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수산업 몰락 재촉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선동

일본에서 도쿄전력이 보관해 왔던 후쿠시마 오염수 134만t을 30년 간에 걸쳐 서서히 방류를 시작한 지 3년째이다. 우리나라에서 수입된 일본 수산물을 대상으로 9만 건에 가까운 시료를 측정했지만 기준치를 넘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방사능을 걱정하기에 일본 수입 재개 요청에도 한국 정부는 여전히 일본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살상목적인 핵무기가 아닌 평화 목적인 원자력 발전소인데도, 또 병원에서 방사능 검사와 치료를 받고 있지만, 방사능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은 이처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중들 머리에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다. 수산물 방사능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어마어마한 바다 '희석' 과정 때문이다. 바다는 우리 상상력으로도 가늠하기에 너무 크기 때문에 숫자에 동그라미가 몇 개 붙는지만 가지고 쉽게 그 규모를 잠작해볼 수 있다. 앞에 숫자를 쓰고 동그라미가 몇 개 붙은지를 E 다음에 숫자로 나타낸다. 오염수 1백만t은 한 변의 길이가 100 미터인 커다란 정육면체에 물을 부었을 때 무게에 해당한다. 즉, 1E02 m x 1E02 m x 1E02 m = 1E06 m·3 에 해당하는 부피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는 최고 기준치를 1만배 높은 방사능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 알기 쉽게, 이 오염수 1백만t을 방류하여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한 변 길이가 100 km = 1E05 m 인 정사각형 해역안에서 완전히 희석 되었을 때 최대 방사능 농도는 얼마나 될지 간단히 계산을 해보자. 이 해역 수심은 약 1,000 m 라고 하자. 그럼 이 정사각형 해역 물 부피는 모두 1E05 m x 1E05 m x 1E03 m = 1E13 m·3 이다. 아까 오염수 부피가 모두 1E06 m·3 이라고 했으니 1E13/1E06 = 1E07 = 1천만배 희석이 될 것이다. 따라서 최대 기준치 1만 배였던 방사능은 최대 1E04/1E07 = 1E-03, 즉 최대 기준치의 1/1000 배에 지나지 않는 오염수로 수산생물이나 사람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는 자연상태에 있는 방사능 수준이라는 것이다. 현상을 단순화 시켜서 보았지만 그 1백만t 방사능 오염수라는 것은 후쿠시마에서 100 km 정도만 나가도 1천만분의 1로 희석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가늠해볼 수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130만t이 지구 바다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올림픽 수영경기장에 잉크 1/25 방울 떨어뜨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1945년 인류가 원자폭탄을 개발 한 이후 2천번이 넘는 핵실험을 했고 이 중 450번은 바다에서 했지만, 지난 80여년 동안 전 세계 바다에서 해양생물과 이를 먹은 사람이 어떤 피해를 입었다는 보고는 단 1건도 없다. 바닷물 희석 덕분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제 강점기에 비롯된 시대착오적인 어업규제와 기후변화로 어촌은 소멸해가고 어가소득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후쿠시마 괴담과 수산물 소비 감소는 수산업 몰락을 재촉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수산물 소비 기피로 입은 피해가 5조원이 넘는다. 또 2016년 이후 일부 근해 어선들이 일본 수역에서 조업을 하지 못해 지금까지 6천억원이 넘는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정치가 뭔지, 과학이 뭔지 관심 가질 여유도 없이 하루하루 생계를 겨우 유지해가는 어민들과 수산시장 영세업자들은 1년을 버티기 힘들다. 반복되는 수산물 방사능 선동과 소비 기피는 우리 어민들과 수산업 종사자들에게는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 맞아 죽는 일이다.

