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6월 27일(월)
[이상호 칼럼] 부쩍 커진 한국 방위산업의 명과 암

[이상호 칼럼] 부쩍 커진 한국 방위산업의 명과 암

최근 한국의 방위산업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전 세계를 대상으로 명품이라고 칭찬받는 K-9 자주포, 경전투기인 FA-50과 같은 대형 무기체계는 물론 천궁-II와 같은 첨단 광역 지대공 미사일방어체계, 대전차 미사일인 현궁과 휴대용 대공 미사일인 신궁 같은 최신 정밀 무기 체계를 수출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도네시아·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 중소국가들이 가격 경쟁력과 성능을 겸비한 한국 무기의 주요 고객이었지만 이제는 UAE·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중동 국가, 호주·노르웨이·핀란드 같은 선진국은 물론 폴란드나 슬로베니아 같은 구동구권 국가도 한국 무기를 구매하고 있다.우크라이나 전쟁 발생 후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가 군비 확충에 나서면서 한국 무기는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과거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소련으로부터 큰 피해를 겪고, 이후 소련 위성국으로 탄압받았던 폴란드의 경우 한국 무기 도입에 적극적이다, 현재 폴란드는 FA-50 경전투기, K2 전차, 천궁-II 미사일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언젠가는 러시아와 충돌할 것이라는 우려가 폴란드의 군비확장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문제는 독일 등 유럽의 주요 방위산업 수출국의 생산 능력 부족으로 폴란드가 필요로 하는 무기와 장비를 빠르게 공급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한국 무기의 가장 큰 인기 비결은 가성비이다. K-9 자주포는 세계 1등은 아니지만 확실한 2등이다. 소위 1등이라는 독일제 자주포에 비해 성능은 약간 뒤지지만, 가격은 반 이상 저렴하다. 또한 한국군이 1000문 이상 대량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간 부품 수급에 문제가 없어 장비 운용 효율이 높고, 유지관리비가 저렴하며, 지속적인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성능 향상과 개량도 계속 이루어져 향후 일부 업그레이드를 통해 독일제 자주포 못지않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 제품의 매력은 단지 가성비만 아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국가이다. 외국이 필요한 무기와 장비를 주문만 하면 빠르게 대량 생산하여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또한 기술 이전에 적극적이다. 단지 무기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파격적인 기술 이전을 통해 수입국에 자체 생산 기반을 마련해 준다. 심지어 수입국이 한국 기술이 들어간 무기를 자체 개량하여 다른 국가로 수출하는 것도 허락해 준다. 수입국은 필요한 무기를 도입하면서 자국의 산업 기반도 강화하는 다양한 혜택을 누린다. 매우 매력적인 조건이다. 대표적으로 터키가 한국의 자주포와 전차를 도입하여 자체 개량 후 해외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수출 방식은 한국의 산업 발전 모델의 복사판이다. 한국은 부족한 원천기술을 선진국에서 수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산업 생산 능력을 동원하여 제품을 국산화하고, 여러 단계의 개선과 개량을 거치면서 우수한 제품을 생산했다. 한국이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반도체·자동차 등 산업 분야가 이에 해당하고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주요 기업이 이런 길을 걸어왔다. 1등 제품은 아닐 수 있지만 확실한 1.5등 또는 2등 제품을 1등보다 더 많이, 빨리, 싸게 생산하고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1등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한국의 방위산업은 한국의 국방을 완벽히 책임지지 못한다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최근의 많은 성과에 고무된 방산 업체는 군이 요구하는 거의 모든 무기체계를 자체 개발하려고 한다. 이 중에는 조기경보기, 정보수집기 등 아직은 한국 독자 능력으로 개발하기 어려운 장비들도 포함된다. 물론 외국 제품이 비싸고, 후속지원도 안 좋아서 유지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국산화가 만능은 아니다. 예를 들어 현대전에서 가장 중요한 전력으로 여겨지는 공군력의 경우 선진국에서는 이미 F-35 등 5세대 전투기가 주력으로 자리 잡고 있고, 일본은 6세대 전투기를 개발 중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4.5세대 전투기인 KF-21을 개발하고 있다. 우수한 4.5세대 전투기는 전 세계적으로 소요가 많은 매력적인 제품이다. 그러나 최신·최고 성능의 무기와 장비로 무장한 중국· 러시아·일본, 그리고 핵으로 협박하는 북한 등에 포위된 한국은 순수 국산 장비로만 국가를 지키기 힘들다. 특히 5·6세대 전투기 및 관련 기술, 첨단 드론과 정찰·감시 장비 등은 과감하게 수입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필요한 1등 제품을 외국에서 구입하는 게 부끄러운 것은 아니다. 이 과정에서 절충교역을 통해 필요한 기술을 획득할 수도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도 곧 1등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오히려 국방을 약화할 수 있는 지나친 국산 무기 만능주의를 경계하고 국익을 위해 절충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이슈&인사이트] 선박 자율운항 규율할 법제정 시급

