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에 화재 리스크까지…K-배터리, 중장기 전망 ‘먹구름’

전기차 시장의 글로벌 캐즘(성장 정체)으로 고전하고 있는 배터리업가 최근 잇단 리튬 배터리 화재사고라는 '겹악재'까지 발생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과잉공급과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로 올해 2분기 실적 저조를 보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최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화재에 따른 공공정보망 중단 사태 발생으로 '배터리 화재 공포' 심리가 확산되는 것에 크게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배터리 제품 및 산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 실추로 하반기 실적을 포함한 중장기 성장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캐즘 여파로 2분기 실적에서 나란히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매출 약 5조5654억원, 영업이익 492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미국 IRA 세액공제(약 4908억원)를 제외하면 실질 영업이익은 14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9.7% 감소했다. 주요 완성차 업체의 발주 조정과 전기차 판매 둔화 영향이 컸다. 삼성SDI는 2분기에 매출 약 3조1794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 397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중대형 전지 판매 부진과 고정비 부담이 지속되면서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SK온의 경우, 2분기 매출 2조1077억원, 영업손실 664억원을 나타냈다. 적자 폭 축소에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 합병에 따라 흑자를 유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미국과 유럽 공장의 가동률 향상과 판매 증가는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됐다. K-배터리 3사에게 실적 부진보다 더 큰 악재는 소비자 불안 확산이다. 최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배터리 관련 화재가 잇따르면서 '배터리 포비아'가 수요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기차 충전 중 불이 나는 사례는 물론, 데이터센터 UPS(무정전 전원장치) 배터리 발화 사고까지 겹치며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것에 업계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 두 건의 사고라도 대형 화재로 이어지면 소비자 심리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며 “안전성 신뢰가 흔들리면 전기차 보급 확대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투자자 반응은 엇갈린다. NH투자증권은 “화재 사고는 안전성 불신을 키워 단기 주가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달리 한화투자증권은 “ESS·전기차 시대의 대형화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며 “액침냉각, 전고체전지 등 차세대 안전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오히려 점유율 확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단기적으로는 실적 부진과 사고 충격이 주가 불확실성을 키우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전성 확보 기술'이 신뢰 회복과 성장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정책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소방청은 ESS와 UPS 배터리 안전기준 강화를 검토 중이다. 배터리 수명 주기별 정기 교체 의무화, 신규 에너지 시설에 이중 안전장치 적용 등이 논의되고 있다. 규제 강화는 단기적으로 기업에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발주처 신뢰도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클라우드 기업들이 발주 조건에 '안전성 보장'을 필수 요건으로 추가하고 있어, 오히려 한국 업체들이 품질과 신뢰도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K-배터리의 성장 신화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실적 부진과 소비자 불안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변곡점을 맞고 있다. 당분간 업계는 △안전성 확보 △정책 대응 △차세대 기술 상용화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배터리 산업의 본질은 결국 안전성 신뢰"라며 “이번 위기는 단기 충격에 그칠 수도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차세대 기술과 정책 변수에 따라 재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이찬우의 카워드] 배터리 액침냉각, ‘열폭주’ 잡는 차세대 해법 될까

전기차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배터리 안전성과 열관리 문제가 산업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고출력·급속충전이 보편화되면서 기존의 수냉식·공랭식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셀을 절연 유체에 직접 담가 식히는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 기술이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업계의 차세대 솔루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온과 SK엔무브는 최근 '인터배터리 2025' 전시회에서 무선 BMS와 결합한 액침냉각 배터리 팩을 최초로 시연했다. 