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보안학회 춘계 학술대회 ②] 여객기 해킹·사후 소송에 떠는 조종사…당국에 실효적 ‘사이버 복원력·면책권’ 요구

과거 기체 결함이나 기상 악화를 다루는 '안전(Safety)'과 폭발물 테러나 불법 침입을 막는 '보안(Security)'은 부처 간 칸막이에 의해 엄격히 분리된 영역이었다. 그러나 항공 전자 장비(Avionics)를 노리는 사이버 해킹이 현실화되고 기내 난동이 더욱 흉악해지고 있다. 때문에 상황에서 1만 미터 상공의 비행 현장을 책임지는 조종사들이 당국의 탁상공론식 행정을 비판하며 실효적인 거버넌스 대수술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한국항공보안학회(KAFAS)는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국립항공박물관 2층 세미나실에서 '세션 2: 항공 안전 보안 거버넌스' 심층 논의를 진행했다. 이번 세션은 박진서 한국교통연구원 본부장(한국항공보안학회 부회장)이 좌장을 맡았고, 실제 비행 현장을 매일 책임지는 현직 기장·부기장들과 법·제도 전문가들이 대거 연단에 올라 '살아있는 실무형 거버넌스' 혁신안을 쏟아내며 학술대회의 백미를 장식했다. ◇“보안의 이름으로 훼손되는 비행 안전"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소속인 배덕희 에어제타 부기장은 '항공 보안 효율성 제고 종합 방안'을 발표하며 낡은 보안 규제의 맹점을 짚었다. 그는 공항 보안 통제 구역을 출입하고 항공기에 오르는 운항 승무원의 생생한 시각에서 형식적이고 획일화된 현행 항공보안 검색 절차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배 부기장은 “항공 보안이라는 명목 아래 매번 신원과 배경이 철저히 검증된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들에게까지 일반 승객과 동일한 수준의 과도하고 소모적인 물리적 보안 검색과 액체류 반입 제한 등이 기계적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승무원의 육체적 피로도와 스트레스를 불필요하게 가중시켜, 이륙 후 정작 가장 집중해야 할 비행 안전을 저해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첨단 생체인식 및 신원 확인 기술을 활용해 검증된 인력에 대해서는 검색을 대폭 완화하는 '신뢰 기반의 선택적 보안 시스템(RBS, Risk-based Security)' 전면 도입과 기내 반입이 제한된 불필요한 조종실 내 위해 물품 기준의 합리적 완화 등 안전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현장 운영의 효율과 편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밀착형 개선안을 제안했다. ◇“해킹당한 여객기에서 조종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마찬가지로 이준혁 대한항공 부기장은 조종사협회원으로서 '항공 사이버 보안에서의 체크 리스트 기반 운영 회복 탄력성'을 다루며 디지털 시대 민항기가 직면한 새로운 사이버 사각지대를 경고했다. A350·보잉 787 등 현대의 최신 항공기들은 수많은 컴퓨터 시스템·센서·통신 장비가 거미줄처럼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돼 외부 위성 및 지상 관제와 쉴 새 없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하늘을 나는 거대한 디지털 서버'로 진화했다. 이로 인해 항공기 전자 장비나 지상 관제 통신망이 해커의 표적이 되어 랜섬웨어에 감염되거나 악의적인 GPS 스푸핑(위치 정보 교란) 등 고도화된 사이버 테러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위험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했다. 이 발제자는 “만약 비행 중 외부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내비게이션 및 자동 비행 시스템이 먹통이 되거나 계기판에 치명적인 데이터 오류 정보가 뜰 때, 조종사가 당황하지 않고 어떻게 즉각적으로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비상 실무 가이드라인이 현재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그는 사이버 공격 징후 발생 시 조종사가 즉각적으로 외부 네트워크 연결을 물리적으로 차단·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날로그 방식의 수동 비행으로 신속히 전환해 안전하게 회항할 수 있도록 항공기 기종별로 완벽히 표준화된 '사이버 보안 대응 체크리스트(QRH, Quick Reference Handbook)'를 법제화 해 시스템의 운영 회복 탄력성(Operational Resilience)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장들, 테러범 앞에서도 사후 소송을 두려워한다" 안희복 항공보안학회 이사는 '항공 보안과 기장의 권한'이라는 주제로 기내 치안을 위협하는 법리적 사각지대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최근 △취객의 기내 난동 △승무원 폭행 △비상구 문 개방 시도 △불법 무기 반입 등 예기치 않은 기내 불법 방해 행위가 나날이 흉포화되는 가운데 이륙 후 항공기의 최고 책임자이자 승객의 생명을 짊어진 최종 의사 결정권자는 '기장(PIC, Pilot In Command)'이라고 현행법에 명시돼 있다. 안 이사는 “고도 수만 피트 상공의 제한되고 고립된 긴박한 혼란 상황 속에서 기장이 주저 없이 승무원과 승객을 지휘해 테러범이나 난동객을 제압하도록 지휘권을 행사하고, 필요시 인근 공항으로의 비상 회항을 독자적으로 즉각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러나 현행 항공보안법의 모호한 해석과 항공사 내부 매뉴얼의 보수성 및 징계 압박, 그리고 지상에 내린 뒤 벌어질 사후 과잉 진압 논란 등 민형사상 법적 소송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많은 기장들이 정당한 통제 권한 행사에 극심한 심리적·구조적 제약과 위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안 이사는 도쿄 협약 등 국제법과 국내 항공보안법에 명시된 기장의 사법경찰권적 통제·지휘 권한을 실효성 있게 대폭 강화하고, 기내 안전을 위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선관주의) 의무를 다한 정당한 보안 조치 시 기장을 완벽히 보호해 주는 '법적 면책 규정'을 더욱 구체적이고 강력하게 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전-보안 철벽 칸막이를 부숴라" 마지막으로 학회 이사인 안주연 한국재난안전정책개발연구원 이사는 '항공 안전·보안 상호 연결적 위험 관리 거버넌스'를 발표하며 이번 학술대회 세션 2를 관통하는 핵심 정책 거버넌스 방향성을 제시했다. 과거에는 기체 결함이나 기상 악화, 조종사의 조작 실수를 다루는 '안전(Safety)' 영역과 폭발물 테러나 납치·무기 밀반입·불법 침입을 막는 '보안' 영역이 철저히 분절돼 국토교통부·국가정보원·경찰 등 각기 다른 정부 부처와 기관의 이기주의 속에 칸막이식으로 개별 관리돼 왔다. 이에 안 이사는 “그러나 앞선 발제들에서 보듯 공항 활주로에 불법 드론이 난입해 발생하는 항공기 충돌 위험이나, 지상 관제 시스템 해킹에 의한 대규모 항로 이탈 등 현대의 하이브리드 비대칭 위협은 '보안'의 방어망이 뚫림과 동시에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대형 '안전' 참사로 직결되는 상호 연결적복합 재난의 성격을 띤다"고 분석했다. 안 이사는 “사건 발생 시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를 놓고 싸울 시간이 없다"며 “국토부·국정원·경찰청·한국공항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각 항공사·군 등 보안과 안전에 얽힌 수많은 이해 관계 당사자들이 이기주의의 두꺼운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또한 단일한 거대한 프레임 워크 안에서 실시간으로 위험 데이터를 수집·공유하며 선제적으로 합동 대응할 수 있는 '통합 위험 관리 지휘 통제(C2) 거버넌스' 플랫폼의 조속한 국가적 구축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세션 2 발제 직후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송병흠 한국항공대학교 명예교수와 김건환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부협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들은 비행 중인 조종실과 객실, 지상의 항공 교통 관제 센터(ATC) 및 국가 대테러 기구 간의 실시간 비상 상황 정보 공유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현실을 꼬집었다. 두 패널은 공중의 테러 위협이나 비상 상황을 지상에서 신속히 파악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IT 데이터 링크 통신 시스템 고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책상 앞에서의 탁상공론식 행정을 타파하기 위해 기장·객실 승무원·정비사 등 실제 비행 현장 종사자와 정부의 정책 입안자가 상시로 모여 제도를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상설화된 민관 합동 실무 협의체' 신설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항공보안학회 춘계 학술대회 ①] “드론, 420km/h로 날아오는데 대책은 제자리걸음…지휘 통제망 통합 못하면 공항 다 뚫린다”

