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美 최대 EPC ‘키윗’과 ‘방산·해상 AI’ 장악 나선다

글로벌 1위 조선기업 HD현대가 미국의 굳건한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뚫고 현지 해양 산업의 심장부로 진입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 최대 종합 설계·조달·시공 기업(EPC, Engineering·Procurement·Construction)과의 선박 건조 파트너십 체결이지만, 그 이면에는 쇠퇴한 미국 조선업 재건을 돕는 동시에 미 해군 함정 시장을 공략하고 인공 지능(AI) 시대의 핵심인 '부유식 데이터 센터(FDC, Floating Data Center)' 시장까지 선점하겠다는 고도의 다목적 청사진이 깔려 있다. ◇“설계는 한국, 조립은 미국"…'존스법' 뚫는 현지화 전략 19일 HD현대는 미국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Corpus Christi)에 위치한 키윗오프쇼어 본사에서 '키윗(Kiewit)'과 '조선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북미와 남미에서 대형 해양 구조물 제작과 시운전에 독보적인 실적을 보유한 키윗은 1만3000톤급 초대형 육상 크레인(HLD) 등 압도적인 해양 인프라를 갖춘 종합 EPC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미국 현지에서 선박을 공동 건조하고, 선박용 블록·모듈을 현지 생산하기로 했다. 이 협력의 핵심은 미국의 연안 무역법인 '존스법(Jones Act)'를 정면 돌파하는 데 있다. 존스액트는 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선박이 100% 미국 내에서 건조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외국산 주요 구성품이 전체 강재 중량의 1.5%를 넘어설 수 없도록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HD현대는 완성된 배나 대형 블록을 직접 수출하지 않고 자사의 고부가가치 설계 노하우와 기자재 공급망 관리(소프트파워)를 제공하고 키윗의 현지 인프라(하드웨어)를 활용해 실물 블록을 미국 영토 내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까다로운 'Made in USA' 규제를 원천적으로 우회하는 가장 확실한 현지화 전략이다. ◇'직접 인수' vs '생태계 구축'…자산 경량화 동맹 이는 경쟁사인 한화오션의 미국 진출 방식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한화오션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펜실베이니아주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를 전격 인수하는 '자산 집중형(Asset-Heavy)' 전략을 택했다면, HD현대는 대규모 직접 투자나 현지 노후 설비 유지·노조 갈등 리스크를 피하면서 각 분야 1위 기업들을 우군으로 삼는 '자산 경량화(Asset-Light)'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로 HD현대는 지난해 4월과 6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HII)와 해양 작업 지원선 전문 기업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잇달아 선박 건조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상선(ECO)-방산(HII)-해양 구조물 시공(키윗)을 아우르는 '미국 내 간접 생산 삼각 동맹'이 완성된 셈이다. ◇MRO 신뢰 발판 삼아 미 해군 '차세대 함정' 신조(新造) 정조준 이 거대한 생산 네트워크의 1차 타깃은 극심한 병목 현상을 겪고 있는 미 해군 방산 시장이다. 수십 년간 이어진 투자 축소로 미국 조선소들의 인프라가 붕괴되면서 미 해군은 함정 가동률 저하라는 심각한 안보 공백에 직면해 있다. 이 틈을 타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월리 쉬라', '세사르 차베즈', '앨런 셰퍼드' 등 미 해군 화물보급함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잇달아 완수하며 공기 준수 능력을 미 해군 지휘부에 증명해 냈다. HD현대는 MRO 시장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현지 파트너인 HII·키윗의 턴키 시공 능력을 결합해 향후 미 해군이 준비 중인 차세대 군수 지원함 공동 건조 등 십수조 원 규모의 신조 시장 주도권까지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바다 위 AI 심다…FDC로 개척하는 차세대 인프라 블루오션 조선·방산 못지않게 산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양사가 협력 범위를 발전 인프라인 FDC 분야로 확대하기로 한 점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열풍으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데이터 센터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육상 데이터센터는 부지 부족과 전력망 과부하, 서버 냉각을 위한 천문학적인 수자원 고갈 문제로 한계에 부딪혔다. 대안으로 떠오른 FDC는 바다 위에 거대한 구조물을 띄워 차가운 해수로 '자연 냉각'을 진행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해상 풍력 등을 통해 자체 무탄소 전력(Off-grid)까지 생산할 수 있는 혁신 인프라다. HD현대는 압도적인 부유체 설계 능력을 바탕으로 이미 글로벌 전력 인프라 1위 기업인 프랑스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FDC 냉각 및 전력 솔루션 공동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여기에 미국의 엄격한 연안 규제를 뚫고 복잡한 해상 계류·시공을 해낼 수 있는 키윗이 가세하면서 '설계(HD현대)-전력 인프라(슈나이더) - 현지 해상 시공(키윗)'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이 만들어졌다. ◇선박 제조사 넘어 '글로벌 딥테크 인프라 공급자'로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고도로 숙련된 인력이 부족한 미국 조선업 환경에서 HD현대가 자사의 자동화 공법과 공정 관리 능력을 현지 야드에 얼마나 빠르고 완벽하게 이식하느냐가 향후 수익성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하지만 지식재산권(IP)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무기로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 장벽을 돌파한 HD현대의 치밀한 우회 전략은 전통적인 하드웨어 수출 구조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HD현대는 쇠퇴한 미국 조선업의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미 함정 시장을 개척하고 폭발하는 AI 전력 수요를 바다 위에서 해결할 '글로벌 해상 딥테크 인프라 공급자'로 진화하고 있어 다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그룹, 韓 ‘K-해상 풍력’ 띄우고, 美 ‘안보 방패’ 품었다

