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기號 게임산업협회 출범…“연결·소통·협력으로 K-게임 위기 돌파”

“연결과 소통, 협력이란 세 가지 키워드를 토대로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선순환적 생태계를 구축해 지속성장을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조영기 신임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COEX)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조 협회장은 이날 취임 소회와 함께 향후 2년 동안 협회 운영 방향과 역점사업 등을 제시했다. 게임산업 위기 돌파 키워드로는 △연결 △소통 △협력을 제시했다. 젊은 기업과 인재, 기업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한편 협력 범위를 다각화해 산업 진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연결'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게임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이루고, '소통'을 늘려 업계 공통 이슈를 발굴·해결하겠다"며 “유관 단체·이용자 등 산업 구성원과 긴밀한 대화를 통해 게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고, 정부와 국회, 언론, 학계, 법조계 등과도 적극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과제로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 혁신 △회원사 확충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등재 저지 △수출 규제 대응 강화 등을 꼽았다. 특히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차기 정부의 게임 정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가운데 △게임 수출 세제 인센티브 신설 △영상 콘텐츠 제작지원 제도에 게임 포함 △탄력근무제 확대 등을 제안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지스타의 국내 게임사 편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질적 성장 방향을 모색, 글로벌 게임 축제로 키우겠다고 언급했다. 조 협회장은 “지스타 콘퍼런스(G-CON)에 저명인사를 많이 초청하고, 디지털 콘텐츠를 발전시켜 해외 게임사 참여를 확대해갈 것"이라며 “지스타를 게임인들이 소통하고 교류하며, 게임 이용자가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6C51) 도입에 대한 반대 입장도 분명히 했다. 질병코드 도입으로 게임에 대한 규제가 심화되면 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등재 저지를 위해 글로벌 게임산업 단체와 협업을 이어가는 한편 정부기관, 국회, 협·단체, 게임 이용자들과 공조 체계를 형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협회장은 “게임은 진흥 대상이 돼야 한다. 질병으로 규정되면 관리나 규제 대상이 된다"며 “과학·의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 만큼 충분한 법률과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다시 논의될 수 있도록 지속 제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의 확률형 아이템 제재 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는 모니터링 강화보다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올해 회원사 확대 목표는 10곳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법·정책 제도 도입, 인식 제고 사업 외에도 디지털 글로벌 연결을 통해 회원사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고, 산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하반기부터는 사회공헌 및 ESG 활동을 본격 추진해 국민·사회적 인식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조 협회장은 “그동안 다양한 직무와 산업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경험을 활용해 협회가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임 조 협회장은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2007년 CJ인터넷에 입사한 뒤 CJ인터넷게임즈(CJIG) 대표와 CJ E&M 게임사업부문(現 넷마블) 대표 등을 역임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약 3년 동안 CJ넷마블 대표를 맡으며 △다함께 차차차 △모두의 마블 △몬스터 길들이기 등 흥행을 거둔 다양한 게임을 론칭, 회사를 모바일 게임 선두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퇴임 이후엔 게임 개발사 '펀플'을 창업, 대표를 역임키도 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SKT 유심사태로 하루에만 3만4000명 이탈 ‘일평균 400배’

대규모 해킹 사태로 고객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 정보가 유출된 SK텔레콤의 가입자 이탈이 현실화하고 있다. 사고 발생 이후 대응 조치가 늦어지면서 복제폰 개통·금융사기 등 추가 피해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일각에선 국내 통신 3사 순위 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전날인 지난 28일 SKT에서 KT·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한 순감 인원은 3만4132명으로 집계됐다.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의 순감 인원은 2107명으로, 일평균 약 84명이었음을 감안하면 평소의 약 400배가 넘는 수준이다. KT·LG유플러스와 알뜰폰 업계가 SKT에서 이탈한 이용자들을 흡수하는 모습이다. SKT에서 KT로 이동한 가입자는 2만399명, LGU+로 갈아탄 가입자는 1만3733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8729명이 SKT에 신규 가입함에 따라 SKT 가입자 수는 2만5403명 줄었다. 