과거 공항 터미널 내부의 출입 통제와 X-레이 수하물 검색, 금속 탐지기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2차원적 '항공 보안'의 낡은 공식이 산산조각 나고 있다. 촘촘한 방공 레이더망을 교묘히 피하는 초소형 군집 드론이 수백억 원의 민간 항공기와 활주로를 직접 위협하고, 인공 지능(AI) 기반의 딥페이크가 가짜 테러 뉴스를 생산해 사회적 공포를 조장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항공기 전자기기(Avionics)를 직접 노리는 사이버 해킹까지 더해지며 이른바 '초연결 지능형 하이브리드 비대칭 위협'의 시대가 도래해 해결책을 논의하는 장이 열렸다. 사단법인 한국항공보안학회(KAFAS)는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국립항공박물관 1층 대강당·2층 세미나실에서 '대테러·대드론 대응체계 및 항공 안전·보안 거버넌스'를 주제로 2026년 춘계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소대섭 항공보안학회장(한서대학교 항공정책센터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스라엘·이란·우크라이나 등의 분쟁 양상을 되짚으며 과거의 재래식 무기가 아닌 드론이 사실상 폭격 테러의 주역이 된 국제 정세를 진단했다. 또한 항공 '보안(Security)'과 '안전(Safety)'을 엄격히 분리해 오던 낡은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통합 거버넌스로 나아가야 함을 역설했다. 이어진 축사에서 국무조정실 대테러 정책관은 대테러 센터 출범 10년을 맞아 범정부 드론 통합 TF를 총리급으로 격상했고, 2030년까지 공공 수요 2조 원을 창출해 관련 산업과 안보 체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3차원 공역 방어망 부재…“요격 장비보다 통합 지휘 통제가 핵심" 이광병 우주항공청 미래항공기프로그램장(과장)은 항공 보안의 경계가 공항 울타리를 넘어 저고도 상공으로 확장되어야 함을 증명하는 발제를 진행했다. 그는 항공 역사가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 가스터빈 제트 엔진 시대에 이어 현재 드론·eVTOL 등 '전기 추진 항공기'라는 제3의 혁명기를 맞이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작고(Small), 느리며(Slow), 낮게 나는(Low) 이른바 'LSS 표적'인 드론은 기존 방공 레이더망을 손쉽게 무력화시키며 테러의 패러다임을 원격·비대면·익명 방식으로 완전히 바꾸어 놓은 현실을 꼬집었다. 이 과장은 최근 중국 선전 드론 박람회를 참관하며 체감한 기술적 도약의 충격을 공유했다. 과거 취미용 장난감 취급을 받던 드론이 이제는 가스 터빈 엔진을 달고 시속 420km로 고도 5km를 날아가는 직충돌(자폭) 무기로 진화했고, 이러한 최첨단 장비가 단돈 1100만 원대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척박한 안보 환경을 설명했다. 이착륙 경로가 훤히 노출된 공항은 이러한 무기의 최적 타깃이 되지만 공항에서의 대드론 방어는 전파 교란(RF 재밍)이나 물리적 타격(하드킬)을 무턱대고 사용할 수 없다는 제약이 따른다. 추락에 의한 민가 2차 피해는 물론 민항기 통신·항법 장비에 심각한 간섭을 일으키기 때문에 요격 장비를 구매하는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탐지·식별, 추적 기술보다 더 어려운 것은 미확인 비행체가 나타났을 때 누가 탐지하고, 누가 위협을 판단하며, 운항 중단을 최종 결정할 것인가에 대한 권한과 책임의 정렬인 지휘 통제 체계의 확립"이라고 설명했다. ◇AI 딥페이크서 폭발물 감식·안티 드론 다중 센서 기술까지 총망라한 '대테러·대드론 대응 체계' 김명진 강원대학교 경영정책과학대학원 안보전략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은 제1세션에서는 사이버 정보전·데이터 통계·AI 다중 센서·폭발물 과학 수사 감식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학자와 실무 전문가들의 심층 발제가 쉼 없이 이어졌다. 박보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이버 공간발 테러 위협의 동향과 대응 방안'을 발표하며 AI 딥 페이크의 파괴력을 경고했다. 그는 호주 본다이 비치 흉기 난사 사건 당시 무고한 유대인 변호사를 테러범으로 둔갑시킨 딥페이크 사진 유포 사태와 최근 중동 분쟁 시 두바이 공항 폭우 사태 때 조작된 폭격 허위 영상이 확산된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어 과거 인터넷 게시판에 머물던 혐오와 극단주의가 이제는 AI 알고리즘과 암호화 플랫폼을 만나 개인의 확증 편향을 극도로 자극하는 맞춤형 급진화로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박 위원은 “오늘날의 테러 단체들은 단순히 인명 살상을 넘어 조작된 정보로 대중의 공포를 극대화하고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할 수 없게 만드는 인지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그러므로 이를 식별하고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초국가적인 글로벌 대응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오한길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연구사는 빅 데이터를 활용한 '국내 테러 판단기준 및 발생 시나리오 개발' 연구를 선보였다. 국내 현장에서는 재난·범죄·테러를 구분 짓는 법적 경계가 모호해 지휘 체계에 잦은 혼선이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그는 재난 안전 R-스캐너 툴을 활용해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국내 테러 유사 사례 309건을 전수 분석했다. 그 결과 국내에서는 이념·정치적 목적에 의한 방화와 폭행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국가 주요 시설보다 유동 인구가 많은 문화·집회 시설 등 '다중 이용 시설'이 테러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 연구사는 의도·행위·대상 등 테러의 3요소와 무기 특성 등을 수치화해 융합한 'EBPR 위험도 매트릭스'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체계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오 연구사는 “이를 기반으로 사건 발생 초기 초동 대응 시 부처 간 혼선을 막고 국가적 총력 대응 여부를 신속히 결정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이고 명확한 테러 판단 기준을 조속히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 장비 분야에서 29년간 몸 담아온 박창우 청주대학교 무인항공기학과 교수는 '안티 드론 시스템에 관한 고찰'을 통해 기존 장비 중심 방어 체계의 한계를 짚었다. 