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빈의 경영 Scope] 한진정보통신-아시아나IDT 합병, ‘모기업 통합’ 덕볼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에 따라 '메가 캐리어(Mega Carrier)' 출범이 예고된 가운데 양사의 두뇌이자 핵심 IT 인프라를 전담하는 한진정보통신과 아시아나IDT의 합병 시너지에 자본시장과 IT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두 회사는 현재 각기 다른 사업 딜레마에 직면해 있지만 서로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퍼즐 조각' 형태를 띠고 있어 합병 후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자회사 한진정보통신은 지난해 매출 2402억6989만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45.4% 급증했다. 이러한 거침없는 성장세는 올해 1분기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대한항공 2026년 1분기 보고서에서 한진정보통신은 674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있다. 세부적으로는 △시스템 개발(SI) 226억 원(33.5%) △시스템 관리(SM) 283억 원(42.0%) △전산상품 판매 165억 원(24.5%)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의 외연을 공격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이러한 성장이 내부 계열사 물량에 기대지 않은 순수 대외 영업력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한진정보통신, 모기업 물량축소에도 '대외수주 폭발'로 총매출 상승 지난해 감사보고서 중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을 분석해 보면 전체 매출 2403억 원 중 대한항공(388억 원)과 ㈜한진(296억 원)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발생한 매출은 979억 원으로 40.7%에 불과하다. 2024년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이 63.9%(1057억원)였던 점을 감안하면 모기업 물량이 축소되는 와중에도 대외시장에서 폭발적인 수주를 따내며 총매출 성장을 올린 셈이다. 이러한 한진정보통신의 실적 돌풍은 감사보고서 주석에 기재된 수주 상황과 주요 계약을 통해 알 수 있다. 홈플러스 IT 통합 유지·보수 아웃소싱(수주잔고 268억원), 방위사업청 항공관제 레이더 사업(229억원), 한국방송공사 멀티플랫폼 시스템 구축(199억원), 한국공항공사 전방향 표지 시설(110억원), 서울주택도시공사 고덕·강일 공공 주택 지구 정보통신공사(36억원), 수원대·수원과학대 정보 시스템 통합 유지·보수(10억원) 등 공공·유통·방송·방산을 가리지 않고 거대 프로젝트 일감을 대거 휩쓸었다. 영업 활동의 호조 덕분에 현금 흐름 또한 넉넉해졌다. 2024년 말 157억7750만원이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750억7702만원으로 약 5배 늘었다. 여기에 단기 금융 상품 53억원을 더하면 즉시동원 가능한 유동성 실탄만 803억7702만원에 달해 기초체력이 견고해졌음을 입증했다. 자산 총계 1434억원, 부채 총계 624억원으로 부채 비율 역시 76.9% 수준으로 매우 안정적이다. ◇작년 영업익 50억원대, 영업이익률 바닥권…수익성 악화로 '외화내빈 딜레마' 그러나, 화려한 외형 이면의 손익 내실을 해부해 보면 한진정보통신은 수익성 악화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지난해 매출 규모에 비해 영업이익은 50억6390만원에 그치며 영업이익률은 2.1%라는 바닥권에 머물렀다. 심지어 당기순이익은 2024년 48억8004만원에서 2025년 47억2159만원으로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근본 원인은 과도한 '원가 압박'과 자체 소화 능력의 부재에 있다. 감사보고서 주석 '28. 비용의 성격별 분류' 내용에서 지난해 한 해 동안 외부 하청에 지급한 '외주용역비'가 633억8036만원에 달한다. 반면에 내부 임직원에 대한 인건비 지출액은 370억7916만원에 그친다. 대규모 대외 SI 프로젝트를 공격적으로 수주해 오고 있지만 이를 자체 기술력과 인력만으로 감당하지 못해 막대한 자금을 외부 하청업체에 지불하면서 정작 본사로 들어와야 할 마진이 통째로 유출되는 '외화내빈(外華內貧)'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또한, 재고자산의 매입(원재료·상품) 역시 2024년 147억6562만원이었으나, 1년 새 326억6496만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올해 1분기 전체 매출 674억원 중 고부가가치 기술 용역이 아닌 하드웨어·장비 유통 격인 '전산상품 판매' 비중이 165억원(24.5%)이나 차지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마진율이 현저히 낮은 하드웨어 납품 위주의 사업구조가 통신비(277억원) 등의 고정비 증가와 맞물려 전사 이익률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굵직한 사업을 끊임없이 수주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지만 정작 손에 남는 이익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초우량 재무구조 아시아나IDT, 모기업에 발목 잡혀 '성장엔진 냉각' 상장사인 아시아나IDT의 재무제표를 열어보면 한진정보통신과 대척점에 있는 양상을 띤다. 결점 없는 수준의 완벽한 초우량 재무 구조와 고마진 수익 모델을 갖추고 있으나 모기업의 경영 위축과 맞물려 성장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 '아시아나IDT 2026년 1분기 보고서'의 요약재무정보를 뜯어보면, 올해 3월 말 기준 자산총계 2126억2849만원, 자본 총계 1714억3782만원에 부채총계는 411억9066만원에 불과해 부채비율이 24.0%라는 사실상 무차입에 가까운 철벽 재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유동성 측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알짜 금고'다. 재무상태표상 단기 금융 상품 940억원과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92억6875만원을 합쳐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만 1132억6875만원에 이른다. 장기금융상품 240억원까지 고려하면 자산의 절반 이상이 순수 현금성 자산으로 채워져 있다. 1분기에만 이자 수익 등 11억3223만원의 금융 수익을 올리며 영업외 이익 방어력도 탁월함을 증명했다. 수익구조의 질적 측면도 매우 우수하다. 올해 1분기 전체 매출 458억1535만원 중 고도의 안정성과 고마진을 담보하는 운영·유지·보수(SM) 부문 매출이 385억1087만원으로 전체의 84.1%라는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에 이익 변동성이 크고 위험도가 높은 컨설팅·SI 사업은 61억8566만원(13.5%), 수익성이 턱없이 낮은 전산 상품 판매는 11억1881만원(2.4%)에 불과하다. 이처럼 우수한 마진율을 지닌 SM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덕분에 1분기 영업이익률은 4.4%(영업이익 20억2749만원)를 기록해 외형 규모가 훨씬 큰 한진정보통신의 이익률(2.1%)을 가볍게 두 배 이상 뛰어넘었다. 하지만 성장성의 실종과 위험 수위를 넘은 내부시장 의존도가 문제점이다. 포괄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액은 458억1535만원, 영업이익은 20억2749만원으로 전년 동기(매출 571억7407만원, 영업이익 30억4509만원) 대비 매출은 19.9%, 영업이익은 33.4%나 급락하며 심각한 역성장의 늪에 빠졌다. 이러한 실적 하락의 근본 원인은 특수 관계자 내역에서 드러난다. 1분기 총매출 458억원 중 아시아나항공(217억6498만원), 에어부산(43억2901만원), 한진세이버(20억8754만원), 에어서울(14억8109만원) 등 금호아시아나그룹·편입 계열사에서 발생한 매출이 전체의 66.4%인 304억3601만원을 차지한다.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이 화물기 사업을 매각하고 기재운영 효율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투자 축소를 단행함에 따라 IT 투자가 쪼그라들며 아시아나IDT의 일감과 실적도 연쇄적으로 고꾸라진 것이다. 실제로 1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를 봐도 운영·유지·보수가 1205억원에 달하는 반면, 대외경쟁력의 지표인 컨설팅·SI 잔고는 165억원에 그쳐 새로운 시장 개척 동력이 고갈됐음을 보여준다. ◇아시아나IDT '과도한 내부 의존', 한진정보통신 '막강 대외 수주라인'…합병 시 상보적 시너지 기대 이처럼 한진정보통신과 아시아나IDT의 재무제표와 사업 펀더멘털을 분석해 보면 두 회사의 합병은 자본시장 내 여타 M&A 사례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로 상호간 치명적인 단점을 장점으로 교차 방어할 시너지가 예고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시아나IDT가 직면한 가장 큰 아킬레스건인 '매출 역성장'과 '66%가 넘는 과도한 내부 의존도'는 한진정보통신이 다져놓은 막강한 대외 공공·국방·유통 수주 파이프 라인을 통해 단숨에 성장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반대로 한진정보통신이 직면한 '연간 633억원에 달하는 외주용역비 유출'과 '2%대의 뼈아픈 이익률'은 아시아나IDT의 우수한 인적 자원과 고마진 IT 운영 노하우를 접목함으로써 극적인 체질 개선이 가능하다. 모기업 일감 감소로 잉여 인력 운용을 고민하는 아시아나IDT의 최고급 IT 인력들을 한진정보통신이 외부에서 수주한 대형 프로젝트에 직접 투입한다면 수백억원의 외부 하청 비용을 내부 매출로 내재화 통합 법인의 영업이익률을 수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자본 배치와 신기술 역량 통합 측면에서도 시너지는 폭발적이다. 