[이슈&인사이트] 선박 자율운항 규율할 법제정 시급

자율주행분야에서 자동차와 함께 기술 개발이 빠르게 진전되는 분야가 선박이다. 이달 초 초대형 LNG운반선인 ‘프리즘 커리지’호가 자율운항 솔루션으로 대양 횡단에 성공했다. 대형선박이 기존 1단계 자율운항 수준을 넘어 2단계 자율운항 시스템으로 대양을 횡단한 것은 세계 최초의 사례다. 며칠 후 서울 강남에서는 국토교통부 장관과 서울시장이 자율주행 택시인 ‘로보라이드’에 1호 손님으로 탑승했다.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 도로에서 주행 제어와 책임이 모두 자율주행 시스템에 있는 4단계 자율주행의 기술이 일부 적용된 것으로 완전 자율주행에 한 발 가까워진 것이다.현재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인간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운송체를 만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조만간 열릴 거대한 시장을 선점하고자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2030년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800조 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고,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어큐트 마켓 리포츠(Acute Market Reports)는 2028년 자율운항선박 및 관련 기자재 시장 규모를 295조 원으로 예상한다.육지에서 수상과 공중에 이르기까지 자율주행 운송체를 개발하고, 상업적으로 운용하는데 사활을 거는 이유는 자율주행 운송체를 통해 안전성과 환경보호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즘 커리지호는 미국 멕시코만 연안에서 출항해 태평양을 횡단, 충남 보령에 입항할 때까지 약 2만km 중 절반 정도를 자율운항했다. 자율운항 중 타 선박과의 충돌 위험을 100여 차례 회피했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5% 감소시키면서도 연료 효율은 7% 높이는 성과를 기록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선박을 ‘MASS(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라 명명하고, ‘다양한 수준으로 인간의 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운전하는 선박’이라 정의하면서, 선원의 탑승 여부와 외부 제어를 기준으로 자율운항 단계를 4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조선업에서 세계 수위를 다투고, 해운 강국으로도 꼽히는 우리나라는 자율운항선박 개발 및 운용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산업이나 기술 측면과 달리 자율운항선박의 정의나 운항을 위한 근거 법령조차도 법제화되어 있지 않다.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2020년부터 자율주행자동차법이 자율주행자동차 개발 및 운행과 관련한 내용들을 규율하고 있다. 위 법을 중심으로 자동차관리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서 자율주행에 요구되는 기능, 장치 및 시험 운행을 위한 요건 등이 점차 세밀하게 규정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정부의 로드맵에 따라 조속히 선박법, 선박안전법 등 관련 법령에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정의, 장치 기준과 운항 요건 등을 입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자동차처럼 주행 과정에 많은 변수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박이라고 망망대해를 유유자적 운항하는 것은 아니다. 대양을 가로지르는 선박은 안전이나 경제성을 고려해 최적경로를 택해 운항하게 되고, 이런 해로는 생각보다 좁아 선박들이 밀집되어 운항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사고의 가능성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 항구에 입출항하는 경우는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전기선박 시승회에서 만난 업체 대표는 자동차보다 선박의 자율운항이 오히려 먼저 실현될 수 있다면서도 선박은 자동차와 달리 브레이크가 없고, 전진과 후진만 가능해 급정지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만큼 정교한 운항 능력과 예기치 못한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완전자율주행을 위한 V2X 방식의 자율협력주행을 도입한 국내 자율주행자동차법처럼 자율운항선박도 자율협력운항시스템을 도입해 다른 선박 및 항만시설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아 사고를 미리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 자율운항선박은 사고 수습이 어려우므로 최대한 사고를 예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율운항선박들은 이를 통해 향후 사고 발생 시 대응을 위해 군집 운항을 할 수도 있고, 운항 정보를 교환할 수도 있다.선박은 관할이 다른 국제 운항이 많으므로 자율운항 관련 국제표준을 확립하는데 협력하고, 이에 부합하는 국내법을 신속히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조선업과 해운업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재도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양희철 법무법인 명륜 파트너변호사

