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토 생태계’ 넘지 못했다…한화오션, 加 잠수함 수주전 獨 TKMS에 석패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스(TKMS)가 한국을 제치고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로써 최대 500억 캐나다 달러(운영·유지·보수 포함) 규모의 국방 사업을 두고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한화오션과 TKMS의 수주전은 독일의 승리로 막을 내릴 전망이다. 양국 모두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앞세워 총력전을 펼쳤지만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 NATO) 동맹국으로서의 오랜 유대감과 풍부한 잠수함 수출 실적을 앞세운 독일이 최종 선택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6일 캐나다 매체 더 글로브 앤드 메일(The Globe and Mail)은 캐나다 정부가 자국의 차세대 잠수함 12척을 건조할 기업으로 독일 TKMS를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현지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는 핼리팩스에서 이 결정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카니 총리가 튀르키예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로 출국하기 전 이루어질 이번 발표로 향후 수십 년간 캐나다 왕립 해군의 모습을 결정지을 양국의 치열했던 경쟁은 막을 내리게 된다. 다만 다른 대형 획득 사업과 마찬가지로 이번 발표 역시 최종 계약 서명이 아닌 '우선 협상 대상자(preferred bidder)' 지명 수준일 것고 최종 계약 체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총리실과 캐나다 주재 독일·한국 대사관은 월요일 발표 계획에 대한 논평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잠수함 도입 사업은 잠수함 자체에만 200억~300억 달러, 유지·보수·운영(MRO)·업그레이드에 400억~5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캐나다 정부는 사업 초기부터 한화의 장보고-III(KSS-III) 배치-II 모델과 TKMS의 212CD 모델 모두 자국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고 최종 결정은 두 기업이 캐나다에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에 달려있다고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양사는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내 700억 달러 이상의 무역 및 투자와 함께 2026년부터 2044년까지 매년 2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여기에는 온타리오주의 철강업체 알고마(Algoma)에 대한 2억 달러 지원과 5000만 달러 규모의 철강 구매 계획 등이 포함됐다. 반면 TKMS는 노르웨이와 공동으로 제안한 입찰을 통해 계약 기간 동안 캐나다 GDP에 860억 달러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창출하겠다고 제안했고 캐나다 내에 6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계약을 한화오션과 TKMS에 분할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지만 최근 수개월 간 캐나다 관료들은 이와 같은 시나리오를 일축해 왔다. 이번 구매로 캐나다 왕립 해군은 냉전 시기인 1960년대 이후 처음으로 신형 잠수함을 12척이나 대량 도입하며 수중 전력을 대폭 강화하게 된다. 현재 캐나다는 중고 잠수함 4척을 보유 중이나 통상 1척만 작전에 투입 가능한 상태다. 캐나다 해군은 12척을 확보함으로써 상시 3척의 잠수함을 배치해 북극·태평양·대서양 연안을 방어하고 적대국을 억제할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니 정부는 이러한 치열한 경쟁을 활용해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에 맞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캐나다 우선주의(Canada-first)' 정책에 부합하는 투자 약속을 최대한 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칼턴 대학교(Carleton University)의 국방 정책 연구 담당 필립 라가세(Philippe Lagassé) 교수는 “한화오션과 한국 정부의 공개적인 캠페인은 캐나다의 일반적인 무기 도입 사업에서 볼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가시적이고 적극적이었다"며 올봄 한국이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직접 잠수함을 캐나다에 파견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이에 TKMS와 독일·노르웨이 정부 역시 초기에는 다소 느렸으나 이내 한국의 움직임에 맞춰 적극적인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이번 경쟁에서 독일은 나토를 포함한 오랜 동맹 관계와 글로벌 잠수함 수출 실적을 적극 부각했다. 초르벤 벨만(Tjorven Bellmann) 주 캐나다 독일 대사는 “세 나토 동맹국이자 두 북극해 인접국인 캐나다·독일·노르웨이가 함께 현대적이고 위험도가 낮은 재래식 잠수함 함대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이 재래식 잠수함을 생산하지 않아 강력한 동맹국의 압박이 부재했던 이번 입찰에서 '언더독'이었던 한국은 세계 4위 방산 수출국 도약이라는 목표 아래 공을 들였다. 전 세계 20개국 해군에 잠수함을 판매한 TKMS와 달리 한국과 인도네시아에만 납품 실적이 있던 한화오션에게 캐나다 시장은 중요한 관문이었다. 라가세 교수는 “한국은 잃을 것이 많았던 만큼 광고와 공공 외교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했다"며 “주요 나토 동맹국인 캐나다 시장 진출은 그들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는 평을 내놨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삼성중공업-싱가포르 쿠옥그룹 “포괄적 미래사업 협력”

삼성중공업이 싱가포르 쿠옥그룹(KSL)과 손잡고 에너지·디지털 등 미래 사업 진출에 나선다. 삼성중공업은 2일 싱가포르 쿠옥그룹과 조선·해양을 비롯, 해상 물류와 디지털 인프라 등 신사업 분야를 아우르는 전략적 협의 합의서(SCA)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 따라 양사는 ▲LNG·에너지 관련 프로젝트 ▲해양 설비 수리·모듈 제작 ▲선박 신조·개조 수리 ▲해상 물류 지원 ▲디지털 인프라 등 포괄적인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사업 기회를 함께 발굴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디지털 인프라 분야 등은 조선소의 디지털화에 발맞춰 기술을 교류하기 위한 취지로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KSL는 싱가포르·홍콩·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전역을 기반으로 해운·물류·부동산·호텔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산하에는 조선·해양 계열사인 팍스오션(PaxOcean), 해양 구조물 기업 POSH(PACC Offshore Services Holdings), 선사 PCL(Pacific Carriers Limited) 등이 있다. 양사의 협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24년 10월과 2025년 4월 글로벌 선사로부터 수주한 원유운반선 8척의 전선 건조를 팍스오션에 맡기며 생산 협력 체계를 구축해왔다. 당시 삼성중공업은 설계와 주요 기자재 조달을 담당하고 건조는 동남아시아 조선소에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생산 체계를 운영했다. 양사는 기존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팍스오션과 전선 건조 안정적 협력을 기반으로 KSL과 다양한 분야에서 장기적인 협력을 도모할 것"이라며 “미래 역량 확보를 위해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수인 인턴기자

