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엔 또 줄 세울 수도”...대출총량 풀어도 은행권은 ‘빠듯’ [이슈+]

“연말엔 또 줄 세울 수도”...대출총량 풀어도 은행권은 ‘빠듯’ [이슈+]

정부가 강하게 조였던 대출 총량 한도를 완화하면서 실수요자를 위주로 숨통이 트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은행권 내 늘어난 여력이 실제로 많지 않을 뿐더러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 자금난 해소에 쓰이기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과 함께, 이른 번복에 따른 정책 신뢰도 실추 우려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공급을 일부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면서 은행권의 대출공급 환경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서 가계대출 증..

“연말엔 또 줄 세울 수도”...대출총량 풀어도 은행권은 ‘빠듯’ [이슈+]

정부가 강하게 조였던 대출 총량 한도를 완화하면서 실수요자를 위주로 숨통이 트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은행권 내 늘어난 여력이 실제로 많지 않을 뿐더러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 자금난 해소에 쓰이기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과 함께, 이른 번복에 따른 정책 신뢰도 실추 우려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공급을 일부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면서 은행권의 대출공급 환경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서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1.5%에서 3%로 높이고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에 대한 총량관리도 완화하기로 했다. PF 금융지원 확대와 전세대출을 활용한 갭투자 차단, 청년·무주택자 등 실수요자 지원도 대책에 담겼다. 특히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 상향으로 금융권이 공급할 수 있는 대출 여력은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밝힌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약 1800조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3%는 약 54조원으로, 기존 목표와 비교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 여력이 약 27조원 늘어나는 셈이다. 중도금·잔금대출·이주비 등 주택공급 관련 집단대출은 총량에 포함하되 금융사별 목표 안에서 일반 가계대출과 구분해 별도로 관리한다. 이에 대출처를 찾지 못해 저축은행과 같이 비은행권 고금리 대출을 찾아다니던 대출 수요자들의 부담이 일부 완화될 전망이다. 잔금대출 '선착순 대란'이나 주담대 '오픈런' 현상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늘어난 여력을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중도금 및 잔금대출, 청년·무주택자 등 실수요에 우선 배분하고 LTV·DSR 같은 기본적인 대출 규제는 유지함에 따라 전체 실수요자의 대출 여건을 크게 개선하지 못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추가 대출분을 정책대출과 은행 자체 대출에 배분해야 하는데다, 은행별로는 추가 대출여력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당국은 은행마다 상반기 취급 실적과 대출 포트폴리오, 지난해 목표 미준수에 따른 페널티 등을 반영해 수정 목표를 차등 배정할 방침이다. 대출 증가율 목표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단순 적용하면 연간 증가 한도는 기존 4조3363억원에서 8조6726억원으로 늘어난다. 한도 자체만 보면 4조원 가량 추가되지만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지난달 말 기준 이미 지난해 말 대비 6조3821억원 증가해 기존 한도를 약 2조원 초과한 점을 감안하면 남은 대출 여력은 약 2조2905억원 수준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단지는 잔금대출만 많게는 조단위에 이르고 하반기 입주 물량도 대기 중인데 집단대출 수요까지 감안하면 여유가 많지 않아 연말로 갈수록 오픈런 현상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권이 올해 4분기 추가 한도마저 다 채울 경우 또 다시 대출모집인 채널 대출 제한, 모기지 보험 가입 중단 등 가용 수단을 들고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 한도 문제로 계약금이나 잔금을 막지 못하는 피해는 줄어들더라도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 자금난 해소 자체도 충분치 않다는 진단이다. 은행의 대출 공급 여력과 관계없이 주담대 6억원 한도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개별 차주에게 적용되는 핵심 규제는 그대로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신용대출 또한 은행이 보수적으로 관리할 가능성이 높고 대출 규제 전반이 완화되는 개념이 아니다"며 “주담대 자금 조달 조건이 그대로기에 소득이나 자기자본이 부족한 청년·무주택 실수요자는 여전히 대출 한도에 막힐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이 오피스텔·빌라 등 비아파트를 첫 집으로 마련해 주거 징검다리로 삼을 수 있도록 내놓은 '저금리 정책 모기지 세트'는 현실과 거리감이 있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청년 주거지원 3종 세트 중 하나인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은 청년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가 4억원 이하 비아파트를 살 때 LTV를 80%까지 적용해주지만, 현재 4억원대인 서울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와 13억원을 웃도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의 차이를 보면 비아파트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여기에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강경하게 밀어붙여오던 기조로 인해 결국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4월 총량 규제 목표치를 제시한 지 4개월 만에 번복했다. 