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광선총이 현실로…한화시스템, 전투병 ‘백팩형 레이저 소총’ 개발 주도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통해 수만원짜리 자폭 드론이 전장의 최대 위협 무기로 떠오른 가운데 영화 '스타워즈'나 '아이언맨' 같은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보던 보병용 '레이저 소총'이 국산 방산기술을 통해 실제 전장에 등장할 채비를 마쳤다. 수십톤짜리 대형 트럭이나 군함에만 실을 수 있었던 거대한 고출력 레이저 무기를 일개 보병 1명이 거뜬히 짊어지고 쏠 수 있도록 중량 및 크기의 극소화와 정밀제어기술을 완성함으로써 무거운 실탄 대신 배터리를 메고 빛의 속도로 적을 요격하는 '1인 방공망'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한화시스템이 지식재산처로부터 '휴대용 레이저 무기'와 '레이저 무기용 조준점 유지장치 및 이를 구비한 휴대용 레이저 무기' 특허를 획득한 사실이 6일 본지 취재로 확인됐다. 이 특허는 고출력 레이저 무기를 주요 기능별로 소형화하고 복수의 모듈로 분리해 도수 운반·신속 운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4월 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레이저사업 일체를 109억 9500만원에 양수하며 관련 기술 일체를 확보했다. ◇ 무거운 심장은 '배낭' 속으로, 가벼운 총구는 '두손에' 현재 한화시스템 레이저사업센터는 △레이저 대공 무기 △레이저 폭발물 제거 장비 △레이저 발진기 △레이저 포 발사 장치 등 레이저 무기체계 연구·개발(R&D)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레이저 기술 개발의 중심에는 신주훈 레이저사업센터장과 조준용 레이저체계팀장이 있다. 미등기 임원인 신 센터장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MBA를 마친 전략통이다. 한화솔루션 기초소재·M&A 담당 임원과 한화임팩트 투자전략실장을 거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실 방산팀장 등을 역임하며 사업 구조 재편과 미래전략 수립을 주도해 왔다. 실무 기술을 지휘하는 조 팀장은 성균관대학교에서 전자공학 학사와 전기·전자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레이저 전문가다. 과거 ㈜한화 방산 레이저사업부장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PGM사업부 레이저사업센터를 거치며 국산 레이저 무기체계의 기틀을 닦아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레이저는 전자기파의 유도 방출에 의한 빛의 증폭을 뜻하고, 전기 에너지·화학 에너지 등 외부 입력 에너지를 광 에너지로 변환시킨다. 레이저의 3대 구성 요소는 △레이저 매질(laser medium:외부 입력 에너지에 의해 빛을 유도 방출) △펌핑원(pumping system:레이저 매질에 외부 입력 에너지를 공급) △공진기(optical resonator:반사경으로 구성돼 유도 방출된 빛을 증폭시켜 레이저 빔을 발생)이다. 빔의 출력 형태에 따라 레이저는 레이저 무기 용도로 사용되는 연속형 및 센서 용도로 사용되는 펄스형으로 분류되며, 매질에 따라 레이저는 기체·고체 레이저·액체·자유 전자로 나뉜다. 레이저 무기는 레이저 빔의 특징인 지향성(직진성)과 고에너지 밀도를 활용한 무기를 말하며, 미래전과 RAM(Rocket·Artillery·Mortar) 방어에 유망한 대공무기로 이용되고 있다. 레이저 무기의 장점으로는 발사·운영 유지 비용이 적다는 점과 교전 시간이 빠르다는 점, 정밀 타격이 가능하고 표적에 의한 2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단점으로는 무기 시선(line of sight)의 제약과 대기에 의한 빔 집속 능력 저하 현상 등을 들 수 있다. 레이저 무기의 핵심 구성 요소로는 발생 장치와 제어 장치, 표적 추적 조준 장치가 있다. 레이저 무기를 개인 화기 수준으로 줄일 때 직면하는 가장 큰 물리적 장벽은 단연 '무게'와 '전력', 그리고 '발열'이다. 표적의 외피를 태울 만큼 강력한 빛을 만들어내는 레이저 발진기, 막대한 전력을 공급할 배터리, 펄펄 끓는 열을 식힐 냉각기까지 소총 하나에 모두 우겨넣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기존의 레이저 무기는 산악 지형이나 복잡한 도심 시가지에서는 운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한화시스템은 이 딜레마를 철저한 '분리'와 '스마트 통제'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풀어냈다. 회사는 무겁고 열이 나는 레이저 발진기·제어 보드·충전 배터리·공랭식 냉각기 등 핵심 부품들은 병사가 등에 멜 수 있는 '백팩(배낭)형 모듈'로 통합했다. 반면에 실제로 적을 조준하고 레이저를 쏘는 조준 발사부는 기존의 '소총' 형태로 가볍게 만들어 병사의 두 손에 들려준다. 배낭 속 심장에서 만들어진 치명적인 레이저 빔은 특수 제작된 '광·제어 통합 케이블'이라는 빛의 탯줄을 타고 손에 들린 소총으로 전달돼 표적을 향해 뿜어진다. 스쿠버다이버가 무거운 산소통은 등에 메고 가벼운 호흡기만 입에 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험준한 산악 고지대나 도심의 고층 빌딩 옥상에 보병이 직접 걸어 올라가 즉각적인 대드론 방어망을 펼칠 수 있는 '도수 운반형(Man-portable) 레이저 무기'가 탄생한 것이다. ◇ “숨만 쉬어도 빗나간다"…0.001초의 '광학 노이즈 캔슬링' 전장 상황을 고려한 '스마트 전력·냉각 관리' 기술도 돋보인다. 레이저를 쏠 때마다 무조건 배낭 속 냉각팬이 도는 것이 아니라 온도감지 센서가 발진기의 열을 실시간으로 읽어 한계온도에 도달했을 때만 송풍팬을 돌린다. 배터리 소모를 극한으로 줄이는 것은 물론 소음과 열 방출을 최소화해 적에게 아군의 위치를 들키지 않는 은밀한 특수작전(Stealth Ops)을 가능케 한다. 또한 전투 중 배터리 잔량이 넉넉할 때는 파괴력이 높은 '연속 발진(Continuous Wave)' 모드로 빔을 뿜어내지만 배터리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제어 보드가 이를 스스로 판단해 레이저를 일정한 간격으로 짧게 끊어 쏘는 '점사(펄스 발진)' 모드로 자동 전환한다. 척박한 야전에서 보병이 한 발이라도 더 적을 타격할 수 있도록 장비 스스로 생존성을 극대화하는 디테일이다. 가벼운 레이저 소총을 만들었다 해도 이를 보병이 들고 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총알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총구를 떠나 관성으로 날아가지만 레이저 무기로 적 드론의 외피를 뚫으려면 모터나 배터리 등의 동전 크기의 취약점에 수 초간 지속해서 빛을 쪼이는 집광을 통해 열을 가해야만 한다. 일정체류시간(Dwell Time)이 필수이다. 이때 렌즈를 들고 있는 보병의 거친 호흡과 심장 박동, 극도의 긴장으로 인한 수전증(손떨림)은 치명적이다.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종이를 태울 때 손이 조금만 흔들려도 불이 붙지 않고 종이 표면만 긁고 지나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1㎞ 밖의 표적을 향해 쏠 때 총구에서의 1㎜ 떨림은 표적 지점에서 수 미터의 오차로 벌어진다. 이 때문에 기존 휴대용 레이저 화기 개념도들은 무거운 삼각대에 총을 단단히 거치한 뒤 운용하는 한계에 머물러 있었다. 한화시스템은 인간의 생리·물리적 한계를 '역진 연산 좌표' 기반의 초정밀 조준점 유지 장치 기술로 극복했다. 소총 내부에는 스마트폰이나 최첨단 드론의 자세 제어에 쓰이는 초정밀 '3축 가속도 센서'와 '자이로 센서'가 탑재돼 있다. 병사가 숨을 쉬거나 손이 떨려 총구가 상하좌우로 미세하게 흔들리는 순간 총기 내부의 두뇌인 구동 제어부가 그 떨림의 크기와 방향, 3차원 위치 변화를 실시간으로 읽어낸다. 그 다음 총열 내부에 장착된 '타격용 반사 거울'을 병사의 손이 흔들린 방향과 '정확히 반대 방향(역방향)'으로 꺾어버린다. 이때 거울을 움직이는 동력은 무겁고 느린 기계식 모터가 아닌 전기를 가하면 즉각적으로 수축·팽창하는 미세전자기계 시스템(MEMS, Micro-Electro-Mechanical Systems) 기반의 '압전(Piezo) 액추에이터'다. X축과 Y축 십(十)자 형태로 교차 배치된 압전 액추에이터와 거울을 팽팽하게 당겨주는 복원 스프링이 0.001초의 딜레이도 없이 손떨림을 상쇄한다. 마치 이어폰이 외부 소음의 반대 파동을 쏴 소음을 없애는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ing)'처럼 병사의 떨림을 반대 방향의 거울 꺾임으로 상쇄하는 완벽한 '광학 노이즈 캔슬링'인 셈이다. 보병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서 쏴 자세로 방아쇠를 당겨도 총구를 빠져나간 빛의 창 끝은 적 드론의 정수리에 자석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총기에 내장된 '레이저 거리 측정기(LRF)'가 표적까지의 거리를 실시간으로 재면 총기 내부의 렌즈 초점 조절부가 앞뒤로 미세하게 움직여 레이저 빔이 적의 표면에서 가장 뜨거운 초점으로 맺히도록 스스로 조절한다. 병사는 조준경 안의 레이저 에이머(표적 표시용 레이저)로 붉은 점을 표적에 맞추고 방아쇠만 당기면 거리를 계산하고 초점을 맞추며 흔들림을 상쇄해 적을 불태우는 모든 과정이 총기 내부에서 찰나의 순간에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완벽한 '스마트 웨폰'이다. 탄피와 화약 냄새, 반동도 없는 레이저 소총은 국가 주요시설 방어나 도심지 대테러 작전에서 파편 피해 없이 적의 드론만 핀셋처럼 제거하는 솔루션이 될 수 있어 미래 지상전의 판도를 뒤집을 새로운 '빛의 방패'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60조원 캐나다 잠수함 수주, ‘국가간 공급망 동맹’에 달렸다

