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고객 100여 명 여권 번호 유출…재발급 비용·인당 10만 원 보상

제주항공 고객 이름과 여권 번호 등 민감한 개인 정보가 포털 사이트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항공은 정보 보안 투자 비율을 늘리고 체계적인 소비자 보호 매뉴얼을 갖추고 있었으나 기본적인 웹 보안 취약점을 막지 못해 사전 예방 체계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네이버 검색창에 '제주항공'과 특정 편명 등을 입력하면 일부 예약자의 이름과 여권번호가 검색 결과에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색 화면에서는 여권 번호 일부만 나타났으나 해당 링크를 통해 제주항공 홈페이지로 연결될 경우 여권 번호 전체가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전언이다.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고객은 100여 명에 달한다. 제주항공 측은 지난 5일 문제를 인지한 직후 해당 웹페이지의 접속을 즉각 차단 조치했고 이틀 뒤인 7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사고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아울러 피해 고객들에게 개별 연락을 취해 여권 재발급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별도 보상금 10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제주항공이 최근 발간한 '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주항공의 정보 보호 부문 투자액은 2023년 27억8000만 원, 2024년 19억3000만 원, 2025년 23억8000만 원으로 파악됐다. 전체 정보 기술(IT) 부문 투자액 대비 정보 보호 투자 비율은 2023년 3.5%, 2024년 3.7%, 2025년 4.3%로 매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였다. 회사는 국내 정보 보호 관리 체계(ISMS)·국제 정보 보호 경영 시스템(ISO 27001) 인증을 유지하며 4년 연속 '정보 보호 공시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투자를 확대해 왔음에도 외부 포털의 정보 수집(크롤링)을 제어하지 못하는 보안 취약점을 노출했다. 다만 사후 조치와 관련해서는 사전에 구축해 둔 매뉴얼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였다. 제주항공은 경영 전반을 소비자 관점에서 관리하는 '소비자 권익 보호 정책'을 제정해 운영 중이다. 특히 개인 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1단계: 사고 인지·긴급 조치(추가 유출 경로 차단) △2단계: 정보주체 유출 통지 △3단계: 유관기관 신고 △4단계: 사고 분석 △5단계: 민원 대응 및 피해 구제 △6단계: 결과 보고 △7단계: 개선 및 예방 조치로 이어지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이번 웹페이지 즉각 차단·개보위 신고·피해자 보상안 마련 등은 이 대응 매뉴얼에 따라 진행됐다. 제주항공 측은 규정된 매뉴얼에 따라 피해 구제 조치를 신속히 마무리하는 한편, 정확한 사고 원인을 분석해 재발 방지를 위한 보안 시스템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무안 참사, 그 이후 ②] 회의록 속 ‘보잉 책임’ 언급…‘제2 쿠팡 사태’ 우려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2216편 참사를 조사 중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사고의 근본 원인인 당국의 인프라 결함 대신 기체 제조사인 보잉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정황이 드러나 편파 조사 논란이 일고 있다.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과실을 은폐하기 위한 책임 회피라는 비판과 함께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 기조를 자극해 한미 간 전방위적 통상 마찰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본지 취재 결과, 최근 유출된 사조위 공식 회의록에는 좌석 안전 규정과 실제 충격량 사이의 불일치를 근거로 보잉 측의 책임을 명시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사고 조사의 유일한 목적을 향후 사고 예방으로 한정하고 사법적 책임을 묻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핵심 규범을 정면으로 위반한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사조위의 이 같은 편향적 행보는 최근 쿠팡 사태·정보통신망법 개정 등으로 촉발된 미 의회의 '미국 기업 표적 규제' 반발 움직임과 맞물려 사태가 항공 산업을 넘어 거시 경제 전반의 외교·통상 리스크로 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 ICAO 부속서 13 “사고 조사의 목적은 책임 추궁·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사조위 회의록에 명시된 편향적 조사 방향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유출된 국토교통부 소속 시절의 사조위 회의록에는 “좌석 안전 규정과 실제 충격량 사이의 불일치가 보잉의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록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항공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기록이 시카고 협약에 근거한 국제민간항공기구 부속서 13(ICAO Annex 13)의 근본 철학을 훼손했다고 지적한다. ICAO 부속서 13 제3.1조는 '사고 조사의 유일한 목적은 향후 사고 예방이어야 하며, 사법적 비난이나 책임을 배분하는 것(Apportion blame or liability)이 아니다'라고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사고 조사가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위한 도구로 전락할 경우 관련자들이 소송을 피하고자 결정적 증거를 은폐해 진상 규명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비공개 기록의 보호를 규정한 제5.12조에 따라 조사 당국이 내부적으로 작성한 분석·의견 교환 기록·조종실 음성 기록(CVR) 등은 사법적 목적이나 언론 보도에 부적절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 유가족들이 미국 법원에서 징벌적 배상 소송을 진행 중인 민감한 상황에서 '보잉의 책임'을 언급한 예비 회의록이 언론에 여과 없이 유출돼 소송에 유리한 증거로 활용될 여지를 제공한 것은 ICAO 규범이 가장 경계하는 사법적 남용의 전형이다. 국제 항공 사고 조사 기구 핵심 요직을 지낸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어느 누구의 책임이라고 조사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단정 짓거나 얘기하는 것은 ICAO 규정의 기본 정신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보고서에 포함할 내용도 아닌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유출시킨 것은 사실상 표적을 정해놓고 조사를 했다고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국무총리실 산하에 편제된 현 사조위는 언론에 보도된 “보잉사의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옛 사조위 회의록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입장이다. 현 체제 사조위의 관계자는 본지 질의에 “공식 분과 회의록을 전부 확인했으나 위원들이 그런 발언을 한 기록은 없었다"며 “어떻게 그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NTSB 반발 가능성…'제2의 에티오피아·이집트항공 사건' 되나 국가 사고 조사 기구가 자국의 인프라 결함이나 조종사 과실을 은폐하기 위해 해외 제작사에 책임을 전가하려다 국제적 논란을 야기하며 신뢰도가 하락한 사례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1997년 인도네시아 실크에어 185편 추락 사고 당시 인도네시아 당국은 자국 조종사의 자살 비행 결론을 부인하고 보잉 737 방향타 결함설을 제기했다. 1999년 이집트항공 990편 추락 사고에서도 이집트 당국은 자국 조종사의 고의 추락 사실을 부인하며 승강타 결함을 주장했다. 