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800조의 약속, 이제 ‘첫 삽’이 답할 차례…서남권 반도체 현실화 시험대⑤

광주 군공항 250만평 국가산단 후보지 지정…63만평 우선 공급 추진 삼성·SK하이닉스 실무협의 본격화…투자계획서 부지 확보·착공 단계로 팹 건설 넘어 소부장·일자리까지 연결돼야…'발표의 숫자'를 '현실의 숫자'로 전남광주=에너지경제신문 문남석기자 서남권을 대한민국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만들겠다는 대규모 투자계획이 발표된 지 석 달이 지났다. 지난 6월 말 정부와 기업들이 내놓은 계획의 규모는 숫자부터 압도적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앰코 등이 서남권에 제시한 전체 투자계획은 896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메모리 팹 4기 건설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규모가 약 800조원이다. SK하이닉스는 약 470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메인 팹 2기와 1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삼성전자는 425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팹 2기와 국가 AI 컴퓨팅센터 등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앰코 역시 광주에 1조원을 투자해 첨단 패키징 팹을 증설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숫자만 놓고 보면 서남권 산업지형을 바꿀 수 있는 규모지만, 이 숫자가 곧바로 지역에 투입되는 현금성 투자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제시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실제 생산시설 건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업별 투자 결정과 부지 확보, 인허가, 산업단지 조성 등 여러 절차가 순차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결국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800조원을 투자할 것인가'가 아니다. 이미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만큼 이제 남은 질문은 그 계획을 얼마나 빠르게 실제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있다. 그 과정에서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곳이 광주 군공항 일원이다. 정부는 지난 7월 광주 군공항 일원 약 250만평을 호남권 반도체 국가산단 후보지로 우선 지정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예비 사업시행자로 지정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전체 부지를 한꺼번에 개발하기보다 우선 활용 가능한 약 63만평을 먼저 공급해 기업의 투자 일정에 맞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투자계획 발표 이후 달라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광주 군공항 부지에 가능한 한 넓은 생산부지를 확보하려는 의사를 나타냈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투자계획 발표 이후 SK하이닉스와 별도의 소통채널을 마련해 7월부터 9월까지 모두 9차례 경영진·실무진 협의를 진행했다. 삼성전자 역시 호남권 투자와 관련한 준비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부지와 기반시설 등에 대한 실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 공장 착공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투자계획이 행정기관과의 구체적인 협의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사업 진행 상황을 판단할 중요한 대목이다. 이제는 '투자액'보다 '착공 시계'다 앞으로 사업의 현실성을 판단할 기준은 의외로 단순하다. 투자계획이 실제 부지 확보로 이어지는지, 산업단지 조성이 예정된 일정대로 시작되는지, 기업별 착공 일정이 구체화되는지를 차례로 확인하면 된다. 특히 반도체 생산시설은 일반적인 공장 건설과 달리 투자 결정부터 생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부지가 준비됐다고 해서 곧바로 반도체가 생산되는 것도 아니다. 공장 건설 이후 생산장비 설치와 시험가동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초기 일정이 뒤로 밀릴 경우 전체 생산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기업의 투자 일정에 맞춰 산업단지 조성을 서두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기업 투자가 계획에 머물지 않도록 산업단지 조성 기간을 단축하고 기반시설 구축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기업 입장에서도 투자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생산시설이 들어설 부지와 기반시설이 제때 준비돼야 한다. 결국 앞으로 몇 년간은 발표된 투자 규모보다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변화가 훨씬 중요하다. 산업단지에서 첫 삽을 뜨는 순간, 기업이 생산부지를 확정하는 순간, 첫 번째 팹의 착공 일정이 공개되는 순간마다 '800조원'이라는 계획의 현실성이 한 단계씩 확인될 수 있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대기업 투자와 지역산업의 연결이다. 800조원이 실제 집행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자금이 외부에서 들어와 생산시설 건설에만 머문다면 지역이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 반도체 장비와 소재·부품 기업, 연구기관, 물류와 건설 등 관련 산업이 함께 움직여야 대규모 투자가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대기업의 투자액뿐 아니라 협력기업의 추가 투자와 지역기업 참여 여부도 함께 봐야 한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팹을 중심으로 여러 기업이 연결되는 공급망이 필요하고, 연구개발과 생산현장을 연결할 인력도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결국 800조원의 진짜 가치는 투자액 자체보다 그 돈이 얼마나 많은 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지역 안에서 순환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산업단지 조성사업과 성격이 다르다. 