아시아나IDT가 금고에 쌓아둔 1132억원의 유동성과 한진정보통신이 보유한 803억원을 합치면 약 1935억원에 달하는 거대한 현금 자산이 형성된다. 현재 한진정보통신은 전산 상품 유통 비중이 높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반면 아시아나IDT는 'AI 빅 데이터 연구소'를 통해 'ModelOps.AI'(GS인증 1등급)를 상용화하고 지상 조업 안전 AI 분석 서비스 등 자체 솔루션을 개발하는 연구·개발(R&D)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통합 법인의 막대한 유동성을 고부가가치 AI·클라우드·빅 데이터 원천 기술 및 솔루션 고도화에 집중 투자한다면 마진이 박한 시스템 도급 중심에서 탈피해 고수익 디지털 혁신(DX) 전문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재무·사업적 결합이 구상대로 진행된다면 연 매출은 4000억원대 중반을 넘기고 가용 현금은 2000억원에 육박하는 '메가 항공·물류 IT 서비스 공룡'이 탄생하게 돼 관련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합병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모기업인 거대 통합 항공망의 IT시스템 구축(PMI)이라는 초대형 내부시장 수요가 열리는 데다 이를 수행하며 고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외시장 점유율을 대폭 확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화려한 시너지가 온전히 발현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선결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아시아나IDT 측에 잔존해 있는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 시절의 소송 우발채무 리스크다. 공시된 '우발부채 등에 관한 사항'을 보면 금호석유화학 등이 제기한 '금호리조트·금호홀딩스 주식매매계약 손해배상소송'(아시아나IDT 소송 가액 약 8억7000만원)의 경우 올해 1월 29일 대법원에서 심리 불속행 기각으로 최종 패소가 확정됐다. 또한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저리 대여로 인한 부당지원 손해배상 소송(7489만원), ㈜대교씨엔에스 전산시스템 구축 용역대금 청구소송(20억원), 종로세무서 장애인 고용 부담금 행정소송(872만원) 등 다수의 얽히고 설킨 법적 분쟁이 현재 1심에 계류 중이다. 개별소송 가액 자체는 회사의 탄탄한 현금력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지만 과거 지배 구조의 낡은 유산이 지속적인 행정적 피로도와 잠재적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향후 통합 후 관리(PMI) 과정에서 이같은 옛 금호그룹 시절의 법률적 뇌관이 신설 통합법인이나 모회사인 대한항공의 재무 건전성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한 회계적 '방어벽'을 구축하고 패소 확정 건에 대한 투명한 충당부채 설정을 마무리하는 치밀한 리스크 헷지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신간] ‘아르테미스 시대’, 문혜영 변호사의 ‘대한민국 우주자원법’ 마스터 플랜

과거 우주는 연구의 대상이면서도 막연한 도전의 영역에 불과했다. 세계 각국은 “더 높게, 더 멀리"를 외치며 발사체를 개발했고 이는 곧 국방력과 국가적 위상을 상징하는 정부 주도 '올드 스페이스(Old Space)' 시대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며 민간 자본과 기업이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민간 주도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우주 공간은 인류에게 새로운 거대 시장으로 변모했다. 특히 우주 기술과 인프라를 직접 제조하는 발사체 중심의 업스트림 산업을 넘어 우주 자원·공간 특성을 활용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다운스트림 산업은 기존 업스트림 시장에 비해 약 6배에 달하는 거대한 잠재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핵심은 단연 우주 자원이다. 헬륨3·우라늄·물 등 풍부한 천연 자원은 인류에게 새로운 청정 에너지원이 돼줄 뿐만 아니라 향후 우주에서의 생존에도 필수적인 요소로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의 주도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 우주자원의 탐사·개발이 목전으로 다가왔으나 이를 적극적으로 소유하고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명확한 법 제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이처럼 우주 산업의 패러다임이 다운스트림으로 이동하며 우주 자원의 소유권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에 항공우주법 실무 전문가인 문혜영 변호사가 신간 '우주자원 탐사 및 개발을 위한 국내 입법 연구'를 출간했다. 이 책은 우주 경제 실현과 상업적 우주 자원 개발이라는 뉴 스페이스 목표에 제도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실질적인 디딤돌을 제공하는 대한민국 우주자원법의 실효적 마스터 플랜을 담고 있다. 따라서 우주 산업·뉴 스페이스 비즈니스에 관심 있는 대중부터 미래 우주 경제 정책과 법 제도 수립에 참여하는 연구자·관계자, 첨단 신산업의 규제 완화와 맞춤형 특별법 제정 방향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길라잡이가 역할을 한다. 우주 자원의 상업적 가치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면서 소유권과 이용권 향배는 뉴 스페이스 시대의 가장 첨예한 국제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1967년 체결된 우주 조약 제2조는 특정 국가의 주권 주장을 금지하는 비전유 원칙을 천명했으나 비엔나 협약에 따라 해석하면 우주 공간에 대한 전유만을 금지할 뿐 우주자원의 채굴과 소유에 대해서는 의도적인 개념적 공백을 남겼다. 이를 보완하고자 1979년 달 협정을 통해 천연 자원을 인류 공동 유산으로 규정하고 국제 관리 체제 도입을 시도했으나 주요 우주 개발 강국들의 비준 거부로 실효성을 상실했다.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주도로 50개국 이상이 참여한 아르테미스 협정이 체결되며 우주 자원 채취를 용인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국제 관습법에 이르는 정도의 합의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양립 불가능한 규범들이 병존하는 심각한 법적 불확실성을 낳고 있다. 저자는 달협정의 인류공동유산 개념과 아르테미스 협정의 자원 채취 용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규범의 충돌과 해석적 모순을 날카롭게 통찰하며 미래 분쟁에 대한 탁월한 대응 논리를 제시한다. 이러한 국제법적 한계와 공백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룩셈부르크·아랍에미리트(UAE)·일본 등 우주 선진 4개국은 기약 없는 국제 조약 체결을 기다리는 대신 선제적으로 자국의 국내법을 정비하는 전략적 선택을 감행했다. 저자는 비교법적 연구 방법을 통해 해당 국가들의 우주자원법을 세밀하게 해부한다. 또한 각국의 정책적 기반에 따라 구성은 상이하나 공통적으로 우주자원에 대한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하고 민간 기업의 자원 소유권 창설을 위한 허가 요건을 정립하며 국제법과의 조화 노력을 담아냈다. 나아가 국가의 책임 범위를 명시하고 역내 기업 유치를 위해 과감한 규제 완화를 추진함으로써 전 세계의 우주 비즈니스 자금과 기술이 자국으로 모여들게 하는 법적 무기를 분석했다. 우주 경제 실현의 열쇠를 쥐기 위해서는 이들 선점국에게서 배워야 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근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우주항공청(KASA)을 설립하며 우주경제 실현이라는 원대한 비전을 제시했음에도 위태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의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이나 우주개발진흥법 등은 전반적인 우주 개발을 다루지만 실질적으로는 발사체나 위성 등 업스트림 진흥에 치중해 있을 뿐, 상업적 우주 활동을 규율할 입법은 전무한 '입법 불비' 상태에 놓여 있다. 게다가 △인력·자원 부족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기존 연구 기관과의 이중 관할 문제 △자원 개발 전담 조직·예산 미편성 등 신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거버넌스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저자는 우주항공청 개청에 맞춘 소관 사무 정비의 한계를 짚어내고 기존 연구 기관과의 효율적인 협력·조직 통합을 이끌어낼 실효적인 해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 책이 지닌 차별점은 학술 분석이나 외국법 번역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춘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자원법 제정 초안' 조문 전체를 부록으로 수록했다. 국내 광업법·해저광물자원법의 입법례를 유기적으로 접목해 치밀하게 법적 정합성을 확보한 것이다. 우주 자원의 정의와 정부의 국제 조약 준수 책무를 규정한 총칙부터 허가권자와 그 요건을 상세히 서술한 실체 규정, 보고 의무·손해배상책임을 정한 보칙, 그리고 의무 위반 시 적용되는 벌칙 규정까지 모두 완비한 법안은 정책 입안자들과 기업들이 즉시 참고할 수 있는 최고의 실용성을 자랑한다. 우주 자원 탐사·가공·처분이라는 신산업 생태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당 산업의 본질에 부합하는 새로운 법 제도의 적절한 설계와 입법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우주기본법안을 제시하고 국가우주항공위원회의 설치를 추진하는 것 또한 이러한 시대적 필요성에 깊이 공감해서다. 