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넘어 항만까지” 글로벌 터미널 확보전…K-해운 생존 전략은?

“터미널을 적게 보유한 선사들은 주요 항구에서 경쟁력을 잃고 생존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 컨테이너 터미널 확보방안 토론회'에서 김형기 HMM 투자전략팀장은 “주요 거점 터미널을 장악한 선사들이 터미널 지분이 없는 선사의 입항을 거부하거나, 특정 상황에서 입항을 지연시키거나, 얼라이언스 간 협력 과정에서 터미널을 주요 협상 요건으로 활용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글로벌 해운업계의 컨테이너 터미널 확보 경쟁이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물류망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주요 항만의 터미널이 글로벌 대형 선사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국적 선사의 안정적인 선석과 해외 물류거점 확보 필요성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날 김 팀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선사 혹은 선사의 자회사가 지분을 보유한 터미널의 비중은 2015년 10%에서 지난해 50%로 10년 새 5배 확대됐다. 반면 글로벌 터미널운영사(GTO)와 기타 사업자가 보유한 비중은 같은 기간 70%에서 44%로 낮아졌다. 구체적으로,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 MSC가 약 63개의 글로벌 터미널의 지분을 보유한 가운데 △머스크(60개) △CMA CGM(45개) △코스코(35개) △하팍로이드(23개) 등 주요 선사들도 터미널 지분을 대거 확보한 상태다. 이들 대형 선사는 별도의 항만운영 자회사를 두고 선박에서 터미널까지 공급망 수직계열화에 나섰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에 HMM 역시 지난달 발표한 29조1000억원 규모 '2030 중장기 전략' 투자액 가운데 4조4000억원을 투입해 터미널 확보 등 관련 투자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투자 대상을 핵심거점(Core), 확장거점(Expansion), 미래성장거점(Potential),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거점(Alternative) 등으로 분류하고 미국과 남미, 인도 등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자영터미널 또는 운영사 지분 확보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개별 선사가 글로벌 터미널 확보 경쟁을 벌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정책금융과 정부 지원을 결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날 토론회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이날 '선(先) 시장 진입, 후(後) 운영권 확보' 방식의 단계적 전략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 우량 터미널의 소수 지분을 먼저 확보해 시장에 진입한 뒤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적 GTO를 육성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국적선사와 해진공, 정책금융기관, 항만공사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컨테이너 터미널 블라인드펀드' 조성 방안도 제시됐다. 펀드를 단순한 자금지원 수단이 아닌 우량 터미널 매각이나 신규 개발 기회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상시 투자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박종연 해진공 인프라금융부장은 “선제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소수 지분이라도 먼저 확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한다"며 “선지분 투자를 통해 투자 경험을 축적하고,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에 진입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터미널 확보 전략과 정책적 목표를 단순 지분율만으로 설정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득선 BNCT 대표는 패널토론에서 “터미널을 취득하는 것과 터미널을 전략 거점으로 유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단순히 터미널을 사는 순간이 아니라 그 자산을 장기간 유지하고 국적선사가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터미널 확보의 목표를 단순한 지분율이 아니라 안정적인 터미널서비스협약(TSA), 선석과 처리능력,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경영 참여권 등 세 가지로 정의해야 한다"고 했다. 정우영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도 “블라인드펀드라고 해서 일률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터미널을 선별해야 한다"며 “선사 중심형과 국가 재정 중심형, 재무적투자자(FI) 참여형 등 터미널의 성격에 따라 투자 방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해외 터미널을 국가 공급망 차원의 전략자산으로 바라보면서도, 최근 글로벌 선사와 각국 정부까지 가세한 투자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한울 해양수산부 항만물류기획과장은 “한진해운 파산 당시만 해도 해외 터미널을 우리나라 선사가 이용하는 곳 정도로 봤던 것이 사실"이라며 “코로나 이후 공급망 관련 각종 이슈가 생기면서 해외 터미널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와 수출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해수부뿐만 아니라 정부 전체가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과장은 “최근 항만 투자의 경쟁이 다소 과열되고 있고 각 국가와 기업들이 너무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한 항만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 개별 기업 차원 보다는 국가대 국가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딜을 좀 일찍 찾고 해당 국가와 좀 더 오랜 기간 협력하면서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등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항공보안학회, 파키스탄 항공청 연수생 대상 특별 교육

