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사청, 18년 묵은 ‘망분리’ 빗장 푼다…K-방산 클라우드 대전환

[단독] 방사청, 18년 묵은 ‘망분리’ 빗장 푼다…K-방산 클라우드 대전환

무기체계의 첨단화와 방위산업 공급망의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방위사업청이 국내 방산업계를 옥죄어 온 획일적인 '물리적 망분리' 규제를 개선하고 상용 클라우드 도입을 위한 전면적인 가이드라인 수립에 착수했다. 글로벌 국방 공급망의 보안 요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K-방산의 경쟁력을 뒷받침할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 구축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 낡은 규제 벗고 방산 데이터 유통 기준 세운다 27일 본지 취재 결과, 방위사업청 기술보호과는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 대비 방산 기술 보호 대책 수립 연구를 통해 사업자 선정..

SKT, 펜싱에 24년간 360억 투자…사브르 4연패 ‘금빛 결실’

SK텔레콤이 24년째 후원하는 한국 펜싱 대표팀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사브르 단체전 4연패를 달성했다. 2003년부터 펜싱에 360억원을 투입한 SK텔레콤은 이번 대회에선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전력분석 시스템까지 처음 가동했다. SK텔레콤은 한국 펜싱 대표팀의 이번 대회 준비를 위해 AI 전력분석 시스템 'SKT-FAN(Fencing AI Nexus)'을 도입했다고 28일 밝혔다. AI 컴퓨터 비전과 모션 캡처 기술을 이용해 경기 영상에서 득점과 실점 시점을 자동으로 찾아내고 선수 움직임을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별도의 센서를 몸에 붙이지 않아도 일반 경기 영상만으로 선수의 관절 움직임을 추적해 데이터로 바꿀 수 있다. 경기 영상의 타임라인과 하이라이트도 자동으로 만든다. SK텔레콤은 전력분석원이 일일이 영상을 돌려보는 시간을 최대 90% 줄이는 것을 목표로 이 시스템을 개발했다. 대표팀은 분석 결과를 훈련과 경기 전략 수립에 활용했다. SK텔레콤은 대회 기간 전력분석원과 의무 트레이너도 현지에 추가로 보냈다. 한국 펜싱은 이번 대회에서 남녀 사브르와 에페, 플뢰레 전 종목에서 메달을 따내며 총 10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지난 26일 단체전 결승에서 개최국 일본을 45대44로 꺾었다. 2014 인천 대회 이후 4회 연속 우승이다. 결승은 막판에 뒤집혔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오상욱이 41대44로 뒤진 상황에서 연속 득점하며 45대44 역전승을 만들었다. 개인전에서도 우승한 오상욱은 대회 2관왕에 올랐다. SK텔레콤은 2003년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은 이후 올해까지 펜싱에 누적 360억원을 후원했다. 대표팀 훈련용품과 해외 대회 참가를 지원하고, 2004년부터는 국내에서 'SK텔레콤 국제 그랑프리 펜싱' 대회를 열고 있다. 한국 펜싱은 2010 광저우부터 2022 항저우까지 네 차례 아시안게임에서 종목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도 2012 런던, 2020 도쿄, 2024 파리 대회에서 3연패를 기록했다. SK텔레콤은 펜싱 외에도 수영, 역도, 육상, 근대5종, 스포츠클라이밍, 농구 등 7개 종목 선수를 'Team SKT'로 후원하고 있다. 27일 기준 이들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메달은 금메달 5개, 은메달 7개, 동메달 6개 등 18개다. 수영 황선우는 자유형 200m 은메달을 비롯해 6개의 메달을 땄고, 펜싱 송세라는 여자 에페 개인전 금메달과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했다. 농구 에디 다니엘은 남자 대표팀의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권영상 SK텔레콤 Comm지원실장은 “24년간 함께 땀 흘려온 대표팀이 국민의 응원을 등에 업고 남자 사브르 4연패를 이룬 것은 SK텔레콤에도 잊지 못할 순간"이라며 “SK텔레콤의 AI 기술이 경기력 향상에 기여한 만큼 앞으로도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현장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국산 타이어, SUV 타고 북미로…넥센·한국타이어 OE 겨냥 나서

국내 타이어 업체들이 SUV를 앞세워 북미 완성차 시장에서 신차용 타이어(OE)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에 공급 규격을 추가하며 북미 공급을 이어가고, 한국타이어는 폭스바겐 대형 SUV 아틀라스의 북미 판매 모델에 제품을 공급한다. 넥센타이어는 28일 기아의 연식변경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에 SUV용 사계절 타이어 '로디안 GTX'를 추가 공급한다고 밝혔다. 기존 17인치에 이어 이번에는 20인치 규격이 새롭게 적용된다. 17인치는 국내와 북미 시장 판매 차량에, 20인치는 국내 판매 차량에 각각 장착된다. 로디안 GTX는 SUV 특성에 맞춰 개발한 사계절용 타이어다. 제동 성능과 눈길 주행 성능, 마모 보증 성능을 비롯해 정숙성과 승차감을 고려했다. 온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특수 컴파운드와 지그재그 패턴을 적용했으며, 하이브리드 SUV에 맞춰 마일리지 성능도 강화했다. 한국타이어도 북미 시장에서 SUV OE 공급을 확대한다. 한국타이어는 28일 폭스바겐의 대형 SUV '아틀라스' 북미 판매 모델에 SUV 전용 프리미엄 컴포트 타이어 '다이나프로 HPX'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공급 규격은 18·20·21인치다. 다이나프로 HPX는 사계절 주행을 고려한 SUV 전용 타이어다. M+S(Mud+Snow) 표기를 적용해 마른 노면과 젖은 노면, 눈길 등 다양한 환경에 대응하도록 설계됐다. 3D 그립컨트롤 사이프와 올시즌 컴파운드, 넓어진 접지면 등을 적용해 핸들링과 제동력, 마일리지 성능을 높이고 주행 소음도 줄였다. 한국타이어는 폭스바겐그룹과의 OE 공급 차종도 확대하고 있다. 폭스바겐 아틀라스를 비롯해 타이론과 티구안, 고성능 브랜드 쿠프라의 타바스칸·테라마르·본·라발 등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한다. 자체 글로벌 브랜드인 라우펜을 통해 폭스바겐 폴로와 골프8, 스코다 뉴 옥타비아, 세아트 이비자·아로나·레온 등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의 신차에 장착되는 OE 타이어는 차량 개발 단계부터 성능과 품질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는 만큼 안정적인 공급 실적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SUV를 중심으로 북미 완성차 시장과의 공급 접점을 넓혀가는 것은 국내 타이어 업체들의 글로벌 사업 확대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이슈&인사이트] 테슬라가 간과한 생명의 무게