이 솔루션은 비전도성 냉각유가 셀에 직접 닿아 극한 열을 빠르게 해소하는 동시에, 무선 BMS를 통해 배선 레이아웃을 최적화해 에너지 밀도와 신뢰성을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SK온은 “2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며 기술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대형 전기차 화재와 잇따른 열폭주 사고로 '배터리 안전'은 글로벌 자동차·배터리 업계의 최대 과제가 됐다. 기존 공랭식은 열전달 속도가 느리고, 수냉식도 냉각판을 거치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열 확산을 막기 어렵다. 반면 액침냉각은 절연 특성을 지닌 특수 냉각액에 셀이나 모듈을 직접 담가 온도를 균일하게 낮추는 방식으로, 빠른 반응성과 높은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열폭주가 인접 셀로 번지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성 면에서 차별성이 뚜렷하다. 중국 CATL은 세계 최초로 액침냉각을 적용한 '샤오둥(神行, Shenxing)' 배터리를 발표하며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냈다. BYD도 일부 전기버스에 시범 적용을 시작했고, 테슬라 역시 차세대 플랫폼에 액침냉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파일럿 프로젝트를 넘어 실제 양산 적용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기술 선점 경쟁이 가속화되는 셈이다. 한국 기업들도 액침냉각을 '차세대 배터리 안전·성능 경쟁력'의 핵심으로 주목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기술 검증과 초기 사업화 단계에 머물러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G와 데이터센터 냉각 분야를 중심으로 비전도성 액체 냉각 기술을 연구 중이다. EV 적용은 제한적이지만, AI 데이터센터 냉각유 사업과 연계해 기술력을 점검하며 배터리용 적용 가능성을 탐색 중이다. 자체적으로 냉각 시스템과 냉각유를 병행 개발하는 점이 특징이다. SK온·SK엔무브는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내년 합병을 앞둔 두 회사는 인터배터리 2025에서 액침냉각 배터리 팩을 무선 BMS와 함께 공개하며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급속충전 시 열폭주를 억제하는 효과가 입증되면서 화재 안전성 확보의 '게임체인저' 기술로 평가받는다. SK엔무브는 데이터센터·ESS용 절연 냉각유 개발 경험을 EV 배터리에 접목하며 시장 확산을 노린다. 삼성SDI는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고 있다. 액침냉각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고안전성·고에너지밀도 셀 연구에 집중한다. 현대차·기아와 협업해 차세대 원통형 셀(21700) 및 로봇용 배터리를 선보이는 등 미래 모빌리티 중심 기술에 주력하면서, 액침냉각은 후속 연구 과제로 두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대형 상용차와 PBV(목적기반차량)를 중심으로 액침냉각 적용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수냉·히트펌프 기반의 냉각 시스템이 주류지만, 고출력 상용 EV를 위한 차세대 플랫폼에 액침냉각을 접목할 수 있는지 타진하는 단계다. 종합하면, 국내 업계는 SK온·SK엔무브가 기술 개발과 상용화 속도에서 가장 앞서 있으며, LG엔솔은 데이터센터·ESS 사업과 연계한 간접적 접근, 현대·기아는 상용차 중심 타진, 삼성SDI는 '안전성 우선 전략'이라는 각기 다른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다. 액침냉각이 '만능 해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난관이 있다. 첫째, 냉각유의 장기 신뢰성 문제다. 전기화학 반응과의 호환성, 누액 시 안정성 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비용 경쟁력이다. 냉각유 자체가 고가인데다 팩 설계 복잡성이 높아 완성차 가격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셋째, 표준화 문제다. 글로벌 OEM마다 다른 팩 구조와 냉각 요구 조건이 있어 범용 적용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침는냉각은 한국 배터리·완성차 업계가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데이터센터·ESS 냉각 사업과의 시너지를 활용하면 사업 다각화가 가능하며, 급성장하는 전기 상용차·PBV 시장에서는 '안전성 강화'라는 명확한 수요가 존재한다. 또 SK온·SK엔무브 합병을 통한 기술 통합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기술 패키지를 제시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국회예산정책처, 수송분야 탄소 감축 위해 탄소세 도입 제안

국회예산정책처가 수송 부문의 탄소 감축을 위해 탄소세 도입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활용 방안을 제안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9일 발간한 '기후위기 대응 조세정책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탄소세 도입 문제를 다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약 9390만톤 감축했으나, 2030년 온실가스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추가로 1억2700만톤의 감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송부문의 경우 2018년 이후 감축 실적이 1.7%에 그쳐 저조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현행 교통·에너지·환경세가 탄소 감축에 효과적인 가격 신호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휘발유 대비 경유 세율 비율(탄소배출량 기준 환산 시 51.6%)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60~80%)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탄소가격 기능이 약화돼 있다는 평가다. 