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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주식 공부에 대한 회의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얼마 전 오랜만에 한 지인을 만났다. 오랜 기간 간간히 문자로만 소식을 주고받았기에, 지인이 주식투자에 상당히 관심이 있었다는 최근에야 알게 됐다.그런데 꽤 ‘구력’이 오래됐다는 지인의 말이 조금 충격적이었다. 자신은 주식 종목의 수익성·사업성 등을 평가하는 ‘기본적 분석’을 전혀 믿지 않으며, 차트의 형태를 해석하는 ‘기술적 분석’만을 맹신한다는 것이었다. 언뜻 비슷한 이슈를 두고도 이 종목은 주가가 오르고, 저 종목은 주가가 내려가는 것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아서라는 이유다.물론 경력 있는 주식 투자자들이 나름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차트 분석을 맹신하는 경우는 흔하다. 그러나 명색이 증권 기자라는 필자가 지인의 발언에 그럴듯한 반박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스스로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필자는 여전히 기업 내재 가치의 객관적 평가를 바탕으로 주식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증시 동향을 살펴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최근 코스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에코프로만 보더라도 그렇다. 한창 에코프로에 대한 고평가론이 일던 지난 5월, 지금이라도 에코프로에 올라타야 할 것 같다던 친구를 필자가 뜯어말린 일이 있었다. 그러나 에코프로의 주가는 당시 50~70만원선에서 현재 110만원대까지 올라갔고, 그때 에코프로를 매수하지 않은 친구는 아직도 필자에게 볼멘소리를 늘어놓고 있다.이렇게 국내 증시에서 이론을 벗어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이 객관적인 주식 이론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더욱더 주식에 대한 공부를 기피하게 되는 것 같다. 건전한 주식투자 문화가 사회에 정착하는데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다. 이는 나아가 주식투자에 대한 신뢰성, 예측 가능성에 대한 마이너스(-)로 작용해, 국민 자산 증식에 있어 금융투자라는 수단이 또 부동산을 넘어설 수 없는 또 하나의 벽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suc@ekn.kr

[기자의 눈] 설계부터 치열한 압구정 재건축 수주 쟁탈전

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3(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사 선정을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해안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과 희림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기호 순)이 한판승을 벌인 결과 희림건축이 웃었지만, 과정이 탐탁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용적률이 300%냐, 360%냐를 두고 진실공방전을 벌인 탓이 크다. 오세훈표 정비사업인 신속통합기획을 적용한 압구정3구역 재건축은 용적률 상한선이 300%인데 희림건축이 360%가 가능하다고 이를 제안했다. 이에 해안건축은 홍보기간 내내 홍보관을 폐관하며 조합에게 설계공모지침을 어긴 상대사 실격처리를 요구했다. 반면 희림건축은 공모기준에 인센티브를 적용해 용적률을 상향시킬 수 있다며 자사 설계홍보에 열을 올리니 조합원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재건축 현장이 혼돈의 도가니가 됐다. 앞서 서울시는 희림건축이 건축설계 공모 지침을 위반해 사기미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투표 전날에도 긴급 브리핑을 열어 압구정3구역 공모 절차를 중단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희림건축이 막판에 용적률을 360%에서 300% 하향 조정안을 제시했으니, 오히려 서울시에게 빌미만 잡혀 재공모를 해야 한다는 등 차후 진행을 더디게 만든 것이다.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조합은 이제 시공사 선정을 준비해야 하나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공사 선정은 얼마나 더 치열할지 눈에 훤하다. 이미 지난해 용산 한남2 재정비촉진구역을 두고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크게 한판 벌인 일을 우리는 기억한다. 시공사로 선정됐던 대우건설이 고도제한(90m 이하)에 어긋나는 ‘118프로젝트’(높이를 118m까지 올리는)를 선보이며 이번 설계 수주전이 당시와 평행이론을 걷는 모습이다. 다만 이때는 서울시가 이렇게까지 강하게 개입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압구정 재건축은 국내 최고 명품단지로 탈바꿈하게 될 단지이기에 서울시가 강력히 제지에 들어간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당연히 원칙이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다. 아님 또 다른 모종의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원칙을 지킨 설계사와 조합 편의성 극대화를 강조한 설계사의 싸움은 후자에게 돌아갔다. 이제는 향후 있을 신통기획을 적용한 압구정 1·4·5구역 설계사 선정과 그 이후에 있을 시공사 선정까지, 공정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수주전이 펼쳐지길 기대한다.김준현 ㅇㅇ

