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혁신기업] ‘한국판 록히드마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육해공 이어 우주까지 ‘초격차’ 시동

“이제 '복합기업'이라는 꼬리표는 완전히 사라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록히드 마틴이나 노스롭그루먼과 같은 순도 100%의 '글로벌 방산·우주 솔루션 기업'으로 재평가받게 될 것이다." 2026년 새해가 밝자마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마침내 '한국판 록히드 마틴'을 향한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지난 14일 발표된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인적 분할 결정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둘러싼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15일 다보스포럼에서 제시한 '무탄소 해양 생태계' 비전의 기술적 열쇠마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쥐고 있음이 확인되며 시장의 이목은 이 초거대 방산기업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지난 14일 ㈜한화 이사회의 결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장에서는 '날개'를 단 격이다. 2024년 시큐리티(CCTV)와 정밀 기계 사업을 분할하며 1차적으로 몸집을 가볍게 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한화의 분할로 그룹 내 '방산·우주·에너지' 계열사들과의 연결고리가 더욱 강력하고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으로 존속하는 지주사 산하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방산), 한화오션(해양), 한화시스템(방산전자) 등 핵심 방산 라인업만이 남게 된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투자하는 것은 곧 K-방산의 심장에 투자하는 것"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준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평가한다. 과거 다양한 민수 사업이 혼재되어 겪었던 밸류에이션 할인이 해소되고, 오직 방산 수출 실적과 우주 사업의 성장성만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받는 '퓨어 플레이어(Pure-Player)'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난 15일 김동관 부회장이 다보스 포럼 기고문을 통해 던진 화두인 '전기 추진 선박을 통한 무탄소 해양 생태계'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래 먹거리와 직결된다. 김 부회장이 제시한 청사진의 핵심인 고효율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의 주체가 바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장보고-III 잠수함에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 체계를 탑재하며 극한의 환경에서 ESS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 군용 기술을 민간 선박으로 스핀오프해 '바다의 테슬라'가 되겠다는 것이 김 부회장의 구상이다. 내수 기업의 한계를 벗어던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글로벌 영토 확장'은 2026년 들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단연 폴란드다. 2025년 말 체결된 5조6000억원 규모의 천무 3차 실행 계약은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 합작법인(JV) 설립을 포함하고 있어 유럽 방산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을 뚫는 '현지화'의 교과서적 사례로 꼽힌다. 지구 반대편 호주에서는 생산 기지 'H-ACE'가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창원 공장의 첨단 스마트 팩토리 기술이 그대로 이식된 이곳은 호주군용 자주포와 레드백 장갑차 생산을 전담하며 향후 오커스(AUKUS) 동맹국으로 향하는 수출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창원-폴란드-호주를 잇는 '글로벌 3각 생산 체제'가 완성된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시선은 대기권 밖을 향해 있다. 지난해 11월 체계종합기업으로서 주도한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은 민간 우주 수송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이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 대행을 넘어 오는 2032년 달 착륙선 추진 시스템 개발과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주도하며 국가 우주 개발의 '설계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 항공 우주 산업의 숙원인 '항공 엔진 국산화'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손끝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이달부터 무인기용 5500파운드급 독자 엔진의 지상 시험이 시작된다. 이는 향후 KF-21 전투기에 탑재될 1만5000파운드급 독자 엔진 개발로 가는 징검다리로, 성공 시 대한민국은 세계 7번째 항공 엔진 독자 보유국 반열에 오르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지배 구조라는 그릇'을 정비하고, 방산·우주·친환경 에너지라는 내용물을 꽉 채웠다. 육상·해양·항공, 그리고 우주를 아우르는 이 거대한 '방산 빅뱅'의 중심에 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여줄 미래가 이제 막 시작된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방산도 ESG가 필수…백선희 “글로벌 기준에 맞춰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이미 대부분 산업에서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무기 생산'이라는 특수성을 지닌 방위산업에서만은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 여전히 모호한 상황이다. 