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 시설·비용 우위’ 한화 필리 조선소, 美 중형 상륙함 건조 참여 ‘기대감’

미국 해군과 해병대의 미래 전략인 '원정 전방 기지 작전(EABO, Expeditionary Advanced Base Operations)'의 핵심 퍼즐인 중형 상륙함(LSM, Medium Landing Ship) 사업의 최종 청사진이 확정됐다. 네덜란드 조선사의 검증된 설계도를 적용해 미국 내에서 상선처럼 저렴하게 건조한다는 미해군의 방침에 따른 결과다. 그러나 군함 설계 주도권을 쥐었지만 배를 만들 조선소가 미국 내에 있어야 한다는 단서n 조항을 충족시키지 못한 유럽을 대신해 한화오션에 새로운 수주 기회의 문이 열려 주목받고 있다. 19일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미 해군은 지난해 12월 차기 LSM의 기본 설계로 네덜란드 조선사 다멘(Damen)의 'LST-100'을 최종 선정했다. CRS 보고서는 '2025년 예산 조정법(OBBBA, One Big Beautiful Bill Act)'을 통해 LSM 조달 예산으로만 약 18억394만달러(한화 약 2조5000억원)가 배정됐다고 명시했다. 또한 2026 국방 수권법(NDAA,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제127조를 통해 최대 15척을 일괄 구매(Block Buy)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됐다. 향후 최대 35척까지 늘어날 수 있는 초대형 일감이다. 이는 미 해군이 겪어온 '비용 쇼크'에 따른 선택이다. 당초 미 해군은 2024년 1월 업체들에게 신규 설계를 위한 제안 요청서(RFP)를 보냈으나 조선소들이 써낸 입찰가가 예상치를 훨씬 웃돌자 2024년 12월 RFP를 전격 취소했다. 결국 미 해군은 나이지리아 해군 등에서 이미 운용 중인 다멘 사의 LST-100을 선택했다.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은 “설계 변경은 내 허락 없이는 안 되는데, 바꾸고 싶으면 금요일 오후 5시에 와라"고 농담 섞인 경고를 할 만큼 미 해군은 추가 비용이 드는 개발을 원천 차단하고 '기성품'을 그대로 쓰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CRS 보고서는 니콜라스 구어틴 해군 연구개발획득 담당 차관보·에릭 플래너건 중령이 각각 미 해군 공학회·USNI 뉴스에서 발언한 내용을 인용했다. 이들은 “우리 미 해군은 완벽한 비용 추산이라 생각했지만 시장가는 훨씬 비싸 개발용이 아닌 배(Non-developmental vessel)를 사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네덜란드 조선사 다멘은 설계 경쟁에서는 승리했지만 미국 내 생산 시설이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도 지니고 있다. 미국의 연안 무역법(Jones Act)과 국방 획득 규정에 따르면 미 해군의 전투함은 100%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돼야 한다. 다멘이 훌륭한 설계도를 제시해도 미국 땅에서 배를 만들어낼 파트너 없이는 사업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CRS 보고서는 LSM이 “복수 조선소(Multiple shipyards)에서 건조될 수 있다"고 명시해 특정 조선소 독점이 아닌 다양한 파트너십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빈틈이 한화오션에게는 기회로 다가왔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인수한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는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한 미국 법인으로, 미 해군 함정 건조 자격을 완벽히 갖추고 있다. 다멘 입장에서는 건조 파트너를 선정해야 하는데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즈(HII) 같은 기존 거대 군함 조선소들은 건조 단가가 너무 비싸 '가성비'를 추구하는 이번 사업 취지와 맞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황금함대 구축에 관해 '한화'를 콕 집어 언급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CRS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건조 방식의 변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제129조(a)는 해군이 '선박 건조 관리자(VCM, Vessel Construction Manager)'를 민간에서 선정해 LSM 건조를 관리하도록 지시했다 VCM 방식은 군이 직접 감독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민간 관리자가 '상업용 선박 기준(Commercial Standard)'을 적용해 효율적으로 배를 찍어내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VCM 방식이 “상업용 선박을 짓는 데 사용되는 계약 환경에 더 가까운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한화 필리 조선소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HII 등 기존 군함 조선소는 복잡하고 느린 군사 규격(Mil-Spec)에 최적화된 고비용 구조라 '상선식 저비용 건조' 경쟁력이 떨어진다. 필리 조선소는 태생이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을 짓던 상선 전문 야드인 만큼 미 의회가 요구하는 '상선처럼 싸고 빠르게' 건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다멘의 설계와 한화 필리 조선소의 건조라는 컨소시엄 구성이 가장 유력해 합리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작년 1월 16일 미 해군은 LSM 1번함의 함명을 이라크전 영웅의 이름을 따 '맥클렁(McClung)함'으로 명명하며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어 파트너 선정도 임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아직 관련 내용을 필리 조선소로부터 들은 바 없어 인지하지 못한 상태"라며 “현 시점에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초혁신기업] 12월 ‘통합 대한항공’ 출범…한진그룹 “물류 넘어 우주·방산으로”