한국항공보안학회(KAFAS)는 지난 19일 파키스탄 항공청(CAA) 연수생을 대상으로 '최신 테러·드론 위협 동향과 공항 방호체계'를 주제로 특별 교육과 전문가 강연을 진행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교육은 불법·위협 드론과 새로운 형태의 테러 위협으로부터 공항 등 국가 중요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한국이 축적한 대드론 방호 기술과 폭발물 테러 현장 대응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명진 한국항공보안학회 대테러대드론전략연구위원장(강원대 교수)은 '최신 테러 드론 위협 트렌드 및 공항 방호 시스템'을 주제로 국제 사회의 드론 공격과 공항 운영 장애 사례를 분석했다. 발표 자료 연구와 작성에는 전경훈 대테러대드론전략연구위원회 위원(국가안보학 박사)이 참여했다. 전 위원은 최신 드론 테러 위협 사례와 대드론 기술·전술, 공항 핵심시설 방호 방안 등에 관한 분석을 지원했다. 김 위원장은 드론이 현대전과 테러에서 저비용·고효율의 비대칭 위협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드론 위협이 △군집 드론 공격 △폭발물·화학·생물학·방사능·핵(CBRN) 물질 탑재 △통신·사이버 교란 △공항과 국가 핵심 기반 시설의 기능 마비 등 복합적인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존 단일 장비 중심의 탐지 방식만으로는 복잡한 공항 환경에서 형태와 크기가 다른 드론 위협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레이더와 광학·적외선(EO/IR), 무선 주파수(RF) 센서 등 다중센서를 통합한 조기 탐지 체계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실시간 식별·추적 기술을 토대로 재밍과 스푸핑 등 전자전 방식의 소프트 킬과 물리적 요격·포획 방식의 하드 킬을 결합한 다층 방어 체계도 제안했다. 공항 방호체계가 드론 탐지와 무력화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관제탑과 통신 시설, 전력시설 등 공항 핵심시설에는 임무 중요도와 위협 수준에 따라 방호 수준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화 방호벽과 이격 거리·충격파 완충 구역 등 물리적 방호 수단을 병행하는 '제2 방어선' 구축도 필요하다고 했다. 불법 드론 위협이 발생하면 탐지·식별, 상황 판단 및 관계기관 대응팀 소집, 승객 보호와 안전 구역 대피, 전자전 장비와 필요한 경우 물리적 수단을 이용한 위협 무력화 등 단계별 대응체계를 가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항 운영 기관과 경찰·군·소방 등 관계기관이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고 공동 대응하는 체계를 평상시부터 구축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러한 협업체계가 공항 피해를 줄이고 운영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서문수철 대테러대드론전략연구위원회 위원(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과)은 '테러 사례 및 PBI(Post Blast Investigation)의 역할'을 주제로 국내 사례를 중심으로 폭발물 및 테러 현장의 과학수사 절차와 기관 간 협업체계를 설명했다. 현직 과학수사요원이자 PBI 현장 전문가인 서문 위원은 국내에서 발생한 북한 오물풍선 관련 현장 감식 사례와 사제 폭발물 사건 등을 소개했다. 폭발물 의심 물체가 발견됐을 때 위험성을 확인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순서도 설명했다. 서문 위원은 의심 물체가 발견됐다고 곧바로 과학수사 감식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군과 관계기관이 먼저 현장을 통제하고 화학·생물학·방사능 등 CBRN 위험성을 확인한 뒤 폭발물 처리반(EOD)이 엑스레이 촬영 등을 통해 내부 구조와 폭발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안전 확보 후 현장감식' 원칙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성이 확인되면 과학수사(CSI)와 PBI 요원이 현장에 투입돼 지문과 DNA 등 법과학적 증거를 확보한다. 점화 장치와 전자 부품, 폭발물 구성 요소에 대한 분석도 진행한다. 현장에서 수거한 증거물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정밀 감정을 통해 성분과 특성을 분석한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폭발 장치의 제작 방식과 작동 구조 등 사건 전반을 재구성한다. 서문 위원은 실제 현장에서 군 EOD와 화생방 대응부대, 경찰 CSI·PBI 등 여러 전문기관이 순차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각 기관이 확보한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하는 것이 현장 안전 확보와 증거 보존, 사건 조기 해결에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했다. 교육에 참여한 파키스탄 항공청 관계자들은 현대 테러·항공 보안 환경의 변화와 드론을 이용한 비대칭 위협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고 학회는 전했다. 한국의 다층적 대드론 방호체계와 현장에서 운용되는 PBI·과학 수사 절차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교육 직후 진행된 항공 보안 관련 토의에서는 드론 탐지 기술의 국산화, 민·관·군 합동훈련 확대, 공항 핵심시설의 다층 방호체계 구축, 최신 안티드론 시스템 도입을 위한 정책 지원, 폭발물 테러 발생 시 현장감식과 증거 보존 절차 등이 논의됐다. 이번 연수를 총괄한 박창우 청주대 교수는 “이번 연수 교육은 한국이 축적해 온 공항보안 기술과 노하우, 체계적인 대테러 대응 및 PBI 절차를 파키스탄과 공유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소대섭 한국항공보안학회장(한서대 교수)은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공조해 드론과 테러 등 새로운 항공보안 위협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협력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상 위성’ 천리안 5호, 국산 수신기 탑재로 경쟁력 높인다

