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경 초대석] 승수언 인슐레이션코리아 사장 “자재 산업, 엔지니어링 결합해야 경쟁력 생겨”

“속도가 빠른 인공지능(AI) 전환과 달리, 물리적인 특성을 구현하는 자재 산업은 사업화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소재와 자재 자체만 공급하는 데서 나아가 설계와 시공, 품질 보증(개런티)에 이르는 엔지니어링까지 고객에게 제공해야 자재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승수언 인슐레이션코리아 사장은 11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옥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며 자재 산업에 관한 시각을 묻는 기자에게 이 같이 설명했다. 인슐레이션코리아는 특수 내화·내열·보냉·안전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력·엔지니어링 경험을 토대로 플랜트 열효율·설비 최적화·산업 안전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내열·내화 엔지니어링에서 출발해 가열로·열관리 솔루션, 화재·폭발·열폭주 방지 솔루션까지 범위를 확장했다. 캐나다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승 사장은 미국 발전 분야 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있다가 1989년 일본의 세계적인 내화 자재 기업 이소라이트의 한국지사장을 맡았다. 이를 계기로 승 사장은 우연히 내열·내화 자재 산업에 뛰어들게 됐다. 이후 2008년 자재 공급 뿐만 아니라 중화학 산업에 필요한 열관리·화재 안전 솔루션을 제공하는 엔지니어링 기업 인슐레이션코리아를 설립했다. 승 사장은 “과거에는 수요 기업들이 내화·내열 자재를 구매한 뒤 시공을 다른 데다 맡기다 보니 실제 플랜트에서 내화·내열 성능에 문제가 생기면 수요 기업 입장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거나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어려웠다"며 “(자재 공급부터 엔지니어링까지 제공하는) 우리 회사가 문제 해결에 대한 책임까지 지니게 되면서 (수요 기업 입장에서) 편리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LG화학·롯데케미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정유 기업들의 공장에 인슐레이션코리아의 솔루션이 적용돼왔다. 테크닙 에너지(Technip Energies), 러머스 테크놀로지(Lummus Technology), KBR, 하티(Heurty) 등 글로벌 기업들이 주관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해왔다.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의 유리 천장 곳곳과 당인동 서울복합화력발전소에도 건식 내화피복 보드 '타이카라이트'를 공급하기도 했다. 앞으로 '열을 막는 산업'을 넘어 '열을 관리하는 산업'을 준비하고, 에너지 효율과 설비 수명, 산업안전까지 함께 관리하는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산업'에서 미래 성장의 답을 찾겠다는 것이 승 사장의 생각이다. 다음은 승 사장과의 일문일답. - 2008년 인슐레이션코리아 설립 계기와 당시 특수자재 시장에서 발견한 가능성은? ▲회사를 설립하기 전 19년 동안, 이소라이트(Isolite)의 한국지사장으로 일했다. 3박 4일 동안 이소라이트의 일본 공장을 방문했을 때 인연을 맺었던 한 임직원이 1989년 처음 지사장 자리를 제안했다. 이곳의 특수 세라믹이 철강사나 유리공장에서 쓰일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봤다. 지사장으로 오며 황무지를 개척하는 느낌으로 일을 시작했다. 국내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현장을 수없이 다녔다. 한국의 중화학 산업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지만, 가열로나 고온 반응로 내부에 사용되는 핵심 내화물과 단열재는 해외 의존도가 높았고 단순 자재 공급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고객사의 엔지니어들이 공정 온도와 조건에 가장 적합한 자재 뿐만 아니라 설계와 시공까지 함께 책임져줄 수 없냐고 물었지만, 당시 나는 외국계 자재회사의 지사장이라 자재를 국내 현장에 맞게 직접 설계하고 시공하고 사후관리까지 책임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자재와 시공이 분리돼 발생하는 산업 현장의 어려움과 고성능 특수자재의 높은 해외 의존도를 보며 (엔지니어링 수행이 가능한 법인 형태의) 인슐레이션코리아를 직접 설립했다. -1989년 자재 시장에 처음 뛰어든 뒤 기업들의 어떤 불편함을 목격하고 해결해보자고 결심했는지? ▲내화재와 단열재는 자재 자체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열팽창이나 열충격, 화학적 침식 등 자재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설계와 시공에 반영해야 제 성능을 낼 수 있다. 그런데 당시 자재업체는 자재를 공급하고 시공업체는 도면에 따라 공사를 하는 식으로 업무가 나뉘어 있었다. 자재 선정이나 시공에 문제가 발생하면 생산을 중단한 뒤 긴급 정비를 해야 했다. 그 부담은 고객사의 엔지니어와 현장 근로자들이 감당해야 했다. 고성능 특수자재의 높은 해외 의존도도 문제였다. 당시 특수 내화재와 고온 단열재 분야는 일본과 유럽, 미국 등 해외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산업에서 고객이 긴급하게 자재를 필요로 하는데 공급 일정 때문에 설비 정비가 늦어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 역시 답답했다. 그래서 자재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가 설계와 시공까지 책임지고, 국내 산업현장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기술 파트너가 되겠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다. -인슐레이션코리아만의 경쟁력은? ▲한마디로 '현장을 깊이 이해하는 기술력'과 자재부터 설계·시공·검사·유지관리까지 연결하는 '원-스톱 서비스 역량'이다. 나는 직원들에게 “좋은 자재를 파는 회사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는 다르다"고 말한다. 인슐레이션코리아가 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로 전문 엔지니어링 역량과 원스톱 통합 서비스, 오랜 현장 경험과 신뢰 등 세 가지를 꼽는다. -시장에서 인정받은 자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친환경 건식 내화피복 보드인 타이카라이트, 화재와 폭발로부터 인명과 핵심 설비를 보호하는 방호패널 '듀라스틸(Durasteel)'은 산업현장에서 오랫동안 사용해 온 방식의 불편과 한계를 새 자재와 공법으로 해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화재 시 철골 구조물은 일정 시간 동안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내화피복을 해야 한다. 