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 수장들이 오는 10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다. 다음달 국정감사에서 금융지주사 CEO들을 소환해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금융사고 문제를 추궁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해외일정을 소화하는 것을 두고 국회 내부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지주사 CEO들이 국감 출석을 피하기 위해 해외출장을 잡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 5대 금융 회장, IMF·WB 연차총회 참석...해외 IR 일정 소화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 회장을 비롯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은 다음달 9일부터 15일까지 마라케시에서 열리는 IMF·WB 연차총회 참석차 출국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경제기구인 IMF와 WB 연차총회는 각국 중앙은행 총재, 재정·개발 부처 장관, 의원, 민간기업 경영자, 학자 등이 참석해 세계 경제 전망은 물론 금융체계, 경제개발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이달 초 모로코에서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총회 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하기로 하면서 금융지주 회장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다음달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을 소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감 일정과 연차총회 일정이 겹쳤기 때문이다. 정무위는 이달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업 CEO 등 일반증인을 확정한다. 일반증인으로는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예경탁 경남은행장 등이 거론된다. 정무위는 증인 확정 이후 다음달 10일부터 27일까지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이 중 금융위원회 국감은 10월 11일, 금융감독원 국감은 17일로 예정됐다. 27일에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의 종합감사가 개최된다. 정무위에서는 국감에 주요 CEO들을 소환해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금융사고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계획이다. 다만 이 기간 금융지주 CEO들은 연차총회 참석 후 유럽 지역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실시할 계획으로, 국정감사에는 불출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함 회장은 오는 10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영국 런던 등 유럽 지역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선다.
◇ 정무위, CEO 소환 의지..."해외출장 문제 없다"금융지주 회장들은 국정감사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시중은행장 혹은 지주 임원들이 대신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회 내부에서는 이번 출장이 사실상 국감 출석을 피하기 위한 도피성 출장으로 보고, 27일 종합감사 국감에는 반드시 증인으로 소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금융지주 CEO들이 직접 참석해 내부통제 강화 방안, 각종 횡령사고 원인 등을 설명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668억원 규모 우리은행 횡령사고를 비롯해 올해 경남은행, KB국민은행, 대구은행에서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직원들의 횡령,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증권업무 대행을 맡은 KB국민은행 직원들이 고객사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으며, 대구은행에서는 일부 직원들이 실적 부풀리기를 목적으로 1000여건이 넘는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적발됐다. 경남은행에서는 투자금융부 직원이 허위 대출 취급, 서류 위조 등을 통해 약 3000억원의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국감이 하루만 있는 것도 아니고 종합감사도 있기 때문에 금융사 CEO를 국정감사에 소환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횡령액 3000억원 육박...BNK금융·경남은행, 집중포화 예상특히 BNK금융, DGB금융지주 등 지방은행의 경우 내달 연차총회에 참석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통제 부실을 추궁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BNK금융은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경남은행 잠정 횡령금액 2988억원에 대해 "수차례 돌려막기 한 금액을 단순 합계한 것"이라며 "실제 순 횡령액은 595억원이다"고 해명한 바 있다. 또 다른 정무위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출장을 가겠다고 하면 국회에서도 이를 강제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단, 이번 출장에 동행하지 않는 BNK금융은 국감장에 출석해 횡령액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금융권에서는 연차총회가 매년 10월에 개최되는 상황에서 CEO 출장이 도피성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크다. 그간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CEO의 설명을 제대로 듣기보다는 호통을 치거나 면박주기식의 질의가 반복됐기 때문에 불출석이 낫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통제 부실을 추궁하는 게 목적이라면, 금융지주 회장이 아닌 금융사고가 발생한 특정 금융사 CEO를 소환하면 된다"며 "CEO들이 국감에 출석했다가 제대로 답변도 못하고 (의원들로부터) 일종의 공격성 질의만 받는 것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고 밝혔다.ys106@ekn.kr사진 왼쪽부터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국회.(사진=에너지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