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50년 무사고 하늘길 누비고 ‘기억의 자리’로…국립항공박물관 ‘대통령 전용기’ 야간 개장 가보니

한여름 밤, 붉은 노을이 내려앉은 김포국제공항 인근 항공기 엔진 형상의 국립항공박물관을 배경으로 웅장한 비행기 한 대가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1974년 우리나라가 대통령 전용기로 도입한 첫 번째 항공기이자 50여 년간 대한민국 공군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운용된 'HS-748(기체 번호 1713)'이다. 국립항공박물관은 8월 11일 개막하는 특별전 '마지막 비행, 새로운 시작 - 대통령 전용기 HS-748'을 앞두고 지난 12일 저녁, 개관 6년 차 이래 처음으로 특별 야간 개장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야간 행사에는 175팀이 지원해 단 20팀(56명)만이 선정될 정도로 관람객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기자는 이 특별 여정에 동행해 대한민국 영공을 누빈 HS-748의 발자취와 영웅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이날 야외에서는 국토교통부 항공교통관제사 출신인 이광호 국립항공박물관 학예관이 김포공항과 활주로에 얽힌 흥미로운 역사 해설을 진행하며 행사의 깊이를 더했다. 이 학예관은 “이곳 김포공항 부지는 1950년대 6·25 전쟁 때부터 미군이 군용 비행장으로 사용하던 곳으로, 주변에 황토색 지붕으로 된 공군 군사 우체국(APO) 건물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김포공항에는 2개의 활주로가 있는데, 박물관과 가까운 구 활주로는 길이 3600m에 폭 45m인 반면 건너편 신 활주로는 길이 3200m, 폭 60m로 짧고 더 넓다"며 “항공기가 발달하면서 이착륙 거리는 짧아지는데 비행기 동체는 점차 넓어지는 경향이 있어 이를 수용하기 위해 새로 만들어지는 활주로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전문적인 관제 지식을 곁들였다. ◇ 국가의 품격을 더한 '공군 1호기'와 무사고의 심장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자 “모든 임무를 마치고 기억의 자리로 오다"라는 문구가 이번 전시의 의미를 묵직하게 전달했다. 우리나라 첫 대통령 전용기는 1950년대 미군으로부터 인수한 C-47이었으나 1970년대 귀빈 공수 임무 전담 비행대대가 창설되며 국가의 품격을 더할 수 있는 전용기가 필요해졌다. 이에 1974년 영국 왕실 전용기로도 사용되며 성능과 안정성을 인정받은 호커 시들리(Hawker Siddeley)의 HS-748이 도입됐다. 본격적인 전시에 앞서 최은정 국립항공박물관 학예사는 “초창기 모델인 C-47은 앞쪽 하단에 무궁화 그림이 있어 '무궁화호'라는 애칭으로도 불렸다"며 “현재 우리나라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는 과거처럼 직접 구입하지 않고 대한항공의 기재를 임차해 운용하고 반납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역사적 배경을 짚었다. 전시장 제원표와 야외 안내판에 표기된 HS-748의 제원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영국의 항공기 제작사 '호커 시들리'가 생산한 쌍발 프로펠러 여객기인 HS-748은 길이 20.42m(67ft), 날개 길이(폭) 30.02m(안내판 기준 30.2m, 98ft 6in), 높이 7.57m(24ft 10in)이며 기본 무게(Basic Empty Weight)는 1만2882kg이다. 롤스로이스 다트 엔진 2기를 탑재해 417km/h(225kt)의 순항 속도를 낸다. 원래 52인승으로 설계됐으나 대통령 전용기로 도입되면서 26명만 탑승할 수 있도록 개조됐다. 1974년 도입부터 1985년까지 중·단거리 대통령 전용기로 운용됐고 이후 공군 수송 임무를 수행하다 2024년 12월 31일부로 공식 퇴역했다. 전시를 안내한 최 학예사는 “HS-748은 1985년까지 11년간 대통령 전용기로서 'KOREA AIR FORCE 001' 콜사인으로 불리며 임무를 수행했고, 이후 2024년 공식 퇴역할 때까지 공군에서 정부 수송기로 활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비행기의 심장인 '롤스로이스 다트(Rolls-Royce Dart) 터보 프롭 엔진' 실물이었다. 프로펠러 길이가 4m가 넘는 이 엔진은 짧은 활주로에서도 안정적인 이착륙을 가능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최 학예사는 “조종사와 정비사 모두 입을 모아 엔진의 훌륭함을 칭찬했다. 날개가 길어 만에 하나 엔진에 문제가 생겨도 글라이딩 착륙이 가능할 만큼 튼튼하고 뛰어난 기체였다"고 부연했다. ◇ “정비사의 자랑과 완벽한 임무"…보이지 않는 영웅들의 헌신 전시는 '비행기와 사람들'이라는 주제를 통해 50년 무사고 비행을 이끈 조종사외 정비사, 객실 승무원의 헌신을 깊이 있게 조명했다. 최 학예사는 비행기 정비 방식의 원리를 설명하며 “비행기는 튼튼하면서도 하늘에 무사히 떠야 하기 때문에 견고하고 가벼운 조립이 필요하다. 따라서 무거운 용접이나 접착제 대신 '리벳(rivet)'을 이용해 촘촘히 기체를 조립하는 원리로 정비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50년 무사고 비행, 정비사의 자랑' 코너에는 우리나라 공군에 도입된 유일한 영국제 항공기였기에 기체 관련 설명서부터 시작해 정비 교본이 모두 영국식 영어로 작성돼 있어 선배들의 노트로 밤낮없이 공부해야 했던 정비사들의 고충과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또한 '안전한 비행, 완벽한 임무'를 위해 갤리에 구비된 핫팟과 오븐으로 정성껏 다과를 준비했던 승무원들의 일화도 돋보였다. 이들은 최종 선발 이후 기내 안전 교육은 물론 비즈니스클래스 객실 서비스 교육까지 철저히 받은 뒤 임무에 투입됐다. 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복장과 기내 물품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최 학예사는 조종 예복을 소개하며 “현재 1호기 기체는 민항사 기체를 빌려 쓰기에 대한항공의 정복을 입지만, 그 외 고정익이나 헬기 임무를 수행하는 공군 조종사들은 전시된 남색 조종 예복(특수복)과 유사한 옷을 입고 비행에 나선다"고 전했다. 또한 베이지색 승무원복에 대해 “1960년대 초기에는 여자 승무원만 있었고 치마나 원피스를 주로 입었으나, 2010년대부터 남녀 승무원이 모두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전시된 의상은 헬기 임무나 추운 날씨에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여자 승무원에게 새로 도입된 바지 정장"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봉황기가 새겨진 기내 서비스 식기를 가리키며 “이런 기내 식기에 밥을 먹으면 한 그릇이 얼마나 예뻤을까 상상하게 된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조종사 코너에서는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당시 수송 임무를 맡았던 조종사가 훗날 교황청으로부터 전달받은 흑백 사진이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보안상 군 공항에서 사진 한 장 남기기 어려웠던 시절, 철책을 함께한 자신의 '애기(愛機, 아끼고 사랑하는 비행기)'와의 잊지 못할 순간을 간직한 귀중한 사료였다. ◇ “대통령이 이렇게 좁은 곳에?"…찜통 더위 날린 관람객들의 환호 이날 행사의 백미는 야외 전시장에 위치한 HS-748 실물 기체 내부 관람이었다. 보존과 방역상의 이유로 평소 굳게 닫혀 있던 기체의 문이 한시적으로 열리자 관람객들은 신발에 덧신을 씌우고 조심스레 트랩(계단)을 올랐다. 본래 52인승으로 설계된 내부는 26인승 맞춤형 공간으로 개조돼 있었다. 프로펠러 항공기 특성상 소음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기체 맨 뒤쪽에는 넓은 좌석과 테이블이 갖춰진 '하늘 위 집무실(대통령 좌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비록 기내 냉방 시설이 없어 찜통 더위가 이어졌지만 관람객들의 얼굴에는 호기심과 설렘이 가득했다. 