[이슈&인사이트] 작은 기업의 경쟁력은 고객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고 만든 제품 앞에서 고객은 망설였다. 쌀은 씻어야 하는지, 나물은 헹궈야 하는지, 물은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한 간편식 기업 대표가 인터뷰에서 들려준 소비자 반응이다. 만드는 사람은 설명을 넣었으니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처음 포장을 뜯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제품이었다. '간편식'이라는 이름이 간편한 식사를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전자레인지 조리 안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700W와 1000W라는 출력 수치를 제시했지만 낯설어하는 고객이 있었다. 이 기업은 '꼬들밥', '촉촉밥'처럼 고객이 원하는 식감을 기준으로 조리법을 안내했다. 기기의 수치와 조리 결과를 고객의 눈높이에서 연결하려는 시도였다. 제품을 개발한 사람이 익숙하게 쓰는 말과, 바쁜 일상에서 한 끼를 준비하는 사람이 이해하는 말 사이에는 거리가 있었다. 이 기업은 육아 가정의 먹거리 고민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간식 상품을 판매한 뒤에는 수많은 구매 후기를 읽으며 제품 구성을 바꿨다. 출산 후 몸 관리를 내세운 간식에서도 고객은 맛있는 것을 먹는 즐거움을 원했다. 판매자는 제품에 담은 기능과 의도를 설명하지만, 고객은 먹는 순간의 맛과 편리함까지 함께 평가한다. 후기는 그 차이를 알려주는 자료였다. 작은 기업은 제품 하나를 내놓기까지 많은 시간과 돈을 쓴다. 원료를 고르고 포장을 만들고 생산 조건을 맞춘다. 그 과정을 오래 거칠수록 자신의 제품을 잘 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제조법을 아는 것과 고객의 사용 경험을 아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왜 이 원료를 썼는지 자세히 설명하면서도, 정작 고객이 포장을 어디서 뜯어야 할지 망설이는 순간은 놓칠 수 있다. 수면용 속옷을 만드는 한 기업의 경험은 이 차이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초기 제품은 몸을 강하게 조이고 잡아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표 자신은 그 점을 장점으로 여겼지만 고객의 반응은 달랐다. “저는 처음에 그게 좋았어요. 그런데 안 팔려요." 인터뷰에서 나온 말이다. 잠잘 때 편하게 입고 싶은 사람에게 강한 압박은 오히려 불편함이었다. 이 기업은 압박을 줄이고 편안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품을 수정했다. 고객 의견을 반영해 큰 사이즈를 추가하고 색상도 늘렸다. 그렇다고 이 변화만으로 시장에서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표는 인터뷰 당시에도 제품을 필요로 하는 고객을 더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례에서 눈여겨볼 것은 성공담보다 제품을 고치는 태도다. 만든 사람의 만족을 잠시 내려놓아야 고객이 원하는 개선을 시작할 수 있다. 상품을 파는 중소기업이라면 누구나 판로를 넓히고 싶어 한다. 온라인몰에 입점하고 새로운 판매채널을 찾는 일은 중요하다. 그에 못지않게 살펴야 할 것은 고객이 상품을 만난 뒤의 과정이다. 상세페이지에서 용도를 이해하는지, 배송된 제품을 어렵지 않게 사용하는지, 기대했던 맛과 촉감이 실제 경험과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판매채널이 구매의 기회를 열어준다면, 재구매로 이어갈 이유는 상품을 쓰는 과정에서 생긴다. 고객 이해를 위해 처음부터 큰 조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반복해서 들어오는 문의를 모으고, 반품 사유를 읽고, 처음 구매한 고객이 제품을 쓰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때 고객이 설명을 잘 읽지 않았다고 탓하기 전에 같은 질문이 왜 되풀이되는지 물어야 한다. 제조업체에는 당연한 보관법이나 사용 순서가 소비자에게도 당연한 것은 아니다. 기능을 하나 더 넣기 전에 사용 과정의 막힘을 줄이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모든 요구를 제품에 담을 수는 없다. 같은 불편이 여러 고객에게 반복되는지 확인하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먼저 바꿔봐야 한다. 안내 문구를 고치거나 포장을 손본 뒤에는 문의와 반품이 줄었는지, 재구매가 늘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원가와 품질을 함께 확인해야 개선도 지속할 수 있다. 작은 기업의 경쟁력은 제품을 출고하는 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고객이 상자를 열고, 한 끼를 준비하고, 옷을 입고 생활하는 과정에서 평가받는다. 다음 상품을 기획하거나 광고비를 늘리기 전에 우리 제품이 고객의 하루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자. 설명서 앞에서 멈추는 순간, 입었다가 다시 벗는 순간에 고쳐야 할 이유가 담겨 있다. 고객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순간을 찾아 제품에 반영하는 일이다. bienns@ekn.kr

[이슈&인사이트] 미국 중간선거와 그 결과

꼭 한 달 뒤면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알게 된다. 중간선거란 임기 4년인 대통령 선거의 딱 2년 만에, 임기 2년인 하원의원 435명 전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선거다. 물론 중간선거는 임기 6년인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약 1/3씩 나누어 뽑는데 이번에는 상원의석 35개가 해당한다. 이름대로 중간선거는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이 매우 강하다. 첫 번째 임기의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직후 최고를 기록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율의 하락을 피할 수 없다. 2년 만에 맞이하는 중간선거에서 상원이나 하원 또는 양원 모두에서 점차 다수당의 지위를 빼앗기는 경향이 있다. 보통의 경우에는 재선에 성공하여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할 때도 양원에서는 대통령 소속 정당이 다수당이 아닐 가능성이 꽤 높다. 이러한 경향은 두 번째 중간선거에서 더 강해지고 8년 차 선거에서는 대통령은 물론 양원 모두 주인이 교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른바 '퐁당퐁당' 대통령이다. 1885년부터 4년, 그리고 4년을 쉰 뒤 1893년부터 다시 4년 대통령을 역임한 클리블랜드 이후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사례이다. 트럼프는 2017년부터 4년 재임한 뒤 바이든에게 자리를 내주었지만 2015년부터 두 번째 임기를 보내는 중이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임기 초를 제외하고는 30% 초반대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지지율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트럼프의 변덕스럽고 좌충우돌하며 독불장군 리더십 스타일이 기본이다. 거래적 외교로 동맹의 지지도 떨어지고 미국의 위상도 낮아졌다. 관세 폭탄의 부메랑이 트럼프의 표밭에 집중적으로 돌아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끝이 안 보이는데 이란과 교전을 시작해 미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다. 선거에 유리한 것이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본전이 떨어지는데 그나마 30% 초반대 지지율은 마가세력(Make America Great Again)의 콘크리트 지지층 덕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권위있는 선거분석 업체가 이구동성으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우세를 점치고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럴수록 트럼프의 선택은 외통수로 몰리는 중이다. 국내적으로는 현금살포 포퓰리즘이다.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이기면 모든 미국 성인에게 5,000불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지난달 30일부터는 오바마 케어 건강보험 가입자 약 100만 명에게 500불짜리 수표를 우송했다. 과거 건강보험 가입 과정에서 부과된 잘못된 수수료를 돌려준다는 이유다. 또 노인 의료보험 메디케어 가입자 가운데 약 2,000만 명에게는 이달 중으로 90불 수표를 준다고 한다. 이 2,000만 명은 대대로 투표 참여가 높은 연령대이다. 아주 대놓고 돈으로 표를 사는 중이다. 국제적으로는 관세 추가 부과 압박이다. 최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에 우리나라가 540억 불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그러고선 한국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두 배로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공화당이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압박을 가하고 만약 해당 지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두 배, 세 배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는 중이다. 9월 2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무소속 전당대회가 열렸다. 양당제가 확고한 미국 정치에서 제3지대가 조직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약 150개 선거구에서 220명의 무소속 후보가 출마했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 미국 유권자의 45%가 무당파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 양당 외의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는 약 3%에 그쳤다. 트럼프 시대에 확산된 정치적 혐오감과 경제적 불황이 이번 중간선거에는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궁금하다. bienns@ekn.co.kr

