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이 찍은 ‘다음 먹거리’…삼성, 로봇 전담조직 띄웠다

이재용이 찍은 ‘다음 먹거리’…삼성, 로봇 전담조직 띄웠다

삼성전자가 21일 로봇 사업을 전담할 대표이사 직속 통합 조직을 출범하며 글로벌 피지컬 인공지능(AI)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에 본격 뛰어든다. 국내외 인프라와 리더십을 갖춘 통합 조직 신설을 계기로 추가 인수·합병(M&A)과 투자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날 노태문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속으로 'RX(로봇경험·Robotics eXperience) 사업추진실'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그간 흩어져 있던 연구개발 역량을 하나로 결집해 중장기 전략 수립부터 핵심기술 개발, 사업화까지 아우르는 통합..

원전·공항 ‘미승인 드론 비행’ 누적 1230건…적발 이후 처분은 ‘깜깜이’

비행이 제한된 공역에서 승인을 받지 않고 드론을 운항한 사례가 누적 1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드론 보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적발 이후 행정처분 결과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1일 항공안전기술원(KIAST)가 발간한 '2025년 드론 산업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적발된 드론 위규 비행은 총 1344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174건 수준이던 법규위반 비행은 2023년 376건, 2024년 385건으로 늘어 전체 적발 건수의 절반 이상(761건, 56.6%)이 최근 2년 사이에 집중될 정도로 급증하는 추세다. 위규 비행은 사고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비행 금지 구역이나 관제권에서 승인 없이 비행하는 등 항공안전법을 위반한 행위를 의미한다. 유형별로는 원자력 발전소 등 국가 중요 시설이 포함된 비행 금지 구역 미승인 비행이 738건으로 전체의 54.9%를 차지했다. 이어 공항 주변 등 관제권 미승인 비행이 347건으로 25.8%, 특별 비행 승인을 받지 않은 야간 비행은 145건으로 10.8%였다. 세 가지 미승인 비행 유형을 합산하면 총 1230건으로 전체 위규 비행의 91.5%에 달한다. 드론 위규 비행 대부분이 정해진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운항이었던 셈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이 565건으로 전체 적발 건수의 42.0%로 집계됐다. 원자력 발전소가 위치한 부산은 166건, 울산은 151건, 경북은 137건으로 다른 지역보다 위반 건수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중요 시설 주변의 미승인 비행이 제때 식별되지 않으면 안전과 보안상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항 관제권에서는 항공기 이착륙 경로에 드론이 진입해 운항 지연이나 회항을 초래할 수 있고, 원전 등 국가 중요 시설에서는 무단 촬영이나 시설 정보 수집에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사고 건수도 폭증하고 있다. 2015년 이후 발생한 드론 사고 중 2024년 한 해에만 무려 25건이 발생해 전년 4건 대비 6배 이상 늘어나며 시민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적발 이후의 사후 관리 체계다. 보고서에는 적발 건수만 수록돼 있을 뿐, 과태료 부과나 수사·형사 고발 등에 따른 구체적인 결과가 담기지 않았다. 처벌 규정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작동하는지, 적발이 재발 방지로 가는지 등을 파악할 수 없는 셈이다.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과 별개로 적발된 위반이 실제 처분까지 어떻게 이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통계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비행 중인 드론의 신원과 위치를 확인하는 원격 식별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등록 의무가 있는 드론에 '리모트 ID'를 적용해 기체와 조종 통제 지점의 식별·위치 정보를 송출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도 100g 이상 드론의 등록과 등록 번호 표시, 원격 식별 기능 탑재를 의무화했다. 비행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비행 일시·경로·고도 등을 사전에 신고하고 비행 기록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드론 원스톱 민원 서비스를 통한 기체 신고와 비행·촬영 승인 절차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안전 관리 모니터링을 위한 '드론 식별 관리 시스템(K-DRIMS)'을 신규 구축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승인 기체와 실시간 실별과 조종자 추적, 관계 기관 통보-처분 체계의 연계 여부, 그 성과가 통합적으로 관리·공개되는지는 별도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한비 인턴기자

호르무즈에 엇갈린 해운업 희비…유조선 ‘뛰고’ vs 컨테이너·벌크 ‘숨 고르기’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해운 시장 운임 지형도를 흔들고 있다. 원유 수송로를 둘러싼 공급 차질 우려로 유조선 운임은 가파르게 오른 반면, 컨테이너선과 건화물선은 선복 증가와 화물 수요 둔화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21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과 석유 제품 운반선 운임은 중동 리스크를 타고 상승했다. 반면 컨테이너와 건화물선 운임을 나타내는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 중동발 긴장 고조에 유조선 운임 '껑충' 호르무즈 해협·오만 해역에서 이어진 선박 피격이 유조선 시장의 수급 불안을 키우고 있다.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데다 페르시아만 진입을 꺼리는 선박까지 늘며 가용 선복도 빠르게 감소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VLCC 중동-중국 항로 운임은 전주보다 5%, 제품 운반선(LR2) 중동-일본 항로 운임은 25% 상승했다. 선주들의 호가 인상과 화주들의 선박 확보 수요가 맞물리며 정제유 운송 시장의 상승 폭이 원유 운송 시장보다 더 커졌다. 또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려는 움직임으로 푸자이라(UAE)·오만·홍해 등 대체 선적지 이용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유가와 선박 연료유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중동산 원유의 주요 수송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공급 우려가 확대된 영향이다. 여기에 운항 거리 증가와 보험료 상승 등의 부대 비용도 선주들의 부담을 키웠다. 반면 이라크 원유 선적 증가 등은 유가와 운임 추가 상승 폭을 일부 제한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 컨테이너…미주 동안·중동은 '선방' 컨테이너선 시장에서는 공급 부담이 커지면서 운임이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6월까지 이어졌던 성수기 물량이 소진된 가운데 미주 서안과 남미 항로를 중심으로 선박 공급이 늘어난 영향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3.3% 하락한 3080.31을 기록했다. 해진공 컨테이너종합운임지수(KCCI)도 2.6% 내린 4204로 집계됐다. 특히 40피트 컨테이너 기준 미주 서안 스팟 운임은 6219달러에서 5721달러로 8% 떨어졌다. 추가 선복 투입으로 예약 여건이 개선됐다. 남미 항로도 공급 확대의 영향을 받았다. 성수기 물량 소진 이후 신규 서비스와 추가 선박 투입으로 운임은 6570달러에서 5900달러로 하락했다. 항만 운영 정상화와 화주들의 예약 관망세도 운임 하락 요인으로 분석됐다. 반면 운항 제약이 남아있는 항로는 비교적 견조했다. 미주 동안 운임은 전주 8134달러에서 8172달러로 소폭 상승했다. 파나마 운하나 희망봉·수에즈를 거쳐야 하는 긴 항해거리와 항만 혼잡 탓에 유효 선복 확대가 제한된 영향이다. 중동 항로 역시 호르무즈 해협 통항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운임이 4199달러에서 4266달러로 올랐다. ◇ 철광석 계약↓·가용 선박↑…벌크선 운임 하락 건화물선 시장은 철광석 신규 화물이 감소와 선복 증가로 약세를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 건화물 운임 지수(BDI)는 전주 2944에서 2752로 6.5% 하락했다. 특히 철광석을 주로 운송하는 대형 케이프선의 약세가 전체 지수의 하락을 이끌었다. 태평양에서는 호주산 철광석 신규 계약이 감소한 가운데 중국 항만에서 풀려난 선박이 시장에 복귀했다. 이에 따라 가용 선박은 늘어난 반면, 신규 화물은 부족해 케이프선 운임은 약세를 이어갔다. 대서양에서도 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발 철광석 화물은 일정 수준을 유지했지만 계약 체결은 둔화했다. 해진공 관계자는 “이번 주 해운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선박 수급 변화가 선종별로 서로 다른 영향을 미쳤다"며 “중동 지역의 긴장이 이어지는 만큼 유조선 운임은 이번 주에도 운임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수인 인턴기자

