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애 의원 “‘부겸풍(風)’ 대구에서 경북까지”

임미애 의원 “‘부겸풍(風)’ 대구에서 경북까지”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가 대구시장 출마 선언을 할 때 바로 옆에서 눈물을 훔친 사람이 있었다. 바로 경북도당 위원장인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작년 늦가을부터 수차례 김 후보의 출마를 설득해 온 당사자 중 한명이다. 임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와 만나 그날을 떠올리며 “미안함과 고마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고 말했다. 미안함은 당선이 쉽지 않아서였고, 고마움은 그럼에도 결심해 줬기 때문이었다. 대구·경북(TK)에서 민주당 깃발을 드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아는 사람의 감정이었다. 그는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에경 초대석] 김정호 “분당 재건축, 속도보다 실행력… 세금 아닌 공급으로 풀어야”

“지금 필요한 건 세금으로 시장을 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로 집을 지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입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방향은 맞지만 집행은 잘못 가고 있습니다. 큰 그림보다 중요한 건 당장 움직일 수 있는 단지부터 빨리 풀어 주는 겁니다." 김정호 초대주택학회장 겸 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경기도 분당 모처에서 진행 된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과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현재 분당을 비롯한 1기 신도시 재정비가 특별법을 통해 제도적 틀을 갖췄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선도지구 선정과 공급 설계는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국토연구원 부원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강원발전연구원장 등을 지낸 주택정책·국토계획 분야 원로 학자다. 한국주택학회 초대 회장으로 학회 창립을 이끌었고, 주택건설 200만호 계획과 1기 신도시 정책 등 주요 정책 전환기에 참여해왔다. 시장 원리와 예측 가능성에 기반한 장기 주택정책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대표적 정책 전문가로 평가된다. 에너지경제신문은 김 회장을 만나 1기 신도시 재건축 방향과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1기 신도시 재건축·재개발은 기본적으로 잘하는 방향"이라며 “기존 도시정비 방식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는데, 특별법을 통해 절차를 간소화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선도지구 선정 방식에 대해서는 “규모가 큰 곳부터 밀어주는 식으로 가면 내부 이해관계가 복잡해 속도가 오히려 더디다"며 “주민 동의율이 높고 통합 의식이 강한, 실제 사업 추진이 가능한 단지부터 지정해야 공급 속도가 붙는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특별법 시행 이후 선도지구 선정 절차가 본격화되며 사업이 속도를 내는 듯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단지 간 경쟁과 주민 간 이해관계 충돌로 속도 편차가 커지는 양상이다.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주요 지역에서 다수 단지가 동시 추진되면서 행정·심의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단지 위주의 일괄 추진보다, 주민 동의율이 높고 사업성이 확보된 단지부터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실질적인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분당 재건축의 핵심을 '속도'와 '이주 대책'에서 찾았다. 작은 단지를 먼저 재건축해 추가 공급 물량을 확보하면, 이후 대단지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주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작은 단지를 먼저 풀어 신규 물량을 만들면, 나중에 큰 단지를 재건축할 때 주민들이 옮겨갈 수 있는 주택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순차적으로 설계해야 전체 사업이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분당 전체 재건축 대상 약 9만 세대가 재정비를 거치면 장기적으로 14만~15만 세대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도 봤다. 그는 정부가 제시한 연간 선도지구 물량 기준에도 비판적이었다. “선도지구로 지정됐다고 곧바로 공사가 시작되는 게 아닌데, 연간 1만2000세대 같은 숫자를 기계적으로 맞추려는 건 현실을 모르는 접근"이라며 “오히려 더 많은 물량을 열어두고 단지 간 경쟁을 유도해야 실제 착공 가능성이 높은 곳이 먼저 나온다"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숫자 관리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지역별 현실에 맞게 자율성을 갖고 사업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도시 추가 지정 방식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과거처럼 주택이 부족하면 무조건 신도시를 새로 지정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도로, 상하수도, 교통망 등 직접 비용뿐 아니라 장거리 통근에 따른 간접 비용과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이제는 재건축·재개발이 더 현실적인 공급 수단"이라고 말했다. 2·3기 신도시 가운데서도 판교, 동탄처럼 인접 대도시의 배후 효과를 누린 곳만 성공했을 뿐, 앞으로 같은 방식이 반복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재건축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분담금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단지가 똑같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분양 시점의 시장 상황과 일반분양 물량, 공사비 상승 여부에 따라 조합원 부담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는 분담금이 너무 커서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며 “공공이 전액을 대신해줄 수는 없더라도 인센티브 방식으로 일부를 보전해 주는 구조를 설계하면 재건축 공급을 