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관세 도미노] “멕시코 너마저 50%”…화들짝 놀란 K-철강, ‘감면 조항’에 가슴 쓸어안다

멕시코가 지난주 자국과 자유무역협정 미체결국을 대상으로 최대 50% 관세 부과를 발표하자 철강업계가 화들짝 놀랐다. 중간재 수입에 적용하는 관세 감면 제도로 멕시코발(發) 관세 파고를 극복할 수 있지만, 하나의 경제 권역으로 묶이는 미국과 캐나다가 철강 관세 장벽을 높여 철강시장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내년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정기 공동 검토를 앞두고 멕시코가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움직임에 동참하기 위해 무역장벽을 미국·캐나다 수준에 맞출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한국 철강사들이 미국 현지에 제철소를 확보하는 사업을 북미 철강시장 전략의 하나로 힘을 실을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멕시코 상·하원이 내년 1월 1일부터 USMCA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나머지 국가들을 대상으로 철강을 포함한 전략품목에 관세 5~50%를 적용하는 일반수출입세법(LIGIE) 개정안을 의결했다. 고율 관세 부과 소식으로 철강업계의 근심이 생긴 이유는 멕시코가 한국의 주요 철강제품 수출 국가 중 한곳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한국의 대(對)멕시코 철강제품 무역수지는 15억2974만달러 흑자를 보였다. 멕시코 입장에서는 한국이 무역적자를 초래하는 국가 중 하나라 관세 부과 명분이 충분하다. 한국이 멕시코에 수출하는 제품의 대부분은 산업용 강판재다. 수출 금액은 15억4614만달러로 미국,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멕시코로 향하는 철강제품 중 85.4%를 열연·냉연강판, 아연도금강판 등 강판류가 차지했다. 강판은 자동차와 전자제품 제조, 건축, 선박 건조 등에 주로 쓰여 대체로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꼽힌다. 멕시코에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한국 주력 제조업의 생산 기지가 있다. 품질 등의 문제로 이들 공장에 쓸 철강 제품을 한국 철강사들에게서 조달한다. 철강업계는 당장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재를 포함한 중간재가 산업 진흥 프로그램(PROSEC)과 제조업 수출진흥 프로그램(IMMEX) 같은 관세 감면 제도의 적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PROSEC는 전자와 자동차 등 24개 분야 공정투입용 수입 장비·부품에 0~10% 저율관세를 부여하는 제도다. IMMEX는 해외수출용 수입 원자재·설비에 대해 관세 납부를 임시 유예하고, 수출되면 관세를 면제한다. 멕시코로 향하는 철강 수출품 대부분에 PROSEC와 IMMEX를 적용해왔기 때문에 실제로 관세가 인상되더라도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이에 더해 강판·강대 등의 압연 소재로 쓰이는 철강 슬라브가 LIGIE 개정안에 따른 관세 인상 대상에서 빠졌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멕시코가 운영하는 PROSEC와 IMMEX 같은 관세감면제도의 적용 범위에 한국이 수출하는 철강 품목 대부분이 들어간다"며 “멕시코 정부가 FTA 미체결 국가를 대상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한국 철강사들이 입을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변수는 내년 7월 시작하는 USMCA 정기 검토 작업이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3국은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원산지 요건을 강화하고 노동·환경 관련 조항을 새로 추가해 USMCA를 2020년 7월 발효하고, 시행 6년차와 12년차에 공동 검토하기로 했다. 3국이 사실상 하나의 경제권처럼 자유로운 무역 활동을 하자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서로 무역 관련 규제를 두고 손발을 맞춰야 한다. 문제는 한국의 철강제품 수출 1위와 12위인 미국과 캐나다가 철강 시장의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 4월 모든 철강 수입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6월에는 관세율을 50%로 높였다. 자동차와 반도체 등 다른 제조업 품목과 달리, 철강은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낮출 여지가 전혀 안 보였다. 캐나다는 지난달 USMCA 체결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대해 철강제품의 저율관세 수입할당량(TRQ)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FTA 체결국가는 100%에서 75%로, 비체결 국가는 50%에서 20%로 감축한다. 