HD현대오일뱅크, 판교서 윤활유 전문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HD현대오일뱅크가 윤활유 전문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자사 브랜드 '현대엑스티어'의 고객 접점 확대에 나섰다. HD현대오일뱅크는 프리미엄 윤활유 제품 판매와 엔진오일 교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래그십 스토어 '현대엑스티어 판교'를 오픈했다고 21일 밝혔다. 신규 오픈한 현대엑스티어 판교는 HD현대오일뱅크의 프리미엄 엔진오일 라인인 '현대엑스티어 TOP PAO' 제품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해당 제품군은 화학합성 고성능 윤활기유(PAO) 기반의 100% 합성 엔진오일로 추운 날씨나 고온 주행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윤활 성능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차량의 엔진 보호와 장기적인 성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스토어 내 엔진오일 교환 서비스는 지난 20일부터 네이버 플레이스를 통한 사전 예약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30분 내에 엔진오일 교환을 끝내는 '퀵 숍' 서비스를 포함해 슈퍼카 등 고성능∙프리미엄 차량 고객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HD현대오일뱅크는 설명했다. 또한 현대엑스티어 판교는 차량 랩핑(PPF) 전문점과 카페를 비롯한 커뮤니티 라운지, 레이싱 시뮬레이션 체험 공간 등 자동차 관련 시설이 함께 입점한 3층 규모 자동차 복합문화공간 'PG 311'에 위치해 방문 고객들이 다양한 자동차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현대엑스티어 판교는 HD현대오일뱅크의 프리미엄 차량용 윤활유 제품을 고객에게 직접 선보일 수 있는 첫 번째 브랜드 전문 공간"이라며 “방문 고객들이 현대엑스티어의 브랜드 가치를 경험하고 다양한 자동차 문화 체험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AI發 메모리 대란 속 韓 디스플레이, 살길은 ‘하이엔드’뿐

