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HMM서 친환경 컨테이너선 8척 수주

HD한국조선해양이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으로부터 2조원 규모 친환경 컨테이너선을 8척 수주하며 고부가 선박 시장에서 저력을 재차 입증했다. HD현대그룹 조선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HMM과 1만3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8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1조9196억원 규모로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해당 선박은 길이 337미터(m)·너비 51m·높이 27.9m에 이르는 초대형 규모로, LNG와 기존 벙커유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 추진 엔진을 탑재한다.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2척을, 영암 HD현대삼호에선 6척을 건조한 뒤 오는 2029년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 선박은 HD현대의 독립형 LNG 연료탱크가 탑재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해당 탱크는 친환경 독립형 탱크 제작기지인 HD현대에코비나에서 생산된다. HD현대그룹은 선박 건조에 이어 핵심 기자재까지 그룹 내에서 직접 공급하는 방식으로 친환경 선박 밸류체인 강화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전략이 HMM의 친환경 선대 확대 전략과 맞물리며 시너지를 창출할 가능성도 기대를 모은다. HD현대는 이번 수주를 계기로 HMM과의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 경험과 기술력을 토대로 글로벌 고부가 선박 시장 내 입지 강화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HD현대 관계자는 “글로벌 선사를 중심으로 LNG 운반선과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컨테이너선 등에 발주 문의가 지속 이어지고 있다"며 “축적된 설계·건조 기술력과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고부가 친환경 선박 수주를 확대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오름세 멈춘 원유선 운임…정유업계 ‘원가 부담’ 한숨 덜까

천정부지로 치솟던 글로벌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해상운임이 상승세를 멈추면서 조정 국면에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초강세를 기록 중인 VLCC 운임이 실질 정제마진을 짓누르는 가운데, 이 같은 흐름이 국내 정유업계의 원가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던 중동-중국 노선의 VLCC 해상운임은 지난 주 들어 하락 전환 국면을 나타내고 있다. 아시아 역내 신규 화물수요가 감소하면서 선주 협상력이 약화된 영향이다. 실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난 19일 발간한 주간 통합 시황 리포트에서 중동-중국 노선의 VLCC 운임지수(WS)는 지난주 1296.88포인트(P)를 기록해 전 주 대비 21.87P 하락했다. VLCC 한 척의 실질적인 하루 용선수익을 나타내는 일일환산용선수익(TCE)도 같은 기간 1.7% 내린 138만7683달러(18억4000만원)로 나타났다. 여전히 평균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초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역내 수요 둔화로 완화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에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주목된다. 앞서 동일 노선의 직전 주 WS와 TCE는 각각 1318.75P·141만2243달러(18억8000만원)를 보여 역사적 수준의 고점을 보였다. 해진공은 “공급 측면에서도 수요가 둔화된 영향으로 가용선복이 일정 수준 유지되면서 선주 협상력이 다소 약화됐다"며 “화주들도 운임 고점에서 선주들의 화물 확보경쟁 조짐이 시작면서 추가 하락을 기다리는 관망세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은 고운임에 따른 원가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 온 정유업계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최근 VLCC 등 원유선을 중심으로 초강세가 지속되며 운임이 역내 정유업계의 실질 정제마진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달 아시아 정유업계의 명목 정제마진은 평균 40달러(배럴당) 수준을 보였다. 특히 원유 운송비는 평균 배럴당 33달러(82%)에 달해 아시아 정유업계의 실질 마진은 단순 계산상 배럴당 7달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원유 도입가격에서 운송비 등 제반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3~7% 수준이지만, 역내 일부 업체에선 이 같은 비중이 최대 30%까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VLCC 운임이 완화 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제품선 운임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어 실제 업계의 원가부담 해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LR2선 등 제품선은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중동 통항 차질에 따라 최근 확대되고 있는 원유 셔틀운송·선박간 환적(STS)에 투입되고 있다. 지난주 중동-일본 노선의 LR2 운임(WS)은 982.78P를 기록해 전주 대비 44.45P 올랐고, TCE 역시 같은 기간 5.2% 오른 28만4616달러(3억8000만원)를 보여 강세를 지속 중이다. 이 가운데 시장은 중동권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공식판매가격(OSP) 인하 기조를 유지하며 아시아 정유업계의 원가부담 완화에 일조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동서송유관 가동 차질 여파로 한동안 역내 원유수출에 제약이 있었던 사우디가 오만·아랍에미리트(UAE) 등에 내준 시장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가격 할인을 지속하며 업계의 도입비 부담을 상쇄할 것이란 기대다. 실제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이달 초 아시아향 11월 선적분 원유의 OSP를 오만·두바이유 평균가격보다 배럴당 5달러 낮게 책정했다. 전월보다 할인폭을 3달러 확대하면서 지난 2020년 6월 이후 약 6년 만에 가장 큰 할인폭을 적용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유 수출량을 지속 확대하고 있는 사우디는 현재 국면에서 고객의 운임 상승부담을 상쇄하고 시장점유율(M/S)을 확대하기 위해 아시아향(向) OSP를 지속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며 “높은 해상운임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의 OSP가 이 같은 부담을 상쇄해 아시아 정유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2026 국감] 민주 박상혁, ‘대한항공 추가 제재’ 요구…운임 인상 수치는 제시 안 해