한진그룹이 2026년을 기점으로 '메가 캐리어(Mega Carrier)' 출범과 '종합 모빌리티 그룹' 도약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모두 마무리 짓고, 이르면 올해 12월을 목표로 양대 항공사의 법인 통합을 완료할 계획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비전 2045'를 통해 기존의 항공 운송 중심 사업 구조를 우주·방산·디지털 물류로 대폭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는 외형 확장을 넘어 급변하는 글로벌 지정학적 안보 환경과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그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초혁신' 의지로 풀이된다. ◇ 대한항공-아시아나, 12월 '완전한 하나' 된다…T2 공동 운영으로 물리적 결합↑ 한진그룹은 이르면 오는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법인을 하나로 합치는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미 실질적인 통합 준비는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 1월 14일부터 아시아나항공의 탑승 수속 업무를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 터미널에서 대한항공이 위치한 제2 여객 터미널로 전격 이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양사 간의 물리적 결합을 앞당겨 환승객의 편의를 제고하고 운영 시스템을 일원화하기 위한 사전 조치다. 통합이 완료되면 한진그룹 항공 부문은 보유 항공기 240여 대, 연 매출 20조 원을 상회하는 글로벌 10위권 항공사로 재탄생한다. 여객·화물 공급력 증대와 노선망 재편을 통해 인천공항의 허브 경쟁력을 강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대한항공은 메가 캐리어 출범을 앞두고 외형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15일 공시된 2025년 잠정 실적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 16조501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4% 성장해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이는 엔데믹 이후 여객 수요가 꾸준히 회복되고 미주·유럽 노선의 견조한 탑승률이 이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 작년 매출 16.5조 '역대 최대'…고환율·유가에 영업익은 숨고르기 그러나 수익성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2025년 연간 영업이익은 1조 5393억원으로 전년대비 19.1% 감소했다. 당기 순이익 역시 96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1% 줄어들었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유류비 증가와 인건비·조업비 등 사업량 확대에 따른 제반 비용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면서 외화 환산 손실 등 영업외비용 부담이 가중된 점도 수익성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재무 건전성 지표도 변동을 보였다. 2025년 말 기준 부채 비율은 243.7%로 전년 말 대비 22.1%p 상승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준비와 신규 기재 도입에 따른 자금 조달 영향으로 자산 총계는 38조4567억원으로 15% 늘어났으나 부채 총계 또한 27조2688억원으로 18% 증가했다. 한진그룹은 통합 이후 운영 효율화를 통해 부채 비율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항공사 통합과 발맞춰 계열사 재편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3개 저비용 항공사(LCC)는 2027년 상반기까지 단일 브랜드인 '통합 진에어'로 합병될 예정이다. 이로써 진에어는 기체 50여 대를 보유한 아시아 2위권 규모로 일본·중국 LCC들과 경쟁할 수 있는 체급을 갖추게 된다. ◇ LCC·지원 계열사 재편 가속…'통합 진에어' 거점 논란은 과제 그러나 통합 LCC의 본사 소재지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 부산 지역 사회와 정치권은 가덕도 신공항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에어부산의 분리 매각 또는 통합 LCC 본사의 부산 유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측은 통합 시너지를 위해 인천공항 허브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화학적 결합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지상 조업사인 한국공항(KAS)과 아시아나에어포트, IT 전문 기업인 한진정보통신과 아시아나IDT 간의 합병 논의도 구체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복 사업 영역 통폐합을 통해 연간 수천억 원대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으나 양사 노조의 고용 승계 요구와 처우 개선 문제는 통합 과정에서 풀어야 할 난제다. 한진그룹의 2026년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방산 및 우주 사업의 급부상이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그동안 축적해 온 항공기 유지·보수·정비(MRO) 기술력을 바탕으로 첨단 무기 체계 개발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LIG넥스원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1조7775억원 규모의 한국형 전자전기(Electronic Warfare Aircraft) 체계 개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캐나다 봄바디어사의 고성능 비즈니스 제트기 '글로벌 6500'을 들여와 적의 방공망과 지휘 통신 체계를 무력화하는 전자전 장비를 탑재하는 고난도 개조 개발 프로젝트다. 