박 교수는 중국 선전 드론 박람회를 4년 연속 참관한 경험을 토대로 드론 기술이 정치권의 행정 속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2~3개월 단위로 무섭게 진화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아울러 적의 통신을 방해하는 주파수 호핑(도약) 기술과 암호화 통신, 전파 없이 사전 입력된 좌표만으로 날아가는 무통신 자율 비행, 심지어 광섬유를 연결해 유선으로 제어하고 영상을 전송함으로써 전파 교란을 원천 무력화하는 드론까지 등장한 전장의 현실을 묘사했다. 박 교수는 “특정 통신 신호를 탐지해 끊어내는 기존의 RF 스캐너·재밍 방식은 반쪽짜리 방어에 불과한 만큼 RF·레이더·EO/IR·음향 센서를 다중 융합하고 AI 데이터 센터와 저고도 위성 통신이 실시간으로 관제탑에 정보를 전파하는 통합 관제형 항공보안 네트워크 체계로의 대전환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제언했다. 방위산업체 U2SR의 윤사빈 대표는 '대테러 및 대드론 보안강화를 위한 과학적 감시장비 고도화'를 주제로 산업 현장의 시각을 덧붙였다. 30년 간 무인 감시·정찰(ISR) 장비를 개발해 온 윤 대표는 LSS 표적의 경우 스텔스 기능이 적용되거나 크기가 너무 작아 기존 방공 레이더망에서는 새 떼나 기상 노이즈로 인식되어 오탐률이 매우 높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물체의 형태를 정확히 식별할 수 있는 고성능 광학계 장비의 이중화가 필수적이라며 자사가 대한민국 특허대상을 획득한 '안개투과 멀티체인저(MFC-3C)' 기술을 소개했다. 이는 짙은 해무나 폭우, 칠흑 같은 야간 속에서도 15km 이상 원거리의 드론을 딥러닝 기반 AI로 정밀 탐지·추적해 내는 3중 감시망 솔루션이다. 윤 대표는 “초소형 표적은 기존 방공 레이더망에서 오탐률이 매우 높으므로 악천후를 극복하고 원거리에서 대상의 형태를 자동 식별해 내는 시각적 광학계 장비의 이중화가 현장 방어의 성패를 가른다"고 설파했다. 서문수철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과 PBI 팀장(경감)은 '급조 폭발물(IED) 폭발이 DNA와 지문 분석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실증적 과학수사 연구를 발표해 객석의 주목을 받았다. 경찰 내에서 폭발 후 현장조사(PBI)를 전담하는 서 팀장은 파이프 폭탄·C4 소포 폭탄·테니스공 폭탄·페트병 폭탄 등 각종 사제 폭발물을 야외 훈련장에서 직접 기폭 시키는 극한의 실험을 4년간 이어왔다. 일반적으로 수천 도의 고열과 강력한 폭풍 압력 때문에 테러 폭발 현장에서는 범인의 증거가 모두 소실될 것이라는 통념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합동 실험 결과 폭발 중심부에서 불과 50cm 떨어진 파편에서도 용의자의 미세 DNA를 성공적으로 채취할 수 있었다. 또한 열과 소방수에 심하게 오염된 잔류물에서도 시아노아크릴레이트(CA) 훈증·형광 분말법을 적용해 신원 확인이 가능한 유류 지문을 현출해 내는 성과를 거뒀다. 서문 팀장은 “수천 도의 폭발 현장에서도 범인의 증거를 찾아낼 수 있음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만큼, 일반 범죄 감식과는 완전히 구별되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테러 폭발물 전문 감식(PBI) 전담팀'의 독립과 전국적 체계화·글로벌 데이터 베이스 연계가 시급하다"고 했다. ◇덮쳐오는 대륙의 기술력과 중동의 위협, K-방산의 골든 타임을 묻다 세션 1 발제 직후에는 글로벌 드론·테러 동향의 최전선을 짚어보는 특별 연단과 전문가 패널들의 날 선 정책 비판이 이어졌다. 글로벌 무인기 산업의 심장인 중국 선전과 둥관 일대의 대규모 무인기 박람회(UAS 2026)를 직접 현장 취재하고 돌아온 기자는 현장에서 받은 충격을 전했다. 본지 취재 결과 중국은 공안(경찰)용 고성능 차량 탑재형 안티 드론 솔루션과 정밀 레이저 요격 무기를 K-방산 제품의 10분의 1에 불과한 압도적인 헐값에 대량 양산 중이었다. 또한 이항(EHang)은 조종사 없이 화물이나 승객을 나르는 여객용 드론은 물론 고층 빌딩 화재 진압용 자율 비행 전기 수직 이착륙기(eVTOL) 모델들까지 중국 민용항공국(CAAC)의 4대 인증을 모두 마치고 이미 연간 1000대 규모의 상업 양산 궤도에 진입한 상태였다. 기자는 국내 지방 자치 단체와 공공 기관이 운용하는 공공 드론 중 상당수가 중국산인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백도어 데이터 유출 논란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기자는 “하늘길이 열린다는 것은 경제적 축복임과 동시에 드론의 물리적 타격과 사이버 해킹이 쏟아지는 하이브리드 안보 위협이 닥친다는 뜻이기에 불법 드론을 완벽히 차단할 국가 통합 안보 관제망 구축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최종철 드론 매거진 뉴스 대표는 한국과 중국의 투자 규모와 규제 환경의 근본적 격차를 지적했다. 한국은 안티드론 기술에 조금만 예산을 더 투자하면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안일하게 생각하지만, 중국은 국가 주도로 수백 조 원의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고 스타트업이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든든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우리는 여전히 각 부처가 자기 소관이 아니라며 핑퐁 게임을 하고 책임 전가에 급급한 실정이므로 거대한 규모의 경제 체제에 범정부 차원에서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권희춘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장(세경대학교 인공지능드론센터 교수)은 우크라이나의 사례를 들어 실전 데이터 축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 발발 불과 3년 만에 청년들이 디펜스 기업 1000여 개를 창업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잦은 비행과 추락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전 데이터를 축적해 이제는 미국이 역으로 기술 전수를 요청할 정도의 강국이 됐다는 것이다. 권 협회장은 “드론은 비행과 추락을 반복하며 데이터를 얻어야만 완성되는 산업이어서 전쟁을 통해 산업이 육성되는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도 25kg 무게 제한 등 과도한 철밥통 규제를 철폐해 국가 주도의 테스트 베드를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동 전문가인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최근 이란-이스라엘 전쟁에서 드러난 신무기의 파괴력을 경고했다. 이란이 보여준 자폭 드론과 미사일 군단은 아이언돔·패트리어트 등 미국과 이스라엘의 고가 대공 방어망의 요격 미사일을 먼저 소진시키며 피로도를 높인 뒤, 중국의 항법 시스템과 결합해 단 한 발의 오발도 없이 목표물에 정확히 안착하는 고도의 정밀도를 보여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박 교수는 “만약 이러한 2000km 사거리의 자폭 드론 군단이 중동의 핵심 유전 시설이나 쿠웨이트·두바이 같은 글로벌 허브 공항을 마비시킬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폭등해 우리 거시 경제가 완전히 붕괴할 수 있으므로 범국가적 초정밀 드론 방어 태세 확립이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신라대, 동남권 최초 ‘국토부 항공 보안 검색 교육 기관’ 쾌거…수도권 독점 깼다

