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은 북극항로의 아시아 첫 관문, 에너지 허브 기회”

[인터뷰] “한국은 북극항로의 아시아 첫 관문, 에너지 허브 기회”

기후변화로 북극해의 빙하가 녹으며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다. 북극항로는 한국에 아주 특별한 기회를 선사하고 있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해 남중국해, 말라카해협, 수에즈운하를 거쳐 약 2만km를 가야 한다. 하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동북아 국가들의 경우 1/3이 줄어든 1만5000km면 갈 수 있다. 세계 최대 제조지역과 세계 두 번째 경제지역과의 만남은 그만큼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 한국은 북극항로에서 아시아 지역의 첫 번째 관문에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

[기자의 눈] 이찬진 금감원장, ‘과도한 욕구’ 불편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연일 금융지주 회장과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문제를 직격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이달 1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지주 회장들을 향해 “다들 연임 욕구가 많은 것 같다"며 “그 욕구가 너무 과도하게 작동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달 10일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 등 8개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자리에서는 “전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의 주주 추천 등 사외이사 추천 경로 다양화와 사외이사 임기 차등화 등을 통해 독립성을 갖춘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과 공정한 운영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이 거론한 '전 국민을 대표하는 주주'는 사실상 국민연금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돼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이 금융지주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문제는 결코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국민연금을 통해 금융사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고, 금융사는 정권에 입맛에 휘둘리는 등의 숱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더 큰 의문은 이찬진 원장이 왜 KB금융지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를 겨냥하는지다. 이 원장이 앞서 발언한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욕구는 근거가 없고 추상적이다. 개인의 욕구는 제 3자가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영역일 뿐, 딱 떨어진 정답은 결코 나올 수 없다. 이 원장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금융지주 회장이 되면 이사회에 자기 사람을 채워 '참호'를 구축하는 분들이 보인다"는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정관과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라 정해진 임기가 있고, 임기가 만료되거나 중간에 사정이 생기면 교체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자기 사람'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금융지주사와 회장들은 어떠한 절차를 갖춰야 하는가. 금융지주사들은 전임 회장 시절 발탁된 사외이사들의 임기를 규정과 관계없이 계속 연장해야 한다는 뜻인가. 아니면 현 회장의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차기 회장을 내정하고, 그 회장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을 이사회에 심어야 한다는 뜻인가. 아무리 공정한 절차와 선거를 통해 조직의 장을 발탁했다고 해도, 그 조직 구성원들이 모두 조직의 장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국민 모두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사외이사가 현 회장 재임시절 선임됐다고 해도, 회장에 대한 평가와 판단은 개인마다 다르다. 이 원장의 '자기 사람'과 '참호'라는 표현에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금융당국 수장과 정치권 등 주주와 관계없는 '이해집단'이 주주들의 의사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데 있다. 제3의 세력들은 자신의 '욕구'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본인의 입맛에 따라 금융지주사와 회장들, 이사회가 움직이길 원한다. '과도한 욕구'는 금융지주 회장이 아닌 금융당국 수장과 정치권에 어울리는 단어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신율의 정치 내시경] 비상계엄 미화와 품격 상실의 길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1년 즈음에 옥중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는 자신의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해당 담화에서 “12.3 비상계엄은 국정을 마비시키고 자유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체제 전복 기도에 맞서, 국민의 자유와 주권을 지키기 위한 헌법 수호책무의 결연한 이행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라는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비상계엄 선포와 이른바 '의회 폭거'는 전혀 다른 차원의 두 가지 사안이라는 점이다.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나, 말 그대로 '비상'한 상황에서만 발동되는 예외적 조치다. 일반적으로 '비상 상황'이란 대규모 테러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거나, 외부 세력의 침입으로 국가 안보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반면, '의회 폭거'는 본질적으로 정치적 영역에 속하는 문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일부가 주장하는 '의회 폭거'는 '비상 상황'의 요건에 해당할 수 없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스스로도 이를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드론을 보낸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이는 북한의 반응을 유도함으로써 외부 위협을 인위적으로 조성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만약 이러한 시도가 사실이라면, 그는 국내 정치 상황만으로는 '비상 상황'을 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셈이 된다. 설령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폭주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치의 영역에 속하는 사안이므로, 정치적 방식으로 해결했어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윤 전 대통령이 야당과 적극적으로 소통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결국 여야는 평행선을 달리며 정치 자체가 실종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정치 실패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앞에 진솔한 사과를 했어야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사과해야 할 사안은 이뿐만 아니라 더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 대해서도 대통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했다. 영부인이었던 김건희 씨는 '방어권' 행사라는 명목으로 수차례 사실과 다른 허위 발언을 하며, 영부인으로서의 품격을 스스로 실추시켰다. 그는 마치 진실을 말하듯 화려한 수사를 동원했지만, 정작 증거나 증언이 드러나면 말을 바꾸는 모습을 되풀이했다. 이러한 태도에서는 공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품격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이 이러한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자신의 행동만을 일방적으로 미화하려 한다면, 결국 그 역시 '품격 상실'이라는 진흙탕 속으로 스스로를 끌어들이는 셈이 된다. 더 나아가, 그는 현재 진행 중인 '보수의 위기'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그가 진정으로 '자유 민주주의'를 중시한다면, 더는 보수 진영을 위기에 빠뜨리지 말고, 자신이 모든 책임을 감수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주장을 실제 행동으로 증명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역시 탄핵 경험을 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하게 된다. 두 사람 모두 탄핵당했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중요한 차이점도 존재한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여전히 법리적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국민 다수가 직접 목격한 명백한 사건들로 구성돼 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처럼 자신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미화하려 들지 않았다. 이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품격을 지키려는 태도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경우 그렇지 못했다. 바로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은 더욱 거센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라도 한때나마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품격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의 자괴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신율