자동차로 이동하는 건 현대인에게 가장 기본적인 권리에 속한다. 이 이동은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자동차로 이동하려면, 마차를 이용해도 마찬가지겠지만, 무엇보다 문을 열고 닫을 수 있어야 한다.너무 당연한 얘기를 정색하며 말하는 게 우습지만, 오늘날 도로 위를 질주하는 첨단의 전동화 차량 중 일부는 때로 이 단순한 전제를 충족하지 못하기에 정색하지 않을 수 없다. 문을 열어야 할 때 열지 못하면 치명적 상황이 열릴 수 있다. 최근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완성차 업체가 중국에서 총 400만 대가 넘는 차량을 리콜한 사태는, 매끄러운 디자인과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무엇인가 매우 중요한 것이 망각되고 있음을 일깨운다. 이 사태의 중심에 선 테슬라의 리콜 규모는 약 300만 대이다. 리콜이라는 익숙한 말로 퉁치기엔 현대 기술주의의 폐해가 너무 심각해 보인다. 논란의 핵심은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대중화한 이른바 '매립식 도어 핸들(Flush Door Handle)'이다. 차체와 완벽하게 밀착되어 공기저항을 줄이고 미래지향적인 미니멀리즘을 완성한다는 이 손잡이는, 차량 전원이 차단되는 비상 상황에서 차를 운전자나 탑승자를 가두는 철창으로 바꿔버린다. 사고로 전기가 끊겼을 때 내부의 기계식 비상 개방 장치를 직관적으로 찾지 못해 화마 속에서 생명을 잃거나 구조의 손길이 차단되는 참사가 잇따르고 있다. 전통적인 기계식 손잡이와 달리, 전자식 매립 핸들은 비상용 레버가 도어 포켓 안쪽이나 보이지 않는 패널 아래 숨겨져 있어 절체절명의 순간에 탑승자를 패닉으로 몰아넣는다. 기술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 감각적 디자인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생존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를 뒷전으로 밀어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태가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는 점이다.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FSD, Full Self-Driving)을 둘러싼 과장 광고와 끊이지 않는 소송 속에서, 줄곳 안전 검증보다 시장 선점과 주가 부양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라는 현대적 기술을 내세워 물리적 리콜 비용과 사회적 책임을 교묘하게 축소하려는 모습은, 테슬라의 혁신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근본적 의문을 품게 한다. 인류문명의 발전보다는 특정인을 세계 최고 부자를 만드는 게 유일한 목적 같다. 지금도 FSD는 홍보되고 있고, 교묘한 방어장치로 눈가림하면서 우리가 상상하는 자율주행이 실제로 가능할 것처럼 과장한다. '매립식 도어 핸들'을 리콜하게 한 중국은 FSD란 용어도 금지했다. 테슬라가 제공하는 '보조주행' 정도의 용어를 쓴다. 타당한 조치다. 테슬라가 FSD라는 말을 쓴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한 번도 FSD가 구현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FSD가 아닌 차량을 FSD로 착각하며 몰다가 실제로 사고가 나고 소송이 이어지고 사법당국이 나서는 등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소비자는 소프트웨어 오류와 복잡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실험 대상이자 위험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이상한 존재로 전락했다. 오늘날 빅테크와 결합한 모빌리티 자본은 인간을 존엄한 주체가 아니라, 실험실의 데이터이자 이윤 창출을 위한 도구로 보는 듯하다. 종종 잊히지만, 인간의 생명은 최상위 가치다. 머스크의 행보는 그가 말하는 혁신이 CEO 개인의 과시욕과 거대한 자본의 탐욕이 결부된 자본주의의 추한 괴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디자인의 미려함이나 자율주행의 환상 속에서, 비상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공포에 떨어야 하는 인간의 목소리는 소음처럼 지워진다. 이제 쟁점은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이다. 한국인의 생명이 중국인보다 덜 소중하지는 않지 않을까. bienns@ekn.kr

[인터뷰] 진종문 교수 “HBM 16단 쌓아도 역부족...AI 메모리 승부처는 ‘계층 설계’

AI 메모리의 대명사로 떠오른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두고 벌써 '한계론'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최근 “GPU-HBM 조합만으로는 앞으로의 AI 워크로드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를 보완할 기술로 PIM(프로세싱 인 메모리), HBF(고대역폭플래시), KV 캐시 분산 배치 기술인 SALT-KV를 잇달아 제시했다. 삼성전자도 zHBM·zNAND 등 메모리의 물리적 배치를 바꾸는 '3D 구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HBM 한 종류의 성능 경쟁을 넘어 여러 메모리를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AI 메모리 시장의 다음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진종문 경남대 반도체부트캠프사업단 교수는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초거대 AI 모델이 진화하는 속도에 비해 HBM의 물리적 용량 확장성은 한계에 부딪혔고, 가격 효율성도 제약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진 교수는 모토로라코리아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에서 30년 넘게 양산 현장을 지킨 메모리 엔지니어다. SK하이닉스에서는 품질보증실(D램 모듈), Mobile & Flash 사업본부, 낸드플래시 개발본부에서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2015년 단독으로 쓴 『NAND Flash 메모리』는 국내 낸드 분야 표준 교재로 통한다. 2016~2022년에는 SK하이닉스 뉴스룸에 '반도체 특강' 칼럼을 연재했다. HBM 모듈 기판 관련 신규 폼팩터 특허 3건도 보유하고 있다. 진 교수는 HBM의 한계를 용량·전력·가격 세 가지로 짚었다. 먼저 용량이다. 그는 “D램을 최대 16층까지 쌓아도 수십 기가바이트 수준이라 HBM 패키지를 아무리 많이 달아도 거대 모델 전체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를 메우려 서버를 병렬로 늘리면 인프라 비용과 전력 소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일반 D램보다 비트당 가격이 높은 HBM 프리미엄은 기업이 떠안아야 할 또 하나의 청구서다. 용량을 늘리려고 쌓을수록 새 문제가 따라붙었다. 진 교수는 “D램을 여러 층 쌓으면서 발열이 생겼고, 대량의 데이터를 옮기다 보니 전력 소모가 관리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데이터의 성격에 맞춰 적절한 메모리 계층에 나눠 두는 기술이 필요해졌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AI의 무게중심이 에이전틱 AI로 옮겨가면 이 문제는 더 커진다. 