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못하는 위험한 일 한다”…케이엔알시스템 김명한 대표가 꾸는 ‘슈퍼 휴머노이드’의 꿈

“지금의 휴머노이드는 사람을 대신하기 위한 로봇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려는 슈퍼 휴머노이드는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하는 로봇입니다." 김명한 케이엔알시스템 대표는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자사가 개발에 착수한 '슈퍼 휴머노이드'의 개념을 설명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간형 로봇, 이른바 '휴머노이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김 대표가 그리는 그림은 조금 다르다. 단순히 사람처럼 걷고 움직이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어 극한 산업현장에서 인간을 보호하는 '슈퍼맨형 로봇'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현재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글로벌 휴머노이드들과 자사의 슈퍼 휴머노이드를 명확히 구분했다. “지금 시장에서 주목받는 휴머노이드는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개념입니다. 물건을 옮기고, 공장에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이죠. 하지만 슈퍼 휴머노이드는 사람이 애초에 할 수 없거나, 위험해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대신합니다." 그가 구상하는 슈퍼 휴머노이드는 높이 약 2.5m, 폭 1.5m 규모의 대형 이족보행 로봇이다. 다섯 손가락을 갖춘 로봇손과 고성능 로봇팔을 장착하고, 최대 600kg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 고하중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이는 현재 공개된 일반 휴머노이드 대비 10배 이상 높은 가반하중이다. 김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이 수준의 이족보행 대형 슈퍼 휴머노이드를 구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개발에 나선 사례는 아직 없다"며 “우리가 꿈꾸는 그림은 아직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슈퍼 휴머노이드가 겨냥하는 무대는 명확하다. 사람의 접근이 어렵거나, 접근 자체가 위험한 산업 현장이다. 김 대표는 “제철소 용광로 인근 고온 환경, 붕괴 위험이 있는 터널 현장, 방사선에 노출된 원전 해체 현장 등은 여전히 사람이 직접 투입되거나 대형 고정식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며 “슈퍼 휴머노이드는 이런 공간에 직접 들어가 사람 대신 작업을 수행하는 이동형 중장비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포스코 제철소 현장 등에는 고온 환경에서 작업하는 특수 로봇이 일부 도입돼 있다. 다만 대부분은 고정형 구조이거나 특정 작업에 특화된 장비다. “지금은 크레인이나 고정식 로봇팔 구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타서 조종하거나, 원격으로 걸어 들어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범용 플랫폼이 있다면 적용 범위는 훨씬 넓어집니다." 실제 케이엔알시스템은 유무인 탑승 겸용 구조를 기본으로, 원격 조종 기능을 우선 구현한 뒤 단계적으로 AI 자율 기능을 접목하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재난 현장 적용 가능성도 언급했다.“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 내부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는 대신, 슈퍼 휴머노이드가 진입해 구조 작업을 보조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쓰고 싶습니다." 슈퍼 휴머노이드의 기술적 기반은 케이엔알시스템이 개발한 '로봇용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다. 전동 모터와 유압 액추에이터를 결합해 높은 토크와 정밀 제어를 동시에 구현하는 기술이다. 김 대표는 “결국 핵심은 힘의 밀도와 제어 안정성"이라며 “대형 중량물을 다루면서도 사람처럼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는 구동 기술이 슈퍼 휴머노이드의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 과정에서 개발된 로봇팔과 로봇손을 완성형 로봇에만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별 부품 형태로도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핵심부품 시장에서 별도의 수익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최근 158억 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며 본격적인 개발 자금을 확보했다. 상장 이후 첫 자본성 자금 조달이다. 리픽싱 조건 없이 표면이자율 0%, 만기보장수익률 1% 조건으로 발행된 점도 눈길을 끈다. 김 대표는 “핵심부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완성형 로봇 시스템 영역까지 확장하기 위한 투자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슈퍼 휴머노이드는 그 정점에 있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로봇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을 멈췄다.