올해 국정감사에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에 따른 독과점 우려를 제기하며 추가 제재 검토를 요구하면서도 규제 종료 이후의 운임 인상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의원실은 '고삐 풀린 항공권 가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공개한 통계는 여객 수와 시장 점유율 뿐이었다. 공정위가 과거 운임 인상 한도 위반을 적발해 제재한 사례는 있으나 이번 자료에는 구조적 조치 완료 이후의 가격 변화를 확인할 비교 수치가 담기지 않아 의원실이 국감을 부실하게 준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상혁 의원실이 지난 12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 시정 조치 대상 국제선 26개 가운데 구조적 조치가 완료된 노선은 11개다. 의원실은 이 중 8개 노선이 여전히 독과점 상태라며 공정거래위원회·국토교통부·한국산업은행의 적극적인 감독과 추가 제재 방안 검토를 촉구했다. 의원실이 제시한 대한항공 측 점유율은 인천-프놈펜 81%, 로스앤젤레스(LA) 79.3%, 자카르타 65.8%, 바르셀로나 62.2%, 로마 58.6%, 파리 52.1% 등이다. 의원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경쟁 항공사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운임과 좌석 공급에 관한 규제가 풀리면 항공권 가격이 오르거나 항공편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 어느 노선에서 얼마만큼의 운임 인상이나 공급 축소가 발생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규제 종료 전후 평균 운임과 인상률, 유사 노선이나 경쟁 항공사와의 비교 자료도 제시하지 않았다. 항공권은 예약 시점·좌석 등급 및 할인·환불 조건 등에 따라 판매 가격이 달라지지만 평균 운임을 통한 비교 기준은 존재한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의 행태적 시정조치로 좌석 등급별·분기별 평균 운임을 관리하고 2019년 운임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산식에 따라 인상 한도를 설정했다. 실제로 공정위는 과거 운임 인상 한도 위반에 대해 이행 강제금을 부과했다. 작년 7월 28일 의결문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인천-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로마와 광주-제주 등 4개 노선에서 2025년 1분기 평균 운임 인상 한도를 초과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121억450만 원의 이행 강제금을 부과한 바 있다. 해당 의결문은 아시아나항공이 작년 3월 28일 유럽 3개 노선의 구조적 조치를 이행하면서 행태적 조치 의무가 해제됐다고 명시했다. 당시 제재는 의무가 적용되던 기간의 위반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규제 종료 이후 운임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와는 구분된다. 박 의원실이 이번 국감에서 문제 삼은 일부 노선의 운임·공급 제한 종료는 공정위가 기업 결합 승인 당시 정한 절차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경쟁 항공사의 진입을 위해 운수권과 공항 이착륙 시간인 슬롯을 이전하는 구조적 조치를 부과했다. 구조적 조치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운임 인상과 공급 좌석 수 축소, 주요 서비스의 불리한 변경 등을 제한하는 행태적 조치를 병행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도 구조적 조치가 완료되는 시점에 해당 노선의 행태적 조치 준수 의무가 해제된다고 설명했다. 제한 종료 자체는 승인 조건에 포함된 절차이 과거 의무 적용 기간의 위반 책임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의원실의 이번 문제 제기는 구조적 조치를 완료한 뒤에도 높은 점유율이 남아 있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도자료에는 해당 완료 판단이 어떤 승인 조건에 어긋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은 포함되지 않았다. 붙임 표에서는 주요 노선의 합산 점유율 하락도 확인됐다. 인천-프놈펜은 2019년 100%에서 올해 상반기 81%로, LA는 100%에서 79%로 낮아졌다. 바르셀로나는 100%에서 62%, 로마는 80%에서 59%, 프랑크푸르트는 67%에서 42%로 내려갔다. 이는 표에 기재된 정수 단위 점유율 기준이다. 2019년 수치는 당시 각각 독립적으로 경쟁하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의 점유율을 합산한 값이다. 합산 점유율 변화만으로 두 회사 간 경쟁이 사라진 효과와 신규 사업자 진입 효과를 각각 분리할 수는 없다. 의원실은 현재 점유율이 높다는 점을 부각했지만 주요 노선의 점유율 하락 원인과 시정조치의 기여 정도를 구분한 분석은 제시하지 않았다. 트리니티항공의 철수 가능성을 거론한 프랑크푸르트 노선에서는 외항사가 전체 여객의 약 40%를 운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실은 트리니티항공이 인천-프랑크푸르트 동계 운항을 중단했고 노선 자체를 포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운수권을 반납하면 대한항공 계열이 이를 재확보해 다시 독과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같은 자료의 붙임 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당 노선 여객은 대한항공 4만903명, 아시아나항공 5만 6502명, 트리니티항공 4만266명, 외항사 9만2200명이다. 전체 여객 22만9871명 가운데 외항사 비중은 약 40.1%다. 트리니티항공 외에도 상당한 운송 실적을 가진 경쟁 사업자가 존재하는 것이다. 보도자료에는 이들 외항사의 증편 여력과 운임, 운항 시간대에 관한 자료가 없어 트리니티항공의 철수 이후 경쟁 강도와 가격 변화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공정위 역시 최초 기업 결합 심사에서 외항사의 존재뿐 아니라 점유율과 공급 능력, 신규 진입 가능성 등을 함께 검토했다. 외항사가 운항하는 일부 노선에 대해서도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들이 반납 운수권을 재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재배분 기준이나 국내외 시정조치 조항이 제시되지 않았다. 재취득 가능 여부와 그에 따른 경쟁 영향을 검증할 제도적 근거가 이번 자료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운수권과 슬롯도 구별되는 권리다. 공정위는 2024년 변경 처분 설명에서 운수권을 특정 국가에 취항하기 위해 필요한 권리로, 슬롯은 공항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로 설명했다. 대체 항공사의 요청에 따른 이전 의무와 일부 노선의 예외적인 반납 절차를 별도로 다뤘다. 의원실은 구조적 조치가 완료되지 않은 나머지 15개 노선에 대해서는 운수권이나 슬롯을 넘겨받아 신규 취항하려는 항공사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장거리 노선의 항공기 확보·운항 비용과 불확실한 수익성을 진입 부진의 배경으로 들었다. 시정 조치에 따른 대체 항공사의 진입 여부는 기존 외항사 등을 포함한 전체 경쟁 구도와 다른 항목이다. 구조적 조치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노선에 경쟁 항공사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의원실은 노선별 진입 부진의 원인을 구분할 세부 자료와 항공사별 손익 자료도 공개하지 않았다. 신규 사업자의 미진입이 수요 부족·기재 확보 문제·초기 비용 부담·이전받을 슬롯의 조건 가운데 어떤 요인에 따른 것인지 이번 자료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항공사마다 △환승 수요 △기업 고객 △화물 수입 △기재 △정비 △판매망 등이 달라 같은 노선에서도 수입과 비용 구조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신규 항공사가 진입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기존 대한항공·아시아나의 해당 노선 적자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의원실이 인용한 익명의 항공업계 임원은 대한항공의 경쟁 우위 요인으로 기존 노선망과 운항편 수, 환승 수요,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를 제시했다. 해당 발언에는 대한항공이 경쟁사의 진입을 방해하거나 부당하게 운임을 인상했다는 구체적인 사례는 담기지 않았다. 높은 시장 점유율과 위법 행위 판단도 구별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정한 요건 아래 단일 사업자 점유율 50% 이상 등을 시장 지배적 사업자 추정 기준으로 정한다. 점유율이 100%에 미치지 않아도 시장지배력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추정 기준에 해당한다는 사실만으로 지위 남용이나 부당한 가격 인상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박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추가적인 제재 방안을 검토해야 하고, 공정위·산업은행·국토부 모두의 적극적인 감독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항공안전기술원 통폐합 논란 下] 이해 충돌 가능성 우려...“독립성·미래 산업 영향 따져야”