가족과 함께 온 관람객 정명옥 씨는 “뉴스에서만 보던 전용기를 실제로 보니 요즘 여객기보다 크기가 아담해 신기했다"며 “노을 지는 활주로 야경이 너무 아름다워 다른 국립박물관들처럼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야간 개장을 정례화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아들 김진혁 군 역시 “진짜 비행기인가 싶어 가까이 가봤다"며 눈을 반짝였다. '항공 덕후' 아들 시현 군과 함께 온 신윤복 씨는 “비행기의 역사를 훑어보고 실물을 직접 볼 수 있어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평했다. 딸 윤서 양과 함께 방문한 윤세진 씨는 “대통령이 어떻게 이렇게 좁은 곳을 탔을까 상상해보는 것이 신기했다. 여름 방학을 맞아 아이에게 평소 볼 수 없는 전용기를 보여줄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프로펠러 여객기가 생소하고 신기했다는 관람객 임대환 씨의 긍정적인 평가도 이어졌다. ◇ '마지막 비행, 그리고 새로운 시작' 하늘에서의 모든 임무를 마친 HS-748은 국립항공박물관으로 이전하기 위한 대공사를 거쳤다. 안전한 이송을 위해 엔진·프로펠러·날개·동체를 모두 분리한 뒤 공군의 도움과 전문가·보존 과학자들의 손길을 통해 비행기는 지금의 자리에서 새롭게 재조립됐다. 그간 HS-748이 공군에서 무사히 50여 년간 임무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천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린 사람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었다. 탁월한 성능과 사람들의 헌신이 빚어낸 이 항공 문화 유산은 이제 퇴역 기체라는 꼬리표를 떼고 국립항공박물관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고 있다. 50여 년 대한민국 영공의 품격을 지켜낸 HS-748 특별전은 국립항공박물관 3층 기획 전시실과 야외 공간에서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새출발’ 트리니티항공, 2Q 영업손실 1820억…장거리 투자로 적자 확대

티웨이항공에서 사명을 바꾸고 새 출발한 트리니티항공이 중장거리 노선망 확장에 힘입어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다만 대형기 도입과 장거리 노선 초기 투자 비용이 집중되면서 영업손실 폭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트리니티항공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4697억 원으로 전년 동기 3779억 원 대비 24.3% 증가했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에 따른 고정비 증가의 여파로 수익성은 악화됐다. 2분기 영업손실은 182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783억 원 손실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당기 순손실 역시 21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781억 원 손실보다 크게 늘어났다. 상반기 누적 실적은 매출 1조818억 원, 영업손실 1628억 원, 당기 순손실 2281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1분기 호실적과 2분기 외형 성장이 더해지며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8245억 원 대비 31.2%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1조 원 고지를 밟았다.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배경에는 공격적인 '노선 다각화'가 있다. 트리니티항공은 기존 아시아 중심의 중단거리 노선에서 벗어나 자그레브·로마·파리·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주요 거점에 이어 2025년 밴쿠버 취항으로 미주 노선까지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확장했다. 적자 폭이 확대된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노선 개척과 기단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다. 트리니티항공은 장거리 노선 운항을 위해 A330-200/300·보잉 777-300ER 등 중대형기를 대거 도입하며 항공기 보유 대수를 총 47대까지 늘렸다. 기단 확대에 따라 리스료와 감가상각비가 급증했고 신규 취항지 확장에 따른 조업비·임차료·마케팅 등 초기 시장 진입을 위한 제반 비용이 2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트리니티항공은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체질 개선과 수익성 회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티웨이항공에서 변경한 트리니티항공은 기존 저비용 항공사(LCC)의 틀을 깨고 새로운 사업 모델인 'SSC(Selective Service Carrier)'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SSC는 고객 수요와 노선 특성에 따라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제공하는 융합형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단거리 노선에서는 기존의 운임 경쟁력과 운영 효율성을 유지하고 중장거리 노선에서는 라운지, 기내 무선 인터넷(IFC), 기내 엔터테인먼트(IFE), 프리미엄 기내식 등 고객 수요가 높은 서비스를 집중 제공해 여객 만족도와 부가 수익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또한 최대 주주인 '소노인터내셔널(소노트리니티그룹)'과의 강력한 사업 시너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소노그룹이 보유한 국내외 대규모 호텔 및 리조트 인프라를 연계해 항공권과 숙박을 결합한 에어텔 상품을 판매하고 양사의 혜택을 합친 통합 로열티 프로그램(멤버십)을 도입해 차별화된 모객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다. 안전 운항 역량 강화 및 운영 효율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도 병행한다. 트리니티항공은 정비 역량 강화와 항공 안전성 제고를 위해 총 1365억 원을 투입, 인천국제공항 첨단복합항공단지 내 자체 정비시설(H2 격납고)을 2029년 준공 목표로 건립하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아시아나항공, 여객 선방에도 2Q 영업손실 2951억 원…“고환율·고유가·화물 매각 3중고”