전 세계 방위산업의 패러다임이 '무기 판매'에서 국가 간 '공급망 동맹'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과거에는 성능과 가격이 수주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였다면 이제는 수출국이 수입국의 산업 생태계에 얼마나 깊숙이 참여하고 장기적인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가 승패를 가르는 척도가 됐다. 이러한 변화의 정점에 서 있는 프로젝트가 바로 최대 6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캐나다 해군의 차세대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Canadian Patrol Submarine Project)다. 캐나다는 오는 2030년대 중반 퇴역 예정인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3000톤급 잠수함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대규모 조달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이 사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K-방산 원팀'과 독일의 전통 강호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 간의 치열한 2파전으로 압축됐다. 6일 산업연구원(KIET)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가 요구하는 절충교역(ITB, Industrial and Technological Benefits) 조건과 자국 산업 기여도를 누가 더 정교하게 충족하느냐가 최종 승패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는 자원 부국으로서 최근 미국 중심의 수출 구조에서 탈피해 에너지 수출 시장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고도화된 정제 역량·제조 기술을 캐나다의 풍부한 현지 자원과 결합하는 '국가 공급망 동맹' 모델이 수주를 위한 최우선 전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 캐나다 해군의 안보 전략 전환과 CPSP의 추진 배경 캐나다의 잠수함 도입 사업은 노후 전력 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북대서양·태평양, 그리고 기후 변화로 인해 전략적 중요성이 급증한 북극해를 방어하기 위한 캐나다의 중장기 해양 안보 전략의 핵심 축이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다. 북극 지역은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적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안보의 최전선이 됐다. 현재 캐나다가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은 1990년대 영국 해군으로부터 중고로 도입한 것인데 노후화가 심각해 현재는 단 1척만이 정상 작전이 가능할 정도로 전력 공백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캐나다 정부는 2021년부터 CPSP를 공식화하고 얼음 아래에서도 장기간 작전이 가능한 '빙하 아래 작전 능력(Under-ice capability)'과 장거리 항속 거리와 고도의 은밀성을 갖춘 최첨단 디젤 잠수함 12척의 도입을 결정했다. 이는 캐나다 해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조달 사업으로 함정 건조 비용만 20조 원 이상이며 30년 이상의 유지·보수(MRO) 비용을 합산하면 전체 사업 규모는 60조 원에 육박한다. ◇ 마크 카니 정부의 '바이 캐네디언' 기조와 산업 전략 지난해 출범한 마크 카니(Mark Carney) 정부는 방위산업을 국가 경제 활성화의 핵심 동력으로 규정했다. 캐나다 정부가 발표한 '방위산업 전략 2026'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국방 조달 금액의 70%를 캐나다 자국 기업에 배정하고 이를 통해 12만5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CPSP는 캐나다 내에 독자적인 방산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발전 프로젝트'로 설계됐다. 따라서 입찰 참여 업체들은 플랫폼의 성능만큼이나 캐나다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포괄적인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캐나다 정부의 CPSP 평가 기준에 따르면 성능이나 가격보다 장기적인 운영 지원과 경제적 기여도가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유지·보수·군수 지원(MRO)'은 전체 점수의 절반인 50%를 차지한다. 이는 캐나다 해군이 장비를 도입한 후 자국 내에서 독자적으로 수리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다. 한국은 이를 위해 기존 캐나다 빅토리아급 잠수함 MRO를 전담해온 영국 밥콕(Babcock)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독일의 나토(NATO) 인프라 우위에 정면 대응하고 있다. 또한 '경제적·전략적 협력(15%)' 분야는 제안서 제출 시점부터 전체 계약 가액의 약 40%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현지 투자 및 협력 계획을 요구한다. 캐나다의 ITB 제도는 수출 기업이 계약 금액에 상응하는 경제적 가치를 캐나다 내에서 창출하도록 강제하고 있어 누가 더 매력적인 '산업 패키지'를 제시하느냐가 당락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 K-방산의 기술적 우위…장보고-III 배치-II의 경쟁력 한화오션이 제안한 플랫폼은 대한민국 해군이 운용 중인 3000톤급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이다. 이 모델은 현존하는 디젤 잠수함 중 가장 진보된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으며 캐나다 해군의 작전 요구 사항을 완벽히 충족한다. 장보고-III 배치-II의 가장 큰 강점은 공기 불요 추진 장치(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결합한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이다. 기존의 납축전지 잠수함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효율이 우수해 수면으로 부상해 공기를 흡입하는 과정인 '스노클링' 없이도 3주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 이는 광대한 영역을 은밀하게 감시해야 하는 캐나다 해군에게 압도적인 전술적 우위를 제공한다. 이 잠수함은 탄도 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 발사관(VLS)을 10셀 보유하고 있다. 이는 연안 방어용 외에도 국가 차원의 비대칭 억제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또한 7000해리(약 1만2900km)에 달하는 긴 항속 거리와 북극해의 1m 두께 얼음 아래에서도 생존 가능한 설계를 갖추고 있어 대서양·태평양·북극해 등 캐나다의 3개 대양 작전에 최적화됐다. 한화오션은 잠수함 계약 체결 이후 인도까지 통상 9년이 걸리는 기간을 6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만약 연내 계약이 체결될 경우 2035년 이전에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모두 대체해 전력 공백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다. 이는 수주 물량이 밀려 납기 지연 우려가 제기되는 독일 TKMS와 차별화되는 한국만의 제조 경쟁력이다. ◇ 한화그룹의 5대 핵심 산업 협력 모델은 '20만 고용 창출' 한화그룹은 캐나다의 미래 산업 전반에 걸친 대규모 투자와 협업을 제안하며 ITB 조건을 공략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올해 1월 캐나다 현지 5개 분야 핵심 기업들과 전략적 투자·협력을 위한 양해 각서(MOU)를 체결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최대 철강업체인 알고마 스틸에 약 3억4500만 캐나다 달러를 출연하기로 했다. 이 투자를 통해 캐나다 현지에 강재 공장을 건설하고 잠수함 건조와 MRO 인프라에 활용될 고장력강 등 특수 철강 제품의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캐나다의 기초 산업인 철강업을 부흥시키고 국방 소재의 자급자족을 지원하는 핵심 전략이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캐나다의 AI 유니콘 기업인 코히어와 함께 조선·잠수함 분야 인공지능 기술 협력을 추진한다. 코히어의 거대 언어 모델(LLM)과 멀티모달 기술을 생산 계획·설계·제조 등 조선 산업 전반에 적용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잠수함의 시스템 통합·지능형 자동 운용 기술을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한화시스템은 캐나다의 위성 통신 선도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텔레셋과는 차세대 저궤도(LEO) 위성 통신망 구축·한국군 저궤도 위성 통신 체계 사업의 공동 개발을 논의 중이다. 또한 MDA 스페이스와는 소프트웨어 정의 위성(SDS) 플랫폼인 '오로라(AURORA)'와 한화의 방산 전자 전문성을 결합해 잠수함 작전 시 보안 통신과 데이터 복원력을 극대화하는 위성 통신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안보·감시 분야에 필수적인 전자광학·적외선(EO·IR) 센서 기술 고도화를 위해 PV 랩스와 협력한다. 이는 잠수함의 눈 역할을 하는 잠망경 감시 시스템의 국산화와 기술 발전에 기여할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KPMG는 한화의 이러한 산업 협력 방안이 실행될 경우 2026년부터 2040년까지 캐나다 현지에서 누적 연인원 20만 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봣다. 이는 캐나다 정부가 요구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증명하는 결정적인 근거로 작용한다. ◇ HD현대의 대규모 패키지 딜…에너지와 R&D의 시너지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과 'K-방산 원팀'을 구성해 수주전에 참여하는 한편, 독보적인 정유·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조 단위의 대규모 패키지 딜을 제안했다. HD현대는 잠수함 창정비 역량을 기반으로 캐나다 해군이 잠수함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종합 컨설팅을 제공한다. 또한 캐나다 현지 조선소에 선박 건조 노하우와 함정 기술을 직접 전수해 캐나다 조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파격적인 기술 이전을 약속했다. 이는 '물고기만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전략으로 캐나다 정책 결정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협력 제안은 이번 수주전의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HD현대는 잠수함 사업 기간 동안 캐나다 원유 업체와 협력해 수조 원 규모의 원유를 수입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현재 캐나다는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원유·LNG 수출을 미국 외 지역으로 다변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한국이라는 안정적인 거대 수요처를 확보하는 것은 캐나다 국가 경제에 전략적 이점이 된다. 