일각에선 “부동산과 연관된 금융은 국민들이 수개월 이상을 앞두고 계획을 세우는 만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자주 바뀔수록 피해가 커진다"는 지적이다. 당초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려던 '부동산과의 절연 정책' 기조에도 균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다만 정부는 이같은 지적엔 선을 그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번 대책에 따라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 원칙에서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아니다"며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고 LTV·DSR과 주택가격별 주담대 6억·4억·2억원 한도는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홈플러스 ‘회생 불씨’ 살리자...카드사, 보류했던 대금 풀었다

카드사들이 홈플러스 카드대금 지급을 재개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긴급운영자금(DIP) 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회생절차가 폐지되지 않은 영향이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관련 시한을 다음달 4일로 연장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지난 13일 전후로 대금 지급 보류를 해제했다. 카드사들은 홈플러스 영업 중단으로 결제 취소 및 환불이 대거 발생할 것을 우려해 대금 지급을 보류한 바 있다. 지난 13일 홈플러스 매출(106억2800만원)이 지난해 같은 날 보다 1.2% 늘어나고, 전국 오프라인 점포 67곳의 고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 홈플러스는 7일부터 점포들의 문을 열며 상품 공급 및 결제 시스템을 점검했고, 상품 입고율을 끌어올렸다. 카드 판매대금 유입으로 상품 매입 등에 필요한 자금도 확보할 전망이다. 다만, 일부 채권에 대해서는 가압류가 걸린 상황이다. 정산을 받지 못한 일부 납품업체가 관련 채권에 가압류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현행 가맹점 약관에는 카드사가 신용판매대금에 대해 민사집행법을 비롯한 법령에 따라 가압류·압류 명령을 송달 받으면 대금 지급 보류·공탁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금융당국은 해당 가압류 물량이 홈플러스 영업에 제한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납품업체의 규모가 크지 않아 전체 영업을 흔들 수준이 아니라는 이유다. 한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은 메리츠금융의 DIP 금융에 대해 전액 연대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금값 5000달러 찍는다”…개미들 4개월 만에 ‘금 사자’ [머니+]

국제 금값이 반등하면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4개월 만에 금 순매수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약해진 데다 한국은행의 금 투자 재개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금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KRX 금시장에서 총 1330억원어치의 금을 순매수했다. 개인이 월간 기준 금 순매수에 나선 것은 지난 4월 이후 4개월 만이다. 개인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연속 금을 팔아치웠다. 순매도 규모는 5월 1250억원에서 6월 3480억원으로 급증했다가 지난달 510억원으로 줄었다. 이 기간 개인이 순매도한 금은 총 524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달 들어 다시 '사자'로 방향을 틀었다. 금 투자 열기는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도 확산하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ACE KRX 금현물' ETF를 37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TIGER KRX 금현물' ETF에도 140억원의 개인 자금이 순유입됐다. 금 투자가 다시 주목을 받은 배경에는 최근 금 가격의 가파른 반등이 자리 잡고 있다.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지난달 말 온스당 4049.10달러에서 이달 13일 4420.40달러로 약 9% 상승했다. 국내 금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KRX 금시장의 금 1㎏ 종목 가격은 같은 기간 1g당 18만7460원에서 20만570원으로 1만3110원 올랐다. 금 가격은 지난해 급등에 따른 부담과 이란 전쟁 이후 국제유가 상승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한동안 약세를 보였다. 유가 상승이 물가를 다시 자극할 경우 연준이 고금리 기조를 장기간 유지하거나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금 가격을 짓눌렀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미국의 7월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기대가 확산하면서 금 가격도 다시 상승하고 있다. 금은 이자나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어서 금리가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금리 상승 압력이 약해지면 금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낮아지면서 투자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13년 만에 금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점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귀금속 매체 킷코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내년 상반기 온스당 5000달러를 향해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금값의 변동성은 여전히 클 수 있다고 UBS는 경고했다. 