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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정감사, 에너지위기 극복에 집중하길

2023년 국정감사가 한달 앞으로 다가 왔다. 여야의 대치가 극심한 데다 내년 총선까지 앞두고 있어 ‘정책 감사’ 대신 ‘정치 감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어김없이 나오고 있다. 지난 정부 내내 탈원전 논쟁이 뜨거웠지만 정치적 이념 다툼의 연장선이었을 뿐 에너지시장과 정책의 구조적 문제 해결, 선진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안보 상황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글로벌 에너지위기로 수년째 이어진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고 있다. 상승세로 돌아선 국제유가와 환율은 에너지수입국인 우리나라에 큰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연말에는 전력시장이 붕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한전 사장이 아직 공석인 상황에서 올해 남은 기간 전기요금 인상은 사실상 추진되기 어려워 보인다. 남은 카드는 연말에 한전의 채권 발행한도를 또 다시 대폭 상향하거나 정부의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현재 여야의 모습을 보면 이같은 합의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사실 이 모든 사태의 근본 원인은 에너지분야를 시장이 아닌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이 통제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정치권에서는 에너지분야를 그저 ‘시끄럽지 않게 굴러가기만 하면 되는 분야’, 혹은 ‘정쟁의 도구’로만 바라봐왔다. 또 여론, 복지 등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우선순위로 삼으면서 합리적인 시장원리에 따른 가격체계의 운용, 적절한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지배구조의 설계는 나중에 챙겨도 될 일이라고 방치한 결과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됐다. 그 결과 윗 돌 빼서 아래에 고이는 식으로 급조했던 에너지 관련제도와 거버넌스가 이제는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급한 대로 임시방편으로 마련했던 제도와 가격체계가 여러 에너지원을 막론하고 이해집단과 기득권을 형성, 합리적인 에너지의 생산과 배분을 위한 제도적 개혁 산업구조 개편 가격체계 합리화를 모두 가로막고 있다. 지금은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에너지부문에서도 합리적인 자원배분과 시장원리를 통한 제도개혁과 이를 통해 에너지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특정한 정치적 목적 달성, 에너지원별 이해관계 논쟁이 아닌 우리나라의 에너지안보를 지키기 위한 정책을 발굴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길 기대한다. jjs@ekn.kr전지성 정치경제부 기자.

[기자의 눈] 50년 만기 주담대, 은행 책임만 있을까

"50년이라는 기간이 왜 나왔겠어요? 55년도 있고, 60년을 할 수 있잖아요. 정부가 내놓은 상품에 맞춰 50년이라는 기간이 나왔죠. 은행이 자의적으로 내놓지는 못해요."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회피 수단이라고 규정 짓고 은행권을 압박하자 은행권 관계자가 한 말이다. 주담대 만기가 50년으로 길어진 것은 상생금융을 강화하라는 금융당국 기조에 발 맞추기 위해서인데, 은행들 잘못으로 몰아가니 억울하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서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한 것은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대출 정상화 방안에 50년 초장기 정책모기지를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계기가 됐다. 금융위는 금리상승기 취약차주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상환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로 50년의 초장기 정책모기지를 도입한다고 했다. 대출 만기가 길어지면 월 상환액이 줄어든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후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만기 50년의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특례보금자리론을 잇따라 내놨고, 은행권에서는 지난 1월 Sh수협은행을 시작으로 DGB대구은행에 이어 하나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이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했다. 하지만 출시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수요가 몰리자 50년 만기 주담대는 가계대출 증가 주범으로 지목받았다. 금융당국 지목에 당황한 은행들은 일시적으로 판매를 중단하거나 나이 제한, DSR 강화 등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손질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담대도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꼽았다. 인터넷은행 주담대가 비대면·저금리로 이뤄지는 만큼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 지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비용을 줄여 낮은 금리로 상품을 취급하고, 2030세대의 이용률이 높아 취급액이 늘어났다고 보는 인터넷은행들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50년 만기 주담대와 인터넷은행의 주담대로 수요가 쏠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책임이 은행에 전적으로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상품이 나오게 된 배경과 가계대출 증가 이유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금융당국 주도의 50년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후 대출 수요가 늘었고,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으로 인해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 인상에 제한이 있었다는 인식은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은행의 성격상 이자장사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맞지만, 모든 책임을 지게 되면 은행이 억울해 하는 것도 이해될 만하다. dsk@ekn.kr

