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박홍근 “李 대통령과 찰떡호흡…시민 외면한 시정 끝낼 것”

[단독인터뷰] 박홍근 “李 대통령과 찰떡호흡…시민 외면한 시정 끝낼 것”

“이재명 대통령께서 그러셨다. '박 (원내)대표는 워낙 일을 잘하시니까 서울시를 맡으면 제대로 이끌어갈 분이다'라고." 최근 내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공개 선언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중랑을)의 말이다. 이 대통령과는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대선 캠프, 국정기획위까지 '찰떡 호흡'을 맞춰 왔다. 원내대표시절 나눈 이같은 대화에 대해 박 의원은 “서울 도전을 향한 묵직한 격려"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박 의원은 지난 19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은 일화를 소개하면서 “이 대통령은 '일머리 있는 사람, 멸..

AI 시대, 에너지가 경제다

병오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6월에 이재명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의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고, 미국에서도 11월 중간 선거가 예정돼 있다. 국내외 정치 상황이 작년 못지않은 격동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 최대 관심하는 역시 경제이다. 올해는 '붉은 말'의 해인 만큼 우리 경제가 역동성을 회복하며 뜨겁게 타오르기를 모든 국민이 바라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보다 높은 원-달러 환율로 한국 경제는 어느 때보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우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 위법적인 12.3 비상계엄 후폭풍에 휘말려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경제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정국 불안으로 내수 불황이 장기간 이어졌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까지 더해지며 우리 경제는 벼랑 끝에 몰렸다. 올해는 작년보다 한국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는 싸늘하기만 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경제의 성장 엔진이 완전히 멈추고 날개 없는 추락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그렇다면 위기를 타개할 해법은 없을까.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산업에 빨리 올라타는 것이다. AI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활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핵심 기술은 미국 등 선진국이 보유하고 있으나 AI의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은 물론 K-컬처 등에 AI를 성공적으로 접목한다면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 규모는 2024년 25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예측됐다. 전문가들마다 추정치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5년 뒤인 2030년 세계 AI 시장은 지금보다 적게는 수배, 많게는 수십 배 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논란이 된 AI 거품론도 투자액 대비 수익 실현 시기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지 AI 시장의 성장 자체를 의심하는 건 아니다.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AI 분야에서 어느 한 분야에서만 주도권을 잡는다면 우리 경제는 성장의 모멘텀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고대역폭 메모리반도체(HBM) 시장에서는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가 있다. AI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면 값싼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거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는 AI 컴퓨팅에는 엄청난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 낮은 비용으로 전력을 생산하지 못한다면 AI를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없다. 그동안 기업이든 국가든 노동과 자본 집약을 통해 성장했다면 AI 시대엔 '에너지 집약'이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실제로 챗GPT와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 모델은 기존 포털 검색할 때와 비교해 최대 30배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AI가 고도화하며 학습과 추론을 동시해 수행하며 엄청난 전기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AI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22년 약 460TWh(테라와트시)에서 올해 1000TWh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유사한 전망치를 내놨다. 지난 2023년 약 300TWh에 그쳤던 전 세계 데이터 센터 전력 소비량이 2030년에는 1500TWh로 5배가량 늘어난다는 것이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달 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한국은 AI 기술과 반도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지만 이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전력이 '약한 고리'라고 조언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한국은 거의 모든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한다. 글로벌 물류가 마비되면 곧바로 에너지 위기를 맞는다. 