[이슈&인사이트] 모빌리티 산업 죽이는 차별적 규제

[이슈&인사이트] 모빌리티 산업 죽이는 차별적 규제

전동킥보드는 이동수단 중 ‘마지막 1마일’을 이동시켜주는 친환경 이동수단이라고 하여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Last Mile Mobility)’라고 언급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동수단을 총칭하여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라고 부르기도 한다. 차량으로 이동하기에는 거리가 가깝고 걸어가기에는 먼 애매모호한 거리를 근처에 있는 편하고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을 활용하여 연결시켜주는 미래형 이동수단이라는 뜻이다. 우리보다 앞서 이들 기기를 도입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동수단간 선순환 효과가 나오면서 전체 이동수단의 10%까지 시장이 커지고 있다. 그보다 늦게 도입한 우리나라는 어떠한가.한마디로 엉망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지난 3년 전부터 두 번에 걸쳐서 개정을 하면서도 아직도 구시대적이고 후진적인 법률과 단속으로 제대로 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전동킥보드를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하여 진행하다가 혼란이 가중되다 보니 자전거로 편입시켜다가 13세 이상 청소년이 도로를 질주한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커지면서 다시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재편입시켰다. 가장 큰 문제는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 자전거와 완전히 다른 이동수단임에도 불구하고 구시대적인 규정에 새로운 이동수단을 넣었다는 점이다. 새로운 이동수단에 걸맞은 새로운 그릇을 준비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전동킥보드와 자전거는 완전히 다른 운전특성과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동기장치 자전거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원동기장치 자전거 면허의 취득과 전동킥보드는 전혀 관계가 없다. 싱가포르 등과 같이 전동킥보드 전용 시험으로 온라인 등 다양한 방법 마련이 아쉽다. 해당 면허는 성인은 권고, 청소년은 의무사항으로 기준을 마련하는 방법이다.두 번째로 헬멧 착용은 당연히 안전에 도움을 준다고 할 수 있으나 이미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 문제로 큰 곤혹을 치룬 사례가 있다. 당시에도 필자는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에 반대하면서 시대에 역행하고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강력히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현재 자전거를 이용하면서 헬멧 착용은 거의 하지 않는 상태이고 단속도 하지 않는 사문화된 사례다. 자전거 헬멧은 전문 라이더의 경우 안전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착용하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이미 생활 자전거 문화가 정착하면서 헬멧 착용 없이도 사고가 거의 없고 안전한 이용이 더욱 촉진되고 있다. 전동킥보드의 경우도 시속 25Km정도로 굳이 속도를 높여 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구조적으로도 다른 이동수단 대비 바퀴구경이 작고 서서 타는 특성으로 인하여 속도를 낮추되 헬멧을 착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개선하는 것이 낫다. 모든 전동킥보드를 시속 20Km 미만으로 낮추고 헬멧 착용을 성인은 권고사항, 청소년은 의무사항으로 하기를 권한다. 헬멧은 코로나로 인한 위생상의 문제는 물론 크기와 청정이 문제가 되고 있고 분실이나 깨지는 등의 이유로 기피되는 것이 현실이다. 안전을 위하여 바퀴 구경을 모두 키워서 안전도를 더욱 높이는 방법도 있다. 이런 아이디어는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이미 논의되고 법안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대선과 지방선거로 인하여 국회의 활동이 다른 곳에 집중되면서 여야가 동의한 법안이 진행되고 있지 못한 부분은 매우 아쉽다. 이 상황에서 심각한 기존의 독소조항으로 인하여 관련 회사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고, 소비자의 안전도 제대로 못 챙기는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경찰청이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전동킥보드 이용자를 대상으로 단속하고 범칙금을 부과하는 행사를 진행하였다. 물론 최근 심야 택시타기가 어려워지면서 자전거나 전동킥보드를 활용하여 음주 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 단속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이동수단은 방치하면서 전동킥보드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헬멧 착용 유무를 단속하는 행위는 분명히 차별이다. 당연히 자전거도 단속을 해야 하고 이륜차는 더욱 단속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보도 위에 올라오는 모든 이동수단도 단속대상이 돼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전거보다 전동킥보드가 더욱 위험하다고 하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운영측면에서 위험하지 않는 이동수단은 없다. 자전거의 경우도 시속 30Km 이상을 낼 수 있는 수단인 만큼 운전자가 스스로 안전하게 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헬멧 착용의 경우도 착용하는 기준과 이동수단의 속도와 상태 등 여러 요소를 보고 최적의 기준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의 전동키보드 기준은 전혀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하지도 않고 전문가의 도움이 없이 구축된 극히 잘못된 후진적인 기준이다. 제대로 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새로운 기준이 마련될 때까지는 계몽을 위주로 단속하면서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표적 단속 등 형평성에 맞지 않는 차별적인 단속은 지양해야 마땅하다. 크게, 그리고 멀리 보는 경찰청의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이슈&인사이트] 산업안전, 근로자 책임도 강화해야

