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경영능력 평가-이재용 ①] 107조 이익으로 돌아온 삼성…취임 4년 ‘초격차’ 재시동

[오너 경영능력 평가-이재용 ①] 107조 이익으로 돌아온 삼성…취임 4년 ‘초격차’ 재시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취임 4주년을 맞는다. 취임 초기 반도체 불황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논란에 시달렸던 삼성전자는 올해 역대 최대 실적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2026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 분기보다 매출은 13.7%, 영업이익은 20.0%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26.6%, 영업이익은 782.5%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아직 사업 부문별 확정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가 실..

LS마린솔루션·SKB ‘맞손’…해저통신 유지보수 경쟁력 고도화

LS마린솔루션이 SK브로드밴드(이하 SKB)와 손잡고 글로벌 해저통신 인프라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LS마린솔루션은 SKB와 국제 해저통신케이블 긴급복구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통신사업자 협력 기반을 다변화하고, 해저통신망 유지보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번 협약은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7개국을 연결하는 국제 해저통신망 'SJC2'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마련됐다. SJC2는 총연장 1만500킬로미터(km) 규모로, LS마린솔루션은 지난 2022년 해당 사업의 해저케이블 포설·매설 공사에 참여한 바 있다. 양사는 이번 협약으로 부산 연안 저수심 구간에서 장애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긴급복구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해당 구간은 선박 통행이 활발하면서도 수심이 낮아 대형 케이블 선박의 접근은 어렵다는 특징이다. 협약에 따라 LS마린솔루션은 전문 선박과 시공 기술을 토대로 케이블 인양·접속·매설 등 해상 복구작업을 수행한다. SKB는 통신망 관제와 장애 위치 분석, 복구 자재 지원 등 역할을 맡는다. 이번 협약을 통해 LS마린솔루션의 해저통신 케이블 전문 선박 세계로호 활용도도 확대될 전망이다. 회사는 해당 선박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요코하마존' 유지보수 사업에 연간 6개월 투입하고 있다. 협약을 계기로 남는 기간에도 선박 운용을 확대해 운영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S마린솔루션은 지난 30여년간 국제 해저통신 케이블 시공과 유지보수 역량을 축적해 왔다. 최근에는 LS전선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가 참여하는 한일 해저통신망 'JAKO'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글로벌 해저통신 인프라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LS마린솔루션 관계자는 “해저통신망 장애 발생 시 신속한 복구는 통신 서비스의 안정성과 직결된다"며 “아시아 대표 해저케이블 기업으로서 해저통신 인프라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오너 경영능력 평가-이재용 ②] ‘한국의 삼성’ 넘어 ‘세계의 삼성’으로…인맥·현장·타협의 리더십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국내를 넘어 국제적인 반열에서 평가할 만한 경영인이다. 그가 이끄는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동시에 반도체·스마트폰·바이오 분야에서 세계 공급망을 움직이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투자와 경영 판단은 한 기업의 실적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수출과 고용, 협력업체 생태계는 물론 국가 경제와 기술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본지가 국내 오너 경영인 가운데 이 회장을 평가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다. 1편에서는 취임 4년간 삼성전자의 실적과 투자 성과를 재무자료로 살펴봤다. 이번 편에서는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현장 중심의 업무 방식, 조직문화 변화를 통해 국제적 경영인으로서의 면모를 짚었다. ◇ 글로벌 기업인을 연결하는 삼성의 얼굴 이 회장의 가장 뚜렷한 강점은 세계 주요 기업 경영진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피터 베닝크 전 ASML CEO를 비롯해 아마존·퀄컴 등 글로벌 기술기업 경영진과 지속해서 교류해 왔다. 2022년에는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안정적인 공급과 장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EUV 장비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공급업체가 제한돼 있어 최고경영진 간 협력이 중요하다. 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한 뒤에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삼성전자의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메타와 아마존은 AI·클라우드 고객이면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분야의 협력 상대다. 퀄컴 역시 모바일 반도체와 파운드리에서 삼성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반도체 장비와 AI 가속기, 파운드리 수주는 실무진의 가격 협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공급망이 흔들리거나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는 최고경영진 사이의 신뢰와 장기적인 협력관계가 중요해진다. 