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문섭 진원생명과학 CTO “모더나가 연 맞춤형 항암백신 시장…우리는 DNA로 승부”

[인터뷰] 정문섭 진원생명과학 CTO “모더나가 연 맞춤형 항암백신 시장…우리는 DNA로 승부”

지난 19일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머크는 개인맞춤형 메신저 리보핵산(mRNA) 항암백신과 면역항암제를 같이 투여했더니 흑색종 환자의 재발과 전이가 유의미하게 줄었다고 발표했다. 개인맞춤형 항암백신이라는 치료 개념이 1137명이 참여한 대규모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한 첫 사례로, 발표 직후 모더나 주가는 170% 넘게 급등했다. 이 소식은 같은 원리의 항암백신을 개발 중인 진원생명과학(이하 진원)에도 초미의 관심사다. 진원도 환자 개개인의 암에 맞춘 '맞춤형 항암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모더나가 mRNA를 쓴다면,..

[데스크 칼럼] 전 좌석이 임산부배려석이었다

지하철을 타면 눈에 띄는 좌석이 있다. 핑크색 임산부 배려석이다. 2013년말 서울에서 처음 도입했다. 이 자리는 만원 차량 안에서도 비워져 있을 떄가 있다. 종종 임산부가 되기 어려워 보이는 사람이 앉아 있기도 한다. 주변에 서있는 사람이 눈으로 욕설을 내뱉는다. 임산부 배려석이 만들어진 뒤, 임산부 배지(배려 배지)를 달고 서서 가는 사람을 자주 목격한다. 임산부 좌석에 이미 임산부가 앉아있으니, 다른 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노약자 배려석이 생긴 후 노약자석는 차량당 12석으로 줄었다. 노인들끼리 '민증을 까자'는 다툼이 벌어졌다. 제도가 원래 있던 조정 기능을 대신하면 조정 기능은 퇴화한다. 삼성전자는 19일 공시를 통해 현재 확보한 막대한 현금을 어떻게 주주에게 돌려줄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방식은 여러가지가 되겠지만, 시장이 가장 원하는 방식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다. 주식 수를 줄여 주주의 지분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주당순이익도 개선된다. 정부가 줄곧 주창한 구상대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자사주를 소각하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보통주를 대규모로 소각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율이 늘어난다. 두 회사가 보유한 주식 수는 그대로인데, 전체 발행주식 수만 줄어든다.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은 합산 약 10% 수준이다. 금산분리 규제의 경계선이다. 삼성전자가 주식을 태우면 보험계열사는 비율에 맞춰 주식을 팔아야 한다. 이미 올해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이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분율을 10% 아래로 유지하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1조4000억 정도지만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올해 삼성전자가 내세운 그림은 이보다 훨씬 크다. 보험계열사가 쏟아내야할 물량은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달할 수 있다. 이 거대한 물량은 삼성물산이 받아내기에 부담스러운 규모다. 공시 이후 분산해 시장에 내놓는다해도 오버행이 이어질 수 있다. 국민연금이 사들인다고 해도, 이만한 물량을 사들이면 포트폴리오에 문제가 발생한다. 대형 기관투자자나 글로벌 투자자도 쉽게 매수하기 부담된다. 반복적으로 수십조원 규모 매물을 흡수할 투자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매수자가 없으면 주가는 더 떨어진다. 또 하나, 삼성생명법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 지분율은 더 높아진다. 그만큼 시장에 억지로 주식을 내놔야 한다. 그래서 삼성생명법은 단순히 '재벌 지배구조 개혁법'에 국한하지 않는다. 자본시장의 거대한 수요와 공급을 실제로 법으로 흔들어놓는 규제다. '관리의 삼성'이 이런 미래를 예상하지 않았을리 없다. 19일 공시를 단순한 주주환원 계획으로만 볼 수 없다. '정치가 하라시는 대로 합니다. 그런데 시장의 밸런싱이 깨어지면 어떻게 하시겠어요?'라는 논제로 읽힌다. 2013년, 핑크색 좌석이 생기기 전에는 그랬다. 아이를 데리고 타거나, 몸이 불편해 보이거나, 임산부로 보이는 사람이 보이면 누구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임산부 배려석으로 지정하지 않아도 모든 좌석은 임산부 배려석이었다. 만원 차량에 비어있는 좌석도 없었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김성우 시평] 에너지 전환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이달 3일 재정경제부가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 부동산 세제의 개편안에 대해 언론이 하루가 멀게 다루었고, 집을 가진 사람이나 갖고 싶은 사람에게는 집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세제개편안이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부동산 이외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대상이 있는데, 이는 에너지전환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이다. 특히 법인세제 부문은 녹색전환 및 경제안보 차원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산업의 국내 생산기반을 확충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바, 기존에도 전략산업으로 다루어져 온 반도체·이차전지·AI 등에 태양광·풍력·원자력 등 에너지가 새롭게 강조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글로벌 지정학적 공급망 리스크가 반복되면서 국내에 에너지 생산 기반을 확보하려는 흐름이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세제개편 방향의 배경이다. 에너지전환에 대한 세제개편안은 크게 두 가지를 주목해야 한다. 첫째는 신설되는 국내생산세액공제의 주요 대상이 에너지전환 품목이라는 점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녹색전환 추진이 시급하고, 보호무역 확산 등으로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 중 국내 생산기반이 취약한 품목을 지원하기 위하여 국내생산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또한, 기존 통합투자세액공제는 시설투자(CapEx)에 대한 지원에 집중되어 있어 생산운영비(OpEx)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산업에는 지원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문제의식도 반영되어, 생산량에 기초하여 세액공제하는 새로운 지원 체계가 마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원 대상은 중요성·유망성·필요성의 기준에 따라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이차전지, 반도체, 핵심소재, AI로봇부품의 6개가 선정되었고, 구체적인 적격품목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에서 규정될 예정이다. 적용요건으로 내국인(거주자 또는 내국법인)이 적격품목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고 직접 판매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참고로 통합투자세액공제 적용 시설 생산분과 수도권과밀억제권역 생산분은 국내생산세액공제가 적용배제되지만, 2026년 12월 31일 이전에 통합투자세액공제를 적용받은 납세자는 이를 취소하고 국내생산세액공제로 전환 신청할 수 있다. 둘째는 국가전략기술 중 '수소' 분야가 '미래형 에너지' 분야로 확대 개편된다는 점이다. 국가전략기술 및 관련 시설에 대한 통합투자 세액공제율은 일반기술 및 신성장·원천기술보다 높게 설정되어 있다. 기존 국가전략기술은 반도체, 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수소, 미래형 운송 및 이동수단, 바이오의약품, 인공지능의 8개 분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번 개편안은 '수소' 분야를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과 같은 '미래형 에너지' 분야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글로벌 초격차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3대 메가프로젝트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안정적 에너지원 확보가 긴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이차전지와 같은 에너지전환 품목을 생산하거나 SMR 등 미래형에너지 기술에 투자하는 기업이라면 신설되는 국내생산세액공제과 확대되는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개편의 적용 가능성과 요건을 미리 숙지할 필요가 있다. 2025년 세제개편 역시 경제 대도약 지원을 위한 과제로 미래 전략 산업에 대한 지원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그 핵심 수단으로써 국가전략기술과 신성장·원천기술의 범위를 확대했고 여기에 에너지전환 기술이 추가된 바 있는데, 올해는 중동사태까지 더해져 에너지전환에 대한 지원이 더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세제개편안은 통상 7월 발표 후 9월 국무회의를 거쳐 정기국회에 제출되고 12월 본회의 의결로 확정되면 다음해 1월 1일 시행된다. 이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일부 변경될 수 있으며, 세부 내용은 하위법령(시행령·시행규칙)에서 정해질 예정이다. 따라서, 기업은 향후 국회 본건 개정안 심사 경과 및 시행령 등 하위 규정 제정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고, 수준 높은 세제혜택에 상응하는 엄격한 요건 입증과 사후 검증에도 미리 대비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bienns@ekn.kr

