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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전력투자비 조달, 원가회수율 공개가 핵심이다

전력투자비 조달, 원가회수율 공개가 핵심이다

지난 20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공개된 전력수요 재전망은 충격적이다. 2040년 목표 최대전력은 지난 4월 전망한 131.8~138.2GW에서 158.4~165.0GW로 26.6~26.8GW 늘었다. 연간 전력소비량도 657.6~694.1TWh에서 847.3~885.1TWh로 약 190TWh 증가했다. 불과 몇 달 만에 최대전력 전망이 20%, 전력소비량이 28%가량 상향된 것이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가 전력수요 지형을 바꿨다. 전기를 어떻게 생산할지도 문제이지만, 전기를 필요한 곳..

[EE칼럼] ‘폭염’, 가장 정밀한 대응이 필요한 기후재난

‘폭염’, 가장 정밀한 대응이 필요한 기후재난

이번 여름은 지난 8월 2일 양산의 낮 최고기온이 42.5℃까지 오르며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하는 등 견디기 힘든 폭염으로 모든 국민이 어려움을 겪었다.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2018년보다 더 극심했는지는 여름이 지난 뒤 기상청의 종합 분석이 끝나야 명확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여름이 적어도 역대급에 가까웠다는 점은 분명하다. 8월 하순으로 접어든 지금, 그 뜨거웠던 여름은 벌써 기억 저편으로 멀어지고 있다.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한다는 '거안사위(居安思危)'를 떠올릴 때다. 계절은 어김없이 지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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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여한구 ‘직권면직’, 홍명보가 손흥민 뺀 것 연상시켜

여한구 ‘직권면직’, 홍명보가 손흥민 뺀 것 연상시켜

미국의 통상 압박이 다시 거세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대미 통상협상의 실무 사령탑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15일 0시를 기해 '직권면직'했다. 여 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정통 통상 관료 출신이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같은 자리에 다시 기용됐다는 점에서 실무 역량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특히 지난해 6월부터는 통상·산업·에너지 분야를 아우르는 대미협상 태스크포스 단장까지 겸임하면서 한미 관세협상을 실질적으로 총괄해 왔다. 미국무역대표부를 카운터파트로 하여 농산물을 비롯한 비관세 장벽 협상도..

[이슈&인사이트] ‘나쁜 뉴스’의 역설, 그리고 시장 금리의 현실

‘나쁜 뉴스’의 역설, 그리고 시장 금리의 현실

2주 전 미국 8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는 신규 고용이 14만 2천 명 증가에 그치며 시장 예상치(약16만 명)를 23,000명 하회했다. 실업률도 4.3%에서 4.4%로 상승하면서 고용 시장의 냉각이 뚜렷해졌다. 그러나 월가는 이 '나쁜 뉴스'를 반기는 중이다. 약한 고용이 연준의 추가 긴축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식 시장은 오히려 상승했다. 이른바 '나쁜 뉴스=좋은 뉴스' 공식이 다시 작동한 것이다. 시장의 논리는 고용 둔화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물가 압력을 낮춰 연준이 금리 동결에 더 쉽게 동의할 것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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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스타벅스 너마저…본업 견조한 이마트, 자회사 실적은 과제

타인과 소통하는 일이 많은 기자 직업 특성상 경사 축하용으로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주고 받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5·18 탱크데이' 논란 이후 부정적 꼬리표가 붙은 이후로는 그런 적이 많지 않았다.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정치적 상징화에 이어 공직사회까지 퍼지면서 대놓고 선물하기 어려운 선물로 전락해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그룹의 전사적 쇄신까지 약속했지만 완전한 이미지 회복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눈치다. 운영사인 SCK컴퍼니 입장에선 올해 2분기 '사상 첫 적자'라는 타이틀까지 받게 돼 더 뼈아프다. 마케팅 실책의 여파로 1999년 한국 진출 이후 27년 간 이어온 무결점 기록이 깨진 것이다. 앞서 코로나19·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형 외부 변수까지 버텼던 점을 고려하면 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본업 위주로 개선세를 보이는 모회사인 이마트 입장에선 자회사 리스크 탓에 덩달아 흔들리는 꼴이 됐다. 올해 1분기만 해도 14년 만에 연결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냈던 반면, 2분기에는 4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할인점·트레이더스·이마트 에브리데이 등 이마트의 별도기준만 보면 2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사실상 이마트 본체가 벌어들인 이익을 자회사·관계사가 깎아먹은 셈이다. 수년 째 대형 적자를 내는 중인 신세계건설·SSG닷컴뿐 아니라, SCK컴퍼니마저 18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실적 부담을 키운 것이다. 2분기 어닝 쇼크에 본업 반등에도 주식 시장은 냉담했다. 이마트 2분기 실적 공시가 발표된 지난 13일, 시작가 8만300원였던 주가는 장중 7만5600원까지 5.85% 떨어졌다. 이후로도 하락세가 지속되며 이달 21일 기준 이마트 종가는 7만1900원으로 마감했다. 일부 증권사는 자회사의 실적 불확실성 등으로 향후 이마트 주가에 대한 기대치를 내리는 움직임도 보였다. 하나증권은 이마트 목표주가를 11만원→8만2000원으로 낮췄고, 키움증권도 13만원에서 10만3000원으로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기업은 숫자로 실력을 증명한다'는 말이 있는 만큼 이마트가 시장 평가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향후 실적에 달렸다. 가장 큰 책임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인물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다. 그동안 지속 강조해온 '본업 혁신' 기조 성과가 가시화됐지만 자회사 실적 반등이라는 또 다른 시험대에 섰다. 그가 책임 경영과 함께 인공지능(AI)·부동산 개발 등 신사업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EE칼럼]전력투자비 조달, 원가회수율 공개가 핵심이다