대기업 생산시설 몇 곳을 유치하는 것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교육, 인력, 정주환경이 연결되는 새로운 산업권을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800조의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지난 석 달 동안 서남권 반도체 프로젝트는 적지 않은 진전을 보였다. 대규모 투자계획이 공개됐고, 정부는 광주 군공항 일원을 국가산단 후보지로 지정했다. 우선 개발부지를 마련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으며 기업과 행정기관 사이의 협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끝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기업의 투자계획이 실제 계약과 부지 확보로 이어지고, 산업단지 조성이 시작되고, 생산시설 착공으로 연결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조건을 행정이 얼마나 신속하게 해결하는지, 관련 기업들이 얼마나 빠르게 서남권으로 모이는지도 사업의 속도를 좌우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반도체 산업은 시장 변화가 빠르고 기업의 투자 판단도 글로벌 경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서남권이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자리 잡으려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시기에 부지와 기반시설을 제공하고, 계획된 투자 일정에 맞춰 산업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의 서남권 반도체는 '800조원'이라는 숫자로 평가받기보다 얼마나 빨리 현실의 숫자로 바뀌는가로 평가받게 된다. 투자계획이 착공으로, 착공이 생산으로, 생산이 지역기업과 일자리로 연결될 때 비로소 800조원은 지역의 산업지도를 바꾸는 실질적인 투자로 기록될 수 있다. 지난 1편에서 던졌던 질문은 '왜 서남권인가'였다. 이어 반도체 벨트의 가능성을 짚고, 전력·용수·인력이라는 기반을 살폈으며, 대규모 투자가 가져올 경제지도의 변화까지 살펴봤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하나다. 계획이 현실이 되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일이다. 서남권 반도체의 미래는 더 이상 투자 규모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어느 기업이 먼저 부지를 확보하고, 언제 첫 삽을 뜨며, 그 뒤를 어떤 기업들이 따라오는지가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한다. 800조원의 약속은 발표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첫 공장이 올라서고, 첫 생산라인이 가동되고, 그 주변에서 새로운 기업과 일자리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서남권 반도체 5부작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도 여기에 있다. 800조원의 약속을 현실로 만드는 다음 장면은 이제 현장에서 시작돼야 한다. 문남석 기자 ans7200@ekn.kr

국내 기름값 20주째 하락…휘발유·경유 1800원대 유지

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20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9월 다섯째 주(9월 27일~10월 1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L당 0.4원 내린 1857.6원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은 전주보다 0.2원 하락한 L당 1904.0원이었다. 가격이 가장 낮은 대구는 0.3원 내린 1829.8원을 기록했다. 상표별로는 GS칼텍스 주유소가 L당 1861.0원으로 가장 높았고, 알뜰주유소가 1845.7원으로 가장 낮았다.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L당 0.1원 내린 1843.3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주 국제유가는 중동 지역의 원유 수출 회복과 사우디아라비아 동서송유관 재가동으로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하락했다. 다만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이 여전히 빠듯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 폭은 제한됐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원유의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는 전주보다 배럴당 5.5달러 내린 107.6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국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143.3달러로 전주보다 3.3달러 상승했다. 국제 자동차용 경유 가격은 1.8달러 하락한 174.9달러로 집계됐다. 국제유가 움직임은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된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한 만큼 향후 국내 기름값에도 추가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제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국내 휘발유 가격의 하락 폭은 제한될 수 있다. 정부는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18일에는 10차 석유 최고가격을 9차와 같은 수준으로 지정했다. 최고가격은 휘발유 L당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이다. 연합뉴스

