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4일(화)
에너지경제 포토

나광호

spero1225@ekn.kr

나광호기자 기사모음




[기자의 눈]선 넘은 고준위 방폐장 건설 지연…공장 멈춘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07 16:21

나광호 산업부 기자
올 1~6월 원자력 의존도 30%·2028년부터 원전 내 저장시설 포화…법안 통과 난항

나

▲나광호 산업부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너무 늦은 거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해라." 개그맨 박명수가 ‘무한도전’에서 남긴 말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생각하면 이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화강암이 많은 국내 특성상 주민수용성만 확보할 수 있다면 부지 선정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온 야당에게 발목이 잡혀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되면 다음 국회가 다시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하는 만큼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우려도 본회의장 문턱을 넘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 동안 원자력 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소화 능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원자력본부 내 건식저장설비 맥스터를 증설하면서 숨통을 돌렸지만, 올 2분기에만 3000다발이 넘는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등 2028년부터 고리 2~4호기와 신고리 1·2호기를 필두로 모든 원전 내 저장시설이 가득찬다는 분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방폐장 건설에는 30년에 달하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맥스터를 추가하는 임시방편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37년까지 다른 곳으로 옮기지 못하면 원자로를 비롯한 설비에 문제가 없더라도 발전소를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원자력은 석탄·천연가스와 함께 대한민국 전력 공급을 책임지는 ‘3대장’으로, 올 1~6월의 경우 8만6655GWh를 생산하는 등 30%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했다. 정부와 민간이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으나, 아직 원자력의 3분의 1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기준 원자력 발전소를 멈출 경우 국내 공장의 절반 이상이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 산업이 ‘셧다운’되는 셈이다. 탈원전을 넘어 탈산업을 우려해야 하는 수준으로, 탄소중립과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다른 곳으로 전가하면 가정과 학교로 가는 전기가 끊어질 수 있다.

국민경제를 위한 가장 경제적인 전력원을 끊겠다고 나서면서 ‘민생’을 부르짖는 모순은 이제 멈춰야 할 때다.


spero1225@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