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더 달라” 노조 강경투쟁 확산…재계 ‘한숨’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올해 임단협 시즌을 맞아 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노동조합이 성과급 확대 지급 등을 요구하며 투쟁 강도를 점차 높여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자동차·기아 등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도 성과급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22일 재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오는 23일 경기도 평택 캠퍼스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오는 5월 총파업을 앞두고 조합원들 간 투쟁 의지를 다지는 자리다. 공투본은 3만8000여명이 현장에 참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작년 말 기준 12만8881명)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숫자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상한도 폐지해 달라는 입장이다. 사측이 당초 요구사항이었던 '업계 최고 대우'를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노조는 계속해서 말을 바꾸며 더 많은 보상을 원하고 있다. 공투본은 총파업에 들어갈 경우 회사가 입는 손해액이 30조원을 넘길 수 있다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노조 집행부가 최근 급격히 세를 불리는 과정에서 '강경 투쟁'을 약속한 만큼 노사간 합리적인 대화를 통한 접점 마련은 불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수원지방법원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현대차·기아 올해 임금 협상에서도 성과급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6일 △상여금 800% △작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인공지능(AI) 관련 고용 보장 등을 골자로 한 요구안을 만들었다. 기아는 지난 20일 임시대의원회의를 열었다. 조만간 사측에 제시할 안건을 확정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기아 노조가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화그룹 계열사 노조원들도 성과급 안건을 들고 나섰다. 한화그룹노동조합협의회 조합원들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갤러리아 등 노조가 여기에 참여했다. 이들은 성과급 손질, 임금피크제 폐지, 복리후생 강화 등을 주문하고 있다. 24일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하면서 “책임 있는 답변이 없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계는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점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중동 전쟁 등에 따라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상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성과급 인상' 주문이 노조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노조가 무리한 수준의 성과급을 단순한 '협상 카드'가 아니라 실제로 관철하려 한다는 점도 재계를 한숨짓게 하는 요소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측 주장대로라면 직원 성과급으로 45조원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전체 사업부가 지난해 집행한 연구개발(R&D) 비용(37조7404억원)보다 많은 액수다. 현대차·기아 심정은 더 복잡하다. 글로벌 경쟁은 치열해지고 미국 관세 불확실성까지 계속되며 앞으로 영업 환경에 대한 부담이 큰 상태기 때문이다. 2023~2024년 14조~15조원에 달했던 현대차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올해 12조원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재계가 더 걱정하는 것은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후폭풍까지 부는 상황이다. 원청 뿐 아니라 하청 노동자들이 무리한 성과급을 요구하며 사용자를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노조 입김이 센데다 하청 업체들이 많은 자동차, 철강, 조선 등 기업들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KDI “석유 최고가격제, 물가 0.8%p 낮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중동 사태 후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로 3월 소비자물가를 최대 0.8%포인트(p) 낮췄다는 분석을 내놨다. 유류세 인하도 물가를 0.2%p 낮추는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물가 급등을 막았다며 긍정적 효과를 재차 강조했다. KDI는 22일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에 대응해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조치를 분석한 결과, “두 정책 모두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정부가 정유사 공급가 상한선을 정해 억제한 최고가격제 시행 후 3월 소비자물가가 0.4~0.8%p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집계됐는데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석유류 등 물가를 끌어내리며 2%대 초반에 머문 것으로 풀이된다. 마창석 KDI 연구위원은 “주유소 판매가격이 해당 주 국제유가에만 영향을 받는 것으로 가정할 경우 0.8%p, 시차가 존재한다고 가정할 경우 0.4%p의 인하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1차 최고가격제가 적용된 3월 4주 차에 소비자가 누리는 가격 인하 효과는 보통휘발유 리터(ℓ)당 460원, 자동차용 경유 916원, 실내등유 552원으로 추정됐다. 