그동안 학습이나 단발성 추론은 고정된 가중치를 메모리에서 한 방향으로 읽어와 순서대로 계산하면 됐다. 에이전틱 AI는 다르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결과에 따라 행동을 고치는 '생각의 고리(CoT)'로 움직인다. 진 교수는 “과거 대화와 도구 실행 기록을 실시간으로 붙잡아 두는 단기 기억 저장소, 즉 KV 캐시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한다"고 했다. 다음 행동을 정할 때마다 쌓인 기억 조각을 다시 읽어야 하니, 메모리와 GPU 사이를 오가는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그는 “일방향에 가까웠던 데이터 흐름이 이제는 프로세서와 메모리 사이를 끊임없이 교차하는 양방향 피드백 구조로 바뀐다"고 짚었다. ◇ “PIM, 이번엔 소프트웨어가 관건" PIM(프로세싱 인 메모리)은 메모리 안에서 직접 연산해 데이터 이동을 줄이는 기술이다. 개념은 오래됐지만 번번이 주류 시장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진 교수는 PIM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를 '시장이 무르익었기 때문'으로 봤다. 과거에는 PIM을 필요로 하는 시장도, 받쳐줄 소프트웨어 생태계도 없었다. 지금은 생성형 AI가 퍼지면서 CPU·GPU 중심의 연산 구조가 전력과 데이터 이동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AI가 데이터센터를 넘어 PC·모바일·엣지 기기로 번지면서 고성능과 저전력을 함께 잡아야 할 필요도 커졌다. 진 교수는 “지금의 PIM은 과거 기술의 재등장이 아니라 AI 시대가 요구하는 메모리 중심 컴퓨팅의 현실적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만능은 아니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PIM이 가장 빛나는 무대로 그는 소규모 배치로 토큰을 하나씩 생성하는 디코딩 단계를 꼽았다. 데이터를 나르는 과정을 건너뛰어 얻는 속도와 전력 이득을 가장 직관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챗봇이나 온디바이스 생성형 AI처럼 쉼 없이 응답해야 하는 환경이 대표적이다. 진 교수는 “PIM은 추론 전체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메모리 접근 비중이 높은 LLM 디코딩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가속 기술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상용화의 발목을 잡는 건 오히려 하드웨어 바깥에 있다고 했다. 그는 “가장 큰 난관은 파편화된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표준 인터페이스의 부재"라고 잘라 말했다. 개발자가 메모리 내부 연산기를 제어할 컴파일러 스택이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칩도 무용지물이다. 주요 AI 프레임워크는 철저히 프로세서 중심이라 PIM을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 제조사마다 명령어 세트가 제각각이라 개발자가 매번 코드를 새로 짜야 한다. 진 교수는 “이 장벽을 넘지 못하면 PIM은 특정 맞춤형 칩에만 쓰이는 비주류 기술에 머문다"며 “CXL 컨소시엄 등을 통한 글로벌 표준 정립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 “HBF는 추론 전용 읽기 가속 플랫폼" SK하이닉스가 강조하는 HBF(고대역폭플래시)를 이야기할 때 그의 말에는 기대와 경계가 함께 실렸다. HBF는 낸드를 TSV(실리콘관통전극) 방식으로 쌓아 HBM과 SSD 사이의 빈자리를 메우는 새 메모리 계층이다. 진 교수는 “HBM은 빠르지만 용량이 모자라고 SSD는 크지만 느려 연산 장치가 데이터를 기다리는 병목이 생기는데, HBF가 이를 완화한다"며 “여기에 PIM이 접목되면 새로운 AI 가속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HBF가 SSD 시장을 잠식하기보다 HBM의 부족한 용량을 보완할 것으로 봤다. 성패는 가격에 달렸다고 했다. 진 교수는 “성능과 전력은 기술로 채울 수 있지만 가격은 도입 여부를 가른다"며 “기가바이트당 단가를 HBM의 10분의 1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첫 관문"이라고 말했다. ◇ “승부처는 메모리를 잇는 시스템 설계" 칩이 고장 나는 이유를 좇아온 그가 HBM 이후의 해법으로 꼽은 것은 칩 하나의 스펙이 아니라 칩과 칩 사이의 '동선'이었다. SK하이닉스가 공개한 SALT-KV는 KV 캐시를 HBM·D램·SSD 등 여러 계층에 나눠 두는 기술이다. 자주 쓰고 지연에 민감한 데이터는 비싼 고속 메모리에, 덜 쓰는 데이터는 싼 대용량 저장장치에 둔다. SK하이닉스는 이를 HBM·D램·SSD를 한 시스템으로 묶는 '풀 스택 AI 메모리' 전략의 한 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진 교수는 이런 흐름을 메모리 회사의 체질 변화로 읽었다. 그는 “SALT-KV 같은 기술은 하드웨어 성능을 넘어 소프트웨어적 배치 전략을 요구한다"며 “메모리 회사가 데이터 흐름을 설계하는 주체로 변모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HBF가 성공하면 이것까지 포함해 메모리 레벨을 다시 묶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급자와 설계자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과거에는 CPU·GPU 업체가 시스템 구조를 짜면 메모리 업체는 규격에 맞춰 D램을 찍어내는 수동적 역할에 머물렀다. 진 교수는 “초거대 AI 환경은 '메모리 바운드' 병목이 성능을 좌우하는 국면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연산 장치가 아무리 뛰어나도 메모리가 데이터를 제때 대지 못하면 전체 효율이 무너진다. 엔비디아·AMD·인텔도, 자체 AI 칩을 만드는 빅테크도 초기 설계 단계부터 메모리 기업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교에서도 그는 단정 대신 단서를 먼저 달았다. “두 회사 모두 어느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지 않고 양면을 병행하는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흐름에는 결이 있다고 했다. 삼성은 zHBM·zNAND처럼 3D 적층으로 물리적 한계를 돌파하는 제조업 기반의 '구조적 접근법'에 힘을 싣는다. SK하이닉스는 AI 워크로드를 분석해 맞춤형 해법을 내놓는 '토탈 솔루션 접근'에 무게를 둔다. 진 교수는 “삼성은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 제조 수직계열화를, SK하이닉스는 고객 맞춤형 대응력을 강점으로 차별화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경쟁이 가장 뜨거워질 곳으로는 적층도, 메모리 내부 연산도 아닌 '다양한 메모리를 잇는 시스템 설계'를 지목했다. 적층은 HBM을 거치며 일정 수준 성숙기에 들어섰다고 봤다. 그는 “미래의 승자는 HBM·HBF·SSD·PIM·CXL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통합하는 설계 역량에서 갈린다"고 말했다. 