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핵잠 시대 (상)] 바다 밑 ‘보이지 않는 방패’…수중작전 패러다임 바꾼다

지난 5월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 잠수함 사령부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과 국방부 관계자들은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 개발 기본 계획'을 전격 발표하며 자주 국방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민국 최초의 핵추진 잠수함 획득 프로젝트를 '장보고 N사업'으로 공식 명명했다. 아울러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 2030년대 후반 이후 전력화'라는 구체적인 타임 라인을 최초로 제시했다. ◇2030년대 중반, 태극기 단 '장보고 N'이 바다를 가른다 국방부 전력정책국 핵추진잠수함획득추진팀의 설명에 따르면 '장보고 N'이라는 명칭에는 세 가지 거대한 비전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잠수함인 장보고함의 자주 국방 정신을 계승한 '차세대 모델(Next generation)'이자, '핵추진(Nuclear powered)' 방식을 적용하고, 첨단 '신기술(Neo technology)'을 집약한 잠수함을 구축하겠다는 국가적 결의의 표현이다. 특히 국방부는 이번 기본 계획에서 핵잠수함 개발을 위한 △저농축 우라늄(LEU) 사용·장주기 운전 개발 △전력 획득·유지의 자립성을 위한 대한민국 내 독자 개발·건조 △국내 민간 원자력·조선 분야 세계적 기술 적극 활용 △총수명 주기 관점의 전 과정 개발·관리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2030년대 후반 전력화 추진 등 '5대 원칙'을 천명했다. 무기체계 도입에 있어 이토록 주도적이고 확고한 청사진이 제시된 것은 해양 안보 환경이 그만큼 엄중하고, 주변국들의 군비 경쟁 속에서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수중 전력의 일대 혁신을 이루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막대한 비용과 복잡한 외교적 난관을 무릅쓰고서라도 반드시 '디젤'이 아닌 '핵추진'을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동력원의 근본적인 차이가 만들어내는 '은밀성과 기동성의 압도적 격차'에 주목한다. 강기식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와 우승민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부교수는 공동 연구 논문인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도입의 기술 동향 분석'을 통해 기존 재래식 잠수함과 핵추진 잠수함의 작전 능력은 사실상 '차원을 달리하는 별개의 무기'라고 평가했다. 강 교수와 우 교수는 논문에서 기존 디젤 잠수함의 가장 치명적 약점으로 '스노클링(Snorkeling)'을 꼽았다. 재래식 잠수함은 수중에서 축전지로 기동하다가 전력이 소진되면 주기적으로 잠망경 심도까지 부상해 스노클 마스트(흡기·배기관)를 수면 위로 돌출시키고 디젤 엔진을 가동해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면 위로 구조물이 노출되고 엔진 소음과 배기 가스(열원)가 발생해 첨단 레이더나 열상 감시 장비를 장착한 적의 대잠 초계기에 탐지될 위험이 극도로 높아진다. ◇“숨 쉴 필요가 없다"…디젤의 한계 넘은 수중 무한 잠항의 물리학 이는 은밀성이 생명인 잠수함에게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다. 또한 배터리 용량의 물리적 한계로 수중 순항 속도는 통상 4~10노트(시속 약 7~18km) 수준의 저속 운항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반면 대기와 완전히 독립된 에너지원인 가압 경수로형 원자로를 심장으로 품은 핵추진 잠수함은 숨을 쉬러 물 위로 올라올 필요가 전혀 없다. 강 교수팀은 “핵추진 잠수함은 스노클링 없이 수개월 이상 잠항 작전이 가능하며, 수중 체류 시간을 제한하는 유일한 요소는 승조원의 피로도와 식량 공급뿐"이라고 설명했다. 탑재된 원자로는 거대한 선체를 움직이는 추진력뿐만 아니라, 잠수함 내 공기 질 유지·바닷물 담수화·온도 조절 등 승조원 생존과 첨단 장비 가동을 위한 막대한 전력(함내 부하, Hotel load)을 무제한으로 공급한다. 물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속도와 동력의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강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잠수함의 속도를 20노트에서 40노트로 2배 늘리려면 무려 8배의 추진 동력이 필요하다. 디젤-전기 추진으로는 이 막대한 에너지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지만 사실상 에너지가 무한 공급되는 핵추진잠수함은 수중에서 20~30노트(시속 약 37~55km) 이상의 고속 기동을 장시간 유지할 수 있다. 위협 상황에서 고속으로 이탈하거나 적의 도발 징후 포착 시 원거리에서 목표 해역까지 단숨에 도달하는 압도적인 전략적 기동성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핵추진잠수함의 가공할 위력을 증명한 역사적 사례로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을 짚었다. 당시 아르헨티나의 기습 점령에 맞서 영국 본토에서 파견된 영국 해군의 핵잠수함 '콘커러(HMS Conqueror)함'은 무려 10일간 단 한 번도 부상하지 않은 채 수중으로 질주해 포클랜드 해역에 도달했다. 이후 아르헨티나 해군의 핵심 전력인 순양함 '벨그라노함'을 어뢰로 단숨에 격침시켰다. 보이지 않는 심해의 공포에 질린 아르헨티나 해군은 항구 밖으로 나오지 못했고, 해상 보급이 완전히 끊긴 포클랜드 섬 주둔군 1만여 명은 결국 항복을 선언했다. 강 교수팀은 “단 한 척의 핵잠수함만으로도 적국 해군의 발을 묶고 보급로를 차단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처럼 전략적 가치는 어마어마하다"고 평가했다. ◇북한 SLBM 위협 찢고 동북아 군사 균형 맞출 '수중 킬체인(Kill Chain)' 이러한 핵추진 잠수함의 무한 잠항 능력과 압도적 기동성이 현재 대한민국에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은밀하게 수중을 파고드는 북한의 고도화된 비대칭 해양 도발 위협 때문이다. 박찬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IPS기술팀 주임연구원과 강종원 에스앤에스이앤지 비용분석팀 대리는 한국국방기술학회 논문지에 게재한 공동 논문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 도입 방안별 경제적 파급 효과 분석'에서 북한의 수중 도발 능력을 강력히 경고했다. 연구진은 북한이 2015년 수중 사출 시험에 이어 2016년 비행 시험에 성공한 사실을 언급하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북한의 신포급 잠수함을 가리켜 “기존 한국군의 '핵, 대량살상무기 대응 체계'를 통째로 무력화하는 게임 체인저"로 진단했다. 현재 한국군의 3축 체계 중 선제타격인 '킬 체인(Kill Chain)'은 고정된 지상 발사 원점 타격에 맞춰져 있다. 이들은 “현재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감시·정찰 자산만으로는 깊은 바다에 숨어 기동하는 북한 SLBM 잠수함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적 잠수함 기지 앞바다에 숨죽이고 매복해 있다가 적 잠수함이 출항하는 순간부터 등 뒤에 바짝 붙어 밀착 추적하고, 미사일 발사 징후 포착 시 즉각 수중에서 타격하는 '수중 킬 체인'의 핵심 자산은 재래식 잠수함이 아닌 원자력 잠수함뿐이라는 결론이다. 국방부 역시 이번 공식 발표를 통해 “핵추진 잠수함은 장기간 잠항 능력과 높은 기동성 등 기존 디젤 잠수함에 비해 비약적으로 향상된 작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북한의 잠수함 기반 핵·미사일 위협 등에 대응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대북 억제 효용성을 뚜렷하게 밝혔다. ◇수세적 연안 방어에서 능동적 해양 억제로…'움직이는 전략 자산' 시야를 한반도 밖으로 넓히면 문제는 더욱 엄혹해진다. 김홍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는 작년 작성한 칼럼 '보이지 않는 억제력,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의 전략적 의미'를 통해 핵추진 잠수함을 '자주 국방의 상징이자 보이지 않는 억제력의 핵심'으로 정의했다. 김 교수는 “한반도와 같이 좁은 해역에서 북한의 노골적인 핵·미사일 위협에 노출된 환경은 물론, 중국과 일본이 군비 경쟁을 벌이며 잠수함 전력을 급격히 강화하고 호주가 오커스(AUKUS) 안보 동맹을 통해 핵잠수함을 전격 도입하는 등 주변국들의 해양 군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 개발은 무너진 군사적 균형을 회복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디젤 잠수함 체제에서는 한반도 연안 방어에 급급해야 했지만 작전 지속 능력이 무한한 핵추진 잠수함 보유는 곧 우리 해군의 작전 반경이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전역으로 확장됨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의 해양 안보 지평이 근본적으로 넓어진다는 뜻이다. 김 교수의 지적처럼 국방부의 '장보고 N사업'은 무기체계 증강이나 군함 한 척을 더 건조하는 사업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극도의 전략적 불확실성 시대에 한국이 주변국에 끌려다니지 않고 주도적으로 억제력을 설계하겠다는 국가적 선언이자 대한민국 미래 첨단 산업과 국방 안보가 맞닿은 '기동성 국가 전략 자산'을 구축하는 것이다. 아울러 수세적 방어에서 능동적이고 압도적인 억제로 우리 국방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남은 것은 이 거대한 국책 과제를 현실로 만들어 낼 압도적인 국내 기술력을 증명하고, 천문학적인 예산 투자가 가져올 국가 경제적 타당성을 국민 앞에 입증하는 일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슈&인사이트] K-UAM의 성공 조건은 국제표준과 국민 신뢰다