정부도 최근 유가 급등, 유류 소비 증가 등 최고가격제 논란을 의식한 듯 긍정적 효과를 또 다시 강조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에서 “3차 최고가격이 내일 종료되고 4차 시행 여부를 곧 결정하게 된다"며 “일부에서 실효성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물가 폭등 방지, 소비 위축 완화, 화물기사 포함 유가 민감 계층에 대한 충격 완화 등 긍정적 효과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달 27일부터 유류세 인하율을 휘발유 7%에서 15%, 경유 10%에서 25%로 확대했다. 휘발유는 리터당 65원, 경유는 87원 추가 인하 효과가 생긴다. KDI는 지난 2021년 11월 둘째 주 시행된 유류세 인하책을 토대로 “시행 후부터 주유소 판매 가격이 점진적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달 확대 적용된 유류세 인하가 0.2%p 물가를 낮출 것이란 분석이다. KDI는 중동 전쟁 발발 후 유의미한 소비 둔화는 관측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KDI에 따르면, 올해 1~3월 신용카드 이용금액을 2023~2025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이용 금액이 감소하지 않고 보합세를 나타냈다. 이승희 KDI 연구위원은 “음식 및 음료서비스업 이용 금액은 미약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고유가로 국내 전체 이동자 수가 소폭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 향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KDI는 저소득층의 경우 고유가에 따른 에너지 지출 부담이 더 크다고 밝혔다.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주거광열비, 운송 연료비 등 에너지 지출 비중이 높아지는 역진적 구조가 뚜렷했다는 분석이다. 이영욱 KDI 선임연구위원은 “가구특성별 에너지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여름철 저소득층의 주거광열비 부담 증가를 감안해 그냥드림센터를 통한 폭염 대비 생필품 지원, 긴급 에너지 지원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평창군, ‘청년이 설계한 일자리’로 국비 10억 확보…사회연대경제 모델 주목

평창=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평창군이 청년 의견을 정책에 반영한 일자리 모델로 국비를 확보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22일 평창군에 따르면 군은 행정안전부의 '사회연대 경제 혁신 모델 발굴·확산 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돼 총사업비 10억 원(국비 5억 원, 군비 5억 원)을 확보했다. 이번 사업은 기존 일자리 정책과 결을 달리한다. 교육이나 단기 채용에 머무는 방식이 아니라 청년이 직접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로 설계했다. 특히 기획 단계부터 청년이 참여한 점이 눈에 띈다. 평창군은 지역 청년들의 현장 의견을 반영해 청년 유출, 지역 정착형 일자리 부족, 콘텐츠 기반 산업 부재 등 구조적 문제를 정책에 담아냈다. 그 결과 이번 사업은 단순 지원을 넘어 청년 참여 행정 기반의 구조형 일자리 정책으로 설계됐다. 교육 넘어 '실행·수익'…구조형 일자리 실험 사업은 '지역을 살리는 청년, 로컬 마케팅 전문가 양성사업'으로 추진되며, 교육-실행-수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핵심으로 한다. 단순 역량 강화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시장에서 수익 창출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군은 AI 기반 디지털 마케팅 교육을 통해 약 100명의 청년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이들을 지역 기업과 연계한 실전 프로젝트에 투입할 계획이다. 참여 청년들은 콘텐츠 제작부터 홍보, 판매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며, 결과물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다. 운영 방식 역시 기존 행정사업과 차별화된다. 사업 종료 이후에도 참여 청년들은 '마케팅 전문가 협동조합' 형태로 조직화돼 지역 기업의 홍보와 판로 확대를 공동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발생한 수익은 참여자 간 공유되고, 일부는 공동기금으로 적립해 신규 참여자 지원과 사업 고도화에 재투자한다. 민관 협력 체계도 구축됐다. 평창군이 사업을 총괄하고, 더웨이브컴퍼니가 실행과 프로젝트 운영을 맡으며, 재단법인 밴드는 사회적 금융과 협동조합 구조 설계를 지원한다. 관광 소비 구조 한계…콘텐츠 경제 전환 시도 그동안 평창군은 올림픽 유산과 풍부한 관광 자원을 보유하고도 소비 중심 구조에 머물며 경제적 파급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청년층 일자리 부족 역시 지속적인 과제로 꼽혀왔다. 이번 사업은 지역 자산을 디지털 콘텐츠로 전환하고 이를 시장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기존 관광 중심 경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전략이다. 