근데 '뿜칠'이라 불리는 기존의 습식 내화피복 공법은 현장에서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하고 비산먼지와 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 온·습도 등의 영향도 받고, 건조시간이 별도로 필요해 다른 공정과의 간섭이나 전체 공사기간 관리도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내화성능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현장 시공을 더 깨끗하고 빠르게, 품질을 더 일정하게 만들 수 없을지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규산칼슘 기반의 건식 내화보드 시스템이었다. 공장에서 일정한 품질로 생산한 규산칼슘 보드를 현장에서 건식으로 조립·시공해 품질 편차를 줄인다. 별도의 건조 시간이 거의 필요하지 않아 다른 공정과 병행하기에도 유리하다. 물론 철골기둥과 철골보의 다양한 구조에 대해 1~3시간까지 내화인정을 확보하고 있다. 아울러 영국 기업과 세운 합작 법인을 통해 공급하는 듀라스틸은 두께 200~450mm의 기존 철근콘크리트 방호벽을 대체할 수 있다. 8.5mm의 섬유강화 시멘트와 0.5mm의 철판을 시멘트 층 양쪽에 결합한 고성능 복합패널과 이를 지지하는 구조체로 구성된다. 전체 방호벽 두께가 100~150mm로 설치 공간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설치와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최대 2bar의 폭발하중을 견디고 최대 4시간의 내화성능을 갖췄으며, 로이드 선급 등의 인증도 확보했다. -가열로가 초고온과 고응력에도 견디도록 특수 합금 공급과 상태 정밀 진단을 하는 래디언트 코일 사업도 엔지니어링 사업 경쟁력까지 키운 결과인지? ▲석유화학 고온 설비의 내화 라이닝 설계와 시공을 하며 설비 문제를 해결하다보니 가열로의 성능과 수명을 결정하는 핵심 영역까지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열로 전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내화 라이닝 뿐 아니라 실제 공정이 이뤄지는 코일과 튜브까지 이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내 고객들이 해외 전문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납기가 길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글로벌 주조 전문기업인 얀타이 마노아(Yantai Manoir)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특수합금 래디언트 코일과 튜브를 국내 고객에게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현재 국내 주요 석유화학·정유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가열로 내부의 코일은 장기간 고온에 노출되면서 침탄, 팽창과 변형, 구부러짐 등 다양한 형태의 열화가 발생한다. 그래서 코일·튜브 공급에 그치지 않고 코일 상태와 수명, 정비·교체 시기 판단이 고객에게 더 중요하다. 이에 스마트 진단 로봇에 기반한 3D 비파괴 정밀진단 기술을 결합했다. 열화 상태를 진단하고 수명을 예측해 최적의 정비와 교체 시점을 제안하는 것이다. -첨단 산업 분야에서 인슐레이션코리아가 주목하는 자재 수요는? ▲인슐레이션코리아의 뿌리는 여전히 중화학 플랜트의 열관리지만, '극한의 온도 환경에서 열을 얼마나 정밀하게 다스릴 것인가'라는 질문은 산업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첨단 분야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 이에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의 열폭주 차단, 수소에너지 분야 열관리, 방산·우주항공과 미래 모빌리티의 극한환경 열관리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 인슐레이션코리아가 공급하는 실썸(Siltherm) 미세다공성 자재는 나노(nano)급 실리카를 기반으로 얇은 두께에서도 높은 단열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배터리 셀 간 열전이를 억제하고 열폭주 확산을 제어하는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수소산업에는 액화수소를 저장하고 운송하기 위한 섭씨 영하 253도(℃)의 초저온 영역과 수백 도의 고온에서 운전되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와 고체산화물전해조(SOEC) 같은 에너지 시스템이 존재해 열관리 기업의 입장에서 매우 흥미롭다. 최근에는 삼성E&A의 SOEC와 에이치엔파워(HnPower)의 SOFC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특수 단열과 케이싱(casing) 설계 등을 수행했고, 액화수소 저장과 운송 분야에서는 보관 용기를 감싸는 특수소재 '라이달'을 미국 기업과 제휴해 공급 중이다. 방산과 우주항공 분야 역시 경량화와 함께 초고온·초저온, 화재·폭발 등 극한환경에서의 열관리와 방호 기술이 중요해 가능성을 보고 있다. -열관리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 업계에 몸담은 36년 동안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열관리가 더 이상 단순한 '부수적인 설비 공사'가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적 의사결정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에너지 비용과 탄소중립, 노후 설비의 수명 연장, 그리고 강화되는 산업안전 기준까지 기업 경영의 중요한 과제들이 모두 열관리와 연결돼 있다. 열손실은 곧 에너지와 비용의 손실이고 불필요한 탄소 배출을 초래한다. 설비의 열화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갑작스러운 가동 중단이나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배터리 열폭주나 산업시설의 화재·폭발처럼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위험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열관리 산업이 △고성능·친환경 자재를 통한 에너지 효율 향상 △데이터 기반의 설비 진단과 예지보전 △열관리와 산업안전의 결합 등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앞으로의 열관리 산업은 단순히 '열을 막는 산업'에서 '열을 관리하는 산업'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에너지 효율과 설비 수명, 산업안전까지 함께 관리하는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3년 'IK 드림재단'을 설립해 국내외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 제도를 운영해온 계기가 있는지? ▲캐나다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 밤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도너츠를 판매하는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간보다 급여를 더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그 시간대에 일을 했다. 낮 시간에 잠을 자기 위해 집을 은박지로 감싸기도 했다. 그 시기를 지나며 나중에 성공하게 되면 공부하는데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럴 것이란 확신도 들었다. 사회 공헌 방향을 고민할 때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 가장 오래 남는다고 생각하고, 국내외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학교에 재학하는 외국인 유학생도 선발한다. 올해까지 총 24회에 걸쳐 총 461명의 국내외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앞으로 매년 1000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규모로 키우고자 한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E칼럼] 공공기관 통폐합...산업 전략 기회로 삼아야

