만엔까지 비과세다. 다만 부모가 사망하기 3년 전에 증여한 것은 모아서 상속세를 물린다. 이 기간을 7년으로 늘리는 게 기시다 내각의 복안이다. 다시 말해 증여세를 아끼려면 적어도 사망 7년 전에는 증여를 마치라는 얘기다. 지금은 80대 노인이 60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형편이다. 그래봤자 돈은 돌지 않는다. 그러나 60대 부모가 씀씀이가 큰 40대 자식에게 증여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망 7년 전 생전증여’ 계획은 2024년부터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된다. ◇ 한국이 가야 할 길일본은 긴 불황을 겪고 나서야 매끄러운 재산 대물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일본이 간 길을 우리가 되밟을 이유가 없다. 한국은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인구도 줄고 동시에 늙어가는 중이다. 증여세 인적공제 확대나 생전증여 활성화가 경기 진작에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재벌이든 장삼이사든 상속세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 실제 자기 손에 들어온 유산만큼 세금을 내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 한경연은 가업승계를 촉진하려면 "최고 상속세율(50%)을 OECD 회원국 평균 수준보다 조금 높은 30%까지 낮추고, 최대주주 할증과세는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가업상속 공제만으론 부족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올해 세수 펑크를 겪고 있다. 한 푼이 아쉬운 마당에 상속·증여세에 손을 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조세 정책은 긴 시야에서 접근하는 게 옳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는 이미 장기 저성장 구조에 와 있다"고 말했다. 당장 상속·증여세로 들어오는 세금이 줄더라도 두고두고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경제칼럼니스트>사진=연합뉴스상속증여세 세율체계. 출처=한국조세재정연구원 ‘상속증여세 개선방안’, 상속증여세제 개편방안 공청회 주제발표(2022년6월).출처=국세청 웹사이트(nts.go.kr)

[기자의 눈] 소상공 육성, 기업형도 좋지만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한 간담회에서 자영업 지원·육성 중추기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개편 방침을 밝혔다. 장관 취임 이후 코로나 팬데믹 피해 지원에 치우쳐 있던 기능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게 재설정하겠다는 취지였다. 아직 청사진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취임 1년간 이 장관의 행보로 볼 때 그 방향성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이 장관은 지난달 서울 한 카페에서 열린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정책 발표회에서 더 이상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보호·지원 대상이 아닌 육성 대상으로 보고, 자영업자라는 용어 대신 ‘라이콘(기업형 소상공인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라는 용어가 일상화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책 발표회는 생활·로컬분야의 청년 창업에 초점을 맞춘 성격으로, 청년 소상공인을 동네상권을 넘어 스타벅스처럼 세계로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중기부의 강한 의지라는 점에서 전적으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IT 등 기술 창업과 비교해 음식점·카페 등 생활·로컬분야 창업은 고유의 특성을 가진다. 먼저, 제품보다 서비스 판매 중심인 특성상 먼저 지역상권 내에서 성공해야 하는데 이는 과밀경쟁이 특징인 국내 자영업 환경에서 이웃 경쟁가게의 상대적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생활·로컬분야 창업을 꿈꾸는 젊은 창업가 중에는 자신의 꿈·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는 중장년층의 생계형 창업이다. 대기업 중심 산업구조와 대기업 취업 선호로 야기되는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자영업 창업 증가와 그에 따른 소상공업 과밀경쟁은 ‘제로섬 게임’ 양상을 벗어나기 힘들다. 모든 소상공인이 ‘백종원’처럼 성공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적자생존의 시장경쟁시대에 쉽지 않은 게 현실이고, 이 장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은 중소기업·벤처·스타트업 정책과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가형 소상공인 몇만 개 육성이 목표가 아닌, 모든 세대의 소상공인이 과밀경쟁과 높은 폐업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보다 포괄적인 소상공인 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kch0054@ekn.kr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이슈&인사이트]新 보호무역주의 대비해야