군은 이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 경제 확대, 로컬 브랜드 강화, 판로 확대 등 지역 산업 구조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평창군의 청년층 순유출 구조와 관광 중심 소비경제의 한계를 고려할 때 이번 사업은 단순 일자리 정책을 넘어 지역 산업 구조 전환 실험으로 해석된다 지역 자원을 콘텐츠화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구축될 경우, 향후 경제 파급효과 역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해순 군 경제과정은 “이번 사업은 청년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구현한 사례이자 사회연대경제 방식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모델"이라며 청년과 지역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농수산식품 수출 성과, 미국 시장 공략 확대…미국 유통기업 트로닉 홀딩스와 수출 계약 이와 함께 지역 농수산식품이 해외 판로 확대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평창군 농수산식품수출협회와 미국 유통기업 트로닉 홀딩스(TRONIC HOLDINGS)는 지난 21일 평창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수출 상담회를 통해 1억 5000만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상담회에는 협회 회원사 15개 업체가 참여해 황태, 산양삼 두유, 메밀 식혜, 오미자청, 곤드레 국수 등 지역 농수산 가공품을 소개하고 현지 시장 수요를 반영한 제품 구성을 논의했다. 트로닉 홀딩스는 미국 내 한국 식품 유통망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케이(PREMIUM K)'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으로, 향후 평창산 제품의 미국 시장 진출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정재현 협회장은 “지역 농수산식품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안정적인 수출 판로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에스더 기자 ess003@ekn.kr

유가發 생산자물가 급등…소비자물가 ‘연쇄 상승’ 경고등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물가가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약 4년 만에 최대폭으로 치솟았다. 수입물가에 이어 생산자물가도 큰 폭으로 오르며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5.24(2020년=100)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1.6% 상승했으며,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연속 오름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1.6% 오른 2022년 4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대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석탄·석유 제품이 31.9% 급등하며 공산품 가격(3.5%)을 끌어올렸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57.7%) 이후 가장 상승폭이 크다. 화학제품은 6.7%, 컴퓨터·전자·광학기기는 4.1% 각각 올랐다. 품목별로 보면 나프타가 68% 급등했다. 에틸렌은 60.5%, 경일렌 33.5%, 경유 20.8%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컴퓨터기억장치는 101.4%, D램은 18.9% 상승했다. 반대로 농림수산품은 3.3% 하락했다. 농산물(-5.0%), 수산물(-2.0%), 축산물(-1.6%)이 모두 낮아졌다. 전력·가스·수도·폐기물은 산업용도시가스(-3.0%)가 내리며 0.1% 하락했다. 서비스는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공급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2.3% 상승했다. 이 지수는 국내에 공급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한다. 원재료(5.1%)와 중간재(2.8%)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다. 수출품까지 포함하는 총산출물가지수도 4.7% 상승했다. 공산품이 7.9% 오르며 상승을 주도했다. 한은은 지난달 급등한 유가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란 협상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향후 흐름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수입물가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6.1% 올랐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17.8%) 이후 28년 2개월 만에 상승폭이 가장 크다.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소비자물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박홍근 장관, “한국 부채 주요국 보다 크게 낮아…IMF 과한 전망”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21일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 부채 비율 증가 지적과 관련, “우리나라 부채 비율은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은 게 사실"이라며 “실제 전망치가 과하게 전망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최근 IMF는 재정 모니터를 통해 한국의 부채비율이 2031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63.1%를 전망하며 '상당한 증가'가 예상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어 “IMF는 코로나19 시절인 2021년 우리의 부채비율을 전망하며 2024년 61.5%를 제시했는데, 실제로는 49.7%였다"고 설명했다.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에 대해 박 장관은 고강도 지출구조조정을 시사했다. 그는 “올해 역대 최대인 27조원 지출구조조정을 했고, 처음으로 의무지출 구조조정도 시작했다"며 “내년도 의무지출 10%, 재량지출 15%까지 지출구조조정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중동 사태 장기화를 예상해 추경을 편성했지만 생각보다 더 장기화될 수 있고 상황 악화가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추가 추경 편성 여부를 말할 수 있겠느냐"며 “누구도 예단할 수 없고, 현재는 이미 편성된 추경을 신속하게 집행해 추경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재정경제부와 기획처가 분리된 것과 관련 그는 “기획처가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예산 편성의 프로세스, 미래전략과 지출구조 조정 등을 집중할 환경이 마련됐다"고 했다. 