디스플레이 산업이 '성숙 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있다. AI발 메모리 대란이 스마트폰·TV용 패널 공급망을 흔들고, 8.6세대 RGB OLED와 잉크젯 프린팅(IJT) 등 차세대 기술을 둘러싼 한·중·대만의 신경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중이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는 말처럼, “인간에게 눈이 있는 한 디스플레이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필수 인터페이스"라는 게 업계 원로의 진단이다. 디스플레이서치(DisplaySearch) 초기 멤버 출신으로 24년 넘게 이 업계를 지켜본 인물이 있다. 히타치(Hitachi) 세일즈·엔지니어, 대만 패널사 한스타(HannStar)를 거쳐 2002년부터 시장 분석에 전념해 온 데이비드 시에 옴디아 시니어 디렉터다. 그는 현재 옴디아에서 장비·신규 공장·OEM·ODM·소재를 아우르는 디스플레이 리서치 팀을 이끌며, 특히 중대형 OLED 시장을 가장 주목하고 있다. 3개 국어를 구사하며 한·중·일 시장을 두루 꿰고 있는 그에게서 AI 시대 메모리 이슈가 뒤흔드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향방과 한국·대만의 서로 다른 생존 전략을 물었다. 다음은 데이비드 시에와의 일문일답. - AI발 메모리 공급 부족이 패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 높은 AI 서버용 HBM에 집중하면서 스마트폰·TV용 메모리가 뒷전으로 밀려나 전 세계적 숏티지가 발생했다. 애플을 포함한 세트 업체들이 중국 YMTC·CXMT 수급을 고려하게 된 배경이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절정에 달하는 2026년까지는 부족 현상이 이어지겠지만, 내년부터 중국 메모리사 참여가 본격화되면 2027년엔 완화될 것이다." - 그 여파로 OLED 침투 속도도 늦어지고 있나. “메모리 부족뿐 아니라 시장 성숙도 스마트폰 교체 주기를 2~3년에서 5년 이상으로 늦추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OLED와 LCD가 50대 50 구도다. 아이폰 프로 라인은 완전히 OLED로 전환됐지만, OLED가 LCD를 100%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 미국의 대중 첨단기술 제재 속에 한·중 패널 업체 간 주도권 싸움은 어떻게 전개될까. “디스플레이는 반도체만큼 제재가 엄격하지 않다. 군용 디스플레이는 대부분 LCD인데, 현재 글로벌 LCD 물량의 70~80%를 이미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애플이 최근 중국 메모리 수급을 타진한 것도 한국 견제보다는 단순 원가 절감 목적이다. 디스플레이에서도 유사하다. 애플은 엔트리 모델엔 BOE 패널을, 하이엔드 아이폰엔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패널을 쓴다. 한국은 하이엔드 시장을 독점하고 중국은 비(非)애플 그룹을 공략하는 분업 구도가 지속될 것이다." - 8.6세대 RGB OLED 오픈 마스크(FBM) 공정으로 생산성이 10% 오른다는데, 한·중 원가 경쟁력 판도를 바꿀까. “인건비·투자비 구조상 한국 패널사가 더 비싼 건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은 맥북 등 하이엔드를 겨냥해 8.6세대에 투자하고, 중국 BOE 등은 애플 외 브랜드를 노린다. 생산성이 높아지더라도 중국이 계속 추격해오는 만큼, 한국은 기술 장벽이 높은 하이엔드 시장으로 끊임없이 달아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 차이나스타(CSOT)의 잉크젯 프린팅(IJT) 기술은 '탠덤 구현 불가'라는 한계가 있는데, 결국 FMM/FPM 기반 탠덤으로 돌아올까. “현재 가장 하이엔드인 하이브리드·탠덤 OLED 시장은 삼성이 주도한다. CSOT의 IJT나 싱글 레이어 OLED는 삼성의 전통적 리지드 OLED 영역엔 위협이 될 수 있다. 다만 아이폰 폴더블을 시작으로 노트북도 향후 롤러블 형태로 진화할 텐데, 기술적 한계가 명확한 IJT보다 탠덤 구현이 가능한 FMM/FPM 공정이 하이엔드 폼팩터 시장을 계속 지배할 것이다." - OLED 패널사들의 조속한 흑자 전환 열쇠는. “삼성과 LG는 이미 고부가 시장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 중국 OLED 기업들은 팹 감가상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비보·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ODM의 저가 전략 탓에 단가를 올리기 어렵다. 결국 소비자가 인정하는 브랜드 가치와 기술 격차가 핵심이다. 한국 기업들은 노동비·GDP 상승에 맞춰 계속 기술 진입장벽을 높이고 하이엔드로 나아가야만 스케일을 무기로 삼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ROI를 확보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가장 큰 페인 포인트는. “'체질 개선과 전환'이다. 단순 가격이나 물량 스케일로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 대만은 OLED 라인이 아예 없어 일찍이 차세대 기술인 마이크로 LED로 전환을 선택했다. 디스플레이는 흔히 성숙 산업이라 불리지만, 인간에게 눈이 존재하는 한 절대 사라질 수 없는 클래식한 필수 인터페이스다. 24년간 이 분야에 있으면서 느낀 건, 과거 SF 영화 속 투명·롤러블 디스플레이의 꿈이 10~20년 뒤엔 반드시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 삼성·SK하이닉스와 대만 TSMC를 비교한다면. “TSMC의 성장은 대만 GDP 성장률을 9%대로 끌어올릴 만큼 국가 경제를 견인했지만, 그만큼 부의 불평등도 심해졌다는 점은 한국과 대만의 공통점이다. 차이는 조직 문화에 있다. 한국은 대기업 간, 혹은 내부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격렬하지만, 대만은 SK하이닉스 같은 거대 그룹 생태계보다 중견·중소기업 중심이라 그런 싸움이 적다. TSMC는 '스퀴즈' 문화로 유명하지만 확실한 주식 분배로 높은 보상을 제공해 직원들이 버틴다. 실제 내 아들도 미시간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반도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데, 2년 전 TSMC 제안을 받았지만 삼성보다도 고압적인 삶을 견뎌야 한다는 걸 알기에 거절했다." -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대만 기업 문화의 차이는. “대만 기업의 모토는 '그들은 당신에게 최선을 제공하지만, 당신도 최선을 다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유사해 보이지만 TSMC의 핵심 정체성은 '모든 이를 위해 서비스한다'는 파운드리 정신에 있다. 삼성이나 하이닉스는 자사 브랜드를 위해 메모리를 만들지만, 대만 기업들은 애플·인텔 등 모든 글로벌 고객사와 호환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TSMC 내부에는 고객사별 디비전조차 나누지 않는다." -한국과 대만의 산업 생태계, 지정학적 환경 차이는. “대만은 전통적으로 ODM·OEM 수주 생산에 강하고, 최근엔 노트북·데스크톱 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AI 서버·데이터센터 장비 제조로 빠르게 체질을 바꾸고 있다. '우리는 모두를 위해 제조한다'는 상생 마인드다. 반면 삼성·LG는 독자 브랜드를 구축해 자사를 위해 공급하는 구조다.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유사한 체제·규모의 북한과 맞서며 압도적 경제·기술력을 보유했지만, 대만은 자신보다 거대한 중국과 대치하며 수십 년간 협상과 생존의 유연성을 키워왔다. 이 때문에 TSMC의 핵심 기술을 제외하면, 재료·부품 분야에서 한·대만 기업 간 기술 공유와 협력 가능성은 매우 높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신은서 인턴기자