신라대학교가 항공 관리 당국의 철저한 검증을 통과했다. 수도권에 편중돼 있던 항공 보안 전문 인력 양성 인프라가 마침내 동남권에도 구축한 것이다. 이로써 지역 항공 산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라대학교 평생교육원 산하 부산보안검색교육센터는 국토교통부로부터 동남권 최초의 '항공 보안 검색 교육 기관'으로 공식 지정됐다고 4일 밝혔다. 이는 '항공보안법'에 근거한 국가 공인 전문 인력 양성 자격을 획득한 것으로, 그간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지던 교육 패러다임을 바꾼 획기적인 성과다. 이번 지정으로 신라대는 보안 검색·항공 경비 분야의 초기·정기 교육은 물론, 폭발물 관련 특수 교육 등 총 11개에 달하는 항공 보안 전문 교육 과정을 본격적 가동하게 된다. 이 같은 결실의 배경에는 현장 밀착형 인프라 투자가 자리하고 있다. 센터는 실제 공항에서 운용되는 첨단 X-레이 검색 장비 등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실무 중심의 교육 환경을 조성했다. 아울러 국토부의 까다로운 현장 실사를 거치며 교육 시설·장비·전문 교관진 등 모든 법정 요건을 철저히 충족해 최종 승인을 따냈다. 신라대는 이번 지정을 발판 삼아 다각적인 취업 연계 네트워크를 가동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대한상공회의소 직업계 고등학교 채용 연계형 직무 교육 과정 △부산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산업 구조 변화 대응 특화 훈련 사업 △지역 산업 맞춤형 인력 양성 사업 등 굵직한 유관 사업과 교육을 연계해 독보적인 인재 양성 생태계를 조성한다. 이를 통해 재학생과 졸업생은 물론, 동남권 지역 청년들에게 폭넓은 취업 활로를 열어주고 지역 항공 산업의 도약에도 시너지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순석 신라대 평생교육원장은 “이번 국토부 지정은 우리 대학이 축적해 온 교육 역량과 항공보안 분야의 전문성을 대외적으로 입증받은 매우 뜻깊은 결실"이라며 “앞으로 부산·울산·경남을 아우르는 대표적인 항공 보안 인재 양성의 메카로서 국가 항공 보안 수준 격상과 지역 산업 혁신을 이끄는 데 사력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조종사협회-항공보안학회, 항공 안전망 구축 맞손

대한민국 하늘길의 최전선을 책임지는 현직 조종사들과 항공 보안을 심층 연구하는 학술 전문가들이 비행 '절대 안전망' 구축에 팔을 걷어부쳤다. 이를 통해 조종실에서 축적된 생생한 '실무 경험'과 학계의 치밀한 '연구 통찰'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강력한 산·학 융합 생태계가 조성될 전망이다. 6일 사단법인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와 사단법인 한국항공보안학회는 국립항공박물관 세미나실에서 '항공 안전·항공 보안 분야 상호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고 전날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는 양측을 이끄는 수뇌부가 대거 참석해 굳건한 결속을 다졌다. 조종사협회에서는 이충섭 협회장과 김건환 부협회장이, 항공보안학회에서는 소대섭 회장과 안희복 연구이사가 자리해 대한민국 항공 산업의 질적 도약을 위한 뜻을 모았다. 두 기관은 갈수록 다변화하고 복잡해지는 글로벌 항공 환경 속에서 '안전'과 '보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현장과 이론의 융합이 필수적이라는 데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따라 공동 연구와 정보 교류의 폭을 대폭 확대하고, 탁상공론을 탈피해 실질적인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5대 핵심 협력 로드맵'에 전격 합의했다. 세부 협력 분야는 △현장 중심 항공 보안·안전 노하우 공동 발굴 및 상호 자산화 △국내외 유관 기관·단체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협력 네트워크 조성 △실전에 즉각 투입 가능한 맞춤형 실무형 전문 인력 육성 교육 프로그램 공동 개발 △합동 학술 대회·세미나 개최를 통한 심층 연구 전폭 지원 △미래 항공 산업 발전을 견인할 전략적 정보 교환 등이다. 협회와 학회는 이번 파트너십이 창출할 파급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장 조종사들의 실증적 비행 데이터가 학계의 방대한 연구 역량에 반영됨으로써 현실과 괴리되지 않은 실효성 높은 정책 개발과 발 빠른 제도 개선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아울러 이번 MOU와 관련, 양 기관 관계자들은 '항공 보안'과 '비행 안전'이라는 동일한 지향점 아래, 전문 기관들이 어떻게 공조하여 정책의 빈틈을 메워야 하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핵잠 시대 (하)] 핵연료 저농축·비확산 투명관리로 ‘국제사회 빗장’ 푼다

독자적인 첨단 기술력을 확보하고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한다 할지라도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 획득을 가로막는 진정한 '최종 보스'는 따로 있다. 바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국제 외교 무대와 전 세계를 촘촘히 옭아매고 있는 '핵 비확산(Non-proliferation) 체제'다. 핵무기가 아닌 순수한 추진 동력으로만 원자력을 사용하려 해도 민감한 핵물질인 우라늄이 군사 장비에 탑재되는 순간 국제사회는 필연적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자칫 국가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제재를 부를 수도 있는 사안이다. 국방부가 지난 5월 26일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 개발 기본 계획'을 전격 발표하며, 군사적 당위성 못지않게 “국제 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높은 수준의 핵비확산 의무 이행"을 거듭 천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미·영식 고농축(HEU) 포기한 국방부…저농축(LEU) 프랑스식 '솔로몬의 지혜' 잠수함의 심장인 원자로를 설계할 때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연료로 쓰일 우라늄의 '농축도'다. 이 결정이 잠수함의 운명과 작전 교리를 통째로 좌우하기 때문이다. 강기식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초빙 교수와 우승민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부교수가 공동 집필한 논문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도입의 기술 동향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핵잠수함을 운용하는 국가들의 우라늄 운용 방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세계 최강의 원잠 전력을 자랑하는 미국과 영국은 전통적으로 농축도 90% 이상의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HEU)'을 쓴다. 90%대 HEU를 사용하면 원자로 노심 크기를 극단적으로 줄이면서도 잠수함의 수명인 20~30년 내내 '핵연료 교체'를 할 필요가 없어 작전 효율이 극대화된다는 압도적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번 발표에서 개발 제1원칙으로 “원자로의 핵연료는 저농축 우라늄(LEU)을 사용하며 핵연료 교체를 최소화하도록 장주기 운전이 가능하게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작전 효율이 높은 미국식 HEU 모델을 과감히 포기한 것이다. 강 교수팀은 논문에서 “우리가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제한될 뿐만 아니라 언제든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어 자칫 '핵무장'이라는 국제적인 오해를 사 치명적인 외교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팀은 가장 현실적이고 훌륭한 롤 모델로 '프랑스식 저농축 해법'을 제시했다. 미국과 달리 독자 모델을 개척한 프랑스는 상용 원전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약 7~7.5% 수준의 저농축우라늄을 잠수함 연료로 사용한다. 이 경우 HEU 대비 원자로 부피가 커지고 대략 10년마다 핵연료를 교체해야 하는 단점이 발생한다. 그러나 프랑스는 이 단점을 역발상의 기회로 삼았다. 연구팀은 “어차피 프랑스 원자력 안전 규정상 군용 원자로도 10년마다 정기 유지·보수와 안전 검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프랑스는 이 시기에 맞춰 비좁은 잠수함 선체 일부를 절단해 내부 주요 전투 체계와 센서를 최신형으로 개조하면서 원자로 구획을 열어 핵연료 교체 작업을 병행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켰다"고 설명했다. 