대한항공은 민항기 개조 노하우를 살려 항공기 체계 통합을 주도하며 국방 안보의 핵심 자산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미래 전장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무인기 분야에서도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협력해 레이더 탐지 면적(RCS)을 극소화한 '가오리-X' 형상의 저피탐 무인 편대기(KUS-LW)를 개발 중이다. 또한 최근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아음속 무인 표적기 국산화 개발 사업'을 수주하며 그동안 수입에 의존해 온 훈련용 표적기를 독자 기술로 개발하게 됐다. 이는 향후 다양한 파생형 무인기 개발의 기술적 토대가 될 전망이다. 우주 산업 분야에서는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대한항공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소형 발사체 개발 역량 지원 사업'의 주관 기관으로서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 우주 스타트업과 협력해 소형 발사체 상단에 탑재될 35톤급 메탄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2027년까지 엔진 개발을 완료하고 글로벌 소형 위성 발사 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다. ◇ 리스크와 전망…재무 체력 강화와 화학적 결합이 관건 대한항공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외형 성장을 증명했으나, 수익성 둔화와 부채비율 상승이라는 과제를 안고 2026년을 맞이했다. 1400원 중반대를 오가는 고환율과 글로벌 유가 변동성은 항공사의 수익 구조를 압박하는 주된 요인이다. 통합 원년을 맞은 한진그룹의 최우선 과제는 재무 체력 강화와 조직의 화학적 결합이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과의 임금 격차 해소·상이한 기업 문화의 융합 등 인수 후 통합(PMI)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부 갈등을 얼마나 원만하게 봉합하느냐가 통합 성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원태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통합은 단순한 결합이 아닌 완벽한 하나가 되는 것"이라며 임직원들에게 '원팀(One Team)' 정신을 주문했다. 올해 12월 메가 캐리어 출범을 앞둔 한진그룹이 물류와 여객을 넘어 안보와 우주를 아우르는 초혁신 기업으로 비상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초혁신기업] ‘한국판 록히드마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육해공 이어 우주까지 ‘초격차’ 시동

“이제 '복합기업'이라는 꼬리표는 완전히 사라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록히드 마틴이나 노스롭그루먼과 같은 순도 100%의 '글로벌 방산·우주 솔루션 기업'으로 재평가받게 될 것이다." 2026년 새해가 밝자마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마침내 '한국판 록히드 마틴'을 향한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지난 14일 발표된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인적 분할 결정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둘러싼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15일 다보스포럼에서 제시한 '무탄소 해양 생태계' 비전의 기술적 열쇠마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쥐고 있음이 확인되며 시장의 이목은 이 초거대 방산기업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지난 14일 ㈜한화 이사회의 결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장에서는 '날개'를 단 격이다. 2024년 시큐리티(CCTV)와 정밀 기계 사업을 분할하며 1차적으로 몸집을 가볍게 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한화의 분할로 그룹 내 '방산·우주·에너지' 계열사들과의 연결고리가 더욱 강력하고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으로 존속하는 지주사 산하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방산), 한화오션(해양), 한화시스템(방산전자) 등 핵심 방산 라인업만이 남게 된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투자하는 것은 곧 K-방산의 심장에 투자하는 것"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준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평가한다. 과거 다양한 민수 사업이 혼재되어 겪었던 밸류에이션 할인이 해소되고, 오직 방산 수출 실적과 우주 사업의 성장성만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받는 '퓨어 플레이어(Pure-Player)'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난 15일 김동관 부회장이 다보스 포럼 기고문을 통해 던진 화두인 '전기 추진 선박을 통한 무탄소 해양 생태계'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래 먹거리와 직결된다. 김 부회장이 제시한 청사진의 핵심인 고효율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의 주체가 바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장보고-III 잠수함에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 체계를 탑재하며 극한의 환경에서 ESS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 군용 기술을 민간 선박으로 스핀오프해 '바다의 테슬라'가 되겠다는 것이 김 부회장의 구상이다. 