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소영 병무청장 “男 면제 연령 ‘43세 상향’ 포함 전방위 징집률↑…여성 징병, 검토 안 해”

병무청이 초저출산에 따른 상비 병력 감소에 대응해 남성 병역 자원 확보를 위한 징집 기준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해외 장기 체류를 이용한 병역 면제 연령을 43세로 상향하고 귀화자·탈북민 남성 징집을 추진하는 등 징집 대상을 전방위로 확대한다. 그러나 병력 확보의 근본적 대안으로 거론되는 여성 징병제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9일 홍소영 병무청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병역제도 전반의 개편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주요 조치는 고의적 해외 장기 체류를 통한 병역 면탈 차단이다. 현행법상 유학이나 영주권 취득 명목으로 출국해 만 38세까지 귀국하지 않으면 전시근로역으로 편입돼 사실상 병역이 면제됐고 매년 5000명 이상이 이를 이용했다. 병무청은 입영 의무 면제 연령을 38세에서 43세로 상향하는 병역법 개정안의 연내 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45세까지 비자 발급·취업이 제한돼 병역 기피자의 국내 경제 활동 복귀가 원천 차단된다. 남성 징집 대상은 국적 취득자·탈북민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병역을 사실상 면제받았던 연간 1000여 명 규모의 귀화자와 북한 이탈 주민 남성에 대한 정책도 검토 중이다. 또한 정신 건강 질환자의 4급(보충역) 판정 기준을 기존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치료 기록'으로 강화해 현역(3급) 판정 비율을 높일 방침이다. 기존 보충역(대체 복무) 제도 역시 대폭 축소된다. 예술·체육 요원 특례는 편입 인정 48개 대회 중 7개를 폐지하고 3개를 축소해 연간 편입 인원을 최대 33% 감축한다. 특정 대회 입상자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과거 불거진 요원들의 특기 봉사활동 실적 조작 문제 등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반면 36개월의 장기 복무 부담으로 인해 올해 신규 편입 인원이 98명으로 급감한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복무 기간 단축에 대해서는 단기적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홍 청장은 복무 기간 단축 검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공익 법무관·수의 장교 등 타 보충역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병무청이 남성 병력 확보를 위해 징집 기준을 전방위로 조이는 반면 여성 징병제 도입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홍 청장은 여성 징병제 논의와 관련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군 복무 여건 개선 등을 고려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현재 정책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1명만 살아남아도 이긴다”…차세대 전차 ‘K-3’의 비밀

한국 지상군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유·무인 복합(MUM-T, Manned-Unmanned Teaming) 전차(가칭 K-3)'의 구체적인 운용 개념과 첨단 시스템 설계 방식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전투 중 승무원이 단 1명만 살아남아도 기동·교전이 가능하고 빗나간 포탄의 폭발 지점을 인공 지능(AI)이 역추적해 스스로 영점을 다시 잡는 등 파괴적인 타격 능력과 극한의 생존성을 갖추게 될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본지 취재 결과, 차세대 전차는 다수의 무인기(UAV, Unmanned Aerial Vehicle)와 무인 차량(UGV, Unmanned Ground Vehicle)을 지휘·통제하며 적진을 돌파하는 네트워크 중심전(NCW, Network-centric Warfare)의 '이동형 스마트 지휘소'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파악됐다. 차세대 전차 개발에는 K-2 흑표 전차의 성공을 이끌었던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체계 종합 업체 현대로템, 사격 통제 시스템(FCS, Fire Control System)을 전담한 한화시스템이 참여할 전망이다. 가장 직관적인 하드웨어적 진화는 체계 종합을 맡은 현대로템이 고안한 '유·무인 복합 전차 운용 스테이션' 기술에서 엿볼 수 있다. 전차장·포수·조종수의 탑승 공간과 조작 장비가 물리적으로 분리된 기존 전차는 전투 중 피격으로 한 명이라도 무력화되면 전차의 전체 전투력이 급감하는 약점이 있다. 하지만 현대로템은 차체 전방 장갑 캡슐 내에 3명의 승무원이 나란히 앉아 완전히 동일한 디스플레이와 '메인 조종간', '보조 조종간'을 공유하는 공용화 조종실을 설계했다. 승무원들은 탑승 후 패스워드 로그인을 통해 전차장·포수·조종수 등 자신의 역할을 소프트웨어로 할당받는다. 조작 혼선을 막기 위해 주행용 가감속 페달은 조종수 권한을 획득한 자리에서만 작동하도록 제어된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비상 상황에 대비한 '제어권 강제 탈취' 기능이다. 교전 중 피격 등으로 타 승무원이 부상을 당해 정상 운용이 불가해지면 살아남은 승무원이 화면을 통해 즉각 통제 권한을 회수해 넘겨받을 수 있다. 메인 조종간이 파손되더라도 조이 스틱 형태의 보조 조종간으로 주행과 사격을 모두 수행할 수 있어 최악의 경우 단 1명의 승무원만으로도 전투를 속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인구 감소에 따른 완전 무인화 시대로 넘어가기 전, 사상자가 발생하는 비상 상황에서도 최소 인원으로 전차를 운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과도기적 핵심 기술"이라며 “현재 2040년대 전력화를 목표로 운용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캡슐형 승무원실·무인 포탑 등 다수의 체계 개념 연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K-2 전차의 사격 통제 시스템을 개발했던 한화시스템은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지능형 타격 체계 특허 3건을 연달아 등록하며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실제 해당 특허 문헌들에는 공통적으로 기술 적용 대상을 'UAV·무인 수상정(USV, Unmanned Surface Vessel)·UGV와 같은 무인 체계와 '전차', 자주포와 같은 유인 체계를 복합적으로 운용 시'라고 명시하고 있어 차세대 전차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기술임이 확인된다. 가장 돋보이는 기술은 기계가 스스로 영점을 잡는 '화기 조준 자동 보정 장치'다. 초탄이 빗나갈 경우, 영상 장비가 포탄이 폭발한 '피탄 위치'의 흙먼지나 물보라를 즉각 탐지한다. 이후 컴퓨터가 원래 조준점과 실제 피탄 위치의 방위각·고각 등 조향각 오차를 화기 몸통 고정 좌표계 기준으로 순식간에 역산해 다음 사격 시 화기의 각도를 자동으로 수정하는 사격 기술이다. 단일 센서의 오차를 극복하기 위해 하늘과 지상의 3대 이상 유·무인기가 측정한 거리 데이터를 종합하는 '표적 위치 산출 시스템'도 적용된다. 획득한 위도·경도·고도 데이터를 지구 중심 직교 좌표계(ECEF, Earth-Centered·Earth-Fixed)로 변환한 뒤 수학적 알고리즘인 '가중 최소 자승법(WLS, Weighted Least Squares)'을 적용한다. 센서 신뢰도에 따라 가중치를 다르게 부여해 오차를 상쇄시킴으로써 적의 3차원 절대 좌표를 정밀하게 도출해낸다. 여기에 무인기 등이 적을 식별하면 적의 종류와 지형을 분석해 최적의 타격 자원을 1순위로 자동 할당하는 '협업 임무 자동화 시스템' 기술도 포함됐다. 실제 해당 특허 속 '적 무기체계별 자원 할당 방법' 표에는 무인기·무인 차량과 함께 '전차'가 핵심 타격 자원으로 명시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적 전차나 건물이면 자주포나 유인 전차를, 이동하는 병력이면 무인기나 무인 차량을 배정하고 무인 자원의 생존성까지 고려해 이격 거리를 100m~1000m 단위로 설정한다. 이러한 첨단 하드웨어와 타격 체계의 뼈대에는 국과연의 사전 설계와 전술 알고리즘이 자리 잡고 있다. 국과연은 '미래 지상 전투 차량 개념 설계·성능 분석을 위한 시스템'을 통해 전차 개발 초기부터 기동·화력·피탐지성·전력 소모량 등을 가상 공간(M&S, Modeling and Simulation)에서 수식 기반으로 사전 설계·검증했다. 실물 제작 전 3D 형상으로 모의 검증을 거쳐 실제 장비가 없는 미래 무기체계의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예산 낭비와 개발 지연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실전 교전을 위한 수학적 모델도 적극 도입됐다. 국과연의 '협동 교전 모의 장치' 기술에 따르면, 전장에서 획득한 수많은 표적을 효율적으로 타격하기 위해 'K-평균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또 통신망 생존을 위한 자율 치유 능력도 특허에 반영됐다. 산악 지형 등으로 전파 경로 손실이 발생하면 전차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통신 중계 드론'을 날려 보내고, 드론이 끊어진 유·무인 네트워크를 즉시 복원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보잉-노스롭 그루먼, ‘유·무인 복합체계’ 시연 성공…미래 항공전 판도 바꾼다

