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R&D 시연회서 드론 추락…‘실패’인가 ‘혁신 과정’인가

국방부 주관 기술 시연회에서 무인기가 연이어 추락하자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행사를 진행했느냐는 십자포화에 가까운 날선 비난이 당국과 기업들을 향하고 있다. 일부 성공적인 시연 사례도 있었으나 아직도 무기체계 연구·개발(R&D) 단계의 시행착오를 결과적 실패로 규정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19일 방산업계와 전문가들은 흠결 없는 성과만을 요구하는 '압축 성장' 패러다임이 연구 현장의 보신주의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미국·일본 등 선도국처럼 실패를 데이터 축적 과정으로 수용하고 '성실 수행 인정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등 인식과 제도의 전환이 요구된다. 지난 16일 국방부 주관으로 경기 포천 승진 훈련장에서 '2026 국방 드론 기술전'이 개최됐다. 이 행사에는 주한 미군·해외 방산 관계자 등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 방산업체들의 무인기 기술 시연이 진행됐다. 이날 시연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기술적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대한항공은 독자 기술로 자체 개발한 인공 지능(AI) 기반 무인기 22대의 자율 군집 비행·군집 동시 타격을 선보였다. AI 기반 실시간 자동 표적 식별(ATR) 기술을 적용한 선두 드론 2대가 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10대는 적 방공망 교란을, 나머지 10대는 표적에 수직 강하해 정밀 타격을 완료했다. 또한 AI가 무인기 상태와 임무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음성으로 중계하는 'AI 기반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용하며 1인이 다수의 무인기를 통제하는 역량을 입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무인기 기업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A-ASI)과 공동 개발 중인 단거리 이착륙(STOL) 무인기 '모하비'의 국내 모의 전투 비행을 실시했다. 모하비는 450마력급 터보 프롭 엔진과 고양력 장치를 장착해 폭이 좁은 전차 기동로에서 200m 미만 이륙, 100m대 착륙을 기록했다. 국토 대부분이 산악 지형인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야전 운용 능력을 평가받았고 양산 시 국내 생산 비중을 70% 이상으로 확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연회 전체 결과는 이와 달랐다. 당일 계획된 17개 임무 중 6개가 실패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AI 고속제트무인기 1호기는 사출 직후 지상으로 추락했고 2호기는 비행 중 통신이 단절되며 제어 불능 상태에 빠졌다. 중소 방산업체들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직충돌 드론·요격 드론 역시 비행 고도를 잃거나 표적 타격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동원된 12개의 민간 드론 중 5개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해당 기체들은 전력화가 완료된 양산품이 아닌 기술적 한계를 검증하는 R&D 시험 비행 단계의 시제품이었다. 통제되지 않은 주파수 간섭 환경에서 기체가 오작동을 일으킨 데이터를 실측한 것은 향후 전자전(EW) 상황 대비·항재밍(Anti-jamming) 능력 보완을 위한 귀중한 실측 자료로 활용된다. 그러나 시연 직후 언론과 여론은 이를 '기술적 망신'으로 규정하고 비판을 가했다. 결함을 찾아가는 정상적인 R&D 과정의 시행착오를 결과적 실패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기체의 시연이 대한항공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처럼 됐다면 아름다운 그림이었겠지만 실제 무기체계 연구·개발(R&D) 현장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라며 “준비가 안 됐다며 야유를 퍼부으며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언론의 행태는 분명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단기간에 무결점의 성과를 요구해 온 한국의 '압축 성장' 패러다임을 꼽는다. 현재 국가 R&D 사업 성공률은 99%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연구진이 감사·징계를 회피하기 위해 달성 가능한 하향식 목표만을 설정하는 보신주의적 구조를 반영한다. 국방 분야에서는 사업 초기부터 작전 요구 성능(ROC)을 보수적으로 설정하게 돼 장기간의 체계 개발이 끝난 시점에는 변화된 글로벌 기술 환경에 부합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로 이어진다. 반면 글로벌 항공·우주·방산 선도국들은 R&D 과정의 실패를 필수 데이터 획득 과정으로 포용하고 있다.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2023년 대형 로켓 '스타십'의 첫 궤도 비행 중 발생한 공중 폭발을 '성공적인 실패'로 규정했다. 기체 파괴 전 획득한 원격 측정 데이터(Telemetry data)를 바탕으로 수냉식 시스템과 핫 스테이징 방식을 설계에 즉각 반영하며 혁신 속도를 높였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안전한 프로젝트를 실패로 간주하는 극단적인 위험 수용 문화를 유지한다. 스텔스 폭격기 F-117 개발 당시 시제기 '해브 블루' 두 대의 연이은 추락 과정에서 확보한 레이더 반사 면적(RCS) 실측 데이터를 통해 스텔스 설계를 실전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실전 배치 자산의 상실 앞에서도 실용주의적 기조를 보였다. 최근 일본 항공자위대에 실전 배치된 1000억 원 규모의 무인 정찰기 RQ-4B 글로벌 호크 1대가 임무 중 동해상에 추락했지만 방위성은 평정심을 유지하며 원인 규명에 착수하는 한편, 이미 계획된 민간 대(對)드론 방어 체계 실전 배치 평가는 일정의 흔들림 없이 강행했다. 우리 정부도 R&D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2024년 1월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 일부 개정안을 시행했다. 연구 수행 과정의 성실성이 인정되면 과제가 실패하더라도 사업비 환수·참여 제한 등의 제재 처분을 100% 전면 감면할 수 있도록 '성실 수행 인정 제도'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그러나 연구 현장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에 구조적 한계를 제기하고 있다. 성실성 판정 기준이 정성적이고 주관적이고 행정부의 제재 감면 승인 이후에도 감사원 등 외부 사정 기관의 사후 감사가 독립적으로 이뤄져 실무진이 특혜 논란을 우려해 면책 결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맹점이 있다. 아울러 성실 실패로 인정된 과제의 실패 원인 분석 데이터(Raw Data)가 후속 연구를 위한 지식 기반 정보 체계(DB)로 연계되지 못하고 행정 서류로 소모되는 실태도 개선 과제로 거론된다. 첨단 국방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문가들은 과제 평가 기준을 시제기의 정상 작동 유무 중심에서 '한계 상황에서의 유의미한 실측 데이터 획득'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또한 기술 준비 수준(TRL) 도약 목표치가 높은 고위험 과제에 대해서는 명백한 위법 행위가 없는 한 제재를 우선 면제(Opt-out)하는 '네거티브 감찰 규제 방식'이 요구된다. 나아가 민간 방산 업체가 극한의 전자전 모사 환경을 상시 활용해 테스트와 알고리즘 수정을 빠르게 반복할 수 있는 오픈형 테스트 베드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시점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시스템, AI로 우주 물체 충돌·추락 위험 분석…K-SSA 개발 착수