내수 기업의 한계를 벗어던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글로벌 영토 확장'은 2026년 들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단연 폴란드다. 2025년 말 체결된 5조6000억원 규모의 천무 3차 실행 계약은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 합작법인(JV) 설립을 포함하고 있어 유럽 방산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을 뚫는 '현지화'의 교과서적 사례로 꼽힌다. 지구 반대편 호주에서는 생산 기지 'H-ACE'가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창원 공장의 첨단 스마트 팩토리 기술이 그대로 이식된 이곳은 호주군용 자주포와 레드백 장갑차 생산을 전담하며 향후 오커스(AUKUS) 동맹국으로 향하는 수출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창원-폴란드-호주를 잇는 '글로벌 3각 생산 체제'가 완성된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시선은 대기권 밖을 향해 있다. 지난해 11월 체계종합기업으로서 주도한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은 민간 우주 수송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이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 대행을 넘어 오는 2032년 달 착륙선 추진 시스템 개발과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주도하며 국가 우주 개발의 '설계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 항공 우주 산업의 숙원인 '항공 엔진 국산화'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손끝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이달부터 무인기용 5500파운드급 독자 엔진의 지상 시험이 시작된다. 이는 향후 KF-21 전투기에 탑재될 1만5000파운드급 독자 엔진 개발로 가는 징검다리로, 성공 시 대한민국은 세계 7번째 항공 엔진 독자 보유국 반열에 오르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지배 구조라는 그릇'을 정비하고, 방산·우주·친환경 에너지라는 내용물을 꽉 채웠다. 육상·해양·항공, 그리고 우주를 아우르는 이 거대한 '방산 빅뱅'의 중심에 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여줄 미래가 이제 막 시작된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삼성중공업, ‘코랄 노르트’ 띄웠다…글로벌 FLNG 시장 ‘초격차’ 가속

삼성중공업이 또 하나의 초대형 부유식 액화 천연 가스 생산 설비(FLNG)를 바다에 띄우며 해양 플랜트 시장의 '절대 강자'임을 재확인했다. 이미 전 세계 신규 발주 물량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이번 진수를 기점으로 추가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삼성중공업은 거제 조선소에서 이탈리아 ENI사가 발주한 '코랄 노르트(Coral Norte)'의 진수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최성안 부회장과 발주처 주요 경영진, 모잠비크 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진행을 축하했다. 코랄 노르트는 길이 432m에 폭 66m의 위용을 자랑하는 초대형 설비로 삼성중공업이 2021년 인도해 성공적으로 가동 중인 '코랄 술'의 후속 모델이고, 중량은 12만3000t에 달한다. 2028년 완공 후에는 모잠비크 해역에서 LNG 생산을 책임지게 된다. 업계는 삼성중공업의 FLNG 독주 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글로벌 시장에 발주된 신규 FLNG 10기 중 6기를 수주했다. 쉘(Shell)의 '프렐류드' 등 4기를 인도한 실적과 현재 건조 중인 2기(코랄 노르트·페트로나스 3호기)의 경험은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자산이다. 여기에 미국 델핀 미드스트림과의 프로젝트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최근 양사는 수주 의향서(LOA)를 연장했으며, 업계에서는 최종 투자 결정(FID)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는 삼성중공업의 수주 곳간을 더욱 넉넉하게 채울 전망이다. 최성안 부회장은 이날 “글로벌 LNG 수요 증가에 맞춰 해양 설비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압도적인 건조 역량을 앞세워 매년 1~2기의 FLNG를 지속적으로 수주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망망대해 선원들도 카카오톡으로 안부 전한다

망망대해에 나가 있는 선원들도 카카오톡을 통해 안부를 전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SM그룹의 해운부문 계열사 대한해운이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를 공식 개통해 스마트 해운으로의 전환을 본격화 한데 따른 것이다. 대한해운은 최근 벌크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운영하고 있는 전체 선박 38척에 국내 해운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스타링크의 설치를 완료·개통했다고 16일 밝혔다. 