미국 방산업체 보잉과 노스롭 그루먼이 미 해군의 유인 해상 초계기와 무인기 간의 유·무인 복합체계 시뮬레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특정 기종에 얽매이지 않는 범용 통신 표준을 적용해 조종사의 개입을 최소화한 무인기의 완전 자율 임무 수행을 실증해 낸 것이다. 무기 체계 획득 시 하드웨어와 자율성 소프트웨어를 분리하는 미 국방부의 개방형 체계(MOSA) 정책이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글로벌 방산 강국들의 차세대 제공권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 항공 방위산업을 대표하는 보잉과 노스롭 그루먼 2개사는 미 해군의 주력 해상 초계기 P-8A 포세이돈(유인기)과 고고도 정찰용 무인기 MQ-4C 트라이톤 간의 '유·무인 복합 체계(MUM-T, Manned-Unmanned Teaming)' 협업 시뮬레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시연은 제조사와 설계 목적이 전혀 다른 이기종 플랫폼이 개방형 통신 표준을 통해 완벽한 자율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으로 단일 유인 전투기나 독립적인 무인 정찰기에 의존하던 과거의 전술적 한계를 벗어나 글로벌 항공 방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범용 통신 표준 적용…조종사 개입 최소화된 '완전 자율 임무' 실증 이번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P-8A 조종사는 조이스틱 등으로 무인기를 직접 원격 통제하는 대신, 조종석 시스템을 통해 '범용 지휘 통제 인터페이스(UCI, Universal Command and Control Interface)' 형식의 디지털 메시지를 트라이톤 무인기에 전송했다. 조종사의 육성 지시나 아날로그식 조작이 아닌 기계가 즉각적으로 인식해 독자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디지털 포맷이 활용된 것이 핵심이다. 특정 해상 구역으로 이동해 정찰하라는 명령을 수신한 트라이톤은 인간의 추가적인 조종 개입이나 세부 경로 설정 없이 탑재된 인공지능(AI)을 통해 스스로 비행 경로를 계획하고 이동했다. 이후 하달된 임무에 맞춰 자체적으로 센서를 운용해 정보를 수집했고 온보드 엣지 컴퓨팅 시스템을 통해 방대한 원시 데이터를 1차 처리한 뒤 의사 결정에 필요한 핵심 결과물만을 P-8A로 재전송하는 '완전한 자율 임무 주기'를 선보였다. 특히 실제 작전 시 발생할 수 있는 가시선(LOS, Line of Sight) 밖의 초수평선(BVLOS, Beyond Visual Line of Sight)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데이터 전송 경로에는 위성 중계 통신망이 필수적으로 포함됐다. 이는 전 세계 어느 해역이나 지형적 장애물이 존재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단절 없는 정보 공유와 협력이 가능함을 확인한 것이다. 과거 1세대 유·무인 복합체계는 특정 유인기와 무인기를 연결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맞춤형 인터페이스를 일일이 개발해야 했다. 이는 새로운 무기를 도입할 때마다 시스템 전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벤더 종속' 문제를 야기했다. 보잉과 노스롭 그루먼은 이러한 기술적·경제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 공군·국방부 주도로 개발된 비독점적 아키텍처인 '오픈 미션 시스템(OMS)'과 UCI를 통신 및 임무 관리 계층의 범용 표준으로 채택함으로써 상호 운용성을 극대화했다. 토리 피터슨 보잉 P-8 프로그램 부사장은 “이번 협업 시연은 미국과 동맹국에 실질적인 작전 역량과 상호운용성을 제공할 것"이라며 “글로벌 P-8A 운용자들이 저위험·점진적 성능 개선을 통해 임무 범위를 지속 확장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제인 비숍 노스롭 그루먼 글로벌 감시 부문 총괄 부사장 역시 “첨단 기술의 경계를 넓히려는 양사의 노력은 미국과 동맹국 운용자들이 변화하는 해상 위협에 맞서 독보적인 우위를 유지하도록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 국방부 주도 MOSA 궤도에…기체·소프트웨어 분리 획득 속도 이번 실증 성과는 미국 국방부가 전사적으로 추진 중인 '모듈식 개방형 시스템 접근법(MOSA)'의 획기적인 진전을 의미한다. 미 국방부는 급변하는 기술 발전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무기 체계 획득 시 하드웨어(기체) 생산과 임무 자율성(소프트웨어) 구매를 완전히 분리하는 이른바 '디커플링' 획득 전략을 법제화해 도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구형 기체든 신형 기체든 스마트폰 앱을 업데이트하듯 최첨단 AI 알고리즘을 제약 없이 이식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미 공군은 2030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는 차세대 무인 '협동 전투기(CCA)' 프로그램에 이 전략을 전면 적용했다. 무인기 하드웨어 양산은 제너럴 아토믹스와 안두릴(Anduril)이 주도하며 대규모 생산 라인을 가동 중이다. 반면, 무인기의 두뇌 역할을 할 자율성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안두릴·실드 AI·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 세 곳이 2027년 최종 공급자 선정을 앞두고 알고리즘 고도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 해군 또한 F/A-18 등 유인 전투기와 협력해 정찰 정보를 중계하고 자율 공중 급유를 수행할 세계 최초의 항모 기반 무인기 'MQ-25 스팅레이'의 작전 배치를 서두르고 있다. ◇ 유럽·중국·한국 등 차세대 패권 경쟁 가열…2034년 21조원대 시장 규모 단일 플랫폼 중심에서 다수의 자율 무인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조종사의 생존성과 타격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현대전의 교리가 대전환하면서 글로벌 방산 강국들의 제공권 주도권 다툼도 치열해지고 있다. 유럽은 에어버스를 중심으로 대형 수송기나 유로파이터 전투기에서 투하해 적진을 교란하고 타격하는 '리모트 캐리어(Remote Carrier)' 실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드론 양산 능력을 바탕으로 세계 유일의 복좌형 스텔스 전투기 J-20S를 전용 공중 지휘소로 삼아 다수의 윙맨 무인기(FH-97A) 군집을 통제하며 다축 동시 포화 공격을 가하는 전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한국 역시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주축으로 국산 소형 무장 헬리콥터(LAH, Light Armed Helicopter)에 통 발사형 무인기를 탑재해 시험을 준비 중이고 중장기적으로 KF-21 보라매 전투기와 연동될 스텔스 무인 편대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거대한 MUM-T 시스템이 실험실을 벗어나 실전에 전면 배치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고 지적한다. 전투 상황에서 단일 유인기 조종사가 여러 대의 무인기를 동시에 통제할 경우 인지 능력이 임계점을 초과할 수 있어 무인기에 탑재된 '인지 에이전트'가 세부 비행을 스스로 판단하는 고도의 인공지능 자율화가 시급하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되듯 위성 위치 확인시스템(GPS) 교란·전자전 환경에서 통신이 두절되더라도 무인기가 자체 엣지 컴퓨팅을 통해 자율 비행으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복원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다영역 네트워크 작전 중심으로 방산 패러다임이 선회하면서 관련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도 예고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분석에 따르면, 연구 개발 단계를 넘어 대규모 양산 체제로 진입 중인 글로벌 군용 MUM-T 시장은 2026년 56억6000만 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대대적인 국방비 투입에 힘입어 연평균 13.7% 이상의 고도 성장을 거듭하며 오는 2034년에는 159억2000만 달러(21조 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으로 팽창할 전망이다. 무인 항공 교통 관리(UTM, Unmanned Aircraft System Traffic Management) 시스템·차세대 항공 엔진 등 파생 생태계까지 고려하면 향후 우주항공 산업 전체의 판도를 바꿀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방산, MRO 경쟁 본격화…후속 군수 지원 시장 키운다

국내 방산업계가 완제품 판매를 넘어 정비를 비롯한 각종 후속 지원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출국들이 무기 도입 이후 정비와 부품 공급, 성능 개량까지 포함한 장기 운용체계를 요구하면서 후속 지원 역량이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은 후속 군수 지원 계약을 잇따라 확보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2월 필리핀 국방부와 1014억원 규모의 FA-50PH 성과기반군수지원(PBL, Performance Based Logistics)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2024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의 2.8% 규모다. 앞서 1년간의 시범 사업 뒤 본계약에 성공한 이번 사업을 기반으로 KAI는 태국 등 다른 FA-50 운용국으로도 PBL 사업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후속 지원 사업은 정비를 넘어 성능 개량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 KAI는 지난 3월 TA-50·FA-50·KA-1 항공기의 공지 통신 무전기를 교체하는 1632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해 운용 중인 기체의 통신 체계를 최신 규격으로 교체했다. 계약 규모는 지난해 연결 매출의 4.5%에 달했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도 지난해 방위사업청과 832억원 규모의 대포병 탐지 레이더-II PBL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의 2.54% 수준이다. 