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수입 의존 잠수함 ‘수평 발사 장치’ 국산화…ADD와 10년 협력 결실

한화오션이 수입에 의존해 온 잠수함용 수평 발사 장치를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10년간 협력한 성과로, 핵심 무장 장비의 조달 비용과 납기를 줄이고 차세대 잠수함에 적용할 기술 기반을 확보했다. 한화오션은 ADD와 함께 '워터램(Water Ram) 방식 수평 발사 장치'의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잠수함 내부에 실린 어뢰 등 주요 무장을 함 밖의 바다로 밀어내는 장비다. 이번에 개발한 장치는 수압으로 발사체를 밀어내는 워터램 방식을 적용했다. 개발의 핵심은 무장을 밀어내는 힘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데 있다. 한화오션은 발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힘을 제어해 어뢰 등이 정해진 속도로 안정적으로 발사되도록 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수중 작전 환경을 고려한 안전성과 내구성도 설계에 반영했다. 깊은 바닷속에서 발사관 외부 문을 열고 무장을 발사할 때 가해지는 높은 수압을 견디도록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하고, 강한 충격에 버티는 내충격 성능을 갖추도록 개발했다.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단계의 안전 장치를 복합적으로 적용했고 구조를 단순화해 유지·보수와 운용 편의성도 높였다. 한화오션은 이번 국산화로 해외 장비 도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고 조달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잠수함 형태에 맞춰 발사 장치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발사력 해석 기술도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잠수함에 대응하는 관련 장비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향후 차세대 잠수함 탑재와 해외 수출도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핵심 무장 장비를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할 수 있게 된 만큼 잠수함 전력 강화와 수출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건호 한화오션 방산기술연구센터장(상무)은 “이번 개발을 통해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잠수함 핵심장비의 완성도를 높이고, 차세대 잠수함에 필요한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대한민국 해군력 강화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그룹, 美 해군 함정 첫 수주…3575억원 상륙함 계약에 추가 3척 옵션

한화그룹이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 이후 처음으로 미 해군 함정 건조 사업을 따냈다. 약 3575억원 규모의 중형 상륙함(LSM) 1척을 건조하는 계약으로 추가 3척에 대한 옵션도 포함됐다. 미국 현지 조선소 확보와 인력·기술 투자를 바탕으로 상선 중심의 사업 영역을 해군 함정으로 넓히며 후속 수주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한화그룹은 한화디펜스USA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 해군 선박 건조·관리 업체(VCM)인 TOTE 서비시스(Services)와 LSM 1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계약 금액은 약 2억6900만 달러(약 3575억원)이며, 실제 건조는 한화 필리 조선소가 맡는다. 데이브 매코믹 미국 연방 상원의원(공화당·펜실베이니아주)이 지난달 30일 배포한 별도 자료에 따르면 이번 계약에는 추가 함정 3척에 대한 옵션이 담겼다. 현재 확정된 건조 물량은 1척이고 옵션이 행사되면 물량이 늘어나는 구조다. 착공은 2027년 4분기로 예정돼 있다. 이번 계약은 미 해군의 위임을 받은 TOTE 서비시스가 건조 업체를 선정하고 사업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VCM은 발주처를 대신해 선박 건조 계약과 관리 전반을 수행한다. TOTE 서비시스는 지난 7월 LSM 사업의 VCM으로 선정돼 2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LSM은 인도·태평양 등 분쟁 가능성이 있는 연안에서 미 해군과 해병대의 분산작전을 지원하는 원정작전용 상륙함이다. 병력과 장비, 보급품을 연안 지역으로 수송하고 전개하는 임무를 맡는다. 길이 100m, 폭 16m에 경하 중량은 약 2687톤이며, 항속 거리는 약 7400㎞다. 미 해군은 네덜란드 다멘(Damen)의 LST-100 설계를 토대로 LSM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상용 설계를 활용하고 여러 조선소에서 동시에 건조해 초기 전력화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전체 도입 계획은 35척으로 한화그룹에는 이번 계약의 이행 실적이 향후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한화 필리 조선소의 기존 건조 이력도 이번 사업과 맞닿아 있다. TOTE 서비시스는 경쟁 절차를 통해 안전과 품질, 납기 준수 실적 등을 종합 평가해 건조 업체를 선정했다. 한화 필리 조선소는 미 해사청의 국가 안보 다목적선(NSMV) 사업에서 TOTE 서비시스와 같은 VCM 방식으로 협업해 4척을 건조·인도했다. 한화디펜스USA 역시 올해 초부터 필라델피아 현지에 인력을 투입해 조선소의 해군 사업 준비를 지원했다. 한화그룹은 2024년 12월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뒤 미국 연방 정부를 고객으로 하는 선박 사업을 확대해 왔다. 올해 3월에는 한화 필리 조선소와 한화디펜스USA가 미 해군 차세대 군수 지원함(NGLS) 개념설계 사업에 참여했다. 7월에는 미국의 '골든돔' 미사일 방어체계와 연계된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 건조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번 LSM 계약으로 해군 함정 분야에서도 설계 참여에 이어 실제 건조 실적을 쌓을 기회를 확보했다. 마이클 쿨터 한화디펜스USA 대표는 “2024년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이후 한화그룹은 미 해군 등 연방 정부 고객을 위한 선박 건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인력과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해 왔다"며 “일정과 예산에 맞춰 함정을 인도할 수 있도록 TOTE 서비시스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권은 이번 계약을 자국 조선업과 제조업 기반을 되살리는 투자 성과로 평가했다. 필리 조선소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를 지역구로 둔 매코믹 의원은 한화디펜스USA와 한화 필리 조선소의 사업 선정을 환영하며 현지 일자리와 산업 역량 확대에 의미를 부여했다. 매코믹 의원은 “펜실베이니아주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선도하며 일자리·제조업·새로운 기회를 우리 주에 다시 가져오고 있다"며 “한화그룹이 필라델피아에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투자 의지는 미국 노동자와 미국 산업에 투자할 때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의 조선 인프라와 생산 역량을 살펴봤다. 