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쏠림 더 심화’ 환경단체 지적에…기후부, 송전선로 입지선정 보류

정부가 송전선로 건설이 추진되는 전국 27개 사업 현장에서 입지 선정 절차를 한 달간 보류하기로 했다고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이 11일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용인반도체국가산단재검토와 초고압송전탑건설반대전국행동'(전국행동)과 간담회를 열고 현재 진행 중인 입지선정위원회의 절차를 한 달간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국행동 지역별 대책위원들은 한국전력이 운영하는 입지선정위원회가 폐쇄적이고 불투명하다며 불만을 품고 비판해왔다. 이들이 근본적인 절차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기후부가 한 달간 보류하겠다고 밝힌 배경이다. 보류 대상은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전국에 건설이 추진되는 송·변전 설비 가운데 입지 선정 단계에 있는 27개 송전선로 사업이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전력 공급 등을 위해 수도권과 전국 각지에 초고압 송전망을 확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단체는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과 이에 따른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로 수도권에 전력 수요가 집중되고 재생에너지 확대 지연 등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안재훈 전국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송전탑 건설 절차만 민주적이면 된다는 생각은 틀렸다"며 “국가기간 전력망위원회를 재소집해 현재 추진 중인 건설을 중단하고, 갈등 현황 전수 조사와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태양광 발전,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중동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요즘 에너지 안보와 자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때 우리 경제에 위기 경보를 울리며 배럴 당 150달러까지 올라갔던 두바이유가는 아직도 1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수입 유가가 연평균 86달러이던 2023년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액은 250조원을 넘었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유가가 60달러대에서 유지되어 연간 수입액은 170조원 수준이었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올해는 250조원을 넘어 300조원에 이를 수도 있다. 지난달 초 유럽의 태양광 단체인 '솔라 파워 유럽'은 중동전쟁으로 유럽의 가스 수입가격이 올라가면서 3월 한달간 유럽연합이 태양광 발전으로 얻은 효과가 37억7천만유로(6조5천억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립 에너지에 대한 요구는 유럽에서 태양광 발전의 붐을 다시 일으켰고 그 결과 이번 중동전쟁의 영향을 완화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자립에너지인 재생에너지 보급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100GW의 재생에너지 발전을 설치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하였다. 이 중 90GW를 태양광 발전이 담당해주어야 한다. 2025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태양광 발전 설치 용량은 약 30GW이다. 지난해 새로 설치된 태양광 발전은 약 3.9GW.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 4GW를 갓 넘어섰던 신규 설치용량은 윤석열 정부에서 2.7GW까지 하락한 뒤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이다. 2030년의 90GW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 평균 10GW가 새로 설치되어야 한다. 그래서 정부도 올해 목표를 7.5GW로 잡고 있다. 그런데 올해 4월까지 설치된 용량은 1.3GW에 불과하다. 이 추세로 하면 연간 4GW 설치 수준을 회복할 수는 있겠지만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햇빛소득마을은 태양광 발전 보급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한 축이 되고 있다. 마을의 공유시설이나 공공 부지에 마을 발전소를 설치하고 그 수익을 주민 복지를 위해 사용함으로써 주민들의 태양광 발전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그 성과에는 한계가 있다. 한 마을에서 1MW를 설치한다 해도 2,500개 마을이 참여해야 2.5GW에 불과하다. 태양광 발전의 설치에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와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이 따라주어야 한다. 현 RPS 제도에 참여한 태양광 발전 설비의 규모를 살펴보면 2025년 현재 100kW미만이 45.2%, 100~1MW가 35.4%, 1MW 이상이 19.4%를 차지하고 있다. 즉, 1MW 이상의 대규모 설치는 20%에 불과하고 80%는 소규모 태양광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이 태양광 발전 산업의 특성이다. 벼농사와 같이 다수의 소생산자가 참여하는 산업인 것이다. 해안을 간척한 현대의 서산농장과 같은 대농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전국에 산재한 소농이 있어 쌀의 자급이 가능한 것이다. 태양광 발전에서도 새만금에 투자하기로 한 현대는 상당한 규모의 설치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그 만한 입지를 구하기는 쉽지가 않다. 곳곳에서 소생자가 참여하여야 태양광 발전의 설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며 우리는 에너지 자립에 한걸음 다가가게 될 것이다. 