[EE칼럼] 빌 게이츠의 방향 전환과 에너지 지정학

빌 게이츠의 기후변화에 대한 입장 변화가 화제다. 그는 지난 10월 28일 '기후변화의 혹독한 3가지 진실'이라는 자신의 글에서 기후변화는 인류가 멸망할 정도가 아님에도 인류 종말론적 시각이 단기 탄소 감축에 집착하도록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4년 전 그가 출간한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에서의 종말론적 입장과 반대되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방향 전환 이전에 또 다른 구루의 피벗이 있었다. 대니얼 예긴은 올해 2월 포린 어페어에 '문제에 직면한 에너지전환'이라는 글을 통해 전 세계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 생산량은 기록적 수준에 도달했지만 석유와 석탄 에너지 생산량 또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장기간에 걸쳐 전 세계 1차 에너지 믹스에서 탄화수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85%에서 2024년 80%로 크게 변하지 않은 상황을 두고 '에너지전환이 아닌 에너지 추가'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2022년 그는 뉴욕타임스 에즈라 클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러시아 화석연료 의존도 탈피를 위해 재생에너지가 기존 용량의 3배가 필요하다면서 재생에너지 경로 가속화는 서구 세계가 기억을 잃어버린 에너지 안보에 관한 것이라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급속한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느라 세계가 에너지 안보를 고려하지 않았고 에너지 비용과 경제성도 소홀했다고 말하면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2030년으로 앞당기려다 더 많은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 주장했다. 빌 게이츠와 대니얼 예긴의 입장 변화엔 포지션 정리라는 뚜렷한 공통점이 보인다. 빌 게이츠는 기후 문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던 게이츠 재단의 단계적 폐쇄와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기후정책 그룹 해체를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대니얼 예긴은 그의 재생에너지 관점을 통째로 바꿨다. 유럽은 더 많은 전력을 얻기 위해 천연가스보다 풍력에 의존할 것이며 재생에너지가 가장 우선순위에 있기 때문에 많은 양의 가스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지만 이후 신재생에너지가 '과도하게 설정'되면서 화석연료 투자가 줄어들어 에너지전환 목표를 낮추지 않으면 70년대 오일 쇼크보다 더한 에너지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 진단했다. 대니얼 예긴이란 이름이 없었다면 OPEC 관계자 말처럼 들릴 정도다. 빌 게이츠가 새롭게 관심을 두는 분야는 저소득 국가의 에너지와 식량 부문이다. 그는 이들 국가의 화석연료 프로젝트 자금지원 중단이 전 세계 배출량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이들 국가의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아프리카 대륙에 더 이상 에너지전환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천연가스와 석탄 프로젝트가 이들을 더 나아지게 할 것이라는 이유로 지원을 시사했다. 뉴스위크는 '다음 대형거래는 아프리카'란 장문의 기사에서 세계 핵심 광물 30%가 매장되어 있는 아프리카와 2,400억 달러의 무역 관계를 맺고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10년 전보다 투자와 대출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든 중국, 사헬지역 및 기타 아프리카 국가들에 안보 측면 지원의 한계가 뚜렷한 러시아를 제치고 미국이 아프리카의 영향력 확대와 더불어 전략 금속과 핵심 광물에 대한 접근권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빌 게이츠와 대니얼 예긴의 방향 전환은 기존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이 실패로 돌아갔으며 에너지 정책에 지정학 요소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트럼프의 '기후의제 사기'라는 표피를 걷어내면 미국의 '에너지 지배'를 통한 전 세계 영향력 확대라는 대전략을 마주할 수 있다. 유럽과 일본, 한국은 미국 LNG 수입을 확대할 것이고 아프리카의 자원을 두고 미국은 중국, 러시아와 경쟁할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는 넷제로 정책으로 영국이 미국의 가장 가난한 주보다 소득이 낮은 이유로 에너지 전환으로 2005년 이후 28%나 줄어든 에너지 소비 감소를 들었다. 세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더 많은 에너지가 경제적 번영'을 가져온다는 '에너지 추가' 내러티브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기자의 눈] 산업용 전기요금 내린다면…‘파괴적 혁신’ 마중물 돼야