벤츠도, 젠슨 황도 선택했다…OLED가 ‘생존 기술’로 꼽힌 이유

“OLED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완전히 밀려날 수도 있습니다." 데이비드 시에 옴디아 시니어 리서치 디렉터는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비즈니스 포럼' 세 번째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그는 이날 'OLED 시장·기술 전반의 메가트렌드'를 주제로 발표하며 매출 기준 OLED 비중 확대, 패널사별 신규 투자, 스마트폰·IT·차량용 등 응용처별 전망을 짚었다. ◇ OLED, 매출 비중 40%→50% 육박…LCD는 정체 시에 디렉터는 “올해 기준 TFT-LCD와 OLED의 매출 비중은 대략 6대 4(LCD 60%, OLED 40%) 수준이지만, 몇 년 안에 50 대 50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LCD 패널 가격은 등락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하락 추세이며, 최선의 시나리오도 매출 유지 정도"라며 “반면 OLED는 TV·스마트폰·모바일 PC·모니터·자동차 등 적용 분야가 계속 늘고 있어 강한 성장 동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OLED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몇 년 안에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TV 시장과 관련해서는 “OLED TV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매우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 업계, 유통업체 모두 OLED TV를 최고의 TV로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LCD+미니 LED 백라이트가 물량 기준으로는 이미 OLED TV를 추월했다"고 짚었다. 그는 BOE·차이나스타 등 중국 패널 업체가 75·85인치 대형 RGBW LCD로 색재현력과 밝기 경쟁에 나서고 있으며, 최근 베이징 시연에서는 95인치 8K 120Hz OLED TV 프로토타입도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다만 “이것이 실제 양산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LCD 진영조차 OLED가 초고가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 8.6세대 RGB OLED 공장 4곳 동시 가동…“공정 다변화가 관건" 그는 “삼성디스플레이 A6 팹, BOE B16, 비전옥스, 차이나스타 등 8.6세대 RGB OLED 팹 4곳이 동시에 램프업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며 “업계가 처음으로 6세대에서 8.6세대로 전환하는 시도인 만큼 수율 관리, 소재 공정, LTPO·옥사이드·슈퍼옥사이드·고이동도 옥사이드 등 백플레인 기술 난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어 “파인메탈마스크(FMM), 오픈마스크(FPN), 잉크젯 프린팅이라는 세 가지 공정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경쟁하고 있으며, 특히 잉크젯 프린팅은 텐덤 구조를 구현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 스마트폰 OLED 두 자릿수 감소…“메모리 값만 문제 아니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시장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두 자릿수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전년 대비 15~2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 정도의 하락은 코로나19 이후인 2022년 이후 처음"이라며 “메모리 가격 급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교체 주기 둔화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 AI 시대에 적응하려면 소프트웨어나 앱을 바꾸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아, 굳이 기기를 바꿀 필요성이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가형 시장에서는 “아프리카·남미·중동 등에서는 HD 해상도로도 충분하다는 인식이 강해 비정질 실리콘 LCD가 여전히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고 했다. 폴더블폰의 경우, “저 역시 3대의 폴더블폰을 써봤지만 아직 만족스럽지 않았다. 킬러 애플리케이션 부재, 이상적이지 않은 화면비, 높은 가격, 낮은 재구매율이 성장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화웨이·아이폰폴드 등에서 화면비를 21:9에서 14:10 수준의 '와이드형'으로 바꾸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며 “AI 음성 입력이 손가락 터치를 대체해가는 흐름과 맞물려, 향후 폴더블·비폴더블을 막론하고 사람의 눈은 가로로 배열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와이드 화면비가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 “AI PC의 99%가 OLED"…“젠슨 황 효과" IT용 디스플레이 시장에 대해 그는 “올해는 D램 공급 부족으로 주춤하지만, 향후 연간 7억5000만 대 이상 규모로 회복될 것"이라며 “다만 OLED는 프리미엄 세그먼트에 집중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컴퓨텍스에서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공개한 AI PC용 RTX 스파크 칩이 탑재된 신제품 대부분이 OLED를 채택했다"며 “해상도 3K, DCI-P3 100% 색재현율, 밝기 1000~1600니트, 가변 주사율(VRR)을 갖춰 AI PC=OLED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애플은 노트북 OLED 시장에서 30~40% 비중에 그치고, 나머지는 델·HP·레노버·에이수스·MSI가 채우고 있다"며 “실제로 BOE의 첫 8.6세대 OLED 노트북 패널 고객사도 MSI, 레노버, 에이수스"라고 밝혔다. 또한 노트북 OLED가 리지드·하이브리드·플렉시블·텐덤 등으로 세분화하며 리지드 대비 최대 2배 이상 가격 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자동차 OLED, “초기 채택기 지나 확산기 진입" 자동차용 디스플레이에 대해서는 “초기 채택기를 지나 이제는 대중화·가치 확산 단계에 진입했으며, 5년 뒤에는 본격적인 규모의 전환기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콘티넨탈, 현대모비스, LG전자, 중국 티어1 업체들이 슬라이더블 스크린 등으로 전기차 콕핏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며 최근 베이징모터쇼에서 본 메르세데스벤츠 대형 RV 차량의 55인치 후석 엔터테인먼트 OLED 디스플레이를 인상적인 사례로 꼽았다. 시에 디렉터는 “AI 시대가 요구하는 얇고, 밝고, 색이 좋은 디스플레이라는 방향성에 OLED가 정확히 부합한다"면서도 “모바일 PC용 OLED의 높은 원가와 수율 문제, 컬러필터 온 인캡슐레이션·언더디스플레이 카메라·지문인식 등 통합 기술에 따른 투자 부담, 그리고 업체 간 특허 분쟁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마무리했다. 그는 “OLED가 미래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실제로 모바일 OLED에서 이익을 내는 업체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신은서 인턴기자