이어 “빅테크가 원하는 건 단품 성능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전체의 전력과 비용을 제어하는 종합 아키텍처"라고 강조했다. 이 메모리들을 하나로 묶는 연결고리로 그는 CXL을 꼽았다. 3~5년 뒤 AI 데이터센터에서 가장 달라져 있을 기술을 묻자 “지금 개발된 기술 중에서 고른다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CXL 기반 메모리 풀링을 지목했다. 서버마다 따로 쥐고 있던 D램·HBM·HBF·SSD를 하나의 거대한 가상 메모리로 묶고, 모자라면 옆 서버의 남는 공간을 빌려 쓰는 구조다. 다만 CXL 자체는 메모리가 아니라 서버와 서버를 잇는 링크이자 시스템 반도체로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각자 서버가 메모리를 따로 소유하는 개념에서 유기적으로 공유하고 조율하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미래 초거대 AI 데이터센터 시장의 지형도를 결정지을 최종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에는 기회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진 교수는 “한국은 D램과 낸드 두 핵심 메모리의 기술과 양산력을 모두 가진 유일무이한 메모리 초강대국"이라고 했다. 초고속 메모리와 대용량 저장장치의 계층 구조를 한꺼번에 설계해 묶어 제안하는 원스톱 공급 능력은 한국 기업만의 독보적 장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제조 영역에 묶여 있던 한국 반도체가 글로벌 AI 인프라의 상위 설계자 가운데 하나로 올라설 호기"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슬아 인턴기자

[차 어때] ‘기본기 맛집’ 폭스바겐의 묵직한 한 방…든든한 전기 SUV의 정답, ‘ID.4’

7000대가 넘게 팔렸다. 폭스바겐의 전동화 핵심 모델, 'ID.4' 얘기다. 첫인상부터 화려한 차는 아니다. SUV답게 두툼한 팬더와 짧은 앞뒤 오버행이 안정적인 비례를 만들고, 전기차답게 큼직한 공기흡입구 대신 매끈하게 다듬은 전면부가 어우러진다. 낯설기보다 익숙한 전기 SUV의 얼굴이다. 전반적인 주행감 역시 마찬가지다. 전기 SUV에 기본기라는 게 있다면 ID.4는 그걸 착실하게 다졌다. 전비 좋고, 잘 달리고, 든든하다. 뻔한 칭찬 같지만 막상 타보면 알게 된다. 기본을 잘 하는 차는 그 어떤 화려한 기술보다 오래가는 만족을 준다. 지난 10일 열린 폭스바겐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ID.4와 함께 서울 광화문과 가평 양떼목장을 왕복했다. 총 주행거리는 136㎞, 운전 시간은 약 3시간 30분. 주행 모드를 여러 차례 바꾸고 정체 구간도 지났지만 최종 전비는 6.9㎞/㎾h, 공인 복합전비인 4.9㎞/㎾h를 가볍게 웃돌았다. 운전석에 앉아 전면을 바라보면 '시야가 참 시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시보드가 수평으로 길게 뻗어 있어 전방 도로와 계기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큼지막한 스티어링휠은 손에 안정적으로 잡힌다. 중앙의 12.9인치 디스플레이 역시 운전석 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어 주행중 보기 편하다. 화면 아래에는 비상등 물리 버튼과 공조·음량 터치식 조작부를 배치했다. 간결한 구성 안에서도 운전에 필요한 조작부를 알차게 담아냈다. 기본기의 충실함은 복잡한 광화문 시내를 빠져나오면서부터 느껴졌다. 감속과 가속, 정차와 재출발을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전기차 특유의 강한 회생제동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ID.4의 B 모드는 회생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차를 완전히 멈추는 원페달 방식은 아니다. 감속이 예상보다 부드러워 회생제동이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했을 정도다. D 모드로 바꾸자 감각은 한층 익숙해졌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도 차가 곧바로 감속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관성으로 자연스럽게 나아간다. 내연기관차를 타던 운전자라면 한결 편하게 느낄만한 움직임이다. B와 D를 오갈 때도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손을 뻗을 필요 없이, 스티어링휠 뒤 컬럼식 셀렉터로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어 편하다. 시내 주행감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건 와인딩 구간에서의 든든한 안정감이다. 목적지에 다다를쯤 90도에 가까운 코너와 오르막·내리막이 이어지는 길을 15분가량 달렸다. 브레이크에 거의 발을 얹지 않은 채 가속 페달만으로 속도를 조절하며 50~70㎞로 연달아 코너를 도는데도, 차체가 불안하게 흔들리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ID.4는 앞쪽에 바퀴와 차체를 연결하는 맥퍼슨 스트럿, 뒤쪽에는 여러 연결대로 바퀴 움직임을 세밀하게 잡는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쓴다. 앞은 간결하게 지지하고 뒤는 노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구성이다. 차체가 코너 바깥으로 크게 쏠리지 않고, 노면을 단단하게 붙들며 달린다고 느낀 이유다. 여기에 스포츠 모드의 민첩성은 와인딩의 재미를 더했다. 센터 디스플레이에서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자 가속과 조향 반응이 한층 빨라졌다.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대로 차 앞머리가 코너 안쪽을 재빠르게 파고들었고, 코너를 빠져나올 때 가속 페달을 밟자 힘을 모으는 기색 없이 곧바로 치고 나갔다. 2025년형 ID.4는 최고출력 286마력, 최대토크 55.6㎏·m를 발휘한다. 기존 모델보다 출력은 40%, 토크는 75% 높아졌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페달을 밟는 즉시 힘이 따라붙으니, 높아진 성능이 몸으로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고속도로에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IQ.드라이브'가 장거리 주행의 피로도를 덜어줬다. 운전자의 조작을 민감하게 인식해 스티어링휠에 한쪽 손가락을 살짝 얹는 정도로 주행 보조 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스티어링휠에서 완전히 손을 떼자 12초 뒤 경고음과 함께 붉은 조명, 계기판 안내가 이어지며 주의를 요구했다. 차선 중앙을 안정적으로 따라가는 동안, 앞차와의 간격도 일정하게 유지했다. 앞차가 속도를 줄이면 서서히 감속하고, 다시 속도를 높이면 부드럽게 따라붙었다. 차간거리를 맞추는 과정에서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거나 갑자기 속도를 끌어올리는 움직임이 없어 편안했다. 주행의 기본기에 충실하면서도, 필요한 곳에는 편리함을 더했다. 주행 중 “안녕, 이다"라고 부르면 보이스 어시스턴트 'IDA'가 곧바로 응답한다. 