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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50년 만기 주담대, 은행 책임만 있을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11 14:29

송두리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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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이라는 기간이 왜 나왔겠어요? 55년도 있고, 60년을 할 수 있잖아요. 정부가 내놓은 상품에 맞춰 50년이라는 기간이 나왔죠. 은행이 자의적으로 내놓지는 못해요."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회피 수단이라고 규정 짓고 은행권을 압박하자 은행권 관계자가 한 말이다. 주담대 만기가 50년으로 길어진 것은 상생금융을 강화하라는 금융당국 기조에 발 맞추기 위해서인데, 은행들 잘못으로 몰아가니 억울하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서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한 것은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대출 정상화 방안에 50년 초장기 정책모기지를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계기가 됐다. 금융위는 금리상승기 취약차주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상환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로 50년의 초장기 정책모기지를 도입한다고 했다. 대출 만기가 길어지면 월 상환액이 줄어든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후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만기 50년의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특례보금자리론을 잇따라 내놨고, 은행권에서는 지난 1월 Sh수협은행을 시작으로 DGB대구은행에 이어 하나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이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했다.

하지만 출시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수요가 몰리자 50년 만기 주담대는 가계대출 증가 주범으로 지목받았다. 금융당국 지목에 당황한 은행들은 일시적으로 판매를 중단하거나 나이 제한, DSR 강화 등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손질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담대도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꼽았다. 인터넷은행 주담대가 비대면·저금리로 이뤄지는 만큼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 지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비용을 줄여 낮은 금리로 상품을 취급하고, 2030세대의 이용률이 높아 취급액이 늘어났다고 보는 인터넷은행들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50년 만기 주담대와 인터넷은행의 주담대로 수요가 쏠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책임이 은행에 전적으로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상품이 나오게 된 배경과 가계대출 증가 이유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금융당국 주도의 50년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후 대출 수요가 늘었고,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으로 인해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 인상에 제한이 있었다는 인식은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은행의 성격상 이자장사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맞지만, 모든 책임을 지게 되면 은행이 억울해 하는 것도 이해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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