전량 수입하는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 연료 없이 원전과 신재생 에너지만으로는 급증하는 AI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초고압 직류송전(HVDC) 등 전력망(계통)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곳과 소비하는 지역이 떨어져 있는 것도 아킬레스건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전국 전력의 40%를 소비하면서도 전력 자급률은 60%대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해안 지역은 전력을 쓸 곳이 없어 발전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신속히 전력망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주민 반발과 보상을 둘러싼 갈등으로 전력망 건설은 장기간 지연되기 일쑤다. 한국전력의 적자와 부채가 누적되고 있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뚫겠다고 하지만 막대한 투자비와 주민 민원을 극복하지 못하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미국은 AI에 급증한 전력 수요에 대비해 에너지 지배력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싼값의 전력 생산을 위해 화석 연료를 포함해 모든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글로벌 AI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데이터 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에너지 기업과 협력해 2019년 영구 폐쇄됐던 쓰리마일 섬 원전 재가동 1호기를 재가동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 기업이 소형 원자로(SMR) 뿐 아니라 폐쇄된 원전까지 살리려는 이유는 무탄소 에너지로 많은 양의 전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지배력을 높이려는 미국을 우리도 본받을 필요가 있다. 가장 약한 고리인 전력망 확충을 위해 국가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에너지 고속도로 등 관련 정책을 좀 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식으로 설계하고 추진하는 게 핵심이다. LNG와 원전, 풍력, 태양광 등 다양한 에너지 믹스가 중요하다. 공급의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 탄소 감축 등 상충하는 목표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에너지의 황금 분할선'을 찾는 게 관건이다. 장박원 편집국장 jangbak@ekn.kr

[신년 단독인터뷰] 우원식 “민생·경제·외교 안정이 국회 역할…탄소중립 모범 보일 것”

우원식 국회의장은 현재도 '국가 의전 순위 2위'의 요인(要人)이지만,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해제 의결 절차를 차분히 이끌어 단숨에 '잠재적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우 의장은 특히 환경이라는 단어 조차 생소하던 1980년대부터 환경과 기후, 에너지 문제에 천착해 의정활동을 펴왔다. 이날 만난 우 의장은 최근 국회의 필리버스터로 인한 장시간 사회와 해외 출장 등으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기후와 에너지라는 '미래 지향적' 의제를 주제로 한 에너지경제신문의 이번 신년 인터뷰 요청에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흔쾌히 응해줘 해당 사안에 대한 평소의 열정과 관심을 보여줬다. 우 의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탄소 중립에 대한 기업들의 진정성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선 12.3비상게엄 주동자 사법처리 일단락·민생 경제 등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며, 개헌 문제도 반드시 논읙·처리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우 의장과의 일문 일답이다. - 요즘 피곤하실 텐데. ▲지난 3박 4일 동안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렸던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회의장 회의를 막 다녀와서 바로 또 필리버스터를 하니까, 2주일 동안 잠을 잘 못 잤다. 어제는 더 힘들었다. - 민생과 경제가 가장 중요한데, 12.3 비상계엄 전후 무엇이 달라졌나? ▲중요한 게 안정성이다. 나라가 안정돼 있다고 (인식되게)하는 게 중요하다. 비상계엄 전후의 환율을 봐라. 직전과 직후에 확 달라졌다. 나라의 안정성을 외국에서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따라서 국가 경제가 매우 다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일단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돼서 한미 관세 협상이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 정상회의도 그렇고(잘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제 안정돼 있다고 보는 거 같다. 이제 거기서 한 발 더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도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해왔는데, 중국이 부상하고 미중간 갈등이 커지면서 어려움이 많아졌다. 석유화학같은 경우 중동에서 직접 제품을 만들어면서 우리의 경쟁력이 떨어졌다. 크게 봐서도 기존의 산업으로는 더 이상 나라를 유지할 수 없다라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중국 등 몇면 나라에 수출을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저나 이 대통령은 이것들을 다변화하고 미래 성장 기반으로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AI)이나 요즘 주목받는 방위산업 등을 육성하고 교역망을 다변화하는 것이 중요한 전환기에 있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에)글로벌한 기후위기 문제나 저출산·지역소멸 등의 위기에도 대응을 잘 못했다. RE100(신재생에너지100%)이나 탄소국경세라든지 이런 새로운 수출 규제가 만들어져가고 있는데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했다. 재생에너지를 만드는데 있어서도 좋은 기술을 갖고 있지만 굉장히 뒤처져 있다. 국가가 그것들을 못하게 하고 어렵게 만든 측면이 있다. 이런 신산업들을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잘 만들어가는데 집중해야 한다. 불안정성이 굉장히 높던 상태를 안정화시켜가고 있는 전환기에 있다. 그런 면에서 이재명 정부가 방향을 잘 잡고 있다. - 내년 예산안 합의가 잘 이뤄졌다. 앞서 말한 점들이 잘 반영돼 있나? ▲그렇다고 본다. 