에어컨과 라디오·미디어는 물론 앰비언트 라이트와 주행 모드까지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어, 화면 메뉴를 일일이 찾아 누를 필요가 없다. 기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내비게이션이 없는 점은 아쉽지만,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무선으로 간단하게 연결할 수 있다. 첨단 기능을 과시하기보다 운전자가 자주 쓰는 기능을 편리하게 다듬은 점이 실용적이다. ID.4의 트림별 공식 가격은 ID.4 프로 라이트가 5,299만원, 시승차량인 ID.4 프로가 6,040만7,000원이다. 여기에 보조금을 적용하면 ID.4 프로 라이트는 4,000만원대 중후반부터 구매 가능하다. 동급 수입 승용차 중 최대 수준인 국고 보조금 432만원에 서울 기준 지자체 보조금 129만원, 전기차 전환지원금까지 더한 금액이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게임 넘어 스포츠로”…2회 연속 AG 오른 크래프톤 ‘PUBG 모바일’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PUBG MOBILE)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식 메달 종목으로 채택돼 오는 28~29일 경기를 치른다. e스포츠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가운데 크래프톤의 대표 지식재산권(IP)인 '펍지(PUBG)'도 e스포츠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는 모습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26 아시안게임 e스포츠 결승: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28일과 29일 양일 간 일본 도코나메의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개최된다. 이번 대회에서는 아시아 각국을 대표하는 총 12개 팀이 참가해 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업계에 따르면 e스포츠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종목으로 처음 등장했고, 항저우에서 정식 메달 종목이 됐다. 이번 아이치·나고야에서 e스포츠는 총 11개 종목, 13개 타이틀로 더 확대됐다. 'PUBG MOBILE'은 이 11개 종목 중 하나로, 항저우에 이어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PUBG MOBILE'은 아시아 권역에서 폭넓은 인기 누리고 있는 배틀로얄 장르의 작품이다. 다만 아시안게임 무대에 오르는 게임은 일반 버전이 아닌 아시안게임 버전(PUBG Mobile Asian Games Version)이다. 이 버전은 배틀로얄의 핵심 요소인 사격을 활용하면서도 스카이다이빙, 오프로드 레이싱 등 여러 요소를 결합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가능한 한 빠르게 결승점에 도달하면서 총으로 미리 설정된 표적을 최대한 많이 맞히는 것이 경기의 조건이다. 크래프톤은 PUBG IP가 글로벌 e스포츠 생태계에서 쌓아온 경쟁력과 위상을 지속적으로 국제 스포츠 무대로 확장한다는 각오다. 다만 PUBG IP가 국제 스포츠 무대로 영역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e스포츠 대회 운영의 공정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최근 이벤트 매치로 치러진 'PUBG 아시아스타즈'에서는 외부 정보를 활용한 선수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회 운영의 공정성이 논란이 됐다. 크래프톤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해당 선수들의 공식 대회 영구 출전 정지 등을 결정했다. 지난 23일 크래프톤 측은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PUBG 아시아 스타즈 운영에 있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공정의 가치를 지키지 못해 참가자와 플레이어 여러분께 우려와 혼란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경기 운영 전반을 다시 점검하고 필요한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 피해 확산 방지까지 책임 있게 이행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2026 아시안게임 e스포츠 결승: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는 예선을 통해 진출한 8개 팀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3개 팀, 개최국 일본 대표팀 등 총 12개 팀이 출전한다. 지난 대회 은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메달과 국가의 명예를 걸고 치열한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삼성전자 ‘DX 성과급’ 갈등에 노태문 직접 나선다

삼성전자가 다음 달 노태문 대표이사 사장 겸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 주재로 DX 전 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을 연다. 최근 DX부문에서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과의 성과급 격차를 놓고 직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0월 중 DX 전 직원을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회사는 앞서 일부 보직장과 팀장 등을 대상으로 한 경영현황설명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직원들과 주요 현안을 놓고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DX 직원들의 관심이 큰 현안은 성과급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임금협약을 통해 DS부문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했다. 재원은 부문 40%, 사업부 60%로 나누며 별도의 지급률 상한도 두지 않는다. 기존 성과급에서도 사업부별 차이가 났다. 올해 상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은 DS 메모리사업부가 기본급의 100%를 받았다. DX에서는 MX·네트워크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가 50%, 생활가전(DA)사업부가 25%였다. 