인공 지능(AI)·바이오 등 첨단 연구·개발 분야까지 캐나다 유수 대학·연구 기관과는 공동 협력을 추진한다. 이는 단기적인 무기 거래를 넘어 양국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함께 높이는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을 지향한다. ◇ 독일 TKMS의 반격과 '폭스바겐의 이탈'이라는 변수 한국의 도전에 맞서 독일의 TKMS는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 NATO) 동맹국으로서의 지위와 풍부한 수출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독일이 제안한 212CD형 잠수함은 노르웨이와 독일 해군이 공동 도입 중인 최신 기종으로, 다이아몬드형 선체 설계를 통해 스텔스 성능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독일은 캐나다와 같은 나토 회원국으로서 정보 공유가 원활하고, 공동 훈련 및 정비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운다. 또한 유럽 연합의 'EU SAFE' 기금을 활용한 금융 지원 가능성도 언급하며 캐나다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독일 측에 결정적인 타격이 발생했다. 캐나다 정부가 수주 조건으로 요구해온 자동차 분야의 투자가 독일 측 파트너인 폭스바겐(Volkswagen)의 거부로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폭스바겐 그룹의 올리버 블루메(Oliver Blume) CEO는 “우리는 다른 비즈니스 거래에 활동을 연동시키지 않는다"며 독자 경영 원칙을 고수했고, 이는 독일 정부가 제시했던 '잠수함-자동차 패키지' 전략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캐나다 산업부 장관이 “근본적으로 자동차 공장 유치를 원한다"고 밝힌 상황에서 독일의 이러한 내부 균열은 한국에게 거대한 기회의 창을 열어줬다. 반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의 회장이 정부 특사단과 함께 캐나다를 방문해 수소 경제 인프라 구축과 자동차 산업 협업을 논의하는 등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원팀'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 에너지-자원-제조를 잇는 '국가 공급망 동맹'의 가치 산업연구원은 한국과 캐나다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완벽하게 채워줄 수 있는 '상호보완적 파트너'라고 분석했다. 캐나다는 풍부한 자원과 첨단 기초 기술을 가졌고 한국은 이를 제품화하고 상용화하는 세계 최고의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캐나다는 현재 생산되는 원유의 95% 이상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어 가격 결정권 확보와 리스크 분산을 위해 아시아 시장 진출이 절실하다. 한국은 세계적인 에너지 수입국으로서 캐나다의 액화 천연 가스(LNG)·원유 인프라 투자에 참여하고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 이미 한국가스공사가 지분 5%를 보유한 'LNG 캐나다' 프로젝트는 이러한 협력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캐나다의 풍부한 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블루·그린 수소 생산 역량과 한국의 수소차 및 연료전지 기술을 결합하는 논의도 활발하다. 현대자동차는 캐나다 전역에 수소 연료 전지 기반의 대형 화물차와 철도 네트워크인 '수소 통로(Hydrogen Corridor)'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하며 잠수함 수주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니켈·리튬·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의 채굴(캐나다)-가공(한국)-배터리·전기차 제조(양국 협력)로 이어지는 전주기 공급망 협력은 양국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축이다. 북극해 방어 임무를 수행할 CPSP와 연계해 북극 지역의 인프라 개발 협력도 유망하다. 한국은 세계적인 쇄빙선 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험난한 기후 조건의 북극 지역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 분야에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결합은 캐나다의 북극 주권 수호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카드다. ◇ '국가적 신뢰', 60조 원의 문을 여는 열쇠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프로젝트(CPSP)의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은 올해 상반기 내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수주전은 캐나다의 안보와 경제의 미래를 30년 이상 함께할 '전략적 파트너'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한국 정부는 압도적인 성능의 장보고-III 배치-II 플랫폼을 앞세워 한화그룹의 5대 핵심 MOU, HD현대그룹의 조 단위 원유 수입 패키지, 현대차의 수소 인프라 제안 등 독일이 따라올 수 없는 '산업 생태계 선물 꾸러미'를 준비했다. 독일의 경제 파트너인 폭스바겐의 이탈은 한국에게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되고 있다. 정부 역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정관 산업부 장관 등으로 구성된 특사단을 파견해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사단이 출국 전 6·25 전쟁 참전 캐나다군 명비에 헌화하며 보여준 '보훈 외교'는 양국이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피로 맺어진 혈맹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캐나다 측의 깊은 신뢰를 끌어냈다. K-방산이 이번 60조 원 규모의 대어를 낚는 데 성공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방위산업 역사상 명실상부한 세계 4대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게 되는 전무후무한 쾌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60조 원의 문을 열기 위한 마지막 퍼즐은 캐나다 국민과 정부에게 '한국은 당신들의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와 미래 산업까지 책임지는 진정한 동맹'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일이다. 대한민국 'K-방산 원팀'이 보여주고 있는 정교한 '국가 공급망 동맹' 전략이 북극해의 빙하 아래에서 국산 잠수함의 위용을 떨칠 날을 기대해 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무인 잠수정 침몰·작업자 추락 막아라”…한화시스템, 수상 ‘스마트 정박 기지’ 만든다

우리 해군이 차세대 해양전의 핵심 전력인 '초대형 무인 잠수정(XLUUV, eXtra Large Uncrewed Undersea Vehicle)' 전력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대표 방산 기업 한화시스템이 무인 함정 운용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던 정박과 유지·보수·정비(MRO) 안전 사고 문제를 원천 차단할 혁신적인 인프라 기술을 고안해냈다. 경쟁국들이 무기체계 '본체' 성능 개량에만 몰두할 때 험난한 바다에서 이를 24시간 거둬들이고 살려낼 '스마트 계류 시설 생태계'를 선제 장악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다. 4일 본지 취재 결과 한화시스템은 최근 지식재산처로부터 '무인 잠수정 계류 시설 어셈블리(등록 번호 10-2945548)' 특허를 인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1일자로 최종 공고된 이 기술은 플라스틱 부유물을 엮어 쓰던 기존 임시 선착장의 치명적 결함을 기계 역학적 아이디어로 극복해 냈다. ◇“잠수정이 밑으로 쑥"…아찔한 상황 회피케 하는 '수중 방패' 한화시스템은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개발하고 있는 초대형급 무인 잠수정 시제 업체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해군과 업계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무인 잠수정의 해상 정박이었다. 무인 잠수정은 둥글고 미끄러운 선체의 대부분이 물속에 잠긴 채 기동한다. 이 때문에 일반 소형 선박용 부유 구조물인 '폰툰'을 임시방편으로 이어 붙인 계류장으로 다가올 때, 파도나 조류에 조금만 휩쓸려도 잠수정이 폰툰 하부의 텅 빈 공간으로 쑥 빨려 들어가는 현상이 잦았다. 고가의 선체와 정밀 탐지 센서가 파손될 위험이 컸던 것이다. 한화시스템은 이 문제를 '회전형 보호 부재'인 '수중 폼 롤러 범퍼'로 해결했다. 작업자가 걸어 다니는 ㄷ자 형태의 진입로 안쪽 물속을 향해 수직형 지지 프레임을 뼈대처럼 뻗어 내렸다. 그리고 위아래 축에 빙글빙글 자유롭게 돌아가는 긴 회전형 폼롤러를 장착했다. 육중한 잠수정이 주차 구역인 접안 공간으로 들어오다 선체가 부딪히더라도 물속의 폼롤러가 부드럽게 돌아가며 충격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선체 흠집을 막을 뿐만 아니라 잠수정이 폰툰 밑으로 기어 들어가는 것을 튕겨내는 물리적인 철벽 가이드 역할을 한다. ◇스위치 하나에 펜스가 다리로…기발한 '트랜스포머' 설계 해상 정비사의 해상 추락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인 발상도 눈길을 끈다. 이전에는 정비사가 충전 케이블을 꽂으려면 출렁이는 진입로에서 둥근 잠수정 위로 곡예하듯 건너가야 했다. 하지만 특허에 적용된 구조물은 평소 ㄷ자 모양의 쇠파이프인 고정 난간봉이 튼튼한 고정 난간부 역할을 하다 잠수정이 접안을 마치면 다리로 변신한다. 정비사가 경첩 역할을 하는 힌지에서 고정핀을 뽑으면 수직으로 꼿꼿하게 서 있던 울타리의 일부가 눕혀져 수평 열림 전개되면 튼튼한 교량인 접이 난간부로 바뀐다. 접안된 잠수정과의 거리가 멀다면 기본 다리인 고정 발판 내부에서 확장 발판이 서랍처럼 미끄러져 나와 스스로 길이를 연장한다. 