지난 20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공개된 전력수요 재전망은 충격적이다. 2040년 목표 최대전력은 지난 4월 전망한 131.8~138.2GW에서 158.4~165.0GW로 26.6~26.8GW 늘었다. 연간 전력소비량도 657.6~694.1TWh에서 847.3~885.1TWh로 약 190TWh 증가했다. 불과 몇 달 만에 최대전력 전망이 20%, 전력소비량이 28%가량 상향된 것이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가 전력수요 지형을 바꿨다. 전기를 어떻게 생산할지도 문제이지만, 전기를 필요한 곳까지 보낼 전력망은 누가, 무슨 돈으로 건설할 것인가. 한전은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서 2038년까지 72조8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는 이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10GW 이상 전력공급 설비가 반영돼 있다. 하지만 호남권 반도체 산단과 AI 데이터센터가 추가되고 정부가 전력망 건설 시기를 앞당기라고 요구하면서 72조8천억원 보다 크게 높아질 것이 확실시된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연간 투자비가 약 10조원, 이 가운데 송전망 투자가 약 8조원이라고 밝혔다. 지중화 확대, 주민 보상 강화, 자재비 상승까지 고려하면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한전의 영업이익은 4조9천억원이다. 흑자라고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연결 기준 부채는 210조원을 넘었고 차입금은 133조원에 달한다. 상반기 이자비용만 2조1천억원이다. 여기에 정부는 11차 전기본의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목표 78GW를 100GW로 높였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요하지만 발전설비만 세운다고 전기가 저절로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송전망과 변전소, 에너지저장장치(ESS), 계통 안정화 설비가 함께 들어가야 한다. 반도체·데이터센터처럼 대규모 수요처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전력망 비용은 더 커진다. 공짜 점심이 없듯 공짜 전력망 역시 없다. 민간투자를 끌어들인다 한들 비용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한전에 차입을 떠넘기는 방식도 한계에 이르렀다. 전기요금 조정과 재정 분담을 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한전은 과연 유의미한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할 수 있을까. 소비자는 자신이 내는 요금이 원가보다 비싼지 싼지조차 알 수 없다. 정부가 인상률만 결정해 통보하니 요금 조정 때마다 모든 소비자가 “왜 나만 올리느냐"고 반발한다. 지역별 차등요금제 역시 원가 차이를 반영하는 것인지, 지역 지원 정책인지 구분하지 않으면 또 다른 교차보조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전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왔음에도 전기요금은 여전히 경제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의 그늘을 못벗어나고 있다. 전기요금 탈정치화의 핵심은 '용도별 원가회수율 공개'다. 정부는 2012년까지 주택용·일반용·산업용·농사용 등 종별 원가회수율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자료 공개가 중단됐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3년 원가회수율은 평균 95.1%, 산업용 97.9%, 일반용 99.7%, 주택용 89.6%, 농사용은 35.1%였다. 산업용 원가회수율이 높아진 것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총 11회에 걸처 80.6%를 인상한 결과이다. 2022년 이후에도 산업용은 kWh당 80.0원, 주택용은 40.4원 인상됐다. 지금은 '전기요금'이라는 명목으로 누가 누구를 얼마나 보조하고 있는지 추정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깜깜이 상태에서 막대한 전력망 비용 마련을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한다고 하면 산업계와 일반 국민 모두 납득하기 어렵다. 정책적으로 특정 용도의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해야 한다면 그 차액은 투명하게 계산해 정부 예산으로 지원할 때가 왔다. 복지·농업·산업정책 비용을 한전 장부 속에 숨겨 다른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구닥다리 방식은 이참에 일소해야 한다. 원가를 알아야 지원이 필요한 경제 주체와 정책 목적이 분명해지고 그 지원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다. 전기요금 인상 발표보다 앞서 정부가 해결할 일은 용도별 공급원가와 원가회수율을 공개하고 앞으로의 용도별 전기요금 인상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얼마나 더 지을 것인가"를 넘어서 “누가, 어떤 원칙으로 그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에 대해 모두 고민할 때다. bienns@ekn.kr