최근 들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新 보호무역주의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新 보호무역주의로 인하여 통상문제가 기술, 환경, 안보 등 새로운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연결된다. 또한 국내에서의 여러 제도와 활동이 국제사회와 연결되기도 하고, 외국에서의 행위가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아졌다. 국제사회와 교류가 갈수록 더욱 확대되며 동조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보호무역주의 흐름 속에서, 국가들은 국제 문제 해결을 위해 법 집행과 관할권 개념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아졌는데, 특히 국내법의 역외적용과 국가의 역외관할권 문제가 복잡한 이슈로 등장했다. 국내법의 역외적용이란, 외국에서 이루어진 행위가 자국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해 자국 국내법을 적용하고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국내법은 국가 영역 내에 소재하는 자 또는 그 영역 내에서 발생한 행위에만 적용되는 것이지만, 최근 국제적 활동이 많아지며 국내외의 영역 구분이 모호해지는 과정에서 국내법이 자국의 범위가 아닌 역외에 적용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국가의 관할권은 국가의 주권이 발현되는 것인데, 국내법의 역외적용으로 역외관할권이라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2개 이상의 국가의 관할권이 경합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해당 영역에서 원래 관할권을 행사해야 하는 국가에서는 주권의 훼손이나 침해라고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비춰지지 않으려면 관련 국가와의 사전 조율과 합의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국내법의 역외적용과 함께 국가의 역외관할권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원래는 국제적 활동과 이에 따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법을 적용하고 국내 활동에 대해서는 국내법을 적용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국내법이 국제적 활동에, 그리고 국제법이 국내적 활동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국내법의 역외적용과 역외관할권 문제는 전통적으로 형사적 문제의 처리나 범죄행위 관련 사례들에서 발견되지만, 일부 국가는 산업이나 경제 관련 분야에서도 자국의 독점금지법(경쟁법) 등을 자국 외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에 적용하려고 한다. 시장 담합이나 독점행위 등을 규율하려는 경쟁법 분야에서, A국에서 이뤄진 기업활동 효과가 B국 시장에서 나타나면 A국의 경쟁법을 B국에 적용하려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법의 역외적용을 위해서 당사국들이 미리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당사국들이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체결하면서 서로의 국내법을 조율하고 상대방 시장에 자국법을 적용하자고 약속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명시적 합의나 근거를 두지 않고 국내법을 역외적용 하는 사례도 있다. 국내 시장의 경제 관련 법을 역외에 적용하려는 문제는 자연스럽게 무역과 투자환경을 규율하는 통상법 분야에서 변수를 초래한다. 특정 역(국)내 시장의 법을 다른 (역외)시장에 적용하면, 다른 국가의 시장, 경제, 산업에 큰 영향을 주거나 경제주권을 침범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영향은 복수의 시장이나 국가에서 통상지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만큼 국가들은 역외적용 문제를 통상법 차원에서 이해하기도 한다. 당사국들의 명시적 합의가 없다면, 국내법의 역외적용이 심각한 통상분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통상문제에 영향을 주는 국내법의 역외적용이 여러 새로운 경제 분야에도 활용되거나 통상문제와 연결될 수 있는 기술, 환경, 안보 등 다른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나 반도체 과학법을 다른 국가에도 적용하려고 하는데, 유럽연합(EU)은 이를 우려하면서도 자신들은 탄소국경조정제도, 역외보조금 규제 제도, 다른 국가의 조치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대응하는 제도 등을 외국에 적용하려고 한다. 이렇게 국내법을 역외에 적용해 일종의 새로운 무역장벽들이 구축된다면 결국 WTO가 추구하는 자유무역 대신 새로운 보호무역의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한국도 新 보호무역주의 아래서 국내법의 역외적용이 가져올 위험성을 고민하고 종합적인 대응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김봉철 한국외국어대교 국제학부 교수/EU연구소 소장