새롭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으로 예산이 많이 배치되도록 했다. - (기후위기와 관련해) 미국이 발목을 잡지만 국제사회가 탄소 제로 쪽으로 가고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한다고 하는 거는 지구도 살리고 돈도 벌자 이거 아니냐? 탄소 중립으로 얼마큼 빨리 가느냐, 재생에너지를 얼마큼 많이 만들어내느냐 이런 것들이 앞으로 우리 산업 경쟁력하고 직결돼 있는 거다.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를 확장하는 쪽에 집중해서 노력을 해야 된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 풍력산업법도 통과시키고 지금은 영농형 태양광 사업 활성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해 확실히 속도를 내도록 준비하고 있다. - 취지는 좋지만 기업들이 각종 규제로 힘들어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기업들의 그런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서 마치 탄소 감축 활동이 큰 문제라도 되는 냥 접근했었다. 이제는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전환 문제에 대해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다. 세계적인 무역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다는 걸 기업들도 잘 안다. 기업들이 조금 어렵다고 정책을 뒤로 미루거나 할 만큼 한가하지도 않다. 우리나라가 또 한다고 결정하면 굉장히 빠르지 않나. 이미 기술력도 있다. - 12.3 비상게엄때 담장도 넘고 긴급한 상황에서 신중하고 안정적으로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켜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그때 심정은? ▲'이거 잘못하면 죽는다' 싶었다. 내가 공관에서 잡히지 않은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이냐. 국회에 오면서 혹시 여기 가다가 잡히는 거 아니냐(고 걱정을 많이 했다). 국회 3문으로 들어오다가 경찰이 있어서 억지로라도 들어가볼까 하다가 잡히면 안 될 것 같아서 담을 넘게 됐다. (해제 결의안 처리 과정에선) 국회의원들이 빨리 하자고 막 그러는데, 절차가 잘못되면 상대방도 다 검찰 출신들인데 다 무효라고 하지 않겠냐. '절차가 잘못되서는 안 된다, 이럴 때 일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설득했다. 또 시작할 때부터 새벽 동트기 전에 (해제 결의안을 처리해) 국회가 계엄군에 의해서 둘러 싸여 있는 것을 해소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만약 그때까지 상황이 계속되면 출근하는 시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고 그러다 보면 유혈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었다. - 그 후 잠재적 대권 주자로 인식될 정도로 국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졌는데, 어떻게 보나? ▲(웃음) 그냥 내 일 잘하면 되는 거다. - 내년 6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 가장 주목할 것은 1월 중순 예정된 내란 관련 재판의 결과다. 현재의 정치적 대립은 평행선을 달리는 정쟁의 양상을 띠고 있지만, 사법부의 공식적인 판결이 내려지는 순간 논란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국민들은 이 판결을 기준으로 현재까지의 정치상황에 대한 판단을 내리실 것이고 향후 주요 정치 일정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12.3 비상계엄과 같은 위헌적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개헌 논의의 필요성도 커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권자들의 선택을 좌우할 핵심 기준은 '민생'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지속된 정치적 격랑 속에서 국민들은 일상의 회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내란 국면에서 정국을 질서있게 개편하고 그 에너지를 민생 회복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역량과 비전을 제시하는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1월의 사법적 판단이 정국의 불투명성을 제거하고 지방선거를 통해 민심의 척도가 명확히 확인된다면, 현재의 극단적 대립 구도는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 정치권이 진영 논리에 휩싸여 갈등이 심각하다 ▲ 민주주의는 의견이 하나일 때 작동하는 제도가 아니라, 의견이 다를 때 어떻게 결정하고, 어디까지 서로를 존중할 것인가에 대한 약속이다. 지금처럼 사회적 갈등이 깊어질수록 그 기준은 더 분명해야 한다. 이제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양성 그 자체를 넘어, 의견이 다를 때 어떻게 할 것인지의 문제다. 그 최소한의 기준은 크게 헌법과 법치에 대한 존중이고, 국회의 입장에서 보면 국회법이다. 국회의장 당선 이후, 첫 인사에서 정치권에 서로 의견이 달라도 합의된 최소한의 기준은 따르자라고 말한 적이 있다. 헌법은 국회의 모든 의사결정이 국민주권에 기초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국회법은 이러한 헌법의 원칙을 실제 정치 과정에서 구현하는 규칙이다. 특히 국회법은 여야의 갈등이 첨예할수록 의사결정의 마지막 기준이 되는 만큼, 국회의장으로서 국회법의 틀 안에서 국회를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서 정치권의 갈등을 보며 느끼시는 걱정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정치에 필요한 것은 헌법과 국회법 등 우리가 정한 최소한의 원칙 안에서 갈등을 관리하고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장으로서, 정치권이 치열하게 다투더라도, 최소한의 선만큼은 넘지 않도록 스스로 절제하고, 국민 앞에서 민주주의의 기본이 지켜지도록 역할을 다하겠다. - 지난해 취임 이후 개헌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지금의 87년 헌법 체제는 지난 38년간 변화된 대한민국의 사회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휴대전화는커녕 삐삐도 사용되지 않던 시절에 만든 헌법으로는 미래로 나아가기 어렵다. 헌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미래를 대비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국민이 입게 된다. 