알뜰폰 업계의 경우, 지난 22일부터 주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유심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전체 알뜰폰 유심 판매량은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약 일주일 동안 직전 동기(15~21일)대비 327.5% 뛰었으며, SK텔링크·SK세븐모바일 유심은 1575% 늘었다. KB국민은행·우리은행의 알뜰폰 브랜드인 KB리브모바일과 우리WON모바일 또한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신규 가입 문의가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지난 19일 대규모 해킹 사태 발생 이후 금융 피해 우려와 함께 미흡한 대처에 대한 실망감이 높아진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SKT는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유심보호서비스 및 무상교체를 시행했지만 품귀 현상이 발생, 추가 이탈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SKT 이용자 김지선(35)씨는 “온 가족이 20년 넘게 SKT만 이용해 왔는데 해킹 사고에 대한 문자 안내나 가이드라인도 없었을뿐더러 사과만 하고 넘어가려는 모습에 많이 실망했다"며 “타사 대비 보안 수준이 높을 것이란 생각에 비싼 요금제를 감수해 왔지만, 이참에 요금제가 저렴한 통신사나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매장에선 SKT 이탈 가입자 유치를 위해 불법 보조금(리베이트)을 살포하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6개월 동안 고가 요금제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갤럭시 S25·아이폰 16 시리즈 등을 무상 지급하거나 웃돈을 얹어 주는 방식이다. 매장별로 차이는 있지만, 최신 단말을 지급하는 건 대체로 동일했다. 다만 이에 대해 통신업계는 “매장 차원의 마케팅 전략으로, 본사 차원 지침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번호이동 및 기기 변경 관련 마케팅·프로모션은 지양하는 모습인데, 이번 사태가 업계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KT·LGU+나 알뜰폰 또한 현안에서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기 떄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 관련 이슈의 경우 좋은 일이 아니기도 하고, 파급력이 큰 만큼 전체적인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이라며 “KT나 LGU+의 경우 과거 유사 사례가 있고, 알뜰폰 또한 보안이 약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보니 특별한 액션을 취하기보단 보안 강화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이번 해킹 사태가 국내 통신 3사의 가입자 유치 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잠재적 피해 규모가 크고, 최근 번호이동 및 마케팅 비용 증가 가능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시장 점유율 변동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로 SKT의 가입자 저변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여부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고객 정보 유출에 따른 유의미한 가입자 이탈은 없었는데, 약정 및 결합상품으로 인해 단기간 내 이동 수요가 늘긴 어렵기 때문"이라며 “유심 교체 및 초기화가 본격 진행될수록 가입자 이탈 가능성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르포] “재고 없어요” “주말 예약자부터”…SKT 유심 무상교체 첫날 ‘아수라장’

“방문 순서대로 받는다기에 1시간 넘게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오늘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잘못은 SKT가 했는데, 왜 소비자가 불편을 감수해야 하나요?" 28일 서울 성북구 SK텔레콤 직영점 'T월드' 매장에서 만난 직장인 배한나(30)씨는 “평일에는 방문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반차를 쓰고 유심을 교체하러 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매장 앞은 영업 시간 전부터 배 씨를 비롯해 유심을 교체하러 온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최근 대규모 해킹 사태로 물의를 빚은 SKT가 추가 피해 방지책으로 오전 10시부터 유심 무상교체를 시작하면서다. 하지만 재고 부족으로 인해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도 적잖았다. 온라인 예약 시스템 또한 대기순번이 10만번대를 넘어가면서 예상 대기 시간이 56시간에 육박키도 했다. 직원들은 자신의 순번을 기다리는 이용자들에게 “신분증과 휴대전화를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오늘 준비된 수량은 100개로, 이후엔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되풀이하느라 분주했다. 100번대 이후로 방문해 해당 매장에서 유심을 교체할 수 없게 된 일부 이용자들이 항의하면서 한때 실랑이가 빚어지기도 했다. 업무 중간마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개인잠금해제(PUK) 코드를 잘못 입력해 휴대전화가 잠긴 이용자들까지 찾아오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유심 비밀번호를 변경하면 안심하다는 정보를 접한 후 'SIM PIN' 기능 활성화를 시도했던 이들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순 응대 및 휴대폰 판매·교체 등 업무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공항 로밍센터엔 유심 재고가 충분해 즉시 교체가 가능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 이용자들은 아침부터 공항을 찾기도 했다. 이날 오전 11시쯤 찾은 서울 김포공항 내 T월드 부스엔 유심을 교체하려는 이용자가 200명 이상 줄지어 서 있었다. 준비 수량이 넉넉해 방문자 대부분이 유심을 교체할 수 있었으나, 대기 시간에만 1시간 30분 이상 소요된 데다 진입로 곳곳에 대기줄이 형성되면서 여행객들의 이동에 불편을 주기도 했다. 아내와 함께 줄서있던 윤선길(78)씨는 “인근에 거주하는데 딸이 공항에서 바꾸는 게 좋다고 알려줘 바로 찾아왔다"며 “평소 광고 문자는 바로 발송하면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 왜 즉각 알리지 않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순차적으로 교체' 외 구체적인 지침이 하달되지 않은 가운데 매장별로 이를 다르게 받아들이면서 현장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A매장은 지점 방문 순으로 유심을 교체하고 있던 반면, 인근 B매장은 주말부터 예약명부를 받아 순서대로 처리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예약명부를 받을 것이라 예상하고 찾아온 이용자들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달 말 매장 폐점이나 이전을 앞둔 지점의 경우, 이용자 정보 관련 전산이 빠지기 때문에 유심이 수급되지 않아 불편이 가중될 전망이다. A매장 관계자는 “해킹 사실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지난주 목~금요일 이틀 사이에만 유심 600개가 모두 동났다"며 “통상 '순차적'이라 하면 선착순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냐.