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 위험해서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 주는 로봇이라면 사회적 의미는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슈퍼 휴머노이드가 궁극적으로 인간을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쓰이길 바랍니다." 그는 “궁극의 로봇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을 지키는 존재"라며 “제철소, 원전 해체, 재난 현장에서 사람 대신 서 있는 로봇이야말로 진짜 로봇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사람을 닮은 로봇' 경쟁이 아닌, '사람을 보호하는 로봇'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던진 케이엔알시스템의 도전이 산업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주목된다. 케이엔알시스템(KNR System)은 2000년 설립된 산업용 특수 로봇과 고성능 구동 시스템을 개발하는 로봇 전문기업이다. 제철소 용광로 관리 로봇, 심해 작업 로봇 등 극한 환경에서 활용되는 산업용 로봇을 상용화해 왔으며, 전동 모터와 유압 액추에이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라인업화했다. 2000년대 초 기술연구소 설립과 INNO-Biz 인증을 시작으로 유압 로봇용 로터리·리니어 액추에이터, 이동형 유압공급장치(mHPU), 서보밸브, 컨트롤러 등 핵심부품을 국산화하며 6자유도 유압 로봇팔을 개발했다. 2010년대에는 해저 수중 작업용 유압 로봇팔 개발, 대용량 초고속 모터 기술 확보, 대만 RTRCC 프로젝트 수주 등으로 해외 시장을 확대했으며, 모바일 유압 로봇 플랫폼(Arm+Mobile) 개발을 통해 응용 범위를 넓혔다. 2024년 코스닥 상장 이후에는 서보밸브 양산라인 구축과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 개발을 완료하고, 최근에는 원전 중수로 방사화 구조물 절단 플랫폼 제작 계약을 체결하며 원전 해체 시장에도 진출했다. 2025년 'K-휴머노이드 연합' 참여기업 및 AI팩토리 전문기업으로 선정됐으며 현재는 최대 600kg 가반하중을 목표로 한 대형 이족보행 '슈퍼 휴머노이드' 개발에 착수하며 완성형 로봇 시스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국수력원자력, ‘2025년 정보공개 종합평가’ 최우수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행정안전부 주관 '2025년 공공기관 정보공개 종합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획득하며 투명 경영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행정안전부는 공공기관의 투명한 운영과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해마다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정보공개 운영 실태를 평가하고 있다. 이번 평가에서 한수원은 원전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정보공개 노력을 인정받아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한수원은 원전 운영 기업으로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정보를 선제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지난 한 해 동안 총 336건의 사전정보를 공표했으며, 정보목록공개율 및 원문공개율을 96% 이상 달성하는 등 정보공개 제도를 내실 있게 운영했다. 특히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신속하고 적정한 처리를 최우선으로 삼은 결과 정보공개 서비스에 대한 국민 체감도를 나타내는 '고객만족도' 항목에서 전년대비 7%p 상승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전대욱 한수원 사장 직무대행은 “한수원은 국민의 신뢰 없이는 사업을 지속할 수 없음을 항상 명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스코다파워와 체코 원전 증기터빈 계약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인 두코바니 원전 5·6호기에 공급할 증기터빈과 터빈 제어시스템에 대한 약 32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와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16일(현지 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계약 서명식은 한국과 체코 양국 산업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체코 정부는 지난 해 6월 신규 추진 중인 두코바니 5·6호기 원전 건설사업의 본계약을 한국수력원자력과 체결하며 이른바 '팀코리아'와의 협력을 본격화했다. 이번에 체결된 계약은 팀코리아가 체코 현지 기업과 맺는 첫 번째 대규모 협력 계약으로, 사업 초기 단계부터 체코 정부가 강조하는 현지화(Localization) 일환이다. 계약 대상은 증기터빈과 발전기, 터빈 제어시스템으로, 총 2기분을 공급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계약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스코다파워가 처음으로 협업하는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현지 자회사의 풍부한 제작 경험과 자사의 원전 주기기 기술력을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을 바탕으로 향후 '팀코리아'가 체코 테멜린 3·4호기 등 추가 원전 수주 시, 두산스코다파워와 협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손승우 파워서비스BG장은 “이번 계약은 체코 신규 원전 사업에 국내 원전 기술과 현지 제조 역량을 모아 시너지를 창출하는 의미 있는 사례"라며 “두산스코다파워와 긴밀히 협력해 체코 원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이를 통해 체코 전력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두산스코다파워는 1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발전설비 전문 기업으로, 체코 · 슬로바키아 · 핀란드 등 3개국에 원전용 증기터빈 26기를 공급한 바 있다. 현재까지 전 세계 발전시장에 540기 이상의 증기터빈을 납품하며 글로벌 발전 사업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주목할 논문 ‘보수층은 왜 재생에너지 싫어하고, 원전 선호할까’