전기요금 때문에 산업계가 아우성이다. 지난해 말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h)당 185.5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2022년 1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75.8%나 올랐으니 불만이 나올 만하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산업용보다 더 비쌌던 구조도 어느 순간 역전된 상황이다. 전기요금에 쏟아지는 아우성은 업황 부진에 빠진 철강과 석유화학 업계에서 가장 크게 들린다. 유관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철강은 탄소 배출을 줄이려 석탄을 연료로 쓰는 고로 대신 도입한 전기로 가동으로 전기요금 부담이 늘고 있다. 석화도 설비 규모가 워낙 거대해 전체 매출의 5%가량(2025년 2분기 기준)이 전기료로 빠져나간다. 전기료를 한시적으로라도 깎아주면 철강 및 석화 기업들이 사업 체질을 개선하는 데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렇다고 전기료 인하가 단순히 철강·석화업계의 '버티기용 수단'이 될 순 없다. 반대 논리가 만만치 않아서다. 당장 발전사들은 내년부터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부담이 커진다. 재생에너지 발전 인프라 구축에 투자해야 하기에 지출 요소가 크다. 또한, 미국 등 주요국가들이 전기료 지원을 국가 보조금 지원으로 간주해 자국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불공정 무역'을 핑계로 제재를 가할 경우 우리 정부와 업계에 통상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한국의 저렴한 전기요금이 사실상 철강업계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효과와 같다는 논리로 무역 조치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같은 전기요금 인하 반대 논리를 돌파할 만한 유인책으로 국내 철강·석화사들이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수퍼 을(乙)'이 되는 것을 떠올려 본다. 범용 메모리로 성장해 온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미국 빅테크의 러브콜을 받고, 반도체 장비 제조사들이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현재 모습을 철강과 석화산업이 본보기 삼았으면 하는 '상상'이다. 전기료 감면으로 마련한 '버티기 체력'을 연구개발에 쓰고, 이를 통해 개발한 혁신소재를 해외시장에서 무역 제소를 피할 지렛대로 삼자는 것이다. 갈수록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 속 생존법이 결국 '국내 공급망 강화'라는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철강과 석화업계는 '파괴적 혁신'을 고민해볼 시점이다. 소재 연구개발은 당장에 바짝 투자한다고 성과를 낼 수 없다. 기초·응용 과학 같은 학문적 토대부터 복원하고, 어떤 소재 개발에 집중할 지를 민관이 판단해 과감히 투자하는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기료 감면 정책을 철강·석화산업의 단기성 버티기 수단이 아닌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소재 경쟁력을 강화하는 마중물로 일대 전환하는 '파괴적 혁신'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수퍼 을 전략'의 큰 그림 속에서 전기료 감면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이슈&인사이트] 트럼프 3선론 해부

간을 보는 것인지 또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기 백악관 집무실 결단의 책상 위에 “TRUMP 2028" 문구가 새겨진 빨간색 모자를 올려놓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마치 내가 2028년 미 대선에 다시 출마하는 게 무슨 문제냐는 미소로 보인다. 이른바 트럼프 3선론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 대통령이 세 번씩 임기를 수행하는 것은 위헌이다. 애초 건국 당시 미국 헌법에는 대통령의 임기 제한 조항이 없었다.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은 첫 임기를 마치고 자신의 농장인 버지니아의 마운트 버논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독립전쟁을 이끄느라 지쳤는데 아무 준비가 안 된 미국의 새 정부까지 정비하느라 더 이상 수도에 남아 있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세상일은 워싱턴의 희망과 반대로 돌아갔고 그 후 미국에서 대통령의 임기는 최대 두 번으로 굳어졌다. 흑백 갈등과 사회 분열이 심했던 1800년대에는 8년은커녕 4년으로 임기를 마친 대통령이 적지 않았다. 이와 반대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세계를 이끌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무려 4번의 대선에서 연달아 승리했다.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불문율 덕이었다. 그러나 루스벨트는 전쟁 중에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건강도 상할 만큼 상했다. 결국 1945년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불과 40일 만에 사망했다. 그 후 1951년에 대통령의 임기를 두 번으로 제한하는 수정헌법이 통과되었다. 그 조항을 보면 누구도 두 번 이상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없다(No person shall be elected to the office of the President more than twice)라고 적고 있다. 두 번 연달아서이건 아니면 트럼프같이 한번 쉬고서이건 무조건 두 번 이상은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2년 이상 대통령을 승계한 경우도 한 번의 임기를 마친 것으로 간주하여 한 번만 더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If a person has served as President or acted as President for more than two years of a term to which some other person was elected President, that person cannot be elected President more than once). 그래서 항간에는 2028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부통령으로 출마한 뒤 당선되어 대통령 자리를 승계하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미 헌법의 빈틈을 파고들겠다는 심산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임기 1년도 지나지 않아 40%대 아래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오래전에 예견되었다. 트럼프가 중국은 물론 전 세계와 관세전쟁을 벌이면 당연히 소비자 물가가 오를 것이 뻔했다. 경제가 크게 악화되면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갈 리 만무하다. 내년 중간선거까지 위태롭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대통령 임기를 늘리는 방향으로 개헌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무엇보다도 미국에서 개헌이란 하늘에서 별 따기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개헌절차는 상하 양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확보하고 또 3분의 2 이상의 주의회에서도 찬성을 얻어야 하는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200년 이상 동안 27개의 수정헌법을 추가하는 데 그친 바 있다. 현재 상하 양원에서 어느 한 당이 3분의 2정도 의석은커녕 과반수에서 조금 더 많은 의석을 겨우 확보하는 상황에서 개헌이 가능하다는 생각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 그래서 트럼프는 3선론으로 시선을 끌고 자기 맘대로 대통령 놀이를 즐기려는 거로 보인다. 이준한