1903년 라이트 형제의 동력비행 성공 이후 항공은 인류의 이동과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왔다. 오늘날 미래항공모빌리티(AAM/UAM)는 전기추진 수직이착륙기(eVTOL), AI 자율비행, 디지털 공역관리 기술을 결합하며 새로운 항공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하늘을 일상적이동 공간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제3의 항공혁명'으로 불릴 만하다. 정부의 'K-UAM 기술경쟁력 강화 방안'과 '운용개념서 1.5'는 기술 자립과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정책 의지를 보여준다. 초기 상용화 시점을 2028년으로 조정하고, 비도심 공공서비스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한 것도 현실적 접근이라 평가할 수 있다. 다만, K-UAM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 안전 실증 못지않게 국민이실제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GTX를 비롯한 고속·고밀도 광역교통망이 이미 상당 수준 구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UAM이 기존 교통 수단 대비 어떤 시간 절감 효과와 경제성을 제공할 수 있을지 면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법·제도와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이다. 첫째, UAM 항공기를 '항공안전법' 체계 안으로 조속히 편입할 필요가 있다. 현행 '도심항공교통법'은 '도심형항공기'를 도입하고 있으나, 국토교통부 고시의 기술기준은 법리적 모순을 안고 있다. 상위법인 '항공안전법'에 '도심형항공기'에 대한 명확한 분류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하위 행정규칙이 기술기준을 먼저 설정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비행기와 헬기의 특성을 결합한 신개념 수직이착륙 항공기(Powered-lift)와의 관계가 불명확하며, 소음 기준 역시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항공기 분류는 안전인증과 운항규칙의 출발점이다. 실제 운항 단계에서는 감항증명, 운항승인, 조종사 자격 등 기존 항공안전 체계와의 연계가 불가피하다. 현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국 연방항공청(FAA), 유럽항공안전청(EASA) 등은 Powered-lift 항공기를 기존 항공안전 체계 안에서 수용하기 위한 제도 정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 역시 특별법 중심 접근을 넘어 '항공안전법' 안에서 '도심형항공기'의 분류와 안전기준을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시범 단계와 상용화 단계의 경계는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현행 도심항공교통법은 시범운용구역 내에서 '항공안전법' 규정을 완화하는 특례를 두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초기 상용화 모델이 시범사업 단계와 상당 부분 중첩돼 있다는 점이다. 항공안전 체계에서 실증 단계와 상용 운항 단계의 구분은 엄격해야 하며, 규제 특례가 사실상 상용 운항 단계까지 연장되는 방식은 국민적 신뢰 확보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UAM 정책은 단순한 '모빌리티 산업'이 아니라 '항공체계'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으로 UAM은 기존 항공체계의 연장선에서 관리되고 있다. 일본 역시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실제 정책과 인증은 항공당국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도 마찬가지다. ICAO를 중심으로 감항인증·공역관리·운항규칙에 관한 국제표준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UAM이 원격조종과 자율비행 체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초기 단계부터 공역관리, 인증, 사이버보안 등을 고려한 중장기적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K-UAM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미래 글로벌 항공질서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그러나 항공의 역사는 기술만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K-UAM이 국제표준과 국민적 신뢰를 기반으로 추진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미래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박규빈의 경영 Scope] 엇갈린 성적표 안고 출범할 ‘통합 조업사’ 한국공항…시너지냐 승자의 저주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라 '메가 캐리어(Mega Carrier)'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하늘길뿐만 아니라 공항의 지상을 책임지는 조업 생태계에도 거대한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지상 조업 자회사(지분율 59.5%)인 '한국공항(KAS, Korea Airport Service)'과 아시아나항공의 100% 자회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 역시 모기업의 통합 수순에 따라 하나의 초거대 지상조업사로 재탄생할 예정이어서다. 지상 조업은 △수하물 상하역 △항공기 견인 △급유 △객실 청소 △화물 처리 등 항공기 운항의 '손발'을 담당하는 항공 산업의 필수 모세혈관이다. 두 회사의 결합은 국내 공항 지상 조업 시장 점유율 과반을 훌쩍 넘는 압도적 지배자의 등장을 의미한다. 그러나 장밋빛 시너지가 기대되는 겉모습과 달리 최근 공개된 양사의 재무제표를 심층 분석한 결과 두 회사의 현실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는 한국공항과 달리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심각한 수익성 악화와 부채 급증이라는 치명적인 암초에 부딪혔다. ◇한국공항, 폭발적 이익 창출과 '철통' 재무 건전성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별도 기준 한국공항의 1분기 매출액은 15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1401억 원 대비 11.5% 증가했다. 더욱 괄목할 만한 것은 수익성이다. 1분기 영업이익은 110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36.4% 급증했고, 당기 순이익 역시 87억 원에서 122억 원으로 40.2%나 뛰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7.9%에서 9.6%로 크게 개선됐다. 이처럼 한국공항은 국내 지상 조업 1위 사업자답게 실적과 재무 상태 모두 건전성을 뽐냈다. 이는 전형적인 '영업 레버리지 효과'의 시현에 기인한다. 지상 조업은 고가 장비의 감가상각비와 대규모 인력 유지비 등 고정비 비중이 매우 높은 산업이다. 따라서 매출(물동량)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면 추가되는 수익이 고스란히 이익으로 꽂히게 된다. 한국공항은 엔데믹 이후 폭발하는 항공 수요를 바탕으로 여객(8.2%↑), 화물(15.9%↑), 급유(17.3%↑), 정비(25.7%↑) 등 전 부문에서 두 자릿수 안팎의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선제적으로 고도화한 통합 조업 시스템(TOSS)을 통해 인력과 장비 배치의 비효율을 없애 늘어난 매출을 폭발적인 이익 성장으로 직결시킨 것이다. 여기에 지게차 렌탈과 제주 생수 등 비 지상 조업 부문까지 8.7% 성장하며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성공했다. 재무 건전성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이다. 1분기 말 별도 기준 한국공항의 자본 총계는 4024억 원에 달하지만 부채 총계는 1341억 원에 불과하다. 