재생에너지냐, 원자력 발전이냐를 둘러싼 에너지 논쟁은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이념 대립의 상징처럼 작동해 왔다. 원전은 보수 진영의 '경제와 안보'의 언어로, 재생에너지는 진보 진영의 '환경과 도덕'의 언어로 고착되면서, 에너지 전환 논의 자체가 생산적 토론의 장을 잃어버렸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보수층은 왜 원자력에는 우호적이면서 재생에너지에는 냉담한지, 그리고 이 간극을 좁힐 실질적 해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실증 연구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이다솜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에너지 정책 (Energy Policy)'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한국 에너지 정치의 깊은 양극화 구조를 분석하고,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전략적 접점을 제시했다. ◇한국 보수층의 에너지 인식 관련 설문 조사 연구의 핵심은 정치적 보수성과 청정에너지 지지 사이의 상관관계를 정밀하게 검증하는 데 있었다. 논문에서 이 교수팀은 국내 성인 18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분석했다. 설문조사는 2024년 10월 29일부터 11월 11일까지 진행됐다. 분석 결과, 응답자가 보수적일수록 원자력 발전에 대해 일관되게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원전 확대 정책에도 강한 지지를 나타냈다. 특히 보수층이 원전을 지지하는 핵심 동기는 환경이나 기후 대응이 아니라, 명확하게 '경제적 요인'이었다. 원자력은 이들에게 안정적인 기저부하 전원이자, 산업 경쟁력과 국가 성장의 기반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았다. 보수적 성향이 강할수록 재생에너지에 대한 호감도와 정책 지지 수준은 뚜렷하게 낮아졌다. 주목할 점은, 재생에너지의 비용 절감이나 시장 창출 가능성 같은 경제적 논리가 한국 보수층의 태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세금 감면이나 시장 자유화 논리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수용하는 서구권 보수주의와 뚜렷이 대비되는 지점이다. ◇재생에너지는 왜 '비경제적'으로 인식되는가 연구팀은 한국 보수층이 재생에너지를 '비경제적'이라고 인식하는 이유를 실제 발전 단가나 기술 성숙도의 문제로만 설명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보다는 재생에너지가 오랫동안 환경 보호, 도덕적 책임, 진보적 가치라는 프레임 속에서만 다뤄져 왔다는 점이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에너지 정치에서는 원자력이 보수 정당의 상징으로, 재생에너지는 진보 정당의 핵심 의제로 각인돼 왔다. 이 과정에서 재생에너지는 기술 혁신이나 산업 전략의 대상이 아니라, 특정 진영의 정치적 메시지로 소비됐고, 그 결과 보수층에게는 실용적 경제 정책이 아닌 '이념적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강한 정치적 양극화가 경제적 합리성조차 작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원전, 기술적 상생의 가능성 논문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본질적으로 충돌하는 관계가 아니라, 기술적으로 충분히 상호 보완적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핵심은 두 에너지원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하나의 전력 시스템 안에서 결합하는 접근이다. 원자력은 안정적인 기저부하 전원으로 전력 시스템의 뼈대를 담당하고, 재생에너지는 피크 수요 관리와 지역 분산형 발전에 기여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원전 전력을 활용한 수소 생산을 결합하면,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는 발전 변동성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력망 현대화 과정에서 이들 두 가지 에너지원과 더불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송전 인프라를 통합 운영하는 모델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기술적 결합이 원전 지지 성향이 강한 보수층에게도 재생에너지를 '원전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닌 '시스템 안정성을 높이는 파트너'로 인식하게 만드는 전략적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재생에너지의 탈이념화, 해법은 '실용주의' 연구팀은 아울러 에너지 정책의 정치적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네 가지 핵심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 상호 보완성의 강조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대립 구도로 설명하는 대신, 각자의 기술적 강점을 결합한 시스템 설계를 지속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둘째, 비정치적 프레임으로 재(再)정의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를 도덕적 의무나 환경 담론에서 분리해 '실용주의', '현대화', '기술 혁신'의 언어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해상풍력을 기후 정책이 아니라 국가 기술 경쟁력 전략으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셋째, 지역적 공동 혜택(co-benefits)의 발굴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녹색 일자리보다 미세먼지 저감, 대기질 개선, 지방 소멸 대응과 같은 초당적 과제와 연결할 때 보수층의 수용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넷째, 제도적 구조화다. 