美, 키미 K3 쇼크에 ‘中 AI 차단’ 검토…한국형 모델 승산은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문샷AI가 초거대 모델 '키미(Kimi) K3'를 내놓으며 글로벌 AI 시장에 또 한 번 충격을 줬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에도 중국 기업이 세계 최대급 오픈웨이트 모델을 선보이면서 지난해 '딥시크 쇼크'에 이은 두 번째 중국발 AI 충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AI 기술의 대중국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은 모델을 공개해 비용과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성능 중심의 미국과 개방성을 앞세운 중국의 경쟁이 본격적인 'AI 신냉전'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한국 정부도 해외 모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독파모(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과 국가 AI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을 따라가기보다 제조·금융 등 강점 산업에 특화된 한국형 AI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2조8000억개 매개 변수…'제2의 딥시크' 부상 21일 AI 업계에 따르면, 문샷AI가 최근 공개한 키미 K3는 총 2조8000억개의 매개변수를 갖춘 멀티모달 AI 모델이다. 한 번에 최대 100만 토큰의 문맥을 처리할 수 있으며 장시간에 걸친 코딩과 지식 업무, 심층 추론 등에 초점을 맞췄다. 문샷AI는 K3를 세계 최대 규모의 오픈웨이트 AI 시스템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특히 모델 가중치를 공개하는 오픈웨이트 방식을 채택해 기업과 개발자가 자체 환경에 맞게 모델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픈AI·앤트로픽 등 미국 기업들이 폐쇄형 모델 중심 전략을 유지하는 것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시장 반응도 거세다. 문샷AI는 K3 출시 이후 이용자가 급증해 컴퓨팅 공급 능력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자 신규 유료 구독을 일시 중단했다. 기존 유료 이용자를 우선 지원하면서 서비스 체계와 컴퓨팅 자원 배분도 재조정하고 있다. 키미 K3가 특히 코딩과 AI 에이전트 업무에서 경쟁력을 보이면서 미국의 최상위 폐쇄형 모델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레나의 창립자인 이온 스토이카 미국 UC버클리 교수는 블룸버그 통신에 “중국 AI 모델은 과거 미국의 최상위 모델 대비 6∼9개월 뒤처져있다고 봤으나, 현재 격차는 2∼3개월 정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 美 '기술 봉쇄' vs 中 '오픈웨이트' 키미 K3를 비롯한 중국산 AI 모델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미국도 대중국 AI 규제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기업의 중국산 AI 모델 사용을 사실상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조달 시장에서 중국산 모델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중국 AI 기업과 모델을 거래제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악시오스는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 정부가 중국 AI 모델의 잠재적인 보안 취약성과 중국 기업의 지배구조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거래제한 조치가 시행되면 미국 기업은 정부 허가 없이 중국산 AI 모델을 활용하거나 관련 기업과 거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중국 측은 키미 K3를 계기로 미국의 AI 독점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저비용·오픈 모델을 앞세운 중국의 기술 추격을 막기 어렵다는 논리다.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는 21일 키미 K3에 대해 “'키미 K3 모멘트'는 공공선을 위한 AI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의 중국 AI 규제 움직임을 두고는 “미국이 더는 첨단 AI를 독점하지 못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라고 주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미국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라이언 페다슈크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중국 최상위 AI 모델이 미국보다 6~8개월 뒤처져 있다는 기존 통념이 깨지고 있다"며 “기술 격차가 수주 수준까지 좁혀졌다"고 전했다. ◇ 정부, '독파모'로 제3의 길 모색하나 한국 정부는 해외 거대 AI 모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AI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독자 모델 확보에 나섰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도 프런티어 AI 모델을 확보하지 못하면 언젠가는 미·중 AI에 종속될 수 있다"며 “독자적인 AI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8월부터 '독파모(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이 자체 기술로 범용 AI 모델을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개발된 모델을 국내 산업과 공공 분야에서 활용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독파모는 단순히 한국어 성능을 높인 언어모델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해외 모델의 가중치와 핵심 구조에 의존하지 않고 모델 설계와 데이터 구축, 학습, 추론 최적화 등 전 과정을 국내 기술로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개발된 모델은 오픈소스 방식으로 국내 생태계에 공급해 스타트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이를 기반으로 특화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 지원으로 개발된 모델을 소수 기업이 독점하기보다 국내 산업 전반의 공통 기반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독자 모델 개발과 함께 AI 서비스 확산에도 나서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쓰는 나라'를 국정과제로 내걸고 AI 민생 프로젝트와 국내 AI 기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 등을 병행하고 있다. 관건은 한국형 AI 모델이 미국의 최첨단 폐쇄형 모델과 중국의 저가 오픈웨이트 모델 사이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미국은 막대한 자본과 최첨단 GPU를 앞세워 최고 성능의 범용 AI를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환경에서도 모델을 가볍고 저렴하게 만들고, 오픈 생태계를 확대하며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한국은 자본과 GPU 규모에서 미국·중국을 따라가기 어렵다. 정부가 독자 AI 모델 개발에 나서더라도 단기간에 글로벌 최상위 모델과 정면 승부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안은 한국이 잘하는 산업에 AI를 결합하는 것이다. 제조와 금융 등 강점 산업에 특화된 AI를 만들고,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해 비용을 낮춰 기업용 AI와 스마트폰·자동차 등에 탑재되는 AI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한국도 중국과 비슷한 방식으로 AI 모델을 최적화하고 있으며 기술력도 상당한 수준"이라면서도 “중국은 자본과 인프라가 압도적이어서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용 AI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을 정면으로 따라가기보다 한국어 기반 지식과 제조·금융 등 산업별 도메인 데이터를 결합한 '버티컬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한국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이재용이 찍은 ‘다음 먹거리’…삼성, 로봇 전담조직 띄웠다

삼성전자가 21일 로봇 사업을 전담할 대표이사 직속 통합 조직을 출범하며 글로벌 피지컬 인공지능(AI)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에 본격 뛰어든다. 국내외 인프라와 리더십을 갖춘 통합 조직 신설을 계기로 추가 인수·합병(M&A)과 투자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날 노태문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속으로 'RX(로봇경험·Robotics eXperience) 사업추진실'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그간 흩어져 있던 연구개발 역량을 하나로 결집해 중장기 전략 수립부터 핵심기술 개발, 사업화까지 아우르는 통합 추진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RX사업추진실은 서울 서초구 우면동 서울R&D캠퍼스를 메인 거점으로 삼아 로봇 관련 인력의 근무지를 통합하고, 오피스·실험실 등 업무 인프라 투자를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로봇 지능화·제어 고도화의 핵심인 데이터 활용 강화를 위해 스마트폰 생산 거점인 경북 구미사업장에는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한다. 제조 현장 데이터를 빠르게 수집·학습해 로봇의 실전 투입 기반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정부의 3대 메가클러스터 프로젝트와 관련해 영남 지역에 약 60조원을 투자해 해당 지역을 피지컬 AI 혁신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달 29일 휴머노이드 로봇 투자와 관련해 “로봇 수요는 공장 등 산업 현장뿐 아니라 가정과 식당, 병원, 요양시설 등 사회 곳곳에서 많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로봇 관련 투자는 경북 구미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연구 네트워크도 넓힌다. 로봇 기술 발전이 빠른 미국·중국·일본에 각각 연구거점을 두고 현지 특화 기술과 생태계를 활용해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중장기 로봇사업 로드맵은 이동건 삼성전자 기획팀 부사장이 맡는다. 이 부사장은 현대자동차그룹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운영·사업전략을 주도했던 인물로, 이번 조직 개편에서 로보틱스전략팀장으로 선임됐다. 올해 5월 1일 자로 삼성전자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 전문가 영입도 병행한다. 서울대 자율로봇연구실을 이끌어온 김현진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와 정밀 촉각센서·휴머노이드 손 기술 분야를 선도해 온 김의겸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RX사업추진실에 합류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분야별 최고 전문가를 추가로 영입해 중장기 관점에서 로봇 사업화 역량을 축적한다는 방침이다. 사업화 로드맵도 구체적이다. 제조 현장에서 기술을 검증한 뒤 서비스·가전 등으로 시장을 단계적으로 확장한다. 제조용 휴머노이드를 생산 라인에 투입해 데이터를 쌓은 뒤 '고지능 다목적 휴머노이드'로 발전시키고 역량이 무르익으면 B2C 시장까지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전기·삼성중공업 등 계열사 제조 현장도 로봇 학습에 활용할 계획이다.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로봇 손 개발은 기술 협력과 역량 내재화를 병행한다. 로봇 손은 휴머노이드 부품 원가의 약 30%를 차지할 만큼 기술 장벽과 비용 부담이 큰 영역이다. 휴머노이드의 두뇌 역할을 하는 파운데이션 모델(RFM)과 보행·전신 제어 기술을 보유한 해외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M&A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AI 시대 돈 되는 건 따로 있다”…BOE가 찍은 다음 시장