훨씬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건축비 급등과 PF 경색이 맞물린 최근 시장에서는 분당뿐 아니라 서울 재건축도 수익성 악화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제 정책에 대한 시각은 더 분명했다. “양도세 중과로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발상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과도한 세금은 거래를 잠그고 시장의 퇴로를 막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유세는 중장기적으로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김 회장은 “양도소득세 중과로 매물을 끌어내겠다는 발상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며 “아파트는 여전히 가장 안전한 자산 가운데 하나이고, 세금이 높다고 해서 집주인들이 100% 매물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과도한 중과세가 거래를 잠그고 시장의 퇴로를 막는다고 봤다. 그는 “양도세를 낮춰 거래를 열어줘야지, 가진 자를 징계하는 식의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보유세에 대해서는 “한국의 보유세는 여전히 낮은 편"이라며 중장기적 현실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분양가상한제에 대해서는 “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로또 청약을 만든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후분양 전환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분양가상한제가 시장가격을 왜곡해 집값을 '개구리 뛰듯' 불안정하게 만든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신 선분양 제도를 줄이고 후분양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비자가 실제 상품을 보고 입지를 판단해 값을 매기게 해야지, 땅에 기둥 몇 개 박아 놓고 파는 구조는 투기와 왜곡을 키운다"고 말했다. 상한제가 결과적으로 현금 여력이 있는 계층에게만 이익을 안겨 '로또 청약'을 만드는 측면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을 유보하면서도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현 정부의 주택정책은 아직 본격적으로 드러난 게 없다"면서도 “만약 과거처럼 규제와 세금 위주로 시장을 압박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공급은 더 줄고 가격은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의 실패는 공급 부족을 세금과 규제로 해결하려 한 데서 비롯됐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그는 “주택정책은 지속 가능해야 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며 “정책이 자꾸 바뀌면 시장은 얼어붙고 매물은 잠긴다"고 강조했다. 그의 문제의식은 수도권을 넘어선다. 김 회장은 서울 집중의 해법으로 “거점 도시 육성"을 제시했다. 교육·일자리·교통이 결합된 지역 핵심 도시를 키우지 않는 한 주택 수요 분산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서울 집중이 계속되는 이유는 결국 기회가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이라며 “지방에도 교육·의료·일자리 기능을 갖춘 거점 도시를 몇 군데만 제대로 키웠어도 지금과 같은 일극 집중은 완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젊은 층이 서울로 이동하는 이유를 두고 “기회가 있는 곳이 서울뿐이기 때문"이라며 “균형발전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산업, 직장, 교통, 대학을 묶어 재설계하는 문제"라고 짚었다. 지하철 같은 교통망과 대기업·본사급 일자리가 주택 수요 분산의 핵심 축이라고도 강조했다. 결국 그의 결론은 하나다. “규제로 시장을 누르는 방식으로는 집값도, 공급도 잡을 수 없다." 그는 “정부가 정말 집값을 안정시키고 시장을 정상화하고 싶다면, 규제로 눌러 잡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급 구조와 지역 구조를 동시에 바꾸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1기 신도시 재건축도, 서울 공급도, 지방 균형발전도 결국은 시장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설계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에경 초대석] 이시욱 KIEP 원장, “트럼프發 불확실성…통상·안보 패키지로 대응”

“미국의 상호관세, 중동 사태 등으로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요구받는 역할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큰 틀에서 통상과 안보, 투자를 하나의 패키지로 보고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지난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 조치, 이란과의 중동 전쟁 등 불확실성 관련 통상, 안보, 기술, 에너지 등 복합적 대응을 강조했다. KIEP는 지난 1989년 설립된 국책연구기관으로 한국의 대외경제 정책 수립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관세 등 통상 리스크, 중동 전쟁, 미·중 갈등 등 불확실하고 복합적인 국제정세 속에서 정부와 산업계의 대응 전략도 제시하고 있다. 북미, 유럽, 중국, 동남아, 중남미 등 각 대륙별, 국가별 전문 연구팀도 구성해 대외경제를 연구·분석 중이다. 2023년 7월 임명된 이시욱 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국제통상학 교수,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 한국국제통상학회(KATIS) 회장 등을 역임하며 대외경제와 국제 통상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이 원장은 최근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 사태는 우리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에 탈피, 원유 도입선과 석유 제품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 중인 정부 대응에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화석연료 중심의 수요 구조와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우리의 필수 과제로 꼽았다. 그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는 무역 불균형 뿐만 아니라 기술, 이민, 마약 등 광범위한 미국 내 사회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진단했다. 