미국 경제지표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거나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될 경우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가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으로 바뀔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UBS는 “단기적인 환경은 변동성이 클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금을 지지하는 몇 가지 지속적인 동력이 존재한다"며 “2027년 상반기 금 가격이 온스당 5000달러를 향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금융권, PF 18조원 줄었는데…연체율은 ‘10년래 최고’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이 2년 새 18조원 넘게 감소했지만 연체율은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부실 우려 사업장에 대한 익스포저도 다시 늘면서 PF 부실 정리가 아직 진행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은 4.65%였다. 지난해 말 3.88%와 비교하면 석 달 만에 0.77%포인트 높아졌다. 2016년 3분기 말 4.95%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PF 연체율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1분기 말 4.49%에서 2분기 4.39%, 3분기 4.24%, 연말 3.88%로 떨어졌지만 올해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부실 부담이 크게 나타났다. 증권사의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28.38%에서 올해 1분기 말 30.43%로 2.05%포인트 상승했다. 2016년 말 32.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증권사 브릿지론의 연체율은 46.93%까지 올라갔으며 본PF 역시 23.18%에 달했다. 은행권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은행 PF 연체율은 지난해 말 0.82%에서 올해 1분기 말 1.32%로 0.50%포인트 상승했다. 2017년 말 1.36% 이후 최고치다. 보험업계 역시 PF 건전성 지표가 악화됐다. 보험사의 연체율은 같은 기간 1.68%에서 2.27%로 상승하며 2014년 말 2.3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상호금융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PF 연체율이 0.17%에서 5.51%로 5.34%포인트 급등하면서 2015년 말 6.54%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저축은행의 PF 연체율도 1.82%에서 3.12%로 높아졌고, 여신전문금융회사 역시 4.00%에서 4.91%로 상승했다. 연체율뿐 아니라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PF 자산 비중도 일부 업권에서 확대됐다. 보험사의 PF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지난해 말 1.59%에서 올해 1분기 말 2.24%로 뛰었다. 2024년 2분기 말 2.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 역시 같은 기간 0.98%에서 1.28%로 상승했다. 문제는 금융권이 PF 규모를 축소하는 가운데서도 부실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은 오히려 늘었다는 점이다. 금융권 전체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1분기 말 134조2000억원에서 같은 해 말 128조1000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말에는 115조5000억원까지 내려왔다. 지난해 말 116조원과 비교해도 5000억원가량 줄었으며 2년 전과 견주면 18조7000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사업성 평가에서 '유의' 또는 '부실 우려'로 분류된 PF 익스포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지난해 말 14조7000억원이던 해당 익스포저는 올해 1분기 말 16조4000억원으로 1조7000억원 증가했다. 2024년 2분기 말 21조원까지 늘어난 뒤 지난해 말까지 감소하던 흐름이 올해 다시 반전된 것이다. 부실 사업장을 털어내는 속도도 둔화됐다. PF 사업장에 대한 정리·재구조화 규모는 지난해 3분기 3조8000억원에서 4분기 2조원으로 감소했고 올해 1분기에는 4000억원에 그쳤다. 금감원은 정리·재구조화 실적이 줄어든 데 대해 그동안 PF 부실 규모 자체가 감소하면서 정리 대상이 줄어든 데다 계절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PF 시장의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을 확대하고 있다. 정상 사업장에 대한 공적 보증을 늘리는 한편 부실 사업장의 정상화를 위해 캠코 PF 정상화 지원 펀드를 3조원 이상 추가 조성할 방침이다. 은행·보험권이 참여하는 신디케이트론 규모 역시 기존 1조원에서 5조원으로 확대한다. 업권별 자체 정상화 펀드는 현재 7조3000억원에서 10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박성훈 의원은 “땜질식 처방을 해서는 안된다"며 “한계 사업장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정리해 금융권으로의 연쇄 부실을 차단하는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PF 구조조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이슈&인사이트] 원화 강세는 진짜인가: SK하이닉스 착시와 재정의 그림자