부채비율은 33.3%(연결 기준 34.5%)로, 대규모 장비 투자가 필수적인 장치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차입금에 의존하지 않는 초우량 재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향후 아시아나에어포트의 악화된 재무 구조를 흡수할 때 강력한 완충재 역할을 할 핵심 요소다. ◇아시아나에어포트, 무너진 수익성과 폭증한 부채…합병의 '뇌관' 될까 통합 법인의 한 축을 담당할 아시아나에어포트의 2025년 재무 성적표는 참담한 상태다. 외형은 방어했으나 내부적인 원가 구조가 완전히 붕괴됐다. 유일한 긍정적 요소는 모회사의 위기 속에서도 매출액이 2461억 원에서 2550억 원으로 3.6% 소폭 증가하며 내부 시장의 물량을 지켜냈다는 점 정도에 불과하다. 2024년 영업이익 56억 원을 냈던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작년 51억 원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당기 순이익 역시 202억 원 흑자에서 48억 원 적자로 곤두박질쳤다. 적자 전환의 절대적 원인은 매출 증가액을 까마득히 초월해버린 매출 원가가 190억 원 급격히 늘어난 데에 있다. 특히 '인건비 폭탄'이 치명적이었다. 종업원 급여는 1145억 원에서 1222억 원으로 불어났고 퇴직 급여가 2024년 92억 원에서 2025년 171억 원으로 약 85%나 폭등했다. 이는 확정 급여 채무 변동 내역에 '과거 근무 원가 61억2600만 원'이 새롭게 인식된 탓이다. 과거 근무 원가란 회사가 노조와의 합의 등을 통해 임금 체계를 개편하거나 퇴직금 산정 기준을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소급 상향해 줄 때 발생하는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다. 합병을 앞둔 불확실성 속에서 직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노조와의 임금 단체 협상, 또는 위로금 성격의 보상 체계 개편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모기업 아시아나항공의 재무난으로 조업 단가는 제대로 올려 받지 못한 채 막대한 노무비용 청구서만 아시아나에어포트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면서 수익 구조가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수익성 악화는 재무 구조의 부실로 직결됐다. 2024년 말 654억 원 수준이었던 아시아나에어포트의 부채 총계는 2025년 말 1007억 원으로 단 1년 만에 54% 늘었다. 자본 총계는 결손금 발생으로 729억 원에서 651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그 결과 89.7%였던 부채 비율은 154.8%로 수직 상승했다. 부채 폭등의 가장 큰 주범은 '리스 부채'다. 2024년 68억 원에 불과했던 리스부채(유동+비유동)는 2025년 무려 310억 원으로 약 4.5배나 폭증했다. 주석 11번(유형자산) 및 13번(리스)을 살펴보면 '사용권자산'이 대거 늘어나면서 리스부채의 비현금변동(신규 체결 및 변경 등)으로 무려 276억 원이 새롭게 인식되었다. 지상조업은 특수 조업 장비(GSE)와 화물 터미널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모기업의 오랜 자금난으로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장비를 직접 취득(CAPEX 투자)할 현금 창출력을 잃었다. 결국 필수 조업 인프라를 유지하거나 노후 장비를 교체하기 위해 '초장기 리스(Lease)' 계약을 대거 갱신하거나 신규 체결한 것이다. 이렇게 빚으로 끌어온 자산은 매년 58억 원에 달하는 사용권 자산 감가상각비와 막대한 이자 비용을 발생시키며 회사의 숨통을 조이는 악성 고정비가 됐다는 분석이다. 아시아나에어포트가 지분 24%를 보유한 관계기업 '아시아나티앤아이'의 투자주식 장부금액이 2024년 128억 원에서 2025년 29억 원으로 증발하다시피 급감했다. 이는 아시아나에어포트가 해당 기업으로부터 91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배당금을 수취하며 자본을 회수했기 때문이다. 극심한 영업적자 속에서 당장의 현금 유동성 경색을 막기 위해 관계 기업에 쌓인 이익 잉여금을 대거 끌어다 쓴 것이다. 단기적인 현금 가뭄은 해소했으나 장기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받쳐주던 든든한 투자 자산은 껍데기만 남게 된 꼴이다. ◇우량한 한국공항마저 짓누르는 '비용의 역습' 아시아나에어포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승승장구하는 한국공항의 2026년 1분기 IR 자료 속에서도 향후 거대한 뇌관이 될 수 있는 치명적인 원가 상승 시그널이 감지된다. 한국공항의 1분기 영업 비용은 전년 대비 9.4%(121억 원) 증가한 1412억 원으로 확인된다. 이 중 인건비는 7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9.6% 상승했다. 이유는 '통상 임금 기준 변경 및 신규 인력 채용'이다. 한국의 노동 환경상 정기 상여금 등이 통상 임금에 산입되면 24시간 교대 근무와 연장 근로가 필수적인 지상 조업 특성상 초과근무 수당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한국공항 역시 구조적인 인건비 팽창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인력난을 대체하기 위한 도급비인 외주 용역비 역시 373억 원으로 8.7% 늘어났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항공유 구입원가다. 조업 장비 운영과 항공유 판매 증가의 영향도 있지만, 국제 유가 등 거시 변수의 직격탄을 맞아 원가가 14억 원에서 29억 원으로 107.1% 상승했다. 이는 지상 조업 산업이 인건비와 유가라는 통제 불가능한 거시 경제 변수에 얼마나 구조적으로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다가올 합병, '메가 조업사'가 직면할 득(得)과 독(毒) 한국공항과 아시아나에어포트의 결합은 국내 항공 인프라 시장 재편을 의미하면서도 이면에는 당장 수술대에 올려야 할 치명적인 부작용들이 도사리고 있다. 가장 크게 기대되는 긍정적 변화는 중복 인프라 제거와 자본적 지출(CAPEX)의 절감이다. 두 회사가 통합하면 동일 공항 내에서 중복으로 대기하던 토잉 카·스텝 카·하이 로더 등 수많은 조업 장비를 하나로 통합 운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가동률이 극대화돼 신규 장비 구매 비용을 대폭 아낄 수 있다. 특히, 빚을 내어 장비를 리스해야 했던 아시아나에어포트의 고비용 구조를 한국공항의 막강한 자본력과 자체 정비 네트워크(의왕·검단 정비 센터)로 흡수하면 비용 누수를 획기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글로벌 외항사들을 상대로 한 조업 단가 협상에서도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게 된다. 반면 우량 기업인 한국공항이 부실해진 아시아나에어포트를 떠안으면서 겪게 될 '승자의 저주' 리스크도 우려된다. 단기적으로 아시아나에어포트가 체결한 310억 원 규모의 악성 리스부채와 378억 원의 퇴직 급여 부채가 통합 재무제표로 이관되면서 재무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인사·노무 통합에 따른 인건비 상향 평준화' 요구가 빗발칠 경우다. 통상적으로 두 기업이 합병하면 노동조합은 양사의 임금 테이블과 복리후생 제도 중 '더 유리하고 높은 쪽'으로 맞춰달라고 강력히 요구한다.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이미 2025년 과거 근무 원가 폭증으로 수익성이 붕괴됐고, 한국공항 역시 통상 임금 확대로 인건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수천 명에 달하는 양사 조업 인력의 인건비 베이스가 합병을 계기로 한 단계 더 뛰어오른다면 통합 법인(PMI)에 막대한 일회성 및 영구적 노무 비용이 발생해 합병 시너지로 얻은 이익이 순식간에 증발할 위험이 크다. '메가 지상 조업사'는 대한민국 항공 물류의 압도적 1위 사업자로 올라설 것이 자명하다. 한국공항은 강력한 자본력과 효율적인 IT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아시아나에어포트를 흡수할 체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도 전에 아시아나에어포트가 지닌 '고비용·고부채'의 꼬리표를 단호하게 끊어내고, 양사 간의 폭발적인 인건비 리스크를 합리적으로 융합하지 못한다면 자칫 공멸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때문에 부실 요인을 과감히 도려내고 융합의 파열음을 최소화할 경영진의 치밀한 재무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항공, ‘3805개 항목’ 통합 AOC 심사 뚫는다…ICAO 기준 입각 ‘비상 탈출 시범’ 완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 항공 운항 증명(AOC, Air Operator Certificate)' 취득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수천가지 항목의 본격적인 현장 안전 검증에 돌입했다. 