글로벌 산업계의 지형도가 탈 탄소와 지정학적 방위력 강화라는 두 거대한 축을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이 중대한 시대적 변곡점에서 한화그룹 해양·조선 부문(한화오션·한화 필리 조선소)의 광폭 행보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안방인 한국에서는 총 사업비 3조4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상업용 해상 풍력 단지 조성을 진두지휘하며 'K-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을 완성하고 있고,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국방 핵심 프로젝트인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 연계 선박을 수주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는 수주형 선박 건조에 의존하던 전통적 조선업의 한계에서 탈피해 인류의 양대 과제를 해결하는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방산 종합 솔루션 디벨로퍼'로 체질을 개선한 한화그룹의 전략적 퀀텀 점프를 시사한다. ◇美 국방 심장부 뚫다…필리 조선소, '안보 핵심 기지'로 위상 격상 가장 먼저 낭보가 울린 곳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다. 지난 17일 미국 교통부 해사청(MARAD)은 한화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필리조선소가 미국의 차세대 공중 미사일 방어체계 '골든 돔(Golden Dome)' 구축을 위한 필수 안보 자산인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 건조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골든 디펜더'로 명명돼 2030년부터 인도될 이 특수 함정은 미사일 비행 시험 시 △궤적 추적 △원격 측정 자료 수집 △통신·결과 분석 등을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다. 선박 건조 관리 기업 토트 서비스(TOTE Services)와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 한화필리조선소는 이번 수주를 통해 상선이나 훈련선을 만들던 민간 조선소에서 미국의 국가 안보 임무를 직접 수행하는 방산 기지로 그 위상이 단숨에 격상됐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히 추진 중인 '미국 조선업 재건(MASGA)' 구상과 한미 양국의 1500억 달러 규모 조선업 투자 파트너십의 중심축으로 한화가 낙점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혁신서밋에서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직접 언급한 데 이어 명명식에 참석한 러셀 서로우 보우트 백악관 관리예산실 국장과 션 더피 미 교통부 장관은 “이 선박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뒷받침하고 장병들을 외부 위협으로부터 더 안전하게 지킬 것"이라고 극찬했다. 한화디펜스USA와 함께 미 해군 차세대 군수 지원함(NGLS) 개념 설계 사업에도 참여 중인 한화오션은 철옹성 같은 미국 군함 건조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고히 다지게 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닻 올린 3.4조 '신안 우이 해상 풍력'…한화오션, EPCIO 주간사로 비상 미국 시장에서 국가 안보의 방패를 주조하고 있다면 국내에서는 첨단 산업의 생명줄이 될 청정 에너지 인프라 구축의 선봉장에 섰다. 지난 16일 전남 신안군에서는 총 설비용량 390MW(원전 1기 발전용량의 40%) 규모의 '신안 우이 해상 풍력 발전 사업' 착공식이 열렸다. 한화오션은 이 프로젝트에서 시공사에 머물지 않고 '사업 입지 발굴→인%허가→투자 재원 유치→설계·조달·시공(EPC)→해상 설치·운영' 등 전 주기를 통제하는 '총괄 디벨로퍼 겸 EPCIO 주간사'로 나섰으며, 단독 수주 금액만 1조9716억 원에 달한다. 가장 돋보이는 경쟁력은 핵심 인프라의 '내재화'와 완벽한 'K-공급망' 구축이다. 한화오션은 전 세계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WTIV) 건조 시장을 중국이 독식하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약 8000억 원을 투자해 15MW급 초대형 터빈을 직접 설치할 수 있는 최첨단 WTIV를 거제 사업장에서 자체 건조해 2028년 신안 현장에 즉시 투입한다. 더불어 고도의 해양 플랜트 기술이 요구되는 400MW급 해상 변전소(OSS) 상부 구조물까지 직접 제작한다. 여기에 베스타스(Vestas)의 15MW 터빈, 현대스틸산업의 하부구조물, LS전선의 초고압 해저 케이블 등을 엮어 핵심 기자재의 97%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금융·사회적 수용성 확보 측면에서도 고도화된 전략을 뽐냈다. 정부의 '국민 성장 펀드' 1호 투자와 '미래 에너지 펀드' 등 총 1조3000억 원 규모의 정책·민간 결합 펀드를 유치해 고금리 시대의 PF 한계를 순수 국내 자본으로 돌파했다. 나아가 주민들이 채권 투자를 통해 연간 250억 원의 발전 수익을 배당받는 '바람 연금(주민 참여 이익 공유제)'을 도입해 대형 인프라 건설의 고질적 난제인 님비(NIMBY) 갈등을 혁신적으로 해소하고 지역 경제 선순환의 국가적 롤모델을 세웠다. 데이비드 김 한화필리조선소 CEO는 “필라델피아는 국가를 위해 선박을 건조해 온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이며, 우리의 조선소가 그 유산을 이어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업은 검증된 설계 능력과 숙련된 인력, 정부와 산업계의 긴밀한 협력 등이 결합했을 때 무엇이 가능한지 보여주는 실질적 사례"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신라대-대한상의, 채용연계형 항공 보안요원 양성 돌입

