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지진조기경보의 경제사회적 가치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약 2만 2천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고, 40만 채 이상의 가옥이 소실되거나 파손되었다. 전체 경제 피해액만도 약 2300조 원에 이른다. 이렇듯 단 한 번의 지진으로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지진으로 발생하는 강한 땅의 흔들림을 견딜 수 있도록 건물과 시설물을 튼튼하게 짓는 것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 왔다. 그러나 건물을 단순히 더 튼튼하게 짓는 것이 지진 재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진 규모가 1 증가하면 방출되는 에너지는 약 32배 커진다. 다시 말해, 지진 규모가 0.2 증가할 때마다 에너지는 약 두 배씩 증가한다. 즉, 규모 6.2의 지진은 규모 6.0의 지진보다 두 배 많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는 건축물을 두 배 더 강하게 만든다 하더라도, 기존 건축물이 견딜 수 있는 지진 규모보다 규모 0.2 정도 더 큰 지진에 대응하는 수준에 불과함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까지를 고려해야 하는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지진 규모가 커질수록 발생 주기는 길어진다. 수천 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지진을, 사용 기간이 100년 내외인 건축물 설계에 반영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따라서 건축물의 중요도와 사용 연한을 고려하여 내진 성능을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발생 주기가 긴 대규모 지진이 공교롭게도 오늘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내진 설계만으로는 지진 재해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딜레마를 보완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지진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그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지진조기경보이다. 지진조기경보는 지진 발생 초기, 지진계에 기록된 지진파형을 바탕으로 수 초 이내에 지진의 위치와 규모를 추정하고, 지역별 예상 피해 정보를 신속하게 전파하는 시스템이다. 지진계의 고른 분포와 충분한 밀도는 신속한 지진 탐지와 정확한 정보 산출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지진파가 도달하기 전, 수 초에서 수십 초의 귀중한 대응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경보를 받은 시민들은 강한 흔들림이 도달하기 전에 자신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후 진동이 약해지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수 있다. 이러한 대응 과정은 이어지는 큰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6년 경주지진 예에서 보듯이, 규모 5.1의 지진이 먼저 발생하고, 약 48분 뒤 더 큰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이처럼 하나의 지진이 더 큰 지진의 전조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진조기경보를 통한 신속한 대응과 대피는 후속 지진 피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지진조기경보는 경제·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한 지진동이 도달하기 전에 엘리베이터를 정지시키거나, 철도·공장·전력 시설 등 주요 산업 시스템의 가동을 사전에 중단함으로써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일본은 지진조기경보를 활용하여 고속열차를 감속하거나 정지시켜, 열차 탈선과 같은 대형 사고를 예방하고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줄인 바 있다. 이처럼 몇 초의 시간 차이는 대형 시설이나 인구 밀집 지역에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러한 피해 감소는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 감소뿐 아니라, 의료비 절감, 생산성 손실 감소 등 사회적 비용 절감으로도 이어진다. 특히 현대 산업 구조의 특성상 이러한 영향은 한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결국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은 단순한 재난 알림 기술을 넘어, 지진 위험을 관리하고 경제적 손실을 줄이며 사회적 회복력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상청 주관으로 2017년부터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관측 기술과 데이터 처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지진조기경보의 정확성과 활용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피할 수 없는 지진이라도 우리의 대응에 따라 피해의 크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슈&인사이트] “전쟁의 이유는 누구의 것 : 호르무즈 앞에서의 선택”

전쟁은 언제나 '명분'이라는 얼굴을 쓰고 다가온다. 그러나 그 얼굴이 얼마나 자주 거짓이었는지, 우리는 이미 수없이 경험해왔다. 지금 중동을 둘러싼 긴장 역시 다르지 않다. 네타냐후의 정권 연장 계산과, 엡스타인 파일 공개 등으로 정치적 궁지에 몰린 트럼프의 공명심이 겹치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금 전쟁의 무대로 호명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그 바다에 우리의 젊은이들이 가야 하는가. 강대국은 자신들이 아쉬우면 언제나 동맹을 말한다. 그러나 그 동맹이 과연 대등했는지, 우리는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정 국가의 전략적 이해를 위해 다른 나라의 청년들이 위험에 내몰리는 구조는 정상적인 국제 질서라고 보기 어렵다. “파병하라"는 요구는 외교의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사실상 압박이며, 선택지를 좁히는 방식이다. 결국 판단은 우리 사회의 몫이다. 국익이라는 이름이 아무리 거창하더라도, 그것이 국민의 생명과 바꿀 만큼 절박한 것인지 우리는 끝까지 따져 물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의 관문이다. 그래서 늘 긴장의 중심에 놓여왔다. 그러나 그 긴장은 바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 바다를 둘러싼 힘의 정치, 그리고 각국 권력의 이해관계가 얽혀 만들어낸 결과다. 