방한 기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만나 미국 조선업에 대한 추가 투자 기회를 논의했고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도 조선·방위산업 제조·기술 분야의 한미 협력과 대미 투자 확대 방안을 협의했다. 매코믹 의원은 특히 한화그룹이 지난해 발표한 필리 조선소의 50억 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언급했다. 동맹국과의 협력이 미국의 선박 건조 역량을 회복하고 방위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화그룹은 조선소 인수 이후 투자를 이어가며 생산 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번 수주를 계기로 미 해군 함정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추가 3척 옵션과 향후 발주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인력을 양성하고 설비 투자를 이어가는 한편, 첫 계약 함정을 일정과 예산에 맞춰 인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장] “공항서 써볼 기회 제공을”…항공 보안 장비 국산화, 실증 문턱부터 ‘높은 장벽’

“국산 장비를 구매하기 전에 공항 안에서 충분히 실증할 기회부터 주셨으면 합니다." 30일 경북 구미코에서 열린 '2026년 항공 보안 포럼'에서 이장원 SST 랩스 연구소장은 이와 같이 말하며 국산 보안 검색 장비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을 거론했다. 국제 인증을 확보해도 실제 운영 실적이 없으면 선택받기 어렵고, 도입되지 않아 트랙 레코드를 갖지 못하면 실적을 쌓을 수 없는 악순환이다. 현장에서는 장비 개발 외에도 실증·데이터 확보·인공 지능(AI) 성능 검증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한국항공보안학회와 경운대학교·한서대학교가 공동 주관한 이날 행사의 주제는 'K-항공 보안 장비 국산화 가속화 방안'이었고, 공항 운영·보안 기관·장비 기업·대학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개회식 사회를 맡은 신승균 영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내 개발 현황과 기술적 과제를 살피고 유통 장비까지 공유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소대섭 한국항공보안학회장(한서대 항공정책센터장·항공보안학과장 교수)은 “국산 장비 기업에서 차세대 인재들이 항공 보안 발전을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자체적인 기술 자립과 첨단 보안 장비 국산화는 국가 항공 보안의 핵심 과제"라며 국내 기술의 공항 안착과 해외 진출을 위한 산·학·연·관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추진 보고와 주제 발표 진행을 맡은 이용강 한국항공보안학회 편집위원장(한서대 항공보안학과 교수)는 학회 산하 연구위원회를 통해 기업 전문가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연구 성과를 확장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포럼이 국내 항공 보안 장비가 세계 수준으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했다. 가경환 경운대 인재개발처장은 과거 보안 장비 개발·인력 양성 과제를 수행한 경험을 언급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혁신 기술을 실무에 도입하는 협력의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순석 한국민간경비학회장은 신라대학교 항공 보안 검색 교육 센터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학술·교육 기관과 기업이 결합한 토론의 의미를 평가하고 양 학회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제안했다. 기업 발표의 공통 화두는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국산화'였다. 김명수 딥노이드 차장은 외산 장비 의존이 유지·보수뿐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검색기에 국산 AI를 연결해 경쟁력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묶어 수출하자는 구상이다. 김 차장은 AI의 역할을 숙련 판독 요원의 완전한 대체보다 피로와 집중력 저하를 보완하는 데서 찾았다. 공항·항만·세관에서 실제 운영 데이터를 축적하도록 실증 기회를 확대하고 AI 자체의 판독 성능을 평가·인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산을 일괄 교체하기보다 함께 활용하며 국내 기술의 강점을 키우자는 설명이다. 이장원 소장은 고정된 9개 엑스선으로 3차원 영상을 만드는 휴대 수하물 검색장비와 유럽민간항공회의(ECAC) C3 인증 성과를 소개했다. 다음 과제로는 제조사와 장비별로 분리된 검색 데이터를 연결하는 개방형 판독 체계를 제시했다. 수하물 CT와 전신 검색기 등의 결과를 함께 분석하려면 데이터 표준인 DICOS에 기반한 연동과 개인정보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명원 뉴원에스엔티 연구소장은 보안 검색선을 넘어 주차장과 로비 등 일반 구역의 초동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발물·마약 흔적 탐지기 'IONAB'에 이어 개발한 비접촉식 'IONAB_에어'는 의심 물체를 건드리지 않고 탐지하도록 설계됐다. 그는 폭발물 처리반 도착 전 현장 요원의 판단을 지원하고 공항 시설 전체로 대응 범위를 넓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외산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들은 국내 기술과 운영 경험의 결합을 강조했다. 김기태 인씨스 전무는 “원 영상이 고해상도로 제공되지 않으면 AI 프로그램이 아무리 좋아도 탐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라피스캔 검색기에 자체 AI를 접목해 재검색 대상 물품을 자동 분류하고 통합 상황실에서 장비 상태와 비상 상황을 관리하는 사례를 제시했다. 신동인 동곡기정 연구팀장은 보안 검색장의 성능을 단일 장비만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CT·신체 검색기·통합 판독에 장비 배치와 교육, 유지·보수, 장애 대응이 결합돼야 승객 편의·업무 효율·보안 수준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람과 수하물을 통합 검색하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되길 바란다며 구축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오창환 카티스 수석은 CT 검색기·전신 검색기·바구니 자동 회송 장치·원격 통합 판독으로 구성되는 '스마트 시큐리티'의 실제 운영을 설명했다. 검색 결과에 따라 재검사 대상을 분리하고 여객 수요에 맞춰 판독 인력을 탄력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이다. 