문혜영 변호사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우주자원법안은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법적 확신을 가지고 과감하게 우주에 투자하며 진출할 수 있도록 장려함으로써 향후 우리나라가 우주 비즈니스의 변방에서 벗어나 진정한 글로벌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는 견고한 디딤돌로 기능할 것이다. ◇저자 약력 現) 법무법인(유) 율촌 前) 대한항공 법무실·한국항공우주산업(KAI) 법무팀 제10회 변호사 시험 합격 한국항공대학교 일반대학원 항공운항관리학과 항공우주법 전공 박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사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우주법학부 항공우주법 학사 ◇주요 논문 항공사 마일리지 유효기간의 불공정약관 성립 여부(한국항공운항학회지, 2025) 국제항공운송협회 여객판매대리점계약의 법적 성격 및 그 불공정성에 대하여(한양대학교 법학논총, 2025) 국제법의 본질과 항공운송 국제조약의 해석에 관하여(한국항공운항학회지, 2025) 완제기 수출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한국항공우주정책법학회지, 2025) 등록협약 개정을 통한 우주쓰레기 관리 방안에 대하여(한국항공우주학회 춘계학술대회 초록집, 2025) 항공기 비상구열 좌석 운영의 한계 및 개선 방안(한국항공보안학회지, 2023)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제주항공, 인천~제주 노선 10월까지 연장

제주항공이 인천~제주 노선 운항을 오는 10월 24일까지 연장한다고 29일 밝혔다. 현재 제주항공은 지난 5월 12일부터 인천~제주 노선을 주 2회(월·금요일) 운항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4600명이 이용했다. 평균 탑승률은 88.5%를 기록하고 있다. 탑승객 가운데 외국인은 약 1400명으로 전체의 30.6%를 차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김포~제주 노선의 외국인 탑승객 비중(10%)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연장 운항 기간 일부 운항 일정은 화·토요일로 변경된다. 제주항공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관광공사와 함께 오는 10월 24일까지 인천~제주 노선 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왕복 기준 2만 J포인트를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앞으로도 제주 접근성을 높이고 제주 관광산업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10만톤급 국제 크루즈 첫 기항…서산 대산항, 동북아 관광항 도약 신호탄

충남=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충남 서산 대산항에 10만톤급 국제 크루즈선이 처음으로 기항하면서 동북아 해양관광 거점으로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충남도와 서산시는 중국 천진동방국제크루즈의 10만톤급 국제 크루즈선 '비지오(VISIO)호'가 지난 25일 중국 천진을 출발해 27일 대산항에 입항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산항에서는 최근 3년간 코스타세레나호가 출항한 바 있지만, 해외에서 출발한 대형 국제 크루즈선이 대산항을 기항지로 선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기항은 충남도와 서산시를 비롯해 대산지방해양수산청, 평택세관, 국립평택검역소 등 관계기관이 입출항과 검역, 통관 절차를 함께 지원하며 성사됐다. 비지오호를 타고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 1500여 명은 서산 해미읍성과 간월암 등 주요 관광지를 찾아 지역의 역사문화와 자연경관을 둘러봤다. 도는 이번 국제 크루즈선 기항을 계기로 대산항의 국제 관광항 기능을 강화하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동유 충남도 해양수산국장은 “10만톤급 국제 크루즈선 기항은 충남도와 서산시, 대산지방해양수산청 등 관계기관이 힘을 모아 이뤄낸 성과"라며 “대산항이 동북아 해양관광의 중심 관문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행정적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에 ‘큰 장’ 섰지만…경영난 LCC엔 ‘그림의 떡’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메가 캐리어 합병 승인 조건으로 미주와 유럽 등 수익성이 높은 장거리 핵심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여객기 이착륙 시간)이 대거 시장에 풀렸다. 그동안 일본·동남아 등 아시아 중심의 중단거리 노선에서 치열한 출혈 경쟁을 벌이던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업계에는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할 유례없는 '큰 장'이 열린 셈이다. 하지만 파리·로마·프랑크푸르트 등 대형 항공사(FSC)의 전유물이었던 황금 노선에 진입할 기회가 생겼음에도 LCC 업계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누적된 부채와 고환율·고유가라는 파고 속에 손발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트리니티항공(티웨이항공)의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1947%에 이른다. 1분기에만 167억 원의 순손실을 내며 누적 결손금은 4202억 원으로 불어났다. 외화 결제가 필수인 엔진 선급금 조달을 위해 392억 원을 차입하면서 1달러당 1442.8원의 높은 환율을 적용받는 등 외화 충격까지 고스란히 떠안았다. 운영 자금이 마르자 트리니티항공은 주당 820원에 8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최대 주주인 소노인터내셔널은 특수 목적 법인(SPC)들과 주가 수익 스왑(PRS) 계약을 맺고 보유주식 4620만2631주를 담보로 제공하는 출혈을 감수했다. 여기에 연 6.0%의 고금리로 1100억 원 규모의 영구채(신종 자본 증권)까지 발행하며 벼랑 끝 자금 수혈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무리한 자금 조달이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은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알짜 자산을 내다파는 생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제주항공의 유동부채는 1조3645억원에 달하지만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4717억원에 불과해 단기상환 압박이 극에 달했다. 3개월 만에 회사의 체력을 보여주는 현금성 자산 660억원이 증발했고,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 차입금만 4121억원으로 급증했다. 여기에 고환율 직격탄을 맞아 1분기에만 452억원의 외화 환산 손실을 기록했다. 제주항공의 장부상 부채비율은 782%로, 이는 지난해 연 6.5% 금리로 발행한 1000억원 규모의 사모영구채를 자본으로 분류해 만든 '회계적 착시'일 뿐이다. 공시 내용에 따라 이 영구채를 부채로 재분류할 경우 실질 부채 비율은 1246%로 수직 상승한다. 더욱이 이 영구채는 발행 2년 뒤부터 가산금리가 2.0%나 추가로 붙는 스텝업(Step-up) 독소 조항까지 포함돼 있어 '이자 폭탄'이 예고돼 있다. 외화 부채만 9227억원에 달해 환율이 5%만 올라도 461억원의 추가손실이 발생하는 취약한 재무 구조에 갇혀 있는 셈이다. 이같은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제주항공은 자회사 에이케이아이에스 지분 전량을 433억원에 매각하고, 홍익대학교 인근 호텔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영업권도 540억원에 양도하는 고육책을 동원하기로 했다. 심지어 본업의 핵심 자산인 항공기 3대마저 1447억원에 처분하는 초강수까지 뒀다. 기존에 계약한 차세대기 보잉 737-8 50대 도입에만 약 7조 5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게다가 비용 절감 압박 속에 엔진 점검주기 미준수 등 치명적인 안전 규정 위반이 잇따라 적발되며 국토교통부로부터 총 26억원의 과징금과 정비사 자격 정지 처분까지 받았다. 1분기에는 지난 2024년에 발생한 무안공항 참사 후속 처리 비용으로 11억원의 재해 손실까지 반영되며 재무 부담을 가중시켰다. 생활가전 중견기업 위닉스가 인수한 파라타항공(옛 플라이강원)의 재무제표는 모기업이 자회사의 부실을 어디까지 떠안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표본이다. 신규 자본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파라타항공은 1분기 매출 344억원, 순손실 326억 원을 나란히 기록하며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295억원인 심각한 완전 자본 잠식에 빠졌다. 100원을 벌기 위해 거의 100원의 적자를 내는 출혈비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위닉스는 파라타항공을 살리기 위해 995억원을 대여해 주고 이 중 700억원을 빚 대신 주식으로 받는 출자전환을 해줬음에도 여전히 275억원의 장기 대여금이 남아있다. 자회사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느라 위닉스 자체도 1분기 영업 활동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 133억원으로 돌아서며 유동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위닉스는 현금 수혈에 그치지 않고 파라타항공의 해외 항공기 리스를 위해 총 1억 3200만달러(약 1800억원 상당)의 막대한 지급보증을 섰고, 공항 사용료·구상 채무 보증 등 94억원 규모의 추가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파라타항공이 돈을 내지 못하면 모기업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우발 채무다. 