두 사건 모두 기체 설계 및 제작국인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독자적인 정밀 조사와 강력한 반박 보고서에 의해 사실이 아님이 입증되며 해당 국가들은 극심한 외교적 마찰과 신뢰도 추락을 겪었다. 비교적 최근인 2019년 에티오피아 항공 ET302편(보잉 737 MAX 8) 추락 사고 당시에도 에티오피아 당국이 자국 조종사의 대처 미흡·조류 충돌 가능성을 고의로 축소하고 보잉의 결함만을 강조하는 보고서 초안을 내놓자 NTSB가 항의하며 자신들의 반박 코멘트를 부록에 강제 삽입시킨 바 있다. ICAO 부속서 13 제6.3조에 따라 사조위는 최종 보고서 공표 전 미국의 NTSB와 연방항공청(FAA)·보잉 측에 초안을 송부하고 최소 60일간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만약 사조위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현재 방향의 보고서 발간을 추진할 경우 NTSB는 과거 사례처럼 강력한 반론을 제기하며 한국 조사 시스템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국제 무대에서 공식적으로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 '무늬만 총리실 이관' 한계 속 근본 원인은 '국토부 16년 방치' 사조위가 무리한 논리 전개를 감수하면서까지 해외 제조사를 겨냥하는 배경에는 항공 인프라 관할 부처인 국토부의 과실이 존재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당국은 2007년 무안국제공항 개항 당시 활주로 끝단에 국제 규정(파단성 재질 의무화)을 위반한 19개의 단단한 콘크리트 기둥(로컬라이저 둔덕)을 무단 설치했다. 이후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는 2008년부터 사고가 발생한 2024년까지 16년간 이 거대한 강체를 “파단성 재질로 시공됐다"고 허위 보고하며 조직적으로 은폐했다. 참사 1년 전인 2023년에는 이 둔덕 위에 30cm 두께의 거대한 콘크리트 슬래브를 추가 타설해 기체 파손의 치명도를 극대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조위는 사고 발생 이후인 지난 2월, 국토부의 '셀프 조사' 논란 해소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에 따라 상급 기관이 국토부에서 총리실 산하로 바뀌었다. 이관 이후 실제 현장 조사를 수행하고 공학적 데이터를 분석하는 핵심 조사관 인력의 상당수는 대거 물갈이 됐다는 게 사조위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A씨는 여전히 사조위 일선 조사관들의 전문성 부족 문제를 강하게 꼬집는다. 그는 “조사관들이 규정상 16G의 전제 조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미숙하게 일 처리를 하고 있다는게 드러났다"며 “통상 조종이나 정비 유경력자를 뽑더라도 사고 조사에 필요한 전문 교육과 훈련 과정을 제대로 이수했는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본질을 놓치는 사조위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A씨는 “세상에 항공사가 사고를 냈는데 조종사 훈련은 어떻게 했고 채용은 어떻게 했는지 묻는 조사관이 하나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의 기장이 코로나 공백기 직전에 승급했는데 실제 비행 전 어떤 보수 훈련을 했고, 경험 부족한 부기장과 편조를 짠 잘못은 없는지 등 인적 과실(Human Error)에 대한 조사가 완전히 뒤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조직의 간판만 총리실로 바뀌었을 뿐, 관할 당국인 국토부의 명백한 인프라 관리 실패 책임을 파헤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결국 조종사 과실과 거대한 국가적 인프라 과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무의미한 16G 실험 조건과 규정을 들이밀며 시선을 외부인 보잉으로 돌리려 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 美 기업 표적 규제 논란…'무역법 301조' 발동·전방위 보복 위협 가능성 사조위가 기존 조사 행보를 이어갔다면 최근 불거진 한미 통상 갈등 이슈와 결합할 경우 항공 산업을 넘어 거시 경제 전반을 흔드는 심각한 지정학적 리스크로 비화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미국 의회와 행정부는 자국 기업 보호에 극도로 예민한 강경 보호 무역주의 기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계 이커머스 기업 쿠팡에 대해 5000억 원대 과징금 부과·형사 고발 조치를 취하자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이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공격'으로 간주하고 임시 대표를 소환해 7시간의 비공개 청문회를 열었다.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가 네이버·카카오 등 자국 플랫폼을 보호하기 위해 쿠팡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미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 발동을 공식 청원한 상태다. 무역법 301조는 교역 상대국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고율의 징벌적 관세를 매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역 보복 수단이다. 여기에 더해 미 하원 법사위는 최근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마저 구글·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표적 규제로 간주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 등은 한국 당국에 해당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공식 항의 서한을 발송하며 전방위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미국 관료들의 시각에서는 한국 정부의 16년짜리 과실인 콘크리트 둔덕 방치를 가리기 위해 미국 최대의 수출 기업이자 국가 방위 산업의 핵심인 보잉에게 참사 책임을 덮어씌우려는 사조위의 행태는 쿠팡 및 빅테크 기업을 탄압하는 일련의 규제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체계적 반미(反美) 프레임'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만이 임계점을 넘을 경우 산업계 전반으로 파장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미국은 USTR의 무역법 301조를 발동해 쿠팡이나 보잉과 무관한 한국의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주력 수출 품목을 노려 치명적인 관세를 매기는 '크로스 보복(Cross-retaliation)'을 단행할 위력을 갖추고 있다. 사태가 현재에 이르기까지 본질을 외면한 국내 관계 당국의 정무적 판단력 부재와 무능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충돌 후 좌석이 부서져 승객이 사망했다는 것은 일종의 결과일 뿐, 비행기가 왜 그렇게 높은 속도로 둔덕에 와서 들이받았는지를 찾아야 한다"며 “진실을 묻어버리려는 시도 속에서 엉뚱한 곁가지를 붙잡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외교·통상적 리스크의 크기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무능을 드러낸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사의 유일한 목적인 '안전 개선'은 사라지고, 책임 공방에 치중하고 있다"며 “국가 사고 조사 기구의 진정한 독립성은 억지스러운 공학 논리나 남 탓이 아니라 자국 인프라 관리의 구조적 결함을 투명하게 인정하고 개선하는 자성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의 핵심 원인 중 하나인 '조종사 인적 과실' 공표가 지연된 배경도 쟁점이다. 앞서 제기된 '조종사의 엔진 오조작 사실을 공표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사조위 관계자는 “작년 공청회를 실시하려 했으나 유가족 측과 이견이 있어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50년 하늘 누빈 첫 대통령 전용기 ‘HS-748’…국립항공박물관 특별전 11일 개막

