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3세 승진-김동관] 수석부회장 체제 속 ‘방산·에너지’ 재편 의미는

재계 서열 5위 한화그룹의 '3세 경영' 청사진이 마침내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가운데, 확고한 자신의 영토를 부여받은 오너 3세들의 '경영 능력 입증'이라는 본격적인 시험대도 막이 올랐다. 본지는 방산·에너지, 금융, 테크·라이프 부문으로 나뉜 한화그룹 신 삼분지계(新 三分之計)의 전략적 의미를 진단하고 김승연 회장 슬하의 세 아들이 각각 돌파해야 할 핵심 과제를 심층 조명한다. 지난 30일 한화그룹은 미래 성장 동력을 쇄신하고 지배 구조 새 판을 짜는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글로벌 거시 경제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안보 위기 속에서 이뤄진 이번 인사는 한화그룹 내 권력 지형과 사업 포트폴리오 무게 중심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김 수석부회장은 그룹 경영 전반에 대한 장악력과 후계자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의 등장은 '포스트 김승연'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중대 이정표다. 2024년 5월 그룹 2인자로 불리던 금춘수 전 수석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약 2년 4개월 간 공석이던 자리가 채워짐으로써 '김동관 원톱 컨트롤 타워'를 통한 차기 왕위 승계 구도가 공식화됐다. 이와 함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부회장 승진, 삼남 김동선 한화비전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 동시에 이뤄지며 장남(방산·해양·에너지), 차남(금융), 삼남(유통·로봇·기계)으로 이어지는 삼형제 책임 경영 구도도 한층 더 선명해졌다. 삼분지계 독자 경영은 각 산업 특성에 맞는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 결정을 가능케 해 궁극적으로 그룹 전체의 기업 가치 향상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복잡하게 얽힌 그룹 사업을 명확히 분리하면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각 사업 부문별로 시장의 온전한 평가를 받아 주주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 제고는 그룹의 해묵은 과제인 상속세 등 승계 문제를 둘러싼 잡음을 해결할 핵심 열쇠이기도 하다. 승계를 위한 막대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핵심 계열사의 실적 호전과 배당 확대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는 최근 공개 매수와 장외 매수 등을 통해 ㈜한화 지분율을 22.15%까지 끌어올리며 지배력을 한층 강화했다. 삼형제가 각자의 영역에서 책임 경영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리고 배당 여력을 확대한다면 ㈜한화·한화에너지를 통한 배당 수익으로 상속세 재원을 자연스럽게 마련해 시장의 우려와 승계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지배 구조 변화는 최근 단행된 ㈜한화 지배 구조 개편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한화 인적 분할 안건이 원안 가결됨에 따라 존속 법인에는 김 수석부회장이 총괄하는 방산·우주항공·해양·에너지 관련 핵심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솔루션 등이 남게 됐다. 반면 신설 법인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에는 삼남인 김동선 사장이 이끄는 테크·라이프 사업 부문이 안착하며 계열 분리의 뼈대가 세워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임원 인사와 주총 결과를 기점으로 그룹 전반의 추가적인 인적 분할·계열 분리 작업이 재점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형제의 독립 경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한화의 사업 부문별 추가 인적 분할이나 한화에너지와의 합병 등 지배 구조 최상단에서의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는 거시적 계열 분리 시나리오의 전개를 시사하는 것인 만큼 향후 각 형제가 지배하는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거시적 지배 구조 개편 연장선상에서 단행된 이번 5개 주요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한화자산운용·한화세미텍 대표이사 교체 인사는 전략적 포석을 내포하고 있다. 김 수석부회장의 양대 핵심 사업 축이라 할 수 있는 방산 부문과 에너지·석유화학 부문 수장을 전면 교체한 것은 과거 양적 성장을 이룬 안정화·통합 단계에서 탈피해 고수익 창출과 글로벌 거점 확보를 향한 확장 단계로 기업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진용 구축을 통해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겨냥하는 최종 지향점은 화력·해양 플랫폼·첨단 레이다 등 각 그룹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기술력을 융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미국·유럽·중동 등 글로벌 주요 거점 시장에 한화만의 안보 표준을 제시하는 육·해·공 우주 통합 글로벌 솔루션 공급자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금번 임원 인사가 산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다. ◇ '방산 컨트롤 타워' 손재일 대표 2선 후퇴 이번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시장과 업계 이목을 집중시킨 대목은 지난 2년여간 그룹 방산 부문 양대 산맥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대표이사를 겸직해온 손재일 전 대표의 2선 후퇴다. 통합과 외형 확장을 이끌어온 그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상근 고문으로 발령 나고 양사에 각각 새로운 전문 경영인이 선임된 것을 두고 그룹 측은 사업 전문성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중대 재해 리스크에 대한 문책성 인사와 두 방산 계열사 외형 성장에 따른 물리적 경영 한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손 대표 겸임 체제 종료와 퇴진을 촉발한 원인은 올해 6월 1일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 폭발 사고다. 대형 추진 기관과 전술 지대지 체계를 연구·생산하는 대전 유성구 외삼동 사업장 56동 세척공실에서 로켓 추진제 제조 공정 중 화약 잔여물을 제거하던 작업 도중 발생한 이 사고로 인해 근로자 5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2명이 중화상을 입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과거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은 그룹에 다각적 위기로 다가왔다. 