한화오션, ‘7조8000억’ KDDX 우협 선정…“적기 전력화 사활”

총 사업비 7조8000억 원에 달하는 단군 이래 최대 수상함 사업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Korea Destroyer Next Generation)'의 조타수는 결국 한화오션이 쥐게 됐다. 한화오션은 그간 축적해 온 첨단 함정 기술력을 총동원해 2년 넘게 표류하던 KDDX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고 '적기 전력화'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2일 방위사업청은 전날 업체 선정 평가를 거쳐 KDDX 상세 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한화오션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입찰 공고 이후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현장 실사와 제안서 평가를 진행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이른바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KDDX 사업은 7000톤급 최신예 구축함 6척을 순수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초대형 국책 프로젝트다. 대한민국 해군 역사상 최초로 국산 이지스급 함정을 확보하는 핵심 전력 증강 사업으로 꼽힌다. 조선·방산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의 이번 수주 배경으로 오랜 기간 뚝심 있게 다져온 '초격차 기술력'을 꼽는다. 대한민국 대표 '함정 명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연구·개발(R&D)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온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다. 실제 한화오션은 일찍이 KDDX 개념설계를 주도하며 ▲통합 전기 추진 체계 ▲통합 마스트 ▲통합 네트워크는 물론, 인구 절벽 시대에 대비한 병력 절감 자동화 기술 등 차세대 함정의 뼈대가 되는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왔다. 나아가 신개념 함정 설계와 생존성 극대화를 위한 독자 연구를 거듭하며 선도함 건조를 위한 만반의 채비를 마쳤다. 특히 지난해 처음 공개한 '차세대 전략수상함'은 한화오션의 기술적 진보를 여실히 증명하는 결과물이다. 한화오션이 자체 기본설계를 수행해 세계적 권위의 영국 로이드 선급(LR)으로부터 설계 인증(AiP)을 획득하며 글로벌 무대에서도 기술력을 공인받았다. 이 함정은 미래 해전의 핵심인 유·무인 복합 전투 체계(MUM-T)를 구현했고 레이저 함포와 자폭 드론을 아우르는 다층 방어 체계까지 품고 있다는 게 한화오션 측 설명이다. 극한의 지능형 무인화 기술을 적용해 운용 인력은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전투 효율과 작전 지속 능력은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한화오션은 이러한 혁신 스마트 기술을 KDDX에 이식해 기존 국산 함정의 한계를 뛰어넘고, 전 세계 선진 해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 수준의 구축함을 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2년 이상 지연된 만큼 한화오션은 신속한 사업 궤도 진입과 전력 공백 최소화에 모든 역량을 쏟을 방침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KDDX 상세 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당사의 첨단 함정 기술력과 사업 수행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정부와의 협상에 성실히 임해 사업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박규빈의 재무 아나토미] 한국공항-아시아나에어포트 합병, 노무비 상향 압박·수익성 한계 ‘뚜렷’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다가오며 지상 조업 계열사 결합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막대한 현금을 쌓아둔 우량 기업 한국공항(KAS)은 부채와 적자에 빠진 아시아나에어포트를 인수함으로써 막대한 인건비 상승과 부채 상환이라는 무거운 청구서를 받아들 예정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국공항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연결 자산 총계는 5615억 원, 자본 총계는 4176억 원인 반면 부채 총계는 1440억 원에 그친다. 부채비율은 34.5% 수준으로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 기관으로부터의 차입은 존재하지 않고 현금 및 현금성 자산 728억 원과 단기 금융 상품 120억 원 등 848억 원에 이르는 현금을 확보한 상태다. 수익성 역시 우수한 편이다. 1분기 매출액은 1780억 원, 영업이익 197억 원을 기록해 11%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자랑한다. 하지만 1분기 전체 매출 중 76.8%에 이르는 1368억 원을 대한항공과 진에어에서 거두고 있다는 한계점도 분명하다. 독자적인 생존력보다는 모기업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는 셈이다. 반면 피인수 기업인 아시아나에어포트엔 붉은 경고등이 켜져있다. 아시아나에어포트 2025년 감사 보고서 중 2024년 57억 원이던 영업이익이 작년에는 원가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51억 원의 영업손실로 고꾸라져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적자의 늪은 올해까지 이어진다.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이 제출한 올해 1분기 보고서 중 '사업 부문별 주요 재무 정보'를 보면 항공 운송 지원 서비스 부문에 속한 아시아나에어포트 등은 올 1분기에도 약 10억 원의 영업 적자를 내고 있다. 재무 건전성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아시아나에어포트 재무 상태표상 부채는1007억 원, 자본은 651억 원으로 나타나있고, 이를 기반으로 계산한 부채비율은 154.77%다. 1년 전 89.68%에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핵심 원인은 자금난에 따른 고금리 리스 계약이다. 아시아나에어포트는 현금이 없어 고가의 조업 장비를 직접 사지 못하고 빌려 썼고, 이에 따라 리스 부채가 2024년 68억 원에서 2025년 310억 원으로 1년 만에 4.6배 급증했다. 불어난 이자 비용과 상각비 부담이 회사 수익성을 짓누르는 모양새다. 하지만 48억 원의 당기 순손실에도 실제 영업 활동 현금 흐름은 134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장부상 손실을 입었지만 회사 통장에는 134억 원이 쌓인다는 뜻이다. 영업 손실의 상당 부분이 94억 원에 달하는 감가상각비·무형자산 상각비, 137억 원 규모의 퇴직 급여 등 실제 현금이 당장 빠져나가지 않는 회계상 비용인 덕분이다. 