외산 장비를 취급하지만 국산 장비의 개발과 성과를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박형남 에이리스 기술이사는 작은 저장매체와 비정형 마약 등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려면 영상 해상도뿐 아니라 물질 특성을 담은 원본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제조사에서 원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워 자체 검색기 제작에 나섰다는 그는 “보안 검색 영상은 우리나라의 자산"이라며 데이터 주권을 부각했다. AI가 판단 근거를 제시하고 신규 위협을 학습한 뒤 재검증받도록 인증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화물 보안도 논의됐다. 유병철 경운대 항공관제물류학부 교수는 등록 대리점(RA) 도입을 중심으로 공항에 집중된 검색 부담을 분산하고 화물의 운송 전 과정에서 보안 상태를 유지하는 체계의 필요성을 다뤘다. 본지는 항공 보안 장비의 △국산화의 범위 △부품 공급망 △국내 소재·부품·장비의 경쟁력 △도입 실적 확보 방안을 물었다. 이 소장은 전체 제어체계는 국산화하고 있지만 엑스선 발생 장치와 검출기까지 확대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부품은 품질보다 가격 측면의 과제가 있다며 구매에 앞서 실제 현장에서의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민규 교수는 대형 화물의 탐지 기술과 발전 방향을 질문했다. 김 차장은 탐지 대상별 학습과 장비 결합을 통해 AI의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답했다. 김 전무는 중형 엑스선 장비와 컨테이너 검색기의 활용 가능성을 설명하면서 공항의 대형 화물 검색 기반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을 짚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중소·외국 항공사 보안에 전문가 붙는다…항공보안협회, 11월 지원센터 가동

항공 보안 전담 인력이 부족한 중소 항공사와 지상 조업사 등을 대상으로 교육과 점검 준비, 사고 대응을 돕는 상시 지원 체계가 마련된다. 업체별로 전문가를 연결해 자체 보안 계획이 실제 업무에서 작동하도록 지원하고 현장의 애로 사항을 관계 기관에 전달하는 창구도 운영한다. 대한민국항공보안협회는 다음 달부터 이 같은 기능을 수행할 '항공보안지원센터'를 직접 운영한다고 30일 밝혔다. 주요 지원 대상은 △중소 항공사 △외국 항공사 한국 지점 △지상 조업사 △항공 화물 업체 △공항 입점 업체 등이다. 센터는 협회 법인 회원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센터 설립의 배경에는 보안 규정을 갖추는 것만으로 현장의 실수를 막기 어렵다는 문제 의식이 있다. 조직이나 업무가 달라져도 자체 보안 계획에 반영되지 않거나 담당자가 절차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문서에 명시된 기준과 실제 업무 사이에 간극이 생긴다는 것이 협회의 진단이다. 특히 인력이 적은 업체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아 보안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고, 담당자 교체 과정에서 경험과 노하우가 단절될 수 있다. 외항사는 본사 기준과 국내 규정의 차이로 실무 판단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협회가 최근 개최한 외항사 보안 책임자 간담회에서도 이러한 애로 사항이 제기됐다. 협회는 국정감사에서 반복적으로 다뤄진 기본 절차 위반 사례를 현장 지원의 필요성을 보여 주는 대목으로 꼽았다. 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지난 6월 김포국제공항의 국제선 승객 수송용 램프 버스가 국내선 청사로 이동해 승객 4명이 입국 심사 없이 공항을 빠져나간 사건이 다뤄졌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2023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신분 확인과 위해 물품 적발, 보호 구역 출입 통제 실패 등으로 총 51건·4억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 사실이 지적됐다. 센터는 회원사마다 담당 전문가를 지정해 일상적인 업무 문의부터 긴급 상황까지 상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감독 기관의 점검을 앞둔 업체에는 준비 상황을 함께 확인하고 자체 보안 계획이 실제 조직과 업무 절차에 맞게 작성됐는지 검토한다. 교육도 주요 지원 분야다. 직원에게 필요한 법정 보안 교육은 협회가 직접 실시하고, 보안 검색 요원과 항공 경비 요원 교육은 협회 부설 교육 기관과 연계해 지원한다. 규정이 개정되면 변경 사항과 업체별 후속 조치를 정리해 안내하고 외항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주요 내용은 영문으로도 제공한다. 보안 사고 발생 시에는 보고 절차와 초동 조치에 관한 긴급 자문을 제공한다. 불법 드론과 사이버 침해, 출입증을 악용한 내부자 위협 등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항공 보안 정책·법규, 보안 검색·경비, 항공화물, 대테러, 드론·대드론, 사이버 보안, 국제 분야 전문가로 자문 위원단을 구성한다. 국내외 위협 동향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어떤 업무를 확인하고 보완해야 하는지까지 연결해 안내한다는 구상이다. 개별 업체가 제기하기 어려운 제도 개선 과제도 취합한다. 감독을 받는 업체가 규정의 불합리함이나 적용상의 어려움을 직접 설명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협회가 회원사 의견을 모아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에 전달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의견을 낸 회사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는다. 협회는 이러한 지원 방향이 보안 문화와 인적 역량을 강조하는 국제 사회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2024년 발표한 세계 항공 보안 계획(GASeP) 제2판은 보안 문화와 인적 요인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협회에 따르면 이달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ICAO 항공보안 주간에서도 장비와 기술만으로 숙련된 인력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 강조됐다. 박재완 협회장은 “업체가 수립하는 자체 항공 보안 계획은 현장 종사자가 내용을 이해하고 일상 업무에서 실행할 때 비로소 효과를 낸다"며 “규정과 현장을, 전문가와 기업을 이어 우리 항공 보안 수준을 고르게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협회는 국문·영문 안내서를 배포해 외국항공사의 참여를 확대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위협 동향과 교육 자료, 실무 문답을 공유할 계획이다. 가입이나 상담을 희망하는 업체에는 개별 안내를 제공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비계열’ 날개 단 현대글로비스, 3Q 실적 역대 최대…이규복 “PCTC 공급과잉 끄떡없다”