아시아나항공이 화물기 사업 매각에 따른 구조적 외형 축소와 고환율·고유가 등 대외 변수 악화로 인해 올해 2분기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다만 본업인 여객 부문에서는 유럽 신규 노선 취항과 탄력적인 기재 운영을 통해 15%의 매출 성장을 일궈내며 내실 방어에 총력을 쏟고 있다. 13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2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1조5470억 원, 영업손실 2951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86억 원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요인은 핵심 수익원이었던 '화물기 사업 매각'의 여파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승인 조건 이행을 위해 지난해 8월 화물기 사업부를 에어제타(구 에어인천)에 매각했다. 이로 인해 2분기 화물사업 매출은 1147억 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2565억 원 급감했다. 화물 전용기 네트워크 축소로 인해 여객기 하부 화물칸을 활용하는 '벨리 카고(Belly Cargo)' 연계 수익까지 동반 감소한 점이 작용했다. 실제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화물 수송 단가는 kg당 2447원으로 작년(2834원) 대비 13.7% 하락했다. 여기에 통제 불가능한 거시 경제 지표 악화도 적자 폭을 키웠다.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2분기(3개월) 동안 지출한 별도 기준 유류비는 7854억 원에 달한다. 상반기 평균 해외 항공유 매입 단가가 갤런당(USG) 361.37 US센트로 전년(239.87 US센트) 대비 50% 이상 치솟으며 원가 압박이 극심했다. 환율 역시 2분기 기말 기준 달러당 1542원(2025년 말 대비 107원 상승)까지 폭등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외화 부채에 대한 막대한 외화환산손실이 장부에 반영되면서 2분기 당기 순이익은 3286억 원의 손실을 내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또한 대한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기내식 메뉴 전면 개편·기내 인테리어·공항 라운지 업그레이드 등 고객 서비스 강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집행한 일회성 투자·통합 준비 비용도 영업손실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전반적인 실적 부진 속에서도 여객 사업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2분기 여객 사업 매출은 1조280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33억 원(+15%) 증가했다. 항공기 중정비 스케줄 증가로 전체 여객 공급은 2% 감소했지만 수익성 관리가 통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 상반기 이탈리아 밀라노(3월)와 헝가리 부다페스트(4월) 노선에 성공적으로 신규 취항하며 유럽 네트워크를 확장한 것이 고수익 창출을 이끌었다. 또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중동계 항공사를 이탈한 우회 환승 수요를 적극 흡수하고 고환율로 위축된 내국인 수요 대신 해외 출발 연결 판매를 대폭 강화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그 결과 탑승률은 전년 대비 5%p 상승했고, 여객 단위당 수익은 10% 개선됐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여객 승객당 단가(Yield)는 38만947원으로 작년(35만6822원) 대비 눈에 띄게 오르며 질적 성장을 입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 여름 성수기 진입과 유가·환율 진정 국면에 힘입어 본격적인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여객 부문에서는 탄탄한 수요를 보이는 일본 노선 공략을 가속화한다. 부정기 운항 시 선호도가 높았던 일본 고베 노선을 9월부터 정기 운항으로 전환하고, 후쿠오카 노선을 매일 2회로 증편하는 등 단거리 수익성 강화에 나선다. 화물 부문은 화물기 부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객기 하단 '벨리 카고' 운용 효율을 극대화한다. 3분기 말 전통적인 화물 성수기 진입에 맞춰 주요 화주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반도체 및 AI 산업재 등 고부가가치 화물을 집중 유치해 수익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2일 임시 주주 총회를 통해 대한항공과의 합병 계약을 최종 승인했다. 오는 12월 16일 합병 기일을 거쳐 대한항공에 흡수·합병되고, 익일인 17일 해산 등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정기선, HD현대그룹 사장단회의 개최…사업전략·로드맵 점검

HD현대가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대상으로 한 사장단 회의를 개최하고 사업계획 실행 전략과 로드맵 점검에 나섰다. HD현대는 판교 글로벌R&D센터에서 정기선 회장과 조영철 부회장, 조석 부회장, 이상균 부회장, 조선·해양, 에너지, 건설기계 등 11개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룹 사장단 회의'를 진행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각 계열사별 상반기 실적과 신사업·미래성장전략을 점검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하반기 사업계획 실행 전략이 다각도로 논의됐다. 또한 그룹 사장단은 인공지능 전환(AX) 가속화를 비롯한 그룹 차원의 핵심 현안을 공유하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실행 로드맵의 실현 가능성도 재확인했다. 이를 위해 전사적으로 추진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입 현황을 확인하는 한편, AX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보보안 리스크의 예방대책 실효성도 함께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기선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증대된 상황에서도 우리 그룹은 대부분의 사업에서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면서도 미래지향적 의사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기보다 장기적인 성과에 초첨을 맞춘 의사 결정이 이뤄진다면 '해야 하는 일'의 우선 순위가 변동될 수 있다는 게 정 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우리는 눈앞의 실적에 집착하다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해 혹독한 대가를 치렀던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며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10년·20년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 수 있는 경영환경을 만드는데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사업을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며 “또한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안전이 담보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만큼,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두고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무안 참사, 그 이후 ③] 국가 불신이 부른 ‘각자도생’…유가족 둘러싼 기획 소송과 2차 가해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참사 발생 이후 1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국가 주도 진상 규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수사단을 꾸린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현재까지 34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특히 행정 당국이 행정 편의를 위해 희생자 179명을 일괄적으로 '동시 사망'으로 처리해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은 일부 유족들이 법적 상속 절차에 따른 공제 혜택조차 받지 못한 채 막대한 상속세 폭탄까지 떠안게 된 상황은 국가 시스템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낳았다. 