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시장 ‘춘추전국시대’…재계 합종연횡 활발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재계 주요 기업들이 전기차 충전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시장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점유율이 높은 강소기업을 대기업이 사들이는가 하면 필요에 따라 ‘동맹’을 맺는 사례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27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 GS와 함께 국내 충전소 사업자를 인수하며 해당 시장에 진출한다고 전날 밝혔다. LG전자가 GS에너지, GS네오텍과 공동으로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 ‘애플망고’ 지분을 100% 인수한 것이다. 지분은 LG전자가 60%, GS에너지가 34%, GS네오텍이 6%를 갖는다.2019년 설립된 애플망고는 완속부터 급속까지 가정·상업용 공간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충전기의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충전기 디자인과 설치 편의성을 크게 높여주는 슬림형 급속 충전기 설계에 필요한 독자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등 경쟁력을 인정받는다고 알려졌다.LG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충전기 개발 역량을 내재화한다는 방침이다. 연내 경기도 평택시 LG디지털파크에 전기차 충전기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가정, 쇼핑몰, 호텔, 공공기관 등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공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LG전자는 애플망고 인수를 기점으로 전기차 충전 솔루션 사업에 진출해 이를 미래 먹거리로 본격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지난달에는 한화그룹이 전기차 충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화솔루션의 큐셀부분(한화큐셀)이 ‘한화모티브’라는 새 브랜드를 선보인 것이다. 한화모티브(Hanwha Motiev)는 원동력이라는 뜻의 영어단어 ‘Motive’에 전기차를 뜻하는 ‘EV’를 합쳐 만든 것이다. 기존 재생에너지 사업을 원동력으로 전기차 충전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한화모티브는 한화 계열사 건물 주차장과 상업용 빌딩 주차장을 시작으로 전기차 충전사업 고객을 다각도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인프라의 시공부터 초기 컨설팅, 투자, 사업 운영, 유지보수를 아우르는 토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한화 측 목표다.LS그룹의 경우 지난 4월 법인을 새롭게 세우며 충전 사업에 진출했다. 지주회사인 ㈜LS가 E1과 공동으로 엘에스이링크(LS E-Link)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LS 이링크는 LS의 국내 1위 전력 솔루션과 E1의 가스 충전소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LS는 LS전선·LS일렉트릭 등 전기·전력 분야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LS전선은 국내 최초 800V 고전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기차용 권선을 양산 중이다. LS일렉트릭은 배전 분야에서 안정적인 스마트 전력 설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E1은 국내 350여개 충전소를 갖춰 운영 관련 노하우가 있다.일찍부터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온 현대자동차그룹은 다양한 형태로 동맹군을 모으며 힘을 키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롯데그룹, KB자산운용 등과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들 3사는 SPC를 통해 전기차 초고속 충전기(최대 200kW급)를 충전 사업자 등에 임대하는 인프라 사업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은 한국전력을 제외하면 대영채비, 중앙제어, 시그넷이브이, 파라인, 모든텍 등 중소업체들의 존재감이 크다. 다만 롯데그룹이 올해 초 중앙제어를 인수했고, 다른 회사들도 주요 대기업의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어 향후 시장 판도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업계에서는 글로벌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은 내년 550억달러(약 70조원)에서 오는 2030년 3250억달러(약 410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역시 전기차 보급이 늘며 충전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yes@ekn.kr전기차 충전구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