이 회장이 각국 정상과 기업인이 모이는 국제행사에 꾸준히 참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파리 올림픽을 비롯한 글로벌 무대를 활용해 주요 기업 경영진과 교류하고 삼성의 사업 기회를 넓혀 왔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국제적 인맥을 삼성의 무형자산으로 평가한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바이오처럼 고객과 공급망이 세계에 분산된 사업에서는 총수의 대외 네트워크 자체가 위기 대응과 사업 협력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취임식 대신 협력사…명절마다 해외 현장으로 이 회장은 공개석상에서 강한 메시지를 반복하기보다 사업 현장과 파트너를 직접 챙기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2022년 10월 회장에 취임했을 때도 별도의 취임식이나 취임사를 두지 않았다. 회장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는 광주의 중소 협력업체를 찾았다. 삼성만의 기술과 생산능력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없으며 협력업체를 포함한 제조 생태계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판단이 담겼다. 명절 연휴에는 해외 사업장을 찾는 현장경영을 이어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브라질, 멕시코, 중동과 동남아시아의 건설·전자·배터리 사업장을 방문해 현지 임직원을 격려하고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반도체와 바이오 등 미래 사업에서는 기술 개발과 투자 상황을 직접 확인했다.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되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 고객 협력, 장기적인 사업 방향에는 직접 관여하는 형태다. 재계와 경영학계에서는 이를 '조용한 현장형 리더십'으로 평가한다. 화려한 선언보다 현장에서 기술과 고객, 공급망을 확인하고 관계를 쌓는 데 무게를 둔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기업·정책 결정자들과 소통하면서도 국내에서는 협력사와 임직원 현장을 찾는 행보가 함께 나타난다. ◇ 무노조 경영 폐기…대립에서 교섭으로 조직문화와 노사관계에서도 이 회장 체제의 변화가 나타났다. 이 회장은 2020년 대국민 사과를 통해 삼성의 무노조 경영 원칙을 폐기하고 노동 관련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삼성전자에서는 노조와의 임금교섭이 제도화됐고 임금과 성과급, 복리후생을 둘러싼 협상도 정례화됐다. 노조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던 과거에서 벗어나 대화와 교섭을 통해 접점을 찾는 방향으로 바뀐 것이다. 최근에는 임금 인상과 함께 주식 보상 방안까지 마련하며 임직원과 회사의 성과를 공유하려는 시도도 나타났다. 재계에서는 강한 노조와도 협상하고 보상 방식을 유연하게 바꾼 점을 이 회장 체제의 변화로 본다.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에서는 2024년 창사 이후 첫 파업이 발생했고 성과급 산정과 임금 인상, 보상 기준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졌다. 일부 노조가 이 회장 자택 인근까지 찾아가 직접 해결을 요구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무노조 경영을 폐기한 선언에 비해 노사갈등을 조기에 조정하고 투명한 보상 기준을 마련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화를 제도화한 것은 변화지만 이를 신뢰받는 노사관계로 정착시키는 일은 아직 진행 중이다. ◇ HBM 대응 지연…네트워크를 성과로 바꿔야 글로벌 네트워크가 곧바로 사업 성과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는 동안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과 고객 인증에서 경쟁사보다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은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생산능력, 세계적인 고객망을 갖췄지만 시장 변화에 대한 초기 판단과 투자 시점이 충분히 빨랐는지는 논란이 남는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과의 관계도 최종적으로는 제품의 성능과 공급 안정성, 가격 경쟁력을 통해 평가받는다. 최근 삼성전자가 HBM4와 차세대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 인증과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잃어버린 시장 주도권을 되찾고 파운드리 사업의 수익성을 회복해야 글로벌 네트워크가 실질적인 경영 성과로 연결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세계 주요 기업인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대규모 장기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오너십을 갖췄다. 현장을 중시하고 대립보다 대화와 타협을 택하는 업무 방식도 이전 삼성 경영진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한국의 삼성'을 넘어 '세계의 삼성'을 대표하는 국제적 경영인의 반열에 올라설 기반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제 남은 과제는 글로벌 인맥과 대규모 투자를 HBM·파운드리 등 핵심 사업의 지속적인 수익으로 연결하고, 노사 간 대화를 임직원이 체감하는 조직문화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애플, AI 성능 25% 높인 맥북 프로 공개…가격은 329만원부터