이는 아시아나에어포트의 실질적인 현금 창출력 자체가 무너지지는 않았음을 뜻하는 것으로, 한국공항이 부실만 떠안는 쪽이 아님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이 지점에서 자본 재배치 시너지가 발생한다. 한국공항이 보유한 848억 원 규모 유동성으로 아시아나에어포트의 악성 리스 계약을 일시에 사들여 갚으면 손익 계산서를 갉아먹던 막대한 이자 비용과 상각비 부담이 즉각 사라진다. 더 나아가 같은 공항 안에서 양사가 분리 운영하던 고가의 토잉카나 하이 로더 등 조업 장비를 통합 운영하면 수백억 원대 중복 투자를 막고 장비 가동률을 극대화하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장부 구석구석에는 합병 초기 한국공항을 덮칠 요인들이 도사린다. 가장 큰 잠재 리스크는 텅 빈 퇴직금 곳간과 노무비 상향 평준화다. 아시아나에어포트 감사 보고서 중 '퇴직 급여 및 장기 종업원 급여' 주석에 의하면 직원들에게 지급할 퇴직금 명목의 확정 급여 채무는 762억 원인데 외부에 쌓아둔 사외 적립 자산은 384억 원으로 적립률이 절반 수준이다. 모자란 순확정 급여 부채만 378억 원에 달해 1년 전 241억 원보다 56%나 치솟는 모습을 보인다. 물리적 결합 후 양사 노조가 통합 절차를 밟으면 급여와 복리후생 제도는 처우가 더 나은 한국공항 수준으로 맞춰질 수밖에 없다. 한국공항 역시 올해 1분기 보고서 중 '우발 부채 등에 관한 사항'에 84억 원 규모의 전현직 임금 피크제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기재해 양사 모두 인건비 증가 위험을 떠안고 있다. 모기업들의 합병 과정에서 깎여나간 일감도 발목을 잡는다. 아시아나항공은 화물본부를 에어제타(구 에어인천)에 매각했고, 그 여파로 올해 1분기 화물 사업량이 전년 대비 74%나 급감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아시아나에어포트의 매출 타격과도 직결된다.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작년 회사 전체 매출 2550억 원 중 78%에 달하는 1989억 원이 아시아나항공과 그 종속 회사들에서 발생했다고 밝혀둔 바 있다. 취급할 항공기 수가 줄어들면 고정비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 구조다. 한진그룹의 사세가 커져도 정부의 규제 사슬은 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업 결합 시정 조치인 운임 인상 제한 규정 등을 어겼다는 명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행 강제금을 맞고 행정 소송을 벌이는 중이다. 지상 조업 시장에서 한국공항과 아시아나에어포트 두 회사가 하나로 합쳐지면 국내 시장 점유율 70%를 상회하는 과점 지위를 차지하지만 공정위의 깐깐한 감시망 탓에 외국 항공사나 저비용 항공사를 상대로 조업 단가를 쉽게 올리지 못하는 마진 축소 압박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작전 보고서 치면 심해 전장이 눈 앞에…한화오션-LIG D&A, ‘AI 잠수함 훈련 체계’ 확보

해군 교관이 채팅하듯 대화창에 텍스트만 몇 줄 치면 즉시 복잡한 해저 전술 시나리오가 3차원(3D) 전장 시뮬레이션으로 구축되는 첨단 국방 인공지능(AI) 기술이 국내 기술진에 의해 독자 개발됐다. 이로써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무기 수출 외에도 K-방산이 대규모 데이터와 AI 기반의 '소프트웨어 중심전(SDW)' 생태계를 주도할 역량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본지 취재 결과, 함정 플랫폼 건조를 선도하는 한화오션과 국방 전투·훈련 소프트웨어(SW) 명가인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는 '사전 정보 기반 잠수함 훈련 시나리오 생성 장치 및 방법' 등 지능형 훈련 체계의 공동 특허를 획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스템은 해군 전술 기획의 오랜 난제를 해결해 나아가 초대형 글로벌 방산 수출전의 판도를 바꿀 '비대칭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잠수함 전술 훈련장의 시나리오 작성기는 훈련 교관에게 수작업을 요한다. 잠수함 작전의 눈과 귀가 되는 수중 음파는 수온·염분·해류 등 해양 환경에 따라 탐지 거리가 천차만별이다. 과거에는 교관이 해역의 상태·자함(우리 잠수함)의 무장·적 선단 구성 등 수백 개의 변수를 컴퓨터 시스템에 일일이 수동으로 입력해야 했다. 만약 '서해에서 작전하던 적 선단을 동해로 옮겨 훈련한다'는 조건을 부여하면 해양 데이터를 처음부터 다시 찾아 세팅해야만 했다. 전문 지식이 없는 초급 장교는 현실적인 훈련 시나리오 구성 자체가 불가능했다. 종래에도 시나리오 일부 모듈을 자동 생성하는 '기계-인간 상호 작용' 기반 기술이 존재하긴 했지만 이는 결국 인간 운용자가 수많은 선택 분기점을 일일이 검토하고 선택해야 하는 '반쪽짜리 자동화'에 불과했다. 한화오션과와 LIG D&A는 '비전문가인 경우에도 일상적인 언어(자연어)로 작성된 훈련 개요를 바탕으로 잠수함 시나리오를 자동으로 용이하게 생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인지 컴퓨팅 모델 개발을 완성했다. 겉보기엔 채팅창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비전문가의 일상 언어를 정밀한 시나리오 코드로 탈바꿈시키는 4단계 딥러닝 파이프라인을 구동한다. 우선 교관이 복잡한 다이얼 조작 대신 대화창에 '10월 중순 독도 서부 3km 지점에서 270도로 기동하는 북한 호위함 2척 출현. 자함은 심도 50m에서 5노트 기동, 중어뢰 2발 장착'이라고 평문의 시나리오를 텍스트를 치면 시스템 내부의 '전처리부'가 조사나 문장 부호를 걷어내고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숫자(벡터) 형태로 변환(토큰화)한다. 이어 복잡한 패턴과 문맥 파악에 탁월한 딥러닝 알고리즘인 '합성곱 신경망(CNN)'이 투입된다. CNN은 전체 문장을 분석해 ▲선단(적 함정 구성) ▲해역(바다 환경) ▲자함 조건(아군 초기 상태)이라는 3대 핵심 의미 단위로 정밀하게 해부한다. 여기서 국방 AI의 생명인 '안전 장치'가 작동한다.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가 가짜 전장을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AI가 임의로 창작하게 두지 않고 추출된 키워드를 군이 축적한 '기밀 실측 데이터 베이스(DB)'에 1대 1로 매핑한다. '10월 독도'로 실제 동해의 그 시기 수온 실측 데이터를, 'O국 호위함'으로 실제 적함의 엔진 소음 제원을 끌어오는 식이다. 취합된 팩트 기반의 방대한 실측 데이터들은 시뮬레이터 시스템이 즉각 읽고 구동할 수 있는 기계어 표준 규격(XML)으로 자동 변환돼 단 수 초 만에 하나의 3D 전장 시나리오 파일로 최종 합성된다. 이 기술의 특기할만한 요소는 훈련 준비의 편의성 외에도 사후 전술 복기(디브리핑) 기능이다. 한화오션과 LIG D&A 관계자들은 문서로 작성된 기존 실제 작전의 개요에 대해서도 “사람에 의한 별도의 해석 없이 시나리오로써 재현이 가능해 작전 이전 작전 브리핑 혹은 작전 이후의 디브리핑 용도로도 활용 가능하다"고 했다. 함장은 칠흑 같은 심해 해상 임무에서 귀환한 뒤 사령부에 제출하기 위해 텍스트로 작성한 '작전 보고서'를 시뮬레이터 창에 복사해서 붙여넣기만 하면 된다. 불과 수 시간 전 벌어졌던 대잠전 교전 궤적이 사이버-물리 시스템(CPS) 기반의 '디지털 트윈'으로 대형 스크린에 나타난다. 인간의 희미한 기억이나 평면적인 종이 해도에 의존하던 전술 복기가 시각적이고 직관적인 3차원 워게임으로 진화해 즉각적이고 과학적인 대안 전술 검증을 가능케 한다. 이는 서구권 군사 학계가 훈련 시뮬레이션의 미래 트렌드로 주창하는 '인간-AI 협업 시나리오 설계(Collaborative Scenario Development)' 방법론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이는 AI가 훈련 통제관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닌 방대한 해양 데이터 검색과 지루한 스크립트 코드 변환을 전담하는 '공동 설계자(Co-designer)'로 대우하는 개념이다. 