정부는 3일 공공기관 109개 감축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기능 개혁 추진 방향 (안)"을 발표했다. 감축이 현실화하면 전체 공공기관은 현재 524개에서 415개로 줄어든다. 이재명 정부가 보수 정권도 시도조차 하지 못한 대대적인 공공기관 통폐합에 나선 이유는 분명하다. 지역·부처 간 이해관계에 따라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기관들이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떨어트린다는 판단에서다. 서로 비슷한 기능을 하는 기관이 경쟁적으로 신설되다 보니 정부 재정 부담만 늘어났다. 이번 발표의 최대 관심은 에너지 공기업 통폐합의 중심인 한국남동발전 포함 발전 5사 통합과 석유·가스공사 통합이다. 특히 에너지 공기업 개편안의 핵심은 흩어진 자원개발과 발전 기능을 각각 하나로 묶어 “규모의 경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발전사는 2001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쪼갰지만 25년 만에 통합 절차를 밟게 됐다. 정부의 “2024 탈석탄" 로드맵에 맞춰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 인적. 물적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개별 발전사가 대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면 평균 부채 비율이 급증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따라서 정부는 연구개발비, 대형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묶어 투자 효율성을 높이려면 통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발전사 통합을 통해 재무구조로 투자 여력을 확보해 에너지 대전환과 탄소중립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또 하나의 이슈는 역대 정부에서 여러번 추진했으나 매번 무산된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통합이다. 정부는 두 공사를 합쳐 “에너지자원공사(가칭)"를 세우고 에너지 공급망 위기를 전략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탐사. 개발 역량과 구매력을 모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글로벌 에너지기업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취지다. 전국 공공기관 재무구조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기재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 542조 원이던 공공기관 부채는 2025년 769조 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공공기관 인건비 예산은 29조 6000억 원에서 37조 7,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더 이상 방치할 수준을 넘어섰다. 현재 시점에서 정부의 공공기관 통폐합은 단순한 기관 숫자 줄이기가 아니라 공공부문의 기능과 국가 전략을 다시 설계하는 구조 개혁으로 평가하는데 맞다. 현재 공공기관의 가장 큰 문제는 기관 수가 많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기능이 지나치게 잘게 쪼개져 있다. 특히 에너지·자원 분야에서는 한국전력을 포함 발전 5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그리고 각종 연구, 지원기관 등이 각각의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국가 에너지·자원 안보라는 큰 그림을 누가 책임지는가가 불분명한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번 개혁을 단순한 예산 절감이 아니라 국가 전략 기능 중심의 재편으로 추진한다면 상당한 의미와 성과를 낼 수 있다. 정부도 이번 109개 기관 감축을 전략적 구조 개혁, 유사·중복 기능 일원화, 자회사, 소규모 기관 통합의 세 유형으로 구분했다. 그러나 가장 큰 위험은 통폐합 숫자 경쟁이다. 즉 109개를 줄였다는 숫자가 개혁의 성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A 기관과 B 기관을 합쳐서 기관 숫자는 1개 줄였는데 본부는 그대로 있고, 인력도 그대로이고, 자회사도 그대로이고, 업무도 그대로이고, 임원 자리만 늘어난다면 그것은 통폐합이 아니라 간판을 바꾼 것과 불과하다. 따라서 성공 여부는 기관 몇 개를 없애느냐가 아니라 통합 이후 국가적 성과가 얼마나 커졌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특히 발전사 통합은 매우 중요한 시험대이다. 단순히 5개 발전사를 하나로 합치는 방식은 위험하다. 먼저 통합의 목표를 정해야 한다. 한국발전을 발전회사->종합에너지기업->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 발전시키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LNG, 원전 연계, 재생에너지, ESS, SMR, 수소, 해외 발전사업, 핵심광물과 에너지자원까지 연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5개 발전사를 합쳐 놓고 거대한 국내 발전회사 하나를 만드는데 그칠 수 있다. 그리고 자원.에너지 공기업 통합은 더 신중해야 한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하나의 에너지자원공사(가칭)로 통합하는 방안은 상당히 의미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조직 통합보다 기능 통합이다. 한국은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히려 해외 자원개발, 에너지안보, 핵심광물, 공급망, 트레이딩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일본처럼 자원은 부족하지만, 경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자원개발, 에너지, 핵심광물, 공급망을 분절해서 관리해서는 중국·미국·일본과 경쟁하기 어렵다. 따라서 에너지->자원개발->핵심광물->소재.배터리->전력->산업을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공공기관 통폐합은 조직 개편이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전략을 다시 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bienns@ekn.kr

SK이터닉스, 파주 연료전지 상업운전…누적 운영용량 200MW