애플이 인공지능(AI) 처리 성능을 최대 25% 높인 신형 맥북 프로를 공개했다. 차세대 반도체인 'M6' 칩을 탑재해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AI를 구동하는 성능을 강화했다. 함께 선보인 일체형 데스크톱 아이맥은 전작보다 AI 처리 속도가 최대 5배 빨라졌다. 애플은 27일(현지시간) M6 칩을 탑재한 14인치 맥북 프로와 24인치 아이맥을 공개했다. 두 제품은 28일부터 사전 주문을 받고 다음 달 6일 정식 출시된다. 국내 출고가는 맥북 프로 329만원, 아이맥 249만원부터다. 이번 신제품의 핵심은 2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으로 제작한 M6 칩이다. 맥북 프로에 탑재된 M6는 12코어 중앙처리장치(CPU)와 12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갖췄다. 전작인 M5와 비교해 그래픽 성능은 최대 30%, AI 작업 처리 속도는 최대 25% 향상됐다. 특히 GPU에 AI 연산을 돕는 뉴럴 가속기를 적용하고, 16코어 뉴럴 엔진 2개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기에서 직접 실행하거나 이미지 생성, 사진 편집 등 AI 작업을 처리하는 속도를 높였다. 애플에 따르면 뉴럴 엔진 성능은 M5 대비 최대 1.9배 빨라졌다. 배터리 사용 시간도 늘렸다. 신형 맥북 프로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24시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역대 맥 가운데 가장 긴 사용 시간이다. 화면 반사를 줄이는 나노 텍스처 디스플레이를 선택할 수 있으며, 와이파이7과 블루투스6도 지원한다. 색상은 스페이스 블랙과 실버 두 가지다. 함께 공개된 신형 아이맥에도 M6 칩이 적용됐다. 2024년 출시된 M4 탑재 모델과 비교하면 온디바이스 AI 처리 성능은 최대 5배, 그래픽 성능은 최대 2배 향상됐다. 화면 크기는 24인치로 유지했으며 파란색, 녹색, 분홍색, 노란색, 보라색, 주황색, 은색 등 7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본체 색상에 맞춘 키보드와 마우스도 제공한다. 두 제품 모두 외관보다는 내부 반도체와 연결 기능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형 아이맥은 기존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무선 연결 성능을 높였고, 맥북 프로 역시 기존 형태를 유지한 채 AI 처리 능력과 배터리 효율을 개선했다. 가격은 기존 모델과 같은 수준으로 책정했다. 미국 기준 맥북 프로는 1999달러, 아이맥은 1499달러부터 시작한다. 국내 가격은 각각 329만원과 249만원이다. 애플은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추가 신제품 공개 행사도 연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행사에서 애플 최초의 터치스크린 맥북 프로가 공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새 제품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과 터치 조작 기능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공개될 경우 애플이 맥북에 터치스크린을 도입하는 첫 사례가 된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차 수리비 평균 58만원인데…할인받은 운전자는 10명 중 1명 그쳐

자동차 정비·수리 비용이 1년 새 8.9% 오르는 동안 수리비 할인을 경험한 소비자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비·수리 비용은 평균 58만7000원으로 집계됐고, 할인 경험률은 11.2%에 그쳤다. 브랜드별 애프터서비스(AS) 소비자 경험 평가에서는 토요타가 가장 많은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자동차 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28일 공개한 제26차 자동차기획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경험한 최근 정비·수리 비용은 평균 58만7000원으로, 전년 53만9000원보다 4만8000원 늘었다. 국산차 평균은 42만1000원에서 47만1000원으로, 수입차는 115만1000원에서 125만8000원으로 각각 상승했다. 수리비 할인 경험률은 전년 25.2%에서 올해 11.2%로 14.0%포인트 낮아졌다. 고객 편의시설 안내를 받았다는 응답도 33.7%에서 26.4%로 줄었다. 정비·수리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할인이나 서비스 안내 등 소비자가 체감하는 혜택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브랜드별 AS 경험 평가에서는 토요타가 22개 항목 중 7개에서 1위를 기록했다. 토요타는 입고 당일 정비 완료율이 93.6%로 가장 높았고, 정비 오류 경험률은 1.6%로 가장 낮았다. 동일 문제 재발 경험률은 4.1%, 정비·수리 결과 불만 제기율은 5.5%로 각각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국산 브랜드 중에서는 KG모빌리티가 예약 후 입고 대기 기간에서 3.4일로 가장 짧았다. 현대차는 부품 대기 기간이 4.8일로 1위였으며, 기아는 최근 정비·수리 비용이 평균 44만1000원으로 가장 낮았다. 한국GM은 수리비 할인 경험률이 20.8%로 가장 높았다. 정비 대기 관련 지표는 개선됐다. 부품 대기 기간은 평균 12.1일에서 7.2일로 4.9일 줄었다. 당일 정비가 끝나지 않은 차량의 정비·수리 기간도 7.2일에서 5.9일로 단축됐다. 정비 상황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응답은 69.6%에서 79.5%로 늘었고, 온라인 예약률도 37.8%에서 41.8%로 상승했다. 반면 정비 전 핵심 사항 설명 제공률은 49.0%에서 46.8%로 낮아졌다. 고객 편의시설 안내율도 하락해 정비 대기 시간이나 부품 수급 개선이 모든 서비스 경험의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박영범의 세무칼럼] ‘선박왕’도 피하지 못한 세금의 무게

