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경영능력 평가-구광모 ②] 전장서 증명한 ‘원LG’…AI·로봇도 돈 벌 수 있을까

[오너 경영능력 평가-구광모 ②] 전장서 증명한 ‘원LG’…AI·로봇도 돈 벌 수 있을까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후 보여준 첫 번째 경영 판단은 적자사업을 정리하는 '선택'이었다. 두 번째 시험은 그 자리에 인공지능(AI)과 전장, 로봇, 바이오 등 새로운 성장축을 세우는 '집중'이다. 1편에서 살펴본 구 회장 체제의 재무 성적은 계열사마다 달랐다. LG전자는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는 취임 전보다 부진했다. 스마트폰과 태양광 패널 등 한계사업에서 철수한 결정은 성과로 볼 수 있지만, 그룹 전체가 고수익 사업구조로 전환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구 회장의 다음 성적표는 철수로 확보한 자본과 인..

한화오션, 수입 의존 잠수함 ‘수평 발사 장치’ 국산화…ADD와 10년 협력 결실

한화오션이 수입에 의존해 온 잠수함용 수평 발사 장치를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10년간 협력한 성과로, 핵심 무장 장비의 조달 비용과 납기를 줄이고 차세대 잠수함에 적용할 기술 기반을 확보했다. 한화오션은 ADD와 함께 '워터램(Water Ram) 방식 수평 발사 장치'의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잠수함 내부에 실린 어뢰 등 주요 무장을 함 밖의 바다로 밀어내는 장비다. 이번에 개발한 장치는 수압으로 발사체를 밀어내는 워터램 방식을 적용했다. 개발의 핵심은 무장을 밀어내는 힘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데 있다. 한화오션은 발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힘을 제어해 어뢰 등이 정해진 속도로 안정적으로 발사되도록 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수중 작전 환경을 고려한 안전성과 내구성도 설계에 반영했다. 깊은 바닷속에서 발사관 외부 문을 열고 무장을 발사할 때 가해지는 높은 수압을 견디도록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하고, 강한 충격에 버티는 내충격 성능을 갖추도록 개발했다.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단계의 안전 장치를 복합적으로 적용했고 구조를 단순화해 유지·보수와 운용 편의성도 높였다. 한화오션은 이번 국산화로 해외 장비 도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고 조달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잠수함 형태에 맞춰 발사 장치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발사력 해석 기술도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잠수함에 대응하는 관련 장비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향후 차세대 잠수함 탑재와 해외 수출도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핵심 무장 장비를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할 수 있게 된 만큼 잠수함 전력 강화와 수출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건호 한화오션 방산기술연구센터장(상무)은 “이번 개발을 통해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잠수함 핵심장비의 완성도를 높이고, 차세대 잠수함에 필요한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대한민국 해군력 강화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그룹, 美 해군 함정 첫 수주…3575억원 상륙함 계약에 추가 3척 옵션

한화그룹이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 이후 처음으로 미 해군 함정 건조 사업을 따냈다. 약 3575억원 규모의 중형 상륙함(LSM) 1척을 건조하는 계약으로 추가 3척에 대한 옵션도 포함됐다. 미국 현지 조선소 확보와 인력·기술 투자를 바탕으로 상선 중심의 사업 영역을 해군 함정으로 넓히며 후속 수주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한화그룹은 한화디펜스USA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 해군 선박 건조·관리 업체(VCM)인 TOTE 서비시스(Services)와 LSM 1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계약 금액은 약 2억6900만 달러(약 3575억원)이며, 실제 건조는 한화 필리 조선소가 맡는다. 데이브 매코믹 미국 연방 상원의원(공화당·펜실베이니아주)이 지난달 30일 배포한 별도 자료에 따르면 이번 계약에는 추가 함정 3척에 대한 옵션이 담겼다. 현재 확정된 건조 물량은 1척이고 옵션이 행사되면 물량이 늘어나는 구조다. 착공은 2027년 4분기로 예정돼 있다. 이번 계약은 미 해군의 위임을 받은 TOTE 서비시스가 건조 업체를 선정하고 사업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VCM은 발주처를 대신해 선박 건조 계약과 관리 전반을 수행한다. TOTE 서비시스는 지난 7월 LSM 사업의 VCM으로 선정돼 2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LSM은 인도·태평양 등 분쟁 가능성이 있는 연안에서 미 해군과 해병대의 분산작전을 지원하는 원정작전용 상륙함이다. 병력과 장비, 보급품을 연안 지역으로 수송하고 전개하는 임무를 맡는다. 길이 100m, 폭 16m에 경하 중량은 약 2687톤이며, 항속 거리는 약 7400㎞다. 미 해군은 네덜란드 다멘(Damen)의 LST-100 설계를 토대로 LSM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상용 설계를 활용하고 여러 조선소에서 동시에 건조해 초기 전력화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전체 도입 계획은 35척으로 한화그룹에는 이번 계약의 이행 실적이 향후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한화 필리 조선소의 기존 건조 이력도 이번 사업과 맞닿아 있다. TOTE 서비시스는 경쟁 절차를 통해 안전과 품질, 납기 준수 실적 등을 종합 평가해 건조 업체를 선정했다. 한화 필리 조선소는 미 해사청의 국가 안보 다목적선(NSMV) 사업에서 TOTE 서비시스와 같은 VCM 방식으로 협업해 4척을 건조·인도했다. 한화디펜스USA 역시 올해 초부터 필라델피아 현지에 인력을 투입해 조선소의 해군 사업 준비를 지원했다. 한화그룹은 2024년 12월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뒤 미국 연방 정부를 고객으로 하는 선박 사업을 확대해 왔다. 