2031년 발사 예정인 3번째 기상위성인 '천리안위성 5호'에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된 위성 핵심 부품이 실려 우주 검증 이력(Space-Heritage)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우주 시장 진출의 최대 진입 장벽으로 꼽히던 실제 비행 이력을 공인받으며, 국산 우주 부품의 해외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기상청과 우주항공청은 우리나라의 세 번째 기상위성인 천리안위성 5호에 국내 기술로 제작한 '정지궤도 위성용 위성항법 수신기'를 장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천리안 5호는 2031년 발사를 목표로 추진 중인 우리나라의 제3세대 정지궤도 기상·우주기상 위성이다. 천리안 1호와 2A호의 뒤를 이어 대기 및 우주 환경을 정밀하게 관측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위성항법 수신기는 GPS, 갈릴레오 등 위성항법시스템(GNSS) 신호를 수신해 위성의 위치·속도·시각 정보를 실시간으로 산출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번에 탑재되는 수신기는 우주항공청의 '스페이스파이오니어사업' 지원을 통해 ㈜두시텍 등 산·학·연이 4년간의 연구개발과 지상시험을 거쳐 지난 2024년 개발을 완료했다. 우주 부품 시장은 극한의 환경을 견뎌야 하는 특성상 우주에서 실제로 작동한 이력이 없으면 상용화와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에 개발된 국산 수신기는 지구 반대편의 미약한 신호를 포착해 정지궤도상 위치 측정 오차를 20m 수준까지 대폭 줄이는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으나, 실전 운용 이력이 없는 점이 한계로 꼽혀왔다. 양 기관은 약 40건에 달하는 기술 규격 및 신뢰도 검토를 거쳐 천리안위성 5호 탑재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국산 수신기는 2031년 실제 궤도에 올라 우주 검증 이력을 공식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을 다지게 된다. 연구실에서 개발된 부품 기술이 국가 대형 체계사업과 직결되며 연구개발(R&D)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한 셈이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국가 연구개발사업으로 확보한 우주기술이 개발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국가 우주 임무에 적용된 의미 있는 성과"라며 “국내 기업의 우수한 우주기술이 국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체계 적용과 지상시험, 우주 검증을 종합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천리안위성 1호의 해외기술 도입에서 시작해 점차 국내 기술 비중을 확대해왔다"며 “천리안위성 5호는 국산 부품 인증과 함께 국내 정지궤도 위성 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조종사·관제사협회, 韓-대만 ‘신규 직항로’ 뚫었다

정부 간 공식 외교 채널이 없는 대만 공역에 우리나라 민간 조종사들과 관제사들이 주도해 뚫은 새로운 하늘길이 열린다. 이를 통해 항공업계는 연간 수십억 원 이상의 운항 비용을 절감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 협회장 이충섭)는 협회가 한국항공교통관제사협회(협회장 김근수)와 함께 제안한 대만 공역 내 신규 직항로(Direct Route) 구축안이 대만 항공 정보 간행물(AIP)에 정식 등재돼 오는 10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된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신규 항로 개설로 야간 시간대 동남아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항공편이 겪던 대만 공역 내 우회 비행의 불편이 해소된다. 기존 항로 대비 비행 거리는 17해리(NM) 짧아지고 1편당 비행 시간은 2~4분, 운항 비용은 300~600달러 줄어든다. 연간 전체 항공사 기준으로 환산하면 수십억 원대의 비용 절감과 5300톤 규모의 탄소 배출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성과는 비수교 지역이라는 외교적 제약을 민간 단체인 조종사협회와 관제사협회가 실무 협력으로 돌파한 국내 첫 사례다. 앞서 조종사협회는 지난 2월 관제사협회와 공동으로 한·대만 항공 교통 관계자가 참석한 워크숍(NAATMC)을 열고 대만 측에 직항로를 공식 제안했다. 이충섭 협회장은 IFALPA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회장을 수행하면서 넓혀 온 국제 항공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만을 비롯한 국제 항공 교통 관계자들과 실질적인 협력 채널을 구축하고, 이를 이번 항로 개선 논의와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했다. 특히 관제사협회가 다져온 국제 네트워크와 항공 관제에 대한 전문적인 역량이 이번 성과를 이뤄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전언이다. 이후 두 달여 간의 데이터 분석과 실무 협의를 이끌며 대만 항공 당국의 실제 항로 개편을 성사시켰다. 조종사협회 관계자는 “이번 성과는 조종사협회 단독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 관제사협회를 비롯한 모든 참여 기관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며 “정치·외교적 제약을 넘어 민간 조종사와 관제사들이 항공 안전과 운항 효율성이라는 공통의 목표로 뭉쳐 이뤄낸 뜻깊은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동북아 항공 교통 현안을 해결하는 민간 국제 협력 플랫폼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에어로스페이스, 美 법인 ‘호라이즌 USA’ 앞세워 에너지 세일즈 나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액화 천연 가스(LNG) 유통 사업을 진두지휘할 현지 법인을 미국에 전격 설립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력인 방위산업과 조선업에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이라는 막강한 카드를 결합해 글로벌 무대에서 전례 없는 '통합 안보 패키지'를 수출하겠다는 고도의 전략적 셈법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LNG 조달부터 트레이딩·물류 최적화를 아우르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할 '한화호라이즌 USA(Hanwha Horizon USA)'를 미국에 설립했다고 밝혔다. 