[기자의 눈] 탄천에 1만 가구, 숫자보다 먼저 답해야 할 것들

정부와 서울시가 용산공원 주택 공급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자 서울 강남구 탄천물재생센터가 대체 공급지로 떠올랐다. 약 39만3000㎡ 부지에 1만~1만3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대청역과 수서IC가 가깝고 학교와 병원, 아파트 단지도 갖춰져 있다. 지도만 보면 매력적인 카드다. 하지만 기자가 현장에서 마주한 센터는 아파트를 올리면 되는 빈 땅이 아니었다. 서울 동남권의 하수를 처리하는 기반시설이 가동되고 있었고, 일부 시설 상부에는 공원과 체육시설이 조성돼 있었다. 안쪽에는 하수처리조와 배관·기계설비가 지상에 노출돼 있었다. 주민들은 개발 가능성에 기대하면서도 현대화와 악취 해결이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시설을 완전히 덮어야 주택을 지을 수 있다", “바람이 불면 코를 찌를 정도로 냄새가 난다"는 반응이었다. 악취 전광판 수치는 관리 기준보다 낮았지만 순간 측정값만으로 시간대와 풍향에 따라 달라지는 체감까지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서울시는 현재 시설용량 80만t 규모의 처리시설을 이전·지하화하는 약 2조4967억원 규모 민간투자사업에 대해 PIMAC 적격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말쯤 조사가 끝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현재 조사 대상은 처리시설 현대화이며 상부 주택 개발은 별도 사안이라고도 밝혔다. 민간 제안자인 대우건설도 “사업을 제안했을 뿐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PIMAC 검토도 끝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택이나 업무시설 포함 여부는 제안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센터를 운영하는 서울물재생시설공단 역시 주택 개발과 관련해 서울시로부터 공유받은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현대화 사업조차 적격성 조사 단계인데 1만가구라는 숫자부터 달리기 시작한 셈이다. 시설을 유지하며 지하화할지, 다른 곳으로 이전할지도 분명하지 않다. 이전하려면 관로와 처리권역, 주민 수용성을 충족하는 대체부지를 찾아야 한다. 기존 사업에 주택을 추가하면 설계와 사업비, 공사 기간도 다시 따져야 한다. 기자가 만난 주민들이 10여년 전부터 센터 이전과 지하화, 상부 개발을 기대했는데도 구상이 현실화되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다. 오랜 숙원을 새로운 공급 대책처럼 포장한다고 난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정부와 서울시는 공급 물량보다 시설 현대화 방식과 하수처리 기능 유지, 악취 저감, 비용 부담 방안부터 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탄천 카드는 해법이 아니라 논쟁의 주소만 용산에서 강남으로 옮기는 데 그칠 수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인터뷰] “개별 설치보단 중앙공급”…이명주 교수가 말하는 한국형 히트펌프 전환 전략

