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항공 무인기, 스텔스 작전 중 ‘미끼’로 돌변…20년 특허로 풀어낸 ‘윙맨’ 비사

대한항공이 현대 공중전의 패러다임을 바꿀 핵심 개념인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Manned-Unmanned Teaming)'를 연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찰과 정밀 타격을 하며 유인전투기를 호위하는 무인기로 하여금 미끼 역할까지 해낼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을 설계하고, 기체의 뼈대 설계부터 전파를 흡수하는 신소재·인공지능(AI) 군집 지휘·보안 통신망에 이르기까지 전력화에 필요한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7일 본지 취재 결과,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항공기술연구원이 지식재산처에 △스텔스 및 기만 능동 전환 구조 △전파 흡수 폼 코어 소재 △군집 무인기 동적 임무 할당 △암호화 영상 중계 등 6세대 무인기 핵심 특허 4건을 잇달아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 단일기체로 '스텔스'와 '미끼' 넘나드는 가변형 기체 구조 최근 출원된 기술 중 전술적 효용성이 가장 뛰어난 것은 '저피탐(스텔스) 및 기만 능동 전환 항공기 구조'다. 지금까지의 스텔스 무인기나 적 방공망 교란용 기만기는 설계 단계부터 목적에 맞게 외형과 레이더 반사 면적(RCS)이 고정된다. 한 번 출격하면 다른 임무로 바꿀 수 없었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특허는 하나의 무인기가 비행 중 두 가지 전술 모드를 물리적으로 전환할 수 있게 설계됐다. 비밀은 기체 외피를 두 겹으로 나누고, 그 사이를 기계적으로 벌리거나 좁힐 수 있게 만든 '구동기(모터)'에 있다. 외피는 전파를 흡수하는 '전파 흡수부'와 전파를 튕겨내는 '반사판'으로 나뉜다. 적진에 몰래 파고들 때는 구동기를 이용해 흡수부와 반사판을 진공 포장하듯 빈틈없이 밀착시킨다. 이때 입사된 레이더 전파는 두 층 사이에서 위상 변화를 일으켜 스스로 상쇄되는 '스텔스 모드'가 작동한다. 하지만 아군 전투기가 요격될 위기에 처하거나 적 방공망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미끼를 던져야 할 때 지휘 통제 명령이 내려지면 상황은 180도 바뀐다. 구동기가 작동해 전파 흡수부와 반사판을 기계적으로 밀어내 물리적 틈을 만든다. 이 순간 전파 흡수 기능은 작동하지 않고 벌어진 내부 공간에서 반사파가 비약적으로 증폭된다. 적의 레이더에는 이 작은 소형 드론이 갑자기 거대한 대형 수송기나 폭격기처럼 뚜렷하게 포착되는 '기만(Decoy) 모드'로 변신하는 것이다. 트랜스포머처럼 스스로 몸집을 숨기거나 부풀리는 능동적 전자전(AEW, Active Electronic Warfare) 전술이 가능해진다. ◇ “비싼 스텔스 페인트는 끝"…뼈대가 전파 흡수하는 스마트 신소재 무인 윙맨은 소모성 무기인 만큼 가볍고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스텔스기들은 기체 겉면에 무겁고 비싼 특수 전파 흡수 도료(RAM, Radar Absorbing Material)를 두껍게 칠해야 했다. 이 때문에 기체가 무거워지고 잦은 재도색으로 유지비가 천문학적으로 들었다. 실제 F-22A 랩터의 경우 비행 1시간당 스텔스 도료 재도색 등 34시간의 정비가 소요된다. 미국 해군과 공군의 F-35 전투기의 스텔스 코팅은 연간 유지·보수 비용만 약 1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대한항공이 출원한 '전파 흡수 폼 코어 및 그 제조 방법'은 페인트를 바르지 않고 기체의 뼈대 구조물 자체가 레이더를 빨아들이는 '전파 흡수 구조(RAS, Radar Absorbing Structure)' 기술이다. 스티로폼처럼 가벼운 발포 폼 내부에 전기가 통하는 탄소 나노 튜브(CNT, Carbon nanotube) 입자를 고루 뿌리고, 전도성 특수 코팅 섬유를 스며들게 해 굳힌다. 적의 레이더파가 기체에 닿으면 겉에서 튕겨 나가는 대신 기체 내부로 스며들고, 뼈대 속에 얽힌 입자와 섬유 그물망에 이리저리 부딪히며 '다중 산란(Multiple Scattering)'을 일으켜 열 에너지 등으로 소멸한다. 기체의 튼튼함과 깃털 같은 가벼움을 유지하면서도 스텔스 기능을 외피 자체에 심어 넣어 '값싸고 강한 무인기'의 대량 양산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 돌발변수 쏟아지는 전장…군집 드론 엉킴 없이 지휘하는 'AI 두뇌' 수십 대의 드론 편대를 동시에 통제하는 두뇌 역시 진일보했다. 기존의 무인기 지휘 시스템은 주어진 여러 목적지를 가장 짧게 한 번씩 도는 경로를 찾는 것과 같아 주로 수학적 모델인 '순회 외판원 문제'나 제한된 자원 내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임무만 골라 담는 모델인 '배낭 문제' 알고리즘에 의존했다. 문제는 실제 전장에서는 드론이 피격을 당하거나 기상 악화로 연료가 급감하고, 갑자기 새로운 표적이 등장하는 등 동적 상황이 수시로 변한다는 점이다. 기존 모델은 이런 변수가 발생하면 연산에 과부하가 걸려 새로운 최적 경로를 짜는 데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대한항공은 부산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공동 연구한 '동적 상황을 부여 가능한 무인 항공기의 임무 할당 방법' 특허를 통해 이를 해결했다. 개별 무인기의 수평·수직 비행 속도, 이착륙 연료 소모율, 탑재 무장 등 고유 특성을 '혼합 정수 선형 계획법(MILP, Mixed-Integer Linear Programming)'이라는 고도화된 최적화 방정식 모델에 대입한 것이다. 전황이 급변하더라도 지상의 통제 컴퓨터가 개별 무인기들의 남은 연료와 상태를 밀리초 단위로 실시간 연산해 가장 적합한 위치와 여력을 가진 기체에 정찰이나 타격 임무를 충돌 없이 즉시 재할당한다. 사람 한 명이 수십 대의 드론 편대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AI 사령관을 구축한 셈이다. 여기에 수십 대의 드론이 보내오는 고화질 영상을 지휘관들이 끊김 없이 볼 수 있도록 '복수의 무인 이동체 촬영 영상의 암호화 중계 방법'도 적용했다. 무인기를 조종하는 핵심 신호는 철저히 1대1 무선 통신만 연결해 적의 전파 방해를 막고, 트래픽을 크게 유발하는 무거운 영상 데이터는 지상 통제소에서 암호화한 뒤 별도의 유선 인터넷(VPN 서버)망을 통해 지휘부로 쪼개 보낸다. 트래픽 과부하 상황에서도 비행 조종 신호가 절대 지연되지 않도록 보안과 안정성을 극대화한 이원화 통신 방식이다. ◇ 특허 데이터가 증명하는 대한항공의 무인기 체계 100% 국산화 4단계 궤적 본지가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이 지난 20여 년간 출원·등록한 방산 특허 연대기를 분석한 결과, 무기체계 개발 과정에서 겪는 공학적 한계점들을 자체 기술로 돌파해 온 4단계의 궤적을 볼 수 있었다. 1단계: “추락을 막아라"…초자율 비행 제어·시뮬레이션 환경 구축 새로운 무인기를 개발할 때 가장 큰 리스크는 비행 제어 소프트웨어 오류로 인한 고가의 시제기 추락이다. 대한항공은 2007년 등록된 '가상 비행시험 방법(10-0842105)' 특허를 통해 이를 선제적으로 해결했다. 우선 드론을 실제로 하늘에 띄우지 않고 지상에 기체의 흔들림과 움직임을 똑같이 흉내 내는 3축 모션 장비를 만들고 이를 비행 제어 컴퓨터(FCC, Flight Control Computer)에 연결했다. 실제 제어기(하드웨어)를 가상으로 구현된 물리적 환경(디지털 트윈)과 연결해 실시간으로 테스트하고 검증하는 기술인 'HIL(Hardware-In-the-Loop) 시스템'을 구축해 공중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하드웨어 결함을 사전에 100% 잡아내는 가상 현실 테스트 환경을 완성한 것이다. 더불어 신경망 회로를 이용해 비행 선형제어 오차를 스스로 수정하고(10-0842103), 활주로가 부족한 한국 산악 환경에 맞춰 드론 전방 카메라가 좁은 그물망의 모서리를 컨벌루션 연산으로 정밀하게 인식해 자동 회수되는 기법(10-0842101) 등을 이때 이미 확립했다. 무인기의 '안전하고 흔들림 없는 두뇌'를 가장 먼저 만든 셈이다. ㅈ2단계: “거대 가마솥은 버린다"…복합재 양산 공정·구조 설계 고도화 비행 제어가 안정되자 대한항공의 다음 과제는 '드론을 어떻게 빠르고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것인가'였다. 기존 항공기 탄소 섬유 복합 소재를 구워내려면 '오토클레이브(Autoclave)'라는 거대하고 비싼 고온·고압 가마가 필수였다. 하지만 2013년 출원된 '복합재 제작 장치(등록 10-1440935)' 특허는 이 상식을 깼다. 오토클레이브 없이 내부에 뜨거운 오일이 흐르는 유로을 파넣어 거푸집 자체가 스스로 열과 압력을 내는 '자체 가열·가압 전용 틀(몰드)'을 독자 개발해 낸 것이다. 이를 통해 기포나 주름 같은 결함 없이 비행기 날개를 빠르고 저렴하게 대량으로 찍어내는 공정 혁신(OOA, Out-of-Autoclave)을 이뤄냈다. 이와 함께 하드웨어 구조 설계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복잡한 3차원 블레이드 계산을 1차원과 2차원으로 분할 연산하는 비선형 등가 모델링(10-1499497), 게이지를 붙이기 힘든 부위의 피로수명을 풀 브릿지 회로와 수학적 선형 외삽법으로 정밀 측정하는 기법(10-1680090), 기체의 어느 부위가 언제 부서질지를 소프트웨어가 자동 연산해 최적의 뼈대 두께를 찾아내는 알고리즘(10-1507750) 등을 연달아 등록하며 양산 효율을 극대화했다. 3단계: “번개는 막고 레이더는 삼킨다"…메타 물질 스텔스·동력 제어 기체 대량 양산 체계를 갖춘 2020년대부터는 적에게 들키지 않는 '생존성' 확보에 역량을 집중했다. 일반적으로 복합재 항공기가 낙뢰를 맞으면 내부 전자 장비가 타버리기 때문에 표면에 구리 등 얇은 금속망을 씌운다. 하지만 이 금속망은 적의 레이더 전파를 거울처럼 그대로 반사시켜 스텔스 기능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치명적인 모순이 있었다. 대한항공은 '낙뢰 보호 금속층이 삽입된 전자기파 흡수 폼 기반 복합재(등록 10-2635644, 10-2391715)' 특허로 이 딜레마를 깼다. 얇은 절연 필름 위에 은(Ag)과 전도성 잉크로 11mm 크기의 미세한 특수 격자 무늬(PPS)를 정밀 인쇄했다. 이 패턴은 최대 200kA에 달하는 벼락의 에너지는 피뢰침처럼 밖으로 방전시키면서도 전투기 요격용 X밴드 레이더 전파가 날아오면 90% 이상 흡수하는 '메타 물질(Meta-material)'로 기능한다. 더불어 마이크로웨이브를 흡수해 고고도 결빙을 막는 자체 발열 뼈대(10-2378169)와, 발전기 부하와 배터리 전류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전력을 지능적으로 나눠 쓰는 하이브리드 발전 제어망(10-2022-0059993)을 구축해 무인기가 악천후 속에서도 더 오래, 안전하게 날 수 있게 만들었다. 4단계: 실전 투입을 위한 전술체계 종합 이처럼 단계적으로 쌓아 올린 비행 제어 검증(1단계)→구조 양산 혁신(2단계)→메타 물질 스텔스·동력 확보(3단계) 등 탄탄한 뼈대 위에서 탄생한 것이 이번 신규 4건의 특허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은 '능동 스텔스-기만 변환 구조'와 수학적 연산의 한계를 돌파한 'MILP 기반 군집 AI 두뇌'라는 마지막 전술적 퍼즐이 결합하며 당장 실전 투입을 가정한 6세대 무인 윙맨 체계의 완전한 조립(System Integration)이 이뤄진 것이다. 현재 국방 당국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국산 초음속 KF-21 전투기 호위용 '무인 윙맨' 전력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기체의 뼈대 설계부터 전파를 흡수하는 신소재·AI 군집 지휘·보안 통신망에 이르기까지 무인기 전력화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내재화 하고 관련 생태계를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해온 만큼 방대한 기술 축적량이 수주전의 판도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성과급 불길’ 삼성 넘어 車·조선·IT로 번진다