[기자의 눈] ‘AI 패권전쟁’ 시작…규제보단 지원 절실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열풍을 일으키며 전 세계 AI 패권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들이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 실정은 지원보단 규제 일색이다. 지난 13일 정부는 민간기업과 처음으로 AI 관련 컨퍼런스를 공동 개최했다. 첫 파트너는 국내 기업이 아닌 글로벌 빅테크 공룡 ‘구글’이었다.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은 앞다퉈 축사를 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구글의 공동 인재 양성 추진 계획도 발표되는 등 행사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 대한민국을 향한 해외 빅테크 기업들의 러브콜이 쏟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구글뿐만 아니라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도 한국 시장 공략을 시사했다.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협력 확대와 인재 양성 지원은 환영할 일이지만, 취재를 마치고 행사장을 나오면서 내심 씁쓸했다. 막대한 기술력과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빅테크의 참전에 꺾여버린 토종 기업들의 사례를 이미 무수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AI 시장이 구글과 애플이 양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처럼 돼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이 자체 초거대 AI를 구축하고 킬러 서비스를 선보여야 ‘AI 식민지’로 전락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술 주권을 빼앗길 경우 데이터 국외 반출 우려, 비용 면에서 손해 발생 가능성도 제기한다. 앞서 국내 앱 생태계는 구글·애플의 수수료 인상에 한바탕 몸살을 앓았으며, 현재 챗GPT의 경우 영어보다 한국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비용 부담이 더 크다. 국내 AI 기술은 전 세계 6위, 초거대AI는 미국·중국에 이어 톱3에 들 만큼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와 카카오 ‘코GPT’를 비롯해 LG, SKT, KT 등도 초거대AI를 개발 중이다. 이들 기업은 자국 서비스 경쟁력을 위해 ‘사명감’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한다. 무조건 외산 서비스를 이용하지 말라는 게 아니고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테니 지켜봐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글로벌 빅테크의 한국 시장 진입을 제어할 방법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AI 기술 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만큼 정부도 공공영역에서 국내 기업과 협업을 통한 투자 확대나 세제 혜택 등의 전략적인 지원은 가능하다. 정치권에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업 때리기’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 대한민국의 ‘AI 주권 확보’를 위한 대비책 마련에 주목해 주길 바란다. sojin@ekn.kr반명함 윤소진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1군 발암물질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인공감미료 ‘아스파탐’ 공포가 쓸고 간 자리에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무(無) 아스파탐’을 내건 술 제조업체 마케팅이 등장한 것이다. 경쟁사가 아스파탐 대체제를 찾느라 분주한 사이 아스파탐 없는 술을 내걸고 홍보에 나선 일부 막걸리 제조사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아스파탐 발암가능물질 분류 관련 기사를 보도한 이래 일부 막걸리 제조업체들은 제품 홍보를 위해 무아스파탐을 강조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실제로 배상면주가는 지난 5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7월 한 달 간 아스파탐을 넣지 않은 막걸리 전 품목을 10% 할인된 가격에 선보인다"며 프로모션 소식을 알렸다. 같은 날 편의점 CU와 손잡고 막걸리 신제품을 내놓은 더본코리아도 보도자료에서 "쌀과 물, 발효제 3가지 재료만을 사용했으며 아스파탐 등 감미료를 일정 사용하지 않아 쌀 고유의 담백한 단맛만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아스파탐을 뺀 막걸리를 이른바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로 삼은 점이다. 물론, 식품·유통가에서 발암물질로 낙인찍힌 아스파탐을 줄줄이 ‘손절’ 중인 상황에서 틈새시장을 노려 매출 확대에 나선 점은 현명하다. 다만, 이들 업체가 홍보하는 품목이 주류라는 점에서 역으로 소비자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술(알코올)은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분류한 ‘1군 발암물질’로 꼽힌다. 막걸리는 5도~11도에 이르는 알코올 도수를 지닌 엄연한 술이다. IARC는 발암물질을 그 위험도에 따라 1군·2군·3군으로 분류한다. 1군은 ‘확정적 발암 물질’로 가공육·술 등이 속하며, 발암성 측면에서 상관관계가 있다고 공인된 물질을 뜻한다. 아스파탐이 포함된 2B군은 발암 가능성은 있지만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물질을 의미한다. 등급만 보면 아스파탐이 1군 발암물질인 술보다 발암 위험도가 낮다는 말이다. 또, 과거 2B군으로 분류된 사카린나트륨과 커피가 각각 3군(발암성 여부를 판단할 증거가 없는 물질)으로 재분류되거나 아예 제외된 것처럼 추후 유해성 논란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아직 과학적 근거도 부족한 인공감미료를 발암물질로 악마화하고 소비자 혼선을 일으키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inahohc@ekn.kr조하니 기자 조하니 유통중기부 기자