군사 기술이 급변하는 현대전에서 무교체로 30년을 버티는 것보다 10년마다 최신 전투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하며 핵연료도 교체하는 '프랑스식 실용주의'가 우리의 저농축 원칙과 정확히 부합한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저농축 기반의 장주기 운전'을 선언한 것은 국제적 수용성과 작전 지속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려는 고도의 전략적 타협안인 셈이다. ◇ “핵무기 개발 아니다"…NPT·IAEA의 사찰·통제 '바늘구멍 뚫기' 아무리 저농축 우라늄을 선택했다고 해도 국제 외교의 모든 빗장이 풀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핵 확산 금지 조약(NPT)에 가입한 비핵 국가로서 모든 평화적 핵 활동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엄격한 사찰과 통제를 받아야 한다. 군사 무기에 핵을 싣는 것 자체가 조약의 정신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국방부는 이례적으로 △어떠한 형태의 핵무기도 보유·개발하지 않는다 △미국과 긴밀한 소통하에 우라늄 확보 전반의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다 △IAEA와 공동으로 잠수함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안전 조치 체계'를 구축한다 등 세 가지 확고한 약속을 천명했다. 강기식·우승민 교수팀은 논문을 통해 IAEA의 깐깐한 감시 체계 안에서 군사용 핵잠수함을 합법적으로 운용할 합법적 돌파구로 'IAEA 전면 안전 조치 협정(CSA, INFCIRC/153) 제14조'를 지목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핵잠수함은 폭발 목적의 무기가 아니므로 관행상 '비폭발적 군사적 이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제14조는 '핵물질이 금지되지 않은 추진 동력 등 군사 활동에 쓰일 경우 핵무기 전용을 방지하기 위한 특별한 검증 조건을 IAEA와 합의한다는 전제하에 일시적으로 통상적 안전 조치(사찰) 적용을 제외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오커스(AUKUS) 동맹을 맺고 핵잠수함을 도입하려는 비핵국가 호주가 바로 이 조항을 근거로 IAEA와 치열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연구진은 “이는 안전 조치 체제에서 완전히 도망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군사 활동 기간 동안 핵물질이 철저히 추진 목적으로만 쓰이고 폐기 시 다시 안전 조치로 복귀함을 보증하는 촘촘한 특별 검증 약정을 맺는 것"이라며 우리 역시 호주의 선례를 벤치마킹해 당당하고 투명한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 한미 원자력 협정의 오해와 흔들림 없는 '핵잠 생태계'의 완성 외교의 또 다른 중대한 축은 동맹국 미국과의 관계다. 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인 김홍유 경희대 교수는 칼럼 '보이지 않는 억제력,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의 전략적 의미'에서 “복잡한 외교·법적 절차를 '기술 주권 확보'와 '국제 신뢰 구축'이라는 양면의 균형 전략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일각에서는 가장 큰 걸림돌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꼽으며 이를 개정해야만 핵잠수함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전혀 달랐다. 강기식·우승민 교수팀은 “현행 한미 원자력 협정 제13조는 철저히 '평화적 목적(원자력발전소 등)'을 전제로 맺어진 조약이므로, 핵물질의 어떠한 군사적 목적 이용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군사적 목적인 핵잠수함 추진을 이 평화 목적의 원자력 협정 테두리 안에서 무리하게 풀려 하거나 조약 개정을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대신 연구팀은 “별개의 군사 협정을 통해 도입할 수 있는 체계"라며 한미 원자력 협정 밖에서 한미 국방 당국 간의 새로운 '군사·안보 협정'을 타결해 연료를 수입하는 투 트랙(Two-track) 우회 방식이 올바른 해법이라고 제시했다. 국방부가 기본계획에 “미국과 긴밀한 소통하에 투명하고 확고하게 이행하겠다"고 콕 집어 명시한 것 역시 이 별도의 외교적 안보 담판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잠수함만 건조할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핵잠 생태계(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방부는 “방사성 폐기물을 법령에 따라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강 교수팀은 미국의 세계 최강 핵잠 함대를 일군 리코버 제독의 조직관리 체계를 거론하며 강력한 인프라를 주문했다. 연구팀은 “프랑스식 10년 주기 핵연료 교체 모델을 한국에 적용하려면, 방사능 노출을 완벽히 차단한 채 압력 선체를 자르고 거대한 장비와 연료를 교체할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 전용 유지·보수 조선소'가 국내에 반드시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설계자나 군 운영자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 민간 규제 기관이 군용 원자로의 전 수명 주기 안전을 엄격히 감시할 수 있는 체계가 법제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전에 대한 투명한 관리가 전제돼야 국내의 사회적 갈등을 막고 진정한 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삼성중공업, 100% 친환경 선박용 ‘부유식 배터리 충전소’ 기술 선점

삼성중공업이 순수 전기 추진 선박의 짧은 항해 거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바다 한가운데서 완충된 배터리를 통째로 교체해 주는 '부유식 배터리 충전소' 기술 선점에 나섰다. 아울러 바다 위에 띄우는 '부유식 데이터 센터' 등 차세대 해양 인프라 기술도 선보이며 다가오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전력·냉각 문제와 부지 부족 현상, 전기 선박의 항속거리 한계 등을 바다에서 해결하는 '종합 해양 공간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격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일 본지 취재 결과, 삼성중공업은 최근 100% 친환경 자체 발전 시스템을 갖추고 선박용 배터리를 교환해 주는 '부유식 배터리 충전소'와 '부유식 데이터센터'를 지식재산처에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해양도시 구축용 모듈 △중고 상선 개조기술 △부유식 블루 암모니아·수소 생산 설비 등 차세대 해상구조물 특허를 대거 낸 것으로 확인됐다. ◇“디젤 발전기 아웃"…바닷물 온도 차이로 무한 전력 생산 '배터리 스와핑' '부유식 배터리 충전소' 특허는 미래 해상 모빌리티 생태계의 핵심이다. 최근 해운업계의 탄소 중립 기조에 발맞춰 배터리와 모터로만 추진력을 얻는 친환경 순수 전기 선박 도입이 늘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용량의 한계 탓에 장거리 운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기존 해상에 떠 있는 '벙커링 스테이션'이나 '부유식 LNG 충전소' 역시 결국 화석 연료를 주입해 주거나 내부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해야 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솔루션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삼성중공업은 이 딜레마를 '해수 온도차 발전(OTEC, Ocean Thermal Energy Conversion)' 시스템으로 원천 해결했다. 이는 24℃ 이상인 표층의 따뜻한 해수와 깊은 바다 속 4℃ 이하 차가운 심층수의 온도차를 이용해 구조물 자체에서 화석 연료 한 방울 없이 전력을 생산하는 친환경 발전 기술이다. 특허 명세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구조물 내부에 상대적으로 따뜻한 표층수와 차가운 심해수가 각각 유동하는 공간을 분리해 마련했다. 