SK이터닉스가 경기 파주에 31메가와트(MW)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소를 준공하고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SK이터닉스가 운영하는 연료전지 발전설비는 누적 200MW 규모로 늘어났다. SK이터닉스는 경기 파주시 탄현면 낙하리 일대에 건설한 '파주에코그린' 연료전지 발전소의 상업운전을 시작했다고 14일 밝혔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시설을 말한다. 파주에코그린은 총사업비 약 2240억원이 투입된 31MW 규모의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발전소다. 블룸에너지의 0.3MW급 연료전지 94기가 설치됐다. 연간 예상 발전량은 약 25만8000MWh로, 회사 측은 약 8만1000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파주에코그린 가동으로 SK이터닉스가 상업운전 중인 연료전지 발전설비는 누적 200MW를 기록하게 됐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에서 상업운전 중인 연료전지 설비는 총 1518MW 규모다. 이를 기준으로 SK이터닉스의 운영 설비는 국내 전체의 약 13% 수준이다. SK이터닉스는 기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기반 사업에 이어 일반수소발전시장(HPS)으로 연료전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HPS를 통해 낙찰받은 연료전지 사업장 2곳, 총 28MW를 건설하고 있다. 이들 발전소가 준공되면 회사의 연료전지 운영 규모는 총 228MW로 늘어날 전망이다. 김해중 SK이터닉스 대표는 “연료전지 누적 운영용량 200MW 달성은 그동안 축적해 온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라며 “변화하는 전력시장과 수요에 맞춰 분산에너지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활용처와 사업모델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삼성·SK하이닉스, 한전 ‘25조 전기료 선납’ 제안 거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전력이 제안한 총 25조원 규모의 전기요금 선납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대규모 선납금을 활용해 국가 기간 전력망 투자 재원을 확보하려던 한전의 구상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14일 한국전력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기요금 선납 여부와 관련해 “양사 모두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향후 5년치 전기요금을 미리 납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제안 규모는 삼성전자 약 20조원, SK하이닉스 약 5조원으로 총 25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두 회사가 납부한 전기요금을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이다. 한전은 선납금을 용인과 호남 등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송·변전망을 비롯한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에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기업이 향후 납부할 전기요금을 앞당겨 받음으로써 대규모 전력망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한전채 추가 발행 부담도 줄이겠다는 취지다.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혜택도 제시했다. 선납금에 2년 만기 국고채 금리를 웃도는 수준의 이자를 적용하고, 이에 해당하는 금액을 반기 단위로 전기요금에서 차감하는 방식 등이 논의됐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한전은 다른 방식의 투자 재원 확보를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5년간 발생할 전기요금을 한꺼번에 선집행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자금 부담이 될 수 있다. 향후 반도체 업황과 설비투자 규모, 전력 사용량 등 변수가 적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비용을 미리 확정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이 대규모 전기요금 선납을 추진한 배경에는 급증하는 전력망 투자 수요와 높은 부채 부담이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10조7000억원에 달하며 하루 이자 비용만 약 115억원에 이른다. 특히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처가 늘면서 송·변전망 확충에 필요한 자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반면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최대 5배까지 허용한 특례는 내년 말 종료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전으로서는 한전채 발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대규모 전력망 건설 비용을 마련할 새로운 재원 조달 방안을 찾는 것이 과제로 남게 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서울에너지공사, 7000억 ‘서남 집단에너지’ EPC 사업자 선정 착수

서울에너지공사가 강서·마곡지역에 열과 전력을 공급할 '서남 집단에너지시설 2단계 건설사업'의 설계·구매·시공(EPC) 사업자 선정에 나선다. 서울에너지공사와 한국남동발전은 오는 14일 서남 집단에너지시설 2단계 건설사업의 EPC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낸다고 13일 밝혔다. 서남 집단에너지시설 2단계 사업은 강서·마곡지역의 늘어나는 지역난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된다. 285메가와트(MW)급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발전(CHP) 1기와 시간당 68기가칼로리(Gcal) 규모의 열전용보일러(PLB) 1기, 축열조 등을 구축한다. CHP를 포함해 총 열생산 규모는 시간당 258Gcal이며 총사업비는 약 7000억원이다. 열병합발전은 하나의 연료를 이용해 전력과 열을 동시에 생산하고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공사는 사업이 완료되면 주택 약 7만4000가구와 업무·공공시설 428곳에 안정적으로 지역난방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지난해 9월 사업 추진방식을 특수목적법인(SPC) 방식으로 확정하고 같은 해 10월 한국남동발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핵심 설비인 가스터빈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세계적인 전력 수요 증가로 가스터빈 수요가 늘면서 생산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자 공사와 남동발전은 지난 4월 미국 GE와 가스터빈 예약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2032년 최종 준공 일정에 맞춘 생산 물량을 미리 확보했다. 