자회사의 적자가 모기업의 이익을 모두 삼키며 흑자 기업이던 위닉스의 1분기 연결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4배 폭증한 217억원, 당기 순손실은 318억원으로 악화됐다. 결국 파라타항공은 △대표이사 급여 100% 전액 반납 △직원 주4일제 도입 △임금 20% 삭감이라는 극한의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주요 LCC 기업의 자금난의 여파는 중소 LCC의 일선현장까지 덮치고 있다. 에어로케이항공은 지난 4월분부터 휴직자뿐 아니라 정상 근무 중인 재직자들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까지 체납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항공기 리스료·정비비·항공유 등 대부분의 고정비가 달러로 결제되는 구조 속에서 고환율과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아 단기 현금 흐름에 치명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체납 시점은 지난 3월 기존 최대주주 DAP가 자본잠식 해소 등을 위해 보유 지분 70.08%(323만6807주)를 324만원(주당 1원)에 어센틱브랜즈홀딩스에 헐값 매각하며 지배구조가 크게 흔들린 직후와 맞물린다. 특히 회사가 직원들의 급여에서 4대 보험 근로자 부담분을 공제해 놓고 정작 공단에는 납부하지 않고 유용했다면 대법원 판례상 경영진의 '업무상 횡령죄'까지 성립할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다. 체납이 장기화될 경우 연체금 부과는 물론, 공단의 국세 체납 처분 절차에 따라 회사의 예금·매출 채권·부동산 등 핵심 자산이 강제 압류되거나 추심당할 위험까지 안고 있다. 임직원들의 신뢰 붕괴와 맞물린 체납 사태는 조종사·객실 승무원·정비사·운항 통제사 등 필수 전문 인력의 도미노 이탈을 부를 수 있어, 이는 정비 품질 관리·비행 피로 관리 실패로 이어져 항공 안전 관리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장] 수소 저상 광역 버스부터 AI 항공 정비까지…K-하이 테크 모빌리티의 향연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이 막을 올렸다.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이 주관한 이 행사에서는 미래를 향해 질주하는 대한민국 기술을 살펴볼 수 있었다. 본격적인 전시 관람에 앞서 진행된 개막식에서는 우리 국토교통 분야가 맞이한 패러다임 전환과 미래 비전이 선명하게 제시됐다. 가장 먼저 단상에 오른 김정희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은 “지금 우리는 디지털 전환·인공 지능(AI)·로봇·자율 주행·하이퍼 스케일 AI 데이터 센터·신재생 에너지 수소 등 기술 흐름의 한가운데 있다"며 “레벨 3 자율 주행차와 세계 최고 수준의 고속철도 기술·자동화 무인 로봇 등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이번 대전이 대한민국 미래를 여는 희망의 연결고리가 되길 바란다"고 운을 뗐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우리 부는 고속철도 기술을 발전시키고 얼마 전 초정밀 위성까지 쏘아 올리는 등 국토와 교통 분야의 첨단 기술을 연구·실증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맨 앞에서 개척하는 부처"라고 말했다. 그는 대항해시대와 산업 혁명을 언급하며 “과거에 안주하는 사람 아닌 새로운 기술과 미래를 통찰력 있게 바라보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역설했다. 기조 강연에 나선 박민우 현대자동차·기아 AVP 부문장(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는 화면 밖 현실 세계로 나온 '피지컬 AI' 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박 본부장은 “기존 AI가 텍스트나 코드를 다뤘다면 이제 AI는 스스로 주변 상황을 파악해 도로를 달리고 로봇의 형태로 사람과 같이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지컬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비 오는 밤의 젖은 도로나 불법 주정차 등 현실 세계의 수많은 예외 상황에 직접 부딪히며 방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축적하느냐에 달렸다"며 “전남광주특별시에서 200대의 자율 주행차를 투입하는 국토부의 선도적인 대규모 실증 지원과 매년 약 800만 대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탄탄한 양산 체계가 결합한다면 '데이터 플라이 휠'을 구축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경쟁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한항공의 무한 비행…정비사 조수가 된 AI와 하늘을 수놓을 무인 편대 특히 지상에서 항공기 하부를 누비며 촬영을 전담하는 검사 로버(Rover)는 대한항공의 협력사인 지상형 로봇 전문 기업 'HIM'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독자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인 2세대 신형 로버는 크기를 910x686x430mm(가로x세로x높이)로 재설계하며 전고를 430mm까지 대폭 낮춘 것이 특징이다. HIM 관계자는 “기존 1차 시제품은 전고가 700mm를 넘어 보잉 737 등 엔진이 낮게 깔린 협동체(소형기) 하부에 투입하기 어려웠다"며 “엔진 나셀 밑 여유 공간인 500mm를 통과할 수 있도록 전고를 430mm로 납작하게 낮춰 광동체는 물론 협동체까지 사각지대 없이 모두 검사 가능하도록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성능과 기동성도 돋보인다. 무게 약 62kg인 이 로버는 초속 1.3m(시속 4.68km) 속도로 최대 4시간 동안 구동한다. 옴니 휠(Omni Wheel)을 장착해 지게차처럼 부드러운 제자리 회전(Zero-radius spin-turn)이 가능하며, 사람이나 지상 장애물을 만나면 스스로 회피한 뒤 원래 경로로 복귀하는 자율주행 기능도 탑재됐다. 장착된 5000만 화소(50MP) 카메라는 유지 보수와 상용 업그레이드가 쉽도록 내장형 교체 구조로 설계됐다. 실전 배치 시에는 상부 검사용 드론 4대와 지상의 검사 로버 2대가 한 조(크루)를 이뤄 비행기를 동시에 군집 점검하게 된다.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정비사가 육안으로 대형 비행기를 점검하면 8~12시간이 걸리지만 이 시스템을 통하면 약 50분으로 단축된다"고 귀띔했다. 로봇이 수집한 사진을 바탕으로 AI가 1mm급 결함까지 정확히 판독해 낸다는 설명도 따랐다. 여기에 국방 분야에서 객체 탐지 기술을 쌓아온 전문 업체 '데이터 메이커'와 협력해 만든 거대 언어 모델(LLM) 기반의 'AI 에이전트'가 한몫 한다는 전언이다. 두꺼운 정비 교범과 이전 정비 이력을 '리-아이디(Re-ID)' 기술로 연결해 경험이 부족한 신입 정비사가 결함 대처법을 물어도 마치 챗GPT처럼 최적의 매뉴얼을 즉각 쏟아낸다. 새로운 검사 시스템 도입에 발맞춰 '디지털 트윈' 기반의 정비사 훈련용 시뮬레이터도 함께 마련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태블릿 화면과 완벽하게 동일한 가상 통제 환경을 구현해 정비사들이 미리 숙달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라며 “시뮬레이터 상에서 원하는 항공기 기종을 선택할 수 있고, 가상 기체 표면에 임의로 상처나 결함을 생성하거나 껐다 켤 수 있어 다양한 상황에 대한 실전 같은 대응 훈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무인 항공체계 코너도 붐볐다.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임무를 수행하는 자율 임무 수행 시스템 'AI 파일럿'이 적용된 저피탐(스텔스) 무인 편대기 모형이 전시됐다.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우크라이나제 엔진을 개조해 활주로 비행 시험 중이지만 향후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하는 엔진을 탑재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방산 기업 안두릴과의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무인기 4대가 한 편대를 이루는 유·무인 복합 체계(MUM-T)를 2030년대 실전 배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UAM 생태계 선점을 위한 통합 교통관리 솔루션 '어크로스(ACROSS)'의 청사진도 돋보였다. 운항사의 비행 계획부터 관제사의 모니터링까지 아우르는 이 시스템은 현재 개발이 50% 이상 진행됐다. 대한항공 측은 “내년에는 영국의 버티포트 전문 기업 스카이포츠(Skyports)와 협력해 두바이 공항-시내 외곽 지역을 잇는 해외 실증 비행 연계를 준비 중"이라며 글로벌 진출 의지를 다졌다. ◇우주 공간부터 지상 인프라까지 촘촘해진 모빌리티 핏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스에서는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개발 중인 수직 이착륙 미래형 모빌리티(AAV) 콘셉트 모델이 위용을 뽐냈다. KAI가 체계 종합을, 현대차가 파워트레인을 맡는다. 흥미로운 점은 기체 곁에 놓인 '저궤도 위성' 모형이었다. KAI 관계자는 “추후 무인화된 AAV가 고도 8000피트 상공을 날 때도 통신이 끊기지 않도록 6G 네트워크를 공중에서 지원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라고 했다. 국토교통부 국토위성센터와 함께 내놓은 초고해상도 '국토 위성 2호' 모형도 주목받았다. 픽셀당 50cm(0.5m급) 크기를 식별해 지상의 차종과 주차선까지 구분이 가능한 이 정밀 위성은 KAI 주도로 지난 5월 발사됐다. 현재 초기 성능 검증 중이고 오는 9월 경 국토위성센터로 관제권이 이관되면 즉시 대국민 재난 대응·국가 시설 관리 서비스에 투입될 예정이다. 