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다음 먹거리는 ‘몸’…1조 달러 웨어러블 시장 쟁탈전

스마트폰 다음 먹거리는 ‘몸’…1조 달러 웨어러블 시장 쟁탈전

스마트폰에 집중됐던 빅테크의 인공지능(AI) 경쟁이 웨어러블로 확산하고 있다.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AI 안경부터 수면과 심박 등 생체정보를 측정하는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링까지 활용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향후 7년간 글로벌 소비자 웨어러블 시장의 누적 매출은 1조달러(약 1394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AI 안경은 지난해 출하량이 전년보다 300% 넘게 급증한 데 이어 올해 15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가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구글도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 7년간..

“본고장 日서 먼저 알아봤다”…서브컬처 신작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서브컬처 게임 '아스트라에 오라티오(Astrae Oratio)'가 정식 출시 전부터 서브컬처의 본 고장인 일본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는 서브컬처 전문 게임 개발사인 디나미스 원이 개발하고 엔씨가 출시를 예고한 서브컬처 신작으로,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 신작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출시 전인데 굿즈 '완판'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브컬처 역할수행게임(RPG) '아스트라에 오라티오'(개발사 디나미스 원)가 최근 일본에서 열린 '코믹마켓'에서 티저 아트북과 컴플리트 세트가 이틀 연속 완판되는 등 차세대 지식재산권(IP)으로서의 높은 가능성을 입증했다. 코믹마켓은 만화·애니메이션·게임 등 서브컬처 팬과 창작자들이 모여 창작물 및 굿즈를 판매하고 교류하는 행사다. 108회를 맞이한 올해 코믹마켓은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도쿄 빅사이트에서 개최됐다. 이번 전시는 '아스트라에 오라티오'의 첫 오프라인 행사로, 엔씨는 “정식 출시 전임에도 '아스트라에 오라티오'에 대한 일본 현지의 높은 기대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개발사 디나미스 원 측도 “티저 이미지와 비주얼만으로 캐릭터와 IP에 대한 관심이 실제 현지 팬들의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라며 “디나미스 원이 지향해 온 개발 방향성이 시장과 팬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초이자, 향후 팬덤 형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도대체 무슨 게임? '아스트라에 오라티에' 개발사 디나미스 원은 넥슨게임즈에서 '블루 아카이브'의 주요 개발진인 박병림 PD가 지난 2024년 설립한 서브컬처 전문 개발사다. 회사는 서브컬처 게임 '프로젝트 KV'를 공개했지만 '블루 아카이브'와 유사하다는 논란으로 개발 중단이 결정됐다.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는 사실상 디나미스 원의 데뷔작이라 할 수 있다.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는 디나미스 원의 철학과 정체성을 담은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 프로젝트다. 고유의 세계관과 서사를 바탕으로 초기부터 이용자와 애정을 쌓아가고, 라이브 서비스를 통해IP 가치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목표로 한다. 이번에 첫 오프라인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는 다음달 21일까지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 참가자 모집을 진행한다. 또 다음달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도쿄게임쇼(TGS) 2026'에도 참가해 글로벌 이용자 접점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TGS에서는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단독 부스를 마련해 깊어진 세계관을 선보이고, CBT를 통해 실제 게임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며 글로벌 팬덤 형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디나미스 원 관계자는 “고유의 세계관과 서사를 바탕으로 초기부터 이용자와 애정을 쌓아가고, 라이브 서비스를 통해 IP 가치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코믹마켓을 통해 확인한 초기 관심을 실제 게임 플레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대한전선-팬스타로보틱스 ‘맞손’…고성능 ‘원격조종 수중로봇’ 국산화한다

대한전선이 고성능 원격조종 수중로봇(ROV) 국산화를 통해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선다. 대한전선은 지난 19일 해양 로봇 전문기업인 팬스타로보틱스와 '해상풍력∙HVDC 해저케이블 ROV 국산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협약을 통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등 대규모 HVDC 해저케이블 사업에 대한 시공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양사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고성능 매설 ROV와 운용기술 등 시공솔루션을 국산화함으로써 산업 자립도를 강화하는 한편, 프로젝트 수행 안정성과 시공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목표다. 팬스타로보틱스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이 설립한 인공지능(AI) 로봇 기술 기반 해양로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기업이다. 해저케이블 매설 ROV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체 개발한 로봇을 국내외 해저케이블 프로젝트에 투입해 기술력과 현장 수행 역량을 확보해왔다. 대한전선에 따르면, 국내 서남해 해역은 조류가 빠르고 탁도가 높으면서도 수심이 얕아 최적화된 고성능 ROV의 필요성이 지속 제기됐다. 다만 현재 대형·고난도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매설 장비는 외산의 비중이 높고, 이를 운용하기 위한 해외 전문인력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한전선은 이번 공동개발을 통해 핵심 시공기술을 내재화하고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등 대규모 HVDC 사업 역량을 확대함으로써, 설계부터 매설까지 사업 전 과정을 아우르는 턴키 수행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해상풍력 내·외부망뿐 아니라 장거리 계통연계와 HVDC 해저케이블 매설작업에 투입할 수 있는 고성능 ROV와 운용 시스템을 공동 개발한다. 해저케이블 매설·보호 기술 실증·사업화도 함께 추진된다. 아울러 향후에는 개발 장비와 기술을 실제 시공 현장에 적용하는 한편, 국가연구개발사업에도 참여해 기술 고도화와 해외 시장 진출도 공동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이춘원 대한전선 전무는 “고성능 해저케이블 ROV의 국산화는 단순한 장비 개발을 넘어 국내 해저케이블 공급망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과제"라며 “앞으로도 해저케이블 전 밸류체인의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 국가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고, 해저케이블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세계 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픽업은 무쏘’ 점유율 86% 굳힌 KGM…이제 해외시장 달린다