“우리나라처럼 공동주택 비중이 높은 곳에서는 개별 설치보다 기계실에 중·대형 히트펌프와 축열조를 설치해 여러 세대에 열을 공급하는 방식이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이명주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만나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를 보급한다는 (정부의) 목표가 매우 도전적이지만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온실가스 감축분과 민간위원이자 건물·도시 전문위원회 전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건축물의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보급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존 고층 공동주택의 경우 세대마다 히트펌프 실외기와 저장설비를 둘 공간이 부족하고 전력설비 용량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공동주택 특성에 맞춰 개별 히트펌프를 설치하거나, 단지 기계실에 중·대형 히트펌프와 열 저장시설인 축열조를 설치해 여러 세대에 열을 공급하는 중앙공급 방식을 적용하고, 특히 도시에 버려지는 열 등을 회수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생열과 하수열, 산업폐열, 데이터센터 폐열 등 도시에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하기 위한 기반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이 어디에서 얼마나 발생하고 주변에 어떤 수요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국가·지역 단위의 '열지도'를 구축하고 이를 열네트워크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열에너지의 전환 없이는 건물부문 탄소중립도 달성하기 어렵다"며 “건축물의 에너지성능을 다루는 정책과 열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정책이 따로 움직이지 않도록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명주 교수와의 일문일답. - 현재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에서 어떤 정책에 주목하고 있는가. ▲ 건축물이 실제로 사용하는 에너지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일에 주목하고 있다. 건물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5210만톤(t)에서 2030년 3500만t, 2035년에는 2420만~2280만t까지 줄여야 한다. 17년 안에 절반 이상을 감축해야 하는 만큼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동안 건축물의 에너지성능을 다루는 정책과 열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정책은 서로 떨어져 있었다. 지금 전문위원회에서는 이 두 정책이 따로 움직이지 않도록 연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 현재 국회에서 청정열에너지 관련 법 제정이 논의되고 있다. 법 제정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 청정열에너지법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 열에너지를 국가 에너지전환의 독립적인 정책 대상으로 다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력은 장기계획과 통계, 시장과 지원제도가 비교적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지만 열은 건축물과 산업, 지역난방 등 여러 분야에 흩어진 채 관리돼 왔다. 열에너지는 우리나라 최종에너지 소비의 약 48%를 차지한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열에너지에 관한 통계와 감축목표, 투자와 지원의 근거는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 열은 전기와 달리 멀리 보내기 어렵다. 도시 안에서 버려지는 열이 있어도 주변에 어떤 열수요가 있는지, 열의 온도와 발생시간이 맞는지 알지 못하면 사용할 수 없다. 국가 차원의 계획뿐 아니라 지역별 열지도와 열에너지 계획이 필요하다. 청정열에너지법은 이 과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책임과 근거를 만드는 법이어야 한다. - 청정열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한다면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나. ▲ 청정열 공급의무는 필요하다. 다만 몇 %를 의무화할 것인지부터 정해서는 안 된다. 지역마다 이용할 수 있는 열원의 종류와 양이 다르고 열수요의 밀도와 열배관을 설치할 수 있는 여건도 다르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집단에너지사업자와 공공 열공급시설부터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신도시와 공공주택지구처럼 계획단계에서 열공급 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사업도 우선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존 지역에는 준비기간을 주고 지역별 열원과 수요를 조사한 뒤 적용해야 한다. - 의무비율을 정하지 않으면 보급이 따라올 수 있겠는가. ▲ 의무비율은 전국에 하나의 숫자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공통적인 최저기준을 두고 지역 여건에 따라 조정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유럽연합은 지역냉·난방에 사용되는 재생에너지와 폐열·냉열 비중을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2.2%포인트씩 확대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방향은 참고하되 먼저 실제 공급실적과 지역별 잠재량을 파악해 출발점을 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환비용이 열요금에 그대로 반영돼 주민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청정열 의무화는 공급량을 늘리는 제도인 동시에 지역 주민이 더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열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가 돼야 한다. - 정부가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보나. ▲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는 매우 도전적이지만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350만대의 가스보일러를 350만대의 개별 히트펌프로 바꾸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주택은 공동주택 비중이 높다. 특히 기존 고층 공동주택은 세대마다 실외기와 저장설비를 둘 공간이 부족하고 전력설비 용량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단지에서는 개별 설치보다 기계실에 중·대형 히트펌프와 축열조를 설치해 여러 세대에 열을 공급하거나 재생열을 이용하는 지역 열네트워크와 연결하는 방식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신축 공동주택은 설계할 때부터 히트펌프 위치와 전력용량, 배관과 저장공간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보급 가능성이 훨씬 크다. 정책 성과를 기기 대수로만 판단하면 실제 효과를 알기 어렵다. 몇 대를 설치했는지와 함께 얼마나 많은 열을 공급했고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보급 목표를 세우되 최종 성과는 감축량으로 평가해야 한다. - 기존 공동주택에 히트펌프를 대규모로 보급하려면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하나. ▲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기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열의 양을 확인하는 것이다. 단열성능이 낮은 노후 공동주택에 큰 용량의 히트펌프부터 설치하면 초기비용과 전력사용량이 모두 늘어난다. 외피성능을 개선해 열소비량을 줄인 뒤 적정 용량을 산정해야 한다. 기존 공동주택은 세대별 설치 가능성만 살펴서도 안 된다. 단지의 변압기와 간선설비가 추가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겨울철 여러 세대의 히트펌프가 동시에 작동할 때 발생하는 최대전력도 검토해야 한다. - 히트펌프와 청정열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책은 무엇인가. ▲ 히트펌프의 경제성은 기기 가격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설치비를 지원받아도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우면 사용자는 가동을 줄이게 된다. 반대로 전기요금을 일률적으로 낮추면 겨울철 전력수요가 한꺼번에 증가할 수 있다. 초기 시장에서는 설치비 부담을 낮춰주는 지원이 필요하다. 다만 보조금을 기기 구입비에만 집중하기보다 장기간 낮은 금리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더 지속적이다. - 전기요금을 히트펌프에 맞춰서 개편할 필요도 있는가. ▲ 전기요금은 히트펌프를 언제 작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이 많은 시간에는 히트펌프를 가동해 열을 저장하고 전력수요가 높은 시간에는 가동을 줄이면 전력망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이러한 운전에 요금 혜택이나 수요반응 보상을 제공하면 축열시설 활용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탄소배출권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히트펌프를 설치했다는 사실만으로 감축실적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화석연료 사용량이 실제 얼마나 줄었는지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지원제도와 동일한 감축량을 중복 인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화력발전이 많아 히트펌프가 탄소중립 수단으로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현재의 전원구조에서도 히트펌프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히트펌프는 전기로 열을 직접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공기와 물, 땅속에 있는 열을 끌어와 필요한 곳으로 옮기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기 1단위를 사용해 약 2.5~4단위의 열을 공급할 수 있다. 이 정도 효율이라면 화석연료 발전이 남아 있는 전력으로 운전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개별 가스보일러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 국제에너지기구도 탄소집약도가 높은 전력으로 운전할 때조차 히트펌프가 가스보일러보다 온실가스를 최소 20% 줄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감축효과는 더 커진다. - 물에 전기를 흘려 저항열로 물을 데우는 전극보일러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 전극보일러는 역할이 다르다. 전기 1단위를 거의 1단위의 열로 바꾸기 때문에 같은 전력을 사용한다면 히트펌프보다 생산하는 열이 훨씬 적다. 대규모 전극보일러를 지역난방의 상시 열원으로 운영하면 전력수요와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아 출력을 제한해야 하는 시간에는 전극보일러가 유용할 수 있다. 남는 전기를 열로 바꿔 대형 축열조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면 전력계통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전극보일러는 잉여전력을 흡수하거나 피크수요에 대응하는 보완설비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 산업폐열이나 데이터센터 폐열 등 버려지는 열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 버려지는 열을 활용하려면 배관을 설치하기 전에 먼저 열지도를 그려야 한다. 어느 시설에서 몇 도의 열이 얼마나 발생하고 하루 중 언제 나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공장과 발전소, 하수처리장, 소각시설, 데이터센터가 이러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이를 국가와 지역의 열지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열은 전기처럼 먼 거리까지 보내기 어렵다. 데이터센터나 산업단지의 입지를 정할 때부터 주변에 공동주택과 병원, 공공시설처럼 열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요구하는 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새로운 기술과 제도가 자리 잡는 동안에는 익숙한 생활방식을 바꾸는 수고가 필요하다. 그 수고를 지금 우리가 감당한다면 다음 세대는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고도 따뜻하고 쾌적하게 사는 일을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 일상을 준비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김병헌의 체인지]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진짜 원인은