한국공항공사는 UAM 비행 중 GPS가 단절되는 비상 상황 시 지상의 특수 차량 두 대가 양쪽에서 무선 주파수(RF) 빔을 쏴 대체 가상 항로를 만들어주는 관제 시스템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유인 헬기 사전 실증은 이미 완료된 상태다. 또한 김포공항 검문소 환경을 가상으로 구현해 차량 내 30개의 위해 물품을 찾는 가상 현실(VR) 기반 검색 훈련 시스템도 시연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도심 내 적층형 버티포트 환경에 맞춰 2년여의 개발 끝에 탄생한 '소형 기체 이송 로봇' 시스템을 공개하며 다가올 모빌리티 시대를 대비했다. ◇'바닥 탈출구' 뚫은 최장 수소 버스와 3MW급 '괴물 기관차'의 등장 지상 모빌리티 부문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형 부스를 꾸려 로보틱스와 수소 에너지로 한계를 돌파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 로보틱스 랩 부스에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개 '스팟'과 '아틀라스' 목업, 상부에 다양한 구조물을 얹어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모바일 플랫폼 '모베드'가 관람객을 맞았다. 특히 스팟은 RGB와 적외선 카메라 등을 달고 이미 실제 산업 현장의 안전 인스펙션에 투입돼 활약 중인 사례를 뽐냈다. 그 옆으로는 12.5m 길이의 '저상 수소 전기 광역버스'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했다. 2027년 광역 버스 대폐차와 저상화 의무화에 발맞춰 올해 말 양산을 앞둔 이 버스는 수소를 45.6kg 충전해 910km 이상을 달린다. 또한 잔고장과 느린 구동으로 현장 운수사들의 불만이 컸던 자동형 휠체어 리프트 대신 직관적이고 가벼운 수동형 슬라이드 램프를 채택한 실용성도 빛났다. 현장에서 만난 현대차 관계자는 “저상화로 인한 승차감 저하를 막기 위해 전륜 독립 현가장치와 유압 댐퍼를 적용했다"며 “전복 사고에 대비해 세계 최초로 지붕뿐 아니라 차량 바닥에도 비상 탈출구를 마련했다"고 했다. 철도의 거인 현대로템은 전작 대비 출력을 46%나 끌어올린 560kW급 견인 전동기와 함께 '3MW급 수소 전기 기관차'의 1대1 스케일 연료 전지(FCTS) 모듈 목업을 선보였다. 각 축당 410kW 출력을 내는 모터 6개와 100kW급 수소 연료전지 모듈 6개, 그리고 배터리가 결합해 화물 견인만을 위해 강력한 동력을 내뿜는 구조다. 현장 관계자는 “국토부 연구 과제를 거쳐 내년 하반기면 실제 차량 조립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LIG D&A 탑승객 맞춤형 ‘스마트캐빈’, 민간항공시장 노린다

유도 무기와 군용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LIG D&A가 상업용 여객기 객실 통합제어 시스템을 내세워 민간항공 시장에 진입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방산 분야 전파 제어기술을 상용 항공산업에 접목해 탑승객 기내 진입 시 디스플레이로 좌석을 안내하는 체계와 기내식 물류 재고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하나로 묶어 '스마트 캐빈(Smart Cabin)' 사업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구상이다. 22일 본지 취재 결과, LIG D&A는 지식재산처에 항공기 서비스 제공 시스템 및 방법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정보에 따르면, 해당 기술은 우주항공청(KASA)과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이 발주한 '스마트 캐빈 기술 개발 사업'의 결과물이다. 세부 과제명은 '항공기용 대형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 시스템 개발'이며, LIG D&A의 사명 변경 전 방산기업 LIG넥스원이 지난 2024년부터 과제수행기관으로 참여해 연구를 진행했다. 당시 LIG넥스원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항공기 인테리어 엑스포 2024(AIX)'에 참가해 보잉, LG디스플레이와 함께 3사가 공동 개발한 스마트 캐빈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3사는 OLED 패널을 항공기용으로 적용하고 제어하는 데 주안점을 두며 기술 상용화의 초석을 다졌다. 시스템은 무선주파수 식별(RFID) 기술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연동해 기내 통신망을 구축하는 구조다. 기내 하드웨어 단말기와 데이터베이스(DB) 서버를 이더넷 기반 유선통신과 무선 와이파이 망으로 연결해 승객 동선과 객실 물류 데이터를 처리한다. 기술은 승객 탑승 안내 체계를 전산화하는 구성을 포함한다. 여객기 출입구 주변 하드웨어와 중앙서버 연동으로 작동한다. 탑승객이 기내 입구를 통과할 때 게이트 주변에 설치된 티켓 인식 안테나가 탑승권에 내장된 태그를 스캔한다.DB가 정보를 수신해 통합 디스플레이 처리 모듈(IDPM)로 분배하면 출입구 55인치 대형 OLED 패널이나 객실 칸막이에 설치된 30인치 투명 OLED 화면에 개별승객의 탑승 안내 이미지가 표출된다. 디스플레이에는 △승객 영문 이름 △지정 좌석 번호 △시각화된 기내 좌석 위치도 △사전 주문 기내식 종류가 나타난다. 이와 함께 기장 메시지, 기내 면세품 판매 내용, 기상 상태 등 다양한 정보는 물론 항공사 브랜딩 등을 패널에 담아 승객 경험 혁신에도 일조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객실 승무원이 입구에서 개별 탑승권을 확인하고 좌석 방향을 구두로 안내하던 방식을 시각 자료 표출로 교체한다. 개별 탑승객이 통로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여객기의 지상 체류 시간(TAT, Turn Around Time)을 단축하기 위한 목적이다. 통로가 좁고 내벽이 둥근 항공기 객실 구조를 고려해 기체 벽면 곡선에 부착할 수 있는 플렉서블 OLED와 반대편 시야를 가리지 않는 투명 OLED를 하드웨어로 채택했다. LIG D&A가 비중 있게 다분 분야는 기내식 재고 파악 시스템이다. 여객기 기내식 준비실에 비치되는 밀카트와 컨테이너는 화재 예방을 위해 알루미늄 등 금속 재질로 제작된다. 밀폐된 금속 공간 내부에서 다수 RFID 태그 전파를 송출하면 신호가 내벽에 반사돼 얽히는 '다중경로 페이딩' 현상이 발생한다. 물류 창고에 쓰이는 전파 식별 장비를 항공기 카트에 적용하기 어려웠던 원인이다. LIG D&A는 방공 레이더·전자전 신호 처리 기법을 도입해 기내 전파 간섭 현상을 통제했다. 전파 노이즈가 발생하는 환경에서 표적 신호 강도를 분석하는 수신 신호 강도 지표(RSSI) 알고리즘을 시스템에 반영했다. 기내식 포장에 부착된 소형 태그 수백 개가 좁은 공간에서 전파를 방출하며 빚어지는 충돌 현상을 억제해 개별 식별 부호 수신율을 높였다. 밀카트와 컨테이너 내부 각 층에 스캐너 안테나가 장착되며 적재되는 기내식 단위마다 소형 태그가 부착된다. 사용에 따라 태그 개수에 변동이 생기면 카트 내부에 내장된 리더기가 신호를 해독해 네트워크 스위치를 거쳐 중앙 데이터 서버로 전송한다. 승무원은 준비실에 부착된 고정형 디스플레이나 휴대용 태블릿 단말기를 통해 기내식 잔여수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특허, 도면에 따르면 승무원 단말기 화면에는 특정 통신 연결 상태·여객기 내 준비실 위치·개별 컨테이너와 밀카트 기호가 나타난다. 화면에서 카트 아이콘을 누르면 내부에 수납된 도시락·면세품 품명·형상·잔여 수량이 그래픽으로 표시된다. 비행 중 승무원이 카트 문을 열고 적재 물품 수량을 파악하는 절차가 전산망으로 전환된다. 탑승 마감 시각이 임박했을 때는 단말기에 탑승을 완료한 승객과 미탑승 승객 좌석 위치를 색상으로 구분해 표시하며 기내 인원 점검 업무를 돕는다. 수집된 재고 데이터는 항공사 운항 비용 감축을 위한 분석 자료로 활용된다. 단말기에 구현되는 데이터 분석 화면에는 전체 기내식 사용 수량과 함께 미사용 중량 데이터가 누적 표시된다. 항공기 탑재 중량은 비행 시 항공유 소비량에 비례한다. 수요 예측 오차로 인해 승객에게 제공되지 못하고 남는 기내식이나 음료 하중은 기체 무게를 늘려 연료 소모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스템은 운항 구간·시간대·좌석 등급별 기내식 소진 통계와 미사용 중량을 클라우드 서버에 기록한다. 항공사는 누적된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다음 운항편에 필요한 적정 기내식 탑재량을 역산해 여유분 명목으로 실리는 기체 잉여 하중을 덜어낼 수 있다. 상용 항공기 제조사와 항공사들은 여객기 객실 공간을 정보통신망과 연결하는 사물 인터넷(IoT) 설비 도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항공기 인테리어·기내 네트워크 부품 시장은 대형 항공기 제조사와 인가를 받은 부품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LIG D&A는 자사가 보유한 통신망 설계 기술과 국내 산업계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기술을 결합해 상업용 여객기 부품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OLED 패널 시스템 운용을 위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직접 개발하고, 기내 엔터테인먼트용 네트워크와 연동이 가능한 시스템 체계 장착을 지원한다. 특히 항공기 운용 환경에 최적화되도록 장비를 저전력 고효율로 설계해 시장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LIG D&A 관계자는 “해당 네트워크 시스템을 민간 항공기에 국한하지 않고 선박·크루즈·대형 전시회·공연장 등 탑승권을 기반으로 입장을 제어하는 다중 밀집 시설물 전반에 확장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내 생수 2ℓ? AI 의존하다간 가덕도 공항 마비”…항공보안학회·민간경비학회 작심 경고