삼성전자 노조가 촉발한 '성과급 불길'이 국내 자동차·조선·철강 등 전통 제조업은 물론 정보기술(IT) 업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성과 공유' 요구가 주요 대기업 노조 중심으로 거세지면서 성과급 지급 문제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산업별 노조들은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인상과 함께 성과급 확대를 전면에 내세우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를 중심으로 조선·철강 등 강성 노조가 포진한 업종에서 성과급 요구가 노사 협상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먼저, 삼성전자 노조가 불씨를 놓은 성과급 이슈는 완성차 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최근까지 사측과 5차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성과급과 신규 채용, 정년 연장 등 핵심 현안을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상여금 800% 지급, 정년 연장과 함께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생산 현장 로봇 도입 확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고용 안정과 신규 채용 확대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순이익(10조3648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성과급 규모는 약 3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2조5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기아 노조도 최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요구안에는 기본급 인상 외에도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자사주 지급 확대, 출산장려금 인상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통상 기아가 현대차 임단협 진행 상황을 참고해 협상에 나서는 만큼 최종 협상 결과 역시 현대차와 유사한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 역시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함께 총매출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 상견례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KGM)도 선두 업체들의 교섭 상황을 지켜보며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조선업계에서도 성과 공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고수익 선박 수주 물량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면서 노조를 중심으로 성과급 확대 요구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상여금 100% 인상과 함께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증권가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올해 영업이익이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노조 요구가 수용될 경우 성과급 규모는 1조원을 웃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HD현대중공업을 시작으로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화오션 노조는 향후 성과급 지급 체계 개선안을 회사 측에 제출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 노조는 아직 구체적인 요구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오는 6월 말~7월 초 노사 상견례를 앞두고 있어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철강산업도 대표적인 노동 집약적 산업인 만큼 올해 임단협도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8일 노사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단협을 세 차례 진행했다. 올해는 노조가 150% 수준의 성과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측은 내수 부진과 보호무역 등 시황 부진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 노사는 2년 전 임단협 때 각각 파업과 직장 폐쇄로 맞설 정도로 극심한 갈등을 겪으면서 해를 넘겨 협상을 타결했다. 다만 지난해는 부진한 철강 시황 등을 고려해 노사가 파업 없이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포스코는 하청 노동자 직고용과 교섭 단위 분리 문제가 얽혀 사정이 더 복잡하다. 포스코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개선한다는 목표로 포항·광양제철소에서 일하는 생산·조업 협력사 직원 7000여명을 직고용하는 계획을 내놨다. 기존 직군(E직군)과 임금·승진 체계가 다른 S(시너지)직군을 별도로 신설한다는 것이 큰 틀이다. 노조들은 포스코가 하청 직고용 계획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반발했다. 정규직 중심의 포스코노동조합은 하청 직고용으로 정규직이 늘어나면 복지 혜택 등 기존 노동자들의 몫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노위 중재 3차 시한이 28일까지지만 노사 입장 차이를 못 좁힌 만큼 향후 진행될 임단협에서 주요 쟁점으로 가져갈 예정이다. IT 업계에서도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최근 성과급 체계와 고용 안정 문제를 지적하며 경영 책임론을 제기했다. 노조는 공정한 성과 보상과 이익 분배, 경영 쇄신, 고용 안정 및 공동체 안전망 구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예측 가능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의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직원 1인당 성과급은 약 20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카카오 계열 4개 법인은 노사 조정이 결렬되면서 이미 쟁의권을 확보했다. 카카오 본사 역시 이날 노동위원회 조정 결과에 따라 쟁의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실시된 파업 찬반투표에서는 5개 법인 모두 파업 찬성이 가결돼 그룹 차원의 공동 파업 가능성도 제기된다. LG유플러스 노조도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며 사측과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1일 열린 임단협 4차 교섭에서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임금 총액을 8%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8900억원과 임직원 수 약 9800명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1인당 성과급은 약 2700만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이 단순한 임금 인상 요구를 넘어 기업 이익 배분 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확산되고 있다"며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상황에서 노조의 성과 공유 요구도 한층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들의 실적 회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노조들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어 올해 산업계 전반의 임단협은 예년보다 더욱 치열한 협상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성과가 곧바로 성과급으로 연결되는 것이 마치 공식처럼 자리 잡고 있다"며 “원래 기업 이익은 투자와 연구개발, 사내유보, 주주 환원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돼야 하지만 최근에는 성과가 나면 직원들과 우선 공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산업계는 노조의 영향력이 큰 만큼 다른 기업의 성과급 사례가 나오면 이를 기준으로 추가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자동차·조선·철강·IT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성과급 요구가 확산되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무조건 성과급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업 이익은 주주 환원과 미래 투자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성과급 확대 요구와 기업의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향후 노사 협상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HD현대重, KDDX 상세 설계·선도함 건조 입찰 등록…‘보안 감점 연장 금지’ 가처분 신청도

HD현대중공업이 대한민국 해군의 숙원 사업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 입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와 동시에 입찰의 최대 쟁점인 '보안 감점'의 부당한 연장을 막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서며 정면 돌파 의지를 확고히 했다. 27일 HD현대중공업은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 참여를 위한 입찰 참가 등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KDDX 사업은 △선체 △전투 체계 △대형 통합 마스트 등 주요 구성품을 순수 국내 기술로 연구·개발하는 동시에 국내 최초로 '통합 전기식 추진 체계'를 적용하는 초고난이도 국책 사업으로, 총 사업 규모는 7조8000억 원에 이른다. 앞서 KDDX의 '기본 설계'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는 HD현대중공업은 최고 수준의 함정 건조 역량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해군의 전력 강화와 국가 방위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이번 입찰 참여를 결정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국내 1위 함정 사업자로서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KDDX 사업의 성공을 위해 끝까지 책임 있는 자세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KDDX 대전'의 핵심 아킬레스건, '보안 감점' 두고 법정 공방 예고 이날 HD현대중공업은 또한 법원에 '보안 감점 연장 적용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KDDX 사업권을 두고 한화오션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수주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인 보안 감점의 부당함을 공론화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HD현대중공업이 법적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방위사업청이 진행한 '해양 정보함(AGX, Auxiliary General Ocean Surveillance) 기본 설계' 제안서 평가 결과가 발단이 됐다. 당시 평가에서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에 적용한 보안 감점이 법적 근거 없이 부당하게 연장 적용됐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KDDX의 직전 단계인 기본 설계를 수행한 업체인 만큼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 역시 자신들이 맡는 것이 국방 전력 공백을 줄이는 순리라는 입장이다. 반면 경쟁사인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은 과거 HD현대중공업 직원이 자사의 KDDX 개념 설계 자료를 불법 탈취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점을 들어, 도덕성과 공정성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HD현대중공업은 해당 사건으로 인해 군사 기밀 보호법 위반으로 방사청 입찰 시 1.8점의 보안 감점을 적용받아 왔다. 소수점 단위로 당락이 결정되는 방산 입찰 특성상 이 감점은 치명적인 페널티로 작용했다. 올해 초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입찰 참가 자격 제한(부정당 업자 제재)' 안건을 심의했으나 대표나 임원이 직접 개입한 증거가 없다며 행정 지도로 마무리하고 입찰 참여 길을 열어두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경쟁사 간의 고발전과 감사원 청구 등이 이어지며 감점 적용 기간과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극에 달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이번 가처분 신청에 대해 “KDDX 사업의 공정하고 투명한 진행을 위한 정당한 조치"라며 기술력 중심의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국가 안보를 책임질 차세대 구축함 사업이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만간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내려질 예정인 가운데 기술력 우위를 내세운 HD현대중공업과 감점 제도를 무기로 정당성을 주장하는 한화오션 간의 KDDX 수주전은 법정 공방으로 번지며 한층 더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민국 대표 ‘소버린 AI’, 공공·산업·일상 속으로 스며들다 [창간기획]