“디지털 경제를 통해 우리는 디스플레이로 전 세계의 디지털화를 가속하고 있다." 필립 위안 BOE 그룹 부사장 겸 BOE센서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비즈니스 포럼' 두 번째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위안 부사장은 '혁신에 힘을 더해, 함께 밝은 미래를 만들다(Empower Innovation, Shaping a Bright Future Together)'라는 주제 발표에서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 지역에서도 모바일 기기를 통해 세계와 연결되고 경제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디스플레이 기술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고 짚었다. ◇ 건물 전체가 디스플레이…중국 도시는 이미 달라졌다 위안 부사장은 LCD를 넘어선 투명 디스플레이, 종이 같은 질감의 디스플레이, 폴더블 등 폼팩터 혁신 사례를 소개하며 “청두시의 트윈타워처럼 건물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밝히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건물이 이제 청두시를 상징하는 명소가 됐다며 “혁신을 통해 디스플레이가 삶과 미적 경험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했다. AI 접목 계획도 제시됐다. 위안 부사장은 “BOE는 제조 공정에 AI를 적용해 생산 효율과 품질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고 있다"며 “AI는 제품의 기능 통합과 형태 다양화, 활용 시나리오 확장까지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그는 100년 전 사진을 AI로 복원·채색한 사례를 예로 들며 AI가 운영 효율화와 의사결정 지원에도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포럼 주제인 '디스플레이의 재정의(Rethinking of Display)'와 관련해 위안 부사장은 “빛을 통과시키는 기존 LCD 원리를 반대로, 빛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응용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고 했다. 그는 허페이시의 한 건물 사례를 들며 “유리 사이에 액정을 넣어 회전시키면 빛을 차단해 어둡게 만들 수 있다"며 이 기술이 적용된 허페이의 한 카페에는 이를 촬영하려는 방문객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베이징의 한 도서관에도 같은 기술이 적용돼 “빛이 강할 때 조도를 낮춰 쾌적한 독서 환경을 만든다"고 덧붙였다. 같은 기술은 차량용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위안 부사장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 보야(Voyah)의 '패션(즈인) 800'과 니오(NIO)의 'ET9'를 예로 들며 “측면 유리창을 1초 만에 어둡게 만들어 사생활 보호, 눈부심 방지, 자외선 차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 내 전기차 10여 개 차종에 이미 양산 적용됐다"며 “이 기술이 유리와 디스플레이를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 “30% 효율" 태양광 유리…BOE의 다음 승부는 AI칩 에너지 효율 측면의 진화도 소개됐다. 위안 부사장은 “디밍·글레이징 기능을 구현하려면 1제곱미터(㎡)당 2와트(W)의 별도 전력이 필요한데, 이를 없앨 수는 없을지 고민했다"며 태양광 기술을 결합한 '제로 카본 빌딩 글레이징' 제품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이미 베이징의 한 건물에 약 3년째 설치돼 있다고 그는 전했다. 이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효율이 최대 30~33%에 달하고 저조도 환경에서도 발전이 가능하다"며 “곧 지난시(濟南) 지하철역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료 분야 응용 사례로는 엑스레이 검출 기술이 제시됐다. 위안 부사장은 “기존에는 필름 방식으로 엑스레이 촬영 후 결과를 받기까지 1시간이 걸렸지만, TFT 백플레인 기반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며 의사가 촬영 직후 컴퓨터로 골격 이미지를 바로 확인하고 환자와 상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엑스레이 노출량도 줄어 환자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바텍, 레이, DR텍, 뷰웍스 등 한국 기업들과 협력해 병원은 물론 차량 탑재형 이동식 검사 장비까지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AI 반도체 시대에 맞춘 신사업도 언급됐다. 위안 부사장은 “AI 칩 크기가 커지면서 기존 PCB 기판은 대면적화에 따른 휘어짐(warping) 문제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유리가 차세대 패키징 기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BOE는 수년간 TGV(유리관통전극), 딥홀 인터커넥트, RDL, 범프 기술을 연구해왔으며 현재 시험 라인을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산업용 센서·모션 제어 부품, 컬러·레이저 감지 센서, 서보모터 등 산업 자동화 영역과, 브라질 상파울루의 옥외 디스플레이에 비상 신고 기능을 결합해 2만 건 이상의 신고와 300건 이상의 긴급 구조를 지원한 사례도 소개됐다. 위안 부사장은 “고기술 제품을 만들되 사람을 더 배려하는 것이 BOE의 비전"이라며 “사람의 건강과 편안함, 지구 환경, 고객의 가치를 함께 고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이 함께 혁신에 나서 상생의 미래를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한국 기업 대비 중국 기업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는 “에너지나 기술력 측면에서는 양국 기업이 비슷한 수준"이라면서도 “중국은 시장 규모가 큰 만큼 이를 기반으로 양국 간 협력을 통해 다채로운 사용자 시나리오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상황에 맞춘 다양한 혁신이 이뤄져야만 기술과 혁신의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신은서 인턴기자