계약 기간은 2030년까지다. 장비 검사·정비·수리 부속 공급 등을 통한 운용 상태 유지가 주 목적이다. MRO는 유지(Maintenance)·보수(Repair)·창정비(Overhaul)를 아우르는 군수 지원 사업을 뜻한다. 무기체계의 정기 점검·수리·부품 공급·성능 개량 등을 포함한다. 최근에는 정비와 함께 장비 운용 전반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사업 범위가 넓어지면서 PBL과 통합제품지원(IPS, Integrated Product Support) 등 다양한 후속 지원 방식도 확장되는 추세다. 실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그랜드뷰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우주·방산 MRO 시장은 2024년 1354억달러에서 2025년 1427억달러로 확대됐고, 2033년에는 2232억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2025년부터 2033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은 5.8%로 예상된다. 이처럼 후속 지원 시장이 확대되면서 업체별 주력 무기체계에 맞춘 전략도 한층 구체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운용국 증가에 맞춰 국가 간 운용·정비 경험을 공유하는 'K-9 유저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운용국이 늘어날수록 동일 기종에 대한 정비 경험과 부품 운용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계열사인 한화시스템은 사물 인터넷(IoT) 기반 MRO 플랫폼 'TOMMS'를 활용한 디지털 정비 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올해 4월에는 육군본부와 K-MRO 수출 확대를 위한 협력에도 나서며 군 운용 경험을 해외 후속 지원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 4월 폴란드 국영 방산 그룹 PGZ 산하 부마르와 K-2PL 전차, 구난 전차의 현지 생산·정비 협력 계약을 체결한 후 폴란드 중심 현지 정비 기반 구축에 나섰다. 현대로템이 수행하는 폴란드군 K-2 전차 정비 사업에 부마르 인력이 직접 참여해 기술과 운용 경험을 축적하고, 장기적으로는 현지에서 생산과 정비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LIG D&A는 레이더와 유도 무기를 중심으로 IPS 사업을 확대 중이다. 장비 검사와 정비 외에도 △단종 부품 관리 △성능 개량 △교육·훈련까지 묶어 무기체계의 운용 전 주기를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외 운용국의 정비와 부품 지원 요청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후속 지원은 전력 향상을 도모하고 운영 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 그 중요성이 앞으로도 더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수인 인턴기자

[단독] 베일 벗은 ‘K-9A3 자주포’…국과연-한화에어로, ‘유·무인 복합 포병’ 시대 연다

K-9 자주포의 최종 진화형 모델인 'K-9A3'의 완전 무인화 유·무인 복합 체계(MUM-T) 운용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의 실체가 밝혀졌다. 인공 지능(AI)과 고도화된 수리 모델을 기반으로 전장을 지배하는 '스마트 포병' 시대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윤곽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3일 본지 취재 결과 차세대 자주포 관련 각 기관과 기업들은 역할 분담을 통해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양면에서 무인화 아키텍처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방위사업청은 '자주포 개량 계획'을 통해 “인공지능 기반 사격 통제와 무인 운용이 가능한 자주포를 개발하겠다"고 로드맵을 밝힌 바 있다. 방사청은 K-9 자주포 2차 성능 개량을 통해 승무원을 현재 5명에서 3명으로 감축하고, 3차 성능 개량을 통해 궁극적으로 무인 운용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발간한 국방기술기획서에 따르면 K-9 자주포의 3번째 성능 개량은 '기동 전투 체계의 원격 무인화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이미 운용 중인 다양한 기동 전투 체계가 일반적인 전투 상황에서는 유인으로 임무를 수행하다가 위험 임무를 수행해야 하거나 소규모 병력으로 대규모 화력 운용 등 전장 상황에 따라 무인 운용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AI를 기반으로 한 유·무인 전투체계(MUM-T)가 협업을 통해 장비를 복합 운용해 전투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 국과연, 유·무인 복합 제어 '두뇌'·통신망 자율 복원 기술 담당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자주포의 섀시(Chassis) 단위 제어부터 전술적 운용까지 포괄하는 거시적인 통제 시스템과 이를 가상 환경에서 검증하는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국과연의 '유무인 복합 운용 자주포 시스템' 기술의 핵심은 40톤이 넘는 거대 무기체계의 완벽한 상태 전환 로직이다. 이 시스템 하에서 자주포는 평시 기동이나 정비 시 승무원이 조종하는 '유인 운용 모드'로 작동하지만 화생방 오염이나 적의 대포병 사격이 예상되는 고위험 구역 진입 시에는 후방 지휘 차량에서 제어하는 '원격 운용 모드'나 입력된 알고리즘에 따라 스스로 기동하는 '자율 운용 모드'로 즉각 전환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종속 운용 모드(Tethering)'다. 이는 1대의 지휘 통제 차량이나 유인 자주포의 기동 궤적과 사격 제원에 2~3대의 무인 K-9A3가 보이지 않는 전자적 사슬로 묶인 것처럼 동기화돼 추종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소수의 병력으로도 화력을 집중 투사하는 군집 운용이 가능해진다. 무인 주행 중 포신이 요동쳐 유압 장치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동 중에는 포신을 자동 잠금하고 방열 직전 해제하는 미세한 기계적 제어 로직까지 갖추게 된다. 전자전(EW) 상황에 대비한 '자율 통신 복원' 메커니즘도 확인됐다. 시스템은 전파 경로 손실(Path Loss) 공간 특성·장애물 회절·수풀 감쇠 등 반영 등 각종 방정식을 실시간 연산한다. 통제 명령이 도달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임계점에 이르면 무인 자주포는 스스로 후진해 과거 통신이 원활했던 안전 지대로 자율 복귀하는 페일-세이프(Fail-safe) 로직을 가동한다. 동시에 후방 지휘소는 하늘로 '통신 중계 드론'을 자동 발진시켜 최적의 고도에서 2홉(2-hop) 중계망을 형성해 끊어진 연결을 강제로 이어붙인다. 국과연은 이와 같은 복잡한 체계를 실물 제작 전 가상 공간에서 완벽히 검증하기 위해 '미래지상전투차량 개념설계 및 성능분석 시스템' 기술도 확보했다. 다물체 동역학·열역학 등이 반영된 '모델 기반 설계'와 3D 하중을 계산하는 '형상 기반 설계'를 융합해 진흙길 돌파력·포탑 회전 가속도·발사 반동 충격, 적외선 피탐지성까지 시뮬레이션함으로써 대규모 개발 비용과 시간을 절감했다.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는 “본 발명을 통해 전술적 상황 변화에 따라 유인 운용과 무인 운용을 유연하게 전환하는 체계를 확보했다"며 “운용자가 자주포에 직접 탑승하지 않아도 원격 주행·사격을 수행해 생존성을 현저히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소수 인력만으로도 복수의 자주포를 다중 통합 제어할 수 있어 전장의 전략적 활용성이 극대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 한화에어로, 분광 카메라 활용 '잔사' 자동 진단·폭발 방지 K-9 자주포의 체계 종합 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승무원 없이 초고속 연속 사격을 수행해야 하는 K-9A3의 기계적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결정적인 하드웨어(HW) 기술을 고안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근 확보한 '자주포 장치 및 사격 동작 제어 방법' 기술은 포신 내부(포강)에 타다 남은 화약 찌꺼기인 '잔사'를 감지하는 '다분광/초분광 카메라(Multi/Hyper-Spectral Camera)' 시스템을 갖춘다. 무인 상태에서 뜨거운 잔사가 약실에 남아있을 때 후속 포탄의 장약이 삽입되면 약실이 닫히기도 전에 터져버리는 오발 폭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인간 탄약수가 육안으로 확인하거나 꼬질대로 청소해야 했지만 완전 무인화 체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탄 발사 직후 폐쇄기(개폐부)가 열리는 순간 장착된 분광 카메라가 포강 내부를 스캔한다. 차가운 금속 포신과 화약 성분인 잔사는 고유의 빛 파장(스펙트럼 대역)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했다. 프로세서는 분광 영상 데이터에서 잔사에 대응하는 픽셀만을 추출해 잔사의 면적을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계산한다. 면적이 임계치를 초과하면 시스템은 즉시 사격 중지 명령을 내린다. 이중 안전 장치도 적용된다. 면적이 기준치 이하여도 카메라가 적외선 파장 대역 신호를 통해 포신 내부의 '온도 정보'를 추가 획득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발화점 이상의 열원이 존재하는지 2차 크로스 체크를 수행하는 것이다. 