대한민국 최초의 대통령 전용기로 50여 년간 하늘길을 누비고 퇴역한 'HS-748' 항공기가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국립항공박물관(관장 박연진)은 오는 11일부터 내년 7월 31일까지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마지막 비행, 새로운 시작-대통령 전용기 HS-748'을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HS-748은 우리나라가 대통령 전용기 운용을 목적으로 구입한 첫 번째 항공기다. 1974년 2대를 도입해 1985년까지 11년간 대통령 전용기로 임무를 수행했고 이후 2024년 공식 퇴역할 때까지 공군에서 국내외 귀빈 수송기로 활약했다. 이는 대한민국 공군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운용된 전용기 기록이기도 하다. 총 6부로 구성된 이번 특별전은 국가의 주요 임무를 수행한 HS-748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퇴역한 기체가 항공문화유산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과정을 다각도로 소개한다. 특히 박물관 야외 전시 공간에는 공군과의 협의를 거쳐 이전·설치된 HS-748 실물 기체(기체번호 1713)가 공개돼 있어 실내 전시와 연계한 입체적인 관람이 가능하다. 3층 기획전시실 내부에서는 기체에 실제 장착됐던 '롤스로이스 다트 엔진(Rolls-Royce Dart Engine)' 실물을 비롯해 전용기에서 쓰인 기내 서비스 식기 세트와 조종사·정비사·공군 승무원의 임무복 등 평소 접하기 힘든 희귀 실물 자료들이 대거 전시된다. 또한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등 주요 임무 기록을 담은 영상과 기체와 동고동락한 임무 수행자 10여 명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인터뷰도 상영된다. 관람객이 전용기 내부 분위기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실제 기내 좌석과 동일한 크기로 구현된 포토존도 마련됐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최은정 국립항공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퇴역기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항공 문화 유산으로 새롭게 발돋움할 HS-748을 기념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무안 참사, 그 이후 ①] 시속 258km ‘둔덕 직격’에 좌석 탓…국토부 사조위, 기초 물리 법칙·美 안전 규정도 왜곡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2216편 참사의 원인 조사가 '부품 결함'에만 무리하게 꿰맞춰지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 조사 기구가 동체 바닥이 파열된 고속 충돌 상황에 통제된 저속 모의 실험 기준을 억지로 대입하고 인체의 생존 한계마저 간과하면서 진상 규명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본지 취재 결과, 과거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제기했던 '보잉기 좌석 결함 정황'은 실제 충돌 환경과 규정의 전제 조건을 반영하지 못한 해석인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일부 언론은 사조위 회의록과 조사 자료를 인용해 “기체가 활주로 끝단 콘크리트 둔덕에 충돌할 당시 기내 좌석에 가해진 최대 충격량이 14.9G로 측정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FAA 좌석 안전 규정인 16G에 못 미치는 충격이 가해졌음에도 좌석이 비산(飛散)했으므로 이는 인명 피해를 키운 보잉사의 구조적 결함일 수 있다"는 사조위의 시각을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공학적 검증 결과는 이와 상이했다. ◇ 시속 48km 실험실 기준, 시속 258km 강체 충돌 사고에 적용 사조위가 판단의 기준으로 삼은 미국 연방항공청(FAA) 14 CFR 25.562 안전 규정 문서는 1980년대 후반 도입된 '16G 동적 하중 시험(Dynamic Test)' 요건을 다루고 있다. 해당 규정의 목적은 기체가 '생존 가능한 비상 착륙(Survivable Emergency Landing)'을 할 때 탑승객의 상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규정의 세부 지침(AC 25.562-1B)에 따르면 이 테스트는 약 77kg(170파운드)의 인체 모형(더미)을 좌석에 앉힌 뒤 썰매(Sled) 장치를 이용해 시속 48.3km(초속 44피트)의 속도 변화를 0.09초 동안 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반면 무안 참사 당시 2216편은 시속 258.6km의 고속으로, 충격을 흡수하지 않는 거대한 콘크리트 둔덕과 직격했다. 운동 에너지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사고 당일 기체가 콘크리트 장벽에 부딪히며 소산시켜야 했던 파괴력은 16G 규정이 상정한 실험실 조건 대비 28배 큰 에너지로 추산된다. 따라서 사고기의 좌석이 운동 에너지를 온전히 이겨내기 위해서는 448G까지 버틸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하다. 국제 항공 사고 조사 기구의 요직을 지낸 업계 관계자 A씨는 본지 통화에서 “16G 규정은 썰매 장치를 통해 진행되는 통제된 실험실 조건이며, 콘크리트 충돌과 같은 고속 직진 충돌과는 전제 조건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속도가 5배 이상 차이 나면 질량 곱하기 가속도의 제곱(F=ma) 비례에 따라 충격 에너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며 “사조위 조사관들이 16G 규정이 어떠한 상황에서 지켜져야 하는 조건인지 확인조차 제대로 안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조위 조사관들이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데 그런 역량이 없어 조사를 제대로 못했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 “바닥 프레임이 온전해야 한다"…16G 규정의 대전제 누락 사조위의 해석에서 누락된 것으로 보이는 핵심 쟁점은 FAA 16G 규정의 성립 조건이다. 이 규정은 1989년 영국 케그워스(Kegworth) 보잉 737 추락 사고 당시 동체 바닥이 비틀리며 좌석이 분리된 사고를 계기로 도입됐다. 이에 따라 동적 하중 시험은 기체가 비상 착륙 시 구부러지는 상황을 모사 바닥 레일에 '10도 요우(Yaw) 및 10도 롤(Roll)' 변형을 준 상태로 진행된다. 단, 이 조건은 '항공기 바닥(Floor) 구조물이 분리되지 않고 온전하게 유지된다'는 대전제하에 성립한다. 바닥 프레임 자체가 파열돼 뜯겨 나가는 상황을 가정한 시험 기준이 아니다. 고속 강체 충돌 시 항공기는 기수부터 종방향 압축 붕괴를 겪는다. 무안 참사 당시에도 둔덕 충돌 직후 동체 하부와 좌석을 고정하는 바닥 레일(Seat Track) 자체가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파열됐다. A씨는 “16G라는 건 밑에 온전한 레일이 깔려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콘크리트 둔덕 충돌로 스트럭처(기체 뼈대)가 다 꼬이고 파쇄됐는데, 좌석 시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비판했다. ◇ 16G는 '합리적 생존 한계'…생체 역학 요인 배제 사조위가 제시한 14.9G라는 수치 역시 전체 파괴 에너지를 대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 수치는 기체가 콘크리트에 부딪혀 구조물이 파괴되는 순간 기록된 국지적(Local)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좌석 볼트가 풀리지 않았다면 생존 가능성이 컸을 것'이라는 사조위의 추정 역시 생체 역학(Biomechanics)적 요인을 배제한 한계를 지닌다. 항공 공학계에서 16G 규정은 비행 속도와 일대일로 연동되는 제한선이 아니라 기체가 파괴 에너지를 소모한 후 객실 바닥을 통해 승객에게 최종 전달될 수 있는 '합리적인 생존 가능 한계(Limit of Reasonable Survivability)'로 정의된다. 16G 시험 과정에서 두부 상해 기준(HIC, Head Injury Criterion)은 1000 단위 이하여야 하며, 요추 압축 하중은 1500파운드 이하로 제어돼야 통과 판정을 받는다. 반면 인간의 가속도 내성 한계를 다룬 '아이밴드 곡선(Eiband Curve)'에 따르면 무안 참사처럼 시속 250km 이상의 속도로 강체에 부딪혀 급정지할 경우 발생하는 물리적 충격은 인간의 생존 한계를 넘어서는 치명적 영역(Fatal zone)에 해당한다. 