현대글로비스가 올해 3분기 비계열 물류·해운 사업 성과에 힘입어 단일분기 기준 역대 최대규모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올 3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으로 매출 9조536억원과 영업이익 5665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1%, 영업이익은 8.1% 증가한 수치로, 단일분기 사상 최고 기록이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유의미한 수익 개선세를 보였다. 이 기간 매출은 4.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이보다 큰 14.4% 규모로 늘어 외형 대비 내실을 큰 폭으로 강화했다. 이 같은 3분기 호실적은 계열 물량 대비 운임 효과가 큰 비계열 물량을 중심으로 물류·해운부문 사업을 확대하고, 원가 효율성 개선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사업부문별 실적을 보면, 물류는 올 3분기 매출 2조9502억원과 영업이익 223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7.9%·19.6% 성장했다.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물류사업 물동량이 증가한 데다 우호적인 컨테이너선 시황이 더해지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특히 해외물류사업은 비계열 영업 확대와 내륙운송 물동량 증가 효과가 겹치며 당기 매출 2조4615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2.2% 신장했다. 비계열 물량 확대 효과는 해운 부문을 중심으로 더 크게 나타났다. 3분기 해운 부문은 매출 1조8137억원과 영업이익 227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7.1%·16.6% 증가했다. 중국발(發) 비계열 물량 선적이 증가하며 고운임 효과를 극대화한 가운데, 유류할증료(BAF) 반영으로 고유가에 따른 연료비 상승 부담을 상쇄하며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 해운 부문 가운데 완성차해상운송(PCTC) 사업의 경우, 3분기 비계열 매출 비중이 60% 수준까지 늘었고, 선대 규모도 직전 분기 98척(사선 35척+용선63척)에서 당기 106척(사선 35척+용선 71척)으로 증대됐다. 이에 해당 사업 매출은 1조365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8.5% 성장했다. 아울러 벌크해상운송 사업은 선대규모가 전년 동기 26척(사선 15척+용선 11척)에서 당기 24척(사선 14척+용선 10척)으로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벌크(건화물)선 시황 강세에 힘입어 이 기간 33.1% 증가한 4478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이 밖에 유통 부문은 3분기 매출 4조289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1.5% 성장했다. 신흥국 기술지원 조립공장향(向) 반조립(CKD) 수출이 증가한 결과다. 반면 비철금속 가격과 원달러 환율 하락 여파로 트레이딩 사업의 수익성이 약화되면서 영업이익은 18.7% 감소했다. 이날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시장의 시선은 비계열 사업 확대와 고운임 효과에 따라 실적을 큰 폭으로 개선한 PCTC 사업 부문에 집중됐다. 실제 현대글로비스의 3분기 해운 부문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보다 1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유류할증료 반영에 따른 효과가 약 700억원을 차지한 것으로 회사는 설명했다. 나머지 300억원 가량은 비계열 고객 확대에 따른 운송계약 구성 개선 효과로 분석됐다. 특히 중국발 완성차 수출물량 확대가 수익성 개선을 뒷받침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컨퍼런스콜에서 중국발 완성차 해상운송 시장 내 자사 점유율이 12~13%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분기별 운송량은 지난해 12만~13만대 수준에서 올해 15만~18만대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자동차선 시장의 수급 전망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중국 완성차 수출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2028~2029년까지 예정된 신조선 인도가 모두 이뤄지더라도 공급 과잉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는 “2028~2029년 신조선 인도가 모두 이뤄지더라도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는 전혀 없는 상황으로 판단한다"며 “현재의 호황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시장에서의 영향력과 지배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4분기 1만대급 초대형 자동차선 4척을 추가 도입하고, 내년에도 같은 규모의 선박 10척을 확보할 계획이다. 중국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해상운송뿐 아니라 현지 내륙운송과 부품 공급 등을 연계한 종합물류 서비스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4분기에는 원화 강세와 주요 고객사의 해외공장 가동일수 감소 등이 실적 성장세를 일부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이 같은 부담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 31조원 이상, 영업이익 2조1000억원 이상이라는 기존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표는 “이번 실적은 단순히 한 분기에 그칠 성과가 아니라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들이 누적된 결과"라며 “2024년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약속했던 2030년까지의 로드맵이 조기에 달성될 수도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3분기 실적이었다"고 강조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삼성重, 3Q 영업익 3384억원…고부가 선박 효과로 조업감소 상쇄

삼성중공업이 고부가가치 선박 매출 증가 효과에 힘입어 올해 3분기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삼성중공업은 올 3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으로 매출 3조1504억원과 영업이익 3384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6%, 영업이익은 42.1% 증가한 수치다. 직전분기와 비교하면 당기 매출은 2.5%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오히려 4.1% 증가했다. 이에 영업이익률은 10.1%에서 10.7%로 이 기간 0.6%포인트(p) 확대돼 수익성을 소폭 개선했다. 특히 3분기 하계 휴가·추석 연휴 등 계절적 요인에 따라 조업일수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부가 선박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며 하방 압력을 상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1~3분기 누적 영업실적은 매출 9조2834억원과 영업이익 9365억원을 올려 전년 대비 18.8%·65.5% 성장했다. 삼성중공업은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간 매출액 가이던스 12조80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수주 가이던스 역시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20척과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2기를 수주하는 등 총 48척을 수주해 연간 수주액 124억달러(16조6000억원)를 확보했다. 