추석 전 떼인 하도급 대금 지급, 24% 증가 그쳐

추석 전 중소 하청업체들이 받지 못했던 하도급 대금 약 290억원이 지급돼 전년보다 24%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전국 '미지급 하도급 대금 해결센터'를 통해 유도한 결과다. 공정위는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업체를 현장 조사해 밀린 이자까지 지급하도록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지난 8월 5일부터 9월 23일까지 50일간 전국 12곳에 '미지급 하도급 대금 해결센터'를 설치·운영한 결과를 2일 밝혔다. 이 기간 총 173개 중소 하도급 업체가 미지급 대금 289억원을 받았다. 아파트 신축공사 중 타일 공사 완료 후 대금 5억원, 산업단지 조경공사 수행 후 4억3000만원 등이다. 지난해 추석 기간 지급된 232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24.6% 늘어 여전히 미지급된 사례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센터를 통해 상담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원청사업자의 대금 지급, 당사자 간 합의를 독려해 신속히 대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여전히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업체들 대상으로 자진시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센터 운영 기간 접수된 사건 가운데 법정 하도급 대금 지급 기한인 60일을 넘긴 업체는 지연이자 포함 대금 지급을 완료하도록 시정 조치할 방침이다. 이후에도 자진 시정을 하지 않으면 현장 조사 등을 벌여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 아울러, 108개 기업이 1만6175개 중소 하도급 업체에 약 2조2359억원의 하도급 대금을 조기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자금 수요가 집중되는 추석 전에 대금 지급을 요청한 결과다. 기업별로는 계룡건설산업이 1237개 하청에 1899억원을 조기 지급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현대건설 426개 업체에 1742억원, 한온시스템 704개 업체에 1407억원, 현대위아 542개 업체에 1202억원 등의 순이었다. 공정위는 센터를 통해 취합된 실적을 집계한 것으로, 실제 조기 지급된 하도급 대금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기획] 800조 반도체가 바꿀 광주·전남…공장 넘어 ‘산업·생활지도’ 다시 그린다④

팹 4기 들어서면 소부장·R&D·물류까지 연관 산업 재편 가능성 상시인력 2만3000명 전망…일자리 따라 주거·교육·의료 수요도 변화 대기업 투자 넘어 지역기업 공급망 참여·청년 정착까지 이어져야 전남광주=에너지경제신문 문남석기자 800조원 규모로 제시된 서남권 반도체 투자가 현실화할 경우 광주·전남의 산업 지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광주·전남 산업은 자동차와 가전, 철강,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지만, 여기에 반도체라는 대규모 첨단산업이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산업 구조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단순히 반도체 생산공장이 들어서는 데 그치지 않고 소재·부품·장비를 비롯해 연구개발과 물류, 인력양성 등 연관 산업 전반으로 파급효과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정부와 기업이 제시한 구상에서 핵심 입지로 거론되는 곳은 광주 군공항 이전부지다. 약 250만평 규모의 부지를 활용해 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인근 지역까지 관련 산업이 연결되는 광역 산업권으로 확장하는 그림이 제시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메모리 반도체 팹 2기씩, 모두 4기를 구축하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서남권 반도체 산업도 단순한 '유치 구상'을 넘어 실제 산업단지 조성과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확보를 논의하는 단계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그러나 반도체 공장 하나가 들어선다고 지역경제가 곧바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생산라인이 안정적으로 가동되려면 반도체 소재와 부품, 장비는 물론 산업용 가스와 초순수, 대규모 전력 공급망, 폐수처리시설, 설비 유지보수 등 다양한 기반산업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결국 대규모 팹 투자의 성패는 생산시설 자체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 주변에 얼마나 촘촘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반도체 산업을 대표적인 '생태계 산업'으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산공장 주변에 형성될 새로운 산업지도 서남권에서 가장 먼저 주목할 부분은 반도체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형성될 소부장 기업과 협력업체의 움직임이다. 대규모 팹이 가동되기 시작하면 생산에 필요한 장비와 부품,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장비 유지보수와 공정 지원은 물론 산업용 가스, 폐수처리 등 생산시설 가동을 뒷받침하는 기반 서비스 분야도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광주에 반도체 생산시설이 들어설 경우 주변 산업단지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 반도체 관련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전력과 용수, 물류 등 생산활동을 뒷받침할 기반시설을 갖추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지역 기업이 반도체 공급망에 얼마나 참여할 수 있느냐다. 