[기자의 눈] 암치료제 무상제공 유한양행의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유한양행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차 치료제 허가를 받은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를 국민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될 때까지 원하는 환자에게 무상 제공하겠다고 밝혀 폐암 환자들이 크게 환영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 무상제공은 국내외에서 종종 시행되는 ‘동정적(同情的) 사용제도(EAP)’의 하나이다. 원래 제약사가 아직 허가가 나오지 않은 임상단계의 신약을 시한부 암환자에게 인도주의 차원에서 제공하는 제도인데 유한양행이 이미 치료제 허가를 받았음에도 보험급여 적용 전까지 무상 제공한다는 점에서 국내에 유례가 없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동일계열의 기존 치료제는 비급여라 환자 1인당 약값만 연간 7000만원 이상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한양행의 이번 결정은 제약사의 사회공헌 측면에서 큰 이정표를 남길만한 결정이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무상제공이 기업수익의 사회환원을 강조한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의 뜻을 계승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이정희 대표(전)의 취임 이후부터 유한양행은 다국적 제약사 도입상품 판매보다 자체개발 혁신신약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성과가 활발했다. 이같은 기업 체질 변화는 2021년 3월 취임한 조욱제 대표(현)에 이르러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유한양행은 사회공헌을 본업으로 하는 공익재단을 최대주주로 두고 있다. 1971년 별세한 유일한 박사는 전 재산을 공익재단인 유한재단과 유한학원에 기증했고, 최대주주가 된 유한재단과 유한학원은 유한양행의 배당수익을 받아 지속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렉라자 무상제공 결정으로 다른 기업이라면 수 백억 원을 벌어들일 기회를 포기함으로써 주주에게 손해를 끼칠 수도 있겠지만, 유한양행은 대주주가 공익재단들이라는 점에서 이런 우려를 덜 수 있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 무상제공 결정은 △창업주의 사회환원 △대표이사의 신약개발 △대주주의 사회공헌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면 성사되기 어려운 결정이다. 유한양행의 렉라자 무상제공 결정이 다른 제약사로 널리 확산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유한양행의 ‘선한 영향력’이 제약업계 전체에 좋은 이미지로 연결될 것은 분명하다. kch0054@ekn.kr김철훈 기자 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기자의 눈] 민주당의 무책임한 정치, 결국 피해는 국민들 몫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정치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정당이 책임의식을 갖지 않는 행동을 하면 사회와 국가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게 된다. 하물며 대한민국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민주당의 책임 있는 자세는 국정의 한 축으로서 윤석열 정부를 견제해 국정을 바로 잡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최근 모습은 거대 야당의 책임 의식에서 벗어나 보인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움직임 등에 대한 대응이 그렇다. 과학과 사실을 바탕으로 한 차분한 대응보다는 한 마디로 ‘괴담’ 수준의 정보들을 가지고 국민의 불안 정서를 이용하는 듯한 선동적 모습까지 엿보였다. 그러니 민주당의 단식과 농성, 장외 집회, 일본 항의 방문 등 각종 대여투쟁이 국민들로부터 설득력을 갖거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 아닌가. 국내·외 과학자들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권위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최종보고서를 내놓은 상황에서도 민주당은 국민 불안을 내세우며 반대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이제 비과학적인 괴담 유포로 인해 어업인과 수산업자,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부산 어업인들은 우리 수산물이 안전하다며 ‘오염수 괴담’을 멈춰달라는 집회까지 열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 논란도 마찬가지다. 앞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일가와 땅과 관련이 있다는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금 드러나는 사실들을 보면 그 의혹의 근거를 납득하기 어렵다. 급기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속도로 건설을 전면 백지화했다. 원 장관의 조치도 이해할 수 없지만 결국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으로 애꿎은 양평 주민만 정쟁의 희생양이 됐다. 민주당의 이런 의도는 자명해보인다. 그저 당정의 문제점을 최대한 부각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논란 등의 수 많은 악재들을 덮고 ‘물타기’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를 총선까지 끌고가려고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경우는 과거 사드나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괴담과 달리 그 효과도 미미한 것 같다. 오히려 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으로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역풍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쯤에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처럼 무리수를 두다가는 호재가 악재로 변할 수 있다. 민주당은 제1야당이면서 168석을 가진 대한민국 제21대 국회의 원내 제1당이다. 민주당은 168석이 가진 큰 힘으로 큰 책임이 따르는 정치에 임해야 한다. 더 이상 국민들을 정쟁의 ‘희생양’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ysh@ekn.kr윤수현 증명사진