[데스크 칼럼] ‘사다리’ 치우는 ‘비거주 1주택 규제’ 철폐해야

정부가 8‧13 대책을 통해 주택 공급 속도전과 함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규제에 나섰다. 이재명 정부가 다주택자는 물론이고, 1주택자에 대해서까지 규제에 나선 것은 임기 시작 직후인 지난해 6월부터 현재까지 14개월 동안 부동산 정책을 연이어 발표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현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크게 강화했지만 이미 문재인 정부 때부터 시행된 다주택자 규제 정책으로 인해 대부분의 다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만 남기고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면서 실질적으로 다주택자 숫자는 크게 줄었다. 실제로 2025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집값 상승은 서울 강남3구와 마포‧용산‧성동으로 대표는 마용성 한강벨트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똘똘한 한 채'가 주도했다. 그리고 상당수의 똘똘한 한 채 아파트는 1주택자의 매물이었다. 이에 정부는 결국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서도 대출 제한과 세금 강화라는 이중 규제를 새롭게 발표했다. 다만 직장 이전이나 자녀의 학교 문제, 노부모 봉양 등 불가피하게 비거주를 할 수 밖에 없는 1주택자에 대해서는 규제에 예외를 뒀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직접 겨냥하고 있는 비거주 1주택자는 해당 주택에 아예 거주 이력이 없는 집주인이다. 단 하루라도 보유 주택에 거주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집'이 '순수한' 투기의 대상이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인 것이다. 그러나 당국의 생각과 달리 거주 이력이 아예 없더라도 대다수 비거주 1주택자는 '투기꾼'이 될 수 없다. 신혼부부 등 사회초년생은 자산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전세를 놓고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금을 바탕으로 돈을 더 모아 자신이 매매한 집에 실제로 입주하는 방식으로 첫 집을 마련한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는 워낙 가격이 비싼만큼, 세를 놓지 않고 자신이 구매한 집에 곧바로 입주하는 신혼부부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신혼부부들은 본인들이 가진 자산은 적어도 이런 방법으로 우선 아파트 등기를 치고, 그 아파트에 진짜로 입주할 날을 꿈꾸며 열심히 일해 가계를 불려왔다. 그런데 이번 대책으로 위와 같은 인생 계획을 설계한 상당수 가정이 규제 철퇴를 맞았다. 물론 정부가 우려하는대로 투기성 비거주 1주택자도 당연히 존재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극히 소수인 이들을 잡자고, '첫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까지 세금과 대출로 옭아매는 것은 건전한 주거 상승 사다리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정부의 이번 비거주 1주택자 규제는 전형적인 '소탐대실'에 해당하는 정책이다. 이런 실책성 정책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더 좋은 집에 살기 위해 노력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분노만을 불러올 뿐이다. 투기꾼 비거주 1주택자와 주거 사다리 상승을 꿈꾸는 비거주 1주택자를 구분하는 일도 쉽지 않다. 나이로 구분을 할 것인지, 결혼한 햇수로 구분할 것인지, 주택의 가격으로 구분을 할 것인지, 보유 자산으로 구분할 것인지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만약 여기에 구분을 둔다면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대다수 선량한 비거주 1주택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비거주 1주택자 규제를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기자의 눈] 국회의원 나으리들은 무슨 법이 만들어지는지 아십니까?