인공지능(AI), 기후위기, 지방소멸, 저출생 고령화와 같은 새로운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헌법이 필요하다. 제10차 개헌에 대해서는 정치권, 시민 사회 등에서 여러 의제를 놓고 수많은 논의를 거쳤기에 이제는 결단이 필요하다.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할 때는 모든 의제를 다 논의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에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최소한의 의제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광주 5·18과 부마 민주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지방소멸·지방균형발전을 위한 지방분권 강화와 같은 최소한의 의제 등은 여야가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6개월 정도 지났고, 12.3 위헌적 비상계엄 관련 재판 등의 1심이 결론을 향해 가고 있는 만큼, 곧 본격적인 개헌 논의가 이뤄지길 희망한다. -한국경제가 매우 어렵다. 앞으로 어떤 경제발전 모델과 글로벌 외교정책을 가져가야 하며, 국회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 국회가 해야 할 역할의 본질은 민생과 국익을 중심에 두고 갈등을 중재·조정하는 데 있다다. 사회 구성원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국가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국회의 기능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2024년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은 한층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사회·경제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를 복원해야 할 때다. 국가의 안정성을 높이는 일은 단지 갈등 관리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이자 앞으로의 국가 경쟁력이 될 것이다. 그 중심에는 국회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는 지난해 10월 15일 노사 대표단체가 참여하는 '국회 사회적 대화 기구'를 출범시켰다. 앞으로 국회는 노사 현안뿐 아니라 폭넓은 사회·경제 분야 의제에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제도화하고 안착시켜, 국가 안정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외교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한 실용적이고 실리적인 의회외교를 위해 노력하겠다. 비상계엄 선포에서 대통령 탄핵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국가 위기 상황 속에서도, 국회는 중심을 잡고 건설적인 의회외교를 이어왔다. 비상계엄 해제 직후에는 주한 미국 대사와 소통하여 미국의 대한민국 의회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고,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포함한 미국 블링컨 국무장관, 일본 이와야 외무대신 등을 만나며 대한민국의 대외신뢰도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이 있다면, 외교안보는 특정 정권이나 정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국가를 살리는 생존전략이라는 점이다. 중국, 몽골, 루마니아 등과의 의회외교가 보여주었듯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에도 한반도평화·기후·에너지·공급망·인적교류를 아우르는 포괄적 의제와 관련해 여러 국가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한국 기업을 비롯한 여러 경제 주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오랫동안 환경·기후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각종 활동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4대강과 물관리 일원화, 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 가습기살균제 참사 등 의정 활동의 근간 중 하나가 환경이었다. 2011년에 발생한 노원구 방사성 아스팔트 사건으로 원전 안전에 대한 문제의식이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2018년 민주당 내 '기후변화대응 및 에너지전환산업육성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으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활동을 했다. 국내 최초로 '민관협의회'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수산업과 해상풍력의 공존이라는 성과를 만들어 내 '갈등 해결의 교과서'로 평가받고 있어 매우 뜻깊다. 최근에는 영농형태양광 갈등 해소를 위해 '광주 본량동 영농형태양광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농민들과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회가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국회의장에 취임하면서 22대 국회를 '기후국회'로 만들고, 그 첫 번째로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렸었다. 지난 21대 국회에도 기후특위가 있었지만, 입법권과 예산심사 권한이 없어 단순한 업무보고만을 받으며 활동해 효용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번에 구성된 기후특위에는 탄소중립기본법, 배출권거래법에 대한 입법권과 기후대응기금에 대한 의견제시권을 부여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정책을 만들고 큰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은 하나하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수소충전소 한 귀퉁이에 설치돼 있던 '기후위기시계'를 본관 앞 잔디로 옮기는 것을 시작으로, 경내 카페 다회용컵 전면 도입을 통해 지금까지 일회용컵 120만개를 줄였고, 공공기관 보다 5년 빠른 '2035 국회 탄소중립로드맵'을 수립했다. 내년부터는 국회 운동장과 주차장, 건물 옥상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국회 도서관 그린리모델링도 시작하게 된다. 국회가 공공부문의 탄소중립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하나하나 차곡차곡 챙겨나갈 생각이다. - 신규 원전 건설을 놓고 여론이 나뉜다. 