바다는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그 바다를 전쟁의 이유로 삼는 정치적 계산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세계 질서 유지"라는 이름 아래 그 갈등에 개입할 것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한다. 명분 없는 개입은 질서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을 확대하는 선택이다. 촛불 이후, 우리 사회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권력이 국민 위에 설 수 없다는 사실을, 시민의 힘으로 증명해낸 기억을 가지고 있다. 촛불은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국가의 정당성은 시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선언이었다. 이 원칙은 외교와 전쟁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전쟁, 명분이 불분명한 파병, 외부 압력에 의해 내려진 결정... 이 모든 것은 촛불이 거부했던 방식이다. 선례는 반복된다. 파병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반드시 선례가 된다. “그때도 했으니 이번에도 가능하다"는 논리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지금의 선택은 단순한 정책이 아니다. 앞으로의 기준을 만드는 결정이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하고, 그래서 더 단호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구호가 아니다. 냉정하고 성숙한 시민의 판단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판단을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전쟁은 정치가 결정하지만, 그 대가는 시민이 감당한다. 그렇다면 시민은 침묵할 수 없다.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이 전쟁은 정당한가. 이 파병은 불가피한가. 이 선택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것인가. 그리고 아니라면, 분명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젊은이들은 숫자가 아니다. 그들의 삶은 전략적 계산의 일부가 아니다. 명분 없는 전쟁에 그들을 보내는 순간, 국가는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게 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죄가 없다. 그 바다는 그저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촛불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원칙이라는 것을. 그래서 다시 말한다. 일어나라. 그리고 다시 묻자. 정말 이 전쟁에 우리가 있어야 하는가. 외교는 감정이 아니라 원칙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관련 당사국들에 조기 종전을 촉구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선택을 떠받치는 힘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깨어 있는 시민의식이다. 이재명 정부의 결정은 이같은 시민의식의 결의에서 가늠되어야 한다. ekn@ekn.kr

[이슈&인사이트] 가계부채 부실과 소비 부진 초래하는 은행의 가산금리 인상

최근 국내 은행들은 가계대출 공급규제에 대응해 가산금리를 인상하며 대출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가계의 이자 부담을 폭증시켜 은행 건전성과 경제 활력을 동시에 위협하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당국의 적극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2025년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4.35%로, 11월 대비 0.03%포인트 상승하며 3개월 연속 인상되었다. 올해 들어서도 금리 인상 기조는 지속되고 있다. 1월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4.50%로 4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가 2.5%로 계속 동결되고 있음에도, 은행권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지속 인상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가계 금리를 인상하는 이유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와 관련이 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관리와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수도권 주담대 스트레스 가산금리가 1.2%에서 1.5%로 상향되며 대출 한도가 축소됐고, 6·27 부동산 대책으로 하반기 가계대출 목표치가 50% 줄었다. 이로 인해 가계대출 총량 감소가 불가피해지자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안으로 이자이익을 보전하고 있다. 대출금리 인상은 가계 이자 부담을 급증시켜 은행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된다. 스페인의 금융경제학자인 Belen Salas는 2023년 연구를 통해 대출금리 상승을 통한 금융비용 증가가 차주의 상환 부담을 높여 무수익여신비율(NPL)을 상승시킨다고 보고했다. 세계 111개국 1,600여개 은행을 대상으로 한 해당 연구는 차주의 채무상환 부담 확대가 금융시스템의 신용위험 증가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가산금리 인상은 가계의 소비 위축도 가져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연구보고서(2023)에 따르면 가계대출 금리 1%포인트 상승시 소비 0.49%의 감소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특히, 대출금리 상승 시 자영업자와 저연령층의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난다. 즉, 자영업자와 30대 이하 연령층의 가처분 소득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 내수부진 심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확인된다. 영국의 금융감독당국인 FCA는 금리 스트레스 테스트 제도(MCOB 11.6.18R : Mortgages and Home Finance: Conduct of Business Sourcebook, Chapter 11, Rule 6.18R)를 운영한다. 동 제도는 주택담보대출 시 은행으로 하여금 차주의 현재 소득으로 5년간 금리 3%포인트 상승 가정 시 상환 가능성을 검증하도록 한다. 이는 고금리 도래 시 연체 위험을 사전 차단하고, 은행의 임의적 가산금리 인상 여지를 없애는 효과가 있다. 영국의 스트레스 테스트 제도는 한국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처럼 대출 한도를 직접 제한하지 않고 차주의 상환 능력 중심으로 평가해 가산금리 경쟁을 억제한다. 