#가방에 2리터짜리 대용량 생수통을 넣은 채 아무런 제지 없이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다. 인공 지능(AI)이 수하물을 3D로 원격 투시하고 터미널을 배회하는 로봇이 승객의 미세한 이상 행동을 분석해 테러를 사전에 차단한다. 머지않은 미래, 첨단 기술이 완성할 '스마트 공항'의 화려한 청사진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보안 전문가들의 입에서는 이 달콤한 환상을 산산조각 내는 뼈아픈 경고장이 날아들었다. 첨단 기계만 철석같이 믿고 섣불리 규제의 빗장을 풀었다간 사상 초유의 보안 참사와 걷잡을 수 없는 공항 마비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일 사단법인 한국항공보안학회와 한국민간경비학회는 부산 사상구 괘법동 소재 신라대학교에서 '공항과 항만의 도시 부산, 복합보안체계 구축을 논하다'를 주제로 공동 학술 대회를 개최했다. 소대섭 한국항공보안학회장(한서대학교 항공정책센터장)은 “폭발적인 ICT 발전 속에서 공항은 '완벽한 보안'과 '여객 서비스'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강요받고 있다"며 “가덕도 신공항을 품은 부산에서 항공 보안의 진짜 민낯을 짚어보고, 신공항이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기 위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겠다"고 운을 뗐다. ◇“기계만 믿고 액체류 풀면 대재앙"…잊혀진 영국의 뼈아픈 실패 이날 현장의 이슈는 승객 체감도가 가장 높은 '기내 액체류 반입' 규제 완화 문제였다. 김정하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계획팀장은 “2025년까지 내용물을 3D로 정밀 판독하는 최신 'CT X-ray' 12개소 설치가 완료됐다"며 “장비 성능이 비약적으로 고도화된 만큼 낡은 액체류 반입 금지 고시를 개정해 승객의 대기 시간을 파격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학계의 반론은 매서웠다. 당장 '영국의 실패'를 소환하며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김용인 신라대 교수(항공보안학회 정보이사)는 “정부나 공항 당국이 신기술을 과신해 인프라도 없이 덜컥 기준부터 바꿨다가 공항 전체가 마비됐던 영국의 참담한 실패 사례를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김 교수는 “액체류 반입을 2리터까지 파격 상향하려면 기술적 완전성 검증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여객 동선이 엉키지 않도록 완벽한 인프라가 선행돼야 하며, 특히 일본·중국 등 주요 환승객이 쏟아지는 주변국과 치밀한 보안 기준 조율 없이 우리만 빗장을 풀면 국제적 고립과 대혼란을 자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 판독기·서비스 로봇 전성시대?…“결국 스위치 쥐고 감옥 가는 건 사람" 극심한 보안 요원 인력난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AI 원격 판독 시스템과 로봇 도입을 둘러싼 난상토론도 불을 뿜었다. 윤기동 한국공항공사 보안계획부장은 “민간 AI 전문 기업과 손잡고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증 중인 원격 판독 시스템이 전국 공항의 보안 효율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자사의 차세대 모델을 내놨다. 보안 장비 개발 업체 SST 랩스의 최광윤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이제 파편화된 AI를 넘어 선진국이 주도하는 '초거대 AI 모델'을 전면 투입해야 한다"며 “특히 가덕도나 울릉공항처럼 오지 특성상 근무 인력 상주가 까다로운 곳은 승객의 행동을 분석하는 '보안 서비스 로봇'까지 진지하게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계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최종 통제권'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조남현 인천국제공항산업기술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AI 도입은 매력적인 카드지만 AI의 성능이 엉뚱하게 저하되는 '드리프트 현상'을 막을 모니터링 체계와 데이터 무결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우상엽 주 한국공항보안 감사(항공보안학회 연구윤리위원장)는 “스마트 공항의 핵심은 껍데기뿐인 장비 자랑이 아니라 '위험 기반 통합 운영 체계'로의 진화"라며 “기계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결국 예외 상황을 통제하고 위협을 최종 판단하며, 사고가 터졌을 때 민원인과 맞서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고도로 훈련된 '현장의 사람(요원)'"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를 '인간-기계 협업(Human-in-the-Loop)' 체계로 정의하며 “가덕도 신공항 같은 거대 인프라는 화려한 기계만 채워 넣을 생각 말고, 건축 도면을 그리는 첫 단계부터 '보안 대기열 면적'을 압도적으로 넓게 확보하는 선제적 조치가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물리적 대기 공간이 좁으면 아무리 비싼 첨단 장비도 '보안 병목 현상'을 일으키는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일침이다. ◇골든 타임 놓치면 도태…“가덕도 신공항 성공, 즉각적인 법제화에 달렸다" 토론 시간에는 유덕기 경운대 항공보안경호학부 교수가 정부의 뼈저린 각성을 촉구하며 열띤 행사의 막을 내렸다. 유 교수는 인천공항 경비 보안 마스터 플랜을 수립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유 교수는 “가덕도 신공항의 밑그림을 그리는 부산시와 정부 당국은 책상머리 행정에서 벗어나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ICT 환경 속에서 매일 사투를 벌이는 현장 공항 운영자들의 피 끓는 고충을 설계도와 정책에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기술은 이미 현장의 문을 부수고 들어왔고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며 “정부는 첨단 보안 장비 고도화를 뒷받침할 과감한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IT 강국 대한민국이 글로벌 항공 보안 기술 표준을 지배할 수 있도록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절체절명의 골든 타임"이라고 제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종합] 대한항공 우기홍·아시아나 송보영, 100분 주주 간담회 개최…시장 소통에 진심 보였다

대한민국 항공업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규모 인수·합병(M&A) 완수를 앞두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이 시장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전면적인 스킨십에 나섰다. 19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연이어 '아시아나항공 합병 통합 관련 주주 간담회'를 개최했다. 오후 1시 30분 대한항공을 시작으로 오후 4시 30분 아시아나항공까지 도합 100분가량 이어진 질의응답 세션에서 양사 경영진은 △단기 실적 부진 △주식 가치 희석 △우발 채무 △구조조정 우려 등 '돌직구' 질문들을 피하지 않고 구체적인 데이터와 타개책을 제시하며 시장과의 소통에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회장과 송보영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를 비롯, 대한항공 측 하은용 재무부문 부사장(CFO)·박희돈 경영전략본부장(부사장)·오문권 재무본부장(전무)·최영호 경영전략담당 상무, 아시아나항공 측 강두석 경영관리본부장(부사장)·서상훈 전략기획본부장(전무) 등 통합의 중추를 맡은 핵심 임원진이 총출동했다. ◇자산 49조·매출 23조 '글로벌 톱10' 메가 캐리어 도약…압도적 시너지 확신 양사 경영진은 이번 합병이 좁은 내수 시장과 만성적 과당 경쟁에 시달리던 국내 항공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는 2026년 12월 17일 공식 출범하는 통합 항공사는 자산 49조 원, 매출 23조 원, 보유 기재 233대, 임직원 2만 8000여 명 규모를 갖추게 된다. 이는 글로벌 단일 항공사 기준 매출액 약 13위, 기재 수 약 14위에 해당하는 '톱 10 메가 캐리어' 반열에 오르는 수치다. 경영진은 통합에 따른 압도적 시너지를 수치로 증명했다. 대한항공 측은 중복 스케줄 분산, 단·장거리 환승 연계, 델타항공 조인트벤처(JV)망에 아시아나 노선 편입, 아시아나 밸리 카고 물량의 글로벌 네트워크 흡수 등을 통해 연 3000억 원의 시너지를 예상했다. 박희돈 대한항공 부사장은 “외부 회계법인 분석 결과 인수 후 통합(PMI) 소요 비용은 9000억~1조 9000억 원가량 발생하겠지만, 내부 전략을 통해 빠르면 2028년, 늦어도 2029년 초에는 통합 비용을 완전히 상쇄하고 본격적인 긍정적 시너지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나항공은 비용 절감 효과를 한층 더 강조했다. 서상훈 아시아나 전무는 “과거 자체 엔진 정비 능력이 없어 막대한 외주 수리비를 내고 리스에 의존했던 아시아나의 기재 정비를 대한항공 인프라로 내재화하면 연간 4000억 원을 점진적으로 아낄 수 있다"며 “수익 증대 최소 3000억 원을 더해 연간 총 7000억 원 이상의 압도적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한 합병 후 신용등급이 A0 이상으로 상향되며 과거 40년간 2% 수준에 불과했던 이익률이 폭발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우려 중 하나였던 합병 비율은 외부 검증을 거쳐 1 대 0.273643으로 확정됐다. 최영호 대한항공 상무는 “당사가 이미 보유한 아시아나 지분(63.88%)에 대해서는 합병 신주가 일절 교부되지 않는다"며 “새로 발행되는 신주는 전체 발행 주식 수의 5.52%에 불과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주식 가치 희석 우려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단언했다. ◇우기홍 사단, 재무 현안 질의에 막힘없는 답변 대한항공 간담회에서 마이크를 먼저 잡은 우기홍 부회장은 “항공 산업이 역사상 가장 큰 전환점을 맞이한 가운데 수많은 난관을 뚫고 최종 통합 막바지 단계에 다다랐다"며 “타협할 수 없는 절대 기준인 고도의 '안전 관리 시스템'을 통합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항공사로 우뚝 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진 약 1시간 가량의 질의응답 세션에서는 공시 자료에 입각한 5대 재무 현안에 대한 집중적인 문답이 오갔다. 