이번 EPC 입찰은 제한경쟁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시공실적과 신용등급 등을 갖춘 사업자가 단독 또는 공동수급체로 참여할 수 있다. 사업자는 기술성과 경제성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2단계 평가를 거쳐 선정한다. 열병합발전소는 오는 2032년 최종 준공을 목표로 한다. 공사는 PLB와 축열조를 먼저 가동해 단기적인 열수요에 대응한 뒤 열병합발전설비를 추가해 서울 서남권의 중장기 열수요를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황보연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은 “서남2단계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통해 강서·마곡지역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열공급 기반을 적기에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에너지자원 공기업 통합의 성공 조건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를 통합하여 가칭 “에너지자원공사"를 설립하겠다는 정부의 공기업 통합안이 발표되었다. 단순히 공기업의 개수를 줄이는 것이 통합의 궁극적 목표가 아니길 바라며 진정한 통합으로 시너지 효과로 국가 에너지자원 안보와 경제 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통합이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중동산 에너지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하고 자원보유국의 자원 민족주의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의 에너지자원 공급망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석유는 액체인 오일과 기체인 가스를 함께 이르는 말인데 일반적으로 오일을 석유라 부르고 있다. 대부분의 메이저 석유회사는 석유와 가스를 함께 개발 생산하고 있다. 석유와 가스는 모두 같은 원리로 지하에서 만들어지고 함께 생산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석유가스산업은 석유가스를 개발 생산하는 상류부문과 생산된 원유를 정제하고 천연가스를 액화하여 판매하는 하류부문으로 구성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메이저 회사는 상류와 하류 부문에 모두 투자하여 사업의 포트폴리오 구성하여 유가의 변동성에 대비하고 있다. 즉, 고유가 시에는 석유생산으로 상류부문에서 수익을 내고 저유가 시에는 정유사업인 하류부문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니 100년 넘게 회사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와 따로 존재하고 있을까? 두 공기업 탄생의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는 국내외 석유가스개발과 석유비축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한편, 한국가스공사는 천연가스의 국내 도입과 공급이 주요 업무이다. 즉, 석유공사는 석유산업의 상류만 담당하고 있고 가스공사는 가스사업의 하류 부문을 주요 업무로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두 회사의 현 업무 특성이 담겨 있다. 이 말은 석유공사는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높은 상류부문 사업만 추진하는 회사인 셈이다. 반면 가스공사는 천연가스를 국내로 도입하여 공급하는 하류부문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인 것이다. 한국에서는 석유가스산업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상류-중류-하류의 수직적 일괄조업 형태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유가 변동과 같은 외부 환경 변화와 위기에 취약한 구조를 지닌 채 살아왔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석유공사가 하류부문의 정유공장을 갖고 있으면 원유의 생산과 도입 및 정제 분야에 걸친 일괄조업 형태를 갖추어 국내 석유제품 가격 안정에도 큰 기여를 하고 보다 안정적인 회사 운영이 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가스 공사가 과거에 추진했던 것처럼 좀 더 적극적으로 가스전 개발과 LNG 사업과 같은 상류부문에 투자했으면 지금과 같은 에너지 공급망 위기 시 국가 에너지자원 안보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당장 눈앞에 문제를 해결하려다 미래를 망치기 쉬운 것이 에너지자원 분야이다. 정부에서 계획 중인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통합은 석유가스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당연히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통합 전 해결해야 할 선제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면 단지 공기업의 개수를 하나 줄이는 겉보기 성과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해결해야 할 전제 조건은 3가지이다. 정부 예산으로 석유공사의 부실자산 처리, 국내외 석유가스 개발과 탄소중립 사업 지속적 추진, 국내 에너지 가격 정상화이다. 현재 수년째 자본 잠식에 빠져있는 석유공사의 부채를 해결하지 않으면 통합이 되더라도 재정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고 국가 에너지자원 안보의 핵심인 석유가스개발은 추진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또한 가스공사의 13조가 넘는 미수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공급 가격의 정상화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정권교체 시마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통합이 추진되다 좌초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전제 조건을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즉, 정부의 예산 투입 없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니 통합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정부가 예산 투입 없는 통합을 추진하려면 그냥 여기서 멈춰라. 겉보기 통합은 국민에게 또 다른 짐이 될 뿐이다. bienns@ekn.kr

SGC에너지, 자체 발전소로 AI 데이터센터에 전력 직접 공급