최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여권에서 강성 발언이 잇따른다.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읽힌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바라보는 여권의 시선도 대체로 비슷하다. 유시민 작가를 비롯한 민주당 코어 지지층의 실망, 개혁 속도에 대한 불만, 지지층 결집 부족에서 원인을 찾는다. 틀린 진단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만 보고 있다면 더 큰 변화를 놓칠 수 있다. 지금 한국 사회 밑바닥에서는 '수도권 성장연합'과 '지방 생존연합'이라는 새로운 균열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서울에서는 집값이 너무 올라 걱정이다. 지방에서는 집이 안 팔려 걱정이다. 수도권 청년은 집을 살 수 없다고 절망하고, 지방 청년은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떠난다. 지방의 부모는 자식을 수도권으로 보내고, 자신이 평생 일궈온 집과 땅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지켜본다. 같은 대한민국인데 경제가 정반대로 움직인다. 정부는 반도체, AI, 방산, 배터리 같은 미래산업을 이야기한다. 필요한 정책이다. 수출도 늘리고 국가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 문제는 성장의 지도가 지나치게 좁다는 데 있다. 첨단기업과 인재와 자본이 수도권과 몇몇 산업거점으로 몰린다.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고 방산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해도 어느 농촌 읍내의 식당 매출이나 농지가격까지 온기가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낙수효과'가 약해졌다. 지방 주민의 눈에는 이상한 풍경이 펼쳐진다. 뉴스에서는 대한민국이 잘나간다. 그런데 우리 동네 학교는 문을 닫는다. 병원이 사라진다. 아파트는 미분양이고 상가는 비어간다. 농지는 팔리지 않는다. 젊은 사람은 떠난다. 여기에 농지 이용과 소유에 대한 전수조사와 규제 강화가 투기 방지라는 정당한 목적을 갖고 있더라도, 고령 농민과 토지 소유자가 이를 '내 마지막 자산까지 옥죄는 정책'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면 문제는 경제를 넘어 정치가 된다.그런데 주요 언론들마저 재대로 된 언급조차 없다. 한국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과거 미국은 세계화와 산업구조 변화에서 뒤처진 러스트벨트의 분노가 기존 정치질서를 흔들었다. 프랑스에서는 파리와 대도시 중심의 성장에서 소외됐다고 느낀 지방 주민의 불만이 노란조끼 시위와 포퓰리즘 정치의 토양이 됐다. 독일에서도 동서 지역격차와 산업전환의 불안이 기존 정당에 대한 이탈과 급진정당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공통점이 있다. 사람들은 가난해서만 분노하지 않는다. '다른 곳은 앞으로 가는데 나와 내 지역만 뒤로 밀린다'고 느낄 때 더 크게 분노한다. 한국 정치가 지금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물론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민주당 코어층의 이탈로만 해석하면 처방은 간단해진다. 더 강하게 말하고, 지지층이 원하는 개혁을 더 빠르게 추진하고, 정치적 전선을 선명하게 만들면 된다. 그런데 원인의 상당 부분이 지역의 경제적 박탈감이라면 이런 처방은 번지수가 다르다. 필요한 것은 강성 발언이 아니라 지방 주민의 자산과 소득에 대한 대답인 것이다. 지방 부동산을 인위적으로 띄우자는 주장이 아니다. 사람이 살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반도체·AI·방산 같은 국가전략산업의 공급망과 연구기관, 대학, 의료, 협력기업을 지방 거점도시와 연결해야 한다. 지방 이전 기업에는 세제 혜택 정도가 아니라 인재·교육·주거를 묶은 패키지를 제공해야 한다. 농지는 투기를 막되 농민의 재산권과 고령농의 은퇴·매각 경로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정부의 지역정책 성적표를 '얼마를 지원했는가'에서 '그 지역의 소득과 인구와 자산가치가 어떻게 변했는가'로 바꿔야 한다. 지금 서울의 청년은 집이 너무 비싸다고 화가 나 있다. 지방의 부모는 집과 땅이 너무 싸지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지방의 청년은 아예 일자리가 없다고 떠난다. 세사람의 분노가 한곳에서 만나는 순간이 위험하다.그때 한국 정치의 전선은 진보와 보수가 아닐 수 있다. '수도권 성장연합' 대 '지방 생존연합'.으로 바뀐다. 그래서 대통령 지지율의 숫자만 들여다볼 때가 아니고 그 숫자 아래에서 움직이는 지도를 봐야 한다. 여권이 코어 지지층의 목소리만 크게 듣다가 지방에서 조용히 쌓이고 있는 박탈감을 놓친다면, 다음번에 확인하게 될 것은 몇 퍼센트 지지율 하락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지형 자체가 달라져 있을지 모른다.