어떤 산업에 민간의 참여와 투자를 유인하려면 그럴 만한 산업의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핵심적인 것은 안정적인 수익과 사업 참여의 용이함이다. 수익이 불안하다면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또한 기업조직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소생산자 개인이 전업 혹은 부업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면 사업 추진과 발전소 운영이 그리 어렵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안에 현 RPS제도를 폐지하고 입찰시장으로 개편한다면서 소규모 태양광 발전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찰 시장을 설치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뿐 공식적으로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즉 태양광 발전 사업이 수익이 날지 어떨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입찰이란 구매와 판매 양측에게 모두 비용을 발생시키는 방법이다. 부업으로 참여하는 개인이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번거로운 절차를 익히고 매일 시간을 낸다는 것이 그 수익에 비해 치러야만 할 비용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농협에서 벼를 수매하듯이 한전에서 기준가격으로 구매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하면 기준가격을 따로 정할 필요도 없고 그냥 시장가격으로 구매하면 될 일이다. 게다가 전력망 운영의 안정성을 내세워 발전사업자에게 출력조정기를 설치하게 하고 보상 없이 한전에서 전기를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 망 운영자 입장에서 출력조정을 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화력발전이나 원전처럼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이 합리적이다. 시동을 걸고 있는 햇빛소득마을이 성공적으로 확대되어 가기를 기원하며, 2030년 90GW 태양광 발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산업활성화 대책이 세워지기를 바란다. bienns@ekn.kr

케이엔알시스템, ‘슈퍼휴머노이드’ 디자인 특허…“세계 최대 ‘일하는’ 이족보행 로봇”

로봇 전문기업 케이엔알시스템이 고중량 작업용 '슈퍼휴머노이드' 로봇의 디자인 특허 등록을 완료하고 실물 이미지를 처음 공개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11일 자사가 개발 중인 슈퍼휴머노이드 설계 디자인이 최근 특허청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등록을 통해 외형의 독창성뿐 아니라 고중량 핸들링에 최적화된 하드웨어 구조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했다. 해당 로봇은 2025년 하반기부터 개발이 진행 중인 이족보행 기반 대형 로봇으로, 작업자가 직접 탑승해 조작하거나 원격으로 운용할 수 있는 유·무인 겸용 구조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중공업, 건설, 토목, 원전 등 고위험 산업현장에서 작업자 안전 확보와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통상 20~50kg 수준의 가반하중을 바탕으로 인간 작업을 보조하거나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케이엔알시스템즈의 슈퍼휴머노이드는 최대 600kg까지 들어올릴 수 있도록 설계돼 기존 대비 10배 이상의 성능 구현을 목표로 한다. 이 로봇은 높이 약 2.5m, 폭 1.5m의 대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온·고방사선 등 인간 접근이 어려운 환경에서 고중량 구조물을 처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회사 측은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개념이라면, 슈퍼휴머노이드는 인간이 수행할 수 없는 작업을 수행하는 새로운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적으로는 자사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와 유압 액추에이터를 결합한 고성능 구동 시스템이 핵심이다. 여기에 최대 300kg 수준의 악력을 구현하는 특수 설계 로봇손을 적용해 고난도 핸들링 작업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해당 로봇손은 최근 개발을 완료하고 별도 특허 출원도 진행됐다. 또한 작업 환경에 따라 하체를 이족보행뿐 아니라 바퀴형, 무한궤도형 등으로 확장하는 모듈형 플랫폼을 검토 중이다. 원격 운용에는 피지컬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해 험지에서도 안정적인 작업 수행이 가능하도록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케이엔알시스템은 2026년 말 1차 공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며, 로봇팔과 로봇손 등 핵심 부품을 개별 제품으로도 상용화해 부품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명한 케이엔알시스템 대표는 “글로벌 휴머노이드가 공장 내 정밀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면, 슈퍼휴머노이드는 산업 현장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며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진짜 일하는 로봇'의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케이엔알시스템은 'K-휴머노이드 연합' 참여기업이자 AI팩토리 전문기업으로, 심해 작업 로봇과 제철소 용광로 관리 로봇 등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로봇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 기술 상용화와 원전 해체용 로봇 플랫폼 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로봇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5월 이후 국제원유시장은 어디로?