사업부별 실적도 엇갈렸다. AI용 메모리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사업 실적은 개선됐지만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 완제품 사업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졌다. DX부문은 올 2분기 매출 48조원, 영업손실 800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부문 출범 이후 첫 분기 적자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네트워크사업부도 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갤럭시 S26 시리즈 판매가 늘었지만 메모리 등 부품 가격 상승이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성과급 격차를 둘러싼 노조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DX 직원들이 주축인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은 전사 공통 성과급 재원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와 완제품 사업의 경기 흐름이 다른 만큼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보상이 크게 벌어지는 구조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행노조는 수원사업장과 서초사옥에서 집회를 연 데 이어 최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에서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실적 부진에도 임원에게 장기성과인센티브가 지급되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삼성전자는 DS와 DX의 재원을 분리해 운용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각 부문의 사업 특성과 실적에 따라 보상 재원을 운용한다는 입장이다. 성과급 외에 실적 회복과 인공지능 전환(AX)도 DX부문의 주요 현안이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완제품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한 분기 100조 벌어들일까”...삼성전자, 실적 신기록 정조준

메모리 호황에 올라탄 삼성전자의 실적 눈높이가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까지 높아졌다. D램·낸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HBM 판매도 확대되면서 올 3분기에도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3분기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영업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204조5704억원과 영업이익 110조5736억원으로 관측됐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37.7%,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08.9%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의 경우, 이 같은 전망이 실현되면 단일분기 실적 만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43조6000억원)을 2배 이상 웃돌게 된다. 앞서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만 146조원 영업이익 대기록을 세워둔 만큼, 이번 분기 실적에 따라 누적 영업이익은 25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 특히 시장은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단일 분기 기준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연합인포멕스가 최근 1개월 내 증권사 8곳이 제시한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06조9887억원으로 추정됐다. 원·달러 환율 하락 등 여파로 전망치는 기존 대비 소폭 낮아졌지만, 타이트한 메모리 수급 여건을 고려해 영업이익 100조원 돌파 전망을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메모리 사업부는 상반기에 이어 올 3분기에도 전사 실적을 주도할 것으로 점쳐진다. 범용 D램과 낸드의 가격이 완만한 오름세를 유지한 데 더해,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역시 확대되면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D램과 낸드의 가격은 직전 분기 대비 각각 13~18%·10~15% 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 때 60%를 웃돌았던 2분기 가격 상승률과 비교하면 다소 둔화했지만 두 자릿수 상승세는 유지하는 셈이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의 가격 상승폭이 다소 둔화되겠지만 내년~오는 2028년에도 타이트한 수급 환경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HBM의 범용 D램 생산능력 잠식과 인공지능(AI) 추론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를 감안하면 공급제약의 해소 시점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 내 공급자 우위 구도가 지속되면서 메모리 부문의 수익성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는 3분기 삼성전자 DS부문의 영업이익률이 약 72~75%, D램 영업이익률은 80%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매 분기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 기록을 이어가면서 시장에서는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 대한 기대감도 엿보인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차세대(2027년~2029년) 주주환원 정책이 내년 1월께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수의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과거 대비 시장 친화적인 정책 노선을 발표한 만큼, 삼성정자의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은 내달 7일~8일 중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정제마진 높다지만”…유조선 고운임에 K-정유 수익성 ‘줄다리기’