철로 만든 파생제품에도 25%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결국 멕시코의 낮은 철강 무역 장벽이 유지될 것으로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번 관세 인상 발표가 PROSEC와 IMMEX에 영향을 미칠지도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철강 보호무역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관세 정책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철강시장을 놓칠 수 없는 만큼 한국 철강사들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데도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권역 중 한 곳에 쇳물을 붓는 단계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공정을 갖춘 일관제철소를 확보하면 관세 장벽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2029년 가동을 목표로 연산 270만톤 규모로 전기로 제철소를 건립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포스코는 현대제철 루이지애나주 제철소 사업에 지분 투자 형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포스코는 미국 내에서 자동차용 강판 생산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 미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의 지분을 일부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아제강지주는 9년 전 미국 현지 강관 제조사를 인수해 지금까지 강관 제품을 현지 생산해왔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북미 관세 도미노] 멕시코도 트럼프 흉내내기?…정부·기업 “영향 제한적” 평가 이유는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멕시코까지 자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제품에 최대 50%의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우리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은 당장 반도체, 자동차, 가전 등 주요 품목 수출에 큰 타격을 받을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 관세 정책이 캐나다, 멕시코로 확산되는 '북미 관세 도미노' 현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한국수출의 주요시장인 북미지역의 통상 불확실성이 높이는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1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는 한국·중국 등 자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나라를 대상으로 '전략품목' 수입품 관세를 인상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현재 0∼35%대로 책정된 품목별 관세율을 최대 50%까지 높인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정부가 주도한 법안이라 내년 1월부터 바로 시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구체적인 관세 품목과 관세율은 관보 공개 이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우리 산업계는 자동차 부품, 철강 및 알루미늄, 플라스틱, 가전, 섬유 등이 멕시코 관세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멕시코 정부는 지난 9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치 관세를 차등해 부과하는 안을 발표했다. 당시 17개 전략 분야 1463개 품목을 선정했는데 국내 해당 품목들이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멕시코 중앙은행과 경제부 자료 등을 보면 한국은 관련 자료가 발표된 1993년 이후 내내 멕시코를 상대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3분기까지 120억9800만 달러(약 17조8000억원) 가량 흑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산업계는 멕시코의 관세 폭탄 조치에 당장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멕시코가 이번에 관세 인상안을 통과시키면서 수입 중간재에 대해 관세감면제도를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철강업을 꼽을 수 있다. 우리 철강제품 중 산업용 강판재의 멕시코 수출 순위는 미국,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5위를 차지하고 있고, 대(對)멕시코 무역수지는 올해 1~10월 기준 15억2974만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멕시코 입장에서는 무역적자를 초래하는 한국에 관세 인상 명분이 충분하다. 