올해 3월에는 한화 필리 조선소와 한화디펜스USA가 미 해군 차세대 군수 지원함(NGLS) 개념설계 사업에 참여했다. 7월에는 미국의 '골든돔' 미사일 방어체계와 연계된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 건조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번 LSM 계약으로 해군 함정 분야에서도 설계 참여에 이어 실제 건조 실적을 쌓을 기회를 확보했다. 마이클 쿨터 한화디펜스USA 대표는 “2024년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이후 한화그룹은 미 해군 등 연방 정부 고객을 위한 선박 건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인력과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해 왔다"며 “일정과 예산에 맞춰 함정을 인도할 수 있도록 TOTE 서비시스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권은 이번 계약을 자국 조선업과 제조업 기반을 되살리는 투자 성과로 평가했다. 필리 조선소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를 지역구로 둔 매코믹 의원은 한화디펜스USA와 한화 필리 조선소의 사업 선정을 환영하며 현지 일자리와 산업 역량 확대에 의미를 부여했다. 매코믹 의원은 “펜실베이니아주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선도하며 일자리·제조업·새로운 기회를 우리 주에 다시 가져오고 있다"며 “한화그룹이 필라델피아에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투자 의지는 미국 노동자와 미국 산업에 투자할 때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의 조선 인프라와 생산 역량을 살펴봤다. 방한 기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만나 미국 조선업에 대한 추가 투자 기회를 논의했고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도 조선·방위산업 제조·기술 분야의 한미 협력과 대미 투자 확대 방안을 협의했다. 매코믹 의원은 특히 한화그룹이 지난해 발표한 필리 조선소의 50억 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언급했다. 동맹국과의 협력이 미국의 선박 건조 역량을 회복하고 방위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화그룹은 조선소 인수 이후 투자를 이어가며 생산 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번 수주를 계기로 미 해군 함정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추가 3척 옵션과 향후 발주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인력을 양성하고 설비 투자를 이어가는 한편, 첫 계약 함정을 일정과 예산에 맞춰 인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글로벌 AI 허브 유치 나선 경기도…31개 시군 묶는 산업 생태계 승부수

고양 킨텍스서 전문가 200여 명 참여 유치전략 포럼 개최 산업·연구 인프라와 국제협력 연계…중소기업 AI 전환 지원 구상 정부 입지 공모 앞두고 대응 본격화…지역 간 성과 공유가 관건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이성재 기자 경기도가 정부의 '글로벌 AI 허브' 유치를 위해 산업과 연구개발, 국제협력을 하나로 연결하는 전략 마련에 나섰다. 단순히 국제기구 협력시설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내 기업의 인공지능(AI) 전환과 31개 시군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성장 기반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달 30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지페어 코리아(G-FAIR KOREA) 2026' 현장에서 '경기도 글로벌 AI 허브 유치전략 포럼'을 개최했다. 'AI 대전환, 경기와 세계를 잇다'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는 주형철 경기도 경제부지사와 김태형 경기도의회 미래과학협력위원장, AI 전문가와 기업인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글로벌 AI 허브는 정부가 유엔 산하 국제기구와 다자개발은행 등과 협력해 국내 구축을 추진하는 국제 AI 다자협력 플랫폼이다. 정부는 지난달 14일 입지 선정 공청회를 열었으며 후보지 공모와 평가, 현장실사 등을 거쳐 최종 입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지난달 12일 유치 추진 지원단을 출범시키고 시군 및 공공기관과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이번 포럼의 핵심은 경기도의 산업적 강점을 국제협력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맞춰졌다. 글로벌 AI 허브가 정책 연구와 국제교류에 머무르지 않고 제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신산업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선우 세종대 교수는 지속 가능한 AI 대전환을 위한 경기도의 역할을, 김용호 성균관대 교수는 AI와 과학기술혁신을 연계한 글로벌 과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진 정책대담에서는 연구개발 인프라와 기업 집적도, 산업 현장의 AI 수요를 활용해 국제협력 기반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경기도가 가진 강점은 다양한 산업과 연구기관, 기업들이 집적돼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시설 유치 자체가 곧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협력 성과를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과 현장 적용으로 연결할 구체적인 실행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허브가 특정 지역에 들어서더라도 도내 다른 시군과 기업들이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주형철 경제부지사는 “글로벌 AI 허브가 도내 어느 곳에 자리 잡더라도 31개 시군과 도내 기업이 함께 참여하고 성과를 나눌 수 있는 협력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포럼에서 제시된 의견을 유치 전략에 반영하고 정부 공모와 평가에 대응할 방침이다. 글로벌 AI 허브 유치의 성패는 입지 경쟁력뿐 아니라 국제협력을 실제 산업 현장의 변화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경기도가 제시할 구체적인 산업 연계 전략과 시군 협력 방안이 향후 평가의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성재 기자 gado444@ekn.kr

[현장] “공항서 써볼 기회 제공을”…항공 보안 장비 국산화, 실증 문턱부터 ‘높은 장벽’