결과적으로 사법적 진실 규명의 짐을 짊어진 유가족들은 단일대오를 유지하지 못한 채 책임 소재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소송전이 세 갈래로 분화되는 각자도생의 형국을 띠고 있다. ◇ “빠른 조사 아닌 바른 조사" 진상 규명이 표류하는 가운데 지난 6일 무안공항에서는 참사 발생 1년 8개월 만에 최기영 신임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과 유가족 협의회 간의 첫 간담회가 열렸다. 유가족 측은 신임 위원장에게 △마지막 4분 7초 기록이 중단된 조종실 음성 기록 장치(CVR)와 비행 데이터 기록 장치(FDR) 등 모든 원본 데이터의 투명한 즉시 공개 △해외 전문가 조사의 권한과 역량 검증이 포함된 사고 조사 종합 계획과 로드맵 수립 △정례 간담회를 통한 알 권리 보장 및 조사 과정 참여 제도화 △확인된 위험 요소에 대한 선제적 긴급 안전 권고 즉각 수립 등 4가지를 촉구했다. 밀실 조사와 편파 조사 논란을 불식시키고 조류 충돌부터 불법 둔덕 충돌, 관할 당국의 항공 안전 관리 문제, 제주항공의 정비·교육 결함 여부까지 성역 없이 밝혀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 사항이다. 국가의 조사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73명의 유가족은 투명한 심사 절차를 거쳐 '법무법인 원'을 대리인으로 선정하고, 정부·항공사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라는 가시밭길을 택했다. 이들 앞에 놓인 가장 큰 장벽은 다름 아닌 '시간'이다. 국제 항공 운송 중 발생한 사고 배상 책임을 규정한 몬트리올 협약에 따르면 소멸 시효는 항공기 도착 예정일로부터 정확히 2년으로 제한된다. 권리 소멸을 막기 위해 유가족들은 어떠한 사정이 있더라도 오는 12월 28일 자정 이전에는 반드시 법원에 본안 소장을 제출해야만 한다. 시간이 촉박해지는 가운데 법무법인 원은 지난 6일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 사고 현장의 폐쇄 회로(CC) TV 영상과 수습된 유류품 등에 대한 증거 보전 신청서를 제출했다. 참사 이후 2년이 돼가도록 사고 여객기 파편이 허허벌판에 방치된 데다 조사 당국이 사고 현장을 제대로 보존하지 않고 훼손한 정황마저 파악돼 민사 재판 개시 전 법원의 강제력을 빌려 선제적으로 증거를 동결하려는 소송 전략이다. 이와 함께 전직 국토부 장관 등을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고소하며 수사 기관을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2216편 참사의 원인을 미국 제조사 보잉의 기체 결함으로 좁혀가는 사조위의 조사 논점이 결과적으로 미국 내 항공 소송 전문 로펌들에게 유리한 법률적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조위가 기초 동역학 한계와 배치되는 '16G(중력가속도) 좌석 안전 규정 미달' 가능성을 부각함에 따라 미국 법원에서 제조사를 상대로 막대한 배상금을 청구한 원고 측 대리인들의 소송 전략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면 참사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관할 당국의 콘크리트 둔덕 방치와 항공사의 운항 책임은 상대적으로 소송의 쟁점에서 멀어지는 양상이다. ◇ “조류 충돌이 설계 결함 탓"…사조위 회의록 인용한 소송 전략 이들 대리인단은 사고의 모든 본질을 '보잉의 총체적 시스템 실패'로 규정하고 있다. 찰스 허만(Charles Herrmann)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16일 서울에서 연 기자 회견에서 “기자 여러분이 쓰는 휴대폰과 비교해 보라. 보잉은 66년 전인 1958년에 설계된 전기·유압 시스템 아키텍처를 그대로 쓰고 있다"며 '낡은 시스템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조류 충돌 후 벌어진 상황에 대해 “엔진 고장으로 시작해 FDR·CVR이 멈췄고 랜딩 기어와 역추진 장치 등 15가지 안전 시스템이 연쇄 붕괴했다"며 “조종사들은 기댔어야 할 시스템을 강탈당했고 이들의 과실은 보잉에 비하면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잉이 맥도넬 더글러스를 인수한 후 스톤 사이퍼 당시 최고경영자(CEO)가 “더 이상 엔지니어링 회사가 아닌 이윤을 원한다"며 본사를 시카고로 옮긴 점을 거론하며, 이를 보잉의 중과실이라고 공격했다. 이와 같은 책임 전가 상황에서 최근 언론을 통해 유출된 사조위의 '16G 좌석 규정 미달' 정황은 원고 측의 징벌적 손해배상 논거를 한층 더 강화할 핵심 무기로 활용될 전망이다. 앞서 국내 협력 대리인인 하종선 변호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좌석 비산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사망자를 늘리는 결정적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낡은 설계' 비난의 모순…66년 간 검증된 베스트 셀러의 신뢰성 그러나 항공업계와 공학 전문가들은 허만 변호사의 “66년 전 낡은 설계"라는 주장에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반박한다. 보잉 737 시리즈가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해당 전기·유압 시스템 아키텍처의 기본 골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 시스템이 전 세계 민간 항공 역사상 가장 많은 비행 횟수와 수천만 시간의 운항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기종이기 때문이다. 항공 공학계에서 새로운 설계로의 무리한 전환은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버그를 낳을 수 있어 장기간 신뢰성(Proven Reliability)이 입증된 시스템을 개선해 사용하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다. 사고기인 보잉 737-800 역시 가장 안전한 기종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를 중과실로 몰아가는 것은 법정 여론전을 위한 선동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국제 항공 사고 조사 기구 요직을 지낸 업계 관계자 A씨는 사조위의 보잉 책임론 유출 시점에 대해 “이 시기에 섣부르게 보도된 것을 보면 무언가 구린내가 난다"며 “보잉을 상대로 재판을 걸 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노려 유가족 측이나 법률 대리인들에게 청탁을 받고 쓴 기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A씨의 이 같은 의견은 국가 주도의 사고 조사 데이터가 사고 예방과 객관적인 진상 규명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상실한 채 거액의 징벌적 배상금을 노린 기획 소송 세력의 유리한 논거로 오용되거나 편향되고 있다는 공학계의 짙은 우려를 대변한다. ◇ 美 판례 '불편한 법정의 원칙' 우회용…관할권 심리가 변수 허만 로펌 등 항공 사고 전문 대리인단은 과거 대한항공 007편 피격 사건·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610편 추락 사고 등에서 대규모 배상 합의를 이끌어낸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 전문 로펌의 전략은 장기적인 배심원 평결에 도달하기 직전에 연대 및 개별 책임(Joint and Several Liability)' 원칙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거대 다국적 기업을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와 언론 노출 리스크를 부각해 거액의 합의를 유도하는 방식에 집중된다. 