항공안전기술원과 한국교통안전공단의 통합 논의에서 안전성 인증과 사고 조사 기능의 독립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초경량 비행 장치의 안전성을 검증한 기관이 사고 이후 기존 인증의 적정성까지 조사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이해 충돌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가 항공 안전 평가 대응과 미래 항공 산업의 상용화를 뒷받침할 인증 역량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검증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안전기술원 통폐합과 관련해 인증 업무와 사고 조사 실무를 같은 기관에 배치할 경우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조직을 합친 뒤에도 기존 업무를 유지한다는 설명을 넘어 기술적 판단과 조사 권한, 책임 범위를 명확히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초경량 비행 장치 사고와 관련해 현장 조사와 자료 수집, 시험·분석, 사고 조사 보고서 작성 등의 위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항공안전기술원의 안전성 인증 업무가 합쳐지면 사고 이전의 안전성 검증과 사고 이후의 원인 조사 실무가 같은 기관에 놓일 수 있다. 문제는 사고 원인이 기체 설계나 과거 인증 과정의 적정성과 연결되는 경우다. 초경량 비행 장치 사고를 조사하면서 운용자의 과실뿐 아니라 최초 인증 단계에서 구조적 위험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확인해야 할 수 있다. 이때 조사 결과가 동일 기관의 기존 기술적 판단과 맞물리면 스스로 수행한 검증의 적정성을 다시 조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 제기하는 우려는 실제 조사 결과의 왜곡 여부에 앞서 잠재적인 이해 충돌을 방지할 제도가 갖춰져 있느냐는 데 있다. 사고 조사 과정에서 기존 인증 판단의 문제점까지 독립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인증과 조사 기능이 동일한 법인에 속한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위법이나 국제 기준 위반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점도 함께 제시된다. 별도의 조사 권한과 조직 분리, 이해 관계자의 제척·회피, 외부 전문가 검증 등을 통해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통합 논의에서는 기관의 형식적인 결합 여부뿐 아니라 실제 조사 권한의 범위와 보고 체계, 최종 판단 절차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존 인증의 적정성이 쟁점이 되는 사고에서 독립적인 검토를 누가 맡고, 그 결과를 어떤 절차로 반영할 것인지까지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제 평가 대응 과정에서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통합에 신중한 검토를 요하는 측은 오는 12월 ICAO의 국가 항공 안전 평가를 앞둔 시점에서 조직 개편 논의가 담당 인력과 자료 관리, 평가 준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평가 대응 과정에서 조직과 권한이 달라지면 국가 항공 안전 감독 체계의 책임 소재와 업무 절차를 설명해야 하는 부담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관 개편이 평가 준비와 기술 지원 업무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고, 조직 전환기에 발생할 수 있는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것으로 직결된다. ICAO가 항공안전기술원이라는 별도 기관의 존립 자체를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직 형태가 바뀌더라도 국가가 항공 인증과 안전 감독에 필요한 전문 조직과 기술 인력, 절차를 확보하고 실제로 운영하고 있음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문제 제기의 요지다. 항공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도 인증 역량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항공 기술은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설계의 안전성과 기술 기준 적합성을 입증하고 필요한 인증을 취득해야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해외 진출 과정에서는 미국 연방항공청(FAA), 유럽항공안전청(EASA) 등 외국 항공 당국의 인증 요건과 승인·검증 절차에도 대응해야 한다. 국내 인증 역량은 이러한 해외 검증을 준비하고 외국 항공 당국과 기술적으로 협력하는 기반이라는 설명이다. 인증 관련 시험·분석과 기술 지원이 약화되면 기업의 제품 개발 이후 사업화 과정에서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수소 항공기와 전기 항공기, 드론, 도심 항공 교통(UAM), 인공 지능(AI) 기반 항공 시스템 등 새로운 분야에서는 인증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기존 항공기와 다른 추진 방식과 운용 개념을 적용하는 만큼 새로운 위험을 식별하고 안전성을 입증할 기준과 시험 방법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미래 항공 산업 육성과 인증 체계 강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술 개발과 실증을 지원하면서 상용화에 필요한 인증 전문 역량이 약화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통합이 연구·개발(R&D)과 인증 기준 마련, 해외 인증 대응에 미칠 영향을 산업 정책 차원에서도 검토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통폐합 논의의 절차적 타당성도 검토 과제로 꼽힌다. 항공안전기술원은 법률에 설립 근거와 역할이 규정된 기관인 만큼 관련 법률 정비와 국회 심의 과정에서 통합 필요성과 안전 역량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논의에서는 기존 설립 목적이 여전히 유효한지, 새로운 조직 체계가 그 목적을 더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장 전문가와 노동조합, 항공 학계, 산업계가 참여하는 의견 수렴을 통해 실제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확인해야 한다는 요구다. 정부가 공개해야 할 자료로는 국제 기준 이행과 항공 안전 평가 대응에 미치는 영향 분석, 인증 업무의 법적 권한과 책임 이관 방안, 사고 조사와의 이해 충돌 방지 대책 등이 거론된다. 전문 인력과 예산을 유지하는 방안에 더해 조직 전환 과정에서 인증·조사 업무의 공백을 막을 계획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 외의 대안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기존 전문 기관을 유지하면서 항공 인증 인력을 확충하고 미래 항공 기술의 인증 기준 연구, 국제 인증 협력, ICAO 평가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보다 넓은 범위에서 항공 안전 전담 조직의 기능과 체계를 재설계하자는 제안도 제시된다. 