덕분에 인간 교관은 시스템 입력 작업에 얽매일 필요 없이 오직 훈련생의 성취 목표 달성과 교리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본질적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 교관의 비정형적인 일상 언어를 인지 컴퓨팅을 통해 구조화된 기계어 코드(XML)로 번역해 내는 기술적 궤적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최신 동향·첨단 자율 주행 산업의 메가 트렌드와도 평행하게 진화하고 있다. 현재 나토 워킹 그룹은 기존의 분리되고 경직된 MSDL·C-BML 등의 훈련 통신 규격을 하나로 통합한 차세대 상호 운용성 군사 언어인 'C2SIM'을 도입하고,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활용해 지휘관의 일상적 전술 지시를 기계어 코드로 자동 변환하는 체계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AI가 실측 데이터를 참조해 코드를 짜내는 한화오션과 LIG D&A의 독자적인 AI 훈련 체계 메커니즘은 글로벌 기술 학계가 환각 방지를 위해 연구 중인 '검색 증강 생성(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철학과 보조를 맞춰가는 셈이다. 방산업계는 이 지능형 훈련 솔루션이 한화오션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초대형 글로벌 잠수함 수출전에서 가장 치명적인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총 수명 비용까지 8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캐나다 차기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와 같은 초대형 수출전에서는 잠수함 선체의 철강 스펙만큼이나 육상 훈련 시설 패키지의 수준이 수주의 향방을 절대적으로 좌우한다. 신규 도입국들은 당장 첨단 잠수함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전문 교관과 숙련된 해군 인력이 고질적으로 부족한 현상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양 지식이 얕은 초급 장교라도 자국어로 텍스트만 치면 인공지능이 현지 앞바다의 해양 환경을 불러와 실전 훈련 조건을 자동 세팅해 주는 K-지능형 시뮬레이터는 독일·노르웨이 등 유럽의 경쟁국들 대비 세일즈 포인트로 기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박규빈의 경영 Scope] 한진정보통신-아시아나IDT 합병, 실적 개선 돌파구 될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에 따라 메가 캐리어 출범이 예고된 가운데 양사의 두뇌이자 핵심 IT 인프라를 전담하는 한진정보통신과 아시아나IDT의 합병 시너지에 자본시장과 IT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두 회사는 현재 각기 다른 사업적 딜레마에 직면해있지만 서로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퍼즐 조각' 형태를 띠고 있어 합병 후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자회사 한진정보통신은 작년 매출 2402억6989만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45.4% 급증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러한 거침없는 성장세는 올해 1분기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올해 1분기 대한항공 보고서에는 한진정보통신이 674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있다. 세부적으로는 △시스템 개발(SI) 226억 원(33.5%) △시스템 관리(SM) 283억 원(42.0%) △전산상품 판매 165억 원(24.5%)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의 외연을 공격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이러한 성장이 내부 계열사 물량에 기대지 않은 순수 대외 영업력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작년 감사 보고서 중 특수 관계자 거래 내역을 분석해 보면 전체 매출 2403억 원 중 대한항공(388억 원)과 ㈜한진(296억 원)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발생한 매출은 979억 원으로 40.7%에 불과하다. 2024년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이 63.9%(1057억 원)였던 점을 감안하면 모기업 물량이 축소되는 와중에도 대외 시장에서 폭발적인 수주를 따내며 총 매출 성장을 견인한 셈이다. 이러한 돌풍은 감사 보고서 주석에 기재된 수주 상황과 주요 계약을 통해 알 수 있다. 홈플러스 IT 통합 유지·보수 아웃소싱(수주 잔고 268억 원), 방위사업청 항공 관제 레이더 사업(229억 원), 한국방송공사 멀티 플랫폼 시스템 구축(199억 원), 한국공항공사 전방향 표지 시설(110억 원), 서울주택도시공사 고덕·강일 공공 주택 지구 정보통신공사(36억 원), 수원대·수원과학대 정보 시스템 통합 유지·보수(10억 원) 등 공공·유통·방송·방산을 가리지 않고 거대 프로젝트 일감을 대거 휩쓸었다. 영업 활동의 호조 덕분에 현금 흐름 또한 넉넉해졌다. 2024년 말 157억7750만 원이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작년 말 기준 750억7702만 원으로 약 5배 늘었다. 여기에 단기 금융 상품 53억 원을 더하면 즉시 동원 가능한 유동성 실탄만 803억7702만 원에 달해 기초 체력이 견고해졌음을 입증했다. 자산 총계 1434억 원, 부채 총계 624억 원으로 부채 비율 역시 76.9% 수준으로 매우 안정적이다. 그러나 화려한 외형 이면의 손익 내실을 해부해 보면 한진정보통신은 수익성 악화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작년 매출 규모에 비해 영업이익은 50억6390만 원에 그치며 영업이익률은 2.1%라는 바닥권에 머물렀다. 심지어 당기순이익은 2024년 48억8004만 원에서 2025년 47억2159만 원으로 오히려 뒷걸음질 쳣다. 근본적인 원인은 과도한 '원가 압박'과 자체 소화 능력의 부재에 있다. 감사보고서 주석 '28. 비용의 성격별 분류'를 보면 2025년 한 해 동안 외부 하청에 지급한 '외주용역비'가 633억8036만 원에 달한다. 반면 내부 임직원에 대한 인건비 지출액은 370억7916만 원에 그친다. 대규모 대외 SI 프로젝트를 공격적으로 수주해 오고 있지만 이를 자체 기술력과 인력만으로 감당하지 못해 막대한 자금을 외부 하청업체에 지불하면서 정작 본사로 들어와야 할 마진이 통째로 유출되는 '외화내빈(外華內貧)'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또한 재고 자산의 매입(원재료·상품) 역시 2024년 147억6562만 원이었으나 1년 새 326억6496만 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올해 1분기 전체 매출 674억 원 중 고부가가치 기술 용역이 아닌 하드웨어·장비 유통 격인 '전산 상품 판매' 비중이 165억 원(24.5%)이나 차지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마진율이 현저히 낮은 하드웨어 납품 위주의 사업 구조가 통신비(277억 원) 등의 고정비 증가와 맞물려 전사 이익률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굵직한 사업을 끊임없이 수주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지만 정작 손에 남는 이익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상장사인 아시아나IDT의 재무제표를 열어보면 한진정보통신과 대척점에 있는 양상을 띤다. 