올 1분기 대한항공은 별도 기준 2427억 원의 순이익을 냈으나, 종속 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의 대규모 순손실(2516억 원)이 편입되며 연결 순이익이 336억 원으로 축소됐다. 합병 연말 후 주주들의 배당 환원 재원 축소 우려가 쏟아졌다. 오문권 재무본부장은 “대한항공 본업이 견조하고 신규 발행 주식 규모도 5% 수준에 불과한 만큼, 합병 이전부터 공지해 온 '당기 순이익 30% 이내, 매년 주당 750원' 배당 기조를 확실히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1분기 평가 환율 상승(1434.9원→1513.4원)으로 발생한 8651억 원 규모의 대규모 외화 환산 손실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보잉 777-9 20대와 A350F 7대 등 초대형기 도입으로 외화 부채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오 전무는 “영업상 외화 수입과 비용이 균형을 이뤄 환율 변동에 따른 실제 영업 손익 타격은 제로(0)에 가깝다"며 “최근 5년 이상 달러 차입을 억제하고 엔화·위안화 등 잉여 통화 차입을 늘려 부채 규모 대비 실제 외화 환산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환위험을 지속 억제 중"이라고 답변했다. 러시아 관세 당국으로부터 부과받아 원금과 이자를 합쳐 2000억 원대로 불어난 과징금 리스크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이에 박희돈 부사장은 “과거 행정 착오를 빌미로 부과된 83억 루블의 과징금이 1차 소송에서 반액(41억5000만 루블)으로 감액됐으나, 대러 제재로 송금이 막히면서 납부 지연 명목으로 다시 2배가 부과된 정치적 사안"이라며 “현재 초기 과징금 40%가량을 현지 모스크바 지점 수익 압류 형태로 성실히 납부 중이고, 추가 과징금은 재판이 진행 중이라 행정 집행은 보류된 상태다. 민간 외교 사절로서 근본적 해결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상세히 밝혔다. 최근 불거진 티웨이항공의 유럽 노선 이관 운영 차질 논란을 두고는 우기홍 부회장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이란 사태 여파로 4월부터 항공유가가 최고 배럴당 220~250달러까지 2.5배 폭등하며 장거리 노선 수지가 극심하게 악화된 탓"이라며 “하반기 유가가 100달러 이하 정상 수준으로 안정화되면 티웨이 역시 스케줄을 정상 복귀할 것으로 보며, 노선 공급 축소 문제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도 긴밀히 소통 중이라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일축했다. 양사 조종사·승무원 직급(시니어리티) 갈등 우려 역시 수십 차례의 노사 간담회를 통해 차별 없이 투명하게 융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보영 진영, 유동성·구조조정 불안 잠재워… “마일리지 10년 철저히 보장" 아시아나항공 경영진 역시 피인수 기업 주주들의 의구심과 불안감 해소에 진땀을 뺐다. 송보영 대표는 “지난 5월 이사회에서 합병 계약이 승인되며 5년에 걸친 오랜 통합 과정이 마지막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자회사 편입 이후 1년 반 동안 IT 시스템 결합·정비 효율화·서비스 개선 투자를 지속해 온 만큼 온전한 결합을 통해 최고의 성과를 내겠다"고 운을 뗐다. 주주들의 질타는 단기 실적 부진에 집중됐다. 에어제타로의 화물기 사업 매각 여파로 1분기 화물 매출이 83.5% 급감하고 524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에 대해 송 대표와 서상훈 전무는 “과거 10년간 아시아나가 화물 없이 단독 흑자를 낸 적이 거의 없었다"며 현실을 인정했다. 이들은 상반기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아 월 유류비가 1500억 원이나 추가로 발생하는 돌발 변수가 뼈아팠다고 해명했다. 다만 최근 매각 딜 종결과 함께 유가가 110달러 선으로 안정화됐고 7~8월 전통적 성수기에 돌입하는 만큼 여객 부문 효율성을 극대화해 하반기에 적자를 턴어라운드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합병 비용 절감 이면에 인위적인 중복 인원 구조조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서 전무는 “경영진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합병 심사가 4년간 지연되는 동안 자연스럽게 채용이 조절돼 현재 우려할 만한 중복 인력이 없다. 향후 비행기 대수가 늘고 사업 영역이 확장되므로 남은 인력을 적재적소에 재배치해 쓴다면 생산성 측면에서 문제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유럽 등 슬롯 반납에 따른 영업 경쟁력 약화 지적에도 “물리적으로 반납한 슬롯 손실분도 있지만 새롭게 획득한 슬롯도 상당히 많다"며 “아시아나의 강점인 중국 노선과 대한항공의 태평양 노선을 결합해 시간대를 다양화하고 환승 수요의 선순환을 창출하면 확실한 수익성 증가를 이룰 것"이라고 답했다. 연말 유동성 고갈 위기설 역시 팩트 체크를 통해 반박했다. 반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행사가 7030원) 대량 행사에 따른 자금 이탈 우려에 서 전무는 “유통 주식 4000만 주 중 넉넉하게 10%가 청구한다고 잡아도 약 280억 원 수준이라 회사 자금 규모에 비하면 전혀 부담이 안 되는 구조"라며 “실제 지난해 화물 매각 당시 행사율도 0.1%(10억 원 미만)도 나오지 않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유가 하락 시 주가 엇갈림에 따른 불만 제기에도 항공주 특성상 유가 등 외부 변수에 같이 움직이고, 합병 비율이 고정된 만큼 연말까지 양사 주가는 수렴해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합병 기일 전일인 12월 16일 발동 가능성이 거론된 1437억 원 규모 자산 유동화 사채(ABS) 조기 상환 트리거와 1년 내 상환해야 할 1조 500억 원의 단기 차입금 리스크에 관해선 “해당 ABS 차입금은 계속 분할 상환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 시점에 맞춘 잔여액 상환 준비가 모두 끝났다"며 “트리거가 걸려 예기치 않게 일시에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전혀 없다"고 확언했다. 소비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마일리지 통합에 대해서 송 대표는 “가치는 양사가 임의로 단독 결정한 것이 아니라 유사 컨설팅 업체의 과거 근거와 평가에 따라 객관적이고 정확한 교환 비율을 산정받았다"며 주주 가치가 인정받았음을 강조했다. 이어 “10년 유지 보장 방안 등은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가 완료되고 최종 승인이 나는 대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2020년 11월 첫 통합 결의 이후 4년여 간 이어져 왔던 험난한 여정은 이제 9부 능선을 넘어 대단원을 향해 가고 있다. 양사는 이달 말 국토교통부 합병 인가를 시작으로 7월 말 금융위원회 증권 신고서 수리, 8월 중 최종 주주 승인(대한항공 이사회 결의 및 8월 12일 아시아나 임시 주주총회) 절차를 밟는다. 아시아나 주식 매수 청구권은 7월 28일부터 9월 1일까지 행사할 수 있으며 대금은 10월 1일 지급된다. 올해 12월 17일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하고 내년 1월 4일 합병 신주 교부가 이뤄지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기 실적·재무 리스크·주가 질의에 통합 앞둔 아시아나항공의 ‘근거 있는 자신감’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의 역사적인 합병 마무리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주주 간담회를 개최했다. 경영진은 질의응답을 통해 단기 실적 악화·구조조정 우려·유동성 문제 등 주주들의 질문을 피하지 않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시장과의 소통에 공을 들였다. 19일 아시아나항공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투자증권 1층 콘퍼런스 홀에서 주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약 40분간 열린 아시아나항공 주주 간담회에는 이승철 재무담당 상무의 사회로 송보영(송구영) 대표이사, 강두석 경영관리본부장(부사장), 서상훈 전략기획본부장(전무) 등 핵심 경영진이 총출동해 합병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주주들과 소통했다. ◇송보영 대표 “5년 통합 과정 마무리 단계…최선의 성과 낼 것" 송보영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지난 5월 13일 이사회에서 대한항공과의 합병 계약 안건이 승인되며 5년에 걸친 오랜 통합 과정이 마지막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다가오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최종 승인을 얻고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24년 12월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1년 반 동안 △IT 시스템·인적 통합 △안전 운항을 위한 정비 효율화 △장기간 부족했던 서비스 개선 투자를 지속해 왔다"며 “자산을 잘 보존하고 양사의 경쟁력을 온전히 결합해 합병 시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끝까지 준비 작업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사다난했던 합병 연혁…12월 17일 대망의 공식 출범 확정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3월 회계 한정 이슈와 누적된 경영 위기로 박삼구 회장이 물러나고 4월 매각이 발표됐다. 