[이슈&인사이트] 산업안전, 근로자 책임도 강화해야

"산업재해 예방은 모든 계층과 부서의 책임이다." 산업안전보건 국제기준에 해당하는 국제노동기구(ILO) 가이드라인에서 강조하는 사항이다. "조직의 각 계층의 근로자들은 자신이 컨트롤하는 안전보건관리시스템 부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은 산업안전보건의 또 다른 국제기준인 ISO 45001에서 역설하는 문구이다. 이들 국제기준이 전하고자 하는 말은 근로자는 보호 대상이자 책임주체라는 것이다. 근로자가 산업재해 예방의 중요한 주체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이유는 근로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이 아니라 산업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근로자 스스로와 다른 근로자를 산업재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선 근로자의 역할과 책임이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그런데 최근 몇 년간 정부는 근로자를 단순히 보호 대상이라고만 여기면서 근로자의 권리만을 강조했을 뿐 책임의 일단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외면해 왔다. 아니 근로자의 위상과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부족했던 것 같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부개정하면서 부족하게나마 있던 근로자 의무의 핵심내용을 없앤 정부가 아니었던가. 근로자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인식이 강성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노조원의 중요하거나 반복적인 안전수칙 위반에 대해서조차 어떠한 징계도 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장해 왔다. 지난 정부에서 나온 어느 산업재해 예방대책에서도 근로자의 권리 외에 책임을 실질적으로 강조하는 문구는 발견되지 않는다. 근로자의 권리도 종전부터 당연히 인정되던 것을 새롭게 창설된 권리인 양 사실을 호도했다. 정부의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철학의 빈곤이 초래하는 폐해는 근로자의 역할과 책임을 둘러싸고도 산업현장 이곳 저곳에서 나타나고 있다.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책임자 한 사람의 책임만 규정할 뿐 다른 주체의 책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규정하고 있지 않은 원맨(one-man)법이 되고 만 것도 정부의 산업안전 기초원리에 대한 철학의 빈곤 탓이다. 산업재해 예방에서 최고경영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건 불문가지의 사실이지만, 경영책임자 한 사람의 역할만 강제하는 것은 도무지 안전원리에 맞지 않는다. 경영책임자와 관리감독자를 포함한 근로자를 분절시키는 것이다. 나아가 산업안전보건에서 근로자를 대상화·수동화하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법이 된 이유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의 의무 위반에 대해 과태료만을 규정하고 있다. 이마저도 지난 정부에선 근로자 의무 위반에 대한 단속이 사실상 없어 과태료 부과 실적이 미미했다. 반면에 산재예방선진국으로 손꼽히는 영국·독일·일본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근로자의 의무 위반을 과태료가 아닌 형사처벌 대상으로만 규정하거나, 중한 위반에 한정하여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형사처벌을 한다는 것은 근로자의 의무 위반을 범죄로 여길 만큼 중요한 문제로 취급한다는 이야기이다. 근로자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철학의 빈곤은 근로자의 일부인 관리감독자의 역할에 대한 인식의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안전보건에서 ‘라인’ 중심의 관리(line management)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국제기준이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안전보건부서’ 중심의 안전을 되뇌고 있다. 이것이 현장의 안전보건을 뒤틀리게 하고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이 산업현장과 전문가의 공통된 인식이다. 정부는 안전보건부서의 확대를 안전역량 강화로 착각하고 기업에 연신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안전보건의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정부라는 비아냥을 들을 만도 하다.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건 정부와 사이비 전문가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 관리감독자를 포함한 근로자의 책임은 보이지 않고 경영책임자의 책임만 오롯이 보이는 갈라파고스법이 되고 만 것도 안전철학 없는 아마추어행정이 불러온 측면이 크다. 산업안전보건 영역에서 행정부가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면 전문성에 기초한 철학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근로자를 산업재해 예방의 책임주체로 끌어내기는커녕 산업재해로부터 근로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일마저 멀어져만 갈 것이다.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빚더미 공공기관, 고강도 개혁해야

[이슈&인사이트] 빚더미 공공기관, 고강도 개혁해야

정부가 7월 중 재무위험이 높은 공공기관 10여 곳을 선정해 ‘출자·출연 총량 협의와 경영 효율성 제고’ 등 집중관리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공공기관 부채 규모가 급격히 확대된 데다 유가·금리 상승 등으로 기관별 재무 건전성 추가 악화 우려가 커지자 적극적인 대응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전체 공공기관 부채 규모는 2017년 493조원→2018년 501조원→2019년 525조원→2020년 541조원→2021년 583조원 등 매년 증가세다. 특히 2021년 기준 27개 공공기관이 전 공공기관 자산의 76.6%를, 부채의 80.8%를 차지하고 있어 재무위험이 이들 기업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전·코레일·농어촌공사·LH 등은 부채 비율이 200%를 넘어서고 있다. 공공기관의 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이들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이 높아진 것을 각 기관장의 부실 경영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되었든 기업이 망가질 지경이 되었으니 결과적으로 수술이 필요하게 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인류와 국가, 또는 사회 전반에 대한 무한한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회적 책임의 기본은 ‘수익을 내 주주에게 보답하는 것’이다. 사람 또는 자선단체와는 달리,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적어도 기업이라는 형식을 띤 조직체라면 기본도 하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수익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수술 방법은 각 기관마다 다를 것이나, 핵심은 새로운 수익구조를 찾아 혁신을 이루는 것뿐이다. 혁신은 경쟁에서 나온다. 공공기관의 업무에 대해 진입장벽을 허물어 민간에 개방가능한 분야는 조건 없이 개방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서로 경쟁하게 해야 한다. 경쟁을 통하여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하고 원가를 절감하려는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강도 높은 구조 개혁은 필수다. 생산성·효율성 제고는 밑 빠진 독의 구멍을 막는 일이다. 정권의 영향이 컸지만, 공공기관은 지난 5년간 이런 저런 이유로 직원 수를 크게 늘렸다. 지난 4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1년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50개 공공기관의 정원은 44만 2777명이었다.임금체계의 전환도 반드시 필요하다. 공공기관 정보공개 사이트인 알리오(ALIO)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공기업 직원의 평균연봉은 8951만원으로 한국 중소기업 직원 연봉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 현재의 연공서열 중심의 보수·인사·조직 관리를 개편해 문재인 정부가 폐기했던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직무전환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침체된 공공기관의 분위를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 민간 전담 직위를 확대해 새로운 인력을 수혈함으로써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중장기 재무목표에 따라 연도별 부채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사업 구조조정, 비핵심자산 매각 등 건전화계획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 직무급을 고도화한 기관, 부채 감축에 성공한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이처럼 개혁의 최우선 순위에 떠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공기관에 노동이사라는 선물까지 안겨주었다. 올 8월부터 임원을 선임하는 공공기관은 반드시 1명 이상의 비상임 노동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한국노총은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는 우리 사회가 노사 갈등을 줄이고 사회적 대화를 통한 성숙한 사회로 나가는 데 꼭 필요한 제도"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에 재계(전국경제인연합회)는 "강성 노조가 공공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공공의 이익은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고 지적한다. 재계가 우려하듯이 만약 노동이사가 공공기관 개혁에 반기를 드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국민의 기대를 배신하는 행위가 될 것이며, 실험적으로 도입된 이 제도가 영구히 폐지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노사 화합의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이슈&인사이트] 반도체 인재양성, 대학개혁 계기로