결점 없는 수준의 완벽한 초우량 재무 구조와 고마진 수익 모델을 갖추고 있으나 모기업의 경영 위축과 맞물려 성장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 '아시아나IDT 2026년 1분기 보고서'의 요약재무정보를 뜯어보면, 2026년 3월 말 기준 자산총계 2126억2849만 원, 자본 총계 1714억3782만 원에 부채총계는 411억9066만 원에 불과해 부채비율이 24.0%라는 사실상 무차입에 가까운 철벽 재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유동성 측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알짜 금고'다. 재무상태표상 단기 금융 상품 940억 원과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92억6875만 원을 합쳐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만 1132억6875만 원에 달한다. 장기 금융 상품 240억 원까지 고려하면 자산의 절반 이상이 순수 현금성 자산으로 채워져 있다. 1분기에만 이자 수익 등 11억3223만 원의 금융 수익을 올리며 영업외 이익 방어력도 탁월함을 증명했다. 수익 구조의 질적 측면도 매우 우수하다. 올해 1분기 전체 매출 458억1535만 원 중 고도의 안정성과 고마진을 담보하는 운영·유지·보수(SM) 부문 매출이 385억1087만 원으로 전체의 84.1%라는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이익 변동성이 크고 위험도가 높은 컨설팅·SI 사업은 61억8566만 원(13.5%), 수익성이 턱없이 낮은 전산 상품 판매는 11억1881만 원(2.4%)에 불과하다. 이처럼 우수한 마진율을 지닌 SM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덕분에 1분기 영업이익률은 4.4%(영업이익 20억 2,749만 원)를 기록해 외형 규모가 훨씬 큰 한진정보통신의 이익률(2.1%)을 가볍게 두 배 이상 뛰어넘었다. 하지만 성장성의 실종과 위험 수위를 넘은 내부 시장 의존도가 문제점이다. 포괄 손익 계산서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매출액은 458억1535만 원, 영업이익은 20억2749만 원으로 전년 동기(매출 571억7407만 원, 영업이익 30억4509만 원) 대비 매출은 19.9%, 영업이익은 33.4%나 급락하며 심각한 역성장의 늪에 빠졌다. 이러한 실적 하락의 근본 원인은 주석 '22. 특수 관계자' 내역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1분기 총매출 458억 원 중 아시아나항공(217억6498만 원), 에어부산(43억2901만 원), 한진세이버(20억8754만 원), 에어서울(14억8109만 원) 등 금호아시아나그룹·편입 계열사에서 발생한 매출이 전체의 66.4%인 304억3601만 원을 차지한다.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이 화물기 사업을 매각하고 기재 운영 효율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투자 축소를 단행함에 따라 IT 투자가 쪼그라들며 아시아나IDT의 일감과 실적도 연쇄적으로 고꾸라진 것이다. 실제로 1분기 말 기준 수주 잔고를 봐도 운영·유지·보수가 1205억 원에 달하는 반면, 대외 경쟁력의 지표인 컨설팅·SI 잔고는 165억 원에 그쳐 새로운 시장 개척 동력이 고갈됐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한진정보통신과 아시아나IDT의 재무제표와 사업 펀더멘털을 분석해 보면 두 회사의 합병은 자본시장 내 여타 M&A 사례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로 상호 간의 치명적인 단점을 장점으로 교차 방어할 시너지가 예고돼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시아나IDT가 직면한 가장 큰 아킬레스건인 '매출 역성장'과 '66%가 넘는 과도한 내부 의존도'는 한진정보통신이 다져놓은 막강한 대외 공공·국방·유통 수주 파이프 라인을 통해 단숨에 성장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역으로 한진정보통신이 직면한 '연간 633억 원에 달하는 외주용역비 유출'과 '2%대의 뼈아픈 이익률'은 아시아나IDT의 우수한 인적 자원과 고마진 IT 운영 노하우를 접목함으로써 극적인 체질 개선이 가능하다. 모기업 일감 감소로 잉여 인력 운용을 고민하는 아시아나IDT의 최고급 IT 인력들을 한진정보통신이 외부에서 수주한 대형 프로젝트에 직접 투입한다면 수백억 원의 외부 하청 비용을 내부 매출로 내재화 통합 법인의 영업이익률을 수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자본 배치와 신기술 역량 통합 측면에서도 시너지는 폭발적이다. 아시아나IDT가 금고에 쌓아둔 1132억 원의 유동성과 한진정보통신이 보유한 803억 원을 합치면 약 1935억 원에 달하는 거대한 현금 자산이 형성된다. 현재 한진정보통신은 전산 상품 유통 비중이 높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반면 아시아나IDT는 'AI 빅 데이터 연구소'를 통해 'ModelOps.AI'(GS인증 1등급)를 상용화하고 지상 조업 안전 AI 분석 서비스 등 자체 솔루션을 개발하는 연구·개발(R&D)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통합 법인의 막대한 유동성을 고부가가치 AI·클라우드·빅 데이터 원천 기술 및 솔루션 고도화에 집중 투자한다면 마진이 박한 시스템 도급 중심에서 탈피해 고수익 디지털 혁신(DX) 전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재무·사업적 결합이 구상대로 진행된다면 연 매출은 4000억 원대 중반을 넘기고 가용 현금은 2000억 원에 육박하는 '메가 항공·물류 IT 서비스 공룡'이 탄생하게 돼 관련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합병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모기업인 거대 통합 항공망의 IT 시스템 구축(PMI)이라는 초대형 내부 시장 수요가 열리는 데다 이를 수행하며 고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외 시장 점유율을 대폭 확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될 것이어서다. 다만 이 화려한 시너지가 온전히 발현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선결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아시아나IDT 측에 잔존해 있는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 시절의 소송 우발 채무 리스크다. 공시된 '우발 부채 등에 관한 사항'을 보면 금호석유화학 등이 제기한 '금호리조트·금호홀딩스 주식 매매 계약 손해 배상 소송'(아시아나IDT 소송 가액 약 8억7000만 )의 경우 올해 1월 29일 대법원에서 심리 불속행 기각으로 최종 패소가 확정됐다. 또한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저리 대여로 인한 부당 지원 손해배상 소송7489만 원), ㈜대교씨엔에스 전산 시스템 구축 용역 대금 청구 소송(20억 원), 종로세무서 장애인 고용 부담금 행정 소송(872만 원) 등 다수의 얽히고 설킨 법적 분쟁이 현재 1심에 계류 중이다. 개별 소송 가액 자체는 회사의 탄탄한 현금력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지만 과거 지배 구조의 낡은 유산이 지속적인 행정적 피로도와 잠재적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향후 통합 후 관리(PMI) 과정에서 이 옛 금호그룹 시절의 법률적 뇌관이 신설 통합 법인이나 모회사인 대한항공의 재무 건전성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한 회계적 '방어벽'을 구축하고 패소 확정 건에 대한 투명한 충당부채 설정을 마무리하는 치밀한 리스크 헷지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폐식용유 한계 직면, SAF ‘공급 절벽’…‘바이오 에탄올’, 차세대 탈탄소 게임 체인저”