국내에서 시행 중인 DSR은 현재+미래 스트레스 금리를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직접 제한해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려 수요를 자율 조절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영국은 고정 스트레스 기준(기준금리+3%포인트)으로 모든 은행이 동일 조건에서 상환 능력을 검증한다. 이로써 영국의 경우 국내 은행처럼 은행별 가산금리 차별화가 어려워 가산금리 경쟁을 유발하지 않는다. 국내 은행들은 DSR 규제에 맞서 대출 한도를 줄이는 명분으로 가산금리를 올린다는 점이 문제인데, 영국은 차주의 월 소득으로 특정 수준의 고금리도 버틸 수 있는가를 먼저 확인한다. 영국의 경우 대출 한도를 직접 제한하지 않아 영국의 은행은 차주가 고금리에도 상환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가산금리 경쟁으로 규제를 우회할 이유가 없다. 결국, 한국은 대출 총량 제한으로 은행이 가격(가산금리)을 올려 수요를 조절하지만, 영국은 차주의 체력 테스트를 토대로 가산금리 인상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영국 FCA 정책의 핵심 효과는 예측 가능한 스트레스 금리 기준으로 은행의 임의적 가산금리 인상 여지를 없애는 데 있다. 국내 은행의 가산금리 인상은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금리를 끌어올리며 은행의 건전성 악화와 소비 위축을 유발하고 있다. 영국 FCA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은행의 임의적 가산금리 경쟁을 원천 차단하는 등 한국의 총량규제 방식과 달리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한다. 결론적으로 금융당국은 획일적 총량규제를 완화하고, 영국식 차주별 금리 스트레스 테스트 제도 도입을 검토함으로써, 은행의 가산금리 인상을 억제해야 한다. ekn@ekn.co.kr

[이슈&인사이트] 다문화가정 장애아동 교육, 통합적 지원 체계 구축이 시급

우리는 급속도로 진전되는 세계화로 다양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같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결혼과 취업, 그리고 교육 등의 다양한 이유로 외국인의 국내 이주가 활발해지면서 점점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2022년 외국인 유학생 통계」에 의하면 2022년 기준 유학생 수는 166,892명으로 전년 대비 14.6% 증가하였고, 「2024 외국인 근로자 현황」에 따르면 일반 고용허가제(E-9)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24년 기준 225,307명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하였다. 그리고 「2022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다문화 혼인(17,428건)은 전년 대비 25.1%(3,502건) 증가하였다. 이에따라 다문화 가구는 39.9만 가구, 다문화 가구원 수는 115만 명으로 매해 증가하고 있다. 서로 다른 문화적 가치와 언어, 그리고 생활 방식이 공존하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다문화 가구에서 주목할 것은 점점 늘어나는 장애 아동의 수다. 다문화 가구의 등록 장애인이 있는 비율은 2021년 기준 7.3%(약 25,269명)로 2018년보다 5.8% 증가하였다. 다문화가정에서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들은 언어적·문화적 장벽, 사회적 편견,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 아동을 키우는 것은 양육 부담과 스트레스가 과중하다. 즉, 이들은 아동 양육에 대해 의사소통 장애와 양육 문화에 대한 부적응 등 많은 문화적 장벽을 느끼고 있다. 특히 의사소통 장애로 인해 소극적인 양육 활동이 아동의 학습에 도움을 주지못하게 되어 아동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낀다. 그뿐만 아니라 본인의 능숙하지 못한 학습 지원으로 자녀의 지적 성장과 언어 발달에 장애를 주는 것, 그리고 이에 따라 학습이 뒤처지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또한 그들은 자녀가 학교에서 또래와의 다툼, 외모로 인한 놀림과 같은 사회적 차별로 인해 더 위축되는 것을 본다. 다문화가정의 장애 학생은 장애 특성으로 인해 학교생활 외의 환경을 접하는 데 제한이 있고, 학교생활에서도 다문화가정의 일반 가정의 장애 학생보다 더 많은 문제를 경험한다. 「2020 교육 통계 분석 자료」에 의하면 장애가 있는 아동이 있는 가정은 교육, 의료 등에 있어 이중적 어려움과 더 심각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과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나 장애 아동 또는 장애 위험 아동을 양육하는 다문화 가정의 경우 다문화 가족 지원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문화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가정을 위한 지원책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다문화 가정 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은 자녀의 장애로 인한 교육적 지원 요구뿐 아니라 언어적 장벽, 문화적 차이, 교육 정보 부족 등 다양한 어려움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었다. 특히 학교와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언어적 한계와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은 자녀의 교육 참여와 지원을 제한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므로 다문화 가정 장애아동의 통합교육 지원이 단순한 특수교육 지원을 넘어 문화적·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통합적 지원책이 모색되어야 한다. 둘째, 다문화 가정 장애 아동의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교와 가정, 그리고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통합적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즉 학교 차원에서는 다문화 감수성을 고려한 특수교육 지원과 부모 상담 체계를 강화할 필요하고, 지역사회와 사회복지 기관은 부모 교육 프로그램, 언어 지원 서비스, 가족 상담 등을 제공하여 부모가 자녀의 교육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셋째, 다문화 가정 장애 아동의 교육 지원은 단순한 교육 문제를 넘어 포용적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복지 정책의 중요한 과제임이 확인되었다. 다문화 가정 장애 아동과 그 가족이 경험하는 어려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지원 부족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크다. 따라서 향후 정책적으로는 다문화 가족 지원 정책과 장애인 복지 정책을 연계한 통합적 서비스 체계를 마련하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다학문적 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언어 지원을 포함한 부모 교육 프로그램, 학교와 연계한 학습 지원 서비스, 심리·정서 상담, 지역사회 돌봄 체계 등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실질적인 도움이 가능하다. 