신라대학교가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의 양대 법정 보안 교육을 통합한 전국 유일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최정예 항공·항만 보안 전문 인력 양성에 돌입했다. 신라대 평생교육원은 지난 13일 교내 예술관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주관 '직업계고 채용 연계형 첨단 보안 검색 요원 양성 과정' 입교식을 열고 본격적인 훈련 플랫폼을 가동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과정은 직업계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는 9월 30일까지 두 달 반 동안 하루 8시간씩 총 400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초고강도 실무 훈련이다. 교육생들은 ▲민간 경비 기초 이론 ▲항공·항만 보안 검색 실무 ▲고난도 X-레이 판독 ▲최첨단 검색 장비 운용 능력을 반복 숙달하게 된다. 수료 후에는 대기업·중견 우수 보안 기업으로의 100% 채용 연계를 목표로 취업 컨설팅과 실전 모의 면접이 원스톱으로 지원된다. 신라대가 이처럼 파격적인 채용 연계 플랫폼을 가동할 수 있는 배경에는 타 교육 기관이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트리플 크라운' 인프라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 공항 등 핵심 국가 인프라에 투입되는 항공보안 인력은 항공보안법에 따른 첨단 검색 역량은 물론, 경비업법에 따라 무기를 소지하고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특수경비원' 자격(88시간)을 동시에 검증받아야 한다. 신라대는 전국의 모든 대학을 통틀어 유일하게 경찰청 관할 경비 지도사·일반 경비원·특수 경비원 등 민간 경비 3개 전 과정 인가를 석권했고 동시에 국토부 지정 11개 항공 보안 과정을 융합 운영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교육생들은 사설 협회나 타 지역을 전전하며 이중 비용을 지불할 필요 없이 캠퍼스 내에서 모든 법적 필수 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 '완결형 에코시스템'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신라대는 지난 6월 4일 동남권 최초로 국토교통부 '항공 보안 검색 교육 기관'으로 공식 지정돼 오랜 기간 고착화된 수도권 중심의 항공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캠퍼스 내에 구축된 '부산 보안 검색 교육 센터'에는 실제 공항 여객 터미널 보안 검색대와 100% 동일하게 운용되는 최고급 사양의 X-레이 수하물 검색 장비와 문형 금속 탐지기(WTMD), 휴대용 금속탐지기(HHMD) 등 풀 스케일 첨단 실습 장비가 구비돼 있다. 지난 15년간 3만 명에 달하는 방대한 보안 인력을 배출하며 쌓아 올린 신라대의 '신뢰 자본'은 향후 24시간 운영될 가덕도 신공항 개항 등 부산·울산·경남 지역 메가 시티 물류 인프라 팽창과 맞물려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김순석 신라대 평생교육원장은 “이번 과정은 현장에서 바로 총을 쥐고 투입될 수 있는 진짜 전문가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교육생 모두가 우수한 기업으로 진출해 국가 안보 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훈련과 능동적 취업 지원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항공안전기술원, 국산 ‘풀 사이즈 UAM’ 첫 도심 비행 ‘성공’

국내 기업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실제 크기의 도심 항공 교통(UAM) 기체가 복잡한 도심 환경의 변수를 뚫고 안착에 성공했다. 도심 특유의 기상·전파 통신 등 다각적인 안전 요소를 실전처럼 검증해 내며 차세대 미래 교통수단의 상용화와 전국적 서비스 확산을 위한 확고한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다. 17일 항공안전기술원(KIAST)은 전날 인천 송도 소재 인천대학교 이노베이션 센터 부지에서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자사가 지원한 '2026년 UAM 비행 쇼케이스'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실제 도심 환경에서 UAM 비행의 도입 가능성을 실증하고 향후 전국적인 UAM 확산을 위한 지역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특히 삼보모터스가 자체 개발한 실제 크기의 기체 'B32 R2'를 대중에 최초로 선보임으로써 대한민국의 독자적인 기체 제작 기술력과 향후 발전 방향을 대내외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현재 글로벌 UAM 시장은 미국 연방항공청(FAA) 추산 2035년 1150억 달러(170조4300억원) 규모로 성장이 전망되며 국가 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 정부 역시 '2030 모빌리티 혁신 성장 로드맵'을 통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K-UAM 그랜드 챌린지' 실증을 전개 중이나, 그간 실전에 투입할 '안전한 독자 국산 기체'의 부재가 업계의 고민거리로 지적돼 왔다. 이러한 산업적 배경 속에서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된 풀 사이즈 기체의 도심 비행 성공은 K-UAM 생태계 자립을 향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풀이된다. 기술원은 사상 처음 진행되는 도심 비행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밀착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도심 특유의 복잡한 바람 길과 전파 환경 등 운용 특성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고 관련 인허가부터 현장 안전 관리 전반을 통합 지원해 성공적인 비행을 견인했다. 행사 과정에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둔 위기 관리 능력도 돋보였다. 앞서 지난 15일 진행된 비행 쇼케이스에서는 도심 내 전파 환경이 기체의 비행 안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해 예방적 차원에서 비행을 일시 중단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후 삼보모터스그룹과 기술원의 엔지니어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항공기와 지상 장비 간의 통신 상태를 원점에서 재점검했다. 