국세청이 오랜 난제였던 이른바 '선박왕' 권혁 시도그룹 회장의 천문학적인 체납액을 징수하며 조세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고액 체납액 회수를 넘어, 과세당국의 집요한 추적 의지와 고도화된 글로벌 공조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나아가 이는 앞으로 전개될 기업 사주 일가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강력한 철퇴를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지난 7일 세무업계를 뒤흔든 이번 소식의 중심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총 7,902억 원에 달하는 권혁 회장의 체납 청산 약속이 있다. 국세청은 지난 2011년 역외 탈세 혐의로 권 회장에게 종합소득세 등 4,101억 원의 세금을 고지한 바 있다. 이후 오랜 조세 불복 소송 끝에 3,938억 원의 개인 납부액이 최종으로 확정되었으나, 무려 15년 가까이 징수는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납부의 '현실화'다. 권 회장은 지난 7월 이미 현금 1,000억 원을 납부했는데, 이는 종전 최고 납부액(500억 원)의 두 배에 달하는 역대 최고 현금 납부 기록이다. 또한, 나머지 2,938억 원의 잔액에 대해서는 납부 계획서와 함께 해외 소재 선박 5척을 담보로 제공했다. 국내에 본인 명의 재산이 없는 체납자로부터 해외 선박을 담보로 확보한 것은 국세청 역사상 최초의 사례다. 개인 체납액에 더해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된 시도탱커홀딩, 시도홀딩 등 관련 법인의 체납액까지 합치면 사실상 약 8,000억 원의 장기 미제 체납액이 국고로 환수되거나 소멸하는 셈이다. 국세청은 담보물의 적정성을 신중히 평가하기 위해 감사원의 사전 컨설팅을 병행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고 있으며, 선박 가치가 잔여 체납액을 충분히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유례없는 징수 이면에는 올해 1월 출범한 국세청 '고액 체납 특별 대응 TF'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국내 재산이 없는 권 회장을 상대로 국세청은 일찌감치 해외 재산으로 눈을 돌렸다. 자산 은닉 위험이 큰 해외 정보 확보를 위해 영국, 뉴질랜드, 헝가리, 벨기에 등과 실무 협약을 맺고 글로벌 공조망을 촘촘히 짰다. 특히 선박이 많이 등록된 라이베리아, 파나마 당국과의 국제 공조를 통해 권 회장의 선박 소유 현황을 철저히 파악하고 본격적인 압류를 추진했다. 이러한 촘촘한 그물망은 권 회장에게 강한 심리적·사업적 압박으로 작용했다. 한때 일본과 홍콩 등지에서 170여 척의 선박을 굴리며 “대한민국의 장보고가 되길 원했던" 권 회장에게 있어, 글로벌 과세당국의 공조로 인한 해외 사업 리스크 가중은 뼈아픈 대목이었다. TF팀은 전방위적인 압박과 함께 “세금을 정당하게 내고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당당하게 사업을 해달라"는 명분으로 지속적인 설득을 병행했고, 결국 이 강온 양면 전략이 권 회장의 결단을 끌어냈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단발성 징수 성과가 아니라, 국세청이 보여준 향후의 '시스템적 진화'와 '엄중한 조사 기조'다. 국세청은 이번 특별 대응 TF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 지방청(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등)에 '세무조사·체납 추적 연계 특별조사 팀'을 최초로 신설하기로 했다. 다가오는 11월과 12월, 역외 정보 수집 및 사주 재산조사 분야의 최정예 요원들을 선발해 악의적 고액 체납 및 탈세 혐의 법인에 대해 상시적이고 강도 높은 조사를 펼칠 계획이다. 특히, 지난 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임광현 당시 국세청장은 기업 사주 일가의 '법인 자금 사적 유용'에 대한 전면전도 선포했다. 최근 국세청이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한 19개 법인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그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직원 임금은 수년째 동결하면서 36억 원대 슈퍼 카 굴리는 사주 탈루 유형으로 최근 적발된 제조업체 A 사는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쌓아두고도 직원 급여는 철저히 동결했다. 그러면서도 시가 3억 원이 훌쩍 넘는 슈퍼 카 6대(총 36억 원 상당)를 포함해 총 45대의 수입차를 법인 명의로 사들여 사주 일가의 개인 전용차로 굴린 사실이 드러났다. 자녀 유학 복귀 선물로 법인 슈퍼 카 제공 탈루 유형으로 해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자녀를 위해 법인 명의로 최고급 슈퍼 카를 구매해 사적으로 사용하게 하고, 수십억 원대 빌딩 취득 자금까지 증여세 없이 편법으로 넘긴 사주 일가도 철퇴를 맞았다. 회삿돈 10억 원으로 최고급 자택 인테리어 탈루 유형으로 사주 C 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최고급 주택의 인테리어 비용 약 10억 원을 고스란히 회삿돈으로 결제하는 등 법인 자금을 마치 개인 쌈짓돈처럼 유용했다. 국세청은 이러한 행태에 대해 “정상적이면 사주가 급여를 받아 소득세를 내고 본인 돈으로 취득해야 할 것들을 법인 돈으로 몰래 해결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관행"으로 보고 연두색 번호판을 단 슈퍼 카를 사주 일가가 개인적으로 남용하거나, 한강 뷰가 보이는 강남권 초고가 법인 주택 및 직원 복지용 콘도를 이른바 '황제 사택'처럼 독점하는 행태가 온전히 바로 잡힐 때까지 2차, 3차 고강도 세무조사를 멈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해외로 교묘히 재산을 빼돌리거나 차명으로 자산을 은닉해 과세 망을 빠져나가려는 꼼수는 이제 진일보한 징수 기법과 글로벌 공조망 앞에 속수무책이 되고 있다. 국세청의 이번 '선박왕' 체납 징수와 사주 일가의 일탈을 향한 날 선 경고는 단순한 세수 확보를 넘어, “성실 납세자가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공정하고 투명한 조세 정의 실현"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기업에 던지고 있다. ekn@ekn.kr