신설 법인의 수장으로는 해양·에너지 분야에서 30년 넘게 굵직한 경력을 쌓아온 제임스 사가르 한화해운(한화쉬핑) 최고 경영자(CEO)가 낙점돼 겸직 체제로 조직을 이끈다. 한화호라이즌 USA의 출범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올 초 첫발을 뗀 '글로벌 LNG 유통 사업'의 화룡점정이다. 앞서 회사는 지난 2월, 미국의 대형 LNG 생산 기업 '벤처 글로벌'과 2030년부터 20년간 2024년 국내 연 소비량의 약 4.4% 규모에 해당하는 연 150만 톤의 북미산 LNG 장기 구매 계약을 맺으며 에너지 유통 시장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곳간과 물류망도 차곡차곡 다져왔다. 2024년 미국 LNG 기업 넥스트디케이드에 약 1800억 원을 선제 투자했고 2025년에는 한국남부발전 등과 '팀 코리아'를 꾸려 글로벌 공급망 확대를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글로벌 신용 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로부터 신용 등급 'A-'를 획득하며 대규모 자금이 오가는 트레이딩 사업에 필수적인 재무 경쟁력까지 입증했다. 이번 미국 현지 거점 확보로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독자적 LNG 밸류 체인'도 톱니바퀴를 맞췄다. 한화호라이즌 USA가 자금력으로 가스를 조달하면 한화오션이 건조한 최첨단 운반선과 해상 부유식 액화 천연 가스 생산 설비(FLNG)를 통해 한화해운이 해상을 가르고, 종국에는 한화에너지가 발전소를 돌리는 수직 계열화가 구축된 것이다. 당장 한화호라이즌 USA는 오는 2029년 상업 운전을 시작하는 한화에너지 여수 LNG 발전소에 연료를 쏟아붓는 것을 시작으로 향후 국내외 발전사와 아시아 시장 등으로 트레이딩 영토를 공격적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 '복합 기업 디스카운트' 우려?…핵심은 '에너지 안보'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1위 방산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질적인 에너지 유통 사업에까지 손을 뻗는 것을 두고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미 그룹 내에 한화솔루션이나 한화토탈에너지스 등 자원을 다루는 굵직한 계열사들이 확고히 자리 잡은 상황에서 사업 영역이 난립하는 '복합 기업(Conglomerate)'으로 변모해 기업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주력 사업의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작금의 급변하는 글로벌 패권 경쟁 속 현대 국가의 생존 전략은 에너지를 그 자체로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최상위 안보 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연이은 LNG 밸류 체인 장악 행보 역시 무기체계 확충과 에너지 공급망 확보를 동일선상에 놓는 '국가 안보 강화' 차원의 포석으로 읽어야 한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궁극적인 노림수는 치열한 글로벌 방산 수출 시장에서 타국 경쟁사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치트키'를 거머쥐는 데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사의 무기체계를 해외에 수출할 때 대상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친환경 에너지(LNG) 공급망까지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제안하게 돼 전례 없는 '연계 세일즈'가 가능해진 것이다. 고객국 입장에서는 무기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자국의 에너지 수급 불안까지 단번에 해결해 주는 한화의 제안에 매력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방위산업에 가스 유통을 얹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은 수입국의 국방력과 에너지 자립을 동시에 챙겨주는 '통합 안보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체급을 올리겠다는 청사진이다. 때문에 무기와 에너지를 양손에 거머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종 결합 실험이 글로벌 안보 지형에서 어떤 폭발력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HD현대重 겨냥 ‘허위사실’ 유포, 동종업계 소행?…경찰, 수사 속도

HD현대중공업이 자사를 겨냥한 악의적 허위 사실을 유포한 이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종업계 인사가 이 같은 행각을 벌였을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경찰 수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5월께 HD현대중공업이 법인 명의로 제기한 신원불상자 대상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사건을 접수해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은 지난 3월께 온라인 익명 단체대화방 등에서 HD현대중공업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받은 글'이 유포되면서 벌어졌다. 당시 유포된 글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이 시기 발생한 한 외국인 직원의 극단 선택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덮기 위해 최고경영진의 동정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회사 측이 보도자료를 통해 인명사고 기사를 '밀어내기' 시도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 측은 당시 최고경영진의 대외 일정은 인명사고 이전에 확정된 것으로, 동정 보도자료는 배포조차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마치 사고를 은폐하거나 여론 전환을 위해 홍보활동에 나선 것처럼 연결지은 해당 글은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로, 이로 인해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피해가 발생해 경찰 조사를 의뢰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해당 사건 이후 최초 유포자로 추정되는 인물은 원본 메시지를 삭제한 뒤 닉네임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찰은 현재 HD현대중공업 측이 제출한 유포자의 온라인 대화방 등 자료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거쳐 동종업계 인사를 중심으로 혐의자를 특정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은 수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진행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전쟁에 기후까지 ‘복합 쇼크’…컨선 ‘수익성 줄다리기’ 심화하나