[이슈&인사이트] 경찰 개혁 - 후버 FBI 국장을 생각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찰의 뼈를 깎는 내부 자정과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총리실 산하 경찰 개혁 기구와 더불어민주당 경찰 개혁추진단을 통해 조직 쇄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고심은 취임 후 경찰청장을 600일 넘게 공석으로 하는 데서 엿볼 수 있다. 검찰 공화국은 해체되는 반면 경찰 공화국이 탄생할 것 같은 국민의 우려가 있다. 2,300여 명에 불과한 검사들의 검찰 공화국의 권력 남용도 문제였는데, 만일 13만여 명의 경찰이 직권을 남용하는 경찰 공화국이 탄생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최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과 제주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건에서 보여준 증조가 국민적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여기서 타산지석의 하나로 존 에드거 후버 FBI 국장을 생각한다. 후버는 미국 FBI 초대 국장으로, 1924년부터 1972년까지 총 48년에 걸쳐 재임했으며, 재임 중 8명의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거쳐 갔다. 이는 미국 내 유명인과 정치인에 대한 약점을 죄다 조사하고 다녔고 정치적 파워가 극에 달해서 그 막강한 권력의 미국 대통령조차도 그를 해임할 수가 없었다. 혹여 정치권에서 퇴진 요구가 있으면 조용히 정계 인물들 관련 비밀 파일을 빌미로 협박을 일삼았다. 후버는 새로운 대통령들이 자신의 FBI 국장 지위와 권력을 인정하는 조건으로 대통령의 정적들 비리와 불륜 증거를 주기적으로 넘겨주었다. 인권 운동가들의 대다수는 후버를 사탄 취급할 정도로 반(反) 인권의 상징이라는 극단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미쏘 냉전 시기에 FBI의 위상을 현재의 위치로 만든 사람으로 평가된다. 그가 죽은 후 FBI 국장의 재임 기간 상한이 10년으로 제한되었다. 미국의 경찰 공화국 예방을 위한 노력은 우리 정부의 경찰 개혁의 지침이 될 것이다. 미국에는 경찰로 분류되는 공무원의 수가 1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권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핵심은 상급 기관이 하급 경찰을 일률적으로 지휘하는 피라미드식 조직이 아니다. 권력은 집중에서 나오기 때문에, 수직적 조직이 아니라 수평적 조직으로 분산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FBI가 뉴욕시 경찰을 지휘하지 않는다. 연방 정부 경찰은 법무부 소속이다. 각각 법적으로 부여된 관할권과 권한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활동한다. 연방법 위반, 테러, 방첩, 조직범죄, 주요 사이버범죄 등을 다루는 FBI, 불법 마약 관련 범죄를 다루는 DEA, 총기·폭발물·방화·밀수 등을 다루는 ATF, 연방법원 관련 업무, 연방 도피범 추적, 증인 보호 등을 다루는 U.S. Marshals Service, 대통령 등 주요 인사 경호와 위조지폐·금융 범죄 수사를 다루는 Secret Service, 국경·출입국 및 이민 관련 법 집행을 다루는 CBP / ICE로 나눈다. 각 주(state)에는 자체적인 주 소속 경찰이 있다. 명칭도 주마다 다르고 조직과 권한도 다르다. 주 소속 경찰은 고속도로 순찰, 교통법 집행, 광역 수사, 지방경찰 지원 등의 역할을 한다. 예로서 버클리 대학은 앨러미다 카운티, 버클리시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이다. 주립대학이기 때문에 버클리시 경찰(150명 내외) 과 별도로 60명 정도의 캘리포니아주 소속 경찰이 관장한다. 주 밑에 있는 카운티에는 보안관(Sheriff)이 있다. 보안관은 한국 경찰과 달리 주민 선거로 선출된다. 카운티 밑에 있는 시티에는 시티 경찰이 있다. 정리하면, 미국의 경찰 체계는 연방 정부에 법무부 소관의 연방경찰, 주 소속의 주 경찰, 카운티 소속의 보안관, 시티 소속의 시티 경찰과 각종 특수업무의 특수 경찰이 있지만 서로의 지배구조는 없다. 미국 경찰의 핵심은 “하나의 경찰"의 아니고 철저한 분권의 수평적 분권 체계다. 한국도 “견제와 균형", “수평적 분권"이 없으면 13만 경찰의 폭주를 막을 길이 없다. 검찰의 보완 수사권 폐지로 경찰의 수사 권한과 책임이 커졌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경찰도 예외일 수 없다. 경찰 개혁을 논의하면서 후버 FBI 국장을 상기하는 이유다. bienns@ekn.kr

