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위기 넘겼지만 “소통 부재” 반발…포스코 ‘협력사 직고용’ 가시밭길

파업 위기 넘겼지만 “소통 부재” 반발…포스코 ‘협력사 직고용’ 가시밭길

포스코가 조업 하청 노동자 직고용 문제를 둘러싼 노조 파업을 일단 피했지만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별도 직군을 만들어 순차적으로 채용한다는 사측 계획에 노조는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중앙노동위원회 중재도 접점을 못 찾으면서 직고용 논의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으로 넘어갔다. 올해 셋으로 쪼개진 교섭 단위별 입장 차이도 있어 실타래가 더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다만, 포스코의 하청 직고용 자체가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는 안전경영의 일환인 데다 하청 노동자의 근로자 지위 인정 대법원 판결도 나온 만큼 로드맵 이행 방..

[이슈&인사이트] K-UAM의 성공 조건은 국제표준과 국민 신뢰다

1903년 라이트 형제의 동력비행 성공 이후 항공은 인류의 이동과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왔다. 오늘날 미래항공모빌리티(AAM/UAM)는 전기추진 수직이착륙기(eVTOL), AI 자율비행, 디지털 공역관리 기술을 결합하며 새로운 항공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하늘을 일상적이동 공간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제3의 항공혁명'으로 불릴 만하다. 정부의 'K-UAM 기술경쟁력 강화 방안'과 '운용개념서 1.5'는 기술 자립과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정책 의지를 보여준다. 초기 상용화 시점을 2028년으로 조정하고, 비도심 공공서비스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한 것도 현실적 접근이라 평가할 수 있다. 다만, K-UAM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 안전 실증 못지않게 국민이실제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GTX를 비롯한 고속·고밀도 광역교통망이 이미 상당 수준 구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UAM이 기존 교통 수단 대비 어떤 시간 절감 효과와 경제성을 제공할 수 있을지 면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법·제도와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이다. 첫째, UAM 항공기를 '항공안전법' 체계 안으로 조속히 편입할 필요가 있다. 현행 '도심항공교통법'은 '도심형항공기'를 도입하고 있으나, 국토교통부 고시의 기술기준은 법리적 모순을 안고 있다. 상위법인 '항공안전법'에 '도심형항공기'에 대한 명확한 분류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하위 행정규칙이 기술기준을 먼저 설정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비행기와 헬기의 특성을 결합한 신개념 수직이착륙 항공기(Powered-lift)와의 관계가 불명확하며, 소음 기준 역시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항공기 분류는 안전인증과 운항규칙의 출발점이다. 실제 운항 단계에서는 감항증명, 운항승인, 조종사 자격 등 기존 항공안전 체계와의 연계가 불가피하다. 현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국 연방항공청(FAA), 유럽항공안전청(EASA) 등은 Powered-lift 항공기를 기존 항공안전 체계 안에서 수용하기 위한 제도 정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 역시 특별법 중심 접근을 넘어 '항공안전법' 안에서 '도심형항공기'의 분류와 안전기준을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시범 단계와 상용화 단계의 경계는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현행 도심항공교통법은 시범운용구역 내에서 '항공안전법' 규정을 완화하는 특례를 두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초기 상용화 모델이 시범사업 단계와 상당 부분 중첩돼 있다는 점이다. 항공안전 체계에서 실증 단계와 상용 운항 단계의 구분은 엄격해야 하며, 규제 특례가 사실상 상용 운항 단계까지 연장되는 방식은 국민적 신뢰 확보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UAM 정책은 단순한 '모빌리티 산업'이 아니라 '항공체계'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으로 UAM은 기존 항공체계의 연장선에서 관리되고 있다. 일본 역시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실제 정책과 인증은 항공당국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도 마찬가지다. ICAO를 중심으로 감항인증·공역관리·운항규칙에 관한 국제표준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UAM이 원격조종과 자율비행 체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초기 단계부터 공역관리, 인증, 사이버보안 등을 고려한 중장기적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K-UAM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미래 글로벌 항공질서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그러나 항공의 역사는 기술만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K-UAM이 국제표준과 국민적 신뢰를 기반으로 추진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미래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여헌우의 산업돋보기] 삼성전자 ‘미운오리’ 파운드리, 기술력 확보해 ‘백조’ 변신하나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반도체 초호황에 삼성전자도 웃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몸값이 치솟으며 매 분기 '역대급 실적'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초격차'로 유명한 삼성전자다. 