또 향후 미국의 통상·안보 압박이 상시화되고, 한국에 대한 역할 확대 요구도 빈번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정세 변화의 트렌드 속에서 높아진 우리나라의 위상과 함께 요구받는 역할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제언이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 올해 초 중동 전쟁 발발 후 고유가로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이 닥쳤다. 중동 전쟁이 한국 포함 대외 경제에 끼친 영향을 진단한다면. “미-이란 군사 충돌 이후 세계 경제는 사실상 고유가, 고물가, 고환율, 금리 상승 우려 등 '4중고' 상황에 놓였다. 이번 사태의 국내외적 여파로 첫째는 에너지 가격 급등이다. 둘째 유가발 인플레이션 재점화다. 셋째 통화정책 긴축 장기화 우려다. 에너지 집약적 제조업 구조를 가진 한국으로서는 원가 부담 증가, 수입 물가 상승, 소비 심리 위축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61%, 나프타 54% 등 중동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의 타격이 더 심했다. 중동 사태 계기로 본 우리나라의 중장기적 대응책을 제시해달라. “중동 사태는 우리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을 보여준 사례다.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국은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높아 중동산과 미국산 원유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조달 포트폴리오 분산이 필요하다. 다만, 중장기 에너지 정책 관점에서 화석연료 중심의 수요 구조와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대응이 필요하다. 안정적이고 효율성 높은 무탄소 에너지원 비중을 늘려야 한다. '원전 대 재생'의 이분법이 아니라 다양한 에너지원의 조합으로 설계해야 한다." - 종전 후에도 대외 경제의 후유증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도 전쟁 전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경제적 후유증이 단기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라스라판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등 에너지 인프라 복구에 3~5년이 소요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상향돼 에너지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임금이나 물류비 등 2차 파급 물가 압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거다. 또 아시아 주요국들이 중동 의존도를 줄이는 과정에서 에너지 공급망 재편에 따른 비용 문제도 남아 있다." - 미국의 상호관세, 중동 전쟁 등 소위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크다.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후에도 트럼프는 글로벌 관세를 10%에서 15%로 인상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외 정책과 이민 정책을 안보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행정명령 등 대통령의 권한으로 수행할 수 있는 조치들을 빠르게 진행해 왔다. 최근 법원의 판결은 대통령에 부여된 권한의 한계를 명확히 하고, 미국 헌법과 법령이 말하고 있는 의회나 법원의 기능과 역할을 드러내면서 불확실성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세의 경우, 대통령 행정명령에 근거하기보다 향후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심이 되는 무역법 301조 등 법적 근거로 조치되지 않을까 본다. 중동 전쟁 역시 유가 상승이나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도 수습 단계로 전환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동 문제와 같은 오랜 지정학적 이슈를 미국이 원하는대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도 잘 드러난 계기가 됐다." -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관세를 빌미로 대규모 투자, 국방비 증액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현 후 기존의 정책 간 경계가 사라지고, 경제통상, 안보, 기술, 에너지 등이 복합적으로 혼재돼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이유도 무역 불균형뿐만 아니라 기술, 이민, 마약 등 광범위한 미국 내 사회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한국 등 우방국에 대해 무역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해 국방비 증액이나 핵심 제조업 부문의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향후 트럼프 이후에도 미국 정권에 관계없이 이해관계에 기반한 전략에 따라 한국의 대미 투자, 전쟁 참여 등 역할 확대에 대한 요구는 더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은 큰 틀에서 통상과 안보, 투자를 하나의 패키지로 보고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관세 및 대미 투자 요구에 대응해 관세 안정성, 제도적 예측 가능성, 공급망 협력의 상호성 등을 확보해야 한다. 전쟁 참여나 안보 기여 확대 요구에 대해서는 한미 동맹의 핵심 의무와 추가적 정치적 요구를 구분해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 또 수출시장, 생산거점, 에너지 도입선, 전략물자 비축을 다변화해 대외 충격에 버틸 수 있는 경제안보 체계를 갖춰야 한다. 결국 한국은 트럼프 개인의 불확실성에 대한 단기 대응 보다 미국의 통상·안보 압박이 상시화되는 환경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역할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중동 전쟁은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에도 변수가 됐다. 올해 성장률 수정 가능성 있나. “IMF는 4월 전망 보고서에서 조기 종전 가정 하에 올해 세계 성장률을 3.1%로 제시했다. 지난 1월 전망치 3.3%보다 하향 조정됐다. 우리 기관은 이 전망을 참고하되, IMF의 '제한적 분쟁' 가정보다 중동 사태 여파와 에너지 가격 리스크를 좀 더 무겁게 보고 있다. 현재 5월 세계경제전망 발표에 앞서 전망 수치를 검토 중이다. 휴전 이후 중동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가 전망치 최종 결정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이시욱 원장 프로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프랑스 파리 9대학교 응용경제학 석사 △미국 미시간대학교 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2005~2011)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2011~2014)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2014년~현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한국국제통상학회 학회장(2022년)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KOPEC) 위원장(2023년~현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2023년~현재) 원승일 기자 won@ekn.kr