[기자의 눈] 희망 보이는 저축은행, 건강한 긴장은 계속돼야

최근 국내 79곳 저축은행을 두고 금융감독원과 전문가(신용평가사)의 진단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 79개 저축은행의 실적을 발표하며 "2분기 적자 폭이 다소 축소됐고, BIS비율도 규제비율을 상회하고 있어 손실흡수능력이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저축은행은 상반기 96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2분기 적자 규모는 434억원 손실로, 1분기 손실액(528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총여신 연체율도 5.33%로 작년 말(3.41%) 대비 1.92%포인트(p) 올랐지만, 2분기 상승폭(+0.27%포인트)은 1분기(1.65%포인트) 대비 크게 둔화됐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저축은행이 순손실을 기록했고, 연체율도 올랐지만, 위험수준은 아니라는 뜻이다.금감원은 하반기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저축은행의 영업 환경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저축은행의 건전성 제고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신용평가는 금감원의 ‘낙관론’과 사뭇 다른 분위기의 분석을 내놨다. 부동산금융과 가계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금융과 개인신용대출 부실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한신평의 전망이다. 저축은행이 조달비용 증가, 높은 대손비용 부담 등으로 대출 공급을 줄이고 있는데다 차주의 열악한 신용도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 건전성이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짚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저축은행 위기설이 수면 위로 부상한 올해 초부터 위기설을 진화하는데 집중했다. 저축은행이 2017년 이후 매년 1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고, 대부분 사내 유보했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 손실액은 충분히 흡수 가능하다는 게 핵심이었다. 실제 최근의 실적 부진은 부동산 경기 침체, 조달금리 상승 등 대외적인 요인이 핵심으로, 회사 자체적인 경영 부실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러나 저축은행이 과거와 다르게 기초체력을 강하게 다지고,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한 것은 과거 호실적 속에서도 언제든지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적당하고도 건강한 긴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금감원과 한신평 진단의 핵심은 하반기에도 저축은행이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며, 건전성 제고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저축은행은 하반기 경기 상황 호전과 관계없이 언제든 부실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과거와는 다른, 더욱 디테일한 리스크 관리 능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기자의 눈]선 넘은 고준위 방폐장 건설 지연…공장 멈춘다

[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너무 늦은 거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해라." 개그맨 박명수가 ‘무한도전’에서 남긴 말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생각하면 이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화강암이 많은 국내 특성상 주민수용성만 확보할 수 있다면 부지 선정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온 야당에게 발목이 잡혀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되면 다음 국회가 다시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하는 만큼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우려도 본회의장 문턱을 넘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 동안 원자력 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소화 능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원자력본부 내 건식저장설비 맥스터를 증설하면서 숨통을 돌렸지만, 올 2분기에만 3000다발이 넘는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등 2028년부터 고리 2~4호기와 신고리 1·2호기를 필두로 모든 원전 내 저장시설이 가득찬다는 분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방폐장 건설에는 30년에 달하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맥스터를 추가하는 임시방편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37년까지 다른 곳으로 옮기지 못하면 원자로를 비롯한 설비에 문제가 없더라도 발전소를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원자력은 석탄·천연가스와 함께 대한민국 전력 공급을 책임지는 ‘3대장’으로, 올 1~6월의 경우 8만6655GWh를 생산하는 등 30%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했다. 정부와 민간이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으나, 아직 원자력의 3분의 1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기준 원자력 발전소를 멈출 경우 국내 공장의 절반 이상이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 산업이 ‘셧다운’되는 셈이다. 탈원전을 넘어 탈산업을 우려해야 하는 수준으로, 탄소중립과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다른 곳으로 전가하면 가정과 학교로 가는 전기가 끊어질 수 있다. 국민경제를 위한 가장 경제적인 전력원을 끊겠다고 나서면서 ‘민생’을 부르짖는 모순은 이제 멈춰야 할 때다. spero1225@ekn.kr나 나광호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이복현의 이중잣대… "도이치는 정치, 라임은 원칙"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증권가가 술렁이고 있다. 종결된 줄 알았던 라임펀드 사태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와 수사가 다시 이뤄지면서부터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증권을 타깃으로 라임자산운용이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에 빠지자 다선 국회의원 등 특정인에게 특혜성 환매를 진행한 의혹을 제기하며 검사에 착수했다.곧바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금감원이 정조준한 미래에셋증권뿐만 아니라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증권가로서는 피로감이 심하다는 반응이다. 라임 사태는 개별 사건으로는 모두 일단락된 사건이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이에 따라 전액배상까지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금융당국 징계에 이어 검찰에 형사고발도 당했다. 그 여파로 일부 증권사 CEO는 연임이나 새로운 구직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재조사의 배경은 라임펀드의 부실 가능성을 알고 난 뒤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인 환매를 특정인에게만 권유한 정황이 나왔다는 것이다. 물론 특정인에게만 환매기회를 제공한 것은 분명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전액배상까지 이뤄진 상황에서 특혜성 환매에 따른 ‘피해자’는 없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라임사태 재조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검찰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에 대한 증권가의 불만이 높다. 특히 이 원장은 과거 검찰조직에 사표를 낸 배경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너무 정치적으로 흘러간 것에 대한 반발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에 최근 진행하는 라임사태에 대한 재조사를 두고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 원장은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 "(수사가) 정말 공정하지 않다"며 "당시 검찰이 간단한 주가조작 사건을 너무 정치적으로 취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도이치모터스에 대한) 주가 조작 건,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조사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최근 도이치모터스에 대한 1심 재판부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비롯한 주가조작 일당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김건희 여사 계좌가 주가 조작에 활용됐다고 인정했다. 이어 지난 4일 다시 정무위에 출석한 이 원장은 "(라임사태 재조사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원칙에 따라 조사한 것"이라고 말했다.명백한 이중잣대다. 라임 사태에 대한 재조사로 증권가를 뒤집어 놓을 각오라면 도이치모터스에 대한 재조사, 아니 첫 조사는 왜 하지 않느냐고 묻고 싶다.

