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737-8 중심 기단 현대화 가속…2030년까지 고효율·저기령 체질 개선

제주항공(대표이사 김이배)이 노후 항공기 정리와 차세대 기종 도입을 병행하며 기단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재 늘리기 외에도 연료 효율이 높고 정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구매기' 중심의 전략적 기단 운용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낡은 날개 떼고 '차세대 기단' 전환 속도 제주항공은 최근 기령 20년이 넘은 노후 구매기 2대를 매각하고 계약이 만료된 리스 항공기 2대를 반납했다고 6일 밝혔다. 이는 기단 현대화 전략의 일환으로, 이번 정리를 통해 제주항공의 여객기 평균 기령은 11.8년까지 낮아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차세대 기종인 보잉 B737-8(MAX)로의 빠른 전환이다. 제주항공은 현재까지 총 10대의 737-8을 인도받아 운항에 투입 중이며, 이는 초기 확정 계약 물량 40대의 25%에 달하는 수치다. 공급망 위기 뚫고 '계획대로' 인도 진행 최근 글로벌 항공업계가 항공기 공급망 차질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제주항공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인도 실적을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선제적으로 체결한 대규모 계약 덕분에 인도 우선 순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올해 상반기 이미 2대의 구매기를 도입 완료했으며, 연말까지 5대를 추가로 들여와 올해 총 7대의 차세대 항공기를 확충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도입 일정에 차질은 없으며, 예정대로 기단 현대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30년 '평균 기령 5년 이하' 목표… 수익성·안정성 두 토끼 잡는다 제주항공의 기단 전략 핵심은 '구매 도입'을 통한 원가 절감이다. 구매기는 리스기와 달리 반납 시 발생하는 막대한 원상복구 비용이 없고, 정비 충당 부채 부담도 낮출 수 있다. 또한 매각이나 임대 등 자산 운용의 유연성이 높아 위기 상황에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유리하다. 실제로 차세대 항공기 비중이 늘면서 비용 구조도 개선되고 있다. 2025년 누적 유류비는 전년 대비 약 16% 감소하는 등 실질적인 경영 효율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정된 40대 도입 이후 시장 수요에 따라 추가로 10대를 들여올 수 있는 옵션도 보유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기단 평균 기령을 5년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운항 안정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아시아나 통합 앞둔 대한항공 노사, 조종사 서열 기준 ‘시각차’…사측 “소통 지속, 합리적 조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양사 조종사 간 인력(HR) 통합의 핵심 쟁점인 '서열(시니어리티·Seniority)' 기준 마련을 두고 대한항공 노사 간 시각차가 엇갈리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KAPU)은 사측이 사전 합의 없이 설명회를 추진했다고 강하게 반발한 반면, 사측은 “수차례 협의를 제안했으나 이견이 있었고 차별 없는 고용 승계라는 통합 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며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조율책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KAPU는 최근 회사가 운항 승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업 결합 시 HR 통합 설명회'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노조는 조종사 서열 문제가 '회사는 노사 합의로 정한 운항승무원 서열 순위 제도(Seniority System)를 준수한다'고 명시한 단체 협약 제24조가 존재하는 만큼 노사 간 사전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서열 문제는 인사권 사안이 아니라 조합원 개인의 경력과 승격(단협 25조, '회사는 조합원의 기장 승격 연한이 현재보다 초과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근로 조건 전반에 직결되는 핵심 사안"이라며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촉구했다. 특히 노조는 과거 양사 간 입사 조건(진입 장벽)의 차이를 언급하며 현재 대한항공 부기장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상대적 박탈감과 역차별 논란을 전했다. 이러한 현장의 분위기가 자칫 안전 운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합의를 전제로 한 성실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노조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조종사 노조 내부 게시판에는 최근 통합 서열 기준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현직 부기장의 글이 올라와 조합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부기장들 한번 도와주십시오'라는 제목의 해당 게시글 작성자는 양사 군 경력 조종사의 서열을 '전역일' 기준으로 일괄 조정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을 거론했다. 기존 사내 규정에 따라 먼저 입사해 성실히 교육을 이수한 조종사가 서열에서 뒤로 밀리거나 장기 복무 후 전역한 피인수 기업 조종사들이 동일 서열 발생일 기준 생년월일 순 부여 원칙에 따라 앞 서열로 끼어들어 기존 부기장들의 기장 승격 기회가 지연될 수 있다는 게 글의 요지다. 