“국산 장비를 구매하기 전에 공항 안에서 충분히 실증할 기회부터 주셨으면 합니다." 30일 경북 구미코에서 열린 '2026년 항공 보안 포럼'에서 이장원 SST 랩스 연구소장은 이와 같이 말하며 국산 보안 검색 장비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을 거론했다. 국제 인증을 확보해도 실제 운영 실적이 없으면 선택받기 어렵고, 도입되지 않아 트랙 레코드를 갖지 못하면 실적을 쌓을 수 없는 악순환이다. 현장에서는 장비 개발 외에도 실증·데이터 확보·인공 지능(AI) 성능 검증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한국항공보안학회와 경운대학교·한서대학교가 공동 주관한 이날 행사의 주제는 'K-항공 보안 장비 국산화 가속화 방안'이었고, 공항 운영·보안 기관·장비 기업·대학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개회식 사회를 맡은 신승균 영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내 개발 현황과 기술적 과제를 살피고 유통 장비까지 공유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소대섭 한국항공보안학회장(한서대 항공정책센터장·항공보안학과장 교수)은 “국산 장비 기업에서 차세대 인재들이 항공 보안 발전을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자체적인 기술 자립과 첨단 보안 장비 국산화는 국가 항공 보안의 핵심 과제"라며 국내 기술의 공항 안착과 해외 진출을 위한 산·학·연·관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추진 보고와 주제 발표 진행을 맡은 이용강 한국항공보안학회 편집위원장(한서대 항공보안학과 교수)는 학회 산하 연구위원회를 통해 기업 전문가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연구 성과를 확장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포럼이 국내 항공 보안 장비가 세계 수준으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했다. 가경환 경운대 인재개발처장은 과거 보안 장비 개발·인력 양성 과제를 수행한 경험을 언급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혁신 기술을 실무에 도입하는 협력의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순석 한국민간경비학회장은 신라대학교 항공 보안 검색 교육 센터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학술·교육 기관과 기업이 결합한 토론의 의미를 평가하고 양 학회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제안했다. 기업 발표의 공통 화두는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국산화'였다. 김명수 딥노이드 차장은 외산 장비 의존이 유지·보수뿐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검색기에 국산 AI를 연결해 경쟁력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묶어 수출하자는 구상이다. 김 차장은 AI의 역할을 숙련 판독 요원의 완전한 대체보다 피로와 집중력 저하를 보완하는 데서 찾았다. 공항·항만·세관에서 실제 운영 데이터를 축적하도록 실증 기회를 확대하고 AI 자체의 판독 성능을 평가·인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산을 일괄 교체하기보다 함께 활용하며 국내 기술의 강점을 키우자는 설명이다. 이장원 소장은 고정된 9개 엑스선으로 3차원 영상을 만드는 휴대 수하물 검색장비와 유럽민간항공회의(ECAC) C3 인증 성과를 소개했다. 다음 과제로는 제조사와 장비별로 분리된 검색 데이터를 연결하는 개방형 판독 체계를 제시했다. 수하물 CT와 전신 검색기 등의 결과를 함께 분석하려면 데이터 표준인 DICOS에 기반한 연동과 개인정보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명원 뉴원에스엔티 연구소장은 보안 검색선을 넘어 주차장과 로비 등 일반 구역의 초동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발물·마약 흔적 탐지기 'IONAB'에 이어 개발한 비접촉식 'IONAB_에어'는 의심 물체를 건드리지 않고 탐지하도록 설계됐다. 그는 폭발물 처리반 도착 전 현장 요원의 판단을 지원하고 공항 시설 전체로 대응 범위를 넓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외산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들은 국내 기술과 운영 경험의 결합을 강조했다. 김기태 인씨스 전무는 “원 영상이 고해상도로 제공되지 않으면 AI 프로그램이 아무리 좋아도 탐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라피스캔 검색기에 자체 AI를 접목해 재검색 대상 물품을 자동 분류하고 통합 상황실에서 장비 상태와 비상 상황을 관리하는 사례를 제시했다. 신동인 동곡기정 연구팀장은 보안 검색장의 성능을 단일 장비만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CT·신체 검색기·통합 판독에 장비 배치와 교육, 유지·보수, 장애 대응이 결합돼야 승객 편의·업무 효율·보안 수준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람과 수하물을 통합 검색하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되길 바란다며 구축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오창환 카티스 수석은 CT 검색기·전신 검색기·바구니 자동 회송 장치·원격 통합 판독으로 구성되는 '스마트 시큐리티'의 실제 운영을 설명했다. 검색 결과에 따라 재검사 대상을 분리하고 여객 수요에 맞춰 판독 인력을 탄력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이다. 외산 장비를 취급하지만 국산 장비의 개발과 성과를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박형남 에이리스 기술이사는 작은 저장매체와 비정형 마약 등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려면 영상 해상도뿐 아니라 물질 특성을 담은 원본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제조사에서 원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워 자체 검색기 제작에 나섰다는 그는 “보안 검색 영상은 우리나라의 자산"이라며 데이터 주권을 부각했다. AI가 판단 근거를 제시하고 신규 위협을 학습한 뒤 재검증받도록 인증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화물 보안도 논의됐다. 유병철 경운대 항공관제물류학부 교수는 등록 대리점(RA) 도입을 중심으로 공항에 집중된 검색 부담을 분산하고 화물의 운송 전 과정에서 보안 상태를 유지하는 체계의 필요성을 다뤘다. 본지는 항공 보안 장비의 △국산화의 범위 △부품 공급망 △국내 소재·부품·장비의 경쟁력 △도입 실적 확보 방안을 물었다. 