'1923' 2025년 6월 4일,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 지난 달 30일까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법안의 갯수다. 87일이니 3개월도 안 됐는데 국회의원 300명이 인당 평균 6.41개씩 법안을 제출한 셈이다. 각 상임위원회별로 무슨 법안을 냈는지 살펴봤더니 황당한 경우도 왕왕 보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최근 '풋살장 규제법안'을 내놨다. 내용을 살펴보면 규제를 받는 등록 또는 신고 체육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풋살장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이용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고, 소음과 조명 탓에 인근 주민들이 생활에 불편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거 지역에서 이격시켜야 한다는 것인데, 이런 식이면 어느 누가 도심에 풋살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며 공 한 번 차자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어느 누가 가겠는가. 규제 대상에 편입시켜면 이용자들이 풋살 중 단 한 명도 다치지 않을 수 있는지 의문이고, 소음과 조명이 문제면 그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면 될 일인데 접근법과 발상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같은 당 노종면 의원실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과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냈다. 현행법이 안전 인증 기관의 지정 요건에 대해 구체적인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신뢰성과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영리 법인을 배제하고, 비영리 법인만이 이에 해당할 수 있게 한다는 게 법안의 요지다. 이 경우 비영리 법인 자체가 이익 집단이 될 것이고 돈벌이 수단을 갖게 될 것이 명약관화한데, 사실상 시민 단체들의 이권 사업에 진입을 가능케 하려는 속셈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보좌관과 비서관, 비서들이 야근을 밥 먹듯 해가며 법안을 만들었을텐데 정작 이를 자신의 이름으로 내는 의원들은 속속들이 읽어보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기는 할까. 공청회나 토론회와 같은 현장에 나가보면 이미 효력을 갖고 시행 중인 법률 하나에 우는 사람들이 많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처럼 한 번 만들어진 법은 개정하기도 어렵고 폐지하는 건 더욱 그러하다. 국회의원들은 개개인이 모두가 입법 기관인 만큼 법을 만드는 데에 있어 좌고우면 말고 신중을 기해주길 바란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E칼럼] ‘폭염’, 가장 정밀한 대응이 필요한 기후재난

이번 여름은 지난 8월 2일 양산의 낮 최고기온이 42.5℃까지 오르며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하는 등 견디기 힘든 폭염으로 모든 국민이 어려움을 겪었다.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2018년보다 더 극심했는지는 여름이 지난 뒤 기상청의 종합 분석이 끝나야 명확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여름이 적어도 역대급에 가까웠다는 점은 분명하다. 8월 하순으로 접어든 지금, 그 뜨거웠던 여름은 벌써 기억 저편으로 멀어지고 있다.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한다는 '거안사위(居安思危)'를 떠올릴 때다. 계절은 어김없이 지나가고 다음 계절은 다시 돌아온다. 폭염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인 지금이 기후위기 시대 우리를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는 폭염을 다시 살펴볼 때다. 필자의 견해로 기후위기 시대에 특히 주목해야 할 변화는 폭염, 집중호우, 장마 양상, 계절 길이의 변화, 30년 기후평년값의 한계 등 다섯 가지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산불의 대형화다. 집중호우의 강도와 빈도 증가도 매우 위험하지만, 기후변화로 위험성이 가장 빠르고 광범위하게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폭염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폭염이 위험한 첫 번째 이유는 인명 피해가 예상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2018년 온열질환자는 4,526명, 추정 사망자는 48명이었다. 2024년에는 3,704명과 34명, 2025년에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환자 4,460명과 사망자 29명이 발생했다. 올해도 8월 17일 기준 잠정적으로 환자 3,577명, 추정 사망자 31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간인 2016∼2025년 태풍과 호우를 합한 연평균 사망자 수가 약 17명임을 고려하면 폭염의 인명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할 수 있다. 폭염은 태풍이나 집중호우처럼 눈에 띄는 파괴 장면을 남기지 않지만, 우리의 생명을 조용히 앗아가는 무서운 암살자다. 두 번째 이유는 폭염이 취약계층에 특히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모든 위험기상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지만, 폭염은 계층에 따른 위험의 격차가 가장 크고 복잡해 정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고령층 가운데서도 폭염 속에 농사일을 계속하는 농촌 어르신이 가장 위험하다. 쪽방촌 어르신에게는 선풍기만으로 열기를 견디기 어려운 날이 많다. 배달노동자인 라이더는 상대적으로 젊어 피해가 덜 드러나지만, 가장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장시간 일하는 잠재적 최고 위험군이다. 폭염은 '국민 모두에게 같은 행동 요령'을 알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계층·장소·직업별로 대응을 정밀하게 설계해야 하는 재난이다. 폭염은 에너지 안보에도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태양광은 햇빛이 강할수록 유리할 듯하지만, 패널 온도가 지나치게 오르면 발전효율이 떨어진다. 태양광과 풍력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원자력의 안정적 역할을 중시하더라도 폭염은 원전에 새로운 부담이 된다. 지난 7∼8월 유럽에서 나타났듯 강을 냉각수로 사용하는 원전은 폭염과 가뭄으로 유량이 줄면 냉각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해수를 사용하는 원전도 해수온 상승에 맞춰 설계기준과 운전 여유를 재점검해야 한다. 고수온에 따른 해파리 유입과 취수구 장애까지 고려하면 기후위기는 원전 건설과 운영의 전제 자체를 바꾸고 있다. 올해 기존 폭염특보보다 높은 단계인 '폭염중대경보'를 신설한 것은 진전이다. 그러나 5월 15일 서울 동대문구 어르신 사망 사례를 비롯해 온열질환 사망은 주의보나 경보 단계에서도 발생한다. 최상위 중대경보에만 관심과 대응이 집중돼 기존 특보 단계의 대응이 느슨해지는 역설을 경계해야 한다. 폭염의 위험은 특보가 최고 단계에 도달한 뒤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첫 더위가 찾아오는 순간부터 발생하고 누적된다. 대책은 더욱 세밀해야 한다. 먼저 농촌 어르신 등 보호 우선순위에 따라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폭염특보가 내려지면 도시의 가족이 농촌 부모에게 농사일을 멈추시라고 전화하고, 현지에서는 실제 작업 중단 여부를 확인하는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쪽방촌에는 선풍기 보급을 넘어 실내온도를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는 간편 냉방·냉각장치와 전기요금 지원을 결합해야 한다. 나아가 쪽방촌과 같은 취약 환경에 맞는 저전력 냉방기술을 국내 산업으로 육성해 세계의 폭염 취약지역에 보급하는 산업적 발상도 필요하다. 열대야도 중요하지만, 위험은 밤에 갑자기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낮 동안 축적된 열과 탈수가 밤까지 이어지고, 밤사이 회복하지 못한 피로가 다음 날의 위험을 다시 키우는 악순환이 핵심이다. 따라서 열대야 자체를 위험의 출발점으로 간주하기보다는 낮과 밤의 누적 열부하를 함께 반영하도록 위험 정보의 효용성과 전달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 폭염은 앞으로 더욱 잦고 강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필요한 것은 일률적인 경보가 아니라 폭염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해 사람과 장소를 세밀하게 읽는 정밀한 대응이다. 더위가 한 걸음 물러간 지금이 다음 폭염을 준비할 가장 시원한 때다.