전 세계적으로 항공과 해운 산업의 탈탄소화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지속가능항공유(SAF)와 친환경 선박 연료 확보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국가 단위의 '에너지 안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SAF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폐식용유(UCO) 기반 헤파(HEFA) 공정의 원료 공급 한계가 지적되는 가운데 곡물 기반의 바이오 에탄올을 항공·선박 연료로 변환하는 '알코올 투 제트(ATJ, Alcohol-to-Jet)' 기술이 미래 시장을 주도할 게임 체인저로 조명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국곡물바이오제품협회(USGC)는 '2026 서울 바이오연료와 SAF 컨퍼런스'에 앞서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미디어 브리핑을 개최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글로벌 바이오연료 시장의 패러다임이 진화했다고 입을 모았다. 에머슨 워렌베르크 S&P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디렉터는 세계 바이오 연료 시장이 탄소 감축 이전에 에너지 안보와 안정적 연료 공급이라는 국가 전략에서 출발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구 증가세 둔화와 1인당 단백질 소비의 안정화, 도시화의 정체로 식량 수요는 둔화하는 반면 유전자 편집·AI 등 첨단 기술 발달로 농업 생산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구조적 과잉 공급 시대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또한 전동화와 연비 향상의 영향으로 육상용 휘발유 수요는 정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들었지만 항공 부문의 제트유 수요는 지속 팽창하고 있다. 에머슨 디렉터는 “전 세계 바이오 연료 소비의 64%를 차지하는 가장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탄올이 기존 도로용 연료를 넘어 SAF의 핵심 원료로서 농업계의 잉여 물량을 해소하고 탈탄소화를 견인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공업계의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SAF가 필수적이나, 당장 2030년을 기점으로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가 예고됐다. 에린 하이트캄프 지보(Gevo) 부사장은 리스타드 에너지 데이터를 인용해 현재 글로벌 SAF 생산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폐식용유(UCO) 기반 HEFA 공정은 항공·도로·해운 부문이 한정된 원료를 두고 쟁탈전을 벌이며 철저한 공급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때문에 기존 에탄올 생산 시설과 석유화학 공정을 그대로 활용해 초기 투자비를 줄이고 대규모 확장이 가능한 ATJ 방식만이 이 거대한 공급 간극을 메울 유일한 대안이라는 언급도 나왔다. ATJ의 친환경성은 까다로운 국제 표준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실무 그룹 소속인 파르자드 타헤리푸르 퍼듀대 연구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산 옥수수 기반 ATJ SAF의 탄소 집약도(CI)는 72.8 gCO₂e/MJ로 기존 화석 항공유(89 gCO₂e/MJ) 대비 18.2% 낮다. 이로써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ICAO CORSIA)의 적격 연료 기준을 이미 충족한다. 하이트캄프 부사장은 탄소 포집·저장(CCS)과 기후스마트농업(CSA), 재생 에너지 전력 활용 등 기술 혁신이 더해지면 탄소 집약도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낮춰 국제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마이너스 탄소 집약도와 경제성은 사실상 대규모 옥수수 농장과 탄소 포집(CCS) 파이프라인이 완비된 미국 본토에서만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만약 한국 정유사가 미국산 에탄올을 수입해 국내 공장에서 ATJ SAF를 생산한다면 태평양을 건너오는 물류 배출량과 한국의 다소 열악한 CCS 인프라 탓에 탄소 감축 효과가 훼손될 우려가 존재한다. 본지는 지보의 비즈니스 모델이 한국 내 자체적인 밸류체인 구축 아닌 미국에서 만든 완제품 SAF를 고가에 구매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에린 하이트캄프 부사장은 “미국 노스다코타 시설에서 생산된 저탄소 에탄올을 수출해 한국 내 ATJ 시설에서 국내 기업들이 SAF를 생산하는 시나리오 역시 우리가 추진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부합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미국 농가들이 채택한 '재생 농업'을 통해 1차적으로 옥수수 원료 자체의 탄소집약도를 일반 농가 대비 10포인트가량 낮췄고, 발효 단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미국 현지에서 이미 포집·저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막대한 탄소 감축 가치가 이미 내재화된 에탄올을 통째로 수출하는 것이므로, 태평양 횡단에 따른 물류 배출량을 상쇄하고도 한국의 탈탄소 목표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주호 IATA 연료공급망 매니저는 항공사 입장에서 SAF가 '생존과 리스크 관리'의 대상임을 강조했다. 2026년 기준 전 세계 SAF 생산량은 전체 항공유 소비의 0.8%에 불과하다. 일반 항공유의 3~4배에 달하는 가격 프리미엄은 영업이익률이 2~3%대에 불과한 항공사들에게 치명적이다. 김 매니저는 “유럽처럼 단순 의무화만 밀어붙이면 막대한 비용이 항공사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며 “정부의 투자 보조금과 생산 세액공제 지원과 함께 물리적 연료 이동 없이 환경적 가치만 분리 거래하는 '북앤클레임(Book-and-Claim)' 제도를 통해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효율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앤클레임 제도는 장부상으로만 환경 가치를 거래한다는 특징이 있다. 항공사들은 SAF를 2027년부터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국적 항공사들이 굳이 막대한 투자비가 투입된 비싼 국내산 SAF를 외면하고 보조금으로 저렴해진 미국이나 유럽 공장의 SAF를 장부상으로만 구매하게 될 경우 결국 한국의 자체적인 SAF 생산 인프라 투자는 동력을 잃고 산업의 공동화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에 김 매니저는 “북앤클레임의 1차적 목적은 서산에서 생산된 SAF를 굳이 인천공항까지 육로로 운송하는 비효율을 없애고, 인근 공항에 공급하되 환경적 혜택 크레딧만 인천 운항 항공사가 구매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이 제도가 전 세계 레벨로 당장 열리면 이제 막 산업을 육성하려는 한국 같은 초기 국가가 단가 경쟁에서 밀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유럽연합(EU) 내에서도 북앤클레임은 아직 신중하게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초기에는 전기차 도입 때처럼 한국 정부가 국내 산업 육성을 위해 강력한 보조금 등 정책적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후 산업이 성숙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오히려 한국이 불필요한 실물 수출 없이 타국에 SAF 권리를 판매하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강력한 탈탄소 규제(2040년까지 70~80% 감축)에 직면한 해운 업계 역시 바이오에탄올을 주시하고 있다. 