[기자의 눈] 삼성전자 성과급 ‘투자와 보상의 균형’ 필요하다

삼성전자 성과급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노조원 3만명 이상이 23일 평택캠퍼스에 집결해 결의대회를 열었다.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15%를 지급하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 요구안대로라면 40조~50조원가량을 성과급 재원으로 써야 할 정도다. 숫자만 놓고 보면 압도적이다. 지난해 배당금의 4배, 연간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쯤에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어디에,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가에 대해서다. 노조의 논리는 분명하다. '실적이 좋아졌다면 보상도 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비율'이다. 영업이익의 15%를 고정적으로 성과급으로 떼어내는 안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사실상 '이익 배분 공식'에 가깝다. 반도체 업황이 좋을 때는 부작용이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 이 체계는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온다. 더 큰 문제는 시점이다. 지금 삼성전자는 '돈을 나눌 때'가 아니라 '돈을 써야 할 때'에 가깝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파운드리,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이 동시에 벌어지는 상황에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업계에서는 지금을 '골든타임'으로 본다. 이 시기를 놓치면 경쟁 주도권을 되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노조가 요구한 40조~50조원은 글로벌 AI 기업 하나를 인수할 수 있는 규모다. 이 돈이 직원 보상으로 쓰이느냐 아니면 미래 투자로 쓰이느냐에 따라 삼성전자의 5년 뒤 위치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노조는 성과급을 비율로 고정하려 하고, 회사는 재량으로 관리하려 한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성과급 규모가 얼마가 되든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결국 양측이 조금씩 양보하는 수밖에 없다. 성과급을 둘러싼 '총액' 논쟁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성과와 연동하되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 투자와 보상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보상이냐, 더 많은 투자냐의 선택이 아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가능하게 만드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성과급 논란의 본질은 숫자가 아니라 신호다. 그 신호가 잘못 설계되면 기업은 미래 대신 현재를 선택하게 된다. 판단 착오에 따른 대가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박영범의 세무칼럼]“조사 시기도 기업이 정한다”…국세청, 패러다임 전환

국세청이 이달부터 세무조사 패러다임을 '납세자 중심'으로 전면 개편했다.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의 경영 안정을 돕기 위해 조사 시기를 기업이 직접 선택하게 하고, 주요 검증 항목을 사전에 공개하여 세무 행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국세청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던 정기 세무조사 착수 시기를 납세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먼저 정기 세무조사 대상자가 안내문을 받은 후, 3개월 범위에서 희망하는 조사 시기를 1·2순위로 신청하면 국세청이 이를 반영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결산기나 주주총회 등 경영상 중요한 시기를 피해 조사받을 수 있어, 조사 준비 부담을 덜고 본연의 경영 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세청은 최근 조사 실적을 분석하여 빈번하게 과세되는 핵심 유형 10개도 발표했다. 기업이 신고 단계부터 스스로 점검하고, 증빙 자료를 사전에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유형 10가지는 아래와 같다. 1. 법인(사업용) 신용카드 사적 사용: 개인 신변잡화 및 가정용품 구입, 업무 무관 업소 이용, 개인적 치료비, 주말·휴일 및 해외 원거리 사용분을 중점 점검한다. 사용 목적을 입증할 기안문, 이메일, 출장 보고서 등을 평소에 관리해야 한다. 2. 대표자 등 개인 계좌를 통한 매출 누락: 사주 일가나 직원 계좌로 수취한 매출 대금 미신고, 플랫폼 매출의 개인 계좌 정산 누락을 확인한다. 매출 대금은 사업용 계좌 수취가 원칙이며, 부득이한 경우 계약서와 견적서 등 거래 실질 입증 자료를 구비해야 한다. 3. 정당한 사유 없는 매출채권 임의 포기: 회수할 수 있는 채권을 정당한 사유 없이 포기하거나 특수관계법인 채권을 임의로 할인하는 행위를 점검한다. 파산·회생 등 회수 불능 사유를 입증할 객관적 자료와 이사회 회의록 등이 필수다. 5.가공 인건비 계상: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사주 일가나 퇴직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비용 처리하는 행위를 엄격히 검증한다. 6. R&D 부당 세액공제: 실제 연구 활동 여부와 연구소(전담 부서) 운영 실태를 중점 확인하며 가지급금 인정이자 계산 누락은 대표자 등에게 대여한 자산에 대한 이자 수익 적정 여부를 검증한다. 7.자본적 지출의 비용 처리: 고정자산으로 계상해야 할 지출을 당기 소모품비 등으로 과다하게 비용 처리한 사례를 살핀다. 8.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 수수: 실제 거래 없는 가공 세금계산서 수수나 거래 상대방이 다른 경우를 검증한다. 9. 