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치하라는 지침을 하달받지 않아 일단 방문 순으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용자들은 SKT가 내놓은 대책들이 부적절했다고 입을 모았다. 사측 불찰로 인해 발생한 문제인데, 이용자에게 해결에 대한 책임전가를 한다는 것이다. 해킹으로 인한 금전적 손실 우려가 높은 가운데 유심보호서비스 외 적절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안내가 없다는 비판도 적잖았다. 김모(26)씨는 “등기우편이나 택배 등으로 유심을 직접 발송하거나, 적절한 보안 방법 가이드를 배포해야 하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이용자가 직접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의 차단 서비스 등을 이용하려고 정보를 모아두고 있는데, 해야할 게 너무 많고 복잡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오현정(34)씨는 “유심 교체를 위해 주말동안 여러 군데 발품을 팔았는데, 별 거 아닌 일이라는 식으로 응대해 굉장히 당황스러웠다"며 “통신사 유심보호서비스를 가입하려 해도 가입자가 몰려 서비스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고, 로밍 서비스와 병행되지 않아 제약이 많은 점도 한계"라고 지적했다. SKT는 고객센터 상담사를 통해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유심 교체 등을 안내 중이라고 밝혔지만, 뾰족한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모(57)씨는 “사고 발생 인지 후 자체적으로 T월드·PASS 보안 설정과 잔고 이동, 통장·카드 비밀번호를 모두 변경한 상태"라며 “어르신들의 경우 이러한 조치 사항은커녕 해킹 발생 사실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사측 대책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SKT는 현재까지 100만개의 유심을 확보했으며, 다음달 말까지 500만개 물량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알뜰폰 이용자를 합쳐 전국에 약 248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유심 대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상교체 시행 전부터 재고 품귀 현상이 빚어짐에 따라 온라인 예약을 한 뒤 방문할 것을 당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이용자가 몰리며 접속 지연이 발생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매장별 혹은 시점별로 유심 수급 이슈가 발생할 순 있으나, 지속적으로 유심 재고를 확보 중“며 “재고가 부족한 일부 매장의 경우 예약 서비스를 이용해 순차적으로 유심을 교체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KISA, SKT 해킹 시점 40시간 뒤로 수정…“의사소통 오류” 해명

SK텔레콤이 해킹 공격 사실을 법정 신고 시한을 넘겨 신고한 데 이어 이를 접수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사건 발생 시점을 석연찮게 수정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초동 대응 역시 늑장이었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KISA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20일 오후 4시 46분 해킹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이후 KISA는 SK텔레콤이 사건을 인지한 시점을 같은 날 오후 3시 30분으로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로 SK텔레콤은 18일 오후 6시 9분 경 내부 시스템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했고, 같은 날 오후 11시 20분 악성 코드를 확인해 해킹 피해를 내부에 보고했다. SK텔레콤은 이 해킹 사고 인지 시점을 그대로 신고했다고 주장해 KISA는 40시간 지났을 때로 수정했다. KISA는 “인터뷰 과정에서 SK텔레콤 측이 인지 시점을 변경했다"며 “신고 결정 시점을 사고 인지 시점으로 오해해 정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SK텔레콤이 해킹을 18일 밤에 인지한 것이 명백한데, 책임자가 신고를 결정한 시점을 사고 인지 시점으로 바꾼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법정 신고 시한인 24시간을 넘긴 것을 무마하해주려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KISA의 초동 대응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KISA는 SK텔레콤의 신고를 접수한 뒤 21일 오후 2시 6분에서야 자료 보존과 문서 제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현장 대응은 같은 날 오후 8시, 신고 접수 28시간 만에 이뤄졌는데 이마저도 실제 해킹이 발생한 분당 센터가 아닌 서울 중구 을지로2가 SK텔레콤 본사였다. KISA 측은 “원격으로 상황 파악이 가능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신속 대응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최 의원은 “2300만명 가입자의 유심(USIM) 정보가 유출된 이번 사건은 디지털 신분증 탈취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당국 대응이 신속하고 적절했다고 볼 수 없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관 합동 조사단을 구성해 사건 인지 시점 변경 경위와 초기 대응의 적절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멀티호밍 시대 콘텐츠 대가산정 체계 변화 목소리…“AI 도입 고려해야”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 소비가 이뤄지는 멀티호밍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기존 대가산정 제도와 규제 체계가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멀티호밍이란 이용자가 한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거나 여러 개의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같은 콘텐츠를 넷플릭스에서도 보고 유튜브에서도 소비하는 것이 그 예다. 