KGM의 픽업 브랜드 '무쏘'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내연기관 픽업과 전기 픽업을 함께 운영하며 국내에서 쌓은 상품 경쟁력을 앞세워 튀르키예와 칠레, 독일 등 주요 시장에서 브랜드 알리기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KGM은 지난해 픽업 통합 브랜드 '무쏘'를 출범시키고 첫 모델로 전기 픽업 '무쏘 EV'를 선보였다. 올해 1월에는 정통 픽업 모델인 'The Original 무쏘'를 추가했다. 두 모델을 합친 무쏘 브랜드의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량은 2만2082대로 집계됐다. 국내 픽업 시장에서는 1만2271대를 판매하며 86%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무쏘는 내연기관과 전기 모델을 함께 운영해 사용 목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The Original 무쏘는 디젤과 가솔린 엔진을 모두 갖췄다. 디젤 2.2 LET 엔진은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를 내며, 2.0 가솔린 터보는 최고출력 217마력, 최대토크 38.7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가솔린 모델은 2990만원부터 시작해 가격 부담도 낮췄다. 픽업 본연의 짐을 싣는 역할도 놓치지 않았다. 무쏘는 구성에 따라 적재 중량을 최대 700kg까지 확보했다. 1262ℓ 용량의 롱데크와 1011ℓ 스탠다드 데크 중 선택할 수 있다. 캠핑이나 레저뿐 아니라 업무용 차량으로 활용하려는 수요까지 폭넓게 대응할 수 있는 구성이다. 전기 픽업인 무쏘 EV는 전동화 모델을 찾는 소비자를 겨냥한다. 80.6kWh LFP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해 2WD 기준 약 400km를 주행할 수 있고, 최대 1.8톤의 견인 능력을 갖췄다. 셀투팩 공법과 다중 배터리 안전 관리 시스템(BMS)을 적용해 배터리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였으며, V2L 기능을 활용하면 캠핑이나 차박, 야외 작업에서 전력을 끌어다 쓸 수 있다. 무쏘 EV는 전기 화물차로 분류돼 전기 승용차보다 높은 수준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기준 각종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구매 가격이 3000만원대 후반까지 낮아진다. KGM은 여기에 소상공인 추가 지원과 부가세 환급 등을 더한 실구매가는 3300만원대까지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해외 시장에서도 판매 확대에 나섰다. KGM은 지난 4월 독일에서 현지 기자와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시승 행사를 열었다. 라인강 인근 산악도로와 고속도로를 달리는 코스를 마련해 무쏘 EV의 주행 성능과 안정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현지 참가자들은 전기 픽업이라는 차별성과 오프로드 성능, 레저 활용성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대 수출시장인 튀르키예에서는 같은 달 무쏘의 첫 글로벌 론칭도 진행했다. 유럽과 중남미, 아시아, 중동 등 31개국 관계자들이 행사에 참석했고,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아우르는 시승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튀르키예는 지난해 KGM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1만3337대가 수출됐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1만1428대를 기록했다. 중남미 시장 공략도 이어졌다. KGM은 6월 칠레에서 8개국 딜러와 인플루언서를 초청해 무쏘 론칭 행사를 개최했다. 픽업이 전체 자동차 시장의 약 20%를 차지하는 칠레에서는 업무와 일상을 동시에 충족하는 차량에 대한 수요가 큰 만큼 무쏘의 적재 능력과 오프로드 성능 등을 앞세웠다. 독일에서도 무쏘와 무쏘 EV의 정식 론칭과 시승 행사를 열며 유럽 시장 확대에 나섰다. 캠핑과 아웃도어 활용을 보여주기 위해 V2L로 음향장비와 제빙기를 작동시키는 등 현지 소비자가 차량의 활용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KGM 측은 “앞으로 무쏘가 국내 픽업 시장에서 검증된 상품성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현대차 멈추고 삼성 반도체·포스코 철강도 흔들…산업계 ‘파업 비상’

국내 대표 산업 현장에 다시 파업 비상등이 켜졌다. 현대자동차 생산라인이 10년 만의 전면파업으로 멈춰 섰다. 삼성전자에서는 스마트폰·가전 등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직원 2000여명이 반도체 부문과의 보상 격차에 반발해 거리로 나왔다. 포스코 노동조합도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 뒤 9월 부분파업 준비에 착수했다. 자동차에서 전자·철강으로 노동 갈등이 확산하면서 주요 수출기업의 생산과 공급망을 둘러싼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지난 21일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8시간 전면파업을 벌였다. 현대차 노조가 정상 근무시간 전체에 걸쳐 파업한 것은 2016년 임금·단체협약 교섭 이후 10년 만이다. 울산·전주·아산공장의 오전·오후 근무조가 모두 출근하지 않으면서 국내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됐다. 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금속노조 자동차업종 공동파업 집회에 참여했다. 노사는 지난달 8일 제15차 교섭 이후 41일 만인 이달 18일 제16차 본교섭을 재개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년 연장과 노조 활동 과정에서 해고된 조합원의 복직도 핵심 쟁점이다. 노조는 현대차가 역대급 실적을 거둔 만큼 성과를 조합원에게 공정하게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회사는 미국 관세와 미래차 투자 부담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년 연장은 법 개정과 사회적 논의를 살펴야 하고 해고자 복직은 법원 판단이 내려진 사안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21일 전면파업에 이어 24일과 25일에도 근무조별 4시간 부분파업을 예고했다. 