국가대표 인공지능(AI) 모델을 선발을 위한 2차 평가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K-AI 모델이 정부 및 산업계 전반에 녹아들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만든 AI 독자모델은 정부의 예산 배분과 조정을 지원하는 국가 예산 분석부터 최고 수준의 보안이 요구되는 국방 분야에 투입됐고, 산업 분야에서는 통신, 통·번역, 모빌리티, 교육 등 전방위에 쓰이는 양상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8월 초 정부의 초거대 AI 기반 파운데이션 모델(K-AI) 2차 평가를 앞두고 국내 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K-AI 모델이 국내 AI 생태계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K-AI 모델은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한국형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로, 국내 기업들과 정부가 함께 키우는 '국가대표 AI'를 의미한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세계적 수준의 독자 AI 모형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국내 AI 생태계를 확산하겠다며 국가대표 AI 선발전을 치르고 있다. 초기 공모에는 총 15개 정예팀(AI 기업·기관 등의 컨소시엄)이 접수해 경쟁을 치른 결과, 지난해 8월 정예팀 5곳으로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SKT) △NC AI △LG경영개발원 AI연구원(LG AI연구원)이 선정됐다. 이후 진행된 1차 평가를 거치면서 SK텔레콤, LG경영개발원 AI연구원, 업스테이지 3개팀으로 압축됐고, 추가 공모로 모티프테크놀로지스가 선발되면서 현재 총 4개 팀이 2차 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올 연말까지 2개 정예팀을 최종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 국가대표 AI 선발 2차전, 석달 앞으로…공공 분야 속속 도입 각 정예팀이 개발한 모형은 공공분야에서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먼저 업스테이지가 개발한 모델은 과기정통부 국가연구개발(R&D) 예산 배분·조정 업무에 투입된다. 이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이 공공 분야 인공지능 전환(AX)에 투입된 첫 사례다. 예산심의 특화 AI는 지난 5년간 축적된 5000여 개 국가R&D 사업 예산요구서와 기획보고서, 전문위원 검토의견서 등 데이터를 학습했다. 이를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의 1243만 건에 달하는 방대한 연구 성과 데이터와의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연동 등을 추진했다. 예산심의 특화 AI는 말하듯이 질의를 입력하면 맞춤형 정보와 검토 초안을 즉시 만든다. 유사·중복도가 높은 사업들도 찾아낼 수 있어, 예산 낭비 요인을 사전에 막을 수 있고 심의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용이하다. 또 회의록 요약, 전문위원 검토의견서, 조정결과서 등 주요 문서의 초안 작성을 AI로 할 수 있게 된다. SKT는 최근 국방부와 국방 AX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국방 분야에 활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SKT는 민·관·군이 협력해 AI 생태계를 확산하고 K-AI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국방은 최고 수준의 보안과 데이터 주권을 요하는 특수성이 있다. 국방 자주권을 위한 '소버린 AI' 도입의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이번 협력이 지니는 의의가 크다. ◇ 통화·번역·모빌리티·교육까지…국민 일상 바꾼다 산업 현장에도 각 정예팀이 고도화한 AI 모델이 녹아들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1일 별도의 참고 자료를 통해 정예팀이 구축한 AI 모델의 실제 산업 적용 사례를 공개했다. 공개된 첫 시리즈에는 LG AI연구원과 LG유플러스가 적용한 AI 통화서비스 '익시오(ixi-O)'가 소개됐다. 익시오는 통화 맥락 맞춤형 요약, 사기 전화(보이스피싱) 탐지 등 AI 기술로ᅠ편리하고 안전한 일상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통·번역 분야에서는 업스테이지가 개발한 모델을 적용한 '플리토(Flitto)'의 사례가 소개됐다. 업스테이지의 솔라 오픈은 실시간 통번역 품질·속도를 한 층 높여 우리 AI 모델이 국민들의 언어 장벽을 허무는 역할을 한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SKT의 에이닷(A.X) 기반 차량용 AI 에이전트 '에이닷 오토(A. Auto)'가 주목받았다. 에이닷 오토는 길 안내와 함께 음악 재생, 차량제어, 정보 검색 등을 음성 기반으로 제공한다. 모티프테크놀로지스의 AI 모델은 교육 서비스에 특화돼 있다. 매스프레소의 콴다(QANDA)는 문제 촬영 기반 해설 등을 제공하는 AI 수학 학습서비스로, 수학 풀이 과정을 단계별로 분석하고 설명해 학생 혼자서도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7월 13일까지 총 10편의 시리즈물을 통해 AI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의 산업현장 적용 사례를 추가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사람-AI 초연결’ 유·무인 무기체계, 미래전장 지배한다 [창간기획]

전례 없는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이 경제를 넘어 국가 안보의 근간마저 뒤흔들고 있다.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 군대에 있어 '병력 절벽'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시나리오가 아닌 당장 눈앞에 닥친 생존의 문제다. 대규모 병력 집약적인 과거의 전력 유지 방식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가운데 국방부와 국내 방위산업계는 이 치명적인 위기를 극복할 근본적인 돌파구로 '인공지능(AI) 기반의 무인화'와 '유·무인 복합 체계(MUM-T, Manned-Unmanned Teaming)' 구축에 전사적인 사활을 걸고 있다. MUM-T는 지휘관이나 조종사가 직접 탑승한 유인 무기체계와 고도화된 AI 두뇌를 장착한 다수의 무인 무기체계가 하나의 거대한 초연결 네트워크로 묶여 합동 작전을 수행하는 미래 전장의 핵심 전술이다.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중동 분쟁 등 현대전에서 무인기의 비대칭적 파괴력이 여실히 입증된 가운데, MUM-T는 아군의 인명 손실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도 작전 반경과 정밀 타격 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는 압도적인 전력, 이른바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AI 자주 국방' 선봉 한화그룹, 지상 전력 무인화부터 하늘의 정밀 타격까지 한화그룹은 'AI 자주 국방'이라는 확고한 비전 아래 전장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적인 무인화 체계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며 방산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고 있다. 지상 전력의 중추를 맡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래 지상전의 핵심이 될 다목적 무인 지상 차량(UGV)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오는 2028년까지 험준한 지형에서도 임무 수행이 가능한 차륜형 및 궤도형 UGV의 자체 개발을 완료한다는 구체적인 타임 라인을 확정했다. 지뢰 탐지·험지 수색·전방 정찰·보급품 수송·근접 전투 지원까지 보병을 대신해 수행할 첨단 UGV를 앞세워 급격히 팽창하는 글로벌 무인 지상 전력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각오다. 화력 체계의 고도화와 지능화도 괄목할 만하다. K-방산의 효자 수출 품목인 '천무' 다연장 로켓 발사대에서 직접 운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인 '배회형 정밀 유도 무기(L-PGW)'는 한화가 자랑하는 첨단 자폭 드론 기술의 정점이다. 발사 후 적진 상공을 유유히 배회하다가 탑재된 AI가 스스로 표적의 가치를 분석하고 식별해 정밀 타격하는 지능형 무기로, 적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나 방공망을 은밀하게 붕괴시키는 데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아울러 한화는 글로벌 공중 군용 무인기 시장의 최강자로 꼽히는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GA-ASI)와 긴밀히 손잡고 초격차 기술 확보에 나섰다. 다목적 무인기 '그레이 이글 STOL(단거리 이착륙기)' 개발에 3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선제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이 무인기는 긴 활주로가 없는 상륙함 함정 갑판이나 열악한 야전의 흙길 등 척박하고 제한된 환경에서도 원활한 이착륙과 운용이 가능해, 향후 해상 및 상륙 작전의 항공 감시·정찰 능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핵심 전략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LIG D&A, 통신 단절의 공포를 넘다…극지·해상 넘나드는 자율 작전 정밀 유도 무기와 방산 전자 분야의 절대 강자인 LIG D&A(구 LIG넥스원)는 통신 네트워크의 지원 없이도 독자적인 임무 수행이 가능한 '완전 자율 작전'과 해양 무인 체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 전장에서는 강력한 전자전(EW)이나 전파 방해(재밍, Jamming)로 인해 지상 통제소와의 통신이 두절되거나 GPS가 먹통이 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LIG D&A는 이 같은 극한의 전장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의 세계적인 AI 방산 혁신기업 '쉴드 AI(Shield 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양사는 외부 클라우드 시스템이나 위성 연결 없이도 무인기에 탑재된 엣지(Edge) 컴퓨팅을 통해 스스로 지형과 적을 인지하고 다수의 기체가 군집 자율 작전을 이어갈 수 있는 초고도화 '유무인 복합 솔루션'과 '드론 탑재형 소형 유도탄 기술'을 완성해 나가며 기술적 초격차를 벌리고 있다. 해양 플랫폼의 글로벌 영토 확장도 돋보인다. 