기장 승격 요건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대한항공 부기장들은 기장 승격을 위해 △부기장 임명 후 5년 △입사 후 비행시간 2500~3000시간 △착륙 횟수 350회 등 운항본부 관리 매뉴얼의 엄격한 요구량을 충족해 왔다. 작성자는 합병을 통해 흡수되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에게 이러한 규정을 선택적으로 적용하거나 과거 경력을 가감 없이 인정해 줄 경우 비행 안전 담보는 물론 공정성 측면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사측은 본지의 질의에 조종사 서열 기준 마련은 기본적으로 회사의 고유 '인사권' 영역에 해당한다는 법리적 해석을 내놨다. 단협 제24조 위반이라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서도 “해당 조항은 기존에 노사 합의로 정한 제도가 있을 경우 이를 준수한다는 의미이나, 현재 노사 합의로 제정된 서열 제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노조의 지적에 대해서는 오히려 사측이 대화를 선제적으로 요구해 왔음을 강조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회사 역시 서열 관련 사항에 대해 사전 협의를 희망하여 수차례 제안해 왔다"며 “하지만 조합 측이 이를 임금·단체협상(임단협)과 결부시키고 '합의를 전제로 한 논의'만을 고수해 실질적인 대화가 진행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노사 간 실무 논의가 공전함에 따라 회사는 우선 직원들에게 서열 관련 기본 원칙을 투명하게 설명하고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직접 수렴하기 위해 설명회를 마련했다는 게 사측의 입장이다. 통합 과정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인 '부기장들의 역차별 우려'와 관련해서는 기업 결합의 대원칙을 흔들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측은 “이번 기업 결합은 아시아나항공 직원에 대한 포괄적 고용 승계·차별 금지를 최우선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의 기존 사내 경력도 인정하는 것이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메가 캐리어의 성공적인 출범을 위해서는 출신 회사에 따른 불이익이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사측은 이번 사안의 민감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현장 조종사들의 정서적 우려를 다독이기 위해 노조와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은 “서열 사항에 대해서는 조종사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입장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향후 추가 설명회를 통해 세부 내용을 안내하고, 이 과정에서 노조의 의견도 충분히 경청해 계속적으로 소통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호르무즈 해협 덮친 화염…韓 HMM 벌크선 폭발에 美-이란 ‘일촉즉발’ 긴장 최고조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국적 선사 HMM이 운용하는 화물선이 원인 미상의 폭발로 화염에 휩싸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미국이 해협 봉쇄 해제를 위한 대규모 군사 작전에 돌입한 직후 발생해 의도적 피격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국제 정세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기관실 덮친 거대한 폭발음…긴박했던 4시간의 사투 5일 외교·해운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40분경(한국 시간) 아랍 에미리트 연합(UAE)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던 파나마 선적의 HMM 중소형 벌크 화물선 '나무(NAMU)'호에서 원인 모를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배 하단부에서 시작된 불길 탓에 초기 진압에 어려움이 컸으나, 선원들이 신속하게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며 4시간여에 걸친 사투를 벌인 끝에 자정을 넘긴 무렵 불길을 잡는 데 성공했다. 당시 긴박했던 상황과 관련, HMM 관계자는 “선미 좌현 기관실 쪽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며, 배에 물이 새어 침수되거나 가라앉을 위험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피해 선박에는 한국인 선원 6명을 포함해 총 24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전원 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美 '해방 프로젝트' 개시 당일 터진 폭발…조심스러운 HMM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이번 폭발이 단순 선체 결함인지, 외부 세력에 의한 의도적 타격인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고 당일 오전, 미국은 두 달째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상선들을 구출하겠다며 '해방 프로젝트(프로젝트 프리덤)' 개시를 선언했고, 이에 이란은 “미국의 어떠한 개입도 휴전 위반"이라며 맹렬히 반발했다. 이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한국 화물선을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사태의 복잡성을 더했다. 