회사가 진전된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25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추가 파업 일정을 논의할 방침이다. 노조는 교섭이 재개되면 예정된 파업을 유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노사 간 막판 접촉 여부가 변수다. 업계에서는 지난달부터 이어진 파업으로 누적 생산 차질이 5만대를 넘어섰고 매출 차질도 2조원대에 달한 것으로 추산한다. 다만 이는 시간당 생산량과 차량 평균 판매가격 등을 적용한 업계 계산으로 회사가 확정한 손실액은 아니다. 완성차 생산 중단은 부품업계에도 직접적인 부담이다. 완성차 조립공장과 수천개 협력업체가 정해진 생산계획에 따라 연결돼 있어 파업이 장기화하면 납품 물량과 근무시간 조정이 불가피하다. 하반기 신차 생산과 수출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에서는 DS(디바이스솔루션)와 DX 부문 간 성과보상 격차가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됐다. DX 직원 중심의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은 21일 서울 서초사옥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보상체계 개편과 경영진의 책임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집회에는 경찰 추산 2000명이 참여했다. 회사 측은 1800명, 노조 측은 4500명이 모인 것으로 각각 집계했다. 참석자들은 서초사옥 인근을 행진하며 DX 부문의 수익성 악화와 인력 감축 우려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촉구했다. 동행노조는 DX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지급과 전사 성과의 일정 비율을 적립하는 공통 성과재원 조성, 기본급 인상률의 전사 동일 적용을 요구했다. DX 호황기에 벌어들인 자금이 반도체 투자 등 전사 경쟁력 강화에 활용된 만큼 반도체 호황기의 성과도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월 평균 임금 6.2% 인상과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등을 담은 임금협약을 확정했다. 그러나 반도체 사업에 영업이익과 연동한 특별성과급이 도입되면서 DX 직원들 사이에서는 보상 격차가 지나치다는 반발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사업 부문별로 성과급 재원을 관리해왔으며 특정 부문의 이익을 다른 부문의 보상에 사용하는 것은 기존 성과주의 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DX 부문의 실적이 악화한 상황에서 노조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 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행노조는 경영진이 구체적인 보상·고용 대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추가 집회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올해 교섭대표노조가 DX 조합원의 이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를 다투는 절차도 검토하고 있다. DS 직원이 중심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는 내년 임금교섭에서 동행노조와 공동교섭단을 구성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동행노조에는 DX 요구를 별도로 관철하려면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제안했다.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사업 부문 간 보상 문제를 넘어 노조 간 갈등과 DS·DX 분리교섭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동행노조의 집회는 생산이나 업무를 집단적으로 중단하는 파업과는 구분된다. 노조는 조합원들이 연차와 회사 휴무제도를 활용해 자발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쟁의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집회에 따른 공식적인 생산·업무 차질도 확인되지 않았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가 1968년 창사 이후 첫 파업의 갈림길에 섰다. 포스코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최종 조정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중노위가 조정 중지를 결정하면서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했다. 포스코노조는 앞서 진행한 찬반투표에서 투표 조합원의 92.2%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중노위 조정이 중지된 뒤에는 조합원들에게 쟁의대책위원회 지침을 내리고 9월 부분파업 준비에 들어갔다. 구체적인 파업 날짜와 참여 범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노사 모두 추가 교섭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명절상여금 2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중국발 저가 공세와 글로벌 보호무역 확산, 철강 시황 악화 등 어려운 경영 여건을 고려할 때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포스코는 고로를 24시간 가동하는 철강업 특성상 실제 파업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 파업 방식과 참여 범위에 따라 자동차·조선·건설 등 철강 수요 산업에도 관여파가 미칠 가능성이 있다. 조선업계도 쟁의 수순에 들어갔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영업이익 최소 30% 성과 공유 등을 요구하며 25일부터 27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등 주요 조선사 노조가 참여하는 조선업종노조연대도 공동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보상 요구가 자동차·철강·조선 등으로 확산하면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뿐 아니라 협력업체의 납품과 기업의 투자 일정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스마트폰 다음 먹거리는 ‘몸’…1조 달러 웨어러블 시장 쟁탈전