[EE칼럼] 남북 경협은 재개돼야 한다

북한은 1984년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합영법 제정 이후 지속적으로 경제 발전을 위한 자구적 조치를 취해 왔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때는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을 통해 유엔 대북 제재가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로 남북 간 교류가 활발히 진행될 것처럼 보였다.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이루고 통일에 이러야 한다는 민족적 당위성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순수한 투자 측면에서 북한은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투자처이자 혁신적인 이머징 마켓이 될 수 있다. 북한은 다른 이머징 마켓들이 가지고 있는 저렴한 노동력과 임대료라는 장점 외에도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고 인구의 대부분이 중고등 교육 이상을 수료하여 양질의 노동력 공급이 용이하다는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북한은 2,500만의 북한 시장 뿐만 아니라 1억 4천만 명에 이르는 중국 동북 3성(요녕. 길림. 흑룡강성) 시장 및 러시아 연해주, 중앙아시아 시장 등으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추진했던 “한반도 신경제지도"에는 중국 동북러시아 극동지역의 적극적인 협력을 얻어 남북 경제 공동체를 구현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이 있었다. 과거 우리 기업들의 북한 투자 방식은 주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북한 투자가 다시 재기될 경우 다수의 기업들이 동일하게 채택할 방식으로예상된다. 그러나 남북 관계 악화 시 지난 5.24조치와 같은 전면적인 교류 금지 조치가 다시 취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우리 기업들은 중국에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한 후 북한에 투자하는 아웃 바운드 업무를 포함한 북한 투자 방식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남과 북한 사이의 특수성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져 북한이 남한 기업들에게 다른 외국 투자자들보다 더 많은 투자 혜택을 부여하는 상황도 가정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남한 기업들이 투자하는 경우 일반적인 외국인 투자법이 아닌 북남경제협력법이라는 별도의 법률을 적용했다. 또한 우리 기업들이 주로 진출할 지하자원 개발에 대해선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하는 상황도 생각해 볼 수 있고, 실제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추진했던 황해도 연안군 정촌 흑연광산 개발은 북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 이런 사례를 볼 때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특구에 북한은 남한에 외국인 투자법 외 별도의 혜택을 부여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외국 기업의 북한 투자 시 직접 투자보다는 이미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고 국제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한국에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한 후 이를 통해 북한에 투자하는 인바운드 업무를 포함한 북한 투자자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투자하는 경우 한국 기업과 동일하게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만약 남북 간 교류가 재개되거나, 아니면 북미 간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유엔 제재가 해제된다면 우리 정부는 어떤 협력 사업을 진행할 지 생각해야 한다. 남북 교류가 잘 진행되었던 2006년 6월 남과 북은 "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에 관한 합의“를 체결했다. 북한의 아연, 마그네사이트 등 남북이 합의한 광물 및 광산에 대해 남북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사업이었다. 남과 북은 합의에 따라 2007년 7~12월까지 6개월간 북한 함경남도 단천지역 3개 광산(검덕 아연, 대흥 및 룡양 마그네사이트 광산)에 대해 3차례 공동조사를 했다. 남과 북 교류가 재개된다면 이것부터 복원해야 한다. 그리고 2011년 11월 필자가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개발지원 본부장(실무단장)으로 북한을 방문해 북한 민족경제협력련합회 산하 명지총회사로부터 북한산 희토류 샘플 4개를 받았는데 이는 희토류 개발을 남한과 같이 하자는 의미였다. 그 날 광물자원공사와 북한 명지총회사는 “남북 자원개발 합의서"를 체결했다. 주요 내용은 북측에 부존되어 있는 광물 중에서 “희토류, 흑연, 마그네사이트, 연아연, 석회석, 석탄, 철광석" 등 7가지 광물과 북측에서 제공하는 광물(광산)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적극 협력키로 했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합의 사항은 이행되지 못했다. 결론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 정책이 북한과의 교류 협력에도 적용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이를 잘 실행할 수 있는 통일부 산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의 업무가 강화돼야 한다. 2007년 설립된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는 북한 지하자원넷을 통해 지속적으로 북한의 지하자원 관련 각종 현황 정보를 모니터링하여 제공하고 있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어떤 일이 잘 되기를 원한다면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을 부탁하라"라는 말이 있다. 강천구

[단독인터뷰] 박주민 “오세훈 이길 후보는 나…상상력으로 서울 바꿀 것”