[기자의 눈] 신재생에너지정책, ‘고르디우스의 매듭’ 단칼에 풀리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단칼에 베이는 분위기다. 알렉산더 대왕이 아시아를 정복하는 사람만이 풀 수 있다는 고르디우스 전차의 매듭을 칼로 끊었듯이 말이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매듭을 푸는 건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정복할 수 있을 만큼 전설에 비할 만한 어려운 과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일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를 개편하고 소형태양광고정가격계약제도(FIT)를 더는 운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태양광 시장의 한 축이었던 FIT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얽힌 매듭처럼 복잡했다. 특정 신재생에너지원을 육성하려다 보니 정책에 여러 가지 지원제도를 덧붙여 복잡하게 만들었다. 국무조정실에서는 지난 3일 문재인 정부 시절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대한 위법·비리를 2차 조사한 결과 총 5359건, 5824억원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서 버섯재배사·곤충사육사 등 가짜 농민으로 위장해 태양광 발전시설을 운영했던 사실을 포착한 게 눈에 띈다. 이들이 농민인 척 태양광을 운영한 이유는 FIT의 우대 참여조건이 농민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FIT는 소규모 태양광 등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시작한 제도다. 태양광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은 태양광 RPS 고정가격계약과 현물거래시장, FIT 등이 있다. 세 시장은 담당기관, 참여조건, 입찰참여 방식, 발전수익 계산방식이 모두 다르다. 제도가 복잡하다 보니 태양광 시장의 허점을 이용한 편법 등이 창궐했다는 이야기다. 한 신재생에너지 정책 전문가는 "강남에서 태양광 정책의 온갖 허점을 찾아내고 돈을 벌 수단을 찾던 스터디가 당당하게 열리고 있었다"며 도시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주는 교훈으로 단칼에 문제를 해결하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알렉산더 대왕이 건설한 제국은 알렉산더 대왕 사후 결국 해체되고 말았다. 태양광 업계에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전면 재검토에 반발할 수 있어서다.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단순하게 만들더라도 소규모 태양광 등 일부 신재생에너지가 가진 가치를 인정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소규모 태양광은 분산에너지로서 전력 소비지 인근에 설치돼 송전망 건설 부담을 덜고 전력 소비지에 바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 5월 국회에서 통과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돌파구로 보인다. 소규모 태양광은 분산에너지 특별법을 통해 가치를 인정하고 보상해준다면 태양광 시장을 이것저것 건드리지 않고도 소규모 태양광을 지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wonhee4544@ekn.kr이원희(증명사진)

[기자의 눈]

지난해 정유업계의 이례적인 ‘호실적’을 두고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 외치던 정치권의 목소리들이 올해엔 잠잠하다. 횡재세는 정부의 정책이나 대외환경이 급격히 바뀌면서 기업이 운 좋게 초과 이익을 얻은 부분에 대해 부과하는 소득세를 뜻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4분기부터 횡재세 징수 주장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아마도 최근까지 정제마진 하락으로 실적 부진이 예견되자 이를 밀어 부칠 근거가 약해진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는 396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3%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이익 역시 1년 전과 비교해 78% 줄어든 3843억원으로 전망된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의 실적추정치(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에서도 이들의 실적 부진이 예견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2985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87.2% 급감할 전망이며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이익 역시 작년 동기보다 95.6% 급감한 759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의 실적 역시 부진한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1분기에도 이들 정유업계의 합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4% 감소했다. 초과 이익에 대한 ‘횡재세’ 부과라는 논리대로라면 현재 정유업계가 처한 실적 부진에 대해 지원을 해주는 것 어떠냐는 말이 나올 법 한데 정치권의 어느 누구도 일절 관련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다시 한번 그들의 횡재세 부과 주장이 얼마나 형평성에 어긋나는 발언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도 정유업계는 언제 다시 점화될 지 모를 ‘횡재세’ 부과 주장에 긴장하고 있다. 영업이익이 늘어도 좋아할 수 없는 입장이다. 오죽했으면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기 보단, 부족하거나 미미한 실적 개선이 되레 나을 정도"라는 웃을 수 없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시장 경제 체제에 있는 어느 나라도 기업들이 이익 실현을 주저하게끔 하지 않는다. 기업에 대한 지원을 해주지 못할 망정 횡재세로 기업들을 불안하게 해선 안된다. 형평성에도, 조세 법률주의에도 맞지 않는 횡재세가 더 이상 거론의 대상이 돼선 안될 것이다.김아름23

