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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 산업부 기자 |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 1131대 중 중국산 전기버스는 468대로 전체의 41.4%를 차지했다. 업체별로 보면 현대차 일렉시티가 457대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2~4위는 모두 중국업체 버스다. 중국 하이거버스의 하이퍼스는 191대가 팔렸고, CHTC 에픽시티와 비야디 eBus-12는 각각 79대, 76대가 팔렸다. 현대차 카운티 일렉트릭과 일렉시티 타운은 각각 54대, 46대 판매에 그쳤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저가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고, 낮은 온도에서 성능이 떨어지지만 가격은 한결 저렴하다. 최근에는 LFP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지난 16일 신제품 발표회에서 10분 충전에 400㎞까지 달릴 수 있는 LFP 배터리 ‘선싱’을 공개했다. 완전 충전 시 최고 700㎞까지 주행할 수 있고 영하 10도에서도 30분 만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승용차 시장에서도 ‘중국산’의 공습이 거세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돼 국내로 들어오는 차종이 과거에는 볼보 S90이 유일했으나 테슬라 모델Y, BMW iX3, 폴스타 폴스타2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니(MINI) 일렉트릭, 테슬라 모델3, 링컨 노틸러스 등도 조만간 중국에서 생산돼 국내에 수입될 예정이다. 볼보도 국내에서 판매되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60을 다음 달부터 내년 3월까지 최소 7개월간 모두 중국산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반면 중국 시장 내 한국 자동차 기업은 그야말로 허덕이고 있다. 2016년 현대자동차는 중국에서 공장을 5개까지 늘리고, 기아도 3개의 생산공장을 가동했다. 그러나 다음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내 반한 감정이 표출되면서 판매량은 곤두박질했다. 2016년 현대차그룹의 합산 점유율은 8.1%에 달했는데 지난해는 1.9%였다. 현대차는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매각한 데 이어 이번 달 충칭 제5공장도 36억8000만 위안(약 6800억원)에 매물로 내놨다. 창저우에 있는 제4공장도 연내 매각할 방침이다. 기아는 2019년 장쑤성 1공장을 장쑤웨다그룹에 장기 임대했다.
이젠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완화됐다. ‘어디서’ 만들었는지가 아닌 ‘얼마냐’의 문제다. 이대로 가다간 잠식될 수도 있다. 따라서 중국 자동차 업계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국내 업계도 연구개발을 통해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도 R&D 지원, 세액공제 확대 등을 통해 국내 산업 보호·활성화를 도와야 한다.
kji0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