좌석 형태가 유지되더라도 탑승객은 막대한 전방 관성력(+Gx)으로 인해 대동맥 파열 등 심각한 내부 장기 손상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적 비생존성(Non-survivable)' 환경이었던 셈이다. ◇ 사조위 “국토부 시절 과거 용역일 뿐" 선 긋기…엇갈리는 공방 속 애타는 유가족 타 언론을 통해 기정사실처럼 보도된 '14.9G 측정치'는 총리실 산하로 재편된 현행 사조위의 확정된 결론조차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현 편제의 사조위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해당 보도는 작년 국토교통부 산하 시절 진행됐던 둔덕 관련 연구 용역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며 “올해 초 국회 지적에 따라 현재 재연구 용역을 추진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과거 데이터에 한계가 있음을 국가 기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반면 일부 유가족을 대리하는 항공 소송 전문 하종선 법률사무소 나루 변호사는 해당 수치를 바탕으로 한 정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 변호사는 본지에 “FAA의 썰매(Sled) 실험 조건과 실제 사고 상황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지만, 전방 충돌 시 가해진 G값이 16G보다 낮았음에도 시트가 밖으로 날아갔다면 이 부분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학 전문가들은 정밀 검증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바닥 프레임 자체가 온전해야 한다'는 16G 테스트의 물리적 대전제가 파손된 강체 충돌 사고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지적한다. 엇갈리는 공방 속에 가장 고통받는 것은 유가족들이다. 무안 참사 유가족 B씨는 본지에 “국가 차원의 수사나 조사가 제대로 진행돼 결과가 나왔다면 그것을 붙잡고 기다렸을 텐데, 사실상 진척된 것이 없어 답답하고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온전한 진상 규명이 실종된 현실을 토로했다. ◇ 파생 기종과 신형 기종의 감항성 지시 사안 혼용 FAA가 최근 보잉 737-MAX 8 기종 등에 내린 좌석 결합 관련 감항성 지시(AD)를 사고 기종인 737-800의 상황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논리 역시 항공 규정상 무리가 따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737 MAX 이슈는 최근 생산 라인에서의 너트 누락 등 조립 과정의 유격 방지에 관한 제한적 정비 지시 건이다. 반면 참사를 당한 보잉 737-800NG(Next Generation)은 1990년대 후반에 설계 인증을 획득한 기종으로, 형식 인증(Type Certificate) 기반과 좌석 부품 번호가 상이하다. 이를 포괄적인 '보잉 기종 좌석 설계 결함'으로 규정하기에는 기술적 연관성이 부족하다. 이러한 공학적 괴리에도 불구하고 조사의 논점이 외부 요인으로 좁혀지자 사조위가 조사의 우선 순위를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A씨는 “충돌 후 좌석이 지탱을 못 해서 승객이 죽었다는 것은 일종의 '결과'이자 곁가지일 뿐"이라며 “핵심은 '비행기가 왜 그렇게 높은 속도로 둔덕에 와서 들이받게 됐느냐'하는 진짜 원인을 찾는 것인데 사조위는 둔덕·조류 충돌·좌석 뒤에 숨어 변죽만 울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만약 둔덕과 좌석을 다 뜯어고친다고 이런 대형 참사를 방지할 수 없다"며 “제주항공 조종사의 훈련 상태나 기장 승급 과정 등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휴먼 에러(인적 과실)와 인프라 문제는 쏙 빼놓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본질에서 자꾸 벗어나 엉뚱한 데서 힘을 빼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아무것도 모르고 항공기를 타는 국민들만 계속 잠재적 위험에 빠져 있게 된다"고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진에어, 2Q 영업손실 731억…고유가 덫에 ‘적자 전환’

진에어가 올해 2분기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외형을 키웠으나 고유가에 따른 비용 부담의 직격탄을 맞으며 700억원대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2분기의 깊은 부진은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한 상반기 전체 수익성마저 '마이너스'로 끌어내렸다. 7일 진에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공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진에어의 개별 기준 매출액은 3602억9800만원으로 전년 동기(3060억7300만원) 대비 17.7% 증가했다. 하지만 매출의 뚜렷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이익 지표는 곤두박질쳤다. 2분기 영업손실은 731억300만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422억8600만원)보다 적자 규모가 300억원 이상 불어났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 역시 675억4400만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57억1800만원) 대비 적자 폭이 대폭 확대됐다. 진에어 관계자는 “시장 변화에 맞춘 탄력적인 노선 운영으로 여객 수요를 꾸준히 흡수하며 매출 파이를 키우는 데는 성공했다"면서도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유류비 증가 등 전반적인 영업비용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적자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항공사의 핵심 고정비인 유류비 급증이 매출 증가분을 모두 갉아먹은 셈이다. 이 같은 2분기의 뼈아픈 성적표는 상반기 누적 실적에도 고스란히 악영향을 미쳤다. 1분기에 벌어들인 이익을 2분기에 모두 까먹으면서 수익성 지표가 나란히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진에어의 올해 상반기(1~6월) 누계 영업손실은 154억9000만원, 당기순손실은 458억72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각각 159억8700만원, 299억8500만원의 흑자를 낸 바 있다. 다만 상반기 누계 매출액의 경우 7832억7400만원을 기록, 전년 동기(7239억1900만원) 대비 8.2% 증가하며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해 위기 속에서도 기초 체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진에어는 다가오는 하반기 원가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수익성 턴어라운드(실적 반등)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중동 정세 불안 등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3분기 여름 성수기를 맞은 여객 수요 확대와 최근 하향 진정세를 보이는 유가·환율 흐름이 실적 반등의 청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적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돌파구로는 노선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기단 현대화라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 가동한다. 여객 선호도가 높은 일본과 중국 등 핵심 근거리 지역을 중심으로 인천-고베(일본), 인천-이창(중국) 노선에 새롭게 취항하고 인천-옌타이(중국) 노선 운항을 재개해 수익망을 촘촘히 엮는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연료 효율성이 뛰어난 신규 항공기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고질적인 유류비 부담을 덜어내고 고정비 지출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항공업계 최대 화두인 '통합 저비용 항공사(LCC)' 출범 준비를 위한 밑그림 작업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 진에어 관계자는 “어떠한 대외 환경에서도 타협 없는 절대적 안전 운항 체계를 굳건히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나아가 차질 없는 통합 LCC 출범 준비를 통해 단기적 위기 극복을 넘어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탄탄히 다지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장] 간판 바꾼 ‘트리니티항공’…“고객 ‘진짜 니즈’에 답하겠다”