항공업계는 기관 통합이 국가 항공 안전 역량과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지 객관적인 검증을 거친 뒤 추진 여부와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인증과 사고 조사의 독립성, 국제 평가 대응의 연속성, 미래 항공 기술의 상용화 지원 능력을 함께 살피고 국회 심의와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해 조직 개편의 타당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뜻으로, 관계 당국들의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수주 호황인데 조선소에선 고공농성…HD현대중·한화오션 임단협 평행선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 호황을 이어가는 가운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노사 갈등이 고공농성과 부분파업으로 번지고 있다. 실적 회복에 따른 성과배분 요구에 HD현대미포 합병 후 근로조건 통합, 협력업체 노동조합의 원청 직접교섭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두 회사 모두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는 전날부터 오는 23일까지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루 7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애초 19∼20일에는 간부 중심으로 4시간, 21∼23일에는 전 조합원이 7시간씩 파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재교섭에서도 회사가 추가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다며 닷새 모두 전 조합원 7시간 파업으로 수위를 높였다. 김동하 현대중공업지부장은 18일부터 울산조선소 안 약 25m 높이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에 통합된 옛 HD현대미포 노동자를 대표해 온 김태암 전 위원장도 단체협약과 근로조건의 하향 조정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이후 재교섭을 진행했으나 임금과 격려금 등 보상 수준뿐 아니라 HD현대미포와의 합병에 따른 단체협약 통합 방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합병 과정에서 기존 근로조건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며 양사 제도 가운데 유리한 조건을 적용하는 '상향 평준화'를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서로 다른 임금·직급·복지 체계를 한꺼번에 통합해야 하는 만큼 단계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에서도 원청 정규직 노조와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원청 노조의 임단협과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직접교섭 요구가 동시에 교착된 점이 HD현대중공업과 다른 대목이다. 한화오션은 원청 노조에 기본급 13만8689원 인상, 일시금 750만원, 연간 100만원 상당 복지포인트, 일부 경조사 지원 확대 등을 담은 3차 제시안을 내놨다. 성과급 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도 제안했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직접교섭 문제도 남아 있다. 협력업체 웰리브 노동자들은 고용·근로조건 승계와 성과급 차별 해소 등을 포함한 요구안을 회사 측에 전달했다. 노사는 지난 교섭에서 요구 내용을 설명하고 회사가 이를 검토하기로 했으며, 다음 교섭은 22일 오후 4시 열릴 예정이다. 앞서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노동자 6명은 지난달 30일 거제사업장 내 크레인과 공장 지붕 등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이 가운데 2명은 첫 직접교섭에 참석하기 위해 농성을 풀었지만 나머지 노동자들은 현장을 지키고 있다. 노조는 한화오션이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원청이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회사의 갈등은 조선업황 회복기에 성과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공통 질문에서 출발한다. 장기간 불황과 인력 유출을 겪은 뒤 수주잔고가 늘고 실적이 회복되자 노동계는 임금 정상화와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선박을 수주한 시점과 실제 매출·이익이 반영되는 시점에 차이가 있고, 원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부담도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만 쟁점의 성격은 다르다. HD현대중공업에서는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추가 보상과 합병에 따른 근로조건 통합이 핵심이다. 한화오션에서는 원청 임단협과 함께 협력업체 노동자의 교섭 상대방을 누구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다. 향후 분수령은 HD현대중공업이 파업 기간 중 추가 제시안을 내놓을지와 한화오션이 22일 원·하청 교섭에서 수정안을 제시할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부분파업과 농성이 선박 건조·인도 일정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조선업은 선행 공정이 늦어지면 후속 공정도 영향을 받는 구조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 일정과 납기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회사가 성과배분과 근로조건 문제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 조선업 호황에도 불구하고 노사 갈등이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현대글로비스, 美 필라델피아 항만 개발 참여…현지 터미널 운영사업 진출

현대글로비스가 미국 필라델피아 항만에서 신규 부지 확장에 참여하고 현지 완성차 터미널 운영사업 진출에도 나선다. 현대글로비스는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항만청, 현지 개발사와 '항만 확장 개발과 완성차 터미널 운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해당 항만은 미국 동부 완성차 물류의 핵심 현지 거점이다. 회사는 필라델피아 항만청이 추진 중인 항만 확장 사업에 협력 파트너로 참여해 신규 자동차운반선(PCTC) 전용 선석을 확보하는 한편, 완성차 터미널 운영 사업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항만청 추진 사업은 완성차·컨테이너 터미널을 종합적으로 개발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대글로비스가 체결한 이번 MOU는 항만 내 신규 완성차 물류 부지를 확보하고, 기존 부지의 계약을 오는 2056년까지 30년 간 연장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앞서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10년부터 필라델피아 항만을 통해 완성차 수출입 물류사업을 운영했다. 이어 지난 2019년에는 19만평 규모에 달하는 완성차 전용 야드 '사우스포트'를 개소해 사업 기반을 강화했다. 