과·면세 구분 오류: 면세 대상이 아닌 재화·용역을 면세로 신고하여 부가가치세를 누락했는지 확인한다. 10. 개인적 공급 등 신고 누락: 사업용 자산을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무상 증여하면서 부가가치세를 신고하지 않은 사례 등 거래 실질과의 부합 여부를 확인한다. 아울러 국세청은 제도 혁신과 더불어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도 병행한다. 중동전쟁 장기화 등으로 타격을 입은 석유화학 등 위기 업종 기업에 대해 법인세 납부 기한을 연장하고 세무조사 착수를 보류한다. 또 해외에서 이중과세 문제를 겪지 않도록 외국 세무 당국과의 상호 합의 회의를 활성화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현장 조사를 실시하여 경영 간섭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이번 혁신은 세무조사 방식을 납세자 관점에서 재설계한 것"이라며, “기업이 예측할 수 있는 세무조사 시기에 따라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ekn@ekn.kr

[EE칼럼] 폭우·폭염만큼 위험한 ‘계절의 무너짐’—소리없는 또 하나의 기후재난

4월의 하늘 아래에서 우리는 '봄'을 온전히 느끼고 있는가? 최근 관측자료를 보면 서울의 4월 중순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7~9℃ 높았고, 낮 최고기온은 28~29℃에 이르렀다. 이는 과거 기준으로 5월 하순 또는 6월 초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벚꽃이 채 지기도 전에 반소매 차림이 자연스러운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많은 이들이 “봄이 사라졌다"고 말하지만, 보다 정확한 진단은 다르다. 봄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계절의 구조 자체가 조용히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기후위기를 떠올릴 때 우리는 흔히 폭염, 집중호우, 태풍과 같은 강렬하고 즉각적인 피해를 동반하는 극한기상을 먼저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직면한 또 하나의 위험은 훨씬 덜 가시적이며 사회적 경각심 또한 약하다. 바로 계절 길이의 변화, 즉 시간 구조의 재편이다. 이는 폭우처럼 갑작스럽지도, 폭염처럼 즉각적인 공포를 주지 않음에도, 이 변화는 더 깊고 광범위하게 사회 시스템을 흔들고 있다. 관측과 연구는 이미 명확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기상청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여름은 약 25일 길어졌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여름은 이제 120일을 넘어 사실상 '4개월 계절'로 자리 잡고 있다. 여름의 시작은 앞당겨지고, 가을은 늦춰지면서 고온 환경이 계절 경계를 잠식하고 있다. 가을과 겨울의 계절길이 또한 짧아지고 있다. 100년 이상의 장기 추세에서도 동일한 방향 성이 확인된다. 이는 단순한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다. 이 변화의 본질은 '날씨의 이상 현상'이 아니라 '시간 질서의 변화'에 있다. 농업의 파종과 수확, 산업의 생산과 소비, 에너지 수요의 계절적 변동, 교육과 사회활동의 일정까지 모두 계절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처럼 계절은 사회 전반에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운영체제다. 그런데 그 운영체제의 기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환경 변화가 아니라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부문에서 그 영향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길어진 여름은 냉방 수요를 급격히 증가시키고 전력 피크를 장기화한다. 이는 전력망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반면 겨울 수요는 점차 축소되며 계절 간 수요 구조 자체가 변형된다. 의류, 유통, 관광 등 계절 의존 산업 역시 기존의 '사계절 모델'로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도 경고 신호는 뚜렷하다. 고온이 조기에 시작되면 작물의 생육 주기가 불균형해지고, 개화 시기와 기온 조건의 불일치가 심화된다. 특히 이른 개화 이후 발생하는 저온 피해는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여름이 길어질수록 고온 스트레스는 누적되고, 이는 단순한 수확량 감소를 넘어 식량 시스템 전체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건 측면의 위험성은 더욱 직접적이다. 여름이 길어질수록 온열질환의 발생 기간은 확대되고,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에서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명과 직결된 문제로 확대된다. 그런데도 계절 길이의 변화는 아직 '재난'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마치 물이 서서히 끓어서 뛰쳐나오지 못하는 '삶은 개구리'처럼 이 변화는 너무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극한기상은 사건으로 기록되지만, 계절 변화는 통계로만 드러나므로 대응은 늦어지고, 체감은 뒤따른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계절 변화는 폭우나 폭염 못지않은, 어쩌면 그보다 더 구조적인 위험이 된다. 이제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시선을 확장해야 한다. 단발적 충격을 주는 '사건형 재난'뿐 아니라, 사회의 기반을 바꾸는 '구조적 재난'으로서의 계절 변화를 함께 인식해야 한다. 에너지 시스템은 장기 수요 변화에 맞춘 구조 개편이 필요하며, 농업은 재배 시기와 품종을 재설계해야 한다. 산업 전반 역시 계절 의존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구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과 사회 인식이 '계절 길이'를 핵심 기후지표로 받아들이는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단순히 더워진 시대를 사는 것이 아니라 계절이 재편되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 이 변화는 폭우보다 조용하고, 폭염보다 느리지만, 훨씬 더 깊고 넓게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 요란하지 않기에 간과되기 쉽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더욱 치명적이다. '계절의 여왕' 봄이 보내는 신호는 분명하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붕괴하는 계절 질서에 대한 경고다. 그리고 그 경고는, 우리가 반드시 대응해야 할 또 하나의 기후위기이자 국가 시스템에 대한 분명한 경종이다.

