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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수백억 배임사태에 '내부통제 심각성' 도마 위…잘못은 누구에게 묻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31 15:24

박경현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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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 금융권 직원들의 대규모 횡령 등 비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에서 마저 100억원대 배임이 나타난 정황이 지난달 29일 드러났다. 배임은 일부 직원들이 모 회사와 허술한 제휴 계약을 맺고 3년 동안 리베이트를 받는 식이었다.

최근 들어 금융업권 직원들로부터 발생하는 횡령 관련 사고가 줄줄이 잇따랐다. 지난달에는 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의 동의 없이 계좌 1000여개를 무단 개설한 정황이 포착됐고, KB국민은행 직원과 가족들이 주식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2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도 적발됐다. 경남은행에서는 부장급 직원이 7년 동안 회삿돈 562억원을 횡령하고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권 안팎에선 내부통제 허술함의 심각성이 도대체 어느 수준이냐는 지적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은행권에 국한돼 연달아 사고가 터졌지만, 업계가 이해하지 못하는 황당한 수준의 배임이 일어난데다 2금융권인 카드업계로 번지면서 내부통제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넘어 사회 전반에 만연한 잠재적 문제가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카드업계는 즉각 롯데카드만의 문제인 것으로 선을 그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금융권을 잘 모르는 사모펀드인 점 등이 타 카드사와는 다르며, 타사는 준법관련 부서에서 계약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기에 일반적으론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손사래를 쳤다.

금융당국은 곧바로 전 카드사 내부통제를 점검하겠다며 통보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난을 함께 받고 있다. 뒤늦게 점검할지라도 이미 횡령한 금액을 환수하기가 어려운 구조며 횡령·배임 발견 후 가해지는 제재도 턱없이 약해 범죄를 엄중히 다스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수백 억대 배임 사고에도 롯데카드 경영진 제재는 사실상 ‘시말서’를 작성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당국은 현행법상 직원이나 내부통제 책임을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국은 카드사 사고 때마다 행정 제재가 아닌 검찰 통보로 처벌해왔다.

소비자로선 얼마나 큰 문제가 터져야 ‘문제 해결’ 자체를 위한 대책이 나올수 있을지 개탄스러운 상황이다. 내 돈을 맡겨야 하는 금융사도, 이를 관리하는 당국도 믿을 수 없어 어느 업권과 회사에서 어떤 문제가 나타날지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심정이기 때문이다. 금융사도, 당국도 근본적으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기능이 발휘될 때 보다 근본적인 금융업권의 선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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