범용 제품은 물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년간 수십조원을 쏟아 부어 미래 성장 동력을 육성하는 분야지만 여전히 '적자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미운 오리' 취급을 받던 파운드리 사업부의 분위기가 최근 달라지고 있다. 테슬라에 이어 미국 빅테크들과 연이어 협업 소식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미국 테일러 공장이 본격 가동하는 시점부터는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관건은 삼성전자가 업계 1위 대만 TSMC와 기술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여부다. ◇ 앤트로픽에 전략적 투자…AI 칩도 동시 수주할 듯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앤트로픽은 최근 진행한 시리즈H 투자 라운드에서 650억달러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글로벌 3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참여했다고 공개했다. 이목을 끈 대목은 엔트로픽이 이같은 사실을 알리며 “이들 기업의 기술은 전세계 메모리, 저장장치, 로직 칩 공급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언급했다는 점이다. 로직 칩을 만드는 공정은 파운드리다. 삼성전자의 대표 사업이지만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해당 사업부가 없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앤트로픽이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클로드' 서비스를 만든 앤트로픽은 챗GPT로 유명한 오픈AI와 글로벌 AI 모델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회사다. 클로드에 활용되는 AI 칩을 만들 경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대형 고객사'를 유치하는 효과가 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미국 빅테크와 다양한 형태로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테슬라와 총 22조7648억원 규모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해 눈길을 끌었다. 회사 반도체 부문에서 단일 고객 기준 최대급 계약이었다. 양사 관계도 끈끈해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말 실적 발표회에서 “'AI4'의 업그레이드를 계획 중이다. 양산 시점은 내년 중반쯤으로 예상하지만 삼성이 우리를 위해 수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결국 삼성이 작업을 마무리하고 양산 체제로 가져올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언급했다. AI4 개선 제품의 생산 전반을 삼성 파운드리에 맡기겠다는 사실을 공개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앞선 대규모 계약으로 테슬라의 차세대 AI 칩인 'AI5'와 'AI6' 칩을 수주했다. 이어 머스크 CEO의 발언에 따라 'AI4'의 업그레이드 버전 생산도 책임지게 됐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도 파운드리 분야 동맹을 맺고 있다. 엔비디아의 추론 전용 언어처리장치(LPU) 칩인 '그록3'를 생산하는 게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애플 신제품 아이폰에 탑재될 이미지 센서도 공급할 예정이다. 향후 AMD의 반도체를 위탁 생산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와 AMD는 지난 3월 AI 칩에 'HBM4'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만남에서 AMD의 차세대 제품을 위한 파운드리 협력에 대해서도 긴밀하게 논의했다고 전해졌다. 양사는 그간 다양한 반도체 기술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파트너십을 이어왔다. 빅테크들이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미국 공장 가동률 또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짓고 있는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은 이르면 올해 말 가동을 시작한다. 강석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0일 진행된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테일러 제1팹은 지난주 장비 반입식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제2팹은 글로벌 고객 수주 논의와 병행해 구축을 위한 초기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 2나노 공정 수율 확보가 관건…TSMC와 '기술 격차' 줄일지 기대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백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수율 확보라는 마지막 퍼즐이 남아 있다.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은 2나노(㎚) 첨단 공정을 갖췄다. 1나노는 10억분의 1m를 뜻한다. 진정한 기술 '초격차' 확보를 위해서는 2나노 공정의 수율 개선이 절실하다. 수율이 떨어지면 글로벌 고객사와 대형 계약을 체결하기가 힘들어진다. 삼성전자는 1위 TSMC를 뒤쫓기 위해 첨단 공정을 먼저 도입하는 승부수를 띄워왔다. 지난 2022년에는 세계 최초로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성공하며 전망을 밝게 하기도 했다. 삼성의 무기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Gate-All-Around) 기술이다.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Channel) 4개면을 게이트(Gate)가 둘러싸는 형태로 작동한다. 파운드리 업체들은 이전까지 채널의 3개면을 감싸는 '핀펫 구조'를 사용했다. GAA 기술은 이와 비교해 게이트의 면적이 넓어지며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 성능 저하를 극복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양품 비율을 나타내는 수율이다. 