스마트폰에 집중됐던 빅테크의 인공지능(AI) 경쟁이 웨어러블로 확산하고 있다.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AI 안경부터 수면과 심박 등 생체정보를 측정하는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링까지 활용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향후 7년간 글로벌 소비자 웨어러블 시장의 누적 매출은 1조달러(약 1394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AI 안경은 지난해 출하량이 전년보다 300% 넘게 급증한 데 이어 올해 15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가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구글도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 7년간 1조달러…AI 입은 웨어러블 커진다 22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소비자 웨어러블 시장은 2026년부터 2032년까지 누적 매출 1조달러(약 1394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 가운데 기기 자체에서 AI 연산을 처리하는 '엣지 AI' 기반 제품이 전체 매출의 약 7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엣지 AI는 AI 연산을 클라우드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기 내부에서 직접 처리하는 기술이다. AI 모델을 기기에 탑재해 건강 모니터링, 제스처 인식, 상황 인식 등 실시간 처리가 필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AI 탑재 비중도 높아질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는 엣지 AI가 적용된 웨어러블 비중이 출하량 기준 2025년 30%에서 2032년 약 80%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엣지 AI 기반 웨어러블 출하량도 전년 대비 60% 이상 늘었다. 성장 속도 역시 전체 시장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전체 소비자 웨어러블 시장 매출이 2032년까지 연평균 10% 성장하는 동안, 엣지 AI 기반 웨어러블은 연평균 2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안시카 자인 카운터포인트 책임연구원은 엣지 AI 시장의 성장 배경에 대해 “단순한 소비자 관심 때문만이 아니다"라며 “여러 핵심 기술이 동시에 성숙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PU 소형화와 전력 효율 개선, AI 모델 경량화 등이 초소형 웨어러블에서도 AI 연산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1년 새 322% 뛴 AI 안경…올해 1500만대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제품은 AI 안경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AI 안경 출하량은 870만대로 전년보다 322% 증가했다. 이 가운데 메타는 740만대를 출하해 85.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메타의 출하량 역시 전년 대비 281.3% 늘었다. 메타는 에실로룩소티카와 협업한 레이밴, 오클리 브랜드 제품을 앞세워 시장을 넓히고 있다. 옴디아는 메타가 인도와 멕시코, 브라질 등으로 판매 지역을 확대한 점을 출하량 증가의 배경으로 꼽았다. 국내 시장에도 지난 5월 진출했다. 메타는 '레이밴 메타 젠2'와 '오클리 메타'를 공식 출시하고 한국 판매를 시작했다. 두 제품은 1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와 3K 울트라HD 촬영 기능을 갖췄으며, 음성 명령으로 메타 AI를 이용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옴디아는 올해 글로벌 AI 안경 출하량이 15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870만대)와 비교하면 600만대 이상 늘어나는 규모다. 중장기 전망도 밝다. 카운터포인트는 스마트안경의 연간 매출이 2032년 440억달러까지 늘어 전체 소비자 웨어러블 매출의 약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 메타 선점한 AI 안경…삼성·구글도 출격 메타가 선점한 AI 안경 시장에 삼성전자와 구글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구글은 지난 5월 I/O 2026에서 삼성전자와 협력해 개발 중인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를 공개했다. 젠틀몬스터와 워비파커가 디자인에 참여했으며, 삼성전자·구글·퀄컴이 함께 구축한 안드로이드 XR에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결합한다. 먼저 출시되는 제품은 디스플레이가 없는 오디오 글래스다.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를 활용해 이용자가 보고 있는 주변 상황에 대해 제미나이에 질문하거나 길 안내, 메시지 전송, 사진 촬영, 실시간 번역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구글은 이후 렌즈에 정보를 직접 표시하는 디스플레이 글래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달 갤럭시 언팩에서는 호환되는 Wear OS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이용자가 손동작으로 안경을 조작하는 기능도 공개됐다. 첫 오디오 글래스는 올가을 출시 예정이며, 구체적인 출시일과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 워치에서 링으로…건강 데이터 잡는다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링에서는 건강관리 기능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갤럭시 워치9과 갤럭시 워치 울트라2를 공개하고 수면·심혈관·운동·회복 데이터를 활용한 건강관리 기능을 강화했다. 애플도 애플워치의 건강관리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는 국내에서도 고혈압 알림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광학 심박 센서로 확보한 데이터를 알고리즘이 30일간 분석해 만성 고혈압 징후가 발견되면 이용자에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애플워치 시리즈9 이후 모델과 울트라2 이후 모델에서 이용할 수 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국내에 수면 무호흡 알림 기능도 도입했다. 애플워치 가속도계로 확보한 데이터를 30일 이상 분석해 수면 중 호흡 방해 패턴을 파악하고, 무호흡 징후가 포착되면 이용자에게 알린다. 경쟁은 손목을 넘어 손가락으로도 번지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는 스마트링을 가장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웨어러블 제품군으로 꼽았다. 디스플레이나 지속적인 조작 없이 장시간 착용하면서 심박변이도(HRV)와 수면 상태, 스트레스 신호 등 생체정보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 첫 스마트링인 '갤럭시 링'을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스마트링 업체 오우라도 국내 시장에 가세한다. 오우라는 지난 18일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으며 오는 25일부터 신제품 '오우라 링 5' 판매를 시작한다. 현재까지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550만개를 넘어섰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돈은 쓸어담는데, 천재들은 떠난다…구글의 이상한 위기