[이슈&인사이트] 최근 한국 안보 상황의 혼란과 문제

최근 한국 외교·국방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문제는 현재 한국이 큰 안보 혼란 상황에 부닥쳤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과거 한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주요 요소는 북한의 도발이라던가 우크라이나, 이란 전쟁과 같은 국제 분쟁으로 초래되는 경제·외교적 부담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전개되는 일련의 사건과 상황은 과거와 달리 매우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 같은 양상이다. 실오라기 하나를 푼다고 해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북한이 현재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약 8천500명의 병력을 배치했으며, 향후 최대 3~4만 명이 전선에 투입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공병과 지뢰 제거 인력 1천 명 그리고 드론 운용병 400명이 포함된 수치다. 북한 드론병 중 상당수는 고도의 실전 운용 경험을 보유했고 우크라이나 내부 목표물 공격에 투입될 수도 있다고 한다. 북한은 2024년 10월부터 약 1만~1만2천 명 규모의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했고, 이중 2천300명 정도의 전사자를 포함해 전체 누적 사상자 7천 명이 발생하는 대규모 피해를 입었다. 큰 희생에도 불구하고 북한군은 불굴의 의지로 전투에 임하는 '터미네이터' 같은 공격력을 보여줬다고 평가받았다. 이 대가로 러시아는 북한에 현금, 기름 및 최신 군사 기술을 제공하여 북한 경제는 연 3% 이상의 성장을 달성했다. 북한의 전쟁 수행 능력도 크게 개선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한국에 패트리어트 대공미사일 공급을 요청하여 한국의 안보딜레마가 커졌다.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북한을 지원하며 한국 안보를 위협했지만, 한국은 큰 인연이 없는 우크라이나를 직접 지원하여 더 복잡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 한다. 한국이 러시아에 대응해야 하지만,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선택은 하고 싶지 않은 답답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의 연합 군사훈련 축소와 조기 종료 조치를 단행했다. 이란 전쟁에서 무기와 장비 재고 및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미국이 한미 훈련 축소로 얻을 수 있는 단기적 이익은 충분하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의 이란 전쟁 지원 거부와 쿠팡 문제 등으로 초래된 양측의 갈등을 이 배경으로 내세웠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북한의 환심을 사려고 한미 훈련 축소에 나섰다는 의심도 있다. 이는 트럼프가 김정은과 회담 성사를 통한 업적을 쌓기 위해 한미 관계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봐야 한다. 국내 상황도 매우 혼란스럽다. 이재명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6·25 전쟁 이후 지속된 정전 상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남·북·미·중 등이 참여하는 다자간 종전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이 와중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80~120개 정도"로 본다면서도 북한을 공식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는 모순된 발언을 했다. 북한과 종전하면 북한 핵에 대한 대응 능력과 억지력 확보가 필요 없다는 판단과 다름없다. 이런 국가 안보적 중대사가 인사청문회에 병적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탈영병 출신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는 방위병 출신 안규백 장관이 주도하고 있다. 탈영병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군 보안 및 군기 관련 사건·사고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에는 국방부의 육군 지휘통신 화상회의 시스템에 보안 우려가 있는 중국산 부품이 쓰인 사실이 국회 국방위원회 감사에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우리의 작전 상황이 중국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는 중대 사건이다. 중국이 한국 통신 감청과 해킹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일이다. 더불어 최근에 해병대 부사관의 총기·탄약 무단 반출 후 사망, 육군 1군단의 '실탄 미장착(빈총) 경계작전' 수행, 육군 부대 내 가혹행위로 인한 병사 중증 질환 발생 등 군기 사건이 벌어졌다. 이제는 단순 군기 부실이 아니라 군의 자정 능력을 의심해야 할 정도의 상황이다. 최근 혼란의 정점은 육군·해군·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해 단일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하는 통폐합 시도다. 국방부는 합동성 강화, 미래전 대비, 그리고 과거 육사의 쿠데타 역사 및 순혈주의 타파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수조 원 이상의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국군사관학교 신설 명분이 될 수 없으며 안보적 필요가 빠진 정치 보복과 군 전문성 약화 시도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우크라이나와 이란 전쟁으로 초래된 안보와 경제 위기 확대, 북한 위협 및 협박 노골화, 한미동맹 균열과 미국의 북한 접근, 북한 핵 문제를 간과한 종전 추진, 탈영병 의혹을 받는 국방부 장관 아래 벌어지는 각종 군기 문란 및 사건·사고, 그리고 국론 분열적인 사관학교 통폐합 논란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현 상황은 유래가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다. 한국 안보의 미래를 결정할 여러 중요한 사안들을 깊은 고민과 논의 없이 진행하는 것은 국가적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 근시안적인 접근이다. 국가 안보는 성급하게 다룰 문제가 아니다. 고민이 많을수록 숨을 돌리고 돌다리를 하나씩 두들기며 물을 건너 심정으로 다시 확인하고 재고하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한국 안보 관련 논의는 너무 급하고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bienns@ekn.kr