표층수의 열기로 증발기 내 순환 유체를 기화시켜 발전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고, 이후 구조물 하부로 길게 뻗은 파이프를 통해 끌어올린 차가운 심해수로 가스를 다시 냉각기에서 액화시키는 사이클을 통해 무한한 해양 에너지만으로 전력을 만들어낸다. 삼성중공업은 발전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차가운 물을 끌어올리는 심해수 유입 파이프를 배출 파이프보다 전방에 배치하고 바닷속 더 깊은 곳까지 연장되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바다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친환경 전력은 구조물 내 선원들의 거주구 하단에 위치한 대규모 '에너지 저장 체계(ESS, Energy Storage System)'에 1차로 보관된다. 이후 거주구 전방에 상부가 개폐되는 형태로 마련된 거대한 '배터리 공간'에 수용된 수많은 선박용 배터리들을 상시 충전하는 데 사용된다. 항해 중이던 전기 선박의 배터리 잔량이 부족해져 이 부유식 충전소에 도킹하게 되면 거주구와 배터리 공간 사이에 회전 가능하게 설치된 '배터리 이동 설비'가 나선다. 방전된 선박의 배터리를 빼내고 충전소에서 미리 100% 완충해 둔 배터리로 통째로 교체(스와핑)해 주는 방식이다. 수 시간이 걸리는 충전을 멈춰서 기다릴 필요 없이 신속하게 배터리 팩만 교체해 선박이 곧바로 장거리 항해를 이어갈 수 있게 한 바다 위의 '전기 선박 오아시스'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열 식히고 공간 확보…매머드급 데이터 센터와 융합 시너지 이러한 부유식 배터리 충전소의 무탄소 전력 생산·대규모 배터리 제어 기술은 전력 소모가 극심한 '부유식 데이터 센터(FDC, Floating Data Center)' 인프라와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해상 데이터 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보조하는 동시에 데이터 센터를 오가며 물류와 인력을 수송하는 친환경 전기 선박들의 '해상 충전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AI 산업 발달로 데이터 처리량이 폭증하면서 육상 데이터 센터는 막대한 전력 소모·냉각수 확보·부지 부족·주민 민원 등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삼성중공업이 고안한 부유식 데이터 센터는 길이 160m·폭 58m 규모의 이중저 선체 상부에 6층 높이의 대규모 서버룸을 구축한 형태다. 총 전력 용량은 100MW(메가와트)로 설계돼 대규모 IT 부하를 감당할 수 있다. 핵심은 데이터 센터 전력 소모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냉각'을 해상 환경에 최적화했다는 점이다. 선체 하부 기계실에 다수의 냉각기를 배치해 무한한 바닷물로 서버의 열을 식힌다. 또한 층고를 낮추고 선박의 복원성을 높이기 위해 공기 통로가 필요 없는 '침지 냉각' 기술 적용도 명시했다. 침지 냉각이란 서버를 특수 냉각액에 담그는 방식을 말한다. 전력 공급의 신뢰성도 극대화했다. 선체 상부 중앙 공간에 무정전 전원 장치(UPS, Uninterruptible Power Supply)·변압기와 함께 거대한 배터리를 촘촘히 배치 전력 단절도 원천 차단했다. 삼성중공업 측은 특허 명세서를 통해 “육상에 67MW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지을 경우 토지비를 제외하고도 약 8200억 원의 공사비가 소요되지만 부유식 데이터 센터는 조선소의 모듈화 건조 방식을 활용해 획기적인 총 공사비 절감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레고 조립형 해양 도시부터 노후선 재활용, 쓰나미 방재까지 총망라 삼성중공업의 시선은 데이터 센터와 에너지를 넘어 무한한 '해양 공간' 인프라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번에 함께 공개된 수십 건의 특허에는 기존 조선·해양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집는 혁신 기술들이 대거 포함됐다. 토지 고갈과 해수면 상승에 대비한 '해양 도시 구축용 단위 부유식 구조물' 특허가 대표적이다. 다각형 모양의 거대한 부유체 모듈의 옆면에 수형(Male)과 암형(Female) 결합부를 만들어 마치 레고 블록이나 퍼즐을 맞추듯 바다 위에서 고정핀을 꽂아 해양 도시의 근간이 될 인공섬의 면적을 무한정 확장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기술이다. 건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플랜트 개조·친환경 기술들도 눈길을 끈다. 삼성중공업은 환경 규제로 노후화된 LNG 운반선 등을 폐선하는 대신 'U'자나 'ㄷ'자 형태의 거대한 외부 선체로 감싸 별도의 육상 도크 없이 저비용으로 FLNG나 FPSO로 개조하는 '운반선 개조용 부유식 생산 설비' 제작 역량을 갖췄다. 또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개질해 청정 연료를 생산하고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층에 주입하는 '부유식 블루 암모니아 생산 설비' 기술도 갖춘 상태다. 이밖에 LNG 재기화 과정에서 버려지는 차가운 냉열과 수소 연료 전지의 폐열을 융합해 전력을 추가로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FSRU 발전 시스템'과 해상 풍력 하부 구조물을 콘크리트 모듈과 스틸 프레임으로 분할 제작해 조립하는 기술 등 친환경 해양 플랜트 기술도 확보했다. 극한의 해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디테일한 안전 기술도 돋보인다. 쓰나미 발생 시 계류선의 장력 이상을 감지해 선체 하부와 측면에 초대형 에어백을 터뜨려 충돌 파손을 막는 '에어백 구비 부유식 설비', 가스 소각탑(플레어 타워)의 엄청난 열기와 방사선으로부터 크레인 조종사를 보호하기 위해 특수 차단막이 롤 스크린처럼 내려오는 '크레인 보호 유닛' 등이 고안됐다. ◇LNG 밸류 체인 이어 차세대 먹거리로 '부유식' 엿보는 삼성중공업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이 같은 행보를 '조선업의 공간 혁명'으로 평가하고 있다. 육상의 전력 소모와 부지 부족 문제를 바다에서 해결하려 고안한 해상 데이터 센터부터 전기 선박의 주행거리 한계를 돌파할 해상 충전 인프라까지 전사적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부유식 생태계' 확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LNG 밸류 체인' 장악력에 이어 차세대 먹거리로 부유식 시장을 엿보고 나섰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액화 천연 가스 생산 설비(FLNG) 분야에서 전 세계 발주 물량 11척 중 7척을 수주하며 약 64%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최근 북미 지역에서 4조33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FLNG 1기를 단독 수주하는 등 막대한 현금 흐름과 극한 환경의 해양 엔지니어링 역량을 탄탄하게 축적해 왔다. 경영진은 이 굳건한 지배력을 디딤돌 삼아 첨단 IT 인프라와 무탄소 에너지 분야 등 이종 산업과 융합하며 미래 먹거리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기업들과 다국적 융합 얼라이언스(동맹)를 맺고 부유식 시장 전방위 확장에 돌입했다. 미국 AI 서버 전문 기업 '수퍼마이크로' 및 로이드선급(LR)과 손잡은 부유식 데이터센터(FDC)를 필두로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 '에퀴노르'와 협력해 15MW급 부유식 해상풍력(FOW) 독자 모델을 개발했다. 특히 에퀴노르의 750MW급 울산 '반딧불이 프로젝트' 하부 구조물 50기 제작을 맡아 터빈 통합 공정 기술까지 확보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공동 개발해 미국 선급(ABS) 인증을 받은 부유식 소형 모듈 원전(FSMR, Floating SMR), 말레이시아 MISC와 손잡고 해저 지층에 이산화탄소를 영구 격리하는 부유식 탄소 포집 저장 설비(FCSU, Floating CO2 Storage Unit) 등 넷제로(Net-Zero) 밸류 체인을 채워나가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삼성중공업, 4조3301억원 규모 FLNG 1기 수주