구글이 AI 사업에서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지만, 정작 이를 일궈온 핵심 인재들은 줄줄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구글의 전설' 제프 딘을 비롯해 제미나이·알파폴드 개발 주역들까지 이탈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을 실제 제품과 수익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구글의 고질적인 '상업화 딜레마'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22일 IT 업계에 따르면, AI 연구를 이끌어온 주요 수장들이 연이어 짐을 싸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구글의 전설적 개발자로 불리는 제프 딘 수석과학자가 27년 만에 퇴사를 선언했다. 딘은 1999년 구글의 서른 번째 직원으로 입사해, 구글 검색·번역·광고 초창기 버전은 물론 텐서플로우·빅테이블·맵리듀스 등 핵심 프로젝트를 이끈 인물이다. 2011년 구글 X에서 딥러닝 연구를 시작해 구글 브레인을 설립했고, 지금의 AI 가속기 TPU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 구글 인사 체계상 최고 등급인 L10을 넘어 역사상 단 2명에게만 부여된 L11(시니어 펠로우)까지 오른 그가, 같은 등급을 받은 '영혼의 파트너' 산제이 게마왓과 함께 회사를 떠났다. 27년을 몸담은 회사를 떠나기로 한 결정의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구글 특유의 '넥스트 스텝'을 향한 갈증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D.A. 데이비드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구글에서 최고 자리에 올랐던 인재들은 사실 AI의 상업화 자체보다 역사의 일부가 되는 데 관심이 많다"며 “오픈AI·앤스로픽 같은 프런티어 업체나 스타트업을 역사를 쓸 수 있는 곳으로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구글에서 의장·수석 같은 직함을 받고도 회사를 나가 새 판을 짜는 흐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알파벳 CEO 자리를 내려놓은 래리 페이지 공동창업자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3월 AI 기반 제조 스타트업 다이나토믹스를 창업했다. 에릭 슈미트 전 CEO 역시 2011년 CEO 자리를 페이지에게 넘기고 회장·기술고문 등을 지내다 2019년 아예 구글을 나와, 4년 만인 지난해 AI 드론 스타트업 화이트스토크를 세웠다. 제프 딘 이후 구글로선 제미나이 개발의 중추가 통째로 빠져나가는 상황이 됐다. 앞서 6월에는 생성 AI 시대를 연 트랜스포머 논문의 저자이자 제미나이 공동 리드였던 노암 샤지어가 오픈AI로 옮겼다. 샤지어는 원래 이 논문을 쓴 뒤 구글을 나가 캐릭터AI를 설립해 성공시켰고, 구글이 그와 팀을 되찾기 위해 캐릭터AI를 27억달러에 인수하며 재입사시킨 인물이다. 하지만 재입사 2년도 안 돼 다시 회사를 떠났다. 같은 달 알파폴드 연구를 이끌어 2024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존 점퍼도 앤스로픽으로 자리를 옮겼고, 딥마인드 초기 멤버이자 강화학습 권위자인 데이비드 실버도 창업을 위해 회사를 나갔다. 여기에 제미나이 개발을 이끈 오리올 비냐스, 구글 브레인 창립 멤버 쿠옥 레까지 총 4명이 스타트업 '디스커버리 루프'를 새로 차렸다. 딥마인드 수장 데미스 허사비스도 퇴사 의사를 밝혔으나, 구글이 주가 급락을 우려해 만류하면서 결국 딥마인드 회장 겸 알파벳 최고과학책임자로 자리를 옮기며 일선에서는 물러났다. 다음 차례로 지목되는 인물도 다름 아닌 허사비스다. 이번 개편으로 딥마인드 CEO 자리는 물론 제미나이에 대한 관할권까지 완전히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그 역시 2021년부터 이끌어온 AI 신약 개발 스타트업 이소모픽 랩스에 한 발을 걸치고 있다. 이번 개편에서 허사비스가 “더 많은 시간을 쏟겠다"고 밝힌 곳도 바로 이곳이다. 역설적인 건 인재 유출과 별개로 구글의 실적은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7월 발표된 올해 2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고,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대비 82% 급증한 248억달러를 기록했다. 제미나이 앱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지난해 10월 6억5000만명에서 올해 2월 7억5000만명으로 늘더니 최근엔 10억명을 돌파해 구글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서비스가 됐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구글 앱 MAU가 4702만명으로 집계 이래 처음 네이버 앱을 역전했다. 연구 성과 역시 딥마인드의 저력을 보여준다. 생화학계 난제였던 단백질 접힘 문제를 풀어낸 알파폴드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딥마인드는 이를 토대로 AI 신약개발 스타트업 이소모픽 랩스까지 만들었다. 올해는 유전자 예측 AI '알파지놈'을 네이처에 정식 공개했고,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과학 연구 전반에 활용 가능한 AI 에이전트 '코사이언티스트'도 내놨다. 다만 연구에서 상업화로 이어지는 속도는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업화 격차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지점이 바로 고성능 프런티어 모델 경쟁력이다. 순다르 피차이 CEO가 지난 5월 개발자 회의에서 “다음 달까지 기다려달라"고 예고했던 제미나이 3.5 Pro는 6월, 7월, 8월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고 있다. 내부 실험에서 성능 개선이 만족스럽지 않아 출시가 밀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일각에선 아예 사전학습부터 다시 시작했다는 얘기까지 돈다. 그 사이 앤트로픽은 오퍼스5·페이블5를, 오픈AI는 GPT-5.6 Sol을 내놨다. 이는 개발자 커뮤니티뿐 아니라 이들 모델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짜는 기업 고객, 나아가 시장 전체가 구글의 기술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삼는 지표다. 상위 10개 프런티어 모델을 만든 기업 중 AI 모델 개발이 본업이 아닌 엔비디아를 빼면, 순위권 밖에 있는 미국 빅테크는 구글이 유일하다. 구글은 위기론에 선을 그었다. 허사비스는 지난달 21일 훈련을 시작한 차기 모델 제미나이4를 거론하며, “구글 역사상 가장 야심 찬 학습"이라고 했다. 기업 고객을 겨냥해서는 하드웨어 인프라부터 AI 모델, 에이전트 플랫폼, 서비스, 디바이스까지 자체 기술로 통합 제공하는 풀스택 역량을 앞세운다는 전략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58대·매출 2.5조…내년 3월 17일 출범 ‘통합 진에어’, 업계 판도 바꾼다