내년 1.4나노 양산 등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파운드리 공정에서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아직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쟁사들이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TSMC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최대 560억달러까지 책정했다. 지난 3년간 집행한 누적 설비투자액(1000억달러)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미국과 유럽 등으로 생산거점을 확대하며 AI 시대 수혜를 입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분야에서 올릴 이익 중 수십조원 상당을 직원들 성과급으로 뿌리는 것과 대조된다. 미국 인텔도 파운드리 재건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영업·마케팅 임원을 영입해 가는 등 영향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인텔은 특히 머스크 CEO가 추진하는 초대형 반도체 생산 기지 프로젝트 '테라팹'에 합류하기로 해 삼성전자를 긴장시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69.9%로 압도적인 1위다. 삼성전자는 7.2%로 2위를 지켰지만 1위와 격차가 큰 상황이다. 삼성전자 수율 확보라는 '기술' 문제만 풀어내면 점유율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공장 가동과 함께 몸집까지 크게 불리며 '미운 오리'가 '백조'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SK증권은 지난달 29일 발간한 하반기 섹터별 전망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가동률이 회복 중"이라며 “적자 축소 및 수주 확대에 따른 파운드리 가치의 점진적 회복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강석채 부사장은 지난 4월 30일 실적 발표회에서 “성숙(레거시) 공정의 경우 기술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수요에 역량을 집중하고 경쟁력이 낮은 공정은 과감히 정리할 것"이라며 “수익성과 투자 효율을 고려한 최적의 제품 믹스로 사업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재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인맥 경영'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수율 확보에 성공하면 이 회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관측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21일 대만의 반도체 설계 전 기업 미디어텍 관계자들과 만나 파운드리 협력 방안을 의논했다. 앞서 지난 3월 방한한 리사 수 AMD CEO와 파운드리 관련 대화를 나눴고, 머스크 CEO를 비롯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등과 연이어 회동하며 사업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파업 위기 넘겼지만 “소통 부재” 반발…포스코 ‘협력사 직고용’ 가시밭길

포스코가 조업 하청 노동자 직고용 문제를 둘러싼 노조 파업을 일단 피했지만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별도 직군을 만들어 순차적으로 채용한다는 사측 계획에 노조는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중앙노동위원회 중재도 접점을 못 찾으면서 직고용 논의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으로 넘어갔다. 올해 셋으로 쪼개진 교섭 단위별 입장 차이도 있어 실타래가 더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다만, 포스코의 하청 직고용 자체가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는 안전경영의 일환인 데다 하청 노동자의 근로자 지위 인정 대법원 판결도 나온 만큼 로드맵 이행 방향에 대한 노사 간 긴밀한 소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노동조합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의 주요 의제로 제철소 조업에 직접 참여하는 하청업체 노동자의 직고용 문제를 포함할 예정이다. 중노위는 지난달(5월) 28일 3차 중재 자리에서 포스코 노사 간 조정 중지 대신 행정지도 처분을 내렸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를 내리면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는 선결 조건인 교섭 결렬 선언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중노위가 노사가 대화를 이어가라는 취지로 행정지도 처분을 내리면서 하청 직고용 문제만으로 쟁의 활동을 벌이기 어려워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조정 회의 결과를 존중하며 노조와 소통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포스코는 4월 8일 포항·광양제철소에서 조업에 직접 참여하는 하청업체 노동자 7000여명을 직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포스코 협력사 상생협의회를 통해 채용 계획 같은 내용을 소통했다. 기존 생산직에 해당하는 E직군과 별도로 임금 체계와 승진 구조를 가진 조업시너지(S) 직군을 신설해 순차적으로 채용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포스코는 채용공고를 내고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직고용 계획을 발표한 점에 반발하고 있다. 계획 발표 직후 노조는 기계적으로만 통합하는 대신 공정한 원칙과 합리적 기준 확립하고, 직고용 로드맵 논의 과정에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규직 수가 늘어 복리후생이 줄어들고 제철소 내 인프라 사용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후 노조는 지난달 11일 직고용 문제를 중노위에 조정해줄 것을 신청했다. 18~28일 세 차례에 걸쳐 중노위 조정이 진행됐다. 