기록적인 가마솥 더위가 한반도를 뒤덮은 지난 6일 오전. 서울 소노펠리체 컨벤션 다이아몬드홀은 섭씨 39도에 육박하는 바깥 날씨 못지않은 취재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 15년여간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업계의 핵심 축을 담당했던 '티웨이항공'이 익숙했던 붉은 유니폼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트리니티항공(Trinity Airways)'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으로 첫 날갯짓을 시작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열린 트리니티항공 브랜드 런칭·유니폼 런웨이 행사에서 경영진은 기존 대형 항공사(FSC)와 LCC로 굳어진 낡은 이분법을 깨고 완전히 새로운 항공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선언하며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 서준혁 회장 “소노의 47년 진심, 하늘로 연결" 서준혁 소노트리니티그룹 회장은 트리니티항공이 나아가야 할 철학적 이정표를 확고히 세웠다. 서 회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는 트리니티항공 브랜드를 알리거나 새로운 유니폼을 선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난 47년 동안 대한민국 레저와 호스피탈리티 산업을 이끌어온 소노 그룹이 고객의 삶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새로운 약속을 드린다"고 선포했다. 이어 획일적인 항공업계의 관념을 뒤집었다. 서 회장은 “트리니티항공은 고객의 그 소중한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고 싶다는 소노의 진심에서 출발했다"며 “소노의 서비스 가치를 하늘길로 연결하는 자연스러운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항공업의 본질인 '안전'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잊지 않았다. 서 회장은 “항공 산업이 가진 무게감과 책임감 역시 잘 알고 있고, 단 한 치의 소홀함도 허용되지 않는 분야인 만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안전과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며 “오랫동안 현장에서 안전을 책임져 온 항공 전문가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깊이 존중하고, 그 견고한 안전이라는 바탕에 소노만의 차별화된 서비스 감각을 더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 이상윤 대표의 3대 약속과 제3의 모델 'SSC' 선언 바통을 이어받은 이상윤 트리니티항공 대표이사는 '편안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항공사(Relaxed and Reliable)'라는 브랜드 미션 아래 세 가지 굳건한 약속을 꺼내 들었다. 이 대표는 “오늘 우리가 고객에게 드리는 첫 번째 약속은 '안전과 신뢰'"라며 “화려한 서비스도 새로운 브랜드도 안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고객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그리고 임직원 모두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안전에 대한 모든 판단과 의사 결정을 가장 우선하겠다"고 했다. 이어 두 번째 약속으로 '고객 경험의 변화'를 제시하며 이날 업계의 이목을 가장 집중시킨 독자적 비즈니스 모델인 'SSC(Selective Service Carrier, 선택적 서비스 제공사)'의 개념을 공식 선언했다. 이 대표는 “트리니티항공은 모든 것을 더 많이 제공하는 게 아니라 고객에게 정말 필요한 서비스를 가장 가치 있게 제공하는 항공사가 되고자 한다"며 “고객의 여정과 목적에 맞는 서비스를 세심하게 고민하고 작은 부분까지 완성도를 높여 고객이 다시 찾고 싶은 항공사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세 번째 약속은 '여행의 가치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그는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목적지에서의 휴식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이 모든 순간이 하나의 여행"이라며 “집을 나서는 순간 소노 그룹이 오랫동안 쌓아온 호스피탈리티 경험과 트리니티항공의 이동 서비스를 연결해 고객의 여행 전체가 더욱 편안하고 즐거운 경험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트리니티항공은 이 같은 SSC 철학을 앞세워 뼈대부터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입장이다. 무조건 혜택을 덜어내거나 백화점식으로 얹어주는 기존 틀을 버리고 고객의 '진짜 니즈'를 핀셋으로 집어내 맞춤형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이미 지난 2월 인천공항에 프리미엄 체크인 카운터를 선제 가동했고 올 하반기부터는 △전용 라운지 개설 △최첨단 기내 엔터테인먼트 △하늘 위 초고속 인터넷 와이파이 등 굵직한 인프라 투자에 잇달아 나선다. 올 연말에는 장거리 노선 편도 2회·자카르타 등 중거리 노선 1회의 고품질 정규 기내식 개편도 예고했다. 특히 비즈니스석은 와인·맥주 등 주류와 과일·빵을 곁들인 코스식 사이드 메뉴가, 일반석은 샐러드 등 신선함을 대폭 끌어올린 맞춤형 식단이 적용된다. 나아가 소노 그룹의 숙박 네트워크와 비행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엮어내는 통합 마일리지 프로그램 역시 앞두고 있다. ◇ “잠옷처럼 편안해"…실용과 자부심 입힌 트리니티항공 크루 런웨이 행사의 백미는 전문 모델이 아닌,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실제 운항·객실 승무원들이 무대에 올라 직접 선보인 '신규 유니폼 런웨이'였다. 이 대표는 “우리의 새 유니폼은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트리니티항공의 가치를 전하는 약속의 상징"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새 유니폼은 묵직한 안정감과 신뢰를 상징하는 메인 컬러 '트리니티 그레이'에 새로운 출발의 품격을 알리는 포인트 컬러 '로즈 골드'를 매치해 세련미를 뽐냈다. 눈에 띄는 긍정적 변화는 철저히 현장 직원들을 위한 '실용성'에 맞춰졌다는 점이다. 장시간 비행에도 무리가 없도록 신축성이 뛰어난 고기능성 스트레치 원단을 덧댔고, 상공과 지상의 극심한 온도 차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장·부기장 등 운항 승무원에게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카디건' 품목을 새로이 도입했다. 사전 인터뷰 영상에서 한 현직 객실 승무원은 “예전 유니폼을 입고는 체했던 경험이 굉장히 많았는데 지금은 마치 잠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편안해서 기내식 후 당장 뷔페를 가도 괜찮을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 “A330-900neo 연말 투입, 펀더멘털 혁신으로 비상" 런웨이 종료 후, 이상윤 대표는 취재진과 마주 앉아 사전에 취합된 공통 질문 5개와 현장에서 나온 추가 질문 2개에 직접 답하며 경영 청사진을 구체화했다. -15년간 장기 운항해 온 '티웨이' 사명을 교체한 진짜 이유는. “과거와 단절하거나 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변화할 시점이 됐다고 판단했다. 고객들께서 항공사에 기대하고 계시는 부분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 LCC 방식으로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성장을 해 왔다면 이제는 노선 수도 확대가 되고 서비스 부분도 품질을 향상시키면서 다른 가치 전략으로 고객들께 다가가고자 했고, 그와 같은 방향성을 담기 위해 리브랜딩을 결단했다." -새 유니폼 디자인은 어디에 주안점을 뒀나. “첫째는 공항과 기내 현장에서 고객에게 안정감과 신뢰성, 그리고 세련된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는 유니폼을 입고 장시간 극한의 환경에서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직원들의 편안함과 활동성이다. 