[특별기고] 미국 원전시장에 필요한 ‘마지막 1마일’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은 전시회와 상담회에서 적지 않은 기회를 만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바이어의 관심이 기술자료 요청과 공급자 등록, 견적 협의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현지 대응이 늦어지면 어렵게 만든 첫 접점도 오래가지 못한다. 미국 현지에서 한국 제조업체의 제품을 수입·판매하며 필자가 자주 마주한 장면이다. 이런 흐름은 미국 원전시장에서 더욱 중요하다.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과 수명연장, 신규 원전 건설 논의, 소형모듈원전(SMR) 공급망 경쟁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국내 원전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할 기회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시장은 전시회에 참가하거나 한 차례 상담을 했다고 열리는 곳이 아니다. 공급자 등록부터 기술 질의, 견적 협의, 샘플 관리와 추가 자료 요청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수개월, 때로는 수년에 걸쳐 진행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KNA)는 수출 준비부터 계약까지 컨설팅, 시장조사, 바이어 발굴, 인증·등록, 입찰 자문 등을 지원하고 있다. KOTRA의 해외 네트워크와 한수원의 원전산업 네트워크도 시장 진입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다. 관건은 이미 만들어진 기회를 현지에서 실제 거래로 이어갈 실행 기능을 갖추는 데 있다. 국내 중소기업이 이 일을 혼자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본사는 생산과 기존 고객 대응으로 바쁘고, 미국 고객은 자신의 업무시간에 맞춰 답을 받기를 원한다. 법인을 세우고 창고를 마련했다고 거래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운영사, EPC, SMR 개발사마다 구매 절차와 공급자 등록 요건이 다르고, 품질보증 문서와 기술자료에 대한 요구도 품목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과정에서 고객의 연락을 받고 기술자료와 샘플을 보내며 견적과 납기를 다시 확인할 사람이 현지에 있어야 한다. 이 연결이 끊기면 어렵게 만든 첫 접점도 명함 교환으로 끝날 수 있다. 그 실행 기능의 한 가지 해법으로, 여러 기업이 함께 쓸 수 있는 '공동 현지 실행 거점'을 시범 운영해 볼 수 있다. 이는 새로운 기관이나 대형 물류센터를 만들자는 뜻이 아니다. 기존 사무·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바이어 연락, 기술자료 전달, 샘플 관리, 공급자 등록과 견적 후속 조치를 맡을 현지 실무 기능을 두자는 것이다. KOTRA의 해외공동물류센터와 해외지사화사업도 참고할 수 있다. 원전 분야에서는 단순한 물류나 상담 지원에 더해, 원전 구매 절차와 미국의 물류·엔지니어링 환경을 이해하는 외부 전문인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KNA나 한수원 등은 참여기업 선정과 사업 관리, 네트워크 연계를 맡고, 기술 판단과 품질보증 문서의 승인·관리, 계약에 대한 책임은 각 기업이 갖도록 하면 된다. 우선 미국 진출 준비가 된 5개사 안팎을 선정해 1~2년간 시범 운영해 볼 수 있다. 성과도 상담 건수나 명함 수보다는 공급자 등록, 견적 요청, 첫 구매주문, 반복 거래처럼 실제 거래 과정에서 얼마나 진전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KNA, 한수원, KOTRA가 열어놓은 수출의 문을 통과한 기업이 미국 현지에 뿌리내려 사업을 키워갈 수 있도록 '공동 현지 실행 거점'과 같은 시범사업을 검토해볼 시점이다.

