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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유와 경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03 13:36

여헌우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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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헌우 산업부 기자

"기업의 주인은 주주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말이다. 경제학 원론에서 그렇게 배웠다. 주식을 가진 투자자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주주총회장으로 향한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목소리를 키우는 것도 이 같은 명제가 성립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주주이익 극대화’가 기업을 발전시키는 유일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깨달았다. 오히려 그 폐단이 너무 많이 드러나고 있다. 주식을 가지지 않은 직원, 기업과 동행하는 협력사,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도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다.

세계 각국에서 호주 자산운용사 맥쿼리인프라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 수자원 업체 사우스이스트워터 부실화 사태가 발단이다. 주주이익만 극대화하다 보니 관리와 재투자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장기적으로 회사가 발전할 리 없다.

ESG경영 일반화는 ‘주주 만능주의’ 종말의 서막이다. 주주 입장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보다는 배당을 받는 게 낫다. 이쯤 되면 기업은 누군가 소유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까지 든다. 주인이라는 단어에 ‘임금 주’(主) 자가 들어간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궁금해진다. 이런 시대에 ‘일부 지분을 가진 주주’가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게 올바른 일일까? 재벌이라는 독특한 경제 체제 아래 성장한 한국 얘기다. 현재도 논란거리가 많다. 일부 대기업이 아직도 증여·상속세 절약을 위해 편법을 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총수는 전혀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 ‘소유와 경영’의 균형을 생각해 볼 시기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며 회사를 ‘소유하는’ 권리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 기업을 발전시키고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경영’은 또 다른 문제다. 복잡한 지배구조, 총수 지배력 유지를 위한 ‘꼼수 물적분할’ 등을 견제할 수단이 필요하다. ‘세상 물정 모르는’ 재벌 3·4세 탓에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배임죄라는 다소 특이한 법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행동은 큰 울림을 준다. 그는 앞서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기업’ 삼성이 더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주는 대목이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가 아니다. ‘일부 지분을 소유한’ 주주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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