[김병헌의 체인지] 장동혁 체제의 시간은 왜 멈추지 않는가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향한 비판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그럼에도 그는 물러나지 않는다. 단순한 '버티기'로 해석하면 절반만 본 것이다. 지금 그의 선택은 감정이 아니라 계산에 가깝다. 정치에서 사퇴는 책임의 종결이 아니라, 책임의 확정이기 때문이다. 지금 물러나면 패배는 '장동혁의 실패'로 굳어진다. 그러나 선거 이후까지 자리를 지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패배하더라도 구조적 요인 으로 책임을 분산시킬 수 있다. 반대로 일정 수준의 성과라도 나온다면 그는 위기를 통과한 지도자로 재해석될 여지를 갖게된다. 이 미묘한 차이가 그를 현재의 자리 붙박이로 만든다. 이 선택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이미 여러 정치적 사례가 보여준다. 조지 W. 부시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대응은 단순한 행정 실패를 넘어 '부재의 상징'으로 남았다. 재난 초기, 연방정부의 대응은 늦었고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결정적인 장면은 따로 있었다. 에어포스원에서 뉴올리언스를 내려다보는 대통령의 사진. 물에 잠긴 도시와 그 위를 지나가는 권력의 시선은 강렬한 대비를 만들었다. 그는 실제로 여러 대응을 지시했지만, 유권자에게 각인된 것은 “현장에 없던 대통령"이었다. 이후 그의 지지율은 급락했고, 전쟁 피로와 맞물리며 레임덕은 가속됐다. 정책이 아니라 이미지가 권위를 무너뜨린 순간이었다. 보리스 존슨의 몰락도 구조는 비슷하다. 코로나19 초기 그는 집단면역을 언급하며 대응의 방향을 흔들었다. 이후 봉쇄 정책으로 급선회했지만, 이미 리더십의 일관성은 금이 간 상태였다. 여기에 '파티게이트'가 결정타로 작용했다. 국민은 봉쇄로 일상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총리실 내부에서는 규정을 어긴 파티가 열렸다. 정책의 옳고 그름 이전에, 지도자가 같은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신뢰를 붕괴시켰다. 결국 존슨은 정책 실패보다 '태도의 불일치'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한국 정치 역시 다르지 않다. 2016년 총선을 앞둔 박근혜 정부 시기의 공천 파동은 권력 내부의 균열이 어떻게 선거 참패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이른바 '진박 감별' 논란은 공천을 능력 경쟁이 아닌 충성 경쟁으로 바꿔버렸다. 유승민 의원 공천 배제는 그 상징적 사건이었다. 유권자 눈에 비친 것은 분명했다. 민생이 아니라 권력 다툼에 몰두하는 집권 세력. 결과는 과반 붕괴였다. 선거는 정책 평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태도에 대한 심판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2020년 총선에서도 유사한 패턴은 반복됐다. 보수 진영은 공천 갈등과 전략 혼선 속에서 메시지를 통일하지 못했다. 위성정당 대응에서도 일관성을 잃으며 스스로 프레임에 갇혔다. 반면 여당은 위기 상황에서 “안정"이라는 단일 메시지를 유지했다. 유권자는 복잡한 설명보다 단순한 확신을 선택했다. 결과는 압도적 격차였다. 이 선거는 정책의 우열이 아니라, 누가 더 중심을 잡고 있었는가의 문제였다. 이 모든 사례가 가리키는 지점은 하나다. 리더십은 능력 이전에 '우선순위의 감각'이라는 사실이다. 언제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를 아는 능력이다. 장동혁 대표의 최근 방미 논란이 문제로 확장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교 일정 자체도 문제는 있었만 결정타는 그 타이밍과 설명 방식이 유권자의 인식과 충돌했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설명되지 않는 선택은 곧 잘못된 선택으로 간주된다. 그렇다면 선거 이후 그의 미래는 어떻게 평가될까. 두 갈래로 나뉜다. 만약 서울·대구·부산·경남 중 서울을 포함해 두 곳 이상을 지켜낸다면, 그는 살아남는다. 이 경우 방미 논란은 “과정의 잡음"으로 축소된다. 그는 위기 속에서도 최소한의 성과를 낸 지도자로 재포장될 것이고, 당내 권력도 유지된다. 그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대권 욕심도 어느정도 이어 갈수 있다. 다만 이 생존은 조건부다. 선거 과정에서 누적된 불신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계속해서 '논란을 안고 가는 인기없는 리더'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한 곳만 건지거나 그 이하의 결과가 나온다면 평가는 더욱 냉혹해진다. 방미는 단순한 외교 일정이 아니라 '결정적 오판'으로 규정될 것이다. 당 내부의 시선은 빠르게 돌아서고, 그의 정치적 공간은 급격히 축소된다. 이때 선택지는 사실상 두 개뿐이다. 스스로 물러나며 책임을 정리하거나, 버티다 고립을 감수하는 것. 어느 쪽이든 그는 더 이상 확장 가능한 정치인이 아니라, 특정 시기의 실패를 상징하는 인물로 남게 된다. 정치는 기억의 싸움이다. 그 기억은 언제나 장면으로 남는다. 부시에게는 하늘 위에서 내려다본 도시가, 존슨에게는 불 꺼지지 않은 파티가, 그리고 한국 정치에는 반복된 공천 갈등의 장면들이 그렇다. 장 대표에게 그 장면이 무엇으로 남을지는 아직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았다. 장 대표의 현재는 '버티기'로 설명되지만, 미래는 '평가'로 결정된다. 그 평가는 단 한 번,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내려진다. 분명한 것은, 그 평가가 이미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시작된 평가는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이슈&인사이트] 임대시장 정책 부재가 키운 매매가…사각지대에 선 월세시민들

다음 달 9일로 다주택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나고 4월 17일부터 다주택자의 수도권·규제 지역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 연장이 전면 중단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정부의 규제로 서울 집값이 하락했을 거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실제 계약된 아파트 매매 사례를 전수 분석한 결과, 시장의 가격상승이 오히려 강해졌다. 20일 서울시가 공개한 한국부동산원의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전월 대비 1.9% 상승했다. 이는 지난 1월의 상승 폭을 앞지른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정부 규제의 직격탄을 월세 시장이 맞고 있다는 것이다. 이사철이 한창이지만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2년 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5427건으로 2년 전인 2024년 4월18일(3만750건) 대비 49.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면서 갭투자가 차단된 영향이 컸다. 