에너지 기업인 SGC에너지가 자체 발전소의 전력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로 직접 공급하는 '온사이트(On-site) 발전 결합형'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본격화한다. SGC에너지는 11일 이사회를 열고 '(가칭)SGC-KIS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에 869억 원을 출자해 유한책임사원(LP)으로 참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해당 PEF의 공동 무한책임사원(Co-GP)으로는 SGC파트너스, 한국투자증권, 하베스트에쿼티파트너스 등 3사가 참여해 총 5명의 핵심 운용 인력을 구성한다. 조성된 PEF는 SGC AI 인프라와 함께 군산 60메가와트(MW)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PEF가 프로젝트 자금 조달 구조를 설계해 유리한 금융 조건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계약과 공사도급계약을 전담하며, SGC AI 인프라는 최적의 사업 모델 및 전략 수립 등 프로젝트 총괄에 집중한다. 군산 60MW AI 데이터센터는 다음달 착공 후 내년 3분기 시범운영을 거쳐 2028년 1분기 상업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SGC에너지는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비량을 발전소 인근 부지에서 직접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29년 착공을 목표로 240MW급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 구축으로 확장한다. 1차 목표는 2030년까지 240MW AI 데이터센터를 상업 운전하는 것으로, 향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신설해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일체형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우성 SGC에너지 대표이사는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과 충분한 자본 여력을 앞세워 국내 최초로 온사이트 발전 형태의 AI 데이터센터 사업화로 AI 에너지 인프라 시장을 주도하는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현대차, ‘꿈의 에너지’ 핵융합 추진…美 CFS 투자자로 참여

현대자동차그룹이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에 투자한다. 단순 재무적 투자를 넘어 향후 핵융합 발전소 건설과 관련 인프라 등에서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산업·엔지니어링 역량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미국 핵융합 개발 기업 커먼웰스 퓨전시스템(CFS)은 현대차그룹이 최근 진행한 10억달러(약 1조350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투자자로 참여했다고 10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구체적인 투자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CFS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분사해 설립된 핵융합 기업으로 민간 핵융합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다. 이번 투자까지 누적 조달액은 약 40억달러로 전 세계 핵융합 산업이 조달한 자본의 약 30%에 해당한다. 주요 투자자로 현대차그룹과 함께 국내에는 우리벤처파트너스가 있다. 일본 미쓰이물산과 미쓰비시상사, 싱가포르 테마섹, 호주 호스트플러스 등도 투자에 참여했다. CFS는 현재 매사추세츠주 데벤스에서 핵융합 실증 장치인 'SPARC'를 조립하고 있다. 이후 버지니아주 체스터필드 카운티에 첫 상용 규모 'ARC' 핵융합 발전소를 건설해 2030년대 초 전력망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ARC 한 기의 순전력 생산 목표는 약 400메가와트(MW)로 중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1기 비슷한 규모다. 핵융합은 현재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핵분열과 반대되는 원리다. 기존 원전은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자핵을 쪼개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하지만 핵융합은 수소의 동위원소처럼 가벼운 원자핵을 결합시킬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활용한다. 이론적으로 연료가 가진 에너지 밀도가 매우 높고 발전 과정에서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핵분열 원전과 달리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지 않고, 대형 사고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원자핵을 융합하려면 초고온 상태를 만들고 이를 안정적으로 가둬 충분한 밀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상용 발전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실제 발전소의 경제성과 발전효율 역시 향후 실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제니퍼 갠튼 CFS 최고책임자는 “핵융합은 AI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제조 등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산업에 안정적인 기저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연료비와 공급망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는 게 CFS의 설명이다. 갠튼 최고책임자는 “핵융합 발전 비용의 대부분이 설비 구축에 들어가는 자본비용이라며 LNG나 석유처럼 국제 연료가격 변동이나 지정학적 공급망 위험에 크게 노출되지 않아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핵융합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투자에 그치지 않고 향후 ARC 발전소를 비롯한 핵융합 산업에서 현대차그룹의 산업·엔지니어링·인프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협력 기회를 찾을 계획이다. 정호근 현대차그룹 부사장은 “핵융합 에너지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뒷받침하면서 증가하는 글로벌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잠재력이 있다"며 “핵융합 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의 산업·엔지니어링·인프라 역량을 기여할 다양한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에너지소식] SK이노 E&S, 한국·인니 창업 지원…한화큐셀, 기후산업국제박람회 참가