[이슈&인사이트] 건배는 끝났고, 경쟁은 계속된다

건배사는 대개 지루하다. 우정과 협력을 말하고 서로의 건강을 빈다. 그러나 9월 24일 백악관 만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0년이 넘는 미·중 관계를 몇 분의 연설에 담았다. 조지 워싱턴이 구입한 중국 도자기에서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의 험프 항로, 마오쩌둥과 리처드 닉슨의 관계 정상화, 중국 사막에 나무를 심은 미국인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날 낮 협상장에 놓였던 관세와 반도체, 희토류는 이 역사에서 빠져 있었다. 시진핑이 고른 첫 단어는 중추절이었다. 워싱턴에서 만찬이 열린 24일 밤, 베이징은 이미 가족이 다시 모이는 명절을 맞고 있었다. 그는 두 나라의 관계도 그렇게 한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역사를 어디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식탁의 풍경은 달라진다. 2018년에서 시작하면 무역전쟁이다. 시진핑은 더 먼 과거의 도자기와 교역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외교의 건배사는 역사를 편집하는 일이기도 하다. 연설의 끝에서는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자신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나란히 놓았다. 두 목표가 서로를 북돋울 수 있다고도 했다. 상대의 구호를 반박하는 대신 옆자리를 내준 셈이다. 그러나 두 나라가 바라는 '다시'가 언제까지 같은 식탁에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이 물음의 답은 건배사보다 산업정책에 가까이 있다. 미국의 대중국 전략은 한때 중국을 세계경제에 편입하면 경제뿐 아니라 정치도 변하리라는 기대에 기초했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은 그 기대의 정점이었다. 이후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트럼프 1기의 관세와 기술 제재,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수출통제를 거치며 워싱턴의 무게중심은 관여에서 경쟁으로 옮겨갔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중국의 기술적·군사적 부상을 견제하려는 방향은 이어졌다. 트럼프 2기가 그 경쟁을 멈춘 것은 아니다. 다만 모든 거래를 끊는 대신,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에는 장벽을 세우고 나머지 교역은 관리하려 한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미·중 무역위원회를 통해 안보상 민감하지 않은 상품의 교역을 논의하면서도 경제·국가안보를 위한 관세는 계속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봉쇄를 포기했다기보다 압박과 거래를 함께 쓰는 쪽으로 전술을 조정한 것이다. 중국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냉전기의 소련과 달리 중국은 세계 제조업과 공급망 깊숙이 들어와 있다. 미국이 첨단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면 중국은 핵심광물과 제조업 공급망을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 미국의 기술통제가 중국에 비용을 안기듯, 중국의 수출제한도 미국과 동맹국에 비용을 안긴다. 서로를 밀어붙일 수는 있어도 그 충격에서 자신만 벗어날 수는 없다. 두 나라가 거듭 협상장으로 돌아오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백악관의 건배와 협상장의 긴장은 모순되지 않는다. 두 정상은 경쟁을 끝낸 것이 아니라 경쟁의 비용을 관리하려 했다. 미국은 중국과 대화하는 동시에 반도체와 인공지능, 조선과 핵심광물에서 자국의 우위를 지키려 한다. 중국 역시 관계를 안정시키는 동안 기술자립과 공급망의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 악수는 화해의 결론이 아니라, 계속될 경쟁을 다루는 방식이다. 한국에도 기회와 부담이 함께 온다. 미국이 전략산업에서 중국 의존을 줄이려 할수록 한국의 반도체와 조선, 배터리와 방산 역량은 중요해진다. 그러나 그 가치는 미국 내 투자 요구와 공급망 재편 비용을 동반한다. 중국 시장과 소재 공급망도 하루아침에 지울 수 없다. 미·중 경쟁이 길어질수록 한국은 더 필요해지는 동시에 더 어려운 선택을 요구받는다. 시진핑은 건배사에서 두 나라의 오랜 우정을 말했다. 그러나 한국이 주목해야 할 것은 잔을 든 손보다 협상장에 남은 계산서다. 어느 쪽 잔에 먼저 부딪칠지 묻기 전에, 두 나라 모두 쉽게 빼놓을 수 없는 산업과 외교의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건배는 끝났다. 복잡한 계산은 이제부터다. 성일권

[이슈&인사이트] 러시아의 유럽 침공 가능성과 나토의 고민

최근 유럽에서 러시아의 도발로 심각한 안보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며 나토(NATO)가 긴장하고 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가 유럽과 나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후, 9월 21일에는 유럽 정보수장들이 러시아가 수개월 내 나토를 직접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와중에 영국의 합참의장은 “영국은 러시아와의 잠재적 전쟁에서 우리의 아들과 딸(젊은이들)을 잃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리투아니아 총리는 22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해 국민 피난 계획까지 세웠고 공격받더라도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상황이 매우 심각함을 알렸다. 이런 위기감은 러시아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폴란드, 심지어는 독일에 대해 드론 침범과 기반 시설 파괴 공작, 대민 심리전 전개 등 다양한 형태의 복합 하이브리드 도발을 계속하면서 확산하고 있다. 발트 3국은 철저한 반러시아지만, 동부 일부에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친러시아 인구가 다수인 지역이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때 같이 발트 3국에 대해서도 자치를 원하는 러시아인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한 러시아가 모종의 상황 전환을 노리면서 이런 도발을 기획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사시 과거 소련의 일부였던 발트 국가를 제한적으로 공격해 나토와 전면전은 회피하면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동맹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나토 조약 5조에 명시한 '레드라인'을 시험하는 시나리오다. 만약 나토가 러시아의 도발에 굴복해 발트 3국 보호를 위한 집단방위권 발령을 주저하면, 우크라이나도 제대로 지원하기도 어렵게 되어 나토 방어선이 무력화된다. 이 경우 지지부진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어려워진 푸틴의 정치적 입지가 개선된다. 러시아는 미국이 개입하거나 지원을 충분히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미국이 빠진 나토의 전쟁 지속 능력이 제한되면 러시아는 나토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런 충돌이 핵전쟁으로 갈 수 있는 제3차 세계대전의 실마리가 된다면 일부 국가는 자국 생존을 위해 나토 동맹 탈퇴를 결심할 수도 있다. 이는 나토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러나, 러시아의 기대는 희망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에서 작전 능력을 보면 러시아군이 나토와 제대로 전쟁을 수행할지 의문이다. 나토 집단자위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근거도 부실하다. 발트 3국에는 영국, 독일군 등 나토군이 대규모로 주둔하고 있어 유사시 전쟁에 자동 개입하는 것이 확정적이다. 러시아가 나토와 전면전을 각오하지 않고서 일부 국가에 대한 제한적 도발을 감행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규모로 전력을 증강해 온 폴란드는 과거 러시아로부터 호되게 당한 역사 때문에 도발에 즉시 응전할 가능성이 크다. 폴란드, 독일 등에 기지를 보유한 미국도 아무리 유럽과 갈등이 있어도 자위 차원에서 러시아 공격에 대응하게 될 것이다. 결국 러시아가 나토와의 긴장을 조성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자기 의지대로 종결하기 위한 기만책일 가능성이 크다. 나토를 위협해 우크라이나를 포기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도가 성공하면 정치적·경제적 수렁에 빠진 러시아의 빠른 정상화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러시아가 나토와의 갈등을 내세워 그동안 하지 못했던 국가 전시 총동원령을 발령한다면 압도적인 전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승리로 이끌 가능성도 커진다. 유럽은 러시아의 이런 계산을 알고 있다. 나토는 러시아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겠지만, 전면전으로 확전은 피할 것이다. 전력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도 나토에 본격적인 군사 도발은 회피하려고 할 것이다. 대신 드론전, 사이버전, 여론전, 국지 도발, 특수부대의 비정규전 전개는 가능하다. 아마 러시아가 도발한다면 이런 복합 하이브리드전·제한적 국지전을 우선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유럽에서 전쟁이 터질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시기다. 나토와 러시아의 전면전은 제3차 세계대전을 촉발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분명한 사실은 서방 사회가 누려온 평화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 안에서 평화와 번영을 누렸다. 더 이상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를 거부한다는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은 현실이 되었다. 이제 유럽은 단순한 군사력 증강을 넘어 사회 전체의 심리적·구조적 재무장이 필요한 시간이다. bienns@ekn.kr