이재명 정권에서 공론화 통한 재결정을 얘기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 몇 년간 에너지정책이 너무 이념화, 정쟁화되어 버렸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가 공론화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충실한 공론화를 통해 국민의 집단 지성을 잘 모아내기 바란다. - 미국의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로 세계 탄소중립 연대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트럼프 1기 때도 같은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전 세계에 기후변화로 인한 실질적 피해 속출하는 상황에서 탄소중립의 가치가 RE100,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과 같이 실질 경제체계에 녹아들고, 녹색 산업을 위한 자본 투자가 꾸준히 확대되는 상황이다. 또한 많은 나라에서 재생에너지가 가장 저렴해지고 있어 이제 당위의 문제가 아닌 경제적 관점에서 국가와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되고 있기에 지금 잠깐 주춤하는 듯 보이는 현실은 일시적인 것이다. 우리는 이미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처지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꼴찌 수준의 재생에너지, 제조업 기반의 어려운 탄소 감축 여건 등 어려운 조건이지만, 지금을 '대전환의 골든타임'으로 삼아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신년 단독인터뷰] 우원식 “대전환의 시기, 기업도 탄소 중립 대비해야”

우원식 국회의장이 2026년 병오년 새해를 맞아 본격화될 탄소중립 규제 강화 흐름과 관련해 기업들에게 “무역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다"고 당위성을 강조하며 적절한 대응을 당부했다. 국회가 먼저 '탄소 중립의 모범'이 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올해 예정된 6·3 지방선거와 관련해선 12·3 비상계엄 관련 사법처리와 민생 문제가 주요 변수라고 예측했다. 또 지방선거에서 정치권에서 '합의 가능한' 최소한의 개헌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우 의장은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신년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환경운동가 출신인 우 의장은 인터뷰에서 기후위기에 따른 탄소 중립·에너지 전환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글로벌 기후 위기나 저출산·지역소멸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면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꼴찌 수준의 재생에너지(생산량), 제조업 기반의 어려운 탄소 감축 여건 등 어려운 조건이지만 지금을 '대전환의 골든타임'으로 삼아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들도 탄소 중립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 의장은 “세계적인 무역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기업들도 잘 알고 있고 요즘은 굉장히 신경들을 쓰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조금 어렵다고 (탄소 중립)정책을 뒤로 미루거나 할 만큼 한가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한번 하자고 결정을 하면 굉장히 빠르지 않나. 이미 기술력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규 원전 논란엔 “에너지 정책이 너무 이념과, 정쟁화됐다"면서 “충실한 공론화를 통해 국민들의 집딴 지성을 잘 모아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내년 지방선거에 대해선 1월 중순 예정된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주동자들에 대한 1심 판결과 민생 문제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개헌 논의를 서둘러서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소신도 피력했다. 이밖에 국회 운영과 관련해 기후위기특별위원회 활성화, 태양광발전기 설치, 도서관 그린리모델링 등을 통해 공공부문의 탄소중립 모범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토큰증권이 바꾸는 금융 “새 상품이 아닌 운영체계 변화”…한화證 이병철 토큰증권 TF팀장

“모든 자산은 토큰화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가 지난 3월 주주서한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모든 자산을 잘게 나눠 거래할 수 있게 만들어 투자자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토큰증권(STO)을 둘러싼 논의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2022년 금융위원회가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물꼬를 텄다. 2023년엔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2년이 지난 지금 토큰증권 관련 개정안은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증권사는 토큰증권을 단기 유행이 아닌 금융 인프라의 구조적 변화로 바라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서 토큰증권 플랫폼 구축 태스크포스(TFT)를 이끄는 이병철 팀장은 토큰증권을 “새로운 상품이 등장한 것이라기보다 증권이 운영되는 체계가 바뀌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에너지경제가 23일 서울 여의도 한화투자증권 본사에서 이병철 팀장을 만나 토큰증권의 정체와 쓰임새, 토큰증권이 바꿀 투자 지형에 관해 들었다. 이 팀장은 토큰증권을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 위에서 운영되는 증권"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주식과 채권은 예탁결제원과 증권사, 거래소가 각각 장부를 관리하며 중앙기관의 신뢰에 기반해 거래가 이뤄진다. 현재 체계에선 오늘 주식을 사도 이틀 뒤에 주식이 계좌에 최종 입고되고 대금도 그때 확정된다. 예탁결제원, 증권사, 거래소가 거래 내역을 사후에 맞춰보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토큰증권은 같은 장부를 여러 참여자가 동시에 확인·갱신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거래 체결과 결제, 자산 입고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 이 팀장은 “새로운 상품이 나온다기보다 증권이 운영되는 체계가 분산원장이라는 시스템으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큰증권이 활성화될 경우 개인 투자자의 투자 문화도 바뀔 수 있다. 