그러나, 국내 철강업계는 멕시코의 관세 인상에 당장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철강재를 포함한 중간재가 산업진흥프로그램(PROSEC), 제조업 수출진흥 프로그램(IMMEX) 같은 관세감면제도의 적용 대상이어서 0~10% 저율관세가 매겨지거나 관세 납부 임시유예, 수출 시 관세 면제 등 혜택이 주어진다. 강판·강대 등 압연소재로 쓰이는 철강 슬라브는 아예 관세 인상 대상에서 빠졌다. 산업계는 멕시코가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국이긴 하지만 이번에 관세인상 대상인 전략품목으로 지정할 만한 제품이 넘어가는 경우는 드문 점도 제한적인 관세 영향 근거로 꼽는다. 이미 우리나라 자동차·가전 업체들은 멕시코를 미국 수출을 위한 생산기지로 활용되고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멕시코의 케레타로, 티후아나 등 현지 공장을 통해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TV 등을 만들고 있다. 멕시코를 북미지역에 판매되는 가전·TV의 생산 허브로 삼고 있다. LG전자 역시 몬테레이, 레이노사, 멕시칼리 등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확보해 가전, TV·디스플레이 등을 만들어 주로 미국으로 수출한다. 기아의 경우, 몬테레이에 연산 40만대 규모 공장을 건설해 운영하면서 K3, K5 등 승용 모델을 생산·판매하는 글로벌 거점으로 삼고 있다. 우리 정부도 멕시코의 이번 관세 조치가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기아 등의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완제품에 쓰일 중간재가 주로 수출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멕시코의 관세 확대 법안이 지난 9월 처음 발의됐을 때와 비교해 세부 조건들이 상당히 완화됐다는 점도 우리 정부의 제한된 영향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지난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박정성 통상차관보 주재로 개최한 멕시코 관세 인상 관련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도 참석 기업들은 정부의 분석에 공감대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점검회의에는 삼성전자, 현대차·기아, LG전자, 포스코 등 멕시코 수출 주요기업과 한국무역협회, 한국철강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 수출지원 유관기관도 함께 자리했다. 일각에서는 멕시코 셰인바움 정부의 관세 인상 행보가 미국과 관계 개선을 노린 통상외교적 제스처로 해석하면서 오히려 한국 기업의 이익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업계는 멕시코의 관세 인상안이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인 USMCA 관련 논의를 앞두고 셰인바움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하기 위한 카드의 하나로 해석한다. 상대적으로 관세가 낮은 멕시코를 우회해 수입되는 한국·중국 수입품에 불만이었던 미국과 USMCA 협상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셰인바움 정부가 이번에 관세 인상을 단행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관세 인상 효과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멕시코가 미국과 통상관계를 개선하면 현지에 생산기반을 둔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오히려 미국 관세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멕시코까지 북미 지역에서 확대된 '관세 장벽'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은 주요 수출품목 산업뿐 아니라 국내 수출품목 전반에는 분명히 악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현지 생산기반을 확보한 기업을 제외한 국내에서 제품을 만들어 멕시코로 수출하는 다른 업종들에는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요인이다. 우리나라와 멕시코는 2006년께부터 FTA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현재 동력을 상실한 채 교착 상태에 놓여 있다. 산업통상부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업계 및 현지 공관 등과 협력해 이번 관세 인상 조치에 따른 영향 최소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영풍 “개인 투자사 ‘청호컴넷’ 엑시트, 고려아연 자금 동원” 의혹 제기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지창배 전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를 상대로 회사 자금 유용 및 배임 의혹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영풍은 최근 공시 자료와 판결문과 기업 간 자금 흐름을 분석한 결과, 최 회장과 지 전 대표가 청호컴넷 투자금 회수와 사익 실현을 위해 고려아연 자금 200억 원을 우회적으로 사용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영풍에 따르면 2019년 최 회장의 개인 투자조합인 '여리고1호조합'은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청호컴넷의 지분을 매입해 3대 주주에 올랐다. 