인간 장전수의 눈과 직감을 기계적 센서로 대체한 이 기술은 무인 자주포가 스스로의 발사 안전성을 검증하는 혁신적 기법으로 평가받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이 기술을 통해선 포신 내부의 잔사 정보를 자동으로 획득하고 이 정보에 기초해 즉각적으로 사격 동작을 제어할 수 있는 자주포 장치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며 “잔사가 누적되거나 잔사의 열기로 인해 새로 장전된 포탄이 발화할 수 있는 물리적 사고 위험을 시스템 차원에서 원천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 한화시스템, AI 표적 획득·할당 및 화기 조준 자율 보정 물리적 플랫폼의 안정성이 확보된 후 이를 바탕으로 전장 데이터를 분석하고 적을 정밀 타격하는 전술 소프트웨어(SW)와 알고리즘은 한화시스템이 주도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유무인 복합 체계에서 협업 임무 자동화' 기술은 무인기(UAV)나 무인 수색 차량(UGV)이 적을 탐지하면 AI가 개입해 고도화된 룰 베이스 매트릭스를 가동한다. 적 보병이나 일반 차량은 100m까지 접근한 UGV에 할당하지만 두꺼운 장갑을 갖춘 적 전차가 나타나면 UGV는 1000m 밖으로 물러나고 100m 상공의 UAV나 후방의 K-9 자주포에 타격 우선권을 넘긴다. 이동하는 표적의 경우 곡사화기(자주포)의 명중률 저하를 시스템이 스스로 계산해 즉시 공격형 드론으로 교전권을 이관하는 유연성도 갖췄다. 다수의 적을 동시 타격하기 위한 알고리즘도 탑재됐다. 머신 러닝 기법인 K-평균 알고리즘(K-means clustering)을 응용해 흩어진 표적들을 한 집단으로 묶고 전체 표적의 분산이 최소값이 되는 기하학적 타격 중심점을 AI가 도출한다. 표적의 정확한 좌표 산출에는 '가중 최소 자승법(WLS, Weigted Least Square)' 기반 측위 기술이 도입됐다. 3대 이상의 정찰 자산이 동일 표적을 다각도로 교차 조준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때 기상 악화나 적의 재밍으로 특정 무인기의 센서 신뢰도가 떨어지면 시스템이 수학적으로 해당 데이터의 가중치를 즉각 낮춰버린다. 개별 자산의 고장에도 전체 시스템의 표적 획득 무결성을 유지하는 교차 검증 시스템이다. 포탄 발사 후의 오차도 시스템이 스스로 수정한다. '화기 조준 보정 장치' 기술은 초탄 발사 후 드론이 폭발 지점(피탄 위치)을 촬영하면 기존 조준했던 '표적 좌표'와의 물리적 거리·방위각·고각 오차를 밀리미터 단위로 측량한다. 시스템은 전방 드론 렌즈 기준의 좌표계를 후방 K-9 자주포 화기의 고정 좌표계로 변환하는 복잡한 매트릭스 연산을 거쳐 도출된 조향각 차이값을 자주포 포탑 구동 모터로 즉각 피드백한다. 관측병의 “우로 백, 줄이기 오십"과 같은 음성 보고 없이 기계 스스로 오차를 수정하는 '학습형 자율 타격(오토 제로잉)' 시스템이다. 한화시스템 측 개발 관계자는 “본 발명의 기술들을 적용하면 영상을 기반으로 최적의 자원을 자동 선별해 사용자의 입력을 최소화하고 신속 대응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며 “특히 일부 정찰 체계에 고장이 발생하더라도 표적 위치를 정확히 계산해 내고, 바람의 세기 등 기상 변동이나 불규칙한 표적 이동으로 인한 오차를 학습을 통해 정밀하게 보정함으로써 명중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방산 “폭염 뚫고 ‘납기 사수’…안전·생산 다 잡는다”

4일 낮 최고 기온이 37도에 이르는 등 전국적으로 펄펄 끓는 찜통 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 온도가 35도 안팎으로 오르며 무더위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오후부터 저녁 사이 충청권과 전라권, 경상 서부 내륙 등 일부 지역에 5~60㎜의 소나기가 내리겠지만 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역대급 폭염 속에서도 국가 안보와 직결된 납기를 지키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한국항공우주산업·LIG D&A 등 국내 4대 방산 업체들은 철저하고 촘촘한 폭염 대응책을 가동하고 있다. 각 사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납기가 생명…어떤 방법 써서라도 기일 맞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매년 정부 가이드라인과 현장 상황에 맞춰 개정되는 '온열 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폭염에 대응하고 있다. 이 가이드 라인은 특정 사업장별로 나뉘어 있지 않고, 전체 가이드라인을 통해 각 사업장이 개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통합 운영된다. 특히 올해 강화된 대책과 관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내부 규정상 상세히 밝히기는 어려우나 체감온도를 구체화하여 폭염 단계나 작업 조정 내용에 따라 세밀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납기' 문제에 있어서는 타협이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폭염으로 작업 시간이 줄어들더라도 “납기 준수는 최대한 맞추는 것이 원칙이며, 납기가 생명이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납기 기일은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실제 작업 중단 사례에 대해서는 “지난주 전 사업장이 하계 휴무였고, 오늘(4일)이 업무 복귀 첫날이라 향후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며 “일단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준수해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 현대로템 “원청·협력사 차별 없는 휴식…체감 온도 35도엔 옥외 작업 중지" 철도 차량과 전차를 생산하는 창원공장을 둔 현대로템은 체감온도 기준과 무더위 시간대별로 휴식 및 작업 시간을 엄격히 조정하고 있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의 '폭염주의보' 발령 시 매시간 10분씩 그늘 휴식 시간을 제공하며, 35도 이상의 '폭염경보'부터는 매시간 15분씩 휴식을 제공한다. 특히 가장 무더운 시간대(오후 2시~5시)에는 옥외 작업을 전면 중지하고, 업무 담당자를 별도로 지정해 근로자의 건강 상태를 집중 확인한다. 현장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시원한 생수와 얼음, 아이스크림 등 빙과류를 비롯해 쿨토시 같은 보냉장구를 매일 제공하며, '온열 질환 일일 점검표'를 통해 작업자 건강 상태를 매일 챙기고 있다. 혹서기 작업공간은 내부 냉방시설과 환기시설을 수시로 점검해 관리한다. 폭염 속 장비를 장시간 운용 시 변형이 우려되는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고열 작업장'은 현재 현대로템 내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산 시설 작업장 내 냉방 시설을 매일 수시로 점검하며 적정 환경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대로템은 이러한 폭염 휴식 및 작업중지 기준을 원청 직원과 협력업체 근로자에게 100%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현재까지 온열 질환 발생 사례는 '0건'이다. ◇ KAI “6월부터 선제적 점검…클린룸 24시간 항온·항습"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6월, 선제적으로 혹서기 준비를 마쳤다. 전 생산현장을 대상으로 냉방 장치 운영 상태, 체감 온도 측정, 정기 휴식시간 운영 등을 일제 점검 완료했고, 폭염 작업에 따른 온열 질환 예방 지침을 마련해 관련 법정 보건조치 사항을 준수하며 운영 중이다. 공장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대응 방안도 돋보인다. 전사 생산 시설은 정부 권고 기준에 맞춰 실내 적정온도가 유지되도록 냉방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특히 항공우주 부품 생산에 필수적인 클린룸과 실험실 등 항온·항습 관리가 필요한 특수 시설은 24시간 철저하게 항온·항습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하계 휴가 기간에도 설비 및 전기 분야 교대 근무자를 빈틈없이 운영해 시설을 상시 점검하고 관리하며 무더위에 대비했다. ◇ LIG D&A “법적 기준 뛰어넘는 휴식…체감 38도엔 긴급조치 외 올스톱" LIG D&A는 사내 규정인 '폭염 작업 안전 관리 기준'을 통해 법적 기준을 넘어서는 강력한 근로자 보호 대책을 시행 중이다. 무더위 시간대 옥외 작업을 최소화하고 체감 온도 수준별로 야외작업 시간을 통제한다.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일 경우, 오후 2시~5시 옥외작업을 중지하며 불가피한 경우 매시간 15분 이상 휴식을 제공한다. 특히 체감 온도가 38도 이상으로 치솟을 때는 재난 등 긴급 조치를 제외한 '모든 옥외 작업'을 전면 중지한다. 현장에 지급되는 안전·보건 용품도 매우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차양모·팔토시·쿨 마스크·선크림·스포츠 타올·식염정으로 구성된 '개인 지급 키트'는 물론, 이동식 에어컨·산업용 선풍기·캐노피·파라솔·스크린·아이스 박스 등 '냉방 휴게 용품'을 현장 상황을 파악해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나아가 UAE 등 중동지역 출장자에게는 구급함·냉각용품·작업복·차양모 등이 담긴 예방 키트를 지급하고 글로벌 의료 지원 전문 기관과 연계한 현지 응급 상황 대응 체계까지 구축했다. 무기 체계 야외 시험평가 시에도 예외는 없다. 시험 일정이 정해져 있더라도 폭염 대응을 위해 이동식 에어컨·파라솔·아이스 박스 등을 지원하며, 체감 온도가 35도 이상일 경우 옥외 작업 중지 지침에 따라 시험 연기나 중단을 권고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철저한 관리 덕분에 LIG D&A 역시 현재까지 임직원·협력사를 통틀어 발생한 온열 질환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한비 인턴기자