회사는 국제민간항공기구 부속서(ICAO Annex) 6 규정에 입각한 양사 합동 비상 탈출 시범을 성료했고, 내달 실제 상공에서 진행되는 혼합 편조 종합 점검 비행을 통해 일원화된 안전 운항 능력을 최종 입증할 계획이다. 29일 대한항공은 올해 말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앞두고 객실 승무원의 안전 대응 역량을 종합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통합 비상 탈출 시범'을 전날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와 객실 훈련 센터에서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 입회하에 진행된 이번 시범에는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조성배 아시아나항공 오퍼레이션 부문 부사장 등 양사 경영진 200여 명과 객실 승무원 28명(각 14명), 운항 승무원 8명이 참여했다. ◇85개 분야 3805개 항목…통합 AOC 재발급 위한 세부 점검 이번 훈련은 두 항공사가 하나로 결합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통합 AOC' 심사 절차의 일환이다. AOC는 항공사가 안전 운항에 필요한 조직과 인력·시설·규정을 완벽히 갖추고 있는지를 국가 기관인 항공 당국이 심사해 부여하는 증명서이자 면허다. 기업 합병과 같은 운영 체계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신규 인가를 받아야 한다. 앞서 국토부는 통합 항공사에 적용하기 위해 조종·정비·객실 등 85개 분야에서 3805개에 달하는 세분화된 AOC 점검표를 마련했다. 현재 양사는 서로 다르게 운영돼 온 안전 관리 시스템과 표준 운영 절차(OpSpec)가 이 기준들을 모두 충족하며 일원화됐는지를 현장에서 평가받고 있다. ◇ICAO 부속서 6 '조직 입증·객실 훈련' 규정 맞춘 실전 시연 지난 28일 진행된 합동 훈련은 ICAO가 상업용 항공기 운영 표준으로 제정한 '부속서 6(Annex 6 - Operation of Aircraft, Part I)'의 세부 요구 사항을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구현하는지 검증하는 데 집중했다. 부속서 6 제4장 4.2.1.3조는 'AOC의 발행은 운영자가 수행할 운항의 성격과 규모에 부합하는 적절한 조직·운항 통제·감독 방법·훈련 프로그램 등을 갖추고 있음을 국가에 실질적으로 입증하는 데 달려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평가 기재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지 않은 보잉 737-900과 787-9 기종을 투입했다. 기종 경험과 무관하게 양사 혼합 승무원들이 새롭게 통합된 매뉴얼에 따라 비상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보잉 737-900에서는 이륙 활주 중 엔진 화재가 발생해 이륙 중단(RTO, Rejected Take Off) 대피 시연을 해야 하는 상황이 주어졌다. 이는 부속서 6 제12장(Cabin Crew) 12.1조에 명시된 비상시 '안전하고 신속한 대피(safe and expeditious evacuation)'를 위한 임무 배정 규정에 따른 것이다. 양사 승무원들은 동일한 구호 아래 신속히 화재 반대편 출입문을 개방하고 대피 슬라이드(Evacuation slides)를 전개했다. 보잉 787-9에서는 하와이 호놀룰루 도착 전 양쪽 엔진 고장으로 인한 태평양 해상 비상 착수(Ditching) 시나리오가 진행됐다. 부속서 6 제6장 6.5.3조의 '장거리 수상 비행 시 전 승객을 수용할 구명정(life-saving rafts) 탑재 의무'와 제12장 12.4조의 '모든 승무원이 구명정·대피 슬라이드 등 생존 장비 사용에 능숙하게 훈련되고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규정을 충족하기 위한 훈련이다. 승무원들은 충격 방지 자세 유도부터 착수 후 구명정 팽창과 생존·구조 요청 절차를 차례로 시연했다. ◇ICAO '모의 비행 금지' 준수…내달 5개 기종 띄워 '혼합 편조' 점검 지상 시연을 통해 객실 안전 분야의 주요 요건을 입증한 양사는 오는 6월 국토부 주관의 '인수·합병(M&A) 종합 점검 비행'을 통해 실제 상공에서 시스템 융합을 심사받는다. 부속서 6 제4장 4.2.5조는 '승객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중에는 비상 상황을 모의(in-flight simulation)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점검 비행은 일반 승객 없이 항공안전감독관·조종사·객실 승무원만 탑승해 별도로 진행된다. 6월 2일과 4일, 8일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비행에는 에어버스 A321·A330·A350과 보잉 737·777 등 5개 기종이 동원되고 △김포-광주 △인천-부산 △인천-제주 노선에서 왕복 5회(총 10개 구간) 운항한다. 조종사는 자사 항공기를 운항하지만 객실 승무원은 양사 인력이 섞인 '혼합 편조' 방식으로 탑승해 평가를 받는다. 비행 과정에 동승하는 감독관은 ICAO 규정에 명시된 다양한 비정상 시나리오를 부여해 여압 상실 대처·의료 용품 활용·최소 장비 목록(MEL, Minimum Equipment List) 적용 등 대처 능력을 심사할 예정이다. 실제 부속서 6 제4장 4.4.6조는 고고도 비행 중 '여압 상실(Loss of pressurization)' 상황 발생 시 산소 마스크 대처·승객 보호 절차를 평가하도록 규정한다. 또 부록 A(Attachment A. Medical Supplies)에 규정된 구급 상자(First-aid kit)와 보편적 예방 키트(Universal precaution kit) 등 기내 응급 환자 발생 시 의료 용품 활용·대응 체계를 점검하도록 돼있다. 이륙 전 특정 장비 고장 시 운항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부록 E(Attachment E. Minimum Equipment List)의 기준이 정확히 적용되는지, 이 과정에서 조종석과 지상 부서 간의 소통이 일원화된 절차대로 이뤄지는지도 심사 대상이다. 훈련을 참관한 유경수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관은 “이번 비상 탈출 시범은 양사 승무원의 안전 대응 역량과 협업 체계를 점검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새로 출범하게 될 통합사의 믿음과 신뢰를 다시 한번 증명하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시범으로 통합 운영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확인했다"며 “출범 이후에도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체계적인 훈련과 검증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컨테이너선 ‘조기 성수기’ 특수에 나홀로 강세…건화물·유조선은 ‘수요 둔화, 동반 약세’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선종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다가오는 성수기를 앞두고 화주들의 조기 선적 수요가 몰린 컨테이너선 시장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는 반면 철광석·원유 등을 나르는 건화물선(벌크선)과 유조선 시장은 가용 선박 증가와 화물 수요 둔화의 직격탄을 맞으며 약세를 보였다. 28일 한국해양진흥공사(KOBC)에 따르면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 지수(SCFI)는 전주 대비 77.49포인트(3.6%) 상승한 2218.15를 기록했다. 한국형 컨테이너 운임 지수(KCCI) 역시 2478포인트로 전주 대비 117포인트 크게 뛰어올랐다. 반면 건화물선 시장의 기준이 되는 발틱 운임 지수(BDI)는 2991포인트로 전주 대비 5.1% 하락하며 3,000선이 무너졌다. ◇컨테이너선, 조기 성수기 특수·지정학적 리스크 비용 전가 컨테이너 시장의 전방위적 강세는 앞당겨진 수요와 제반 비용의 성공적인 운임 전가가 맞물린 결과다. 6월 아마존 프라임데이와 7월 예정된 유류 할증료 인상을 앞두고 북미와 유럽행 화물의 조기 선적 예약이 급증했다. 여기에 선사들이 5월 중순 단행한 일괄 운임 인상(GRI)과 긴급 연료 할증료(EFS)가 실제 체결 시장에 안착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긴장 장기화로 선박 회전율이 저하되는 가운데 선사들이 전쟁위험 보험료와 우회 비용 등을 화주에게 전가하면서 중동 항로가 전주 대비 175달러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남미 항로 또한 전주 대비 FEU당 849달러 폭등하며 전체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이는 선사들의 치밀한 공급 관리와 고비용 운항 구조가 운임 상승을 지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건화물선, 묶여있던 배들 풀리며 파나막스 주도 운임 하락 철광석·석탄·곡물 등 원자재를 운송하는 건화물선 시장은 차갑게 식었다. KDCI는 5.5% 내린 2만8031달러로 집계됐다. 시장 하락을 주도한 것은 중형선인 파나막스(Panamax)다. 남미 지역 곡물 수요가 유지됐음에도 호주 지역에 대기하던 선박들이 증가하면서, 태평양 역내 화물을 싣지 않은 빈 배(공선)가 크게 늘어 운임을 강하게 압박했다. 대형선인 케이프(Cape)선 역시 그동안 운임을 방어했던 브라질과 기니 주요 항만의 평균 대기 일수(체선)가 3~4일대로 단축되며 묶여있던 배들이 시장에 대거 풀려났다. 다만 수프라막스(Supramax)선은 대서양 역내 마이너 벌크(곡물·비료 등) 화물 수요가 운임 하단을 방어하며 유일하게 보합세를 유지했다. ◇미·이란 화해 무드에 유가 뚝… 탱커 시황 '먹구름' 유조선 시장도 화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 우려로 중국 등 아시아 대형 화주들이 미국 제재 등을 우려해 중동 석유 조달을 기피하면서 심각한 수요 공백이 발생했다. 