이러한 노력이 이루어질 때 다문화 가정 장애 아동은 교육과 사회 참여의 기회를 더욱 공평하게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신율의 정치 내시경] 주민소환제 완화, 신중해야 하는 이유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은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주민소환제란 선출직 지방 공직자를 임기 중에도 끌어 내릴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현행 법에 따르면, 선출직 지방 공직자를 소환하려면,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는 주민소환투표 청구권자 총수의 10% 이상, 시장·군수·구청장은 15% 이상, 시·도의회 의원은 20% 이상의 서명을 받아 소환투표를 실시한 뒤, 유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 총수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인식이 있으니까 국회의원들은 주민소환제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그 이유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국회의원들 '자신들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민소환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주민소환제는 선출직 지방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인 반면, 국민소환제는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인데, 우리나라에는 국민소환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례대표 의원이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소환제를 실시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지역구 의원들의 경우에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발의로 소환할 수 있겠지만, 비례대표 의원들의 경우에는 서명 발의의 주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회의원들에 대한 소환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회의원들이 노출하는 문제가, 지방의 선출직 공직자들보다 덜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주민소환제 적용 요건의 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두 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문제점은 대의민주주의의 원리와 관련돼 있다. 대의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세 가지 기둥은 책임성, 책임 귀속성, 그리고 대응성이다. 이 가운데 대응성이란 특정 지역의 사정을 체감하고 반응하는 정도를 의미하기 때문에, 소환제와의 직접적 연관성은 크지 않다. 핵심은 책임성과 책임 귀속성이다. 책임성이란 선출직 공직자가 자신의 임기 동안 책임을 지고 정치적 행위, 즉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즉 자신이 책임을 지되, 옳다고 판단하는 정책을 소신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책임성의 핵심이다. 책임 귀속성이란, 임기 동안 공직자가 책임을 지고 정책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다음 선거에서 심판을 받는다는 원칙이다. 그런데 주민소환제를 실시하게 되면 이 두 원칙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즉 당위론적으로는 타당한 정책을 추진한 선출직 공직자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면 주민소환을 당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시장이 자신의 지역에 화장장을 유치하려다 주민소환을 당할 뻔한 사례가 있었다. 화장장 건설은 공익적 차원에서 분명히 필요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주민소환 위기에까지 몰렸던 것이다. 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책임성이 훼손될 경우 공직자가 주민들이 당장 원하는 것만 하는, 이른바 포퓰리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님비(NIMBY)에 충실한 공직자만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점이 있기에 주민소환제든 국민소환제든, 임기 내에 선출직 공직자를 끌어내리는 문제는 신중히 다뤄야 한다. 물론 선출직 공직자 중에는 파렴치범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기존 법률에 따라 직무를 정지시키면 된다. 오히려 현행법을 개정해서,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되면 보수 지급을 정지시키는 방향으로 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의 정서상 '빨리빨리' 일을 처리하기를 바라지만, 기다릴 줄 아는 태도가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kn@ekn.kr

[이슈&인사이트] 봄학기가 시작되면서 AI 시대를 생각한다

3월 9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AlphaGo) 사이 역사적 대국이 펼쳐진 지 10년이다. 수백 년 동안 가로와 세로 19줄이 그어진 바둑판 위에서 펼쳐진 전략 게임에서 쌓여온 인간의 지성이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에 의하여 충격적인 도전을 받았다. 알파고는 과거 인간이 경험하지 못했던 기발한 수를 보여주면서 세계 최고의 이세돌 9단을 극한까지 괴롭혔다. 평소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요"라는 명언을 남긴 이세돌은 세기의 다섯 판 대국에서 세 번을 내리 진 뒤 딱 한 판 역사적 승리를 거두었다. AI를 마지막으로 이긴 사람인 이세돌은 “몇백 년 동안 쌓아온 바둑의 발전보다 10년 동안의 발전이 훨씬 극적"이라고 한다. 이세돌은 세기의 대국 3년 만에 바둑돌을 내려놓고 울산과학기술원 특임교수로 변신했다. 그는 AI가 바둑을 만난 뒤 “지금껏 인간이 만들어놓은 정석이 다 사라지고 거의 남은 게 없다"라고 진단한다. 이세돌은 미래 사회도 예측한다. “AI로 기사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AI를 잘 활용하는 상위 랭커와 그렇지 못한 이들 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란다. 이러한 양극화는 “AI 때문에 배운 사람과 아닌 사람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 AI로 정보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공개돼도 이 격차는 줄지 않는다"라고 경고한다. 