KF-21 성공 의미와 과제…“진짜 비상은 지금부터”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가 개발 착수 10년 7개월 만에 체계개발을 마쳤다. KF-21은 총 6대의 시제기로 1600여 회의 고난도 개발 비행 시험을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마쳤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전투기 개발 성과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8번째로 자국산 4.5세대 이상 첨단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국가가 됐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2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KF-21/IF-X 체계 개발 종결 기념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국방부와 공군 등 주요 정부 부처와 개발 참여 기관·기업,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양산 1호기는 오는 9월 공군에 처음으로 인도될 예정이고 연말까지 8대를 순차적으로 전력화 할 계획이다. KF-21은 노후 전투기 F-4와 F-5 를 계열 전투기를 대체하고 공군의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추진된 한국형 전투기다. 엔진 두 개를 단 4.5세대급 쌍발 전투기이고 최고 속도는 마하 1.81, 항속거리는 약 2900㎞이다. 기체에는 능동전자주사식 위상 배열(AESA, 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Radar) 레이더가 들어간다. AESA 레이더는 '전투기의 눈' 역할을 한다. 적외선 탐색·추적장비인 IRST와 통합 전자전 체계 등의 장비도 갖췄다. KF-21이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2015년 12월 체계 개발에 착수한 뒤 2021년 4월 시제 1호기가 처음 공개됐다. 2022년 7월에는 첫 비행에 성공했고, 이듬해에는 초음속 비행에 들어갔다. 이후 각종 비행 성능과 안전성 시험을 차례로 진행했다. 특히, KF-21은 국내 개발 전투기로는 처음으로 공중 급유 시험이 도입됐다. 공중급유는 비행 중인 급유기로부터 연료를 공급받는 방식으로 체공 시간과 작전 범위를 늘리는 기반이 된다. 시험에는 총 6대의 시제기가 투입됐고 42개월 동안 1600여회 비행 시험을 사고 없이 마쳤다. 레이더와 임무 컴퓨터, 미사일이 제대로 연동되는지를 검증하는 공대공 무장 시험도 통과했다. 군이 요구한 기본 성능과 공대공 능력도 모두 충족했다. 방사청은 국방 규격을 제정하며 최종 전투용 적합 판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KF-21 개발 성공의 가장 큰 의미는 공중전력 운용의 주도권을 넓혔다는 데 있다.한국 공군은 그동안 해외에서 도입한 전투기를 주력으로 운용해왔다. 외국산 전투기의 경우 새로운 무장이나 장비를 붙이려면 제작국과 협의해야 한다. 이에 따른 추가 비용과 시간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이 설계와 체계통합을 주도한 KF-21은 국내 작전 환경과 공군의 요구를 성능 개량에 반영할 수 있다. 노후 기종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공중 전력의 발전 방향에 대한 한국의 선택권을 넓혔다. 기술적으로도 기체 설계·제작, 지상·비행 시험 뿐 아니라 정비·부품 공급을 위한 군수 지원 체계, 조종사·정비사를 양성하는 훈련 체계도 함께 개발했다. KAI는 이를 통해 개발부터 생산·운용·정비·교육·훈련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역량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확보한 기술은 앞으로 공대지· 공대함 무장을 추가하고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를 개량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KF-21과 무인기가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유·무인 복합 체계(MUM-T, Manned-Unmanned Teaming)와 인공 지능(AI) 기반 차세대 전투체계 개발에도 밑바탕이 된다. 산업적 파급 효과도 적지 않다. 전투기는 통상 도입한 뒤 수십 년간 운용된다. KAI에 따르면 KF-21 개발에는 국내 500여 개 협력사가 참여했다. 이들 업체는 기체 구조물·복합 소재, 레이더·항공전자, 엔진 부품·정비 장비 등을 공급한다. 전투기 한 대 생산에 여러 분야의 기업이 연결돼 있는 셈이다. 전투기는 통상 30년 이상 운용되므로 대규모 양산과 실전 배치는 막대한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창출로 이어져 중소 협력 업체들에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앞으로 남은 핵심 과제는 안정적인 양산과 공군 전력화, 공대지·공대함 능력 확대, 해외 수출이다. 우선 방위사업청과 KAI는 2028년까지 공대공 임무 중심의 초기 양산형인 블록(Block)-I 40대를 공군에 인도할 계획이다. 다만 기체 인도가 곧바로 실전 투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후에도 조종사 전환 교육과 정비 인력 양성, 예비 부품과 무장 확보, 부대 운용 시험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후 블록-II에서는 지상과 해상의 표적을 공격하는 능력을 추가해 완전한 다목적 전투기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나아가 KAI는 장기적으로는 기체 내부에 무장을 탑재하는 완전 스텔스화와 AI 연계 공중전투체계와 유·무인 복합체계 등으로 차세대 공중전투체계로 진화해 나간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글로벌 수출 시장 개척도 본격화된다.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는 장기간 분담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못했다. 이후 양국은 당초 약 1조6000억원으로 책정됐던 인도네시아 측 분담금을 6000억원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합의를 조정하며 불확실성을 털어냈다. 인도네시아 외에도 현재 필리핀·말레이시아·아랍에미리트(UAE) 등도 유력한 잠재 수출 대상국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진정한 '수출 대박'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 바로 미국의 국제 무기 거래 규정(ITAR, International Traffic in Arms Regulations)이다. KF-21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사의 엔진을 탑재하고 있어 제3국 수출 시 미 국무부의 엄격한 수출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 허락 없이는 온전한 수출이 불가능한 셈이다. 이에 정부는 이러한 규제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향후 14년간 총 3조3500억 원을 투입해 첨단 터보팬 엔진을 독자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규모 수출을 뒷받칠할 금융 지원도 중요하다. 전투기 수십 대를 구매하려면 수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대규모 방산 수출은 수입국에 장기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현재 한국수출입은행은 관련 법에 따라 단일 국가에 대한 신용 공여 한도가 '자기 자본의 40%'로 제한돼 있다. 이를 우회하기 위해 국책 은행 외부에 10조 원 이상의 '전략수출금융기금'을 별도로 조성하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 논의 중이다. KAI는 한국이 KF-21을 통해 세계 여덟 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이자 독자 양산체제를 갖춘 국가로 올라섰다고 발표했다. 같은 품질의 양산기를 제때 생산하고 공군이 높은 가동률로 운용하며, 공대지·공대함 능력과 국산 무장을 통합해 해외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KF-21 사업은 개발 성공을 넘어설 수 있다. KF-21은 체계 개발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도전에는 새로운 문장이 시작됐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한비 인턴기자

[한화그룹 3세 승진-김동관] 수석부회장 체제 속 ‘방산·에너지’ 재편 의미는

재계 서열 5위 한화그룹의 '3세 경영' 청사진이 마침내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가운데, 확고한 자신의 영토를 부여받은 오너 3세들의 '경영 능력 입증'이라는 본격적인 시험대도 막이 올랐다. 본지는 방산·에너지, 금융, 테크·라이프 부문으로 나뉜 한화그룹 신 삼분지계(新 三分之計)의 전략적 의미를 진단하고 김승연 회장 슬하의 세 아들이 각각 돌파해야 할 핵심 과제를 심층 조명한다. 지난 30일 한화그룹은 미래 성장 동력을 쇄신하고 지배 구조 새 판을 짜는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글로벌 거시 경제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안보 위기 속에서 이뤄진 이번 인사는 한화그룹 내 권력 지형과 사업 포트폴리오 무게 중심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김 수석부회장은 그룹 경영 전반에 대한 장악력과 후계자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의 등장은 '포스트 김승연'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중대 이정표다. 2024년 5월 그룹 2인자로 불리던 금춘수 전 수석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약 2년 4개월 간 공석이던 자리가 채워짐으로써 '김동관 원톱 컨트롤 타워'를 통한 차기 왕위 승계 구도가 공식화됐다. 이와 함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부회장 승진, 삼남 김동선 한화비전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 동시에 이뤄지며 장남(방산·해양·에너지), 차남(금융), 삼남(유통·로봇·기계)으로 이어지는 삼형제 책임 경영 구도도 한층 더 선명해졌다. 