조세 지원 측면에서도 환경친화적 자동차 보급 확대를 위해 개별소비세·취득세 감면 등 다양한 세제 지원이 시행되고 있으나, 실제 보급 성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연간 판매량은 2021년 10만대에서 지난해 14만7000대로 1.5배 증가에 그쳤고, 올해 6월 기준 전체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 중 전기·수소차 비중은 3.1%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이끌기 위한 탄소세 도입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현행 유류세 중 기후대응기금에 배분되는 7%에 탄소배출량을 연동한 세율(탄소세율)을 적용하는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이 경우 초기 탄소가격은 톤당 약 1만6500원으로 추정됐다. 나아가 톤당 1만6500원 수준의 탄소가격을 2035년까지 국제 평균 수준인 6만7200원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 수송 부문 배출량은 기준선 대비 2026~2035년 10년간 약 4.8% 추가 감축되고, 같은 기간 세수는 총 13조7000억 원(연평균 1조37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탄소세는 단기적으로 무공해차 확산에 따른 세수 공백을 보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배출 비용을 높여 감축 유인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다만 연료비 상승은 기업의 물류비·운영비를 높여 부담을 키울 수 있고, 이 비용의 일부가 최종가격에 전가돼 가계의 생활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탄소세 수입은 무공해차 전환, 충전 인프라 확충, 저소득층 유류비 부담 완화, 경유차를 이용하는 영세 자영업자의 전환 이행 지원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배출량을 고려한 합리적 세율체계 마련 △저탄소 투자 및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조세지원 강화 △배출권거래제 등 온실가스 감축 관련 제도와 세제의 보완적 연계 강화 등의 개선 과제도 제시했다. 지난 24일 개최한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설정 토론회에서 환경부는 유럽연합(EU)처럼 오는 2035년 내연차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수송 부문의 감축안 중 하나로 검토하기로 한 바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블루수소 외면, 수소경제의 선순환도 멈춘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수소 사용 강제 정책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명분 면에서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인프라 확충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아직 경제성이 취약한 상황에서 블루수소를 배제하고 그린수소만을 인정한다 해도, 수소 생태계의 성장은 지체되고 실질적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린수소와 블루수소를 인위적으로 구분해 차별하는 정책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더 나아가 이런 조치들이 결국 값싼 중국산 그린수소 수입을 위한 '레드카펫'을 까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디젤 차량에 필수적인 요소수 공급이 중국 수출제한에 막혀 국가적 혼란을 겪었던 기억을 떠오른다. 어떠한 상품이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생산–유통–활용을 아우르는 선순환 구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저탄소 경제 전환의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는 수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충전소, 생산시설, 운송망 등 인프라가 갖춰져야 수소차와 연료전지의 수요가 늘어나고, 확대된 수요는 다시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초기 투자비용은 막대하고 단기 수익성은 낮아 민간 기업의 자발적 참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른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딜레마를 풀기 위해, 탄소중립을 향한 과도기에서 블루수소는 반드시 거쳐야 할 가교적 대안이다.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수소가 충분히 확대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천연 혹은 부생가스 개질에 CCUS(탄소포집·저장기술)를 접목한 블루수소로 공급을 늘리는 전략이 가장 현실적이다. 특히 한국처럼 제조업이 발달한 국가 입장에서, 제철·석유화학·정유 공정 등에서 부산물로 함께 발생하는 부생가스(by-product gas)는 정말 보물이나 다름없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수소가 각광받는 시대에서, 한국을 산유국 같은 자원 부국으로 만들어줄 유일한 수단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수소경제를 향한 마중물로서의 블루수소는 탄소배출을 크게 줄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 인프라 가동률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 수단이다. 실제로 과거 정부도 2030년까지 국내외 탄소저장소 확보를 전제로 연간 75만 톤의 블루수소 생산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고, 주요 기업들은 정부를 믿고 대규모 플랜트를 추진해왔다. 물론 최종 목표는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수소 생산 방식이 좋지만, 지금 단계에서 그린수소만을 고집하는 것은 경제성을 맞추지 못해 국내 수소 연관산업 생태계의 싹을 잘라버릴 위험이 크다. 아직 생산 단가가 높은 그린수소에만 정책이 집중된다면 자연히 관련 민간 투자는 움츠러들고, 인프라 확장은 지체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국제 경쟁이다. 중국은 이미 막대한 재생에너지 설비를 바탕으로 값싼 그린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만약 한국이 과도기를 버티지 못한 채 성급히 정책적으로 그린수소만을 고집한다면, 결국 값싼 중국산 수소에 전면적으로 의존하게 될 것이고, 이는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산업 주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 수소경제의 뿌리를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값싸고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절실하다. 