해당 사업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이전인 2018년 5월과 2019년 2월에도 유사한 폭발 사고가 연달아 발생해 8년 간 동일 사업장에서 13명이 사망해 반복된 인재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사태를 인지한 대전지방고용노동청과 대전경찰청은 합동 감식과 압수수색 등 수사에 착수했고 최고 경영자인 손재일 당시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가재웅 대전 사업장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며 각각 출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룹 차원에서 경영진 구속보다 더 큰 리스크로 다가온 것은 국가계약법에 따른 공공 입찰 참가 자격 제한 가능성이었다. 2021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에 발맞춰 강화된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계약 이행 중 산업안전보건법 상 안전 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동시에 2명 이상 근로자가 사망하는 위해를 가한 업체는 1년 이내 범위에서 정부 발주 신규 계약 입찰 참가가 제한된다. 전체 매출 중 내수 비중이 약 30퍼센트에 달하며 방위사업청 등 정부와의 방위력 개선 사업이 근간이 되는 방산 기업에게 1년간 공공 입찰 배제는 존립을 심대하게 위협할 수 있는 타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명약관화했다. 이와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국 사업장 내 추진제 생산·취급 공정에 무인 자동화 설비 도입을 발표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또한 김동관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경영진은 사고에 대한 대내외적 책임을 명확히 하고, 전사적으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장례식을 거행함으로써 여론을 수습하며 수사 당국 조사를 대비하기 위해 통합 방산 부문을 이끌던 손재일 대표를 2선으로 물러나게 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문책성 인사라는 단기적 요인 이면에는 거시적 관점에서의 전략적 당위성도 존재한다. 지난 수년 간 글로벌 방산 수출 호조에 힘입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폭풍과도 같은 성장을 거듭했고, 단 한 명의 경영자가 겸임하기에는 두 회사 규모와 사업 복잡성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디펜스와 ㈜한화 방산 부문을 흡수 합병한 이후 K-9 자주포·레드백 장갑차·천무 등 지상 무기 체계부터 정밀 타격 무기·항공 엔진·우주 발사체까지 아우르는 복합 하드웨어 방산 기업으로 진화했다. 반면 한화시스템은 대공 레이다·함정 전투 체계·군사 위성 통신·정보통신 시스템 구축과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를 통한 해양·유지 및 보수 등 방산·전자·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조직 DNA와 연구·개발(R&D) 수행 주기, 해외 고객 접근 방식이 다른 두 회사를 단일 구심점으로 묶어두는 것은 합병 초기 융합 시너지 창출을 표방하던 시기에 유효했다. 수십 조 원 단위 수주 잔고를 관리하고 글로벌 거점을 각각 구축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는 각 사업 성격에 맞는 전문성을 갖춘 개별 컨트롤 타워가 필수적이다. 김 수석부회장은 겸임 체제를 해소함으로써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고 두 계열사가 독자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배 구조를 개편한 것이다. 김 수석부회장의 의중은 새로이 내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부문 이부환 대표이사·한화시스템 양기원·한화임팩트 사업부문 강정훈 등 핵심 대표이사 3인의 면면을 통해 드러난다. 이들은 각 계열사가 처한 환경과 달성해야 할 전략적 목표에 맞춰 발탁된 맞춤형 경영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인사가 사업 통폐합과 내부 조직 안정화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올해 하반기 인사는 글로벌 현지화 이종 비즈니스 간 밸류 체인·융합, 업황 부진을 맞은 현장 수익성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수석부회장직에 오른 김동관 체제의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Q 영업익 1.36조 ‘사상 최대’…지상 방산·조선 ‘쌍끌이’ 주효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주력인 지상 방산이 25%대의 경이적인 수익성을 낸 가운데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 등 계열사들이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며 연결 실적 확대를 이끌었다. 3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시 및 컨퍼런스 콜을 통해 2026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9조2929억 원, 영업이익 1조3655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7.2%, 영업이익은 58.5%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14.7%에 달했으며, 당기순이익은 1조805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8% 급증했다. ◇ 지상 방산 '영업이익률 25.3%' 압도적 수익성…수주 잔고 75%가 해외발 전체 실적 호조를 든든하게 받친 것은 단연 지상 방산 부문이다. 지상 방산 부문은 매출 2조1075억 원, 영업이익 5330억 원을 기록하며 25.3%라는 경이로운 영업이익률을 뽐냈다. 국내에서는 차륜형 대공포 '천호'와 '천검' 등 주요 양산 물량이 늘었고 해외에서는 폴란드·이집트·중동 등에 계획된 납품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곳간도 풍성하다. 올해 4월 핀란드 K-9 자주포 추가 계약(9400억 원), 5월 에스토니아 천무 계약, 7월 루마니아 K-9 계약 등이 반영되면서 2분기 말 기준 지상방산의 수주 잔고는 약 38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수주 잔고 중 수출 비중이 75%에 달해 확고한 글로벌 방산업체로 자리매김했다. ◇ 재무 임원들 “KAI 지분은 전략적 투자, 하반기 수익성도 청신호"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는 글로벌 주요 사업 현황과 돌발 변수에 대한 투자자들의 질문이 쏟아졌고 한상윤 IR담당(상무)과 김철홍 재무실장(전무)이 직접 상세한 설명에 나섰다. 가장 큰 관심사인 '초고수익성 유지 여부'에 대해 한상윤 상무는 “2분기 폴란드 K-9의 경우 부수 품목이 주로 납품됐음에도 이집트·호주 물량 납품과 더해져 높은 마진이 나왔다"며 “하반기에는 폴란드 K9 인도가 본격적으로 원활하게 이뤄질 예정인 만큼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도 상반기 수준의 이익률이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5% 가까이 매집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인수 목적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경영권 인수 의지가 있냐는 질문에 한 상무는 “방산·우주항공 분야 핵심 사업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하려는 의미의 전략적 투자"라고 선을 그으며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등 다른 주주들과 협의를 진행하거나 추가 매집이 확정된 부분은 없으며, 회계상 금융(투자)자산으로 분류해 영업외 손익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명확히 설명했다. 