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거의 모든 전문 기관과 전문가들의 예측과 다르게 중동사태가 두 달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국제적인 전문 기관도 예측하지 못한 수준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잘못된 예측을 하였다. 특히 사태 장기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에너지 무역 역사상 최초로 일어났기에 전쟁 발발 시점에서의 예측들이 큰 오차로 빗나갔다. 4월 말에 발간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단기에너지예측(Short-Term Energy Outlook) 보고서의 국제시장가격 전망치 역시 이란 사태가 시작된 직후인 3월 초의 보고서 내용과 사뭇 달라져 있다. EIA는 Brent시장 원유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올해 2분기까지 배럴당 100달러보다 높은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그리고 3분기 이후에 가서야 90달러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였다. 3월 초 예측에서는 Brent시장 원유가격이 2026년 평균으로 하여 79달러일 것으로 예측하였으나 이번 보고서에서는 96달러로 보고 있다. 22%나 올린 것이다. 또한 OPEC+의 원유생산량의 예측치가 3월 보고서에 비하여 5% 줄어들었으며, 세계 원유비축량의 예측치는 기존에는 2%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였다가 오히려 0.3%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변경하였다. 이번 이란 사태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바로 원유 비축 부문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2025년도에 전 세계 원유비축량이 많이 증가하였기에 이란 사태 이전에는 2026년에 대하여 낮은 원유 가격과 높은 원유 비축 물량을 예상하였었다. 그러나 사태의 장기화로 수요국의 원유 비축 물량은 줄어들고 있지만 생산국, 특히 걸프만 주변 중동 산유국의 원유 비축 물량은 사상 최대로 치솟았다. 이는 원유가 지질구조의 문제로 일단 생산을 시작하면 생산량의 조절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량을 잘못 조절하면 매장된 유전의 지질구조에 영향을 주게 되어 생산량을 원래대로 늘릴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수송도 어렵고 생산량 조절도 어렵게 되자 중동 산유국들이 생산한 원유를 모두 자국의 비축시설 안에 비축하고 있으며 이미 거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UAE 등이 우리나라의 원유 비축기지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마도 이번 사태가 종료되고 나면 수요국 모구 원유 비축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동시에 산유국들도 수요국 주변에 일종의 중간 비축기지를 운영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한편 국제원유시장의 선물가격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 참가자들은 아직도 이란 사태가 조만간 끝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란을 제외하면 중동 산유국 원유 생산시설의 대규모 파괴가 없어 실질적인 수급에는 크게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천연가스는 카타르 일부 액화시설의 파괴로 상당 기간 차질이 예상된다. 전문가들도 시장가격이 본질적인 수급 상황보다 지엽적인 보도로 인한 심리적인 요인, 그리고 재무적인 이익을 노리는 투기로 인하여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멀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던 4년 전부터, 가깝게는 2월 말에 시작된 이번 이란 사태로 인하여 전쟁의 참상이 매우 심각함을 다시 한번 깊이 깨닫게 되었고,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안보는 물론 에너지 사용 구조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함을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천연가스 수급에 문제를 야기하며 주로 난방용 연료에 그 피해가 집중되었다면 이번 이란 사태는 원유의 수급에 문제가 나타났는데 이는 다시 다양한 석유제품의 수급 문제로도 이어졌으며 피해도 주로 제품 수급 부분에 집중되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석유제품 가격의 상승은 앞으로 소비자물가를 상당 기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여 년간 시행된 에너지정책이 주로 연료 부분에 맞추어져 있었기에 원료 부문에 대한 정책이 매우 적었고, COVID-19 사태 이후 일회용품이 크게 늘어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일회용품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와 원료 부분에의 효과적인 대체제를 마련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요구된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산업 및 석유화학산업을 가지고 있어 정말로 다양한 석유제품을 그동안 편하고 손쉽게 사용하고 있었음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관련 산업계의 구조조정 과정에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겠다. 한편 EIA는 2027년 중반에 가서야 국제원유가격이 70달러 선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하여 2027년에는 미국 원유생산량이 일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였으나 OPEC의 원유생산량은 그러나 사태 이전에 예측한 수치와 큰 변화 없이 유지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휴전 협정이 진행됨에 따라 국제원유시장이 안정되어 가고 있어 응급처방으로 시행하고 있는 시책들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을 시기가 빨리 도래하기를 희망하여 본다. bienns@ekn.kr