8월 들어 외환시장의 공기가 바뀌었다. 7월 1일 장중 1560원 부근까지 치솟던 원/달러 환율은 한 달여 만에 1410원 안팎으로 내려앉았다. 7월 한 달 원화 절상률은 약 8.8%로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미연준과 달러스왑을 체결한 직후 환윤이 안정되기 시작했던 2009년 3월 이후 최대치 였다. 시장에서는 이미 “1300원대 진입" 전망까지 나온다. 불과 두 달 전 환율 1600원 대를 걱정하던 것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그러나 이 강세를 온전히 신뢰하기 어렵다. 아직까지 원화 강세는 상당 부분 한시적 요인이 만든 것이며, 환율을 1560원까지 밀어 올렸던 구조는 해체된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 있을 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8월 강세를 떠받친 힘의 성격을 뜯어보자. 가장 큰 공급원은 SK하이닉스의 미국 ADR 상장 대금, 약 265억 달러(40조원)의 환전이었다. 이는 반복되지 않는 일회성 유입에 불과하다. 여기에 수출업체들이 고점 인식에서 내놓은 네고 물량과 법인세 중간예납을 위한 계절적 환전 수요가 겹쳤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2.50%에서 2.75%)이 내외금리차를 좁혔으며, 미국 고용지표 부진과 미·일 외환당국 개입이 달러를 강세를 누르는 구조였다. 이들은 일회성이거나, 계절적이거나, 경기순환적이다. 어느 것도 원화약세의 구조적 원인에 해당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할 역설이 있다. 한국은 지금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다. 6월 경상수지는 497억 달러로 두 달 연속 역대 1위를 경신했고, 흑자는 38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며, 수출은 처음으로 월 1000억 달러를 넘었다. 물론 반도체 호황에 원인이 있다. 우리가 아는 상식대로라면 세계 최상위권의 대외 흑자를 내는 나라의 통화는 당연히 강세를 지속해야 한다. 그런데 원화 환율은 지속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며 불과 몇 주 전 1560원을 넘봤다. 이 퍼즐은 자본수지에서 풀 수 있다. 반도체로 벌어들인 달러가 나라 안에 머물지 않고 있는 것이다. 6월만 해도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316억 달러어치 줄여 역대 최대 순감소를 기록했고, 내국인은 해외 주식으로 돈을 계속 실어 날랐다. 경상수지가 환율의 양동이를 채우는 동안, 자본수지가 그보다 빠르게 물을 퍼내고 있다. 원화 약세는 애초에 무역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본 유출의 이야기라는 것이 이 퍼즐의 핵심이다. 환율이 강세와 약세를 줄타기하는 균형 위로 우리 정부의 재정이 한 발 딛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번 정권들어 확고한 확장재정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2026년 예산은 사상 처음 700조를 넘긴 728조 원으로 전년보다 약 8.1% 늘었고, 두 차례 추경과 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는 GDP 대비 49%대로 올라섰다. 일부 추산은 채무비율이 비기축통화국이 경계하는 60%대에 근접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재정의 그림자가 희미해 보이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가 강력한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완충재는 반도체에 집중되어있으며, AI시장의 성장을 감안하더라도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경기순환적이다. 이 사이클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아니면 지속될 수 있을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반도체 사이클이 하락으로 접어들면 경상수지 완충재가 얇아진다. 바로 그 시점에 재정적자가 여전히 커지고 있고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계속된다면, 원화는 경상과 자본 양쪽에서 동시에 방어막을 잃는다. 이는 국제경제학에서 가장 경계하는 쌍둥이 적자 문제가 된다. 특히 우리와 같은 에너지 수입국에게는 바로 이 상품수지의 수입 쪽에도 급소가 있다. 호르무즈가 다시 조여 유가가 급등하면, 우리가 의존하는 흑자 규모도 얇아진다. 원화 강세는 한시적일 수 있다. 8월의 되돌림은 지나쳤던 약세를 교정한 것이고, 금리 인상과 달러 약세라는 원인도 작용했다. 그러나 가장 눈에 두드러진 원인은 일회성 ADR 환전과 계절적 세수였고 중장기적 구조의 전환이 아니었다. 환율를 1,560원까지 밀어 올렸던 구조는 아직 여전히 남아있다. 중장기적으로 1,400원이 지켜질지, 1,300원이 올지, 아니면 1,500원이 돌아올지는 단기적 달러 수급이 아니라 세 가지 변수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반도체 사이클 지속 여부, 자본 유출, 그리고 재정 건전성이다. 환율 숫자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경상수지와 재정수지를 함께 읽어야 한다. 1,410원은 승리의 세리머니가 아니라 일시정지일 수도 있으며, 바닥의 그림자는 아직 움직이지도 않았다. bienns@ekn.kr

청라로 향하는 하나금융지주, 인천에 ‘금융보따리’ 푼다

하나은행이 인천지역 서민·청년·소상공인 생활안정과 미래 전략산업 및 혁신기업 육성을 아우르는 동반성장에 나산다. 하나금융그룹이 청라국제도시로 이전하면서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행보에 힘을 보태기 위함이다. 하나은행은 이호성 은행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송현석 인천시 정책수석, 박주선 기술보증기금 전무와 'ABC+E 미래성장엔진 육성을 위한 금융지원 업무협약' 등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우선 주거안정과 취업 준비 등 청년층의 고충을 완화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긴급생계비지원 △성실상환 취약차주 원금 상환 △장기연체자 재기 지원 등을 통해 금융 취약계층의 재기·자립을 돕는다. 하나은행은 인천신용보증재단에 추가 특별출연을 통해 300억원 상당의 보증부 대출을 공급한다. 기존 1650억원 규모인 인천형 특별경영 안정자금은 2483억원으로 늘린다. 인천 지역에 본점·공장·사업장을 둔 인공지능(AI), 바이오, 콘텐츠·문화, 에너지 분야 우수기업을 위한 1500억원 규모의 협약 보증도 지원한다. 대상기업에게는 보증비율 최대 100% 적용과 보증료 최대 0.6% 지원을 비롯한 혜택이 주어진다. 금융부담을 덜고 연구개발(R&D)과 사업 확장에 나서 지역의 미래 산업을 이끌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인천시·하나증권은 2000억원에 달하는 인천 유니콘 펀드를 결성한다. 출자금 전액은 하나금융그룹이 제공하고, 하나증권은 펀드 결성 및 운용을 맡는다. 