정권 교체에 따라 에너지 정책이 흔들리지 않도록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의 강화, 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 계약 확대 등 장기적 규제 틀을 통해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에너지 전환의 성패는 '정치'가 아닌 '설계'에 달려 있다 연구팀이 제시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에너지 갈등은 기술이나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프레임과 정치의 문제에 가깝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어느 진영의 상징으로 소비하는 한 사회적 합의는 요원하다고 지적한다. 연구팀은 에너지 전환을 둘러싼 논의를 이념 대결의 장에서 끌어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논란의 핵심을 기술적 시너지와 국가 경쟁력, 그리고 지역 사회의 실질적 이익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재구성할 때 비로소 출구가 보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원전이냐, 재생에너지이냐 여부를 정치적 선택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용적 차원에서 어떻게 공존하도록 설계할 것이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가격이 신호가 될 때 행동이 바뀐다

필자가 2019년에 덴마크 출장을 갔을 때의 일이다. 현지 교민 아주머니께서 가이드를 하는 중간에 스마트폰 앱으로 전기요금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전기요금이 낮거나 마이너스인 시간에 세탁기나 식기세척기를 돌린다고 하였다. 덴마크의 대부분 가정은 시간대별 가격을 기준으로 전기요금이 부과된다. 예를 들어, 2025년 7월에는 시간대별 최고가와 최저가의 차이가 3.56크로네(약 830원)에 달했다. 스마트폰 앱 알람이 울리면 주부는 세탁기를 돌리고, 직장인은 주차장에 세워둔 전기차의 충전 버튼을 누른다. 현재 북유럽의 재생에너지 강국 덴마크에서는 이런 풍경이 일상이 되었다. 그린파워 덴마크(Green Power Denmark)의 분석에 따르면, 가정에서 전기요금이 저렴한 시간대에 맞춰 사용량을 조절하면 요금을 최대 20%까지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 중앙은행의 연구에서는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가구가 전기요금이 오를 때 소비량을 크게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전기요금이 1크로네(약 233원) 인상될 때마다 소비는 2.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격이 소비자에게 강력한 행동지침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커질수록 전력망 강화나 에너지 저장 용량 확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에너지 소비 행태의 현대화다. 이에 덴마크는 전력 수요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에너지 데이터 서비스(Energi Data Service)와 같은 투명한 정보 공개가 있다. 국영 전력회사가 제공하는 실시간 도매가격 데이터는 안델(Andel), 노를리스(Norlys)와 같은 민간기업에 의해 세련된 앱으로 가공된다. 소비자들은 내일의 요금을 미리 확인하고, 요금이 비싼 피크 시간대는 피하고 재생에너지 생산이 많아 요금이 낮은 시간대에 전기 소비를 늘린다. 이는 전력 인프라에 대한 과잉 투자를 막고 재생에너지의 출력제어(curtailment)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를 보유하고도 에너지 분야에서만큼은 아날로그식 접근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점적 전력 공급 구조와 경직된 요금 체계는 소비자에게 아무런 가격 신호를 주지 못한다. 현재 한국의 주택용 요금제는 사용량에 따른 누진제에 머물러 있다. 전력 생산 단가가 비싼 저녁 시간대나, 태양광 발전이 많아 출력제어가 일어나는 낮 시간대나 소비자에게 적용되는 요금은 거의 동일하다. 가격이 시장의 수급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니, 소비자들은 굳이 불편을 감수하며 사용 시간을 조절할 이유가 없다. 이는 결국 피크 시간대 발전을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가스 발전을 돌리게 만들고, 재생에너지 발전을 멈추게 만드는 비효율을 초래한다. 덴마크의 사례를 우리 현실에 이식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실시간 변동 요금제의 도입과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 제주도에서 시범적으로 시행 중인 계절별‧시간대별(계시별) 선택요금제의 본격 도입을 통해 소비자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특히 공급 과잉으로 출력제어가 빈번한 제주와 호남 지역에서는 가격 신호가 더욱 절실하다. 