[윤석헌 칼럼] 은행개혁, 해법은 주담대 정책 이원화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과도한 이자이익과 보너스 잔치를 질책한지 벌써 넉 달이 지났다. 그간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금융위 TF)를 꾸려 대안 모색에 나섰고 이달말까지 개선방안 마련을 예고한 바 있다. 필자는 은행권 개혁 필요성에 공감한다. 저비용예금과 담보대출에 의존하는 국내은행의 천수답 경영으로는 한국경제의 선진화 항해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지적한 은행권의 이자이익 급증이나 과점상태는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이자이익 급증은 최근의 금리상승세 때문이고, 보너스 잔치는 욕심을 부렸지만 민간기업의 경영이슈일 뿐이다. 그리고 은행권의 과점상태는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은행 대형화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은행들로 하여금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 한국경제 선진화에 필요한 금융중개역할을 제공하도록 할 것인가’에 있다. 이런 시각에서 그간의 금융위 TF의 개혁안을 살펴보고, 새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저축은행을 지방은행으로,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토록 허용하는 방안이다. 이는 은행 수를 늘려 과점상태를 해소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은행 간 소모적 점유율 경쟁을 부추겨 금융서비스의 질적 개선과 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정한 천수답 농지를 보다 많은 농부가 경영한다고 효율성이 높아지지 않는다. 다음으로 영국 챌린저은행(Challenger Bank)이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같은 특화은행을 신규로 허용하는 방안이다. 전통은행의 규모와 복잡성을 피하고 핀테크 기법을 사용해 온라인 전문은행으로 차별화하려는 것으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통해 이미 시도한 방안이다. 그 성과를 살펴보면 금리경쟁을 촉발시킨 부분은 인정되지만 중금리 대출이나 틈새시장 공략 등 당초 기대했던 ‘메기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챌린저은행도 영국 시중은행 대비 매력적인 금리 및 간편송금 기능으로 수신규모를 늘렸으나 개인신용대출 비중은 미미하다는 평가다. 그리고 SVB의 파산 이유중 하나가 혁신 스타트업을 집중 지원하는 과정에서 위험 분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기득권 축소’ 방안을 제안한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서는 은행권이 저금리 요구불성예금을 토대로 주택담보대출 선순위 취급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천수답 경영 특혜를 누리고 있다. 즉 주담대 시장에서 은행은 선순위, 저축은행과 신협 등 제2금융권은 후순위로 역할이 분할돼 있다. 권역별 조달금리 차이로 분할이 불가피하다지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이슈가 있다. 가령 제2금융권이 선순위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면, 담보가치가 상승해 조달금리가 하락하고 주담대 점유율이 상승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3월 초 은행업, 저축은행업 및 상호금융업 등의 감독규정을 고쳐 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을 70%(규제지역은 50%)로 높이고 단일화하는 것으로 은행권의 주담대 규제를 완화했다. 그런데 이는 모순이다. 은행의 이자이익을 질타하면서 금융업 감독규정은 은행의 천수답 경영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개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 LTV 규제를 강화하거나, 가계대출 위험가중치를 상향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주담대에 대해 은행권 규제는 강화하고 제2금융권 규제는 완화하는 정책조합을 통해 은행권 천수답 경영을 깨는 혁신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주담대 업무 축소로 인력과 자원에 여유가 생기면 은행은 중소기업 및 창업 기업 등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비 이자이익 창출에 나설 수 있다. 그 예로 거래형 은행업(transaction banking)이나 초과형 은행업(beyond banking)을 고려할 수 있다. 전자는 은행이 기업의 상업 및 금융 거래를 지원하고 관련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고 후자는 유니버설뱅킹의 일종으로 금융 및 비금융을 망라해 융합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금융위의 규제샌드박스 운영결과를 겸영업무 범위 결정에 참고할 수 있다. 한편으로 최근 들어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제2금융권은 선순위 주담대 시장 진입 활성화로 수익을 창출하게 되면, 지역밀착 금융, 자영업자 관계금융 및 채무취약계층 지원 등을 확대할 수 있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은행권 개혁이 스스로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말을 물가로 끌고갈 책임은 금융당국에 있다.