이전 정부는 이러한 과제를 인식하고, 초기에는 석유화학 공정의 부생수소와 천연가스 개질 수소에 의존하되 민간의 대규모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이라도 했었다. 주요 기업들로부터 2030년까지 43조 원 규모의 투자 약속을 이끌어냈고, 정부는 연구개발 지원과 세제 혜택, 정책금융을 결합한 인센티브 패키지로 화답했다. 수소 기술을 신성장 산업으로 지정해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저리 융자와 보증을 제공했으며, 액화수소 플랜트 건설 지원과 안전기준 정비에도 나섰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정부가 공언한 수소충전소 구축 목표는 절반 수준에 그쳤고, 도심은 규제와 주민 반발로 설치가 거의 불가능했으며, 낮은 수요로 인한 만성 적자를 겪고 있다. 정부가 설치보조금과 운송 지원책을 내놨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2019년부터 추진한 개질 기반 생산기지 10곳 중 2021년까지 완공된 곳은 단 한 곳뿐이었고, 그마저도 후속 생태계 조성 미비로 기업들의 기존 투자가 모두 매몰비용으로 취착될 위기에 봉착했다.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투자 계획도 상당 부분은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으며, 산업 생태계는 자생력을 키우기보다 보조금에 연명하는 구조만 남겼다. 궁극적으로 에너지 산업의 실무자 관점에서 수소 인프라 투자는 철저히 정책 리스크와 경제성에 의해 좌우된다. 과거 정부의 경험은 분명하다. 초기 판을 정부가 깔아줄 수는 있지만, 민간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투자의 지속성은 담보되지 않는다. 앞으로 정부는 일관된 정책 신호와 보조금의 효율적 운용으로 민간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우선은 블루수소를 사용할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운영비 지원 제도를 확충하며, 중국 의존 최소화를 위한 국내 자급률 목표 설정 등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수소경제가 단순한 구호를 넘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유종민

中, 내년부터 ‘전기차 수출’ 허가제로…이미지 관리 ‘고삐’

중국이 내년부터 전기차 수출에 허가제를 도입한다. 27일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2026년 1월 1일부터 순수 전기 승용차에 대해 수출 허가증 관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가솔린 차량과 하이브리드 차량은 이미 허가 관리를 받고 있다. 수출 허가 신청은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공식 법인만 할 수 있다. 중국 상무부가 공업정보화부, 해관총서, 시장감독총국과 함께 실시하는 이번 조치는 무분별한 수출과 사후서비스 미비로 인해 해외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평판이 훼손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취지다. 이번에 심사 절차가 추가되면서 생산에서 선적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지난해 약 165만대로, 지난 2022년 대비 약 2배 늘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현대차그룹, 제주 탄소중립 도시 전환 돕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하는 오는 2035년까지 '탄소중립 도시' 전환을 적극 지원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5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도와 '그린수소와 분산에너지로 여는 K-탄소중립 이니셔티브' 협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는 양희원 현대차그룹 R&D본부장 사장, 켄 라미레즈 에너지&수소사업본부장 부사장, 오영훈 제주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협약 내용은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송·공급·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현대차그룹과 제주도 간 협력을 골자로 한다. 또한, 전기차와 전력망을 연결하는 V2G(Vehicle to Grid) 시범사업을 추진해 분산에너지 상용화에도 나선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9년까지 제주 김녕풍력발전단지에서 5메가와트(㎿)급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기술을 기반으로 한 그린수소 대규모 실증사업을 전개해 생산 역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는 내년부터 수소승용차 구매 보조금을 신설하고, 수소버스·청소차 도입을 확대하는 동시에 충전 인프라를 늘려 수소 모빌리티 보급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양측은 바이오가스 기반 청정수소 생산, 수소 트램(경전철) 도입 검토, 항만 탈탄소 물류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동시에 분산에너지 특화 지역을 중심으로 V2G 서비스 상용화와 관련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양희원 사장은 “그린수소와 분산에너지 협력을 통해 제주도의 2035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물론, 한국의 탄소중립 전략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이번 협약이 제주를 글로벌 에너지 신산업 중심지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주간 신차] 메르세데스-AMG CLE 53 쿠페·현대차 아이오닉 5 N 에센셜 출시