국회에서도 방산을 대상으로 한 ESG의 기준을 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방산 ESG, 윤리를 넘어 '관리'의 문제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K-방위산업 ESG 활성화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이 기획한 '국방과 사회정책 연속 시리즈'의 첫 번째 순서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공동 주최했다. 지금까지 ESG는 산업별 특성을 반영해 지표를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확장돼 왔다.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주요 제조업에는 업종별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고, 기업들은 탄소 배출량, 노동·안전 기준, 지배구조 투명성 등을 중심으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평가는 투자나 공공 입찰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며 사실상 시장 진입의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즉 기존 ESG는 공통된 틀 위에 산업별 지표를 덧붙이는 '확장 모델'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방위산업은 이 확장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기 생산의 결과가 기업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고, 수출 역시 정부 승인에 따라 이뤄진다. 보안상의 이유로 유지돼 온 정보 비공개 관행도 ESG가 전제하는 투명성과 충돌한다. ◇ 백선희 “방산 ESG는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책무" 기조 발제를 밭은 백선희 의원은 ESG를 '선택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무'로 규정했다. 백 의원은 “K-방산의 특징은 단순히 제품의 우수성이나 명품 이미지에만 있지 않다"며 “K-방산 기업은 ESG도 남다르게 잘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특히 방위산업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그는 “방산 산업은 연구개발부터 생산, 수출까지 국가 예산과 외교·안보 정책이 깊게 개입되는 구조"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을 기업의 몫으로만 볼 수는 없다. 사회적 환원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된 문제의식은 방산을 ESG의 예외로 둘 것이 아니라 평가의 초점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데 맞춰졌다. 무기 그 자체의 윤리성을 따지는 대신, 기업이 환경·인권·지배구조와 관련한 위험을 어떤 체계로 관리하고 통제하고 있는지를 평가의 중심에 두자는 접근이다. 백 의원은 방산 ESG의 핵심으로 △환경(E) 영역에서 무기 제조·시험 과정의 환경 부담과 지역사회 영향 △사회(S) 측면에서 무기 수출 과정의 인권 리스크 관리 △지배구조(G)에서 방산 비리 방지와 의사결정 구조의 투명성을 제시했다. 그는 “방산 ESG는 보여주기식 사회 공헌이 아니라, 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관리 체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방산 ESG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일동 방위사업청 방위산업진흥국장은 “산업통상자원부의 K-ESG 가이드라인에 방산을 업종으로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여건 차이를 고려해 단계적·차등적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ESG 평가 기준 세분화하는 글로벌 흐름 해외에서는 방위산업을 ESG 평가에서 전면 배제하기보다는 기준을 세분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에서는 한때 방산 기업을 ESG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움직임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국제 조약으로 금지된 무기를 명확히 구분하고, 그 외 영역에서는 기업의 통제·윤리·리스크 관리 체계를 중심으로 평가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역시 통일된 기준은 없지만, 투자자와 평가 기관을 중심으로 방산 기업의 인권·지배구조 리스크를 핵심 요소로 삼는 사례가 적지 않다. 류영재 서브틴스베스트 대표는 “과거 윤리 투자 관점에서는 방산이 배제 대상이었지만, ESG가 주류 투자로 이동하면서 동일 산업 내에서 '누가 더 잘 관리하는가'를 보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백 의원은 방산 ESG 논의를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군인 자살은 매년 74~76명 수준에서 줄지 않고 있고, 지난해에는 오히려 증가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국방위원으로서 한 명의 군인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그 일을 반드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삼성생명과 생명의전화가 운영 중인 청소년 자살 예방 프로그램 '라이키'를 언급하며 군인을 대상으로 한 '밀리터리 버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방부에 별도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 사회공헌 차원에서 방산 기업이 비용을 지원한다면, 군인의 생명을 살리는 ESG 실천이 될 수 있다"며 “2026년을 K-방산 기업 ESG의 원년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탁유진 인턴기자

[기획] 美해군 황금함대와 ‘테세우스의 배’…트럼프 “한화와 협력” 콕 집은 속사정 있었다

