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미국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던 파리바게뜨의 ‘프리미엄 K-베이커리’ 사업모델로 현지 고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브랜드 고유의 특징에 충실하면서도 미국 시장의 취향과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파리바게뜨만의 경쟁력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 진출 18년 만에 첫 영업흑자를 달성한 SPC그룹 파리바게뜨 미주사업부 대런 팁튼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시장 공략의 성공 비결로 프리미엄과 현지 맞춤형 제품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꼽았다.지난 2018년 파리바게뜨 미주사업부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영입된 팁튼 CEO는 2년 뒤인 2020년부터 수장에 올라 미국 진출 확대를 이끌고 있다. 해외 유명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오 봉 팽(Au Bon Pain), 르 팽 코티디앵(Le Pain Quotidien)에서 점장과 경영 부사장을 역임하면서 25년 간 쌓아온 영업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파리바게뜨 미주사업부의 실적 개선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2002년 미주사업부 설치에 이어 2005년 미국 점포 1호를 출범시킨 파리바게뜨는 ‘프리미엄 베이커리’를 표방하며 미국 직진출에 주력하면서 지속된 투자비용 부담에 따른 적자로 흑자 전환이 절실한 당면과제였다. 프랜차이즈 본고장이라 불리는 글로벌 시장 미국에서 팁튼 CEO는 현지 입맛을 고려한 제품 구성, K-빵의 차별점을 꾸준히 밀어붙인 게 흑자 달성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즉, 자르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홀케이크는 미국 파리바게뜨 매장의 대표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팁튼 CEO는 소개했다. 통상 미국 베이커리 브랜드는 조각 케이크를 판매하며, 대형마트는 투박한 모양의 제품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이와 차별화하기 위해 미주사업부는 부드러운 생크림을 바른 홀케이크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이같은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뉴욕 중심가인 맨해튼에 진출한 파리바게뜨 매장의 매출은 한국의 파리바게뜨 매장보다 4~5배 높다. 특히, 뉴욕 브로드웨이점은 전체 미주법인 매장 가운데 상위 5위권에 들 정도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팁튼 CEO는 "미국 내 베이커리에서 판매하는 품목은 평균 100종 이하지만 파리바게뜨는 음료·케이크·페이스트리·기타 베이커리 제품 등 300종 이상을 취급하고 있다"면서 "초콜릿 크로와상, 피넛크림 브레드, 뺑드쇼콜라 등 커피와 함께 즐기기 좋은 전통적 느낌의 제품이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다품종 제품을 매장에서 직접 만들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애로사항도 적지 않았지만, 우수한 현지인력 확보, 한국 본사와 꾸준한 소통에 힘입어 큰 어려움 없이 매출 증대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숙련된 제빵사와 케이크 기사·바리스타 없이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한 팁튼 CEO는 "프랜차이즈 파트너사와 직원들을 잘 지원하고, 교육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본사와 소통도 긴밀해 한국의 연구개발(R&D) 전문가들이 수시로 미국에 방문해 품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특히, 고객 경험을 뒷받침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도 미주사업 성공의 결정적 한 방이 됐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다수 베이커리는 손님이 방문할 때마다 한참 줄을 서야 하고, 직원에게 빵을 담아달라고 요청하는 게 베이커리 문화이다. 미주사업부는 한국에서 보편화돼 있는 쟁반과 집게를 이용해 빵 등을 직접 담는 구매 방식을 현지 매장에 도입했다.팁튼 CEO는 "파리바게뜨는 고객이 쟁반에 직접 물건을 담아 직접 눈으로 제품 상태를 확인하고, 이름표로 내용물도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미국인들에게 잘 먹혔다"고 소개했다. 좀더 여유롭게 다양한 제품을 구경하고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 취향을 중시하는 미국 문화와 잘 맞아떨어졌다는 설명이었다.이같은 여러 성공 요인과 노력이 어우러져 파리바게뜨 미주사업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하게 됐다고 팁튼 CEO는 자신있게 말했다. 실제로 취임했던 2018년 1694억원이었던 파리바게뜨 미주사업 매출액은 4년 뒤인 지난해 3528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비교 기준으로 매장 수도 76개에서 118개로 증가했고, 올들어 현재까지 150개를 돌파하며 출점 속도를 높이고 있다.대런 팁튼 CEO는 "미국 내 가맹사업이 본궤도 오른 만큼 이를 성공모델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부 시스템은 물론 외부 파트너사 등과 협업해 시장조사를 거쳐 미국 전체 50개 주와 기타 지역까지 파리바게뜨 글로벌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고 말했다.inahohc@ekn.kr대런 팁튼 파리바게뜨 미주사업부 최고경영자(CEO). 사진=SPC