올해 수주 가이던스는 139억달러(18조6000억원)로, 목표치를 89%까지 달성한 셈이다. 삼성중공업은 올 연말까지 미국 델핀 FLNG 2호기와 캐나다 웨스턴 FLNG 등 대형 해양 프로젝트 수주를 성사한다는 목표다. 중동발(發) 지정학적 불안 등의 여파로 대외 경제 여건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조선해양 부문 시황 극복은 과제다. 다만 주력선박인 LNG운반선의 경우, 글로벌 물동량 증가에 따라 중장기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컨테이너선 역시 선사들의 선대 재편과 친환경 선박 교체 발주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삼성중공업은 기대하고 있다. 또한 회사는 글로벌 LNG 공급원 다변화 흐름 속 아프리카와 중남미, 북미 등 권역이 새로운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내년 이후에도 신규 프로젝트가 다수 잇따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 들어 분기별로 실적 개선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며 “LNG운반선과 FLNG 등 독보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고부가 제품군을 중심으로 질적 성장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현장] “인증은 시험 출제와 채점”…가드렉스서 짚은 ‘서대구-구미 61㎞ 하늘길’의 조건

“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채점하는 게 인증이라고 하는 겁니다." 29일 경북 구미 구미코에서 열린 'AAM 안전 체계 구축 발전 세미나'. 축사에 나선 황호원 항공안전기술원장은 학생들의 시험에 빗대 항공기 인증을 이와 같이 설명했다. 항공기를 개발한 뒤 실제 서비스에 투입하려면 안전을 입증하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가드렉스(GADLEX) 2일차인 29일, 경운대학교와 항공안전기술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이날 세미나의 주제는 'AAM 인증부터 상용화까지'였다. 기체가 비행에 성공한 이후 풀어야 할 문제가 논의의 중심에 놓였다. 인증과 제조 기반, 실제 노선, 조종사와 운항기준까지 다섯 발표가 이어졌다. 황 원장은 한국이 항공기를 운항하는 국가에서 제작하는 국가로 나아가면서 인증의 중요성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미래 항공 교통(AAM) 역시 개발과 인증을 거쳐 상용화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종사자들도 있어야 되고 인프라도 있어야 한다"며 수직 이착륙장인 버티포트까지 갖춰져야 AAM을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운대와의 인증 전문 인력 양성 협력도 강조했다. 앞서 환영사를 맡은 신희준 경운대 저고도경제진흥원장은 “하늘길을 여는 가장 빠른 길은 가장 안전하게 열어야 하는 길"이라며 지역 기업의 기술이 시험·평가와 인증을 거쳐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첫 발표가 시작되자 인증의 현장이 구체적인 시험 설비로 나타났다. 박흥석 항공안전기술원 항공인증본부 경량인증실 팀장은 인천 드론 인증 센터의 복합 환경 시험을 소개하며 바람과 비를 동시에 가하는 상황을 설명하며 “이런 환경에서도 드론이 정상적으로 대응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시험"이라이라고 설명했다. 박 팀장이 제시한 자료에 적힌 설비의 시험 범위는 영하 40도에서 영상 85도, 시간당 최대 120㎜의 강우와 초속 20m의 바람이었다. 길이 200m 활주로와 수직 이착륙장 2면을 갖춘 센터에서는 전자파·진동·소음·추력·낙하 시험도 수행할 수 있다. 박 팀장은 드론이 사람 가까이에서 비행하는 만큼 소음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늘어나는 인증 수요는 제도 변화로 이어졌다. 박 팀장에 따르면 무인비행장치 안전성인증은 2020년 890건에서 지난해 5103건으로 증가했다. 그는 “전에는 모든 기체를 하나하나 전수 검사했다"며 설계 신뢰성과 제작사의 품질 관리 능력을 먼저 검증하고 이를 충족한 모델의 생산 기체는 서류 검사로 인증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음 과제는 무게뿐 아니라 운항 위험에 맞춰 기준을 보완하는 일이다. 사람이 드문 곳과 도심, 조종자가 직접 볼 수 있는 비행과 비가시권 비행은 위험이 다르다. 그는 유럽·미국·중국의 제도를 비교하며 국내에서도 비가시권 운항에 필요한 기술기준과 고위험 운항의 기체·운항 기준을 함께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를 보던 김민정 경운대 AAM 인증·사업화지원센터장(항공정비학부 교수)은 두 번째 발표자로서 지역 기업의 고민으로 화제를 옮겼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기업이 항공용 부품을 공급하려면 어떤 기술을 더 확보하고 어떤 시험을 거쳐야 하는지가 출발점이었다. 경운대가 추진하는 경북 전략 산업 앵커 대학 사업은 기업의 보유 기술을 데이터로 정리하고 인공 지능(AI)으로 항공 분야 요구조건과 비교하는 방식이다. 부족한 기술은 협력 기업과 연결하고 시제품 제작·성능 평가·인증까지 지원한다. 소재·전자 장비·모터·배터리 등 지역 제조업의 항공산업 진입을 돕는 구상이다. 김 센터장은 시험과 실증 과정에 대해 “실패가 허락되는 지역에서 실패를 반복하면서 성공적인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의 시험 시설과 항공안전기술원·구미전자정보기술원 등 협력 기관의 역량을 연결해 기업의 시행착오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드론이 수집한 비행·영상 정보의 유출을 막기 위한 양자 보안 기반 암호화 모듈 공동 개발 구상도 소개했다. 인력 양성은 기업 지원과 함께 추진한다. 김 센터장은 AAM 제작·운영 체계·응용 서비스를 연계하는 교육과 2027년 대학원 신설 계획, 기업과 협의 중인 채용 약정형 인턴제를 설명했다. 기술을 개발할 기업과 이를 현장에서 다룰 인력을 지역 안에서 함께 키우겠다는 방향이다. 김희주 항공안전기술원 항공인증본부 도심항공정책실 팀장의 발표에서는 상용화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드러났다. 그는 “시장과 기술이 열렸다고 해서 바로 날릴 수는 없다"며 “안전한 항공기와 안전한 운항체계가 동시에 개발되고 제도화돼야 운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체 인증이 늦어지면 운항 체계와 서비스 연구가 진행되더라도 실제 기체를 활용한 검증에 제약이 생긴다. 김 팀장은 투자 침체와 기업의 어려움이 겹친 UAM 시장을 '데스 밸리'에 비유했다. 미국의 공역 통합 실증과 중국의 중앙-지방 정부 연계 지원 등을 소개하며 국내에서도 기업이 실증과 초기 시장에 참여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험 비행과 상업 운항의 차이도 짚었다. 시제기를 시험 목적으로 띄우는 단계에서 승객을 태우고 반복 운항하는 단계로 가려면 설계·생산·개별 기체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인증 체계와 운영 준비가 맞물려야 한다. 김 팀장은 기존 항공체계를 활용해 가까운 시기에 실현할 수 있는 서비스부터 검증하고 제도 정비와 전문 인력 양성, 국제 기준 협력을 병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 논의가 지역의 구체적인 사업으로 이어진 대목은 김은주 대구광역시 미래모빌리티과 미래항공기반팀장의 발표였다. 