글로벌 수출 파이프 라인 진행 상황도 상세히 공유됐다. 한 상무는 “폴란드 K-9 3차 실행 계약은 현지화를 전제로 현지 업체와 긴밀히 협의 중이며, 빠르면 연내 결론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미국 차세대 자주포 현대화 사업은 8월 중 우선 협상 대상자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며, 미국 아칸소주 탄약 공장 신설 투자 역시 현재 부지 확정 직전 단계로 하반기 중 계약으로 이어지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노스롭 그루먼(고체 연료 추진체)·탈레스(천무 미사일 체계 적용)와 맺은 업무 협약에 대해서는 “방산 밸류체인 전반에서 체계와 부품 공급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라며 “글로벌 방산업체들과 현지화를 통해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초기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영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한 상무는 “긴장 고조로 발주를 위한 행정 절차에 단기적인 지연은 있으나 M-SAM 등 대공 무기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며 타 지상방산 무기에 대한 수요 잠식 현상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대전 사업장 사고에 따른 생산 차질 우려에 대해서는 김철홍 재무실장(전무)이 직접 해명했다. 김 전무는 “회사는 이번 사고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안전문화혁신위원회'를 설치해 전면적인 점검을 진행 중"이라며 “2분기 실적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고 매출 이연 부분은 조속한 정상화를 통해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 한화오션·시스템 '역대 최대' 실적 폭발…우주항공 흑자 전환 계열사들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2분기 '1조 클럽' 입성의 핵심 비결이었다. 한화오션은 매출 5조4432억 원, 영업이익 7361억 원, 영업이익률 13.5%을 기록하며 한화그룹 편입 이후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5%, 영업이익은 98% 폭증했다. 고수익 상선인 액화 천연 가스(LNG) 운반선 매출 비중이 커지고 특수선 공정이 안정화된 데다 해양 플랜트(EPU) 부문에서 인도 기준 누적 매출이 일시에 반영된 효과가 주효했다. 한화시스템 역시 다기능 레이다(MFR) 등 방산 수출 증가와 ICT 부문 계열사 사업 확대로 매출 1조1176억 원(전년비 45%↑), 영업이익 1037억 원(전년비 219%↑)을 기록,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항공우주 부문은 군수 물량 증가와 기어드 터보팬(GTF) 엔진(RSP 사업) 부문의 영업손실 축소에 힘입어 매출 7600억 원, 영업이익 370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 2028년까지 11조 쏟아붓는다…주주 환원 'DPS 3500원 이상' 약속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실적에 안주하지 않고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 청사진을 꺼내 들었다. 회사는 2028년까지 총 11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세부적으로는 미래 전략 해외 투자 6조2700억 원, 지상 방산 인프라 2조2900억 원, 신규 시장 진출 R&D 1조5600억 원, 항공우주 인프라 9500억 원 등이다. 이를 통해 발사체부터 위성, 우주 서비스에 이르는 '우주 밸류 체인'과 '토탈 디펜스 솔루션' 입지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대규모 투자와 함께 주주 환원 정책도 챙긴다. '선 배당금 확정, 후 배당 기준일 설정' 방식을 통해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잉여 현금 흐름(FCF) 기반 하에 2024년 주당 배당금(DPS)을 최소 3500원 수준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해 주주 가치 극대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수인 인턴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무인 차량 ‘아리온 스멧’, 현대로템 꺾고 軍 표준 꿰찬 비결은

방위사업청은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를 열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세대 다목적 무인 차량(MPUGV, Multi-Purpose Unmanned Ground Vehicle) '아리온 스멧(Arion-SMET)'을 최종 기종으로 심의·의결하고 지난 29일 이를 제작사에 공식 통보했다. 이로써 대한민국 창군 이래 최초의 MPUGV 도입 사업이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8월 496억 원 규모의 양산 계약이 체결되고 2027년부터 일선 육군 보병 부대와 해병대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병력 급감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추진되는 미래형 지상 전투 체계 육군 '아미 타이거(Army TIGER) 4.0'의 핵심 전력이자 향후 군에 도입될 무인화 전력의 운영 표준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전략적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 2016년부터 이어진 획득의 역사…규정 충돌로 벼랑 끝 달렸던 수주전 아리온 스멧의 뿌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수행한 민군 협력 과제 '보병용 다목적 무인 차량' 사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최초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합동참모본부는 2019년 신규 소요를 결정했다.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체 개발한 2세대 차량으로 2021년 육군 5사단 시범 운용을 거쳤고, 현재 사업에 선정된 모델은 이를 개량한 3세대 제품이다. 그러나 수주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무인 지상 차량 시장 선점을 위해 맞붙은 현대로템과 2년여 간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방사청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제안서상 요구 성능 지표를 물리적으로 충족하면 만점을 부여해야 한다"는 절대 평가 방식을 고수했다. 반면 현대로템은 “요구 기준을 초과하는 '실제 최대 성능'에 추가 점수를 줘야 한다"고 맞서며 평가 기준에 대한 팽팽한 이견이 발생했다. 여기에 '무단 반출 논란'이 기름을 부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이 야전 시험 평가 중 방사청 승인을 얻어 자사 차량을 외부 방산 전시회에 반출하자 현대로템은 “통제된 시험 밖에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식 허가를 거친 투명한 절차였음을 강조하며 반박했다. 