고성능과 합리성을 동시에 잡은 신차들이 이번 주 한국 시장에 모습을 선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CLE 라인업의 최상위 모델 '메르세데스-AMG CLE 53 4MATIC+ 쿠페'를, 현대자동차는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의 신규 트림 '에센셜(Essential)'을 내놓고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CLE 라인업의 고성능 2도어 쿠페 '메르세데스-AMG CLE 53 4MATIC+ 쿠페'를 국내에 출시했다. 이 모델은 3.0리터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과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를 탑재해 최고 출력 449마력, 최대 토크 57.1㎏.m을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4.2초 만에 도달한다. 또한, AMG 퍼포먼스 4MATIC+ 가변 사륜구동, AMG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 리어 액슬 스티어링 등 고성능 주행보조 시스템이 기본 적용됐다. 실내는 파워 레드와 블랙 투톤의 나파 가죽 스포츠 시트,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 11.9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로 꾸며졌다. 국내판매 가격은 일반 모델이 1억770만 원, 특별 사양을 더한 '리미티드 에디션'은 1억3130만 원이다. 리미티드 에디션은 오는 10월 2일 온라인 스토어에서 단 15대 한정판매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2일부터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 신규 트림 '에센셜'의 판매에 들어갔다. 아이오닉 5 N 에센셜은 주행 성능은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일부 편의 사양을 최적화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판매 가격은 7490만원으로 기존보다 약 200만원 저렴하다. 에센셜 트림에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 주요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이 기본으로 탑재돼 있다. 전용 패키지 '파킹 어시스트 Lite'를 선택하면 서라운드 뷰 모니터와 후방주차 충돌방지 보조 등 주차 편의기능도 추가할 수 있다. 현대차는 에션셜 트림 추가로 고성능 전기차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더 많은 고객이 전동화 퍼포먼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현대차, 전기차에서 럭셔리·고성능차로 ‘기어 변경’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숫자 목표'를 삭제하고, 고성능 브랜드 현대N과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전략'에 무게를 실었다. 국내외 경기침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종료, 보호무역 강화 등 글로벌 자동차산업을 위협하는 구조적인 복합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현대차의 결단이다. 더욱이 이같은 전략 선회는 단순한 목표 조정이 아니라 수익성 방어와 브랜드 가치 강화를 동시에 겨냥한 '리밸런싱'으로 해석된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뉴욕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네시스의 글로벌 판매 목표를 오는 2030년까지 연간 35만대, 고성능 브랜드 N의 판매 목표를 10만대로 제시했다. 올해 목표와 비교해 제네시스는 55%, 현대N은 3배 이상 늘린 규모다. 눈에 띄는 점은 전기차 판매 목표가 아예 빠졌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2030년 전기차 200만대 판매'라는 장기 목표를 내세웠지만, 올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는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에 친환경차 전체 판매 목표를 2030년 330만대로 제시하며, 그 범위를 전기차(EV)에서 하이브리드, EREV(주행거리 연장형 EV)를 포함한 '친환경 포트폴리오'로 확장했다. 이는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더딘 캐즘 국면을 사실상 인정한 조치다. 업계는 이를 '수익방어 전략'으로 평가한다. 경기침체, IRA 세액공제 종료, 미국 관세 리스크 등 복합 위기 속에서 전기차 사업만으로는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현대차의 현실적 판단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에 제네시스와 N은 높은 마진율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에 고성능 서브브랜드 '마그마'를 신설하고, 올해 첫 모델인 GV60 마그마를 출시해 전동화 럭셔리 시장에서 차별화를 노린다. 현대차는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은 고성능 브랜드 'N'과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성장을 미래 전략의 핵심축으로 삼았다. 현대 N은 모터스포츠 경험과 롤링랩(이동식 연구소) 개발을 통해 기술력을 축적해 왔으며, 현재 5개 차종으로 구성된 라인업을 2030년까지 7종 이상으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2만3000여대 판매에 그쳤던 실적을 10만대로 끌어올리며 글로벌 주요 시장을 넘어 호주·캐나다 등 신흥시장까지 외연을 확장한다. 고성능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도 병행한다. N 브랜드의 고성능 퍼포먼스 파츠 비즈니스 역시 수익성을 강화하는 요소다. 단순 차량 판매에 그치지 않고 애프터마켓에서 추가 가치를 창출하면서 현대차 전반에 긍정적인 시너지로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제네시스는 8년 만에 누적 100만대 판매를 달성하며 프리미엄 시장의 톱10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판매를 2030년까지 35만대로 늘리고, '마그마'라는 고성능 트림을 추가해 브랜드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올해는 'GV60 마그마'를 출시하고, 내년에는 세계 내구 레이스 최상위 클래스인 '르망 24시'에 도전하며 고성능 영역 확장을 시도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글로벌 판매량 확대 및 생산 거점 확보,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현지화된 운영체계, 그룹사 시너지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자동차그룹 톱 3라는 위치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어 “불확실성의 시기를 다시 마주했으나, 이전의 경험처럼 또 한 번 위기를 극복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미래 모빌리티 회사로 거듭 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현대차, 5년간 77조 투자…2030년 글로벌 판매 555만대·친환경차 60% 목표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수요 둔화와 관세 변수 등 복합 위기 속에서도 향후 5년간 77조3000억원을 투자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선다.