[한화그룹 3형제 분업 下] 무차입 ‘클린 지주사’ 쥔 김동선…‘푸드테크 실험·규제 돌파’는 과제

대한민국 재계 서열 5위 한화그룹이 74년 역사상 가장 극적인 지배 구조의 변곡점을 맞이했다. 지난 15일, 그룹의 지주 회사격인 ㈜한화의 인적 분할 안건이 99.95%의 찬성률로 주총 문턱을 넘으며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각자의 영역을 나눠 지배하는 '3형제 분업형 독자 경영'이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 겉보기엔 평화로운 영토 분할 같지만 총 부채의 99.7%를 맏형 김동관 부회장이 독박을 쓰고, 막내 김동선 부사장은 부채 비율 0.3% 이하의 '무차입 클린 컴퍼니'를 쥐고 링에 오르는 극단적인 비대칭 구조를 이룬다. 본지는 이 화려한 축포 뒤에 숨겨진 한화그룹 3세들의 생존 고차 방정식과 자본시장의 평가를 2회에 걸친 심층 기획으로 파헤친다. 오는 8월 1일 출범하는 신설 지주회사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는 삼남 김동선 부사장의 독자 경영 데뷔 무대다. 이 신설 법인은 존속 법인 ㈜한화로부터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23.7%를 분할 받지만 부채는 총 249억 원만 승계한다. 존속 법인이 분할 전 부채의 99.7%를 책임지면서 신설 법인은 부채비율이 3% 미만인 압도적인 무차입 '클린 컴퍼니'로 출발하게 된 셈이다. 고금리 시대에 이자 부담 없이 신사업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백지수표를 쥐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체적인 'SWOT' 관점에서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는 사실상 전무한 부채와 든든한 캐시 카우라는 강점과 푸드 테크 융합 생태계 선점이라는 훌륭한 기회를 쥐고 출발한다. 신설 법인의 사업은 한화비전·한화모멘텀·한화세미텍 등 기계·장비의 '테크' 부문과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아워홈 등 유통·서비스의 '라이프' 부문으로 나뉜다. 김 부사장의 핵심 전략은 자칫 성장이 정체될 수 있는 유통·서비스 산업에 첨단 IT 기술을 입혀 피지컬 AI 기반 푸드 테크·스마트 호스피탈리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매출 4414억 원과 영업이익 221억 원을 기록한 글로벌 영상보안 강자 한화비전이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전담하고, 1분기 매출 6694억 원과 영업이익 182억 원으로 선방 중인 단체급식 2위 아워홈의 거대한 식자재 유통망에 한화로보틱스의 조리 로봇과 한화모멘텀의 물류 자동화 설비를 접목하는 방식이다. 비록 한화세미텍 등 일부 계열사들이 선제적 연구·개발(R&D) 인프라 투자 확대로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갤러리아 역시 내수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무차입 지주사의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질적인 B2B 장비 산업과 B2C 소비재 산업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겠다는 구상이다. 한화비전은 적자가 지속되던 비전넥스트 청산하는 '선택과 집중'을 단행했고, 지난 4월 말에는 적자 상태인 한화세미텍에 500억 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자체 경쟁력 강화에 발 벗고 나섰다. ◇ ㈜한화 건설 임원 사임으로 '선 긋기' 본격화…융합 한계와 자생력 입증 하지만 B2B와 B2C라는 이질적 조직 문화의 통합, 그리고 유통·외식 부문의 구조적 저마진을 단기간에 끌어올려야 하는 약점(Weakness)을 안고 있다. 최근 공시를 통해 이러한 테크-라이프 융합 구상에 결정적인 시그널이 포착됐다. 2026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김동선 부사장은 지난 4월 1일 자로 장남 김동관 부회장의 영역으로 분류되는 ㈜한화 건설부문(옛 한화건설) 임원직에서 사임했다. 한화갤러리아 등 라이프 부문 임원직만 유지한 채 테크 부문 경영에서 손을 떼며 형제 간의 명확한 선 긋기에 나선 모양새다. ◇ 지주사 규제 '합병 묘수'로 돌파…아워홈 1조 베팅과 자산 유동화 기회 다만 사업적 시너지 창출에 앞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주 회사 행위 제한 규제를 2년 내에 해소해야 하는 거대한 법적 허들이다. 우선 지주 회사는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분할 계획서 및 1분기 공시상 ㈜한화의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지분율은 49.80%여서 최소 0.2% 이상의 지분을 추가 매입해야 한다. 또한 지주사의 자회사는 자신이 지배하는 손자회사가 아닌 다른 국내 계열사의 지분을 소유할 수 없는 교차 소유 금지 규정도 풀어야 한다. 현재 아워홈의 모회사인 특수 목적 법인 우리집에프앤비와 한화로보틱스 지분을 ㈜한화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나누어 쥐고 있는데, 분할 이후 신설 지주사가 ㈜한화의 지분을 승계하면 자회사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자매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게 돼 법을 명백히 위반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설 지주사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보유한 우리집에프앤비와 한화로보틱스 지분을 전량 매입해 지주사의 100% 직속 자회사로 승격시켜야 한다. 이 과정은 가장 막대한 재무적 지출이 예상됐던 아워홈 지배 구조 개편에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만약 우리집에프앤비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산하에 그대로 남는다면 아워홈은 지주사의 증손회사가 돼 법적으로 지분을 100% 확보해야 하는 막대한 자금 출혈 요건에 걸리게 된다. 하지만 신설 지주사가 우리집에프앤비를 100% 직접 자회사로 흡수하면 아워홈은 손자회사로 신분이 상승해 비상장사 지분 50% 요건만 충족하면 되므로 현재 지분율(50.62%)만으로도 규제를 비켜 갈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실질적인 경영권 장악과 규제 돌파를 위해 파격적인 베팅이 이뤄졌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자회사 '우리집에프앤비'를 통해 무려 8642억 원을 투입해 아워홈 지분 58.62%를 확보했고, 구본성 전 부회장의 잔여 지분 8%를 1186억 원에 2027년 5월까지 추가 매입하는 2차 계약도 맺었다. 신사업 재원 마련을 위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소공 2지구 유휴 부동산을 한화생명에 802억 원에 매각해 넉넉한 현금을 쥐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올해 2월 한화푸드테크에 400억 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기존 자산을 극적으로 유동화해 푸드테크 생태계 구축에 과감히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2년 내에 재무적 누수 없이 얽히고설킨 공정거래법 지분 고리를 풀어내야 하고, 롯데·신세계 등과의 치열한 유통 경쟁 속에서 내부거래 축소로 자생력을 증명해야 하는 명백한 위협 요인도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한화 측은 이 규제 리스크를 영리하게 우회했다. 옛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2025년 1월 사업회사인 구 한화비전을 흡수·합병해 사명을 '한화비전'으로 확정했고, 이 합병에 따른 자산 요건 변동으로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아예 '지주회사 적용 제외' 통보를 받았다. 지주사 체제 전환에 따른 자회사 지분 확보·교차 소유 해소 시급이라는 규제 족쇄를 합병이라는 묘수로 털어낸 것이다. ◇ 계열 분리 최종 수순 '지분 스왑' 이번 분할로 김동선 부사장의 독자 경영 체제가 물리적으로 확립됐으나 완전한 친족 독립 경영인 계열 분리 인정을 받기까지는 지분 맞교환(스왑)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한다. 공정위 친족 분리 요건에 따르면 분리하는 친족 측이 동일인 측 상장사 지분을 3% 미만으로 소유해야 한다. 김 부사장은 현재 존속 ㈜한화 보통주 지분을 5.38% 보유하고 있고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한화에너지 지분 역시 10%를 쥐고 있어 규제 상한을 초과한 상태다. 결국 향후 신설 지주사의 기업가치를 한껏 끌어올린 루 김 부사장이 보유한 ㈜한화와 한화에너지 지분을 두 형이 신설 지주사에서 배정받게 될 지분과 맞교환하는 대규모 스왑 절차가 완전한 독립의 최종 수순이 될 전망이다. 완전한 계열 분리 위해 지분 맞교환과 내부 거래 축소 등 과제 산적한 가운데 더불어 코레일이 약 30%의 지분을 들고 있는 한화커넥트의 지배 구조 개편 역시 공공 기관과의 조율이 필요해 까다로운 복병으로 꼽힌다. 하지만 진짜 명백한 위협 요인은 지분 구조에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403억 원을 기록한 핵심 수익원인 '한화커넥트'의 최대주주는 장남 영역인 '한화솔루션(48.31%)'이며, 김 부사장 측(한화호텔앤드리조트) 지분은 18.94%에 불과하다. 이를 온전히 품기 위해서는 코레일보다 큰형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아야 하는 셈법 복잡한 '형제간 교통 정리'가 수반돼야 한다. 아울러 최근 공정위가 분리 이후 3년간 부당 내부거래 내역을 의무 제출토록 사후 감시를 대폭 강화한 만큼, 아워홈이나 호텔앤드리조트가 기존 방산·케미칼 형제 회사 물량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고 외부 매출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 독립된 시장 자생력을 증명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올 상반기 ‘플라스틱 원료’ 에틸렌 수입 1580% 폭증…중국산 90% 차지