연이은 충돌로 현대로템이 일시적인 '사업 보이콧'을 선언하며 도입 일정이 1년 이상 지연되는 파행을 겪었지만 방사청의 중재로 평가에 복귀하며 진흙탕 싸움은 간신히 마무리됐다. ◇ 성능·가격 종합 평가로 가려진 승부…'신뢰성' 돋보인 아리온 스멧 방사청의 이번 입찰은 성능과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차체 중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아리온 스멧이 1.8톤, 현대로템의 'HR-셰르파'가 1.7톤급의 6륜 구동(6x6) 전기 모터 기반 차량으로 양사 모두 미래전에 부합하는 뛰어난 기술력을 제시했다. 화물 적재량의 경우 현대로템 HR-셰르파는 최대 1톤 수준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아리온 스멧은 최대 450~550kg의 적재 능력을 갖췄으며, 완전 군장을 한 보병 1개 분대(8명 기준)의 배낭과 예비 탄약을 짊어지고 필요시 생명을 구하는 '의무 후송(Medevac)' 플랫폼으로 즉각 전환할 수 있다. 기동력 측면에서 HR-셰르파는 평지 최대 80km/h, 험지 60km/h의 속도를 낸다. 아리온 스멧은 포장도로 43km/h, 비포장 험지 34km/h의 기동력을 기록했으며, 항속거리 측면에서 1회 충전 시 1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함을 증명했다. 이번 사업은 종합 평가 방식으로 치러진 만큼, 특정 제원의 우위가 단독으로 실제 낙찰 여부를 가른 것은 아니다. 실제 6개의 세부 성능 평가 항목 점수 또한 업체에 비공개로 부쳐졌다. 치열한 수주전 끝에 아리온 스멧이 최종 낙점된 배경에는 야전 시험 평가에서의 높은 신뢰성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리온 스멧은 험지 주행·원격 사격 등 모든 평가 과정에서 기계적 고장이나 소프트웨어 오류를 일으키지 않는 '무고장'을 달성하며 군 수뇌부의 두터운 신뢰를 얻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 98% 국산화와 진화하는 AI…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상 무인체계 전 분야 석권 아리온 스멧이 지닌 또 다른 강점은 원격 사격 통제 체계(RCWS, Remote Controlled Weapon Station)를 포함해 핵심 구성품의 98%를 국산화했다는 점이다. 외산 부품 의존도가 낮아 전시 상황에서 안정적인 후속 군수 지원과 즉각적인 유지·보수가 가능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규제에서도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다. 차량에 탑재된 딥러닝 기반 AI 센서는 전술적 조력자의 역할을 극대화한다. 적의 기습 사격 시 외부에 장착된 'AI 음향 센서'가 총탄의 초음속 충격파를 수집, 1초 이내에 매복 위치를 특정하고 RCWS의 총구를 지향한다. 이때 차량의 장갑판은 보병들의 전술적 방패로 기능한다. 기계의 오판을 막기 위해 타격 시 반드시 지휘관의 사격 승인을 거치는 '인간 개입(Human-in-the-Loop)' 시스템을 적용했고 아군을 따라다니는 '선행 병사 추종 자율 주행 모드'를 통해 전투원의 임무 몰입도를 높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MPUGV 뿐만 아니라 국방 로봇 전 분야에서 절대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다. 우리 군 최초의 국방 로봇 전력화 사례인 '폭발물 탐지 제거 로봇'을 현재 양산 중이고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전차·장갑차보다 먼저 적진에 투입되는 '무인 수색 차량(USV, Unmanned Surveillance Vehicle)'의 체계 개발을 올해 완료할 예정이다. 또한 정찰 드론과 연동해 장애물을 개척하는 'AI 기반 유무인 복합 한국형 공병 전투 차량(K-CEV, K-Combat Engineer Vehicle)'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주관하는 '유·무인 복합 화생방 정찰차(드론·다족 보행 로봇 연계)' 사업까지 시제 업체로 참여 중이다. 사실상 국내 군용 UGV 플랫폼의 대표 기업으로서 전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 적 수중에 떨어져도 아군 정보 지킨다…수주전 판가름 낸 '침입자 모니터링 특허' 특히 이번 획득전에서 군 수뇌부의 이목을 사로잡은 결정적 요소는 하드웨어 제원을 넘어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독보적인 '소프트웨어 보안(사이버전) 체계'였다는 분석이다. 무인 지상 차량은 작전 중 적군에게 나포되거나 통제권을 피탈당할 경우 아군의 통신망과 핵심 정보가 통째로 넘어가는 약점을 지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자사가 등록한 '무인 시스템에 침입한 침입자를 모니터링 하는 장치 및 방법' 기술을 아리온 스멧에 적용했다. 일종의 기만 전술인 '하니팟(Honey-pot)' 시스템이다. 만약 적군이 나포한 차량이나 통제 장치에서 비밀번호를 틀리거나, 인가되지 않은 외부 MAC 주소나 IP/포트로 접속을 시도할 경우, 시스템은 접속을 완전히 차단하는 대신 의도적으로 '페이크 사이트(Fake Layer)'로의 진입을 허용한다. 적군 입장에서는 윈도우나 리눅스 운영 체제의 루트나 관리자 계정을 해킹해 시스템 장악에 성공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심지어 적이 기만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스크린에는 주행·임무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가짜 운용 영상까지 띄운다. 적이 가짜 사이트 내부를 뒤지며 안도하는 사이 아리온 스멧 내부의 '역추적 모듈'은 은밀히 작동한다. 침입자의 △공간적 경유·위치 △체류 시간 △접속 IP·URL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아군 지휘소 스크린에 시간 순서대로 띄운다. 적의 탐색 의도와 출발점(네트워크 소스)을 역추적해 파악하는 것이다. 충분한 정보가 수집되거나 적이 가짜 계층을 넘어오려 시도하면 마지막 단계인 '고립화 모듈'이 가동된다. 시스템 로직이나 운용자의 원격 비상 삭제(Trigger) 명령에 따라 통제 차량·무인 차량 기록기·주요 전자 장비(LRU, Line-Replaceable Unit)에서 일제히 '비상 삭제 백그라운드 서비스'가 실행된다. 이 순간 운영 체제를 제외한 무인기 내부의 모든 실행 파일과 군사 데이터는 영구 삭제되며 시스템은 초기화된다. 스스로 적을 기만하고 기술 유출을 막는 '지능형 보안 무기'로서의 진가를 입증한 셈이다. ◇단품 판매 이상의 'MUM-T 턴키 수출'…미래 강군 위한 과제 첨단 무인 체계의 글로벌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앞둔 '황금 어장'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들에 따르면 전 세계 군용 UGV 시장 규모는 2024~2025년 약 19~39억 달러 수준에서 2030년대 중반 최대 121억4000만 달러(17조4852억 원)까지 연평균 14% 이상의 가파른 팽창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검증도 이미 궤도에 올랐다. 2023년 한국 무인 차량 최초로 미국 하와이에서 미 해병대와 육군 지상차량체계연구소(GVSC)의 까다로운 해외 비교 성능 시험(FCT, Foreign Comparative Testing)을 통과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군의 피드백을 즉각 수용해 적재량을 900kg으로 늘리고 항속거리를 290km로 연장한 4세대 파생 모델 '그룬트(GRUNT)'를 단기간에 개발해 냈다. 