이후 청호컴넷은 자회사 '세원'을 신설 법인인 '에스더블유앤씨(SWNC)'에 200억 원에 매각했는데, 영풍 측은 이 매각 대금의 출처가 고려아연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고려아연이 세원 주식을 담보로 SWNC에 200억 원을 대여해줬고 이 자금이 청호컴넷으로 흘러들어가 재무 구조를 개선시켰다는 것이다. 이후 청호컴넷 주가가 급등하자 최 회장 측은 지분을 전량 매각해 시세 차익을 실현했다는 게 영풍 측 설명이다. 영풍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빌려준 200억 원의 상환 과정 역시 석연치 않다"며 “고려아연이 출자한 사모펀드 '아비트리지 1호'가 SWNC에 자금을 댔고, 그 돈으로 다시 고려아연 차입금을 갚는 이른바 '자기 자금 상환' 구조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영풍은 이번 건을 최 회장과 지 전 대표 개인의 이익을 위해 회사 자금이 동원된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배임·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 조치하는 한편 금융 당국에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포항제철 창립 멤버’ 황경노 포스코 2대 회장 별세…향년 96세

창립 준비 단계부터 포항제철에 헌신한 황경노 포스코 2대 회장이 12일 향년 96세로 별세했다.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황 전 회장은 포항제철소 창립 멤버이자 초대 기획관리부장으로서 경영관리 전반에 걸친 포스코의 기틀을 마련했다. 황 전 회장은 1972년 상무이사로 승진한 뒤 1977년 회사를 떠나 동부산업 회장, 제철엔지니어링 회장을 역임했다. 1990년 포항제철 상임고문으로 복귀한 뒤 부회장을 거쳐 1992년 제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황 전 회장은 포항제철 창립 초기 자금 확보를 위해 정부와 국회를 수차례 설득했고, 철강공업육성법 제정에도 기여했다. 황 전 회장은 '최소 비용으로 최고의 회사'와 '선공후사' 정신을 경영 철학으로 삼아 포스코의 성공을 국가경제 기여와 후배들의 발전으로 연결시키는 데 평생을 바쳤다. 그는 철탑산업훈장과 동탑산업훈장, 금탑산업훈장, 충무무공훈장, 화랑무공훈장 등을 받기도 했다. 고인의 장례는 포스코 회사장으로 치를 예정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철강협회, 건설기술硏·강구조학회와 모듈러·강구조 분야 ‘맞손’

한국철강협회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강구조학회와 경기도 일산 건설기술연구원 본원에서 모듈러건축 내화성능 향상과 강구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3개 기관은 각자 보유한 자원과 역량을 활용해 모듈러 건축물의 내화성능과 주거품질을 향상시킬 기술을 개발하고, 강구조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는 등 전방위적 협력을 약속했다. 참석자들은 협약 체결 후 건설기술연구원의 구조실험동과 폴더블 모듈러 주택 등 최신 실험 시설을 함께 둘러봤다. 철강 소재를 활용한 미래 건설 기술의 현장 적용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세 기관은 앞으로 △모듈러 화재·구조·품질 공동 연구 △강구조 성능 검증·실용화 기반 마련 △관련 제도 개선 사항 발굴·대정부 건의 △공동 세미나·교육 추진 등 구체적인 협력 과제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경호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은 “대한민국은 세계 6위의 철강 강국으로서 지난 반세기 동안 국가 기간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며 “건설과 철강의 미래 성장동력인 모듈러 건축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철강업계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산업 분석] 철광석 가격 폭락의 역설…포스코홀딩스, 내년 ‘원가 절감’ 날개 단다

국내외 철강업계가 혹한기에 처해 있는 가운데 포스코홀딩스가 아이러니하게도 체질 개선의 기회를 맞고 있다. 글로벌 철광석 시장에 닥친 '공급 폭탄'이 역설적으로 국내 고로 철강사들에게는 강력한 원가절감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반덤핑 관세 장벽과 리튬 사업의 바닥권 탈출 신호가 더해지며, 내년에 포스코홀딩스가 '불황형 흑자'를 넘어 구조적 턴 어라운드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 철강 원자재 시장의 최대 화두는 아프리카 중서부 작은 나라 기니의 '시만두(Simandou)' 프로젝트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시만두 프로젝트는 지난 11월 첫 선적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산 증대 구간에 진입한다. 완공 시 연간 1억2000만톤, 글로벌 교역량의 약 7%에 달하는 물량이 시장에 쏟아진다. 