콰임 초드리 미국선급협회(ABS) 수석 엔지니어는 “해운업계가 암모니아와 그린 메탄올을 차세대 연료로 주목하고 있으나 에탄올은 황(SOx) 배출이 없고 해상 유출 시 수중에서 빠르게 생분해돼 환경 영향이 적다"고 했다. 특히 수소나 암모니아 대비 다루기 쉬운 저인화점 연료로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암모니아와 달리 여객선이나 크루즈에서도 안전하게 활용될 수 있어 윈지디(WinGD) 등 메이저 엔진 제조사들이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에탄올 추진 엔진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글로벌 조선·해운 시장의 친환경 벙커링 인프라 투자는 이미 '그린 메탄올'과 '암모니아' 이중 연료 추진선으로 완전히 쏠려 있는 상황이다. 본지는 경제성과 생산 인프라 등 표준 선점 경쟁에서 한참 밀린 선주들이 기존 메탄올 선박 발주를 포기하고 에탄올 추진선으로 선회하게 만들 만한 압도적인 자본 지출(CAPEX) 절감 효과나 규제 회피 측면에서의 차익이 존재하는지와 메탄올 공급 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틈새 성격의 '플랜 B'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질의했다. 초드리 수석 엔지니어는 “현재 시장에서 선주들이 메탄올을 많이 선택하는 이유는 당장 저렴하기 때문인데 이는 화석 연료 유래의 '그레이 메탄올'에 한정된 이야기"라며 “향후 진정한 탈탄소 규제를 충족할 '그린 메탄올'은 결코 가격이 싸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반면 에탄올은 태생적으로 식물에서 유래한 재생 연료이므로 다가오는 선박 탄소집약도지수(CII) 등 강력한 해사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본질적으로 훌륭한 탈탄소 옵션"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에탄올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로 독성 문제를 꼽았다. 그는 “차세대 무탄소 연료로 각광받는 암모니아는 치명적인 맹독성을 지녀 크루즈선이나 대형 여객선처럼 수천 명의 인명이 탑승하는 선박에서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곧바로 끔찍한 대재앙으로 이어진다"며 “이 때문에 여객선 등 특정 세그먼트의 선주들은 암모니아를 꺼려 독성이 없고 안전한 에탄올과 메탄올을 플랜 A로 훨씬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에탄올 추진선은 이미 수백 척이 운항 중인 메탄올 선박과 설계 및 취급 특성이 매우 유사해 기존 기술을 쉽게 차용할 수 있어 인프라와 공급망만 뒷받침된다면 플랜 B가 아닌 주력 연료로 도약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확신했다. 상병인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청정에너지연구원장)는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기존 정유 공정에 바이오 원료를 소량 섞는 '코프로세싱'으로 당장의 의무화만 버티려 하고 있는데, 이는 최대 5% 혼합이 한계라 2030년까지만 유효한 한시적 방편"이라고 꼬집었다. 상 교수는 “한국 역시 바이오 에탄올 정책을 도로용에서 SAF·해운 연료까지 확장하는 국가적 통합 로드맵이 필요하다"며 “국내에서 매년 발생하는 농업 부산물(200만~300만 톤), 산림 간벌목(300~400만 톤) 등 미활용 바이오매스를 에너지화하기 위해 자원이 어디서 발생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추적하는 국가적 물류 데이터 베이스와 기초 인프라 선행 투자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향후 연료 경쟁력의 척도가 될 CI의 객관적 산정을 위해 한국 독자적인 전 과정 평가(LCA) 모델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고도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신간] ‘아르테미스 시대’, 문혜영 변호사의 ‘대한민국 우주자원법’ 마스터 플랜

과거 우주는 연구의 대상이면서도 막연한 도전의 영역에 불과했다. 세계 각국은 “더 높게, 더 멀리"를 외치며 발사체를 개발했고 이는 곧 국방력과 국가적 위상을 상징하는 정부 주도 '올드 스페이스(Old Space)' 시대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며 민간 자본과 기업이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민간 주도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우주 공간은 인류에게 새로운 거대 시장으로 변모했다. 특히 우주 기술과 인프라를 직접 제조하는 발사체 중심의 업스트림 산업을 넘어 우주 자원·공간 특성을 활용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다운스트림 산업은 기존 업스트림 시장에 비해 약 6배에 달하는 거대한 잠재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핵심은 단연 우주 자원이다. 헬륨3·우라늄·물 등 풍부한 천연 자원은 인류에게 새로운 청정 에너지원이 돼줄 뿐만 아니라 향후 우주에서의 생존에도 필수적인 요소로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의 주도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 우주자원의 탐사·개발이 목전으로 다가왔으나 이를 적극적으로 소유하고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명확한 법 제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이처럼 우주 산업의 패러다임이 다운스트림으로 이동하며 우주 자원의 소유권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에 항공우주법 실무 전문가인 문혜영 변호사가 신간 '우주자원 탐사 및 개발을 위한 국내 입법 연구'를 출간했다. 이 책은 우주 경제 실현과 상업적 우주 자원 개발이라는 뉴 스페이스 목표에 제도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실질적인 디딤돌을 제공하는 대한민국 우주자원법의 실효적 마스터 플랜을 담고 있다. 따라서 우주 산업·뉴 스페이스 비즈니스에 관심 있는 대중부터 미래 우주 경제 정책과 법 제도 수립에 참여하는 연구자·관계자, 첨단 신산업의 규제 완화와 맞춤형 특별법 제정 방향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길라잡이가 역할을 한다. 우주 자원의 상업적 가치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면서 소유권과 이용권 향배는 뉴 스페이스 시대의 가장 첨예한 국제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1967년 체결된 우주 조약 제2조는 특정 국가의 주권 주장을 금지하는 비전유 원칙을 천명했으나 비엔나 협약에 따라 해석하면 우주 공간에 대한 전유만을 금지할 뿐 우주자원의 채굴과 소유에 대해서는 의도적인 개념적 공백을 남겼다. 이를 보완하고자 1979년 달 협정을 통해 천연 자원을 인류 공동 유산으로 규정하고 국제 관리 체제 도입을 시도했으나 주요 우주 개발 강국들의 비준 거부로 실효성을 상실했다.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주도로 50개국 이상이 참여한 아르테미스 협정이 체결되며 우주 자원 채취를 용인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국제 관습법에 이르는 정도의 합의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양립 불가능한 규범들이 병존하는 심각한 법적 불확실성을 낳고 있다. 저자는 달협정의 인류공동유산 개념과 아르테미스 협정의 자원 채취 용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규범의 충돌과 해석적 모순을 날카롭게 통찰하며 미래 분쟁에 대한 탁월한 대응 논리를 제시한다. 