그는 “궁극적으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액으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고, 개인이 직접 원하는 조건의 상품을 제안하는 환경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프라이빗뱅커(PB) 중심의 맞춤형 자산관리 기능이 디지털 환경에서 확장되는 형태다. 개인이 금융회사에 투자 상품을 역제안한다는 발상은 언뜻 낯설어 보인다. 현재 개인 투자자는 어떤 금융상품을 살 것인지만 정한다면, 토큰증권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어떤 구조의 상품이 만들어져야 하는지까지 개인이 참여하게 되는 방향이다. 이는 토큰증권이 구현되는 환경과 관련이 있다. 토큰증권은 웹3(Web3)에서 실물 자산(RWA)을 잘게 나눠 디지털 증권 형태로 거래하는 것이다. 웹3는 사용자 참여와 주권을 강조하는 새로운 디지털 환경이다. 개인의 '주권'이란 금융회사가 만든 상품을 선택하는 수준을 넘어, 개인의 투자 행동 자체가 어떤 상품이 만들어질지를 결정하는 신호로 작동하는 구조를 뜻한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제도와 시장 구조가 이를 수용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해외는 이미 토큰증권이 활성화되어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토큰화한 머니마켓펀드(MMF) 비들을 발행하고 있다.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 USDC의 발행사 서클은 토큰화 MMF의 환매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을 제공한다. RWA 분석 플랫폼 RWA.xyz에 따르면, 현재 거래되는 토큰화된 자산 80% 이상은 미국 국채와 MMF다. 국내는 부동산·미술품 등 조각투자 영역에서 논의가 주로 이뤄지고 있다. 이 팀장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장이 열릴 자산으로 부동산을 꼽았다. 구조화 경험이 많고 가치평가 체계가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이다. 가격의 등락이 있다는 점에서 비상장 주식이 적절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발행할 실익이 적어 확산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토큰증권의 활용 가치는 B2B 영역에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시각도 제시했다. 기업들이 보유한 자산을 토큰화하면 단기 유동성 관리가 훨씬 유연해질 수 있고, 기업 간 거래에서 결제 효율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직 토큰증권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결국 돌고 돌아 규제의 불확실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증권사들은 준비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은 2026년 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자산 전문 증권사로 전환'이라는 중장기 목표와 'Global No.1 RWA(Real-World Asset, 실물 기반 토큰화 자산) Hub' 비전을 공식 선포했다. 증권사 본연의 업무인 중개를 넘어 토큰증권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다. 이 팀장은 “디지털 자산을 투자 상품화하고, 이를 토큰 형태로 설계·유통하는 전 과정을 관통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다양한 자산을 연결하고, 국가 간 교차 투자까지 가능한 구조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업이나 빅테크와의 차별점으로는 '금융투자 상품에 대한 신뢰와 규제 대응 역량'을 꼽았다. 토큰증권은 결국 증권인 만큼 투자자 보호와 규제 프레임워크가 핵심이라는 판단이다. 여기에 한화그룹이 보유한 다양한 실물·프로젝트 자산과 글로벌 네트워크도 강점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토큰증권을 단일 상품이 아닌 플랫폼으로 접근하는 이유에 대해 “관계의 지속성"을 강조했다. 특정 상품의 흥행보다, 투자자 수요와 시장 변화를 흡수할 수 있는 확장 가능한 구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토큰증권은 단기간에 결실을 맺기보다는 금융 인프라의 진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기자의 눈] 수요 예측 실패 신공항, ‘빛 좋은 개살구’ 못 면한다

정부가 지역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신공항 추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고시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민간공항 기본계획을 비롯해 내년 공고 예정인 가덕도신공항,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울릉공항 등 전국 각지에서 공항 건설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는 신공항을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닌, 산업·관광·물류를 연결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사업으로 보고 있다. 지방에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면 기업 유치와 인구 유입이 촉진돼 지역 소멸 위기를 완화할 수 있다는 논리도 반복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지방공항의 현실은 냉혹하다. 현재 대부분의 지방공항은 만성 적자 상태에 놓여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이용객 예상치를 과도하게 전망한 항공 수요 예측 실패가 꼽힌다. 비교적 최근 개항한 양양공항과 무안공항의 경우 계획보다 이용객이 훨씬 적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적자가 각각 1447억원, 1679억원에 달했다. 최근 추진 중인 새만금국제공항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아 추진됐지만, 이후 법원은 기본계획 고시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비용 대비 편익(B/C)이 0.479에 불과했다. 제주 제2공항과 가덕도신공항 역시 경제성이 낮다는 문제 제기에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 완공 이후 과잉 인프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공항은 한 번 건설되면 되돌릴 수 없는 대표적인 '고정비' 사업이다. 