또한 한국전파진흥협회(RAPA) 등 관계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문제를 보완해 냈고, 이러한 철저한 대응 끝에 16일 비행 쇼케이스를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전파 간섭 통제와 통신망 재점검 과정 자체가 향후 상용화를 위한 귀중한 실증 데이터라고 분석한다. 수많은 유무인 기체가 도심 저고도 공역을 안전하게 비행하려면 기존 관제사의 육성 통신 외에도 5G 등 클라우드 기반으로 기체 간(M2M) 디지털 통제를 수행하는 차세대 확장형 교통관리(xTM) 인프라 도입이 전 세계적인 필수 과제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번 비행 시연은 기체의 비행 성능을 보여주는 단발성 행사 외 향후 실제 도심에서 UAM을 안전하게 운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관리해야 할 기상·전파·통신 등 다각적인 안전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국내 유일의 항공 안전 전문 기관인 기술원은 현재 UAM 상용화의 3대 핵심 축인 ▲기체 ▲교통관리 인프라 ▲버티포트 등 분야의 안전 인증·시험·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아울러 정책 협의체인 'UAM 팀 코리아'의 간사 기관으로서 국내 산업 생태계 조성과 안전 제도 마련에도 앞장서고 있다. 실제로 기술원은 '도심형 항공기 인증 가이드라인'과 'UAM 안전 체계 개념 가이드라인'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등 정책과 산업 양 측면에서 UAM 안전 증진과 활성화를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 중이다. 한편, UAM이 진정한 일상 대중교통으로 안착하기 위해 글로벌 산업계 전체가 공통으로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업계에 따르면 유연한 기준을 적용하는 미국(FAA)과 엄격한 다중 백업을 요구하는 유럽(EASA) 간의 인증 딜레마를 비롯, 고밀도 배터리의 치명적인 열 폭주(Thermal Runaway) 제어와 초급속 턴 어라운드를 뒷받침할 메가와트급 충전 시스템(MCS) 전력망 구축, 기체 소음·시각적 노출에 따른 대국민 수용성 확보 등이 전 세계 공통의 당면 과제로 거론된다. 이번 도심 비행 실증은 복합적인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의 제반 요소들을 국내 환경에서 선제적으로 짚어보는 계기가 됐다는 평이다. 항공안전기술원 관계자는 “실제 상용화 수준의 기체를 활용한 공개 비행 시연을 통해 도심항공교통의 높은 안전성과 운용 가능성을 국민들께 직접 보여드릴 수 있어 뜻깊다"며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글로벌 UAM 선도 국가로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 지원과 기술적 백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적자 행진 속 ‘박 터지는’ LCC 할인 경쟁…낙제점 가까운 재무 성적표

적자 탈출이 시급한 LCC 업계의 수익성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환율·고유가와 단거리 노선 공급 과잉으로 재무 부담이 커진 가운데 비수기까지 겹치며 실적 반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주요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올해 1분기 예약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재무 건전성은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환율 변동 및 유가 상승 등 대외 지정학적 리스크 여파로 전반적인 부채비율 상승과 순이익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예약 회복세는 뚜렷했다. 진에어의 유동 선수금은 지난해 말 1861억원에서 올해 1분기 2420억원으로 증가했고, 제주항공도 같은 기간 계약 부채가 2710억원에서 3137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세부 실적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진에어는 견조한 매출에도 불구하고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비용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영업이익은 576억원으로 전년 동기 582억원 대비 1.2%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으나 당기순이익은 216억원으로 전년(457억원) 대비 52.6% 감소해 수익성이 크게 꺾였다. 부채비율 역시 423%에서 462%로 상승했다. 제주항공은 영업이익 69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자금 유동성과 부채비율에 경고등이 켜졌다. 항공기 신규 도입 등에 따른 투자 지출 증가로 1분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말 2084억원에서 1424억원으로 660억원가량 급감했고, 부채비율은 754%에서 782%로 증가했다. 에어부산은 주요 4개사 중 재무 지표 악화 폭이 가장 가파르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401억원에서 304억원으로 줄어들었고, 321억원 흑자였던 당기순이익은 올해 1분기 161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분기 순손실의 여파로 누적 결손금이 3255억원으로 불어난 가운데 부채비율은 801%에서 956%로 무려 155%포인트나 급등하며 1000% 선을 위협하고 있다. 트리니티항공(구 티웨이항공)의 상황도 심각하다.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화환산손실 등 금융비용 타격이 발목을 잡았다. 1분기에만 16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가 이어졌고, 누적 결손금은 4202억원으로 확대됐다. 자본 확충 노력으로 비율 자체는 낮아졌지만 부채비율은 여전히 1947%라는 초고위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외형 성장에도 실속을 챙기지 못한 것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리스료와 정비비, 항공유 등 막대한 달러화 비용 부담이 함께 급증하며 모처럼의 수익성 개선 효과를 상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2분기 들어 상황이 더욱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통상 2분기는 여름 성수기를 앞둔 항공업계의 비수기로 꼽힌다. 