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다시 '편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원하는 콘텐츠를 골라 보는 주문형비디오(VOD)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인기 드라마와 예능을 24시간 연속으로 틀어주는 채널을 늘리는 추세다. 이용자가 일일이 볼거리를 고르지 않아도 콘텐츠가 이어지는 전통 TV의 시청 방식을 OTT 안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와 쿠팡플레이 등 국내 OTT 사업자들이 특정 콘텐츠를 연속으로 틀어주는 정주행 채널과 라이브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콘텐츠 한 편을 보기 위해 접속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플랫폼에 더 자주, 오래 머물도록 이용 방식을 다변화하는 전략이다. OTT 경쟁은 이제 가입자 수를 넘어 이용자의 '시간'을 잡는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5월 웨이브의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은 약 7.3시간으로 국내 주요 OTT 가운데 가장 길었다. 넷플릭스가 6.8시간, 티빙이 5.8시간으로 뒤를 이었다. ◇ '무한도전' 하루 종일…OTT에 돌아온 편성표 웨이브는 지난달 tvN 인기 드라마와 예능을 하루 종일 연속 편성하는 정주행 채널 20개를 추가했다. '도깨비', '호텔 델루나', '나의 아저씨' 등 드라마 7개와 '대탈출', '식스센스', '텐트 밖은 유럽' 등 예능 13개다. 시청 방식은 기존 VOD와 다르다. 원하는 작품과 회차를 직접 고르는 대신 정주행 채널에 접속하면 현재 편성된 콘텐츠가 바로 재생된다. 일부 작품은 VOD와 정주행 채널을 함께 제공한다. 정주행 채널 확대에 따라 웨이브가 운영하는 라이브 채널은 152개로 늘었다. 이 가운데 133개는 무료다. 유료 가입자가 아니어도 별도 결제 없이 시청할 수 있다. 쿠팡플레이도 장수 예능 '무한도전'을 24시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제공하고 있다. 전 회차 VOD와 별도로 프로그램을 하루 종일 연속 송출해 이용자가 특정 회차를 고르지 않고도 바로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콘텐츠를 놓고 '골라 보는 VOD'와 '틀어놓는 채널'을 동시에 제공하는 셈이다. OTT가 기존 TV의 편성 방식을 다시 가져왔지만 과거처럼 편성표에 이용자를 묶어두는 대신 시청 방식의 선택지를 하나 더 얹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구독 피로에 광고 붙인 무료 채널 뜬다 24시간 정주행 채널 확대는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FAST 확산과도 맞물린다. FAST는 광고를 보는 대신 무료로 콘텐츠를 이용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다. 특히 24시간 편성형 채널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콘텐츠가 이어져 TV와 유사한 '린백' 시청이 가능하다. 웨이브가 최근 추가한 정주행 채널 역시 FAST 방식이다. 이미 확보한 드라마와 예능 IP를 24시간 채널로 다시 편성하면서 유료 구독자뿐 아니라 무료 이용자까지 콘텐츠 소비 대상으로 넓힐 수 있다. 시장 환경도 변하고 있다. PwC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아웃룩 2026-2030'에서 한국을 호주, 스페인 등과 함께 구독 피로가 나타나는 성숙 스트리밍 시장으로 분류했다.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를 동시에 구독하는 데 대한 소비자 부담이 커지면서 광고 기반 수익모델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PwC는 글로벌 OTT 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19.4%에서 2030년 22.6%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FAST 시장도 성장세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파크스 어소시에이츠 조사에서는 미국 인터넷 이용 가구의 46%가 FAST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츠는 글로벌 FAST 시장이 지난해 약 76억달러에서 2032년 194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 볼거리만으론 부족…'머무는 시간' 잡는다 국내 OTT들이 편성과 라이브를 강화하는 또 다른 배경은 이용시간 경쟁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 쿠팡플레이의 1인당 월평균 이용시간은 올해 1월 328분에서 6월 304분으로 7.3% 감소했다. OTT 사업자 입장에서는 대형 오리지널 콘텐츠 한두 편으로 이용자를 불러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콘텐츠 공개 공백기에도 플랫폼을 찾도록 만드는 장치가 중요해진 셈이다. 24시간 채널은 이미 확보한 인기 IP를 다시 활용하면서 이용자의 시청 선택지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효율적이다. 웨이브는 24시간 정주행 채널뿐 아니라 출석체크와 콘텐츠 시청에 따라 코인을 지급하는 리워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콘텐츠 구매와 이용권 결제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코인을 지급해 이용자의 반복적인 방문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티빙은 다른 방식으로 이용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달 공개한 음악 예능 '가왕쇼'는 이용자가 티빙 앱에서 직접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시청자가 콘텐츠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투표하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콘텐츠 공개 이후에도 투표를 매개로 이용자와의 접점을 이어가며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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