눕혀진 발판은 상단의 강철 와이어 끝에 달린 걸쇠가 팽팽하게 잡아주기 때문에 무거운 배터리 장비를 든 작업자도 흔들림 없이 선체로 진입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거센 악천후 속에서도 안전한 강제 정박이 가능하도록 계류장 앞부분에 닻줄을 끌어올리는 강력한 기계 장치인 '윈드라스(Windlass)'가 포함된 견인부를 일체형으로 통합했다. 선체 앞부분에 와이어만 걸어주면 동력을 잃은 무인 체계라도 지정된 위치까지 도킹시킬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개발 중이어서 언제 실전 배치가 될지는 정해진 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멀지 않은 미래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격 ‘KAI 경영 참여’ 선언…“민영화하면 인수·통합도 검토 가능”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5% 이상 확보하며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전격 변경했다. 아울러 올해 연말까지 5000억 원의 대규모 자금을 추가 투입해 KAI 지분을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육·해·공과 우주를 아우르는 한국형 방산 '내셔널 챔피언(국가 대표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연말까지 5000억 원 투입…“민영화 시 인수 가능성도 열려있어"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과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KAI 주식 10만 주(0.1%)를 추가 취득했다. 앞서 지난 3월 자회사 한화시스템 등과 함께 KAI 지분 4.99%를 확보한 바 있는 한화그룹은 이번 추가 매수를 통해 합산 지분율을 5.09%로 늘렸다. 자본시장법상 지분율이 5%를 초과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AI 지분 보유 목적을 기존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공식 변경했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경영 참여 계획은 검토 중"이라며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을 경우 주주로서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회사·주주·이해 관계자들의 사정과 이익을 충분히 감안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사회를 열고, 올해 12월 31일까지 최대 5000억원을 투입해 KAI 주식을 장내 매수하기로 결의했다. 이사회 결의 전일인 4월 30일 종가 16만9000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95만8579주로, 지분율 약 3.04%에 해당하는 규모의 물량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공격적인 지분 확대가 궁극적으로 KAI 인수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목표 지분율과 향후 인수 계획을 묻는 본지 질의에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번 5000억원 투자는 기존 5.09% 확보에서 더 나아가 추가로 지분 확대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장내 매수 특성상 주가 변동성이 있어 최종 확보 주식 총량에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KAI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지분 확대를 검토하고 추진 중인 상황이지만 향후 정부 차원에서 KAI 민영화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면 인수나 통합 등의 계획도 검토할 수 있다"며 “사업적으로 열려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여 가능성을 시사했다. 재무적 부담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올해 안에 5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기한을 정한 것으로, 해당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데 재무적으로 무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어 “다만 주식 가격에 따라 매수 물량이 달라질 것인 만큼 최종 지분율을 현시점에서 특정해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방산 대형화 트렌드…“각자도생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KAI와의 밀착을 시도하는 핵심 배경에는 우주항공과 방산 분야를 결합한 글로벌 '내셔널 챔피언' 육성이라는 명분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중동·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분쟁 심화와 무인화·지능화되는 전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국들은 앞다퉈 '육·해·공·우주 통합' 대형 방산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상 무기체계 중심이던 독일 라인메탈은 군함 건조 부문을 인수했고 프랑스 에어버스·탈레스-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등 유럽 3사는 스페이스X에 대응해 우주 사업을 통폐합했다. 영국 BAE시스템스와 미국 노스롭 그루먼 역시 위성 및 우주 발사체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위성·데이터 분석(AI) 등 전(全) 영역 작전이 전개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덩치를 키운 국가대표 기업이어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며 “한국의 개별 방산기업들이 각자도생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다름없어 우주항공·방산 분야의 결합을 통한 내셔널 챔피언 설립이 필연적인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다"고 역설했다. ◇전방위적 '원팀' 시너지…KF-21 수출 정조준 및 우주항공 생태계 구축 지상 방산·항공 엔진·레이더·우주 발사체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국내 유일의 완제기(전투기·헬리콥터) 개발·위성 개발 기술력을 보유한 KAI가 뭉치면 유·무인 복합 체계(MUM-T)와 우주항공을 아우르는 압도적인 시너지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막대한 고정비가 투입되는 KAI의 항공기 사업에 한화의 선제적 투자 여력과 해외 영업 노하우가 더해지면 '원팀(One-Team)' 전략을 통한 수주 확대와 K-방산 수출 경쟁력 제고가 가능해진다. 양사는 이미 지분 투자 이전부터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를 중심으로 미래 핵심 사업 전반에 걸쳐 공조 체계를 굳혀왔다. 지난 2월 초 '미래 핵심 사업 공동 협력 양해 각서(MOU)'를 맺고 독자 개발 전투기 KF-21의 후속 양산 모델에 탑재될 첨단 항공 엔진 국산화와 체계 통합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와 함께 △첨단 항공 엔진 국산화 △무인기 공동 개발 △글로벌 상업 우주 시장 공동 진출에 합의했고 주요 경영진이 참여하는 '미래 항공우주 전략위원회'를 정례화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방산전시회(WDS)에서도 '항공 무장 사업 협력 MOU'를 연이어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 선행 연구를 수행해 온 덕티드 고체 램제트 엔진 기반의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초음속 공대지·공대함 미사일 등 핵심 무장을 KF-21·FA-50 플랫폼에 통합하는 공동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양사는 기체 플랫폼은 물론 탑재 무장과 운영 체계 전반을 '한국산 패키지'로 요구하는 해외 고객의 니즈에 맞춰 공동 마케팅을 전개, KF-21의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양사의 결속은 지역 균형 발전에도 강력한 동력이 될 전망이다. 경남 창원에 사업장을 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사천에 본사를 둔 KAI의 협력이 구체화되면 거대한 '경남 우주항공·방산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지난해 기준 두 기업의 합산 매출은 13조 원, 직접 고용 인원은 1만 명을 넘는다. 한화그룹은 과거의 배타적 관행에서 벗어나 협력사 공급망을 적극 공유함으로써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율을 높이고 스타트업 육성과 해외 동반 진출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재들의 지역 정착을 유도해 상생하는 지역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박규빈의 경영 현미경] ‘수주 27조’ KAI, 현금흐름 9천억 마이너스·부채비율 446% 내막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2025년도 연결기준 사업보고서에는 당기순이익 증가와 27조 원 규모의 수주잔고 달성이라는 실적 지표와,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대규모 순유출 및 부채비율 급등이라는 재무 지표가 동시에 기록되어 있다. 이익이 증가했음에도 9000억 원 이상의 현금이 영업활동에서 유출되고 부채비율이 446%를 상회한 재무 수치의 이면에는, 회계 장부상 부채로 계상되는 대형 수출 계약의 선수금 유입과 KF-21 및 LAH 양산을 앞두고 원부자재를 매입한 사업적 현황이 존재한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KAI는 2025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3조6964억원, 영업이익 2692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1.7%, 11.8%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187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709억원) 대비 164억 원 늘었다. ◇재공품·원재료 증가, 영업활동 현금 흐름 적자 확대 원인 이러한 실적과 함께 작년 말 기준 KAI의 전체 수주잔고는 27조343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KAI는 폴란드 군비청과의 4조2080억 원 규모 FA-50PL 실행 계약과 말레이시아 국방부와의 1조1952억원 규모 FA-50M 계약, 이라크 정부와의 1357억원 규모 수리온 수출 계약 등을 이행 중이다. 