[기자의 눈] 견본주택 내부 촬영 허용해야

"견본주택에서 내부 사진촬영은 불가능합니다. 성숙한 관람문화를 위해 협조 부탁드립니다." 기자가 견본주택을 취재할 때 휴대 전화를 만지작거리면 자주 듣는 말이다. 가끔은 프레스 카드를 걸고 있어도 사진 촬영에 제재를 받기도 한다. 견본주택 내부를 방문객들이 왜 눈으로만 담아야 하는지 이유를 종종 물어보면 견본주택 설치·전시·운영은 기업 고유의 경영 및 영업상 비밀(노하우)에 해당하거나 관람객이 악의적으로 편집한 사진이 다른 사람들과 공유될 경우에는 왜곡된 이미지가 전달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아울러 사이버 견본주택을 운영하고 있고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어 가면 견본주택 집객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대답도 들어봤다. 모두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들이다. 소비자들은 건설사들이 견본주택 내부 촬영을 금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기자가 만난 많은 관람객이 "집을 사는데 수억원을 들이는데 견본주택 사진을 못 찍게 하면 어떻게 구조와 자재 등을 확인하고 따져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아파트·오피스텔 관련 주요 분쟁은 견본주택과 실제 시공이 달라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품질이 낮고 가격이 싼 마감재를 사용했거나, 색상이 다르게 시공, 콘센트 설치 유무, 문턱·식탁 위치가 상이한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도 민원이나 소송 등을 하려면 그에 대한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사진 촬영을 금지하면 결국 소비자가 그에 대한 입증 자료를 갖고 있지 않아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유경준 의원 등 여당 의원 14명은 지난 5월 ‘주택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률안의 핵심은 견본주택 내부 촬영을 허용하는 조항(제60조제4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우리 주택시장은 견본주택만 보고 계약을 해야 하는 선분양 관행이 정착돼 있다는 점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강하다. 이 때문에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한데 견본주택 내 사진촬영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좋은 풍경을 보면 사진을 찍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당연히 평생 내가 거주 할 수 있는 집은 더욱 그렇다. 유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이 속도를 내 견본주택 안에서 사진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zoo1004@ekn.kr62496_57969_2819