박 장관은 2045년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수립 계획도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의 미래 모습을 놓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와 전략, 주요 정책 과정을 본격 수립하겠다"며 “올해 안에 2045년의 미래 비전을 국민께 보고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노무현 정부가 2006년 발표한 '비전 2030'을 차별화하고 고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전 2030은 임기 말에 만들었지만, 이제는 정부 초기에 범부처 차원뿐 아니라 정책 수혜자이자 당사자인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방향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인천 톺아보기] 유정복 “소상공인, 보호 넘어 성장 주체로”…인천시 2196억 투입 통합 지원 강화

인천=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인천시가 소상공인 정책의 방향을 '생존 지원'에서 '성장 지원'으로 전환하며 지역경제 활력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정복 시장이 이끄는 시정이 구조적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소상공인을 지역경제의 핵심 주체로 재정의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는 올해 소상공인 지원 시행계획을 통해 총 2196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5대 전략과 17개 과제를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경기 둔화와 소비 회복 지연 속에서도 단순한 보호를 벗어나 자립과 성장을 견인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현장에서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신규사업 확대에 있다. 대표적으로 '골목창업 첫걸음 지원사업'이 새롭게 도입되며 이 사업은 창업 초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인허가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소상공인 250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질적인 비용을 지원한다. 단순 비용 지원에 그치지 않고 군·구, 소상공인 단체,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창업 초기부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후 경영 안정화까지 연계하는 관리체계도 함께 마련된다. 이는 창업 실패 위험을 낮추고 지속 가능한 경영 기반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권 단위 경쟁력 강화도 한층 구체화되며 특히 '맞춤형 상권브랜딩 지원사업'을 통해 5개 상권, 약 1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지역 특성을 반영한 브랜드 전략 수립과 컨설팅을 지원한다. 여기에 '특색간판 지원사업'을 더해 점포 외관 개선과 고객 유입 확대를 동시에 유도한다. 디지털 전환과 판로 확대는 이번 정책에서 또 하나의 핵심 축이다. 시는 '소상공인 e-캠퍼스'를 구축해 창업, 마케팅, 세무·노무 등 실무 중심 교육을 온라인으로 제공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교육 접근성을 높이고, 디지털 역량 격차 해소에 나선다. 판로 지원도 실질적인 매출 증가로 이어지도록 설계돼 '지역방송 협력 판로개척 사업'을 통해 선정된 업체에는 콘텐츠 제작과 송출을 지원해 홍보 효과를 높이고 온라인 플랫폼과 연계한 판매 확대를 유도한다. 이처럼 창업, 상권, 디지털, 판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구조는 단편적 지원의 한계를 넘어 '매출로 이어지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는 기존 금융·복지 안전망도 한층 강화한다. 지난해에는 채무조정 지원을 통해 약 950억원 규모의 채무 부담을 완화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으며 고용보험료 지원과 공제 가입 장려 등을 통해 폐업·노령 등 위험에 대비한 사회안전망도 확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소상공인 복합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원스톱 지원체계가 본격 가동된다. 금융, 상담, 교육 기능을 한 곳에 집적해 창업부터 경영개선, 재도전까지 전 과정을 통합 지원하는 방식이다. 온라인에서는 인천신용보증재단의 종합지원포털 '성장대로'를 통해 각종 지원사업 조회와 신청이 가능하도록 해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인다.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통합 지원체계가 완성되는 셈이다. 유정복 시장은 “소상공인은 지역경제의 뿌리이자 성장의 핵심 주체"라며 “이번 정책은 단순한 생계 지원을 넘어 자생력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권 단위 육성과 디지털 전환을 통해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시의 이번 정책 개편은 소상공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성장의 동력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지역 상권 경쟁력 강화와 경제 활력 회복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정부, 석유 최고가격제 딜레마…“종료 결단할 때”