언제나 신선한 새 학기이지만 강의실에 앉은 학생들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전혀 편하지 않다. “지금 다섯 살짜리 아이는 15년 뒤엔 생계를 위해 직업을 구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라는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성공적인 벤처 투자자이자 억만장자 비노드 코슬라의 진단이 틀리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도 인간은 애초에 일하려고 태어난 존재가 아니고 AI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산하기 때문에 인간이 일할 필요가 없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2-3학년 정치외교학과 학생은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강의실에 앉아 있지만 나는 이 학생들이 졸업해서 마주하게 될 미래가 걱정이다. 최근 포천지와 인터뷰에서 코슬라는 “2034년부터 4년 뒤까지 모든 일자리의 80%가 AI에 대체될 수 있다"라고 예측했다. 인간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그 시간에 대신 AI로봇이 청소나 빨래 또는 음식 준비를 하는 시대를 그려왔다. 하지만 AI로봇이 고도의 전문적인 일뿐 아니라 단순 반복의 육체노동까지 대체하는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 코슬라는 “AI와 로봇 역할 확대로 15년 뒤에는 생존과 생계를 위해 일을 하고 직업을 고를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하는데 기실 인간의 일자리는 사라지는 중이다. 빌 게이츠도 AI가 10년내에 인간을 대체해서 인간이 대부분의 직종에서 불필요하다고 한다. 2025년 미국 아마존에서는 인사팀과 총무팀 빼고 다 해고해서 60만 명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세상은 빨리 변해서 미래에 앞서고자 AI를 만드는 개발자가 되려고 컴퓨터공학 계열 학과에 진학했는데 그사이에 AI가 컴퓨터 프로그램까지 개발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컴퓨터공학보다 인문학 전공자의 실업률이 더 낮다고 한다. 세상이 빛의 속도로 바뀐다. 정보격차(digital divide)라는 말이 나온 지 얼마 만에 이제 AI 양극화를 걱정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주산에 암산도 배우고 코딩이 필수였는데 이제 AI 프롬프터 앞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다. 노트북과 태블릿 등에 의존한 교육부터 받은 Z세대(1997-2010년대 초반 출생)는 부모 세대보다 주의력이나 기억력, 독해 능력이나 문제 해결력 등이 떨어진다고 한다. 인지 능력도 낮아지고 AI로봇 때문에 일자리도 빼앗긴다. 미래세대의 앞날이다. 먼 미래의 일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ekn@ekn.co.kr

[기고]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와 수산물

도쿄전력이 보관해 왔던 후쿠시마 ALPS 처리수 방류를 시작한 지 3년이 다 되어가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수산물 방사능을 걱정하기에 한국 정부는 여전히 일본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살상목적인 핵무기가 아닌 평화 목적인 원자력 발전소인데도, 또 병원에서 방사능 검사와 치료를 받고 있지만, 방사능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중들 머리에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초기 몇 달 동안 어쩔 수 없이 바다로 들어갔던 방사능과 비교하면 지금 방류중인 처리수는 그 방사능 양이 매우 적기에 그 유해 여부를 따지는 것은 과학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지만, 왜 걱정할 필요가 없는지는 바다 '희석'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생물에게 아무런 영향을 안 미칠 정도로 방사능 오염물질 농도가 낮아지는 과정은 크게 방사선 붕괴와 희석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반감기를 결정하는 방사선 붕괴는 육상에서도 일어나지만, 바닷물속 희석 과정은 육상과 다르다. 물컵에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잉크 분자 퍼져나가면서 시간이 지나면 물 전체에 골고루 섞이게 되는 과정을 확산이라고 한다. 퍼져 나간 잉크가 다시 원래대로 모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데, 이를 열역학 제2법칙이라고 한다. 후쿠시마에서 유출되었던 방사능물질은 기하급수적으로 처음에는 빨리, 시간이 갈수록 천천히 농도가 줄어드는데 대략 10 km 정도 나가면 1만분의 1로, 100 km 정도만 나가면 1천만분의 1로 희석이 되며, 태평양을 한바퀴 돌아 우리 바다로 올 무렵이면 1조분의 1로 희석이 된다. 따라서 방류중인 ALPS 처리수 130만t이 지구 바다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조분의 1인데, 올림픽 수영경기장에 떨어뜨린 잉크 한 방울보다 적은 양이다. 1945년 인류가 원자력을 쓰기 시작한 이후 지난 80년 동안 전 세계에서 2천 번 이상 핵실험을 하고 크고 작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났지만, 바다에서 난 수산물을 먹고 사람이 피해를 보았거나 어떤 해양생물이 죽었다는 보고는 단 1건도 없다. 방사능 기준치를 초과하는 물고기가 간혹 채집되기도 했지만, 그 기준치라는 것은 사람이 1년 매일 먹었을 때 엑스레이 1번 찍을 때 받는 피폭량 정도이지 바다생물이 어떤 피해를 입는 것과는 무관하다. 바다는 물이라는 액체로 이루어져 있어 같은 액체인 처리수가 육상보다 희석이 훨씬 더 잘 된다. 육상에서는 나무나 풀과 같은 일차생산자가 토양에 고정되어 있지만 바다 식물플랑크톤은 해류를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므로 주변보다 특별히 농도가 높은 오염물질에 노출될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 또 바다에는 동물 이동을 가로막는 산이나 하천이 없어 물고기들은 육상동물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먼 거리를 헤엄치며 돌아다닌다. 따라서 바다에서는 물과 생물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므로 후쿠시마 원전이라는 오염원에 노출될 확률이 육상에 비교하면 거리에 따라 너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한국은 물론 일본산 수산물도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 것이다. 한 때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를 그렇게 반대했던 지금 정부도 일본과 관계를 개선해야만 하는 엄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듯하다. 이에 유럽이나 미국이 이미 했던 것처럼 우리정부도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를 해제하길 기대한다.