[기자의 눈] 카드업계, 언제까지 자영업자 고충 ‘독박’ 써야하나

금융당국이 또다시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내렸다. 신용카드가맹점 323만5000곳 중 309만4000곳(95.7%)에 달하는 사업장이 연매출 구간별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방식이다. 하위 70%, 90%를 넘어 96%라는 수치가 나온 것이다. 이번에도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포용금융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SNS를 통해 “소상공인분들에게 카드수수료는 매출이 발생할 때마다 함께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라며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포용금융 정책을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분들의 힘이 되겠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또다시 울상이다. 우선 본업에 해당하는 사업부문의 수익성이 저하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최근 실적을 끌어올린 기업들을 보면 장기카드대출(카드론)·연회비 수익 확대 또는 대손충당금 감소가 주를 이룬다. 가맹수수료 수익 확대가 IR 자료에서 언급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금융당국의 주장이 현실과 맞는지도 의문이다. 연매출 3억원 이하인 영세가맹점은 카드수수료 부담이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에 따르면 이들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0.4~1.45%, 체크카드는 0.15~1.15%다. 개인사업자가 신용카드 또는 현금영수증으로 매출을 올리면 국세청이 결제액의 1.3%를 감면하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이익이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수수료율을 내리는 실익이 없다는 의미다. 가맹수수료가 내려가는 동안 △최저임금 △임대료 △전기/가스요금 등 경영난을 심화시키는 요인들은 커졌다. 내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700원으로 올해 대비 3.7% 오른다. 여기에 주휴수당을 더하면 1만2840원이다. 소상공인과 정치권에서 주휴수당 폐지론이 불거진 까닭이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가 입은 피해 일부는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됐다. 2024년과 지난해 단종된 신용카드는 1120종으로 집계됐다. 특히 생활비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일명 '알짜카드'가 많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돌고 있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또 어떤 알짜카드가 단종될지 전전긍긍하며 카드 사용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사실상 카드사가 뒤집어쓰는 일을 멈춰야 한다. 나아가 포용금융이라는 포장지로 누군가의 희생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산다는 상생 본연의 의미가 되살아나길 기대한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이슈&인사이트] 여한구 ‘직권면직’, 홍명보가 손흥민 뺀 것 연상시켜