계시별 요금제는 가격 신호를 통해 소비자가 스스로 수요를 조정하게 함으로써 출력제어를 완화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발전원을 바꾸는 작업이 아니다. 공급 중심의 패러다임을 수요관리라는 현대적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거대한 흐름이다. 덴마크의 사례는 투명한 데이터와 유연한 요금제가 소비자에게 스마트한 절약의 동기를 부여하고, 전력 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음을 증명한다. 가격 신호가 살아나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보장될 때, 전력망의 효율성은 높아지고 재생에너지는 비로소 우리 일상의 지속 가능한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제는 경직된 요금 체계의 틀을 깨고 전력시장의 고도화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시작해야 할 때다. bienns@ekn.co.kr

경주시, 혁신형 SMR 1호기 유치 ‘총력전’

2035년 준공 목표 680MWe급…해안 인접 49만㎡ 부지 검토 주민설명회·범시민 서명 추진…경주 “차세대 원전 중심도시 도약" 승부수 경주=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경주시가 차세대 원자력 산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1호기 유치에 본격 착수했다. 기존 원전 인프라와 연구 기반을 앞세워 미래 에너지 산업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경주시는 18일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1호기 건설의 최적 입지로서 유치 당위성을 대내외에 적극 알리고,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통해 차세대 원전 산업 중심지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i-SMR 1호기는 총 설비용량 680MWe 규모로, 170MWe급 모듈 4기로 구성된다. 설계수명은 80년에 달하며 오는 2035년 준공이 목표다. 부지는 해안 인접 지역 약 49만6000㎡(약 15만 평)가 검토되고 있다. 유치 절차는 자율유치 공모를 시작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유치 신청서 제출, 부지선정평가위원회 평가와 선정, 최종 통보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경주시는 그동안 소형모듈원전 유치를 위한 기반 구축에 주력해왔다. 한국수력원자력과 'SMR Smart Net-Zero City' 조성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SMR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설립을 추진하는 등 원전 관련 산업·연구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확충해 왔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달 신규 원전 건설 공모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경주시는 즉각 유치 추진 계획을 수립하고 대응 체계 마련에 착수했다. 경주시는 향후 주민설명회와 국회 포럼 등을 통해 시민과 정치권의 공감대를 확산하는 한편, 범시민 서명운동과 시의회 동의 절차를 병행해 유치 기반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 수용성을 확보하고 정부와 사업자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i-SMR은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인 차세대 원전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탄소중립 시대 핵심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주시는 이번 유치가 지역 산업 구조 고도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파급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i-SMR 1호기 유치는 경주의 미래 100년을 좌우할 중대한 전략 과제"라며 “대한민국 대표 원자력 도시로서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차세대 에너지 산업 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주가 혁신형 SMR 1호기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지, 원자력 산업 중심 도시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지역별 전기요금제, 수도권·비수도권 나눠 산업용에 반영 유력

지역별전기요금제 도입이 본격 추진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산업용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에 기업 이전을 유도해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지만 전국 단일 전력망 체계에서 요금 원가를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15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현재 흐름상 가정용까지 세분화하기보다는 정치적 부담이 큰 주택용 요금은 건드리지 않고 산업용을 중심으로 수도권과 그 외 지역을 구분하는 2분 구조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세부 권역을 촘촘히 나눌 경우 원가 산정의 복잡성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원가는 기본적으로 발전소의 전기 생산 비용을 반영한 전력도매가격(SMP, 계통한계가격)을 토대로 한다. 여기에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소비지로 전달하는 비용인 송·배전망 비용 등이 더해져 최종 소매요금이 결정된다. 