한화시스템이 지난 9일 한국천문연구원과 계약을 맺고 인공 지능(AI) 기반 국가 우주 상황 인식 시스템(K-SSA) 개발에 착수했다. 한화시스템은 '우주 기반 우주 감시 위성 및 지상 연계 우주 상황 인식 체계 개발' 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K-SSA의 민간 체계 개발 업체로 참여한다고 18일 밝혔다. K-SSA는 우주 물체의 위치와 궤도를 관측·추적하고 충돌·추락 등 우주 위험을 분석하는 국가 통합 체계다. 우주항공청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 480억 원을 투입해 우주 감시 위성·우주 물체 통합 관리 체계·AI 기반 우주 위험 분석 기술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최근 저계도 위성군 확대와 위성 시스템 소형화 등으로 지구 궤도에 진입하는 우주 물체가 늘면서 우주 공간의 혼잡도도 높아지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의 2026년 우주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평균 10개의 신규 페이로드가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로켓 발사 횟수도 300회를 넘어섰다. 기존에도 한국천문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지상에서 우주 물체를 관측·추적하는 우주 환경 감시 체계가 운영됐다. 다만 지상 관측은 주·야간과 기상 조건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우주 기반 감시와 지상·국제 관측 정보를 통합한 체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한국천문연구원의 총괄 아래 우주 기반 감시 위성 개발과 지상연계 우주 상황 인식체계 구축, 세부 시스템 간 연계·통합, 시험·검증 등을 담당한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하는 우주 감시 위성 2기는 고도 약 480km 저궤도에서 운용되는 초소형 위성이다. 위성에 우주 상황 인식(SSA)용 광학 카메라를 탑재해 우주 공간의 인공·자연 우주 물체를 탐지·추적하고 충돌·추락 위험 분석에 필요한 관측 정보를 수집한다. 지상 연계 우주 상황 인식 체계는 우주 감시 위성을 비롯한 다양한 관측 수단으로 확보한 우주 물체 정보를 통합 관리·분석하는 인프라다. AI를 활용해 우주 물체의 이동 궤도와 충돌·추락 위험을 분석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해 상황 판단과 대응을 지원한다. K-SSA 사업에서는 광학 센서를 탑재한 초소형 우주 감시 위성을 개발하는 등 우주 기반 감시 인프라를 구축한다. 지상 관측과 국제 협력을 통해 확보한 우주 물체 정보까지 통합해 국가 차원의 우주 위험 대응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송성찬 한화시스템 우주사업부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우주 상황 인식(SSA)·우주 영상 인식(SDA) 분야의 핵심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대한민국의 독자적인 우주 안보·대응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윤정 인턴 기자

한화 방산 3사, 모범 군인 가족 60팀 초청해 ‘힐링 데이’ 진행

한화가 군인 가족의 날을 맞아 모범군인과 가족을 초청하는 '힐링 데이' 행사를 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 등 한화 방산 3사는 국방부와 함께 17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힐링 데이'를 개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 한화 측은 가족 수기 공모를 통해 선정된 모범 군인 60 가족을 초청했고 전준범 국방부 국방인공지능기획국장·문지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군인 가족은 민간 가족이 겪는 일반적 어려움에 더해 잦은 이사와 격오지에서의 생활, 자녀 전학에 따른 적응, 잦은 훈련·야근으로 인한 군인 배우자의 부재 등 여러 특수한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국방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군인 복지 실태 조사에 다르면 육군 직업 군인의 평균 이사 횟수는 평균 3.9회였다. 육군 군인 가족은 자녀 양육 여건 만족도·자녀 교육 여건 만족도에 관해서도 각각 51.5%, 56.7%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군인 가족이 겪는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은 직업 군인 배우자의 계속 복무 여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이에 국방부는 2024년 군인과 그 가족의 헌신을 예우하고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매년 9월 넷째 주 금요일을 '군인 가족의 날' 기념일로 제정했다. 한화도 같은 해부터 방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취지로 '힐링 데이'를 운영해오고 있다. 전 국장은 축사를 통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군인들이 임무에 전념할 수 있는 것은 가족들의 응원과 헌신이 있기 때문"이라며 “오늘 이 자리가 서로를 격려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선 소통 전문가로 알려진 김창옥 김창옥 아카데미 대표의 특별 강연도 진행됐다. 김 대표는 '유쾌한 소통의 법칙'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나의 언어'가 아닌 '상대방의 언어'로 표현해야 서로 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서동민 인턴 기자