“오세훈 서울시장을 이길 수 있는 후보는 나다. 상상력과 비전으로 서울을 다시 활력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자리에 도전하고 있는 박주민(52)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포부다. 박 의원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돕던 '거리의 변호사'로 이름을 알렸다. 이때 보고 듣고 깨달은 사회적 문제들을 입법·정책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치에 뛰어든 후 현재 3선의 당내 중진으로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 의원은 국정 경험과 의정활동을 바탕으로 내년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공식화한 상태다. 일단 최근 9차례의 각종 공표 여론조사 결과 7차례에서 여당 후보 중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8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당선될 경우 늙어가는 서울을 젊고 활력 넘치는 도시로 활성화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청년·신혼부부용 주택 15만호 3년내 공급, 테헤란로 일대 인공지능 전환(AI Transformation) 산업 적극 투자·육성 등 구체적인 공약 구상도 내놨다. 자신의 강점으론 '상상력과 비전'을 꼽았다. 박 의원은 “(자신이) 상상력으로 길과 철로를 놓는 정치인"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공수처 설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문신사법, 지역의사제법, 군사법원 개혁 등 굵직한 법안을 '상상하고 현실로 끌어낸 경험'을 서울시정으로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 서울시장 출마 결심의 계기는? ▲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3년 전에도 한 번 출마 선언을 했다가, 그때 법사위 간사를 맡으면서 2차 사법개혁·검찰개혁을 해야 해서 중간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때도 서울을 더 활력 있게 만들고, 서울시민들의 삶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고, “3년 후 다시 도전하겠다"고 약속도 드렸다. 지금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도전하는 거다. 최근 1년 동안 '새로운 서울 준비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시의원들, 동료 의원들과 함께 오세훈 시장의 시정을 팔로업하면서 분석·비판·평가를 꾸준히 해봤다. 정말 시장으로서 의미 있는 성과는 없으면서, 오히려 서울의 활력을 잃어가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시민 중심 시정이 아니라 '시장 본인을 위한 시정'이라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였다. 그래서 시정의 우선순위와 중심을 바꿔야겠다고 강하게 생각했고, 그게 출마 결심으로 이어졌다. - 여론조사에서 여러번 서울시장 여당 후보 선호도 1위를 차지했었다. ▲ 현재까지 언론에 공표된 여론조사가 9번 있었는데, 그 중 7번을 제가 1등 했다. 특히 한 조사에서는 오세훈 시장을 오차범위 밖에서 이기는 결과도 나왔다. 답답한 건 이게 전파가 잘 안 된다는 거다(웃음). 비결이라면, 아마 '준비된 대안'으로 봐주신 것 아닐까 싶다. 말씀드린 대로 1년 넘게 새로운 서울 준비 특위를 통해 기자회견, 토론회, 용역 결과 발표, 현장 방문 등을 끊임없이 해왔다. “비판만 하는 게 아니라, 서울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 놓은 사람"이라는 점을 시민들이 평가해 주신 것 같다. - 시장이 된다면 가장 먼저 내놓고 싶은 정책은. ▲ 대표적인 분야가 주거 정책이다. 작년 한 해만 해도 약 4만 명의 청년이 서울을 떠났고, 2016년부터 2025년까지 누적하면 춘천시 인구만큼의 청년이 서울을 떠났다. 서울 청년들이 머물고 꿈을 꿀 수 있어야 서울의 경쟁력이 유지·강화되는데, 지금은 '머무를 수 없는 도시'가 돼 가고 있다. 그 핵심 이유가 주거다. 오 시장은 신통기획, 모아타운 등을 내세우며 성과를 주장하지만, 착공 기준으로 보면 '0'이다. 구역 지정만 해놓은 상태다. 민간 재개발·재건축만으로는 속도도 느리고, 가격도 비싸고, 멸실이 발생한다. 30만호 공급을 약속해도 그 중 3분의 2는 멸실 후 재건이라 순증은 10만호 수준밖에 안 되는 구조다. 민간이 속도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 공급을 적극적으로 하려 한다. 구상은 이렇다. 3년 내 공공 주택 15만호 착공, 이후 매년 5만호 공급 체계로 가는 거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결혼하는 부부가 3만~4만 쌍인데, 원한다면 분양이든 임대든 접근 가능한 주택을 제공해보자는 목표다. 공공이 공급한다고 해서 '옛날 주공아파트'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공공이 토지와 시행을 맡고, 시공은 민간 건설사가 하게 해서 주변 시세보다 20~30% 싼 레미안·푸르지오·힐스테이트급 아파트를 공급하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여기에 리츠·펀드 구조를 도입해 더 많은 시민이 개발이익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청년들의 '자산 형성'까지 함께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 서울의 지속가능 전략은 무엇인가. ▲ 서울의 미래 먹거리를 AI·바이오·컬처, 이른바 'ABC'에 두고 있다. 'AI, 바이오, 그다음에 컬처콘텐츠(Culture Contents)'다. 서울은 이미 AI·바이오 인프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고, K-컬처의 중심이기도 한데, 청년들이 계속 떠나고 있고 미래의 먹거리가 도대체 뭐냐 이런 얘기들이 계속 나오지 않나. AI 시대에 산업화 시대에 조금 뒤처지는 거는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AI 시대는 하루가 뒤처지면 한 달, 두 달, 1년 이렇게 뒤처진다고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 양재에 AI 허브가 있는데, 1년 사업비가 40억원이다. 국가적으로 수조 원을 AI에 투자하겠다고 하는 시대에 서울의 간판 AI 거점이 40억으로 버티고 있는 거다. 홍릉 바이오 허브도 2025년까지 5000억원 투자 계획이 있었는데,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깎였다. 그럼 우리 서울은 뭘 먹고 사나. 테헤란로에는 산업 생산 과정을 AI로 재편하는 이른바 'AX 기업'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모여 있다. 이 기업들의 경쟁력이 곧 우리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이다. 그런데 그들과 간담회를 해보면 “지원이 없어서 경기도로 떠나고 싶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도시 전략인지 묻고 싶다. 서울링 1조 2000억원, 한강버스 2000억원을 여기에 쏟아붓는 대신, AI·바이오·컬처 분야에 매년 400억원, 600억원, 나아가 1000억원·2000억원씩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주거, 그리고 청년이 일할 수 있는 미래 산업이 함께 있어야 서울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다. - 당내 경선에서의 경쟁력은? ▲ 서울시 공무원 조직은 정말 뛰어나다. 