결국 지역별 요금 차이는 발전원가와 송배전비용을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송배전비용 측면에서 보면 지역별 전력생산량과 소비량이 다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2024 지역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실제 발전량 대비 소비량을 보면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지역의 전력생산량은 14만957기가와트(GWh)로 소비량 21만5407GWh보다 7만4450GWh 적다. 즉 수도권은 다른 지역에서 전기를 7만4450GWh만큼 사와야 한다는 의미다. 발전비용을 따져봐도 수도권에 비싼 발전설비들이 많다. 전력거래소의 2024년도 발전설비현황 자료를 참고하면 수도권을 제외한 강원·충청·호남·영남권의 발전설비를 모두 합산하면 원전 24.6GW, 석탄 34.8GW, LNG 18.6GW, 재생에너지 29.9GW로 집계된다. 원전과 석탄 등 대규모 기저발전 설비가 대부분 지방에 집중돼 있는 구조다. 반면 수도권은 원전 설비가 전혀 없고 LNG 27.2GW, 석탄 5.08GW, 재생 3.3GW 수준에 그친다. 발전설비 용량 기준으로 보면 수도권은 발전단가가 비싼 LNG 중심의 발전 구조를 갖고 있는 반면, 수도권 외 지역은 비교적 저렴한 원전·석탄 발전설비가 고르게 분포돼 있다. 재생에너지는 발전단가가 LNG와 비슷하지만 그 양이 아직 많지 않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각 발전원별 정산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원전은 79.0원, 석탄은 137.9원, LNG는 158.2원이다. 태양광은 kWh당 120.3원이나 이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은 제외돼 REC 가격을 포함하면 태양광도 LNG와 가격이 비슷하게 나올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발전소가 밀집한 지방에서 생산된 전력이 대동맥처럼 구축된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구조다. 우리나라 전력망은 제주를 제외하면 한국전력 한 곳이 운영하는 사실상 단일 생활권 전력시장이다. 미국처럼 지역별로 독립적 계통운영기구(RTO/ISO)가 존재하고 지역한계가격(LMP)을 통해 변전소 지점별로 나눠 '노드'별로 송배전비용 등을 정산하는 구조와는 다르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송전망 사업을 시장에 개방하고 수십년에 걸쳐 지역별로 전기요금 차이를 좁히기 위해 시장 개편을 추진했다. 미국은 땅이 워낙 넓어 지역별로 전기요금 차이가 심했고 이를 좁히기 위해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실시했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미국도 합리적인 원가를 기반으로 지역별 요금체계를 정착시키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며 “우리처럼 국토가 좁고 전력망이 긴밀히 연결된 구조에서는 세분화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도입하려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단순화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의 균형성장 취지에 따라 발전시설 인근 지역의 송전비용 차이를 반영해 지방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설계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반 국민에게까지 적용할지는 아직 검토 대상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전기 공급시설과 가까운 곳에 기업이 있을 경우 전기요금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공론화를 거쳐 지역별 전기요금제를 도입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의 초점은 수도권에 기업이 과도하게 몰리는 현상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며 “저렴한 전기요금을 계기로 기업이 지역으로 이동한다면 국가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 정책 결정의 핵심이다. 일반 국민까지 적용할지, 기업 중심으로 설계할지 등 여러 갈래가 있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결국 쟁점은 전국 단일계통에서 발전원가와 송배전비용을 어느 수준까지 지역별로 분리해 반영할 수 있느냐와 실제 도입된 요금제가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할 만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느냐에 있다. 정부가 산업용 중심의 2분 구조로 정책을 시작하더라도 향후 전력시장 구조개편과 연계해 산업용을 넘어 가정용까지 확대하거나 권역을 추가로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원전·가스터빈 수주 확대…두산에너빌, 2040년 수주잔고 48조원 예상

두산에너빌리티가 2026년을 원자력과 가스터빈 중심 성장 전환의 분기점으로 보고 수주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추진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발표한 실적 및 사업전망 자료에서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와 AI 데이터센터 확산을 핵심 성장 기회로 제시하며 원자력과 가스터빈 중심 사업 구조 전환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2026년 이후 원자력과 가스터빈 등 고수익 기자재 사업 비중 확대를 통해 중장기 수익성 개선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6년 수주 규모가 약 13조원 수준으로 확대되고, 매출은 약 7조원대, 영업이익률은 약 5%대 중반 수준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030년까지는 수주 16조원 이상, 매출 11조원 이상, 영업이익률 약 10% 수준으로 확대되는 중기 성장 경로를 제시했다. 