진에어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해 2027년 3월 17일 '통합 진에어'로 출범해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시장의 1위 구도가 바뀔 전망이다. 세 회사의 항공기와 노선, 인력을 한 법인에 모은 기단 58대 규모의 '메가 LCC(저비용 항공사)'가 등장하면서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이끌어 온 기존 경쟁 질서도 재편될 전망이다. 22일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은 전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3사 합병안을 승인하고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12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의결한 뒤 항공사업법상 합병 인가와 안전 운항 체계 변경 검사과 해외 항공 당국의 승인·신고 등 후속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예정대로 절차가 끝나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해 '통합 대한항공'으로 출범하는 12월 17일로부터 석 달 뒤 한진그룹의 LCC 통합도 마무리된다. 합병은 진에어가 존속 법인으로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진에어는 두 회사의 자산·부채·권리·의무·고용·법적 지위를 승계한다. 합병 비율은 진에어 1 대 에어부산 0.2862684 대 에어서울 0.7501939다. 상장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관련 법령에 따른 기준 시가를 토대로 합병 가액을 정했고, 비상장사인 에어서울은 자산 가치와 수익 가치를 반영한 본질 가치 평가를 적용했다. 이번 합병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기단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진에어 31대·에어부산 21대·에어서울 6대를 더하면 통합 진에어의 보유 항공기는 58대다. 기존 진에어보다 27대, 87.1% 늘어나는 것으로 합병 전의 1.87배에 이른다. 같은 시점 티웨이항공(트리니티항공)은 46대, 제주항공은 45대를 보유했다. 통합 진에어는 티웨이항공보다 12대(26.1%), 제주항공보다 13대(28.9%) 많은 기단으로 출발하게 된다. 경쟁사보다 20% 이상 큰 선두 사업자가 새로 등장하는 셈이다. 외형은 매출에서도 앞선다. 2025년 각사 공시 매출을 합산하면 진에어 1조3810억 원, 에어부산 8326억 원, 에어서울 2897억 원 등 약 2조5000억 원이다. 같은 해 티웨이항공의 연결 매출 1조7982억 원보다 약 7000억 원(39.2%), 제주항공 1조5799억 원보다 약 9200억원(58.4%) 많다. 이에 따라 국내 LCC 시장은 여러 회사가 엇비슷한 규모로 경쟁하던 구도에서 통합 진에어가 외형상 선두에 서고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이 뒤를 쫓는 '1강 2중' 구도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통합 진에어의 첫 번째 경쟁력은 수도권과 영남권을 함께 아우르는 거점망이다. 지금까지 세 회사에 흩어져 있던 노선과 운항 시간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설계하면 수요가 겹치는 노선의 공급을 조정하고, 확보한 항공기를 성장 노선이나 지방 공항 출발 국제선에 재배치할 수 있다. 인천에 집중된 국제선 수요를 부산 등 지방으로 분산하고, 수도권과 영남권에서 서로 다른 출발 시간과 목적지를 제시할 여지도 커진다. 두 번째 경쟁력은 운항 대응력이다. 기단이 커지면 정비나 기상 악화, 항공기 고장 등 비정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체 항공기와 승무원을 투입할 선택지가 늘어난다. 성수기에는 수요가 강한 노선에 공급을 집중하고 비수기에는 항공기를 다른 노선으로 돌리는 탄력 운용도 쉬워진다. 항공기 1~2대의 이탈이 전체 운항에 미치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아지는 만큼 결항·지연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는 비용 경쟁력이다. 항공기 임차와 보험·연료·부품·정비·지상 조업·공항 서비스·정보기술(IT) 계약을 한 회사가 통합 발주하면 구매 협상력이 커지고, 항공편 한 편이나 좌석 하나를 공급하는 데 드는 단위 비용을 낮출 여지도 생긴다. 통합 고객 기반도 자산이다. 예약·발권 시스템과 모바일 플랫폼을 단일화하면 이용자는 한 번의 검색으로 기존 3사의 노선을 비교·예약하고, 같은 기준으로 공항 수속과 탑승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회사 측도 세 브랜드에 흩어진 고객과 운항 데이터를 결합해 수요를 예측하고 노선별 가격과 공급을 더 정교하게 조정할 수 있다. 다만 58대를 완전 공동 운용할 수 있다는 걸 뜻하는 것은 아니다. 진에어는 보잉 737·777 계열을,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에어버스 A320·A321 계열을 주력으로 운용한다. 조종사 자격과 정비 인력, 부품, 훈련 체계가 기종별로 나뉘기 때문에 합병 직후에도 기단을 이원 관리해야 한다. 단일 기종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경쟁사보다 초기 정비·교육 비용이 더 들 수 있고, 기단 재편에는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세 회사의 임금·인사 제도·조직 문화·근무 기준을 맞추는 작업 역시 난도가 높은 과제다. 특히 에어부산이 지역 항공사로 성장해 온 만큼 부산 거점 기능과 고용을 통합 법인에서 어떻게 유지할지는 지역 사회가 주시할 쟁점이다. 예약·발권 시스템을 옮기는 과정에서 오류나 고객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사전 검증도 필요하다. 소비자 선택권을 둘러싼 평가도 엇갈릴 수 있다. 회사는 통합 기단과 노선 재배치로 목적지와 스케줄 선택 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지만, 세 브랜드가 하나로 줄고 중복 노선이 정리되면 일부 노선이나 시간대에서는 경쟁 편수가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노선 효율화가 공급 축소보다 신규 노선 확대와 운항 안정으로 이어지는지가 합병 효과를 가를 핵심이다. 진에어는 자사의 기존 운항 증명(AOC)과 운영 기준을 토대로 에어부산·에어서울의 기단, 운항, 정비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일원화하고, 출범 예정일 전까지 국토교통부의 안전 운항 체계 변경 검사를 통과한다는 목표다. 국내 심사가 끝난 뒤에는 취항 국가별 승인과 신고 절차를 밟는다. 진에어는 세 항공사가 축적한 전문성을 결합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통합을 마무리하고, 노선 운영 최적화와 고객 선택권 확대를 바탕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LCC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삼성전자 DX노조 2000명 서초 집회…“추가 집회·법적 대응”