다만 사측은 하청 직고용이 회사와 하청 노동자 사이의 문제이기 때문에 노사 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중노위 행정지도 처분이 나왔지만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여전해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노조는 하청 직고용 문제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사측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미 쟁의대책위원회를 출범했고, 지난 27~28일 각각 포항·광양제철소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다음 달에도 하청 직고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쟁의권을 확보하는 등의 수순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강조했다. 교섭 단위가 한국노총 금속노련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금속노조 소속 하청노조 등 셋으로 분리된 점도 변수다. 금속노조 소속과 하청노조는 별도 직군으로 직고용하면 차별 구조가 유지된다는 점을 이유로 포스코의 하청 직고용 방향에 반발해왔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지켜야 하고 원청과 직접 교섭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관건은 하청 직고용 로드맵 밀어붙이기와 일방적인 반대 대신 노사가 직고용 안착을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할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포스코 제철소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 일부가 여러 차례에 걸쳐 제기해온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한 대법원 판결이 잇달아 나오기도 했다. 이에 하청 직고용으로 지킬 수 있는 본질적 의미를 되짚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노사가 올해 임단협 뿐만 아니라 직고용 전환 기간에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하청 직고용은 하청 노동자의 권리에 관한 문제이자 대법원 판단을 수용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해결하기 위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고용 여부 자체는 원청 소속 정규직 노조와 논의할 대상이라 보기 어렵다"면서도 “직고용 계획을 이행하며 정규직 수가 늘면 기존 정규직 노동자의 복리후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노사가 소통해 원만히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원달러 1500원대 ‘고유가 뉴노멀’…정유업계도 ‘장기 대비책’ 고심

고유가 속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고착화되는 '뉴 노멀' 가능성이 커지자 달러로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원래 정유산업이 유가와 환율 변동에 취약하기 때문에 정해진 가격으로 미리 계약해두는 헷지 전략을 펴지만, 고환율로 원유 도입 비용이 상승하면 전체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제품을 달러로 판매할 수 있는 국제 시장과 달리 내수 시장에서는 환율 상승분이 판매 가격에 반영돼 부담이 더 커지는 구조다. 안정적 수급을 위해 스팟 물량 계약이 늘어나는 추이 속에서 고환율·고유가로 원유를 구매한 뒤 환율과 유가가 하락하는 상황도 마주할 수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고환율·고원가 상황에 대비해 통화 선도 거래 상품과 통화 스왑 계약, 원유 선물 파생상품 거래를 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에도 자본 유출이 커지면서 1500원선을 상회하고 있다. 올해 들어 3월 18일 1505원으로 마감하며 1500원을 돌파한 이후 4월 초까지 1500원선을 오갔다. 이달 들어서는 19일 1507.8원을 기록하며 재돌파해 1500원선을 상회하다가 이날 1497.4원으로 내려갔다. 미-이란 전쟁 이후 두바이유 기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뒤 지난 25일이 돼서야 98.09달러로 내려왔고, 앞으로도 올해까지는 고유가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정유사들이 겪는 고유가-고환율 이중고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유사들은 환율과 유가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 각종 헷지 전략을 펴왔다. 미리 정한 환율로 일정 기간 달러를 거래하는 통화 스와프 계약과 통화를 미리 정한 환율로 특정 시점에 매수·매도하는 파생상품 계약이 대표적이다. 원유도 선물 파생상품 계약을 통해 유가 변동성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 다만 정유 산업의 원재료인 원유가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1500원대의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면 원가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해외 수출 물량은 달러 거래가 기본이라 고환율 영향이 없지만, 국내 판매 물량은 원화로 가격을 매기기 때문에 고환율을 가격에 전가하게 되는 구조다. 지난 1분기 기준 정유4사의 매출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SK에너지 55.2%(연결조정 제외) △GS칼텍스 75.1% △에쓰오일 75.1% △HD현대오일뱅크 72%로 수출 비중이 더 크다. 사실상 매출 대비 원가 비중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유사들이 내는 평균 영업이익률은 1~2% 수준으로 다른 산업군에 비해 낮다. 유가 등락에 따른 재고효과가 실적에 반영된다는 특징 때문이다. 유가가 오르면 재고이익이 반영되지만,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번 1분기처럼 유가가 평시의 2배 수준으로 올라 영업이익률이 10%에 가까웠지만, 유가 하락이나 정제마진 악화 같은 현상이 나타나면 금방 적자로 돌아서는 순환 주기를 탄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고환율 아래서는 정유사들의 원자재 도입 비용과 물류 비용이 증가하고 운전자본 부담이 커진다"며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면 정유사들이 경영상 신경 쓸 부분이 많아지지만, 환헷지 같은 장치를 두고 있어 환율 변동이 영업이익과 손실 여부를 좌우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시승기] AI 품은 ‘국민 세단’…더 똑똑해진 현대차 ‘더 뉴 그랜저’