전세 품귀 속에서 기존 전세 계약 갱신을 택하는 세입자가 늘었고 전세 매물은 귀해진 상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3만1458건 가운데 갱신 계약은 1만5719건으로 그 비중이 49.9%에 이르렀다. 1년 전 같은 기간(38.8%)과 견줘 11%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게다가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6억149만원으로 6억원선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상승세가 주춤한 가운데 전셋값이 오르자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지난달 52.1%로 11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다주택자가 매물을 많이 내놓으면 수요의 변동이 없다면 공급이 증가하기 때문에 매매가는 하락한다. 하지만 임차수요에서 매매수요로 전환된 이들이 매매시장으로 들어와 매매수요를 늘린다면 다시 매매가격은 원래 가격으로 돌아가고 수요가 좀더 급격하게 증가하면 매매가가 전보다 더 오른다. 정부의 규제와 전세 품귀로 인해 매매시장으로 넘어오는 임차수요는 중저가 매매시장에 좀 더 집중될 거라는 예상은 들어맞고 있다. 6억 정도 전세로 살던 사람이라면 그동안 저축을 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7-8억 짜리 집은 일부 대출을 통해 충분히 살 수 있을 거다. 마찬가지로 그보다 싼 3-4억의 전세를 살던 사람도 6억 이하의 집을 사려고 할 것이다. 임대 물건 부족으로 중,저가 시장의 매매시장의 수요가 늘어났다. 그 결과 서울시 전수 조사에서 이 중저가 시장이 살아나면서 2월에 가격이 전월 대비 1.9%가 오른 결과치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전세가 아니라 월세 물건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서울 아파트 월세 물건은 1년 전 대비 24.9%, 2년 전 대비 16.9% 줄어든 1만5009건으로 집계됐다. 전세난 속에서 월셋집이라도 구하려는 임차인들이 늘어나면서 월세나 반전세 물건의 소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부동산원 시세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는 지난달 152만8천원으로, 월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민간 임대공급은 줄고, 공공임대나 사회주택도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중,저가의 전세를 살던 사람들은 매매시장으로 옮겨 갈 수 있겠지만 보증금이 없어 월세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또다시 깡통전세의 구렁텅이로 몰려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전세 보증금이 없어 월세를 선택해야만 하는 서민층의 주거 불안이 심해지는 상황이 현실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공공주택, 사회주택의 확충 등 정부의 임대시장 대책이 시급하다. bienns@ekn.kr

[EE칼럼] 탄소중립형 AI 데이터 센터

필자가 유학 시절 학생 가족이 생활하는 기숙사에서 머문 적이 있었다. 인도계 가족이 있었는데 나름 엘리트 의식이 있고 서구 문화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자신들 가족이 모두 채식주의자들이라고 해서 조금 놀랜 적이 있었는데 인도인이 채식주의여서가 아니라 체형이 채식주의자들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정상인 보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체형인데 그런 채식주의자들을 본 적이 없었다. 어떤 음식을 주로 먹는가 물어보니 주식이 감자 튀김이었다. 감자가 채소임에는 틀림없으니 채식주의자는 맞는 셈이다. 반대로 카니보어 다이어트(Carnivore Diet)라는 고기만 먹는 다이어트가 있는데 육류만을 섭취하여 체중감량, 혈당조절, 소화기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탄소중립 정책을 둘러싼 논쟁 역시 이와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탄소중립은 '배출을 줄인 결과'다. 그러나 현재 정책은 이 단순한 정의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탄소중립은 결과가 아니라 특정 수단, 즉 재생에너지로 치환되었다. 그 결과 정책은 목표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수단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중요한 축이다. 그러나 그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전제는 어디에서도 검증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정책은 이 전제를 사실상 교리처럼 취급하고, 다른 선택지는 배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는 정책이 아니라 신념에 가깝다. 목표를 수단으로 환원하는 순간, 정책은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고 스스로 경직된다. 이러한 전제의 취약성은 AIDC(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AI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며, 무엇보다 24시간 끊김 없는 공급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조달만을 허용하겠다는 접근은 현실 조건을 무시한 채 이상만을 강요하는 것이다. 과학기술부가 LNG 등 다양한 발전원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최소한의 현실 인식에 가깝다. 반면 이를 배제하려는 입장은 정책 목표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미 설정된 전제를 유지하기 위한 방어에 가깝다. 더 문제는, 현재 시점에서 LNG 발전이 경제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전력 공급 수단이라는 점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과 계통 제약으로 인해 대규모 상시 부하를 단독으로 감당할 수 없고, 저장 기술 역시 아직 비용과 규모 측면에서 대안이 되지 못한다. 반면 LNG는 비교적 낮은 비용과 높은 운용 유연성을 바탕으로 실제로 작동하는 전력 공급 수단이다. 그럼에도 이를 배제한다는 것은, 정책이 현실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부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현실에서 작동하는 전원을 제거한 채 이상적인 구조만을 강제하면 결과는 명확하다. 기업은 비용 상승을 감수하거나, 불확실한 전력 환경을 떠안거나, 아예 다른 국가로 이동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시장 반응이 아니라 정책 설계 실패에 대한 합리적 대응이다. 결국 탄소중립을 내세운 정책이 산업 기반을 약화시키고, 전력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키우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경로 설계의 부재다. 배출을 얼마나, 어떤 속도로 줄일 것인지에 대한 계획 없이 특정 수단만을 앞세우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선언에 가깝다. 선언은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현실을 움직이지는 못한다. 그 공백을 시장은 불신과 회피로 채우게 된다. 탄소중립은 수단이 아니라 결과다. 그러나 지금의 정책은 결과를 관리하기보다 수단을 강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정책은 점점 더 많은 예외를 만들고, 더 많은 갈등을 유발하며, 더 낮은 신뢰를 낳는다. 전제가 틀렸을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정책은 수정되지 않는다. 충돌할 뿐이다. 고기를 끊는 것만으로 건강이 보장되지 않듯, 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이 달성되는 것도 아니다. 수단을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만 해법을 찾는 접근은 결국 목표를 왜곡한다. 탄소중립을 진정으로 달성하고자 한다면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강제가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 설계다. 지금의 방식은 전환을 가속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연시키고 있다. 뚱뚱한 인도인 채식주의자들을 생각나게 하는 이유이다. ekn@ekn.kr