이용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적자는 구조적으로 누적될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결국 국비와 지방재정, 공기업의 부채로 전가된다. 공항이 지역 경제의 마중물이 되기보다 재정 부담의 원천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항 건설이 진정으로 지역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면, 엄격한 수요 분석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막연한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실제 얼마나 많이 이용될 지와 장기적인 손익 구조를 냉정하게 따져 봐야 한다. 손실이 불가피해도 꼭 짓겠다면 재정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쉽지 않다. 손실 가능성이 수치로 드러날수록 공항 건설에 대한 반발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요와 손익을 외면한 채 추진된 사업이 남길 후유증은 더 크다. 불편한 진실을 피하기보다 책임 있는 설명과 설득 과정이 따라야 한다. '공항을 짓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정확한 수요 분석과 냉정한 손익 판단이 정책 결정의 기준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중흥그룹, 부회장에 이상만 사장 승진

중흥그룹은 29일 이상만 사장을 부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해근 중흥 건설부문 총괄사장도 중흥토건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중흥토건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호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일신상호신용금고, 일신주택 등을 거쳐 중흥건설 상무이사, 부사장, 중흥토건 사장을 지냈다. 지난 2023년 초 사장 승진 이후 약 3년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대표이사로 임명된 김 총괄사장은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대우건설 주택건축사업본부 △주택CM기술팀 팀장 △주택건축기획팀 팀장 △주택건축기술실 실장 △대우에스티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김병헌의 체인지] 고환율 정부 대책 변명만 남았다

서울 외환시장의 숫자는 바뀌지만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는다.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높은 구간에서 출발했고, 정부 설명도 익숙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 미·중 갈등, 중동 불안, 무역수지 변동성, 그리고 개인의 해외 투자 증가 등… 고환율의 원인 목록은 길다. 문제는 이 많은 이유가 정부의 정책으로 연결되는 순간, 늘 같은 결론으로 수렴한다. '달러가 새는 구멍부터 막자'로 귀결된다. 맞는 말이지만 방법은 산으로 간다. 구멍으로 자주 지목되는 대상이 서학개미라는 지점이 상징적이다. 개인 투자자가 해외 주식을 사들이며 환율을 끌어올렸다는 주장에서 출발한다. 정부는 다른 이유들도 덧붙이긴 한다. 미국과의 금리 차, 수입 물가 상승, 지정학적 리스크,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이 모든 요인을 나열한다.결국 손대는 곳은 늘 개인의 선택에 대해서다. 가장 통제하기 쉬운 변수이기 때문이다. 현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증권사 영업점에서 만나는 개인 투자자들은 “달러를 벌려고 미국 주식을 샀다"고 말하지 않는다. “한국에선 장기 투자할 만한 종목이 잘 안 보인다"고 말한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정책은 계속 빗나간다. 환율은 단기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중장기 신뢰의 가격이다. 정부가 말하는 고환율의 또 다른 원인은 금리 차다. 미국의 고금리가 달러를 끌어 당긴다는 설명이다. 맞다. 하지만 금리 차는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같은 금리 환경에서도 통화 가치가 덜 흔들리는 나라는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성장에 대한 신뢰다. 지난 10년간 S&P 500이 보여준 성과는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숫자로 증명했다. 반면 코스피는 장기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는 데 실패했다. 무역수지 역시 자주 거론된다. 수출이 주춤하니 환율이 오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수출 부진의 이유를 들여다보면 다시 구조 문제로 돌아온다. 산업의 세대교체가 더디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부족하다. 반도체 한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경기 사이클에 환율이 과도하게 흔들린다.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수치는 반복된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빠지지 않는다. 글로벌 불안은 달러를 강하게 만든다. 하지만 같은 충격을 받아도 어떤 나라는 덜 흔들리고, 어떤 나라는 크게 흔들린다. 차이는 체력이다. 자본시장의 깊이, 기업의 경쟁력, 제도의 예측 가능성이 환율 방어력을 좌우한다. 이 체력을 키우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개인의 해외 투자를 막는다고 생기지는 않는다. 일본은 엔저 국면에서도 개인의 해외 투자를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NISA(개인 투자 비과세 계좌) 제도를 확대해 미국 주식을 포함한 글로벌 자산 투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였다. 해외에서 벌어온 수익이 결국 국내 소비와 투자로 돌아온다는 판단이었다. 환율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지 않고,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한국은 반대다. 고환율이 나타나면 개인의 손부터 본다. 해외 주식을 팔면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식의 정책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런 처방은 숫자를 잠시 움직일 수는 있어도 흐름을 바꾸지는 못한다. 구조가 그대로라면 자금은 다시 빠져나간다. 