현재 해당 항만에서 30만평 규모에 달하는 완성차 물류 부지와 3만3600만대 수준의 차량 보관 능력을 갖춘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신규부지 개발 완료에 따라 향후 운영면적과 차량 보관 능력이 각각 34만평·3만7600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항만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도 현대글로비스의 핵심 물류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MOU를 계기로 해당 항만의 전략 거점 기능도 한층 강화할 방침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 지난 2024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발생한 프랜시스 스콧 키 대교 붕괴사고로 현지 항만 운영이 중단됐을 당시, 현대글로비스는 필라델피아 항만을 대체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차량 물류 운영 안정성 확보에 나선 바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완성차 운송·보관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기존 사업기반에 PCTC 터미널 운영 사업을 더해 물류 서비스 범위를 더욱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해상운송과 터미널 운영, 보관, 내륙운송을 아우르는 '앤드 투 앤드' 통합 물류 서비스를 강화하고 북미권 물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완성차 중심에서 상용차와 건설기계 등 '하이앤헤비' 화물과 설계·조달·시공(EPC) 프로젝트 물류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는 한편, 대서양 항로 사업도 확대해 나간다는 목표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필라델피아를 미국 동부 물류 공급망의 핵심 허브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고객사에 더욱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통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항공안전기술원 통폐합 上] 안정성 검증에 조사 실무까지?…“합치는 근거부터 제시해야”

항공안전기술원과 한국교통안전공단의 통합 논의가 안전성 인증과 사고 조사 기능의 독립성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초경량 비행 장치의 안전성을 검증한 기관이 사고 이후 기존 인증의 적정성까지 조사할 수 있어 이해 충돌 방지책이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가 항공 안전 평가 대응과 미래 항공 산업의 상용화를 지원할 인증 역량도 통합의 타당성을 가늠할 주요 변수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안전기술원 통폐합을 둘러싼 논쟁은 인증 업무와 사고 조사 실무를 같은 기관에 배치할 때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업계는 통합 이후에도 기존 업무를 유지한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기술적 판단과 조사 권한, 책임 범위를 구체화할 것을 주문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초경량 비행 장치 사고와 관련해 현장 조사와 자료 수집, 시험·분석, 사고 조사 보고서 작성 등의 위탁 업무를 맡고 있다. 항공안전기술원의 안전성 인증 기능까지 편입되면 사고 이전의 안전성 검증과 사고 이후의 원인 조사 실무를 한 기관이 담당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 이해 충돌 가능성은 사고 원인이 기체 설계나 과거 인증 과정의 적정성과 연결될 때 두드러진다. 초경량 비행 장치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려면 운용자의 과실뿐 아니라 최초 인증 단계에서 구조적 위험을 충분히 검토했는지까지 살펴야 할 경우가 생긴다. 조사 대상에 동일 기관의 기존 기술적 판단이 포함되면서 사실상 스스로 수행한 검증을 다시 평가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가 경계하는 대목은 실제 조사 결과의 왜곡 여부에 앞서 잠재적인 이해 충돌을 차단할 제도의 유무다. 기존 인증 판단의 문제점도 외부 영향 없이 검토할 수 있도록 조사 부문의 권한과 책임을 설계하자는 취지다. 다만 인증과 조사 기능이 동일한 법인에 속한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위법이나 국제 기준 위반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논의의 전제에 포함된다. 독립성 확보 수단으로는 별도의 조사 권한 부여와 조직 분리, 이해관계자의 제척·회피, 외부 전문가 검증 등이 제시된다. 검증의 범위 역시 기관의 형식적인 결합 여부를 넘어 실제 조사 권한과 보고 체계, 최종 판단 절차까지 포괄한다. 기존 인증의 적정성이 쟁점인 사고에서 누가 독립적인 검토를 맡고, 그 결과를 어떤 절차로 반영할지 명확히 정하라는 요구다. 국제 평가를 앞둔 조직 개편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통합에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는 측은 오는 12월 ICAO의 국가 항공 안전 평가를 앞두고 담당 인력과 자료 관리, 평가 준비에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평가 대응 도중 조직과 권한이 달라지면 국가 항공 안전 감독 체계의 책임 소재와 업무 절차를 새롭게 설명해야 하는 부담도 따른다. 이에 업계는 기관 개편이 평가 준비와 기술 지원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고, 전환기의 업무 공백을 막을 계획부터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ICAO가 항공안전기술원이라는 별도 기관의 존립 자체를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판단의 핵심은 조직 형태가 바뀐 뒤에도 국가가 항공 인증과 안전 감독에 필요한 전문 조직과 기술 인력, 절차를 확보해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기관 통합 여부보다 감독 역량과 업무 연속성의 입증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인증 역량에 관한 논의는 항공 산업 경쟁력으로도 확장된다. 항공 기술은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설계의 안전성과 기술 기준 적합성을 입증하고 필요한 인증을 취득해야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 해외 진출에는 미국 연방항공청(FAA), 유럽항공안전청(EASA) 등 외국 항공 당국의 인증 요건과 승인·검증 절차에 대한 대응이 수반된다. 국내 인증 역량은 해외 검증을 준비하고 외국 항공 당국과 기술적으로 협력하는 기반을 이룬다. 업계가 인증 관련 시험·분석과 기술 지원의 약화를 경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기능이 위축되면 제품 개발을 마친 기업의 사업화 과정에까지 부담이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소 항공기와 전기 항공기, 드론, 도심 항공 교통(UAM), 인공 지능(AI) 기반 항공 시스템 등 새로운 분야에서는 인증 체계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진다. 기존 항공기와 다른 추진 방식과 운용 개념에 맞춰 새로운 위험을 식별하고, 안전성을 입증할 기준과 시험 방법을 마련하는 작업이 필요해서다. 업계는 미래 항공 산업 육성과 인증 체계 강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싣는다. 기술 개발과 실증을 지원하면서 상용화에 필요한 인증 전문 역량이 약화돼서는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통합이 연구·개발(R&D), 인증 기준 마련, 해외 인증 대응에 미치는 영향도 산업 정책 차원에서 따져야 할 항목으로 묶인다. 통폐합 논의의 절차적 타당성 역시 검증 대상에 오른다. 항공안전기술원은 법률에 설립 근거와 역할이 규정된 기관이다. 업계는 관련 법률 정비와 국회 심의 과정에서 통합 필요성은 물론 국가 안전 역량에 미칠 영향까지 충분히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국회가 살펴야 할 사안으로는 기존 설립 목적의 유효성과 새로운 조직 체계의 적합성이 꼽힌다. 현장 전문가와 노동조합, 항공 학계,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실제 업무 수행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를 확인하는 절차도 빼놓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에 공개를 요청하는 자료에는 국제 기준 이행과 항공 안전 평가 대응에 관한 영향 분석, 인증 업무의 법적 권한과 책임 이관 방안, 사고 조사와의 이해 충돌 방지 대책 등이 담긴다. 