[박영범의 세무칼럼] 1조 원대 탈세 포착… 배민·무신사 등 41개사 세무조사 왜 받나

지난 14일 국세청은 서민들의 체감 물가와 직결되는 먹거리 및 생활 소비재 분야에서 불공정 행위와 탈세를 일삼은 41개 사업자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원재료비 상승 등 대외적 요인을 핑계로 소비자에게 물가 부담을 전가하면서도, 정작 뒤로는 원가를 부풀리거나 변칙적인 거래를 통해 약 1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을 은닉한 시장 교란 사업자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풀무원, 무신사, 에이블리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대형 플랫폼과 종합 식품업체들이 조사 대상에 대거 포함되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배달 앱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은 국내에서 창출한 1조 원대 이익을 정당한 세금 납부 없이 독일 모회사로 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배민이 원천징수 해야 했을 1,000억 원대 세금을 탈루한 역외 탈세 혐의와 더불어, 해외 관계사에 업무 지원 용역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부가가치세 매입 세액을 부당하게 공제받은 혐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종합 식품업체인 풀무원은 원재료와 물류비 등 제조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공식품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내외 특수관계 법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제품 원가에 포함해 소비자에게 전가한 혐의를 받는다. 또한, 사주 일가가 지배하는 관계회사에 귀속되어야 할 경비를 업무와 무관하게 대신 지출하거나, 국외 관계사에 거액의 금전을 무상으로 대여해 '부당행위계산부인' 대상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무신사와 에이블리 등 패션 플랫폼 업체는 변칙적인 회계 처리를 통한 고의적 매출 누락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특수관계 법인에 광고비와 용역비를 과다 지급하고 재고자산을 고가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원가를 부풀린 혐의, 그리고 법인 명의로 고가 아파트를 임차해 사주가 개인적으로 거주하는 사익 편취(업무무관자산 유용)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아울러 밥상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계란 생산 농가 11곳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은 계란이 '금란'으로 불리는 호황기 동안 수십억 원대의 수익을 축소 신고했다. 일부 업체는 거래처에 세금계산서 없는 무자료 거래를 요구하고 판매 대금은 비사업용 차명 계좌로 수취해 수익을 은닉했다. 나아가 가족이 대표로 있는 별도의 농업회사법인에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산란용 병아리를 넘겨 부당하게 이익을 나누어 주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수입 금액에서 빠뜨린 혐의도 받고 있다. 곡물·과일·육류 등 수입·유통업체 12곳은 할당관세 혜택을 악용했다. 참깨, 파인애플, 돼지고기 등을 수입하며 세제 혜택을 받은 이들은 허위로 경비를 부풀리고 매출 신고를 누락했다. 0%의 할당 관세율로 돼지고기를 수입해 온 한 업체는 거래 중간에 대표자 자녀 명의의 유령 회사를 끼워 넣어 유통 마진(통행세)을 챙긴 후 단기간에 폐업하는 수법을 썼다. 또한, 특수관계 법인을 통해 근무 사실이 없는 대표자의 친인척에게 수억 원을 급여 명목으로 지급하며 가공 경비를 계상하기도 했다. 이렇게 빼돌린 법인 자금은 배우자의 아파트 취득이나 자녀에 대한 편법 현금 증여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탈세와 물가 상승 간의 연결고리가 확인된 만큼, 민생 안정을 위해 이번 세무조사 혐의자들을 철저히 검증할 방침이다. 특히 재료비 및 유통비용 등 가격 인상의 명분이 되는 생산 원가의 적정성과 정상 거래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나아가 법인 자금 유출로 부를 축적해 온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을 샅샅이 파헤치고, 차명계좌를 통한 수익 은닉이나 가짜 세금계산서 수수, 명의대여 등 조세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즉시 조세범칙 사건으로 전환해 단호히 대처할 예정이다. 이처럼 전방위적이고 강도 높은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직면한 기업들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감정적 대응이나 맹목적인 회피를 자제하고,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투명하고 성실하게 조사에 임해야 한다. 무엇보다 해외 모회사 및 특수관계 법인과의 자금 거래나 용역 제공에 있어, 해당 거래가 객관적인 시장 가격(시가)에 기반한 합리적 결정이었음을 증명하는 정상가격 산출 자료와 회계 장부를 철저히 준비해 소명해야 한다. 원가 부풀리기나 부당행위계산부인 혐의를 벗기 위해서는 비용 배분의 기준이 동종 업계의 통상적인 기준에 부합함을 논리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법인 자산의 사적 유용이나 가공 경비 계상 의혹과 관련해서는, 지출된 자금이나 취득한 자산이 오로지 기업의 정상적인 수익 창출과 영업 활동을 위해 사용되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업무 일지, 차량 운행 기록부 품의서 등 객관적 물증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특히, 배우자와 자녀 등 가족에게 지급한 인건비를 세무조사에서 가공 경비나 부당 행위로 의심받지 않고 정상적인 비용으로 인정받으려면, 사후 조작이 불가능한 객관적 근거로 실제 근무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단순한 출근부나 계약서를 넘어 이메일, 사내 메신저, 결재 로그, 차량 운행 기록부 등 구체적인 업무 흔적을 제시해야 한다. 가족의 급여 수준 역시 사내 일반 직원이나 동종 업계와 비교하여 해당 가족이 수행한 업무 난이도 및 직책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수준임을 소명해야 한다. 타 직장 겸직, 개인 사업장 운영, 원거리 거주 등 물리적·시간상으로 상시 근무와 모순되는 상황이 없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 그에 맞는 근무 형태와 급여 산정 기준을 갖추어야 하며, 지급된 급여가 다시 대표에게 돌아가는 일 없이 가족 본인의 계좌에서 투명하게 관리되는 정상적인 자금 흐름을 증명해야 조사를 무사히 종결할 수 있다.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 과정에서 세법 해석상의 이견이나 오해가 발생할 경우, 무조건적인 반발보다는 과세전적부심사나 조세심판원 심판청구 등 법적으로 보장된 조세 불복 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의 정당한 입장을 차분하고 합리적으로 구제받는 성숙한 대응이 필요하다. bienns@ekn.kr