[이슈&인사이트] 반도체 인재양성, 대학개혁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해 전 부처에 전방위적인 노력과 각성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정부 부처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덕수 총리가 곧바로 교육부와 주요 업계를 찾아 인재 육성 방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노동부·국방부까지 나서 부서별 특색에 맞춘 대책을 찾는데 부심하고 있다. 그런데 인력 부족이 빚어지는 산업분야는 반도체만이 아니다. 정부는 차제에 전반적인 기술인력 수급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회의의 상당 부분을 반도체 강의를 듣는데 할애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모든 부처에 특단의 노력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산업은 우수한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부뿐만이 아니고 전 부처가 인재 양성을 위해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특히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로 인재 양성이 어렵다는 취지의 교육부 차관의 발언에 윤 대통령이 "반도체 인력 공급을 위해 교육부가 발상을 전환하라"면서 크게 질책했다고 한다. 또 법무부 장관과 법제처장도 과외 선생을 붙여서라도 과학기술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 이틀 뒤 곧바로 교육부와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을 찾아, 수도권과 지방의 첨단산업 인재 증원을 약속했다. 한 총리는 "수도권과 지방 대학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수도권 대학 1만명, 지방 대학 1만명으로 각각 늘려 총 2만명 선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이것도 기존 규제 때문에 규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쉽지 않을 거라고 한다. 유망 학과 증원으로 여타 학과들이 위축되고 지방 대학의 소멸을 앞당길 수도 있다.하지만 인력부족이 빚어지는 산업분야는 반도체만이 아니다. 배터리, 바이오, 전기차, 자동차용 카메라 모듈 등 첨단 산업 현장에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인력이 다 부족하다.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당장 올해 부족한 인력만 1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삼성·SK 등 10대 그룹이 향후 30만명 이상을 새로 채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공급해줄 능력이 안 된다. 대학이 산업인력 공급에만 매달리라는 뜻은 물론 아니다. 순수 학문과 기초 분야에 대한 연구와 교육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업계의 요구를 반영하는 동시에 대학의 기본 역할에도 충실하는 등 균형을 맞춰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대학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1 세계 인적자원경쟁력지수(GTCI)’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인적자원경쟁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위로 중하위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고등교육 외국인 유입률 OECD 33위, 고숙련 일자리 중 여성 근로자 비율 OECD 27위, 교육과 실제 직업의 매칭 정도는 57.96%로 OECD 30개국 중 30위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교육부와 각 대학 당국은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대대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교육당국은 규제개혁을 해야 하며, 대학들은 시대 변화와 산업계 수요를 반영하고 응용 학문은 현장의 수요를 반영해야만 한다. 인력난의 근본 원인은 한국의 대부분 대학들이 학생과 사회보다는 기득권 교수들을 위한 곳이라는 지적도 있다. 세상은 급변하는데 낡은 교과목을 고집하는 교수가 많다.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제’ 등 규제를 능사로 삼는 정치인과 공무원들도 걸림돌이다. 교육부는 대학 구조조정과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 대학 진학률은 세계적으로 높지만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력은 일자리 수요와 심하게 어긋나 있다. 이번 반도체를 비롯한 산업분야 인재 양성 시스템 개선 논의가 한국 대학과 교육당국이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대한경영학회 회장