대기업 생산시설만 지역에 들어서고 핵심 소재·부품·장비는 다른 지역 기업이 공급하는 구조라면 투자 규모에 비해 지역경제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반면 지역 기업들이 소부장과 장비, 유지보수, 물류 등의 분야에서 공급망에 참여할 경우 반도체 투자가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기업을 끌어들이는 계기로 이어질 여지가 커진다. 이런 점에서 광주를 중심으로 나주와 무안 등 인접 지역의 기능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나주는 에너지와 연구개발 기반을 활용할 수 있고, 무안은 국가산업단지 후보지와 공항 등 교통·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배후 산업공간의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광주에 생산 기능을 두고 주변 지역이 소재와 장비, 에너지, 연구개발, 물류 등을 나눠 맡는 방식으로 산업 기능을 연결하는 구상이다. 물류 역시 빼놓기 어려운 분야다.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는 각종 장비와 소재가 지속적으로 오가고, 생산된 제품 역시 국내외 시장으로 신속하게 이동해야 한다. 광주 생산거점과 인접 산업단지, 공항·항만을 연결하는 물류망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반도체는 생산 과정에서 공급망의 작은 차질도 생산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산업인 만큼 안정적인 물류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산업단지의 경쟁력과도 맞물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서남권 반도체 산업의 공간을 광주 군공항 이전부지 하나로만 볼 수는 없다. 광주에서 반도체 생산이 이뤄지고, 인접 지역에서 소재와 장비, 에너지, 연구개발, 물류 기능을 나눠 맡는 연결 구조가 만들어져야 비로소 하나의 산업벨트가 모습을 갖출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산업단지의 역할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관련 기업의 신규 입주와 함께 기존 기업이 업종을 전환하거나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산업단지의 기능 자체가 재편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따라 주거·교육·의료도 움직인다 산업의 변화는 결국 사람의 이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팹이 실제 가동에 들어가면 생산인력뿐 아니라 연구개발과 설비, 품질관리, 안전, 전기·가스, 시설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이 필요해진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반도체 팹 4기 운영에 필요한 상시 인력을 약 2만3천명 수준으로 보고 있어, 이 같은 인력 수요가 현실화할 경우 지역 고용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문제는 이 인력을 어디에서 확보하느냐다. 외부 인력을 데려오는 방식에만 의존하면 지역에 남는 경제적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지역 대학과 특성화고, 직업교육기관이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길러내고, 지역에서 교육받은 청년이 지역 기업에 취업해 정착하는 연결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반도체 산업이 지역 대학의 교육과정까지 바꿀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정과 장비, 소재, 설계 등 현장에서 요구하는 분야에 맞춰 교육과정을 조정하고 기업과 대학이 공동교육과 현장실습, 연구개발을 확대하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던 청년 인력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새로운 통로도 열릴 수 있다. 사람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주거 문제가 따라온다. 산업단지 근로자뿐 아니라 가족 단위의 정착까지 이어질 경우 아파트와 임대주택 등 주거 수요가 커지고, 어린 자녀를 위한 학교와 돌봄시설, 의료기관, 생활편의시설을 찾는 수요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공장과 도로, 기반시설만 갖추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근로자와 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하나의 생활권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광주와 나주, 장성 등 인접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망을 비롯해 주거·교육·의료·문화시설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도 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살펴봐야 할 과제로 떠오른다. 특히 대규모 산업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에서는 기존 주민과 새롭게 유입되는 인구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도시계획이 중요하다. 산업단지 주변에 주거지가 충분하지 않으면 출퇴근 차량이 늘어나고 인접 도시의 주택 수요와 교통 여건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의료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전문인력이 대거 유입되고 가족 단위 정착이 늘어나면 병원과 약국 같은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부터 응급의료, 소아·청소년 진료 등 생활권 단위의 의료 수요까지 커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반도체 투자는 산업단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들어오고 일자리가 생기면 사람이 움직이고, 사람이 움직이면 집과 학교, 병원, 교통망과 상권까지 함께 움직이게 된다. 