국내 고급 세단의 대명사 '그랜저'가 인공지능(AI) 두뇌를 달고 한층 똑똑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현대자동차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략이 본격 반영된 '더 뉴 그랜저'는 세단 본연의 정숙성과 승차감, 고급감을 완성도 높게 유지하면서도 AI 기반 기능을 더해 이동 경험 자체를 새롭게 바꿔냈다. 지난 2022년 7세대 풀체인지(완전변경) 이후 약 4년 만에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로 돌아온 더 뉴 그랜저는 디자인 변화 폭 자체는 크지 않지만 디테일을 다듬고 디지털 경험을 강화하며 상품성을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최근 출시된 더 뉴 그랜저를 직접 경험하며 서울 도심과 고속도로 구간을 거쳐 춘천의 한 카페까지 주행해봤다. 더 뉴 그랜저의 첫인상은 기존 모델의 웅장한 이미지와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간 모습이었다. 다만 자세히 살펴보면 곳곳에서 세련미가 한층 강조됐다. 전면부는 15㎜ 길어진 프론트 오버행을 바탕으로 '샤크 노즈' 형상을 강조했다. 베젤리스 타입으로 얇고 길어진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와 슬림한 헤드램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안정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인상을 구현했다. 측면부는 방향지시등이 적용된 펜더 가니쉬를 통해 전면부터 후면까지 이어지는 심리스한 라이팅 이미지를 완성했다. 여기에 현대차 세단 최초로 돌출형 샤크핀 안테나 대신 히든 타입 안테나를 적용해 보다 깔끔하고 정제된 디자인을 구현했다. 실내는 최근 출시되는 수입 전기차와 유사한 분위기로 변화했다. 물리 버튼을 최소화하고 디지털 중심 레이아웃을 강화하면서도 그랜저 특유의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감성은 유지했다. 특히 더 뉴 그랜저에는 현대차 최초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가 적용됐다. 차량 내부 경험 전반이 스마트폰처럼 진화한 느낌이다. 실내 중심에는 17인치 대형 중앙 디스플레이가 자리한다. 고해상도 화면은 시원한 개방감을 제공했고 내비게이션과 미디어, 차량 설정, 주행 정보 및 상태 등 다양한 기능을 직관적으로 조작·확인할 수 있었다. 화면 분할 기능을 활용하면 주행 중에도 여러 정보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 편의성이 높았다. 또 기존 대형 계기판 대신 9.9인치 슬림 정보창(클러스터)이 적용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속도와 기어, 미디어 정보 등 핵심 주행 정보를 중심으로 간결하게 구성해 운전 중 시선 분산을 최소화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생성형 AI 기반 음성 비서 '글레오 AI(Gleo AI)'였다. 더 뉴 그랜저에 탑재된 글레오 AI는 대형언어모델(LLM) 기반의 차세대 AI 에이전트다. 단순 음성 명령 수행 수준을 넘어 실제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자연스러운 반응이 특징이다. 실제로 “글레오, 오늘 프로야구 경기 분석해줘"라고 말하자 각 팀 전력과 선수 특징 등을 정리해 설명해줬고 이동 중 다양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어 장거리 주행의 지루함을 덜어주는 느낌이었다.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LLM 설계 단계에서 민감한 질문에 대한 가드레일을 적용해 적절히 회피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음성 호출 명령어가 '글레오'로 고정돼 있다는 점이었다. 사용자에 따라 발음이 다소 낯설거나 익숙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는 만큼 개인별 애칭이나 호출어를 설정할 수 있었다면 활용성이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는 글레오라는 AI 음성인식 시스템 자체를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해당 명칭을 유지할 예정"이라며 “타사 사례는 있지만 현재까지 적용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 자체는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기반 운영체제(AAOS)를 바탕으로 플레오스 커넥트를 개발해 확장성도 확보했다. 앞으로 플레오스 앱마켓을 통해 영상·음악 스트리밍이나 게임 등 다양한 차량용 서드파티 앱을 스마트폰처럼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실내에는 '스마트 비전 루프'가 적용됐다. 기계식 블라인드 대신 고분자 분산형 액정(PDLC) 필름을 적용해 루프 투명도를 6개 영역으로 나눠 조절할 수 있어 개방감과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확보했다. 주행 성능에서는 세단다운 안정감과 부드러운 승차감이 돋보였다. 차체가 길어진 영향에도 고속 주행에서 흔들림이 크지 않았고, 노면 충격도 부드럽게 걸러냈다. 장거리 이동에서도 피로감이 적은 전형적인 플래그십 세단의 성격을 보여줬다. 이날 시승한 모델은 2.5 가솔린 캘리그래피 트림이었다. 가속 초반에는 가솔린 엔진 특유의 소음이 다소 유입됐지만 적정 속도에 도달한 이후에는 실내가 상당히 조용했다. 풍절음과 노면 소음 억제 수준도 만족스러웠다. 주행 성능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차체가 부드럽게 치고 나가는 감각이 인상적이었고 고속 구간에서도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 없이 안정적으로 속도를 끌어올렸다. 부드러운 승차감 속에서도 충분한 동력 성능을 확보하며 대형 세단다운 여유로운 주행 감각을 완성했다. 연비도 준수했다. 약 67.8㎞를 주행한 뒤 계기판 기준 연비는 약 14㎞/L를 기록했다. 이후 약 40분간 공회전을 유지했음에도 평균 연비는 12.4㎞/L 수준을 유지했다. 더 뉴 그랜저는 단순한 부분변경 모델을 넘어 현대차의 SDV 전략과 AI 기술 방향성을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모델에 가까웠다. 