이 소장은 전체 제어체계는 국산화하고 있지만 엑스선 발생 장치와 검출기까지 확대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부품은 품질보다 가격 측면의 과제가 있다며 구매에 앞서 실제 현장에서의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민규 교수는 대형 화물의 탐지 기술과 발전 방향을 질문했다. 김 차장은 탐지 대상별 학습과 장비 결합을 통해 AI의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답했다. 김 전무는 중형 엑스선 장비와 컨테이너 검색기의 활용 가능성을 설명하면서 공항의 대형 화물 검색 기반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을 짚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E칼럼] 늘 거기서 사달이 난다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식욕이 크게 높아진다. 전문가에 따르면 세로토닌(serotonin)이 일조량 감소에 따라서 같이 감소하는 것이 가을철 식욕 증가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가을에는 또 다른 계절에 비하여 맛있는 음식이 많다. 입맛대로 먹다가 보면 '이렇게 먹다가는 사달이 나지'라는 생각이 든다. 사달은 사고나 탈을 의미하는 우리말이다. 무언가 본래부터 잘못 진행되고 있거나 아니면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하여 과장하거나 숨기다가 결국 문제가 터질 때 사용한다. 욕심을 부리다가 문제가 터질 때도 '사달이 난다'고 한다. 논어에 나오는 사자성어인 과유불급(過猶不及)과도 상통하고, 유명한 버나드 쇼의 묘비명인'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와도 짐짓 연결된다. 자율주행 기술이 아직 초창기였던 10여 년 전에는 주로 정해진 트랙을 달리는 버스나 전차에 먼저 적용되었었다. 2018년 파리 국제 모터쇼 때 프랑스는 자국의 모빌리티 기업을 소개하기 위하여 자율주행 버스를 행사장에 선보였다. 그런데 기자들을 태운 버스 앞을 그만 길거리를 청소하던 청소부가 가로막았고, 버스는 급정거와 함께 크게 경적을 울렸다. 이 장면을 목격한 국내 기자가 귀국한 후 이 사건을 두고 적은 신문 만평의 제목도 '늘 거기서 사달이 난다'였다. 인류가 살아온 내내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는데, 기술을 개발한 사람들과 사회와의 소통이 부족한 것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청소부를 장애물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 제대로 인식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면 청소부에게 급정거와 경적을 울려 쫒기보다는 정중하게 비켜달라고 부탁의 말을 전하였을 것이라는 거다. 기자는 만평에 그때 영국 기자가 전했다는 내용도 전한다. '기계 따위가 사람에게...'. 하지만 기자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실패한다. 자율주행이 이렇게 빨리 상용화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제 AI, 즉 인공지능이 자율주행의 자리에 등판한 것 같다. 환호성을 지르며 곧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하는 이들도 많고 인류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많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엄청난 규모의 매출과 수익을 내고 있으며, 덩달아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역시 3.0 퍼센트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저기서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비관론도 그 힘을 기르고 있다. 인공지능 호황이 일시적이라면서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을 걱정하며 노르웨이의 국부펀드와 같은 대책을 요구하기도 하고, 국내 인공지능 인프라를 선도적으로 건설할 필요성을 설파하면서 필요한 전력과 물 부족 이야기를 함께 말하고 있다. 한편 국내 정유산업도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 사태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원유 수급에서의 큰불을 끄는 데 성공한 반면 그렇지 못한 나라들이 석유제품 수출을 막아버리자 우리나라가 정제하여 수출하는 경유와 항공유가 엄청난 프리미엄 가격에 팔리고 있기 떄문이다. 얼나마 급한지 EU조차도 공급망와 안보를 들먹이며 정유시설의 추가 건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실 우리 정부도 석유제품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기에 정유사들은 수출 제한을 일정 정도 풀어달라고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국내 석유제품의 최고가격고시제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에너지 관련 모든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는 현상이 오래 지속되자 국내 석유제품의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위급한 시기에 단기적으로 사용하여야 할 정책을 1년 가까이 끌고 가면서 여기저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심각한 에너지 위기인 지금, 에너지 절약 정책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기는커녕 가격 안정 정책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눈을 가리는 것과 같으니 결국에는 사달이 날 수 있는 원인이 되고 만다. AI로 인한 반도체 호황에 모두 넋이 나가도 안 되겠지만 또 그렇다고 인공지능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사회적 수용과 합의만을 이야기한다면 기술이 바꿀 미래에 대한 예측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정유산업은 호황인데도 시장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는 가격 제도들을 유지한다면 시장 제도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장점을 모두 놓치는 것이 된다. 늘 거기서 사달이 나지만 또 늘 거기서 새로운 기회가 온다. 비만만 걱정하면 가을이 가져다 주는 자연의 혜택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걱정만 하고 막으려고만 하기보다는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한 인프라에의 투자와 기술 혁신을 위한 투자를 그게 높일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bienns@ekn.kr

같은 시황, 엇갈린 성장…정유업계 3분기 온도차, 왜?