지난해 12월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발표한 '황금함대(골든 플릿, Golden Fleet)' 구상은 전 세계 방산시장을 뒤흔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한화와 협력할 것"이라고 콕 집어 말하자 국내 언론은 일제히 'K-방산의 쾌거'라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트럼프의 '한화 러브콜'은 미 해군이 지난 5년 간 야심차게 추진해 온 차세대 호위함 사업이 '테세우스의 배' 역설에 빠져 좌초됐음을 인정하는 SOS(구조신호)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그리스 신화 속 '테세우스의 배'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테세우스편 23장 1절에 나오는 형이상학적 문제에 관한 이야기다. 이는 낡은 널빤지를 하나씩 갈아끼우다 보니 나중에는 원래의 부재가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는 역설을 담고 있어 사물의 변화와 그 정체성의 지속을 설명할 때 자주 쓰이는 비유법이다. 미 해군의 주력 호위함 사업이었던 컨스텔레이션급(Constellation, FFG-62)은 정확히 이에 해당한다. 당초 미 해군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미 검증된 이탈리아 방산 기업 핀칸티에리(Fincantieri)의 '프렘(FREMM)'급 호위함을 모체로 삼았다. 이미 있는 선종을 가져다 쓰니 빠르고 싸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미 해군이 요구하는 생존성 기준·무장·레이더를 모두 담기 위해 설계를 뜯어고치기 시작하며 재앙이 시작됐다.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당초 85%에 달할 것이라던 모체 설계와의 공통성은 최종 단계에서 15%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름만 이탈리아 배일 뿐, 사실상 처음부터 새로 설계하는 수준에 이르게 돼버린 것이다. 그 결과 배는 예상보다 500톤 이상 무거워졌고 납기는 36개월 지연됐으며, 비용은 구축함 수준으로 폭등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미 해군은 후속 물량 4척을 전격 취소했다. 트럼프와 존 펠런 신임 해군성 장관이 '컨스텔레이션'을 버리고 FF(X)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들고 나온 것은 이 '괴작'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새로운 FF(X) 사업의 핵심은 '검증된 설계'와 '압도적 속도'다. 미 해군은 차기 호위함의 모체로 헌팅턴 잉걸스(HII)가 건조한 미 해안 경비대의 '레전드(Legend)급' 국가안보경비함(NSC)을 지목했다. 이미 10척 이상 실전 배치돼 성능이 입증된 배를 설계 변경 없이 그대로 찍어내 리스크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목에서 한화를 콕 집어 지명한 이유는 명확하다. 미 해군에게 지금 필요한 건 새로운 설계가 적용된 함정이 아니라 새로 빠르게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비어있는 도크와 사람을 대체할 자동화 기술이기 때문이다. 레전드급 호위함을 건조하는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즈(HII) 조선소는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과 강습 상륙함 건조 물량으로 이미 과부하 상태다. 트럼프의 황금 함대 납기를 맞추려면 제2, 제3의 생산 기지가 절실하다. 여기서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가 '스모킹 건'이 된다. 한화그룹은 경쟁사들과 달리 미국 내 조선소를 직접 매입해 '미국 기업'의 지위를 획득했고, 즉시 가동 가능한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한화그룹은 조선소 인수에 그치지 않고 인수 금액의 50배에 달하는 50억 달러(약 7조 원) 규모의 대규모 설비 투자 및 현대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경쟁사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압도적인 규모의 '진정성'을 미국 정부에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다. 한화오션은 필리 조선소에 도크 2기와 안벽 3기를 추가로 건설하고, 12만 평 규모의 블록 생산 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현재 연간 1.5척 수준에 불과한 필리 조선소의 생산 능력을 연간 20척 규모로 10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더 결정적인 이유는 '공정 혁명'이다. 미국 조선업은 심각한 숙련공 부족으로 붕괴 직전이다. 미국 용접공의 평균 연령은 55세에 달하며, 향후 10년간 약 40만 명의 용접공 부족이 예상된다. 미 해군 조선소들은 숙련된 노동자를 구하지 못해 공정이 지연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으며, 이는 HII와 같은 대형 조선소도 예외가 아니라는 전언이다. 미국 조선소들은 여전히 수작업 의존도가 높고, 디지털 전환이 더디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 정부회계감사원(GAO) 보고서는 미국 조선소들이 설계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조를 시작하는 '동시 공학(Concurrent Engineering)'의 부작용과 비효율적인 자재 관리 시스템을 지적했다. 이는 설계 변경 시 막대한 재작업 비용과 납기 지연을 초래한다. 한화오션이 미 해군에 제공힐 수 있는 핵심 가치는 '초격차 공정 기술'이다.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의 내업 공장 용접 자동화율은 68% 수준이고, 2030년까지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옥외 도크 작업의 자동화율은 아직 낮지만, 선박 건조의 핵심인 블록 제작 단계에서 로봇이 주도하는 생산 체제를 완비했습니다. 또한 한화오션이 도입한 용접 로봇은 숙련공과 대등한 속도로 작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치지 않고 24시간 가동이 가능하다. 특히 한 명의 관리자가 4~5대의 로봇을 동시에 제어함으로써 시간당 생산성을 인간 대비 4~5배까지 끌어올렸다. 한화오션은 좁고 복잡한 선박 내부에서의 배관 용접이나 케이블 설치 등 고위험·고난도 작업에 소형 협동 로봇을 투입해 작업 시간을 30% 이상 단축했다. 이는 인력난으로 허덕이는 미국 조선소에 즉각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용접공을 구하지 못해 배를 못 만드는 미국 입장에서 로봇이 용접을 대신해 주는 기술은 '게임 체인저'인 셈이다. 