중동전쟁 여파로 운임과 연료비의 불확실성이 널뛰는 해운업계에 기후 변수까지 본격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시아와 미국 동안을 잇는 핵심 항로인 파나마 운하가 엘니뇨에 따른 가뭄 여파로 내달 통항량 감축을 예고하면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파나마운하청(ACP)은 내달 4일부터 운하의 하루 선박 통항량을 일평균 35~36척 수준에서 34척으로 축소한다. 대형 선박이 이용하는 네오파나막스 갑문의 통항 슬롯을 9개, 파나막스 갑문은 25개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같은달 15일부턴 파나막스 갑문 슬롯이 23개로 추가 감축돼 총 일일 선박 통항량은 32척 수준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이번 통항 제한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크게 상승하는 이른바 '슈퍼 엘니뇨'가 직접적인 배경이다. 통상 엘니뇨는 파나마 운하가 위치한 중미 지역의 가뭄으로 이어진다. 실제 지난 5~8월 파나마운하 유역의 누적 강수량은 평년보다 34% 적었고, 운하로 유입되는 물의 양도 평년 대비 44% 감소했다. 선박이 갑문을 통과할 때마다 대규모 담수를 사용하는 파나마운하 특성상 가뭄에 따른 수위 감소는 흘수(선박이 물에 잠기는 깊이)와 통항 선박 수 제한을 유발한다. 문제는 이 같은 통항 제한이 글로벌 선복 수급과 운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중동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해상 물류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통항 슬롯 감소로 선박 대기시간이 늘어나거나 적재량이 제한되면 선박의 회전율이 떨어진다. 여기에 일부 선박의 우회 운항까지 늘어날 경우 시장의 실질적인 가용 선복이 감소해 운임을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미주 컨테이너 운임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이날 발간한 주간 통합 시황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21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409.63포인트로 전주 대비 1.6% 상승해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가운데 미국 동부해안 운임은 1FEU(=40피트 컨테이너)당 9700달러로 일주일 새 132달러 올랐다. 견조한 미국향(向) 수요와 선사들의 선복 관리가 운임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파나마운하의 적재·통항 제약까지 중첩되고 있다는 게 해진공의 분석이다. 반면 같은 컨테이너 시장에서도 항로별 운임 방향은 엇갈리고 있다. SCFI 유럽항로 운임은 1TEU(=20피트 컨테이너)당 2842달러로 전주 대비 103달러 하락했고, 지중해항로 역시 3767달러로 같은 기간 162달러 떨어졌다. 미 동안 운임이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최근 주요 선사들의 수에즈운하 복귀 움직임과 맞물린다. 중동전쟁 이후 홍해 통항 위험으로 희망봉을 우회하던 선박들이 수에즈항로로 복귀하면서 항해거리가 단축되고 가용 선복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해진공은 7~10월 수에즈 경유 예정 선복이 월평균 130만TEU로 상반기보다 6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파나마에서는 통항·적재 제한이 선박 회전율을 낮춰 미 동안의 가용 선복을 줄이는 반면, 수에즈에서는 희망봉 우회 축소로 가용 선복이 늘어 유럽 운임의 하방 압력을 가중하며 양대 운하를 둘러싼 상반된 선복 흐름이 컨테이너 항로별 운임 편차를 키우는 셈이다. 운임 강세가 선사의 수익성 개선으로 온전히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파나마 운하의 통항 대기는 선박 회전율을 떨어뜨리고, 우회 운항은 항해거리와 연료 소비를 늘려 운항비 부담을 키울 수 있다. 특히 중동전쟁 여파로 선박 연료유 가격까지 상승하고 있어 비용 압박 자체도 만만치 않다. 지난 21일 싱가포르 기준 저유황유(LSFO)는 t당 833.5달러로 전주 대비 13달러 올랐고, 고유황유(HSFO)는 665.5달러로 36달러 상승했다. 이처럼 컨테이너선 시장의 셈법이 한층 복잡해지면서 항로별 선복 운용과 비용 전가 능력이 향후 수익성을 가를 주요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컨테이너 시황을 하나의 지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만큼 항로별 운임 차이가 커지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높은 사업 여건 속에서 항로별 선복 배치와 운임 정책 등 시장 변화에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하느냐가 선사의 수익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박규빈의 재무 아나토미] 아시아나 품는 대한항공, 외형 성장 속 재무부담 ‘우려’

대한항공이 오는 12월 16일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흡수·합병을 앞두고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종속 회사들의 실적 부진과 환율 등 거시 경제 변수로 인해 상반기 연결 기준 재무제표는 적자로 전환했다. 장부상 평가 손실 외에도 인수·합병(M&A)·자본적 지출(CAPEX)·우발 채무·환경 규제 등 실질적인 현금 유출을 수반하는 재무적 요인들이 다수 확인됐다. ◇ 별도-연결 실적 괴리 심화·대규모 외화 환산 손실 발생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대한항공의 매출액은 13조888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310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2% 감소했고 반기 순손실은 5664억 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이는 대한항공 별도 기준 영업이익 7787억 원·당기 순이익 1453억 원 실적과 대비되는 수치다. 