회사 측은 “원자력과 가스터빈 중심 성장사업 가속화를 반영한 중기 사업계획을 통해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 사업은 2026년 이후 실적 성장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신규 대형원전 2기와 해외 원전 프로젝트 참여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한미 협력을 기반으로 웨스팅하우스 AP1000 기자재 공급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또한 NuScale, X-energy, TerraPower 등 글로벌 SMR 프로젝트가 구체화되면서 관련 기자재 수주 확대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주요 추진 프로젝트 가운데 원자력 관련 사업 규모는 약 4.9조원 수준으로 제시됐다. 가스터빈 사업 역시 2026년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재까지 국내외 가스터빈 16기, 약 8GW 규모 누적 계약을 확보했으며 북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에 따라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북미 가스터빈 공급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중동과 동남아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회사는 2026년 이후 국내외에서 연간 10~12기 수준의 가스터빈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향후 사업 포트폴리오를 원자력과 가스 발전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수주 잔고는 2030년 약 48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고수익 기자재와 서비스 비중 증가로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와 전기화,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라 가스터빈·대형원전·SMR 시장이 중장기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회사는 내다봤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전력 수요 증가와 원전 정책 변화가 맞물리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발전 기자재 사업이 중장기 성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전력계통이 설 연휴 ‘오리 현상’에 긴장하는 이유

설 연휴 기간 전력수요가 크게 감소하는 가운데 태양광 발전량 증가까지 겹칠 경우 전력계통 운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연휴 기간 내내 맑은 날씨가 예보되면서 낮 시간대 발전 과잉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휴 기간에는 산업체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전력수요가 평상시보다 크게 감소한다. 반면 태양광 발전은 낮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전력공급을 늘리는 특성이 있어 공급과잉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계통 운영기관인 전력거래소는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의 출력을 평소의 절반 정도 낮춰 가동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원전과 석탄발전은 기동과 정지에 시간이 걸리는 기저발전 설비로 단기 수요 변동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가 지는 시점이다. 태양광 발전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저녁 시간대에는 전력공급 공백을 빠르게 메울 수 있는 전원이 필요하다. 일몰 이후 출력이 급감하는 이른바 '덕커브(Duck curve)' 현상이 연휴 기간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부하 시간대에 태양광 발전량이 증가하면 전력계통 운영이 어려워지는 이유는 수요는 줄고 공급은 낮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연휴 기간에는 산업체 가동이 줄어 전력수요가 낮아지는데, 동시에 맑은 날씨로 태양광 발전이 크게 늘면 낮 시간대에는 전력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가능성이 생긴다. 반대로 해가 지면 태양광 발전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전력공급이 빠르게 줄어들게 된다. 이때 원자력이나 석탄발전처럼 출력 조정이 어려운 발전원이 많으면 공급을 신속히 조절하기 어렵고, 결국 빠르게 출력을 조정할 수 있는 LNG 발전이나 양수발전 등 유연성 전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전원은 LNG 발전이다. 가스발전은 기동 속도가 빠르고 출력 조정이 가능해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 전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추석 연휴에도 유사한 상황이 예상됐지만 흐린 날씨로 태양광 발전량이 크게 늘지 않으면서 오히려 계통 운영이 안정적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는 상황이 다를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 동안 전국적으로 맑은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태양광 발전량 증가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력당국은 계통 운영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계통 운영 난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전력거래소 수요예측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전력수요는 약 5만5000MW 수준으로 전망된다. 