이후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인수 계약을 맺었으나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해제됐다. 결국 항공 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2020년 11월 17일 한국산업은행과 정부 주도하에 대한항공과 신주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가장 큰 난관이었던 기업결합 심사는 4년이나 소요됐다. 서상훈 전무는 “유럽연합(EU)에서 큰 진통을 겪어 2021년 1월 신고 후 딱 3년 만인 2024년 2월에야 '화물기 사업 매각'을 조건으로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2024년 8월 대한항공 주도로 에어제타(현 에어인천)와 매각 계약(마스터 어그리먼트)을 체결하며 승인을 마쳤고, 그해 11월 거래가 종결되며 대한항공이 지분 63.88%를 취득해 자회사로 편입됐다. 지난 5월 13일 열린 통합 이사회에서 확정된 양사의 합병 비율은 1대 0.273643이다. 이는 이사회 전날 기준 1개월, 1주일, 전일 종가의 가중 산술 평균(대한항공 2만 5409원, 아시아나 6953원)으로 산정됐다. 회사는 다음 주 초 국토교통부 합병 인가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7월 말 금융위원회 증권 신고서 수리를 거쳐 8월 12일 통합을 승인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 계획이다. 모든 절차가 완료되면 12월 17일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한다. 합병의 적절성 및 공정성 확보를 위한 검증도 마쳤다. 전원 독립적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된 ESG 위원회(특별위원회)가 두 차례 사전 검토를 거쳤으며, 법무법인 태평양과 삼일회계법인 등 외부 전문가로부터 거래 목적의 정당성·조건의 공정성·절차의 적정성·주주 간 이해상충 우려가 없음을 확인받았다. ◇매출 23조·자산 49조 '메가 캐리어' 도약…“연 7000억 시너지 확신" 사측은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 수익 증대 최소 3000억 원, 비용 절감 4000억 원 등 연간 총 7000억 원 이상의 압도적 시너지를 예고했다. 수익 증대의 핵심은 '스케줄 최적화'다. 같은 시간대 중복 경쟁 노선을 효율화하고, 미주 등 간선과 동남아 등 지선 간 네트워크를 결합해 고객 편익과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JV)에 아시아나가 합류해 얻게 될 수익 증대 효과와 여객기 하부 화물칸·전용 화물기 네트워크의 결합 효과도 강조됐다. 비용 절감은 구매 계약 최적화와 함께 '기재 정비 내재화'가 주도한다. 과거 재무구조 악화로 운용 리스에 의존하고, 자체 엔진 정비 능력이 없어 막대한 외주 수리비를 냈던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의 정비 수준에 맞춰 인프라를 일원화하면 연간 4000억 원을 점진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통합 항공사는 자산 49조 원(대한항공 38조, 아시아나 11조), 매출 23조 원(대한항공 17조, 아시아나 6조), 보유 기재 233대(대한항공 170대, 아시아나 67대), 임직원 2만 8000여 명(대한항공 2만 명, 아시아나 8000명) 규모의 매머드급 항공사로 커진다. 단숨에 글로벌 항공사 기준 매출액 약 13위, 기재 수 약 14위의 톱 10위권 메가 캐리어로 도약한다는 게 아시아나항공 측 설명이다. 서 전무는 “1988년 창립 이후 40년간 아시아나의 누적 매출이 130조 원에 달했음에도 영업이익은 3조 원으로 이익률이 2% 수준에 불과했지만, 합병 후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신용등급 역시 작년 말 10년 만에 BBB+로 회복됐고 통합 후 A0 이상으로 상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통해 인천공항의 동북아 허브 경쟁력 강화와 항공정비(MRO), 물류, 관광 등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도 기대된다. 반대 주주들을 위한 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 가격은 7030원으로 확정됐다. 6월 30일 주주 명부 확정 후 7월 28일 주총 소집 통지와 함께 반대 의사 접수가 시작된다. 8월 11일(증권사 위탁 시 2영업일 전)까지 접수를 마감하고, 주총에서 찬성하지 않은 주주에 한해 8월 12일부터 9월 1일까지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금은 10월 1일에 지급된다. 합병에 찬성한 주주는 12월 14일 매매거래 정지 및 15일 주주명부 확정 절차를 거쳐 내년 1월 4일 합병 신주(0.273주)를 수령하며 거래가 재개된다. 1주 미만의 단주는 1월 4일 종가 기준으로 비율을 산정해 현금 지급된다. ◇주주들 질문 세례에 “구조조정·유동성 위기 없다" 정면 돌파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단기 실적 부진·구조조정·기업 경쟁력·유동성 등에 대한 참석자들의 날 선 질문이 쏟아졌다. 경영진은 투명하게 수치를 공개하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먼저 화물기 사업 매각 여파로 1분기 화물 매출이 83.5% 급감하고 영업손실 524억 원을 기록한 점을 지적하며 고유가·고환율 기조 속에서 여객과 밸리 카고만으로 손익분기점을 회복할 수 있을지 단기 수익성 방어 계획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송 대표는 “화물 매각 이후 여객 부문 효율성을 높여 고유가 이전에는 밸런스를 맞췄으나, 5월의 적자 지표는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은 순수 항공유(Fuel Cost) 단가 상승 부담 때문이었다"고 답변했다. 이어 “지난주 매각 딜이 종결되면서 유가가 110달러 선으로 안정화되고 있고 7~8월 전통적 성수기에 돌입하는 만큼, 이를 최대한 반영해 수익을 보전하고 이익률을 개선하겠다"고 부연했다. 서 전무 역시 “과거 10년간 아시아나가 화물 없이 여객 사업만으로 흑자를 낸 적이 한두 번에 불과하다"는 뼈아픈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올해 야심 차게 여객 단독 흑자를 계획했으나 유가가 2배 이상 뛰며 월 유류비가 1500억 원이나 추가로 발생하는 돌발 변수를 맞았는데 상반기 적자 규모가 상당히 크지만 하반기에 최대한 만회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정비비 등 비용 절감 이면에 중복 인력 구조조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주의 우려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서 전무는 “경영진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합병 발표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채용을 적절히 조절해 현재 우려할 만큼 중복 인력이 많지 않다"고 화답했다. 또한 “향후 장기적으로 통합사의 비행기 대수가 늘어나고 사업 유지 영역이 확장될 것이기에 남은 인력을 적재적소에 재배치해 쓴다면 생산성 측면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유럽 등 슬롯 반납 및 화물 사업 양보 등 사전 조치로 통합사의 영업 경쟁력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송 대표는 “물리적으로 반납한 슬롯 손실분도 분명 있지만, 지난 2년의 운영 기간 동안 새롭게 획득한 슬롯 역시 상당히 많다"고 방어했다. 특히 아시아나의 강점인 중국 노선과 대한항공의 핵심인 태평양 노선 네트워크가 결합하고, 유럽·대양주 노선의 시간대를 다양화해 환승 수요의 선순환을 창출한다면 과거 양사가 겪었던 개별적 영업 한계를 극복하고 확실한 수익성 증가를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가 하락 시 주가가 오를 경우 주식 교부보다 매도가 유리하지 않겠냐는 질문과 매수 청구 행사 예상 물량, 소비자의 마일리지 10년 가치 보전 방안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서 전무는 “항공주 주가는 유가 등 외부 변수에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고, 이미 합병 비율이 고정됐기 때문에 연말까지 양사 주가는 수렴해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12월 17일까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해지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식 매수 청구권에 따른 자금 부담 우려에 대해서도 “총 주식 2억 600만 주 중 약 20%에 해당하는 유통 주식 4000만 주에서 넉넉하게 10%가 청구한다고 잡아도 400만 주, 280억 원 수준이라 회사 자금 규모에 비하면 전혀 부담이 가는 구조라고 할 수 없다"며 “실제 지난해 화물 사업 매각 당시에도 행사율은 0.1%(10억 원 미만)도 나오지 않았다"고 우려를 씻어냈다. 마일리지 정책에 대해 송 대표는 “가치는 양사가 임의로 단독 결정한 것이 아니라 유사 컨설팅 업체의 과거 근거와 평가에 따라 객관적이고 정확한 교환 비율을 산정받았다"며 주주 가치가 인정받았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10년 유지 보장 방안 등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완료되고 최종 승인이 나는 대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합병 기일 전일인 12월 16일에 발동될 수 있는 1437억 원 규모 자산 유동화 사채(ABS) 조기 상환 트리거와 1년 내 상환해야 할 1조500억 원의 단기 차입금 유동성 고갈 리스크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서 전무는 “해당 ABS 차입금은 계속해서 분할 상환을 이어가고 있다"며 “그 시점에 맞춘 잔여액 상환 준비가 모두 끝났다"며 “그 외에 트리거가 걸려 예기치 않게 일시에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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