중앙부처에서도 인정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제가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다. “상상력과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방향이 보이면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데, 지금의 서울시정에서 그 방향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재건축·재개발을 빨리 하겠다는 것은 현안 해결의 한 축일 수 있지만, 서울의 비전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다. '서울링'이나 '한강버스'는 더더욱 그렇다. 나는 정치인이란 '상상하는 직업'이라 본다. 또 '길과 철로를 놓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상법 개정으로 코스피 재평가의 길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군사법원 개혁·공수처·노동이사제·문신사법·지역의사제 등 기존 상식을 깨는 법들을 상상하고 현실화해왔다. 처음에는 동료 의원들도 “이게 무슨 의미냐", “통과가 되겠냐"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 효과가 나타나자 “일하는 방법, 상상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해줬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전환의 시기'다. 주어진 트랙을 관리하는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길과 철로를 과감하게 설계할 수 있는 상상력, 그리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실제로 그 길 위로 도시를 움직이게 할 실행력이 필요하다. 내가 그런 역할을 많이 해왔다. 효과도 많이 냈다. 그게 내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 인구 고령화로 보수화된 서울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나? ▲ 민주당이 이제 보수화됐다고 얘기하는데, 저는 사실 그거보다는 서울 시민들이 굉장히 실용적이고 실리적이신 거다. 지금 어느 누구를 만나보더라도 서울이 이대로 계속 가는 게 좋다라고 얘기하시는 분들 많지 않다. 본인들도 안다.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고 고령화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신다. 그래서 이거를 돌파하고 서울이 좀 더 활력 있어지고 그래서 이제 기회가 좀 더 많아지는 도시, 세계적인 도시가 되는 거 반대하실 분이 계실까. 실용적이고 실리적인 분들이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근데 그런 것들을 누가 그러면 잘 준비가 돼 있고 준비하고 있고 잘 보여주느냐, 그게 승부일 것 같다. - 과거 민주당 시정의 계승점과 차별점은? ▲ 과거 민주당 시정에서의 이어받을 점은 대표적인 건 시민 참여와 시민 연결이었던 것 같다. 상당히 그때는 그게 활성화돼 있었다. 시민 참여와 시민 연결이 무형적인 것이긴 하지만 굉장한 값어치가 있다. 특히 시민 연결이라는 건 창의성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항상 얘기하는 게 뭔가 창의적인 건 연결됨으로써 나타난다고 하지 않나. 오 시장은 사막화시켜버린 것 같다. 콘크리트만 세워져 있고, 이런 밑에 흐르는 시민적 연결에 대해서는 별 고민이 없는 것 같다. 시민 연결과 시민 참여를 통해서 시정을 좀 더 풍부하게 했던 부분은 나는 계승해야 된다고 본다. -이 대통령과의 호흡은 잘 맞나? ▲중앙정부와의 연계, 당정 간 소통, 그리고 대통령과 시정이 함께 갈 수 있는 구조를 잘 만들어 나갈 자신이 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과의 정책적 호흡, 당·정부 간 연결의 역할을 오래 해온 경험이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께서 은평을 찾으셨을 때도 하루 종일 지역 현장을 살피고 의견을 들은 적이 있고, 회의 과정에서도 혐오 현수막 문제나 적시 명예훼손 논란 같은 사안을 내가 국회에서 제기한 정책 방향과 맞물려 함께 논의해 온 적이 있다. 이 대통령의 1기 당대표 시절에는 원내수석으로서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고, 고위전략회의 구성원으로도 참여하며 대표님의 정책 메시지와 원내 상황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 대통령의 2기 당 대표 때는 기본사회위원회에서도 핵심 정책 방향을 함께 설계했고, 선거 때는 후보 직속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가치와 철학을 구체적 행정 언어로 구현하는 데 힘써왔다. 위원회 활동 과정에서도 관련된 상황이나 진행 현황을 대통령께 직접 보고드리고 의견을 나눈 적이 많은데, 때로는 “잘했다", “애썼다"는 격려를 듣기도 했다. - 기후·에너지 문제에 대한 비전은? ▲ 서울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도시이지만, 직접 생산은 쉽지 않은 구조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분산형 에너지, 재생에너지 확대 등 서울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생산을 시도하고, 가정·교통·도시 전반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구체적인 정책들을 차근차근 실행하겠다. 예컨대 전기차가 낮에는 에너지를 충전하고 밤에는 건물의 전력 공급을 돕는 'B2G' 같은 기술도 적극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작더라도 서울이 할 수 있는 변화들을 모아가는 과정이 결국 기후대응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길이라고 믿는다. 앞으로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로 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니, 시민 여러분과 함께 현실적인 대안과 미래 세대를 위한 해법을 만들어 가겠다. - '왜 박주민인가'를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 서울은 굉장히 밀집돼 있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도시다. 그래서 뭔가를 하려면 굉장히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면서 비전도 제시해야 되는데 그동안의 성과를 내왔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젊다. 8살짜리 아이의 아빠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분들의 고민을 몸소 체감하고 있는 세대다. 가장 시민들에 가깝고 다시 한 번 활력 있는 서울을 느끼게끔 만들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생각을 하고 있다. 1973년 서울 출생으로, 대원외국어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공군 학사장교 복무 후 4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변호사 시절 민변 사무차장과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용산 참사·국정원 대선 개입·세월호 등 공익 사건을 변론해 '거리의 변호사', '세월호 변호사'로 알려졌다. 2016년 문재인 당시 당대표의 영입인사로 정치에 입문했다. 서울 은평갑에서 20대 국회의원에 당선한 후 3선에 성공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를 지냈고 여성가족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현재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주당 세월호특위 간사, 정책위 부의장, 최고위원,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등을 역임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신연수 칼럼] 치솟는 집값, 수도 이전이 답이다