또한 방위사업청과는 총 4조3579억 원 규모의 KF-21 최초 양산, 1조4053억원 규모의 소형 무장 헬리콥터(LAH) 2차 양산 계약을 체결해 수주 잔고에 반영했다. 손익계산서상 실적지표와 달리, KAI의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 흐름은 -9033억원을 기록해 전년 -7282억원 대비 순유출 규모가 확대됐다. 순이익이 발생했음에도 대규모 현금 유출이 기록된 주요 원인은 재고자산의 증가에 있다. KAI의 재고 자산 장부상 금액은 2024년 말 2조3590억원에서 2025년 말 3조6370억원으로 1조2780억원으로 54.2%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조립 공정에 투입된 '재공품'이 9837억원에서 1조8731억원으로, 부품 등 원재료가 1조863억원에서 1조5068억원으로 늘어났다. 반면 완성된 제품 재고는 436억원에서 347억원으로 감소했다. 경영진은 당기 현금 흐름 변동 요인으로 KF-21·LAH 양산을 위한 재고 투자 확대를 언급했다. KAI가 이행 중인 양산 계약의 향후 인도 일정을 맞추기 위해 원부자재를 구매하고 조립 공정을 진행하며 투입된 현금이 재고 자산의 형태로 회계상 반영된 것이다. ◇부채 비율 446.6% 기록, 수출 선수금 유입·외부 자금 조달 탓 KAI의 총부채도 2024년 6조2984억원에서 2025년 8조4729억원으로 2조1745억원 크게 불어났다. 이에 따라 부채 비율은 전년 364.7%에서 지난해 446.6%로 81.9%p 상승했다. 부채 증가의 세부 내역은 고객사로부터 수취한 선수금인 계약 부채와 외부 차입금 확대로 구성된다. 유동 계약부채와 유동 선수금 합계는 전년 대비 대폭 증가해 4조4024억원에 달한다. 해외 무기 수출 계약 특성상 고객사로부터 수령하는 착수금 및 중도금은 수익 인식 시점인 기체 인도 전까지 장부상 부채로 계상된다. 대형 수출 계약이 집중됨에 따라 관련 선수금 유입이 장부상 부채 수치를 높인 것이다. 동시에 운전자본 소요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 조달도 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KAI는 2025년 1월과 7월에 제28회·제29회 공모 사채를 통해 총 1조원 어치의 무보증 회사채를 신규 발행했다. 재고 확충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 결과 총 차입금과 사채 규모가 전년 대비 1조1113억원 증가한 2조1470억 원으로 집계됐다. 재무상태표의 비유동자산 중 무형자산 항목에는 전년도에 없었던 339억1300만 원 규모의 '영업권'이 새롭게 계상됐다. KAI는 2025년 7월 코스닥 상장사 ㈜제노코의 경영권 지분 37.95%를 545억원에 취득해 종속기업으로 편입했다. 회사는 해당 지분취득 목적으로 '우주 통신 탑재체 및 항공 전자 사업 역량 강화'라고 밝혔다. 취득가액 545억원 중 제노코의 식별가능한 순자산 공정가치 몫을 제외한 차액이 무형자산 내 영업권으로 장부에 반영됐다. ◇올해 매출 전망과 1조 원 추가 자금 조달 KAI는 올해 별도 기준 매출액 전망치를 5조7306억 원으로 공시했다. 주요 매출 증가 요인으로는 △KF-21 양산 전환 △LAH 납품 본격화 △폴란드·말레이시아향 FA-50 생산 진척을 명시했다. 이같은 양산 일정과 관련, KAI는 올해 1월 27일 5000억원 상당의 공모사채를 발행했고, 이어 3월 4일 표면 이자율·만기보장 수익률 0% 조건으로 5000억원 규모의 사모전환사채(CB)를 추가 발행해 1분기에만 총 1조원의 유동성을 추가 확보했다. 향후 재무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외변수도 공시됐다. 미국 정부가 지난 2월 24일 발표한 10% 수준의 한시적 보편관세를 언급하며 “향후 미국의 행정·입법 동향에 따라 관세 정책과 실질 부담이 변동될 수 있어 현 시점에서 재무 상태·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신뢰성 있게 추정할 수 없다"고 언급한 부분도 존재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에어로 1Q 영업익 6389억 ‘순항’…“하반기 K-방산 수출 랠리·11조 선제 투자, 초격차 굳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자회사 한화오션의 흑자 폭 확대와 본체 항공우주 부문의 호실적에 힘입어 2026년 1분기 견조한 성장을 달성했다. 주력인 지상 방산 부문은 내수 R&D 비중 확대와 수출 인도 일정에 따라 1분기 일시적인 '숨 고르기'를 거쳤으나, 39조7000억 원의 사상 최대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2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반등을 예고했다. 특히 실적 발표 직후 이어진 IR 컨퍼런스콜에서는 올해 폴란드 인도 물량 가이던스와 미국·중동·유럽 수주 파이프 라인, 캐나다 방산 밸류 체인 연계 수출 등 시장의 이목이 쏠린 굵직한 현안들에 대한 구체적인 질의응답이 오가며 향후 성장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2028년까지 11조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 로드맵과 주주환원 강화 방안도 함께 공개됐다. ◇오션·항공우주 '쌍끌이' 호실적…“RSP 적자폭 대폭 축소" 3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 7510억 원, 영업이익 6389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 영업이익은 21% 증가했다. 세전 이익은 5546억 원(141%↑), 당기순이익은 52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8% 급증했다. 연결 기준 자산은 56조5428억 원, 부채 39조2031억 원, 순차입금 비율 41%로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했다. 전사 실적은 한화오션과 항공우주 부문이 든든하게 받쳤다. 한화오션은 조업일수 감소에도 LNG 운반선 등 △고가 상선 프로젝트 비중 확대 △환율 효과 △원가 절감 등에 힘입어 매출 3조2099억 원, 영업이익 4411억 원(71%↑)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 13.7%를 달성했다. 항공우주 부문은 매출 6612억 원(25%↑), 영업이익 226억 원(533%↑)으로 폭발적인 이익 성장을 보였다. 군수·장기 공급 계약(LTA) 물량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글로벌 엔진 제조사와 함께하는 국제공동개발(RSP) 사업에서 수익성이 높은 애프터마켓(AM) 부품 매출 비중이 확대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컨퍼런스 콜을 통해 “1분기 GTF 엔진 인도 대수는 232대로 전년 동기(257대) 대비 다소 줄었으나, AM 매출 증가로 1분기 RSP 영업손실을 전년 동기(253억 원) 대비 대폭 줄어든 161억 원으로 방어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 역시 방산 수출과 ICT 호조로 영업이익 343억 원(2%↑)을 냈다. ◇1분기 쉬어간 지상 방산…“2분기부터 폴란드·이집트·호주 물량 본격화" 그룹 방산의 핵심인 지상 방산 부문은 1분기 매출 1조 2211억 원(5%↑), 영업이익 2087억 원(31%↓)을 기록했다. 내수 매출(5697억 원)은 41% 늘었으나, 수익성이 높은 수출 매출(6514억 원)이 13% 감소한 탓이다. 이에 대해 한상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IR담당 전무는 “1분기 수출은 폴란드 천무 발사대 일부 물량만 제한적으로 반영됐고, 내수 매출 역시 양산보다는 이익률이 '로우 싱글(Low-Single)' 수준인 개발·정비 위주로 채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극적인 턴 어라운드가 예상된다. 한 전무는 “올해 연간으로 K-9 자주포 30문 이상, 천무 다연장 로켓 40대 이상을 폴란드에 인도할 계획"이라며 “2분기와 하반기에는 이집트 패키지·호주 레드백 장갑차·폴란드 물량에 국내 양산 매출까지 더해져 본격적인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시적인 1분기 매출 믹스 변화일 뿐, 호주·이집트·폴란드 등 주요 수출 사업의 마진율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미래 일감인 지상 방산 수주 잔고는 지난 1월 노르웨이 천무(1조3000억 원) 계약 등에 힘입어 39조7000억 원을 기록 중이며, 이는 연 매출 기준 약 3.5~4년 치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지난 4월 체결된 핀란드 K9 추가 수주(9400억 원)가 2분기에 반영되면 거뜬히 40조 원을 돌파하게 된다. ◇美 자주포 7월 윤곽·하이마스 지연 반사이익…글로벌 파이프 라인 '탄탄' 이날 IR 질의응답에서는 북미·유럽·중동을 아우르는 글로벌 추가 수주 파이프 라인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오갔다. 한 전무는 “미국 차세대 자주포 현대화 사업에 독자 개발한 차륜형 자주포로 참여 중이며, 오는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과 연계해서도 현지 업체들과 K-9 등 지상 무기를 포함한 방산 밸류체인 구축 프레임워크를 긍정적으로 협의 중이라는 설명이다. 유럽 시장에서는 경쟁 모델인 미국 록히드마틴의 '하이마스(HIMARS)' 납기 지연 사태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한 전무는 “경쟁 무기의 나토(NATO) 국가 인도 지연이 최근 2년간 심화되고 있어 납기·원가·제품 경쟁력을 갖춘 우리 '천무'에 호재"라며 “특히 폴란드에 설립한 천무 유도탄 현지 합작 법인(JV)이 지속적인 유도탄 수요를 선점하는 강력한 경쟁 우위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페인 현지 파트너와의 K9 현지화 사업도 논의 중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현지에서는 대공 방어 체계 수요가 급증하며 '천궁-II(M-SAM)' 및 'L-SAM'의 조기 수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연됐던 사우디아라비아 국가경비대(MNG) 수주 사업도 현지 정세가 안정화되는 하반기에는 가시적인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 시장의 경우 K-9 2차 패키지 논의와 더불어 '비호복합(대공무기)' 수출 가능성도 타진 중이다. 