여기에 빈 좌석을 채우기 위한 '제살깎기식' 할인 경쟁까지 겹치면서 주요 LCC 실적은 1분기보다 더 악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여름 휴가철과 추석 연휴 등으로 여행 수요가 증가하는 3분기에도 재무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잉 공급에 따른 운임 하락 압박과 막대한 고정비 부담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실제 주요 LCC들은 성수기 이후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진에어와 이스타항공, 에어서울은 지난 13일부터 동계 시즌 항공권을 대상으로 특가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에어로케이도 같은 날 선착 할인 판매를 개시했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의 여행 수요를 조기에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에 항공업계에서는 적자 행진을 끊어내기 위해 저가 운임 경쟁을 넘어 ▲여행 플랫폼 구축 ▲노선 확대 ▲부가 사업 강화 등 수익원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은 항공권 예약과 함께 호텔·렌터카·여행자 보험 등을 연계하며 여행 플랫폼 기능을 강화했다. 트리니티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과정에서 확보한 유럽 운수권을 기반으로 지난해부터 유럽 노선을 확대하며 중장거리 시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화물 사업·온라인 몰·계절별 기내식 등 부가 사업을 확대하며 수익 구조 다변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고객들의 여행 수요에 맞춰 운항편수 증편과 부가 서비스 확대 등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수인 인턴기자

대한항공, 사상 첫 ‘분기 매출 5조’…이면엔 고유가 폭탄, 순손실 973억 ‘적자 쇼크’

대한항공이 올해 2분기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5조 원' 고지를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과 K-뷰티 수출 호조에 힘입어 화물 부문이 펄펄 날고 여객 수요도 방어해 내며 '역대급'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널뛰는 국제 유가 탓에 정작 내실은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1000억 원에 가까운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서는 등 전형적인 '외화내빈(外華內貧)'의 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 5조199억원, 영업이익 2618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2% 늘어 창사 이래 역대 최대치를 냈고, 상반기 누계 매출 역시 20.1% 증가한 9조 5350억 원으로 반기 매출 10조 원 시대를 목전에 뒀다. 외형 성장의 1등 공신은 기민한 시장 대응력을 앞세운 여객과 화물 '두 날개'의 선전이다. 2분기 화물 사업 매출은 1조 541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65억 원이나 수직 상승했다. 전 세계적인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반도체 등 관련 물동량이 쏟아졌고, K-뷰티 화장품의 글로벌 수출 호조세가 맞물린 덕분이다. 대한항공은 이에 발맞춰 부정기편을 탄력적으로 띄우고 고부가가치 화물을 쓸어 담으며 실적을 견인했다. 여객 사업 매출 또한 전년 대비 4514억 원 늘어난 2조8479억 원을 기록했다. 비싼 항공권 가격과 고유가 여파로 내국인의 해외 여행 심리는 다소 주춤했지만, 중동 지역을 거치는 환승객 수요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집중 공략하는 노선 믹스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기록적인 덩치 불리기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금고는 도리어 텅 비었다. 매출 성장의 과실을 단숨에 집어삼킨 주범은 단연 '항공유'다. 고유가 기조 장기화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연료비 청구서가 이익을 모조리 갉아먹은 것이다. 때문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분기 영업이익은 2618억 원으로 34.4% 줄어들었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최종 수익성을 가늠하는 당기순이익 지표다. 지난해 2분기 3959억 원, 올 1분기 2427억 원의 견조한 흑자를 냈던 당기순이익은 이번 분기에 마이너스(-) 973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 사업 이익 역시 -973억 원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1분기 호실적 덕에 상반기 누계 영업이익(7787억 원은 전년 대비 3.8% 늘며 간신히 체면을 차렸지만 누계 순이익은 1454억 원으로 전년 대비 75.3% 감소했다. 영업으로 번 돈보다 영업 외 비용으로 빠져나간 돈이 더 많아 손실을 봤다는 의미다. 악화된 수익성은 재무 건전성에도 즉각적인 붉은빛을 켰다. 2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의 자산 총계는 41조587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7%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빚의 증가 속도는 훨씬 가팔랐다. 부채 총계는 29조 9876억 원으로 10% 증가해 30조 원 턱밑까지 차올랐다. 반면 자본 총계는 11조 711억 원으로 1% 줄어들며 기업 재무 건전성 핵심 지표인 부채 비율은 전년 말보다 27%포인트(p) 오른 270.9%를 기록했다. 어닝 쇼크 수준의 내상을 입은 대한항공은 3분기(7~9월)를 실적 턴 어라운드의 중대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2분기 실적의 발목을 꽉 잡았던 유가 변동성이 최근 유류 할증료 인하로 이어지며 억눌렸던 여객 수요를 폭발시킬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하계 휴가철 및 추석 등 전통적 성수기를 맞아 그간 주춤했던 한국발 여객 수요가 크게 되살아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강세였던 해외발 수요에 내국인 출국 수요까지 결합되면 노선 전반에 걸쳐 '양방향 여객 강세'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다. 더불어 든든한 캐시 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화물 부문 역시 하반기까지 이어질 AI 연관 성장 수요를 선점해 이익 체력을 다질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공항·항만 검색대를 교내로”…신라대, 부울경 지역 ‘보안 사관학교’ 닻 올렸다