일교차가 큰 사막의 혹독한 기후나 거친 파도가 치는 극한의 해상 환경에 최적화되도록 설계된 모듈형 무인 수상정 '해검-X(Sea Sword-X)'와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드론을 전면에 내세워 중동 방산 시장의 빗장을 적극적으로 열고 있다. 임무에 따라 무장과 센서를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는 해검-X는 해안 경계를 무인화하려는 중동 국가들의 니즈를 관통했다. 특히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해군과 첨단 함대공 유도 무기 '해궁'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는 쾌거를 거뒀다. ◇KAI, '공중 MUM-T'와 온디바이스 AI의 융합 대한민국 항공우주 산업의 요람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미래 항공우주력의 핵심 척도가 될 공중 MUM-T의 청사진을 현실로 만들어가며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KAI가 그리는 핵심 마스터 플랜은 독자 개발한 국산 4.5세대 전투기 KF-21을 지휘 통제기로 삼고, 다수의 국산 무인 편대기(KUS-FS)를 마치 수족처럼 부리며 연동하는 최고 난도의 '로열 윙맨(Loyal Wingman)' 체계를 실증하는 것이다. 유인기 조종사는 후방의 안전한 공역에서 작전을 지휘하고, 무인기들이 적의 촘촘한 방공망 깊숙이 선제적으로 뚫고 들어가 정찰·전자전 교란·미끼 역할·정밀 타격 임무를 분담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유인기의 생존성을 극대화하고 미래 6세대 전투 체계로 나아가는 글로벌 공중 무인기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KAI의 기술적 성취는 무인기 두뇌의 완전한 자립화다. KAI는 적의 강력한 통신 재밍 상황 속에서도 중앙 서버의 명령 없이 무인기 내부에 탑재된 AI 칩 자체가 독자적으로 전장 상황을 실시간 추론하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방산용 온디바이스(On-Device) AI 반도체'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해외 기술에 의존하던 국방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의 자립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혁명적 성과다. 최근에는 확장성을 갖춘 다목적 무인기(AAP)의 실물을 대중 앞에 전격 공개해 '공중 전력의 완전 무인화'를 향한 KAI의 단계적 기술 로드맵이 순항 중임을 증명했다. ◇대한항공, 스텔스 무인기 날개 달고 글로벌 공급망 정조준 우리에게 민간 상용 항공 여객 운송의 1인자로 친숙한 대한항공은 사실 1970년대부터 군용기 창정비를 시작으로 국내 최다 무인기 개발 포트폴리오를 보유해 온 항공 방위산업의 숨은 거인이다. 회사는 무인화 체계로의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에 발맞춰 다가오는 2026년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수주액 1조7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도전적인 비전을 세우고 전사적인 혁신과 역량 결집에 나섰다. 대한항공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며 미래 승부수를 띄운 분야는 단연 차세대 '스텔스 무인기(UCAV)' 기술이다. 수십 년간 첨단 항공기 동체 제작과 정비(MRO) 사업을 통해 축적한 세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레이더 반사 면적(RCS)을 극소화해 적의 촘촘한 방공망을 은밀하게 뚫고 들어가 핵심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스텔스 무인기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전술적 목적에 부합하는 차세대 다목적 무인기 기술 개발을 동시에 병행하며 장기적인 항공 방산 사업의 파이를 대폭 키우고 있다. 시선은 이미 좁은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방산 영토 확장으로 향해 있다. 대한항공은 세계 국방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딥테크 유니콘 기업인 미국의 '안두릴(Anduril)' 등 주요 방산 리딩 기업들과 긴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를 교두보 삼아 혁신적인 첨단 무인기의 공동 연구 및 대량 양산 생태계를 구축하고, 진입 장벽이 가장 높기로 소문난 미군·선진국 중심의 글로벌 방위 산업 핵심 공급망의 일원으로 본격 합류하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로템, 스마트 방패와 창으로 K-전차 진화 선도 수십 년간 K-1와 K-2 전차를 생산하며 대한민국 육군의 기동을 책임져 온 지상 무기체계의 명가 현대로템은 기존의 튼튼한 재래식 유인 플랫폼에 최첨단 IT 생존 기술과 AI 자율 주행을 덧입히는 '지상 플랫폼 지능화' 역량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열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에서 불과 수백만 원짜리 FPV(1인칭 시점) 자폭 드론과 값싼 대전차 미사일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최신 전차를 파괴하는 가장 치명적인 천적으로 떠오르자, 현대로템은 전차의 '생존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진화형 모델을 즉각 선보였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군 현대화를 서두르고 있는 폴란드를 비롯해 안보 위기감이 고조된 유럽 시장의 고도화된 수요에 맞춰 기획된 'K-2PL' 모델이 그 주인공이다. 이 전차는 다가오는 적의 발사체를 레이더로 탐지해 물리적으로 직접 요격하는 능동 방호 장치(APS)는 물론, 다가오는 소형 자폭 드론의 조종 주파수를 교란해 무력화시키고 추락시키는 첨단 전파 방해 장치인 '드론 재머' 등 최신 소프트킬·하드킬 방어 체계를 촘촘하게 적용해 K-2 전차의 생존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기동 및 섀시 기술력을 총동원해 보병을 대신해 화력 지원·위험 지역 수색·물자 보급·부상자 후송 등을 도맡는 다목적 무인 차량(UGV) 개발에 성공했다. 현대로템은 실전 배치를 통해 검증된 차세대 지상 무인화 플랫폼을 앞세워 전통적인 전차 수출국을 넘어 전 세계 무인 지상 차량 시장의 핵심 수출 기지로 거듭나기 위한 글로벌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우주산업, ‘뉴 스페이스 시대’ 쏘아올리다 [창간기획]

인류의 시선이 다시 우주로 향하고 있다. 과거 냉전 시대, 국가의 위상과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 정부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던 안보 중심의 '올드 스페이스(Old Space)' 시대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그 자리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로 대변되는 민간 기업들이 혁신적인 기술력과 자본을 바탕으로 우주 개발을 주도하며 막대한 경제적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확고히 대체했다. 모건 스탠리 등 글로벌 주요 투자 은행들은 다가오는 2040년 글로벌 우주 산업 시장 규모가 1조 달러(한화 약 1350조 원)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며 우주가 21세기 최대의 미래 먹거리 시장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글로벌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서 대한민국 역시 우주항공청 출범을 기점으로 강력한 '민간 주도 K-우주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치열한 글로벌 우주상업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우선 필수 조건으로, 단순히 위성 부품을 만들거나 발사체만 쏘아 올리는 단편적 접근을 넘어 발사체 제작부터 위성 개발, 그리고 발사 서비스와 데이터 활용까지 한 번에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 확보가 국가와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대두되고 있다. ◇ 한화그룹·KAI, 발사체와 위성의 운명적 결합…닻 올린 'K-스페이스X' 현재 국내 민간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에 있어 가장 파급력이 크고 굵직한 지각변동은 단연 한화그룹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우주 밸류체인 통합 전략'에서 시작됐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AI의 지분 5%를 넘게 확보한 것은 한국 우주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거대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한화그룹의 KAI 지분 인수는 곧 발사체를 만드는 기업과 위성을 만드는 기업이 더욱 가까워져 고객의 위성을 직접 설계·제작하고 자사의 로켓에 실어 우주 궤도에 올려놓는 '한국판 스페이스X' 모델의 탄생을 예고한다. 그동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체계 종합기업으로서 고도화 사업을 이끌며 '우주 발사체(수송 수단)'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반면에 KAI는 다목적 실용 위성과 차세대 중형 위성 등 다수의 굵직한 국책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위성 체계(탑재체)' 제조 역량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입증해 왔다. 두 기업은 이 통합 플랫폼을 바탕으로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저궤도(LEO) 위성 통신 서비스망 구축부터 향후 본격화될 달·화성 등 심우주 탐사 프로젝트까지 아우르는 '종합 우주 솔루션 패키지'를 선제적으로 마련했다. 이를 무기로 글로벌 상업우주 발사·위성 서비스 시장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지고 해외 수주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두 회사의 밀착 협력은 거대한 지리적 시너지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발사체 단조립장 및 엔진 생산 거점인 전남 순천·경남 창원과 KAI의 본진인 경남 사천을 하나로 잇는 거대한 '우주항공 클러스터' 조성이 가속화되고 있다. 두 앵커 기업을 중심으로 첨단 연구·개발(R&D) 인프라가 확충되고 수백여 개의 지역 중소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사들이 집적되며 첨단 기술 국산화는 물론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 전반에 걸친 막대한 낙수 효과도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 현대로템, '우주 경제 혁명의 마법 열쇠' 재사용 '메탄 엔진'으로 차세대 수송 주도 뉴 스페이스 시대의 상업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단연 '발사 비용의 획기적 절감'이다. 한 번 쓰고 버려 수백억 원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기존의 일회성 발사체 대신, 우주로 날아간 1단 로켓이 지상으로 안전하게 귀환해 정비를 거쳐 여러 번 우주 비행 임무를 수행하는 '재사용 발사체' 기술은 우주로 가는 운송 단가를 파괴할 필수 관문이다. 이 혁신적인 K-우주 수송 생태계의 선봉에는 현대로템이 당당히 서 있다. 현대로템은 최근 재사용 발사체의 핵심이자 심장이라 불리는 '35톤급 메탄엔진' 개발 과제를 전격 수주하며 차세대 우주 수송 수단 확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재사용 로켓에 메탄엔진이 글로벌 표준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존 누리호 등 널리 쓰이던 케로신(항공유) 기반 엔진은 연소 과정에서 내부에 찌꺼기인 그을음을 만든다. 