[이슈&인사이트] 가맹점이 살아야 본사가 산다… K-프랜차이즈 생존경제학

프랜차이즈 산업을 평가할 때 우리는 습관적으로 “올해 브랜드가 몇 개 늘었나, 가맹점은 얼마나 오픈했나"를 묻는다. 하지만 국부(國富)는 간판 숫자의 팽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현장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경제의 명암은 정반대의 지표에 있다. “얼마나 덜 망했나, 그리고 얼마나 오래 살아남았나." 이제 프랜차이즈의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K-프랜차이즈의 진정한 국부 기여는 맹목적인 '점포 수 확장'이 아니라, '신뢰 기반의 생존율'에서 증명되어야 한다. 자영업 실패는 '개인 탓' 아닌 '구조 격차'… 프랜차이즈가 좁혀야 : 자영업 폐업을 가맹점주의 개인 역량 부족으로만 돌리면 해답이 없다. 현장의 참사는 대개 구조적 격차에서 비롯된다. 무엇이 돈이 되는지 아는 '정보 격차', 원가와 서비스 품질을 통제하는 '운영 격차', 임대료와 플랫폼 수수료를 방어하는 '협상력 격차'다. 이 지점에서 프랜차이즈의 본질적 가치가 드러난다. 프랜차이즈는 단순한 매장 복제업이 아니라, 초보 창업자의 '실패 확률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이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폐업이 줄어들면 재창업 비용, 가계 부채, 상권 공실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방어된다. 나아가 표준화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고용을 창출하고, K-브랜드의 로열티라는 지속 가능한 해외 수익까지 창출한다. 이것이 프랜차이즈가 창출하는 진짜 국부다. “가맹점이 망해도 본사는 번다?"… 인센티브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 프랜차이즈 업계의 끝없는 갈등은 '나쁜 본사' 때문이 아니라 '어긋난 수익 구조(인센티브)'에서 출발한다. 본사의 수익이 가맹점의 매출 성장이 아니라, 과도한 필수품목 마진이나 인테리어 리베이트에 의존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생 선언문 백 번보다 치명적인 것이 바로 이 왜곡된 구조다. 업계 스스로 '상생'이라는 모호한 선언 뒤에 숨지 말고, 투명한 수익 구조와 현장의 '폐업 방어 시스템'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 깜깜이 필수품목에 과도한 마진을 붙이거나 잦은 인테리어 리뉴얼로 본사 배만 불리는 낡은 관행은 버려야 한다. 대신 품목과 마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가맹점이 돈을 벌어야 본사도 수익을 내는 '로열티 중심'으로 본사와 가맹점의 생존 궤도를 완벽히 동기화해야 한다. 현장 운영은 철저히 '데이터와 예방'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주먹구구식 감(感)에 의존한 오픈 대신 엄격한 상권 데이터 룰을 적용하고, 문을 연 뒤에는 '조기경보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매출 급감이나 원가율 급등 같은 폐업의 시그널을 4~8주 전에 미리 포착해 본사가 즉각 코칭하는 구명줄을 던지는 식이다. 여기에 광고·판촉비의 사전 협의를 제도화하고, 분쟁 발생 시 쉬쉬하기보다 패스트트랙으로 신속히 해결해 재발률을 낮춘다면 어떨까. 불필요한 의심과 갈등에 낭비되던 에너지는 오롯이 점포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쓰일 것이다. 중기부·공정위·산업부, '규제 vs 진흥' 멈추고 '생존율 KPI'로 통합하라 : 정부의 정책 렌즈도 달라져야 한다. 현재 프랜차이즈를 바라보는 시각은 공정위의 '규제', 중기부의 '민생', 산업부의 '수출 진흥'으로 파편화되어 있다. 그러나 이 세 가지는 결코 다른 길이 아니다. 공정한 룰이 현장에 내장되면 민생 지표(폐업률 감소)가 개선되고, 튼튼해진 내수 경쟁력이 곧 강력한 글로벌 K-프랜차이즈 수출 동력(산업 진흥)으로 이어진다. 가맹점 1년 생존율, 조기경보 개입 및 회복률, 본사 수익원 공시율 등 명확한 지표를 기준으로 삼자. 협회가 이를 바탕으로 '신뢰 브랜드'를 인증하고, 중기부와 산업부, 지자체가 합심해 이들에게 정책 자금, 디지털 전환, 해외 진출 지원 등 압도적인 혜택을 몰아주면 된다. 시장의 룰을 바꾸는 자가 국부를 만든다 프랜차이즈 국부 기여의 핵심은 확장이 아니라 '신뢰 기반의 생존'이다. “점포가 망해도 본사는 돈을 버는 구조"를 방치한 채 글로벌 도약을 논할 수는 없다. 폐업률 방어를 본사의 최우선 KPI로 삼고, 정부가 이를 단일화된 정책으로 강력히 지원하는 순간, 나쁜 본사는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좋은 본사만이 살아남아 국가 경제의 진정한 기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bienns@ekn.kr

[이슈&인사이트] 세계 1위 운용수익률 국민연금, 이제 지배구조 혁명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이 2025년 231조 원의 운용 수익을 올려 기금 설치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는 2개월 동안 120조 원을 달성했다. 231조 원의 수익은 5년분의 연금 재원에 해당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1월 23일 코스피 5천 선 돌파를 기점으로 “국민연금 고갈 우려나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은 이제 내려놓아도 되는 상황"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2,180만 명의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기금 고갈의 위험에서 해방했다는 측면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전 국민의 박수와 하이닉스에 준하는 포상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하이닉스의 2026년 성과급은 영업이익 47조 원의 역대급 실적에 대한 보상이다. 