[이슈&인사이트] 테슬라가 간과한 생명의 무게

자동차로 이동하는 건 현대인에게 가장 기본적인 권리에 속한다. 이 이동은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자동차로 이동하려면, 마차를 이용해도 마찬가지겠지만, 무엇보다 문을 열고 닫을 수 있어야 한다.너무 당연한 얘기를 정색하며 말하는 게 우습지만, 오늘날 도로 위를 질주하는 첨단의 전동화 차량 중 일부는 때로 이 단순한 전제를 충족하지 못하기에 정색하지 않을 수 없다. 문을 열어야 할 때 열지 못하면 치명적 상황이 열릴 수 있다. 최근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완성차 업체가 중국에서 총 400만 대가 넘는 차량을 리콜한 사태는, 매끄러운 디자인과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무엇인가 매우 중요한 것이 망각되고 있음을 일깨운다. 이 사태의 중심에 선 테슬라의 리콜 규모는 약 300만 대이다. 리콜이라는 익숙한 말로 퉁치기엔 현대 기술주의의 폐해가 너무 심각해 보인다. 논란의 핵심은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대중화한 이른바 '매립식 도어 핸들(Flush Door Handle)'이다. 차체와 완벽하게 밀착되어 공기저항을 줄이고 미래지향적인 미니멀리즘을 완성한다는 이 손잡이는, 차량 전원이 차단되는 비상 상황에서 차를 운전자나 탑승자를 가두는 철창으로 바꿔버린다. 사고로 전기가 끊겼을 때 내부의 기계식 비상 개방 장치를 직관적으로 찾지 못해 화마 속에서 생명을 잃거나 구조의 손길이 차단되는 참사가 잇따르고 있다. 전통적인 기계식 손잡이와 달리, 전자식 매립 핸들은 비상용 레버가 도어 포켓 안쪽이나 보이지 않는 패널 아래 숨겨져 있어 절체절명의 순간에 탑승자를 패닉으로 몰아넣는다. 기술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 감각적 디자인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생존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를 뒷전으로 밀어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태가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는 점이다.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FSD, Full Self-Driving)을 둘러싼 과장 광고와 끊이지 않는 소송 속에서, 줄곳 안전 검증보다 시장 선점과 주가 부양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라는 현대적 기술을 내세워 물리적 리콜 비용과 사회적 책임을 교묘하게 축소하려는 모습은, 테슬라의 혁신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근본적 의문을 품게 한다. 인류문명의 발전보다는 특정인을 세계 최고 부자를 만드는 게 유일한 목적 같다. 지금도 FSD는 홍보되고 있고, 교묘한 방어장치로 눈가림하면서 우리가 상상하는 자율주행이 실제로 가능할 것처럼 과장한다. '매립식 도어 핸들'을 리콜하게 한 중국은 FSD란 용어도 금지했다. 테슬라가 제공하는 '보조주행' 정도의 용어를 쓴다. 타당한 조치다. 테슬라가 FSD라는 말을 쓴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한 번도 FSD가 구현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FSD가 아닌 차량을 FSD로 착각하며 몰다가 실제로 사고가 나고 소송이 이어지고 사법당국이 나서는 등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소비자는 소프트웨어 오류와 복잡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실험 대상이자 위험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이상한 존재로 전락했다. 오늘날 빅테크와 결합한 모빌리티 자본은 인간을 존엄한 주체가 아니라, 실험실의 데이터이자 이윤 창출을 위한 도구로 보는 듯하다. 종종 잊히지만, 인간의 생명은 최상위 가치다. 머스크의 행보는 그가 말하는 혁신이 CEO 개인의 과시욕과 거대한 자본의 탐욕이 결부된 자본주의의 추한 괴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디자인의 미려함이나 자율주행의 환상 속에서, 비상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공포에 떨어야 하는 인간의 목소리는 소음처럼 지워진다. 이제 쟁점은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이다. 한국인의 생명이 중국인보다 덜 소중하지는 않지 않을까. bienns@ekn.kr