한편 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풍산 탄약사업부 인수설에 대해서는 “현재 관련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별도 기준 1분기 말 순차입금은 2조 3800억 원 수준이며 향후 방산 현지화 등 선제적 투자 및 운전자본 증가로 연말까지 다소 늘어날 수 있으나, 양호한 영업 현금 흐름으로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28년까지 11조 선제 투자…K-9 무인화·우주 경제권 아우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압도적인 기술 격차 확보를 위해 2028년까지 11조 원 이상을 쏟아붓는 메가 투자 로드맵도 발표했다. 글로벌 해외 투자에 6조2700억 원, 지상 방산·항공우주 인프라에 3조2400억 원, 신규 R&D에 1조5600억 원을 투입한다는 게 사측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K-9A1을 K-9A2(자동화 포탑)를 넘어 K-9A3(완전 무인화)로 진화시키고, 다목적 무인 차량(Arion-SMET)·전투용 무인 수상정·잠수정·차세대 소형 무인기 엔진·레이저 대공 무기(천광) 등 유·무인 복합 체계 기술을 앞당긴다. 우주 부문에서도 누리호 고도화·차세대 발사체 사업 체계종합은 물론, 한화시스템·쎄트렉아이와 연계해 위성 통신/관측 및 달·화성 탐사, 우주 자원 활용(ISRU)으로 이어지는 '저궤도 경제권' 독자 밸류 체인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적극적인 투자 확대 기조 속에서도 주주 환원 정책은 한층 강화된다. '선(先) 배당금 확정, 후(後) 배당기준일 설정' 제도를 정착시켜 주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올해 주당 배당금(DPS)을 3500원 이상으로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아가 2024~2028년 평균 배당액 이상의 강력한 주주환원을 이어간다는 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방산 빅4’ 영업익 4배, 중소기업은 제자리걸음…당정, ‘하드웨어·하도급’ 벗고 상생 생태계 짠다

국내 방위산업계가 전례 없는 '수출 잭팟'을 터뜨리고 있지만 대형 체계 종합 업체와 중소 협력사 간의 심각한 양극화가 생태계의 아킬레스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방산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낡은 하도급 관행과 경직된 획득 제도가 지속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함께 잡은 손, 더불어 만드는 K-방산 대도약' 정책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 행사는 부승찬·김남근·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고,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주관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100대 방산기업 중 한국 기업들의 최근 매출 증가율은 39%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국내 방산 '빅4'의 합산 영업이익 역시 2021년 5128억원에서 2024년 2조1146억원으로 폭증했다. 하지만 하부 생태계의 사정은 다르다. 부 의원은 2022년 6.4%였던 대·중견기업 영업이익률이 2024년 13.7%로 치솟는 동안, 공급망을 지탱하는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5.5%에서 7.2%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고 언급했다. 부 의원은 “상당한 방산 수출 성과의 과실이 산업 전반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고, 중소·중견기업들은 소외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소·중견기업은 하나의 생명체를 이루는 혈관과도 같은 존재"라며 “공급망을 책임지는 기업들이 호황 흐름에서 소외된다면 K-방산의 지속 성장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현지 생산'과 'SW·AI 전환'…샌드박스·독립 발주 절실한 이유 이날 현장에 모인 방산업계 관계자들이 단순한 이익 배분을 넘어 '규제 샌드박스'나 '독립 발주'와 같은 구조적 개선을 절실히 요구하는 데에는 명확한 거시적 배경이 존재한다. 첫째, 글로벌 수출 시장의 트렌드 변화다. 폴란드·중동 등 주요 수출국들은 완제품 수입을 뛰어넘어 자국 내 일자리 창출과 기술 이전을 위한 '현지 생산'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대기업 단독 수출이 아닌 우수한 기술을 가진 부품·스타트업들이 처음부터 '한 팀'으로 동반 진출해야만 수주가 가능한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UAE 현지에 K-방산 부품생산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 중인 LIG D&A의 장동권 전략기획실장이 “협력업체를 단순 하도급 업체가 아닌 공동 개발과 공동 해외 진출의 파트너로 봐야 한다"고 역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속도전이 된 방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민간 첨단 기술이 방산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인증 절차를 유연화하고, 스타트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규제 샌드박스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둘째, 무기체계의 핵심 가치가 전통적인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 중심(SDD)'으로 급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획득 제도는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의 1회성 납품 방식에 머물러 있어 혁신 기술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미래 전장의 두뇌를 담당할 국방 AI 혁신기업 다비오(Dabeeo)의 발제는 이 한계를 명확히 짚었다. 다비오에 따르면 방산 분야의 인공지능은 1회성 납품(SI)으로 끝나는 장비가 아니라 지속적인 데이터 학습과 성능 고도화가 필수적인 '국가 자산'이다. 박주흠 다비오 대표는 “현재처럼 체계 사업의 종속된 부속품 취급을 받는 낡은 하도급 구조에서는 역량 발휘가 불가능하다"며 “AI 전문 영역의 '독립 발주' 체계를 신설하고 소유권과 사용권을 분리하는 유연한 라이선스 방식을 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생태계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들은 낡은 잣대에 발이 묶여 있다. 배경호 퍼스텍 부사장은 “중견 기업의 기준 자체가 광범위해서 기업 규제와 중소 기업 보호 사이의 '정책적 소외'가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현행 자산 5000억원부터 10조원까지 하나로 묶인 기준 탓에 성장할수록 중소기업 보호 대상에선 제외되고 대기업 규제를 받는 '넛크래커(Nut-cracker)' 현상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메스 드는 정부, 하반기 '방위산업 상생법' 입법 예고 이러한 현장의 위기감과 당위성에 정부도 획득 제도 정비와 상생 환경 조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형석 방위사업청 방위산업진흥국장은 “산업은 성장하고 있지만 성과가 생태계 전체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며 현 실태를 인정했다. 그는 대·중소기업 상생 생태계 조성을 위해 오는 5월 '(가칭)방위산업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제정안 초안을 마련해 하반기 중 국회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동참을 예고했다. 이은청 중기부 상생협력정책국장은 “방산 생태계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 간 협력관계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방산 분야만 별도로 평가하는 상생 수준 평가를 추진해 체계종합업체와 협력업체 간 협력 정도와 성과 공유를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윤성현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방산진흥본부장은 “드론·인공 지능·로봇 등 미래 전장 기술에서 중소벤처 기업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우수 민간 기술을 우선 도입해 실증한 뒤 실제 구매로 연결하는 '국방 오픈 이노베이션 연구개발 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강형배 인턴 기자·김수미 인턴 기자

“K-9·KF-21에 미사일도 세트 메뉴”…한화에어로스페이스, K-방산 ‘패키지 수출’ 시대 연다

K-방산이 세계 무대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마진율이 높고 지속적인 소모품 수익을 창출하는 정밀 유도 무기(PGM, Precision Guided Munition)를 세트로 묶어 파는 '패키지 수출(K-방산 2.0)' 시대로 본격 진입한다. 이는 K-9 자주포·다연장 로켓 천무·국산 전투기 보라매(KF-21) 등 무기를 쏘아 올리는 '발사 플랫폼' 수출 중심에서 벗어나겠다는 포부인 만큼 한화그룹의 방산 사업 향배에 이목이 집중된다. 2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화빌딩 3층 오디토리움에서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화 테크 아카데미 2026'을 열고, PGM 사업부가 주도하는 첨단 항공 무장·스마트 탄약 국산화 청사진을 전격 공개했다. 강단에 선 백기봉 한화에어로스페이스 PGM 사업부 2사업단장은 확고한 비전을 밝혔다. 백 단장은 “대한민국의 자주 국방과 K-방산 4대 강국 진입을 위해 KF-21과 같은 국산 전투기에 순수 대한민국 항공 무장을 탑재하기 위한 고효율 덕티드 추진 기술을 철저히 준비해 왔다"고 강조했다. 'K-장약의 아버지'라 불리는 손현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PGM 사업부 4사업단장 역시 “재래식 155mm 포탄에 유도 기능을 접목한 첨단 포탄 기술들은 대한민국 국방 전략의 미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적 스텔스기도 회피 불가"…2036년 양산될 '한국형 미티어' 첫 번째 테마는 4.5세대 국산 전투기 KF-21의 완벽한 '무장 독립'을 이끌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그 심장인 '덕티드 램제트(Ducted Ramjet)' 엔진 기술이었다. 