신라대학교가 부산·울산·경남권 지역의 공항·항만 등 국가 주요 시설 통제를 전담할 맞춤형 보안 전문가 육성 체계를 가동한다. 대학은 국토교통부 인가를 마친 특화 교육 기관을 교내에 신설하고, 실제 공항과 동일한 첨단 장비를 활용해 일선 현장에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실무 인재 배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신라대는 교내에 '부산보안검색교육센터'를 열고, 오는 8월부터 주요 국가 인프라 특화 보안 인력 육성에 돌입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이날 개소식 행사에는 허남식 총장을 포함한 대학 핵심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테이프 커팅식과 시설 견학을 진행하며 동남권 방호 역량 제고를 위한 협력 의지를 다졌다. 최근 글로벌 항공 여객 수요의 폭발적인 회복과 함께 보안 검색 장비 시장은 99억9000만 달러(15조 원)이던 작년 대비 2034년 220억9000만 달러 규모로 팽창할 전망이며, 연관된 항공 훈련 시장 역시 148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항공 산업의 팽창 속에서도 국내 비수도권 공항들은 40%를 넘나드는 참담한 인력 퇴사율과 만성적인 인력난이라는 구조적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신라대의 이번 센터 개소는 수도권에만 편중돼 있던 보안 교육 인프라를 지역으로 분산시켜 동남권 청년들이 현지에서 전문 교육을 이수하고 김해국제공항이나 가덕도 신공항으로 진출하는 '지역 밀착형 생애 주기(Local Talent Pipeline)'를 완벽히 구축하는 전략적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부산보안검색교육센터는 국토부의 까다로운 현장·운영 심사를 거쳐 최종 지정된 공식 항공 보안 검색 교육 기관이다. 대학 측은 지난해부터 자체적인 커리큘럼 개발과 한국공항공사 퇴직자를 비롯한 고경력 우수 교관 확보에 매진하며 센터 설립을 꼼꼼히 준비해 왔다. 특히 해당 센터는 교육생들이 실무에 곧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맞춤형 인프라 구축에 집중했다. 시설 내부에는 X선 수하물 판독기를 비롯, 문형 금속 탐지기·휴대용 스캐너 등 일선 공항 검색대에서 실제 운용 중인 첨단 장비가 반입돼 현장과 완벽히 동일한 실습 환경을 제공한다. 신라대 센터는 민간 대학 특유의 유연성을 십분 발휘해 첨단 3D 컴퓨터 기반 훈련(CBT) 솔루션과 인공지능(AI) 탑재 일체형 엑스선 장비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혁신 테스트베드(Test-bed)'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신라대 관계자는 “연간 교육 인원은 비공개 대상이어서 알려줄 수 없다"면서도 “항공보안법에 따라 ▲보안 검색 ▲항공 경비 ▲폭발물 등 총 11개 항공 보안 분야 교육 과정을 당국으로부터 인가받아 운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간 축적해 온 민간 경비 교육 노하우와 탄탄한 산학 협력망, 최신 장비를 바탕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보안 인력을 길러내 동남권 최고 수준의 보안 인재 사관학교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했다. 신라대는 이번 센터 출범을 계기로 공항뿐만 아니라, 국가 중요 시설 방호 분야까지 교육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보안 직무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와 현장 대응 능력을 높이려는 재직자를 아우르는 실전 맞춤형 심화 과정을 지속적으로 확대 편성한다. 이 같은 행보는 단절돼 있던 국토부 관할의 항공 보안과 해양수산부 담당인 항만 보안(ISPS Code) 훈련 수요를 하나로 묶어 부산항보안공사(BPA) 등의 특수 경비원 교육까지 포괄하는 국내 최초의 '공해(空海) 복합 크로스 오버 융합 보안 생태계' 창출로 이어질 전망이다. 허남식 총장은 “이번 교육 기관 개소는 우리 대학이 국가와 지역 사회에 필수적인 특화 인력을 배출하는 중추 거점으로 도약하는 계기"라며 “이론을 넘어선 현장 밀착형 훈련을 통해 국가 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할 요원들을 끊임없이 길러내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장] 진화하는 AI 드론 테러…“민항기 격추 시 공항 마비 사태”

최근 중동 지역 공항을 겨냥한 드론 공격이 신종 테러로 현실화되는 가운데 국내 공항의 드론 대응 체계를 전면 고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인공 지능(AI) 기반 자율 비행 드론과 군집드론의 확산으로 기존 전파 방해(재밍) 중심의 안티 드론 체계는 한계에 직면했다며, 관련 법·제도 정비와 혁신적인 방어 기술 도입과 컨트롤 타워 일원화를 촉구했다. 지난 9일 한국항공보안학회와 인천국제공항경찰단은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교육원에서 '보이지 않는 위협, 신종 드론테러 예방과 공항 대응 전략'을 주제로 대테러·대드론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방부·국무총리실 대테러 센터·경찰청·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관계자들과 드론·항공 보안 전문가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발제는 김명진 항공보안학회 대테러·대드론 전략연구위원장(강원대학교 경영정책과학대학원 안보전략학과 교수)이 맡았다. 김 위원장은 드론 117기로 러시아 폭격기 12대를 완파한 우크라이나의 '스파이더 웹' 작전과 1명이 사망하고 63명이 부상을 입은 쿠웨이트 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피격 사건을 거론했고, 드론 위협이 국가 핵심 인프라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주요 공항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다. 