역사적 고점을 기록중인 글로벌 유조선 운임이 좀처럼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동발(發) 해상물류 차질에 따라 원유 수송방식에 변화가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조선 운임이 이례적인 수준의 강세를 지속할 경우 정유업계의 '수익성 줄다리기' 현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완화 기미 없는 VLCC 운임...'사상 최고' 지속 2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비롯한 유조선 운임 지표는 최근 중동정세가 급격히 악화함에 따라 역사적인 수준의 고점을 기록 중이다. 발틱거래소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발표한 '39주차 유조선(탱커) 시황 리포트'를 통해 지난 24일 기준 27만톤(t)급 VLCC의 중동~중국 노선(TD3C) 운임 지수(WS)가 1157.5포인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직전 주 1140포인트 대비 1.5% 증가한 수치다. 월드스케일(WS)로도 불리는 이 지수는 각 항로별 운임 수준을 표준화한 지표로, 기본운임 지수는 매년 초 100포인트로 설정된다. 현재 중동~중국노선 운임이 기본값보다 11배 이상 오른 상태라는 설명이다. 실제 이 노선에서 운항하는 VLCC의 왕복 환산수익(TCE)은 직전 주인 38주차에 일일 121만2503달러(16억5000만원)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만달러선을 돌파한 뒤, 39주차에 123만5414달러(16억8000만원)로 1.9% 추가 상승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 장기화에 따라 TD3C노선을 대신해 실거래 지표로 떠오르고 있는 오만만~중국노선(TD34)의 운임지수도 39주차에 WS 797.86포인트를 기록했다. 정점이었던 직전 주와 비교하면 1.1% 줄었지만, 여전히 800포인트 선에 근접해 사상 최고권 수준이다. 당초 해당 노선의 WS는 이달 초까지만해도 272.5포인트 수준을 나타냈다. 이 시기 일일 TCE는 약 26만1800달러(3억6000만원)로, 39주차 86만4698달러(11억8000만원) 대비 69.7% 낮았다. ◇ '선박 간 환적'에 가용성↓...원가구조도 '흔들' 이 같은 중동발 VLCC 운임 강세는 호르무즈해협의 통항 차질 장기화로 비효율화된 원유 수송방식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해협을 직접 통과해 원유를 운송하는 기존 방식 대신, 상대적으로 노후화된 선박이 호르무즈 안팎을 오가며 원유를 실어 나른 뒤 오만만에서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싣는 '선박 간 환적(STS·Ship-to-Ship)'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원자재 분석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오만만의 STS 기반 원유 물동량은 중동전쟁 이후 하루 평균 370만배럴로 늘어난 데 이어 이달 들어 사상 최대인 720만배럴까지 확대됐다. STS 방식 확대는 오만만 인근 환적시설의 정체를 유발하고, 이는 선박 가용성 악화에 따른 운임 상방압력으로 작용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유업계에선 원가구조 지각변동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케이플러는 최근 지난 21일 기준 운임 데이터를 토대로 중동→아시아 원유 운송비용이 배럴당 32달러 수준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같은 날 두바이유 현물가격(113.69달러)과 단순 비교하면 운송비만 원유가격의 28.1%에 해당하는 규모다. 통상 전쟁 이전까지 수송비용은 원유 가격의 10%미만 수준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 고운임 장기화 땐 '마진 착시'…수출 숨통 요구도 유조선 해상운임이 나날이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시장에선 이 같은 고운임 환경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기운송계약이 평균 70%에 이르는 국내 정유업계 원유조달 구조상 단기간 운임 강세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업계의 수익성 압박이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사의 실질 수익성은 디젤 등 석유제품 크랙(정제마진) 자체보다 제품가격 상승이 원유 운송비 상승을 얼마나 상회하는지가 중요하다"며 “현재까지는 제품 공급 부족의 영향이 더 크지만, 고운임이 내년까지 장기화된다면 장기계약을 고려하더라도 실제 마진은 생각보다 작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장기화에 따라 내수시장에서 추가적인 수익성 압박까지 받고 있는 국내 정유업계로서는 정부 수출제한을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 원유 조달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최고가격제와 수출제한이 동시에 적용되면서 정유사의 수익성 방어수단도 제한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앞서 산업통상부는 지난 3월 최고가격제와 함꼐 정유업계가 휘발유·경유·등유 등 석유제품을 전년 동월 대비 100% 이하로만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한조치를 시행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한국의 휘발유·경유 수출량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92.3%·경유 96.8%로 상한선 인근까지 도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운임 영향을 배제하더라도 내수시장의 수익성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며 “수출시장은 당분간 공급부족 여파로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수에서 소화되지 못하는 물량을 추가적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단독] 방사청, 18년 묵은 ‘망분리’ 빗장 푼다…K-방산 클라우드 대전환

무기체계의 첨단화와 방위산업 공급망의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방위사업청이 국내 방산업계를 옥죄어 온 획일적인 '물리적 망분리' 규제를 개선하고 상용 클라우드 도입을 위한 전면적인 가이드라인 수립에 착수했다. 글로벌 국방 공급망의 보안 요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K-방산의 경쟁력을 뒷받침할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 구축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 낡은 규제 벗고 방산 데이터 유통 기준 세운다 27일 본지 취재 결과, 방위사업청 기술보호과는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 대비 방산 기술 보호 대책 수립 연구를 통해 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방사청은 이번 연구에 4009만 원을 투입하고 계약일로부터 3개월 반 만에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다. 그간 국내 방산업계는 방위산업기술 보호법과 관련 보안 지침에 따라 내부 업무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물리적·논리적으로 차단하는 망분리 정책을 적용받아 왔다. 미인가 외부 기기의 반입 원천 차단과 망간 자료 교환 시 엄격한 통제, 상용 클라우드 사용 전면 금지 등 폐쇄적인 규제망은 내부 자료 유출을 막는 데는 일정 부분 기여했다. 