미국의 통상 압박이 다시 거세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대미 통상협상의 실무 사령탑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15일 0시를 기해 '직권면직'했다. 여 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정통 통상 관료 출신이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같은 자리에 다시 기용됐다는 점에서 실무 역량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특히 지난해 6월부터는 통상·산업·에너지 분야를 아우르는 대미협상 태스크포스 단장까지 겸임하면서 한미 관세협상을 실질적으로 총괄해 왔다. 미국무역대표부를 카운터파트로 하여 농산물을 비롯한 비관세 장벽 협상도 총괄했으며, 글로벌 통상 규범 대응과 공급망 안보 역시 그의 업무였다. 이재명 정부의 통상 분야에서 대체 불가한 핵심 인사이자, 심지어 산업부의 천재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왜 갑자기 여 본부장을 경질했는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다. 홍명보 감독과 비슷하다. 홍 감독은 북중미 월드컵 남아공전에서 월드스타이자 우리나라 팀의 핵심인 손흥민 선수를 선발에서 제외하여 결과적으로 패배를 자초했고 32강 진출에 실패하였는데, 손 선수를 뺀 이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대한민국 통상외교의 최전방 공격수인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같은 중요한 인사를 '직권면직'하였다면 설명이 있어야 하나, 이 대통령은 '입꾹닫'하고 있다. 급하게 '직권면직'했다면 분명히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여한구 본부장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였고, 또 청와대는 14일 관계부처 관계자들을 소집해 별도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의 안건은 대미투자 이행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미국 측 압박에 어떻게 대응할지였다고 한다. 대응 회의가 열린 바로 그 날 갑작스러운 면직 통보가 이루어졌으며, 15일 0시 면직이라는 형식이 눈에 띈다. 고위 공직자는 실질적인 해임의 경우에도 '사의 수용'의 형식을 취하는 게 일반적이다. '직권면직' 자체가 이례적이다. 13일 이후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었거나 임면권자의 신뢰를 훼손할 정도의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측 압박에 대한 대응 방침을 두고 대통령이나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을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다. 문제는 여한구 본부장 '직권면직' 미스터리가 한미 통상전쟁의 한복판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한미 통상 현안이 산적해 있는 시점이라 더욱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은 이미 지난 7월 무역법 301조를 이용해 강제노동 상품 수입 금지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한국을 12.5% 관세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고, 한국을 포함한 16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구조적 과잉생산 문제에 관한 별도의 301조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추가적인 무역조치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며, 여기에 대미 투자 문제까지 다시 불거졌다. 미국 상무부가 한국 정부에 한미 합의에 따른 200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대미 투자 사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현재 15% 수준인 관세를 다시 높일 수 있다는 취지의 압박을 가했다고 보도되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미국 측과 직접 협상해온 통상교섭본부장이 설명도 없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야당에서는 “국가의 통상 사령탑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린 '묻지마 경질'이자 전례 없는 인사 참사"라고 강력 비판하고 있다. 레버리지 ETF 도입을 주도하는 등 경질 사유가 쌓인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계속 자리에 놔두고 애먼 통상교섭본부장을 잘랐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유를 밝히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으나, 청와대는 “인사 사안이라 확인이 어렵다" 하고, 산업부는 “임면권자의 권한과 정무적 판단" 이라고 하면서 회피하고 있다. 감독에게 선수교체 권한이 있는 것이 맞는 것처럼 대통령에게 인사권이 있는 것도 맞다. 그러나 권한이 있다고 마구 잘라도 되는 것은 아니고 설명해야 할 의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계속 '입꾹닫'하면 이 대통령은 홍명보와 다를 게 없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bienns@ekn.kr