광주에 생산시설이 자리 잡고 나주와 무안 등 주변 지역에 연관 산업과 물류 기능이 연결될 경우 지금까지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나뉘어 있던 광주·전남의 산업권과 생활권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규모 투자계획만으로 지역경제의 변화를 단정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현재 공식적으로 제시된 핵심 투자계획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팹 4기다. 관련 기업의 구체적인 입주 규모와 투자 시기, 산업단지 조성 일정 등은 앞으로 후속 절차를 거치며 구체화될 부분이 많다. 800조원이라는 투자 규모가 지역경제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려면 대기업 생산시설만 들어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지역 소부장 기업과 협력업체가 공급망에 참여하고, 지역에서 길러낸 인재가 일자리를 얻은 뒤 지역에 정착하는 구조까지 연결돼야 한다. 광주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주변 지역에서 소재·부품·장비와 연구개발, 에너지와 물류를 뒷받침하면서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광주·전남에 거주하고 교육과 의료, 소비활동을 이어가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대규모 투자가 지역경제의 변화로 연결될 수 있다. 서남권 반도체 사업을 둘러싼 관심이 투자액에서 산업 생태계로, 다시 사람과 생활의 문제로 확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800조원이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다. 실제 현장에 어떤 기업이 들어오고 어떤 일자리가 만들어지는지, 지역 인재가 얼마나 산업 현장에 참여하고 정착할 수 있는지에 따라 대규모 투자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지금 제시된 거대한 투자 구상이 실제 산업 현장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생산시설을 지을 부지는 제대로 마련되고 있는지, 막대한 전력과 용수는 제때 공급할 수 있는지, 관련 기업과 인력은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무엇보다 계획으로 제시된 투자가 실제 착공과 가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하나씩 따져볼 필요가 있다. 800조원의 약속이 지역의 현실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조건은 무엇인지, 마지막 5편에서 그 구체적인 조건과 과제를 짚어본다. 문남석 기자 ans7200@ekn.kr

경상원, ‘지역화폐·온누리상품권 통합 방안’ 포럼 개최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하 경상원)은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의 발전적인 연계·통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1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지역화폐·온누리상품권 통합 방안' 정책 포럼을 개최했다고 전했다. 이번 포럼은 경상원이 추진한 '지역화폐·온누리상품권 통합 방안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연구에서 제시한 통합 모델의 실현 가능성과 향후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를 비롯해 소상공인, 유관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해당 연구는 소비자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 가맹점 중복 정산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두 상품권을 통합해 하나의 플랫폼에서 결제·가맹점 확인 등 공통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통합 모델을 제시했다. 다만 통합 이후에도 발행 규모와 할인율, 가맹점 지정 등은 각 지역 여건과 특성에 맞게 운영함으로써 이용 편의성과 지역의 자율성을 함께 확보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이 외에도 두 상품권 간 발행 주체와 사용 지역, 가맹점 기준 등 제도적 차이를 정비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역할을 구체화하는 등 실제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주요 과제로 다뤄졌다. 이날 포럼은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의 '지역화폐-온누리상품권 통합방안 연구용역 결과', 최재한 균형사회플랫폼 대표의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한 상품권 통합 모델 및 법·제도 정비 방안' 등 주제 발표에 이어 종합토론, 질의응답 등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통합 모델의 현장 적용 가능성, 이용자와 가맹점의 편의성, 지역 자율성 유지, 향후 정책 추진 과제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김민철 경상원장은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은 각각의 강점을 바탕으로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고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지원하는 중요한 정책 수단"이라며 “두 제도의 강점을 살리면서 이용자와 가맹점의 편의성을 높이고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포럼에서 나온 현장과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연구에서 제시한 통합방안을 구체화하고, 소비자와 소상공인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9월 소비자물가 2.9%↑…한은 “10월은 3%대”