정부가 중동 전쟁 여파로 급등한 석유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최고가격제 지속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청와대는 가격이 문제일 뿐 최고가격제를 유지한다고 밝힌 반면, 산업부는 이른 시일 내에 종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고가격제를 계속 유지하면 소비 증가와 재정 부담 확대가, 종료하더라도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어 정부로서는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20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4일 4차 석유 최고가격제 고시를 앞두고 가격 인상 여부를 검토 중이다. 지난 10일 시행된 3차 최고가격은 휘발유 리터(ℓ)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2차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됐다. 2차 때 모든 유종 가격을 210원씩 올린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다. 정부는 동결 이유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크고, 민생 물가에 유가가 미치는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최고가 동결 후 기름값은 휘발유 기준 2000원선을 넘어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폭등했던 2022년 5~7월 이후 4년 만이다. 석유 가격을 억눌렀던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오히려 유류 소비가 늘었다는 논란이 일면서 정부의 고심도 커졌다. 산업부는 일단 휘발유·경유 판매량 등 관련 통계를 들어 반박했다.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3월 셋째 주부터 4월 둘째 주까지 주유소 휘발유·경유 판매량은 총 255만2000㎘로 전년(269만1000㎘)보다 12.4% 줄었다는 게 산업부 분석이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4월 첫째 주 판매량이 58만9000㎘로 작년보다 13.2% 줄었고, 4월 둘째 주 판매량도 59만4000㎘로 11.3% 감소하는 등 최근 들어 소비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특정 시점의 단기 수치보다 향후 전체 소비량 추세를 보면서 최고가격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4차 최고가격 고시를 앞두고 가격 현실화, 제도 운용 지속 여부 등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최고가격제 유지 시 가격이 더 오를 것을 예상한 국민들의 소비 증가 논란이 지속되고, 정유사 손실 보전에 따른 재정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면 고유가에 민생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정부는 고심하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도 최고가격제 유지에 따른 부담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가격을 내려놓는 게 100% 잘한 일이냐는 반론은 일리 있는 지적“이라며 "생산 원가와 실제 판매가의 차액 부분을 정부가 다 보전해 주게 되는데 그게 다 국민 세금“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추경)에 정유사 손실 보전 예산 4조2000억원을 반영했다. 당초 최고가격제의 6개월 유지를 전제로 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중동전쟁 장기화로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손실 보전에 따른 추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해진다. 정부가 가격 상한을 설정해 공급가를 억제할수록 국제유가와의 격차가 벌어져 손실이 커지는 구조여서 재정 부담도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격 현실화와 함께 최고가격제 지속 여부를 두고 정부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청와대는 석유 최고가격제 자체는 유지하되 가격 조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5일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은 계속하지만 가격이 문제"라며 “조정이 필요한지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산업부는 최고가격제가 한시적 조치란 점을 분명히 했다. 국제유가 하락세 등 유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최고가 인하도 검토할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전날 한 인터뷰에서 “지금의 최고가격제는 비정상적인 전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한시적 조치일 뿐"이라며 “이 상황이 종료되는 대로 이른 시일 내 제도를 종료시키는 것이 정답"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21일 예정된 미국과 이란의 2주 간 휴전 종료 후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효과와 부작용을 분석해 지속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기름값 2000원대는 국민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인데 정부가 마냥 가격을 누르고 있을 수는 없어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며 “소비 논란과 재정 부담도 커질 수 있어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유지하더라도 일몰 시점을 고려해 언제까지 종료한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도 “최고가격제는 유가 상승 충격을 완화해 가격 안정화 효과를 냈지만, 시장 왜곡으로 물가 자극과 함께 정유사 손실 보전 부담도 커 단기 운용이 맞다"며 “2주 휴전 후 종료 수순으로 가되 원유 도매가 공개는 지속해 가격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환율도, 물가도 ‘금리만으론 한계’...