이런 상황에서 옛 기준에 따라 콘텐츠 가격을 정하고 규제하는 방식은 시장 변화에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인공지능(AI) 기반 콘텐츠 소비 데이터 분석 모델 도입과 같은 방식으로 기존 체계를 전면 재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멀티호밍이 주요 콘텐츠 소비 방식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유통 구조가 변하고 있다. 과거 독점계약을 맺어 재방송 형식으로 콘텐츠를 송출하던 것과 달리 플랫폼이 많아지고, 중복소비가 일반화되면서 독점적 가치가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 따라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청자의 콘텐츠 선택권이 확대되고 있다. 멀티호밍은 시청자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인터넷TV(IPTV) △케이블TV 등 복수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며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현상이다. 주요 해외국은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해 시장 경쟁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멀티호밍을 촉진하고 있다. 예컨대 유럽연합(EU)은 플랫폼 간 전환 장벽을 낮추고, 독점 행위를 경쟁 제한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영국은 시청자가 원하는 채널만 선택할 수 있는 '알라카르테 요금제'를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제도의 경우 과거의 단일 플랫폼 중심 규제 정책에 머물러 있어 이같은 시장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콘텐츠 사업자는 시장 변화에 따라 유통 경로를 다각화하는 반면, 플랫폼 사업자는 콘텐츠 독점을 희망해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약한 유료방송 사업자가 프로그램 사용료를 더 많이 지불하게 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기존의 독점 가치 기준 콘텐츠 대가산정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이러한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콘텐츠 대가산정 체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콘텐츠 소비 데이터 기반 AI 분석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는 △시청률 △시청자 선호도 △광고 수익 등을 토대로 요율을 자동 산정, 정부나 제3자가 검증하는 구조다. 산정 근거의 객관성을 확보함으로써 합리적인 대가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취지다. 예컨대 미국 FOX 등 주요 방송사들의 경우, 예측 AI와 생성 AI를 결합한 모델을 도입해 수백 건 분량의 재전송료 데이터를 자동 집계·분석한다. 이후 계약 조건에 따른 요율을 산정하고, 수익 흐름을 실시간 파악해 미지급 등 이슈를 탐지·조정한다. 다른 방안으로는 증분가격제(Incremental Pricing)가 제시됐다. 이는 콘텐츠의 독점 소비분에만 높은 대가를 적용하고, 중복 소비에 대해선 단가를 낮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협상력이 낮은 사업자들도 합리적으로 시장 경쟁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최근 진행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 미디어 스터디에서 “검증 시스템 도입과 함께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 연간 인상률 상한제·중재 제도 등을 도입해 협상 결렬에 대한 대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재전송료·프로그램 사용료 등 산정 기준은 사업자마다 다른데, 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분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TV 부진·OTT 공세…전자·통신 ‘FAST’에 꽂히다

전자업계와 통신업계가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에 주목하고 있다. TV와 유료방송 사업의 부진이 이어지자 FAST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아 사업 모델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에서 TV 사업 등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매출 4조9503억원, 영업이익 4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97%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영상디스플레이(VD) 및 가전 부문도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TV 사업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중국산 TV의 약진이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TCL·하이센스·샤오미 등 중국 TV 제조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1.2%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산 점유율(28.4%)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중국 업체들은 초대형 TV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국내 업체들이 단순한 제품 판매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신업계 역시 유료방송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인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유료방송 점유율이 점차 잠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방송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4.7% 감소한 반면, 넷플릭스·웨이브·티빙 등 주요 OTT 서비스 매출은 6.4% 증가했다. OTT 이용률은 2021년 69.5%에서 지난해 77%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유료 이용자 비율도 같은 기간 50.1%에서 57%로 증가했다. 