SK이노베이션 E&S가 한국과 인도네시아 청년 창업가를 대상으로 아이디어 발굴부터 사업화, 창업 현장 방문까지 창업 전 과정을 지원한다. SK이노베이션 E&S는 오는 10일까지 6일 동안 부산에서 '클라이밋 솔브 위크'를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클라이밋 솔브 위크는 SK이노베이션 E&S가 한국 부산과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추진해 온 청년 창업가 지원 사업인 '아임인부산'과 '마주온'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양국 대학생들이 부산 소재 중소기업이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 경진대회 '임팩트 해커톤'이 지난 5일 열렸다. 8일에는 솔브 컨퍼런스를 통해 에너지·환경 분야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인공지능(AI) 기반 기후테크 창업생태계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부터 10일까지는 부산센텀기술창업타운(CENTAP)을 방문해 실제 창업 생태계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벤치마킹 투어'가 진행된다. 지난 5월 인도네시아 마주온 행사에서 우수팀으로 선정된 '아이그라(AIGRA)', '라이프가드(Lifeguards)' 팀이 참여한다. 양국 청년들은 이번 행사 주간을 통해 향후 스타트업 창업과 경영 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창업 생태계의 전 주기를 경험했다. 나아가 한-인니 양국 간 교류를 넓히고 기후·에너지 분야 창업 생태계를 확장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했다. 이종수 SK이노베이션 E&S 사장은 “이번 행사는 기후와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한·인니 양국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협력하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청년 창업가와 지역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기후테크 생태계 활성화와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해양에너지(대표이사 정회)는 지난 8일 도시가스 관로공사 협력회사 대표자들과 '2026년 하반기 협력회사 대표자 간담회 및 안전보건협의체 회의'를 개최하고, 도시가스 관로공사의 시공품질 향상과 현장 안전관리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2026년 공사 계획과 실적, 협력회사 평가 결과를 공유하고, 굴착 개구부 추락방지 조치와 혹서기 휴게시설 운영 등 현장 안전관리 개선사례를 공유했다. 또한 도심지역 관로공사 중 암반 발생에 따른 시공량 감소와 공사기간 증가 등 현장 애로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실제 작업 여건을 고려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해양에너지는 앞으로도 협력회사와 안전·품질관리 사례 및 현장 애로사항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현장 중심의 개선방안을 마련해 도시가스 공급시설의 시공품질과 안전관리 수준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정회 대표이사는 “현장에서 안전관리에 힘써온 협력회사에 감사드린다"며 “위험요인 발견 시 공사 일정이나 비용 부담보다 안전을 우선한 작업중지권을 적극 행사해 달라"고 말했다. 해양에너지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5개구, 8개 시·군에 안전한 도시가스 보급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지역 내 그린뉴딜 및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양에너지의 투자사인 맥쿼리인프라는 국내투자자들이 8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코스피에 상장된 국내 최대 규모의 인프라펀드이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오는 16~18일 열리는 '2026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 참가한다고 9일 밝혔다. 기후산업국제박람회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제에너지기구(IEA), 세계은행(WB), 부산광역시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산업통상부와 한국에너지공단 등이 주관해 개최된다. 올해는 '기후테크가 만드는 거대한 변화: 탈탄소 세상을 향한 도약'을 주제로 열린다. 한화큐셀은 친환경 에너지의 생산부터 공급까지 전 과정을 순서대로 관람객에게 설명하고, 한화큐셀의 에너지 솔루션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태양광 모듈 솔루션을 선보인다. 주력 제품인 일반 태양광 모듈과 함께 농가 수익의 버팀목이 될 '햇빛소득마을'에 특화된 영농형태양광 모듈이 전시된다. 아울러 한화큐셀이 선도적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결정질 실리콘 탠덤(Tandem)' 셀도 실물로 전시할 예정이다. 미래 발전소 운영 방식과 전력시장의 작동 방식을 엿볼 기회도 마련된다. 관람객들은 한화큐셀의 발전소 모니터링 시스템 '큐허브(Q.HUB)' 애플리케이션과 가상발전소(VPP) 관제 페이지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발전소 운용 시뮬레이션을 체험할 수 있다. 이밖에도 산업 구조의 변화와 전력 수요 증가에 따라 다양해지는 전력 공급 방식도 소개할 예정이다.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은 “이번 박람회는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기후산업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며 “한화큐셀은 이번 박람회에서 선보일 다양한 솔루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국내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중부발전은 지난 8일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에스솔루션, 가온플랫폼, 넥스트로 등 3개 우수 창업기업과 '민·관 협력 오픈 이노베이션 기술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중부발전은 이번 기술실증 사업 추진을 위해 사전에 발전 현장의 수요기술을 발굴했다. 이후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주관기관의 오픈이노베이션 사업과 연계한 평가 절차를 거쳐 3개 기업을 파트너로 최종 선정했다. 이번 협약을 기점으로 각 창업기업은 중부발전의 지원을 받아 현장 기술 실증에 돌입한다. 에스솔루션은 상명풍력 실증 장소와 운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상풍력단지 통합 화재진단 및 구동부 건전성 상시 감시 AI 시스템'을 검증한다. 가온플랫폼은 중부발전이 운영 중인 조기경보시스템을 국산화하기 위한 'AI 기반 발전소 조기경보시스템 국산화 개발'을 진행한다. 넥스트로는 보령발전본부 석탄 분쇄 설비의 수명 예측과 정비 의사결정을 돕는 'AI 기반 산업설비 운영데이터 분석 및 최적화 솔루션'을 실증한 뒤 구축할 예정이다. 이영조 한국중부발전 사장은 “우수한 AI 기술을 현장에 도입해 AX를 선도하고, 유망 창업기업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전원자력연료는 사내 입주 협력기업과 '전 구간 자원순환 실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폐기물 감량과 자원순환 문화 확산을 위한 공동 실천에 나섰다고 9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정부의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에 발맞춰 폐기물 발생부터 재활용까지 전 과정에서 자원순환을 강화하고, 임직원뿐만 아니라 입주 협력기업까지 참여하는 전 구간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구체적으로 △원천감량 △순환이용 △다회용 전환을 중심축으로 자원순환 실천에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정창진 한전원자력연료 사장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자원순환 실천 문화를 사내에 조속히 정착시키는 것은 물론, 향후 사외 공급망 협력기업으로까지 단계적으로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2030년 총에너지 소비 연 0.1% ‘정체’…석유·석탄 감소, 전력은 15배 속도