BYD, 전기차 넘어 ESG로…유엔 글로벌 협약 가입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에 가입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에 나선다. 2045년까지 전 밸류체인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추진하는 동시에 국제 기준에 맞춰 기업 경영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BYD는 28일 UNGC에 공식 가입했다고 밝혔다. UNGC는 기업이 인권·노동·환경·반부패 분야의 10대 원칙을 준수하도록 장려하는 국제 이니셔티브다. BYD는 가입을 계기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경영 전략과 운영에 반영하고 관련 원칙을 이행하겠다고 설명했다. BYD는 2022년 세계 완성차 업체 최초로 순수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을 선언했으며, 2045년까지 전 밸류체인에 걸친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탈탄소·혁신·형평성·동맹·도덕적 진실성·공유가치를 6대 축으로 삼은 지속가능경영 전략 'DREAMS'를 발표했다. BYD는 이날 사업 규모와 사회공헌 활동도 공개했다. 지난해 친환경차 460만대를 인도했으며, 회사 집계 기준 차량 운행을 통해 줄인 탄소 배출량은 4660만t이다. 또 30억위안(약 5900억원) 규모의 자선 기금을 조성해 대학 장학금과 친환경차 기술 보급 등 교육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BYD 관계자는 “이번 유엔글로벌콤팩트 가입은 BYD의 지속가능경영 여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정표"라며 “앞으로도 UNGC의 원칙과 요구사항을 엄격히 준수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한편, 밸류체인 파트너들과 협력해 책임 있는 경영활동을 강화하고 글로벌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컨콜] 매출 100조 찍고도 ‘과잉투자’ 질문 받은 SK하이닉스…“2029년까지 사실상 솔드아웃”

AI 투자 속도 조절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조원을 넘어섰다. 회사가 “2030년까지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며 시장의 '고점 논란'에 정면으로 반박한 만큼, 이 같은 자신감이 내년 실적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28일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매출 104조6155억원, 영업이익 83조333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8%, 632% 증가한 수치로, 전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32%, 영업이익은 38%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80%에 달해 1000원어치를 팔아 800원을 남긴 셈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또다시 분기 기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실적을 이끈 건 D램이었다. HBM4 출하가 본격화된 데다 서버용 DDR5 판매가 크게 늘었고, 낸드에서도 321단 TLC 기반 기업용 SSD(eSSD) 판매가 확대되면서 데이터센터향 고부가 제품 전반이 고르게 성장했다. 재무구조도 한층 탄탄해졌다. 3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114조5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6조5000억원 늘어난 반면, 차입금은 15조8000억원으로 줄면서 순현금은 98조7000억원까지 불어났다. 곳간이 넉넉해지자 주주환원 규모도 키웠다. SK하이닉스는 2026 회계연도 기준으로 현금배당 30조원 이상, 지난 8월 발표한 40조원을 포함한 자사주 매입·소각 60조원 이상 등 약 100조원을 주주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회사 측은 배당과 자사주의 배분 기준을 묻는 질문에 “현재 주가는 창출하는 이익과 현금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저평가돼 있다"며 “자사주 매입·소각이 주당 가치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실적발표에서는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CEO)이 직접 나서 솔리다임 기업공개(IPO) 검토를 접은 배경도 밝혔다. 곽 CEO는 “IPO는 외부 자본을 활용해 솔리다임의 생산시설 확충 재원을 마련하고, 당사의 투자 부담을 덜어 주주환원 여력도 넓히기 위한 방안이었다"며 “다만 최근 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는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충분히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검토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외부 자금 조달 카드를 내려놓은 대신 곽 CEO는 전략적 투자의 성과를 주주와 나누는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전략적 투자가 결실을 맺으면 그 대부분을 주주들과 나누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왔다"며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 있는 주주환원 여력을 그 성과로 채워,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는 과감하게 이어가면서도 주주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 배당금을 주당 2만원으로 정하면서 실적 개선분 1만원에 키옥시아 투자 수익을 나누는 특별배당 1만원을 더한 것도 이 원칙에 따른 것이다. 곽 CEO는 “앞으로도 이 원칙을 변함없이 지켜 주주들이 전략적 투자의 성과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적은 역대급이었지만 애널리스트들의 관심은 '이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에 쏠렸다. 