하나은행은 지역 유망 스타트업·기업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단순 대출 중심의 금융지원이 아닌 스케일업에 필요한 성장자본을 공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청라 이전으로 인천 지역에서 향후 10년간 3조4000억원 상당의 직·간접 경제유발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1만5000여명의 신규 고용창출 뿐 아니라 법인지방세·지방소득세를 합해 약 4200억원의 세수가 확대되고, 협력기업 유입 및 생산·부가가치 유발은 3조2000억원 규모라는 논리다. 이호성 행장은 “지역은행의 역할은 단순히 지역에 영업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시민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금융을 가장 먼저 고민하고, 지역의 미래에 함께 투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시의 정책에 발맞춰 인천의 민생경제 회복과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 실질적인 힘이 되는 향토은행으로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이 대출, 자연에 어떤 영향?”...KB금융지주, ‘자연자본’ 관리 나선다

KB금융그룹이 '2025 자연자본 공시 보고서-자연과 금융의 연결'을 발간했다. 폭염과 이상기후를 비롯한 자연의 변화가 일상을 넘어 기업의 생산활동·지역사회·금융에도 영향을 미치는 점에 착안한 셈이다. KB금융지주는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NFD)'의 권고안을 토대로 금융 포트폴리오의 자연자본 의존도 및 영향도를 분석하고, 자연 관련 위험·기회·거버넌스·대응 전략을 담았다고 17일 밝혔다. '자연자본 공시'는 기업 경영활동이 자연환경과 생물다양성에 끼치는 영향, 자연환경 변화로 기업이 받는 재무적 위험·기회를 파악해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산업의 경우 사업장 운영으로 발생하는 직접적 영향 보다 투자·대출·보험 등 금융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자연 관련 위험과 기회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KB금융은 △수처리시설 담보대출 △비금 주민 태양광발전사업 △한림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LDES) 사업 △역세권 청년주택 신축사업을 비롯한 자산에 대해 LEAP 접근법에 따른 분석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위치 파악(Locate), 영향·의존도 진단(Evaluate), 리스크·기회 평가(Assess), 대응 및 공시 준비(Prepare) 4단계로 구성된 내부 실사 평가 프로세스다. KB금융은 수자원·토지 이용을 비롯한 자연자본 의존 및 영향을 살펴보고, 물리적 위험과 오염·보호지역 등 평판 위험을 식별했다. 이를 토대로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 자연자본 위험관리 체계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위험관리를 넘어 실제 활동과 연결하는 것도 특징이다. 전략·첨단산업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 뿐 아니라 청년 자립, 지역사회 발전, 중소기업 성장을 아우르는 포용금융으로 분석의 범위를 확장해 자연자본과의 연관성을 돌아봤다. 주거안정을 비롯한 사회적가치를 구현함에 있어 생물다양성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KB탄소관리시스템'과 'KB ESG 컨설팅 서비스' 등 자연자본 위험관리 지원 서비스로 중소·중견기업의 녹색전환도 돕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말 기준 환경 부문 상품·투자·대출을 포함해 20조8000억원에 달하는 ESG 금융 상품을 관리·운용 중으로, 2030년 25조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수자원 관리, 순환경제, 친환경 모빌리티,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분야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자연자본 직접 보전·복원에도 나선다. 2022년 KB국민은행이 시작한 'K-Bee 프로젝트'는 꿀벌 서식 환경을 조성하고 생태계 회복을 돕는 활동이다. 같은해 첫 사업을 시작한 'KB 바다숲 프로젝트'는 내년까지 잘피숲 조성 및 복원을 진행할 예정이다. 'KB 플로깅 데이' 등 임직원·이해관계자가 함께하는 환경보전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앞으로도 자연 관련 위험과 기회를 금융 의사결정에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생산적 금융을 통해 산업의 지속가능한 전환을 지원하는 동시에 포용금융을 통해 청년·지역사회·중소기업이 자연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금융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코스피, 外人 귀환에 ‘추가 상승’ 기대…낙관론 확산[주간증시]

이번 주 국내 증시는 외국인 수급과 환율 안정에 힘입어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며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됐고, 원·달러 환율과 유가도 안정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어서다. 다만 장기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과 주주환원 기대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점은 부담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는 이번 주 코스피가 추가 상승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물가 부담이 완화되면서 글로벌 증시의 투자환경이 개선된 데다 국내에서는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며 수급 여건까지 달라졌다는 판단이다. 지난주 증시는 이 같은 분위기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줬다. 코스피는 5거래일 연속 오르며 최근의 급격한 변동성 장세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120일 이동평균선을 넘어선 데 이어 7000선에도 근접했다. 무엇보다 외국인의 매매 방향이 바뀌었다. 지난주 코스피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6조2547억원을 순매수했다. 