작년 4월 스페이스X의 공식 B2B(기업 간 거래) 리셀러(재판매 사업자) 중 하나인 KT SAT와 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대한해운은 이로써 고성능, 초고속 위성통신망을 활용해 스마트 선박 운영과 관련한 질적 개선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스타링크의 저궤도(지면에서 500~2000km 상공) 위성통신은 약 550km 고도에 쏘아 올린 위성 8000여개를 사용하는 서비스로, 기존의 정지궤도(지면에서 3만5000km 이상 상공) 위성보다 지구와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까워 통신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대한해운은 스타링크로 선박 운영 데이터를 신속하게 수집·전송하고 해상과 육상 사이의 실시간 소통이 이전보다 원활해진 만큼, 선내 작업의 효율성과 완성도를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연료 효율성 개선과 탄소 배출 저감, 안전운항 강화 등 해운사가 실천할 수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역량도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와 함께 스타링크 도입은 장기간 항해하는 선원들의 복지 향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2013년 대한해운이 그룹 해운부문에 편입된 이후부터 선원과 그 가족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을 직접 지시하며 노고를 격려해 왔다. 특히 이번 스타링크 개통으로 선원들이 가족들과의 상시 연락은 물론이고 원격 의료와 온라인 교육 등에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돼 전반적인 근무환경 개선과 복지 증진도 이룰 수 있을 전망이다. SM그룹 관계자는 “이번 스타링크 개통으로 선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통화를 하는 수준으로까지 기술적인 진보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얼마든지 먼 바다에서도 빠른 소통이 가능해졌다"며 “항해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안에 대해 원양에서도 육지와 직접 소통을 통해 안전한 항해 여건이 한층 강화됐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HD현대 아비커스, HMM 선대 40척에 자율 운항 솔루션 공급…“역대 최대 규모”

HD현대의 선박 자율 운항 전문 자회사 아비커스가 국내 최대 국적 선사 HMM의 선박에 대규모 자율운항 솔루션을 공급한다. HD현대와 HMM은 전날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에서 대형선박용 자율운항 솔루션인 '하이나스 컨트롤(HiNAS Control)'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날 계약식에는 최원혁 HMM 대표와 김형관 HD한국조선해양 대표, 강재호·임도형 아비커스 대표 등 3사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아비커스는 HMM이 운용 중인 컨테이너선·벌크선 등 총 40척의 선박에 자체 개발한 자율 운항 솔루션을 순차적으로 탑재하게 된다. 이는 단일 공급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수주로 아비커스는 누적 수주 350여 척, 개조 선박 기준 100척 이상의 공급 실적을 확보하며 시장 입지를 공고히 했다. 공급되는 '하이나스 컨트롤'은 기존 경쟁사들이 제공하는 인지·판단 수준의 항해 보조 기능을 넘어, 선박의 속도와 방향을 직접 제어하는 단계까지 수행하는 고도화된 시스템이다. 인공지능(AI)이 선원의 개입 없이 날씨·파고 등 해상 환경을 분석해 스스로 최적의 항로와 속도를 설정한다. 이를 통해 운항 안전성을 높여 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연료 효율을 극대화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HMM은 이번 도입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솔루션 적용을 선대 전체로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날 HMM·HD한국조선해양·아비커스 3사는 'AI 기반 자율운항 기술 협력에 관한 업무 협약(MOU)'도 함께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3사는 각 사의 역량을 결집해 자율운항 기술 고도화와 국제 표준 선점에 나선다. 아비커스는 솔루션의 공급 및 기술 고도화를, HMM은 실증을 위한 선박 제공 및 운항 데이터 공유를 담당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선박 건조 및 엔지니어링 기술력을 바탕으로 플랫폼 지원과 기술 연계를 맡는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단순한 기자재 납품을 넘어 조선과 해운 업계가 차세대 기술 표준을 주도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해운업계의 고질적인 선원 부족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HMM 관계자는 “디지털·친환경 해운 생태계에서 AI 기반 기술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이라며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3사 간 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 관계자 역시 “자율 운항 기술은 향후 조선업과 해운업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라며 “3사의 역량을 모아 차세대 자율 운항 선박 기술을 선도하고 표준을 선점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항공, 작년 4분기 영업익 4131억 원…전년 동기비 5.1%↓