해방 작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계산된 도발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당사자인 HMM 측은 피격 가능성에 대해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해당 선박은 외부 강판에 일부 손상을 입은 채 인근 두바이항으로 예인될 예정이다. HMM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피격 여부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지만, 당사자인 선사 입장에서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확실한 원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불리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공식적인 멘트나 추측성 발언을 자제했다. 이어 “현재 해협 안쪽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조건에 맞는 예인선을 수배 중"이라며 “두바이항까지 배를 끌고 가는 데는 한두 시간이 아닌 며칠이 소요될 예정이며, 항만에 도착한 이후에야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 묶인 160명 韓선원…정부·HMM 초비상 사태 돌입 닫힌 바닷길 속에서 불의의 사고까지 터지면서 억류된 우리 국민의 안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두 달여간 이어진 해협 봉쇄로 인해 현재 해협 내측에 발이 묶인 한국 관련 선박은 26척에 달하며, 외국 선박 승선 인원까지 합치면 도합 160명의 한국인 선원이 고립된 상태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정부는 즉각 행동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황종우 장관 주재로 긴급점검회의를 연달아 개최하고, 폭발 사고 인근 수역인 UAE 앞바다에서 대기 중이던 HMM 소속 선박 5척 등 우리 선박들에게 걸프 해역 안쪽인 카타르 방향으로 긴급 대피할 것을 지시했다. HMM 역시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부산에 위치한 HMM 오션 서비스의 선박 종합 상황실은 외부인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는 철통 보안 속에서 인공 위성과 폐쇄 회로(CC)TV를 통해 사고 선박의 상황과 해협 내 다른 선박들의 동선을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일말의 긴장 완화 기류가 흐르던 호르무즈 해협은 이번 폭발 사고를 기점으로 다시 짙은 전운에 휩싸였다. 좁은 해협을 둘러싼 관련국들의 치열한 셈법과 무력 충돌의 위기감은 사고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당분간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항공기 내 위생 관리, 코로나 겪고도 ‘치외법권’…정부, 검역법령 개정 추진

코로나19·원숭이 두창(엠폭스) 등 신종 감염병이 국경을 넘나드는 핵심 통로인 항공기 위생 관리에 심각한 '법적 사각지대'가 존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여객선 등 선박과 달리 비행기에 대해서는 국가가 주도하는 사후 위생 점검 규정이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보건당국이 칼을 빼 들고 검역법령을 전면 개정해 항공업계 전반의 기내 방역을 직접 통제하기로 했다. 28일 본지 취재 결과 질병관리청은 '국내 항공기 보건위생조사 도입 연구 목표'를 수립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국제 기구·해외 사례 비교·분석을 통한 검역법령 개정(제도화)와 과학적 근거 기반의 보건 위생 관리 체계 마련·고도화를 이번 제도의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이번 법령 개정 추진은 교통수단 간 검역 규제의 불균형에 기인한다. 현행 검역법 체계상 항만으로 들어오는 선박의 경우 1차 검역 조사를 마친 뒤에도 서류의 사실 확인과 실질적인 전염병 예방을 위해 당국이 대상 선박을 지정해 고강도 보건 위생 조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하지만 수백 명의 내·외국인이 밀집해 장시간 머무는 항공기에 대해서는 정작 이러한 보건 위생 조사를 강제할 명시적 규정이 전무한 실정이다. 비행 종료 후 항공사 자체적인 객실 청소나 매뉴얼에 따른 소독은 이뤄지고 있지만 방역 당국 차원에서 개입해 기내 위생 상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행정적으로 관리·감독할 법적 테두리가 없었던 셈이다. 당국은 이 같은 맹점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 주요 국제기구의 기준과 선진국의 방역 사례를 정밀하게 벤치마킹해 국내 실정에 맞는 '항공기 보건 위생 조사' 제도를 명문화할 방침이다. 명확한 법적 근거가 신설되면 여객기 역시 선박과 마찬가지로 체계적인 국가 보건 위생 조사의 대상이 된다. 이번 연구 용역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항공기 검역 및 보건위생관리가 필요하다는 배경에서 추진됐다. 당국이 벤치마킹하는 ICAO의 최신 지침인 '부속서9(출입국 간소화) 제17판(2025년)'은 각 체약국이 철저한 '위험 평가(Risk assessment)'에 근거해 항공기 소독 조건을 결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내 소독이 필요할 경우 WHO 최신 지침 및 항공기 제작사 권고사항을 고려해 병원체의 유형과 위험군에 적합한 방식을 적용하고 오염 의심 구역에는 감염 병원체에 맞는 화학적 또는 비화학적 수단을 사용하며, 적절한 개인 보호구를 착용한 훈련된 인력에 의해서만 소독을 실시하도록 국제 기준을 엄격히 규정했다. 더불어 주먹구구식 방역을 탈피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 기반'의 위생관리 질적 고도화도 함께 추진된다. 시각적인 청결도를 확인 외에도 기내 환기 시스템을 통한 에어로졸 전파 억제력과 승객 접촉 빈도가 높은 좌석 표면의 오염도, 기내식 조리 공간(갤리)·화장실 내 바이러스 잔존 여부 등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측정해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질병청은 이번 연구를 통해 현장에 즉각 적용할 수 있는 '항공기 검역·보건위생관리 세부 방안'을 구체화한다. 우선 WHO와 ICAO 등 국제 가이드라인을 분석해 국내 적용 기준을 세우고 △세균 검출 △표면 오염도(ATP) 초과 △매개체(해충 등) 발견 △이물질 육안 확인 여부 등을 근거로 집중 점검할 대상 노선과 항공편을 핀셋 선정할 계획이다. 