대구시·경북도·한국도로공사가 함께 추진하는 시범 사업은 서대구역–왜관IC–김천구미역을 잇는 총 61㎞ 노선을 대상으로 한다. 김 팀장은 “인프라 구축에 246억 원을 책정하고 있다"며 “운영비와 기체 도입비는 별도로 책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기간은 2026~2031년으로, 인프라 재원은 국비·지방비 각 104억 원과 도로공사 38억 원으로 구성하는 계획이다. 현재 기본 계획 수립 용역과 시범 운영 구역 지정을 위한 예비 신청을 진행했고 내년 버티포트 설계에 들어가 2029년까지 건설을 마치고 2030년부터 시범 운항을 추진한다는 일정이다. 국가 차원의 2028년 초기 공공 서비스 목표와는 별개 일정이다. 초기 임무는 산불과 고속도로 감시 등을 중심으로 잡고 혈액 수송과 치안 관련 업무도 검토한다. 이후 운항 조건이 완화되면 응급 환자 수송·재난 구조로 넓히고 중장기적으로 교통·관광·물류 서비스로 확장할 구상이다. 김 팀장은 공공 서비스를 먼저 추진하는 이유로 안전성 입증과 시민 수용성 확보를 들며 “민간 기업의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공공의 선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역 자동차·기계부품 기업의 모터·배터리 등 항공 분야 진출도 함께 지원할 계획이다. 노선을 그리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서대구역 버티포트는 기존 임시 주차장 부지를 활용해 여객 시설 위에 이착륙장을 두는 방식으로 구상하고 있다. 김 팀장은 인근 하늘을 전투기와 군 작전용·소방용 헬리콥터 등이 이용한다며 “군과 공역 협의를 치열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기업이 사업에 나설 때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는 공역 협의를 공공 시범사업에서 먼저 풀고 후속 사업이 참고할 사례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마지막 발표에 나선 해군·아시아나항공 기장 출신 이동식 경운대 AAM 운항관제센터장(심리학 박사)은 직접 교육을 받으며 느낀 조종사의 부담을 전했다. 지난 9월 관련 교육에서 접한 단일 조종 체계에서는 교관과 나란히 앉아 실기 교육을 받는 기존 방식에 제약이 있어 처음 실제 비행에 나서기 전 시뮬레이터로 기체 특성을 충분히 익혀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비행기와 헬리콥터 조종 경험이 새 기체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도 아니라고 짚었다. 제작사마다 다른 조종 방식과 시스템을 충분히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양성 계획으로는 2027년 조종사·정비사 선발과 제작사 위탁교육을 거쳐 2028년부터 실증·시범 운영에 투입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세부 선발 조건과 자격 부여 방식은 구체화 중인 계획이다. 운항 기준에서는 수직 비행과 수평 비행 사이의 '전환 비행'을 강조했다. 수직으로 뜬 뒤 날개를 이용해 순항하는 파워 드리프트 항공기는 비행 단계마다 달라지는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이 센터장은 “이륙했다고 해서 최종 목적지까지의 모든 승인을 받았다고 전제하면 안 된다"며 단계별로 다음 비행을 이어갈 수 있는지 판단하고 지상 관제와도 협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미=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르포] 레이더부터 폭발물 탐지까지…구미 가드렉스서 만난 K-방산·보안 기술

지난 28일 경북 구미시 구미코에서 열린 '2026 항공·방위·물류 박람회(GADLEX·가드렉스)'에서는 레이더와 드론부터 보안 통신, 폭발물 탐지까지 군과 민간의 안전을 뒷받침하는 기술이 이어졌다. 제4회 제2작전사령관배 드론봇 전투 경연대회와 함께 진행한 개막식에서 황호원 항공안전기술원장은 기술을 실제 시장으로 연결하는 인증의 역할을 강조했다. 항공기·부품 인증과 드론 핵심 부품 국산화 지원을 소개한 그는 “시제품을 만들어도 인증이 있지 않으면 상용화가 될 수 없는" 구조를 짚었다. 협력의 필요성은 '콩나물'에 빗댔다. 높이와 길이가 다른 음표가 하나의 악보에서 음악을 만들듯 군과 대학, 지자체, 산업계가 공동 목표를 향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황 원장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하나의 악보"를 함께하는 협력을 강조했다. 서로 맞닿아 자라는 콩나물처럼 각 주체가 연결돼 드론·로봇 등 미래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도 했다. 김호복 육군 제2작전사령관은 민간 기술과 군의 작전 요구를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실증 기반과 수출·채용 지원을, 경운대와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는 인재 양성과 기업 협력을 통한 사업화 지원을 약속했다. 한화시스템 부스에서는 장사정포 요격 체계(LAMD)와 장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 체계(L-SAM)의 다기능레이더가 소개됐다. 짧은 시간에 여러 위협이 발생하면 레이더가 다수 발사대와 연결돼 대응을 뒷받침하는 구조다. 드론 탐지·대응 기술은 원전 등 민간 주요 시설로도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관계자는 단거리 레이더 사업에 관해 연간 매출 8조 원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차량 능동 방호 체계(APS) 시뮬레이션에서는 날아오는 로켓·미사일을 능동 위상 배열(AESA) 레이더로 탐지·추적하고 대응 필요성을 판단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함정 분야에서는 유인함과 무인체계를 연결하는 '스마트 배틀십' 구상을 설명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약 100척의 함정·잠수함에 전투체계를 공급해 온 경험을 들며 인공지능(AI)을 표적 식별과 위협 평가, 무장 할당 등에 접목한다"고 말했다. 합성 개구 레이더(SAR) 위성에서는 해상도 고도화가 화두였다. 회사 측은 2023년 발사한 1m급에서 0.5m·0.25m급을 거쳐 2028년 0.15m급으로 발전시키는 계획을 소개했다. 특히 0.15m급을 두고 “상공 600㎞에서 자동차 번호판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AI 영상 분석은 실제 표적과 기만 표적을 구분하고 추가 타격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로 소개됐다. 풍선 모양의 기만 표적을 어떤 원리로 식별하느냐고 묻자 관계자는 “세부 기술까지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LIG 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에서는 유도 무기와 드론을 차례로 살폈다. 천궁-Ⅱ는 유도탄을 발사관 밖으로 밀어 올리는 콜드 론칭과 방향 전환을 위한 측추력 기술, 탄도탄 대응 능력을 강조했다. 대전차 유도 무기 현궁은 적외선 영상 탐색기를 사용하는 무기로, 사측은 유도탄 무게 약 10㎏과 최대 사거리 약 2.5㎞를 설명했다. 수송 드론 KCD-40은 엔진과 전기 구동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40㎏급 화물을 싣고 60분 이상 비행한다는 설명이다. 민간에서는 도서·재난 지역에 생필품을, 군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작전 지역에 보급품을 운반하는 용도다. 2020년 개발을 시작한 이후 군의 요구를 반영해 크기와 무게를 줄이고 탑재량을 최대 60㎏ 수준으로 높이는 개량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금속 구조물의 탄소 섬유 소재 전환, 배터리·전자장비 경량화와 구동계 개선을 설명했다. 