기본급의 약 2,965%로, 연봉 1억 원 기준 성과급만 약 1억 4,820만 원 수준이다. 여기서 공공기관인 국민연금에 대한 하이닉스급 포상은 불가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더구나 국민연금의 실적은 코스피가 2025년 76% 급등한 데 이어 올해도 23% 상승하며 랠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연간 운용 수익 18%는 일본 GPIF(12.3%), 노르웨이 GPFG(15.1%), 캐나다 CPPIB(7.7%) 등 글로벌 자산운용의 강자 중 1위 수준이다. 또한 외생변수만을 따진다면 하이닉스의 실적도 반도체 경기의 수퍼사이클에 의존한 바 크다고 폄하할 수 있다. 2026년 국민연금의 직원 수는 7,200명 전후로 운용 수익은 231조 원이다. 반면 하이닉스의 3만 3천 명의 직원이 거둔 영업이익은 47조 원이다. 인당 이익으로 비교하면 국민연금은 302억 원/인 인 데 반해서 하이닉스는 14억 원/인이다. 국민연금의 가성비는 하이닉스의 20배다. 국민연금에 대한 획기적 보상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 국정의 지표가 될 수 있다. 연금 운용 수익이 1% 올라가면 기금 소진 기간이 15년 연장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도 운용수익률을 연 6.5%로 높이면 기금 소진 시점은 2057년에서 2090년으로 늦춰질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서 현 정권의 최우선 정책과제가 도출된다. 장기 기금수익률 7% 달성의 정책과제다. 최우선 정책 과제는 국민연금이 미래 한국에 미치는 중요성에 대한 국민 합의다. 그를 바탕으로 정치적 당리당략을 초월하여 국민연금 이사장만은 탁월한 전문가를 임명하고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여야 합의선언이다. 1988년 창립 이래 38년 동안 18명의 이사장이 취임하여 평균 재임 기간 2년이다. 역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중 임기를 채운 수장은 30% 내외다. 이는 정권 교체 시마다 임기를 조기 마감한 결과다. 출신별로 보면 관료·정치인·군 출신이 대부분이다. 실용 국정의 기본 방향은 첫째 기금운용에 대한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는 지배구조다. 자산규모 기준 해외 5대 연기금 중 기금운용위원회가 정부 소속인 경우는 국민연금이 유일하다. 둘째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의사결정기구인 위원회의 전문성 문제다. 해외의 경우 기업·학계 출신 전문가들이 맡는다. 반면 한국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에 소속돼 있고 정은경 장관과 같이 의사 출신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다. 셋째가 기금운용 베테랑인 실장급 운용역들의 공백에 대한 우려다.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특별한 대책으로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이 필수적이다. 운용역에 대한 과감한 자율과 인센티브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넷째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을 포함한 투자 기법의 과학화다. 다섯째,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포트폴리오에 대한 전면적 개편이다. 예를 들면 선진국 지향적 안전 투자에서 적절한 위험을 감수하는 개발 도상국 투자의 수익 모델로 전향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젓는다고 국민연금의 흑자 기조가 보일 때 2,180만 명의 연금 가입자와 그 가족 그리고 국민에게서 연금 고갈의 스트레스에서 해방하는 과감한 혁명적 실용 국정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bienns@ekn.kr

[김한성의 AI시대] AI 시대의 진짜 경쟁은 기준이다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AI는 이제 법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2026년 1월 22일 시행된 AI 기본법을 두고 일부에서는 “또 하나의 규제"라고 말한다.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번 법의 취지를 그렇게만 보는 것은 좁은 해석이다. AI 기본법은 산업을 묶기 위한 족쇄가 아니라, AI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한 기준 설정에 가깝다. 무엇을 하지 말라는 법이라기보다, 어떻게 책임 있게 활용할 것인가를 제도적으로 규정하는 법이다. AI는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금융권에서는 대출 심사와 신용평가에 AI가 활용되고, 병원에서는 영상 판독과 진단 보조에 AI가 쓰인다. 기업은 채용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고, 공공기관은 민원 분석과 행정 의사결정에 AI를 도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AI의 판단은 개인의 취업 기회, 대출 가능 여부, 치료 방향과 직결된다. 