“방산 기술 지키는 게 경쟁력”…LIG D&A, 공급망 보안 상생 협력 나선다

우리나라가 2025년 세계 4위 무기 수출국으로 올라서며 명실상부한 방산 강국 반열에 올랐다. 신무기를 개발하는 속도 못지 않게 중요해진 과제가 '지키는 기술'인 공급망 전반의 보안이다. K-방산의 해외 수출·공동 개발·현지 생산 등이 늘어날수록 협력 업체를 포함한 공급망 전체의 보안 역량은 시험대에 오르고 있어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이하 LIG D&A)가 해법 마련에 나섰다. 18일 LIG D&A는 전날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방산 공급망 보안 상생 협력 파트너십' 출범식을 열고 정부 및 방산업계와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력 업체의 보안 역량 강화와 K-방산 공급망 보호가 행사의 목적이다. 방산 밸류 체인은 연구·개발(R&D)·생산·정비·부품 공급 등 수많은 기업·기관이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는 구조다. 어느 한 곳의 보안 체계만 뚫려도 핵심 기술 유출로 곧바로 이어질 수 있어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공급망 전체의 보안을 지키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17일 출범한 '방산 공급망 보안 상생 협력 파트너십'은 대형 업체-협력 업체, 정부-전문 기관 간 유기적 협력을 통해서만 보안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방산 기술 보호와 공급망 보안을 개별 기업만의 과제가 아닌, 정부와 방산업계가 함께 대응해야 할 공동 과제로 규정하고 협력 업체의 보안 역량 강화와 공급망 전반의 보안 수준 제고를 위한 지속적 협력 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중소 협력 업체의 보안 역량 증진이 꼽힌다. 예산·인력이 부족한 중소 협력 업체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보안 요구 사항을 준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방산 공급망 보안 상생 협력 공동 선언을 통해 △방산 공급망 전반 보안 역량 강화 △협력 업체의 안정적인 보안 관리 체계 구축과 수출·보안 환경 대응 지원 △대형 업체의 경험·우수 사례 공유 및 협력 업체 애로 사항 수렴 △정부·산업계·전문 기관 간 소통과 협력을 골자로 한 공동 선언을 채택했다. 기술을 지키는 능력이 방산 경쟁력의 척도가 되고 있다는 신호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김영봉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인공지능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최근 국방논단을 통해 “적대국들이 미국 방위 산업 기반(DIB)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사이버 공격이 증가하면서 미국 국방부가 DIB 전반의 사이버보안 역량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이에 따라 미국이 2024년 3월 국방부 차원의 DIB 사이버 보안 전략'을 발표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중국·러시아·이란 등 국가 배후 세력부터 범죄 조직까지 미국 DIB를 노리는 위협이 다변화하고 있다"며 “DIB는 비방산업체보다 최소 1.5배 더 활발하게 공격 표적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LIG D&A는 이번 파트너십을 계기로 협력 업체와의 보안 협력을 강화하고 공급망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취약 요인을 선제적으로 확인·개선할 수 있도록 관련 경험과 우수 사례를 공유해 나갈 계획이다. LIG D&A 관계자는 “K-방산의 지속적인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대형 업체뿐 아니라 협력업체를 포함한 공급망 전체의 보안역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파트너십을 계기로 협력 업체와의 상생 협력을 확대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산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적극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서동민 인턴 기자