이창용 총재의 마지막 진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4년에 걸친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한은 임직원들은 추억이 담긴 앨범과 꽃다발을 전하고 악수를 나누며 전쟁을 비롯한 큰 사건을 함께한 수장을 환송했다. 이 총재는 20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취임식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작별인사를 드리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통화·재정정책만으로 우리 경제의 안정·성장을 이루기 어려워졌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경제구조 변화로 중앙은행의 정책의 영향력이 줄었다는 것이다. 과거 외환시장이 국내 주식 매수·매도 등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유출입이 좌우했으나, 최근에는 국내 기업·개인·국민연금을 비롯한 거주자 영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가 일명 '서학개미' 발언으로 많은 질책을 받았다면서도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공론화하고, '뉴프레임워크'를 비롯한 제도적 개선에 기여했다고 임기를 돌아본 까닭이다. 그는 △노동시장 △조세정책 △연금제도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을 비롯한 요인도 내국인 해외투자에 끼치는 영향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외환시장 개입 또는 금리정책만으로 환율을 관리하려고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만, 정책당국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주요국 중앙은행 보다 빠르게 물가상승률을 목표 수준(약 2%)으로 되돌리고, 20년 가까이 상승세를 지속한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전환한 것에 대해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비기축통화국 중앙은행 총재 최초로 국제결제은행(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 의장을 맡았던 시간도 돌아봤다. 저출산과 저성장을 비롯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통화·재정정책을 위시한 단기 처방 보다 노동 및 교육 분야 등의 구조개혁으로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해야한다고 제언했다. 반도체와 IT를 비롯한 특정 분야 쏠림 현상에 따른 산업구조 양극화도 우려했다. 한은 임직원들을 향해 지난 4년간 뛰어난 실력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균형발전·청년고용·노인빈곤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 과제를 연구하는 싱크탱크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당부했다. 금융통화위원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불확실성이 높았던 시기 마다 깊은 논의로 방향을 제시하고, 한국형 점도표 공개와 소버린 인공지능(AI) 구축을 포함한 새로운 시도를 지지했다는 이유다. 이 총재 재임기간 한은은 국내 최초로 2번에 걸친 빅스텝(25bp를 초과하는 규모의 인상)을 포함해 1.50%였던 기준금리를 3.50%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취임 직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이 맞물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강하게 발생한 영향이다. 그는 이임식 이후 기자들을 만나 정책 평가 등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기준금리에 대해서는 '인하기에 늦게 내렸고 동결기에는 올리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중앙은행 총재로서 우리 경제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관련 규정에 따라 3년간 한은과 큰 관계가 있었던 곳에 취업할 수 없지만, 경제평론 등을 통해 우리 경제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대통령 인도·베트남 순방에 4대 그룹 총수 동행

이재명 대통령이 19일부터 오는 24일까지 5박 6일간 인도·베트남 순방에 나서는 가운데 4대그룹 총수 등 경제인들도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다. 제계와 청와대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순방을 위해 모두 200명 안팎의 경제사절단을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가 베트남, 한경협이 인도 일정을 각각 맡아 업무협약(MOU) 등을 주관한다. 인도에서 시작되는 순방은 한경협 회장을 맡고 있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동행한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인도·베트남 일정에 모두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인구가 14억 명에 달하는 데다 연평균 경제 성장률도 7%에 달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롯데웰푸드, 오리온 등 국내 대기업들도 인도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사절단은 인도 일정을 마친 뒤 베트남으로 이동한다. 베트남에서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합류한다. 