이를 바탕으로 2028년까지 차륜형·궤도형을 아우르는 소형·중형·대형 무인 차량 라인업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K-방산의 수출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한다. 한화는 지난 루마니아 'BSDA 2026' 방산 전시회에서 지휘 장갑차 '타이곤'의 통제하에 무인 차량 '그룬트'가 선행 정찰을 수행하는 유·무인 복합(MUM-T, Manned-unmanned teaming) 체계를 성공적으로 시연했다. 과거 무기체계 '단품' 중심의 세일즈에서 탈피해 무인 차량이 따낸 좌표를 지휘 장갑차가 수신하고 K-9 자주포가 타격하는 '초연결 네트워크 중심전 패키지'를 턴키(Turn-key) 형태로 수출하는 고부가가치 영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내달 양산 계약 직후 신속한 양산 체계를 가동해 군의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아리온 스멧이 실전에서 성능을 온전히 내기 위해서는 전자전(EW, Electronic Warfare)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군 전용 대용량 광대역 주파수 통신망' 구축, AI 자율 교전에 대비한 '작전 교리와 교전 수칙(ROE, Rules of Engagement)'의 법적 명문화, 그리고 외부 민간 IT 기술을 자유롭게 이식할 수 있는 개방형 시스템 아키텍처(MOSA, Modular Open Systems Approach)의 도입이 시급해 관련 후속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AI, 2Q 매출 1.1조·영업익 484억…“하반기 KF-21 납품으로 실적 반등”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올해 2분기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외형 성장을 이뤄냈지만 일회성 요인과 일부 기체 납품 지연의 여파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KF-21 양산 등 대형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며 실적이 정상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29일 KAI는 올해 2분기 매출액 1조1679억 원, 영업이익 48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1.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3.1%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37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5.2% 줄었다. 지배 기업 소유주 지분 순이익도 3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4%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누계 실적은 매출액 2조2606억 원(전년 동기 대비 48.0% 증가), 영업이익 1,156억 원(12.4% 감소), 당기순이익 783억 원(9.1% 감소)으로 집계됐다. 매출의 대폭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감소한 배경에는 '기저 효과'와 '공급망 차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KAI 관계자는 “지난해 2분기 이윤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며 반영된 약 380억 원 규모의 일회성 이익이 올해는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해 보이는 기저 효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소형무장헬기(LAH) '미르온'의 납품 지연도 일시적 악재로 작용했다. 미르온에 탑재되는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을 맡고 있지만 지난 4월 해당 엔진에서 결함이 확인되면서 현재 육군 납품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다만 KAI 측은 하반기부터 굵직한 양산 및 수출 일정이 대기하고 있어 실적 회복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의 본격적인 양산기 납품과 FA-50 경공격기의 말레이시아 수출 물량 납품이 시작된다"며 “이와 맞물려 미르온 헬기의 엔진 문제가 해결돼 납품이 정상화되면 상반기의 부진을 씻고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美·日·이스라엘서 답 찾는다”…공군, 병력 고갈 대비 지휘 구조 대수술 돌입

인구 절벽으로 인한 병역 자원 감소와 첨단 과학 기술 중심의 미래 전장 환경에 대비해 공군이 지휘 부대 구조에 대한 '새 판 짜기'에 돌입했다. 기존의 대기권 내 항공 작전을 넘어 우주와 사이버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최적의 지휘 구조 밑그림을 새로 그리겠다는 구상이다. 29일 본지 취재 결과, 공군 항공우주전투발전단 개념발전과는 최근 '미래 공군 지휘 부대 구조 기본 개념 연구' 사업을 발주하고 본격 과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군은 이번 연구의 핵심 추진 배경으로 △미래 인구 절벽으로 인한 상비 병력 감축 △국제 사회 위협·자주 국방 요구에 따른 작전 통제권 전환 △첨단 과학 기술 적용에 따른 국방 무기체계 고도화를 통한 전력 강화 △미래 '싸우는 개념' 변화에 따른 '항공우주 작전 기본 개념' 개정을 꼽았다. 과거 전투기 중심의 영공 방어에서 벗어나 위성·레이더·무인기에서 수집한 정보를 사이버·데이터 체계로 연결하고, 하나의 작전 안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게 군 당국의 입장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변화를 실제 전장에서 보여줬다. 우크라이나는 이동식 방공체계를 분산 운용하는 다층 방공망을 구축하고, 민간 통신 위성 등을 전투 수행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했다. 김인승 공군사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북한 역시 러-우 전쟁의 전훈을 학습해 항공·방공 전력의 분산·위장, 위성 기반 정보 능력 등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대응해 우리 공군도 탐지·추적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표적 처리 절차를 보강할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 “주요 8개국이 교과서"…세계 각국 공군 사례는 가장 큰 난제는 새로운 임무는 늘어나는데 이를 수행할 상비 병력은 급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공군은 이번 연구의 상당 부분을 미국·영국·일본·호주·중국·독일·프랑스·이스라엘 등 주요 군사 8개 강국의 지휘 구조 혁신 트렌드를 해부하는 데 할애했다. 인구 구조 변화와 첨단 기술 충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해외 사례에서 '한국형 개편안'의 답을 찾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강대국 간 경쟁에 대비한 '재최적화' 기조 아래 비행단장이 기지 전체를 통제하던 구조를 해체하고 있다. 순수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전투 비행단'과 시설·보급 등을 맡는 '기지 사령부'를 완전히 분리해 전투 부대의 전쟁 준비 태세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중국 역시 기존 사단 체계를 서구식 '여단' 단위로 통폐합하는 모듈화를 통해 지휘 계층을 축소하고 정예 인력 구조로 체질을 개선했다. 