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 555만대를 달성하고, 이 가운데 60%인 330만대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로 채운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더 셰드에서 처음으로 해외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중장기 투자 계획과 재무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불확실성이 다시 찾아왔지만 글로벌 판매 확대와 생산 거점 강화,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2026~2030년까지 총 77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는 지난해 제시했던 70조3000억원보다 7조원 늘어난 규모다. 투자 분야는 연구개발 30조9000억원, 설비 38조3000억원, 전략 투자 8조1000억원 등이다. 재무 목표로는 2030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8~9% 달성을 제시했다. 관세 등 변수로 올해 가이던스를 일부 조정해 매출 성장률 목표는 5~6%로 상향했지만, 영업이익률 목표는 6~7%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투자 규모도 기존 16조9000억원에서 16조1000억원으로 줄였다. 대신 미국 투자액은 2025~2028년 11조6000억원에서 15조3000억원으로 확대해 현지 생산 확대와 로보틱스 생태계 구축에 힘을 실을 방침이다. 더불어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EREV(주행거리 확장형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라인업을 대폭 강화한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은 2030년까지 18개 이상으로 늘린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후륜 기반 첫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고, 엔트리급 모델도 개발한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신형 팰리세이드를 시작으로 점차 확대 적용된다. 전기차의 경우 지역 맞춤 전략을 강화한다. 내년 유럽에서는 소형 EV '아이오닉 3', 중국에서는 준중형 SUV '일렉시오'와 전기 세단을, 인도에서는 2027년 경형 SUV를 출시한다. 또 2027년에는 전기차 대비 55% 작은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EREV를 선보이고, 차세대 수소전기차 개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 목표를 555만 대로 잡았다. 이는 올해 예상치(417만 대)보다 33% 늘어난 수치다. 이 중 친환경차 판매량을 330만 대까지 끌어올려 비중을 현재 25%에서 60%로 확대한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친환경차 비중을 올해 30%에서 2030년 77%까지 높일 계획이다. 생산능력도 120만 대를 추가 확보한다.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연간 생산 규모는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확대되며, 내년부터 인도 푸네 공장(연 25만 대)과 울산 신공장(연 20만 대)도 가동에 들어간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CKD(반조립제품) 방식으로 생산 거점을 넓혀 25만 대 이상의 추가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포스코퓨처엠, SK이노베이션 E&S와 ‘태양광 파트너십’

포스코퓨처엠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에 나선다. 포스코퓨처엠은 SK이노베이션 E&S와 태양광 발전사업 추진 계약을 18일 체결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 E&S는 포스코퓨처엠 포항공장 지붕 및 주차장에 2.5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연간 2.8기가와트시(GWh)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예정이다. 포스코퓨처엠은 태양광 시설서 생산된 전기를 구매해 공장 운영에 활용함으로써 연간 약 1300톤의 탄소배출 감축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 협력으로 포스코퓨처엠은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전력을 공급받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에 한발 더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이번 재생에너지 사업 협력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다양한 사업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포스코퓨처엠은 2050년 탈탄소 달성을 목표로 2021년 세종 음극재 공장에 연간 209MWh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준공했고, 지난해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함께 광양 양극재 공장에 연간 2.6GWh 규모의 태양광 발전 사업을 추진하는 등 재생에너지 사용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포항공장에 이어 전남 광양 NCA 양극재 전용 공장에도 태양광 발전설비 추가 설치를 검토하고, 전력구매계약(PPA),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 구매 등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을 다양화 한다는 계획이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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