[기자의 눈] ‘매도 리포트’ 자주 볼 수 있을까

증권사 리포트에서 ‘매도’ 의견을 찾기 어려워진 건 참 오래된 얘기다. ‘매수’가 대부분인데, ‘중립’ 의견이 나오면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받아들여야할 정도다. 실제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평균 ‘매수’ 의견 리포트는 91.0%였다. 반면, ‘매도’를 제시한 리서치보고서는 0.1%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주가조작 사태가 터진 이후 증권사 리포트에 대해 시장 탓을 하지말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불편하다는 기색이다. 증권사 리서치 연구원들은 기업정보를 얻기 어려우니, 매도의견을 내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실적 공시 발표 전 자료나 정보를 미리 제공했지만, 주가조작 등 사건사고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관행은 사라진지 오래라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자신이 담당하는 기업의 실적조차도 제대로 추정하지 못할 정도로 정보력이 부족하다는 게 대다수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특히 잠재적 IB 고객인 상장사들의 주식을 ‘매도’하라는 리포트를 내는 순간 거래처를 잃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크는 점도 문제다. 일례로 한 증권사에서 심각한 부실이 의심되는 기업의 매도 리포르를 내자마자, 해당 기업은 곧바로 증권사 펀드에 있던 돈을 모두 빼버리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반발도 애널리스트에겐 상당한 부담이다. 지난 4월 하나증권은 에코프로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했다. 리포트가 나간 다음 날 12만원 이상이 떨어지면서 주식 투자 토론방에는 해당 애널리스트에 대한 비방글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매도 리포트를 쓴 연구원에게 전화와 메일로 강력 항의할 인원을 모집하는 글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매수·매도’ 의견을 없애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질서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하루 빨리 증권사 리포트를 개선해야한고 강조하고 있다.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고 애널리스트들이 소신 있는 리포트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당국과 증권사, 상장사, 투자자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2023050301000182700008471

[기자의 눈] 물가안정, 정부 압박이 능사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나라 시장 구조에 딱 들어맞는 건 아니다." 최근 정부의 ‘일방적’ 가격인하 압박을 바라보는 한 시장 전문가가 전한 불만 섞인 항변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정부가 기업의 상품 가격에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라면·빵 등 서민 대표 먹거리를 판매하는 기업들이 사실상 과점 또는 독과점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 일부 품목의 시장 구조에선 이번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은 불가결한 조치였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시장경제체제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만큼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의 간섭이 필요했다는 해석이다. 앞서 정부는 물가안정의 첫 타깃으로 서민 대표 먹거리 ‘라면’을 선택했다. 국제 소맥(밀) 시세가 떨어진 만큼 국내 라면 제조사들도 상품 가격을 내리라는 주문이었다. 초기에 ‘검토’ 수준을 언급하면 간보기를 하던 라면업계는 정부가 밀가루를 공급하는 제분사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며 재차 압박해 오자 결국 ‘백기’를 들고 줄줄이 라면 가격을 인하했다. 불똥은 제과제빵업계로 튀어 가격 인하 도미노 현상을 빚기도 했다. 그렇다고 정부의 물가잡기가 성공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오는 8월 우유 원유 가격 인상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유업계 및 유제품 생산업체, 낙농가는 8월 1일부터 적용될 원유 가격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가격 인상으로 확정될 경우, 우유뿐 아니라 빵·과자·아이스크림 등 관련 식품 물가도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라면·과자업계 가격과 달리 낙농가 원유 가격엔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없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낙농가들이 생산비 급등으로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며 원유가격 협상 시 낙농가의 현실을 반영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가공식품은 수입 원유를 많이 쓰는 특성상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언급해 우회적으로 업계에 ‘인상 자제’ 신호를 보냈다. 문제는 이같은 관의 가격시장 개입정책이 항상 효과를 거둔 것은 아니었다. 이전 이명박 정부는 밀가루·빙과류·제빵 등 가공식품 가격의 편승 인상이나 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집중 감시하며 기업들을 가격조정 행위를 옥죄었다. 그러나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라면·빵 일부 제품의 가격 인하를 인위적으로 관철시켰다고 정부가 ‘시장 개입’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선 안될 것이다. 물가안정 정책의 우선순위는 사후처리가 아니라 사전예방이다.pr9028@ekn.kr서예온 기자 서예온 유통중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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