허만 변호사는 작년 회견에서 “보잉의 과실이 10%만 인정되더라도 100%의 손해 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다"며 징벌적 배상 제도가 있는 미국 법정을 고집하는 이유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가족 대리인들이 '66년 된 시스템 결함' 등을 끌어들이는 진짜 이유가 미국 손해배상 소송이 절차적 이유로 기각될 가능성을 우회하기 위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연방법원은 외국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불편한 법정의 원칙(FNC, Forum Non Conveniens)'을 적용한다. 연방대법원 판례(Piper Aircraft Co. v. Reyno)에 따르면 △사건의 발생 장소 △핵심 증거(공항 인프라) △주요 증인이 모두 미국 외 국가에 소재할 경우 법원은 관할권을 거부하고 원고를 사건 발생국 법원으로 이송할 수 있다. 특히 보잉 측이 방어권 행사의 일환으로 “사고의 실질적 원인 제공자인 국토교통부의 둔덕 방치와 제주항공을 미국 법정에 강제로 피고 합류시킬 수 없어 공정한 재판이 불가능하다"고 항변할 경우 미국 법원이 사건을 심리할 명분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허만 변호사가 기자 회견 당시 “미국 소송과는 별개로 한국 소멸 시효 2년이 지나기 전 제주항공과 무안공항을 상대로 한국에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힌 것 자체가 정작 근본 원인을 제공한 한국 측 당사자들을 미국 법정에 함께 세우지 못하는 한계를 자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美 법원, 소송 기각 심리 일정 확정…신중론 펴는 대리인단 찰스 허만 등 일부 로펌이 징벌적 배상을 공언하고 있지만, 관할권 기각 우려는 미국 현지 법정에서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미국 워싱턴주 서부 연방지방법원의 '무안 참사 다중지구 소송(Multidistrict Litigation, MDL 3174)' 명령서에 따르면 제임스 L. 로버트 판사는 보잉 측이 FNC에 근거해 제기할 소송 각하 신청(Motion to Dismiss) 심리 일정을 승인했다. 명령서에 명시된 일정표를 보면 보잉 측은 오는 9월 11일(현지시각) FNC 소송 각하 신청서를 정식 제출하고 양측은 10월 23일까지 서면 공방을 마쳐야 한다. 핵심 증거와 주요 피고가 한국에 있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이 내려지면 배상 심리조차 못한 채 재판이 무산된다. 이러한 기각 리스크에 대해 국내 대리인단 중 일부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 대형 로펌 '크레인들러(Kreindler)'와 제휴 중인 하종선 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소장을 낸 찰스 허만 변호사 측과는 처음부터 공조하지 않고 별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하 변호사는 “FNC 기각 리스크가 존재해 우리는 아직 소장을 내지 않고 (보잉 측과) 협상 중"이라며 “현재 FNC 관련 증거 개시(Discovery)가 진행 중이며, 빠르면 10월 말이나 11월 중에 판사의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수사 안 되니 로펌에 의지할 수밖에"…세 갈래로 쪼개진 유가족들 소송 각하 리스크와 불확실성 속에 방치된 유가족들은 대리인단의 성향에 따라 크게 세 그룹으로 흩어졌다. 무안 참사 유가족 B씨는 본지에 “현재 유족들은 국내 소송을 준비하는 '법무법인 원', 찰스 허만 측과 국제 소송을 낸 '서원', 그리고 하 변호사가 제휴한 '크레인들러' 측으로 나뉘어 있다"며 “일부 로펌 역시 FNC 기각을 우려해 관망하는 등 서로 입장이 다 다르다"고 말했다. B씨는 현재 국면에 대해 “국가 차원의 진상 조사나 수사가 전무하다 보니 진실을 모르는 유족들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로펌들 얘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비참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A씨 역시 이 사건의 책임 규명이 편향적으로 흐르고 있음을 꼬집었다. 그는 “만약 콘크리트 둔덕이 진짜 원인이라면 과거 무안공항보다 4배나 높은 둔덕이 있었던 여수공항에서는 왜 대형 사고가 나지 않았겠느냐"며 “결국 비행기가 왜 그 속도로 거기까지 밀려가게 됐는지, 조종사의 훈련 상태와 운항 승무원 편조의 적절성 같은 제주항공 측의 책임이 우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인프라의 구조적 방치 문제뿐만 아니라 1차적으로 비행기를 통제하고 최후의 순간까지 위기 상황에 대처했어야 할 조종사들의 대응 등 인적 과실 요인을 최우선으로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보잉은 법률적으로 결코 만만한 기업이 아니며, 근본 원인을 외면한 채 사조위의 억지 논리를 무기 삼아 무리한 소송을 걸었다가는 미국 법정에서 기각돼 유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부메랑을 맞게 할 것"이라고 했다. ◇ 2차 가해에 두 번 우는 유족…사법적 단죄와 처벌 불원의 딜레마 이처럼 험난한 소송전 속에서 유가족들은 법정 밖에서도 깊은 상흔에 시달리고 있다. 참사의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영상 플랫폼을 중심으로 진상을 규명하려는 유가족 협의회 지도부를 향해 “특정 정당 소속의 가짜 유족이다", “정치적 목적을 띠고 있다"는 등의 무자비한 허위 사실이 조직적으로 유포되며 심각한 2차 가해가 가해졌다. 도를 넘은 모욕에 참다못한 유가족들은 광주지방변호사회의 자발적 조력을 받아 '법률지원단'을 꾸리고 대규모 형사 고소로 맞섰다.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 역시 전국 시·도경찰청 전담 수사관들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하며 엄정 대응 기조를 밝혔다. 실제로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유포한 30대 남성 악플러 한 명은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부산지방법원의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공소를 기각했다. 앞서 가해자의 거듭된 사과와 선처 호소에 유족 대표가 고심 끝에 처벌 불원서를 법원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을 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에 해당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12월 메가 캐리어 뜬다…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안’ 동시 가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같은 날 각각 이사회와 주주 총회를 통해 합병안을 최종 결의함에 따라 오는 12월 대한민국 항공 역사를 새로 쓸 통합 '메가 캐리어' 출범이 9부 능선을 성공적으로 넘었다. 이로써 1988년 창립 이래 38년간 대한민국 하늘길을 수놓았던 아시아나항공은 기나긴 색동 날갯짓에 마침표를 찍고 통합 대한항공으로 거듭나게 됐다. 12일 대한항공은 서울 중구 서소문 사옥에서 정기 이사회를 열고 '합병 승인의 건'을 의결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합병이 상법(제527조의3)상 신주 발행 규모가 적은 '소규모 합병' 요건을 충족함에 따라 별도 주주 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로 승인 절차를 갈음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전 9시 아시아나항공은 서울 강서구 오쇠동 본사 교육훈련동 지하 1층 강당에서 임시 주주 총회를 열고 단일 안건인 '합병 계약 체결 승인의 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안건 심의에 앞서 최준선 감사위원장의 감사 보고도 원활히 진행됐다. 