직전까지 국내 증시를 짓눌렀던 외국인 매도세가 빠르게 진정된 셈이다. 반면 개인은 7조원 넘게 순매도하며 외국인과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특히 외국인 매수세는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와 조선 등 증시 전반으로 확산됐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투자심리도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을 바탕으로 증권가는 이번 주에도 상승 방향 자체에는 대체로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지수가 7000선에 근접한 만큼 지난주와 같은 속도의 상승보다는 외국인 수급과 환율, 금리 등을 확인하며 안착을 시도하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국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외국인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주 나타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이번 주에도 이어지는지가 코스피 추가 상승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개인의 매수 여력이 이전보다 약해진 상황에서 지수를 추가로 끌어올리려면 외국인의 추세적인 순매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신증권은 원·달러 환율 안정과 외국인 수급 개선을 증시 상승을 뒷받침할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환율은 지난 14일 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 1418.3원으로 전일보다 1.1원 하락했다. 환율 부담이 낮아지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국내 주식 투자에 따른 환차손 우려가 줄어드는 만큼 추가적인 자금 유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최근 달러 매도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비롯해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달러 매도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환율 안정과 외국인 순매수가 맞물릴 경우 증시 수급 여건이 한층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대신증권은 밸류에이션 정상화 과정에서 코스피가 6800~7000선에 안착할 경우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7배 수준인 8500선도 가시권에 들어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주 곧바로 지수의 가파른 상승을 기대하기보다 7000선을 둘러싼 안착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글로벌 증시에서 이어지고 있는 흐름을 '안도 랠리'로 규정했다. 시장을 짓누르던 지정학적 갈등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데다 긴축 경계감이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산업의 펀더멘털 회복과 메모리 업종의 주주환원 기대가 더해지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AI 관련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빅테크뿐 아니라 네오클라우드 업체까지 양호한 실적을 내면서 AI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완화됐고, 엔비디아의 대규모 금융 동맹 역시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자금조달 우려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주 투자전략 역시 코스피 대형주와 반도체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은 기존의 '코스피 대형주 대 코스닥' 전략에서 코스닥 비중을 줄이고 반도체와 대형주 비중을 확대할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코스닥은 최근 급반등에 따른 차익실현과 일부 바이오 대형주의 약세가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상승 탄력이 제한되고 있어서다. 코스피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대형주로 유입되고 있다.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와 조선 등으로도 매수세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자동차 업종에는 기존 완성차 실적에 더해 로봇과 피지컬 AI 사업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고 있고, 조선업 역시 미국 조선업 재건 기대가 투자심리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번 주 코스피의 관건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일시적인 자금 유입에 그치지 않고 추세적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물가 안정에 따른 금리 부담 완화와 최근 변동성 지표 하락은 외국인 복귀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지정학적 갈등이 추가로 완화되면서 유가까지 하락한다면 국내 증시에는 추가 상승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주환원 정책도 긍정적 변수다.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주주환원 확대 기대가 커진 가운데 구체적인 정책이 뒤따를 경우 추가적인 상승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는 점은 부담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주가 상승의 기저에 구체화되지 않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돼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과 같은 비이성적인 급락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지수가 단기간에 수직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장기금리도 남은 위험요인이다. 긴축 우려가 완화됐지만 장기금리가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금리 급등, 이른바 '금리 발작'이 발생할 경우 최근 이어진 안도 랠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지난달과 같은 비이성적 폭락이 재현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란 과도한 기대 역시 낮출 필요가 있다"며 “주도주 비중을 50%로 유지하는 동시에 순환매 장세에 대비해 투자 범위를 넓혀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코스피 7000 못 믿겠다”…강세장 뒤 불어난 ‘공매도 폭탄’ [머니+]

