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경영승계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최종 후보군에 누가 이름을 올릴지 주목된다. 현재까지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외 경쟁자를 찾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KB금융이 투명한 지배구조와 공정한 경영승계절차를 지향하고 있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양 회장을 포함한 내부, 외부 후보군을 대상으로 '송곳 검증'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추위는 양 회장의 임기가 오는 11월 20일로 만료되는 점을 고려해 올해 4월부터 '회장 자격요건 세부기준'을 마련해 공개했다. 이후 상반기 기준 내부 10명, 외부 10명 등 총 20명의 롱리스트(잠재 후보군)를 확정했고, 이를 다시 내부 6명, 외부 6명 등 총 12명으로 압축했다. 회추위는 12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다음달 3일 1차 숏리스트 6명을 확정한다. 8월 27일에는 1차 인터뷰와 심사를 거쳐 2차 숏리스트를 3명으로 압축하고, 9월 11일 최종 후보자 1인을 확정한다. KB금융지주 회추위가 회장 선임 세부 절차와 일정을 공개한 것은 그만큼 경영승계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회추위는 경영승계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회장 후보자군 관리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작년부터 매년 '회장 자격요건 세부기준(안)'을 수립해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있다. 특히 현재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마련 중인 점을 감안할 때, KB금융의 이번 회추위는 대내외적으로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입증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통상 다른 금융지주사의 경우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내부, 외부 출신 인사를 후보군에 올려도, 현 회장 연임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비판이 지배적이었다. 그룹 내부적으로 기존 회장을 뛰어넘는 경쟁자를 두지 않았고, 현 회장의 성과를 부각하는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KB금융지주는 상황이 다르다. KB금융은 양 회장뿐만 아니라 지주 임원, 계열사 사장단의 업무능력, 리더십이 상당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예를 들어 KB금융지주에서 글로벌, 자산관리(WM), 중소기업(SME)을 총괄하는 이재근 부문장은 부문장 3인 중 유일하게 은행장을 역임한 것이 특징이다. 2022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KB국민은행장을 거쳐 지난해 초부터 글로벌사업부문장을 맡고 있다. 이창권 미래전략부문장도 KB국민카드 대표이사를 지냈지만, 그룹 내 수익 비중을 고려할 때 은행장 출신 인사가 차기 회장 경쟁 구도에서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창권 부문장은 현재 그룹 미래 사업인 AI, 데이터, 디지털혁신을 총괄하고 있고, 해당 분야에 대한 통찰력과 계열사의 균형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 회추위 입장에서도 이 부분을 주목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초부터 CIB마켓부문장을 맡고 있는 김성현 부문장도 단연 유력한 회장 후보군이다. 김성현 부문장은 2019년 1월부터 2025년 12월 말까지 KB증권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20년 1월부터 2023년 12월 말까지는 KB금융지주 CIB부문장도 겸직했다. 그룹 내 대표적인 기업투자금융(CIB) 전문가로, 현 정부 들어 화두로 떠오른 생산적 금융, 투자 및 운용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물론 양종희 회장의 성과도 만만치 않다. 양 회장은 2023년 11월 취임 이후 주가, 실적, 내부통제, 금융소비자보호 등 주요 경영 지표에서 KB금융지주만의 정체성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금융지주 주가는 양 회장 취임식인 2023년 11월 21일 5만4100원에서 이달 현재 15만원으로 약 3배 급등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도 당시 양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고, KB금융 지분 70%를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양 회장의 리더십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 회추위 입장에서는 양 회장이 소위 '안전한 카드'인 셈이다. 그러나 시장 안팎에서 금융지주 회장을 바라보는 기대치가 높아졌고, KB금융 회추위가 독립성, 공정성, 투명성을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는 점은 양 회장의 연임에 큰 변수다. 회추위는 양 회장을 비롯한 내부 외부 후보군의 성과를 원점에서 평가하고, KB금융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장기적인 비전, 미션을 제시하는 최적의 인물을 고르는데 심혈을 기울일 전망이다. 이는 다시 말해 양 회장에 부여하는 '로열티'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기준) 6조원에 육박하는 KB금융지주 순이익이 온전히 양종희 회장만의 힘으로 만들어낸 수치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라며 “반대로 차기 KB금융지주 회장직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업무능력과 리더십을 보유한 자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는 (양종희 회장 외에) 경쟁자가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주주 입장에서는 (양 회장이 재임 기간)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을 늘렸고, 주가도 큰 폭으로 올라 (양 회장 연임을) 반대할 이유도 마땅치 않다"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