시장은 기억력이 길다. 결국 문제는 한국 증시의 구조다. 기업이 커질수록 규제가 늘어나고, 중소기업이 중견이 되는 순간 부담이 급증한다. 신산업은 허용보다 금지가 먼저다. 이런 환경에서 장기 성장 스토리는 나오기 어렵다. 그래서 투자자는 해외로 눈을 돌린다. 서학개미의 출발점이다. 이 상태에서 코스피 5000을 말하는 건 현실 인식과 거리가 멀다.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숫자는 따라오지 않는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환율을 잡고 싶다면 달러를 막을 게 아니라, '원화의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외국인과 국내 자본 모두에게 굳이 달러 대신 원화를 들고 있어야 할 근거를 말한다. 다시 묻는다. 고환율의 이유를 이렇게 많이 알고 있으면서, 왜 해법은 늘 같은가. 서학개미는 원인이 아니다. 정부가 나열한 고환율의 이유들 역시 원인이 아닌 결과가 대부분이다. 원인은 하나다. 성장과 신뢰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제 구조다. 2026년 새해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환율 대책이 아니라, 구조개혁부터다.

[이슈&인사이트] 환율 불안 시대 스테이블코인의 도전

과거에는 화폐가 물건 또는 서비스 등을 주고받으면서 이에 따른 가치 교환을 위한 수단이었다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폐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스마트 머니(smart money)이자 국경을 초월하여 데이터와 가치를 동시에 전송하는 핵심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세계는 국책은행이 발행하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와 민간 기업 주도의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두 종류의 첨단 암호화폐를 중심으로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미국 달러와 같은 법정 통화에 1:1로 연동,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여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한 암호화폐를 지칭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가격이 급등락하는 다른 암호 자산과 달리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목표다. 예를 들어 최초의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는 1 USDT가 항상 미화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 어디로든 직접 빠르게 전송할 수 있어 속도가 느리고 많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은행 대신 효율적인 해외 송금·결제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때문에 마약 밀매, 해킹, 테러 자금 조달, 자금세탁 등 국제 불법 자금 거래에 사용되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 거래 확산은 다양한 암호 자산 간 거래를 원활하게 하고 안정된 투자 환경을 조성해 시장의 유동성을 높여 주식시장에 못지않은 매력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한다. 이를 주도하는 게 미국 달러(USD) 표시 스테이블코인이다. 현재 국제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90% 이상이 달러 기반으로 운용되며,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기축통화인 달러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이에 미국은 '스테이블 코인법'을 입법하며 주도권 강화에 나섰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향후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세계 여러 국가의 통화를 잠식하여 이들의 통화 주권을 위협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대외 의존도가 높고 기축통화국 아닌 한국에 더 치명적이다.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외 자금 결제 및 송금 시장을 잠식할 경우, 원화의 입지는 급격히 축소되고 위기 시 급속한 자본 유출을 통제하지 못해 심각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원화 가치가 급격히 절하되면서 과거 IMF 사태와 같은 외환위기 우려가 부상하고 있다. 만약 원화 가치가 계속 추락하면 기업과 개인의 환전 욕구가 확대될 것이고, 금액 제한이 없고 빠른 구매가 가능한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환전 수요가 쏠린다면 환율 통제가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이 원화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다면 과거 IMF보다 더한 외환위기가 초래될 것이다. 국내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이런 위험을 인지하고 있다. 국제 금융 시장에서 디지털 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현재 돌이킬 수 없는 대세이다. 디지털 통화의 국제적 확산은 단순한 금융 기술의 발전을 넘어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안보 이슈로 부상했다. 특히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한국의 통화 정책과 경제 주권을 위협한다. 보유, 증여, 송금 등의 제한을 받지 않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을 대안 없이 방치한다면 국내 금융 시장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할 수 있다. 유사시 발생할 수 있는 빠른 대규모 자본 유출은 대한민국이 당면한 범국가적인 차원의 실존적 위협이다. 이는 금융, 기술, 안보가 융합된 복합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한국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위상과 위력에 대항하기 쉽지 않더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원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등 자체적인 디지털 통화 역량을 확보하여 급변하는 국제 자본과 금융시장의 도전에 대응해야 할 때이다.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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