또한 한화오션은 물리적 조선소를 가상 공간에 복제한 '스마트 야드' 시스템과 AI 기반의 공정 관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AI는 △자재의 흐름 △작업 스케줄 △인력 배치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병목 현상을 사전에 예측하고 해결해 기존에 10명의 전문 스케줄러가 이틀 동안 매달려야 했던 공정 계획 수립을 단 몇 시간 만에 완료함으로써 공정 계획 시간을 25% 단축했다. 품질 관리 혁신 측면에서도 한화오션은 드론을 활용해 흘수 촬영을 진행함과 동시에 AI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선박의 무게와 뒤틀림 등의 계측 작업을 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처럼 미 해군 수뇌부는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의 로봇 용접과 디지털 트윈 등 '스마트 야드' 기술이 필리 조선소에 이식되길 원한다. 사람 손이 덜 가면서도 빨리 만드는 한국식 공정만이 망가진 미국 조선 생태계를 복원할 유일한 해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즉, 트럼프의 러브 콜은 외주 제작 요청을 넘어 한국의 '제조 공정 DNA'를 미국 본토에 심겠다는 전략적 제안인 셈이다. 한편 한화오션 측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받지 못한 상태라는 입장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번스-톨레프슨법에 따라 블록(모듈) 조립이 미국 현지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미 해군 함정 건조에 관해 당사가 단순 대행만 할지, 설계 변경이나 엔지니어링에 참여하는 구조가 갖춰질지는 정해진 바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25년 7월 민주당 태미 볼드윈·공화당 짐 뱅크스 상원의원의 서한은 미국 정치권 내에 한-미 방산 협력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 분명히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들은 백악관에 보낸 서한에서 “한국 등 동맹국과의 상호국방조달협정(RDP) 체결이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원칙을 훼손하고 미국 내 방산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동맹과의 통합보다는 국내 산업 보호가 우선'이라며 한국산 무기 체계의 무관세 진입에 제동을 건 것이다. GAO 역시 국방부가 RDP 협정 체결 시 국내 산업 피해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의회의 우려에 힘을 실었다. 정책을 실행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배를 빨리 만들기 위해 한국이 필요하지만 입법을 담당하는 의회는 자국 내 일자리와 표심을 위해 한국산 부품과 자재의 진입을 막으려 한다. 때문에 올해 한화그룹을 위시한 K-방산은 이 '엇박자'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 ‘조선·방산·에너지’-‘기계·서비스’로 쪼갠다…4562억 자사주 소각 ‘통 큰 결단’

㈜한화가 회사를 둘로 쪼개는 인적 분할을 단행한다. 방산과 에너지 등 중후장대형 사업과 기계·서비스 등 라이프스타일 사업을 분리해 '복합 기업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보유 중인 4562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고 배당금을 대폭 늘리는 등 파격적인 주주 환원 정책도 함께 내놨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인적 분할 안건을 결의했다. 이번 분할은 ㈜한화가 존속 법인과 신설 법인으로 나뉘는 형태로 진행되며, 오는 6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7월 중 완료될 예정이다. 존속 법인인 ㈜한화에는 △방산·우주항공 △조선·해양, 에너지/케미컬 △금융 부문이 남는다. 핵심 계열사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시스템·한화솔루션·한화생명 등이 포함된다. 반면 신설 법인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는 테크(Tech)와 라이프(Life) 솔루션 부문을 맡게 된다. 여기에는 한화비전·한화모멘텀·한화세미텍·한화로보틱스 등 테크 분야 계열사와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아워홈 등 라이프 분야 계열사가 속한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존속법인 약 76.3%, 신설법인 약 23.7%로 산정됐다. 기존 주주들은 이 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배정받게 된다. 이번 인적 분할의 핵심 명분은 '기업 가치 제고'다. 그동안 ㈜한화는 성격이 전혀 다른 사업군들이 하나로 묶여 있어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복합 기업 디스카운트'에 시달려왔다.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방산·에너지 분야와 민첩한 시장 대응이 필수적인 기계·서비스 분야가 혼재돼 있어 전략 수립과 자본 배분에 비효율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화 측은 “이번 분할을 통해 각 회사가 독자적인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라며 “존속 법인과 신설 법인 모두 시장에서 재평가받으면 지주사 가치도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지난 2024년 비방산 부문을 인적 분할한 뒤 3개월 만에 시가총액이 35% 상승한 바 있어 이번 분할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시장의 이목을 끈 것은 인적 분할 그 자체보다 파격적인 주주 환원 정책이다. ㈜한화는 이날 '주주가치 제고 방안 패키지'를 통해 보유 중인 자사주 보통주 445만 주(발행 주식 총수의 5.9%)를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1월 13일 종가 기준 약 4562억 원 규모로, 현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자사주 소각 중 최대 규모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인적 분할 과정에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해 대주주 지배력을 강화하는 편법인 '자사주의 마법' 논란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난해 상장 폐지된 구형 우선주 19만 9033주도 장외 매수 방식으로 전량 취득해 소각하기로 했다. 