삼분지계 독자 경영은 각 산업 특성에 맞는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 결정을 가능케 해 궁극적으로 그룹 전체의 기업 가치 향상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복잡하게 얽힌 그룹 사업을 명확히 분리하면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각 사업 부문별로 시장의 온전한 평가를 받아 주주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 제고는 그룹의 해묵은 과제인 상속세 등 승계 문제를 둘러싼 잡음을 해결할 핵심 열쇠이기도 하다. 승계를 위한 막대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핵심 계열사의 실적 호전과 배당 확대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는 최근 공개 매수와 장외 매수 등을 통해 ㈜한화 지분율을 22.15%까지 끌어올리며 지배력을 한층 강화했다. 삼형제가 각자의 영역에서 책임 경영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리고 배당 여력을 확대한다면 ㈜한화·한화에너지를 통한 배당 수익으로 상속세 재원을 자연스럽게 마련해 시장의 우려와 승계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지배 구조 변화는 최근 단행된 ㈜한화 지배 구조 개편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한화 인적 분할 안건이 원안 가결됨에 따라 존속 법인에는 김 수석부회장이 총괄하는 방산·우주항공·해양·에너지 관련 핵심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솔루션 등이 남게 됐다. 반면 신설 법인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에는 삼남인 김동선 사장이 이끄는 테크·라이프 사업 부문이 안착하며 계열 분리의 뼈대가 세워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임원 인사와 주총 결과를 기점으로 그룹 전반의 추가적인 인적 분할·계열 분리 작업이 재점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형제의 독립 경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한화의 사업 부문별 추가 인적 분할이나 한화에너지와의 합병 등 지배 구조 최상단에서의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는 거시적 계열 분리 시나리오의 전개를 시사하는 것인 만큼 향후 각 형제가 지배하는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거시적 지배 구조 개편 연장선상에서 단행된 이번 5개 주요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한화자산운용·한화세미텍 대표이사 교체 인사는 전략적 포석을 내포하고 있다. 김 수석부회장의 양대 핵심 사업 축이라 할 수 있는 방산 부문과 에너지·석유화학 부문 수장을 전면 교체한 것은 과거 양적 성장을 이룬 안정화·통합 단계에서 탈피해 고수익 창출과 글로벌 거점 확보를 향한 확장 단계로 기업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진용 구축을 통해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겨냥하는 최종 지향점은 화력·해양 플랫폼·첨단 레이다 등 각 그룹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기술력을 융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미국·유럽·중동 등 글로벌 주요 거점 시장에 한화만의 안보 표준을 제시하는 육·해·공 우주 통합 글로벌 솔루션 공급자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금번 임원 인사가 산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다. ◇ '방산 컨트롤 타워' 손재일 대표 2선 후퇴 이번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시장과 업계 이목을 집중시킨 대목은 지난 2년여간 그룹 방산 부문 양대 산맥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대표이사를 겸직해온 손재일 전 대표의 2선 후퇴다. 통합과 외형 확장을 이끌어온 그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상근 고문으로 발령 나고 양사에 각각 새로운 전문 경영인이 선임된 것을 두고 그룹 측은 사업 전문성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중대 재해 리스크에 대한 문책성 인사와 두 방산 계열사 외형 성장에 따른 물리적 경영 한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손 대표 겸임 체제 종료와 퇴진을 촉발한 원인은 올해 6월 1일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 폭발 사고다. 대형 추진 기관과 전술 지대지 체계를 연구·생산하는 대전 유성구 외삼동 사업장 56동 세척공실에서 로켓 추진제 제조 공정 중 화약 잔여물을 제거하던 작업 도중 발생한 이 사고로 인해 근로자 5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2명이 중화상을 입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과거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은 그룹에 다각적 위기로 다가왔다. 해당 사업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이전인 2018년 5월과 2019년 2월에도 유사한 폭발 사고가 연달아 발생해 8년 간 동일 사업장에서 13명이 사망해 반복된 인재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사태를 인지한 대전지방고용노동청과 대전경찰청은 합동 감식과 압수수색 등 수사에 착수했고 최고 경영자인 손재일 당시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가재웅 대전 사업장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며 각각 출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룹 차원에서 경영진 구속보다 더 큰 리스크로 다가온 것은 국가계약법에 따른 공공 입찰 참가 자격 제한 가능성이었다. 2021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에 발맞춰 강화된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계약 이행 중 산업안전보건법 상 안전 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동시에 2명 이상 근로자가 사망하는 위해를 가한 업체는 1년 이내 범위에서 정부 발주 신규 계약 입찰 참가가 제한된다. 전체 매출 중 내수 비중이 약 30퍼센트에 달하며 방위사업청 등 정부와의 방위력 개선 사업이 근간이 되는 방산 기업에게 1년간 공공 입찰 배제는 존립을 심대하게 위협할 수 있는 타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명약관화했다. 이와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국 사업장 내 추진제 생산·취급 공정에 무인 자동화 설비 도입을 발표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또한 김동관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경영진은 사고에 대한 대내외적 책임을 명확히 하고, 전사적으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장례식을 거행함으로써 여론을 수습하며 수사 당국 조사를 대비하기 위해 통합 방산 부문을 이끌던 손재일 대표를 2선으로 물러나게 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문책성 인사라는 단기적 요인 이면에는 거시적 관점에서의 전략적 당위성도 존재한다. 지난 수년 간 글로벌 방산 수출 호조에 힘입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폭풍과도 같은 성장을 거듭했고, 단 한 명의 경영자가 겸임하기에는 두 회사 규모와 사업 복잡성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디펜스와 ㈜한화 방산 부문을 흡수 합병한 이후 K-9 자주포·레드백 장갑차·천무 등 지상 무기 체계부터 정밀 타격 무기·항공 엔진·우주 발사체까지 아우르는 복합 하드웨어 방산 기업으로 진화했다. 반면 한화시스템은 대공 레이다·함정 전투 체계·군사 위성 통신·정보통신 시스템 구축과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를 통한 해양·유지 및 보수 등 방산·전자·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조직 DNA와 연구·개발(R&D) 수행 주기, 해외 고객 접근 방식이 다른 두 회사를 단일 구심점으로 묶어두는 것은 합병 초기 융합 시너지 창출을 표방하던 시기에 유효했다. 수십 조 원 단위 수주 잔고를 관리하고 글로벌 거점을 각각 구축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는 각 사업 성격에 맞는 전문성을 갖춘 개별 컨트롤 타워가 필수적이다. 김 수석부회장은 겸임 체제를 해소함으로써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고 두 계열사가 독자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배 구조를 개편한 것이다. 김 수석부회장의 의중은 새로이 내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부문 이부환 대표이사·한화시스템 양기원·한화임팩트 사업부문 강정훈 등 핵심 대표이사 3인의 면면을 통해 드러난다. 