셋째는 임직원 스스로 느끼는 만족도와 자부심이다. 이 자신감이 긍정적 에너지로 바뀌어 결국 고객 서비스 품질 향상과 철저한 안전 문화로 직결될 것이라 믿는다." -FSC와 LCC의 이분법을 깬 'SSC'의 정확한 콘셉트는 무엇인가. “FSC처럼 상대적으로 큰 비용으로 많은 서비스를 주거나 LCC처럼 가격 경쟁력만 앞세우는 것이 아니다. 고객들은 무조건 많은 서비스나 무조건 싼 가격만을 찾지 않는다. 본인이 지불하는 가격에 대해 얼마나 '충분한 가치'를 느끼느냐가 핵심이다. 합리적인 가격과 운영의 효율성은 유지하되,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비스에는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비효율적이거나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덜어내는 전략이다. 고객들이 기대 이상의 여행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집중할 계획이다." -피인수 후 그룹의 자금 지원이 계속돼 트리니티항공 재무 상태에 대한 우려가 있다. “현재 재무 구조가 충분히 안정적이라고 단언할 단계는 아니다. 경영진 역시 이를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 유럽·대양주 등 장거리 진입 초기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에 유가·고환율, 지정학적 리스크 등 겹친 대내외 악재로 항공업계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그룹 차원의 유상증자와 영구채를 통해 필수 유동성을 탄탄하게 확보했다. 근본적으로는 자본 확충에만 기대지 않고 비효율 노선 재편·신규 기재를 통한 연료 효율성 개선 등 다각적인 원가 절감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리브랜딩 비용 역시 철저히 감내 가능한 통제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집행할 계획이다." -유럽·미주 등 장거리 외에 추가적인 신규 노선 취항 계획은. “단거리든 장거리든 수요와 시장성이 확보된다면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신규 운수권 배분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최근 운수권을 배분받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노선의 경우 내년 취항을 목표로 검토·준비를 진행 중이다. 신규 항공기가 도입되면 기존 중장거리와 단거리 네트워크를 얼마나 매끄럽게 연결해 환승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에 가장 중점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연말부터 순차 도입할 차세대 중대형기 'A330-900neo'의 강점은. “해당 기재는 올해 후반기에서 연말 사이에 들어오게 될 것으로 예상하며, 당사 중장거리 노선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 줄 것이라 확신한다. 항속 거리가 크게 늘어나고 탑승 인원이 늘고, 무엇보다 연료 효율성이 기존 기단 대비 약 25%가량 대폭 향상된다. 원가 절감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편의성의 긍정적 변화 역시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대형 LCC 출범 등 메가 캐리어 재편 속 차별화 생존 전략은. “대형 항공사 통합 등으로 규모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겠지만 항공사의 '규모'만이 고객분들의 선택 기준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기존의 합리적인 운임 중심의 경쟁력을 잃지 않으면서 고객분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다. 특히 우리의 가장 특별한 차별화 무기는 '소노 그룹과의 시너지'입니다. 소노 그룹이 가진 세계적 수준의 숙박 인프라·경험이 우리의 비행 이용과 완전히 결합될 때 세상에 없던 '새로운 여행 플랫폼'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걸고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델타항공, ‘CES 2027’ 라스베이거스 특별편 운항

델타항공이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 2027' 개최에 맞춰 인천과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잇는 부정기 직항편을 한시적으로 운항한다. CES 기간 최고경영자(CEO)와 핵심 엔지니어 등 VIP 출장객이 대거 몰리며 단기간에 항공 수요가 폭증하는 이른바 '플래시 디맨드(Flash Demand)'를 겨냥해 미주 노선 공급을 선제적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5일 델타항공은 내년 1월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7에 맞춰 1월 3일부터 5일까지 인천국제공항(ICN)에서 라스베이거스 해리 리드 국제공항(LAS)으로 향하는 특별 부정기편을 편성한다고 밝혔다. 귀국편은 1월 9일부터 10일까지 운영된다. 이번 부정기편에는 델타항공의 장거리 주력 기종인 에어버스 A350-900이 투입된다. 객실은 프라이버시 슬라이딩 도어가 탑재된 완전 평면형 침대 좌석인 △델타 원 스위트(Delta One Suites)를 비롯해 △델타 프리미엄 셀렉트 △델타 컴포트 △델타 메인 등 탑승객의 예산과 목적에 부합하도록 4개 좌석 등급으로 철저히 세분화돼 운영된다. 델타항공은 아시아와 미국을 잇는 네트워크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및 하드웨어 생태계의 중심지인 대만 타이베이와 홍콩에서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직항 노선을 새로 개설한다. 기존 인천·상하이(PVG) 노선과 연계해 아시아 지역 참관객의 이동 편의를 극대화하며, 미국 국내선 증편을 포함해 CES 기간 동안 120편 이상의 성수기 항공편을 집중적으로 운항할 예정이다. 델타항공의 조인트 벤처(JV) 파트너인 대한항공도 CES 참가객 수송을 위해 기존 정기편 외에 인천-라스베이거스 노선 부정기편 5편을 추가 운항한다. 대한항공은 해당 노선에 장거리 기종인 보잉 777-300ER을 투입해 수송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독립성을 극대화한 일등석 '코스모 스위트 2.0'과 전 좌석 통로 접근이 가능한 비즈니스석 '프레스티지 스위트 2.0' 등 프리미엄 좌석 비중이 높은 기재를 탄력적으로 운용한다. 양사는 조인트벤처 협력을 통해 스케줄 시너지도 극대화했다. 귀국편의 경우 현지에서 늦은 밤 출발해(델타항공 23:10, 대한항공 00:30) 한국에 이른 아침 도착하는 심야 스케줄을 전략적으로 교차 배치했다. 출장객들이 전시회 종료 당일 저녁 늦게까지 비즈니스 네트워킹과 랩업 미팅을 소화한 뒤 귀국 직후 곧바로 일상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동선을 최적화한 것이다. 아울러 프리미엄 고객을 위한 지상 및 기내 인프라도 한층 고도화된다. 탑승객들은 양사 교차 이용 혜택을 통해 최근 1100억 원을 투입해 2배 규모로 확장 리뉴얼을 마친 대한항공의 인천공항 제2 여객 터미널(T2) 프리미엄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기내에서는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 통신망인 스타링크를 활용한 초고속 와이파이를 무료로 제공해 태평양 상공에서도 화상회의 등 완벽한 '스마트 오피스' 환경을 지원할 방침이다. 아타르 칸 델타항공 아시아·태평양 글로벌 세일즈 디렉터는 “CES는 글로벌 혁신의 흐름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무대"라며 “홍콩과 타이베이 신규 취항, 오스틴 등 미국 주요 시장 운항 확대를 통해 더 많은 고객에게 편리한 프리미엄 비행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CES 2027 부정기 항공편 예약은 델타항공과 대한항공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수인 인턴기자

HD현대, 美 최대 방산 조선사에 ‘스마트 용접시스템’ 전수한다