“하늘엔 거미줄 방공망, 땅엔 AI 로봇 군단”…한화, ‘미래 전장 지휘자’로 도약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들이 '미래 전장(戰場)'의 룰을 통째로 바꾸는 파격적인 육·공(陸·空) 융합 청사진을 동시에 꺼내 들었다. 중동의 핵심 우방국인 아랍에미리트(UAE) 영공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통합 대공망'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한편, 세계 무대를 휩쓸고 있는 K-9 자주포 등 주력 지상 무기의 '완전 무인화' 로드맵을 전격 선언했다. 과거 단일 무기체계 수출에 머물렀던 K-방산의 한계를 뛰어넘고 인공 지능(AI)과 초연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가 단위의 방위 시스템을 통째로 이식하는 '글로벌 톱티어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선전포고다. ◇ 중동 하늘 덮는 거미줄 방어망…UAE와 'K-통합 대공망' 짠다 1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최대 방산기업인 에지(EDGE) 그룹과 'UAE 통합 대공망 구축 사업'을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Term Sheet)를 체결했다. 서명식은 앞서 지난 15일(현지 시간) 아부다비 에지 그룹 본사에서 치러졌다. 이는 대한민국 방산 수출 역사에 획을 긋는 굵직한 성과다. 그동안 한화는 2022년 UAE를 시작으로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 2025년 이라크에 이르기까지 다기능 레이다·발사대 등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의 핵심 구성품을 공급하며 중동 시장에서 신뢰를 쌓아왔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개별 장비 납품을 넘어선다. 한화는 에지 그룹과 현지 합작 법인(JV)을 설립해 단거리부터 중·장거리 요격 미사일과 다연장 로켓 '천무', 그리고 현대전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대드론체계(C-UAS)까지 단일 네트워크로 엮어내는 '다계층 방공망(Multi-layered Air Defense)'을 직접 기획하고 구축한다. 국가 영공의 '방패' 자체를 함께 만드는 시스템 설계자로 체급을 올린 것이다. 양기원 한화시스템 대표는 “단발성 무기 공급을 넘어 방산 기술과 산업을 공유하는 동반자적 파트너십으로 진화하는 전환점"이라며 “UAE를 중동·제3국 시장 진출의 전략적 거점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마드 알 마라르 에지 그룹 CEO 역시 “자립적인 방산 역량과 현지 산업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한화시스템과 지속 가능한 산업 협력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화답했다. ◇ 사람이 사라진 전장…K-9·천무도 스스로 판단하고 쏜다 하늘에서 거대한 방어망이 짜이는 사이, 지상에서는 '병력 없는 전투'를 현실화할 무인화 혁명이 가동됐다. 같은 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래 지상전의 뼈대가 될 '지상방산 무인화 혁신 로드맵'을 전격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글로벌 베스트 셀러 무기들의 대대적인 진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9년까지 K-9 자주포와 다연장 로켓 천무·차세대 보병 전투 장갑차 등에 작전 상황에 따라 병력 탑승 없이 원격 제어·스스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선택적 유·무인 복합체계(OMFV)' 기술을 전면 이식하기로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 화력 장비들이 AI를 탑재한 무인 로봇 군단으로 재탄생하는 셈이다. 지상전의 새 시대를 열 무인 지상 차량(UGV) 생태계 선점에도 잰걸음을 치고 있다. 지난 4일 방위사업청과 양산 계약을 맺은 국군 최초의 다목적 무인 차량 '아리온스멧(Arion-SMET)'은 부품 국산화율 98%를 달성, 핵심 방산 기지인 창원 사업장에서 본격 생산돼 내년부터 육군과 해병대에 실전 배치된다. 450kg의 적재 중량·AI 기반 원격 사격 통제·야지 자율 주행 등 압도적 성능을 앞세운 아리온스멧은 앞서 미국 국방부 해외 비교 성능 시험(FCT)을 통과하며 세계적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수조 원대 규모로 열릴 루마니아·핀란드·캐나다 등 글로벌 시장 진출도 정조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아리온스멧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10톤 미만 소형 다목적 무인 차량부터 20톤급 중형 궤도형 로봇전투차량(T-RCV), 30톤급 대형 무인 전투 차량(H-UGV)에 이르는 6종의 공통 플랫폼 풀(Full) 라인업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폭발물 탐지 제거 로봇·AI 기반 한국형 공병 전투 차량(K-CEV) 등 다양한 무인체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 방산 패러다임의 대전환…'디펜스 OS'로 육·공 초연결 방산업계는 두 계열사의 이번 동시다발적 발표가 결국 '다영역 전장(Multi-Domain Operations) 통제권'을 쥐겠다는 한화의 중장기 비전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가성비와 화력 중심이던 쇳덩어리 하드웨어의 시대를 지나, 전장의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는 'AI 두뇌'가 승패를 가르는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한화그룹이 2040년까지 2조 원을 투입해 자체 국방 AI 모델인 '디펜스 OS(Defense OS)'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를 하나로 묶기 위한 포석이다. 지상의 무인 K-9과 아리온스멧의 눈과 발이 하늘의 통합 대공망 레이다·하나의 거대한 인공 지능망으로 실시간 연동되는 초연결 전장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김동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S사업부장은 “최고의 생산 체계 구축을 통해 대한민국 군과 우방국에 안정적으로 무인 차량을 공급하고 선제적으로 미래 전장에 대비하는 국방 무인 체계 선도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에어로스페이스·대한항공, 차세대 무인기 시연 나란히 ‘합격점’