최근 국내 증시가 가파른 반등을 이어가며 코스피가 다시 '7000선'을 넘보고 있지만 시장 한편에서는 정반대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가 단기간에 치솟자 추가 상승보다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잔고가 빠르게 불어나면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직전 집계일인 지난 1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액은 19조6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16조7340억원과 비교하면 약 2조2720억원, 14% 증가했다. 코스닥시장의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같은 날 기준 코스닥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7조2990억원으로 지난달 말 5조5430억원보다 1조7560억원, 32% 급증했다. 두 시장을 합치면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지난달 말 약 22조2770억원에서 26조원 수준으로, 불과 7 거래일 만에 4조원 넘게 증가한 셈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먼저 매도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다시 사들여 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공매도 잔고 증가는 해당 종목이나 시장의 향후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의 포지션이 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종목별로 보면 지난 11일 기준 공매도 순보유 잔고액이 가장 많은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으로 1조3610억원에 달했다. 한미반도체가 1조2550억원, HD현대중공업이 1조1460억원으로 뒤를 이었으며 에코프로와 한국항공우주도 각각 8670억원, 8340억원을 기록했다.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대차거래 잔고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대차거래 잔고는 170조2370억원으로 지난달 말 155조8630억원보다 14조원 넘게 늘었다. 대차거래는 투자자가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다른 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거래다. ◇ 5일 연속 상승한 코스피…하락 베팅도 늘었다 공매도 잔고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은 국내 증시가 지난달 폭락장에서 벗어나 급격하게 반등하고 있는 시기와 맞물린다. 이달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6%, 20% 상승했다. 특히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두 지수는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 기간 코스피는 약 12%, 코스닥은 8% 뛰었다. 지난 14일 코스피는 장중 7010.86까지 올라 15거래일 만에 7000선을 되찾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기록한 저점 5593.56과 비교하면 코스피는 25% 가까이 반등했다. 통상 저점에서 20% 이상 상승하면 기술적 강세장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 최근 코스피 상승은 국내 반도체 '투톱'이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5거래일 동안 모두 15% 넘게 치솟았다. 지난달 저점과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32.6%, SK하이닉스는 24.4% 급등했다. 지난달 낙폭이 지나치게 컸다는 인식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데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막대한 인공지능(AI) 투자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기업의 실적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되살아난 영향이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잇따라 발표된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상 우려가 다소 완화된 점도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66.9%의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1주일 전 55.6%, 한 달 전 51.5%보다 높아진 수준이다. ◇ AI가 끌어올린 실질금리…증시 새 복병 되나 그럼에도 공매도가 빠르게 늘어나는 배경에는 증시를 둘러싼 주요 위험 요인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경계감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황의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가 여전한 데다 중동 정세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변수다.