삼성중공업은 북미 지역 발주처로부터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1기를 4조3301억원에 수주했다고 2일 공시했다. 이번 FLNG는 발주처의 착수지시서(NTP) 발급 이후 건조에 들어가며 2030년 7월 인도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대 규모 FLNG인 '프렐류드'를 포함해 현재까지 발주된 신조 FLNG 11척 가운데 7척을 수주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64%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수주를 통해 FLNG 분야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며 “검증된 기술력과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수주 성과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중공업의 올해 누적 수주 실적은 총 83억달러로 연간 수주 목표 139억달러의 60%를 달성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파라타항공, ‘비즈니스 스마트 클래스’ 앞세워 기내 서비스 강화

파라타항공은 '비즈니스 스마트 클래스'를 앞세워 기내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2일 밝혔다. 광동체 A330-200 항공기에서 운영 중인 비즈니스 스마트 클래스는 총 18석 규모의 전용 캐빈으로 74인치 좌석 간격과 플랫베드 기능, 20.5인치 좌석 폭 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용객은 전용 라운지 이용, 우선 탑승, 우선 수하물 처리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일부 도착지에서는 빠른 입국 심사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파라타항공은 일본·베트남 노선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스마트 클래스 특별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대상 노선은 인천~도쿄, 삿포로, 다낭, 하노이 등이며 편도 총액 기준 도쿄 46만8200원부터, 삿포로 44만9200원부터, 다낭·하노이 65만원부터 이용할 수 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이스타항공, 중화권 노선 힘입어 외국인 승객 확대

이스타항공의 외국인 탑승객 가운데 절반가량이 중화권 노선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이스타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탑승객은 약 102만 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약 50만 명이 중화권 노선 이용객이었다. 올해 1분기에도 외국인 고객 약 30만 명 중 13만 명이 중화권 노선을 이용했다. 특히 제주 노선의 외국인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타이베이 노선의 외국인 탑승객 비중은 올해 1분기 96%, 제주-상하이 노선은 98%를 기록했다. 인천-홍콩 노선 역시 취항 이후 외국인 탑승객 비중이 9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현지 지점 운영 강화와 여행사 네트워크 확대, 야간 운항 스케줄 운영 등을 통해 중화권 수요 공략에 나서고 있으며 일본 노선에서도 현지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국가별 현지화 전략을 통해 외국인 탑승객을 적극 유치하고 현지발 수요 확대를 통해 노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K-핵잠 시대 (중)] 조선·원자력 기반 ‘독자 개발’…방산기술·일자리 경제효과 압도적

첨단 전략무기 도입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현실적인 장벽은 다름 아닌 '천문학적인 예산'이다. 일반 재래식 디젤 잠수함 한 척을 건조하는 데 수천억 원이 든다면, 핵추진 잠수함은 설계-건조-운용-폐기에 이르기까지 조(兆) 단위의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굳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수중 전력을 강화해야 하느냐", “동맹국으로부터 중고를 사 오거나 완제품을 직도입하는 편이 빠르고 싸게 먹히지 않겠느냐"는 경제적 회의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각을 '무기 구매 비용'에서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거대 투자'로 돌리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국방부가 지난 5월 26일 발표한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 개발 기본 계획'을 통해 이 사업을 '우리나라 원자력·조선 분야의 기술을 토대로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국가 전략사업'이라고 단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수입 vs. 기술 이전 vs. 독자 개발…데이터는 '국내 개발'을 가리킨다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을 획득하는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프랑스처럼 스스로 기초부터 설계해 만드는 '독자 연구·개발(R&D)', 인도나 브라질처럼 외국의 기술과 선체를 들여와 라이선스 생산을 하는 '기술 이전 개발', 그리고 최근의 호주(AUKUS 동맹)처럼 우방국으로부터 완제품을 통째로 사오는 '해외 직도입' 방식이다. 박찬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IPS기술팀 주임 연구원과 강종원 에스앤에스이앤지 비용분석팀 대리가 한국국방기술학회 논문지에 발표한 공동연구논문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 도입 방안별 경제적 파급 효과 분석'은 어떤 방식이 가장 합리적일지에 대해 과학적이고 명확한 해답을 제시한다. 연구진은 함정 무기체계 설계·체계 공학·비용 분석 등 다년간의 실무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 15명을 대상으로 다단계 델파이 설문조사를 수행하고, 이를 한국은행의 산업 연관표 데이터와 결합해 세 가지 도입 방안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정량적으로 도출해 냈다. 박 연구원과 강 대리는 논문을 통해 '국내 독자 개발'이 정답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원자력 잠수함 건조에 투입된 예산이 다른 연관 산업의 생산을 얼마나 유발하는지 보여주는 '생산유발계수'는 국내 독자 개발이 2.6443으로 가장 높았다. 반면에 해외기술 이전은 1.7459, 해외 직도입은 0.8683에 그쳤다. 우리가 독자 개발에 1조 원을 투자하면 국내 철강·기계·IT·신소재 등 전 산업에 걸쳐 2조6443억 원의 새로운 생산이 연쇄적으로 창출되지만 완제품을 수입하면 그 파급 효과가 3분의 1 토막 난다는 뜻이다. 국부의 실질적 증가를 의미하는 '부가가치 유발 계수' 역시 독자 개발이 1.4172를 기록해 해외 직도입(0.2030)을 무려 7배 가까이 압도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자리 창출 능력이다. 10억원 투자 시 유발되는 전체 취업자 수를 뜻하는 '취업유발계수'에서 독자 개발은 21.5205명으로 측정된 반면, 직도입은 절반도 안 되는 9.7770명에 불과했다. 박 연구원과 강 대리는 논문 결론부에서 “단순히 비용만으로 원자력 잠수함의 경제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으며 “원자력 잠수함 사업을 군사력 강화사업 이상인 민·군 합동사업 성격으로 국내 원자력산업 발전과 연계해 추진하는 것이 장기적인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데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권고했다. 실제로 국방부는 이번 발표에서 핵추진 잠수함과 관련, “건조 10년·운용 30년 이상 등 총 40여 년에 걸친 국가 산업 발전 프로젝트"로 규정했다. 