[이슈&인사이트] 이상범죄가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꿈꾸며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2026년 6월 말 기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총 287만 4,278명이다. 그리고 2026년 외국인 방문객이 2,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외국인 방문객 및 체류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치안 강국 대한민국에 대한 이미지 때문이다. 국가별 치안 지수(Safety Index) 비교에서 대한민국이 최상위권 수준이고, 특히 범죄율 지수 항목 중 '밤에 혼자 걸을 때 느끼는 안전함'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이런 치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는 안타깝게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얼마 전 제주에서 벌어진 여성 실종 사건으로 우리나라 경찰의 실종자 관리의 허술함이 드러났고, 지난 5월 광주에서 발생한 '묻지마 범죄 살인 사건의 피의자 장윤기'로 인해 이상 동기 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과 대책 마련 여론이 다시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3년 서울 강북구 미아동 마트 살인, 2024년 전남 순천시 조례동 10대 여성 흉기 피습, 2023년 경기 성남시 서현역 흉기 난동 등은 대표적인 묻지마 범죄 사건들이다. 특히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른바 '묻지마 범죄', 즉 이상 동기 범죄(무차별 범죄)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체류 외국인도 길을 가다가 자기도 모르게 살인미수 또는 살인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부추긴다. 주요 범죄 사건만 언론 보도에 나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상 범죄는 언론에 보도되는 것 이상으로 자주 발생한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필자는 최근 부쩍 증가하고 있는 이상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한 후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을 아래와 같이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중범죄자에 대한 정보를 일반 시민들에게 고지해야 한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을 선고받은 성범죄자의 정보는 '성범죄자 알림e' 웹을 통해 열람할 수 있고, 인근 주민에게 우편과 모바일로 고지하고 있다. 이는 범죄 예방 차원의 정보 제공이다. 그러나 일반 중범죄자의 경우 웹을 통한 신상정보 열람이나 인근 주민 대상 우편·모바일 고지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중범죄자는 무기를 쥐고 있을지 모르지만, 인근 주민은 그에 대한 정보가 없어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한 불균형으로 인한 사건·사고는 일반 시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피해자 가족의 행복추구권을 앗아가고 있다. 범죄 가해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일반 시민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의 보장은 더더욱 중요하다. 정부와 관계 당국은 이에 대한 예방책을 조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둘째, 촘촘한 사회적 예방 및 위험군 관리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상 범죄 발생 확률이 높은 클라이언트(이상 범죄 시도자, 중증 정신 건강 장애인, 치매 노인들 등)가 지역사회 복지 시스템을 통해 전문적인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도록 지원하고, 경찰 체계와 사회복지 체계가 연계하여 위험군을 관리하고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사례별로 상호 정보를 교류하고 필요한 서비스와 자원을 발굴·개발하여 클라이언트가 이상 범죄자로 발전하지 않도록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노력이 끊임없이 요구된다. 이를 방치하는 것은 우리 주변의 선량한 시민과 그 가족을 범죄 피해자로 전락시키는 국가 폭력이다. 셋째, 지능형 AI CCTV 및 감시망 확대가 필요하다. 각 지자체와 경찰청은 이상 동기 범죄 취약 지역(공공장소, 산책로, 상가 등)뿐만 아니라 중범죄자 거주 주변 장소에 AI 기반 이상 행동 감지 CCTV를 확충하고, 순찰 사각지대와 사각 시간대가 없도록 순찰 인력을 운영하여 이상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 사후 진압형 대처에만 급급한 경찰 행정을 지양하고, 중범죄자의 이상 징후가 지능형 AI CCTV에 포착되면 즉각 출동하여 이상 범죄를 막는 범죄예방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경찰청과 중수청 그리고 법원이 연계하여 이상 범죄 근절 TFT팀을 조속히 구성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치안 강국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지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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