배당 정책도 강화했다. ㈜한화는 올해 보통주 기준 최소 주당 배당금(DPS)을 전년 800원 대비 25% 인상한 1000원으로 책정했다. 배당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주주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분할 이후 청사진도 명확히 했다. 신설되는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는 '피지컬(Physical) AI' 솔루션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 구체적으로는 AI·로봇을 활용한 '스마트 F&B',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호스피탈리티', 지능형 물류 체계인 '스마트 로지스틱스' 등 3대 핵심 영역을 선정해 육성할 계획이다. 계열사별로는 한화비전이 AI 기반 영상 보안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한화세미텍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 장비 기술 개발에 매진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갤러리아, 아워홈 등 유통·레저 계열사들도 각각 프리미엄 브랜드 강화와 밸류체인 솔루션 개발에 집중한다. 존속 법인인 ㈜한화는 방산·조선·에너지 등 주력 사업의 전문성을 극대화해 글로벌 탑 티어 도약을 목표로 한다. 정책 민감도가 높은 사업 특성을 고려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장기적인 투자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한편 ㈜한화는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독립적 감사지원부서를 설치하고 CEO 승계 정책을 마련하는 등 투명 경영 강화 방안도 함께 내놨다. ㈜한화 관계자는 “매출 성장과 주주 환원 확대를 핵심 관리 지표로 삼아 주주·투자자들과의 신뢰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방산·철도에 ‘AI 두뇌’ 심는 현대로템, DNA 싹 바꿨다…“로봇·수소·우주에 올인”

현대로템은 신사업 리더십 확보를 위해 로봇과 수소 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체계를 개편한다고 14일 밝혔다. 최근 글로벌 산업계는 미래 패러다임 변화의 핵심 축으로 인공 지능(AI)과 차세대 에너지원을 주목하면서 로봇·수소 기술 고도화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현대로템은 방산·철도·플랜트 등 전 사업 영역의 기술에 무인화·AI·수소 에너지·항공우주 등 차세대 혁신 기술을 접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수소·무인화·AI·항공·우주 등 미래 산업 경쟁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이를 신속하게 사업화로 연결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자율주행 및 피지컬(Physical) AI 핵심 기술을 사업모델 전반으로 확대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피지컬 AI는 글자나 그림을 디지털 환경에서만 처리하는 기존 생성형 AI와 달리 센서와 로봇 같은 하드웨어를 통해 실제 공간을 인식·판단하고 행동까지 수행하는 AI를 가리킨다. 이를 위해 현대로템은 신사업을 강화하고 미래 피지컬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우선 디펜스 솔루션(방산)부문에서는 미래 전장에 대비하기 위한 유·무인 복합지상무기 체계와 항공우주사업 육성에 역량을 집중한다. 차세대 전차와 장갑차, 다목적 무인 차량(HR-셰르파) 등 라인업에 AI 기반 자율주행과 군집 제어 능력을 탑재하고, 다족 보행 로봇 연구·개발(R&D)을 확대하는 등 방산 부문 무인화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낸다. 항공우주에서는 민간 주도의 우주 수송 시대를 여는 기술로 주목받는 35t급 메탄 엔진 기술 개발에 국내 최초로 나섰다. 연소 시 그을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빠른 재사용이 가능한 메탄 엔진은 데이터와 AI 기반으로 재비행을 반복할 재사용 발사체가 구현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레일 솔루션(철도)부문은 AI를 결합한 상태기반 유지·보수 시스템(CBM, Condition Based Maintenance)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CBM은 각종 센서와 사물 인터넷(IoT)을 통해 수집되는 △주요 장치 센서 데이터 △운행 정보 △고장 이력 등의 빅 데이터를 활용해 AI 기반 상태 진단 모델이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고 장치 상태에 기반한 최적의 정비 시점을 도출하는 지능형 유지·보수 솔루션이다. 또 AI 기반 관제 시스템과 자율 주행 기술, AI 지능형 CCTV 자체 개발도 진행 중이다. 에코플랜트부문에서는 항만 물류 자동화의 핵심 설비인 항만 무인 이송 차량(AGV, Automated Guided Vehicle) 등 AI를 접목한 스마트 물류 R&D와 상용화를 확대하고 로봇·수소 사업 역량을 강화한다. 전사적인 로봇·수소 기술 리더십 확보를 추진하기 위해 로봇 & 수소 사업실을 신설하고 해당 조직 내 로봇 영업팀·로봇 연구팀을 신설하고 신성장 추친팀·수소 에너지 PM팀을 각각 R&H(Robot & Hydrogen) 사업 기획팀·R&H PM팀으로 변경해 미래 산업계 변화에 선제 대응한다. 또 유무인 복합 체계 센터·로보틱스팀을 각각 AX(AI Transformation) 추진 센터·AI 로봇팀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항공우주개발센터 내 항공우주 시스템팀을 신설했다. AI·항공우주 사업을 앞세워 방산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글로벌 대외 변동성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기능 단위로 나뉘어 있던 조직들은 사업 중심으로 재편해 의사결정 체계를 단순화했다. 기존 37실 15센터 186개팀에서 35실 14센터 176개팀으로 조직을 슬림화해 업무 중복을 최소화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동시에 조직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 이번 조직개편 적용 시기는 이달부터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생성형 AI를 넘어 피지컬 AI로 진화하는 기술 혁신은 산업의 경쟁 구조와 일하는 방식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빠르고 유연한 운영 체계를 확립해 실행력 기반의 체질 개선과 핵심 사업 고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수주잔고 130조원 ‘장전’…K-방산 빅4, 올해 ‘영업익 6조원’ 쏜다