그러나 인공 지능(AI)·빅데이터·디지털 트윈 등 첨단 정보 통신 기술(ICT)이 융합되는 현대전 환경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산업(KAI)·LIG D&A 등 대형 체계 종합 업체와 수백 개의 2·3차 중소 협력업체 간의 신속한 설계 도면 공유·소프트웨어 공동 개발·공급망 데이터 연동을 가로막는 심각한 '구조적 병목'으로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방산업계 관계자는 “보안 등급의 높낮이에 따라 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효율성을 찾는 것이 업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효율성 추구 외에도 기술 유출의 여파를 고려한 철저한 보안 관리 역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방사청은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외 클라우드 보안 정책·방산 분야 적용 사례 심층 분석 △국방 과학 기술△방위 산업 기술 자료 분류 체계 마련 △방산 분야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 기준(CSAP(Cloud Security Assurance Program) 연계)△가이드라인 수립 △관련 규정·제도 개선 사항 도출 등을 종합 수행할 방침이다. ◇ 美 CMMC 2.0 발효 압박…글로벌 스탠더드 충족 '발등의 불' 방사청이 이번 연구를 서두르는 가장 결정적인 배경은 글로벌 국방 보안 규제의 급격한 강화다.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은 자국 국방부(DoD) 공급망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에 통제 비비밀정보(CUI) 보호를 강제하는 '사이버 보안 성숙도 모델 인증(CMMC) 2.0' 최종 규칙을 2024년 10월 연방관보에 고시하고 같은 해 12월 발효했다. 미국은 공급망 내 단 한 곳의 영세한 협력 업체라도 해킹될 경우 체계 전체의 보안이 무너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하위 공급망 전체에 걸쳐 110개에 달하는 보안 통제 항목(NIST SP 800-171)을 100% 충족하고 공인된 제3자 평가 기관(C3PAO)의 인증을 통과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방산업계 관계자는 “기준을 충족해야만 미국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벅찰 수는 있지만 협력사들의 보안 수준을 높이기 위해 컨설팅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한 미 국방부는 상용 클라우드 이용 시 '표준 보안 평가·인증 제도(FedRAMP Moderate)' 수준의 엄격한 동등성을 요구하고 있다. 사이버 침해 사고 발생 시 72시간 이내에 국방부에 즉각 보고하고 포렌식을 위한 악성코드 샘플을 제출해야 하는 등 강력한 사후 대응 책임을 클라우드 사업자와 방산업체가 연대하여 지도록 강제한다. K-방산이 미국 수출 시장을 뚫거나 글로벌 방산 기업과 원활히 협력하기 위해서는 이와 동등한 수준의 데이터 통제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데이터 보안의 중요성과 관련, 방산업계 관계자는 “데이터가 지나치게 공유돼 핵심 내용이 유출된다면 경쟁사들이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며 “핵심 기술 데이터가 유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주의해야 한다"고 부연다. ◇ 국정원 N²SF 개편 맞물려…해법은 '방산 특화 인클레이브' 국내 공공 보안 패러다임 역시 거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18년간 유지해 온 일률적인 망분리 정책을 폐기하고, 데이터의 중요도에 따라 보안 통제를 차등 적용하는 '국가 네트워크 보안 프레임워크(N²SF)'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N²SF는 공공 망 데이터를 기밀(C)·민감(S)·공개(O)의 3개 등급으로 세분화한다. 방사청은 수많은 방산 데이터와 개발 성과물을 N²SF 체계에 어떻게 정밀하게 매핑할지 기준을 세우게 된다. 무기체계의 핵심 소스 코드나 스텔스 도면 같은 국가 안보 직결 데이터는 C등급으로 분류해 기존처럼 인터넷망과 철저히 분리된 국가 전용 클라우드나 온프레미스(On-Premise) 환경에 둔다. 반면 미국 CUI에 상응하는 도면·부품 제원·시험 평가 데이터 등 방산 업무 데이터의 대다수는 S등급으로 분류될 전망이다. 방사청은 S등급 데이터에 대해 다중 요소 인증(MFA)·직무 기반 접근 통제(RBAC)·콘텐츠 무해화(CDR) 기술 등을 적용하는 조건하에 기존 공공 클라우드 보안 인증(CSAP) 중등급 이상의 상용 클라우드 환경에서 유연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제재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를 구현할 실효성 있는 기술적 대안으로는 '방산 특화 인클레이브' 아키텍처가 떠오르고 있다. 수많은 직원이 사용하는 방산업체 전체의 사내 IT망을 최고 보안 상태로 일괄 개조하는 것은 비용과 운용상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기업의 일반 상용 업무망과 논리적·물리적으로 격리된 클라우드 가상 데스크톱 인프라(VDI) 구역을 별도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는 '제로 트러스트' 원칙에 기반하는 것으로 보안 검증 대상을 이 특수 구역으로만 축소시킴으로써 기업들의 심사 비용과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 중소기업 '수십억 보안 비용 폭탄' 막는다…상생 지원책·제도 보완 모색 클라우드 전환·고도화된 보안 통제 요구가 방산 생태계의 허리를 담당하는 영세 중소 제조기업들에게 재무적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은 방사청이 풀어야 할 과제다. 미 국방부의 규제 영향 분석에 따르면 소규모 방산업체가 CMMC 레벨 2 외부 인증을 받는 데 소요되는 직접 평가 비용은 약 1억3000만 원(10만 달러)에 달하고 고도화된 지능형 위협(APT) 방어를 위한 레벨 3 시스템 구축에는 수십억 원의 엔지니어링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 방사청은 무리한 보안 규제가 국내 방위산업 기초 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방 선진국의 유연한 정책을 적극 벤치마킹할 계획이다. 사업의 사이버 위험 수준(CRP, Cyber Risk Profile)에 비례하는 맞춤형 통제를 요구하고 입찰 시 이행 계획서(CIP) 제출을 통해 완충 지대를 제공하는 영국의 사례와 철저한 데이터 주권 원칙하에 독립적인 클라우드 사업자 검증(IRAP)을 수행하는 호주의 선진 제도가 존재하는 만큼 이에 대한 검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를 바탕으로 방사청이 중소 방산업체들이 방산 특화 클라우드 인클레이브 서비스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저렴하게 구독할 수 있도록 돕는 '클라우드 보안 바우처' 제도 신설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나아가 중소기업에 무료 사이버 위생 진단을 제공하는 미국의 '프로젝트 스펙트럼'을 참고하고 보안 솔루션 도입·인증 심사에 소요된 막대한 비용을 방산 계약의 간접비 등 합리적 원가로 정당하게 보전해 주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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