문제는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내년 전 세계 철광석 공급은 올해보다 약 5000만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수요 증가분인 약 2600만 톤을 두 배 가까이 압도하는 수치다. 따라서, 철강 원자재 시장에서는 철광석 가격이 톤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러한 공급 과잉의 배경에는 중국의 '자원안보 전략'이 깔려 있다. 중국은 국영 구매기관인 중국광물자원그룹(CMRG)을 통해 구매 창구를 단일화하면서 기존의 발레·리오틴토·BHP·FMG 등 '박 4'가 독점하던 가격 결정권을 흔들고 있다. 철광석 가격 하락은 광산 업체에겐 악재지만 원재료 비중이 높은 포스코홀딩스와 같은 고로 업체에는 마진을 개선할 수 있는 확실한 호재다. 원가 부담이 줄어든다고 해도 제품 판매가격이 무너지면 소용이 없다. 그동안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한국으로 밀려들어온 중국산 저가 철강재는 국내 철강사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주범이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정부는 지난 4월 중국산 후판에 이어 9월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에 약 30%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실제로 관세 부과 이후 열연강판의 수입 물량 감소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입 재고가 소진되는 1~2개 분기의 시차를 고려하면 내년부터 무역장벽의 효과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는 원가(철광석)는 떨어지고 판가(제품 가격)는 방어되는 구조를 만들어 포스코홀딩스의 철강 부문 수익성을 지지하는 핵심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철강 부문이 바닥을 다지는 사이 포스코그룹의 신 성장 동력인 2차 전지 소재 부문에서도 반전의 신호가 감지된다. 올해 내내 포스코홀딩스의 발목을 잡았던 리튬 가격 하락세가 멈췄기 때문이다. 시장 분석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중국 정부의 공급 제한 조치가 있었던 지난 7월을 기점으로 바닥을 확인했다. 중국 정부는 리튬을 전략 광물로 지정하고 채굴 허가권을 중앙 정부로 일원화하는 등 공급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내년의 수급 상황이다. 메리츠증권은 2026년 글로벌 리튬 공급 증가율(22%)보다 전기차(30%) 및 ESS(23~100%) 등 전방 산업의 수요 증가율이 더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수급 역전'이 발생하며 리튬 가격의 구조적 반등이 예상된다. 이는 곧 포스코홀딩스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으로 직결될 가능성을 높인다. IM증권은 내년 포스코홀딩스의 실적 개선 요인으로 포스코E&C의 흑자 전환과 더불어 2차전지 소재 부문의 적자 폭 축소를 꼽았다. 물론 당장 올해 4분기 성적표는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연결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3300억 원으로 컨센서스를 밑돌 전망이다. 건설 자회사 포스코이앤씨의 손실과 2차전지 소재 재고평가 손실 등이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해서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현재의 부진보다 내년의 회복 탄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철광석 하락·리튬 반등 등 원자재 시장의 판도 변화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책인 반덤핑 관세가 맞물리며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 2조1000억 원 대비 6000억 원 가량 늘어 2조7000억 원 수준으로의 개선이 예상된다. IM증권은 “중국산 저가 철강 유입은 부담이나 리튬 부문의 구조적 턴어라운드가 기업 가치 회복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광석 가격 하락이라는 거시적 변화와 리튬 사업의 턴어라운드가 만나는 2026년, 포스코홀딩스가 소재기업으로서의 재평가를 받아낼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컬러강판 후면 제조사·원산지 표기 자율 시행