전문 인력과 예산의 유지 계획에 더해 조직 전환 과정에서 인증·조사 업무를 끊김 없이 이어 갈 구체적인 방안도 검증 목록에 포함된다. 논의를 통합안에만 한정하지 말자는 제언도 뒤따른다. 기존 전문 기관을 유지하면서 항공 인증 인력을 확충하고, 미래 항공 기술의 인증 기준 연구와 국제 인증 협력, ICAO 평가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보다 넓은 범위에서 항공 안전 전담 조직의 기능과 체계를 재설계하자는 구상도 검토 범위에 들어간다. 항공업계가 제시하는 조직 개편의 판단 기준은 인증과 사고 조사의 독립성, 국제 평가 대응의 연속성, 미래 항공 기술의 상용화 지원 능력으로 모인다. 국회 심의와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해 이들 역량을 유지·강화할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통합의 추진 여부와 방식을 결정하라는 것이 요구의 골자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환율보다 고운임”…HMM·팬오션, 3Q 실적 기대감↑

국내 주요 해운기업들이 올해 3분기 급격히 하락한 원·달러 환율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 시기 강세가 지속됐던 고운임 효과가 실적 부담을 상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3분기 HMM의 연결기준 영업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3조7323억원과 영업이익 7443억원으로 제시됐다. 각각 전년 동기보다 37.9%·150.7%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243.3% 급증한 1조428억원으로 추정됐다. 팬오션의 실적 기대치도 높다. 회사의 3분기 영업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조8520억원과 영업이익 1880억원으로 이 기간 45.9%·50.1% 성장할 것으로 점쳐졌다. 당기순이익 역시 161.7% 오른 1516억원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이 같은 국내 해운업계의 3분기 호실적 전망은 해당 분기에 원·달러 환율이 200원(달러 당) 가까이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통상 해운업계는 매출의 상당 부분이 달러로 발생하는 사업 특성상,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 환산 매출과 이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3분기 환율은 지난 7월 초 달러당 1552원 수준에서 9월 말 1358원까지 3개월간 12.5% 감소율을 보였다. 이처럼 단기간 급격히 하락한 원달러 환율에도 불구하고 해운업계의 호실적 전망이 짙어지는 배경에는 같은 기간 강세를 이어간 해상운임이 자리하는 모양새다. 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주요 항만의 물류 적체 등으로 선본 공급이 제한된 가운데, 운임 상승 효과가 환율 하락에 따른 수익성 부담을 상당 부분 상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컨테이너선 운임의 경우, 글로벌 운임의 핵심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기준 지난 7월 말 3205포인트에서 8월 말 3509포인트까지 상승했다. 이후 9월 중순에는 3600포인트를 넘어서며 강세를 지속했다. 올 3분기 평균 SCFI는 3407포인트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3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컨테이너선 운임 강세는 해당 선종을 주력으로 영위하는 HMM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에선 HMM이 기존 실적 컨센서스를 크게 웃도는 이른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4일 발간한 리포트를 통해 HMM의 3분기 영업이익을 1조42억원으로 추산했다. 기존 시장 컨센서스(7443억원) 대비 34.9% 높은 수치다. 하나증권도 15일 HMM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을 1조600억원으로 전망했다. 팬오션 역시 벌크선 운임 강세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글로벌 건화물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7월 월평균 2791포인트에서 8월 2942포인트, 9월 3483포인트로 상승했다. 7월과 9월을 비교하면 약 24.8%의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철광석과 석탄, 곡물 등 원자재 운송을 주력으로 하는 팬오션은 벌크선 운임 상승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 여기에 최근 사업영역을 확대한 유조선 부문 역시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팬오션은 지난 6월부터 SK해운에서 인수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10척을 순차적으로 인도받고 있다. 해당 선박에 딸린 장기운송계약도 함께 승계한 만큼, 기존 벌크선 중심의 수익구조에 유조선 사업의 이익 기여가 더해지는 모양새다. 다만 이 같은 고운임 효과가 올 4분기 이후까지 지속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중동정세 완화 및 통항·항만물류 차질이 완화함에 따라 그간 강세를 보였던 시황이 약세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불확실성이다. 내년 신조선 투입 본격화로 선복 수급여견이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당장 컨테이너선은 올해부터 오는 2029년까지 총 1414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규모에 달하는 선복이 글로벌 해운 시장에 순차적으로 신규 투입될 예정이다. 벌크(건화물선) 역시 올해 운임 상승을 주도한 케이프사이즈 선박을 중심으로 오는 2028년을 전후해 신조선 인도를 본격화한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내년부터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선복 공급이 본격화하고, 타 선종 역시 점진적으로 수급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동 정세를 비롯해 외부 요건에 따른 운임 변동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내년 이후는 개별 업체의 전략보다 시장 상황이 실적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더 이상 못 버텨”…장거리·프리미엄 날개 펴는 K-LCC, ‘재무 체력’이 승부처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업계가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협동체 기종으로 일본·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을 촘촘하게 오가며 박리다매로 수익을 내던 전통적인 LCC 공식이 한계에 부딪히면서다. 주요 LCC와 신생 항공사들은 앞다퉈 유럽과 미주 등 장거리 노선에 깃발을 꽂고 비즈니스급 좌석과 선택형 프리미엄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탈(脫)저가·장거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공격적인 중대형 기단 확대에 따른 막대한 리스·정비 비용과 수천 퍼센트에 달하는 부채 비율 등 재무 구조 개선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으로 지적된다. ◇ 단거리 출혈 경쟁 탈피…파라타항공 'LA 진출 시동'·트리니티항공 'SSC 전환' 국내 LCC들이 일제히 사업 모델 고도화에 나선 배경에는 단거리 시장의 구조적 포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미 국제선 시장에서 국적 LCC의 여객 점유율은 올 상반기 기준 36.9%(1864만 명)에 달해 대형항공사(FSC)의 점유율(31.9%·1613만 명)을 추월한 상태다. 