사과, 배추 등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며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2%대로 내려갔다. 정부는 추석 민생안정대책인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과 함께 석유최고가격제로 물가 상승률을 낮춘 효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근원 및 생활물가 상승 등으로 오히려 물가 오름세가 커졌다는 엇갈린 평가를 냈다. 10월에는 3% 내외로 물가가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데이터처의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 지난 8월 3.1%에서 다시 2%대로 하락했다. 품목별로 보면 지난달 농산물 물가가 전년보다 4.0%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17%포인트(p) 끌어내렸다. 복숭아(-14.7%), 사과(-9.2%) 등 과일류 물가가 10.9% 하락했고, 배추도 15.2% 큰 폭으로 내렸다. 다만, 축산물과 수산물은 공급량 감소, 추석 명절 수요 증가 등으로 각각 3.7%, 4.5% 올랐다. 전체 농축수산물 물가는 0.3% 하락했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사과·배 등 작황 호조로 출하물량이 늘면서 과실은 하락폭이 확대됐다"며 “농축수산물은 정부의 할인행사 지원 영향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석유류 물가는 8월(14.2%)에 이어 9월에도 14.8% 상승했다.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영향이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로 9월 물가상승률을 0.6%p 억제했다고 봤다. 정유사 공급가 상한선을 정한 석유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물가상승률 3.5%를 기록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빵, 즉석식품 등의 출고가 인상 영향으로 가공식품 물가는 2.1%로 상승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컴퓨터 물가가 27.4%, 갤럭시·아이폰 등 신제품 영향으로 휴대전화도 8.3% 각각 상승했다. 이 심의관은 “컴퓨터·휴대전화기 등 내구재와 가공식품의 상승폭이 확대되며 근원물가에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근원물가, 생활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9월 물가 오름세가 오히려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9월 근원물가 지표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2.7% 상승했다. 항공료, 여행비 등 개인 서비스 가격이 3.5% 뛰었다.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도 2.5% 올랐다. 특히, 작년 통신사의 휴대전화 요금 50% 할인 기저효과로 8월 소비자물가와 함께 근원·생활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점과 비교했을 때 기저효과를 빼면 9월 상승률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추석 민생안정대책, 석유 최고가격제 등으로 9월 물가를 내렸다는 정부 진단과는 상반된 평가다. 이지호 한은 부총재보는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근원품목의 오름세가 지속됨에 따라 3% 내외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며 “향후 소비자물가는 중동 전쟁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비용 충격의 전이, 수요 측 압력 확대 등으로 근원물가 중심으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9월 물가상승률 2.9%…항공료·여행비·내구재, 인플레이션 견인

9월에도 인플레이션은 멈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가 국제유가 상승의 여파를 방어했지만, 경제 전반에 퍼진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한 탓이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9%로 집계됐다. 전월과 비교하면 통신요금 할인에 따른 기저효과가 소멸한 영향으로 0.2%포인트(p) 낮아졌다. 채소를 비롯한 농축수산물 가격의 하락폭이 줄어들고 축산물 오름폭은 확대됐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2.8%, 생활물가는 2.5%로 나타났다. 한은은 소비자·근원·생활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대비 하락했으나, 오히려 물가 오름세가 커진 것으로 평가했다. 항공료와 여행비 등 개인서비스 가격이 높아졌고, 반도체값 상승으로 전자제품을 비롯한 내구재 가격도 오름폭이 확대됐다는 이유다. 한은은 10월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근원 품목의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소비자물가는 중동전쟁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비용충격의 전이 및 수요측 압력 확대 등으로 근원물가를 중심으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계심을 갖고 물가상황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수출 사상 첫 8000억달러 돌파…연간 1조달러 눈앞