이는 유료방송 시장의 성장 동력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기업들이 FAST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FAST는 TV 프로그램 수준의 콘텐츠를 광고 기반으로 무료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뜻한다. 주로 스마트 TV나 스마트폰 등에서 구동되며, 제조비용 없이도 광고 수익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삼성 TV 플러스'와 'LG 채널'을 통해 자체 FAST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두 회사 모두 채널 수 확대를 통해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고, 광고 노출 증가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글로벌 3000여개 채널을 확보해 2023년 대비 채널 수가 약 50% 증가했다. LG 채널 역시 같은 기간 3500개에서 4000개로 14%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FAST는 단순한 콘텐츠 서비스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며 “소비자는 다양한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사들도 FAST를 새로운 수익 모델로 낙점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KT는 자사 IPTV 플랫폼 '지니TV'에 FAST 서비스를 접목한 시범 서비스를 올해 상반기 중 시작할 예정이다. KT는 미디어·콘텐츠를 그룹 3대 핵심사업으로 설정하고, 자체 스튜디오 지니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글로벌 FAST 콘텐츠 송출 확대를 계획 중이다. LG유플러스는 LG 채널을 통해 KBO 리그를 해외에 생중계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일본 등 6개국에 이어 조만간 유럽 7개국으로도 송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더빙 기술, 자동 편성 솔루션 등 국내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생중계의 글로벌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유료방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킬러 콘텐츠 확보와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의 일환이다. FAST 시장의 성장이 예견된 점도 관련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는 기업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FAST 시장 규모는 올해 116억8000만달러(약 16조7865억원)에서 2029년에는 161억4000만달러(약 23조1964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 속에서 최근 현대자동차도 FAST 플랫폼 '현대 TV 플러스'를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정부의 지원도 힘을 보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글로벌 K-FAST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열고, FAST 생태계 조성을 위한 민·관 협력 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이 협의체는 K-미디어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AI 기반 현지화, FAST 기술 실증 등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김성철 K-FAST 얼라이언스 민간 의장(고려대 미디어대학원 교수)은 출범식에서 “미디어 생태계는 콘텐츠(C), 플랫폼(P), 네트워크(N), 디바이스(D)로 구성된다"며 “거대 자본을 보유한 빅테크 기업들의 국내 시장 잠식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FAST 진출을 통해 자생적 생태계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대규모 해킹’ SKT “유심 무상 교체” 제시했지만 고객 불편 불가피

최근 대규모 데이터 해킹 사태로 물의를 빚은 SK텔레콤이 고객정보 보호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실효성 의문이 제기된다.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보호서비스는 여전히 해외 로밍 서비스와 함께 이용이 불가능한 데다 사고 원인 등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서비스를 통해 추가 피해를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겠냐는 취지다. 사고 이후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유심 교체 수요가 높아지면서 일부 매장에선 재고 품귀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금융권을 중심으로 본인 인증 과정에서 SKT 휴대폰을 통한 인증을 막고 있어 고객 불편이 가중될 전망이다. 25일 통신·금융업계 등지에 따르면 SKT는 오는 28일부터 전국 티월드 매장에서 유심 무상 교체를 실시한다. 유심정보 불법 복제를 통한 금융자산 탈취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데 대한 후속조치다. 유심은 모바일 기기에 꽂아 쓰는 작은 칩으로, 통신 가입자를 네트워크에서 식별·인증하는 역할을 한다. 휴대전화번호 및 통신 서비스 이용 권한 등 정보를 담고 있다. 앞서 SKT는 지난 19일 오후 11시쯤 해킹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관계당국과 경찰에 알렸다. 하지만 정확한 해킹 시점과 규모, 유출 정보의 종류, 2차 피해 발생 여부는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다. 가입자가 2500만명에 달하는 만큼 피해 규모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유심 교체를 희망하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전국 티월드 매장과 공항 로밍센터에서 이뤄진다. 단, 18일 24시 기준 이동통신 가입자여야 하며 교체 횟수는 1회로 한정된다. 아울러 지난 사고 발생 이후 오는 27일 사이 자비로 유심을 교체한 고객에게도 소급 적용해 이미 납부한 비용에 대해선 별도 환급할 방침이다. SKT 통신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고객에게도 동일한 조치를 적용한다. 