이런 영역에서 오류나 편향이 발생하면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이어진다. AI 기본법은 바로 이 지점을 제도적으로 정리했다. 금융·의료·교육·공공행정 등 고영향 영역에서 활용되는 AI에 대해 안전성과 책임성을 법적 요구사항으로 명시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는 산업을 위축시키려는 조치가 아니라, AI가 핵심 영역으로 더 넓게 확장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일이다. 신뢰가 없으면 확장도 없다. 신뢰는 선언으로 생기지 않는다. 구조와 기준을 통해 형성된다. 기업 입장에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리스크 관리 체계의 정비다. AI 시스템이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결과를 도출했는지 내부적으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의 출처와 가공 과정은 추적 가능해야 하며, 알고리즘의 판단 기준 역시 설명 가능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와 대응 절차가 명확해야 한다. 이러한 체계는 단순한 법 준수 장치가 아니라 기업의 신뢰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이 AI 기반 대출 심사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가정해 보자. 특정 집단에 불리한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이는 기술적 오류를 넘어 차별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이때 데이터 구조와 학습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설명 가능성과 추적 가능성은 사후 방어 수단이 아니라 사전 신뢰 구축의 기반이다. 이러한 변화는 대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스타트업, 중견기업, 공공기관, 의료기관 등 AI를 활용하는 모든 조직이 대상이다. AI는 더 이상 특정 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 산업의 기반 기술이 되었기 때문이다. 준비 수준이 곧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결국 이 법은 세 가지 층위에서 작동한다. 기업 내부의 관리 체계, 국가 차원의 기준 형성, 그리고 국제 표준 경쟁이다. 국제 환경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AI Act를 통해 위험 등급에 따라 규율 체계를 세분화했고, 미국은 안보 관점에서 첨단 AI 기술을 관리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가장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설계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준이 사실상의 국제 표준이 된다. 결국 표준을 만드는 쪽이 시장의 규칙을 정한다. 이 맥락에서 AI안전연구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이 기관은 단순히 AI 안전 관련 동향을 소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국내외 규범을 분석해 기업이 참고할 수 있는 판단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국내 기업의 모범 사례를 체계적으로 축적해야 한다. 동시에 이러한 사례를 국제 논의에 제시해 한국의 경험이 글로벌 표준 형성에 반영되도록 연결해야 한다. 이는 일종의 '신뢰 인프라' 구축 작업이다. 금융에서 중앙은행이 통화의 신뢰를 관리하듯, AI안전연구소는 AI 안전의 기준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는 않지만, 기준을 설계하고 시장에 신호를 보낸다. 그 기준이 산업 전반에 내재화될 때, 한국은 외부 표준을 따르는 나라가 아니라 기준 형성에 참여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 결국 AI 기본법은 규제가 아니라 전략이다. 명확한 기준은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투자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기준의 축적은 표준의 형성으로 이어지고, 표준은 시장 접근성을 높인다. 신뢰가 확보되면 AI는 공공 영역과 글로벌 시장에서 더 넓게 활용될 수 있다. 한국이 AI를 잘 만드는 나라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AI를 잘 활용하고 책임 있게 운영하는 나라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그 차이는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기준의 수준에 있다. 더 큰 모델을 만드는 능력보다 더 책임 있는 구조 안에서 기술을 운용하는 능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AI 기본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법의 존재가 아니라 실행이다. 기업과 기관이 기준을 어떻게 내재화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AI 생태계는 도약할 수도, 정체될 수도 있다. AI 시대의 핵심 경쟁 요소는 성능이 아니라 신뢰다. 신뢰를 제도화하는 국가만이 AI 시대의 장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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