김성환 기후부 장관, 전력망 반대 주민들 만나 수용성 강화 방안 논의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전력망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만나 주민 수용성을 높일 방안을 논의했다. 기후부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성환 장관 주재로 전력망 건설 반대위원회 대표단과 제2차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달 10일 제1차 간담회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 반대위 모여 전력망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 상황을 점검하고 주민 수용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방향을 논의했다. 먼저 사업별 입지 선정 단계에서 주민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입지선정위원회 위원의 대표성을 강화하고 관련 절차를 내실이 있게 운영하는 한편, 주민설명회 확대 등 절차적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최근 주요 국가 전력망 사업은 주민 반발과 인허가 갈등으로 수년째 지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동해안 원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인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는 주민 반대와 지방자치단체 협의 지연 등으로 당초 계획보다 약 8년가량 지연된 상태다. 동해안~수도권 HVDC 사업은 강원·경북 동해안 지역에서 생산된 원자력 및 석탄 발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하기 위한 국가 핵심 전력망 사업이다. 특히 경기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HVDC 변환소 증설 사업은 대표적인 갈등 사례로 꼽힌다. 한국전력은 동해안~수도권 HVDC 사업 완성을 위해 동서울변전소 내 500kV급 HVDC 변환소 설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하남시와 주민들은 전자파·소음·안전성 우려와 주거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에 간담회에서는 계획·건설 단계에서 의견수렴 폭을 확대하고 주민 지원·보상 체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 수립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와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의견수렴 범위를 넓히는 방안과 함께 송전망 경과지역에 대한 법적·제도적 지원이 지역 주민에 실질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전력망 건설은 에너지 대전환 및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임을 강조하며, “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최소화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합리적인 건설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전, 신규 사외이사 6명 선임…에너지·법률·재무·탄소중립 전문가 포진

한국전력이 에너지 정책과 경영·재무·법률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신규 사외이사 6명을 선임했다. 임기는 오는 8일부터 2년이다. 7일 한국전력 공시에 따르면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는 이경섭 동신대 전기공학과 명예교수, 문재도 서울대 응용과학과 특임교수, 황정화 법무법인 경연 변호사, 김종욱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부위원장,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송재도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 등이다. 이경섭 교수는 전력·전기공학 분야 전문가로 동신대 전기공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문재도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한국수소연합 회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산업·에너지 정책통으로 꼽힌다. 황정화 변호사는 법률·준법 경영 분야 전문성을 갖췄으며, 김종욱 부위원장은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서울시의원을 지내 정책·정무 역량을 보강할 인사로 평가된다. 정도진 교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네이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장을 지낸 재무·지배구조 전문가다. 송재도 교수는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탄소중립 정책 분야 경험을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외이사 구성이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탄소중립,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확대, 전기요금 체계 개편 등 복합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산업부 차관 출신과 탄소중립위원회 인사가 동시에 포함되면서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사이 균형을 고려한 인선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한편 이번 선임 이후 한국전력의 등기이사는 총 14명, 사외이사는 8명으로 유지되며 사외이사 비율은 57.1%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에너지전환은 에너지변환에 달려있다