김 위원장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인천국제공항에서만 미인가 드론이 526건 탐지됐고 이로 인해 활주로가 통제되거나 이착륙이 중단된 사례도 34건에 달했다. 과거의 드론은 조종사와 무선 신호를 주고받았기 때문에 주파수를 차단하는 'RF(Radio Frequency) 재밍'이 유효했다. 그러나 최신 AI 기반 자율 비행 드론은 외부 통신이나 범 지구 위치 결정 시스템(GPS, Global Positioning System) 지원 없이도 탑재된 AI 칩셋과 카메라의 '비전 오도메트리(Vision Odometry)' 기술만으로 표적을 인식해 스스로 돌진한다. 때문에 전파를 차단해도 목표물 타격을 멈추지 않는다. 수십 대가 동시다발적으로 접근하는 군집 드론은 '분산 메쉬 네트워크(Mesh Network)'를 통해 선도 기체가 격추되더라도 통신망을 자체 복구하며 대형을 유지한다. 현장에서는 북한의 무인기 전력 고도화도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지목됐다. 북한은 미국의 무인기를 모방한 '샛별-4·9형' 전략기를 비롯, 러시아제 '란셋'과 이란제 '샤헤드'와 유사한 자폭형 무인기 등 1000대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은 “북한은 군사 분계선(MDL, Military Demarcation Line) 20km 이내 전방에 20여 개소의 발진 기지를 두고 수백 대의 자폭형 무인기를 즉각 운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고 언급했다. 그는 “양양·무안·여수 등 안티 드론 인프라가 전무한 지방 공항은 테러 조직의 우회 공격에 완전히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지금이 전시 상황임을 잊지 말고 신속한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전문가들은 수만 원짜리 저가 조립식 드론 무리를 막기 위해 수억 원에 달하는 방공 미사일을 쏟아부어야 하는 '비대칭적 소모전'이 현행 방어 체계의 한계라고 꼬집었다. 소대섭 학회장(한서대학교 항공정책센터장·항공보안학과장(교수))은 “이제는 만 원짜리 저가 드론이 민간 항공기를 위협하는 시대가 도래했고, 실제 타격하는 데에는 1~2분도 걸리지 않는다"며 “이 경우 공항 마비로 이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희춘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장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이미 제트 엔진을 달고 600km 이상을 날아가는 드론이 실전에 투입되고 있다"며 “전파 방해만 하면 막을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전쟁 상황이라는 경각심을 갖고 방어 무기 도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인천공항과 같이 민간 항공기 이착륙이 빈번하고 인구 밀집도가 높은 상용 공항에서는 하드 킬 방식 적용 시 파편 추락 등 2차 피해 우려가 크다. 본지는 쿠웨이트 사례와 비교했을 때 국내 공항은 2차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신형 위협을 방어할 수 있는 소프트 킬 기술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재밍과 스푸핑등 소프트 킬 기술은 확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민간 공항에서는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실제 운용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며 대안으로 “공항 환경에 적합한 AI 기반 대드론 기술과 다층 방어 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 세션에서 김 위원장은 통신망 교란이 아닌 드론의 카메라와 AI 알고리즘, 운영 체제(OS)를 연쇄적으로 붕괴시키는 AI 기반 '퀀텀 점프형 다층 시각 기만 체계'가 대안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원거리에서는 초광대역 스마트 조리개와 레이저 대즐러로 기하학적 착시 패턴을 투사해 렌즈를 마비시키고, 500m에서 1km에 이르는 중거리에서는 노이즈를 주입하는 '적대적 패치(Adversarial Patch)'를 통해 AI의 표적 인식률을 20% 미만으로 떨어뜨려 락온(Lock-on)을 강제로 해제한다는 것이다. 500m 이내 근거리에서는 악성 고밀도 QR 마커를 스캔토록 해 임베디드 OS의 버퍼 오버플로우를 유도해 내부 시스템을 영구 무력화시켜 추락시키는 3단계 방식이다. 기술 도입과 함께 현장 지휘 체계의 일원화도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인천공항 외곽과 내부의 방어 주체가 다르고 기관 간 권한이 얽혀 있어 신속 대응의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민간 공항 인근에서 미인가 드론을 무력화하기 위해 전파 차단 장비를 사용할 경우 현행 전파법이나 항공보안법 등과의 정합성 문제 해결 여부와 법적 충돌 가능성, 긴급 상황 발생 시 현장 책임자의 면책 조항 등 제도적 뒷받침 수준에 대해 물었다. 김 위원장은 “현행 제도는 면책 조항이 미흡하고 관계법들 간에 맞물리지 않는 부분이 남아있다"며 “신속한 현장 대응이 가능하도록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조종호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보안처장은 “2027~2028년 경 인천공항에 한화시스템의 대공 레이저 무기 '천광'이 도입될 예정"이라면서도 “긴박한 테러 상황에서 민·관·군·경 중 과연 어느 기관이 요격 승인을 내리고 빠르게 타격할 것인지 현장 지휘 권한 체계가 아직 명확하지 않아 조속히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비 도입 시기 전후의 예산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고도화된 대드론 시스템의 선제적 도입과 유지·보수·운영(MRO)은 막대한 예산을 요한다. 본지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공항공사들의 자체 예산 외에 정부 차원의 국비 지원이나 보안 인프라 투자 확대를 위한 정책적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문의했다. 김 위원장은 “국방부 예산으로 일부 추진되고 있지만 2028년 배치 계획인만큼 그전까지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신속한 예산 집행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총리실 대테러 센터 관계자는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범정부 통합 TF를 꾸렸다"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10% 달성과 방호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국가 드론·대드론 대전환 전략(K-드론 도미넌스)'을 세워 정책을 조율 중"이라고 했다. 이어 “통합 방위 차원에서 신속한 반사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민·관·군·경의 협력 체계를 지속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한비 인턴기자