대한민국 방위산업과 항공우주를 이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대한항공이 차세대 국방 무인기(드론) 실전 시연에서 나란히 '성공' 합격점을 받으며 미래 전장의 청사진을 구현했다. 1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방부 주관으로 경기 포천시 일대에서 열린 '2026 국방드론기술전'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물리적 제약을 극복한 '단거리 이착륙' 능력을, 대한항공은 수십 대의 편대를 스스로 지휘하는 'AI 군집비행 및 타격' 기술을 선보였다. 양사 모두 각기 다른 무인기 분야에서 시연 성공을 거두며 K-국방 무인 체계의 압도적인 기술력을 증명한 것이다. ◇ 100m 좁은 전차길 딛고 솟구쳤다…한화 '모하비' 극한 야전 운용 '성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글로벌 무인기 전문 기업인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A-ASI)'과 2025년부터 공동 개발에 나서는 단거리 이착륙(STOL) 무인기 '모하비(Mojave)'의 모의 전투 비행 시연을 성료했다. 이번 비행은 국내에서 진행된 두 번째다. 이번 시연의 핵심 관건은 반듯한 활주로가 없는 험지에서의 이착륙 성공 여부였다. 육군 제513항공대대 비행장을 박차고 오른 모하비는 폭이 좁고 거친 '전차 기동로'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해당 지점에서 다시 날아올라 예정된 경로에 맞춰 제513항공대대로 무사히 복귀하며 야전 운용 능력을 과시했다. 이 같은 시연 성공의 배경에는 압도적인 하드웨어 성능이 자리하고 있다. 1km 이상의 활주로를 요구하는 기존 동급 무인기와 달리 모하비는 고양력장치와 450마력급 터보 프롭 엔진을 탑재해 100~300m가량의 짧은 야지만 있으면 이착륙이 가능하다. 실제 이번 시연에서 이륙에 필요한 거리는 200m 미만, 착륙 거리는 100m대에 불과했다. 앞서 2024년 11월 해군 대형 수송함(독도함) 비행 갑판 전투 실험 당시 100m 미만의 질주만으로 이륙했던 저력을 이번 육상 험지 시연에서도 재현해 낸 것이다. 이러한 강점 덕분에 국토 대부분이 산악 지형이라 긴 활주로 확보가 제한적인 국내 작전 환경에서도 최적의 솔루션으로 꼽힌다. 미군 역시 전 세계 다양한 작전 환경에서 활동할 STOL형 무인기 도입 사업을 추진하며 모하비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단거리 이착륙 성능과 더불어 임무 중량 능력 또한 압도적이다. 미군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반영해 설계된 모하비는 기체와 연료 무게를 제외하고 순수 임무 수행 장비만 최대 1톤(t)까지 실을 수 있다. 탑재 장비에 따라 지상 공격은 물론 △감시 정찰 △물자 수송 △통신 중계 등 전천후 임무를 수행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시연 성공을 발판으로 모하비 개발 및 양산을 위한 연구·개발(R&D)과 생산 인프라를 국내에 구축한다. 양산 단계 진입 시 국내 생산 비중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21일 창원 1사업장에 국내 무인기 산업 관계자들을 초청해 '산·학·연 상호협력 협약식'을 열고 생태계 확장을 이끌 부품·소재 관련 국내 협력 업체를 대거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GA-ASI 및 국내 기업들과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모하비 개발과 양산을 이뤄내 글로벌 무인기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 스스로 표적 찾고 22대가 벌떼 타격…대한항공 'AI 드론 군집 작전' 대한항공은 현장에서 소프트웨어 통제력의 정점인 '인공지능(AI) 기반 무인기 군집 비행·군집 타격'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기업 중 100%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AI 드론 기술을 들고나와 시연에 성공한 곳은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대한항공은 총 22대 규모의 드론이 자율 군집 제어 기술을 통해 단 한 번의 충돌도 없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임무를 완수한 '벌떼 작전'을 선보였다. 선발대로 나선 정찰 드론 2대가 AI 기반 실시간 자동표적식별(ATR) 기술로 적의 위협을 탐지하고 표적 정찰 임무를 마쳤다. 이어 10대의 드론이 현란한 군집 고기동 비행으로 적의 방공망을 뚫고 교란·기만 임무를 수행했고 나머지 10대의 드론이 선발대가 식별한 표적을 향해 수직으로 강하하며 '군집 동시 정밀 타격'을 꽂아 넣었다. 특히 이날 현장에서는 AI가 드론의 임무 상황을 실시간 파악해 직접 중계하는 방식의 'AI 브리핑'이 진행돼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대한항공이 자체 개발한 'AI 기반 종합 모니터링' 솔루션을 통해 사전에 짜인 대본의 음성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현황을 분석해 “위치 확인. 표적 식별 단계로 전환한다", “정밀 타격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생생하게 음성 브리핑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질문에 맞춰 무인기 상태와 기상 정보를 즉각 수집하는 등 현장에 최적화된 맞춤형 실용성을 입증했다. 이날 무결점 시연 성공을 이끈 자율 군집 제어·군집 동시 타격·AI 종합 모니터링 기술은 모두 대한항공이 독자적으로 고안한 '통합 전장 관리 시스템' 아래서 운용됐다. 과거에는 사람 1명이 드론 1대를 통제해야 했으나, 이번 시연 성공을 통해 AI 기술을 활용해 단 1명이 다수의 무인기를 동시에 지휘할 수 있는 통제 역량을 증명했다. 이는 향후 인구 감소에 따른 우리 군의 병력 운용 효율화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수십 년간 축적해 온 무인기 개발·비행 제어 기술에 AI를 접목해 드론이 자율적으로 임무를 마친 사례"라며 “당사가 독자 개발한 기술로 우리나라 드론 기술 역량 강화에 기여하고 국내 드론 산업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윤정 인턴 기자