일본은 올해 3월 항공자위대를 '항공우주자위대'로 개편하고 육·해·공 일원화 지휘를 위한 '통합작전사령부'를 신설했다. 기존 공군의 지휘 체계를 유지하면서 우주 부대를 키우는 모델이다. 프랑스 또한 차세대 전투기 개발과 함께 공군 명칭을 '항공우주군'으로 변경하고 우주사령부를 선제적으로 통합했다. 영국과 호주는 우주 전력을 특정 군의 전유물로 보지 않는다. 영국은 3군과 공무원, 민간이 참여하는 '합동 우주사령부(UK Space Command)', 호주는 5세대 공군 구축을 목표로 F-35를 타격 자산 외 정보 수집 노드로도 활용하며 합동역량그룹(JCG, Joint Capabilities Group) 산하에 우주사령부를 편제했다. 실전 경험이 풍부한 이스라엘은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표적 발견부터 타격까지의 시간(Sensor-to-Shooter)을 초 단위로 단축하는 데이터 처리 및 AI 표적 획득 센터를 지휘부에 신설했다. 독일은 유인기와 다수의 무인기가 결합하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 Manned-Unmanned Teaming) 통제를 위한 '전투 클라우드' 기반 지휘 통제 구조를 연구 중이다. 공군은 8개국의 △혁신 사례 △정책 적합성 △작전 운용성 △병력 절감 효과 등을 비교해 3가지 대안을 도출함으로써 단·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고, 본 연구 결과물을 향후 중장기 공군 부대 기획의 근거로 삼을 예정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한비 인턴기자

[단독] 육군 헬리콥터, 5년 새 ‘부품 돌려막기’ 89건…역설계로 400억 아낀다

군 당국이 기동 항공기 수리 부속 조달 제한에 대응하기 위해 국산화 연구·개발(R&D)을 추진한다. 독자적인 도면 확보를 통해 비정상적인 정비 관행을 타개하고 막대한 조달 예산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29일 본지 취재 결과, 육군 종합정비창 정비기술연구소는 최근 1억4928만 원을 투입해 UH-60 헬리콥터 '디지털 판독기(Digital Indicator)' 자체 개발 사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조종석의 제어 표시 장치(CDU, Control Display Unit)와 조종사 표시 장치(PDU, Pilot Display Unit)에 장착돼 연료량·엔진 온도·오일 압력 등을 지시하는 계기판 구성품이다. 현재 판독기는 601항공대·60항공대·육군항공학교 등 각 운용 부대에 배치된 UH-60 헬리콥터 111대 기준으로 총 7992개가 장착돼 있다. 기계적 수명에 따라 연간 600~800개의 필수 교체 소요가 발생한다. 2018년 33만 원 수준이던 대외 군사 판매(FMS, Foreign Military Sales) 조달 단가는 2025년 기준 82만 원으로 급상승했고 보급 주기 역시 2~3년에 1회 소량으로 극히 제한적이라는 전언이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해당 품목의 원제작사의 납기 지연 탓에 육군은 소요 부대에 판독기 보급을 제때 하지 못하고 있다. 군 당국이 부족분을 해외 민간 상업 조달로 획득할 경우 개당 400만~500만 원을 지출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장기적인 조달 지연은 일선 비행 부대의 무리한 장비 운용으로 이어졌다. 일선 항공대에서는 표시 항목별 작동 구간인 '그린 존'에만 정상 품목을 장착하고 이상 상태를 알리는 주의·위험 구간인 '앰버·레드 존'에는 고장 난 품목을 임시방편으로 꽂아 비행하는 사례가 만연해 있다. 정상 기체에서 부속을 떼어내 고장 기체에 이식하는 '동류 전용' 발생 건수도 2021년 이후 최근 5년간 89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직 육군 회전익기 조종사는 “계기판의 각종 표시등은 비행 시작부터 끝까지 조종사가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부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조종사 입장에서는 이상 상황에 맞춰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조치해야 해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류전용에 대해서도 “항공기마다 장착돼 있어야 할 부품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다른 항공기의 부품을 떼어 고장 난 항공기에 옮겨 쓰는 방식은 정상적인 부품 공급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필요한 부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다 보니 정비 중이거나 당장 운용하지 않는 항공기에서 부품을 떼어 다른 항공기에 장착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 관계자는 “헬리콥터 가동 상태 이상 발생 시 조종사 판단 제한에 따른 조치 불가로 고장 확대와 항공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이는 곧 비행 부담 증가로 직결된다"며 “조종사 비행 안전과 항공 사고 예방을 위해 부품 국산화 개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군 당국은 설계 도면 없이 실물 품목의 치수와 전기적 특성을 자체 분석해 새로운 설계도를 도출하는 '역설계(Reverse Engineering)' 방식의 국산화 연구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사업 지침에 따라 참여 업체는 인쇄 회로 기판(PCB, Printed Circuit Board) 패턴도 등 기술 데이터 패키지(TDP, Technical Data Package) 일체를 구축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지식 재산권과 시제품은 모두 군 당국에 귀속된다. 해당 사업은 대규모 예산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연간 최대 교체 물량 800개를 상업 구매 방식으로 획득할 경우 매년 약 40억 원이 소요되는데 전체 장착 물량 교체 비용은 4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육군은 상업 조달에 따른 후속 군수 지원 예산 지출을 아낀다는 입장이다. 일부 성능 개량도 동시에 진행된다. 기존 외산 품목은 백열 램프를 사용해 진동에 취약하고 열화 현상이 잦았다. 군은 신규 대체품의 투사 방식을 평균 무고장 시간(MTBF, Mean Time Between Failures)이 1만~10만 시간으로 긴 발광 다이오드(LED)로 전면 전환할 계획이다. 또한 근적외선을 제어해 조종사의 야간 투시경 운용 시 발생하던 시야 간섭 현상을 방지하는 미 국방 세부 규격(MIL-DTL-7788H)과 물리적 환경 시험 규격(MIL-STD-810G)을 충족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노후 기종 부속 단종 극복을 위해 미군의 첨단 제조 기술 및 개방형 획득 제도 도입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 육군 항공 미사일 사령부(AMCOM)는 기체 5000여 개 품목을 3D 스캐닝해 '디지털 트윈'을 구축 중이다. 미 공군 역시 공군 연구소(AFRL) 주도의 첨단 제조 기술 성숙화(MAMLS, Maturation of Advanced Manufacturing for Low Cost Sustainment) 프로그램을 통해 단종 품목을 복원하고, 신속군수지원국(RSO)을 거쳐 적층 제조 기술을 조달 체계에 이식하고 있다. 제도적 차원에서도 미 국방군수국(DLA)은 단종 품목 대여·구매 프로그램(RPPOB, Replenishment Parts Purchase or Borrow)을 운용 중이다. 도면이 없는 품목을 민간 기업에 제공하고, 기업이 자체 개발을 완료해 엔지니어링 지원 부서(ESA, Engineering Support Activity)의 감항성 인증서(AWR, Airworthiness Release)를 획득하면 신규 조달 승인 요청 절차를 통해 정식 납품처로 승인해 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육군 항공대 출신 현직 조종사는 “부속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면 항공기 정비나 가동 관리가 원활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실제 비행에 나서는 조종사 입장에서도 심리적인 부담을 덜 수 있다"며 “결국 필요한 부품을 적기에 확보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안정적인 항공기 운용에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수인 인턴 기자