표결 결과 아시아나항공의 발행 주식 총수 2억5990만711주(보통주) 중 의결권 있는 주식 수는 2억5900만990주다. 이날 주총에는 총 1억6856만673주가 출석해 81.86%의 높은 참석률을 기록했다. 특별결의 사항인 합병안 통과를 위한 의결 정족수는 1억1237만3783주였으나 실제 찬성 주식 수는 1억6743만6677주에 달해 가결 요건을 충족했다. 주총 참석 주식 수 기준 찬성률은 99.33%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양사의 이번 결의는 지난 5월 이사회 승인으로 체결된 합병 계약을 공식적으로 수용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두 회사는 각사 채권자 보호 등 남은 실무 절차를 마무리하고 오는 12월 17일 합병 등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흡수·합병해 존속 법인이 된다. 합병 비율은 대한항공 1 대 아시아나항공 0.2736432로, 아시아나항공 보통주 1주당 대한항공 신주 약 0.27주가 배정된다. 합병에 반대하는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은 이날부터 9월 1일까지 주당 7030원에 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12월 16일 합병 기일을 거쳐 이튿날 해산 등기까지 마치면 아시아나항공 법인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며, 합병 신주는 2027년 1월 4일 상장된다. 주총 의장을 맡은 송보영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2020년 11월부터 시작돼 5년 넘게 이어온 기나긴 여정이었다"며 “오는 12월 17일 기업 결합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통합 대한항공'으로 새롭게 거듭나 대한민국 항공 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초석을 다지겠다"고 선언했다. 주총 종료 직후 출입 기자들과 만난 송보영 대표는 다가오는 12월 출범 전까지 남은 4개월간 직원 화합과 고객 편의 제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송 대표는 통합 준비 상황에 대해 “마지막 마무리 작업을 원만하게 진행 중이고 직원들도 현 상황에 만족하며 잘 준비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그동안 준비해 온 사항들을 재점검하고, 통합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새로운 통합 항공사가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 되기 위해 최선의 준비를 다하겠다"며 “결국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고객들에게 혜택을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통합 과정에서 고객들이 혼선이나 불편을 겪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초미의 관심사인 '마일리지 통합' 현안에 대해서도 “소비자 복리 증진과 불편 최소화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성실히 협의 중이고 내부적으로는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혀 순조로운 융합을 예고했다. 최종 관문을 넘으면서 대한항공이 주도하는 인수 후 통합(PMI, Post Merger Integration) 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국토교통부의 심사를 거쳐 지난 6월 25일 조건부 합병 인가를 받았고,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 신고서 역시 7월 24일 자로 효력이 발생했다. 현재는 출범 첫날부터 차질 없는 항공기 운항을 위해 통합사 운항 증명(AOC, Air Operator Certificate)·해외 항공 당국 운항 인허가 취득 절차를 관계 기관과 면밀히 협의 중이다. 특히 '원 팀(One Team)'이 되기 위한 조직 문화 융합과 협업 체계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여객·화물 직원을 대상으로 통합 출범 대비 직무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운항·객실 부문에서도 업무 수행에 필요한 합동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양사 승무원이 참여한 통합 비상 탈출 시범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통합 이후에도 승객의 안전을 책임질 역량을 입증했다. 아울러 양사 임직원들의 합동 봉사활동 등 자발적인 교류도 활발하게 확산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항공사 출범까지 남은 4개월여 동안 제반 절차를 빈틈없이 완료하고 대한민국의 항공 산업 위상을 세계에 드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에미레이트항공, ‘아스널’과 27년 동행…EPL ‘최장수 인연’

에미레이트항공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디펜딩 챔피언' 아스널 FC의 파트너십을 2033년까지 이어가기로 함에 따라 선수들의 유니폼 가슴팍에서 현행 로고를 계속 볼 수 있게 됐다. 12일 에미레이트항공은 아스널 구단과의 파트너십을 오는 2033년까지 대폭 연장하는 초대형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 연장은 두 브랜드가 처음 손을 잡은 지 20주년이 되는 해에 성사돼 그 의미를 더했다. 에미레이트항공과 아스널의 인연은 지난 2006년 아스널이 런던의 새 홈구장으로 둥지를 틀면서 시작됐다. 이번 합의를 통해 양측은 최장 27년에 달하는 동행을 확정지으며 EPL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유지되는 '최장수 유니폼 전면 스폰서십'이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계약에 따라 에미레이트항공은 2033년까지 아스널의 메인 유니폼 전면 스폰서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선수단 훈련복 파트너 역할도 지속한다.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친숙한 아스널의 홈구장 '에미레이트 스타디움(Emirates Stadium)'의 명칭 사용권 역시 계속해서 독점 보유한다. 특히 이번 초대형 장기 계약은 아스널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시점에 이뤄져 스포츠 마케팅에 따른 상업적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파트너십 연장과 발맞춰 팬들을 위한 글로벌 마케팅 사업에도 박차를 가한다. 매년 여름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개최되는 프리시즌 친선 대회인 '에미레이트 컵(Emirates Cup)'을 비롯, 전 세계 팬들을 북런던 현지로 초청해 잊지 못할 직관 경험을 선사하는 '글로벌 구너스(Global Gooners)' 프로그램을 변함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팀 클라크 에미레이트항공 사장은 “지난 20년간 아스널과 우리는 대단히 자랑스러운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다"며 “우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수백만 명의 아스널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전 세계 팬들과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리처드 갈릭 아스널 최고 경영자(CEO) 역시 “에미레이트항공은 구단이 마주했던 수많은 위기와 도전, 그리고 영광스러운 성공의 매 순간마다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면서 “이번 계약 연장은 아스널의 찬란한 미래에 대한 양측의 확신이자, 탄탄한 기반 위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화답했다. 