적재함 대신 전자광학·적외선 장비나 무장을 탑재해 정찰·공격 임무로 확장하는 구상도 소개했다.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드론 MPD는 추진부를 기울이는 틸트로터 방식으로 수직 이착륙한다. 날개 등을 분리해 병사 한 명이 배낭에 넣어 이동하고, 현장에서 조립해 정찰하다 필요하면 기체가 직접 표적을 타격하는 개념이다. LIG D&A 관계자는 약 8㎞의 작전 반경을 설명하면서 2022년까지 보강 개발을 마쳤지만 아직 전력화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남은 과제는 소형 탄두 확보다. 약 870g의 탄두를 고려하고 있으나 실제 탄두 대신 무게를 맞춘 모사체로 비행 시험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도입과 자체 개발을 검토하는 한편 정부가 탄두를 공급하는 관급 방식도 제안하고 있다고 했다. 블랙베리 부스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익숙한 이름과 다른 사업을 만났다. 보안 통신 솔루션 시큐스위트(SecuSUITE)는 앱을 통한 통화·메시지·파일 공유를 종단 간 암호화로 보호한다. 위기관리 플랫폼 애드혹(AtHoc)은 문자·전화·앱으로 경보를 보내고 수신자의 상태를 회신받는다. 회사 관계자가 화재 상황을 가정해 설명한 관리 화면에서는 안전 여부를 색상으로 구분했다. 위치 정보를 활용해 대피 상황을 파악하고 경찰·소방과 연결하며 현장 사진과 대응 기록도 모은다. 통합 단말 관리 솔루션 'UEM'은 개인 기기의 업무 영역과 사적 영역을 나누고 조직이 허용한 앱과 정보를 관리하는 방식이었다. 요요인터랙티브에서는 소형무장헬리콥터(LAH) 조종 체험 화면이 눈길을 끌었다. 포천 지역 지형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 공간을 구현했다. 현장에서 만난 회사 관계자는 기체 자료를 확보하면 다른 헬리콥터도 모델링할 수 있다며 잠수함 분야의 제작 경험도 소개했다. 전시품은 군에 납품한 훈련체계가 아닌 체험용 시제품으로, 별도로 드론 전술 훈련 체계 개발·실증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브라 부스에서는 SAR 영상의 처리 전후를 비교했다. '스페클' 잡음을 줄이면서 해상도도 개선하는 기술이다. 회사 관계자는 서로 다른 시점에 촬영한 영상의 위치·방향·크기를 맞춘 뒤 객체 단위의 변화를 찾는 기능을 소개했다. 주차장 사례에서는 차량의 위치 변화를 판별한 결과를 보여줬다. 그는 해당 사례의 탐지 성능 지표인 F1 점수가 1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군의 감시·정찰 외에도 공사 현황과 지형 변화, 토양 수분·작황·지반 침하 관측 등 민간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방위산업공제조합 부스에서는 무기 체계를 개발하고 납품하는 기업의 자금 부담과 사고 위험을 어떻게 줄이는지 물었다. 조합은 입찰·계약·선급금·하자보수 보증부터 은행의 해외 보증서 발급을 뒷받침하는 수출 보증까지 제공한다. 소개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누적 보증 규모는 115조 원, 공제 규모는 185조 원이다. 공제 대상은 공장 화재 외에도 항공기·전차 등의 조립 중 사고와 함정 건조·시운전, 위성 조립·보관부터 발사·궤도 안착까지 사업 단계별 위험까지로 범위가 넓다. 중소 조합원사의 운전·시설자금 대출이자를 지원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협력 업체인 조합원사에는 해당 회사와의 계약에 한해 보증료를 최대 50% 지원하는 상생 금융 사업도 소개했다. 경운대 항공보안경호학부에서는 의심 물체의 엑스레이 확인과 폭발 피해 저감을 위한 방폭 장비, 휴대형 금속탐지기, 삼단봉과 전기 충격 기능을 결합한 장비를 소개했다. 뉴원에스엔티 부스에서는 폭발물·마약 흔적 탐지기 'IONAB' 시연이 이어졌다. 시료를 묻힌 채취지를 장비에 넣자 화면에 'TNT'가 표시됐다. 이번에는 휴대형 탐지기를 용기 가까이 가져갔다. 물체에 손을 대지 않고 공기 중 성분으로 위험을 확인하는 시연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장 장비에 폭발물 19종과 마약 15종이 등록돼 있고 사용자가 데이터 베이스를 추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료를 넣은 뒤 분석하는 시간은 물질에 따라 5초 이내라고 했다. 형태를 보여주는 엑스레이와 달리 화학 성분을 확인해 검색을 보완한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설계·제작·조립·품질 관리를 자체 수행하며 약 10년의 개발을 거쳐 2022년 항공보안장비 성능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관계자가 제시한 조달 가격은 대당 약 4000만 원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트리니티항공·육군·해군·공군·해병대·경찰청 공급에 이어 캄보디아·말레이시아 등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신제품 'IONAB 에어'는 “작고 가볍고 비접촉으로 만들어 달라"는 현장의 요구에서 출발했다. 의심 물체를 문지르는 대신 공기 중 폭발물 성분을 탐지한다. 회사 관계자는 배터리 포함 약 1~1.2㎏의 무게와 스마트폰·스마트워치 연동 기능을 설명하며 11월 시험성적서와 관련 인증 절차를 마친 뒤 납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HD한국조선해양, 3분기도 이익성장 지속…영업익 1조4472억원

HD현대의 조선·해양사업 계열사들이 올해 3분기에도 가파른 이익 성장세를 유지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 3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으로 매출 8조2862억원과 영업이익 1조4472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3%, 영업이익은 37.3% 증가한 수치다. 계절적 요인에 따라 조업일수 감소·환율 변동 등이 부감으로 작용했으나, 향상된 생산성과 고선가 기반 매출 증가, 엔진기계·해양플랜트 부문 실적 호조 등에 힘입어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주요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의 경우, 매출 5조7536억원, 영업이익 899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2%, 61.3% 성장했다. 선가 상승, 엔진기계와 해양플랜트 부문의 실적 호조세가 이어진 결과다. HD현대삼호는 액화천연가스(LNG)선 매출 비중 확대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5%, 영업이익은 56.3% 증가한 매출 2조3704억원 영업이익 4790억원을 올렸다. 또한 HD현대마린엔진은 엔진 인도 대수가 증가한 데 더해 이중연료(DF) 엔진 매출 비중도 확대돼 외형과 내실이 동반 성장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3.8%, 197% 증가한 2114억원과 603억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태양광 모듈 사업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6%, 38.8% 증가한 매출 1508억원, 영업이익 204억원을 보였다. 사업 부문별로는 조선 부문이 고부가 선박의 매출 반영 확대와 생산성 향상으로 3분기 호실적을 주도했다. 해당 부문은 당기 매출 6조8393억원과 영업이익 1조 1453억원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10.3%, 32.3% 성장했다. 엔진기계 부문도 제품 믹스 개선과 HD현대마린엔진의 매출 성장에 힘입어 매출 1조2012억원과 영업이익 2901억원을 기록해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유지했다. 아울러 해양플랜트 부문은 프로젝트 공정률 상승에 따른 매출 확대와 계약 변경으로 인한 추가 수익 등이 반영된 결과 매출 3798억원과 영업이익 1264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4%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흑자 전환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주요 사업 부문의 실적 호조와 지속적인 생산성 개선에 힘입어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과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선별 수주를 통해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박영범의 세무칼럼] ‘선박왕’도 피하지 못한 세금의 무게

