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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심이 7월 1일부로 신라면, 새우깡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한다는 소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신라면 가격 인하는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었고, 새우깡 가격 인하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가격 인하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 추 부총리는 이달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지난해 9~10월 (기업들이 라면값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정부가 하나하나 원가를 조사하고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 문제는 소비자 단체가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상 라면업체들을 향해 가격 인하를 권고한 셈이다.
사기업의 가격 결정권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일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서민이 자주 찾고 먹거리 물가에도 즉각 영향을 미치는 식품기업들이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는 즉각적으로 가격을 올리다가 원재료가가 하락할 때는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적은 듯하다.
정부의 가격 인하 권고가 당황스러운 라면업계와 달리 은행권은 이러한 상황이 너무나도 익숙하다. 특히나 식품업계는 원재료가 인하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은행권은 한국은행이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10차례에 걸쳐 인상했음에도 금융당국으로부터 금리 인하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금리 상승기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것을 근절하고, 예대금리차 확대로 인한 지나친 이익 추구를 근절하라는 게 당국 발언의 요지다. 금리 인하뿐만 아니다. 당국이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선임은 물론 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은행, 금융사의 세세한 내부 살림에도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최근 은행들이 청년도약계좌를 내놓은 것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공약에서 청년들에게 자산 형성 기회를 만들어주겠다며 도입을 약속한 영향이 컸다.
그간 시중은행들은 주인 없는 회사라는 이유로 다른 업종에 비해 유독 당국의 간섭에 휘둘리는 경향이 있었다. 당국이 적절한 수준의 메시지를 내놔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때로는 당국의 시각들에 지나침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식품업계의 사례에서 보듯이 민생 경제를 위해서는 업권 간에 차별적인 시선, 편파적인 시각을 어느 정도 절제할 필요가 있다. 정작 서민 물가에 영향을 주는 기업들의 꼼수에는 눈을 감은 채 주인 없는 회사니까, 은행이니까, 금융지주사니까 당국의 말에 따라야 하고, 은행권은 이자 장사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당국이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편파적인 시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또 한 가지, 은행을 넘어 다른 업권으로 확대된 정부의 권고 발언과 이로 인한 기업들의 가격 인하 행보가 부디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식품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정답을 정해두지 않고, 가격 인상의 적정선은 무엇인지, 그 근거가 타당한지, 인상 요인과 인하 요인은 무엇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