인류 문명의 도약은 언제나 새로운 에너지변환(Energy Conversion) 기술의 등장과 궤를 같이했다. 불을 사용하며 화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꿨고, 증기기관을 통해 열을 운동에너지로 전환하며 산업혁명을 일궈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전기 문명 역시 화석연료가 가진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면서 시작되었다. 지금 우리는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기후위기라는 전 지구적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 중심의 에너지 체계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꾸는 에너지전환(Energy Transition)이 지상 과제가 된 것이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핵심이 있다.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은 결국 얼마나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변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전환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다. 태양과 바람은 인간의 필요에 맞춰 발전하지 않는다. 전기가 남을 때는 버려지고, 부족할 때는 다시 화석연료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에너지변환 기술이다. 실제로 덴마크는 전기-열 변환(Power-to-Heat) 기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바람이 강해 전력 생산이 넘칠 때, 남는 전기를 히트펌프를 가동해 열에너지로 바꾼 뒤 이를 난방용 온수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전기는 저장이 어렵지만 열은 보온 탱크에 담아 보관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는 버려질 전기를 실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필자도 방문이 적이 있는 덴마크 에스비에르(Esbjerg)항은 1970년대까지 어업과 오일·가스 산업의 중심지였으나 이들 산업의 쇠퇴로 소멸 위기를 맞다가, 2000년대 들어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지원 항만으로 변모했다. 에스비에르 항은 전남, 울산 등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지역들에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에스비에르는 2024년 12월부터 기존의 석탄화력 열병합 발전소 대신 70MW급 해수 히트펌프를 통해 연간 약 28만 MWh의 친환경 열을 2만 5천 가구에 공급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인근 해상풍력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하여 지역난방의 탈탄소화를 이루어낸다. 미국, 호주, 영국 등에서 활성화된 가상발전소(VPP) 모델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변환의 정수를 보여준다. 테슬라는 자체 ESS인 파워월(Powerwall)과 전기차 배터리 등의 형태로 분산돼 있는 에너지 자원을 정보통신기술로 통합해 하나의 발전소인 것처럼 전기를 공급한다.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 VPP 플랫폼에 연결된 ESS나 전기차 배터리의 방전을 유도해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한다. 반대로 재생에너지 생산이 급증할 때 ESS나 전기차 등이 잉여 전력을 최대한 흡수한다. 이는 전기가 필요한 시점에 맞춰 에너지의 흐름을 전환함으로써 거대한 화력발전소를 새로 짓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낸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만큼이나, 이미 존재하는 에너지를 필요에 따라 효율적으로 변환하고 재배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제주와 호남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해 발전을 강제로 중단하는 출력제어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변환 기술과 함께 전력시장의 변화가 필요하다. 전기가 남아돌 때와 부족할 때의 가격 신호가 실시간으로 작동하지 않다 보니, 기업이나 개인이 ESS를 설치하거나 에너지변환 기술에 투자할 경제적 유인이 약하다. 에너지를 변환하는 기술적 효율만큼이나, 수요와 공급을 잇는 시장의 유연성이라는 시스템적 변환 효율이 절실한 시점이다. 진정한 에너지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력망에 갇힌 에너지를 열, 운동, 화학 에너지 등으로 자유롭게 변환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가 전기가 쌀 때 사용하거나 저장하고, 비쌀 때 소비를 줄이는 수요유연성을 발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에너지는 그 형태를 자유롭게 바꿀 때 비로소 가치가 극대화된다. 에너지변환 기술을 보급하고 효율적인 시장을 설계할 때, 에너지전환은 거창한 구호를 넘어 경제적 기회이자 일상이 될 것이다. bienns@ekn.co.kr

“2시간마다 껐다 켰다”…태양광에 밀려 ‘몸살’ 앓는 화력발전[이슈]