[신간] 바다 밑 핵위협과 반쪽짜리 원전 강국…대한민국 안보 주권의 길을 묻다

북한의 고도화되는 핵위협이 지상과 공중을 넘어 바다 밑으로 은밀하게 이동하고 있다. 동시에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발전 기술을 갖추고도 핵심 연료는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안보·에너지 딜레마'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치밀한 핵안보 전략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한 두 권의 묵직한 신간이 나란히 출간됐다. 한국핵안보전략포럼이 엮어낸 총서 시리즈 제5권 '핵잠수함 개발과 운용 전략'과 제6권 '에너지 안보와 핵잠재력'(블루앤노트 펴냄)이다. 두 책은 자체 핵무장이나 핵잠수함 도입을 둘러싼 감정적인 찬반 논쟁을 넘어 대한민국이 직면한 안보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외교·기술·제도를 아우르는 국가적 청사진을 제시한다. ◇ 요격보다 '추적'이 먼저다…핵잠수함 개발과 운용 전략(5권) 북한이 전략 핵잠수함(SSBN)과 핵탄두 탑재 잠수함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미사일이 발사된 후 쏘아 맞추는 '요격' 중심의 방어 체계는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5권은 이 빈틈을 메우기 위해 수중으로 사라진 적 잠수함을 끝까지 쫓아갈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흔히 오해하는 '핵무장(핵탄두 탑재)'과 '핵추진(원자로 동력)'을 명확히 분리한다. 한국에 당장 필요한 전력은 전략적 핵보복을 위한 전략핵잠수함(SSBN)이 아니라 원자로를 동력으로 하되 재래식 무장을 갖추고 적 잠수함을 장기간 은밀하게 추적·억제할 비핵무장 공격 핵추진 잠수함(SSN)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은 핵잠수함 도입을 '배 한 척을 건조하는 일'이 아닌 △인력 양성 △정비 △지휘·통제 △외교적 조율까지 아우르는 '수십 년짜리 국가 시스템 구축'으로 바라본다. 미국·러시아·프랑스 등 7개국의 개발 사례를 분석한 연구진은 “미국이 저농축 우라늄(LEU) 연료 공급과 제도적 문을 열고 프랑스가 건조 시간과 운용 위험을 줄이는 파트너로 참여하는" 현실적인 한미·한불 투트랙(Two-track) 협력 모델을 제안해 눈길을 끈다. ◇ 에너지 주권 없는 안보 주권은 없다…에너지 안보와 핵잠재력(6권) 원전 독자 설계·수출 강국인 대한민국은 왜 핵연료 공급망과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에서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 6권은 이른바 '원전 강국의 역설'을 뼈아프게 파고든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핵잠재력(Nuclear Latency)'이다. 이는 당장 핵무기를 만들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다가오는 심각한 안보 불확실성에 직면했을 때 국가가 방어와 억제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과 기술·산업적 기반을 책임 있게 축적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들은 농축과 재처리 역량 확보가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라 2030년대 사용후 핵연료 저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필수 과제이자 곧 '에너지 주권'이라고 역설한다. 책은 한미 원자력 협정의 명암을 분석하는 한편, 다국적 농축기업 유렌코(URENCO) 및 프랑스와의 실질적인 협력 등 동맹국 미국과의 조율 속에서 실리를 챙길 현실적 로드맵을 모색한다. 나아가 과거 박정희 정부와 대만의 핵개발 실패 사례를 통해 내부 정보 보안과 미국의 압박 등 '지도자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한 국가 전략의 엄중함을 일깨운다. 또한 미국 확장억제의 대안으로 한국·일본·프랑스·영국·독일이 참여하는 '전략적 중강국 5개국 안보협력체(SMP5)' 구상을 새롭게 제안하며 안보 아키텍처의 수동적 수혜자에서 능동적 설계자로 나설 것을 주문한다. ◇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의 '선택 능력'을 묻다" 정성장 한국핵안보전략포럼 대표(세종연구소 부소장)를 비롯해 외교·안보·군사·원자력 등 각계 최고 전문가 18명이 대거 집필에 참여한 이번 신간은 안보 위협은 눈앞에 다가왔고, 방패를 준비할 시간은 부족하다는 하나의 결론을 향해 달려간다 두 권의 책은 “무엇을 가질 것인가"라는 일차원적 질문을 뛰어넘어 '어떤 법적·외교적 틀 속에서 누구와 협력해 안전하게 능력을 축적하고 운용할 것인가'를 묻고 답한다. 격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정책 입안자와 오피니언 리더, 안보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에게 훌륭한 전략적 나침반이 돼줄 것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특별 기고] ‘국방 드론 기술전’서 마주한 대한민국 미래 안보, 기술 혁신 넘어 정책적 실효성으로

16일 경기 포천 승진 훈련장에서 개최된 '2026 국방 드론 기술전'은 대한민국 국방이 직면한 안보적 현실과 미래 전장의 향방을 동시에 가늠해 볼 수 있는 중대한 시험장이었다. 병력 감소라는 거대한 인구 절벽의 위기 앞에서 우리 군이 나아가야 할 해답은 명확하다. 그것은 바로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MUM-T)'를 축으로 하는 국방 혁신이다. 이날 현장에서 목격한 첨단 드론과 대드론 체계 발전을 위한 시범에서 비록 실패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연구자의 시선은 그 이면에 놓인 전략적·정책적 과제로 향했다. ​첫째, '실증 전담 부대' 창설과 신속한 전력화의 중요성이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단연 실증 전담 부대 지정식과 육군 드론·로봇 사단의 군집 드론 비행 시연이었다. 과거의 무기체계 도입이 오랜 획득 기간과 절차에 묶여 있었다면 급변하는 기술 주기에 대응하는 현재의 국방 정책은 '먼저 검증하고 신속히 도입하는(Fail fast, Learn faster)' 패러다임으로 전환돼야 한다. 실증 전담 부대의 출범은 일선 야전 부대가 주도적으로 최신 기술의 운용 개념을 가다듬고 민간의 혁신 기술을 군에 안착시키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정책적 진전이다. 둘째, 드론의 전장 보편화'에 따른 입체적 대드론(Counter-Drone) 방어망 구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대 분쟁이 증명하듯 저비용·고효율의 소형 드론은 전통적인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비대칭 위협의 핵심이다. 이번 기술전에서 선보인 27개 분야의 대드론 장비와 하드·소프트 킬 통합 운용 개념은 국가 중요 시설과 전방 기지 방호를 위해 우리가 시급히 완성해야 할 과제다. 기술 개발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를 국가 방위 시스템 전체와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법적·제도적 통합 안보전략이 뒷받침돼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민·관·산·학·연의 유기적인 방산 생태계 구축이다. 행사장을 채운 수많은 방산 기업과 연구소들의 면면은 K-방산의 저력을 보여줬다. 첨단 과학 기술 강군 육성은 국방부와 군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실패라는 소중한 경험과 민간의 혁신적인 기술 역량이 국방 연구·개발(R&D)로 신속하게 유입되는 '스핀온(Spin-on)' 체계가 필수적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규제 혁신이 맞물릴 때 튼튼한 안보가 곧 국가 경제와 방산 수출의 강력한 동력으로 선순환할 수 있다. ​'2026 국방 드론 기술전'은 대한민국이 기술 집약적 미래형 강군으로 도약키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발맞춰 이를 뒷받침하는 유연한 국방 획득 정책과 빈틈없는 안보전략이 지속될 때 비로소 우리의 하늘과 땅은 가장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김명진 한국항공보안학회 대테러·대드론 전략위원장