[EE칼럼] 공영주차장 태양광 발전

요즘 각 시군에서는 공영주차장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는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는 주차구획면적이 1,000㎡를 넘는 공영주차장의 경우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한 재생에너지법이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올 11월28일까지 태양광설치사업계획서를 한국에너지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어떤 지자체는 'ㅇㅇ형 햇빛연금' 모델로 홍보하며 적극적으로 사업에 임하는 곳도 있다. 지난해 이 법이 시행된 후 전주시정연구원은 추진 방안에 대한 연구를 통해 지난 7월 '전주시 공영주차장 내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방안 연구'라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사업 방식을 공공 직접형과 민간투자 임대형, 주민참여 협동조합형, 공공 민간 협력형(SPC 등)으로 나누어 검토한 뒤 지역 내 대상 주자창 별로 유용한 사업 방식을 분석하여 다른 지자체에게도 도움이 될 만하다. 먼저 공공 직접형은 수익의 공공성이 확보되는 장점이 있지만 예산과 인력에서 어려움이 있다. 태양광 발전 보급의 초기 단계라면 공공이 앞장서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효과를 취할 수도 있지만 보급이 확대되는 단계에 들어선 지금 민간의 참여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간투자 임대형은 민간 발전사업자가 임차한 주차장에 자기 자본으로 설비를 설치하고 소유하는 방식이다. 공공은 임대료를 수취하지만 수익은 민간사업자에게 귀속되어 공익적 활용은 사업자의 선의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주민참여 협동조합형은 주민이 출자하여 에너지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이 조합이 공영주차장 부지를 임차하여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소유·운영하는 방식이다. 발전수익은 조합원에게 배당금으로 돌아가고, 수익의 일부는 지역공동체로 환원되어 에너지 빈곤층 지원 등 공익적 활동에 사용된다. 공공 민간 협력형은 지자체나 산하 공기업과 민간사업자가 공동으로 출자하여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이 SPC가 발전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자본 조달이 용이하여 시설관리공단 등 지방 공기업이 있는 지자체에서 선호하기도 하나 SPC 설립·운영의 복잡성과 비용에 비해 사업 규모가 작아 효과는 떨어지는 편이다. 주민과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의 목적에 비추어 보면 네 가지 방식 중 주민참여 협동조합형이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이다. 따라서 주민주도형을 기본으로 하고 개별 주차장 여건에 따라 공공 민간 협력형으로 추진하되 이 경우에도 주민참여와 수익의 지역환원을 제고하기 위해 에너지 협동조합을 참여시킬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실제 전국의 주민참여 에너지 협동조합 중 91개에 대한 조사를 보면 2025년 말 현재 9만 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하여 404억원의 출자금을 모으고 49MW에 이르는 411개소의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공공부지를 임대하여 세워진 이 발전소들은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주민들로 구성된 조합원의 공동체 자산이다. 지난해에는 각 조합별로 6% 이상의 배당을 실시하여 시민펀드(조합원차입) 이자 지급까지 하면 30억원 이상의 주민소득을 가져왔다. 더불어 조합 운영이나 발전소 관리를 위한 인력 고용을 통해 지역내 일자리도 창출하고 있다. 또한 조합별로 공익적 사용을 위해 조성한 잉여금으로 저소득 가정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LED등 교체나 지역 장학기금에 기부하는 등 주민 복지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의 33개 주민참여 에너지협동조합이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한 금액은 3억9천만원을 넘어섰다. 이렇듯 공영주차장을 주민참여 협동조합형으로 추진하는 것은 주민소득 향상과 공동체 자산 형성, 지역 내 일자리 창출, 공익 활동 자금 마련이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적은 예산으로 이만한 효과를 내는 정책 사업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이미 재생에너지법에서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주민참여 협동조합에 부지를 임대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게다가 지난 20일 국회를 통과한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유재산법」,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그 밖의 관계 법률에도 불구하고 사회연대경제기업이 사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국유ㆍ공유재산을 직접 사용하는 경우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식으로 대부 또는 사용하게 할 수 있다."고 근거를 마련하였다. 공영주차장 태양광 발전 설치는 주민참여 협동조합형을 기본으로 하되 개별 주차장의 조건에 따라 공공 민간 협력형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에너지 협동조합은 더 많은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조합원 1인1표에 의한 민주적 운영을 활성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bienns@ekn.kr