우리나라 수출이 9개월 만에 8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수출액을 넘어섰고, 올해 사상 첫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600억 달러 이상 차지하며 전체 수출의 50% 가량 견인했다. 산업통상부는 올해 9월 수출액 1209억4000만달러로 전년대비 83.5% 증가했다고 1일 밝혔다. 월간 수출이 1200억달러를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올해 1~9월 누적 수출액만 8145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던 작년 연간 실적 7093억달러를 이미 뛰어넘었다. 올해 연간 수출 1조달러까지 남은 금액은 1855억달러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이 추세대로라면 1조달러 달성은 굉장히 유력한 상황"이라며 “남은 3개월 중 2달만 1000억달러를 지속하면 이르면 11월 말이나 12월 초에는 1조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반도체 호황이 전체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9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62.8% 증가한 603억달러로, 지난달 최고치 467억달러 기록을 갈아치웠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늘고, 반도체와 컴퓨터 가격 상승세도 이어진 영향으로 분석됐다. 실제 메모리반도체 수출이 358.6% 증가한 540억7000만달러, 시스템반도체는 28.8% 늘어난 55억4000만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컴퓨터 수출도 435.3% 증가한 70억 달러로 두 달 연속 역대 최대였다. 반도체 외에도 석유제품 수출이 72억2000만달러로 72.0%, 석유화학이 39억5000만달러로 5.1% 각각 증가했다. 중동 사태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과 원료 가격 상승 등의 영향이다. 화장품 수출도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에서 수요가 고르게 늘어 31.4% 증가한 15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고부가가치 물량이 늘어난 선박 수출도 37억6000만달러로 29.9% 늘었다. 반면, 자동차 수출은 추석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중고차 수출 부진 등에 따라 60억5000만달러로 5.5% 감소했다. 농수산식품도 조업일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4.7% 줄어든 11억1000만달러였다. 강 실장은 “반도체 상승세가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되지 않을까 본다"며 “다른 품목도 견조하게 수출이 이뤄지고 있어 반도체 편중 우려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9월 수입액은 26.0% 증가한 710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로써, 9월 무역수지는 전년 대비 403억7000만달러 증가한 498억5000만달러 흑자를 봤다. 월간 무역흑자가 4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500억달러를 목전에 뒀다. 올해 1~9월 누적 무역흑자는 2525억달러로 전년보다 2027억달러 증가했다. 8월 347억5000만달러에 이어 9월까지 이미 지난해 연간치인 774억달러를 넘어섰고, 올해 무역수지 흑자가 3600억달러 이상 예상된다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이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동 긴장 등 대외 변수가 남아있지만 4분기에도 수출 상승 모멘텀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달러 어디에 쌓아두나 했더니”...기업예금 1000억달러 돌파

기업이 보유한 달러예금이 사상 처음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수출기업의 달러 유입에 증권사 투자자예탁금까지 더해진 데다 원화 강세를 예상한 기업들의 달러 매수 수요가 겹치면서 외화예금 잔액도 역대 최대치를 다시 썼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거주자 외화예금은 1406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122억8000만달러 늘어난 규모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6월 이후 가장 많았다. 증가액은 7월의 150억1000만달러보다는 줄었지만 2개월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기업의 달러 보유액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8월 말 기업의 달러예금은 1056억4000만달러로 전월보다 99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기업 달러예금이 1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개월 연속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운 가운데 증가 폭은 7월의 101억1000만달러에서 소폭 축소됐다. 전체 외화예금 가운데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달러예금 잔액은 1199억1000만달러로 한 달 새 109억9000만달러 늘었다. 3개월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이다. 증가액은 전월 111억2000만달러보다 다소 감소했다. 달러예금 확대에는 수출기업의 외화 유입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은 대기업의 수출 등 경상대금 수취가 늘어난 데다 증권사를 통한 투자자예탁금이 들어온 점을 배경으로 꼽았다.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달러를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도 증가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봤다. 개인보다 기업의 외화자금 증가가 더욱 가팔랐다. 8월 말 기업 전체 외화예금은 1234억9000만달러로 전월보다 87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개인예금도 171억2000만달러로 12억2000만달러 늘었다. 통화별로 보면 유로화와 엔화예금도 증가했다. 유로화예금은 91억6000만달러로 11억달러 늘어나면서 지난 2월 말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유로화예금 증가는 경상대금 수취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엔화예금은 89억40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3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역시 2월 말 이후 최대 수준이다. 