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3분기 중동발(發) 전쟁 특수에 힘입어 호실적을 이어갔지만,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 양사의 수익성 개선 추이에서는 뚜렷한 온도차가 나타났다. 개별 경영 여건에 따라 영업이익 증감 방향이 엇갈린 가운데, 업체 간 수익성 격차는 오히려 크게 좁혀진 모양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자회사 SK에너지는 올 3분기 매출 15조9276억원과 영업이익 1조205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20.6%,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5.2% 급증했다. HD현대오일뱅크 정유부문 역시 올 3분기 매출 9조234억원을 기록해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이 9.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8216억원으로 같은 기간 36% 감소했다. 국제유가·제품가 변동 등 거시적 관점에서 유사한 경영 환경을 누렸음에도 내실 측면에서 양사가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정반대 흐름이 주목받는 이유는 양사의 생산설비 가동 환경 역시 유사했기 때문이다.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는 모두 지난 2분기 정기보수를 진행하면서 일시적으로 생산량이 감소했다. 실제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3월 말부터 5월 초까지 40일간 대산 1공장에서 26개 공정의 정기보수를 진행했고, SK에너지 역시 5월 중순께 정기보수로 한 달여간 일부 공정의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 3분기 들어 정기보수를 마친 양사는 설비의 가동률을 높이면서 석유제품 생산·판매량을 확대했다. 다만 이 같은 환경에도 양사는 이번 3분기 실적에 대해 서로 다른 원인을 지목했다. SK에너지의 경우, 중동지역 정유설비 가동 차질과 러시아의 석유제품 수출 제한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 부족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고, 특히 경유를 중심으로 석유제품 수출마진이 강세를 보이면서 가동량 확대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HD현대오일뱅크는 원화 강세와 석유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손익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선 지난 2분기 HD현대오일뱅크를 중심으로 이례적인 수준을 보였던 정유사업 수익성이 '정상화 국면'에 진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 모두 3분기 원유 수급이나 설비 가동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2분기 대비 가동률도 높아진 것으로 안다"며 “다만 HD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직전 분기에 정유부문이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까지 치솟았는데, 평시 업계 이익률이 1~2% 수준임을 감안하면 당시 수치는 대외 여건을 고려해도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동정세를 비롯한 글로벌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제유가 변동에 따른 재고 효과 등 지난 2분기 실적에 반영됐던 일시적인 이익 요인이 일부 축소되면서 양사 간 수익성 격차도 상당 부분 완화되는 흐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SK에너지 영업이익률은 지난 2분기 4.9% 수준에서 올 3분기 7.6%로 확대됐고, HD현대오일뱅크 정유부문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15.5%에서 9.1%로 축소됐다. 양사 간 정유사업 영업이익률 격차는 이 기간 10.6%포인트(p)에서 1.5%p로 크게 줄었다. 이처럼 업계 간 수익성 격차가 대폭 축소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업계의 4분기 성적표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일부 완화되는 흐름을 보이며 업계 성장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경유 수출제한 완화 조치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공식판매가격(OSP) 할인 기조가 긍정적인 변수로 지목된다. 앞서 산업통상부는 지난달 29일 국내 수급 안정 등을 전제로 경유 수출한도를 전년 동월 대비 100%에서 110%로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달 수출 물량부터 적용되는 만큼, 업계가 글로벌 경유 공급 부족에 따른 수출마진 강세를 활용할 여지가 커질 전망이다. 사우디의 원유 OSP 할인 기조 역시 원가 부담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중동산 원유의 도입 가격이 낮아질 경우 정유사들이 확보할 수 있는 실질 정제마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요인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이익 개선 폭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원유 도입 계약과 운임, 제품별 생산 비중 등 개별 기업의 영업 여건이 서로 다른 데다 국제유가 변동성도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비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 확대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에쓰오일을 제외한 국내 정유업체 다수가 해당 원유의 비중을 50% 수준으로 맞추고 있다"며 “원유마다 성상과 가격, 운송거리가 다르고 장기 용선계약을 활용할 수 있는지도 차이가 있는 만큼, 향후 수익성 전망은 다양한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동산 원유의 OSP가 하락하면 추가 도입 매력도가 높아지는 것은 맞지만, 기존 장기계약과 공급망 다변화 전략 등을 고려하면 도입 비중을 단기간에 크게 바꾸기는 어렵다"며 “경유 수출제한 완화 역시 수익성에 도움이 되겠지만 실제 효과는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오너 경영능력 평가-구광모 ②] 전장서 증명한 ‘원LG’…AI·로봇도 돈 벌 수 있을까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후 보여준 첫 번째 경영 판단은 적자사업을 정리하는 '선택'이었다. 두 번째 시험은 그 자리에 인공지능(AI)과 전장, 로봇, 바이오 등 새로운 성장축을 세우는 '집중'이다. 1편에서 살펴본 구 회장 체제의 재무 성적은 계열사마다 달랐다. LG전자는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는 취임 전보다 부진했다. 스마트폰과 태양광 패널 등 한계사업에서 철수한 결정은 성과로 볼 수 있지만, 그룹 전체가 고수익 사업구조로 전환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구 회장의 다음 성적표는 철수로 확보한 자본과 인력을 어디에 배치했고, 그 투자가 실제 매출과 현금으로 돌아오고 있는지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 챗GPT보다 먼저 만든 AI연구원…비용 절감은 시작됐다 LG가 미래 성장 분야로 제시한 'ABC'는 AI와 바이오, 클린테크를 의미한다. 이 가운데 사업 적용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분야는 AI다. LG는 생성형 AI가 대중화되기 전인 2020년 LG AI연구원을 설립했다. 이듬해에는 국내 최초의 멀티모달 초거대 AI 모델인 '엑사원'을 공개했다. 외부의 범용 모델에만 의존하지 않고 그룹 자체 AI 기반을 선제적으로 구축한 것은 구 회장 체제의 장기투자로 평가할 만하다. 최근에는 엑사원을 연구용 모델에서 제조·금융·바이오 등에 적용하는 단계로 옮기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패널 설계에 AI를 활용해 약 한 달 걸리던 작업을 8시간으로 줄였다. OLED 제조공정에서는 이상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AI 생산체계를 구축해 품질 개선 기간을 평균 3주에서 이틀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추산한 비용 개선 효과는 연간 2000억원 이상이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병리 이미지를 분석해 유전자 변이 가능성을 예측하는 '엑사원 패스'를 개발했다. 