국내 에너지 소비 증가세가 멈춰 서고 있다. 석유화학과 철강 등 전통 제조업의 부진으로 2030년까지 국내 총에너지 수요가 연평균 0.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반도체 산업 성장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보급 영향으로 전력 수요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중기 에너지수요전망(2026~2030)'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총에너지 수요는 2025년 3억600만toe(석유환산톤)에서 2030년 3억820만toe로 연평균 0.1%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직전 5년(2020~2025년) 연평균 증가율(1.0%)과 비교해 증가세가 1/10로 급격히 꺾인 수치다. 특히 경제의 심장 역할을 하는 산업 부문의 에너지 수요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보고서는 최종 소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 부문 에너지 수요가 2025년 1억2860만toe에서 2030년 1억2300만toe로 줄어들어 연평균 0.9%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전체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산업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5년 61.1%에서 2030년 59.6%로 떨어져 60%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측됐다. 산업용 수요가 급감하는 핵심 원인은 국내 산업 부문 에너지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적 침체와 설비 감축이다.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 상승과 글로벌 공급 과잉에 대응해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 통폐합 등 대규모 사업재편에 돌입하면서 원료용 석유 소비가 빠르게 줄고 있다. 실제로 대산·여수 등 주요 산단의 생산 조정 여파로 2030년까지 산업 부문 석유 수요는 연평균 2.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과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철강·시멘트용 석탄 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제철용 석탄 수요는 글로벌 철강재 공급과잉 상황 지속, 미·중 갈등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확산,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등으로 철강재 생산이 위축되어 2030년에 3200만톤(2025년 수준)으로 예상되고, 시멘트용 석탄 소비는 건설업의 저성장 기조와 가연성 폐기물로의 연료 대체 지속으로 연평균 1% 미만의 완만한 감소세를 보일 전망이다. 또한 석탄발전 설비 용량도 2025년 말 40.0GW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LNG발전 전환 등으로 2030년에는 31.1GW 수준까지 축소될 전망이다. 수송부문 수요는 2030년까지 연평균 0.6% 감소해 2030년 2억352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객 이동 수요 증가 등으로 휘발유 수요가 증가하나, 경유차 감소로 경유 수요가 빠르게 줄어 전체 석유 수요는 완만하게 감소할 전망이다. 화석연료 중에서도 탄소 배출이 가장 적은 가스 최종 수요는 도시가스의 소폭 감소에도 직수입 천연가스의 증가로 전망 기간 연평균 0.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 부문 가스 수요는 중동 전쟁에 따른 LNG 도입단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2026년 소폭 감소하나 2027년부터 지속 증가하며 2025~2030년 기간 연평균 3.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건물 부문 도시가스 수요는 2025~2030년 기간 난방도일이 연평균 0.3% 감소하는 가운데 정부의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정책에 따라 도시가스 수요가 일부 전기로 전환되면서 전망 기간 동안 연평균 1.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대표적 화석연료인 석탄, 석유는 감소하지만, 전기 수요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국내 전기 수요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5% 증가해 2030년 578테라와트시(TWh)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에너지 수요 증가율(0.1%)보다 15배나 높은 수치이다. 다만 전력 소비 내부에서도 업종별 양극화가 뚜렷하다. 산업용 전기 수요는 같은 기간 연평균 0.4% 증가하는 데 그치는 반면, 가정용 수요는 1.4%, 상업·공공용은 2.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이상기온에 따른 냉방 수요 증가 등이 전력 소비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수송용 전기 수요 역시 연평균 19.3% 급증할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와 AI 데이터센터 조성이 본격화하면서 2028년부터 산업용과 상업·공공용 전기 수요 증가세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이에 따라 2030년에는 상업·가정 등 건물 부문의 전기 소비 비중이 51.6%에 달해 산업용(45.6%)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망 기간 연평균 2.1% 성장하더라도, 에너지 다소비업종의 구조적 침체와 서비스업 중심의 성장으로 인해 에너지 소비 증가세는 경제성장률을 크게 밑돌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에너지원단위(toe/백만원) 개선은 가속화되겠지만, 이는 기술 혁신뿐 아니라 제조업 부진에 기인한 '불황형 개선' 측면이 큰 만큼 산업 체질 개선과 국가 전력망 정책의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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