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할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가 되살아나면서 연준의 긴축 우려가 다시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코스피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소수 반도체 대형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AI 하드웨어 투자에 대한 기대가 흔들릴 경우 반도체주뿐 아니라 코스피 전체의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글로벌 실질금리의 상승세가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0년 만기 미 물가연동국채(TIPS)를 기준으로 한 실질금리는 최근 약 3%까지 올라 1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다. 영국과 독일의 10년물 실질금리 역시 1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AI 투자를 확대하는 하이퍼스케일러와 각국 정부가 동시에 대규모 채권 발행에 나서면서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이다. 알파벳·아마존·메타는 올해 들어 약 2200억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해 지난해 연간 발행액 1080억달러의 두 배를 이미 넘어섰다. 정부의 자금 수요도 막대하다. 올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6%인 1조9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와 영국의 재정적자 역시 GDP 대비 각각 5%, 4% 수준으로 예상된다. 로이터는 통상 실질금리 상승은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차입비용이 오르면 기업과 가계가 투자와 소비를 줄이면서 경제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글로벌 증시는 이러한 우려를 크게 반영하지 않고 있지만 실질금리 상승의 충격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뉴버거의 아쇼크 바티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미국 실질금리가 경제성장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산되는 3~4%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면서도 “현재 수준은 경제성장률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 신호"라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공공기관 지방이전 속도내는 정부…“경쟁력 약화” 강조하는 노조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 중인 가운데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노동조합이 첫 단체 집회에 나서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금융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세종 이전부터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갈등이 보다 격화되는 양상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 노조원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을 반대하는 대규모 공동 집회를 개최했다. 노조는 집회를 통해 최근 국책은행이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으로 논의되면서 원활한 정책금융 공급을 위해 본점이 서울에 남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금융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지방 이전은 정책금융 수행 역량과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특수금융과 정책금융의 최고 집행자로 반드시 서울에 있어야 국가 금융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집회 참석자들도 결의문을 통해 “지금은 반도체·AI·미래에너지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정책금융을 확대하고,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과 수출 경쟁력을 뒷받침해야 할 시기"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핵심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3사 노조가 지방이전 저지를 위해 대규모 집회를 여는 공동 행위는 이번이 처음으로 강한 대립에 나서면서 정부와의 갈등도 격화하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4000여명이 참석한 이전 저지 결의대회를 열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도 목소리를 높였다. 예금보험공사도 지난 11일 지방 이전에 대한 노조 입장을 밝히며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구상에 공개적으로 반대표를 냈다. 정부는 이전 준비를 지속하며 다소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1차 이전 당시 기관을 전국으로 분산 배치해 집중 효과가 떨어졌다"며 “기능이 유사한 기관을 권역별로 묶어 배치하는 2차 이전 구상이 있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포함한 국토대전환의 8대 과제를 확정하고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출마자들이 기업은행의 대구 이전과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전재수 부산시장이 최근 공공기관 이전 추진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개최하는 등 지자체에서의 분위기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 구상이 가시화되면서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세종 이전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여당은 연내 법 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산은·기은·수은의 본점 이전 논의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법 개정 문턱에 막혀 실제 이전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만큼 국회 입법을 진행한다면 오는 9월 정기국회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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