검역 현장의 실행력을 높일 촘촘한 감시망도 짠다. 현장 검역관이 기내 전체를 샅샅이 살펴보고 시료를 채취할 수 있도록 규격화된 '표준 점검표(체크리스트)'를 새로 도입한다. 특히 승객 접촉이 잦은 바닥·좌석·트레이 테이블을 비롯, 화장실·식품·식수 보관 구역 등은 '고위험 구역'으로 명시해 특별 관리한다. 이들 고위험 구역이나 육안상 오염이 의심되는 장소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ATP 검사를 실시하며, 필요시 검체를 채취해 정밀 감염병 검사까지 진행한다. 검사 대상에는 콜레라·장티푸스·세균성이질·장출혈성대장균(이상 2급), 비브리오패혈증(3급), 장염비브리오균·살모넬라균·장독소성대장균(이상 4급) 등 주요 법정 감염병 및 식중독 원인 병원체 9종이 대거 포함됐다. 위생 조사 결과 오염이 확인된 후의 사후 조치 지침도 깐깐해진다. 당국은 항공기의 빡빡한 지상 체류시간, 기종별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염 유형과 수준에 따른 세밀한 맞춤형 조치 기준을 신설한다. 여기에는 살균·살충 소독 방식부터 소독 약제의 범위와 투입 용량, 약제 노출 시간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된다. 아울러 실제 기내 소독 업무를 대행하는 운송수단 소독업체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해 이들의 장비와 시설을 직접 지도·점검하는 기준도 전면 보완할 방침이다. 새로운 규제 신설이 가시화되면서 항공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고된다. 법령이 개정되면 공항에 도착해 다음 비행을 준비하는 짧은 시간(Turn-around) 안에 한층 깐깐해진 국가 방역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각 항공사들은 기내 방역 프로토콜 전면 재정비와 인력 확충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해진공 “유조선, 호르무즈 셧다운 리스크로 VLCC 운임 일일 50만 달러 폭등”

​글로벌 해운 시장이 중동 사태 등 지정학적 위기와 주요 항로 우회 운항에 힘입어 단기적인 운임 호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조선·건화물선·컨테이너선 등 3대 주력 선종 모두 당장 내년부터 역대급 규모의 신규 선박 인도가 쏟아질 예정이어서 머지않아 심각한 공급 과잉과 함께 구조적 하강 국면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한국해양진흥공사(KOBC)는 영국의 해운·조선 분석기관 MSI(Maritime Strategies International)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2026년 1분기 시황 보고서 요약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올해 해운 시장에서 가장 극적인 변동성을 겪고 있는 곳은 유조선 부문이다. 중동 분쟁 심화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시장은 유례없는 운임 폭등을 경험했다. 이란 공습 직후 중동-중국 간(TD3C)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스팟 운임은 일주일 만에 일일 50만 달러까지 치솟았고 1년 기간 용선료 역시 일일 15만 달러를 기록하며 미지의 영역에 진입했다. ​보고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지속적으로 통제될 경우 하루 약 1200만 배럴의 원유 수출이 묶여 파이프 라인 우회 수송이 불가능한 정제 석유 제품의 경우 글로벌 수급 체계에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우회 항로인 아프리카 희망봉을 택할 경우 항해 일수가 최대 90일 늘어나고 필요 선복량이 2.5배 급증해 실질적인 톤-마일(화물량×운송 거리) 증가가 발생, 물동량 감소분을 일부 상쇄하고 있다. ​하지만 호황에 가려진 '공급 폭탄'이 대기 중이다. 기록적인 운임 탓에 올해 노후선 해체(폐선)는 사실상 '제로(0)'에 머문 반면, 올 한해 유조선 신조 인도량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한 4570만 재화 중량 톤수(DWT)로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유조선 전체 선복량은 전년 대비 5.0%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VLCC 수주 잔량이 전체 선대의 25%에 육박해 선박 인도가 집중되는 2027년부터는 뚜렷한 선가 조정과 수익성 악화가 덮칠 것으로 예상된다. ​건화물선(벌크선) 시장은 아프리카 기니 시만두(Simandou) 철광석 프로젝트 본격 가동으로 올해 약 2,500만 톤의 철광석이 중국으로 유입되고, 보크사이트 물동량 역시 전년 대비 8.0% 급증하면서 대형선인 케이프사이즈(Capesize)가 전체 운임 상승을 굳건히 주도하고 있다. ​올해 건화물선 전체 물동량은 1.9% 증가한 55억5900만 톤으로 전망된다. 장거리 항해와 체선 등이 반영된 실질 선박 수요 증가율은 2.9%로 선대 공급 성장률(2.8%)을 소폭 상회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글로벌 석탄 교역량은 전 세계적인 재생 에너지 급증과 탈탄소 여파로 지난해 첫 역성장(-4.3%)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1.8% 줄어들며 완벽한 구조적 하락기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단기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2025~2026년에 케이프사이즈를 중심으로 대거 발주된 신규 선박들이 시장에 인도되는 2028년 이후로는 심각한 선박 공급 과잉이 도래할 전망이다. 신조선가 역시 상반기 일시적 반등 이후 수주 잔량 잠식과 함께 하락세로 전환해 2028~2029년경 해운 사이클의 최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관측됐다. ​팬데믹 호황이 막을 내린 컨테이너선 시장은 쏟아지는 선박으로 인해 근본적인 공급 과잉 국면에 진입했다. 