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20일 동시 취임했다. 두 사람은 당면 과제인 전기요금 추가 조정과 관련, 당정과 국회의 협조를 이끌 수 있는 쌍두마차로 기대받고 있다. 전기요금 추가 인상의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인 국민의 부담에 부담을 지우는 것인 만큼 물가당국과 집권당으로선 반대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그간 쌓인 눈덩이 적자와 부채에 허덕인 한전의 경영상황이 사실상 산소 호흡기를 꼽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는데다 최근엔 고유가 파고까지 덮쳐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국면에 내몰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정부는 최근 이같은 상황에서 전기요금 추가 인상에 대한 적극 검토에 들어가 현재 인상의 시기와 폭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전기요금 인상안을 마련하는 한전, 승인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인상 방침에도 기획재정부와 국민의힘의 협조 없이는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정관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기재부는 물가당국으로 전기요금 조정의 협의 권한을, 국민의힘은 집권당으로 정책 조정 권한을 각각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설득하지 않고는 전기요금 추가 인상의 최종 결정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날 동시 취임한 방문규 장관과 김동철 사장이 그 두 방향의 난제를 풀 수 있는 적임자로 꼽고 있다. 관가와 에너지업계에서는 사실상 전기요금과 에너지정책이 정치권에서 결정되고 있는 만큼 전기요금 조정 협의 권한 가진 기재부를 친정으로 둔 방문규 장관과, 4선 국회의원과 국회 산업자원위원장을 지내 탄탄한 정치권 소통 네크워크를 구축한 김동철 사장이 정부와 국회, 한전 간의 조정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전기요금 추가인상의 최대 변수는 내년 총선을 앞둔 당정의 협조와 한전의 자구노력 성과가 될 전망이다. 물가관리 책임 기재부 차관 및 정책조정 역할 국무조정실 실장 출신의 방문규 장관이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방 장관은 전기요금 인상의 전제로 한전의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 필요성을 줄곧 강조해왔다.당정도 전기요금 인상으로 국민에 추가 부담을 지우려면 한전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국민을 설득해야 민심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기본 인식을 고수하고 있다. 방 장관은 지난주 청문회에서 "안전하고 경제성 있는 에너지산업을 만드는 게 용이하지 않다. 한전의 대규모 재정적자가 발생했고 요금조정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면서도 "국민들에게 요금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하려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최대한 부담을 전가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 재무개선계획을 하고 있다. 취임 후 추가로 필요한 구조조정 계획도 밝히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동철 사장은 산업부와 한전의 정책을 총괄하는 국회 산업위원장을 지낸데다 여야와 두루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경륜을 가진 점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김 사장은 한전 부실은 정부 책임이라는 소신과 원칙을 피력해온 바 있다. 결국 방 장관과 김 사장이 적절한 구조조정, 요금인상 방안을 제시하고, 물가 당국 기재부와 국회의 협조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김 사장은 국회 산자위원장 당시 에너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는 "지금 공기업의 부채, 방만경영, 정상화 같은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 문제는 책임소재가 공기업에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정부가 정책을 잘못 만들고 밀어부친 측면도 있기 때문에 그런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방문규 장관은 이날 취임사에서는 전기요금 조정이나 한전의 구조조정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방 장관은 "간헐적인 발전원을 감안한 전력계통 보강, 시장 경제에 부합하는 전력시장 운영 등 에너지 인프라와 제도를 속도감 있게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석유, 가스, 핵심 광물 등 자원의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고,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뿐 아니라 경제성을 균형 있게 고려한, 현실성 있는 에너지 믹스를 추진하겠다"며 "탄소중립 목표와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세계적으로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는 원전의 생태계 복원을 조기에 완성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탄소포집저장(CCUS), 수소 등과 함께 새로운 에너지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급변하는 에너지 환경 속에서 취약계층이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에너지 복지제도도 두텁고, 촘촘하게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김동철 사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1990년대 우리 한전은 시가총액 압도적 1위의 국내 최대 공기업이었다. 2016년에는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글로벌 전력회사 1위 기업이었다"며 "그런데, 지금의 한전은 사상 초유의 재무위기로 기업 존폐를 의심받고 있다. 2만여 직원들의 사기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정말 뼈아픈 소리지만, 그동안 한전이 공기업이라는 보호막, 정부보증이라는 안전판, 독점 사업자라는 우월적 지위에 안주해온 것은 아닌지,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미래 대비를 소홀히 한 채 무사안일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무후무한 위기 앞에서 모든 원인을 외부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며 "한전 스스로의 냉철한 반성은 없이 위기 모면에만 급급한다면, 위기는 계속되고 한전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한전은 지금의 절체절명 위기 앞에서 환골탈태해야 한다. ‘제2의 창사’라는 각오로 결연하게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지만, 그것은 국민에 대한 기본적 책무에 불과하며 앞으로 한전은 글로벌 무한경쟁과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새로운 기회의 영역을 선점해 나가야 한다"며 강도 높은 자구노력과 구조조정을 시사했다.jjs@ekn.kr방문규(왼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