[이슈&인사이트] 개선 시급한 외부감사인 지정제도

[이슈&인사이트] 개선 시급한 외부감사인 지정제도

기업은 매년 외부 회계법인을 선정해 기업회계에 부정이 없는지 감사를 받는다. 회계감사를 통과해야 그해 사업보고서를 주주총회 정상적인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다. 회계법인이 어떤 회사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 의견을 냈다는 뉴스가 나오곤 하는데, 이는 기업 회계에 부정이 있거나 회사가 더 이상 영속할 수 없을 만큼 재무상태가 엉망이라는 의미이다. 거절의견이 나오면 해당 회사의 주식은 거래가 정지, 상장폐지까지 가능하다. 감사인제도의 큰 획을 그은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대우조선해양 회계부정 사건이다. 사실상 공기업이었던 대우조선해양은 2012~2014년 매출액을 실제보다 부풀리거나 손실을 반영하지 않는 대규모 회계부정을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외부 감사인이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부정을 방조한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제도가 도입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외부감사인 지정제도이다. 6년간 기업이 자율적으로 회계법인을 선정하고, 이후 3년은 사실상 정부가 지정하는 회계법인이 감사를 담당하는 것이다. 2019년에 제도가 도입되어 3년이 되었으니 부작용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단 매년 외부감사인 지정을 받는 기업 수는 2019년 1224개사, 2020년 1521개사, 2021년 1969개사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외부감사인 지정제도를 적용받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현장에서의 불만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감사 비용과 시간이 대폭 증가하면서 기업의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평균 감사보수가 2017년 1.25억원에서 2021년 2.83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감사시간도 같은 기간 1700시간에서 2742시간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부담이 늘어난 것은 정부가 회계감사 업체를 지정하다 보니 기업으로서는 가격 협상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최소 감사시간을 법으로 정하다 보니 감사 보수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기업에 따라서는 감사비용이 5배 이상 증가한 곳도 있다고 하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재정적인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야 감내한다고 해도 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외부감사인의 갑질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예전에는 제출하지 않았던 자료를 요구하거나 고압적인 자세로 감사를 실시하는 등 소통의 어려움도 호소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감사인의 잦은 교체로 인한 회계 부실 또는 과잉 감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기업회계라는 것이 교과서에 나온 지식만을 가지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의 사업 구조, 현금흐름, 자산의 세세한 구성 등 기업과 관련 산업의 특성을 알아야 올바른 감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의 외부감사인 지정제도 하에서는 지정감사인이 회사의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감사인으로 지정된 그 해에 해당 회사의 세부적인 상황을 파악하기도 어렵고, 파악하려면 기업 임직원을 지속적으로 불러서 물어봐야 하는 등 기업의 본업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아무리 외부감사인이 노력해도 회사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기 어려우니 의도하지 않은 부실감사 또는 업계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과잉 감사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감사인지정제도 도입 이후 감사품질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상장기업 29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외부감사인 지정제도 도입 이후 감사품질이 하락했거나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기업이 71.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응답기업의 95%에 달했다. 현재의 제도가 문제가 많은 만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현재의 감사인지정제도는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인해 급조된 극약처방이다. 기업 현장에서의 부작용이 확인된 만큼 현행 제도를 시급하게 개선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복수의 외부감사인 중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지정제도로 변경하고 장기적으로 기업과 회계법인이 자유롭게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시장에 맡겨야 한다.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

[이슈&인사이트] 위기의 한국경제, 비상대책기구 운용을

[이슈&인사이트] 위기의 한국경제, 비상대책기구 운용을

한국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기 시작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얼마전 발표한 ‘OECD 경제전망’에서 한국경제 성장률을 지난 12월 전망치보다 0.3% 포인트 낮춘 2.7%로 전망하고 물가상승률은 2.1%에서 4.8%로 대폭 상향 전망했다. 물가상승률의 대폭적인 상향전망이 주목된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4%를 기록했다. 하반기에 6%대도 전망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5%대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금융위기로 물가가 급등했던 2008년 9월 5.1%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그 이전 5%를 넘었던 물가상승률은 외환위기 끝 무렵인 1998년 11월 6.8%였다. 말하자면 지금의 물가상승률은 통상적인 상황에서는 있을 수 없는 위기수준이라는 의미다. 1970년대 오일쇼크식 위기 재연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에다 경기둔화가 가속화하면서 수출비중이 높고 원자재 수입이 많은 한국 경제는 빨간불이 켜졌다.물가가 5% 정도 이상 오른 품목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과실 4.8% 축산물 12.1% 가공식품 7.6% 외식 7.4% 석유류 34.8% 전기가스수도 9.6%다. 석유류 공공요금을 제외하면 모두 식료품과 관련이 있는 품목들이다. 그 결과 생활물가지수가 6.7% 상승했다. 서민들의 타격이 크다. 석유류는 관세인하와 수입선 다변화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이명박 정부 때 강력히 추진하다 문재인정부 들어 적폐로 몰려 매각하거나 중단된 해외 석유자원 개발을 다시 추진하고 탈원전정책을 전면 수정해 수입수요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전임 문재인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누적되어온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은 지금이 위기상황임을 고려해 최대한 인상을 늦추는 수 밖에 없다.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주로 공급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금리인상만으로 물가를 안정시키기 힘들다. 오히려 경기만 과냉각시킬 우려가 크다. 생활물가가 오른다고 임금인상을 요구하면 물가상승→임금인상→물가상승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어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사회적합의와 공급측면의 미시적 대책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 공급애로를 완화할 수 있는 구조전환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축산물은 농업보호를 위해 과도하게 높게 설정되어 있는 수입관세를 적정수준으로 인하해 어느 정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농업보호가 중요하지만 지금은 서민들의 타격이 큰 위기국면이라는 점을 감안해 농민들도 협조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기회에 농업도 보호와 지원위주에서 글로벌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변화도 필요하다. 가공식품과 외식품은 수입곡물가격과 관련이 크다. 현재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밀 생산의 30%를 점하고 있고 특히 흑해를 러시아가 점유하고 기뢰를 살포해 선박의 출항이 사실상 봉쇄되어 있는 점이 주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곡물의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이 기회에 농산물의 자급률을 높이는 정책도 병행되어야 한다. 70년대 까지만 해도 한국의 농촌은 보리와 밀을 재배해 왔다. 밀은 식료품으로 보리는 축산 사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대부분의 농촌에서 쌀 외에는 경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선 농사를 지을 청년들이 농촌에 가려고 하지를 않는다. 평균연령이 70-80을 넘은 고령 농촌인력으로는 경작이 사실상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귀농은커녕 전국 89개 기초단체가 인구소멸위험지역이 되고 있는데 대부분 농산어촌이다. 농촌의 정주환경개선 기계농과 스마트팜 지원 등으로 청년들이 귀농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9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제유가·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 등 해외발 인플레이션 요인의 국내 전이가 지속되면서 물가가 많이 불안하다"고 평가하고 "모든 부처는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소관 분야 물가안정은 직접 책임진다는 자세로 총력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할인쿠폰(1천190억원), 비료(1천801억원)·사료(109억원) 가격안정 지원 등 추가경정예산에 포함된 민생대책 사업을 신속하게 집행하는 한편 물가 상승이 취약계층의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지므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선제적으로 덜어드리고자 추경에 반영한 소득 보전 사업을 조속히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위기상황이다. 저소득층지원 재정지출 외에는 재정지출면에서 인플레이션 요인이 발생해 한은의 긴축정책과 엇박자가 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위기 상황의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는 정부만으로 한계가 있다. 민관합동비상기구의 설립운용이 필요해 보인다.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이슈&인사이트] 메타버스가 바꿀 인류의 삶

