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 내부고발자에게 신고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유출 기업에는 과징금을 최대 30%까지 가중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 규제도 대폭 강화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6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하반기 정책 방향을 공개했다. 20일 업계는 개인정보 보호 강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신고포상금 제도가 기업 현장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은폐하면 과징금 최대 30% 가중 추진 개인정보위는 우선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대응 책임을 강화한다. 개인정보를 법정 기한 안에 신고하고 피해 확산 방지와 조사에 적극 협조한 기업에는 과징금을 감경하는 반면, 신고를 지연하거나 사고를 축소·은폐하고 조사까지 방해한 기업에는 과징금을 최대 30% 가중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성실 신고 기업에는 과징금 감경 혜택을 부여하고, 신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될 경우에는 과징금을 가중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 과정에서 증거를 은닉하거나 폐기하는 행위에 대한 제재도 신설된다.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기업에는 이행강제금 부과와 증거보전명령, 긴급 보호조치 도입 등을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도 추진한다. 개인정보 유출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내부고발자 신고포상금 제도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송 위원장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정도를 신고포상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냐"고 묻자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다른 부처 사례를 참고해 30% 정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상한 없이 적발·환수된 부당이득이나 과징금의 최대 30%를 신고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다만 신고포상금 확대를 둘러싸고는 업계의 우려도 적지 않다. 자칫 '내부 신고 경쟁'을 부추기거나 제도 악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 관계자는 “공익신고 활성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거액의 신고포상금이 '신고 경쟁'을 부추기거나 제도의 허점을 노린 악의적 제보를 양산해서는 안 된다"며 “오남용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실 신고 기업을 보호하고 은폐 기업을 엄격히 제재하는 방향은 바람직하다"면서도 “기업들이 과도한 내부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도록 현실적인 제도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개인정보위는 신고포상금 제도가 아직 내부 검토 단계로,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현재 내부 검토 단계로 업계 의견 수렴과 관계 부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도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내부고발자 보호 체계가 운영되고 있으며 추가적인 보호 장치 마련 여부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구제 강화…쿠팡 논란 선긋기 피해자 권리구제도 강화한다. 개인정보위는 과징금 재원을 피해 회복과 권리구제에 활용하는 '개인정보 피해구제 통합기금' 조성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기로 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의 입증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정손해배상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제재 강화가 특정 기업을 겨냥한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차별적 대우' 논란을 의식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서는 제재금을 대규모로 올려야 기업들이 개인정보 보호 활동을 하게 된다"며 “최근 과징금 액수가 올라가자 '나만 표적으로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 기업도 있는 것 같지만 이는 특정 기업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법과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 위원장은 “국가나 기업, 기관에 관계없이 법 위반 행위에 집중해 엄정하고 공정하게 처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KT·티빙까지…정부, 잇단 유출에 칼 빼들어 정부가 개인정보 보호체계 개편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잇단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기업 책임 강화 요구가 맞물려 있다. 이 같은 기조 속에서 개인정보위는 오는 29일 전체회의를 열어 KT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제재안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위반 행위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법정 최대 과징금이 2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개인정보 유출 신고도 빠르게 늘고 있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유출 신고는 2024년 307건에서 2025년 447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432건이 접수돼 이미 지난해 연간 신고 건수에 근접했다. 최근 통신·플랫폼 업계를 중심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쿠팡에서는 퇴직 직원이 3370만명의 고객정보를 무단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고, SK텔레콤에서는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KT에서는 고객 IMSI(국제모바일가입자식별번호) 유출로 소액결제 피해가 발생했으며, LG유플러스도 개인정보 관리 부실 논란을 겪었다. 개인정보위는 현재 KT를 비롯해 티빙, 예스24, GS리테일, 넷마블,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등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티빙은 자체 가입자뿐 아니라 네이버·카카오 간편로그인 이용자와 KT 제휴 이용자까지 유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유출 규모는 1953만명으로, 티빙 유료 회원 수(500만명)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800만~900만명)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개인정보위는 다크웹 등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를 거래·유통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한다. 유출된 개인정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유통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개인정보위가 불법 유통 정보를 직접 탐지·삭제·차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중소·영세기업에는 처벌보다 예방에 무게를 둔다. 경미한 위반은 시정을 전제로 처분을 면제하는 '처분성 경고제'를 도입하고, 반복적인 법 위반에는 제재를 강화한다. 사고 발생 시에는 신속한 기술 지원도 병행한다. 개인정보 활용 범위도 확대한다. 개인정보 활용으로 발생한 수익 일부를 정보주체와 공유하는 마이데이터 제도를 활성화하고, 공익 목적의 인공지능(AI) 개발에 한해 개인정보 원본 활용을 허용하는 'AI 원본 활용 특례'도 추진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동시에 데이터 활용 기반을 넓혀 AI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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