게다가 글로벌 정제마진 악화로 정유사들의 가동률마저 저하되며,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과 아프라막스(Aframax) 운임은 전주 대비 각각 11%, 12%대의 가파른 붕괴 수준의 하락세를 보였다. 국제 유가의 급락도 시장의 관망세를 부추겼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96.60달러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11.17달러 추락했다. 미국과 이란 간의 물밑 평화 협상 진전 기대감과 군사 공격 보류 발표 등으로 지정학적 충돌 우려가 완화된 데다 6월 OPEC+ 회의에서의 소폭 증산 합의 가능성까지 대두되며 시장에 공급 과잉 우려가 덮친 영향이다. ◇운임 약세 속에서도 '선박 자산 가치'는 상승세 해상 운임의 전반적인 약세 속에서도 선박 매매(S&P) 시장은 굳건함을 과시했다. 신규 발주 증가 속에 신조선가가 견조한 우상향 흐름을 보였고, 즉시 현장에 투입 가능한 5년 선령의 중고선 가격은 케이프나 VLCC 등 주요 선종에 걸쳐 일제히 오르며 자산 가치 강세 기조를 이어갔다. 선박 해체 가격 또한 주요국에서 하락세가 완화되며 보합세로 돌아섰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해운시장은 성수기 조기 진입 훈풍을 맞은 컨테이너선과 원자재 수요 둔화의 늪에 빠진 벌크·유조선 간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며 “당분간 이러한 선종별 뚜렷한 탈동조화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대한항공 무인기, 스텔스 작전 중 ‘미끼’로 돌변…20년 특허로 풀어낸 ‘윙맨’ 비사

대한항공이 현대 공중전의 패러다임을 바꿀 핵심 개념인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Manned-Unmanned Teaming)'를 연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찰과 정밀 타격을 하며 유인전투기를 호위하는 무인기로 하여금 미끼 역할까지 해낼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을 설계하고, 기체의 뼈대 설계부터 전파를 흡수하는 신소재·인공지능(AI) 군집 지휘·보안 통신망에 이르기까지 전력화에 필요한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7일 본지 취재 결과,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항공기술연구원이 지식재산처에 △스텔스 및 기만 능동 전환 구조 △전파 흡수 폼 코어 소재 △군집 무인기 동적 임무 할당 △암호화 영상 중계 등 6세대 무인기 핵심 특허 4건을 잇달아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 단일기체로 '스텔스'와 '미끼' 넘나드는 가변형 기체 구조 최근 출원된 기술 중 전술적 효용성이 가장 뛰어난 것은 '저피탐(스텔스) 및 기만 능동 전환 항공기 구조'다. 지금까지의 스텔스 무인기나 적 방공망 교란용 기만기는 설계 단계부터 목적에 맞게 외형과 레이더 반사 면적(RCS)이 고정된다. 한 번 출격하면 다른 임무로 바꿀 수 없었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특허는 하나의 무인기가 비행 중 두 가지 전술 모드를 물리적으로 전환할 수 있게 설계됐다. 비밀은 기체 외피를 두 겹으로 나누고, 그 사이를 기계적으로 벌리거나 좁힐 수 있게 만든 '구동기(모터)'에 있다. 외피는 전파를 흡수하는 '전파 흡수부'와 전파를 튕겨내는 '반사판'으로 나뉜다. 적진에 몰래 파고들 때는 구동기를 이용해 흡수부와 반사판을 진공 포장하듯 빈틈없이 밀착시킨다. 이때 입사된 레이더 전파는 두 층 사이에서 위상 변화를 일으켜 스스로 상쇄되는 '스텔스 모드'가 작동한다. 하지만 아군 전투기가 요격될 위기에 처하거나 적 방공망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미끼를 던져야 할 때 지휘 통제 명령이 내려지면 상황은 180도 바뀐다. 구동기가 작동해 전파 흡수부와 반사판을 기계적으로 밀어내 물리적 틈을 만든다. 이 순간 전파 흡수 기능은 작동하지 않고 벌어진 내부 공간에서 반사파가 비약적으로 증폭된다. 적의 레이더에는 이 작은 소형 드론이 갑자기 거대한 대형 수송기나 폭격기처럼 뚜렷하게 포착되는 '기만(Decoy) 모드'로 변신하는 것이다. 트랜스포머처럼 스스로 몸집을 숨기거나 부풀리는 능동적 전자전(AEW, Active Electronic Warfare) 전술이 가능해진다. ◇ “비싼 스텔스 페인트는 끝"…뼈대가 전파 흡수하는 스마트 신소재 무인 윙맨은 소모성 무기인 만큼 가볍고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스텔스기들은 기체 겉면에 무겁고 비싼 특수 전파 흡수 도료(RAM, Radar Absorbing Material)를 두껍게 칠해야 했다. 이 때문에 기체가 무거워지고 잦은 재도색으로 유지비가 천문학적으로 들었다. 실제 F-22A 랩터의 경우 비행 1시간당 스텔스 도료 재도색 등 34시간의 정비가 소요된다. 미국 해군과 공군의 F-35 전투기의 스텔스 코팅은 연간 유지·보수 비용만 약 1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대한항공이 출원한 '전파 흡수 폼 코어 및 그 제조 방법'은 페인트를 바르지 않고 기체의 뼈대 구조물 자체가 레이더를 빨아들이는 '전파 흡수 구조(RAS, Radar Absorbing Structure)' 기술이다. 스티로폼처럼 가벼운 발포 폼 내부에 전기가 통하는 탄소 나노 튜브(CNT, Carbon nanotube) 입자를 고루 뿌리고, 전도성 특수 코팅 섬유를 스며들게 해 굳힌다. 적의 레이더파가 기체에 닿으면 겉에서 튕겨 나가는 대신 기체 내부로 스며들고, 뼈대 속에 얽힌 입자와 섬유 그물망에 이리저리 부딪히며 '다중 산란(Multiple Scattering)'을 일으켜 열 에너지 등으로 소멸한다. 기체의 튼튼함과 깃털 같은 가벼움을 유지하면서도 스텔스 기능을 외피 자체에 심어 넣어 '값싸고 강한 무인기'의 대량 양산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 돌발변수 쏟아지는 전장…군집 드론 엉킴 없이 지휘하는 'AI 두뇌' 수십 대의 드론 편대를 동시에 통제하는 두뇌 역시 진일보했다. 기존의 무인기 지휘 시스템은 주어진 여러 목적지를 가장 짧게 한 번씩 도는 경로를 찾는 것과 같아 주로 수학적 모델인 '순회 외판원 문제'나 제한된 자원 내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임무만 골라 담는 모델인 '배낭 문제' 알고리즘에 의존했다. 문제는 실제 전장에서는 드론이 피격을 당하거나 기상 악화로 연료가 급감하고, 갑자기 새로운 표적이 등장하는 등 동적 상황이 수시로 변한다는 점이다. 기존 모델은 이런 변수가 발생하면 연산에 과부하가 걸려 새로운 최적 경로를 짜는 데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대한항공은 부산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공동 연구한 '동적 상황을 부여 가능한 무인 항공기의 임무 할당 방법' 특허를 통해 이를 해결했다. 개별 무인기의 수평·수직 비행 속도, 이착륙 연료 소모율, 탑재 무장 등 고유 특성을 '혼합 정수 선형 계획법(MILP, Mixed-Integer Linear Programming)'이라는 고도화된 최적화 방정식 모델에 대입한 것이다. 전황이 급변하더라도 지상의 통제 컴퓨터가 개별 무인기들의 남은 연료와 상태를 밀리초 단위로 실시간 연산해 가장 적합한 위치와 여력을 가진 기체에 정찰이나 타격 임무를 충돌 없이 즉시 재할당한다. 사람 한 명이 수십 대의 드론 편대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AI 사령관을 구축한 셈이다. 여기에 수십 대의 드론이 보내오는 고화질 영상을 지휘관들이 끊김 없이 볼 수 있도록 '복수의 무인 이동체 촬영 영상의 암호화 중계 방법'도 적용했다. 무인기를 조종하는 핵심 신호는 철저히 1대1 무선 통신만 연결해 적의 전파 방해를 막고, 트래픽을 크게 유발하는 무거운 영상 데이터는 지상 통제소에서 암호화한 뒤 별도의 유선 인터넷(VPN 서버)망을 통해 지휘부로 쪼개 보낸다. 트래픽 과부하 상황에서도 비행 조종 신호가 절대 지연되지 않도록 보안과 안정성을 극대화한 이원화 통신 방식이다. ◇ 특허 데이터가 증명하는 대한항공의 무인기 체계 100% 국산화 4단계 궤적 본지가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이 지난 20여 년간 출원·등록한 방산 특허 연대기를 분석한 결과, 무기체계 개발 과정에서 겪는 공학적 한계점들을 자체 기술로 돌파해 온 4단계의 궤적을 볼 수 있었다. 1단계: “추락을 막아라"…초자율 비행 제어·시뮬레이션 환경 구축 새로운 무인기를 개발할 때 가장 큰 리스크는 비행 제어 소프트웨어 오류로 인한 고가의 시제기 추락이다. 대한항공은 2007년 등록된 '가상 비행시험 방법(10-0842105)' 특허를 통해 이를 선제적으로 해결했다. 우선 드론을 실제로 하늘에 띄우지 않고 지상에 기체의 흔들림과 움직임을 똑같이 흉내 내는 3축 모션 장비를 만들고 이를 비행 제어 컴퓨터(FCC, Flight Control Computer)에 연결했다. 실제 제어기(하드웨어)를 가상으로 구현된 물리적 환경(디지털 트윈)과 연결해 실시간으로 테스트하고 검증하는 기술인 'HIL(Hardware-In-the-Loop) 시스템'을 구축해 공중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하드웨어 결함을 사전에 100% 잡아내는 가상 현실 테스트 환경을 완성한 것이다. 더불어 신경망 회로를 이용해 비행 선형제어 오차를 스스로 수정하고(10-0842103), 활주로가 부족한 한국 산악 환경에 맞춰 드론 전방 카메라가 좁은 그물망의 모서리를 컨벌루션 연산으로 정밀하게 인식해 자동 회수되는 기법(10-0842101) 등을 이때 이미 확립했다. 