첫 질문부터 AI 인프라 투자 규모에 비해 수익화 속도가 더디다는 시장 일각의 우려를 짚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고객들이 개별 프로젝트의 실행 가능성과 수익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투자 시점과 속도를 구체화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 대비 30~80% 성장하고 수주잔고도 2~5배 늘어난 만큼 AI 투자가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투자 주체가 소수 빅테크에서 일반 기업과 소버린 AI, 온프레미스 수요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며 “특정 주체가 투자 속도를 조절하더라도 다른 분야의 수요 확대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 '솔드아웃' 하이닉스, 과잉투자 괜찮나 SK하이닉스가 내세운 버팀목은 장기공급계약(LTA)이다. 회사는 현재 글로벌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를 포함한 14개 고객과 LTA를 맺었으며, 통상 5년인 계약 기간을 더 늘리는 방안도 일부 고객과 선제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가격은 고객과 합의한 범위 안에서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구조로 정했고, 고객의 구매 계획이 실제 주문과 출하로 이어지도록 예치금 등 이행 장치도 계약에 담았다. 이렇게 확보한 물량은 2027~2028년 전체 생산능력의 50%를 웃돈다. 회사 측은 “이미 확보한 LTA 물량과 현재 협의 중인 수요를 종합하면 2029년까지 향후 3년간 D램과 HBM 물량은 사실상 모두 솔드아웃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시장이 경계를 늦추지 않는 건 과거 메모리 사이클의 기억 때문이다. 호황기에 앞다퉈 늘린 생산능력이 수요 둔화와 맞물리면서 업황 급락을 부른 전례가 있어서다. 이날도 용인 클러스터와 M17 등 신규 팹 투자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수요가 예상보다 적게 나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회사 측은 “투자 규모나 신규 팹 숫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그에 비례해 공급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HBM 등 고성능 제품 비중이 커지고 공정이 복잡해지면서 같은 양을 생산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이 들어가는 만큼, 지금의 투자는 단순한 증설이 아니라 기술 전환을 위한 기반 확보 성격이 짙다는 설명이다. 투자 집행 방식도 단계적이다. 건물 골조에 해당하는 셸 공사는 앞당기되 클린룸은 단계별로 나눠 열고, 실제 공급 증가로 이어지는 장비 반입과 양산 확대는 수요에 맞춰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고객이 제시하는 설비투자나 수요 전망만 보는 게 아니라 고객의 재무 건전성과 자금 조달 여력까지 함께 점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HBM 수요에 대해서는 더욱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일부 고객이 HBM 적층 단수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회사 측은 “한정된 물량으로 더 많은 AI 가속기를 만들려는 전략일 뿐"이라며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해석했다. 이어 “고객의 요청 물량은 당사가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의 2배를 넘는다"고 말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SK하이닉스는 3분기 92일 동안 하루 평균 9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둔 셈이다. 올해 약속한 주주환원 100조원이 3분기 영업이익보다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투자와 주주환원을 동시에 감당하려면 지금의 수익 구조가 유지돼야 한다. 결국 호황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는 내년 실제 수요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연말까지 M15X의 생산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HBM4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4분기에는 HBM4가 출하량과 매출 모두에서 HBM3E를 앞지르며 주력 제품으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는 4분기 중 321단 공정 비중을 국내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으로 높일 예정이다. 내년에는 용인 1기 팹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등 국내외 인프라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투자 규모가 올해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매입을 마친 자사주 40조원은 조만간 소각하고, 키옥시아 특별배당 가운데 나머지는 올해 결산 배당에 포함해 지급할 전망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HD현대중공업 임단협 최종 타결…5개월 노사갈등 종료