[이슈&인사이트] 메타버스가 바꿀 인류의 삶

지난해 10월 28일,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주커버그가 회사명을 메타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이보다 조금 앞선 시점에 메타버스는 언론에 회자되면서 구글기준으로 검색 수가 3배 이상 급증한다. 이후 가상세계에 대한 아이디어가 주류가 되도록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퀄컴 등 빅테크 기업들은 메타버스 계획을 발표하였고, 사람들은 메타버스를 미래의 견고한 기능으로 생각하도록 이끌었던 날로 기억될 것이다. 물론 현재 메타버스는 현실 공간(실제 공간과 웹 공간)에서의 경험과 비교할 때, 아직은 설익고 어설픈 경험이고, 대중은 여전히 절반이 넘게 이해하지 못하는 낯선 대상이다. 그러나 메타버스는 점차로 현실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고 ‘대체가능한 공간(fungible space)’으로 존재감을 높이고 있음이 분명하다. 가트너와 같은 리서치 기관도 메타버스가 2030년에 이르기까지 창발(emerging)-고도화(advanced)-성숙(mature)단계를 서로 겹쳐가면서 성장해 갈 것이라 예측한다. 그러나 메타버스가 새로운 공간(space)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삶이 일방적으로 지배되지 않도록 우리에게 잘 맞는 체험된 장소(place)로 자리매김하는 일이 필요하다. 즉, 우리는 새로운 공간과 상호작용을 통하여 메타버스를 현실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장소로 만들어 내는 사명이 요청된다. 이를 위해서 기업, 공공기관은 물론 개인은 메타버스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나아가 각자가 처한 현재 상황이 이러한 변화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이 우선이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meta’와 ‘세상, 우주’를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이다. 그러나 이런 사전적 의미로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공간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메타버스 내러티브(Metaverse Narrative)’를 살펴보자. 1992년 디스토피아 과학소설 ‘스노우 크래시’에서 처음으로 묘사된 메타버스와 3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빅테크 기업이 상호를 ‘메타’로 바꾸며 계획하는 메타버스를 비교하면서 그 차이가 만들어 낸 의미를 되새겨보자.먼저 두 메타버스는 인터넷 기반으로 개인 장비인 고글/이어폰 또는 오큘러스를 이용하여 연결된 가상공간에 접근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현실처럼 생각하고 활동하는 점이 공통적이다. 그러나 1992년 메타버스는 거의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으며, 따라서 죽음의 공포를 포함한 거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다. 반면 2022년에서는 사용자가 원하는 것만 허용되어 예를 들면, 가상제품의 생산 및 판매 활동을 할 경우에 (메타로부터) 허용된 범위에서 가능하다. 또한 1992년 메타버스는 현실과 완전히 분리된 세상(world)으로 아바타가 디지털 바이러스에 감염될 때 현실에서 자신의 뇌에 손상(snow crash)을 입히는 것처럼 가상에서 현실로의 영향을 미친다.반면, 2022년은 무슨 일이 가능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은 플랫폼(platform)으로 호라이즌 워크룸(Horizon Workroom) 처럼 현실이 확장된 가상 작업공간이다.메타버스 내러티브는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의 개념으로 수렴될 것이 분명하다. 즉, 구글을 인터넷이라 부르듯이, 가상기술을 활용하여 연결된 가상공간을 메타버스(a Metaverse)라 부르면서 ‘수많은 메타버스(Multiverse)’가 발흥하고, 마침내 ‘유일한 메타버스(the Metaverse)’로 통합될 것이다.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이러한 거대한 세상의 변화를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서 기다리는 것일까. 그 기다림에서 앞서 이러한 가상 세계가 왜 가까워지고 있는 지를 생각해 보자. 1992년 소설에서 묘사된 현실 세계는 초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는 무너지고 연방 정부는 통제력을 상실하고 그 자리를 대신한 소수의 거대기업이 시장을 중앙집권적으로 독점한다. 메타버스는 이러한 현실의 탈출구로서 초월하고픈 또 다른 세상이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메타버스는 현실의 탈출구가 아니라 칸트적 의미에서 초월적, 즉 비판적 의식이 살아있는 가상 세계를 갈망한다. 두 세상이 단절된 상태로 서로 다른 자아로 체험하는 단순히 확장된 세상이 아니라, 두 세상의 경계에서 하나의 자아로 우리를 우리답게 해주는 그런 세상을 기대해 본다.김한성 한국은행 전산정보국 자문역