이들은 각 계열사가 처한 환경과 달성해야 할 전략적 목표에 맞춰 발탁된 맞춤형 경영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인사가 사업 통폐합과 내부 조직 안정화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올해 하반기 인사는 글로벌 현지화 이종 비즈니스 간 밸류 체인·융합, 업황 부진을 맞은 현장 수익성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수석부회장직에 오른 김동관 체제의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Q 영업익 1.36조 ‘사상 최대’…지상 방산·조선 ‘쌍끌이’ 주효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주력인 지상 방산이 25%대의 경이적인 수익성을 낸 가운데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 등 계열사들이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며 연결 실적 확대를 이끌었다. 3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시 및 컨퍼런스 콜을 통해 2026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9조2929억 원, 영업이익 1조3655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7.2%, 영업이익은 58.5%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14.7%에 달했으며, 당기순이익은 1조805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8% 급증했다. ◇ 지상 방산 '영업이익률 25.3%' 압도적 수익성…수주 잔고 75%가 해외발 전체 실적 호조를 든든하게 받친 것은 단연 지상 방산 부문이다. 지상 방산 부문은 매출 2조1075억 원, 영업이익 5330억 원을 기록하며 25.3%라는 경이로운 영업이익률을 뽐냈다. 국내에서는 차륜형 대공포 '천호'와 '천검' 등 주요 양산 물량이 늘었고 해외에서는 폴란드·이집트·중동 등에 계획된 납품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곳간도 풍성하다. 올해 4월 핀란드 K-9 자주포 추가 계약(9400억 원), 5월 에스토니아 천무 계약, 7월 루마니아 K-9 계약 등이 반영되면서 2분기 말 기준 지상방산의 수주 잔고는 약 38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수주 잔고 중 수출 비중이 75%에 달해 확고한 글로벌 방산업체로 자리매김했다. ◇ 재무 임원들 “KAI 지분은 전략적 투자, 하반기 수익성도 청신호"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는 글로벌 주요 사업 현황과 돌발 변수에 대한 투자자들의 질문이 쏟아졌고 한상윤 IR담당(상무)과 김철홍 재무실장(전무)이 직접 상세한 설명에 나섰다. 가장 큰 관심사인 '초고수익성 유지 여부'에 대해 한상윤 상무는 “2분기 폴란드 K-9의 경우 부수 품목이 주로 납품됐음에도 이집트·호주 물량 납품과 더해져 높은 마진이 나왔다"며 “하반기에는 폴란드 K9 인도가 본격적으로 원활하게 이뤄질 예정인 만큼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도 상반기 수준의 이익률이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5% 가까이 매집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인수 목적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경영권 인수 의지가 있냐는 질문에 한 상무는 “방산·우주항공 분야 핵심 사업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하려는 의미의 전략적 투자"라고 선을 그으며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등 다른 주주들과 협의를 진행하거나 추가 매집이 확정된 부분은 없으며, 회계상 금융(투자)자산으로 분류해 영업외 손익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명확히 설명했다. 글로벌 수출 파이프 라인 진행 상황도 상세히 공유됐다. 한 상무는 “폴란드 K-9 3차 실행 계약은 현지화를 전제로 현지 업체와 긴밀히 협의 중이며, 빠르면 연내 결론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미국 차세대 자주포 현대화 사업은 8월 중 우선 협상 대상자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며, 미국 아칸소주 탄약 공장 신설 투자 역시 현재 부지 확정 직전 단계로 하반기 중 계약으로 이어지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노스롭 그루먼(고체 연료 추진체)·탈레스(천무 미사일 체계 적용)와 맺은 업무 협약에 대해서는 “방산 밸류체인 전반에서 체계와 부품 공급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라며 “글로벌 방산업체들과 현지화를 통해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초기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영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한 상무는 “긴장 고조로 발주를 위한 행정 절차에 단기적인 지연은 있으나 M-SAM 등 대공 무기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며 타 지상방산 무기에 대한 수요 잠식 현상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대전 사업장 사고에 따른 생산 차질 우려에 대해서는 김철홍 재무실장(전무)이 직접 해명했다. 김 전무는 “회사는 이번 사고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안전문화혁신위원회'를 설치해 전면적인 점검을 진행 중"이라며 “2분기 실적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고 매출 이연 부분은 조속한 정상화를 통해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 한화오션·시스템 '역대 최대' 실적 폭발…우주항공 흑자 전환 계열사들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2분기 '1조 클럽' 입성의 핵심 비결이었다. 한화오션은 매출 5조4432억 원, 영업이익 7361억 원, 영업이익률 13.5%을 기록하며 한화그룹 편입 이후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5%, 영업이익은 98% 폭증했다. 고수익 상선인 액화 천연 가스(LNG) 운반선 매출 비중이 커지고 특수선 공정이 안정화된 데다 해양 플랜트(EPU) 부문에서 인도 기준 누적 매출이 일시에 반영된 효과가 주효했다. 한화시스템 역시 다기능 레이다(MFR) 등 방산 수출 증가와 ICT 부문 계열사 사업 확대로 매출 1조1176억 원(전년비 45%↑), 영업이익 1037억 원(전년비 219%↑)을 기록,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항공우주 부문은 군수 물량 증가와 기어드 터보팬(GTF) 엔진(RSP 사업) 부문의 영업손실 축소에 힘입어 매출 7600억 원, 영업이익 370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 2028년까지 11조 쏟아붓는다…주주 환원 'DPS 3500원 이상' 약속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실적에 안주하지 않고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 청사진을 꺼내 들었다. 회사는 2028년까지 총 11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세부적으로는 미래 전략 해외 투자 6조2700억 원, 지상 방산 인프라 2조2900억 원, 신규 시장 진출 R&D 1조5600억 원, 항공우주 인프라 9500억 원 등이다. 이를 통해 발사체부터 위성, 우주 서비스에 이르는 '우주 밸류 체인'과 '토탈 디펜스 솔루션' 입지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대규모 투자와 함께 주주 환원 정책도 챙긴다. '선 배당금 확정, 후 배당 기준일 설정' 방식을 통해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잉여 현금 흐름(FCF) 기반 하에 2024년 주당 배당금(DPS)을 최소 3500원 수준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해 주주 가치 극대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수인 인턴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무인 차량 ‘아리온 스멧’, 현대로템 꺾고 軍 표준 꿰찬 비결은

방위사업청은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를 열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세대 다목적 무인 차량(MPUGV, Multi-Purpose Unmanned Ground Vehicle) '아리온 스멧(Arion-SMET)'을 최종 기종으로 심의·의결하고 지난 29일 이를 제작사에 공식 통보했다. 이로써 대한민국 창군 이래 최초의 MPUGV 도입 사업이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8월 496억 원 규모의 양산 계약이 체결되고 2027년부터 일선 육군 보병 부대와 해병대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병력 급감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추진되는 미래형 지상 전투 체계 육군 '아미 타이거(Army TIGER) 4.0'의 핵심 전력이자 향후 군에 도입될 무인화 전력의 운영 표준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전략적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 2016년부터 이어진 획득의 역사…규정 충돌로 벼랑 끝 달렸던 수주전 아리온 스멧의 뿌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수행한 민군 협력 과제 '보병용 다목적 무인 차량' 사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최초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합동참모본부는 2019년 신규 소요를 결정했다.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체 개발한 2세대 차량으로 2021년 육군 5사단 시범 운용을 거쳤고, 현재 사업에 선정된 모델은 이를 개량한 3세대 제품이다. 