[기자의 눈]거창한 에너지 목표, 사소한 걸림돌에 발목 잡힌다

“올여름 제가 사는 아파트도 정전을 겪었어요. 더워서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니 집이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데, 지금 히트펌프를 달면 정전이 더 자주 생기지 않겠어요?" 준공 30년이 넘은 아파트에 산다는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 대를 보급하겠다는 정부 목표를 두고 이같이 일갈했다. 아무리 법을 고치고 보조금을 지급해 사용을 장려한다 한들, 구축 아파트의 낡은 배전 체계가 과연 수많은 히트펌프를 수용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구축 건물의 비중이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배전 설비 노후화가 히트펌프 보급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경고는 곱씹어볼 만하다. 히트펌프는 천연가스 보일러를 대체하지만, 결국 전기를 끌어와야 작동한다. 건물용 히트펌프 1대의 소비전력은 대개 15kW 수준이다. 개별 건물 단위에서 전기를 안정적으로 수용할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거창한 보급 목표는 현실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사소한 걸림돌이 거대한 정책 목표와 충돌하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전기화 국가', '탄소중립', '3대 메가 프로젝트' 같은 화려한 구호 속에 '언제까지 얼마나 확대하겠다'는 식의 약속이 난무하고 있다.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200GW를 보급하겠다거나,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40GW 규모의 전력용량을 신속히 확충하겠다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전력 공급이 시급해지자 신규 대형 원전 건설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언급까지 나온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강력한 속도전이 필요하지만, 그간의 전력 정책을 돌이켜보면 실행을 막아서는 난관이 적지 않았다. 원전 1기를 짓는 데 이론상 15년 안팎이 걸린다지만, 실제로는 여러 이유가 얽혀 20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재생에너지 역시 올해 상반기 신규 확충 설비가 약 2GW에 그쳐 정부의 원대한 목표치와는 거리가 멀다. 기자재 공급부터 부지 선정, 행정 인허가까지 제반 여건이 박자를 맞춰야 하나 변수는 늘 존재하는 법이다. 전력 확충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반도체 산단을 비롯한 국가 산업 정책 전반이 흔들린다.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순간 공장은 멈춰 서기 때문이다. 낡은 아파트의 배전 설비처럼 사소해 보이는 걸림돌이 무엇인지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냉정히 계산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무리한 목표는 과감히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담대한 구호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정말 실행 가능한가'를 신중히 검토할 때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이슈&인사이트] 플랫폼 경제와 개인정보 보호 규제

지난 주말에 가족과 함께 대형마트를 직접 찾아 장을 봤다. 최근 경영난으로 잠시 문을 닫았다가 자금을 수혈받고 재개장을 한 곳이었다. 품질이 균질한 공산품이 아닌 과일, 육류, 생선 등 신선식품을 고를 때는 아무래도 직접 눈으로 보고 사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물론 매장을 둘러보다 전에 없던 신상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한때 연 매출 6조 원으로 국내 대형마트 매출 2위였던 업체가 위기에 처한 근본 원인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유통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유통시장이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점유율 상당 부분을 가져간 것이다. 이런 추세는 유통시장만이 아니라 교육, 미디어·콘텐츠, 운송, 숙박 등 다양한 산업 부문을 장악해 가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을 보면 명확해진다. 전통적 플랫폼이었던 대형마트가 시장을 온라인 마켓에 내준 것과 마찬가지다.공교롭게도 현재 경영상 위기를 겪고 있는 대형마트나 해당 업체를 궁지에 몰아넣은 온라인 유통업체나 모두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해당 대형마트는 10여 년 전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판매할 목적으로 사은행사를 하면서 주민등록번호 등 고유식별정보까지 수집해 보험사에 제공했다. 그런데 행사 당시 이러한 개인정보 수집과 제3자 제공에 대한 동의 관련 내용을 잘 보이지 않는 1㎜ 크기 글자로 적었다. 결국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되고, 과징금에 손해배상 책임까지 지게 됐다.빠른 배송을 마케팅 전면에 내걸고 급속도로 성장해 유통업계의 판도를 바꾼 온라인 유통업체 역시 대량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고객들의 손해배상 민사 소송도 진행 중이다. 개인이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자주 이용하는 유통업체들은 그만큼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해 보유하고 있고, 이렇게 보유한 개인정보를 부실하게 관리하면 개인정보 보호 위반으로 인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최근 플랫폼은 온라인으로 모집한 대규모 고객에게 서비스를 해야 규모의 경제를 통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고객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다시 이를 이용해 연관 서비스를 개발하여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하려고 한다. 즉, 보유하고 있는 고객의 개인정보와 플랫폼 이용 데이터 자체가 플랫폼 기업의 자산이 되는 것이다. 그에 부응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플랫폼 업체들의 관리도 강화되어야 하지만, 변화된 경제 운영의 중심에 있는 플랫폼 성격을 반영한 개인정보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플랫폼 업체가 수집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려면 개인정보 보호 법령과 보호지침에 따라 이용 목적, 항목, 보유기간을 알리고 해당 개인정보의 주체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 특히 동의를 받을 때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제3자의 성명과 연락처까지 알리도록 정하고 있다. 문제는 플랫폼 이용자 사이에서는 이용 구조상 제3자 제공 동의 당시 향후 누가 개별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을지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어 제3자의 성명이나 연락처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플랫폼에 공개된 개인정보는 제3자에 대한 제공을 전제로 자신의 개인정보를 공개한 것이므로 제공 동의로 본 2016년 대법원판결 취지처럼 별개 제3자 제공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플랫폼 이용자 중에는 설령 플랫폼 운영자의 개인정보 수집에는 동의했더라도 자신의 개인정보가 특정한 다른 이용자에게 제공·공유되거나, 특정 개인정보는 제공·공유되는 걸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최근 대법원판결처럼 이용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플랫폼 이용자에게 제3자 성명과 연락처를 고지해 동의하는 방식의 현실적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올해 배포한 개인정보 처리방침 작성지침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의 성명이 아닌 '배차 기사'라는 분류 명칭만으로 기재하고, 향후 실제 제공받은 제3자의 성명과 연락처를 확인하는 방식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여전히 실무상 적용되는 개인정보 처리방침 작성 지침에 불과하고, 향후에도 플랫폼 운영 구조상 제3자의 성명과 연락처를 제공하기 어려우면 적용할 수 없어 규제의 위험을 모두 피하기는 어렵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도 보호되어야 하지만, 실생활에서 이용을 피할 수 없는 플랫폼의 위치를 생각하면 균형감 있는 규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양희철