무인기의 '안전하고 흔들림 없는 두뇌'를 가장 먼저 만든 셈이다. ㅈ2단계: “거대 가마솥은 버린다"…복합재 양산 공정·구조 설계 고도화 비행 제어가 안정되자 대한항공의 다음 과제는 '드론을 어떻게 빠르고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것인가'였다. 기존 항공기 탄소 섬유 복합 소재를 구워내려면 '오토클레이브(Autoclave)'라는 거대하고 비싼 고온·고압 가마가 필수였다. 하지만 2013년 출원된 '복합재 제작 장치(등록 10-1440935)' 특허는 이 상식을 깼다. 오토클레이브 없이 내부에 뜨거운 오일이 흐르는 유로을 파넣어 거푸집 자체가 스스로 열과 압력을 내는 '자체 가열·가압 전용 틀(몰드)'을 독자 개발해 낸 것이다. 이를 통해 기포나 주름 같은 결함 없이 비행기 날개를 빠르고 저렴하게 대량으로 찍어내는 공정 혁신(OOA, Out-of-Autoclave)을 이뤄냈다. 이와 함께 하드웨어 구조 설계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복잡한 3차원 블레이드 계산을 1차원과 2차원으로 분할 연산하는 비선형 등가 모델링(10-1499497), 게이지를 붙이기 힘든 부위의 피로수명을 풀 브릿지 회로와 수학적 선형 외삽법으로 정밀 측정하는 기법(10-1680090), 기체의 어느 부위가 언제 부서질지를 소프트웨어가 자동 연산해 최적의 뼈대 두께를 찾아내는 알고리즘(10-1507750) 등을 연달아 등록하며 양산 효율을 극대화했다. 3단계: “번개는 막고 레이더는 삼킨다"…메타 물질 스텔스·동력 제어 기체 대량 양산 체계를 갖춘 2020년대부터는 적에게 들키지 않는 '생존성' 확보에 역량을 집중했다. 일반적으로 복합재 항공기가 낙뢰를 맞으면 내부 전자 장비가 타버리기 때문에 표면에 구리 등 얇은 금속망을 씌운다. 하지만 이 금속망은 적의 레이더 전파를 거울처럼 그대로 반사시켜 스텔스 기능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치명적인 모순이 있었다. 대한항공은 '낙뢰 보호 금속층이 삽입된 전자기파 흡수 폼 기반 복합재(등록 10-2635644, 10-2391715)' 특허로 이 딜레마를 깼다. 얇은 절연 필름 위에 은(Ag)과 전도성 잉크로 11mm 크기의 미세한 특수 격자 무늬(PPS)를 정밀 인쇄했다. 이 패턴은 최대 200kA에 달하는 벼락의 에너지는 피뢰침처럼 밖으로 방전시키면서도 전투기 요격용 X밴드 레이더 전파가 날아오면 90% 이상 흡수하는 '메타 물질(Meta-material)'로 기능한다. 더불어 마이크로웨이브를 흡수해 고고도 결빙을 막는 자체 발열 뼈대(10-2378169)와, 발전기 부하와 배터리 전류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전력을 지능적으로 나눠 쓰는 하이브리드 발전 제어망(10-2022-0059993)을 구축해 무인기가 악천후 속에서도 더 오래, 안전하게 날 수 있게 만들었다. 4단계: 실전 투입을 위한 전술체계 종합 이처럼 단계적으로 쌓아 올린 비행 제어 검증(1단계)→구조 양산 혁신(2단계)→메타 물질 스텔스·동력 확보(3단계) 등 탄탄한 뼈대 위에서 탄생한 것이 이번 신규 4건의 특허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은 '능동 스텔스-기만 변환 구조'와 수학적 연산의 한계를 돌파한 'MILP 기반 군집 AI 두뇌'라는 마지막 전술적 퍼즐이 결합하며 당장 실전 투입을 가정한 6세대 무인 윙맨 체계의 완전한 조립(System Integration)이 이뤄진 것이다. 현재 국방 당국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국산 초음속 KF-21 전투기 호위용 '무인 윙맨' 전력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기체의 뼈대 설계부터 전파를 흡수하는 신소재·AI 군집 지휘·보안 통신망에 이르기까지 무인기 전력화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내재화 하고 관련 생태계를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해온 만큼 방대한 기술 축적량이 수주전의 판도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메가 캐리어’ 이륙 채비 끝…대한항공·한진칼 신용등급 전망 ‘긍정적’ 동반상향

오는 12월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사업회사 대한항공과 모회사 한진칼의 신용도 상향에 청신호가 켜졌다. 거시경제의 짙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탄탄한 이익 창출력과 선제적으로 비축한 막대한 재무 체력을 증명하며 합병 이후 '초대형 항공사(메가 캐리어)'로서 맞이할 시너지 기대감이 신용평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 단일법인이 가져올 '규모의 시너지', 압도적 원가 경쟁력 확보 27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본평가와 정기평가를 통해 대한항공(무보증 사채 A)과 지주사인 ㈜한진칼(무보증 사채 A-)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일제히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통상 '긍정적' 전망은 향후 1~2년 내에 실질적인 신용등급 자체가 한 단계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신용등급 전망 상향을 이끈 최우선 동인은 단연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사업 경쟁력 제고'다. 대한항공은 지난 13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오는 12월 16일을 기일로 아시아나항공 흡수합병을 마무리 짓는다. 한신평은 양사가 단일법인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노선 망과 특정 시간대 이착륙 권리인 슬롯, 기재 운용이 일원화되면서 압도적인 운항 효율성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카이팀 얼라이언스 활용도와 환승 수요가 극대화되고 운항 인프라·IT 시스템·정비(MRO) 부문의 통합으로 중복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며 '규모의 경제'를 통한 구조적 원가 경쟁력이 실현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글로벌 항공업계는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촉발된 고유가와 고환율이라는 강력한 지정학적 악재에 직면해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2024년 말 아시아나항공을 연결대상에 편입한 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이 온전히 반영된 2025년 기준 매출액 25조2255억원으로 전년 대비 41.2% 급성장했지만, 합산 수익성은 다소 저하되는 '성장통'을 겪기도 했다. ◇ 9조원대 잉여금이 만든 철벽 수비…한진칼 동반격상 그러나 올해 1분기 실적은 이 같은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일본·중국 중심의 견조한 여객 수요와 유럽 노선 운임 상승에 힘입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7.8%를 기록, 전년 동기 6.6% 대비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한신평은 2분기 이후 고유가로 인한 수익성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으나, 유류 할증료 부과와 선제적 유가 헷징 등 외부 충격에 대한 우수한 대응력을 바탕으로 합병 시너지와 함께 굳건한 이익 창출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무 구조가 취약한 아시아나항공을 품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함에도 대한항공의 펀더멘털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그동한 쌓아온 막대한 '재무 실탄' 덕분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2021년 4조4159억원 규모의 선제적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4조6000억원 가량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며 두터운 자본 완충력을 확보했다. 그 결과, 지속적인 신형 항공기 도입에도 불구하고 올해 3월 말 연결 기준 부채 비율은 372.8%, 순차입금 의존도는 37.6%로 양호한 상태다. 이러한 핵심 자회사의 체질 개선은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신용도에도 즉각적인 훈풍을 불어넣었다. 자회사의 리스크 축소가 지주사의 구조적 후순위성을 완화하면서 한진칼 역시 통합 기준 신용도 상향 가능성이 높아져 나란히 등급 전망이 격상되는 수혜를 누렸다. ◇ KMI '순차입금/자기 자본'으로 전격 교체… 남은 과제는 'PMI 연착륙'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한신평이 대한항공의 신용도 핵심 모니터링 지표(KMI)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는 점이다. 기존 'EBITDA/매출액(영업 수익성)' 및 '순차입금 의존도' 기준을 폐기하고, 포괄적 자본 건전성 지표인 '순차입금/자기 자본 비율'로 단일화했다. 이는 메가 캐리어 출범 이후에는 합병 초기에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시적인 수익성 변동보다는 대규모 자금 소요 속에서 거대해진 부채를 자체 자본력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가 신용도의 핵심 척도라는 평가사의 전략적 시각 변화를 의미한다. 한신평은 해당 지표가 200%를 초과할 경우 다시 '안정적'으로 하향된다고 단서를 달았으나 올 1분기 기준 156.6%로 상향 유지에 여유로운 상태다. 물론 장밋빛 미래만 보장된 것은 아니다. 한신평은 향후 신용도의 최종 관문으로 인수 후 통합(PMI)의 연착륙을 지목했다. 합병 초기 전산망 통합이나 인력 재배치 등 일시적인 운영 비효율 극복이 첫 번째 과제다. 특히 소비자의 반발이 예상되는 '마일리지 프로그램 통합 비율 산정'과 '서비스 정책 재편'을 얼마나 매끄럽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시너지 발현 속도가 좌우될 전망이다. 더불어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산하 저비용 항공사(LCC) 통합이라는 거대한 후속 구조 개편 작업과 해외 항공사 지분 매입 등 추가 투자에 따른 재무 변동성도 꼼꼼히 점검해야 할 점으로 남아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성과급 불길’ 삼성 넘어 車·조선·IT로 번진다