대한항공이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외형 성장을 지속했다. 다만 고환율과 영업비용 상승의 여파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다소 감소했다. 15일 대한항공은 지난해4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이 4131억원이라고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한 수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영업이익 감소는 물가 상승 등에 따른 영업 비용 전반 증가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매출은 큰 폭으로 늘었다. 4분기 매출액은 4조55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했다. 특히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3.5%, 영업이익은 9.8% 늘어나며 하반기 반등에 성공했다. 가장 눈에 띄는 지표는 당기순이익이다. 4분기 당기순이익은 2840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918억원 대비 209.4% 급증했다. 년 누계 실적을 살펴보면 대한항공은 매출 16조5019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2024년 16조1166억원 대비 2.4% 성장한 수치다. 4분기 여객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71억원 증가한 2조5917억원을 기록했다. 미주 노선의 경우 입국 규제 강화와 서부 노선 경쟁 심화로 다소 정체 흐름을 보였으나, 10월 초 추석 황금 연휴 기간 일본과 중국 중심 단거리 수요가 늘어나며 전체적으로 전년 대비 매출과 수익성 제고를 이뤄냈다는 설명이다. 같은 분기 화물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1억원 증가한 1조2331억원으로 집계된다. 미-중 관세 유예 협상에 따른 △대외 환경 불확실성 완화 △전자상거래 수요 안정적 유입 △연말 소비 특수·고정 물량 확대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유지했다는 게 사측 입장이다. 그러나 연간 수익성은 뒷걸음질 쳤다. 작년 총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5393억원, 96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1%, 21.1%씩 하락했다. 이 같은 수익성 하락은 항공유 가격 변동과 고환율 기조에 따른 외화 환산 손실, 인건비·정비비 등 전반적인 운영 비용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급 확대에 따른 항공사 간 운임 경쟁 심화도 영향을 미쳤다. 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 여객 사업과 관련, 최근 원화 약세·한국발 수요 둔화를 고려해 해외발 판매 확대를 꾀하는 한편, 2월 설연휴 등 연초 수요 집중 기간 탄력적 공급 확대 운영 통해 수익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화물 사업은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 등 불확실한 외부 환경 전망을 감안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시장 상황에 연동한 탄력적 화물기 공급 운영 등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올해에는 글로벌 여객 공급 회복 가속화에 따른 시장 경쟁 심화와 글로벌 정책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며 “당사는 다양한 외부 변수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체계적인 통합 항공사 출범 준비를 토대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르포] “제트기 연료 4분의 1만 쓴다”…‘보랏빛 날개’ 섬에어, 울릉도 하늘길 연다

“보잉 737 제트기가 김포에서 제주를 오갈 때 약 2.7t의 연료를 쏟아붓습니다. 이 비행기는 단 650kg이면 충분합니다. 4분의 1 수준이죠. 압도적인 효율성이 우리의 무기입니다. 육지와 섬, 그리고 교통 소외 지역을 잇는 가장 경제적이고 안전한 날개가 되겠습니다." 15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김포국제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 격납고. 최용덕 섬에어 대표의 목소리에는 비장함과 확신이 동시에 묻어났다. 국내 지역항공모빌리티(RAM, Regional Air Mobility)를 표방하는 섬에어의 1호기(ATR 72-600, 등록 기호 HL5264)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프랑스-이탈리아 합작 항공기 제조사 ATR의 알렉시 비달(Alexis Vidal) 최고상업책임자(CCO, 부사장)가 툴루즈 본사에서 현장에 나와 한국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기가 가득해 손발이 시린 격납고였지만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섬에어의 브랜드 컬러인 보라색으로 도장된 탑승 계단 너머로 하얀 동체의 1호기가 위용을 드러냈다. 기존 항공기들의 천편일률적인 색감과 달리, 꼬리 날개(수직 미익)를 감싸는 보라색과 별 모양 심볼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최용덕 대표는 “우리의 브랜드 컬러인 '섬 퍼플'(Sum Purple)은 일반적인 보라색이 아니고 인쇄로 재현하기 힘든 바이올렛 색상"이라며 “기존 항공사와는 완전히 다른, 차별화된 정체성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라고 소개했다. 기체 앞에서 포즈를 취한 승무원들의 유니폼 또한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섬에어는 런던 패션위크에서 활약 중인 세계적인 디자이너 최유돈 씨에게 유니폼 디자인을 의뢰했다. 덕분에 기존 항공사의 경직된 유니폼과 달리 실용적이면서도 '칼각'이 돋보였다. 이는 섬에어가 운송 수단을 넘어 '새로운 여행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로 읽혔다. 기체 전면부에는 6개의 날개를 가진 최신형 프로펠러가 장착돼 있었다. 검은색 날개 끝에 노란색 팁을 더한 이 6엽 프로펠러는 외관뿐만 아니라 공기 역학적 설계를 통해 소음과 진동을 줄이는 최신 기술의 집약체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기내 공개였다. 흔히 '프로펠러기는 좁고 시끄럽고 낡았다'는 편견을 가지기 쉽다. 1호기의 내부는 이러한 선입견을 보란 듯이 깨뜨렸다. 가장 먼저 취재진을 맞이한 곳은 조종석이었다. 