“도망치면 감점, 200초 내 격추”…한국항공대 총장배 ‘AI 파일럿 탑건 챌린지’, 가상 창공서 격돌

사람 대신 인공 지능(AI)이 F-16 전투기 조종간을 잡고 가상의 창공에서 숨 막히는 공중전을 벌인다. 미국 등 군사 강국들이 비밀리에 연구하던 'AI 파일럿' 기술을 국내 민간 대학생들의 집단 지성으로 풀어내는 혁신적인 무대가 열린다. 한국항공대학교는 오는 17일 교내 대강당에서 '제1회 한국항공대학교 총장배 2026 AI 파일럿 탑건 챌린지' 본선을 개최하고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경기를 생중계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대회는 미래 공중전의 판도를 바꿀 무인 전투기 AI 기술을 민간의 창의성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기획됐다. 전국 80여 개 대학에서 290개 팀(873명)이 출사표를 던질 만큼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8월 치열한 예선을 거쳐 살아남은 최정예 16개 팀만이 이날 본선 무대에 올라 1대 1 도그 파이트(근접 공중전) 방식으로 최강의 'AI 탑건'을 가린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AI의 '실전 지능'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된 정교한 교전 규칙이다. 각 팀의 AI는 동일한 가상 F-16 환경에서 200초 동안 맞붙는다. 시간을 끌며 도망만 치는 '버티기형 꼼수'를 차단하기 위해 일방적 회피에는 페널티를 적용한다. 또한 명중으로 인정되는 사격 범위(포위선)는 초반 100초 좁은 각도(2도)에서 시작해 후반부 50초에는 넓은 각도(6도)로 3단계에 걸쳐 확장된다. 초반의 탐색전부터 에너지 관리, 후반 결전까지 국면별로 전술을 유연하게 바꾸는 AI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처럼 고도화된 AI 공중전 대회가 민간에 전면 개방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다. 과거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유사한 '알파 도그 파이트' 대회를 개최한 바 있지만 군사 보안을 이유로 소수 방산기업에만 참가를 제한했었다. 대회를 기획한 방위사업청 소속 임상민 한국항공대 겸임 교수는 “AI 파일럿 기술은 민간의 창의적 시행착오와 검증을 거쳐야 단기간에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이번 대회의 200초 공중전은 미래 우리 영공을 지킬 피지컬 AI 파일럿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DARPA는 가상 대회 우승 알고리즘을 유인 전투기 X-62A에 탑재해 실전 기동 시험으로 발전시킨 바 있다. 한국항공대는 이번 대회를 향후 △2대2 편대 전술 △시계외 교전(BVR) △전자전(EW) 환경까지 반영해 군과 연구 기관을 위한 '국방 소프트웨어 테스트베드'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본선 우승(대상) 팀에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상금 1000만 원(총 상금 2500만 원 규모)이 수여된다. 당일 현장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시스템·대한항공 등 주요 방산·항공 기업들의 채용 상담 부스도 함께 운영돼 융합형 AI 인재 발굴의 장이 될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윤정 인턴기자

[현장] 보조금 쏟아지는 유럽 에너지·방산…진입 전략은 ‘현지화’