우리 공군은 1949년 창설 이래 1970년대 500파운드급 MK82 폭탄 면허 생산을 거쳐 KF-21 자력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미사일은 1950년대 미국산 팰컨(AIM-4)을 시작으로 줄곧 외산에 종속돼 향후 전투기 수출 시 해당 무기 제조국의 '수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치명적인 족쇄가 남아있었다. 조복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PGM 연구소 체계종합1팀 책임은 “현존 최고 성능인 유럽 MBDA사의 '미티어(Meteor)'에 적용된 덕티드 램제트 기술을 적용해 독자 미사일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일반 고체 로켓은 산화제(80%)와 연료(20%)를 모두 내부에 탑재해야 하지만, 덕티드 램제트는 비행 중 흡입한 외부 공기를 산화제로 쓴다. 그 빈 공간만큼 고체 연료를 가득 채워 사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다. 조정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PGM 연구소 추진탄약1팀장은 자사가 1973년 백곰 지대지 미사일부터 1989년 구룡 다연장 로켓, 최근 천궁과 천무를 거쳐 배회형 정밀 유도 드론(RPGW)까지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고체 추진 기관 전문 기업임을 강조했다. 그는 “덕티드 램제트는 초기 가속용 '무노즐 부스터'로 초음속에 도달한 뒤 '포트 커버'를 열어 유입된 공기와 '가스 발생기'에서 뿜어진 기체 연료를 폭발시켜 추력을 낸다"며 “종말 단계까지 마하의 초음속을 유지해 적기가 물리적 기동만으로는 피할 수 없는 게임 체인저"라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2년간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관련 기술을 축적해 왔다. 국내 유일의 산화제 자체 제조 시설, 99.9% 신뢰도를 요구하는 포트 개방 화약(파이로) 장치 기술, 대전 사업장의 대규모 생산 설비 등을 완벽히 내재화했다. 이날 행사장에 공개된 설명 패널에 따르면 한화는 올해부터 2033년까지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체계 개발을 완료하고, 2036년 이후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초음속 공대함-II, 공기흡입식 다연장 등 5대 유관 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기자들의 기술 질의도 이어졌다. 초고속 비행 시 공기 유입으로 엔진 불꽃이 꺼지는 문제(플레임 아웃)에 대해 조복기 책임은 “영하 55도의 저온과 수백 도의 마찰열을 견디는 고도의 체계 종합 기술로 한계를 돌파하고 있다"고 답했다. 러시아 킨잘·이스칸데르 같은 극초음속 타격에 대한 질문에는 “덕티드 램제트를 넘어 마하 5 이상 스크램제트 기반의 '하이코어(Hycore)'를 ADD와 선행 연구 중이며, 19개 대학과 75개 산학연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1발 1억 美 '엑스칼리버' 한계 넘는다…우크라戰 교훈 담은 스마트 포탄 두 번째 테마는 K-9 자주포를 수직 정밀 타격 무기로 탈바꿈시킬 155mm 첨단 탄약 기술이었다. 김정훈 추진탄약2팀장은 “M549·XM1213과 같은 기존의 로켓 추진탄이나 항력 감소탄인 K307을 넘어 이제는 사거리 증가에 따른 탄착 오차를 줄여 소량의 탄약으로 표적을 제압하는 지능형 포탄이 필수"라며 투트랙 솔루션을 공개했다. 첫째는 '정밀 유도 포탄(155mm PGM)'이다. 길이 1m 이내, 중량 50kg 이하로 K9에서 발사된 후 공중에서 날개를 펴 통합 항법(GPS+INS)으로 유도 비행해 표적을 수직 타격(준수직 입사)한다. 2014~2019년 선도형 핵심 기술 개발을 마쳤으며 2026~2028년 탐색 개발, 2029~2032년 체계 개발을 거쳐 2033년 이후 전력화된다. 둘째는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한 '탄도 수정 신관(CCF)'이다. 기존 재래식 포탄의 앞부분(신관)만 교체해 유도 기능을 부여하는 마법 같은 무기라는 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 전언이다. 2009년부터 선행 연구를 이어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내년 말까지 자체 개발을 마친 뒤 2026~2031년 체계 개발을 거쳐 2032년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김 팀장은 “사거리가 50km로 늘어나면 일반 포탄은 300m 이상의 오차가 생기지만 CCF를 장착하면 50m 원 안에 정확히 꽂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은 단연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으로 쏠렸다. 1발당 1억 원에 달하는 미국산 유도포탄 '엑스칼리버'가 러시아의 강력한 전파 교란(재밍)에 속수무책이었다는 지적에 김 팀장은 “우리 군은 초기부터 적의 강력한 재밍 위협을 상정해 고도의 '항 재밍(Anti-Jamming)' 성능을 요구했고, 당사는 관련 구성품 개발을 마쳤다"고 강조했다. 단가가 높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단 1발로 목표를 제압하면 포탄뿐 아니라 비싼 추진 장약의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포신 마모까지 방지해 종합적인 경제성은 압도적으로 뛰어나다"고 했다. 경쟁사인 풍산의 사거리 연장탄과의 차별점으로는 '능동적 궤도 수정 제어' 유무를 꼽았다. 다만 김 팀장은 “초고압·고충격을 견뎌야 하는 관성 항법 장치(INS) 등 극소수 전자 부품은 아직 제한적인 해외 국가에 의존하고 있어 자체 국산화를 적극 추진 중"이라며 한계를 짚기도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파손 전차·자주포, 전쟁터서 뚝딱 수리”…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동식 야전 정비고’ 만든다

'K-방산 맏형'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장 한복판에서 파손된 전차나 자주포를 신속하게 수리할 수 있는 최첨단 '가변 조립식 야전 정비고' 기술을 고안했다. 좁은 상자를 펼치듯 거대한 정비 시설을 뚝딱 만들어내는 이른바 '트랜스포머 정비고'다. 고가의 무기 장비를 1회용으로 소모하는 대신 최전방 야전 유지·보수(MRO) 능력을 극대화해 기갑 전력의 생존성과 전투 지속력을 비약적으로 높일 차세대 군수지원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28일 본지 취재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10월 지식재산처에 '조립식 정비고'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버려진 전차 살려라"…우크라이나 전쟁서 얻은 교훈 이번 특허의 핵심 배경에는 장기화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이 자리 잡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명세서를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전차·자주포·로켓포 등을 이용한 고전적 전투가 여전히 전세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하지만 피격되거나 고장 나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전투 차량의 비율이 높은 실정이어서 긴급 야전 정비를 위해 이동 및 조립이 간편한 정비고의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명시했다. 파손된 궤도 장비나 고가의 무기를 멀리 떨어진 후방 대형 정비창으로 긴 시간 견인하지 않고 최전선 인근에 신속하게 임시 정비창을 구축해 즉각 조치함으로써 작전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현대 지상전에서는 뛰어난 무기 성능만큼이나 피격된 장비를 적재적소에 보수해 다시 투입하는 인프라가 승패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때문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조립식 정비고 기술은 향후 우리 군의 전투 기동력 유지는 물론, 장갑차 등 무기 수출 시 타국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강력한 '현지 맞춤형 MRO 패키지' 옵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웜기어·유압 실린더로 자동 전개…'이동식 큐브'가 거대 돔으로 특허에 공개된 조립식 정비고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이 스스로 좁게 접히고 넓게 펴지는 '자동 가변 접철' 시스템이다. 이 구조물은 크게 바닥과 하단 벽을 이루는 한 쌍의 '하부 단위 모듈'과 지붕 역할을 하는 한 쌍의 '상부 단위 모듈'로 구성된다. 트럭이나 열차에 싣고 다니는 '이동 모드'에서는 각 단위 모듈의 측벽과 상·하부벽이 직육면체 컨테이너 박스 형태로 콤팩트하게 접혀 기동성과 적재 효율을 극대화한다. 하지만 야전 목적지에 도착해 '설치 모드'를 가동하면 마법 같은 공간 확장이 일어난다. 각 모듈 내부에 탑재된 정교한 기계장치(제1~6 구동부)가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회전 운동을 직선 운동으로 변환하는 웜(Worm)기어 장치와 벽면 모서리 사이를 강하게 밀어내는 유압(또는 공압) 실린더가 겹쳐있던 두꺼운 철제 벽을 밖으로 슬라이딩시키며 곧게 펼쳐낸다. 전개가 끝나 알파벳 'L'자 형태로 넓게 펴진 하부 모듈 2개 위에, 대칭 형태인 상부 모듈 2개를 레고 블록처럼 결합하면 내부에 거추장스러운 기둥이 전혀 없는 널찍한 단일 통합 정비 공간이 순식간에 완성된다. ◇호이스트에 리프트까지 품었다…길이는 터널형으로 '무한 연장' 이동식 정비고는 비바람만 피하는 임시 천막 가건물 이상의 설비를 자랑한다. 전개가 완료된 조립식 정비고 하단 바닥에는 수십 톤 중량의 전투 차량을 거뜬히 띄워 올려 차체 하부를 수리할 수 있는 '리프트(Lift)'가 장착된다. 또한 상부 천장에는 전차의 무거운 파워팩(엔진)이나 포탑 구조물 등을 들어 올리고 거치할 수 있는 천장 기중기 격인 '호이스트(Hoist)'가 내장되도록 설계됐다. 후방 정규 정비창의 핵심 인프라를 전선으로 통째로 옮겨온 셈이다. 공간 확장성도 무한에 가깝다. 정비고 전면에는 전차가 드나들 수 있는 힌지(Hinge) 결합형 도어가 장착되며, 후방 벽면은 상황에 따라 떼어낼 수 있다. 다연장 로켓(천무)이나 포신이 긴 K-9 자주포 등 덩치가 큰 체계를 정비하거나 여러 대를 동시에 수용해야 할 경우 동일한 단위 모듈을 뒷부분으로 계속 이어 붙여 터널 형태로 길이를 무한정 늘릴 수 있다. 전개된 벽면 결합 부위에는 구조물을 단단히 고정하고 밀폐력을 높여주는 '스토퍼(Stopper)' 장치도 반영됐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박규빈의 경영 현미경] “빚 쌓일수록 현금 넘친다”…현대로템, 6.3조 부채에도 웃는 이유