전통적인 세단의 품격 위에 AI 기반 디지털 경험을 더하며 '국민 세단' 그 이상의 존재감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더 뉴 그랜저는 △가솔린 2.5 △가솔린 3.5 △LPG 3.5 △가솔린 1.6 터보 하이브리드 등 총 4가지 엔진 라인업으로 운영된다. 다만 하이브리드 모델은 친환경차 인증 절차로 인해 오는 7월 초 양산이 시작되며 고객 인도는 7월 중순 이후 이뤄질 전망이다. 가격은 △가솔린 2.5 4185만원 △가솔린 3.5 4429만원 △하이브리드 4864만원 △LPG 4331만원부터 시작된다. AI 기술과 고급감을 동시에 갖춘 더 뉴 그랜저는 세단 시장에서 여전히 강력한 존재감을 이어가며 소비자들의 유력한 선택지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박규빈의 경영 Scope] 엇갈린 성적표 안고 출범할 ‘통합 조업사’ 한국공항…시너지냐 승자의 저주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라 '메가 캐리어(Mega Carrier)'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하늘길뿐만 아니라 공항의 지상을 책임지는 조업 생태계에도 거대한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지상 조업 자회사(지분율 59.5%)인 '한국공항(KAS, Korea Airport Service)'과 아시아나항공의 100% 자회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 역시 모기업의 통합 수순에 따라 하나의 초거대 지상조업사로 재탄생할 예정이어서다. 지상 조업은 △수하물 상하역 △항공기 견인 △급유 △객실 청소 △화물 처리 등 항공기 운항의 '손발'을 담당하는 항공 산업의 필수 모세혈관이다. 두 회사의 결합은 국내 공항 지상 조업 시장 점유율 과반을 훌쩍 넘는 압도적 지배자의 등장을 의미한다. 그러나 장밋빛 시너지가 기대되는 겉모습과 달리 최근 공개된 양사의 재무제표를 심층 분석한 결과 두 회사의 현실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는 한국공항과 달리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심각한 수익성 악화와 부채 급증이라는 치명적인 암초에 부딪혔다. ◇한국공항, 폭발적 이익 창출과 '철통' 재무 건전성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별도 기준 한국공항의 1분기 매출액은 15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1401억 원 대비 11.5% 증가했다. 더욱 괄목할 만한 것은 수익성이다. 1분기 영업이익은 110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36.4% 급증했고, 당기 순이익 역시 87억 원에서 122억 원으로 40.2%나 뛰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7.9%에서 9.6%로 크게 개선됐다. 이처럼 한국공항은 국내 지상 조업 1위 사업자답게 실적과 재무 상태 모두 건전성을 뽐냈다. 이는 전형적인 '영업 레버리지 효과'의 시현에 기인한다. 지상 조업은 고가 장비의 감가상각비와 대규모 인력 유지비 등 고정비 비중이 매우 높은 산업이다. 따라서 매출(물동량)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면 추가되는 수익이 고스란히 이익으로 꽂히게 된다. 한국공항은 엔데믹 이후 폭발하는 항공 수요를 바탕으로 여객(8.2%↑), 화물(15.9%↑), 급유(17.3%↑), 정비(25.7%↑) 등 전 부문에서 두 자릿수 안팎의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선제적으로 고도화한 통합 조업 시스템(TOSS)을 통해 인력과 장비 배치의 비효율을 없애 늘어난 매출을 폭발적인 이익 성장으로 직결시킨 것이다. 여기에 지게차 렌탈과 제주 생수 등 비 지상 조업 부문까지 8.7% 성장하며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성공했다. 재무 건전성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이다. 1분기 말 별도 기준 한국공항의 자본 총계는 4024억 원에 달하지만 부채 총계는 1341억 원에 불과하다. 부채비율은 33.3%(연결 기준 34.5%)로, 대규모 장비 투자가 필수적인 장치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차입금에 의존하지 않는 초우량 재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향후 아시아나에어포트의 악화된 재무 구조를 흡수할 때 강력한 완충재 역할을 할 핵심 요소다. ◇아시아나에어포트, 무너진 수익성과 폭증한 부채…합병의 '뇌관' 될까 통합 법인의 한 축을 담당할 아시아나에어포트의 2025년 재무 성적표는 참담한 상태다. 외형은 방어했으나 내부적인 원가 구조가 완전히 붕괴됐다. 유일한 긍정적 요소는 모회사의 위기 속에서도 매출액이 2461억 원에서 2550억 원으로 3.6% 소폭 증가하며 내부 시장의 물량을 지켜냈다는 점 정도에 불과하다. 2024년 영업이익 56억 원을 냈던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작년 51억 원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당기 순이익 역시 202억 원 흑자에서 48억 원 적자로 곤두박질쳤다. 적자 전환의 절대적 원인은 매출 증가액을 까마득히 초월해버린 매출 원가가 190억 원 급격히 늘어난 데에 있다. 특히 '인건비 폭탄'이 치명적이었다. 종업원 급여는 1145억 원에서 1222억 원으로 불어났고 퇴직 급여가 2024년 92억 원에서 2025년 171억 원으로 약 85%나 폭등했다. 이는 확정 급여 채무 변동 내역에 '과거 근무 원가 61억2600만 원'이 새롭게 인식된 탓이다. 과거 근무 원가란 회사가 노조와의 합의 등을 통해 임금 체계를 개편하거나 퇴직금 산정 기준을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소급 상향해 줄 때 발생하는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다. 합병을 앞둔 불확실성 속에서 직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노조와의 임금 단체 협상, 또는 위로금 성격의 보상 체계 개편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모기업 아시아나항공의 재무난으로 조업 단가는 제대로 올려 받지 못한 채 막대한 노무비용 청구서만 아시아나에어포트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면서 수익 구조가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수익성 악화는 재무 구조의 부실로 직결됐다. 2024년 말 654억 원 수준이었던 아시아나에어포트의 부채 총계는 2025년 말 1007억 원으로 단 1년 만에 54% 늘었다. 