연결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은 종속 회사들의 대규모 적자에 기인한다. 올해 상반기 손손실은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에어서울 등을 포함해 6588억 원, 진에어는 458억 원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고환율 기조가 겹치며 장부상 대규모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 외화 차입금·리스 부채 비중이 높은 항공업 특성상 상반기 연결 기준 외화 환산 손실은 1조1284억 원에 달했다. 장부상 손실 외에도 실제 외화 부채 상환·결제 과정에서 발생한 실현 외환 차손 명목으로 429억 원의 현금 유출이 기록됐다. ◇ 1312억 원 ABS 조기 상환 발동…M&A 관련 단기 자금 소요 아시아나항공 합병 절차가 실질적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관련 자금 소요 역시 가시화되고 있다. 반기 보고서 주석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장래 매출 채권 등을 담보로 발행한 1312억 원 규모의 자산 유동화 증권(ABS)에 '조기 지급 사유'가 발생했다. 해당 신탁 계약 상 대한항공과의 합병 계약 체결이 조기 지급 사유로 명시돼 있어 지난 5월 14일 양사 간 합병 계약 체결로 인해 당초 2028년 3월이었던 만기일이 합병 기일 전일인 2026년 12월 15일로 단축됐다. 연내 해당 금액의 원금 상환 의무가 발생한 것이다. 이 외에도 9월 1일 종료되는 △아시아나항공 합병 반대 주주의 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 대금 지급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기내식 사업) 지분 80% 재인수 대금 지출 △신설 부동산 자회사(케이웨이프라퍼티) 추가 출자 등 M&A 관련 직·간접 자금 지출이 예정돼 있다. 또한 통합 이후 정상화 단계까지 적자를 기록 중인 아시아나항공·진에어의 운영 자금 지원 부담도 존재한다. ◇ 중장기 대규모 CAPEX·고정 비용 지출 지속 기단 현대화·인프라 확충을 위한 대규모 자본적 지출도 지속적인 현금 유출 요인이다. 현재 보잉·에어버스와 체결한 항공기 구매 계약의 총 소요 자금은 137조3523억 원 규모이고 기지출액을 제외하고 향후 123조4683억 원의 자금이 순차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상반기 현금 흐름표상 '유형 자산 취득'으로만 이미 2조2733억 원이 지출됐다. 영종도 신규 엔진 정비 공장 건립(잔여 2435억 원)과 1·2 행거 재건축(잔여 655억 원), 경기 부천 미래 사업 부지 매입(잔여 1905억 원) 등의 인프라 투자도 대기 중이다. 영업 활동 유지를 위한 고정 지출·금융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대한항공은 연결 기준 상반기 항공유 구매 대금으로 4조7384억 원을, 임차기 반납에 따른 정비 수리 대금으로는 1221억 원을 지출했다. 고금리 환경 속에서 현금으로 지급된 순수 이자 비용은 4420억 원으로 집계됐고 유동성 장기 부채 7593억 원과 리스부채 1조1185억 원에 대한 원금 상환 역시 집행됐다. ◇ 진행 중인 주요 소송과 우발 채무 리스크 패소 시 대규모 자금 유출로 직결되는 법적 분쟁·행정 처분 리스크도 상존한다. 해외에서는 러시아 대법원에서 상고 기각이 확정된 현지 세관의 화물기 무단 출항 관련 원 과징금 41억5000만 루블(한화 약 685억1650만 원)과 추가 과징금 83억 루블이 부과됐고 이에 대한 집행 비용(각 7%, 12%)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이 진행 중이다. 패소 시 원화 환산액 기준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 조건으로 내걸었던 공급 축소·운임 인상 제한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대한항공에 58억8560만 원, 아시아나항공에 126억9300만 원 등 합계 약 185억7860만 원의 이행 강제금을 부과해 행정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사단 정찰용 무인 드론(UAV) 납품 지연과 관련해 방위사업청이 청구한 2486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반소와 57억3850만 원에 이르는 운항 승무원 통상 임금 소송, 2267억 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의 금호터미널·기내식 사업권 관련 손해배상 소송 등이 계류 중이다. ◇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녹색 비용' 증가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대응 비용 역시 회사의 구조적 지출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발간된 ESG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집행된 녹색 구매 금액은 4조4753억 원이며, 이 중 일반 항공유 대비 단가가 높은 지속 가능 항공유(SAF) 구매량은 2025년 기준 179만6977갤런으로 전년 대비 11.8배 가량 증가했다. 또한 2026년부터 EU 배출권 거래제(EU-ETS)와 국내 K-ETS의 무상 할당이 전면 폐지되거나 축소되고, 국제 항공 탄소 상쇄 제도(ICAO CORSIA) 의무가 본격화됨에 따라 탄소 배출권 구매를 위한 현금 유출 규모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 현금성 자산 2.6조 원 비축…선제적 외화 차입 등 유동성 관리 집중 이러한 다각적인 자금 유출 요인에 대응해 대한항공은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상반기 말 기준 연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6011억 원으로 작년 말 1조8699억 원 대비 대폭 증가했다. 더불어 보고 기간 종료 후인 7~8월에는 한국수출입은행 보증부 엔화 사채 200억 엔과 국민은행 보증부 달러 사채 3억 달러를 잇달아 발행하며 선제적인 외화 자금 조달을 단행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6900만 달러 규모의 시설 자금을 별도로 차입했다. 향후 대규모 자금 유출이 가시화됨에 따라 선제적 자본 조달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향후 자금 소요와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안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해 관리 중"이라며 “필요한 자금 조달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 변동 등 재무 리스크와 SAF를 비롯한 환경 관련 비용에 대해서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비행기 58대·매출 2.5조…‘통합 진에어’, 내년 3월 업계 판도 바꾼다