지정학적 안보 환경의 급변과 탄소 중립 정책의 가속화에 따라 유럽 역내 방위산업·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관련 기술·제조 역량을 보유한 한국 기업의 시장 진입 기회가 예년에 비해 증가하고 있으나 유럽 역내의 복잡한 법적 규제와 자국 산업 보호 기조가 실질적인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15일 법무법인 율촌은 유럽 주요 5개국 대형 로펌과 공동으로 '한국 기업을 위한 유럽 에너지 & 방위산업 전략적 기회' 세미나를 열고 현지 법률 동향과 실무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유종권 율촌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본 행사에는 이탈리아 GOP·네덜란드 AKD·폴란드 DZP·스페인 PLL·독일 글라이스 루츠 소속 실무 파트너 변호사들이 발제자로 참석해 각국의 법적 규제 현황과 진출 로드맵을 공유했다. ◇ 송전망 확보 리스크·소수 지분권자 법적 보호 한계 제1부 에너지 세션에서는 각국의 신재생 에너지 지원 제도 현황과 더불어 외부 자본 진입 시 수반되는 물리적 인프라 및 회사법적 쟁점이 다뤄졌다. GOP는 이탈리아 정부의 에너지 인프라 지원 제도를 설명했다. 이탈리아는 37.15GW 규모의 대형 태양광·풍력 발전을 지원하는 'FER-X' 기금을 운용 중이고 에너지 저장 장치(ESS) 운영 사업자에게 15년 단위의 장기 차액 정산 계약(CfD)을 보장하는 'MACSE' 제도를 신설해 초기 투자 수익의 예측성을 제고했다. 또한 과거 탈원전 정책을 고수했던 이탈리아가 최근 전력 생산 비용 급등·2050년 탈탄소 목표 달성을 위해 소형 모듈 원전(SMR)을 중심으로 한 8GW 규모의 원자력 발전 재도입을 국가 계획에 명문으로 반영한 점이 조명됐다. PLL 로펌의 파블로 혼토리아 변호사 역시 스페인 정부가 '넥스트 제너레이션 EU' 기금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장비 제조 설비에 15억 유로 규모의 보조금을 배정하고 있음을 부연했다. 그러나 현지 법률 전문가들은 정책적 인센티브 이면에 존재하는 물리적 인프라의 한계를 위협 요인으로 지적했다. AKD의 에르빈 라데마커스 파트너 변호사는 '전력망 혼잡' 현상을 프로젝트의 재무적 타당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요소로 평가했다. 발전 시설이 완공되더라도 기존 송전망 용량 부족으로 계통 연결이 지연될 경우 전력 판매를 통한 현금 창출이 불가능해진다. 이는 상업 은행·기금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심사 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금융 조달 적격성' 상실로 직결된다. 라데마커스 변호사는 법률 실사 단계에서 관할 전력망 운영 기관의 고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접속 대기 순번과 인허가 예상 시점을 교차 검증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재무적 투자자(FI)로서 현지 합작 법인의 소수 지분(통상 10~20%)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회사법적 쟁점도 논의됐다. 인프라 프로젝트는 통상 25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 사업이어서 투자 실행 전 주주 간 계약서(SHA) 상에 △핵심 자산 처분 등에 대한 이사회 거부권 △추가 자금 조달 시 지분 희석 방지 조항 △동반 매각 참여권·풋 옵션 등의 방어적 권리를 명시적으로 규정해 법적 구속력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에너지 인프라는 국가 핵심 안보 시설로 분류돼 취득 지분율이 10~25% 수준에 불과하더라도 각국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 심사 대상에 예외 없이 포함된다는 점이 강조됐다. 심사 기간 중에는 거래 종결이 법적으로 유예되므로 전체 투자 일정 수립 시 이를 반영해야 한다. ◇ '브라운필드' 투자로 규제 우회 전략 제2부 방위산업 세션에서는 지정학적 위기를 기점으로 국방 예산을 급격히 증액하고 있는 폴란드와 독일 시장의 조달 시스템 특수성과 우회 진입 전략이 논의됐다. 방위산업 시장은 무기 체계 생산 허가·이중 용도 품목의 수출입 통제 및 기밀 유지 등 엄격한 다중 규제가 적용되는 산업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총생산(GDP) 대비 5% 규모의 대규모 방위비를 지출하고 있는 폴란드의 특수성과 관련, DZP 로펌의 토마슈 다브로스키 방산팀장은 조달 절차의 예외적 구조를 설명했다. 국가 안보상 긴급한 전력화가 요구되는 주요 무기 체계 사업의 경우 폴란드 정부는 'EU 기능조약 제346조(안보를 위한 공공조달 예외 조항)'를 원용해 일반적인 입찰 절차를 생략하고 정부 간(G2G) 신속한 수의 계약 형태로 조달을 진행하는 기조가 관찰된다. 다브로스키 팀장은 폴란드 조달 시장 내 안정적인 공급망 진입을 위해 산하 50여 개 계열사를 보유한 국영 방산 지주사 'PGZ 그룹'과 전자전 분야 등에 특화된 주요 민간 업체인 'WB 그룹'과의 하도급·파트너십 구축이 실무적 전제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대규모 자본 소요 특성을 고려해 폴란드 당국은 계약 초기 10~30% 규모의 선수금을 지급하는 관행이 확립돼 있고 한국 공적 수출 신용 기관의 금융 보증을 결합한 자금 구조에 익숙하다는 점이 시장 진입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1000억 유로 규모의 특별 국방 기금을 편성한 독일 시장에 대해서는 독일 글라이스 루츠의 안셀름 크리스티안센 파트너 변호사가 실무적인 우회 투자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유럽 내 자체 생산 역량이 증액된 국방 예산을 집행하기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고 독일 군 당국이 납기 역량을 입증한 한국 기업을 북대서양 조약 기구(나토, NATO) 우방국 수준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티안센 변호사는 관련 소재·부품 부문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브라운필드(Brownfield) 투자'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내연 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산업 전환 여파로 폐업 위기에 직면했지만 금속 정밀 주조·단조 기술 등을 보유한 독일 내 자동차 부품 공장을 한국 기업이 인수해 드론·정밀 타격 무기·탄약 부품 등의 방산 제조 시설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이같은 투자는 기존 현지 근로자의 고용을 승계하고 지역 경제 기반을 보전한다는 정치적 명분을 제공해 통상적으로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는 독일 정부의 FDI 안보 심사를 원활하게 우회 통과할 수 있는 실효적 방안으로 평가받았다. ◇ '유럽 퍼스트' 기조 대응…'능동적 현지화' 이날 논의된 주요국 사례들은 유럽 연합 내 '역내 생산 우대(Europe First)' 기조가 제도적·실무적으로 고착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독일과 같이 명시적인 절충 교역 의무를 입찰 조건에 법제화하지 않은 국가여도 실무 조달 계약 협상 과정에서는 수주 기업에게 기한 내 부품 공급망을 역내로 이전할 것을 요구하는 암묵적인 할당 압력이 광범위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때문에 현지 파트너와의 합작 법인(JV) 설립·기존 현지 기업 인수·합병(M&A)·브라운필드 투자 등을 적극 추진해 물리적·법률적으로 현지 기업과 완벽히 동일한 '유럽 법인'의 지위를 확보하는 고강도 현지화 전략 수립이 필수 불가결할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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