올해 글로벌 컨테이너 수요 성장률은 3.0%로 전년(5.5%) 대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최대 타겟인 북미 노선은 미국의 관세 정책과 수요 약화 여파로 전년 대비 물동량이 1.2%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수요 성장세가 꺾인 반면 선대 공급은 걷잡을 수 없이 팽창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컨테이너 총 선대 성장률은 4.2%에 달할 전망이며, 향후 5년 간 무려 1500만 TEU의 신규 선박이 바다로 쏟아져 나온다. 이에 따라 선복 공급 성장률은 2027년 7.2%, 2028년 9.2%로 매년 가파르게 치솟을 예정이다. ​극심한 수급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최근 운임이 단기 반등한 것은 온전히 지정학적 요인 덕분이다. 이란 분쟁 발발 전후로 선사들이 전쟁 할증료를 부과하면서 극동발 중동행 노선의 운임이 단숨에 140% 급등했고, 아시아-유럽 항로의 홍해 우회 장기화가 잉여 선복을 빨아들이며 하락 압력을 지지하고 있다. ​MSI 측은 “지정학적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운임 약세를 방어하고 있으나, 향후 홍해 항로가 정상화되어 운항 효율이 개선되면 그간 억눌렸던 공급 충격이 즉시 시장을 덮칠 것"이라며 “공급 확대 여파로 운임과 선가 모두 점진적인 약세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선원·해외 건설 근로자는 500만 원, 승무원은 20년째 100만 원”…항공업계, 조세 역차별에 ‘불만 대폭발’

동일하게 국경을 넘어 외화를 벌어들이지만 하늘에서 일하는 항공사의 운항·객실 승무원들은 20년째 조세 제도의 사각지대에 갇혀 있다. 해외 건설 근로자와 원양 어선 선원들의 국외 근로 비과세 한도가 월 500만 원으로 대폭 상향된 반면 항공 승무원의 비과세 한도는 2006년 이후 '월 100만 원'에 꽁꽁 묶여 있기 때문이다. 살인적인 물가 상승과 턱없이 부족한 세제 혜택 속에 일선 종사자들의 박탈감이 극에 달하자 국내 항공업계를 지탱하는 21개 주요 기관이 전례 없는 단일 대오를 형성하며 정부에 강력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형 항공사·LCC·국제 기구·학계 총망라…“20년 역차별 끝내야"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항공사 수장들과 학계·유관 기관 대표들이 대거 참여한 '항공승무원 국외근로 비과세 형평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지지 동의서' 서명이 진행됐다. 개별 기업의 이해 관계를 넘어 대한민국 민간항공 생태계 전체가 공동 행동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참여 면면은 사상 초유의 규모를 자랑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FSC)를 비롯,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서울·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에어제타 등 총 10개 국적 항공사의 경영진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한국 지부·한국항공협회·항공의학협회·사단법인 한국항공교통관제사협회 등 주요 직능 단체와 한국항공대학교·한서대학교·항공우주산학융합원 등 학술·연구 기관 수장들까지 총 21개 기관이 뜻을 모았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타 직군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비과세 한도의 합리적 조정 △20년 장기간 동결로 추락한 실질 지원 수준 회복 △대한민국 민간 항공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현직 승무원 2891명의 절규…93.5% “현행 비과세 제도, 불공정하다" 일선 현장에 팽배한 불만은 수치로도 명확히 입증됐다. 현직 운항 승무원(87.9%)과 객실 승무원(12.1%) 28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대 다수가 뼈아픈 조세 불평등을 토로했다. 응답자의 76.2%는 근로 시간의 75% 이상을 국제선 비행에 할애하는 '절대적 국외 근로자'였으며, 5년 이상 장기 근속자 비율도 85.6%에 달하는 등 업계를 이끄는 핵심 인력들이 설문에 대거 참여했다. 조사 결과 선원·건설 근로자(500만 원)와 항공승무원(100만 원) 간의 비과세 한도 격차에 대해 응답자의 93.5%가 “전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강한 반감을 표출했다. 타 직군이 500만 원의 혜택을 받는다는 사실 조차 몰랐던 승무원도 43%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제도 개선에 대한 갈망도 압도적이었다. 응답자의 98.7%가 비과세 한도 확대가 “매우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향후 개선 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타 직군과의 형평성 확보(78.5%)'를 지목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가장 합리적인 비과세 한도 역시 타 직군과 동일한 '월 500만 원(84.3%)'이었다. 20년 전 잣대에 멈춰 있는 정책에 최소한의 물가 상승률(85.4%)과 체감 물가(87.1%)를 반영해 달라는 호소도 줄을 이었다. ◇“핵심 인력 뺏기면 비행 안전도 무너져"…생존 위한 방어막 절실 업계 전문가와 현장 종사자들은 이번 비과세 현실화 요구가 세금 감면 수준의 투정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업의 붕괴를 막고 핵심 인재의 '엑소더스(대규모 이탈)'를 방어하기 위한 생존의 문제라는 것이다. 설문에서 승무원들은 비과세 확대가 가져올 파급 효과(복수 응답)로 '항공종사자의 근무환경 개선(86.3%)'에 이어 '해외 항공사로의 숙련된 인력 유출 방지(74.1%)', '우수 인력 확보 및 유지(53.8%)'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종사자 지원 정책을 묻는 질문에서도 '국외 근로 비과세 확대(82.8%)'가 타 정책들을 압도하며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항공 수요가 폭발하며 막강한 자본력과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무기로 장착한 중동 등 해외 유수 항공사들이 한국의 베테랑 조종사와 승무원들을 거침없이 빨아들이고 있다. 