이 때문에 비행을 마친 엔진을 재사용하려면 이를 복잡하게 분해하고 세척하며 부품을 교체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하지만 액화천연가스(LNG)의 주성분인 메탄을 활용하는 메탄엔진은 친환경적인 연료 특성상 연소 시 그을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궤도비행 후 귀환한 발사체 엔진을 간단한 점검만으로 바로 다음 발사에 재투입할 수 있게 만들어 발사체의 경제성과 운용 효율성을 비약적으로 극대화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현대로템은 오는 2030년까지 메탄 엔진의 핵심 기술 확보와 연소 시험을 완료해 한국형 재사용 발사체 시대의 포문을 연다는 구체적인 도전 로드맵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현대로템은 마하 6(음속의 6배) 수준의 속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비행체인 '하이코어(HyCore)' 개발 사업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기권 내 초고속 비행과 우주 궤도 진입을 아우르는 램제트·스크램제트 등 차세대 추진기술을 축적하며 향후 지상과 우주를 최단 시간에 잇는 미래 우주 비행기 개발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 LIG D&A, '우주의 눈' 초고해상도 LIG SAT으로 공간 제약 초월 LIG D&A는 국가 우주 전장 감시·정찰 수요는 물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민간 상업용 지구관측 데이터 시장을 동시에 타깃으로 삼아 자체 개발 중인 초고해상도 영상레이다(SAR) 위성 'LIG SAT(가칭)'을 통해 글로벌 위성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다. 광학 렌즈에 의존하는 일반위성과 달리 SAR 위성은 마이크로파 레이더 전파를 지상으로 쏴 반사되는 신호를 합성해 지형도를 만든다. 이 때문에 짙은 구름이 낀 악천후나 칠흑 같은 야간에도 지상의 물체를 센티미터 단위로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는 전천후 능력을 자랑한다. 글로벌 업계가 'LIG SAT'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적용된 독자적이고 혁신적인 기계 구조 설계 기술에 있다. 통상적으로 레이더의 해상도 성능을 높이려면 안테나의 크기가 커져야 하지만 이는 발사체 상단(페어링) 내부의 좁은 탑재 공간 제약에 부딪히는 딜레마를 낳는다. LIG D&A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발사 시에는 안테나 부피를 극한으로 접어 최소화하고, 목표 우주 궤도에 진입한 직후에는 탑재된 '그물형 안테나(Mesh Antenna)'를 거대한 우산이나 종이접기처럼 넓게 펼치는 첨단 전개형 구조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소형·경량화 위성체이면서도 대형 위성에 버금가는 압도적인 관측 성능과 전력 운용 효율을 극대화하는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방사청, 해 넘긴 대통령 지휘 헬리콥터 도입 사업 8~9월 결론

대한민국 차기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지휘 헬기-II) 도입 사업의 기종 선정이 당초 예상과 달리 해를 넘겨 장기화한 가운데 오는 8~9월경 최종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고환율 여파 등으로 총 사업비가 9000억 원에 육박해 정부는 입찰 경쟁에 참여한 방산 기업들을 상대로 기술 이전과 국내 항공 정비(MRO) 물량 배정 등 절충 교역(오프셋) 조건을 두고 치열한 막판 샅바 싸움을 벌이고 있다. 14일 방위사업청과 방산업계 취재를 종합한 결과, 당국은 노후화된 현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인 VH-92 3대를 대체하기 위한 2차 사업 제안서를 바탕으로 현재 정밀 검토와 시험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신조기들을 상업 구매(DCS) 방식으로 들여온다는 점에서 당초 방산업계에서는 지난해 10월 제안서 마감 직후 신속한 사업자 선정을 점쳤다. 일각에서는 VH-92 역시 시코르스키가 제작한 만큼 정비나 교육 시스템 등 운용 측면에서의 연계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S-92A+가 무난히 선정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유력 후보로 꼽히는 시코르스키 측 역시 자사의 최신형 S-92A+가 현용 한국 대통령·미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인 '마린 원(Marine One)'과 같은 플랫폼이라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며 수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시코르스키가 과거부터 국내에서 UH-60 블랙 호크 운용과 MRO 생태계를 국내 업체들과 탄탄히 구축해 온 경험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벨과 레오나르도 등 일부 업체의 입찰 포기로 미국 록히드 마틴의 헬리콥터 사업 자회사 시코르스키는 단독 응찰했다. 때문에 조기 선정 기대감이 높았으나 이후 7개월째 장고가 이어져 공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한편 오리무중이던 사업 일정을 두고 방사청은 올해 하반기 중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시사했다. 선정 지연·향후 일정과 관련, 방사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제안서를 접수해 논의·검토 중인 단계"라며 “엄격한 시험 평가 과정을 거치고 테스트에 합격해야 계약을 위한 추가 협상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종 선정 시점에 대해선 “오는 8월에서 9월 사이에 내용이 구체화가 되면 상세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3분기 내 후보 확정 등 본격적인 속도를 낼 것임을 분명히 했다. ◇대당 2000억 넘는 'VIP 헬기'의 실체…핵심은 'MRO·절충 교역' 기종 선정이 작년에서 올해로 지연된 결정적 배경에는 막대한 국세가 투입되는 만큼 국내 방산 생태계로의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정부의 치밀한 협상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위기관리센터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최고도의 지휘 통제(C4I) 장비는 물론, 적의 휴대용 대공 미사일 등을 교란하는 최첨단 전자전 방어 시스템 탑재·통합 비용이 수반된다. 과거 사업 심의 단계에서 8700억원 규모로 알려졌던 예산은 최근 가파른 환율 상승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겹치며 실제 도입 총 사업비가 급격히 뛰어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업비를 소폭 늘려 9000억원으로 잡아도 산술적으로 대당 도입 단가만 2250억 원에 이른다. 이를 두고 방산업계는 국가 최중요 인물인 대통령의 안위를 책임질 특수 하드웨어와 장기 군수 지원 생태계가 묶인 '초대형 패키지 딜'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입찰에 정통한 방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총 예산을 도입 대수인 4로 나눠 대당 기체 가격으로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부품 제작 물량의 국내 배정과 국내 주요 항공 기업들이 MRO 정비 물량을 일정 부분 확보하는 조건인 절충 교역 여부가 평가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이번 대형 계약을 지렛대 삼아 방위산업 국익을 챙기려는 정부의 고도화된 협상이 사업 장기화의 주된 이유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결정될 사업이 밀린 것이 맞고, 올해 안으로는 최종 사업자가 결정될 것"이라며 “현재 기술 이전이나 부품 제작 물량 배정 등 다각적인 조건이 방사청과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1발 2천원짜리 ‘빛의 방패’…한화시스템의 레이저 무기 ‘초격차 위용’ [심층기획]

현대 전장(戰場)에서는 수천만원짜리 자폭 드론 군집을 막아내기 위해 한 발에 수십억 원짜리 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는 '군사비 비대칭 무기' 전략을 감수하고 있다. 이처럼 드론과 로켓, 미사일이 뒤섞여 날아오는 복합 공중위협이 일상화 된 전쟁터에서 각국 군 당국과 방위산업계는 교환비가 맞지 않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향성 에너지 무기(DEW)인 '레이저 무기(Laser Weapon)'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 1960년 미국의 물리학자 시어도어 메이먼이 세계 최초로 루비 레이저를 개발한 이후 '유도 방출로 인한 빛의 증폭'(LASER: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 원리를 무기화하려는 시도는 강대국들의 오랜 꿈이었다. 빛의 속도로 날아가기에 사실상 회피(방어)가 불가능하고, 곡선을 그리는 탄도 궤적이 아닌 직진 경로 특성상 명중률이 압도적이다. 무엇보다 탄약 고갈의 공포 없이 전력만 공급하면 무한정 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우리나라도 레이저 무기 개발에 열외는 아니다. 영국의 최신 레이저 무기 '드래곤 파이어'가 1발당 약 1만7000원의 비용을 자랑하지만 한화시스템이 100% 국산화해 서울 용산에 실전 배치한 20킬로와트(㎾)급 레이저 대공무기 '천광'의 1발당 사격 비용은 2000원 남짓에 불과하다. 때문에 혁신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레이저 무기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QY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레이저 무기 시장은 2025년 7억4300만달러에서 연평균 20.35%씩 팽창해 오는 2031년 22억5700만달러(약 3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미 육군의 300㎾급 'IFPC-HEL'과 해군의 'HELIOS'를 이끄는 록히드마틴·보잉, 이스라엘의 '아이언 빔(Iron Beam)'을 개발한 라파엘 등 전통의 방산 공룡들이 격돌하는 이 거대한 군수시장에서 한화시스템이 특허기술을 무기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해 2월 전 세계 무기 수입의 30%가 집중된 중동의 심장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선 중동 최대 방산전시회 'WDS 2026'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화시스템은 레이저 무기 '천광 블록-I'을 전면에 내세웠다. 윤석열 정부 시절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고정형으로 실전 배치된 바 있는 천광은 기동성을 대폭 높인 차량 탑재형(블록-II)과 함정·항공기용(블록-III)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100㎾급 출력을 향한 '열(熱)과의 전쟁'…빛을 엮고 열을 식히다 한화시스템이 출원하고 확보한 방대한 기술 특허에는 이들이 어떻게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적 우위를 점했는지를 보여주는 치열한 혁신의 궤적이 드러난다. 수 ㎞ 밖 표적의 외피를 순식간에 녹여버리려면 현재 전술 레이저의 주류인 '고체 광섬유(Fiber) 레이저'의 출력을 100㎾급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단일 광섬유 하나로 이 정도 출력을 내면 내부의 온도가 치솟아 굴절률이 뒤틀리는 '열 렌즈(Thermal lens)' 현상이 일어나 빛의 품질이 무너지거나 매질 자체가 타버린다. 결국 여러 가닥의 중간 출력 레이저를 하나로 묶는 '빔 결합' 기술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수백 개의 빔을 합칠 때 위상(빛의 파동)이나 주파수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출력이 오히려 상쇄된다는 점이다. 한화시스템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혼성 빔 결합' 특허를 완성했다. 빛의 파동을 일치시키는 '결맞음 빔결합', 서로 다른 파장을 프리즘 같은 회절격자로 묶어내는 '파장 제어 빔 결합', 그리고 수직·수평 편광을 합치는 '편광 결합'을 하나의 시스템에 계층적으로 연동시킨 것이다. 