삼성전자 가전·TV·스마트폰 등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직원들이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과의 보상 격차 해소를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이번 집회로 끝내지 않고 추가 집회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삼성전자 DX 부문 직원 중심의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은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임금협상 재교섭과 보상체계 개편을 요구했다. 집회 참석 인원은 경찰 추산 약 2000명이다. 회사 측은 약 1800명, 주최 측은 약 4500명이 참여한 것으로 각각 집계했다. 참석자들은 집회 후 강남역과 서초사옥 일대를 행진했다. 동행노조는 DX 부문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지급과 전사 성과의 일정 비율을 활용한 공통 성과재원 조성, 기본급 인상률의 전사 동일 적용을 요구했다. 노조는 DX 부문의 수익성 악화가 경영진의 경영 판단과 공급망 관리 실패에서 비롯됐는데도 비용 절감과 인력 감축 등 책임이 직원들에게 돌아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직원에게 기존 직무와 무관한 전배가 이뤄지는 등 고용 불안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행노조 관계자는 집회 후 “이번 집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며 경영진의 대응을 지켜본 뒤 추가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서울 한남동 일대에서 후속 집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법적 대응 가능성도 제기했다. 동행노조는 올해 임금교섭 과정에서 교섭대표 역할을 한 노조가 DX 조합원의 이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보고, 이달 중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를 다투는 절차에 착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DS 부문 직원이 중심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가 내년 임금교섭에서 공동교섭단을 구성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동행노조는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DS와 DX 간 노노 갈등과 분리교섭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다만 이날 집회는 생산·업무를 집단적으로 중단하는 파업과는 구분된다. 동행노조는 조합원들이 연차와 휴무제도를 활용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집회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재교섭이나 별도 보상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현장] 어린 왕의 땅에 ‘자동차의 왕’…벤츠, 영월서 새 S클래스 선보여

어린 왕의 비극을 품은 땅에 '자동차의 왕'이 들어섰다. 강원 영월의 '더 한옥 헤리티지', 낮게 내려앉은 처마와 반듯한 나무 기둥이 이어지는 한옥 앞에 검은색과 은빛의 벤츠 차량 두 대가 나란히 섰다. 푸른 하늘 아래 초록 잔디밭에 놓인 두 대의 플래그십 세단은 한눈에 봐도 이 마당의 주인공이었다. 햇빛이 차체를 스칠 때마다 검은색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선이 또렷하게 살아났다. 길게 뻗은 보닛에서 이어지는 매끈한 선은 한옥의 처마를 닮았다. 번쩍이는 장식 하나 없이도 충분히 화려했다. 한옥이 가진 단아함이 더 뉴 S클래스에서는 절제된 선과 묵직한 차체로 옮겨온 듯했다. 바로 옆 '마이바흐 S클래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은빛 차체의 겉모습은 차분하고 점잖은데, 문을 여는 순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안쪽을 가득 채운 카민 레드 색상의 실내는 마치 왕의 어의를 펼쳐놓은 듯 강렬했다. 고요한 한옥과 푸른 자연 사이로 붉은색이 들어오자 그 존재감은 한층 선명해졌다. 전통 한옥과 140년 역사의 럭셔리 브랜드, 얼핏 보면 전혀 다른 두 세계다. 그런데 막상 한자리에 놓고 보니 묘하게 닮아 있었다. 화려함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선과 소재만으로 품격을 만들어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플래그십 세단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더 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의 국내 출시 무대로 영월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10만대 넘긴 S클래스, 부분변경 이상의 변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 18일 국내 출시한 두 모델의 출시 행사를 20일 강원 영월 '더 한옥 헤리티지'에서 열었다. 한옥과 자연이 어우러진 영월을 택한 것은 한국 전통의 미감과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겹쳐 보여주려는 선택이다. 김은중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품 및 세일즈 부문 총괄 부사장은 “한옥이 품은 장인정신과 전통의 미학은 140년간 럭셔리의 기준을 정의해 온 메르세데스-벤츠의 철학과 깊이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S클래스가 가진 의미도 각별하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 처음 문을 연 1987년, 한국에 처음 들여온 모델이 S클래스 560 SEL이었다. 이후 40년간 S클래스는 국내에서 판매됐고 누적 판매량은 10만대를 넘어섰다. 김 부사장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한국만큼 S클래스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고 높이 평가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짚었다. 더 뉴 S클래스는 부분변경보다는 신차에 가까울 정도로 변화의 폭이 크다. 현 세대 S클래스 구성 요소의 절반 이상인 2700개 요소를 새로 개발하거나 다시 설계했다. 외관과 실내뿐 아니라 디지털 기능, 편의·안전 장비, 주행 관련 기술까지 손을 댔다. 김 부사장은 “전체 구성 요소의 50% 이상을 완전히 새롭게 개발하거나 과감히 재설계했다"며 “디자인부터 파워트레인, 디지털 경험과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모든 디테일을 정교하게 다듬었다"고 했다. 쉬린 에미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신임 대표이사도 “S클래스는 세대를 거듭하며 혁신과 안전, 품질은 물론 플래그십 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온 메르세데스-벤츠의 가장 상징적인 모델"이라며 “더 뉴 S클래스는 브랜드의 유산 위에 최첨단 기술과 최상의 안락함을 더해 그 기준을 다시 한번 높였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바흐 S클래스에 대해서는 “이러한 기술적 완성도에 마이바흐 고유의 장인정신과 품격을 결합해 최상위 럭셔리의 정수를 구현했다"고 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도 적지 않다. S클래스에는 처음으로 조명이 들어오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됐고, 헤드램프에는 트윈 스타 형태의 디지털 라이트를 넣었다. 뒤쪽에는 새로운 스타 테일라이트가 자리한다. 실내에서는 MBUX 슈퍼스크린이 대시보드에 들어갔고, 음악에 맞춰 빛의 색과 움직임이 달라지는 액티브 앰비언트 라이트도 적용됐다. 한국 고객이 실제로 사용하는 기능에도 변화가 들어갔다. 자체 운영체제 MB.OS를 기반으로 최신 MBUX를 적용하고 티맵 오토를 기본 탑재했다. LG유플러스 라이브TV+, 지니뮤직, 밀리의서재 오디오북 등 국내 서비스도 차량에서 이용할 수 있다. 주행 보조 시스템인 MB.드라이브 어시스트에는 카메라와 레이더, 초음파 센서 등 총 27개 센서가 활용된다. 벤츠는 이를 '지능형 럭셔리'의 한 축으로 보고 있다. 김 부사장은 “MB.OS를 통한 레벨2 주행 보조 시스템인 MB.드라이브 어시스트에 특히 공을 들였다"며 “내년 한국 법규가 마련되면 이에 맞춰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차량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바흐 S클래스는 S 580, S 580 마누팍투어, S 680 등 세 가지로 판매된다. S 580 계열에는 V8, 최상위 S 680에는 V12 엔진이 들어간다. 국내에는 고객이 외장 100가지 색상, 51가지 투톤 조합, 400가지 실내 색상, 40가지 스티칭 색상 등을 고를 수 있는 '마누팍투어 메이드 투 메져'도 도입된다. 행사장에 전시된 마이바흐 역시 마누팍투어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졌다. 가격은 S클래스가 1억5400만원부터 2억7000만원, 마이바흐 S클래스가 3억1700만원부터 4억700만원이다. 두 모델은 지난 5월 18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뒤 3개월 만인 8월 18일 2500대 이상의 계약을 기록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카카오, 17조 ‘숨은 가치’ 깨운다…AI·투자회사로 인적분할