정부 규제 때문에 대출을 거의 못 받는 데다 갭투자도 불가능해 당장 필요한 현금만 20억~25억 원이었다. 지난달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청약은 이런 상황 때문에 경쟁률이 높지 않으리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놀라웠다.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 가족 수 5명 이상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가점 70점 이상인 신청자가 5만 4631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238대 1을 기록했다. 당첨되면 20억~40억 원의 시세 차익이 그냥 생기니, 묵혀둔 청약통장과 돈가방을 싸들고 몰려든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7개월이 지났다. 벌써 세 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의 신축 아파트 25평형(59㎡)이 50억 원, 34평형(84㎡)이 70억 원이니 “집값이 미쳤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지금 서울 부동산 시장은 부글부글 끓는 용암이 분출구를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활화산 같다. 사실 땔감은 윤석열 정부가 제공했다. 부동산 세금의 대폭 완화, 전 전부보다 크게 줄어든 공동주택 인허가와 착공이 시장 불안을 예고했다. 이재명 정부도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집권하자마자 13조 원의 소비 쿠폰을 풀고 확장재정을 선언하면서 시중 유동성 확대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집값이 오르자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의 3중 규제로 묶었다. 사상 최강의 규제라는 평가까지 받았지만 별 효과 없음이 드러났다. 강남북을 불문하고 매매가에 이어 전월세 가격까지 뛰고 있다. 이번 달에는 공급 대책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서울에 새로 집 지을 땅이 별로 없는 데다 재건축·재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려 그다지 전망이 밝지 않다. 서울 집값은 이미 경제 정책으로 풀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모든 것이 서울로 몰리는 '수도권 집중'을 끊어내지 않고는 서울도, 지방도 살 수 없게 됐다. 대한민국 인구는 2020년 정점을 찍고 줄고 있지만, 수도권으로 몰리는 인구는 점점 늘고 있다. 아무리 집을 더 지어도 집값이 오르고 교통난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발표된 수치들은 모두 강한 경보음을 울린다. 지난주 국가데이터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사한 인구 10명 중 7명이 청년이었다. 2025년 3월 기준 국민의 자산 격차는 사상 최대로 벌어졌는데 가장 중요한 원인이 부동산 가격 상승이었다. 청년 일자리 부족, 자산 양극화, 계층 이동이 불가능한 '절망 사회', 수도권 교통과 주거난, 저출산 같은 많은 문제가 수도권 집중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수도권 비대화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국가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수도 이전을 추진했던 2003년 전체 인구의 47%가 수도권에 살았는데 지금은 50%가 넘는다. 반면 비수도권은 한때 대한민국 제2의 도시였던 부산마저 해마다 인구가 줄어 소멸을 걱정할 지경이다. 집의 노예가 된 서울 사람들을 살리고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그리고 가장 시급한 정책은 수도를 옮기는 것이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 이동이 효과가 크겠지만, 민간을 강제로 보낼 수 없으니 공공이 모범을 보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 국회, 법원 등 힘 있는 기관들은 전부 세종으로 가야 한다. 미국 뉴욕이 경제 수도, 워싱턴DC가 정치 수도인 것처럼 서울은 경제 수도, 세종을 정치 수도로 만들자.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각 지역을 광역으로 묶어 경쟁력을 높이고, 농가 기본소득을 주는 등 여러가지 정책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을 멈추고 지역을 살리는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정책은 역시 수도 이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역 균형발전은 국가 생존전략"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정작 정부 여당이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굵직한 정책이 없다. 지금 민생에서 가장 심각한 과제는 수도권 주거 안정과 지역 균형발전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수도 이전과 헌법 개정을 국민투표에 부치자. 수도 이전이 성공한다면 이재명 정부의 가장 뚜렷한 치적으로 남을 것이다. 신연수 주필 ysshin@ekn.kr