[EE칼럼] 미래 세대에게 무거운 부담으로 돌아갈 태양광・풍력 설비

수명을 다한 태양광・풍력 설비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기후부에 따르면 작년 태양광 패페널 발생량은 2547톤으로 산업통상자원부가 2023년에 예상했던 발생량 1223톤의 2배가 넘었다. 자연재해로 인한 파손과 조기 교체 등의 변수가 겹치면서 생기는 일이라고 한다. 2040년에는 폐패널의 양이 6만 넘어설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풍력 설비의 노후화도 걱정이다. 올해 풍력 설비 80기의 퇴출을 시작으로 2045년까지 총 800기가 넘는 풍력 설비가 수명을 마치게 된다. 정부는 느긋하다. 특히 태양광 패널은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개정된 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에 따라 2023년부터는 폐패널의 80% 이상을 재활용해야 하는 생산자책임활용제도(EPR)를 시행하고 있다. 재활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제조사・수입사는 킬로램당 727원의 부과금을 내야 한다. 정부가 법만 준비한 것도 아니다. 2021년에는 충북 진천에 188억 원을 투자해서 연간 최대 3600톤을 처리하는 재활용센터의 문을 열었다. 환경 당국에 따르면 전국 재활용업체의 연간 처리 능력이 2만3000톤에 이른다. 태양광 패널의 재활용 기술에 대한 기대도 장밋빛이다. 정부는 태양광 패널의 85% 이상이 재활용 가능하다고 밝힌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2016년 보고서를 강조한다. 우리 재활용 업계도 폐패널에 들어있는 유리, 알루미늄, 구리는 99% 이상 회수할 수 있고, 은(銀)도 95% 이상 회수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다. 특히 패널 무게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유리는 비교적 쉽게 분리해서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현실은 딴판이다. 정작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재활용보다 부과금 납부에 더 관심이 있다. 20년 전에 패널을 공급해 주었던 제조사・수입사를 찾아내서 생산자책임을 요구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폐패널의 해체・운송・처리에 필요한 비용은 함부로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길을 잃어버린 발전사업자는 폐패널을 발전소 한쪽에 쌓아둘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재활용센터도 울상이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서 마련한 설비의 가동률이 1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뜻이다. 국내 재활용센터가 경제성이 보장된 기술을 확보한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재활용이 부품을 물리적으로 분해하는 저부가가치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무늬만의 재활용센터를 잔뜩 만들어놓은 셈이다. 재활용에 대한 화려한 언론 보도도 무작정 믿을 것은 아니다. 태양광 패널 무게의 20%를 차지하는 알루미늄 프레임을 뺀 패널의 나머지는 사실상 값싼 소재인 유리가 전부다. 쉽게 재활용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유리병이나 판유리와 달리 태양광 패널의 유리에는 실제 전기를 생산하는 검은색의 광전지(실리콘 웨이퍼)와 백시트가 초강력 접착제로 붙여져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 해체는 불가능하고, 화학적으로 녹여내는 수밖에 없다. 상당한 오염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언론에서 강조하는 구리・은과 같은 소위 '유가(有價)금속'은 패널 전체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99% 회수율에 신경을 쓸 일이 아닌 셈이다. 생산 단계에서 가장 비싼 비용을 치른 실리콘 웨이퍼는 사실상 재활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퇴역한 풍력 설비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철제 타워와 발전 설비를 재활용하는 것이 고작이다.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제작한 거대한 블레이드는 재활용은커녕 절단・운송・폐기조차 쉽지 않다. 강화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기술은 초보 단계에도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더욱이 풍력 설비의 해체・폐기를 관리하는 법과 제도도 전무(全無)한 상황이다. 자연에서 공짜로 무한정 쏟아지는 햇빛과 바람이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 햇빛과 바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그러나 햇빛과 바람이 공짜라고 해서 태양광・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도 공짜이고, 친환경인 것은 아니다. 이제는 태양광 패널과 풍력 블레이드의 제작은 물론 폐기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고, 환경 오염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수명을 다한 태양광 패널과 풍력 블레이드는 수백 년이 지나도 자연에서 절대 썪거나 분해되지 않는다. 공짜・친환경의 환상에 빠져서 우후죽순으로 세워놓은 태양광・풍력이 우리 자손에게는 무거운 부담으로 남겨진다. 무엇이나 차면 넘치는 법이고,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다. bienns@ekn.kr