국세청이 오랜 난제였던 이른바 '선박왕' 권혁 시도그룹 회장의 천문학적인 체납액을 징수하며 조세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고액 체납액 회수를 넘어, 과세당국의 집요한 추적 의지와 고도화된 글로벌 공조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나아가 이는 앞으로 전개될 기업 사주 일가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강력한 철퇴를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지난 7일 세무업계를 뒤흔든 이번 소식의 중심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총 7,902억 원에 달하는 권혁 회장의 체납 청산 약속이 있다. 국세청은 지난 2011년 역외 탈세 혐의로 권 회장에게 종합소득세 등 4,101억 원의 세금을 고지한 바 있다. 이후 오랜 조세 불복 소송 끝에 3,938억 원의 개인 납부액이 최종으로 확정되었으나, 무려 15년 가까이 징수는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납부의 '현실화'다. 권 회장은 지난 7월 이미 현금 1,000억 원을 납부했는데, 이는 종전 최고 납부액(500억 원)의 두 배에 달하는 역대 최고 현금 납부 기록이다. 또한, 나머지 2,938억 원의 잔액에 대해서는 납부 계획서와 함께 해외 소재 선박 5척을 담보로 제공했다. 국내에 본인 명의 재산이 없는 체납자로부터 해외 선박을 담보로 확보한 것은 국세청 역사상 최초의 사례다. 개인 체납액에 더해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된 시도탱커홀딩, 시도홀딩 등 관련 법인의 체납액까지 합치면 사실상 약 8,000억 원의 장기 미제 체납액이 국고로 환수되거나 소멸하는 셈이다. 국세청은 담보물의 적정성을 신중히 평가하기 위해 감사원의 사전 컨설팅을 병행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고 있으며, 선박 가치가 잔여 체납액을 충분히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유례없는 징수 이면에는 올해 1월 출범한 국세청 '고액 체납 특별 대응 TF'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국내 재산이 없는 권 회장을 상대로 국세청은 일찌감치 해외 재산으로 눈을 돌렸다. 자산 은닉 위험이 큰 해외 정보 확보를 위해 영국, 뉴질랜드, 헝가리, 벨기에 등과 실무 협약을 맺고 글로벌 공조망을 촘촘히 짰다. 특히 선박이 많이 등록된 라이베리아, 파나마 당국과의 국제 공조를 통해 권 회장의 선박 소유 현황을 철저히 파악하고 본격적인 압류를 추진했다. 이러한 촘촘한 그물망은 권 회장에게 강한 심리적·사업적 압박으로 작용했다. 한때 일본과 홍콩 등지에서 170여 척의 선박을 굴리며 “대한민국의 장보고가 되길 원했던" 권 회장에게 있어, 글로벌 과세당국의 공조로 인한 해외 사업 리스크 가중은 뼈아픈 대목이었다. TF팀은 전방위적인 압박과 함께 “세금을 정당하게 내고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당당하게 사업을 해달라"는 명분으로 지속적인 설득을 병행했고, 결국 이 강온 양면 전략이 권 회장의 결단을 끌어냈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단발성 징수 성과가 아니라, 국세청이 보여준 향후의 '시스템적 진화'와 '엄중한 조사 기조'다. 국세청은 이번 특별 대응 TF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 지방청(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등)에 '세무조사·체납 추적 연계 특별조사 팀'을 최초로 신설하기로 했다. 다가오는 11월과 12월, 역외 정보 수집 및 사주 재산조사 분야의 최정예 요원들을 선발해 악의적 고액 체납 및 탈세 혐의 법인에 대해 상시적이고 강도 높은 조사를 펼칠 계획이다. 특히, 지난 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임광현 당시 국세청장은 기업 사주 일가의 '법인 자금 사적 유용'에 대한 전면전도 선포했다. 최근 국세청이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한 19개 법인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그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직원 임금은 수년째 동결하면서 36억 원대 슈퍼 카 굴리는 사주 탈루 유형으로 최근 적발된 제조업체 A 사는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쌓아두고도 직원 급여는 철저히 동결했다. 그러면서도 시가 3억 원이 훌쩍 넘는 슈퍼 카 6대(총 36억 원 상당)를 포함해 총 45대의 수입차를 법인 명의로 사들여 사주 일가의 개인 전용차로 굴린 사실이 드러났다. 자녀 유학 복귀 선물로 법인 슈퍼 카 제공 탈루 유형으로 해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자녀를 위해 법인 명의로 최고급 슈퍼 카를 구매해 사적으로 사용하게 하고, 수십억 원대 빌딩 취득 자금까지 증여세 없이 편법으로 넘긴 사주 일가도 철퇴를 맞았다. 회삿돈 10억 원으로 최고급 자택 인테리어 탈루 유형으로 사주 C 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최고급 주택의 인테리어 비용 약 10억 원을 고스란히 회삿돈으로 결제하는 등 법인 자금을 마치 개인 쌈짓돈처럼 유용했다. 국세청은 이러한 행태에 대해 “정상적이면 사주가 급여를 받아 소득세를 내고 본인 돈으로 취득해야 할 것들을 법인 돈으로 몰래 해결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관행"으로 보고 연두색 번호판을 단 슈퍼 카를 사주 일가가 개인적으로 남용하거나, 한강 뷰가 보이는 강남권 초고가 법인 주택 및 직원 복지용 콘도를 이른바 '황제 사택'처럼 독점하는 행태가 온전히 바로 잡힐 때까지 2차, 3차 고강도 세무조사를 멈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해외로 교묘히 재산을 빼돌리거나 차명으로 자산을 은닉해 과세 망을 빠져나가려는 꼼수는 이제 진일보한 징수 기법과 글로벌 공조망 앞에 속수무책이 되고 있다. 국세청의 이번 '선박왕' 체납 징수와 사주 일가의 일탈을 향한 날 선 경고는 단순한 세수 확보를 넘어, “성실 납세자가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공정하고 투명한 조세 정의 실현"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기업에 던지고 있다. ekn@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