한화시스템 2Q 영업익 1037억 원, 전년 동기비 219%↑…방산 부문이 ‘효자’

한화시스템이 해외 방산 수출과 국내 주요 양산 사업에 힘입어 올해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28일 한화시스템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0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8.83%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1176억원으로 45.48%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5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73% 증가했다.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방산 부문이다. 폴란드향 K-2 전차 조준경·사격 통제 장치를 비롯,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천궁-II 다기능 레이다(MFR) 등 대규모 수출 사업이 매출에 반영됐다. 국내에서는 KF-21 AESA 레이다·항전 장비와 K-2 전차 관련 양산 등이 실적에 힘을 보탰다. ICT 부문 역시 한화생명과 한화 필리 조선소 등 계열사 시스템 구축 사업을 중심으로 실적을 뒷받침했다. 수주 잔고는 올해 2분기 기준 11조29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바탕으로 한화시스템은 방산 수출처를 확대, 국내 주요 사업 수주를 이어갈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수인 인턴 기자

KAI, 헬리콥터 ‘심장’ MGB 조립장 확장…“생산 기술 고도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헬리콥터 핵심 부품인 주기어박스(MGB) 조립 작업장을 확장한다. 국산 MGB 개발에 이어 관련 인프라까지 넓히면서 회전익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28일 본지 취재 결과, KAI는 경남 사천 본사 회전익동 내 MGB 조립 작업장을 확대하기 위한 설계·감리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477㎡ 규모인 작업장에 135㎡를 추가해 총 612㎡ 규모로 넓힐 계획이다. 기존보다 3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이번 공사는 기존 MGB 조립장의 방화 구획을 변경하는 대수선 방식으로 진행된다. 0.5톤급 지브 크레인 설치를 위한 구조 검토와 결로 방지를 위한 항온항습 또는 냉난방·제습 설비도 갖출 예정이다. 이 외에도 △공압 △전기 △통신·보안 △소방 관련 설비 역시 설계 대상에 포함됐다. MGB는 엔진에서 발생한 동력을 헬리콥터의 주회전날개인 메인 로터에 전달하는 핵심 동력 전달 장치다. 엔진의 높은 회전수를 낮추면서도 큰 동력을 안정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만큼 헬리콥터의 비행 성능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주요 부품으로 꼽힌다. 이번 시설 확충은 MGB 국산화 개발과 맞물린 행보다. KAI는 지난 4월 4년 6개월간 개발해 온 국산 MGB를 수리온(KUH-1)에 탑재해 조립과 시운전을 마쳤다. 실제 회전익 사업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KAI의 올해 1분기 회전익 부문 매출은 2739억7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912억7300만원보다 3배 늘었다. 이 가운데 수리온과 LAH·미르온 등 소형 무장 헬리콥터 계열 매출이 2469억4200만원으로 전체 회전익 부문의 90%에 달한다. 조립장 확장 작업은 설계와 인허가 절차를 거쳐 본격적인 공사 단계로 넘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오는 9월부터 공사 감리를 진행하고 내년 1월 준공 관련 절차까지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헬리콥터용 MGB는 설계부터 시험, 생산까지 가능한 업체가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은 고난도 부품이다. 이탈리아 방산업체 레오나르도(Leonardo)는 영국 요빌 공장에서 MGB를 비롯한 헬리콥터용 기어박스를 직접 설계·시험·생산하고 있다. 프랑스 사프란(Safran)도 에어버스 H175 헬리콥터의 MGB 관련 기어박스 등 동력전달 장치를 공급하고 있다. KAI 관계자는 “MGB 국산화 개발은 현재 진행 중으로 수리온 장착과 시운전 역시 개발 과정의 일환"이라며 “현재 단계적으로 기술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수인 인턴기자

현대로템, 2Q 영업익 2324억원…전년 동기비 9.7%↓

현대로템이 올해 2분기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외형 확대를 이어갔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로템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2026년 2분기 영업이익이 2324억원으로 잠정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했다고 24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60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3%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은 1863억원으로 1.8% 줄었다. 지배 기업 소유주 지분 순이익은 1853억원으로 2.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인 올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0.2%, 3.7% 증가해 개선된 흐름을 보였으나, 당기순이익은 8.1%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누적 실적으로는 뚜렷한 매출 성장세가 돋보인다. 현대로템의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3조 635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 5938억원 대비 18.1% 급증하며 반기 만에 3조원 벽을 돌파했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456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8% 소폭 감소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누적 당기순이익은 3889억원으로 12.2% 증가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해군, 올해 부사관 충원율 73%…함정에 파도 견디는 ‘AI 휴머노이드 로봇’ 태운다