[기자의 눈] 정부의 정책 철학, 딜레마 빠질 때마다 피해는 국민의 몫

정부가 지난 13일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꺼냈다. 주택 공급과 실수요 위주로 나타난 대출 절벽현상을 완화하고, 투기성 자금은 더 조이는 방식으로 규제를 재설계한 게 골자다. 그러나 시장 불안감은 완전히 잠재워지지 않았다. 정부의 대출총량 두 배 확대와 대출 여력의 집단대출 우선 공급 약속에도 은행권은 구체적인 총량 배분 기준이 확정되지 않아 관망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당장 내달 입주인 3000세대 대단지 디에이치방배만해도 5개 은행에 배정된 총한도 5000억원 가량이 여전히 부족한 액수란 관측이다. 잔금대출 선착순 대란 뿐만이 아니다. 2금융권을 기웃거리는 고소득자의 여건이나 주담대 오픈런 현상이 완전히 잦아들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대출을 풀었다지만 차주는 그래도 빌리지 못하고, 은행은 어디에 얼마나 빌려줄지 몰라 주저하는 모양새다. 정부의 정책 철학과 금융 정책의 특성이 부딪히며 당국이 딜레마에 빠질 때마다 국민들은 각종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특히 시장 피해와 반발이 거세지면 그때마다 완화된 정책을 내놓는 '땜질식 행정'이란 비판은 현 정부의 금융정책 내내 따라붙은 꼬리표다. 지난해 6·27 이후 9·7, 10·15 대책때도 강력한 대출 규제 먼저 도입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자 예외를 만드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정책 신뢰도가 매번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들어선 기조마저 번복되고 있다. 이번 대책에선 주택공급을 위한 금융을 확대하면서 '부동산과 금융을 절연한다'던 기조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이 여전히 옳다면 다시금 금융과 연결하는 선택은 이전 흐름과 배치될 수 있다. 반대로 이번 대책이 보다 나은 방향이라면 이전까지의 정책은 다소 과했다는 것의 방증이 된다.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예외 기준에 '거주 이력이 하루'인 점 또한 투기를 잡아야 한다며 만든 잣대가 너무 강한 나머지 수많은 사례의 주거 형태를 '하루'라는 기준으로 나누게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커다란 변화를 위해 과감한 결단과 강경한 대응은 응당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일관되고 강력한 추진 뒤에 서민 자금을 끊는다는 비판이나 '난수표 규제'란 별칭이 더이상 이어져선 안된다. 부동산을 좌우하는 금융정책인 만큼 섬세한 계획과 유연한 속도감은 반드시 가져야할 요소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김병헌의 체인지] 김민석의 시간…국민은 성과를 본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당선 일성으로 내놓은 말은 '통합'과 '일하는 민주당'이었다. 지금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말이다. 그래서 첫 임무는 분명하다. 당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국민은 민주당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이른바 '명청 갈등'을 둘러싸고 노정됐던 균열부터 정리해야 한다. 승리한 쪽이 자리를 독점하고 다른 목소리를 밀어내는 것은 통합이 아니다. 주요 당직과 정책 결정에 계파가 아니라 능력과 성과를 기준으로 사람을 써야 한다. 하나의 당은 구호가 아니라 인사와 행동으로 만들어진다. 대통령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거리를 두거나 무조건 맞추는 것이 아닌 집권여당 대표다운 관계를 만드는 일이다. 정부가 옳은 방향으로 갈 때는 강하게 밀어주고 민심과 어긋날 때는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직언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실 역시 여당을 정책 전달 창구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대통령실과 정부, 민주당이 충분히 토론하되 결정된 정책에서는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개헌 논쟁도 있겠지만 지금은 헌법보다 민생의 시간이 먼저이다. 김민석 지도부가 당장 책상 위에 올려야 할 것도 반도체와 AI, 부동산 안정,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와 민생 회복​이다. 특히 반도체는 시간이 곧 경쟁력이다. 서남권 반도체 산업 육성이든 기존 클러스터의 경쟁력 강화든 지역 배분의 정치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투자할 전력과 용수, 부지와 교통망을 확보하고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지방정부가 인허가를 풀며 국회가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해야 한다. AI도 마찬가지다. 'AI 강국'이라는 구호만으로 기업과 일자리는 생기지 않는다.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GPU와 컴퓨팅 인프라, 연구인력과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여기에 지역 대학과 산업단지, 연구기관까지 연결한다면 침체된 지역경제를 다시 뛰게 할 성장축이 된다고 믿는다. 여기서 집권 여당의 역할은 정책의 속도를 높이는 일이다. 부처마다 말이 다르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책임을 떠넘기며 규제 하나를 푸는 데 몇 년씩 걸린다면 세계의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김민석 지도부가 정부에 요구해야 할 것은 실행 일정표다. 핵심 사업마다 책임자를 정하고 3개월, 6개월, 1년 단위의 결과로 평가받게 해야 한다. 미국 반도체 산업정책의 예를 봐도 중앙정부 지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연방정부와 주·지방정부, 기업과 대학이 인프라와 인력 양성을 함께 추진할 때 투자가 공장과 일자리로 연결된다. 우리 정치권도 '어느 지역에 무엇을 주느냐'보다 누가 더 빨리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내느냐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부동산은 더욱 절박하다. 집값은 국민의 삶이다. 필요한 곳에는 공급을 늘리고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는 지키되 투기적 수요에는 일관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청년과 신혼부부가 감당할 수 있는 주택을 늘리고 재건축·재개발과 공공주택 역시 이념보다 실제 공급 효과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지역경제도 대형 개발계획 몇 개로 살아나지 않는다. 지방에 기업이 가려면 사람이 함께 내려가 살 수 있어야 한다. 일자리뿐 아니라 주택과 학교, 병원, 교통과 문화시설이 갖춰져야 젊은 인재가 머문다. 서남권 반도체 구상 역시 산업·주거·교육·교통을 묶는 종합적인 지역발전 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이 역시 여당이 선도적으로 정부를 이끌고 힘을 모아야 속도가 붙는다. 야당과의 협치도 빼놓을 수 없다. 반도체·AI·전력망·지역균형발전은 한 정권의 임기만 보고 추진할 사업이 아니다. 김 대표가 먼저 야당 대표를 만나고, 야당의 합리적인 제안이라면 정부 정책에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협치는 약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정책을 오래 가게 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이제 민주당은 남 탓할 여유가 없다. 대통령도 민주당이고 국회 다수당도 민주당이며 새 지도부까지 출범했다.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전당대회 승자의 환호가 아니다.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되고 집 걱정이 줄며, 지역에 기업이 들어오고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가 생기는 변화다. 이제 실행의 시간이다. 김민석 체제와 이재명 정부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결국 민생의 성과로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