기업의 재무제표에서 단 1년 만에 부채가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면 대체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나 무리한 차입 경영을 알리는 '적색 경보'로 해석된다. 늘어난 부채만큼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기업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최악의 경우 존립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K-방산과 철도 인프라 수출의 최전선에서 글로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현대로템이 최근 공시한 2025년 사업보고서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졌다. 장부상 빚이 산더미처럼 쌓일수록 오히려 기업의 현금 곳간이 터질 듯이 넘쳐나고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하는 수주산업이 만들어낸 '재무적 마법' 덕분이다. 현대로템의 2025년 말 기준 총 자산은 9조3180억원으로 전년 5조2854억원보다 약 4조326억원이나 급증했다. 기업의 덩치가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커진 것이다. 자산 팽창의 원인으로는 자본은 약 1조321억원 늘어나면서도 총부채가 3조2763억원에서 6조2768억원으로 약 91.6% 폭증한 결과로 분석됐다. 하지만 자본시장과 신용평가사들은 이같은 부채 급증에 전혀 우려를 표하지 않는다. 늘어난 부채의 핵심이 은행에서 빌려 이자를 꼬박꼬박 내야 하는 차입금이 아니라, 글로벌 고객사가 물건을 만들어달라며 먼저 앞당겨 준 '계약 부채'이기 때문이다. 2024년 말 1조7942억원이었던 현대로템의 계약부채는 2025년 말 3조9720억원으로 2조1778억원이나 늘었다. 당기에 늘어난 전체 부채 3조원 중 72% 이상이 계약부채 증가분인 셈이다. 수주산업에서 계약부채는 발주처로부터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받았지만 아직 제품을 제작·인도하지 않아 '매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임시로 부채에 잡아둔 금액인 선수금을 말한다. 이는 이자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무이자 자금일 뿐만 아니라, 향후 공정이 진행됨에 따라 전액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전환되는 '착한 빚'이다. 즉, 장부상 선수금 계정의 액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앞으로 돈을 벌 일감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러한 계약부채의 팽창은 현대로템이 2025년에 연달아 터뜨린 초대형 잭팟 수주들의 결과물이다. 현대로템은 2025년 8월 폴란드 군비청과 무려 8조9814억원 규모의 K-2 전차 2차 이행 계약을 맺었다. 앞서 2월에는 모로코 철도청과 2조2027억원 규모의 초대형 전동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국가 간(G2G) 초대형 프로젝트가 성사되고 총 계약금의 일부가 막대한 선수금으로 현대로템의 계좌로 쏟아져 들어오며 장부상 부채가 크게 부풀어 오르는 '착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제품이 순차적으로 인도되면서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한 매출채권 역시 2024년 9094억원에서 2025년 3조3919억원으로 2조4825억원(약 273%)이나 급증했다. 주요 거래 상대방이 폴란드 정부·모로코 철도청, 한국철도공사 등 국가 기관이기에 돈을 떼일 대손 위험은 제로에 가깝다. 막대한 무이자 선수금의 유입과 성공적인 수출 프로젝트의 진행은 현대로템의 수익성과 현금 창출력을 단숨에 폭발시켰다. 현대로템의 2025년 매출액은 5조839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4% 성장했다. 이보다 훨씬 극적인 것은 이익 지표다. 영업이익은 1조5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4566억원 대비 120.3%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과거 10%대 초반에 머물던 영업이익률은 마진이 압도적으로 높은 폴란드향 K-2 전차 수출 물량 인도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며 17.2%로 수직 상승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과거 오랜 기간 회사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던 레일 솔루션(철도) 부문의 화려한 부활이다. 2024년 1231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던 철도 부문은 미국 LA 메트로·우즈베키스탄 고속 전철·이집트 전동차 등 양질의 해외 프로젝트 공정이 안정화되고 저가수주 물량이 해소된 덕분에 2025년 매출 2조896억원, 영업이익 292억원을 기록하며 극적인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장부상 이익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현금 흐름표는 기업의 실제 현금 창출 능력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2024년 1425억원이었던 '영업 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은 2025년 9043억원으로 1년 만에 약 6.3배(7618억원) 증가세를 보였다. 곳간이 두둑해지자 현대로템은 과거의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했던 차입금과 사채를 대거 상환하기 시작했다. 2025년 현금 흐름표의 '재무 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액'을 보면 유동성 장기부채 약 2556억 원과 사채 1150억 원을 상환하는 등 빚 갚는 데에만 막대한 자금을 썼다. 그 결과 회사의 '유동성 장기부채'는 전액 상환돼 장부에서 자취를 감췄다. 반면에 기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전년 4723억원에서 9084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는 현대로템이 지급해야 할 이자부 차입금보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훨씬 더 많은 완벽한 '순현금(Net Cash)' 경영 체제에 안착했음을 의미한다. 빚(선수금)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진짜 빚(차입금)은 갚고 현금은 넘쳐나는 마법이 실현된 것이다. 기업의 재무를 총괄하는 CFO 입장에서 선수금이 아무리 이자가 없는 '착한 빚'이라 하더라도 회계상 부채 총액이 6조 원대로 단기간에 급증하게 되면 재무 건전성의 대표 지표인 부채 비율이 치솟는 딜레마를 피할 수 없다. 실제로 막대한 대규모 선수금 유입의 여파로 현대로템의 장부상 부채 비율은 전년 163.1%에서 2025년 말 206.4%로 43.3%p나 껑충 뛰어올랐다. 통상 부채 비율 200% 초과는 재무적 주의 단계로 여겨지며, 자칫 금융권 차입 한도 축소나 해외 대형 프로젝트 입찰 시 표면적인 재무구조가 악화한 것으로 오인받을 소지가 있었다. 이에 현대로템 경영진은 2025년 6월 30일을 기준으로 창원 공장 등 핵심 보유 토지에 대한 대대적인 자산 재평가를 실시했다. 과거 원가법으로 낮게 묶여 있던 5485억원 어치의 공장 부지의 가치를 공시지가 기준법 등을 활용해 현재 시가인 1조2982억원으로 재평가한 결과, 4364억원의 막대한 평가 차액이 발생했다. 회사는 여기서 향후 발생할 1284억 원 규모의 법인세 효과 등을 차감한 약 3081억 원을 '자산 재평가 이익' 명목으로 자본 항목인 '기타 자본 구성 요소(재평가 잉여금)'에 편입시켰다. 외부에서 유상증자 등으로 주주 가치를 희석하며 자금을 끌어오지 않고도 회사가 본래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가치를 현실화해 분모인 '자기 자본'을 단숨에 대폭 확충한 것이다. 당기순이익 7705억원 달성에 따른 이익 잉여금 증가와 자산재평가 효과가 강력한 시너지를 내며 2024년 2조90억원이던 총자본은 1년 만에 3조412억원으로 1조 원 이상 급증했다. 한발 앞을 내다본 회계적 묘수가 3조 원의 선수금 유입으로 인한 부채 비율 상승 충격을 선제적으로 억제하고, 향후 차세대 전차·수소 철도 모빌리티 생산 설비 등 대규모 시설 투자를 위한 든든한 재무적 융통성을 확보해 낸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자 과실은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돌아갔다. 사상 최대 실적과 전례 없는 잉여현금 흐름(FCF)을 확보한 현대로템 이사회는 2025년 결산 배당금을 보통주 1주당 60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2024년 주당 배당금 200원에서 3배 인상된 결정으로, 총 현금 배당금 지급액만 655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대로템은 이번 사업 보고서를 통해 주주들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선진적인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공식 천명했다. 회사는 공시를 통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 성향 8% 수준을 핵심 타겟으로 유지하며, 2025년 결산 배당부터 2027년 결산 배당까지 향후 3년간 매년 주당 배당금(DPS)을 10~50% 상향하겠다"는 강력한 우상향 배당 플랜을 확정 지었다. 장기적인 미래 투자 재원 확보와 주주 환원을 동시에 이뤄내겠다는 약속으로,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대목이다. 이 배경에는 29조7735억원에 달하는 경이로운 수주 잔고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전년 대비 59%나 폭증한 수치로, 이는 2025년 연간 매출액인 5조8390억원을 기준으로 5년 치가 넘는 넉넉한 일감을 창고에 가득 쌓아두고 있다는 뜻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EC2 K-2PL·계열 전차와 그리고 EC1 군수품·탄 등 폴란드 물량만으로도 올해와 유사한 수준의 실적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라크·페루·루마니아 건 수주 시 무난하게 탑 라인·이익 모두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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