자본 총계는 결손금 발생으로 729억 원에서 651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그 결과 89.7%였던 부채 비율은 154.8%로 수직 상승했다. 부채 폭등의 가장 큰 주범은 '리스 부채'다. 2024년 68억 원에 불과했던 리스부채(유동+비유동)는 2025년 무려 310억 원으로 약 4.5배나 폭증했다. 주석 11번(유형자산) 및 13번(리스)을 살펴보면 '사용권자산'이 대거 늘어나면서 리스부채의 비현금변동(신규 체결 및 변경 등)으로 무려 276억 원이 새롭게 인식되었다. 지상조업은 특수 조업 장비(GSE)와 화물 터미널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모기업의 오랜 자금난으로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장비를 직접 취득(CAPEX 투자)할 현금 창출력을 잃었다. 결국 필수 조업 인프라를 유지하거나 노후 장비를 교체하기 위해 '초장기 리스(Lease)' 계약을 대거 갱신하거나 신규 체결한 것이다. 이렇게 빚으로 끌어온 자산은 매년 58억 원에 달하는 사용권 자산 감가상각비와 막대한 이자 비용을 발생시키며 회사의 숨통을 조이는 악성 고정비가 됐다는 분석이다. 아시아나에어포트가 지분 24%를 보유한 관계기업 '아시아나티앤아이'의 투자주식 장부금액이 2024년 128억 원에서 2025년 29억 원으로 증발하다시피 급감했다. 이는 아시아나에어포트가 해당 기업으로부터 91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배당금을 수취하며 자본을 회수했기 때문이다. 극심한 영업적자 속에서 당장의 현금 유동성 경색을 막기 위해 관계 기업에 쌓인 이익 잉여금을 대거 끌어다 쓴 것이다. 단기적인 현금 가뭄은 해소했으나 장기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받쳐주던 든든한 투자 자산은 껍데기만 남게 된 꼴이다. ◇우량한 한국공항마저 짓누르는 '비용의 역습' 아시아나에어포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승승장구하는 한국공항의 2026년 1분기 IR 자료 속에서도 향후 거대한 뇌관이 될 수 있는 치명적인 원가 상승 시그널이 감지된다. 한국공항의 1분기 영업 비용은 전년 대비 9.4%(121억 원) 증가한 1412억 원으로 확인된다. 이 중 인건비는 7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9.6% 상승했다. 이유는 '통상 임금 기준 변경 및 신규 인력 채용'이다. 한국의 노동 환경상 정기 상여금 등이 통상 임금에 산입되면 24시간 교대 근무와 연장 근로가 필수적인 지상 조업 특성상 초과근무 수당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한국공항 역시 구조적인 인건비 팽창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인력난을 대체하기 위한 도급비인 외주 용역비 역시 373억 원으로 8.7% 늘어났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항공유 구입원가다. 조업 장비 운영과 항공유 판매 증가의 영향도 있지만, 국제 유가 등 거시 변수의 직격탄을 맞아 원가가 14억 원에서 29억 원으로 107.1% 상승했다. 이는 지상 조업 산업이 인건비와 유가라는 통제 불가능한 거시 경제 변수에 얼마나 구조적으로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다가올 합병, '메가 조업사'가 직면할 득(得)과 독(毒) 한국공항과 아시아나에어포트의 결합은 국내 항공 인프라 시장 재편을 의미하면서도 이면에는 당장 수술대에 올려야 할 치명적인 부작용들이 도사리고 있다. 가장 크게 기대되는 긍정적 변화는 중복 인프라 제거와 자본적 지출(CAPEX)의 절감이다. 두 회사가 통합하면 동일 공항 내에서 중복으로 대기하던 토잉 카·스텝 카·하이 로더 등 수많은 조업 장비를 하나로 통합 운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가동률이 극대화돼 신규 장비 구매 비용을 대폭 아낄 수 있다. 특히, 빚을 내어 장비를 리스해야 했던 아시아나에어포트의 고비용 구조를 한국공항의 막강한 자본력과 자체 정비 네트워크(의왕·검단 정비 센터)로 흡수하면 비용 누수를 획기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글로벌 외항사들을 상대로 한 조업 단가 협상에서도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게 된다. 반면 우량 기업인 한국공항이 부실해진 아시아나에어포트를 떠안으면서 겪게 될 '승자의 저주' 리스크도 우려된다. 단기적으로 아시아나에어포트가 체결한 310억 원 규모의 악성 리스부채와 378억 원의 퇴직 급여 부채가 통합 재무제표로 이관되면서 재무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인사·노무 통합에 따른 인건비 상향 평준화' 요구가 빗발칠 경우다. 통상적으로 두 기업이 합병하면 노동조합은 양사의 임금 테이블과 복리후생 제도 중 '더 유리하고 높은 쪽'으로 맞춰달라고 강력히 요구한다.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이미 2025년 과거 근무 원가 폭증으로 수익성이 붕괴됐고, 한국공항 역시 통상 임금 확대로 인건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수천 명에 달하는 양사 조업 인력의 인건비 베이스가 합병을 계기로 한 단계 더 뛰어오른다면 통합 법인(PMI)에 막대한 일회성 및 영구적 노무 비용이 발생해 합병 시너지로 얻은 이익이 순식간에 증발할 위험이 크다. '메가 지상 조업사'는 대한민국 항공 물류의 압도적 1위 사업자로 올라설 것이 자명하다. 한국공항은 강력한 자본력과 효율적인 IT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아시아나에어포트를 흡수할 체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도 전에 아시아나에어포트가 지닌 '고비용·고부채'의 꼬리표를 단호하게 끊어내고, 양사 간의 폭발적인 인건비 리스크를 합리적으로 융합하지 못한다면 자칫 공멸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때문에 부실 요인을 과감히 도려내고 융합의 파열음을 최소화할 경영진의 치밀한 재무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中 철강 감축·K-스틸법 내달 시행…K-철강, 호기 맞나