[이슈&인사이트] 항공산업발전조합 설립 재검토해야

[이슈&인사이트] 항공산업발전조합 설립 재검토해야

국토교통부는 최근 항공산업의 자생적 발전과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을 내세워 ‘항공산업발전조합’이라는 금융기구 도입을 추진 중이다. 조합은 항공운송사업, 항공기취급업, 항공정비업, 양대 공항공사를 우선적으로 포함하고, 항공기 리스료 절감을 위한 공적보증, 국가계약 입찰 보증 및 일시적 경영위기 시 기업별 출자금 한도 내 융자 등을 사업 내용으로 계획하고 있다. 본래 ‘조합’은 경제적·사회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뜻을 모아 자신들의 지위 향상과 권익 옹호를 위해 만든 경제조직이다. 정부의 손이 미처 미치지 못하는 분야에서 조직구성이 자발적이고, 운영이 민주적이며, 사업 활동 및 경영이 자율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조합원의 가입 요건은 비교적 자발적이며, 운영 관리 방식은 조합원을 주체로 민주적이어야 하며, 조합원은 공정한 출자로 조합 자본을 조성하며, 외부기관으로부터의 간섭 없는 엄격한 자주성이 유지되어야 그 의의가 있다.그러나 현재 진행하는 조합의 설립은 여러 면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으므로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합은 일반적으로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구성되며 출자 규모와 재원조달은 조합원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현재 국토부의 운영안은 출자규모를 매출액과 연동하는 방안일 뿐만 아니라 조합원이 적자 상황에서도 출자를 감행해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항공수요가 회복되기까지 짧지 않은 기간이 요구되며 급기야 유가·환율·금리 등 대외변수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항공업계가 재원조달 방안을 원활히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더욱이 조합 운영의 특징은 자율성이 강조되어야 하는데 정부의 개입이 너무 지나쳐 조합 원래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운영안으로는 조합이 수행하는 투자·융자 등의 모든 사업은 국토부 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할 뿐만 아니라 조합을 지도할 수도 있고, 나아가 조합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고 업무 집행을 감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하여 위원의 과반수를 비조합원으로 구성하는 정부 중심의 ‘운영위원회’ 설치도 가능하도록 하여 조합의 자율성 침해가 우려된다. 즉, 심각한 정부의 간섭으로 조합 기본적 원칙을 위배하므로 그 저의를 의심하게 한다. 기금은 정부와 업계가 분담하고 조합 기반은 1조원 규모 기금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각 항공사는 수년에 걸쳐 7000억원을 출자하여야만 한다. 나머지 3000억원은 한국공항공사·인천공항공사와 정부가 각각 1500억원씩 정부 재정 지원을 구상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상호부조라는 조합의 특성상 항공조합의 재원은 항공사 자체 재원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 재정 지원을 전제한 조합을 기대한 항공업계는 오히려 막대한 분담금을 떠 안게 될 판이니 울상이다. 게다가 조합의 다른 주축이 국토부 산하 인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인 점을 고려하면 조직 실효성도 의심스럽다.또한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면에서 조합의 주요 추진사업인 보증·융자의 경우 조합의 낮은 신용도로 인해 조합의 보증을 통한 항공기 리스 비용 등의 절감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긴급자금 융자의 경우도 실제 팬데믹과 같은 위기상황 시 실효성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비업이 주 대상인 공동구매의 경우도 업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항공업계의 특성상 현실적인 안으로는 한계가 드러난다. 이렇듯 정부의 재정 지원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간섭만을 하겠다는 발상은 어불성설이다, 더욱이 ‘자율’ 및 ‘민주적 운영’이라는 조합의 기본원칙을 깡그리 무시한 무리한 정부 주도의 조합 설립 계획은 자칫하면 예상하지 못할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따라서 뭔가 쫓기듯이 새로운 조직을 성급하게 출범시키기보다는 조합의 가치와 사회적 존재 의의를 검토하는 등 지금이라도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한국항공보안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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