회사는 또 불법 복제 유심 인증 시도를 차단하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최고 수준으로 격상 관리하는 한편, 유심복제를 방지하는 유심보호서비스도 무료 제공한다. 사측에 따르면 지난 22~24일 사이 유심보호서비스에 206만명이 신규 가입했다. 사측은 유심 교체를 근본 대책으로 보고 있다. 기술·서비스 결합을 통해선 유심 교체에 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 의문이 제기된다. 피해 규모 및 해킹 경로, 원인 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 고도화만으로 추가 피해를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유심보호서비스의 경우 최소 이번달 말에서 다음달 초까지는 해외 로밍 서비스와 병행이 불가능해 고객 불편이 예상된다. 다음달 안으로 로밍 중에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될 전망이어서 공백이 불가피하다. 특히 약 닷새 뒤인 다음달 1일부터 6일 사이 근로자의 날·어린이날 등 공휴일이 겹친 황금연휴를 앞두고 해외여행을 준비 중인 이들이 많은 만큼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유심보호서비스도 안심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객이 신청하면 서비스가 가입 또는 취소되는 구조로, 악의를 가진 해커라면 임의로 서비스를 탈퇴한 뒤 유심 정보를 불법 복제할 수 있어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취득한 정보를 토대로 대리점 혹은 직원을 통해 서비스를 탈퇴한 뒤 복제폰을 만들어 공격할 수 있어 서비스 가입만으론 부족하다"며 “이용자 스스로도 주요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교체하고, 2단계 인증을 활성화하는 것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심 교체로 걱정을 일부 덜어낼 수 있지만, 매장 내 재고 이슈가 변수다. 사전에 교체를 완료한 고객에게도 환급을 해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장을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번화가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한 매장의 경우, 이미 보유한 유심이 모두 소진된 곳도 있다. 이날 서울 내 티월드 매장 곳곳에서 '매장 내 유심카드가 모두 소진됐으니 다른 매장을 이용해 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입자수 기준으로 2300만~2400만장에 달하는 물량을 한 번에 공급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예약 신청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SKT 이용자 최모(55)씨는 “유심 교체를 위해 집 근처 매장을 벌써 두 곳 정도 방문했는데 재고가 모두 소진됐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다음주 연휴 동안 해외여행을 떠나는데 (유심을 교체하지 못하면) 이 기간엔 유심보호서비스를 탈퇴하고, 여행을 다녀온 후 재가입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이 SKT를 통한 개인 인증을 일시적으로 중단함에 따라 본인 인증 절차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KB라이프생명·NH농협생명은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SKT와 SKT 알뜰폰 인증을 제한키로 했다. 이에 따라 SKT 이용자는 휴대폰 외 다른 수단으로 대체 인증을 진행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공인인증서 등을 재발급해야 할 가능성도 있어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매장별 혹은 시점별로 유심 수급 이슈가 발생할 순 있으나, 지속적으로 유심 재고를 확보 중"며 “재고가 부족한 일부 매장의 경우 예약 서비스를 이용해 순차적으로 유심을 교체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대규모 해킹 발생 일주일 만에 입 연 SKT…“유심 무료교체 등 조치”

최근 대규모 유심정보 해킹 사태로 물의를 빚은 SK텔레콤이 오는 28일부터 유심 무상 교체를 실시한다. 유심정보 불법 복제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및 금융자산 탈취 등 2차 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데 대한 후속조치다. 다만 사고 발생 원인 등이 파악되지 않은 만큼 이같은 조치들을 통해 추가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SK텔레콤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에서 언론 설명회를 열고 최근 발생한 대규모 유심정보 해킹 사태에 대해 해명했다. 앞서 SKT는 지난 19일 오후 11시쯤 해킹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관계당국과 경찰에 알렸다. 하지만 정확한 해킹 시점과 규모, 유출 정보의 종류, 2차 피해 발생 여부는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다. 가입자가 2500만명에 달하는 만큼 피해 규모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측에 따르면 지난 22일~24일 사이 유심보호서비스에 3일 간 206만명이 신규 가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 안내 문자는 25일 기준 160만명의 고객에게 발송됐으며, 이날부터 일평균 500만명 이상의 고객에게 발송할 계획이다. 노인·아동·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게는 고객센터 상담사가 전화를 통해 가입을 안내하고 있다. SKT는 오는 28일 오전 10시부터 자사 고객들에게 유심(eSIM 포함) 무료 교체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유심 교체를 희망하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전국 티월드 매장과 공항 로밍센터에서 이뤄진다. 단, 18일 24시 기준 이동통신 가입자여야 하며 교체 횟수는 1회로 한정된다. 아울러 지난 19일부터 오는 27일 사이 자비로 유심을 교체한 고객에게도 소급 적용해 이미 납부한 비용에 대해서도 별도 환급할 방침이다. SKT 통신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고객에게도 동일한 조치를 적용한다. 시행 시기 및 방법 등은 각 알뜰폰 업체에서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해외 로밍 요금제를 해지해야 유심보호이용서비스 가입이 가능한 상황에 대해선 다음달 안으로 로밍 중에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유영상 대표는 “SKT를 믿고 이용해주신 고객 여러분과 사회에 큰 불편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고에 대한 깊은 유감과 책임을 느끼고 있다. 