신약 후보 물질 탐색과 임상 개발에 AI를 활용해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구 회장은 올해 사장단 회의에서 AI를 단순한 생산성 향상 도구가 아니라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술로 규정했다. 계열사별로 분산된 AI 활용을 그룹 차원의 사업모델로 발전시키라는 주문이다. 다만 내부 비용 절감과 외부 수익 창출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엑사원이 LG 계열사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서 나아가 외부 기업의 선택을 받고 반복 매출을 만들어야 독립적인 성장사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LG가 생성형 AI 열풍 이전부터 자체 연구역량을 축적한 것은 장기적인 경영 판단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는 모델의 기술적 우수성보다 제조·바이오·가전에서 얼마나 생산성과 외부 매출을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전장 매출 11조원…'원LG'가 먼저 돈 번 곳 구 회장 체제에서 수익화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미래 사업은 자동차 전장이다. LG전자의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2025년 매출 11조원을 넘어섰다. 전장 수주잔고는 약 100조원으로 추산된다. 휴대전화 사업에서 철수한 대신 자동차 안의 디스플레이와 통신, 소프트웨어, 전기차 구동장치에서 새로운 시장을 확보한 것이다.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전기차 구동부품을 담당한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OLED, LG이노텍은 카메라와 센싱 모듈,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를 공급한다. 각 계열사의 제품을 묶어 완성차업체에 통합 솔루션으로 제안하는 것이 '원LG' 전략이다. LG 계열사 경영진은 글로벌 완성차업체를 대상으로 공동 기술행사를 열며 인포테인먼트부터 디스플레이, 센서, 배터리까지 함께 소개하고 있다. LG전자는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 상위 10개 업체 가운데 도요타와 폭스바겐, 현대자동차·기아, GM, 스텔란티스, 포드, 혼다, 닛산 등 8곳과 거래 관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전장사업이 개별 부품 공급을 넘어 세계 주요 완성차업체의 공급망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다만 수주잔고가 곧바로 이익을 뜻하지는 않는다. 자동차 부품은 수주부터 양산과 매출 인식까지 장기간이 걸리고 완성차업체의 가격 인하 요구도 강하다. 구 회장의 투자 성과를 평가하려면 수주 규모뿐 아니라 전장사업의 영업이익률과 현금흐름, 투자자본수익률이 안정적으로 높아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 로봇 두뇌부터 관절·배터리까지…두 번째 '원LG' LG가 전장 다음으로 계열사 역량을 결집하는 분야는 피지컬 AI와 로봇이다. LG는 로봇 완제품 한 종류에 승부를 걸기보다 두뇌와 센서, 관절 구동장치, 배터리, 운영시스템을 함께 공급하는 전략을 택했다. LG전자는 가전사업에서 축적한 모터 기술을 활용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관절을 움직이는 액추에이터 사업에 진출했다. 가정용 로봇 '클로이드'에는 엔비디아의 칩과 로봇 훈련 플랫폼, 구글의 생성형 AI를 적용해 집 안 상황과 사용자의 지시를 이해하도록 했다. LG이노텍은 보스턴다이내믹스와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비전센싱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휴머노이드에 적용할 수 있는 원통형·전고체 배터리를 준비 중이다. LG CNS는 제조·물류 현장에 투입될 로봇의 훈련과 운영을 맡는다. 미국 로봇 AI 기업 스킬드AI 등에 투자하고, HD현대로보틱스와는 조선소 품질검사에 휴머노이드를 적용하는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을 기반으로 로봇이 사람의 언어와 주변 상황을 이해하도록 하는 두뇌 개발에 참여한다. 가전에서 확보한 생활 데이터와 국내외 공장에서 쌓은 제조 데이터는 LG만의 강점이 될 수 있다. 계열사별 기술이 실제로 결합된다면 로봇 부품부터 AI와 운영서비스까지 공급하는 수직계열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상당수 사업은 투자와 공동개발, 개념검증 단계다. 어느 계열사가 사업을 총괄하고 투자비와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도 명확해져야 한다. 여러 기술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원LG'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 냉각·전력·운영 묶은 AIDC…해외 수주로 확장 AI 데이터센터(AIDC)도 계열사 간 결합이 가능한 시장이다.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 서버의 열을 낮추는 냉각설비와 안정적인 전력공급, 에너지저장장치, 구축·운영 시스템의 수요가 함께 증가한다. LG는 LG전자의 냉각시스템, LG유플러스와 LG CNS의 설계·구축·운영 역량, LG에너지솔루션의 전력저장장치를 묶어 통합 솔루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개별 제품을 납품하는 데서 벗어나 데이터센터 구축부터 운영까지 참여하겠다는 전략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사업화도 시작됐다.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LG CNS 등은 인도네시아에서 약 1000억원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수주했다. 수도권에서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200MW 규모의 파주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계열사 공동 AIDC 기술행사를 열었다. 전장 분야에서 활용한 공동 영업 방식을 데이터센터 시장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는 글로벌 장비·클라우드 기업과 냉각·전력 전문업체가 동시에 경쟁하는 시장이다. 국내 계열사끼리 기술을 묶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빅테크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반복적으로 확보해야 경쟁력이 입증된다. ◇ 'ABC' 가운데 성적표 나온 것은 전장뿐 구 회장이 추진한 미래 사업 가운데 현재까지 가장 분명한 숫자를 보여준 분야는 전장이다. AI는 계열사의 생산성과 비용 개선으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로봇과 AI 데이터센터는 외부 기업과의 협력 및 초기 수주 단계에 진입했다. 바이오는 신약 개발 특성상 투자 회수까지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배터리 역시 LG의 핵심 성장축이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와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을 함께 안고 있다. LG화학의 석유화학 부진과 LG디스플레이의 수익성 회복도 미래 사업에 투입할 자금 여력을 좌우할 변수다. 따라서 계열사별 기술을 모두 나열하는 것보다 실제 매출과 이익, 현금흐름으로 연결되는지를 공통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협약 체결이나 시제품 공개, 투자 발표를 사업 성과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구 회장 체제의 LG는 스마트폰과 태양광에서 철수한 뒤 전장과 AI, 로봇, 데이터센터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겼다. 전장에서는 계열사 기술을 묶어 고객과 매출을 확보하는 '원LG' 방식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전장에서 먼저 나타난 성과를 AI와 로봇, 데이터센터에서도 재현하는 것이다. 