조세 역차별로 인해 실질 소득마저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핵심 인재 이탈은 곧 국가 항공 안전망 약화와 국제 경쟁력 추락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와 관련,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는 확보된 지지 서명을 바탕으로 국회와 정부에 정책 제안서를 제출하고, 항공 승무원 해외 근로 소득 비과세 확대와 항공 산업 인력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협회 관계자는 “현 정세로 인한 항공 산업 위기 상황에서 핵심 인력에 대한 지원은 필수적"이라며 “20여 년간 정체된 제도 개선을 통해 항공산업 경쟁력과 안전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HJ중공업, 컨선 4척 쓸어 담았다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HJ중공업이 1만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추가 수주하며 대형 상선 시장 공략을 확대했다. 이 회사는 유럽 선주사로부터 총 3572억원 규모의 1만1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수주했다고 28일 밝혔다. 지난 2월 같은 선형 2척을 수주한 데 이어 이번 계약까지 더해 총 4척의 건조 물량을 확보했다. 이들 선박은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건조 가능한 최대급 규모다. 회사가 자체 개발한 중형급 친환경 컨테이너선을 기반으로 설계를 확대해 적재 효율을 높였다. 갑판과 화물창 공간을 넓히고, 공정 효율성과 안전성을 고려한 설계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환경 규제 대응 설비도 강화했다. 선박에는 탈황설비(스크러버)가 장착되며, 항만 정박 시 육상 전력을 사용하는 장치도 탑재된다. 이를 통해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다. HJ중공업은 동일 선형을 연속 건조하면서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반복건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설계와 자재 구매, 공정 운영의 표준화를 통해 생산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친환경 선박 수요 확대에 대비해 LNG 이중연료 추진 모델 개발도 완료한 상태다. 유상철 HJ중공업 대표는 “영도조선소에서 1만TEU급 이상 컨테이너선 4척을 연속 건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단독] K-UAM 통신망 ‘1.4GHz’ 검토…항우연, ‘위성 전파 간섭’ 검증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상용화의 핵심 인프라인 '전용 상공망(통신망)' 후보 주파수로 1.4기가헤르츠(GHz) 대역을 사실상 낙점하고 정밀 기술 검증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 주요국들이 미래 항공 모빌리티 상용화를 위해 치열한 주파수 확보전을 벌이는 가운데, 최적의 대역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해당 주파수가 기존 상용 통신 위성망과 겹쳐 심각한 '전파 간섭'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정부 당국이 이를 차단하기 위한 긴급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28일 본지 취재 결과 항우연은 K-UAM 상공망 후보 대역을 특정하고, 해당 대역의 위성 간섭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 과제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K-UAM 상공망 후보 대역(1.4GHz) 대상 정지 궤도 위성 전파 간섭 영향성 분석 및 간섭 완화 기술 효과 분석' 과업 지시서에는 도심 환경을 3D로 모델링해 위성 전파가 UAM 기체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하고 방어 기술을 검증하라는 지침이 담겨 있다. 특히 연구 기관의 공식 문건에 K-UAM 상공망 후보 대역으로 1.4GHz가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빌딩풍' 뚫는 1.4GHz, K-UAM 생명선 낙점된 이유 UAM 기체는 고층 빌딩이 즐비한 도심 상공 300~600m 저고도를 비행한다. 승객이 기내에서 유튜브를 보는 '서비스용 통신'은 기존 5G·LTE 망을 일부 활용할 수 있지만, 기체의 안전한 자율 비행과 지상 관제를 책임지는 '제어용 통신(C2, Command and Control)'은 단 1초의 끊김이나 지연도 대형 참사로 직결될 수 있다. 기존 스마트폰망과 완벽히 분리된 별도의 독립된 주파수가 필수적인 이유다. 항공·통신 전문가들은 1.4GHz 대역이 도심 항공 통신의 '황금 주파수'라고 입을 모은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5G 고주파는 직진성이 강해 도심 고층 빌딩에 막히면 전파가 끊기는 '음영 지역'이 발생하기 쉽다. 반면 저대역에 속하는 1.4GHz(L-대역)는 파장이 길어 빌딩 숲을 유연하게 에둘러 피해 가는 '회절성(回折性)'이 매우 뛰어나다. 비나 눈이 오는 악천후에도 통신 품질 저하가 적어 수도권 상공을 누비는 K-UAM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다. 정부가 수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특정 주파수의 간섭 시뮬레이션을 긴급히 돌린다는 것 자체가 최종 할당을 앞둔 사실상의 '내정 단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주파수 삼국지…미국은 5GHz, 중국·홍콩은 1.4GHz 안전한 상공망 주파수 확보는 글로벌 모빌리티 패권을 쥐기 위한 국가적 과제다. 광활한 영공을 가진 미국의 경우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최근 드론 및 UAM 제어 통신을 위해 5GHz 대역(5030~5091MHz)을 우선적으로 할당해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고층 빌딩이 밀집한 중국 선전시나 홍콩 통신국(CA)은 도심 환경에 유리한 1.4GHz 대역(1430~1444MHz)을 저고도 무인기 전용망으로 공식 할당해 이미 실증에 돌입했다. 