단거리 노선 내 출혈 경쟁이 격화되자 항공사들은 단가가 높은 중장거리 노선 개척과 서비스 차별화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미주·유럽 등 장거리 영토 확장이다. 후발 주자인 파라타항공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점을 설립하고 초대 지점장으로 브라이언 김을 선임하며 미주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 기반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내년 5월 LA 노선 취항을 목표로 현지 운항·영업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파라타항공은 이번 지점 설립을 통해 △공항 운영 △지상 조업 △현지 영업·마케팅 △유관 기관·여행업계와의 네트워크 구축 등 취항 준비의 완성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김 지점장은 아시아나항공을 거쳐 2022년부터 에어프레미아의 초대 LA 지점장으로 근무하며 신규 취항 초기 운항·지상 조업 체계 구축부터 영업·마케팅, 사업 개발, 조직·재무 관리 등 현지 사업 전반을 총괄한 20년 이상 경력의 미주 항공 전문가다. 그는 “그동안 미주 항공 시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파라타항공이 미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현지 기반을 탄탄히 구축하겠다"며 “운항 준비뿐 아니라 현지 고객과 파트너들에게 회사를 알리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파라타항공 관계자 역시 “LA지점 설립과 지점장 선임은 LA 취항을 위한 준비가 현지 조직과 사업 기반 구축 단계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안전하고 안정적인 운항을 최우선으로 필요한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기존 LCC의 장거리·프리미엄 피벗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최대 주주가 소노인터내셔널로 변경된 뒤 올해 3월 티웨이항공에서 사명을 바꾼 트리니티항공이 대표적이다. 트리니티항공은 2022년 시드니 취항에 이어 2024년 자그레브·로마·파리·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주요 거점과 2025년 7월 캐나다 밴쿠버에 잇달아 취항하며 국내 LCC 중 유일하게 유럽과 미주 노선을 동시에 운항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나아가 트리니티항공은 올해 하반기부터 기존의 LCC 모델에서 탈피해 고객 수요와 노선 특성에 맞춰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제공하는 'SSC(Selective Service Carrier)' 모델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단거리 노선은 운임 경쟁력과 운영 효율성에 집중하는 반면, 중장거리 노선에서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 터미널 전용 라운지 개설과 기내 엔터테인먼트(IFE)·와이파이(IFC) 도입 외에도 모회사인 소노트리니티그룹의 국내외 호텔·리조트와 연계한 통합 로열티 프로그램을 결합해 프리미엄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등 타 LCC들 역시 프리미엄 좌석 운영과 차세대 고효율 기재 도입을 통해 중거리 노선 확장과 수익 다변화에 힘을 쏟고 있다. ◇ '반기 매출 1조' 외형 성장의 그늘…치솟는 유류비·리스료에 적자 눈덩이 문제는 장거리와 프리미엄 시장 진입에 따르는 막대한 '입장료'다. 장거리 노선을 띄우기 위해서는 중대형 광동체 도입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는 단일 소형기 운영으로 비용을 극한까지 낮추던 기존 LCC의 원가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실제로 올해 반기 보고서에 나타난 재무 지표는 외형 성장과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풍요 속 빈곤'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트리니티항공은 올해 6월 말 기준 A330-200 6대와 A330-300 5대, 보잉 777-300ER 2대 등 중대형기 13대를 포함해 총 47대의 항공기를 리스로 운용하고 있다. 중장거리 노선 확대에 힘입어 국제선 여객 1인당 평균 좌석 판매 단가는 2024년 17만9631원에서 2025년 19만7783원, 올해 상반기에는 22만3688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중대형기 하부 화물칸(벨리 카고)을 활용한 화물 운송 수입 역시 지난해 전년 대비 255% 급증한 666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236억 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468억 원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818억 원으로 전년 동기 8245억 원 대비 31.2% 급증하며 반기 매출 1조 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손익 계산서의 성적표는 정반대다. 트리니티항공은 지난해 연간 2655억 원의 영업손실과 3383억 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연결 기준 영업손실 1628억 원, 당기 순손실 2281억 원을 내며 영업손실 1138억 원·순손실 1228억 원을 냈던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오히려 크게 확대됐다. 영업 활동 현금 흐름 또한 지난해 상반기 943억 원 유입에서 올해 상반기 26억 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수익성을 갉아먹은 주범은 급증한 고정비와 대외 변수다. 올해 상반기 트리니티항공의 연료비는 국제 항공유 도입 단가가 갤런당 2.56달러(2025년)에서 3.59달러로 치솟은 영향 등으로 전년 동기 3061억 원 대비 52.7% 급증한 4675억 원에 달했다. 공격적인 기재 도입에 따라 상반기 임차료는 1649억 원으로 전년 동기 1166억 원보다 41.4% 늘었고, 사용권 자산 감가상각비도 672억 원에서 889억 원으로 불어났다. 여기에 리스 부채 이자 비용 371억 원과 외화 환산 손실 496억 원 등 금융 비용이 상반기에 1109억 원 발생하며 재무 부담을 가중시켰다. 올해 6월 말 기준 달러화(USD) 표시 부채는 1조5498억 원으로 달러화 자산 6269억 원의 2.5배에 달해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세후 이익과 자본 이 약 800억 원씩 줄어드는 취약한 외환 노출 구조를 안고 있다. ◇ 부채 비율 2312%·결손금 6270억…내실 경영이 생존 관건 누적된 적자와 리스 부채 증가로 재무 건전성 지표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6월 말 기준 트리니티항공의 연결 부채 총계는 2조 924억 원으로 2조 원을 넘어선 반면, 자본 총계는 905억 원에 머물러 부채 비율이 2311.66%에 달한다. 재무 상태표상 유동·비유동 리스 부채가 8239억 원에 이르고, 47대의 리스 항공기를 반납할 때 원상 복구해야 하는 총 충당 부채 규모도 7112억 원에 육박한다. 미처리 결손금은 지난해 말 4029억 원에서 반기 만에 6270억 원으로 불어났고 한국신용평가 기준 신용 등급 역시 원리금 상환 불확실성이 내포된 투기 등급인 'BB-(안정적)'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지난해 말 3498.63%에 달했던 부채 비율을 2300%대로 낮춘 것도 영업 이익 창출이 아닌 대규모 외부 자본 수혈에 기댄 결과다. 트리니티항공은 지난해 10월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낮추는 무상 감자를 단행한 것을 비롯, 지난해 하반기 두 차례의 제3자 배정 유상 증자(총 2100억 원)와 영구채 성격을 지닌 900억 원 규모의 신종 자본 증권 발행으로 급한 불을 껐다. 올해 상반기에도 3월 주주 배정 유상 증자 733억 원과 6월 말 제3자 배정 유상 증자 800억 원, 최대 주주 소노인터내셔널을 대상으로 한 1100억 원 규모의 신종 자본 증권 추가 발행을 통해 자본을 확충했다. 