[기자의 눈] 초고령 사회 진입, 건설업계 대안 있나

우리나라가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전체 인구의 20%가 고령층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앞으로 20년 후인 2045년엔 고령층 비율이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고령층인 '노인 국가'가 되는 셈이다. 평균 수명은 증가하는 반면, 출산율은 곤두박질 치면서 갈수록 우리나라 고령화는 속도를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 국가가 늙어가면 사회 전반적으로 타격이 크지만 특히 건설업계 입장에서 초고령 사회는 '재앙'이나 다름 없다. 실제로 공사 현장에선 고령화로 인한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아파트 공화국'으로 만들었던 공사 현장의 숙련공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신들린 '막노동(노가다)' 노하우는 반드시 현장에서 필요하다. 요즘도 60세를 훌쩍 넘긴 '노인 어벤져스'들이 여전히 공사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눈 감고도 척척 건물을 올리던 현장의 숙련공들도 결국 세월이 지나면 은퇴할 수 밖에 없다. 언제까지 이들에게 공사 현장을 맡길 수는 없는 것이다. 노련한 현장의 베테랑들이 가지고 있는 건설 기술과 노하우는 후임들에게 전수되야 한다. 문제는 이미 공사 현장에 이들의 노하우를 이어받을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3D 일자리를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청년 현장 근로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젊은이가 사라진 공사 현장의 빈 자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 물론 외국인 노동자들도 현장에서 열심히 땀흘려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대로 말도 안 통하는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노련한 베테랑급 숙련도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들은 K-건설 신화를 써온 건설 숙련공들이 수십 년간 공사 현장에서 익히고, 노하우가 녹아든 '감'이 아닌, FM 메뉴얼을 보며 일을 배우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겨우 노하우를 습득할 때 쯤이 되면 본국으로 돌아간다. 그러면서 공사비는 천문학적으로 증가한다. 베테랑 숙련공들이 은퇴하고, 빈 자리가 외국인 노동자들로 채워지면서 작업 완성도가 떨어지고 부실 공사가 난무하고 있다. 공사기간은 고무줄처럼 늘어나 공사비 증가로 이어진다. 고령화가 건설사의 수익 악화·성장 동력·지속가능성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K-건설의 신화를 지속하기 위해선 신기술과 로봇, 인공지능(AI) 등 외에도 환경개선·인력 양성·소재 및 첨단 공법 등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효성그룹 첫 전문경영인 회장 나왔다···김규영 HS효성 회장 승진

효성그룹 60여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회장이 나왔다. HS효성은 9일 김규영 전 효성그룹 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하는 것을 포함한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송성진 트랜스월드 PU장과 양정규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대표이사 전무는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누구든 역량을 갖추면 그룹 회장이 될 수 있다'는 지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HS효성 관계자는 “총수 일가가 아니어도 가치를 극대화하는 준비된 리더가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며 “그것이 곧 가치경영"이라고 전했다. HS효성 측은 이번 인사가 △기술과 품질을 바탕으로 한 가치경영을 이끌어 갈 인재 △실적주의에 따라 회사 성장에 기여한 인사 △다양성에 기초한 인재 발굴 및 육성이라는 발탁 기준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김규영 회장 선임은 기술과 품질을 바탕으로 한 가치경영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사로 평가된다.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는 김규영 회장은 1972년 효성그룹의 모태기업인 동양나이론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언양공장장, 안양공장장, 중국 총괄 사장, 효성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 및 기술원장을 역임했다. 특히, 스판덱스 개발을 포함한 섬유기술 확립과 기술품질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부터 8년간은 효성그룹 지주사 대표이사를 지냈다. 효성그룹에서 회장 직함을 단 인원은 총수 일가 3명 뿐이다. 창업주인 조홍제 초대회장이 1984년까지 재임했고 조석래 명예회장이 2017년까지 그룹을 이끌었다. 현재는 조현준 회장이 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송성진 부사장은 현대 경영의 중요한 화두인 공급망 안정화와 물류사업을 도맡아 HS효성그룹의 도약에 기여하고 있다. 물류사업의 수장으로서 글로벌 사업과 해외 고객이 많은 HS효성의 가치를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양정규 부사장은 HS효성의 주요 사업군 중 하나인 AI·DX 사업을 선도하며 다년간 실적을 올렸다. 이밖에 기획관리 부문에서 박창범 상무보가 신임 임원으로 발탁됐다. 신규 여성 임원으로 승진한 정유조 상무보는 효성그룹 공채 출신으로 경영기획팀, ESG경영팀, 신사업팀 등을 거친 기획통이다. 김규영 회장의 발령일은 내년 4월1일이며, 승진 임원들 발령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효성그룹 임원 인사 명단은 아래와 같다. ▲㈜HS효성 △회장 김규영 △부사장 트랜스월드PU장 송성진 △상무보 지원본부 인사총무팀장 박창범 ▲HS효성첨단소재㈜ △전무 타이어보강재PU 섬유영업 담당 이태정 △상무 가흥 화섬법인 사장 겸 TC영업 총경리 겸 중국 SC영업 총경리 천병호 △베트남 관리본부 담당 손판규 △상무보 미래전략실 신사업1팀장 정유조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부사장 대표이사 양정규 △전무 HIS PU 전략기획본부장 양천봉 △HIS PU 금융본부장 이정걸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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