한국이 1.4GHz 대역을 성공적으로 채택할 경우,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향후 기체 및 통신 장비 수출 시 글로벌 호환성을 확보하는 데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늘길 덮치는 우주 전파… 제2의 '美 고도계 사태' 막아라 뛰어난 이점에도 불구하고 1.4GHz 대역은 치명적인 암초를 안고 있다. 바로 우주에서 쏟아지는 기존 '위성 전파'와의 정면 충돌이다. 1467~1492MHz 대역은 현재 동경(東經) 105도 상공에 위치한 통신 위성 '아시아스타(ASIASTAR)'와 향후 발사될 후속 위성 '실크웨이브-1(Silkwave-1)' 등 정지 궤도 위성들이 지상으로 강하게 쏘아 보내고 있는 주파수 대역과 정확히 겹친다. 위성에서 내리꽂히는 강력한 전파가 UAM 기체와 지상 기지국 안테나에 섞여 들어갈 경우 심각한 노이즈를 발생시켜 자칫 에어택시 통신 두절을 유발할 수 있다. 항공 분야에서 전파 간섭은 국가적 재난을 부를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2021년 미국에서는 통신사들이 5G용 주파수(C-밴드)를 개통하려 하자 연방항공청(FAA)이 “항공기 전파 고도계 주파수와 인접해 전파 간섭으로 착륙 시 추락 사고가 날 수 있다"고 강력히 반발하며 대규모 항공기 무더기 결항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항우연이 이번 시뮬레이션을 서두르는 이유도 이와 같은 '주파수 간섭 대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에 항우연은 오는 7월 17일까지 기존 위성의 시간에 따른 궤도 기동 변화와 도심 건물에 의한 전파 차폐 효과를 반영해 3차원 정밀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정기선 HD현대 회장, 인도에 ‘K-조선 DNA’ 심는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와 베트남 국빈방문에 동행해 두 나라와 우리나라의 조선산업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민간 외교 역할을 수행해 주목받았다. 27일 HD현대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20~24일 이대통령의 인도·베트남 국빈방문 시 경제사절단에 합류해 현지에서 비즈니스 포럼, 기업인 간담회 등에 참석했다. 특히, 인도 방문 시 기존에 추진하던 인도 주정부 차원의 양국 조선업 협력 단계를 중앙정부 차원으로 확대하는 성과를 거두는데 기여했다. HD현대가 지난 20일 인도 뉴델리에서 신규 조선소 설립 투자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 구축 및 합작법인 설립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이다. 앞서 정기선 회장은 지난 1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조선업 분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바 있었다. 이번 대통령 방문에 맞춰 한-인도 중앙정부간 조선경제 협력 체계로 발전시킨 것이다. HD현대는 '세계 1위 조선소' 성공 스토리를 해외로 이어가려는 정기선 회장의 추진력이 양국 정부간 경제협력의 민간 가교 역할로 이어졌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정 회장의 해외 조선소 경영의 대표 성공사례로 HD현대베트남조선를 꼽고 있다. 지난 1999년 준공된 HD현대베트남조선은 수리 조선소로 시작한 이후 8년만에 벌크선 10척 건조계약을 체결하며 신조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K-조선업 최초의 해외 생산기지였던 HD현대베트남조선은 현재 연간 15척의 수준의 생산 규모를 오는 2030년까지 23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HD현대는 인도와 조선업 협력 확대를 계기로 K-조선 인도 성공 사례도 재현한다는 포부이다. 인도는 세계 최대 인구국이자 제조업 육성 의지가 강하며, 특히 정부 차원에서 세계 5위 조선·해운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마리타임 암릿 칼 비전 2047(Maritime Amrit Kaal Vision 2047)'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HD현대도 지난해 7월 인도 최대 국영 조선사 코친조선소와 MOU를 체결하고 설계·구매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정기선 회장도 지난 1월 인도 방문에서 “인도는 해외 생산거점 다변화 전략의 핵심으로, HD현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2만9000원에 무제한 항공권 잭팟”…성수 홀린 에어로케이·오프뷰티 ‘4억 보랏빛 가챠’ [현장]

지난 24일 대한민국 트렌드의 최전선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 인근, 평일 이른 오후 시간대임에도 거대한 보라색 외관의 창고형 매장 안은 복닥거리고 있었다.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 짙은 화장품 향기 대신 공항 특유의 설렘이 방문객을 먼저 덮쳤다. 공항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와 보안 검색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대형 구조물 위로 앙증맞은 보라색 크레이트(우유 박스)가 겹겹이 쌓여 있고, 그 너머로는 도쿄·오사카 등 취항지가 쉴 새 없이 바뀌는 출국장 전광판 종이 모형이 현장감을 더했다. 이곳은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저비용 항공사(LCC) '에어로케이(Aero K Airlines)'가 도심형 뷰티 아울렛 '오프뷰티(OFF BEAUTY)'와 손잡고 문을 연 팝업 스토어 현장이다. ◇“주인 잃은 수하물을 엽니다"…4억 원 판돈 걸린 2만9000원의 마법 이날 팝업 스토어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건 단연 한정판 랜덤 박스인 '미스터리 배기지(Mystery Baggage)'였다. 