적자사업을 정리한 '선택'이 구 회장 경영의 첫 번째 성과였다면, 선택한 사업을 독립적인 수익원으로 키우는 '집중'이 두 번째 평가 기준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최태원, 올트먼과 서울서 재회…‘AI 동맹’ 오찬 회동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방한 중인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인공지능(AI)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 서울의 한 장소에서 올트먼 CEO와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SKT) 주요 임원들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과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협력 사업을 두고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그룹과 오픈AI는 지난해 10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글로벌 AI 인프라 확대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 국내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SK텔레콤은 오픈AI와 함께 서남권에 AI 데이터센터를 공동으로 구축하며 차세대 데이터센터 관련 기술 개발에 협력한다. 최 회장과 올트먼 CEO은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서밋'에서도 만나 AI 인프라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양측은 메모리 공급 의향서(LOI)와 서남권 AI 데이터센터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SK는 오픈AI가 추진하는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에 핵심 파트너로 참여한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가 소프트뱅크·오라클 등과 추진 중인 인류 사상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로, 2025년부터 4년간 5000억달러(약 670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이미지와 영상을 만드는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급증한 데이터 처리량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지역에 총 10기가와트(GW)의 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오픈AI의 HB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D램 웨이퍼 기준 월 최대 90만장 규모의 공급 요청을 감당할 수 있는 생산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현재 글로벌 생산량(50~55만장)을 대폭 상회하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600만장대인 생산량이 700만대로 늘어나는 셈이다. HSBC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말 기준 월 16만장(연 192만장) 안팎의 웨이퍼를 HBM 생산에 투입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글로벌 생산량이 목표치 만큼 늘어나면 월 27만장(연 330만장)을 투입하는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의미다. SK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면서 시장 내 입지를 키우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100메가와트(MW)급 울산 데이터센터를 조성 중으로, 향후 1GW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더해지는 생산력도 오픈AI와의 협업에 힘을 보탠다.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 웨스트라피엣에서 짓고 있는 첨단 HBM 패키징 공장은 2029년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국내에서 생산된 웨이퍼를 미국으로 옮겨 패키징과 검사를 수행하고 현지 고객사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삼성 사장단 50여명 총출동…올트먼과 그린 ‘AI 10년’

삼섬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 50여명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인공지능(AI) 시대이 가져올 산업 변화와 향후 10년간의 경영 전략을 논의했다. 그룹 차원의 AI 전환(AX)을 본격화한 삼성이 글로벌 AI 기업과 직접 교류하며 업무 혁신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삼성은 31일 경기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 초청 사장단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오픈AI 측도 올트먼 CEO가 삼성인력개발원을 찾아 삼성 계열사 사장단과 교류의 자리를 가졌다고 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삼성이 추진 중인 AX 전략의 일환으로 마련된 사장단 교육 프로그램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S(반도체)부문장(부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X(완제품)부문장(사장), 송용호 삼성전자 DS부문 AI센터장, 최주선 삼성SDI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전자, 금융, 바이오 분야 주요 계열사 사장단 5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올트먼 CEO와 'AI가 바꿀 다음 10년, 기업의 선택'을 주제로 AI 기술의 향후 발전 방향과 활용 가능성, 새로운 시장 형성과 사업 기회 등을 논의했다. 특히 AI 확산이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와 조직 운영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의견을 교환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갖영진이 갖춰야 할 역량도 의제로 다뤘다. 올트먼 CEO는 간담회에서 “앞으로는 단순히 AI를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경쟁 우위는 AI를 어떻게 활용해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며 경쟁사보다 앞서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기업용 챗GPT인 '챗GPT 엔터프라이즈' 도입을 실질적인 업무 변화와 경쟁력 강화로 연결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아울러 올트먼 CEO는 삼성 경영진에게 오픈AI의 코딩 에이전트 '코덱스'(Codex)를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코덱스 마이크로 키보드'를 선물했다. 삼성과 오픈AI는 지난해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하고, 오픈AI의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를 방문하는 등 양사 교류도 이뤄지고 있다. 이번 방문에는 오픈AI 주요 경영진도 동행했다. 리차드 호 하드웨어 담당 부사장, 키란 마니 아시아태평양·일본 총괄 대표, 안드레아스 하틀 아시아태평양·일본 영업 담당 부사장, 아르빈드 KC 최고인사책임자(CPO) 등이 함께했다. 오픈AI는 이번 만남을 통해 기존 인프라 협력에서 나아가 삼성 계열사 전반의 AI 도입과 활용 전략으로 논의를 확대했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삼성 사장단은 생성형 AI 실습 교육도 진행했다. 지난 6월 AI 집중교육을 진행한 후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삼성은 지난 6월부터 연구개발(R&D), 생산, 마케팅, 지원 등 전 업무 분야에서 AI를 도입하는 'AI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은 경영진이 먼저 AI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실제 경영과 업무에 적용하는 문화를 조직 전반으로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현대제철, 고부가 효과에 수익개선 지속…‘밸류업 정책’은 지연될 듯