태양광 발전 비중이 낮 시간대에 급증하면서 LNG·석탄 등 화력발전 출력을 낮췄다가 저녁 시간에 다시 높이는 운영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장시간 운영에 최적화 돼 있는 화력발전기의 발전 효율이 저하되고 설비 피로도가 증가하며, 불완전연소로 환경적으로도 더 좋지 않다는 점이다. 발전소 운영인력조차 잦은 가동 정지가 국가적으로 올바른 정책인가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들의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는 화력발전기의 잦은 가동 정지에 대한 현장인력들의 불만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발전공기업 직원은 “석탄화력 운영을 왜 그렇게 하는 것이냐"며 “A호기 정지 후 2시간 뒤 다른 호기를 가동하고, 다시 다른 호기를 멈추는 식의 운전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2시간 단위로 발전기를 껐다 켜는 것이 환경에도 좋지 않고, 운영 효율도 떨어질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력시장에서는 최근 낮 시간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화력발전기의 급격한 출력 조정이 빈번해지고 있다. 노동절인 지난 1일에는 정오 기준 태양광 발전 출력이 약 28.95GW로 전체 발전량의 50%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LNG 발전량은 새벽 약 20GW 수준에서 정오에는 6GW대까지 급감했다가 저녁 이후 다시 19GW 수준으로 급증했고, 석탄 발전량 역시 새벽 13.8GW에서 정오에는 5.7GW로 절반 이상 줄었다가 일몰 이후에 다시 회복하는 운영이 반복되고 있다. 전력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전형적인 '덕커브(Duck Curve)'로 보고 있다. 낮에는 태양광 발전이 계통을 장악하면서 화력발전이 밀려나고, 해가 지면 태양광 출력이 급감해 화력발전이 다시 급하게 투입되는 구조가 마치 오리(Duck) 모양과 비슷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러한 화력발전의 급격한 기동·정지 운전이 설비 효율과 안정성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LNG와 석탄 발전은 일반적으로 100MW 이상의 대형터빈으로 구성돼 본래 장시간 운영에 최적화돼 있다. 반대로 단시간 내에 반복적인 출력 조정과 기동·정지가 늘어나면 연료 효율이 떨어지고 설비 피로도가 증가한다. 특히 발전기 재기동 과정에서는 순간적인 불완전연소로 인해 연료 사용량과 배출량이 증가해 오히려 환경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방향 자체는 불가피한 흐름이지만 현재처럼 저장장치와 계통 보강 없이 태양광만 급격히 확대되면 결국 기존 발전기들이 계통 안정성을 위해 희생하는 구조가 된다"며 “발전소를 자동차 시동 키고 끄듯 운영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태양광 발전 확대 속도가 계통 유연성 확보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ESS(에너지저장장치) 확대와 송전망 보강, 수요관리 체계 고도화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AIDC)와 반도체 산업 확대 등으로 향후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낮에는 전력이 남고 밤에는 다시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현재 구조가 장기적으로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계통 안정성과 전력시장 운영 비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단순히 설비만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ESS·계통 투자·유연성 자원 확보가 함께 가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김성진 전력거래소 이사장 취임…“에너지 대전환·전력시장 혁신 추진”

김성진 신임 한국전력거래소 이사장이 안정적 전력수급과 에너지 대전환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전력시장 혁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6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에너지 대전환은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할 현실"이라며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환 성공을 위해 전력거래소의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과 함께 △안정적 전력수급체계 구축 △에너지 대전환을 위한 전력시장 혁신 △지산지소형 분산형 전력시스템 구축 △지역별 요금제 도입 △사람 중심 조직 혁신 등 5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최근 재생에너지 확대와 국제 에너지 위기 속에서 전력계통 안정성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태양과 바람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자원"이라며 “국민과 산업은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을 요구하는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전력시스템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실시간 계통 운영 능력을 강화하고 수요·공급 예측체계를 고도화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관리(DR), 전기차 등 유연성 자원이 제대로 보상받는 전력시장을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그는 “전기를 생산하는 자원뿐 아니라 저장하고 줄이고 이동시키는 자원까지 공정하게 보상받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보조서비스 시장 확대와 실시간시장 도입 추진 의지를 밝혔다. 또 중앙집중형 전력체계의 한계를 언급하며 지역 기반 분산형 전력시스템 구축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전력은 지방에서 생산되지만 소비는 수도권에 집중돼 계통 혼잡과 출력제어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전기를 보내는것이 아니라 산업이 전력을 찾아 이동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서남해안 등 재생에너지 생산지역에 데이터센터·수소·배터리 산업 등을 유치할 수 있도록 지역별 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1963년생인 김 이사장은 광주 대동고와 건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리즈대에서 동아시아학·중국경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광주미래차모빌리티진흥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배터리 없는 IoT시대 오나…실내조명 고효율 태양전지 등장