디커플링? 디리스킹?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요약> 미·중 관계를 두고 디커플링이니 디리스킹이니 하는 말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 등 유력 미국 기업인들은 앞다퉈 "디커플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디커플링은 뭐고 디리스킹은 뭔가? 두 나라 사이에 낀 ‘샌드위치’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미국 기업인들이 연달아 디커플링(Decoupling)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유럽은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De-risking)을 내세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디리스킹을 수용하는 모양새다. 증시에서 커플링(동조화)은 흔히 코스피가 뉴욕 주가 흐름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쓴다. 주가가 따로 움직이면 디커플링(탈동조화)이다. 국제정치에서 디커플링은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권이 중국과 남남처럼 갈라서는 것을 말한다. 반면 디리스킹은 중국과 같이 살되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다. 디커플링 또는 디리스킹이 향후 G2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짚어보자. ◇ 머스크, 다이먼, 젠슨황은 뭐랬나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는 디커플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머스크는 5월30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을 베이징에서 만나 "미국과 중국의 이익은 고도로 얽혀 있다"면서 "테슬라는 중국 내 사업을 더욱 확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은 디커플링보다 디리스킹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다이먼은 "디커플링을 시도하지 말자. 중국과 중국 사람들을 해치려고 시도하지 말자"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연례 글로벌 차이나 서밋에 참석했다. 대만계 미국인으로 반도체 기업 엔디비아를 이끄는 젠슨 황 CE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역시 디커플링에 반대했다. 황은 "만약 (중국이) 미국에서 (반도체를) 살 수 없다면 그들은 스스로 그걸 만들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 기업들이 중국과 교역을 못하면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매출에서 중국은 약 20%를 차지한다.◇ 트럼프는 디커플링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대중 디커플링 정책을 폈다. 2020년 9월 재선 도전에 나선 트럼프는 "우리는 중국과 거래에서 막대한 돈을 잃는다. 우리가 중국과 거래하지 않으면 막대한 돈을 잃지 않게 될 것"이라며 "이게 바로 디커플링"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중국과 교류를 끊는 게 미국에 이익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만약 (대선에서) 바이든이 이기면 중국이 이기는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이 이 나라(미국)를 소유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물리는 등 재임 내내 중국 때리기에 열중했다. 2018년 캐나다 경찰이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전격 체포한 배경에도 미국이 있었다. 멍완저우는 거의 3년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풀려났다.◇ 바이든은 디리스킹지난달 일본 히로시마에 모인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디커플링과 디리스킹을 함께 언급했다. 성명은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우리는 경제가 회복하려면 디리스킹과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한다"고 말했다. 디리스킹은 예컨대 특정 품목의 경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앞도적으로 높은 중국산 희귀자원이 대표적이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을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대중 관계를 디리스킹하고 다변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럽은 디리스킹에 진심중국과 패권 다툼에서 한발 비켜선 유럽은 디리스킹을 강하게 내세운다. 대표적인 인물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다. 그는 연초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우리는 (대중) 디커플링보다는 디리스킹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과도하게 주고, EU 기업이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국과 관계를 끊을 게 아니라 이러한 위험요소(리스크)를 줄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리튬과 같은 희귀 광물자원에 대한 대중 의존도를 낮추는 것도 디리스킹 정책의 일환이다.유럽에서 발언권이 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4월 초 중국을 방문했을 때 디커플링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 그래봤자 말장난바이든의 대중 정책은 트럼프에 비하면 다소 유연해 보인다. 