국내 방위산업을 이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소위 '빅 4'가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를 기회로 삼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중동 정세 불안으로 촉발된 글로벌 안보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올해 이들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사상 최초로 6조 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11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엔가이드의 컨센서스를 종합한 결과 2026년 K-방산 빅4의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6조651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1조2382억원, 2024년 2조6529억원, 5조 원대 초중반대로 예상되는 2025년에 이은 폭발적인 성장세다. 때문에 외형 확장을 넘어선 수익성의 '퀀텀 점프'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실적 급증의 핵심은 내수 중심에서 고마진의 수출 중심으로 재편된 매출 구조에 있다. 방위사업법에 따라 국내 통상 내수 물량은 영업이익률이 9%에 그치는데, 실제 정부 주도의 경직된 원가 산정 방식·제한적인 내수 시장 규모, 비합리적인 규제·비용 전가 등으로 실제로는 이보다 낮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수출 물량에 대해선 방산 기업들이 시장 상황에 맞게 자율적인 가격 결정을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높은 영업이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수출 마진은 내수 대비 최대 4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체별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방산 부문 수출 비중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폴란드에 인도되는 K-9 자주포와 다연장 로켓 K-239 천무가 실적을 견인하며 올해 약 4조3745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로템 역시 '수출 잭팟'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체결된 폴란드 K-2 전차 2차 이행계약 물량과 페루 수출 물량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됨에 따라 디펜스 부문의 수출 비중이 2026년 59.4%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LIG넥스원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지난해 이라크와 체결한 3조7135억원 규모의 천궁-II 계약으로 '중동 3국 수출 벨트'를 완성했다. 이에 따라 전체 수주 잔고 중 수출 비중이 60%를 상회하며 올해 수출 매출 비중 또한 24% 수준으로 확대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또한 FA-50의 꾸준한 수출과 더불어 KF-21 양산 착수, 미 해군 훈련기(UJTS) 사업 도전 등으로 외형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확보한 미래 일감도 든든하다. 현재 빅4의 합산 수주 잔고는 지난해 약 130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각 기업이 공장을 풀 가동해도 향후 4년 이상 쉴 새 없이 돌아가야 소화할 수 있는 막대한 물량이다. 특히 이 수주 잔고는 과거와 달리 물가 상승분을 납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조항(Escalation Clause)이 포함되거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대규모 패키지 계약이 주를 이뤄 질적으로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회사별 확정 수주 잔고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1조4106억 원 △현대로템 29조6088억 원 △KAI 26조2673억 원 △LIG넥스원 23조4300억 원 등 총 110조7167억 원 어치로 확인된다. 늘어나는 주문량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생산 능력(CAPEX) 확대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LIG넥스원은 2029년까지 구미 하우스 증설에 3740억 원을 투입해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창원 3사업장 증설을 통해 생산 병목 현상을 해소하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 속에 과제도 남아있다. 유럽 연합(EU)이 역내 관련 업계 보호를 위해 추진 중인 '유럽 방위산업 전략(EDIS)'이 구체화되면서 비 EU 국가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2030년까지 국방 조달 예산의 50%를 역내에서 지출하고, 회원국 간 방산 거래 비중을 35%로 확대하도록 목표를 설정했다. 또한 'SAFE(Security of Supply)' 규정 등을 통해 공급망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있어, 향후 K-방산의 유럽 수출에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현지화'를 해법으로 내세우고 있다. 