제강사들이 건축물 외장재로 쓰이는 컬러강판에 대한 제조 이력을 제품에 남기는 사업을 통해 국내 시장 품질 관리에 나섰다. 동국씨엠과 KG스틸, 포스코스틸리온, 세아씨엠 등 한국철강협회 강건재클럽 회원사들은 자사에서 생산하는 건재용 컬러강판 후면에 제조사와 제품명, 원산지를 직접 표기하는 자율 사업을 전면 시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샌드위치패널과 지붕재 등 건축물 외장재로 쓰이는 컬러강판은 완성된 제품 상태에서 육안으로 강판 두께나 도금량 등 품질 확인이 어렵다는 특성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해왔다. 특히 품질 기준에 미달한 일부 수입 컬러강판이 국산 제품으로 둔갑해 유통되면서 건축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을 위반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강건재클럽 회원사들은 단순한 단속이나 규제 강화 중심의 방식이 아니라 수요 업체와 소비자가 직접 컬러강판의 정보를 확인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자율적 검증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으로 내년 1월 이후 생산·입고되는 컬러강판 후면에는 일정 간격으로 제조사명, 제품명, 제조국이 레이저 방식으로 직접 표기된다. 해당 컬러강판으로 제작된 건자재는 현장 시공자가 샌드위치 패널 이음부 또는 지붕재 후면에서 제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강건재클럽은 앞으로도 우수 국산 건자재의 올바른 사용 촉진 캠페인을 벌이고 시방서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이번 자율 표기제는 국산 건축자재의 품질 우수성을 증명하는 동시에 저품질 자재로 인한 화재·붕괴 등 안전사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국민 안전에 집중했다"며 “건재용 컬러강판 공급망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단독] 뉴 스페이스 기업에 ‘선진국 수준 감세’ 추진

우주항공청(KASA)이 민간 주도 우주 시대인 '뉴 스페이스(New Space)'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관련 기업들에 대한 전방위적 세제 혜택안을 마련하고 있다.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과 높은 기술 리스크를 안고 있는 민간 기업들에게 관세·부가세 감면과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해 세액 공제라는 확실한 '당근'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따라 달 착륙을 목표로 한 발사체 사업자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부터 소형 위성·발사체 스타트업인 쎄트렉아이·이노스페이스 등 국내 우주 대표 선수들이 진행 중인 핵심 프로젝트들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10일 본지 취재 결과 우주청 임무지원단은 지난 7월 31일 사단법인 한국조세법학회와 '우주 분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세 감면 방안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과업 예산은 5000만 원이며, 연구는 내년 1월 말 마무리된다. 한국조세법학회는 현재 미국·유럽 연합(EU)·일본 등 우주 선진국의 조세 감면 사례를 전수 조사 중이다. 실제 주요 우주 선진국들은 민간 주도 우주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민간 기업의 광범위한 연구 및 개발(R&D) 활동에 대해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고, 우주 발사장 인프라 건설을 위한 채권의 이자 소득을 면세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일본의 경우 우주 기술 분야 투자에 대해 최대 40%의 세액 공제를 추진하며 '우주 전략 기금'을 조성해 향후 10년간 관련 연구 기관과 기업을 지원한다. 캐나다는 항공우주 부문에 대한 정부의 R&D 자본·장비 투자에 상당한 세제 혜택을 제공해 연구·개발을 장려하고 있고, 룩셈부르크는 민간의 우주 자원 소유권을 인정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민관 협력 파트너십·세제 혜택 등 제도적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조세법학회는 △우주 물품 수입 시 관세 감면 △우주 기기 제작·공급 관련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 △R&D 투자 세액 공제 강화 등 '한국형 우주 세제 지원안'을 도출하고, 조세특례제한법 등 관련 법령 개정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곳은 국가 주도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막대한 R&D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체계 종합(SI) 기업들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 고도화 사업을 넘어 2032년 달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재사용이 가능한 '차세대 발사체(KSLV-III)'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발사체 엔진·단 조립에 들어가는 특수 소재와 부품의 상당수가 고가인 만큼 R&D 세액 공제와 부품 수입 관세 감면은 사업 수익성 개선에 직결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차세대 중형 위성 개발과 양산을 주도하고 있고, 최근에는 초소형 합성 개구 레이더(SAR) 위성 등 국방·민수용 위성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 발사체 총조립 경험을 바탕으로 공중 발사체와 우주 발사체 관련 