HD현대가 미국 최대규모 방산 조선사와의 기술협력 관계를 구체화하며 현지 진출 속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HD현대는 최근 헌팅턴 잉걸스(HII) 산하 잉걸스 조선소에서 조선소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시범사업에 착수했다고 5일 밝혔다. 미시시피주 소재 잉걸스 조선소는 미국 최대 수상함 건조 조선소다. 이번 사업은 양사가 지난해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해양항공우주 전시회 'SAS 2025'에서 체결한 '선박 건조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따른 후속 협력 과정의 일환이다. HD현대는 이번 시범사업의 첫 단계로 자체 개발한 지능형 용접 시스템을 잉걸스 조선소에 도입한다. HD현대의 지능형 용접 시스템은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등 그룹 내 조선소에서 실제 운영해온 현장 검증형 기술이다. 용접 작업을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개발됐다. 특히 이 기술을 적용하면 시스템이 작업 대상과 조건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용접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정함으로써 작업자는 작업 구역만 설정한 뒤 여러 대의 로봇을 동시에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개입하면 된다. 또한 작업 과정의 정보도 실시간으로 저장돼 품질 관리와 공정 개선, 작업 이력 확인에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시범사업의 근간인 양사의 MOU는 △공정 자동화와 로봇·인공지능(AI) 도입을 통한 디지털 조선소 구축 △양사의 함정 건조 전문성과 역량을 결합한 생산 효율성 제고 △생산인력 교육 및 기자재 공급망 참여 등 선박 건조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브라이언 블란쳇 잉걸스 조선소 사장은 “이번 협력을 계기로 자동화 적용 범위를 생산 공정의 더 깊은 단계까지 확장하고,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하는 과정에 양사의 모범 사례를 접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사장은 “이번 협력은 양사의 파트너십을 한층 강화하고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함정 건조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HD현대는 함정 유지·보수부터 연구개발, 조선소 현대화에 이르기까지 미국과의 협력을 다각도로 확대하며 한미 조선 협력 고도화에 앞장서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달 지멘스와 '차세대 마린 플랫폼' 도입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같은 달 프레이저 인더스트리와도 '미국 조선산업 부흥을 위한 조선소 현대화 협력 관련 MOU를 체결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제주항공, 2Q 영업손실 524억…고환율·고유가 직격탄

제주항공이 전통적인 항공업계 비수기인 2분기에도 4400억 원을 웃도는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하며 거침없는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하지만 중동 정세 불안으로 촉발된 고유가와 고환율 등 통제 불가능한 거시경제 악재가 겹치며 수익성 지표는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공시된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막대한 외생 변수 탓에 순손익 기준으로는 손실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며 '외화내빈(外華內貧)'의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은 4417억 원으로 전년 동기(3154억 원) 대비 40.0% 급증했다. 직전 분기인 1분기(4982억 원)보다는 11.3% 감소했지만, 2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실적이다.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액 역시 전년 동기(6805억 원)보다 38.1% 늘어난 9399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폭발적인 매출 성장세 이면의 수익성은 외부 악재에 짓눌려 크게 악화했다. 2분기 영업손실은 52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450억 원) 대비 적자 규모가 16.5%(74억 원) 확대됐다. 특히 64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직전 1분기와 비교하면 '적자 전환'한 수치다. 이익 훼손의 골은 하단으로 갈수록 더욱 깊게 파였다. 2분기 법인세 비용 차감전 계속 사업 손실은 530억 원으로 전년 동기(-149억 원) 대비 적자가 255.4% 폭증했다. 당기순손실 역시 514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20억 원) 대비 적자 폭이 무려 327.2%나 확대됐다. 직전 분기인 1분기에 법인세 차감전 이익 141억 원, 당기순이익 122억 원을 냈던 것과 대조적으로 모두 고개를 숙였다. 이에 따라 상반기 전체 성적도 엇갈렸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119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807억 원)의 대규모 적자에서 극적인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하지만 누적 당기순손실은 392억 원으로 오히려 전년 동기(-361억 원) 대비 손실 규모가 8.7% 늘어났다. 유류비와 항공기 임차료 등을 주로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업 특성상, 치솟은 환율과 유가가 영업 비용·외화 환산 손실을 초래해 실적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 '月 100만 명 탑승' 저력…기단 세대 교체·저장유로 비용 방어 '사활' 악화된 대외 환경 속에서도 제주항공은 공격적인 노선 효율화와 선제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외형 성장을 견인한 1등 공신은 기민한 노선 전략이다. 제주항공은 인천~고베 노선 신규 취항 등 수요가 탄탄한 일본 노선 위주로 공급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또한 김포~제주 노선을 증편하고, 환승 수요를 겨냥한 인천~제주 시범 운항을 단행하는 등 변화하는 여객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2분기 비수기임에도 매월 100만 명 이상의 탑승객을 유치하며 국적 저비용 항공사(LCC) 수송객 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고유가 파고를 넘기 위한 뼈 깎는 '비용 절감' 노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핵심은 연료 효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차세대 항공기인 보잉 737-8로의 기단 세대 교체다. 올해 2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737-8 기종은 총 12대로, 전체 여객기 44대의 27.0%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 11.6%(43대 중 5대) 대비 두 배 이상 훌쩍 뛴 수치다. 신형기 도입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의 경우 운항 편수가 전년 대비 10% 증가했음에도 유류비는 오히려 약 18억 원 감소(1242억 원→1224억 원)하는 비용 감축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저유가 시기에 미리 구매해 둔 '저장유'를 2분기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유류비 상승 압력을 일정 부분 상쇄했다. ◇ 하반기 '내실 경영' 정조준…알짜 노선 핀셋 증편·자산 효율화 제주항공은 하반기에도 고환율·고유가 기조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외형 확대보다는 '수익성 및 재무 건전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내실 경영에 총력을 기울인다. 우선 3분기 여름 성수기를 맞아 확실한 캐시카우로 자리 잡은 일본 노선의 공급을 지속 확대하고, 휴양·관광 수요가 집중되는 중국 옌지 노선 등을 증편해 수익 극대화에 나선다. 기단 최적화와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한 투트랙 전략도 가동한다. 8월 현재 13대인 차세대 항공기(B737-8)를 연말까지 2대 추가 도입하는 한편, 최근 구형 기종인 737-800NG 3대를 선제적으로 매각했다. 대규모 중정비 비용이 발생하기 전에 구형기를 처분해 유지·보수 비용을 아끼고, 확보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자산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통제 불가능한 외부 악재 속에서도 핵심 노선 경쟁력 강화와 기단 운영 최적화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강도 높은 내실 경영을 바탕으로 시장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다지고, 중장기적 경쟁력을 지속해서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헬기 소음 100분의 1로 줄인다”…대한항공, 美 아처와 손잡고 군용 AAM ‘승부수’