삼성전자 노조가 촉발한 '성과급 불길'이 국내 자동차·조선·철강 등 전통 제조업은 물론 정보기술(IT) 업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성과 공유' 요구가 주요 대기업 노조 중심으로 거세지면서 성과급 지급 문제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산업별 노조들은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인상과 함께 성과급 확대를 전면에 내세우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를 중심으로 조선·철강 등 강성 노조가 포진한 업종에서 성과급 요구가 노사 협상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먼저, 삼성전자 노조가 불씨를 놓은 성과급 이슈는 완성차 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최근까지 사측과 5차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성과급과 신규 채용, 정년 연장 등 핵심 현안을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상여금 800% 지급, 정년 연장과 함께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생산 현장 로봇 도입 확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고용 안정과 신규 채용 확대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순이익(10조3648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성과급 규모는 약 3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2조5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기아 노조도 최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요구안에는 기본급 인상 외에도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자사주 지급 확대, 출산장려금 인상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통상 기아가 현대차 임단협 진행 상황을 참고해 협상에 나서는 만큼 최종 협상 결과 역시 현대차와 유사한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 역시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함께 총매출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 상견례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KGM)도 선두 업체들의 교섭 상황을 지켜보며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조선업계에서도 성과 공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고수익 선박 수주 물량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면서 노조를 중심으로 성과급 확대 요구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상여금 100% 인상과 함께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증권가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올해 영업이익이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노조 요구가 수용될 경우 성과급 규모는 1조원을 웃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HD현대중공업을 시작으로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화오션 노조는 향후 성과급 지급 체계 개선안을 회사 측에 제출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 노조는 아직 구체적인 요구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오는 6월 말~7월 초 노사 상견례를 앞두고 있어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철강산업도 대표적인 노동 집약적 산업인 만큼 올해 임단협도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8일 노사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단협을 세 차례 진행했다. 올해는 노조가 150% 수준의 성과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측은 내수 부진과 보호무역 등 시황 부진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 노사는 2년 전 임단협 때 각각 파업과 직장 폐쇄로 맞설 정도로 극심한 갈등을 겪으면서 해를 넘겨 협상을 타결했다. 다만 지난해는 부진한 철강 시황 등을 고려해 노사가 파업 없이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포스코는 하청 노동자 직고용과 교섭 단위 분리 문제가 얽혀 사정이 더 복잡하다. 포스코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개선한다는 목표로 포항·광양제철소에서 일하는 생산·조업 협력사 직원 7000여명을 직고용하는 계획을 내놨다. 기존 직군(E직군)과 임금·승진 체계가 다른 S(시너지)직군을 별도로 신설한다는 것이 큰 틀이다. 노조들은 포스코가 하청 직고용 계획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반발했다. 정규직 중심의 포스코노동조합은 하청 직고용으로 정규직이 늘어나면 복지 혜택 등 기존 노동자들의 몫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노위 중재 3차 시한이 28일까지지만 노사 입장 차이를 못 좁힌 만큼 향후 진행될 임단협에서 주요 쟁점으로 가져갈 예정이다. IT 업계에서도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최근 성과급 체계와 고용 안정 문제를 지적하며 경영 책임론을 제기했다. 노조는 공정한 성과 보상과 이익 분배, 경영 쇄신, 고용 안정 및 공동체 안전망 구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예측 가능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의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직원 1인당 성과급은 약 20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카카오 계열 4개 법인은 노사 조정이 결렬되면서 이미 쟁의권을 확보했다. 카카오 본사 역시 이날 노동위원회 조정 결과에 따라 쟁의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실시된 파업 찬반투표에서는 5개 법인 모두 파업 찬성이 가결돼 그룹 차원의 공동 파업 가능성도 제기된다. LG유플러스 노조도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며 사측과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1일 열린 임단협 4차 교섭에서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임금 총액을 8%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8900억원과 임직원 수 약 9800명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1인당 성과급은 약 2700만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이 단순한 임금 인상 요구를 넘어 기업 이익 배분 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확산되고 있다"며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상황에서 노조의 성과 공유 요구도 한층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들의 실적 회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노조들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어 올해 산업계 전반의 임단협은 예년보다 더욱 치열한 협상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성과가 곧바로 성과급으로 연결되는 것이 마치 공식처럼 자리 잡고 있다"며 “원래 기업 이익은 투자와 연구개발, 사내유보, 주주 환원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돼야 하지만 최근에는 성과가 나면 직원들과 우선 공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산업계는 노조의 영향력이 큰 만큼 다른 기업의 성과급 사례가 나오면 이를 기준으로 추가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자동차·조선·철강·IT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성과급 요구가 확산되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무조건 성과급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업 이익은 주주 환원과 미래 투자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성과급 확대 요구와 기업의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향후 노사 협상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항공보안학회, ‘2026년 제2회 항공 보안 논문 공모전’ 개최