HD현대중공업 노사의 올해 임금·단체협약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면서 약 5개월간 이어진 노사갈등이 마무리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전날 실시한 2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투표자 7724명 가운데 4253명(55.06%)이 찬성했다. 전체 조합원은 8193명으로 투표율은 94.28%였다. 합의안에는 호봉승급분 5만5000원을 포함한 월 기본급 12만원 인상과 격려금 등 일시금 1150만원 및 약정임금 200%, 복지포인트 30만원, 성과급 지급 등이 담겼다. 노사는 이를 모두 합하면 조합원 1인당 평균 4136만원의 지급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통합 이후 달랐던 취업규칙과 단체협약도 HD현대중공업 기준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다만 정년퇴직 위로휴가 등 일부 복리후생과 근로조건은 두 회사 가운데 조합원에게 유리한 조건을 적용한다. 퇴직금은 지급 사유가 발생하기 직전 4개월 중 조합원이 선택한 연속 3개월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조선산업의 자동화·디지털화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전환 특별협약도 체결한다.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발생하면 회사가 노조에 사전 설명하고 노사공동협의체에서 고용안정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노사는 지난 6월2일 상견례 이후 147일 만에 교섭을 마쳤다. 조선업 호황에 따른 임금 인상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노조는 기본급과 상여금 등 고정급 확대를, 회사는 격려금 등 변동급 중심의 보상을 각각 요구하면서 이견을 보여왔다. 교섭 과정에서 노조는 총 11차례 부분파업을 벌였다. 지난달 30일 마련한 첫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뒤 김동하 노조 지부장이 울산조선소 내 25m 높이 크레인에서 닷새간 고공농성을 벌였고, 노조 미포위원회 위원장도 2주간 단식하다 병원으로 이송됐다. 노사는 첫 합의안보다 호봉승급분의 비중을 높이고 일시금을 70만원 추가한 2차 합의안을 지난 23일 마련했다. 회사 측은 “안정적인 임금 인상과 성과에 따른 보상 기반을 다지고 통합 이후 단체협약을 정비하는 계기가 됐다"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화합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자의눈] 삼성 겨눈 공정위의 이상한 뒷북 칼춤

조선시대 형장의 망나니는 칼을 휘두르기 전에 춤부터 췄다. 입에 머금은 술을 칼날에 뿜고, 칼을 돌리며 형장을 몇 바퀴 돈다. 형 집행에는 필요 없는 몸짓이다. 그 칼춤은 죄인이 아니라 구경하는 이들을 향했다. 그래도 망나니의 칼춤에는 순서가 있었다. 죄인이 형장에 끌려 나와 있을 때 춤을 췄다. 형이 끝나고 죄인이 풀려나 형장이 텅 빈 뒤에 홀로 칼을 돌리는 망나니는 없었다. 그런데 주병기의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일을 했다. 공정위는 27일 삼성전자 갤럭시 S21·S22와 갤럭시탭 S8 광고가 소비자를 속였다며 과징금 201억1400만원(잠정)을 매겼다. '고사양 게임도 거뜬하다'고 광고하면서, 게임만 켜면 성능이 묶인다는 사실은 숨겼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 광고가 마지막으로 나간 건 2022년 3월이다. 삼성은 그달 업데이트로 성능 제한을 풀었고, 공정위 심사보고서도 그날을 위법 행위가 끝난 날로 적었다. 소송을 냈던 소비자 1690명은 올해 법원 조정을 받아들이고 공정위 신고마저 거둬들였다. 국내외 소송 8건도 지난달로 모두 끝났다. 죄인이 끌려 나왔던 형장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공정위는 그 빈 형장에 4년 반 만에 들어와 201억원짜리 칼을 돌렸다. 이번에 칼을 든 근거도 묘하다. 공정위는 일부 게임 성능이 최대치의 30%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자체 실험으로 검증하지 않았고, 조건도 통제되지 않은 일부 유튜버의 테스트 영상을 사실상 근거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초 대신 장터에 떠도는 소문을 받아 적어 판결을 내린 꼴이다. 법원에서 이미 다툼이 정리된 사안에 다른 결론을 내리려면, 그보다 무거운 증거가 있어야 한다. 4년 반을 들여 내놓은 근거가 그 정도라면 궁색하다. 죄의 무게도 달아보자. 발열·배터리·성능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최적화는 세계 모든 제조사의 숙제다. 그 사실을 광고에서 뺀 건 잘못이지만, 죄목의 실체는 기술을 속인 게 아니라 설명을 빠뜨린 것이고, 그마저 2주 만에 스스로 바로잡았다. 이미 고친 잘못에 뒤늦게 201억원의 칼이 내려온다면, 어느 기업이 새 기능을 선뜻 내놓겠나. 기준이 보이지 않는 시장에서 기업은 새 기능 앞에서 머뭇거리게 되고, 그 부담은 결국 새 기능을 기다리던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그럼 칼춤을 출 만큼 죄가 컸는가. 표시광고법은 경쟁 질서를 크게 해치거나, 소비자 영향이 크거나, 부당이득이 생긴 경우에 과징금을 매기도록 한다. 그런데 GOS 부가설정이 적용된 게임에 한 번이라도 다시 접속한 S22 사용자는 1.47%로 추정된다. 명백한 거짓·과장 광고도 자진 종료를 감안해 경고로 끝낸 선례가 적지 않다. 곤장 몇 대로 끝날 일에 칼을 뽑아 든 격이다. 국민이 공정위에 칼을 맡긴 건 그 칼이 시장의 진짜 죄를 베어주길 바라서다. 담합을 끊고, 진입장벽을 허물고, 속은 소비자를 구제하는 칼이다. 지금의 GOS 처분은 이상한 뒷북 칼춤 공연처럼 보인다. 한 야당 의원의 지적처럼 '경제를 살리는 칼'이 아니라 '기업을 잡는 칼'로 비치는 것도 그래서다. “한번 찍히면 4년 뒤에도 형장에 다시 선다"는 수군거림 말고는 남는 게 없다. 이럴 바엔 칼끝을 거두고 판관석부터 돌아보길 권한다. 빈 형장의 칼춤은 집행이 아니다. 뒷북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법원은 “단정 어렵다”는데 공정위는 “기만광고”…재계 “피해자 없는 과징금”

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의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광고를 기만광고로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201억1400만원(잠정)을 부과하자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고법이 기만광고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사안을 공정위가 정반대로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집단소송을 냈던 소비자 1690명 전원이 GOS를 '필요한 조치'로 받아들이고 소송과 신고를 모두 거둬들인 상황에서, 피해자도 분쟁도 없는 사안에 과징금까지 부과한 것은 무리한 처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위는 이날 “고사양 게임앱 실행 즉시 기기의 최대 성능이 일률적으로 제한된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게임 실행 성능에 대해 잘못 알게 하여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 선택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것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진행된 갤럭시 S21·S22와 갤럭시탭 S8 시리즈 광고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고사양 게임할 때 하드캐리', '모바일 게임 경험의 끝판왕' 등의 문구로 게임 성능을 강조했다. GOS는 게임 실행 시 AP 클럭과 발열, 배터리, 초당 프레임(FPS)의 균형을 맞추는 최적화 소프트웨어로, 일부 고사양 게임이 오래 안정적으로 돌아가도록 클럭 상한을 뒀다. 