단순 완제품 수출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생산 기술을 이전하는 방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은 폴란드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고 루마니아 등 인접 국가 기업과 기술 제휴를 맺는 등 유럽 공급망 안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 장갑차 사업 입찰에서 현지화율 80%를 제안하며 독일 라인 메탈 등 경쟁사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현대로템 역시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와 협력해 K-2PL 전차의 현지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유럽 진출을 고려하는 우리 방산 기업들은 방위 제품별로 '핵심 부품 생산·설계→완제품 생산→정비·수리'로 이어지는 산업 네트워크 조성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제주우주센터 첫 방문…“우주 도전, 우리의 사명”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새해 첫 현장 경영 행보로 그룹의 우주 사업 전초 기지인 제주우주센터를 찾았다. 김 회장은 “어려워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을 가는 것이 한화의 사명"이라며 민간 주도 우주 산업(뉴 스페이스) 선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8일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제주 서귀포시 하원동에 위치한 '한화시스템 제주우주센터'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한화그룹 우주 사업을 총괄하는 김동관 부회장도 동행해 주요 시설을 점검했다. 김 회장이 제주우주센터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회장은 방진복을 착용하고 위성 조립·시험 시설인 클린룸을 직접 둘러봤다. 그는 방명록에 “어려워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을 가는 것, 그것이 한화의 사명"이라며 “제주우주센터와 함께 대한민국을 지키는 대표 기업으로 우뚝 서자"는 메시지를 남겼다. 임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 회장은 “우리의 힘으로 인공 위성을 쏘아 올리는 꿈이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으로 현실이 됐다"고 격려하며 “여러분이 흘리는 땀방울이 대한민국을 세계 5대 우주 강국으로 이끄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준공된 한화시스템 제주우주센터는 연면적 1만1400㎡(약 3450평) 규모를 갖춘 국내 최대 민간 위성 생산 시설이다. 이곳에서는 월 8기, 연간 최대 100기의 위성을 생산할 수 있으며 올해부터 지구 관측용 합성 개구 레이다(SAR) 위성 등의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LIG넥스원 신익현 “‘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로의 사명 변경, 창립 50주년 새 출발”

LIG넥스원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사명을 '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로 변경하고 글로벌 방산·우주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LIG넥스원은 5일 판교 하우스에서 열린 2026년 시무식에서 이 같은 변화와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신익현 대표이사는 “올해는 창립 50주년이자 다가올 100년을 준비하는 원년"이라며 사명 변경의 배경을 설명했다. 새로운 사명인 'LIG D&A'는 회사의 정체성인 방위산업(Defense)과 미래 성장 동력인 우주항공(Aerospace) 분야를 직관적으로 담고 있다. 여기에는 사업 영역을 우주와 미래로 확장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사명 변경 안건은 향후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날 신 대표는 올해 3대 경영 방침으로 △글로벌 기반 구축 △연구·개발(R&D) 속도 혁신 △소통 문화 정착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해 유도 무기·항공 무장·우주 분야 등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진정한 글로벌 방산 리더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시무식에서는 '천리안 5호' 위성 수주를 이끈 유경덕 정지궤도위성개발단장이 '올해의 넥스원인상'을 수상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2026 신년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미 조선 협력 ‘MASGA’ 주도…핵잠 포함 미 함정 사업 본격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026년 새해를 맞아 한미 양국의 조선업 협력을 상징하는 'MASGA(Make American Ship Great Again)' 비전을 강조하며 미국 필리조선소를 거점으로 군함 및 핵추진잠수함 건조 등 미국 함정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4일 김승연 회장은 지난 2일 발표한 2026년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한화는 MASGA로 상징되는 한미 양국의 산업 협력을 주도한 기업으로 평가받으며 방산·조선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를 향해 질주하는 국가대표 기업이 됐다"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김 회장은 현재 한화의 위상에 대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창업 정신을 실천해 '산업과 사회의 필수 동력 기업'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안주하지 않는 혁신의 자세를 주문했다. 그는 “방산·우주항공·해양·에너지·소재·금융 등 한화그룹의 사업 영역이 전 세계에 걸쳐 있지만 지역 블록화와 생산비 격차 심화·저성장 등 시장의 허들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인공 지능(AI)·방산 등 핵심 사업 분야에서 미래를 좌우할 원천 기술을 보유해야만 50년, 100년 영속적으로 앞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신년사에서 가장 주목된 부분은 대미(對美) 사업 전략이다. 