카카오가 회사를 인공지능(AI) 플랫폼과 미래사업 투자, 두 갈래로 쪼갠다. 카카오톡과 AI에 집중하는 신설법인 '카카오AI'를 떼어내고, 금융·콘텐츠·모빌리티 계열사를 거느린 존속법인 '카카오X'는 투자회사로 재편한다. 성격이 다른 두 사업을 각자 다른 의사결정 체계에 두고 실행 속도를 높여 시장에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AI(신설법인)와 카카오X(존속법인)로의 인적분할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카카오AI 0.36, 카카오X 0.64로 정해졌으며, 기존 주주는 이 비율에 따라 두 회사 주식을 모두 받는다. 정신아 현 카카오 대표이사가 카카오AI 대표를,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겸 CA협의체 그룹투자전략실장이 카카오X 대표를 맡는다. 정 대표는 “카카오AI와 카카오X가 각자의 사업 특성에 맞는 전략과 자본배분 원칙을 세우고, 더 빠르게 실행해 그 성과를 시장과 투명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AI는 카카오톡·AI·광고·커머스 사업을 담당하며 디케이테크인·케이앤웍스 등 운영자회사를 산하에 둔다. 카카오톡이 15년간 쌓아온 이용자 관계와 서비스 연결망을 '에이전틱 AI 인터페이스'로 전환하는 게 핵심 구상이다. 이용자가 메시지로 원하는 것을 전달하면 개인화된 AI 에이전트가 탐색부터 추천, 구매, 결제까지 연결해준다는 설명이다. AI 운영비용은 온디바이스 기술로 낮춘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용자 요청의 절반가량을 경량 모델 '카나나 나노'로 기기에서 처리하고, 복잡한 요청은 개발 중인 오케스트레이션 기술 'AI컨덕터'로 해결해 서버 모델 비용을 최대 90%까지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AI는 2030년까지 AI 일간 활성 이용자 2000만명 이상, 플랫폼 체류시간 50% 이상 증가, 검색 광고 시장 점유율 5%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2030년 AI 매출 1조원 이상, 전체 매출 6조원 이상, EBITDA 2조원 이상, 영업이익률 30% 이상, ROE 25% 이상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X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페이증권(테크핀), 카카오엔터테인먼트·SM엔터테인먼트·카카오픽코마(콘텐츠), 카카오모빌리티를 거느린 '미래가치 투자회사'로 재편된다. 보유 자산 유동화로 마련한 2조3000억원과 자회사가 보유한 4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 재원을 활용해 △가상자산 △피지컬 AI △글로벌 팬덤 등을 검토 분야로 제시했다. 목표는 2030년까지 주요 사업 매출 연평균 13.3% 성장, 매출 10조원 이상이다. 김도영 대표는 이날 설명회에서 “두나무를 비롯해 당근, 한국신용데이터 등 유망 스타트업 초기 투자로 거둔 성공 방정식을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겠다"며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뱅크·카카오웹툰처럼 시장에 없던 비즈니스를 키워온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이번 분할은 지난 2년여간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계열사를 대폭 줄이며 성장 사업 중심으로 거버넌스를 정비해온 연장선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사업 규모가 커지고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하나의 의사결정 체계로는 성격이 다른 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끌고 가기 어려웠다는 판단이 배경에 깔려 있다. 이달 국내외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SOTP(부분합산가치평가) 컨센서스 평균 기준 카카오그룹의 잠재가치는 34조2000억원으로, 최근 3개월 평균 시가총액 16조8000억원보다 17조4000억원 높다. 시장이 개별 사업과 자회사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이번 결정에 작용한 셈이다. 김도영 대표는 이날 질의응답에서 김범수 창업자의 향후 역할에 대해 “양 법인에서 창업자의 대주주 역할은 계속 수행해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지금과 동일하게 성장과 혁신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X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는 “전혀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존 CA협의체 조직도 해체 수순을 밟는다. 김 대표는 “분할 전엔 카카오톡 비즈 기반 사업회사와 자회사 관리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기 때문에 CA협의체가 필요했다"며 “인적분할 이후엔 양사의 사업 목적이 다른 만큼 독립적인 경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카카오톡 플랫폼과 자회사 간 협업 체계는 기존과 다르지 않게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주주가치 제고 방안도 함께 내놨다. 카카오AI는 별도 조정 잉여현금흐름(FCF)의 20~35%를, 카카오X는 자회사 배당금과 투자차익의 각 3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 최근 두나무 매각 차익을 활용한 3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카카오는 오는 12월 1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1일 분할을 완료하고, 1월 27일 카카오AI 재상장과 카카오X 변경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범수 창업자는 “모바일 시대 카카오는 가보지 않은 길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혁신을 만들고 사용자의 일상을 바꿔 왔다"며 “AI 시대는 차원이 다른 민첩함을 요구하는 만큼, 두 개의 엔진으로 성장 구조를 재설계해 그 성과가 주주와 이용자, 크루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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