올해 상반기 에틸렌 수입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16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산 기초유분의 수입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국내 영향력을 대폭 확대한 모양새다. 21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 수입된 에틸렌은 총 12만6483톤(t)으로, 전년 동기 7530t 대비 1579.7%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에틸렌은 원유를 증유하는 과정에서 추출되는 납사(나프타)를 원료로 생산되는 기초유분이다. 플라스틱과 비닐 등의 원료로 폭 넓게 활용돼 '산업의 쌀' 혹은 '산업의 금'으로 불린다. 특히 올 상반기 국내 에틸렌 수입물량 폭증은 중국산 제품의 수입 확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국내 수입된 에틸렌의 국가별 비중을 살펴보면 △중국 89.6%(11만3296t) △일본 8.9%(1만1285t) △베트남 1.5%(1900t)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에틸렌 수입물량은 일본산 제품이 사실상 독점(99%) 구도를 형성했던 반면, 올해 상반기는 중국 과점 구도로 전환하며 수입물량의 양적 증가와 구도 전환이 동시에 이뤄졌다. 또다른 기초유분인 프로필렌 수입 동향을 살펴봐도 이 같은 중국산 영향력 확대 흐름이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 국내 프로필렌 수입물량은 총 16만3801t으로, 전년 동기 18만5598t 대비 11.7% 가량 감소했다. 표면적으로는 국내 수입물량이 1년새 감소한 모양새지만, 국가별 수입 비중에선 경쟁구조 재편에 가까운 변화가 확인된다. 지난해 상반기 프로필렌 수입물량(18만5598t)의 국가별 비중은 △일본 79.2%(14만7051t) △대만 16.5%(3만534t) △사우디 2.2%(4000t) 순으로 나타났다. 중국산 물량은 3984t에 그쳐 2.1% 비중을 보이며 주요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입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올 상반기엔 △일본 57.8%(9만4715t) △중국 35.2%(5만7637t) △필리핀 7%(1만1433t) 순으로 나타났다. 일본산 수입물량이 1년 새 35.6% 감소하며 같은 기간 수입 비중을 21.4%포인트(p) 낮추는 등 기존 주요 국가의 수입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과는 반대로, 중국산 제품은 이 기간 수입물량이 1346.7% 폭증하며 비중을 33.5%p 키웠다는 분석이다. 불과 1년만에 벌어진 이러한 기초유분 수입지형 격변에 업계 안팎에선 다양한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생산공정 혁신을 통해 획기적인 수준의 원가를 확보한 중국산 기초유분의 경쟁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는 한편, 다른 일각에선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기초유분 수급불안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전자의 경우, 중국이 올해 원유를 통해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전통적 방식과 달리, 석탄 기반의 'MTO 공정'을 본격 가동한 결과 주요 경쟁국보다 우수한 가격 경쟁력·공급력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기초유분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한 것이라고 본다. 이 같은 주장은 올 상반기 전체 수입물량 증감이 상반된 에틸렌과 프로필렌 모두 중국산 제품의 물량과 비중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일시적 현상'이라는 후자의 주장 역시 중국산 기초유분의 수입이 중동전쟁에 따른 수급불안 우려가 컸던 지난 4~5월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보인다. 실제 중국산 에틸렌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수입이 전무했으나, 지난 4·5월 각각 4만3885t·4만8064t 수입이 집중됐다. 전쟁 리스크가 완화국면에 접어든 6월에는 2만1348t이 수입돼 불과 한 달만에 수입물량이 반토막났다. 프로필렌 역시 1~3월엔 수입이 0t에 수렴했으나 4~5월 각각 1만6028t·3만7052t 규모로 수입이 집중됐고, 6월 들어선 4557t으로 수입물량이 전월 대비 87.7%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전쟁으로 업계의 나프타 수급 불안이 가중되면서 중국 다운스트림 제품의 일시적 수입 증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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