김 회장은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한다는 자부심으로 글로벌 시장의 신뢰받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며 “단순한 이해 관계를 넘어 상대 국가·기업과 미래를 함께 할 동반자가 돼야 잠수함 수주 경쟁 등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MASGA는 미국 필리 조선소를 중심으로 온전히 한화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실행하라"고 지시하며 “한미 관계의 린치핀(핵심 축)으로서 군함·핵추진 잠수함 건조 등을 통해 양국 조선업 협력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한화가 미국 내 조선소를 기반으로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를 넘어 건조 분야까지 진출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각 사업 부문별 구체적인 혁신 과제도 제시했다. 에너지와 소재 부문에 대해서는 “급변하는 정책·환경 변화와 석유화학 구조 개편에 적극 대응해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며 단단한 도전 정신을 주문했다. 금융 부문에는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디지털 자산과 AI의 접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으며, 서비스·기계 부문에는 AI·로봇·자동화 사업의 시너지를 통한 효율적 성장 모델 구축을 당부했다. 김 회장은 그룹의 핵심 철학인 '함께 멀리' 정신과 '안전 경영'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한화오션 협력사 근로자들의 성과급을 직영 근로자들과 같은 비율로 맞추기로 한 것은 '함께 멀리'의 실천"이라며 “협력사와 지역 사회는 한화의 식구이자 사업 터전이므로 멀리 잘 가기 위해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과가 생명을 대신할 수 없다"며 모든 현장에서 안전 체계를 재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안전 기준을 정착시킬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김승연 회장은 끝으로 “지난해 누리호 4차 발사를 통해 민간 우주 시대를 열고 글로벌 방산 키 플레이어로 도약한 것은 모두 임직원의 헌신 덕분"이라며 “꿈꾸던 미래를 현재로 만든 저력으로 더욱 영광스러운 한화를 만들어 가자"고 독려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폴란드에 5.6조 ‘천무’ 유도탄 공급…특사 외교의 결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와 5조6000억원 규모의 다연장 유도무기 '천무' 유도미사일 공급 계약을 확정 지었다. 지난 2022년 첫 계약 이후 3년간 이어진 차질 없는 납품으로 쌓은 신뢰와 대통령 특사 파견 등 정부의 전방위적 외교 지원이 맞물려 이뤄낸 성과다. 2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바르샤바 군사 박물관에서 폴란드 군비청과 사거리 80km급 천무 유도 미사일(CGR-080)을 공급하는 '3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사업비는 5조6000억원(부가가치세 포함) 규모다. 이번 계약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10월 폴란드 방산기업 WB 일렉트로닉스와 공동 출자해 설립한 합작 법인(JV) '한화-WB 어드밴스드 시스템(HWB)'을 통해 체결됐다. 향후 폴란드 현지에 구축될 HWB 전용 생산 공장에서 유도 미사일을 생산해 폴란드군에 인도하는 방식이다. 이는 최근 유럽연합(EU)이 역내 무기 우선 구매를 장려하며 방산 블록화를 강화하는 흐름에 현지 생산 체계 구축으로 선제 대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대규모 수주는 정부의 적극적인 '방산 외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강훈식 비서실장을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폴란드에 파견했다. 당시 강 실장은 코시니악 카미슈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만나 현지 생산 계약이 연내에 성사될 수 있도록 강력히 요청하며 양국 협력의 불씨를 당겼다. 강 실장은 지난 11월에도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 방산 특사로 파견돼 150억 달러 이상의 수출 토대를 마련하는 등 '세일즈 외교'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3차 실행 계약은 지난 3년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와 쌓아온 깊은 신뢰 관계의 연장선에 있다. 양국의 인연은 2022년 7월 폴란드 군비청과 K-9 자주포 672문·천무 288대 수출을 위한 기본계약을 체결하며 시작됐다. 이후 같은 해 8월과 11월에 각각 K-9 자주포(약 3조원)와 천무(약 5조원)의 1차 실행계약을 연달아 체결하며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3년 8월 폴란드 현지 법인을 설립해 현지화 전략을 가속화했고, 그해 12월 K-9 2차 실행 계약(약 3조원), 올해 4월 천무 2차 실행 계약(약 2조원)을 잇달아 성사시켰다. 특히 3차 계약이 체결된 이달, 2022년 맺었던 K-9 자주포 1차 계약 물량 212문의 폴란드 인도를 모두 완료했다. 계약 3년여 만에 약속된 물량을 전량 인도하며 입증한 실행력이 이번 5조원대 추가 계약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이날 열린 계약 체결식에는 한국 측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김현종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용철 방위사업청장과 폴란드 측 코시니악 카미슈 부총리 등 양국 주요 관계자가 참석했다. 계약서 서명은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아르투르 쿱텔 군비청장·피오트르 보이첵 WB그룹 회장이 진행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국가적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노력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현지 합작 법인을 통한 선제적 대응과 정부의 외교적 지원이 합쳐져 시너지를 낸 만큼, K-방산이 대한민국 안보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2차 계약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이번 대규모 유도탄 공급 계약까지 따냄에 따라 향후 K-9 자주포의 추가 실행계약 등 후속 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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