선행 연구를 지속하고 있어 혜택권에 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업들은 막대한 R&D 비용을 지출하고 있어 세액 공제율이 상향될 경우 영업이익 개선 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위성의 '눈'과 '귀'를 만드는 기업들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한화시스템은 정부의 '초소형 위성 체계' 사업에 참여해 고해상도 SAR 위성을 개발하고 있고, 저궤도 위성 통신망 구축을 위한 '우주 인터넷' 기술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한국형 위성 항법 시스템(KPS) 관련 탑재체 기술과 위성 통신 단말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어 관련 정밀 부품 수입 시 관세 혜택이 절실하다. 위성 통신 안테나 분야 글로벌 1위인 인텔리안테크는 원웹(OneWeb) 등 글로벌 저궤도 위성 사업자들에게 사용자 단말기를 공급하고 있다. 평판형 위성 안테나 등 차세대 제품 R&D·제조 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이 이뤄질 경우 글로벌 가격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견·스타트업들에게 이번 정책은 '생명수'와 같다. 국내 유일의 소형 우주 발사체 전문 기업 이노스페이스는 상업 발사체 '한빛(Hanbit)' 시리즈(한빛-나노 등)를 통해 글로벌 발사 서비스 시장을 공략 중이다. 발사체 제작 단가를 낮추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부품·원자재에 대한 부가세·관세 감면은 가격 경쟁력 확보의 열쇠가 된다. 국내 최초 위성 수출 기업 쎄트렉아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해상도를 자랑하는 상용 지구 관측 위성 '스페이스아이-T(SpaceEye-T)'를 개발해 발사를 앞두고 있다. 당국의 정책이 현실화 되면 위성 본체·탑재체 개발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컨텍은 전 세계에 우주 지상국(Ground Station)을 구축해 위성 데이터를 수신·처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해외 지상국 구축·장비 운용 과정에서의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이 밖에도 초소형 군집 위성 시스템·위성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와 국산 위성 탑재체 부품 및 위성 휴대폰을 제조하는 AP위성 등도 R&D 비용 부담을 덜고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는 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수출입 관련 세제 지원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우주청 관계자는 “초기 투자 비용이 높고 기술 난도가 높은 우주 산업 특성상 민간의 자발적 진입이 어렵다"며 “조세 감면을 마중물 삼아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자의 눈] 산업용 전기요금 내린다면…‘파괴적 혁신’ 마중물 돼야

전기요금 때문에 산업계가 아우성이다. 지난해 말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h)당 185.5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2022년 1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75.8%나 올랐으니 불만이 나올 만하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산업용보다 더 비쌌던 구조도 어느 순간 역전된 상황이다. 전기요금에 쏟아지는 아우성은 업황 부진에 빠진 철강과 석유화학 업계에서 가장 크게 들린다. 유관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철강은 탄소 배출을 줄이려 석탄을 연료로 쓰는 고로 대신 도입한 전기로 가동으로 전기요금 부담이 늘고 있다. 석화도 설비 규모가 워낙 거대해 전체 매출의 5%가량(2025년 2분기 기준)이 전기료로 빠져나간다. 전기료를 한시적으로라도 깎아주면 철강 및 석화 기업들이 사업 체질을 개선하는 데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렇다고 전기료 인하가 단순히 철강·석화업계의 '버티기용 수단'이 될 순 없다. 반대 논리가 만만치 않아서다. 당장 발전사들은 내년부터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부담이 커진다. 재생에너지 발전 인프라 구축에 투자해야 하기에 지출 요소가 크다. 또한, 미국 등 주요국가들이 전기료 지원을 국가 보조금 지원으로 간주해 자국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불공정 무역'을 핑계로 제재를 가할 경우 우리 정부와 업계에 통상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한국의 저렴한 전기요금이 사실상 철강업계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효과와 같다는 논리로 무역 조치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같은 전기요금 인하 반대 논리를 돌파할 만한 유인책으로 국내 철강·석화사들이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수퍼 을(乙)'이 되는 것을 떠올려 본다. 