진에어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해 2027년 3월 17일 '통합 진에어'로 출범해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시장의 1위 구도가 바뀔 전망이다. 세 회사의 항공기와 노선, 인력을 한 법인에 모은 기단 58대 규모의 '메가 LCC(저비용 항공사)'가 등장하면서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이끌어 온 기존 경쟁 질서도 재편될 전망이다. 22일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은 전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3사 합병안을 승인하고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12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의결한 뒤 항공사업법상 합병 인가와 안전 운항 체계 변경 검사과 해외 항공 당국의 승인·신고 등 후속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예정대로 절차가 끝나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해 '통합 대한항공'으로 출범하는 12월 17일로부터 석 달 뒤 한진그룹의 LCC 통합도 마무리된다. 합병은 진에어가 존속 법인으로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진에어는 두 회사의 자산·부채·권리·의무·고용·법적 지위를 승계한다. 합병 비율은 진에어 1 대 에어부산 0.2862684 대 에어서울 0.7501939다. 상장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관련 법령에 따른 기준 시가를 토대로 합병 가액을 정했고, 비상장사인 에어서울은 자산 가치와 수익 가치를 반영한 본질 가치 평가를 적용했다. 이번 합병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기단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진에어 31대·에어부산 21대·에어서울 6대를 더하면 통합 진에어의 보유 항공기는 58대다. 기존 진에어보다 27대, 87.1% 늘어나는 것으로 합병 전의 1.87배에 이른다. 같은 시점 티웨이항공(트리니티항공)은 46대, 제주항공은 45대를 보유했다. 통합 진에어는 티웨이항공보다 12대(26.1%), 제주항공보다 13대(28.9%) 많은 기단으로 출발하게 된다. 경쟁사보다 20% 이상 큰 선두 사업자가 새로 등장하는 셈이다. 외형은 매출에서도 앞선다. 2025년 각사 공시 매출을 합산하면 진에어 1조3810억 원, 에어부산 8326억 원, 에어서울 2897억 원 등 약 2조5000억 원이다. 같은 해 티웨이항공의 연결 매출 1조7982억 원보다 약 7000억 원(39.2%), 제주항공 1조5799억 원보다 약 9200억원(58.4%) 많다. 이에 따라 국내 LCC 시장은 여러 회사가 엇비슷한 규모로 경쟁하던 구도에서 통합 진에어가 외형상 선두에 서고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이 뒤를 쫓는 '1강 2중' 구도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통합 진에어의 첫 번째 경쟁력은 수도권과 영남권을 함께 아우르는 거점망이다. 지금까지 세 회사에 흩어져 있던 노선과 운항 시간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설계하면 수요가 겹치는 노선의 공급을 조정하고, 확보한 항공기를 성장 노선이나 지방 공항 출발 국제선에 재배치할 수 있다. 인천에 집중된 국제선 수요를 부산 등 지방으로 분산하고, 수도권과 영남권에서 서로 다른 출발 시간과 목적지를 제시할 여지도 커진다. 두 번째 경쟁력은 운항 대응력이다. 기단이 커지면 정비나 기상 악화, 항공기 고장 등 비정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체 항공기와 승무원을 투입할 선택지가 늘어난다. 성수기에는 수요가 강한 노선에 공급을 집중하고 비수기에는 항공기를 다른 노선으로 돌리는 탄력 운용도 쉬워진다. 항공기 1~2대의 이탈이 전체 운항에 미치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아지는 만큼 결항·지연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는 비용 경쟁력이다. 항공기 임차와 보험·연료·부품·정비·지상 조업·공항 서비스·정보기술(IT) 계약을 한 회사가 통합 발주하면 구매 협상력이 커지고, 항공편 한 편이나 좌석 하나를 공급하는 데 드는 단위 비용을 낮출 여지도 생긴다. 통합 고객 기반도 자산이다. 예약·발권 시스템과 모바일 플랫폼을 단일화하면 이용자는 한 번의 검색으로 기존 3사의 노선을 비교·예약하고, 같은 기준으로 공항 수속과 탑승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회사 측도 세 브랜드에 흩어진 고객과 운항 데이터를 결합해 수요를 예측하고 노선별 가격과 공급을 더 정교하게 조정할 수 있다. 다만 58대를 완전 공동 운용할 수 있다는 걸 뜻하는 것은 아니다. 진에어는 보잉 737·777 계열을,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에어버스 A320·A321 계열을 주력으로 운용한다. 조종사 자격과 정비 인력, 부품, 훈련 체계가 기종별로 나뉘기 때문에 합병 직후에도 기단을 이원 관리해야 한다. 단일 기종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경쟁사보다 초기 정비·교육 비용이 더 들 수 있고, 기단 재편에는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세 회사의 임금·인사 제도·조직 문화·근무 기준을 맞추는 작업 역시 난도가 높은 과제다. 특히 에어부산이 지역 항공사로 성장해 온 만큼 부산 거점 기능과 고용을 통합 법인에서 어떻게 유지할지는 지역 사회가 주시할 쟁점이다. 예약·발권 시스템을 옮기는 과정에서 오류나 고객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사전 검증도 필요하다. 소비자 선택권을 둘러싼 평가도 엇갈릴 수 있다. 회사는 통합 기단과 노선 재배치로 목적지와 스케줄 선택 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지만, 세 브랜드가 하나로 줄고 중복 노선이 정리되면 일부 노선이나 시간대에서는 경쟁 편수가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노선 효율화가 공급 축소보다 신규 노선 확대와 운항 안정으로 이어지는지가 합병 효과를 가를 핵심이다. 진에어는 자사의 기존 운항 증명(AOC)과 운영 기준을 토대로 에어부산·에어서울의 기단, 운항, 정비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일원화하고, 출범 예정일 전까지 국토교통부의 안전 운항 체계 변경 검사를 통과한다는 목표다. 