보안 체계를 더 강화하고, 고객 정보 보호 강화 방안도 마련해 나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고객들의 걱정을 한시라도 해소하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회사가 필요한 모든 서버와 시스템 보안 상태를 점검 중"이라며 “불법 복제 유심 인증 시도를 차단하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최고 수준으로 격상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T는 사고 발생 이후 현재까지 2차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FDS 기술 및 유심보호서비스가 추가 피해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선 서비스와 기술 간 결합을 통해 유심 교체에 준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입장이다. 이종훈 인프라전략본부장은 “악성코드 침해가 있던 것으로 파악된 서버 시스템은 네트워크에서 완전 격리했다. 사건 발생 이후 해커의 침입 흔적이나 불법으로 유심을 복제해 악용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2차 전수조사를 통해 두 번, 세 번씩 점검하고 있다. 구체적 사고 원인과 경위 등은 민관 합동 조사단을 통해서 파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승태 고객가치혁신실장은 “피해 상황이나 규모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저희가 지금 취하는 조치는 최대 피해가 발생했을 것을 가정하고 취하는 행동으로 이해해 달라"고 첨언했다. 배병찬 MNO AT본부장은 “현재로썬 유심 교체가 근본 대책이라고 보고 있다. 추후 재발방지책 관련해선 민간합동조사단을 통해 나오는 조사 결과를 보고 수립해 나갈 계획"이라며 “고객들이 어떤 유심을 사용하고 있고, 향후 어떤 유심으로 교체할 것인지에 대한 변수도 있다. 공급업체와의 계약과도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안내 문자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선 피해 규모 및 내용이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홍 실장은 “통상 이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고객들에게 문자를 한꺼번에 전송했을 때 본인이 피해자라는 오해를 할 수 있어 임시 보호 서비스와 같은 안전 조치를 안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현재 여러 가지 시스템 부하 등 이슈도 있기 때문에 가입자 전원에게 한 번에 전달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어 순차적으로 발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르포] ‘AI 전쟁터’ 된 코엑스…2025 월드IT쇼, 미래 기술 쏟아졌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2025 월드IT쇼(WIS)'의 막이 올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무역협회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9개 기관이 공동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 주제는 'AI로 디지털 대전환, 과학기술로 미래 선도'다. 삼성전자, LG전자, KT, SK텔레콤 등 국내 ICT 대기업을 비롯해 유망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등 450여개 기업과 기관이 참가했다. 참가국은 17개국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기자가 직접 찾은 개막 첫날, 전시장 내부는 치열한 기술 경쟁의 현장이었다.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엔 발 디딜 틈이 없었고, AI를 중심으로 한 각종 기술과 서비스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장 먼저 찾은 KT 부스는 'K intelligence'라는 AI 마스터 브랜드 아래, 일상에 스며든 AI 기술을 다양한 형태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그중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해 개발한 업무용 AI 에이전트가 특히 주목을 받았다. 이 AI는 기업의 상담 업무를 효율화하고, 전반적인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도 강화됐다. 월 이용료로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는 '관리형 프라이빗 클라우드', KT 통신망 기반의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폰', 문자·국제 SMS·알림톡 등을 한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KT 커뮤니즈 플랫폼' 등 다양한 기업용 AI 서비스가 전시됐다. 일반 관람객을 위한 콘텐츠도 다채로웠다. 수원 AI 스타디움에서 실제 사용되는 AI 전광판 등이 전시됐으며, AI가 생성한 댄서와 함께 케이팝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체험 이벤트는 현장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KT 바로 옆, SK텔레콤 부스는 'AI 인프라 슈퍼 하이웨이'를 주제로 구성됐다. SKT는 자사의 AI 데이터센터(AI DC) 기술 역량을 전면에 내세웠다. 분산된 전력원에서 전력을 수급하고 AI로 이를 제어하는 에너지 기술, SK엔무브와 함께 선보인 액침냉각 기반 발열 관리 기술 등 고효율 인프라 솔루션이 소개됐다. 여기에 AI DC의 효율적 운영을 지원하는 'AI DC 인프라 매니저', 보안을 강화하는 'AI DC 시큐어 에지',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AI 클라우드 매니저', 올해 MWC에서 수상한 '페타서스 클라우드' 등 다양한 솔루션도 함께 공개됐다. 통신 인프라에 기반을 둔 전통 통신사들이 이제는 AI 기업으로 본격적인 전환을 꾀하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기술이 단지 편리함을 넘어 업무와 일상을 아우르는 기반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LG전자는 '공간, 미래, 연결하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AI 기술이 구현하는 스마트한 생활상을 선보였다. 특히 관람객들의 이목을 끈 것은 AI 기반 스마트홈 콘셉트 'LG AI홈'이었다. 거실, 부엌, 세탁실 등 집안 공간을 미니어처와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로 구현했으며, 날씨에 따라 옷을 추천하거나 세면 시 적정 수온을 자동으로 맞춰주는 등 실생활 속 AI 기능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동형 AI홈 허브도 관람객의 주목을 받았다. 