현대제철이 올해 3분기 우호적인 제품 판매가격과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 효과에 힘입어 수익 개선세를 이어갔다. 현대제철은 올 3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으로 매출 5조8971과 영업이익 871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공시했다.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3.4%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1% 증가해 수익성 중심의 성장세가 나타났다. 별도기준 영업실적도 매출이 4조5737억원에 그쳐 직전 분기 대비 5.5% 위축된 반면, 영업이익은 123억원을 올려 이 기간 10.8% 확대됐다. ◇ 원가부담 상쇄한 고부가 수익…4분기 판매량 회복 관건 이 같은 수익성 개선 흐름은 자동자강판을 비롯해 고부가가치 제품군의 판매 비중이 확대된 데 더해, 시장 내 제품 판매가격이 우호적으로 형성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 3분기 현대제철의 제품(판재+봉형강) 판매량은 총 392만5000톤(t)으로 직전 분기 442만1000t 대비 11.2% 감소했고, 이에 매출은 같은 기간 5.5%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은 “판매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주요 제품의 판매단가가 상승하며 원가 부담을 상쇄하고 수익성 개선을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 같은 수익성 개선 흐름이 올해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요 철강제품의 판매가격 인상 효과가 온전히 반영되는 가운데, 3분기 계절적 비수기 등의 영향으로 감소했던 판매량도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현대제철은 당기 저조했던 판매량이 4분기 회복되면 영업이익 개선 폭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도 원자재 가격이 현재보다 안정화되면서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국내 철강 수요산업의 회복 속도는 업종별로 차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현대제철은 내년 국내 건설시장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등 산업시설을 중심으로 비주거용 건설투자가 확대되는 반면, 주거용 건설 수요의 회복은 상대적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자동차와 조선 등 판재류 주요 수요산업의 전망은 비교적 긍정적이다. 친환경차 생산기반 확대와 수출 호조가 자동차강판 수요를 뒷받침하고, 조선업계의 견조한 수주잔고 역시 후판 수요를 지지할 것으로 현대제철은 예상했다. ◇ AIDC에 美 건설경기 '호조'…고율 관세에 수출물량은 조절 해외시장에서는 미국의 건설용 철강재 수요 확대가 새로운 성장 기회로 지목됐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건설과 글로벌 제조기업들의 미국 현지 생산시설 투자가 확대되면서 H형강 등 주요 건설용 철강재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영업본부장 김성민 전무는 컨퍼런스콜에서 “미국의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수요가 상당히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온쇼어링에 따라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면서 현지 건설경기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현지 H형강 시장에서는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은 현지 철강업체들의 공급 납기가 길어지는 가운데, H형강 가격이 주 단위로 상승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다만 미국의 높은 관세 장벽을 고려해 품목별 수출 전략은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김 전무는 “현재 50%의 관세를 내고도 수출이 정당화될 수 있는 품목에 철근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내년에도 수익성 등을 감안해 수출물량을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철근 수출물량은 수익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조절하되, 다른 철강제품은 미국 현지 수급과 판매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현대제철은 지난달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기공식을 개최한 현지 전기로 일관제철소를 통해 자동차강판 중심의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수익성 높은 사업 구조를 구축하고, 전기로 기반 탄소저감 철강재 생산을 통해 글로벌 저탄소 제품 수요 확대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기존에 구축한 현지 사업 네트워크를 통해서는 자동차강판 중심의 안정적인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미래 모빌리티, 첨단산업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판매처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반덤핑' 예의주시·'H ONE' 고부가 공략…밸류업정책 발표는 지연 국내시장에서는 중국산 열연강판과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시행에도 불구하고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산 철강재의 수입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 전무는 “최근 환율 하락과 인도네시아·베트남·대만 등 제3국으로부터의 물량 유입으로 4분기 이후 수입량이 다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우회 수입 경로나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해서는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면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AIDC와 반도체 공장 등 첨단산업시설을 겨냥한 신규 H형강 통합 브랜드 'H ONE'을 앞세워 수요 확보에 속도를 내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나선다. 현대제철 재무관리실장 박홍 상무는 “데이터센터 및 반도체 팹 투자 확대에 따른 고사양 H형강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H형강 통합 브랜드인 H-ONE을 출범했다"며 “통합 공급체계를 바탕으로 고객별 최적의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해 공급 역량과 시장 대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현대제철은 당초 올해 4분기로 예정했던 기업 밸류업 정책 발표를 1~2개 분기 연기할 전망이다. 국내 철강업황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주주환원 정책과 중장기 수익성 개선 전략 등을 공개하기에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회사는 향후 시장과의 소통을 거쳐 구체적인 발표 시점을 결정할 계획이다. 현대제철 기획재정본부장김광평 부사장은 “현재 국내 철강업황이 침체돼 있어 기업 밸류업 정책을 발표하기에 가장 좋은 시점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발표 시점이 1~2개 분기 정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준비 중인 주주환원 정책과 기업 밸류업 정책은 시장과 충분히 소통한 뒤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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