[기자의 눈] 전 세계 반도체 경쟁…韓, 승기 잡아야

[에너지경제신문 여이레 기자] 반도체가 미래시대 새로운 자원으로 인식되면서 전 세계가 반도체 강국 입지 다지기에 한창이다. 한국 역시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다운턴(하락)이 계속되고 있으나 다가올 업턴(상승)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유럽은 현재 9%로 떨어진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오는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2030년까지 민간 및 공공에서 430억유로(약 62조원)를 지원하는 유럽연합(EU) 반도체법을 시행하기로 확정했다. 이 법은 제조시설 확대뿐 아니라 전문인력 양성,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에 대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EU는 반도체 기술역량을 강화를 위한 반도체 이니셔티브를 설립하고, 역내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EU 내 최초 제조시설을 건설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반도체 공급망 및 가치사슬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수요 및 공급 부족을 예측해 위기에 대응해 나간다. 일본은 대만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TSMC 등 해외 반도체 기업 현지 유치를 통해 한 번 종합반도체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이어 일본은 최근 정부와 민간 대기업 합동으로 설립한 라피더스의 공장 기공식을 갖기도 했다. 라피더스는 오는 2025년 시제품 생산라인 완공과 함께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의 반도체 시험 생산을 시작해 2027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인도 역시 반도체 제조 기업에 100억달러(약 13조원)을 보조금으로 긴급 지원하면서 미국의 제재로 중국이 위축된 중국의 대체 국가로서 공백을 채운다는 전략이다. 한국은 최근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 첨단 전략 산업 관련 예산을 2조1603억원으로 확대했다. 첨단 전략기술 분야 외국인 투자 현금 지원 한도를 40%에서 50%로 확대하는 데는 2000억원이 편성됐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평택, 용인 클러스터에 반도체 제조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용인 남사읍에는 삼성전자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공장(팹) 5기, 원삼면에는 SK하이닉스의 첨단 메모리반도체 팹 4기, 기흥구에는 삼성전자의 첨단 메모리·시스템 연구개발(R&D)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양사의 투자도 지속 중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R&D에 13조7779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상반기 R&D 규모 12조1779억원보다 13.1% 늘어난 규모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R&D 투자는 2조863억원으로 작년 상반기(2조4075억원)보다는 감소했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9.3%에서 16.8%로 높아졌다. 치열한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경쟁 속, 미래를 바라보는 투자를 통해 한국이 승기를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산업부_여이레 ▲여이레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수백억 배임사태에

최근 은행 금융권 직원들의 대규모 횡령 등 비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에서 마저 100억원대 배임이 나타난 정황이 지난달 29일 드러났다. 배임은 일부 직원들이 모 회사와 허술한 제휴 계약을 맺고 3년 동안 리베이트를 받는 식이었다. 최근 들어 금융업권 직원들로부터 발생하는 횡령 관련 사고가 줄줄이 잇따랐다. 지난달에는 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의 동의 없이 계좌 1000여개를 무단 개설한 정황이 포착됐고, KB국민은행 직원과 가족들이 주식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2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도 적발됐다. 경남은행에서는 부장급 직원이 7년 동안 회삿돈 562억원을 횡령하고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권 안팎에선 내부통제 허술함의 심각성이 도대체 어느 수준이냐는 지적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은행권에 국한돼 연달아 사고가 터졌지만, 업계가 이해하지 못하는 황당한 수준의 배임이 일어난데다 2금융권인 카드업계로 번지면서 내부통제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넘어 사회 전반에 만연한 잠재적 문제가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카드업계는 즉각 롯데카드만의 문제인 것으로 선을 그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금융권을 잘 모르는 사모펀드인 점 등이 타 카드사와는 다르며, 타사는 준법관련 부서에서 계약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기에 일반적으론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손사래를 쳤다. 금융당국은 곧바로 전 카드사 내부통제를 점검하겠다며 통보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난을 함께 받고 있다. 뒤늦게 점검할지라도 이미 횡령한 금액을 환수하기가 어려운 구조며 횡령·배임 발견 후 가해지는 제재도 턱없이 약해 범죄를 엄중히 다스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수백 억대 배임 사고에도 롯데카드 경영진 제재는 사실상 ‘시말서’를 작성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당국은 현행법상 직원이나 내부통제 책임을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국은 카드사 사고 때마다 행정 제재가 아닌 검찰 통보로 처벌해왔다. 소비자로선 얼마나 큰 문제가 터져야 ‘문제 해결’ 자체를 위한 대책이 나올수 있을지 개탄스러운 상황이다. 내 돈을 맡겨야 하는 금융사도, 이를 관리하는 당국도 믿을 수 없어 어느 업권과 회사에서 어떤 문제가 나타날지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심정이기 때문이다. 금융사도, 당국도 근본적으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기능이 발휘될 때 보다 근본적인 금융업권의 선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자의 눈] K원전 부활, 정부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 필요