철강 과잉공급의 발원지인 중국에서 생산량 감축이 공식화되면서 국내 철강사들이 '수익 악화 늪'에서 벗어날 호기로 삼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중국의 생산 능력이 줄면 공급 과잉이 완화되는데다 최근 글로벌 수요 상승도 이어지고 있어 철강업계의 전반적인 반등 조짐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철강업 위축 요인으로 꼽힌 미국의 고율 품목관세 악조건에도 국내 철강사들의 대미 수출이 회복하는 움직임도 가세하고 있어 반등 모멘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유럽연합(EU)의 철강 무관세 수입쿼터 축소와 50% 관세 부과는 이같은 긍정적 흐름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3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 산업정보기술부(MIIT)는 지난달 29일자로 자국 철강산업 생산설비 교체 시행조치 내용을 개정했다. 생산설비를 교체할 때 생산능력을 최소한 3분의1 줄이고, 합병·구조조정으로 생산설비를 합치는 경우 5분의 1을 감축하도록 비율을 규정했다. 이 밖에도 생산설비 고도화와 고급·친환경 강재 개발 지원 같은 내용이 담겼다. 중국에서 철강 생산량을 줄일 것이라는 언급은 몇 년 전부터 나왔지만 실행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철강업계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러나 구체적인 감축 지침이 나오면서 이전보다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들어 철강산업의 생산량이 줄어들기도 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국의 조강 생산량이 3억3110만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4.1% 감소했다. 지난해 9억6080만톤으로 전년보다 4.4% 줄어든 데 이어 감소세가 유지된 것이다. 전 세계 조강 생산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반을 넘기는 만큼 전체 생산량 감소를 이끌었다. 철강 완성품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올해 9억4010만톤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내 수요는 7억8410만톤으로 1.5% 줄지만,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수요로 감소세가 멈출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철강 생산량 축소와는 달리 지난해부터 철강 품목관세 50%를 부과해 무역장벽을 높인 미국시장에서 국내 철강제품의 수출은 늘고 있어 국내 철강사들의 올해 실적 전망을 밝게 해 주고 있다. 지난해 철강제품 수출량은 약 264만톤으로 직전 해보다 10.3% 줄었지만, 올해 1~4월에는 전년 동기보다 52.0% 많은 146만톤을 수출했다. 주요 수출품인 강판류의 수출량은 47만톤으로 14.8% 많아졌고, 범용 소재가 대부분인 선재·봉강·철근류도 39만톤으로 1345% 증가했다. 이는 관세를 부과해도 한국산 철강을 구매했을 때 가격뿐 아니라 품질과 쓰임새 측면에서 이점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풀이됐다. 미국 철강업체들도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제조원가를 고려해 가격을 매기지 못했기 때문에 철강 품목관세 부과 이후 이에 맞춰 가격을 올렸다. 이에 더해 인공지능(AI) 산업이 발달하면서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제반 시설 구축에 쓸 봉형 강재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수출 구조 고부가화에 더해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K-스틸법)에 힘입어 산업 고도화 지원도 본격화를 앞두고 있다. K-스틸법은 자동차나 조선 등 전방 제조업의 공급망을 뒷받침하는 철강사들의 기술 경쟁력과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법적 토대 역할을 맡는다. 국내 철강업계 반등 기회의 마지막 변수는 EU의 철강 무역장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U 의회는 오는 7월 철강 무관세 수입 쿼터(할당량)를 반으로 줄이고 쿼터 이외의 물량에 관세 50%를 부과하겠다는 EU 집행부의 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6월에 국가별로 쿼터를 얼마나 줄일지 확정해 공개할 예정이다. EU는 자동차 제조업에 필요한 고품질 강판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공급하는 중요 시장으로 꼽힌다. 무관세 쿼터가 줄면 그만큼 철강사들의 수익성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주간 신차] 페라리 최초 전기차 ‘루체’ 공개

◇ 페라리, 브랜드 최초 순수 전기차 '페라리 루체' 공개 페라리가 전기차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26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의 '벨라 디 칼라트라바'에서 공개 행사를 열고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루체'를 선보였다. 페라리는 지난 2022년 '캐피털 마켓 데이'에서 내연기관과 전기의 '멀티 에너지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그 첫 결실을 맺은 차량이 루체다. 공간 확보에 신경 쓴 4도어 5인승 차량이다. 페라리는 이 차가 완충 시 530km 이상 달릴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2.5초다. 200km/h까지 가속하는 데는 6.8초가 걸린다. 루체는 각 바퀴에 장착된 총 4개의 모터로 구동된다. 배터리 용량은 122kWh다. 엔진은 800V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급속 충전은 최대 350kW까지 지원한다. ◇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 사전 계약 실시 마세라티가 단 20대만 준비된 '그레칼레 폴고레' 럭셔리 패키지 모델의 사전 계약을 실시한다. 한정판 모델은 차량에 옵션 사양 등을 대거 탑재하고도 출시가 대비 약 15% 이상 가격을 하향 조정한 게 특징이다. 풀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 20인치 넴보 스태거드 휠, 파노라마 선루프 등이 기본 적용된다. 실내에는 14개의 고성능 스피커로 구성된 '소너스 파베르'(Sonus faber)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됐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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