집과 사무실의 평범한 조명이 스마트 기기를 움직이는 에너지원이 되는 시대가 머지않아 현실이 될 전망이다. 배터리를 교체하지 않아도 센서와 웨어러블 기기가 스스로 작동하는 '자가 발전' 환경이 가능해질 것으로 과학계는 예상하고 있다. 최근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연구진은 국제 에너지 학술지 'ACS 에너지 레터스(Energy Letters)'에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실내 조명 환경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실내 태양전지(Indoor Photovoltaics, IPV)'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사례로 평가된다. ◇호주 퀸즐랜드대학 연구팀 국제 학술지에 논문 발표 핵심은 기존 납(Pb) 기반이 아닌, 보다 친환경적인 주석(Sn) 기반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주석 기반 물질은 공기 중에서 쉽게 산화되고, 결정 형성이 지나치게 빨라 균일한 박막을 만들기 어렵다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름아미딘 아세테이트(FAAc)'라는 첨가제를 도입했다. 이 물질은 증착 과정에서 요드화 주석(II)(SnI₂)와 결합해 일종의 '중간상(intermediate phase)'을 형성하고, 결정이 만들어지는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박막의 균일성과 결정성이 크게 향상됐고, 주석의 산화도 효과적으로 억제됐다. 이러한 공정 개선은 곧바로 성능 향상으로 이어졌다. 연구팀이 제작한 태양전지는 일반적인 실내 조명 수준인 1000룩스(lx) 발광다이오드(LED) 환경에서 16.36%의 광전 변환 효율(PCE)을 기록했다. 이는 태양전지가 받은 빛 에너지 중 16.36%를 우리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이 수치는 열 증착 방식으로 제작된 무납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가운데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또한 별도의 밀봉(캡슐화), 즉 보호막을 씌우거나 밀폐 용기 안에 넣는 공정 없이도 300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내구성까지 확보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실내 환경에서 특히 유리한 이유도 분명하다. 이번 연구에 사용한 주석 기반 페로브스카이트의 경우 약 1.62~1.63 eV(전자볼트)의 밴드갭(bandgap)을 가지고 있어 실내 조명 전용으로 매우 적합한 특성을 보인다. LED나 형광등과 같은 실내 조명의 가시광선 영역에서 최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밴드갭은 태양전지 내부의 물질이 빛 에너지를 흡수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에너지 문턱'을 의미한다. 전자가 이 간격을 뛰어넘어야 전기가 흐를 수 있는데, 이때 필요한 에너지를 외부의 빛에서 얻게 된다. 밴드갭의 크기에 따라 흡수할 수 있는 빛의 파장(색깔)이 달라지는데, 태양전지가 특정 빛을 얼마나 잘 받아들여 전기로 바꿀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수치인 셈이다. ◇빛 흡수 능력 뛰어나…이론적으로 50% 효율도 가능 또한 빛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결함에 대한 내성이 강해 약한 빛에서도 전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실내 환경에서 50% 이상의 효율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열 증착법'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용액을 사용하는 기존 공정과 달리, 진공 상태에서 재료를 증발시켜 박막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대면적 생산과 균일한 품질 확보에 유리하다. 이는 향후 실제 제품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기술적 기반으로 평가된다.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사물인터넷(IoT) 산업은 근본적인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실내 조명만으로 센서, 리모컨, 웨어러블 기기 등이 작동하게 되면 배터리 교체나 충전이 필요 없는 '유지보수 최소화' 환경이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십억 개로 늘어나는 IoT 기기의 전력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된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장벽이 남아 있다. 주석 기반 페로브스카이트는 아직 납 기반 대비 효율이 낮고, 실제 생활 환경에서의 장기 안정성 검증도 추가로 필요하다. 온도, 습도, 산소 노출 등 다양한 조건에서의 성능 유지 여부가 산업 적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연구진 역시 이번 성과를 “상업용 실내 광전지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추가적인 소재 안정화와 공정 최적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직 완전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배터리 없는 전자기기 시대가 머지않았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가 나오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