그러나 첨단 반도체 장비와 소재를 수출 금지한 데서 보듯 중국을 견제하려는 기본 정책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핵심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시도도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디커플링이니 디리스킹이니 하는 게 결국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G2 패권 다툼은 필연적이다. 미국은 온 힘을 다해 중국을 찍어누르려 하고, 중국은 어떻게든 용솟음치려 한다. 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향해 질주하는 중이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기존 강국 스파르타와 신흥 강국 아테네의 펠로폰네소스전쟁은 구조적 긴장관계가 빚은 필연적 결과라고 분석했다.◇ 샌드위치 한국의 선택은이러니 디커플링이든 디리스킹이든 한국이 처한 난처한 상황도 별로 달라질 게 없다. 미국 하원의 마이클 매콜 외교위원장과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2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드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마이크론이 중국시장에서 빠진 공백을 일본과 한국 기업들이 대신 채워선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달 대미 보복 차원에서 미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의 제품 구매를 금지했다. 마이크론은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회사다.중국은 그 공백을 세계 1,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채워주길 바란다. 미국은 한사코 반대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영락없이 미·중 두 강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미국 말을 들으면 중국이 반발하고, 중국 편에 서면 미국이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런 딜레마는 앞으로도 수시로 벌어질 공산이 크다. 윤석열 정부와 관련 기업이 확실한 원칙을 세워 양국을 설득하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물론 제1 원칙은 국익이다.<경제칼럼니스트>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5월30일 중국 베이징에서 친강 외교부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상하이에 공장을 둔 머스크는 대중 디커플링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AFP/연합5월말 중국을 방문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은 "중국과 중국 사람들을 해치려고 시도하지 말자"고 말했다. 사진=로이터/연합지난 5월 중순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UPI/연합

[EE칼럼]에너지 안보,근본 해법은 다변화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줬다. 에너지 안보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고전적 경구는 윈스터 처칠 총리의 영국 의회 연설이다. 36세에 해군 장관에 부임한 처칠은 대영제국 해군의 전투함 연료를 석탄에서 석유로 바꾸는 모험을 감행했다. 기동력과 전투력이 크게 향상됐지만 문제는 석유를 어디서 구하느냐였다. 영국에는 석탄이 풍부해서 공급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석유는 달랐다. 당시 영국은 석유를 주로 이란에서 조달했는데 이에 따른 문제점을 의원들이 지적하자 이에 대한 대답으로 처칠은 석유공급의 다변화를 강조했다. 1913년 7월 의회 연설에서 처칠은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원유 타입, 하나의 생산과정, 하나의 국가, 하나의 수입 루트, 하나의 유전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석유공급의 안정성과 확실성을 보장하는 것은 오직 공급의 다변화다"라고 강조했다. 이 말은 에너지 안보에서 위험 분산의 개념을 일깨운 고전적인 명문이다. 다니엘 예르긴(Daniel Yergin)은 그의 저서 ‘The Quest’에서 구소련에서 독립한 아제르바이잔의 석유 파이프라인 건설 비화를 소개했다. 아제르바이잔은 내해인 카스피해의 바쿠 유전에서 지중해로 연결되는 흑해까지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기로 한다. 문제는 노선이었다. 북쪽의 러시아를 경유해 ‘노보로시스크항으로 연결되는 노선과 서쪽의 조지아를 거쳐 숩사항으로 연결되는 노선 중 선택해야 했다. 바쿠∼노보로시스크 노선은 건설이 용이한 평야지역을 거치지만 길게 우회해야 했고 바쿠∼숩사 노선은 길이는 짧지만 코카서스 산맥을 넘어가야 하는 험난한 루트였다. 게다가 러시아의 눈치도 봐야하고 조지아의 협력도 필요했다. 몇 달을 토론하고 격론도 거쳤다. 결국 아제르바이잔은 두 노선을 모두 건설하기로 결론을 내린다. 중복처럼 보이지만 루트를 다변화해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에너지원을 다변화해 위험을 분산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의 기본이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경구처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위험을 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에너지협의회(WEC)가 발표한 전 세계 92개국의 에너지 안보 순위에서 한국은 82위로 거의 꼴찌 수준이다. 우리보다 에너지 안보 순위가 낮은 나라는 섬나라 몇 개 밖에 없다. 자체적으로 보유한 1차 에너지도 거의 없고 전력망이나 가스 파이프라인도 다른 나라와 연결돼 있지 않은 독립계통이다. 