모든 채널을 한 번에 통제하면 제어기에 막대한 과부하가 걸리지만 이 세 가지 기술을 융합함으로써 제어 부담을 획기적으로 분산시키고 고품질의 결합 빔을 폭발적으로 뿜어낼 수 있게 됐다. 출력이 높아진 만큼 발생하는 맹렬한 고열은 무기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다. 열이 쌓이면 주변 공기가 가열돼 빛이 아지랑이처럼 흩어지는 '열 번짐(Thermal Blooming)'이 일어난다. 특히, 굵은 대구경 광섬유들을 이어 붙이는 '융착부(Splicing)'에 발열이 집중되면 공기 입자 자체가 파괴되어 플라즈마화 되면서 레이저의 직진을 막아버리는 '에어 브레이크다운(Air Breakdown)' 현상까지 발생한다. 기존처럼 접착제로 붙이거나 단순 방열판을 대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한화시스템은 발상을 전환해 융착부 자체가 차가운 냉각수 유로에 직접 잠겨 흐르도록 만드는 '수냉식 직접 냉각' 특허를 고안했다. 펄펄 끓는 용광로의 심장에 얼음물을 붓듯, 극한의 열을 즉각 빼앗아 열 변형을 원천 차단했다. 동시에 빛이 강하게 집속되는 렌즈 시스템 구간을 아예 진공 상태(진공셀)로 만들어 에어 브레이크다운 현상마저 없앴다. 거대한 냉각 설비의 덩치를 줄인 공간 혁신도 눈부시다. 100㎾급 출력을 감당하려면 트레일러만 한 냉동기가 필요하지만 한화시스템은 상변화 물질(PCM)을 이용해 대기 시간 동안 차가운 에너지를 펜타데칸(Pentadecane) 같은 특수 물질에 미리 비축해 두는 '축냉식 냉각 장치'를 도입했다. 발사하는 짧은 순간에 비축된 냉기를 폭발적으로 방출해 냉동기의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여기에 수㎞에 달하는 증폭용 광섬유를 밖에서 안으로, 다시 안에서 밖으로 실타래를 얽듯 4중으로 겹쳐 꼬아버리는 '사중 나선 코일링' 기술을 더해 배선 공간을 압축했다. 납작하게 감긴 광섬유가 냉각 패널에 빈틈없이 밀착되어 열을 순식간에 식혀준다. 육중한 트럭에나 실리던 무기가 장갑차나 소형 전술차량에도 탑재될 수 있는 진정한 '기동형 레이저 무기'로 진화한 비결이다. ◇흔들리는 전장, '광학 노이즈 캔슬링'으로 바늘 구멍 뚫다 울퉁불퉁한 험지를 내달리는 기동 플랫폼 위에서 시속 수백㎞로 회피 기동하는 적 드론의 동전만 한 취약점을 수 초간 끈질기게 지져야 하는 레이저 무기에게 흔들림은 곧 요격 실패와 동의어다. 플랫폼의 미세한 진동이 수 ㎞ 밖에서는 수십 미터의 오차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차량 진동과 표적의 움직임을 하나의 고속 추적 거울(FSM)로 동시에 보정하려다 보니 연산 과부하로 렌즈가 구동 범위를 벗어나는 오류가 잦았다. 거울을 두 개로 나누어 쓰자니 거울끼리 움직임이 간섭되어 초점을 잃었다. 한화시스템은 이 난제를 '푸리에 영역 위상 정합(Fourier domain phase correlation)'이라는 고도의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풀어냈다. 카메라 영상에서 요동치는 배경 노이즈를 외부 소음을 상쇄하는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ing)' 이어폰처럼 걸러내고, 순수한 표적 중심부의 미세 이동량만 0.001초 단위로 발라내는 기술이다. 나아가 두 거울이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미리 오차를 계산해 상쇄하는 '보상 행렬(Compensation Matrix)' 알고리즘을 주입했다. 두 거울이 유기적으로 동기화돼 출렁이는 전장 위에서도 표적을 자석처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압도적 타격 능력을 완성했다. 거리에 따라 초점을 잃어버리는 렌즈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도 뛰어넘었다. 일반적인 비축(Off-axis) 반사망원경은 렌즈 축이 어긋나 있어 먼 곳은 잘 맞추지만, 500m 안팎으로 코앞까지 다가온 드론에는 빔의 초점이 흐려져(광학 수차 발생) 화력이 급감하는 맹점이 있었다. 한화시스템은 빛의 경로가 일치하는 '동축(On-axis) 쿠데 광학 시스템'을 설계하고, 부반사경을 오목 렌즈 형태로 만들어 빛을 렌즈 내부에서 두세 번에 걸쳐 완만하게 확산시킴으로써 광학 왜곡을 대폭 줄였다. 그 결과 수 킬로미터 밖 원거리부터 초근접 표적까지 모두 동일한 고품질의 빔으로 정밀 타격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표적까지의 거리를 재는 레이저 거리측정기(LRF)와 야간 조명기를 빛을 굴절시키는 '광학 쐐기(Optical wedge)'라는 부품 하나로 통합해 렌즈 시스템의 군살을 빼냈다. 특히, 무거운 조명용 레이저를 따로 다는 대신 타격용 부반사경의 위치를 앞뒤로 미세하게 움직여 레이저 빔의 발산 각도를 넓힘으로써 타격용 레이저를 거대한 '조명기'로 대체해버리는 기발한 특허까지 적용했다. ◇“산 너머 쏘고, 셀 수 없이 많아지는 암호 경호의 수"…상식 파괴하는 비대칭 전술 한화시스템의 특허에는 현대전의 전술 개념을 송두리째 바꿀 차세대 아이디어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빛은 무조건 직진하기 때문에 산이나 건물, 지평선 너머에 숨은 적(비가시선 표적(NLOS, Non-Line-of-Sight))은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이 레이저 무기의 최대 약점인 가시선(LOS, Line of Sight) 한계다. 한화시스템은 반사 거울과 짐벌 카메라를 장착한 무인기(드론)를 하늘에 띄우는 기발한 '빔 경로 변경 장치' 전술을 특허로 냈다. 지상의 레이저 무기가 공중의 아군 드론 반사경을 맞추면 드론이 표적 간의 3차원 위치를 계산해 반사경의 '법선 벡터(Normal Vector, 반사각)'를 실시간으로 미세 조정한다. 사각지대의 적에게 빛을 '당구 쿠션' 치듯 튕겨 내리꽂는 것이다. 은폐된 적을 타격하면서도 아군의 발사 원점은 숨길 수 있는 혁신적 전술이다. 실전 배치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안전'과 '통신 보안' 문제 역시 치밀한 화학과 광학의 융합으로 잠재웠다. 기존 1㎛ 파장의 고출력 레이저는 빔이 대기 중의 먼지나 수증기에 부딪혀 산란될 경우 이를 바라본 아군이나 민간인의 망막을 태워 영구 실명을 유발할 위험이 컸다. 이는 UN의 '특정 재래식 무기 금지 협약(실명 레이저 무기 금지)' 위반 소지까지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를 피하려면 인체에 닿아도 각막과 수정체에서 흡수되어 망막까지 투과되지 않는 1.5㎛ 이상의 '눈 안전 파장(Eye-safe)'을 써야 한다. 하지만 기존 대구경 라만 광섬유를 쓰면 파장이 길어지기 전 빛이 찢어지고 왜곡되는 '영분산(Zero-dispersion)' 지점을 통과하며 빔이 망가지는 한계가 있었다. 한화시스템은 광섬유에 '이산화 게르마늄'을 50~80%라는 극한의 비율로 특수 첨가해 영분산 지점을 아예 1.6㎛ 장파장 대역 너머로 이동시켰다. 시력을 보호하면서도 드론을 격추할 수 있는 무기급 고출력이 비로소 가능해진 것이다. 적의 해킹과 역추적을 막는 통신 보안 기술도 압도적이다. 아군 전투기나 정밀 유도 무기에 표적의 위치를 점 찍어 알려주는 '레이저 표적 지시기'는 기존에 레이저 빛의 깜빡임(펄스) 간격만을 조절해 암호화(PIM)를 했다. 이는 경우의 수가 24개에 불과해 적군이 쉽게 패턴을 읽어내고 아군의 위치를 역추적할 위험이 컸다. 한화시스템은 KTP(Kotassium-Titanyl-Phosphate)·KDP(Kinetic Data Processor) 같은 비선형 결정(OPO, Optical Parametric Oscillator) 파장 변환기를 결합해 펄스의 간격뿐만 아니라 펄스마다 빛의 '파장(색깔)'까지 무작위로 섞어 쏘는 '다중 파장 펄스 변조(WDM-PIM, Wavelength Division Multiplexing-Protocol Independent Multicast)' 특허를 냈다. 적군 입장에서는 시간과 색깔이라는 두 가지 변수를 동시에 풀어야 하므로, 암호 해독 경우의 수가 단숨에 천문학적으로 폭증한다. 전장에서의 해킹을 원천 차단한 '언크래커블(Uncrackable)' 시스템을 빛으로 구현한 셈이다. ◇보병이 메고 쏘는 '모듈형 레이저 소총'…다층 방공망의 룰 세터로 이러한 극한의 소형화와 열 제어·정밀 조준 기술이 향하는 궁극적인 종착점은 보병 개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휴대용 레이저 무기'다. 최근 한화시스템이 확보한 특허에 따르면 집채만 한 거대한 레이저 시스템을 △레이저 발진기 △빔 집속기 △제어 영상 처리기 △냉각기 △전원 공급기 등 각각 80㎏ 이하의 '도수 운반'이 가능한 5개의 조립식 모듈로 분할하는 데 성공했다.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험준한 산악 지형이나 고층 빌딩 옥상으로 병사들이 모듈을 들고 올라가 즉석에서 레고 블록처럼 조립해 쓸 수 있다. 무거운 배터리와 냉각기는 병사가 '백팩'처럼 등에 메고, 레이저 발사기는 익숙한 '소총' 형태로 손에 들고 쏜다. 이때 보병이 험지에서 들고 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거친 호흡과 손떨림마저 총기 손잡이에 내장된 3축 가속도 및 자이로 센서가 감지해 낸다. 센서가 물리적 떨림을 읽어내면 '역진 연산 좌표' 알고리즘이 멤스(MEMS) 기반의 압전 액추에이터를 구동해 총기 내부의 타격용 반사 거울을 0.001초 만에 흔들림의 역방향으로 꺾어(틸팅) 보정한다. 보병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들고 쏴도 백발백중의 명중률을 담보하는 '스마트 레이저 소총'의 개념이 완성된 것이다. 보병 한 명이 움직이는 든든한 방공망이 되며, 국가 중요 시설을 지키는 대테러 무기로도 손색이 없다. 물론 레이저 무기에는 비가 오거나 구름이 낀 기상 조건에 열에너지를 뺏겨 위력이 반감되고, 벌떼처럼 몰려오는 군집 드론을 상대로는 한 대씩 순차적으로 요격해야 하는 '시간적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 같은 연유로 현대전에서 레이저는 단일 무기체계로 쓰이기보다 전자기파 무기와 전자전, 전통적 대공화망이 겹겹이 방어막을 치는 소위 '다층 복합 방호 체계'의 핵심 정밀 타격 자산으로 통합될 때 진정한 위력을 발휘한다. 3㎞ 밖에서는 재밍으로 적의 회로를 마비시키고 2㎞ 내로 진입한 표적은 그물형 드론으로 포획하며, 최종 방어선인 1㎞ 내외에서 고출력 레이저가 잔존 위협을 정밀하게 태워버리는 빈틈없는 무기체계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은 국가 전략인 '비전 2030'을 통해 현지 공동 생산과 기술 이전을 통한 방산 생태계의 자립을 열망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WDS 2026에서 차세대 레이다·AI 복합 솔루션과 함께 첨단 레이저 무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수백 건의 촘촘한 특허와 원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방산 생태계의 자립을 이끄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겠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이로써 날씨·조준·부피·가시선 등 물리적 한계를 하나하나 극복하며 솟아오른 한화시스템의 '빛의 무기'는 글로벌 방산 시장의 새로운 룰 세터(Rule Setter)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본격 AI·뉴 스페이스 시대…“항공우주 혁신 막는 낡은 규제 깨고 ‘법적 나침반’ 새로 만들어야”