공정위는 이 상한이 기기 온도와 무관하게 게임 실행 즉시 걸렸고, 일부 게임에서는 최대 성능의 30% 수준까지 내려갔다고 봤다. 공정위는 지난 14일 전원회의에서 같은 유형의 광고를 금지하는 시정명령과 함께 관련 매출액의 0.5%를 과징금으로 산정했다. ◇ 출시 2주 만에 시정했는데…4년 뒤 201억원 과징금 그러나 재계는 사법 절차에서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을 4년 만에 다시 문제 삼았다고 우려한다. 사법부와 규제당국의 판단이 엇갈리면 기업이 기준을 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법원 판단이 나온 사안에 규제당국이 다른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규제의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근거로 든 소비자 불만도 이미 해소됐다는 게 재계 설명이다. 지난 2022년 'GOS가 성능을 일괄적으로 떨어뜨린다'는 주장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소송과 신고에 나섰지만, 국내 1심 재판부는 2025년 6월 소비자 손해가 없다며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이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12일 강제조정 결정에서 원고들의 불만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소됐고, 원고들도 소송 과정에서 이를 이해하게 됐다고 봤다. GOS 역시 발열 억제와 배터리 성능 유지, 안정적인 FPS 확보를 위한 필요한 조치로 판단했다. 성능은 클럭뿐 아니라 발열·배터리·FPS를 종합해 따져야 하는 만큼 GOS로 성능 자체가 떨어졌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원고와 조정참가인 1690명은 전원 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결정이 확정된 3월 18일에는 신고인들이 공정위 신고와 민원까지 모두 취하했다. 국내외 어느 법원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로 꼽힌다. 서울고법은 같은 결정에서 광고 자체도 표시광고법상 기만광고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국·미국·이스라엘에서 진행된 소송 8건은 지난 9월 모두 끝났다. 미국에서 있었던 소송 4건은 원고 자진 취하 3건과 대표 원고 변호사 비용 수준의 소액 합의 1건으로, 이스라엘 소송은 9월 9일 심리를 앞둔 원고의 취하로 마무리됐다. 논란 자체도 삼성전자가 2022년 3월 업데이트로 CPU·GPU 최대 동작 속도 제한을 풀고 사용자에게 성능 선택권을 주면서 출시 2주 만에 해소됐다. 공정위 심사보고서도 이 날짜를 위법 행위가 끝난 시점으로 봤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소송이 모두 종결되고 소송 참여자들이 제기한 공정위 신고도 취하된 상황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법적 절차를 통해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GOS 같은 최적화 기능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공통으로 쓰는 방식이고, 해외 경쟁당국이 이를 제재하거나 과장 광고로 본 사례도 없다는 입장이다. ◇ 법조계 “소비자 기만 입증 부족" 법조계에서도 처분의 전제부터 성립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정위 사건을 대리한 법무법인 지평은 “발열 관리와 성능의 지속성은 모든 스마트기기 제조사가 안고 있는 공통의 과제"라며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위해 기기 작동을 조율하는 기능을 두고 구체적인 작동 방식을 광고에 담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만 광고로 판단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문제를 제기했던 소비자들이 GOS의 필요성과 효과를 스스로 인정하고 더 이상 다투지 않기로 한 이상 '소비자가 성능 저하를 모른 채 속았다'는 전제는 성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입증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공정위가 성능 저하를 자체 실험으로 검증하지 않은 채, 실험 조건이 통제되지 않은 일부 유튜버의 테스트 영상을 사실상 근거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과징금 부과 요건을 충족하는지도 논란이다. 표시광고법상 과징금은 경쟁 질서를 크게 해치거나, 소비자 영향이 크거나, 부당이득이 생긴 경우에 부과된다. 하지만 GOS 부가설정이 적용된 게임을 설치하고 한 번이라도 다시 접속한 S22 사용자는 1.47%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심사보고서가 소비자 영향이 크다는 근거로 든 다수 소비자의 공동소송이 원고 전원 취하로 사라졌다"며 “과징금 부과 근거 자체가 소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명시적인 거짓·과장 광고도 광고 기간과 자진 종료를 따져 경고로 끝낸 선례가 적지 않다"며 “피해자도 분쟁도 남지 않은 사안"이라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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