공감지능을 갖춘 이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목소리, 표정, 말투를 분석해 감정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한 명령 수행을 넘어서, 인간과의 정서적 교감이 가능한 AI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삼성전자는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25 시리즈'에 탑재된 '갤럭시 AI'를 중심으로 전시관을 꾸몄다. 입구에 마련된 AI 쇼룸에서는 “오늘 일정 알려줘"라는 간단한 명령으로 앱들이 자동 실행되는 멀티모달 AI 기능을 시연했다. 또 지하철 내부를 연상시키는 공간에서는 사용자의 위치, 일정, 선호 정보에 따라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나우 브리프' 기능을 체험할 수 있었다.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 중견기업, 연구기관들도 AI, 사물인터넷(IoT), 메타버스(XR), 스마트 리빙, 디지털 헬스케어, 휴머노이드 로보틱스 등 최신 기술 트렌드를 반영한 신기술을 대거 선보이며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AI 기술이 더 이상 미래의 개념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삶과 산업 속에 깊숙이 녹아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모바일과 가전, 통신을 넘어 도시 전체와 산업 전반에 걸쳐 AI가 사회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흐름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AI 기술을 뽐내는 모습이 마치 'AI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26일까지 계속되며, AI 기술 시연 외에도 콘퍼런스, 투자 상담회, 채용 박람회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마련돼 있어 ICT 산업 관계자는 물론 일반 참관객들에게도 풍성한 경험을 선사할 전망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컬래버부터 신작까지…인기 애니와 손 잡는 게임업계

게임업계가 인기 애니메이션 지식재산권(IP) 협업을 넓히고 있다. 높은 인지도를 토대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기존 세계관을 확장해 신규 이용자를 유입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온라인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던전 앤 파이터와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이누야샤'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다. 주요 캐릭터들을 던파 전 직업군에 매칭해 싱크로율을 구현한 게 특징이다. 도트 그래픽으로 원작 감성을 정교하게 재현한 '이누야샤' 아바타 이미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확산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특히 그동안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던 사례가 드물었던 만큼 기존 팬덤의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컴투스홀딩스는 오는 29일 방치형 RPG '소울 스트라이크'에 유명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 대규모 컬래버레이션 콘텐츠를 적용한다. 원작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게임 속 동료 캐릭터로 등장하는 게 골자다. '연금술'이란 공통 테마를 토대로 양 콘텐츠의 세계관을 엮어낸 게 특징이다. 게임의 주요 요소인 손쉬운 조작과 빠른 성장, 핵앤슬래시 기반 전투에 맞춰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특징·개성을 반영한 화려한 고유 스킬을 구현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관심을 반영해 각각의 스토리와 설정이 조화를 이루는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른바 이용자 저변을 넓히기 위한 '두 마리 토끼'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존 이용자들에게는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하면서 애니메이션 팬들을 신규 이용자로 유입시키는 방식이다. 게임의 장르적 특성과 애니메이션 IP 특성을 균형 있게 살리면서 두 작품의 세계관을 조화시키는 게 관건으로 꼽힌다. 앞서 언급된 두 애니메이션의 공통점은 2000년대 연재 당시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고, 현재까지도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기 IP의 경우 팬덤 내 연령대가 다양해 이용자층을 폭넓게 확보할 수 있고, 구매력을 갖춘 팬층 또한 적잖아 매출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대중적 인지도 또한 높아 출시 초반 화제성을 모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러한 전략은 컬래버레이션뿐 아니라 신작 출시로도 확대되고 있다. NHN은 일본 기업 카도가와와 함께 인기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IP 기반 신작 퍼즐 게임을 연내 글로벌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카도카와가 IP 제공 및 일본 퍼블리싱을 담당하고, NHN이 게임 개발 및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국가의 퍼블리싱을 담당한다. 컴투스 또한 일본 TV 애니메이션 '도원암귀' IP 기반의 게임을 제작 중이다. 스토리·캐릭터 특징 등 원작의 설정과 세계관을 담아내면서 게임 고유의 재미를 살린 RPG 장르로 개발될 전망이다. 3차원(3D) 모델링 아트와 고도의 기술로 원작 퀄리티를 완벽에 가깝게 재현할 계획이다. 글로벌 유저 편의성을 높인 모바일·PC 멀티 플랫폼으로 선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들도 IP 확장을 통해 글로벌 이용자 저변을 넓히고 있어 협력이 긍정적으로 검토되는 추세"라며 “게임과 애니메이션 팬층은 대부분 겹치는 경향이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신규 이용자 유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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