뜻깊은 파트너십 20주년을 자축하기 위한 풍성한 볼거리도 마련됐다.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초청해 치르는 에미레이트 컵을 신호탄으로 향후 수주에 걸쳐 지난 20년의 스폰서십 발자취를 돌아보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다채로운 기념 프로그램이 릴레이로 팬들을 찾는다. 이에 맞춰 아스널의 '레전드' 수비수로 활약했던 페어 메르테자커가 특별 출연한 시네마틱 필름도 대중 앞에 공개됐다. 이 영상은 에미레이트항공과 아스널의 지난 20년을 상징하는 소품들로 가득 찬 골동품점을 배경으로, 구단·후원사·팬들이 함께 만들어 온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고 향후 펼쳐질 비전을 담아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의 글로벌 스포츠 후원에 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 미디어 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장] “38년 비행 마친다”…아시아나항공, 마지막 주총서 합병안 통과

1988년 2월 창립해 대한민국 항공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12월 17일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앞두고 마지막 주주 총회를 열어 합병안을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38년간 이어진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경영이 마침표를 찍고 통합 '메가 캐리어' 출범을 위한 9부 능선을 넘게 됐다. 12일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오쇠동 본사 교육훈련동 지하 1층 강당에서 임시 주주 총회를 열고 단일 안건인 '합병 계약 체결 승인의 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안건 심의에 앞서 최준선 감사위원장의 감사보고도 원활히 진행됐다. 이날 주주 총회 표결 결과, 합병안은 주주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아시아나항공의 발행 주식총수 2억5990만711주(보통주) 가운데 의결권 있는 주식 수는 2억5900만990주로 집계됐다. 이날 총회에는 1억6856만673주가 출석해 81.86%의 높은 참석률을 기록했다. 합병 계약 승인은 상법상 주주 총회 특별 결의 사항으로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과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이날 가결을 위한 의결 정족수는 1억1237만3783주였고 실제 찬성 주식 수는 1억6743만6677주에 달해 가결 요건을 충족했다. 주주 총회 참석 주식 수 기준 찬성률은 99.33%다. 의장을 맡은 송보영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2020년 11월부터 시작돼 5년 넘게 이어온 기나긴 여정이었다"며 “오는 12월 17일 대한항공과의 기업 결합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통합 대한항공으로 새롭게 거듭나 대한민국 항공 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초석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임직원이 하나 돼 성공적인 통합 항공사 출범과 더불어 아시아나항공의 마지막 여정을 뜻깊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총 현장에 참석한 주주들도 통합 항공사 출범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보냈다. 주주 김경호 씨는 “슬롯 조정이나 화물 사업 매각 등 조건부 승인에 따른 여파로 기업 가치 하락과 소비자의 우려도 존재하지만 양사 통합 후 새로운 대한항공이 대표 항공사로서 더 큰 글로벌 경쟁력을 발휘하리라 확신한다"며 찬성 의사를 표했다. 또 다른 주주 신혁수 씨 역시 “합병으로 양사 간 시너지가 극대화돼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더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힘을 보탰다. 이날 안건 통과로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흡수 합병돼 소멸 법인이 된다. 합병 비율은 대한항공 1 대 아시아나항공 0.2736432로, 아시아나항공 보통주 1주당 대한항공 신주 약 0.27주가 배정된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이날부터 오는 9월 1일까지 1주당 7030원에 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합병 기일은 오는 12월 16일이고 다음날인 17일 합병 등기·해산 등기를 마치면 아시아나항공 법인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2027년 1월 4일이다. 한편 주총 직후 출입 기자들과 만난 송보영 대표는 다가오는 12월 통합 법인 출범 전까지 남은 4개월간 직원 화합과 고객 편의 제고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송 대표는 현재 통합 준비 상황에 대해 “마지막 통합 마무리 작업을 원만하게 진행 중"이라며 “직원들도 현 상황에 만족하며 함께 잘 준비하고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출범 전까지 중점적으로 신경 쓸 부분에 대해서는 “그동안 준비해 온 사항들을 다시 한번 재점검하고, 통합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마음가짐과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새로운 통합 항공사가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 되기 위해 최선의 준비를 다하겠다"며 “결국 우리의 목표는 고객들에게 혜택을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직원들과의 화합을 최우선으로 도모하고, 고객들이 통합 과정에서 어떠한 혼선이나 불편을 겪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양사 간 '마일리지 통합' 현안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송 대표는 “소비자 이익을 보호하고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성실히 협의 중이고, 내부적으로도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혀 마일리지 통합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중동 리스크에 VLCC 시황 요동…운임 이어 중고선가도 ‘고공행진’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중동지역의 원유 수송 차질이 장기화하면서 초대형 유조선(VLCC) 시황이 연일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운임은 물론 선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시황 업사이클에 따른 국내 해운·조선업계의 성장 기대감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12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주 중동-극동아시아 노선의 VLCC 기준 하루 왕복항차 환산수익(TCE)은 49만7971달러(7억원)로, 전 주 대비 16.3% 증가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지난 2월 2주차와 비교하면 해당 노선의 TCE는 300.2% 수준으로 급증했다. VLCC 용선료는 중동발(發) 해상 운송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오만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내 임시 항로를 구축하는 협상을 이어가면서 상방 압력이 한층 거세졌다. 