또한 “4만 개 이상의 안정적이고 질 높은 일자리를 창출하여 지역 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수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부의 해외 유출을 막고, 그 예산을 고스란히 국내 산업 생태계에 부어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치밀한 경제적 포석인 셈이다. ◇지상·공중을 넘어 심해로…K-산업의 결정체 '이동하는 소형 원전' 그렇다면 우리에게 핵추진 잠수함을 완전히 독자개발할 만한 산업적 역량은 있는 것일까. 방산 전문가들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K-원전' 기술과 수주량 1위를 다투는 'K-조선' 기술이 융합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인 김홍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핵추진 잠수함을 가리켜 '이동하는 원자력 발전소'라 불릴 만큼 복합기술의 결정체라고 극찬했다. 김 교수는 “핵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원자로 설계 △연료 주기 관리 △소음 저감 기술 △잠항 제어 시스템 등은 각각 민간의 원전·첨단 소재·인공 지능(AI)·로봇·해양 플랜트 기술과 촘촘히 맞닿아 있어 국가 기술력 전반을 수직 상승시키는 폭발적 시너지를 낸다"고 설명했다. 특히, 잠수함이라는 비좁고 특수한 환경에 탑재하기 위해 극한으로 고도화된 '극소형 원자로' 기술이 향후 민간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총아인 '소형 모듈 원전(SMR)'으로 곧바로 파생돼 새로운 방산·에너지 수출 유망 분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심해의 수압을 견디는 수중 센서·자율 항법 기술 역시 차세대 '자율무인 잠수정(AUV)' 산업으로 고스란히 이식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방산 시장의 질서를 바꿀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원자력 잠수함 시장은 고도의 기술력과 보안이 요구돼 소수의 강대국만이 진입할 수 있는 극도로 '폐쇄적인 시장'"이라며 “한국이 이 분야에서 기술적 신뢰성을 입증한다면 이는 곧 K-방산이 기존 재래식 잠수함과 수상함 수출 시장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브랜드 프리미엄을 확보하게 됨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국방부가 기본 계획의 제3원칙으로 “대한민국 내 민간 원자력·조선 분야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명시한 것은 장보고 N사업을 군과 민간 첨단기술이 교류하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비전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생존을 좌우하는 극한의 3대 기술 난제…소형화·소음 저감·방사선 차폐 하지만 화려한 장밋빛 미래로 향하기 위해서는 우리 과학기술계가 직접 풀어내야 할 극한의 공학적 난제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강기식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초빙 교수와 우승민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부교수 연구팀은 공동 집필한 논문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도입의 기술 동향 분석'에서 한국형 핵잠수함이 무사히 심해로 잠항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기술적 허들을 구체적인 물리학적 지표로 제시했다.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는 단연 '원자로의 초소형화와 일체형 설계'다. 연구팀은 유체역학의 기본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Navier-Stokes Equations)'을 활용해 핵잠수함의 추진 동력을 역산했다. 그 결과, 1만톤급의 거대한 선체가 수중의 막대한 저항을 뚫고 20노트(시속 약 37㎞)로 항해하기 위해서는 20~30메가와트(㎿)의 추진축 출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증기 터빈의 열효율을 고려할 때 대략 100~150㎿t급 열출력을 내는 맞춤형 소형 원자로가 탑재돼야 한다고 추산했다. 현재 한국이 자랑하는 독자 다목적 원자로 'SMART'가 300㎿t, 차세대 'i-SMR'이 520㎿t 수준이다. 이는 곧 기존의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잠수함의 비좁은 공간에 맞게 열출력을 더욱 소형화하며 최적화하면서도 수중의 극심한 충격과 흔들림을 견디는 해군 전용 원자로를 새로 빚어내야 한다는 것으로 직결된다. 강 교수팀은 “현대의 핵잠수함은 배관 파손에 의한 치명적인 방사능 누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노심과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를 단 하나의 압력 용기 안에 모두 집어넣는 '일체형 회로(Integral circuit)' 방식을 반드시 채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두 번째 난제는 생존의 핵심인 '소음 저감(Stealth)'이다. 디젤 엔진을 끄고 배터리로 조용히 기동할 수 있는 재래식 잠수함과 달리 핵추진잠수함은 원자로 열을 식히기 위해 거대한 냉각재 펌프가 24시간 가동되므로 본질적인 기계 소음에 취약하다. 더구나 수중에서 고속으로 달릴 때는 물과 마찰하며 생기는 '유동 소음'이 발생하는데, 강 교수팀은 유동 소음은 속도의 6제곱에 비례해 폭발적으로 커진다고 경고했다. 적의 음향 탐지기(소나)에 걸리는 것은 곧 함정의 격침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함체를 매끄러운 물방울 형태(Tear-drop)의 유선형으로 깎아 저항과 난류를 줄이고, 원자로 펌프와 기어 박스의 진동을 철저히 흡수하는 방진 마운트를 적용하며 일반 스크루 프로펠러에서 발생하는 기포 붕괴 소음(캐비테이션)을 극적으로 억제하는 '펌프 제트(Pump-jet) 추진기' 기술을 반드시 독자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는 승조원의 목숨과 직결된 '방사선 차폐' 기술이다. 수개월간 빛 한 줌 없는 좁은 선체에서 생활하는 수십 명의 승조원들이 방사선에 피폭되지 않으려면 완벽한 차폐막이 필수다. 강 교수팀은 “중량과 공간의 제약 때문에 육상 원전처럼 두꺼운 콘크리트 벽을 칠 수 없다"고 언급하면서 “단위 면적당 질량이 큰 고밀도 재료인 납(Lead)으로 감마선을 막고, 두꺼운 폴리에틸렌으로 중성자를 차단하는 고도의 복합 1차 차폐 설계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디젤유 탱크나 담수 탱크 등 잠수함 내에 어차피 존재해야 하는 구조물들을 영리하게 분산 배치해 2차 차폐막으로 역이용하는 고도의 '공간 융합 설계'가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의 '장보고 N사업'은 결코 설계도만 있다고 단숨에 이룰 수 있는 쉬운 목표가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수조 원의 천문학적 자본과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융합 기술, 그리고 뚝심 있는 장기계획이 삼위일체를 이뤄야만 달성할 수 있는 '수중 아폴로 프로젝트'와도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값비싼 완제품을 사오는 쉬운 길을 거부하고 독자 개발이라는 가시밭길을 택한 국방부와 산업계의 투지는 확고하다. 극한의 기술 난제를 우리 손으로 돌파하는 순간 K-원자력과 K-조선은 또 한 번 세계 해양 역사에 전무후무한 금자탑을 쌓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150㎿t급 원자로를 만들고 막대한 자본을 준비한다 해도 이 '철제 고래'가 대양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제 규범'이라는 이름의 촘촘한 그물망을 헤쳐나가야 해 고도의 외교력이 요구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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