하지만 누적 2000억 원에 달하는 신종 자본 증권은 발행 2년 후부터 금리가 연 3.0%포인트(p) 가산되고 이후 6개월마다 0.5%p씩 금리가 뛰는 스텝 업 조항이 붙어 있어 제때 상환하지 못할 경우 막대한 이자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향후 예정된 대규모 투자와 안전 인프라 구축 과제도 만만치 않다. 트리니티항공은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차세대 중대형기인 A330-900 도입과 연관된 예비 엔진·부품 투자를 진행하는 동시에 총 사업비 1365억 원을 투입해 2029년 12월 준공 목표로 인천국제공항 첨단복합항공단지 내 자체 정비 시설(격납고 H2)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 3년간 유압 계통 결함 정비 매뉴얼 미준수(과징금 16억500만 원), 부품 정비 능력 범위 밖 부품 사용(과징금 12억 원), 엔진 배기 가스 분출구 균열 점검 주기 미준수(과징금 8억 원) 등 항공안전법 위반으로 국토교통부로부터 잇달아 수십억 원대의 과징금 제재를 받은 바 있어, 장거리 노선 안착을 위한 정비 신뢰도 회복과 안전 투자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트리니티항공의 사례로 살펴볼 수 있듯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K-LCC의 장거리·프리미엄 전환이 일시적 외형 확장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재무 체질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유상 증자와 영구채 발행 등 재무적 수혈로 시간을 버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중장거리 노선의 탑승률과 수율을 조기에 안정시켜 실질적인 영업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고금리 리스·차입 구조를 개선하는 항공사가 치열한 하늘길 재편 전쟁에서 최종 승자가 될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오션, ‘고공 농성’ 노조 주장에…“교섭과 불법행위 대응은 별개”

한화오션이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고공농성을 둘러싸고 성과급 차별과 임금 삭감, 산재 은폐, 교섭 거부 등 노조 측 주장을 반박했다. 회사는 원·하청 동일 성과급 지급률 적용과 협력사 단가 인상 등을 근거로 처우 개선을 추진해 왔다며 교섭은 이어가되 생산 시설 점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지난 15일 두 번째 교섭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달 30일 시작된 크레인 등 생산 시설 점거와 고공 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하청지회는 성과급·임금·현장 노동 환경 등을 문제 삼고 있고 회사는 노조의 주장이 그동안의 상생 조치와 교섭 경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한화오션이 반박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성과급 지급 실적이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초 사내 협력사 노동자에게 원청 직원과 같은 성과급 지급률을 적용해 약 1만 명에게 총 890억 원이 지급되도록 했다. 올해 1월 '원하청 상생 협력 선포식'에서 발표한 방침을 이행한 것으로 성과급 차별이 여전하다는 노조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임금 문제에 대해서는 협력사에 지급하는 단가를 지속적으로 올려 왔다고 밝혔다. 2023년 한화오션 출범 이후 연평균 인상률이 약 5%로 노조가 제시하는 물가 상승률을 웃돈다는 것이다. 다만 협력사 단가 인상률과 개별 노동자의 실제 임금 인상률은 서로 다른 지표인 만큼 이를 노동자 임금이 같은 비율로 올랐다는 의미로 볼 수는 없다. 지난해 10월 취하한 470억 원 규모의 손해 배상 청구 소송도 주요 쟁점으로 거론했다. 해당 소송은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22년 하청지회 파업과 관련해 제기됐다. 한화오션은 소송 취하와 함께 마련한 회사·하청지회·이용우 국회의원 간 합의에 “향후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후 다시 생산 시설 점거가 발생한 것이 당시 합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노동 환경을 둘러싼 주장에도 반박했다. 노조가 시간·생산 통제로 비판한 현장 관리 활동에 대해 회사는 정해진 근무 시간을 지키도록 하는 캠페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점심 시간이나 휴식 시간이 시작되기 전 작업장을 벗어나 식당에 줄을 서는 등의 관행을 개선하려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노조가 '줄 세우기 체벌'로 지적한 사안 역시 특정 노동자를 처벌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회사에 따르면 해당 활동은 지난 6월 11∼12일 발판 지원팀 주관으로 여러 장소에서 협력사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기초 안전 수칙 준수 캠페인이다. 협력사 대표들이 공동으로 합의해 안전 의식을 높이기 위해 시행했다는 설명이다. 산재 은폐 의혹과 관련해서는 도장 협력업체 한 곳이 산재 2건을 누락한 사실을 파악한 뒤 조사에 착수했으며, 자체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해당 업체에 대한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산재 발생 자체를 이유로 협력사에 불이익을 주지 않지만 은폐가 확인되면 최대 계약 해지까지 가능한 제재 방침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섭 문제는 하청지회와의 협상 의사와 위탁 급식 업체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 회사 입장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3월 10일 하청지회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했고 이후 시정 신청과 조정 신청 등 관련 절차에서도 교섭 의사를 밝혀 왔다고 설명했다. 이후 웰리브지회의 교섭 요구 공고 누락 문제가 노동위원회 절차로 이어졌고 노동위원회가 웰리브지회에 대한 한화오션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 법적 다툼이 본격화했다. 회사는 해당 판단에 대해 법원의 확인이 필요하다며 지난 7월 20일 집행 정지를 신청하고 행정 소송도 제기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배포한 입장문에서는 웰리브지회를 제외한 하청지회 단독 교섭에는 즉시 응할 수 있지만 하청지회가 공동교섭을 요구해 협의가 진척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웰리브지회에 대해서는 법원이 교섭 의무를 인정하면 그 판단을 존중해 후속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후 지난 15일 두 번째 교섭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생산 시설 점거를 둘러싼 대립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회사는 가동 중인 크레인 점거가 정당한 쟁의 행위의 범위를 벗어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대형 구조물과 중장비가 상시 움직이는 조선소에서 고공 농성이 이어지면 참여자와 동료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정상적인 사업장 운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화오션은 협력사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상생 노력은 계속하되 시설 점거와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하청지회는 생산 시설 점거를 중단하고 교섭 테이블에서 쟁점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어갈 때"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