인공 지능(AI) 기술의 급진전과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항공우주 산업의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하지만 눈부신 기술의 발전 속도를 기존의 낡은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이른바 '규제 지체' 현상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규범적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8일 오후 1시 30분, 법무법인 율촌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 타워 39층 렉처 홀에서 항공우주정책·법학회 2026 춘계 학술대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AI 시대, 항공우주 법적 현안과 정책 과제'였다. 현장에는 학계와 법조계, 산업계 및 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치열한 연구 끝에 도출된 정책적 대안을 나누며 다가올 미래를 논의했다. ◇“AI 시대일수록 방향 제시하는 법학·인문학 통찰 절실해" 이근영 한국항공우주정책·법학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1988년 창립 이래 대한민국의 항공우주 정책 개발과 법적 문제 연구를 통해 관련 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해 온 우리 학회가 앞으로도 든든한 연구 플랫폼이 되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단상에 오른 손금주 율촌 방산우주항공전략센터장(변호사)은 “우리는 지금 AI가 항공과 우주라는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전환기에 서 있으며, 피지컬 AI(Physical AI)가 곧 우리 곁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기술의 진보가 법의 공백 때문에 더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제도적인 개혁을 이끄는 시발점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황창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부원장 역시 축사에서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항공기와 위성 발사체 설계·제작·운영 등 전 과정에 이미 깊숙이 스며든 현재의 기술이 됐다"며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라도 합리적인 법과 정책의 뒷받침 없이는 산업으로 꽃피울 수 없으며, 반대로 현장의 기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는 혁신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기술과 제도의 동반 성장을 역설했다. 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황호원 항공안전기술원장(전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교수)은 시대적 변화에 따른 학문의 역할을 강하게 주문했다. 황 원장은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문제들은 과거의 방식이 아닌 창의성 있게 함께 지혜를 모아 소통하며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I 시대가 도래하고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때 법이 질서를 부여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하므로, 역설적으로 가장 필요한 학문은 인문학과 법학"이라며 “AI 시대일수록 오히려 법학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철학적 통찰을 남겼다. ◇복잡해지는 AI 항공기 사고…피해자 증명 부담의 거대한 벽을 깨라 '항공 교통 체계의 법적 안정성과 안전 관리 거버넌스'를 주제로 진행된 제1 세션의 서막이자 이번 행사의 서두는 서인원 한국항공대 항공우주정책대학원 교수가 장식했다. 서 교수는 '제조물 책임법상 증명 부담의 완화 가능성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를 주제로 고도화된 항공기와 AI 소프트웨어 결함 시 피해자가 겪는 입증의 한계를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서 교수는 조종사의 과실·기체 결함·부적절한 구조물 등 여러 사고 차단 방벽들의 틈새가 일렬로 겹칠 때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는 '스위스 치즈 모델(Swiss Cheese Model)' 시각 자료를 띄우며, 지난 2024년 12월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활주로 이탈 사고를 거론했다. 해당 사고의 일부 유족들은 기체 제조사인 보잉을 상대로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지적한 그는 “소송 대리인은 실체적 측면뿐만 아니라 소송 진행이라는 절차적 측면에서도 미국 내 제소가 유가족들에게 훨씬 유리하다고 언급했다"며 사법학자로서 피해자들의 증명 부담을 합리적으로 완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서 교수는 통상적인 제조물 소송에서 피해자인 원고가 직면하는 거대한 장벽으로 세 가지를 꼽으며 심층 분석을 이어갔다. 첫째는 핵심 증거와 기술이 제조사에 집중된 '증거 편재' 현상이다. 그는 “현대형 소송의 증거는 물리·법률적으로 제조사에 편제돼 있다"며 “백신 관련 증거가 제약사의 영업 비밀인 것처럼 항공기 제조물 또한 완성품·부품·원재료 제조자 등 다수가 복잡하게 개입돼 있어 증거 편재 문제가 배가된다"고 지적했다. 둘째는 이를 규명하기 위한 천문학적인 시간과 비용의 문제다. 서 교수는 “증명을 위한 시간과 비용이 막대하다면 원고 승소 판결은 요원하다"며 승강기를 해체하고 분석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홍콩의 엘리베이터 추락 사고 판례를 방증으로 제시했다. 셋째는 물리적·내용적 접근성의 한계다. 흉부에 이식된 심장박동기 사례처럼 생명 유지와 직결된 제조물은 물리적 접근성이 떨어지며 한 분야의 전문가라 하더라도 다른 분야에는 일반인에 불과해 내용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AI가 항공기에 본격 탑재되는 'AX(AI Transformation)' 시대에는 이 증명 부담의 벽이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AI 소프트웨어가 단독으로 확대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증거 편재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대용량의 변경·훼손이 쉬운 전자 문서를 다루는 '디지털 포렌식' 과정이 큰 시간과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AI의 자율성, 예측 불가능성, 설명 불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본질 때문에 개발자조차 결함과 오작동에 대한 규명이 훨씬 어려워져 내용적 접근성이 극도로 심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서 교수는 양 당사자가 소송 전 자료를 상호 의무적으로 생성·제출하는 미국의 '디스커버리(증거 개시)' 제도 도입을 제안하면서도 “비례성과 비용 부담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가장 핵심적인 해법으로 그는 미국 판례법의 '기능 이상 이론(Malfunction Theory)' 취지를 살려 우리 제조물 책임법을 해석·개정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서 교수는 “우리 제조물 책임법 제3조의 2가 미국의 기능 이상 이론을 계수했기 때문에 이 취지를 그대로 살리면 된다"며 “비정상적 사용이 부재한 사실과 합리적 2차 요인이 부재한 사실이 증명되면 확대 손해를 발생시킬 결함을 내재한 제조물로 법률 판단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관이 요구하는 증명도 역시 “영미법계(커먼로)처럼 '과반의 개연성(balance of probability)'을 취해 현실 세계에서 피해자의 땀과 노력으로 직접 할 수 있는 최선의 증명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서 교수는 유럽항공안전청(EASA)이 마련한 조력형-조화형-자유형 등 항공 AI 3단계 로드맵 시각 자료를 띄우며 정책적 제언을 던졌다. 그는 “사람인 조종사의 권한이 인공지능으로 양도되는 것에 비례해 조종사의 과실 책임이 항공 인공지능의 '제조물 책임'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법률적 함의에 주목해야 한다"며 국토교통부가 준비 중인 한국형 AI 로드맵에도 이러한 민사 책임의 전환 논의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지훈 공군 항공안전단 전문관은 '도심항공교통(UAM) 운영에 따른 공군 영향 분석 및 안전 확보 방안'을 다뤘다. 박 전문관은 성남 비행장(제15특수임무비행단) 인근에 설정된 잠실-수서 UAM 실증 노선을 지도로 보여주며 군 공역 침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UAM 실증 및 초기 비행은 회전익 항공기의 시계 비행(VFR)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성남 비행장은 VIP들이 이용하는 공항이자 기지 남북으로 육군 회전익 항공기 다수가 비행하고, 상공으로 항공로가 통과해 항공기 운항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V자 형태인 활주로와 UAM 실증 노선이 수평 거리 480~800m, 수직 300~600m 수준으로 인접하게 된다. 통상 회전익 항공기는 불규칙한 비행을 하므로 기상이나 장비에 따라 상하좌우로 이동 시 수송기 등 기존 항공기와 서로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된다는 게 그의 평가다. 박 전문관은 “우리나라 공역은 굉장히 협소한데 밀도가 높고, 분단 국가라 민간이 쓸 수 있는 공역이 적다"며 “국내 공역 상황을 반영해 UAM 기체에 자동 종속 감시 시설(ADS-B) 등 장비를 의무화해 관제 시설에서 식별 가능하도록 조화로운 비행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석대 한국공항공사 변호사는 'UAM 운용 체계상 신규 사업의 국내법적 구현 한계'를 조목조목 짚었다. 강 변호사는 도심 항공교통법은 UAM 산업 진흥·운영 체계 도입 정리를 위한 과도기적 성격이 아주 강하다며 두 가지 구체적인 입법적 불비를 꼬집었다. 그는 정부의 'K-UAM 운용개념서 1.5'에 비도심 공공 관광형 모델이 있는데, 정작 현재 도심 항공교통법에는 '관광 비행' 모델이 적용 규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 법령은 버티포트(이착륙장)를 지정할 때 도심항공교통회랑을 동반적으로 같이 지정하도록 돼있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운영 개념 1.0을 아예 바탕으로 한 것으로서 지금의 1.5 모델의 유연성을 소화할 수 없는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강 변호사는 “본격 상용화 시점인 1.5 모델은 국가 공역 시스템을 통합해 운영하는 것을 선명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국내 항공 4법 중심으로 통합적 UAM 규범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심우주 탐사·상업 위성 폭증…낡은 우주법·조달 체계 뜯어고쳐야 제2 세션에서는 '민간 우주 비즈니스의 걸림돌과 해법'을 주제로 우주 산업 생태계 전반의 정책적 한계와 개선 방안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주 활동 영역의 확장과 국가의 관리 감독'을 주제로 강단에 올랐다. 이 연구원은 다누리호의 성공과 향후 화성 착륙선 추진 등 우주 활동의 영역이 지구 궤도를 넘어 심우주로 뻗어나가는 현실과 민간 상업용 위성의 폭발적인 증가로 지구 궤도가 유례없는 혼잡 상태에 이르렀음을 데이터를 통해 설명했다. 그는 외기권 조약에 따라 우주 활동이 국가 활동이 됐건 정부 활동이 됐건 민간 활동이 됐건, 일어나는 책임은 국가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고 전제했다. 이 연구원은 “지구 궤도상에 있는 우주 물체의 개수가 엄청나게 급증하고 있으며, 통제 불가한 상태가 돼 '지구 궤도는 이미 실패했다'는 이야기마저 듣고 있다"며 “이제는 무분별한 활동으로 달이나 다른 천체가 오염될 것을 미리 막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달 표면 기지 건설 등 심우주 활동 시 타국 활동 방해 금지나 우주 환경 오염 회피 등 복합적인 요소를 국가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요컨대 우리 민간 기업이 달에 기지를 세우겠다고 했을 때 국가는 관리 감독 책임이 있으니 그냥 하라고 할 수 없어 환경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서 허가를 해줘야 한다"며 “여태까지 우주 물체가 어디에 있다는 단순한 정보만을 '등록' 받던 개념을 넘어 이제는 '허가'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김권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안보·상업 융합 우주 비즈니스의 법·정책적 과제'를 심층 분석하며 산업계의 체증을 풀어냈다. 김 연구위원은 막대한 상업적 가치를 지닌 민간 우주 자산이 국가 안보 역량과 직결되는 융합 시대를 맞았지만 한국의 경직된 국방 조달 체계가 그 시너지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방위사업법은 획득 체계가 진짜 '물품'을 사다가 쓰는 것으로 표현이 돼 있다"며 “예를 들어 우리가 민간 위성에서 찍은 사진을 국방에서 쓴다고 했을 때, 이 '서비스'를 국방에서 계약으로 취득할 수 있느냐 하면 현재 법문상으로는 어려워 보인다"고 꼬집었다. 물리적 무기체계 확보를 중심으로 설계된 현행법으로는 민간의 발사 '서비스'나 데이터 '이용'을 계약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국가가 물건을 직접 소유했을 때는 절차가 엄청 복잡해진다. 그럴 바에는 일정한 서비스를 외부 민간 기업에 맡겨서 쓰고, 국가는 원하는 효과만 얻으면 될 수 있도록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달 개념의 확장을 주문했다. 나아가 그는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한 인허가의 복잡성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위원은 “발사체 한 번 쏘려고 할 때 우주개발진흥법 제11조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개별 부처를 일일이 다 찾아가 서류를 각각 제출하는 것은 민간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에 맞지 않으므로, 규제 해소보다는 '합리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안두릴 CEO “K-방산, 빠르고 미래 지향적”…韓 부품망 글로벌 편입 추진