한국의 교역 상대국 가운데 베트남은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교역규모가 세 번째로 크다. 4대 그룹도 현지에 공장 등 인프라를 건립하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현지 공장에서 휴대전화를 생산하고 R&D도 진행하고 있다. SK그룹은 발전소 및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운영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투자확대를 검토하고 있고 LG그룹은 LG전자와 부품사들의 제조클러스터가 베트남에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 도착해 관례에 따라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부장관을 접견하고 동포 간담회에 참석한다. 20일에는 간디 추모공원을 찾아헌화하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소인수 회담, 확대회담을 진행하고 양해각서 교환과 공동언론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韓, 대만엔 밀리고 빚은 선진국 평균 넘는다”...IMF발 경고음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향후 대만과의 격차를 점차 벌리며 뒤처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시작된 소득 역전 흐름이 되돌려지기보다 확대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재정 지표 역시 빠르게 악화되며 선진국 평균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성장 여력은 둔화되는 반면 국가 부채는 더 빠르게 불어나는 흐름이 겹치면서, 우리나라의 기초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경고가 힘을 얻고 있다. IMF가 최근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올해 3만7412달러로 예상된다. 전년보다 소폭 늘지만, 환율 영향 등이 반영되며 기존 전망치보다는 낮아졌다. 한국이 4만달러 선을 넘는 시점은 2028년으로 제시됐다. 핵심은 국가 간 격차의 흐름으로, 대만이 이미 한국을 앞서며 추격이 아니라 격차 확대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IMF는 대만의 올해 1인당 GDP를 4만2103달러로 추정하며 한국보다 먼저 4만달러 고지에 오를 것으로 봤다. 이후에도 격차는 매년 벌어지는 흐름이다. 2031년에는 한국이 4만6019달러, 대만이 5만6101달러 수준에 이르며 격차가 1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순위 흐름 역시 엇갈린다. 한국은 현재보다 한 계단 밀리는 반면 대만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양국 간 위상 차이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은 성장 정체 영향으로 한국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분석됐다. 대만의 약진 배경으로는 반도체 중심의 산업 구조가 꼽힌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대만 경제가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확대에 강하게 연동되며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주요 IB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7%대를 웃돈다. 물가 상승률은 2%를 밑도는 안정 흐름이 예상돼 '고성장-저물가' 조합이 형성되고 있다. 노무라증권의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대만 성장세와 관련해 테크 기업 비중이 높은 구조가 AI 사이클에서 큰 레버리지 효과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과 투자가 함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그는 소비 부진과 양극화 심화는 구조적 한계로 지적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보다 직설적인 경고도 나왔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AI 시대에 메모리 반도체 수출에만 의존해서는 대만 하청업체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크 생태계 확장과 함께 모험자본 중심의 금융 중개 기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구매력 기준으로 비교하면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 IMF는 올해 대만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GDP가 약 9만8000달러로 한국(약 6만8000달러)을 크게 앞설 것으로 추산했다. 향후 10만달러, 12만달러를 차례로 돌파하는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상승하더라도 대만과의 간극을 좁히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이처럼 성장 경쟁력이 흔들리는 가운데 재정 여건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IMF의 '재정모니터' 보고서는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올해 54.4%에서 내년 56.6%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비기축통화 선진국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 40% 이하였던 부채 비율은 이미 빠르게 상승했고, 향후 증가 속도도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향후 5년간 한국의 부채 비율 상승폭은 비교 대상 국가 중 가장 클 것으로 추정됐다. 일부 국가들이 부채를 줄이는 흐름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IMF는 특히 한국의 재정 흐름을 주목하며 “부채 비율의 상당한 증가(significant increases)가 예상된다"고 짚었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재정 관리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 수치에서도 속도 차이는 뚜렷하다. 최근 5년간 명목 GDP 증가율은 연평균 5%대였던 반면, 국가채무는 9% 안팎으로 확대됐다. 경제 성장보다 부채 증가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중심 구조를 넘어서는 산업 확장과 재정의 속도 조절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지 못할 경우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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