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기존 자동차 산업의 경계를 허물며 미래 모빌리티 혁신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소프트웨어(SW) 중심 체제로의 전환과 인공지능(AI)·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며 글로벌 초혁신기업으로의 도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를 소프트웨어 중심 체제로의 전환 원년으로 삼고 글로벌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미래 모빌리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약 100년간 이어져 온 하드웨어 중심 구조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기술 산업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내연기관과 전기차로 구분되던 기존 프레임을 넘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과 로보틱스가 결합된 기술 플랫폼 산업으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자동차가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과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고도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관련 기술 경쟁력 확보가 기업의 생존이 걸린 패권 경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올해를 SDV 전환 원년으로 삼고 관련 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SDV를 핵심 축으로 한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전략 실행에 속도를 냈다. 그룹은 차량 개발 전문가인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동시에 연구개발(R&D)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러 사장은 R&D를 총괄하며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유관 부문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SDV 성공을 위한 기술 경쟁력 제고에 집중할 계획이다. 정의선 회장은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은 현대차그룹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일"이라며 “이는 타협할 수 없는 방향이며 그룹 전체가 함께 고민하며 SDV의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SDV 전환 가속화를 위해 자율주행 자회사 포티투닷(42dot)과의 협업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정의선 회장은 포티투닷 판교 본사를 직접 방문해 자율주행 및 SDV 전략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안전성과 완성도를 최우선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그룹 차원의 전략적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AI와 로보틱스 사업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AI와 미래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산업 변화가 가속화되는 만큼, 우리에게는 더 큰 성장 기회가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지컬 AI로 중심이 이동할수록 자동차와 로봇이라는 '움직이는 실체'와 제조 공정 데이터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의 강점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이는 빅테크 기업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이자, 데이터·자본·제조 역량을 갖춘 현대차그룹에게 AI는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로봇 산업이 본격적인 검증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을 중심으로 양산 시기와 규모가 점차 구체화되면서 산업 전반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로봇 산업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며 “휴머노이드 로봇의 양산 시기와 규모가 점차 숫자로 구체화되고, 공급망의 초기 설정이 완료되면서 실질적인 수혜 기업들도 선별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환의 분기점에서 현대차그룹은 CES 2026에서도 인간 중심의 AI 로보틱스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단순히 모빌리티에 AI 로보틱스를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을 AI 로보틱스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CES에서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함께 피지컬 AI 시대를 이끌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 및 개발형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개발형 모델을 대량 생산해 제조 현장에 투입하는 양산형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포함한 주요 생산 거점에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을 우선 투입하고, 공정 단위별 검증을 거쳐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SDV와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 현대차그룹의 상용화 속도가 미국 테슬라 등 글로벌 경쟁사 대비 다소 늦은 편이라는 지적과 함께, 시장 선점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는 “후발주자라는 평가는 사실과 다르다"며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미 전 세계 고객들에게 수천 대의 로봇을 판매하며 실제 매출과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수 경쟁사가 아직 프로토타입이나 파일럿 단계에 머무른 반면, 우리는 대규모 로봇 플릿을 상용 환경에 투입하고 있다"며 “상용화 관점에서는 오히려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관세 환경 변화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 신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그룹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국내에만 총 125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약 50조5000억원을 AI와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배정했다. 이와 함께 미국에는 총 260억달러(약 38조원)를 투자한다. 이를 통해 로보틱스, AI, 자율주행 등 미래 신기술 분야에서 미국 현지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오는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