자랑할 것 이라고는 발전설비, 정유공장, 천연가스 인프라 정도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는 석유, 석탄, 원자력, 천연가스, 신재생 등으로 구성된 우리의 에너지 믹스를 균형 있게 유지해야 한다. 변화를 꾀하더라도 과속은 금물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탈 원전 정책이 그 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8∼2022년 동안 탈 원전정책은 총 25조8000억원의 전력구입비용을 증가시켰다고 발표했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는 탈 원전정책이 2017∼2022년 동안 총 22조9000억원의 비용을 유발했고 2030년까지 이에 더해 24조5000억원의 비용을 증가시켜 총 47조4000억원의 비용이 추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의 탈 탄소 속도도 너무 빠르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3조에서 전력수급기본계획,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등 정부의 주요 계획을 모두 온실가스 중장기 감축목표인 40% 감축과 연동되도록 했다.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발전설비를 계획해야 한다는 말이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석탄발전소 비중을 대폭 줄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LNG 발전소 부지확보는 지지부진하다. LNG 발전의 비중은 더 큰 문제다. 2036년의 LNG 발전설비는 원전과 석탄발전 용량보다도 큰 64.6GW(27.0%)로 계획하고 발전량은 겨우 62.3TWh(9.3%)로 잡았다. 그 결과 LNG 발전소의 이용률은 11%에 불과하다. 이 정도로는 LNG 발전소의 경제성은 없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목표다. 에너지원 다변화의 균형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는 추구하기 어렵다. 복잡한 말이 아니다. 단순한 팩트다.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자의 눈] 2년 만에 재등장한 ‘10만전자설’

국민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달 25일 이후 4거래일 연속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우면서 7만원대에 안착했다.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자 증권가에서는 목표주가를 상향한 리포트가 쏟아져 나왔고 ‘10만전자’ 기대감이 한껏 고조됐다. 하지만 2년 만에 재등장한 ‘10만전자설’에 개미투자자들은 반기면서도 불안해하는 눈치다. 2년 전 10만전자 전망이 처음 나왔을 때가 떠올라서다. 지난 2021년 1월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9만6800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개인투자자들은 ‘10만전자’를 연호하며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주가가 급등하자 증권가에서도 서둘러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원에서 높게는 12만원까지 제시했고 사실상 10만전자는 시간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주가는 1년여 만에 10만전자는커녕 5만전자로 반 토막 났다. 지난해 9월에는 최고가(9만6800원) 대비 46%가 하락한 5만1800원까지 떨어졌다. 당시 고점에 물린 개미들 사이에서는 "9층에도 사람 있어요"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후 6만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자 ‘삼성전자는 평생 팔지 않고 갖고 가야할 주식’이라는 의미로 ‘삼성전자=반려주식’이라는 웃픈 공식도 생겨났다. 급락장을 호되게 겪었던 개미들은 10만전자설 재등장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엔비디아발 반짝 호재에 그칠 가능성, 기대감 외에 가시화된 실적 부재 등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들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언제 또 하락할까 조마조마한 마음이 더 크다. 개인투자자들이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삼성전자 주가 등락 추이를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는 반면 증권사들은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자 변함없이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나섰다. 목표주가를 기존 8만원에서 9만원으로, 높게는 9만5000원까지 제시한 증권사 보고서도 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상향한 지난달 31일 삼성전자 종가(7만1400원)는 전 거래일 대비 1.24% 하락했다. 증권사 가운데 키움증권 단 한 곳만이 주가 급등이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을 뿐 다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에 따른 주가 우상향을 전망하면서 매수 리포트를 쏟아냈다. 물론 모든 매수 리포트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리포트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증권사들도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매수 전망이 아닌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리포트를 많이 볼 수 있길 바란다.증명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