제한적으로나마 호르무즈 해협의 수송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며 극동아시아 화주를 중심으로 선복 확보 수요가 확대돼 운임 상승을 유발했다는 분석이다. 해진공은 “이란과 오만 간 호르무즈 해협 임시항로 구축 합의 이후 극동아시아 화주의 조기 선복 확보 수요로 용선료가 급등했다"며 “일부 선주의 페르시아만 화물 기피에 따른 가용 선박 급감으로 선주 협상 우위 환경이 조성됐고, 높은 전쟁위험보험료의 선주 호가 반영이 시장 강세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같은 선복 확보 수요가 VLCC의 자산가치를 함께 밀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선대에 투입할 수 있는 중고 선박을 중심으로 이러한 가치 상승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주 31만 재화중량톤(DWT)급 VLCC의 중고 선가는 선령 5년을 기준으로 1억4631만달러(2069억원)를 기록해 지난해 평균 선가(1억1343만달러)를 29% 웃돌았다. 특히 5년 중고 VLCC 선가는 지난 6월과 지난달 각각 평균 1억4116만달러(1997억원)·1억4281만달러(2019억원)를 기록하며 1.2% 수준 증가율을 보인 가운데, 지난주 1억4631만달러로 전월 대비 오름폭(2.5%)을 확대하며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에 5년 중고 선가와 신조 선가의 가격 격차도 6월 평균 1336만달러(189억원)에서 지난달 1465만달러(207억원), 지난주 1766만달러(250억원)까지 확대됐다. 이 같은 시황은 중동 산유국의 원유 수송 전략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VLCC 선대를 보유한 글로벌 해운사와의 운송 계약에 의존하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직접 선박 확보에 나서면서다. 업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에너지기업인 아드녹의 물류 자회사 아드녹L&S는 최근 중고 VLCC 5척을 5억9000만달러(8347억원) 규모로 매입하고, 장금상선으로부터 원유 운반선 25척을 빌리는 등 선복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非)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 협의체 OPEC+에서 증산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해상운송 차질을 겪고 있는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중고 선박 매입·용선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중동 리스크에서 촉발된 선박·용선 수요가 확대 흐름이 강화되면서 국내 해운·조선업계의 수혜 가능성도 거론된다. 해운업계의 경우, 주요 화주들이 안정적인 운송 역량 확보를 위한 장기 운송계약을 늘리면서 실적 기반을 강화할 기회가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2028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VLCC 공급과잉이 본격화함에 따라 운임 하방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견되는 만큼, 장기 운송계약 중심 용선 수요 확보는 업계의 핵심 생존전략으로 지목된다. 조선업계 입장에서도 신조선가 대비 중고선가 강세에 따른 고수익 신규 수주기회가 확대될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고선가가 신조선가보다 높은 상황이 장기간 유지될 경우 신규 선조 발주 확대를 유발하는데다, 건조 슬롯 역시 수년치 일감을 확보해 둔 만큼 수익성이 높은 일감을 위주로 선별 수주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납기 슬롯을 안정적으로 채워둔 만큼 고부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수요 변화에 따라 유연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제주항공, 고객 100여 명 여권 번호 유출…재발급 비용·인당 10만 원 보상

제주항공 고객 이름과 여권 번호 등 민감한 개인 정보가 포털 사이트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항공은 정보 보안 투자 비율을 늘리고 체계적인 소비자 보호 매뉴얼을 갖추고 있었으나 기본적인 웹 보안 취약점을 막지 못해 사전 예방 체계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네이버 검색창에 '제주항공'과 특정 편명 등을 입력하면 일부 예약자의 이름과 여권번호가 검색 결과에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색 화면에서는 여권 번호 일부만 나타났으나 해당 링크를 통해 제주항공 홈페이지로 연결될 경우 여권 번호 전체가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전언이다.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고객은 100여 명에 달한다. 제주항공 측은 지난 5일 문제를 인지한 직후 해당 웹페이지의 접속을 즉각 차단 조치했고 이틀 뒤인 7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사고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아울러 피해 고객들에게 개별 연락을 취해 여권 재발급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별도 보상금 10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제주항공이 최근 발간한 '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주항공의 정보 보호 부문 투자액은 2023년 27억8000만 원, 2024년 19억3000만 원, 2025년 23억8000만 원으로 파악됐다. 전체 정보 기술(IT) 부문 투자액 대비 정보 보호 투자 비율은 2023년 3.5%, 2024년 3.7%, 2025년 4.3%로 매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였다. 회사는 국내 정보 보호 관리 체계(ISMS)·국제 정보 보호 경영 시스템(ISO 27001) 인증을 유지하며 4년 연속 '정보 보호 공시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투자를 확대해 왔음에도 외부 포털의 정보 수집(크롤링)을 제어하지 못하는 보안 취약점을 노출했다. 다만 사후 조치와 관련해서는 사전에 구축해 둔 매뉴얼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였다. 제주항공은 경영 전반을 소비자 관점에서 관리하는 '소비자 권익 보호 정책'을 제정해 운영 중이다. 특히 개인 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1단계: 사고 인지·긴급 조치(추가 유출 경로 차단) △2단계: 정보주체 유출 통지 △3단계: 유관기관 신고 △4단계: 사고 분석 △5단계: 민원 대응 및 피해 구제 △6단계: 결과 보고 △7단계: 개선 및 예방 조치로 이어지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이번 웹페이지 즉각 차단·개보위 신고·피해자 보상안 마련 등은 이 대응 매뉴얼에 따라 진행됐다. 제주항공 측은 규정된 매뉴얼에 따라 피해 구제 조치를 신속히 마무리하는 한편, 정확한 사고 원인을 분석해 재발 방지를 위한 보안 시스템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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