저출산 여파로 해군 함정을 최일선에서 운용할 핵심 인력인 부사관 충원율이 올해 70%대 초반까지 곤두박질 쳤다는 해군 내부 평가가 나왔다. 이에 따라 병력 절벽 사태에 직면한 해군이 텅 빈 군함에 인간을 대신해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고 복잡한 임무를 수행할 'AI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승조원을 태우기 위한 전면적인 마스터 플랜 수립에 착수했다. 24일 본지 취재 결과,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 전력기획과는 예산 4229만원을 투입해 '해군의 로봇 확보 및 적용 방안 연구' 용역 발주에 나섰다. 해상 작전 환경에 최적화된 첨단 로봇 확보와 단계별 적용 추진 전략 수립을 골자로 하는 이 연구 기간은 계약일로부터 올해 12월 15일까지다. ◇ “배 탈 간부가 없다"…'부사관 승조원 충원율 73%' 해군이 이번 용역을 통해 로봇 중심의 무인화 전력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심각한 인력난에 있다. 이는 곧 기존의 인력 중심 함정 운용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 종래와 같은 수준으로 작전 전개를 할 수 없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해군 관계자는 “출생 인구 감소에 따른 병역 자원 부족 심화가 예상된다"며 “함정 승조원 충원율은 올해 전반기 부사관 기준 약 73%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군함 운용의 핵심 인력인 숙련 간부 상당수가 모자라게 되는 사태가 임박했음을 해군 당국이 인지하고 있는 셈이다. 함정은 출항 시 외부의 지원을 받기 어렵고, 승조원 전원이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해 고도의 팀 워크를 요구한다.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면 근무 교대조 편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남은 병력의 피로도가 극증하고, 종국에는 작전 수행은 물론 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 군함의 생존 자체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 바퀴형 로봇으론 불가능한 바다…'휴머노이드' 투입 명시 문제는 민간 산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일반적인 바퀴(차륜)형이나 무한 궤도형 상용 자율 주행 로봇을 군함에 당장 투입하기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해군은 함정 환경의 특수성으로 △가파른 수직 계단 △좁은 해치와 협소한 공간 △내부에 얽혀 있는 복잡한 구조물 △(파도 등에 의한) 지속적인 요동을 꼽았다. 평탄한 물류 창고나 아스팔트를 누비는 로봇은 문턱이 높고 좁은 함정 내부에서 기동조차 할 수 없고, 거센 파도에 함정이 흔들리면 무게 중심을 잃고 쓰러지기 일쑤다. 해상 초계기 등 해군 항공기 역시 좁은 활동 범위와 불규칙한 진동으로 인해 정밀한 상용 로봇 운용이 곤란하다. 이에 해군은 육상 기지 등에서 범용으로 쓰일 '일반 임무용'과 악조건 속에서도 투입될 '해군 특화용 로봇'으로 소요를 명확히 분리했다. 특히 도입을 검토할 특화 로봇의 종류를 열거하며 험지를 돌파하는 견마형(4족 보행 로봇개)과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형(인간형 로봇)'을 포함했다. 요동치는 배 위에서 스스로 중심을 잡고 인간 승조원의 체격에 맞춰진 비좁은 수직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양손을 써서 무거운 밸브를 잠그거나 방폭문을 열기 위해서는 인간의 신체 구조를 그대로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궁극적인 해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 미 해군 '소방 로봇' 참고…위험 임무 대체 해군은 해외 선진국의 로봇 관련 기술 수준을 분석하고 적용 사례도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실제 미 해군 연구소(NRL)와 해군 연구국(ONR) 등은 전투 중 함정이 대함 미사일에 피격됐을 때 인명 피해 없이 유독 가스와 고열을 뚫고 들어가 소방 호스를 쥐고 화재를 진압하는 휴머노이드 소방 로봇 '사피어(SAFFiR)'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개발해 온 바 있다. 우리 해군 역시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 투입될 휴머노이드 로봇의 최우선 임무로 소화·방수·화생방 등 함 안정성을 위협하는 문제에 대처하는 작업 또는 이에 특화된 군사 특기인 '손상 통제(Damage Control)' 능력을 집중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인간 전투원들이 목숨을 걸어야 했던 임무를 '로봇 승조원'이 대신하게 될 전망이다. 로봇이 함정 내에서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유연하게 행동하려면 학습에 필요한 첨단 소프트웨어 생태계도 뒤따라줘야 한다. 이를 반영하듯 해군은 로봇의 강화 및 모방 학습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로봇 관련 데이터 표준화·저장·관리 방안, 첨단 기술 획득 생태계 구축·보안 관련 제도 개선 분야 검토 등에 대한 연구에도 나선다. ◇가상 트윈 훈련 인프라·K-MOSA 표준화·보안 샌드박스 정조준 학계와 국방 AI 전문가들은 해군의 이 같은 행보가 첨단 피지컬 AI 로봇을 실전 배치하기 위한 고도의 사전 정지 작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6자유도 운동과 같이 지속적인 흔들림이 있는 함정 환경을 로봇이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제 파도의 물리 법칙과 함정 구조가 거울처럼 똑같이 구현된 '가상 트윈(Virtual Twin)' 환경에서 로봇의 AI 뇌를 강화 학습시키는 인프라가 반드시 필요한데 군 당국이 해당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이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평가다. 또한 향후 방산 업체들이 납품할 수많은 이기종(異機種) 무인기와 로봇들이 원활하게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임무 장비를 즉각 교체하기 위해서는 '국방 무인 체계 모듈화(K-MOSA)'와 같은 인터페이스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는 낡은 군사 보안 규정도 손질 대상이다. 민간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딥테크 기술을 국방에 빠르게 접목하려면 기업들이 함정 진동 패턴·내부 구조 영상 등 해군의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해 로봇을 마음껏 훈련시킬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를 위해 외부망과 철저히 격리된 '클라우드 보안 샌드박스'를 별도로 구축하는 등 군 데이터를 안전하게 개방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보안 규제 완화가 핵심 대안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해군은 경남 진해 소재 조함 훈련장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협업해 함교 타수를 사람이 아닌 휴머노이드 로봇 '파이봇'이 맡도록 하는 '로봇 승조원 전투 실험'을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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