범용 메모리로 성장해 온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미국 빅테크의 러브콜을 받고, 반도체 장비 제조사들이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현재 모습을 철강과 석화산업이 본보기 삼았으면 하는 '상상'이다. 전기료 감면으로 마련한 '버티기 체력'을 연구개발에 쓰고, 이를 통해 개발한 혁신소재를 해외시장에서 무역 제소를 피할 지렛대로 삼자는 것이다. 갈수록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 속 생존법이 결국 '국내 공급망 강화'라는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철강과 석화업계는 '파괴적 혁신'을 고민해볼 시점이다. 소재 연구개발은 당장에 바짝 투자한다고 성과를 낼 수 없다. 기초·응용 과학 같은 학문적 토대부터 복원하고, 어떤 소재 개발에 집중할 지를 민관이 판단해 과감히 투자하는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기료 감면 정책을 철강·석화산업의 단기성 버티기 수단이 아닌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소재 경쟁력을 강화하는 마중물로 일대 전환하는 '파괴적 혁신'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수퍼 을 전략'의 큰 그림 속에서 전기료 감면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대한민국 기술로 만든 고속철도차량이 사상 처음으로 해외 수출길에 올랐다. 10일 현대로템은 경남 창원시 마산항에서 '우즈베키스탄 고속차량 초도 편성 출항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잠쉬드 압두하키모비치 호자예프 우즈베키스탄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양국 주요 정관계 인사와 현대로템 임직원들이 참석해 국산 고속철의 첫 세계 무대 진출을 축하했다. 이번에 선적된 차량은 현대로템이 지난해 6월 우즈베키스탄 철도청과 체결한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공급 계약의 초도 물량이다. 현대로템은 첫 수출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생산 관리와 부품 협력사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예정보다 앞당겨 차량을 출고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지난 30여 년간 KTX-산천부터 KTX-이음(EMU-260), KTX-청룡(EMU-320) 등을 개발·양산하며 축적해 온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가 뒷받침된 결과다. 특히 설계부터 구매,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에 KTX-이음의 양산 경험을 적용해 공정 효율을 극대화했다. 김정훈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사업본부장(전무)은 기념사에서 “오늘 출항식은 국내에서 축적해 온 고속차량 기술 역량을 처음으로 세계 무대에 선보이는 매우 뜻깊은 자리"라며 “우즈베키스탄 고속차량은 양국의 협력과 우정을 상징하는 결과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즈베키스탄에 공급되는 고속차량은 총 42량(7량 1편성) 규모다. 국내에서 운행 중인 'KTX-이음'을 기반으로 하되, 우즈베키스탄의 철도 환경과 기후 특성에 맞춰 설계를 최적화했다. 우선 현지의 넓은 철도 폭에 맞춰 '광궤(1520mm)'용 대차를 적용했다. 또한 사막 기후의 특성을 고려해 고온과 미세한 모래 바람을 견딜 수 있도록 방진 설계를 강화하고 엔진과 주요 부품의 내구성을 높였다. 이 차량은 향후 총 1286km에 달하는 현지 장거리 노선에 투입돼 기존의 동력 집중식 차량(스페인산)을 대체하며 교통 인프라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번 수출 성사는 민관 협력의 결실로 평가받는다. 현대로템은 국내 부품 협력사들과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바탕으로 고속차량의 국산화율을 9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이러한 높은 국산화율과 국내 산업 생태계에 미칠 낙수효과는 정부의 양허성 수출 금융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술력과 금융 지원이 결합해 글로벌 고속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셈이다. 현대로템은 이번 우즈베키스탄 수출 실적을 발판 삼아 해외 고속철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모든 차량이 현지에 안전하게 인도되고, 이후 유지보수까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내 협력 업체들과 함께 'K-고속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방산에 이은 철도 한류를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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