드론 난입·내부자 일탈 심화…“항공보안요원 ‘국가 면허 취득제’ 도입해야”

항공 보안을 위협하는 신종 테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체계 전반의 구조적 개편이 추진된다. 학계와 실무진이 현장 요원의 전문성을 극대화할 '국가 면허제' 도입 등 고강도 쇄신안을 도출한 가운데 일반 대중이 숏폼과 웹툰으로 보안의 중요성을 알리는 콘텐츠 공모전 시상도 병행돼 제도적 혁신과 시민 참여를 아우르는 입체적 방어망 구축의 신호탄을 쐈다. 사단법인 대한민국 항공보안협회는 지난 9일 서울 강서구 국립항공박물관 대강당에서 급변하는 테러 양상에 대비하기 위한 '제5회 2026 미래항공보안포럼'을 개최했다고 10일 밝혔다. 국토교통부·국가정보원·경찰청이 공동 주최한 '2026년 항공보안주간'의 메인 학술 행사로 치러진 이날 포럼에는 정부 부처 관계자와 산·학·연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해 차세대 항공 보안 역량 강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공항 검색대 중심의 기존 통제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에서 발생하는 드론·내부자 위협 등 새로운 사각지대에 대응할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조 강연을 맡은 박재완 항공보안협회장은 “복합적이고 다양해진 신종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철저한 미래형 보안 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구체적인 정책 대안도 제시됐다. 성인규 국무총리실 대테러센터 기획총괄과장은 2030년을 목표로 민·군이 상호 인정하는 '대(對)드론 자격 체계'를 신설하고 관련 전문가 육성을 의무화하는 범 정부 로드맵을 발표했다. 한종춘 한국항공대 교수는 탑승객의 이상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테러를 막는 '행동탐지 기법'을 전 공항 종사자의 기본 역량으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현장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좌장인 유덕기 경운대 교수는 보안 요원을 단순 경비 인력이 아닌 항공 관제사 수준의 전문직으로 격상시키기 위해 정규 대학 교육과 연계한 '국가 면허 취득제' 도입을 제안했다. 이상우 한국공항보안 실장 등 실무진은 현장의 낡은 규제 철폐와 장기적으로 독립적인 '항공보안 전담 기관'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대국민 보안 의식 확산을 위해 올해 신설된 '2026 대한민국 항공보안 콘텐츠 공모전' 시상식도 열렸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가 후원한 이번 공모전에는 포스터·카드 뉴스·N컷 만화(웹툰)·숏폼 영상 등 3개 부문에 걸쳐 한 달간 총 85개의 출품작이 접수됐다. 온라인 네티즌 투표와 전문가 심사를 합산한 결과, 일반 여행객의 관점에서 공항 보안의 가치를 흥미롭게 풀어낸 '스마트패스의 편리함(김선미)', '보안검색 지연 사유 해명(조강의·심가희)', 'BEYOND AN AIRPORT(정준우)' 등 총 9편이 최종 수상작에 올랐다. 박 협회장은 “처음 개최한 대국민 공모전임에도 네티즌들의 참여 열기를 통해 높은 안전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항공보안의 전환기를 맞아 협회가 전문 인력 육성과 선진 문화 확산의 구심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진 조현민 “여성 경영인, 특혜 아닌 공정 경쟁 원해”

조현민 ㈜한진 사장이 미국 워싱턴 D.C. 무대에 올라 글로벌 석학들 앞에서 여성 경영인을 국가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의 주체'로 규정하며, '공정한 시장' 조성과 '사람 중심의 상생 생태계' 구축을 촉구했다. ㈜한진은 조현민 사장이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 하원의원 회관에서 열린 '2026 세계중소기업학회 세계총회(ICSB)'의 '글로벌 보이스: 국경 없는 기업가 정신' 세션 기조 연설자로 나섰다고 8일 밝혔다. 올해 총회는 미국 국가 수립 250주년을 기념해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 등 주요 랜드마크에서 진행되었으며 전 세계에 실시간 생중계됐다. 이날 조 사장은 “전 세계 여성 경영인이 진정 원하는 것은 정책적 특혜가 아니라 오직 실력으로 평가받는 공정한 시장"이라며 “여성이라는 수식어 때문이 아닌 기업의 우수성과 비즈니스 역량 그 자체로 선택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3대 선결 과제로 ▲형식에 그치지 않는 실질적인 계약 기회 보장 ▲투명한 평가 기준 확립 ▲기업 성장 단계별 맞춤형 금융 지원 등을 제시했다. 무의미한 보호 장벽을 치는 대신 공정한 운동장(Level Playing Field)을 조성하는 것만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살리는 지름길이라는 시각이다. 조 사장은 이러한 지원책이 한진이 추구해 온 '사람 중심의 기업가 정신'과 맞닿아 있음을 강조하며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적 사례로 제시했다. 현재 한진은 이커머스 초기 창업자의 물류 전 과정을 돕는 '원클릭', 국내 최초 인플루언서 맞춤형 물류 '원스타', 지역 산지와 소비자를 직접 잇는 '디지털이지오더' 등을 통해 중소 상공인과의 동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조 사장은 기조 연설 직후 조지 워싱턴 대학교에서 열린 '글로벌 관점의 여성 경영인' 세션에도 패널로 참여해 전 세계 여성 리더들과 심도 깊은 논의를 이어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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