과거 복잡한 바늘 계기판이 가득했던 구형 터보 프롭기와 달리, 5개의 대형 LCD 화면이 푸른 빛을 내뿜는 최신식 '글래스 칵핏(Glass Cockpit)'이 적용돼 있었다. 비달 최고상업책임자는 “과거 한국에서 운항했던 하이에어의 ATR 72-500 모델과 달리, 최신 ATR 72-600 모델은 항전 장비를 전면 디지털화했다"며 “이를 통해 조종사는 비행 정보·엔진 상태·항로 데이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악천후나 야간에도 안전하게 기체를 제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객실은 철저히 비즈니스 승객의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디자인 하우스 '주지아로'가 설계한 '아르모니아(Armonia)' 스타일이 적용된 2-2 배열 좌석은 짙은 회색 톤으로 마감돼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제 좌석에 앉아보니 '반전 매력'이 돋보였다. 성인 남성이 다리를 꼬고 앉아도 무릎과 앞좌석 사이에 주먹 하나가 충분히 들어갈 만큼 레그룸이 넉넉했다. 특히 좌우로 펼쳐지는 접이식 테이블에는 14인치 노트북이 안정적으로 거치됐다. 타이핑 시 흔들림이 적고 컵 홀더 홈까지 파여 있어 이동 중 업무를 봐야 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는 '하늘 위 사무실'이나 다름없었다. 이 밖에도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수동식 윈도우 셰이드는 직관적이었고, 기내 화장실엔 콤팩트하지만 위생적인 스테인리스 세면대를 적용해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최 대표는 섬에어의 생존 전략으로 '틈새 시장'과 '규제 완화'를 꼽았다. 그는 “이미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박 터지게 경쟁 중인 김포-제주 노선에 뛰어드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KTX나 대형기가 닿지 않는 사천·울산, 향후 공항이 들어설 울릉도·흑산도·백령도 등 교통 사각지대를 파고드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언급했다. 자신감의 근거는 '비용 절감'과 '제도 개선'이다. 최 대표는 “좌석당 연료 소모량이 제트기의 4분의 1 수준이라 고유가 시대에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2024년 6월 소형항공운송사업 좌석 제한이 50석에서 80석으로 완화되며 과거와 달리 내륙 노선만으로도 손익분기점(공헌이익)을 넘길 수 있는 수익 구조가 완성됐다"고 강조했다. 섬에어는 항공운항증명(AOC) 발급이 마무리되는 대로 올 상반기 중 김포-사천 노선에 첫 취항할 계획이다. 운항 시간은 약 60~70분으로, 출퇴근 시간대를 포함해 하루 왕복 8편 운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운임은 KTX 등 경쟁 교통 수단과 유사한 수준으로 책정해 승객 부담을 낮출 예정이다. 도서 지역 운항의 핵심 난제인 '바람'과 '활주로' 우려에 대해서도 제조사인 ATR 임원이 직접 나서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비달 최고상업책임자는 “ATR 72-600은 일본 요론 공항 등 아시아 20여 개 공항의 1200m급 짧은 활주로에서 매일 안전하게 이착륙하고 있다"며 2028년 동일 조건의 활주로를 갖춰 개항할 울릉공항 운용에 기술적 문제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또 “이 비행기는 태생적으로 바람을 가르도록 설계됐다"며 “제주를 오가는 보잉 737이나 에어버스 A320과 동일한 35노트(약 18m/s)의 측풍 제한치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풍이 불어도 대형기와 동등한 수준의 이착륙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정비·수리·분해조립(MRO) 문제에 대해서는 “당분간 싱가포르·베트남 등 아시아 네트워크를 활용하되, 향후 한국 내 운용 대수가 늘어나면 국내 MRO 시설 건립도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국제선 확장 계획도 공개됐다. 이날 기체 앞 배너에는 사천·울산 외에 일본 대마도가 선명히 적혀 있었다. 최 대표는 “대마도 노선은 과거 소형 항공사들이 시도했으나 실패했지만, 우리는 다르다"면서도 규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현재 50석으로 묶여 있는 국제선 소형 항공기 좌석 규제를 국내선처럼 80석으로 완화해 준다면 수익성과 공익성을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당국에 호소했다. 낚시객들의 관심사였던 '활어 운송'에 대해서는 “생물 운송은 어렵지만, 별도의 포장 가이드를 마련해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섬에어는 공익적 가치 창출에도 공을 들였다. 기체 탑승구 옆에는 전략적 파트너인 부민병원의 로고가 선명했다. 최 대표는 “향후 도입될 기체는 후방 3열을 접어 응급 환자 이송용 들것을 설치할 수 있는 옵션을 포함했다"며 “대형 병원이 없는 도서 지역 주민과 해병대 장병들을 위해 언제든 '하늘 위 앰뷸런스'로 변신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파했다. 실제 이날 공개된 기내 곳곳에는 안전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묻어났다. 후방 화물칸에는 도서 지역 특산물 등 다양한 수하물 쏠림을 방지하는 화물 고정용 그물망이 설치돼 있었다. 또한 기내 상단 오버헤드 빈에는 산소통과 붉은색 구급낭·구명 조끼 등 비상 안전 장비가 매뉴얼에 맞춰 가지런히 고정돼 있어 철저한 안전 준비 태세를 증명했다. 행사 말미에 최 대표와 임직원들은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쳤다. 섬에어는 이번 1호기 도입을 시작으로 울릉공항 개항 시점인 2028년까지 기단을 9대까지 확대해 연간 10만 명 이상의 도서 지역 수송을 책임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섬과 육지를 잇는 보랏빛 날갯짓의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부채비율 2994%·자본 잠식에도 98% 할인…LCC업계 ‘벼랑끝 치킨 게임’