항공 보안과 안전 분야의 발전과 제도 개선, 차세대 보안 기술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논문 공모전이 열린다. 27일 한국항공보안학회는 '2026년 제2회 항공 보안 논문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참가 자격은 주저자를 기준으로 일반인·석사 이상 대학원생이 참여하는 '일반부'와 학부생 대상의 '학생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공모 분야는 총 5개 부문으로 △항공 보안 법제·제도 개선 △공항·항공 보안 검색·경비 △항공사·항공기 내·항공 화물 보안 △차세대 항공 보안 장비 기술 개발 및 드론·UAM 보안 △기타 항공 보안·항공안전 분야 등이다. 제출 논문은 공모전에 내는 시점을 기준으로 국내외 학술지에 발간(발간 예정 포함)되지 않은 미발표 순수 연구 성과여야 한다. 논문 접수 기간은 오는 6월 1일 9시부터 22일 17시까지다. 참가자는 논문 투고 신청서·투고용 논문(저자명 제외)·KCI 논문 유사도 검사 결과 보고서(유사율 10% 이하)를 제출해야 하며, 학생부 지원자의 경우 재학 증명서를 추가로 구비해 항공보안학회 공식 이메일로 접수하면 된다. 주최 측은 연구 윤리를 엄격히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생성형 AI의 생성 결과물을 그대로 제출하는 것은 연구 윤리 위반으로 간주해 자동 탈락 처리한다. 논문의 가독성 향상과 언어 교정을 위한 제한적인 생성형 AI 활용은 허용한다. 접수된 논문은 투명하고 체계적인 심사 과정을 거친다. 6월 23일부터 25일까지 유사도 점검·양식 준수 여부·자격 기준 등을 살피는 1차 정량 평가가 진행되며, 6월 26일부터 7월 1일까지 독창성·적합성·적절성·적용성·논문 완성도 등 10개 항목을 심층 평가하는 2차 정성 평가가 이어진다. 시상 규모는 총 20편, 총상금은 1000만 원에 달한다. 최우수상(총 6편, 일반·학생 각 3편)은 한국공항공사장상, 인천국제공항공사장상, 항공안전기술원장상과 각 5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우수상(총 4편, 일반·학생 각 2편)은 인천공항보안·한국공항보안 사장상과 각 50만 원, 장려상(총 5편, 일반부 2편·학생부 3편)은 한국항공보안학회장상과 각 40만 원, 특별상(총 4편, 일반부 2편·학생부 2편)은 테러보안대책협의회 의장상과 각 50만 원을 수여한다. 최종 수상작은 7월 3일 심사위원회를 거쳐 7월 6일 학회 홈페이지 공지·개별 통보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시상식은 7월 8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국립항공박물관에서 열리는 '항공 보안 주간 개막식' 행사와 연계해 진행된다. 아울러 본 공모전에 제출한 논문 중 저자가 희망할 경우, 오는 8월 31일 발간 예정인 학회 학술지 '항공보안·안전 거버넌스'(제8권 제2호)에 투고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공모전에 관한 자세한 사항 문의는 학회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HD현대重, KDDX 상세 설계·선도함 건조 입찰 등록…‘보안 감점 연장 금지’ 가처분 신청도

HD현대중공업이 대한민국 해군의 숙원 사업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 입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와 동시에 입찰의 최대 쟁점인 '보안 감점'의 부당한 연장을 막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서며 정면 돌파 의지를 확고히 했다. 27일 HD현대중공업은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 참여를 위한 입찰 참가 등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KDDX 사업은 △선체 △전투 체계 △대형 통합 마스트 등 주요 구성품을 순수 국내 기술로 연구·개발하는 동시에 국내 최초로 '통합 전기식 추진 체계'를 적용하는 초고난이도 국책 사업으로, 총 사업 규모는 7조8000억 원에 이른다. 앞서 KDDX의 '기본 설계'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는 HD현대중공업은 최고 수준의 함정 건조 역량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해군의 전력 강화와 국가 방위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이번 입찰 참여를 결정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국내 1위 함정 사업자로서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KDDX 사업의 성공을 위해 끝까지 책임 있는 자세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KDDX 대전'의 핵심 아킬레스건, '보안 감점' 두고 법정 공방 예고 이날 HD현대중공업은 또한 법원에 '보안 감점 연장 적용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KDDX 사업권을 두고 한화오션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수주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인 보안 감점의 부당함을 공론화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HD현대중공업이 법적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방위사업청이 진행한 '해양 정보함(AGX, Auxiliary General Ocean Surveillance) 기본 설계' 제안서 평가 결과가 발단이 됐다. 당시 평가에서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에 적용한 보안 감점이 법적 근거 없이 부당하게 연장 적용됐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KDDX의 직전 단계인 기본 설계를 수행한 업체인 만큼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 역시 자신들이 맡는 것이 국방 전력 공백을 줄이는 순리라는 입장이다. 반면 경쟁사인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은 과거 HD현대중공업 직원이 자사의 KDDX 개념 설계 자료를 불법 탈취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점을 들어, 도덕성과 공정성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HD현대중공업은 해당 사건으로 인해 군사 기밀 보호법 위반으로 방사청 입찰 시 1.8점의 보안 감점을 적용받아 왔다. 소수점 단위로 당락이 결정되는 방산 입찰 특성상 이 감점은 치명적인 페널티로 작용했다. 올해 초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입찰 참가 자격 제한(부정당 업자 제재)' 안건을 심의했으나 대표나 임원이 직접 개입한 증거가 없다며 행정 지도로 마무리하고 입찰 참여 길을 열어두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경쟁사 간의 고발전과 감사원 청구 등이 이어지며 감점 적용 기간과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극에 달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이번 가처분 신청에 대해 “KDDX 사업의 공정하고 투명한 진행을 위한 정당한 조치"라며 기술력 중심의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국가 안보를 책임질 차세대 구축함 사업이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만간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내려질 예정인 가운데 기술력 우위를 내세운 HD현대중공업과 감점 제도를 무기로 정당성을 주장하는 한화오션 간의 KDDX 수주전은 법정 공방으로 번지며 한층 더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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