설 연휴 기간에는 산업부하 감소로 최소전력수요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국내 태양광 설비용량은 약 20GW를 넘어선 상태로 낮 시간대 전력공급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조절할 수 있는 양수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아직 물량과 가격경쟁력, 운영 안정성 측면에서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력계통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설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될 경우 연휴뿐 아니라 평상시 계통 운영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전력계통 유연성을 담당하는 발전원에 대한 보상 구조다. 전력시장에서는 여전히 전력 생산량 중심의 정산 구조가 유지되고 있어, 빠른 기동과 출력조정이 가능한 LNG 발전이나 양수발전 등 유연성 전원의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될수록 계통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유연성 자원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관련 시장제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계통 유연성을 제공하는 전원의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보상 체계는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며 “용량시장과 보조서비스시장 등 제도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유연성 자원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탄소중립 정책 기조 속에서 유연성 전원 역할을 하는 LNG 발전을 줄이려는 정책 방향이 추진되고 있는 점도 전력시장 안팎에서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계통 안정성 확보 사이의 균형이 향후 전력정책의 핵심 과제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연휴 기간에는 수요 감소와 태양광 발전 변동성이 동시에 발생해 계통 운영 난도가 높아진다. 전력거래소는 직원들이 24시간 대기하며 계통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다만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에 맞춰 계통 유연성 자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봄 가을철, 연휴 때 마다 운영 부담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두산에너빌리티, 남부발전에 가스터빈 3기 공급

두산에너빌리티가 한국남부발전과 올해 첫 가스터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남부발전과 380MW급 가스터빈 3기 공급에 대한 서명식을 진행했다고 11일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에서 열린 서명식에는 한국남부발전 서성재 기술안전부사장, 두산에너빌리티 손승우 파워서비스BG장 등 양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계약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남부발전이 추진하는 발전소 2곳에 가스터빈 3기를 공급한다. 경상남도 하동군에 1000MW급으로 조성되는 하동복합발전소에 가스터빈 2기, 경기도 고양시에 500MW급으로 들어서는 고양창릉열병합발전소에 가스터빈 1기를 공급하고, 발전기와 부속설비도 각각 납품한다. 두 발전소 모두 2029년 12월 상업운전을 목표로 추진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최다 가스터빈 운용사인 한국남부발전과 국내 가스터빈 산업 활성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양사는 2018년부터 7F급* 가스터빈 고온부품 개발사업을 공동 수행하며 핵심 기술 국산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7F 터빈·연소기·로터 등 주요 부품을 국산화하고, 2025년 부산빛드림발전소에서 시운전에 성공해 현재 상업운전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가스터빈 서비스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스터빈 사용자 컨퍼런스에서 양사 공동 발표를 진행하며 국내 가스터빈 기술력을 해외에 알렸다. 두산에너빌리티 손승우 파워서비스BG장은 “한국남부발전은 이번 계약 포함 그 동안 총 4기의 가스터빈 구매계약을 체결하며 국산 가스터빈 확산과 국내 생태계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두산은 엄격한 품질과 일정 준수로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앞으로도 국내 시장에 경쟁력 있는 가스터빈을 적극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자체 개발 모델 본격 양산 이전에 입찰∙계약된 석탄발전소 대체 발전소용 가스터빈 4기를 제외한 모든 국내 복합발전소에 필요한 가스터빈에 대해 공급 계약을 했거나 공급을 추진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가스터빈 생산 역량을 점차 확대해 국내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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