현대 항공우주·방위산업이 내연기관에서 전동화와 자율 주행 시대로 급변하는 가운데 대한민국 항공우주 산업의 한 축을 이루는 대한항공이 중대한 승부수를 던졌다. 대한항공은 최근 미국의 차세대 전기 수직 이착륙기(eVTOL) 선도 기업 아처 에비에이션과 손잡고 '군용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Advanced Air Mobility)' 사업 협력을 주도하겠다고 3일 발표했다. 이는 민간 상용 기체를 기반으로 한 군용 개조 기술 확보부터 단계적 부품 국산화, 미국 연방항공청(FAA) 수준의 최고도 감항 인증 체계의 국내 이식, 나아가 글로벌 방산 수출 시장 선점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국가 전략사업'이다. ◇ 은밀성과 10분의 1 운용비…헬리콥터 한계 넘는다 대한항공이 이번 협력을 위해 채택한 플랫폼은 아처가 개발한 최신형 eVTOL '미드나잇(Midnight)'이다. 이 기체는 기존 군용 헬리콥터(UH-60 등)가 수행하던 △병력 수송 △물자 보급 △환자 후송(MEDEVAC) 임무를 대체하면서도 내연 기관을 채택한 헬리콥터가 가질 수 없었던 전술적 이점을 제공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음향 스텔스' 능력이다. 기존 헬리콥터는 육중한 로터가 공기를 가르는 소음과 엔진 폭발음으로 인해 적의 방공망에 조기 탐지되는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반면 미드나잇은 분산 전기 추진(DEP, Distributed Electric Propulsion) 시스템을 통해 로터의 회전 속도를 독립적으로 제어해 2000피트 상공에서 비행 시 지상 소음을 45dBA(데시벨) 수준으로 억제한다. 이는 기존 헬기 대비 소음 에너지를 최대 100배 줄인 것으로 적진 깊숙이 투입되는 특수작전부대(SOF)나 야간 탐색 구조 임무 시 생존성을 극대화한다. 압도적인 경제성과 신속성도 무기다. 터보샤프트 엔진 등 복잡한 기계 구조가 없는 전기 수칙 이착륙기의 좌석 마일당 운용 비용은 0.2~0.4달러 수준으로, 기존 헬리콥터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10분 내외의 급속 충전만으로 20~50마일 거리의 연속 임무 비행이 가능해 산악 지형이 많은 한반도 전방 초소(GOP)나 고립 진지에 긴급 물자를 쉴 새 없이 실어 나를 수 있다. ◇ 궁극적 목표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대한항공과 아처의 협력은 차세대 무인 전투 체계로의 무한한 확장성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아처는 최근 미국의 대표적 국방 AI 기업 안두릴과 제휴해 미드나잇을 개조한 하이브리드 무인 공격기 '썬더'를 선보인 바 있다.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 등을 장착하고 AI 소프트웨어를 통해 유인 아파치 헬기와 편대를 이루는 '로열 윙맨' 역할을 수행하는 개념이다. 대한항공 역시 저피탐 무인기·군집 무인기 동적 임무 할당 기술 등 6세대 무인기 핵심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무인 체계 종합 역량과 아처의 전기 수직 이착륙기 플랫폼이 결합하면 한국형 자율 무인 공격·수송 AAM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는 완벽한 시너지가 창출된다. ◇ 신속 시범 사업과 국방 혁신 4.0의 교집합 대한항공이 현 시점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신속 시범 사업' 제도의 전략적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기존 획득 절차와 달리 신속시범사업은 단 24개월 이내에 시제품을 납품하고 군 시범 운용을 거쳐 전력화하는 혁신적인 제도다. 백지 상태에서 AAM을 독자 개발해 2년의 기한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민간에서 이미 수억 달러의 투자를 통해 검증된 아처의 '미드나잇'을 들여와 군용으로 체계 통합(SI)하는 방식은 이 기한을 맞출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또한 극심한 인구 감소로 병력 절벽에 직면한 우리 군에게 '국방 혁신 4.0' 기조에 맞춘 다차원 무인·모빌리티 전력 도입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감항인증 노하우 확보…거대한 경제적 해자 구축 이 프로젝트의 이면에는 기업과 국가 방위 산업 전체의 체질을 바꿀 막대한 경제적 획득물이 존재한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아처가 보유한 미국 연방항공청(FAA) 감항 인증 경험과 데이터 패키지의 획득이다. 세상에 없던 비행체인 eVTOL의 안전 기준을 세우는 일은 막대한 비용과 시행착오를 요구한다. 아처가 확보한 FAA 특별 클래스(Part 21.17b) 인증 데이터를 국내로 이식하면 군용 감항 인증을 초고속으로 통과하는 것은 물론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2028년 K-UAM 상용화의 국가적 표준을 대한항공 주도로 세울 수 있다. 이러한 기술과 노하우는 최근 2000억 원 규모의 투자가 확정된 대한항공 부산 테크 센터의 첨단 인프라와 결합된다. 국내 부품·소재 중소기업들을 엮어 거대한 'K-AAM 생태계'를 조성하고, 향후 지형적 특성상 헬기 의존도가 높으나 유지비에 허덕이는 동남아·중동·남미 등 제3국 방산 시장으로 진출할 잠재력을 지닌다. ◇ 규제의 충돌과 전장 인프라의 한계 물론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과 한국 방위산업이 진정한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기 위해 넘어야 할 허들도 뚜렷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낡고 보수적인 군용 감항 인증 기준(MIL-HDBK-516C)과 유연한 민간 인증 기준(FAA Part 21.17b) 간의 간극을 메우는 고도의 엔지니어링·행정적 조율이다. 기술·병참학적 딜레마도 존재한다. 항속거리 증대를 위해 터빈 엔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적용할 경우 전기 수직 이착륙기의 최대 장점인 '음향·열 스텔스' 기능이 일부 상실될 수 있다. 또한 10분 내 급속 충전을 위해선 전방 야전 지역에 메가와트(MW)급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고전압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인데 이는 전시 상황에서 상당한 병참학적 난제로 작용할 수 있다. 얇고 가벼운 복합재 위주의 기체가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MANPADS) 등의 공격에 얼마나 생존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항속거리 연장을 위해 터빈 발전기(하이브리드)를 가동할 경우 발생하는 소음과 적외선 열 신호 노출, 중량 감소를 위해 80% 이상 사용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기체가 적의 소형 화기나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MANPADS) 공격에 취약하다는 점, 방호 장비 탑재 시 화물 적재량(최대 453kg)이 급격히 줄어드는 점 등도 기술적 과제로 지적된다. ◇ '추격자'에서 '개척자'로…방산 생태계의 새 지평 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과 아처 에비에이션의 만남은 이러한 과제들을 선제적으로 타개하고 '글로벌 AAM 룰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인 진통이자 기회로 평가받는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관계자는 “군용 AAM 개발은 대한민국이 미래 항공 전력과 AAM 산업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는 블루오션이자 기회"라며 “한미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AAM 기술 발전의 '골든 타임'을 잡고 새로운 방산 수출의 롤모델을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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