그러나 수주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무인 지상 차량 시장 선점을 위해 맞붙은 현대로템과 2년여 간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방사청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제안서상 요구 성능 지표를 물리적으로 충족하면 만점을 부여해야 한다"는 절대 평가 방식을 고수했다. 반면 현대로템은 “요구 기준을 초과하는 '실제 최대 성능'에 추가 점수를 줘야 한다"고 맞서며 평가 기준에 대한 팽팽한 이견이 발생했다. 여기에 '무단 반출 논란'이 기름을 부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이 야전 시험 평가 중 방사청 승인을 얻어 자사 차량을 외부 방산 전시회에 반출하자 현대로템은 “통제된 시험 밖에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식 허가를 거친 투명한 절차였음을 강조하며 반박했다. 연이은 충돌로 현대로템이 일시적인 '사업 보이콧'을 선언하며 도입 일정이 1년 이상 지연되는 파행을 겪었지만 방사청의 중재로 평가에 복귀하며 진흙탕 싸움은 간신히 마무리됐다. ◇ 성능·가격 종합 평가로 가려진 승부…'신뢰성' 돋보인 아리온 스멧 방사청의 이번 입찰은 성능과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차체 중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아리온 스멧이 1.8톤, 현대로템의 'HR-셰르파'가 1.7톤급의 6륜 구동(6x6) 전기 모터 기반 차량으로 양사 모두 미래전에 부합하는 뛰어난 기술력을 제시했다. 화물 적재량의 경우 현대로템 HR-셰르파는 최대 1톤 수준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아리온 스멧은 최대 450~550kg의 적재 능력을 갖췄으며, 완전 군장을 한 보병 1개 분대(8명 기준)의 배낭과 예비 탄약을 짊어지고 필요시 생명을 구하는 '의무 후송(Medevac)' 플랫폼으로 즉각 전환할 수 있다. 기동력 측면에서 HR-셰르파는 평지 최대 80km/h, 험지 60km/h의 속도를 낸다. 아리온 스멧은 포장도로 43km/h, 비포장 험지 34km/h의 기동력을 기록했으며, 항속거리 측면에서 1회 충전 시 1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함을 증명했다. 이번 사업은 종합 평가 방식으로 치러진 만큼, 특정 제원의 우위가 단독으로 실제 낙찰 여부를 가른 것은 아니다. 실제 6개의 세부 성능 평가 항목 점수 또한 업체에 비공개로 부쳐졌다. 치열한 수주전 끝에 아리온 스멧이 최종 낙점된 배경에는 야전 시험 평가에서의 높은 신뢰성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리온 스멧은 험지 주행·원격 사격 등 모든 평가 과정에서 기계적 고장이나 소프트웨어 오류를 일으키지 않는 '무고장'을 달성하며 군 수뇌부의 두터운 신뢰를 얻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 98% 국산화와 진화하는 AI…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상 무인체계 전 분야 석권 아리온 스멧이 지닌 또 다른 강점은 원격 사격 통제 체계(RCWS, Remote Controlled Weapon Station)를 포함해 핵심 구성품의 98%를 국산화했다는 점이다. 외산 부품 의존도가 낮아 전시 상황에서 안정적인 후속 군수 지원과 즉각적인 유지·보수가 가능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규제에서도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다. 차량에 탑재된 딥러닝 기반 AI 센서는 전술적 조력자의 역할을 극대화한다. 적의 기습 사격 시 외부에 장착된 'AI 음향 센서'가 총탄의 초음속 충격파를 수집, 1초 이내에 매복 위치를 특정하고 RCWS의 총구를 지향한다. 이때 차량의 장갑판은 보병들의 전술적 방패로 기능한다. 기계의 오판을 막기 위해 타격 시 반드시 지휘관의 사격 승인을 거치는 '인간 개입(Human-in-the-Loop)' 시스템을 적용했고 아군을 따라다니는 '선행 병사 추종 자율 주행 모드'를 통해 전투원의 임무 몰입도를 높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MPUGV 뿐만 아니라 국방 로봇 전 분야에서 절대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다. 우리 군 최초의 국방 로봇 전력화 사례인 '폭발물 탐지 제거 로봇'을 현재 양산 중이고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전차·장갑차보다 먼저 적진에 투입되는 '무인 수색 차량(USV, Unmanned Surveillance Vehicle)'의 체계 개발을 올해 완료할 예정이다. 또한 정찰 드론과 연동해 장애물을 개척하는 'AI 기반 유무인 복합 한국형 공병 전투 차량(K-CEV, K-Combat Engineer Vehicle)'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주관하는 '유·무인 복합 화생방 정찰차(드론·다족 보행 로봇 연계)' 사업까지 시제 업체로 참여 중이다. 사실상 국내 군용 UGV 플랫폼의 대표 기업으로서 전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 적 수중에 떨어져도 아군 정보 지킨다…수주전 판가름 낸 '침입자 모니터링 특허' 특히 이번 획득전에서 군 수뇌부의 이목을 사로잡은 결정적 요소는 하드웨어 제원을 넘어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독보적인 '소프트웨어 보안(사이버전) 체계'였다는 분석이다. 무인 지상 차량은 작전 중 적군에게 나포되거나 통제권을 피탈당할 경우 아군의 통신망과 핵심 정보가 통째로 넘어가는 약점을 지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자사가 등록한 '무인 시스템에 침입한 침입자를 모니터링 하는 장치 및 방법' 기술을 아리온 스멧에 적용했다. 일종의 기만 전술인 '하니팟(Honey-pot)' 시스템이다. 만약 적군이 나포한 차량이나 통제 장치에서 비밀번호를 틀리거나, 인가되지 않은 외부 MAC 주소나 IP/포트로 접속을 시도할 경우, 시스템은 접속을 완전히 차단하는 대신 의도적으로 '페이크 사이트(Fake Layer)'로의 진입을 허용한다. 적군 입장에서는 윈도우나 리눅스 운영 체제의 루트나 관리자 계정을 해킹해 시스템 장악에 성공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심지어 적이 기만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스크린에는 주행·임무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가짜 운용 영상까지 띄운다. 적이 가짜 사이트 내부를 뒤지며 안도하는 사이 아리온 스멧 내부의 '역추적 모듈'은 은밀히 작동한다. 침입자의 △공간적 경유·위치 △체류 시간 △접속 IP·URL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아군 지휘소 스크린에 시간 순서대로 띄운다. 적의 탐색 의도와 출발점(네트워크 소스)을 역추적해 파악하는 것이다. 충분한 정보가 수집되거나 적이 가짜 계층을 넘어오려 시도하면 마지막 단계인 '고립화 모듈'이 가동된다. 시스템 로직이나 운용자의 원격 비상 삭제(Trigger) 명령에 따라 통제 차량·무인 차량 기록기·주요 전자 장비(LRU, Line-Replaceable Unit)에서 일제히 '비상 삭제 백그라운드 서비스'가 실행된다. 이 순간 운영 체제를 제외한 무인기 내부의 모든 실행 파일과 군사 데이터는 영구 삭제되며 시스템은 초기화된다. 스스로 적을 기만하고 기술 유출을 막는 '지능형 보안 무기'로서의 진가를 입증한 셈이다. ◇단품 판매 이상의 'MUM-T 턴키 수출'…미래 강군 위한 과제 첨단 무인 체계의 글로벌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앞둔 '황금 어장'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들에 따르면 전 세계 군용 UGV 시장 규모는 2024~2025년 약 19~39억 달러 수준에서 2030년대 중반 최대 121억4000만 달러(17조4852억 원)까지 연평균 14% 이상의 가파른 팽창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검증도 이미 궤도에 올랐다. 2023년 한국 무인 차량 최초로 미국 하와이에서 미 해병대와 육군 지상차량체계연구소(GVSC)의 까다로운 해외 비교 성능 시험(FCT, Foreign Comparative Testing)을 통과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군의 피드백을 즉각 수용해 적재량을 900kg으로 늘리고 항속거리를 290km로 연장한 4세대 파생 모델 '그룬트(GRUNT)'를 단기간에 개발해 냈다. 이를 바탕으로 2028년까지 차륜형·궤도형을 아우르는 소형·중형·대형 무인 차량 라인업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K-방산의 수출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한다. 한화는 지난 루마니아 'BSDA 2026' 방산 전시회에서 지휘 장갑차 '타이곤'의 통제하에 무인 차량 '그룬트'가 선행 정찰을 수행하는 유·무인 복합(MUM-T, Manned-unmanned teaming) 체계를 성공적으로 시연했다. 과거 무기체계 '단품' 중심의 세일즈에서 탈피해 무인 차량이 따낸 좌표를 지휘 장갑차가 수신하고 K-9 자주포가 타격하는 '초연결 네트워크 중심전 패키지'를 턴키(Turn-key) 형태로 수출하는 고부가가치 영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내달 양산 계약 직후 신속한 양산 체계를 가동해 군의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아리온 스멧이 실전에서 성능을 온전히 내기 위해서는 전자전(EW, Electronic Warfare)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군 전용 대용량 광대역 주파수 통신망' 구축, AI 자율 교전에 대비한 '작전 교리와 교전 수칙(ROE, Rules of Engagement)'의 법적 명문화, 그리고 외부 민간 IT 기술을 자유롭게 이식할 수 있는 개방형 시스템 아키텍처(MOSA, Modular Open Systems Approach)의 도입이 시급해 관련 후속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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