[기자의 눈] ‘에너지안보 = 재생에너지’라는 함정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이 확대되면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는 수입 연료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태양과 바람은 특정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자원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과연 에너지 안보는 '발전원'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일까. 재생에너지는 연료를 수입하지 않는 대신, 설비와 소재를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 에너지저장장치에는 희토류와 리튬 등 핵심 광물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들 자원의 가공과 정제는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연료 의존도가 줄어드는 대신 설비와 소재 측면에서 또 다른 형태의 의존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번 이란 사태처럼 주요 해상 물류 경로가 흔들릴 경우, 원유뿐 아니라 이러한 부품과 소재의 수급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력 시스템 운영 측면에서도 고민은 이어진다. 재생에너지는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전원이 필요하다. 실제로는 원전이나 LNG 발전, 혹은 에너지저장장치가 함께 운영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과 설비 투자 역시 에너지 정책을 논의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다. 송전망 문제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재생에너지는 입지 특성상 발전지와 수요지가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발전 설비 확대와 동시에 송전망 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산된 전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송전 제약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같은 점을 종합해 보면, 에너지 안보는 단순히 “어떤 에너지원이 더 안전한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연료, 설비, 공급망, 계통, 비용이 모두 얽힌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에 가깝다. 재생에너지는 분명 중요한 축이다. 다만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전의 안정성, LNG의 유연성, 재생에너지의 환경성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에너지 정책은 특정 방향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큰 환경 속에서 리스크를 나누는 작업에 가깝다. 이번 이란 사태는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자의 눈] K-패션 키운 무신사, 어디까지 진화할까

최근 기자가 주변에 가장 많이 한 말을 생각해보니 “무신사에서 샀어"와 “무신사에 팔던데"였다. 무신사로 시작해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패션과 뷰티를 아우르는 모든 트렌드를 무신사를 통해 향유하고 있다. 무신사에서 한 번도 구매를 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구매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연 무신사는 어디까지 뻗어나갈까. 무신사의 출발점을 보면 지금의 매머드급 기업으로 성장할지 예상하지 못했다. 2001년 창업자 조만호 대표가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로 시작해 스니커즈 마니아를 위한 놀이터의 성격이 강했다. 이후 2009년 온라인 스토어 무신사를 론칭하고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는 스니커즈를 기본으로 옷, 화장품, 디지털·생활용품, 키즈, 명품(부티크) 등 거의 모든 카테고리를 다루고 있다. '없는 거 빼고 다 있다'는 표현에 많은 사람들이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무신사는 소비자들의 높은 충성도를 등에 업고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2024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를 돌파했고, 작년에는 영업이익이 2년 연속 1000억원을 넘는 실적을 냈다. 국내를 넘어 해외 MZ세대에서도 트렌드의 성지로 여겨져 오프라인 매장이 위치한 서울 성수, 강남, 홍대, 명동 주변에서 무신사 쇼핑백을 든 외국인 관광객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기자의 일본인 지인도 “오프라인으로 무신사를 즐기고 싶다"며 무신사 매장을 서울 관광코스 1순위로 꼽는다. 무신사의 역량은 유통 플랫폼을 넘어 패션산업 성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 부분이 가장 놀라운 점이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생태계를 구축해 이들이 유명 브랜드와 경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무신사를 연결고리로 한국 패션산업의 수준이 오르고 K-트렌드가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무신사가 한국 패션산업과 K-트렌드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이어가려면 입점 브랜드의 이탈과 경쟁 플랫폼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차별화 전략은 물론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외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 물류·마케팅 비용 효율화 및 성장·수익성 균형 전략도 필요하다. 한국 패션산업의 성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무신사가 올해에는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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