단돈 2만9000원에 판매되는 이 검은 상자를 품에 안기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에어로케이 마케팅 담당자는 “수하물 찾는 곳(Baggage Claim)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주인을 알 수 없는 가방 안에 오프뷰티 제품과 당사 항공권이 무작위로 섞여 있다는 테마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2000개가 준비된 박스 안에는 오프뷰티 인기 뷰티템과 국제선 할인권이 기본으로 깔려 있어 소위 '꽝'은 없다. 하지만 방문객들의 진짜 표적은 박스 속에 숨겨진 특급 리워드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 상자에는 나리타 등 11개 노선의 왕복 항공권이 들어있고, 대망의 1등에게는 2027년 말까지 쓸 수 있는 전 노선 무제한 항공권이 주어진다"며 “화장품과 항공권을 모두 합치면 총 리워드 규모만 4억 원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취재 도중 1등 '1년 무제한 항공권'을 뽑은 행운의 당첨자가 나오면서 매장 분위기는 일순간 축제장으로 변했다. 당첨자 김모 씨는 상기된 얼굴로 “가장 먼저 일본 나리타를 통해 도쿄를 원 없이 가보고 싶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공항 밖으로 튀어나온 에어로케이…“일상의 설렘을 팝니다" 그렇다면 비행기가 단 한 대도 없는 성수동 뷰티 창고에 에어로케이가 등장한 진짜 이유는 뭘까. 현장에서 만난 에어로케이 관계자는 항공업계의 팍팍한 현실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먼저 그는 “고환율과 기재 공급망 문제 등으로 당분간 무리한 확장 대신 청주 거점에 항공기 8대를 집중시켜 뼈를 깎는 내실을 다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다만 거점이 청주이다 보니 수도권 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릴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굳이 비행기를 직접 타지 않더라도 일상 속 다양한 공간에서 우리 회사만의 힙한 브랜드를 노출하고, 여행을 앞둔 설렘을 선사하려는 것이 이번 팝업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에어로케이는 창립 이래 줄곧 항공업계의 경직된 마케팅 문법을 산산조각 내 온 이단아다. 스니커즈 브랜드 마더그라운드와 크루 전용 신발을 기획하고, 동네 독립 책방 다시서점의 큐레이션을 기내에 들이는가 하면 비행기 안에서 가수 선우정아의 게릴라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또한 패션 브랜드 하우스 오브 낭만과 취항지 테마의 모자 컬렉션을 출시하는 등 탑승객을 나르는 운송업을 넘어 '여행자의 낭만'을 디자인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유통 거품 싹 걷어낸 '오프뷰티'…외국인이 쓸어 담는 K-뷰티 성지 팝업의 멍석을 깐 '오프뷰티' 자체도 흥미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한 곳이다. 투박한 철제 랙에 1400여 종의 화장품이 빽빽하게 진열된 이곳은 화장품 유통 구조의 '허리'를 완전히 끊어낸 뷰티계의 코스트코다. 2020년 첫 출범한 오프뷰티는 화장품 제조사로부터 과잉 재고를 직접 사들여 온라인 판매 일절 없이 오프라인 창고형 매장에서만 정가 대비 최대 90% 후려친 초특가로 승부한다. 오프뷰티 관계자는 “대형 H&B 스토어 가격에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과 중간 벤더 마진이 껴 있지만 우리는 이 거품을 완전히 걷어냈기에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이 나온다"며 “유통기한 임박 상품은 10% 미만에 불과하며 대부분이 퀄리티 높은 정상품"이라고 강조했다. 극단적인 박리다매 전략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제대로 먹혀들었다. 광장 시장 1호점을 시작으로 단기간에 누적 매출 200억 원을 돌파한 오프뷰티는 현재 전국 3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성수점의 경우 방문객의 60~70%가 외국인이며, 명동 상권은 90%에 육박한다. 이들은 중장기적으로 전국 300개 매장 출점이라는 공격적인 청사진을 현실화하고 있다. ◇마뗑킴·보난자 커피까지…성수동 휩쓴 대명화학그룹 '라이프 스타일 제국' 오프뷰티 매장을 나와 고개를 돌리면 놀라운 광경이 이어진다. 거친 흑백 그래피티가 새겨진 K-패션의 상징 '마뗑킴(Matin Kim)'과 세련된 우드톤 인테리어의 스페셜티 카페 '보난자 커피(Bonanza Coffee)'가 하나의 거대한 타운처럼 어깨를 맞대고 있다. 이질적으로 보이는 이 세 공간은 모두 권오일 회장이 이끄는 '대명화학그룹'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우산 아래 모인 끈끈한 식구들이다. 2015년 작은 블로그 마켓에서 출발한 마뗑킴은 2022년 대명화학 계열 '하고 하우스(HAGO HAUS)'의 투자를 받은 뒤 연매출이 50억 원에서 단숨에 수백억 원대로 뛰었고, 올해 2000억 원대 진입을 조준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급부상했다. 2023년 말 홍정우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한 마뗑킴은 코치(Coach) 등과 협업하며 APEC 정상회의 공식 협찬사로도 선정됐다. 2024년엔 에어로케이와 협업해 한정판 승무원 유니폼을 선보이기도 했다. '유럽 5대 카페'로 불리는 독일 베를린 태생의 보난자 커피 역시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대명화학과 하고 하우스의 전폭적인 릴레이 투자를 바탕으로 국내 핵심 상권에 스며들었다. 까다로운 베를린 로스팅 원칙을 고수하는 이 프리미엄 커피는 현재 에어로케이 기내 메뉴로 채택돼 탑승객들의 입맛을 책임지고 있다. 대명화학그룹의 촘촘한 브랜드 생태계와 에어로케이의 영리한 일탈이 합작한 이번 성수동 팝업은 대중의 평범한 일상을 여행의 순간으로 바꿔버린 당찬 합동 비행이었다. 다시 말해 연무장길 일대는 뷰티(오프뷰티)로 가꾸고, 패션(마뗑킴)을 입으며, 식음료(보난자 커피)를 즐기는 대명화학그룹의 거대한 '라이프 스타일 유니버스'가 구현된 쇼케이스 공간인 셈이다. 에어로케이와의 협업 행사는 오는 26일까지 이어진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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