우리 원전업계에 콧노래가 들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탈(脫)원전 정책 탓에 한숨만 자아내던 때와 정반대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 정권의 정책을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한 후로 원전산업이 하나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급기야 정부 지원으로 해외 수주 가능성까지 높아 지면서 원전 중소·중견기업들이 그간 감내해야 했던 어려움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 몇 가지만 꼽자면, 13년만에 대형 원전 수출로 불리는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측 건설 사업을 따냈으며 루마니아에서 진행 중인 원자력발전 설비 건설사업도 수주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 2조9000억원 규모의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제작도 진행하게 됐다. 이 같이 우리 원전업계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데엔 오랜 시간 일궈 온 뛰어난 기술력과 우수한 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울러 원전이 국가 기간산업으로 정부의 정책과 궤를 함께 하는 만큼, 현 정부의 적극적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윤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공약대로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원전산업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윤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원전 생태계 정상화를 위한 지원책을 펼쳐 나가는 중이다. 최근엔 산업통상자원부가 ‘원전 수출일감 통합 설명회’를 개최해 총 104개 품목 8000억원 규모 해외사업 기자재 발주계획을 발표했다. 해외사업 참여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경감시켜 국내 원전생태계 복구를 총력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또 해외사업 유자격 심사 면제(한수원 유자격공급사 대상)를 비롯해 국내인증(KEPIC) 인정 및 필요시 해외인증 취득 지원, 선급금 15% 지급 및 계약금의 최대 80% 융자 지원 등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사업 참여 부담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전 세계가 원전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주요국에선 차세대 원전 개발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도, 그리고 오늘날에도 대한민국의 원전 기술력을 세계 최고다. 그리고 앞으로도 세계 주요국의 ‘러브콜’을 받는 주요 기술 중 하나로 꼽힐 것으로 믿고 있다. 현 정부의 지금과 같은 관심과 지원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김아름23 김아름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무섭게 침투하는 중국산 전기車, 이대로 가다간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한국에 점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운행 중인 전기버스의 경우 10대 가운데 4대가 중국산이다. 업계의 활발한 연구개발과 동시에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 1131대 중 중국산 전기버스는 468대로 전체의 41.4%를 차지했다. 업체별로 보면 현대차 일렉시티가 457대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2~4위는 모두 중국업체 버스다. 중국 하이거버스의 하이퍼스는 191대가 팔렸고, CHTC 에픽시티와 비야디 eBus-12는 각각 79대, 76대가 팔렸다. 현대차 카운티 일렉트릭과 일렉시티 타운은 각각 54대, 46대 판매에 그쳤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저가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고, 낮은 온도에서 성능이 떨어지지만 가격은 한결 저렴하다. 최근에는 LFP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지난 16일 신제품 발표회에서 10분 충전에 400㎞까지 달릴 수 있는 LFP 배터리 ‘선싱’을 공개했다. 완전 충전 시 최고 700㎞까지 주행할 수 있고 영하 10도에서도 30분 만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승용차 시장에서도 ‘중국산’의 공습이 거세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돼 국내로 들어오는 차종이 과거에는 볼보 S90이 유일했으나 테슬라 모델Y, BMW iX3, 폴스타 폴스타2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니(MINI) 일렉트릭, 테슬라 모델3, 링컨 노틸러스 등도 조만간 중국에서 생산돼 국내에 수입될 예정이다. 볼보도 국내에서 판매되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60을 다음 달부터 내년 3월까지 최소 7개월간 모두 중국산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반면 중국 시장 내 한국 자동차 기업은 그야말로 허덕이고 있다. 2016년 현대자동차는 중국에서 공장을 5개까지 늘리고, 기아도 3개의 생산공장을 가동했다. 그러나 다음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내 반한 감정이 표출되면서 판매량은 곤두박질했다. 2016년 현대차그룹의 합산 점유율은 8.1%에 달했는데 지난해는 1.9%였다. 현대차는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매각한 데 이어 이번 달 충칭 제5공장도 36억8000만 위안(약 6800억원)에 매물로 내놨다. 창저우에 있는 제4공장도 연내 매각할 방침이다. 기아는 2019년 장쑤성 1공장을 장쑤웨다그룹에 장기 임대했다. 이젠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완화됐다. ‘어디서’ 만들었는지가 아닌 ‘얼마냐’의 문제다. 이대로 가다간 잠식될 수도 있다. 따라서 중국 자동차 업계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국내 업계도 연구개발을 통해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도 R&D 지원, 세액공제 확대 등을 통해 국내 산업 보호·활성화를 도와야 한다. kji01@ekn.kr김정인 산업부 기자 김정인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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