“첫 논의에서부터 시제품 제작까지 1년도 채 걸리지 않는 것은 전대미문의 속도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결단력이 뛰어나며 과감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매우 효율적인 파트너입니다."(브라이언 쉼프(Brian Schimpf) 안두릴 인더스트리 공동 창업자 겸 최고 경영자(CEO)) 7일 안두릴은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소재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쉼프 CEO는 이날 간담회에서 K방산과의 협력 속도를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안두릴은 인공 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 '래티스(Lattice)'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우선' 전략을 앞세워 한국 방산 시장과의 협력을 본격 확대할 뜻을 내비쳤다. 2017년 미국에서 설립된 안두릴은 AI 방산 기술 기업이다. 정부 하청 중심의 기존 방산 모델과 달리 자체 투자로 연구·개발(R&D)과 생산을 먼저 진행하고 완성된 제품을 상용 형태로 공급하는 혁신적인 모델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고스트-X(Ghost-X) △볼트-M(Bolt-M) 등 드론과 바라쿠다(Barracuda), 퓨리(Fury) 등 자율무인기(Autonomous Air Vehicle)가 이러한 방식으로 개발돼 현재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 군에 납품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주요 거점에 총 43개의 오피스를 두고 있고 아시아에는 한국을 포함, 일본 도쿄·대만 타이베이에 지사를 두고 있다. 작년 8월 한국 지사를 설립한 안두릴은 법인 대표로 보잉 코리아 사장을 역임했던 존 킴(John Kim) 부사장을 영입했다. 이후 안두릴은 자사의 핵심 플랫폼인 '래티스'를 K-방산 협력의 중심축으로 삼고 국내 주요 방산 기업과의 협업 범위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래티스는 수천 개의 센서와 데이터 소스를 통합·분석해 상황 인지부터 판단, 실행까지의 전 과정을 초 단위로 단축하고 버튼 하나로 실시간 지휘·통제(Command and Control)를 지원한다. 쉼프 CEO는 “오늘날 전장에서의 핵심 과제는 압도적인 정보의 홍수 속에서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라며 “래티스를 통해 정보 처리에 소모되던 역량을 자동화해 지휘관이 정말 중요한 결정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가장 먼저 HD현대와 안두릴은 지난해 4월 무인 수상정(USV)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MOU)과 8월 합의 각서(MOA)를 체결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자율 무인 수상함(ASV) 시제함 설계·건조 및 AI 솔루션 공급 계약을 맺으며 올 2월 공동 개발을 위한 기본 설계를 마무리했다. 현재 이 시제함은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며, 이르면 올해 10월 진수 후 미국 연안에서 시험 운항에 투입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협력 범위를 수상에서 수중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해양항공우주 전시회(SAS 2026)에서는 첨단 무인 잠수정(UUV) 시스템 공동 개발 MOU도 추가로 체결했다. 대한항공과는 지난달 30일 한국 시험장에서 3개 무인기 플랫폼을 활용한 시연을 통해 처음으로 사람의 원격 조종 없이 자율 비행으로 임무 수행을 완벽하게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2028년경으로 예상되는 한국 공군의 무인기 소요 사업에도 대비할 계획이다. 또한 양사는 한국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무인기 분야 협력(Teaming Agreement)을 확대하는 한편, 전 세계 대규모 산불 예방을 위한 통합 솔루션 공동 개발에도 나서며 협력 범위를 다각화하고 있다. '래티스'의 적용 범위는 해상과 공중을 넘어 지상 무기체계로도 본격 확대되고 있다. 간담회가 열린 이날(7일) 오전 현대로템은 안두릴과 무기체계 고도화와 인공지능(AI) 기반 유·무인 복합(MUM-T) 지휘 통제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과 브라이언 쉼프 안두릴 CEO 등 양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미래 전장이 인간 지휘관과 AI가 팀을 이루는 작전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현대로템은 다목적 무인차량(HR-셰르파)과 다족보행로봇 등 무인 플랫폼뿐만 아니라 주요 지상 무기체계에도 안두릴의 래티스를 적용할 계획이다. 래티스가 AI 두뇌 역할을 맡아 표적을 실시간 추적하고 전장 상황을 스스로 판단해 유인 전투 차량-무인 로봇-드론 간의 군집 제어와 자율 임무 수행을 지원하게 된다. 아울러 현대로템은 안두릴의 드론 운용 체계를 활용해 이동형 대(對)드론 관제 시스템 구축도 추진한다. 안두릴의 정찰용 드론 '고스트'와 요격 드론 '로드러너', 직충돌 드론 '앤빌(Anvil)' 등이 공중에서 적 드론을 감지하면 현대로템의 차륜형 장갑차 같은 기동무기체계가 작전 상황을 분석해 지휘관의 임무 결정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안두릴과의 협력은 미래 전장의 핵심인 AI 지휘 통제 역량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미래 방산 시장은 전통적 제조에서 기술·소프트웨어 체계가 통합된 형태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번 MOU가 무기체계 하드웨어와 AI 소프트웨어 간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존 킴 안두릴 코리아 대표는 “지난 1년간 한국 파트너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자율 무인 수상함 시제함 건조 착수, 자율형 무인기 공동 개발 등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왔다"며 “오늘 체결한 현대로템과의 협력을 포함해 한국의 하드웨어 기술력과 안두릴의 소프트웨어가 만나 더 정밀하고 효율적인 네트워크 기반 국방 역량 구축에 기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업 설명 이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서도 안두릴의 향후 행보에 대한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본지는 단기간에 급성장한 안두릴의 증권 시장 상장(IPO) 시점 계획과 향후 10년 내 목표로 하고 있는 최종적인 기업 가치 규모와 근거에 대해 물었다. 아울러 각 파트너사별로 미래에 어떤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계획인지에 대해서도 문의했다. 이에 쉼프 CEO는 “현재 구체적인 상장 타임 라인은 없다"면서도 “미국 사모 시장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공장을 짓는 데 필요한 자금을 언제든 자유롭게 조달할 수 있으며, 투자자들 역시 비상장 유지를 선호하고 있어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답변했다. 안두릴은 최근 확보한 대규모 투자금을 무기 제조 시설 확충과 AI 기술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안두릴 관계자는 “현재의 무인기와 자율 시스템을 넘어 구상 중인 우주·사이버 보안·심해 자율 시스템 등 차세대 사업 포트폴리오 등 구체적인 미래 로드맵을 지금 시점에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트너사들과의 미래 결과물 도출 계획에 대해서는 “우리는 정부 조달 이전 단계에서부터 자체 자본을 투입해 매우 빠른 속도로 실질적 역량을 입증해 낸다"며 “대한항공 무인기의 자율 비행 시연이나 HD현대의 시제함 건조 사례처럼 신속하게 초기 운용 개념을 시장에 입증해 향후 수요처의 본격적인 무기체계 획득과 작전 도입 결정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사 선정 기준에 관해서는 “해당 산업 영역에서 세계적 수준의 뛰어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가 전제 조건"이라며 “자율 무인 수상함을 미 해군에 도입시킬 수 있는 것처럼 무기체계를 글로벌 시장으로 함께 진출시키고 확장할 수 있는 선도 기업 여부를 따져본다"고 화답했다. 경쟁사인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와의 차별점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그는 “과거 팔란티어에서 약 10년간 근무해 그들을 매우 잘 안다"며 “그곳이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로 통합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 훌륭한 기업"이라고 칭송했다. 그러면서도 “당사는 선박이나 무인 시스템이 스스로 충돌을 피하며 자율적으로 기동하고, 실제 군사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통제하는 '자율화 소프트웨어'에 특화돼 있다"며 “양사의 역량은 상호 보완적이어서 실제 현장에서는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발발한 중동 분쟁을 통해 현대전의 양상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분석한다. 쉼프 CEO는 이란-이스라엘 충돌을 언급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40일 동안 2만4000여 건의 타격을 가했고, 이란은 하루에만 1200기의 미사일과 드론을 쏘아 올렸다"며 “현대전의 무기 소모 규모는 과거 걸프전과 비교해 최소 10배 이상일 정도로 천문학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제는 군사 자산뿐만 아니라 데이터 센터·정유 시설 등 민간 인프라까지 표적이 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에 직면한 동맹국들은 방어를 위해 훨씬 저렴한 무기를 초고속으로 대량 생산해 충분한 무기고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방산 부품 공급망 편입 계획에 관해 그는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대규모 양산을 매우 빠르게 해내는 것이 한국 기업들의 가장 큰 강점이며, 이것이 우리가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을 가진 한국에 집중하고 투자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라고 설파했다. 또한 “한국의 우수한 부품 협력사들을 안두릴의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시키기 위해 현지에 전담 인력을 배치해 관계를 구축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취재 지원=김수미 인턴 기자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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