[EE칼럼]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둘러싼 논점들

정부가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전력이 부족한 수도권의 가격은 올리고, 발전소가 몰린 지방의 가격은 낮춰 기업 이전을 유도하고 송전망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얼핏 보면 에너지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원론적 이야기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요금제 설계는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수요공급 메카니즘과 가격결정 원칙과 거리가 멀다. 도매가격 산정의 불투명성, 지역 구분의 임의성, 정산조정계수의 형평성, 송전망 건설 책임의 공백. 이 네 가지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역요금제는 '정치요금'으로 전락할 것이다. 첫째, 도매가격 선정이 불투명하다. 현행 도매시장은 가격을 시장이 아니라 행정이 만든다. 발전사를 변동비 순서로 계통한계가격(SMP)이 정해지는 변동비만을 기반하여 만든 한시적인 CBP 구조이고 강제풀 시장이다. 현재 SMP는 전국 단일가격이라 계통 혼잡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진짜 시장이라면 조류 분석을 통한 도매 지역 구분을 통하여 노드별 가격제를 채택해야 한다. 수요 공급의 구역이 어딘지 도매시장의 입장에서 명백한 구분이 필요하고 그러한 기반으로 지역의 도매 가격이 결정되어야 한다. 실제 최종 정산을 좌우하는 것은 정산조정계수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원전과 석탄 같은 저비용 전원은 SMP보다 훨씬 낮은 단가로 정산되는 등, 거래 가격과 정산 가격이 이원화된 구조를 소비자는 알 수 없다. 산정 근거와 산출 데이터가 제대로 공개된 적이 없다. LMP 전환 역시 같은 우려를 낳는다. 가격 산정 로직과 시뮬레이션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지역 간 가격 차이는 논쟁과 갈등의 빌미가 될 뿐이다. 둘째, 소매 지역 구분이 임의적이다. 애초 수도권·비수도권·제주의 3분할 방안이 반발에 부딪히자, 급하게 인천을 경기북부로 묶고, 경기 남부는 가장 비싼 지역으로 따로 분리해 내고, 강원과 충청을 묶고, 영호남을 묶는 정치적 묘수를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그럴 만하다. 전력 자립도가 천차만별인 지역을 하나로 묶는 논리적 기준이 없다. 정부는 권역을 잘게 쪼개면 그 이유가 있어야 하고 현행 4권력 방식도 논리가 있어야 한다. 행정 구분은 전력의 조류 분석과 아무 상관이 없고 소매 시장도 전기의 수요공급과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어떤 원칙으로, 몇 개 권역으로 나눌 것인가. 계통 혼잡도, 전력 자립도, 지방 낙후도 등을 고려 했다지만 여전히 그 차별화는 지역을 설득하기에도 부족하고 전력만으로 지역 이전을 강요하는 인센티브로도 여전히 미약하다. 셋째, 정산조정계수의 형평성이 의문이다. 이 계수는 애초 저비용 발전원의 과도한 이익을 제한하려던 장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발전사별로 다른 계수가 적용돼 '같은 전기를 생산하고도 다른 가격'을 받는 구조가 고착됐고, 연 1회 행정적으로 결정되는 과정의 공정성은 계속 지적되어 왔다. 한전의 발전자회사가 한 개로 통합되면 막강한 발전사의 사업에 정산조정계수를 통하여 안전판 위에서 몸집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비용인상은 모조리 사횢거 비용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피해보는 몇몇 민간 LNG 발전사는 계수 적용 대상에서 빠져 LMP 도입 시 도매가격 하락을 수익성 악화로 그대로 맞을 처지다. 시장원리에 따라 각자 정산받게 하려면 그 전제인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이 먼저다. 넷째, 송전망 미건설의 책임 공백이다. 지역요금제의 존재 이유는 송전 혼잡이다. 그런데 우리의 혼잡 상당 부분은 자연이 아니라 정책 실패의 결과다. 주요 송전선로 31곳 중 26곳 건설이 지연됐고 동해안의 석탄과 남해안의 재생에너지는 송전혼잡의 피해자가 되기 일보 직전이다. 한전은 송전망 독점 사업자다. 그런데 송전망 건설사업은 주민들의 반대로 절반 이상이 지연되고 있다. 지역에 발전소가 있지만 송전망도 지방을 지나간다. 주민 수용성 갈등을 방치해온 정부·한전의 책임은 묻지 않은 채, 요금 차등으로 혼잡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책임의 역전이다. 송전망 적기 건설을 위한 보상·협의 제도 개선을 지역요금제 도입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송전망 건설의 비용은 결국 혼잡 비용에서 나와야 하고 그 비용은 송전망 혜택을 보는 수도권 소비자이어야 할 것이다. 건설 미비의 책임과 미비의 혜택이 불균등한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도 않고 정치권이 책임져야할 것을 방기한 상황이다. 지역요금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AI 전력수요 급증이 맞물린 전환의 시대에 꼭 필요한 제도다. 시장 감시 기구의 독립성 강화 역시 이 투명성의 전제 조건이다. 다만 이 네 가지 흠결을 안고 출발해서는 안 된다. 가격 산정의 투명성, 권역 설정의 과학성, 정산의 공정성, 그리고 송전망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담보될 때, 지역요금제는 비로소 국토 균형과 에너지 정의를 함께 실현하는 미래의 제도가 될 것이다. 에너지는 정치의 도구화 되고 정치적 비합리적 요금 체계의 개편은 미래 소비자의 부담일 뿐이다. 조홍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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