다만 증가액은 7월의 15억달러와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한국은행은 증권사 투자자예탁금 유입이 엔화예금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은행별로는 국내은행에 맡겨둔 거주자 외화예금이 1108억6000만달러로 한 달 새 78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외국은행 국내 지점의 외화예금도 297억6000만달러로 21억2000만달러 늘었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국내 기업과 내국인은 물론 국내에 6개월 이상 머문 외국인과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 등이 국내 금융기관에 맡긴 외화예금을 의미한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대미투자 ‘안전장치’ 원리금 회수까지 수익 5대 5…관세 상한선 15% 재확인

정부가 대미투자 프로젝트 투자금 관련 원리금을 전부 회수할 때까지 한국과 미국의 5대 5 수익배분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후 우리 측 원리금 회수가 끝나면, 미국 정부가 수익의 90%를 갖게 된다. 양국은 향후 대미투자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사업이 추가되거나 비용이 늘어도 연간 200억달러, 총 2000억달러를 넘지 않는다는 점도 합의했다. 정부는 이번 대미투자로 합의된 15% 관세 부과 상한선을 넘지 않겠다는 미국 측 입장도 다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부는 양국이 지난해 말 체결한 양해각서(MOU)에서 합의한 대미투자 구조와 투자자 보호 안전장치로 특수목적법인(SPV) 운영 계약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양국은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로 223억달러 규모의 텍사스 가스복합화력 발전소 사업을 확정했다. 후속 프로젝트로는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로 해당 사업 모두 우산형 투자목적회사(I-SPV)가 자금 조달과 수익 배분을 통합 관리하게 된다. 우산형은 특수목적법인(SPV)을 둬 특정 사업에서 손실이 생기더라도 다른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전체 투자의 수익률을 보존하는 방식을 말한다. 앞서 미국은 기존 합의와 달리 프로젝트별 개별 정산을 요구해 왔다. 반면, 정부는 원리금 회수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들어 미국 측과 우산형 방식에 합의했다. 이번 협상으로 우리 측이 전체 프로젝트 투자금에 대한 총 원리금을 모두 회수할 때까지 양국은 5대 5, 즉 50%씩 수익을 나눠 갖는다. 이후, 원리금 회수가 끝나면 미국 측이 수익의 90%를 가져간다. 또, 개별 사업의 원리금뿐만 아니라 전체 사업의 투자 원리금도 모두 돌려받을 때까지 5대 5의 수익배분이 유지된다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앞서 미국은 20년까지 수익을 5대 5로 나누고, 이후 미국 90%, 한국 10%를 가져가는 방식을 요구했었다. 우리 측은 20년 내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모든 손실을 떠안게 돼 우산형 방식을 통한 수익 배분 구조를 관철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대미투자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도 충분한 것으로 판단했다. 예컨대, 1호 사업인 텍사스 가스복합화력 발전 건설의 경우 향후 20년간 430억∼450억달러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양국은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나빠지거나 공사비가 20%를 넘을 경우 협의를 통해 사업계획과 예산을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사업성이 떨어지면 5대 5 배분이 아니라 우리 측에 수익의 80∼90%를 요구할 수 있도록 배분 비율을 재협의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대미투자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사업이 추가되거나 비용이 늘어도 연간 200억달러, 총 2000억달러를 넘지 않도록 투자 한도를 명문화했다. 지난해 한국은 조선 분야 1500억달러, 전략적 투자 사업 2000억 달러 포함 총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미국이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조건이었다. 김 장관은 “미국 측으로부터 2000억 달러 한도를 넘기지 않는다는 점, 관세율을 15%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 정부가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후 무역법 301조를 활용,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15% 관세율이 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무역법 301조에 근거, 한국 포함 중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인도 등 16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과잉생산 및 강제노동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지난 7월 한국에 12.5%의 강제노동관세를 적용했다. 조만간 발표될 과잉생산 조사 결과에 따라 관세가 추가되면 양국이 합의했던 15% 수준을 넘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이번 대미투자를 통해 미국의 추가 관세 방침 등 통상 압박에 대응하고, 15% 관세 상한선도 지켜낸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사업성이 떨어지면 돈을 안 대고 나와야 하지만 문제는 양해각서(MOU)상 사업에서 철수하면 미국이 관세를 올리는 등 보복하게 돼 있다"며 “더 이상 불리한 통상규제가 우리에게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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