이러한 국제법적 한계와 공백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룩셈부르크·아랍에미리트(UAE)·일본 등 우주 선진 4개국은 기약 없는 국제 조약 체결을 기다리는 대신 선제적으로 자국의 국내법을 정비하는 전략적 선택을 감행했다. 저자는 비교법적 연구 방법을 통해 해당 국가들의 우주자원법을 세밀하게 해부한다. 또한 각국의 정책적 기반에 따라 구성은 상이하나 공통적으로 우주자원에 대한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하고 민간 기업의 자원 소유권 창설을 위한 허가 요건을 정립하며 국제법과의 조화 노력을 담아냈다. 나아가 국가의 책임 범위를 명시하고 역내 기업 유치를 위해 과감한 규제 완화를 추진함으로써 전 세계의 우주 비즈니스 자금과 기술이 자국으로 모여들게 하는 법적 무기를 분석했다. 우주 경제 실현의 열쇠를 쥐기 위해서는 이들 선점국에게서 배워야 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근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우주항공청(KASA)을 설립하며 우주경제 실현이라는 원대한 비전을 제시했음에도 위태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의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이나 우주개발진흥법 등은 전반적인 우주 개발을 다루지만 실질적으로는 발사체나 위성 등 업스트림 진흥에 치중해 있을 뿐, 상업적 우주 활동을 규율할 입법은 전무한 '입법 불비' 상태에 놓여 있다. 게다가 △인력·자원 부족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기존 연구 기관과의 이중 관할 문제 △자원 개발 전담 조직·예산 미편성 등 신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거버넌스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저자는 우주항공청 개청에 맞춘 소관 사무 정비의 한계를 짚어내고 기존 연구 기관과의 효율적인 협력·조직 통합을 이끌어낼 실효적인 해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 책이 지닌 차별점은 학술 분석이나 외국법 번역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춘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자원법 제정 초안' 조문 전체를 부록으로 수록했다. 국내 광업법·해저광물자원법의 입법례를 유기적으로 접목해 치밀하게 법적 정합성을 확보한 것이다. 우주 자원의 정의와 정부의 국제 조약 준수 책무를 규정한 총칙부터 허가권자와 그 요건을 상세히 서술한 실체 규정, 보고 의무·손해배상책임을 정한 보칙, 그리고 의무 위반 시 적용되는 벌칙 규정까지 모두 완비한 법안은 정책 입안자들과 기업들이 즉시 참고할 수 있는 최고의 실용성을 자랑한다. 우주 자원 탐사·가공·처분이라는 신산업 생태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당 산업의 본질에 부합하는 새로운 법 제도의 적절한 설계와 입법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우주기본법안을 제시하고 국가우주항공위원회의 설치를 추진하는 것 또한 이러한 시대적 필요성에 깊이 공감해서다. 문혜영 변호사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우주자원법안은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법적 확신을 가지고 과감하게 우주에 투자하며 진출할 수 있도록 장려함으로써 향후 우리나라가 우주 비즈니스의 변방에서 벗어나 진정한 글로벌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는 견고한 디딤돌로 기능할 것이다. ◇저자 약력 現) 법무법인(유) 율촌 前) 대한항공 법무실·한국항공우주산업(KAI) 법무팀 제10회 변호사 시험 합격 한국항공대학교 일반대학원 항공운항관리학과 항공우주법 전공 박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사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우주법학부 항공우주법 학사 ◇주요 논문 항공사 마일리지 유효기간의 불공정약관 성립 여부(한국항공운항학회지, 2025) 국제항공운송협회 여객판매대리점계약의 법적 성격 및 그 불공정성에 대하여(한양대학교 법학논총, 2025) 국제법의 본질과 항공운송 국제조약의 해석에 관하여(한국항공운항학회지, 2025) 완제기 수출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한국항공우주정책법학회지, 2025) 등록협약 개정을 통한 우주쓰레기 관리 방안에 대하여(한국항공우주학회 춘계학술대회 초록집, 2025) 항공기 비상구열 좌석 운영의 한계 및 개선 방안(한국항공보안학회지, 2023)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제주항공, 인천~제주 노선 10월까지 연장

제주항공이 인천~제주 노선 운항을 오는 10월 24일까지 연장한다고 29일 밝혔다. 현재 제주항공은 지난 5월 12일부터 인천~제주 노선을 주 2회(월·금요일) 운항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4600명이 이용했다. 평균 탑승률은 88.5%를 기록하고 있다. 탑승객 가운데 외국인은 약 1400명으로 전체의 30.6%를 차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김포~제주 노선의 외국인 탑승객 비중(10%)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연장 운항 기간 일부 운항 일정은 화·토요일로 변경된다. 제주항공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관광공사와 함께 오는 10월 24일까지 인천~제주 노선 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왕복 기준 2만 J포인트를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앞으로도 제주 접근성을 높이고 제주 관광산업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10만톤급 국제 크루즈 첫 기항…서산 대산항, 동북아 관광항 도약 신호탄

충남=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충남 서산 대산항에 10만톤급 국제 크루즈선이 처음으로 기항하면서 동북아 해양관광 거점으로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충남도와 서산시는 중국 천진동방국제크루즈의 10만톤급 국제 크루즈선 '비지오(VISIO)호'가 지난 25일 중국 천진을 출발해 27일 대산항에 입항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산항에서는 최근 3년간 코스타세레나호가 출항한 바 있지만, 해외에서 출발한 대형 국제 크루즈선이 대산항을 기항지로 선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기항은 충남도와 서산시를 비롯해 대산지방해양수산청, 평택세관, 국립평택검역소 등 관계기관이 입출항과 검역, 통관 절차를 함께 지원하며 성사됐다. 비지오호를 타고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 1500여 명은 서산 해미읍성과 간월암 등 주요 관광지를 찾아 지역의 역사문화와 자연경관을 둘러봤다. 도는 이번 국제 크루즈선 기항을 계기로 대산항의 국제 관광항 기능을 강화하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동유 충남도 해양수산국장은 “10만톤급 국제 크루즈선 기항은 충남도와 서산시, 대산지방해양수산청 등 관계기관이 힘을 모아 이뤄낸 성과"라며 “대산항이 동북아 해양관광의 중심 관문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행정적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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