새해가 들어서기 무섭게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너나할것 없이 '초저가 항공권'을 쏟아내고 있다. 3만원대 일본행 편도 항공권에 최대 할인율 98%라는 파격적인 숫자가 여행 소비자들을 유혹하지만 한켠에서는 LCC업계 전반의 심각한 재무 위기를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환율과 고유가 이중고 속에서 기초 체력이 바닥난 저비용 항공사들이 눈 앞의 생존을 위해 미래의 좌석을 헐값에 팔아 부족한 운영 자금을 메우려는 '현금 돌려막기'식 출혈 경쟁의 악순환에 빠졌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 “커피 값보다 싸다"…봇물 터진 연초 특가 경쟁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주요 LCC들은 이달 초부터 연중 최대 규모의 프로모션을 동시다발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14일부터 '슈퍼 스타 페스타'를 열고 일본 노선 3만9000원, 베트남 5만9000원 등 최대 98% 할인된 항공권을 푼다. 티웨이항공 역시 '2026 새해맞이 특가'를 통해 사이판·시드니 등 주요 노선을 초특가에 내놓았고, 에어프레미아도 '프로미스' 프로모션으로 미주·아시아 노선을 최대 94% 할인 판매로 대응하고 있다. 항공권 구매자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고비용 구조를 고려하면 유류비·조업비 등 변동비조차 건지기 힘든 비정상적인 운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장의 현금 흐름은 만들 수 있어도 좌석을 팔면 팔수록 재무 건전성은 악화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빚더미에 축 쳐진 날개…자본 잠식·고부채의 늪 더 큰 문제는 이들 항공사의 곳간이 비어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상 각 사의 2024년 말 및 2025년 3분기 기준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대다수 LCC가 심각한 재무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상황이 위태로운 곳은 에어서울과 에어로케이, 이스타항공이다. 이들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에어서울은 2024년 말 기준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1397억원에 달하고 유동 부채가 유동 자산을 2200억원 이상 초과해 존속 능력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에 에어서울 관계자는 “작년 3분기 기준 부채 비율은 539%로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청주 거점의 에어로케이 역시 누적 결손금으로 인해 자본 총계가 -805억원을 기록했다. 이번에 98% 할인을 내건 이스타항공은 재무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2024년 감사 보고서 기준으로는 자본 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곳들도 안심할 수 없다. 업계 1위 제주항공은 2025년 3분기 기준 부채 비율이 약 695%까지 치솟았다. 장거리 노선을 확장 중인 에어프레미아 역시 2024년 말 기준 자본 272억원, 부채 8146억원으로 부채 비율이 약 2994%에 이른다. 티웨이항공 또한 유럽 노선 확장과 대형기 도입으로 인한 리스 부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고환율·유가·신규 진입자, '3중 파고' 덮친다 외부 환경은 LCC업계에 더욱 가혹하다. 항공사는 항공기 리스료·정비비·유류비 등을 대부분 달러로 결제한다. 최근의 '킹 달러' 기조는 LCC들의 비용 부담을 눈덩이처럼 불리고 있다. 원화로 받은 저가 항공권 수입으로 달러 빚을 갚아야 하는 '환차손의 늪'에 빠진 셈이다. 여기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해는 기존 플라이강원을 인수해 재정비를 마친 파라타항공이 시장에 본격 가세한다. 공급 과잉 상태에서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출혈 경쟁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대보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며 “1400원대 환율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수익성 악화는 불 보듯 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에이블맥스, 순천대와 손잡고 우주항공 인재 육성…고흥 캠퍼스서 실무 교육

우주·항공·방산 분야 시뮬레이션 전문기업 에이블맥스(주)가 미래 우주항공 산업을 이끌 실무형 인재 양성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에이블맥스는 국립 순천대학교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우주항공고흥캠퍼스를 거점으로 한 현장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협력은 전남 고흥군이 추진하는 교육발전특구 정책과 연계하여 기업과 대학이 함께 지역 인재를 육성하는 산학연계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협약에 따라 에이블맥스는 순천대와 공동으로 우주항공과 첨단 기술 분야의 실무 교육 과정을 운영하게 된다. 특히 인공 위성·발사체 설계의 핵심 기술인 열·구조 해석 등 전산 해석(CAE) 기반 교육을 주도할 예정이다. 에이블맥스는 산업 현장에서 실제 활용되는 전문 소프트웨어 실습과 기업의 프로젝트 사례를 반영한 커리큘럼을 제공해 학생들의 실무 역량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에이블맥스 관계자는 “우주항공고흥캠퍼스는 교육과 산업 현장을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며 “기업이 보유한 실무 노하우와 대학의 연구·교육 역량을 결합해 지역 우주항공 산업을 이끌 인재를 현장에서 직접 키워내겠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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