국내 심사가 끝난 뒤에는 취항 국가별 승인과 신고 절차를 밟는다. 진에어는 세 항공사가 축적한 전문성을 결합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통합을 마무리하고, 노선 운영 최적화와 고객 선택권 확대를 바탕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LCC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무안 참사 유족 법률 대리인단 감정 싸움 격화…“허위 vs 비방”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사고의 유가족 대리인단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사고 손해배상 청구 소멸 시효 만료를 불과 4개월여 앞둔 중대한 시점에서 정식 소송을 주도하는 임치영 변호사 측과 선(先)협상을 추진하는 하종선 변호사 측이 격돌한 것이다. 양측은 소송 없는 막연한 합의 가능성·소멸 시효 산정·미국 법원의 관할권 각하(FNC) 리스크·사고 기체 결함의 결정적 원인 등 소송의 핵심 쟁점을 두고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임치영 법률사무소 씨앤와이 변호사는 하종선 법률사무소 나루 변호사가 정식 소장 제출 없이 미국 로펌 주도로 협상을 진행하려는 방식을 비판했다. 임 변호사는 하 변호사가 유가족에게 제시한 위임 계약서에 핵심 파트너 로펌인 크라인들러 & 크라인들러의 서명이 공란인 점을 짚으며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비정상적 행태로 향후 유가족의 권리에 악영향을 미칠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식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보잉과 합의로 사건을 종결하겠다는 하 변호사의 계획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며 디스커버리와 같은 소송의 압박 없이 가해자가 스스로 수천억 원의 배상 책임을 질 리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하 변호사는 사실 관계가 전혀 다른 일방적 비방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출하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하 변호사는 파트너 로펌 크라인들러 & 크라인들러가 직접 보잉 측과 기체 결함 관련 협상을 긴밀히 진행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서명 누락 논란을 거듭 일축했다. 그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소송 전략을 함부로 비방하는 것은 도를 넘은 처사로 정말 화가 난다"며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소장을 내지 않고 선협상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외국 사고의 경우 미국 법원의 관할권 각하 위험을 피하기 위한 사전 방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헬리오스 참사 당시 섣불리 소송을 냈다가 실익 없이 각하된 선례를 들어 현재 소송 전략이 비밀 유지를 전제로 신중하고도 현실적인 접근임을 역설했다. 한편 임 변호사 측은 보잉의 전현 본사가 있는 버지니아나 일리노이 주법이 적용될 경우 소멸시효가 2년으로 대폭 단축될 위험성을 언급했다. 협상 절차만 굳게 믿고 기다리다 3년 내에 뒤늦게 소송을 제기하면 보잉이 시효 만료를 빌미로 기각을 신청할 것이라는 경고다. 미국 법원의 관할권 각하 가능성에 대해서도 다구역 소송 재판부 이송 결정문과 과거 실크에어 참사 판례를 핵심 근거로 내세우며 반박했다. 그는 설계 결함과 관련된 수많은 증인과 핵심적인 물적 증거가 온전히 미국 내에 존재하므로 보잉의 기각 신청은 무력화될 것이 확실시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 법원에 예비 소송을 병행하는 것 역시 패소 가능성 탓이 아니라 단순 시효 보전을 위한 당연한 법적 절차일 뿐이라고 선을 그으며 소송 강행 전략의 정당성을 거듭 피력했다. 하 변호사는 2년의 단기 시효가 무조건 적용될 수 있다는 상대 주장은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무리한 억지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현재 사건이 워싱턴주 연방법원으로 완벽히 병합된 만큼 객관적으로 워싱턴 주법에 따라 소멸 시효는 3년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 변호사는 허만 측도 초기에는 3년 시효를 안내해놓고 돌연 엉뚱한 주법을 끌어들인다고 꼬집었다. 관할권 각하 기각 전망에 대해 그는 “실크에어 판례는 극소수 예외일 뿐, 대다수는 미국 법원에서 매몰차게 쫓겨난다"며 “임 변호사 측은 90% 확률로 이긴다지만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상대 로펌이 진행 중인 시애틀 법원의 증거 개시 절차의 폭도 좁고 깊이도 얕아 보잉 측에 유리하게 전개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표명했다. 임 변호사 측은 사조위의 합동 정밀 조사 결과 문건과 미 연방항공청(FAA) 공식 문서를 핵심 근거로 제시하며 기체를 통제할 수 없게 만든 제작·설계 결함이 이번 참사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조종사가 엔진 출력을 낮추기 위해 스로틀 레버를 공회전 위치로 확실히 이동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우측 엔진 제어 장치가 명령을 무시하고 90%에 달하는 고추력을 비정상적으로 끝까지 유지했다는 것이다. 임 변호사는 이 같은 현상이 당국이 앞서 경고한 바 있는 제어 불가능한 고추력 조건에 부합한다며 항공 안전을 무시한 제조사가 온전히 책임을 지고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변호사 측은 자신들이 보잉 기체 결함을 국내에서 가장 깊이 연구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에게 디테일한 문제점들을 이미 모두 전달했다며 전문성을 내세웠다. 그는 허만 로펌 측이 과거 시애틀 법원에 낸 통합 소장 내용과 현재 주장하는 엔진 폭주 원인이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꼬집었다. 당초 소장의 핵심 주장은 엔진 출력이 55%로 급격히 감소해 간신히 비행했다는 것인데 돌연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하 변호사는 “과거에는 출력이 갑자기 줄었다고 분명히 명시해놓고 이제 와서 엔진이 폭주했다고 논리를 완전히 바꾼 것"이라며 상대 측 주장을 배척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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