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신세계그룹이 최근 소주 신제품 ‘킹소주24’를 출시하고 소주 사업 재도전에 나서면서 정용진 부회장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전에 정 부회장의 주도로 시작된 신세계의 소주사업이 실적 부진으로 사실상 철수했다가 다시 재기를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정 부회장의 설욕 의지가 어느 때보다 남다를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배경으로 최근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직접 나서 단행한 것으로 알려진 계열사 대표이사 40% 대거 교체의 파격 인사를 들 수 있다. 업계는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로 해석했고, 특히 ‘정용진의 남자’로 불리며 할인점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강희석 이마트 SSG닷컴 대표이사가 임기 2년을 남겨두고 물러났다는 점에서 정 부회장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 해석하는 평가도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주사업이 신세계 전체 사업의 본류에 해당하지 않지만 실패했던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정 부회장의 성공 각오와 함께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통한 경영능력 입증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동시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계열 이마트24는 지난 22일부터 ‘킹소주24’를 단독으로 판매하고 있다. 킹소주24는 제조사인 신세계L&B가 40만 병 한정수량으로 선보이는 소주로, 알코올 도수는 24도다. 이른바 ‘빨간 뚜껑’으로 불리는 참이슬 오리지널의 20.1도보다 높다. 시중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갈수록 낮아지는 ‘저도주’ 추세라는 점에서 업계에선 킹소주가 당장에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신세계L&B는 킹소주24 외에 신제품 추가 출시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신세계L&B 관계자는 "킹소주는 시장 반응을 살피기 위해 출시한 (테스트)제품"이라며 "제주 사업소에 희석식소주 설비와 공장도 가지고 있는 만큼 희석식소주 사업 재개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6년 정용진 부회장 주도로 ‘제주소주’를 인수하고 희석식소주 ‘푸른밤‘을 선보였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적자 늪에서 빠지면서 결국 사업을 접었다. 이후 제주소주의 제주공장을 신세계L&B에 귀속한 뒤 지난해 말부터 수출용 과일소주 생산 및 수출을 시작했다. 이처럼 제주소주 인수로 갖춘 소주 생산 인프라를 기반으로 이미 해외에 소주류를 수출하고 있는 만큼 신세계가 킹소주24 출시를 계기로 국내 소주사업을 본격화시킬 의지가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소주 사업을 이끈 정용진 부회장은 주력사업인 할인점 외에도 신사업에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크게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 특히, 할인점 사업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정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마트는 올 상반기에 393억원 영업손실을 내고 적자 전환했다. 매출도 14조40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 결과로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32만원까지지 올라갔던 이마트 주가는 지난 22일 기준 7만800원으로 7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이같은 실적 부진 때문에 최근 단행된 계열사 임원인사에서 정 부회장 측근인 강희석 이마트 SSG닷컴 대표이사가 중도하차했고, 이는 정 부회장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준 것으로 해석됐다. 그럼에도 정용진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모친인 이명희 회장이 ‘안정과 성과’를 중시한다면, 정 부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대표사례가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사업이다. 스타필드는 2016년 당시에 없었던 쇼핑테마마크 개념의 복합쇼핑몰로 주목을 받았다. 경기 하남을 시작으로 이후 서울 코엑스몰, 경기 고양 등 지역으로 빠르게 점포를 늘려가며 고객 유입을 늘리는 쇼핑몰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시시각각 트렌드가 바뀌는 현대의 유통산업 특성상 이명희 회장의 경영스타일보다 정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더 부합한다는 견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새로운 매장을 도입하고 실험하면서 유통업의 혁신을 리드(선도)하는 면이 있다"며 "할인점 업황은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성장으로 이마트 뿐만 아니라 경쟁사들 역시 좋지 못한 상황으로, 할인점 실적 부진을 정 부회장의 실력만으로 탓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pr9028@ekn.kr신세계 킹소주 신세계L&B가 최근 40만 병 한정 수량으로 선보인 소주 신제품 ‘킹소주24’. 사진=서예온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